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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지독한 사랑] 이향희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9.26|조회수389 목록 댓글 1

[지독한 사랑] 이향희

 

 

 

 

 

 

 

 

 

 

 

 

씬1 프롤로그/새벽/흑백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 바닥을 패고 있다.
질질 바닥에 끌려가는 남자의 맨발, 담요 사이에서 나온 채,
젖은 바닥을 긁으며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맨발.
-공포에 젖은 서영의 얼굴, 무거운 담요를 겨우 끌고 가고 있다.
-웅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담요에 쌓인 남자.
-공포로 일그러진 서영의 얼굴, 비와 눈물로 범벅되어 있다.
-삽으로 흙을 떠서 웅덩이를 덮는다. 서영의 거친 숨소리, 숨소리가
공포로 더욱 점점 거세진다. 빗소리보다 거세진다.

타이튼 뜬다. ‘지독한 사랑’

씬2 나즈막한 산 길/밤

억센 장대비가 땅을 파고 있다.
패인 땅을 빠르게 걸어가는 두 사람의 발이 있다.
이규와 서영이 입을 꽉 다문 채 발걸음만 재촉하고 있다.
이규가 받쳐든 우산을 뚫을 듯한 빗소리, 거세다.
서영이 빗소리에 몸을 움찔 한다.
이규가 서영의 어깨를 꽉 움켜쥔다.
자막- <2003년 3월 30일 밤 아홉시>

서영 .. (불안에 떨고 있는)
이규 (서영의 어깨를 꽉 움켜쥐는)
서영 .. (덜덜 떨려오는) 날, .... 날.... 죽이려구 했어.. 죽이려구..
이규 (서영의 어깨만을 보호하듯 더욱 움켜쥐는)
서영 내 목을 졸랐어.. 내 목을..
이규 (불안의) 묻을 때, 본 사람 없지?
서영 (세차게 끄덕이는)
이규 ... (입을 앙다무는)
서영 (이빨을 닥닥 부딪히며) 내가 죽였어.. 내가..

이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서영의 어깨만을 꽉
움켜쥔 채 걸음을 재촉한다. 멀리 별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낮은 산밑에 있는, 인적이 드문 곳에 뚝 떨어져 있는
커다란 별장에서 희미하게 불이 새어나오고 있다.

씬3 별장 앞/밤

이규와 서영이 문 앞에 선다. 두 사람 흠뻑 비에 젖은 상태다.
서영이 핸드백에서 열쇠를 찾아 문에 꽂는다. 서영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다.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문이 열린다.

서영 ?

스르륵, 문이 열리더니 건이 서있다.

이,서 !!!!!!!!!!!!!.... (괴성을 지를 뻔한)
건 (웃으며) 어, 왔어? 어서들 와.. 오느라구 고생들 했지?
이,서 .... (얼어붙은)
서영 (파랗게 질린)
건 어서들 들어 와..
이,서 (질린 얼굴로 서있는)
건 (살피며) 이규, 너는 혼자 왔냐? 니 여자 친구는? 안 왔어?
이규 ...
건 왜들 그래?
이규 아, 아뇨.. (먼저 정신 차리고 질려있는 서영을 보는)
서영 !!!!!!!!!!!
건 (싱긋 웃으며) 당신 많이 젖었네.. 어서, 어서 들어와..

건,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한다.
이규와 서영이 넋이 빠진 얼굴로 건이 이끄는 대로 따라 들어간다.

씬4 별장 안, 거실/밤

이규와 서영이 건을 따라 들어와서 선다.
두 사람의 얼굴은 여전히 파랗게 질려있다.

건 웬 비가 이렇게 오는지.. (서영에게) 당신은 안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목욕하구 옷 좀 갈아입지..
서영 .. (질려 있는)
건 이규 너두, 얼른 이층에 가서 몸 좀 말려라..
이규 (의문의 목소리) 예에..
건 (밝게 웃으며 주방 쪽으로 가며) 내가 장을 미리 봐놨어..
나는 저녁 준비하구 있을께..

건이 주방 쪽으로 가자, 이규와 서영이 서로 쳐다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서영 (작게 두려운 목소리로) 분명히!... 주, 죽...
건 (순간 휙 돌아보며) 어참 이규야! 이충에 내 옷 있으니까,
그거 입어!
이규 예에.. 고맙습니다.. (서영을 한번보고는 이층으로 올라가고)
건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하는)

서영, 파리해진 눈으로 건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뒤통수를 본다. 아무런 흔적이 없다.
넋이 빠진 얼굴이 된 서영, 시선이 건의 맨발로 간다.
계속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하는 건..
한껏 미소를 띠우고 콧노래를 부르던 건의 눈이 점점 서늘해진다.

건 ... (서늘한)

씬5 이층 방/밤

이규가 젖은 몸을 수건으로 닦고 있다.

이규 ... (생각하는)

플래쉬/이규의 집에서 피묻은 손을 닦으면서 덜덜 떨고 있는
서영.. 이규가 떨고있는 서영의 손을 잡아주고는 깊이 안아준다.
공포에 질린 서영의 얼굴, 이규, 서영을 안심시키듯 꽉 안아준다.

씬6 욕실/밤

샤워기에서 욕조로 쏟아지는 물.. 서영이 물을 틀어놓은 채,
꼼짝도 않고 그대로 서있다.

플래쉬/ 서영의 목을 조르는 건, 숨이 막혀 공포로 일그러지는
서영의 얼굴, 서영이 옆에 있는 술병으로 건의 뒷통수를
내려친다. 뒤통수에서 피를 흘리며 스르륵 서영에게서
떨어지는 건.

서영 ... (젖은 옷의 단추를 푸는 손이 덜덜 떨리고 있는)

씬7 별장 외경/밤

강한 빗줄기가 내리 꽂고 있다.

씬8 식탁 앞/밤

세 사람이 음식을 먹고 있다. 서영과 이규는 옷을 갈아입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 담긴 스테이크 요리, 각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천천히 먹고 있다.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에 부딪히는 소리가
보통보다 크게 들린다.

