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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연인들의 점심식사] 황성연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10.05|조회수683 목록 댓글 2

[연인들의 점심식사] 황성연

 

 

 

 

 

 

 

 

 

 

 

 

프롤로그(별장 마당/밤)
         불꽃을 내며 타오르는 모닥불.
         그 앞 간이식탁에는 술 마시며 즐겁게 담소하며 웃는 선경,우자,인성,정후.
         선경, 웃다가 팔로 음료캔을 건드려 식탁 밑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음료캔을 주우러 식탁 밑으로 몸을 숙이는 선경과 인성,
         시선이 마주치며 묘한 느낌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그런 두 사람 건너로 즐겁게 얘기하는 정후와 우자가 보인다.
         잠시 후 선경과 인성, 숙인 몸을 일으켜 제대로 앉았으면서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때 카메라 서서히 식탁 밑으로 내려가면
         모닥불을 배경으로 천천히 손을 잡는 두 개의 손의 실루엣.
       
#1 산사 암자
        정후의 영정과 위패.
        햇살이 비쳐드는 실내에 서 있는 선경, 인성, 우자의 실루엣.
        진수, <엄마!>하며 복도 끝에서 달려와 우자에게 매달리면

인성    (진수를 안아 올리며) 강진수, 아빠가 조용히 하랬지?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며 묘만 바라보는 선경 C.U

선경    (N) 얼굴이 화끈거린다. 인성씨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그가 나와의              시간을 이런 식으로 망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2 선경 거실(회상)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하며 갈등하는 선경, 심호흡 후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들리는 동안 초조해하는 선경.

선경    (N) 날 짝사랑해온 남편의 친구를 남편 사망 1주기에 초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인성    (E) 여보세요, 강인성입니다.
선경    (굳은) 나예요, 인성씨. 나 정후씨 보러 갈껀데, 같이 갈래요?
인성    (E) 그럼요, 가야죠.
선경    (옅은 미소가 퍼진다)

#3 선경 욕실(회상)
        거품 목욕을 하는 약간 들뜬 선경, 순간 흥얼거림이 나오자 곧 멈춘다.
선경    (N) 순간 죽은 남편한테 미안해졌다.        

#4 선경 방(회상)
        거울 앞의 화사한 봄옷의 선경, 분홍색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선경    (N) 하지만 남편은 이해해 줄 것이다. 그가 내 곁을 떠난 지 꼭 일년째 되          는 날이니까. 그리고 혼자서는 견디기 힘든 계절, 봄이니까.

        얇은 쉬폰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선경, 자신을 만족스럽게 본다.

#5 산사 주차장(회상)
        선경, 차에서 내리는데 다가오는 꽃다발 든 인성.
        인성을 본 선경, 옅은 미소를 띠고 다가선다

선경    (N) 하얀 와이셔츠에 세련된 올리브 그린색의 넥타이를 맨 그가 다가왔다.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가 고심 끝에 저 넥타이를 골랐을 거라 생각하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순간 굳으며 멈춰서는 선경.
        인성 뒤로 진수와 오며 선경에게 손을 흔드는 검은색 정장의 우자.

우자    잘 있었어, 선경아?
선경    (애써 태연) 응, 너두?
우자    나야, 남편하구 애하구 맨날 그렇지 뭐.
선경    (N) 남편이 죽은 후부터 우자는 내 앞에서 유독 남편과 애라는 말에 힘을          준다. 
우자    근데 너, 나보고 좀 놀란 거 같다?
선경    니가 올 줄은 몰랐거든. (명섭 보며) 꼭 동부인해서 나 약올려야겠어요?
        (쏘아보는 우자에게 미소)
      
        핸드폰 벨소리.

#6 암자 안(현실)
        선경, 정신 차리면 우자, 핸드폰을 백에서 꺼내며

인성    미안해, 꺼둔다는 게 깜박했네. (핸드폰 받으며) 여보세요?
선경    (빤히 인성을 보는, N) 묻고 싶다. 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왔는지.
        인성을 가운데 두고 선경을 보는 우자, 냉소를 띤다. C.U

우자    (N)선경의 표정이 일그러져있다. 느닷없는 불청객 때문에 놀라기도 했겠지.

#7 인성의 진찰실(회상)
        긴장이 역력한 우자, 통화중인 인성을 보고 있다.
       
우자    (N) 오늘 아침, 남편이 선경이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난 좀 황당했다.
        아직까지도 내 남편에게 징징대다니.
인성    (수화기 내려놓고) 선경씨야. 정후 보러 가자고. (씁쓸한) 정후 1주기잖아.
우자    선경이가 많이 쓸쓸하겠다. 정후씨 생각에.... 또 봄이잖아요.
        선경이 만나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바람도 좀 쐬주고 그래요.
        (도시락 들어 보이며) 오늘 당신생일이라 도시락 싸서 일부러 여기까지 가          져왔는데... 할 수 없지 뭐. 도시락은 간호사들끼리 먹으라고 해야겠네.
        그나저나 당신하고 정후씨, 참 대단한 친구이긴 해.  당신 생일날이 정후씨          제삿날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소름 끼치다가도 참 질긴 인연이구나 싶 
        어서 가슴이 아프다니까요.
인성    (말 돌리는) 당신도 같이 가지?
우자    선경이가 나한테 전화 안 하고 당신한테만 한 거 보면, 당신만 만나고 싶          다는 뜻일 거야. 난 오늘 저녁 당신 생일파티 준비나 할게요.
우자    (N)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했다. 남편과 선경이를 같이 있게 한다는 것이.
인성    (쓸쓸한 표정으로 창 밖 보는)
우자    (인성 손 잡으며) 알았어요. 나두 갈께요. 우리 네 사람, 예전처럼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어딘가 날이 서 있는 듯한 표정)       

#8 놀이방 앞(회상)
        진수의 손을 잡고 나오는 우자, 의기양양하다.

우자    (N) 잔인하지만 더 늦기 전에 선경에게 확인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와 남편은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니가 끼어들 틈 같은           건 없으니 착각하지 말라고.

#9 달리는 차안(회상)
        운전석의 인성, 조수석의 우자, 뒷좌석의 장난치는 진수.

우자    (한숨)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더니 우리 셋은 멀쩡하게 새 봄을 맞는데 정          후씨만 없네요. 그런데다 선경이도 저렇게 아슬아슬하니. 얼마나 치장을 하          는지 얼핏 보면 아직도 처녀 같더라. 
인성    (운전만 하는)
우자    어쩌면 정후씨, 바람 피고 있었는지도 몰라.      
인성    (놀라 우자 보는) 무슨 소리야?
우자    정후씨 교통사고, 양수리에서 났잖아요. 그쪽에 모텔들이 좀 많아요?
        뻔해요. 선경이 성격에 정후씨 옭아매고는 치댔을 거야.  
        그러면 남자들, 딴데로 눈 돌린다구요.   
인성    (다시 앞을 보는) 선경씨한테 괜히 쓸데없는 소리하지마, 당신.
우자    (서운해서 보는, N)남편의 그 한 마디는 내 팽팽한 신경줄을 더욱 당겼다. 

