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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도깨비가 있다] 김현중, 김지연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8.30|조회수1,059 목록 댓글 1

[도깨비가 있다] 김현중, 김지연

 

 

 

 

 

 

 

 

 

S#1 등교길 / 아침
     80년대초, 당시 국민학교의 등교시간.
     6월의 아침 햇살이 밝고 화창하게 빛난다.
     학교 담장 옆 도로로 삼삼오오 종알거리며 등교하는 아이들.
     그 사이로 가비의 뒷모습. 몇 명의 아이들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신발주머니를 돌리며
     달려간다. 그 아름다운 미소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가비 (NA) 플라타너스 사이로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과 눈부신 녹음.
           이 세상 무엇보다 환한 미소. 그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돌리던 신발주머니로 앞서가는 원석의 머리를 때리고 도망간다.

가비 (NA) (당황한 듯한 신음. 음....)
        
    훨씬 더 덩치가 큰 원석의 머리를 때리고 도망간다.
    원석. 머리를 맞을때마다 머리를 움켜쥘 뿐 전혀 대응하러하지 않는다.

가비 (NA) 아무튼, 이곳에서 도깨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잠시 서서 학교를 올려다 보던 가비의 뒷모습, 교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간다.

교장 (E) 에... 직원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S#2 교무실
     직원회의 중이다. 교사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있다.
 
교감 (충성스런 목소리로) 국기에 대하여... 경례!!!

     교사들 대부분 모두 열의에 차 가슴에 손을 얹는다. 교사1, 거수경례를 부쳤다가 자신       의 오버를 감지. 아주 교묘히 손을 가슴으로 내린다.

교감 (단어 하나하나에 힘주어)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S#3 교무실 앞 복도
     반짝반짝 윤이 나 있는 복도
     뒷모습의 가비, 둘레둘레 교무실을 찾아간다.

S#4 교무실

교감 .... 굳게 다짐합니다. 바로! 에... 애국가는 1절부터... 흠...4절까지 부르겠습니다.
일동 동해물과 백두산이...

S#5 교무실 앞 복도
     OFF)마르고 닳도록~~
    교무실 문 앞에 와 서는 가비

S#6 교무실
일동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각자의 표정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교사들.
     나름대로의 진심과 열성, 간혹 지겨움, 특히 열심인 교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드르륵 문이 열리고, 교사 일동 가비에게 쏠리는 시선.
     대한사람 대한으로~~ 입으로는 열심히 노래 부르며 궁금한 눈으로 가비를 바라본다.
     그리고 말똥말똥 천진스레 그들을 바라보는 가비.
     가비를 바라보는 강선생.

S#7 복도
     강선생 앞서가고 그 뒤로 가비가 잰걸음으로 따라 걷는다.

강선생 (사무적인) 전학 온 첫날인데 왜 혼자니? 부모님은?
가비 (야무지게) 전 희망천사원에서 왔는데요. 원장님이 바쁘시대요.
     (불만스런) 생활기록부에 다 적혀 있는데...
강선생 (가비 힐끔 보더니 생활기록부를 훑어보며)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는데?
가비 (멈칫, 살짝 올려다보며 맹랑하게 5년전이요.
담임교사 (아무 감정 묻어나지 않게) 어떻게?

      그런 담임 보는 가비.
      강선생 가고 가비 다시 잰걸음으로 따라가는 위로

가비 (NA) 그런 질문을 이름이나 취미 묻듯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그때 가비는 담임선생님과의 불화를 본능적으로 예감했죠.
 
S#8 2학년 3반 교실 / 조회시간
     여는 초등학교 2학년 교실의 쉬는 시간처럼 소란스런 아이들.
     강선생. 문을 열고 들어오면 다들 줄을 맟췄지만 맨 뒤에 않은 원식의 책상만 어긋난       듯 빠져나와 있다.
     아이들 모두 가비에 시선을 고정한다.
강선생 (일어난 먼지에 헛기침을 하며) 쉬는 시간에 조용히 공부하라고 그랬지?       책상줄도 멋대로고. 응? 오늘 새로 온 전학생이다. (가비에게) 인사해야지?
가비 (아이들 여유있게 둘러보며) 안녕? 난 도가비라고 해.
성훈 도깨비? 큭큭... 쟤 도깨비래.
아이들 (일동 웃음)
가비 (신나서) 맞아! 난 도깨비야! 진짜 도깨비! (교실이 갑자기 조용)
     앞으로 하나씩. 천천히 증명해 줄께!
원석 (앞의 아이 쿡 찌르며) 증명이 무야?
아이들 (웅성거린다)

     강선생, 곁에 서서 뭔가 적다가 그런 가비 힐끔 보더니 지휘봉으로 교탁 때리며

강선생 (가비에게)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아라.
 
     아이들 가비보며 수군거리고 가비, 원석 옆자리에 가 앉는다.

강선생 (OFF) 자. 산수책 56쪽 펴고, 종소리

S#9 운동장
     텅 빈 운동장 한 가운데 누군가 빗자루를 들고 혼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잠시후 가방을 매고 우르르 몰려 나오는 아이들.
     학교 수위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 남자를 쫓는다.
     도망가면서도 수위에게 응시하는 남자.
     처음 본 광경이 아닌 듯 아이들, 익숙하게 보며 낄낄거리고 수군거린다.
     가방을 맨 가비, 멀리서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원석. 저만치 운동장 구석에       쪼그러 앉아 뭔가에 몰두해 있다.
     가비, 지나가다 보며.... 원석, 나뭇가지를 들고 앉아 있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듯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긴장한 폼이 우스꽝스럽다.
     지켜보던 가비. 안타까워하는 원석에게 다가간다.

가비 뭐 해?원식 (조용하라는) 쉬- 기다려봐. 여기 잠자리가 앉을거야.
가비 (소곤거리며) 잠자리? (하다 하늘을 보면 아무것도 없고) 뭐하려구?
원석 (답답하다는 듯) 잡으려구, 잠자리는 항상 나뭇가지에만 앉거든.

     가비, 문득 원석 팔의 화상상체에 눈길가고

가비 (나뭇가지 빼앗으며) 이리 줘 봐. 내가 잡아줄께.

     원석, 잠시 그런 가비 뚱하니 쳐다본다...

가비 (씩 웃으며) 또깨비 실력을 보여주지.

S#10 학교 앞 포장마차
      투명한 통 안에 들어 있는 2~3마리의 잠자리. 원석, 신이 나서 바라보고 있다.

원석모 (OFF) 원석이 친궁게 마이 묵어라임!

      보면, 원석모 핫도그에 케찹을 듬뿍 발라 건네준다.

가비 (꾸벅) 감사합니다. (하는데)

      원석, 엄마 눈치보며 갓 기름통에서 꺼낸 핫도그 잡으려는 순간, 탁-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원석의 손등을 때리는 원석모. 원석, 아픈 듯 손등을 쓱쓱 비벼대면 원석모,
      한쪽에 잘 못 튀겨낸 말라버린 핫도그 하나를 건네준다. 별 불만 없이 받아먹는 원         석. 이내 통안에 든 잠자리를 바라보더니 주머니에서 뭔가(군번줄)를 꺼내 통에 씌웠        다 꺼냈다 정신이 없다.
      가비, 흐뭇하게 원석 보는데 누군가 들어와 오뎅 하나를 덥석 꺼내 먹는다.
      보면, 운동장 아저씨다.

원석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산하게 손 놀리며) 오늘 훈련은 일찍 끝났는 갑소?
       (원석 머리 툭 치며) 공부를 좀 그렇게 해 봐라잉.
       잠자리가 너랑 칭구하자든? 얼릉 아부지 모시고 집이 가 숙제 햐.

       가비 놀란 눈으로 아저씨와 원석모를 번갈아 보는데 원석, 주섬주섬 잠자리통을 챙         기고 그런 원석을 바라보는 가비의 표정까지.

