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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2006][안개시정거리] 이현란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11.18|조회수466 목록 댓글 1

[안개시정거리] 이현란

 

 

 

 

 

 

 

 

 

 

S#1. 신문지국 앞 (새벽)

 

어둠 속에 고요하게 잠든 집들. 자욱한 새벽 안개. 짙은 안개로 인한 시정거리 불과 10-20미터.

지국 건물 내부에 켜 놓은 불빛, 지국 앞 도로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다.

윤수, 자전거에 신문을 싣는다. 보급소에서 켜 놓은 라디오 소리. 아나운서 일기예보를 전하고 있다.

 

아나 : (e) 경기 7도, 서울 8도. 서울은 새벽 한 때 짙은 안개로 인한 시정거리는 10미터 이내로 새벽 운전하시는 분께서는

         각별히 안전운전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오늘의 일기예보였습니다.

 

윤수, 자전거에 신문을 잔뜩 싣고 페달을 힘껏 밟고 달린다.

 

 

S#2. 공원 길 (새벽)

 

짙은 안개에 싸인 공원.

윤수,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벤치 쪽으로 시선이 머무는 윤수.

안개 속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벤치에 앉아있는 정효를 본다.

자전거에서 내리는 윤수, 정효와 눈길이 마주친다. 윤수, 훔쳐보다 들킨 사람처럼 얼른 시선을 피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돌아보는 윤수, 정효와 눈이 마주친다. 윤수에게 미소를 짓는 정효.

윤수, 얼어붙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자전거를 비틀거린다.

황급히 자전거 균형을 잡는 윤수, 아쉬운 듯 보곤 힘껏 페달을 밟고 달린다.

 

 

S#3. 주택가

 

신문을 투입하는 윤수.

 

 

S#4. 정효의 집 앞

 

신문 배달하고 빈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윤수. 공원에서 걸어오는 정효.

윤수, 멈춰선다. 정효 집으로 들어가고 윤수, 정효의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다.

서서히 안개 걷히고 희뿌옇게 날이 밝아온다. 안개시정거리 타이틀 뜬다.

 

 

S#5. 신문지국 안

 

전화 통화중인 영수.

 

영수 : 뭐... 일주일만 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어떻게 그래. 일주일 내내 너 대신 신문 돌리랴 출근하랴

         윤수 걔 얼굴이 반쪽 다 됐어. 미안해 죽겠단 말이야.

윤수 : (양복으로 갈아입고 집안과 연결된 문으로 나온다)

영수 : 시꺼! 당장 내일부터 나오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네 마음대로 해. 안 말릴 테니까. (전화를 팍 끊는다)

윤수 : 무슨 일인데?

영수 : 자식이 말이야, 툭 하면 결근이야. 여기가 지 놀이터야?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엿장수 마음대로야 자식이!

윤수 : 그렇다고 화부터 내면 어떡해.

영수 : 골머리 썩이네, 자식이.

윤수 : 출근해.

영수 : 야, 미안해서 어떡하냐. 사람 구할 때까지 당분간 네가 형 좀 도와야겠다.

윤수 : 알았어. 일찍 일어나서 운동도 되고 좋아. 나 신경쓰지 말고 이번엔 천천히 성실한 사람으로 제대로 구해.

영수 : 고맙다!

 

 

S#6. 신문지국 (새벽)

 

새벽 안개 자욱하다. 전단지를 넣고 있는 윤수, 영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기예보.

윤수, 자전거에 신문을 싣고 간다.

 

 

S#7. 공원 (새벽)

 

짙은 안개가 자욱한 공원길. 왈츠곡을 흥얼거리는 여자의 콧노래 소리.

 

정효 : (e) 라..라...라....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려오는 윤수, 문득 자전거를 세우고 소리나는 쪽을 본다.

안개 속에서 팔을 벌리고 왈츠 스텝을 밟고 있는 정효. 모래밭에서 맨발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혼자서 춤을 추고 있다.

짙은 안개 속 정효, 환상적이다. 안개, 정효의 맨발, 바람에 날리는 정효의 긴 머리, 하늘거리는 치마자락.

윤수와 눈이 마주친다. 정효, 윤수를 향해 웃어준다.

윤수,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미소를 짓는다.

 

취객 : (e) 라라라라...

 

정효 앞으로 소주병을 들고 정효 흉내를 내며 다가서는 40대 초반의 취객.

 

취객 : 흐흐... 새벽 산책이신가?

 

정효의 반응이 없자 희쭉 웃으며 정효 앞으로 바짝 다가가 희롱한다.

정효가 움직이는 대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다.

윤수, 뛰어가 취객 앞을 막아선다.

 

취객 : 야, 뭐야 넌?

 

취객, 윤수에게 주먹질을 하다 제풀에 쓰러진다. 달려가 취객을 부축하는 윤수.

 

윤수 : 아저씨! 괜찮으세요?

취객 : 이 자식, 너 나 쳤어?!

 

부축하는 윤수에게 주먹질을 하는 취객. 윤수 재빨리 피하고 윤수에게 소리치는 취객.

윤수, 취객에게 굽신거리며 취객을 공원 입구 쪽으로 데리고 간다.

윤수, 취객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 돌아선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정효.

윤수, 잠시 정효가 섰던 빈 자리를 쳐다보고 서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윤수.

 

 

S#8. 주택가

 

신문을 투입하는 윤수.

 

 

S#9. 정효의 집 앞

 

신문을 돌리고 돌아오는 윤수. 정효의 집 대문이 열려 있다. 윤수, 대문을 닫아 준다.

남은 신문 한 부를 정효 집 담장 위로 휙 던져 넣고 비탈길을 신나게 내려간다.

 

 

S#10. 잡지사 안

 

윤수,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호, 졸고 있는 윤수에게 다가와 피식 웃는다.

이내 윤수 책상에 있는 탁상용 시계를 집어 현재 시각에 알람을 맞추고 책상 위에 놓는다.

이내 꼬끼오! 꼬끼오! 소리를 질러 대는 탁상시계. 일제히 윤수 쪽으로 향하는 잡지사 직원들.

윤수 얼른 눈을 뜨고 허둥지둥 알람단추를 누른다. 키득키득 웃는 직원들.

상호, 윤수 옆에 앉는다.

 

상호 : 밤에 잠 안 자고 뭐 해? 혹시 도둑 장가라도... 아님 도박해?

윤수 : 새벽에 운동해. (기지개를 켜고 몸을 푼다) 아, 깜박 졸았네.

상호 : 적당히 해라. 운동도 좋지만 이렇게 졸다간 찍혀.

윤수 : (탁상용 시계 건전지를 빼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찍힐 일 없지. 내가 조는지 일하는지 아무도 몰라.

상호 : 가 봐. 편집장님이 찾으셔.

 

 

S#11. 편집장실

 

편집장 윤수에게 정효의 명함을 건네고 있다.

윤수, 명함을 받아서 본다. OO미술관 큐레이터 윤정효.

 

편집장 : 다음 주부터 일본이 소장하고 있던 몽유도원도 전시할 모양이야. 그 사람 찾아가서 취재요청하구 사진도 몇 컷 찍어 와.

            이번 전시회에 큐레이터 공이 컸나 봐. 큐레이터들의 직업세계를 파헤쳐 보자구.

윤수 : 유물복원사에 대한 기사는 어떡하구요?

편집장 : 다음 달 특집으로 실으면 되잖아.

윤수 : (짜증이 난다)

편집장 : (무시하고) 취재하고 와서 보고해.

 

 

S#12. 미술관 입구

 

조선시대 회화 전시 현수막 걸려 있다. 카메라를 메고 걸어오는 윤수.

 

정효 : (e) 안견은 이 그림을 3일 만에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S#13. 전시실

 

조선시대 그림 전시중이다. 두리번거리며 전시실로 들어오는 윤수.

 

정효 : (e) 안평대군의 시 한 수를 비롯해 당대의 20여명의 문사들이 쓴 20여편의 찬문이 들어 있구요.

 

관람객들에게 둘러싸여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설명하고 있는 정효.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를 표현한 안견의 몽유도원 중앙 윈도우 속에 전시 중이다.

그림을 설명하고 있는 큐레이터, 정효다!

윤수, 정효를 뚫어져라 본다. 새벽 공원에서 만난 그녀임을 안다.

 

정효 : 몽유도원도는 다른 두루마리 그림 형식과 달리 그림 속의 사건 전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점이

         매우 특이합니다. 왼편의 현실세계와 오른편의 도원세계가 대조를 이루며, 몇 개의 경관이 독립적으로 되어 있으면서도

         큰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보이구요. 이 그림의 또 다른 특징은 왼편의 현실 세계는 정면으로 보고 그렸으나

         오른편 도원세계는 부감법을 사용해 각기 다른 기법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관람객들 속에 섞여 정효의 그림 설명을 듣고 있는 윤수.

