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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2003][살인에 관한 고백] 김이영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7.17|조회수1,309 목록 댓글 3

[살인에 관한 고백] 김이영

 

 

 

 

 

 

 

 

 

 

#1. 춘호와 경주의 집 부엌 / 거실 (저녁)

 

아직 완전한 어둠이 내리지 않은.. 어둑한 느낌의 겨울 오후.

커다란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렌지에 올려놓는 경주와 거실에 웅크리고 앉아 마늘을 까는 춘호.

불을 켜지 않은 탓에 두 사람의 움직임을 따르는 그림자의 검은 실루엣이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데...

식탁 위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 들통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가스렌지 불을 점화한 경주. 그제서야 어둡다 느꼈는지 거실에 불을 켠다.

춘호, 밝아졌음을 느끼고 경주를 돌아보는데 시선 마주친 두 사람..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춘호 고개 돌리면, 경주 잠시 망설이다가.

 

경주 : ...티비라두 보면서 하지 그래요..?

춘호 : (놀란) ...어..? 어...

 

춘호, 리모콘을 들어 텔레비전을 켜면 뉴스프로가 나온다.

춘호 흘끗 경주를 보는데..경주 씽크대 쪽으로 가서 설거지를 한다.

춘호..그런 경주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춘호 : ..뭐...더 있어..?

경주 : (놀라 보는) 네..?

춘호 : ...아니. 이거 다 깠는데...다른 거 더 할 일 있나해서..

경주 : .........! (잠시 그러다가) ...그럼..시금치 좀 다듬어줄래요...?

춘호 : .........! 어..! (몸 일으키려는데)

경주 : (조금 달뜬 톤으로) 앉아있어요. 내가 갖다 줄게.

 

경주, 냉장고 쪽으로 가고 엉거주춤 하던 춘호 다시 자리에 앉는데..

아까보다 밝아진 얼굴로 시선 티브이에 맞추던 춘호. 갑자기 얼굴이 딱 굳어진다....

춘호, 급히 리모콘을 들어 볼륨을 키운다.

 

경주 : (냉장고 들여다보며) 춘호씨. 시금치가 다 떨어졌는데.

 

하는데 그때.

 

아나운서(소리) : 다음 뉴습니다. 영화감독 장현철씨가 오늘 새벽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순간 경주의 손이 멈춘다.

아나운서의 멘트(장씨는 6월1일생, 귀향 등 예술적 색채가 강한 영화들을 흥행에 성공시켜왔으며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영화계는 지금 큰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현재 경찰에서는 장씨의 죽음을 원한에 의한 타살로 보고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가운데 경주..놀란 얼굴로 천천히 돌아보면 그녀 쪽을 보고 있는 춘호의 시선과 맞닥뜨린다.

두 사람..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당혹스러운데...

경주와 춘호, 황망히 시선을 거둔다.

그때 울리는 초인종.

두 사람..놀란 얼굴로 다시 돌아보는데...불안한 얼굴로 움직이지 않는 경주와 춘호.

거실에 울리는 초인종 벨소리가 집요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불길한 시선으로 서로를 보는 두 사람.

 

 

#2. 경찰서 안 (저녁)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형사1의 손만 보이고. 그 앞의 경주, 멍한 얼굴로 앉아 있다.

경주...아무 말 없이 한동안 있다가.

 

경주 : (믿을 수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정말 생각두 못했어요..

 

절망이 어리는 경주의 얼굴.

카메라..그런 경주의 얼굴에서 천천히 빠져 움직이면.

다른 편. 다른 형사 앞에서 형사2가 건네준 담배를 떨리는 손으로 건네 받는 춘호.

춘호..잔뜩 겁에 질려있는 얼굴이다.

 

춘호 : ....사..실대루 말하면...정말 선처해주시는 겁니까..?

 

형사2의 손, 라이터에 불을 켜면 춘호 담배 불을 붙인다.

춘호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는데...뭔가 결심하는 춘호.

 

춘호 : ...그...게요.....

 

다른 편의 경주 모습. 눈물이 그렁하게 맺힌 채 .

 

경주 : ...그치만.. 제가 남편이래두 그랬을 거예요.

 

다시 춘호.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춘호 : ...다른 사람은 몰라두 ..전 그 심정 이해합니다. 아내는...그놈을 정말 죽이고 싶었을 겁니다...

 

다시 경주. 흐르는 눈물 닦는다.

 

경주 : (고개 떨군다. 괴롭다) ....네....그 사람, 제 남편이 죽였을지도 몰라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춘호와 경주.

두 사람 그 모습에서... 화면 3분할(경주, 춘호, 형사계 내부).

이어서 블랙 화면에... 타이틀 <살인에 관한 고백>

자막 : 일주일 전

 

 

#3. 식당 주방 (낮)

 

식당의 주방 내부.

한쪽으로 고무대야에서 펄떡거리는 시커먼 미꾸라지들이 보인다.

주방장이 커다란 솥을 열어 펄펄 끓는 물에 미꾸라지를 들이붓는다.

이어...그 안에 두부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차가운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데... 그 위로.

 

춘호(소리) : ...이러니 사람이 짐승만두 못하다는 겁니다.

 

 

#4. 식당 안 (낮)

 

테이블 위 두부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데. 양념장 찍힌 두부를 막 입에 넣으려다 멈칫하는 중년의 남자.

흘끗 옆자리를 보면 경주와 춘호가 있다.

춘호..젓가락으로 두부 헤집으며 대단히 씁쓸하다는 표정이다.

 

춘호 : (중년 남자에게) ..사자만해두요, 먹이감을 잡으면 한번에 물어죽이지 야금야금 괴롭히진 않거든요...

 

중년남자,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다..난처한 얼굴이 되는데.

경주..그런 춘호가 불편하다.

 

경주 : ...그만해. 싫으면 자긴 안 먹으면 되잖아.

춘호 : (혐오스럽다는 듯) ....너는 그게..목구멍으루 넘어가냐..?

경주 : 어. 나는 짐승만두 못해서 이런 비인간적인 음식이 입에 척척 붙어.

춘호 : (한심하다) 비인간적..? 아니지. 보신탕 같은 이런 류의 음식이야말루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거지.

경주 : (보는)

춘호 : (거들먹) 왜냐믄, 여기에 바루 인간성의 본질이 있는 거거든. 인간은 자기보다 약한 것들을 괴롭히는게 즐거운거야..

         (중년남자 쪽 보며) 뭐가 특히 즐거운 건지 아십니까?

중년남자 : (당황) ...예...??

춘호 : (가르치듯. 거들먹) 바루 요것들이, 저항을 못한다는 사실이죠.

경주 : (불편한 얼굴로 중년남자와 여자의 눈치를 본다)

춘호 : (여전히, 신나서) 꼼짝 못하구 당하는 꼴을 보구 있으면 자기 파워가 더 세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게 바루 인간에게 쾌감을.. (하는데)

경주 : (수저 놓고 가방 챙긴다)

춘호 : ..왜...?

경주 : 다 먹었어. (일어서 나간다)

춘호 : (당황. 쫓아 일어서며 옆 테이블 사람들에게) 천천히 드시구 오세요.

 

하고 춘호 카운터 쪽으로 가면 중년의 남자 뭐야.. 하는 얼굴로 중년의 여자를 본다.

 

여자1 : ...화장품 가게 여자.. 남편이 글 쓴대잖아요. 시나리오.

남자1 : (아아..그래서 하는 얼굴) ..유명한가 부지..?

여자1 : 무슨...여태 영화루 나온 것두 없다는데..

 

춘호 계산하고 밖으로 나가는데 누군가 그런 춘호를 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진다.

 

 

#5. 식당 밖 (낮)

 

경주와 춘호 식당 밖에 세워진 관광버스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춘호 :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니까 좋네.

경주 : .....

춘호 : (경주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어디 불편해? 멀미한 거야..?

경주 : ...자기, 사람들 있는 데선 좀 작게 말할 수 없어..?

춘호 : (몰랐다는 듯) ..어...? 내 목소리가 컸어..? (하는데)

 

그때 등뒤에서.

 

현철 (소리) : 거기 혹시 춘호 아니냐..?

 

그 말에 멈칫하는 춘호. 돌아보면...식당 문을 잡고 선 현철이 이쪽을 보고 있다.

밝아지는 현철의 얼굴. 춘호와 경주...놀라는 얼굴인데.

현철, 문 쪽으로 나오는 젊은 여자(영미)에게 뭐라 이야기하고는 두 사람 쪽으로 다가온다.

경주...굳어지는 춘호의 얼굴을 본다.

 

춘호 : ........! (..당혹스러운)......현철이...?

현철 : (반갑게) 그래 임마... 양춘호 이 자식, 너 여전하구나 어..?

춘호 : ......!

 

환하게 웃는 현철과는 다르게 어딘지 당혹스러워하는 춘호.

