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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9.02.12|조회수669 목록 댓글 0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04      
 
 


 

 

 

 

 

 

 

#.1 씬. 모텔 복도. (밤)
 

수찬, 윤희를 업고 끙끙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수찬 : (다리가 휘청하고) 아, 근수 좀 나가네. (죽을힘을 다해 업고 올라가고)

 

 

#.2 씬. 모텔방. (밤)
 

수찬, 윤희를 업고 들어와 침대에 겨우 눕힌다. 

윤희의 구두 벗겨내는데.


윤희 : (잠결에 발길질을 하는)
수찬 : (윤희의 발길질에 뒤로 나가떨어지는, 겨우 참으면서 일어나 다른 쪽 구두도 벗겨내면서, 쓴 웃음을 흘리며)
      자기, 너무 폭력적이다.

 

 

#.3 씬. 모텔 전경. (새벽)
 

희뿌연 새벽 빛.

 

 

#.4 씬. 모텔 방. (새벽)
 

윤희, 침대에 옷 입은 모습 그대로 몸을 대자로 뻗고 잠들어 있다.


윤희 : (욱하면서, 구역질을 하며 일어나 입을 가리는데. 눈으로 들어오는 수찬의 모습.
      수찬, 소파에 쪼그리고 모로 앉은 자세로 잠들어 있다. 놀라서 다시 욱하는데)
수찬 : (눈을 뜨고)
윤희 : 우....우리....무슨 일?
수찬 :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지르며 일어나 다가오는) 술 좀 깼어요?
윤희 : 우....리?
수찬 : 저 술 취한 여자한테 무슨 짓 하는 그런 놈 아닙니다. 특히.....윤희씨한테는.....

       (감정을 한껏 담아 그윽하게 바라보는데)
윤희 : (바라보다가, 욱하고 튀어 일어나 욕실로 뛰어들어가는)
수찬 : (맛이 가는 표정으로)

 

 

#.5 씬. 해장국 집 내. (새벽)
 

수찬, 윤희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윤희 : (푹푹 퍼먹는데)
수찬 : (그윽하게 바라보는)
윤희 : 토했더니 속이 허해서.....제가 원래는 비싼 돈 내고 마신 술 절대 안토하거든요. 아까워서.
수찬 : 아, 네. (윤희의 밥 위에 김치를 놓아주는)
윤희 : (조금 감정이 흔들리고)
수찬 : (먹으라는 표정)
윤희 : (먹는데. 수찬이 조금씩 마음에 든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래도 제비짓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마음이 허해도.....
수찬 : (그러면 그렇지, 네가 안 걸려들고 베기냐는 회심의 미소 잠시 담고, 진지 모드로) 

       이젠 그만 둬야죠. 윤희씨를 만났는데....
윤희 : (순간 눈빛이 흔들리고. 고개도 못 든 채 울렁하는 감동이 스친다)
수찬 : (냅킨으로 윤희 이마의 땀을 꼭 꼭 눌러주는)
윤희 : (남자의 이런 배려가 가슴 벅차기만 하고)
수찬 : (E 미소를 담고) 너 이제 내 앞에 무릎 꿇을 일만 남았어.

 

 

#.6 씬. 동네 집 길. (새벽)
 

수찬, 윤희, 각자의 집 앞에서 서로에게 한번 눈길을 던지고.


수찬 : (어서 들어가라는 표정)
윤희 : (보다가, 눈인사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7 씬. 윤희의 집 거실. (새벽)
 

윤희, 문에 기대서서 설레는 감정을 다독이는데.
선우, 자신의 방에서 하품하면서 나온다.


선우 : 또 술 펐냐? (대수롭지 않은 반응. 늘 있는 일이니까, 욕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아, 왜 그러고 섰어? 다리가 후들거려서 네 방도 못 찾아가겠냐?
윤희 : 내가 남자랑 있었을 거란 생각은 안해?
선우 : (하품하며) 그럼 경사 났네. (욕실로 들어가는)

 

 

#.8 씬. 예슬의 방. (새벽)
 

윤희, 들어오는. 예슬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잠이 들어있다.
윤희, 예슬 옆에 누워 두 손을 가슴에 모으는데. 떠오르는 수찬의 모습.


수찬 : 이젠 그만둬야죠. 윤희씨를 만났는데.....

윤희 : (아무리 생각해도 좋기만 하다. 베개를 껴안고, 킥킥거리는데)
예슬 : (눈 뜨고) 너무 마셨구나, 이모.

 

 

#.9 씬. 윤희의 집 앞. (아침)
 

윤희, 미희, 집에서 나오는.


미희 : 웬일이냐. 밤새 술 퍼먹고 들어와서 제 시간에 출근을 다 하고.
윤희 : .....
미희 : 왜 말할 기운도 없냐?
 

집에서 나오는 수찬.


수찬 : (인사하는)
미희 : 오늘은 아침부터 덥겠어요?
수찬 : 네, 그러네요. (윤희에게 은근한 시선을 던지고)
윤희 : (설레는 느낌으로, 미희 의식해서 눈길 피하고)
수찬 :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걸어가는)
미희 : 남자는 엉덩이가 저렇게 위로 탁 올라붙어야 해. 스타일이 살잖아, 스타일이.
윤희 : 언니?
미희 : 그지? 스타일 죽이지?
윤희 : 미안해.
미희 : (빤히 보는)
윤희 : 미안해.
미희 : (버럭) 너 또 내 카드 긁었지?

 

 

#.10 씬. 비서실. (아침)


미나, 윤희 책상 정리하고 있는데.
준석, 들어오는.
미나, 윤희, 인사하는데.


준석 : (무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미나 : 어떻게 됐어요? 어제 실장님이 모시고 간 일? 점수 많이 땄겠어요?
윤희 : ......

 

 

#.11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준석, 앉아있고. 노크 소리.


준석 : ......(신문만 보는)
 

윤희, 들어오는.


준석 : (신문만 보고 있는)
윤희 : 저......정말 죄송합니다. 고의로 그런 건 절대 아니구요. 저 나름으론.....
준석 : (신문만 보면서)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았는데 들어오는 건 무례 아닙니까?
윤희 : 다시는....
준석 : 나가보세요.
윤희 : (보다가, 다가오는)
준석 : (날카롭게 보는)
윤희 : (책상 위에 약병과 알약 내려놓는)
준석 : (?)
윤희 : 피로 회복제예요. 어제 저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 거 같아서.
준석 : 저 이런 거 안 먹습니다.
윤희 : 몸에 나쁜 거 아닌데.....
준석 : 그럼 정윤희씨 먹어요.
윤희 : 나가보겠습니다. (나가는)
준석 : (뭐야 저 여자, 약 보면서) 병 주고 약 주나.

 

 

#.12 씬. 비서실. (낮)
 

윤희, 자리에 앉는데, 

미나, 윤희의 표정을 살피고.


미나 : 뭐 안 좋은 소리 들었어요?
윤희 : 아니요. (울리는 핸드폰) 여보세요? 어머....

 

 

#.13 씬. 학교 교정. (낮)
 

수찬, 창가에 서서 핸드폰 중.


수찬 : 어제 윤희씨 잠든 사이에 제 핸드폰에 저장해뒀죠. 잘못 한 거예요? 

       (씩 웃고) 걱정 돼서요. 몸 많이 괴로울텐데, 근무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서....

       그럼 다행이구요. 퇴근하기 힘들면 전화해요. 데리러 갈 테니까.
      (영주, 걸어오는) 그럼. (전화 끊고)

 

 

#.14 씬. 비서실. (낮)


윤희 : (물끄러미 핸드폰 내려다보고 있는)
미나 : 남자 전화죠?
윤희 : (보는)
미나 : 좋은 사람?
윤희 : 그런 거 아니예요.
미나 : 뭐, 얼굴에 다 티나는데요.
윤희 : 티 나요?

 

 

#.15 씬. 교정. (낮)
 

수찬, 영주 걸어가는.


영주 : 연구 프로젝트 하나 잡아줄까 하는데.....
수찬 : (보고, 기분 좋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마.
영주 : 쉬운 걸로 잡아줘야 슬슬 하면서 연구비 챙길 수 있겠지?
수찬 : 자기가 너무 그러면.....
영주 : 우리 방학에 발리 갈까?
 

미스김 걸어오는.


수찬 : (미스김 의식하면서) 알겠습니다. 최대한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16 씬. 교정 일각. (낮)


미스김 : 집에 좀 다녀와야겠어요.
수찬 : 그래, 다녀와.
미스김 : 같이.
수찬 : (놀라서 보는) 나?
미스김 : 엄마가 아버지 환갑 전에 식 올려야 한다고 성화셔서.....
수찬 : (침 꿀꺽 삼키고) 식.
미스김 : 사위한테 잔 받아야 한다고.....
수찬 : 잔.
미스김 : 언제가 좋겠어요?
수찬 : 언제.
미스김 : 왜 그래요? 자꾸 내 말만 따라하고....
수찬 : 글쎄, 내가 왜 그럴까.

