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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벽장 속의 남자] 유현미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02.28|조회수1,088 목록 댓글 0

[벽장 속의 남자] 유현미







씬1. 안방

              모던하고 깔끔한 장롱이 화면에 비쳐지는 순간,
              와락 떠밀리듯 장롱에 부딪치는 윤희
              자석에 달라붙듯 그녀에게 밀착돼,
              윤희의 목과 얼굴에 마구 키스를 퍼붓는 성태
               
    성 태 : (진정이다) 사랑해요사랑해사랑해
    윤 희 : (두렵고 두렵다 / 성태를 떼어내려 애쓰며) 제발, 제발 가 이제 . . .
            그이 올 때 다됐어!
    성 태 : (갈급해서 / 윤희를 꼭 껴안으며) 오 분만, 아니 일 분만, 일초만 . . .
    윤 희 : (그 간절함에 목이 매이는) . . .
    성 태 : (뜨겁고 뜨겁게 키스를 퍼부으면)
    윤 희 : (어쩌지 못하고 성태를 끌어안는데)

              딩동! 들리는 초인종 소리
              기겁하고 떨어지는 두 사람

씬2. 현관문 밖

              딩동딩동 짜증스럽게 초인종을 눌러대는 손가락 (결혼반지 낀)

씬3. 안방

              혼비백산 안방과 연결된 화장실로 갔다 도로 나오고
              어쩔 줄 몰라하는 두 사람

씬4. 현관문 밖
 
              마침내 호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드는 주혁

씬5. 안방

              이제 막 성태를 옷장 속에다 집어넣는 윤희             
              잘 안 닫히는 옷장을 억지로 닫고는 총알같이 뛰쳐나간다.
              밀폐된 옷장 속, 공포에 떠는 성태의 눈동자에서
              빼꼼 열린 옷장 문 넘어 성태의 반쪽 얼굴로 카메라 빠지면서
              화면 STILL / 그 위로

              TITLE   《벽장 속의 남자》 떠오른다.          

씬6. 현관 + 거실

              이제 막 현관으로 들어서는 주혁
              사색으로 달려가 맞이하는 윤희, 문득 현관에 놓인 성태의 신발에 눈이 간다.
              얼른 그 신발을 밟고 서는 윤희의 꽃무늬 슬리퍼cu. 미치게 두렵다

    윤 희 : 미, 미안해요 . . . 까깜박 잠이 . . .
    주 혁 : (눈치 못채고 거실로 들어서며/차갑게) 약 너무 자주 먹는 거 아냐?
    윤 희 : 오래 기다렸어요?
    주 혁 : (시간에 쫓기는 듯) 양복 찾아 왔나?
    윤 희 : 네
    주 혁 : (서둘러 안방 쪽으로 가면)

              이내, 후들후들 떨리는 심정으로 안방으로 쫓아가는 윤희

씬7. 안방

              이제 막 양복 윗도리를 벗는 주혁
              재빨리, 옷걸이 들고 다가가 벗어 주는 대로 걸어서 옷장에 거는 윤희
              그러면서도 바로 옆 칸의 옷장에 온통 신경이 쓰인다.

    주 혁 : (E) 오기사 어때?
    윤 희 : (기겁) 네?
    주 혁 : (넥타이 풀면서) 아예 기사로 앉힐까해서
    윤 희 : (힐끔 장롱을 쳐다보는) . . .
    주 혁 : (넥타이 풀어서 주고 /침대에 걸터앉아 양말 벗으며) 겁은 많아도 입도
            무겁고 쓸만한 놈이야, (윤희를 돌아보고) 어때?
    윤 희 : . . . 저야, 뭐 . . .
    주 혁 : 나갈 때마다 부르는 것도 귀찮고, 아무래도 그게 낫겟지?
    윤 희 : (애써 웃으며) 목욕물 받으까요?
    주 혁 : 내가 할게 (윤희를 안으려면)
    윤 희 : (흠찟 놀라 뒤로 물러나는)
    주 혁 : (안쓰럽다 / 다정한 미소로) 어젠 미안해, 많이 아펐어?  
    윤 희 : (혼신의 미소로) . . . 어서 씻으세요

씬8. 목욕탕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샤워기에서 화면 빠지면
              이제 막 흡족한 얼굴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주혁
              먼지 한 톨 없이 그림처럼 깨끗한 욕실 안을 흐뭇하게 둘러본다.
              이내 . . . 욕조 옆, 벽에 부착된 전화기를 집어든다
씬9. 거실 + 현관

              식은땀을 흘리며 현관을 향해 걷는 성태
              역시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윤희, 목욕탕 문 앞에 서서 안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 이제 막 현관에 도착한 성태, 부리나케 신발 신고 막 나가려는데.
              전화벨 울린다.
              기겁하는 성태 / 잘겁하는 윤희

씬10. 목욕탕

              샤워기 물소리와 함께 어렴풋이 전화벨소리 들리는 듯 하다
              얼른 샤워기 끄는 주혁
              이내 잠잠한 실내

    주 혁 : (수화기 든 채로) 여보! 여보!!
    윤 희 : (빼꼼 문 열고/ 태연히) 등 밀어요?
    주 혁 : (뭐라 대꾸하려는데 이내 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성태의 목소리)
    성 태 : (F) 접니다, 사장님!
    주 혁 : (미소로) 아냐, 가봐

씬11. 정원

              조경이 아름다운 정원을 . . . 가로지르는 신발에서 화면 빠지면
              핸드폰 들고 정원 한쪽의 나무 뒤에 숨어 통화중인 성태

씬12. 목욕탕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느긋하게 두 눈감고 있는 주혁
              그 위로 들리는 성태의 목소리

    성 태 : (F) 10시 5분전에 문화센터에 도착하셨습니다,
               점심은 함께 수강하시는 아줌마들과 드셨구요
               지하 수퍼에서 45분간 장을 보신 뒤, 집에는 정확히 3시에 도착하셨습니다

              문득 두 눈 번쩍 뜨는 주혁 CU
                               
씬13. 저택 전경 (저녁)

              잿빛 어둠 속에 덩그마니 서있는 저택
              괴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저택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

씬14. 안방

              침대에 지친 얼굴로 앉아 있는 윤희
              크림색 양복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주혁, 안방용 미니 소파에 앉아
              윤희를 싸늘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주 혁 : 아홉 번씩이나 벨이 울렸는데 . . . 못 들었다?
    윤 희 : (입술 물고/나직히) 샤워하고 있었다고 말했잖아요!
    주 혁 : 당신은 탕 안에 들어가지도 않아, 머리를 감아도 10분을 넘기지 않지
    윤 희 : (쏘아보는)
    주 혁 : 내가 전화한 건 3시 25분이야, 당신이 집에 들어온 건 3시 정각이고
            난 당신의 25분이 궁금해 . . .  
    윤 희 : (작심하고)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주 혁 : (태연히)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윤 희 : 또 그 얘기예요?
    주 혁 : (나직이) 대답해, 25분간 뭘 했지?
    윤 희 : (이갈리는) 차라리 날 죽여요!

