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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소영이 즈그 엄마] 이경희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09.16|조회수1,232 목록 댓글 0

[소영이 즈그 엄마] 이경희

 

 

 

 

 

 

 

 

 

 

 S#1. 동네길
 - 소영, 안색이 하얗게 변해 다급한 표정으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 그 뒤로 명구,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헉헉거리며 소영을 따라온다.
 - 소영, 부지런히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는 짜증나고 답답한 표정 지으며.
 
 소영            퍼뜩 좀 온나, 빨리?!!
 명구            (힘든 듯 색색거리며 다리를 휘청거리며 느릿느릿 온다)
 소영            하우, 돌아 뿌겠네, 진짜. (안되겠다는 듯  명구에게 다가가서
                 명구의 손을 있는 힘을 다해 잡아 끌고, 부지런히 간다) 퍼뜩
                 가자, 퍼뜩...
 
 S#2. 마을 파출소 안
 - 광식의 주먹에 맞고 벌렁 뒤로 넘어지는 어부1.(우락부락한 인상의, 덩치 큰)
 - 순경 1, 2,(순경1은 40대 후반 정도, 순경2는 20대 후반쯤의 청년이다), "이 사
   람이 와 이라노?" 하며 광식의 팔을 잡아 말린다.
 
 광식            (서슬이 퍼런 표정으로 팔 버둥쳐서 순경들을 뿌리치며) 뭐라
                 캤노, 지금?!!
 어부1           (약간 주눅이 들어,  그러나, 지지않고) 같이  묵고 살자캤다!
                 나도 묵고 좀 살아야것다, 와?!!
 광식            (더욱 노기띤 표정 되어 어부1의 멱살을 조르듯이 잡아 쥐며)
                 그 래, 니 혼자 뱃대지 채우자꼬 넘에 바다 와서 넘에 정치망
                 다 뿌사뿌고,  손톱만한 멸치  새끼까지 다  싹쓸이 해  가뿟
                 나?!! 이 날 강도 새끼야!! (하며 주먹으로 칠려는데)
 순경1           (광식의 팔을 힘껏 잡아 막으며) 경찰서꺼지 와서 무슨 짓이
                 고, 이기?!!
 광식            (들은 체도 않고, 굳은 표정으로 어부1을  위협하며) 내 없는
                 동안 넘에 바다에 와서 이  놈, 저 놈, 그동안  도둑질 잘 해
                 간 모양이던데...박광식이  돌아왔다꼬 전해라!!  우리 바다에
                 해파리 새끼 한 마리라도 건드리모, 어떤 놈이든지 그날로 멸
                 치 밥을 만들어 삔다꼬 소문 내란 말이다!! 이 새끼야! (하며
                 다시 어부1의 얼굴을 주먹으로 힘껏 치는데)
 
 - 마침, 그때, 소영 ,명구의 손을 끌고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고.
 - 광식의 주먹에 맞은 어부1, 소영쪽으로 밀려서 넘어진다.
 - 소영과 명구, "옴마야! "하며 당황하고 놀라서 광식을 본다.
 - 순경1, "이 사람이...콩밥 묵고 싶나, 진짜!" 하며  광식을 달래 의자에 앉히고
   는 "이쯤하고, 치아라, 고마. 으이? " 하고 설득한다.
 - 순경2, 어부1을 부축해서 다른 의자로 앉힌다.
 - 소영, 놀란 마음 추스리며, 경찰서 다른 켠으로 고개를 돌린다.
 - 경찰서 다른 한켠.
 - 광식네의 소동과는 관계없이 넋이 나간 듯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떨고 앉아
   있는 영숙... 머리를 묶은 손수건은 느슨하게  풀리고, 입고 있던 원피스도 흐
   트러져 있다.
 - 영숙 옆으로 30대 후반쯤의 남자, 코가 물린 듯 반창고를 콧등에다 붙이고,
   아픈 듯 연신 콧등을 어루만지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광식네쪽을 보다가 순
   경2가 자리에 와서 앉자, 자세 바로 하고 순경2를 본다.
 - 책상 위에는 증거물인 듯 원피스 한벌 얹혀져 있다.
 
 30대남자        그라모 내는 이만 가봐도 되지예? (하는데)
 소영            (얼른 명구손 끌고 와서,  야무지게) 증인 데꼬 왔심니더.-영
                 숙, 그 소리에 고개 들어  소영과 명구를 본다.-소영, 영숙에
                 게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눈짓주고, 명구, 영숙에게 꾸벅
                 인사하고, 책상위에 놓인 원피스와 30대 남자를 번갈아 본다.
 소영            (명구 보며) 순경 아저씨가 내  말은 같은 식구 말이라고  안
                 믿는 다. 맹구 니가 말을 좀 해라.
 명구            (순경2 보며 대뜸 큰 소리로) 소영이 즈그 엄마, 도둑년 아입
                 니더.
 
 - 순경2과 30대 남자, 어이없는 표정으로 명구를 보고.
 - 광식도 문득 영숙과 소영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소영            니, 저 옷집 아저씨가 우리 옴마한테 옷 봉다리 겉 은 거  주
                 는 거 봤다 캤재?
 명구            응, 봤다! 장미꽃 사주는 것도 보고, 빵 봉다리 주는 것도 봤
                 다.
 30대남자        (약간 당황한 표정되어, 버럭) 느그들 뭐꼬?  뭐 이런 자슥들
                 이 다 있노?!!
                 (일어나 금방 한 대 쥐어 박기라도 할 듯 하는데)
 명구            (얼른 머리를 감싸쥐고 소영 뒤로 피하고)
 순경2           (30대 남자에게 주의 주며) 앉으이소!!!
 30대남자        (하는 수 없이 떫은 표정으로  명구와 소영을 노려보며 자리에 앉는다)
 영숙            (그대로 고개 떨구고 있고)
 소영            (눈물 핑 돌아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듯한 억울한 표정으로)
                 저 옷 저거, 저  아저씨가 우리 엄마한테  준깁니더. 훔친 거
                 아입니더, 진짜!
 순경2           (혼란스런 표정으로 30대 남자보는데) 우찌된 깁니꺼?
 30대남자        (답답한 듯 자기 가슴 치며) 참말로 몇번을 말해야 되노!! 저
                 여자가 우리 옷집에 와 가꼬, 옷을 입어 보는 척 하고, 새 옷
                 위에다 지가 입고 온 옷을 걸치고 나갈라 카는 거를 내가 현
                 행범으로 잡았다 안카요!!
 영숙            (억울하고 기막힌 표정으로 30대 남자를 보고)
 30대남자        (영숙 시선 무시하고) 내가  잡아가꼬 훔친 옷  내놔라 카고,
                 옷을 벗길라 칸께, 저 여자가 내 코까지 물어 뜯어삣단  말이
                 요!
 소영            (야무지게 항의하는) 아입니더! 우리 엄마는 도둑질  겉은 거
                 안합니더!!
 영숙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물이 핑 돌아 있다)
 순경2           (아우, 참...난처한 표정 짓는데)
 광식E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노?
 
 - 소영과 영숙등 일동 돌아보면.
 - 광식, 자리에서 일어나 영숙들쪽으로 오며 영숙을 스윽 한번 보고는 30대 남자 보며       다짜고짜 말하는.
 
 광식            야, 이 빙신  새끼야! 가시나 덮칠라카다가  콧등 깨물릿시모
                 쪽팔리는 줄 알고 찌그러져 있지, 치사하그로 누명이나  뒤집
                 어 씌우고...
 30대남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버럭) 이 새끼  니, 말 다  했나?!!!
                 (하며 광식의 멱살을 잡는다)
 
 - 영숙, 눈이 동그래져서 떨리는 시선으로 광식을 보고.
 - 소영, 명구, 순경2, 놀란 표정으로 본다.
 - 순경1, "이 사람이, 그게는 또 와 간섭하노? "하며 와서 말린다.
 
