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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아주 특별한 이별] 박영신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11.21|조회수516 목록 댓글 1

[아주 특별한 이별] 박영신

 

 

 

 

 

 

 

 

 

 

avant title. 병실, (밤)

 

텅 빈 복도를 걸어오는 연우. 연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침대 위 램프만 켜있어, 전체적으로 온화하지만 어두운.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고. 이따금씩 우르릉 거리는 천둥소리 들린다. 카메라 병상을 보면, 병색이 완연하고 지친 엄마,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 엄마의 땀에 배어있는 얼굴. 간간이 고통으로 찡그리며 신음이 새나오고. 연우의 떨리는 손, 엄마의 이마께로 뻗다가 주저하며 오므린다. 연우, 망설여지고... 망을 다잡으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시계의 초침소리 크게 울리고. 연우의 심장소리 점점 빨라진다. 엄마, 고통에 겨워 등 돌려 몸을 구부린다. 연우, 마음을 다잡는듯 심호흡 내쉬고. 엄마의 팔에 꽂혀있는 링겔주사관을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매만지며 따라간다. 주머니에서 주사기 빠져나오고. 주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 연우, 한 손으로 주사관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덜덜 떨면서 주사기를 갖다댄다. 차마 꽂지 못하는 주사기. 이내, 팔을 내리고. 연우, 괴로움으로 고개를 떨군다. 연우의 시선에, 링겔주사기를 꽂은 메마르고, 피부염증에 걸린 엄마의 팔이 보이고. 엄마, 몸을 뒤척이며 고개를 돌리다 연우를 발견한다. 순간, 눈이 마주치는 두 모녀. 엄마, 연우를 보다가 시선을 내리면 주사기를 들고 덜덜 떠는 연우의 손이 보이고. 엄마, 다시 연우를 바라보면 연우, 이를 앙다문채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바라본다. 엄마, 이내 연우의 마음을 읽은양 가만히 손을 내민다. 연우, 주저주저하다 엄마의 손을 맞잡으면 힘껏 쥐는 엄마. 엄마, 손을 풀고 이내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는다. 연우, 심호흡을 하고 다시 주사관을 바라보다 주사기를 관에 꽂는다. 연우, 두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문다. 넣어지는 주사액. 창문을 때리는 천둥소리. 콰광! 연우, 스르르 주저앉아 엄마를 올려보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전도의 그래프. 주저앉은채 울음을 참으며 노려보듯 그래프를 주시하는 연우. 제멋대로 들쭉날쭉 그려지는 그래프의 선들... 그때, 병실 문 벌컥 열리고, 상태 체크하러 들어오던 간호사 2, 그 모습에 놀란 얼굴로 보면. 연우, 놀라 쳐다보다 얼른 주사기를 뒤로 감춘다. 간호사2, 의심의 눈초리로 다가와 엄마를 살펴보면. 연우, 간호사2를 밀치고 엄마를 덮쳐 감싸안으며 연우 안돼! 안돼, 더 이상은 안돼...... 그냥 둬, 제발.... 내버려두란 말이야! 간호사2, 연우를 떠밀지만 역부족인. 심전도를 바라보자,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전도. 간호사2, ‘도와줘요’ 소리치며 계속 연우를 떼어내려하는데. 연우, 막무가내 엄마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심전도, 이내 수평선을 그으며 삐 소리내고. 연우, 그제서야 힘을 빼고 멍하니 바라본다. 이어 소리듣고 달려온 간호사 3,4들에 의해 떼내지고, 의사와 간호사2, 응급처치를 하려하자 연우, 붙잡힌 상태에서 의료진에게 달려들 듯 몸부림치며 소리치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그 표정위로 사이렌소리 오래도록 울리다 잦아들고.... (E)철창 열리고 (끼이익) 닫히는 소리, 쾅!

 

 

S#1. 구치소

 

교도관에 이끌려 철창안으로 들어가는 연우.

구석벽에 기대앉아 두 무릎사이로 고개를 파묻는 연우.

 

연우 : (E)....엄마....엄마.....

 

DIS

 

 

S#2. 몽타쥬 (CUT BACK)

 

엄마, (부감으로)식탁에 앉아(한쪽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김치보시기를 앞에 두고 물 말아 한술 떠 천천히 씹지만, 모래알 씹는 기분. 이내 수저를 놓는다. 연우, 바쁘게 출근준비한 모습으로 냉장고를 활짝 열어보지만 텅 비어있고, 우유를 꺼내 컵에 붓지만 그것마저 없다. 생수를 꺼내 병째 마시는. 안방. 엄마, 한쪽 무릎 세워 앉아 고민 중 이다. 발밑에 놓여있는 의료보험증을 끌어다 펼쳐보면, 피보험자란에 차연우 써 있고, 피부양자란에 ‘김선이’ 써 있다. 연우의 이름을 쓰다듬다가 덮고. 한숨쉬며 다시 갈등. 가방에 넣는다. 연우,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앞에서 정차중. 차안에서 밖을 보면 다정해 보이는 두 부녀가 출근길에 오르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시선쫓다, 늦어서 달려가는 중학생정도의 여학생과 그 뒤에서 도시락통을 들고 쫓아가다 숨에 차 포기하는 엄마의 모습이 잡히자 연우, 못 볼 것 본양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키고. 엄마, 현관을 나와 대문을 향하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낙엽에 걸음 멈추고. 잎 몇 개 안 남은 감나무를 올려다 보다 휘~ 마당을 둘러보면, 쓸쓸함이 묻어나고 그 기분 떨치듯 서둘러 대문을 나선다. 연우, 병원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고.

 

 

S#3. 종합병원로비 (연우가 근무하는)

 