#10 산사 주차장(회상)
        차안의 우자, 명섭에게 웃으며 다가서는 선경을 차갑게 본다.

우자    (N) 선경이를 보는 순간 당겨질대로 당겨진 내 신경줄은 소리를 내며 끊어          져버렸다.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윗니를 살짝 드러내고 웃는 선경이가 오늘          따라 더욱 예뻤기 때문이다.  
우자    (진수와 차에서 내려 다가간다) 잘 있었어, 선경아?
선경    (놀라 굳는) 응, 너두?
우자    나야, 남편하구 애하구 맨날 그렇지 뭐. 근데 너, 나보고 놀란 거 같다?
선경    니가 올 줄 몰랐거든. (명섭 보며) 꼭 동부인해서 나를 약올려야겠어요?
우자    (N) 감히 내 앞에서 내놓고 남편과 눈을 맞추다니, 선경이는 여전히 날 깔          보고 있었다.
선경    (미소)  
우자    (맞받아 보는데)
명섭    (E) 진수엄마!

#11 암자 안(현실)
        선경을 차갑게 보던 우자, 정신 차리면

인성    이제 가자구. (진수와 앞서가면)

        어색하면서도 날카롭게 서로를 보는 선경과 우자.

#12 산사 앞(현실)
         진수 손잡고 오는 인성, 그 뒤의 선경, 우자.

인성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데 점심식사나 하죠?
우자    (인성의 팔짱을 끼며) 그래요. 
선경    (팔짱 낀 인성과 우자 보는)
우자    너두 괜찮지?
선경    글쎄.
우자    (당당) 글쎄라니, 다른 약속 있단 뜻이니?
선경    아니, 약속은 없어. 내가 니들 부부 데이트 망칠까봐 그렇지.
우자    데이트는 무슨. (팔짱 빼고 인성과 눈 마주치며) 어머, 우리가 너무 다정           하게 붙어 있어서 얘 심정 상했나봐요. 
인성    (선경에게) 앞서 갈테니 따라 오세요. (진수 데리고 가는)

        이에 우자, 인성 옆으로 가 팔짱 끼고는 간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선경.        

#13 도로(현실)
         인성의 차를 뒤따르는 선경의 차
        신호대기에 차가 멈추는 순간, 앞차의 인성이 뒤를 돌아보고
        순간 선경과 눈이 마주친다.

선경    (N) 그때도 우린 이렇게 눈이 마주쳤었다.

#14 도서실 안(회상/낮)
        선경, 자리에 오면 책상 위에 놓여진 캔음료.      
        선경, 두리번거리면 구석에 있는 인성과 눈이 마주친다.
        선경의 시선에 얼른 외면하는 인성.
       
선경    (자리에 앉으며 캔을 만지작, N) 일주일째 내 책상에 놓여지는 음료.
       
        결심한 듯한 선경, 일어나 인성의 자리로 가면
        비어있는 인성의 자리.
      
#15 캠퍼스 일각(회상/낮)
        벤치의 선경, 책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두리번거리며 벤치 밑이며 선경 주위를 살피는 정후.
        놀란 선경, 정후를 보면

정후    (계속 찾으며) 아, 이게 어디 갔지? 미치겠네.
선경    (뭐야하는 표정으로 일어나 가려하면)
정후    (막아서며) 여기서 잃어버렸는데 혹시 못 봤어요?
선경    (떨떠름) 뭘요?
정후    선경씨의 미소.
선경    (뾰족) 내 이름을 어떻게 알죠?
정후    (음료캔 들어 보이는)
선경    댁이었어요? (흘겨보고 가는)
정후    (좇아오며)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시간 있어요?
선경    (도도한) 없어요.
정후    잘 됐다. 나도 시간 없는데.
선경    (기막혀 보면)
정후    그럼 우리 뛰면서 얘기하죠? (선경 손 잡아 뛰면) 
        쌩한 표정으로 뿌리치는 선경을 <쉿!>하며 막무가내로 잡아끄는 정후.

        막무가내인 정후에게 끌려가는 선경.

선경    (N) 남편은 한순간에 나를 그에게로 잡아끌었다. 거부할 틈도 주지 않고.

#16 의대 강의실 앞(회상/다른날/낮)
        곱게 단장한 선경, 기다리고 있는데 우르르 몰려나오는 남학생들.

남1     빌어먹을 해부학 수업 때문에 맨날 점심은 건너뛰네.
남2     그냥 쑤셔 넣어. 너도 봤잖냐. 먹고 죽은 시체가 때깔도 고운 거.
        (선경 보며 휘파람) 오호!
선경    (찌푸리며 쏘아보면)
정후    (남2의 뒷통수치고는 선경에게) 많이 기다렸지?
선경    (뾰루퉁해서 흘기면)
정후    (어깨 안으며) 알았어, 알았어. 아, 참 소개시켜 줄 친구 있다.  
        (모자 눌러 쓴 인성을 선경 앞으로 데려와)나하구 제일 친한 친구, 강인성. 

        미소로 인사하다 비로소 인성을 알아본 선경, 놀라면
        아련한 시선으로 선경 보는 인성.

#17 영화관(회상)
        인성과 정후의 가운데 앉아 불편한 선경,
        정후가 건넨 음료를 인성에게 건네면
        순간 인성의 손과 겹쳐서 닿는 선경의 손.
        선경과 인성, 당황하면서도 상기된 표정으로 마주본다. 
        
#18 선경네 거실(회상/다른 날/낮) 
        화사한 차림의 선경이 나가려는데 찬합 들고 들어오는 점퍼차림의 우자.

선경    (찬합 보며) 니네 엄마가 또 밑반찬 보내셨구나?
우자    이거라도해야 니네 집 은혜를 갚는대나 어쩐대나. 어디 가니?
선경    약속 있어서.
우자    너 애인 만나러 가는구나?
선경    (미소)
우자    나두 같이 가면 안돼?.
선경    (난감) 있잖아, 우자야. 정후씨한테 미리 말도 안 했구, 또 오늘은..
우자    내 꼴이 이래서 애인한테 나를 친구라고 소개시켜주기 창피하니?
선경    얘는 무슨 그런 말을?
우자    (앞서며) 그러니까 가자구, 가자.
선경    (난처해서 보는)

#19 테니스 코트(회상/낮)
        땀흘리며 열심히 테니스를 치던 정후, 우자와 오는 선경을 보고 손 흔든다.

우자    저 사람이야? 야, 괜찮네.
선경    그러니?
정후    (뛰어와 미소) 왔어? (우자 보면)
선경    (소개하려 하는데)
우자    선경이 친구 송우자예요. 듣던 것보다 훨씬 킹카시네. 의대생이라면서요?
정후    (떨떠름) 반가워요. (인성에게) 인성아, 이리 와 봐.
우자    (선경 옆구리 찌르며) 어, 짝까지 짝짝 맞는 게 오늘 일 좀 되겠어.
        (인성 보며) 등발 좋고. (인성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인성    안녕하세요. (하고는 선경을 우수어린 눈으로 보는)

#20 한강시민공원(회상/낮)        
        벤치에 앉은 선경,우자, 정후.

