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단막극대본

[별이 뜨는 오후] 김종현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4.12|조회수1,053 목록 댓글 0

[별이 뜨는 오후] 김종현










S# 1. 성터 일각 / 오후


계단식으로 이어진 성벽 위. 그 한쪽 위를 아슬아슬 걷고 있는 남아1(10세).

떨어지면 다칠 만한 높이의 성벽, 위태위태하게 보여지고.

성벽 안쪽 공터엔 경외스런 듯 입을 벌린 채 쳐다보고 있는 남아2, 3, 여아1.

그 옆의 복영(10세, 통실한 단발머리), 긴장된 듯 침을 꼴깍 삼키는 위로,


복미(E) : 으아~ 뽀겨아~!


뒤쪽 나무둥치에 묶여, 손 내저으며 바둥대고 있는 복미(15세, 정신 온전치 못한).


남아1 : (뛰어내려, 손 탁탁 털고) 다섯 칸! 이복영, 너야. (주머니에서 막대사탕 꺼내 무는데)

복영 : 알어! (담으로 가 올라붙는다.)

복미 : (묶인 채, 벗어나려고 발버둥) 으아아아! 뽀겨아!

복영 : (담 위에 올라선, 내려다보며 아찔.. 오금이 떨어지지 않는데)

남아1(E) : 으아~! 야, 풀렸어!


복미, 남아1의 사탕을 뺐으려고 두 팔 내밀며 달려든다. ?사타아~!?

복미를 피해 도망치는 남아1. 쫓고 쫓기며 그 자리를 빙빙 도는 남아1과 복미.


남아1(E) : (절레 고개 젓는 복영 위에) 야, 이거좀 어떻게 해! 으이, 이 바부가아!

복영 : (그 소리에 불끈해서 보는)


남아1, 사탕을 잡고 놓지 않는 복미를 힘껏 밀어버리자, 쿵 엉덩방아 찧는 복미.

어느새 내려온 복영, 남아1에게 달려들어 머리로 얼굴을 들이받아버린다.


남아1 : 아악! (코를 싸쥐는데, 손바닥에 떨어진 코피..) 으앙~!

복영 : (씩씩대며) 경고했지? (놀라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뽕미한테 바보라고만 해 봐!

아이들 : (남아1 일으켜 데려가며, 작게) 같이 놀지 말자니까.. 여자 깡패야.

복영 : 씨.. (손으로 앞머리를 휙 뒤로 넘기고, 눈으로는 복미 찾는데 보이지 않다가!)

복미 : 이히히.. (담 위에 들러붙어 거의 올라간..)

복영 : (머리 굴리고, 침착히) 잘 있어! 난, 엄마랑 시장 간다. (돌아서 제자리걸음으로 가는 시 늉하며, 흘끔 돌아보면)

복미 : (엥? 꾸부정, 엉덩이를 뒤로 빼며 몸을 낮춰 내려오는)

복영 : (얼른 가서 잡아 끌어내린다.)


S# 2. 뒷산 입구 / 오후


복미를 데리고 오고 있는 복영. (둘의 몸,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뒤쪽으로, 개구멍 난 철조망 통해 산으로 들어가고 있는 남아1, 2.

복미, 눈으로 아이들을 쫓다가, 산 입구의 들꽃에 시선 빼앗긴다.


복미 : 꼬오(꽃)! 이뿌다! (팔을 내밀며 그쪽으로 향하는)

복영 : 어어.. (조금 끌려가다가) 안 돼! (힘껏 줄을 잡아당기는, 낑낑대며 복미를 끌자)

복미 : (아쉽지만 따라가고..) 치이포! 치이포! (기차 소리 흉내내는)


복영의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몸을 빼며 팔랑팔랑 쫓아오는 복미.

앞만 보며 야무지게 걸어오는 복영.



S# 3. 동네 외경 - 공장앞 / 황혼


낡은 집들이 밀집한 달동네 보이는 위에,


백양사(E) : (사납게) 그래-! 니 죽고 내 살자-!


인숙(43세, 곱상하나 고단함이 배어나는)의 어깨자락 잡아 흔들며 난리치고 있는

백양사 : (50세, 번지르르한 졸부 분위기) 넘의 서방 꿰차고,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드나? 으 이? (머리채 잡아채자)

재덕 : (38세, 공원 두명과 옆에서 보고 있다) 아, 아주머니! (달라붙어, 백양사의 손을 잡아떼며) 놓고 말하세요. 네?

백양사 : (바닥에 철퍼덕 앉아, 넋두리) 하고, 내 아니면 거렁뱅이로 굴렀을기구마.. 먹고 살 만 큼해 노니, 누 덕인 줄도 모리고.. 백양처럼 순하디 순한 낼, 이렇구로 맹길고오..

인숙 : (늘어진 옷을 추스르는데)


백양사 : (삿대질하며) 어데 할 짓이 없어가 첩질이고 첩질이, 으이? 와? 입이 붙었나? 와 말을 몬해? 뚫린 입으로 말좀 해 도고!

인숙 : ...

백양사 : (하!) 니도 사람이모 할 말이 없겠제.

재덕 : (쑥덕이는 공원들 의식하고) 마,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백양사 : 얼레? 그새 새파란 기둥서방까지 뒀구마. 뭐가 아쉬워 넘의 영감을 탐내노 탐내길!

재덕 : (얼굴 붉히는데)

인숙 : 최 사장님. 여기 다녀가신 지 오래 됐어요. 이제 여긴 안 오실 거에요. 그러니까 그만..

백양사(E) : (뛰어들어오는 복미-허리에 끈 묶인-위에) 하-! 이제 이빨 빠진 거 알았드나?

복미 : (배시시 웃으며, 인숙에게로 달려드는) 어마아(엄마)!

복영 : (손에 쥔 끈을 놓으며) 엄마.. (휘둥그레 보는데)

백양사 : (복영을 보더니, 잡아채고) 요 가시나 보그레이.. 와 이리 우리 영감을 닮았노?

인숙 : (기가 막히는)

복영 : (인숙의 얼빠진 얼굴을 보고는, 백양사에게) 내도 눈 둘, 아지매 눈도 둘인데, 하모 내가 아지매 딸이라도 되예?

백양사 : 어매매? 말은 해야 맛, 고기는 씹어야 맛이라카더이. 가시나, 말하는 뽄새 좀 보소?

복미(E) : (오버랩 기분) 이뿌다, 이뿌다!

복영, 백양사 : (돌아보면)

복미 : (백양사의 핸드백을 목에 걸고, 그 주위를 춤추듯 맴돌고 있다.)

백양사 : 저건 또 뭐꼬? 이리 안 내놓나? (쫓아가 빼앗으려고 하자)

백양사(E) : (손등을 콱 물어 버리는 복미 위로) 아아아악!


S# 4. 집 마당 / 황혼


S# 5. 방 안 / 황혼


위로 이불이 얹혀진 서랍장을, 칸칸이 뒤지고 있는 복영.

맨 아랫서랍에서 머큐롬과 연고를 찾아 낸다.


S# 6. 공장 앞 / 황혼녘


공장 앞에 내놓은 긴 나무 의자(시다용)에 앉아 있는 인숙.

치솟는 설움을 참느라 입술을 질끈 깨문다.


재덕 : (짠하게 보다가) 약좀 발라야겠어요. (재단판 쪽으로)

복영 : (약을 들고 안채 쪽에서 달려나오며) 엄마아.. (부르다 멈추는)

인숙 : 됐어요. (마다하는데)

재덕 : 가만 계세요. (뒷목에 연고 발라 주는)

복영 : (얼른 가 재덕의 손을 쳐내고, 제가 발라 주려고 하자)

재덕 : (머쓱해지는데)

인숙 : 됐어.. (일어선다.)

복미 : (안에서, 재단판에 쌓여진 반제품 옷을 여러 벌 껴입고 빙빙 돌며) 이뿌다, 이뿌다!

인숙 : (얕은 한숨.. 복미의 옷 벗겨 내며) 언니 데리고 들어가. (하다가, 허리의 끈 보고) 언니가 강아지냐? 이게 뭐야? (끈을 흔들어 보이는)

복영 : 잠깐만 눈 돌리면, 도망가니까 그러지.

인숙 : (오버랩 기분) 한눈을 왜 팔어?

복영 : (뿌해서, 복미를 잡아채며) 얼렁 와! (휙 당겨 끌고 가는)

복미 : 으아아! (마지못해 끌려가고)

인숙 : (헤쳐진 옷들을 보고) 다시 개켜야겠네.. (옷을 털어 펴다가, 어깨에 통증 느끼는)

재덕 : !.. 파스를 사올게요.

인숙 : 됐어요.. (옷들 펴 쌓으며) 괜히 저 때문에.. 숭한 소리나 듣고.. (멈추고) 죄송해요.

재덕 : 그 아주머니 얘기, 신경쓰지 마요. 아니면 그만이죠..

인숙 : (옷을 마저 개려고 하자)

재덕 : (뺐으며) 그만 들어가요. (펴서 쌓으며) 아침에 일어나기가 수월찮을 텐데..

인숙 : (돌아보는, 고맙다.)


S# 7. 마당- 방 안 / 초저녁


마당에서 손씻고 수건으로 닦고 방으로 들어서는 복영,

여닫이문(창호지로 된)으로 들어서는 복영, 물 묻은 손 탈탈 터는데, 뿌웅-! 소리.

한쪽 구석, 앉은뱅이 책상 앞에 앉아 뭔가 만지고 있는 복미, 엉덩이를 조금 빼고 있다.


복영 : (손가락으로 코를 쥐고, 다른 손으로 휘휘 저으며) 누가 ?뽕미? 아니랄까 봐. (하다가, 복 미 너머로 뭔가 보고는) 으아아아악!

복미 : (소리에 놀라 책을 패대기치고, 뒤로 물러나 앉는다.)

복영 : (달려들어, 백표지-달력 뒷면-에 머큐롬 범벅이 된 책을 뺏어들며) 아으, 난 몰라-!