 광식            (멱살을 잡은 남자를 거칠게 떼어  밀쳐버리며) 에라이, 등신
                 새끼! 순경2를 보며) 조사하고 자시고  할 기 오데 있소?  저
                 얼라 엄마가 넘에 옷 훔쳐서 지 옷 안에  입고 나올 만큼 지
                 능적이고, 똑똑해 보이요, 당신 눈엔?
 순경2           (여전히 어리버리한 표정 지으며 영숙을 보고)
 영숙            (천진한 표정으로 광식을 보는)
 소영            (저 아저씨는 뭔가... 눈이 동그래져서 경계의  표정으로 광식을 보는)
 
 S#3. 길
 - 한 갈래로 뻗은 외길.
 - 광식, 주머니에 두 손 꽂고 슬리퍼  끌며 불량스런 폼으로 가며 담배를 빼서 피운다.
 - 광식과 몇걸음 떨어져서 뒤따라가고 있는 영숙과 소영.
 - 소영, 의기소침해서 시선 떨구고 가는 영숙의 손을 꼭 잡고 가고 있다.
 - 소영, 광식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 짓다가...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표정이더니, 영숙의 손을 놓고 광식의 옆으로 간다.
 - 영숙, 쟤가 왜 저러나 멀건히 보고.
 
 소영            (다짜고짜) 우리 엄마, 바보 아입니더!
 광식            (별로 놀라지도 않고, 표정없이 오복을 본다)
 소영            (야무지게) 우리 엄마, 바보 아이라꼬예!!
 영숙            (당황한 표정짓고)
 광식            (태연한 표정으로) 내가 언제 느그 엄마 바보라캤나?
 소영            (말 문 막히다가, 야무지게)  아까...파출소에서...사람들 다 있
                 는데 서...우리  엄마보고...머리가 모자라서...옷도   못 훔친다
                 꼬...
 광식            (어이없는 듯 피식 웃고 무시하고 가는데)
 소영            (얼른 광식을 따라가며) 아저씨!!...(광식이 반응을  안 보이자
                 계속 쫓아가며 안달해서) 아저씨!! 우리 엄마...
 광식            (발걸음 멈추고, 정색하고,  소영보며) 느그 엄마,  바보 아이
                 다! 됐나?
 소영            (더 이상 대꾸 못하고, 그래도 찜찜한 마음이 남아 광식을 야
                 속하게 보는데)
 영숙            (조심스럽게 소영에게 다가와서 그러지  말라고 소영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든다.)
 
 - 광식, 그런 영숙에게 눈길을 주는데, 헐렁한 슬리브 리스 원피스 사이로 드러
   난 하얗고 갸날픈 목선이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 소영, 광식이 시선이 계속 영숙에게 닿아 있는 것을 보고, 영숙쪽을 보다가
   원피스 어깨선 사이로 브래지어  끈이 삐져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해서,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영숙의 어깨를 잡아 얼른 끈을 옷안으로 집어 넣는다.
 - 소영, 고개를 돌려 다시 광식을 보면, 광식,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대
   로 다시 껄렁한 폼으로 걸어간다.
 - 소영, 광식을 응큼한 짐승 보듯 밉게 노려보며 속상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 영숙,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표정을 지으며 두 눈만 꿈벅거리고 있다.
 
 S#4. 영숙 부엌
 - 도마위에서 전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병안에다 담고, 익숙한 솜씨로 소금을
   뿌리는 손...영숙이다.
 - 영숙, 더운 듯 팔 소매를 둘둘 말아 걷어붙이고,  치맛단을 다리위로 감아 올
   리고 쪼그리고 앉아 있다.
 - 소영, 부엌으로 들어서다가 답답한 표정으로 영숙을 보며 걷어올린 소맷단과
   치마를 걷어내린다.
 
 소영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엄마! 제발 옷 좀  걷어 올리지 마라!
 영숙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손을  행주에 닦고 소매 걷어올리며)                       덥다!
 소영            (다시 걷어내리며) 덥어도 참아라.
 영숙            (이상하게 소영보며 다시 고집스럽게 걷어올리며) 아우,  참...
                 덥어 죽것는데.
 소영            (다시 걷어내리며, 짜증스럽게) 아저씨들이 (느끼한 눈빛으로
                 영숙의 몸을 훑어 보는 흉내내며) 이라고, 엄마보는 거 좋나, 엄마는?
 영숙            (몸을 움츠리고, 고개 젓는다)
 소영            그라고, 은자 부터는 사람들이 주는 거, 아무것도 받지  마라.
                 죽어도 받지 마라!
 영숙            ...(보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알것다.
 소영            알것나?
 영숙            (다짐하듯) 진짜로 알것다.
 소영            (가볍게 한숨뱉고) 멸치 작업한다꼬 퍼뜩 나오라꼬 전화왔다.
 
 S#5. 멸치 건조장
 - 영숙과 아낙 두셋명, 배에서 삶은 멸치를 커다란 발에 펴서 말리고 있다.
 - 영숙, 문득 허리를 펴다가  삶은 멸치를 채반에  담아 오는 남자 인부들틈에
   광식이 있는 것을 발견한다.
 - 영숙, 광식과 어느 순간 눈빛이  마주치자, 미소 띄우며 아는  척하며 인사한다.
 - 광식, 무표정하게 아는 체도 않고, 자기 일만 계속하고.
 - 영숙, 무안하고 머쓱한 표정 짓는다.
 
 S#6. 개울가(해질녁)
 - 멸치 작업 마치고, 개울에서 웃통 벗고 씻고 있는 광식과 인부들.
 - 광식, 인부 남자 한 사람이 어딘가를 보다가 느끼한 웃음 띠고, 옆에 있던 다
   른 인부 남자에게 저것 좀 보라고 쿡 찌르는 것을 본다.
 - 광식, 인부 남자들의 시선 향하는 곳을 보면, 영숙  한켠 에 작업 아줌마둘과
   함께 치마 걷어올려 붙이고 다리를 씻고 있다.  어깨 사이로 브래지어 끈, 또
   삐져 나와 있다.
 - 영숙, 세수하고, 목 언저리를 씻다가  닦을 수건이 없다는 걸 깨닫고,  윗도리
   앞섶을 들어 닦으려고 하는데, 영숙의 앞으로 툭 던져지는 수건.
 - 영숙, 돌아보면, 광식, 무뚝뚝하게 서 있다.
 - 광식, 영숙과 시선 부딪히자 그대로 가 버린다.
 - 영숙, 당혹스런 표정짓다가 광식이 준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 수건에 배인 땀 냄새 맡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는 영숙.
 
 S#7. 광식집 일각 (초저녁)
 - 영숙, 일 끝나고, 라면과 계란, 콜라등
   봉지에 담아 들고 가고 있는데.
 
 광식모E         치아라, 고마! 니 싫다고 나간 년 잡아와서 뭐할끼고?
 
 - 영숙, 그 소리에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본다.
 - 광식모, 광식의 허리를 껴안듯이 잡고, 실랑이하고 있다.
 
 광식            (술도 얼근히 취해, 잔뜩 노기띤) 잡아가꼬 직이삐낍니더!! 놓
                 으이소, 이거!
 광식모          참아라! 이자뿌라, 고마! 니가 안 직이도 남편, 시에미 버리고
                 간년,하늘이 천벌 줄끼다! 참아라, 광식아!
 광식            (열이 극도로 뻗친 얼굴로  광식모의 팔을 거칠게  떼어내는)
                 놓으라안카요, 이거!!
 광식모          (광식의 강압적인 힘에 그대로 밀려 한쪽으로 넘어지고)
 영숙            (놀라서 아주머이! 하며 얼른 뛰어가 넘어진 광식모를 잡아준다)
 광식            (괴로운 표정으로 잠깐 눈길 주고는 그대로 자신의 트럭쪽으로 간다)
 광식모          쟈가...쟈가...술꺼지 처묵고, 큰일 내것네, 참말로!!...광식아! 안
                 된다! 이놈 자석아!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영숙보며, 다급하게) 저 놈    좀 잡아라! 저 놈 저거 못 가그로 좀 잡아라, 퍼뜩!
                 (영숙을 밀면)
 
 - 영숙, 얼른 달려가서 마악 트럭에 오르려는 광식의 팔을 힘껏 잡는다.
 - 광식, 이건 뭔가, 매서운 눈길로 휙 돌아보고.
 
