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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9.07.27|조회수826 목록 댓글 0

[자명고] 19


 

 

 

 

 

 

 

 

 

씬1. 태산관, 호동의 침소 (밤)

 

자명, 찌개뚝배기를 화로에 올려준다.

 

호동 : 공주가 올 때 됐군. 나가봐라.
자명 : 두 분, 시중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호동 : (본다)
자명 : .. 낙랑국 공주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호동 : (냉랭하게) 네가 공주하고 말 섞을 신분이더냐? 나가 있어. 밖에서 어정거리지도 말구.
자명 : 예.. 왕자마마. (인사하고 문 쪽으로)

 

호동, 자명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릇을 챙기는.
자명, 그 모습 잠시 보다 문 열고 나간다.

 

 

씬2. 태산관, 자명의 방 (밤)

 

자명, 검을 걸어 놓고. 스탠딩 대야에서 대충 세수를 한 다음 윗옷 벗어 얼굴을 쓱쓱- 닦는다.
자명, 문득 라희를 생각한다.
 

(인서트) 18부 씬1
라희 : 뿌쿠는 어딨느냐? 부르라. 그 아일 한번 보고 싶으니.

 

자명 : 내가 뿌쿠라고 얘길 해야 되는데.. 죽이려 했단 말은 못해도, 미안하단 말은 해야잖아..

         그리 다정한 공주님한테.. 못할짓 한건데..

 

자명, 침상에 몸을 던져 벌렁 눕는다. 손을 깍지 껴 베고는 생각이 많아, 멀뚱멀뚱 천정을 본다.

 

 

씬3. 태산관, 왕홀의 침소 (밤)

 

왕홀, 왕자실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 한쪽에 도수기, 시립해 있고.
 

(인서트) 왕자실의 편지.

왕자실/(소리) : 홀아, 네가 보낸 글을 읽었다. 우리 라희, 자칫 목숨을 잃을뻔 했다는.

                      너는 호동을 의심하지만, 누나 생각은 다르구나.

 

 

씬4.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모하소의 침소 (밤)

 

모하소와 왕자실, 다담을 하고 있다. 차와 월병 같은 과자. 치소와 동고비, 시립해있다.
왕자실, 서서 모하소의 잔에 공손히 차를 따른다.
월병을 집어, 반을 갈라 모하소에게 올린다.
모하소,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받고.
왕자실,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는데 그 표정이 싸늘하다. 이런 모습들 위로 왕자실의 편지글이 이어진다.

 

왕자실/(소리) : 희희낙락 기예단 아이를 살펴봐야 한다.

                      홀이, 네 손으로 반드시 그 계집아이의 가슴을 열어, 염통 부근에 상처가 있는지 살펴봐라.

 

 

씬5. 태산관, 자명의 방 (밤)

 

자명, 곤히 잠들어 있다.

 

왕자실/(소리) : 대장군이자, 사내가 할 짓이 아니라 여기겠지만 다른 그 누구의 눈 과 손을 빌려서는 안된다.

                      낙랑국의 앞날이 달린 일이니..

 

 

씬6. 태산관, 왕홀의 침소 (밤)

 

왕홀, 편지를 읽고 있다.

 

왕자실/(소리) : 이 누나 말을 깊이 명심해라. 네 조카이자, 홀이 네 부인이 될 라희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왕홀, 의아한 표정으로 편지를 내려놓는다.

 

도수기 : (왕홀의 표정 보고) 차후마마 뭐라 쓰셨길래요..? (흘깃-보려는)
왕홀 : (도수기가 보지 못하게 두루마리 말면서) 공주마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 놈 목부터 베라 쓰셨다! (일어난다)
도수기 : 흐흐- (웃으며) 이 놈, 도수기 목숨은 원래 우리 태녀마마 건데요, 뭐~

            목을 달라시면 목을~ 마음을 달라시면 마음을, (하는데)
왕홀 : 에라, 이놈아, 꿈 깨! (두루마리로 이마를 탁-친다)

 

 

씬7. 태산관, 호동의 침소 (밤)

 

호동, 라희에게 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권한다.

 

호동 : 먹어봐요~ 그럴듯 할테니.
라희 : .. (냄비 한번 보고, 호동 한 번 보고)
호동 : 어서. 태산관에서 먹은 기름이 다 내려갈꺼요~

 

라희, 호동을 보다 발딱- 일어난다.

 

호동 : (숟가락 놓고) 공주?
라희 : 먹은 걸로 치죠. (돌아선다)
호동 : (일어나, 라희의 손목을 낚아챈다) 이 세상에 말이야. 했다치고, 는 없는 거야.
라희 : 당신은 날 끊임없이 놀리구 있어! 처음 만났을 때두, 지금두.
호동 : 놀린 적 없다. 어수관 내시도 아니고, 내가 무슨 마음으로 밥 짓구, 찌개를 끓였겠니? 기름진 음식 힘들었을 널 위해 했다..
라희 : .. (보다) 놔요.
호동 : (미소) 먹여줄까, 내가?
라희 : 놓아야 먹을 꺼 아녜요.

 

호동, 라희의 손목을 놓아주고 라희가 앉기 쉽게 의자를 빼준다.
라희, 앉고. 호동,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내민다.

 

호동 : 딱 먹기 좋게 식었습니다.
라희 : (먹는다)
호동 : 맛이 어떻소? 그럴듯하지?
라희 : (피식- 웃는다) 고구려 맛 밖에 안나는군요.
호동 : (본다) ...? (무슨 말인지 아직 이해 못하는)
라희 : 그대가 날 위해 끓인게 아니라, 고구려를 위해 끓였으니. 나도, 날 위해가 아니라 우리 낙랑을 위해 먹는 거에요~

 

라희, 호동을 보며 생긋- 웃어주고 밥을 푹푹- 퍼서 찌개랑 먹는다.

 

호동 : (라희를 본다) 그댄 내 기대보다 훨씬 멋있어졌군.
라희 : 식으면 비려집니다. 어서 드시죠, 호동왕자~ (먹다, 빠드득- 소리) 오호~ 돌도 씹히는군. 심심하지 말라구~ (삼키고)
호동 : 하하하- (기분 좋게 웃고) 복스럽게 먹는군.
라희 : 낙랑국을 위해서라면 돌 아니라 뭐든 못 삼키겠어요~
호동 : 내가.. 그댈 위해 끓인 마음은 진심인데, 믿지 못하는군.
라희 : (숟가락 내리고 호동을 본다) 고구려만 낙랑국을 갖고 싶은 건 아니에요. 찬후(?侯)의 큰 아들도, 변한(弁韓)의 왕자도,

         그대 외가의 나라 부여(夫餘)에서도 청혼을 했죠. 우리 낙랑국은, 단군왕검께서 축복해주신 천혜의 땅이니.
호동 : 경쟁자가 너무 많군. (웃는)
라희 : 원한다면, 호동왕자도 한 자리 끼워주죠~
호동 : 하하하- 하하- (웃는)
라희 : (자리에서 일어난다) 잘 먹었습니다~

 

 

씬8. 태산관, 라희의 침소 앞 (밤)

 

호동, 라희를 배웅하러 왔다.
하호개, 부퉁이 그 뒤를 호위하고.

 

라희 : .. (호동을 잠시 보다가, 신하들에게) 잠시 물러들 가세요.

 

신하들, “예, 마마.” 읍하고 물러난다.

 

라희 : 내게 검을 가르쳐준 스승들이죠.
호동 : 오호~ 쟁쟁한 장수한테 배우셨군.
라희 : 낙랑국 독립을 위해 내 아버님이 봉기하셨을 때, 마조 장군이란 분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마른 섶을 지고 활활- 타는 불 속에 뛰어든다 해도, 신뢰가 없으면 거짓이라고.
호동 : .. (본다)
라희 : 밥 아니라, 떡을 쪄도. 찌개 아니라, 소를 잡아 상 위에 올린다 해도. 진심이 없으면 감동이 없어요.
호동 : 공주가 감동하지 못하는 건. 그대가 내 마음을 의심하기 때문이오.
라희 : .. (호동을 한참 바라본다)
호동 : .. (미소 짓는다)
라희 : 초대 고마웠습니다. (가볍게 읍한다)
호동 : 잘 자요, 라희공주. 나에 왕비마마..
라희 : 두 번 다시 내 이름을 부르지 말아요. (싸늘해져서 문 열고 들어간다)
호동 : .. (그 모습 바라보는 표정이 무거워진다)

 

 

씬9. 태산관, 자명의 침소 (밤)

 

자명, 자고 있다.
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왕홀 들어온다.
왕홀, 자명의 침상으로 다가간다. 잠시 망설이다, 왕홀 이윽고 결심한다.
왕홀, 단도를 꺼내 자명의 옷을 베어낸다. 왕홀, 자명의 옷깃을 살짝 벌려 상처를 확인한다. 틀림없이, 가슴에 상처가 있다.