이,서 .. (불안한)
건 이규야, 니 여자 친구가 뭐 한다 그랬지?
이규 예.. 경찰이에요..
건 !!... (싱긋 웃으며) 내일은 비가 좀 그친다니까, 꼭 오라구 해..
이규 예에..
건 오랜만에 맞는 휴간데 이렇게 비가 오다니..
결혼 1년만에 겨우 만든 휴간데 하늘이 안 도와주네?
서영 (포크를 떨어뜨리고는) !
건 ? .. (보는)
서영 (얼른 집으며) 결혼.. 1년만 이라니요?
이규 .. 선배, 결혼한지 3년 됐잖아요.
건 (웃으며) 이 짜식이, 그래 마! 첫날 밤 치룬지 3년 됐다.
(서영에게) 아, 이자식이 우리 연애할 때부터의 일을 다 알고
있단 말야?
서영 !!!!... (놀라는)
이규 (기막힌)
건 이규야, 비좀 그치면 저수지 가서 낚시하자..
이규 !
건 당신도 같이 가, (서영의 어깨에 손 올리며) 서영인 말야,
물만 보면 기가 죽어서 큰일이야.. 내가 시간이 나야 수영을
가르쳐 주지..
서영 ?... 나, 수영 배웠잖아요..
건 (빙긋이 웃으며) 배우기 싫어서 또 거짓말한다.
이,서 !... (분명 뭔가 이상하다)

이규와 서영이 서로 의문의 눈길을 교환한다.
건, 입가에는 미소를 띠운 채 힐끗 그런 두 사람의 눈빛을 봤다.

씬9 주방/밤

서영이 설거지를 한다. 건과 이규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이규가 주방 안의 냉장고 앞으로 온다.

건 (거실에서) 당신도 대충하고 얼른 와!
서영 예!
이규 물 냉장고에 있나요?
서영 예? 예..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주는)
이규 (그 틈을 타서 살짝) 머리 맞았다구 했지, 기억을 잃어버렸나봐.
서영 (빠르게) 믿을 수 없어.. 분명히 죽었어..
이규 살아있잖아.
서영 (미치겠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내 손으로 묻었단 말야!
무서워.. 무서워..
이규 진정해.
건 (거실에서) 이규야, 술 좀 더 가지고 와라!
이규 예!

씬10 안방/밤

서영과 건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있다.
서영, 잠이 오지 않는다. 옆에 누워있는 건을 본다.

플래쉬/서영이 내려친 친 술병에 맞고 바닥에 쓰러진 건.
건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서영, 두려운 눈으로 건을 뒤집는데, 눈을 뜨고 죽은 건.

서영 ... (공포에 질린 눈으로 옆에서 자고 있는 건을 보는)

씬11 이층 방/밤

이규가 걱정스럽고 불안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다.
문을 약간 열어놓고는 자꾸 아래층을 본다. 서영이 걱정스럽다.
서영이 살금 거리면서도 다급한 걸음걸이로 이층으로 올라온다.
이규, 올라오는 서영을 보자 얼른 문을 연다.
서영이 방으로 들어오자 마자 이규에게 매달리듯 안긴다.

서영 (공포의) 무서워.. 너무 무서워서.. 같이 있을 수가 없어.
이규 (서영을 토닥이며) 기억을 잃어버린 게 틀림없어..
낚시, 수영.. 그건 2년 전에 여기 모여서 했던 얘기잖아, 지금을
2년 전으로 알 구 있어.
서영 (믿을 수가 없다) 분명히!.. 어떻게 살아날 수가 있어?
이규 (서영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그건 나도 몰라, 어쨌든 살아있잖아.
서영 !!!!... (미치겠는)
이규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 난 거야, 기억을 잃어버린 거야..
서영 그, 그럼.. 내가 죽이려고 했다는 걸... 기억하게 될 꺼 아냐..
이규 (다시 서영을 꽉 끌어안는)
서영 내가 잘못했어.. 아니라구 할걸.. 널 사랑하지 않는다구 할걸..
그럴 껄.. (울먹) 거짓말하기 싫었어.. 이혼하겠다는 말에...
그렇게 돌변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이규 .. (애잔한)
서영 여기서 나가자.. 어서..
이규 ... (지그시 서영을 보는)
서영 나가서.. 날 그만 놔 달라구 할래..
이규 (불안의) 그 전에 우릴 죽일지도 몰라..
서영 !
건E (밑에 층에서) 여보!.. 서영아!

순간, 경직되는 이규와 서영.

씬12 일층/밤

자다말고 나온 건이 서영을 찾고 있다.
주방을 보곤 다른 방을 열어본다. 욕실 문을 열어보는.. 없다.
현관 앞으로 가본다. 서영의 신발이 있다. 나간 흔적은 없다.
??.. 다시 두리번거리는데, 건과 서영이 찍은 결혼사진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액자를 주워서 선반 위에 놓는다.
건의 시선이 이층으로 간다.

씬13 이층 방/밤

이규와 서영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씬14 이층 계단/밤

건이 천천히 이층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규의 방 가까이 다가오는.. 이규가 방에서 나온다.

이규 (하품하며) 선배님, 무슨 일이에요?
건 어.. 서영이 못 봤니?.. (이규의 방문을 슬쩍 보는)
이규 형수님이요? 왜요?
건 자다 보니까 없네.. (이층을 둘러보는)
이규 그래요? .. (같이 둘러보는 척 하는)

건, 이규의 방을 힐끗 보고는 이규가 묵고 있는 방의 맞은 편
방을 열어본다. 이규, 방을 보고 있는 건의 뒤로 가서는 같이
본다. 슬그머니 열리는 이규위 방, 서영이 살금거리며 걸어나와
보면 건과 이규가 이층의 베란다 쪽으로 가고 있다. 기회다.
서영 빠르게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는데,

건 !.. (휙 돌아보는)
이규 (뒤에서 몸으로 계단 쪽을 가리고는) 왜 그러세요?
건 (분명 소리가 들렸는데, 계단을 보곤) 아, 아냐..
E 세게 들리는 물소리.

씬15 일층 욕실 앞/밤

건과 이규가 물소리를 따라 이층에서 내려와 다가온다.

