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24
씬1. 군부대 전경 (밤)
씬2. 내무반 막사 안
(수련생들이 일제히 취침 중이다. 강모가 누워 있고.. 그 옆에 남영출이 누워 있다)
영출 : 어쩐 일로 오늘은 정시에 취침을 다 시켜준다냐?
강모 : .. (곰곰이 생각)
영출 : 야, 534번.. 너, 낮에 지휘막사에 갔었다며? 가서 뭐했어?
강모 : ..
영출 : 설마, 너 때문에 우리 재워주는 건 아니겠지?
강모 : ..
영출 : 아따, 그 놈 시멘가루 처먹고 물을 마셨나, 입 더럽게 안 떨어지네.
강모 : .. (뭔가 생각하는데, 그 위로)
상사 : (E) 너, 지금 뭐랬어?
씬3. 공사장, 천막 안
(회상, 전회에 이어서)
강모 : 이 공사, 저한테 맡겨주면 기간 내에 끝낼 수 있습니다.
상사 : .. (본다) 이제 사일 남았어.
강모 : 이틀 안에 도로만 깔면 됩니다.
상사 : 마르는데 사오일이야.
강모 : 이틀 내로 말릴 수 있습니다.
상사 : 뭐?
강모 :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상사 : 못하면?
강모 : 해내면 어떡할 겁니까?
상사 : .. (본다)
강모 : 요구조건을 들어주십시오. 딱 두 가집니다.
상사 : ... (본다) 말해 봐.
강모 : 하나는, 공사에 참여한 수련생 전원에게 충분한 휴식과 회식을 시켜 주십시오.
상사 : .. (보다가) 또?
강모 : 부상자들이 많습니다. 다 나을 때까지 입원치료를 하게 해주십시오.
상사 : 만약 공사를 못 끝내면? 그땐 어떡할 건데?
강모 : ... 제 목숨을 걸라고 하시면 걸겠습니다.
상사 : ... (보다가) 말해봐. 대체 콘크리트를 이틀 안에 마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야?
씬4. 다시 내무반 막사 안 (현실)
(강모,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씬5. 병원 입구 (낮)
(남숙과 정식이 걸어오고 있다)
남숙 : 정연이 고게, 사람 말을 알아 듣는다구?
정식 : 응.. 의사선생님 말씀이, 아직 말은 못하는데 듣는 건 듣는 댔어.
남숙 : ...
정식 : 그러다가 말까지 터지면 어떡하지?
남숙 : 이미 늦었어. 주주들이 다 내편이 되어 있을 텐데 뭐가 걱정이니?
정식 : 울 엄마, 너무 멋지다. (좋아서 따라가고)
씬6. 동, 병실 안
(재수와 복자, 시덕이 와 있다. 복자, 정연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고..)
복자 : 올치, 잘 먹네... 먹어야 살지, 안 먹구 어떻게 살어.. 자, 아... (떠먹이며)
재수 : 여기 과일이랑 다른 반찬도 가져 왔으니까 밥 때 거르지 말어.
(시덕, 정연을 안타깝게 보는데.. 이때 문이 확 열리며 남숙이 들어선다. 정식은 문 밖에 있고...)
복자 : (화들짝 놀라며) 사모님 오셨슈?
남숙 : 여기서 다들 뭐해요?
재수 : 회장님이 아가씨 좀 돌보라구 그래서..
남숙 : 다들 나가 있어요... 얼른..!!
재수 : 예, 나가유... (복자 잡아끌며) 얼른 나와, 뭐혀?
복자 : 아직 많이 남았는디.. (죽 그릇 앞에 놓고) 이거, 마저 먹어. 알았지?
(다들 나가면 남숙이 정연 앞에 앉는다)
남숙 : 너, 말은 알아듣는다며?
정연 : ... (노려본다)
남숙 : 이번에 임시 주총 열릴 거야. 그날, 정식이가 후계자에 오를 거다.
정연 : ...
남숙 : 어차피 넌 벙어리 다 됐으니까, 앞으로 회사 일도 못할 거고... 니 주식 말야.. 그거 나한테 넘겨.
정연 : ..! (굳어진다, 노려보며)
남숙 : 앞으로 정식이가 회사 물려받으면, 너 누가 돌봐주겠어? 평생 호의호식 할 돈 만들어 줄 테니까, 외국 나가서 살어.
내말 뜻, 알아듣겠니?
(정연, 죽 그릇을 손으로 확 친다. 남숙의 옷에 쏟아지고..)
남숙 : 어머머, 이게 뭐야? 이 년이, 증말..!
(남숙, 뺨을 후려치려는데 정연이 손목을 확 잡아챈다. 남숙, 빼보려 하지만 힘으로 당하지 못하고...)
남숙 : (손목 잡힌 채) 너.. 이거 안 놔?
정연 : (손을 확 놓는다)
남숙 : (손목이 아픈 듯, 씩씩대며) 그래.. 니가 이렇게 나오겠다, 그거지? 어디 한번.. 이번 총회만 끝나고 봐.
니 꼬락서니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게 될 테니..
(남숙, 밖으로 나간다. 정연, 분노를 참으며..
문 밖에 있던 시덕이 들어서고... 시덕, 안쓰럽게 정연을 보다가 깨진 죽 그릇을 줍는데)
정연 : 시덕아.
시덕 : ..!! (놀라서) 아가씨? 말 할 줄 아세요?
정연 : 니가 나 좀 도와줘...
시덕 ... (놀라서)
씬7. 병원 전경 (시간경과)
씬8. 동, 병실 안
(정연, 창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그 위로..)
- 인써트 (회상, 전회, 53씬에서)
정식 : 민우 아버님한테 부탁했어. 강모 삼청 교육대 보내 달라구..
강모가 그냥 사고로 죽은 줄 알아? 민우 아버지가 사주해서 죽인 거야.
남숙 : 그러니까.. 강모를 너하고 민우 부탁으로 민우 아버지가 죽였단 말야?
- 다시 현실...
정연 : (차가워진 눈빛) 두고 봐.. 절대 회사 안 뺏겨.. 억울하게 죽은 강모 대신... 니들한테 내가 복수할거야..
(이때, 시덕이 자료를 들고 급히 들어온다)
시덕 : 아가씨..! (자료를 건넨다) 이사들, 주식 보유 현황이에요.
정연 : .. (받아들고)
시덕 : 이거 알아내느라고 엄청 힘들었어요.
정연 : (미소) 고마워, 시덕아.
시덕 : 고마울 거 없어요. 나도, 강모 죽인 놈들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정연 : ... (시덕을 보다가, 자료를 펼쳐 본다)
시덕 : 정식이하고 사모님 합하면 이십 프로에요. 이미 다른 주주들도 많이 포섭한 거 같구요.
정연 : .. (서류를 넘기며 보는데)
시덕 : 회장님이 아가씨 손을 들어줘도.. 뒤집기가 쉽진 않을 거예요.
정연 : (서류를 보고는) 이 분은 누구야? 주식 보유량이 상당한데..?
시덕 : (서류를 보고) 아, 그분.. 로열클럽 사장님이에요. 만나서 설득해 보게요?
정연 : 그래야지. (시덕에게) 그리고 시덕아... 임시주총 때까지, 내가 회복했다는 사실, 절대 밖에 새나가선 안 돼.
시덕 : 알고 있어요.
씬9. 지휘막사 안
(강모와 상사, 교관이 있고...)
강모 : 부대 안에 있는 염화칼슘을 있는 대로 긁어 모아주십시오.
상사 : 염화칼슘? 눈 내리면 제설 작업에 쓰는 그 염화칼슘? 그게 시멘트를 정말 이틀 안에 마르게 할 수 있단 말이야?
강모 : 예. 콘크리트를 비빌 때 염화칼슘을 섞으면 마르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요.
상사 : 지금 당장 부대에 연락해서 염화칼슘 있는 대로 몽땅 실어오라고 해.
교관 : 알겠습니다. (무전기 든다) 여기는 올빼미, 독수리 나와라.. 여기는 올빼미... (열심히 무전 하는데)
강모 : ... (기대에 찬)
씬10. 공사 현장
(군용트럭에서 수련생들이 염화칼슘 포대를 나르고 있다.