S#11 등교길 / 다음날
      가비 덛는데 저만치 원석 앞서 간다.
      원석 알아본 가비,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는데 어제 원석의 머리를 때리고 간 대호와        아이 1,2 뒤에서 달려온다.

가비 (여유 있게 원석을 바라보며) 원석아! 신발끈 풀어졌다.

      원석, 아무생각 없이 신발끈을 묶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자 원석의 머리를 치려던 아        이, 헛방아질 하며 꽈당 넘어지고 만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오던 아이들도 걸려 함        께 넘어진다.
      신발끈을 묶고 일어선 원석은 넘어진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지나던 지원과 여자아이 몇이 킥킥거린다.
      그런 지원을 보고 더 속이 상한 대호. 가비를 째려보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살짝         웃는 가비.

S#12 교실 / 수업시간
      아이들 자습하고 있고 강선생, 교단 옆 책상에 앉아 있다.

강선생 반장! 일기장 걷은 거 가져와! 안낸 사람 없지?
지원 (일기장 뭉치를 선생님 책상앞으로 가져다 놓으며) ... 가비는 .... 안 냈는데요.
담임 (가비를 바라보며) 내일부터는 꼭 내도록 해라.
     매일 일기 주제를 정해주니까 거기에 맞게 서 내면 돼.
가비 (차분하게) 선생님! 일기를 누가 검사하면 마음에 있는 진심을 일기에 못 적을 것
     같은데요!
담임 (고개들고 차갑게) 야단맞을 일이 많은가 보구나.
     그러니까 항상 바른 행동만 해야지!
가비 (계속 차분하게) 게다가 일기의 주제를 미리 정해 놓는다는 건 정말이지 납득이 안
     되는데요. 제 생각엔 일기란 그런게 아닌 것 같은데요!
담임 (순간 볼이 씰룩거리다 이내 가비를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우리반에 선생님 말을 안        듣는 학생이 한명 생겼군요. 여러분들은 지금껏 해오던 대로 하면 되요. 일기를 안 내       거나 주제가 다른 일기를 써으면... 모두 알고 있죠?
     손바닥 10! 오늘 일기 주제는 애국심이에요.
     (어제 주제인 반공정신 지우고 애국심이라고 쓰고, 책 챙겨 싸늘하게 나가는)
 
S#13 교실 / 수업시간
      칠판 가득 산수 문제 적혀있다. 여전히 칠판에 문제를 적고 있는 강선생.
      아이들 노트에 풀고 있다.
      지원 열심히 풀고 있는데 책상위로 뭔가 날아온다. 보면, 쪽지.
      지원, 별꼴이야... 얼굴 찌푸리며 다시 대호에게 쪽지를 던진다.
      소란한 기척을 느낀 강선생 돌아보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아이들.
      강선생 다시 판서하는데 대호 다시 지원에게 쪽지 던지고 가비, 중간에서 받아챈다.        가비, 여유롭게 쪽지 풀어보려는데 대호. 놀라서 가비에게 달려들고 그 바람에 우당        탕- 소리나면 강선생 싸납게 돌아본다. 그러나 약삿빠른 대호, 바닥에 떨어진 필통을        줍는 척하며 자리에 앉는다.
      강선생, 의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판서하는

강선생 (OFF) 앞으로 수업시간에 바닥에 떨어진 건 선생님이 다 갖고 갈거예요.

      가비, 쪽지를 열어보면 지원아, ♥ 해. 대호 정도 적혀 있다.
      가비, 못 참겠다는 듯 장난스런 웃음 (오버하며) 참아내는데 대호, 미치겠다.
      그 와중에도 가비 옆의 원석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대호, 홧김에 원석의 팔꿈치를 확 잡아 당기는데.

강선생 (OFF) 그러니까 수업시간엔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하는데)

       원석 쿵-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아이들 킥킥거리며 웃고 돌아보며 황당한 강선생 표정.

S#14 운동장 구석
      적의에 불타는 눈으로 가비를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싸울 태세를 갖춘 대호,
      그러나 맞은편의 가비는 너무도 여유로운 미소로 대호를 바라보고 있다.
      가비, 주변에 늘어선 아이들과 뭔가 얘기하다가 돌아보는데 갑자기 날아온 대호의
      주먹! 퍽- 일그러지며 바닥에 쓰러진 가비, 코피도 흘렀다. 아이들, 놀란 표정들.
      잠시 후 가비, 여유롭게 일어나 옷을 털더니 원석에게 다가간다.

가비 (코피 매단 채 멱살쥐고 비장한) 잘 들어. 폭력의 역사는 오늘까지다.
    
     돌아서서 가는 가비, 당당한 그 뒷모습니 나름대로의 카리스마로 빛난다.
     존경스레 가비를 보는 지원. 그들을 바라보는 원석의 표정까지.

S#15 교실 앞 복도 / 청소시간
      아이들, 구구단을 외우며 복도청소를 하고 있다.
      복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초를 칠하고는 걸레질을 하는 아이들.
      그 안의 원석, 어설프게 입 모양만 흉내 내고 있을뿐이다.
      가비, 코 휴지로 막은 채다.

가비 (원석을 보며 소근) 구구단 못 외웠어?
원석 (얼굴을 징그리며) 너무 빨라서 못 따라 하겠어!
가비 영국에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해. 거긴 12단까지 외워!
원석 (눈 땡그래지며) 12단? (하는데)

      강선생, 매로 박자를 맞추며 아이들이 한 단을 끝낼때마다 더 빨리를 외치는.

가비 (강선생 눈치보며) 오랫동안 12진법을 썼거든. 생각해 봐! 얼마나 복잡할지!
강선생 (큰 목소리로) 곧 구구단 시험이 있어요. 우리반이 2학년 중에서 일등 할 수 있도록
       빨리 빨리 외워야 해요! 속도를 빠르게...
가비 (계속 걸레질을 하며) 선생님! 근데... 천천히 외우면 안돼요?
     너무 빨라서 애들이 못 따라 해요.
강선생 (못마땅하게 보며) 니가 못 따라하는게 아니고?
가비 (계속 걸레질을 하며) 전 19단까지 외웠는데요?
강선생 (미워 죽겠다... 당연히 못 맞추겠지만 약 올리듯 빠르게) 18 곱하기 19는?
가비 (걸레질에 맞춰서 가볍게) 삼백사십이!

       아이들 갑자기 걸레질을 멈추고 가비를 본다. 놀라 가비를 쳐다보는 강선생.

S#16 교무실
      종이에 18 곱하기 19, 342가 나와 있다.
       강선생, 잠시 생각하더니, 가비의 생활기록부상의 번호대로 전화를 거는데 없는
       전화라는 신호음.

S#17 교실/ 종례시간
      아이들, 가방을 가슴에 안고 하교 명령만을 기다리는 자세다.

강선생 요즘 학교 주위에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이 생겼어요.
       특히 포장마차에서 파는 쥐포, 어묵, 핫도그!
       그런 음식에는 대장균이라는 나쁜 균이 들어 있어서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게 되요. 그럼 어떻게 해야죠?
아이들 (일동) 사 먹으면 안돼요.
강선생 맞았어요. 그런것들은... (하는데)
진수 (손을 번쩍 들며) 선생님! 원석이네 포장마차는요? 거기도 더러워요?
성훈 원석인 맨날 핫도그랑 오뎅국 먹는데도 배 안아픈데요?
원석 (아무표정 없어 보인다) ...
담임 (당황) 뭐... 아무튼... 학교가 파하면 다들 한 눈 팔지말고 곧장 집으로 가도록 하세요.
     반장-

       지원 구령에 맞춰 인사하는 위로
       그저 뚱하니 앉았는 원석, 그런 원석을 살피는 가비의 표정까지.

S#18 하교길
      원석부, 이번에 얌전히 빗질만 하고 있다. 계속 같은 자리만 파듯이.
      원석과 가비 말없이 걷는데 아이들, 원석을 보며 수군거린다.