정효와 눈이 마주치는 윤수, 아는 체 한다. 정효, 윤수를 갸우뚱 보곤 이내 무시하고 옆 그림이르 이동한다. 윤수, 실망스럽다.

관람객들 정효를 따라 우 몰려가고 윤수, 그 자리에 서 있다.

 

윤수 : (중얼거린다) 분명 봤는데... 기억을 못 하나?

 

 

S#14. 미술관 밖

 

윤수, 카메라와 가방을 창가에 올려 놓고 전시실을 주시하고 서성인다.

전시실에서 걸어나오는 정효. 정효와 눈길이 마주치자 미소를 보내는 윤수.

정효, 잠시 윤수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모른 체 하고 간다. 얼른 카메라와 가방을 챙겨 메고 정효 뒤를 따라가는 윤수.

 

윤수 : 설명 잘 들었어요.

정효 : (낯설게 보면) ?

윤수 : (반가운 미소)

정효 : (표정이 더욱 굳어진다) 무슨 일이시죠?

윤수 : (진짜 모르는구나 미소를 거두고 진지하게) 미술세계 박윤숩니다.

정효 : (그제서야 활짝 웃는다) 아, 어제 전화 주셨던?

윤수 : (정효의 미소에 웃는) 네.

 

활짝 웃는 정효 모습에도 왠지 씁쓸해지는 윤수.

 

 

S#15. 미술관 내 일각

 

윤수, 정효의 얼굴 사진 몇 컷 찍고 있다.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해 가며 취재에 응해 주는 정효.

 

윤수 :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효, 그냥 웃고 윤수, 카메라가방 안에 카메라를 수습해서 넣으며...

 

윤수 : 불면증엔 허브 차가 좋아요.

정효 : (뜨악하게 본다) ?

윤수 : (무안한) 혹... 불면증이 있으시면요.

정효 : (고개를 갸우뚱) ?

윤수 : (정효의 무반응에 끝내 서운해진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윤수, 짐을 챙겨 간다. 정효, 윤수 뒤를 몇 발자국 따라가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윤수를 지켜본다.

윤수, 가다가 돌아본다. 정효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돌아서 간다. 윤수, 정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S#16. 사무실

 

정효,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다. 하영, 서랍정리를 하다 말고 그런 정효를 바라본다.

 

하영 : 왜?

정효 : (생각에서 깨어나) 어, 아냐.

하영 : 아까 그 기자?

정효 : 태도가 친근해. 날 아나? 어디서 봤지? (고개를 갸우뚱)

하영 : 으이구 맹추! 너한테 관심있나 보지, 뭐. 안 가?

정효 : 가.

 

정효, 일어서서 주변을 정리한다.

 

 

S#17. 사진 현상소

 

찰칵찰칵 인화지 잘려 나오는 소리. 정효의 사진 나오고 있다. 잘려 나오는 대로 정효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윤수.

정효의 활짝 웃는 미소.

 

인써트 - 씬7에서 정효의 미소.

 

잠시 멍하니 사진 속 정효의 미소에 빠지는 윤수. 그러다 우울해지는 윤수.

 

 

S#18. 공원 길 (새벽)

 

자전거를 타고 가는 윤수.

 

정효 : (e, 쇼스타코비치 왈츠) 라~라~ 라~라~라라라라....

 

윤수, 멀찍이 자전거를 세우고 지켜본다. 정효의 환상적인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본다.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윤수.

동작을 멈추는 정효. 윤수를 보며 웃는다.

 

 

S#19. 공원 벤치

 

윤수와 정효 나란히 앉아있다. 윤수,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정효를 본다. 정효, 게슴츠레 눈이 감긴다.

윤수, 키스하자는 줄 오해를 해서 민망해 안절부절이다. 정효의 얼굴을 사랑스런 눈길로 보는데 스르르 눈이 감기는 정효.

윤수, 주저하다 용기를 내 천천히 정효 입술 가까이... 키스를 한다.

순간 게슴츠레하던 눈을 다시 뜨는 정효. 정효의 시선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윤수.

정효,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윤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윤수, 조심스럽게 키스를 한다. 윤수, 머리를 쓰다듬던 정효의 손 윤수의 등으로 슬몃 떨어진다.

윤수, 키스를 하다 말고 정효를 본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정효.

윤수, 황당한 표정으로 정효를 살펴본다. 정효를 조심스럽게 흔들어 보는 윤수. 깊은 잠에 빠진 정효.

정효의 심장에 귀를 대 본다. 새근새근 숨 쉬는 소리. 심장 박동소리. 잠을 자는 정효.

윤수, 어이없는 얼굴로 정효를 보고 웃는다. 윤수, 정효가 잠에서 깨지 않게 조심조심 몸을 움직여 잠바를 벗는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정효 몸을 받쳐주는 윤수. 잠바를 정효에게 덮어주는 윤수. 윤수의 어깨에 기대 잠든 정효.

윤수, 자는 정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S#20. 공원 일각 (아침)

 

공원에 운동하는 사람들. 벤치에서 혼자 졸고 있는 윤수.

 

(e) 핸드폰 울리는 소리.

 

윤수 핸드폰 소리에 오싹 몸을 떨며 잠에서 깬다. 핸드폰을 받는 윤수.

 

영수 : (f 버럭) 야! 어떻게 된 거야!

윤수 : (두리번거리며) 어.

영수 : (f) 어떻게 된 거냐니까. 신문 배달 안 됐다구 그 할아버지 아주 새벽부터 난리야!

윤수 : 알았어. 좀 기다리라고 해. 지금 배달 간다구 해.

 

윤수, 핸드폰을 끊고 정효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정효가 앉았던 빈 벤치. 자전거를 타고 쏜살처럼 달려간다.

 

 

S#21. 정효의 방

 

정효, 윤수 잠바를 살펴보고 있다. 멍해지는 정효.

 

 

S#22. 윤수의 방

 

윤수, 방에 기대고 앉아있다.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좋아서 어쩔 둘을 모른다.

영수, 상을 들고 들어온다. 윤수, 그대로 멍하니 앉아있다.

영수, 상을 내려놓고 희쭉 웃고 있는 윤수에 바짝 얼굴을 디밀고 다가간다.

 

영수 : 야!

윤수 : (정신을 차리고) 어.

영수 : (기분좋은 윤수를 보곤) 뭔데?

윤수 : (좋아서 웃기만)

영수 : 정신 빠진 놈!

윤수 : (국을 떠먹다 말고) 저기 형, 불면증을 한방에 잠재우는 방법이 없을까?

영수 : 왜 잠 못 자서 정신 빠진 거야?

윤수 : 어... 나 말구.

영수 : 누구?

윤수 : 있어.

영수 : 너 여자 생겼니?

윤수 : (좋은 내색을 숨기며) 어.

영수 : (좋아하며) 야, 누구야. 어떤 여잔데? 데리고 와 봐. 아니지. 어디 근사한 데서 저녁이나 먹자.

윤수 : (그제서야 싱글벙글) 어.

 

 

S#23. 교보문고

 

서점 내 음반판매 코너. 음반을 고르고 있는 윤수. 바흐 작품 코너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찾는다.

 

 

S#24. 미술관 로비

 

핸드폰 통화중인 정효.

 

정효 : 고마워. 괜찮아. 생일이 뭐라구 내가 뭐 예수님처럼 대단한가. 괜찮대두... 갑자기 일이 생긴 걸 뭐... 이해해. 내일?

 

포장한 씨디를 손에 들고 걸어오는 윤수. 전화 통화중인 정효를 보고 멈춰선다.

 

정효 : 안 그래도 돼. 내년 4월 7일도 내 생일이야. 해마다 챙겨 먹는 생일 한 번 빠져도 돼... 그럼... 알았어.

 

정효, 전화를 끊고 돌아서다 윤수와 마주친다.

쑥스러워하는 윤수. 뭔가 말을 하려고 주저주저하다가.

 

윤수 : 저기... 어젠 왜 (그냥)

정효 : 어제는 전시 준비로 바빠서 도저히 인터뷰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미안해요.

윤수 : 저... 그게... 아니... (우물쭈물하다마는)

 

윤수, 사무적인 정효를 씁쓸하게 본다.

 

 

S#25. 미술관 앞 찻집

 

마주 앉아있는 정효와 윤수.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꾸러미를 정효 앞으로 밀어놓는다. 정효, 뜨악하게 보고.

 

윤수 : 생일 축하해요.

정효 : (놀라며) 어..떻게?

윤수 : (겸연쩍어 머리를 긁적인다) 엿들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아까 로비에서...