건 (욕실 문을 두들기며) 여보, 당신 여깄어?

씬16 욕실 안/밤

샤워기에서 세게 나오는 물, 욕조에 떨어지고 있다.

서영 (문고리를 잡은 채 떨며) 예!
건E 어디 갔었어?
서영 자, 잠깐 밖에요.. (불안의)

씬17 욕실 앞/밤

건과 이규가 서있다.

건 ... (가만 닫힌 문을 보고 있는)
이규 멀리 안 가셨네요..
건 .. (대꾸 없이 문을 보는)
이규 !... (그 모습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씬18 별장 외경/밤에서 아침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자막- <2003년 3월 31일 아침>

씬19 안방/아침

건이 침대 위에서 혼자 자고 있다.

씬20 거실/아침

서영이 거실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고 있다.
이층, 거실이 보이는(일층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단에서 이규가
무릎을 세운 채 머리를 파묻고 잠이 들었다.
이규, 번쩍 눈을 뜬다. 얼른 밑을 내려다보면 서영이 소파에
자고 있다.

이규 ... (안심하는)

이규, 계단을 내려와서는 자신이 덮고 있던 담요를
서영에게 덮어 준다.
잠시, 자는 서영을 보다가 조용히, 현관 밖으로 나간다.

씬21 별장 주변/아침

아직도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다. 이규가, 별장 주변을 돈다.
서영이 시체를 묻었다고 하는 웅덩이를 찾고 있다.

이규 ... (쉽게 보이지가 않는데)
건 (소리) 여기서 뭐하냐?
이규 !..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건 (서늘하게 서선) 비오는 데 여기서 뭐해? 뭐 찾아?
이규 아, 아뇨.. 공기가 정말 맑네요 여기..
건 (싱긋 웃으며) 것 봐라.. 오길 잘했지.. 근데, 오늘두 낚시 가기는
힘들 꺼 같다?
이규 그러게요.. 포기해야 겠어요 선배님.. (들어가는데)
건 .. (자기 앞을 지나가는 이규를 싸늘히 보는)
이규 !.. (그 눈길 느끼는데)
건 이규야.
이규 (돌아보며) 예?
건 서영이 말인데..
이규 .. 예.
건 내가 결혼 잘했지?
이규 (잠시 보다가 싱긋 웃으며) 그럼요.. 부러워 죽겠습니다.
건 (의미 있게 싱긋 웃는)

씬22 식탁 앞/아침

이규, 서영, 건이 밥을 먹고 있다.

건 (흥겹다) 이규야, 너희 동기들 중에 서영이 좋아하는 녀석들 꽤
있었지?
서영 왜 그래요? 갑자기..
건 지금도 생각난다. 내가 당신이랑 결혼 할 사이라고 하니까,
후배 녀석들이 인상쓰던 얼굴이.. 그때 이규 너두 있었나?
이규 예, 저도 서영이, 아니 형수님 좋아 했었죠..
(부러) 선배님만 아니었으면 제가 프로포즈했죠.
서영 !
건 (의미 심장하게) 이거, 조심해야겠는데?
이규 예, 조심하십시오.. (반은 진심이다)
건 (싱긋 웃곤) 내가 부탁하나 해두 될까?
이규 무슨 부탁요?
건 어.. 내가 좀 회사 일로 바쁘잖냐, 물론 너두 바쁘겠기만, 가끔
서영이 좀 만나주라..
서영 (긴장하며) 무슨 소리에요?
건 당신 영화 좋아하는데, 내가 같이 못가주잖아..
(이규보며) 안되겠냐?
이규 저야 좋죠 뭐.. (싱긋 웃으며 서영을 보는)
서영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떠보듯이) 언젠 딴 남자랑은 말두 하지
말라면서요?
건 이규는 괜찮아.. (의미심장하게 미소 짓는)
이규 (반은 진담이지만 부러) 제가 형수님 납치해서 도망이라도 가면
어쩌려구 그러세요?
건 그땐 셋 다 죽는 거지 뭐.. (히죽 웃는)
이,서 !!!!.. (굳어지는)

씬23 거실/낮

건과 이규가 체스를 두고 있다.
무표정한 건, 그런 건을 살피는 이규, 긴장된 분위기다.
서영이 주방에서 닦은 그릇들을 정리하면서 힐끗 거실 쪽을 본다.

서영 ... (계속 불안한)

씬24 별장 주변/낮

서영이 현관에서 나와서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별장 뒤, 건을 묻었던 곳으로 간다.

서영 !!!!... (질리는)

웅덩이가 텅 비어있다.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 순간이다.
누군가 뒤에서 웅덩이를 보고 있는 서영을 확 밀어버린다.

서영 악-----! (괴성과 함께 웅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씬25 거실/낮

멈칫 하는 이규의 얼굴.

이규 !!... (분명 소리가 났다)
서영E 아아아악----
건 !!.. (소리나는 쪽을 보는)

이규와 건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서 튕겨져 나간다.
빠르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간다.

씬26 별장 뒤 웅덩이/낮

계속되는 서영의 비명 소리.
이규와 건이 그 비명소리를 듣고 웅덩이로 가까이 간다.
서영이 웅덩이에 웅크린 채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규 (저도 모르게) 서영아!
건 .. (그 소리에 이규를 보는)
이규 제 손을 잡으세요!.. (서영에게 손을 내미는)

서영, 밑에서 위를 보면 무표정한 건의 얼굴이 보인다.

서영 !... (그 모습을 보고 질리는)
이규 (몸을 더 눕히며) 어서요!
서영 (천천히 이규의 손을 잡고 올라서선 떠는)
건 (무표정하게) 이런 웅덩이가 언제 생긴 거지?
서영 ... (건을 보며 떨고 있는)
이규 (걱정의) 괜찮으세요?
건 이규야, 니가 형수좀 안으로 데리고 가라..
난 이 웅덩이좀 막아놔야 되겠다.. (삽을 드는)
이규 예.. (서영을 데리고 가는)

돌아서는 서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건이 옆의 삽을 들어서 흙을 퍼서 웅덩이를 막기 시작한다.