아이1 야. 김원석, 너 또 대장균 핫도그 먹으로 가냐?
대호 혹시 니네 아버지도 그거 많이 먹어서 (손가락을 돌리며) 이렇게 된 거 아냐?
     (하다가 원석부 향해, 총 쏘는 시늉해 보는데)

       웬걸, 원석부, 갑자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더니 대호를 잠시 노려본다.
       대호 일행, 움찔하는데 갑자기 낮은 포복을 하며 대호를 향해 따발총을 쏘아대는
       (물론 흉내먄) 원석부,
       대호 일행, 배꼽을 잡고 웃어대며 이번에 너도 나도 원석부에게 총 쏘는 시늉을 한         다.
       원석부, 일일이 대항(?)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아버지를 무표정하게 보던 원석, 별 반응 없이 그냥 돌아서서 간다.

가비 (따라가며) 왜 내버려 두니?
원석 ...
가비 (답답한, 원석 세우며) 가서 아부지 모시고 와야지.
원석 (씁쓸한 미소) 얘들이 재밌어 하잖아.

      원석, 걸음 빨라져 걷는다. 가비 원석을 쫓아가는데 원석의 팔에 난 흉터 보인다.

가비 원석아-- 원석아 같이 가.

S#19 하교 근처 원석이네 포장마차 앞
      하교하는 아이들로 부산하지만 원석이네 포장마차에는 아무도 없다.
      원석모 한숨 쉬며 돌아서는데 저만치 가비와 인사하고 헤어지는 원석,
      포.차를 향해 걸어온다.

원석모 (반가워) 아들 왔소잉. (인심 쓰 듯 말라 비틀어진 핫도그를 내미는데)
원석 (그저 뚱하니 엄마 보고 섰는) ...

      원석모, 알겠다는 듯 핫도그에 케챱 듬뿍 발라 내밀면
      잠시후 원석, 씩 웃더니 다가와 핫도그 받아들고 한 입 크게 먹고 간다.

원석모 (가는 원석 보고는 기름에서 핫도그 꺼내며) 어구, 내가 미친년여...
       성한 아들팔에 기름이나 들이붇고... 어채피 식을놈의 것, 따순 놈으로 줄걸 그랬나?

       원석모, 보면 저만치 가는 원석의 뒷 모습.

S#20 교실 / 수업시간
      강선생, 책상위에 쌓인 일기를 검토하고 있다.
      그때 복도에서 힐끔 내다보는 교감 (순찰중)
      강선생, 눈이 마주치고 살짝 눈 인사한다. 교감가고 다시 일기장 보는데 일기장 위에
      가비의 이름을 발견하곤 엷은 미소 짓는다.
      일기장을 넘기는 위로

가비 (E) 1982년 6월의 세 번째 날
     제목, 애국심
     나라를 사랑하기에 앞서 나라의 참 모습을 바로 보라

강선생 (중얼, 읽는데 점점 얼굴 굳어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사랑한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애국일지니?
       (고개 들어 가비 쏘아 보는데)

       가비, 그야말로 천진한 얼굴로 아이들과 장난치고 있다.

강선생 (가비 노려보며) 도가비! 너 누가 일기에 이따위 불온서적 베껴 내라고 그랬어?
       이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베낀거야? 엉? 일기가 장난이니? 니가 무슨 간첩이야?

       가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가비 (당당하게) 일기를 쓴다면 고해성사처럼 쓰고 싶었어요.
     선생님이 침묵서약을 못 지켜 주신다면 전 앞으로 일기장을 내지 않겠어요.
강선생 (더욱 화를 내며) 계속 그렇게 거짓말을 하겠다 이거지! 이걸 너 같은 국민학교 2학         년 짜리가 쓴 글이라고 믿을꺼 같애? 너! 이리 나왓!

       가비 의연하게 걸어 나오고 아이들 긴장 어린 시선으로 가비 바라본다.
       그리고 매를 챙겨든 강선생, 팔을 걷어 부치더니 풀 스윙으로 가비의 손바닥을 향해
       매를 내리친다. 그 위로 (슬로우)

가비 (E) 그대 부끄러운 침묵을 떨치고 일어나 광장으로 향해 매운눈 비비며 펑펑 울어 댄           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애국일지니.

     (E) 착. 착 착 (매 맞는 소리)
 
S#21 교무실
      강선생, 털썩 의자에 앉더니 생활기록부 꺼내 가비 기록 찾으며 팔이 아픈 듯 주무르        는데

가비 (다가와 씩씩하게) 부르셨어요?
강선생 (전혀 타격 없어 보이는 가비를 얄밉게 힐끔 보고는 생활기록부 펴 보이며) 여기가         지금 너 사는데 맞아? 왜 전화가 안 되지?
가비 (깜빡했다는 듯) 아, 참! 전화번호가 바뀌었는데! (겸연쩍게 웃더니 머리 긁적이며) 바
     뀐지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어요.
강선생 (의심하듯 보며) 그래? 그럼 내일까지 알아와!

       가비, 인사하고 가면
       강선생 가비 뒷모습 보며 더욱 의심이 짙어지는 표정...

S#22 교실 / 쉬는 시간

      가비 주위를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지원 안 아퍼? 디게 세게 때리던데!
가비 (순수하게 웃으며) 전에 학교에서도 늘 맞았어! 이젠 굳은 살이 배겨서 안 아파.
     (씩 웃으며) 난 도깨비잖아.
진수 근데... 너 진짜 도깨비 맞어?
가비 (진지해지며 은밀히) 보여줄까?
아이들 (못 믿겠다는 눈빛이지만 서로 보더니 끄덕) ...
정호 (궁금) 그게 뭔데?
가비 (가까이 있는 아이들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잘 들어봐! 얘기해 줄께.

      (E) 반지의 제왕 O.S.T 시작

S#23 음산한 분위기의 조선시대 방 안 / 이하 액자식 구성
      모닥불의 그림자로 누군가 베를 짜고 있다. (반지의 제왕 OST 계속)

가비 (NA) 멀고 먼 아주 먼 옛날. 우리 고조 고조 고조 고조 고조할아버지 도깨비가 모
     든 도깨비를 지배 할 수 있는 절대감투를 만들고 있었어.

     몇 명의 도깨비들이 달려들어 격투가 벌어진다. (그림자로)

가비 (NA) 그런데 모든 권력의 역사가 그렇듯이 다른 도깨비들이 그 절대감투를 차지하려       고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거야.

      이때 문이 열리고 마루에 떨어진 도깨비감투. 강풍에 어디론가 날아간다.

성훈 (E) 그래서?

S#24 조선시대 / 산길/ 오후 늦게
      평민으로 보이는 한 사내 (교무실에서 거수경례 했던 교사1)가 지게를 지고 산길을
      걸어 올라오다 바위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힌다.

사내 으미 더운 거... 징하네 징해! (봇짐에서 오이를 꺼내 한입 베어 무는데)
  
      사내, 문득 옆에 있는 감투를 발견한다.
      감투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사내, 감투를 쓰자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가비 (NA) 한 사내가 그 감투를 발견하게 되지. 그때가 바로 1850년 철종 즉위 2년째 되       던 해야. 그 사내는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늙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세상을 살게       돼!
진수 (E) 그래서 어떻게 됐어?

S#25 1970년 경 / 어느 거리
      그 사내가 거리를 걷고 잇다. 서류 가방을 소중한 보물 다루듯 감싸고 걷는다.

가비 (NA) 사내는 아주 오랫동안 소중히 감투를 간직했는데,
     어느날 그만 감투를 잃고 말아. 것도 아주 변태적인 취미 때문에.

      사내가 골목을 지나가다가 목욕탕 앞에 멈춰선다.
      사내, 빙긋 웃더니 가방에서 감투 꺼내 머리에 쓰면 뽕~ 사라지는 사내.
       잠시 후 여탕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힌다.

S#26 여탕
      짙은 수증기, 천장에 맺힌 굵은 물방울, 성근 타일 위로 여인들의 발만 보인다.

가비 (NA) 절대감투가 그 어벙한 사람손에 들어간 건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몰라.
     그 감투로 고작 한 일이 여탕 훔쳐 보기였으니까! 남탕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대.

