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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콜] 배창직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11.07|조회수525 목록 댓글 0

[콜] 배창직

 

 

 

 

 

 

 

 

 


s#1. 택시 정류장
 손님이 끊긴 동 트기 전 이른 아침시간.
 대여섯 대의 빈 택시가 줄 지어 서 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택시기사들.
 병호,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켠다. 병호, 스트레칭을 하는데
 (E) 문자수신음.
 문자를 확인하고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르는 병호.
 출발하는 병호의 택시.

s#2. 모텔출입문 앞
 문을 열고 나오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의 다리.

s#3. 병호의 택시 안
 병호, 의자를 젖히고 잠을 자고 있다.
 (E) 유리창 노크하는 소리
 
 병호, 설 잠에서 깨어나 보면 지숙이 잠금장치를 풀어달라는 시늉을 한다.
 잠금장치가 풀리면··· 지숙과 중년남자가 탄다.

지  숙  (뒷자리에 타며) 오래 기다렸어요?
병  호 (마른세수하며) 한 삼 사십분.
지  숙 뭘 그렇게 빨리 왔어요. 시간 맞춰서 오면 될 걸.
병  호  원래 이 시간엔 출근 전이라서 손님도 없고. 도로도 뻥 뚫렸고···
 (룸미러를 맞추다가 거울로 지숙과 눈이 마주친다) ···제법 쌀쌀하네?
지  숙 ···
중년남 뭐해 빨리 안가고.
병  호 ···(출발한다)

s#4. 도로를 달리는 병호의 택시 안
 병호, 룰미러로 뒷자리를 흘깃흘깃 본다.
 중년남이 지숙의 몸을 더듬고 있다.
 
지  숙 (중년남이 귀찮다)
중년남  (옷 속으로 손을 넣기까지 하는데)
병  호  ···(가속페달을 거칠게 밟는다)
중년남 (헛기침 한다)
지  숙 (옷매무새를 고친다)

s#5. 도로가
 병호의 택시가 아파트 단지 앞 갓길에 서 있는 상태다.
 만이천원 정도가 찍혀있는 미터기요금.
 중년남, 이만 원을 병호에게 주고는 거스름돈을 받으려고 손을 내민다.

지  숙 사장님두 참···! 40분이나 기다렸다는데 콜 값 좀 챙겨 줘야지.
중년남 험, 험.
지  숙 (중년남의 지갑이 자기 것인 양 만 원 권 두어 장을 꺼내 병호에게 준다)
중년남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병  호 (받기가 뭐한데)
지  숙 (병호 손에 챙겨주며) 자, 받아요.

s#6. 달리는 병호 택시 안
 라디오에선 아침을 알리는 활기찬 목소리의 교통방송이 흐른다.

병  호 (운전하며) 문자로 콜하지 말고 전화로 해요 이제··· 그러다 어긋나면
 (하다 룸미러로 지숙을 보면)

 뒷자리의 지숙, 피곤한 듯 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다.

병  호  ···많이 피곤한가 봐요?
지  숙 (자조적으로)시끄럽다.
병  호 ···?
지  숙 라디오.
병  호 (라디오를 끈다)

 지숙, 앉아서 자려니 영 불편한지 모로 누워서 잠을 청한다.
 그런 지숙을 룸미러로 살피며 운전하는 병호.

지  숙 (눈 감은 채로) 사고 나요··· 자꾸 그렇게 보면.
병  호  ···(멋쩍다)

s#7. 도로전경
 햇살이 터 오르는 강변도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병호의 택시 위로···

타이틀 [Call]

s#8. 다세대 주택가 골목 (아침)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길을 올라가는 병호의 택시.

s#9. 병호의 택시 안+지숙의 집 앞
 지숙, 돈을 주는데

병  호 아까 받은 걸로 충분한데··· 매번 이렇게
지  숙  (자르고)그래서··· 싫어요 아저씨?
병  호  나야 좋지만··· 미안해서···
지  숙 ···(내린다)

 원룸 건물로 향하는 지숙.
 병호, 그런 지숙을 사이드미러로 보다가 후진기어를 넣는다.
 후진으로 골목을 내려가는 병호의 택시.

s#10. 택시 회사 전경

s#11. 동 기사 쉼터 안(2층)
 1층은 택시회사 사무실이고 2층은 가건물인 구조.
 거실에서 고스톱을 치는 3명의 기사들.
 병호, 냄비 째로 라면을 먹으며 구경한다.

기사1 안질려? 라면··· 요즘 영업도 잘 된다며.
병 호   잘 되긴요···
기사1 뻔히 다 아는데 왜 그래? 나가요 전용기사 뛰는 거.
병  호 ···(라면끝물을 먹고는 설거지를 하려고 개수대 물을 트는데)
기사1 근데 좀 찝찝하지 않나. 까놓고 택시비도 지들 몸 판 돈으로 줄 거 아냐.
병  호 (설거지를 하려다 말고, 자리를 피하듯 화장실로 들어간다)
기사2 괜히 왜 그래. 저 친구 형편 뻔히 알면서.
기사1 여기 형편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지만 나쁜가 뭐··· 그럴 거면 합의를 잘 하던가.
 이혼도 장산데!

s#12. 동 화장실 안
 문에 기대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병호.

기사1(E) 택시 몬지 겨우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저러냐고 내 말은.
병  호  ···(안 들으려는 의도로 물을 세게 틀고 세수를 한다)
기사1(E) 저 따위로 빌붙어 일하는 놈들 때문에 나 같이 평범한 택시까지
  싸잡아서 욕먹는 거라고!
기사2(E) 아이. 그만하고 빨리 돌려! 땄다고 시간 때우지 말고.
기사1(E) 따긴 뭘 따 내가··· 겨우 몇 천원 딴 거 가지고.
병  호  (세수를 연거푸 계속한다. 지나칠 정도로)

 (E) 초인종 소리!

s#13. 지숙의 원룸/ 반 지하
 초인종 소리가 울리는 지숙의 방
 지숙, 초인종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잠을 자고 있다.
 초인종 소리에 이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

아줌마(E) 계세요! ···가스검침입니다!

 지숙, 이불을 뒤집어 쓸 뿐 별다른 반응도 없다.

s#14. 지숙의 원룸/ 현관 앞
아줌마 (도시가스 검침 방문 메모 용지를 붙이며) 어떻게 된 게 이집은 맨 날 없어.(가는)

s#15. 지숙의 원룸
 협탁 위에 진동으로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 드는 지숙의 손.
 지숙,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전화를 받는다.

지  숙 여보세요(···) 지금? (···) ···알았어 (끊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간경과)
 지숙, 화장대 앞에 앉아서 로션을 찍어 바른다.

s#16. 병호의 택시 안
 택시가 빈차로 많이 서 있는 사거리.
 병호, 서행을 하면서 두리번거린다.
 지숙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경적을 울리고 선다.

지  숙 (타는데)
병  호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콜을 다하고.
지  숙 이 일이 시간이 따로 있나 뭐···
병  호 ···빈 택시가 저렇게 많은데··· 대충 타고 가지 그랬어요?
지  숙 내가 콜한 게 싫어요?
병  호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그 쪽이 기다리는 게 좀 그래서···
지  숙 ···
병  호  ···(넌지시) 일 끝난 건가?···
지  숙 ···
병  호 ···?
지  숙 집으로 가요.
 
 (E) 전화벨

병  호 (이어폰으로 받는다)(···)왜 그래 또!··· (언성을 높이려다 지숙을 의식)
 지금 손님 계시거든. 이따 전화할게 (···) 뭔 소리야!
 좀 전에 입금했는데. 백만 원(···) 타행수표면 내일 찾으면 되잖아(···)
 그게 당신 용돈이야! 어?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 다정이 잘 맡아서
 키우라는 양육비 같은 거잖아! 끊어! (···) 나 지금 운전 중이야! 끊어.(끊는다)
지  숙 ···

 출발하려는데 앞차가 끼어들자 화풀이 하듯 경적을 울리는 병호.
 지숙, 분을 삭이며 호흡을 가다듬는 병호를 살핀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는데··· 병호, 액정을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지  숙 (넌지시) 괜찮아요?
병  호 ···미안해요.
지  숙 ···안됐다.
병  호 안되긴, 이혼이 뭐 대순가 요즘 세상에.
지  숙 ···아저씨 말고··· 다정이요.
병  호  ···
지  숙 몇 살이죠. 다정이?
병  호 ···다섯 살.
지  숙 똑 같네··· 나랑··· 다정이랑···
병  호 ···?(룸미러로 본다)

s#17. 병호의 방 (새벽)
      세면을 끝내고 들어서는 병호, 불을 켜는데 형광등이 고장 났는지
 깜빡깜빡 거린다.
       깜빡거림을 잠시 보다가 안 되겠는지 그냥 불을 꺼버리고···
 자리에 벌러덩 눕는 병호
       창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병호, 일어나서 커튼을 치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한다.

s#18. 순댓국 전문 기사식당 (저녁)
 홀 안에 손님이 거의 없다.
 병호, 신문을 읽는 둥 마는 둥 보며 순댓국을 먹고 있다··· 참 맛없게 먹는다.