              분노로 불끈 동공에 핏발이 서는 주혁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안방에 비치된 오디오로 다가간다.
              순간, 확연히 겁을 먹는 윤희
              이내 오디오를 켜면 들리는 오페라의 아리아 . . .
              점점 더 볼륨을 높이는 주혁
              방안을 압도하는 아리아의 선율 아래
              눈에 띄게 덜덜덜 떨어대며 윤희, 떨지 않으려고 입술을 악무는 모습에서
 
씬15. 저택 밖 골목 (저녁)

              한 줄로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그 중의 택시 하나에서 못내 불안해서
              다시 내리는 성태, 찢어진 우산 펴들고 저택 쪽으로 다가간다.
              비바람에 뒤집어져 버리는 우산,
              문득, 저택 쪽에서 폭탄처럼 터지는 오페라의 아리아 들리면
              우산을 냅다 집어던지고 사색으로 대문 앞을 서성이는 성태
              지금 저 안에서 윤희가 당할 참담한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인터폰을 누를까 말까, 담을 넘을까 말까 . . .
              그러다가 눈물이 터지는 성태

씬16. 안방

              이제 막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 땀을 닦고 있는 주혁
              핸드폰 울리면, 발신번호 확인하고 얼른 전화 받는다.
    주 혁 : 네, 국장님! (사이) 그럼요, 7시 전까지 도착해야죠
            저같은 놈한테 상을 다 주시고 모두가 국장님 은덕입니다.
            (핫핫 웃으며)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이) 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핸드폰 끄고 다시 한번 옷매무새를 거울로 확인한 뒤, 방문 쪽으로 향하는
              주혁,  문득 침대 밑으로 비죽이 나와있던 달달 떠는 맨발,
              주혁이가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침대 안쪽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제서야 처참하게 맞은 몰골로 침대밑 바닥에 쓰러져있는 윤희 보인다.
              그녀를 힐끔 한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방을 나가는 주혁

씬17. 저택 골목

              가로등 불빛 아래 억수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저만치 주혁의 저택이 보이는 골목에 서서 서성이는 성태
              차고 문 열리면서 이내 저택을 빠져 나오는 주혁의 승용차
              그 승용차가 스쳐가자마자 저택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가는 성태

씬18. 자동차 안

             운전하고 있는 주혁,
             사이드 미러로 자신의 집 쪽을 향해 심상찮게 뛰어 올라가는 놈의
             뒷모습을 얼핏 봤다.

    주 혁 : ??!!!! 

씬19. 저택 앞

              쏜살같이 달려와 호주머니에서 황급히 열쇠꾸러미 꺼내 다급하게
              저택의 문을 따는 성태

씬20. 안방

              엉망으로 깨지고 터진 얼굴로 이제 막 침대 위로 올라가는 윤희          
              문득 방문 활칵 열린다. 놀래서 돌아다보는 윤희
              저만치 문지방에 흠뻑 비에 젖은 몰골로 서있는 성태,
              대번에 가슴이 미어지는 윤희
              와락 달려와 윤희를 품에 안는 주혁

    성 태 : 나가요, 당장 이 집에서 나가요, 등짐을 져서라도, 아니 도둑질을 해서라도
            당신 먹여 살릴 꺼야!!
    윤 희 : (미어지는) . . .
    성 태 : (눈물로) 더는 못 보겠어, 더는 못 참겠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윤 희 : (O.L) (태산같은 걱정으로) 이러다 그이라도 보면 어뜩하려고 이래?
    성 태 : (O.L) (윤희를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차라리 그럼 좋겠어요,
                 내가 맞아 죽더라도 당신만 구할 수 있다면
    윤 희 : (순간, 마음 독하게 먹고 / 차디차게) 이거 놔 
    성 태 : (포옹을 풀고 / 눈물로 쳐다보며) 나랑 도망쳐요, 자신 있어요, 당신 하나쯤

              냅다 성태의 뺨을 갈기는 윤희
              기겁해서 쳐다보는 성태

    윤 희 : (매섭게) 똑똑히 들어! 난, 신강택시 강주혁 사장 와이프야! 넌, 택시 기사고!
    성 태 : (너무도 놀래) . . . 윤희씨 . . .
    윤 희 : 허구헌날 얻어맞고 터지니까 . . . 니까짓게 넘봐?
    성 태 : (충격인/ 눈물이 절로 터지며) 나, 나, . . . 사랑 . . . 안해요?
    윤 희 : (야멸차게)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니?
    성 태 : 윤희씨!!!
    윤 희 : (외면하며) 나가

씬21. 저택 앞

              더욱더 거세어진 빗줄기 . . .
              차고의 문 스르르 열리면서
              그 안으로 빠르게 미끄러져 들어가는 주혁의 승용차  

씬22. 안방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성태
              외면하고 있다가 얼른 뛰쳐나가는 성태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 윤희
              대번에 두 눈에 눈물이 펑펑 쏟아지며

    윤 희 : 나 하나루 나 하나루 족해 . . . 넌 몰라 . . . 그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 . .               넌 몰라!

씬23. 정원

              이제 막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정원을 뛰쳐나가는 성태
              그렇게 아웃되고 나면, 우산을 받쳐들고 저택 쪽으로 들어가는 주혁

씬24. 현관 + 거실

              조용히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주혁
              비에 젖은 우산을 한 쪽에 세워 두고, 긴장한 채 신발 벗고 안으로
              들어온다. 문득 보이는 바닥의 물기 
              그 물기가 그대로 주욱 안방까지 이어져있다.
              두 눈이 뒤집히는 주혁, 천천히 안방으로 향한다.

씬25. 안방

              침대에 앉은 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윤희,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 . . 통증에 목이 매이고, 가슴이 저린다.
              이내 안방으로 천천히 들어서는 주혁
              혼자 울고 있는 윤희만 보이면, 표정 일그러진다.

    주 혁 : 어딨어?
    윤 희 : (고개들고 기겁) !!!
    주 혁 : 어디다 숨겼어?
    윤 희 : 무, 무 무슨 소리예요?
    주 혁 : 내가 그 생각을 못했어,
            집구석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는데 말야 . . .
    윤 희 : (무섭고) . . .
    주 혁 : (윤희의 코앞에 앉아) 내 눈으로 똑똑히 봤지, 내가 나가자마자
            번개처럼 뛰쳐 들더군 . . .
    윤 희 : !!!!
    주 혁 : (와락 윤희의 잠옷자락 움켜쥐고 싸늘하게) 이게 왜 젖었지?
    윤 희 : (기겁) !!!
    주 혁 : 왜 젖었어????
    윤 희 : 모, 몰라요!!!
    주 혁 : 몰라?

              냅다 윤희의 멱살을 끌고 거실로 나가는 주혁
              비명이 절로 터지는 윤희

씬26. 거실

              바닥에 흥건한 물기 쪽으로 윤희를 내팽개치는 주혁
              넘어진 자리에서 흥건한 물기를 발견하고 두려움에 떠는 윤희
 
    주 혁 : 이것도 몰라?
    윤 희 : (겁에 질려 앉은 채 뒷걸음질하는) . . . 여, 여보
    주 혁 :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넌 언제나 이런 식이야,  모른다, 몰라요,
            그 한마디면 끝이지? 동맥을 끊었던 상처도 모른다, 애인이 있었다는 소문도
            모른다 . . . 모른다, 모른다, 넌 그렇게 내 피를 말려!!
    윤 희 : (덜덜 떨면서) 또 그 소리예요?
    주 혁 : 완전히 뒤통수를 깼잖아? 나이 어린 여잔 깨끗할 줄 알았지 . . .
            그래서 장작개비 같은 널 얻었는데, 딴 놈이 실컷 코풀다 버린 건 줄
            알았나 어디 
    윤 희 : (피가 거꾸로 솟는) 뭐라구요? (손목의 상처를 내보이며/필사적으로) 이거!!!
            당신이 그렇게 무참히! 수시로!! 모욕하고 짓밟을 이유 없어요
            내 과거고, 내 인생이예요!!
    주 혁 : (윤희의 코앞에 얼굴 들이밀며) 그래서 다시 만난다?
    윤 희 : (울음으로) 그 그 사람은 주, 죽었다는 거, 다 당신도 알잖아요
    주 혁 : (일그러지는) 그럼 누구야? 어떤 새끼야!!!
    윤 희 : !!!!!!!!!

씬27. 골목 + 저택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골목을 달려 내려오는 성태
              그러다 문득, 우뚝 선다. . . 그 모습 위로 들리는 윤희의 목소리
 
    윤 희 : (e) 똑똑히 들어! 난, 신강택시 강주혁 사장 와이프야! 넌, 택시 기사고!
               허구헌날 얻어맞고 터지니까 . . . 니까짓게 넘봐?

              획 돌아서는 성태, 저택 쪽을 노려본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윤희가 그런 말을 하다니 . . .

    성 태 : (e) 나, 나, . . . 사랑 . . . 안해요?
    윤 희 : (e)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니?