정효 : 근데 언제 이걸?

윤수 : 생일인 줄은 몰랐어요. 잠 안 올 때 들으면 좋아서 막상 사긴 했는데... 어떻게 전해주나 고민했어요.

         생일이라니까 쉽네요. 생일 선물로 받아줘요.

정효 : (그런 윤수가 싫지 않다 씨디를 살피고) 골드베르크 변주곡?

윤수 : 불면증에 걸린 러시아 백작께 바흐가 헌정한 곡이에요.

정효 : 그러니까 어른들이 듣는 자장가네요.

윤수 :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구요. 애들도 정서 함양에... 좋죠.

정효 : 고마워요. 잠 안 올 때 들어 볼게요.

윤수 : (흐뭇한) 꼭 그렇게 해요.

 

정효, 웃는.

 

 

S#26. 정효의 방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골드베르크의 고요한 선율. 정효,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음악에 젖어드는 정효. 감미롭고 단아한 챔발로 선율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정효.

 

 

S#27. 정효의 집 앞

 

정효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챔발로 선율. 신문대금 수금을 하고 돌아오던 윤수.

자전거를 세우는 윤수. 정효의 방 밑 담장에 붙어서서 음악을 함께 듣는다.

음악에 젖어들어 눈을 지그시 감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틈에 눈을 뜬다.

문득 정효의 잡 대문에 신문사절이라고 적힌 용지를 본다. 신문사절 용지를 떼고 웃는 윤수.

배달하고 남은 신문 한 부를 정효의 집 마당으로 던져 넣느다.

 

 

S#28. 신문지국 안

 

정효, 화를 내며 영수에게 소리치고 있다.

 

정효 : 제가 몇 번이나 써 붙였잖아요. 신문 넣지 말라구요.

영수 : 아유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그런 일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정효, 쌩하니 나간다. 마침 퇴근해서 들어오던 윤수와 마주친다.

 

정효 : ?

윤수 : !

 

 

S#29. 공원 (낮)

 

정효, 윤수 벤치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윤수 : 배달하고 늘 남아요. 그냥 보시라구 넣어 드렸던 건데.

정효 :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괜한 오해로 형님께 실례를 했네요.

윤수 : ...

정효 : 언젠가 공짜로 들어오는 걸 내버려뒀다가 1년이나 강제구독한 적이 있거든요.

윤수 : (펄쩍 뛰며 오바를 한다) 뭐 그딴 사람들이 다 있어요!

정효 :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

윤수 : (겸연쩍어한다) 다음부터 당하지 마요. 딱 잡아떼요. 오리발! (오리처럼 손으로 주둥이를 만들어 오리 흉내를 낸다)

정효 : (쿡쿡 웃는) 어떻게 오리발을.

윤수 : 그럼 앞으론 그런 일 있음 절 불러요. 제가 대신 켁켁... 얼마든지 내밀어 줄 테니까.

정효 : (계속 웃으며) 윤수씬 정말 재미있고 엉뚱해요.

윤수 : (뾰로통) 쳇! 그 쪽도 엉뚱한 걸로는 만만찮거든요.

정효 : 어머 그래요? 저도 엉뚱해요?

윤수 : (장난) 네.

 

정효, 웃는... 윤수, 정효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S#30. 진료실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영욱. 진료를 받고 있는 정효.

 

영욱 : 수면에 방해 되니까 자기 전에 차나 커피 삼가주시구요. 낮잠도 삼가해 주세요.

정효 : (조심스럽게) 완치는 되나요?

영욱 : 그럼요. 꾸준히 치료하면요.

정효 : 완치되는 데는 얼마나 걸려요?

영욱 : 글쎄 환자마다 차이가 있으니까 뭐라 딱 잘라서 말 못 해요.

정효 : (한숨을 푹 쉰다)...

 

 

S#31. 공원 길 (새벽)

 

안개 속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정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윤수. 자전거를 세워놓고 정효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윤수 : (겸연쩍은) 효과가 없었나 봐요.

정효 : (무표정하게)...

윤수 : 전 무조건 졸립기부터 하던데... 아, 저기 이번 주말에 허브농장 갈래요? 제가 아는 허브농장이 있거든요.

         불면증에 특효인 허브를 많이 키워요.

정효 : (허락하듯 미소를 짓는다)

윤수 : (좋아하며) 10시에 미술관 앞 찻집으로 나와요.

정효 :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윤수 : (미소)

정효 : (일어나 간다)

윤수 : (정효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S#32. 정효의 방

 

외출 준비로 분주한 정효. 옷장에서 옷을 꺼내 이 옷 저 옷 몸에 대 본다.

울리는 핸드폰. 태규다. 핸드폰을 받는 정효.

 

정효 : 어, 태규 씨! 벌써? 알았어.

 

 

S#33. 윤수의 집

 

세면장에서 면도를 하는 윤수.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 윤수. 거울에 비춰보고 신이 났다.

 

 

S#34. 찻집

 

윤수, 정효를 기다리며 창 밖을 보고 있다.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는 정효.

윤수, 정효를 쳐다보며 웃는데... 정효, 윤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윤수, 정효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어 준다.

정효, 신호가 바뀌자 급히 건너온다. 찻집으로 들어오는 정효.

윤수, 정효를 보고 활짝 웃는데... 정효, 윤수를 보지 못하고 태규 자리로 걸어간다.

 

윤수 : 정ㅎ...(굳은 표정으로 정효와 태규를 본다)

정효 : (태규 앞에 앉아 다정하게 군다) 많이 기다렸어?

태규 : (투덜댄다) 왜 이렇게 늦어?

정효 : 미안해.

윤수 : (멍하니 보는)

태규 : 나 시간 없는 거 뻔히 알잖아.

정효 : 아이 미안해. 갑자기 전화해서 나오라니까 이것저것 준비하느라구. 화 풀어 태규씨. 뭐 마실까?

태규 : 너 기다리면서 먼저 마셨어.

정효 : (서운한) ...그래.

 

윤수, 노랗게 질려 자리에 주저앉는다.

정효, 종업원을 불러 차를 시킨다. 화가 난 태규의 비위를 맞추느라 아양을 떨고 있는 정효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는 윤수.

정효와 눈이 마주치는 윤수. 윤수, 얼른 시선을 피하는데 정효, 윤수를 알아보고.

 

정효 : (반가워하며) 어머, 박기자님 아니세요?

윤수 : (복잡한 심경으로 정효를 볼 뿐)

정효 : 여긴 어쩐 일이세요?

윤수 : (태규를 흘끗 본다)

태규 : (핸드폰이 울리자 받으며 자리를 피한다)...

윤수 : (정효를 뚫어져라 본다)

정효 : 안색이 안 좋으세요. 어디 아프세요?

 

윤수,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간다. 정효, 윤수를 걱정스럽게 본다.

태규, 전화를 끊고 걸어오다 윤수에게 시선을 빼앗긴 정효를 본다. 정효 시선을 따라서 윤수를 보는 태규.

정효, 안타까운 눈으로 윤수를 보고 정효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태규.

 

 

S#35. 태규의 오피스텔

 

태규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다.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정효.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냄비에다 톡 깨는데.

 

태규 : 계란은 넣지 마.

정효 : (이미 반쯤 냄비 속으로 들어간 계란을 보고 난처한)...

태규 : (돌아본다)

정효 : (미안해서 배시시 웃고) 미안... 깜박했어... (얼른 냄비를 비우며) 다시 끓일게.

태규 : 됐어. 그냥 먹자.

정효 : (미소를 짓는다) 그래. 계란 넣어 먹는 것도 괜찮아. 근데 왠일이야. 오늘은 다 오케이네.

 

(시간 경과)

TV 앞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정효와 태규. 태규, 병원24시에 고정시켜 놓고 라면을 먹는다.

정효, TV에 빠져있는 태규를 쓸쓸하게 바라본다.

출연자의 인터뷰 화면. 수면장애 환자들의 인터뷰.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내용들.

 

출연자 : 분명 꿈이었다구요. 이혼을 요구하더라구요. 마누라 원망 안 해요.

태규 : (장난으로) 야, 나중에 결혼해서 말이야. 너 말 안 듣고 패 주고 싶으면 자다 일어나서 패고 꿈이라고 우기면 되겠다.

         저 환자처럼. 심각하네, 몽유병이라는 게. 마누라가 저러면 끔찍하긴 하겠다.

정효 : (심각하게) 저 환자처럼 심각한 사람은 드물어.

태규 : (정효를 빤히 쳐다보곤) 아무튼 결혼하기 전에 같이 잠도 자 보고 다 해 봐야 하는 거야. 오늘 여기서 자고 가.

