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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2.06|조회수777 목록 댓글 1

[간직한 것은 잊혀지지 않는다]

 

 

 

 

 

 

 

 

S#1. 차밭 풍경

한없이 넓은 차밭과 그 속에 촘촘히 심어진 차나무의 짙푸른 차 잎들이 보인다. 마치 세상이 모두 차나물 뒤덮여 있는 듯한 풍경이다. 머리에 때 절은 모자를 쓴 아저씨들과 수건을 동여맨 아주머니들이 차밭 고랑에 흩어져 광주리에 차 잎을 뜯어 담고 있다. 차밭 속에 마을사람들의 모습은 아주 작은 한 부분을 이룰 뿐이다.

S#2. 차밭

그 밭들 중 하나.
세진과 마을 사람들은 무릎 위까지 자란 차나무 사이를 다니며 차 잎을 따고 있다.
세진의 얼굴에 땀이 보송보송 맺혀있다.
세진, 목에 두른 수건을 벗어 얼굴의 땀을 닦아낸다.
세진의 광주리엔 차 잎이 하나 가득 담겨 있다.
세진, 허리가 아픈 듯 몸을 일으키는데, 그때 세진의 눈에 저 멀리 무언가가 보인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동우다.
오토바이는 멀리서 차밭들 사이를 지나 점점 마을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온다.
오토바이의 세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낡은 오토바이 뒤의 판자에 실린 카메라 케이스가 보인다. 세진, 물끄러미 멀어져가는 오토바이를 쫒고 있다.
오토바이 점점 멀어져가고 이제 보이지 않는다.

 S#3. 통나무집 근처

말을 끝낸 마을 사람들 둘 셋씩 모여서 차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세진, 맨 뒤에 떨어져서 천천히 걸어간다.
세진이 걷는 길 위에서 얼마 떨어진 곳에 통나무집이 한 채 서 있다.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
동우는 보이지 않고, 세진, 살피듯 통나무집 주변을 돌아본다.

S#4. 세진의 집

세진, 사립문을 열고 들어온다.
좁은 나무 마루 밑에 정갈한 운동화 하나가 놓여 있다. 그때, 안방 문이 철컥 열리며 세진 모습을 드러낸다.

세진       (얼른 다가가며 누가 왔냐며 손가락으로 방안을 가리킨다)
세진모     [그래, 수진이 왔다]

세진, 보면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수진, 방안에서 얼른 뛰어나온다.
세진의 얼굴에 하나 가득, 반가운 웃음이 인다.

S#5. 세진의 방

수진, 세진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세진의 얼굴 쪽으로 입을 향해 말을 하고 있다.

세진       (입모양으로 언제가? 하고 묻는다)
수진       [언제 가냐구? 오래 못 있어. 바로 보충수업 시작해서 가봐야돼. 아빠 성묘 끝
           나고 몇일만 쉬고 갈 거야]
세진       (아쉽다는 얼굴이 된다)
수진       [참, 언니 줄려고 책 사왔는데...]
세진       ?

수진, 일어나더니 가방에서 책 몇 권을 꺼낸다.
세진, 책의 제목들을 하나하나 읽어간다.
그러다가 그 중 한권의 책에 눈이 간다.
세진, 책을 한장 한장 넘겨본다.
수진,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무슨 책인가 넘겨보고는

수진      [아나스타샤라고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인데 죽을 때까지 혁명군한테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화형당해서 죽었데. 집게로 혀를 뽑힌 다음에 말             이야.]
세진, 불쌍하다는 듯 얼굴이 찡그려진다.
세진, 다시 한번 가만히 책장을 넘겨본다.

S#6. 산기슭

잔디가 파랗게 입혀진 단출한 무덤 앞에 소주병과 간단한 과일 따위가 놓여 있고 성묘를 끝낸 세진모와 수진, 앉아서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
수진의 손에는 반쯤 익은 사과가 들려있다. 세진은 보이지 않는다.