              상처받은 자존심으로 저택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성태

씬28. 거실

             윤희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는 기준

    주 혁 : 어떤 새끼야, 말해 말해 어서!!!!
    윤 희 : (눈물이 터지는) . . . 자, 잘못했어요 . . .
    주 혁 : (눈이 뒤집히는) 잤니? 잤어??
    윤 희 : (겁에 질려 우는) . . .
    주 혁 : (광기로) 내가 기름 밥을 먹으면서 애터지게 뛰어다닐 동안,
            넌 집구석에서 처먹고 앉아, 그 짓이나 했단 말이지?
    윤 희 :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우는)
    주 혁 : 아냐? 아니었어?
    윤 희 : 그, 그만해요 . . . 이제, 이제 다 다 끝났어요. . .
    주 혁 : 끝났다? . . . (일그러지는) 시작은 했었단 얘기네?
    윤 희 : (차마 말을 못하고 우는)
    주 혁 : (험악해지는) 시작은 했었단 얘기야

              와락 윤희의 모가지를 움켜쥐는 주혁
              순간,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 치면서
              점점 더 눈이 튀어나오는 윤희, 고통스런 몸부림으로 반항을 해보지만
              눈이 뒤집힌 주혁 . . . “말해! 말해!!“ 하면서 맹렬히 목을 조른다.

씬29. 정원

              불빛이 환한 거실을 바라보며 현관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성태

씬30. 거실

              꺽꺽 . . . 숨이 넘어가는 윤희 . . . 마침내 . . . 쭉 뻗어버린다.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주혁 . . .
              “여보?“ “여보?“ 두어 번 흔들면,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 . . .  
              후다닥 뒷걸음질치며 벌떡 일어나는 주혁  
              동시에 현관문 왈칵 열며 뛰어 들어오는 성태, 거실의 광경에 기겁한다.
              역시 성태의 등장에 질겁하는 주혁!!!!
              그 위로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 치고
              놀라움과 공포심으로 그 자리에 붙박혀 버리는 성태 CU
              역시 질겁하고 놀라 성태를 쳐다보는 주혁 CU
              그들 가운데 처연하게 죽어있는 윤희 STILL
              (M) 예의 그 아리아 울려퍼지고 . . .

씬31. 저택 앞 골목 (밤) + 자동차 안

              폭우가 쏟아지는 골목 
              저택의 차고에서 빠르게 미끄러져 나오는 주혁의 승용차
              카메라 다가가면 크림색 양복 차림의 주혁이다.

씬32. 국도 (밤)

              야산 인근에 위치한 한적한 국도
              억수같이 퍼붓는 밤길을 맹렬히 달리는 자동차 바퀴에서 t. u하면

씬33. 택시 안

              춤을 추는 와이퍼 넘어
              완전히 겁에 질려 운전하고 있는 성태
              무서워서 눈물이 비죽비죽 터지는 그 모습 위로

              INSERT>씬30. 거실

                    윤희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있는 성태와 주혁

              성 태 : (덜덜 떨면서) 사, 사모님이 부르셔서 . . .
              주 혁 : (평정을 되찾고) 마지막 길은 오기사 배웅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지?
                      (싸늘하게) 잘 처리해!
              성 태 : (기겁) !!
              주 혁 : (성큼 다가와 지갑에서 수표 꺼내 성태의 호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우선 당장 급한 빚부터 갚어, 그래야 어머니 병환도 나아질테니까
                      (주혁의 어깨에 손을 얹어 힘있게 잡으며) 이제 우린 한 배를 탔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만 울음이 터져버리는 성태
                     
씬34. 야산, 비포장길 + 자동차안

              화면 코앞에 와서 멎는 자동차
              이내 시동 꺼지고, 헤트라이트도 꺼지고 나면
              핸들을 부여잡고 덜덜 떠느라 내리지 못하는 성태,
              문득 맞은편에서 헤트라이트가 지나치면
              얼른 고개를 숙였다가 불빛 사라지면 일어나는 성태, 
              마침내 결심한 듯 운전석에서 내려,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핀다,
              칠흑같은 밤이다. 트렁크 열어 심호흡하고, 자루를 꺼내는 성태

씬35. 호텔 세미나장 앞

             《CREATE21 신노사문화대상》프랭카드 붙여져 있는
              세미나장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는 주혁

씬36. 야산 일각 (밤)

              눈물을 철철 흘리며, 땀을 흘리며, 겁에 질려, 자루를 들고 오는
              성태 (비옷 착용) . . . 그 위로 천둥번개 치면 기겁해서 넘어지는 성태
              그 바람에 자루를 놓쳤다. 아플 것 같다. 놀래서 자루를 품에 안고
              윤희의 옷을 털어주듯 나뭇잎이며 흙을 털어 낸다.

              마침내 더는 어쩌지 못하고 야산 한곳에 자루를 내려놓는 성태
              황급히 나뭇가지로 자루가 안보이게 위장을 한 다음 도망쳐 나온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미치겠다, 완전히 패닉상태다.
              그렇게 뒹글고 넘어지며 산을 내려온다.
             
씬37. 세미나 장

              사람들의 열렬한 박수 속에서 이제 막 상을 받는 주혁
              상장과 상패를 들어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곤 인사를 하면
              더욱더 터지는 박수소리 . . .
              환하게 웃는 주혁의 얼굴에서

씬38. 거실 (심야)

              소파에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성태
              그 앞으로 던져지는 돈봉투
              뜨악해서 보는 성태에게서 화면 빠지면 양주를 마시며 앉아 있는 주혁

    주 혁 : 넌 오늘밤 날 못 봤어
    성 태 : ??
    주 혁 : 아낸, 납치됐다
    성 태 : !!!
    주 혁 : 내일 오후2시에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 한 통만 해,
            그걸로 네 할 일은 다 끝나는 거야
    성 태 : (용기 내어 / 정말 어렵게) . . . 왜, 왜 사모님을 . . . ?
    주 혁 : (빤히 보면서) . . .
    성 태 : (긴장하는)
    주 혁 : 날 배신했어, (양주를 한입에 털어넣고/ 이글이글 불타는 질투심으로)
            그 놈이 누군지, 그걸 알아냈어야 하는데 . . .
    성 태 : (안도의) !!!!!!!
    주 혁 : 아내가 널 불렀다구?
    성 태 : (두려운) . . . 네
    주 혁 : 왜 불렀을까?
    성 태 : (식은땀이 다 나는)
    주 혁 : 내가 왔을 땐 이미 놈이 다녀간 뒤였어
            아내는 울고 있었지, 왜 울었을까? 왜?? (알겠다는 듯 끄덕이며)
            놈이 도망가자는 걸 아내가 거절했든 거야
            아낸 . . . 현명한 여자거든!
    성 태 : (두렵기 짝이 없고) !!!
    주 혁 : 놈은 화를 내고 나가버렸어, 아낸 울다가 생각을 바꾼 거지
            하필 내가 손 본 뒤끝이니까 . . . 억울하고 분했을 거야, 그래서 도망치자!
            그럴 수 있어, (성태를 똑 바로 쳐다보며) 그래서 놈을 쫓아갈
            심산으로 널 부른 거야
    성 태 : (심장이 졸아붙는 듯 하고)  . . .
    주 혁 : (무섭게 일그러지며) 아낼 죽인 건 내가 아니라 그 놈이야!
            그 놈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 반드시, 반드시 그 놈을 찾고야 만다!!!
    성 태 : !!!!!!