 영숙            (무서워 하지 않고, 천진한 표정으로) 가지...마이소.
 광식            (날카로운 눈길로 보며 말없이 영숙의 손을 떼어내고는 트럭
                 에 오르려는데)
 영숙            (다시 광식의 팔을 탁 잡는다) 가지...마이소.
 광식            (다시 노려보며 말없이 영숙의 손을 떼어내는데)
 영숙            (얼른 다시 광식의 팔을 잡는다)
 광식            (위협적인 표정으로, 낮게) 놓으소!
 영숙            (그대로 힘껏 잡은 채) 가지...마이소.
 광식            (말이 도저히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 알고 영숙의 손을 힘껏 떼어    내고 오르려는데)
 영숙            (다시 광식의 팔을 잡는다)
 광식            (다시 영숙의 손을 떼어내고)
 영숙            (기어코 광식의 팔을 다시 잡는데)
 광식            (거의 터질듯한 표정으로, 버럭) 놔라!!
 영숙            (그대로 집요하게 잡고) 가지 마이소...(하는데)
 광식            (사정없이 영숙의 뺨을 때려버린다)
 
 - 영숙이 들고 있던 라면 봉지 떨어져 계란이 무참히 깨져버린다
 - 영숙,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넋이 나간 표정이 되어 입술을 바르르 떨고.
 - 한쪽에 있던 광식모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표정 짓는다.
 - 광식, 분을 못 이겨 으아악 고함 지르며, 주먹으로 트럭을 힘껏 치고, 휙 돌아
   서 어디론가 가 버린다.
 S#8. 광식집 마당
 - 평상에 앉아 손자욱이 벌겋게 난 영숙의 볼에 얼음 찜질 해주는 광식 모.
 - 영숙, 놀람과 아픔과 서러움에 눈물이 글썽해 있다.
 
 광식모          천하 망종도 아이고, 얼라 엄마한테 뭔 짓이고, 이기! 참말로
                 미안타...그 문디 자석이 마, 도망 간  지 여편네 소식을 듣고
                 오더만은 해까닥 돌아삐가꼬...미안타...미안해서 우짜꼬,  이거를...
 영숙            (눈에 눈물이 한가득 어려있다)
 광식모          (영숙을 안스럽게 보며 끌끌 혀 차고, 흐트러진  머리 손으로
                 만져주며) 느그 어매가...니 이꼴 보모 무덤에서  당장 뛰나올
                 라 칼끼 다...천지 분간도 못하는 기, 애비없는 새끼꺼지 낳아
                 가꼬 그것만 해도 죽어서 눈이 안 감길 노릇인데...
 영숙            (서러움에 소리내어 훌쩍이며 울고)
 광식모          그래도, 니한테 지금 소영이 그거라도 없었으모 우짤뻔 했노?
                 니 속에서 우째 그런 여시가 나왔는지...그 가스나가 니한테는
                 마 심봉사한테 심청이 아이가, 딱.
 영숙            (잠깐 생각하는 듯 하다가, 옆에  둔 계란이 깨져 엉망이  된
                 라면 봉지를 들며 일어선다) ...우리 소영이한테 갈랍니더.
 
 S#9. 영숙집 근처길
 - 영숙, 한손에 라면 봉지들고, 한손으론 아직 얼얼한 뺨을 싸잡아 쥐고 바닷가
   면한 길을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 이때, 어둠속에서 영숙 앞으로 누군가 성큼 다가선다.
 - 영숙, "엄마야!" 하고, 흠칫 놀라 뒷걸음쳐  물러나서 자세히 보면... 어둠속에
   서 있는 사람, 광식이다.
 
 영숙            (잔뜩 두려운 표정으로 보는데)
 광식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영숙을 보며)  앞으로는, 주제 넘
                 게 넘에 일에 끼들지 마소! 알것소?
 영숙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엔 눈물이 잔잔히 어려, 한
                 쪽 뺨을 싸잡아 쥐고 광식을 본다)
 광식            (그대로 영숙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다가 한쪽  뺨을 감싸고
                 있던 영숙의 손을 가만히 떼어낸다)
 영숙            (흠칫하며 놀란 표정 짓고)
 광식            (아직 불그스레함이 남은  영숙의 뺨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다)
 영숙            (놀라서 고개를 움츠리는데...광식의 손 위로 눈물  방울 또르르      구른다)
 광식            (미안하고, 가슴이 아픈) ...미안하요...(하며 손을 내리는데)
 영숙            (찢어지고, 피가 난  광식의 손을 잡아  들어서 본다. 자신의
                 아픔은 잊어 버린 얼굴로, 천진하고 걱정스럽게) 옴마야, 피...
                 피난다...
 광식            (당혹스런 표정으로 영숙을 보고)
 영숙            (광식의 손만 걱정스럽게  보며, 인상 찌푸리며)  안 아파예?
                 약 발라야 되것다.
 광식            (영숙의 천진한 반응에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으로 멀건히 보는데)
 
 - 이때, 소영, 영숙을 마중하기 위해 나오다가 광식과 영숙이 가까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다.
 소영            (잔뜩 화나고 짜증난 목소리로) 옴마아!!!
 
 - 광식, 소영의 목소리에 놀라며 얼른 영숙이 잡고 있는 손을 뺀다.
 - 영숙도 놀라서 돌아보고.
 
 소영            (식식거리며 걸어오더니 광식을 매섭게  째려보고, 영숙보며)
                 뭐하노, 요게서?
 영숙            (당황하며) 암것도 안한다.
 소영            (광식을 다시 노려보며) 아저씨는 요게 만다꼬 있습니꺼?
 광식            (당혹함 역력해서 머쓱한 표정으로 괜히 기침하고)
 소영            (다시 영숙을 밉게 보며) 퍼뜩 가자, 집에...(하며 영숙의 손을
                 잡아 끌고 간다. 잔뜩  짜증부리며) 뭐했노? 이때꺼지?...밤늦
                 게 댕기지 마라 안카더나, 내가?!!
 영숙            (어쩔 수 없이 소영에게 끌려 가며...광식을  걱정스럽게 돌아
                 보다가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광식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영숙이 잡았던 상처난 손
                 을 가만히 들어서 보고,  씁쓸한 표정 지으며 영숙과  소영이
                 사라진 길 을 오래토록 보고 있다)
 
 S#10. 영숙방
 - 소영, 과자 들고 먹으며,  넋을 잃고, 텔레비젼 연속극(  또는 영화, 아름다운
   멜러물)을 보고 있다.
 - 영숙, 뒤에서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몸배 허리춤에 걸고 있던 광식의 수건
   (개울가에서 영숙에게 닦으라고 주었던)이 툭 떨어진다.
 - 영숙, 수건을 주워 들어 보다가 냄새를 맡고는 인상 찌푸리는데.
 
 소영            (텔레비젼 화면에 시선 둔 채) 엄마! 스케치북은 사다놨나?
 영숙            (흠칫 놀라며) 사...사다 놨다...(하며  수건을 얼른 다른  옷과
                 함께 빨려고 한켠에 밀어놓는다)
 소영            (여전히 화면에 시선 둔 채 앉아 있다)
 영숙            (옷을 갈아 입고, 소영의 옆으로 나란히 와서 앉으며, 소영의
                 과자 먹으며, 함께 텔레비젼을 본다)
 
 - 텔레비젼 화면에 두 젊은 남녀가 다정하게 데이트도 하고, 껴안는 모습이 보여진다.
 - 소영과 영숙, 주인공 남녀와 같이 행복한 미소 지으며 화면을 지켜보다가...소영, 문득     영숙을 돌아본다.
 - 영숙, 과자를 먹다 말고, 몹시 부러운 표정으로 빠져서 보고 있다.
 - 소영, 리모콘으로 텔레비젼을 꺼버린다.
 
 영숙            (흠칫 보며) 와 끄노?
 소영            재미 없다.
 영숙            재미 있는데, 내는...(하며 리모콘을 뺏으려는데)
 소영            (안 뺏기려하며) 뭐가 재밌노?저런기? ...유치하지, 순.
 영숙            (조르듯이) 캐봐라, 퍼뜩!
 소영            어린이들은 저런 거  보모 안되다캤다, 우리  선생님이...자자,
                 일찍!
 영숙            (그 말에...아쉽고 서운한 표정  지으며...일어서며) 이불 깔까,
                 그라 모? (입술 꾹 닫고 이불장 열어 이불 편다)
 소영            (눈치 살피며) 텔레비젼 꺼삐서 삐낏나?
 영숙            (계속 이불 펴고)
 소영            삐낏나?
 영숙            (이불만 펴고)
 소영            (영숙옆으로 가서 다리 잡고 흔들며) 옴마아!
 영숙            (순하게) 안 삐낏다.
 소영            눕어라! 엄마! (이불을 들쳐서 영숙을 끌어 눕히고 자기도 영
                 숙의 팔을 배고 옆에 눕는다)
 영숙            (가만히 천정을 쳐다보고)
 소영            (영숙의 눈치 살피며) 엄마!
 영숙            와?
 소영            우리도 보듬고 자자. (팔 뻗어서 영숙에게 안긴다)
 영숙            (소영의 등을 껴안고)
 소영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엄마!
 영숙            ...와?
 소영            무슨 생각하노?
 영숙            아무 생각도 안한다.
 소영            ...아까 그 아저씨, 억수로 못된 아저씨라 카더라.
 영숙            ...(눈빛이 약간 흔들리고)
 소영            맹구가 그라는데...싸움도 잘하고,  사람도 때리고, 고함도  잘
                 지르 고...억수로 무섭은 깡패라 카더라.
 영숙            ...(하품하며) 불 끄고 자야것다. (하며 일어서 스위치 있는 곳
                 으로 간다)
 소영            (걱정스럽게 영숙을 보고) -영숙, 스위치 불을 끄고, 방안, 깜
                 깜해 진다.
 S#11. 마을 전경(아침)
 -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S#12. 영숙집 화장실 안 (마당쪽에 있는)
 - 소영, 만화책 보고 인상 쓰며 용변 보고 있다.
 - 소영, 용변 다 보고, 화장지를 손으로 말아쥐다가 화장지가  거의 다 된 것을
   보고.
 
