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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그녀의 별이 반짝일때] 유은하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3.21|조회수729 목록 댓글 1

[그녀의 별이 반짝일때] 유은하

 

 

 

 

 

 

 

 

 

 

#1. 길가 (과거, 오후)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낡은 운동화와 그 뒤를 쫓고 있는 남자의 새 구두.
뙤약볕이 뜨거운 아스팔트를 죽기 살기로 달리는 그 들, 연희(25)와 동욱(27)이다.
연희, 깊게 눌러쓴 분홍색 모자 밑으로 힐끔 돌아보면 동욱, 조금 떨어져 멈춘다.

동욱  (거친 숨 몰아쉬며) 제발 부탁이다. 쫌! 서라!
연희  (역시 멈추고) 나야 말로 제발 부탁이야! 그만 좀 쫓아와!
동욱  그냥 약간의 협조만 좀 하라니까?
연희  (실소) 짭새한테 협조하면 끝까지 협박당하는 거 몰라서 이래? 
동욱  그래! 알았다. (두 손 들어 보이며) 안 쫒아간다. 됐냐?

대결이라도 하듯 거친 숨을 내쉬며 서로를 노려보는 동욱과 연희.
순간! 동욱, 연희를 향해 잽싸게 달려든다.
  
연희  (뒤돌아 뛰어가며) 치사한 자식!

동욱, 미치겠다. 짜증스럽게 터지는 한숨!

#2. 다른 길가

지칠 데로 지친 연희와 동욱. 견제하듯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는 중이다.
구두를 신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악착같이 따라가고 있는 동욱.

연희  (뛰듯이 걸어가며, 힐끔) 나, 이제 정말 손 씻었거든?
동욱  웃기지마, 안 믿어! 손가락이라도 자르면 또 모르지? 그땐 믿을지!
연희  (우뚝 멈추는) 손가락을 자르면 안 되지. (노려보며) 쓸 때가 있거든.
동욱  (기회다, 멈추고 숨 고른다. 연희 보면)
연희  (씨익 웃곤 불쑥 중지를 들어 보인다) 
동욱  (이 악물고) 너! 잡히면 내가! 그 손가락부터 아작 낸다!

동욱, 연희에게 달려드는 순간 다른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는 연희.
급하게 뛰어가던 소리가 우뚝 멈춘다. 잠시 정적.

동욱  (숨 헉헉대며 빙긋 웃는) 어뜩하냐! 거기 막다른 골목인데!  
  (수갑 꺼내 들며) 그러니까 우아하게 잡히면 좀 좋냐?

동욱, 의기양양하게 골목으로 들어가는 순간, 으악! 터지는 비명!

동욱  (E) 이거 안 놔! 야! 어딜 더듬어! 너, 이거 성추행이다!

골목 안에서 들리는 동욱의 처절하고도 코믹한 비명 소리 울려 퍼지며,
    타이틀      그녀의 별이 반짝일 때 <날치 둥지 위로 날아간 짭새>
 
#3. 경찰서, 유치장 안 (현재, 오전)

긴장한 듯 정자세로 앉은 잡범들. 한 곳을 노려보고 있다.
보면, 잔뜩 웅크린 채 궁색스런 몰골로 자고 있는 남자, 동욱(37)이다.
진호, 유치장 앞으로 다가오면 거수경례를 붙이는 젊은 경찰, 윤철. 

진호  (옆에선 윤철에게) 쟤, 또 여기서 잤냐?
윤철  네.
진호  아주 살림을 차렸네. 야, 윤동욱! (반응 없자) 어이, 핑크보이!
동욱  (소리에 벌떡 일어나며) 너! …죽고 싶냐?
진호  (도망치듯 사라지며) 허수아비 떴다!
윤철  (문 열어주며)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동욱  (나가며) 어, 수고!

동욱, 밖으로 나가면 그제야 긴장된 몸을 푸는 잡범들.

잡범1 쟤는 왜 여기서 자고 지랄이냐, 짭새가?
  여긴 엄연히 우리 구역이잖아. 그리고 핑크보이는 또 뭐냐?
잡범2 (옆에서 작게) 저 자식 별명이에요.
잡범1 (어이없다) 뭐?!

#4. 진호 차안

까칠한 모습의 동욱과 비교 대는 깔끔한 모습의 진호, 운전 중이다.

진호  숙직실 놔두고 왜 유치장서 자냐? 볼썽사납게.
동욱  겨우 두 시간 잤다. 등바닥 편하면 못 일어나거든.
진호  (빈정거리는) 어이구, 열혈 형사 나셨다. 쪽팔리긴 하냐? 
동욱  너 같으면 자랑스럽겠냐?
진호  그러게 보증은 왜 서? 어머님은 아시냐? 너 길바닥에 나앉은 거?
동욱  신호등이나 봐 임마.

진호 차, 초라한 이삿짐을 실은 용달 차 뒤에 멈춘다.

진호  이삿짐 한 번 참 구질구질하다. 딱 홀아비 살림이구만.
동욱  (힐끔 보다, 다시 본다. 어디선가 본 듯한 물건들인 듯) 

신호 바뀌면 출발하는 용달에서 떨어지는 포스터, 진호의 차장에 달라붙는다.
동욱, 창으로 바싹 다가가면 야한 수영복을 입은 여자, 술 광고 포스터다.  
진호  (창밖으로 손 내밀어 떼어내다 보는) 왜? 아는 여자냐?
동욱  몰라, 임마! 내가 어떻게 알어? (하는데 침 꿀꺽!)  
진호  (포스터 구기며) 아, 자식 진짜. 네가 나이가 몇 살이냐? 침 닦아 임마! 
동욱  (아깝다! 그러다 문득 멀어지는 용달차를 보는) ….    

#5. 연희 집 앞 (오후)

용달(#4)이 떠나면 열린 대문으로 소담한 꽃밭이 있는 작은 마당이 보인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집안에서 나오는 현수(7), 목을 꺾고 쓰윽- 옥탑을 노려본다. 

현수  (위에 대고) 엄마!

옥탑 앞으로 다가와 내려 보는 여자, 연희(35).

현수  (경계의 눈빛으로) 거기서 뭐 해?

연희, 조용하라는 눈짓을 하고 사라진다.

#6. 동, 옥탑

연희, 돌아보면 옥탑을 둘러보며 서있는 석준, 몰골이 초췌하다.
옥탑의 작은 마당 한 쪽 나란히 일렬로 짐들, 역시 궁색스럽다.

석준  (시선에 돌아보는)
연희  (무언가 바라는 눈빛으로 보다 싱긋 미소)
석준  네? 아! (봉투 건네며) 여기 잔금입니다.
연희  (받는다) 네에. (침 묻혀가며 세면 흐뭇한 미소) 맞네요!
석준  저기,
연희  (보면)
석준  (정중히 고개 숙이고) 잘 좀 부탁드립니다.
연희  (의아하지만 덩달아 숙여 보이고)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보면 석준, 이미 옥탑을 내려가는 중이다.
연희,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보다 다시 봉투를 꺼내 가슴에 확 품는다.
아, 너무 좋다! 온 몸으로 그 기분을 표현하는 연희.
현수, 옥탑으로 올라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현수  (짧은 한숨) 숙자 아줌마가 그러는데 남자들은 돈만 밝히는 여자는
  싫어한대. (슬쩍 눈치보고) 나도 싫어.
연희  (황당한) 뭐?! 
현수  (쏙 밑으로 내려가며) 그리고 엄마도 언제까지나 청춘은 아니래!  
연희  (기막힌) 넌, 아직 청춘도 아니거든! 애거든! 애면 애답게 말을 해야지!
  (따라 내려가며) 니가 애늙은이처럼 자꾸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잖아!

잔소리를 해대는 연희와 도망치는 현수, 집 안으로 들어가면.
평화로운 느낌의 마당 안, 나비 한 마리가 날아 들어온다.
뱅뱅 꽃밭을 맴돌다 작은 꽃송이 위에 살포시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다.

#7. 경찰서 안 (밤)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오는 동욱과 진호, 둘 다 기진맥진한 상태다.

윤철  (다가오며) 윤형사님.
동욱  (돌아보면) 어, 왜?
윤철  (편지를 건넨다) 이거 친구 분이 전해달라고 주고 가셨는데요.
동욱  (의아한 듯 받으면)
석준  (E) 나의 사랑하는 친구, 동욱아!

#8. 연희 집 앞

하늘 위, 반짝거리며 총총 떠 있는 별들을 올려다보는 시선.

석준  (E, 한껏 감정실린) 어렸을 때 넌 별을 참 좋아하는 순수 청년이었지?
  그래서 별을 사랑하는 널 위해 내 마지막 우정으로 힘겹게 준비했다.

하늘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시선, 기막힌 듯 옥탑을 올려다보는 동욱이다.

연희  (E) 누구세요?

#9.  연희 집, 마당

동욱,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들어오다 우뚝 멈춘다.
보면, 화단 쪽에 서있는 연희. 슬그머니 옆에 세워진 야구방망이를 움켜쥔다.

동욱  (당황스러운) 안녕하세요. 옥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연희  (경계의 눈빛으로) 무슨 말씀이세요?
동욱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좀 바빠서 친구가 대신 계약을, 
연희  (오바해서, 버럭!) 뭐라구요?!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아! 딱 보니깐 여자 혼자 사는 거 같아서 막하시는 거예요, 지금?
동욱  (황당함에 말문이 막힌다, 고개 들고) 네?

그 순간 밖에서 켜지는 가로등 불빛, 마당 안이 환해진다.
동시에 고개를 들다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 충격으로 굳는다.
두 사람, 아무 말도 못하고 시간이 정지된 듯 서로를 노려보고 서있는.
동욱  (이 악물고 천천히 내 뱉는) 와… 날치! …오랜만이다?
연희  (아무 말도 못하고 굳은) !! 
동욱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까 더 반갑네? (손 내밀며) 악수라도 한 번 할까?

손을 내민 채 서있는 동욱과 노려보듯 바라보는 연희, 팽팽하게 흐르는 긴장감!
 