씬39. 포장마차 (새벽)

              덜덜덜 떨면서 소주를 황급히 마셔대는 성태
              미치겠다, 죽고싶다, 어떻게 이런 일이 . . .
              문득 코앞에 돈 봉투 보인다. 그걸 쳐다보는 성태의 얼굴 위로

              INSERT>씬38. 거실

              탁자에 놓여있는 흰 봉투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일어나는 성태
           
              주 혁 : 넣어둬
              성 태 : (차마 그 돈까진 받을 수 없다) . . . 됐습니다
              주 혁 : 넌 이제 공범이야, 내가 걸리면 너도 걸리게 되있어
                      이 정도 댓가는 마땅히 받아야지

              괴롭다, 제 손으로 윤희를 버린 것도 모자라 돈까지 챙겨야하다니 . . .
              그러나 문득 떠오르는 장면

              INSERT>씬15. 안방
              윤 희 : (매섭게) 똑똑히 들어! 난, 신강택시 강주혁 사장 와이프야!
                     넌, 택시 기사고!
              성 태 : (너무도 놀래) . . . 윤희씨 . . .
              윤 희 : 허구헌날 얻어맞고 터지니까 . . . 니까짓게 넘봐?
              성 태 : (충격인/ 눈물이 절로 터지며) 나, 나, . . . 사랑 . . . 안해요?
              윤 희 : (야멸차게)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니?
              성 태 : 윤희씨!!!
              윤 희 : (외면하며) 나가

              배신감에 휩싸여 와락 돈 봉투 움켜쥐는 성태의 모습에서         (F. O)
             
씬40. 사장실 (오후)                                                          (F. I)

              소파에 마주 앉아 있는 주혁과 구반장과 형사 두엇
              주혁은 몹시도 애통한 모습이다.
              2시 5분 전을 가리키는 벽시계 CU

    구반장 : 전화를 받은 시각이 정확히?
    주  혁 : 11시쯤 될 겁니다. 10시에 세미나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왔었으니까요.
    구반장 : 그럼 그 전에 부인께선 이미 납치가 되셨다는 얘긴데 . . .
             어제 부인을 마지막 본 게 몇 시 쯤이죠?
    주  혁 : 옷을 갈아입으려고 집에 들어갔다가 6시경에 나왔습니다
    구반장 : 맥시멈 6시에서 11시 사이에 납치되셨군요         
    주  혁 : (비탄에 잠겨) . . . 어제 세미나만 참석치 않았어도 . . .
    구반장 : 그 시각에 부인께서 혼자 집에 계시다는 걸 아는 놈 소행같은데 . . .
    주  혁 : !!!

              문득 탁자 위에 놓인 두 대의 전화기의 벨 울린다.
              긴장한 얼굴로 구반장을 쳐다보는 주혁,
              수화기 위에 손을 올려놓는 구반장
              이내 손을 올려놓는 주혁
              구반장 “하나, 두울 셋‘ 하는 동시에 함께 수화기를 드는 구반장과 주혁

    주  혁 : 여보세요?

              화면이 반으로 갈리면서/ 공중전화박스 속에서 손수건으로 수화기를 가린채
              통화중인 성태 보인다

    성  태 : 돈은 준비됐겠지?
    주  혁 : (구반장을 힐끔 쳐다보면서) 장소, 시간이나 말해
    성  태 : 미도 공원, 입구에서 세 번째 벤치 . . . 허튼 짓 했다간 알지?  

씬41. 공원

              초조함을 가장한 채 납치범을 기다리고 있는 주혁
              솜사탕 장수로 혹은 사진사로 분장한 채 주혁의 주변에 널려있는 형사들

씬42. 야산

              동요를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있는 앙증맞은 여자 아이(6세쯤)
              문득 한줄기 바람이 날아와 모자가 날아가 버리면
              모자를 쫓아 등산로가 아닌 길로 총총히 접어드는 여자아이, 
              어느 순간,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가려진 자루 앞에 멈추는 모자
              뜨악한 얼굴로 자루를 쳐다보는 아이

씬43. 공원

              초조한 듯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다 마침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가 너무너무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구반장을 쳐다보는 주혁

    구반장 : (난감한) 낌새를 챈 모양인데요 . . . 
    주  혁 : 그럼 제 아낸 어떻게 되는 겁니까?

씬44. 야산

              모자를 쓰고 엉성하게 묶인 자루의 주둥이를 풀고 있는 여자아이
              “민지야!! 민지야!!!“ 아이를 부르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들리더니
              이내 자루의 주둥이가 풀어져버리고
              동공이 커진 채 놀래 굳어져버리는 아이
              숨이 턱에 차게 쫓아와 “아 왜 여깄어, 한참 찾았잖아“ 아이를 붙잡다가
              역시 자루 속을 보게된 젊은 여자, 이내 온 산을 뒤덮는 비명소리 . . .
 
씬45. 사장실

              구반장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주혁

    구반장 :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사모님 주변부터 차근차근 조사하다보면 분명 걸리는 놈이 있을 겁니다
    주  혁 : (걱정인) 반장님도 들으셨잖습니까?
             허튼짓 했다간 아낼 . . . (두려워) 정말 꽨찮을까요?
    구반장 : 최선을 다해야죠

              이내 “사장님!“을 부르며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성태
              구반장의 모습에 찔끔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소리
              당황해서 호주머니를 뒤지는 성태

    구반장 : (e) 여보세요?
    성  태 : (그제서야 자기 핸드폰이 아님을 알고 구반장을 보는)
    구반장 : 어, 나야 . .  (사이/ 놀래) 뭐라구? 상탠? 알았어, 금방 갈께
             (핸드폰 끄고) 사모님을 찾았댑니다.
    주  혁 : (기겁) 네?
    구반장 : 지금 서울병원으로 호송중이랍니다, 아무래도 . . . 중태같다는데요
    주  혁 : !!!!!!!!
    성  태 : !!!!!!!!

씬46. 병원 응급실 앞 복도

              화급하게 응급실로 들어오는 이동침대
씬47. 병원 응급실

              의사, 간호사들 다급하게 응급처지를 해대고
              초긴장 상태로 병상쪽으로 다가오는 주혁
              역시, 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다가오는 성태
              이내, 병상에 누워있는 윤희 보인다, 그 목에 멍자국이 선연하다.
              그 목을 쳐다보는 주혁의 얼굴에서

              INSERT> 씬 거실 (F/CUT로)
              ․주혁에게 목이 졸려 숨이 넘어 가다 죽어 버린 윤희 CU
 
              파리한 윤희의 손을 쳐다보는 성태의 얼굴에서
              INSERT> 씬. 야산
              ․자루를 바위틈에 내려놓고 나뭇가지를 마구 긁어 모야 위장하는 성태
 
              각자의 생각에 둘 다 얼이 빠져있는데/ 그 위로 들리는 구반장의 목소리

    구반장 : (E) 상선리 야산에서 발견됐습니다
    주  혁 : (퍼뜩 정신들어 구반장을 보는)
    구반장 : 목을 조른 다음 시체를 유기한 모양인데,
             다행히 숨이 끊어지진 않은 상태였던 거죠, 정말 기적입니다!   
    주  혁 : (기뻐해야 하는데/ 눈물이라도 흘려야하는데/ 자꾸만 몸이 경직되는)
    성  태 : (윤희의 파리한 얼굴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울어선 안되는데/
             평온해야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터지는)
    구반장 : (E) 시체를 제대로 숨기지도 못한 걸 보면 꽤나 급했나 봅니다.
    구반장 : 죽일놈 . . . 그러구서 뻔뻔히 돈을 요구해?
    주  혁 : (의사에게/ 간신히) 제 아내 . . . 상태가 . . .
    의  사 : 생명엔 지장이 없습니다만 . . . 혼수상탭니다
    주  혁 : !!!!!
    간호사1: (E) 병실로 옮겨야하니까, 입원 수속 밟아주세요

              우는 듯 웃는 듯한 주혁의 얼굴 cu

씬48. 병원 화장실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아 있는 주혁
              얼굴을 감싸고 초조해한다.
              이때 끼이익 하고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스적 . . . 스적 . . . 슬리퍼 끌리는 소리. 
       긴장하는 주혁,
              문득, 화장실 칸막이 문 아래로 보이는 윤희의 슬리퍼 (씬6에서 신었던)
              기겁하는 주혁
              긴장해서 보다가 용기 내어 왈칵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텅 빈 . . . 화장실

              주혁, 마음을 다잡는다. 세면대쪽으로 걸어가 
              세수를 한다. 물기 어린 얼굴로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는 순간
              거기 턱 버티고 있는 윤희!
              “아악“ 주혁의 비명소리 터지면서

씬49. 병원 복도

              질겁해서 꿈에서 깨어나는 주혁 . . .
              복도 의자에 앉아 헉헉 숨을 고르는데 . . .
              문득 맞은편 복도 의자에 앉아, 겁을 먹고 울고 있는 성태 보인다.
              그렇게 대각선으로 마주 보고 앉아 고통에 휩싸인 두 남자에게서 화면
              빠지면, 공황 상태의 폐부처럼 텅 빈 복도 보이고 . . . 