강모, 트럭 위에서 염화칼슘 포대를 내려 주고 있고... 수련생들이 등에 지고 나르는...
영출, 염화칼슘 포대를 보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영출 : (강모에게) 어디 눈 왔어? 눈 녹이는데 쓰는 염화칼슘은 왜 잔뜩 실어 날러?
강모 : .. (포대를 한 개 등에 얹는다)
영출 : 아따, 무겁네... (가려는데)
강모 : (한 개 더 얹는다)
영출 : 머여? 니가 나 보약 사줬냐?
강모 : (외친다) 다음..!
영출 : 썩을 놈... 하늘 좀 봐, 임마. 소나기 쏟아지게 생겼어.
강모 : ...!! (놀라서, 하늘을 본다)
영출 : 비오면, 염화칼슘 할아버지가 와두 안 말러, 자식아... (간다)
(강모, 걱정스럽게 하늘을 살피는데...
이때, 소태가 절뚝거리며 다가온다. 무릎에서 피고름이 배어나와 옷이 벌겋게 물들고...
강모 : 넌 열외 해.
소태 : (악에 차서 노려본다)
강모 : 교관한테 얘기 할 테니까 빠지라구.
소태 : 누구 맞아 죽는 꼴 보고 싶어.
강모 : 야, 박소태...
소태 : 동정하지 말구, 얼른 올려, 임마.
(강모, 하는 수 없이 한 포대를 올려 주면... 소태, 이를 악물며 간다. 곧 쓰러질 듯 절뚝거리는데... 강모, 걱정스럽게 보는데...
이때,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강모, 놀라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교관 : 비 온다..!! 다들 시멘트 덮어..!!
(수련생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분주해진다.
강모, 망연하게 하늘을 보는데.. 그 얼굴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씬11. 선거 사무실 안
(조필연이 신문을 보고 있다. 민우와 명자가 있고...
‘강남지구 조필연 후보, 친일파 집안 탄로..’ 라는 신문 타이틀이 보이고.. 아수라장인 단상위의 조필연 모습이 사진으로 박혀 있다.
필연, 신문을 확 구겨버리는데..!!)
민우 :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명자 : 후원회도 난리에요. 당장 선거 지원 중단하겠다고...
필연 : ... (뭔가 생각한다, 눈빛)
민우 : 제보자는 아직 못 찾으신 거예요? 그 자만 잡아도...
필연 : 민우야... 내가 숨 쉬는 거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이기는 거다.
민우 : 네?
필연 : 잘 봐 둬. 이 아버지가 이번 일을 어떻게 역전시키는지...
니가 앞으로 니 적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다.
(이때, 고재춘이 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재춘 : 다녀왔습니다.
(재춘이 봉투를 건넨다. 필연, 봉투를 열어보면 사진들이 나온다.
사진속의 인물... 민홍기를 측근에서 보필하는 말죽거리파 두목 칼치다. 유세장에서의 다양한 모습들..
차 문을 열어주는 모습, 깊숙이 고개 숙여 민홍기에게 인사 하는 모습 등등...
필연, 사진을 유심히 보는데..)
재춘 : 말죽거리파 두목이라는 잡니다. 이번 선거 때부터 민홍기한테 붙었습니다.
필연 : 이 놈이면 충분해. 지금부터 작업 들어 가.
재춘 : 돈 몇 푼 쥐어준다고 될 것 같진 않습니다.
필연 : 알아... 이놈들이 원하는 건 힘이야.. 권력.
민우 : 지금 지지율로는, 절대 우리 쪽에 붙진 않을 거예요.
필연 : 깡패들 다루는 법은 따로 있어. 처음부터 설득을 해서는 안 돼. 아예 분질러버려야지.
민우 : ...
필연 : 우선, 이놈하고 자리부터 만들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한다.
재춘 : 알겠습니다.
필연 : 지금쯤 민홍기가 의기양양 해 있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아. 마음을 놓는 순간... 급소가 드러나는 법이니까.
홍기 : (E) 호탕한 웃음소리...
씬12. 싸롱, 룸 안
(민홍기와 성모가 단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
홍기 : (술을 따라주며) 고맙다, 성모야. 니가 날 도와준 게, 이번 판세에 결정타가 됐어.
성모 : ... (한 모금 마시고) 참, 저번에 제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홍기 : 가만... (시계를 본다) 올 때가 됐는데..
(이때, 노크소리... 엄가가 들어선다)
엄가 : 손님 오셨습니다.
홍기 : 어, 마침 오는군... 안으로 모셔.
엄가 : 들어오시죠.
(짧은 장교 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사십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선다. 홍기와 성모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홍기 : 어서 오게. 김대령.
사내 :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님.
홍기 : 소개하지. 여긴 정보부 시절부터 내가 아끼던 후배, 이성모고.. 여긴 보안대 대령, 김수탁.
성모 : 처음 뵙겠습니다.
사내 :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홍기 : 같이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난 선약이 좀 있어. (사내에게) 성모, 이 친구.. 나한텐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야.
무슨 부탁을 하든, 날 봐서라도 꼭 좀 들어 줘.
사내 : 알겠습니다, 선배님.
홍기 : 그럼, 얘기들 나눠.
(홍기, 밖으로 나간다. 성모와 사내가 자리에 앉고..)
사내 : 안기부에 계시다고요? 저한테 하실 말씀이란 게...
성모 : 삼청교육대쪽 업무를 맡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사내 : 그렇습니다만..
성모 : 교도소 복역 중에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은 근로봉사대에 있는데, 그 사람을 빼내오고 싶습니다.
사내 :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것뿐입니까?
성모 : 아직 복역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사내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빼내주는 건 빼내주는 건데.. 대신 복역 기간이 끝날 동안 신분이 탄로 나지 말아야 합니다.
성모 :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내 : 긴장하고 왔는데, 별일 아니군요.
성모 : 고맙습니다. (잔 들고) 한잔 하시죠.
(두 사람, 건배하고 술을 마신다. 성모, 흡족한 눈빛...)
씬13. 지휘막사 안 (밤)
(백열전등이 켜져 있고.. 상사가, 초조하게 서성이고.. 강모와 교관이 급히 들어선다)
교관 : 다녀왔습니다.
상사 : (마음 급하게 강모에게) 어떻게 됐어? 내일 사단장님 오실 때까지 다 마를 거 같아?
강모 :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상사 : 이 새끼..! (쪼인트를 까며) 이틀 안에 다 마를 거라고 장담 하더니, 지금 와서 헛소리야?
강모 : 소나기가 올 거란 걸 예측 못했습니다.
상사 : (강모의 멱살을 잡으며) 변명꺼리 만들어서 빠져나갈 생각 하지 마.
내일까지 안 마르면, 내가 영창을 가도 너 하난 작살 내 놓고 갈 거니까.. 알았어?
강모 : ...
씬14. 내무반 막사 안
(다들 취침중이다. 고된 작업에 녹초가 된 듯 여기저기 코고는 소리..
들어서는 강모... 부담감으로 마음이 무겁다. 침상에 걸터앉는데 영출이 아직 잠들어 있지 않고..)
영출 : (부스스 일어나며) 너, 이 공사 맡는 조건으로 뭐 받기로 했냐?
강모 : ...
영출 : 조기출소? 아니면, 근사한 여자라도 하나 붙여준데?
근데, 어쩌냐? 낮에 소나기가 쏟아져서 절대 내일까정 죽었다 깨어나두 안마를 텐데...
강모 : (노려본다)
영출 : 하늘에다 기도나 드려. 내일 일조량 좋게 해 달라고... 그럼 또 혹시 알아? (들어 눕는다)
강모 : ...!! 내일 햇빛만 좋으면, 마를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영출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임마.
강모 : ...
씬15. 동, 내무반 막사 안 (아침)
(다들 잠들어 있는데 교관과 조교들이 급히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교관 : 다들 기상..!!
(강모와 영출, 수련생들이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어난다. 강모, 얼른 창가를 보면 날씨 좋고...)
교관 : 지금 즉시 밖으로 집합한다..!!