씁쓸한 표정으로 그런 춘호를 보는 경주의 시선. 그 위로.

 

경주(na) : ...칠 년 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남편은 꼭 컨닝하다 들킨 학생 같은 표정을 지었어요.

               ...그랬겠죠...보신탕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음식이다... 그건 예전에, 현철씨가 했던 말이었으니까요.

 

불편해하는 춘호의 손을 반갑게 잡는 현철.

그런 현철을 아련하게 보는 경주.

 

 

#6. 콘도/화장실 안 (낮)

 

경주, 세면대 앞에 서서 물을 틀어놓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 보는 그녀.

 

 

#7. 콘도로비 (낮)

 

경주, 화장실 쪽에서 나오면. 춘호와 현철이 로비에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주..잠시 보다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현철 : ..헌팅 삼아 내려온 거야. 이번 영환 강원도를 무대루 한번 가볼려구.

춘호 : ...그러냐...?

현철 : 자식. 내 연락처야 수소문하믄 금방인데..연락 한번 하지 그랬어.

춘호 : (어색한 미소) ..사는 게 바쁘다 보니..그렇게 됐다.

현철 : (경주 의식하며) ....부부동반으로 여행두 다니구.. 좋아보이네..

경주 : (어색해하는)

 

그때 영미가 카운터 쪽에서 이쪽으로 다가온다. 늘씬한 미인형. 옷차림도 세련되어 보인다.

 

영미 : (열쇠 건네며) 선생님. 여기 열쇠 받으시구요.. 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짐 풀구 나오세요.

         (현철과 경주에게 생글거리며 목례 한다) 그럼...

현철 : 어. 땡큐.

춘호 : (영미 가는 뒷모습 보며) 누구냐...애인..?

경주 : (본다)

현철 :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제자야. 오늘은 좀 그렇구 내일 점심이나 같이 할까? 어때 경주야 괜찮겠어?

경주 : .......!

현철 : 아..아니지. 인제 제수씨라구 불러야되나...?

경주 : (당혹스러워하는데)

춘호 : (웃음) 어디 임마 형수지. 올라가라. 우린 이층이라 그냥 걸어가면 돼.

현철 : 그래...전화할게.

 

현철이 가면 춘호...어색한 미소를 거둔다.

 

 

#8. 콘도/ 춘호와 경주의 룸 거실 (낮)

 

춘호, 창문 너머로 본관 앞에 서 있는 영미를 보고 있다.

잠시 후 현철이 나오고 영미, 현철의 옷매무새를 바로 잡아주는.

두 사람 스스럼없이 다정해 보인다. 걸어나가는데....

 

춘호 : (냉소) 제자...? 하긴. 그 정돈 되야 짜릿하겠지. ...드러운 놈이야. 바탕이 그 모양이니 영화두 죄 삼류잖냐.

경주 : (듣기 거북하다)

춘호 : (주절주절) 누군 영화 만들 줄 몰라서 이러구 있나. 저나 나나 똑같이 시나리오 공모루 출발했구만..

         솔직히 내가 한해 늦긴 했어두 반응은 현철이 때보다 대단했잖아. 안 그래?

경주 : .....

춘호 : (반응 없자 무안해지는. 다시 혼자 주절주절) 암튼 요즘 문제다. 개나 소나 만만한 게 영화판이야.

         오죽하믄 저런 놈까지 감독입네 설치잖아.

경주 : 나 사우나 갔다 올 건데...자긴 어떡할래.

춘호 : .....! ..왜...현철이 씹는 건..듣기 싫으냐?

경주 : (가만...)

춘호 : (한심하다는 듯) ...다시 보니까 옛날 생각 나나본데..정신차려. 저 자식은 너... (하다가) 관두자 관둬.

 

하고 춘호, 소파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켠다.

경주 그 모습 가만 보는데...

춘호..모니터에 쌓인 먼지가 거슬리는지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화면의 먼지를 닦아내는데 그 모습이 어딘지 그늘져 보인다.

그런 춘호를 보는 경주의 위로.

 

경주(na) : ....전, 거울에 쌓인 먼지를 잘 닦지 않아요. 먼질 닦아내면... 제 얼굴의 기미가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게 싫어서죠.

               사실 보고 싶지 않은 건..보지 않구 사는 게..사는 덴 속 편하지 않나요? 하지만 그날 현철 씰 만난 남편은...

               자기 거울 위에 먼지를 닦아내야 했을 거예요. 모른 척 잊구 싶었던 기억이 떠올라...괴로웠을 테죠.

 

 

#9. (경주의 회상) 프랑스 문화원 (낮)

 

경주, 문화원에서 상영하는 영화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는데.

경주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경주를 보며 뭔가 이야기 하는 현철과 춘호.

경주, 그 시선들이 느껴져 부담스럽다.

경주, 현철과 춘호를 스쳐 가려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린다.

 

춘호 : (현철 잡는) 얌마 하지마. 미쳤냐.

현철 : ...뭐 어때.

 

경주, 지나치는데 현철, 경주에게로 다가와 그 앞을 가로막고 선다.

 

현철 : (빙글거리며) 그 쪽이 한강병원 외동딸이라믄서요?

경주 : (본다)

현철 : 저 녀석이 석 달 동안이나 그쪽을 훔쳐봤는데 그 얘길 듣구 나더니 말두 못 붙이겠나봐요.

 

현철의 말에 경주, 떨어진 곳에 있는 춘호를 보는데.

경주의 시선에 춘호, 잔뜩 긴장한 얼굴로 보다가 경주와 시선 마주치자 수줍게 외면한다.

 

경주 : (차갑게) 그런데요.

현철 : 뻔하잖아요. 보다못해 제가 대신 나선 거죠.

경주 : 이것보세요, 가서 친구 분 더러 직접.. (하는데)

현철 : 영화보단 내가 더 재밌는데. 그냥 나하구 차나 한 잔 해요.

경주 : .....?! ...네...?

현철 : 딱 두 시간! 그러구 나서두 내가 별루면 깨끗하게 물러서죠.

 

경주, 당혹스런 얼굴로 현철을 보는데..현철, 그런 경주를 잡아끈다.

경주, 흘끗 뒤돌아 춘호를 보면, 멍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춘호.

 

 

#10. (경주의 회상) 춘호와 현철의 자취방 (밤)

 

술에 취한 현철, 경주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선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다가 뻘쭘하게 일어서는 춘호.. 경주를 보기 불편하다.

 

현철 : 경주 잠깐 술 깨구 가라구.. 괜찮지?

춘호 : 어....(경주에게) 오셨어요..?

경주 : ..죄송해요. 방해됐죠?

춘호 : 아니에요.

 

경주, 방바닥에 앉는데, 보면 책상과 바닥 근처에 파지들.

 

경주 : 춘호 씨 또 시나리오 쓰나봐요?

현철 : (냉장고에서 맥주 캔 꺼내면서) ..좀 있으믄 공모잖아.

 

경주, 끄덕이며 보면 빨간 얼룩이 묻은 휴지..

춘호..경주의 시선 의식 하고 얼른 휴지들을 치우는데...

 

현철 : (맥주 마시고) 춘호, 정말 멋지지 않냐?

경주 : .....?

현철 : 코피 쏟을 때까지 최선! 최선! 최선! 난 이 자식 진심으루 존경한다니까..?

춘호 : (무안하다) ..왜 그래 임마..

경주 : (현철 흘기는) 챙피한 줄 알어. 자기두 공모한다면서 맨날 술이나 마시구.

현철 : (피식) 그럼 늦기 전에 지금이라두 나하구 물르든가.. (춘호 어깨 걸며) 결국 성공하는 건 이런 놈이거든.

 

춘호..머쓱하고 경주도 난처한데...

현철, 침대에 벌렁 눕는다.

춘호, 그 모습 보고 분위기 느낀다. 옷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춘호 : 바람 좀 쐬구 올게.

 

춘호..방문 열고 나선다. 등뒤로 느껴지는 경주와 현철의 분위기.

춘호 문을 닫는다.

 

 

#11. (경주의 회상) 학교 일각 (낮)

 

경주, 환한 얼굴로 꽃다발 들고 오는데...벤치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는 춘호가 보인다.

멈칫하는 경주. 보면 춘호의 손에 들려진 신문.

경주...굳어지는 춘호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본다.

 

 

#12. (경주의 회상) 영화 동아리방 (낮)

 

현철, 영화 동아리 친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샴페인 터뜨리면 병 빼앗아 스스로 자기 머리에 붓는 현철.

웃으며 그 모습 보는 경주.

 

경주 : 어떻게 된 거야. 신문 보구 깜짝 놀랐어.

현철 : ..삼 일만에 쓴 거라..나두 당선될 줄 몰랐어.

친구1 : 하여튼 이 자식..끝까지 잘난 척이지.

