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못난이] 12
S#1. 씬. 나이트 클럽.(밤)
형호 일행 들어오는. 형호와 검정 양복 1,2,3 예의 바르게 형호 뒤에서 따라가고.
지배인 놀라서 뛰어오는.
지배인 : 아이고, 나오셨습니까? (깍듯하게 인사하는)
형호 : (무시하고 걸어가면)
지배인 : V.I.P 룸으로....
형호 : (무대에서 노래하는 차연을 보는)
지배인 : (차연 보고) 대타로 노래하는 앱니다.
형호 : (걸어가서 앉는)
지배인 : (당황해서) 룸으로 들어가시지 않고....
형호 : (의자에 팔 걸치고 노래하는 차연을 보는)
검정 양복 1,2,3. 형호 옆에 둘러 서있는.
형호 : 니들도 앉아라.
검정 : 아닙니다, 형님.
형호 : 앉아.
검정 : 네. (1,2,3 얼른 앉고)
형호 : (노래하는 차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대통 : (지배인에게) 뭐하시는 분인데요?
지배인 : (딱하게 보면서) 보면 몰라.
형호 : (차연을 보고 있는)
S#2. 씬. 대기실.
차연, 들어오면.
상철 : (나가면서) 수고.
차연 : 네, 선배님.
호태 얼른 물컵 건네주는. 주경, 화장하면서.
주경 : 요새 노래 연습 많이 하나봐요?
차연 : 좀 좋아졌어요?
주경 : 무대 매너만 좀 더 세련되면 행사 같은데는 가도 될 거 같은데요.
차연 : (얼른 주경 옆으로 다가가서) 선배님. 행사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 거예요?
S#3. 씬. 옥탑방.(밤)
누리 잠들어 있고, 대통, 호태, 차연 앉아서 사진 고르고 있는.
대통 : 사진 좀 크게 뺐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서비스루다 좀 크게 빼달라고 하지 그랬어?
호태 : 커야 하는 거예요?
대통 : 동생 몰라도 너무 모른다.
차연 : 얘 아는 거 별로 없어요.
호태 : (흘겨보고) 크건 작건간에 쓸만한 사진이 너무 없다. 넌 실물도 그렇지만 사진발도 너무 안받는다.
차연 : (흘겨보고) 왜 이래? 예전에 작곡가 사무실에 있을 때 나보러 노래보단 미모로 승부볼 타입이라고
작곡가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대통 : 누나 작곡가 사무실에도 다녔어요?
호태 : (킬킬거리고 웃는)
차연 : (이를 악무는데)
대통 : 왜?
호태 : 작곡가 사무실에서 라면만 끓였잖아요. 1년 꼬박.
차연 : 그거야 작곡가 선생님이 워낙 라면을 좋아하셔서 그런거지.
대통 : 라면만 끓이고 곡은 못 받았어요?
호태 : 쫒겨났잖아요. 작곡가 마나님한테 미운 털이 박혀서.
차연 : 그거야 내 미모를 너무 시기 하셔서 그렇게 된 거구. 하여튼 여자들은 이쁜 여자들 꼴을 못본다니까.
호태 : 어련하시겠냐?
대통 : 누나가 원래부터 가수 쪽으로 꿈이 있으셨구나.
차연 : 이호태 이 인간만 아니었으면 제 인생 이렇게 풀리진 않았을 거예요.
호태 : 넌 왜 또 날 걸고 넘어지냐?
차연 : 너 때문에 그 다단계 판매에만 안 끌려들어갔으면 오늘날 내 팔자가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 거다.
대통 : 다단계도 하셨어요?
차연 : 이 인간이 꼬드기는 바람에 작곡가 사무실에서 나와서 거기에 3년이나 끌려 다녔잖아요.
호태 : 야, 그래도 내 덕에 너 이사까지 올라 갔었잖냐? 네가 나 아니면 무슨 재주로 이사 명함 파가지고 다녔겠냐?
차연 : 터진 입이라고 하는 말 좀 보라지.
대통 : 이사까지 올라가셨으면 꽤 성공하셨던 건데.
차연 : 이사까지 올라가면 뭐해요? 빚만 지고 신용불량자 되서 결국 사이판으로 도망갔는데....
대통 : 아, 그래서 사이판까지 가셨던 거구나.
차연 : 거기까지 간 건 또 그렇다쳐요.
대통 : 아니 그럼?
차연 : 4년동안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해서 제가요. 3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모았다는 거 아니예요.
대통 : 와, 대단하시다.
차연 : 근데 이 웬수같은 인간이 노래방 사업한다고 설치다 사기 당했잖아요.
호태 : 야, 야, 내 돈도 그때 같이 다 날렸잖냐?
대통 : 진짜 누나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스타일이구나, 동생이.
차연 : 이 인간이 제 인생에 끼친 해악을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 한질은 거뜬히 나온다니까요.
S#4. 씬. 옥상.(밤)
대통, 텐트로 들어가려고 하면, 호태 따라 들어가려고 하면.
대통 : 좁은데.
호태 :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옛날 얘기는 꺼내고 그래요. 차연이 저 지지배 열 받아서 나가 자라고 하잖아요.
대통 : 그리고 보면 누나가 참 인간성은 좋으셔.
호태 : 나가 자라고 쫓아내는 게 인간성이 좋아요?
대통 : 내가 누나였으면 곧 죽어도 동생 꼴 안 볼 텐데.
호태 : 그래서 지금까지 죽어라 일수 찍으며 살고 있잖아요. (얼른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대통 : 집주인 허락도 안받고 낼름 들어가면 어떡해?
S#5. 씬. 편의점 앞.(밤)
동현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계산대 안에 서있는 은우를 바라보는.
손님 없는 편의점 안에서 멍하니 서있는 은우.
동현 : (깊은 시선으로 은우를 바라보는)
S#6. 씬. 은우의 방.(밤)
은우, 들어오는. 따라 들어오는 정민.
정민 : 왜 이렇게 늦어?
은우 : 잘래요.
정민 : 그 일 너한테는 무리야.
은우 : 그렇다고 식충이로 살다 죽어요.
정민 : 네가 왜 식충이야?
은우 : 잔다니까요.
정민 : 좀 더 너한테 맞는 일을 찾아보자.
은우 : 그런 일이 어디 있어요?
정민 : 찾아보면.....
은우 : 잔다니까요.
정민 : (걱정스럽게 보다가 나가는)
은우 : (침대에 주저 앉는)
S#7. 씬. 정민의 집 앞.(아침)
풍수, 정민 집 앞에 서서.
