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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그녀와 헤어지기 몇시간 전] 배유미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11.21|조회수1,450 목록 댓글 3

[그녀와 헤어지기 몇시간 전] 배유미

 

 

 

 

 


#1. 변두리의 아파트 (아침)
아침 햇살에 드러나는 허름한 아파트 외관.
(E) "세~타~악~ 세~타~악~"

#2. 동 아파트 복도
무성영화 시대 변사같은 목소리로 세탁물을
수거하고 있는 대현. 그러나 그 인상은 과묵하고
진중하다.
한 층 아래 복도에서 막 세탁물을 돌려주고 돈을
받아든 수현이, 복도 천정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대현의 목소리와 분주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서
있다. (E) 세~타~악~ 세~타~악~

수현 (NA) 난 세상에서 저 소리가 가장 슬프다.
배한성이나 양지운 같은 성우가 되겠다던
큰형은 매일아침 변사가 되어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삐에로 같은 목소리로
세탁물을 거둔다.

수현, 받은 돈을 챙겨넣으며 무겁게 걸어나간다.

수현 (NA) 저 우스꽝스런 소리에 우리 여섯
식구의 밥줄이... (깊은 한숨) 이제
나..까지 일곱식구의 밥줄이 달려있다.

복도를 오가며 세탁물을 돌려주고 돈을 받는
수현의 모습 위로,

수현 (NA) 오늘 난, 오래 미뤄왔던 사표를
제출할 것이고, 그리고... 그녀와도
헤어질 것이다.

#3. 대현의 세탁소 앞

세탁물 자전거를 앞세운 대현과 수현이 막 도착한다.

대현 (자전거 세우며) 엄마랑 느이형수한테도
얘기해야지? 형이 해?
수현 (애써 가볍게) 아냐, 내가 할게.
대현 (연민으로 깊게 응시하고) 그 아가씨한텐
얘기 했어?
수현 (무거워지고) ... ...
대현 어차피 선택은 그 아가씨 몫이야. 그만
고민하고 오늘이라도 당장,
수현 {O.L, 단호한) 헤어질 거야!
대현 (뜻밖인 듯 쳐다본다)
수현 (힘든 결정이었던 모양으로) 헤어..지기로
마음 먹었어.
대현 (그저 끄덕끄덕, 그 방법밖에 없음을 잘
안다) ... ... (토해내듯) 들어가자.
(세탁물통 들고 들어간다)

수현, 휑하게 서 있다. 조금 전의 단호함 사라지고
복잡한 두 눈이 오래 출렁인다.

#4. 수현의 집 마루

대현과 정현, 수현, 형수, 아이들 둘러앉아 아침
식사 중이다. 대현은 TV뉴스에 몰두해 있다.
평범해 보이는 그 풍경 속에 시각장애인인
정현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흰색옷)
형수, 정현의 식사시중을 드는 와중에도 연신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형수 (아이 향해) 아이구 흘리지 좀 마 조옴!

그 순간 정현, 옷에 반찬을 흘리고 혼자 당황해한다.

수현 (목격하고 안쓰러운)
형수 (아이의 옷을 닦아주며) 느이엄마 빨래
라면 신물나는 사람인거 몰라 이래?
으휴 작작 좀 벗어내 작작 조옴!

정현, 묻은 반찬을 닦으려고 손으로 더듬지만
찾을 수가 없어 당황해 있는데, 수현이 슬며시
닦아준다.

정현 (낮게) 묻었냐?
수현 (흰 셔츠에 벌겋게 묻은 자국 바라보며
안쓰러운데, 낮게) 진한 색이라 표 안나.
정현 (안심하나 다음 순간 씁쓸해지고)
수현 (짐짓) 울엄마 환자 맞아? 아후 무슨
노친네 목소리가 쩌렁쩌렁, 실컷 주물러
줬더니 작은형만큼 안시원하다고 난리야.
밥숟가락 놓자마자 형 들어오라는데?
형수 당신이 어머님한테 말씀 좀 드려. 도련님
벌써 서른다섯이야. 마땅한 자리 봐서
장가도 가고 해야지, 평생 어머님 다리나
주무르면서 늙게 할거야?
대현 (두 동생 차례로 보며 착찹하고, 일어나
안방으로) 엄마 약 들여보내. (들어간다)
수현 (큰형 맘 안다, 착찹해지는)
정현 결혼생각, 없어요 형수. 뭐 생각이 있다고
한들 나같은 놈한테 시집올 여자도 없겠지만.
형수 그거야, (할말 없고) ... 뭐 비슷한
자리로 알아보면 되잖아요?
정현 내 한몸 건사도 못하는 놈이 몸 불편한
여자까지 데려다 어쩌게요? 빈말 아니고
정말로 결혼생각 없으니까 괜히 마음 쓰지
말아요.
형수 삼춘 혹시 아직도 그 여자 못잊어서...
정현 형수도 참, 난 얼굴도 기억 안나는
여잘 그래 여태 기억하고 있어요?
형수 두구두구 아까워서 그러잖아요. 결혼하겠
다구, 자기가 평생 삼춘 두 눈 돼서 살겠
다구 얼마나 매달렸어요.
정현 (아파온다) ... ...
수현 (복잡하다)

수현, 정현의 힘든 식사광경을 침울하게 바라보고
있다.
수현, 어느 순간 눈을 감고 수저질을 해본다.
훗날을 위한 예행연습이다. 반찬을 집는 수현의
젓가락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지 못하고 자꾸
그릇 밖을 겉돈다.

형수 (E, 놀라서) 도련님 지금 뭐하는 거예요?

놀란 수현의 젓가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밥상
위에 흩어진다.

#5. 수현과 정현의 방

<프리 윌리> 영화포스터가 인상적인 방.
수현, 웃옷을 갈아입고 있다. 수현의 얼굴이 막
옷 안에서 나온다.

정현 (E) 현수한텐 끝까지 얘기 안할 거야?
수현 (그저 막막해서 쳐다본다) ... ...

정현, 수현을 향해 등을 보인 채 점자로 컴퓨터
작업 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용 컴퓨터로
''소리''를 듣고 작업을 하는 모양입니다!)

정현 (안돌아보고) 정말로 후회, 안할 자신 있냐?
수현 ... 형은? 형은 지금 후회해?
정현 ... (피하듯 일어서고 워커맨 건네며)
이거 빌려달랬지? 녹음은 한번도 안해
봤는데 될런지 모르겠다. 뭐 녹음하려고?
수현 (받으며 쓴 미소로) 그냥...

정현, 흰 지팡이를 들고 나간다. 그 뒷모습이
쓸쓸하고...
수현, 무거운 시선으로 형을 배웅하고 워커맨을
빤히 응시한다.
(E) 마당에서 쿵쾅거리며 뛰는 소리에 이어
들려오는...

여아 (E, 애가 타는) 엄마 진주 못봤어 진주?
형수 (E) 마당에 없으면 제집에 있겠지.

수현, 문밖 상황이 불편한 듯 일견하고는 다시
워커맨을 바라본다. 무심히 오픈버튼을 누르는데
정현이 듣던 것인 듯 테입이 꽂혀있다.

여아 (E) 대문밖까지 다 찾아봤는데도 없단
말이야! (울먹) 어떡해 엄마? 우리진주
없어진 것 같애!
형수 (E) 아이구 시끄러. 세탁소 안은 찾아봤어?
여아 (E) 참! 세탁소! (E, 쿵쾅거리며 달려
나가는) 아빠! 아빠!

수현, 테입을 정현의 책상 위에 올려놓으려다,
문득 형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시 꽂고 이어폰을
끼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곡명을 알 수 없는
전주가 흐르고...
수현, 점자판과 작업중인 컴퓨터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동물원의 <우리 이렇게 헤어지기로
해>가 들리기 시작한다. 수현, 가사에 이끌려
귀담아 듣기 시작하고, 방안 모퉁이의 상자
안에서 ''진주''가 튀어나와 방안을 돌아다닌다.
수현, 그런 진주를 슬프게 바라본다. 수현의
고개가 푹 꺾이면서,

자막 <AM 전 14시간 헤어지기 그녀와 10:30,>
뜨고, 화면 암전.

#6. 과천 대공원 돌고래돔
통통 튀는 나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잘 훈련된
돌고래 세 마리가 공중으로 치솟아 멋진 묘기를
선사한다. 쇼를 이끌고 있는 조련사, 수현이다!
관중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 속에 화가 난 듯
수현을 노려보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 도드
라진다. 화려한 느낌의 현수다! 수현을 노려
보고 있는 현수의 눈에 날이 서 있다.

#7. 돌고래돔 밖
관람을 마친 관중들 떼지어 몰려나온다.
분기탱천한 현수, 관중들을 밀치며 앞서 나와
사람들 무리와 반대방향(사무실)으로 성마르게
걸어간다.

#8. 돌고래돔의 무대
수현, 사표를 물끄러미 내려보다가 주머니에
넣고, 돌고래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수현 (차돌이 향해) 잘 있어 임마! 차순이
너무 미워하지 말고, 바다 넌 차순이
말 잘듣고. (깊은 애정으로 쓰다듬으며)
다들 그동안 고마웠다. 음?

(E) 사납게 문을 열고 닫는 소리.
수현, 놀라서 뒤돌아보면,
사무실로 통하는 문앞에 몹시 화가 난 현수가
자신을 쏘아보고 있다.

수현 (일순 복잡해지나 표정 관리해서) 왔어?
현수 (다가오고, 매섭게 쏘아본다)
수현 (미소로 바라보며) 점심 때 됐지? 메뉸
내 멋대로 정했다?
현수 (수현의 태도에 더 화가 나서) 너 정말?
야 이수현?
수현 (좀 웃기까지하며) 왜 김현수? (하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현수, 수현을 홱 밀어
풀안에 빠뜨린다.
수현, 돌고래들 틈에 끼어 과장되게 허우적대며,
현수에게 ''살려달라''고 장난을 친다.