여자1 (식탁에 계란 프라이를 내려놓으며 병호 앞에 앉으며)김기사님 요즘 고민 있죠?
병  호 (보면)
여자1 까칠해 얼굴이··· (안쓰럽다는 듯 얼굴을 뚫어져라보면)
병  호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고) 괜찮은데···
여자1 천천히 들어요. 반찬 좀 싸 주게.
병  호 괜찮은데···
여자1 괜찬은데, 괜찮은데. 이런 말 말고 다른 말도 좀 하고 그래요.
병  호 ···

 (E) 문자 수신음.

병  호 (확인하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여자1  (누구길래 저라나 싶고) 누군데 그래요?
병  호 ···아니에요.
여자1 ···(궁금하게 본다)
병  호 ···콜요. 콜.
여자1 콜?
병  호 네 콜.
여자1 문자로 들어오는 콜도 있나?
병  호  (서둘러 일어나며) 잘 먹었어요 (나가는)
여자1 반 이상 남긴 순댓국과 손도 대지 않은 계란 프라이를 본다)
 ···

s#19. 병호의 달리는 택시 안 (밤)
 조수석에 늘어져 앉아 있는 지숙.

병  호 ···뭐 하나 물어 봐도 될려나?
지  숙 (끄덕)
병  호 얼마나 벌어요? 지금 하는 일···
지  숙 ···뭐 대중없어요···
병  호 그래도 꽤 될 거 같은데··· 그 동안 많이 벌어 놨겠네?
지  숙 그렇지도 않아요. 아직 빚도 좀 남았고··· 또 갑자기 생긴 가족도 아프고···
병  호 가족? ···가족 같은 거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지  숙 ···대충 그렇게 됐네요.
병  호 가족··· 누가 아픈 건데?
지  숙 (지나친 관심이 싫다. 바로 보며) ···그만하죠. 호구조사.
병  호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지숙을 룸미러로 흘끔 본다. 안쓰러운 눈길로···)
지  숙 ···(도로가까지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합승이라도 하죠. 저 땜에 시간도 많이 뺏겼는데.
병  호 그럼··· 그래 볼까 (서행하며 조수석 차를 내리고) 구로! 구로 가실 분!
남자4(E) 구로역!

  (시간경과)
 취한 상태의 남자4와 5가 뒷자리에 탔다.

남자4 생각할수록 열 받네··· 돈을 그렇게 뿌렸는데. 1차는 안된다고··· 싸가지 없는 년들.
병  호 (룸미러로 흘깃보면)
남자5 요즘은 그런 년들이 더 따진다니깐. (병호에게) 안 그래 기사양반.
병  호 ···뭐, 그럴 수도 있죠 (지숙을 의식한다)
지  숙 (인상을 찡그린다)
남자4 뭐가 그럴 수 있어. 어, 술 팔면 당연히 몸도 팔아야지··· 아가씨 집에 어떤 놈이
 술만 먹으러 가.
병  호 그냥 갈 수도 있는 거죠. 그리고 손님, 그거 불법인데···
남자4 불법! 그럼 합승은 불법 아니야?
지  숙 (듣다가 열 받아서) 그럼 내리시든가!
남자4 뭐?
지  숙 (화를 삭인다)
남자4 (들이밀고 아래위로 보며, 비꼬는) 오라. 딱 보니까 아가씨도 그쪽이네.
지  숙 (남자들을 쏘아본다)
남자4 이게 어따 대고 눈을 부라려!
지  숙 (지지 않고 안전벨트를 풀고 대든다) 이러니까 술집에서 퇴짜나 맞지!
남자들 (이것 봐라 하는)
병  호 (어떡할지 몰라 하는데)

s#20. 도로가 (밤)
 병호의 택시가 선다.

병  호(E) (애써 참는 투로) 손님 다른 차 타시죠.

s#21. 인근 다른 도로가 (밤)
 병호의 택시에 기대어 있는 지숙.
 병호, 자판커피를 뽑아서 지숙에게 건넨다.

지  숙 (받아든다)
병  호 (넌지시)괜찮아요?
지  숙 ···(시선 주지 않고)
병  호 ···(지숙 눈치 살피며 커피만 홀짝거린다)
지  숙 (한 모금 마셔보는데)
병  호 하여튼 손님이라고 다 같은 손님이 아니라니깐. 어, 그저껜 콜 받아서 갔는데
 술이 떡이 된 손님이더라고. 토한다고 해서 비닐봉지까지 챙겨줬는데도
 시트에다가 토하더라고··· 와 그거 치우는데 진짜 얼마나 역겹던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  숙 역겹죠. 더럽고··· 하여튼 콜 때리는 놈들 거의 다가 골 때려요.
 매너라곤 하나도 없고··· (억지로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안 그래 아저씨?
병  호 (농담조)솔직히 내 손님은 거의 다는 아닌데··· 일주일에 두세명 정도.
지  숙 치.
병  호 후후

 (E) 휴대폰 벨소리.

지  숙 (받으며, 애써 밝게) 어, 오빠 (···)지금은 좀 그런데(···) 아니
 몸도 안 좋고 기분도 꿀꿀하고. (···)정말? 그럼 잠깐 들려야지 뭐.
 (···) 응 지금 바로 갈게.
병  호 ···또 가게?
지  숙 오라는데 가야죠. (차에 탄다)
병  호 ··· (못마땅하다)

s#22. 달리는 병호의 택시 안 (밤)
 병호와 지숙뿐이다.
 병호, 못마땅한 얼굴로 앞만 보고 운전하다가··· 지숙을 본다.
 조수석의 지숙,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고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고단해 보인다.

병  호 (혼잣말처럼이지만 지숙 들으라는 듯)난 아무리 단골손님한테 콜이 와도
 몸이 안 좋으면 안 가는데···
지  숙 ···(반응 없다)
병  호 피곤해 보이는데 집에 가서 좀 쉬지.
지  숙 (못 참겠다) 대체 나한테 뭐가 불만인데? 어?

 지숙을 보다가 속도도 죽이지 않고 거칠게 좌회전 하는 병호.
 지숙, 몸이 옆으로 많이 쏠린다.
 
지  숙 아저씨!
병  호 ···그러니까 안전벨트 하라니깐!
지  숙 ···(불만스럽지만 안전벨트를 하고는 담배를 꺼내 문다)
병  호  금연인 거 알면서···
지  숙 누가 피운대요!
병  호 ···
지  숙 (불도 붙이지 않고 물고만 있다)···

 병호,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 차를 세운다.
 
병  호 (지숙의 팔에 붙은 파스를 발견하고) 그 팔은 또 왜 그래.
지  숙 ···
병  호 ···
지  숙 이 일 하다보면 별의 별 인간이 다 있거든.
병  호 ···
지  숙 참, 아저씨도 알겠다.
병  호 ···?
지  숙 아저씨나 나나··· 콜 인생이잖아. 누구라도 부르면 달려가는···
병  호 ···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지  숙 가요. 신호 바뀌었어요.
병  호 (출발하며) 피워요. 담배.

s#23. 유흥가 편의점 앞 (새벽)
 병호의 차가 편의점 앞에 서 있다.
 파라솔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는 병호.
 면을 들어올려 후 불어서 먹는데··· 병호의 시선으로···
 술 취한 남자들에게 딱 달라붙어서 온갖 애교를 부리며 가는 호스티스들.
 병호, 집어올린 라면을 떨어뜨린다.
 테이블에 떨어진 면을 용기에 주워 담다가
 짜증스레 젓가락을 테이블에 내친다.
 병호, 의자에 한껏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는데···
 (E) 문자수신음 
 휴대폰을 꺼내서 바로 확인하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뜸들이는 병호.