조교 : 빨리빨리 움직여, 이 새끼들아..!!
(다들, 황급히 모포를 개며... 정신없고... 영출과 강모, 모포를 맞잡고 개며..)
강모 : 도로, 어떻게 될까요? 햇빛은 좋아 보이는데?
영출 : 이 자식, 웃기네. 가서 확인해 보면 알걸, 나한테 왜 물어?
강모 : ...
씬16. 군사도로
(쫙 뻗은 콘크리트 길... 수련생들과 군인들이 길 한쪽에 길게 늘어서 있다.
강모와 영출, 소태들이 있고... 상사와 교관 조교들이 도열한 채... 다들 긴장해 있는데..
이때, 도로 끝에서 지붕이 없는 지프차가 다가온다. 지프차 앞에 별판 두 개가 선명하고...
긴장하는 수련생들과, 상사, 교관... 상사,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 버리는데...
지프차가 지나 온 자리, 매끈히 빠진 도로..
상사, 눈을 뜨고 보는데... 안도 숨을 내쉬고... 상사와 강모, 눈이 마주친다. 상사, 씩 웃는다. 영출, 벌레 씹은 얼굴...
지프차가 다가와 선다. 자리에서 사단장이 일어서면, 교관의 힘찬 구령소리..)
교관 : 부대, 차렷..!! 사단장님께 대하여, 경례..!!
좌중 : (일제히 거수경례하며) 멸공..!!
(사단장이 흡족한 듯이 경례를 내리고, 지프차가 떠나면... 강모와 수련생들 얼굴에 희열이 번진다.
교관이 ‘바로..!!’ 구령소리를 붙이면 일제히 손을 내린다. 상사가 수련생들 앞에 나선다)
상사 : (잠시 좌중을 훑어보다가) 지금부터 목욕탕으로 직행한다. 그 다음엔... (강모를 본다)
강모 : .. (보면)
상사 : 오늘 하루 회식이다. 다들 실컷 마시고 놀도록..!!
(와, 하는 함성소리..!! 서로들 얼싸안고 좋아서 난리다.
강모, 영출과 시선 마주친다. 영출, 왠지 씁쓸한 표정으로 시선 외면하고...
강모, 픽 웃으며 소태를 보는데.. 소태, 서 있기도 힘들다. 피고름이 늘러 붙은 무릎...)
씬17. 목욕탕 안
(부대 안의 허름한 목욕탕이다. 수련생들이 신나게 샤워를 하고 있다, 서로 물장난까지 하며 다들 즐겁게...
한쪽 구석에서 영출이 느긋하게 샤워중이다)
영출 : (주변을 쓱 둘러보며) 아따, 그 놈들... 시방 지렁이한테 오줌 싸주냐? 시끄러 죽겄어, 이것들아.
씬18. 동, 목욕탕 건물 밖
(아직 대여섯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목욕을 마친 수련생들이 가뿐한 듯이 나오고 있고...
강모와 상사, 교관이 걸어오고 있다)
상사 : 고맙다. 니 덕분에, 우리 다 살았어.
강모 : 저랑 약속 한 거, 마저 다 지켜 주세요.
상사 : 걱정 마라. 의무대에 연락 해 놨으니까.
(이때, 강모가 보면, 소태가 목욕탕 건물 한쪽 벽에 쾡하니 기대 앉아 있다. 다리가 불편한 듯...
강모, 소태에게 다가간다)
강모 : 목욕 안하냐?
소태 : (시무룩 다리 어루만지며) 나, 목욕 못해.
강모 : .. (본다)
소태 : 상관 말고 니 일이나 봐.
강모 : (소태의 손을 잡아끈다) 따라 와.
소태 : 놔, 임마.. 놓라구... 놔..!
강모 : (끌고 간다)
소태 : (다리 아픈 듯이 아, 신음) 노라니깐.. (절뚝거리며 끌려가는데)
씬19. 목욕탕 탈의실
(강모가 소태의 무릎을 걷어보면 피고름으로 잔뜩 부어 있다. 악취가 코를 찌르고...
몇몇 목욕을 끝낸 수련생들이 옷을 입고 있다가 코를 찡그리며 소태 쪽을 곱지 않게 보는데..)
소태 : 난 그냥.. 다리 끊어내고 절름발이로 살란다.
(강모, 소태의 무릎에 비닐을 대고 둘둘 감기 시작한다)
소태 : (반항하며) 뭐하는 거야, 임마. 나 목욕 안 한다니까..!
강모 : (수련생들에게) 야, 얘 좀 잡아... 얼른..!
(수련생들, 별로 내키지 않지만.. 다가가서 인상 찡그리며 소태를 잡는다)
소태 : (발버둥 치듯) 놔, 임마..! 그냥 내버려 두라니깐..!
강모 : (소태의 무릎을 감으며, 수련생들한테) 얘, 옷 좀 벗겨.
(수련생들이 소태의 상의를 벗기는데 온 몸에 온통 부스럼투성이다. 두꺼비처럼 흉측한 부스럼들...)
수련생 1 : 뭐야 이거..? (화들짝 놀라며)
수련생 2 : 이 자식, 피부병 아냐? (다들 물러나고)
강모 : .. (소태를 보면)
소태 : .. (이를 갈듯 노려보며) 임마.. 나, 목욕 안한다고 했지?
강모 : (수련생들에게) 이 놈 잡아서 들어.
수련생 1 : 드럽게 피부병인데...
강모 : (버럭) 얼른 들으라구..!!
씬20. 동, 목욕탕 안
(목욕이 다 끝나고 아무도 없는 목욕탕 안..
강모와 수련생들이 소태의 팔다리를 잡고 들어선다. 수련생들, 얼른 손을 털어내고 밖으로 나가고...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태 무릎에 둘둘 말아 놓은 비닐붕대..
강모, 샤워기를 틀어서 소태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강모 : 목욕 끝나면 의무대로 후송가게 될 거다.
소태 : ... (눈물이 고인다)
강모 : 내가 말해 놨어. 니 무릎 고쳐달라고..
소태 : ..!! (강모의 손길을 확 뿌리친다) 놔, 임마..!! (돌아본다) 내가 언제 너보고 도와 달랬어? 어?
강모 : ... (본다)
소태 : 나 땜에 너 살인자 누명 썼어. 돈에 눈멀어서 너 죽이려구 했다구! 나, 그런 놈이야. 인간 말종..! 근데, 근데 너, 왜 이래?
차라리, 여기서 날 두들겨 패..! 니 손으로 죽여 버리라고, 임마...!
강모 : ... 죽더라도, 여기선 죽지 마.
소태 : ... (멍하게)
강모 : (다시 씻겨준다) 차라리 나가서 죽어... 구속 받고 죽는 거랑.. 나가서 자유롭게 죽는 거랑 천지 차이야.
소태 : ... (눈물 흘리며)
강모 : (씻겨주며) 우리 같은 놈들... 살아서 고달팠으면 죽어서라도 편안해야지..
소태 : 가, 강모야... 너... 너 정말...
강모 : (미소 지으며) 나, 뭐? 뭐, 임마?
소태 : 내가 잘못했다.... (울음 쏟아지며) 잘못했어, 강모야... 나, 용서해 줘..
이 벌레만도 못한 놈... 한번만... 한번만 용서 해 줘, 강모야.. 잘못했어.. 잘못했다구.. 잘못했어, 강모야... (오열하듯 운다)
강모 : ... (애처롭게, 보는데)
씬21. 부대 안 일각
(군대 의무대 차량이 서 있고... 소태가 들것에 실려 나온다.
기다리고 있던 강모, 잠시 소태를 보는데... 소태, 강모의 손을 잡는다)
소태 : 기다려... 나, 이 다리 나으면.. 아니, 두 다리가 몽땅 없어져두... 배로 기어서라도 너한테 다시 갈 거다.
강모 : .. (본다)
소태 : 니가 안받아줘도 소용없어. 죽어서 귀신이 되두... 난 니 옆에 있을 거니까.
(소태, 들것에 실려서 차량에 실어진다. 의무대 차량이 출발하고.. 강모, 얼굴에 미소 그려지며...)