현철 : 그럼 어떡하냐? 겸손한 척은 죽어두 체질이 아닌데...

 

친구들 현철을 치고..현철 웃으며 피하는데..

한쪽에 혼자 앉아있던 친구2.

 

친구2 : 근데...너 앞으루 춘호 보기 좀 껄끄럽겠다.

현철 : (본다)

 

그때 문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춘호.

경주 춘호를 보는데 현철과 친구2는 의식하지 못하고.

 

친구2 : ...아무리 시나리오라지만..너무했어. ...굳이 그 자식 얘길 쓸 거였으면 차라리 졸업한 후에..

현철 : (자르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그걸..왜 춘호 얘기라구 생각해..? 넌 춘호가 재능이 없다구 생각하나보지?

춘호 : .....!

친구2 : (난처해지는)

 

그때 친구2와 현철, 춘호를 보는.

일순...멈칫하는. 분위기..웬지 어색해진다.

자기 때문이란 걸 느끼는 춘호...당혹스럽다.

 

현철 : ...왔어..?

춘호 : (손 내미는) ...축하한다.

현철 : (잡으며)..고맙다. 이번엔..내가 운이 좋았나봐.

춘호 : 운은....실력인 거지..

 

현철, 춘호의 어깨를 툭 친다.

어색하게 웃어 보이지만...눈에는 참담 함이 어리는 춘호.

경주와 시선이 마주치자 피한다. 경주가 보고 있는게 더 괴로워 보이는 것 같다.

경주, 그런 춘호를 안쓰럽게 보는데..그 위로.

 

경주(na) : 현철 씨가 쓴 시나리오는 그 해에 단편영화루 만들어져서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두 했죠.

               (사이)...어떤 ..내용이었냐구요?

 

 

#13. (현재) 경찰서 취조실1 (저녁)

 

경주와 형사1이 있다. (#2와 다른 공간)

경주, 담담한 어조로.

 

경주 : ...어떤 남자가 영화감독이 되려구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불행히두 그 사람 한텐 재능이 없었어요.

         결국..비참해지기만 한다는 내용이었죠.. ...거기 그런 대사가 있었어요.

 

경주, 착잡한 얼굴.

 

 

#14. (현재) 경찰서 취조실2 (저녁)

 

춘호와 형사2가 있다. (#13과는 다른 공간)

춘호, 가만 생각에 잠긴 모습 그 위로

 

경주(na) : 재능 없는 사람한테 신념은..오히려 독약이 될 뿐이다..

 

춘호, 착잡한 지 낮게 한숨을 내뱉는데.. 그런 춘호를 보는 형사2의 시선.

 

춘호 : (망설이는 얼굴. 그러다가) ...아내는 저와 결혼한 뒤에두 오랫동안 현철이를 잊지 못했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상처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런데두..현철이는 정말이지 그날 너무 심하게 굴었습니다..

         (울분) 그 자식이 아내한테 어뜩게 했는지 아십니까..?

 

 

#15. 식당 앞 (낮) (#5의 변형)

 

경주와 춘호 식당 밖에 세워진 관광버스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춘호 :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니까 좋네.

경주 : .....

춘호 : (경주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어디 불편해? 멀미한 거야?

경주 : ...자기, 사람들 있는 데선 좀 작게 말할 수 없어..?

춘호 : (몰랐다는 듯) ...어...? 내 목소리가 컸어..?

 

그때 등뒤에서..

 

현철 (소리) : 거기 혹시 춘호 아니냐..?

 

그 말에 멈칫하는 춘호. 돌아보면...식당 문을 잡고 선 현철이 이쪽을 보고 있다.

밝아지는 현철의 얼굴.

춘호와 경주...놀라는 얼굴인데.

춘호...멍해지는 경주를 본다.

 

춘호 : ........! (당혹스럽다)......현철이...?

현철 : (반갑다) 그래 임마...양춘호 이 자식 너 여전하구나, 어..?

춘호 : ......!

 

현철, 춘호에게 손을 내밀고 춘호 뻘쭘하게 그 손을 잡는다. 그러면서 경주를 흘끗 보는데...

 

현철 : (경주를 보고 춘호에게) 누구....부인이야..?

춘호, 경주 : .......!

 

굳어지는 경주의 얼굴. 춘호..그런 경주를 보며 당황하는데...

 

 

#16. 화장실 앞 (낮) (#6의 변형)

 

춘호, 남자 화장실에서 나온다. 몇 걸음 떼다 보면 붙어있는 여자 화장실 세면대 앞에 경주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참담한 얼굴로 고개 떨구는 모습.

춘호...안쓰럽게 느껴진다.

 

 

#17. 콘도로비 (낮) (#7의 변형)

 

현철이 로비에 서 있는데. 춘호가 보고 다가온다.

 

춘호 : (조심스럽게) ...너 아까 경주한테 왜 그랬어...?

현철 : ...경주...?

춘호 : .......!

현철 : (잠시 그러다가) 혹시...허경주...? 그러구 보니까..아까 걔가 경주구나. 그지?

춘호 : (기막힌)

현철 : 맞다. 니가 경주랑 결혼했단 얘기 들었던 거 같애.

춘호 : (너무 한다) 너..정말 기억이 안 났던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냐.

현철 : ....그때 내가 만나던 얘가 한 둘이었어야 말이지. 하긴 좀 그렇다...경주처럼 특이한 앤..기억이 날 법두 했을 텐데...

         (하다가 아차 싶은) ...미안....악의는 없었다. 알지..?

춘호 : ............

 

춘호...화장실에서 나와 이쪽으로 오는 경주를 본다.

 

춘호(na) : ..아낸 모르구 있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차라리 그게 나을 뻔했죠...

 

 

#18. (춘호의 회상) 프랑스 문화원 (낮) (#9의 변형)

 

춘호와 현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영화상영표 확인하고 있는 경주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춘호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하다.

 

춘호 : ...정말이야..?

현철 : 불행히두 한강병원 외동딸은 내가 잘 아는 애야. (경주 보며) 불문과 다닌다는 것도 말짱 거짓말이더라.

         허경주란 이름은 들어본 적두 없대.

춘호 : (너무 실망스럽다. 경주를 보는) ...왜 그랬을까...

현철 : ...그걸 몰라서 묻냐? 콤플렉스 극복하는데 거짓말처럼 쉽구 편하게 어딨어. 저런 애들..의외루 많아.

춘호 : (한심하다. 경주 보는) 무슨 영환지 알구나 보려는 건지...진짜 한심하다.

현철 : (보다가) ..진도 안 나갈 꺼야? 석 달이나 기다렸다며.

춘호 : 내가 돌았냐. 저런 또라이 싸이코하구.

현철 : (이쪽으로 오는 경주 보며) 그래..? 그럼 내가 한번 나서볼까?

춘호 : (현철 잡는) 저런 거짓말쟁이한테..? 얌마 하지마. 미쳤냐.

현철 : ...뭐 어때.

 

경주, 지나치는데 현철이 경주 앞으로 가서 앞을 막고 선다.

당황한 얼굴로 그 모습 보는 춘호.

경주, 춘호 쪽을 한번 흘끗 보고, 춘호..불편하다. 시선 외면하는데.

잠시 후 현철과 함께 가는 경주.

그 모습 보는 춘호. 기가 막히다.

 

 

#19. (춘호의 회상) 춘호와 현철의 자취방 (밤)

 

현철, 침대에 누워 담배피고 있는데 춘호가 문 열고 들어온다. 보면..경주는 없다.

 

현철 : 어디 갔었냐...? 경주 아까 갔는데.

춘호 : 어. 만화가게.

 

춘호, 주섬주섬 책상에 다시 앉는데.

 

현철 : (피식) ...오늘은 뭐래는 줄 알아..? 작년 이맘땐 미국 친구들하구 로키산맥으루 스킬 타러 갔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난데... 경주 쟤..진짜 귀엽지 않냐..?

춘호 : (기가 막히다) ..그게 귀여워...? 난 말 한마디 섞기두 끔찍하든데...너두 참 별종이다.

현철 : ..슬슬 정리해야지...어디까지 말을 만들어내나..궁금해서 만난 건데.. 이제 좀 지겨워진다.

         로키산맥이라니...상상력이 너무 삼류야.

춘호 : ......!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는 현철. 그런 현철의 뒷모습을 보는 춘호.

 

춘호(na) : ....사실 그때까지 전 거짓말하는 아내가 혐오스럽기두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엔 아주 잠깐 아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두 했죠..

 

 

#20. (현재) 경찰서 취조실2 (저녁)

 

춘호와 형사2가 있다.

형사2, 흥미롭다는 얼굴로 보고 있는.

 

춘호 : 현철일 다시 만났을때두 그랬습니다... 아내가 안돼 보여서..가만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형사2 : ...그래서, 어떡하셨는데요. 주먹이라도 한 대, 날리셨나 보죠..?