S#7. 숲속

세진, 숲속으로 난 작은 길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는 것을 수풀에 몸을 숨기고 바라보고 있다.
세진, 수풀 사이를 조용히 움직이며 조심스레 동우를 찾지만, 동우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세진, 그러다가 세진모와 수진이 있는 쪽으로 돌아서는데, 그때 앞 수풀에서 무언가가 나타난다.
세진, 깜짝 놀라는데 보면 얼굴이 거의 맞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 동우가 서 있다.
동우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고, 동우도 난데없이 나타난 세진에 놀란 모양이다.
세진, 재빨리 몸을 돌려 가버린다.
동우, 손을 들어 세진을 부르려고 하는데 세진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S#9. 통나무집 앞
세진모, 저만치 앞서 가고 세진과 수진, 뒤에 처져 걸어가고 있다.
세진, 통나무집 쪽을 지나치는데, 그 앞에 오토바이 서있다.
세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토바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깜짝 놀란다.
저만치서 집을 돌아 나오던 동우가 세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세진, 얼른 돌아서고 그 틈에 수진도 동우를 보고 만다.

수진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보며)[누구야?]

세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수진의 손을 잡아끈다.

S#10. 차밭

세진, 차 잎을 따고 있다.
그러다가 허리가 아픈지 잠시 몸을 일으키다가 차 밭을 한번 주욱 둘러본다.
동우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동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S#11. 뚝방 위

세진, 일을 끝내고 집을 향해 가고 있는데, 뚝방 위에 오토바이 세워져 있는게 보인다.
동우는 보이지 않는다.
세진, 주위를 돌아본다.
그때, 뚝방 밑 저쪽에서 동우가 뒷모습을 보이고 앉아 있는게 보인다.
뭘 하는 걸까?
세진, 동우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는데 동우 두 손을 입가로 가져가 대고 가끔씩 움직여 댈 뿐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방죽 밑에 앉아있던 동우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데 방죽 위에는 아무도 없다.
동우의 손에 들려있던 것을 작은 하모니카이다.
동우, 다시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다.
비로소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

S#12. 세진의 집 마당

세진모,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고, 세진, 수돗가에서 세수대야에  물을 담고 있다.
수진,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비누 따위를 세진에게 챙겨주고 있다.

수진       [언니, 내일은 차 밭일 안가지?]
세진       (끄덕인다)
수진       [그럼 우리 내일 양어장 구경가자. 아빠 돌아가시고 관둔 후로 한번도 안가본거             같애. 우리 그거 하고 살 때가 좋았는데, 그지?]

세진,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S#13. 저수지 양어장

수진과 세진, 물 위로 먹이를 던져준다. 알이 통통이 벤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파드득 파드득 걸리고 그때마다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수진, 물방울이 몸에 닿기라도 할까봐 까르르 웃으면서 이만큼 물러나고, 그런 수진을 보는 세진의 입가엔 미소가 인다.

S#14. 뚝방 위

야생 질경이 꽃이 가득 피어있다.
그 위에 세진, 손을 배 위에 얹은 채 마치 죽은 듯이 누워있다.
수진,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한쪽을 보면 수진,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다.
그때 수진이 일어난다.
세진, 왜 그러지? 하는 얼굴로 일어나 보면 수진,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다. 세진, 수진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쪽을 보면, 그곳에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동우가 보인다.
세진, 놀라 얼른 고개를 돌리는데, 세진의 신경은 온통 수진과 동우가 나누는 말에 가 있지만, 둘이 나누는 소리는 세진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 시간이 너무나 긴 시간인듯이만 느껴지는 세진. 잠시 후 수진이 세진의 어깨를 친다.
세진, 동우가 있던 곳을 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만치 오토바이를 달리고 있는 동우의 뒷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세진, 무슨 말을 나눴는지를 묻는 듯 수진을 보면,

수진       [나한테 저 꽃 이름이 뭐냐구 물어봐서 모른다고 했어.]
세진       (입을 벌려 질경이라고 말한다)
수진       (입 모양을 보고)[질경이?]
세진       (끄덕인다)

세진, 아쉬운 듯 다시 한번 동우가 간 쪽을 바라본다.

수진       [언니, 가자.]

세진, 몸을 일으키면 수진, 앞서 걸어간다. 세진, 수진의 뒤를 쫓다가 야생 질경이 한송이를
꺾는다. 가만히 질경이꽃을 바라보는 세진. 다시 걸음을 옮긴다.