연우, 회진인 듯 동료의사, 간호사들과 함께 병실을 돌고, 회진 끝나면 동료의사 혁과 같이 복도를 걸어온다. 혁 한쪽으로 사라지면 연우 걸음을 옮기다 문득 선다. 그 뒷모습에 카메라가 다가가면 어딘가를 돌아보는 연우,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간다. 엄마, 이모 앉고. 이모, 음료수를 든 채 엄마를 팔꿈치로 치며 눈짓으로 맞은편에 다정하게 손 잡고 앉아있는 노부부를 보라한다. 이모의 눈엔 벌써 부러움이 가득 베어나고. 엄마, 시큰둥하게 힐끗 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살짝살짝, 간간이 시선이 간다... 연우 (천천히 다가가)여길 어쩐일이세요? 이모 옴마마...진짜로 가운 입은게 뽐난다야.... 그랑께 니가 참말로 이 병원 의사선상이란 말이제? 옴마..볼수록 떼깔나네...성님! 좋겄슈. 그래서 이먼딜 고집... 엄마 (말 자르고)잘해, 쫓겨나지 않게 연수 무슨 일 있어요? 이모 (여전히 호들갑)잉...성님이 자꼬 가슴이.... 엄마 (눈짓으로 말을 막고)문병왔어....언제까지 그러고 살건데? 이모, 머쓱해서 빨대로 음료수만 빨고. 연우 어제 오늘 일 아니잖아요... 엄마 (못마땅)쯔쯔...천년만년 에미가 살 것 같지? 이모 잉 그려, 그건 성님말이 맞는겨...화무십일홍이 그냥 있건디? 니나이가 몇인디... 니 얼굴도 삭을때가 훨썩... 연우 오늘따라 갑자기 왜그러세요? 이모 그거야...당최 니얼굴 보기 힘들어 안허냐? 안그려요 성님? 한달에 한 번 눈썹 한 짝 디밀까허니... 연우 12년 동안 남남처럼 살았쟎아요. 새삼스럽게... 엄마 (OL)됐어, 그만해. 연우 언제나 언니때매 머리가 한짐이더니 제 걱정도 하세요? 엄마 니가 내 맘을 알...(말고)근데... 이 병원 다닐만 허냐? 연우 .....? 엄마 (아무렇지도 않게) 니가 다니는 병원이니까... 잘 알 것 같아서. 연우, 뜨악한 표정이다. S#4. 연우의 방. 밤. 어둑신한 방, 창가에 두꺼운 커텐이 쳐있고. 침대와 사이드 탁자, 벽한쪽에 놓여진 오디오, 장식장이 전부인 심플한 분위기의 방. 퇴근한 연우. 퇴근 직후의 일상. 씻으러 들어가면 전화벨 울리고, (E)차연웁니다. 메모남겨주세요...삐... 연희 (E, 다급한)너...진짜 없어? 나, 급히 할 말 있단 말야! 연우, 나와 수화기를 든다. 연우 말해.... 연희 (울먹) 일어나 똑바로 받어, 이 기집애야. 아무리 엄마하고 등지고 산다해도 그렇지 다죽어가는 엄마를 나몰라라 그러고 있니? 연우 (눈도 못뜨는) 띄엄띄엄 말하지 말고, 죽 이어 말해. 누가 죽는다는 거야? 연희 (F)엄마가 니 병원에 다니는 건 알어? 연우 엄마가 왜? 연희 (F)이모한테 금방 전화왔었어. 유방안 3기래! 연우 (눈 번쩍 뜨이는)....!무...무슨 소리야, 대체? 며...몇기라고? 엄마가? 연희 (F)어떡해...!어쩌면 좋아, 이 기집애야... 연우 (믿기지 않는).... 연희 (E)대충 급한 것만 처리하고 귀국할거니까 그때까지라도 너가 엄마곁에 있어. 내말 듣고 있어? 연우 (차츰 생각에 젖는 얼굴이다가 알아챈).....! S#5. 엄마집 안방. 밤 엄마, 문갑을 닦다가 스르르 맥이 빠진듯 손을 내리고. 생각난듯 문갑의 한쪽 서랍에서 마시다 만 소주병을 꺼낸다. 심란할때면 찾았던 양 술잔과 함께 나오는 소주병. 술잔에 한잔 따라마시자 터져 나오는 한숨. S#6. 암쎈타 병동. 밤 화난 얼굴로 문 열고 들어오는 연우. 병적 기록카드, 챠트 등등 뒤져 찾아내고 X-ray 형광판 투시해보고, 엄마의 병을 확인한다. 아득한 표정이 되는 연우. S#7. 연우의 진료실(아침) 분주히 뭔가를 정리하는 연수. 서류들 챙기는데 혁 들어온다. 혁 나 찾았었어? 연우 (대답대신 엄마 진료카드 내보이며)이 환자 상태 어느정도야? 혁 눌러도 아프지 않고, 잘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이미 피부와 가슴근육에 유착한 거 같아. 그건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연우 (돌아서 말 자르며)수술해야 돼? 혁 그렇게 간단치 않아.... 사실 수술하고 나서가 더 문제야. 빨리 제거하는게 급선무지만 혈압도 높고, 심장기능도 버텨줄지... 이대론 수술도 어려워. 연우 알았어. 고마워. (다시 분주히 나가려 하면) 혁 근데 이 환자 누군데? 연우 (나가며)우리 엄마 혁 .... S#8. 마당. 오후. 엄마, 등진채 나무에 겨우살이 준비를 하고 있다. 평상에 널린 가을걷이들, 고추 등등 화난 얼굴로 황당해 하는 연우. 엄마 누구맘대로 가슴을 잘라내! 연우 엄마! 엄마, 낼모래 환갑이야. 가슴한쪽 잘리는게 치명적인 이팔청춘이 아니라구요. 엄마 그래도 싫어. 여자한테 가스은 그냥 가슴이 아냐. 그건... 연우 (말 자르며)여자행세하려고 암미 퍼지게 내버려둔다구요? 엄마가 언제 여자였었어? 엄만 남편도 무색하게 만드는 여장부였잖아. 더구나 지금은 남편도 없는데 뭐가 아쉬워서요. 그렇게 후회될거 왜 그렇게 박대 하셨어요 그럼? 엄마 .....! 연우 (외면하고)엄마가 그날 그렇게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아빤... 엄마 (쏘아보며)그런 넌? 넌 보고만 있었어? 연우 ...! 어차피 이제부터 보호잔 저예요. 이미 동의서에 사인했어요. 엄마 딸자식 노릇 한번 하겠다는 거면 관둬. 맘에 없는 짓 할 거 없다. 연우 엄마가 엄제 그럴 기회라도 줘 보셨어요? 난 그때 겨우 10살이었다구요... 엄마 (동작 멈추고)나가겠다 그런건 너가 먼저였어. 연우 바란것처럼 잡지도 않은 엄마였잖아. 엄마 오냐, 그래... 그래서 지금 이모양 이꼴로 벌받는다. 됐냐? 내가 누우면 당장 한복은 누가짓고 수발은 누가 들어준다고? 연우 수발들 간호사 많어. 맘에 안들면 간병인 구하면 되요. 엄마 빈말이라도 지가 하겠단 소린 못하지... 연우 엄마 닮아 빈말 못하는 성격이잖아. 엄마 그래, 내 평생 호사가 가당키나 하겠냐. 바라지도 않는다. 근데.... 그렇게 안좋은 거야...? 연우 안좋다 누가 그래요? 워낙 나이가 있으니까... 조심하자 그거지. 나, 바빠. 가야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부탁해 놓을게. 엄마 가기나 해.(생각하는 얼굴이다) 연우, 무안한, 나가려 돌아서면 엄마 수술 니가 안해줄거야? 연우, 뜻밖인 듯 뒤돌아 보면 엄마 싫으면 관둬. 재수없어 고생시키지 말구. 연우, 어이없고, 화 풀리지 않은, 대답없이 나가고. 엄마, 연우 나간 대문쪽 쳐다보면 S#9. 변두리 공터, 밤 (회상) 전봇대 불빛 아래서 누군가 기다리는 연우(10살), 가슴께에서 상장을 꺼내 자랑스럽게 보다가 팔로 먼지를 훑어내고 다시 조심스럽게 넣는다. 목을 빼고 아랫길을 내려다 보다가 심심한지, 발로 땅을 톡톡 차며 혼자서 노래를 (작은 별) 부른다. 연우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오더니... 그 때, 화답하듯 술취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따라 부른다. 아버지 (E)왠일인지 별하나 보이지 않고...... 연우 (달려 내려가며)아빠! 