풍수 : 정민아? 돈 벌러 가자. 정민아? 돈 벌러 가게 차 태워줘라.
정민, 인상 찌푸리면서 집에서 나오는.
정민 : 동네 창피해 죽겠네.
풍수 : 우리 동네 사람들 이제 알 사람은 다 안다.
정민 : 댁이 푼수라는 거?
풍수 : 얘는 아침부터 왜 사람 이름은 바꾸고 그러냐?
정민 : 그냥 우울하게 내버려 둘 걸.
풍수 : 왜? 내가 우울해 있으니까 근사하디?
정민 : 말을 말자 내가.
차 문 열고 타면서.
정민 : 아, 어서 타.
S#8. 씬. 옥탑방.(낮)
호태, 두리 옷 입히고 있고, 차연 의상 챙기면서.
차연 : 돈 조심하고.
호태 : 알았다, 알았어. 넌 한말 또 하고, 한말 또 하고.
차연 : 니가 웬만하면 내가 이러겠냐?
호태 : 두리야? 니 엄마 술주정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왜 저런다니?
두리 : 아저씨가 웬만하면 그러겠어요?
호태 : 너 때문에 인간성 좋은 우리 두리까지 말투가 이상해지잖냐?
차연 : 두리야. 엄마는 회사에 일찍 나가봐야 하거든, 그래서 아저씨랑 가는 거니까 네가 아저씨 딴 짓 못하게 감시 잘해야 해.
두리 : 응, 엄마.
호태 : 그래도 지배인이 네가 마음에 들긴 들었나보다. 가게 포스트에 넣어준다고까지 하는 거 보면.
차연 : 내가 워낙 비쥬얼이 되는 가수잖냐?
호태 : (어이가 없고)
S#9. 씬. 병원 전경.(낮)
S#10. 씬. 정민의 진료실.(낮)
정민, 들어오면, 승혜 기다리고 있고.
정민 : 웬일이니?
승혜 : 은우 퇴원한 거 몰랐어요. 퇴원 했으면 전화라도 좀 주시면 좋잖아요?
정민 : 은우가 전화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승혜 : 은우는 어때요?
정민 : 편의점에서 일한다.
승혜 : 네?
정민 : 편의점에서 일한다구.
승혜 : 은우가 어떻게 편의점에서 일을 해요?
정민 : 지가 한다고 우기니 어쩌니?
승혜 : 금방 은우 상태 알게 될 거구, 그럼 금방 그만두라고 할텐데 애한테 뭐 하러 상처를 받게 해요?
정민 : (보고) 내 딸들이 언제 내 말 듣는 거 봤니?
승혜 : .....
S#11. 씬. 병원 복도.(낮)
스테이션 앞. 호태, 간호사들에게 스타킹 선물 주고 있는. 두리, 그 옆에 서있고.
수간호사 :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호태 : 그동안 신세만 지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서요. 제가 간호사님들 스타일에 맞게 칼라는 골랐는데 마음에 드실는지 모르겠네요.
보숙 : 어머, 칼라까지 다르게 고르셨어요? 너무 섬세하시다.
수정 : (궁시렁거리는 투로) 마음에 있는 거야.
보숙 : (흘겨보고, 스타킹 보면서) 어머, 칼라 진짜 너무 좋다.
호태 :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인영 : (두리 머리 쓰다듬으며) 두리 요즘은 괜찮지?
두리 : 네.
호태 : 그럼, 저흰 이만.... (인사하고, 두리 데리고 걸어오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며 두리와 호태를 보는, 승혜. 호태는 승혜를 보지 못한 상태로.
승혜 : (두리와 호태 걸어가는 모습 보고)
보숙, 수정 스테이션에서 나와 걸어가면.
수정 : 뭘 마음에 있는 거 맞는데.
보숙 : 너 사람 너무 함부로 보는 경향이 있드라.
승혜 :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는 두리와 호태를 보다가. 간호사들에게) 저기요.
수정 : 안녕하세요?
승혜 : (인사하고)
보숙 : 최은우씨 퇴원 했는데....
승혜 : 알아요.
수정 : 최정민 선생님 진료실에 계실텐데....
승혜 : 저기 아까 그 꼬마요?
수정 : 네.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가는 두리, 호태 보면서) 아, 두리요?
S#12. 씬. 병원 복도.(낮)
승혜, 걸어오는. 그 위로.
수정E : 타이로 신혈증이라고 희귀한 병이예요. 약값도 엄청 들어가고.
보숙E : 엄마는 없고, 아빠 혼자서 키우는 거 같아요.
승혜E : 가끔 엄마가 같이 오는 거 같던데?
보숙E : 아니예요. 아빠 친구예요.
수정E : 같은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하던데. 두리가 아줌마라고도 했다가 엄마라고도 했다가 그래요.
보숙E : 이호태씨는 이혼했다는 거 같던데....
S#13. 씬. 병원 앞.(낮)
김비서,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고. 승혜, 차에 올라타는. 차 출발하고.
그 위로, 사이판에서, 술집 앞에서 호태의 뺨을 갈기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보숙E : 두리 아빠가 고생이 말도 못해요. 약값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수정E : 그래도 그 친구라는 여자분이 많이 도와주는 거 같지?
승혜 : (생각에 잠겨 창 밖을 보고 있는)
S#14.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책상 앞에 앉아있고, 수혁 그 옆에.
수혁 : 대진이 투자한다는 얘기 듣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꽤 온다.
동주 : 화성에선?
수혁 : 그쪽에선 아직 움직이는 기미가 없고.
동주 : 대진이 달려들었다는 소문 들으면 화성도 움직일만 한데....
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동주모. 손에 복사지 들고.
동주 : (일어서는)
동주모 : 이게 뭐니?
동주 : 뭐가요?
동주모 : (책상에 복사지 탁 내려놓으며) 인터넷에 이런 게 떴다는데?
동주 : 어머님 그런 것도 보세요?
동주모 : 신동주 사장 결혼 파경설이라니. 대체 이게 어디서 흘러나간 소리야? 수혁이 넌 내가 그렇게 단속 잘하라고 주의를 줬는데
동주 : 수혁이가 어떻게 단속을 해요? 어차피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어요.
동주모 : 가수 S양과의 결혼 초읽기는 또 뭐야?
동주 : 초읽기에 들어갔나보죠.
동주모 : 너 지금 남의 집 불구경 하니? 이거 서유경이가 퍼트린 거지?
동주 : 누가 퍼트렸으면 어때요?
