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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0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9.07.27|조회수935 목록 댓글 0

[자명고] 07

 

 

 

 

 

 

 

 

 

 

씬3. 호동의 몽타주

 

우나루와 어린 호동의 검 수련 위로 시간이 흐른다.
눈 내리는 새벽. 가을바람에 떨어져 내리는 잎들. 꽃이 막 돋기 시작하는 어느 이른 봄, 한 낮.
어린 호동의 힘겨운 수련이 계속된다. (Dis)

 

 

씬4.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후원 (현재/저녁)

 

(자막) BC 29년 겨울,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 우나루와 진검대련하고 있다.
한순간, 우나루의 검을 쳐내는 호동의 손, 보면 소년으로 자라있다.
호동, 여전히 맨발에 홑바지 차림, 윗옷은 벗고 있다.
여랑, 털옷을 입고 바라보고 있다.
우나루, 호동의 목을 향해 매섭게 검을 찔러 들어간다.
호동, 유연하게 등을 땅바닥에 닿을 듯 뒤로 눕혀 피하며, 우나루의 검을 발로 차낸다. 공중으로 날아가는 우나루의 검.

 

여랑 : 와우!! (박수 친다)
호동 : (여랑에게 싱긋- 웃으며) 쑥스럽게, 고모님은..

 

우나루, 공중에서 떨어지는 검을 발로 차올려 손잡이를 잡는다.

 

우나루 : 후아.. (한손으로 땀을 닦으며) 졸라리 대다, 졸라리 대. 밤엔 공주한테, 낮엔 호동한테

             허구헌날 시달리느라 진길 다 뺐겼나보네.
여랑 : 당신!!
우나루 : 맞는 말 아니오~ 공주에게 소박맞기 전에 끝내야지. (히쭉-웃는)
여랑 : 흥! (팽-해서 고개 돌린다)
우나루 : (호동에게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왕자마마.
호동 : 고맙습니다, 스승님.

 

호동, 우나루에게 무릎 꿇어 사의를 표한다.

 

 

씬5.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앞 (밤)

 

편수전(便睡殿) 현판이 보인다.
머리 길게 자란 송매설수, 시녀장과 아미·술이를 앞세우고 걸어온다. 아미·술이 등을 들고 있다.

 

 

씬6. 동, 편수전 대무신왕의 침전 앞 (밤)

 

불이 밝혀져 있고. 내시장과 내시들, 호위무사들 지키고 있다.
송매설수, 시녀장과 함께 걸어온다.

 

내시장 : 납시셨사옵니까. (읍하고)
송매설수 : (고개만 가볍게 끄덕한다)
내시장 : (문 안쪽에) 폐하! 왕비마마께서 오셨습니다.

 

후다닥 일어나는 소마연.
안에서 문 열리고, 흐트러진 매무새의 소마연(후궁)이 황급히 나온다.
소마연, 송매설수를 보며 “마마..”하며 옷 추스른다.
송매설수, 손을 뻗어 소마연의 덜렁거리는 머리장식을 무표정하게 다시 꽂아준다.

 

소마연 : 마마.. 이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복한다)
송매설수 : .. (딱히 소마연을 보는 것도 아닌 차가운 시선)

(대무신왕의 소리) : 왕비는 들어오고, 소마연은 문 앞에 있도록 하라.

송매설수 : 흐흥.. (자조적으로 한번 웃고, 안으로 들어간다)

 

 

씬7. 동, 편수전 대무신왕의 침소 (밤)

 

칠지등 불빛에 흐트러진 침상이 드러난다.
대무신왕, 침상에서 일어나 허리끈을 맨다.
송매설수, 들어와 그 모습을 바라본다.

 

송매설수 : 이 밤에 신첩을 다 찾으시고. 소마연으로는 부족하던가요?
대무신왕 : 앉으시오.
송매설수 : (앉는다) 십년 넘게 오선전을 찾지 않으시기에, 앞으로 불빛 아래 폐하 뵐 일은 없겠구나 체념하고 있었는데요.
대무신왕 : (송매설수를 본다) 그대도 늙었군. 얼굴에서 세월이 느껴져.. 지금도 내, 그날 약속은 잊지 않고 있다.

 

송매설수, 그런 대무신왕을 상처받은 눈빛으로 본다.
 

(인서트) 6부 씬4
대무신왕 : 그대 더 나이 들어, 월경이 멈추고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는 날.

               그때도 내가 살아 있고, 내 여전히 남자라면. 왕비로서 안아주지.

 

송매설수 : (발끈) 늙긴 했지만. 아직 월경까지 끊기진 않았어요.
대무신왕 : 그런가.
송매설수 : 이 밤에 부르신 이유나 듣지요.
대무신왕 : (다탁 위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송매설수, 대무신왕의 턱짓을 따라 보면, 검은색 비단과 황금색 실타래가 놓여 있다.

 

송매설수 : 저 비단이 어쨌다구요? 신첩 탄생선물이라도 됩니까?
대무신왕 : 옷을 짓게. 수도 놓고. 밤이 길고 무료할테니 바느질로 시간 보내는 것도 좋겠지.
송매설수 : 이 무슨 모욕을! 아무리 대왕에 손길을 받지 못했다 해도, 일국에 왕빕니다! 신첩을 침복방(針福房) 시비로 아십니까!
대무신왕 : 신생 낙랑국 왕에게 보낼 감축품(感祝品)이다.
송매설수 : .. (일어선다) 소마연에게 시키십시오.
대무신왕 : 일개 잠자리 시첩 따위가 할 일이 아니네.
송매설수 : (본다)
대무신왕 : 그 비단이 즉위식에 입을 옷이 되는 날. 왕굉·최리 둘 중 하나가 죽을 것이다.

               그대가 하라. 이는 오직 고구려에 왕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송매설수 : .. (옷감을 만져본다)

 

 

씬8.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 침소 (다른날/낮)

 

송매설수, 낙랑국에 보낼 면복(冕服)에 수를 놓고 있다.
시녀장, 작은 가위로 송매설수가 수 매듭을 지으면 비단색실 꼬리 끊는다.
아미의 팔에 건 비단 실타래를 술이가 실패에 감아, 바구니에 넣는다.

 

아미 : 낙랑국에 새 왕이 왕굉이 될까요? 최리가 될까요?
시녀장 : 너희들이 걸 궁금해 어쩌자구.
술이 : 것 때문에 국내성이 들썩들썩한데, 저희라구 왜 안궁금해요~
송매설수 : (농담) 왜? 감축품으루 (수틀의 옷을 눈으로 가리키며) 이 옷이랑 같이 낙랑으로 보내주랴?

               가, 최리에 시첩이 되든. 왕굉의 시첩이 되든 할테니?
술이 : 쬐금 가고 싶긴 해요.
아미 : (조그맣게) 저두요..
송매설수 : (아미와 술이에게) 후궁이라도 되고프냐?
술이 : 평생 처녀루 살다, (송매설수를 보며) 마마께오서 훗날 왕후의 능에 들어가실 때 따라 묻히올 몸이온데.

          사내란 어떤 것인지 죽기 전에 한 번 안겨보고 싶긴 하옵니다~
시녀장 : 이,이,이!!
송매설수 : 둬라. (만류하고) 솔직한게 죄는 아니지. 사랑하고·사랑받고 싶은 거야 양덕이 너나, 저것들이나..

               (쓸쓸한) 나나.. 다를까..
아미 : 듣자니, 왕굉은 아예 자식이 없구. 최린 딸만 하나라던 걸요.

         왕이야 누가되든, 왕자 하나만 낳는다면 시첩이래두 왕비가 부러울까요~
시녀장 : 이런, 발칙한! (나무자를 들어 아미의 손등을 때린다) 감히 마마 앞에서. 혀를 끊어주랴!
아미 : (얼른 바닥에 내려와 부복하고, 송매설수에게) 황공하옵니다, 마마..
송매설수 : (수틀 앞으로 몸 돌리고) 최린지 왕굉인지 누가 입을진 모르지만. 감축품으로 보내자면 바쁘다. 손이나 놀려라.

               (수놓는)
아미 : 예.. (일어나 조심스레 의자에 앉아 술이 손목에 실타래 거는)

 

 

씬9. 낙랑국, 왕검성(유헌 사망 후 낙랑성은 왕검성으로 개칭) 성루

 

최리,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성안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시선에 궁을 보수하는 병사들과 인부들.

 

왕자실/(소리) : 여기 계셨습니까?