정후    (선경에게) 주말에 친구들 모아서 스키 타러 갈려고 그러는데, 어때?
우자    좋아요. 다른 친구들 부를 거 없이 오붓하게 우리 넷이 가면 되겠다.
정후    (뜨아해서 우자 보는)
선경    (음료 들고 오는 인성 보며) 아니, 난 못 가. 밖에서 자고 오는 거 부모님          이 허락 안 하셔.
정후    가자. 나 선경이랑 가고 싶어서 스키장 근처에 있는 별장도 다 예약해놨단          말야.
우자    걱정마세요. 내가 같이 간다고 하면 선경이네 엄마가 허락해주실거에요.
인성    (음료 들고 오면)
우자    우리 이번 주말에 스키 타러 가기로 했거든요.
        인성씨도 갈 수 있죠? (인성 팔짱 끼며) 무조건 가는 거예요, 무조건.
인성    (선경을 보는)
선경    (시선 피하는)
               
#21 스키장(회상/다른 날/낮)           
        스키를 타고 활강하던 정후와 인성, 중간에 멈춰선다.
        중반지점에서 넘어져 낑낑매고 있는 우자와 일으켜주는 선경.
       
우자    (인성 보고) 인성씨, 나 좀 도와줘요. (선경에게 가라는 손짓)        
선경    (기 막힌데)
인성    (우자를 일으켜 세우고)
우자    (인성에게 매달리고)
정후    (선경과 옆으로 비켜서며 속삭이는) 저 우자라는 친구, 왜 저래?
        극성에 푼수에, 니 친구 맞니?
선경    애가 순수해서 그래. 집안 사정이 어려워도 그늘 하나 없이 얼마나 착한데.
        내 친구니까 좋게 봐줘. 자꾸 얼굴 찡그리지 말고, 응?
정후    (선경 볼 쓰다듬으며) 알았어.
선경    (인성에게 안기다시피하며 내려가는 우자를 보는)

#22 별장 마당(밤)
        모닥불 피워놓고 간이식탁에서 술 마시는 네 사람.
        선경, 웃다가 팔로 음료캔을 건드려 식탁 밑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음료캔을 주우러 식탁 밑으로 몸을 숙이는 선경과 인성,
        시선이 마주치며 묘한 느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데
        선경, 얼른 몸을 일으키며 인성의 시선을 피하면
        선경에게 안주를 집어 먹여주는 정후.
        선경, 두 남자 사이에서 불편한데

우자    (술 꿀꺽 마시고) 우리 게임하자. 진실게임, 어때요?
정후    그래 하자. 벌칙은 맥주 한 잔.
선경    (자꾸 마주치는 인성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는데)
우자    자, 내가 돌릴께요. (포크 돌리는)

        뱅그르 돌던 포크의 끝이 인성 앞에서 멈춰선다.

우자    오, 인성씨 당첨.
인성    (당황스런)
우자    나부터 물어볼께. 음... 첫사랑과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인성 보는)   
선경    (인성 보면)
인성    처음...
우자    처음?
인성    (선경 보며) 처음 손을 잡았던 때였어요. 동시에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그          친구와 난 서로에게 손을 뻗었는데, 손가락이 닿자 심장이 멎을 것 같았죠. 
우자    애걔, 그게 뭐야, 말도 안 돼. 벌칙!(맥주잔을 내미는)
인성    (그냥 맥주잔을 받아 마시는)
선경    (일어나며) 나 바람 좀 쏘이고 올께.
선경    (N) 그의 말에 가슴이 메어져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23  별장 근처 산책로(회상/밤)
        랜턴을 들고 밤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는 선경,
        밑으로 가파른 낭떠러지인 곳에 서서 심호흡을 하다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놀라 돌아보는데
        발이 미끄러지며 낭떠러지 쪽으로 몸이 휘청인다.
        이에 뒤에 다가온 인성, 아슬아슬하게 선경의 어깨를 잡는다.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겁에 질린 선경을 아프게 보던 인성,
        곧 안전하게 선경을 옆으로 이끈다.

선경    (숨 몰아쉬고) 고마워요.
인성    (보는)
선경    (N) 오래전부터 나를 좇는 그의 눈은 너무도 슬퍼보였다. 그래서 난 잠시          지만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선경    나 따라 온 거, 맞죠?
인성    .....할 얘기가 있어요.
선경    (보면)
인성    (차마 말을 못 꺼내는데)            
우자    (질투어린) 저기 있어요, 두 사람.

        선경, 놀라 보면
        갑자기 달려들어 인성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는 정후.
        낭떠러지 쪽에 선 인성 뒤로 휘청이며 물러서면
        후두둑 미끄러지는 낭떠러지 흙과 함께 미끄러지며 아래로 떨어진다.
        비명 지르는 선경.
        클랙션 소리.
       
#24 *** 호텔 전경(현실)
        운전하던 선경, 클락션 소리에 정신차리고 보면
        앞차의 인성, 차창으로 손을 내밀어 호텔을 가르킨다.
        호텔로 진입하는 선경.

#25 레스토랑(현실)
        통유리로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인성 양쪽으로 앉은 우자와 진수,
        맞은편의 선경.
       
우자    (걱정) 얼굴이 좋아지긴 했는데 너, 괜찮은 거지?
선경    그럼.
인성    (선경에게) 선경씨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예요.   
우자    우린 니가 정후씨 생각에 울음부터 터뜨리면 어쩌나 했어.                        (인성과 눈 마주치며) 괜히 걱정했어요, 우리.
선경    (농담처럼) 남편 죽은 날, 좋아 보인다는 말 듣는 거 어째 그러네요.
인성    내 말은...
우자    그거 흉 아냐, 얘. 산 사람은 살아야지. 정후씨도 이해할 거야.          
선경    (싸한 표정)
우자    당신, 스테이크로 할래요?
인성    아무거나.
선경    인성씨는 해물 좋아하지 않니?
우자    어. 근데 오늘 이이 생일이라 내가 해물요리를 많이 준비했거든.
인성    시간 괜찮으면 선경씨두 우리 집에서 저녁하죠?
우자    아이, 당신은. 손님들이 다들 부부동반으로 오는데 선경이가 불편하죠.
인성    그래요?
선경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우자 빤히 보는)
우자    왜?
선경    이제 서른인데 너두 몸 관리 좀 하지 그러니? (인성에게) 부부가 같이 운          동하면 좋을 텐데?
인성    이 사람은 수영해요. 내가 게을러서 못 하지.
선경    너 운동하는 구나? 난 또 니 몸매가 좀 흐트러졌길래 진수 낳고 통 운동           못한 줄 알았지. 그럼 옷을 좀 화사하게 입어봐. 파스텔 색조는 잘못 입으          면 퉁퉁 불어보여서 니가 소화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원색으로 입어.
선경    (E) 저런 몸매와 매일 밤 같은 침대를 써야하니 인성씨가 우울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냐.
우자    (맞받아보며) 나야 집에서 남편하구 애 뒷바라지나 하는데 뭐 그렇게 모           양을 내겠니?
우자    (E) 적어도 난 너처럼 남편 기일에 돋보이고 싶어 안달인 옷차림으로 남의          남편을 불러내지는 않아.     
선경    나이와 신분에 맞게 치장하는 것도 내조야. 상가에 있는 개인병원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병원장 부인인데 너무 초췌하게 하고 다니면 인성씨 욕             먹이는 짓이야. (인성에게) 안 그래요?
인성    (생각에 잠겨 창 밖을 보다가) 네?
선경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인성    뭐, 그냥... 무슨 얘기였죠?
선경    우자한테 너무 잘해 주지 말라구요. 긴장감이 있어야 탄력이 있는 건데 우          자 봐요. 꼭 늘어진 해파리 같잖아요.      
우자    (쏘아보면)
웨이터  (다가와) 주문하시겠습니까?
선경    난, 티본 스테이크. 레어로 주고 샐러드는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바질로....
우자    (선경 싸늘하게 보며,N) 늘 이런 식이다. 위해주는 척하며 교묘하게 상처를          긁어대는 저 가증스런 태도. 7년 전, 선경의 그런 이중성은 극에 달했었다.
   