     사내, 어두운 여탕 구석에서 고개를 떨군채 잠들어 있고
     바로 앞에 감투가 떨어져 물에 떠 있다. 악- 비명을 지르는 한 아주머니.

S#27 다시 교실 / 현재
      가비의 주변에 둘러 선 아이들, 긴장한 채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성훈 근데 이게 어떻게 니 손에 있어?
가비 (씩 웃으며) 내가 바로 그 여탕에 있었거든!

S#28 여탕 / 액자구성
      카메라, 사람이 다 빠져나간 목욕탕을 한 쪽 구석부터 천천히 훑는다.
      저만치 여전히 물에 떠 있는 감투, 카메라가 멈추는 지점 구석에 도깨비가 마치 골룸
      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응시하며.

      Sound 반지의 제왕의 골룸 목소리. My Precious~~

S#29 다시 교실 / 이하 현재
      아이들 놀라는 표정.

지원 (놀라운 목소리로) 그럼 이게 그 도깨비 감투야? 쓰면 안 보이는?
진수 (뺏으려하며) 한 번만 써 보자!
가비 (큰 일 난다는 듯이) 절대 안돼. 이걸 쓰면 큰일 나!
     (심각한 듯 눈 내리깔더니) 위험하다구! (감투를 다시 가방에 고이 집어 넣는다)

       아쉽게 바라보는 아이들.

S#30 복도 / 청소시간
      강선생, 복도를 걸어 오는데 저만치 시끌벅적 난리가 난 교실. 보면 자기 반이다.
      강선생 문 확 열면

S#31 교실
      아이들, 걸레를 두 발로 밟고 마치 스케이트 타고 놀 듯 신나게 청소를 하고 있다.

강선생 (폭발직전의 표정으로 앙칼지게) 무슨 짓이야? 다들 그만두지 못해?
       질서정연하게 바닥을 닦아야지 여기가 무슨 시장바닥이야? 누구야?
       누가 이렇게 하자 그랬어? 어?

        일동, 구석에 앉아 바닥에 초를 칠하던 가비를 쳐다본다.

강선생 (가비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또 너야? (코 쥐고 흔들며)
       맹랑한 녀석! 너 나랑 한번 해 보겠다는 거야 뭐야?
가비 (아파서) 아~~ 아~~
강선생 (손놓고 아이들에게) 전부 남아서 다시 청소하고 가! (나가는)
 
        죽겠다는 아이들과 가비의 표정

S#32 놀이터 / 오후
      아이들, (성훈, 진수, 가비, 원석, 정호정도) 놀이터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있다.

성훈 (구슬을 맞히려고 하나 어긋나고 그 구슬을 따가는 진수를 보며)
     솔직히 난 아직도 니가 도깨비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원석 도깨비라면서 왜 선생님한테 맨날 혼나고 맞구 그래?
가비 (머리 긁적) 그런가? 아직은 뭐... (하다가) 내가 너희들이 모르는 어른들의 비밀을
     하나 가르쳐 줄까?
진수 (아들 눈이 휘둥그래지며 고개를 모은다) 정말? 무슨 비밀?
가비 (진지)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주는 비밀은 절대로 우리들끼리만 알아야 돼!
     자 약속해! (손 내민다)아이들 (가비의 손위로 손을 포갠다) ...
가비 (씩 웃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며) 잘 들어봐! 너희들 엄마. 아빠, 선생님, 고모, 이       모... 암튼 세상 모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숨기는 비밀이 있어
정호 (더욱 궁금해진 듯) 그게 뭔데?
가비 (은밀) 사실 어른들에겐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이 있어.
아이들 (화들짝 놀라며) 정말? 진짜야?
가비 (끄덕) 모르는 척 시치미를 뚝 떼는 거라니깐. 어른이 되면 일종의 서약을 하거든? (선
     서하듯 손 올리고)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애들에게 들켜선        안 된다.
진수 정말이야?가비 못 믿겠으면 잘 관찰해 봐! 어른들이 가끔 얘들은 저리 가라면서 자기들끼리만 수군거       리잖아? 그게 다 그런 이유야!
아이들 (다들 눈이 휘둥그래져서 가비에게 집중한다)
가비 잘 들어! 이건 대개 엄마보단 아빠에게 더 잘 먹혀!

       아이들의 비장한 표정.

S#33 성훈의 집 / 저녁
      성훈의 아빠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망설이며 주위를 맴도는 성훈.
      성훈, 마침내 작정한 듯 아빠 앞으로 걸어가서는 우뚝선다.
      왜? 하듯 몰려보는 아빠를 성훈, 노려보기 시작한다.

가비 (E) 일단 아빠한테 가서 아빠의 눈을 노려봐!
     10을 세고 속으로 바보, 바보라고 외치는 거야. 진심으로...
     그럼 분명 반응이 있을꺼야!

       성훈부, 귀찮다는 듯 눈을 돌리려고 하자 고개를 따라 움직이는 성훈.
       성훈부 괘씸하다는 듯 성훈의 머리를 친다.
       성훈부 이녀석이 어디서 버릇없이...
       성훈, 머리를 움켜쥐고 방으로 달려간다. 이럴수가...

S#34 원석의 집 / 저녁
      원석, 원석부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나 멍한 눈으로 창밖만 바라보는 원석부,
      아무 반응이 없자 실망한 원석, 포기하려다 곁에서 마늘까고 있는 엄마에게 다시 시        도... 엄마, 원석 힐끔 보더니 하품만 크게...

S#35 진수의 집
      진수, 아빠에게 파리채로 등짝을 맞으며 맨발로 마루에서 마당으로 쫓겨 나온다.

S#36 정호의 집
      아빠에게 회초리를 맞으며 울부짖는다. (짧은 컷으로)
      으악~

S#37 운동장 앞 등나무 넝쿨벤치
      진수, 헐레벌떡 달려온다. 어제 놀이터의 아이들, 뭉쳐서 속닥거리고 있다.

진수 (반갑다는 듯이 달려와서) 너두 맞았어?
정호 (종아리를 만지며) 10번까지 할 필요도 없던데.
가비 (뒤에서 갑자기 등장하며) 그러니까 앞으론 어른들 앞에서 아무 생각이나 하지 말
     라구. (원석 보더니 안됐다는 듯) 너는 실패했구나.
원석 헉- 어... 어떻게 알았어?
가비 (원석 탁 치며) 내가 모르는게 어딨냐? 나 도깨비잖아.
원석 (E) 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S#38 교실 복도 / 음악시간
      교실안에선 지원의 풍금 반주로 누군가 노래
      복도에서 힐끔 교실 안을 내다보던 교감. 스탭이 꼬여 바닥에 미끄러진다.
      겨우 일어나 절뚝거리고 간다.
원석 (E) 다 같이~~ (하다가 못 하겠는) ... 휴...
강선생 (E)  다시 해 보자.

S#39 교실
원석 (벌벌) 다같이...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떨군채 계속) 흠 흠 다같이.. 다같이...
강선생 (못 기다리겠다는 듯) 그만! 원석인 다음 시간에 재시험이다. (수첩에 뭔가 적는 듯
       하더니 갑자기 소리 지르는) 너희 둘, 그거  가지고 이리 나와!

       아이들, 일동 숨을 죽이며 앉아 있는데

강선생 (특별히 한 곳을 응시하지 않고) 다 보고 있었어. 빨리 나오지 못 해?

        진수와 정호 투닥거리더니 책상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미적미적 앞으로 나와 강선
        생에게 건낸다. 보면 쫄쫄이, 아폴로, 쥐포등의 불량식품들.
       
강선생 (불결하다는 듯) 선생님이 이런 불량식품 먹지 말라고 했어? 안했어.
       (꿀밤 먹이며) 게다가 수업시간에! 둘 다 의자 들고 복도로 나가! (학생들을 사이 걸
       으며) 누구든 한번만 더 이런 불량식품 먹다 걸리는 날엔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요.
가비 (혼자말로 중얼) 저런게 나중엔 다 추억의 음식인데... (하는데) 헉-
     (어느새 가비 뒤에 섰던 강선생, 가비 머리 쥐어 박았다)
강선생 추억의 음식같은 소지하고 있네. 그래. 오늘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볼래?
       의자 들고 복도로 나가!