S#15. 세진의 집

비가 주르륵 주르륵 내리고 있고 물이 반쯤 들어찬 세수대야에 빗방울이 떨어져 내릴때마다 물이 맊으로 튀고 있다. 문 한쪽을 열어놓은 채 책을 읽고 있던 세진이 물끄러미 빗방울을 바라본다.
그때 사립문이 열리며 수진, 비를 흠뻑 맞은 채 뛰어 들어온다.

S#16. 부엌

세진, 군불을 지피고 있다. 비 탓에 연기가 밖으로 비어져 나와 기침을 하는 세진.

S#17. 세진의 방

수진의 젖은 옷이 방 한쪽에 걸려있고, 세진과 수진 베개를 밑에 깔고 나란히 누워 그릇에 담긴 볶은 콩을 먹고 있다.

수진       [그 오토바이 타던 오빠 말야.]

세진 못 들었는지 콩만 집어 먹고 있는데,

수진       (얼굴을 세진 쪽으로 바싹 돌리며) [언니.]
세진       ?
수진       [어제 오토바이 타던 오빠 있잖아.]
세진       (끄덕인다)
수진       [차 밭 주인집 외손자래. 서울서 대학 다니는데 여름방학이라 놀러온 거래.]
세진       (어떻게 알아? 하며 말을 하는데)
수진       [읍내서 친구 만나고 오다가 봤어. 비 오는데도 사진 찍고 있드라. 
           그리고 말야, 내일.]
세진       (내일?)
수진       [나 오토바이 태워주기로 했다.]
세진       (정말?)
수진      [응, 어디가 꽃이 많이 피냐고 해서 생각하다 보니까, 왜 우리 어렸을 때 당골              네 쪽에서 꽃 꺾고 그러던 기억이 나잖아. 무당 나와서 무섭다고 막 도망오고              말야. 내가 거기 말해줬더니 데려다 달라고 해서 내일 오토바이 타고 같이 가보             기로 했어.]

수진 자랑스럽다는 듯 세진을 보면, 세진의 입가에 어색한 미소가 인다. 그때, 수진 일어나 방 한쪽에 개켜진 이불을 편다.

S#18. 세진의 집 앞

비가 그쳤는지 빗방울이 똑똑 떨어져 내리고 있다.
세진 문 앞에 서서 차 밭을 돌아본다.
행여 동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그러나, 넓은 차 밭의 모습만 눈에 들어올뿐, 어디에도 동우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 세진의 집 저 뒤쪽으로 우비를 입고 카메라 케이스를 비닐로 동여맨 동우가 오토바이를 달려가고 있다.
세진의 시선은 여전히 아래의 차 밭만을 향하고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진으로서는 동우를 볼 수가 없다.
잠시 후 세진, 아쉬운 듯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S#19. 세진의 집

수진, 이불을 부여잡고 누워있다. 그 옆에서 세진, 물수건을 짜 수진의 머리 위에 올려놓는다. 세진, 그러다가 시계를 본다.

세진       (너 약속 있다고 안 했어?)
수진       [약속? 무슨 약속?]
세진       (그 오빠 만나기로 했잖아.)
수진       [몰라, 기다리다 안 오면 그냥 가겠지 뭐.]
세진       (그래도 나가 봐야지)
수진       [글세 괜찮다니까.]

그리고는 수진 모로 누워버린다. 세진 어찌해야 좋을지 망설이는 얼굴이 된다.
그러다가 다시 수진을 흔들려다 그만두기로 한다.

