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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인디비아]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3.21|조회수452 목록 댓글 1

[인디비아]

 

 

 

 

 

 

 

 

 

#1. 찻집(1층)의 창가 자리
두겹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건물 1층의 사진관이 보인다.
정인, 디스플레이된 사진을 바꾸고 있다.
유리창 위로 정인의 얼굴을 만져보는 (선재의) 손.
손길에 답하듯이 웃음을 터트리는 정인. (뒷쪽에 있는 선배1과 이야기중이었다)
정인을 보고 있는 선재.

선재N 그녀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온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유리창으로 정인을 만져보는 선재 위로) 정말... 그녀를 사랑하고 싶지 않다...

#2. 동 밖
창문을 통해, 정인을 보고 있는 선재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선재의 얼굴 위에 비치는 숀의 무표정한 얼굴.

-타이틀.

#3. 선재의 집

E 시계 알람소리

자다가 알람소리에 얼굴 찡그리는 선재.
이불 뒤집어쓰며 알람버튼을 누르려고 더듬다가 급기야 시계를 떨어뜨린다.
알람 계속 울리면, 선재,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앉는다.
알람 끄고, 잠 깨려고 머리를 흔드는데,
뒤에서, 뱀처럼 선재의 어깨를 타고 내려오는 여자1의 하얀 두 팔.

여자1 (뒤에서 선재를 껴안으며) 자기, 잘잤어?

놀란 선재, 벌떡 일어나서 돌아보면, “깜짝이야” 투덜대는 여자1.
경악하는 선재의 얼굴.

#4. 동 목욕실
문 쾅 닫으며 들어서는 선재.
세면대 물 틀고는 마구 얼굴에 퍼붓는다.
그러다가 멈추고, 얼굴의 물 뚝뚝 흘리며 기억을 짜낼려고 안간힘을 쓴다.

선재N 또. 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저 여자가 누군지,
왜 내 옆에 누워 있었는지...
E 전화벨소리 (계속 울린다)
선재 !

번쩍 고개 들면, 거울 속에 비치는 선재의 얼굴.

선재N (그 위로) 그놈이다!

소리가 나는 문 쪽으로 돌아본다.

#5. 동 방안
전화코드를 뽑아버리는 선재.
여자는 가버리고 없고, 전화 옆에 종이쪽지. “연락해. 010-****-****”
선재, 쪽지를 구겨서 휴지통에 버려버리고는, 침대시트며 베개커버를 마구 벗긴다.

E 휴대폰 벨소리

휴대폰 찾아서 보면, 액정화면. “발신자 미확인”
배터리를 뽑아버리는 선재.
침대에 걸터앉아 두손에 머리 묻으며 괴로워한다.

#6. 동물병원 외경
E 원장의 비명소리

#7. 동 원장실
택배상자 속의 죽은 새.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원장(여).
근경에 초점 맞춰지면, 화면 한쪽으로, 문 열린 채 비어 있는 새장, 보인다.

남자1F 여잔 맘에 들었어?

#8. 동 선재의 진료실
전화통화중인 선재. 잔뜩 긴장했다.

남자1F 특별히 신경써서 골랐는데. 참, 오늘 새로운 선물을 보냈어. 아주 맘에 들거야.
선재 너 누구야?
남자1F 너? 하하. 당신에서, 이제 너라... 제법인데, 윤선재. 진도가 아주 빨라.
선재 왜 나한테 이딴 장난질이야? 왜?
남자1F 아, 질문은 한번에 하나씩. 한꺼번에 다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안 그래?
선재 누구야, 도대체?!

문 벌컥 열리더니, 원장 들어선다.
당황해서 수화기 쾅 소리나게 내려놓는 선재. 긴장.
원장, 무례한 태도로 선재의 물건을 이것저것 들춰본다.

원장 무슨 전활 그렇게 받어? (들춰보며) 윤선생. 평소에 나한테 불만이 많았나봐?
선재 예?
원장 어제 회식 때... 술 취하니까 참 볼 만하던데 말이야.
선재 그게 무슨...?
원장 오늘 제일 먼저 출근했다며? 과음해서 힘들었을텐데... 뭐,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라도 있었나부지?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선재 ...!
E 전화벨소리
선재 ! (전화 보고 원장 보면, 눈 마주친다)
원장 뭐해? 안 받고?
선재 (못 받는다)

전화 계속 울리고, 원장, 선재를 보고 있다.
선재, 손으로 땀 닦는다.

#9. 동 접수실
물건 정리하며 소리 죽인 채 이야기중인 수의사와 간호사(여).
뒤쪽으로, 화장실에서 문 열고 나오다가 우연히 이야기 엿듣는 선재, 보이지만,
두 사람은 알지 못한다.

간호사 누굴까요?
수의사 (선재 진료실 쪽 턱짓)
간호사 에이 설마... 얼마나 순한 사람인데...
수의사 어제 같이 봤잖아. 원장 앞에다 요렇게 얼굴을 갖다대고. (흉내낸다. 서늘하게)
그만 좀 찍찍거리시죠.
선재 !
간호사 그래도 설마...
수의사 어제 낮에 클레임 들어왔다고 원장이 사람을 좀 족쳤어. 그동안 억울하게
당한 것도 여러번 있겠다. 술김에 오바하고 내친 김에 팍. 그거지 뭐.
물증이 없어서 그렇지, 원장도 그렇게 생각할걸.
간호사 그런가?
수의사 하여간에, 어제 윤선생 눈빛 진짜 써늘하두만. 그냥 소름이 쫘악...
간호사 난 뭐... 속시원하니 더 매력 있던데...
수의사 뭐야?
간호사 (혀 내밀고 웃음. 옆쪽으로 간다)
수의사 (물건 정리하다, 괜히 웃음)
간호사 왜요?
수의사 없어서 하는 말이지만, 원장 얼굴 진짜 물에 빠진 쥐새끼 같지 않냐?
간호사 으유. (눈 흘긴다)
수의사 오. 섹쉬한데.
간호사 (웃음)
선재 (조용히 문 닫고 다시 들어간다)

#10. 동 화장실
변기뚜껑 위에 앉아, 두손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선재.
어젯밤 일을 기억해내려고 필사적인 선재의 모습과 과거 장면(흑백)이 교차된다.

선재 어젯밤. 어젯밤... 술을 마셨고...
INS 룸싸롱. 화장실에서 휘청거리며 나오는 선재.
눈앞에서 뭔가 번쩍거리며 현기증. 벽에 기댄다.
선재 (떠올리려고)
INS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리는 선재.
선재 그리고... 그리고... 아... (하지만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선재N 내가 모르는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었다. 숨이 막힌다.

셔츠단추 풀며 숨 몰아쉬는 선재.

#11. 거리

선재N 그놈을 찾아 나섰다.
INS 쪽지 : 영등포구 여의도동... + @@심부름센터(상호)

쪽지를 보며 건물을 찾는 선재.

남자2E (그 위로) 큰 길가에 있어서 찾기는 쉬우실겁니다.

선재, 찾던 건물을 발견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는데, 근처 건물 유리창에서 반사되는 강한 빛.
현기증을 느끼고 휘청하는 선재.