S#40 복도
      진수, 정호 다소 가벼워 보이는 의자를 힘들어 죽겠다는 듯 들고 앉아있고 가비는 꽤
      묵직해 보이는 의자를 별로 무겁지 않다는 듯 들고 앉아있다.
      교실 안에서 그런 가비를 내다보는 강선생.

S#41 저녁 / 원석의 집
      낡은 TV에선 만화영화. 누군가 열심히 보고 있는데, 원석부다.
      원석, 방 앞 주방에서 쌀 씻거나 간단한 빨래 정도하며 주제가를 흥얼흥얼.
      제법 곧 잘 부른다.

원석 똘이 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똘이 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가비 (E. 노래) 도깨비 빤스는 튼튼해요.

S#43 다음날 운동장 나무 그늘 / 쉬는 시간
      가비와 대여섯명의 학생들이 벤치에 누워 있다.
      덩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평화로운 오후를 만끽하는 위로.
       가비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아이들 (일동) 호랑이 가죽으로 만들었어요. 이천년 입어도 까딱없어요...
성훈 (원석보며) 잘 하네... 근데 음악시간엔 왜 그렇게 쩔쩔매?원석 (벌떡 일어나 앉으며) 나도 몰라. 선생님 앞에서.. 그냥 무서워 죽겠어.
진수 노래 주머니라도 붙여봐. 낄낄...
가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맞아. 노래주머니. 내가 붙여줄까?
정호 (일어나 앉으며) 뭐. 혹?
진수 (앉으며) 그건 그냥 얘기잖아! 게다가 혹부리영감이 도깨비한테 사기친거잖아?
가비 (장난스레 웃으며) 역시 뭘 모른다니까! 사실을 달라!

        아이들, 궁금해 죽겠다는 듯 가비 주위에 몰려든다.

S#43 초가집 / 이하 액자식 구성의 두 번째 이야기
      초가집 마루에 고수가 북을 치고 혹부리영감 (교감)이 판소리를 하고 있다.

가비 (NA) 옛날에 아주 노래를 잘 하는 혹부리염감이 살고 있었어.
     그는 이름난 명창으로 서편제의 적통 전수자였지.

S#44 깊은 산 속 / 저녁
      혹영감이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고 있다.
 
혹영감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 최진사댁 잔치에 소리를 해주러 가야하는데 길을 잃
       었으니...

       혹영감, 주위를 둘러보다 주변 나무 등걸에 앉는데
       등걸 밑에 있는 버섯을 깔고 앉는다.
       이때 갑자기 주위에 도깨비불이 어지러이 날리고 도깨비들이 나타난다.

도깨비1 누가 우리집을 부셔버린거야? 엉? 너야?
혹영감 (화들짝 놀라며) 아니... 이 버섯이 댁들 집이었소?
도깨비2 (우왕좌왕하며) 그래! 맞다! 니가 우리집을 부쉈으니 대가를 치러야겠다.
        목숨을 내 놓아라.
혹영감 잠깐! 내 죽기전에 지금 완성중인 판소리를 완창하고 싶소!
       단 한번도 사람들 앞에서 펼쳐 보이지 못한 이 소리를 하지않고는 어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소.
도깨비들 (수근거리다가)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해 보거라.

       혹영감, 판소리를 시작한다.

가비 (NA) 명창의 구성진 가락에 도깨비들은 결국 엄청난 감동을 받았지.
혹영감 (판소리를 마치고 한숨을 내쉰 후) 됐소... 이제 죽여도 좋소!
도깨비들 (박수를 치며) 훌륭하오 훌륭하요! 득음의 경지요!
도깨비2 아니 도대체 그런 노래 실력은 어디서?
혹영감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이 혹에서!
도깨비1 (경이로운 표정으로 혹을 바라보며) 그렇단 말이지. 그럼... 당신 목숨을 살려주겠
        소. 거기다 금은보화를 한 가득 안겨주지!
        대신 그 혹은 우리에게 넘기시오!
혹영감 (단호하게) 안되요. 그건 아니되오! 이건 내 목숨이나...

         도깨비들 영감에게 달려든다. 영감의 비명

S#45 숲 속 / 깊은 밤
      도깨비1, 혹을 붙인 채 판소리를 멋들어지게 하고 있고
      나머지 도깨비들은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창을 듣고 있다.
      그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혹영감.

가비 (NA) 그 혹은 정말 노래를 잘하게 만들어주는 혹이었지.
     그 영감 말은 사실이었던 거야.

S#46 다시 등나무 넝쿨벤치 (이하 현재)
      가비의 주위에 아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잇따.

가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이게 바로 그 혹 중에 하나야.
     조금 말랐지만 아직은 효과가 남아있지.
아이들 (만져보려고 손을 뻗으며) 어디? 어디?
가비 (재빨리 치우며) 안돼! 만지지 마! 지금 말라가는 중이란 말야!
대호 (OFF) 웃기고 있네.

      아이들 보면,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 대호 일행 서 있다.

대호 이런 바보들! 저런 멍청한 소리를 믿냐? 저 혹이 진짜라면 내가. (하는데)
지원 진짜면 어쩔건데?
대호 (목소리 누그러지며) 지원아...
지원 (야무진) 그럼 너 다신 가비 괴롭히지마. 알겠어?

       지원의 말에 놀라는 아이들, 그리고 가비의 표정까지

S#47 교실
      수업시간 끝나기 직전.

강선생 (책 정리하며) 다음 시간엔 음악시험을 보도록 하겠어요.
       15번부터 준비하고, 원석인 재시험인 거 알지? 주번은 풍금 빌려다 놓으세요.
       반장 인사.
반장 (일어나서) 차려! 경례!
아이들 (일동) 감사합니다.

        강선생, 출석부를 들고 나가자마자 원석, 가비를 붙들고

원석 나 어떡해?가비 (가방을 뒤적이며) 걱정마! 혹을 붙이고 노랠 할 순 없구 잠시만 붙였다떼두 효과가
     있을거야.
원석 정말?
가비 (가방에서 고무주머니 꺼내 원석의 턱에 갖다대며) 자. 주문을 외워 봐!
원석 (뻥해서 보는) ...
가비 도깨비 빤쓰!
원석 (알았다는 듯. 눈을 감고 빠르게 중얼) 도깨비빤스는 튼튼해요.
     질기고도 튼튼해요. 호랑이 가죽으로 만들었어요. 이천녀 입어도...

S#48 교실 / 음악 실기시간.
      지원의 풍금 반주에 맞춰 아이1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강선생 그만! 여기까지! 점수는 4점. 다음 재시험자 원석이! 나와!

       원석, 뚜벅뚜벅 걸어 나와 교단위에 선다.
       여전히 자신 없는 표정으로 가비를 보면, 가비, 파이팅 해 보이는.

강선생 시작해!
원석 (노래)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바퀴..

      가비와 아이들 그리고 대호와 지원 모두 침을 꿀꺽 삼키며 원석의 노래를 듣고 있다.
      원석, 고운 목소리로 씩씩하게 노래를 잘 부르자 선생님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아이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원석을 바라본다. 어느새 노래가 끝났다.

강선생 (한참 말을 못 잇다가) 어... 어떻게 된거야?
       원석이가 갑자기 노래를 잘 하네?
원석 (주저없이) 혹 때문이에요. (빙긋 웃으며 가비와 눈을 마주친다.)
 
      대호, 죽겠다는 표정이다.
      강선생, 원석의 시선을 따라 가비를 바라보는 표정.

S#49 교무실
      강선생, 원석에게 뭔가 이야기(그간의 사정들)를 전해 듣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강선생. 원석 인사하고 가면 강선생, 생활기롭부를 꺼내 가비의 서         류를 다시 들여다본다. 잠시 생각하는 강선생.
       시계를 보더니 뭔가를 메모하고는 가방을 들고 나선다.