동주모 : 신동주?
동주 : 이왕 소문 퍼진 거 해버리죠 뭐. 그래도 진가년보단 났지 않으시겠어요? 어머니 며느리 감으로?
동주모 : (기가 막혀서 보는)
S#15. 씬. 유경의 아파트 거실.(낮)
유경, 스트레칭 하고 있는. 코디 방에서 나오며.
코디 : 언니, 인터넷에 기사 쫙 깔렸어요.
유경 : (미소 짓고)
코디 : 절대 비밀이라고 한 게 중요했나봐요.
유경 : 장사 한 두 번 하니.
코디 : 역시 언니는.....제가 보기에 언니는 천재예요.
S#16.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모니터로 ‘D.S 그룹 신동주 사장 결혼 파경설, 가수 S 양과의 결혼 초읽기에 들어간 듯’헤드기사 물끄러미 보고 있는.
김비서, 들어와서 서류 책상 위에 놓는.
김비서 : (모니터 보고)
승혜 : (어색하게 미소 짓는)
김비서 : (안쓰러운 시선으로 보는) 언제까지 끌려다니실 겁니까?
승혜 : .....
김비서 : 이러실 거면 왜 진작 말씀 하지 않으셨어요?
승혜 : 언제부터 눈치 채셨어요?
김비서 : .....
승혜 : (일어나서 창가에 서는)
김비서 : 결혼 하신 다음해 D.S 창립 기념 파티에섭니다. 그날 신동주 사장 술에 만취 했었죠. 이사님이 그만 집에 가자고
팔을 잡으니까 거칠게 뿌리쳤었습니다. 그때 신동주 사장을 보는 이사님 표정을 보고 눈치 챘습니다.
승혜 : 내 연기력이 형편 없었나보군요.
김비서 : 이사님이 신동주 사장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 못했었습니다.
승혜 :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지는 심정으로 한 결혼이었어요.
김비서 : 압니다.
승혜 : 나 자신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요. 그런데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벌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김비서 : 언제부터셨습니까?
승혜 : 신혼여행에서.....그 사람 일주일 동안 내 곁에는 오지도 않았어요. 저 역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부부라는 이름으로
엮였지만 평생 잠자리 한번 안하는 이상한 관계가 되겠구나, 그렇게 예상했었어요. 그런데 돌아오기 마지막 날
술에 취해 들어와서..... 마치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사람 같았아요.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완전히 망가져주자
작정한 사람 같았죠. 끔찍한 밤이었죠. 우리 두 사람 다에게.... 그런데.....돌아누운 그 사람이 울더군요. 소리 죽여서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슬펐어요. 저도 울고 있었죠. 서로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소리 죽여 우는 우리 두 사람이 서글펐어요.
그리고.....그 사람이 가여워졌죠. 어쩌면.....이 사람을.....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끔찍한 예감이 들었구요.
김비서 : .....
승혜 : 제가 오만했었나봐요. 인생을 너무 만만하게 본 댓가를 이렇게 잔인하게 치루게 될 줄은 몰랐어요.
김비서 : 그럼.....왜?
승혜 : ......말하지 않았냐구요?
김비서 : 형규씨가 이사님께 어떻게 했는지 말씀 하셨으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텐데.....
승혜 : 마지막 자존심이었거든요. (쓸쓸하게 창 밖을 보는)
S#17. 씬. 나이트 클럽.
차연, 노래하고 있는. 지배인 보고 있으면, 대통 옆으로 걸어가는.
대통 : 우리 누나 너무 여러 타임 뛰게 하는 거 아니세요?
지배인 : (보면)
대통 : 출연료는 쥐꼬리만큼 받는데, 다른 가수들 펑크 내는 타임은 다 채우고.
요즘은 우리 누나만 믿고 가수들이 너무 자주 펑크를 내는 거 같기도 하구요.
지배인 : 그래서?
대통 : 아니 뭐 그래서 어떻다는 것보단....
호태, 들어오는.
호태 : 어 또 차연이가 올라가 있네.
대통 : 그렇지 동생? 우리 누나 너무 혹사당하는 거 같지? 이제 금방 정식으로 데뷔도 하고 그러려면 목을 좀 보호해 줘야 하는데....
지배인 : 어느새 배가 불렀다 그거지?
대통 : 아니, 그렇게 무섭게 말씀 하실 건 없구요.
지배인 : 주방 설거지 아줌마 무대에 올려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형호 무리들 들어오는.
지배인 : (놀라서) 어서 오십쇼? 어떻게 바쁘신 분이 연 이틀씩이나....
검정1 : 뭐요? 귀찮다 그거요?
지배인 : 아니요, 무슨 말씀을. 신경을 써주시니 고마워서 드리는 말씀인데...
형호, 걸어가서 좌석에 앉는.
지배인 : 별일이네. 한달에 한번 들릴까 말까 하더니....
호태 : (대통에게) 왠 깡패들이?
대통 : 이 바닥이 쟤네들 나와바린 거 몰라?
S#18. 씬. 나이트 클럽.
호태, 형호 앞에 술을 가져다 놓는.
검정1 : (노래하는 차연을 보면서, 형호에게) 마음에 드시면 룸으로 부를까요?
호태 : (놀라서 접시 떨어뜨리고, 검정 1 무릎에 과일 쏟고)
검정1 : (벌떡 일어나며) 뭐야?
형호 : 조용히 마시자.
검정1 : (얼른 앉으며) 네, 형님.
호태 : (양복 털어주며) 죄송합니다. 얼른 새로 만들어다 올리겠습니다.
형호 : (노래하는 차연을 보고 있는)
호태 : (형호와 차연을 번갈아보는)
호태, 걸어가면서.
호태 : (입 삐쭉이며) 하여간 깡패 새끼들은....
S#19. 씬. 유경의 아파트.(밤)
유경, 앉아있는 동주에게 찻잔 가져다 놓는.
유경 : 좋은 술 있는데....
동주 : 나 술 취하게 해서 뭐하게?
유경 : (곱게 흘겨보며) 내가 설마 동주씨 잡아먹을까봐서요?
동주 : 다음달엔 여성지에 기사 좀 실릴 거 같은데....
유경 : 어머, 동주씨도 그 인터넷 기사들 봤어요. 진짜 기자들 무서워요. 어떻게 냄새를 맡고....
동주 : 너 참 머리 나빠.
유경 : (보면)
동주 : 가만히 있으면 점수는 안 깍아 먹을텐데.
유경 : 동주씨? 내가 설마?