 

 

#.17 씬. 경찰서. (낮)
 

강형사, 메모지에 들여다보고 있는.


강형사 : 열일곱 살짜리 여고생은 아닌 거 같고.
김형사 : 그 할머니도 아니예요. 그 할머니가 살인 사건하고 관련 있으면 

          우리 엄마가 케네디 암살 사건 주모자죠.
강형사 : 그럼. 단명희.....이 여자 밖에 없는데.....모르는 사람이라고 딱 잡아떼니.
김형사 : 핸드폰 번호하곤 무관한 거 아닐까요?
강형사 : 아냐, 아냐. 직감이 그게 아니야.
김형사 : 왜요? 뭔가 이상한 게 있었어요?
강형사 : 없었지.
김형사 : 그런데 무슨 직감이요?
강형사 : 이상한 게 있어서 이상하면 그게 직감이냐. 이상한 게 없는데 이상하면 그게 직감인거지.
김형사 : 무슨 간장 공장 공장장이예요?

 

 

#.18 씬. 동네 길. (낮)
 

명희, 외출복 차림으로 집에서 나오는.
하니, 선우 목욕 가방 들고 걸어오는.


선우 : 아이고, 땀 좀 내니까 살만하네. 아니, 왜 이렇게 해마다 더 더워져.
하니 : 그게 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잖아요.
선우 : 새댁은 아는 거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어.
 

영재의 차, 다가와 멈추고. 영재, 과일 바구니 들고 내리는.


하니 : 어머, 자기. 이 시간에 왠일이야?
영재 : 어, 외근 나갔다가 자기 과일 먹고 싶다고 한 거 생각나서....
하니 : 퇴근할 때 사와도 되는데.....
영재 : 이 근처에 왔었거든.
선우 : 아이고, 새댁은 복도 많아.
하니 : (쌕 웃으며) 우리 엄마가 전 남편 복 하난 타고난 사주라고 그러더라구요.
명희 : (그 모습 지켜보며, 표정 그늘지는)

 

 

#.19 씬. 야외 장소. (낮)
 

명희,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서있는.


명희 : (결심한 듯, 수화기 들고 메모지 보면서 버튼 누르는)
 

공중전화 부스 창으로 햇빛이 부서지면서. 

돌아보며 쓸쓸하게 미소 짓는 수연의 얼굴이 짧게 스치는.


명희 : 안녕하셨어요? 저....미스 단입니다. 연수연이 죽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하필 그날이었을까요?

 

 

#.20 씬. 회의실. (낮)
 

준석, 간부사원1,2. 영재, 대식 등 앉아서 슬라이드 보고 있고.


희섭 : (슬라이드 넘기며 자료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윤희, 음료수 가져다 놓는.


희섭 : 지난달 매출이 예상치에서 차질을 빚은 것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안티 세력이 

       인터넷을 통해 불매 운동을 벌인 것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고 분석이 되고....

준석 : 사전에 방지할 시간이 충분 했던 거 아니었습니까?
희섭 :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준석 : 그렇다는 겁니까? 아닙니까?
희섭 : 그. 그렇습니다. 근데 초기 단계에서 차단할 시간을 놓쳤던 것이.....
준석 : 시간은 충분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그럼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희섭 : 아, 물론 그렇습니다.
준석 : 도대체 이런 보고를 왜 하는 겁니까?
희섭 : 네? 매주 보고회를 하는 건....
준석 : 현상황을 쭉 늘어놓는 게 무슨 보고회라는 겁니까? 

       대안책도 없고, 단지, 상황이 이렇다 저렇다 쭉 설명만 늘어놓는 건,

      시간 낭비 아닙니까? (일어나서 나가는)

 

 

#.21 씬. 회사 복도. (낮)
 

준석, 걸어가면, 윤희 급하게 쫓아가면서.


윤희 : 저기요, 실장님?
준석 : (눈길도 안주고 걸어가는)
윤희 : 사람들 앞에서 너무 무안을 주시는 건.....
준석 : (힐끗 보는)
윤희 : 변과장님 가장 연장자신데, 부하 직원들 앞에서 그렇게 무안을 주시면, 면도 안서고....
준석 :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윤희 : 회의 끝나고 조용히 단둘이 계실 때 다음부터는 좀 더 알찬 보고회를 하자, 뭐 그런 식으로.....
준석 : 주제넘다는 생각 안합니까?
윤희 : ......
준석 : (걸어가는)

 

 

#.22 씬. 회사 옥상. (낮)
 

희섭, 힘없이 앉아있는. 

윤희, 다가오는.


윤희 : (커피를 내밀고)
희섭 : (받는) 고마워.
윤희 : 원래 성격이 좀 그런가 봐요.
희섭 : 그런 말 들어도 싸지 뭐. 매주 하는 보고회라 이번엔 내 차례니까 시간만 때우자 뭐 그런 것도 사실이고.
윤희 : 인간이 말을 좀 재수 없게 하는 편이예요. 저한테도 얼마나 싸가지 없이 구는데요.
      얼마나 인간이 까칠하면 비서한테 차 심부름 한번을 안 시켜요. 

       제가 마음에 안든다고, 꼭 그런 식으로 티를 내야 하냐구요.
희섭 : 윤희씨 마음에 안들어 해?
윤희 : 그 인간이 누군 마음에 들어하나요? 솔직히요, 저만한 비서가 어디 있냐구요?
      아시잖아요? 회장님이 저 없으면 회사 생활 재미없어서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 하시던 거.
희섭 : 윤희씨를 참 많이 이뻐하셨지.
윤희 : 그러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부전자전이라는 말도 다 맞는 건 아닌가봐요.
희섭 : (웃는)
윤희 : 어, 과장님 위로 해드린다고 올라왔는데, 어째 제 자랑만하는 거 같네요. 

       제가 원래 내숭이 좀 안되잖아요?

 

 

#.23 씬. 준석의 집 거실. (낮)
 

한여사, 전화 중.


한여사 : 시간이야 내면 되는 거구. 자꾸 만나야 정도 들 거 아니냐.

 

 

#.24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전화중.


준석 : 그런 일은 제가 알아서.....(짜증스럽고) 알겠습니다. 그러죠. (전화 끊는)

 

 

#.25 씬. 회사 앞. (낮)
 

윤희, 걸어나오는. 클락션 소리.


윤희 : (보면. 수찬, 차창을 내린다.)
수찬 : 전화 하라니까, 말 참 안듣네요.
윤희 : (다가가는) 뭐 하러.....
수찬 : 숙취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사람 많은 버스에 시달리며 퇴근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윤희 : 언제부터 기다리신 거예요?
수찬 : 2시간 밖에 안됐어요.
윤희 : .....
수찬 : 안타요?
윤희 : (타는)
수찬 : (안전벨트 매주고)
윤희 : 엇갈리면 어쩌려구.
수찬 : 그러니까 2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잖아요? 근데 어쩌죠. 어디 좀 들렀다 가야 하는데......

 

 

#.26 씬. 학교 운동장. (낮)
 

수찬, 남학생들과 농구하는.
계단에 앉아 보고 있는 윤희.


수찬 : (E 뛰면서, 슬쩍 슬쩍 윤희를 보는) 폼 좀 나지? 원래 여자들이 이런 모습에 뻑이 간다.
 

골인하고, 세레모니 하고.


윤희 : (일어나서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남1 : 교수님 오늘 컨디션 너무 좋으신 거 아니예요?
수찬 : 내가 컨디션 안 좋은 날 있었냐?

 

 

#.27 씬. 학교 교정. (낮)
 

수찬, 윤희 차 옆으로 걸어가는.


윤희 : 학생들한테 인기 좋은 교수님이신가봐요?
수찬 : 어. 성공했네.
윤희 : (보면)
수찬 : 작전이었는데. 아까 골 넣은 것도 애들이 봐준 거예요. 윤희씨한테 점수 따라구.
윤희 : 설마. 너무 자연스럽던데.
수찬 : 피자 다섯판이나 돌렸는데, 그 정도 손발은 맞춰줘야죠.
윤희 : .....
수찬 : (E) 얘 감동 먹어서 울겠네.

 

 

#.28 씬. 레스토랑.
 

준석, 혜미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는.


혜미 : 맛있네요.
준석 : 네.
혜미 : .....
준석 : .....
혜미 : 분위기도 좋고.
준석 : .....
혜미 : .....
 

웨이터 다가와 빈 잔에 물을 따라주는데.
실수로 혜미의 옷에 물을 쏟는.


웨이터 : 죄송합니다.
혜미 : (기분이 상하지만, 애써 참고, 준석을 보면)
준석 : (식사만 하고 있는)
혜미 : 잠시 실례해야겠어요.
준석 : ......
혜미 : (일어나 걸어가는)
준석 : (무심하게 식사만 하는)

 

 

#.29 씬. 레스토랑 내 화장실.
 

