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단막극대본

[쨍하고 해뜰날] 김선정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5.09|조회수746 목록 댓글 1

[쨍하고 해뜰날] 김선정

 

 

 

 


       

l. 강둑

촌티가 팍팍 풍기고 공부 못하게 생긴 만석(8) 손에 땟국이 꼬질꼬질하게 낀
손으로 들꽃을 내민다.
그 앞에는 공주처럼 차려입은 은정(8) 가소롭다는 듯이 팔짱끼고 서 있다.

만석 (퉁명스럽게) 니 꽃 실나(싫나)? 와 안 받는데?
은정 낸 니 싫다!
만석 와 실은데?
은정 (더 말하기도 싫은 듯) 닌 여자 맴도 그리 모리나? 닐 어델봐서 좋아할 수
 있겄노?
만석 (씩씩거리며) 그람 성민인 와 좋은데? 기지배맨치로 생겨서 힘두 읎는기
 뭐가 좋노? 그 짜슥 공보밖에 잘하는 게 뭐 있노?
은정 (같이 열 받아) 그라는 닌 뭘 자라는데? 방구뀌는 기? 아님, 똥침 놓는 기?
 니 자랑할 수 있는 거 이쓰몬 말해 봐라!
만석 (거의 울상이다) 우린 땅이 많다! 닌 땅 있노?
은정 (가소롭다는 듯) 땅 많아야 뭐하노? 농사 짓기만 힘들재
 그기 뭐 자랑이꼬? (뒤돌아 간다)
만석 (뒤에 대고) 언젠가 닌 내한테 시집 올끼다!!!
은정 (코방귀 뀌면서 걸어가며) 어데 넘 볼걸 넘 봐라! 

2. 졸업식 장

시골학교 졸업식 풍경.
단상에 올라가 상장 받고 있는 어린 성민(13).
그 모습을 부러움에 겨워 바라보고 있는 만석(13)
정형적인 시골농부인 만석부친, 만석과 성민을 번갈아 보니 만석이 진짜 못났다.

만석부 (머리를 쥐어 박으며) 성민이 봐라!
만석 (씩씩거리며 만석부 본다)
만석부 잔 공보 잘해 우덩상에, 기림 잘 그려싸가 도지사상에, 글 잘 써가 독후감
 교육부 장관상꺼정! 아, 상이란 상은 몽조리 도리쳤다 아이가?!
 닌 우짜 개근상도 몬타노? 이 문등이 자슥아! (머리 또 팍 때린다)
만석 (머리 피하면서) 자꾸 머리 때리문 공보 더 몬한다!
만석부 (계속 쥐어 박으며) 더 몬할 머리가 어딨노, 머리는 듬으로 달고 다니나?
만석 (맞으면서) 아프다, 뇌세포 죽는다!
은정 (뒤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다가 고개 돌린다)

3. 성민의 집 마당 (6년후)

동네 잔치가 한창인 왁자지껄한 모습들, 여기저기 막걸리 잔이 돌려지고
광목 바탕에 “ 성민 한국대 합격” 이라는 촌스러운 글씨의 플랜카드 걸려 있다.
그 앞으로 성민부, 성민 자랑스럽게 서 있다.

주민1 성민이가 핸국대에 햅격 된기는 이 가문의 영광이재.
주민2 맞재, 옛날로 치믄 장원급제 아이가?
주민들 (맞짱구치며 웅성거리거고)
성민 (으쓱해하며 서 있다)
성민부 (자랑스럽게 성민의 어깨를 감싸 안고) 두고 보시소, 우리 성민이 야가
 핸국대 나와가 큰 자리 하나 할낌니더!
주민3 그람! 장관자리 하나 해야 안하나!
주민2 장관이 뭐꼬? 대통령은 되야재 (막걸리 들어 성민부에게 따르며 간들어지 게) 대통령 아부지~ 한잔 받으이소~!
성민부 (잔 들이대며) 암요, 받아야재! 꽉꽉 눌러 따르시소.
 내 오늘 조상들이 물러 준 땅을 팔았씨도 하나 후회 읎씸니더!
주민2 그낏 땅이 문진가! 낸 얼라가 핸국대 들어가믄 여편네 빼고 다 판다
 아이가? 늙어빠진 여편네는 살 사람이 읎으니께 못 팔고!
주민들 (한바탕 웃고) 

-담벼락에 서서 주민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는 만석부와 만석.

만석부 (잔뜩 샘 나서) 즈, 즈거이 뭔 지껄이꼬? 눈꼴 셔서 못 봐 주겄구먼
만석 (불만어린) 그라게 집에 있자니까네 와 오자고 했습니꺼?
만석부 내도 땅 좀 팔아보자! 내도 땅 팔아서 대핵교 등록금 좀 내보자! 이 문등이  자슥아! (등짝 팍팍 때린다)
만석 (맞으며 울상이다) 아부지~ 아픕니더!
만석부 (에잇 하면서 화나 휭하니 가버린다)
- 성민, 안에서 나와 의기양양한 얼굴로
성민 닌 드러오지 안코 뭐하노?
만석 (씩씩거리며 노려보며) 니가 잘사나, 내가 잘사나 한번 해보자!
 (휙 가버리는데)
성민 (한심하다는 듯 비웃는 모습에서)
 
  타이틀    “ 쨍하고 해뜰 날 ” 떠오른다.

4. 고급 레스토랑

여전히 예쁘고 당차 보이는 은정(37) 창 밖을 무심히 쳐다보고 있다.
이때, 쫙 빼 입은 양복바지 밑으로 반짝이는 구두 천천히 걸어와 은정 앞에 멈춰선다. 은정, 그제서야 인기척 느끼고 올려다 본다.
보면 세련되고 기품이 있어 보이기까지 하는 만석(37) 은정 앞에 서 있다.
은정, 환한 미소 띄운다.

만석 내 좀 늦었재?

5. 시중 은행 외경

6. 은행 안

은행업무가 끝난 은행 안.
자못 심각한 얼굴을 한 지점장.
그 앞에 성민이를 비롯한 사원들 서로 눈치보면서 긴장하는 눈치다.

지점장 (깊은 한숨) 다들 준비는 해둬야 할꺼야.
남대리 그럼 합병된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지점장 (고개 끄덕인다)
직원들 (걱정스레 술렁거린다)
성민 (긴장해선) 그럼 우린 어떡해 되는겁니까? 

7. 화장실

심각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남대리와 홍표.

홍표 이과장님은 짤릴 염려는 없겠죠?
남대리 우리가 흡수되는 처진데, 한국대 출신이라구 약발 받겠어? 
홍표 (걱정스레) 그럼 뭐로 약발을 받죠?
남대리 (심각하게) 예금예치! 예금 예치만이 살길이야!
 아, 능력있는 사원 함부로 짜르기야 하겠어?
홍표 그럼 얼마나..?
남대리 (손가락 열 개 편다) 10억!
홍표 그렇게 많이요? (후 하고 한숨) 난 짤렸다!
남대리 왜 짤릴 걱정부터 하나, 살 생각을 해야지.(나간다)
홍표 (죽을 상으로 따라 나가고)

잠시 후, 화장실 문 열리며 긴장한 얼굴의 성민, 안에서 나온다.
 
8. 레스토랑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흰 봉투를 건네는 만석.
그 앞에 은정, 겸연쩍어 하면서 봉투를 받아 빽에 넣는다.

은정 빨리 갚을게. 고마워. 성민씨한텐 비밀로 해 줘.
만석 야, 내가 짱구가? 그 정도 통밥은 있다.
은정 이자는
만석 이자 같은 건 필요 음따. 다만....(주저한다) 부탁이 있다.
은정 부탁?
만석 한번만 잡아 도?
은정 (의아해서) 잡아? 뭘?
만석 (손 내민다) 내 손.
은정 (어색하다) 야, 너 왜이래.
만석 (갈구하듯) 제발 한번만... 딱 한번만 안되겄나?
 낸 니한테 아무 담보두 읎이, 이래 3천만원이 빌리 주는디?
은정 (어떡해야 할지 난감해 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야, 넌 쉬운 말 두고 왜
 어렵게 말을 하냐! 그냥 악수하자고 하면 되지?
 (찝찝하지만 만석 손을 덥석 잡는다)
만석 (격정적으로 은정 손 와락 잡고는 녹일 듯한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
은정 (내심 당황되고 손 빼려고 애쓰며) 야아, 아, 아파. (손 확 뺀다)
만석 (계속 용광로 같은 시선으로 아쉬워하며 은정 주시하고)

9. 미현의 약국안

은정, 문열고 들어와 심드렁한 얼굴로 의자에 앉는다.
미현, 은정 표정 살피고는 드링크 은정에게 내민다.
은정,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원샷에 벌컥벌컥 마시고는 탁 내려 놓는다.

미현 만석이라는 사람 만났어?
은정 (딴데 신경이 가 있다)응.
미현 그 많은 돈을 선뜻 꿰주대?
은정 응.
미현 (흥미롭게) 야, 대단하다! 짝사랑 약발 삼십년은 가네!
은정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드럽냐?
 꼭 변사또한테 수청 들고 온 기분인 거 있지?
미현 같이 자재?
은정 (펄쩍 뛰며) 미쳤니?!
미현 너 엄청 쫓아 다녔다며? 돈으로 널 유혹하면 어떡하냐?
은정 (단호히) 억만금으로 유혹해 봐라, 내가 넘어 가나.