남자1(E) 왜 싫어? 어차피 동생이 2년 코스로 유학 가서 그 동안은 빈집인데.

s#24. 병호의 택시 안 (새벽)
 아파트 단지 옆 길가 인적이 드문 후미진 곳에 서 있는 병호의 택시.
 뒷자리엔 남자1(지숙의 단골손님)과 지숙이 있다.
 지숙과 남자1은 술이 약간 취한 상태다.

지  숙  짐도 많고··· 또 귀찮고···
남자1 귀찮긴 뭐가 귀찮다고 그래. 이삿짐센터에서 다 알아서 해주는데.
지  숙 ···늦었어 오빠··· 와이프 기다리겠다.
남자1 (지숙에게 돈을 찔러주고는 내리며) 하여튼 잘 생각해봐.
 나도 큰 맘 먹고 이러는 거니깐.
지  숙 ···응, 생각해볼게··· 잘가.
남자1 (간다)
지  숙 ···
병  호  (출발하며, 무뚝뚝하게) ···그렇게 하지 그래요. 지금 있는 골짜기 보단
 그래도 아파트가 훨 나을 텐데··· 또 그 쪽이면 교통도 좋고.
지  숙 사실, 웬만하면 그래볼까도 했는데··· 저 자식··· 변태거든요.
 엄청 변태··· 또 거기다가 쪼잔하기까지···
병  호 ···
지  숙 (남자1이 준 돈(사오만원정도)을 펼쳐 흔들어 보이며) 이거 봐요.
 실컷 놀고는··· 이것밖에 안 주는 거···
병  호 ···
지  숙 까놓고··· 방하나 내줬다고 들락날락거리며 얼마나 생색내겠어··· 안 그래요?
병  호 ···

s#25. 도로가 (새벽)
 비상등을 깜빡이며 갓길에 서는 병호의 택시.
 급히 내리는 지숙.
   병호, 운전석에서 지숙이 토하는 걸 측은하게 보다가 안 되겠는지 내린다.
 
지  숙 (토해보지만 잘 안나온다)
병  호 (등 두드려준다)
지  숙 (보는)
병  호 손가락을 넣어 봐요.
지  숙 ···(넣어보지만··· 안나온다)
병  호 더··· (시범을 보이며) 이렇게···
지  숙 (따라서 깊숙이 넣어 본다. 신호가 온다)
병  호 (등을 두드려준다)
지  숙 (토한다)
병  호 (휴지를 주면서) 왜 계속 해. 이런 일··· 싫으면서
지  숙 후후··· 왜 하냐구.
병  호 ···
지  숙 아저씬 택시일이 좋아서 해?
병  호 ···좋다기 보단 뭐··· 딱히 할 일도 없고··· 또 배워둔 기술도 없고.
지  숙 거 봐··· 할 게 없잖아. 마땅히.
병  호 ···왜에. 그래도 그쪽은 한창이니깐··· 기술 같은 거 배워가면서
 이제부터라도 착실히 하다보면
지  숙 아저씨!
병  호 (보면)
지  숙 아저씬, 그냥 운전이나 해주면 되거든.
병  호 내 말은
지  숙 (자르고) 나 지금 무지하게 피곤하고··· 힘들고. 그렇거든···
병  호 (조심스럽게) 내가 일자리··· 한번 알아봐줘?
지  숙 그만하라니깐! 안 그래도 요즘 이것저것 짜증나서 죽겠는데
 아저씨까지 왜 그러는 건데!
병  호 (더 말하려다 관둔다)···

s#26. 택시 회사 ·층 사무실 (다른 날 낮)
 경리여직원 혼자 사무중이다.
 슬리퍼 차림의 부스스한 병호,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컵라면에 채운다.
 한쪽에 있는 낡은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뒤척이며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병호.

병  호 저기··· 미스 최.
경  리 네.
병  호 조그만 사무실에서 경리일 하면 보통 얼마나 받아?
경  리 (시선은 사무를 보면서) 경력에 따라 틀려요.
병  호 경력은 없고··· 초보야 초보. 한 스물다섯 정도.
경  리  경리라고 우습게보지 마요. 예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요즘은 경리도
 전문직이니깐··· 아무나 막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병  호 ···
경  리  초보면 일단 경리보조부터 시작 해야겠네···
병  호 그럼 얼마나 받아. 보통?
경  리  사장 취향에 따라 틀려요.
병  호 ···
경  리 (바로 보며)이뼈요?
병  호 ···(끄덕)
경  리 이쁘면 보통보단 더 받을 수 있어요. 거기다 애교가 있으면 더 좋고.
병  호 ···음(끄덕이는데)

s#27. 모텔 방 (밤)
 일을 치른 후다.
 남자2, 침대에서 담배를 입에 문다.
 지숙, 침대에 걸터앉아서 휴대폰 문자를 작성중이다.

남자2 (담뱃불을 붙이려는데 라이터가 잘 켜지지 않는다) 애인이야?
지  숙 애인은 무슨··· 콜택시··· (문자 전송버튼을 누른다)
남자2 야, 밖에 깔린 게 택신데 웬 콜택시? (계속 불이 켜지지 않는 라이터)
지  숙 (옷을 챙겨 입으며 농담조로 내뱉는다) 그럼 오빤, 밖에 깔린게 여잔데
 왜 나한테만 콜 해.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남자2 ···

 지숙의 뒷모습을 화난 얼굴로 보는 남자2, 라이터도 켜지지 않는다.
 신경질적으로 라이터를 벽에 던진다. ‘퍽’ 하고 터지는 라이터···
 깜짝 놀라는 지숙.

s#28. 병호의 달리는 택시 안 (밤)
 문자를 확인하는 병호. ‘00모텔 앞··· 구로걸’
 손님(인상파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병호.

병  호  저 손님 죄송하지만··· 제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여기서 내리시면  안 될까요? 물론 택시는 책임지고 제가 잡아드릴게요.
손  님 뭔 소리야 그게··· 나도 급한 사람이야! 댁만 급한 게 아니라.
병  호 좀 부탁드릴게요··· 아! 그리고 요금은··· 제법 나왔는데··· 그냥 반만 받을게요.
손  님 ···험···(창밖만 본다)
병  호 죄송합니다. (시선으로 빈 택시가 서있다) 마침 빈 택시가 저기 있네요.
 (빈 택시 앞에 차를 세우는데)
손  님 (내릴 채비를 한다)
병  호  (창을 내리고) 손님! 조금이라도 요금은 주셔야죠.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손  님 (머리를 들이밀며 비아냥거린다) 당신, 이거 지금··· 불법인거 알아?
병  호 ···
손  님 승·차·거·부!
병  호 에이 그래서 제가 먼저 손님께 양해를 구한 거잖아요···
손  님  난 차 세우란 말도 안했어! ···손님을 이따위로 길바닥에 떨어트린 주제에··· 무슨  요금을 달라는 거야··· 치(가래침을 택시 보닛에 뱉고는 다른 차 쪽으로 간다)
병  호 저 양반이 진짜 (내려서 손님을 뒤쫓으며) 손님!
손  님 (쏘아보며) 왜? 뭐 어쩌라고!
병  호 너무하잖아요. 지금!

s#29. 모텔 방 (밤)
 지숙, 한쪽 구석에 쪼그려 있다. 이미 몇 대 맞은 듯 입술이 터진 상태다.

남자2 건망지게 대들기는··· 개 같은 년이.
지  숙 (쏘아본다)
남자2 (수표를 구겨서 지숙 앞에 내팽개치고는 나간다)
지  숙 (‘꽝’ 닫힌 문에다가) 야 이 새끼야··· 새끼···(무릎에다 고개를 파묻는다)

 미세하게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설움을 삼키는 지숙.

s#30. 파출소 안 (밤)
 티격태격 거리고 있는 병호와 손님.