동주 : 머리 나쁜 여자 데리고 살 팔잔가보다, 내가.
유경 : (화들짝) 우리 진짜 결혼하는 거예요?
동주 : 근데 어쩌냐.
유경 : (불안해서) 왜? 왜요?
동주 : 널 데리고 사는 게 무지 끔찍할 거 같으니.....
유경 : (질리는 표정으로 보는)
S#20. 씬. 유경의 아파트 앞.(밤)
동주, 나오는. 유경 따라나오며.
유경 : 자고 가라니까요.
동주 : 그래볼까 하고 큰맘 먹고 왔는데 도저히 몸이 안 따라준다.
유경 : 그게 무슨 뜻이예요?
동주 : (돌아서서 걸어가는)
S#21. 씬. 유경의 아파트 거실.(밤)
유경, 들어오는.
유경 : 나쁜 새끼. 말을 해도 꼭..... 참자, 서유경. 그래도 저 자식이 고속 엘리베이턴 걸 어쩌겠니.
S#22. 씬. 동주의 집 정원.(밤)
동주, 멍하니 앉아있는. 물싸움을 하던 차연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동주 : (허탈하게 미소 짓는) 너 뭐하냐? 신동주?
S#23. 씬. 승혜의 방.(밤)
승혜, 차연의 노래를 듣고 있는. 김비서, 쥬스 가지고 들어오는.
김비서 : (카세트와 승혜를 번갈아보는) 없었던 일로 된 거 아니었나요?
승혜 : .....
김비서 : 왜 저 여자한테 신경을 쓰세요?
승혜 : 그러게요, 왜 신경이 쓰일까요?
김비서 : .....
승혜 : 우리들 복잡한 인생에 끌여들였다는 죄책감 같은 거 같기도 하고....
김비서 : 같기도 하구요?
승혜 : 왠지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이라는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김비서 : .....
승혜 : (노래를 들으며 쥬스를 마시는)
S#24. 씬. 옥탑방.(밤)
차연, 세수하고 나오면. 두리 잠들어 있고. 호태, 핸드폰 들여다보면서 갸우뚱하는.
호태 : 이상하네, 왜 한군데서도 연락이 없다냐.
차연 : 가수 되기가 그렇게 쉬우면 너도 나도 가수 하지.
호태 : 프로필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서 돌렸는데.
차연 : 네가 개발 세발 써서 만든 그 프로필이 완벽하셔요?
호태 : 넌. 내가 P.C방 가서 오자 하나 없이 타자 쳐서 얼마나 이쁘게 만들었는데.....
차연 : 그 사람들 다 프로야. 노래방에서 녹음한 테잎 들고 가수 시켜달라고 덤벼드는 우리가 너무 어이없는 거지.
엉뚱한 꿈꾸지 말고 지방 행사나 좀 쫒아다닐 수 없나 알아보자.
호태 : 서주경씨 얘기 못 들었냐? 지방 행사도 노래가 좀 알려져야 끼워준다잖냐?
차연 : 싼 맛에 좀 써달라고 해보자구.
호태 : 넌 어째 인생을 무조건 싼 맛으로 밀고 나가려고 하냐? (벽에 붙어 있는 허재 사진 보면서) 우리 허재형 말씀에 그런 게 있다.
호랑이는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풀을 뜯지 않는다구.
차연 : 우리가 무슨 호랑이씩이나, 괭이 새끼도 못되는 주제에.....
호태 : 아, 제발 좀, 우리 인생 포부 좀 크게 갖자. 괭이 새끼로 살망정 포부는 호랑이처럼 가지면 누가 벌금 내라고 할까봐?
차연 : 네 그 말에 속아서 내가 거금 3천만원을 날린 사람이다.
호태 : (얼른 두리 옆에 누우면서) 두리야, 자자.
차연 : (발로 차면서) 저리 건너가서 못자.
호태 : 법적으론 내 아들이다.
S#25. 씬. 편의점.(밤)
동현, 망설이다가 문 열고 들어가는. 은우, 음료수 냉장고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거의 사색이 되어있는.
여자,(20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여자 : 됐다니까요.
은우 : 아니요, 여기 어디 있었거든요. 사과 음료가....
여자 : 아, 됐어요.
은우 : (팔 잡으면서) 제가 봤다니까요. 조금만 조금만이요.
여자 : 없는 거 뻔한데.....
은우 : 아니요, 제가 분명히 봤거든요.
주인, 들어오는. 동현, 진열대 코너 뒤쪽에 서있고.
은우, 동현과 주인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음료수 찾는 일에만 열중해 있다.
여자 : 아, 시간 없는데 정말 왜 이래요?
은우 : 찾을 수 있어요. 제가 분명히 여기다.....
여자 : 그럼 다 팔렸나보죠.
은우 : 찾을 수 있어요. 제가 판 기억이 정말 없거든요.
주인 : 왜 그래요?
여자 : 이것 좀 놔요.
은우 : (여자 팔 잡고) 제가 찾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주인 : 왜 그러냐니까?
여자 : 주인이세요?
주인 : 네, 제가 주인인데, 무슨 일이세요?
여자 : 사과 음료 없냐구 했더니, 있다고 이 난리잖아요? 없으면 됐다구, 그냥 간다고 하니까 나가지도 못하게 사람을 잡고선.....
주인 : 뭐야?
은우 : (주인 말은 안중에도 없다, 음료수 뒤지면서) 여기 있었는데....여기....
주인 : 사과 음료 다 나갔어.
은우 : 여기 있었는데..... (그러다 음료수 병 밀쳐서 깨고)
여자 : 진짜 이상한 여자네.
은우 : 제가 찾아드릴 수 있어요.
주인 : 얘 또라이 아냐?
동현 : (그런 은우를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주인 : (정신없이 음료수 병 만지는 은우의 뺨을 갈기는) 야, 정신 차려. 뭐 이런 게 다 있어.
동현 : (울컥하는 심정으로 다가서서 주인의 팔을 잡으며) 그렇다고 때릴 것까진 없잖습니까?
은우 : (놀라서 동현을 보는)
S#26. 씬. 동네 공원 일각.(밤)
은우, 울면서 앉아있는. 동현 그 옆에 앉아있고.
은우 : 그 여자가 날 미워할까봐.
동현 : 찾던 음료수 없다고 왜 은우씨를 미워해요?
은우 : .....
동현 : 그런 거 아니예요, 은우씨. 사람들은 그런 일에 은우씨처럼 신경 안써요.