 

최리, 돌아보면 성장한 왕자실이다.

 

최리 : 어쩐 일이오? 예까지.
왕자실 : 제가 살 집이니, 미리 둘러봐야죠. 집이나 궁궐이나 뭐 다르려구요.

            꾸미고 장식하는 일이야 저들 보다 여인네가 낫겠지요.

 

왕자실, 성루 벽을 잡고 몸 내밀어, 병사들과 인부들을 본다.

 

최리 : 내가 언제 궁에서 산다 했소?
왕자실 : (몸 돌려, 최리를 본다) 오라버니한테 왕위를 주려구요?
최리 : 유헌 무리를 뿌리째 뽑았다 하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오. 요동군, 현도군.. 한나라 광무제..

         그보다 더 어려운 고구려왕 무휼.. 왕굉 형님이라면 신생 낙랑국을 잘 이끄실꺼요.
왕자실 : 흠...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 그렇담 당신에.. 라희에.. 가신들.. 청해헌 식솔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군요.
최리 : 누가 들을까 두렵군. 쉰밥 버리고, 새 밥상 차린게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밥그릇 다툼부터 한단 말인가.
왕자실 : 나무가 가만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질 흔들고. 바다가 잠자코 있고자 해도 파도가 그냥 두질 않죠.
최리 : 부인!!
왕자실 : 오라버닌 원래 욕심이 많아요. 도찰·부달 영호장원 가신들은 물론, 내 언니 모양혜까지

            누구도 당신이 살아있길 바라진 않을텐데요.
최리 : .. 후우 (왕자실을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왕자실 : 귀담아 들으세요. 나, 왕자실. 영호장원에서 스물두해를 살았습니다. 누구보다 내 오라버닐 잘 알고 있으니..

 

왕자실, 최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최리 : 청해헌으로 가, 라희나 돌보시오.

 

왕자실, 최리에게 한걸음 다가가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왕자실 : 당신이 몹시 그리웠어요.

 

왕자실, 최리의 뺨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가져간다.
최리, 얼굴 피하며 왕자실의 손을 잡아 내린다.

 

왕자실 : (피식- 웃고) 이왕 왔으니, 궁궐 구경은 하고 가지요.

 

왕자실, 최리에게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돌아선다.

 

 

씬10. 낙랑국 왕검성, 성루 아래

 

치소, 기다리고 서있다.
왕자실, 성루 계단을 내려온다.

 

왕자실 : 사년 전 자묵에 목을 벤 곳이 어딘지 알아오너라.

 

 

씬11. 낙랑국, 왕검성 일각

 

왕자실, 치소의 안내로 자묵의 처형장소로 왔다. 연못이 있다.

 

치소 : 원래 여기가 영성단인지 뭔지, 그 태사령 늙다리가 별 보던데래요.
왕자실 : (연못에 시선 둔다. 의아한) 물속에 발 담그고 별을 봤단 말이냐?
치소 : 아니구요. 여기서 유헌이랑 죄다 죽이구, 요래 못을 팠다던데요.
왕자실 : ..

 

왕자실, 연못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씬12. 단군신당 앞 (밤/왕자실의 회상)

 

(자막) BC 25년, 봄

말에서 내린 자묵, 힘겹게 걸어온다.
매화나무 아래 한 여인이 쓰개치마 같은 엷은 감으로 온몸을 가리고 서있다.

 

자묵 : (목소리가 떨린다) 부인..

 

엷은 감을 끌어내려 얼굴을 드러내고 자묵을 보는 여인, 왕자실이다.

 

자묵 : 매시달서 돌아 오셨군요.
왕자실 : 전쟁에 끝이 이제 보이니까.
자묵 : .. (고개를 끄덕인다)
왕자실 : 낙랑군은 망할 테고. 유헌은 죽을 테고. 내 남편 최리는 왕이 될 것이오.
자묵 : (긍정하는 미소) 아마도..
왕자실 : 신생 낙랑국에 왕후 왕자실이, 딸에 목숨을 구걸코자. 한낱 태사령 따위에게 몸을 던졌었단 추문은

            지우는게 좋지 않을까.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내민다)
자묵 : (받아서 열어본다) 백두옹이로군요..
왕자실 : 지금 먹게.
자묵 : .. (품에다 넣는)
왕자실 : 뭐하잔 건가!
자묵 : 부인이 주는 거라면. 백두옹 아니라 칼이라도 이 자묵, 한 입에 삼킬 수 있습니다.
왕자실 : 그럼 내 눈앞에서 먹게.
자묵 : 못났든·잘났든 내게도 주인이 있고, 지켜야 할 도리가 있지요. 유헌대왕을 먼저 보내드리고, 그런 후에.. (돌아선다)
왕자실 : (보다가) 자묵. 이것도 가져가게.

 

자묵, 돌아본다.
왕자실, 품에서 자묵의 국경통과 패를 꺼내 발치에 던진다.

 

자묵 : .. (집어서 보다, 왕자실에게 내민다) 부인에게 드리는 내 마지막 선물이오.
왕자실 : .. (자묵의 패를 바라본다)
자묵 : 잠시만 더 지녀주오.

 

왕자실, 어쩔 수 없이 받고 자신의 말에 올라탄다.

 

왕자실 : 궁에서 만나는 수칠(수치를) 내게 안기지 않으리라 믿죠.
자묵 : (고개 끄덕인다, 왕자실을 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대를..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었소.

 

왕자실, 자존심이 상해 얼굴이 파르르- 해진다. 왕자실, 채찍으로 자묵을 한 대 치고는 말에 박차를 가해 달려간다.
자묵, 한없이 쓸쓸한 눈빛으로 왕자실의 달려가는 뒷모습을 본다.

 

 

씬13. 낙랑군, 낙랑궁 유헌의 침소

 

유헌, 탁자 앞에 앉아 있다.
자묵, 백두옹을 물에 탄 청자사발 가져온다.

 

자묵 : 백두옹이옵니다, 폐하..
유헌 : 날 더러, 독약을 마시라? 왕굉·최리 칼에 차라리 내 목을 던지지.
자묵 : 영웅호걸에 의연한 죽음이든. 필부·촌부에 졸렬한 죽음이든.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편히 가십시오. (사발을 유헌 앞 탁자에 놓는다)
유헌 : (백두옹사발을 밀쳐버린다) 기르던 개에게 발꿈치 물려, 나라까지 뺏겨, 어찌 편한 죽음을 맞겠는가!

 

 

씬14. 낙랑군, 낙랑성 일각

 

왕굉과 도찰, 부달, 최리와 류지, 하호개, 마조 등 조선족 병사들이 있다.
이미 유헌, 자묵, 오부귀, 호곡 등이 붙잡혀 무릎 꿇려져 있다.

 

왕굉 : 삼시를 가져오라!!
도찰 : 예, 장군.

 

도찰, 대궁(大弓)을 왕굉에게 건넨다. 휘하 장수들, 금화살·은화살·동화살을 각각 가져온다.

 

최리 : (왕굉에게 나지막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왕굉 : 하늘을 대신해, 폭정을 일으킨 (유헌을 가리키며) 저 놈을 벌주는 의식인데 어찌 방해하는가!
최리 : 낙랑군 백이십년. 한족과 우리 조선족이 몸을 섞고 피를 섞고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혼혈 이세·삼세·사세. 인구에 오할이 넘습니다. 그들에 반감을 사면 전쟁이 길어집니다.
욍굉 : 다 죽이고 깨끗하게 시작하세.
최리 : 형님!
왕굉 : 자넨 무골호인인가! 자명일 죽인 원수들일세. 원한도 없는가!
최리 : 광무제가 군사를 끌고 개입할 명분을 줘서는 안됩니다.
왕굉 : 말리지 마라!! 광무제가 두렵지 않다. 금시!!
장수1 : 예, 장군!!

 

왕굉에게 장수1, 금화살을 건넨다.

 

왕굉 : 하늘을 거역한 죄를 묻는다!! (금화살을 날린다)
유헌 : (맞고) 이 유헌, 마지막까지 호사를 하는구나!! 금화살 좋구나!!
호곡/오부귀 : 대왕마마!!
왕굉 : (화가 나서 눈썹이 부르륵- 떨린다) 은시!!
장수2 : 예, 장군!!

 

왕굉에게 장수2, 은화살을 건넨다.

 

왕굉 : 나라를 망하게 한 죄를 다스린다!! (은화살을 쏜다)
유헌 : (맞고) 얼씨구~ 저승 가는 길에 이거 두개 뽑아 술 한 잔 마셔야겠구나.
왕굉 : !! (화난) 동시!!!