 소영            (큰 소리로) 엄마!! 휴지 좀 도!
 
 - 소영, 생각없이 문을 벌컥 열다가, 마당 앞쪽에 서 있는 광식과 눈을 마주 친다.
 - 서로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는 소영과 광식.
 - 광식, 얼른 시선 떨구고 서둘러 대문쪽으로 가고.
 - 소영,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그제야 "악!" 하고 빽 고함 지르며 얼른 문
   을 닫아버린다.
 
 S#13. 영숙 마당
 - 소영, 인상이 팍 굳어 바지를 추스리고 나와 보면,  마당 한켠에 커다란 고무
   대야 놓여 있고, 그 안에 펄펄 뛰는 싱싱하고 큰 생선 몇마리 담겨 있다.
 - 소영, 대야를 번쩍 들고, 낑낑거리며 대문쪽으로 간다.
 
 S#14. 광식집 대문 앞
 - 소영, 대야를 무겁게 들고 서서 "아저씨예!" 하며 신경질적으로 큰 소리로 광
   식을 부른다.
 - 소영, 아무런 기척이 없자, 더  큰 소리로 아! (저씨) 하고,  소리 내는데,벌컥
   문 열리며 광식이 나온다.
 
 소영            이거, 아저씨가 갖다 놓은 기지예? (고무대야 내민다)
 광식            (당혹스럽기도 하고...요 녀석 봐라는 표정으로 보는데)
 소영            받으이소, 퍼뜩!
 광식            갖고 가서 묵어라!
 소영            우리, 거지 아입니더!
 광식            내가 언제 느그보고 거지라카더나?
 소영            (고무 대야를 바닥에 탁 놓고)  우리집에 이런 거 갖고  오지
                 마이소! (야무지게 말하고 돌아서는데)
 
 - 이때, 소영앞으로 사나워 보이는 개 한 마리 오고 있다.
 - 소영, 잔뜩 겁먹고 놀란 얼굴이 되어 뒷걸음 치는데...광식, 소영쪽으 로 와서
   소영을 얼른 자신의 등뒤로 감춘다.
 
 광식            되게 사납게 생깃네, 그놈...개를 좀 묶어놓던지 하지...
 소영            (잔뜩 놀라고 겁에 질린 표정 되어...광식의 옷자락을 불끈 잡
                 아쥐고 바들바들 떠는)
 광식            (흘끗 소영을 돌아보고) 데부다 주께, 느그 집까지.
 
 S#15. 마을길
 - 광식, 소영을 자신의 앞에 세우고 호위하듯 걸어가고 있다. 한쪽 옆구리에 생
   선을 담은 고무대야 끼고 있다.
 - 소영, 뒤쪽을 흘끗흘끗 돌아보다가 됐다 싶어 걸음 멈추고 서며.
 
 소영            (자존심도 상하고, 민망하다) 은자 혼자 가낍니더.
 광식            느그집까지 같이 가자.
 소영            (굳은 표정으로, 고집스럽게) 괘안아예.
 광식            ...니 먼저 가라, 그라모. 니 가는 거보고 가께.
 소영            (보다가 쭈볏거리며 돌아서서 집으로 간다.)
 광식            어이!
 소영            (돌아보고)
 광식            (고무 대야 가져와서 내밀며) 갖고 가서 묵어라.
 소영            싫어예.
 광식            와 싫노?
 소영            돈주고 사묵으모 됩니더, 우리도. (하고 휙 돌아서 가는데)
 광식            어이!
 소영            (짜증스런 표정으로 돌아보며) 안 받는다 안캅니더!!
 광식            어른한테 인사도 안하고 가나?
 소영            (얄미운 표정으로 보다가 하는 수  없이 고개만 까딱 숙이고
                 는 휙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가기 시작한다. 자존심도  상하
                 고, 얼굴도 화끈 거려 미칠 지경이다)
 광식            (가는 소영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짓는다)
 
 S#16. 소영 학교 운동장
 - 소영의 반 아이들, 흩어져 앉아 그림 그리고 있다.
 - 소영, 명구와 나란히 앉아서 그림 그리고 있다.
   명구, 소영이 그리는 그림과 똑같이 따라 그린다.
 
 명구            (그림 그리며, 무심결에) 내, 어제 느그 아부지 봤는데.
 소영            (흠칫하며 그림 그리던 것 멈추고, 명구보는)
 명구            (소영보며) 읍에, 우리 엄마하고 신발 사러 갔다가 봤다.
 소영            (어이없으면서도 날카로운 표정으로 보며)  눈데? 우리 아부
                 지가?
 명구            신발집 옆에 건어물 파는 아저씨...우리 엄마가 느그 아부지가
                 카더라. (하는데)
 소영            (굳은 표정으로 그림 그리던 스케치북 닫고, 벌떡 일어선다)
 
 S#17. 학교 수돗가
 - 소영, 푸푸거리며 세수하고 있다.
 - 명구, 곤혹스런 표정으로 소영의 눈치를 살핀다.
 - 소영, 손수건 꺼내 얼굴 닦으며 교실쪽으로 가려는데.
 
 명구            (소영을 막아서며) 성 났나?
 소영            비키라!
 명구            김 소영!
 소영            (버럭) 안 비키모 확 차뿐다!
 명구            (어쩔 줄 모르는 곤혹스런 표정 지으며) 소영아!
 소영            (명구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 차버린다)
 명구            (아야!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소영            (식식거리며) 니, 저번에는 가구점에 아저씨가 우리 아부지라
                 안 캤나?
 명구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그거는...우리 고모가...클캐서...
 소영            저저번에는 또 술 도가집에 아저씨가 우리 아부지가 캤재?
 명구            (주눅들어) 그거는...우리 할매가...
 소영            니 앞으로 한번만 그런 소리 더하모, (주먹 불끈 쥐어 들어보
                 이며) 직이뿐다, 진짜로!
 명구            (죽을 상을 하고)
 소영            (교실쪽으로 가려다가 휙 돌아보고) 우리 아버지, 죽었다!
 명구            (보는)
 소영            우리 외할매가 우리 아버지는 배 타다가 죽었다 캤다.  됐나?
                 (속상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간다)
 
 S#18. 버스정류장
 - 가방을 맨 소영, 유자 모양의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잠시후, 버스, 먼지를 일으키며 소영앞으로 와서 선다.
 
 S#19. 읍내 시장안 건어물 가게
 - 30대 후반의 남자, 아들로 보이는 꼬마와 다정하게 짜장면 먹고 있다.
 - 소영, 한켠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명구E           신발집 옆에 건어물 파는 아저씨...우리 엄마가 느그 아부지가
                 카더라.
 
 - 건어물 가게 주인 남자, 문득 고개를 들다가 소영과 눈이 마주치지만, 멀건히
   아무 표정이 없다.
 - 소영, 저 사람이 혹시 내 아버진가? 하는 표정으로 낯설게 보다가...참담한 기
   분 느끼며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S#20. 바닷가 갯벌
 - 영숙, 광식모와 두어명의 아낙과 바지락 캐고 있다.
 