#26 선경네 거실 (회상/낮)
         우자, 찬합통 들고 들어오는데 이층에서 내려오는 선경.

선경    (반기며) 왠일이니?
우자    어, 엄마가 밑반찬 했다고 사모님 갖다드리라고 해서.
선경    니네 분식집 쉬는 날이구나? 잘 됐다. 내가 오늘 너한테 내 애인 보여줄께.
        인성씨라구 우리 정후씨 친구도 있을 거니까 너한테 소개도 시켜주고, 응?
우자    (난감) 미안. 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가야돼.
선경    야, 몇푼이나 번다구. 내가 일당 줄께. (우자 밀며) 가자, 가자.
우자    저기, 선경아...
선경    (살짝 흘기며) 야, 송우자! 
우자    (내키지 않지만) 알았어.

        선경과 가는 우자의 모습.

우자    (N)선경이는 자신이 돋보여야하는 자리엔 언제나 나를 데리고 갔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였다

#27 테니스코트 (회상)
        우자의 팔짱을 끼고 오던 선경, 테니스 치고 있는 정후와 인성 본다

정후    (뛰어온다) 왔어? (우자 보면)
선경    내 친구 송우자. (속닥) 말했었지? 우리집 일 했던 아주머니 딸인데 한 삼          년 우리집 지하에 살아서 아주 친하게 지냈다고.
우자    (민망한데)
정후    안녕하세요. (인성에게) 인성아, 이리 와 봐.
인성    (다가와 우자 보면)
우자    (목례하는데)
선경    인성씨, 모자 써야겠어요. 햇빛에 너무 많이 그을렸다.
인성    (머쓱) 예.
      
        우자, 선경이 들뜬 표정으로 인성을 주시하는 걸 본다.

#28 한강시민공원(회상/낮)        
        벤치에 앉은 선경,우자, 정후.

정후    (선경에게) 주말에 친구들 모아서 스키 타러 갈려구 그러는데 어때?
선경    정말? 그럼 다른 친구들 부를 거 없이 오붓하게 우리 넷이 가면 되겠다.
정후    우리 넷이?
우자    저기, 선경아... 난 안돼.
선경    왜?
우자    (낮게) 가게 일도 해야되고 아르바이트도 있고. 또 나 스키 탈줄도 몰라. 
인성    (음료 들고 오면)
선경    너, 스키장비하고 스키복 없어서 그러지? 걱정마. 내가 다 빌려줄께.
        (애교스럽게) 얘, 니가 나 아니면 언제 스키장 눈을 밞아 보겠니,응?
우자    (언짢은데)    
선경    우리 이번 주말에 스키 타러 가기로 했거든요. 인성씨도 갈 수 있죠?
        (우자 보며) 다 가는 거다.
 
        다들 떨떠름한데 혼자만 좋은 선경.

#29 스키장(회상/다른날/낮)
        우자에게 스키를 가르쳐주고 있는 인성.

인성    발을 이렇게 A자로 모으세요.
우자    저 신경 쓰지 말고 가서 타세요.
인성    어서 배워요. 다 같이 타야 재밌죠.(미소)
우자    (호감으로 미소 짓는데)
인성    웃을 때 이가 참 예쁘네요
우자    (굳어보면)
인성    (당황) 내가 말을 잘 못 했나?
우자    아뇨. 남자한테 예쁘단 말, 처음 들어서요
인성    나두 여자한테 예쁘다는 말, 처음 해봐요.
우자    (따스하게 보는)      
선경    (멋지게 활강하여 와서는 앞에 서며) 뭐야, 이러다가 인성씨 한번도 못 타          보겠네. 내가 우자 가르칠께, 인성씨 타요.
인성    괜찮아요.
우자    가서 타고 오세요. 혼자 연습하고 있을께요.
선경    맞어. 우리가 쳐다보고 있으면 우자, 얘 긴장해서 더 못 할 수도 있어요..
 
        인성을 잡아끌며 가는 선경, 애교가 넘친다.
        중간에 정후를 만나 두 남자 사이의 팔짱을 끼고 가는 선경.
        (시간경과)
        우자, 내려오는 스키어에 부딪혀 넘어지는데
        리프트의 선경, 정후와 인성 가운데서 들떠 웃고 있는 선경이 보인다.

#30 별장 마당(회상/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간이 식탁에서 술 마시는 네 사람.
       
정후    (우자에게) 관광영어가 전공이구나? 그럼 관광가이드로 취업해야겠네?
선경    취업? 요새 명문대학 대학졸업자도 벌벌 기는데 전문대 졸업장으로는 하           늘에 별 따기기지. 너, 음식솜씨는 좋으니까 엄마가 하는 분식집 물려받아          라. 뭐, 것두 가업이라면 가업이잖아? 
우자    (입술 깨무는)
선경    참, 몇일 전에 너희 엄마가 다시 우리 집 일 하고 싶다고 찾아왔던데 가게          무슨 일 있어? 니네 오빠가 또 사고 친 거니?
우자    (기분 상해 벌컥 맥주를 마시면)
선경    얘, 조금만 마셔. 술 취해서 울지 말고.
정후    우자, 술 취하면 울어?
선경    쌓인 게 많으니까. 허리가 휘게 일하는 홀어머니에 도박으로 그나마 없는          돈까지 털어가는 오빠에... 우자가 착하니까 엄마 도와 꿋꿋하게 분식집 일          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내가 우자라면 난 아마 미쳐 버릴거야. 