복미 : (머큐롬 범벅의 자기 손바닥을 보며) 곰부.. 뽐미, 곰부한다.. (하는데)

인숙(E) : (대얏물 쏟는 소리 나고) 왜 그래, 또오!

복영 : 뽕미가 내 책에! 어흐흥.. (우는)

인숙(E) : (제 옷에 손바닥 쓱 닦고, 얼른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복미 위에) 네가 잘 뒀어야지!

복영 : (휙, 째려 보면)

인숙(E) : (쏙 이불 무릅쓰는 복미 위에) 그리고.. (문 소리 나고)

인숙 : (방문 밖에서 보는) 뽕미가 뭐냐, 뽕미가! 언니한테.

복영 : (입을 삐죽삐죽.. 고개 떨구는)

복미 : (이불 바깥으로 쏙 얼굴 내밀고, 얼른 인숙 뒤따르며) 채액..! 뽐미, 곰부한다..!

복영 : (훌쩍거리며, 손바닥으로 얼룩 문질러 보는) 으.. 못살겠어 증마알!..


S# 8. 교실 안 / 오전


칠판에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등 여러 별자리 그려진 위로,


오선생(E) : 어느 날, 형제가 같이 전쟁에 나갔는데..

오선생 : 형은 그만 화살에 맞아 죽게 되었어요. 그래서 동생도 같이 죽으려고 일부러 화살을 맞았는데, 동생은 몇발이나 맞아도 아프기만하구 죽질 않는 거에요.

오선생(E) : (물끄러미 듣고 있는 복영 위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봐도, 강물에 풍-덩 몸을 던져 봐도 동생은 죽지를 않더래요.

오선생 : 왜 그런줄 아세요?

형은, 왕비의 피를 받은 보통 인간이고, 동생은 제우스신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죠. (아이들 사이로 오며) 그래서 동생은 제우스신한테 빌었고, (복영 앞쯤에 서서) 이를 불 쌍히 여긴 제우스신은, 둘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줬어요.

아이들(E) : (눈만 깜박이고 있는 복영 위로) 와아..

오선생 : (아이들에게) 이게 무슨 별자리?

아이들 : 쌍둥이 자리요!

오선생 : 맞아. 다음은.. 아주 무시무시한 전갈자리!(하다가 뒤쪽의 남아,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먹지 태우고 있는 아이 발견, 쿵! 발소리)

남아 : (놀라, 돋보기 떨어뜨리고)

오선생: 왜? 전갈이라도 봤니?

(떨어진 돋보기를 주워드는 위로,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


S# 9. 초등 학교 운동장 / 정오경


학교 건물 앞으로 미끄럼틀, 시소 등 놀이기구 거꾸로 보이는 위에


주숙(E) : 너무 슬프다, 그치?


주숙, 복영,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복영 : ..

주숙 : 형이 죽으니까, 동생도 따라 죽을라 그러구.. 그래서 하느님이 도와, 쌍둥이별이 됐다니..

복영 : 아냐, 하느님. 제우스신이야.

주숙 : (돌아보며) 암튼.. (고개 제자리) 나두 그런 언니나 오빠 있음 좋겠다..

복영 : (휙 내려선다.)

주숙 : ?

복영 : (책가방 둘러메고 앞서가자)

주숙 : (얼른 뒤따르며) 야아, 벌써 가?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가자. 숙제두 같이 하구..

복영 : 안 돼. 싫어.

주숙 : (복영 옆에 붙어서) 정말 싫어? 그럼, 너네 집은? 너네 집 가자.

복영 : (멈추고.. 고개저으며) 안 돼..

주숙(E) : (입 앙다무는 복영 위로) 왜에?


S# 10. 방 안 / 오후


빵봉지 쥔 채 널부러져 자고 있는 복미(입가엔 빵가루 묻어 있는).

문 앞에, 수제비 냄비 들고 서 있는 복영(책가방 맨 채), 인상을 찌푸린다.

복영, 살금살금 한쪽 구석으로 가, 냄비와 가방 차례로 내려놓고,

수제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려 하는데,


복미(E) : 뽀겨아!

복영 : (으.. 앞머리 후! 불어 날리고) 이 전갈! (냄비 들고 돌아앉는데)

복미 : 으아.. (어느새 달라붙어 냄비에 손을 담근다.)

복영 : 아으! (냄비 뺐어 돌리며) 먹었잖아아!

복미 : 으아아! (저도 먹겠다고 휘적휘적)

복영 : (냄비 들고 책상으로 가 앉으며) 안 돼! 힘만 쎄져 갖구, 맨날 나만 힘들게 하고, 방구만 끼면서.. (팔로 가리고 먹는데)

복미 : 뽀겨아아! (뒤에서 옷덜미 잡아 흔들다, 머리채까지 잡아당기는)

복영 : 아악! (그 손 잡아 떼며) 놔아! (팔을 확 잡아당기고) 밥도 못 먹어, 내가! (하는데)

복미 : (고꾸라지며, 바닥에 수제비냄비 엎어뜨리는) 으헤헤.. (주워먹으며 웃고)

복영 : (돌아가시겠다.. 숟가락을 바닥에 던지고, 문쪽으로)


S# 11. 방문 앞 / 오후


복영, 방문을 탁 닫고는 문고리를 걸어 버리는데,


복미(E) : (문 덜커덩 흔들며) 뽀겨아!...

복영(N) : (앙다물고, 문고리 꽉 잡고 있는 위로) 나는 쌍둥이 별자리가 싫다. 안 그래도 하루하 루가 전쟁인데, 죽어서까지 같은 별자리가 된다니..

복미(E) : (문을 박박 긁으며) 으아아-! 뽀겨아!

복영(N) : 나의 유일한 장래 희망은, 뽕미 없는 세상에서 사는 거, 바로 그거다.

복영 : (등으로 문을 반쯤 막아서는데, 퍽!.. 창호지를 뚫고 나오는 복미의 주먹!)


S# 12. 공장 앞 + 안 / 오후


담배를 피며 오던 길수(50세, 점퍼 차림에 수염 꺼칠한), 공장 앞에 이르자, 담배를 던 져 끄고, 안쪽을 슬쩍 들여다본다.


인숙 : (전기 재봉틀을 돌리며 간간이 빵을 먹다가) 흠흠.. (목이 메이는)

재덕 : (완제품 다림질을 하다 돌아보는)

인숙 : (재봉질하는데, 앞으로 슬쩍 밀어지는 바나나우유) ?

재덕 :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여공원 : (옆에서 재봉질하다) 누구 입은 입이고, 요건(자기 입 가리키며) 주둥인가?

재덕, 인숙 : (어색해하는데)

길수 : (입구에서 보고 있다가) 흠! (헛기침)

인숙 : (보면) !

길수 : 험!.. (안채 쪽으로 간다.)

재덕 : (길수와 인숙, 번갈아 보는) ..!


S# 13. 마당 / 오후


쪽마루에 앉아 있는 복영, 슬쩍 방문에 귀를 대본다.

어째 조용한 게 이상해 갸웃거리는데,


길수 : (들어오다가 보고, 주인채 마루 앞에서) 우리 보겡이, 집 있네?

복영 : (돌아보고 반가워) 아저씨!

(얼른 신발 꿰신으며 나와, 시치미) 보겡이가 누꼬? 낸, 복복자 영리 할 영자, 복영인데?

길수 : 요 귀여분 거, (복영의 귀를 잡고, 뺨에 얼굴 비비며) 겡상도 말을 누한테 그리 배웠노?

복영 : 앗, 따거!.. (얼굴 떼며) 배우긴 누한테 배우노? 아제한테 배웠.. 으.. (코를 싸 쥐자)

길수 : (점퍼 앞자락 들어 냄새 맡아 보고) 많이 나나?

복영 : (손 휘휘 내저으며) 억쑤로!

길수 : (점퍼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더니) 잘 보그레이. (담배를 오른쪽 귀에 넣어 보 이더니, 왼쪽 귀에서 담배를 빼고, 빈 오른손을 펴 보이며) 짜잔..! (어떠냐)

복영 : 와..! (경외감으로 길수를 보는)

길수 : 보겡이 니.. 이래도 내 딸 안 할끼가?

복영 : (좋지만) 어데? (고개 저으면)

길수 : (은밀히) 니.. 그거 모르제? 사실 니.. 니 어매가 다리 밑에서 안 주워 왔나. 그래도 싫나?

복영 : ??.. 진짜?

길수 : 하모.. (고민하는 복영에게) 함... 아빠라 불러 봐라?

복영 : (머리를 굴리고) ... (새침하게, 길수의 턱 밑에 손바닥을 내민다.)

길수 : ? (씨익 웃고, 주머니에서 백원 동전 꺼내 올려 주는) 이제 불러 봐라.

복영 : 아... (뜸을 들이고) 빠! (길수, 입이 벌어지는데) 가짜 아빠!

길수 : (삐진 듯) 아빠믄 아빤기제, 가짜 아빤 또 뭐꼬?

복영 : 그럼.. 진짜 아빠가 슬퍼하잖아.

인숙 : (들어오다 문 앞에서 보고 있다. 복영에게)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따신 물 뎁혀 놨으니까, 언니랑 같이 씻어. 저번처럼 건성방구로 했단 봐!

(길수에게) 저좀 보세요. (돌아서 나가는)

복영 : (아쉬운 듯 길수를 보는데)

길수 : (나가려다가 돌아보고.. 장난스레 윙크해 보이는)


S# 14. 동네 다방 / 오후


하얀 보가 얹어진 촌스러운 빨간 소파에, 투박한 찻잔을 앞에 두고 앉은


인숙 : (차를 마시고) 어딜 가면 가신다, 말을 하고 가셔야죠.

길수 : (보는) 와?..내..걱정했나?

인숙 : (시선내리고) 영미 어머니 말예요.

길수 : 걱정은 무신.. 내사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그 사람한텐, 돈이 서방이다. 돈!

인숙 : 그렇잖아도 어제.. 오셨댔어요. 최 사장님 찾으러요.

길수 : (뜻밖인) 무슨 일 있었나? 봉변당한 거 아이제?