현수 (퍼붓는)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
열흘째 소식 끊구 내 전환 이리 피하구
저리 피하구! 집으루 찾아가도 없다
사무실에선 외출중이다, 뭐야? 난데없이
사람 이렇게 피 말리는 이유가?
수현 (풀안에 한없이 무겁게 선 채) ... ...
현수 뭐니? 갑자기 나랑 헤어질 결심이라두
한 거야?
수현 .. ...
현수 (수현의 태도에 더 파르르) 왜,왜 아,
아무 대꾸가 없어? 그럼 기,기..단얘기야?
수현 (힘들게) 전화... 오늘.. 하려고 했어.
미안하다. 맘 많이 상했지?
현수 (이미 아무 얘기도 안들리고) 나쁜 자식!
이럴줄 알구 내가 나이 어린 놈은 싫다구,
내나이두 있는데 부담스러워 싫다구,
(말하다보니 서러워 훌쩍이고) 그러게
내가 안만난댔잖아? 너랑 난 아니라구,
너랑 난, (운다)
수현 현수야...
수현 (일순간 입 앙다물고 결연하게) 그래
헤어져! 나아, 나 싫다는 남자한테
구차하게 매달리는 청승과 아냐.
깨끗하게 헤어져줄게! 대신 그 이윤
알아야겠어! 이유가 뭐야?
수현 (힘들어지고) ... ... (그저 물
위에 눕는다)
현수 기집애 생겼어?
수현 ... ... (물 위에 누운 채 둥둥
떠다닌다)
현수 그럼 느이집서 나 늙었다구 안된대?
수현 ... ... (힘든 듯 눈을 감는다)
현수 것두 아님... 너 혹시 그날 내가
결혼 어쩌구해서 겁나서 지금 도망
치는 거야?
수현 ... ...
현수 (내지르는) 그럼 뭐냐구 뭐어? 이유나
알구 물을 먹어두 먹어야 할 거 아냐?

수현, 아무 대답 못하고 눈을 감은 채 물 위에
누워있을 뿐이다.

#9. 안과 진료실 안 (회상, 1년전)
렌즈(진료기계)를 통해 보여지는 확대된 양쪽
눈동자.

의사 (E) 짧겐 1,2년, 다행히 서서히 진행
된다 해도 4,5년 후면 완전히 양쪽
시력을 잃게 될거야.

충격으로 멍한 환자, 수현이다.

#10. 안과 진료실 밖 - 간호사 데스크 (회상)
수현, 축 늘어져 나오고 힘든지 문을 잡고 잠시
기대선다.

수현 (망연자실한데)
현수 (E, 가파르게) 글쎄 전혀 섹시하지가
않다니까 그러네! 봐요 봐! 이게 섹시
해요? 수현의 생명감 없는 시선 속
으로, 불쑥 푸른 눈동자 두 개가
들어오고, 길다란 속눈썹이 깜박깜박
푸른 눈을 덮었다 열었다 한다.

야한 원피스 차림의 현수, 상체를 데스크 안의
간호사 향해 들이민 채 칼라 콘택트렌즈를 보여
주고 있다.

현수 그죠? 영 아니잖아? (손가락으로
렌즈를 빼내 렌즈통에 담으며) 나아
무조건 회색으루 바꿔갈거니까 괜히
언니들 힘 빼지말구 그냥 바꿔줘.
(렌즈통 내밀며) 다들 내눈엔 회색
렌즈가 젤루 섹시하대.

현수를 바라보는 수현의 눈에 묘한 적대감이
일렁인다. 수현, 현수를 쏘아보고 섰다.

간호사 (기막힌) 이보세요 손님? 그럼 맞출 때
회색으로 하셨어야죠? 이제와서 이러시면
어떡해요? 교환은 안됩니다!
현수 이 언니 좀 봐! 누가 찢어진 거 들구
와서 바꿔달래? 바루 엊그제 사간거야
엊그제? (팩-해서 렌즈통 도로 집으며)
아 됐어 됐어! 의사 선생님한테 직접
말할거야. (진료실 가리키며) 안에
계시지? (진료실로 향하는데)

현수를, 수현이 어깨로 사납게 밀치고 지나간다.

현수 아야! (아픈 어깨를 쥐고 파르르 쳐다
보며) 야 너 장님이야! 눈은 뭐 가죽이
모잘라서 뚫어논줄 알아?

수현, 폭발할 듯 확 멈춰서는데, 애써 누르며
안돌아보고 사납게 나간다.
현수, 사납게 닫히는 문을 기가 막히다는 듯
쏘아보고 섰다.

#11. 공중에서 내려다 본 동물원 전경

#12.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리프트
리프트에 나란히 앉은 수현(머리 젖은 채)과
현수.

현수 (냉랭한) 너 아직 기다 아니다, 아무
대답 안했어.
수현 (외면한 채 한없이 무거운)
현수 (가파르게) 이수현, (하는데)
수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미용실
다시 안들어가도 되지?
현수 (그 깊은 시선에 움찔) 건 왜..?
수현 (슬픈 눈으로) 오랫만에 우리 풀
(full)루 데이트 하자. (핸드폰
건네며) 전화해. 오늘 근무 못한다고.
현수 (??, 종잡을 수 없고)
수현 (아픔이 밴) 오늘... 너하구 나 만난지
1년 되는 날이야. (짐짓 밝게) 김현수,
오늘은 무조건 내가 하자는 대루 따라만
하는 거다? 음?
현수 (뭔가 안심이 되고 반가운) 알구...
있었어?
수현 (깊은 시선으로 끄덕끄덕) 전화 안해?
(번호 대신 눌러서 건네며) 자.

현수, 핸드폰에서 "여보세요 OO미용실입니다"
하는데 아랑곳 하지않고,

현수 (아직 불안한 눈으로 빤히 응시하며)
아니..지? 딴 생각하구 있는 거 아니지
너?
수현 (그저 억지 미소를 만들어 보이는)
현수 임마, 나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단 말이야. 나 봐. 나 쳐다봐.
수현 (힘들게 바라본다)
현수 나, 지금 이수현이란 막차에 올라타고
있는 거야. 승차감도 좋구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 좋아. 도중에 내리고
싶지않아. 이 차 타고 나, 종점까지
가보고 싶어.
수현 (힘들다)
현수 (수현의 목을 껴안고) 내리라고 하지마.
나, 절대로 안내릴 거니까.
수현 (고통스럽다)

#13. 동물원 입구의 철문 밖 - 안
수현, 다급하게 동물원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현수 데이트 하는데 지갑만 있으면 됐지 대체
뭘 빠뜨리고 왔다는 거야?
수현 (들어가며)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갔다올게.
현수 어~어? 야 임마 그냥 가. 여기서 그까지
길이 어딘데. 야! 야?
수현 (달려나간다)
현수 (애가 쓰여서 지르는) 야 이수현, 푹푹
찌는데 뛰긴 왜 뗘? 난 괜찮으니까 그냥
걸어가! 야 걸어가아!

현수의 시선에 열심히 달려 올라가고 있는 수현의
모습이 보인다.

현수 (바라보며 혼자 미소 짓는, 비로소
안심이 된다)

#14. 동물원 안
8월의 폭염 속을 전력질주해서 달려가고 있는
수현. 사람들과 부딪치기도 하고 유모차를
피하다가 넘어질 뻔 하기도 하는, 땀이 밴
수현의 그 모습들 위로,

수현 (NA) 오늘 난 그녀와 헤어질 것이다.
그녀를 꼭 1년만 사랑하겠다고 1년 전
오늘, 난 그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건망증이 심한 그녀는 아마도
그 약속을 잊은 모양이다.

#15. 수현의 사무실
급하게 뛰쳐들어온 수현, 진주가 잠들어 있는
상자를 바쁘게 챙겨드는데, 문득 텅빈 자신의
책상과 보자기에 싸이고 박스에 밀봉된 자신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현 쓸쓸해지고, 의자에 걸쳐져 있는 자신의
조련사복을 접어 상자 안에 마지막으로 잘
담으면서,

수현 (NA) 내일이 되면 그녀와의 사랑도
끝내 버리지 못한 이 사물들처럼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16. 동물원 안 일각의 벤치

현수 (반갑게 진주를 안으며) 어머 얘 진주
아냐? 진주? 그새 이렇게 컸어? (요란
하게 입 맞추며) 야 이진주, 나
알아보겠어? 알아보겠지. 그럼 당연히
알아봐야지이.
수현 (현수의 기뻐하는 모습이 좋다, 역시
잘 한 것 같다) 데리구 가서 키워.
현수 (놀라서) 어?
수현 진주 탐냈었잖아.
현수 니 분신이라서 절대 못준다며?
수현 (그래서 주는 거야) ... ...
현수 정말루 나 주는 거야?
수현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먹는 건 신경
안써도 될 거야. 대신 잔병치레가
많으니까 때 되면 예방접종부터 하고.
예방접종은,(하는데)
현수 예방접종은 니가 와서 시켜주라. 나
깜박거리는 거 장난 아니잖아. 때
되면 꼬박꼬박 니가 챙겨줘.
수현 (저도 모르게 단호해져서) 안돼! 난
못해주니까 니가 알아서 해! 달력에
메몰 해놓든지 아님 은수한테 미리
당불 해놓든지 니가, 니가 알아서 해!
현수 (놀라서) 별일두 아닌 일 갖구 왜
이렇게 무섭게 굴어? 아예 주질 말든가.
수현 (혼자 당황되고) ... ...