10. 달리는 차 안

고급 세단 뒷좌석에 몸을 맡긴 만석, 아직도 은정과 잡은 손의 느낌 간직한채
얼굴 메만지다 지갑 살며시 연다. 어릴 적의 은정과 촌스러운 만석의 사진, 하트모양 속에 합성되어 있다.

만석  (눈 빛내며) 성민이한테서 닐 빼앗아 올끼구만.
  
11. 경찰서 안

쇠창살 사이로 초라하게 쭈그리고 앉아 있는 영섭.
은정, 그런 영섭을 바라보며 화나고, 심난해져 후하고 한숨 토한다.


영섭 누나아~!

12. 우거지 해장국집 내부

영섭, 사나흘은 굶은 사람처럼 우거지 해장국 허벌나게 먹어대고 있다.
은정, 어휴 이걸 정말 하는 표정으로 영섭을 내려다본다.
영섭, 먹다말고

영섭 (손 들어) 아줌마 여기 소주 반병만!
은정 (소리 버럭) 지금 소주 소리가 나와?! 또 음주운전 하고 사고치게?
영섭 에잇 누난! 설마 내가 또?
은정 (소리 버럭) 시집가서까지 니 치닥거리 이젠 신물이 난다!
 너 합의금이 얼만 줄이나 알아?
영섭 미안해애~! 내가 다 알아서 갚을게. 걱정을 허덜덜 말어.
 매형한테 꼭 갚는다구 그래.
은정 (대답대신 심란스러워 고개 돌린다)......

13. 포장마차 안 (밤)

푸! 하고 한숨 쉬며 술잔 내려 놓는 성민. 
정준, 가벼운 술자리인데도 패션감각이 돋보인다. 놀란 듯 얼굴 바짝 들이대며

정준 뭐 10억? 야, 10억이 뉘 집 애완견 이름이냐?
성민 미현씨 돈 좀 모아 둔 거 없냐?
정준 돈 관리야, 사모님이 직접하지, 나한테 무슨 힘이 있냐? 셔터맨 주제에.
성민 (다시 술잔 기울이고) 이 놈의 세상 왜 이러냐!
 한국대 나오면 내 인생이 장미빛으로 쫙 도배를 할 줄 알았는데!
 (피식 웃으며) 짤릴 걱정이나 하구. 니가 부럽다 짤릴 걱정 없으니까.
정준 (으쓱해서) 허긴! 나만 잘하면 되니까!
성민 (의미있게) 그거?
정준 (야릇하게 툭 치면서) 짜식 알면서!
- 정준과 성민 술잔 부딪힌다.
정준 (술잔 들이키려다가 휴대폰 울리자 급히 내려 놓으며 황송히 받는다)
 어, 허니? (미소 지으며 코 맹맹이) 자기 너무 힘드셨죠?
 저번처럼 셔터 손수 내리지 마시고.... 그럼, 자기 나빠요오~.
 눈썹 휘날리며 달려 갈께용~! (끊고 바로 일어선다)
성민 으이구~ 인간아, 왜 그러구 사냐?
정준 살아봐라! 을마나 좋은데!
성민 (심드렁해서) 누군 마누라 엉덩이만 두드려 주면 되고,
 누군 발에 땀나도록 뛰어도 오늘 짤릴까, 내일 짤릴까 걱정이나 하고.
 (후 하고 한숨) 빨리 가 봐라, 사모님 노하실라!
정준 짜식은! (미안해하며 선뜻 가지 못하다가 퍼뜩 생각난 듯 다시 주저 앉으 며) 야! 좋은 생각이 있다?!!!
성민 (뭔데 하는 얼굴로 본다)?
정준  (귓속말하고)
 
14. 성민의 침실 (밤)

스탠드 불빛아래 눈 깜빡이며 생각에 생각을 곱씹고 있는 은정.

은정(M) 3천만원 만석이한테 빌린 거 알면 핵폭팔 하겠지?
 절대 알면 안돼.

15. 성민의 거실 (밤)


성민, 입던 옷 그대로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아 텔레비전은 건성이고, 입술 잘근잘근
깨물며 집요하게 생각중이다.

정준(E) 니가 동창회장이 되는거야. 작년에 힘있는 양반들이 학교발전기금 기부해         서 자그만치 5억 정도 있잖냐!
 그러니까 10억에서 반은 그냥 해결 빵 아니냐!
성민 (혼잣말) 그래, 벌써 짤 릴 순 없어!      
         (DIS)
16. 헬스장

정준, 헬스기구 열심히 하고 있다. 정말 근육이 장난 아니다.
 아줌마, 유혹하듯 정준에게 다가와 스포츠 음료 하나 내민다.

아줌마 요새 부쩍 몸이 실해진 것 같애. (살짝 만지며) 신경 많이 쓰나봐.
정준 (받아 들며) 누님은, 어쩜 갈수록 젊어지십니까? 같이 나가면 애인으로
 알지, 누가 누님이라고 그러겠어요?
아줌마 그렇지? 정말이지?  (고혹적) 이번 주말 제주도 골프투어 같이 안 갈래?
정준 (화색이 돌아) 좋죠~. 역시 골프하면 제주도 (하는데 그 시선으로
 성민 손들고 아는 척 하는 것 보인다) 어.
아줌마 (눈치채고는) 그럼 이따가 봐아. (가고)
정준 아, 네. (어정쩡하게 아줌마 인사하고)
성민 (정준 향해 눈짓으로 나가자고)

17. 헬스장 내 휴게실

성민, 의자를 정준 앞으로 바짝 끌여 당겨 앉으며.

성민 소금 좀 뿌려라.
정준 뭘?
성민 야, 그냥 동창회장 나간다구 철꺽 되란 법 있냐? 배추 절이듯 미리 절여
 놔야 하잖아!
정준 그래서?
성민  너 마당발이잖아. 물밑작전!!!.
정준 재료 제공 했으면 양념은 니가 해야지 임마!
성민 지가 지 머릴 으떡해 깍냐?! 동창회장되면 너 한자리 줄께.

18. 목욕탕 안
 
만석의 등을 벅벅 닦고 있는 인호.

인호 오늘 어딜 가는데 이렇게 때빼고 광내세요?
 여자 만나세요?
만석 와? 낸 여자 만나믄 안돼나?
인호 제발 만나요, 아빠! 홀애비 냄새 나요.
만석 (건장한 문신남들보며) 니 어메 읎다꼬 괜히 센치해져가 나쁜 친구 사귀면 안된다.
인호 제가 짱구예요? 아버지 재산 지켜야죠.
만석 (기특하다) 누굴 아덜인지 억수로 잘 뽑았네!
 인호야, 오늘 밤 내가 우리 가문에 새 역사를 쓸기다. 두고 봐라!

19. 뷔페빌딩 앞 (밤)

성민과 은정이 타고 온 소형 승용차 호텔 앞에 선다.
뷔페 빌딩 종업원 한옆으로 주차하라며 손가락질 한다
움직이는 성민의 차 뒤편으로 삐까 번쩍인 만석의 차 호텔 앞에 미끄러지듯 선다.
종업원 만석 차 옆에 서서 깍듯이 인사까지 하며 문 열어준다.
만석, 유유히 내려 뷔페장 안으로 들어간다.(운전사 있고) 
은정, 백미러로 만석의 모습 지켜보는데......

정준(E) 동창회장에 입후보하신 이성민씨를 소개합니다.
힘찬 박수소리 들리고.

20. 뷔페 룸 (밤)
 
‘용봉 초등학교 동문의 밤’ 이란 플랜카드 걸려 있고.
식사를 끝낸 테이블마다 사람들 정돈되어 앉아 있다.
성민, 단상에 올라가  인사하며 자리를 잡는다.

은정 (기가 막혀) 어머, 말도 안돼!
성민 먼저, 저를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신 여러 동창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은근히 자랑) 전 용봉초등학교를 나와 한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을 하면서 한번도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 용봉 초등학교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만석 (성민을 가소롭게 지켜본다)
성민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가계살림이 빠듯한 이때에!  은행인으로써 여러분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뱅커는 이렇게 말했죠, “이카나믹 리세스때 뱅커는 등대다!” 라고. 즉 뱅커만이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갈 때  유일한 희망이라고요.
 나 이성민!! 은행인으로써 이제 우리 용봉인의  희망이 되고자 합니다!
동창들 (우뢰와 같은 박수)
만석 (은정의 표정을 쓱 살핀다)
은정 (성민의 행동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정준 입후보자님께서 더 이상 안 계시면 박수로써 이성민씨가 회장이 된 것을
 선포 합니다! (하는데)  
만석 (손 번쩍 들고 일어선다) 지기요! 내도 후보로 나갈랍니다!
성민 (어쭈) 저 짜식이!!
은정 (의외라 싶어 내심 놀라고)
만석 (어느새 저벅저벅 단상으로 올라가 인사 하고는)
 지 이름은 백만석라고 하고요, 지 아부님께서 만석꾼이 되라고혀서 지
 이름을 요땀시 지었다고 하는디, 만석꾼은 몬 됐지만 그저 조금
 봉사할 만큼은 되었습니더.(자신감 있게 은정을 바라본다)
은정 (그 시선에 당황스럽고)
만석 지는 말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학실히 보여 드리겠습니다.
 (은정을 뚫어지게 보면서 수표 딱 내려 놓으며) 자, 내는 동창회를 위해
 1억 기부하겠습니다!
은정 (놀라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동창생들 (와아 하면서 박수치면서 일어선다)
정준 (놀라) 헉! 1억?
성민 (열나 벌떡 일어나 나간다)
정준  (눈 재빨리 굴리며 일어설까 말까 망설이고)
은정 (만석 흘깃 보고는 성민을 따라 나가고)
만석 (의기양양한 얼굴로 박수 받으며 성민과 은정의 모습 지켜본다)

21. 달리는 차안 (밤)

열나서 어쩔 줄 모르며 운전하고 성민, 그 옆에 은정이 앉아있다.