#12. 연기학원 사무실 안
놀란 얼굴의 선재. 그 위로,

남자1E “잘도 찾아왔군. 역시 내 기대대로야.” 하하.

웃고 있는 남자1을 보고 있는 선재. 벙찐 얼굴.
그 뒷벽, 여기저기에 연기학원임을 알려주는 광고들이 붙어 있다.

남자1 어떻습니까? 직접 얼굴을 보고 하려니까 좀 쑥스럽네요. 아무래도 전화보단
좀 약하죠? 일단 좀 앉으시죠. (소파로 가서 앉는다)
선재 (얼떨떨) ... (앉는다)
남자1 (뭐가 재밌는지 계속 싱글거리며 선재의 말을 기다린다)
선재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그러니까... 아르바이트였다구요?
남자1 예. 목소리 연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제 목소리가 맘에 딱 든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한때는 연기지망생이었거든요. 하하.
선재 혹시 얼굴 기억하세요?
남자1 쭉 전화통화만 했습니다. 돈은 통장으로 부쳐줬구요. 전화받으실 분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아주 좋아하실거라고... (웃음)
선재 ...!
남자1 (제스춰 취하며) “여잔 맘에 들었나? 질문은 한번에 하나씩.”
선재 ...!
남자1E (선재 얼굴 위로) 하하...

#13. 병원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선재.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중이었다.

선재N 머리속에서 세탁기가 윙윙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모든 게 다 엉켜 있다...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머리 젓는다.
한숨 쉬며 앞을 보는 선재의 눈에 산책중인 정인과 별이(개)가 보인다.

선재 !

웃고 장난치고 껴안고... 정인과 별이의 다정한 모습들.

선재N 둘은 다정한 오누이 같다.

선재를 알아보고 짖으면서 달려오는 별이.
선재, 반가워서 꼬리치는 별이를 쓰다듬어준다.
뒤따라오는 정인, 선재를 보고 목례하면, 선재도 목례.

정인 (웃으며) 점심이 늦었네요?
선재 예?
정인 (눈짓으로 샌드위치를 가리킨다)
선재 아 예...
정인 (웃으면서 보고 있다)
선재 (의식적으로 눈 피한다) 그럼... (가려고)
정인 사람을 싫어하시는거죠?
선재 (본다)
정인 특별히 절 싫어하시는 게 아니라?
선재 ...!
정인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병원에서 뵐 때마다 저한테만 유독... (겸연쩍은 웃음) 그냥... 우리 별이가 (손바닥으로 선재를 가리키며) 되게 좋아하니까 저도
좋더라구요. (당황) 아! 그, 좋다는 게 아니구요. 우리 별이가 좋아하는 게
좋다구요.
선재 ...
정인 이런 민망할 데가...! (뒷걸음질하며) ... 가야겠네요. (가면, 선재를 향해 몇번
짖고 따라가는 별이)
선재 ... (정인을 보고 있다가 피식 웃는다)
선재N 그녀 덕분에 어느새 세탁기가 멈췄다. (웃음기 거두는 선재) 하지만 이젠
아프고 싶지 않다. 그녀는... (가벼운 한숨 쉬고 돌아서 간다)

#14. 정인의 사진관
별이와 들어서는 정인.
선배1, 한쪽에서 작업중이다.

정인 (기분좋다) 다녀왔습니다.
선배1 (별이에게) 별이야, 너네 누나 날아간다. 오늘은 그 아저씨하고 말이라도
섞었대냐? (별이, 월월)
정인 (웃음)

정인의 동선으로 보이는, 정인의 공간(탁자), 한쪽 벽에 자석으로 붙어 있는 선재의 사진.
건너편 찻집에서 사진관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의 흑백사진이다.
사진 속 선재를 향해 한번 웃어주고는 일하는 정인.

정인 돌사진 수정작업은요?
선배1 벌써 끝냈지.

선재의 사진.

#15. 바, 밤
담배연기로 뿌연 내부. 시끄러운 음악.
문이 열리고 캐주얼한 검정색 슈트 차림의 남자가 들어선다.
바에 자리잡고 주문하는 남자(숀)의 뒷모습.
여자2, 남자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다가가려는데, 이미 여자3이 담배 물며 다가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여자3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남자.

#16. 호텔, 밤
어둠 속 멀리, 엉켜 있는 여자3과 남자(숀)의 그림자.
남자,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담배 피워 문다.

여자3 우리. 또 만날까? (남자의 가슴으로 손 뻗는다)
남자 (몸 일으키는데, 그 바람에 여자의 손을 쳐버린 모양이 된다)
여자3 ...!
남자 (차갑다) 가. (일어난다)

어느새 옷 찾아입고 문 꽝! 닫고 나가버리는 여자3.
창문을 향해 서있는 남자.
창밖으로 도시의 야경.
남자, 담배연기 뿜으며 돌아서는데, 숀이다!
목을 왼쪽으로 한번 꺾으면 우둑! 소리. 무표정한 얼굴.

#17. 동물병원
한쪽 다리에 깁스하고 목발 짚은 채, 택시기사의 부축을 받으며 유리문을 들어서는 원장.
선재와 수의사, 간호사, 놀라서 보고 있다.
수의사, 달려가서 원장을 부축한다.

원장 (택시기사에게) 고마워요. (택시기사, 나가고)
간호사 (다른 쪽 부축하며) 어떻게 되신거에요?
원장 차가 그렇게 찌그러졌는데, 안 죽은 게 용하대.
수의사 교통사고에요?
원장 어떤 놈이 브레이크에 손을 댔는지...

무의식적으로, 서로 마주보고는 동시에 선재를 바라보는 수의사와 간호사.

선재 !
원장 잡히기만 하면 아주 끝장을 낼 생각이야. (원장실로)
간호사 (부축하며) 큰일났네요. 불편하셔서 어떡해요.
선재 ...!

#18. 연기학원/동물병원, 선재의 진료실
쪽지에 쓰인 대로 목소리 연기하며 통화중인 남자1.

남자1 “그렇게 날 만나고 싶나? 좋아. 만나주지. 오늘 퇴근 후에 사진관 앞으로
오라구.” 아이구. 하하. 얼굴을 봐서 그런지 오늘은 느낌이 덜 사는데요.
선재 당신, 정말...!
남자1 (억울하다) 전 그냥 돈 받고 하는거라니깐요.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열받지
마십쇼. 그럼 끊슴다. (얼른 전화 끊는다)

#19. 거리, 저녁
뛰어가는 선재.

선재N 그놈은 사진관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내가 아는 사진관은 하나밖에 없다.

#20. 정인의 사진관 앞 거리, 저녁->밤
건너편으로 정인의 사진관이 보인다.
멈춰선 선재, 숨을 몰아쉰다.

**********

사진관을 바라보며 남자를 기다리는 선재와, 사진관의 전경이 시간경과에 따라 몇 컷...
강아지를 끌고 온 주부, 여고생 두 명 정도가 다녀갔을 뿐이다.
이윽고 정인이 퇴근 차림으로 나온다.
선재, 긴장한 채 지켜보는데, 정인의 뒤를 이어 선배1(남, 카메라가방 매고)이 나온다.