혜미,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다가, 화가 나서 휴지를 구겨 던져버리는.

 

 

#.30 씬. 동네 길. (밤)
 

고사장, 차에서 내리고 있으면, 다가오는 혜미의 차.


혜미 : (차에서 내리는)
고사장 : 밥만 먹고 헤어진 거냐?
혜미 : 네.
 

나란히 걸으며.


고사장 : 대화는 좀 했고?
혜미 : (쓰게 웃는) 꽤 과묵한 성격이던데요.
고사장 : (미소 짓는) 연애 상대가 아니잖냐.
혜미 : 그래서 지루하다는 생각 안하려고 노력했어요.

 

 

#.31 씬. 고사장의 집. (밤)
 

영자, 소파에 앉아 통화 중.


영자 : 아니, 그 사람은 대체 왜 그런다니? 벌써 몇 번째야? 왜 한군데 진득하니 다니질 못하고 자꾸 때려치워.
      한 달 다니고, 일년 놀고, 두 달 다니고, 이년 놀고. 도대체 뭘 먹고 살겠다고 그러는 거냐구?
 

고사장, 혜미, 들어온다.


영자 : (두사람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열을 내며 통화 중) 정신 차리라고 해. 

       니 아버지 모르게 너한테 찔러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내가 딴 주머니 차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에서 니들 생활비 빼내는 게.....
고사장 : (톤 높여서) 뭐하는 거야?
영자 : (화들짝 놀라서, 수화기 내려놓고) 어, 언제 들어오셨어요?
고사장 : 당신 아직도 그 짓인가?
영자 : 아, 아니요. 그냥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만.....
고사장 : 다시 한번 걸리면 당신 짐싸야 한다고 했을텐데, 왜 정신을 못 차려. (화가 나서 들어가 버리는)

 

 

#.32 씬. 혜미의 방. (밤)
 

혜미, 옷을 갈아입고 있으면, 영자 침대에 앉아 훌쩍거리며.


영자 : 낸들 좋아서 그러겠냐구. 애는 셋씩이나 되지, 

       박서방인가 뭔가 하는 종자는 허구헌날 직장은 때려치우고 카드빚만 늘리지.
혜미 : 언니더러 그런 결혼 하라고 등 떠민 사람 없잖아요.

      엄마, 아버지 가슴에 못 박고 한 결혼이면 조용히라도 살아줘야지, 왜 그런데요?
영자 : 그러니까. 부모가 죽자고 말린 결혼해서 잘되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없다.
      연애질하다가 애 뱄다고 했을 때, 내가 오죽하면 떼자고 했겠니.
혜미 : 알아서들 살라고 하세요.
영자 : 그래도 새낀데, 손주놈들이 우유 값도 없어서 굶는다는데.....
혜미 : 언니가 선택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책임도 언니더러 지라고 하세요.
영자 : 넌 어떻게 말하는 게 네 아버지랑.....
혜미 : 저 쉬어야 해요.
영자 : 준석군하고 데이트는 잘 한 거야? 남들이 정략결혼이니 뭐니 입방아 쪄도 넌 딴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부모가 정해주는 결혼이.....
혜미 : 저 딴 생각 안하니까 걱정 마시고, 내려가세요.

 

 

#.33 씬. 희섭의 집 거실. (밤)
 

보경, 통장 보면서 뭔가를 열심히 적는.
영이 텔레비전으로 연결한 게임하면서 헤드폰 쓰고.


영 : 예슬아 살살 좀 해.
보경 : 그만 좀 하고 공부하라니까.
영 : 딱 이거 한판만 하고. 예슬이하고 한판만 하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희섭, 욕실에서 씻고 나오는.


보경 : 왜 10만원이 비어?
희섭 : 오늘 미스터 최, 어머님 진갑이라서....
보경 : 무슨 축의금을 10만원이나 내?
희섭 : 홀어머니시고, 워낙 고생하시면서 자식 일곱을 키운 양반이라 그냥 좀 넉넉하고 드리고 싶더라구.
보경 : 무슨 오지랖이야? 당신이 그러면 애들 레슨비는 어떻게 대라구?
희섭 : 내가 매일 그러냐? 어쩌다 한번인데.....
보경 : 이번 달부턴 선이 레슨 하나 더 받아야 한단 말이야. 

       대학 교수님한테 특별 레슨 받기로 했는데 레슨비가 얼만지 당신이 알기나 해?
희섭 : 그런 걸 꼭 벌써부터 받아야 하나.
보경 : 당신 아버지 맞아? (영에게 버럭) 그거 그만 좀 하라니까.

 

 

#.34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덕길, 김치꺼리 다듬고 앉아있는.
예슬, 게임하고 있는, 그 옆에 턱 받치고 앉아있는 고니.


예슬 : (해드폰 끼고) 얘, 게임 중간에 그런 법이 어딨어? 너 그럼 기권 패야. 내일 스티카 다섯 장 주는 거다.
고니 : 아부지, 이거 참말로 신기혀요.
덕길 : 그라지, 신기허네.
 

고니와 예슬이 게임하고.


선우 : 요즘은 별스러운 게 다 있다니까. 아, 이제 그만 해. 내가 한다니까 그러네.
덕길 : 저녁도 얻어 먹었는디 뭣이라도 혀야죠.
선우 : 수제비 한 그릇 얻어먹고 일 너무 부려먹는 거 같아서 그렇지.

       근데 사내가 손이 어찌 그리 여물어.
덕길 : 아들 놈 하나 데리고 살림혀다보니 그리 되부렀네요. 

       고향서도 웬만한 아줌씨들은 지한테 명함도 못 내밀었구만요.
선우 : 그랬겠어.
덕길 : 근디 따님분들은 맨날 늦으시나 보요잉?
선우 : 큰 건 돈 버느라 그렇고, 작은 건 허구헌 날 술 퍼먹느라 그렇지 뭐.
덕길 : 윤희씨는 술 쪼까 하는 편인가봐요? 캄보디아에서 본께롱 술은 큰 따님이 더 잘하시는 거 같던디.
선우 : 큰 건 오랜만에 외국 나가니까 마음 놓고 좀 마신 걸 거구. 작은 건 인생 자체가 고주망태고.
덕길 :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성격 나쁜 사람 없다든디. 

       여잔 뭐니 뭐니 혀도 성격이 좋아야 하는 것인디.
선우 : 그럼 중매를 좀 서든지.
덕길 : 야? 지가요. 저 겉은 촌놈이 워디 아는 사람이 있어부러야죠.
선우 : 아이구 있다고 해도 내가 덜컥 내놓기가 그래, 그 물건은. 

       에프터 서비스 해달라고 하면 골치 아프잖아?
덕길 : 에프터 서비스요?
선우 : 나의 유머야, 유머.
덕길 : 아, 유머. 워쩐지 좀 웃기더라구요잉. (허허거리고 웃는)
 

들어오는 미희.


미희 : 엄마 왔다, 다녀왔어요?
예슬 : 엄마.
 

고니 인사하고.


선우 : 지금 오니? 저녁은?
미희 : 시간이 몇 신데.....(덕길 보고)
덕길 : 저녁 얻어먹고 눌러 앉아버렀습니다.
미희 : 아, 네.
선우 : 자 맛 좀 봐. (김치 버무린 거 덕길의 입에 넣어주는)
덕길 : 워매, 맛이 지대룬디요. 맛 쪼까 보쑈.
미희 : 아니, 됐어요.
덕길 : 맛 좀 보시라니께요. 아주 죽여요. (김치 손으로 덥썩 들고 미희의 입에 넣어주는)
미희 : 아, 아니.....(입에 들어온 김치)
 


#.35 씬. 윤희의 집 부엌. (밤)
 

선우, 김치 통에 담고 있고, 미희 식탁에 앉아있는.


선우 : 색시만 하나 있으면 딱일텐데. 살림 솜씨하며 성격하며 뭐 하나 나무랄 게 없는데.
미희 : 돈이 없잖아.
선우 : 돈이야 있다가도 없는 거구, 없다가도 있는 거구.
미희 : 엄마, 설마.....
선우 : (보면)
미희 : 양씨한테 마음.....
선우 : 뭐?
미희 : 새 아버지론 너무 젊지 않나?
선우 : 매. 친. 년.

 

 

#.36 씬. 동네 길. (밤)
 

차에서 내리는 수찬과 윤희.


수찬 : (윤희의 머리칼에서 뭔가를 떼어주는)
윤희 : 뭐 붙었어요?
수찬 : 아니요. 컨셉이예요.
윤희 : (피식 웃고)
수찬 : 속으로 제비 짓이 몸에 뱄다고 생각했죠?
윤희 : 육교 위에 돗자리 하나 피셔도 되겠어요.
수찬 : 윤희씨한테만입니다. 앞으론 윤희씨한테만 이럴 겁니다.
윤희 : .....


 

#.37 씬. 수찬의 집 거실. (밤)
 

수찬, 기분 좋아 들어오는.