 광식모          (영숙옆으로 살그머니 다가와 앉으며)  빌어묵을 놈...지도 그
                 라고 나서 맘이 영  안 좋은가 어제 저녁에  잠을 통 못자더
                 라...술만 묵었다카모 인간이 와 그래 개차반이 되는지, 참...
 영숙            (쑥스러운 표정 지으며 바지락만 캐고)
 광식모          (영숙의 눈치 살피며) 내가 참 ...이런 부탁을 해도 될랑가 모
                 르것는데...
 영숙            (광식모 보며)...부탁, 해도 됩니더.
 광식모          (부드럽게 웃고) 저번에 배 산다꼬 수협에서 대출을 좀 받아
                 썼는데, 이자 갚을 날은 다 돼 가는데,  우찌된 긴지 돈에 씨
                 가 말라가 꼬...온 집을 텅텅 털어도 묵고 죽을 돈도 없네...니,
                 혹시, 가진 돈 좀 있재?
 영숙            (순진하게, 고개 끄덕이며) 예! 돈, 좀 있심니더.
 
 S#21. 광식 마당
 - 광식모, 광식의 등에다 물 부어주며 등욕 해주고 있다.
 
 광식모          수협에 강과장 사촌누부 동생인데, 심성도 착하고,  야무지고,
                 벌어놓은 돈도 꽤 된다카고...딱 니 짝으로는...
 광식            (말 막으며) 종택이 마누라 얼라 놨다 카는데, 미역하고 소고
                 기 좀 사서 보내소.
 
  - 이때, 영숙, 신문지에 싼 돈 다발 들고, 대문 열고 들어서다가 등욕하는 광식
    보고 어쩔줄 모르고 시선을 돌리는데.
 
 광식모          (반갑게) 아이구, 왔나?...(마루를 가리키며) 이리  온나, 퍼뜩!
                 (손짓하며 마루쪽으로 간다)
 광식            (그런 영숙을 흘끗 보고)
 영숙            (꾸벅 인사하고 마루로 간다)
 
 - 광식,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마루에 앉은 광식모와 영숙에게 시선 주는데.
 - 광식모, 영숙이 주는 돈 뭉치를 받아서 세고 있다.
 
 광식모          (얼굴에 웃음 머금고) 맞다, 백만원!
 영숙            (일어서며 꾸벅 인사하고) 가보께예, 그라모.
 광식모          소영이한테는 내한테 돈 빌리 준다꼬  말하지 말지! 괜히 또
                 난리 지길낀데...
 영숙            말 안했심니더.
 광식모          그래, 내가 다섯달만 쓰고 주께...이자는 니가 안  받는다캤재, 아까?    영숙            (고개 끄덕이고)
 광식모          그래, 이웃지간에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살아야재, 돈가꼬 이
                 자 따 지고 하는 거 안 좋은기다.
 영숙            (웃으며 꾸벅 인사하고, 마당으로  내려서서, 옷통 벗고 있는
                 광식을 차마 보지 못하고 서둘러 나간다)
 광식            (영숙이 가는 것을 보다가 굳은 표정 지으며, 옆에 둔 티셔츠
                 껴입는다)
 광식모          (어이구, 바보야!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음 지으며 돈을 다시
                 세어보는데)
 
 - 이때, 광식모가 세던 돈을 채서 뺏는 광식
 - 광식모, 어이없는 표정으로 본다.
 
 S#22. 마을길
 - 영숙, 걸어가고 있는데.
 - 광식, "소영이 엄마!" 하며 큰 소리로 부른다.
 - 영숙, 돌아서서 자기에게 오는 광식을 본다.
 
 광식            (주머니에서 십만원 꺼내서 영숙에게 내민다.)  이부씩 쳐 가
                 꼬 다섯달치 선 이자요!
 영숙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
 광식            넘한테 돈 빌리 주면서  이자도 안 받고...장자  딸이요, 당신
                 이?
 영숙            (여전히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데)
 광식            (영숙의 손을 잡아 영숙의 손에 십만원을 쥐어준다)
 영숙            ...
 광식            (다시 다른 주머니에서 차용증서라고 쓴 편지 봉투 내민다)
 영숙            (이건 또 뭔가 광식을 보고)
 광식            혹시 우리 어무이가 빌리준  돈 안 갚고  떼묵을라카모 이거
                 갖고 파출소로 가소.
 영숙            (파출소란 말에 당혹하고)
 광식            잊아묵지 말고, 단디 넣어두소. 이기 있어야, 순경이 돈을  찾
                 아줄 수 있은께. (다시 영숙의 손에 쥐어준다)
 영숙            (그저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광식            (영숙을 보고 돌아서려다가 다시 돌아서 영숙보고) 앞으론 돈
                 겉은 거, 넘한테 절대로 빌리 주지 마소! 돈이 썩어나도 빌리
                 주지 마소! 알것소?
 영숙            (...고개를 끄덕인다)
 
 - 광식, 걱정스럽게 보다가 그대로 돌아서 간다.
 - 영숙,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것을 느끼며, 그런  광식의 뒷 모습을 오래
   토록 보고 있다.
 
 S#23. 영숙 부엌
 - 영숙, 커다란 대야에 물 받아서 소영을 목욕시키고 있다.
 - 영숙, 광식 생각을 하며 넋 나간듯한 표정, 짓고 있다.
 
 소영            (건성으로 씻기고 있는 영숙의 손길을 느끼고, 영숙의 얼굴을
                 보며) 엄마!
 영숙            (그대로 생각에 빠져 있다)
 소영            엄마아!!
 영숙            (흠칫 놀라 소영을 본다) 응?
 소영            뭐 생각하고 있노?
 영숙            (고개 저으며) 암것도 생각 안한다. (소영을 열심히 씻기고)
 소영            엄마가 영어로 뭐꼬?
 영숙            (난처한 표정 짓고)
 소영            공부 안했재, 오늘?
 영숙            (시선 떨구고 소영만 계속 씻기고)
 소영            마아더! 따라해봐라.
 영숙            마아더!
 소영            아빠는 파아더!
 영숙            아빠는 파아더!
 소영            엄마가 영어로 뭐꼬?
 영숙            (다시 난감한 표정짓고)
 소영            (속상한 표정으로) 마아더! 마아더!
 영숙            ...마아더!
 소영            아빠가 영어로 뭐꼬?
 영숙            파...파...파아더!
 소영            (활짝 웃으며, 명랑하게) 맹구 즈그 엄마는  영어 겉은 거 모
                 른다? 마아더, 파아더도 모를끼다, 맹구 즈그 엄마는.
 영숙            (소영의 웃는 모습에 따라 웃으며 소영의 코에 손 갖다댄다) 흥!
 소영            (흥!하고 코를 푼다)
 
 S#24. 포구(낮)
 - 영숙, 아낙들과 생선을 말리다가, 한 부부가 도시락도 챙기고, 서로의 손을 잡
   아주며, 다정한 모습으로 배에 올라 타고 있는 것을 부럽게 보고 있다.
 
 광식E           배 타봤소?
 영숙            (고개 돌려 광식을 보고)
 광식            (무뚝뚝한 표정으로) 배! 배 타봤냐꼬?
 영숙            (고개 저으며) 안 타봤는데예.
 
 S#25. 포구/ 배 안
 - 배 위에 올라탄 영숙, 바닷 바람에 머리칼 날리며,  몸을 굽혀 바닷물에 손도
   집어 넣어보고...어린아이 처럼 신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 광식, 닻줄을 풀고 배를 출발시켜 간다.
 - 생선을 널던 아낙들, 심상찮은 눈길로 두 사람을 보고.

 
 S#26. 바다/ 배 안
 - 광식과 함께 양식 멍게와 미역등을 건져 올리는 영숙.
 - 광식, 열심히 일하다가 문득 영숙을 보면, 영숙, 여전히 좋아서 천진하고 환하
   게 웃으며 광식을 보고...광식도 그런  영숙의 밝은 표정에 자기도 모르게  슬
   며시 미소를 짓는다.
 - 광식, 도마위에서 즉석으로 멍게를 잘라서 초고추장에 찍어 영숙에게 내민다.
 - 영숙, 좋아하며 받아서 먹고.
 - 영숙, 작업하다 말고, 배 한켠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멀미 기운을 느끼고, 안
   색이 하얘지며 인상이 점점 일그러진다.
 - 작업하고 있던 광식, 걱정스런 표정으로 영숙을 본다.
 
 S#27. 포구 (늦은 오후)
 - 영숙, 부둣가 한쪽으로 가서 토하고 있고.
 - 광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숙의 등을 두드려 준다.
 - 영숙, 심한 뱃멀미에 실신하듯 바닥에 쓰러져 버린다.
 -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광식.
 
 S#28. 마을 바닷가길 (해질녘)
 - 널부러진 영숙을 업고 가는 광식.
 - 동네 사람들, 흘끔거리며 보지만, 광식, 그저 묵묵히 간다.
 - 영숙, 잠깐 눈을 떠보려 하지만, 기운이 없어 다시 눈을 감고, 광식의 등에 얼
   굴을 파묻는다.
 