정효 : (화들짝 놀란다)

태규 : 아유 놀라는 것 좀 봐. (장난이다) 혹시... 몽유병?

정효 : (화들짝 놀란다)

태규 : 농담이야. 윤정효가 저런 몹쓸 병에 걸릴 리가 없지.

정효 : 라면 퍼지겠어.

태규 : (후르르 라면을 먹는다)

정효 : (심각하게) 근데 대부분은 완치된대. 꾸준히 치료만 하면.

태규 : (정효를 뜨악하게 보고) 누가 뭐랬어?

정효 : (마음 상해 자신없는 목소리로 작게) 몹쓸 병은 아니라구.

태규 : (뜨악하게 보는)

 

 

S#36. 정효의 집 앞 (밤)

 

소주병 나발을 불고 있는 윤수.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처량하게 앉아있는 윤수의 모습 드러난다. 정효의 집 앞에 멈추는 차.

차에서 내리는 정효. 태규의 차 떠난다. 힘없이 걸어오는 정효. 병나발을 불고 있는 윤수에게 다가간다.

 

정효 : (놀라며) 박기자님!

윤수 :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정효 : (윤수를 부축한다) 어머, 조심하세요. 왠 술을 많이 드셨어요?

윤수 : (비틀거린다)

정효 :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윤수, 어이없는 표정으로 정효를 보고 걸어가다 발이 꼬여 넘어진다. 정효, 윤수에게 달려가 부축한다.

 

정효 : (걱정스러운 눈길로 윤수 얼굴을 살핀다)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윤수 : (넋을 놓고 멍하니) 전 진심이었어요.

정효 : (어리둥절) ?

윤수 : (허망한 눈길로 허공만 본다) ...좋아했었다구요. 진심으로...

정효 :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네?

윤수 : (독백처럼 중얼거린다)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죠?

정효 : (알겠다는 듯 실연을 당했구나) ...

윤수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정효 : (안타까운) 너무... 마음아파하지 마요.

윤수 : (뚫어져라 정효를 본다)

정효 : (시선 둘 곳을 몰라 헤맨다) 언젠가는요. 그 사람도 박기자님 진심 알아 줄 거예요.

윤수 : (눈물이 그렁) ...나쁜 여자!

정효 : (안타까운 눈길로 윤수를 쳐다보는)...

 

윤수, 원망스러운 눈길을 거두고 일어서 걸어간다.

윤수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선 정효. 돌아서 가다 발길을 돌려 윤수를 지켜본다.

 

 

S#37. 정효의 방

 

하영, 잡지책을 뒤지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골드베르크 음악을 듣고 있는 정효.

 

윤수 : (e)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자꾸만 윤수 생각이 떠올라 신경이 쓰이는 정효, 몸을 뒤척이며 지우려고 애를 쓴다. 일어나 전축 스위치를 끈다.

 

하영 : 왜, 좋은데. 오늘은 끝까지 들어보자.

정효 :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다)

하영 : 야, 그 사람이 실연당했는데 왜 네가 실연당한 사람처럼 그래?

정효 : (벌떡 일어나 한숨을 푹 쉰다) 그러게.

하영 : 너... 혹시?

정효 : (괴롭다) 자꾸 신경이 쓰여. 잊어먹자 잊어먹자 잊어먹자, 하루종일 그러구 있으면서 안 잊어먹네.

하영 : 그럼 잊어먹자 잊어먹자 그 생각부터 하지 마. 그러니까 죙일 더 생각나지.

정효 : 그래서 그런가.

 

 

S#38. 정효의 집 근처 주택가

 

신문을 투입하고 있는 준석. 정효의 집 앞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준석.

 

 

S#39. 정효의 집 마당 (아침)

 

추리닝을 입고 나오는 정효. 신문이 없다. 마당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신문이 없다. 실망을 하고 들어가는 정효.

 

 

S#40. 공원 (새벽)

 

준석, 배달을 가는 중이다. 문득 멈추는 준석 모래밭에 쓰러져 있는 여자. 정효 쓰러져 잠들어 있다.

 

준석 : 이봐요! 이봐요!

정효 : (깊은 잠에)

준석 : (부축하다 힘에 부쳐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윤수 형! 큰일났어! 그 여자가 공원에서 쓰러져 있어.

 

준석, 전화를 끊고 정효를 일으켜 세운다. 여전히 잠이 든 정효.

 

 

S#41. 응급실 입구 (새벽)

 

정효를 업고 정신없이 달려오는 윤수와 준석.

 

 

S#42. 응급실 안 (새벽)

 

정효의 상태를 살피는 영욱. 초조하게 정효를 지켜보는 윤수.

 

영욱 : (등을 두들기며) 걱정 마. 지금 깊이 잠든 상태야.

윤수 : (어리둥절)

 

영욱, 나간다. 윤수, 정효를 한 번 보고 영욱을 따라 나간다.

 

윤수 : (e) 램... 수면 장애!?

 

 

S#43. 병원 일각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영욱과 윤수. 윤수, 놀란 눈으로 영욱을 쳐다본다.

 

영욱 : 흔히 몽유병으로 알려져 있어. 가장 깊이 잠든 상태를 램수면이라고 하지. 근데 램수면 장애 환자들은

         근육이 이완되지 않고 잠든 상태에서 걸어다니고 말도 하고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어.

윤수 : (놀라는)

영욱 : 내 환자 중엔 결국 그 문제로 이혼한 부부도 있어. 그 후에도 매일 밤 칼을 들고 윗층에 사는 사람한테 올라가

         행패를 부린다는 거야. 생각다 못해 밤마다 담요 하나 들고 집 근처 야산에 가서 잔대.

         다음날 일어나 보면 온몸이 긁히고 터지고 상처투성이래. 환장하지?

윤수 :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럼... 그 때 일어난 일들은 기억해?

영욱 : 대부분은 기억 못 한다고 보면 돼. 뭐 간혹은 꿈 속에서 일어난 일로 기억하는 환자도 있긴 해. 하지만 극히 드물어.

윤수 : (황당한) ...아냐. 어떻게 알아, 잠자는지...

영욱 : 저 환자 수면장애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 중이야.

윤수 : (믿어지지 않는 듯) ...

영욱 : 안타까워. 내년 결혼할 때까지 꼭 낫게 해 달라고 아주 목을 매. 그게 내 마음대로 되냐구.

 

 

S#44. 병원 복도

 

윤수, 멍하니 걸어온다. 마침 응급실에서 나오는 정효.

윤수, 넋이 빠져 정효를 멍하니 바라본다. 정효, 윤수를 스쳐지나가다 발견하고 멈춘다.

 

정효 : (반갑게) 어머, 박기자님!

윤수 : (멍하니)

정효 : 요즘은 새벽운동 안 하시나 봐요?

윤수 : (복잡한 심경으로 본다)

정효 : (겸연쩍어한다) 신문이 안 들어와서요. 매일 박기자님을 기다렸나봐요.

윤수 : !

정효 : (쑥스러운 웃음) 아니, 박기자님을 기다렸다기보다 그 동안 박기자님이 넣어주시는 신문 보는 일에

         제가 길들여졌던 모양이에요.

윤수 : (슬프게 바라보는)

 

응급실에서 나와서 지나가던 간호사.

 

간호사 : 아직 안 가셨네요. (윤수를 가리키며) 이 분이에요. 윤정효씨 모시고 오신 분요. (간다)

정효 : (윤수를 보는) !

윤수 : (훔쳐보다 들킨 사람처럼 미안해한다)

 

 

S#45. 병원 벤치

 

나란히 앉아 있는 정효와 윤수. 착찹함과 당황함이 깃든 정효와 어색하고 미안한 윤수, 말없이 앉아있다.

 

 

S#46. 정효의 집 거실

 

전화를 받고 있는 정효 모. 태규, 정효 방에 앉아 있는 모습 보인다.

 

정효모 : 알았어... 산책 갔다구 했으니까 얼른 와.

 

 

S#47. 차 안

 

운전을 하는 윤수. 정효, 윤수의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다.

 

정효 : 그냥 오늘은 가라구 그래 줘. 좀 피곤해, 나. 아냐, 바꾸지 마. 내가 전화한다구. 뭐어? ...마음대로 하라고 해, 그럼.

 

정효, 핸드폰을 끊고 윤수에게 핸드폰을 돌려준다. 정효, 괴로운 표정으로 창 밖을 본다.

 

정효 : (문득) 저기... 오늘 저랑 데이트 안 할래요?

윤수 : (놀라 보는)

정효 : (스스로도 황당한) 아...니예요.

윤수 : (담담한)

 

 

S#48. 춘천 가도

 

시원하게 달리는 차.

 

 

S#49. 들판

 

야생화 군락지. 윤수와 정효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다.