수찬 : 네가 센 척 해 봤자지.
 

연속극 보며, 훌쩍이고 있는 덕길. 빨래 개면서.


수찬 : 참 여러 가지 한다, 형도.
덕길 : 지금 와부냐.
수찬 : (들어가려고 하면)
덕길 : 고니 자나 쪼까 들여다봐라.
수찬 : 자면 자는 거지 뭘 들여다 봐.
덕길 : 이불 걷어차고 자나 한번 들여다봐 주랑께.
수찬 : 여러 가지 시키네. (고니 방으로 들어가면)
덕길 : (묘한 느낌으로)

 

 

#.38 씬. 덕길의 방. (밤)


고니, 배 내놓고 자고 있는. 

수찬, 이불 덮어주는.


수찬 : 근데 형.
덕길 : (E) 와?
수찬 : 얘 엄만 누구야?

 

 

#.39 씬. 수찬의 집 거실. (밤)


덕길 : (빨래 개던 손 멈추면서) 있어.
수찬 : (E) 하늘에서 떨어진 거 아니면 있기야 있겠지. 그러니까 누구냐구?
덕길 : 워떤 여자.
수찬 : (나오면서) 내가 어떤 남잘까 봐 묻겠어?
덕길 : 난중에 말해줄껴.
수찬 : 비싸게 구네. (자기 방으로 들어가면)
덕길 : (혼잣말로) 그려, 이 나쁜 놈아. 비싸게 군다.

 

 

#.40 씬. 미희의 방. (밤)
 

미희, 호화롭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공주풍으로.
미희, 침대에 누워있고, 윤희 얼굴에 오이 붙여주고 있는.


미희 : 너 왜 이러냐? 불안하게.
윤희 : 뭘?
미희 : 수상해.


선우, 약사발 들고 들어오는.


선우 : 이거 먹고 붙여.
미희 : 뭔데?
선우 : 양씨가 고향에서 가져온 오가피물 끓인 거야.
미희 : 야반도주하면서 겨우 챙긴 게 오가피래.
선우 : 그래도 아끼던 거 우리한테 주는 거 봐라. 마음 씀씀이가.
미희 : (일어나 마시면서) 엄마, 양씨 너무 좋아하신다.
선우 : 저, 저. 또....
미희 : 너 정말 수상해?
윤희 : 뭘?
미희 : 왜 언니만 주냐고 한바탕 할 타임인데 왜 조용하냐구?
윤희 : 언니 다 먹어.
미희 : 수상하지 엄마?
선우 : 너 또 언니 카드 긁었냐?
윤희 : 아니야, 그런 거.
미희 : 진짜 수상해. 근데 왜 이렇게 출출하지. 엄마, 오징어 없나?
선우 : 다 먹었는데.
윤희 : 내가 사올게.
선우 : 진짜 수상하긴 하네.
미희 : (동시에) 진짜 수상하다니까.

 

 

#.41 씬. 동네 길. (밤)
 

윤희, 츄리닝 차림으로(무릎 툭 튀어나온) 오징어 사들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수찬, 마당에서 아령 들고 있는.


수찬 : 어디 다녀와요?
윤희 : 언니가 오징어 먹고 싶다고 해서요.
수찬 : 착한 동생이다.
윤희 : 그냥 좀 미안해서요. 나중에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할 거 같아서....
수찬 : (E 미소 지으며) 네가 받을 충격은.
 

그 모습 찰칵 하는 소리로.

 

 

#.42 씬. 비서실. (낮)
 

고사장 준석 걸어오는.


고사장 : 자네가 부임하고 나서 일 진행이 빨라졌어. 

          (서류 주면서) 부서 단합 회식이 있다던데. 참석 안한다고 했다면서?
준석 : 네.
고사장 : 직원들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부서장이 참석을 해줘야지. 

          (윤희와 미나 보면서) 자네들도 가지. 비서들은 회식 자리 끼는 일도 드문데.
 

윤희, 미나, 동시에, 네 하고 대답하는.

 

 

#.43 씬. 음식점.
 

준석, 윤희, 희섭, 영재, 대식, 미나, 등등의 직원들 고기 먹고 있는.


윤희 : (준석의 옆 자리에 앉아 참으로 열심히도 먹는다) 이 집 고기 정말 맛있다. 그지? 미나씨?
미나 : 네? 네.
윤희 : (준석 보고) 안 드세요?
준석 : .....(먹는둥 마는둥)
윤희 : (쌈까지 싸서 준석에게 내미는) 좀 들어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대식 : 역시 비서분이라 열심히 챙겨드리네.
준석 : (무시하고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는)
윤희 : (무안하고) 고기 안 좋아하시나보다.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44 씬. 단란주점 정도.
 

준석, 물만 마시고 있는.
대식, 준석에게 잔을 내밀며.


희섭 : 실장님, 한잔 받으시죠.
준석 : 전, 술 안합니다.
희섭 : 아, 네. (무안해서 앉고. 준석으로 인해 썰렁한 분위기)
윤희 : (무안한 희섭을 위해서) 저, 실장님, 노래 한 곡 하세요. 실장님이 선창을 하셔야 다들 하죠.
 

일제히 네, 그러세요, 하면서 박수 치는.


준석 : 전 노래 못합니다.
 

다시 분위기 썰렁해지고.


윤희 : (진짜 못마땅하고)
 

다들 멀뚱히 천정만 보고 있는.


윤희 : (벌떡 일어서며) 그럼 제가 한 곡 할게요.
 

다들, 그래요, 하면서 등 떠미는 분위기.


윤희 : (앞으로 나가, 마이크 잡고) 아, 아, 마이크 실험 중.
대식 : 역시 우리 정윤희씨가 분위기 메이커라니까. 회장님이 달리 정윤희씨를 총애 하신 게 아니라니까요.
윤희 : (요란한 노래. 안무까지 곁들여서. 다들 분위기 띄워보려고, 박수 치고)
준석 : (일어서는)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시, 썰렁해지는 분위기.

 

 

#.45 씬. 단란 주점 앞 주차장. (밤)
 

준석, 나와서 차문을 열려고 하는데.


윤희 : (E) 저기요.
준석 : (돌아보면)
윤희 : (술기운도 있겠다, 용기 좀 내서) 너무 하시는 건 아세요?
준석 : .....
윤희 : 이러시는 건 아니죠.
준석 : 지금 주정하는 겁니까?
윤희 : 회장님두요. 전체 단합 대회 같은 거 있을 땐, 제일 먼저 눈물 젖은 두만강 부르시면서 

       분위기 띄워주고 그러셨거든요.
준석 : 그런데요?
윤희 : 아버님을 반이라도 따라가려면....
준석 : 그럴 생각 없습니다. (차문 열려고 하는데)
윤희 : 진짜 재수 없는 거 아세요?
준석 : (보고) 댁이 진짜 웃기는 건 압니까?
윤희 : .....
준석 : (차타고 떠나버리는)
 

희섭, 영재, 대식 나오는.


윤희 : 아니, 왜들 나오세요? 우리끼리라도 놀다 가요.
대식 : 기분이 나야 놀지. 난 소화제라도 사먹어야겠어요. 고기 먹고 체해보긴 처음이네.
희섭 : 그런 자리 익숙치 않으신 거 같드만.
대식 : 아, 과장님은 그러지 좀 마세요. 저게 안하무인이지.
희섭 : 나야 원래 비굴이 전공이잖나. (쓸쓸하게 걸어가는)
대식 : 아, 진짜.
영재 : (씩 웃으며) 목이 오늘 내일 하는데, 비굴 안하고 베기겠어.
대식 : 그래도 그렇죠. 같은 월급쟁이지만 보고 있으면 열불이 나서......

 

 

#.46 씬. 버스 내. (밤)
 

승객이 거의 없는 버스. 
뒷자리에 윤희, 희섭, 나란히 앉아있다.


윤희 : (숙취 해소제 건네는)
희섭 : 술도 안마셨는데 뭘.
윤희 : 그래도 드세요.
희섭 : 그럴까. (마시는)
윤희 : 기운 내세요.
희섭 : 내야지. 아직 애들 대학도 못 보냈는데.
윤희 : (그런 희섭이 안쓰럽고)
 


#.47 씬. 회사 전경. (낮)

 

 

#.48 씬. 비서실. (낮)


윤희 : (핸드폰 중) 실장님, 지방 시찰 가셨는데 왜? 뭐? 아, 진짜....

        (아니지) 알았어, 갈게. (전화 끊고) 나, 실장님 오늘 안 들오시니까 먼저 좀 갈게.
미나 : 무슨 일 있어요?

 

 

#.49 씬. 학교 전경. (낮)
 

점심 벨소리.

 

 

#.50 씬. 교실. (낮)
 

윤희, 엄마들과 급식하고 있는.

고니, 영, 예슬이 식판에 점심 받고 있는.