춘호 : (얼어 있던 분위기는 좀 풀린 듯한) 무턱대구 폭력부터 쓸 수 있나요. 그치만 저 나름대룬..그 자식한테 모욕을 줬습니다.

          내색은 안 해두...많이 당황하는 눈치드라구요..

 

 

#21. (현재) 경찰서 취조실1 (저녁)

 

경주, 형사1과 있다.

 

경주 : (생각하면 한심하다는 듯) ..다음날 현철씰 다시 만났는데... 남편은 뭔가 작정한 사람처럼

         은근히 현철 씨한테 맞서려구 했어요. (씁쓸한) ....그치만 본전두 못 건지구..결국 안하니만 못한 게 됐죠..

 

 

#22. 콘도 밖 (둘째 날 /낮)

 

경주와 춘호가 서 있는데 현철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옷을 갈 아입고 말쑥한 차림인데....

춘호..웃으며 다가오는 현철에게 대뜸.

 

춘호 : 애인은 같이 안가냐..?

경주 : (본다)

현철 : (멈칫) ...영미..? 임마. 제자라니깐. 연극영화과 애들 잠깐 가르쳤는데,

         그때 인연이 되서 이번 영화에 배우로 쓸려구.. (하는데)

춘호 : 됐어 임마. 너답지 않게 뭘 그렇게 둘러대..

현철 : ....둘러대긴 누가.

춘호 : 왜, 나이 드니깐 좀 쪽팔리긴 하냐...?

현철 : ......!

 

경주 춘호의 뜻밖의 가시 돋힌 말이 당혹스러운데..

춘호 웃으며 현철을 보는데 현철 어쭈..이 자식 봐라..하는 얼굴.

그때 뭔가 발견한 듯 현철의 입가에 묘한 냉소가 이는데....

 

현철 : 어. 왔어..?

 

경주와 춘호 보면. 은석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춘호 의아한 얼굴로 보는데...

 

현철 : ..인사부터 해라. 나 학교 때 친구하구 와이프다.

은석 : 첨 뵙겠습니다. 전..이은석이라구 선생님 제잡니다.

현철 : 오락가락 귀찮지?

은석 : 무슨 말씀이세요. 가세요 주차장에 차 세워뒀습니다. (하고 가면)

현철 : (춘호 보며) 영미 남편이야.

춘호 : .......! 남편...? (사실 당혹스러운데. 그래서 더 우기는 느낌의) 허, 그럼 뭐냐. 제자에 유부녀랑 놀아난단 얘기야?

경주 : (좀 심하다 싶은 눈으로 보는)

현철 : (한심스럽다는 듯 보는) 그래 편한대루 생각해라 그냥.

 

현철, 움직인다.

떳떳하다는 현철의 태도에 무참해지기만 춘호.

 

 

#23. 도로 일각 (낮)

 

바닷가 낀 국도를 달리는 은석의 차. 그 위로.

 

현철 (소리) : ...니 마누라, 영미가 내 애인이라구 임마.

 

 

#24. 횟집 (낮)

 

바닷가 경치 내려다보이는 곳.

야외. 현철, 춘호, 경주, 은석이 있다.

은석 놀란 얼굴. 춘호도 이게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현철을 보는데.

 

현철 : (심각) 미안하다. 사실 그동안 널 속인 거야.

은석 : (굳어지는 얼굴) ..역시..그랬었군요.

현철 : ...내가..어떻게 했으믄 좋겠냐..

은석 : (심각) 제가 원하는 건..하나 밖에 없다는 걸 아실 텐데요...

현철 : (본다) 설마 너...

은석 : (여전히 심각) 네...바루 그겁니다. 제발....영미 좀 거둬주십쇼 선생님.

현철 : (역시 심각) 치졸한 놈...그럼 나더러 똥 밟으란 소리냐..지금....?

 

현철과 은석, 서로 보며 피식.

춘호..이런 분위기로구나..낭패감 느껴진다.

 

은석 : (생각할수록 우습다 피식) 애인이요...? 어휴, 선생님께서 그래주심 저야 증말 감사하죠...

현철 : (이제 됐냐 하는 얼굴로 춘호를 보는)

춘호 : (낭패스럽다. 가만 소주 들이킨다)

은석 : (그러고 보니) ...근데 이분들이 영미를 어떻게 아세요?

현철 : (자연스럽게) 어어, 원래 나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는 친구거든.

은석 : (아아..그렇구나 하고는 춘호에게) 학부 때 저희 둘 다 선생님 강의를 들었거든요. 그때 인연으루 전 선생님 영화

         조감독을 맡았구 영민 이번에 배우루 데뷔하는 거구요. ..저흰 선생님이 맺어주신 거나 마찬가집니다.

현철 : ....니들하구 술 푸던 때가 좋았는데 말이야.

은석 : (술 따르며) ....영미랑 저랑 얼마나 기대가 큰대요. 전처럼 선생님하구 뭉쳐서..진짜 생각만 해두 짜릿합니다.

 

경주...그런 두 사람 보다가.

 

경주 : ...현철 씨..아니..장 선생을 많이 좋아하는 가봐요...

은석 : 선생님 영활 보면 팬이 안되군 못 배기죠. 사람 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구 정감 있으시잖아요.

         귀향 아시죠? 전 그 영화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춘호 : (꼬인다. 술 좀 들어간) 영화 한 편에 인생 우회전이라..거, 인생을 너무 헐값에 넘긴 거 아닙니까..?

은석 : 네..?

경주, 현철 : (보는)

춘호 : (현철에게. 장난스럽지만 의미 있는) 그저 다들 액면만 보구 호들갑 떠는 거 보믄....세상은 아직두 차암 등쳐먹기 좋아.

         안 그러냐?

현철 : (가만...)

춘호 : (은석에게. 역시 장난스레) 조심해요. 위대한 장현철 선생두... 사실 털어 보면 먼지 많이 납니다.

경주 : (낮게) 춘호 씨...

현철 : (웃음. 은석에게) 내가 너희한테나 사람 대접받지...이 친구는 학교 다닐 때부터 내가 쓴 시나리오 보면서 혀를 찼어.

 

웃지만 긴장이 흐르는 현철과 춘호의 분위기.

은석..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은석 : (흥미롭다는 듯 현철에게) 하나만 말해주세요. 저희 선생님 두고두고 놀려먹게..

현철 : (여유 있게) 쉽게 말 안 해줄 걸...? 사실 과거산 저편두 켕기는 게 많거든.

춘호 : .......! .....그게..무슨 말이냐..? 내가 뭘....

현철 : (웃음) 아니면 말구 임마...

 

현철, 표정 변화 없이 술을 마신다. 춘호..그런 현철을 살피듯 보는데...

소주잔 만지작거리는 춘호의 손...그런 춘호를 보는 경주.

 

경주(NA) : ...남편의 표정이 많이 불안해 보였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동안 말이 없었죠.

 

춘호, 가만 소주잔을 들이킨다.

 

 

#25. (춘호의 회상) 춘호와 현철의 방 (낮)

 

현철, 이사를 하는지 한쪽에서 박스에 책이며 옷가지들을 챙겨 넣고 노끈으로 박스를 묶는다.

경주는 창가 쪽에 뒷모습 보이며 서 있는데.

그때 춘호, 문 열고 들어온다.

 

춘호 : ...지금 가는 거야..?

현철 : 어.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뻔뻔하게 니 방을 내방처럼....그치..?

춘호 : ...뭘....(하고 경주를 흘끗)

현철 : (시선 의식하고 경주에게) ...경주 넌 가야지. 바쁜 일 있다며.

경주 : 어. 그래야지.

 

경주는 옷걸이에서 코트 빼서 나간다.

춘호, 그런 경주 보다가 책상에 앉는다.

현철은 다시 짐을 챙기는데...뭔가를 쓰려는 듯 자세 잡는 춘호.

현철..그런 춘호를 가만 본다.

 

현철 : 춘호야.

춘호 : (본다)

현철 : ...그거..니 얘기였어.

춘호 : ..어...?

현철 : 그 시나리오...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구.

춘호 : .....!

현철 : ...글은 바루 그 사람이구 그 사람 인생이야. 근데 넌 너무 평범해. 니 인생두.

         ........나한텐 이것두 우정이라면 우정이다. ...학교에서 보자.

 

박스 챙겨들고 일어서는 현철.

모멸감으로 굳어지는 춘호의 얼굴.

 

 

#26. (춘호의 회상) 영화 동아리방 (낮)

 

현철과 춘호,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세미나를 하고 있다.

춘호...긴장 된 얼굴로 사람들을 보는데...

 

친구1 : (난감하다) ....솔직히...무슨 소린지 난 잘 모르겠다.