씬22. 내무반 막사 안 (밤)
(회식이 한창이다. 녹음기에서 음악이 신나게 나오고 있다. 침상 위에 막걸리 병들과 과자들이 즐비하고...
수련생들이 가운데에 뛰어나와서 제각각 막춤들을 추며 흥겨워하고 있다.
강모,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다가 일각을 보면.. 영출이 혼자 술을 마시며 앉아 있다.
강모, 영출에게 다가가고... 영출, 반합 뚜껑에 막걸리를 따르려는데 강모가 술병을 들더니 따라준다)
영출 : 참 희한한 놈이네.. 고작 이런 거 해달라고 니 목숨까정 내걸었어?
강모 : .. (막걸리 한 모금 마신다)
영출 : 너 혹시 죽을 병 걸려서 사형선고 받았냐? 목숨 안 아까워?
강모 : 다들 좋아하잖아요. 그럼 됐죠, 뭐.
영출 : 환장하것네... 니가 이렇게 나오면 난 뭐가 돼? 너, 속으로 나, 욕하구 있잖아. 치사하구 더러운 자식이라구..
강모 : ...
영출 : 내가 공사판에서 압정 팔아 먹구 걸렸을 때두 이렇게 안 쪽팔렸거든? 너, 사람 묘하게 속 긁는 재주 있다?
강모 : 남영출... 형님, 이름 맞죠?
영출 : 요런 버르장머릴 보게? 어른 이름을 함부로.. 근데, 어떻게 알았냐? 나두 까먹구 있었는데?
강모 : 제 이름, 이강모예요.
영출 : 누가, 물어봤어?
강모 : 조만간... 밖에서 절 보게 될 거예요.
영출 : 그래? 쉽지 않을 거다. 내가 이래뵈도, 밖에서는 귀한 몸이거든. 어지간히 성공하지 않으면 나. 쳐다도 못 볼 걸?
강모 : .. (의미심장한 미소)
씬23. 만보건설 전경 (낮)
태섭 : (E) 이것 봐, 박이사..!!
씬24. 만보건설, 회장실 안
(태섭이 열을 내고 전화중이다. 영국이 옆에 있고...)
태섭 : (수화기 들고) 아직까지 도로 공살 이십 프로밖에 못했다는 게 말이 돼?
(사이) 변명 필요 없으니까 어떡하든 공사 성공 시킬 방법 찾아..! (끊는데)
(이때, 선그라스로 한껏 멋을 낸 남숙이 들어온다)
태섭 : (골치 아프고) 당신이 여긴 왜 와?
남숙 : 왜요? 전 회사 오면 안돼요?
태섭 : .. (한숨 내쉬고, 영국에게) 임시주주총회 발의한 사람이 누군지, 안건이 뭔지 알아 봐.
영국 : 알겠네. (밖으로 나간다)
태섭 : 바빠 죽겠는데 대체 어떤 놈이 임시주총을...
남숙 : 제가 발의했어요.
태섭 : 뭐?
남숙 : (발의서 내보이며) 발의서예요. 안건은 정식이 후계자 문제고...
태섭 : 지금 뭐하는 짓거리야?
남숙 : 저두 엄연한 대주주에요. 회사 일에 참여할 권리 있잖아요.
태섭 : 당신, 회사 일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나 알고 이래? 지금 주주총회 열 때가 아냐..!
남숙 : 정연이 정신 온전치 못한 거, 벌써 주주들한테 소문 다 났어요.
태섭 : 뭐?
남숙 : 이사회에서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손 쓴 거니까 얼른 대책이나 세워둬요.
태섭 : 대책이라니?
남숙 : 몰라서 물어요? 정식이를 후계자로 내세워서 불안감을 씻어줘야죠.
태섭 : (본다) 정연이가 저런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남숙 : 그 말은 내가 당신한테 하고 싶어요. 날 꼭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했어요?
태섭 : 당신 머리에서 나온 건 아닐 테고.. 누구야? 누가 당신한테..
남숙 : (OL) 당신, 평생 나 무시 하지? 근데, 황새가 뱁새시절 모른다구... 당신, 사업 기반 만들어 준거, 나란 거 잊었어?
태섭 : ... 야, 남숙아..
남숙 : (차갑게) 나, 우습게보지 마. 평생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지 않아. (나간다)
태섭 : 저, 저 여편네가 정말..?
씬25. 로열클럽 사장실 안
(경옥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이때, 지배인이 들어선다)
경옥 : 어떻게 됐어?
지배인 : 소문이 사실입니다.
경옥 : ..!! (놀라고) 뭐?
지배인 : 황정연이란 그 아가씨, 지금 실어증으로 병원에 입원에 있습니다.
(이때, 노크소리... 지나가 들어선다)
지나 : 손님이 사장님을 찾는데요?
경옥 : .. (놀라서, 딴 생각)
지배인 : 안 계신다고 그래.
지나 : 어떤 아가씨던데... (나가려는데)
경옥 : ..!! 잠깐..! 아가씨라고?
지나 : 네... 만보건설, 따님이라고...
지배인 : ..! (놀라서 경옥을 보면)
경옥 : ... 금방 간다고 전해줘.
지나 : 네.. (나가고)
경옥 : .. (급히 거울을 보며)
씬26. 동, 룸 안
(정연이 혼자 앉아 있다. 이전과는 다른 화려한 옷차림에 당당한 모습...
경옥이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정연, 일어서서...)
정연 : 저, 기억하시죠? 오랜만에 뵙네요.
경옥 : .. (본다, 내심 안도)
정연 : 저희 회사 주식을 그렇게 많이 갖고 계신 줄 몰랐어요.
경옥 : 아파서,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정연 : 주주들한테 그렇게 소문났다면서요? 저, 이렇게 멀쩡해요.
경옥 : ...
정연 : 술부터 시켰으면 하는데... 저 하고 술 한 잔 마셔주실 거죠?
씬27. 동, 밖 복도
(시덕이 기다리고 있다. 이때, 다른 룸 안에서 손님들이 나온다. 경자가 손님 팔짱을 끼고 나오는데...
시덕, 돌아보다가 경자를 보고 놀라고..!!)
경자 : 다음에 또 오실 거죠?
손님 : 그럼.. 우리 로라 보러 또 와야지.
경자 : 어머, 제 이름, 로란 거 기억하시네?
시덕 : (앞에 나서며) 야, 염경자...
경자 : ...!! (화들짝 놀라는데)
시덕 : 뭐? 로라? 여기가 신발공장이냐?
경자 : 저기... 누구신지... (얼른 돌아서서 도망칠 듯) 웨이터.. 여기 손님 받으세요... (확 도망치려는데)
시덕 : (머리를 확 움켜쥐고)
경자 : 악..! 오빠.. 이거 놔...
시덕 : 따라 와, 이 기집애야... (끌고 가면)
경자 : (끌려가며) 내 머리... 이게 얼마짜리 머린데.. 아파, 놓고 가.
씬28. 동, 룸 안
(술상이 차려져 있고... 정연과 경옥이 마주 앉아서...)
경옥 : (술 따르며) 임시 주총이 열린다는 소식 들었어요. 안건이 후계자 문제라던데..
정연 : 솔직하게 말씀 드릴게요. 저희 어머니.. (하다가) 아니, 새어머니가 이복 오빠를 후계자로 세우려고 해요.
경옥 : ..! (본다) 회장님이 정연씨를 생각하시는 거 아니었나요?
정연 : 제가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많은 주주들이 새어머니 쪽으로 돌아섰어요. 아버지가 제 편이라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경옥 : ... (술 한 잔 마신다, 애써 담담해지려고)
정연 : 사장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를 지지해 주세요.
경옥 : (차갑게) 내가 정연씨를 지지해 준다고, 나한테 돌아오는 게 뭐죠?
정연 : ... (본다)
경옥 : 세상에 맹목적인 건 없어요. 내가 왜 정연씨를 도와야 하는지.. 날 설득해 봐요.
정연 : 만보건설에 왜 투자하셨죠?
경옥 : 그야 당연히..
정연 : (OL) 회사의 미래를 보셨다면 눈앞에 있는 저를 못 알아보실 리 없어요. 제가 만보건설의 미래니까요.