 

왕홀 : !!
자명 : !! (눈을 번쩍- 뜬다)
왕홀 : !! (놀라고)

 

자명, 몸을 굴려 벌떡 일어나 걸어놓은 검을 집어 든다.

 

자명 : 이이, 미친 인간!!! 대장군이란 놈이!! 이게 무슨 짓이야!!!
왕홀 : 그게.. 아니라.. (뭐라 말을 해야 할지) 그게 아니오!!
자명 : 아내두 있는 놈이!
왕홀 : 여자가 그리워 뛰어든 건 아니니. 오해 마라, 제발!

 

자명, 왕홀을 검으로 공격한다.
왕홀, 단도로 막는다.
자명과 왕홀, 몇 합 공격을 나눈다. 왕홀은 주로 검을 막는 입장이다.
왕홀, 문을 박차고 뛰어나간다.

 

 

씬10. 태산관, 마당 (밤)

 

자명과 왕홀, 검을 나누다가.
왕홀, 훌쩍 뒤로 피한다.

 

왕홀 : 길상 아가씨. 크게 실례했소. 오해해도 할 순 없으나, 다른 맘 있어 뛰어든 건 아니오.
자명 : 그걸 어찌 믿어!
왕홀 : 여자한테 손을 대고 싶으면, 정식으로 청혼을 하든, 잉첩으로 들이든. 좌우간 이 방법은 아니오.
자명 : 그게 아니라면, 날 죽이러 왔던가요? 그랬음, 깨워서 한 판 붙자고 하든지!
왕홀 : 고구려 왕자의 호위무사를 어찌 마음대로 죽일 수 있겠소.
자명 : 것도 아니라면, 내 가슴에 있는 상처 때문이겠군요.
왕홀 : ! (순간 놀라고)
자명 : (한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나한텐 아주 중요한데.. 낙랑국 대장군한테도 나만큼 중요한가 보군요.
왕홀 : 길상 아가씨가, 왜 우리 태녀마말 해하려 했는지 알고 싶었소.
자명 : 공주마마와 상관이 있나요? 내 상처가?
왕홀 : 아니요!
자명 : .. (의심스럽게 본다)
왕홀 : 어쨌든 대단히 미안하오.. (읍하고 돌아선다)
자명 : 내 상처는 말에요!! 산호뒤꽂이가 박혀서 난거에요!!
왕홀 : .. (돌아본다)
자명 : (한걸음 다가간다. 필사적이다) 이 상처가 왜 난건지.. 이율 알죠? 말해줄 수 없나요?.. (왕홀을 본다)
왕홀 : .. (고개 젓는다) 내.. 말을 안 믿겠지만. 난 모르오.. 이건 진실이오.

 

왕홀, 짧게 읍하고 돌아서 간다.
자명,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본다.

 

 

씬11. 태산관, 자명의 방 (밤)

 

자명, 고구려 호위무사복이 찢어져 여자옷으로 갈아입었다.
자명, 무사복 윗옷이 베어진 것을 들고 단도 자국을 확인한다.

 

자명 : .. 답답해. 숨이 막힐 것 같아.. (옷 던지고, 자신의 상처를 보며) 차라리 니가 말해볼래?

         대체... 난 누구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씬12. 태산관, 왕홀의 침소 (밤)

 

왕홀, 생각에 잠겨 있다.
 

(인서트) 혼례식의 밤, 모양혜와 어린 왕홀, 침대에 앉아 있다.
왕홀, 모양혜의 머리장식을 내려준다.
모양혜, ‘不共戴天之讐王紫實(불공대천지수왕자실)’이 수놓인 천을 꺼낸다.
모양혜, 왕홀의 발목에 천을 매어준다.

모양혜 : 네 누나, 왕자실은 독사 같구, 지네 같은 계집이다.
왕홀 : 형수님두... 누나를 죽이려 하셨잖아요..
모양혜 : 내가 그렇다구, 갓난쟁일 그리 죽이리!!!
왕홀 : (본다)
모양혜 : 자실이가 모하소의 딸, 자명일 어찌 죽였는지 알어, 이놈아!

            (자기 머리에서 뒤꽂이를 빼서) 이걸루 갓 태어난 어린것 염통을 찔러 죽였어!

 

왕홀 : .. (생각하는)

 

(플래시) 씬10
자명 : 내 상처는 말에요!! 산호뒤꽂이가 박혀서 난거에요!!

 

왕홀 : 흐흠.. (고민하는)

 

 

씬13. 태산관, 일각 (밤)

 

왕홀, 태산관을 밝히기 위해 피워둔 화톳불 옆으로 다가간다.
왕홀의 손에 왕자실의 두루마리 편지가 들려있다.

 

왕홀 : 누이. 그 아이가... 원후마마 딸 자명입니까? 죽었다 들었는데... 살아있었던 건가..

 

왕홀, 복잡한 심정으로 두루마리 편지를 화톳불에 집어넣는다.

 

 

씬14. 태산관, 호동의 침소 (밤)

 

자명, 여자 옷을 입고 라희가 남긴 밥과 찌개를 먹고 있다.
호동, 들어오다가 깜짝 놀란다.

 

자명 : (입 닦으며, 일어선다) 어, 이제 오세요?
호동 : (차가운) 어정거리지 말라 했을텐데?
자명 : 잠이 깼습니다. 일어난 김에 방을 치워드리려고..
호동 : (무시하고, 차갑게) 누가 너더러 그 밥을 먹으라 했느냐?
자명 : 애써 만드신 음식이 남았길래, 아까워서.

         (분위기 바꾸려고 농담처럼) 기예하던 저희에겐 밥이 금이구, 밥이 하늘이라, (하는데)
호동 : (OL) 누가 너더러 허락 없이 내 방에 들어오라 했으며! 누가 너더러 허락 없이 그 밥을 먹으라 했느냐!
자명 : .. (놀라서 본다)
호동 : 대체 뿌쿠 넌, 네 신분이 뭐라 생각하느냐?
자명 : 호위무사입니다.
호동 : 넌 내 노비다.
자명 : (억울한) 전, 노비가 아니라, 호위무삽니다!
호동 : 태추는 물론이고, 추발소까지. 왕실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내 아바마마에 노비고. 이 호동에 노비다.
자명 : ..
호동 : 내가 죽으라면 죽고. 짖으라면 짖고. 내 허락 없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여곽에서와 지금은 관계가 달라! 주인과 노비로 맺어졌음 그리해야지!
자명 : ..
호동 : (보다) 싫으면 떠나라.
자명 : 빚지고는 못갑니다. 빚은 갚고 떠나야지요.
호동 : (본다)
자명 : 왕자마마께 기대, 오빠,단장님,아줌마. 세 목숨을 빚졌습니다. (생각하다) 제 목숨까지 네 개네요.

         그 빚 다 갚고 나서.. 낙랑국으로 가겠습니다.
호동 : 빚 갚기 전에, 예법부터 익혀라. 신분을 망각하면, 내 밑에 둘 수 없으니.
자명 : 명심하겠습니다.
호동 : 억울하냐?
자명 : 그저 왕자님께서 절 거둔 까닭이 궁금합니다.
호동 : .. (가만히 자명을 보다) 네가 고구려 백성이 아니라서, 비류나부가 뭔지도 모르는 놈이라서.

         (그릇을 흘깃 보며) 치우고, 나가봐.
자명 : ..

 

자명,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씬15. 태산관, 라희의 침소 (밤)

 

라희, 잠자리 옷으로 갈아입었다.
라희, 먼저 입었던 옷을 뒤져도 옥팔찌가 보이지 않는다.

 

라희 : 어디 갔지? 팔찌가 대체 어디서 빠진 거야..

 

문 열리고, 웃달 들어온다.