친구2 : 현학적인 말루 포장만 요란하잖아 임마...

춘호 : ..그...래...?

 

춘호..낙담한 얼굴이 된다.

현철은 표정 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춘호는 자꾸만 현철이 의식된다.

하지만 현철, 가방 챙겨 일어서며.

 

현철 : ..나 먼저 간다. (춘호에게) ..니 방에 소설책 몇 권 두고 왔어. 다음에 좀 챙겨다 줄래.

춘호 : .........

 

 

#27. (춘호의 회상) 춘호의 자취방 (낮)

 

춘호 독기어린 눈으로 책장을 보며 책을 빼내고 있다.

마치 현철에게 화풀이하듯 한 권 한 권 침대로 내동댕이치는 춘호.

그러다 춘호의 시선이 멈춘다.

춘호..손을 뻗어 뭔가를 꺼내 든다. 가만 보는 춘호의 모습.

 

 

#28. 횟집 (낮)

 

춘호, 어두운 얼굴로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다가 또 술을 들이키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경주, 그런 춘호를 보다가.

 

경주 : ..천천히 해..자기 취했어.

춘호 : 취하긴 누가.

 

현철, 술 마시며 춘호와 경주를 흘끗 본다.

 

은석 : 근데 선생님. 영미 좀 있으면 배불러 올텐데..촬영에 지장 없을까요?

현철 : 2개월이라구 그랬지..?

은석 : 네.

현철 : 괜찮을 꺼야. 영미 부분을 먼저 스케줄 잡으면 되니까. (하고) 참. 니들은 애 없냐?

경주 : (본다)

춘호 : ...어. 아직.

현철 : 왜, 결혼한 지 5년 넘었잖아.

춘호 : (심드렁하게 대꾸) 그냥. 천천히 가지려구.

현철 : ...그래...?

 

현철, 술을 마시며 경주를 흘끗 본다. 어색하게 외면하는 경주.

춘호, 다시 자기 잔에 술을 따르려는데 은석이 얼른 제가 한잔.. 하면서 술병 뺏는.

경주...굳은 얼굴로 앉아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그런 경주를 보는 춘호의 시선. 그 위로

 

춘호(NA) : ...아내가 자릴 피하더군요. 어딘지 많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29. 횟집 밖 (오후)

 

밖으로 나온 경주. 착잡한 얼굴.

 

 

#30. (경주의 회상) 춘호의 자취방 앞 (낮)

 

방문 앞으로 남녀의 신발..놓여있는.

 

현철(소리) : ...뭐..임신...?

 

 

#31. (경주의 회상) 춘호와 현철의 자취방 (낮) (#26의 변형)

 

현철, 이사를 하는지 방안이 어지럽혀져 있다.

현철, 놀란 얼굴로 보는데..경주의 얼굴은 절실하다.

 

경주 : ...그래...

현철 : (보다가 피식) ...상상력의 끝이 거기야..?

경주 : .......?! ....뭐..?

현철 : 병원장 딸. 유학생. 또 뭐더라...사실은 어머니가 두 번째 부인이라구 했구... 헤어지자니깐 겨우 지어낸 게 임신이냐구.

경주 : .......! .....현철 씨...?

현철 : 니가 어떤 앤지....알구 있는 거 전부 말해줄 수도 있지만..그건 관둘게. 대신 조용히 끝내자..

경주 :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모른다)

현철 : 날 속물이라구 생각하지마. 니가 병원장 딸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매달 똑같은 여성지처럼 지루해서 그런 거니까.

경주 : .......!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춘호. 방안에 짐 어지러운 거 보고는.

 

춘호 : ...지금 가는 거야..?

현철 : 어.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뻔뻔하게 니 방을 내 방처럼....그치..?

춘호 : ...뭘.... (하고 경주를 흘끗 보는)

현철 : (시선 의식하고 경주에게) ..경주 넌 가야지. 바쁜 일 있다며.

경주 : (담담하게) 그래. 그래야지.

 

경주, 옷걸이에서 코트 빼 걸친다. 울지 않으려 애쓰는 경주.

 

 

#32. (경주의 회상) 건물 앞 (낮)

 

경주, 공중전화를 하고 있다.

 

경주 : 현철 씨 나야..만나서 꼭 할 얘기가 있어. 여기 테스야. 다섯시까지 기다릴게.

 

경주,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어딘가를 보며 착잡함 어리는 얼굴.

 

 

#33. 횟집 밖 일각 (낮)

 

경주, 벤치에 앉아있는데 식당에서 현철이 나온다.

경주, 현철을 보고 시선 외면하려고 하는데..

 

현철 : ...왜 나와있어?

경주 : (어색한) 그냥, 좀 답답해서요. (가려는데)

현철 : 경주야.

경주 : (멈칫)

현철 : 니들 부부 아이 없는 거..혹시 그 일 때문이냐?

경주 : .....?!

현철 : ...그때. 나 거기 나갔었다 ...

경주 : ......!

현철 : 사실...널 만나려구 간 건 아니지만 다른 일이 있어서 근처에 갔다가 우연히 니가 거기 들어가는 걸 봤어.

경주 : .....! 거기...들어가는 걸 보다니.... 그게....무슨 뜻이예요....?

 

그때 등뒤에서.

 

은석 : 선생님. 가세요.

 

보면, 은석과 춘호가 나오고 있는.

경주, 당혹스런 얼굴로 현철을 보는데...현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어..하고 은석 쪽으로 간다.

춘호, 현철과 스쳐 경주에게로 다가오는데..

경주, 원망어린 눈으로 현철의 뒷모습을 가만 보고 있다.

 

춘호 : 무슨 얘기했어?

경주 : (어색하게)...얘기는 무슨. 그만 가자. 피곤해..

춘호 : (보다가) ..먼저 들어갈래?

경주 : ...춘호 씨는.

춘호 : 난 현철이하구 술 한 잔 더할려구.

경주 : ....왜...?

춘호 : (둘러대는 느낌의) 왜라니....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냥 헤어지기두 아쉽구..그러니깐 그렇지...

경주 : (그런 춘호를 걱정스럽게 보는)

 

 

#34. 횟집 앞 주차장 (낮)

 

은석과 현철, 차 앞에 서 있는데 춘호와 경주가 온다.

 

현철 : 어떻게..니들은 그냥 콘도루 돌아갈 거지...? 아무튼 섭섭하다. 7년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지구 말야.

춘호 : 아니. 난 아니구 경주만 들어갈 거야. 니 말대루 이렇게 헤어지믄 섭섭하지. 어디 가서 2차하자.

현철 : (의외다) ...그래...?

춘호 : 왜, 내가 같이 가는 거..거북하냐?

현철 : 무슨 소리야. 나야 당연히 환영이지. (은석에게) 그럼 일단 콘도에 들렸다가 (하는데)

경주 : ...저기, 나두...같이 갈래요. 그냥.

 

춘호, 그 말에 놀란 얼굴로 경주를 보는데. 경주 표정 없이 담담한.

현철, 그런 두 사람을 본다. 어쭈..이것들 봐라..하는 느낌이다.

 

현철 : 근데 우린..헌팅 삼아 여기저기 좀 둘러볼 건데..그래두 괜찮겠어..?

경주 : 오히려 관광두 되구..좋죠... 우리가 폐만 안된다면...

은석 : 어휴. 폐라뇨. 무슨 말씀이세요. 얼른 타세요. 제가 확실하게 관광가이드 해드릴 테니까.

 

경주와 춘호, 현철을 보는데.. 현철, 짜증스럽지만 은석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춘호 : ...그래, 어쨌든 빨리 움직이자. 해 떨어지기 전에 둘러 볼 데가 많아.

 

현철, 먼저 조수석 문 열고 차에 오른다.

은석, 뒷좌석 문을 열면, 경주 춘호도 차에 탄다.

 

 

#35. 일각 (오후)

 

네 사람...강원도 일각 경치 좋은 곳 둘러보는 모습.

 

 

#36. 은석의 차 안 (낮)

 

은석, 운전을 하고 있고 현철은 조수석에 춘호와 경주 뒷좌석에 앉아있다.

현철, 의자 조금 뒤로 젖힌 채 잠을 자는 지 팔짱 끼고 눈을 감고 있다.

춘호..가만 그런 현철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경주는 창 밖을 보고 있는.

춘호..현철을 보다가 시선을 돌리면. 잠시 후 눈을 뜬 현철이 백미러로 춘호를 본다.

그러다 문득 고개 돌린 경주와 시선이 마주치는 현철.

현철..그런 경주를 빤히 보고...(야비한 느낌은 아닌) 경주, 그 시선을 외면한다.

춘호, 그런 경주를 느끼는... 춘호, 백미러를 보면 현철은 다시 눈을 감은 채다.

그렇게 서로를 살피는 세 사람.

차안...이들 사이엔 어떤 긴장이 흐른다.