윤희 : (예슬에게) 엄마한테 이모 열심히 했다고 꼭 말해줘.
예슬 : 이모, 또 엄마 카드 긁었어?
윤희 : (아, 진짜)

 

 

#.51 씬. 식당. (낮)
 

윤희, 엄마들과 설거지 하고 있는.

 

 

#.52 씬. 동네 길. (낮)
 

덕길, 급하게 수찬을 끌고 나오는.


수찬 : 아, 왜 애 학교는 같이 가자고 난리야?
덕길 : 선상님이 오라시잖냐?
수찬 : 그러니까 혼자 가라구.
덕길 : 노는 차 뒀다 국 끓여 먹어야?

 

 

#.53 씬. 초등학교 교정. (낮)
 

수찬, 덕길, 고개 숙인 고니와 나란히 걸어오는.


수찬 : 야, 그건 진짜 촌스러운 거야. 쌍팔년도도 아니고 여자애 치마 가지고 아이스케키 하는 게 말이 되냐?
고니 : 우리 동네에선 하는 거란 말이여요.
수찬 : 지역이 틀리잖아, 지역이.
 

걸어오는 윤희.


수찬 : 윤희씨?
윤희 : 어머, 웬일들이세요?

 

 

#.54 씬. 길. (낮)
 

운전하는 수찬, 그 옆에 덕길 앉아있고, 뒷좌석에 고니, 윤희 앉아있는.


덕길 : 워쩌케 이모가 그런 일꺼정 해주신대요? 

        윤희씨 착한 건 알았지만, 보면 볼수록 천사가 따로 없당께요.
윤희 : 앞으로 학부모 될 텐데 미리 연습해두는 거죠 뭐.
덕길 : (화색이 만면해서) 야아...
수찬 : 반성 많이 했냐? 양고니.
고니 : 야.
덕길 : 그려, 넌 반성 좀 해야 혀, 그런 것은 선상님 안볼 때 혀부러야지.
수찬 : (덕길을 보고)
덕길 : 인생은 타이밍이여, 타이밍.
고니 : 선상님 안볼 때 혔단 말이라. 그 가이내가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서 그란 것이지.
덕길 : 아니, 갸는 쪼잔허게 뭐 그런 걸 가지고 일러쌌는디야.
수찬 : 형, 지금 뭐해?

 

 

#.55 씬. 수찬의 집 거실. (낮)
 

고니, 고개 숙이고 앉아있고, 그 앞에 앉아있는 수찬.


덕길 : (걸레질 하면서) 임마, 너 땜시 걸레질 허다 뛰어갔다.
수찬 : 내가 인생 선배로써 충고하는데. 여자들 관심은 절대 그런 식으로 끌 수 없거든.
고니 : (고개 드는)
수찬 : 남자는 말이다. 인생의 목표가 중요한 거야. 목표가 없으면 방향을 못 찾거든.
고니 : 아저씬 인생 목표가 뭐신데유?
수찬 : 나? 난 좀 소박한 편인데. 내 앞의 여자가 원하는 남자가 되어준다.
고니 : .....
덕길 : (뭐야 저 인간)
수찬 : 남자 인생 큰 야망 중요하지. 근데 말이다, 꿈만 크고 실천이 없으면 그거 공허한거든.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매진할 때.....
덕길 : 내 앞에 앙근 여자가 원허는 남자가 되어준다로 매진허는 것이 너으 인생 목표라고라.
수찬 : 형은 인생 강의 하는데 좀 빠져 있어. 어떠냐? 뭐 좀 알아듣겠냐?
고니 : 멋있는 거 같은디요.
덕길 : (어라)
수찬 : 무엇보다 중요한 게 여자의 마음을 먼저 읽어내는 거야. 

        치마 아이스케키 해주길 바라는 여자애가 있을 거 같냐?
고니 : 없을 거 같어라.
수찬 : 그래, 강의 순조롭게 진행 된다. 그러니까....
덕길 : 넌 누구 아들을 시방 제비로 만들겠다는 거여 뭐여?
고니 : 아저씨? 제비여라? 대학 교수님 아니여라?

 

 

#.56 씬. 동네 길. (낮) 
 

예슬, 영 학원 가방 들고 가는. 
고니, 예슬의 가방을 나꿔채는.


예슬 : 엄마야.
고니 : 들어줄랑게.
영 : 넌 학원도 안다니잖아?
고니 : 학원 앞까지 가방만 들어다주고 올꺼구먼.
예슬 : 왜?
고니 : 그냥 나으 마음이 그랴. 너가 더운 데 힘들게 가방 들고 가는 게 싫어부러.
예슬 : (흐뭇하고) 그럼, 그러든지.
영 : 니끼한 자식.

 

 

#.57 씬. 수찬의 집 부엌. (낮)
 

수찬, 덕길 라면 먹고 있는.


덕길 : 니 아들이면 인생 목표를 제비로 정해주것냐?
수찬 : 또 모르잖아, 고니 저 놈이 그 쪽으로 탁월한 재능이 있을지.
덕길 : 그니까 니 아들이면 그 재능을 키워주겠냐고라?
수찬 : 그건 모르지. 아들이 없으니까. 하지만 애들 재능은 살려줘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야.
덕길 : 개똥철학하고 자빠져붓네.
수찬 : 아, 라면에 계란 좀 넣지.
덕길 : 야. 너으 생각은 어떠냐?
수찬 : 뭐가.
덕길 : 아까 윤희씨 그 말. 학부형 되는 연습 현다는 거 말이시.
수찬 : 그게 뭐?
덕길 : 아무래도 우리 고니를 염두에 두고 허는 말 겉지 않더냐고? 

        요사이 윤희씨가 나를 보는 눈도 심상치가 않아불고.....
수찬 : 난 그렇게 보는 형 눈이 더 심상치 않네.

 

 

#.58 씬. 동네 길. (낮)
 

명희, 외출 하려고 나오는. 마당에서 보는 선우.


선우 : 요즘 자주 나가네. 통 외출할 줄 모르드만?
명희 : 네.
선우 : 산달이 언제야?
명희 : 아직 두 달 남았어요.
선우 :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신랑더러 막 사달라고 그래.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낳으면 애기 눈이 작아.
        왜 그 집 신랑은 통 손에 뭘 들고 들어오는 걸 볼 수가 없어.
명희 : .....(걸어가는)

 

 

#.59 씬. 편의점 내. (낮)
 

명희, 택배 물건을 받고 있는. 노란색 서류 봉투.
나와서 열어보면, 작은 열쇠 하나가 들어있다. 메모지와.

 

 

#.60 씬. 전철 역 내.
 

명희 긴장한 모습으로 사물함 앞으로 다가가는. 

번호를 확인하고. 열면, 가방 하나가 들어있다.

 

 

#.61 씬. 전철역 내 화장실
 

명희, 변기에 앉아, 숨을 가라앉히고, 

가방 자크를 열면, 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가득하다.

 

 

#.62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수찬, 나무를 심고 있는. 

선우, 윤희 그 옆에서 보고 있는.


선우 : 매번 이렇게 신경을 써주니 고마워서 어쩐대.
수찬 : (발로 밟고) 품종이 튼튼해서 금방 뿌리를 내릴 겁니다.
선우 : 전문가가 해줬는데 어련하려구.
수찬 : 전 그럼 가보겠습니다.
선우 : 왜? 시원한 냉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지.
수찬 : 아닙니다. 논문 쓸게 있어서요.
선우 : 교수님들은 방학 때도 마냥 놀기만 하면 안 되나봐.
수찬 : 네. 그럼 학생들이 금방 알아채죠. 날나리라는 거. (나가는)
선우 : 아이고 누구네 사위가 될지 배 아파서 어쩌나.
윤희 : 엄마 사위 삼아.
선우 : (화들짝) 왜, 네 언니하고 잘 되가는 거 같디?

 

 

#.63 씬. 미희의 방. (낮)
 

윤희, 미희 옷 다림질 하고 있는. 현관 문 열리는 소리.


선우 : (E) 오늘은 빠르다.
미희 : (E) 그런 날도 있어야지. 
 

들어오는 미희.


미희 : 너 뭐하니? 지금?
윤희 : 언니 옷 다림질하잖아.
미희 : 엄마? 
 

선우, 들어오는.


선우 : 왜?
미희 : 얘 내일 병원 가서 종합 검진 좀 받아봐. 사람이 죽을 때 되면 변한다잖아.

 

 

#.64 씬. 마을 일각. (낮)
 

미희, 수찬 마주 서있는. 

그 모습을 숨어서 보고 있는 윤희.


미희 : (선물 상자 내밀면서) 진작 드렸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생일 선물이예요.
수찬 : 아니, 뭐 이런 걸.....
미희 :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수찬 : (열어보면, 라이터다)
미희 : 저.....수찬씨 인생에.....불꽃처럼 타오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봤어요.
수찬 : .....
윤희 : (혼잣말로) 미치겠다, 정말.