씬50. 병실 안

              여전히 의식이 없는 윤희
              이내 조용히 열리는 병실 문 . . . 들어오는 주혁
              병실에는 윤희와 주혁 뿐이다.
              조심조심 다가오는 주혁, 산소호흡기로 천천히 손을 뻗치는 찰라,
              노크 소리 나더니 들어오는 구반장
              얼른, 태연한 얼굴로 구반장을 향해 돌아서는 주혁
  
    구반장 : 사모님이 빨리 회복되셔야 범인을 잡을텐데 . . .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주  혁 : (애써 웃으며) 이렇게 돌아온 것만도 . . . 천우신조죠
    구반장 : 그 오성태란 친구 말입니다, 신강택시 기사죠?
    주  혁 : (긴장하는)
    구반장 : 그날 밤, 그러니까 사모님이 납치되시던 날 . . . 하루종일 사장님 댁 앞에다
             택시를 대절해 놓고 있었다던데 . . . 아시고 계셨습니까?
    주  혁 : 집사람이 운전을 못해서 외출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오기사를 부르곤 했죠
             그날도 아마 아내가 문화센터며 병원이며 외출 할 일이 많아서 . . .
    구반장 : 병원 . . . 이요?
    주  혁 : 아내가 워낙 예민해서 신경정신과엘 좀 . . .
    구반장 : (알겠다는 듯) 아! . . . ( 갸웃) 왜 하루종일 대절해 놨을까요?
    주  혁 : 밤에 제 차를 운전했거든요, 그날 세미나가 있었잖습니까
             오기산 직원이라기보다 제 개인 기사라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때마침 노크 소리나고 들어오는 성태
              그의 등장에 긴장하는 주혁,
             
    구반장 : 아, 오성태씨? 그렇잖아도 만났음 했는데 잘됐군요
    성  태 : (긴장하는/ 그 눈으로 주혁을 보면)
    주  혁 : (태연하라고 말하듯 뚫어지게 쳐다보는)
    구반장 : 사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동안, 뭐 특별한 낌새라든가 (말 실수 깨닫고) 아,
            내 얘긴 . . . 특별히 사모님께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대든가, 누굴 만났대든가
    성  태 : 어, 없었습니다
    구반장 : 외출하실 때는 늘 오성태씨가 모시고 다녔나요?
    성  태 : . . . 네
    구반장 : 사장님을 제외하곤, 사모님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겠군요
    성  태 : (당황해서) 아뇨, 전 사모님과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원래
             말씀도 없으신 대다 저한테 질문하시는 일도 없으셔서. . . 고작 목적지 정도
             말씀하시는 게 전부라서 . . .
    구반장 : (두 눈 빛내며) 그걸 물은 건 아닌데 . . . 아주 흥미로운 대답이군요
    성  태 : (후들후들 떨리는) ???                 
    주  혁 : (미치겠고)
    구반장 : 어째 목소리가 . . . 귀에 익어요, 뭐, 비숫한 목소리가 많긴 하지만
    두사람 : !!!!!!

씬51. 병원 복도 일각

              초조한 표정의 성태, 주혁과 창가에 서있다
 
    성 태 : 사장님, 아무래도
    주 혁 : (O.L) 걱정마, 넌 알리바이가 명확해
    성 태 : (보면)
    주 혁 : 그 시각에 넌, 나랑 주경호텔에 있었어, 주경호텔 사파이어 볼룸에
    성 태 : !!!
    주 혁 : (차디차게) 잊지마!
    
씬52. 병실

              손목을 그은 흔적이 희미하게 보이는 가는 팔목에서 화면 빠지면
              윤희의 팔목과 멍든 팔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구반장
              윤희는 여전히 의식이 없다, (산소호흡기는 뗀 상태다)
              이내 병실 문 열고 화사하고 탐스런 장미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 주혁
              구반장의 모습에 일순 긴장한다.
              구반장 역시 얼른 허리를 들고 웃는다 

    구반장 : 이렇게 의식 없는 분을 혼자 두시면 . . . 위험합니다
    주  혁 : (병상 옆에 장미꽃바구니 놓으며) 내일부턴 간병인을 쓸 겁니다
    구반장 : 저희도 24시간 교대로 지킬 겁니다, 언론에 안 흘렸어야되는데 . . .
             사모님께서 의식불명이라고 신문에 나는 바람에 . .  놈이 또 올지
             알 수 없거든요 (싱긋 웃고는) 그런데 말입니다
    주  혁 : (냉장고에서 음료수 꺼내 권하면서) ??
    구반장 : 사모님 손목에 이 흔적은 . . . 꽤 오래 된 것 같긴 합니다만
    주  혁 : 저와 결혼하기 전 일입니다 (담담히) 뭐 누구나 실연의 상처는 있는 거니까요

              그 말을 하면서 다정하게 윤희의 손을 잡는 주혁
              구반장을 보란 듯이 쳐다보는데
              순간, 힘이 꽉 들어가는 윤희의 손 CU
              질겁하는 주혁, 본능적으로 손을 빼내려든다.
              더욱 움켜쥐는 윤희의 손, 기겁해서 윤희를 쳐다보면

              악몽에서 깨나는 듯 꿈틀대는 윤희 (두 눈 감고 있는)

              F/CUT> ․비바람에 사정없이 휘어지는 정원수
                       ․계단을 잰걸음으로 정신없이 빠르게 내려오는 발(슬리퍼신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빠르게 달리는 (마치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의) 어느 순간, 살인적으로 쏟아지는 빛

              순간 번쩍 눈뜨는 윤희
              심장이 툭 떨어질 듯 놀라는 주혁
              촛점없는 눈으로 앞만 쳐다보는 윤희
              역시 놀라는 구반장

    구반장 : (윤희의 얼굴을 향해) 서윤희씨, 서윤희씨!!
    윤  희 : . . .

              손이 잡힌 채, 심장이 졸아붙을 듯 놀라는 주혁
              마침내 주혁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윤희
              주혁, 식은땀을 흘리며 윤희를 쳐다보다가 자신이 너무 침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  혁 : (흐느끼듯) 여보, 나야, 나! 알아보겠어?
    윤  희 : . . .

              때마침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성태,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서있는 주혁과
              구반장에게 다가가며 “사장님, 분부대로 . . .“ 그러다 문득 병상 위에
              눈을 뜬 윤희를 보고 기겁, 자기도 몰래 본능적으로 주혁의 등 뒤로 숨는다.

    윤  희 : (성태를 빤히 보는) . . .
    주  혁 : . . .
    성  태 : !!!!!!
    구반장 : (윤희를 쳐다보며) 정신이 드십니까?    
    윤  희 : . . .
    구반장 : (E) 서윤희씨!!
    윤  희 : 여보
    주  혁 : . . . ?
    윤  희 : . . . 여기가 어디예요?
    주  혁 : !!!!!!

씬53. 동 병실 (시간경과)

              윤희를 쳐다보고 있는 구반장과 형사 두명
              그 뒤에 서서 초긴장으로 지켜보고 있는 주혁과 성태
              그들을 보고 있는 초점 없는 윤희의 얼굴

    구반장 : 잘 생각해보세요, 지난 8월1일 밤이었습니다.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쳤던 날인데, 그날 무슨 일이 있었죠?
    주  혁 : (긴장하는) . . .
    윤  희 : . . . 천둥 . . . 번개요?

            음찔해서 몸을 움추리는 윤희
            심장이 졸아붙는 주혁

    구반장 : 생각나십니까?
    윤  희 :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주혁을 보면)
    주  혁 : (심장이 타는) !!!!!!!
    윤  희 : . . . 무서워 . . . 
    주  혁 : (본능적으로 한 발작 뒤로 물러나는) . . .
    구반장 : (E) 뭐가 무섭죠? 뭡니까??
    윤  희 : . . . 아무 생각이 안나요, 아무 것도 . . .
    주  혁 : (물러나다 우뚝 서는) !!!!!