찾던 음료수 없으면 그냥 가라고 내버려두면 되는 거예요.
은우 : 그게 되면....내가 미친 게 아니죠.
동현 : (버럭) 은우씨 미친 거 아니라니까요.
은우 : 나 때문에 화 났어요?
동현 : 화 난 게 아니구요. 답답해서 그래요. 왜 세상 사람들 모두한테 마음에 들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쓰냐구요?
은우 : 이젠....또 안 찾아올 거죠? 내가 답답해서....
동현 : 바닐라 아이스크림 먹을래요?
S#27. 씬. 정민의 집 앞.(밤)
동현, 은우 아이스크림 먹으며 걸어오는.
동현 : 여기예요?
은우 : (끄덕이고)
동현 : 아, 이 아가씨 칠칠맞네. (은우 입가에 아이스크림 닦아주는)
은우 : (움찔하는)
동현 : (순간 멈칫하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그러니까 칠칠맞게 왜 묻히고 먹어요. 들어가요. 갈게요.
은우 : 저기....
동현 : (보면)
은우 : 또 올 거예요?
동현 : 시간 나면요.
은우 : 언제 시간 나는대요?
동현 : 몰라요.
은우 : 나 오늘 거기서 잘렸으니까 시간 나서 찾으려 오려면.... 어디로 와야 하지, 어디로 오지.
다가오는 정민의 차. 풍수 옆에 타고 있고.
풍수 : 어, 어, 쟤 신동현 아니냐?
정민 : (서늘해지고)
동현 : (은우의 어깨에 손 얹고) 전화해요. 어디로 가야하는지? 내 전화 번호 알죠?
은우 : (반색하며) 네, 알아요.
정민, 차 세우고, 차에서 내리는.
정민 : 신동현?
동현 : (돌아보고 굳어지는)
풍수, 차에서 내리는데.
정민 : (동현의 뺨을 갈기는) 내가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
은우 : 엄마?
S#28. 씬. 은우의 방.(밤)
은우, 들어와서 문 걸어 잠그는. 문 두드리는 정민.
정민 : 문 열어, 문 열어, 은우야.
은우 : (눈 꼭 감고 서있는)
S#29. 씬. 동주의 서재.(밤)
동주, 술을 마시고 있는. 동현 올라오는.
동주 : 지금 오냐?
동현 : (앞에 앉아 술을 병째 마시는)
동주 : 야, 야, 신동현? 네가 웬일이냐? 타고난 모범생이 병나발을 다 불고?
동현 : 형?
동주 : 왜? 병원에서 뭐 기분 나쁜 일 있었냐?
동현 : 사랑이라는 거 말이야?
동주 : .....
동현 : 그거 어떤 거야?
동주 : 너 연애하냐?
동현 : 신경 쓰지 말자고 이 악무는데도 신경이 막 쓰이면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동주 : (보다가, 피식 웃는) 모르겠다. 결혼은 두 번씩이나 해봤지만, 사랑이라는 걸 안 해봐서.
동현 : 신경이 쓰이는 내 자신한테 막 화가 나는 거 그런 게 사랑이면 어쩌냐? 형?
동주 : (보다가) 그런 게 사랑 같냐?
동현 : .....
동주 : 생각하지 말자 하는데, 자꾸 생각이 나면 그게 사랑인 거냐?
동현 : (무슨 말인가 하는 느낌으로 보는)
동주 : (술을 마시며) 아닐 거다. 에이, 그게 사랑이면.....야, 말도 안된다. 그건 사랑 아니다. 아니야, 사랑.
동현 : 누구.....생각하지 말자 하면서도.....생각나는 사람이 있는 거야?
동주 : (그제서야 내가 무슨 말은 한 거지 싶은 표정으로 보다가 시선을 돌려버리는)
S#30. 씬. 동주의 방 욕실.(밤)
동주, 세수를 하는.
동주 : (멍하니 거울을 들여다보는)
S#31. 씬. 옥상.(낮)
차연, 대통 김밥 재료 만들고 있고, 두리 그 옆에 앉아있고. 호태, 전화중.
호태 : 네, 저번에 진차연이라고 신인 가수 데모 테잎하고 프로필 가져다 드린 이호태라는 진차연이 매니전데요. 연락 주시겠다고
하시곤 연락이 없으셔서.... (듣다가) 노래는 들어보셨어요? 그럼 당근 관심이 생기실텐데. 아니, 회사하고 맞지 않는다면
어떤 면이 어떻게 맞지 않으시는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매너 없이 지 맘대로 툭 끊어버리고....
차연 : 김밥이나 싸라.
대통 : 동생이 제대로 못한 거 아냐? 어떻게 다들 관심이 없다고 그러냐?
호태 : (전화 버튼 누르는데)
차연 : (버럭) 김밥이나 싸라니까.
호태 : (버럭) 알았다니까.
울리는 전화벨.
호태 : (앞 톤 이어서 신경질적으로) 여보세요? (갑자기 공손해지면서) 네? 어디시라구요? 아, 네, 네, 네. 오, 오늘이요?
그, 그럼요. 갈 수 있다마다요. 네, 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넙죽 절까지 하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통 : 어디서 온 전환데?
호태 : 나이브 엔터테인먼튼데요. 차연이 노래를 직접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오늘 올 수 있냐구요?
대통 : (벌떡 일어서며) 정? 정말이야?
호태 : 그렇다니까요.
차연 :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짜 오래?
호태 : 넌 속아만 살았냐?
S#32. 씬. 옥탑방.(낮)
차연, 호태, 옷갈아입고 있는. 대통, 두리 옆에 서있는.
대통 : 나도 가야하는데.
호태 : (차연 머리 빗겨주며) 머리가 어수선하게 이게 뭐냐? 사람은 뭐니 뭐니해도 첫인상이 중요한 거야, 첫인상이.
차연 : 나 화장 잘먹었냐?
호태 : 어디.....그런대로 먹은 거 같다.
두리 : 엄마, 진짜 가수 되는 거야? 진짜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 되는 거야?
차연 : 가봐야 알아.
호태 : 야, 야, 직접 전화해서 오라고까지 하는 거 보면 얼굴이나 보고 안면이나 트자는 건 아닐 거다.
대통 : 그럼. 그럼. 그런데선 관심 없으면 오라는 소리 절대 안해. 내가 연예계를 좀 아는데, 그쪽 사람들 시간낭비 절대 안하거든.
호태 : 차연아?
차연 : 왜?
호태 : 너 있지, 정말 내가 이건 진심으로 충고 하는 건데. 넌 딴 거 없어, 사람들 앞에서 그 드러운 성질만 안보이면....