S#50 운동장 구석
      운동장 한 가운데 원석부, 훈련중이다.
      운동장 구석 한쪽에 원석, 뭔가를 모래에 묻었다가 꺼내며 손장난을 치고 있다.
      잠시 후 어느새 나타난 수위 원석부를 잡으로 쫓아다니면 원석부 도망 다닌다.
      가비, 원석에게 다가가며

가비 뭐해?
원석 (못 듣은 듯 계속하는) ...
 
      모래가 걷히는 순간, 가비 들어보면 군번줄. 가비 원석 보는데

원석 (비밀 이야기 하 듯) 우리 아부지 사실은 진짜 멋있는 군인이었대.
     (하다가 혼자 신나서 씩 웃으며) 사람두 죽여 봤을까? (하는데)
가비 원석아-- (부르고 보더니 원석의 목에 군번줄 걸어주며) 이건 이렇게 목에 거는 거야.

      원석, 목에 걸린 군번줄을 보며 신이 난 표정.
      가비, 원석을 짠하게 보는데
      소란스런 원석부 뒤로 가방을 들고 어딘가로 외출하는 강선생 보이고...
      가비 그런 강선생 보는 표정까지.

S#51 동사무소
      강선생, 창구로 가서 쪽지에 적어 놓은 가비의 고아원 주소를 동사무소 직원에게 보        여준다.

강선생 (창구쪽으로 몸을 숙여 주소를 직원에게 보여주며) 저 여기가 어딘지?
직원 (쪽지에 적힌 주소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글쎄요?
     이 구역에는 이런 시설이 없는데...
강선생 저희 반 아이가 여기서 다닌다고 하던데...
       그럼 혹시 인근 구역에 있는 고아원일지도 모르겠네요...
직원 (고개를 흔들며) 아니에요! 그 고아원이라면 행정구여상이 학교에 다닐 수가 없습니다.

       한대 얻어 맞은 듯한 강선생의 표정까지.

S#52 밤 / 가비의 방
      묘한 분위기의 색다른 공간에..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눈을 감고 명상중인 가비.
      얼굴로 다가가면 갑자기 눈을 부릅뜨는 가비. 내지는 하품

S#53 다음날 교무실
      강선생 책 준비하고 있는데 교사1 들어서며

교사1 강선생님! 구구단 노래 재밌던데요. 애들이 금방 외우겠어요.
      어디서 그런 좋은 방법을 알아 오셨어요?
      앞으로 그런거 있으면 우리반도 좀 알려주세요!
강선생 (놀라며) 구구단... 노래요?
 
S#54 복도 / 청소시간
      아이들,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면서 신나는 노래로 바꾼 구구단 노래를 부르고 있        다. 원석등 구구단을 못 외웠던 아이들도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구구단을 왼다. 모두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초를 칠하고 걸레질을 한다.

강선생 (들어서며) 지금 뭐하는 거야?
정호 (신나서) 선생님 구구단 다 외웠어요.
지원 이렇게 하니까 진짜 쉬워요. (하는데)
강선생 (눈빛 차갑게 빛나더니, 버럭) 누가 구구단을 놀면서 외우래?
아이들 (움찔하며 눈치를 본다.)
강선생 (눈으로 아이들을 훑다가 가비를 보고는 한숨) 도가비, 또 너야?
가비 이렇게 하니까 얘들이 다 좋아해요. 그리고... (하는데)
강선생 (O.L 차가운) 니가 선생님이야?

       강선생, 경계의 눈빛으로 가비 보는데 종소리 들리고...

강선생 (어쩔 수 없어 아이들에게) 빨리 들어가서 시험대형으로 책상 맞춰!

S#55 교실 / 시험시간
      아이들, 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시험을 보고 있다.
      원석이도 열심히 푼다. 강선생, 책상 사이사이로 다니며 감독하고 있다.
      강선생, 시계를 보는 사이, 대호, 뒤를 돌아보는데 마침 정답란에 9라고 적는 가비.
      강선생 의심스레 대호를 보면 대호 뭔가 계산하는 듯 연기해 보이더니 정답란에
      의기양양 6이라고 적는다. 대호, 앞의 아이1을 쿡쿡 찌르고 아이1, 눈치껏 돌아보더        니 답란에 9라고 적는다.

담임 (시계보며) 이제 그만! 뒤에서부터 걷어 와!
     채점할 동안 나가 있어도 좋아요.

S#56 운동장
      우르르 몰려 나오는 아이들. 시험에 대해 얘기하느라 소란하다.

지원 (가비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가비야 시험 잘 봤어?
가비 (지원에게) 응 넌? (어쩌고 하는데)

       순간, 질투의 화신처럼 나타난 대호,

대호 이 새끼 너 나한테만 일부러 틀리게 가르쳐줬지. 그치? (하며 달려드는데)

      가비, 슬쩍 몸을 피하면 대호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진다.

가비 폭력의 역사는 그날까지라고 했을텐데? (가는)

      대호, 억울하다... 으앙- 울음 터뜨리는 대호. 안됐다는 듯 대호를 보는 지원과
      아이들.

S#57 교숨실
      강선생, 시험지를 하나씩 채점한다. 동그라미가 더 많은 답안들.
      다음 시험지, 원석의 이름이 악필로 쓰여 있다 하나씩 더해져 가는 동그라미들,
      원석의 시험지에 떨리는 손으로 100점을 적어 넣는 담임.
      강선생, 일어나 창가에 서서 밖을 보면 천진하게 노는 가비와 원석의 모습.

S#58 교실
      강선생 들어오고, 시험결과에 긴장하는 아이들.
  
강선생 (시험지를 흔들며) 2학년 3반! 1등!

      환호하는 아이들, 아이들 가비 주변에 몰려와 가비를 치켜세운다.
      미소 짓지만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강선생.

S#59 실외 화장실 일각
      제약회사 직원이 학생들의 소변을 통에 받고 있다.
      그때 대호 힘없이 들어선다.

직원 (대호에게) 얘! 여기 통에다 싸라!
대호 에이! 싫어요. 고추 보여요.
직원 (대호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며) 짜식이 어른이 말하는데.
     니까짓게 볼게 뭐 있다 그래?

      대호, 거의 울면서 통에 오줌을 싼다.

직원 (거의 다 채워진 통을 바라보며) 이제 딱 한명만 더 채우면 되겠다.

      화장실 밖에서 보고 섰던 가비.
      시무룩- 기운없이 화장실을 나서는 대호를 붙잡아 세우고는
      마침 화장실로 오는 원석 부르더니 화장실로 들여보낸다.

직원 (너무 반갑다는 듯) 학생! 이리와 봐! 소변보러 왔지? 그럼 여기다 가 싸!

      원석 잠시 오줌을 참으며 직원과 통을 바라본다.
      잠시후 원석의 오줌으로 통이 계속 넘친다.
      직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원석의 얼굴과 넘치는 오줌을 바라본다.
      원석은 계속해서 시워하다는 표정으로 오줌을 싸고 있다.
      원석의 오줌 줄기가 굵어지며 소리가 더 세차게 난다. 움찔 놀라는 직원.
      이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음을 공유하는 가비와 대호.

S#60 운동장
      아이들 운동장에 몰려다니며 축구한다.
      가비, 대호, 원석... 모두 즐겁다.