E. 탕! 거칠게 내려놓는.

#10.  연희 집, 주방

테이블 위에 놓여진 물 잔을 잡고 있는 연희,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연희  (이 악물고) 하필이면, 왜 짭새냐고! 그것도 하필이면 왜!
  (천장 노려보며) 저 짭새냐고! 아니야. 괜찮아 … 괜찮을 거야.

세뇌하듯 중얼거리던 연희,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는다.

#11.  옥탑 밖 + 안

동욱, 하늘과 일층 마당을 번갈아 노려본다.

동욱  (실소) 위 아래로 아주 별천지구만.

안으로 들어가는 동욱, 불을 켜면 우뚝 멈춰 선다.
동욱, 어이없다는 듯 보면 꽃무늬 분홍 벽지와 분홍빛 장판이다.
그 정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분홍빛 커튼!
 
동욱  (기막힌) 무슨 정신 병원이냐? 아주 분홍색으로 떡칠을 해놨구만!
   (들어서다 머리를 확 움켜쥐며) 아! …쪽팔려! 아! 미치겠네, 진짜!

#12.  경찰서, 유치장 앞 (다음 날, 오전)

진호, 유치장 안을 들여다보면 동욱이 없다.

진호  얘, 어디 갔냐?
윤철  어제는 안 오셨습니다. (얼른 옆으로 다가가) 김형사님.
진호  (보면) ?
윤철  (조심스럽게) 윤형사님 별명이 왜 핑크보이입니까?

#13.  경찰서 일각

패밀리레스토랑 상품권과 윤철을 번갈아 보는 진호,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진호  아, 이럼 곤란한데. 하지만 뭐 같은 서에서 일하는 동료끼리
  비밀이 있음 안 되지. (정색하고) 근데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상품권 흔들고) 이거 때문에 말해주는 건 아니다. 우린 동료니까?
윤철  (활짝!) 네, 그럼요. 압니다!
진호  (조금 더 다가와 은밀하게)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14.  골목 안 (#2의, 과거 + 동욱 꿈)

골목 안 쪽, 사람들 웅성거리며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다.
진호, 사람들을 밀치면 드러나는 동욱, 전봇대에 수갑이 채워진 채다.
셔츠를 풀어헤친 동욱의 옆, 얌전히 놓여있는 구두.

진호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가가며) 동욱아! 윤형사!

동욱, 소리에 획 돌아보면 유치찬란한 분홍색 모자까지 쓰고 있다.
그 순간 모자 앞 큼직한 큐빅으로 박힌 “PINK" 라는 영문자가 햇빛에 번쩍 빛난다.
사람들, 형사란 소리에 어머, 형사래? 근데 분홍모자? 웬일이니? 웃긴다! 수군대는.

동욱  (망연자실 넋 놓고) 진호야, 이거 꿈이라고 말해줘라…. 제발!
진호  (빤히 보다, 냉랭하게) 꿈 아니야! (음흉한 미소로) 이건 현실이라고!
동욱  (일그러지는) 아니야! (처절하게) 말도 안 돼!

#15.  옥탑 (오전, 현재)

허공을 향해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동욱, 벌떡 일어나 앉는다.
잽싸게 방안을 둘러보면 꿈이었구나!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욱.

동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저거 완전 변태 아냐!?

E. 탕탕, 문을 치는.

#16.  옥탑 (밖)

긴장한 연희,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리다 길게 심호흡을 내뱉는다.
까칠한 수염, 늘어진 런닝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오는 동욱.
순간 짜증스럽게 고개를 외면하던 연희, 어색한 웃음을 띤 채 돌아본다.

연희  (애써 당당하게) 어젠 너무 당황해서 인사도 못했네요. 윤형사님.
동욱  (쏘아보는 시선 고정하고) 그럼, 당황할 만 하지. 지은 죄가 있으니?
연희  (보면)
동욱  (또박또박) 안 그래, 날치?
연희  (날치? 순간 울컥! 그러나 꾹 누르는) 그렇죠. 그러네요.
동욱  (엉덩이 벅벅 긁으며) 그렇죠? 날치가 짭새한테 존댓말을 다 쓰고
  이거 참… 영 어색하네?
연희  (반색) 그렇죠? 어색하죠? 세상에 이게 말이 되요? 짭새가,
동욱  형사님이!
연희  (어색한 웃음) 그렇죠, 형사님이 어떻게 (마른침 꿀꺽) 전과자 집에
  세 들어 살아요? 그것도 이렇게 구질구질한 옥탑에서!
동욱  (울컥! 자존심 상한다) 그래서?
연희  방 다시 내놓을게요. 최대한 빨리 빼드릴게요. 안되면 대출 받아서,
동욱  (천천히) 싫은데?
연희  (보면)
동욱  아주 마음에 들어. 온통 분홍색인 것도 좋고. 우리 사이에 추억이
  새록새록 (노려보는)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도 새롭고.
연희  과거예요. 그것도 십년이나 지난!
동욱  그렇지! 과거지! 근데 내 눈엔 넌 여전히 소매치기 날치야!
연희  (굳는) 나가요. (대뜸 얼굴 들이밀고) 당장, 내 집에서 나가요!
동욱  (질세라 바싹 다가가) 못 나가! 아니 안 나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서서히 눈에 핏발이 선다.
그러나 질 수 없다. 눈이 아파도 끈질기게 서로를 노려보는 동욱과 연희.

현수  (E) 엄마 뭐해?

소리에 동시에 돌아보는 동욱과 연희.
현수, 분홍 잠옷에 분홍 모자를 쓰고 있다.

동욱  (어이없는) 애까지 분홍돌이냐?
현수  (다가와 연희 앞을 가로막고) 엄마! 이 아저씨가 엄마한테 찝쩍대?
동욱  (황당한) 뭐, 임마! 찝쩍!? 
연희  아냐, 그런 거! (현수 손 끌고) 내려가자, 유치원 가야지!
동욱  (노려보다) 이봐, 날치!
연희  (우뚝 멈춘다. 휙! 노려보면)
동욱  (주먹 불끈 쥐어 보이고) 우리 잘해보자고!
연희  (현수 손놓고 다다다다- 동욱을 향해 다가가는)
동욱  (이 여자가 왜 이러나? 움찔 물러나면)
연희  (코앞에 다가와) 주인 (강조!) 아주머니라고 불러요! (휙 돌아가는)
동욱  (어이없다) 주인아주머니? (하는데 이미 내려갔다) 야, 나는 있고 싶냐?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 작게) 나야말로 나가고 싶다! 갈 때만 있으면!   

#17.  연희 집, 주방

연희, 아직도 분이 안 풀려 씩씩거린다.

연희  (중얼중얼) 형사라는 인간이 그까짓 눈싸움 이기려고 버티는 거 봐.
  유치한 인간. 저러니까 아직도 남의 집 옥탑이나 전전하고 살지!
현수  (밥 먹으며) 엄마.
연희  어?
현수  날치가 뭐야?
연희  어? 엄마도 모르지. (천장을 노려보는) 내가 못 쫓아낼 줄 알고? 두고 봐!
현수  (의아한, 천장 올려다보며) 근데 엄마 누구한테 그러는 거야?
연희  얼른 밥이나 먹어! 유치원 늦겠다!

#18.  신호등 앞

현수, 차들이 없는 텅 빈 도로의 신호등 앞에 서있다.
사람들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현수, 꼿꼿한 자세다.
걸어오는 동욱, 힐끔 현수를 보고 그대로 지나치려는.

현수  (가로막고) 안돼요.
동욱  (그제야 현수 알아본다) 어이, 분홍돌이!
현수  (빨간 신호등 가리키고) 빨간불엔 건너면 안돼요.
동욱  (어이없지만 귀엽다) 아무도 안 보는데 어때? 그냥 건너자? 
현수  안돼요. 경찰이 잡아가면 어떡해요? 
동욱  안 잡아가 임마! 경찰들이 얼마나 바쁜데!
현수  (또박또박) 안돼요. 우리 엄마가 나쁜 짓하면 경찰들한테 잡혀가고
  그러면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는다고 그랬어요.

어이없는 실소가 번지던 동욱, 이내 그 웃음 끝이 씁쓸해진다.  
그 사이 두 팔을 번쩍 들고 텅 빈 길을 연신 좌우로 살피며 건너는 현수.

#19.  경찰서, 복도 (오전)

동욱과 진호, 복도를 걸어가는 중이다.

진호  어젠 어디서 잤냐?
동욱  석준이 자식이 옥탑방 얻어줬다. (짧은 한숨) 것도 아주 기막힌!
  (이 악물고 혼잣말처럼) 나쁜 새끼, 아주 걸리기만 해라.
진호  옥탑이 뭐 어때서? 운치 있고 좋지? 그리고 유치장보다야 낫지!
  어젠 어떤 미친놈이 인권침해라고 민원 넣는다고 난리쳤대.
동욱  (어이없는)
윤철  (E) 윤형사님!

동욱, 소리에 돌아보면 다가오는 윤철, 불쑥 캔커피를 내민다.
이게 뭐냐는 듯 보다 휙 돌아보면 벌써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 진호.

윤철  드십시오. 그리고 과거는 과거 일 뿐입니다!

캔커피와 빙글빙글 웃고 있는 현철을 번갈아보는 동욱, 확 솟구치는 짜증!
 
#20.  엄마손 분식 (오후)

테이블 몇 개 안되는 자그마한 분식점이지만 깔끔하고 아담하다.
안으로 들어오는 연희, 속이 타는 듯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숙자  (주방에서 나오며) 오늘은 좀 늦었네?
연희  예. 부동산에 좀 들렸다 왔어요.
숙자  부동산엔 왜? 어제 옥탑 잔금 받아서 세 올려준 거 아녀?
연희  (쓴 웃음) 다시 내 놓을려구요.
숙자  어제 들어왔는데 오늘 내 놔? 
연희  (심란) 그렇게 됐네요.
숙자  잘했어! 여자 혼자 사는 집엔 남자 들이는 거 아니랬잖아!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소문이라도 흉하게 나면 어쩌려고 그래!