        우자, 기분 상해 벌컥 맥주를 마시다가 문득 선경 보면
        선경, 일부러 팔로 음료 캔을 건드려 인성쪽으로 떨어뜨린다.
        인성이 캔을 주우려 몸을 숙이면
        자신도 몸을 숙여 캔으로 손을 뻗는 선경, 인성의 손을 슬쩍 잡는다.               인성이 놀라 선경을 보면 미소로 인성을 보는 선경.
        이 모습을 본 우자, 당황스러운데
        순간 캔을 집어든 선경과 눈이 마주친다.
        우자를 비웃듯 보는 선경, 아무렇지도 않게 정후에게       
 
선경    우리 진실게임하자.
        내가 순서 정할께. (포크 돌리고)오, 인성씨. (우자에게) 뭐 물어볼까.
우자    (혀 꼬부라진) 첫사랑이랑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언제였어요?
인성    (걱정스럽게 우자 보는)
선경    (궁금) 빨리 대답 안 하면 벌칙 들어가요.
인성    처음 손을 잡았던 때였어요. 동시에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그 친구와 난           서로에게 손을 뻗었는데, 손가락이 닿자 심장이 멎을 것 같았죠. 
선경    (자신의 얘기인줄 알고 빙글)
우자    (그런 선경 보고 심사 꼬여 벌떡 일어나는) 화장실 좀...
선경    (우자 부축하며 무척 생각해주는 듯) 그러게 내가 조금만 마시랬잖아.
        (미소로) 같이 갔다 올게요. (우자를 부축하여 별장으로 가는)
우자    (기 막혀 선경을 보는)
 
         (시간경과)
        세수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별장 안에서 나오던 우자,
        간이 탁자가 비어있음에 두리번거리며 소리나는 뒤쪽으로 가보면
        구석진 곳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인성과 정후를 본다.

정후    그래, 나 선경이 조건이 맘에 들어서 계획적으로 접근했어. 집안, 학벌, 외          모, 내 결혼상대로 빠지는 게 없잖아?
인성    선경씨한테 못할 짓이야. 어떻게 너...
정후    선경이도 내 조건보고 날 선택했어. 넌 자꾸 사랑을 내세우는데 사랑만으          론 못 살아, 알아?
인성    너, 이런 놈이였니?
정후    그래. (버럭) 그래.
인성    (경멸의 눈으로 쏘아보고는 가버린다)

        그런 인성을 쫒는 우자의 시선.

#31 별장 근처 산책로(회상/밤)
        걸어가는 인성과 인성 뒤를 따라오는 우자.
        우자, 인성을 부르려는데 인성이 선경의 뒤를 따르고 있음에 멈춰선다 
        멀리로 걸어가는 선경을 좆아가는 인성을 보는 우자.

#32 별장 마당(회상/밤)
        풀 죽은 우자, 오면
        간이식탁에는 씁쓸한 표정으로 거푸 술을 마시던 정후.
       
정후    선경이는요?
우자    (놀라) 네?
정후    (보면) 아까 선경이하구 화장실 간다구 같이 갔잖아요?
우자    (당황) 그게요, 저기...
정후    (예민하게) 인성이는 어딨어요?
우자    (말문 막혀 보기만)
       
#33 별장 근처 산책로(회상/밤)
        뛰듯이 마구 걷는 정후.
        안절부절하며 정후 뒤를 좇는 우자,
        저쪽 끝에서 인성에게 안기는 선경.
        인성, 선경을 떼어내고 옆으로 이끌면

선경    (인성 팔 잡고 다가서며)인성씨, 나한테 할 말 없어요?
인성    (보면)  
선경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인성씨 마음. 네?
정후    (뛰어가 인성의 멱살을 쥐는) 야, 강인성!
선경    (놀라 뒤로 물러서며 우자를 쏘아보는)
인성    (멱살 쥔 채 정후를 가만히 보는)
정후    (고함) 너, 무슨 얘기했어? 무슨 얘기했어?

        흥분한 정후, 인성의 얼굴에 펀치를 날린다.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낭떠러지의 흙과 함께.
        낭떠러지 쪽으로 선 인성, 미끄러지며 아래로 떨어진다.
        비명을 지르는 선경과 놀라 낭떠러지 쪽으로 뛰어가는 우자.

#34 낭떠러지 밑(회상/밤)
         어둠을 가르며 흔들리는 랜턴 불빛과 함께
        정후와 우자, 정신없이 달려오면
        피투성이인 얼굴로 쓰러져 있는 인성.       
        놀라 보기만 하는 정후.        
        뒤늦게 뛰어온 선경, 인성 보고 뒷걸음질치는데

우자    (달려가 인성의 머리를 안으며) 인성씨! 인성씨!
  
        비로소 정신 차리고 인성에게 달려와 인성을 들쳐업는 정후.
      
#35 병실 안(회상/다른 날/낮)
        우자, 젖은 수건을 들고 들어오면
        머리에 붕대를 하고 잠든 인성 앞의 정후,
        괴로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괴로워하고 있다.
 
우자    (다가가) 인성씨 괜찮다니까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세요.
정후    (괴롭게 인성 보는)
우자    제가 있을께요.
정후    (한숨과 함께 일어나서 입구로)
우자    (그런 정후의 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우자    (N) 남편과 정후씨는 친구 이상의 우정을 쌓았던 것인데, 그걸 선경이가           한순간에 망쳐놓은 것이였다. 과연 선경이다운 짓이다.  

        인성 앞에 다가앉은 우자,
        젖은 수건으로 인성의 피묻은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우자    (N) 그때 내가 그에게서 닦아내고 싶었던 건 선경의 흔적이었다.                
        이때 들어온 선경, 다가와 인성 옆의 우자를 쏘아본다.
        맞받아보는 우자. 
        
#36 우자네 분식점(회상)
        우자, 배달쟁반을 여러 개 겹쳐 머리에 이고 들어오는데
       
인성    (컵을 들어보고는) 아줌마. 컵에 고추가루가 있네요.
우자모  (굽신) 어이구, 죄송합니다. 손님.
우자    (순간 굳어 인성 보는)
인성    (우자 보고 놀라) 우자씨!

        이때 음료박스를 들고 들어오는 선경.      

선경    (방실) 우자야.
인성    (당황해서 선경 보면)
선경    (인성에게) 사실은 여기가 우자네 가게에요. 
인성    그래요? 그럼 미리 말하지. (일어나 우자 쟁반 받아주려하면)
우자    (선경 쏘아보며) 됐어요.
선경    인성씨가 칼국수 좋아한대서 너도 볼겸 여기서 만나자고 했지. (우자모에게          음료박스 주며) 아줌마, 이거.
우자모  (황송) 어유, 아가씨두. 뭘 이런 걸 사오세요. 
우자    (처참한 표정으로 선경 보면)
인성    (인사) 안녕하세요.         
우자모  (절절 매는) 예, 예. 우리 선경아가씨 친구분한테 실수를 해서 어쩌나.
선경    (회심의 미소로 우자 보면)
우자    (이를 악물로 선경 보는데)

        이때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옴에 밀리는 우자,
        기우뚱하며 이고 있던 그릇쟁반을 패대기친다.
        바닥으로 우르르 구르는 그릇들. 

웨이터  (E)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37 레스토랑(현실)
        골똘한 우자 앞에 놓여지는 음식.
        우자, 스테이크를 잘라 인성 접시에 덜어준다.
   