 

라희 : 찾았니?
웃달 : 등 들구, 고구려 사신 전각 앞까지 가 봤는데두.. 없던걸요.
라희 : 흐흠... (인상 찌푸린다)
웃달 : 누가 집어 갔나 봐요. 아님.. 호동왕자님 방에..?
라희 : .. (곤혹스러운)

 

 

씬16. 태산관, 호동의 침소 (밤)

 

상은 깨끗이 치워져 있고.
호동, 자리에 앉아 보고서를 쓰고 있다.
자명, 의자를 정리하려다가 문득 라희가 앉았던 자리 바닥에 떨어진 옥팔찌를 본다.

 

자명 : 으응? 뭐지? (집어 들고)
호동 : (본다)
자명 : .. (호동의 시선 느끼지 못하고, 무심코 팔찌를 팔목에 껴본다)
호동 : 뭘 하고 있느냐!!
자명 : ! (깜짝 놀라서, 팔찌를 얼른 뺀다) 죄송합니다. 왕자마마.
호동 : 네가 낙랑국 공주보다 아름다우냐?
자명 : 무슨 그런 말씀을.. (하는데)
호동 : 낙랑공주는 물론이고, 국내성 후원에 있는 시비들보다도 예쁘지 않다. 내게 여자로 보일 생각은 하지마라.
자명 : (억울하다) 왕자님께 여자로 보이고픈 마음 없습니다!!

         잘생긴 왕자님이 불쌍한 고아 여자아이를 궁으로 데려가 왕비로 맞아준다. 그딴 옛날 얘기들 들었으니.

         어쩌면 (손톱 끝을 내보이며) 요만큼쯤 제 맘 안에 그런 기대 있었을진 모르죠.
호동 : 뭐? (기가 막히는)
자명 : 꾸며낸 얘기랑, 현실을 구분 못할 만큼 이 뿌쿠, 멍청하지도 않고. 달달한 얘기에 빠져 살만큼 한가하지도 않습니다.

         전 다만, (하는데)
호동 : (말투 고쳐주는) 소인은 다만!
자명 : 소인은 다만, 팔찌가 떨어져 있길래 무심코, (하는데)
호동 : 그 무심코 자체를 지워. 넌, 이제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천하여장사 뿌쿠가 아니라, 그저 천하장사 뿌쿠.
자명 : ..
호동 : 두 번 다시, 그 따위 계집의 옷을 입고 내 앞에 나서지 마라. 내겐 여자도, 친구도 필요치 않으니.
자명 : .. 명심하겠습니다. (팔찌를 가져다 두 손으로, 호동에게 바친다)
호동 : (받고) 태추가 너희 식솔들을 데리러 갔으니, 돌아올 때까지, 태추가 하던 일은 뿌쿠 네가 맡도록.
자명 : 예, 마마. 이만 소인 물러가옵니다.
호동 : (일어나 침상에 있는 작은 베개를 바닥에 던진다)
자명 : .. (본다)
호동 : 거기가 태추 자리다. 옷 갈아입고 오너라.
자명 : ..

 

 

씬17. 태산관, 호동의 침소 앞 (밤)

 

자명, 문 열고 나온다.

 

자명 : 콱! 도망치고 싶지만. 빚은 갚고, 낙랑으로 가야지.. (돌아보고) 대체 뭔 쓴맛을 봤길래.. 저리 살벌하게 변했지?

 

 

씬18. 태산관, 호동의 침소 (밤)

 

호동, 라희가 떨어트린 팔찌를 들고 본다.

 

호동 : 그래, 라희야. 강한 척해도 넌, 어쩔 수 없는 여자다. 넌 원래 내꺼였지..

         어쩌면 내 목숨이고. 비류나부를 부숴줄 내 미래고.. (표정 차갑다)

 

 

씬19.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마당 (다른날/낮)

 

길 떠날 채비를 끝낸 동고비, 모하소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전각 뒤에 숨어서 그 모습을 보는 치소.

 

모하소 : 먼 길이다.. 조심해야 한다. 풍랑이라도 일면, 어쩌나..
동고비 : 이 년 걱정은 마옵소서.
모하소 : (주머니 하나를 내민다) 계피와 생강편을 넣었다. 멀미나면 입에 물거라.
동고비 : (두 손으로 공손히 받고)
모하소 : 라희가 어떤지 보고왔음 싶지만 이미 낙양으로 떠났다 하니.. 부디, 자명이 소식을 가져오너라.
동고비 : 심려치 마옵소서. (읍한다) 원후마마, 다녀오겠사옵니다.

 

 

씬20. 낙랑국, 진양궁 일각

 

동고비, 걸어온다. 치소, 뒤따르며 동고비를 부른다.

 

치소 : 동고비야!! 동고비야!!
동고비 : (돌아본다) 치소 넌 위아래가 없구나.
치소 : 너나 나나, 똑같은 여관장인데. 그럼 뭐라 불러주랴?
동고비 : 원후마마 여관장과 차후마마 여관장이 같으냐?
치소 : 예, 원후마마 여관장 동고비님~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요?
동고비 : 걸 네가 알아 뭐하느냐?
치소 : 꼭 알아야 할 건 없지만, 궁금해서~ 여관장이 궁을 비우고 어딜 가는지.
동고비 : 원후마마 심부름으로 매시달에 간다.
치소 : 흐흠.. (의심스럽게 보고) 원후마마 여관장 동고비님~ 잘 다녀오세요~ 먼길이네요. (웃는)
동고비 : ..

 

 

씬21. 낙랑국, 양포나루

 

치소,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동고비, 해경왕래소(海境往來所)에 신패를 내는 모습이 보인다.

 

치소 : ..

 

 

씬22.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치소, 왕자실에게 고해바치고 있다.

 

왕자실 : 동모현 가는 배를 탔다?
치소 : 매시달 가는 길루 빠져 십리나 갔다, 되돌아 양포나루루 오는 거 있죠. 어찌나 영악한지.
왕자실 : 모하소가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착해빠진 둔텡이라 여겼는데. 어찌 눈치를 챈 거지.. 흐음.. (생각하는)

(시녀의 소리) : 차후마마- 내사령 도찰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왕자실 : (보고) 들여보내라.

 

내사령 도찰, 두루마리 편지를 들고 들어온다.

 

도찰 : (읍하고) 오늘 배편으로 대장군의 서찰이 도착했습니다. 반수전에 올리는 글이 따로이 있어 가져왔사옵니다.
왕자실 : 그래! 이리 주게. (받는다)
도찰 : (공손히 올린다) ..
왕자실 : (끈으로 묶여져 있는 것을 풀다, 도찰을 본다) 그만 나가봐.
도찰 : 예, 물러가옵니다. 차후마마.

 

도찰, 읍하고 물러난다.
왕자실, 서둘러 두루마리 끈을 풀어 편지를 펼친다.

 

(왕홀의 소리) : 희희낙락 기예단 아이의 이름은 길상이라고 하는데, 왼쪽 가슴에 상처가 있었습니다.

왕자실 : !!

(왕홀의 소리) : 그 아이가 설마, 원후마마의 딸 자명입니까? 이 아우, 몹시 궁금합니다.

왕자실 : !!

 

 

씬23. 낙랑국, 왕검성 율구헌 모양혜의 침소

 

모양혜와 도찰, 부달, 앉아 있다.
도찰, 들고 있는 두 개의 두루마리 편지를 내려놓는다.

 

도찰 : (하나를 내밀며) 차후마마가 대장군에게 은밀히 보낸 서간을 소인이 베낀 것이고.

         (다른 하나를 내밀고) 우리 주군께서 보내신 답신을 베낀 것입니다.
모양혜 : (왕자실의 편지 몰래 베낀 것을 들고 본다) ..
부달 : (흘깃흘깃) 홀이 네 부인이 될 라희라니..? 이게 다 뭔 소립니까?

         우리 주군께 새장가 가라구 닦달하시는 건가? 당췌 글줄이 짧아서..
도찰 : 조용히 하게. 마님, 글 읽으시는데..
부달 : .. (찔끔)
모양혜 : (이번에는 왕홀이 보낸 편지글을 읽는다) !! (도찰을 본다) 원후마마에.. 딸 자명인지 이 아우, 궁금합니다?
도찰 : 마님께 적어 올리려고, 밀봉을 뜯고 봤사온데.. 소인도 무슨 얘긴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모양혜 : (생각에 잠겨 혼잣말로 웅얼거리는) 가슴에 난 상처를 찾아봐라? 원후에 딸 자명인지 궁금하다..