성민 만석 그 짜식! 돈발로 동창회장을 사? 이 사회가 이렇게 썩었다니까!
 인물로 보나, 학벌로 보나, (하다가 기가 차다) 그 짜식 고졸 아냐?
 도대체 그 짜식이 우리 용봉의 얼굴이 된다고 생각해?
은정 ...당신은 아직 세상 돌아가는 걸 몰라.
성민 내가 뭘 몰라?  그럼 고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만석이가 동창회장
 되는 게 당연해?
은정 살아보니까 학벌보다는 돈이라는 걸 다 아는거지.
 어떻게 돈을 벌었건 돈 많은 사람 뽑아야 술이라도 한번 더 살꺼고,
 떡고물도 떨어질 꺼 아냐.
성민 (버럭) 지금 누구 편이야?!
은정 (발끈해서 따발총처럼) 편은 무슨! 근데 왜 소릴 지르고 그래?!
 그리고, 당신이 무슨 돈이 있다구 동창회장을 맡아?
 당신 월급에 그 자리가 가당키나 해? 그 자린 돈 있어야 하는 자리 아냐?
성민 (대답 않고 그냥)......
은정 (다 알겠다는 듯이 비웃으며) 허풍은....
성민 (뭐라 해도 꾹 참고 간다)......

22. 만석의 아버지 방 (밤)

만석부, 이젠 나이는 속일 수 없듯이 기운 없는 듯 홍홍거리며 신음하고 있다가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용수철처럼 발딱 튀어 오른다.
그 앞에 만석, 문안 드리듯 무릎을 꿇고 만석부 앞에 조아리고 앉아있다.

만석부 (우렁차기까지하다) 뭐, 뭐라꼬? 니, 니 진짜 동창회장이 됐다꼬?
만석 (감격스럽게) 네. 맞습니더.
만석부 (만석 손 잡으며) 니 기어이 해 내꼬마! 용봉핵교에서 지일 우두머리로
 니가 몇 천명을 호령한단 말이재?!
만석 야~
만석부 니 핵교 댕길 때 줄반장도 몬해본거이, 이래 우뚝 설 줄 누가 알았겠노!
 내 이잔 죽어도 조상님들을 고개 빳빳히 들고 볼 수 있겄구먼!
 돈에다 명예꺼정!!!
 (만석 손 잡아주며)니 대핵교 떨어져 못 간기 다 하늘의 돌보심인기라.
 성민네처럼 대핵교 붙터가 땅 팔아씨믄 우예 부자가 될 수 있었겠노!
 니 진짜 맹키로 하늘이 낸 효잔기라!
만석 (감동이 물밀듯이) 아부님~
만석부 (아까 골골대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니 하는 김에 쪼매만 더 힘쓰거라.
 니 그깟 몇 천명 호령해가 간에 기별이 가겠나?
만석 (의아해서 본다) 아부이.. 그기 무신 말씀이신지...?

23.  성민의 목욕탕 (밤)

은정, 곰곰이 생각하며 샤워 중이다.
(스팟)1억을 탁 내려 놓으며 자신을 강렬하게 보는 만석의 눈빛.
은정, 순간 멈짓하고! 혼란스러운 맘 떨치려 고개 흔들며 물줄기에 몸을 맡긴다.

24. 성민의 서재 (밤)

성민, 책상 위에 깍지 끼고 두 눈을 부릅뜬 채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성민 백만석! 내 앞길에 초를 쳐? 두고 보자.

25. 공원 조깅코스 (아침)

미현과 은정, 이른 아침의 상쾌함을 만끽하며 조깅하고 있다.
은정, 달리다가 우뚝 멈춰선다.

은정 뭐? 짤려?
미현 (달리다가 멈춰서며 뒤돌아 본다) 몰랐어?
은정 (뛰어와 미현앞에 서며) 자세히 말해봐.
미현 정준씨 말로는 합병되면 감원은 상식이랜다. 그래서 예금유치 하면 안전할까 싶어서
 동창회기금 유치할려고 입후보 했나봐.
 그랬는데, 만석씨가 나서는 바람에 다 꽝댔대.
은정 (걱정이다)......
미현 뭔 수가 있겠지.
은정 (울상이다) .....?

26. 성민의 거실 (아침)

두 사람 깊은 생각에 빠져 아무 말 없이 밥만 먹고 있다.
성민, 양복차림으로 먹는 둥 마는둥 하고, 은정이 그런 성민의 눈치를 살피며.

은정 진성이 공부도 마쳐야 되는데 이제 어떡해?!
성민 (시큰둥) 아직 결정 난거 없어 (일어나 나간다)
은정 (따라가며) 그때까지 뭘 기다려? 살 궁리를 해야지! 도대체 얼마를 유치하면 되는데?
성민 (신발 신으며) 내가 알아서 할게.
은정 어떡해 알아서 할건데?
성민 (인상 북 긁는다) 사람 참!
 (대답없이 현관문 꽝 닫고 나선다)

 - 현관문 닫히자 소파에 풀썩 앉는 은정.
은정 로또라도 한 장 살까? 하늘에서 돈 좀 안떨어지나?
 이때, 휴대폰 벨 울리면 무심히 받는다.
은정 여보세요? (경계하며) 어, 니가 웬일이니?

27. 성민 은행안-휴게실

성민, 남대리, 홍표 머리를 마주대고는 긴밀한 작전을 짜는 듯 하다.

남대리 (주위 살피며) 탑 씨크릿트 라인에 의하면, 퇴출명단 며칠 안으로
 넘긴답니다 
홍표 (울상이다) 그렇게 빨리요?
남대리 전 내일 3억은 들어오거든요? 과장님은 어떠세요?
성민 (난감하다) 아직.
남대리 사돈에 팔촌에 팔촌, 초중고동창들, 이웃사촌 다 끌여 들이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성민 (긴장된다)...!!
- 이때, 성민의 휴대폰 벨 울린다.
성민 (받으며) 여보세요?

28. 백반 집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눈 째리는 성민.
그 앞의 정준, 성민의 눈치를 살살 살피며 수저 앞으로 놔 준다.

성민 박쥐새끼처럼....아주 그쪽으로 붙지 왜 나오라 그랬어? 어휴, 쪽팔려선!
정준 나도 만석이가 나올 줄 알았냐, 이제 화 풀어라! 대신 한껀 물어 왔잖냐!
성민 (솔깃하다) 한껀이라니?
정준 내가 어제 술먹으면서 니 얘기 만석이한테 했는데,
 그랬더니 의외로 말랑말랑 하드라구!
성민 그래서? 기금 유치 해 준데?
정준 꼭 그렇게 말은 안했지만, 니가 직접 부탁하길 바라는 눈치더라구.
성민 (열이 확 올라) 지 밑에서 기란 소린데
 어림없다고 그래! 짜샤!
정준 야, 막말로 니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진 아니지이~
 너 짤린 다음에 후회말고 전화 한통화 넣어 임마!
성민 됐다! (고개 돌린다 갈등)......

29. 커피 숍

성민, 약간은 겸연쩍어 하는 얼굴로 뭐부터 말해야 할지 안절부절이다.
맞은편으로 자신만만한 만석 앉아 있는데.

성민 (자존심 팍팍 꺽고) 정준이한테 들어서 알겠지만 내가 요새 좀 그렇거든...
만석 (눈도 안마주치고 손톱 가십 뜯으며) 동창회기금 5억에, 내돈 10억이면
 괘 안나?
성민 (놀라서) 그, 그럼 15억을?
만석 (쏘아보며) 근디 조건이 있다!
성민 조건? 뭔데?
만석 (주머니에서 두루마리 꺼내 성민앞에 팍 놓으며) 여기 적어 왔으니까네.
 차 마시믄서 츤츤히 생각해 봐라! (일어나며) 낸 약속이 있어가
 먼저 가봐야쓰겄다.
성민 그, 그래. 바로 연락할게.
만석 (몇 걸음 걷다가 돌아보며) 니 오늘이 무슨 날 인줄 아나?
성민 글쎄....?
만석 (회심의 미소 띠곤 나간다)
성민 (그 말에 신경 안쓰고 두루마리 궁금해 급히 펼쳐 드는데) 

30. 백화점 안 카페

은정, 골똘히 생각히 잠겨 앉아 있다.

미현(E) (분석적으로) 만석씨밖에 없어. 남편이 직장에서 짤리게 생겼는데
 자존심이 밥 먹여 주니? 또 진성이 공분 어떡하구?
은정 (심란한 얼굴)....
만석(E) 뭘 그리 생각하노?
은정 (그제서야) 어 왔어? 근데 왜 보자고 했어?
만석 오늘 니 생일아이가?
은정 (놀라며) 생일? (하다가 맞다 싶다) 어떡해 알았어?
만석 내 생일이 음력 8월 10일, 니 생일은 거꾸로 음력 10월 8일. 맞재?
은정 (피식 웃으며) 야, 너 별걸 다 기억한다.
만석 별거라니. 그걸 우예 잊노? 니 생일을.(은근히 바라본다)
은정 허, 참!
만석 (은정의 손목 잡아끌며) 가자! 선물 사줄게 (백화점으로 끌고가고)
은정 (딸려가며) 야, 아 괜찮아, 선물은 무슨!