 

왕굉에게 장수3, 동으로 만든 화살을 준다.

 

왕굉 : 우리 조선족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죄를 받아라!! (동화살을 쏜다)
유헌 : (맞고 몸이 흔들린다) 왕굉, 너도 늙었구나. 화살이 염통을 간질이다 말았... (‘다’를 못끝내고, 윽!!하며 피를 토한다)
호곡 : 대왕!!
오부귀 : .. (눈을 질끈 감는다)
왕굉 : 황월을 가져오라!! 내 저 놈에 목을 잘라 망루에 걸겠다!!

 

왕굉의 고함에 최리와 류지, 하호개 깜짝 놀란다.

 

부달 : 여깄습니다, 장군!! (왕굉에게 건넨다)
왕굉 : (받고)
류지 : (급하게 최리에게) 금도끼는 오직 천자만이 쓸 수 있는 겁니다. 왕이 되겠다는 선전포고가 너무 노골적입니다. 말리십시오!
최리 : .. 이미 늦었네. (시선 돌려 왕굉을 본다)

 

왕굉, 황월을 휘둘러 유헌의 목을 자른다.

 

오부귀/호곡 : 대왕마마/대왕!!!
자묵 : ..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왕굉 : 저 놈들도 목을 베라!!
부달 : 알겠습니다, 장군!! (장수들에게) 시행하라!!

 

장수들, 칼을 들고 세 사람 앞에 선다.

 

왕굉 : (그 모습 잠시 보다가) 가만! (호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놈 목은 그냥 붙여 둬라.

 

장수들, 손길 멈추고 의아하게 본다.

 

왕굉 : 대신 다리 심줄을 자르고, 이마에 먹물을 뜨라.
호곡 : !!
장수 : 예, 장군!!

 

장수들, 호곡의 바지를 벗긴다.

 

호곡 : 이 개호로 자식들! 당장 내 목을 베라!!! (반항한다)

 

군사들, 바지 벗긴 호곡을 바닥에 엎어 넣고. 네 명이 호곡의 두 팔과 발목을 깔고 앉아 누른다.
장수1, 호곡의 오금부위의 심줄을 자른다.

 

왕굉 : 이마에 먹물을 뜨고 나면, 배에 태워 한나라로 보내라!

         우리 조선이 어떻게 낙랑군을 부수고 독립했는지, 저 놈으로 징표를 삼겠다!!
호곡 : (몸을 일으키며 왕굉을 노려본다) 왕굉!! 최리!! 내 약속하마!!

          나 호곡, 질기게 살아남아. 반드시 너희 두 놈들 목을 딸 것이다!!

 

최리의 가신들, 인상을 찌푸리며 왕굉과 호곡을 본다.

 

최리 : (자탄하는) 오늘 끝낼 수 있는 전쟁이었는데.. 또 길어지겠구나.. 어찌할까 이 일을.

         앞으로 두고두고 신생 낙랑국에 발목을 잡겠구나..
자묵 : .. (최리를 본다)

 

장수2·3, 오부귀와 자묵에게 다가온다.
자묵, 품에서 왕자실이 준 백두옹 비단주머니를 꺼내 손에 쥔다.
자묵이 쓰러진다. 그의 손에 여전히 비단주머니가 움켜쥐어져 있다. (Dis)

 

 

씬15. 낙랑국, 왕검성 일각 (현재)

 

왕자실, 소매춤에서 자묵이 준 태사령 패를 꺼낸다.
옥에 황금문양을 친 패를 보는 왕자실.

 

왕자실 : 나를 안았을 때 이미 죽으리라 알았을 테니.. 모든건 그대 선택이었어.

 

왕자실, 냉랭한 표정으로 쥐고 있던 패를 못에 던진다.

 

 

씬16. 낙랑국, 진양궁(유헌 사망 후 낙랑궁은 진양궁으로 개칭) 유헌의 집무실

 

벽에 영호장원기가 걸려 있다.
최리, 탁자에 앉아 고구려와의 접경지대를 그린 지도를 보고 있다.
(인서트) 고구려와 낙랑군 지도.
류지와 하호개, 마조, “장군!!” 부르며 들어온다.

 

최리 : 어찌 됐는가?
류지 : (지도 위 위치를 손으로 짚어가며) 증지·패수현 고구려 국경지대 관문부터 보수시키고. 각 문에 3백씩 배치했습니다.
최리 : 3백은 너무 적다. 증지·패수에 5백. 패수 상류에 수전에 능한 군사 2백을 주둔시키라지 않았나!
류지 : (앉으며) 우리 월해청원 군사들을 다 국경으로 뺄 순 없지 않습니까? 장군 휘하에 적어도 5백은 남겨야 합니다.

 

류지, 자리에 앉으면, 하호개와 마조도 탁자에 다가가 앉고.

 

최리 : 월해청원 군사들로만 배치하다니?
하호개 : 왕장군 수하놈들이 말을 들어먹어야죠!

            영호장원으로 내려가면서 왕장군이 고구려와는 친선할 것이니 국경에 군사를 두지 말라했답니다, 제길!
최리 : 흠..
하호개 : 왕굉이 무휼에게 뭘 받아 처잡순게 아닐까요?
최리 : 설사 그렇다 해도, 왕장군이 고구려에게 받은 것은 뇌물이 아니라, 조선독립을 위한 군자금이다.
하호개 : 장군!!
최리 : 대체 이 긴 전쟁동안 뭘로 우리 군사들을 먹고·입혔다 생각하는가!!
류지 : 정녕 고구려와 우리 낙랑국이 칼을 겨누게 될까요?
최리 : 당장은 아니어도..

 

최리, 생각에 잠긴다. 류지·하호개·마조 심각하다.

 

최리 : 범이 뜯다 남긴 고기는 늑대가 먹고. 늑대가 버린 썩은 뼈다귀는 살쾡이가 핥는 법.
하호개 : 범이 유헌이고. 늑대가 고구렵니까?
최리 : (고개 젖고) 무휼이 범이다. 고구려가 강대국으로 일어서려면..

         우리 낙랑에 기름진 땅과 뻥- 뚫린 바다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지.
류지/하호개 : ..
최리 : 왕장군이 영호장원에서 돌아오시면, 내가 설득해 보겠네.

 

 

씬17. 영호장원, 입구

 

(자막) 열구현, 영호장원(왕굉의 본가)

왕굉, 마치 왕처럼 연에 올라 영호장원으로 향하고 있다. 앞에 군악대가 앞서고. 영호장원의 장군기가 펄럭인다.
수많은 군중들 왕굉에게 환호한다.
뿌듯한 심정으로 보는 왕굉. 도찰과 부달, 말 위에 올라 그 옆을 지킨다.

 

부달 : 욍굉 대장군이시다!!! 우리 조선을 독립시키고, 새 낙랑국을 일으키신 왕굉 대장군이 돌아오셨다!!!

 

군중들,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군중1(고구려의 세작), 앞으로 나선다.

 

군중1 : 대왕마마!!! 대왕마마!!!
왕굉 : ! 뭐라 했느냐?
군중1 : 영호장원에 주인이시고. 남부칠현에 주인이시고. 낙랑국을 세우셨으니 당연히 이제 낙랑국에 주인이 되셔야지요!!
왕굉 : .. 나는 왕위에 욕심이 없도다.

 

군중들, 전부 바닥에 부복하며 외친다. “만세!! 만세!! 만만세!!! 왕굉 폐하 만만세!!!”

 

왕굉 : .. (흐뭇한)
도찰 : 이미 백성들에 뜻이 장군께 있음입니다.
부달 : 그야 우리 텃밭이니 그렇구요.. 아, 최리만 어떻게 전쟁통에 자연스럽게 죽어줬음 좋았는데..

         그 싹바가지없는 류지·하호개 곁다리 놈들하고 같이.
왕굉 : 그런 얘기는 내일 하자. 오늘은 집에 돌아온 첫날이 아니냐.

 

 

씬18. 영호장원, 내당/내당 복도

 

왕굉, 모양혜를 부르며 성큼성큼 걸어온다.
영호장원의 시비·종복들, “주인어르신!!” 하며 부복한다.

 

왕굉 : 양혜야!! 양혜야!!! 모양혜!! (내당 계단을 오른다)

 

내당복도를 “쿵쿵-쿵-” 뛰는 발소리가 들린다. 모양혜가 쿵쾅-거리며 달려온다.