파이프 손에 들고, 바바리 차림의 아버지, 비틀대며 올라온다. 아버지 (안으며)어미구, 우리 연우. 들어가 있지. 아빠, 기다렸어? 연우 에이...또 술이야? (목소리 낮추고)엄마, 무지하게 화났는데... 지금 빨래빨고 있어요.(한손으로 힘껏 두드리는 포즈취하며)이렇게 이렇게 방망이질 하면서..... 아버지 (쓸쓸한 웃음) 그건 화난게 아냐... 엄마는 빨래를 빨면 기분이 좋아진데... (심란한 얼굴)그래서 그래...(손잡고 집으로 향해 몇 발짝 떼면) 연우 (가만히 아빠손을 흔들고)아빠... 있잖아... 아버지, 돌아보면. 연우 나 오늘...(상장을 꺼내고) 이거! 아버지 월말고사 우수상. (번쩍 안아올리며) 과연! 우리 연우가 최고구나. 다달이 놓치지않고... 우리 연우 뭐 사줄까? 연우야, 뭐 먹고 싶니? 연우 엄마가 저녁해놓고 기다릴텐데... 아버지 (내려놓고)맨날 먹는 저녁하고 오늘은 달라야지... 아빠하고 단 둘이 축하파티 열까? 연우 정말! 아버지 자..... 어디로 모실까요, 공주님. 분부만 내리십쇼. 연우 음.... 아빠, 나.... 짜장면 먹으면 안돼까? 아버지 자... 소인의 어깨에 오르시지요. (앉으면) 연우 (어께에 오르고, 앞으로 손을 뻗으며)출발! 부녀, 다정하게 작은 별을 노래하며 공터를 내려간다. 연우 (N)엄마에게 내 상장은 떨어져 나간 벽지대신의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빠에겐 언제나 아빠의 금촉 파카만년필에 버금가는 값진 보물이었고 나에게 있어 아빤 늘 동화 속의 키다리 아저씨와 같았다. S#10. 몽타쥬. 중국집 창문으로 통해본 두 부녀. 연우, 입가 짜장 가득 묻히고 쪽쪽 면발을 빨아먹고. 주발을 덮어 이불에 묻고. 초라한 밥상 앞에서 물에 말아 화를 삭이며 연희를 밥먹이는 엄마. 연희, 심상치 않음에 눈치만 보는. 연우, 그릇에 코를 박고 열심히 먹는. 고량주를 마시는 아버지, 쓸쓸한 모습으로 안주없이 술만 자작하는. 주머니에서 작은 봉지를 꺼내 보는. 엄마, 대문 밖에서 노심초사, 화난 얼굴로 기다리고, 파이프를 내미는 아빠. 고개를 흔드는 주인, 깃에 꽂힌 만년필을 턱으로 가리키고. 연우, 아버지와 준인의 눈치를 살핀다. 아빠, 망설이다 천천히 만년필을 뽑아 내미는. 카운터의 주인, 파카만년필을 요리조리 뜯어보다 봐준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S#11. 언덕길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와 통통 뛰며 걷는 연우. 아버지, 자꾸 휘청대자 연우, 재밌다는 듯 아빠처럼 갈짓자로 걷는다. 아버지 (꿀밤 먹이며) 요 녀석이! 연우 헤헤헤... 아빠, 이제 시는 뭘로 써? 아버지 다 쓸 수 있어. 가슴으로 쓰는 거지 펜만 좋다고 써지는게 아니거든? 연우 시쓰는 사람은 다 슬퍼? 아버지 왜? 아버지가 그래 보이니? 연우 아빤 잘 안 웃잖아.... 엄마하고도 그렇고. 나한테도 잘 웃지 않으면서.... 아버지 ..후후...그랬나? 연우 우리 엄마한테 혼나겠다 그지? 아버지 연우야.... 엄마가 무섭니? 연우 아빤 안무서? 아빠도 맨 날 돈 못 벌고 술만 마신다고 혼나면서. 아빤 엄마랑 왜 결혼했어? 사랑했어? 아버지 자식.... 엄만... 착한 사람이야... 그래서 했어. 연우, 아버지의 팔을 어깨에 두르며 언덕길을 오르는 뒤로 아버지 (E)근데 우리 연운 누굴 닮아 이렇게 이쁠까? 연우 (E, 당연스레)그야... 아빠 닮았지... 아버지 (E)아냐... 넌 엄말 닮았어. 니 엄마... 니엄마를 꼭 빼닮았어... 연우 (E)치....나 안해. 엄만 무섭게 생겼단 말야! 두 부녀의 뒷모습에서, 아버지의 허탈한 웃음소리 멀어지며 전봇대 보안등. DIS. S#12. 병실복도. (현실) 천장의 형광불빛들 이동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가는 엄마, 불안한 기색을 애써 참는다. 이모, 따라나오며 눈물을 찍고. 연우, 맞은편에 따라 붙으며 연우 금방 끝날거야. 한숨 주무신다고 생각하세요. 이모 (눈물 찍으며)성님.....성님 어쩐데유..... 연우 (이모에게) 죽으러 가는 거 아니에요. 왜 그래, 이모? (고개돌려) 엄마, 아주 유명하신 선생님이야. 마음 놓아도 돼. 엄마 (불안한)그... 그래, 알어. 설마... 생목숨 끊어놓진 않겠지. 연우 나, 억울해서 엄마 이대로 못 보내니까, 맘 다잡고 정신 놓지마. 응? 엄마 나도 할말 많어야. 엄마, 못마땅하게 연우 본 뒤 고개 돌리고 눈을 감는다. 이모 성님...괜찮유. 겁낼 것 없슈. 까짓거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잖유... 연우, 어이없는 얼굴로 보고. 이모 (못 알아차리고)수술끝나면 연희도 만날 수 있슈. (생각에 다시 울먹이며)그거...보구는 눈감아야쥬.... 엄마, 눈 감은채 고개를 끄덕이고, 이동침대 밀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간호사들. 수술문 닫히고. 이모 (돌아서)목심 내놓고 수술들어가는 길인디, 말 좀 골라 이쁘게 하면 안돼것냐? (흘긴다) 연우 엄만 오기로 살아오신 분이예요. 그 오기 때문에 수술문도 박차고 나오실걸요?(돌아서 간다) 이모 (코를 훔치며)독스런 년....(수술실 쪽 보면) S#13. 수술실. 수술대에 누워있는 엄마. 불안한 듯 눈을 굴리며 내부를 둘러보자. 갑자기 환하게 밝혀지는 수술대 조명. 엄마 불빛인지, 무서움인지, 눈을 질끈 감는다. S#14. 아담한 단독주택. (회상) 낮 주택 전경이 보이다 카메라, 위로 올라가 내려다 보면, 부감으로, 마당을 지나 대문으로 나오는 연우(20세분). 엄마 (E, 화난)너 꼭 이래야겠어? 그만두지 못해! 연우 (E, 맞대응)엄마가 바라는거 아니에요? 내가 언제 엄마 딸이었던적 있어? 난 항상 아빠 딸이었잖아! 엄마 (E)나가는 건 쉬울 지 몰라도 들어오는건 어림없어. 두 번다시 들어올 생각말아! 연우 (E)아무렴요, 내발로 나가지만 내발로 들어올 날은 엄마 생전 없을거야! (E) 쾅! 문 닫히는 소리. S#15. 대문 앞. -바퀴달린 짐 들고 나가는 연우, 노여움으로 차디찬 얼굴이다. -돌아서, 노여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비집고 나오는 걸 악물며 뒤돌아 대문을 노려본다. -기어코 나오는 눈물을 손등으로 쓱 닦고, 독한 얼굴로 골목을 걸어 내려간다. S#16. 병실. 회진인양 혁과 인턴들과 함께 섞여 들어오는 연우. 혁, 친절히 애드립으로 엄망게 기분을 묻고. 연우, 뒤쪽에서 간간이 엄마의 표정을 살펴보기만. 엄마, 마지못한 듯 웃어주며 혁에게 답하고, 연우와 시선이 엇갈리며 서로 보는데 언잖아 보이는 엄마의 표정. S#17. 병실 앞. 간병인, 나와 화를 참지 못한 듯 뭐라 소리지르면. 이모, 미안한 얼굴로 따라 나와 타이르고 달래고. 간병인, 삿대질하며 문에 대고 악담을 퍼붓는. 이모의 손에서 자신의 가방을 나꿔채듯 뺏어들고 가버린다. 이모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하다 연우 진료실 쪽으로 달려간다. S#18. 도로, 연우의 차 안. 화난 얼굴로 운전하는 연우. 