 

 

#.65 씬. 수찬의 집 거실. (낮)
 

라이터 찰칵거리며 들어오는 수찬.


수찬 : 돈 좀 줬겠네. 담배도 안 피는 사람한테 생각 진짜 없다.
 

고니와 얘기 중인 덕길.


덕길 : 야, 야 그것이 그것이 아니제.
고니 : 지가 보기엔 그거랑께요. 아부지를 좀 봐요. 마누라 없지라?
덕길 : 있긴 있었지, 도망가서 그렇지.
고니 : 그것이 더 나빠불죠잉.
덕길 : (할 말 없고)
고니 : 근디 아저씨를 보셔요. 생일날 죄다 여자들루다 선물이며 꽃바구니며 보내는 거 봤지라?
덕길 : 야, 그거야.
고니 : 지도 눈이 있어라, 아부지. 워떤 게 좋은 건지는 안다니께요.
수찬 : 형, 다행이야. 애가 똘똘하네, 아버지 안 닮아서. (핸드폰 문자 메시지 소리)
 

문자. 뒷산에서 봐요. 정윤희.


수찬 : (픽 웃으며) 간첩 접선 하냐.

 

 

#.66 씬. 뒷산. (낮)
 

윤희, 서있고, 다가오는 수찬.


윤희 : (돌아보는)
수찬 :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왜 그래요? 안 좋은 일 있는 거예요?
윤희 : .....
수찬 : 윤희씨?
윤희 : 언니한테 미안해서 안 되겠어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충격이야 좀 받겠지만......
수찬 : 그 전에 다녀올 곳이 있어요.

 

 

#.67 씬. 동네 길. (낮)
 

선우, 마당에서 빨래 걷는데, 들어오는 택시.
택시에서 내리는 명희.
기사 내려서 트렁크에서 과일 상자며, 쇼핑백 등을 내려주는.


선우 : 쇼핑 했나봐?
명희 : 네.
선우 : 생전 택시 탈 줄 모르더니 웬일이래?
명희 : ......

 

 

#.68 씬. 윤희의 집 부엌. (낮)
 

선우, 윤희, 미희, 예슬 식사하고 있는.


윤희 : (생선을 살을 발라서 미희 밥 위에 올려놔주는)
미희 : 너 그러지 마. 자꾸 등골 오싹하다.
선우 : 난 머리칼이 자꾸 곤두선다. 회사에서 종합 검진 같은 거 했냐?
윤희 : 그런 거 아니라니까 진짜 왜들 그래.
예슬 : 이모?
윤희 : 왜?
예슬 : 나도 좀 무서워. 공포 영화 보면 그런 거 있잖아. 얼굴은 같은데 영혼이 바뀌고 뭐 그러는 거.

 

 

#.69 씬. 예슬의 방. (밤)
 

예슬 잠들어 있고, 윤희 그 옆에 누워있는.
떠오르는 뒷산에서의 수찬의 모습.


수찬 : 그 사람한테 가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 사람한테 윤희씨를 보여줘야 할 거 같아서..이제 잊어도 되겠냐고..
윤희 : 가여운 사람.....

 

 

#.70 씬. 명희의 집 침실. (밤)
 

대식, 잠들어 있으면, 옆에 누웠던 명희 살며시 일어나 나가는.
 


#.71 씬. 명희의 집 다용도 실. (밤)
 

명희, 들어와서 감춰뒀던 상자 열고 멜론을 꺼내, 칼로 잘라 입에 넣는다.
초췌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커피숍에 앉아있는 수연의 모습이 얼핏 스쳐가고.


명희 :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멜론을 입에 넣는다)

 

 

#.72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윤희, 집에서 나오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수찬의 집 마당 평상에 팔베게 하고 누워있던 덕길.


덕길 : (일어나 앉으며) 아니, 와 안 주무시구요잉?
윤희 : 그냥 잠이 안와서요.
덕길 : 아, 네, 지도 그런디. 우린 이래 저래 잘 통하는 거 겉어요잉? 이리 와부러요, 여기 시원혀요.
윤희 : (걸어가 앉는) 백교수님은 주무시나봐요?
덕길 : 갼 더워도 잘만 잔당께요.
윤희 : 네.
덕길 : (옆에 있던 종이부채로 부채질 해주는)
윤희 : 고마워요.
덕길 : 고맙긴요. 지는요, 윤희씨. 참 사람 인연이 묘하다 그런 생각이 들구만이라.

        윤희씨허고 캄보디아에서 그러고롬 만난 것도 인연인디 

        이러고롬 같은 동네에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어라.
윤희 : (딴 생각에 빠져서) 그러게요. 사람 인연이 참 묘해요. 

        캄보디아에서 그렇게 엮였는데.....어쩌다보니.....
덕길 : (순간 표정 흔들리고) 워쩌다보니... 뭔 말씀이인게라?
윤희 : (볼 붉어지며 고개 숙이고)
덕길 : (맞아, 내 느낌이, 볼 붉어지는) 지 지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는디.....
윤희 : 참.
덕길 : (보고)
윤희 : 덕길씨도 아는 사람이겠네요? 백교수님 첫사랑?

 

 

#.73 씬. 회사 앞. (낮)
 

수찬, 룸밀러 보면서 머리 매만지고.


수찬 : 오늘 무릎 한번 꿇자, 정윤희. (여자 버전으로) 사랑해요, 수찬씨. 

        (남자 버전으로) 미안해, 윤희. 나한테 사랑은 게임이야.
        (혼자 좋아라 하는데, 걸어오는 윤희의 모습이 보이고 얼른 표정 가다듬고, 내려서 차 문 열어주는)
윤희 : (무심한 표정으로 차에 오르는)
수찬 : (얼른 차에 타서 안전밸트 매주고, 윤희의 표정을 살피는)
윤희 : (무표정)
수찬 : 긴장 했나봐요?
윤희 : ......
수찬 : 나도 그래요. 누군가와 같이 그 사람한테 가는 건 처음이라서.....

 

 

#.74 씬. 공원묘지. (낮)
 

수찬, 꽃다발을 들고 앞서 걸어가는. 

윤희 무표정으로 뒤를 따르는.


수찬 : (어느 묘지 앞에 서는)
윤희 : (그 옆에 서고)
수찬 : (꽃다발을 놓고, 잠시 눈을 감는)
 

공원 관리원 남자(중년, 관리 모자 정도 쓰고) 조금 떨어진 묘지 벌초 하면서.


남자 : 아따 재주 좋네. 또 다른 여자네.
윤희 : .....
수찬 : 나 왔어? 잘 있는 거지?
윤희 : .....
수찬 : 나 다시 시작한다는 말 하려고 왔어. 이 사람이야. 날 지옥에서 건져준 사람이......
윤희 : ......
수찬 : (돌아서서 윤희의 손을 잡는) 고마워요. 내 인생에 들어와 줘서.....
윤희 : 넌 이제부터 지옥이야. 이 제비 새끼야. (주먹을 사정없이 날리는)
수찬 : (무방비로 맞고 푹 넘어가는) 유....윤희씨.
윤희 : 뭐 첫사랑? 첫사랑이 죽었어?
수찬 : 왜.....왜 이래요? 윤희씨?
윤희 : 댁 고향에 죽은 사람이 20년 동안 한명도 없다는데. 야, 진짜 장수마을이다. 어떻게 20년 동안 초상이 안 나냐.
수찬 : 아. 덕길형..... (일어나는)
윤희 : 나 꼬셔서 뭐하게? 나 돈 없거든. 꼬시라는 언니는 안 꼬시고, 이건 또 무슨 수작인데?
수찬 : 밸이 꼬여서 그랬다. 됐냐? 

        별 것도 아닌 너한테 제비 소리 듣는 거 밸이 꼴려서 작정하고 그랬다. 됐냐구?
윤희 : 난 그것도 모르고.....
수찬 : 혹 했지? 가슴이 설레서 죽겠었지? 

        그러게 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냐구? 나 너 때문에 생니도 뽑은 사람이야.
윤희 : 나쁜 놈.....(돌아서서 걸어가는)
수찬 : (풀 죽은 윤희의 모습이 조금 안됐기도 하고)

 

 

#.75 씬. 야외 길. (낮)
 

터벅터벅 걸어가는 윤희.
수찬, 옆으로 차 운전하면서.


수찬 : 타. 일사병 걸려.
윤희 : ......
수찬 : 타라니까.
윤희 : ......

 

 

#.76 씬. 길. (낮)
 

운전하는 수찬, 그 옆에 윤희.


수찬 : 서로 비긴 걸로 합시다. 난 생니 하나 뽑고, 댁은 속 한번 뒤집어진 걸로.
윤희 : 난 댁 때문에.....언니한테 얼마나 미안.....아 됐어요.
수찬 : 근데 ....뭐 격투기 같은 거 했어요?

 

 

#.77 씬. 고속도로 정유소. (낮)
 

수찬, 차 멈추고 주유하고 있는. 그 옆에 윤희.