            모하소에 딸 자명이.. 자명이.. (깊이 생각하는)

 

 

씬24.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왕자실 : 자명이가 살아 있다니! (두루마리를 다탁에 집어 던진다) 소심줄두 아니구, 삼줄두 아니구!

            뭔 목숨줄이 이리도 질긴가!! 죽여두 죽여두 죽지를 않아!!
치소 : (놀라서) 마마!!
왕자실 : (일어나 서성-거린다) 어쩐다, 이 일을.. 이제와 자명이가 나타난다면, 우리 라희는?
치소 : 직접 보신 것두 아니구... 드물긴 하겠지만, 가슴에 상처 있는 계집아이가 없으란 법은..
왕자실 : 난, 이제까지 여기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며) 살아 펄펄- 뛰는 감을 믿고 살았다. 눈으루 백번 확인해야 아는 건 아니야.
치소 : 그렇다 해두, 이미 우리 공주마마 태녀루 봉해졌사온데.. 자명애기씨 돌아온들 설마 손바닥 뒤집듯 태녀 자릴 뒤집겠어요?
왕자실 : 어리석은 것. 설마라는 게 세상에 있는 줄 아느냐?
치소 : (본다)
왕자실 : 설마를 믿기엔 이 세상 그리 호락호락치가 않다.
치소 : (보면)
왕자실 : 폐하가 설마 라희를 버리랴? 모하소가 설마 라희를 모른체 하랴?

            흐흥! 설마만큼 어리석고 부질없으랴. 이 왕자실이 설마에 기대 살까.
치소 : 예..
왕자실 : 모하소가 찾기 전에, 없애야 한다. 태녀의 자리가 하나이고, 여왕에 자리는 하나이니!

            그 누구도 우리 라희 자릴 넘볼 수 없다!
치소 : (본다)
왕자실 : 자명인 황천 건너, 저 세상으로 가 죽은자들 왕 노릇이나 하라지.

 

 

씬25. 왕굉의 무덤 앞

 

(자막) 왕굉의 무덤

‘樂浪國 大將軍 王宏之墓(낙랑국 대장군 왕굉지묘)’ 묘비 세워져 있다.
모양혜, 도찰과 부달을 끌고 왔다.

 

부달 : 갑자기 우리 장군님 묘는 왜요? 마님.
모양혜 : 도찰. 부달. 너희 둘은 사내냐? 사내대장부냐?
부달 : 당연하지요!! 아직 다리 사이에 달린 물건이 있는데 나이 들었다구 갑자기 계집으로 바뀌겠어요.
모양혜 : (도찰을 본다) 왜 대답이 없어!
도찰 : 묻고자 하시는 본 뜻을 듣고 싶습니다.
모양혜 : 왕자실을 치고자 한다.
도찰/부달 : !! (놀라고)
모양혜 : 왕자실은 영호장원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불공대천지수! 때가 되었다, 이제.
부달 : 칼 들고, 궁으로 쳐들어가잔 말씀이십니까?
모양혜 : 라희를 죽인다.
도찰 : !! 어찌 태녀마마를 시해하시려 합니까!
모양혜 : 누가 내 손에 피를 묻히겠다더냐! 사람은 자기 자리를 잃으면 죽는 것이다!!
부달 : 너무.. 어렵습니다요, 태대부인 마님.
모양혜 : 모하소에 딸, 자명일 찾아 태녀가 되게 할 것이야. 라희는 결코 왕이 될 수 없다!

            우리 장군이 갖지 못한 것을, 자실이년 딸이 갖게 할 순 없어!!
도찰 : ..
모양혜 : 마음 같아서야. 자명이와 라희가 치구 받다 서로 죽이고. 홀이가 왕위를 이어주면 좋겠다만..

            홀이가 원치 않을테니..
도찰/부달 : .. (본다)
모양혜 : 꿇어라. 우리 장군 앞에서 맹세하자.

 

도찰과 부달, “예! 태대부인 마님!” 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모양혜, 단도를 집어 던진다. 부달, 단도를 집어 손바닥을 긋는다. 부달, 단도를 도찰에게 건넨다.

 

도찰 : .. (받고 잠시 망설인다)
모양혜 : 왜? 왕자실이 두려우냐? 내사령이라고, 한때 라희한테 스승 소리 듣고 살더니, 라희가 왕 되기를 바라느냐?
도찰 : 아니옵니다. 이 놈, 내사령이기 전에, 영호장원에 가신이옵고. 공주에 선생이기 전에, 태대부인 마님에 노비옵니다.

 

도찰, 손바닥을 단도로 그어 피를 낸다.
모양혜, 손을 내민다. 도찰, 단도를 건넨다.
모양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피를 낸다.

 

모양혜 : 장군!! 이제야, 이 모양혜. 그대의 원수를 갚고자 합니다!!

            반드시 라희를 죽이고!! 자실이년이 피를 토하며 꺼꾸러지게 할터이니. 장군은 지켜보소서!!
부달 : 장군님.. (하며 눈시울을 붉힌다)
도찰 : ..
모양혜 : (도찰과 부달을 본다) 자명이를 찾아라! 자실이 눈을 피해, 내게 데려오라!!

            당분간은 홀이에게도 비밀로 해야 할 것이야.
도찰/부달 : 삼가 대부인에 명을 받드옵니다!! (부복한다)
모양혜 : (혼잣말) 이제야 자실이년 인생이 쌉싸름해지겠군, 그래.. 어떠냐? 자실아~ 인생이 쌉싸름하지? 하하- 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씬26. 낙양, 낙양궁 일각 (다른날/밤)

 

(자막) 낙양. 후한의 수도. 광무제 유수의 궁궐.

호동, 도착한다.
자명, 호동의 말 옆에 엎드린다.
호동, 자명의 등을 밟고 내려온다.
먼저 도착했던 우나루와 추발소, 다가온다.

 

우나루 : 오셨습니까. 왕자마마.
호동 : 황제폐하와의 접견날은 잡혔소?
추발소 : 중서관(中書館)에 방부를 이미 올렸습니다.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 중에는 접견이 허락될 듯 싶습니다.
우나루 : 우선 숙소로 가서 좀 쉬세요.
호동 : (고개 끄덕이고, 자명에게) 말을 넣어두고 오너라.
자명 : 예, 마마!

 

자명, 호동의 말을 끌고 간다.

 

 

씬27. 낙양궁, 호동의 침소 (밤)

 

호동, 윗옷을 벗고 침상에 앉아 기 수련을 하고 있다.
자명, 윗옷을 얇게 입고 바닥에 앉아 기 수련을 하고 있다.
호동, 마무리 동작한다.
자명, 그 모습을 훔쳐보며, 호동의 동작을 익히려 한다.
호동, 침상에서 내려와 팔을 벌리고 서면.
자명, 수건으로 호동의 등을 닦아주고. 옷을 입힌다.

 

호동 : 호흡이 너무 거칠어. 들숨.날숨이 여여하지 못하면 기통이 쉽지 않다.
자명 : 어깨 너머로 흉내는 내보지만.. 눈대중으로 배우기는 쉽지가 않네요.
호동 : 이상하군. 뿌쿠 네 정도, 실력이면 기통정도는 벌써 됐어야할텐데..어째서 네 스승은 기통법을 수련시키지 않았을까..?

         분명히 고수일텐데 말야..
자명 : 대단한 무예를 지니셨습니다.
호동 : 스승은 두 부류가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비기를 모두 제자에게 전해주는 사람.

         가장 중요한 비기 한 가지를 빼고 가르치는 사람.
자명 : .. (듣는)
호동 : 뒤엣 놈은 스승이 아니라, 원수다. 반드시 제자가 죽기를 바라기 때문이지.
자명 : !! (충격 받고)
호동 : 끈을 매라.

 

자명, 호동의 허리끈을 든다.

 

자명 : 내일 잠시 사신관 밖에 나갔다 와도 되겠습니까?
호동 : ? (본다)
자명 :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호동 : 그리 하든지.