손  님 (경찰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하소연한다) 아 글쎄! 이 양반이 막 강제로
 내리라고 협박하더라니깐!
병  호 (어이가 없다) 내가 언제 협박을 했다고 그래요.
경  찰 (양쪽을 진정시키며) 자자, 협박을 했던 안했던. 우선 사건 접수해야
 되니깐 두 분 다 신분증 보여 주시고 이쪽으로 앉아요. 조서 꾸미게···
병  호 (시계를 보며) 바빠 죽겠는데. 미치겠네 진짜···
경  찰  기사분도 참, 웬만하면 목적지까지 태워주시지 않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거 아니면.
병  호 ···(번뜩, 이거다 싶다)

s#31.  다른 파출소 앞 (밤)
 몸도 마음도 지친 지숙이 파출소 앞을 지나치다가 파출소 간판을 멍하니 본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문구를 보고는 쓴웃음을 흘리는 지숙.
 뒷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해 보인다.

s#32. 모텔촌/ 병호의 택시 안 (밤)
 병호, 모텔주위를 살펴보며 차에서 내린다.
 혹시나 해서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는 병호.
 그러나 지숙은 어디에도 없다.

s#33. 포장마차 (밤)
 소주에 간단한 안주가 놓인 지숙의 테이블.

지  숙 (휴대폰의 저장번호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안됐다 박지숙···
 이렇게 서럽고 기분 꿀꿀할 때···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불러낼 사람도 없고··· 훗.

 지숙, 전화번호를 검색하던 중 ‘콜아저씨’가 나온다.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더니 폴더를 닫아 버린다.
 소주 한잔을 쓰게 마시는 지숙··· 이내 휴대폰을 들더니 문자를 작성한다.
 ‘아저씨 신사동 00제과 앞 포장마찬데 괜찮으면 술 한 잔 하러 오세요···
 구로걸’
 지숙, 전송버튼 누르려다··· 피식 웃고는 포기한다.
 액정에서 지워져 가는 글씨.

지  숙 후후···(콤팩트 거울로 상처 난 입술을 어루만지다가 주인에게)
 여기 혹시 반창고 같은 거 없어요?

s#34. 병호의 택시 안/ 구로 역 앞 도로가 (밤)
 병호의 택시에서 손님이 내린다.

병  호 감사합니다.

 출발하려는데 병호의 시선에 들어오는 구로역 간판.
 뭔가 생각이 떠오른 병호, 출발도 않고 운전대를 잡고 망설인다.
 다른 손님이 타려고 하는데

병  호 죄송합니다. 콜 받은 차라서요.

s#35. 지숙의 집 앞/ 택시 안 (밤)
 지숙이 탄 택시가 집 앞에 선다.
 지숙, 요금을 주고 내리려는데

기  사  요금을 더쳐줘야지··· 차 돌릴 데도 없는 이 좁은 골목까지 들어왔는데.
지  숙 그런 게 어딨어요 (내리는데)
기  사 (지숙의 손목을 잡고) 아, 이 아가씨가 진짜.
지  숙 (신경질적으로) 이거, 안 놔!
기  사 어쭈, 어따 대고 반말이야! 새파란 게 발랑 까져 가지고.
지  숙 놔 이 새끼야! 놓으라구!
기  사 (팔을 비틀며 움켜쥔다) 이 년이 뒈질라고.
지  숙   아. 아···
병  호(E) 뭡니까 지금!
지  숙   (보면 병호다. 반갑다) 아. 아저씨!

  (시간경과)
 후진으로 가는 기사의 택시.

지  숙 택시비 줬다니깐 왜 또 줘요?
병  호 못 받았다잖아.
지  숙 내가 분명히 줬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저씬 나보다 저 사람 말을 더 믿어···
 같은 택시기사라고!
병  호 ···
지  숙 그리고 왜 안 왔어요? 콜 했는데.
병  호 ···
지  숙 아저씬 와 줘야 하는 거잖아. 적어도 나한텐···
병  호 그러기에 내가 전화로 하라고 그랬잖아. 아님 문자 할 때 전화번호라도 남기던가.
 구로 걸이 뭐야 구로 걸이···

s#36 실내 포장 (밤)
 테이블 위에 소주 두 병과 콜라 한 병의 단출한 둘의 술자리.

지  숙 아저씨도 내가 더러워?
병  호 ···?
지  숙 더러워서 싫대, 내가.
병  호 ···?
지  숙 일수 빚까지 내서 기껏 졸업시켜 놓았더니 (소주잔을 비우곤)
 훗, 결국엔 딴 년 찾아가더라구.
병 호 (그제서야 알아듣고) 그걸 그냥 냅뒀어?
지  숙 냅두지 않으면?
병  호  잡아서 족치던지 해야지. 진짜 나쁜 놈이네···(짐작이 간다는 듯)
 아··· 그래서 이사도 안 가는 거야? 그 놈이랑 같이 살았던 곳이라고?
지  숙 ···
병  호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린다고 그 따위로 배신 때린 놈이 돌아 올 것 같아?
지  숙 기다리기는 누가 기다린다고 그래··· 그리고 자꾸 이놈저놈 하지 마.
병  호 ···
지  숙 개자식이라고 그래. 개자식!
병  호 (피식, 떠보듯)···개자식···
지  숙 (피식 웃으며) 좀 그렇다···
 막상 아저씨가 개자식을 개자식이라고 하니깐··· 후후.
병  호 ...
지  숙 (술을 홀짝 마시고는) 맛없다··· 혼자 먹으니까···
병  호 ···
지  숙 (잔을 비우고 병호에게 술잔을 건낸다) 아저씨도 한잔해라.
병  호 좀 있다가 교대시간이라고 했잖아.
지  숙 에이 쫀쫀하긴 진짜··· 일단 먹고 봐요.
병  호 (망설이는데)

  (시간경과)
 테이블 위에 서너 병의 소주병.

대리운전(E) 대리운전 부르신 분?

s#37. 실내 포장 앞 (밤)
 병호의 택시를 혼자 몰고 가는 대리운전기사.

s#38. 실내 포장 안 (밤)

지  숙 참, 아저씬 집이 어디야?
병  호 후후··· 집은 무슨 집.
지  숙 ···그럼··· 없어 집?
병  호 (끄덕이며) 없다고 봐야지.
지  숙 그럼, 어디서 먹고 자?
병  호 그냥 회사에서 대충 지내. 하루라도 빨리 다정이 데려오려면···
 방세라도 아껴야지.
지  숙 ···참 번거롭게 산다 (병호의 잔을 채워주며) ··· 그냥 엄마보고
 키우라 하지. 아저씨도 힘든데.
병  호 ···요즘 혼자서 키우는 남자도 많아.
지  숙 (목소리가 커지며)아빠가 제대로 키우기나 하는 줄 알아!
병  호 ?(지숙의 반응에 왜 저러나 싶다)
지  숙 내가 아빠란 작자 밑에서 있어봤거든. 결국은 고아원에 맡기더라.
 딸래민 짐이라고.
병  호 ···(안쓰럽게 본다)
지  숙 훗, 내가 아는 남자는 거의가 그 따위야.
병  호 그럼 엄만?
지  숙 ···
병  호 (궁금하다는 듯 보면)
지  숙 그러는 다정이 엄만?
병  호 ···싫대. 양육권··· 새 출발하는데 짐이라고··· 후후
지  숙 ···(병호의 잔을 부딪치고 소주잔을 비운다)
병  호 (따라서 소주잔을 비우고, 담담히 씨익 웃는다)
지  숙 왜 웃어 아저씨··· 웃긴 일도 없는데?
병  호 그냥··· 그냥 웃고 싶어서··· 웃을 일이 없어도 가끔씩은 이렇게라도 웃어 줘야지.
지  숙 피이··· 철학 같은 소리 하네 (병호의 술잔을 채워준다)
병  호 (지숙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궁금한 게 있는데 왜 나한테
 전화번호를 안 남기는 거야?
지  숙 왜, 아저씨도 나한테 콜 때릴려구?
병  호 ···후후
지  숙 그럼 내일부터 나, 아저씨 택시 안 타.
병  호 ···?
지  숙 (고개를 흔들고는) 싫어 이제··· 소통하는 거, 기대는 거, 기다리는 거,
 지치고 싫다 정말.

s#39. 지숙의 옥탑 방 안 (새벽)

 병호, 옷 입은 채로 침대에 널브러져서 코를 골며 자고 있고
 바닥에는 지숙이 잠들어 있다.
 
  (시간경과)
 아침.
 외출복 차림의 지숙,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작은 창가로 파고드는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 병호, 뒤척이다가 깬다.