직원 : 다 됐습니다.
수찬 : 네.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하는데 없다) 아. (인상 구겨지고)
윤희 : (보면)
수찬 : 아까 댁한테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지갑이 빠진 모양이네.
윤희 : (진짜 여러 가지 한다. 가방에서 지갑 꺼내 카드 주는)
수찬 : 저.....배 안 고파요?

 

 

#.78 씬. 고속도로 휴게소. (낮)
 

수찬, 우동 먹고 있는. 윤희 반찬 골고루 놓인 밥 먹고 있는.


수찬 : (흘겨보면서) 이왕 사주는 거.
윤희 : 구구로 드시죠.
수찬 : 감자 하나만 더 사주면 안 되나?

 

 

#.79 씬. 휴게소 밖. (낮)
 

수찬, 윤희 나란히 앉아 감자 먹고 있는.
윤희만 음료수 들고 있는.


수찬 : 아니, 내가 먹자고 했는데 자기가 더 먹네.
윤희 : 내가 원래 열 받으면 좀 먹는 습관이 있어요. 속이 허해서.
수찬 : 목메는데 그것 좀 같이.....
윤희 : 저기 물 따라 먹어요.
수찬 : 치사해서 정말.
 


#.80 씬. 레스토랑.
 

혜미, 준석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는.
멀리 서있는 직원1,2.


직원1 : 진짜 재들 말 없지?
직원2 : 난 재들 물 따라주면서도 하품이 나와. 어, 어, 여자애 입 연다.
혜미 : 준석씨는 취미가?
준석 : 없습니다.
혜미 : ......
준석 : (식사만 하는)
혜미 : (꾹 참는) 진짜 말씀이 참 없으세요.
준석 : 네.
 

다시 침묵. 

직원1, 2 한심하다는 느낌으로 두 사람을 보는.

 

 

#.81 씬. 동네 길. (밤)
 

수찬의 차에서 내리는 윤희, 수찬.
다가와 멈추는 혜미의 차.


수찬 : (인사하는)
윤희 : 저기요?
혜미 : 네?
윤희 : 정말 아니예요?
혜미 : 뭐가요?
윤희 : 캄보디아?
혜미 : 정말 왜 그러세요? 아니라고 했는데.
윤희 : 난요. (수찬 보면서) 거짓말 하는 인간들이 정말 싫거든요. (걸어가 버리는)
수찬 : (혜미 옆으로 다가오는) 이해하세요. 오늘 열 받는 일이 좀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혜미 : 두 분이 친하신가 봐요? 차도 같이 타시고.
수찬 : 너무 친해서 웬수 지간이죠.

 

 

#.82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미희, 예슬 코메디 프로 보며 웃고 있는.
윤희, 들어오는.


선우 : (미희에게 약사발 건네는) 어때? 몸이 좀 가벼운 거 같냐?
미희 : 몇 번이나 먹었다구. 나쁘지는 않네.
선우 : 국산 아니냐. 국산.
윤희 : (사발 나꿔채서 쭉 마시는)
선우 : 그러면 그렇지 며칠이나 가나 했다 내가.
예슬 : 그래도 전 마음이 놓여요. 이젠 안 무서워요.

 

 

#.83 씬. 경찰서. (밤)
 

김형사, 자료 들고 들어오는.


강형사 : (바바리 뒤집어쓰고 의자에 누워 잠들어 있는)
김형사 : 주무시려면 들어가서 주무시지.
강형사 : 나왔냐?
김형사 : 그 직감이 말짱 꽝은 아니더라구요.
강형사 : (자료 뺏어들고 넘기는.)

 

 

#.84 씬. 명희의 집 앞. (낮)
 

명희, 강형사, 서있는.


명희 : 모른다고 말씀드렸는데......
강형사 : 연수연씨와 같은 공장에서 근무 했던 적이 있는데 전혀 모르신다는 게 말이 되나요?
명희 : (굳어지고)
강형사 : 1998년 7월부터 다음 해 9월까지 연수연씨는 ** 공장 검수부에 근무 했었고, 

          단명희씨는 경리과에서 근무 했었는데....
명희 : 공장 직원들을 일일이 어떻게 기억해요? 전 사무직이라 공장 직원들과 접촉 할 일도 별로 없었어요.
강형사 : 그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죽은 연수연씨 소지품에서 단명희씨의 핸드폰 번호가 나왔다는 게....
명희 : 모르는 일을 어떻게 안다고 하겠어요? 죄송합니다. 전 바빠서.....(문 닫는)
강형사 : 맨날 바쁘대.
덕길 : (E) 강형사님.
강형사 : (아, 저 인간 또)

 

 

#.85 씬. 수찬의 집 마당. (낮)
 

덕길, 강형사에게 물컵을 건네고.


덕길 : 덥지라? 얼음 많이 넣었당께요.
강형사 : 어쨌든 고맙긴 한데.....
덕길 : 안즉 수사에 진전은 없는게라? 통 경찰에서 연락도 안 와불고.....
강형사 : 기다려보시죠.
덕길 : 야, 기다려야지라. 꼭 좀 찾아주서요. 그것이 시골 집 판돈이라서.....
강형사 : 그건 저번에도 말씀 하신 거구....그럼 전 바빠서 이만.
덕길 : (잡으며) 잠깐만 기다려주서요. 지가 뭐 한 가지 드릴 것이 있는디.
강형사 : 뭘?
덕길 : 시골에서 가져온 농약 안친 콩이 한 자루 있어불거든요. 

        지가 눈물로 고향을 등지면서 딱 두 가지 챙긴 것이 있는데 하난 오가피고, 하난 그 콩자루여라. 

        지 일 때문에 백방으로 애 쓰시고 계신 형사님께 드리고 싶어서리....
       오가피는 지가 꼭 인사를 드리야 헐 분한테 드려서 없고.
강형사 : 아, 아니, 됐습니다, 저 콩 안 좋아합니다.
덕길 : 아녀. 그 콩은 진짜 여느콩하고 질적으루다 다르당께요. 

        우리 동네에선 이건 콩이아니라 금댕이다 그러는 분들도 있었어라.
강형사 : 아, 정말 곤란합니다. 이게 법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상황이라서요.
덕길 : 콩이 법에 뭣으루다가 민감...?
강형사 : 뇌물수수에 걸릴 수 있거든요. 요즘 워낙 그런 쪽으로 민감해서.....

 

 

#.86 씬. 명희의 집 거실. (낮)


명희, 긴장한 모습으로 두 손을 부비며 앉아있는.

 

 

#.87 씬. 남산 식물원 정도의 장소. (낮)
 

수찬, 혜미 걷고 있는.


혜미 : 답답했는데 꽃을 보니까 좋네요.
수찬 : (보고)
혜미 : (쓸쓸하게 웃는)
수찬 : 잊어야 하는 기억들은 빨리 잊으세요.
혜미 : .....
수찬 : 곧 결혼 하신다구?
혜미 : (보면)
수찬 : 제가 동네 아주머니들하고 좀 친한 편입니다.
혜미 : (미소 짓는) 비밀이 없는 동네네요.
수찬 : 대단한 분이라고 하던데.....
혜미 : 산다는 게 가끔은.....참 재미없죠?
수찬 : .....
혜미 : (걸어가는 핸드폰 울리고) 네? 아버지? 취재 나와 있어요. 네. 네, 알았어요.

 

 

#.88 씬. 출판 기념회. 
 

박석용 회장 자서전 출판 기념회.
준석, 혜미 나란히 걸어 들어가는.
준석, 박회장에게 사인 된 책을 받는. 혜미 인사하고.
박회장 옆에 서있는 이미란.
준석, 미란 사이에 어색한 눈빛이 교환 되고.


박회장 : 부친께선 아직 그러신가?
준석 : 네.
박회장 : 빨리 쾌차하셔야 할텐데.
미란 : 결혼하신다는 소문 있던데? 그 분이신가봐요?
준석 : ....
혜미 : (인사하는)
미란 : 미인이시네요.

 

 

#.89 씬. 주차장. (밤)
 

준석, 혜미 걸어오는.


혜미 : 저녁?
준석 : 전 생각 없는데.....
혜미 : 누군가 그러더군요. 잊어야 할 기억을 빨리 잊는 게 좋다구요.
준석 : .....
혜미 : 이미란씨 여전히 예쁘더군요.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90 씬. 야외 장소. (밤)
 

차 세워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 준석.

 

 

#.91 씬. 길. (밤)
 

혜미, 운전하다가, 핸드폰 드는.

 

 

#.92 씬. 레스토랑. (밤)
 

마주 앉아있는 혜미, 수찬.


혜미 : 배고픈데 혼자 밥 먹긴 싫고.....
수찬 : 저녁 약속 아니었나요?
혜미 : 좋은 구경 시켜주신 답례도 해야겠고.
수찬 : .....
혜미 : 비밀을 덮어주신 답례라고 해야 할까요?
수찬 : .....