31. 몽타쥬

(옷매장)
옷, 안입겠다고 뿌리치면 만석의 권유에 의해서 억지로 탈의실로 들어가는 은정.
만석, 탈의실에서 나오는 은정을 사랑과 경이로움으로 바라본다.

(보석매장)

만석, 영롱한 빛을 발하는 목걸이, 반지 등을 은정에게 권한다.
은정, 미쳤냐며 뿌리치고 그런 은정을 다시 잡아 끌며 매장안으로 들어가고.

32. 커피숍

성민, 끌어 오르는 열기를 식히지 못해 안달이다.
정준, 급히 와서는 성민 앞에 앉으며.

정준 (큰소리) 뭐? 만석이가 시의원에 나간다고?
성민 그러시겠단다.
정준 허, 참!
성민 (탁자 위에 두루마리 가리키며) 이것 좀 읽어봐라!
 완전 노비문서다!
정준 (두루마리 펼쳐든다) 첫째,갑 백만석과,을 이성민은 주종관계다!(성민보고)
 둘째, 을은 갑의 어떠한 명령에도 절대 복종한다.(잉? 또보고)
 셋째, 갑은 을에게 여비서에 준하는 월급을 제공한다.
 넷째, 을은 갑에게 회장님이라고 부르고, 갑은 을을 자네라 부른다.(또보고)
 다섯째, 이와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갑이
 을의 은행에 예치한 돈을 빼도 을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성민본다)
성민 (노려보듯) 유치한 새끼!
정준 할꺼야, 말꺼야?
성민 (버럭) 나보고 이 노비문서에 싸인 하라고?!!!!
정준 안하면 어떡해 할건데? 다른 수 있어?
성민 (벌떡 일어나며) 회사 관두지 뭐.(간다)
정준 지금 니 나이에? 퇴출 당한 직원 누가 어서 옵쇼 한 대?
성민 (휙 나간다)

33. 레스토랑

은은한 분위기에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만석, 고기 썰어서 먹기좋게 은정 앞에 놔주면, 은정 환하게 미소 짓는다.

은정 야, 너 이렇게 자상한 줄 몰랐다.
만석 이런 일은 남자가 되가 레이디한테 당연히 해야 되는 기 아이가?
은정 (피식 웃으며) 농담도 많이 늘었네?
만석 그런나? 내 느무느무 재미없는 사람이었재? 촌씨럽고, 공보도 몬했고,
 한마디로 기준미달 안있나?
은정 (맞지만 부인하며) 아냐, 그건. 대신 착했잖아.
만석 사람들, 뭐 뽀쪽히 칭찬할 말 읎을 때 그런 말 해 쌌트라.
은정 정말 아니래두. 애 정말야!
만석 아, 알았다. (고기 자르면서 무심한 척 하며)
  성민인 선물 뭐 사줬드나?
은정 (순간 당황) 어? 어. 핸드백.
만석 그래..? 맹품으로 받았겄재? (고기 썰고)
은정 ......(쓸쓸해진다)..어...
만석 (떠보듯) 성민인 은행 괜 안나..? 요새 다들 하도 어렵다고들 해 싸서.
은정 (이때다 싶다, 바짝 다가 앉으며)... 저기...만석아... 있잖아.
 (눈치보며) 그래서 말인데... 너...돈 있으면 한 10억 정도... 그이 은행에  예치하면 안될까?
-이때, 만석의 휴대폰 울린다. 폴더에 보면 성민이라고 씌여있다.
만석 잠시만. (폴더 연다)

34. 커피숍 계단 일각

굳은 얼굴로 휴대폰 들고 있는 성민.

성민 (비장한) 좋다. 수락한다. (폴더 덮는다)
정준 (성민 얼굴 살피며) 시의원 될 때까진데 뭐, 그거 금방이야.
성민 ......

35. 레스토랑

만석, 얼굴엔 승리의 기쁨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거만히 폴더 덥는다.

만석 10억이라 했나? 성민이 은행에 느으면 되나?
은정 (목소리 톤 높아져) 그, 그럼 정말야? 예치해 줄꺼야?
만석 (미소) 그기 뭐 어려분 일이라꼬.
은정 (안심돼서) 고맙다. 정말 고마워... 정말.
만석 그리 고마우면 말로 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이라.
은정 행동?
만석 (고개 끄덕이며 얼굴에 음흉한 미소 번진다) 내 니랑 꼭 해 보구 싶은거이  있는데, 괘 안나?
은정 (침을 꼴깍 삼키며) 행, 행동? 해, 해보고 싶은 것?

36. 놀이공원 (수원 원천랜드)

성처럼 생긴 모텔에서 팬하면 놀이공원 보인다.
규모가 작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 전기자동차 등등 타며 웃고 즐기는
만석과 은정.
만석, 윗옷 벗고는 헤라클래스(힘 자랑 놀이기구) 힘껏 방망이를 내리친다.
띵하면서 숫자 뜨고, 어휴,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사람들, 만석의 힘 좋음에 부러워하며 구경하고. 그 옆의 은정 만석의 겉옷 들고는 옆에서 지켜본다.  사뭇 놀라는 눈치다.
남들이 보기에 두 사람 부부같이 보인다.

37. 성민의 은행 (밤)

다들 퇴근하고 쓸쓸함이 감도는 실내.
책상 위엔 두루마리 펼쳐져 있고 서명란에 싸인할까, 말까 아직도 갈등중인 성민.
파르르 떨리는 손. 결국 서명란에 싸인하는 성민.
싸인하곤 푸 하고 한숨 내쉰다.

38. 생맥주 집 (밤)

꽤나 마신 듯 생맥주 잔 여러개 놓여져 있고, 한옆으로 생일케이크 보인다.
은정, 술 취해 풀려진 눈으로 휴대폰 쏘아본다.

은정 이 인간 아직 전화 한통도 없다, 이거지?! (전화 꽤 기다린 눈치다)

만석, 화장실 갔다와선 앞자리로 가려다가 은정의 옆자리에 앉는다.
 
만석 니 많이 취한 거 아이가?
은정 (오버다) 취하긴? 내가? 한번 걸어볼까? (일어설려고 하면)
만석 아, 알았다! (미소) 닌 여전히 구엽꾸만  
은정 (피식 웃으며) 넌 나 밉지도 않냐? 꺽!
 (손으로 차듯) 내가 너 뻥 찼는데?
만석 (피식 웃으며) 니가 와 밉노? 내 몬나서 니가 안좋아 한긴데, 몬난 내 자신
 이 더 밉재.
은정 (올려다 본다) 어쭈? 말발이 장난인데?
만석 니 그기 칭찬이재?
은정 근데 왜 놀이동산이었어?
만석 (진지하고 수줍음까지) 음... 어렸을 때 내 니랑 그런디 가는 기 소원이었 다. 오늘 소원이 이루어 진거 아이가, 내 지금 기분 만빵이다!
은정 (찡해져 옴 느낀다) 너 왜 재혼 안하는데?
만석 (미소)..... 안하는 기 아이고 몬하는기다, 언젠가 나타나겄재.
 (은정 은근히 보며) 이자부턴 빨리 나타나게 해 달라코 소원 빌어야하겠다.
은정 (분위기 묘해지자)
 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야, 안되겠다. 너무 늦었어.
 가봐야 해. (서둘러 일어서다가 기우뚱한다)

만석, 기우뚱한 은정을 뒤에서 안는다는 게 와락 허리를 잡는다.
한손은 은정의 허리를 받치고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만석.
은정과 만석, 묘한 끌림으로 잠시 그렇게 서로를 본다.(에로틱 무드)
술이 많이 취한 은정, 정신 차리려는 듯 만석에서 떨어져 황급히 나간다.
만석, 뒤 따라 나간다.

39. 만석의 달리는 차안+아파트 광장 (밤)

운전석 뒤로 서로 어색한 것 숨기려 표정 신경 쓰는 만석과 은정.
두 사람 눈이 서로 마주치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정쩡한 미소 주고 받는다.
은정, 다시 차창 밖 바라 볼때면 어색하기 그지 없다.
차는 어느새 은정의 아파트 광장에 선다.

은정  오늘 즐거웠어.
만석 내도
은정 그 일도 고맙고.
만석 뭘.
은정 (내리면서) 잘가. (간다)
만석 (따라 내리며) 내년 생일에는 니가 내좀 챙겨 주그라. 미역국도 끓여주고.
은정 (당황) 어?
만석 가라. 
은정 (아파트 입구쪽으로 걸어가며 뭔가 찜찜하고)
만석 (은정의 모습 오랫동안 바라보며...혼잣말로)
 니 그기 아나? 내 사랑의 빛깔은 내장산 단풍보다 더 붉다는 걸......

40. 은정의 침실 (밤)

은정,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만석과 놀이기구 타던 모습 스치고. (스팟)
해리클래스(힘자랑 기구) 내리 칠때의 근육질인 만석의 가슴팍 떠오르고.(스팟)
계속되는 잔상을 떨치려 다시 모로 누우면, 만석이 뒤에서 자신의 허리 와락 잡는 것 스친다.(스팟)

은정 (벌떡 일어나 앉으며) 미쳤어!

이때, 현관문 꽝꽝꽝 두드리는 소리.
은정, 일어나 나간다.

41. 성민의 거실 (밤)

은정, 현관문 열어주면 성민, 술이 곤죽이 되어 비틀비틀 거리며 쓸어질 듯 들어와 그대로 소파에 고꾸라진다.