서영 (안을 향해 걸어가며, 떨리는) 나, 날 죽이려구 그랬어..
날, 웅덩이 속으로 밀었단 말야!
이규 (같이 걸어가며) 무슨 소리야? 김선밴 나랑 계속 같이 있었는걸..
서영 우릴 죽일 꺼야.. 날 죽이려 했다니까!
이규 (영문을 모르겠는, 어쨌든) 여기 누군가 또 있는 거 같아..
아무래도 내 친구를 불러야 겠어..

건, 삽을 든 채로 멀리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시선, 두 사람에게 둔 채로 흙을 퍼서 웅덩이를 향해 던진다.

건 .. (무표정한)

씬27 주방/낮

서영이 떨리는 손으로 씽크대 서랍을 뒤지고 있다.
포크를 집어든다. 더 떨려오는 서영의 손.
현관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건, 흙 묻은 손을 씻으려는 듯
욕실 쪽으로 걸어간다.
서영, 힐끗 욕실 쪽을 보면서 얼른 주머니에 포크를 넣으려는데
떨리는 손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E 쨍!... (보통보다 큰)

서영, 당황해서 얼른 포크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는 욕실 쪽을 보는..

씬28 이층 방/오후

이규가 통화중이다.

이규 (작으나 다급하게) 그러니까, 지금 빨리 와 줘.. 그건 설명한 대로야,
나도 몰라.. 그래, 그래...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니까!
.. 그럼 기다릴게.. (천천히 전화를 끊으며 절로 한숨을 흘리는)

씬29 거실/오후

이제 더 이상 비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멈췄다.
이규와 서영이 약간 거리를 두고 서있다.
건이 폴로라이드 카메라를 들고 두 사람을 찍을 태세다.

건 둘이 좀더 가까이, 좀더! 더! 더! 더!

이규와 서영이 가까워진다.
건이 오른쪽으로 간다. 건, 좀더 가라고 손짓한다.
좀 더 간다. 두 사람이 서있는 뒷 배경은 결혼 사진 앞이다.

서영 (두려운 채로) 갑자기 무슨 사진을 찍는다구 그래요~
건 (대꾸 않고) 자, 찍는다... 웃어! 웃으라니까!

서영과 이규, 눈은 공포에 쌓인 채, 어색하게 웃는 듯 하다.
건이 버튼을 누른다. 안에서 필름이 나온다.
폴로라이드에서 나온 사진이 천천히 말라가는데, 현관 벨이 울린다.

이규 왔나보네요..
건 (마르지 않은 사진을 거실 선반 위에 올려놓는)

서영이 문을 열어준다. 경선이 들어온다.

건 (반갑게) 어서오십시오!
경선 (약간 당황해 있는) 아 예.. 안녕하세요?
건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경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규와 경선을 보는)
서영 (경선에게 까닥 인사하며) 어서 오세요..
건 (빙긋이 웃으며 경선을 깊게 보는)
경선 ... (웃고 있는 건을 깊게 보는)

씬30 이층 방/오후

경선이 예리한 얼굴로 이규의 말을 듣고 있다.

이규 (작게) 지금을 2년 전으로 알고 있어.. 2년 전, 여기서 휴가를
보낸 적이 있어.
경선 머리를 맞구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거야?
이규 그걸 모르겠어, 모른 척 하고 있는 건지, 정말 잃어버린건지..
일부러라면, 분명히 우리 둘을 죽일 꺼야.. 낮엔 누군가 서영이를
웅덩이에 빠트렸어, 여기 누군가 또 있어.
경선 (빤히 이규를 보다가) 저, 여자 때문이었어?

씬31 이층방 앞/오후

서영이 방문 앞에서 노크하려다가 멈칫! 한다.

경선E 니가 사랑하는 여자가 겨우 유부녀였어? 그래서, 그렇게 내 맘을
무시했던 거야?..
서영 !

씬32 이층 방/오후

경선 (환하게 웃음보이며) 강이규 답다.. 언제부터야?
이규 .. 서영이 하고는 대학 동기야, 좋아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서영인 이미 건이 선배하고 결혼 할 사이였었어.. 그래서 포기
했었어, 하지만, 우리 둘다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왔어.
경선 ... (원망스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한)
이규 미안하다, 갑자기 이런 일에 끌어 들여서..
경선 손 한번만 잡아 줘.
이규 ?
경선 그렇게 미안하면 손 한번만 잡아 줘.. 우산 받치구 오느라
손이 얼었어..
이규 (잠시 망설이다가 경선의 손을 잡는데)
E 노크소리.
서영E 식사하세요!
이규 (그 소리에 얼른 손놓으며 당황해서) 예!
경선 ... (그런 이규를 보는)

씬33 거실/오후

주방에서 서영이 설거지를 하고 있다.
거실에서는 건, 이규, 경선이 가볍게 와인을 마시고 있다.

경선 (마시면서 건을 예민하게 살피는)
건 비가 오지 않았다면 낚시를 했을 텐데.. 죽이거든요.
경선 (둘러보며) 여기 정말 좋네요.. 두 분은 여길 자주 오시겠어요?
건 자주는 못 오구요, 일년에 한두 번쯤?
경선 (끄덕이고) 이따 구경 좀 해도 되죠?
건 그럼요!.. (서영 쪽을 향해) 여보! 대충하고 어서 와..
서영 (주방에서 돌아보며) 다 끝나가요!

경선, 조용히 일어나서 힐끗 건의 뒤통수를 보곤
서영에게 간다. 다가가자 마자, 씽크대의 물을 세게 튼다.