 

 

#.93 씬. 유회장 병실. (밤)
 

윤희, 물수건으로 유회장 손 닦아주는.


윤희 : 더 마르셨어요. 그러니까 식사는 제 때 하셔야 한다고 제가 그랬죠? 요즘 너무 안 드시는 거 아니세요?

        (서글프고) 회장님 안계시니까 저 정말 심심해서 못살겠어요. 

        회장님 아드님이요. 저한텐 차 심부름도 안 시키거든요. 

        아드님 교육에 너무 신경 안 쓰신 거 아니세요?

 

 

#.94 씬. 병원 복도. (밤)
 

걸어오는 준석. 병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병실 안에 있는 윤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걸음 멈추는.

 

 

#.95 씬. 병실. (밤)
 

윤희, 몽테크리스트 백작 들고 읽고 있는.
# 날 때부터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죄를 싫어한다는 것일세. 

하지만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욕망을 주고, 죄악을 주고, 후천적 욕심을 주며, 

그 결과 종종 우리의 선량한 본능을 짓누르고, 우리를 악의 길로 이끌어가는 거야.

그래서... (민음사 1권, 294p)


윤희 : (원맨쇼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는)

 

 

#.96 씬. 병원 복도. (밤)
 

준석,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간호사1,2 지나가는.


간1 : 저 아가씨 며칠 안 보인다 했더니 또 왔네.
간2 : 비서라는데 친 딸보다 났다.
간1 : 근데 저건 뭐야?
간2 : 몽테크리스트 백작이래. 누워계신 분이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나 뭐라나.
준석 : ......

 

 

#.97 씬. 영화관.
 

혜미, 수찬, 영화 보고 있는. 팝콘을 먹다가 살짝 손이 스치기도 하고.


수찬 : (웃옷을 벗어서 걸쳐주는) 냉방이 너무 잘 되있는 거 같아서요.
혜미 : (미소 짓는)
 
 
#.98 씬. 병원 복도. (밤)
 

준석, 의자에 앉아있는.
윤희, 간호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윤희 : 등에 욕창이 생기셨던데 잘 좀 치료해주세요. 제가 나중에 올 때 맛있는 거 사다드릴게요. 

        정말요, 잘 좀 부탁드려요. (인사하고, 준석이 앉아있는 쪽과는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준석 : .....

 

 

#.99 씬. 병실. (밤)
 

준석, 누워있는 유회장을 바라보는.


준석 : 아내 복도 자식 복도 없으시지만 비서 복은 있으시군요.

 

 

#.100 씬. 길. (밤)
 

운전하는 준석. 윤희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준석 : (그 앞에 차를 세우는. 차창을 내리고)
윤희 : (무심히 보다가 놀라는) 실장님?
준석 : 타요.

 

 

#.101 씬. 길. (밤)
 

운전하는 준석, 그 옆에 윤희.


윤희 : 이런 일도 있네요.
준석 : 네?
윤희 : 절대 누구 차 태워주고 그럴 거 같지 않은데.
준석 : .....길이나 잘 안내해줘요.
윤희 : 아, 네. 그니까 저 쪽으로.....
준석 : 우회전이요? 좌회전이요?
윤희 : 저 쪽.
준석 : (힐끗 보면)
윤희 : 직진.

 

 

#.102 씬. 극장 앞 포장마차. (밤)
 

수찬, 혜미 오뎅, 떡볶이 먹고 있는.


수찬 : 저녁은 대접을 받았으니 야식은 제가 대접 해야죠.
혜미 : (웃는)

 

 

#.103 씬. 길. (밤)
 

운전하고 있는 준석.


준석 : (힐끗 보는)
윤희 : 어, 이 길 아닌데....
준석 : 집에 가는 길 몰라요?
윤희 : 아는데. 매일 버스만 타고 다녔거든요. (킥 웃는)
준석 : (보면)
윤희 : 제가요, 유명한 길치거든요. 초등학교 때요. 어느 날 뒷문으로 나온 거예요. 청소하기 싫어서 도망치려구.
        왜 학교마다 개구멍 같은 거 있잖아요. 

        근데 뒷문으로 나와서 집에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는 거 아니예요. 제가.
준석 : 여기선 어디로 가야하는 건데요?
윤희 : 잠깐만요. 저쪽으로 가는 거 같긴 한데.....

 

 

#.104 씬. 길. (밤)
 

수찬, 혜미 웃으며 걸어가는.


수찬 : 아, 정말이라니까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달인 학과가 나왔는데, 거기다 제가 집어넣다는 거 아닙니까?
혜미 : 말도 안돼. 그런 분이 어떻게 대학 교수까지.
수찬 : 그게요. 우리 과에 공부 진짜 잘하는 여자 애가 있었거든요. 

        시험 때마다 걔가 답안지를 두 개 받아서 제 이름 쓰고.....
혜미 : 거짓말이죠?
수찬 : 아, 진짜 사람 말 너무 못 믿으신다.
혜미 : 장난 하시는 거죠?
수찬 : 졸업 논문도 그 친구가 대신 써줬다니까요. 대학원 논문도 그 친구가.....
혜미 : 왜요?
수찬 : 네?
혜미 : 왜 그렇게까지?
수찬 : 어, 이후 스토리는 미성년자 관람 불관데.
혜미 : (소리 내 웃는) 

 

 

#.105 씬. 길. (밤)


준석 : (난감해서) 여기 고속도로 진입로거든요.
윤희 : 그럼 여기 아니죠.
준석 : 벌써 두 시간 째거든요.
윤희 : 근데요?
준석 : ....
윤희 : 이런 비싼 차에 네비게이션 같은 거 왜 안 다셨어요?
준석 : 소리 나는 게 귀찮아서요.
윤희 : 아, 네, 진짜 특이하시다. 그럼 이건.....(갑자기 요란한 음악이 울리고) 엄마야. 

        (끄려고 하면 CD 튀어나오고)
준석 : .....

 

 

#.106 씬. 길 가. (밤)
 

준석, 차 세우고 심호흡 하고 있다.
윤희, 쭈쭈바 사가지고 뛰어온다.


윤희 : 진정 좀 되셨어요?
준석 : ......
윤희 : (쭈쭈바 내미는)
준석 : (기가 막혀서 보는)
윤희 : 여름엔 이 이상이 없어요. (얼른 손으로 비틀어서 따가지고 준석의 입에 대준다. 

        자기도 쪽쪽 빨아 먹으면서) 저 때문에 괜히 고생하셔서 어떡해요?
준석 : (하는 수 없이 쭈쭈바 먹는)
윤희 : 저 그냥 여기서 택시 타고 갈까요. 택기 기사 아저씨들은 동네만 얘기하면 직빵인데.
준석 : 세 시간 고생 한 거 수포로 돌리라구요?
윤희 : 아까우세요? 아, 아까우시구나. 윗분들이 그러시드라구요. 실장님 집요하시다구.


 

#.107 씬. 길. (밤)
 

준석, 여전히 운전하고 있고, 윤희 그 옆에서 라디오 듣고 있는.


여 : (E) 연애 10년 만에 결혼하시게 됐군요. 너무 너무 축하드려요. 축하 음악 띄워드립니다.
윤희 : 진짜 너무 감동적이죠?
준석 : 뭐가요?
윤희 : 10년 동안 변치 않고 연애 하다 결혼하는 거요. 운전 하시느라 못 들으셨어요?
준석 : .....전 집에 가는 길 못 찾아서 3시간 넘게 헤매고 있는 정윤희씨가 더 감동적입니다.
윤희 : 어머, 어머. (손뼉까지 치면서. 준석의 어깨까지 툭 치고) 그런 농담도 할 줄 아세요? 

        실장님 새로운 버전인데요. 아, 신선한 발견.

준석 : 저. 조용히 좀 가면 안 될까요?
윤희 : 라디오 끌까요?
준석 : (내가 말을 말자)

 

 

#.108 씬. 동네 길. (밤)
 

혜미의 차에서 나란히 내리는 수찬. 운전석에서 내리는 수찬.


혜미 : 차 두고 오셔서 어떡해요? 찾으러 가려면 귀찮으실 텐데.
수찬 : 원래 뭐에 빠지면 귀찮은 것도 모르는 법이거든요.
혜미 : (보면)
수찬 : 제가 제 수다에 빠졌다구요.
혜미 : (웃는)
 

다가오는 차. 차 안.


윤희 : 다리 저리시겠어요? 운전 너무 오래 하셔서. 제가요, 다음엔 꼭 집에 오는 길 제대로 알아뒀다가.....
준석 : 제가 그냥 택시비를 드리죠.
윤희 : (웃고) 진짜 농담 잘하신다. 이 버전 너무 좋아요, 실장님.
준석 : 이 동네 맞긴 맞는 겁니까.
윤희 : 아, 그건 틀림 없다니까요.
 

두 사람 차에서 내리는데.
혜미, 수찬, 서 있고.
서로를 보는 네 사람의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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