경옥 : .. (본다)
정연 : 여기까지가 사업적인 이유에요.
경옥 : 사업적인 거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정연 : ... (무릎을 꿇는다)
경옥 : ..!! (크게 놀라는데)
정연 : 저는 절대 만보건설 빼앗기지 않아요. 아시겠어요? 지금 만보건설 차기 회장이.. 일개 주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예우..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경옥 : 방금 그 말... 날 평생 동지로 생각하겠단 뜻인가요?
정연 : 저는 가족이란 말을 좋아해요. 어릴 적부터 가장 절실했거든요.
경옥 : .. (가슴 짠하다)
정연 : 사장님을 비롯해서, 저를 도와주시는 주주들.. 가족처럼 생각할게요.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옥 : ... 그만 일어나요.
정연 : ... (앉는다)
경옥 : 가족 같은 거, 필요 없어요. 나한테 많은 이익을 내줄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해요.
정연 : ...
경옥 : 이번 주총 때, 정연씨한테 걸죠. 하지만, 나 하나로는 안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다른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순전히 정연씨 몫이에요.
정연 : 꼭 그렇게 해보이겠습니다.
(경옥, 일어서서 나간다.
정연 긴장 풀리며 길게 한숨... 술 한 잔 마시고는)
정연 : 이길 거야.. 절대... 강모 죽게 만든 그 사람들한테 안 져...
씬29. 사장실 안
(경옥과 지배인이 들어선다. 경옥, 들어서자마자...)
경옥 : 지금 당장 고객 명단 뒤져서 만보건설 주주들만 리스트 작성해.
지배인 : 예?
경옥 : 시간 없어, 당장 해.
지배인 : 알겠습니다. (나간다)
(경옥, 탁자 위의 양주를 들고는 마개를 빼고 한 모금 들이킨다. 길게 한숨 내쉬며 긴장 푸는데... 이내 밀려오는 안타까움...)
경옥 : 정연아...
씬30. 만보건설, 기획실장실
(민우가 만보건설 도로 공사 현황 자료를 보고 있다. 정식이 껌을 쫙쫙 씹으며...책상에 걸터앉아서...)
정식 : 내가 이번에 최소한 사장 승진이거든? 그럼, 너 기획이사로 승진 시켜 줄게.
민우 : (자료를 보며) 됐어.
정식 :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민우의 자료를 힐끔 보며) 도로 공사 자료네. 니가 맡은 공사도 아닌데 뭘 그렇게 봐.
나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
민우 : (한심한 듯) 도로 공사 실패하면, 이번 년도 우리 회사 실적이 어떻게 되는 줄 아냐?
정식 : 어떻게 되는데?
민우 : 너도 사장 자리 앉으려면 회사 일에 관심 좀 가져, 임마.
정식 : 니가 다 알아서 잘 해 주는 데 뭐... 근데, 민우야, 그 촌닭한테 요즘 연락 없지?
민우 : ... (잠시 생각)
정식 : (껌 씹으며) 요즘 기집애들이 그렇다니깐? 지들 아쉬울 땐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그러더니,
고소 취하해 주니까 싹 입 닦는 거 봐.
민우 : (정식을 보다가) 야, 너 껌 있냐?
정식 : 껌? (주머니에서 반통 남은 거 툭 던져 주며) 씹어.
민우 : .. (물끄러미 껌을 보는데)
정식 : 그래서 여잔 믿을 게 못돼. 적당하다 싶으면 차버려야지... 수고해라. (나간다)
민우 : .. (껌 하나를 까서 보는데..)
미주 : (E) 뭘 모르시네?
- 인서트 (23부에서)
미주 : 기분 꿀꿀할 때는 껌 팍팍 씹으면서 버스 타고 시내 한 바퀴 획 도는 게 최고거든요. 얼른 씹으라니까요?
(까서 입에 넣어준다)
민우 : .. (얼떨결에 껌 씹고)
미주 : (기사 쪽을 힐끔 살피고는 작게) 이 시간이 손님이 제일 없어요. 내가 특별히 회수권 안 받을 테니까 언제든지 와요.
- 다시 현실
(민우, 픽 웃고는 껌을 입에 넣는다. 잠시 오물거리다가..)
민우 : 가만.. 그러고 보니까 괘씸하네? 고소취하해 주니까 코빼기도 안비쳐?
씬31. 거리, 정류소
(승용차가 서 있고 민우가 껌을 씹으며 앉아 있다. 지나가는 버스들을 유심히 살피며...
턱이 아픈 듯이 껌을 뱉고 껌 종이에 싸는데 다시 들어서는 버스... 미주가 차에서 내리더니..)
미주 : 빨리 빨리 내리세요, 빨리 빨리...
(미주, 분주히 승객들을 태우고.. 민우, 백미러로 보며... 반갑다, 씩 웃는데..
미주, 안계시면 오라이...! 시원스럽게 버스를 두드리며 타면.. 버스 출발하고...
민우, 잠시 보다가 시동을 걸고 버스를 쫓아가는데..)
씬32. 안기부, 성모 방
(성모, 뭔가 서류를 작성하며 업무 중이다. 찬성이 옆에서 신문을 보고 있고..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성모 : (수화기 들고) 네.. (하다가, 긴장) 네, 접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얼굴 환해지며) 네? (사이)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화기 놓는다)
찬성 ; 무슨 일이에요?
성모 : 내 동생이... 강모가 곧 풀려난단다.
찬성 : 잘 됐네요. 그럼, 이제 다 같이 모여 사는 거네요?
성모 : (좋아서, 허둥대며) 가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수화기 들고 다이얼 돌리는데)
찬성 : 미주, 지금 일 나가지 않았어요?
성모 : .. 아차, 그렇지. (수화기 내려놓으면)
찬성 : 저하고 어디 가서 소주나 한잔 하세요. 지금 딱 그럴 기분이죠?
성모 : (웃으며 일어서고) 가자.. 한잔 해야지 안 되겠다.
씬33. 버스 차부 (밤)
(아무도 없는 차부 안... 미주가 탄 61번 버스가 서 있다.
그 일각에 승용차가 서 있고.. 민우, 버스쪽을 보며 미주를 기다리다가 차에서 내리는데..)
씬34. 빈 버스 안
(전대를 찬 미주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다. 민우가 차에 오르는데..)
미주 : (바닥에 떨어진 동전 한 개를 주우며) 기사님, 여기 동전 한 개가 떨어져 있는데... (보는데, 민우다. 놀라며) 실장님?
민우 : ... (팔짱끼고, 본다)
미주 : 실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민우 : 너.. 고소 취하해 주니까 더 이상 나한테 볼일 없다 이거지?
미주 : 죄송해요. 요즘 노래 연습하느라고 시간이 부족해서...
민우 : 내가 치사해서 말 안하려고 했는데... 매일 도시락을 싸오겠다고 한 건 너다?
미주 : 내일 싸 갈게요. 근데, 그거 때문에 일부러 여까지 찾아오신 거예요?
민우 : 뭐? (잠시 당혹)
미주 : 진짜 화나셨나 보네? 여까지 찾아온 거 보면..?
민우 : ... (핑계거리)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약속 안 지키는 인간이거든.
미주 : (밝게 웃으며) 내일은 꼭 김밥 싸갈 테니까 그만 화 푸세요. 네?
(민우, 밝게 웃는 미주의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물끄러미..)
미주 :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뭐, 묻었어요? (얼굴 문지르는데)
민우 : ...! (얼른 시선 거두고는) 배고파... 빨리 가.
미주 : 저하고 밥 먹게요? 저 실장님, 저녁 사드릴 돈 없는데...
민우 : 내가 사... 누가 너 보고 사달래?
미주 : 큰 신세까지 졌는데 얻어먹는 거 죄송해서...
민우 : ...
미주 : 근데.. 실장님이 저한테 왜 저녁을 사는 건데요?
민우 : (뭔가 대답할 말 찾지 못해서) 아씨, 몰라, 나두... 그런 거 묻지 말고 얼른 나와.