인성    나는 됐어. 당신이나 먹어.
우자    먹어요. 당신, 요새 너무 기운 없어 보이더라.(인성 손등을 어루만지는)
선경    (시선 피하는)           
우자    (진수에게) 우리 애기, 엄마가 먹여줄까? (먹여주려하면)
진수    (뿌리치며) 내가 먹으꺼야. 엄마, 비켜.
선경    (비웃듯 진수를 보는)
우자    (기분 나쁘지만 한숨) 니가 우리 진수를 그런 눈으로 볼때 마다 내 가슴이          아린 거 있지. 정후씨는 애라도 하나 남겨주고 가지.
선경    (굳는)       
인성    (우자를 꾸짖는 표정으로 보면)
우자    니네 부부, 금슬이 너무 좋아서 부부생활을 6년이나 했는데도 아이가 안           생겼나봐. 또 정후씨도 일찍 가고.
선경    (냅킨을 쥐어짜는)
인성    (분위기 바꾸는) 선경씨 불면증 때문에 힘들다더니, 괜찮아졌어요?
선경    그냥 그래요.
우자    당신두 참. 선경이 이제 겨우 서른이잖아요. 아직도 이렇게 예쁘고 젊은데          홀로 남았으니 말은 안 해도 얼마나 외롭고 막막하겠어요. 근데 불면증이          그렇게 쉽게 낫겠어요? 나 같았으면 불면증에 우울증에 난리 났지. 
선경    (싸한 표정으로 우자 보는)
인성    (또 혼자만의 생각을 하는)
우자    (방실) 참, 우리 엄마가 니 안부 자주 물어보셔. 같은 과부처지라서 그런지          니가 자꾸 맘에 걸린다고 그러시는 거 있지. 
선경    (기막혀 포크와 나이프 소리나게 놓는다)
우자    노인네가 주책이지 뭐. 너야 넘칠만큼 배웠고 유복한 친정도 있는데 어            떻게 악 쓰며 산 엄마 자신하고 비교를 하는지. 그래도 노친네가 끝까지           과부 팔자 서러운 거는 다 같은 거라구 목에 힘을 주는데, 나도 우습더라.
선경    (N)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참았다. 우자가 바라는 게 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화나서 인성을 보면)
인성    (혼자만의 빠진 채 허한 표정으로 창 밖 보는)
선경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자    어디 가?
선경    화장실 좀.
우자    (미소) 교양 있는 애가 밥 먹다가 왠 화장실이니?
선경    (이 악물고 가는)

#38 화장실(현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있는 선경.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

선경    (N) 우자가 발톱을 세울만도 하다.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나에 대한 인성씨의 애끓는 감정을 우자라고 모를 리 없겠지.

#39 병실 안(회상)
        과일을 깍고 있는 선경을 가만히 보는 환자복의 인성.
      
선경    (민망) 모레쯤이면 퇴원 할 수 있다네요.
인성    .....정후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요?
선경    (보면)
인성    얼마나 알고 있죠? 만약... 만약 정후가 선경씨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선경    나쁘군요, 인성씨. 정후씨 없는 자리에서 이런 얘길 하다니.
인성    나요, 나... 정후한테서 선경씨를 뺏고 싶어요.
선경    나도 인성씨한테 흔들렸던 거 사실이예요. 하지만... (하면서 일어나면)
  
        어느새 문가에 서 있는 정후와 주전자 든 우자,
        냉랭해지는 분위기로 서로의 시선을 비껴 서 있는 네 사람.

선경    (N) 그제서야 나에 대한 인성씨의 마음을 눈치 챈 남편은 허겁지겁 결혼을          서둘렀다.

#40 예식장 홀(회상/낮)
        결혼식 가족촬영을 하는 정후와 선경.
        선경, 정후만 바라보던 시선을 돌리다가
        뒤에서 눈물 젖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인성을 본다.
        순간, 화사한 미소가 사라지며 안타까운 표정이 되는 선경.
        슬픈 표정으로 뒤돌아서 나가는 인성.

#41 피로 연회장(회상)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잡고 앞에 나오는 선경과 정후.
        친구들, <키스!>를 연발하며 박수를 치면
        선경에게 입맞추려는 정후.
        선경, 부끄러워 정후를 밀어내는데
        우당탕 그릇 깨지는 소리.
        선경, 놀라서 보면
        취해서 식탁을 넘어뜨리며 넘어진 인성.
        친구들, 몰려가 인성을 일으키면
        뿌리치며 나동그라지는 인성,
        <야, 이정후!>를 외치며 허탈한듯 마구 웃어젖힌다.
        선경, 옆의 정후를 보면
        분노의 정후, 인성에게 달려가 인성을 끌고 나간다.

#42 대기실 앞+안(회상)
        선경, 살짝 열린 틈으로 안을 보면
        인성의 멱살을 잡고 벽에 몰아세운 정후.

정후    정신 차려, 이제 나 선경이하구 결혼했어. 그러니까 더 이상 미련 갖지 말          란 말야, 알았어?
인성    (낄낄대는)
정후    알았냐구, 임마?
인성    (웃음 거두고 뚫어지게 보다가) 너 선경씨... 정말 사랑하니?
정후    ......
인성    사랑해?
정후    (버럭) 그래, 사랑해. 죽도록 사랑한다. 됐어?
  
        문에서 물러서는 선경, 맘이 아프다.

#43 선경 침실(회상/다른 날/밤)
        목욕가운의 선경, 들어오면
        침대의 정후, 골똘한 채 담배를 피고 있다.

선경    (담배 뺏아 끄며) 왜 그래, 몇 일째?
정후    (돌아눕는)
선경    정후씨.
정후    ...인성이가...
선경    (뜨끔) 인성씨?
정후    (중얼) 지금 우자랑 살아. 우자가 임신을 했다더군.
선경    뭐?
정후    (중얼) 바보 같은 자식.         
선경    (충격으로 돌아눕는다)
선경    (N) 나 때문에 인성씨가 자신을 내팽겨쳤다는 가책이 나를 후려쳤다.

        등을 대고 누워 각자의 생각에 `잠긴 정후와 선경.

#44 달동네 골목길(회상/다른 날/밤)
        고급 승용차가 좁은 골목에 멈춰서고
        차에서 내리는 선경과 정후.
        선경, 다닥다닥 붙어있는 허름한 집들과 더러운 골목을 본다.

선경    (N) 절연을 선언할 만큼 인성씨 집안의 반대는 강했다. 두분 다 교수인 인          성씨 부모님이 사생아나 다름없는 출생에다 혼전임신부터 한 우자를 며느          리로 맞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닌가.

        쓰레기봉투를 들고 오는 우자와 마주치는 선경과 정후.
        선경, 우자 든 쓰레기봉투에서 뚝뚝 떨어지는 오물을 본다.
        (시간경과)
        차에 타고 있는 선경과 우자.