차연 : (돌아서며) 가자.
S#33. 씬. 승혜의 회사 로비.(낮)
차연, 눈이 휘둥그레져서.
차연 : 야, 회사 진짜 크다.
호태 : 기 죽지 마. 기 죽지 마.
차연 : (주눅이 들고)
호태 : 넌 D.S 그룹 안주인 노릇까지 했던 애가 촌스럽게 왜 그러냐?
차연 : 여기서 왜 D.S 그룹이 나오는데?
호태 : (수위에게 다가가) 나이브 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님하고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요.
수위 : (위 아래로 훑으며 수화기 드는)
S#34. 씬. 회사 복도.(낮)
차연, 호태, 실장 걸어가는.
차연 : (비굴하게) 마중까지 내려오지 않으셔도 되는데.
호태 : 그러게요, 몇 층으로 올라오라고 하시면 저희가 알아서 올라갈텐데 뭐하러 번거롭게 내려까지 오시고....
실장 : 대표 이사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호태 : 대, 대 표 이사님이시면? (차연에게 귓말로) 사장이라는 소리지?
S#35. 씬. 승혜의 사무실.(낮)
실장, 앞서 들어오는. 차연, 호태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따라 들어오는.
실장 : 진차연씨 오셨습니다.
승혜, 일어서는. 그 옆에 김비서 서있고.
승혜 : 어서 오세요.
차연, 호태, 놀라서 승혜를 보는. 그런 세사람.
차연 : (당황한 표정으로 승혜를 보는)
호태 : (입이 벌어져서 뭐라고 말도 못하는데)
승혜 : 정식으로 인사하죠. 스타닉스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정승혭니다.
호태 : 아...아니....이게....대체....
승혜 : 앉아서 천천이 얘기하죠. (김비서에게) 차 좀 준비해주세요.
김비서 : (차연과 호태 보면서) 차는?
호태 : 얼음 넣은 냉수나 한잔 주세요.
차연 : 전 그냥 커피....아니, 저도 냉수 주세요.
차연, 호태, 냉수 벌컥 벌컥 들이키고 있고. 승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 옆에 김비서, 실장 앉아있고.
승혜 : 진차연씨 데모 테잎 잘 들었어요. 노래 잘하시대요.
차연 : (컵 내려놓으며) 저기요.
승혜 : (보면)
차연 : 설마 절 가수 시켜주시겠다고 부르신 건가요?
승혜 : (미소 지으며) 그럼 안 되나요?
차연 : 아니. (더듬거리며) 우리 사이가...우리 인연이 그게 보통 꼬인 게 아닌데, 그쪽이 절 가수를 시켜주겠다는 게....
호태 : 말이 안 되지. 우리도 그쪽한테 좋은 감정이 아니지만, 그거야 그쪽도 마찬가질텐데.
승혜 : 저 사업하는 사람이예요. 승산 있는 사업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감정은 접어버리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차연, 호태, 서로를 보고.
승혜 : 어떠세요? 전 두 분과 한 배를 타고 가고 싶은데.....
호태 : 뭐 배 타는 건 문제가 아닌데....
승혜 : 그럼 계약하시죠?
S#37. 씬. 동네 길.(낮)
차연, 호태 생각에 빠져 걸어오는.
호태 : 음모가 있는 거 같지?
차연 : ......
호태 : 그 여자 그거 보통내기 아니야. 내 완벽한 연기를 담박에 알아차린 것만 봐도 그렇고....
차연 : 연기?
호태 : 그때 제비 짓 했을 때 말이야. 내가 완벽하게 의사 행세를 했는데, 그걸 딱 알아차려버리더라니까.
차연 : 그거야. 네가 입만 열면 바로 들통나는 거구.
호태 : 야, 야. 그때 내가 의학 용어를 얼마나 많이 외우고. 또 의상하며 진짜 의사 저리가라였는데....
차연 : (무시하며) 왤까? 왜 날 가수로 만들어주겠다는 걸까?
호태 : 음모라니까.
차연 : 무슨 음모?
호태 : 너하고 나 때문에 결혼 깨졌다고 앙심 품고 이 참에 복수를 하자 작정을 한 거지.
차연 : 복수를 가수 시켜주는 걸로 하냐?
호태 : 그...그거야....야, 머리 좋은 인간들 하는 짓을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들이 어떻게 다 알아채냐?
걔네들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 애들이야. 우리 같은 인간들은 도저히 상상도 못하는 짓을
눈 하나 깜빡 안하고 해치우는 애들이라니까. 봤잖아. 사이판에서 우리 둘 이용해서 담박에 이혼 해치우는 거.
차연 : 우리 둘이 아니라, 나지. 니가 그 사람들 이혼에 뭐 한 게 있다구.
호태 : 어쨌든 너도 그래서 계약 하자는데 생각해보겠다고 한 거 아냐? 너도 뭐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니까
삼 천 만 원짜리 수표 앞에 놓고서도 생각이니 뭐니 핑계를 댄 거 아니냐구?
차연 : 삼 천 만원이면 우리 두리 몇 달치 약값은 되는 거지.....
호태 : 하려구? 야, 그 여자 보통내기 아니라니까. 삼 천 만원은 미끼야, 미끼. 그거 덥썩 잘못 물었다가.....
차연 : 잘못 되도 삼천 만원은 남을 거 아냐.
S#38.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김비서, 실장 앉아있는.
실장 : 진차연씨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으신 거 같은데, 그래서 이런 무리한 투자를 하시려는 거 같은데,
이사님? 다시 한번 재고 해보시는 게.....
승혜 : 트로트가 정말 그렇게 수익성이 없나요?
실장 : 음반 내서 가수 이름이 조금 알려지면 가수 개인한테는 수익이 생길 수 있죠. 그러니까 트로트 가수들이 기를 쓰고
티브이에 나와서 얼굴 알리고 노래 알리려고 하는 거구요. 그럼 지방 행사 같은데 쫓아다니면서 돈을 좀 벌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획사 쪽에서 보자면 매리트가 전혀 없는 분얍니다.
승혜 : 우리가 전례를 한번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실장 : 굳이 음반을 취입해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좋습니다. 음반은 만들죠, 만들어요. 하지만 3천만원씩이나 계약금을 줄
이유가 없습니다. 계약금 없이도 우리 같은 큰 회사에서 음반 취입해주겠다고 하면 얼씨구나 할텐데.
승혜 : 전 제 식구 홀대하고 싶지 않은데요.