이모, 뒤에 탄 채. 이모 벌써 간병인을 몇 번째 갈아치는 거래냐? 성깔이 왠만해야제... 원, 기어이 짐싸서 집으로 가셨어야. 연우 (돌아보고)그러게 처음부터 이모가 해주시면 이런 일 없잖아요? 이모 (손사래치며)옴마? 니엄마랑 의갈릴 소리 하지도 마야. 니엄마처럼 깔끔떠는 양반 일해주고 욕먹기 십상이여. 니엄마 투정.. 저거 무슨 뜻인 줄 증말 모르겄어? 연우 (백미러를 통해 보면)....? 이모 깔끔떠는 건 둘째 문제고... 니엄마 성격에 딸 두고 사람쓰고 싶겄냐? 연우 이모! 엄마랑 저 사일 몰라서 그런 말씀하세요? 이모 글쎄....고거야 니 맘인거고... 너두 그렇제... 하루 한번 코빼기 잠깐 비추는게 말이 되어? 그러고도 자식이여? S#19. 한복집 앞 도로. 연우의 차, 급정거 하며 가게 앞에 선다. 문을 열고 나와 거칠게 문 닫고 가게로 향하는 연우. S#20. 한복집 안 마루방으로 꾸며져 있고 사방 벽에 옷감과 한복이 걸려있다. 한 귀퉁이로 재봉틀이, 파여진 마루 바닥 위로 걸쳐있고 엄마, 재봉틀 돌리고 있다. 연우, 문 열고 들어서 엄마를 보고. 이모, 밖에서 두 사람의 눈치를 보는. 연우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 없어. 의대 가겠다고 재수한달 때도 1년 들어갈 돈이 아까워 날 내몰았으니까... 내가 하는 건 뭐든 그렇게 못마땅하죠?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고 난 자식 아냐? 그래서... 딸자식 노릇하겠달땐 마다하더니, 이젠 자식노릇 안한다 노여우세요? 엄마 (힐끗 보다가 계속 재봉질 만)..... 연우 딸보다 나은 간병인 구해도 마다하면 저더러 어쩌라구요... 엄마 (말 자르며)내가 팔자좋게 사람부리며 누워있을 때냐? 그나마 경기 안 좋아 일감도 드문데, 병원비는 무슨 돈으로 내라고? 연우 수술한지 겨우 5일 지났어요. 수술로 끝나는 병이 아니잖아 이건. 엄마가 병원비 때매 이러시는 거 라구요? 이모시켜 언니한테만 알린 것도 그렇고, 날 골탕 먹일 생각 아니에요? 엄마 너 골탕 먹일 만큼 에미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든? 연우 병원비 걱정말구 시키는데로 하시면 되잖아요. 엄마 이제껏 내 알아서 살았어. 누가 하라 마라해서 하고 안 할 사람 아냐. 연우 제발 고집 좀 피지마. 뭐든 엄마 뜻대로 사는 세상, 아프긴 왜 아팠어요, 그럼? 엄마 누군 아프고 싶어 아퍼? 그러게 누가 수술한다든? 그러다 죽게 내버려뒀음 될 일 아냐? 니 생색에 장단 맞추려 누워있는 줄 알았니? 연우 알았어요, 알았어. 이제부터 내가 간병할테니까 걱정말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입원하세요. 됐죠? 엄마 누가 니 수발 받자고 이래? 너도 맘에 안 들어. 연우 이러다 수술부위 도지면 일하고 싶어도 못해요. 엄마 못함 말지. 억지춘향이로 시중든다고 누가 좋아할 것 같애? 곧 죽어도 잘했다지... 연우 잘못했어요, 잘못했다구요. 그렇다고 남 손타는 것도 싫다며... 그럼 나보고 어쩌라구요? 연우, 가방을 찾고 엄마의 외투를 챙긴다 엄마 빌어먹을 놈의 세상.... 무슨 죄를 졌다고... 끝까지 날 이렇게 고생시키니.... 마지못한 듯 일어나 연우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아 앞서 나가고. S#21. 주택전경, 밤. S#22. 욕실. 엄마,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매만지고, 먹덜미를 훑어내려가다 가슴께를 본다. 만져보다가 심란해지고, 엄마 달려있을 땐 번거롭더니 난 자리라고 허전하네... 연우, 들어오다 그 모습 본다. 엄마, 옷을 여미고 겸연쩍어 엄마 가슴 한 쪽 없다고 사람 영 병신꼴이네. 넌 노크도 모르냐. 벗고 있었으면 어쩔 뻔 했어? 연우 내가 남자유? (사무적으로) 팔운동 계속 하시죠? 안하면 굳어서 팔 못써요. 조금씩 머리위로 드셨다가 오른쪽 팔로 왼쪽 귀 잡을 때까지... 엄마 (빤히 보기만)... 연우 왜요? 엄마 넌 에미가 환자로 밖에 안 보이지? 연우 (아차싶은).... 그래서 어느 의사가 환자 머리도 감겨준대요? 엎드리세요. 엄마, 뜨악하게 보다 숙이면 연우, 샤워기를 엄마 머리에 대고 물을 튼다. 엄마 앗 차거..차갑잖아.... 온돌 맞춘다음에 부어야지! 그 머리로 어찌 의대엔 들어갔을 고. 연우 (참고, 온도 조절 후 부으면)...... 엄마 귀에 물 들어가지 않게 잘 해. 연우 잘 하고 있어요. (샴푸를 발라 거품을 내는데) 엄마 어째 손 목아지에 힘이 그렇게도 없냐? 시원하게 좀 긁어. 연우 머리속 상해. 이제 방사선 치료하면 빠지는게 머릴텐데 지금부터 살살 만지는 버릇 들여야해요. 엄마 빠질 때 빠지더라도 머리가 서도록 좀 긁어봐. 연우 손바닥으로 해도 충분해요. 엄마 환자 비위하나 못 맞추면서... 니 고집대로 하려면 관 둬! 생사람 병신 만들어 머릿속 하나 내 맘대로 긁지도 못하고... 어이구, 내 팔자. 연우 (박박 긁어주며)알았어요. 자요, 자... 이제 시원하세요? 엄마 아퍼! 살살해! S#23. 거실. 소파에 앉은 엄마, 연우가 나오길 기다리며 머리를 매만지는데 고통스러운. 연우, 욕실에서 빤 수건을 가지고 나오면 엄마 (아픈 기색 감추고)그거 널고 이리와 앉아봐. 연우 (베란다에 널고 시선피해 앉는)..... 엄마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줘. 언제까지 살 수 있는 거냐? 연우 (당황)암이라고 다 죽는 거 아니에요. 엄마 너...알고 있지? 그래서 날 피한 거 아냐? 연우 이제 겨우 수술했을 뿐이에요. 엄마 늘그막에 자식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그래. 니애비처럼 무책임하게 세상 떠서 남은 식구들 힘들게 만들기 싫다니까. 연우 (일어서며) 고생해도 엄마 탓 안해, 안 할게. 그러니 이제 그만 아버지 그림자 털어버려요. 아버진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 오죽했으면 자진했을 까 그럼 생각은 안 해봤어? 엄마 니 아버지가 어떤 양반인지 너 몰라 이래? 연우 알아요. 무능한 인텔리에 감상에만 빠져서 되지도 않는 시 나부랭이 쓴다고 처자식 나 몰라라....하루에도 열두 번 엄마 입에서 읊어대는 소리, 하나도 안 잊었어. 엄마 그렇게 잘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 연우 아버지도 괴로웠을 거라곤 생각 안 해? 엄마 괴로워?! 괴롭다고? 나만큼 이나 괴로웠대? 그래서.... 자식새끼 남기고 약을 먹고 죽니? 연우 그러는 엄만 괴로워서 그 미움 나한테 쏟아내셨수? 엄마, 노여운 기세로 연우를 바라보고 S#24. 대문 앞. (회상) (씬 11에 이어진) 연우, 아버지의 팔을 어깨에 두른 채 폴짝폴짝 뛰면서 오면. 엄마(38세분), 두 사람을 번갈아 쏘아본 뒤 뒤돌아 문을 탁 닫고 들어간다. 연우, 엄마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고. 아버지, 착잡한 얼굴. 연우에게 애써 웃음 보이고. S#25. 마루. 