성민 (큰소리) 한국대학 출신 이성민! 나 안죽었어!!! 안죽었다구! 새끼~대학도 못 나온 게....
 (스르르 잠이 들고)....
은정 (팔장 낀 채로 성민의 모습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이내 고개 돌린다)...!

42. 성민의 아파트 외경 (아침)

(E) 성민의 핸드폰 벨 소리.

43. 성민의 거실 (아침)

성민, 어제 입은 양복 그대로 눈도 못 뜬채 주머니에서 휴대폰 겨우 찾아낸다.
폴더 열어 귀에 대면

만석(F) 내 돈 부칬다! 바로 요 순간부터 효력발생 모리나?
성민 (눈 번쩍 뜬다) 야! 너!! ...아 회장님....(눈치보고)

44. 몽타쥬

(약수터)

약수터에 운동하면서 올라가는 많은 사람들.
성민, 양손에 물통 든채 낑낑거리며 내려오고.
저만치 앞으로 여유있게 걸어내려가는 만석.
성민, 그냥 물통을 내동댕이 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서둘러 만석의 뒤를
따라간다.

성민(M) 니가 지금 똥개 훈련 시키나본데 좋다 이거야!

(만석의 사무실)- 다른 날

성민, 칠판에 써가며 요즘 세계동향에 대해서 브리핑하고 있다.
칠판엔 오일쇼크, 미국 대선후 전략, 등등
-그래프, 세계지도 옆에 붙여 놨다.
만석, 영 알아들을 수 없다는 등 고개 갸우뚱한다.
성민, 표정엔 이것도 몰라? 하는 불만이 역력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다시금 설명에 들어간다.

만석(E) 정치,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최신정보를 브리핑 해라!
성민(M) 이런다구 286이 팬티엄 되냐?

(성민 은행안)-다른 날

은행 벽보엔 ‘ 단결투쟁’  ‘생존권 보장’  ‘합병무효’ 라른 벽보 붙여져 있다.
생각의 갈피를 못 잡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난감한 얼굴로 컴퓨터 자판기
두드리고 있는 성민.

만석(E) 저녁 8시까지 천국찜질방으로 연설문 써 갖고 온나!
 
45. 은정의 화장대 앞

만석이 사준 외출복으로 한껏 치장한 은정, 화장대 서랍에서 목걸이 케이스 꺼낸다.
(스팟) 만석이 보석매장에서 임의로 목걸이 골라 매장직원에게 포장 부탁한다.
은정, 만류하고.
만석이 사준 목걸이 만져 보는 은정. 살며시 들어 자신의 목에 대보는데.

46. 미현의 약국

은정, 침착한 얼굴로 문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는다.
은정의 목에 만석이 사준 목걸이는 하고 있지 않다.
미현, 어 왔어? 하며 반가운 얼굴로 은정 맞는데, 은정의 표정이 어째 좀 무겁다.

은정 역시 돈이 사람을 만들더라.
 만석이 진짜 많이 변했어, 남자다우면서도 부드럽고, 여유도 있고...
미현 왜? 성민씨랑 비교 돼?
은정 나 만석이랑 결혼 했으면 어떡해 됐을까?
미현 돈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억 만금을 줘도 안 넘어 간다며?
은정 말이 그렇다는거지. (일어서며) 나 괜찮니? 면접인데.
미현 (옷 아래위 다시 보며) 응 괜찮어?
은정 응. 근데 떨어지면 어떡하지?

47. 찜질방

만석, 여유있는 폼으로 찜질방 한옆에 마련해 놓은 안마기에서 휴식 취한다.
그 뒤쯤으로 차도르를 두른것처럼 잔뜩 얼굴을 가린 정준, 만석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만석의 동태를 살핀다.
만석, 안마 다 끝났는지 산소방으로 들어간다.
정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면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산소방 안으로 들어가고

48. 산소방

정준, 들어와 만석이 어디 누웠나 살펴보지만 쉽질 않다.
드디어 만석 찾아내곤 옆으로 가 살며시 눕는다.
정준, 눈을 말똥말똥 굴리는 것이 머리 돌아가는 것과 같다.
우연을 가장한 것처럼 옆으로 눕다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정준 야! 백만석!
만석 (그제서야 눈 뜬다) 어, 정준이 아이가?
정준 야, 너 여기서 만날 줄이야. 우리 인연도 참
만석 (다 안다는 듯) 다 봤다!
정준 뭘?
만석 니 내 쫓아 졸졸 따라 다닌기.
정준 (겸연쩍어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봤구나. 조심하느라고 했는데....
만석 와?
정준 (만석 손 와락 잡으며) 너 시의원 됐을 때 나 총무자리 하나만
 주라! 그게 어려우면 좀 폼 나는 자리로 어떻게 하나 안되겠니?
만석 내 닐 와 채용해야 되는데?
정준 (급하다) 그 뭐냐? 내가 성민이 보단 좀 못한 대학을 나왔지만
 사실 나두 알고 보면  제이큐가 엄청스리 발달 했거든.
만석 제이큐가 뭐꼬?
정준 (미소) 잔머리.
만석 필요음따!
정준 (동정어리게) 만석아~ 내가 진짜 말은 안해서 그렇지, 나도 알고보면
 참 짠한 놈이다~! 나 셔터맨 7년에 늘은 거라곤 눈치 밖에 읎는 놈이지만
 나 진짜 지갑에서 명함 한번 꺼내 쫙 내미는 게 소원이야.
 야,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수 없잖아!  응...? 그래 줄꺼지잉...?
만석 니 하는기 봐서.
정준 (활짝 웃으며) 볼 것두 읎어! 난 니 입에 혀야!
성민(E) 니가 여기 왜 있니?
정준 (화들짝 놀래서 본다)
-의아한 얼굴의 성민, 만석과 정준 보고.

49. 찜질방 휴게실

성민과 만석 두사람 앉아 있는 사이로 시원한 식혜 대령하는 정준.연설문  읽는 만석

정준 나두 같이 일하면 서로 좋찮아! 머리 둘보단 셋이 낫지!
성민 (허참 하면서 고개 외면)
만석 (그 모습 보고는) 니들이 내 밑에서 일하믄 낸 뭐 힘이 되재.
성민 뭐?!!! 밑? (후하고 숨 토하고)
만석 ( 마땅찮아서) 이기 글이라고 썼나?
성민 뭐가 어때서? 있는 그대로 썼는데 뭘?
만석 (꼬나보며 원고 탁탁치며) 이기 문구가 뭐꼬?
 가진거라곤 땅밖에 읎는 가정에 태어나, 잘하는 기라곤
 또랑치고 가재잡고, 여름이면 수박서리, 참외서리에 해지는 줄 모리고
 겨울이믄 썰매타기, 눈싸움 하느라 하루해가 짧았습니다.
 (성질 확 일며) 이기, 만날 놀았다는기 밖에 더 있나?
정준 (풋 하고 웃고)
성민 너 진짜 그랬잖아!
만석 (벌떡 일어나며 성민의 얼굴에 원고 뿌린다) 니 낼로 물로 보나?
 내일꺼정 다시 써와라! 아님, 바로 돈 뺄끼다!
 (화나 나간다)
성민 (모욕당해 성질 있든대로 참고 있고)
정준 (원고 집으며 성민 눈치 살피며) 뭐 좀 더 먹을래...?
성민 ...... 
 
50. 거리 언덕(밤)

술이 떡이 된 성민,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다.
차 옆으로 휙휙 지나가고 위태롭기만 하다.

성민 (술 취해) 야, 백만석! 내가 왕년에 얼마나 잘나가던 사람인지 알아, 몰라?
  내가 장에 떳다하면, 전방 4키로까지 사람들 다 껌뻑이었어! 짜쌰!
 이거 왜들 이러셔!
 백만석!!! 너 날 아주 공깃돌 주므르듯 하고 싶은 모양인데,
 어림없어 임마! 나 이성민!! 아직 안죽었다!!

51. 성민의 서재 (밤)

컴퓨터로 화상 채팅하고 있는 은정과 진성(15)

진성 엄마, 나 이번 시험 최고점수 받아서 장학금 탔어요.
은정 뭐야? 어머 너무 잘했다! 어쩜 그리 엄말 닮았니?
진성 참, 이모네 한국 간다던데 난 어딨어요?
은정 (놀라) 뭐?
 
52. 은정의 침실 (밤)

은정, 휴대폰 통화 하다가 벌떡 일어난다.

은정 (놀라며) 형부가 발령이 났다구? 그럼 진성인 어떡해? 안돼!
 걔 지금 데려오면 안돼!
 (다급하게) 언니, 내가 어떡하든 해볼테니까, 진성이 있을 곳, 아니 기숙사
 같은 것 좀 알아봐 줘. 어. 알았어. 돈 걱정은 말구.

은정, 화장대에 앞에 풀썩 주저앉는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서랍에서
통장 꺼내 보지만 한숨만 더 깊이 새어 나오는데.
성민, 노래부르며비틀거리며 들어와 옷 입은채로 침대에 푹 엎어져 그대로 골아 떨어진다.
은정, 성민 윗도리 벗겨 주려는데 제대로 벗겨지지도 않고 화가 치밀어 확 밀친다.
성민, 밀치면 밀치는대로 정신없이 자고 있고.

53. 성민의 거실 (아침)

식탁에는 아침상이 차려져 있지만 그대로 출근하려는 성민.
은정, 어떡해 말할까 고민하는 눈치보이며 말 꺼낸다.