 S#29. 영숙 방 안
 - 소영,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
 - 광식, 업고 온 영숙을 이불 위에다 눕히는데, 영숙의 윗옷이 걷혀 올라간다.
 - 소영, 당황한 표정 지으며 얼른 웃옷을 걷어 내려주고.
 
 광식            찬 얼음물부터 좀 갖고 온나!
 소영            (영숙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휙 고개 돌려 광식을 노려본다)
 광식            (무시하고) 답답할낀데, 우선 편한 옷으로 갈아 입히주고...
 소영            (말 자르며) 가이소!
 광식            (무시하고) 정신 채리모 죽 겉은 거 좀 끓이믹이라!...죽은 끓
                 일 줄 아나?
 소영            (버럭) 압니더!! (광식을 밀며) 아저씨는 가이소, 퍼뜩!!
 
 S#30. 영숙 마당
 - 광식, 마당으로 내려서 쪼그리고 앉아 워커를 꿰 신는데.
 - 소영,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고 서 있다.
 
 광식            간다, 가! 살라꼬 붙잡아도 안 살낀께, 걱정하지 마라!
 소영            ...(계속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광식            그래 자꾸 흘기보다가 도다리 눈 된다!
 소영            (식식거리고)
 광식            (일어서며) 쪼갠은 기 성깔머리가 와 그래 지랄겉노? 엄마하
                 고 영 딴 판이네.
 소영            가이소, 퍼뜩!!
 광식            (귀엽다는 듯 소영의 뺨을 잡아 당기고는) 엄마 간호 잘해라.
                 성깔 부리지 말고. (하며 대문쪽으로 가서 밖으로 나간다)
 소영            (아우 씨! 하고 광식이 잡았던 뺨을 손으로 마구 문지른다)
 
 S#31. 영숙방
 - 영숙,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 소영, 찬 물수건 적셔서 영숙의  머리에 올려주면서 밉게 노려보다가 영숙의
   손등을 힘껏 꼬집어 버린다.
 
 S#32. 마을 전경 (아침)
 
 S#33. 영숙방
 - 방바닥에 옷 열벌 정도 널려있고, 그 위로 사정없이 팽겨쳐지는 소영의 원피
   스.
 - 소영, 속옷 차림으로 잔뜩 심통난 표정 짓고 있고,
   영숙, 난처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른다.
 
 소영            다른 옷 주라!
 영숙            (소영 눈치 보며 옷 서랍에서  후줄근해 보이는 치마 꺼내서
                 주는 데)
 소영            (인상 있는 대로 일그러뜨리고, 다시 다른 옷 위에 팽개치고)
                 이거말고, 다른 옷!
 영숙            ...다른 옷, 없는데.
 소영            하우, 씨...내 학교 안 갈란다, 고마.
 영숙            (얼른 방바닥에 있는 옷 중에 제법 세련되고 이뻐 보이는 옷
                 하나 집어 들며) 이거는 안 이쁘나?
 소영            이쁘모 엄마나 많이 입어라. (주저 앉으며) 엄마는 뭐하노, 맨
                 날? 그 아저씨랑 배타고 놀러 댕길 시간은  있어도 내 옷 사
                 러 갈 시간은 없나?
 영숙            (잔뜩 주눅  들어)...오늘 시장가서  옷 사오께.  학교 가아라,
                 응?
 소영            입고 갈 옷도 없는데, 빤스만 입고 학교 가까? (하는데)
 명구E           소영아! 학교 가아자!
 소영            (그 소리에 옴마야! 하며 놀라 벌떡 일어서서 옆에 놓인 원피
                 스를 얼른 껴입는다)
 
 S#34. 마을길/ 광식집 부근
 - 원피스를 입은 소영과 명구, 나란히 가고 있다.
 - 소영, 가다가 광식의 트럭을 보고 문득 표정이 굳어지며 걸음을 멈추고 선다.
 - 명구, 의아한 표정으로 소영을 보고.
 
 소영            (대뜸) 니, 칼 좀 꺼내봐라.
 명구            (놀라며) 칼?
 소영            (의미심장한 표정 짓고)
 
 - 소영, 낑낑거리며 연필 깍는 칼로 트럭 타이어를 마구 난도질한다.
 - 명구,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망보듯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흡!  하며 숨이 멎는
   표정 짓는다.
 - 그들 뒤로 광식이 보고 서 있는 것을 본 것이다.
 - 명구, 죽을 상이 되어 차마 소리는 못 내고, 소영을 쿡쿡 찌른다.
 
 소영            (개의치 않고 열심히 칼질만 하며) 하우! 니 칼은 와 이래 안
                 드 노? 빵구가 안 난다.
 광식            (표정없이) 빵구, 내가 내 주까?
 소영            (흠칫 놀라서 광식을 돌아보다가 헉! 소리내며 엉덩방아를 찧
                 고)
 명구            (소영의 손을 잡으며) 튀끼자! 퍼뜩!
 
 - 명구, 소영을 일으켜 도망가자고 손을 끌고, 소영,  처음엔 도망치지 않고, 광
   식과 계속 시선 부딪히고  있다가 광식의 표정이 매섭자, 슬금슬금  뒷걸음쳐
   명구의 손을 잡고 냅다 도망쳐 달린다.
 - 광식, 표정없이 보고 있다.
 
 S#35. 다른 마을길
 - 소영과 명구, 열심히 달려가다가 명구, 문득 뒤를 돌아 보고,  "안 따라 온다"
   하며 숨을 헉헉거리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 소영도 명구옆에 털석 주저앉고.
 
 명구            (소영을 보고) 니 진짜 간도 크다. 아까 그 아저씨, 얼마나 무
                 섭은 아저씬데...
                 나중에 우리 보고 패 직이뿔라카모 우짜노?
 소영            (흥, 콧방귀 뀌고) 다음엔 진짜 빵구 내뿐다.
 명구            느그 엄마 때문에 그라나?
 소영            (흠칫 보면)
 명구            아까 그 아저씨가 느그 엄마 꼬신다꼬 복수하는 기가?
 소영            (발칵 화내며) 무슨 말이고, 그기? 그런 말은 또 오데서 들었노?
 명구            오늘 아침에 우리 옆집 아줌마가 우리 엄마한테 그라더라. 광
                 식이 아저씨가 느그 엄마 꼬시가꼬 데이트하고 댕긴다꼬.
 소영            (노기 띤 표정으로 입술을 깨문다) 씨이...
 
 S#36. 멸치 건조장
 - 영숙, 아줌마들과 함께 건조된 멸치를 박스에 넣고 포장하고 있다.
 - 이때, 영숙 앞으로 와 서는 발...영숙,
   고개 들어보면, 광식모, 노기 띤 표정으로 영숙을 노려보고 있다.
 
 S#37. 멸치 건조장 일각
 - 광식모, 영문을 모르고, 어안이 벙벙해 있는 영숙을 다그친다.
 
 광식모          살다살다 내가 별 놈의 소리를 다 들어보네...우찌된 기고? 무
                 슨 소리고, 그기? 니하고 내 아들하고 연애한다카는 말이  우
                 찌된 말이냐꼬?
 영숙            (아무 말 못하고, 잔뜩 겁에 질려 있고)
 광식모          니가 꼬리쳤더나? 우리 광식이, 지 여편네 집 나가고, 가스나
                 라카 모 만정이 떨어지서 쳐다보도 안하는 안데...니가 여시겉
                 이 꼬싯더나? (어깨를 잡고 흔든다)
 영숙            (입술 달달 떨며 광식모의 서슬에 잔뜩 겁에 질려 보다가 저
                 편에서 자기들을 찾아 두리번 거리며 오는 광식을 발견한다)
 광식            (저편에서 오며, 얼핏 표정 굳어) 뭐합니꺼, 요게서?
 광식모          (광식보고) 이 문디 정신 없는 놈아! 어데 여자가 없어서...암
                 만 동네에 젊은 여자가 없다꼬...해필이모 이 팔푼이랑...
 광식            (인상 완전히 굳어, 버럭) 무슨 말입니꺼, 그기?!!
 광식모          동네 사람들한테 욕 듣는다, 니?!! 속도 모르고,  니가 불쌍한
                 아 꼬시서 장난친다꼬, 호로 자석 소리 듣는다꼬?!!
 광식            (버럭) 누가 장난친다 캅디꺼? 내가 저 여자한테 장난친다꼬
    누가 글캅디꺼?
 영숙            (눈물 어린 눈으로 광식을 보고)
 광식모          장난 치는 기 아이모 뭐꼬? 참말로  이 팔푼이랑 연애질이라도...
 광식            (말 자르며, 단호하게, 매서운 표정으로) 이 여자한테  팔푼이
                 란 소리 한번만 더 하이소. 어무이라도 가만 안 있습니더!!
 