 

모양혜 : 여보!!!!

 

일순, 모양혜 모습 드러내며 복도에서 풀쩍- 뛰어 왕굉에게 몸을 날린다.
왕굉, “허이쿠!!” 하며 받아 안는다.

 

모양혜 : 여보!!!
왕굉 :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구.
모양혜 : 그대가 받아 줄텐데~뭐.
왕굉 : 못보던 사이 더 무거워졌구려.
모양혜 : 피이~ 더 이뻐졌단걸 잘못 말했겠지~
왕굉 : 하하하- (웃는다) 맞소, 맞아!!

 

왕굉, 개구리처럼 찰싹 달라붙은 모양혜를 안고 간다.
시비·종복들 키득거리며 일어난다.

 

 

씬19. 영호장원, 내당 모양혜의 침소 (저녁)

 

모양혜, 왕굉의 온 얼굴에 입맞춘다.

 

왕굉 : 간지럽다니까. 간지러.
모양혜 : 가만 있어봐요~
왕굉 : 좀 씻고나 오자.
모양혜 : 씻으나·안씻으나 내껀데 뭐~ 내가 괜찮다는데 뭐가 어때요~
왕굉 : 이,이 귀염둥이~

 

왕굉, 모양혜의 볼을 살짝 집었다 놓는다.
모양혜, 배시시- 웃고 침상에서 일어나 술을 한잔 따라준다.
왕굉, 마시고 잔 준다.

 

모양혜 : (자신도 한잔 따라 쭉- 들이켜고) 나, 왕비가 되고 싶어.
왕굉 : (본다) 당연 그렇게 돼야지.
모양혜 : 제이 왕후 그딴 건 앞으로 당신한테 없어. 첩년들은 봐주겠지만.
왕굉 : 하하- 이 욕심 많은 귀염둥이~

 

왕굉, 모양혜의 머리를 손으로 헝클어트린다.

 

모양혜 : (탁자에 앉는다) 최리는 어쩔건가요?
왕굉 : (따라 앉으며) 어쩌면 좋을까?
모양혜 : (진지하고 무서운 얼굴) 죽여요.
왕굉 : .. 그래야겠지..
모양혜 : 자실이하고 라희는요?
왕굉 :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야. 라흰 자실이 딸이고.
모양혜 : 괜히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나? 자실이가 한을 품으면 칠팔월 땡볕에도 얼음이 쏟아질텐데.
왕굉 : 양혜야.
모양혜 : 앞으로 자실이한테 당신은 남편을 죽인 원수고. 라희한텐 아비를 죽인 원수가 되는거에요. 잘 생각해봐.
왕굉 : (한잔 따라 마시고) 라흰.. 죽이지. 자실이는 안된다. 내 죽어, 아버지·어머닐 어찌 보겠는가.
모양혜 : 여동생한텐 쓸데없이 물러서.. 쯧!
왕굉 : ..
모양혜 : 최리·라희, 월해청원 떨거지들 정리가 싹 다 되믄 자실인 내가 맡아요.

            한시두 눈을 떼선 안될테니깐 내 밑에 시녀루 두지, 뭐.
왕굉 : 고맙다. 양혜야.
모양혜 : (눈을 빛내며 생각하다) 자실이 년 코가 납작해지겠지~ 야, 자실아! 어떠냐? 인생이 쌉싸름하지~ 납짝 밟아주는 거야.

            (왕굉에게) 어때요? 재밌지? (호탕하게 웃는다) 하하하-
왕굉 : .. (쩝, 입맛을 다시는데 쓰다)

 

 

씬20. 낙랑국, 진양궁 유헌의 집무실 (밤)

 

류지와 하호개, 마조 “인시에 궁문 열리면 들어오겠습니다/쉬십시오, 장군” 하며 최리에게 인사하고 문 열고 나간다.
다시 문 열리고, 마조 들어온다.

 

최리 : (본다) 일찍 돌아가 쉬지 않고.
마조 :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 칼을 뽑는다)
최리 : !! (놀라서 본다)
마조 : 지난날 단군신당 앞에서 맹세한 약조는 잊지 않으셨겠지요?

 

최리, 마조를 본다.

(플래시) 6부 씬26
최리, 한칼에 마조의 결박을 끊고, 검집에 칼을 넣어 마조에게 내민다.

최리 : 낙랑이 독립을 이루는 날. 이 칼로 내 목을 치게.

 

마조 : 잊으셨습니까!!
최리 : (희미한 미소)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 원하는대로 내 목을 받아가게.
마조 : 예, 받아갑니다. 장군!!

 

마조, 칼을 높이 든다. 최리, 눈을 지그시 감는다.
마조, 칼로 최리의 목 가까이를 지나 탁자에 꽂는다.

 

최리 : .. (눈을 뜨고 마조를 본다) 무슨 뜻인가?
마조 : 방금 이 마조, 지난날 유헌에 좌중랑장이었던 최리장수의 목을 땄습니다.

         지금 앞에 계시는 분은, 조선독립을 위해 살아온 최리대왕입니다. 이 칼로, 왕굉을 치십시오.
최리 : 마조!!
마조 : 이 시대가 대왕을 원하고 있습니다, 무휼에게서 낙랑국을 지켜주십시오.

 

마조, 최리를 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리 : .. (자신에 칼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씬21.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康國殿) 앞/강국전 뜰 (다른날/낮)

 

뜰에 호동이 검무와 검술을 선보일 무대가 마련되고 있다.
호동, 몸을 풀고 있다.
정전 계단 위에 여랑이 앉아있고, 대무신왕과 송매설수가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우나루와 을두지, 추발소 서있다. 그 옆에 송옥구와 휘하 장수.
송옥구, 한눈에도 성깔 있고 카랑카랑해 보인다.

 

내시장 : 대왕마마 납시오!!

 

대무신왕, 내시장과 호위무사들을 거느리고 가벼운 차림으로 온다.

 

송옥구 : (한발 나와서) 실로 오랜만이옵니다, 폐하. (공손히 읍한다)
대무신왕 : 장인도 왔군.
송옥구 : 왕자님이 장성해 무예를 선뵈는 첫 자리온데, 당연히 와야지요.

            (호동에게 큰소리로) 마마, 늙은 이 할애비 두 눈을 기쁘게 해주십시오!!
호동 : 애써 보겠습니다. (송옥구를 향해 손 모아 읍한다)
대무신왕 : 눈·코·입에 기쁨이 따로 뚝, 떨어져 있겠소? 본래 욕심에 붙어 좋고·나쁨을 가리는 것.
송옥구 : 돌무덤 들어갈 때 다된 늙은것이 달리 욕심이 있겠나이까.

            (뼈 있는) 고구려 화평하고. 마마·왕자전하 강건하시길 바랄뿐이지요.
대무신왕 : 비류나부와 왕비에 강건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송옥구 : 고구려에 화평이 비류나부에 화평과 어찌 다르겠습니까. 왕비마마는.. (하다) 폐하께 드릴 진상품이 있사옵나이다..
대무신왕 : 진상품? (웃고) 언제나 예상치 못한 걸 가져오는 사람이니 기대가 되는구려. (앉고, 내시장에게) 왕비를 모셔오라.

 

 

씬22.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 침소 안

 

내시장, 송매설수에게 이야기 전했다.

 

송매설수 : (반색) 아바님이!!
내시장 : 예, 마마.
송매설수 : (급히 일어나며) 어서 강국전으로 가자.

 

시녀장, 송매설수에게 털외투 입히고. 아미와 술이, 각각 송매설수의 얼굴에 분을 살짝 덧칠해주고. 향수를 뿌려준다.

 

 

씬23.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앞/강국전 뜰

 

내시들과 시녀들, 숯이 담긴 화로와 차를 부지런히 나르고 있다.
송매설수, 급한 걸음으로 송옥구 쪽으로 다가온다.