선재 !

선재, 선배1을 주시하는데, 정인과 선배1, 셔터를 내리고 함께 간다.
건너편에서 그 뒤를 쫓는 선재.
이윽고 횡단보도가 나오자,
정인, 선배1과 인사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선재 쪽으로 다가온다.
선재, 당황해 하다가 등돌리는데, 그 뒤로 지나가는 정인.
횡단보도를 건너 선배1을 따라가는 선재.
선재, 모퉁이에 서서 누군가를 찾듯이 두리번거리는 선배1에게 다가가는데,
선배1, 마치 선재를 알아본 것처럼 웃음.

선재 ...! (다가가는데)

다가온 차에 웃으면서 올라타고 떠나는 선배1.

선재 (당황)
선재N 그놈은 왜 하필이면 사진관에서 만나자고 했을까?
선재 ...! (눈으로 정인을 찾아보면)

한쪽으로 사라지고 있는 정인.

#21. 일각, 밤
부릉부릉 시동을 거는 오토바이.
거칠게 달려 나간다.

#22. 주택가 큰 골목, 밤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걸어오는 정인.

**********

정인의 뒤를 쫓고 있는 선재.
그 눈에, 옆골목에서 튀어 나오는 오토바이가 보인다.
정인을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

선재 !
정인 !

달려가는 선재.
정인을 향해 몸을 날리는데, 오토바이의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을 찌른다.

**********

정인E (암전 위로) 이봐요. 이봐요.

화면으로, 걱정어린 정인의 얼굴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깨어나는 숀.

정인 정신이 드세요?
숀 으... (일어나려고)
정인 움직이시면 안돼요. 구급차가 올거에요. (손으로 잡으려는데)

정인의 손을 거칠게 밀쳐내고 일어나는 숀.
여기저기가 쑤신다.

숀 젠장!
정인 ...!

숀, 목을 왼쪽으로 꺾으면 우둑!

정인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다가오는데)
숀 (고개를 돌려 정인의 얼굴을 본다)
정인 ...!
숀 닮았군. 정말 닮았어.
정인 ...! (아무말도 못하는데)
숀 (냉소)

놀란 정인을 두고 돌아서는 숀.

숀 (걸어나오며)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23. 선재의 집, 새벽
가위에 눌려 괴로워하다가, 깨어나는 선재.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침대에서 내려서는데, 갑작스런 통증 때문에 휘청한다.
옷을 들춰보면, 몸 여기저기에 시퍼런 멍이며 상처가 나있다.

선재 !

#24. 동물병원, 접수실
선물(종이가방)을 건네는 정인.
선재, 영문을 모르겠다.

정인 좋은 건 아니구요. 받아주세요.
선재 ... (선물을 보고 있다가, 받는다)
정인 몸은 정말 괜찮으신거죠?
선재 (뭐라 물어보려는데)
간호사 (주사실에서 별이를 안고 나오며) 별이 주사 다 맞았어요.
정인 (별이를 안으며) 우리 별이, 안 아팠어?
선재 ... (계산하는 정인을 보고 있다)

선재를 향해 목례하고 별이 데리고 나가는 정인.
선재, 망설이다가, 종이가방 한쪽에 놓고 급히 정인을 따라 나간다.
간호사, 호기심 어린 눈길로 종이가방 안을 흘낏 본다.

#25. 동 밖 거리
정인(별이를 안은 채)의 이야기에 놀란 선재.

정인 넘어질 때 충격 때문에 그런건가? 그래서 기억이 안나는 거 아닐까요?
어떡하죠? 저 땜에...
선재 아니... (손사레)
정인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서 검살 받아보시는 게...
선재 시간이 흐르면 기억날지도 모르죠. 괜찮아요.
정인 그렇지만...
선재 걱정마세요. 정말 괜찮아요.
정인 (걱정스런 빛으로 보고 있다가) 만약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꼭
말씀해주세요? 예?
선재 ... 그럴게요.
정인 (웃음)
선재 저기. 혹시 같이 일하시는...?
정인 ? 형주선배요? 아세요?
선재 아니...
정인 ?
선재 (고개 젓는다) 아니에요.
정인 (고개 갸우뚱) 갈게요. (별이, 따라간다. 정인, 가다가, 돌아보고 큰소리)
어젠 정말 고마웠어요. (장난치듯 손나팔) 윤선재씨! (웃음)
선재 ...!
선재N (손 흔들고 가는 정인을 보고 있는 선재) 어젯밤 사고는 정말 우연이었을까?
그놈은 왜 안 나타난거지? ... 덫에 걸리고 있는 느낌이다.

#26. 선재의 집 앞, 다른 날
선재, 슈퍼에 갔다오는 모양새로 온다. (손에 비닐봉지).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내는 선재.
뜯어서 보는데, 카드 청구서다.
카드이용내역란에 빼곡하게 적힌 호텔이며 술집, 바, 고급음식점, 의류...

선재 이게 다...! (당혹스럽다)

우편함 바닥에 깔려 있는 서류봉투.
들고 살펴보면, 아무 글자도 써있지 않고 우표를 붙인 흔적도 없다.
뜯어보면, 비디오테입 하나가 나온다.

#27. 동 방안
탁자 위에 놓인 비디오테입.
왔다갔다 하면서 볼까말까 갈등하는 선재.

선재N 그놈이 분명했다.

결심하고는 비디오에 테입을 넣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리모컨 단추를 누르면,

INS 화면 : 노이즈 화면이 나오더니, 동해의 어촌과 바다의 풍광이 펼쳐진다.
(들고 찍어서 화면상태가 불안정하다)
선재 (긴장한 채 보고 있다)
INS 화면 : 실수로 줌아웃했다가 다시 줌인하면, 가파른 절벽이 비친다.
숀F (화면 위로) 여기가 어딘지 기억나?
선재 (그놈의 목소리다!)
숀F 하긴 벌써 5년이 흘렀으니... 그 뒤론 간 적이 없을테고.
선재 (모르는 곳이다)
숀F (선재 위로) 사실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거야. 이해해.
INS 화면 : 갑자기 선재의 오피스텔 방안으로 바뀐다. (화면이 고정돼 있는 상태)
숀F 여긴 어딘지 알겠지?
선재 !
INS 화면 : 바닥에 앉아 정인의 선물상자를 여는 선재. 셔츠가 나온다.
숀F (벌떡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는 선재 위로) 너무 놀라진 말라구.
지금까지 내 실력 봤잖아. 자. 이제 내가 누군지 알려줄 때가 된 것 같은데.
(선재, 화면에 눈) 잘 보라구.
INS 화면 : 셔츠 들고 일어나다 현기증이 나는지 휘청대며 벽을 짚는 선재.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는데, 움직임이 없다.
선재 ...!
INS 화면 : 움직이지 않는 선재.
선재 ... (보고 있다)
INS 화면 :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나는 숀.
화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선재 ! (눈이 커진다)
INS 화면 : 화면 가까이에 얼굴 들이미는 숀. 윙크하고 웃음.
숀F 나야, 친구.
선재 (경악)

뒷걸음질치다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지는 선재.
TV 화면 속 숀의 모습과, 선재의 모습, 회상이 교차된다.