지  숙 더 자요. 아저씬.
병  호 ···어디···가?
지  숙 콜 와서.
병  호 아무리 콜이래도 그렇지. 이 시간에?
지  숙  나도 웬만하면 안 나가려고 했는데··· 단골이거든.
병  호 (몸을 세워 앉으려는데 숙취에 괴롭다)
지  숙 술이 그렇게 약해서 어떡해 남자가.
병  호 ···
지  숙 끌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병  호 그 그랬어··· 혹시 내가 실수 같은 거··· 없었지?
지  숙 (커튼을 쳐 주며) 풀 자고 가요.
병  호 내가 태워 줄까?
지  숙 ···강릉 가. 당일치기 출장가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병  호 ···좋겠다. 동해바다도 보고.
지  숙 좋긴··· 저번에 아파트 얘기 꺼낸, 그 변탠데···
병  호 ···

 지숙이 나가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는 병호.
 그러다 얼굴만 내밀고 방을 둘러본다. 좀 어지러운 방안이다.
 병호, 물을 꺼내 마시려 냉장고 문을 열려는데···
 냉장고에 붙은 메모를 본다.
 ‘식탁 위에 꿀물 타 놨어요’
 희미하게 미소를 흘리며 꿀물을 마시는 병호. 문득 화장대 위에 있는
 사진 액자를 본다.
 사진 보면 ‘학사모를 쓴 남자와 지숙 다정한 모습’
 병호, 씁쓸히 웃고 돌아서는데 빨래건조대와 부딪친다.
 널브러지는 빨래들··· 여자 속옷 따위들이 주다.
 
  (시간경과)
 -인서트 
 정리된 침대위에 차곡차곡 개어져 있는 빨래들(건조대의).
 좀 전과는 다르게 깔끔히 청소가 된 방안이다.
 
  (시간경과)
 밤.
 어두운 방 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지숙.
 불을 켜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방 안.
 지숙, 피식 미소를 흘리며 휴대폰을 꺼내들고 문자를 찍는다.

s#40. 병호의 방 안 (밤)
 병호, 이부자리를 펴는데··· 문자수신음.
 보면 ‘고마워요··· 구로걸’
 병호, 설핏 미소를 보인다.
 
s#41. 지숙의 집 앞
 병호의 택시가 서 잇다.
 병호, 정성스레 조수석을 다 닦아내고는 백미러를 보며 삐친 머리를 다듬는다.
 병호, 조수석 매트를 꺼내서 전봇대를 이용해서 먼지를 터는데···
 나오는 지숙.
 
병  호 (손을 들어 인사한다. 마치 오랜 연인을 대하는 듯한 느낌)
지  숙 (아랑곳 않고) 빨리요. 좀 급하거든요.
병  호 어, 그래 알았어 (매트를 조수석에 깐다)
지  숙 (타고)
병  호 (운전석에 앉으면)
지  숙 오늘은 좀 멀리 가야 되는데··· 하루를 통으로 내 줄 수 있죠?
병  호 어디 가는데?
지  숙 서산.
병  호 거긴 왜?
지  숙 ···
병  호 ···?
s#42. 병호의 달리는 택시 안
 서해가 보이는 국도 변을 달리고 있다.
 지숙, 창 너머 바다를 멍하니 본다.
 병호, 그런 지숙을 안쓰럽게 보며 운전한다.
 창문을 내리고 바닷바람을 쐬는 지숙··· 날리는 머리카락.

s#43. 정신 병원 전경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 병원.
 들어서는 병호의 택시.

s#44. 동 정신 병원 내 병실
 지숙, 잠든 엄마를 담담히 지켜보는데 들어오는 담당의사.

담당의  환자분과 같이 투신을 하려한다거나 자해를 하는 환자분은 저희로서도
 딱히 방법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계속 격리실에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  숙 ···
담당의 그래서 말인데요.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보시는 게 어떨까요?
지  숙 네?
담당의 그래야 따님께서 자주 살펴드릴 수 있잖아요. 마음의 병을 다독이기엔
 저희보다야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 더 낫죠.
지  숙 ···
담당의 잘 생각해보세요. 병원을 옮기는 문제.
지  숙 ···네···

 지숙모, 의식을 차리는데···

지  숙 이 지경이 돼서 나타낫으면··· 최소산 나 힘들겐 안해야지. 그렇게
 죽고 싶으면서 왜 나타났어? 어?
엄  마 ···지숙아···
지  숙 정신 차려. 제발 정신 좀 차리라구.
엄  마 ···(대뜸) 너 그러면 안돼. 하지 마 그런 일.
지  숙 ···?
엄  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다 알아. 나도 다 안다고! 니가 어떤 돈으로
 내 병원비 대는 지···
지  숙 (엄마를 쏘아보며, 참으며) 당신, 나한테 이런 말할 자격 없어!
 뭐? ···내가 뭔 짓을 하고 살든··· 왜, 왜에?
엄  마 ···
지  숙  그거 알아? 나도 그 잘난 가족 같은 거 필요 했을 때··· 내 옆엔 아무도
 없었어. 부를 사람이 없었다구! 그걸 당신이 알아! 아냐구? 근데 당신도 이제
 누구하나 불러 주지 않으니깐 날 찾아온거잖아! 근데 그런 내 앞에서 죽겠다고?
담당의 (지숙을 말린다) 환자분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엄  마 ···(시선이 주체 없이 흔들린다)
지  숙 (막상 감정을 토로했지만 원망 반 걱정 반이다)

s#45. 동 병원 로비
 병호 옆자리에 서너 개의 빈 종이컵이 쌓여있다.
 로비의자에서 잡지책을 보다가 잠이 든 상태의 병호.
 옆에 앉는 지숙.
 병호를 깨우려다 곤히 자는 모습을 보니 깨우기가 좀 그렇다.
 자는 병호를 보는 지숙···
 병호, 몸이 옆으로 쏠려서 번뜩 정신을 차리고 마른세수를 한다.
 
병  호 (지숙을 보고는) 깨우지 그랬어?
지  숙 ···

s#46. 병호의 택시 안
 병원 인근 도로를 빠져나오는 병호의 택시.
 
병  호 (지숙에게)어머님은 어떠셔?
지  숙  ···
병  호 (안쓰럽다)···
지  숙 (라디오를 켜며 일부러 밝게) 아침부터 설쳤더니 배고프다.
 우리 회 같은 거라도 먹고 가요. 그래도 바다까지 왔는데.
병  호 여기보다 훨씬 더 좋은 바다··· 그저께 갔다 왔으면서···
지  숙 ···그 바다··· 별로더라.

s#47. 간이 횟집
 드넓은 서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방조제 위에 있는 간이 포장마차 형태.
 지숙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추냉이(와사비)를 간장에 푸는 병호.

지  숙 그렇게 다섯 살 난 지 딸을 술주정뱅이 남편한테 떠맡기고 지 살자고
 딴 남자한테 갔으면··· 자기라도 잘 살아야지.
병  호 ···
지  숙 안 그래요?
병  호 어 어··· (고추냉이 푼 와사비장을 지숙에게 챙겨준다)
지  숙 ···알콜 중독에다가 정신이 오락가락 해서 찾아왔는데···
 진짜 미치겠더라고 근데··· 근데··· 그래도 엄마더라고··· 그 놈의 엄마.
병  호 ···
지  숙 (소주를 먹고는 초장에 회를 찍어먹는다)
병  호 (와사비장을 챙겨주며) 초장보단 이게 더 낫다니깐 그래.
지  숙 ···그렇게 좋음 아저씨나 거기에 먹어요···
병  호 (지숙의 잔에 술을 따른다)···
지  숙 ···그렇게 날 버리고 가더니. 저렇게 벌 받는 거야 엄마···
병  호 ···
지  숙 근데 참 이상해. 분명 벌 받는 사람은 엄만데···
 꼭 내가 벌 받는 거 같거든.
병  호 (안됐다고 보는데)
지  숙 왜 그렇게 봐요? 왜, 내가 불쌍해?
병  호 그냥··· 그냥···
지  숙 따지고 보면 아저씨가 더 안됐어···
병  호 (보면)
지  숙 딴 남자가 생긴 와이프한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다가··· 원하는 대로
 넙죽 합의이혼 해 주고 또 거기다가 위자료에, 양육비에, 홀아비가 딸 키우기가
 그리 만만치 않거든요··· 앞으로··· 키워보면 알게 되겠지만···
병  호 (먹기만 한다)
지  숙 아, 아저씨도 나처럼 돈 많은 사람을 찾으면 되겠다. 그래서 확실히 꼬셔가지고
 보모도 구하고 또 개인택시도 사고···
병  호 ···(보는)
지  숙 좀 현실적인 꿈을 가지라구. 나도 옛날에 이 생활 한창 할 땐 몰랐는데···
 막상 점점 빚 같은 게 늘어나고 하니깐··· 그렇게 하는게 정답이더라.
병  호 (자조적으로) 옛날이란 게 있구나··· 그 나이에도···
지  숙 (술을 자작으로 따르려는데)
병  호 (챙겨서 따라주며)··· 그럼 아빠는?
지  숙 딴 살림 차린 사람··· 연락해서 뭐해.
병  호 그래도 아빤데··· 연락이라도 한번 해보지··· 힘들다고.
지  숙 후후··· 아빠는 무슨··· (술잔을 비운다)
병  호 ···
지  숙 다정이라 그랬죠?
병  호 어? 아··· 어.
지  숙 보고 싶다. 다정이.
병  호 ···다정이랑 나랑 똑 같잖아 거의··· 그래서 괜히 정이 가··· 아니 그보단
 솔직히 불쌍해··· 힘들게 살까봐. 나처럼···
병  호 ···

s#48. 달리는 병호의 택시 안
 조수석 선바이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칠하는 지숙.