 

정효 : 우리 아무것도 못 먹었네요. 배고프죠?

윤수 : 진짜 배고프시겠네.

정효 : 우리 털어볼까요, 얼마 있나?

 

정효, 윤수 호주머니에서 턴다. 정효 백원짜리 세 개. 윤수, 십원짜리 다섯 개 백원짜리 두 개.

윤수, 난처한. 정효, 생각하더니 목걸이를 빼서 윤수에게 준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윤수.

 

정효 : 이거 맡기고 먹을 거 사요.

윤수 : (펄쩍 뛰며) 안 돼요.

정효 : 나중에 찾으면 돼요. 저 때문이잖아요. 얼른요.

윤수 : 말이 돼요?

정효 : 그럼 제가 갔다 올게요. (가는데)

윤수 : (목걸이를 빼앗고) 알았어요.

 

 

S#50. 도로

 

윤수의 차 세워져 있다. 트렁크를 열고 카메라를 가져가는 윤수.

 

 

S#51. 가게

 

먼지가 뽀얗게 앉은 초라한 구멍가게. 카메라를 주인에게 맡기고 빵, 과자, 음료수를 가득 안고 나오는 윤수.

 

 

S#52. 정효의 집 안/밖

 

태규, 나오고 정효 모 뒤따라 나오면서.

 

태규 : 그럼 가 보겠습니다.

정효 모 : 이거 어떡하나 미안해서. 핸드폰 안 가져갔지. 휴일을 종일 사람 기다리다가 에구... 정효 들어오면 전화 넣으라고 할게.

태규 : 네.

 

태규, 집에서 나오다 윤수의 차에서 내리는 정효를 본다. 태규, 놀라 얼른 몸을 숨기고 지켜본다.

 

정효 : 오늘 고마웠어요.

윤수 : 잠깐만요. 손 내 봐요.

정효 : (손을 낸다)

윤수 : (목걸이를 돌려준다) 다음부터 그러지 마요.

정효 : (웃는)

 

정효, 집으로 들어간다. 윤수, 정효 들어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그런 윤수를 보며 화가 치미는 태규.

 

 

S#53. 레스토랑

 

식사를 하고 있는 정효와 태규.

 

태규 : (정효 쳐다보다 대뜸) 우리 결혼할까?

정효 : (표정이 굳어진다)

태규 : 왜, 싫어?

정효 : (당황스럽다) 아... 니, 싫긴... 내년에 하기루 했잖아.

태규 : 혼자 라면으로 떼우는 거 지겹다, 이제.

정효 : (기분이 상해 표정이 굳는다)

태규 : 왜? 빨리 결혼하고 싶어했잖아.

정효 : 빨리 하기 싫은 쪽은 태규 씨였구.

태규 : 그러니까 내 마음만 바꾸면 되잖아. 그 계획 조금만 당기자.

정효 : 밥 해 줄 사람이 필요하면 파출부를 불러. 결혼은 함께 밥을 먹어 줄 사람이 필요할 때 하는 거야.

태규 : 불안해서 그래!

정효 : 뭐어!

태규 : 네 앞에서 얼쩡대는 그 놈이 불안해서.

정효 : (어이없는 듯 보는)

태규 : (정효를 본다)

정효 : 아무튼 올해는 곤란해.

 

 

S#54. 공원 - 몽타주

 

공원 - 벤치에 앉아 정효를 기다리는 윤수 빈 벤치.

정효, 빨간 가디건을 걸치고 벤치에 앉아있는 정효.

신문 배달을 하고 돌아오던 윤수, 정효의 가디건을 주워 든다.

 

 

S#55. 미술관 로비

 

윤수, 가디건을 넣은 쇼핑백을 들고 걸어오다 멈춰선다. 태규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정효.

윤수 쪽으로 걸어오는 태규와 정효. 윤수, 몸을 숨기고 정효와 태규의 모습을 씁쓸하게 본다.

윤수, 쇼핑백을 난감하게 보고 힘없이 걸어나간다.

 

 

S#56. 지국 안

 

윤수, 가디건을 꺼내 무표정하게 보고 있다. 준석, 답답해 죽겠다는 듯 한숨을 푹푹 쉰다.

 

준석 : 그래서 뻔히 눈 앞에서 돌아왔단 말이야?

윤수 : !

준석 : 형 바보야? 가서 말해. 나 당신이랑 공원에서 데이트도 하고 키스도 하고,

         아냐, 키스는 안 되겠다. 잘못하다간 치한으로 몰릴 수도 있겠네.

윤수 : ...

준석 : (가디건을 팍 빼앗으며) 용기없으면 이리 내. 내가 형 대신 말해 줄 테니까.

윤수 : (가디건을 빼앗아 나간다)

 

 

S#57. 찻집

 

윤수, 정효에게 쇼핑백을 밀어준다. 정효,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윤수 : 공원에서요.

정효 : (가디건을 살피고) ...부탁이 있어요. 앞으로 굳이 돌려주시지 않아도 돼요.

윤수 : (뜨악하게 보는데)

정효 : ...성의는 고마운데요. 무서워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 기억조차 없는데...

         이렇게 기억을 떠올리는 일, 힘들고 무서워서요.

윤수 : (무너지는 가슴)

정효 : (괴로워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겁나 죽을 것만 같아요. 아무도 몰라요, 제 심정.

         아침에 일어나면 낯선 남자 잠바를 입고 있지 않...(순간 뚫어져라 윤수를 본다)

 

플래시 백 -

미술관에서 몽유도원도를 설명하고 있는 정효. 정효를 향해 아는 척을 하는 윤수.

 

꾸벅 인사를 하고 후다닥 나가는 정효.

윤수, 참혹해지는 심경으로 정효를 속수무책 바라본다.

 

 

S#58. 정효의 방

 

급히 들어와 침대 밑에서 쇼핑백을 꺼낸다. 생각을 떠올리는 정효.

 

윤수 : (e) 불면증에 허브 차가 좋아요. 불면증이 있으시면요.

 

쇼핑백에 든 윤수의 잠바 꺼내보는 정효, 멍하니.

 

 

S#59. 찻집

 

잠바를 윤수 앞에 내놓는 정효. 윤수, 자신의 잠바를 보고 정효를 바라본다.

 

정효 : 맞아요?

윤수 : (선뜻 대답을 못한다) ...

정효 : (망설이는 윤수를 빤히 본다) 아...닌가요?

윤수 : (조심스럽게) 맞아요. 제 잠바예요.

정효 :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

윤수 : (복잡한 심경으로 쳐다본다)...

정효 : (더듬거린다)...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윤수 : (고개를 꺾는다)...

정효 : (불안하고 초조한) 설마 무...슨... 나쁜 일...이 있진 않았죠?

윤수 : (정효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정효 : (불안감에 어쩔 줄 모른다)...그런 건 아니죠? 그죠?

윤수 : (허망한 눈길로 보는)

정효 :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함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아...저 그러니까... 그...냥 추...위에 떨...고 있으니까...

          벗어주신 거죠? 그뿐이죠?

윤수 : (가슴이 꽉 막혀오는)

정효 : (겁에 질려) 아...닌가요?

윤수 : (담담하게) 맞아요.

정효 : (놀라는데) ...!!!

윤수 : (불안해하는 정효를 아프게 보는)...

 

플래시 백 -

정효와 키스를 하는 윤수의 떨리고 설레이는 표정.

 

윤수 : (e) 벤치에 앉아 추위에 떨고 있길래 제가 벗어...

윤수 : (정효를 응시하고) 드렸습니다. 그뿐입니다. (힘겹게) 아무 일, 없었습니다.

정효 : (긴장이 풀려 의자에 털썩 기대며 안도하며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윤수 : (마음 아픈 내색을 숨긴다)

 

 

S#60. 신문지국 앞 (새벽)

 

어둠 속에 잠든 집들. 자전거에 신문을 싣고 있는 윤수.

천지분간을 못할 정도로 부유하는 안개무리. 불과 10미터 안팎인 시정거리.

보급소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일기예보를 전하는 아나운서 목소리.

짙은 안개로 인한 시정거리 불과 10미터 안팎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일정한 톤으로 전하고 있다.

윤수, 자전거 뒤에 신문을 잔뜩 싣고 페달을 힘껏 밟으며 달리고 있다.

 

 

S#61. 공원 (새벽)

 

짙은 안개가 자욱한 공원길.

정효, 하얀 실내복 차림으로 안개 낀 공원을 배회하는 모습. 오토바이를 탄 불량배1, 2, 3 소리를 지르며 질주하고 있다.

안개 속에서 문득 나타난 정효를 발견한 불량배 고성을 지르며 정효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정효, 무표정하게 보고 섰다.