INS 화면 : 화면 밖의 선재를 보며 이야기하는 숀.
숀F 언제쯤 니 앞에 모습을 드러낼까, 고민이 많았어. 뭐 가끔씩 나타나긴 했지.
수의사 어제 윤선생 눈빛 진짜 써늘하두만. 그냥 소름이 쫘악...
간호사 난 뭐... 속시원하니 더 매력 있던데...
선재 ...! (고개 젓는다)
숀F 근데. 감동먹었어. 여잘 구할려고 몸을 던지더라구. 잘못하다간...
(선재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물론 그럴거라고
예상은 했지.
남자1 목소리 연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제 목소리가 맘에 딱 든다고
하더라구요.
원장 어떤 놈이 브레이크에 손을 댔는지...
선재 아니야.
숀F 난 니가 정말 한심했어. 바라만 보는 그 모습이 말이지 영... (마음에 안 든다)
정인 몸은 정말 괜찮으신거죠?
선재 아니야.
숀F 그래서 결심했어. 니가 정인이하고 잘되도록 도와주겠다. 뭐 그렇다고
고마워할 것까진 없어. 우린 한몸이잖아.
선재 아니야! (벌떡 일어나 코드를 뽑아버리면)

갑자기 퍽! 나가버리는 화면.

#28. 놀이공원 안
번쩍거리는 빛.
수레에 매달린 알루미늄 풍선들이다.
눈 껌뻑거리며 정신을 차리는 선재.
놀이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여기 왜 있는지...! 얼떨떨한데,

정인E 선재씨.

돌아보면, 아이스크림 들고 웃으며 다가오는 정인.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선재.
정인, 아이스크림을 건네면, 얼결에 받는 선재.

정인 (둘러보며) 뭐부터 시작할까요? 음... 저거. 괜찮죠?
선재 (얼떨떨)
정인 가요. (선재의 팔을 잡아당기면)
선재 (딸려 간다)

#29. 일각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배경으로, 놀이기구를 타는 선재와 정인.
선재, 시종일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정인을 보지만,
정인은 무서워하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선재N 그놈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놈과 난...!
선재 ...!
E (선재 얼굴 위로) 으악! (사람들의 비명소리)

#30. 정인의 집(원룸 혹은 오피스텔?) 앞, 저녁
말없이 걸어오는 정인과 선재.

정인 (멈춘다) 저기에요.
선재 (본다)
정인 (머뭇대다가) 사실은... 연락하실거라곤 생각 못해서...
선재 ...!
정인 첨엔 좀 놀랐어요. 근데... 기분이 좋더라구요. (보지 않는 채) 아실지
모르겠지만... 동물병원이라면, 저희 사진관 가까이에도 하나 있거든요...
선재 ...! (정인을 보고 있다)
정인 왜 이렇게 덥지? (땀 닦는다)
선재 ...
정인 ... 가세요. (인사하고, 집 쪽으로 온다)

선재, 뒤에서 보고 있는데, 돌아서서 선재에게 뛰어가는 정인.
선재의 뺨에 입맞추고는 집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선재 ...!

#31. 공원, 밤
호수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선재. 혼란스럽다.

- 호수 속에 비치는 모습들.
숀, 다가와 선재 옆, 벤치 등받이 위에 앉는다.

숀 (담배에 불 붙이며) 그래, 데이트는 즐거웠나?
선재 (노려본다) 무슨 짓을 한거야, 도대체?
숀 왜 이래. 난 니가 이제까지 너무나 하고 싶었으면서도 못했던 걸 하게
해줬을 뿐이야. 아니라곤 못하겠지? (담배연기 내뿜는다)
선재 ...! (대답 못하고 앞쪽으로 눈 돌린다)
숀 (냉소) 밝고 명랑하고... 깜찍한 것까지... 윤아랑 정말 많이 닮았어. 안 그래?
그래서 너도 첫눈에 끌린거겠지만.
선재 (본다!)
숀 설마 윤아까지 잊어버린 건 아니지?
선재 (발끈)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숀 이봐. (설득조) 이젠 좀 냉정해지라구. 언제까지 그렇게 날을 세우고 있을거야.
선재 (두손으로 머리 움켜쥐며 괴로워한다)
숀 (선재의 어깨에 손 얹고) 답은 하나야. 정인이하고 사랑해. 그냥 사랑하라구.
(냉소) 설마 윤아가 널 배신한 것처럼 정인이도 널 배신할거라고 생각해서
겁내는거야?
선재 ...!
숀 (선재의 귀에 속삭이듯) 이봐. 내가 나타난 순간, 게임은 이미 시작됐어.
하는 건 니 자유지만. 한가지 알아둬. 니가 안하면 내가 할거야.
나도 정인이가 아주 맘에 들거든.

- 호수 밖 벤치.

선재 너 이 (새끼! 돌아보면)

숀은 사라지고 없다.
일어나서 둘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불붙은 담배 한 개피가 선재의 손가락에 꽂혀 있을 뿐.
담배를 보고 놀란 선재, 담배를 털어낸다.

#32. 선재의 집 안, 밤
낡은 상자의 뚜껑을 여는 선재.
안에는 윤아와 선재의 사진들이 담겨 있다.
윤아는 정인과 많이 닮았다.
웃고 있고 껴안고 있고... 다정한 포즈와 느낌의 사진들.
웃고 있는 윤아의 얼굴을 만져보는 선재.

선재 ...! (마음이 아프다)
선재N 그날밤. 묻어두었던 기억 하나가 꿈속으로 떠올랐다.

#33. 선재의 꿈(윤아의 옥탑방, 밤) : 흑백화면
옥탑방의 부엌에서 방안을 보고 서있는 선재(23살). 그 얼굴 위로,

E 애무하는 남녀(종서와 윤아)의 숨소리, 웃음소리...

선재 손에 든 비닐봉지가 떨어지면서 딸기가 굴러 나오지만, 선재, 모른다.
얼어붙은 선재의 얼굴.
그 눈동자에 비치는 윤아의 웃는 얼굴...

#34. 선재의 집 안, 밤
헉! 깨어나는 선재. 온몸이 땀투성이.
숨을 몰아쉬더니,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킨다.

선재N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나는 도망치듯 입대했다. 그리고 윤아는...
(물 마시다가 멈칫하는 선재) 윤아는 어떻게 됐지?
선재 (당혹)

#35. 찻집
종서와 마주앉아 있는 선재.

종서 너 지금 나 협박하는거야?
선재 형...!
종서 6년 동안 힘들 만큼 힘들었어. 경찰서에 불려다니고 주변사람들한테 의심받고...
너한테 윤아 뺐은 죄값은 충분히 치르고도 남았으니까 나 건드릴 생각 마라.
(일어나서 가려고)
선재 ...!
종서 (돌아보며) 근데 너, 정말 몰랐단거야. (의심)
선재 ...! (당황)

#36. 거리
생각에 빠져 걷고 있는 선재.

선재N 믿기지 않는다. 윤아는 죽었다. 그런데 난 왜 전혀 모르고 있었지?
몰랐던걸까? 아니면...? (멈춰선다) 나의 기억상실은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까지인거지...?
선재 ...!