 

 

#37. 사찰 일각 (오후)

 

현철과 은석, 일대를 둘러보는 모습.

춘호, 지친 듯 돌계단에 앉아 있는데 춘호의 시선에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있는 경주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경주를 가만 보는 춘호의 위로...

 

춘호(NA) : ....어쩌면 현철이한테 한방 먹이게 해달라구..빌었을지두 모르죠.

 

 

#38. 사찰 일각 (오후)

 

경주, 걸어온다. 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춘호의 모습.

거친 파도를 응시하고 있는 춘호.

그런 춘호를 가만 보는 경주의 위로...

 

경주(NA) : 남편한텐...이대로 물러서기 싫다는 오기 같은 게 느껴졌어요.

 

 

#39. 사찰 일각 (오후)

 

현철, 은석, 춘호 경주가 내려온다.

현철, 앞서 내려가고 그 뒤를 경주, 은석, 춘호의 순으로.

은석과 춘호 나란히 내려오다가.

 

은석 : ...혹시 도랑탕 좋아하세요..?

춘호 : 도랑탕..?

은석 : 예. 미꾸라지를 두부에 넣어서 찐 음식인데 부부 동반으루 오신 분들...꼭 드시구들 가죠. (웃음) 아시죠 무슨 뜻인지.

춘호 : ...우린 어제 먹었는데....

은석 : 그러셨어요..? 장 선생님은 한 번두 드셔본 적 없다구 해서.. 이미 식당에 전화해놨는데...

춘호 : .....!

은석 : 할 수 없죠. 메뉴를 바꿔야겠네요.

춘호 : 아니. 그냥 그걸로 합시다.

은석 : 괜찮으시겠어요..?

춘호 : ...그럼요. 근데...식당이 어디예요? 나두..도랑탕 잘하는 집을 하나 아는데. 이왕이믄 글루 갑시다.

 

 

#40. 식당 외경 (저녁) #3과 동일 장소

 

 

#41. 식당 안 (저녁)

 

현철과 춘호, 경주, 은석이 있다.

현철, 어딘지 블편해 보이고 춘호, 그런 현철을 보고 있는데...

 

은석 : (주인에게 메뉴판 주며) ..도랑탕으루 다섯 명 먹을 수 있게 주세요...

현철 : 다섯? 누가 또 와?

은석 : (웃음) 선생님 애인이요. 도착할 때 거의 다 됐어요.

현철 : ....! 영미가 온대? (춘호 의식)

춘호 :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물 마시는)

은석 : 예. 같이 여행 삼아 헌팅 다니자구 제가 내려오라구 했어요. 괜찮으시죠..?

현철 : 당연히 괜찮지..

은석 : 도착할 때 거의 다 됐는데...(일어서 나간다)

 

현철, 난처해지고. 춘호. 그런 현철을 보는데...

경주, 슬며시 일어나 식당 주인에게.

 

경주 : 화장실이 어디예요..?

주인 : 나가셔서 오른편예요.

 

 

#42. 식당 밖 (저녁)

 

경주, 식당 쪽에서 나오는데..... 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은석과 영미가 있다.

 

영미 : 선생님 친구 분들이 같이 있다구..?

은석 : 응. 같은 콘도에 묵고 계신 부부라는데...

영미 : (난처한) 그렇다구 왜 미리 말 안 해줬어.

은석 : (대수롭지 않게) ...그래서 지금 말해주잖아...

영미 : (낭패다)

은석 : ..근데 오늘 서울에 안개 때문에 비행기 안 뜬다든데..어떻게 내려왔어.

영미 : (대답은 안하고) 잠깐만. 나..화장실 좀 들렸다 갈게.

은석 : 갔다와. 담배 한 대 피구 있을 테니까.

 

영미, 화장실 쪽으로 가고, 경주 그 모습을 가만 본다.

 

 

#43. 식당 안 (저녁)

 

춘호와 현철 두 사람이 있다.

현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식탁 위의 반찬들 맛보고 있다.

 

춘호 : 이 식당...내가 오자구 그랬다.

현철 : ....그래...? (하고 다시 반찬 먹는)

춘호 : 너...너무 여유 있는 척 하는 거 아니냐..?

현철 : (무슨 말이냐는 듯 본다)

춘호 : 니 제잔..널 철썩 같이 믿는 모양이지만 사실 너...제자 와이프랑 그렇구 그런 사이 맞잖아.

현철 : (보다가) ....그래서...?

춘호 : 그래서라니. 니가 어제두 제자 와이프랑 여기 왔었다는 거 내가 다 까발리믄 어떡할라 그러냐.

         그 정도믄...밖에 저 순진한 청년두 전후좌우 사정..다 파악하지 않겠어?

현철 : (보다가 피식 웃는다)

춘호 : ......?!

현철 : ...넌...못해 임마.

춘호 : ......!

 

 

#44. 화장실 안 (저녁)

 

영미, 화장실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경주, 문 밖에서 가만 그런 영미를 보고 있는데..

 

 

#45. 식당 안 (저녁)

 

춘호와 현철이 있는데..현철의 핸드폰이 울린다.

현철, 발신자 확인하고는 전화 받는다.

 

현철 : 어. 영미냐..?

춘호 : (본다)

현철 : 왔으믄 들어오지 뭐하구 있냐. (사이. 여유 있게 웃으며 춘호 보는) 어, 그건 걱정안해두 돼.

         이 친구들이 널 아는 척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춘호 : ......!

 

 

#46. 화장실 안 (저녁)

 

영미, 걱정스런 얼굴로 전화 받는데...

 

영미 : 그걸 어떻게 장담해요....(사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분 다...숨기는 게 있구..그래서 아무 말두 못할 거라구요...?

경주 : ......!

 

경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계속 전화 받는 영미.

 

영미 : ...전 몰라요. 어쨌든...정말 괜찮을 거란 말이죠...?

 

 

#47. 식당 안 (저녁)

 

현철, 전화를 하고 있는데...굳은 얼굴로 그런 현철을 보는 춘호.

 

현철 : (별일 아니라는 듯..일상적인 전화하듯 하는 느낌의) ....조금만 생각해보믄...시작해봐야 자기들 쪽이 더 손해라는 거..

         알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깐 넌 연기한다 생각하구 자연스럽게 굴어.

 

현철, 전화를 끊는다.

춘호, 뭔가 묻고 싶은 얼굴인데.. 차마 말은 떨어지지 않아 망설이는 그러다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면서.

 

춘호 : ...뭐...야. 너. 내가...뭘 숨긴다는 거야...?

 

현철, 대답 안하고.. 춘호, 뭔가 불안한 얼굴로 그런 현철을 살핀다.

 

 

#48. 식당 외경 (저녁)

 

 

#49. 식당 안 (저녁)

 

춘호, 현철, 경주, 은석 영미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 위엔 도랑탕과 소주병이 여러 개 보인다.

현철과 영미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춘호와 경주는 어쩐지 초조한 얼굴이고...자리가 어색해 뵌다.

춘호, 자기 잔에 술 따르려는데 은석이 얼른 소주병 들어 춘호의 잔에 따라준다.

 

은석 : (술 좀 들어간)...평일에 여행두 다니시구...두분 부럽습니다. 프리랜서신가봐요. 아님..개인사업...?

춘호 : ....아니....난...시나리오 써요.

현철 : (몰랐다는 듯) 너...아직두 글 쓰냐..?

춘호 : .....어..

은석 : 우와. 이거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무슨 작품 쓰셨는데요...?

 

춘호,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현철..춘호를 보는데... 경주..그런 춘호와 현철 보며...저도 모르게.

 

경주 : 지금은 좀 쉬구 있지만 그래두 이 사람..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된 적두 있어요.

춘호 : .......!

현철 : (본다)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분위기.

 

영미 : (경주에게 애교스럽게) 이 사람두 시나리오 써서 영활 만든다구 하는데.. 사실...글쟁이들은 가장으루 문제 있어요. 그죠...?

춘호 : ...예..좀 그렇죠.......

은석 : 조금이 아니라 많이 그렇죠 뭐. 두분은...그래서 아이두 일부러 안 가지시는 거예요..?

경주 : (머뭇하는데)

춘호 : (그런 경주를 보다가) 일부런 아니구.... 아무래두 제 쪽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경주 : .....!

 

그때 현철...갑자기 피식 웃는다. 놀라 보는 사람들.

 

현철 : (젓가락으로 음식 가리키며) ...아니. 여기 이 미꾸라지들을 보니까 갑자기 씁쓸해져서.

 

춘호와 경주 보는데.

 

현철 : 이놈들이 말이야..물이 점점 뜨거워지니까 그걸 피해서 찬 두부 속으루 기어 들어가거든.

         지들 딴엔 살아 보겠다구 찬 데루 도망친 건데...사실 거기 더 잔인한 죽음이 기다리구 있는 거지.