미주 :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전대 풀며) 이것만 입금시키고 금방 나올게요. (버스에서 급히 내리고)
민우 : .. (보는데)
씬35. 동, 사무실 안
(40대 초반의 소장이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다. 미주가 전대를 앞에 놓으며)
미주 : 오늘 입금이요.
(미주, 캐비넷을 열고 급히 가방을 챙긴다.
소장, 게슴츠레하게 미주를 보는데.. 소장의 시선에 들어오는 미주의 엉덩이쯤...
소장, 전대 안의 토큰과 회수권들을 쏟아 놓으며)
소장 : 야, 너 일루와 봐.
미주 : ..? 왜요? (다가오면)
소장 : 오늘 왜 이것밖에 안 돼? 너, 삥땅 쳤지?
미주 : 네? 저 그런 거 모르거든요?
소장 : 너, 주머니 좀 봐.
(소장, 손 안에 회수권 몇 장을 쥐고는 미주의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꺼내 보인다)
소장 : 이거 뭐야?
미주 : 그게 왜 내 주머니에 있어요?
소장 : 너, 손 올리고 뒤돌아 서... 경찰 부르기 전에 얼른..!
(미주, 울상으로 손 올리고 뒤돌아선다. 소장, 슬그머니 문을 잠그고는)
소장 : 너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 알았지? (뒤지는 척, 더듬는다)
씬36. 동 사무실 밖
(민우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 미주의 비명소리..!!)
미주 : (E) 왜 그러세요?
소장 : (E) 가만있어 봐.!
미주 : (E) 이러지 마세요, 소장님..!
(민우, 놀라서 급히 다가온다. 문을 열려는데 잠겨있고..
민우, 마음 급해서 철망이 쳐진 창문으로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는데...)
씬37. 동, 사무실 안
(소장이 억지로 미주의 옷을 벗기려 든다. 미주, 눈물이 고여서 반항하며...)
미주 : 저 삥땅 안쳤어요. 이러지 마시라구요..!
소장 : 경찰 부를까? 어?
(미주, 소장의 팔뚝을 물어뜯는다.
소장, “악” 비명을 지르더니 미주의 뺨을 후려친다. 미주, 뒤로 나가떨어지고...)
미주 : (울며) 저 결백해요. 도둑질 안했다구요...
소장 : (다가오며) 그러니까.., 결백한지 안한지 보자니까..
(이때, 문이 쾅쾅 울린다. 소장, 놀라서 보는데..)
씬38. 동, 밖
(민우, 미친 듯이 문을 걷어차고 있다)
씬39. 동, 사무실 안
(걷어차는 소리 쿵쿵 울리는데...)
소장 : 뭐야 저거?
(이때, 문고리가 부서지며..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민우...)
미주 : (눈물범벅으로) 실장님..!!
소장 : (얼른 옷매무새 만지며. 다가선다) 뭡니까, 당신?
(민우, 소장의 얼굴이 주먹을 날린다. 소장, 나가떨어지고.. 미주, 비명을 지르는데...
민우, 이성을 잃은 듯이 마주 짓밟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한쪽에 놓여 있는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드는 민우, 당장 내려칠 듯이..! 이때, 미주가 뒤에서 안으며)
미주 : (울부짖듯) 그만..! 그만 해요..!
민우 : .. (그제야 멈춘다)
미주 : 그러다 사람 죽여요, 그만 해요, 실장님..
민우 : (소장을 노려보며) 개자식..!!
(민우, 방망이를 던지고는 미주의 손을 잡아끌고 나온다. 소장, 신음하며..)
씬40. 동 밖, 차부
(민우가 미주의 손을 잡아끌고 승용차 쪽으로 급히 간다. 민우, 차 문을 열어주는데... 미주, 눈물이 흥건한 채 민우를 본다.
민우, 미주를 보는데..)
미주 : ... 고마워요, 실장님..
민우 : ... (본다)
미주 : 저 구해줘서... 실장님 아니었으면 저...
민우 : ..!! (와락 미주를 껴안는다)
미주 : ... (놀라서 멍하다가) 시, 실장님..
민우 : ..
미주 : 실장님..
민우 : 다행이다... 아무 일도 없어서...
미주 : ... (이상한 감정, 놀란 채)
씬41. 미주네 집, 방 안
(성모가 기다리고 있다. 미주가 복잡한 생각에 잠겨서 들어서는데..)
성모 : 우리 미주, 늦었네?
미주 : 큰 오빠, 언제 왔어?
성모 : 너, 기다리다가 눈 빠지는 줄 알았다.
(두 사람, 방으로 들어가고...)
성모 : 미주야.. 내일 시간 있냐?
미주 : 이제부터 시간 많아. 버스 회사, 그만 뒀거든.
성모 : 그래? 그거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미주 : 근데, 내일 왜?
성모 : 내일... 강모 나오는 날이야.
미주 : ..!! (놀라서) 정말?
성모 : 오빠가 그랬지? 강모, 내가 일찍 빼내온다고.
미주 : 오빠..! (끌어안는다)
성모 : 내일 일찍 출발해야 되니까, 얼른 자.
미주 : 이제 우리 셋이 다 같이 모여 살 수 있는 거야?
성모 : 그럼... 이제부턴 절대 안 떨어져.
미주 : 오빠.. 나, 지금 꿈꾸는 거 같아.
성모 : (머리 쓰다듬으며) 이제부터 이 오빠가.. 우리 미주, 좋은 꿈만 꾸게 해줄게.
미주 : (눈물 고이고) 오빠...
성모 : ... (미소 지으며)
씬42. 군부대 앞 (낮)
(승용차가 서 있고... 성모와 미주가 강모를 기다리고 있다)
미주 : (애타게 부대 쪽을 보다가) 오빠.. 나 얼굴 어때? 화장 괜찮아?
성모 : 예뻐... 왜? 작은 오빠한테 이쁘게 보이고 싶어?
미주 : 그럼.. 얼마 만에 보는 건데..
(부대 안에서 강모가 걸어 나온다)
미주 : 어? 작은 오빠네? 오빠..!! 강모 오빠..!! (달려간다)
강모 : 미주야..! (뛰어오고)
미주 : 오빠..!!
강모 : 미주야..!! (안는다)
성모 : ... (눈물 고인 채 보다가 다가가고)
강모 : 형..
성모 : 고생 많았다, 강모야...
씬43. 갈비집 안
(석쇠 위에 고기가 구어지고 있다. 미주가 강모와 성모 사이에 앉아 있고..)
강모 : (고기 한 점 집어주며) 이거 좀 먹어 봐.
성모 : (동시에, 고기 집어서) 미주야, 아..
미주 : .. (본다. 미소)
성모 : (미소) 너, 누구꺼 먹을 거야?
강모 : 내꺼 안 먹으면 나 밥 안 먹는다?
성모 : 봐봐... 강모 얘 거. 덜 익었어. 내꺼 먹어.
강모 : 아냐, 미주야... 저거 다 탔잖아. 내게 더 맛있어.
(미주, 성모와 강모 고기를 차례로 한꺼번에 먹는다. 강모와 성모, 그런 미주 모습에 픽 웃는데...
미주, 힘들게 고기 씹으며...)
미주 : 너무 맛있다... 이렇게 행복한 날이 꼭 올 줄 알았어.
성모 : ...
강모 : 이거 보니까 옛날 생각난다. 엄마 생신 때였나? 내가 돼지갈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국밥 시켰잖아.
미주 : 나 기억 나... 내가 아빠보고 구두쇠라고 막 놀렸었는데..
성모 : 아버지... 강남에 땅 사놓느라고 돈이 없었잖아.
미주 : 그때 땅문서만 안 잃어버렸어두, 지금 우리 집두 사고, 부자일 텐데..
강모 : .. (미주를 본다) 우리, 땅 많아.
미주 : 아 맞다, 강모 오빠, 땅 샀지?
강모 : 형, 얼른 먹고 일어나자. 땅 보러가게. (고기 먹는다)
미주 : 야, 신난다. 빨리 먹어, 오빠.. 얼른 보고 싶어. (먹는데)
성모 : ... (흐뭇하게 보는데)
씬44. 개포지구 벌판
(끝이 안 보이는 넓은 땅... 강모와 성모, 미주가 바라보고 있다)
미주 : 이 넓은 데서 우리 땅이 어디에 있는 거야?