가벼운 한숨 쉬고 가는 선재.
그 뒤로, 종서의 얼굴이 나타난다.

#37. 골목길
멀리, 남자1을 때리고 있는 남자(숀)의 뒷모습이 보인다.
한참 때리더니, 흠칫 뒤로 물러서는 남자.

피묻은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 선재다.
선재, 놀라서 어쩔 줄 모른다.

남자1 (손등으로 코피 닦으며) 담뱃불 좀 달라고 했다고... 씨...
선재 ...!
E 호루라기 소리
선재 ...! (어쩔 줄 모르다가 도망간다)

한쪽에서 보고 있는 종서. 놀란 얼굴.

#38. 동물병원, 선재의 진료실(같은 날)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선재.
흔적을 지울려는 듯이 손을 거칠게 문지른다.

E 노크소리

선재, 흠칫 놀라서 돌아보는데, 문 열리고는 잠시 뒤에 머뭇대며 들어서는 정인.

선재 ...!
정인 (웃음) 지나가다가...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찾으러 온다고 하고선
안 오시길래... (봉투 건넨다)
선재 (꺼내보면)
INS 정인이 선물한 셔츠(#27)를 입고 웃고 있는 숀의 증명사진들(명함판 정도).
선재 !
정인 (웃음) 어떨 때 보면 선재씬 딴사람 같아요.
숀E (사진 보고 있는 선재 위로) 니가 안하면 내가 할거야. 나도 정인이가 아주
맘에 들거든.
선재 ...!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현기증. 주위가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인다.
놀란 정인의 모습도 여러 겹으로 겹쳐 보이는데...
선재, 휘청하며 책상을 짚으면, 사진들, 바닥으로 떨어진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숨을 몰아쉬는 선재.
이윽고 서서히 회복되면서 걱정스런 정인의 얼굴이 선재의 눈에 들어온다.

정인 괜찮으세요?
선재 ...!

#39. 동 앞 거리
놀란 얼굴로 선재를 보고 있는 정인.

정인 (믿기지 않는다) 뭐라구...
선재 (차갑다) 이제 그만 만나자구요.
정인 그게 무슨...
선재 더 이상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네요.
정인 (당황) 난... 선재씨도...
선재 아니오. 난 아닙니다.
정인 ...!
선재 (돌아서서 병원으로 들어가려고)
정인 선재씬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거죠?!
선재 ...! (들어가버린다)

답답해하다가 뒤돌아 가버리는 정인.

#40. 몽타주
- 선재의 집 안.
개수대 안에 쌓여 있는 컵라면 용기들(6-7개 정도), 싱크대 위에는 따지 않은 우유와
빈 우유 몇 통이 뒤엉켜 있다.
어항 속에 든 거북이(두마리)에게 먹이를 주는 선재. 수염이 듬성듬성, 까칠해 보인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선재의 얼굴 위에 비치던 햇살이 약해지면서 어둠.
- 정인의 사진관, 저녁.
카메라 가방 매고 들어서는 정인.
탁자 위에 가방 올려놓는데, 그 기세에 선재의 사진이 떨어진다.
주워서, 쪼그려앉은 채로 가만히 보고 있는 정인.
가벼운 한숨 쉬고 서랍 안에 뒤집어서 넣어버린다.
- 선재의 집 안.
침대 위에 쪼그리고 누워 잠들어 있는 선재.
잠시 뒤, 기지개 켜며 깨어나는 숀.
목욕실. 면도칼로 면도하는 숀. 깨끗해진 턱을 확인하고는 목을 왼쪽으로 꺾는다.

#41. 선재의 집 밖
우편함에 쌓여 있는 우편물과 신문들.
하나를 빼면 줄줄이 떨어지는데, 종서가 뺐다.
문 쪽에서 인기척이 나면, 발로 우편물을 적당히 수습하고는 얼른 한쪽으로 숨는다.
문이 열리고, 경쾌한 걸음으로 뛰어 나와 골목길을 내려가는 숀.
멀리 떨어져서 숀의 뒤를 쫓아오는 종서.
숀, 어떤 느낌에 잠시 발을 멈추면, 종서, 숨는다.
숀, 돌아보지 않고 냉소하고는 그대로 간다.
따라오는 종서.

#42. 정인의 집 안
놀라서 거세게 짖어대는 별이.
숀이 와있다.
태연자약한 태도로, 소파에 앉아 탁자 위의 가방을 여는 숀.
가방 안에는 주사기며 주사액(마취제 종류) 앰풀...이 들어 있다.

숀 (앰풀에 주사바늘을 꽂으며) 인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살인을 하지. (주사기
안에 주사액이 채워진다) 돈 때문에. 나를 무시해서. 복수하려고. 질투 때문에.
(비웃음) 때론 호기심이 지나쳐서 화를 부른단 말이야.

주사기 들고 별이에게 다가서면, 짖어대는 별이.

숀 하지만 알고 보면 다 똑같애. 결국은 자기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이는거거든. 안 그래? (목을 왼쪽으로 꺾으면 우둑)

주사기를 별이에게 가져가면, 으르르~ 이빨 드러내는 별이.

**********

가방 들고 나가려던 숀,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정인의 사진들(흑백?)을 본다.
시골길을 가는 노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 시장통 상인, 공원의 실직 넥타이...
모든 사진들이 하나같이 등, 뒷모습을 담고 있다.
(한쪽에는 2-3개월 정도된 별이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숀 (흥미롭다)

하나하나 보다가 별이를 돌아보면, 마치 잠든 듯이 늘어져 있는 별이.

#43. 동물병원 앞, 밤
뛰어오는 선재.
불 꺼진 동물병원 앞에, 별이를 안고 서있는 정인, 보인다.
정인 앞에 멈춰서서 헉헉대는 선재.

정인 (당황한 채) 죄송해요. 마땅히 연락할 데가 없어서...
선재 일단 들어가요. (문을 딴다)

#44. 동 수술실, 밤
기기에 연결된 흡착판을 몸에 붙인 채, 축 늘어져 있는 별이.
페이션트 모니터의 바이탈싸인이 거의 최저점이다.
정인, 어쩔 줄 모르는데,

E 삐~ (바이탈싸인이 수평선을 그린다)

눈 마주치는 선재와 정인.
둘다 아무말도 못한다...

#45. 동 앞 거리, 밤
병원문을 잠그는 선재.
한쪽으로, 별이를 넣은 상자를 안고 정인이 총총히 사라지고 있다.
선재, 망설이며 보고 있다.

#46. 공원, 밤
흙에 묻혀지는 상자.
선재와 정인, 아무말 없이 손으로 상자를 묻고 있다.

#47. 정인의 집 앞, 밤
말없이 걸어오는 선재와 정인.
정인, 마음이 허하다.

정인 (멈추고) 고맙습니다.
선재 괜찮겠어요?
정인 ... 괜찮아지겠죠.
선재 ...
정인 자존심도 상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다신 안볼 생각이었는데... 근데
다급하니까 선재씨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좋아했던 선재씨가
함께 있어줘서 별이도 감사하게 생각할거에요. 정말 고마워요.
선재 (머뭇대다) 만약...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말해줘요...
정인 (고개 끄덕) ... (들어가려다) 지금 말해도 돼요?
선재 ?
정인 나랑 30분만 같이 있어줄래요?