S#39. 씬. 나이트 클럽 대기실.(낮)
차연, 청소하고 있는. 호태 뛰어 들어오는.
호태 : 알았다.
차연 : (보고)
호태 : 넌 또 청소하냐? 가수가 쏘셜포지션이 있지 넌.
차연 : 뭘 알았는데?
호태 : 아, 참. 그 여자 음모를 내가 알아냈다 그거야.
차연 : (보면)
호태 : 우리한테 삼천 만원 줘놓고 노예로 삼자는 거지.
차연 : 노예?
호태 : 이 바닥이 그렇대요, 한번 계약을 하면 뭐든 기획사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래. 삼천만원으로 우리 묶어놓고
옴짝 달싹 못하게 하려는 거지. 다른데서 노래도 못하게 하고, 음반도 만들어준다 준다 하면서 안 만들어주고,
그래도 계약을 했으니 뭐라고 말도 못하고.
차연 : 그래서 그 여자한테 남는 게 뭔데?
호태 : 복수지. 너와 나를 향한 무서운 복수.
차연 : 진짜 무서운 복수다.
호태 : 그지? 그지?
차연 : 이 돌대가리야. 아무데서도 거들떠보지 않는 나같은 여자 옴짝 달싹 못하게 하자고 삼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쓰겠냐?
호태 : 네가 몰라서 그렇지, 그 여자한테는 그거 껌값이다. 우리한테는 입 벌어지게 큰 돈이지만 그 여자한테는 새발에 피야.
차연 : 나가서 일이나 해라.
호태 : 너 돈 삼천에 흔들리며 절대 안된다. 이거 우리 인생이 걸린 문제라구. 잘못하면 우리 그 여자 노예로
한평생 살아야 할지도 몰라. 넌 그 여자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구, 난 그 여자 차 기사 노릇이나 하면서....
차연 : 그러면 대수냐? 신동주 집에서도 가정부 생활 했는데 하지 뭐. 너 운전은 좀 하잖아?
호태 : 얘가, 너는 돈 앞에선 너무 이성을 잃고 헤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차연 : 아, 나가서 일이나 하라니까.
S#40. 씬. 나이트 클럽 내.
호태, 입 삐쭉이며 걸어오면. 대통 다가오는.
대통 : 내가 좀 알아봤는데, 삼천만원이면 그 쪽에서 많이 생각해 준거야. 첫 음반은 계약금 없이도 제작하는 경우가 솔찮다는데.
호태 : 음모예요. 음모.
대통 : 무조건 해야 하는 거 같은데 동생. 그런 회사에서 음반 내주겠다는 게 어디야.
호태 : 복수의 시작이라니까요. (걸어가면)
대통 : (따라가면서) 내가 보기엔 동생, 그거 과대망상이거든. 동생이나 누나가 뭐 대단한 인물들이라고
그렇게 큰 회사 사장이 일 없이 복수씩이나 하겠어?
S#41. 씬. 대기실.
차연, 의상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있는. 그 위로.
사이판에서 처음 안마사로 만났던 모습. 쓰레기통 뒤지던 자신을 보던 승혜.
승혜가 사이판을 떠나기 전 호텔방에서 만났던 모습이 스쳐지나가는.
차연 :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복수면 어떻고, 음모면 어때? 우리 두리 몇 달 약값 걱정 안하게 되는데.....
S#42. 씬. 옥상.(밤)
호태, 두리를 업고 올라오고, 차연, 대통 같이 올라오고, 주인아줌마 따라 올라오는.
주인 : 애가 오늘은 힘아리가 하나도 없는 게 별로 안 좋았어.
차연 : (두리 머리 만지는)
주인 : 열도 좀 있는 거 같고. 약은 꼬박 꼬박 챙겨먹였는데, 병원에 데려가 봐야 아닌가 몰라?
두리 : 엄마, 나 병원 안가도 돼.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차연 : (안쓰럽게 보고) 그런가보다. 한국은 환절기가 있어서 컨디션이 안좋을 수도 있어.
주인 : (통 내주면서) 이거 열무김친데 한번 먹어봐.
차연 : (받으며) 고맙습니다. 번번이 신세만 지고.
주인 :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사는 거지 뭐. 내가 두리 보면 속이 싸해 죽겠어.
이 어린 게 어찌나 속이 깊은지 아파도 아프다는 소리도 안하고....
호태 : 우리 두리가 저보다는 철이 좀 든 편이거든요.
주인 : 내가 봐도 그래.
호태 : (머쓱해지고)
S#43. 씬. 옥탑방.(밤)
두리, 잠들어 있고, 차연 두리를 바라보는. 호태, 씻고 나오는.
차연 : 내일 가서 계약 하자.
호태 : 야, 나도 두리 때문에 속 탄다, 하지만 그렇다고 덜컥 돈 받고 계약 했다가 나중에 문제 생기면.....
차연 : 생기려면 생기라고 해.
호태 : 다른 기획사에서 연락 올지도 모르고, 서주경씨가 행사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도 했고....
차연 :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삼천만원이 생기겠냐?
호태 : 다 아는데, 차연아, 난 왠지 캥긴다. 돈이라면 나도 사죽을 못쓰는 위인이지만, 이번엔 왠지 냉큼 엎어지질 않아.
차연 : 너 제비짓 한 것 때문에 쪽팔려서 그러나본데....
호태 : 넌 왜 자꾸 과거지사를....
차연 : 우리 하는 거야. 딴 소리 하지마. 가서 자. (발로 밀어내면서 커튼 확 닫는)
호태 : 난 있지, 차연아, 그 여자가 왠지 마음에 안들어.
차연 : (두리 옆에 누우면서) 그 여자도 너 마음에 안 들어해.
호태 : 난 정말 나보다 머리 좋은 여자들 진짜 싫거든.
차연 : 그래서 네가 나 싫어하는 것도 알아.
호태 : (저걸 그냥 하면서 주먹질 하는데)
차연 : 근데 호태야, 이 세상에서 너보다 머리 나쁜 여자 흔치 않다.
호태 : (이를 악무는)
S#44. 씬. 승혜의 회사 복도.(낮)
차연, 호태 걸어가는. (호태, 양복 차림으로)
호태 : 우리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차연 : 너 자꾸 그러면 맞는다.
호태 : 넌 모든 걸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차연 : 그럼 넌 빠져.
호태 : (멍하니 보고) 넌 무슨 말을 그렇게 살벌하게....