그때 젊은 여자 하나가 다가와 카메라를 건네며,

여자 저기, 사진 좀...
수현 (그 상황 피할 요량으로 재빨리) 아
그럼요 주세요. (이동한다)
현수 (짧게 흘기다 언뜻 진주와 수현을
차례로 보며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고)
수현 (거리 재며) 이쪽으로 좀 더 오셔야
겠는데요?

수현, 앵글을 잡는다. 렌즈 속에 멋쩍어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남자 (귀찮은) 그만 좀 찍자.
여자 가만히 좀 있어. 귀찮아도 남는 건 이
사진밖에 없어. 지금 저 아저씨, 오빠
하구 나 찍는 거 아냐. 오빠하구 내
사랑, 그리구 우리 둘의 역사를 찍는
거라구.
수현 (그 말에 문득 현수를 바라본다)

현수, 진주를 두발로 세우고 장난치고 있는
중이다.

수현 (그런 현수의 모습을 가슴에 담는 듯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다)
여자 (E) 안찍어요?
수현 (그제야) 아 네에... (다시 앵글을
잡고) 자 찍습니다! 하나 두울 셋!

수현, 두 연인의 모습이 아니라 현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셔터를 누른다!

#17. 한강을 건너고 있는 지하철

#18. 달리는 지하철 안
수현과 현수, 나란히 앉아 다정스럽게 얘기중이다.

현수 근데 OO역엔 왜? 풀루 데이트 하자며?
수현 거기루 데이트 가는 거야.
현수 거기 뭐 볼 게 있다구? 극장이 있어
공원이 있어? 그냥 시내루 가.
수현 (의미 있는 얼굴로) 볼 거 있어. 아니
오늘 꼭 보고 싶은 게 있어.
현수 그게 뭔데?
수현 (의미있는 미소, 떠오르는)

#19. 안과 건물 앞 횡단보도 (회상)
수현, 보행신호인데도 미동 않은 채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건조한 시선으로 구름한점 없이
푸른 하늘과 분주하게 횡단보도를 오가는 행인
들을 쳐다보고 섰다.

수현 (NA) 의사로부터 실명을 선고받은 난,
마치 죽음이 임박한 사형수라도 된
기분이 었다. 갑자기 초조해졌고
미련이 넘쳐났으며 뭣보다 암흑천지가
될 내 미래에 웃으며 떠올릴 따뜻한
추억 하나 없는 내 지난 날이 참을
수가 없었다.

신호등의 파란 불이 깜빡깜빡 불안해 보인다.

수현 (NA) 난 결심했다. 내눈이 아직 온전
할 때, 1년만 딱 1년만 사랑을 하겠다고.

신호등 적색등으로 바뀌고, 수현의 주위로 행인
들이 다시 모여든다.
수현,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몇사람 건너에
화가 잔뜩 난 현수다!

현수 (안과를 쏘아 올려보며) 그래 니들 잘
먹고 잘 살아라! 퉤! 퉤! 퉤!
수현 (관심있게 쳐다보는)

현수, 툴툴거리며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와 수현의
바로 옆에 와서 선다.

수현 (흘낏흘낏 쳐다본다)
현수 (한쪽 렌즈통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며
한숨 내쉬는) 후우- 올해부터 삼재라
더니 진짜 되는 일 없네!

그때 신호등 보행신호로 바뀌고, 수현 막 걸어
나가고, 현수는 뚜껑을 닫으며 걷는데 뒤에서
행인 하나가 밀치고 가는 바람에 렌즈통이 바닥
으로 떨어진다. 미처 닫히지 못한 한쪽 렌즈통
뚜껑이 튕겨나가 수현의 신발 앞에 떨어진다.

현수 엄마야!
수현 (돌아보면)

현수, 분주한 행인들 속에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훑으며 렌즈를 찾고 있다.

현수 으이 어딨는 거야 증말? 좀 나와라
조옴! (머리를 부딪친 듯) 아야!
아후 아저씨 조심 좀 해요 조심 좀!

잠시 지켜보고 섰던 수현, 천천히 허리를 굽혀
발밑의 렌즈뚜껑을 줍고, 현수에게 다가가 함께
쭈그리고 앉아 렌즈를 찾기 시작한다.

현수 (?) 나 도와주는 거예요?
수현 (묵묵히 찾기만)
현수 (??) 뭐 찾는지나 알구 찾는 거예요?
렌즈 찾아요 렌즈! 푸른색 칼라렌즌데
요기 요근방에 있을 거예요.
수현 (대꾸없이 손바닥을 더듬어 찾기만)

두사람 땅에 고개를 박고 이리저리로 렌즈를 찾는다.
그 어느순간 두사람의 머리가 가볍게 부딪치면서,

현수 어! 찾았다! (환한 웃음으로 손가락 위의
렌즈를 보여준다)
수현 (현수의 환한 웃음이 싫지않다, 짧게
웃어주고 일어나는데)

수현의 시선에 보행신호가 깜빡이는 게 보인다.

수현 신호 바껴요! 빨리 일어나요!

현수 일어나고, 두 사람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
는데, 횡단보도 중간에서 빨간불이 켜진다. 두
사람 꼼짝없이 횡단보도 중안에 갇히고, 차량들
쏜살같이 두 사람 앞을 달려 나간다.

수현 (당황한 채 현수를 쳐다보는데)
현수 (태평하게 렌즈통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 짓고 있다) 휴우 돈이 얼만데!
수현 (어이가 없고) ... (렌즈뚜껑을 건넨다)
현수 (환한 미소로) 어머! 이건 또 언제
주웠어? (툭 치며) 야아 너 진짜 고맙다
응? 내가 한참 윈 거 같으니까 말
놓을게? 기분 안나쁘지?
수현 (깊게 응시하며, NA) 그 순간 난 결정
해버렸다. 이 제멋대로인 여잘 앞으로
딱 1년만 내멋대로 사랑하겠노라고.
난 자신 있었다. 이 여자라면 사랑에
휘둘리지 않고 사랑에 상처 받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했다가 내가
원하는 순간 발을 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땐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리는 차량들 속게 갇힌 두사람의 모습 길게...

#20. 안과 건물 앞 육교 위 (1년 전에 횡단
보도가 있던 자리다)

현수 (육교 난간을 툭툭 치며) 새루 만든
건가봐. 설마 이 육교 보여주려구 이
더운 날 여기 끌구온 건 아니지?

아래 도로를 멍하게 내려보고 있는 수현, 몹시
실망한 얼굴이다.

수현 사라졌어.
현수 (?) 뭐가?
수현 횡단보도.
현수 횡단보도? 무슨 횡단보도? (주위를
둘러본다)

현수, ''OO안과'' 발견하고서야 어?하는 표정되고,
뭔가 감지한 듯 서둘러 육교 아래를 다시 내려
다본다.

현수 (그제야 깨닫고) 여긴 우리 처음 만난
데잖아?
수현 (육교 아래 도로 중간지점을 가리키며)
1년전 오늘 너하구 나 저 아래 횡단보도
한가운데 갇혀있었어.
현수 (바라보며 웃음일고) 맞다! 그때 내
렌즈 찾늗다구! 근데 갑자기 여긴 왜?
뭐, 여기서 우리 1주년 기념식이라두
하게?
수현 (심정 복잡한데) 그냥 꼭 한번 다시 와
보고 싶었어. (쓸쓸한) 제대루 잘 기억
해두려고 했는데, (쓴 미소로) 사라지고
없네.
현수 임마, 그래도 우린 안사라지구 여기
이렇게 있잖아?
수현 (애써 미소 짓는) 가자.
현수 (?해서 바라보고 섰는, 왜 저렇게 쓸쓸해
보이는 걸까?)

수현, 쓸쓸하게 걸어나간다.
그 모습 위로, 자막 <PM 전 헤어지기 그녀와 11시간 1:20,> 뜬다.

#21. 외관이 근사한 최고급 레스토랑 앞

외제차 한 대가 들어와 멈추고, 미끈한 젊은 남녀
한쌍이 내리며 발레 파킹한다. 남녀 주차요원의
깎듯한 인사를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떨어진 곳에 수현과 현수, 잔뜩 기가 죽어서
그 모습 바라보고 서 있다.

현수 그,그냥 가자. 야, 걸어온 사람은 우리
밖에 없는 거 같다야. 차두 다 외제차구.
다,다른 데루 가자. 쟤(주차요원) 얼굴에
뚜벅인 사절이라구 씌여있는 거 안보여?
수현 이런 데서 식사 한번 하는게 소원이라며?
그 소원 오늘 풀자. (앞서나가는데)
현수 (붙잡으며) 소,소원 다음에 그래 다음에
풀어줘. 나중에 너 돈 많이 벌면 그,
그때 다시 오지 뭐. 응?
수현 (그 말이 슬프다, 깊은 시선으로 봤다가)
다음 같은 거 믿지마! (현수의 손을 홱
잡고 이끌며) 오늘, 오늘 푸는 거야,
김현수 일생일대의 소원!

수현, 현수를 끌고 들어가는데,

주차 (막으며)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손님!

수현과 현수, 당황해서 멈춰선다.