 - 광식, 당혹해 있는 영숙의 팔을 끌고 간다.
 - 광식모, "저놈 자석이..."하며 기절할듯한 표정 짓는다.
 
 S#38. 마을길-한갈래로 뻗은 길 (3의)
 - 광식, 영숙의 팔을 힘껏 잡고 묵묵히 걸어간다...
   영숙, 그런 광식의 눈치를 계속 살피다가 광식이 잡은 팔이 아픈지 인상을 찌푸린다.
 - 광식, 영숙의 표정 보고, 팔을 놓는다.
 - 이때, 그들 사이로 경운기 한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 그 바람에 광식과 영숙, 서로 양 갈래길로 흩어져 걸어간다.
 - 광식과 영숙, 그렇게 서먹하게 얼마를 걷다가 광식, 다시 영숙에게 다가와 영
   숙에게 가만히 손을 내민다.
 - 영숙, 머뭇거리다가 그 손을 잡는다.
 
 S#39. 마을 근처 바닷가 일각 (초저녁)
 - 광식과 영숙, 바다를 보며 나란히 앉아 있다.
 
 광식            (담배 피워 물고) 나는 모자란 기 참 많은 놈이요.
 영숙            (맑은 표정으로 광식을 보고)
 광식            어부라는 놈이 고기도 잘 못 잡고, 하는 일마다 지지리  되는
                 일도 없고, 성깔도 지랄겉고, 오죽했시모 마누라도 다섯달 살
                 고는 못 살것다꼬 도망가고...소영이  엄마한테 대모 내  겉은
                 거는...(씁쓸하게 웃으며) 명함도 못 내미요.
 영숙            ...
 광식            (영숙을 보며) 남자, 좋아해봤소?
 영숙            ...(광식을 보다가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광식            ...소영이 즈그 아부진...어떤 사람이었소?
 영숙            (그 말에 광식을 보며 살짝  눈빛이 흔들리다가 다시 바다를
                 본다)
 광식            지 새끼 가진 여자 버린 놈...보나마나 형편없고, 나쁜 놈이었
                 것지, 뭐.
 영숙            (항의하듯) 나쁜 놈 아입니더!
 광식            (영숙을 보며)
 영숙            (정색하고) 나쁜 놈 아입니더!
 광식            (피식 웃고) 소영이 즈그 아버지...좋아했었소?
 영숙            (떠올리는 표정 잠깐 짓다가...고개 끄덕인다)
 광식            (고개 끄덕이며) 그랬을기요. 당신 겉은 여자가 누군들 안 좋
                 아했것소?
 영숙            ...(바다를 보고)
 광식            (담배 부벼 끄다가,  영숙 보지 않고)  혹시...(문득 영숙보며)
                 나도...내 겉은 사람도...좋소?
 영숙            (눈빛이 흔들리고)
 
 - 시간 경과.
 - 수평선으로 해가 서서히 가라앉는데.
 - 영숙, 광식의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고, 광식, 영숙의 어깨를 감싸안는다.
 
 S#40. 영숙집 앞 (밤)
 - 광식과 영숙, 간간히 미소 주고 받으며, 나란히 걸어오는데.
 - 대문 밖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던  소영, 벌떡 일어나며 두 사람을 노려 본다.
 - 광식과 영숙, 소영과 시선 마주치고 당혹스런 표정 짓는다.
 - 소영, 홱 토라져서 어디론가 빠른 걸음으로 가고.
 - 영숙, 당혹해서, "소영아!" 하며 소영을 쫓아간다.
 - 광식,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고.
 
 S#41. 마을길
 - 영숙, 뛰어와서 소영을 잡는다.
 
 영숙            소영아!
 소영            놔라! 내는 엄마하고 안 살끼다, 은자!
 
 - 소영, 영숙을 뿌리치고, 빠르게 걸어간다.
 - 영숙, "소영아! "하고 부르며 쫓아가 다시 소영을 붙든다.
 
 영숙            오데 가노? 오데 가노, 소영아?!!
 소영            아부지한테 가끼다!!
 영숙            (흠칫 놀란 표정짓고)
 소영            (식식거리며) 아부지한테 가서 다  일러 주비끼다...엄마가 내
                 말 안듣고, 다른 아저씨, 만나고  댕기는 것도 다 일러주삐끼
                 다!! (하고 저벅저벅 간다)
 영숙            (충격으로 털석 주저앉으며 멍해지고)
 소영            (가다가 멈추고 다시 돌아온다)
 영숙            (멀건히 소영을 본다...힘없이) ...소영아.
 소영            ...우리 아버지가, 누고?
 영숙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소영            누고? 가구점 아저씨가? 술도가 집 아저씨가?
 영숙            (눈물이 맺힌다)
 소영            누고?!!
 영숙            (안 울려고 애쓰지만)
 소영            모르나? 누가 우리 아버진고 모르나? 참말로 모르나?
 영숙            (주르르 눈물이 흐른다)
 소영            (점점 소리 높아져 질책하는) 이름도 모르나?
 영숙            ...(힘들게 말 꺼내는) 어데 사는고 모른다, 내도...옛날에 이사
                 가 가뿌서 오데 사는고 모른다. (하며 서러움에 결국 울음 터
                 뜨리고)
 소영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영숙            (소리내어 울고)
 소영            (영숙이 우는 것 보고 당황하고 안스러워) 엄마아...엄마아...울
                 지 마라... (하며 영숙을 가만히 안는다)
 영숙            (울면서 소영을 힘껏 안고)
 소영            (저편에 서 있는 광식쪽으로 잠깐 눈길 돌려 보고) 저 아저씨
                 도 엄마 진짜로 좋아 안한다.
 영숙            ...
 소영            남자들은 아무리 이뻐도 똑똑한 여자만 좋아한다. 외할매하고
                 내 말고는 아무도 엄마 좋아 안한다.
 영숙            (아프게 눈을 감고)
 소영            바보거치 엄마는 와 그것도 모르노...맨날 말해도, 와 맨날 까묵노?
 영숙            (소영을 꼭 껴안고 운다)
 
  - 멀리 저편에서 두 사람을 착잡하게 보고 있는 광식의 모습 보이고.
 
 S#42. 길 (낮)
 - 영숙, 소영과 함께 시장봐서 들고 오는데, 저편에서 광식, 걸어온다.
 - 마주 치는 세사람...
 - 광식, 영숙을 보는데, 영숙,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외면하고 소영과 함께 광식
   을 스쳐서 걸어간다.
 - 광식, 돌아서서 가는 영숙과 소영의 뒷모습을 보지만,
   영숙과 소영,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간다.
 - 광식,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서서 가던 길을 간다.
 - 영숙, 서글프고 아쉬운 표정으로 가는 광식을 뒷모습을 돌아본다.
 
 S#43. 포구 (저녁)
 - 광식, 쓸쓸한 표정으로 소주 마시고 앉아 있다.
 
 S#44. 영숙 마루/마당 (다음날 낮)
 - 영숙, 넋나간 사람처럼 멀건히 앉아 있다.
 - 소영, 마루 한켠에서 공책 펴놓고 글쓰기 연습하고 있다.
 - 소영, 시선은 공책을 향하고 있지만, 신경은 온통 마루에 앉아 있는 영숙에게
   쏠려 있다.
 - 영숙, 문득 마당에 널려 있는 빨래사이에
   광식의 수건(6 개울가에서 영숙에게 주었던)이 있는 것을 본다.
 - 영숙, 일어서 마당으로 가더니 광식의 수건을 걷어서 애틋하게 바라본다.
 - 소영,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보고.
 
 S#45. 마을 전경(아침)
 
 S#46. 영숙방
 - 영숙, 안색이 핼쓱해서 끙끙 앓아 누워 있다.
 - 소영, 옆에 무릎꿇고 앉아 어쩔 줄 모르고.
 
 소영            엄마...오데가 아프노? 엄마...정신 좀 채리라...엄마아...
 