         (시선 춘호와 경주에 맞추며) 보면....꼭...이런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두 있어.

춘호, 경주 : ......!

현철 : ...자기 처지가 비참하다구 거짓말루 도망치면 안되지.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진데..

         차라리 물 속에서 죽는 게 그래두 좀 우아하구 비장하지 않냐? 안 그래..?

 

하고 현철, 두부를 베어먹는다. 천천히 그 모습 클로즈업 되고.

춘호와 경주..각각. 표정이 심하게 굳어진다. 그 위로

 

경주(NA) : ...남편은..그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춘호(NA) :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거 같았습니다.

경주(NA) : ...현철이 씹고 있는 그 미꾸라지가....

춘호(NA) : ...꼭 ....자기 같다구 느꼈을 겁니다....

 

 

#50. 콘도 앞 (밤)

 

은석의 차가 멈춰 선다. 안에서 내리는 사람들.

춘호와 경주의 얼굴..무섭게 굳어있다.

 

 

#51. 콘도 로비 (밤)

 

은석과 영미 현철이 로비 쪽에 있다.

은석, 현철에게 다가와 열쇠 건네는 그림.

그때 로비로 들어서던 춘호와 경주 세 사람을 보게 된다.

 

은석 : 그럼..안녕히 주무세요.

현철 : 그래, 둘 다 오늘 수고 많았다. 내일 일정두 있으니까 밤에 너무 무리하지 말구.

영미 : (너무 한다) 선생님....

 

웃으며 이야기하는 세 사람.

그런 세 사람 보는 춘호. 울컥 치밀어 오르는데...뚜벅뚜벅 걸음을 빨리 해서 다가간다.

놀란 얼굴로 보는 경주.

 

춘호 : ...장현철, 너.

현철 : (돌아본다)

춘호 : ....너 전에 나한테...글은 바루 그 사람 인생이라구.. 근데 난 너무 평범해서 안 된다구 그랬었지..?

 

당황한 얼굴로 보는 은석과 영미.

하지만 표정 변하지 않는 현철.

 

춘호 : 난..그렇게 생각 안 한다.

현철 : (본다)

춘호 : ..널 보니까 아니야. 니 제자가 울면서 봤다는 그 영화 전부, 쓰레기 같은 니 인생에서 나온 거니까.

현철 : .......!

춘호 : 거짓말쟁이는 너야 이 자식아. 너처럼 사느니... 차라리 지긋지긋하게 평범하게 살다 죽겠어.

현철 : ......!

춘호 : (은석에게) 장현철 선생..아까 그 식당에 어제두 갔었어요. 혼자가 아니라...은석 씨 와이프랑 같이.

현철, 영미 : .....!

은석 : ...네..?

춘호 : 그렇게 존경하는 선생이 제자 부인하구 먼저 만나서 뭘 했는지... 찬찬히 물어보십쇼.

 

현철, 당황하는데...춘호, 현철을 한번 보고는 스쳐 가버린다.

질리는 영미와 현철의 얼굴.

은석..멍한 얼굴로 그런 두 사람을 보는데....

현철, 뭔가 기대하는 시선으로 조금 떨어진 곳의 경주를 보는데..

경주, 그 시선 외면하고 걸어간다.

표정 없이 싸늘하게 굳어지는 현철의 얼굴.

 

 

#52. 경찰서 취조실1 (밤)

 

경주, 많이 지쳐 보이는.

경주 앞의 형사1. 자판을 두드리다가 가만 경주를 본다.

손가락으로 톡톡...책상을 치는 형사1. 일어나 어딘가로 간다.

경주...착잡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쉰다.

 

 

#53. (현재) 경찰서 취조실2 (밤)

 

춘호. 담배 연기 깊게 빨아 내뿜는 춘호.

형사2, 그런 춘호를 가만 보는... 춘호..담배를 비벼 끈다.

 

형사2 : (담배 내주며).....한 대 더 태울래요?

춘호 : 아뇨...괜찮습니다.

형사2 : 부인되시는 분이 죽은 장현철이 때문에 상처가 크셨겠네요.

춘호 : ..네...어쩌면 죽이구 싶었을지두 모르죠... 그치만...아마 아닐 겁니다. 제 아낸 그런 짓까지 할 사람이 못돼요.

         아니. 설사 그렇다 해두, 들으셔서 알겠지만 잘못은 현철이 그 자식이 더 큽니다. 안 그렇습니까?

형사2 : (보다가) 근데...정말 이게 답니까...?

춘호 : .....! 네...?

형사2 : (보다가) 그 일 있구 장현철을 한 번 더 만나지 않았어요?

춘호 : ......!

 

 

#54. (현재) 경찰서 취조실1 (밤)

 

경주. 당혹스런 얼굴.

형사1 추궁하듯 바라보는.

 

형사1 : 떠나는 날 아침에 남편하구 같이 셋이서 만나셨죠...?

경주 : ......!! 그..그걸 어떻게....

 

형사1, 경주의 앞으로 노트 한 권을 보여 주는.

경주...그 노트를 보는데.

 

 

#55. 경찰서 취조실2 (밤)

 

춘호와 형사2가 있는. 역시 노트(복사본) 가지고 있다.

 

형사2 : 죽은 장현철 집에서 나온 겁니다. 시나리오더군요. 사실...양춘호 씨 얘기 들으면서 내내 신기하다구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내용이..거의 다 들어있드라구요.

춘호 : .....!!

형사2 : (넘겨보며).....근데 마지막 장면이 시나리오하구 좀 달라요. (춘호 빤히 바라보며)...얘기 하나가 빠진 거 같은데...맞죠...?

 

당혹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는 춘호의 모습.

화면 3분할(춘호, 경주, 콘도 외경).

 

 

#56. 콘도 외경 (셋째 날/아침)

 

 

#57. 콘도 복도 (아침)

 

춘호와 경주, 방문을 열어놓고 짐을 뺀다.

 

 

#58. 콘도 앞 (아침)

 

춘호와 경주, 버스 짐칸에 짐을 싣고 있는 모습.

#4의 중년남자가 다가온다.

 

남자 : 어젠 안 보이시든데...

춘호 : 예...우연히 친구를 만나서요..

남자 : ...식당에서 아침 먹구 출발한답니다..

 

중년남자 가면. 춘호..짐마저 싣고 돌아서는데...짐 들고 나오는 현철이 보인다.

현철..춘호와 경주를 보더니 다가온다. 춘호와 경주는 불편한데.

현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현철 : 또 언제 볼 지 모르는데...괜찮으면..차나 한 잔 하자.

춘호, 경주 : (표정에서)

 

 

#59. 콘도 커피숍 (아침)

 

춘호와 경주, 현철 있다.

현철..차 한 모금 마시고.

 

현철 : 어젠...내가 한 방 먹었다. 덕분에 애인, 제자..한꺼번에 깔끔하게 정리됐지.

춘호 : ...

현철 : ..뭐..이런 얘길 구질구질하게 더 하자는 건 아니구. 사실은 어제 밤에 시나리오를 하나 구상했어.

춘호, 경주 : (본다)

현철 : ....재미가 있을지...만들면 흥행할 수 있을지....한번 들어봐 달라구.

춘호, 경주 : ......

현철 : ....두 명의 남녀가 주인공이야. 남자 얘기부터 먼저 할까..? 들어볼래..?

 

춘호...굳어지는 얼굴.

 

 

#60. (춘호의 회상) 춘호의 자취방 (낮) (#28의 변형)

 

춘호 독기어린 눈으로 책장을 보며 책을 빼내고 있다.

마치 현철에게 화풀이하듯 한 권 한 권 침대로 내동댕이치는 춘호.

그러다 춘호의 시선이 멈춘다. 춘호..손을 뻗어 뭔가를 꺼내 든다.

보면..두꺼운 노트.

뭔가..하는 얼굴로 찬찬히 넘겨보는 춘호.

 

 

#61. (춘호의 회상) 영화 동아리방 (낮)

 

현철, #28의 노트를 쓱 보고 춘호에게 건네주는.

 

현철 : 글쎄. 내 꺼 아닌 거 같은데..?

춘호 : ....그래....?

 

 

#62. (회상) 춘호의 자취방 (낮)

 

춘호...책상에 놓인 노트 보며 갈등 어리는 표정.

 

 

#63. (회상) 영화 동아리방 (낮)

 

현철, 신문에 실린 춘호의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

그때 안으로 들어 오는 춘호, 사람들...춘호 곁으로 와 환호한다.

 

친구1 : ...지성이면 감천이라구..기어이 니가 일을 내는구나 어.

친구2 : 축하한다 임마..

춘호 : (..머쓱하게) ....어...고맙다....

 

현철...신문 덮고 다가와 춘호의 앞에 선다.