씬54. 원장실

              원장과 마주 앉아 있는 주혁

    원  장 : 일종의 선택적 기억상실이라고 보여집니다
    주  혁 : 선택적 기억상실요?
    원  장 : 말 그대로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만 선택적으로 잊어버리는 거죠
    주  혁 :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원  장 : 감당 못할 충격을 받았을 경우, 예를 들면 강간을 당했거나 살인을 저질렀거나
             뭐 그런 경우, 더러 나타나기도 합니다. 더구나 부인같이 신경과치료를
             받아오신 분은 가능성이 더 많죠
    주  혁 : 그럼 잊어버린 기억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까?
    원  장 : 워낙 케이스바이 케이스라서요
             기억이 돌아오는데 몇 일에서 몇 개월, 혹은 수 십 년이 걸리기도 하니까요
    주  혁 : . . .
    원  장 : 잃었던 기억을 되찾기 위해선 아무래도 환자가 평소 생활하던 공간이
             병원보다 유리합니다. 퇴원하시죠
    주  혁 : !!!!!!!!!!!

씬55. 자동차 안  + 거리

              다소 불안한 얼굴로 핸들을 잡고 있는 성태,
              백미러로 힐끔 뒷좌석을 쳐다보면 주혁과 나란히 앉은 윤희 . . . 표정 없다.

    주 혁 : . . .
    윤 희 : . . .
    성 태 : . . .
    주 혁 : (윤희의 눈치를 살피더니)  오기사도 생각 안나?
    윤 희 : (보면)
    주 혁 : 당신 문화센터 다닐 때마다 실어 나른 친군데 . . .
    윤 희 : (성태의 뒷통수를 빤히 보는)
    성 태 : (백미러로 윤희를 쳐다보는/ 초긴장)
    윤 희 : (침울하게 끄덕이며) . . . 미안해요
    성 태 : (일단 안심이고)
    주 혁 : (안심이다 / 윤희의 어깨를 감싸며 ) 아무 걱정마, 곧 다 생각날거야
    윤 희 : . . .

씬56. 저택 거실

              소파에 마주 앉은 구반장과 형사1. 윤희, 주혁

    구반장 : (윤희에게 명함 내밀며) 뭐든 생각이 나시면 바로 연락 좀 주십시요
    윤  희 : (명함 받아들고) . . . 네
    구반장 : 일단은 놈의 목소리가 증거로 확보돼 있기 때문에, 의심이 간다 싶은 놈은
             목소리 대조만 해봐도 금새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주  혁 ; !!!!!!!!        
    형사 1 : (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구반장 : 몸조리 잘 하시고 . . . (일어나며) 그럼 전 이만 . . .
  
씬57. 저택 현관 밖

             구반장과 형사1을 배웅하는 주혁

    구반장 : (문득 돌아서서) 놈들한테 그 후론 또 연락 없었죠?
    주  혁 : . . . 없었는데요
    구반장 : (혼잣말처럼) 미스테리네, 미스테리야
    주  혁 : (뜨끔해서) 네? 그게 무슨 . . .
    구반장 : 아닙니다, 암것도 . . .  아무튼 범인이 잡힐 때까진 늘 주시하고 있을테니까
             . . .  무슨 낌새라도 느껴짐 바루 연락주십시요

              정원으로 내려서는 구반장과 형사1

    형사1 : 아무래도 이상하죠? 둘이 (정원에서 나무에 물을 주는 성태를 힐끔 쳐다보면서)              냄새가 나잖아요 목소리 대조부터 시켜보시라니까
    구반장: (O.L) 더 지켜보자고!

              성큼성큼 나가는 형사1과 구반장
              그 두 사람을 힐끔대는 성태
              두 형사를 찜찜한 표정으로 보다 돌아서는 주혁

씬58. 베란다

             커피잔 하나와 우유잔 하나 놓여있는 탁자에서 화면 빠지면
             마주 앉은 있는 윤희와 주혁
             그들 사이로 정원에서 물 주고 있는 성태가 보이고 있다

    윤 희 : (돌아보며) 저 사람이 . . . 왜 여기 있어요?
    주 혁 : 우리 집 기사잖아
    윤 희 : (다시 고개를 성태 쪽으로 향해서 보면)
    주 혁 : (긴장해서) 왜 . . . 신경쓰여?
    윤 희 : . . . 조금 . . . .
    주 혁 : 괜찮아,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할 놈이야, 당신도 믿어도 돼
            당분간, . .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낼 거야
    윤 희 : 당신 . . . 남이 집에 들락거리는 거 싫어하잖아요
    주 혁 : (당황) 낮에 내가 출근하면 어차피 당신 돌봐줄 사람 하나쯤은 필요하고,
            저 친구 요리도 곧잘 해, 운전도 얌전하고 . . .  
    윤 희 : . . .  바보같이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 . . 물을 주고 있네요
    주 혁 : !!!!!

씬59. 저택 전경

              밤 하늘에 덩그머니 홀로 서있는 괴기스러운 저택
              그 위로 주룩주룩 비가 쏟아지고 있다.

씬60. 주방

              도마 위에 파를 올려놓고 써는 손에서 카메라 빠지면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성태 (앞치마 착용) . . .
              문득, 냉장고 쪽으로 돌아서다가 기겁 . . . 한다.
              주방 앞에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서있는 윤희

    윤 희 : . . .  왜 자꾸 놀래요?
    성 태 : 네?
    윤 희 : . . . 처음 내가 깨어났을 때도 나보고 놀랬죠?
    성 태 : !!!! . . .
    윤 희 : (냉장고 열어 음료수 하나 꺼내면서) 우리 전에 따로 만난 적 있던가요?
    성 태 : (기겁) . . . 아뇨!!!!!
    윤 희 : (빤히 보는) . . .
    성 태 : (오금이 절이는) !!!! . . .

씬61. 현관

              우산을 끄고 이제 막 들어서는 주혁에게 다가와 황급히 건넌방 쪽으로
              이끄는 성태

씬62. 건넌방

              방문 밖의 기색을 살피면서 사색인 성태
              다소 짜증이 난 얼굴로 쳐다보는 주혁

    성 태 : 트, 틀림없이 기억이 돌아왔어요, 안 돌아온 척을 하는 거예요
    주 혁 : 무슨 근거로?
    성 태 : (차마 자신을 보는 윤희의 눈빛이 남달랐다고 말할 수가 없다)
    주 혁 : 침착하라고 말했지?
    성 태 : (미치겠다) 하, 한번만 제 말을 좀 믿어주세요, 네? 
    주 혁 : (보면)
    성 태 : (간절한) 아시잖아요, 제가 얼마나 사장님께 충실해왔는지. . .
            제 말을 한번만 믿어보십시오
    주 혁 : ??!!

씬63. 거실

              오디오를 트는 손에서 화면 빠지면
              예의 그 오페라의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점점 볼륨을 높이는 주혁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서서 새장 속의 새에게 모이를 주고 있는 윤희
              문득 커진 볼륨에 말간 얼굴로 주혁을 돌아다본다.

    윤 희 : 새들이 놀래겠어요
    주 혁 : (안심이 되는 /웃으며 ) 어? 미처 그 생각을 못했네

              오디오를 꺼버리는 주혁,
              ‘구구구구‘하며 새에게 먹이를 주는 윤희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며, 역시 성태의 기우였다 싶은 주혁  
             
씬64. 주방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주혁과 윤희, 성태
              주혁과 성태가 나란히 앉아있고, 윤희 혼자 두 남자를 마주보고 있다.   
              윤희는 젓가락으로 밥 알을 세면서도 성태를 가끔씩 뚫어져라 본다.
              그때마다 오금이 저리는 성태 . . .