불량배 1, 오토바이에서 내려 히죽히죽 웃음을 흘리며 정효에게 다가와 손을 잡는 순간!

 

윤수 : (e) 그 손 놔!

 

불량배들 일제히 돌아보면 자전거를 세우고 다가오는 윤수.

불량배 1, 정효를 불량배 2, 3에게 밀쳐놓고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치며 윤수 코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윤수 : 그 여자 놔 줘!

 

순간 윤수의 얼굴로 퍽 날아드는 펀치! 윤수, 힘없이 나가떨어진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불량배 1 : (손을 털며) 야, 이 분께서 심심한가 본데 나 볼 일 좀 볼 때까지 너희들이 좀 놀아줘야겠다.

 

정효, 손을 잡아끌고 공원 숲으로 가는 불량배 1. 몸부림을 치다 머리를 묶은 머리핀이 땅에 떨어진다.

윤수, 불량배에게 잡혀가는 정효를 안타깝게 보고 비틀대며 일어서는데 불량배 2, 3 번갈아가며 윤수를 친다.

윤수, 괴력을 발휘하며 불량배와 치고받고 싸운다. 나가떨어지는 불량배 2, 3.

불량배1, 칼을 꺼내들고 윤수에게 겨누고 다가온다. 칼을 무섭게 휘두르는 불량배1, 허공을 쓱쓱 가르는 칼바람 소리 서늘한데...

윤수, 자전거에 실려 있는 신문을 불량배의 얼굴에 던지며 피한다.

불량배 1, 안면에 붙은 신문을 떼내는 틈을 타 불량배를 때려눕히는 윤수.

불량배 2, 3 정신을 차리고 합세해 윤수를 죽도록 패기 시작한다.

 

윤수 : 얼른 도망가요!

불량배 1 : (e) 야, 잡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윤수의 시선으로 세워진 자전거 바퀴 안개 속으로 스르르 굴러간다.

후다닥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 오토바이 시동거는소리. 굴러가는 오토바이 바퀴.

바닥에 떨어진 정효의 머리핀. 오토바이 바퀴 머리핀을 뭉개고 지나가려는 순간 윤수, 힘겹게 손을 뻗어 머리핀을 손에 꼭 쥔다.

오토바이 바퀴 윤수의 손목 위로 아프게 지나간다. 오토바이 소리 아득하게 멀어지고 스르르 눈이 감기는 윤수.

 

 

S#62. 정효의 집 마당

 

윤수의 자전거 담장 밑에 처박혀 있다.

대문 열리는 소리 태규 들어온다. 태규 들어오다 낯선 자전거를 본다.

 

 

S#63. 정효의 방 (낮)

 

얼굴에 상처가 난 정효.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다.

태규, 정효 상처를 보고

 

태규 : 어디서 이랬어. 그냥 넘어진 상처는 아닌데.

정효 : ...

태규 : (정효의 찢어진 옷을 본다) 어제 무슨 일 있었던 거지?

정효 : (찢어진 옷을 가리는)

태규 : 무슨 일이야?

정효 모 : (차를 내오다) 별 일 아냐. 어제 퇴근길에 공원을 지나다가... 주정뱅이를 만난 모양이야.

             시비를 거는 거... 피하다가... 찢어졌나봐.

태규 : 많이 다쳤잖아요. (창 밖에 놓인 자전거를 보며) 저 자전거는요?

정효 모 : 어... 자전거?...어... 주정뱅이가 타고 왔던 자전거였나 봐. 너무 놀래서 엉겁결에 타고 도망쳤대.

정효 : (정효 모를 쳐다본다)

정효 모 : (난감해한다) 저기 차 마셔.

 

태규, 차를 마시며 자전거를 유심히 본다.

 

 

S#64. 신문지국 안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윤수의 얼굴. 윤수의 웃통을 벗고 등을 드러내고 누워있다.

영수, 윤수의 등에 파스를 붙이는 중이다. 윤수, 붕대감은 손으로 머리핀을 만지작거린다.

영수, 머리핀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린다. 윤수, 영수 눈치를 보며 쓰레기통에서 머리핀을 찾는다.

영수, 열불나 꽝 손바닥으로 파스를 아프게 붙이고

 

윤수 : 아~ 살살 좀 해.

영수 : (더 꽝꽝 두들기며)...

경찰 (e) : 계세요?

 

보면, 경찰 출입문으로 들어온다.

 

경찰 : (신분증을 보여주고) 박윤수 씨 계신가요?

윤수 : (옷을 걸쳐입고) 제가 박윤숩니다.

경찰 : 잠시 서에 같이 좀 가 주셔야겠습니다.

영수 : 서엔 왜요?

경찰 : 어젯밤에 자전거 잃어버리셨죠?

윤수 : 네.

경찰 : 잠시 조사할 게 있으니까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영수 : 아니... 자전거 도둑을 잡았으면 자전거를 돌려주시면 되지, 경찰서엔 왜요?

윤수 : 뭐 확인절차가 있겠지. 갔다올게.

 

경찰을 따라 나가는 윤수. 영수,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본다.

 

 

S#65. 경찰서 내

 

윤수의 자전거 세워져 있다.

태규와 정효 나란히 앉아있고 태규의 옆에 윤수 앉아있다. 윤수의 손목에 붕대가 감겨져 있다.

 

경찰 : 어젯밤 11시에 공원에 간 적이 있죠?

윤수 : (어리둥절) ?

경찰 : 술 취한 당신을 피해서 여기 윤정효 씨가 당신이 타고 온 자전거를 타고 도망을 갔다.

윤수 : 네?

경찰 : 아냐?

윤수 : (정효를 본다)

정효 : (미안해서 고개를 숙인다)

태규 : 죄 짓고 순순히 나 나쁜 놈이요,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자전거로 증건 충분하잖아요.

경찰 : 윤정효 씨, 당신한테 추근거린 사람이 이 사람 맞아요?

정효 : (윤수를 본다)

윤수 : (정효를 본다)

태규 : 여긴 경찰서야. 저 자식 눈치 볼 것 없어. 기억나는 대로만 말해.

윤수 : (정효를 본다)

정효 : (괴로워하며 고개를 숙인다)

윤수 : (말을 못하는 정효를 편안해진 표정으로 바라본다)

경찰 : (정효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윤수를 한심하다는 듯) 쯔쯔... 멀쩡하니 생겨갖구.

         (태규에게) 조사는 저희가 할 테니까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태규 : 네. 가자.

 

태규, 정효 어깨를 감싸고 나간다. 윤수, 그 모습 물끄러미 바라본다.

 

경찰 : (수첩으로 윤수의 돌아간 볼을 한심하다는 듯 툭툭 친다) 쯔쯔... 주민번호 대.

 

 

S#66. 태규의 차 안

 

운전중인 태규. 옆에 멍하니 앉아있는 정효를 보고.

 

태규 : 음악 들을래?

 

태규, 정효 반응이 없자 음악을 튼다. 시끄럽고 경쾌한 음악.

나름대로 정효 기분을 업시킬 요량이었지만 기분이 더 가라앉는 정효.

 

 

S#67. 유치장 안

 

웅크리고 앉아있는 윤수. 문을 따는 소리.

 

경찰 : 박윤수 씨, 나와요!

 

윤수, 나간다.

 

 

S#68. 경찰서 안

 

영수, 자전거를 살피고 준석 자전거에 실렸던 신문을 안고 있다. 불량배 1, 2, 3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준석 : 형!

 

초라한 몰골로 유치장에서 걸어나오는 윤수.

 

영수 : 어떻게 된 거야?

 

경찰, 유치장에서 나오는 윤수를 보고는 보란 듯이 불량배들 머리를 수첩으로 한 대씩 때린다.

 

경찰 : 아유 아유 아유, 네 놈들 때문에 생사람만 잡을 뻔 했잖아.

         (윤수에게)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아니, 본인이 아니라구 혐의를 부인하셔야죠. 독립군도 아니구 그냥 계시면 어떡합니까.

윤수 : 죄송합니다.

경찰 : (굽신거리며 몸둘 바를 모르고) 아니 뭐... 죄송할 거까지야.

 

 

S#69. 미술관 로비

 

사무실에서 걸어나오던 정효. 마주오는 윤수와 마주친다.

정효, 윤수를 보며 긴장을 하는데...

 

윤수 :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짝 웃는다) 안녕하세요?

정효 : (표정이 굳는다) !

윤수 : 지나는 길에 정효 씨 인터뷰 기사 실린 책 전해 주려구요. (책을 준다)

정효 : (책을 받지 않고)

윤수 : (정효 사진이 실린 쪽을 펼쳐서 보여준다) 봐요, 사진 잘 나왔다.