강모 : 어디까지 일거 같아?
미주 : ... (잠시 생각하다가 뛰어간다, 멈춰 서서) 여기까지 우리 땅이야?
강모 : 아니? 더 뒤로 가.
미주 : ... (열심히 뛰어간다, 손나팔로 소리치며) 여기?
강모 : (소리친다) 아니..? 뒤로 더 가...!!
미주 : ... (뛰어간다) 그럼, 여기?
강모 : 미주야.. 뒤돌아 봐봐..!!
(미주, 돌아본다. 끝도 없는 벌판...)
강모 : (소리치며) 어디까지 보여?
미주 : 끝이 안 보여.
강모 : 니 눈에 보이는 데 까지가 다 우리 땅이야.
미주 : (소리친다) 에이, 거짓말...
성모 : (소리친다) 정말이야, 미주야.. 거기 다 우리 땅이야..!!
(강모, 그 땅을 보는데 문득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연 생각...
성모, 미소 지으며 강모를 보는데.. 무거워진 강모 표정에 가슴이 아프고..
성모, 위로하듯 강모의 어깨를 다독여주는데..)
미주 : (E) 큰오빠..! 작은 오빠...!!
(미주가 빨리 오라며 손짓한다. 강모와 성모, 서로 시선 마주친다.)
성모 : 강모야, 저기.. (한쪽을 가리킨다)
(강모, 그쪽을 보는 순간 성모, 냅다 미주 쪽으로 뛰어간다. 강모, 속았구나.. 뛰어가는데...
두 사람, 달리기 시합하듯이 미주 쪽으로 전력을 다해...)
미주 : 성모 오빠..! 강모 오빠..!!
(미주, 팔을 활짝 벌려서 두 사람을 맞이하고... 세 사람, 한데 부둥켜안은 채 어린애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는데..
그들 뒤로 광활하게 한없이 펼쳐진 개포지구 벌판...)
씬45. 동, 길 일각
(성모와 강모가 벌판 한쪽에 앉아 있다. 뒤쪽의 승용차 안에서 미주가 잠들어 있고...)
성모 : 건설회사?
강모 : 어.. 우선 지방 도로공사부터 시작하려고...
성모 : 너, 형량 다 끝날 때까진 니 이름 찾을 수 없어. 제임스 리라는 가명으로 숨어 지내야만 해.
강모 : 나도 다 생각해 둔 게 있어... 여기, 이 땅 값만 오르면, 본격적으로 만보건설하고 싸울 거야.
그땔 위해서, 우선 도로 공사로 기반을 만들어 놔야 돼.
성모 : ... (통장을 하나 건넨다)
강모 : ... (보면)
성모 : 그동안 내가 모아둔 돈, 전부야. 니가 써.
강모 : ..? 형?
성모 : 너 앞으로 돈 들어갈 데 많을 거야. 당장 방도 하나 구해야 할 거고.. 우선 이 돈으로 시작 해.
강모 : ... 고마워, 형.
성모 : 고맙긴, 임마. 아버지 원수 갚는 거.. 너 혼자 감당 할일 아냐. 니가 황태섭을 맡는 동안... 조필연은 내가 몰락시킬 거다.
강모 : ...
성모 :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부탁해. 너하고 내가 손을 잡으면... 세상 무서울 거 없어.
강모 : .. (미소 짓고)
씬46. 선거 사무실 안
(민우가 와 있다. 조필연과 단 둘이...)
필연 : 개포동 개펄 땅은 알아 봤냐?
민우 : 미국 쪽에 연락을 해봤지만, 소유주를 찾아 낼 수가 없어요.
필연 : (탁자를 내리친다) 그 황금 땅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놓쳐야 되는 거냐..!
민우 :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잖아요.
필연 : 제임스 리라고 그랬나?
민우 : 예.
필연 : 우선 선거부터 이겨 놓고.. 그런 다음에 그 땅을 찾아야겠다.
(이때, 고재춘이 들어선다)
재춘 : 말죽거리 파 두목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필연 : ..! 언제야?
재춘 : 오늘 밤입니다.
민우 : 대체 어떡하실 생각이세요?
필연 : 호가호위라는 말이 있어. 힘에 좀 부친다 싶으면... 범의 위세를 빌려야지. (눈빛)
씬47. 요정집 전경 (밤)
씬48. 동, 방안
(조필연과 같은 나이 또래의 안기부 고위 간부가 앉아 있다. 술상이 차려져 있고...)
간부 : 자네 요즘 바쁠 텐데, 어쩐 일로 날 보자고 했나?
필연 : 아무리 바빠도, 자네만 하겠나? 요즘 안기부는 어때?
씬49. 다른 방 안
(고재춘이 혼자 앉아 있다.
이때, 들어서는 검은 양복의 덩치들... 말죽거리 파 두목인 칼치와 조직원들이다.
재춘, 앉은 채로..)
두목 : ... (불쾌한 듯이)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했소?
재춘 : 옆방에 따로 상 차려놨으니까 아우들은 그리로 보내죠.
두목 : ... (눈짓하고 자리에 앉는다)
조직원들 : ... (물러나고)
재춘 : 용건만 간단히 하죠. (돈 가방을 올려놓는다) 이 돈 받고, 우리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오.
두목 : 민홍기 후보를 배신하라는 거라면 그만 두겠소.
재춘 : 어차피 당신네들이 찾는 거, 권력 아닙니까?
두목 : 그래서요?
재춘 : 민홍기... 우리 조필연 후보에 비하면 상대가 되질 않소.
두목 : (비웃듯이 웃는다) 옆방에 가서 술이나 마시겠소. (일어서서 나간다)
재춘 : ... (무표정)
씬50. 동, 밖 복도
(두목이 나오는데 기다리고 있던 기생이 뭔가 귓속말을 전한다. 두목, 의아한 듯 고개 갸우뚱...)
씬51. 필연쪽 방안
기생 : (밖에서, E) 뫼시고 왔습니다.
간부 : 나 말고, 누구 올 사람 있었나?
필연 : 들어 와.
(기생이 두목을 안내한다. 두목, 조필연을 알아보고 놀라는데...)
필연 : 우선 앉지.
두목 : ... (불편한 표정, 자리에 앉는다)
필연 : 소개부터 하지. (간부 쪽) 여기 이분은, 내 군대 동기이자 안기부 기조실장이시네.
두목 : ..! (놀라며, 머리 깊숙이 인사한다)
간부 : 이분은 누구신가?
필연 : 이 사람? 전과 칠 범의 깡패 두목.
두목 : ..! (놀란다)
필연 : 민홍기 밑에 있는 아주 개 같은 놈이지.
간부 : 이런 양아치를 왜...?
필연 :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든다) 이거 중정에 있을 때 사용하던 건데, 정이 들어서 반납을 안했어.
(총구를 확인해 보며) 총알이 몇 개 없구만... (두목의 관자놀이에 겨눈다)
두목 : ..!! (놀란다)
간부 : ..! 자네 왜 이래?
필연 : 자네 앞에서 죽이면 사고처리 가능하잖아.
간부 : (당혹) 자네 정말...?
필연 : (두목에게) 난 너 같은 양아치들을 보면 살의를 느껴.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쓰레기 같은 놈들...
두목 : (두려움) 대체... 왜 이러십니까?
필연 : 내가 만약 이번 선거에 자신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서 널 죽여 버렸을 거다. 하지만.. 난 틀림없이 이번 선거 이겨.
두목 : ..
필연 : 그렇다고 좋아하지 마라. 내가 국회의원이 되면... 제일 먼저 내 지역구 안에 있는 네 놈들부터 갈갈이 찢어 놓을 거니까..
두목 : ... (식은 땀)
필연 : 알겠냐? 내가 선거에 이기든 지든... 넌 죽은 목숨이야. (총을 거둔다) 눈앞에서 당장 꺼져.
(두목, 일어서서 인사하고 허겁지겁 나간다)
간부 : (화가 나 있다) 지금 날 데려다 놓고 뭐하는 짓인가?