S#20. 뚝방 위

동우, 무료한 듯 한쪽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뚝방 밑을 바라보고 있다.
가끔 시계를 바라보기도 하고, 혹 수진이 오지 않을까 마을 어귀를 돌아보면 수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S#21. 마을 한쪽

세진, 나무 뒤에 숨은 채 먼발치서 동우를 보고 있다.
입을 움직여 무슨 말인가를 하는데, 소리는 밖으로 새나오지 않는다.
다가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세진 초조해진다.
그러다가 다시 동우쪽을 바라보면,

S#22. 뚝방 위 (씬 26과 동일한 장소)

동우,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걸더니 오토바이를 세진이 있는 쪽으로 향한다.
세진 얼른 나무 뒤로 몸을 숨기고, 그런 세진을 보지 못한 동우의 오토바이는
세진이 있는 반대쪽으로 달려간다. 세진 다시 몸을 나타낸다.
동우, 오토바이를 끌고 산모퉁이를 지나 사라진다.
세진, 동우의 모습을 보기 위해 동우가 간 반대쪽으로 뛰어간다.
그러자 산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동우의 모습이 보인다.
동우, 저만치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고 있고 세진, 몰래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다.

S#23. 읍내 버스 정류장

교복을 입은 수진, 버스에 올라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고, 세진, 그런 수진을 올려다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수진       [미안해서 어떻하지? 아파서 언니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세진       (괜찮다는 듯 가볍게 웃는다.)
수진       [대신에 보충수업 끝나면 바로 올게. 그때 더 오래 있다가 갈께.]
세진       (밝게 웃으며 끄덕인다.)
수진       [언니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내가 올 때 사갖고 올께.]
세진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수진       [그래도...]
세진       (괜찮다)

그때,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린다. 세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수진       [갈께 언니.]

하며 손을 내민다. 세진 그 손을 잡는데, 버스 움직인다.
아쉬운 듯 손을 놓아버리는 세진.
버스 떠나간다.
수진, 창 밖으로 손을 흔들면 세진도 손을 흔든다.
세진, 정류장을 빠져나가는 버스를 바라본다.

S#24. 뚝방 위

세진, 뚝방을 지나가다 뚝방 밑으로 내려와서는 지난 날, 동우가 서있던 자리로 와서는 동우가 앉아있던 곳으로 와서 앉는다. 세진의 손에 질경이 꽃이 한 송이 들려있다.
세진, 꽃을 저수지에 놓아버린다.
물 위에 떨어져 내린 질경이 꽃이 떠내려간다.
세진, 다시 뚝방 위를 올라와 차 밭을 주욱 돌아본다. 행여 보이지나 않을까?
그러나 동우는 보이지 않는다.
세진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S#25. 차밭

세진, 뙤약볕 아래서 차 잎을 따고 있다. 세진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세진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들면, 저 쪽에 동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세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동우는 세진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차밭 사이를 멀리서 반복적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오토바이 털썩 쓰러진다.
세진 깜짝 놀라서 보면, 오토바이도 동우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세진 당황해서 사람들을 돌아보면, 마을 사람들은 그저 차 잎을 따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동우쪽을 보는 세진.
동우의 머리가 차나무 사이로 다시 나타난다.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는 동우.
세진의 입가에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인다.
이제 동우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다른 쪽으로 가버린다.

S#26. 뚝방 위

세진 혼자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저만치 뚝방 위로 동우가 서있다.
동우 손을 흔든다. 세진 누구에게 그러는 거지? 하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자신밖에 없다.
세진, 다시 동우를 보면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세진 망설이는데 동우 손을 흔들기를 멈추고는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세진 결국 그냥 발길을 돌려 모퉁이를 돌아간다. 세진 반대쪽으로 돌아나오는 동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저쪽 산모퉁이를 바라보는데 동우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거지?
그 사이 동우의 오토바이는 어느새 세진의 뒤 이만치까지 와 있다.
그러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진은 오토바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
세진 이번에는 뒤를 돌아보는데, 그 순간 불현듯 무언가가 세진의 눈에 들어온다.
동우의 오토바이다.
세진 돌아보면서 동우의 입을 보면, 무언가 다급히 외치고 있는데 채 그말을 해석해내기도 전에 오토바이는 세진의 어깨를 툭 치고 굴러 넘어진다.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는 세진.
동우도 오토바이와 함께 이만치 앞에 쓰러진다.
동우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는 세진쪽으로 뛰어온다.
동우 쓰러진 세진의 팔을 잡아 일으킨다.

동우       [괜찮아요?]