경선 (작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외상이 없네요.
혹시 서영씨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서영 (작게)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경선 집 어디에서 핏자국이 없던데..
서영 그건 제가 다 치웠어요..
경선 (그 소리에 서영을 힐끗 보는)
건 (주방 쪽의 서영과 경선을 보는)
이규 (보곤, 애써) 냅두세요.. 원래, 가만히 대접 받는 거 싫어해요.
건 그래도 손님인데.. (일어나려는데)
이규 (잡으며) 그냥 두세요, 친해지고 좋죠 뭐..
건 .. (다시 앉는)
경선 (작게) 시체는 어디에다 묻었었다구요?
서영 뒤요.. 밤나무 옆에, 담요에 말아서.. 웅덩이는 제 남편이
아까 메꿨어요.. (벌컥 울음이 터질 꺼 같은)
경선 (가만 보는)
서영 저는 죽어두 괜찮아요.. 이규만, 이규만.. (눈이 붉어지는)
경선 !... (그 모습을 보는)

서영, 눈물을 애써 참으면서 급하게 물건들을 정리한다.
손을 높이 치켜드는 순간, 옷에서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경선 (보곤) !
서영 .. (당황해서 얼른 줍는)
경선 (의심스럽게 보는)
서영 ... (당황해 있는)

씬34 별장 뒤/오후

더 이상의 비는 오지 않고 있다.
경선이 현관에서 나와 조용히 별장 뒤로 간다.
경선, 밤나무를 찾는다. 찾았다. 옆에 깊게 웅덩이가 파여 있다.

경선 !
서영E 아까 제 남편이 메꿨어요.
경선 ????

깊게 패인 웅덩이.

씬35 거실/오후

경선이 들어와선 집을 둘러본다. 바닥에 건과 서영의 결혼사진이
떨어져 있다. 액자를 집어서 잘 세워 둔다.
경선의 시선을 잡는 것이 있다. 반짝! 깨진 병 유리조각 하나가
가구 밑에 떨어져 있다. 집어든다. 병 조각에 피가 묻어있다.

경선 ... (상세히 보는)
건 (갑자기 등장하며) 뭐하세요?
경선 (순간 섬찟 놀랬다가) 아 예.. 바닥에 이런 게 떨어져 있네요?
건 .. (같이 보는)
경선 피가 묻어 있는 거 같죠?
건 (보다가) 그러네요..
경선 (건을 살피며) 누가 이걸로 맞은 거 아닐까요?
건 ....

경선, 건의 표정을 살피고는 커텐 위를 쳐다본다.
커텐의 고리가 떨어져 있다.

경선 여기서 큰 싸움이라도 하셨나봐요? 커텐 고리가 저렇게 떨어져
나간 걸 보면, 누군가 세게 잡아당겼던 거 같은데..
건 싸움이 있었다면 아마도 부부 문제겠죠.. 하지만, 전 제 아내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싱긋)
경선 그 사랑하는 아내가 바람이라도 핀다면, 어떻게 하실 꺼죠?
건 그런 농담은 하지 마십시오, 전 상상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농담 으로 받아넘기며 웃는)
경선 ... (가만 건을 보는)

씬36 이층 방/오후

경선과 이규가 앉아있다.

경선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닌 건 확실해, 부인을 사랑하고 있는 것 두
확실하구..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의 후배와 바람난 걸 생각하기도
싫은 거지,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거야.
이규 (굳은 채로) 여기 누군가 또 있어, 서영이를 웅덩이로 빠트리려구
했던 사람.
경선 글쎄.. 그거, 이서영씨 쑈 아냐?
이규 뭐?
경선 실수가 아니라, 진짜 자기 남편을 죽이려구 했던 거 아냐?
이규 무슨 소리야?
경선 (비웃듯) 실수치고는 흔적이 너무 없어.. 사람을 죽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구.
이규 (작으나 버럭) 서영인 그런 애가 아냐!
경선 (버럭) 김건이 살아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너두 저 여자 덕에
살인 공모, 시체 유기죄로 들어갈 뻔했으니까!
이규 너!
경선 (쏘아보며) 넌 여자를 몰라..
내일 여기서 나갈 생각이나 해.. (나가는데)
이규 (잡으며) 그럴 수는 없어, 서영이랑 김선배를 단 둘이 있게 할
수는 없어.
경선 (버럭) 그럼 여기서 살 꺼야?
이규 (미치겠는) 그러니까, 방법을 찾아달라구 널 부른 거 아냐!
경선 위험한 건 김건이 아냐, 이서영이지!
이규 (버럭) 하경선! ...너, 이러면 나 실망한다..
(애절한) 이건 서영이가 죽을 수도 있는 문제야, 알아?
경선 .. (잠시 쏘아보다가 나가버리는)

씬37 안방/밤

서영이 침대에서 자다가 뒤척이는.. 불안감에 선잠이 들었었다.
침대 끝에서 눈이 저절로 떠진다.
침대 옆에 앉아있던 건이 서영 쪽으로 다가온다.

서영 !.. (얼른 이불 속에서 주머니에 들어있던 포크를 꽉 쥐는)

건, 서영에게 다가와서는 서영을 바로 눕혀준다.
이불을 끌어당겨 서영에게 잘 덮어주는..

씬38 이층 경선 방/밤

경선이 멀거니 앉아있다.

E 노크 소리.
경선 예.
이규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경선아, 아까는 미안했다.
경선 ...
이규 니 말대루 내일 나가자.. 그 전에, 서영이를 좀 봐야겠는데,
니가 좀 불러줄래?
경선 (보는)

씬39 이층 방/밤

이규가 서성이고 있다.
문이 열리면서 경선이 서영을 안으로 보낸다.
두 사람, 서로 보자마자 끌어안는다.

서영 ... (눈이 붉어지는)
이규 (서영의 얼굴을 보며) 잘 들어 서영아.. 내일 여기서 나가면,
절대 혼자 있지 마.. 집에 사람을 불러서 같이 있어.. 그리구,
그 다음은, .. (어찌해야하나) 어디론가 도망가든지..
서영 ... (그대로 두려운 채 안겨있는)

씬40 별장 앞/아침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날이 맑다.
서영, 건, 이규, 경선이 짐을 들고 나오고 있다.
네 사람, 국도 변에 세워둔 차를 향해 걸어간다.
카메라 별장 뒤의 웅덩이로 가까이 간다.
깊이 패인 웅덩이.. 웅덩이 둘레에 붉은 줄이 쳐져있다.
줄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바람에 <출입금지> 팻말이 흔들흔들 거리고 있다.
자막- <2003년 4월 1일 아침>

씬41 국도 변/아침

네 사람, 각자 세워놓은 차 앞에 선다.