은정 집 팔고 전세로 가자.
성민 (놀라서) 뭐?
은정 진성이 공부 계속 시켜려면 그 수밖에 없어! 언니네도 들어온대.
성민 ......(차분하게) 진성이 데려오는게 어떨까..?
은정 (발끈해서) 무슨 소리야?! 전교 1등 했대!
 부모가 돼서  밀어 주지는 못할 말정 애앞길을 막아? 그럴 순 없어!
성민 (답답하다) 유학 갔다 온다구 뭐 뽀족한 수 있는 줄 알아?
 가서 박사학위 따고 와도 취직 못하는 애들이 허다한데?
은정  우린 진성인 달라! 특별해!!
 그 정도 성적으로 계속 나가면  거기서도 대학교수 할 수 있어!
 (한심하게 보며) 참 한심해! 만석씨 같았으면 자식 못 밀어줘서 안달일텐덴 데! 만석씨애는 좋겠다! 부모 잘 만나서 이런 고민도 안하고.
성민 지금 만석이 얘기가 왜 나와?
 만석이가 너 쫓아 다닐 때 결혼 못한 거 후회돼?
은정 (기가차다) 그래 후회 돼! 엄청!! 만석이랑 결혼했으면 돈 걱정은  
 안하고 살잖아!
성민 (노려보며) 뭐야?! 그렇게 나랑 사는 게 후회되면 만석이한테 가!
 안잡을테니까!
은정 가라면 못 갈 줄 알아? (스스로 놀라는)......
성민 ............그래 가라, 가!! (현관문 꽝 닫고 나간다)
은정 .........(씩씩거리며 서 있고)
                                        (FO) (FI)
54. 개인주택 대문앞

은정, 단정한 옷차림으로 초인종 누른다.
이내 “ 누구세요?‘’ 하는 인터폰 안에서 흘러 나온다.

은정 (상냥하게) 네, 성적쑥쑥 선생님입니다!

55. 공부방

은정, 성의있게 가르치는데도 초등여자애(11) 뽀로통한 얼굴로 은정과 눈도 안마주치고 건성건성이다. 여자애, 수업 끝내면 학습지 성의 없게 툭툭 챙기며 일어나
나간다.
은정도 같이 일어나 가방 챙겨 드는데.
거만하게 생긴 여자애 엄마, 방안으로 들어온다.

은정 (미소) 영미가 공부를 아주 잘하네요.
여모친 네에. 저어  그만 둬야 되겠어요.
 (은정 흘깃보며) 영미가 먼저 번 선생님이 더 맘에 든다네요.
은정 (자존심 상해 고개 돌린다)

56. 주택 앞

은정,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나오는데 휴대폰 문자 왔다는 메시지 띵똥하고 뜬다.
(화상 메시지)

만석 힘들어도 쪼매만 참그라!
 반드시 쨍하고 해뜰 날 온다 아이가! 이따 보자!
은정 (피식 하고 웃음 감돈다)

57. 시의원 사무실 (밤)

정준, 예사롭지 않은 얼굴로 만석에게로 접근하면, 만석 뻘쭘히 물러난다.

정준 회장님! 졸업장 하나 사시죠!
 다들 학벌이 장난이 아닙니다. 기본이 대학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말이죠...(귓속말로 뭐라 말하면)
만석 (솔깃해진다) ...그러다 들키면 우째 되는데?
정준 아니, 누가 스코틀랜드까지 가서 학적부 띠어 본답니까?
만석 (생각한다)....?
 
이때, 성민  안으로 들어온다.
만석, 얼른 분위기 환기시키며 거만스럽게 성민 본다.
성민, 연설문 원고 무성의하게 쓱 내민다.
만석, 원고 찬찬히 살펴보다가 맘에 안드는지 탁하고 책상 위에 올려 놓는다.

성민 또, 뭐가 빠졌다는거야, (얼른 바꿔) 겁니까?! 회장님.
 준법정신, 협동심, 성실성, 결단력, 도전정신, 카리스마, 좋은 건 다 갖다  붙였는데요.
만석 (꼬나보며) 자네 내 슨행상 탔다고 쓰라 안했나?
성민 (불만 누르며) 선행상 탄 거 없지 않습니까?
만석 니 잘 들어 봐라! 슨행상 탄기는 시민들을 내 가족처럼 잘 보살필꺼라는  걸 ,전달 하려는기 아이가! 자네, 그래 머리가 안돌아가나?
 그래 갔고, 우짜 글짓기 교육감 상을 탔는지 모르겄네!
 남의 것 배낀 거 아이가?
성민 뭐야 ?!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냐!
 너처럼 거짓말로 사기쳐서 시의원 되면 뭐하냐!
정준 (몸이 달아 말리며) 야, 성민아 왜 그래?
만석 (버럭) 그기 와 거짓말인데?
 와 내가 슨행상을 몬탔는데! 슨행상도 공보 잘한 아만 주니끼 몬 탔재?
 
 
성민 (손 덜덜 떨린다) 뭐야?
만석 우리 반에서 내만큼 아부지 도와 일한 짜쓱 있쓰믄 나와 보라 캐라!
  니그 니 아부지 농사질 때 한번 도운 적 있나? 니 때문에 밭 팔고 논 팔 때 니 앞에선 웃으시믄서, 땅 맨지시매 우신
 거 니 아나?   이 자쓱아!
정준 이 새끼가!
만석 낸 니처럼 시골에 있는 아부지 내 팽가치진 않는다!
성민 (만석의 얼굴로 주먹 날린다)

- 만석, 의자 뒤로 나가 떨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실내.

58. 고수부지 (밤)

흘러가는 한강물 바라보며 무심히 앉아 있는 성민과 정준.

성민 (한숨 팍 쉬며) 야, 정준아. 나도 만석이처럼 대학교 떨어질 걸 그랬다야.
 우리 아버지 땅만 안팔았으면 시골에서 남의 집 농사 지으며 고생도
 안할텐데.... 내가 불효자다.
정준 니가 왜 불효자냐?
 이 세상이 요지경이지.
성민 ......우리 아버지, 우리 식구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없는 형편에 나 대학 보내 놓으면 뭔가 달라질까 싶어서.....
 (눈가에 이슬) 노인네 내 꼴보면 뭐라실까? 아마 쓰러지실꺼다.
정준 ....그러나저나 만석이 돈 뺄텐데 이젠 어쩌냐...
성민 될대로 되라고 그래! 누가 가서 빌 줄 아냐?

정준과 성민이 앉아 있는 일각으로 저 멀리 만석의 자동차 보인다.

59. 동 고수부지 자동차안 (밤)

은정, 맞아서 여기저기 터진 만석의 얼굴에 연고 발라 주고 있다.

은정 이꼴을 하고 왜 만나자고 했니? 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싸우고 다니니?
만석 (그런 잔소리가 기분 좋다. 피식 웃는다)
은정 웃음도 나오겠다.
만석 내 꼴이 어떻든 널 삼일 안보면 죽을끼 같은데 그람 우짜노?
은정 (약 바르다가 멈짓하면서 얼른 마무리하고) 집에 가서도 잘 발라.(놓고)
 (어색한 것 피하려) 할 말이 뭔데? 나 빨리 가봐야 해.
 내일 수업준비도 해야하고.
만석 니 학습지 교사 힘들지 않나?
은정 (OL) 아니, 재밌어.
만석 ......뭔 할말이 있겄노? 니 보고자파서 기런건데...(은정얼굴 은근히 보고)
은정 (얼굴을 어디에 둘지 몰라 손으로 부채질하며) 차 안이 좀 더운거 같다. 가          자.

60. 지점장 실 (아침)

지점장, 신중한 얼굴로 주위 눈치를 살피며 성민에게 말을 건넨다.

지점장 자넨 안심해도 될 것 같애.
성민 (보면)
지점장 워낙 평점도 좋고, 지난번 예치한 돈이 효과가 있어.
 그러니까 함부로 나서지 말게.
성민 ...네.

61. 성민의 은행안

‘생존권을 보장하라!’ 라는 문구가 걸린 플랜카드.
남대리, 홍표, 여직원들 빨간 머리띠 두르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성민, 지점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으면
남대리, 얼른 성민 옆으로 다가온다.

남대리 오늘 밤에 동부지역 사람들끼리 모이기로 했습니다.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죠.
성민 (난감하다) 어, 난 좀 어렵겠는데..? 일이 좀 있어.
남대리 (실망스치며) 그럼 내일로 모이죠.
성민 어, 난 내일도 좀... 그냥 자네들끼리
남대리 (인상 북 긁으며) 지점장님이 과장님은 안전하다고
 그럽디까?
성민 (곤혹스럽다) 아, 아냐 그런 거.
남대리 (양복 먼지 팍팍 털며 재수없어 하는 표정으로 간다)
성민 (남모르게 한숨 쉬며 생각)......
지점장(E) 지난 번 유치한 돈이 효과가 있어.

62. 만석의 저택

성민, 손에는 과일 바구니 들려져 있고 초인종 누를까말까 망설이다가
용기내어 누른다.

만석(F) 누꼬?
성민 (선뜻 말 못하고) 어, 나, 성민이야.
만석(F) 낸 니랑 할말 음따!
성민 (다급하게) 미안하다! 내가 좀 성질이 그래서
- 탁 하고 끊기는 인터폰.
성민 (후 하고 실망해서 몇 발자국 걷는데 띵! 하고 대문 열린다)
 (돌아다본다)

63. 만석의 거실

만석부, 성민을 동물원 원숭이보듯 요리조리 살펴본다.
성민, 몸 둘바를 모르겠고. 얼굴에 아직도 반창고 붙인 만석, 성민과 눈도
안 마주친다.