 

자명, 호동의 허리를 안듯이 팔을 넣어 허리끈을 매어준다. (Dis)

 

 

씬28. 동모현, 저잣거리 (밤)

 

(자막) 산둥반도 동모현, 저잣거리

동고비, 길을 걸어온다.
맞은편에서 소달구지에 아직 몸을 못 가누는 미추가 차차숭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고.

소달구지를 끄는 일품. 일품의 옆에 소소가 걷고 있다.

 

일품 : (소소에게) 넌 이제 니 갈 길로 가는게 어때?
소소 : 내 갈 길이 따루 있어? 행카이가 가는 데가 내 갈 길이야.
일품 : 미안해서라도 아줌마 옆에 있으면 안되잖아.
소소 : .. 아줌마한텐 두구두구 잘해서 갚을 꺼니까.. 날 떼낼라 해두 소용없어.

 

태추, 말에 올라탄 채 따라가다가 짜증을 낸다.

 

태추 : 이러구 꾸물꾸물! 어느 천년에 국내성에 가나! 여곽에 먼저 가 있을 테니까. 기어오든 따라오든!!

         어허이, 뿌쿠 놈 땜에 이게 뭔 짓이야.

 

태추, 말에 박차를 가해 가버린다.

 

 

씬29. 동, 동고비 있는 곳 (밤)

 

동고비, 행인을 붙잡고 묻고 있다.

 

동고비 : 희희낙락 기예단 사람들이 어디 갔는지 아십니까?
차차숭/일품 : !! (그 소리를 들었다, 동고비를 본다)
행인 : 그 놈들은, (손짓하며) 저어기 바닷가 언덕에 사는데.
동고비 : 가봤는데 아무도 없어서.. 흉가처럼 텅 비어 있어서요.

 

차차숭과 일품, 서로를 바라본다.

 

 

씬30. 동모현, 여곽 한 방 (밤)

 

차차숭과 일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추, 침상에 누워있고.

 

차차숭 : 낙랑국 대장군 혼례식에서 봤어. 니들을 찾는 거 같은데..
일품 : 예..
차차숭 : 이거야, 똥인지,된장인지 찍어 먹어 볼 수두 없구.. 하아, 답답하네. 그 여자 한 번 만나 볼래? 착하게 생겼던데?
미추 : 꺼죽 보구 사람을 어찌 알어?
차차숭 : (보면서) 아파서 빌빌 매는 놈이 참견이 하구 싶냐?
미추 : 몸뗑이가 아프지. 입이 아퍼? (하면서 엉거주춤 침상 옆을 잡고 일어나 앉는다) 옥석을 못가리겠음 그냥 버리는 거야..

         옥인지 알구, 덥썩 깨물었다 돌멩이믄 어쩔꺼야?
차차숭 : 옥일 수두 있잖애. 뿌쿠,행카이 친부모가 보낸 건지두.
미추 : 친부모믄 또 어쩔꺼야? 지금껏 한,두번 당했어? 산호뒤꽂이에 죽다 살어. 묘리 죽어. 다리 션찮은 놈까지 겪어 놓구..

         사람을 어찌 믿냐구, 글쎄..
차차숭 : (일품에게) 결정은 니가 해. 방귀가 잦으면 똥이 샌다구.. 뿌쿠,행카이 너희 둘 부모 찾을 날이 머잖았나보다..
일품 : ..

 

 

씬31. 동모현, 여곽 일층 (밤)

 

동고비, 탁자에 앉아서 국수를 먹고 있다.
일품, 이층에서 동고비를 내려다보며 생각하는.

 

일품 : ..

 

 

씬32. 낙양궁, 라희의 침소 (낮)

 

라희, 왕홀, 하호개는 다탁에, 도수기와 부퉁은 시립.
다탁 위에, 문서가 놓여 있다.

 

하호개 : 도수기와 부퉁은 밖에서 대기하고, 태녀마마는 대장군과 소신이 정전 안으로 모십니다.
라희 : 알겠소.
하호개 : 이미 유릉을 통해, 중서관(中書館)과 사전조율을 했으니. 크게 부딪칠 건 없습니다.
라희 : 상호불가침 평화조약을 선언하는 것이 가장 크오.
왕홀 : (문건을 보며) 고구려가 요동,현도군과 전쟁을 벌일 때. 우리 낙랑국은 고구려를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라희 : 고구려를 편들지도 않겠지만. 요동,현도를 지원하지도 않을 것이오. 한나라는 멀고, 고구려는 가깝소.

          이 두 나라와는 아바마마 뜻을 따라 불가근 불가원으로 대해야 하오.
왕홀 : (고개 끄덕이고) 황제가 삼궤구고두의 의례를 요구하면 어쩌시렵니까?
하호개 : 우리 낙랑국이 조공을 바치는 신하의 나라가 아닌데, 어찌 그런 무례한!!
왕홀 : 그건 황제에 마음이지요. (라희에게) 어찌하시렵니까?
라희 : .. (생각하는) 나는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겠소.
하호개 : 마마!! 아니되옵니다!! 낙랑국 체면을 어찌하시려구요!!
라희 : 내가 머리를 조아리든, 빳빳이 들든, 우리 낙랑에 이익을 위해서요!

         고구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버겁소. 한나라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되오!

 

 

씬33. 낙양궁, 호동의 침소

 

호동과 우나루, 추발소, 다탁 위에 문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명, 시립해 있고.

 

추발소 : 낙랑국이 요동과 전쟁을 벌일 때, 우리 고구려는 낙랑국을 지원하지 않는다가 주된 요구입니다.
호동 : (고개를 끄덕인다)
추발소 : 왕자마마가 요구하신, 요동의 바닷길을 빌리는 것과 배를 지을 목수를 빌리는 것은 받아들여졌고.

            그 대금으로 매년 봄,가을 두 차례 과하마(果下馬) 100필과 각궁(角弓)과 단궁(檀弓)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호동 : 당연한 일. 공짜로 얻을 수는 없지. 다만, 이는 조공이 아니라 물물 교환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하라.
추발소 : 삼궤구고두를 요구하시면 어쩌시렵니까?
호동 : ! (본다)
우나루 : 그 무슨!! 고구려 왕자가 어찌, 일개 노비처럼 무릎을 조아리고, 이마를 땅바닥에 찧어!!!
호동 : .. (생각하는)
추발소 : 대왕마마께서 따로이 신께 전언하시기를,

            고구려는 유수의 신하가 아니니, 삼궤구고두는 용납할 수 없다 하셨사옵니다.
호동 : 알겠소. 나가 의관을 갖추도록 하시오.

 

 

씬34. 낙양궁, 정전 앞

 

라희와 낙랑국 신하들, 예복을 갖추고 있다.
왕홀, 하호개, 모두 정복 차림이다. (전투복이 아닌)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정복을 입은 호동과 우나루, 추발소, 걸어온다. 뒤따르는 자명.

 

호동 : 공주마마. (인사한다)
라희 : 오셨군요. (답례로 읍한다)
우나루 : (라희에게) 그리 예복을 차려 입으시니~ 이거야, 원. 낙양궁 뜰에 보름달이 내려앉은 것 같사옵니다~
라희 : 고맙소. (미소 짓다, 자명을 보고 놀라는) 넌..?
자명 : (무관처럼 무릎 꿇고 인사한다) 인사 드리옵니다, 공주마마.
라희 : 어쩐 일이냐, 여긴? (옷차림을 보고) 기예 하러 온 건 아닌 듯 한데..
호동 : 내 호위무사로 거뒀소.
라희 : 그래..요? 흐흠.. (의아한 시선으로 자명을 보다) 일어나라. 고구려 호위무사에게 이런 예를 받을 까닭이 없구나.
자명 : (일어나고, 라희에게) 공주마마, 제가 뿌쿠옵니다.
라희 : 뿌쿠는 부잣집 첩실로 갔다면서?
자명 : 첩실 같은 건.. 안합니다.
라희 : 그럼 왜 나를 속인 거냐?
자명 : .. 그 까닭은 말씀드릴 수 없사오나.. 죄송하단 말씀을 꼭 올리고팠습니다.
라희 : 됐다. 널 두 번 볼 일도 없을 테니.. 이유야 어찌됐건. 나를 속이다니.. 고약한 계집아이구나.
자명 : 죄송합니다.
왕홀 : .. (자명을 뚫어져라 본다)

 

유릉과 녹사관(비서관), 태감과 함께 걸어온다.