경선 그럼..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건 만나서 반가 왔습니다. 우리 이규랑 자주 만납시다.
경선 예.. 안녕히들 가세요.. (차에 시동 걸며 이규에게) 전화 할게..
이규 .. (끄덕이곤 서영을 보는)
건 자!.. (이규에게 손들어 보이고는 서영을 차에 태우는)
이규 (까닥 인사하고는 서영에게서 시선 떼지 못하고)
서영 .. (불안한)

씬42 국도/낮

건의 차가 가고 있다. 차안의 건과 서영, 둘 다 말이 없다.

건 .. (무표정한)
서영 (불안하면서도 힐끗 건의 눈치를 보는)

룸미러로 보이는 이규의 차.
이규, 건의 차를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이규 .. (앞의 건의 차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씬43 서울 시내 일각/오후

경선이 운전을 하고 있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음악이 끝나고 뉴스 속보가 전해진다.

엠씨 경부선 기차 전복 사고 소식입니다.. 사고 후 이틀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계속해서 희생자가 나와서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추가로 시신 열구가 발견 됐습니다.
경선 !

멀리 전광판이 보인다.
<뉴스 속보.. 기차 전복 사고, 현재까지 사망 50명 부상자
120명.. 사고 후 이틀이 지났으나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들이 쌓여 있음.. >
라디오에서 다시 시작되는 음악소리..

경선 .. (낮게 한숨 쉬는)

씬44 방송국 주차장/낮

이규가 차에서 내리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이규 서영아, 집이니? ..괜찮아?.. 김선배는 옆에 있어?
서영E 아니,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면서 오자마자 나갔어.
이규 (안심하며) 집에 누구 좀 와 있으라구 그러지.....잘했다.
.. (저쪽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으며 미소 짓는)

씬45 경찰서 내부/오후

형사 반장과 형사1,2가 회의실에서 나오다가 막 들어오는
경선과 반장이 눈이 마주친다.

경선 (반장을 보자 히죽 웃는데)
반장 .. (경선을 봤다가 못 본 척 하고 자리에 앉는)
경선 반장니임~ 저, 왔어요.
반장 (대꾸 없는)
경선 또 말두 없이 증발했다고 화나셨어요?
반장 (다급한) 신원은 확인 됐구.. 부검 들어갔나?
형사2 (빠른) 아직요.
반장 (짜증난) 하여간에... 빨리 들어가라 그러구, 주변 조사 좀 해 봐.
그리구, 부인 연락 됐어?
형사1 아직요, 이틀 전부터 행방 불명이래네요.
반장 ... 죽은 김건하고 부인 사이 조사해봐.
형사1 예!
반장1 현장에두 다시 한번 가보구!
경선 ?... 반장님, 지금 죽은 사람이 누구라구 그랬어요?
E 전화벨 소리.
반장 (받으며) 여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호출이다..
가지.. (급하게 형사1,2와 함께 나가는)

경선, 반장이 나가자 빨리 반장의 책상으로 가서 사건 파일을
본다. 죽은 사람의 사진이다. 건이다. 발견 당시 그대로 담요에
쌓인 채 찍혀있다. 현장인 별장 사진도 있다.

경선 !!!... (일그러지는)

씬46 시체 안치실/오후

경선, 빠르게 들어온다. 시체를 덮고 있는 흰 천을 벗긴다.
분명 건이다.

경선 !.. (어이없는)

씬47 방송국 음악실/오후

이규가 음악 씨디를 여러장 손에 들고 음악을 고르고 있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규 (전화를 받으며) 어..
경선E 김 건이 죽었어.
이규 뭐?
경선E 김 건이 죽었다구, 시체로 발견 됐다구!
이규 !!!!!

씬48 공원/오후

경선과 이규가 앉아있다.

경선 이서영씨가 죽였겠지?
이규 ... 정말, 죽은 사람이 김선배 맞아?
경선 내 눈으로 확인했어.
이규 .. (굳어지는)
경선 나쁜 년! ..지금 당장 체포 할 꺼야..

경선, 벌떡 일어나서 가버린다.
이규, 잠시 멍히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걸어가며 전화를 건다.

이규 서영아, 지금 어디야? (설명 할 시간 없다)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 전화 오면 절대 받지 마, (다급한) 그리구, 지금 당장
방송국 지하 주차장으로 와, 당장, 어서!

씬49 지하 주차장/오후

급하게 들어서는 이규의 차.
이규 차에서 내려서 두리번거린다. 서영이 막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규, 달려가서 서영의 손을 잡고는 차에 태운다.

서영 (놀란) 왜 그래?
이규 (서영을 꽉 안는)
서영 (품에서 나오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규 도망가자.. 김선배 시신.. (걱정의) 경찰에서 발견했대..
서영 뭐?
이규 김선배 시신이 발견 됐다구..
서영 ???.. 무슨 소리야? 시신이라니? 그럼, 죽었단 말야?
이규 .. (지그시 보는)
서영 말두 안돼, 좀 전에 회사에서 나랑 통화까지 했는데?
이규 뭐?
서영 (어이없어 피식 웃으며) 누가 그래?
이규 경선이가 눈으로 확인했대..
서영 말두 안돼, 잘못 봤겠지.. (어이없다는 듯이 웃곤 이규의 손을
잡으며) 그 사람, 회사일 처리하는 거 보면 기억을 잃어버린 게
아냐.. 그냥, 모른 척,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갑자기 불쌍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그시 보며) 미안해, 이런 말해서..
E 전화벨 소리.
이규 (받으며) 여보세요.
경선E (버럭) 강이규! 너, 지금 이서영이랑 같이 있지? 지금 어딨어!
이규 어.. (힐끗 서영을 보곤) 근데 경선아, 정말 김선배 죽은 거, 맞아?
서영 (이규가 들고 있는 전화기를 뺏으며) 저 이서영인데요.

씬50 시체 안치실/밤

경선, 서영, 이규가 들어온다. 경선이 덮여있는 흰 천을 연다.