#48. 동 집안, 밤
벽에 걸린 정인의 사진들을 보고 있는 선재.
정인, 차를 내온다.

선재 사진이 많네요?
정인 직업이잖아요. (탁자 위에 찻잔 놓고 선재 옆으로 온다)
INS 2-3개월 정도된 별이의 사진. 바짝 말랐고 아픈 느낌.
정인 예쁘죠? 이렇게 예쁜데,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더라구요.
선재 (정인을 본다)
정인 아마 너무 약해서 곧 죽을거라고 생각했나봐요.

선재, 별이의 다른 사진들을 보고, 정인, 함께 본다.
정인, 미소지으며 보고 있다가, 울컥해서는 뒤돌아서서 눈물 닦는다.

선재 (보고 있다)
정인 (애써 웃으며) 미안해요. (탁자로 가서 앉는다) 식겠어요. 드세요.
선재 ... 뭐가 그렇게 두려운거냐고 물었죠?
정인 (본다)
선재 (보지 않는 채) 정인씨를 사랑할까봐 두려워요. 아니. 정인씨를 사랑해서...
두려워요.
정인 ...!

선재에게 다가서는 정인.

정인 나도 두려워요. 하지만 난... 용기를 내보고 싶어요.
선재 ...!
정인 (선재를 보고 있다)

정인에게 키스하는 선재.
정인, 선재를 꼭 껴안아준다.

#49. 동 밖, 밤
가로등에 기대, 담배 피우고 있는 숀.
담배연기 내뿜는 숀의 무표정한 얼굴.

#50. 선재의 집 안, 다른날 저녁
비어 있는 방안.

E 전화벨소리+앤서링머신으로 넘어간다.
E 문 따는 소리

퇴근 차림에 우편물 들고 들어서는 선재.

친구F 나다. 나 참. 기가 막혀서.

선재, 탁자 위에 우편물 내려놓는데, 한쪽으로, 웃고 있는 정인과 선재의 사진, 보인다.

친구F 종서형이 죽은 채로 발견됐대.
선재 ...! (멈춰서 전화 쪽 본다)
친구F 무슨 건물 옥상 물탱크 안에 떨어졌다는데. 거길 왜 갔는지 아무도 모른댄다.
선재 ...!

#51. 동 목욕실, 밤
수건 걸치며 샤워부스에서 나오는 선재.
기분이 착잡하다. 수건으로 거칠게 머리 턴다.

숀E 부라보! (박수)

선재, 놀라서 돌아보면, 거울 속으로 보이는 숀.

숀 축하해, 윤선재. 사랑을 두려워하던 겁쟁이가 드디어 사랑에 빠지다! 하하.
선재 ...!
숀 술잔이라도 부딪쳐야 하는건데. 아쉬워. 참. 축하할 일이 또 하나 있지.
(키득댄다) 뒤쫓아다니던 그 호기는 다 어디로 가고 안 떨어지려고 버둥대던
꼴이라니... 하하...
선재 ...!
숀 너도 그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
선재 설마...! 너...! 니가...!
숀 자꾸 우리 뒤를 밟으면서 내 비위를 거스르더라구.
선재 ...!

어쩔 줄 모르며 괴로워하는 선재.

숀 다 널 위해서 한 일이야. 우리가 둘이란 게 알려지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
선재 ...! (분노)

선재, 거울을 향해 주먹을 날리면, 쫘악! 금이 가버리는 숀의 얼굴.

#52. 동 방안, 밤
수건으로 주먹을 감싸며 나오는 선재.
수건에 피가 배어 나온다.
선재의 동선으로, 통창에 비친 숀이 보인다(이미 그곳에 있었던 느낌으로).

숀 날 없애고 싶다?
선재 ...!
숀 그런다고 내가 사라질 것 같애?
선재 (양손으로 통창을 치며 맞선다) 미친놈! 넌 미친 놈이야!
숀 미친 놈? 미친 놈이라... 미친 놈. (선재를 본다)

통창 위. 냉소하는 숀의 얼굴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불안한 얼굴과 대면하는 선재.

선재 ...!

#53. 동물병원, 접수실
둘러앉아 회의중인 사람들(원장, 숀, 수의사, 간호사).
원장, 숀의 불량한 자세가 눈에 거슬려서 눈치주지만, 숀은 모른 척한다.

원장 단골들 다 뺐기면 뭐 먹고 살거야. 엽서 발송했다고 잊고 있지 말고, 접종일
전날에 문자를 넣어주란 말이야. 알았어?
간호사 예.
원장 윤선생하고 김선생도 우리 직업이 의료업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이란 거
잊지 말아요. 한마디할거면 세마디하고 세마디할거면 다섯
숀 (소리나게 볼펜을 내려놓는다)
모두 (놀라서 본다)
원장 윤선생. 지금 뭐하는거야?
숀 (원장을 보며) 찍찍. 찍찍.
원장 이...!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벌떡 일어나 허리에 손) 당장 사표 써!
숀 (일어나 원장에게 다가가면)
원장 (겁먹는다. 뒤로 물러나며 수의사와 간호사에게) 잡어! 잡어! 뭐해?
수의사,간호사 (겁나서 머뭇)
수의사 (감히 잡지 못하고) 윤선생. 윤선생, 왜 이래. 말로 해, 말로.

한손으로 벽 짚고 원장 얼굴 가까이에 얼굴 갖다대는 숀.
원장, 바짝 겁먹는데,
숀, 원장의 원피스 단추를 한손가락으로 두 개 정도 풀고 유혹 느낌의 윙크.

원장 !
숀 하하! 하하하! (나간다)
원장 (단추 잠그며) 뭐해? 당장 저놈 물건 다 치워버리지 않고!
간호사, 수의사 (움직인다)

#54. 정인의 사진관 안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는 정인.
숀이 와있다.
셔츠 차림(맨윗 단추 두 개 정도는 풀어놓은 채)이며 태도가 마치 선재처럼 보이지만,
정인을 바라보는 눈길이 끈적하다.

정인 (숀의 시선을 의식하고) ? 나 오늘 이상해요?
숀 아니. 예뻐서요.
정인 내가 좀 예쁘긴 하죠. (웃음) 준비 다됐어요.

카메라 앞에 자리잡는 숀. 등을 돌리고 앉는다.

정인 그렇게 찍어달라구요?
숀 (고개 돌려 정인을 보며) 정인씬 뒷모습을 봐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웃음)
정인 ...!
숀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말해줘야 돼요. (돌아 앉는다)
정인 ... (숀을 보고 있다가, 렌즈에 눈)
INS 렌즈에 잡히는 숀의 등.
정인 (렌즈에 눈) 아주 단단해요. 강하구... 자신감도 넘치구... 내가 아는
선재씨랑은 많이 다른데요. (몇장 찍는다)

일어서는 숀.
정인, ?해서 보고 있는데, 숀, 정인의 뒤로 와서 정인의 어깨에 양손을 얹는다.