 

유릉 : 고구려와 낙랑국은 황제폐하를 배알하시오!
왕홀 : 함께요?
유릉 : 이웃사촌 아닌가? 다정히 같이 배알해 나쁠게 뭐 있겠는가. (웃는)

 

 

씬35. 낙양궁, 유수의 정전 안

 

유수, 어좌에 앉아 있다.
유릉을 비롯한 한나라 대신들, 태감들, 시립해 있고.
호동과 라희, 우나루와 추발소. 왕홀과 하호개가 있다.

 

유릉 : 황제폐하!! 바다건너 낙랑국의 태녀 낙랑공주와 고구려 호동왕자의 예를 받으소소! (호동과 라희를 보며) 예를 올리라!!

 

호동과 라희, 한발 앞으로 나간다.

 

라희 : 황제폐하, 낙랑국 최리 왕을 대신해 즉위 십주년을, 태녀 낙랑 감축드리옵니다. (우아하게 읍한다)
유수 : (라희의 미모에 놀라 바라본다) 아름답군. 그 어느 사신도 공주처럼 아름다운 이는 없었다.
라희 : 황공하옵니다.
호동 : 황제폐하!! 고구려 왕자 호동, 축하인사를 올립니다. (읍하는데)
유수 : .. (유릉을 손짓으로 불러, 귀엣말을 한다)
유릉 : 낙랑에 공주는 단 위로 오르고, 고구려 왕자는 삼궤구고두의 예를 행하라!!!
라희 : !!
호동 : !!

 

호동, 추발소와 우나루를 본다.

 

우나루 : 이 무슨 자존심 패는 일!! 안돼요, 안돼!!
추발소 : 대왕마마 지의를 어기실 수 없습니다.
호동 : .. (유릉을 본다)
유릉 : (빙그레- 웃는) 고구려 왕자는 어서 예를 표하라!!!
호동 : ...

 

 

씬36. 낙양궁, 유수의 정전 앞

 

자명, 궁금해서 뽀작뽀작 안쪽을 기웃거린다.
태감과 근위무사들, 막아서면.

 

자명 : 고구려 신합니다. 왕자마말 모시고 온..

 

 

씬37. 낙양궁, 유수의 정전 안

 

자명, 사람들을 헤치고 조금씩 앞으로 나와 궁전 안을 신기한 듯 본다.

 

유릉 : 고구려 왕자는 황제폐하의 명을 거부하는가!! 삼궤구고두를 행하라!!
자명 : ? (이게 무슨 소리야, 궁전내부에서 시선 돌려, 호동을 본다)
호동 : .. (고민하는)
우나루 : 그냥 나갑시다!
추발소 : 대왕마마에 진노를 사게 되십니다.
호동 : ..
유릉 : 예를 행할 수 없다면!! 고구려는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다!! 당장 정전을 떠나고, 낙양을 떠나도록 하라!!
호동 : ..
유릉 : (근위무사들에게) 고구려 사신단을 끌어내라!!

 

호동, 무릎을 꿇는다.

 

우나루 : 왕자!!
추발소 : !! (충격 받는)
호동 : (입술을 깨문다) 고구려 왕자, 호동!! 황제폐하께 예를 올립니다!!

 

호동, 쿵쿵- 이마를 찧으며 절을 하기 시작한다.
자명, 호동의 모습을 바라본다.
라희, 호동의 곁을 스쳐 꽃잎처럼 황제를 향해 단 위를 오르기 시작한다. 라희, 호동을 살짝 내려다본다.
호동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하호개, 입가에 비웃음을 띈다.
호동, 쿵쿵- 대전을 울리도록 바닥을 이마로 찧는다.

 

유릉 :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호동, 쿵쿵- 바닥을 찧는다.
왕홀, 그 모습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문득 왕홀, 자명을 본다.
호동의 이마가 까진다.
라희, 안쓰러운 시선으로 호동을 돌아보며 황제에게로 나간다.
자명, 호동과 황제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라희, 황제의 아래 서서, 읍한다.
호동, 삼궤구고두를 행한다.
라희, 단 위에서 그런 호동을 바라본다.
추발소, 처연해져서 고개를 돌리고. 우나루, 주먹을 불끈 쥐고 호동을 노려본다.

호동, 마지막 고두를 행한다.
자명, 그 모습을 본다. (Dis)

 

 

씬38. 낙양궁, 호동의 침소 (밤)

 

호동, 이마끈으로 머리를 묶어 상처를 가리고 있다.
자명, 해주려 하면, 심사가 편치 않은 호동, 손 들어 못하게 한다.
문 열리고, 우나루와 추발소, 길 떠나는 차림으로 들어온다.

 

호동 : (우나루의 옷차림을 본다)
우나루 : 우리 먼저 출발하겠소!!
호동 : .. (쓴웃음) 그리 마음을 상하셨소?
우나루 : 고구려는 말이오. 왕자가 체면을 망쳐먹어도 좋을 약한 나라가 아니오!!
호동 : 한신은 힘이 없어, 시정잡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었겠는가! 월왕 구천은 자존심이 없어, 부차의 똥을 먹었겠는가!!!
우나루 : 똥을 먹든, 가랑이를 기든!! 한판 붙어나 보고 하던가!!

            이제 어찌 낯짝을 들고, 한나라 놈들을 보며, 낙랑 놈들을 보겠소!!
호동 : 나는 말이오, 대장군. 이런 한심한 국수주의가 싫소! 고구려는 아직 한나라를 이길 힘이 없소. 낙랑국조차 갖지 못했소!

         쓸데없는 자존심이 백성을 죽이고, 나라를 망치는 거요!!
우나루 : 설사 백성들이 다 죽어도! 지켜야할 자존심이 없다면, 살아 뭐한단 말이오!
호동 : 대장군!!!
우나루 : 국내성으로 먼저 가오!! 울화증이 끓어 일각도 여긴 못있겠소!!
자명 : (불쑥) 너무 하십니다!!
우나루 : (돌아보고) 뭐가 어째?
자명 : 왕자마마를 호위하러 오신 분들이, 어찌 마마를 홀로 두고 떠나십니까?
우나루 : 이런 시건방진 것이!
자명 : 이 놈, 무식하나. 대장군이 높은 벼슬임은 압니다. 하지만, 저도. 대장군도. (추발소를 보며) 남부사자님도.

         왕자마마 앞에서는 똑같은 노빕니다. 어찌, 노비가 주인을 버리고 갑니까?
우나루 : 베기 전에 입 다물어라! 어디서 나불나불 주둥일 놀려! (문쪽으로)
호동 : 거기 서시오!
우나루 : (돌아본다) 이 우나루, 오래전 맹세한 일이 있소. 우리 고구려는 지금의 폐하보다 더 강한 분이 왕이 돼야 한다고.

            왕자한테.. 참으로 실망했소.

 

문 열고, 나간다.

 

호동 : (추발소를 본다) 그대도.. 대장군과 같은 생각인가?
추발소 :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왕자마마, 폐하에 지의를 어겼으니.. 그게 걱정이옵니다.
호동 : 유수를 상대로 자존심을 세우는 건 말이오. 낙랑국을 손에 넣고.. 요동,현도를 깨고, 그 이후에 일이오.
추발소 : .. 우나루 장군을 따라, 먼저 국내성으로 가겠습니다. (읍하고 나간다)
호동 : ..
자명 : .. (호동을 본다)

 

 

씬39. 낙양궁, 호동의 침소 마당 (밤)

 

호동, 울화증을 달래려고 윗옷을 벗고 수도로 송판을 격파하고 있다. 그 옆에 자명, 시립해 있다.
호동, 격파를 끝내면. 자명, 수건으로 호동의 등에 고인 땀을 닦아준다.