세진 말없이 일어나며 남자의 손을 부끄러운 듯 밀어낸다.
세진 동우의 얼굴을 본다. 걱정스럽다는 듯 동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세진 뭐라 말을 해야 하는데,

동우       [어디 다친데 없어요?]
세진       (고개를 끄덕인다.)
동우       [어디 봐요] (하며 세진의 몸을 살펴보려 한다.)
           [보건소라도 가보야 되지 않겠어요?]

세진 황급히 한걸음 물러나며, 괜찮다는 표시로 손을 젓는다.
동우를 본다. 동우, 그런 세진을 보자 뭔가 이상하다.

동우       (조심스럽게)[말...못해요? 안 들려요?]

세진 창피해진다.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하지 모르겠다. 고개를 숙인다. 그러다가 다시 동우를 보면,

동우       (천천히)[내 입 볼 수는 있어요?]
세진       (끄덕인다. 조금 안심이 된다)
동우       [그런 줄 몰랐어요. 당연히 옆으로 피할 줄 알았는데...]
세진       ...
동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세진       (다시 끄덕인다)
동우       [매일 봤었어요.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라서 잘 있으라고 손을 흔든건데,
           그러다가 못 알아 들은 것 같아서 직접 말하려고 이렇게 왔는데 그만....]

그러다가 세진의 눈에 옷에 묻어있는 흙이 들어온다.
세진 그 흙을 털어내려 하는데,

동우       [잠깐만 여기 앉아 있어요.]

하고는 동우 뚝방 밑을 내려간다. 세진 동우가 뭐하나 보다가 그 자리에 앉는다.
세진 보면, 동우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셔서는 다시 뚝방을 올라온다.
동우 손수건을 세진에게 건넨다.
세진 부끄러운 듯 손수건을 받아서는 조심스레 옷에 묻은 먼지를 닦아낸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우. 세진 일어나려는데,

동우       [잠깐만요.]

세진 동우를 보면,

동우       [사진 찍어 줄께요.]

세진 적이 당황스러운데, 동우 오토바이 쪽으로 가서는 카메라를 꺼내와서는 세진을 향해 포커스를 맞춘다. 세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주저하는데,

동우       (카메라 내리고는) [여기 봐요.]

세진을 향해 포커스를 맞춘다. 세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주저하는데,

세진 할 수 없이 동우쪽을 바라본다.
동우, 찰칵 셔터를 누른다.
동우 다시 오토바이 쪽으로 가서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끌고 세진쪽으로 다가오고, 세진 몸을 일으킨다.

동우       [내년 여름방학 때 또 올 거예요. 그때 사진 갖다 줄께요.
세진       (말없이 손수건을 내민다.)
동우       [정말 괜찮은 거죠?]
세진       (다시 끄덕인다)
동우       [그럼 갈께요. 잘 있어요.]

동우 오토바이에 오르다가 주머니를 뒤적여 무언가를 꺼낸다.
토큰, 학생증, 동전, 지폐, 필름 갑 따위가 나오고, 그 속에 작은 하모니카가 보인다.

동우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줄게 이것밖에 없네요.]
세진       ?
동우       [미안해서 그래요. 이거 가지지 않을래요?] (하모니카를 내민다)
세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데)
동우       [정말이예요. 미안해서 그러니까 받아요.]
세진       (결국 하모니카를 받고 만다)
동우       [정말 괜찮은 거죠?]
세진       (끄덕인다)

동우의 얼굴에 미소가 인다.

동우       [그럼 나 갈께요.]

하는데 세진 문득 동우의 옷깃을 잡는다. 동우 보면, 세진 뭐라 입을 벌려 말을 한다.
동우 그것을 알아들으려 유심히 세진의 입모양을 바라본다.

동우       [질...경...이?]

동우 무슨 말이지? 하는 얼굴로 보면, 세진 질경이 꽃을 가리킨다.

동우       [이 꽃 이름이 질경이예요?]
세진       (맞다는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동우       [그렇구나.] (되뇌이듯) [질경이...고마워요]

동우 오토바이의 시동을 건다.