인숙 : ..

길수 : (당했구나) 자네한테 면목이 없구마.

인숙 : 이제 그만 정신 차리세요. 나일 생각하셔야죠. 그 나이에 쫓겨나기라도 하시면..

길수 : (슬쩍) 그럼.. 자네가 낼로 안 받아 줄끼가?

인숙 : (정색하며) 다신, 여기 오지도 마세요.

길수 : (웃으며) 농이데이.

인숙 : ..이만큼 살게 해 노니까, 이런 말 한다고 서운해하셔도 할 수 없네요. 전들 왜 모르겠어 요. 최사장님 은혜.. 죽을 때까지 갚아도 다 못 갚죠. (맘 다잡으며) 그러니까 이런 말씀 드리는 거에요. (강하게) 오지 마세요. 이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전부고, 이젠 이게 저흴 도와 주시는 거에요.

길수 : ...


S# 15. 부엌 / 오후


큰솥이 얹어진 부뚜막이 보이고..

김이 오르고 있는 고무 다라이 앞에 나란히 쭈그려 앉아 있는 복미와 복영.


복영 : (손가락 하나 넣어 휘 저어 보고는, 복미 쳐다본다.) 먼저 씼어.

복미 : (싫다고 고개 저는) ...(문득) 뽐미, 미구(미국)! 미구!

복영 : 안 돼! 돈두 없어..

복미 : (주머니에서 백원 동전 두어 개 꺼내 보이며 헤벌레) 미 구~

복영 : ?.. 어서 났어?

복미 : (벌떡 일어서며) 뽐미, 미구 간다!

복영 : (역시 벌떡 일어서며, 더 크게) 못 간다아! (소리로 제압해 보지만)

복미 : 미구 간다아, 미구우! (다라이를 엎어뜨리고 마당으로 튀어나가는)

복영 : (쫓아나가며) 안 돼에! 엄마한테 혼나!


S# 16. 동네 일각 / 오후


몸을 흔들며 프라스틱 말을 타고 있는 복미, 신이 나 우어우어 소리를 지르고..

다른 말에 탄 복영, 역시 재미있고.

복미가 탄 말, ?미국?이라고 큼직하고 조악하게 써 있다.

(리어커에 실린 말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나라 이름 씌어진)


S# 17. 마당 / 저녁

부엌에서 저녁준비하는 듯한 분위기.

복영, 복미의 손을 잡고 살금 들어오는데,

눈치없이 대야를 건드려 떨그렁 소리를 내는 복미.

복영, 인상 찌푸리며 조용하라는 시늉하는데, 덜컥 열리는 방문!


인숙 : (문 앞에 나오며) 지금.. 어디 갔다 오냐?

복미 : (자랑스레) 미구우~!! 미구 가따! (인숙에게로 가는)

인숙 : (엄한 얼굴로 복영 보는) ..

복영 :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 타고 오.. (오는데, 라고 말 맺기도 전에)

인숙 : (복영을 잡아다 티셔츠 벗기고, 메리야스 바람이 된 복영의 턱을 치켜올리고) 네가 사람 새끼냐, 까마귀 새끼냐? 까마귀가 보면 성님성님하고 쫓아다니겠다.

복미 : (심상찮은 분위기 느끼고, 인숙 뒤쪽으로 가 침만 꼴깍..)

인숙 : (화가 나 주위 둘러보는데, 쪽마루 끝에 널어 놓은 북어가 보이자 냅다 집어 복영의 등 을 때리며) 내가 못 살겠다, 정말!

복영 : 아아! (바로 무릎꿇고 두 손으로 싹싹 빌며) 잘못했어, 엄마!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러께.

인숙 : (여기저기 퍽퍽 등짝을 때리며) 뭘 잘못했니, 뭘 잘못했어?

복영 : (울며) 목욕 안 한 거.. 흐흥..

인숙 : 또? (흡흡거리며 의아해 보는 복영에게) 대체, 하나라도 말을 들어먹어야 살지.. 씻으라 니 씻지도 않고.. 엄마 돈에다 손이나 대고.. 내가 널 어떡해야겠니.. 응?

복영 : 내가 안 그랬어! 그건 뽕미가.. 아니, 언니가 돈 있다구...

인숙 : 이젠 거짓말까지? 언니가 뭘 안다구.. (사정없이 내리치자)

복영 : (울면서도) 잘못했어,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러께. (계속 비는)

복미 : (앞으로 튀어나와, 몸으로 막으며) 때지 마라.. 뽀겨이 때지 마라! (한 대 얻어 맞고)

인숙 : 저리 가, 넌! (밀쳐낸다.)

복미 : 뽀겨이, 때지 마라! (그래도 막으려 하자)

복영 : 비켜.. 때리고 싶음 때려. 엄마 속 시원해질 때까지.

인숙 : ! (말문이 막혀, 치켜 든 손이 허공에서 멈춘다.)

공장주 : (들어오다 보고) 쯧쯧.. 엄한 복영이만 또 경치네. 그러지 말고 복미, 엇다 좀 맡기지 그래. 복미 같은 애, 맡아 주는 데가 있다는구만.

인숙 : (오버랩 기분) 넘의 자식이라고, 쉽게 말하지 마세요. 죽으나 사나 내 새끼, (혼자말처럼) 돼지처럼 살아도 내가 끼고 있다 죽을거니까..

공장주 : (무안해서)아니, 뭐 내말은 그게 아니고...흠흠.. 샘플 가져왔어. (좀 약도 올라) 암튼 이 번 건, 날짜 꼭 맞춰 줘. 한두 번두 아니구, 이번에두 날짜 어기면 나두 책임 못져.

인숙 : ..


S# 18. 방 안 / 저녁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복영(메리야스 차림), 팔이며 어깨에 생채기가 나 있다.

?으흐흡.. 으흐흡..? 울음 삼키며, 책가방을 싸는(내일 교과서) 복영.


인숙 : (한쪽에 등지고 누워 있다가, 끙.. 돌아보며) 울음 소리만 들려..! 뭘 잘했다고..

복영 : 으흐흠.. (소리를 안으로 삼키는데)

복미 : (슬금슬금 복영에게 다가가, 상처를 살짝 만져 본다.)

복영 : 아아! (소스라치며, 휙 째려보자)

복미 : (움찔, 물러서는.. 이내 살금 다가가 복영의 상처에 침을 발라 주려는데)

복영 : (획 뿌리치고, 작게) 다신.. 너랑 안 놀아. (머큐롬얼룩이 진 책을 펴든다.)

복미 : (시무룩.. 아랫배를 잡으며) 뽀겨아.. 언니 응아...

복영 : 흥.. (책으로 얼굴 가리고, 다른편으로 돌아앉는)

복영(E) : (복미의 생각하는 얼굴 위에) 빨/간/종/이/주/까- 파/란/종/이/주/까-

복미 : (몸서리를 치고, 옆으로 달라붙어) 뽀겨아.. 귀시인.. 이히히.. (무섭다는)

인숙 :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천근만근.. 복영에게) 갔다 와, 같이.

복영 : (움찔) ..


S# 19. 마당 / 밤


복영, 화장실 앞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복영 : 아빤.. 하늘 나라에서, 날 보고 계실까?


S# 20. 화장실 안 / 밤


복미 : (코를 싸쥐고 앉아, 힘을 주다가) ?? 응? (밖이 조용하자, 겁 먹으며) 뽀겨아?


S# 21. 화장실 앞, 마당 / 밤


복영, 하늘을 보고 있다가 손으로 눈꼬릴 닦는데, 바지춤 움켜쥐고 튀어나오는 복미.

복영, 복미 나온 거 보고, 방으로 가려고 하는데


복미 : (엉거주춤 옷 추스리며 복영의 눈치 살피고) 어부바아? (등 내밀며) 언니, 어부바?

복영 : (새침하게) 그럼, 장독대까지.


S# 22. 장독대 / 밤


복영을 업고 장독대 계단을 올라오는 복미.

복영, 복미의 등에서 하늘을 쳐다본다.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몇 개의 별.. 그 중, 유난히 빛을 발하는 어느 별..

그 위에 오버랩되는, 윙크하던 길수(S# 13)의 얼굴..

복영, 그리움 반 슬픔 반으로 코를 훌쩍거리는데,


복미(E) : 흥. 뽀겨아 흐응! (코 풀라는)


S# 23. 동네 입구 언덕 / 오후


아이들과 오고 있는 주숙(책가방 맨).

여아1, 여아2에게 ?주숙이 선물 뭐 샀어?? 애드립으로 주고받고..


여아1 : (주숙에게) 남자애들은 누구 온대? (묻는데)

주숙 : (저만치 가고 있는 복영을 발견하는) !

복영 : (시무룩해서 혼자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는데)

주숙(E) : 이복영!

복영 : (돌아보면, 그 앞으로 달려오는 주숙.)

주숙 : (헥헥..) 너.. 정말 안 올 거야?

복영 : (나도 가고 싶다구. - 가방 끈만 만지작)

주숙 : 선물 같은 거, 안 해도 돼. 그냥 오는 것도 안 돼?

복영 : ..

주숙 : (삐졌다.) 너! 지금부터 내 친구 아냐! (뒤따라 온 아이들에게) 얘들아, 가자! (가버리는)

복영 : 주숙아..! (잡지는 못하는)


S# 24. 마당 / 오후


복영 : (코가 빠져서, 쪽마루에 앉아 있는데)

복미 : (팔을 잡아당기며) 노자! 뽀겨아, 노오자! (보채는)

복영 : (뿌리치며) 귀찮아! 혼자 놀아!

복미 : 뽀겨아아! 노오자! (팔을 잡아 흔들자)

복영 : (묘안이 떠오른) 그럼.. 숨바꼭질 할래?

복미 : (노래하듯) 무구화(무궁화)! 무구우화~!

복영 : (일어서서) 내가 술래할 테니까.. 술래가 찾지 못하게, 꽁꽁 숨어 있어야 돼?

복미 : (헤벌레..펄쩍펄쩍 뛰며) 뽀겨이 수래(술래)? 뽀겨이 수우래!