카운터로 가는 연희, 신고있는 굽 낮은 구두를 벗고 편한 신발로 갈아 신는다.

연희  저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앞치마 입으며) 야채는 들어왔어요?
숙자  뭐 하러 그깟 천만 원 때문에 속을 썩여? 그냥 송사장한테 부탁하면
  될 걸! 그 정도는 현수 엄마가 달라고 하면 그냥도 줄 사람이다!
연희  (짜증스럽다) 아줌마!
숙자  무작정 싫다고 할 게 아니라니까! 송사장만한 사람이 어딨어?
  현수 엄마 좋아하는 돈 있지, 근데 애는 없지! 거기다 좀 점잖아?
  생전 현수엄마한테 허튼 소리 한 번 하드냐고.
연희  (주방으로 걸어가며) 됐어요. 그만하세요.
숙자  (등 뒤에) 그리고 남자애는 아빠가 있어야 보고 배우는 거여. 알기는 알어?
연희  현수 앞에서 자꾸만 쓸데없는 소리나 하지 마세요.
숙자  (넉살 좋게 웃는) 내가 뭐 틀린 소리 했나? 

연희, 도저히 못 참겠는지 확 돌아보는 순간 정식, 안으로 들어온다.
  
정식  안녕하세요.
연희  (고개 숙여 보이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21.  동, 주방 안

연희,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고 냉장고의 문을 연다.
야채를 꺼내던 연희, 그대로 냉장고 안에 머리를 들이민다.

연희  (중얼거리는) 그래, 과거 일뿐이야. 과거 일뿐이야. (점점 커지는)
  그까짓 짭새 때문에 기죽을 필요 없어! 열 받을 필요 없어!
숙자  (들어오다) 뭐하는 거야?
연희  (놀라서 벌떡!) 아? 아, 머리에 열나서요. 된장찌개죠?
남자  (E) 가까이 오지 마!  

#22.  골목 안 (오후)

막다른 코너에 몰린 남자, 거친 숨을 내쉬며 칼을 휘두른다.
동욱,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낡은 운동화의 신발 끈을 쪼이고 일어선다.

동욱  (팔짝팔짝 뛰며 앞으로 좀 다가간다) 왜, 더 뛰지? 
   남자  (위협적으로 휘두르는) 가까이 오지 말랬다!
동욱  (손짓하는) 그럼 네가 와 임마! 뭐하냐? 안 와? 그럼 형이 간다?
진호  (E) 야, 비켜!
동욱  (소리에 돌아보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새끼손톱만한 짱돌들. 뒤따라온 진호다.

남자  (당황했다, 얼결에 몸 움츠리며 피하는) 아야! 
동욱  (그 사이 달려들어 수갑 채우는, 한대 맞았다. 버럭!) 그만 던져라!?

#23.  진호 차안

맥없이 잡힌 게 억울한 듯 진호를 노려보는 남자, 그 옆에 동욱이 앉아있다.

진호  (운전하며) 감히 네가 대한민국 형사 앞에서 칼을 빼 들어!?
남자  (억울한) 무슨 짭새가 치사하게 돌을 던지냐?!
동욱  (한 대 팍!) 형사라고 불러 임마! 
진호  넌 임마 다행인 줄 알아! 쟤 손에 걸렸으면 넌 전치10주야!
동욱  (한심한 듯) 너, 형사질 참… 날로 해 먹는다?
진호  낸들 날로 해 먹고 싶냐? 폼나게 해 먹고 싶지? 그런데 너도 임마 너랑
  똑! 닮은 새끼 하나 있어봐라. 칼이 아니라 젓가락만 봐도 움찔거릴걸!   
동욱  (기막힌 듯 실소를 터트리는) 바늘은 안 무섭냐?
현수  (E) 안 무서워!

#24.  연희 집 앞, 슈퍼 (밤)

현수를 끌고 슈퍼로 들어서는 연희, 속상한 얼굴이다.
보면 현수, 쥐어터진 듯 눈덩이는 퍼렇고 옷은 지저분하다.
연희  (황당한) 안 무서워? 이렇게 쥐어터지면서? 
현수  (당연하다는 듯) 어! 선생님이 애들은 치고 박고 싸우면서 크는 거래! 
주인녀 우리 현수 또 얻어터졌구나? 
현수  (기운차게) 네!
연희  (어이없다, 끌고 들어가는) 아주 자랑스러워? 사이좋게 지내라고,
현수  (불쑥) 엄마는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 없어?
연희  (물건 집어 들며) 없어. (하다 혼잣말처럼) 하긴 짭새는 싫다.
현수  (들었다) 짭새? 짭새가 뭐야?
연희  (당황, 다른 자리로 피하며) 몰라도 돼.
현수  (졸졸졸 따라가며) 짭새가 뭐냐니까!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추는 연희.
현수, 연희 등 뒤에 머리를 박고 보면 냉장고 앞에 서있는 동욱.
동욱, 겨드랑이에 사발면을 끼고 소주병을 든 채 노려보는.

현수  안녕하세요!
동욱  (연희에게 시선 고정한 채) 어… 그래.
연희  (현수 손잡고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현수  (끌려가며) 엄마, 짭새가 뭐냐니까?
연희  (입 틀어막고) 아이스크림이나 골라!
동욱  (계산대로 걸어가며 큰 소리로) 아주머니. 요새 별 일 없으시죠?
주인녀 (의아한) 네?
동욱  요새 남의 물건을 제 물건처럼 해치우는 손버릇 (강조!) 나쁜 인간들이
  많아서요. (금고 힐끔 보는) 특히, 그 돈통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연희  (울컥! 노려보는)
주인녀 (물건 담으며 수다스럽게) 아휴, 말도 마요. 언제 그렇게들 훔쳐 가는지!
  그제인가도 양주 두 명이 눈 깜작 할 세에 없어졌잖아요.
  (하다가 동욱의 모습을 흩어보는)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봐요?
  (열려진 금고 문을 탁! 닫으며) 별 일이네!
동욱  아! (신분증 꺼내 보이며) 제가 이런 일을 하거든요.
주인녀 (신분증을 본다, 호들갑스럽게) 아이고! 형사님이시네요? 어쩐지!
  첨 딱 들어올 때부터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시더라!
동욱  수상스럽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저한테 말씀해주십시오.
  바로 해결해드리죠. 그게 민중의 지팡이! 형사가 하는 일이니까요.
주인녀 아휴, 그럼 고맙죠. (동욱 밑을 내려다보며) 현수는 이제 좋겠네?
동욱  (그제야 밑을 보면)
현수  (어느새 동욱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서있는) 아저씨. 형사세요?
동욱  (황당하다, 털어내려는) 어? 어.
현수  (더 꽉 잡고, 눈빛 빛내며 불쑥 아이스크림을 내민다) 이거 드세요!
주인녀 어이고, 우리 현수! 벌써부터 뇌물 먹일 줄도 알아?
동욱  (뇌물? 주인녀 살짝 노려보는) 김치는 없습니까?
주인녀 (아차! 얼른 외면하며) 죄송해요. 오늘 똑 떨어졌네. 구천 원이에요.
동욱  (현수 신경 쓰이는, 만원 내려놓고) 잔돈, 필요 없습니다.
연희  (당황했다, 현수 잡아떼어내려는) 일루 와.
현수  (더 찰싹 달라붙어) 싫어! 아저씨, 제 뇌물을 받아주세요!
동욱  임마! 아저씨는 뇌물 같은 거 (주인녀 다시 슬쩍 째려보고) 안 받아!

연희, 겨우 현수를 떼어놓으면 동욱, 얼른 슈퍼 밖으로 나간다.

연희  (나가는 뒷모습 노려보다 현수 콩! 때리는) 으이구! 주책!
현수  (반한 듯 바라보는) 엄마, 아저씨 멋있다?
연희  (어이없고 기막혀 바라보다) 너 도대체 누구 닮아서 이렇게 눈이 낮니?
현수  (연희 소리 안 들린다. 홀린 듯 바라보는) ….

#25.  옥탑 (밤)

사발면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는 동욱.
 
동욱  (열 받아 중얼중얼) 짭새? 뇌물? 아, 진짜 더러워서 못해 먹겠네! 
현수    (E, 버티는) 싫다니까!
연희  (E, 문밖에서) 너, 정말 엄마 말 안 들어!

동욱, 덜컹거리는 문을 보다 천천히 일어나 벌컥 문을 열어버린다.
그 기세에 우당탕!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연희와 현수.
어이없는 동욱, 바닥에 엎어진 두 모자를 바라본다.

현수  (반갑다, 벌떡 일어나 무언가를 내미는) 아저씨! 이거요!
동욱  (얼결에 받고 보면 플라스틱 통이다. 이게 뭐냐 듯 연희 보는)
연희  (현수 질질 끌고 나가며) 이현수, 너 진짜 혼날 줄 알어!

왜 때려! 시끄러워! 옥신각신거리는 연희와 현수의 소리 멀어지면.
통을 열어보는 동욱, 피식- 미소가 번진다. 맛깔스럽게 보이는 김치다.
 
#26.  연희 집, 마당 (밤)

화단 앞에 앉아있는 연희, 손톱 위에 붙어있는 봉선화 꽃잎을 바라본다.
생각에 잠긴 듯 물끄러미 보던 연희, 서서히 눈물이 고이는.

#27.  동, 옥탑

안에서 나오는 동욱, 길게 심호흡을 하다 마당에 앉은 연희를 본다.
동욱, 뭐하는 건가? 싶어 다가가는 순간 일어서던 마주치는 눈빛.
눈물이 가득 고인 연희의 눈동자, 가로등 불빛에 반짝 빛나는 듯.
동욱, 시선 떼지 않고 바라보면 연희, 집 안으로 들어간다.
동욱, 한참을 텅 빈 마당을 내려다보는.
 
#28.  마당 (오전)

동욱, 화단 앞에서 바닥에 떨어진 봉선화 꽃잎을 본다.