정효 : (빤히 보는)

윤수 : 안 궁금해요? 여자분들은 다들 자기 사진부터 보던데.

정효 :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본다)

윤수 : 저기... 그 날 정효 씨 괴롭힌 불량배들이 잡혔어요. 다행히.

정효 : !!!

 

 

S#70. 술집

 

만취한 정효. 윤수, 술 취한 정효를 어쩌지 못하고 앉아있다.

 

정효 : 나 밉지 않아요?

윤수 : (본다)

정효 : (빤히 들여다보고) 나 때문에 억울할 뻔 했잖아요.

윤수 : 그 날 경찰서에세 너무 반가웠어요. 정효 씨 걱정 많이 했거든요. 그 놈들이 제 자전거로 도망치는 정효 씨를 쫓아갔음

         어떡하나? 그럼 안 되잖아요. 아무리 빨리 도망가도 오토바이보다 빠르지 못할 텐데... 그 생각뿐이었어요.

정효 : 제가 밉죠?

윤수 : ...네... 미워요.

정효 : 아무런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요.

윤수 : 그래서... 미워요.

정효 : 미안해요. 그 사람은 제가 수면장애를 앓는 사실을 몰라요. 말 안 했거든요. 아니, 말 못했어요.

         그래서 경찰서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목이 메인다) 할 수 없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윤수 : (슬픈 눈으로 정효를 바라본다)

정효 : 윤수 씬 운이 나빴지만 전 운이 좋았어요. 윤수 씨 덕분에 무사했어요.

 

 

S#71. 정효의 방 (밤)

 

정효, 골드베르크 변주곡(1곡 아리아)을 틀어놓고 우두커니 앉아있다.

잡지책을 뒤지고 있는 하영.

 

하영 : 행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어. (길게 하품을 하며 시계를 본다) 몇 시야? 아직 4시 되려면 한참이네.

         아, 졸려. 벌써 졸려서 어떡하지?

정효 : (하영을 본다) 그냥 자자.

하영 : 안 돼. 뭐, 기자는 남자 아닌가. 아무 일 없었다는 말 어떻게 믿어.

정효 : (화들짝 놀라) 설마!

하영 : 이상하잖아. 새벽에 만난 게 벌써 몇 번이야. 우연히 매번 만날 수는 없는 거야. 막말로 무슨 짓을 했는지 어떻게 아냐구.

         남자들 밤엔 낮하고 영 딴판인 동물들이야.

정효 : (새파랗게 질리는) 정말 그랬음 어떡하지. 어떡하믄 좋아.

하영 : (심각해지는)

정효 : 어떡하믄 좋아 하영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한다)

하영 : (당황한다) 야,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효 : (점점 더 심란하고 괴로운데)

하영 : 난 재미루. 박기자님은 니가 환자인 줄 알테고. 재미있잖아. 그래서 한 번 맨 정신에 나가보자 했던 거지. 장난으로.

         근데 아무 일 없었다는 거 맞어. 생긴 걸 봐. 순둥이처럼 생겨갖구. 그 사람 거짓말 못하게 생겼잖아.

         아유 졸려. 자자. 정효야.

정효 : (한숨을 푹 쉰다)

 

하영, 침대에 누워 잔다.

정효, 일어서서 불안하게 왔다갔다 한다. 벽시계 2시를 가리키고 있다.

하영, 아직 잠들어 있고 잠을 쫓으며 책을 보고 있는 정효. 잠을 쫓느라 맨손체조를 하고 있는 정효.

벽시계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라면을 먹고 있는 정효.

벽시계 4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효, 보던 책을 덮고 가디건을 걸친다.

 

 

S#72. 공원 일각

 

정효, 잔뜩 긴장을 하고 두리번거리며 걸어온다. 빈 벤치.

정효, 공원 안을 두리번거리며 윤수를 찾는데... 소나무 밑 잔디가 깔린 둔덕 위에 누워있는 윤수.

정효, 윤수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정효, 윤수 옆으로 천천히 다가가 둔덕에 앉는다.

윤수, 정효를 보고 일어난다.

 

윤수 : (쳐다보는)...!

정효 : (쳐다보는)...!

윤수 : (고개를 갸우뚱하고 정효의 눈에 시선을 맞춘다) 달라요. 눈빛이 달라요, 오늘은. 나 알아보는 거죠, 지금?

정효 : (얼른 시선을 피하는)

윤수 : (피하는 시선에 맞추며) 내 말 알아들었어요?

정효 : (멍하니 척)

윤수 : (살피다 실망스러운 듯 둔덕에 다시 눕는다) 거기 누워봐요.

정효 : (화들짝 놀라며 긴장하지만 멍한 척)

윤수 : (빙그레 웃더니) 미안해요. 자꾸 잊게 돼요. 못 알아듣는다는 사실 잊게 돼요.

정효 : (떨려서 말을 못하는데)

윤수 : 가만. (정효를 눕히려는데)

정효 : (주저앉으며 얼굴을 감싼다) 아악!

윤수 : (멀찍히 떨어지며) 놀라지 마요. 괜찮아요. 놀라지 말고 눈을 떠 봐요.

정효 :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윤수를 본다)

윤수 : (빙그레 웃으며) 하늘 보라구요. (직접 정효의 얼굴을 하늘로 향해 돌린다) 소나무 사이로 별들이 예뻐요.

정효 : (하늘을 본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빛나는 별)

윤수 : 생각해 보니까 처음이네요. 이렇게라도 날 알아보는 게... 정효 씬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정효 : ...

윤수 :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요.

정효 : (자신의 오바에 미안한 표정으로 윤수를 본다)

윤수 : (하늘을 보며) 드물어요. 이렇게 별이 제대로 보이는 날은요.

 

윤수 환하게 웃으며 서서 별을 보는데 정효, 그런 아름다운 윤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표정이 편안해지는 정효.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별을 본다. 그런 정효를 바라보는 윤수.

정효, 윤수를 바라본다. 윤수, 정효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정효, 윤수를 향해 미소를 짓고...

 

 

S#73. 정효의 집 마당

 

정효, 대문을 밀고 들어온다. 마당에 뚝 떨어지는 신문. 자전거 멀어지는 소리.

정효, 문을 열고 대문 밖을 내다본다. 자전거를 타고 멀어지는 윤수 모습을 멍하니 보는 정효.

 

 

S#74. 정효의 방 (밤)

 

스탠드를 켜고 자고 있는 정효.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시계.

정효, 눈을 뜨고 시계를 본다. 4시다. 얼른 가디건을 걸치고 나간다. 거울을 한 번 보고...

 

 

S#75. 공원 (새벽)

 

정효와 윤수 나란히 앉아있다.

 

정효 : (윤수를 바라본다)

윤수 : (미소를 짓는다)

정효 : (얼른 시선을 피한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윤수, 잠바를 벗어 정효에게 덮어주고

 

윤수 : 이게요, 방수는 완벽하게 돼요. 됐어요.

정효 : (자상한 윤수를 고마운 눈길로 바라본다)

윤수 : (추워서) 에취!

정효 : (잠바를 벗어 윤수에게 도로 건넨다)

윤수 : 괜찮아요, 난. 이 정도 비에는 끄떡없어요.

 

윤수, 정효에게 잠바를 입혀 주는데 정효 끝내 잠바를 사양한다.

서로 입지 않겠다고 실랑이하다 땅에 떨어져 바람에 쓸려가는 잠바.

놀란 두 사람. 쓸려가는 잠바를 동시에 잡으려다 손을 잡고 마는 정효와 윤수. 순간 화들짝 놀라는 두 사람.

갑자기 기세좋게 쏟아지는 빗줄기. 순식간에 정효와 윤수 비에 흠뻑 젖고 만다.

바람에 쓸려 멀리 날아가는 잠바. 두 사람 젖은 몸을 보고 마주보며 유쾌하게 웃는다.

정효, 팔을 벌려 쏟아지는 비를 보고 빙글빙글 돌며 즐거워한다.

윤수, 정효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곤 정효처럼 따라 빙글빙글 돈다.

두 사람에게 축복처럼 쏟아지는 빗줄기.

 

 

S#76. 동네 약국

 

기침을 해 대며 약사에게 약을 받는 윤수. 정효, 기침을 하며 문을 밀고 들어온다. 윤수와 마주치는 정효.

윤수, 에취! 기침을 한다. 정효, 에취! 대답하듯 기침을 하고. 윤수, 빙그레 웃는다. 정효, 미소를 짓는다.

 

 

S#77. 공원벤치

 

윤수와 정효 벤치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기침을 하는 윤수.

 

윤수 : 어제 비를 좀 맞았어요.

정효 : 저두 비를 맞았어요.