선경    임신...했다며?
우자    (뾰족) 응. `
선경    우자야,
우자    그래 나, 인성씨 내가 좋아서 붙잡았어. 내 처지에 의사 부인되는 거 꿈이          라도 꿀 수 있겠냐? 그런데 호박이 덩쿨째 굴러 들어온 거야. 애를 핑계           삼아서라도 인성씨 잡아야지, 차지해야지.
선경    (간곡) 너도 알잖아. 인성씨가 널... 사랑하지 않는 거.
우자    상관없어. 능력없는 놈하구 결혼해서 우리 엄마처럼 지지리 궁상으로 사느          니, 사랑이 없으면 어때? 편하게 살면 됐지. 
선경    이러면 인성씨하고 너 둘 다 불행해지는 거야. 니 뱃속의 아이도 그렇고.  
        이렇게 사는 거 아냐, 우자야.
우자    나 아주 잘 살고 있어. 인성씨 아이를 가진데다 이제 곧 결혼식도 할거야.
        평생 보험에 든 거라구. 그리구 인성씨 책임감 때문에라도 아이한테 소홀          하지 못할 걸. 그러니까 너나 잘 살아.
선경    (멍해서 보는)

#45 화장실 안(현실)      
        멍하게 거울 보고 있는 선경.
        어느새 옆에 온 우자, 수돗물 틀며

우자    너 혹시 좋은 사람, 생겼니?
선경    (보면)
우자    이런 말하기 적당한 날은 아니지만 너한테 누굴 소개 시켜줄까하고.
선경    (가소로운) 누구?
우자    아주 좋은 사람이야. 대학에서 강의하는데 나이는 서른 다섯.
        이 년 전에 이혼했고 아이는 없고. 서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맘 열기가 쉽지 않을까 싶은데. 어때?
선경    (날카로운 눈빛이지만 미소로) 나, 남자 있어.
우자    있어?
선경    (느긋) 아주 오래 전부터 날 짝사랑하던 남자야.  그 착하고 순한 사람이           자신을 버린 내가 미울텐데도 정후씨 죽었을 때 날 많이 감싸주고 힘이            돼줬어.
우자    (무섭게 노려보는)  
선경    문제는 그 사람이 유부남이라는 건데. 넌 어떻게 생각해? 물론 너도 한 남          자의 아내니까 반대겠지? (거울 보며 립스틱 바르는) 난 사실 유부남이라          는 거 별로 신경 안 쓰여. 그 사람, 아내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우자    (갑자기 헛구역질하는)
선경    (예민하게 보면)
우자    (물로 입가 닦고는) 진수 때는 입덧 한번을 안 했는데 이번에는 꽤 심하네.
        아무래도 딸인가봐. 
선경    (충격 받은)
우자    먼저 나갈게. 어지러워서 좀 앉아야겠다. (나가는)
선경    (들고 있던 립스틱을 거울을 향해 내던진다)

#46 레스토랑 안(현실)
        충격의 선경, 자리로 와 인성을 노려보는데

인성    (미소) 어쩌죠, 선경씨? 병원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네요.
우자    난 선경이하고 수다 더 떨다 갈게요.
인성    그럼 차 두고 갈까?
우자    당신 불편하게 왜요. 나하고 진수는 선경이 차 타고 가면 돼죠.
        (선경에게) 우리 집까지 데려다 줄 거지?
선경    (인성만 보는데)
인성    (부드러운) 그럼 차 마시고 바람 쐬다가요, 선경씨.
선경    (눈물 차 오르는)
인성    (일어나 선경 어깨를 다독이며) 힘 내구요.

        선경과 따스하게 눈 맞추는 인성을 차갑게 보는 우자
              
우자    (N) 그때도 남편은 저런 표정으로 선경이를 보았다.

#47 피로연장(회상)   
         정후와 함께 있는 선경을 따스하고도 슬픈 시선으로 보는 인성.
        친구들, <키스!>를 연발하며 박수를 치면
        선경에게 입맞추려는 정후.
        이때 취해서 일어나는 인성,
        우자가 말리며 부축하자 거세게 뿌리치고는
        취해서 식탁을 넘어뜨리며 고꾸라진다.
        그 모습 보는 우자.

#48 길거리 (회상/밤)
        취한 인성을 부축하고 가는 우자.

우자    (N)나도 그 사람도, 선경이의 감정놀음에 놀아난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걸
        그때서야 참혹하게 깨달았다.

        멀리로 모텔 간판이 보인다.

우자    (N)그리고 늘 그랬듯이 선경이가 한순간에 내버린 걸 얻기 위해 나는 최           선을 다해야 했다.  
       
        인성을 부축하고 모텔로 가는 우자.

#49 식당(회상/ 다른 날/낮)
        마주 앉아 식사하는 인성과 우자.

우자    나... 아이 가졌어요.
인성    (보다가 담담하게) ...결혼하자.

        다시 음식을 먹는 인성.

#50 달동네 골목길(회상/다른 날/밤)
        우자,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에서 나오다가
        선경,정후와 마주친다.
        (시간경과)
        정후의 차안에 타고 있는 선경과 우자.

선경    (경멸) 임신...했다며?
우자    (시선 피하는)
선경    오호, 임신으로 인성씨 발목을 잡겠다? 아무리 의사 사모님 자리가 탐나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비열하고 치욕스러운 짓을 해야 되겠어?
우자    선경아.
선경    인성씨, 나 때문에 자포자기하고 저러는 거야. 그러니까 괜히 헛물 키지말          고 인성씨 놔 줘. 병원에는 내가 같이 가줄께.
우자    병원?
선경    너처럼 아버지 없는 자식, 또 만들고 싶어?    
우자    (기막힌) 너 어떻게 끝까지 이럴 수 있니? 나, 인성씨 사랑해. 인성씨의 아          이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구. 근데 그런 내 마음은 니가 그          렇게 철저히 뭉개버릴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선경    (냉소) 사랑? 착각하지마. 너만 인성씨를 사랑하면 뭐 하니? 인성씨가 사랑          하는 건 난데.
우자    (침착하게) 너야말로 착각하지마. 지금 인성 씨 옆엔 있는 건 나야. 인성씨          의 소중한 생명을 가진 것도 나구. 넌 인성씨한테 지나간 여자일 뿐이야.
선경    (울그락불그락)
우자    잘 가. (차에서 내리는)          
        
#51 우자의 신혼 방(회상/밤)
        좁고 허름한 방.
        서 있는 정후를 본체만체하고 술 마시는 인성.
 
정후    (한심하다는 듯) 졸업 안 할 거야? 국가고시는 또 어쩌고?
        너, 아주 정신이 나갔구나?
인성    이제... (정후 보며) 너 안 보고 싶다.
정후    인성아.
인성    니 말대로 나, 현실적이지도 않고 계산 할 줄도 몰라. 그래서 너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면서 예전처럼 못 지내. 가라.

#52 신혼방 앞(회상/밤)
         서서 듣고 있는 우자.

인성    (E) ....선경씨한테 잘 해 줘라. 진심으로... 잘 해줘.
우자    (굳는데)

        방에서 나오는 정후, 우자를 아프게 보다가 돌아서 나간다.
      
#53 영안실 복도+안(회상/6년 후)
         우자, 뛰어와 보면 정후의 영정.

우자    (N) 그 일이 있은 후 우리 두 부부는 멀어졌다. 정후씨가 죽을 때까지.

        영정 앞에서 상복의 선경이 슬픔 가득한 인성에게 기대 오열하고 있다.
        (시간경과)
        우자, 분향하고 있는데
        선경, 인성 앞에서 어지러운 듯 휘청이며 인성을 잡는다.
        급히 선경을 부축하는 인성, 걱정스럽게 선경을 살핀다.

우자    (N) 선경이가 죽은 지 남편보다 내 남편한테 신경을 더 쓰는 게 훤히 보였          지만 참았다. 줄초상을 낼 수는 없으니까.