현수 (낮게) 그러게 내가 뭐랬어? 우리같은
뚜벅인 사절일 거랬잖아?
수현 (당황하고 불쾌해서) 내 돈 내고 내가
먹겠다는데 왜 못들어간다는 겁니까?
주차 다른 손님들한테 불쾌감을 주니까 그렇죠.
아실만한 분이,
현수 (흥분해서) 뭐야? 너 지금 뭐라구 했어?
뭐어? 다른 손님한테 불쾌감을 줘? 우리가
어때서? 우리가 뭐가 어때서? 별것도
아닌게 증말! 야, 주인 나오라구 그래!
당장 가서 느이사장 나오라구 그래!
수현 그만해.
현수 그만하긴 뭘 그만해. 요즘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따위로 종업원 교육을 시켜?
주차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 겁니까
증말? 우리 사장님이 나오셔도 저희
식당엔 절대 동물은 못데리고 갑니다.
현수 도,동물? (수현의 품에 있는 진주
쳐다보며) 그,그럼...!
수현 (픽 웃음 일고, 주자요원에게 만원짜리
건넨다)
현수 (어?)
수현 (진주 덥썩 안겨주며) 한시간만 파킹
해줘요!

주차요원 ''손님! 저기요 손님!'' 난감해서 부르
는데 수현, 모른 채 현수의 손을 이끌고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22. 레스토랑 안
휘- 실내를 둘러본 현수, 기가 죽는다. 두사람
스프 먹는 중이다.

수현 다 사람 사는 데고 똑같은 사람이야.
현수 (먹으며) 1주년 거하게 기념하는 것두
좋지만 그래두 점심 한끼에 삼십만원은
너무하다야! 너 낼부터 데이트비
나보고 다 내라고 할거지?
수현 (무거워지고) 7시 공연까진 시간 널널
한데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가고 싶은
곳도 좋고.
현수 공연? 무슨 공연?
수현 왜 지난 번에 내가 바람맞힌 공연있잖아.
니 친구 나온다는.
현수 (놀라서) 그래서 표를 샀단 말이야?
니손으루? 니발루 직접 예매처에 가서?
수현 (표 꺼내 미소로 흔든다)
현수 (뜻밖이고) 너 이수현 아니지? 야 임마
너, 정체가 뭐야?
수현 (웃으며 티켓 넣고) 식어. 어서 먹기나 해.
현수 날 위해 표까지 끊어온 건 눈물나게
고마운데 연극은 보지말자. 오늘은 좀...
수현 왜? 나랑 꼭 같이 가야되는 공연이라며?
그냥 봐. 오늘 하루만큼은 너 하고 싶은
거 그동안 나 때문에 못했던 거, 해주고
싶어서 그래.
현수 (탐색하듯) 너 오늘 이상한 거 너두
느끼지? 왜 이러는 건데? 영화 한편
같이 보려면 개봉때부터 영화 끝날 때까지
졸라야 겨우 따라나서는 인간이 이수현
이잖아.
수현 (후회가 밀려오고) 내가 그랬어?
현수 그럼 안그랬어? 너처럼 여자 외롭게
하는 인간이 또 어딨어? 한발 가까워졌다고
생각되면 또 한발 멀어져있고, 오늘은
키스 정돈 하겠지, 입냄새 제거제 팍팍
뿌리고 나가면 손 한번 못잡고 돌아오기
일쑤구...
수현 .. ...
현수 내 친구들은 내가 너 쫓아다닌줄 알아?
`하- 그때 내가 끝까지 야멸차게 쳐냈어야
되는 건데...
수현 (그저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는데 현수의
모습이 아프다)

#23. 현수의 미용실 근처 (회상)
현수, 누군가와 핸드폰 통화하며 걸어온다.
몇걸음 뒤에서 수현, 그런 현수를 미행하고
있다.

#24. 미용실 앞 (1층만 빼고 건물전체가 미용실,
회상)
통화중인 현수, 애가 타는 표정으로 확 멈춰서면
뒤따라오던 수현 깜짝 놀라 근처 적당한 곳으로
몸을 숨긴다.

현수 (통화중, 매달리는) 끊지마 끊지마
민수씨! (사이) 바쁜 거 알아. 시간
오래 안뺏아. 연습 끝나고 잠시만
만나. 그쪽으루 내가 움직일게.
(사이) 알았어. 극장 안으룬 안들어
갈게. 근처 커피숍에서 전화하면 되지?
(사이) 꼭 나와. 응? (끊고 힘든 듯
긴 한숨 내쉰다)

현수, 풀이 잔뜩 죽어서 미용실 출입 계단쪽
으로 사라진다.
현수 사라지고나면, 수현 걸어오고 미용실
올려다본다. 수현, 결심하고 들어간다.

#25. 미용실 계단 (회상)
무심코 계단을 오르던 수현, 갑자기 놀라서
멈춰선다.
계단에 현수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지 움직임이 없는 현수
대신 담배연기가 현수의 존재를 말해주고 있다.

수현 (저도 모르게 담배연기에 기침을 한다)

그 기침 소리에 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드는데 그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수현 (놀라서) ... ...
현수 (조금 전의 그 얼굴이다!)
수현 (그저 어정쩡 목례하는)
현수 (눈물 감추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닦고
담배 피우며 씩씩하게) 머리 자르러
왔어? 올라가자. 너하구 나 아무래도
예사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 공짜루
잘라줄게!(성큼 올라간다)
수현 (너무나 다른 현수의 모습이 얼떨떨해서
그저 바라보고만)

#26. 미용실 안 (다른 날, 회상)
현수(*다른 헤어스타일 다른 의상), 담배 피우며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우울하고...

미용사 (E, 호들갑) 선생님 또 왔어요 또!
현수 (뭐가? 미용사가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다)

수현, 현수를 응시하며 들어서고 있다. 그 위로,

미용사 (E, 소근) 벌써 보름째 출근이예요!
장난 아니구 진짜루 선생님 좋아하나
봐요!

현수 (수현을 쏘아보며 쟤가 정말!)

수현, 거울 앞 의자로 가서 앉는다.
현수, 화가 난 듯 담배 비벼 끄고 굳어서 다가간다.

현수 (다소 거칠게 수현의 어깨에 가리개
더고 꽉 여미며) 오늘은 어떻게
해줄까? 파마라도 해줘?
수현 어제처럼 끝만 골라줘요.
현수 (그래 해보자, 라는 기분으로 분무기로
마구 물을 분사한다)
수현 (이마의 물기 닦아내며) 1년만 사겨요!
현수 (손가락 사이에 자를 머리카락 넣으며)
사귀는 사람 있어.
수현 헤어진 거 알아요.
현주 (싹뚝싹뚝 가위질하며) 목숨 걸고 매달
리고 있는 중이야. 초지지마.
수현 (거울 속의 현수 향해 진지하게) 나도
내 남은 인생 걸고 매달리고 있는
중이예요! 우리 딱 1년만 사겨요!
현수 (거울 속 진지한 수현의 모습에 난감
해지고) ... 난 연하는 취미 재미 흥미
몽땅 없는 사람이야. 딴데가서 알아봐!
수현 (벌떡 일어나 응시하며) 날 좋아해달라는
거 아니예요. 싫은 감정이건 좋은 감정
이건 나한테 감정 갖는 거, 내가 사양
해요! (간절하게) 그냥 1년만 딱 1년만
나하구 만나요. 약속해요. 1년 후엔 나,
현수씨 귀찮게 안해요!
현수 (그 간절함에 두눈 흔들리고) ... ...

#27. 레스토랑 안 (현재)
웨이터 메인요리를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현수,
들뜬 모습으로 요리들 유심히 보며 감탄하고
있다. 웨이터 빠지고 나면,

현수 야아 아무래두 오늘 집에 들어가서
일기 써야겠다야. 이거 주방장 추천
요리 이름이 뭐랬지?
수현 (지그시 보고 있다가) OOOO.
현수 맞어 맞어! OOOO. (와인 잔을 들고)
자 건배. 이왕 기분 내는 거 우리
확실하게 기분 내보자.
수현 (와인 잔을 든다)
현수 멋지게 한 멘트 날리면서 쨍- 해야
되는데에... 음... 좀 닭살스럽지만
이수현 김현수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어때?
수현 (바라보며 아득해진다)
현수 쨍하면서 너두 읊어! 응? (건배하며)
이수현 김현수의, (하다가) 어? 너
왜 안해? 해. 자 다시.
수현 (건배하며 마지못해) 이수현 김현수의
영원한 사랑... (차마 말을 잇지 못
하고 일어서는) 잠시 화장..실 좀
갔다올게. (도망치듯 빠르게 걸어간다)
현수 (어? 이상하고)

#28. 화장실 안
수현, 화난 사람처럼 두 손으로 세면대를 짚고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정현 (E) 정말로 후회, 안할 자신 있냐?

수현, 힘든 듯 두 눈을 질끈 감는다.