병  호 화장 잘 하네. 이렇게 흔들리는데도.
지  숙 당연하지. 화장 경력이 얼만데··· 모르긴 몰라도 전문적으로 하는
 대들보다 내가 훨씬 나을걸.
병  호 후후··· (슬쩍 보고는) 그런 거 같네. 이 담에 이걸로 먹고살아도 되겠다.
지  숙 안 그래도 나도 그럴려구요··· 언젠가는···
병  호 ···(운전 중이라 앞을 보며 끄덕인다. 자조적인 느낌의 끄덕거림)

  (시간경과)
 잠든 지숙, 햇살에 눈이 괴로운 듯 찡그린다.
 병호, 그런 지숙을 인식하고 조수석 선바이저를 내린다. 그래도 안 된다.
 지숙의 얼굴이 닿지 않게 손 그늘을 해주며 운전하는 병호.

s#49. 공원내 벤치
 벤치에 홀로 앉아있는 지숙.
 조깅하거나 데이트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쓸쓸한데.
 
병 호(E) 오래 기다렸지?
지  숙 (돌아보면 다정이의 손을 잡고 있는 병호다) 다정아 안녕?
다  정 (병호 뒤로 숨으며 낯을 가린다)
병  호 김다정. 안녕하세요 해야지.
다  정 (주저하는데)
지  숙 (다정과 눈높이를 맞춰 두 팔 벌린다) 이리와 괜찮아.
다  정 (병호의 바지자락에 매달린 채 눈치를 살피는데)
병  호 아깐 이쁜 고모 만난다고 좋아했으면서.

 주춤하는 다정이의 손을 잡는 지숙.

s#50. 공원 내 매점
 간식거리를 먹는 세 사람.
 이것저것 챙겨주는 지숙.
 다정, 전보다는 낯가림이 덜하다.
 지숙의 휴대폰이 울린다.
 지숙, 액정 보고는··· 전원을 꺼버린다.

병  호 (보명)
지  숙 괜찮아요. 오늘은 쉴 거니까.
병  호 (괜히 미안한데)···
지  숙 참, 사진기 갖고 왔죠?

  (시간경과)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진기, 셀프타이머가 작동되고 있다.
 사진기 액정화면 보이면 다정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지숙.
 그 옆으로 와 어색하게 서는 병호.
 지숙이 웃으라고 하자 병호, 어색하게 웃는데서. 사진 찍히면서 컷.

s#51. 병호의 택시 안 (밤)
 병호, 교차로 신호에 걸려서 선다.
지  숙 (취기가 오르는지 몸을 뒤척인다)
병  호  괜찮아?
지  숙 ···국물 같은 거 먹고 싶다···
병  호 요 근처 순댓국 잘 하는 집 있는데··· 순댓국 괜찮아?
지  숙 ···아저씬 괜찮아? 나 땜에 땡땡이 쳐도.
병  호 (씨익 웃으며 끄덕이고, 직진차선에서 유턴을 한다)

s#52. 순댓국 전문 기사 식당 안 (밤)
 여자1, 순댓국을 식탁에 ‘탁’ 내려놓는다.

병  호 어, 하나는 내장 넣지 말라고 했는데.
여자1 건져서 먹으면 되지 (지숙을 쓰윽 보고는) 까탈스럽긴.
병  호 (지숙에게) 괜찮겠어?
지  숙 대충 먹죠 뭐. 어차피 국물만 먹을 건데.
병  호 (내장을 건져내고는 지숙에게 순댓국을 챙겨 준다)
여자1 (그런 둘이 눈꼴사납다)
병  호 아줌마! 여기 물 좀 더 줘요.
여자1 직접 떠먹어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툴툴거리며 간다)
병  호 저 아줌마 왜 저래 오늘···
지  숙 아저씬 좋겠네. 좋아해주는 여자도 있고.
병  호 아, 아니야 그런 거(밥을 말아서 먹는데)
지  숙 (빤히 본다)···
병  호 (억울하다) 아니라니깐··· 내가 뭐 볼게 있다고 (여자1쪽을 흘끔 보는데)
지  숙 왜요··· 아저씨도 볼 거 있어. 자세히 보면···
병  호 (빤히 지숙을 본다)
지  숙 (병호의 시선을 거둘 양 순댓국을 맛 보고는)
 그렇게 맛있다더니 그저 그렇네 뭐···
병  호 어,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입안이 대였는지 손부채질을 해가며
 맛있게 먹는데)
지  숙 잤죠?
병  호  ···?
지  숙 (여자1쪽을 텃짓해 보인다)
병  호 (어이없다)

s#53. 순댓국집 주차장 (밤)
 병호의 택시에 타는 병호와 지숙.

지  숙 히터 좀 틀어요··· 추워.
병  호 (틀고) 좀 있어야 따뜻해지니깐 (의자에 걸린 잠바를 건네며)
 우선 이거라도 좀 걸쳐.
지  숙 (피식)
병  호 (받으라고 재촉한다)
지  숙 됐네. 아저씨.
병  호 (무안하다. 손을 거두는데)
지  숙 ···아니, 주세요.
병  호 (기분 좋게 주는)
지  숙 (잠바를 걸친다)
병  호 그러기에 몸살기운도 있는데 좀 쉬면서 하지 그래.
지  숙 ···콜 왔는데 안 가면 그나마 있던 단골도 다 내빼요··· 퇴출이니 명퇴니 하는
 그런 걸아 마찬가지로 여기도 치열하거든··· 어떤 년은 생린데도 꼬박꼬박 2차
 나간다니깐··· 후후, 우습지?
병  호 ···그게 우스운 건가··· 슬픈 거지.
지  숙 ···아저씬··· 내가 슬퍼요?
병  호 ···
지  숙 ···
병  호  참, 내일 낮에 잠깐 시간 낼 수 있지?
지  숙 ···?
병  호 그게··· 저··· 조그만 사무실 경리자리가 하나 났는데 착실히만 하면
 컴퓨터 학원도 보내주고··· 또···(눈치를 살핀다)
지  숙 (창밖을 보고는 한숨을 쉰다)
병  호 물론 수입이야 지금 보단 약하겠지··· 그 대신 떳떳하잖아.
지  숙 ···(인상이 구겨진다)
병  호 그리고 거기 사장이란 사람이 통이 엄청 커서 월급도 금방금방
 올려주는 스타일이래.
지  숙 (못 참겠다) 뭔데 아저씨! 어? 아저씨가 뭔데 나한테 이러는데?
병  호 ···
지  숙 술 몇 잔 먹고 속에 있는 소리 좀 했다고··· 아저씨까지도 이젠 내가
 그렇게 우스워? 어?
병  호 난 그냥··· 동생 같고 그래서··· 그리고 마침 거기 자리도 좋고
지  숙 (말 자르고) 그때도 말했잖아! 아저씬 그냥 내가 가자는 대로 운전이나
 해주면 된다고. 아무리 아저씨가 운전대를 쥐었다 해도···
 아저씨 맘대로 가면 안 되는 거잖아!
병  호 ···
지  숙 왜 그래 정말! 아저씨까지··· 쪽 팔리게 진짜!