    주 혁 : (밝게) 펑펑 좀 먹어, 당신은 다 좋은데 몸이 너무 약해서 탈이야
    윤 희 :  . . . 그날 밤 . . .
    두남자: (동시에 긴장해서 보면) . . .
    윤 희 : (두 남자를 쳐다보며) . . . 얘기해줘요 . . .
    두남자: (허걱!!!!)
    윤 희 : . . . 무슨 일이 있었는지 . . .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 치고 . . .
              기겁해서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성태
              성태를 힐끔 보더니 태연하게 말을 꺼내는 주혁

    주 혁 : 그날 노동부주최 세미나가 있었어
    윤 희 : . . .
    주 혁 : 우리 신강택시가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발됐거든
            대표인 내가 안 갈 수가 있어야지! (성태에게) 세미나 끝나고 집에 돌아온 게
            몇시쯤이지?
    성 태 : (당황/ 태연하려고 애쓰며) 여, 열 한시? 그쯤일겁니다
    윤 희 : (성태를 보는)
    성 태 : (윤희의 눈빛이 무섭고)
    주 혁 : (E) 아무튼 돌아와 보니 당신이 없는 거야
    윤 희 : 제가요?
    주 혁 : 천둥 번개가 치는데, 가뜩이나 겁 많은 사람이 어딜 갔을까 . . . 걱정만 했지,
            그때까지만 해도 당신이 납치됐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안 했으니까 . . .
    윤 희 : . . .
    주 혁 : 혼자 있기 무서워서 친구라도 만나러 갔나, . . . 연락할 데도 없고 . . .
            또 장모님이야 미국에 계시니 아실 리도 없고 . . .
    윤 희 : . . .
    주 혁 : 그 야밤에 이 친구하고 당신 찾는다고 어지간히도 헤맸지
    윤 희 : (성태를 뚫어지게 보면서) . . . 고마워요
    주 혁 : (성태의 어깨에 손을 턱 얹으며) 정말 이 친구 고생이 많았어
    성 태 : (허걱 놀래고/ 얼른 태연을 가장한다는게) 저저야, 뭐 사사장님이 더
    윤 희 : (성태를 얼음장같은 시선으로 보는)
    성 태 : (두렵기 짝이 없는) . . .
    주 혁 : (E) 그러다 새벽녘에 전화를 받았어
    주 혁 : 1억을 내놓으래, 당신을 잡고 있다고 . . .
    윤 희 : 그랬군요 . . .
    주 혁 : (윤희의 손을 잡으며) 이제 걱정마, 밤엔 내가, 낮엔 이 친구가 당신을
            지킬거니까 . . . .
    윤 희 : (성태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 . . 고마워요
    성 태 : (송연해지는) !!!

씬65. 정원

              가로등이 켜진 정원 한쪽의 간이 의자에 앉아 있는 주혁
              그 맞은 편에 앉아 애걸복걸인 성태

    성 태 : (두려운) 제발, 제발 다시 택시 몰게 해주세요, 저 이 집에서 1분도 아니
            1초도 (못 견디겠어요)
    주 혁 : (O.L/싸늘하게) 머리가 안 돌아가는 놈은 . . .할 수 없군
    성 태 : (놀래) 네?
    주 혁 : 이 집에서 나가겠다? 좋아, 니가 나간다치자, 내가 어떻게 나올 거 같나?
    성 태 : (죽고싶은/애원의) 사장님,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잖습니까? 원하신다면
            어디로든 꺼져줄 수도 있습니다, (진정 눈물이 처져) 평생 가슴에 묻고 . . .
            저 혼자만 . . .
    주 혁 : (냉소로) 난 알리바이가 확실해, 그날 밤 수백명의 재계 인사들이 내 알리바일
            증명해 줄테니까, 하지만 넌 나밖에 없어, 네 알라비일 증명해줄 사람은
            나 하나뿐이야
    성 태 : ??            
    주 혁 : 게다가 넌 시체를 버렸고, 내게 협박 전화까지 했어
    성 태 : (절망의) !!!!!!!!!          
    주 혁 : (씨익 웃으며) 이제야 알겠나?

              온 몸의 힘이 불시에 빠진 듯 털썩 무릎이 꺾인 채 주저앉아 버리는 성태

씬66. 안방

              침대에 누워 있는 윤희 . . . 생각에 잠겨있다.
              그 골똘한 얼굴에서

              INSERT>씬. 병실
              때마침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성태,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서있는 주혁
              에게 다가가며 “사장님, 분부대로 . . .“ 그러다 문득 병상위에 눈을 뜬
              윤희를 보고 기겁, 자기도 몰래 본능적으로 주혁의 등 뒤로 숨는다.
     
              이내 물컵과 약을 들고 들어오는 주혁             

    주 혁 : (물컵과 약 내밀면서) 약 먹고 자야지
    윤 희 : (얌전히 받아먹고)
    주 혁 : (앞에 앉으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윤 희 : . . . 오기사요
    주 혁 : ? 오기사가 왜?
    윤 희 : . . . 내가 깨어났을 때, 날 보고 놀랬어요 . . .
    주 혁 : (내심 놀랍지만 / 태연히) 그랬나?
    윤 희 : . . . 왜 그랬을까요?
    주 혁 : 그거야, 혼수상태였던 사람이 깨어나니까 반가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 . .
    윤 희 : 날 쳐다보는 눈빛도 이상해요
    주 혁 : ? 이상해?
    윤 희 : . . . 당신 몰래 힐끔힐끔 . . . 아무튼 기분이 안 좋아요, 그 눈빛 . . .
    주 혁 : 그래? . . .
    윤 희 : 낮에 단 둘이 있을 생각하니까 . . . 좀 그래요, 여보!
    주 혁 : !!!!!!!!
           
씬67. 건넌방 (아침)                                                      

              쪽창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성태,
              격자무늬 창이 만드는 그림자가 얼굴에 십자가 형상을 그리고 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 고통에 찬 얼굴 위로 들리는 목소리    

    주 혁 : (E) 다녀올게
    윤 희 : (E) . . . 네
              이내 현관문 닫히는 소리 들리고, 스적스적 윤희의 슬리퍼 끄는 소리
              멀어지면 총알같이 뛰어나가는 성태

씬68. 안방

              하얀 원피스형 잠옷 차림으로 방으로 들어오는 윤희,           
              안방에 쳐진 로만쉐이드 커튼을 반쯤 걷어올리는데

    성 태 : (E) 윤희씨!
    윤 희 : (성태에겐 등을 보인 채 / 동작 멈추는) !!
    성 태 : (절절한 얼굴로 안방으로 들어와 ) 나 기억하죠? 살려줘요 윤희씨!!
    윤 희 : (잡고 있던 줄을 놓친다 / 이내 도로 내려오는 커튼/ 여전히 등을 보인 채) . .
    성 태 : (눈물로/절규하듯) 알잖아요, 난 죽이지 않았어요, 제발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말해줘요, 걸 증명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윤 희 : . . .
    성 태 : 그 날밤 당신한테 모진 말을 듣고 뛰쳐나갔다 . . . 이건 아니다, 당신이
           그럴 리가 없다, 다시 묻고 싶어서, 확인하고 싶어서 뛰쳐들왔을 때 당신은
           이미!!! 
    윤 희 : (자세 여전한) . . .
    성 태 : (한 걸음 더 다가가며)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무서웠어요
            당신은 이미 죽었고, 난 살아야했어요 . . . 
    윤 희 : (눈을 뜨는/ 점점 표정 일그러지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살아야했어?

씬69. 현관 + 거실

              살그머니 현관문을 밀치고 들어오는 양복바지
              이내 조심조심 거실로 들어서는 주혁
              문득 들리는 성태의 절규

   성 태 : (E)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도망 칠 수도, 신고 할
              수도 . . . 당신은 이미 죽었고!!!
   주 혁 : (두 눈 번득이는)
   성 태 : (E) 내 결백을 증명해 줄 사람은 당신 밖에 없어!!

              호주머니에서 등산용 나이프 꺼내는 주혁/ 천천히 안방쪽으로 다가간다
              빼꼼히 열린 안방 문 넘어 등을 보이며 읍소하고 있는 성태 보인다.   
             
    성 태 : (E) 도와줘요, 윤희씨!! 그래도 우리 한때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 혁 : !!!!!!!!!!!
    성 태 : (E)그 날도 이방에서, 당신과 나 . . . 이방에서 . . . 기억 안나?

              두 눈이 뒤집히는 주혁!!!