INS/ #28 눈물 고여 바라보던 눈빛.

생각을 떨치듯 머리를 흔들던 동욱, 나오는 기척에 돌아보면.
연희, 막 나오다 의아한 듯 우뚝 멈추고 바라본다.

동욱  (당황스러움에 퉁명스럽게) 상추나 심어 먹지. 어울리지 않게 꽃은,
연희  (무시하고 지나치며) 방 내놨어요.
동욱  (열받는) 누구 마음대로?
연희  (돌아본다) 집주인 마음대로죠. 그리고 난, 짭새랑 같이 살기 싫거든요.
동욱  (실소) 날치 성공했네? 짭새더러 나가라 마라 큰소리도 치고?
연희  (빈정거리는) 그러게요. 윤형사님도 좀 열심히 살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이렇게 옥탑이나 전전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동욱  (욱! 치미는) 세상도 좋아졌네! 전과자가 형사한테 충고씩이나 하고?
연희  (확 터지는) 그래요, 나 전과자예요! 다시 말하면 지은 죄 값 다 치렀다구!
동욱  (보는) 다는 아니지?
연희  (보면)
동욱  (불쑥 다가가 얼굴 들이밀고) 그 날 나한테 저지른 죄를 열거해 볼까?
  자, 우선 공무집행 방해죄, 미등록 가스총 사용 즉 불법무기소지죄,
  경찰장구인 수갑의 불법 사용, 거기에 강제 구금, 명예훼손!
연희  (당황스럽다) 말도 안돼!
동욱  더 남았거든?
연희  (보면)
동욱  (이 바득) 성추행!
연희  (어이없다) 하! 성추행? 내가 미쳤어? 짭새를, 
동욱  (하는데 더 바싹 다가가) 내가 만약 허락 없이 (가슴 쪽 내려보는)
연희  (얼른 가리면)
동욱  내 손가락으로 그 단추 하나만 풀면 그게 바로 성추행이거든?
  근데 넌, (손가락 척 들어 보이고) 세 개나 풀었다?

연희, 황당한 듯 고개를 번쩍 들면 두 사람의 얼굴 부딪칠 듯 가까운 거리다.
순간, 마주치는 눈빛.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

연희  (정신 차린 듯 화들짝 떨어져) 그건, 그건,
동욱  (머쓱한 감정 숨기고) 그건 뭐? 할 말 없지? 이래도 죄 값 다 치렀냐?
  넌 내가 물고 늘어졌으면 최소 3년, 아니 최소 5년이었거든!
  더 있는데 오늘은 바빠서 여기까지! (약 올리듯 싱긋 웃고 나가는)
연희, 어이없고 기막히고 황당하다! 번뜩 대문을 노려보는.
 
#29.  집 앞

안에서 나오는 동욱, 힐끔 뒤돌아보면 장난스러운 웃음이 번진다.

진호  (E) 그때 왜 그랬냐?  

#30.   경찰서, 휴게실

자판기 커피 앞에 서있는 동욱과 진호.

동욱  뭐가? 
진호  (커피 꺼내 건네며) 그때 걔 말야. 그때 엮으려면 했으면 충분히
  엮어서 처넣을 수 있었잖냐? 
동욱  (못 들은 척 커피만 마시는)
진호  근데 너 나한테 까지 말하지 말라고 협박하고 끝까지 입 다물었잖아.
동욱  (퉁명스럽게) 그래서 뭐 임마?
진호  왜 그랬냐고? 생각해보니깐 어째 좀 그렇다?
동욱  (잔 내려놓고 돌아보는) 그렇지. 내가 끝까지 말하지 말라고 했었지?
  (노려보며 다가가는) 근데 누구 덕분에 소문났는지는 안 궁금하냐?!
진호  (아차! 뒤로 물러나며 무언가를 봤다) 야, 윤동욱! 너, 큰일 났다!?
동욱  이 새끼 또 잔머리 쓰네!

하는데, 뒤에서 퍽! 동욱의 뒤통수를 강타하는 손길!
동욱, 뭐야? 열 받아 휙 돌아보면 씩씩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애순이다.   

동욱  (놀라서) 엄마?

#31.  경찰서 앞.

동욱의 등짝을 막무가내로 후려치는 애순.

애순  아이고, 이 망할 놈아! 이 웬수야!
동욱  (요리조리 피하며) 어떻게 알고 왔어요?
애순  석준이 놈이 쇠고기 한 근 끊어서 달랑달랑 들고 찾아왔더라!
동욱  그 자식 몰골은 어때요?
애순  어떻긴 뭐가 어때! 다 죽어가는 몰골이지, (하다 어이없는) 니가
  지금 누구 몰골을 걱정혀! 네 몰골은 좀 나아서? 
동욱  (장난스럽게) 내 몰골이 어때서? 이만하면 멋지지.
애순  (문득 쳐다보는)
동욱  (시선에 보는)
애순  그러지 말고 집으로 들어와.
동욱  (순간 굳는) 택시 잡아 드릴게요. (걸어가는)

#32.  다른 길가.

앞 서 걸어가는 동욱 뒤로 애순, 종종 걸음으로 따라온다.
 
애순  며칠 안 있음 느이 아부지 칠순인거는 아냐?
동욱  (굳은 채 앞만 보고)
애순  아무리 미워도 아부지는 아부지여. 환갑도 자식새끼 하나 없이 보냈는데
  칠순도 그렇게 잔치하게 할거여?
동욱  (터지는) 도대체 뭘 얼마나 잘 살았다고 잔치까지 하는데요!
애순  전과자 아부지는 아부지도 아니냐?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어!
  너도 열 살 넘도록 똥오줌 못 가리고 이불에 실수했어!
동욱  그게 같아요? 그리고 전과 칠범이 실수면 전과 삼범은 애들 장난이겠네?
애순  (뜬금없다는 듯 보다) 누가 전과 3범인데?
동욱  있어요. 
애순  다른 날도 아니고 칠순이여. 평생 안보고 살 거 아니면,
동욱  평생 안 보고 살 겁니다.

애순, 그 말에 동욱을 바라보면 동욱, 화난 듯 등을 돌려버린다.

#33.  다른 거리 (시간경과)

심란한 얼굴로 걸어오는 동욱, 우뚝 걸음을 멈춘다.

애순  (E, 담담한) 누가 그르더만. 과거 험한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러도 과거를 잊지를 못한다고. 내내 아프고 힘들고 부끄럽다고….
  자식도 이런대 남 앞에서는 (목소리 떨리는) 느 아부지 오죽하겠냐….
  
생각에 잠긴 얼굴로 무언가를 노려보다 결심한 듯 빼드는 동욱, 생활정보지다.

#34.  포장마차 (밤)

동욱과 진호,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다.

진호  아, 자식. 간만에 마누라한테 봉사 좀 하려고 했더니,
동욱  아줌마, 꼼장어도 하나 구워주세요!
진호  (헤벌쭉) 아유, 저 넘치는 센스!
동욱  (한 잔 마시고 탁! 소주잔을 내려놓는다. 결심한 듯) 진호야.
진호  왜?
동욱  너, 돈 좀 있냐?
진호  (보는)
동욱  아무래도 그 집 나와야겠는데 집세가 만만치 않다?
진호  (술에 취한 듯 팍! 엎어지는) 
동욱  (어이없다, 뒤통수 한대 확 후려치는) 알았다, 알았어!
진호  (꿈쩍 않고 누워있는)
동욱  하기는 네가 무슨 돈이 있겠냐? 너나 나나 뻔한 사정이지.
주인녀 (다가와 꼼장어 놓고 가며) 많이 취하셨나 보네요?
동욱  (툭툭 치고) 야! 알았으니까 일어나 이거나 먹어 임마!
진호  (베시시 일어나 낼름 먹는) 맛있네!
동욱  (어이없어 헛웃음이 터지는) 

#35.  길가, 연희 집 앞

화난 얼굴로 앞서 걸어가는 연희와 엉망으로 터진 모습으로 따라가고 있는 현수.
동욱, 그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현수  (힐끔 눈치보고) 앞에 가는 사람 도둑! 뒤에 가는 사람 형사!
연희  (화나고 속상하다. 앞만 보고 걷는)
현수  (뒤 돌아보지 않자 더 크게) 앞에 가는 사람 도둑! 뒤에 가는 사람 형사!
연희  (굳어지는 여전히 앞만 보는 채) 시끄러워. 그만해.

동욱, 두 사람을 봤다. 조금 떨어져 따라가며 걸어가는.  

현수  (연희 반응에 심통 나는) 앞에 가는 사람 도둑! 뒤에 가는 사람 형사!
연희  (무언가 울컥 솟구치는, 터질 듯한 감정을 꾹 누르는) 
현수  (더 크게) 씨이! 앞에 가는 사람 도둑!
연희  (휙 돌아보는) 그만 하랬지!
현수  (움찔 멈추는)
동욱  (멈추고 보면)
연희  (현수 팔을 움켜지는) 왜 엄마 말 안 들어! 엄마가 도둑이면 좋겠어?
  그래서 맨날 도망만 치면 좋겠냐고!
현수  (당황스러운) 엄마?
연희  (눈물 고이는) 엄마가 하지 말랬잖아!
현수  (주눅 들어) 엄마 화났어?
연희  그래! 엄마 화났어! (눈물 뚝 떨어지면 벌떡 일어나 먼저 걸어가는)
현수  (멍하니 있다가 후다닥 연희 옆에 선다) 엄마!
연희  (눈물 쓰윽 닦고) 왜?
현수  그럼 엄마가 형사 할래?
연희  (내려다보는, 미안하다) 아니.
현수  왜?
연희  엄마가 도둑인 게 낫지! (사이) 아들이 도둑인 거는 엄마는 싫거든.
현수  (히죽, 연희 손잡고) 그럼 둘 다 형사하자. 그러니까 울지 마?
연희  (후회되는, 가만히 현수 손 흔든다)
현수  (천진하게 올려다보는)
연희  (바라보다 피식 웃는) 그래. 그러자.
 