복영 : 아무도 못찾게 숨어야 돼. 내가 ?못 찾겠다 꾀꼬리? 하기 전엔, 절대 나옴 안 돼. 알았지?


복영, 부엌문에 얼굴 묻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며 숫자 세다가, 슬쩍 곁눈으로 보면, 우왕좌왕 정신만 빼고 있는 복미.


복영 : (어휴.. 다시 얼굴 묻고) 엄마방 다락.. 다락방. 거긴 아무도 못 찾을 텐데. (다시 슬그머 니 보면, 그제야 방으로 들어가는 복미)


S# 25. 방 안 / 오후


다락으로 들어가 숨는 복미의 뒷모습.


복영 : (문 닫는 거 확인하고, 뒤꿈치 들고 다가가며) 꼭꼭 숨어라아~ 머리카락 보일라~ (다락문 에 귀 대보며) 어어? 어디 숨었지? 정말 못 찾겠네? (살금살금 빈 소반에서 숟가락 가 져다 다락문에 걸고, 혼자말) 한 시간만 얌전히 있어.. 금방 오께. (살금살금 문쪽으로 가며)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나직이 노래 부르며 사라지는)


S# 26. 동네 길목 / 오후


다닥다닥 이어진 구옥들을 따라, 길게 이어진 좁은 골목길..

헉헉거리며, 골목 모퉁이를 빠져나오는 복영.

잠시, 오던 길을 한번 뒤돌아보고는, 신이 난 듯 마구 달려간다.


S# 27. 다락 안 / 오후


복미 : (헤벌쭉해 있다가, 주위 돌아보고 무서워져) 뽀겨아.. (문 열려고 하는)


S# 28. 한옥 대청 / 오후


주숙 부(40세), 10개의 생일 초에 불을 붙여 주면,

좌탁에 둘러앉아 박수 치며 생일 축하 노래 부르는 복영과 아이들.

주숙 부, 후! 촛불을 끄라고 주숙에게 시키는데, 힘이 딸리는 주숙.

주숙과 주숙 부, 붕어처럼 입을 한데 모으고 촛불을 같이 끈다.

박수 치는 아이들 속에서, 부러움으로 바라보는 복영.

주숙 부, 주숙의 손 잡아 같이 케이크 자르고는, 크림 찍어 주숙의 얼굴에 바른다.

음식 나르던 주숙 모(37세), 밉지 않게 한 마디 거드는.. 그런 모습들 속의 복영.


S# 29. 마당 / 초저녁


복영, 안으로 들어서다가,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있는 재덕을 본다.


복영 : (외면하고 안쪽으로 가는데)

인숙 : (부엌에서 저녁상 들고 나오다) 배도 안 고프냐? 여태 싸돌아다니게.

복영 : 밥 먹었어.

인숙 : ?.. 어디서? (문쪽 보고) 느 언닌?

재덕 : (보고 있는)

복영 : (그제야) !


S# 30. 방 안 / 저녁


다락 안, 바짝 오그라져 떨며 실신 직전인 복미..


인숙 : (끄집어 내며) 이게 뭔일이야.. (방가운데로 데려가는)

복영 : (죄책감에 가슴 졸이고)


인숙, 복미를 방바닥에 눕히다 손의 느낌에 엉덩이 보면, 젖어 있는 복미의 바지 위로,

(E) 휘익 철썩, 휘익 철썩!

× × × × ×


걷어올린 복영의 맨 다리에 척척 휘감기는 회초리.

뻘겋게 줄이 간, 여린 종아리.

눈물 범벅이 된 복영, 소리를 안 내려고 이를 악물고 있다.

아랫목에 누워, 신음하며 앓고 있는 복미.

이마엔 수건이 얹혀져 있고, 앞쪽으로 세숫대야도 놓여 있다.


인숙 : 그렇게 놀고 싶어 학굔 어떻게 다녔니? 응? 학교도 필요 없어. 다 관두고 나가 놀아! 그 렇게 살어! (철썩철썩)

복영 : 으흐흡.. (입을 앙다물지만, 소리가 새어나오자 손으로 막는데)

인숙 : 소리가 나와? (휘익, 찰싹) 아프냐?.. 아퍼?

복영 : (입 막은 채, 고개 젓는)

인숙 : 그래.. 아픈 것두 모르겠지.. 넌, 인간이 아니니까.. (찰싹찰싹) 대체 왜 이렇게 속을 썩이 니, 너까지.. 느 언니 하나론 부족할까 봐 그래? 그래서 그러는 거야?

복영 : 아니.. (닭똥 같은 눈물이 주루룩)

인숙 : 왜 이렇게.. 왜 이렇게, 에미 속을 몰라 줘.. (고개 떨구며, 방바닥 짚는)


S# 31. 공장 안 / 밤


인숙, 재단판에 걸터앉아 소주 홀짝이고 있다.

원단덩이를 어깨에 이고 들어오다가 보는 재덕, 안타깝고..


인숙 : (시선 떨군 채) 한 잔.. 하실래요?


옆벽에 원단을 세우고, 가서 앉는 재덕.

인숙, 재덕에게도 한 잔 따라 준다. (1회용 소주잔, 새우깡도 놓여 있고)


인숙 : (따르고) 뭐하러 아직 여기 있어요.

재덕 : (잔을 받고, 보면)

인숙 : 그 솜씨면, 더 좋은 조건도 많을 텐데..

재덕 : (술잔을 조금 비우는) 크.. (쓰다..)

인숙 : (능숙히, 한입에 털어넣는)

재덕 : (보고) 괘, 괜찮겠어요?

인숙 : 통 취하질 않네요.. 이깟 것으론.. (빈 술잔 보고, 자작하려고 하자)

재덕 : (대신 따라 주려다, 무심코 인숙의 손을 덥썩..)

인숙 : (놀라 보는데)

재덕 : (내친 김에, 한 손 더 겹치며) 내가.. 복영이, 복미, 아버지가 돼 주면 안 될까요?

인숙 : (띠잉!)

재덕 : 둘이 힘을 합치면, 네 식구, 어떻게 못 살겠습니까? (인숙, 정신 차리며 손 빼는데) 애들 도 싫다고 하지 않는다면..

인숙 : (자르고) 술이.. 대단킨 하네. 그런 용기가 어서 나온대요?

재덕 : 알아요. 나.. 가진 것도, 주변머리도 없어서, 여태 이러고 살아요.. 열일곱에 혼자 서울 와 살다 보니, 외로움이란 놈, 진저리나게 쫓아다니대요. 그런데, 누구 보면서 힘이 났어요.

재덕(E) : (고개 떨구고 있는 인숙 위에)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하구요.


S# 32. 방 안 / 밤


복영(눈물 얼룩진), 이불을 무릅쓰고 있다가, 스르륵 내리고 복미를 본다.

수건 얹은 채 잠 들어 있는 복미.

미안함에 고개 떨구는 복영, 부스스 일어나다 다리가 이불에 스쳐 ?아!? 소리 나는..

복미 깰까 봐서 얼른 입을 다물고, 바지를 살살 펴내리는 복영.

조심스레 밖으로 나가 살살 문 닫으면, 평화로이 잠 든 복미의 모습 위에,


인숙(E) : 복민, 내 업보에요.


S# 33. 공장 안 / 밤


인숙 : 가정 있는 남의 남자 넘본 죄값이지요. (술잔 비우고) 느는 건 술밖에 없으니까..

재덕 : ..

인숙 : 어린 복밀 뱃속에 담고, 죽을 작정으루다 약을 먹었었죠. 그런 날 살려 놓은 게 백양사 최사장님이었어요. 그 땐 최사장님도 총각이었는데.. (재덕보며) 그때도 같은 말을 합디다. (다짐하듯, 고개젓고) 멀쩡한 총각 신셀 망쳐요? 있을 수 없는 일이죠..인두껍을 쓰고, 은혤 원수로 갚아두 유분수지, 그러는 법은 없지요. 없구 말구요..

재덕 : ..

인숙 : 그러다 의지가지없이 떠도는 복영 아빨 만났어요. 성찮은 복밀, 그래도 이쁘게 봐줬죠. (혼자말처럼) 자기만 믿으라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더니.. 복영이년 이쁜 짓하는 것두 안 보고, 그렇게 훌쩍 먼저 가 버립디다..그래..지금도 난 복영아빠가 너무도 원망스러워요.

재덕 : (담배를 꺼내지만, 물지는 않고 만지작)

인숙 : 박복한 팔자.. 이젠 더하고 싶지도, 남한테 옮기고 싶지도 않네요..

재덕 : (비로소 담배불 붙이면)

인숙 : (자기 한탄) 무책임한 양반.. 내, 나중에라도 저승 가 만나면, 가만 안 둘 거에요.


S# 34. 공장 옆쪽, 안채 입구 / 밤


모퉁이에서 듣고 있는 복영. 충격에 뒷걸음치다, 삐끗해서 넘어질 뻔한다.

공장에서 나오는 재덕과 인숙. 후다닥 안채 쪽으로 가는 복영.


인숙 : (술취한) 미안해요.. 술만 마시면 한소리 또하구 또하구..헤헤(씁씁한).. 산다는게 뭔지...

재덕 : .. (인사말 정도..)


S# 35. 화장실 안 / 밤

화장실 문 등지고 선 복영, 그 위로

인숙(E) : 지금도 난 복영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워요..무책임한 양반.. 내, 나중에라도 저승 가 만 나면, 가만 안 둘 거에요.

복영 : 흡.. (서러워져서) 아빠.. (그렇게 잠시 어깨 들썩이고 있는 위로)

복영(N) : 이제야 알았다. 엄마가 왜 그렇게 날 미워하는지... (난 엄마가 미워하는 우리 아빠 딸 이라서 그렇다) 하지만 난 동화책 속의 콩쥐처럼 불쌍하게 살지는 않겠다. 난 바보가 아니니까.


S# 36. 마당 / 아침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다.


S# 37. 방 안 / 아침


책상 앞에서, 가방에 옷들 꾹꾹 밀어넣고 잠그는 복영.