숀 이번엔 내 차례에요. 어디 한번 볼까?
정인 (웃음)
숀 아주 예쁘고 착한 등이네요.
정인 (고개 끄덕) 맞췄어요.
숀 그런데... 울고 있는 어린애가 보여요.
정인 예? (웃음)
숀 항상 밝게 웃고 있어서 아무도 모르겠지만... 외롭고 슬프게 자랐나봐요.
정인 ...! (얼굴에 웃음기가 걷힌다)
숀E 그래서 등돌린 모습에 오히려 더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죠.
정인 ...
숀 사람들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만 찍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몰라요.
(정인을 돌려 세우고 본다) 어때요? 맞아요?
정인 ...
숀 틀렸나보네. (웃음)
정인 ... (숀을 천천히 껴안는다)
숀 (무표정)

#55. 호텔, 객실 안(혹은 선재의 꿈), 밤
캄캄한 방안을 들어서는 선재의 뒷모습.
그 위로 정사중인 남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긴장하는 선재,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선재의 눈에 들어오는 정인의 얼굴!
그리고 뒤돌아보며 선재를 향해 웃는 남자. 숀이다!

#56. 동장소
번쩍 눈뜨는 선재.

선재N 꿈이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 쉬며 돌아눕는 선재.

선재 !!

선재 옆에 정인이 자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벌거벗은 채다.

#57. 거리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어깨 부딪치며 정신없이 걸어오는 선재.
셔츠(#54) 단추가 잘못 채워져 있지만, 모른다.
속이 뒤틀린다. 가로수 뒤, 구토하는 선재.

#58. 선재의 집 안, 낮->저녁
바닥에 주저앉아 두손에 머리 묻고 있는 선재.

E 휴대폰, 불빛 반짝거리며 울린다.

꼼짝하지 않는 선재.

E 전화벨소리+앤서링머신으로 넘어간다.
정인F 선재씨.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메시지 들으면 연락주세요.

역시 꼼짝하지 않는다.
그대로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된다.

INS 켜지지 않은 TV 브라운관에 비치는 방안.
선재에게 다가서고 있는 숀이 보인다.
(*두사람이 같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TV 브라운관에 비친 것으로 처리한다)
숀 쯧쯧쯧쯧.
선재 (본다!!)
숀 충격이 그렇게 심했어?
선재 (차갑게) 나가.
숀 왜 이래, 이거. 우린 한몸을 나눈 데다 이젠 여자까지 나눈 사이 아냐?
참. 넌 아직 아니었던가?
선재 ...!
숀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배를 잡고 웃는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선재 (귀 막는다)
숀 (서성대더니) 정인이란 여자도 별 게 없더군. 등판에서 울고 있는 애가
보인다는 둥 어쩌구저쩌구. (냉소) 몇마디 했더니 금새 허물어지더라구.
너무 쉬워서 정인이를 선택한 너한테도 실망할 뻔했다니까.
선재 ...!
숀 결국 정인이도 윤아처럼 되지 않겠어? 널 배신하고 다른 남자 품에
안기겠지. 불쌍한 윤선재... (고개젓는다)
INS TV 브라운관 : 벌떡 일어나 숀에게 다가서는 선재.
선재 도대체...! 넌 왜 나타나서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는거야? 왜! 왜! 왜!
숀 ... (선재를 한참 보고 있다)
INS TV 브라운관 : 의자에 기대앉는 숀.
숀E (그 위로) 옛날 얘기 하나 해줄까? 옛날 옛날, 아아주 오오랜 옛날,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지.

#59. 과거 : 대학도서관 안(과거 장면은 모두 흑백화면)
나란히 앉아 공부하고 있는 선재(23살)와 윤아(23살).
윤아의 삐삐가 진동하면, 윤아, 조심스럽게 들고 나간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다 돌아가도록, 윤아는 들어오지 않는다.
선재와, 윤아의 자리에 올려진 책들만 남았다.
윤아의 빈 자리를 한참 동안 보고 있는 선재.

숀E 남자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어. 여자는 지금 누구와 있는거지?
혹시 여자를 쫓아다닌다던 그 선배와 같이 있는 건 아니겠지...?

#60. 옥탑방, 방안/밖, 밤
옥탑방의 부엌에서 방안을 보고 서있는 선재의 얼굴.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선재, 손에 힘을 주는데, 손에 과도가 들려 있다.
하지만... 떨어지는 과도. 선재, 돌아선다.

숀E 질투를 이긴 건, 영원히 변치않는 순수한 사랑 따위가 아니었어.

밖. 넋 나간 얼굴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두손에 얼굴 파묻는 선재.

숀E 자신의 미래를 망칠 수 없다는 계산이었지.

#61. 대학 캠퍼스 일각
가다가 우연히 부딪친 모양새(가방...)로 마주 서있는 선재와 윤아.
담담한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는 윤아를 보며 멍한 선재.

윤아 나, 종서선배 사랑해. 미안해.
선재 ...! (웃으며) 그래, 좋은 친구로 남아줄게. 그러면 되지?
숀E 남자는 자신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어.

#62. 기차역
입대하기 위해 떠나는 선재(야구모자, 배낭)를 배웅하고 있는 윤아.
선재, 개찰구로 들어가면, 윤아, 밝게 웃으며 손 흔들어준다.
윤아, 돌아서가면, 잠시 뒤, 개찰구로 다시 나타나는 선재. 굳은 얼굴.

숀N 도저히 그대로 떠나버릴 순 없었어. 그날, 여자가 선배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쯤은 미리 알고 있었지.

#63. 바닷가, 절벽 위
손에 들었던 모자가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한 윤아, 난처해 한다.
모자를 찾으러 뛰어가는 종서에게, 윤아, “빨리 찾아와” 손 흔들어준다.

한쪽에 앉아서 바람을 느끼고 있는 윤아.
그 뒤로 나타나는 남자(선재)의 뒷모습.
손에는 윤아의 모자를 쥐고 있다.
윤아 위로 그림자가 진다.
윤아, 돌아보면, 선재다!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윤아.
선재, 한발 앞으로 다가선다.

#64. 현재 : 선재의 집 안, 밤

INS TV 브라운관 : 선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숀.

숀E 마지막으로 한번쯤 애원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을거야. 그런데 여자는
의외로 완강했어.

#65. 과거 : 바닷가, 절벽 위, 저녁
윤아에게 다가서며 애원하는 선재.
그러나 윤아, 고개저으며 자꾸만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 그만 미끄러져 후두둑! 떨어지는 윤아.
윤아의 손을 잡아채는 선재.
“살려줘!” 소리치는 윤아와, “꼭 잡아!” 소리치는 선재.

숀E 남자는 여잘 구해주려고 했어. 어쨌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니까.
근데 말이지. 여자의 손을 끌어당기려는 순간...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던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단 말이지.
INS 선재의 눈동자 속. 종서의 품에 안겨 웃고 있는 윤아.
숀E 그 웃음소리도...
E 윤아의 웃음소리
숀E 선배를 사랑한다던 그 말도...

그 모든 것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젓는 선재.
그러나 웃음소리, 그치지 않는다.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윤아.
윤아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선재.
그러다, 윤아를 보고 있던 선재의 얼굴이 차가워진다.
선재, 손을 놔버리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윤아의 손...
공포에 질린 윤아의 얼굴.
선재의 차가운 얼굴.