연희, 현수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
멈춰선 동욱, 깊은 시선으로 멀어지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36.  연희 집 앞

몸을 베베 꼬며 열쇠를 찾는 동욱, 그러다 못 참겠는지 한 쪽 벽으로 간다.
그 순간, 우르르 지나는 한 무리의 여고생들.
화들짝 놀라는 동욱, 당황스럽게 대문을 밀면 그대로 스르르 열린다.

#37.  연희 집 안

연희, 거실의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가다 우뚝 멈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동욱, 가로등 불빛으로 환한 마당에 등을 보이고 서있다.
뭐지? 하는 눈빛으로 점점 다가가던 연희, 얼굴이 확 일그러진다.
갑자기 부르르 몸을 떠는 동욱, 화단에서 소변을 보는 중이다.

연희  (확 열 받아) 저 인간이 진짜! (나가는)

#38.  동, 마당

연희, 씩씩대며 나오면 동욱, 이미 사라졌다.
옥탑을 노려보다 화단을 보면 졸졸졸 흐르고 있는 오줌발.
연희, 옥탑을 노려보다 소리 나게 문을 닫고 들어간다.

#39.  마당 (다음 날 오전)

반 쯤 눈을 감은 채 내려오는 동욱, 그 위로 갑자기 확 쏟아지는 물줄기!
동욱, 놀라서 돌아보면 연희, 물 호스를 동욱에게 겨누고 있다.
허우적거리며 물줄기를 피하고 호스를 잡아채는 동욱.

동욱  (황당하고 열 받은) 뭐하는 짓이야!?
연희  (씩씩거리며 노려보는)
동욱  뭐하는 짓이냐니까!
현수  (안에서 나오다 보고 놀라서) 엄마! (동욱 본다) 아저씨!
동욱  (현수 의식해서, 낮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주인아주머니?
연희  (주인아주머니? 뜻밖인 듯 보면)
현수  (화단 쪽으로 좀 다가가 고개를 갸웃하는) 엄마 근데 이건 뭐야?
동욱, 현수의 시선을 따라 돌아보면 화단 벽 붉은 색으로 그려진 살벌한 가위.

INS/ #35. 온 몸을 부르르 떨면 소변을 보는 동욱.

동욱  (아차! 싶어 보면) !!
현수  저 그림 뭐냐니까?
연희  뭐긴 뭐야! 소변금지 표시잖아!
현수  (여전히 의아하다) 근데 저게 왜 여기 있어? 우리 집에 여기서
  오줌 싸는 사람 있어? (슬쩍 동욱 보며) 난, 안 싸는데? 
연희  있으니까 했겠지! 넌 나중에라도 절대 화장실 아닌 데서 오줌(하다)
  소변보면 안돼! 그건 불법이야! 알았어?
현수  (동욱과 눈빛 마주치면 얼른 들어가며) 만화 할 시간이다!
동욱  (열 받고 어이없고) 야! 날치! 쪽팔리게 애 앞에서 꼭 이래야 되냐?!   
연희  (날치란 말에 움찔, 노려보는) 창피 한 줄은 알아요? 그러니까 나가요.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동욱  (어이없는) 구질구질? 
연희  그래요. 구질구질 한심해 보여요! (빈정거리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잘난 형사가 전과자 날치 집에 얹혀사는 거 알면 뭐라고 하겠어요?
동욱  (노려보는) 아니지.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 물론 언젠가는 알 수 있겠지만!
연희  (굳는) … 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
동욱  (차가운 실소로) 글쎄?  

동욱, 연희를 노려보다 층계로 올라가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굳은 채 묵묵히 서있다 불안한 듯 슬그머니 돌아보는 연희.  

#40.  옥탑 안

젖은 옷을 거칠게 내던지는 동욱,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
하지만 이내, 화를 참아내듯 길게 심호흡을 내쉬는 동욱.
문득 무언가를 작심한 듯 문을 노려보는 동욱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41.  연희 집 안

현수, 진지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굳은 얼굴로 들어오는 연희, 천장을 올려다본다.
 
현수  (비장하게)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은 짓밟는 게 아니야!
연희  (뜨끔해서 보면) 뭐?
현수  (여전히 텔레비전에 몰두하는)

연희, 안으로 들어와 보면 텔레비전 만화영화의 대사다.

#42.   몽타주

옥탑 안, 오전/ 슬그머니 초콜릿을 놓고 나가는 현수.
         동욱, 시큰둥하게 보고 서랍 속에 던져 놓는다.

옥탑 밖, 오후/ 중개인과 함께 서있는 연희. 난감한 듯 문을 탕탕! 두드린다.
옥탑 안/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듯 무언가를 보는 동욱, 생활정보지다. 

옥탑 밖, 오전/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빨래를 들고 나오는 동욱, 우뚝 멈춘다.
         보면, 이불에 화풀이 하듯 탕탕 쳐대는 연희.
  동욱, 혼자 열 내고 있는 연희가 귀엽다. 피식 웃는.

옥탑 밖, 오후/ 빨래줄, 딱 반으로 경계를 지은 듯 널려있는 동욱의 옷과 연희의 이불.
         슬그머니 올라오는 연희, 동욱의 옷을 마구마구 비벼댄다.
         현수, 그런 연희의 모습을 한심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라보는.

다른 집/ 동욱, 반지하의 집에서 나온다. 심란한 듯 다시 돌아보는.
  들고 있는 생활정보지를 보며 전화를 거는 동욱.

옥탑 밖, 밤/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다. 처량 맞게 젖어있는 동욱의 옷들.
         뛰어올라오는 동욱, 급하게 옷을 걷다가 점점 심란해지는.

옥탑, 밤/ 서있는 동욱, 마당으로 들어오는 연희를 물끄러미 보는.
         시선에 올려다보는 연희, 그러나 이미 동욱은 보이지 않는다.

#43.  연희 집, 마당 (밤)

지친 얼굴로 들어서는 동욱, 우뚝 멈추고 보면.
마당 평상 위에 거하게 펼쳐진 삼겹살과 온갖 반찬들이다.
반가움에 벌떡 일어서는 현수를 수저로 퍽! 때리는 연희.

연희  일어나긴 왜 일어나?
현수  (두 사람 번갈아 쏘아보다 벌떡 일어나는) 어휴! 엄마랑 아저씨랑
  왜 자꾸 싸워! 어른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도 아니면서! 

열 받은 현수 안으로 들어가면, 마당에 썰렁하게 남은 동욱과 연희.
머쓱한 연희, 주섬주섬 삼겹살을 챙겨들고 멀뚱히 서있는 동욱 역시 머쓱하다. 

#44.  옥탑, 안 (다른 날, 오전)

슬그머니 들어온 현수, 초콜릿과 과자를 내려놓고 살금살금 나간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를 보는 현수. 눈빛이 반짝 빛난다.
#45.  동, 옥탑. (시간경과)

나가다 다시 들어오는 동욱, 초콜릿을 한 움큼 집어 들고 나간다.

#46.  연희 집, 마당
 
안채에서 나오는 연희와 옥상에서 내려오는 동욱, 딱 부딪친다.
동욱의 몰골을 흩어보고 코웃음을 날리며 먼저 걸어가는 연희.
어쭈? 동욱 역시 질세라 대문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쿵 부딪치는 두 사람, 살벌한 눈빛이 오간다.
연희, 먼저 고개를 돌리면 동욱, 묘한 얼굴로 피식 미소를 짓는다.
보면, 연희 손이 동욱의 잠바 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그 위 동욱의 손이 올라가 있다.
연희, 손을 빼려고 용을 쓰면 천천히 연희의 손을 잡아 빼는 동욱.
그 손에 딸려 나오는 옥탑의 열쇠와 대문 열쇠 고리.

동욱  솜씨 많이 녹슬었네?
연희  (아무 말도 못하고)
동욱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내 보내고 싶었냐?
연희  (긍정의 침묵, 파르르 떨리는 입술)
동욱  왜? 내가 짭새라서?
연희  (보지 않고) 아니.
동욱  그럼.
연희  (목소리 떨리는) 내가 날치라서.
동욱  (본다)
연희  내가 날치였다는 거 자꾸 기억나니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보는) 당신 볼 때마다 악몽처럼 떠오르니까.
동욱  (천천히 손을 놓는) 이러지 않아도 돼. 지금 방 구하고 있으니깐.
연희  (보는)
동욱  (물끄러미 보다 먼저 나가는)
연희  (왠지 좋아할 수만은 없는 느낌으로 서있는)

#47.  집 앞

씁쓸한 얼굴로 나오던 동욱, 문득 무언가를 노려본다.
보면, 다 낡아빠진 자동차에 척하니 붙어있는 불법주차 딱지다.
안에서 나오는 연희, 차에 붙은 스티커를 보지만 모른 척 지나친다.

동욱  (마치 장난처럼 가볍게) 어이. 이것도 주인아주머니 짓인가?
연희  (휙 돌아본다)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동욱  (연희 보다 피식 웃는) 아니면 말고.
연희  (기분 나쁘다! 탁탁 다가와) 여기 이 동네는 이렇게 아무데나 막 주차하면
  딱지 떼거든. (발로 차를 툭툭 치는) 이거, 굴러는 가나 모르겠다!
동욱  (화들짝) 야! 차지 마! 이 차가 이래보여도,
연희  (보면)
동욱  (보는) 경찰차다!?

어이없는 연희, 흥! 한 번 더 꽝 차고는 씩씩하게 걸어간다.
 
동욱  (보다 피식 웃는) 이제야 좀 날치 같구만.

#48.  길가, 동욱 차안

신호대기에 멈추는 동욱의 차.
동욱, 앞을 보면 연희, 노란 띠를 두르고 차량 통제 봉사 중이다.
연희, 웃는 건너는 노인의 짐을 들고 함께 건너 준다.
동욱, 그런 연희에게 시선 떼지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호  (E) 요새 뭐 좋은 일 있냐?

#49.  주택가, 차안 (오후)

동욱, 빵을 먹으면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그 옆에 시큰둥한 얼굴로 빵을 보다 동욱을 뚫어지게 보는 진호.