만석부 니가 핸국대 갔다꼬 동네 잔치한 성민이가?
성민 네...
만석부 (의기양양해서) 자네 아버님 보시믄 맴이 참 거시기 하겄네.
성민 ......
만석부 (일어나며) 회장님, 기만 용서해 주시게. 큰일한 사람이
 읎이 사는 사람 너모 모질게 하믄 몬 쓴다! (방으로 가고)
성민 (치욕스럽다).....
만석 낸 두 번은 용서 몬 한다! 이번 한번 뿐이다!
성민 (이를 꽉 다문다)(혼잣말) 오늘의 치욕은 반드시 갚아줄게!

 

66. 저택가+만석의 저택

 은정, 주소지 들고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찾고 있다. 흐믓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은정의 얼굴위로

지국장(E)은정씨 벌써 잘 가르친다고 소문 났나 봐!
 누가 열과목이나 신청 했네?

드디어 주소랑 일치하는 집 발견하고는 뿌듯한 마음에 잠시 호흡 하고는
인터폰 누른다.
인호(E) 누구세요?
은정 저, 성적쑥쑥 선생님인데요.
- 저택문 띵! 하고 열린다.

67. 만석의 저택 뜰

현관문 닫고 마당을 부러움으로 휘둘러보는 은정.
잔디며, 조경이며 정말 잘 꾸며져 있다.

은정 (혼잣말로) 이런데서 돈 걱정 없이 살면 좋겠다.
 (이내, 마음 다 잡고는 현관문으로 다가선다)

68. 만석의 현관

인호, 어깨에 기타 메고 현관문 열어준다. 은정 한결 밝고 쾌활하게 인사한다.

은정 안녕?
인호 (목례하며) 안녕하세요?
은정 너 몇 학년이니?
인호 제가 공부 할거 아닌데요? (나가며)
은정 (의외다) 그래? 너말고 학생 또 있니?
만석(E) 내가 할끼다!
은정 (소리 나는 쪽 보면)
만수 (씩 하고 웃고 있다)
은정 (너무 황당해서) 야, 너!

69. 만석의 거실

소파에 마주 앉아 있는 은정과 만석.

은정 (놀라) 그럼 니가 열과목을 신청한거니?
만석 (미소) 기래. 내도 핵교 때 몬해 본 공보 좀 해볼라꼬 그란다.
은정 말도 안돼! 니 아들이나 시켜라. (하다가) 허긴, 부잣집에서 고액과외
 시키겠지.
만석 (OL) 과외 안한다. 나는 쟤 뼈빠지게 공보 시킬생각 음따!
 지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두고, 내 사는 방법 갈켜주고...
 딴길로만 안새면 그만이다.
 적당히 대학 졸업해서 일류대학 나온 놈 델다 쓰면 그만 아이가!
은정 (몹시 씁쓸해진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분위기 환기하고는 책꺼내며)
 그럼, 한문부터 시작 할까?
만석 (부드럽게) 공보는 무신! 니 너무 힘들어 하는 거 같아서 신청 안했나!
 그 시간에 와 쉬라고.
은정 ............
만석 날도 추분데 따끈한 차라 한 잔씩 하고 가라.
은정 (씁쓸하지만 억지로)....말만 들어도 고맙다 야.

70. 만석의 집앞거리 +집앞

대학 졸업장 조수석에 놓여 있고. 흐뭇하게 졸업장 힐끗보며 운전하고 오던 정준, 얼핏 만석이가 은정이를 배웅하는 것 보게 된다. 정준, 고개 갸웃하고는 긴가민가 한다.

71. 은행 휴게실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서 자리에 앉는 성민과 정준.

성민 어쩐일이야?
정준 (서류 보이며) 만석이 대학 졸업장 전해주러 갔다가
성민 졸업장?
정준 (의미있는 미소) 세인트 아그네스 칼리쥐 졸업했잖냐!
성민 너 그거 걸리면?
정준 야!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걸리긴 왜 걸리냐?
 (일어서며 갸웃) 근데 너 은정씨한테 뭔 심부름 시켰냐?
성민 아니?
정준 만석이 집에서 은정씨 나오던데..?
성민 뭐? 진짜야?
(의심 커지다가 풀리며) 아, 거기 중학생 있잖아.
 요새 은정이 학습지 교사해.
정준 (머쓱해서) 그래...?
       (흘리듯이) 만석이 애는 진짜 공부랑 안 친한대?
        왜 하필 그 집이야? 그래도 은정씨가 만석이네 드나들면
 너 기분 안나빠?
성민 (일말의 의심으로 커피 마신다)

72. 성민의 아파트 침실 (밤)

욕실에서 은정 목욕하는 소리 들리고.
성민, 옷장 조심스레 뒤져보고, 서랍까지 열어본다.
이젠 화장대 서랍 열어서 뒤지는데 못 보던 목걸이 케이스 나온다.
열어보면 만석이 사준 목걸이 보인다. 성민, 확증을 잡았다는 듯이 눈 빛내는데...

정준(E) 만석이 재혼 안하는 것도 혹시 은정씨 못 잊어져서 그런 거 아니냐?

인기척 소리 나자, 성민 재빨리 목걸이 제자리에 두고는 침대에 올라와
책 보는 척 하면서 앉아있다.

은정 (잠옷 차림으로 침대 안으로 들어온다)
성민 (얼굴 부드럽게) 당신한테 미안해.
은정 (보며) 뭐가?
성민 합병얘기 때문에 맘 고생 많았지? 조만간  잘 마무리 될꺼 같애.
 조금만 참아.
은정 (내심 자기덕이란 자부심 스친다)
성민 (떠보듯) 요새 학습지교사 하기 힘들지 않아?
 (은정얼굴 살피며) 회원은 많이 늘었구? 아참, 요즘 불경긴데 외려 줄지는          않았어? 속썩이는 애들은 없고?
은정 (심드렁하게)  자자. 피곤해. (돌아 눕는다)
성민 (역시 숨기는구나 하는 강한 의심 솟지만, 손은 부드럽게 은정의 허리를
 껴안는다)
은정 (뿌리치며 일어나 앉는다) 피곤하다구 그랬잖아! 맘이 편해야 욕구도 있는 거야! 나 건들이지 마!! (다시 돌아 눕는다)
성민 (무시당한 것에 자존심도 상하고, 의심은 더 깊어져 은정의 등 바라본다)

73. 만석의 거실 (낮)

학습지를 사이에 두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은정.
만석, 공부엔 관심없고 행복한 미소 흘리며 은정만 바라보고 있다.

은정 다음번에 히라가나 다 외워 놔. 따라해봐. 아, 이, 우, 에, 오.
만석 (보기만 할뿐)
은정 (만석 보곤 눈 흘기며) 너 공부 안하면 나 안온다.
 올 이유가 없지.
만석 (그 소리에 번쩍 눈이 띄여) 아이다. 내가 와 공볼 안하노?
 기럼, 일어로 사랑한다가 뭐꼬?
은정 (멈짓) 아이시떼루.
만석 낸 그기만 알믄 된다. (뚫어지게 은정보며) 아이시떼루... 아이시떼루....
은정 (민망하다)

-가정부,  과일 가져와 내려 놓으며
가정부 장 좀 봐 갖고 올게요. 할아버지 노인정에서 오시면 호박죽 해 놓으라고
 그래서요.
만석 (내심 좋아) 기래요.
 (아줌마 따라가며) 아줌니, 기럼 이따가 팔보채도 해 묵을까요?
 장 츤츤히 보시고 오이소. 돈 좀 더 드릴까요?
은정 (졸리운지 계속 하품 해대고)

74. 성민의 은행

볼펜 뒤꽁무니를 깨무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성민.
(스팟) 은정과 만석이 침대에서 뒹구르는 장면 떠오른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성민.

영섭(E) 매형?
성민 (보면)
영섭 (아는 척 과장하며 되게 반긴다)

75. 커피숍

영섭, 아부색 짙은 미소 성민한테 보낸다. 성민, 그 의도가 뭔지 몰라 어색한 미소 짓는데.

영섭 그때 3천만원 증말 고마웠어요
성민 3천만원이라니...?
영섭 (다 알면서 하는 표정) 저번 음주 사고 났을 때 대출 받아 주셨잖아요.
성민 (뭔가 감이 온다)!
영섭 그래서 말인데요, 증말 대박 날 아이템이 있는데 대출 좀
성민 (벌떡 일어나 뛰어 나간다)
영섭 매형!

76. 만석의 거실

만석, 와보니 어느새 은정이 소파에 기대 잠들어 있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잠자는 곡선이 예술이다. 은정의 입술 강렬하게 바라보는 만석.
입술에 침이 마르고....만석의 입술... 키스하려 은정에게로 다가가는데....
탁자 위에 있는 과일접시를 실수로 툭 하고 친다.
그 소리에 자기가 더 놀래는 만석.
은정, 아무것도 모른 채 잠에서 퍼뜩 깨어난다.

은정 깜빡 졸았네! (서두르며) 가봐야겠다.
만석 (아쉽다) 어, 뭐 벌써 간단 말이고? 니 시간 다 안 채왔다.
은정 (시계보며 일어선다. 미소) 넘었네요!

77. 만석의 집앞

성민, 주먹진 손이 부르르 떨린다.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인기척이 나면 얼른 담 옆으로 몸을 숨긴다.
은정, 만석의 집에서 나오면 아쉬움이 철철 넘치는 얼굴로 만석 뒤따라 나온다.
은정, 갈게 하다가 눈에 뭐가 들어갔는지 눈 깜빡인다.
만석, ‘잠깐 내 불어줄게’ 하면서 은정의 눈을 불어준다.
숨어서 지켜보던 성민의 눈에는 만석이 은정의 얼굴에 뽀뽀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노로 이글거리던 성민, 비호처럼 달려와 만석의 얼굴을 가격한다.
갑작스런 공격에 저만치 벌렁 나가 떨어지는 만석.