가방을 어깨에 매며 일어서다 보면,

저만치서, 질질 밥알을 흘리며 얼굴에 묻히고 먹는 복미.

복영, 그런 복미를 잠시 보다가, 입을 앙다물고 책상 위에 딱지편지 남긴다.


S# 38. 방문 앞 / 오전


복영(책가방 맨), 복미를 의식하며 살짝 빠져나오려는데, 끼익! 문소리 난다.

복미, 수저를 입에 물다가 봤다!

복영, 얼른 문을 닫는데,


복미 : 뽀겨아~! (튀어나오는)

복영 : (빠져 나오려는 복미를 문으로 밀어 우겨넣고 문을 걸어 잠근다.)


복미(E) : 뽀겨아~! 하꾜~! 뽐미, 하꾜~! (쾅쾅 두드리는..)


복영, 쪽마루 밑에서 허름한 우산을 꺼낸다.

우산 쭉 펴면, 살이 두어 개 부러져 있다.


S# 39. 동네 골목 / 오전


빗살 부러진 우산을 쓰고서 모퉁이에서 튀어나오는 복영.

손등으로 눈가를 쓱 훔치고, 앞만 보며 결연히 달려가는 위로,


복미(E) : 뽀겨아-!


S# 40. 방 안 / 오전


복미 : (문고리 잡고 흔들며) 뽀겨아~! 뽀겨아~! (온몸으로 쾅쾅 문을 밀어부치는)


S# 41. 원단 가게(동대문 원단 시장 내) / 오전


인숙 : (구석의 원단 가리키며) 이게 원단이 아니면, 어떤 게 원단이래요?

남자1 : (가로막고) 아, 요놈은 임자가 있당께 그라네.

인숙 : 하루 이틀 거래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왜 이러세요, 대체?

남자2 : (옆 가게에서 불쑥) 아줌씨, 그라지말고, 원단쟁이 서방을 얻어? 재봉쟁이 마누라에 원 단쟁이 서방이면.. (능글맞게) 딱, 바늘하고 실이구먼? (낄낄..)

인숙 : (얼굴 빨개졌다가, 지지않고) 안 그래도 그럴 참인데요, (남자1을 두고) 저렇게 부실한 실 도 실축에 든대요?

남자1, 2 : (뻐엉)


S# 41-1 복영 몽타쥬

집을 나왔지만, 오갈 곳 없어 방황하는 처량한 복영의 모습


버스정류장에서 바람에 훌라당 벗겨져 굴러가는 우산, 비맞는 복영 등



S# 42. 남대문 정도 상가 안 / 오전


복영, 가게 위 상호 팻말을 눈으로 짚으며 오고 있다.

저만치 보이는 ?백양사? 팻말!

백양사 안. 옷을 살피며 ?너무 비싸요!? 흥정하려는 여자에게, ?비싸면 말고!? 낚아채 는 백양사 여자가 보인다.

길수가 없자, 두 어깨 처지며 실망스런 얼굴 되는 복영.


S# 43. 공장 앞 길목 / 정오경


공장 앞에 대이는 택시.

인숙, 우산을 펴며 택시에서 내린다. 공장 입구 쪽에서 돌아보는 재덕.

인숙, 뒷트렁크에서 원단덩이 꺼내느라 애쓰는데,

얼른 와, 대신 받아드는 재덕.. (간밤의 일로 좀 계면쩍은 상태..)


인숙 : !

재덕 : .. (원단을 이고, 공장 쪽으로 가는)

인숙 : (그 뒤에다) 안에 좀, 들여다보고 갈게요.


S# 44. 마당 / 정오경


인숙 : (후.. 한숨 내쉬며 들어오다가, 방문 쪽 보고, 툭! 우산 떨어뜨린다.)


활짝 열려진 방문! 뻥뻥 구멍난 창호지, 뜯어져 나간 문고리.


S# 45. 방 안 / 정오경


엎어져 흔들흔들 거리고 있는 요강. 흥건히 고인 소변..


인숙 : 아니 얘가.. (얼른 요강 바로 세워 놓고, 흥건한 위에다 걸레 던져 한번 훔치고) 일났네.. (다급히 나가려다 책상으로 시선 꽂히는) !


책상 위. 딱지처럼 접혀 있는 편지.

인숙, 편지를 펴 보면, ?그 동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


복영(E) : (어이없어 하며 읽는 인숙 위에) 이제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행복하게 사세요. (편지 위에) 뽕미랑, 재단사 아저씨랑 셋이서, 잘 먹고 잘 사세요.

인숙 : 허.. (어이없는..)


S# 46. 상가 중간 계단 / 오후


무릎 사이에 거의 얼굴을 묻고 쭈그려앉아 있는 복영.

망가진 우산 보며, 똑 자기 모습 같아 한숨이 나오는데,


길수(E) : 보겡이 아이가?


복영, 고개들어 보면, 복도에서 쳐다 보고 있는 길수.


복영 : (환해지며) 아저씨!


S# 47. 상가 안 분식점 / 오후


길수 : (떡볶이를 먹고 있는 복영에게) 참말 혼자 왔다 말이가?

복영 : (먹으며, 끄덕)

길수 : 말은 했제? 여 온다꼬.

복영 : ... (포크를 내려놓는)

길수 : 안 했나? .. 와..?

복영 : 나... 아저씨 따라가면 안 돼?

길수 : ?

복영 : 나, 이제부터 아저씨 딸 하께.

길수 : ?.. 니, 어무이한테 혼났나?

복영 : (가방에서, 머큐롬얼룩책을 꺼내 보이며) 뽕미가 그랬어.. 아저씨가 사준 동화책..

길수 : 보겡아..

복영 : (오버랩 기분) 꿈에, 아저씨가 그랬단 말야! 복영인, 아저씨 딸도 된다구..

길수 : 그래서 니.. 설마 집 나온 거 아이제?

복영 : (뿌해서) ...

길수 : (어이없어) 허허! 이를 우얄꼬. 내가 큰일을 냈데이. (엽차를 마시고) 보겡아. 니, 내 말 단디 듣거래이. (말똥해서 보는 복영에게) 니는 누 딸도 아이고, 니 어매 딸이다. 그라 고 하늘에 계신 니 아빠 딸이고. 물론 내한테도 닌, 딸이나 다름없다. 니도 낼 아빠처럼 생각해도 되고. 하지만 보겡아.. 아빠 같은 기하고, 아빤 다른 기다. 내 말 알아듣나?

복영 : (뚱해서 고개 숙이고) ...


S# 48. 공장 앞 + 안 / 오후


인숙, 접은 우산을 들고(비 그쳤다) 지칠 대로 지쳐 돌아오는데,

재단판 한쪽의 전화로 통화 중인


재덕 : 예. 7735요. .. 예예. 근처에서 발견하거나 누가 봤다는 사람 있으면, 연락좀 부탁 드립니 다. 수고하세요. (끊고) 후.. (고개드는데)

인숙 : (보고 있는) .. (고맙고 미안한)

재덕 : (조금 쑥스럽게) 저기, 뒷동네까지 갔다 왔는데.. 안 보이네요.

인숙 : (그 앞 의자에 무너지듯 앉으며, 홧김에) 발 달린 짐승, 어딘 못 갔을까..

재덕 : 너무, 걱정 말아요. 길 건너 파출소까지 다 연락해 놨으니까, 무슨 연락이 있겠죠.

인숙 : ..면목도 없네요. 그 사람들은 무슨 죄라고, 허구헌날 남의 뒤치닥거릴 한대요. 비만 안 왔었어도.. (걱정이 덜 될텐데.. 울고 싶은 기분)

재덕 : 근데.. 복영이도 없어졌다면서요.

인숙 : (울화 누르며) 어딜 가요, 지가. 해 떨어지고 배 고프면 들어오겠지. (미칠 것 같은데)

재덕 : 저기.. (복영 온다는)

복영 : (풀이 죽어 신발 끝 쳐다보며 온다. 길수 손 잡고 있고)

인숙 : (일어나 나오며) 어디 갔다 와! (재덕도 인숙 뒤로 나와 선다.)

복영 : (멈춰선, 우물쭈물)

길수 : 너무 뭐라 카지 마라.

인숙 : 하튼,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다니니.. 언닌, 어떻게 하고 나간 거야, 대체?

복영 : ?.. 문, 꼭 잠갔는데..?

길수 : (놀라) 와? 복미가 또 없어져뿐나?

인숙 : 내 속이 아주 시커멓게 타고, 하나도 안 남았을 거다. (시무룩 고개 떨구는 복영에게) 얼 렁 들어가, 씻고 옷 갈아입어!

인숙(E) : (어깨 처져서 가는 복영 위로) 하나라도 속을 안 썩여야지...

길수 : 보겡이한테 너무 그카지 마라.

인숙 : 죄송해요. 괜한 걸음이나 하게 해 드리고..

재덕 : (뻘쭘해서) 난 한바퀴 더 돌아보고 올게요. (아웃한다.)

길수 : (생각이 있어, 인숙 앉던 의자에 앉는)

인숙 : ..

길수 : 복미 말이다. 내도 몰랐는데, 복미 같은 애 돌봐 주는 데가 있다카대. 재활원인가 뭔가 카드라..거 가면, 동무도 생 기고, 공부도 배운다카대.

인숙 : 최사장님.. (말 끊으려는데)

길수 : 자네 맘이사 와 모르겄나? 하지만도, 이래 끼고만 있다꼬 나아지는 기도 엄꼬. 보겡이한 테만 맡겼다가, 뭔일이라도 생기믄 우야겠노? 한두 번도 아이고. 보겡이도 그렇다. 한창 뛰 놀며 귀염받고 클 땐데, 언니땜에 저래 천덕꾸러기가 돼야 쓰겄나? 어린 게 뭔죄라꼬.

인숙 : (이번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길수 : 돈 때문이라면, 내 함 마련해 보꾸마.