춘호를 가만 보는 현철. 그러다가 손을 내미는...

춘호..그 손을 보다가 잡는다.

 

 

#64. 커피숍 (아침)

 

춘호와 현철, 경주가 있다.

춘호..하얗게 질린 얼굴. 경주..놀라고 당혹스런 얼굴로 춘호를 보는데...

춘호..그 시선 외면한다.

 

현철 : ...그까짓 노트 모양이야 잊을 수 있지만...자기 자식을 못 알아보는 어미는 없지.

춘호 : .......!

현철 : ..왜 그때 말 안 했냐구. 솔직히 말할까..? 적선한 셈치자...그런 기분이었어.

춘호 : .....!

현철 : ...이 영환....완벽한 비극으루 끝나지. 왜냐면 여자두 남자한테 결정적인걸 숨기고 있었거든.

춘호 : (제발...)...됐어....그만해라..

현철 : .......

경주 : (현철을 본다)

현철 : (경주를 보며) ...그래. 그건..관두자.... (일어서려는데)

경주 : (가만 그러다가)...그 여잔.

현철, 춘호 : (멈칫. 본다)

경주 : ....학벌 배경...입만 열면 전부 거짓말만 했겠지. 근데..불행히도 임신했다는 건.....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어.

 

경주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65. (회상) 건물 앞 (낮) (#31과 동일)

 

경주, 공중전화를 하고 있다.

 

경주 : 현철 씨 나야..만나서 꼭 할 얘기가 있어. 여기 테스에서 다섯시까지 기다릴게.

 

경주,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어딘가를 보며 착잡함 어리는 얼굴.

 

 

#66. (회상) 커피숍 안 (낮)

 

경주, 시계 본다. 5시를 넘어서고 있는.

경주..창문 너머 건너편의 산부인과를 가만 본다.

눈물이 어려오는 경주.

 

 

#67. 커피숍 (아침)

 

춘호, 현철, 경주 있다. 말 없는 세 사람.

 

경주 : ...아직 임신이 안 되는 건...아마 그 때문일 거야..

춘호 : ......

경주 : (춘호에게) ...미안해 ..춘호 씨...

춘호 : .......

 

경주, 춘호를 외면한 채 고개 떨군다.

현철, 그런 두 사람을 싸늘하게 보다가 일어서는데...

경주, 흐느낌으로 어깨가 흔들리고 춘호, 그런 경주를 차마 위로해 주지도 못한다.

카메라 점점 두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부감으로 잡히는 춘호와 경 주의 모습이 작고 약하게 느껴진다.

 

 

#68. 경찰서 복도 (밤)

 

경주, 형사1과 함께 걸어간다. (마치 범인인 듯한 느낌)

 

 

#69. 경찰서 취조실2 (밤)

 

춘호도 지친 모습. 다시 담배를 찾는데..담배갑 비어있다.

춘호,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는데.

그때 문 열리는 소리.

춘호, 걱정스런 얼굴로 돌아본다.

 

형사2 : (춘호의 앞으로 앉는. 시신은 서류에 둔 채로)... 지문감식 결과가 나왔다는군요.

춘호 : (긴장) .....제 아낸가요.....?

 

 

#70. 경찰서 앞 (밤)

 

경주, 서 있다. 밤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듯 한데.

가만 서서...얕은 한숨을 내뱉는 경주.

그때 춘호가 나온다. 경주 돌아보고...두 사람 시선이 마주치는.

많이 지쳐 보이지만 두 사람 서로를 안도감으로 보는 느낌인데...

경주와 춘호, 경찰서를 빠져나간다.

그런 두 사람을 스쳐 건물 앞으로 도착하는 경찰 차 한 대.

차에서 내리는 형사와 은석. 수갑 채워진 채로...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은석의 뒷모습.

 

 

#71. 버스 안 (밤)

 

버스 안에 앉은 춘호와 경주. 나란히 앉아있지만..말이 없는.

두 사람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경주 : ...난..춘호 씨가 그랬을지두 모른다구 생각했어.

춘호 : (보는)

 

두 사람. 다시 침묵. 잠시 그러다가.

 

경주 : ...정말 다행이야. 춘호 씨가...아니라서.

춘호 : (본다. 춘호의 마음도 같다)

 

경주, 춘호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미소짓는다. 춘호 역시 그러는.

두 사람..다시 시선 외면한다. 그런 두 사람의 표정에 그래도 안도감이 어린다.

 

춘호 : ....배고플 텐데...뭐 먹구 들어갈까..?

경주 : 그냥 집에 가서 먹자. 빨리...집에 가구 싶어.

춘호 : 그래 그럼. 아까 하려던 거 대충해서 때우지 뭐.. 근데 저녁으루 뭐할라 그랬었어...?

경주 : (가만 그러다가).....추어탕.....

춘호 : .......?!

 

 

#72. 춘호과 경주의 집 거실 (밤)

 

춘호와 경주, 식탁 위 빨간 들통을 들여다보고 있다. 보면..미꾸라지 들이 팔딱대고 있는 모습.

두 사람...가만 그러다가.

 

경주 : ...어머니두 참...하필 이걸 보내셨을까....

춘호 : ...너한테 애 안 서는 거...나 때문인 줄 아시거든..

경주 : (착잡해지는) ....미안해....

춘호 : ..아냐. 그럴 거 없어... (망설이다가) 사실...모르구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뭘.

경주 : .......?!

춘호 : ...경주 너, 나 속인 거 아니야. (별거 아니라는 듯) 이미 알구 있는 걸 어떻게 속이냐.

경주 : ...춘호 씨....?

춘호 : 그 일...난 다 알구 있었어. 그러니까..미안해 할 필요 없다구.

경주 : ......! (당혹스럽다) 그게...무슨 소리야. 그럼 우리 둘다...서루 알구 있었단 말이야..?

춘호 : .......?!

 

당혹스런 얼굴로 서로를 보는 두 사람.

 

 

#73. (회상) 산부인과 안 (낮)

 

춘호, 간호사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춘호 : ..취재 때문에 의사선생님 뵙기루 한 학생인데요...

간호사 : ..잠시 기다리세요.

 

춘호..소파로 가서 앉는데..그때 진료실 안에서 나오는 경주의 모습, 춘호...놀란 얼굴로 보는데..

춘호..경주의 수척한 얼굴이 안쓰럽 게 느껴진다. 가만...그녀를 살피는 춘호.

 

 

#74. (회상) 춘호의 자취방 (낮)

 

춘호, 상에 미역국을 놓는다.

그 앞으론 경주가 있는데... 경주..춘호를 빤히 본다.

 

춘호 : 내 생일인데...혼자 미역국 먹기 처량해서요....

경주 : .....!

춘호 : ..서루 아는 처진데...이 정돈 같이 먹어 줄 수 있죠...?

 

수저를 드는 경주. 그런 경주를 가만 보다가 자신도 국그릇 들고 와 앉는 춘호.

 

경주(NA) :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였어요. 남편과 제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게.

 

 

#75. (회상) 호프집 (밤)

 

춘호와 경주, 술을 마시고 있다. 춘호...만취한 얼굴.

 

춘호 : ....공모 당선이요...? 그거 다 개소립니다... 그거..내가 쓴 거 아니에요.....내가 쓴 거..아니라구요 경주씨...

 

경주..놀란 얼굴.

 

춘호(NA) :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그런 고백을 한 줄..정말 몰랐습니다.

                아낸..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 았거든요.

 

 

#76. 춘호와 경주의 집 거실 (밤)

 

춘호와 경주 식탁을 차리고 있다.

두 사람...국을 담고 반찬 담아 올 리는 그 모습 위로.

 

경주(NA) : ....저와 제 남편은...참 볼품 없는 사람들이죠... 서로 서로...그걸 너무 잘 알구 있구요...

춘호(NA) : ..하지만....보잘 것 없는 사람들끼리...서로의 가장 약한 부분을...안아줬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건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르죠...

 

경주와 춘호.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다.

눈이 마주치자 어색 한 시선 나눠 갖는 두 사람...

경주, 뻘쭘하고 어색하게 춘호의 앞으로 반찬 그릇 다시 배치하고

춘호, 어. 괜찮은데...하면서 머리 긁적이는.

경주와 춘호...추어탕을 떠서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 위로.

 

경주(NA) :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구 생각해요...

춘호(NA) : ...그래요. 나쁘지 않다구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식탁에서 카메라 점점 멀어지면서. 엔딩.

 

 

 

 

 

 

 

 

 

 

 

 

 

 

 

 

 

 

 

 

 

 

 

 

 

 

 

 

 

 

 

 

첨부파일 살인에관한_고백.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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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grace1 | 작성시간 13.08.22 감사합니다 ㅠ 잘 볼께요!!
  • 작성자꽃뱅 | 작성시간 13.09.29 감사합니다 잘볼게요~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7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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