숀E 넌 윤아를 죽였어.

#66. 고속도로, 밤
쏜살같이 달려가는 택시.
뒷자리에 타고 있는 선재의 무표정한 얼굴이 차창을 통해 보인다.

숀E 그리곤 그 모든 걸 기억에서 지워버렸지.

#67. 현재 : 선재의 오피스텔, 밤
충격을 받아 멍해 있는 선재.

숀E (그 위로) 지워버렸다는 사실조차도 말이야.
INS TV 브라운관 : 선재를 보고 있는 숀.
숀 그게 바로 나야.
선재 (고개저으며 방안을 왔다갔다) 말도 안돼! 아니야! 거짓말이야!
INS TV 브라운관 : 숀을 쳐다보는 선재.
선재 니가 죽였지?
INS TV 브라운관 : 숀의 멱살을 잡는 선재.
선재 종서형처럼 윤아도 니가 죽인거야? 맞지?
숀 ... (한심하다)
선재 (멱살을 흔들며) 니가 죽였어! 니가!!
숀 이봐. 우린 하나야.
선재 넌 살인자야!!
숀 ... (눈빛이 서늘해진다)
INS TV 브라운관 : 숀, 선재의 두손을 거칠게 떼어버리면, 넘어지는 선재.

셔츠깃을 바로잡는 숀의 눈에 정인과 선재의 사진이 보인다.

INS 사진 속. 웃고 있는 정인.
선재 ...! (사진 속 정인을 보고 숀을 보면)
숀 ... (사진에서 눈돌려 선재를 보며 냉소)
선재 (눈빛으로 맞선다)
숀 ...
선재 허튼 짓할 생각하지 마. 난 널 죽일 수도 있어.
숀 (놀랐다는 듯이) 그래? 하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선재 ...!
INS TV 브라운관 : 숀, 어느틈에 사라지고 없다.
혼자 남은 선재, 주위를 둘러보지만, 혼자 TV 안에 갇힌 모양새.

#68. 공원, 밤
가로등 아래. 정인을 기다리고 서있는 선재.
잠시 뒤, 나타나는 정인. 선재를 발견하고는 뛰어온다.

정인 어떻게 된거에요? 걱정했어요. 괜찮아요?
선재 (냉랭) 정인씬 괜찮아요?
정인 무슨 일 있어요?
선재 있죠. 무슨 일.
정인 ?
선재 이제 내가 누군지 알려줘야 할 때가 온 거 같아요.
정인 무슨...?
선재 (보고 있다가) 여자가 있어요. 정인씨 말고도.
정인 ...!
선재 그것도 아주 많이. 난 원래 한 여자한테 만족을 못하거든요.
정인 왜 그래요, 선재씨... (어쩔 줄 모른다)
선재 더 중요한 건. 이제 난 정인씨한테 싫증이 났다는 거에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정인 ...!
선재 그동안 즐거웠어요. 이쯤에서 우리 쿨하게 헤어지죠. (손 내민다)
정인 ...!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보고 있던 선재, 돌아서는데, 울컥.
그러나 입술 깨물며 눈물 참고 간다.

#69. 일각, 밤
멀리, 주저앉은 채 망연해 하는 정인이 보인다.
나무 뒤에 숨어서 정인을 바라보고 있는 선재.

선재 미안해요, 정인씨... 미안해요...

#70. 강변
비닐봉지에 든 거북이를 놓아주는 선재.
나란히 헤엄쳐가는 거북이 두 마리.
강물이...

#71. 절벽 위
바다로 연결된다.
바다. 수평선...
바다를 보고 서있는 선재.
그런 선재를 향해 다가가는 시선.
선재보다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가보면, 아래는 낭떠러지다.
돌맹이가 굴러떨어진다.

숀 와우!!

앞쪽에서 선재를 보며 웃고 있는 숀.

숀 이젠 놀라지도 않는군.
선재 ...
숀 (선재 옆에 와서 담배 피워 물며) 니가 처음 나왔던 곳에서 널 아주
보내버리겠다... 윤선재다운 발상이야. (선재를 올려다보며) 정말
뛰어내릴 수 있겠어? 꽤나 무서울텐데 말이야.
선재 난 널 죽일거야.
숀 (냉소) 나한테서 정인이를 지키겠다? 그럴 수 있을까?
선재 ...!
숀 지금쯤 마지막 선물이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참. 얘길 안했나? 외로울
것 같아서 동행을 초대했어. 저기 오는군.

선재, 숀의 시선을 따라가면,
주위를 둘러보며 선재를 찾고 있는 정인이 보인다.

선재 ...!
숀 (선재의 귀에 귓속말) 난 구경이나 할테니까 선택은 니가 하라구. 어떻게
될까? 아주 궁금한데 말이야. (냉소) 참. (선재의 어깨를 짚으며) 정인이는
널 만나고... 언제가 가장 좋았을까? 엉?
선재 ...!

혼자 남는 선재.

#72. 일각
선재를 발견한 정인, 뛰어간다.

#73. 절벽 위
달려와 선재를 끌어안는 정인.

정인 (나무라듯이) 왜 진작 말 안했어요? 왜?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선재 얼굴을 만지며) 내가 같이 있어줄게요. 수술 끝나고... 간병도 내가
해줄게요.
선재 정인씨...!
정인 (다시 안는다) 편지 읽으면서...
선재 ...!
정인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어요. 그날... 렌즈로 선재씨 등을 바라보던 그날...
선재 ...!
정인 단단하고 강해 보인다고 했지만... 사실은... 힘겨워 보였어요.
선재 (당혹)
정인 아주 슬프고 고통스러운 짐을 지고 있는 것같이...
선재 ...!
정인 안아주고 싶었어요. (선재를 보며) 정말 선재씰 사랑하게 된 건
그때부턴지도 몰라요.
선재 ...!
정인 내 속에서 울고 있는 어린애를 알아봐준 사람도 선재씨가 처음이었다구요.
선재 ...!
정인 그날.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 줄 알아요? (웃음)
숀E 정인이는 널 만나고... 언제가 가장 좋았을까?
선재 ...!!
E 정사중인 남녀의 거친 숨소리
INS 선재의 상상 : 정사중인 정인의 얼굴.
선재 (고개젓는다)
INS 뒤돌아보며 웃는 숀.
선재 (고개젓는다)
INS 선재와 눈마주친 정인. 웃으면서 숀의 목을 끌어안는다.
E 정인의 웃음소리
INS 웃고 있는 정인...

차가워지는 선재의 얼굴.
정인을 거칠게 떼어놓는다.

정인 선재씨...!

선재, 한발 앞으로 다가서면, 그 기세에 뒤로 물러서는 정인...
놀란 정인.
차가운 선재의 얼굴.

#74. 동장소, 저녁
노을에 물든 바다.
하늘이며 바다가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절벽 위에 망연하게 서있는 선재.

선재N 무섭고 두려워서 내 속 깊숙히 숨겨버린 기억들...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울 듯 말 듯한 선재의 얼굴.
그 모습 위로 어둠이 짙게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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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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