 

송매설수 : 아바님!!
송옥구 : 마마.. (읍한다)
송매설수 : (손을 잡는다, 눈물을 글썽) 찬바람에 마자수 건너느라 고생하셨어요.
송옥구 : 왕자마말 축하드리는 자리온데 불함(不咸)인들 못 넘겠습니까.
대무신왕 : 호동이 기다리고 있소. 왕비, 회포는 나중에.
송매설수 : (자리를 보면, 대무신왕 옆에 한자리 밖에 빈자리가 없다) 아바님은..
송옥구 : 신하된 자가 어찌 폐하와 한자리에.. 앉으시지요, 마마.
송매설수 : .. (서운한 눈으로 대무신왕을 보다 그 옆자리에 앉는)
대무신왕 : (손들어 호위무사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호위무사들, 북을 울리기 시작한다.
호동, 윗옷을 벗고 호위무사가 건네는 칼을 들고 검무를 추면서 세워놓은 대나무와 볏짚 등을 공중제비로, 뒤돌면서,

갖가지 자세로 베기 시작한다.
송옥구, 입술 끝을 말아 올려 웃고 있지만 호동을 보는 눈빛이 매섭다.
을두지, 그런 송옥구를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Dis)

 

 

씬24. 동, 강국전 앞/강국전 뜰 (시간경과)

 

호동의 벗은 등에서 땀이 흐르고, 김이 무럭무럭 오른다.
호동, 한순간 날아올라 검을 쥐고 땅을 향해 수직으로 내려온다. 대나무 박아놓은 것이 반으로 쫘악- 갈라진다.
호동, 마무리 동작 취하며 땅에 착지한다.

 

여랑 : 와아아아!!!! (일어나 박수친다)

 

대무신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우나루와 을두지, 추발소, 흐뭇한 미소.
송매설수의 얼굴에 냉기가 서린다.
호동, 모두에게 무릎 꿇어 인사한다.

 

송옥구 : (웃으며 박수친다) 왕자님!! 오늘 이 늙은것이 눈호사를 했습니다!

            이리 빼어난 검술은 (대무신왕을 보며) 폐하 이후 처음이옵니다!!

 

매고와 호위무사들, 호동에게 덧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긴다.

 

대무신왕 : 호동은 이리 오라.

 

 

씬25. 동, 강국전 계단 위

 

호동, 의관을 갖추고 올라왔다.

 

대무신왕 : (내시장에게 손짓한다) 가져오라.

 

내시장, 옻칠한 긴 나무상자를 가져와 무릎 꿇고 대무신왕에게 바친다.
대무신왕, 상자를 열면 화려하게 장식된 검 한 자루가 나온다.
대무신왕, 검을 집어 호동에게 준다. 호동, 무릎 꿇고 받는다.
호동, 검집에서 검을 빼낸다. 손잡이에 보석이 박힌 검의 예리함이 빛에 난반사 되어 어지러울 지경이다.

 

대무신왕 : 그 칼이면 능히 은산철벽(銀山鐵壁)도 벨 수 있으리.
호동 : 이 검으로, 낙랑을 치고. 요동·현도를 치고. 부여를 쳐 아바마마 두 손에 받치겠습니다.
대무신왕 : 네 말이 흐뭇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송매설수 : 낙랑·요동·현도는 모르겠으나, 부여를 칠 수가 있겠느냐? (웃으며) 네 어머니의 나라요. 네게는 피붙이의 땅 아니냐.
호동 : (웃으며) 소자, (우나루를 한 번 보고) 스승께 배운 것은 힘에 검이 아니라, 혈육이라도 벨 수 있는 검이었습니다.
송매설수 : 오호~ 그랬느냐?
대무신왕 : (우나루에게) 호동에 검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는가?
우나루 : 십할 중 일할입니다.
호동 : !
추발소 : 너무 박한 것 아닙니까, 대장군.
대무신왕 : 어째서 일할 밖에 못가르쳤는가?
우나루 :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 그렇습니다.
대무신왕 : (본다)
우나루 : 칼은 본시 네 가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 처음은 유연함이고 둘째가 힘입니다.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니, 일할이랄 밖에요.
송옥구 : 그거 재밌군. 대장군, 이 늙은이에게 나머지 구할까지 알려주게.
우나루 : 힘 위에는 잔인한 검인데, 이는 폐하 주종목이니 폐하께서 가르치셔야할 것 같구요. (대무신왕을 보며 히쭉- 웃는다)
대무신왕 : ..
여랑 : 마지막은 뭔가요?
우나루 : 즐기는 칼이오.
여랑 : (못알아 듣는) 으응?
우나루 : 피를 즐기는 칼. 내 칼에 피 묻히는게 즐거워서 견디질 못하는 칼. 그 칼을 이길 수 있는건 세상에 없소.
대무신왕 : 잔인한 검이든. 즐기는 검이든. 호동이 스스로 깨우쳐야할 일. 지금은 이로서 흡족하다. (일어나려는)
호동 : 소자, 청이 하나 있습니다.
대무신왕 : 무어냐?
호동 : 어마마마와 한 번 겨뤄보고 싶습니다.
을두지 : !!
송옥구 : !!
대무신왕 : (송매설수를 본다) ..
호동 : 지난날 소자에게 아바마마께서, 어머니께 이긴다면 혈육이라도 벨 수 있다 하셨습니다.

         제 칼이 과연 일할인지. 피를 즐기는 칼은 아니어도, 삼할에 성취는 이뤘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을두지 : (OL) 왕자마마!! 말씀이 과하십니다!

 

대무신왕, 인상 찌푸리며 잠시 생각한다.

 

대무신왕 : (송옥구를 본다) 내 오래전, 왕비에 검을 보았는데 실로 여장부에 검이었소. 오랜만에 한번 보고 싶지 않소?
송옥구 : 제 한 몸 간수나 하라, 가르친 검인데 무슨 볼거리가 되겠습니까.
송매설수 : (발끈해서) 겨뤄보지요.
대무신왕 : (송매설수를 본다)
송매설수 : (시녀장에게) 내 칼과 검복을 가져오라!! (벌떡 일어난다)
송옥구 : 왕비마마 (앞을 막아선다)
송매설수 : 아들이 그리 원하니, 어미가 어찌 소원을 안들어주겠습니까! 아바님은 말리지 마십시오!!
여랑 : 재밌겠는데 왜 말리세요, 고추가 어른. 언니두 한가닥 하는 칼입니다.
송매설수 : (시녀장에게) 양덕은 뭘 하느냐!! 오선전으로 가 칼 가져오라는데!!
송옥구 : (송매설수의 눈을 매섭게 바라본다) 마마!!!
송매설수 : ..
송옥구 : (호동에게 부드럽게) 왕자에 칼이 여름날 무성한 풀 같다면, 왕비마마에 검은 가을 서리에 시들어가는 풀입니다.

            겨루지 않아도 승패를 아는데. 무얼 확인하고 싶으십니까.
호동 : ..
송옥구 : (대무신왕에게) 이제 그만 비류나부에서 올리는 진상품을 보시옵소소.

 

송매설수, 호동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씬26.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의 집무실

 

대무신왕과 송매설수, 송옥구, 다탁 앞에 앉는다.

 

송매설수 : (주위를 살짝 둘러보며) 집에서 가져오신건..?
송옥구 : (밖에다 대고) 진상품을 들이시게!!

 

문이 열리면서, 화려하게 치장한 송수지련 들어온다.
대무신왕과 송매설수, 의아한 표정으로 본다.
수지련, 소매 끝을 맞잡고 아미를 숙여 절한다.

 

송매설수 : 이.. 아인? (알아보는)
송옥구 : 마마에 사촌 수지련이옵니다.
대무신왕 : 비류나부엔 미인이 많아. 왕비도 그렇고.
송매설수 : 호동이와 저 아일 맺어주고자 하십니까?
송옥구 : 폐하, 수지련을 맞아 주옵소소.
송매설수 : (놀라) !
대무신왕 : 후궁으로 들이라?
송옥구 : 지금에 왕비마마를 폐하시고, 폐하에 정비로 삼아주소소.
대무신왕 : ! (놀란다)
송매설수 : .. (멍해지는)

 

송옥구, 자리에 무릎 꿇고 부복한다.

 

송옥구 : 대저, 왕비의 소임이 무엇이니까. 정통성을 잇는 후계자를 낳아, 왕실을 편안케 하고, 오나부를 안돈시키고,

            고구려를 반석에 올리는 일.
송매설수 : 아바님!
송옥구 : 지금 왕비마마는 시든 꽃이니, 더는 열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송매설수 : 아바님!!
대무신왕 : (수지련에게, 놀리듯) 그래, 너에겐 열매를 기대해도 좋으냐?
수지련 : 소녀 혼자서야 어찌.. (요염하게 웃으며) 대왕마마께서 도와주신다면..
대무신왕 : 사촌끼리 꽤나 닮았군. (송매설수를 보며) 그대만큼이나 당차.
수지련 : 이 몸 지금껏 폐하께 사랑받는 여인이 되고자 길러졌으니.