 

호동 : (옷 걸치며) 너도 내가 한심해 보이더냐?
자명 : 아랫사람 거느릴 복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호동 : (본다)
자명 : 힘없는 놈이, 힘있는 놈한테 꿇는 거야 당연하죠. 고구려가 얼마나 작은지,큰지는 모르겠으나
         이 엄청난 대국에 비하겠습니까? 자존심 세워, 백성들 다 죽이면 뭐가 좋아요.
호동 : .. (본다)
자명 : 거기 자존심이 왜 들어가나.. 참내.. 시정잡배들도 그 정도는 다 아는데.. 어떻게 왕자마마 신하들은...
호동 : 나라간의 외교가 시장판 잡배들 세상과는 다른 법이니.
자명 : 잡배들은 식구를 살리고, 왕은 백성을 살린다 치면, 멕여살릴 식구 수가 많아 그렇지 크게 다를꺼 없어 보이는걸요.
호동 : ..그래. 때론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자존심을 세우는 것보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희망을 버리는 것이.. 희망을 갖는 일보다... 어렵다는 것을 저들은 알지 못하지... 넌 알겠느냐?
자명 : 저희 같은 인생은 늘 그러고 삽니다.
호동 : (보다) 밖에 나갔다 와도 좋다.
자명 : 고맙습니다, 마마.
호동 : 저잣거리에 나가거든 비단주머니를 하나 사오너라.
자명 : 비단 주머니는 왜요?
호동 : 나는 비굴하고, 자존심 없는 왕자이니.. 끝까지 내 몫을 해내야지. (웃는)
자명 : .. (호동을 조금 안쓰러운 시선으로 본다)

 

 

씬40. 낙양, 저잣거리 (밤)

 

휘황한 밤거리다.

왕홀, 여자 옷 파는 곳에서 모양혜의 옷을 고르고 있다. 그 옆에, 도수기와 부퉁.

 

왕홀 : (옷을 들어 보인다) 어떠냐?
도수기 : (고개 젓는다) 안어울려요.
왕홀 : 그래? 내 보기엔 어울릴 것 같은데??
부퉁 : 건 모르겠구요. 태대부인 마님한테 작을꺼 같은데. 안들어갈꺼 같은데.. 하아..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다가) 그냥 먹는거 사가면 안되나요?
왕홀 : 먹는건 먹는거구. (주인한테) 이걸루, 좀 더 큰 걸로 주시오.

 

도수기, 주인에게 돈을 치른다.

왕홀, 문득 보면 옆집에서 비단주머니를 고르는 자명의 모습.

 

 

씬41. 낙양, 자명이 있는 노점 (밤)

 

자명, 비단주머니를 사고 있다.

 

 

씬42. 낙양, 어느 길 (밤)

 

자명, 걸어가고 있다. 왕홀, 몰래 뒤를 따르고 있다. 왕홀의 손에 모양혜에게 줄 선물 보퉁이가 들려져 있다.
자명, 문득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음을 느낀다.
자명, 왕홀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슬쩍-확인하고. 다시 걷는다.

 

 

씬43. 낙양, 어느 여곽 앞 (밤)

 

일품이 서 있다. 자명, 달려온다.

왕홀, 말소리는 들리지만, 몸은 은폐할 수 있는 곳에서 지켜본다.

 

자명 : 오빠아!!!
일품 : (안아준다) 얼른 와.
자명 : (몸 떼고) 미안, 늦었지?
일품 : (고개 젓고) 어디 보자. 이거야 완전히 사내놈이 다 됐네?
자명 : (왕홀을 의식하고) 그게 말야, 어느 놈이 내 방에 뛰어들어서, 이러구 꽁꽁- 남자옷으루 싸구 있어야 해.
일품 : (놀래서) 어느 맛간 놈이!!
왕홀 : ..
자명 : 있어, 그런놈. 나한테 한 눈에 반했나봐~
왕홀 : .. (민망한 듯, 머리를 벅벅-긁는다)
일품 : 무슨 소리야? 제대로 말해봐.
자명 : 농담이야. (웃고) 스승님은..?
일품 : 모셔왔다. (여곽을 올려다본다) 들어가자. (앞서려는)
자명 : (옷을 잡는) 나 혼자 뵙게 해줘.

 

 

씬44. 동, 여곽 한 방 (밤)

 

호곡, 자리에 앉아 있다. 자명, 들어온다.

 

자명 : 스승님.. (읍한다)
호곡 : (본다) 앉아라.
자명 : (앉고) ..
호곡 : 유릉각하께 들었다.. 실패에 책임을 내게 묻지 말아 달라 했다고. 흐흥.. 뿌쿠, 네 신세를 졌군.
자명 : 이 제자 묻고픈게 있습니다..
호곡 : 대답해 주지 않으리라는 건 너 역시 알텐데?
자명 : 부모를 묻고자 함이 아닙니다..
호곡 : (본다)
자명 : ..낙랑공주를 죽이고 나서.. 언젠가 저도 죽이려 하셨습니까?
호곡 : 그래. 그랬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널 죽이려 했지.
자명 : !! (놀라고)
호곡 : ..
자명 : 스승님께.... 이제 이, 제자 마지막 인사를 올리려 합니다.
호곡 : (본다) ..

 

자명, 일어나서 호곡을 바라본다.

 

자명 : 이유가 무엇이건.. 저를 보살펴주신..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이제 이 제자, 더는 스승님을 모실 수 없어.. 인연을 끊사옵니다.

 

자명, 호곡에게 삼배를 올린다. 호곡, 콧끝이 찡-해져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호곡 : (주머니에서 자명이 수 놓아준 머리끈을 꺼내 다탁에 올린다) 가..져가라.
자명 : (보다) 스승님을.. 제 마음에 아버지라 여기며.. 서툰 바늘로.. 꿰맸습니다. (눈물이 흐른다)
호곡 : ..
자명 : 제자.. 이제 고구려로 떠나옵니다. (읍하고, 문쪽으로)
호곡 : 나를 원망하느냐?
자명 : (돌아보고,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이런.. 인연으로 뵙게 된 제 운명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부디, 건강을 돌보십시오.. (나간다)

 

호곡, 그 모습을 보다 자신의 이마끈을 벗고, 자명이 준 끈으로 묶는다.

 

호곡 : .. (눈물이 흐른다)

 

 

씬45. 낙양, 저잣거리 다른 여곽 앞 (밤)

 

자명, 일품과 헤어져 가슴 아픈 얼굴로 걷고 있다. 왕홀, 뒤를 따른다. 자명, 휙- 뒤돌아본다.
왕홀, 얼른 여곽 앞에다가 커다란 팬을 걸어놓고 불을 일으키며 볶음요리하는 쪽으로 다가가 등을 보이며 모습 감춘다.

 

자명 : (왕홀을 본다) 굉장히 배고파 보이시는데,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
왕홀 : .. (어쩔 수 없이, 돌아보고) 배는... 안고픈데. (민망하게 웃는)
자명 : 어떻게 배가 안고프겠어요? 몇 시각이나, 절 뒤쫓느라 힘드셨을텐데.
왕홀 : .. (머리를 긁는다)

 

 

씬46. 낙양, 여곽의 한 방 (밤)

 

자명과 왕홀, 요리 몇 가지와 수북한 밥사발.
자명, 밥그릇 들고 마치 신공을 보이듯 놀라운 젓가락질로 밥을 거의 다 먹었다. 왕홀, 신기한 듯 보고.

 

왕홀 : 잘 먹는군.
자명 : 쫓기는 일도 만만찮게 배고파지는 거거든요. (그릇 놓고) 수도 없이 생각해봤어요.

         대장군이 한가한 직책도 아닌데.. 나한테 왜 그랬을까.
왕홀 : 내가 원래 맛간 놈인데다.. 길상 아가씨한테, 한 눈에 반해서. (웃는)
자명 : (피식- 웃고) 자다 벌떡벌떡-, 깰 만큼. 집채만한 바윗돌을 가슴에 매달고 다니는 것 같은.. 궁금증 가져본 일 없죠?
왕홀 : 없다.
자명 : 난 그렇게 살아요. 궁금해서.. 궁금해서.. 숨이 컥컥- 막혀하면서. 제가 누군지 말씀해주세요.
왕홀 : .. (본다)
자명 : 제... 부모님이 누군지 말씀해주세요.
왕홀 : 몰라. 모른다고 했잖아.
자명 : 대장군님이 알고 계시는 거.. 알아요.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려요. (자신의 두 손을 꽉 모아잡고, 흔든다)
왕홀 : 세상엔 말이다. 알면서도 모른체해야 하는 일이 있고. 궁금해도 참아야 하는 일이 있다.