동욱  (여전히 전방 주시하며) 없어.
진호  근데, 어째 반질반질하니 혈색이 참 좋아 보인다?
동욱  (돌아보는)
진호  왜?
동욱  (빵 가리키고) 안 먹냐?
진호  아, 너도 알잖냐? 내가 밀가루 음식 소화를 잘 못, (하는데)
동욱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집어 채가는)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
진호  아! 이 불쌍한 놈! 밥이란 게 꼭 배부르라고 먹는 거 아니다?
  밥 먹을 때 말이다. 알토란같은 새끼에 여우같은 마누라 앞에
  척하니 두고 뜨끈뜨끈한 쌀밥에 뜨거운 국물 한 수저 떠봐라!
  배만 부른 줄 아냐? 마음이 아주 꽉 차게 부르거든! 알겠냐?   
동욱  (보다, 초콜릿을 꺼내 먹는) 모르겠다.
진호  뭐냐? 그건?
동욱  후식이다, 임마. 하나 주랴? (건네면)
진호  (받아서 먹다가) 근데 웬 초콜릿이냐? 단거는 질색하잖아?
  야, 윤동욱! (얼굴 앞으로 불쑥 다가가) 너, 연애 하지?
동욱  저리 치워, 임마! (하다 순간 굳는, 낮은 소리로) 떴다!

동욱, 재빨리 차문을 열고 나간다. 뒤따라 나가는 진호.

#50.  길가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두 남자. 그 뒤로 동욱과 진호 따라간다.
남1, 무언가 낌새를 챘다. 눈짓을 주고받는 두 남자.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51.  다른 길가

차도를 건너 뛰어가는 두 남자, 그 뒤로 동욱이 쫒아온다.
동욱, 남2를 잡아챈다. 잽싸게 바지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데 수갑이 없다.
동욱, 당황스러운데 저만치 달려가던 남자, 뒤돌아본다.
길가에 내놓은 화분을 잡아들고 달려드는 남1.
 
E. 팍! 깨지는 요란한 소리.

#52.  엄마손 분식, 주방

연희, 바닥에 떨어져 박살난 그릇들을 보고 있다.

경찰1  (E) 서연희씨 계십니까?

#53.  경찰서, 대기실 (오후)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연희.
저만치 의자에 울면서 앉아있는 현수와 유치원 선생을 본다.

연희  현수야!
현수  (본다, 서럽게 앙! 터지는 울음!) 엄마!
연희  (다가와 안아주며, 선생 보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선생  현수가요. 유치원에 수갑을 가져와서 정우한테 채웠어요.
연희  네?!
선생  처음엔 저도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장난감이 아니더라구요.
연희  (맙소사! 일그러지는)
경찰1 (다가와) 잠시, 안으로 들어가시죠.
연희  … (들어가는)

#54.  경찰서 안

고개를 푹 숙이고 앉은 연희와 그 앞에 앉아있는 형사1.

형사1 (답답한 듯) 그렇게 고개만 숙이고 계시지 말고. (수갑 앞으로 내밀고)
  이거 어디서 난 겁니까? (정중하게) 괜찮으니깐 말씀 하세요.
연희  그게요…. (머뭇거리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 주운 걸 거예요.
형사1 아주머니! 이게 무슨 물건인 줄은 아시죠?
연희  (보는) 네에.
정식  (안으로 들어오며) 연희씨! 어떻게 된 겁니까?
연희  (보는) ….

형사2, 서류철을 들고 와 형사1 앞에 내려놓고 눈짓을 해 보인다. 
들여다보는 형사1,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형사1 (반말조로) 이햐. 이 아줌마! 소싯적에 이거 많이 차 봤네!
연희  (굳는)
정식  무슨 말씀입니까? 그게?
형사1 소매치기 전과 3범이라! 꽤 잘나가셨네요?
정식  (놀라서 돌아보는) 연희씨?
연희  (모멸감에 굳어가는, 차갑게) 미안한데 자리 좀 피해주세요….
정식  (충격이다. 천천히 일어서 걸어가는)
형사1 왜, 옛날 생각나서 구입하셨나? 아님 종목을 바꾸시려고?
연희  (굳은 채 말 못하는) ….
현수  (울면서 뛰어 들어오는) 내가 훔쳤어요!
형사1 (어이없다) 뭐?!
현수  옥탑방 아저씨 거, (서럽게 터지는 울음 삼키며) 내가 훔쳤어요!
  엄마는 죄 없어요! (연희 품에 안기며) 엄마! 미안해!
연희  (초라함과 속상함에 눈물 고이는) ….
 
#55.  경찰서, 복도 (밤)

운동화 끈으로 묶인 남1을 앞세우고 빠르게 걸어오는 동욱.
진호, 역시 엉망으로 깨진 남2를 재촉하며 따라온다.
격렬한 격투의 흔적으로 동욱과 진호의 얼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현수  (E) 짭새 아저씨!

복도를 걸어가던 형사들, 짭새란 소리에 기분이 나쁜 듯 일시에 멈춘다.
동욱, 돌아보면 복도를 뛰어와 안기는 현수.

현수  아저씨! 엄마가 나 때문에 (으앙 터지는) 잡혀갔어요! 
동욱  (안 쪽을 돌아보곤, 남1 진호 쪽으로 밀고 걸어가는)
진호  (영문 몰라) 야!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냐?!

#56.  경찰서 안

안으로 들어오는 동욱, 한쪽 유치장에 시선이 머문다.
유치장 안, 온 몸을 둥그렇게 말은 채 초라하게 앉은 연희.
동욱, 그 모습에 무언가 솟구치는 기분이다.

동욱  (화 참고 낮은 소리로) 문 열어.
윤철  (당황한) 네?
동욱  문 열라고.
윤철  (어쩔 줄 모르는데) 윤형사님?
형사1 (다가오며) 선배님.
동욱  (휙 노려보며) 너냐? 네가 저 여자 집어넣었냐?
형사1 (의아한) 네.
동욱  (차갑게) 왜?
형사1 선배님 수갑을 가지고 있길래 조사해봤더니 전과가 있었습니다.
동욱  그래서?
형사1 (시선이 당황스럽다, 눈치 보듯 작게) 아니, 혹시나 해서,
동욱  혹시나? (버럭! 터지는) 야, 이 새끼야! 저 여자 밖에 애 데리고 온 거
  안 보여?! (가슴 확 밀치며) 그리고 전과 있음 무조건 다 집어넣냐?
형사1 (엎어졌다 다시 벌떡 일어나) 잘못했습니다.
동욱  (윤철에게) 넌 뭐해!? 얼른 안 열어!
윤철  (얼른 문 열고) 나오세요! 빨리요!
연희  (안에서 보기만)
동욱  (속상함으로) 왜 안 나와!
연희  (힘없이 걸어 나와 동욱 앞에 서는)
동욱  (화 참듯 시선 외면하고)
연희  (애써 담담한 얼굴로 웃는) 내 꼴 봤죠? 윤형사님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다 …나를 아직도 날치로 봐요. (눈물 꾹 참고) 이젠 만족해요?

연희, 동욱을 보면 분노보단 상처로 흔들리는 여린 눈빛이다.
천천히 걸어 나가는 연희를 복잡한 심정으로 돌아보는 동욱.

형사1 (슬쩍 수갑 건네는) 선배님, 이거요.
동욱  (확 낚아채며) 너, 내일 보자?
형사1 (푹 고개 숙이는) ….

#57.  거리, 경찰서 앞 (밤)

울다 지쳐 잠든 현수를 업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연희의 긴 그림자.
그 순간 빵! 울리는 클랙션.
연희 소리에 멈추고 보면, 차도에 선 낡은 자동차, 동욱과 진호다.

동욱  (문 열고 옆 자리로 좀 비키며) 타, (하다) 세요.
연희  (차갑게 노려보고 묵묵히 걸어가는)
동욱  (내리는, 뛰어가 현수 안아든다)
연희  놔! … (숨 고르고) 택시 타고 갈게요.
동욱  (현수 들쳐 안고 걸어가며) 여기 택시 잘 안와.
연희  (바라보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면)
동욱  (현수 먼저 눕히고) 타, 세요.
연희  (안으로 들어가며 작게) 고맙습니다.
진호  (운전석에서 두 사람 힐끔 보는) ….
동욱  (연희 힐끔 보고 뒷자리로 가는)
연희  (앞에 타라는 눈짓)
동욱  (타면서 인상 팍 긁는) 앞문이 열리지를 않아서요. 
연희  (짜증스럽다, 현수 쪽으로 바싹 다가앉는)
동욱  (작게) 그러니까 발로 차지 말래니깐, (진호 의식해서) 요.
연희  (슬쩍 째려보고 외면하는) ….
 
#58.  진호 차 안

눈을 감고 앉은 동욱과 그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연희.
진호, 백미러로 힐끔 연희를 본다.
연희, 진호의 시선과 마주치면 당황한 듯 얼른 외면한다.

진호  (밝게) 괜히 형사한테 세 놓으셔서 아주머니가 고생이시네요.
연희  (보는) 아니에요.
진호  저 녀석,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좀스럽고 재수 없죠?
연희  (못 알아보나? 작은 소리로) 네. (당황!) 아니요.
진호  (웃는) 그래도 마음은 좋은 놈이니까 잘 좀 부탁드립니다.
연희  (씁쓸하게 웃는) ….

연희,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동욱의 얼굴을 슬쩍 바라본다.
그 순간, 옆으로 스르르 고개가 기울어지는 동욱, 연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당황한 듯 얼결에 밀어내려 손을 들던 연희, 다시 천천히 손을 내려놓는다.   
연희, 무릎으론 현수의 머리를 받치고 어깨엔 동욱의 머리를 기댄 채다.
그러나 힘든 내색 없이 담담한 얼굴로 앉은 연희를 바라보는 진호.

#59.  연희 집 앞 (밤)

차창으로 진호를 보는 동욱, 안으로 약간 고개 숙이고.  