            (송매설수를 보며) 언니보다는 마마를 즐겁게 해드릴 자신이 있사옵니다. (방긋-웃는)
송매설수 : (입술을 깨물며, 파르르- 떤다)
송옥구 : (송매설수를 한번 보고) 비록 제 딸이오나, 폐하와 고구려에 죄를 지은 여인이니 왕비에 위(位)를 폐하고,

            새 왕비로 후사를 이으셔야 합니다.

 

송매설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지련 앞에 선다.
수지련, 빙그레 웃으며 송매설수가 나갈 수 있도록 살짝 비켜선다.

 

송매설수 : (노려본다) 내 어릴 때 그토록 귀여워했건만. 되바라진 년!

 

송매설수, 수지련의 뺨을 호되게 치고 문을 나간다.

 

대무신왕 : 하하하-아하하하- 이거야 걸작이군. 장인이 내게 보낸 진상품 중 최고 걸작이야.
송옥구 : 제 딸을 비류나부로 돌려보내시고, 수지련을 맞으소소.. 이번에 매설수를 데려가겠습니다.
대무신왕 : ..

 

대무신왕, 피곤한 얼굴로 송옥구에게서 시선 돌려 송수지련을 본다.

 

 

씬27. 고구려 오선전, 송매설수 침소

 

송매설수,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시녀장 : (술잔을 뺏으려는) 해도 기울지 않았습니다.
송매설수 : 둬라. (잔을 드는데)

 

문 열리고 송옥구 들어온다.
송매설수, 송옥구를 노려보다 잔을 힘껏 집어던진다. 벽에 잔이 부딪치며 술이 사방으로 튄다.

 

시녀장 : 마마!!
송옥구 : (얼굴에 튄 술방울을 닦으며) 양덕인 나가 있거라.

 

시녀장, 읍하고 뒷걸음질 쳐서 문쪽으로.

 

송옥구 : 그래, 가슴 아프겠지.
송매설수 :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아바님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을 줄 몰랐습니다!!
송옥구 : 호동이 왕이 되면.. 모두가 다 죽는다.
송매설수 : 그게 두렵습니까!
송옥구 : (고개 젖는다) 내 죽어 비류나부를 구할 수 있다면 그리하겠지.

            내 딸 매설수가 죽어야 비류나부가 사는 것을 어쩌겠느냐..
송매설수 : 아바님.. (눈물이 흘러내린다)
송옥구 : (침상에 앉는다) 아가.. 내 이쁜 딸아.. 너를 죽이려는 아빌 용서해라..

 

송매설수, “아바님..아바님..” 부르며 송옥구의 무릎에 쓰러져 운다.
송옥구, 눈시울이 붉어져 그런 송매설수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Dis)

 

 

씬28. 고구려 국내성, 대무신왕의 집무실 (저녁)

 

대무신왕과 호동, 앉아 있다.

 

대무신왕 : 비류나부는 너를 태자로 세우지 못하게 하려는 거다.
호동 : 태자가 되고·못되고는 아바마마 뜻에 달렸습니다.
대무신왕 : 최리·왕굉이 없다면. 요동·현도군이 없다면 오직 내 뜻이겠지.
호동 : (본다)
대무신왕 : 신생 낙랑국을 부수려면.. 비류나부에 힘이 필요하다.
호동 : 아바마마!
대무신왕 : (OL) 고구려에 왕이 되고 싶다면 비류나부 힘을 빌리지 말고 호동 네 손으로 낙랑국을 부수어라.
호동 : .. 알겠습니다.. 반드시 소자가 그리 하겠습니다.
대무신왕 : .. (혼잣말처럼) 무휼아, 너도 늙는구나. 처음으로 매설수가 가련하게 느껴지는군.

 

 

씬29. 차차숭의 천막 극장 앞 (다른날/낮)

 

호곡, 앉은뱅이가 되어 손으로 땅을 짚어가며 다리로 흙바닥을 질질-끌며 온다.

호곡, 이마에 자자 당한 것을 헝겊으로 묶어 숨기고 있다.
호곡, 거적을 들치고 천막 안을 들여다본다. 기예 연습을 하는 단원들 속에 뿌쿠가 보인다.

 

 

씬30. 천막극장 안

 

뿌쿠(자명/신분을 알게 될 때까지 뿌쿠라 부른다),

눈을 검은 천으로 묶고 의자에 등을 대고 누운 자세로 발로 차 항아리 돌리는 기예 연습을 하고 있다.
행카이(일품/신분을 알게 될 때까지 행카이라 부른다), 천상지희 연습을 위해 한쪽 팔에 비단천을 감는다.

 

소소 : 나도!!

 

소소, 행카이에게 뛰어간다.

행카이, 둥글게 빨리 돌며 속도를 높이다가 달려오는 소소의 허리를 채어 감고, 비단천을 타고 날아오른다.
묘리와 여자 단원들, 잠시 동작을 멈추고 소소를 부러운 듯 본다.
공중에서 자세를 취하는 행카이와 소소의 아름다운 동작들.
묘리, 입을 벌리고 황홀한 듯 행카이를 본다.

 

미추 : 뚝.뚝 침 흘린다구 (행카이를 눈으로 가리키며) 쟤가 묘리 니 입에 똑, 떨어지냐?
묘리 : (츠읍- 소리 내며 침 삼키고) 흘리긴요. 쫌 고이긴 했지만. (배시시 웃는)
미추 : (혀 차고) 싱겁게 굴지 말구, 독기를 좀 가져봐, 독길. 얼굴이 안되믄, 몸을 쫌 만들던가.

         것도 안되믄 남 못하는 재줄 익히든가. 언제까지 소소 딱가리 할래? 그래 가지구 니 손에 행카이가 잡히겠냐?

 

뿌쿠, 행카이란 말에 눈을 가린 천을 뜯어낸다. 그 바람에 균형 잃고, 항아리가 발바닥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깨진다.
요란한 소리 내며 깨지는 항아리.

 

미추 : 뿌쿠!! 야, 이 기집애야!!! 또 깨 묵었냐!! 또 깼어!!

 

미추, 뿌쿠의 머리를 퉁- 소리가 날 정도로 아프게 주먹으로 때린다.
뿌쿠, 그러거나 말거나 공중곡예 하는데 가서 소리 지른다.

 

뿌쿠 : 언니!! 야, 소소!! 안내려와!! 내가 할 꺼야!! 오빠 천상지희 짝지는 나라니깐!! 얼른 안 내려와!!!

 

뿌쿠, 소리를 지르지만 소소, 공중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약 올린다.
뿌쿠, “야아!!!” 하며 항아리 기예용 얇은 신발을 벗어 던진다. 소소의 등에 맞고 미추의 머리에 떨어진다.

 

미추 : 아오!! 이 년이 진짜!!

 

소소, 행카이에게 허리를 안겨 허공을 돌며 뿌쿠에게 손으로 쑥떡을 먹인다.

 

뿌쿠 : 으으으!!!

 

뿌쿠, 그대로 뛰어 늘여져 있는 천을 팔에 감고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는 자세부터 뒤뚱 맞고 엉성하니 우스꽝스럽다.

 

묘리 : 쟤,쟤 줌 보세요~~
미추 : 뛰지도 못하는게 날아? 가지가지 한다, 증말.

 

뿌쿠, 달리는 속도의 반동을 이용해 날아올라야 하는데 천을 엉거주춤 잡고 오르다가 바닥에서 한치쯤 날아오른다.

 

뿌쿠 : 난다!! 날어!! 오빠, 나 날었어~
행카이 : (OL) 뿌쿠야! 위험해! (하는데)

 

행카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뿌쿠, 바닥에 쿵 떨어진다.
묘리를 비롯한 단원들, 낄낄- 거리고.
미추, “미쳐!”하며, 손바닥으로 자기 머리를 탁탁 친다.

 

 

씬31. 차차숭의 천막극장 앞

 

차차숭, 어깨와 등을 이용해 막대봉 돌리는 훈련을 하며 걸어오다 천막극장 안을 들여다보는 호곡을 본다.
차차숭, 봉을 어깨로 튕겨 한 손으로 잡고 호곡의 목줄기를 겨눈다.

 

차차숭 : 거 비렁뱅이 님아. 뭘 기웃거리셔?
호곡 : 공연을 맡기러 왔다.
차차숭 : (같잖다) 공여언? 허이구.