#29. 레스토랑 안
현수, 열심히 고기를 썰고 있고, 수현,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현수 (이상해서) 어디..가 안..좋아?
수현 (과장되게) 안좋긴. 동물원서부터
참았더니 급해서 뗘나간거지.
현수 (살피듯 쳐다본다, 아무래도 수현이
이상하다)
수현 먹자아- 비우고 왔더니 무지 배고프다.
(고기를 써는데)
현수 (바라보며 뭔가 불안해진다) ...
(애써 털어내고 먹기 좋게 썰린 제
접시를 내민다) 일부러 잘게 썰었어.
너, 이 위 다 약하잖아. (물컵까지
건네며) 체할라. 자 물부터 한모금
먹어.
수현 (왠지 목이 막혀오고)
현수 안받아?
수현 (그저 받는다)
현수 어~어? 임마, 난 안줘?
수현 (고개 숙인 채) 니껀 내가 썰어줄게.
(묵묵히 썰기만)
현수 (뭔가가 있는게 틀림없다, 자꾸만
불길해지고) ... (짐짓 과장되게 와인을
마시며) 음-. 이거 꼭 신데렐라라두
된 기분이네! 12시 종 칠려면 아직
깜깜 멀었지?
수현 (그 말이 걸려 멈칫한다)

그때 현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현수 (받고) 여보세요? (사이, 반색) 이야아
윤미진! 니가 웬일이야? 전활 다 주구.
(사이, 깜짝 놀라서) 뭐어? 수미 결혼식?
수미 결혼식이 오늘이었어?
수현 (무슨 전환가 쳐다본다)
현수 (통화중) 어머 내 정신 좀 봐. 이건
완전히 치매야 치매! (사이) 알았어
알았어. 부케 내가 받기로 했는데
날아서라도 가야지 그럼! (사이) 어.
끊어. (끊고)
수현 (축 처져서) 결혼식이 몇신데?
현수 (시계 보며 서둘러 일어서며) 얼른 얼른
일어나. 까딱까딱 해.
수현 안가면... 안돼?
현수 무슨 소리야? 평생 한번뿐인 친구
결혼식이야!
수현 (낮으나 고집스런) 우리한테도 오늘은
한번밖에 없어!
현수 그거야, (하다가) 야 임마! 우리한텐
2주년 3주년도 있잖아! 내년엔 내가
이것보다 더 거하게 살게! 됐지?
수현 너 이제 겨우 스프 먹었어. 이런 데서
우아하게 식사 한번 해보는 게 니
소원이라며? 그 소원 내가 풀어주고
싶어서 그래. 너 거기 앉아서 OOOO가
뭔가 하는 이집 주방장 추천요리도 먹고
디저트도 먹고 니 말대루 우아하게
음악두 듣고, 그러는거 나 정말루
보고싶다 현수야.
현수 (수현의 간절함에)... ... 왜 이래 너?
수현 (감정 들키기 싫어 고개를 떨군다)
현수 얼른 일어나. 이렇게 지체할 시간두
없어!
수현 (고집스레 앉아있다)
현수 (?, 당황스럽기까지 하고)

#30. 웨딩홀 밖
정신없이 계단을 오르던 현수, 어느 순간 깨닫고
뒤돌아보면, 수현 계단 아래에 진주를 안고
서 있다. 현수, 치밀어 올라 짜증스럽게 내려간다.

현수 정말 안들어갈거야?
수현 (짜증) 말했잖아. 진주 때문에
못들어간다고!
현수 (품에서 진주를 뺏아 안으며) 여기
사무실에 잠시 맡기면 돼!
수현 (할말 없어지고) 여기 있을게 난.
현수 넌 내가 그렇게 창피하니? 이 김현수의
남자란 게 그렇게 쪽팔리고 싫어?
수현 무슨 말이야?
현수 너 하는 꼴이 그렇잖아. 둘이선 남들
하는 짓 다하면서 니친구들한테 나
꽁꽁 숨기고, 잘 생기지도 않은 니
얼굴 한번 보자고 내친구들 남편
눈치 봐가며 애까지 들쳐업고 나와서
너 기다리는데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번번히 펑크내고.
수현 .. ...
현수 됐어. 그만하자. 나이 많은 여자 애인
노릇 쪽팔리기두 하겠지. 알았어.
니 맘대루 해. (휑하니 올라간다)
수현 (수현의 오해가 안타깝다)

#31. 예식장 안
수현, 예식중인 식장으로 들어선다. 수현, 신랑
신부의 모습에 왠지 쓸쓸해진다.
수현, 눈으로 훑으며 현수를 찾는다. 중간자리
쯤에 현수의 뒷통수가 보인다. 수현, 현수의
모습을 더 잘 보기 위해 하객들을 비집고
들어가 대각선 방향으로 자리를 옮겨 선다.
수현, 현수를 쳐다보는데, 현수, 신부를
바라보며 훌쩍이고 있다.
현수를 응시하고 있는 수현의 눈에 아픔이
배어있다.

현수 (E, 술 취해서 고래고래) 야 이수현!
너, 나하고 결혼할래?

#32. 돌고래돔 (회상)
쇼 진행중이던 무대의 수현, 놀라고 당황한 모습
으로 관중석을 쳐다보고 있다.
관중들 웅성이며 일시에 한곳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시선의 끝에 잔뜩 취한 현수가
비틀비틀 흐느적대며 무대를 향하고 있다.

현수 (혀 꼬부라진) 할래 말래? 한다고
약속만 하면 까짓껏 내가 니 애인
그래 이수현 니 애인 해준다!
조련사 누구야 저여자?
수현 (0.L) 니가 내 대신 쇼 좀 진행시켜!
(문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현수 야 이수현! 야 임마 어디가!
(풀썩 쓰러진다) 너두 도망가냐...
(스르르 잠이 드는)

나레이터가 관중들의 흩어진 관심을 다시 모으고
조련사 물개들과 쇼를 시작한다.
조련사복을 벗은 수현, 다급하게 달려와 현수를
들쳐업고 돔을 빠져나간다.

#33. 동물원 일각의 잔디 (낮 - 해질녘, 회상)
현수, 잠들어 있다.
약봉지며 생수병을 든 수현, 뛰어오고 현수의
곁에 앉는다.

수현 (깨우려다말고 현수를 내려보는데)

잠든 현수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수현 (가만히 닦아준다)

수현, 잠든 현수 향해 등을 보인 자세로 무릎을
세우고 앉는다. 수현, 생각이 많다.
시간경과...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어스름이
내려앉는다.
부스스 눈을 뜬 현수, 그 상황에 놀라고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나 이내 수현의 등을 발견하고
사태파악이 되는 듯 ''아후! 어쩌면 좋아!''하는
난감한 표정이 된다.

현수 (수현 의식하면서 일어나 앉는다)
수현 (뒤돌아본다) 괜찮아요?
현수 (시치미 떼고 천연덕스럽게) 내가 뭘?
수현 (그저 약봉지와 생수를 건넨다)
현수 (생수만 받아 벌컥벌컥 마신다)
수현 완전히 끝난..거예요?
현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 ...
(피우고)
수현 나 찾아온거 처음인데, 알아요?
현수 (담배를 피우기만)
수현 (약봉지에서 약들을 꺼낸다)
현수 웨딩드레스 취소하러 가야되는데 같이
갈래?
수현 (빈 약봉지 재떨이로 받쳐주며) 담배
너무 많이 펴요. 좀 줄여요.
현수 넌 담배 안펴?
수현 안펴요.
현수 너, 누굴 사랑해본 적 없지?
수현 (없다, 오버해서) 왜 없어요? 나이가
얼만데?
현수 근데 어떻게 담배를 안펴? 보구싶어서
한가치, 자존심이 상해서 또 한가치,
외로워서 또 한가치... 심장이 녹아
내릴 것 같아서 또 한가치...
수현 (일어서며) 가요. 웨딩드레스 취소하러
가야된다면서요?
현수 (묵묵히 담배 피며) 너, 사랑이 얼마나
가벼운지 모르지?
수현 (잠시 내려보다가 다시 앉아 약봉지
재떨이로 받쳐준다)
현수 사랑은 말야. 이 담배연기보다 더
가볍다 너? 담배 피는 모습이 근사해서
좋다구 따라다녔던 남자가 내몸에서
나는 담배냄새 때문에 싫다고 떠나는
게 사랑인 거야.
수현 .. ...
현수 난, 저 때문에 담배를 피는데... 난,
저 때문에 담배를 더 많이 폈는데...
수현 (받친 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34. 웨딩드레스 샵 (회상)
웨딩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현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현수의 눈이 슬프다.
그런 현수를 조금 떨어져서 수현이 지켜보고 있다.

현수 결혼식 열흘 남겨놓고 남자한테 차인
여잔 대한민국에 나밖에 없을 거야.
수현 왜요? 내가 아는 형은 결혼식 당일날
섬으로 도망쳤는데요?
현수 뭐어? (하는데)
수현 (거울속의 현수를 응시하며) 다른
사람 같아요.
현수 (그 시선에 어색해지고) ... ...
수현 고마워요. 날 위해 웨딩드레스 입어준
거. (쓸쓸한) 오늘 못봤으면 어떤 모습
일까, 두고두고 궁금해 했을 거예요.
현수 (탈의실로 들어가며) 웨딩드레스,
나도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어!
그래서 입은 거야!

탈의실문 닫히고 현수 사라진다.
현수가 사라진 거울 속에 이젠 수현이 빤히 스스로
를 응시하고 서 있다.

#35. 돌고래돔 (회상)
텅 빈 관중석 물결치는 커튼 아래 수현과 현수가
의자 두세 개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앉아
풀을 내려다보고 있다.
고요한 풀 안에선 돌고래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현수 왜 돌고래 조련사가 됐어?
수현 돌고래 풀어주려고.
현수 뭐? (묻듯 쳐다본다)
수현 앞을 못보는 형이 있어요.
현수 (뜻밖의 말에 조심스러워지고)
수현 워낙 다혈질인데다가 활동적이어서
잠시도 가만히 있는 걸 못견뎌하는
성격이었어요. 늘 산으로 바다로,
우리 셋중에 여자들한테 인기도 제일
많았어요.
현수 .. 눈은 왜...?
수현 (화난 사람처럼) 병이래요. (두 눈
분노로 일렁이며) 허! 스물다섯에 왼쪽
눈 스물여섯에 오른쪽 눈! 십팔!
올려면 한꺼번에나 오던가!
현수 ... ...
수현 지금 우리형 어떤줄 알아요? 10년째
집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어요.
현수 ... ... (시선 둘 곳이 없어 그저
돌고래들 쳐다본다)
수현 (돌고래들 응시하며) 저 자식들... 꼭
우리형 같아요. ... 이 풀안에 꼼짝없이
갇혀선 주는 밥 먹고 시키는 대로 쇼하고,
저 자식들 이젠 근육이 퇴화돼서 바다로
돌려보내도 살지도 못해요.
현수 풀어줄거라며?
수현 (치미는 감정을 꾹 꾹 누르듯 끄덕이며)
그럴려고 했죠. 다시 헤엄치는 것도 가르
치고 다시 먹이 낚아채는 것도 가르치고...
(고통스런) 예, 그럴려고 했어요. 그럴
려고 했는데, 그럴려고 했는데...
(고개를 풀썩 꺾고 만다)
현수 (??, 조심스러워서 지켜보기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현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현수 (놀라서) ... ...
수현 (울고 있다)

현수, 잠시 난감해하다가 일어나 옆자리로 가
앉는다.
현수, 쭈빗쭈빗 팔을 뻗어 가만히 수현의 힘든
등을 토닥인다.
수현의 가느다란 떨림 그칠줄 모르고...
현수, 이제 두 팔로 감싸안으며 품안에 수현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현수의 품안에서 수현, 오래 운다.