동욱  (보는) … 고맙다.
진호  (할 말 있는 듯 보다) 쉬어라.
동욱  (차에서 떨어지는)

진호 차 떠나면 심란한 듯 서있던 동욱, 어디론가 걸어간다.

#60.  연희 집, 마당

동욱, 사발면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면 연희, 마당에 서있다.

동욱  (가볍게) 싸우려면 (사발면 들어 보이고) 이거라도 먹고 하자.
  (지친 웃음으로) 배고파 당장 쓰러질 거 같거든.
연희  (보는) 고마워요, 오늘.
동욱  (보는)
연희  (사발면 잠시 보다 어렵게) 밥, 먹고 올라가요.
동욱  (진짜? 하는 눈빛으로 보면)
연희  (퉁명스럽게) 싫으면 관두고요. (먼저 들어가는)

잠시 마당에 서있던 동욱, 평상에 슬그머니 사발면을 내려놓고 들어간다.   

#61.  연희 집 안

깔끔하고 아담하게 꾸며진 마루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동욱. 
장식장 위에 놓인 연희와 현수 사진, 모두 단 둘만이 찍은 사진들이다.
현수, 좋아서 헤벌어진 표정으로 동욱 앞에 앉아있다.

현수  (불쑥) 아저씨.
동욱  (보면)
현수  (바싹 다가와) 날치가 뭐예요?
동욱  (당황) 어?
현수  그때 엄마한테 날치야! 잘해보자! 이랬잖아요.

#62.  동, 주방

긴장한 연희, 입구에 살짝 기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중이다.

동욱  (E) 아! 그게 뭐냐면 갈치 꽁치 참치 알지?
현수  (E) 네!
연희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러나 싶은) ?
동욱  (E) 그러니까 그렇게 치로 끝나는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 날치라고 불러. 
현수  (E) 아! 그럼 나도 날치다! 나도 참치 좋아하는데.
동욱  (E) 그렇지!
연희  (어이없어 웃는 마는) 

E. 초인종.

연희  (의아한 듯 나가며) 누구지?
#63.  연희 집 앞 (밤)

굳은 얼굴로 서있는 연희, 그 앞에 정우모와 정우 서있다.

연희  (고개 숙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정우모 이게 죄송하다고 하면 다 해결되는 일이예요? 얘, 팔 좀 보세요!
연희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미안해, 정우야.
정우모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그렇지. 애들 교육은 제대로 시켜야죠.
  벌써부터 그런 물건으로 친구를 괴롭히며 싹수가 노란 거 아니예요?
동욱  (안에서 나오며)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정우모 (보면) 누구세요?
동욱  (연희 옆에 서면) 같은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정우모 (콧방귀) 아, 그러세요?
동욱  (정우 보는) 너 이름이 정우라고 그랬지?
정우  네.
동욱  (눈높이 맞추고 다정하게) 아저씨가 정우한테 뭐 하나 물어보자.
정우  (기죽어서) 네.
동욱  현수가 왜 정우한테 수갑을 채웠을까?
연희  (보면)
정우모 이유가 어디 있어요? 우리 애가 순하니까,
현수  (E) 정우가 나쁜 짓해서 그런 거예요! 

안에서 나오는 현수, 동욱의 옆으로 가 서면 동욱, 슬며시 현수의 등을 만져준다.

정우모 (어이없는) 얘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현수  (동욱 한 번 올려보고 연희 보고) 쟤가 우리엄마보고 과부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때리고 괴롭혔어요! (울먹이는) 어제도 정우가 먼저
             발로 때렸어요. 그래서 아파서 못 때리게 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정우  (울상으로 일그러지는)
정우모 어쩜 거짓말 하는 것 좀 봐! 얘, 너 그렇게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연희  (가슴 아프고 속상한) 너 정말 현수 안 때렸어? 솔직히 말해봐.
정우  때렸어요.
연희  (울컥해서) 봐요! 정우가 먼저 때렸잖아요! (현수 끌어와 팔에 상처보이고)
  이 상처도 정우가 물어서 생긴 거고요. (등짝 보이며) 이 멍은요. 그제인가?
  여튼 정우가 볼펜으로 찌른 거예요! (점점 복받치는) 또 어디 있더라.
정우모 (황당하고 놀랍고)
연희  우리 현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우한테 맞고 들어와요! 그래도 나는,
  (목 메이는, 애써 가다듬고) 참았어요. 그래도 정우 때리지 말라고요.
  나중에 나쁜 사람 된다고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참으라고만 그랬어요!
동욱  (가슴 아픈)
현수  (앙 울음 터지는) 엄마, 잘못했어요!
연희  울지 마! 너 잘못 한 거 없어! (정우에게) 너 앞으로 우리 현수 때리지 마!
  (정우모에게) 앞으로 우리 현수 못 때리게 하세요. 괴롭히지 못하게 하세요.
  한번만 우리 현수 때리면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나도 정우 어머님처럼
  득달같이 쫒아가서 큰소리 칠거라구요!

기막힌 듯 보는 정우 모, 그러나 연희의 서슬에 말도 못하고 정우를 끌고 걸어간다.
노려보던 연희, 동욱과 눈이 마주치면 동욱, 잘했다는 듯 빙긋 웃는다.

#64.  연희 집안, 주방

머쓱하게 앉은 동욱, 연희, 현수.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다.

연희  (어색하게) 식사하세요. (현수 보면 미소로) 먹어. 얼른.
현수  네! (먹으면)
동욱  국은? 국이 없는데?
연희  (번뜩 노려보다 일어서는)  

동욱, 기분이 좋은 듯 피식 웃고 보면 마주보며 역시 헤벌쭉 웃는 현수.
등 돌리고 국을 푸는 연희도 싱긋 미소가 흐르는. 

#65.  동, 주방 (시간경과)

설거지 그릇을 정리하던 연희, 문득 잠잠한 거실이 신경 쓰이는.

#66.  동, 거실 (밤)

연희, 주방에서 나오면 동욱,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자고 있다.
다가가 깨우려던 연희, 동욱의 얼굴의 상처자국에 시선이 멈추는.

동욱  (눈 감은 채) 걱정되면 소독약이라도 좀 주던가?
연희  (화들짝) 누가요? 내가?
동욱  (눈뜨고 피식, 일어서는데 통증에 움찔!)
연희  (먼저 일어나며) … 기다려요.
 
#67.  동, 거실 (시간경과)

조심스레 연고를 바르는 동욱의 소심한 손길.
연희, 그 한쪽에 앉아 안 보는 척 힐끔힐끔 보다 답답한 듯 획 돌아본다.

연희  (다가와 뺏어들고) 아, 진짜 짜증나서 못 보겠네!
동욱  이게 얼마나 쓰라리고 아픈데?
연희  (어이없다) 얼굴이나 대 봐요.
동욱  (눈감고 들이밀며 장난스럽게) 감정, 적당히 담아서 문질러라? 

연희, 슬쩍 흘겨보고 조금 더 다가가 소독약을 바른다.
그러다 문득 동욱의 긴 속눈썹에 시선이 가는 연희.
그 순간, 천천히 눈을 뜨는 동욱. 연희를 바라본다.
당황하는 연희, 물러서는 순간 그 보다 먼저 연희의 손을 잡는 동욱.
동욱, 연희 손을 조금 당기면 앞으로 끌려오려던 연희, 다시 뒤로 뺀다.
어쭈? 다시 잡아당기는 동욱, 연희 역시 조금 다가오다 다시 물러나고.
손을 맞은 채 마치 장난처럼 가볍게 밀고 당기기를 하는 동욱과 연희.
피식 웃는 연희, 그만하자는 듯 손을 빼는 순간 동욱, 연희를 확 잡아당긴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 동욱 천천히 연희에게 다가간다.
살며시 시선을 피하던 연희, 동욱의 허리춤에 수갑이 보이는.
그 순간,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연희.
 
연희  (밀어내며 일어선다) 자야겠어요.
동욱  (보면) 
연희  (방문 앞에 멈추는, 정면 본 채) 윤형사님 … 절대 잊지 말아요.
  (서글픈 미소로) 나 … 날치예요. (들어가는)

동욱, 날치란 그 말이 비수처럼 아프다. 눈을 감아버리는.

#68.  마당 (오전)

화단 앞에 앉아있는 동욱.
연희, 안에서 나오다 동욱을 보지만 그대로 지나친다.

동욱  (잡는) 할 얘기 있어. 어제는,
연희  실수였죠.
동욱  (보면) 실수 한 적 없어. (낮지만 단호한) 실수 아니야.
연희  (철렁 내려앉는,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고) 난 실수였어요.
  아시다 피시 나처럼 별단 인간들은 경찰서가 지옥이에요.
  그리고 윤형사님은 (마른 침 삼키고) 내게 저승사자 같아요.
동욱  (충격으로 굳는)  
연희  (손 천천히 빼내고) 어떡하면 이 집에서 나가줄래요?
  내가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그럼 나가줄래요?
동욱  나한테 바라는 게 … 그게 전부인가?
연희  (보는) 나가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게요. 고맙습니다, 윤형사님.

연희, 차갑게 고개 숙여 보이고 나가면 동욱, 잡지도 못하고 망연히 서있는.

#69.  엄마손 분식 (오후)

연희, 테이블 위를 치우다 힘없이 의자에 앉는다.
문가에서 밖을 내다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들어오는 숙자.

숙자  거참! 이상하네. 벌써 며칠 째 발걸음이 없네?
연희  (돌아보면)
숙자  송사장 말이야. 지 집 보다 더 들락거리다 왜 갑자기 발걸음을 뚝 끊어?
연희  (쓰게 웃는) 어디 더 맛있는 밥집이 생겼나 보죠.
숙자  그 인사가 여기 밥 먹으러 왔나? 현수 엄마 보러 왔지.
연희  (일어서며) 그럼 제가 싫어졌나 보죠.
숙자  (빤히 보다) 근데 송사장이 어디가 그렇게 싫어?
연희  (돌아보면)
숙자  송사장 발 딱 끊은 지도 몰랐지?
연희  ….
숙자  현수 엄마 요새 이상하네? 연애해?
연희  (보면)
숙자  얼굴이 영 까칠까칠한 게 밤 잠 설쳐대는 거 아냐?
연희  (피식, 주방으로 들어가는)
숙자  원래 연애를 하면 잠이 달기만 한 게 아니거든!