         길상아가씨가 아무리 사정해도 나는 해줄 말이 없어.
자명 : .. (힘없이, 손 풀고 본다)
왕홀 : .. 고구려로 가는가?
자명 : 언젠간 낙랑으로 가겠지만, 지금은 왕자님 호위무사니..
왕홀 : (생각하다) 고구려는 말이다. 우리 낙랑국과는..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구려로 가지 마라.
자명 : 난 말에요. 고구려랑 낙랑국이랑 전쟁하면요. 우리 왕자님 모시고 출정해서, 낙랑국놈들 박살을 내줄 생각인데요?
왕홀 : .. (안타까운 얼굴로 본다)
자명 : (일어난다) 아직 녹봉을 못받아서.. 값은 대장군님이 치르세요. (꾸벅- 인사한다)

 

 

씬47. 낙양, 다른 길 (밤)

 

자명, 걸어가는데, 왕홀, 따라와서 부른다.

 

왕홀 : 뿌쿠 아가씨! (비단 주머니를 건넨다)
자명 : (본다) ?
왕홀 : 황금이 좀 들었어.
자명 : 하하- (웃다) 됐거든요? 우리 아줌마 닮아 돈 좋아하긴 하는데..

         먹을 돈,못먹을 돈, 못가리고 쳐잡수면 똥구멍이 막히거든요.
왕홀 : 하하하- (웃다) 입이 걸쭉하구나.
자명 : 갈께요. (돌아서려는데)
왕홀 : (손목을 낚아챈다)
자명 : 왜 이래요!
왕홀 : (팔목 놓고, 손에 들고 있던 모양혜의 옷보퉁이를 내민다) 자-
자명 : 건 또 뭔데요?
왕홀 : 옷이야. 내가 뿌쿠 아가씨 옷을 망쳤으니까..
자명 : .. (잠시 보다가, 받는다)
왕홀 : .. (보다) 낙랑국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
자명 : ..
왕홀 : .. 미워해도 좋으니, 낙랑엔 오지 마라. 고구려에 살면서, 낙랑땅은 밟지 마.
자명 : 아뇨. 십년이 걸리든. 백년이 걸리든. 난 반드시 낙랑에 갑니다.

 

자명, 왕홀을 강하게 한번 보고 몸 돌려 걸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왕홀.

 

 

씬48. 낙양궁, 자명의 방 (밤)

 

자명, 보퉁이를 풀어 왕홀이 선물로 준 모양혜의 중국옷을 펼쳐 놓았다.

 

자명 : .. 아무 것두 못 알아냈네.. 그래, 남의 손 빌려 코 풀순 없는 거니까.

         뻘에 빠진, 콩알 하나를 찾듯 더터더터.. 내가 알아내야겠지..

 

자명, 문득 왕홀이 준 옷을 본다. 자명, 자신이 입고 있는 옷 냄새를 킁킁- 맡아보고.

 

자명 : 빨아야겠다..

 

자명, 모양혜의 옷을 집어 든다. (Dis)
(시간경과) 자명, 모양혜의 옷을 입어봤다. 너무 커서 옷에 풍덩-빠진 것 같다.

 

자명 : (팔 벌려 보고) 하아! 그 대장군 기가 막히네, 정말..

 

 

씬49. 낙양궁, 호동의 침소 (아침)

 

자명, 바닥에서 목침을 베고 자고 있다. 호동, 침상에서 일어난다.

 

호동 : (툭툭- 발로 깨운다)
자명 : (벌떡, 일어난다) 송구하옵니다, 이 놈이 왕자마마 깨신 걸 모르고!
호동 : 낙랑국 공주가 오늘 떠난다. 심부름을 다녀오너라.

 

 

씬50. 낙양궁, 라희의 침소

 

자명, 호동이 준(자신이 산) 비단주머니를 라희에게 내민다.

 

라희 : 거기 놓고 나가거라.
자명 :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탁위에 놓고, 뭉그적거린다)
라희 : (보고) 왜 안나가고?
자명 : 공주마마를 뵈러 꼭, 낙랑으로 갈테니 기다리라는 말씀도 전하라셨습니다.
라희 : .. 나가봐.
자명 : (절하고 나간다)

 

라희, 자명이 나가고 나면 비단주머니를 풀어 본다. 비단주머니 안에, 라희가 떨어트린 옥팔찌가 들어 있다.

 

라희 : (옥팔찌 들고 보는) .. (Dis)

 

 

씬51. 낙랑국, 진양궁 대위전

 

라희, 최리에게 절을 하고 있다. 최리와 모하소, 왕자실, 라희를 맞이하는.

 

모하소 : 어서 오너라.
라희 : (미소 짓고, 최리에게 절한다) 태녀 낙랑, 폐하의 성지를 받들어

         광무제 유수의 즉위 십주년 축하 사신으로 무사히 다녀왔사옵니다.
최리 : 고생 많았다!! 태녀가 큰 성과를 거두고 왔으니, 뭐라 이 기쁨을 말할 수 있으리. (웃는)
왕자실 : .. (라희를 보며 대견한 듯 미소 짓는다)

 

 

씬52.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의 집무실

 

대무신왕, 우나루와 추발소의 보고를 듣고 불같이 노하고 있다.
을두지, 죄인차림으로(이제 항쇄,철삭은 없다. 머리도 모자로 가리고) 꿇어 앉아 있다. 을두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대무신왕 : 호동이, 유수의 발바닥 밑에 머리를 조아렸단 말이냐!!
우나루 : 예, 페하. 차마, 두 눈 뜨고 그 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추발소 : 그래도 낙양에 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사옵니다. 유수에게 얻고자한 것은 다 얻었사오니, (하는데)
대무신왕 : 왕이 왕답지 못하고! 그 권위를 잃는다면 천하를 다 얻은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내시장, 안으로 들어온다.

 

내시장 : (조심스럽게) 대왕마마..
대무신왕 : (돌아본다) 뭐냐?
내시장 : .. (곤혹스러운)
대무신왕 : 뭐냐니!!
내시장 : 원비마마께서... 기평관문을 넘어, 환궁하고 계시다 하옵니다.
대무신왕 : 뭐어? (기가 막혀서 본다)

 

 

씬53. 고구려, 일각 수레 안/수레 밖

 

비류나부의 군사들, 수레를 호위하고 있다. 수레를 탄, 송매설수와 시녀장, 궁으로 향하고 있다.

 

송매설수 : .. (손바닥에 땀이 난다. 손을 자꾸 옷에 닦는다)
시녀장 : (손수건으로 송매설수의 손바닥을 닦아준다) 모든 것은 다 하늘의 뜻입니다. 마마.
송매설수 : 모든 것은.. 다, 사람의 의지다. 하늘은 사람의 의지를 꺾진 못한다.

 

 

씬54.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밤)

 

최리, 라희와 독대를 하고 있다. 술상이 차려져 있고.

 

최리 : 처음이구나. 이 아비가 너와 술을 나누는 것은.
라희 : 아바마마, 신을 이리 독대하시는 까닭이 궁금하옵니다.
최리 : 호동을 어찌 생각하느냐?
라희 : 냉정하고 무서운 사람입니다.
최리 : .. (본다)
라희 : 비천한 자들은 쉽게 모욕을 참을 수 있으나, 신분 있는 자가 모욕을 참기란 죽기보다 힘든 법인데..

         유수에게 삼궤구고두를 하는.. 호동왕자가 두려웠습니다.
최리 : 라희야. 이 애비.. 널 호동에게 주려한다.
라희 : !! (놀라서 본다)

 

 

씬55.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밤)

 

왕자실, 왕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치소는 없다)

 

왕홀 : 자명이가 맞습니까?
왕자실 : 그래. 맞다. 길상이든 뿌쿠든 이름이야 어쨌든 모하소의 딸 자명이다.
왕홀 : 흐흠..
왕자실 : 홀아,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내가 살던가, 내가 죽던가. 

            선택의 결과는 늘 둘 중 하나지. 너 역시.. 이제 선택해야 한다.
왕홀 : 제게 또 무슨 짐을 지우시렵니까?
왕자실 : 라희를 살리겠느냐? 자명일 살리겠느냐?
왕홀 : 누님!

 

왕자실, 독한 표정으로 왕홀을 본다.

 

 

씬56. 고구려 가는 길 (밤)

 

자명, 호동을 호위하며 가고 있다. 호위무사 3-4인, 초라하게 뒤따르는.
자명, 호동에게 물을 준다. 그런 자명의 모습 위로.

 

왕자실/(소리) : 라희를 죽이겠느냐? 자명일 죽이겠느냐?

 

자명,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듯 뒤돌아보는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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