서영 !!!!... (경악하는)
이규 !!!!.... (놀라는)

씬51 취조실/밤

경선과 서영이 마주 앉아있다.

서영 .. (울고 있는)
경선 그 눈물의 의미를 모르겠네요.
서영 이건 뭔가 잘못 됐어요.. 잘못 됐어요..
경선 (가증스럽다는 듯이 보는)
서영 낮에 전화 통화까지 했는데..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난 안 죽였어요..
경선 그럼, 누가 죽였을까요?
서영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울면서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씬52 경찰서 복도/밤

경선이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뽑아서 돌아서려는데,

이규 경선아!
경선 .. (보는)
이규 .. (다가오는)

씬53 취조실/밤

서영과 이규가 마주 앉아있다.
두 사람 앞에 자판기 커피가 놓여있다.

이규 .. (애잔하게 보는)
서영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이규야, 난 아냐.. 난..
이규 ... (서영의 손을 잡는)
서영 난 아니라구..
이규 알아 넌 아냐.. 그리구, 너라도 상관없어..
(작게) 도망가자..
서영 그럴 수 없어, 난 아냐..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이규 (서영의 손을 꽉 쥐는)

서영이 이규의 손에 기대듯이 얼굴을 파묻는다.
경선이 문을 열다가 본다. 멈칫 서서는 두 사람을 가만 보는..

씬54 경찰서 밖/새벽

경선, 서영, 이규가 나온다.
자막- <2003년 4월 2일 새벽>

경선 내 손으로 잡고 싶지 않아서 보내는 것 뿐이야..
(서영을 보며) 아마 곧 다시 오게 될꺼에요, 도망치진 않을꺼죠?
서영 ...
경선 (협박하듯) 서영씨가 도망가면 이규가 의심받아요. 명심하세요.
이규 가자.. (서영을 차 쪽으로 데리고 가는)
경선 .. (서운하게 보는)

씬55 차 안/아침

한강 둔치, 차를 세워놓고 이규와 서영이 앉아있다.

서영 널.. 사랑해.. 그리구 미안해..
이규 ...
서영 다른 사람과 결혼한 주제에, 너를 사랑하다니..
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년이야.. 미안해.. (희미하게 웃는)
이규 서영아.. (강한) 가는 거야.
서영 ?
이규 다른 건 다 버려두, 너는 안돼.. 우리 가는 거야.. (서영을 보는
눈에 힘이 들어가는)
서영 .. (보는)
이규 그래 가자, 가.. (갑자기 시동을 켜는데)
서영 잠깐!... (잠시 이규를 보다가) 집에 좀 갔다 가..
이규 그럴 시간 없어..
서영 아냐, 잠깐이면 돼.. (이규를 보는)
이규 (보는)

씬56 경찰서/아침

경선이 책상에 앉으려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경선 (받으며) 여보세요!
서영E 이서영입니다.. 저, 자수하겠습니다..
경선 !.. 잘 생각하셨습니다.
서영E (차분하고 단아한) 경선씨, 전 죽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규가 범인이라면.. 이규가 잡히지 않게 해주세요..
내가 꼭 범인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경선 !!...

가만 전화기를 들고 있는 경선, 수초 후에 천천히 전화를 끊는다.
반장이 들어온다.

반장 (힐끔 경선을 보곤) 앞으로 하경선이처럼 툭하면 연락두 안 하구
며칠 씩 안 보이는 인간은 다 쫓겨 날 줄 알아!
경선 (배시시 웃으며) 이제 용서하시는 거에요?
반장 (대꾸 않고 형사에게) 아까 하던 얘기 계속해봐, 김건 컴퓨터에서
나온, 일기가 어떻다구?
형사1 예, 자기 부인과 후배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구 써놨더라구요.
경선 (화들짝 놀래는)
반장 (다급히) 그 후배, 당장 가서 잡아들여!
경선 반장님, 그 후배는 아니에요!
형사1 (거의 동시에) 그 후배는 아닌 거 같은데요?
반장 아니긴 뭐가 아냐?
형사1 전 부인이 죽인 거 같은데요? 남편이 죽은 후로 여태 행방불명인
것 두 그렇구..
경선 (얼른 나서며)반장님, 그 동안 말씀 안 드렸는데요.. 어젯밤에 제가
미리 불러서 취조를 했습니다. 그래서 연락이 안됐던거에요.
자수하겠답니다.. 제가 데리러 가기로 약속했어요.
반장 여자 혼자서 그런 일을 어떻게 저질러? 둘 다 잡아들여!
경선 반장님 그게요, 실은 제가 그 두 사람을 아는데요..
반장 (자르며 형사1에게) 당장 출동하라니까! 후배, 부인 다 잡아들여!
형사1 알겠습니다.
형사2 (급하게 뛰어들어오며) 반장님!
반장 (보면)
형사2 며칠 전에 났던 기차 전복 사고요.. 그 사고 대책반에 좀 가보세요.. 반장 왜?
형사2 어, 얼른요.. (얼른 반장을 끌고 가는)

경선, 반장이 나가자 빠르게 밖으로 나간다.

씬57 스타벅스 류의 커피샵/낮

이규가 초조한 얼굴로 시계를 보고 있다.
서영이 오지 않고 있다. 서영에게 전화를 해본다. 받지 않는다.

이규 !.. (문득, 불안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하는) 경선아 난데..
(놀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전화를 끊고는 급하게 뛰어가는)

씬58 집 앞/낮

경선이 서영을 데리고 나오고 있다.
서영을 차에 태우고 막 출발했는데, 경선의 차를 막는 차,
이규가 차에서 내린다. 경선의 차 문을 열고 서영을 끌어낸다.

경선 강이규!
이규 (무조건 서영을 잡아끌며) 하경선, 김건 선배는 내가 죽였다.
날 잡아가..
경선 (버럭) 당장 서영씨 안 내놔?
이규 그렇게는 못 해.. 날 잡아가던지, 아니면 둘 다 놔줘.. (서영을
자신의 차에 태우는)
경선 !.. (굳어지는)
이규 ... (자신도 타려는데)
경선 꼼짝 마!