차연 : 넌 싫다며? 영 캥긴다며? 그래, 이 참에 우리 갈라서서....
호태 : 그럼 일수는?
차연 : 그건 그냥 찍어야지.
호태 : 넌 일수 찍어가면서 딴 살림할 여력이 내가 어디 있냐?
차연 : 그럼 입 다물어.
S#45.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차연, 호태 앉아있는. 김비서 옆에 서있고.
차연 : (계약서에 사인하는) 돈은 오늘 바로 받을 수 있는 거죠?
승혜 : 그럼요.
호태 : 혹시 어음 같은 걸로....
승혜 : (돈 봉투 내미는)
호태 : (얼른 받아서 꺼내보고. 삼천만원짜리 수표) 은행 가면 바로 돈으로 바꿔주는 거죠?
차연 : 그만 좀 하지, 이호태.
호태 : 만사는 불여튼튼이야.
승혜 : 아무 문제없는 수표니까 바로 쓰실 수 있어요.
차연 : 어쨌든....예전에 우리가 어떤 인연으로 어떻게 엮였든 이젠 한 배를 타게 됐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승혜 : 저도 잘 부탁드려요.
호태E : 저 친절도 음모지, 음모야.
승혜 : 차연씨 꿈을 이루는데 함께 하게 되서 기쁘네요.
차연 : 제 꿈이요?
승혜 : 유명한 가수가 되는 거 아닌가요?
차연 : 아니요.
승혜 : (보면)
차연 : 제 꿈은요. 무조건 돈 왕창 버는 거예요.
승혜 : (미소 짓고)
호태 : (차연 옆구리 찌르며) 너는 없어보이게.
차연 : 나 없이 사는 거 정사장님이 모를까봐서.
승혜 : 어쨌든 우리 잘 해봐요. (손을 내밀면)
차연 : (손을 잡는)
승혜 : 참 여러 번 만났는데 악수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S#46. 씬. 병원 복도.(낮)
호태, 두리를 업고, 차연과 걸어오는,
두리 : 엄마 나 병원 안와도 되는데....
차연 : 약 받으러 온 거야.
두리 : 엄마 돈 있어?
차연 : 그럼 엄마 이제 유명한 가수 될 거거든. 그래서 큰 회사에서 엄마한테 돈을 왕창 줬어.
두리 : 와. 어, 그럼 엄마 그 공장은 이제 안가는 거야?
차연 : 그럼, 거긴 이제 쫑냈어.
호태 : 넌 엄마가 품위 없이 쫑낸게 뭐냐? 사직 했다고 해야지.
두리 : 노동법으론 사직이 맞는 거 같아.
S#47. 씬. 정민의 진료실.(낮)
정민, 두리 진찰하고 있는. 호태, 차연 서있고.
정민 : 명단엔 올려놨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차연 :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민 : 두리 많이 피곤하고 그러니?
두리 : 아니요. 안그래요.
호태 : 이 놈이 속이 깊어서 아파도 아픈 내색을 잘 안해요. 요 며칠 힘도 없고, 속도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두리 : 나 안 그런데.
정민 : 두리야. 아픈 거 속이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좋은 환자는 아프면 바로 바로 얘기해야 해. 그래야 훌륭한 환자인 거야.
두리 : 네. 자꾸 힘이 없어요. 밥 먹은 것도 자꾸 토하고.
정민 : 그렇구나, 선생님이 속 좀 편한 약 처방해줄게.
두리 : 고맙습니다.
호태 : 이 녀석이 이렇게 인사성이 좋아요.
차연 : 그리고요, 선생님, 이번엔 석달치 약 좀 처방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정민 : 석달치나요?
차연 : (어색하게 웃으며) 눈 먼 돈이 좀 생겨서요.
그러는데, 동현 들어오는.
동현 : 부르셨습니까? (그러다 차연을 보고)
차연 : (어색하게 인사하는) 할머님은 좀 어떠세요?
동현 : 그만하십니다.
S#48. 씬. 병원 복도.(낮)
호태, 두리 업고, 차연과 걸어오는.
차연 : 잠깐만....
호태 : 왜? 간호사분들한데 인사하려구?
차연 : 잠깐만 있어. 두리야, 엄마 금방 갔다올게. (돌아서는)
S#49. 씬. 병원 복도.(낮)
할머니 병실 앞. 수정, 차연 얘기하고 있는.
수정 : 잠드셨어요.
차연 : 네.
수정 : 자꾸 만원 줄 테니까 노래 해보라고 하시는데 대체 왜 그러신지 모르겠어요.
차연 : .....
S#50. 씬. 병실.(낮)
할머니 잠들어 있고, 차연 들어와서 할머니 옆에 서서 머리칼을 쓸어주는.
할머니 : 진가야.
차연 : (놀라서 돌아서려고 하는데)
할머니 : 진가야. 어디 가지 말고 나하고 놀자. 딴 년들은 싫여, 난 네가 젤로 좋다. (잠꼬대다)
차연 : 네, 할머니, 저도 할머니가 젤로 좋아요. 신동주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 나는데, 할머니는 자꾸 눈에 밟혀 죽겠어요.
S#51. 씬. 병실 앞.(낮)
차연, 나오는데, 들어서려고 하는 동주.
동주 : (보는)
차연 : 저....병원에 온 김에 할머님 주무신다고 해서 얼굴이나 뵙고 가려구....
동주 : 참 자상도 하시지.
차연 : (이런 싸가지)
동주 : 그렇게 자상하시니까 남의 새끼 약값 벌려고 별 짓을 다하시겠죠.
차연 : 우리요. 이젠 서로 이럴 필요 없는 사이 아닌가요? 볼 때마다 나 할퀴지 못해서 생병 난 사람처럼 구는데,
내가 : 막말로 댁한테 손해 입힌 거 없잖아요? 안 그래요? 나 그 집에서 로션 하나 안 들고 나온 사람이거든요.
동주 : 그래서요?
차연 : 앞으론 우연히 부딪히게 되더라도 서로 그냥 눈인사나 하면서 대충 대충 살자는 말씀이죠.
동주 : 근데요, 문제는요. 전요, 아주머니만 보면 화가 나거든요.
차연 : 그거야, 댁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거구요. 하여간 난 댁한테 나쁜 감정 없으니까 앞으로 깐죽거릴거면
아는 척을 하지 마시라구요. 그럼 전 이만 바빠서.
동주 : 쌍과부촌엔 손님 많습니까?
차연 : 그게 바로 깐죽거리는 거거든요. (걸어가는)
동주 : (그런 차연을 보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