S#61 원석의 집 / 밤
      원석부, 원석 (목에 군번줄) 행복한 표정, 원석모 자는데, 원석 잠꼬대 (슛) 하다
      일어나 방안 구석요강으로 가서 뚜껑을 연다.
      원석 오줌 싸는 소리, 영혼이 망가지기 전 젊은 원석 아버지 사진 액자 (얼남전)

S#62 원석의 집
      가난한 살림살이 아래 세 가족이 줄줄이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카메라 집안을 훑는데 달빛 아래 드러난 사진하나. 젊고 패기 넘쳐 보이는 원석부,
      총을 들고 폼을 재고 서 있다. 목에는 군번줄,

원석 (OFF) 슛- 슛- 아니 아니... 그래 슛... (어쩌고 잠꼬대하는) 보면, 원석, 발로 이불을       걷어차며 잠꼬대 하고 있다.
     목에는 군번줄을 건 채 행복한 표정으로... 잠꼬대 하는 원석, 곁의 엄마 다리 정도 걷       어 차면 원석모, 비몽사몽 일어나 원석의 엉덩이 한대 때리고는 다시 이불 덮어준다.

S#63 다음날 학교 수돗가
      아이들 우르르 달려가 물을 먹거나 장난친다.
      원석, 다가가면 대호, 원석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원석, 뻥하니 보고 섰다가 물 먹는데 가비, 다가온다.

가비 그만 좀 먹어라.
원석 (고개들며 신나서) 봤어? 대호가 인제 나 안 때려. 히힛 (다시 물 마시는)

     가비, 그런 원석을 기특하게 보는데 다시 한번 원석 팔의 화상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가비, 조심스레 만져본다.
S#64 교실 복도 / 수업시간
      강선생, 판서를 하고 학생들은 열심히 이를 받아 적고 있다.
      가비 옆에 앉은 원석, 고통스런 표정으로 사타구니에 두손을 넣고 끙끙대고 있다.

가비 (원석에게) 물두 많이두 먹드라.
     (일어나서) 선생님! 원석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대요.
담임 (뒤로 보지 않고)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가는거에요. 수업시간에는 화장실 못 가는 것       몰라요? 10분밖에 안 남았으니까 좀만 참아요.
가비 (옆의 원석을 보고) 지금 상황이 10분을 못 버틸 것 같은데요.
     그냥 보내주시면 안돼요? 가끔 예외도 있는 법인데... (하는데)
강선생 (O.L 돌아보며) 예외? 넌 수업시간에 지켜야 될 예의는 생각 안하니?
       그만 떠들고 자리에 앉아!

      가비, 자리에 앉으며 원석 보면
      원석, 눈이 좀 풀린 채 미동도 없이 그대로 앉아있다.
      그때 뒷자리의 여학생, 놀라 일어나며 고함을 지른다.
      보면, 원석에게서 흘러나온 물자국...

강선생 (판서하다 돌아보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성훈 (의자위로 올라가며) 쌌어요. 원석이가 쌌어요.
강선생 (호들갑스레) 주번, 주번이 좀 닦아!

      이미 원석 주위의 아이들은 전부 도망갔고 다들 멀리서 그 장면을 지켜본다.
      주번으로 보이는 학생, 엄두가 안 나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가비와 대호정도 자리지키고.

강선생 자비! 니가 좀 닦아! 그리고 원석이는 지금 바로 집으로 가고!

       원석, 모두 벌레 보듯 자기를 바라보는 그 순간이 끔찍하기만 하다.
       어떻게든 이 순간에서 도망치고 싶은 원석, 대호 그런 원석을 안타깝게 보는데
       가비의 가방에 삐죽 예의 도깨비감투가 빠져나와 있는 걸 본다.
       대호 얼른 가서 감투를 꺼내 원석에게 내밀면
       원석, 잠시 감투와 대호를 번갈아 본다.
       가비, 걸레를 들고 와 닦으려는 순간, 원석, 눈을 질끔 감더니 머리에 감투를 뒤집어
       쓴다. 가비, 말리려 몸을 날려보지만 소용없다.
       침을 꿀꺽 삼키는 아이들. 슬로우 모션

S#65 교실복도
      원석, 어기적거리며 가고 그 뒤 대걸레 든 가비가 걷는다.

원석 (문득 서서) 가비야! 나 정말 안 보여?
가비 (안타까운) 으... 응! 안 보여! 하나도 안 보여!
원석 (돌아보고 웃으며) 고마워, 나 안보이게 해줘서.

      가비, 복잡한 심경으로 원석을 보는데, 원석, 가비를 돌아다보고 손을 흔든다.
      가비, 머뭇거리다가 할 수 없이 손을 흔들어 화답하지만 말 할 수 없이 착잡한
      마음이다.

S#66 학교 앞 거리
      원석, 우스꽝스런 감투를 쓰고 어기적어기적 걷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그런 원석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알아서 피해간다.
      특유의 무표정인 원석, 정말 사람들이 자기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S#67 원석이네 포장마차
      감투를 쓴 원석, 어기적거리며 들어와 포장마차 구석에 찌그러져 앉는다.
      원석모, 분주히 일손을 놀리느라 원석이 들어온 걸 개의치 않는다.
      (원석은 자기가 안보여 서라고 생각한다.)
      원석, 시무룩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배가 고파져 오고
      솔솔 핫도그 냄새가 맛있게 전해져 온다.
      원석, 엄마쪽을 보더니 자신의 머리에 감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살금살금 핫도그를 향해 간다.
      원석, 갓기름에서 꺼낸 핫도그 하나를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한 입 가득 베어 무는
      순간, 퍽- 머리를 때리는 엄마의 손.
      원석, 입안 가득 핫도그 문 채 원망어린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면

원석모 요놈의 버르쟁이! 안된다고 몇 번을 얘기햐?
       근디 머리에 뒤집어 쓴 건 또 뭐여?
원석 (입에 핫도그 문 채 웅얼) 엄마 나 보여?
원석모 그럼 애미가 봉사여? 심청전 찍냐. 시방!

       여전히 입에 문 핫도그를 빼지 못한 채 충격에 빠진 원석의 표정.
 
S#68 교실
      가비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불신의 눈동자로 가비를 바라보는 아이들.

진수 이 거짓말쟁이? 그거 쓰면 안 보인다며?
성훈 도깨비 감투는 무슨!
정호 지가 무슨 도깨비라고.. 사기꾼!

      충격이 큰 듯 멍한 표정의 아이들 (특히, 대호, 지원등)
      학생들 웅성거리며 가비를 비웃듯 욕하고
      교실 문 앞에 괴로운 듯 서 있는 가비.

강선생 (매로 교탁을 치며) 조용! 조용히!
진수 저 자식이 자기가 도깨비라고 거짓말 했단 말이에요!
강선생 (매로 교탁을 더 세게 치며) 조용히 해! 속으로는 믿지도 않았으면서...(가비를 보며)
       자리에 가 앉아라! (가비에 대한 감정이 좀 누그러졌다는 듯) 가비야! 수고했다. (모         두에게) 이제 수업시간에라도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누구든 얘기하세요.

        가비, 자리에 와 털썩 앉는다.
        가비의 귀에 비난하는 아이들의 목소리 에코.

S#69 학교 앞 일각 / 하교길
      가비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대호일행, 달려와 가비를 신발주머니로 집단 공격한다.
      가비, 주먹을 쥐며 방어태세로 대호 노려보면 대호 또한 가비 노려본다.
      젖은 눈이 되더니 가 버린다. 가비 일어나 당당히 옷털고 어디론가 간다.
 
S#70 포장마차
      가비, 원석의 행방을 원석모에게 묻는 듯 하다.

S#71 학교 놀이터
      원석, 시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저만치 엉망이 된 감투 뒹굴고 그 뒤로 바닥을
      쓸고 잇는 원석부 보인다.
      잠시 후 원석의 시소 갑자기 붕- 위로 떠 오른다. 보면, 가비 반대편에 와 앉았다.
      원석, 가비 노려보다가 몸에 힘을 주면 가비의 시소가 위로 올라간다.
      가비, 다시 내려오려 몸을 힘을 줘 보지만 원석 힘을 버티고 있는 통에 내려오지 앉
      는다. 가비 간절한 눈빛으로 원석 바라보지만 원석은 계속 그렇게 고집을 피우고 앉        아 있다. 계속되는 신경전,
      그러다가 원석, 벌떡 일어나면 가비, 쿵- 엉덩방아를 찧는다.
      휘청, 뒤로 넘어지는 가비, 저항도 없이 그대로 맞아준다.
      입가에는 왠지 모를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비 (NA) 무지하게 아팠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게 하나씩 알아가는게
     그게 바로 세상이란 걸 알게 되겠죠?
     아마도 그때쯤이면 그 아인 가비를 다시 기억하게 될까요?