안방과 건넌방 사이 작은 마루에서 아버지, 방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으면, 열려진 문으로 베개와 아버지의 물건인 듯 한 소품들이 마루로 날라 온다. 아버지, 피할 생각 없는 듯 날라 오는 물건을 몸으로 받아내고. 엄마, 마루로 나와 아버지의 옷을 잡아 흔들다, 주먹으로 때리며 무너지듯 주저앉아 울고. 묵묵히 엄마 하는 양 그대로 맞는 아버지. 아무생각이 없는 듯, 관심 밖인듯... 건넌방 문을 조금 열고 동정을 살피듯 보는 연우, 연희. 엄마, 그런 아버지에 정 떨어지는 얼굴, 복받치는 감정으로 건넌방으로 들어간다. 아버지, 조용히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연우, 아버지와 엄마를 번갈아 보며 걱정스런 얼굴. S#26. 툇마루. 연우, 상장을 꺼내 반으로 찢으며 눈물 흘리는데 아버지 (E)연우야... 물 좀 떠 오너라. 연우 (손등으로 쓱 닦고)예....가요..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사발에 물을 가득 담아나온다. 조심스럽게 안방으로 들어서고 S#27. 안방 아버지, 앉은뱅이 책상에서 편지를 봉투에 담고, 책상을 비스듬히 등지고 연우를 바라본다. 연우, 물 그릇을 앞에 내 놓으며 눈치를 살피면. 아버지 무서웠니? 괜찮아....아빠가 오늘, 가지 말아야 할 곳엘 갔거든... 엄마한테 맹세했는데, 오늘 안가면 무척 후회할 것 같아서.... 아빠 잘못이야. 연우 ....그렇게 가고 싶었어? 아버지 (스산한 웃음, 고개만 끄덕이고).... 연우 또 갈거야? 아버지 이젠....그런 일 없어. 연우 엄마가 저렇게 화 내는 거 첨 보는데... 나, 여기서 자면 안돼까? 아버지 엄마랑 자.... 아빠 할 일 있어. 어서. 연우, 억지로 일어나 나가는데. 아버지 연우야.... 연우, 돌아보면. 아버지 엄마..... 좋은 사람이야....(쓸쓸히 웃어 보이면) 연우, 마지못해 끄덕이고 나간다. 아버지, 물그릇 들고 돌아서 책상을 보면, 씬 10의 작은 봉지와 편지봉투, 한참을 보다가 작은 봉지를 잡는다. S#28. 마루/마당. 흰 상복을 입은 엄마, 넋나간 얼굴로 마당에 주저앉아 있고. 그 앞에 찢어진 채 흐트러져 있는 편지 조각들. 연희, 장지로 나가는 아버지의 관을 쫓아 엉엉 운다. 연우, 엄마와 관을 번갈아보면서 죄 지은 양 겁먹어 울지도 못하고 마루에 쭈그려 앉아있는. 연우 (E)아버지가 그 물로 약을 타실 거라곤 난 정말 몰랐어....근데... 그게 정말.... S#29. 거실 (현실) 연우, 창가에 서 있고. 엄마, 멀거니 앉아 얘기 듣는. 연우 (엄마를 돌아보며)내 잘못인거야? 엄마 그날... 그렇게 갈 거라곤, 아니... 그런 생각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니... 그렇게 악연 만들고 갈 줄 누가 알았겠어... 연우 내 눈에 비친 아버진 한결같이 약자였고, 엄마는 횡포를 일삼는 폭군이었어. 단지 무능하다는 이유로... 돈 벌어오지 못 한단 이유로...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엄마 넌... 아직 몰라.. 이, 이 가슴 속이 꼬치꼬치 타죽어 붙은 거 넌 몰라. 연우 그날 이후 엄만 나하고 눈 맞추는 일도 피했어. 엄마를 기쁘게 하기위해 공부를 일등해도 소용없고, 상장을 수십장 받아도 소용없었어. 엄마한테 잘 보이는 건 돈 달라 손 내밀지 않는 거. 사달라 떼쓰지 않는거.... 군소리없이 말썽 안 피고, 엄마 손 타지 않게 혼자 알아서 크는 거.... 그거였잖우. 엄마 그러지않곤 니 둘을 어떻게 공부시키라구. 연우 엄만 모르지...? 그래도 언닌 학용품 없어 나처럼 벌서는 일은 없었어.... 항상 언니 것만 사와서 내거라곤 언니가 쓰고 버린 몽당연필뿐이었으니까. 나처럼 생일상 한 번 못 받고 크지도 않았구... 소풍때 맨밥으로 도시락 싸서 가본 일도 없고. 아니, 무엇보다... 머리 한번 쓰다듬은 일 없이 크진 않았지. 엄마 그...그건...니 언닌...샘이 많았잖니... 몸도 약해 학교도 많이 빠지... 연우 (말 자르듯 돌아서 나가며)늦었어요. 주무세요. 엄마, 연우를 바라보면 연우, 그대로 지나쳐 나간다. 엄마 (뒤꼭지에 대고 소리)넌 아직 니 아버질 몰라. 니 아버지가 정말 어떤 인산지... 날 이렇게 만든게 누군데... 엄마, 분개하는 S#30. 병원 현관. 연희, 부른 배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뛰어들어오는. S#31. 방사능 치료실 밖. 유리창 안으로 엄마, 치료 받고 있다. 연우, 밖에서 지켜보며 기다리다 연희를 보고. 연희, 연우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린다. 연우, 엄마를 보다가 잠깐 시계를 들여다보고 연희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S#32. 병원 일각. 의자에 앉아 계속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연희. 연우, 쉐타를 가져다 걸쳐주고 곁에 앉으며 연우 그만해. 태아에도 안 좋아. 연희 넌 걱정도 안되니? 어떻게 그렇게 태연해... 연우 그런다고 낫는게 아니잖아. 형부는 같이 안 왔어? 그 몸으로 비행긴 어떻게 탔어? 연희 각서쓰고 탔지. 그냥 태워주겠어? 연우 용하네. 맨날 약골인 줄만 알았더니...... 연희 넌 도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이모 말 들으니까 한 달에 한 번도 안보고 살았다며? 엄마 성격 한 두해 보며 산 것도 아닌데 꼭 그래야 했어? 연우 (할 말 없는).... 연희 이제야 따져서 뭐해..... 엄마 괜찮은 거야? 연우 (발끝을 내려다 보며)... 괜찮아야지... 연희 무슨 대답이 그리 티미해? 연우 아냐...그런 거... 연희 그럼?.... 걱정 말어. 너보고 엄마 수발들라고 맡기지 않을게. 엄마 낫을 때까지 여기 있을 거야. 간병 내가 맡을 테니까 걱정 마. 연우 (쳐다보면).... 연희 엄마가 그럼 니 수발 받겠니? 뻔해, 너랑 다투느라 울화병만 더 생길걸? 그리구 넌 환자 안 봐? 연우 왜 그렇게 우린 코드가 안 맞을까? 잘 해주려다가도 엄마 어깃장 내는 소리만 들으면.... 연희 그게 아냐... 연우 (다시 보면)....? 연희 넌 엄마랑 똑 닮았어. 같은 극끼린 서로 밀어낸다잖아.... 연우 내가? 말도 안 돼.... S#33. 마루 (씬25의 집), 낮 (회상) 연희 (E)넌 누구에게든 지는 걸 제일 싫어했잖아. 엄마도 그렇고... 그 뿐이야, 뭐든 하면 야무지게 끝맺는 거 똑같잖아? 연희,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비죽대며 나오면, 연우, 코를 쥐고 이부자리를 들고 나온다. 요에 그려져있는 지도. 엄마, 연희에게 밉지 않게 눈 한 번 흘기고 수돗가의 커다란 다라에 담근다. 연우, 쭈그려 앉아 방망이로 자신의 옷가지를 두들겨 qQkf고. 엄마, 그 옆에서 비누거품이 가득한 다라에서 바지 걷어 올리고 열심히 밟는다. 연희, 옆에서 코를 훌쩍이며 보다가 재밌어 보인 듯 따라하는데 발 한쪽 담그자마자 연방 터지는 재채기. 