#36. 예식장 안 (현재)
수현, 막 생각에서 깨어나면, 예식 다 끝나고
友人들 사진촬영 중이다.
수현, 하객들 빠져나가고 텅빈 식장에 고스란히
노출된 자신의 모습이 당황스럽다.
우인들 속에 씩씩한 미소로 서 있던 현수,
수현을 발견하고 싸늘해진다.
수현, 현수의 싸늘한 시선에 식장을 나가지도
현수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난감하다.

윤미진 (낮게) 쟤가 이수현이 맞지? 그지?
현수 ... ...
윤미진 오라구 해. 같이 찍게.
현수 놔둬. (싸늘한 시선마저 거두고 카메라를
향한다)
윤미진 (사진사 향해) 아저씨 잠깐만요!
수현씨! 수현씨도 와서 같이 찍어요!

사람들 시선 일제히 수현에게로 향하고 수현을 기다린다.

수현 (당황해 어쩔줄 모르고)
현수 (쏘아보며 수현의 반응 기다린다)

수현, 죽기보다 싫지만 현수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어서 천천히 다가가는데, 어느 순간 현수의
모습이 흐릿흐릿 흔들려 보이기 시작한다.
수현, 멈춰서고 눈을 깜박였다가 다시 잘
쳐다보지만 이제 현수의 모습은 뿌연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현수 (예민해져서 기다린다)

수현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수현,
한번 더 현수를 보기위해 머리까지 흔들고
쳐다보지만 흐릿흐릿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우인들 웅성이기 시작하고,

현수 (치밀어 오르는데)

현수의 시선에, 수현이 홱 뒤돌아 걸어나간다.
비틀비틀, 의자를 잡기도 하고 수현, 도망치듯
식장을 빠져나간다.

현수 (기가 막히다 못해 허탈해져서) 허-!

#37. 식장 밖
시력에 갑작스런 장애가 온 수현, 비틀비틀 뿌연
안개속을 다급히 걸어나간다. 수현, 현수로부터
무조건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비틀대는 수현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38. 계단 (비상구)
수현, 출렁이는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고 있다.
어느 순간 발을 잘못 내디딘 수현, 계단을 위험스레
구른다. 계단 끝 구석벽에 사정없이 처박히고
마는 수현. 긴 정적...

현수 (E, 다급한) 수현아! 수현아!

그 소리에 처박힌 채 미동없던 수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든다. 수현의 이마에, 입가에 붉은
핏자국이 선연하다.
다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온 현수, 할말을 잃은 채
놀라서 쳐다본다.
현수를 바라보는 수현의 눈이 고통스럽다.
그 모습들 위로, 자막 <PM 전 헤어지기 그녀와 8시간 4:30> 뜬다.

#39.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스케치

#40. 마로니에 공원 벤치 (5시~6시 정도의 시간)
현수, 묵묵히 수현의 상처에 일회용 밴드를 붙여
주고 있다.

수현 (그 손길에 마음이 더 아프고 힘이 든다)

밴드를 다 붙인 현수, 정면을 향해 돌아앉는다.
수현과 현수, 진주를 사이에 두고 멀리 시선을
둔 채 침묵으로 앉아있다.

현수 (굳은 채로) ... ...
수현 (마음이 지옥이다) ... ...
현수 (착 가라앉은) 얘기 해. 나 피해서 도망
다닌 열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현 (움찔, 천천히 쳐다본다)
현수 나 등신 아냐. 너 오늘 내내 이상했어.
(응시하며) 뭐니? 날 이렇게 불안하게
아니 불길하게 만드는게?
수현 (도저히 입이 안떨어지는)
현수 남자들 사귀던 여자 싫어지면 전화부터 끊는
거, 맞지? 그거..니?
수현 ... ...
현수 열흘 내내 아니다 아닐거다, 혼자서 체면을
걸었다 풀었다, 그래두 난 도무지 이해가
안돼. 요즘들어 난 예전보다 더 많이 니
마음이 느껴지는데, 무심한 듯 날 쳐다보는
니눈에서 쟤가 정말루 날 좋아하나부다,
혼자 읽어내고 행복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그럼 나 혼자 오해..한 거야?
수현 ... ...

#41. 시각장애인 재활 교육센터 침술 강의실 (회상)

수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원장 시각장애인의 경운 아무래도 사물을 인지할
수 없다보니 취업하는데 제한이 많아요.
주로 안마사나 침술사가 대부분이예요.
수현 (무겁게 끄덕이는데)
현수 (E) 수현아!
수현 (놀라서 홱 돌아보면)

출입문 앞에 현수다!

수현 (놀라고 당황한 채 현수의 출현을 영문
몰라하는데)

현수의 뒤로 정현이 모습을 나타낸다.

수현 (짐작돼서 형을 향해 치밀어오른다)

#42. 빈 강의실 (회상)
수현과 정현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수현 (날카롭게 내지르는) 여긴 왜 데리고
왔어 왜?
정현 언제까지 숨길 거야! 아니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니가 준빌하듯 현수
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줘!
수현 무슨 준비! 도대체 현수가 무슨 준빌 해야
되는데? 나 장님되게 생겼으니까 같이 점자
라도 배우자 그래? 니 애인 이제 사방천지
분간도 못하게 됐으니까 니가 나대신 먹여
살릴 궁리 하라구 그래? 것두 아님, 앞으룬
난 니 얼굴도 못알아볼테니까, (고통으로)
니가, 니가 내앞에 있어도 너란 걸 모를
테니까... ...
정현 그애한테 상처받을까봐 그러는 거냐? 내가
보기엔 현수, 너한테 상처줄 애 아니야.
수현 (눈가 젖어서) 내가, 내가 걔한테 상철
입히게 되면 형? 사실대로 말했는데 그
바보가 그래도 내곁에 있겠다고 하면 형?
현술 그렇게 만들 순 없잖아. 현수
인생을 그딴 식으로 평생 내곁에 묶어둘
수는 없잖아 형... ...
정현 ... ...

#43. 백화점 1층 매장 (회상)
현수와 수현, 이것저것 선물될 만한 것을 고르고
돌아다니며,

현수 (시선은 진열상품들을 향한 채) 너두 점자
배우려고?
수현 어? 어어.
현수 형땜에?
수현 어어. (불편한데)

현수, 뭔가 발견한듯 번쩍해서 재빨리 어느
쪽으로 간다.
수현, 무겁게 뒤따라가면 보석코너다.

현수 커플링 하자 우리.
수현 (당황스런)
현수 내껀 니가 사주구 니껀 내가 사고.
수현 (난감해지는)
현수 언니, 우리 커플링 할 건데 이쁜 거루 좀
보여줘봐요. (하는데)
수현 아뇨! 됐습니다! 꺼내실 필요 없어요!
현수 (? 쳐다본다)
수현 생일선물 사러 온 거잖아. 커플링은 다음에
하자.
현수 생일선물로 반지 줘. 그럼 되지 뭐.
(판매원 향해) 보여주, (하는데)
수현 (붙잡아 끌며) 반진 나중에 하고 얼른 너
선물이나 사러 가자. 옷 파는데 어디냐?
너 원피스 사야된다고 그랬잖아?
현수 (딸려가며) 아야 아! 애가 왜 이래? 임마,
손 좀 놓구 가.

#44. 현수네 집 근쳐 공원 (회상, 밤)
그네에 나란히 앉아있는 수현과 현수.
현수, 쇼핑백에서 원피스 꺼내 미소로 보다가,

현수 (문득 생각나서) 근데 너 아까 커플링 좀
하자는데 그게 그렇게 싫디?
수현 ... ...
현수 커플링이 싫은 거야 나랑 공식적으루 커플이
되는 게 싫은 거야?
수현 그깟 쇠붙이 하나에 사랑을 확인하고 또
거기에 구속되고, 내 친구중엔 실수로
샤월하다 여자친구가 해준 커플링 잃어
버려갖구 헤어진 놈도 있어. 웃기지 않아?
현수 원래 사랑이란 게, 손가락에 부기가 조금만
빠져도 쉽게 흘러내리고 마는 반지처럼
불안한 거니까 반지라도 껴서 확인하고
지속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수현 만약에 사랑이 끝났는데도 서로 사랑을
약속한 반지만 손에 남아있으면 아주
난처하지 않을까?
현수 사랑이 끝났는데도 그 반지를 빼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한텐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은 거겠지. 끝내고
싶지 않은 사랑을 어쩔 수 없이 끝낸
사람이겠지.
수현 ... ...
현수 (수현의 그네줄을 잡고 응시하며) 넌 왜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안하니?
수현 (마주 바라본 채) ... ...
현수 나 사랑하잖아.
수현 ... ...
현수 듣구싶어. 꼭.
수현 ... ...
현수 (기다리는)
수현 (간절하게) 사랑해. 나, 김현수,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
현수 (행복한 미소로 다가가 입을 맞춘다)

수현과 현수의 입맞춤 길게... ...