 

차차숭, 봉으로 호곡의 이마끈을 툭, 쳐서 푼다.
(인서트) 호곡의 이마에 선명한 검은물 들인 자자(刺字) ‘猪苗’

 

차차숭 : 꾸부렁 꾸부렁 뭐라 새긴 거야.. 거렁뱅인 줄 알았더니. 너, 흉악범이지? 죄명이 뭐냐? 강도? 살인?
호곡 : 나라를 망하게 한 죄.
차차숭 : 이거·이거 완전 맛간 놈 아냐. (봉으로 호곡의 목줄기를 꾹꾹-누른다)

 

호곡, 한 순간 봉을 빼앗아 차차숭의 오금을 친다.
차차숭, 무릎이 꺾이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호곡, 차차숭을 타고 앉아 봉으로 목을 누르며.

 

호곡 : (버럭) 내 비록 빈형(競刑)에 다리병신은 됐다만, 네깐 놈이 들고 놀아두 좋을 몸이 아니야!! 까불지마 새꺄!!
차차숭 : (캑캑- 거린다) 대인!! 대인!! 목!! 목, 좀!! 목.. (캑캑-)

 

호곡, 봉을 집어 던지고 차차숭의 몸에서 기어 내려온다.

 

차차숭 : (목을 문지르며) 몸이 성할 땐 거 크게 한가닥 했겠소..
호곡 : (주머니에서 엄지손가락만한 금덩어릴 꺼내 던진다) 공연 선금이다.
차차숭 : (눈이 휘둥그레지며, 금덩이 깨물어 보고) 금 맞네!! 대체 뭔 공연이길래..
호곡 : 열이레 후에 낙랑에서 여기 동모현에 배가 닿는다.

         내빈관(來賓館, 한나라 산동반도의 국빈숙소)에 묵을 놈들을 위한 공연이다.
차차숭 : 대체 낙랑서 누가 오길래..
호곡 : 왕굉. 최리. (차차숭을 보며) 너희가 보일 수 있는 가장 빼어난 기옐 선보여라.
차차숭 : 예.. 대인.

 

호곡, 천막 안을 들치고 들여다본다.

 

 

씬32. 차차숭의 천막극장 안

 

뿌쿠, 아픈 듯 한 손으로 엉덩이를 문지르고, 입술을 꾹 깨물고 다시 천을 잡고 다다다닥- 뛰기 시작한다.

 

행카이 : 오빠가 내려가! 내려갈테니까 하지마!

 

한순간, 뿌쿠의 몸이 붕- 날아오른다.
비단천을 감고 날아오르는 뿌쿠를 단원들 멍-하니 본다.

 

 

씬33. 천막극장 앞

 

호곡, 거적 들쳤던 손길을 내려놓고.

 

호곡 : 저 멍청한 계집아이도 기예에 넣도록 해라.
차차숭 : 뿌쿠를요!

 

호곡, 대답없이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기어간다.

 

차차숭 : 업어다 드려요?
호곡 : .. (말없이 간다)
차차숭 : 조심해 가십시오!! 내빈관에 무대 세우러 가 뵙겠습니다!!

 

호곡, 입구 쪽으로 가고. 차차숭, 호곡 보다가 몸 돌려 급히 천막 안으로.

 

 

씬34. 차차숭의 천막극장 안

 

천을 감고 날아오른 뿌쿠, 소소의 옷을 잡아당긴다.
“안놔!! 놔!!(소소) / 울 오빠한테 끈적대지 말랬지!!(뿌쿠)” 다투며 둘이 허공에서 발길질을 해대고.
미추와 묘리, 단원들 놀라서 발을 동동-구르며 어쩔 줄 모른다.

 

묘리 : 으으.. 떨어지겠어요!!
미추 : 얼른 내려오지 못해!! 행카이!!
행카이 : 뿌쿠야!! 위험해!! 얼른 팔에 감은 천을 오분씩 천천히 풀면서 이쪽으로! 오빠가 잡아줄께!

 

차차숭, 들어와서 보다 경악한다.

 

차차숭 : (단원들에게) 뭘 보구 있어!! 얼른 그물치잖구!!

 

차차숭의 말이 끝나기 전에 뿌쿠, 천을 놓친다.
단원들, 비명을 지르고.

 

행카이 : 뿌쿠야!!!

 

행카이, 천을 잡고 날아서 뿌쿠를 잡아챈다.
행카이, 바닥에 등을 대고 떨어지면서 뿌쿠를 자신의 배 위에 떨어지게 한다.

 

미추 : (달려와 행카이를 보고) 어떡해!! 어깨뼈가 빠졌어! 부러진 거믄 어째!!
뿌쿠 : 오빠아!!
행카이 : 괜찮아? 우리 뿌쿠 다치지 않았어?
뿌쿠 : 응... 오빠아.. 난 괜찮은데.. 미안해, 미안해.. 오빠..

 

뿌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씬35. 낙랑국, 왕검성 외곽 구휼소

 

(자막) 낙랑국 구휼소

커다란 가마솥이 걸려 있고, 시래기죽을 끓이는 모하소와 동고비, 시비들.
길게 줄을 늘어선 난민들 사발에 죽을 한 바가지씩 떠준다.
한쪽에서는 난민들에게 쇠괭이와 나무괭이를 나눠준다.

 

모하소 :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다들 고향에 가 농살 짓도록 해요.
난민1 : 고맙습니다, 대부인 마님.

 

라희(13세)가 달려온다.

 

라희 : 엄마!! 엄마!!!!
동고비 : 마님. 라희 아가씨에요.
모하소 : (본다, 얼굴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라희, “엄마아!!!” 부르며 달려와 모하소의 품에 안긴다.

 

 

씬36. 동, 구휼소 안

 

라희, 모하소의 가슴에 손을 넣고 조몰락거린다.

 

모하소 : 이제 그만. (라희의 손을 빼낸다)
라희 : 이힝.. (까탈 피운다)
모하소 : 몇해 있음 시집갈 녀석이 언제까지.
라희 : 쪼금만, 응? (손을 슬며시 가져가는)
모하소 : 이 녀석이 (흘기는 척) 어려선 그리 젖을 안물더니. 다 커서 이래.

 

문 열리고, 왕자실 들어온다.

 

왕자실 : 그야 형님이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지요.
모하소 :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우님, 오셨는가.
라희 : ... 어머니..
왕자실 : 어서 일어나. 검술 배울 시간이다.
라희 : (모하소를 본다) 엄마. (가기 싫다)
모하소 : 계집아이가 검술은 배워 어따 쓰게. 검 잘 쓰는 호위를 붙이면 되잖는가.
왕자실 : 라흰 그냥 여자애가 아닙니다. 낙랑국에 여왕이 될 아입니다.
모하소 : 아우님!!
라희 : 여자가 무슨 왕이 된다 그래요!! 어머닌!! (흘긴다)
왕자실 : 편협한 생각! 여자가 왕이 될 수 없다 어느 누가 그러더냐?

            라희 네가 최리대왕에 유일한 자식인 순간. 딸이든·아들이든 상관없는 거다.
모하소 : .. (왕자실을 본다)

 

 

씬37. 차차숭의 천막극장 안 (저녁)

 

차차숭, 화가 나서 뿌쿠를 야단치고 있다. 미추와 단원들, 칼던지기판을 준비하고 있다.

 

차차숭 : 야, 이놈아! 기옐 판다는게 뭔줄 알아!
뿌쿠 : 알아요.. 웃음을 파는 거에요.
차차숭 : 지랄! 이놈아 기옐 판다는 건 목숨을 판단 거야! 매 순간·순간 목숨을 거는 거야!

            공연 보는 놈들은 웃지만, 우린 이놈아, 죽느냐·사느냐·병신이 되느냐!! 목숨 팔어 밥으로 바꾸는 거야!!
뿌쿠 : ..
차차숭 : 묶어!!
소소 : 예~

 

단원들, 우르르 달려들어 뿌쿠를 칼던지기판에 묶는다.

 

뿌쿠 : 싫어!! 나 이거 안해요!! 무섭단 말야!! 난 천상지희 할꺼에요!!!

 

뿌쿠, 앙탈을 부리지만 결국 칼던지기판에 묶인다.

 

미추 : 너 거기서 목숨을 건다는게 뭔지 제대루 느껴봐!!

 

미추, 차차숭에게 단도허리띠를 가져다 허리에 채워준다.
뿌쿠가 묶인 판을 돌리는 소소.
뿌쿠가 사지를 벌리고 묶인 채 돌아간다.
차차숭, 정신 집중해 단도 던진다. 뿌쿠의 겨드랑이 사이에 박히는 단도.