연우, 빨래를 야무지게 짠 뒤 엄마를 주면, 엄마, 탈탈 털어 빨랫줄에 하나씩 널고.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이불호청과 빨래들. 마당 한켠에 놓여진 평상에 대자로 누운 연우와 엄마. 그 사이에 앉아 얇은 이불 둘러쓰고 여전히 코를 들이 마시며 쳐다보는 연희. 연희 (E)엄마의 강한 면 그대로 빼다 박은 건 너고 난, 아버지처럼 마냥 약해 빠져서... 엄만 너가 하는 일이면 항상 미더워하셨어. 따로 둘러볼 필요가 없댔으니까. 연우 (E)그래두 그날... 언니 약먹고 잠들었을 때 엄마한테 엄청 혼난 거 모르지? 연희 (E)왜? 연우 (E)딱지 만드느라 아빠 시쓰다버린 원고지 파지에 손댔다고... 연희 (E)그래... 엄만 충분히 그러실 분이지.. 엄만 아빠 것이라면 지옥도 마다않는 양반이니까. 연우 (E)엄마가? S#34. 병실. 엄마, 지치고 힘겨워하는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다. 연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마 (돌아보지 않은 채) 그 새를 못기다리고 갈 걸 오긴 왜 와? 연우, 들어서다 멈칫. 연희 (뒤따라 들어와)엄마....!(품에 안겨 우는) 엄마 여...연희야....(안는)내새끼... 내새끼 왔구나..... 니가 눈에 밟혀 살 수가 있어야지... 연우, 그 모습에 소외감 느끼며 둘의 모습을 지켜본다. 연희 어디봐...왜 이렇게 부었어... 많이 아파.... 어떡해... 엄마 넌 그 몸으로 여기가 어디라고 그 먼데서 와... 연희 엄마는.... 이렇게 멀리 떨어져있었나 싶어서 오는 내내 울었구만, 이럴 줄 알았으면 캐나다 아니라 지방으로도 이민 안 가는 건데... 엄마 먹기는 잘 먹는 거야? 산모가 이렇게 까칠해서 어쩌누. 연희 그러잖아도... 엄마가 해준 해물전이랑, 백김치 먹구 싶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엄마 그래, 그래... 내가 입덧이 심했는데 넌 오죽 할려구... 이국 만리서 혼자 떨어져 이 무슨 생고생이래... 연희 엄마, 이젠 좀 괜찮아? 수술이 잘 됐다는데... 많이 아팠지... 엄마 됐다, 이제 됐어. 너 봤으니 엄마 소원 풀었어... 이제 눈감을 수 있어... 연우, 어생해서 살며시 나가는. 엄마 당장이라도 널 뭐라도 해먹여야 할 텐데... 온 김에 여기서 몸 풀고 가면 좀 좋을까.... 연희 나야 그러면 좋지... 예지 낳고 산후조리가 시원찮아서... 거긴 산모가 부우면 얼음 갖다 놓고 찜질하래, 글쎄. 엄마 세상에...저...저런 무식한 것들... 그저 뜨거운 온돌에서 몸 지지는게 최곤데... 연희 이제부턴 내가 엄마 간병할거니까 걱정마... 엄마 나을때까지 내가 여기 있을게... 근데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돌아보며)연우야, 엄마 언제 퇴원... 얘 금방 어디갔어? 엄마, 둘러보다, 언짢은... S#35. 복도. 연우, 스테이션을 통과하며 지나치는데 삐삐 울리자 스테이션의 수화기를 든다. 연우 차연웁니다. (사이, 낭패한 얼굴) S#36. 수술실 복도/ 수술실. 연우, 수술복 사림으로 뛰어 들어간다. 의사1, 고개들어 매섭게 쏘아보고. 연우, 눈치보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수술대로 다가선다. 혁, 연우에게 윙크로 눈인사하고. S#37. 수술실 앞. 혁과 연우, 마스크를 벗으며 나오고. 혁 (누구 흉내내듯)차 선생 모친만 이 병원 환자 아닙니다. 연우 (힘없이 웃으며)그만해.... 재미없어. 술이나 한 잔 사 줘. (앞서가면) 혁 (따라가며)어라, 니가 사야지...(고개 갸웃)...? S#38. 포장마차. 밤. 마주앉아 소주 마시는 혁과 연우. 혁 이제 한숨 좀 돌리겠다, 언니왔으면. 연우 글쎄.... 그럴까...? 혁 설마 또 간병하느라 수술시간도 잊을라구. 하긴... 그 연세에 혼자 암쎈타 찾아온거 보고 눈치 챘긴 했지만 천하의 차연우의 혼을 그리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지. 연우 내가 울엄마 딸이란게 놀라울 따름이야. 혁 그거 맞긴 하는 거야? 가끔 널 보면 의사와 환자사이지 모녀같지가 않아. 연우 ...어디서 듣던 소리네...남의 가정사까지 상담하려면 전업하지 그래? 혁 (한잔 들이키고)내일 퇴원하고 본격적으로 방사선 치료 들어 갈거야. 연우 일일이 보고할 필요없어. 어련히 잘 알아서 해줄라구.... 혁 장기전이니까 맘 단단히 먹으라 하는 소리야. 다행히 아직 임파선까진 전이가 안된 거 같으니까. 연우 (술 자작하며)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자기가 말해줄래. (술을 한 번 넘기고) 혁 (그 모습 지켜보며).......? 연우 (다시 술잔 채우며)나도.... 딸 노릇이나 한 번 해보게.... 이쁨받는 딸...(단숨에 넘긴다) S#39. 시장가. 연희, 앞서 걸으며 구경거리라도 난 듯 신이나서 둘러보고. 그 뒤로 연우, 무겁게 짐을 들고 쫓아간다. 연우 (가다말고 서서)꼭 이래야 해? 연희 (뒤돌아) 엄마 생전에, 처음 차리게 될지도 모를 생일상이야. 연우 안 받으신다잖아.. 우리끼리 저녁 간단히 먹고 차라리 엄마하시고 싶은 여행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아? 병중에 무슨 초대야? 연희 너 혼자 있으면 모를까, 나도 나왔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가니? 나중에 그 집 딸들 생전에 상 한번 안차렸네, 어쩌네 욕 먹느니, 지금 하는게 나. 그리구 내가 힘들지 너가 더 힘들어? 잠자코 따라와. (다시 앞서 가며 상인과 흥정하는) 연우 (마뜩찮고)....도대체 뭐가 진짜 위하는 건지 알고나 하는 거야? S#40. 거실. 생일상 거나하게 차려져 있고, 그 둘레에 앉아있는 친지1, 2, 3, 이모, 연우, 연희. ‘수술경과가 좋아 다행이네... 어쩌네..., 얼굴이 좋아보이네, 다 낫았네’하며 애드립 엄마, 피곤이 역력한 얼굴로 마지못해 웃어보이고. 연희의 수선으로 케익의 촛불을 불며 즐거워하는 모습. 연우, 엄마의 표정 하나하나를 주시한다. 연희, 손님 시중을 들러 일어서면 엄마, 잡아 앉히고 대신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연우, 따라가고. S#41. 부엌. 왁자하는 소리 들리고 엄마, 싱크대에 물 틀어놓고 진정시키려는 듯 한참을 가만히 서있는다. 연우, 엄마를 살피며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고. 연우 (앉아서 과일을 깎으며)얼굴도 안 좋은데 그만 들어가요. 엄마 무슨 놈의 약이... 사람속을 이래 뒤집는데.... 괜찮다. 참을 만 해. 의자에 앉아 식탁위의 물을 마시려다 마는. 연우 약 때문에 몸이 계속 노곤할거야. 그냥 들어가 누우래두. 엄마 손님두고 자리에 눕는 경우가 어딨어. 간다음에 누우면 돼. 연우 환자가 우선이지 손님이 먼저유? 