 S#47. 멸치 건조장
 - 동네 아낙들, 인부들이 삶아온 멸치를 발에 펴서 말리고 있다.
 - 광식, 인부들과 함께 삶은 멸치 나르다가 영숙이 없는  것을 보고, 허전한 표정이         된다.
 - 광식, 한켠에 서서 생각에  잠겨 담배에 불  붙이려다가 그대로 담배를 담배
   갑속에 넣고 영숙의 집을 향해 간다.
 
 S#48. 마을길
 - 급한 걸음으로 영숙 집을 향해 가는 광식.
 
 S#49. 영숙방
 - 소영, 영숙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일으켜 앉히려 하지만,
   영숙이 정신을 놓고 쳐져 있는 상태라 쉽지가 않다.
 - 소영, 일으키려고 낑낑대고 있는데.
 - 영숙도 흠칫 놀란 표정 짓는다.
 - 잠시후, 문 열리고, 광식 들어선다.
 - 영숙, 광식을 보자, 시선을 떨구며 눈을 감고, 소영, 광식을 본다.
 
 광식            (소영 보며) 언제부터 아팠노?
 소영            (그대로 경계하듯 보고)
 광식            (영숙쪽으로 와서 영숙의 이마를 짚어보는데)
 소영            (영숙의 이마에서 광식의 손을 떼어내려 하며) 우리 엄마, 만
                 지지 마이소.
 광식            (그대로 들은 체도 안하고 영숙의 뺨도 만지며) 열이 펄펄 끓
                 네, 이거...
 소영            (흘겨보고)
 광식            안되것다, 병원에 데꼬 가야 되것다...(영숙을 안아 일으켜 업
                 으려는데)
 소영            놔주이소! 우리 엄마, 놔 주이소!! (광식이 못 업게 방해 하는
                 데)
 광식            (버럭) 이라다, 느그 엄마 죽으모 우짤래?!!
 소영            (흠칫 보는)
 
 S#50. 광식 트럭
 - 광식, 인상이 굳어 운전하고 있고.
 - 옆자리에 영숙과 소영, 타고 있다...영숙, 힘이 든 듯 소영에게 기대어 있다.
 - 광식, 운전하다가 오른손으로 영숙의 손을 꼬옥 쥐어주는데...소영, 잔뜩 못마
   땅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다.
 S#51. 보건소 마당 앞
 - 소영, 걸어나오다가 보면... 광식, 한켠에 앉아 담배 피우고 있다.
 
 광식            (소영보고) 학교 가라, 니는.
 소영            (뚝뚝하게) 괘안심니더.
 광식            엄마 아프다꼬 학생이 학교로 안가모 되나?
 소영            아저씨나 가이소, 퍼뜩!
 광식            ...니는 느그 엄마가 바보라꼬 생각하나?
 소영            ...
 광식            저번에 내한테는 느그 엄마 바보 아이라꼬 난리로  지기놓고,
                 니는 바보라고 생각하나?
 소영            (야무지게) 우리 엄마, 바보 아입니더.
 광식            그래, 나도 느그 엄마가 이쁘고, 착한 여자지, 바보라꼬  생각
                 안한다. (일어선다)
 소영            (할말을 잃고 본다)
 
 S#52. 보건소 병실 안/ 밖
 - 영숙, 링거맞고 잠들어 있는데.
 - 광식, 들어오며 영숙의 손을 가만히 잡아 준다.
 - 광식, 영숙의 이불을 바로 정리해 덮어주고, 흘러내린 머리칼도 쓸어주며...
   진심으로 영숙을 걱정하며 안타깝게 본다.
 - 창밖에서 그런 광식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 소영..
   광식에 대해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
 
 S#53. 소영 교실(낮)
 - 소영과 명구, 서로 반대편에 서서 교실 유리창 닦고 있다.
 
 소영            (유리창에 호! 입김 불며 툭 던지듯) 니는  우리 엄마가 이쁘
                 다꼬 생각하나?
 명구            (그런 건 왜 묻나? 의아한 표정 짓다가) 응, 이쁘다꼬 생각한다.
 소영            니는 이쁜 여자가 좋나? 못 생긴 여자가 좋나?
 명구            이쁜 여자가 좋다!
 소영            그라모 니는 똑똑한 여자가  좋나? 좀 안 똑똑한  여자가 좋나?
 명구            똑똑한 여자가 좋다.
 소영            (잠깐 보다가) 그라모 니는 좀 안 똑똑해도 이쁘고 착한 여자
                 가 좋나? 똑똑해도 못 생기고, 못된 여자가 좋나?
 명구            (생각하다가) 좀 안 똑똑해도 이쁘고 착한 여자가 좋다!
 소영            (흡족한 얼굴로, 고개 끄덕인다)
 명구            와 묻는데, 그거는?
 소영            (씨익 웃으며, 새침한 얼굴로) 니는 몰라도 된다!
 
 S#54. 영숙집 안
 - 소영,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며 대문을 들어서는데.
 - 광식모, 마루에 앉아 노기 띤 표정으로, 얼떨떨해 있는 영숙앞에 백만원 뭉치
   를 탁 놓아준다.
 
 광식모          자! 이거 지난번에 빌린 돈,  100만원이다! 이걸로써 느그 집
                 하고 우리하고 앞으로 다신 볼 일이 없는기다, 알것나?
 영숙            (당혹스런 표정 짓고)
 광식모          그라고, 앞으로는 멸치 일도 나올 거 없다!
 
 - 광식모, 벌떡 일어서 마당으로 내려 오다가 황당해 있는 소영과 눈길 마주친다.
 -광식모, 문득 생각난 듯 뒤돌아 영숙을 보며.
 
 광식모          참, 우리 광식이는 즈그 마누라 찾는다꼬 갔다.
 영숙            (충격받은)
 소영            (충격받은)
 광식모          갸가 마 야무지게 해서 크게 횟집을 낸 모양이던데, 며칠내로
                 데꼬 와서 같이 살끼다.
 영숙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지고)
 소영            (들고 있던 실내화 주머니를 떨어뜨린다)
 광식모          내가 참 이런 말은 할 말은  아인데...내 아들이고 뭐시고, 사
                 내놈들 말짱 다  도둑놈들이다! 그런께  앞으로는 정신 단디
                 채리고 살아 라...(그대로 대문 열고 나간다)
 
 - 영숙, 미동도 않은 채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
 - 그런 영숙을 보며 속상해서 눈물이 글썽해지는 소영.
 
 S#55. 포구 (황혼녘, 몽타쥬의 느낌으로)
 - 영숙, 하염없이 기다리고 앉아 있다.
 - 소영, 멀찍이서 영숙을 지켜보다가 다가가서 영숙을 일으키려 하며.
 
 소영            엄마...들어가자...아저씨, 기다리지 마라. 제발.
 영숙            (서글프게 소영을 본다)
 
 S#56. 광식집 일각
 - 광식의 트럭이 서 있던 곳.
 - 영숙, 한쪽에서 트럭이 있던 자리를 보며 기다리고 있다.
 - 소영, 학교 갔다 오며 그런 영숙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본다.
 - 해질녘.
 - 영숙이 서 있던 자리에, 소영, 쪼그리고 기다리고 앉아 있다.
 
 S#57. 영숙마당
 - 새벽의 푸르스름한 여명 깔려 있고.
 - 소영, 만화책 들고 나와 화장실로 간다.
 
 S#58. 화장실
 - 만화책 보며 꾸벅거리고 앉아 있던 소영...
   차가 와서 멎는 소리 같은 것을 듣는다.
 
 S#59. 마당
 - 소영, 방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대문 밖으로 나간다.
 
 S#60. 대문 앞
 - 소영, 나가보면...
 - 새벽의 푸른 여명 사이로 헤드라이트를 켜고 서 있는 광식의 트럭 보이고...
   눈이 부셔 어쩔 줄 모르다가 눈을 뜨면 광식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들어온다.
 
 소영            (반갑기도 하고,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저씨...
 광식            (피곤한 표정으로 웃고)
 소영            (문득 표정이 굳어지며 주위를 둘레둘레 둘러본다)
 광식            와?
 소영            아저씨 혼자 왔습니꺼?
 광식            (고개 끄덕인다)
 소영            아저씨, 부인하고 같이 온다카던데...
 광식            (피식 웃고) 내 혼자 왔다.
 소영            ...또 갈낍니꺼?
 광식            (고개 젓는다) 아니...소영아.
 소영            ...예.
 광식            느그 엄마 있나?
 소영            (씩씩하게) 예! (하며 활짝 웃는다)
 
 -그렇게 마주보며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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