윤수 : (놀란 얼굴로 정효를 본다)

정효 : (윤수를 보고 웃는) ...좋았어요. 비를 맞으며 그렇게 신났던 적은 없었어요.

윤수 : (더욱 놀라며 정효를 본다) ...저두... (행복했던 생각에 목이 메인다) 살면서 그렇게 신났던 적 없었어요.

 

정효, 윤수를 보며 웃는데 태규 정효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온다. 윤수와 나란히 앉은 정효를 보는 태규. 인상이 굳어진다.

태규를 발견하는 정효.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나 간다.

윤수, 놀라 정효를 잡는다.

 

윤수 : 왜 그래요?

정효 : 그만 가야겠어요.

윤수 : (정효 앞을 막고 서서) 왜 그래요?...아악! (면상으로 날아드는 주먹을 맞고 비틀거린다)

태규 : (윤수의 면상으로 주먹을 한 방 더 날린다)

윤수 : (퍽 주저앉는다)

정효 : (놀라며 윤수에게 다가간다) 괜찮아요?

태규 : (정효를 잡아 일으키고 구두발로 윤수를 걷어찬다)

정효 : 태규 씨! 하지 마!

태규 : 비켜! 이런 질 나쁜 새끼는 죽도록 밟아줘야 해. 다시는 추근대지 못하게. (한 방 걷어차곤) 가자.

정효 : (끌려가며 돌아본다)

태규 : 아프다면서 나와 있음 어떡해.

 

윤수, 터진 입술을 닦으며 겨우 일어난다. 정효의 어깨를 감싸고 가는 태규를 원망스럽게 보는 윤수.

 

 

S#78. 신문지국 앞

 

정효, 지국 안을 기웃거린다. 준석과 영수의 모습만 보인다.

영수가 밖으로 나오자 정효 얼른 몸을 숨긴다.

 

 

S#79. 레스토랑

 

식사를 하고 있는 태규와 정효. 정효, 먹는 일에도 시큰둥하다.

 

태규 : 저기... 이사를 하는 게 어때?

정효 : 이사를 왜?

태규 : 동네가 좀 그렇잖아.

정효 : 우리 동네가 어때서. 난 우리 동네 좋아. 정 들었거든.

태규 : 어머니도 좋다고 하셨어.

정효 : 뭐라구!

태규 : 집 내놓으시겠대.

정효 : (어이없다) 왜 태규 씨 마음대로야. 그런 결정을 왜 태규 씨가 해.

태규 : 어머니 의견도 내 의견과 같았어.

정효 :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물어봤어야지. 난 뭐야?

태규 : 집 얻을 돈은 걱정 마. 내가 사 둔 아파트 비우면 되니까.

정효 : (한숨을 쉰다)

 

 

S#80. 정효의 방 (새벽)

 

스탠드를 켜 놓고 정효, 내키지 않는 이삿짐을 싸는 중이다. 거의 짐을 싸는 게 아니라 방을 어질러 놓고 벌렁 눕느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시디를 발견한다. 빙그레 웃곤 음악을 튼다.

의자에 앉아 챔발로의 단아한 선율에 녹아드는 정효. 문득 창 밖을 보는 정효. 공원이 보인다.

늘 정효가 앉아있던 자리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는 윤수. 윤수, 정효 흉내를 내며 왈츠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혼자 춤에 도취된 윤수의 서툰 춤 동작. 그래서 마치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챔발로의 선율에 맞춘 듯 느리게 춤을 추고 있는 윤수.

정효, 갈등을 하다 가디건을 걸치고 황급히 나가는 정효.

 

(e) 윤수의 콧노래 소리. (쇼스타코비치 왈츠를 골드베르크의 느리기 박자에 맞춰 아주 슬픈 느낌으로 변주된)

 

 

S#81. 공원 (새벽)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팔을 벌리고 왈츠를 추고 있는 윤수. 정효, 천천히 걸어와 윤수 앞에 선다.

윤수, 정효를 발견하지 못하고 춤에 몰두를 하며 정효의 생각에 빠져있다.

 

플래시 백 - 씬 20.

혼자 춤을 추고 있는 정효. 물끄러미 지켜보는 윤수.

정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보는 윤수. 정효, 윤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혼자서 춤을 춘다.

 

혼자 춤을 추는 윤수. 천천히 한 손을 뻗어 윤수의 손을 잡아주는 정효.

윤수, 동작을 멈추고 정효를 바라본다. 정효, 윤수가 부르던 춤곡 뒷멜로디를 이어서 흥얼거린다.

서로 한 손만 잡은 채 춤을 추는 윤수와 정효. 윤수, 정효를 끌어당겨 두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정효가 흥얼거리던 쇼스타코비치 왈츠 연주 음악으로 흐른다. 왈츠가 아니라 블루스 수준의 춤.

 

정효 : (웃는다)

윤수 : (믿기지 않는 듯) 이 순간을 꿈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대요. 꿈으로라도 꿔 줘요.

정효 : (가슴아프게 윤수를 바라본다)

윤수 : 지금 정효와 나 기억 못해도 좋아요. 지금 이 순간이 정효씨 꿈일 수만 있다면... 꿈 속에 나타날 수만 있다면...

         날 기억 못해도 좋아요. (목이 메이는)

정효 : (가슴이 아픈)...

윤수 : 그리고 이 꿈에서 깨지 마요.

정효 : (눈물이 글썽이는) 미안해요.

윤수 : (춤을 멈추고 보는) ...정효 씨!

정효 : (울먹이는) 정말 미안해요.

 

정효, 울먹이며 뛰어간다. 윤수, 어리둥절 믿기지 않는 듯 서 있다.

 

 

S#82. 정효의 집 앞

 

이삿짐을 싣고 있는 인부들. 정효 모, 인부들을 지시하고 있고 정효, 계단에 멍하니 앉아있다.

준석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이삿짐을 옮기는 광경을 지켜본다. 급히 달려가는 준석.

 

 

S#83. 동네 길

 

자전거를 타고 오는 윤수. 막 트럭에 올라타는 정효와 정효 모 보인다.

트럭 출발을 한다. 윤수, 온 힘을 다해 트럭 뒤를 따라간다. 점점 멀어지는 트럭 사력을 다해 따라가는 윤수.

트럭 모퉁이를 돈다. 윤수, 자전거 모퉁이를 돌자 트럭 멈춰선다. 트럭에서 내리는 정효.

윤수, 자전거를 아무렇게 집어던지고 다가간다.

 

정효 : 저 이사가요.

윤수 : (안절부절)...

정효 : 그 동안 고마웠어요.

윤수 : (허둥대며 할 말을 못한다)

정효 : 잘 있어요. (간다)

윤수 : (목이 메인) 가지 마요.

정효 : (멈춰선다)...

윤수 : (더듬더듬 막힌 말을 쏟아낸다) 우...리 공...원에서 같이 비 맞고 같이 감기들고... 같이... (말을 잇지 못하는)

정효 : 같이 비 맞고 좋았고 같이 감기들고 좋았어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본 별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게요.

윤수 : (놀라는) ?

정효 : 그 기억들 잊지 않을게요.

윤수 : (놀람, 감격, 안타까움에 떨리는) 당...신은 꿈일지 몰라도... 난 꿈이 아니었다구요.

정효 : 저두 꿈이 아닌 추억으로 기억할게요.

윤수 : (멍하니 바라보는)...

정효 : (윤수를 아프게 바라보고 간다)

 

정효, 트럭에 올라탄다. 사라지는 트럭. 윤수, 멍하니 서 있다.

 

 

S#84. 공원 (새벽)

 

우두커니 앉아있는 윤수.

 

 

S#85. 정효의 새 방

 

벽시계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고 있는 정효. 일어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튼다.

졸립게 흘러가는 음악. 정효,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쏴아 쏟아지는 비. 정효, 창문을 열고 얼굴 흠뻑 비를 맞는다.

 

플래시 백 -

윤수와 비를 흠뻑 맞던 장면.

 

정효, 얼굴에 비를 맞은 채 앉아 있다.

 

 

S#86. 길 (새벽)

 

쏟아지는 비.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정효.

 

 

S#87. 공원 (새벽)

 

쏟아지는 비. 비를 맞고 벤치에 앉아있는 윤수. 윤수, 믿기지 않는 얼굴로 일어선다.

비를 뚫고 달려오는 정효. 정효, 자전거를 팽개치고 다가오고 있는.

윤수, 정효에게 천천히 한 발 두 발 다가가 멈춰선다. 정효와 윤수 비를 맞고 마주서서 바라본다.............엔딩.

 

 

 

 

 

 

 

 

 

 

 

 

 

 

 

 

 

 

 

 

 

 

 

 

 

 

 

 

첨부파일 안개시정거리.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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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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