         우자 손에 들린 향이 뚝 부러진다.

#54 레스토랑 안(현실)
         나가는 인성의 딋모습을 보는 우자.
      
선경    가자, 우리도. (핸드백을 들고 일어나는)
우자    앉어.
선경    (꼬아보면)
우자    할 얘기 있으니까 앉으라구.
선경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앉으며) 아직도 할 얘기가 더 남았어?
우자    너, 더 이상 내 신경 긁지마, 못 참아 주니까.
선경    뭐?
우자    잘 난 애가 이렇게 쉬운 말도 못 알아들어?
선경    (코웃음) 그렇게 자신이 없니? 또 아이 갖은 걸로 인성씨 발목 잡고               늘어질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불안해할까?
우자    어떻게 남편 친구를 넘봐? 죽은 정후씨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선경    (벌개지는) 너야말로 인성씨한테 미안하지 않아? 구렁텅이로 빠뜨려놓고.
우자    우린 행복해.
선경    그래? 아, 인성선배 그 얼굴이 행복한 얼굴이였구나?
우자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내 남편한테 접근하면 나 가만 안 있어.
선경    가만 안 있으면 어쩔건데?
우자    (말문 막히는)
선경    나한테 경고하기 전에 인성씨 마음부터 잡지 그러니?

        두 사람, 첨예하게 쏘아보는데
        <엄마!>하며 뛰어와 넘어지며 식탁보를 잡는 진수.
        식탁보 엉망으로 딸려가며 우자와 선경에게 쏟아지는 커피.
        비명을 지르며 일어서는 우자와 선경.

#55 레스토랑 앞(현실)      
        앞자락이 엉망이 되어 나오는 선경과 우자,
        쌩하니 양쪽으로 갈라진다.
        우자, 업어 달라고 떼쓰는 진수 등을 때리고는
        우는 진수를 끌고 차도로 나가고
        그 뒤로 보이는 선경은
        바람 불어 쉬폰 스카프가 뒤로 날아가자 스카프를 주우러 간다.
        하지만 또 바람이 불고 스카프가 더 멀리 날아가버리자
        짜증스럽게 주차장으로 향하는 선경.
          
#56 호텔방 안(현실)
        창을 통해 제 갈 길로 가는 선경과 우자를 내려다보는 인성.

인성    (N) 저기 두 여자가 있다. 나의 아내와 죽은 애인의 아내이다.

        (FLASH BACK)
        1.도서관(#15와 동일)-선경을 보는 정후.
          정후를 보던 인성, 정후 시선을 따라 선경을 보다가
          순간 선경과 눈이 마주친다.
   
        2. 별장 마당(#30와 동일)-식탁 앞의 네 사람.

인성    처음 손을 잡았던 때였어요. 동시에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그 친구와 난           서로에게 손을 뻗었는데, 손가락이 닿자 심장이 멎을 것 같았죠. 
정후    (인성을 보며 식탁 밑으로 천천히 손을 뻗어 인성의 손을 잡는다)
인성    (정후 보는)
우자    화장실에 좀...
선경    (우자 부축하며) 같이 갔다 올게요.

        남은 인성과 정후, 식탁 밑으로 손을 잡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정후에게서 손을 빼내는 인성.
        왜 그러냐는 듯 보는 정후.
        (시간경과)
        구석진 곳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인성과 정후.

인성    (차갑게) 선경씨한테 다 말하겠어. 너하고 내 관계.
정후    너 미쳤어?
인성    미쳤어. 돌았어. 이러다가 나, 선경씨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정후    말했잖아. 내가 결혼해도 우리 관계는 변하는 거 없다구.
인성    그럼 선경씨는?
정후    그래, 나 선경이 조건이 맘에 들어서 계획적으로 접근했어. 집안, 학벌, 외          모, 내 결혼상대로 빠지는 게 없잖아?
인성    선경씨한테 못할 짓이야. 어떻게 너...
정후    선경이도 내 조건보고 날 선택했어. 넌 자꾸 사랑을 내세우는데 사랑만으          론 못 살아, 알아?

        3. 산책로(#23와 동일)-미끄러지는 선경의 어깨를 잡은 인성,
        순간 선경의 뒤로 보이는 낭떠러지와 선경을 번갈아보며 갈등한다.
        그러다 선경을 안전하게 옆을 이끈 인성, 참혹하여 눈시울 붉어진다.

        4. 낭떠러지 밑(#34과 동일)
        피투성이 인성을 업고 사력을 다해 달리는 정후.
        인성, 얼핏 정신을 차리면

정후    (달리며 흐느끼듯) 미안해, 인성아. 미안해....
인성    (한줄기 눈물)       

        5. 예식홀(#40과 동일)-하객들에게 인사하는 정후와 선경을
        뒤에서 아픈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성.
        그런 인성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선경.
        선경을 보며 환하게 웃음 짓는 정후의 모습에 쓸쓸히 돌아서는 인성

        6. 대기실 안(#42와 동일)-인성의 멱살을 쥐고 있는 정후.

정후    (ECHO)나는 너처럼 사랑한다고 다른 모든 걸 버릴 수는 없어. 성공하고           멋지게 살 거다. 너를 잃는 한이 있어도 나, 이제 겉으로는 여자를 사랑하          는 남자로 보이며 살 거야. 애도 낳고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그렇게 살          거라구. 
인성    (ECHO) 정후야, 제발...  
정후    (ECHO) 정신 차려, 이제 나 선경이하구 결혼했어. 그러니까 더 이상 미련          갖지 말라구, 알았어?
인성    (ECHO)너 정말... 선경씨를 사랑하니?
정후    (눈물이 뚝 흐른다)

        7. 진찰실-통화중인 인성.

정후    (E) 잘 지냈어? 오 년만이구나. 인성아, 나 한번만.... 한번만, 만나줄래?
인성    (아릿함으로 눈을 감고 끄덕이는)

        8.호텔 방-핸드폰하며 <502호>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인성.

정후    (E)지금 양수리로 들어섰어. 곧 도착할거야. (놀란) 어! 악!(자동차 굉음)
인성    정후야! 정후야!

        9.영안실-경찰에게서 비닐백을 건네받는 인성.
        그 뒤로 멍하니 앉아있는 선경. 
        인성, 비닐백을 열면 지갑, 라이터 등과 선물상자.
        인성, 선물 상자 열면 올리브그린색 넥타이.
        카드를 펼치면 <생일 축하해. 너의 정후>
        인성의 눈물로 번지는 카드의 글씨. 
        (현실) 
        일어나 문으로 나가는 올리브그린색 넥타이의 인성.
        <502호>라고 쓰인 문.
       
#57 강가(현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우수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성.

인성    (N)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니가 바라던 대로 애도 낳고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구.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너를 버린 날, 눈 내리는 강기슭에 너를 뿌린 날, 나는 이미 알아버렸거든.
        나의 인생이 너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걸.
        여기 남아 있는 건 나의 허울일 뿐, 내 영혼은 이미 너에게
        닿아있다는 걸...
               
        강물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인성의 뒷모습.
        
인성    (N) ....사랑한다, 정후야.

        정후의 그 모습 그대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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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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