S# 49. 방 안 / 오후


복영 : (들어오다가 확 끼치는 냄새에) 으.. 지려.. (손가락으로 코를 쥐는)


복영, 요강과 걸레를 방문 앞에 내놓고, 책상 앞에 가 앉는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복영. 만 원짜리 지폐다.


(인서트) 분식점 - 계산하는 길수. 일어나기 싫어 뚱해 있는 복영.

길수, 그런 복영을 보고, 꺼냈던 돈 중 만원권 한 장 복영 손에 쥐어 준다.

큰돈이라 길수를 쳐다보는 복영. 길수, 웃으며 넣어 두라는 제스처.


지폐를 쫙 펴서, 머큐롬얼룩책 갈피에 꽂는 복영.

책상 서랍 하나를 빼더니, 그 안 깊숙이 책을 넣어 두고, 방 가운데에 드러눕는다.

옆자리를 흘긋 보는 복영. 양팔을 쫘악 벌려 본다. 넓다.

만족스런 듯 눈을 감는.. 그러다 슬금 눈을 뜬다. 걱정이 되는..


S# 50. 몽타주


1. 성터 / 오후

- 성터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복영.

복미가 묶여 있던 나무도 쳐다보는..


2. 뒷산 입구 / 오후

- 손나팔을 하고 ?뽕미야아!? 외치며 찾아 다니는 복영.

뒷산 입구 개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S# 51. 뒷산 / 오후


철조망 개구멍으로 들어오고 있는 복영. 옷자락이 철사에 걸린다.

잡아빼다가 바지자락 조금 찢기자, ?이씨..? 인상 찌푸리는 복영.

산비탈 일각.


복영 : 뽕미야아! 뽕미야~! (외치며 오고 있는데)


남아1, 2, 3에 둘러싸인 복미의 뒤통수가 보인다.

남아2, 복미의 바지를 바로 입혀 주느라 실랑이 중..

(복미, 비 맞고 넘어진 듯, 흙투성이이다.)


복영 : 이야아아아아! (쏜살같이 달려가, 남아2의 머리를 받아버린다.)

남아2 : (엉덩방아를 찧으며 코를 싸쥐고) 으아!

복미 : (배시시) 뽀겨아!

복영 : (복미 앞에 막아서서) 뽕미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 그랬지? (두 주먹 불끈 쥐어 보이자)

남아1 : (지레, 자기 코를 싸쥐며) 그, 그런 게 아니다. 우린 뽕밀 도와 줄라 그랬다.

남아3 : 맞아 맞아. 뽕미가 오줌 누고, 바질 안 추키길래, 입혀 줄라 그런 거야.

남아2 : (열받았다.) 으아아! (일어나며 복영에게 덤벼드는)


남아2가 덮치는 통에 엎치락뒤치락 서로 쥐어패며 싸우는 복영.

남아1, 3, ?야아! 그러지 마!? 복영과 남아2, 뜯어말리고..


복영 : (떨어져서, 팔뚝으로 코를 훔치고) 누구든, 우리 뽕미 괴롭히기만 해 봐라. (씩씩)

아이들 : (역시 씩씩대는 남아2를 부축해, 옷 털어 주며 윗쪽으로 올라간다.)

복영 : 씨이.. (눈으로 복미 찾는데, 안 보이는) 으이, 웬수.. 또 어디 갔어? (울상이 되어 찾는데, 저쪽에서 꽃 따느라 정신없는 복미 보고) 아후, 맨날 내 속만 썩이고.. (그 앞으로 가서) 내 속이 다 타고 하나도 안 남았을 거야!

복미 : (꽃을 따서, 머리에도 하나 꽂고) 이뿌다, 이뿌다! (복영 보며 헤벌쭉 웃는)

복영 : 뭐야아 이게! (머리의 꽃, 빼서 던지며) 미친사람처럼! (하는데)

복미 : (복영의 머리에도 꽃 꽂아 주고) 이뿌다, 이뿌다! 뽀겨이 이뿌다! (박수치며 펄쩍펄쩍)

복영 : (도리 없다는 표정)


S# 52. 공장 앞 길목 / 황혼녘


인숙 : (공장 쪽으로 오며) 일났네, 일났어.. 해 떨어지는데..

공장주 : (공장에서 나오다 보는, 화나 있는데 누르며) .. 못 찾았어?

인숙 : (그 앞으로 오며) 예..

공장주 : 복영 엄마.. 내 말 너무 야속케 생각진 마.

인숙 : ?

공장주 : 나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맨날 복미 뒤치닥거리에 이렇게 일을 안 빼주믄 난 어뜩해.

인숙 : 죄송해요. 복미만 찾으면, 금방 마쳐 드릴 게요.

공장주 : 이 장사, 계절 바뀌면 허당인 거, 복영 엄마두 잘 알잖아.

인숙 : 죄송해요, 아주머니. 밤을 새서라두, 낼모레까진 꼭 내갈게요.

공장주 : 최사장이 사정사정하길래, 그런 애 있는 거 알면서.. (관두고, 돌아서는데, 맞은편에서 오고 있는 재덕에 더 치밀어) 대체, 공장문을 닫으란 거야 뭐야.. (안채쪽으로)

인숙 : (무안하고 어쩔 줄 모르겠는데) ..

재덕 : ...

복영(E) : 엄마!

인숙 : (보면, 복영에게 잡혀 오는 복미) 흐이구.. (튀어가, 복미 잡아채 엉덩이 퍽퍽 부치며) 이 애물단지야아..! 으흐흡.. (북받치는)

복미 : 아야야! 아푸다.. (엉덩이 뒤로 빼며 피하고)

인숙 : (잡은 채) 으흐흡.. (주저앉아 우는)

복영 : (괜히 덩달아 눈물 고이고)

재덕 : .. 우리 복영이가 최고네? 언니도 찾아오고.. (머리 쓰다듬어 주면)

복영 : (재덕 보는)


S# 52-1 집외경 / 밤


S# 53. 방 안 / 밤


복미, 네 활개 펴고 잠들어 있고, 복영, 구석(서랍장 쪽)에 몰려 자고 있다.

복미 옆에 앉아 있는 인숙, 복잡한 얼굴로 복미의 잠자리 바로잡아 주다가..


공장주(E) : 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맨날 복미 뒤치닥거리에 이렇게 일을 안 빼주믄 난 어뜩해.

길수(E) : 이래 끼고만 있다꼬 나아지는 기도 엄꼬. 보겡이한테만 맡겼다가, 뭔일이라도 생기믄 우야겠노?

인숙 : (머리론 받아들여지는데, 마음으로는 쉽지 않은 상태)

길수(E) : 보겡이도 그렇다. 언니 땜에 저래 천덕꾸러기가 돼야 쓰겄나? 어린 게 뭔 죄라꼬.

인숙 : (복영 보며 더 심란한) ..


S# 54. 몽타주


1. 교외 일각, 버스 정류장 / 오전

한적한 교외의 버스 정류장 앞,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와 서는 시외 버스.

안에서 내리는 인숙. 어딘가를 찾아 주변을 둘러 본다.


2. 재활원 복도 / 오전

우리 말과 글을 배우고 있는 정신 지체 장애자들의 수업 장면(실제).

연령층이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 엉망이지만 즐거워 보인다.

유리창 너머로, 남자 직원(40대 중반)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인숙..


3. 재활원 운동장 / 정오경

서로 어울려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건물 앞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인숙.

옆에서, 의향을 묻듯 쳐다보는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다.


S# 55. 마당 / 오후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는 복미.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복영 : (답답해) 그게 아니라니까! (대신 해 보이려고 하자)

복미 : 으아아! (뺏기기 싫어 잡아당기는)

인숙 : (외출복 차림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복영 : 아이참! 혼자만 할라 그래에? (뺏으려고 하자)

인숙 : 놔 줘.. 언니 하게.


복영, 뚱해서 놓아 주면, 제멋대로 계속하는 복미.

그런 복미를 망연히 보는 인숙, 순간 울컥치미는데..의식하고 급히 사라지면


S# 56. 공장 안 / 밤


어둑한 공장에, 혼자 남아서 여아용 원피스를 만들고 있는 인숙.

문득, 벽에 걸린 달력을 본다. (어느 날짜에 동그라미 표시된)

다시 재봉질을 하는 인숙.

재봉질되고 있는 옷감.. 그 위로, 툭! 떨어지는 물방울..

인숙, 눈자위가 붉게 충혈되어 있다.

흡..얼굴을 옷에 묻어 버리는 인숙..가늘게 흔드리는 인숙의 어깨에서 F.O


S# 57. 재래 시장 일각 / 오후


손지갑 들고, 뚝뚝히 앞서가는 인숙.

의아한 듯, 인숙의 표정 살피며 따라가던 복영, 슬그머니 인숙의 손을 잡는다.

인숙, 쳐다보면, 헤.. 웃는 복영.

인숙, 가다가 저만치 신발 가게 발견한다.


S# 58. 신발 가게 안 / 오후


운동화 코너를 지나, 구두 코너로 가는 인숙.

입이 더 찢어지는 복영.

인숙, 빨간 구두(발등에 끈이나 리본 달린)를 집어, 복영 앞에 놔 준다.

휘둥그레, 인숙과 구두를 번갈아보는 복영.


인숙 : 신어 봐. (앉아서 신겨 주려 하면)

복영 : (얼른 운동화를 벗는데, 양말이 닳아 엄지발가락이 나올락말락한..)

인숙 : (운동화 보면, 역시 엄지발가락 쪽 닳아 있는) 밤톨만한 게, 뭐 먹고 발톱만 자라냐.

복영 : (아무래도 좋다. 얼른 구두 신고) 딱 맞어.

인숙 : .. (일어나, 주인에게) 이거보다 두 치수 큰 걸로 주세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복영 : ?? 그럼 헐렁해서 벗겨진단 말야.

인숙 : .. (봉지에 넣어 주는 신발 상자를 받아들고, 계산하는)


S# 59. 재래 시장 일각 / 오후


인숙 : (신발 봉지를 들고, 걷기만)

복영 : (뿌했다가) 알았어. 중학교 갈 때까지 신지 뭐.