#45. 동 마로니에 공원벤치

수현 (흔들리는 눈으로 현수를 응시한 채 갈등하고 있다)
현수 솔직하게 있는 그대루 다 얘기해 줘.
그러는 편이 나한텐 덜 비참할 것 같애.
수현 ... ...
현수 수현아, (하는데)
수현 (벌떡 일어나 거칠게 현수의 손을 낚아채
끌고간다)
현수 왜,왜 이래? 어디 가는데?
수현 연극, 그래 연극 시간 다 됐어!

수현, 오직 ''연극 관람''만이 목표인 사람처럼
현수를 끌고 바쁘게 걸어나간다.

#46. 연극 공연중인 소극장
무대 위의 민수(34세, 현수의 전 애인), 스포트
라이트 받으며 열연중이다.
객석의 현수, 복잡한 심정으로 민수를 쳐다보고
있다.
수현, 무대쪽은 쳐다보지 않은 채 현수를 깊은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수현 (헤어져야 되는데, 그래야만 하는데...
마음이 지옥이다)

#47. 소극장 로비
관객들 거의 다 빠져나간 로비에 현수, 직원으로
부터 진주를 넘겨받고 있다.
수현, 장미다발을 안고 다가온다.

현수 (장미다발 보고) 뭐야 그건?
수현 (짐짓 밝게) 니 친구꺼. 이까지 왔는데
빈손으루 만나긴 그렇잖아.
현수 (좀 당황스럽고) 그냥 가. (앞서 걸어나가는)
수현 왜 친구, 안만나? 난 괜찮으니까 만나구 가.
현수 (내처 걸어나가는데)
민수 (E) 김현수! 현수 맞지?
현수 (멈칫, 멈춰서고 천천히 돌아보면)

방금 세수를 한 듯 분장을 지운 민수다.

현수 (1년만에 보는 민수다!) ... ...
민수 맞네! 딱 보고 김현순줄 알았다! 더
이뻐졌는데?
현수 미,민수..씨두 좋아보여. 영화에도
나오대? 민수씨가 나오는 거 다 봤어.
수현 (묘한 기분이고)
민수 솔직히 말해 다 니 덕분이지 뭐. 이
배민술 키운 건 팔할이 김현수 아니냐.
현수 결혼..한다며? 신문에서 봤어. 유명한
집 딸이대?
민수 (미안하고) 응. 넌? (수현을 흘낏
일견하고) 결혼 안해?
현수 왜,왜 안해. 해 나두. 수,수현아,
(하다가) 아니 아니 수현씨! 와서
인사해. 내가 말했지? 민수씨야.
(민수 향해) 수현씨야. 나랑 결혼할.
민수 (수현을 관심있게 쳐다보며 악수 건네는)
반가워요, 배민숩니다. 두분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현 (터질 것 같다) ... ...
현수 (당황해서) 악수 안하고 뭐해?
수현 (장미다발을 던지듯 민수에게 안기고
휑하니 걸어나간다)
현수 (놀라서) 수현아? (민수 의식하고) 아니
수현씨? 수현씨이?

수현, 무서운 기세로 걸어나가기만...

#48. 마로니에 공원 (밤)
노려보고 있는 현수, 그런 현수를 향해 등을 보이고
있는 수현.

현수 그래 친구가 아니고 민수씨야! 민수씨가
하는 공연이었어! 민수씨 존재 몰랐던
것두 아니잖아?
수현 (홱 돌아 쏘아보며) 허! 그 자식이 하는
공연이 그렇게도 보고 싶었어? 너 내내
연극타령이었잖아?
현수 너답지 않게 왜 이래?
수현 뭐어? 나답지가 않아? 나다운 게 뭔데?
(폭발하고) 나다운 게 도대체 도대체 어떤
건데? 내가 미친 놈이야? 내가 미친 놈
이냐구? 허, 그래! 미친 놈은 미친 놈이다!
어? 지 여자 죽고 못살았던 옛남자 지발로
찾아와 박수 쳐주고 꽃다발 안겨주고,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내지르는)
도대체 도대체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현수 (수현의 모습이 낯설다, 그저 말문 막혀서)
... ...
수현 상대방 기분같은 건 안중에도 없지! 그저
니 기분 대로, 오직 너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내가, 지금 내가... (홱 사납게 나무를
친다)
현수 (멍해서) ... ... 민수씨,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 열흘 전에 신문을 봤는데 결혼
한다구, 나보다 훨씬 어리구 나보다 이쁘구
우리집하군 비교도 안되는 집으루 장갈
간다구... 조금 억울하더라. 그런 인간한테
몇 년씩 쏟은 정성도 억울하고 그 인간
못잊어서 너 힘들게 한 시간도 억울하고...
수현 ... ...
현수 그 인간한테 널 자랑하고 싶었나봐.
아니, 너같은 남잘 가진 날 자랑하고
싶었나봐.
수현 ... ...
현수 난 그래. 내가 생각하는 거 너두 생각하고,
내가 하고싶은 얘기 너두 하고 싶어하고,
내가 원하는 거 너두 원하고... 그런 줄
알았어. 난, 너랑 있을 땐 다른 생각은 못
하니까... 하긴 것두 내맘대루 생각한 거네.
(진주를 안고) 진주 고마워.(착 가라앉아서
걸어나간다)
수현 현수, (붙잡아야 하는데 부를 수가 없고)

현수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진다.

수현 ... ...

#49. 대학로 버스 정류장 (밤)
진주를 안은 현수, 축 늘어져서 서 있다.

#50. 마로니에 공원
휑하니 서서 현수가 사라진 쪽만 안타깝게 응시하던
수현, 어느 순간 현수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나가나,
끝내 공원 입구에서 멈춰서고 만다. 안된다고 힘들게
가로젓는 수현.

#51. 동 버스정류장
정류장 의자에 앉아 커플링을 아득하게 내려보고
있는 현수.

#52. 마로니에 공원 (비, 11시 20분 정도)
시간 경과되어 북적거렸던 공원이 휑하다. 수현,
비 내라는 벤치에 홀로 앉아있다.
카메라 다가가면 수현, 빗물을 닦는 것처럼 눈물을
닦고 있다.

#53. 버스 정류장 (비)
현수, 얼굴을 때리는 빗물에 상념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면 11시 20분이다. 현수, 일어나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서는데, 진주가 보이지
않는다.

현수 (긴장하며 주위를 빠르게 살펴본다) 진주야!
진주야?

진주의 모습 어디에도 없다. 당황한 현수, 뛰어
다니며 찾기 시작한다.

#54. 마로니에 공원 (비)
벤치의 수현, 일순간 뭔가 발견한 듯 두
눈이 빛난다.
공원 한가운데 진주다!
수현, 급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현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수현, 실망한다. 수현,
다가가 진주를 쓰다듬으면서도 연신 현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현수, 보이지 않는다.
그때 진주가 어딘가로 걸어간다.

수현 진주야! 진주야! (쫓아간다)

#55. 대학로 도로변 - 횡단보도 (비)
진주 달려오고, 파란불이 깜박이는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진주의 모습이 위험해 보이고...
그 위로 동시에 들리는,

수현/현수 (E) 진주야!/ 진주야!

수현과 현수, 반대방향에서 진주를 향해 달려간다.
두사람,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만난다.

수현 (현수다!) ... ...
현수 (수현이다!) ... ...

신호등 적색등으로 바뀌고, 수현과 현수, 그리고
진주, 달리는 차량들 속에 갇힌다.

현수 (어색하고, 그저 진주를 안는다)
수현 ... ...
현수 우리... 또 갇혔네! 1년 전 오늘처럼...
수현 (확 껴안고만다)

내리는 빗속에 두 사람의 포옹이 길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그 위로 자막 <PM 전 헤어지기 그녀와 50분 11:30,> 뜬다.

#56. 대학로 근처의 모텔
흠뻑 젖은 모습으로 현수와 수현, 우두커니 문앞에
서 있다.

현수 (수현의 눈치를 살피는)
수현 (굳은 채 장승처럼 서 있다)
현수 (짐짓) 아,앉자. 아니다. 오,옷부터
말려야겠다 응? (욕실로 가는데)
수현 있어. 내가 갖다줄게. (휑하니 욕실로
들어간다)

#57. 모텔의 욕실
문을 닫고 들어온 수현, 문밖의 현수쪽 바라보며
몹시 복잡하다.

현수 (E, 조심스런) 옷... 벗어서 줘. 말리게.
수현 (힘들어서 두 눈을 감는다)

#58. 여관의 욕실 안(회상)
수현, 심호흡 크게 하고 연신 문밖을 의식하며 옷을
벗기 시작한다. 수현, 이내 팬티차림 되는데, 문밖
에서 현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놀란 수현 옷으로
몸을 가린다.

현수 (E) 안줘?
수현 어어. 줘,줘야지. (문 열고 겨우 건네는데)
현수 너... 처음이지?
수현 (화들짝 옷을 놓치고 떨어뜨린다)
현수 (웃으며 옷을 주워 문을 닫으며) 여태
뭐하고 살았니?
수현 (과장되게 지르는) 무,무슨 소리야? 처음
아냐 나아!

#59. 여관방 (회상)
한쪽 벽에 차례로 널려있는 수현과 현수의 젖은
옷들...
각자 이불을 덮어쓴 채 수현과 현수, 이부자리
위에 어색하게 앉아있다.

수현 ... 흠. 흠...
현수 ... ...
수현 (몰래 현수를 쳐다본다)
현수 (몰래 수현을 쳐다본다)
수현 (용기를 내어 손을 현수에게로 가져간다)
현수 (긴장해서 기다린다)
수현 (현수의 고개를 천천히 제쪽으로)
현수 (가늘게 떨며 눈을 감는다)
수현 (천천히 입을 맞춘다)

두 사람의 입맞춤 점점 깊어지면서 수현을 감싸고
있던 이불이 툭,하고 떨어진다. 현수, 제 이불로
수현을 감싸 덮어준다. 두 사람 이제 한이불
속에 함께다.