동우       [잘 있어요. 내년에 다시 봐요]
세진       (잘 가라는 듯 동우를 본다)

동우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세진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선 채 동우의 모습을 보고 있다. 동우는 뚝방을 지나 다시 큰길로 접어들고, 차밭들 사이로 난 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동우 세진을 돌아본다.
세진 아직 동우를 보고 있다.
동우 다시 앞을 보고 나아간다.
동우의 모습 점점 멀어져 간다.
이제 동우의 모습 보이지 않게 되자 세진 그 자리에 도로 앉는다.
세진 동우가 주고 간 하모니카를 입에 대고 가만히 불어본다. 세진 소리가 나오지만 세진은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안타까워지는 세진. 세진 이제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반쯤 일어나다가 비틀한다.
다시 일어나려는데, 일어나지질 않는다. 세진 뚝방의 질경이 꽃 속에 가만히 누워버린다.
세진의 눈이 스르르 감긴다.
그러나 하모니카를 잡은 손만은 꼭 쥐고 있다.
그 뚝방의 꽃들 속에 마치 죽은 듯이 세진이 누워있다.

S#27. 세진의 방

세진모 청심환을 물에 으깨어 수저 위에 올려놓고는 세진을 들어 일으킨다.
반쯤 벌린 세진의 입에 다급하게 청심환을 밀어넣는 세진모.

세진모     [왜 그려. 무슨 일이 있었던겨.]
세진       (가늘게 눈을 뜬다)
세진모     [말좀 해봐, 어찌 된겨?]

그러나 세진 다시 눈을 감을 뿐이다. 세진의 손에는 여전히 작은 하모니카가 쥐어져있다.

S#28. 세진의 방 / 시간 경과

한의사 심각한 얼굴로 세진의 맥을 짚어본다.
세진모 걱정스럽게 한의사와 세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고.

한의사     [내말 알아들을 수 있지?]
세진       (끄덕인다)
한의사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니? 치료를 하려면 원인을 알아야지.]
세진모     [말을 해봐 이것아. 왜 이렇게 된겨.]
세진       ...
세진모     [세진아 제발]

한의사 세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바라보지만 세진은 말을 하지 않는다. 세진 가만히 고개를 돌려 들고 있는 하모니카를 바라본다.
한의사 체념적인 얼굴로 세진모를 바라본다.

S#29. 세진의 집 / 마당

열린 문 너머로 세진 물끄러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세진의 얼굴은 핏기가 하얗게 가시고 입술은 바짝 타들어가 있다. 세진의 시야로 마당에서 굿판을 벌이고 있는게 보인다. 세진모 손을 비비며 열심히 기원을 하고 있고.
무당은 뭐라 연신 말을 하고 있는데, 세진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움직이는 사람들 속의 기묘한 정적 뿐이다. 세진의 손에는 아직 하모니카가 쥐어져 있다.

S#30. 세진의 집 앞

낡은 구형 택시가 한대 와서 서 있다.
마을 사람들 몇 몇 걱정스레 문 밖에 모여서 있고, 택시기사 세진을 업고 나와 택시에 실른다.

S#31. 차밭

넓은 차밭 사이로 택시가 가고 있다.

S#32. 택시 안

뒷자리에 고개를 기대고 앉은 세진.
그 앞에 세진모 타고 있다.
세진 물끄러미 차창 밖을 내다본다.
세진의 시야로 차나무들이 휙휙 스쳐지나가고, 드넓은 차밭 풍경이 보여진다.
세진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뜨면, 세진모 세진을 흔들며 세진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세진 세진모를  돌아보고는, 이번에는 손을 바라본다. 하모니카가 보인다.
세진 다시 고개를 창밖으로 향한다. 차나무들이 온통 시야를 메우고 있다.
세진의 눈 스르르 감긴다.

S#33. 차밭

멀리 택시가 차밭 한가운데에 멈춰서는게 보인다. 앞자리에서 택시 운전수 내려
다급하게 뒷문을 연다.
그 모습, 점점 작아져 간다.

S#34. 통나무집 근처

마치 택시에 탄 세진의 시선인 듯 혹은 오토바이에 탄 동우의 시선인 듯 누군가의 시선으로 길가의 양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들 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
그 길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영원으로 인도하는 길이듯 가로수는 그렇게 옆으로 옆으로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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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성공현 | 작성시간 13.07.24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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