인숙 : .. (양말 리어커를 지나다 그 앞에서 멈춘다. 양말을 하나 집었다가, 복영을 의식하고 한 켤레 더 집는다. 주인에게 내미는)

복영 : (양말까지!)


S# 60. 방 안 / 저녁


복미 : (S# 56의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고 빙글빙글 돌며) 이뿌다, 이뿌다.. 뽐미 이뿌다!

인숙(E) : (양말 한 켤레를 쥐고 울상이 돼 있는 복영 위에) 그래.. 이쁘다.

인숙 : (그런 복영을 보고) 넌, 다음에 사 줄게.

복영 : (뿌해 있는)

인숙 : (복미를 붙잡고) 벗어 놓자.. 내일, 깨끗하게 입고 학교 가야지.

복영 : (학교? 의아해 보는데)

복미 : 하꾜? 뽐미 하꾜? 뽀겨이 하꾜? (복영이 다니는 학교에 가냐는)

인숙 : (고개젓고) 복미 학굔.. 훨씬 더 멀어..

복미 : 미구우? 뽐미 하꾜, 미구 이따(있다)? (미국에 있냐는)

인숙 : 그래.. 복미 학굔, 미국에 있다..

복미 : 뽀겨이도 미구! 미구 같이 간다, 뽀겨이!

인숙 : 안 돼. 복영인..

복영 : (입이 또 나오기 시작하는)

복미 : (주저앉아, 발 구르며 우는 소리) 같이 간다! 뽀겨이, 같이 간다아!

인숙 : ..

복영 : (벌떡 일어나) 엄만, 뽕미밖에 몰라! 난 엄마가 미워하는 우리 아빠 딸이라 그런 거지?

인숙 : (어이없어 보는데, 탁 문 닫고 나가버리는 복영)

복미 :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는데)

인숙 : (어이없어 보다가, 복미의 원피스 뒷지퍼 내리며) 속 없는 년... 언제 철이 들꼬..


S# 61. 마당 / 밤


마루 끝에 앉아 있는 복영, 댓돌 위 자신의 낡은 운동화가 보이자,

심통이 나 툭! 발로 차 버리는데, 훌러덩 벗겨져 떨어지는 슬리퍼짝.


복영 : 씨.. (깨갱이발로 가 슬리퍼를 집는)


S# 62. 방 안 / 새벽 4, 5시경


구석에 박혀, 서랍장에다 거의 코박고 자고 있는 복영.

잠결에 움직이다 서랍장에 머리를 쿵 받는데,


인숙(E) : 질긴 목숨.. 복 많이 받고, 이쁘게 자라라고.. 이름도 그렇게 지어 줬건만..

복영 : (으.. 비몽사몽간에 머리 문지르며, 부시시 눈 뜨는데)

인숙(E) : 너도.. 복영이 불쌍하지?.. 그렇게 이뻐하는 복영이.. 네 동생..

복영 : !!?? (살며시 고개 돌려보면)


복미(가슴에 구두를 품고 잠든)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인숙 : 이제, 네 원껏 훨훨 다녀.. 남들처럼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너두 좋지? (머리 칼 쓸어넘겨 주며) 우리 복미.. 거기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귀염받아야 할 텐데.. 흡!


인숙, 치미는 울음을 손으로 막으며, 바깥으로 나가면,

부시시 일어나 앉는 복영. 의아해 돌아보고..

무릎 걸음으로 기어가 방문 조금 열어 보면,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인숙, 치마끝으로 눈꼬리 닦고 하늘을 본다.

복영, 휘둥그레 보다가 가만히 문 닫고 생각하는 얼굴 위로,

(FB) - 새옷에 새구두로 치장한 복미, 혼자는 가기 싫다고 때쓰던 모습..

- 잠든 복미를 보며, 보내기 싫은 듯 슬퍼하는 인숙의 모습..

다리를 퍽! 들어올려 이불을 차는 복미. 그 통에 구두 한 짝 저만치 굴러간다.

다시 기어와 떨어진 구두짝을 줍는 복영.

복미 품안의 구두짝과 함께 품안에 들이면서..!


S# 63. 방문 앞 + 마당 / 이른 아침


구두를 끌어안은 채 밖으로 나오는 복미. 감긴 눈으로 ?으아아!? 입이 째져라 하품하면,

화들짝! 얼른 그 입 틀어막고 주위 살피는 복영 위로, 덜그럭! 부엌에서 나는 소리.

복영, 놀라 움찔해서 보면, 다시 잠잠한..

복미의 입 막은 채로, 얼른 살금살금 복미를 끌어 내는 복영.


S# 64. 공원 일각 / 아침


배드민턴, 체조 등 아침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나고..

그 일각,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복미 : (구두 끌어안은 채, 오금을 모으고 다리 흔들며) 배 고푸다.. 배 고푸다..

복영 : 좀 참어..

복미 : 배 고푸다.. (발딱 일어나) 집에 간다! 뽐미, 집에 간다아!

복영 : 그럼 이제, 미국도 안 데려가고, 꽃산에도 안 데려가고.. 난 주숙이네 가서, 주숙이랑만 놀 거야. 그래도 좋아?

복미 : (합.. 자신있게 벌렸던 입을 닫고, 고개를 설레설레)

복영 : 그러니까 좀 참어. (자리 뜨는 사람들 보며) 이따가 떡볶이 사 주께. 미국두 데려가구.

복미 : 뽐미, 돈 읍따.. 미구 모 간다!

복영 : (바지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꺼내, 복미의 얼굴 앞에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는)


S# 65. 마당 / 아침


인숙, 바닥에 젖은 비질을 썩썩 하고 있다.

마당에 물 한 바가지를 쉬익 뿌리는


인숙 : (방쪽 보며) 얘들이.. (젖은 비를 탁탁 털며) 오늘 따라, 잠 귀신이 붙었나. (빗자루 세워 놓고, 방으로 가 문 열어 보면)


급히 나가느라, 허물 벗듯 몸만 쏙 빠져나간 빈 이부자리.


인숙 : 아니, 얘들이... (문 닫고) 복영아-! 복미야! (바깥 쪽으로)


S# 66. 몽타주


1. 문방구 좌판 / 오전 - 떡볶이를 먹는 복미, 매워서 손으로 휘휘 입을 가시자, 복미의 떡볶이를 물에 휘 씻어 주는 복영.


2. 동네 일각 / 점심경 - 골목 안에서 남자(S# 55의 재활원 직원)와 나오며 거듭 인사를 하는 인숙. 남자, 할 수 없다는 듯 대어놓은 봉고(재활원 이름 쓰인)에 오른다. 빠져나가는 차를 보며, 맞은편에서 오는 재덕. 인숙과 마주치자, 고개 저어 보인다.


3. 동 장소 / 오후 - 복영, 복미의 손을 잡고 맥없이 오고 있다.

복미, 자꾸만 길 가운데로 나가려 하는데, 클락션 울리며 그쪽으로 오는 자동차.

얼른 복미를 제쪽으로 잡아 끄는 복영.

창문 밖으로 뭐라 소리치며 지나가는 운전자.


S# 67. 원단 창고 안 / 초저녁


어둑한 가운데.. 천장에 매달린 백열 전구(10촉 정도)에 반짝 불이 들어온다.

엎드려 있던 복미의 등에서 팔짝 뛰어내리는 복영, 출입문을 닫는다.

창고 안엔 원단이 몇 덩이 있고, 쓰다 만 헝겊 뭉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복미 : 숨바꼬찌? 숨바꼬찌한다?

복영 : !.. 응. 숨바꼭질이야.. 잠깐만 있어? 술래 있나 가서 보고 오께. (나가려고 하자)

복미 : (얼른 복영의 팔을 붙잡는)

복영 : ?

복미 : 무서따!.. 숨바꼬찌 무서따.

복영 : 무섭긴 뭐가 무서워. (겁먹은 복미 보고) 알았어..

복미 : (얼굴 피며) 안 무서따.. 안 무서따..

복영 : (문에 붙어서서, 살짝 열고 바깥 살피는데)

복미 : (그 뒤로, 바짝 얼굴 대고) 수래 이따(있다)? 어따(없다)? (노래 부르듯, 고개까지 좌우로 흔들며) 이따 어따 이따 어따.. (정신 뺀다.)

복영 : (확 돌아보고) 가만좀 있어!

복미 : (움찔, 물러나 복영의 눈치 보며) 잼어따(재미없다).. 지베 간다.. 뽐미, 집에 간..

복영 : (오버랩) 누군 집에 가기 싫은 줄 알어!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울고 싶다.)

복미 : (그 말 가슴에 꽂힌) 아니다! 뽐미, 바보 아니다! 바보 시타! 뽀겨아, 나 바보 시타..

엉엉.. (운다.)


복영 : 알았어. 바보 아냐. 내가 잘못했어. (달래는데, 저도 울고 싶어 죽겠다.)

복미 : 뽐미 바보 시타! 바보 안 한다! 으엉엉..

복영 : 그니까 가만 좀 있으란 말야. 나도 울고 싶어 죽겠다구..

복미 : 나, 바보 시타.. 뽀겨아. 어허헉..

복영 : (끌어안고) 아냐 바보.. 누가 바보래.. 바보 아냐. (저도 울면서, 울지 말라고 등 두드리는)


S# 68. 마당 / 저녁


인숙 : (쪽마루에 앉은) 내가.. 잘못 생각한 건지.. (마당에서 담배 피고 있는 재덕에게) 대체 얘 네들이, 뭘 알고나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재덕 : 너무 걱정 말아요. 혼자두 아니구, 복영이랑 같이라면.. 복영이, 영리한 아이에요.

인숙 : (한숨 내쉬고) .. 그만 들어가요. 피곤할 텐데... 매번 저희 때문에..

재덕 : (담뱃불 던져 끄고) 쌀쌀한데, 들어가 기다려요. 나는 내일, 일할 것좀 준비할게요.

인숙 : ...


S# 69. 동네 외경 / 저녁


멀리, 하늘엔 뜨문뜨문 별들이 떠 있다.