 지숙, 문을 쾅 다고 내린다.
 주차장을 나와서 걸어가는 지숙.
 병호, 자신의 맘도 몰라주고 화를 내고 가는 지숙이 야속한데···

s#54. 순댓국집 근처 도로 (밤)
 씩씩거리며 가는 지숙 옆에 차를 세우는 병호.
 지숙, 그냥 지나쳐 간다.
 병호, 서행으로 천천히 지숙을 따라가며

병  호 이제 그만하고 타.
지  숙 ···(시선 외면하고 간다)
병  호 타라구.
지  숙 (무시하고 걸아걸 뿐이다)

 병호, 못 참겠다는 듯 가속을 올려 쌩하니 지숙을 지나쳐 간다.
 지숙, 막상 병호가 혼자 가버리니··· 어이도 없고 얄밉기까지 하다.

s#55. 유흥가 일각(다른 날 밤)
 병호의 택시가 단란주점 앞에 서있다.
 지숙과 남자3,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꼭 껴안은 채로 주점에서 나온다.
 택시를 타려는 지숙을 품에서 안 놔주고 끈적끈적하게 몸을 부비는 남자3.
 교태스럽게 웃으며 받아주는 지숙.
 그 꼴이 못마땅한 병호, 재촉의 경적을 울린다.
 그제야 남자3이 구시렁거리며 지숙을 놔 준다.
 지숙, 남자3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택시를 탄다.
 지숙이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급출발하는 병호.
 복잡한 유흥가 골목을 신경질적으로 빠져나가는 병호의 택시.

s#56. 모텔 앞/ 병호의 택시 안
 모텔 현관 앞에서 불만스레 기다리는 지숙.
 병호의 택시가 서면···

지  숙 (따진다) 요즘 왜 이렇게 늦어요?
병  호 (괜히 유리창을 닦으며 딴 짓 한다)
지  숙 왜 그러냐구?
병  호 ···뭘 늦었다고 그래! 이건 기다린 축에도 안 끼는 건데···
 그동안 내가 기다려준 게 얼만데.
지  숙 (어이없다)
병  호 (지숙의 옷차림을 보고는 들으라는 듯) 대낮부터 모텔 들락날락거리는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지  숙 ···? 무슨 소리야 그게.

 모텔에서 나온 남자1, 둘이 왜 이러나 싶다.

병  호 ···잘못 채웠잖아. 단추!
지  숙 (블라우스 단추가 엇나가며 채워져 있다. 바로 채우고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다)
 ··· 그래서 뭐 이게 내 잘못이야?
병  호 ···
지  숙 묻잖아 지금? 첨부터 단추 잘 못 채운 게 내 잘못이냐구? 어?
병  호 ···
지  숙 ···아저씨! 정말 계속 이럴 거야?
병  호 내가 뭘?
지  숙 정말 이럴거냐구··· 나한테?
남자1 (보다 못해)둘이 연애해?
 
 황당한 표정의 병호와 지숙.

s#57. 도로가
 병호의 택시가 갓길에 완전히 서기도 전에 내리는 지숙.
 지숙, 문을 힘껏 닫고는 씩씩거리며 간다.
 
s#58. 택시 안/ 도로가
병  호 (가는 지숙을 보며 진정하려고 숨을 고르는데)
남자1 그냥 무시해요 저런 것들. 알잖아요 원래 싸가지 없는 거.
병  호 ···
남자1 (자리에 몸을 한껏 기대고)출발합시다.
병  호 내려요.
남자1 (뭐야 싶은데)
병  호 당장 내려!
남자1 (벙찐)
병  호 (버럭) 내 차에서 내리라고 이 변태새끼야!
남자1 ···(잔뜩 주눅이 든 채 대꾸도 못하고 주섬주섬 내린다)

 남자1이 내리자마자 급출발 하는 병호의 택시.

s#59. 지숙의 집 앞
 원룸건물 입구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병호.
 초조하게 골목 초입을 바라보고 있다.
 병호의 먼 시선으로 골목을 올라오며 통화하는 지숙이 보인다.
 지숙, 전화를 끝내고··· 멍하니 서 있다.
 병호의 시선으론 병호를 보는 듯한 지숙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병호, 지숙에게로 발걸음을 내딛는데···
 지숙, 급히 돌아서 간다.
 자신을 외면하듯 돌아선 지숙을 바라보는 병호··· 
        F·O

s#60. 납골당 안(다른 날)
 -인서트
 지숙엄마의 영정사진과 유골함.
 지숙, 넋이 나간 채 벽에 기대 주저앉아서 엄마의 영정사진을 본다.
 
s#61. 납골당 내 공원 벤치(저녁)
 어둑해지는 저녁의 적적함을 달래듯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 지숙,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지숙, 휴대폰을 꺼내들고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s#62. 여의도 공원 옆 도로가(저녁)
 공중화장실이 바로 옆에 보이는 도로가에 병호의 빈 택시가 서 있다.
 
 -인서트
 빈 택시 안, 거치대에 놓여있는 휴대폰이 울린다.

s#63. 납골당 내 공원 벤치 (저녁)
 ‘지금은 받들 수 없다’는 안내음에 전화를 끊는 지숙.
 끊자마자 전화가 온다.

지  숙 (액정 확인하고) 어, 오빠.
남자1(F)(술 취한) 어. 난데··· 지금 당장 빨리 와. 오늘 친구들끼리 쌍쌍으로
 밤새껏 찐하게 놀기로 했으니깐.
지  숙 나, 못가 지금.
남자1(F)야! 내가 오라면 와야지?
지  숙  그렇게 됐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남자1(F)(자르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야! 지금 빨리 와. 지금 니가 필요하니깐!
지  숙 ···그만 끊을게.
남자1(F)야! 그런게 어딨어. 부르면 와야지!

s#64. 여의도 공원 옆 도로가/ 병호의 택시 안(져녁)
 화장실에서 볼일을 바치고 나오는 병호, 운전석에 올라탄다.
 휴대폰의 부재중 전화에 수신번호를 확인하는 병호··· 처음 보는 번호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 혹시 하는 마음이 드는지 전화를 해보는 병호.
 통화중이라는 안내 음성에 갸우뚱거리고는 전화를 끊고 출발한다.

s#65. 납골당 내 공원 벤치 (저녁)
 지숙, 걸려오는 전화에 액정을 확인하고는 받자마자 소리친다.

지  숙 못 간다고 했잖아··· 아니 안가! (···)니가 뭔데 내가 싫다는데!
 (···)욕하지 마. 이 새끼야~ (···)(악쓰는) 야! (휴대폰을 내던지고 악을 쓴다)

 박살이 난 휴대폰··· 비에 젖는다.
  
s#66. 달리는 병호의 택시 (저녁)
 (E) 문자수신음 
 병호,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하는데
 ‘컬러링 지금 바로 가입하세요. 월정액 1000원’정도의 광고다.
 실망스런 병호, 휴대폰을 거치대에 두려다
 64씬의 부재중에 걸려온 전화번호를 다시 찾아서 통화 버튼을 누른다.

s#67. 도로 전경 (저녁)
 어둑해지는 도로를 달리는 병호의 택시 그 위로···
 (E)'지금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성이 들린다.
        F·O

s#68. 지숙의 방
 이사 짐이 빠져나간 빈 방을 둘러보는 지숙.

이사직원(E)안가요? 짐 다 실었는데.
지  숙    ···네. 지금 가요 (담담히 다시 한 번 방안을 둘러보고는 나간다)

s#69. 지숙의 집 현관 앞
 담담하게 계단을 올라가는 지숙의 발.

  (시간경과)
 다른 날 밤.
 계단을 내려오는 발··· 병호다.
 병호, 술이 약간은 취한 상태로··· 현관을 똑똑 두드린다.
 답이 없자 점점 크게 문을 두드린다. ‘쾅쾅’ 역시 답이 없다.
 병호, 머뭇거리다가 계단을 오르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보면···
 자다가 깬 듯한 옆집아줌마가 문을 반쯤 열고 본다.

옆  집 (불만스레, 의심스레 보는데)
병  호 저··· 그게··· 여기 사는 아가씨 좀 만나러 왔거든요.
옆  집  그 아가씨 저번 주에 이사 갔는데···
병  호 어디로요? ···혹시 아파트로 갔어요?
옆  집 그거야 모르죠. 아파트로 갔는지 빌라로 갔는지···
병  호  ···저 그 아가씨, 전화번호라도 알 수 있을까요?
옆  집 (의심스럽다)아니 집까지 알고 찾아오는 양반이··· 전화번호도 몰라요?
병  호 ···(긁적이는데)
옆  집 그런 거 몰라요 나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병  호 ···(계단을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 한 채 그대로다)

s#70. 기사 쉼터 내 병호의 방 (밤)
 창가로 달빛이 파고드는 방안.
 병호,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불을 켜면 깜빡깜빡 거리며 맛이 간 형광등.
 아직도 고장 난 상태 그대로다.