은정 (놀라서) 여보요~

78. 성민의 거실
 
현관문  문 벌꺽 열리면 황급히 성민 안으로 들어온다.
은정, 그 뒤를 급히 따라 온다.

은정 내가 다 설명할께에~
성민 (뒤돌며 차갑게) 만석이랑 그 집에서 뭐했어?
은정 (무너지듯) 여보!
성민 차마 입으로 말하기 어려운가 부지?
 그 댓가로 3천만 준건가?
은정 (성민의 따귀를 올려 붙힌다) 미쳤어!
성민 (증오에 차) 나랑 잠자리 거부 할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은정 (부르르 떤다) 지금 말 다했어..?
성민 더 이상 너랑 마주 하고 싶지도 않다.
은정 ......
성민 ...끝내자!
은정 (냉소적으로) 그래? 그럼 바라던 바대로 해줄께!
성민 (나간다)
은정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F.O,F.I)
79. 커피숍

만석과 은정, 주스를 사이에 두고 아무 말없이 앉아 있다.

만석 (결심 섰는지) 니 내한테 와라.
은정 (올려다본다)
만석 별거 길면 모양새 안좋다! 갈라 설꺼믄 하루라도 빨리 갈라서라.
은정 ......
만석 내 시의원에 되고나믄 니 한테 근사하게 프로프즈 할끼다.
은정 (대답없다)......
미현(E) 그래서 프로프즈 받아 들일꺼야?

80. 미현의 약국.

은정, 담담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서 남 얘기하듯 말한다.
미현, 갑갑해 미치겠다.

은정 그럼, 진성이 공부도 다 할 수 있고
미현 니가 돈에 팔려 가는 심청이니?
은정 꼭 진성이 때문만은 아냐. 나도 이제 편하게 살고 싶어, 누리면서.
미현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결혼을 해?
은정 사랑? 나는 이제 그딴거 모르겠어.
 돈, 사랑 그거 두쪽으로 딱 구별 되는거니?
미현 너 진짜 성민씨랑 헤어질꺼야?
은정 .......
미현 한 두해 산 것도 아니고
은정 신뢰가 깨진 부부.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지?
       잘됐어. 그 사람 상상대로 해주지 뭐. (결연한 의지 빛내고)
 
81. 여인숙

바닥엔 라면 먹은 냄비, 과자 부스러기, 술병등 잡동사니 이리저리 뒹글고.
성민, 허허로운 마음으로 벽에 기대 휴대폰 단축키 누른다.
잠시 후 신호음 떨어지면

성민 아버지 저예요.
성민부(F) 니가 우짠 일이고? 집에 뭔 일 있나?
성민 뭔일은 요, 아버지 건강은 어떠세요? 약은 잘 잡숫고 계신거죠?
성민부(F)그람, 어제 꿈에 니 얼굴이 안 좋턴데 진짜 뭔일 없는기지?
성민 그럼요.
성민부(F)니 내 생일 때 올 수 있나? 바쁘면 관두고. 추석때 얼굴 봤으니 됐지 뭐.
성민 갈꺼예요. 네...네...
성민부(F)(기침 콜록 댄다)
성민 (눈에 눈물 고인다)
성민부(F) 야야, 즌화요금 마니 나온다 그만 끊자!
성민 네...들어 가세요...(휴대폰 끊고 눈물 닦는다)

82. 몽타쥬

(양노원)
할머니, 할아버지 방문해서 일일이 인사 나누며 미소짓는 만석.
만석 옆에 수행비서처럼 붙어 다니는 정준.

(거리)
거리에 붙어 있는 시의원 포스터들.
기호 5번의 만석, 손가락 쫙 펼치곤 자신감 있는 미소로 포즈 취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만석의 얼굴 보고 있는 은정

(성민의 은행)
직원들 머리엔 붉은띠, 구호 외치며 한창 데모에 열 올리고 있다.
성민, 그 사이에서 어디에 있을지 몰라 난감해 한다.

(거리)

당선축하! 라고 쓴 플랜카드.
작은 트럭을 개조한 선거유세 차량에 올라서서 연설을 하는 만석.
그 옆에 보좌관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정준의 얼굴도 함께 보인다.

(성민의 거실)

은정, 심드렁한 얼굴로 텔레비전 보는데 화면에선 만석이의 당선소감을 묻는
인터뷰 중이다.

만석 (자신만만하게) 학벌! 지연, 혈연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대접받는
 공명한 사회를 만들 것입니다!
은정 ......

F.O, F.I

83. 교외호텔 앞

은정, 단아한 차림 (만석이 사준 옷)이다.
은정의 목엔 만석이 사준 목걸이 빛나는데. 은정 망설이는데.

만석(E) 사람들 눈도 있으니까네 거기서 만나재.

 

은정, 흔들리는 눈빛으로 한발한발 내 딪는다.

85. 달리는 차안

성민, 먹먹한 얼굴로 비포장 시골길을 달려 나간다.
옆자리엔 선물용 쇼핑백이 놓여져 있고.

86. 호텔 안

은정과 만석, 어색해선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다.
만석, 깊은 침묵을 깨고 심호흡 하고는

만석 내 기때 한말....잊어라.
은정 (멈짓해서 본다)
만석 (진지하다) 내  니한테 이래서는 안돼겠치만...우예갠노
 내는 이자부터 공인 아이가, 국민들 보기에도 떳떳해야 허지 않겠나?
 친구 와이프를 뺏었다고 하믄 낼 뽑아준 국민들이 뭐라겠노?
은정 ......
만석 (굳은 얼굴로) 이자부턴 나랏일에만 전념 할란다!
 ...........가라! 기렇지만도 내 니를 향한 내마음 변함없다. 그리고 성민이 은행에선          돈 안뺐다! 지점장한테도 말 잘해 놨고.
은정 (만석의 얼굴에 따귀 올려 붙힌다) 나쁜 자식!!  날 가지고 놀았어!
만석 ......어서  가봐라! 내 맘 변하기 전에.
은정 (분노로 눈물 떨어진다,  나간다)
만석 ....... 

87. 산소

성민, 산소 앞에서 절하고는 애기 달래듯 산소 어루만지는데 눈물이 핑돈다.
성민부, 뒷짐지고 서서 산 아래를 내려다 본다.
산아래, 제법 건물들이 우뚝우뚝 서 있다.

성민부 (산 밑 가르키며) 여기 느무 많이 변했재? 예전에 저기가 다 밭이었는데.
 ..... (뒤돌며) 임자, 우리 잘난 아들 성민이가 안 왔나? 보고 있재?
성민 (눈물) 아부지~ 저 잘나지 못했어요. 못난 아들이예요~
성민부 (성민 일으켜 세운다) 뭔 말이꼬...세상에 니보다 잘난 아들이 우예 있노?
 내 니 때문에 기 많이 펴고 살았다. 장에 가 내 아덜 핸국대 갔다카믄
 막걸리도 공짜로 주더라. 그기믄 됐재.
성민 아부지 어무니,죄송해요....고생만 시켜 드리고....
성민부 내가 더 미안타, 니 더 공보 한다코 했을 때 동생들 땜에 주저 앉친기
 늘 한이 된다...뒷바라지 더 못한 내가 미안티.
성민 그런 말씀 마세요...저에게 다 주셨잖아요...
 아부지....제가... 땅 도로 다 사 드릴께요...
성민부 그낏 땅 뭔 필요 있노...? (성민 손 잡는다)
 니가 내 땅이고 보물인기라.
성민 (울며) 아부지~! (성민부 품에 안긴다) 

88. 인천 국제 공항

은정, 출구 쪽에 다다르자 못내 아쉬워하면서 성민 바라본다.

성민 (약간은 사무적이다) 가서 진성이 잘 챙겨주고.
은정 .....여보오~정말 내가 잘.. (뭐라 말할려고 하면)
성민 (OL) 우리 사이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은정 (아쉬워하며 출구 쪽으로 간다)
성민 (은정이 사라질때까지 손 흔들어준다)

- 은정, 사라지자 쓸쓸히 돌아서는 성민.
이때, 휴대폰 울린다.

만석(F) 우리 계약 아적 안 끝났다! 늦지 말고 회의에 참석해라!
성민 네, 의원님! (폴더 덥고 서둘러 뛴다)

89. 공항택시 안

성민, 헐레벌떡 뛰어와 급하게 택시에 올라탄다.
운전사, 무심히 라디오 틀면 뉴스 흘러나온다.

아나운서 (E) 이브닝뉴스 최재혁입니다. 곧은 목소리 시민연합은 한국장애인 협회            에 10 억원을 기부한 민주시  시의원
 백만석씨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백만석 시의원은 고학으로 스코틀랜드의 아그네스칼리지를 졸업하고 그때 본
 영국 장애인 정책에 많은 감명을 받아 장애인 처우개선에 힘쓰고자 이번에 10억의 돈을  기부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백만석 시위원의.....

만석  (인터뷰하는) 
성민, 시니컬한 표정으로 고개 돌려 먼 하늘을 바라보는데서
       
     - 끝 -

 

 

 

 

 

 

 

 

 

 

 

 

 

 

 

 

 

 

 

 

 

 

 

 

 

첨부파일 쨍하고_해뜰날.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7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