#60. 여관 밖 (회상, 비)
장대비가 시원스레 쏟아지고 있다.

#61. 여관방 (회상)
어두컴컴한 방안. 수현과 현수, 나란히 누워있다.

수현 미안해. 서툴,,러서.
현수 나두 미안해. 나두 너처럼, 나한테 니가
처음이고 싶은데, 진짜 그러고 싶은데...
수현 너한테 내가 처음 아닌거, 내앞에 니 첫
사랑도 있고 니 두 번째 사랑도 있고 세
번째 네 번째 사랑도 있는 거, 다행이야.
안심이 돼.
현수 (고개 돌려 쳐다본다)
수현 우리가 헤어진다고 해도 조금은 쉽게 잊을
수 있을 테니까. 10년쯤 후엔 니 첫사랑
니 두 번째 사랑에 밀려 나하고의 사랑
같은 건 떠오르지도 않을 테니까...
현수 왜 그런 생각을 해?
수현 행복해서... 너무 행복해서... (F.O)

#62. 대학로 근처의 모텔 (현재)
욕실에서 나온 수현, 침대에 앉아있는 현수에게
말없이 수건을 건네고는 앉을 생각 않고 장승
처럼 그 자리에 서 있다.

현수 왜 그래? 잘못... 온거니? 난 그냥 비두
오구 옷이 젖어서... 아니, 그래서 온건
아니구, 그래 오늘이 우리 1년째 되는
날이잖아. 좀 더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화해두 하구.
수현 ... ...
현수 (수현을 이끌어 침대에 앉히고) 나 너한테
줄 거 있어.

현수,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커플링 케이스다.

현수 (케이스 열어 보여주는)
수현 (커플링과 현수 차례로 보며 죽을 것처럼
힘이 든다)
현수 아무리 기다려도 니가 안끼워줄 것
같아서 우리 1년 기념해서 내가 맞췄어.
수현 (두 눈 심하게 흔들리는) ... ...
현수 손 줘봐. 내가 먼저 끼워줄게. 어서?
수현 할.. 말이.. 있어.
현수 어? (불안한) 할..말?
수현 (안간힘으로) 우리... 헤어져.
현수 (두 눈이 파르르 떨리며) 뭐?
수현 (애써 냉정하게) 넌 당황스럽겠지만 난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현수 ... ...
수현 나한테 조련사 일 가르쳐준 선배, 캐나다
동물원에 있다고 언젠가 얘기 했었지?
나보고 거기로 오래. 갈까..해. 오늘
사표도 냈고.
현수 (화들짝 놀라서 쳐다본다)
수현 잘 알겠지만 우리 조련사들한텐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야.
현수 수,수..현아... (하는데)
수현 (O.L, 안간힘으로) 아직 젊을 때 몇 년 간
나가서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현수 나,난... 수현아 그럼 난...
수현 그래 나 너 사랑해. 그래서 스스로한테 수도
없이 반문해 봤고. 너..보단 내인생이 더
소중하단 결론을 얻었어. 넌 포기가 돼도
이번 기횐 포기가 안되더라.
현수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수현 미안하다. 한동안 힘들겠지만 넌 그래두 잘
이겨낼 거야. 빨리 잊어버리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현수 (눈물 흐르는데) 아니. 이겨낼 자신 없어 난.
너 없이 너 잊구 행복해질 자신은 더더욱 없구.
넌... 넌 자신 있니? 나 없이 나 안보구
살 자신 있어?
수현 (시선 마주하지 못한 채) 있어, 자신. 헤어질
땐 죽을 것처럼 굴다가도 다들 잘 살아가잖아.
다시 새로운 사랑 만나면 죽을 것처럼 아팠던
이별도 어느새 추억이 돼버리고... 나 만나고
너 배민수 그 자식 잊은 것처럼 누군가
다른 사람 또 만나면 나같은 건 금방
잊을 수 있을 거야.
현수 (눈물로 쏘아보며 뺨을 날린다)
수현 ... ... (시선을 떨구고 마는)
현수 가지말라고 내가 가지말라고 애원해도
안..되는..거니?
수현 (푹 숙인 채 힘들어서 두 눈 질끈 감으며
그저 끄덕끄덕, 눈물이 차 오르고)
현수 허... 아,알았어. 그래. 그래... 언제
떠나니?
수현 (눈물 감추며) 하,한달..쯤 후에.
현수 (그저 끄덕끄덕) ... ... (스르르
일어나고) 출국날짜 정해지면 전화해.
배웅..해줄게.
수현 그럴 필요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고 싶어!
현수 그래. 그것두 그러네. 나.. 먼저 갈게.
(정신없이 뛰쳐나간다)

현수 나가고나면, 수현, 풀썩 주저앉는다.

#63. 여관 밖
현수, 정신없이 울면서 달려나간다.

#64. 여관방
수현의 눈에 커플링 반지가 들어오고, 수현, 천천히
커플링 케이스를 들고 들여다본다.
수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참았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면서 수현, 끝내 소리를 내어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수현의 울음이 길다. (F.O)

#65. 도로, 달리는 심야버스.
잠에 취한 승객들 너머에 수현,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수현, 어느 순간 이어폰을 꽂고 카세트의 플레이
버튼을 작동시킨다. 카세트를 통해 들리는 현수의
목소리.

현수 (E) 나, 지금 이수현이란 막차에 올라타고
있는 거야. 승차감도 좋구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더 좋아. 도중에 내리고 싶지않아.
수현 (당황, 서둘러 테입을 빨리 감아 버튼을
누르면)
현수 (E) 뭐야? 너 지금 뭐라구 했어? 뭐어?
다른 손님한테 불쾌감을 줘? 우리가 어때서?
우리가 뭐가 어때서?
수현 (엷은 미소가 인다)

동물원의 &lt;우리 이렇게 헤어지기로 해&gt;가 흐르는
가운데...
수현, 문득 어떤 생각으로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는데 현수의 커플링 케이스다.
수현, 잠시 물끄러미 내려보다가 천천히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오래 응시한다. (F.O)

#66. 화면 암전 상태에서

현수 (F) 저..현순..데요? 수현..이 좀..
핸드폰을 꺼놨나봐요.
정현 (F) 지금 집에 없는데...

#67. 사진관
#18의 연인들 사진을 찾고 있다. 찾은 사진을 웃으며
훝어보던 연인들 한 사진을 보며 의아해한다. 수현이
찍은 현수의 사진이다. 그 사진 위로,

현수 (F) 오랜..만이죠? 저... 현수예요.
수현..이 캐나다 주소.. 좀...
정현 (F) 아직 우리한테도 연락이 없는데...
어떡하지?
현수 (F) 네에... (F.O)

#68. #1과 동일한 아파트 앞 (몇년 후)
대현의 세탁물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69. 아파트 복도
''세~타~악~ 세~타~악''
대현, 세탁물을 돌려주고 또 수거하고 있다.
어느 집 문앞의 대현, 세탁비를 가지러 들어간
주부를 기다리다 문득 깨닫고 주위를 둘러본다.
누구를 찾는 듯하다. 그러나 복도엔 아무도 없다.

대현 (걱정스런 낯빛 되고) 수현아? 수현아?
(대답없자 달려나가며) 수현아? 이수현?

#70. 동 아파트 후미진 계단
당황한 남자의 손(커플링 끼고 있다)이 막 카세트
플레이어를 정지 시킨다. 녹음된 소리들(현수의
목소리) 일시에 허리가 잘리며 사라진다.

대현 (E) 야 임마, 또 어디 자빠진줄 알았잖아?

등을 보이고 계단에 앉아있던 수현, 이어폰을 빼면서
일어나 돌아본다. (*시력을 잃은 상태임. 형을
바라본다고 바라보나 각도가 빗나가 있다!)

수현 (담배 한 개피 들어보이며 애써 미소로)
한 대 피우려고.
대현 (카세트에 그 시선 멎고 알겠다는 듯)
너 또, (뭐라 말하려다 관두고) 식전
담배 독이야. 안피던 담배는 왜 갑자기...
(염려 숨기며 되돌아나가는데)
수현 5층부터 1층까진 내가 걷을게 형. 갖다
주는 건 몰라도 걷는 건 할 수 있어.
대현 담배, 거꾸로야.
수현 (당황) 어? 어어. (담배 바로 잡고 무안
해서 어쩔줄 모른다)
대현 (짐짓) 발성연습이나 더 해. 그 소리갖곤
택도 없어. 여기 여자들 아침드라마 보다
가도 귀가 번쩍 뜨이게 (시범 보이는)
세~타~악~ 세~타~악~, 알았어?
수현 (웃는 형의 맘 안다)
대현 (툭) 웃지만 말고 한번 해봐.
수현 (오버해서 목청 가다듬는 등 준비자세
취한 후) 세탁~ 세탁~
대현 자식이 그게 아니고 임마. 세~타~악~
세~타~악!
수현 흠 흠. 세~타~악~ 세~타~악!

수현의 그 쓸쓸한 모습에서 엔딩.

 

 

 

 

 

 

 

 

 

 

 

 

 

 

 

 

 

 

 

 

 

 

 

 

 

 

첨부파일 배유미-그녀와헤어지기몇시간전-rivertrue1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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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24H Party Person | 작성시간 12.11.22 감사합니다 잘 볼게요~!
  • 작성자실력수술의시대 | 작성시간 12.11.24 잘 볼게요. ^^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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