필연 : (안주머니에서 돈 봉투를 꺼낸다) 큰 걸로 두 장이야. 선거 끝나면 석장 더 줌세.
간부 : ...
필연 : 이정도면, 자네 위세를 빌린 값은 충분 한 것 같은데...
간부 : 자네... 성질머린 여전 하구만.
필연 : .. (하하 웃기 시작한다)
씬52. 재춘쪽 방안
(재춘, 혼자 느긋하게 술잔을 드는데 문이 확, 열리며 두목이 들어선다. 두려움에 식은땀을 흘리며..)
두목 : 내가.. 뭘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재춘 : (노려본다) 앉아.
두목 : ... (앉으면)
재춘 : ..!! (뺨을 후려친다) 지금부터.. 내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해. 알겠냐?
두목 : 아, 알겠습니다.
재춘 : ... (보는데, 눈빛에서)
씬53. 미주네 집, 방안 (그 밤)
(미주가 한쪽에 조촐한 제사상을 차려 놓고 있다. 성모와 강모가 들어서자)
미주 : 어디 갔다가 이제와. 한참 기다렸잖아.
성모, 강모 : .. (제사상을 보고는 놀라서)
미주 : 그 동안, 한 번도 엄마 아빠한테 제사상 봐드린 적 없잖아. 우리 이제 다 모였는데, 엄마 아빠한테 말씀 드려야지.
성모 : .. 미주야.
강모 : .. (멍해져본다)
(성모, 상 위에 가족사진을 올려놓는다. 조심스럽게 술을 따르는 성모..
세 사람, 절을 한다. 사진속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는데..)
성모 : 어머니.. 아버지.. 그동안 많이 서운 하셨죠? 우리..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이제야 다 모였어요.
미주 : (운다) 엄마... 아빠...
강모 : ... (눈물 고인 채)
성모 : (울며) 그 동안 배 많이 고프셨죠? 살아계실 때도 고생만 하셨는데.. 이젠 저희들이 어머니 아버지한테 효도 할 수 있는데..
죄송해요.. 저희가 너무 못나서 그랬어요. 저희 용서해 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용서해 주세요... (엉엉 운다)
미주 : 보고 싶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우는데)
강모 : ... (눈물 흘리며 본다. E, 마음의 소리) 우리 잘 지켜봐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돌아가시게 한 사람들...
우리한테 이런 고통 안겨준 그 놈들, 절대 용서 안 해요. 두고 보세요. 복수하고... 그리고 성공할 거예요.
씬54. 몽타주 (낮)
- 남성, 의류매장...
강모, 이것저것 어울리는 슈트를 입어본다. 와이셔츠에 넥타이에... 손에 잡는 대로
- 구두매장...
멋진 슈트 차림의 강모.. 구두를 신는다.
- 안경점...
안경을 쓰는 강모... 멋들어진 모습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젊은 사업가의 모습...
씬55. 승용차 안
(강변쯤의 승용차 안... 운전석에 멋진 차림의 강모와 조수석의 성모...)
성모 : 남영출이라고 그랬지? (봉투 건네면) 이거, 그 사람에 관한 자료야.
강모 : .... (받는다, 서류를 꺼내 보는데.. 남영출의 사진이 붙은 이력서) 참.. 형, 백파라는 사람 알아?
성모 : 백파? 명동 사채시장의 그 괴물 말이냐?
강모 : 일 시작 하려면, 그 사람 돈이 좀 필요 해.
성모 : 차라리 다른 사채를 써라. 필요하면 소개해 줄게.
강모 : 돈도 돈이지만.. 나한텐 그런 사람이 필요해.
성모 : 잘 못하다간, 니가 잡혀먹는 수도 있어.
강모 : 아무튼, 백파노인에 관해서 알아봐 줘. 사업 방식부터, 식성, 취미, 모두 다...
성모 : .. (보다가) 너, 만보건설 소식은 모르지?
강모 : (보면)
성모 : 거기 지금, 후계자 문제로 시끄러운 것 같더라.
강모 : ... (뭔가 생각)
씬56. 병실 복도 / 병실 안
(문이 열린 병실 안에 정연이 환자복을 입고 앉아 있다. 남숙, 정식이 복도에 있고.. 태섭이 정연을 보고 있다)
태섭 : (안타깝게) 정연아.. 곧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거다. 너, 그때까지 병, 나야 돼, 임마.. 입 열어야 된다구...
정연 : ... (말없이)
태섭 : 내가 아주 속이 타서 미치겠다...
(태섭, 한숨 내쉬고 나간다. 문 닫으면...
정연, 침대 밑에서 서류를 꺼낸다. 우호 주식으로 약속 받은 곳에 0표가 표시되어 있고... 아닌 곳에 X표가 쳐져 있는...
정연, 서류를 들여다보며, 눈빛..)
씬57. 어느 주택가
(남영출이 고물을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간다)
영출 : (메가폰을 대고) 고장 난 라디오나 시계 팔아요.. 못 쓰는 미싱이나 신문지 팔아요...
(이때, 승용차 한 대가 리어카 앞에 급정거 한다)
영출 : (놀라며) 뭐여, 이건?
강모 : .. (차에서 내린다)
영출 : (못 알아보고) 이 차, 고물로 내다팔긴 이른 거 같은데..
강모 : (안경 벗는다, 영출을 보며) 밖에선 귀한 몸이라더니.. 개인사업 하시네요?
영출 : 으메, 이게 누구여? 534번..!!
강모 : .. (미소 지으며)
씬58. 군부대 앞
(소태가 석방된다.
다리가 다 나아서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소태... 부대 쪽에다가 냅다 감자를 먹이더니 담장 쪽으로 돌아서서 소변을 보는데...
이때, 다가와 서는 승용차.. 강모가 내린다. 다가서고..)
강모 : 제대 축하한다?
소태 : 어떤 놈이 개, 풀 뜯어 먹는 소릴...
(소태, 돌아보다가.. 멋들어진 모습의 강모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바지에 적시고...
소태, 너무 놀라서 물기 묻은 손으로 입을 쓱쓱 닦으며...)
소태 : 가, 강모야...
강모 : .. (미소)
씬59. 국도 건설 현장
(트럭들이 드나드는 건설 현장... 선그라스를 낀 강모와 남영출, 소태가 그쪽을 보며 뭔가 얘기 중이고..)
강모 : 도로 공사 비용을 절감할 방법이 있어요.
영출 : 그게 뭔데?
강모 : 땅 다질 때 모래와 자갈을 사용하지 않고... 원래 땅에 있던 흙을 사용 하는 거예요.
영출 : ...? (본다) 모래하구 자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그럼 지반이 약해서 아스팔트 깔아두 무너져. 임마.
강모 : 염화칼슘 써서 콘크리트 단단하게 만든 거 기억 안나요? 원래 있던 흙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에요.
소태 : 내가 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강모, 너 머리 진짜 좋다. (영출에게) 안 그래요?
영출: 이 불량품은 왜 달구 다니냐?
소태 : 에이, 증말... 누가 불량품이라고..
영출 : 근데, 강모야... 너, 이 사업 할 밑천은 있는 거냐?
강모 : 지금부터 구해야죠.
씬60. 한옥집 안방
(백파가 한문으로 된 고서를 보고 있다. 경옥이 들어서며..)
경옥 : 손님 오셨는데요.
백파 : 누구?
경옥 :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사업가 같던데...
백파 : 들어오시라고 해.
경옥 : (바깥쪽에다가) 들어오세요.
(멋진 슈트 차림의 강모가 들어선다. 경옥, 안경까지 쓴 강모를 보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고..
강모, 인사를 깍듯이 한다)
강모 : 처음 뵙겠습니다.
백파 : 앉으시죠.
강모 : .. (앉는다)
백파 : (살피듯 본다) 그래, 젊은 양반이, 무슨 일로 날 찾아 오셨소?
강모 : 인사부터 드리죠. 제임스 리라고 합니다.
백파 : 제임스... 리? (유심히 본다)
경옥 : ... (호기심 있게, 보고)
강모 : ... (백파를 보는 당당한 눈빛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