이규, 돌아보면 경선이 이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서영 !
이규 (잠시 보다가) 경선아, 정말 미안하다.. 나, 여기서 니 총에 죽어두,
서영인 못 보내..
경선 ...
이규 (차에 타는데)
경선 (차 앞으로 가서 총을 대고는) 당장 나와, 안나오면 쏠 꺼야.
(단호한) 나! 너, ....쏠 수 있어.
서영 (후다닥 차에서 나와서는 경선에게) 갈께요.. 도망가지 않을께요..
(이규에게) 이규야 이러지 말자... 나, 경선씨 따라 갈게..
이규 .. (차에서 내려 서영을 보던 눈이 붉어지는)
서영 이규야 혹시, 경찰이 너 찾아가면 나 모른다구 해..
경선씨두 그렇게 해준다구 했어, (경선을 보고) 그쵸?
경선 !
서영 (이규를 보던 눈에 눈물이 흐르며)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이규 (서영을 와락 끌어안는다)

이규에게 안긴 서영의 몸이 떨기 시작한다. 울고 있다.
이규도 붉어지는 것을 억지로 참아보지만 눈물이 흐른다.
경선,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 돌리고 만다. 천천히 돌아선다.

씬59 차안/낮

이규가 운전하고 있다. 두 사람 손을 꼭 잡고 있다.

서영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이규 나두, 몰라.. (서영을 보며 미소 짓는)
서영 .. (미소 짓는)

씬60 경찰서 내부/오후

경선이 지친 얼굴로 들어와서는 마자 의자 깊숙히 앉는다.

경선 .. (피곤한)

옆의 컴퓨터의 자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카메라 위로 올라가면, 경선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경선이 지친 얼굴로 앉아서 메일 함에 들어가고 있다.
받은 메일에 <보낸이: 강이규> 가 보인다. 클릭 한다.

이규E 경선아, 며칠후면, 아니 어쩌면 그보다 빨리 남양주의 한 별장에서
시체 하나가 발견 될 꺼다. 그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의 아내야.
하지만, 사고였다.. 오늘 밤 우린 12시 기차를 타고 떠날 꺼야.
곧 잡히겠지, 잠깐이라도 둘만이 함께 있고 싶다..
부탁 하나만 하자, 제발, 우리가 하루라도 더 오래 있을 수
있도록 니가 좀 도와 주라, 미안하다.. 이런 부탁을 해서..

보낸 날짜를 보면 3월 30일이다.
지금 달력을 보면 4월 2일이다.

경선 ???.. (날짜를 계산해보고는) 30일?
31일, 1일, 다같이 있었잖아.. 죽은 건 분명 1일인데.. (???????)

반장, 형사1, 2가 침울한 얼굴로 들어온다.

반장 (경선의 책상을 보곤) 하형사, 집에 연락했지?
형사1 예..
반장 (침통해지는)
경선 ????
반장 부검 결과가 어떻게 나왔다구?
형사1 예, 그러니까 죽은 날짜는 3월 30일 새벽 세시쯤이구요.
다행히도 죽은지 하루만에 발견 돼서 시신의 상태가 양호했습니다.
다른 외상은 없구, 병으로 머리를 얻어맞으면서 병 조각이 뇌 속의
혈관을 끊었다고 합니다.
반장 ?.. 현장에선 병 조각이 발견되지 않았잖아..
(일그러지면서) 이 사람들이! 당장 현장으로 출동 해!
경선 ????

씬61 별장 거실/오후

이규와 서영이 앉아있다. 두 사람 시선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건과 서영의 결혼 사진이 보인다.

서영 .. (보고 있는)
이규 이제 가자.. 어디로든 가자.
서영 (끄덕이는)

두 사람 일어나 나오려는데 문이 열린다. 건이 들어온다.

이,서 !!!!!!!!!!!!... (거의 자지러질 꺼 같은데)
건 어? 두 사람, 여긴 어쩐 일이야?
이,서 ... (기막혀 말이 안나오는데)
건 ... (의미 있는 미소 짓는)

창문 밖으로 경찰 차의 불빛이 보이는가 싶더니,
문이 열리면서 반장과 형사1이 들어온다.
형사1이 들어오자 마자 집안의 구석구석을 보기 시작한다.

이,서,건 ????

집안을 둘러보던 반장이 옆으로 몸을 움직인다.
순간, 반장의 몸이 서있던 건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건은 사라진다.

이,서 !!!!... (보곤 놀라는데)

거의 동시에 반장이 이규와 서영 쪽으로도 간다.
두 사람의 몸도 뚫고 지나간다. 두 사람도 사라진다.
텅 빈 집.. 거실에 건과 서영의 결혼 사진만이 떨어져 있다.
반장, 사진을 올려놓는다. 옆에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이 보인다.
사진 속에 사람은 없고, 빈집만 나와있다.

반장 ?.. (가만 사진을 보는데)
형사1 반장님!.. (병 조각을 주워서 반장에게 보이는)
반장 (끄덕이곤, 집안을 둘러보며) 이서영이 김건을 죽인 건 사고였던
거 같아.. 물론 강이규와 이서영이 죽은 것도 사고지만..
형사1 그 강이규가 하형사 친구라는 거, 혹시 알고 계셨어요?
반장 (슬픈) 언젠가 그런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
형사1 그 날, 왜 하필 같은 날에 하형사는 그 기차를 탔을까요?
반장 .. (참았던 슬픔이 밀려오는)

반장이 슬퍼진 눈으로 가만 집을 둘러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주워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씬62 에필로그/흑백

이규와 서영이 기차역에 서있다.
기차가 막 들어온다. 경선이 멀리서 이규를 보고 달려오고 있다.
경선, 타려는 이규를 잡는다.
자막- <2003년 3월 30일 낮>

이규 !
경선 (숨을 몰아쉬며) 안돼.. 사고였다면 자수하라구 해..
너 이렇게 가면, 살인범 은닉죄로 최소 10년이야.

이규, 잠시 경선을 보다가 빙긋이 웃고는 기차에 탄다.
출발하는 기차.. 경선, 망설이는 듯 하더니 얼른 기차에 올라탄다.
기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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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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