씬70. 안방

              등을 보이는 윤희 . . .
              그녀의 완강한 뒷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쏫고 있는 성태

    성 태 : 윤희씨, 비겁하게 들리겠지만 아직도 난 당신을
    윤 희 : (더는 못 참고 획 고개 돌리는 순간)

              냅다 성태의 등을 칼로 찌르는 주혁
              두 눈 부릅뜨고, 털썩 무릎 꿇는 성태
              그제서야 확연히 보이는 주혁의 광기에 찬 얼굴 
              공포에 휩싸인 윤희 CU
              피눈물을 흘리며, 윤희를 쳐다보며 마침내 절명하는 성태 . . . 
              이글이글 불타는 분노로 윤희에게 다가오는 주혁
              그 자리에 꼼짝 못하고 서있는 윤희 . . . 그 절대적 공포!!!

    주 혁 : 일이 . . .이렇게 되는 거였어? 겨우 이 따위 놈을, 아니 내가 믿는 놈을
    윤 희 : (커진 동공으로 숨죽인 채) . . .
    주 혁 : 얼마나 재밌었으까? 코앞에서? 스릴도 넘치고, 엉??
    윤 희 : (고개를 가로저으며) 몰라요, 난 몰라요
    주 혁 : 어, 모르겠지, 넌 항상 모르니까
    윤 희 : 정말이예요!!!! 이 사람, 이상하다고 당신한테 말했잖아요
    주 혁 : ? 
    윤 희 : 난 정말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주 혁 : ??

              순간 초인종 소리 들리면 기겁하는 주혁
              일순, 안도감이 얼핏 스치는 윤희

씬71. 현관

              갸웃하면서 다시 여러번 초인종을 눌러대는 구반장

씬72. 안방

              주혁, 죽어있는 성태를 쳐다보며 미칠 듯이 당황해 하면
              윤희, 옷장을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따라 역시 옷장을 쳐다보는 주혁

씬73. 현관 + 거실

              이제 막 문을 따주는 주혁

    주 혁 : (애써 태연하게) 무슨 일로 . . .
    구반장: (성큼 들어서며/은밀하게) 오성태, 있죠?
    주 혁 : (뜨끔) 오기사요?

씬74. 주방

              두 잔의 커피가 타져있는 쟁반에서 화면빠지면 윤희, 아직도 덜덜 떨린다
              씽크대 속에서 설탕과 프림기를 꺼내는 윤희, 그 옆에 약병이 즐비하다.
              문득, 작은 약병하나 얼른 거실 쪽을 보면서 홈웨어(원피스형 잠옷이 아닌)                 주머니에 집어넣는 윤희

씬75. 거실

              마주 앉아 있는 주혁과 구반장, 이내 쟁반에 커피 잔을 두 개 들고 나오는
              윤희 / 두 남자의 앞에 하나씩 놓아준다. 윤희를 불안한 시선으로 힐끔
              쳐다보는 주혁
            
     구반장: 세미나가 있던 날, 끝날 때까지 오성태가 줄곳 자리를 지켰습니까?
     주 혁 : 글쎄요, . . . 밖에서 대기하라고 했으니까, . . . 눈으로 보진 못했죠
     구반장: 협박 전화가 걸려온 공중전화박스에서 범인을 봤다는 목격자를 찾았습니다
             인상착의가 오성태와 아주 흡사해요, 녹음된 목소리도 유사하고, 알리바이도
             없고 . . . 틀림없이 오성태의 짓입니다.
     주  혁: (얼른 윤희를 불안한 눈으로 보는)
     윤  희: (주혁의 눈빛을 의식하고 힘겹게 앉아 있는) . . .
     구반장: (E) 이래서 등잔 밑이 어둡단 말이 있나봅니다.
     구반장: (일어나며) 암튼 보시는 대로 연락주십시오,

              초긴장에 안도감이 뒤섞인 얼굴로 배웅하느라고 따라나가는 주혁
              그 주혁을 똑바로 쳐다보는 윤희의 모습에서 카메라 T. D하면
              티스푼으로 한 잔의 커피를 열심히 젖는 윤희의 손가락 CU
 
씬76. 동 거실

              마주 앉아 있는 윤희와 주혁
              윤희, 자기 앞의 커피를 천천히 마시면

    주  혁 : 경찰한테 왜 말 안했어? 놈을 죽이는 걸 빤히 봤는데?
    윤  희 : . . . 오기사가 범인이래잖아요
    주  혁 : !!!
    윤  희 : 난 그 사람 말 믿을 수가 없어요, 정말 아무 기억도 안나요, 그런데 사랑했던
             사이라니,  . .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알아요?
    주  혁 : (서서히 미소가 퍼지며) 그래, 나쁜 놈이었어, 당신을 죽이고 시첼 유기한.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미안해, 그런 놈을 믿고 당신 옆에 두다니 . . .
    윤  희 : 당신은 믿으라는데, 난 정말 무서웠어요, 그 사람!
    주  혁 : (정말로 느긋해진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는) 이제 다 잊어, 당신은 그저
             내가 당신 남편이란 사실, 그거 하나만 기억함 돼        
    윤  희 : (뚫어지게 보는)
    주  혁 : 우린 악몽을 꾼 거야 . . . 이제부턴 행복해질 수 있어
    윤  희 : 정말 . . . 그럴까요?
    주  혁 : 그럼, 다 잊어, 잊고,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윤  희 : 나쁜 기억은 죽었다 깨나도 잊혀지지 않는데?
    주  혁 : ?
    윤  희 : 손목을 다시 그을까, 약을 먹을까 . . . 아니 약을 먹자, 손목을 긋는 건
             너무 아퍼 . . . 아프지 않고 잠자듯이. . .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주  혁 : ?? 
    윤  희 : 매일 고민했어, 하나 둘 약을 사 모았지
    주  혁 : ???
    윤  희 : (싸늘한 미소로) 그런데 이렇게 쓰일 줄 몰랐네? (빤히 보는데)
    주  혁 : (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지는) 너너너너너      
    윤  희 : 악몽이라고? 넌 그저 악몽이었니? 병실에서 의식을 찾는 순간, 얼마나
             절망했는지, 니 옆에서 다시 눈 떠야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 . .
    주  혁 : (더욱 뻣뻣하게 굳어)
      
             윤희, 서서히 일어나서 거실의 오디오를 켠다
             그 오페라의 아리아가 울려퍼지고

    윤  희 : 언젠 간 내 손으로, 너한테 이 음악을 꼭 틀어주고 싶었어!!

씬77. 저택 전경 + 마당

              오페라의 아리아가 폭탄처럼 울려 퍼지고
              그 아리아를 잠재우겠다는 듯 폭우와 광풍이 몰아치면서
              어느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는 아침이 오고 나면
              카메라 저택 밖에서 마당과 거실 쪽으로 이동하는데
              저택 마당에 쌓여 뒹그는 신문지들 바람에 날리고
              그 위로 희미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

씬78. 거실

             돌아가는 자동응답기

    구반장 : (E) 서윤희씨? 주무세요? 아 또 자는 모양이네 . . . 강사장님은 일주일 째
                연락도 안되고, 오성태는 오리무중이고, 서윤희씨! 제발 전화 좀
                받아봐요, 참고인 조사도 해야하는데 . . . 어쨌든 이따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아셨죠?
               
              그 소리를 건너서 카메라 안방으로 가면
 
씬79. 안방

              침대에 망연히 앉아 있는 윤희 (씬72이 옷차림 그대로)

    윤 희 : 사람들이 당신을 찾아 . . . 겁먹지마, 내가 숨겨줄게 . . .
            (눈물이 그렁해) 많이 아팠지? 죽어 가는 당신을 코앞에 두고도 어쩔 수가
            없었어, 정말 무섭더라 . . . 날 산에다 버리고 당신이 얼마나 무서웠을 지
            이제야 알 것 같애 . . . 그런 줄도 모르고 당신을 괴롭혔어
            (또르르 눈물 흐르며) 정말 미안해! 

              윤희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 돌면
              옷장 속에 파리하게 죽어있는 성태 (핏자국 없이)
              그 《벽장 속의 남자》의 모습에서                             엔딩.






첨부파일 ...유현미-_벽장속의남자.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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