이모, 손에 먹을거 들고 희희낙락 들어오며 이모 역시, 연희가 있으니 집안에서 웃음소리도 나네유, 성님. (앉고)연희오고 성님 건강도 나아진거 같쥬? 엄마 (웃음)그러게. 절간같던 집이 오랜만에 사람사는 것 같지? 이모 이참에 연희보고 들어오라 그래유... 연우 형부는 어쩌고요? 이모 (물 따라 마시고)엄마 달랑 남았는데 그것도 못허겄냐? 정 안되면 성님이 연희따라 가두 되잖유, 안 그래유? 연우 (눈으로 엄마의 의중을 살피는)... 엄마 (깍은 과일을 보기좋게 담으며)이 몸으로 내가 거길 가 뭐하게. 이모 아무래도 그 쪽이 이쪽 의술보다 나을 거 아뉴. 그라고 여기서 혼자 있다가 무슨 변이라도 생기면 어쩔뀨. 엄마 혼자 지내는데 익숙해져 누가 곁에 있는 거 귀찮고 싫어. 그냥... 연희가 몸이라도 풀고가면 다행인데... 손주라고 한 번도 안아 키워보지 못 한게 그게 걸리네... 이모 하이구, 알다가도 모를 양반이라니께. 늙은 것도 서러운디 주위에 아무도 없는기 편해유? (일어나나가며)하여간 성님, 속내 사리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께... 연우 (엄마를 가만히 보다, 과일 깎으며)불안하면...제가...와 있어요? 엄마 (힘들게 일어나며)됐다. 무슨 홧병을 또 만들어 주려고? 연우, 과일 깍던 손을 멈추는. S#42. 암병동 치료실. 엄마, 침상에서 누워있으면 간호사, 엄마의 팔에 주사를 찌르며 간호사 이번건 빨간 약이라 아프실거예요. 구토 나오면 말씀하세요. 비닐봉지 가져오셨죠? 엄마 에?...예.... 주사기 찔리자 얼굴을 찡그린다. S#43. 복도. 엄마, 문 열고 나오자 마자 구역질을 하며 벽의 손잡이를 잡고 주저앉는다. 얼른 검은 봉지를 꺼내고 머리를 박는 엄마. 지나는 사람들 쳐다보며 안스런 표정. 입을 막고 방사선과라고 씌여진 복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 초췌하다. S#44. 부엌 식탁. 연희, 식탁에 앉아 해물전 앞에 두고 먹으며. 전화 통화. 연희 (목소리 죽이고)내가 놀며 안가? (사이)도대체 애를 어떻게 봤길래? (사이) 뭐어? 그런 일 있으면 진작에 연락했어야지. 알았어, 곧 갈게. 근데 애는 정말 괜찮은 거지? 여자아이가 얼굴을 긁혀서 어떡해... 이때, 화장실에서 엄마 수건으로 입 닦으며 나오자 연희 여긴 알아서 할테니까 걱정마. 전화세 많이 나오겠다. 그럼 끊어.(끊고) 엄마 한서방이냐? 연희 으...응, 엄마 좀 어떠냐고... 엄마 나야 뭐 항상 이렇지... 힘들대지? 연희 (어색하게 웃기만).... S#45. 회의실 연우, 문 열고 들어서고, 혁, 촬영사진을 연우에게 주자. 연우 이게 뭐야? 이거때매 오란거야? 혁 얼마전에 찍은 본스캔이야. 연우 본스캔은 왜?(꺼내 보는)....! 혁 미안하다.... 연우 너...너! 이런 말 없었잖아! 혁 타목시펜이 효과가 없어서 혹시나 했는데... 연우 (사진을 확구기며 창가로 가 서는).... S#46. 주차장 연우의 차안. 밤. 연우, 핸들을 잡고 망설이는 혁 (E)임파선은 물론이고 뼈에까지 전이가 된 것 같아... 연우 (E)재수술할래.... 이렇게는 안 돼. 이렇게 가실 순 없어. 혁 (E)의미가 있을까? 연우 (E)그렇다구 속수무책 죽을 때까지 기다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해 볼 수 있는 데까진 다 할 거야. 조금이라도 연장해줘, 응? 연우, 시동걸고 출발하는. (E)초인종 S#47. 거실 엄마, 앉은채로 몸을 질질 끌며 장식장을 닦고 있다. 간간이 팔 다리를 주무르고. 연희, 비디오를 보며 과일을 먹는. 연우 문도 안 잠그고 뭐하...(들어서다 그 모습 보고, 엄마의 걸레를 빼앗아 던지고) 제발 누워 좀 있으세요. 파출부를 불러 시키든지, 나를 불러 시키면 될 걸 꼭 이렇게 궁상을 떠셔야 해요? 엄마 얘...얘가? 연우 언닌 뭐하고 있는 거야? 쉬러 온거야, 놀러 온거야? 한가지만 정해서 가던지 있던지 하라구. 이럴려고 왔으면 돌아가. 연희 어머머? 얘가 아주 날 몹쓸 애로 만드네... 엄마가 저렇게 움직이는 건 그 만큼... 연우 그 만큼 뭐? 암이 그렇게 우스운 병인 줄 알어? 감기몸살 쯤 되는 줄 알아? 엄마 내가 하고싶어 그랬어. 누워있기 싫어 내가 움직인 거야. 누워있으면 더 아파서 뭐라도 움직이면서 아픈거 잊으려 그랬어. 근데, 왜 언니는 잡고 난리야, 넌 날 위해서 뭘 얼마큼 했다고! 연우 엄마...!(할 말 잃는).... 엄마 그래... 같이 살지도 않음서 엄청 위해준다 너. 누가 들으면 너 진짜 효년줄 알겠어? 연우 그럼 내가 어째야 하는데? 내가 어떡해야 엄마 맘에 드는데? 엄마가 언제 내 마음 알아주기나 했어? 엄마 이렇게 속 뒤집어 놓는 거라면 니 마음 몰라도 돼. 하나 반갑지 않아. 연희 그만해요, 엄마. 너두 그만해. 왜 또 그래? 자, 내가 할게, 그러면 되지?(걸레를 다시 빼앗아 들고 닦는) 연우 그래, 늘 이랬어. 언니랑 다퉈도 끝내는 엄마랑 싸움이 되고 엄마랑 싸우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지. 오붓한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이럴려고 하진 않았는데... 매번 엄마랑은 정말 안되네...(화를 억누르고)다음 주에 재입원하셔야 해요. 준비하세요. 그 말 전하러 왔어. 연희 수술경과 좋다며, 이건 무슨 소리야? 연우 야...약이... 듣질 않았어. 효과가 없었대요. 연희 그럼 재입원하면 어떻게 되는데? 엄마 그럴거 없다. 니 말대로 후회할 짓 안하게 사실대로 말해. 연우 통원치료로... 집중적인 치료가 안 됐어...효과가 좋다는 약이 새로 나왔으니까... 엄마 아니! 멀쩡히 있다가 족고 싶지 않다. 죽을 준비라도 하게 해줘. 연우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에요. 재 수술받고 좀 더...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연희 장기 입원해야 하는 거니? 연우 (고개만 끄덕이고).... 연희, 어쩌나 곤란해 생각하는. 엄마 난 싫다! 연희 엄마...연우 말 들어요. 입원해 있으면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 안 뺏기고 몸도 덜 피곤하고... 나도 여기 계속 있을 수 없잖아... 한서방도 몇 달째 혼자 가게 지키는 거 나 몰라라 할 수 없구... 예지는 어떡해... 그러잖아도 다리 부러져 나만 찾는데 가지도 못하고... 엄마 가..가려구? 그...그렇구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누... 요즘 내가 내 정신이 아니다. 내 몸 하나 추스르지도 못하는데 여기서 니 몸까지 푸는 것도 골치겠어... 그래... 준비해서 어서 가. 애 떼놓고 너무 오래 있었다. 연희 엄마.... 꼭 그렇단 얘기가 아니라... 엄마 괜찮아....괜찮아... 엄마, 방으로 들어가고. 연희 (속상한, 돌아보며)아주 안 좋은 거니? 연우, 닫혀진 방문을 바라보고. S#48. 베란다. 낮.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 병색이 완연하다. 연우, 짐 들고 나오다 그 모습 보는. 