#70.  동, 주방

안으로 들어오는 연희, 바닥을 노려보다 털썩 주저앉는다.
서서히 흔들리는 어깨 조용한 흐느낌이 세어 나오는….

#71.  길가 (오후)

당황한 남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그 옆으로 휙휙 날아오는 돌덩어리.
바닥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진다.
보면, 무표정한 얼굴로 코너로 몰린 남자에게 돌을 던지고 있는 동욱.

남자  (피하며 황당한) 야! 형사가 이래도 되냐?
동욱  (말없이 돌 던지는)

동욱 뒤로 나타난 진호, 그 모습을 보곤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진호  (다가오며) 자식 나한텐 구박하더니! (보면 웃음이 멈추는) 그만해라.
동욱  (못들은 듯 손에 든 돌 하나를 거칠게 남자 옆으로 던진다)
남자  (화들짝 놀라 두 손 앞으로) 여기요!
진호  (힐끔 보고 다가가 수갑 채우는)
동욱  (화를 참듯 노려보다 가버리는)
남자  야! 두고 봐! 나 변호사 선임 할 거다!
진호  (시끄럽다는 듯 툭 치고 걱정스럽게 돌아보는)
#72.  진호 차 안 (밤)

동욱과 진호, 둘 다 아무 말이 없다.
운전하며 힐끔 동욱의 눈치를 살피는 진호.

동욱  (정면 보는 채로) 할 말 있음 해.
진호  그 집 나와라.
동욱  (보면)

#73.  거리

동욱, 화난 얼굴로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쫒아오는 진호.

진호  (잡고) 돈 때문이면 내가 어떻게 해볼게.
동욱  돈 없다며?
진호  어떻게 해본다니까!
동욱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뭐냐?!
진호  알잖냐?
동욱  몰라 임마! 대한민국 형사는 전과자 집에 세 들어 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새로 생겼냐? 
진호  그게 전부냐?
동욱  … 전부가 아니면?
진호  걔, (하다) 그 여자,
동욱  (버럭) 주인아주머니라고 그래!
진호  (어이없지만) 그래, 그 주인아주머니랑 너랑 말이 되냐?
동욱  (심호흡 길게 내뱉고) 형사는 전과자랑 연애하면 안 되냐?
진호  경찰서 내에 벌써부터 말들이 많아. (침착한) 형사가 전과자 집에
  사는 것만으로도 수군대는데. 더 복잡해지면 피차 피곤한 일이잖냐?
동욱  뭐가 복잡해지는데? (흥분해서) 뭐가 피곤한대! 내가 좋다는데
  그까짓 과거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잖아!
  너도 그때 임마 제수씨 몰래 미스최랑 바람 폈잖아?
진호  (화들짝)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오냐?
동욱  여튼 과거 때문에 나보고 지금 포기하라고?
진호  임마, 과거도 과거 나름이지!
동욱  (노려보는) 그래도 과거야.
진호  그러지 말고 포기해라?
동욱  (버럭 소리치는) 싫다! 그렇게 못하겠다!
진호  (보는) 너, 그 여자 (하다) 그 주인아주머니 … 정말 좋아하는 구나?
동욱  (씩씩거리다 서서히 감정 누르고) 그런 거 같다.
진호  (물끄러미 보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너, 가져라.
동욱  (패밀리레스토랑 상품권이다) 이게 뭐냐?
진호  (피식 웃는) 어차피 너 때문에 생긴 거야. 이젠 너도 필요할거다.
동욱  (보다 감격적으로 진호 확 끌어안는) 고맙다! 넌 이해할 줄 알았다!
진호  (나오려 바등거리며) 숨 막혀, 이 자식아!

#74.  차안 (밤)

운전 중인 동욱, 한 쪽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을 꺼낸다.
 
동욱  (받으면) 저예요, 동욱이.
동욱부 (E, 떨리는) 그래. 애비다. 
동욱  (애써 담담한 소리로) 죄송합니다.
동욱부 (E) … 
동욱  며칠 내로 찾아뵙겠습니다.
동욱부 (E) … 고맙다.

동욱, 편한 얼굴로 천천히 핸드폰을 끊는다.

#75.  엄마손 분식 안

연희와 정식, 마주 앉아있다.

정식  많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연희씨 과거 같은 거 상관없습니다.
연희  (담담히 보다, 조용히) 송사장님. 사람들이 전과자보고 별 달았다고
  하잖아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전과라는 건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이에요.
정식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결혼해주십시오.
연희  (아픈 미소로) 현수 아빠도 그랬어요. 처음엔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떠날 핑계가 되더군요.
정식  연희씨….
연희  그리고 무엇보다 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요. … 그래서 더 죄송해요.
정식  (보는) 혹시 좋아한다는 남자가 옥탑에 산다는 그 형사입니까?
연희  (대답 못하고 보다 일어서는) 안녕히 가세요.
정식  (쓰게 웃곤 나가는) …
연희  (물끄러미 보다 천천히 가게 안의 불을 끄기 시작한다)

#76.  거리, 분식집 앞

동욱, 어둠속에서 나오면 분식집 앞이다.
천천히 다가가는 동욱과 동시에 안에서 나오는 연희.
연희, 동욱을 봤지만 못 본 척 열쇠를 잠그고 먼저 걸어간다.

동욱  (뒤 따라가며) 진짜야?
연희  (무뚝뚝) 뭐가요?
동욱  옥탑 위에 짭새 좋아한다는 거.
연희  (조금 더 빨리 걸으며) 왜 남의 이야기를 엿들어요.
동욱  (잡는다) 대답해.
연희  왜 이래요, 진짜? 왜요? 내가 좋다고 하면 사귀기라도 할 거예요?
             (뿌리치고 걸어가는) 남들이 비웃어요.
동욱  (보면)
연희  (뿌리치고 걷는다)
동욱  내 얘기는 들어야 할 거 아냐.
연희  (더 빨리 걸으며) 듣기 싫어요!

동욱, 연희를 잡으려 하면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 연희.
어이없다는 보다 따라 뛰는 동욱, 가볍게 잡아챈다.
그대로 연희를 안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서는 동욱.
연희 귓가로 동욱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동욱  (연희 꽉 끌어안고) 나 그날 이후로 운동화 신거든? 그러니까 도망 갈
  생각하지 마. 어디로 도망치든 끝까지 쫒아갈 거니까.
연희  (정면 보는 채로) 놔줘요. 이런다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동욱  아니, 못 놔줘. … 이연희, 죄를 지었으면 죄 값을 받아야지?
연희  (이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눈물 고이는)
동욱  (귓가에 대고 작게) 솜씨 더 늘었던데? 이젠 짭새 마음까지 훔치고?
연희  장난 그만해요. 나, 지금 장난치고 싶은 기분 아니에요.
동욱  장난 아냐. (돌려세우는) 책임져.
연희  (보면)
동욱  내 마음, 내 심장 나 모르게 훔쳐갔으면 버리지 말고 끝까지 책임 져.
연희  동료들이 전과자랑 사귄다고 당신 비웃을지 몰라. 그래도 되요?
동욱  (가만히 얼굴 만져주는)
연희  나 때문에 힘들어 질지도 몰라요.
동욱  아니. 누가 뭐래도 지금 나한테 가장 빛나는 별은 이연희, 너야.
연희  (애써 웃으며 보는) 정말 책임져도 되요?
동욱  (고개 끄덕이는)
연희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동욱  (보는)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아마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
연희  (눈물 고여 고개 끄덕이는) 나, 책임지고 싶어요.
동욱  당연하지 책임져야지.
연희  (고개 숙이는) 진짜, 책임지고 싶어요. 나, 책임 … 질래요.
동욱  (안아주며) 그래, 끝까지 책임져줘. 

두 사람 위로, 축복하듯 무수히 떠있는 별들이 반짝이는.

연희  (E) 그런데 그때 나 왜 안 엮어 넣었어요?

#77.  골목 (#2의)

수갑에 채워진 채 몸부림치고 있는 동욱.
연희, 그 앞에 앉아 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다.

동욱  (황당한) 이거 성추행이다, 너!
연희  (고개 숙인 채로 속상한 듯) 아, 나, 진짜 손 씻었는데….
동욱  (문득 모든 동작 멈추고 보는)
연희  (올려다보는)

그 순간 마주친 두 사람의 눈빛, 어떤 감정에 흔들린다.
그러나 그 감정을 떨치려는 듯 천천히 외면하는 동욱과 연희.

#78.  연희 집, 마당 (다른 날 밤)

마당 평상에 앉아있는 동욱과 연희, 그 옆에 현수 잠들어있다.
동욱, 연희의 손가락에 봉선화 물을 들여 주는 중이다.

동욱  (실 묶어주고 손가락 들여다보고 피식 웃는)
연희  (보면)
동욱  단추를 푸르던 이 손끝에 김치 냄새가 베어있었어.
  (보는) 그래서 이 여자 정말 손 씻어구나. 그랬지.
연희  그럼 그때도 믿었던 거예요? 나 손 씻은 거?
동욱  (고개 끄덕이다 보는) 그때 이미 내 마음 반 정도는 훔쳐 갔어.
연희  (수줍지만 환한 미소로)
동욱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연희  물어봐요.
동욱  그때 도대체 그 촌스런 모자는 왜 씌운 거야?
연희  아! 더위 먹을 까봐. 그날 날이 무지 더웠잖아.
동욱  (황당한) 뭐?
연희  (빙그레 웃는)

어이없다는 듯 서로를 마주보며 환하게 웃는 동욱과 연희 위로.

 

 

 

 

 

 

 

 

 

 

 

 

 

 

 

 

 

 

 

 

 

 

 

 

 

 

 

 

 

첨부파일 그녀의_별이_반짝일_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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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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