낡은 한옥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 가로등 하나만 깜박깜박 졸고 있는데,


복영(E) : 저건 백조자리.. 저건 전갈자리..


S# 70. 창고 안 / 밤


복미, 퀭한 눈 꿈벅이며 천장 보지만, 백열등만 가물가물..

원단덩이 아래에 헝겊 뭉치까지 깔아 놓고, 쭉 뻗어 기대앉아 있는 복영.

그런 복영에게 기대어 거의 눕다시피하고 있는


복미 : 업따.. 별..

복영 : (뜨끔) 잘 봐. 잘 보면 보일 거야. (하는데, 쾡한 눈으로 쳐다보는 복미) 눈 감어.. 눈 감 고 마음으로 봐. 착한 사람 눈엔 보일 걸?

복미 : (눈을 감았다.. 뜨고) 무서따.. (눈 감으니까.)

복영 : (쩝..)

× × × × ×


복영(E) : (수명이 다 돼 깜박이는 백열등 위로) 그래서 왕비는 아들을 둘 낳았는데,

복영 : 두 형제는 사이가 너무 좋아 무엇이나 함께했대. (복미에게 눌린 곳이 저려, 코에 침을 바르고) 어느 날, 형과 아우는 전쟁에 같이 나갔는데,

복영(E) : (게슴츠레, 점점 눈이 감기는 복미 위에) 형은 그만,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어.

복영 : 그래서 동생도 죽으려고.. 하암.. (하품을 하며) 일부러 화살을 맞았는데, 동생은 몇발이나 맞아도 아프기만 하고 죽지 않는 거야.

복미 : (완전히 눈이 감겼고) ..

복영 : 그러자 동생은 자기도 죽겠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어. (쿨쿨 잠 든 복미를 내려다보고) .. (우리처럼) 헤어지기 싫어서... (깜박이는 백열등.. 쳐다보는)


S# 71. 공장 앞길, 원단 창고 앞 / 밤


빗자루와 손전등을 들고 공장 쪽에서 오는 재덕.

안채를 지나, 벽쪽으로, 모퉁이 공간에 판자로 만든 원단 창고가 있다.

재덕, 손전등을 비추며 서너 개의 나무 계단을 올라가는데, 안에서 들리는 부시럭 소리.

재덕, 의아한 얼굴로, 조심스레 문 열고 손전등을 비추면,

백열등도 나가고 어두운 그 안에서, 불빛에 부셔하며 보고 있는 복영.

복미, 복영의 무릎을 베고 편안히 잠들어 있고.


S# 72. 마당 / 밤


복영, 추레한 모습으로 빗자루와 손전등 든 채 조아리고 서 있다.

뒤로, 복미를 업어다 방에 눕히는 재덕이 보인다.


인숙 : (복영 보고) 꼴하고는...

복영 : .. (들고 있던 것들 보다가, 빗자루를 인숙에게 내민다. 때리라는)

인숙 : (가슴이 시큰해서) 얼른, 들어가 자. (방으로)

복영 : ? (왜 안 때리지?)


S# 73. 동네 입구 언덕 / 아침


터덜터덜, 발걸음도 무겁게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 복영.

뒤쪽에 나타나는 주숙, 복영을 본다!


주숙 : (살금살금 다가와, 왁! 소리 지르고) 놀랬지? (하는데)

복영 : (멈추고, 뜨해서 보고는 그냥 간다.)

주숙 : ? (얼른 따라 붙는데)


언덕 위로, 봉고차 한 대 부상해 온다.

복영, 옆으로 비켜서다가, 스쳐지나가는 봉고 안의 재덕(운전하는)을 본다!

주숙, 의아한 얼굴로 복영 보는데,

오던 길 거슬러 달려내려가는 복영. 그 위로,


주숙(E) : 이복영! 학교 안 가?


S# 74. 동네 일각 / 아침


울상이 되어, 헐떡이며 달려오는 복영.. 이미 차는 간 곳이 없다.

복영, 멈춰서 숨을 몰아쉬는데, 맞은편에서 다시 나오는 봉고.

옆쪽으로 물러서는 복영. 복영을 스쳐지나는 봉고.

차창으로 인숙이 스쳐가며 보인다.


복영 : (차 꽁무니에) 엄마아! (울기 시작)


S# 75. 봉고 안(동네를 빠져나가는) / 아침


재덕, 운전하고 있고,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복미(새 원피스 입은)와 인숙.


복미 : (뒷유리로, 사력을 다해 달려오는 복영 봤다.) 뽀겨아! (인숙에게) 어마, 뽀겨이!

인숙 : ..


S# 76. 동네 입구 언덕 / 아침


언덕을 향해 점점 멀어지는 봉고를 좇아 달려가는


복영 : 헉헉.. (숨도 차고, 다리 힘도 빠져간다.) 허엉.. (울음 소리 터지고)


끼익, 소리를 내며, 저만치 멈춰서는 봉고!

헤~ 웃으며 봉고에서 내리는 복미. 그 뒤로 따라 내리는 인숙.

복영, 얼른 달려가 중간 쯤에서 복미와 만난다.


복미 : (새옷, 새구두의 자신을 돌아 보이며) 이뿌다, 이뿌다! 뽀겨아, 언니 이뿌다!

복영 : 허엉... (손등으로 눈물 닦는데, 콧물까지 주루룩)

인숙 : (복영에게로와, 손수건으로 복영의 코를 풀게 한다.)

복영 : (팽! 코를 풀고도 훌쩍거리며, 인숙 보면)

인숙 : (슬픔과 안타까움 밴 눈으로 복영을 보는) ... (마치 보내 주자고 말하는 듯)

복영 : (그런 인숙의 눈빛에 기가 눌리는데)

복미 : 뽀겨이도 미구? (같이 가냐고 묻는)

인숙 : (시선 돌리며) 안 돼.. 복영인, 복영이 학교 가야지..

복미 : 뽀겨아 하꾜? 언니 하꾜오 간다?

복영 : (훌쩍훌쩍) ...

인숙 : 가자. (복미의 손 잡아 끄는데)

복영 : (팔등으로 눈물 닦고) 잠깐만! (얼른 책가방에서 머큐롬얼룩책을 꺼내, 복미에게 건넨다.)

복미 : (땡그래져 인숙 보는) ?

인숙 : (고개를 끄덕인다.)

복영 : (책까지 받아 헤벌죽해 있는 복미에게) 이쁘다.. (뚝 눈물 떨어지는데) 울언니..! (웃으며) 진짜 이쁘다.. (눈물 훔치는데, 또 떨어지는..)

복미 : 우지 마라.. 뽀겨아, 우지 마라.. (안 됐는지, 큰맘 먹고 제 구두 한 짝 벗어 내미는)

복영 : (그렁해 쳐다보는)

인숙 : (눈물이 흐를 것 같아, 고개 돌리고)

복미 : (구두를 복영 손에 쥐어 주고) 뽀겨아, 금바? 언니, 금바 온다? (어깨 툭툭 두드리는)


원피스 자락 팔랑이며, 인숙의 손에 이끌려 차쪽으로 가는 복미.

가면서도, 뒤돌아 보고 손 흔들어 주는 복미의 밝은 모습..

그렇게 멀어져 가는 모녀의 모습, 아침 햇살에 부셔 보이는데..


복영 : (구두짝 든 채, 손나팔하고) 언니이! 나, 잊으면 안 돼-! (두 사람을 태운 택시, 출발하고)

복영(E) : (언덕을 넘어 점점 멀어져 가는 봉고 차량.. 위에) 꼭이야아!

복영(N) : (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망부석처럼 서 있는 복영 위에) 마음으로 보면 보인다.. 헤어져 있어도, 마음으로 보면 서로가 같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눈을 감는 복영. 그렇게 서 있는 복영의 모습에서.. DIS.


S# 77. 공장 앞 / 오후


커다란 옷보따리를 어깨에 이고, 공장에서 나오는 재덕.

바지에 붙은 실밥을 빠르게 떼며, 작은 옷보따리 머리에 이고 나오는 인숙.

인숙, 공장 앞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복영에게, ?갔다 올게.? 말하고 총총히 간다.

의자 위의 복영, 심심한 듯 두 다리를 번갈아 앞뒤로 흔드는데,

한 발엔 운동화, 다른 발엔 빨간 구두가 헐렁하게 발끝에 걸려 있다.


S# 78. 성벽이 있는 공터 / 초저녁


성벽에 기대어 사내 아이들과 말뚝박기를 하고 있는 복영.


복영 : (다다다다 달려가서) 으랏차차! (아이들의 등어리에 털썩 뛰어올라, 주먹쥐고) 아주공갈 염소똥! (서 있는 아이와 가위바위보하고) 이겼다! (두팔 번쩍 드는, 그런 모습에서 DIS)


보다 어두워진. 아줌마 하나가 와서, 남아1을 뭐라 혼내며 데려간다.

남아2, 3도 서둘러 뒤따라가자, 널따란 공터에 덩그마니 남겨진 복영..


S# 79. 성벽을 따라 난 길 / 저녁


높다란 성벽 위로, 검푸른 밤 하늘엔 별이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성벽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 복영,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어느 별 하나, 반짝.. 빛을 발한다.

복영, 몇 발짝 가다가 하늘 한 번 보고, 몇 발짝 가다가 하늘 또 보고 하는 위에,


복영(N) : 언제부턴가, 늦도록 놀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하늘의 별 하나가 나를 따라오 고 있었다.


어느 별 하나에 오버랩되는, 순진무구하게 웃는 복미의 얼굴..

고개가 꺾어져라 쳐다보며, 한 바퀴 휘이 돌아보는 복영 위에,


복영(N) : 그리고.. 헐렁했던 언니의 구두도, 곧 내 발에 맞게 되었다. (서둘러 걷기 시작하는 복 영. 터덜터덜 내려오는 위로) 아픈 만큼.. 빨리 크는 법이다.


성벽을 따라 터덜터덜 내려가는 복영의 모습 점점 작아지며.. 자막 오른다.


-- 끝 --















첨부파일 00KBS_당선작_별이뜨는오후.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