       원석, 지친 듯 바닥에 쓰러져 잇는데 가비, 일어나 원석을 따뜻하게 보더니 간다.
       원석, 잠시 그대로 앉아 있다가 저만치 바닥에 엉망이 된 채 뒹구는 감투를 주워든         다. 꼭 쥔 원석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점점 더 찌그러지는 감투.
       그 뒤로 저만치 계속 바닥을 쓸고 있는 아버지 보이고.

S#72 학교 일각
      저만치 놀이터를 등 진 채 터벅터벅 교문을 향하는 가비.
      어딘가에서 나타난 강선생, 원석이 있는 놀이터를 한 번 돌아보더니 가비의 뒤를
      쫓는다.

S#73 골목길
      산동네 골목길을 가비가 걷고 거리를 두고 강선생 따라 걷고 있다.

S#74 허름한 집의 쪽방 앞
      가비가 쪽 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대문 뒤에서 바라보는 강선생.

S#75 놀이터
      원석, 좀 전 모습 그대로 미동은 않고 서 있다. 손엔 여전히 감투 든 채,
      저만치 아버지의 구령소리가 들린다.

S#76 가비의 집 앞
      가비, 방문을 열고 나와 대문을 지나 어딘가로 간다.
      이때 골목 길 모퉁이에서 나오는 강선생, 대문을 지나 쪽방안으로 들어간다.

S#77 가비의 방 안
      강선생, 계단을 몇 개 올라가 키가 낮은 가비의 다락방으로 들어선다.
      방안 가득 책이 빼곡한 책장, 구석에는 코펠과 라면 국물이 묻은 접시.
      라면 봉지가 널브러져 있고 또 다른 쪽 구석에는 이불이 곱게 잘 개어져 잇다.
      강선생, 천천히 방안을 살피며 둘러보다 돌아서는데 낮은 천정에 머리를 부딪친다.
      다시 돌아서 책을 꺼내 보려던 강선생, 문득 위를 보는데
      천정 여기저기에 사진처럼 보이는 뭔가가 붙어 있다.
      역사적 순간의 사진마다 지금의 가비의 모습이 숨어잇다.
      하얗게 놀라는 강선생의 표정까지

S#78 놀이터 / 밤
      어두워진 놀이터.
      한 구석에 여전히 움직임 없이 섰는 원석.
      그 옆에 쪼그려 앉은 원석부, 가끔 원석을 힐끔보며 눈치를 본다.

S#79 방 안
      삐걱 삐걱-
      누군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나고 강선생, 문을 여는데
      가비, 계단쯤에 앉는다.

가비 (무표정한 목소리로) 아직 안 갔네요?
담임 (믿을 수 없다는 듯이0 누구지 너는?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가비 (강선생 보며) 아, 이해할 수 없다구요? 한마디로 난 성장이 멈춘 아이야...
담임 서... 성장이 멈췄다고? 그럼 진짜 나이는?
가비 (피식 웃으며) 지금부턴 내게 존대말을 쓰는게 어떨까?
     내가 남들처럼 제대로 컸다면 지금 당신만한 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담임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가비 뭐 특이한 병에 걸렸다고 보면 되는 거지. 신체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담임 그... 그럼 대체 왜 학교에 다니는데요? 아이들을 왜 만나냐구요?
가비 그냥 아이들을 키운다고나 할까? 세상의 진실 하나쯤 귀뜸 해 주는 일도 할 만하거든.
     자넨 그런 친구 없었나? 애늙은이처럼 세상을 다 아는...
     뭐 뻥은 좀 섞기도 하지만 왠지 끌리는...
담임 학교엔 계속 다닐건가요?
가비 아니! (담임을 보며) 집요한 담임과 등돌린 친구들!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지~
     (하품하며) 이만 가 주실래요? 전 좀 일찍 자는 편이라서...

S#80 문 밖
      강선생, 넋이 나간 표정으로 터덜터덜 대문밖을 나선다.

S#81 학교 앞 등교 길 / 아침
      아이들,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등교하고 있다.

S#82 교실
      강선생, 여느 때처럼 수업을 하고 있다.
      문득 고개 들어보면 가비의 빈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원석과 아이들, 어딘지 모르게 커버린 느낌이다.
      강선생, 계속 수업하는데 하뚤 하뚤 구령소리 들리고
      아이들, 모두 원석을 본다.
      원석, 미동은 않고 특유의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가 싶더니
      뭔가 결심한 듯 목의 군번줄을 빼 손에 쥐고는 갑자기 밖으로 뛰쳐 나간다.

S#83 운동장
      운동장 가운데서 혼자 열심히 훈련중인 원석부.
      원석, 아버지를 향해 힘껏 달려간다.
      원석, 씩씩거리며 아버지 앞에 서 보지만 원석부 개의치 않고 계속 훈련이다.

원석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아 - 부 - 지!

      원석부, 계속 훈련하는데

원석 ( 더 힘껏) 아 - 부 - 지!!

      여전히 계속되는 아버지의 훈련.

원석 (제발 그만하라는... 이젠 정말이지 그만하자는...) 아 - 부 - 지!!!
     (하더니 손에 쥔 군번줄을 바닥에 던지고는 발로 짓이긴다. 마음의 슬픔을 담아...
      계속하는데)

      원석부, 멈칫하고는 멍하니 잠시 원석을 본다.
      잠시후 조용히 돌아서더니 교문을 향해가는 아버지.
      원석,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서 잇다. 그 옆에 버려진 아버지의 군번줄 뒹굴고...
      그런 원석과 아버지의 모습 점점 작아지며 W.O

S#84 고교 교실
      W.I 수업중이다.

교사 (책상사이 거닐며) 그래서 말인데, 매일밤 일기 정돈 쓰고 자자 이거지.
     자기의 하루를 정리도 할 겸 말이야.
학생1 그거 수능에 나오나요?
학생일동 (웃음)
교사 (학생1 가볍게 꿀밤주며) 암튼 알아서 해.
     일기 안 쓴 사람은 손바닥 10대씩! (하는데)
학생들 (야유) 아이-- 아-
교사 때려봐야 니들이 할 것도 아니고 우리가 아무리 입시에 찌들려 살아도 그 정도 자기
     마음에 물은 주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학생1 마음의 물이라면 따로 있죠.
교사 (보면)
학생1 여자친구... 뭐 이런 거. (하는데)

S#85 고교 복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

교사 (E) 자, 이제 인사하자.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소리 들리고 복도로 나오는 교사.
      교사 걸어가는데 저만치 학생들 무리 걸어온다.
      그때 한 남자 아이를 몇 명의 아이들이 어깨로 감싸고 지나간다.

지나가는 학생1 (가운데 목을 감 싼 아이에게) 야! 그게 진짜냐?
학생2 진짜 진자
학생3 너 가끔 이 도깨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라.
지나가는 학생 (목을 더욱 꽉 감싸며)  진짜? 진짜?

       교사, 뭔가 스치는 강렬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다.
교사 (혹시... 떨리는 심경으로) 가비야!...

       지나가다 문득 서는 듯 마는 듯하는 학생.

교사 도가비..

        학생, 뒤를 돌아보려는 듯 말 듯, 서서히 무언가 뜨거운 눈가로 차오르는 교사,
        학생, 곧 이내 그냥 학생들과 함께 가던 길을 건어간다.
        밝게 웃으며 가는 학생과 그 뒤로 젖은 눈으로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
        교사의 팔에는 작은 화상 흔적이 보인다. 걸어가는 학생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퍼지고 둘의 모습위로

가비 (NA) 오늘도 삶의 쳇바퀴는 돌아 갑니다.
     그리고 이제 난 늙어 가겠죠? 조금씩... 아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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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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