  (시간경과)
 병호, 의자에 올라서서 형광등을 갈아 끼우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점점 짜증이 치미는 병호.
 신경질적으로 억지로 끼우다가 그만 형광등을 떨어트리고 만다.
 형광등 전구의 파편으로 어지럽혀진 방안.
 병호, 파편이 의자 주위로 깔린 탓에 마땅히 내려 설 곳도 없다.
 의자에 쪼그려 앉는다. 달빛 가득 그런 병호를 비춘다. 그 위로···

지  숙(E) 그때도 말했잖아! 아저씬 그냥 내가 가자는 데로 운전이나 해주면
 된다고··· 아무리 아저씨가 운전대를 쥐었다 해도··· 아저씨가 막 가면
 안 되는 거잖아! (53씬의)

  (시간경과)
 벽시계의 초침소리만 울리는 어두운 방안.
 병호, 이부자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유난히 점점 크게 들리는 초침소리···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벌떡 일어나 벽시계의 건전지를 빼버리는 병호.
 이젠 조용하다. 너무도 조용한 어둠···
 병호, 다시 누우려다가 벽에 걸린 바지에서 뭔가를 찾는데··· 휴대폰이다.
 병호,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고는 엎치락뒤치락 거리며 잠을 청해 보지만
 쉽지 않다.
 휴대폰을 집어 드는 병호, 저장된 지숙의 문자를 본다.
 새삼 기억이 떠오르는지 피식거리기도 하면서 문자하나하나 살펴보는 병호.

s#71. 기사 식당
 병호, 깨작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데.
 (E) 문자수신음··· 병호, 휴대폰 확인하면 자신 게 아니다.
 옆에서 밥을 먹던 손님, 문자를 확인하고는 답 문자를 보내는···
 병호, 그런 손님을 부러운 시선으로 본다.
 
s#72. 병호의 택시 안/ 도로 일각 (밤)
 신호대기중인 병호의 택시.
 뒷자리엔 술 취한 손님이 널브러져 자고 있다.
 병호, 선바이저를 내려서 사진(공원에서 지숙과 찍은)을 꺼내 본다.
 설핏 미소를 짓는 듯하더니 갑자기 씩씩거리며 사진을 찢어버리는 병호.
  (시간경과)
 택시 정류장에 서 있는 병호의 택시.
 병호, 뭔가를 하고 있다.
 스카치테이프로 찢어버린 사진을 붙이고 있는··· 

s#73. 방파제가 잇는 도로
 한가한 도로를 질주하는 병호의 택시.

s#74. 정신 병원 내 로비
 로비를 둘러보다가 안내데스크로 가는 병호.

안  내  뭘 도와드릴까요?
병  호 저··· 여기 입원한 분을 찾는데요.
안  내 네! 환자분 성함이?
병  호 그게 저··· 잘 모르겠거든요.
안  내 그럼 등록된 보호자 분 성함이라도.
병  호 ···(생각해보니 모르겠다) 그냥 미스박인데··· 구로에 사는 미스박, 서울 구로···
안  내 (사무적으로)그렇게 해서는 조회가 안 되거든요. 일단 그쪽 전화로
 확인하시고 다시
병  호 (자르고, 사정하듯) 전화번호를 몰라서 여기 온 거거든요.
안  내 (뭐야 하는 얼굴)
병  호 (애원하며) 좀 가르쳐 줘요. 네에?
안  내 (짜증스레) 조회가 안 된다고 하잖아요. 아저씨. 여기서 이러면
 안 되거든요!
병  호 그럼 나는 어떡해요? 어떡하냐구!
안  내 (황당하다. 지나가는 경비에게) 아저씨! 여기요!

 두어 명의 경비원, 병호에게 다가오면
 병호 ‘에이씨’ 하며 데스크 위에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팻말을 냅다
 바닥에 내친다.
 병호, 부서진 팻말을 신경질적으로 발로 밟으며

병  호 무엇이든 도와준다며··· 그럼 도와 줘야지. 뭐 이래!

 말리는 경비들.
 계속 팻말을 밟으며 답답함을 화풀이하는 병호

s#75. 은행 전경 (다른 날)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은행에서 나오는 병호··· 원경으로 보인다.

s#76. 은행 앞
 은행 앞 도로에 비상등을 깜빡거리며 주차되어 있는 병호의 택시.
 병호, 차에 타려는데 주차위반스티커가 붙어있다.
 화가 치미는 병호,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나 단속요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병  호 에이 쥐새끼들 진짜 (위반스티커를 구겨서 바닥에 내팽개치고 차에 오른다.

 출발하는 병호의 택시··· 그러나 채 5미터도 못가서 선다.
 머리를 헝클이며 내리는 병호, 구겨진 주차위반스티커를 주워들고는 다시
 택시에 오른다.
 
s#77. 병호의 택시 안
 택시 정류장에 서있는 병호의 택시.
 전처와 통화중인 병호.
 
병  호 걱정마! 당신 결혼하는데 걸리적 거리지 않게 다정이 데려갈테니깐!
 (···) (따지듯) 미안해? 뭐가 미안한 건데? (···) (비꼬는) 아 결혼하는 거?
 쳇, 당신한텐 그 정돈 축에도 못 끼잖아 나한텐!··· 말을 해 보라고 말을?
 대체 뭐가 미안한 건지?

 (E)'뚝’ 전화 끊기는 소리.

병  호 (끊겨진 전화임을 알고도) 뭐 이래 미안한 사람이! (소리친다)
 어, 미안하다면 다냐구!

 병호,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조수석에 내 팽개친다.
 휴대폰이 울린다. 병호, 액정을 보면 낯선 번호다.
 몇 번 더 울린 뒤 받는다.

병  호 (신경질적으로) 여보세요!
지 숙(F) ···
병  호 ···여보세(하다가) ··· 에이씨 전화를 했음 말을 해. 말을! ··· 왜 다들 말을 안 하고
 그런는 건데!
지 숙(F)···저 아저씨··· 저예요. 구로걸···
병  호 ···아, 어··· 네···
지 숙(F)통화···해도 되나?
병  호 ···어, 그래··· 해 통화···
지 숙(F)아저씨도··· 제법 무서운 구석이 있네.
병  호 ···
지 숙(F)안 반가운가 보다··· 겨우 아저씨 회사에 수소문해서 전화번호 딴 건데···
병  호 ···어?
지 숙(F)···폰을 잃어버렸거든··· 아 맞다. 근데 아저씨 회사에서 전화 받는 여자.
 왜그래? 얼마나 쌀쌀맞던지··· 내가 진짜 아저씨 전화번호만 아니었으면
병  호 (자르고)몰랐어? 내 전화번호도···
지 숙(F)요즘 누가 번호를 일일이 외우고 다녀··· 단축키 누르지···
병  호 ···

s#78. 뷰티스쿨
지  숙 아저씨?(···) 바빠요 지금? (···) 왜 바빠? (···)아··· 손님··· 아저씬
 그런 게 바쁜 거구나··· 나 진짜 끊는다?···

 화면 빠지면 뷰티스쿨 교실 안이다.
 담담히 실습용 마네킹의 머리를 손질하는 지숙.

s#79. 인서트
 휴대폰 액정에 서툴게 찍혀지는 문자
 ‘미안해 아깐 운전중이라서··· 콜아저씨’
 다시 지워지는 문자.
 화면 빠지면 인도에 걸터앉아 문자를 찍었다가 지웠다가 하는 병호다.

s#80. 병호의 택시 안 (밤) 
 보행신호 중이다.
 건너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병호.
 (E) 문자 수신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문자를 확인하는 병호.

 ‘016-9282-1718
 참 나 이사했어요··· 그래서 집들이라도
 하려구··· 아저씨랑 나랑··· ^_^
 빈 택시가 되면 그 때, 콜 주세요. 지숙’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병호.
 지숙의 전화번호를 0번에 저장한다.
 뒤에서 빵빵거리면···
 기분 좋게 미안하다는 수신호를 보내고 출발하는 병호.

s#81. 시내 전경 (밤)
  정체현상의 시내 도로.
 가다 서다 하는 병호의 택시.
 점점 원경으로 보여지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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