 

뿌쿠 : 으아아아!!!
차차숭 : 소리 지르지마!

 

차차숭, 두 번째 단도를 던진다. 뿌쿠의 가랑이 사이에 박히는 단도.

 

뿌쿠 : 오빠아!!! 오빠아!!!
차차숭 : 소리 지르지 말라니!! 내 혼이 나가면, 내가 죽는게 아니라, 니가 죽어!!

 

차차숭, 세 번째 단도를 던진다.
뿌쿠의 목 옆에 박히는 단도.

 

뿌쿠 : 오빠아!!! 살려줘!!!

 

뿌쿠, 오줌을 지리다가 기절하고 만다. (Dis)

 

 

씬38.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호동, 낙랑국 지도를 보고 있다.
문 열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호동 : 누구도 방해 말라 했다.

 

호동, 지도에서 시선 돌려 보면. 검복차림의 송매설수, 머리를 동여매고 칼을 들고 서있다.

 

호동 : !
송매설수 : 나하고 겨뤄보고 싶다 했지. 나 또한 그렇구나.
호동 : (빙그레 미소) 그 때문에 오셨습니까?

 

송매설수, 검집째 호동의 목 부분을 겨누며.

 

송매설수 : 네 아버지가 준 칼을 잡아라.
호동 : 그러지요. (일어나 좌대에서 대무신왕이 준 칼을 집어든다)

 

 

씬39. 동, 수양전 후원 뜰 (밤)

 

송매설수와 호동, 검을 들고 서있다.

 

송매설수 :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오늘은 그 끝을 봐야지?
호동 : 저 역시, 바라던 일입니다.
송매설수 : (검집에서 검을 꺼내고, 검집을 던져버린다)

 

송매설수, “호동!!!” 외치며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씬40.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의 침소 (밤)

 

송매설수, 검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아미·술이, 옆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송매설수의 뇌리에 갖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플래시) 8부 씬25
호동 : 어마마마와 한 번 겨뤄보고 싶습니다.

 

검복의 매듭을 짓는 송매설수의 손길이 파르르- 떨린다.
 

(플래시) 8부 씬25
호동 : 소자, 스승께 배운 것은 힘에 검이 아니라, 혈육이라도 벨 수 있는 검이었습니다.

 

송매설수, 입술을 깨물며 머리를 묶으려 비단끈을 든다.
“왕비마마.. 저희가..” 하며 아미, 빗을 집어 들고. 술이, 송매설수의 손에 들린 비단끈을 받으려 하면.
송매설수, 팔로 술이의 손을 밀쳐내고 비단끈 한쪽을 입에 물고 머리를 묶기 시작한다.
 

(플래시) 8부 씬26
송수지련, 화사하게 웃고 있다.

송옥구 : 지금 왕비마마는 시든 꽃이오니, 더는 열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송옥구 : 비록 제 딸이오나, 폐하와 고구려에 죄를 지은 여인이니 왕비에 위를 폐하고, 새 왕비로 후사를 이으셔야 합니다.

 

송매설수, 다탁에 놓인 술주전자를 들어 한잔 따라 마신다.

 

송매설수 : 검을 가져오너라.
아미 : .. (술이를 보며, 나지막이) 어떡해..
송매설수 : (버럭) 귓구멍에 고래기름이라도 퍼부었느냐! 검 가져오라니!!
술이 : .. 예, 마마..

 

술이, 침상 쪽으로 가 그 밑에서 검이 든 긴 오동상자를 꺼낸다.
송매설수, 다탁에 놓인 술주전자를 든다. 문 열리고, 시녀장 황급히 들어온다.

 

시녀장 : 마마! (술주전자를 잡는다)
송매설수 : .. (다른 손으로 시녀장의 손을 떼 내고, 그냥 주전자째 한 모금 마신다)

 

술이, 나무상자에서 송매설수의 검을 꺼낸다.

 

술이 : 여기.. (송매설수에게 두 손으로 올리는)
시녀장 : 아니되옵니다! (송매설수 앞을 막아선다)
송매설수 : (검으로 시녀장의 목을 겨눈다)
시녀장 : 차라리 이년에 목을 베고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송매설수 : 오냐, 베주마! (검집에서 칼을 빼며) 누구든 내 앞을 막는 자, 다 죽여 버릴 것이야!!

 

아미·술이, “꺄-/살려주세요, 마마!!” 소리치며 복도와 연결된 문을 열고 도망친다.
송매설수, 완강하게 자신의 앞을 막고 버티는 시녀장의 눈을 바라보다 비켜서 경의실로 걸어간다.

 

 

씬41. 동, 송매설수의 침소 경의실(更衣室) (밤)

 

침실에 딸린 일종의 드레스룸. 송매설수의 옷과 장신구들, 신발 등이 수납되어 있다.
송매설수, 벽 한쪽에 위장돼 있는 나무판을 뜯어내고 보석함 같은 은함(銀函)을 꺼낸다.
은함을 열면 암기 매화표(梅花?, 매화꽃잎모양의 칼날이 믹서기날처럼 회전하며 살을 파고든다)와

뚜껑달린 작은 자기병이 들어있다.
송매설수, 자기병 뚜껑을 열어 매화표에 붓고, 자기병은 바닥에 던진다. 은함의 색이 검게 변한다.
시녀장, 들어와 그 모습을 본다.

 

시녀장 : (은함의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

 

시녀장, 자기병을 주워 코에 가져간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손끝으로 자기병 입구에 묻은 액체를 조금 찍어 신중하게 혀끝에 맛보려면.

 

송매설수 : 똥인지 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건 아니잖니. 관둬라. 호동보다, 널 먼저 앞세우고 싶지 않으니.
시녀장 : (떨리는) .. 이것이 다 무엇입니까?
송매설수 : 상양어(湘洋魚).
시녀장 : !
송매설수 : 참을 만큼 참았다. 몇 번이고 그걸 입에 털어 넣고 싶은 내 마음도 참았고,

               날 이리 만든 호동일 죽이고픈 마음도 참았다. 이만 참았으면 됐다.

 

송매설수, 독약 묻힌 암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품에 넣는다.

 

시녀장 : 마마!!
송매설수 : 비류나부가 망하든·죽든 상관없다! (문쪽으로)
시녀장 : 이 년, 마말 버린 비류나불 걱정하는게 아니옵니다.
송매설수 : (본다)
시녀장 : 그 문을 나가시면 마마가 죽습니다. 왕자님 손이든, 폐하에 손에든.. 마마가 죽습니다..
송매설수 : ..
시녀장 : (안쓰러운 눈빛으로 송매설수를 보며) 이 천한 년, 오직 한 소원은

            늙어 천수를 다 하신 마마를.. 왕후의 능에 모시고 가는 것이옵니다..

 

시녀장, 자리에 부복하며 감정이 복받쳐 운다.

 

송매설수 : 난 죽음이 두렵지 않다..
시녀장 : 마마..
송매설수 : 난 이미 귀신이다. 오선전 돌무덤에 파묻힌 귀신. (처연한) 살아있는 사람이.. 어찌 이리 외로울 수 있겠니..

 

 

씬42.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호동, 낙랑국 지도를 보고 있다.
문 열리고, 송매설수 들어온다.
호동, 지도에서 시선 돌려보면. 검복차림의 송매설수, 머리를 동여매고 칼을 들고 서있다.

 

송매설수 : 나하고 겨뤄보고 싶다 했지? 나 또한 그렇구나.
호동 : (놀리는) 지금은 소자보다 수지련이란 여인을 (송매설수의 검을 보며) 베는게 바쁘지 않으십니까?
송매설수 : 니가 나를 조롱하는구나.
호동 : 아버지가 딸을 버리고, 여동생이 언닐 밀어내겠다 설치는 마당에, 소자 말 한마디에 뭘 그리 노여워하십니까?
송매설수 : 흐흥.. (자조적인 웃음) 하긴. (고개 끄덕이고)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있으랴. 이 모든 원인은, 너 아니더냐?
호동 : 왕권에 도전하는 비류나부에 오만방자함 때문이 아니구요?
송매설수 : 관두자, 입씨름은. 피곤해.

 

송매설수, 검집째 호동의 목을 겨누며.

 

송매설수 : 네 아버지가 준 칼이나 잡아라.

 

호동, 일어나 좌대에서 대무신왕이 준 검을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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