연우 엄마... 그만 가요. 엄마 (기운 없는) 나... 안 가고 싶다. 여기서 죽고 싶어. 연우 ....엄마답지 않게 돼 그래? 어차피 언닌 갈 사람 아니유. 엄마 그러게.... 누가 뭐래든.... 오도카니 주저앉아 화분의 잎을 닦아주는 엄마의 등 굽은 뒷모습. DIS. 연우의 씁쓸한 얼굴. S#49. 치료실. 방사선 치료 받고 나오는 두건 쓴 엄마. 구토로 화장실을 찾는. S#50. 화장실. 입가를 물로 닦고 거울을 들여다본다. 퀭한 눈. 엄마, 목을 따라 옷을 들춰보면 환자복 밖으로 나온 부위 여기저기에 보라색 물감이 그려져 있다. 손으로 지우려 문지르다 자신의 손을 보면 메마르고 거친 손과 피부염증으로 흉한 팔. 깊은 한숨이 새나오며 스르르 벽에 기대어 주저앉는. 혁 (E)휴직계 냈다고? S#51. 병원 산책로. 혁, 연우 걸으며 연우 딸 노릇 한 번 해 볼려구...제대로 될까 모르겠지만. 혁 의사를 포기했으니 남은 건 딸 노릇 뿐이잖아. 연우 (자조적 웃음)그런가... 혁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너 답지 않게. 연우 울 엄마 일엔 나... 영, 자신 없어.... 같이 있기만 하면 부딪히는데... 이러다가 눈 감으실 때까지 싸우다 가면 어쩌나 겁도 나... 혁 병간호가 어디 쉬운 일인가... 잘 알겠지만 약 때문에 신경이 몹시 날카로울꺼야. 구토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고통 때문에 잠도 못자고... 너라도 마음 단단히 먹어. 재수술은 받으시겠대? 연우 받도록 해야지. 매번 엄마한테 내쳐지는데... 솔직히... 도망가고 싶을 뿐이다. 혁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너 뿐이잖아. 너만한 딸이 또 어딨다구. 연우 후후....어디 딸로 여기셨어야지.... (E) 쨍그랑, 식기 판 던지는 소리 S#52. 병실. 엄마, 노여운 얼굴로 입가를 손 등으로 쓱쓱 문지르고, 손등의 주사바늘을 뽑아 던지는. 연우, 어이없는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연우 왜...왜 이러세요? 엄마 싫어, 이제 약도, 치료도 다 싫어. 어차피 죽을 거 그냥 곱게 보내줘. 낫지도 않는걸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면 나 하고픈데로 살다 죽게 해줘. 연우 이런다고 좋아질 것도 없잖아요. 나아지고 있어요. 낫고 있다고. 엄마 너, 내가 무식하다고 우습게 보는 거냐? 연수 엄마...신경 예민해지는 거 약 때문에 그래. 담당의사가 그랬어. 그건 나아진다는 뜻이야. 엄마 그런다고 내가 속을 것 같아! 너... 내가 이모양 되니까 꼬소하지? 그동안 설음밥 먹었다고 나 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연우 엄마...! 엄마 내가 니 간호 받는다고 감격해서 엎드려 울 줄 알았어? 간호해서 낫는 병 아니라고 수술대로만 몰아가려는 속셈이 뭔데? 내 몸을 망가뜨려야 분이 풀린다는 거야? 그런거야? 연우 (지지 않고)복수한다 생각할 만큼 날 서럽게하긴 하신 모양이네요? 얼마큼 날 괴롭혀야 눈 감고 갈 것 같은데! 엄마 나도 너한테 할만큼 했어. 난 너한테 대접 받을 자격 있다구! 연우 (식기와 음식물을 치우며)예... 어련하실려구요. 그래서 그렇게 믿던 딸 자식 가자마자 저한테 행패세요? 그렇게 아쉬울 거 왜 못 잡으셨어요? 엄마 공연히 내 딸 고생을 왜 시켜? 연우 그만해요, 제발. 지겹지도 않아? 언제까지 편갈라 싸우실건데요? 난 엄마딸 아님 누구야.....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딸이라도 돼? 엄마 (말 못하고 굳은 얼굴로 시선 돌리는)..... 연우 ....엄마...? 엄마....! 엄마 (마주보고)그래. 넌 내 딸이 아냐. 내 배 아퍼 난 자식은 연희 뿐이야. 그래서 난 너 싫어! 싫다구! 연우 ....! 엄마 생전 보도 못한 남의 여자 딸이라 싫구, 그 여자만 사랑한 니 아버지 딸이라 싫어! 연우 그...그게...무슨 뜻이야? 엄마 그날... 니 아버지... 가지 말라고 그렇게 붙잡고 빌었는데도 끝내 갔다온게 어딘 줄 알어? 니 엄마, 영안실에 있는 니 엄마한테 였어. 연우 ......! S#53. 안방 (씬 27의) 아버지, 이부자리 한켠으로 걷으면, 엄마, 세숫대야와 양치질 물을 들고 들어와 아버지 앞에 놓는다. 아버지, 무심한 얼굴로 받아서 세수를 하고. 지켜보는 엄마, 사랑이 그득 담긴 얼굴이다. 엄마 (E)겨우 한글만 띈 나하고 결혼하겠다는 네 아버지가 이상했지. 그래도 워낙 가난한 집안이라 그러려니 했다. 신혼이라해도 살가운데 없이 무덤덤한게 성격이려니 했고, 그저 무식한 여편네라고 구박 않고 무시 않는 게 고마워서 하늘같이 떠받들며 살았어. S#54. 마루 (씬 28의). 밤. 고주망태로 널부러지는 아버지. 엄마, 방안에서 신발도 신지 않고 부엌으로 내달린다. 이내, 꿀물을 타와 일으켜 아버질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준다. 엄마, 아버지의 옷가지며 양말을 벗겨주는데. 아버지 (괴로워 몸부림치며)숙현아... 숙현아... 엄마 (벗겨주던 손이 멈추고).... 엄마 (E)잘난 남편 만났으니 그 정도 바람은 누구나 한 번쯤 피는 거라 여겼다. 근데... 그게 아니었어. S#55. 병식. (현실) 연우, 믿기지 않은 얼굴로 침대가에 (엄마 발치께에 등돌려)서 있다. 엄마 죽자사자 좋아하는 사이 억지로 갈라놔 그런가... 니 아버진 니 엄마 걱정에 글 한 줄 시 한자 쓰지도 못했다. 아무리 여자 집안 몰래 학비대주고 자기때매 불행하게 된 여자래도 그렇지... 핏덩이 너 데려오고도 자식도 눈에 안 들어왔어. 못잊어 술 먹고, 니 엄마 만나느라 번 돈도 못 가져왔어. 보고도 못본척, 알고도 모른척... 10년이고 20년이고 언제고 내게 올거라 믿고 그렇게 살았는데... 니 아버지... 기어이 니 엄마 보고와서 그 날 그렇게 한 날 떠나더라. 10년을 한결같이 참고 기다리며 널 키웠는데 차마... 저승길도 혼자 못 보내 함께 가주더라고... ******인서트******* 아버지 (E)아빠가 오늘, 가지 말아야 할 곳엘 갔거든... 엄마한ㅌ 맹세했는데, 오늘 안가면 무척 후회할 것 같아서... 아빠 잘못이야. ****************** 연우, 배신감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엄마 니 아버지.... 한번도, 단 한 번도 날 아내로 여기지 않았다. 난 그저 니 아버지 허기 채워주는 밥순이였고, 빨래해주는 세탁부였어. 가락지 하나없이 시작한 결혼이어도 좋았고,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가끔씩 들려주는 시 한 수가 고마워 바보처럼 웃어줬는데.... 가슴속에 평생 다른 여잘 담아 두고 산 니 아버질 내가 어째야 하겠니... 그 딸을 내가 어쨌으면 좋았겠어... 떠맡은 책임감 때매 죽지도 못하고 산 내속이 어쨌겠냐구 ******인서트******* 연우 (E)아빤 엄마랑 왜 결혼했어? 사랑했어? 아버지 (E)자식... 엄만... 착한 사람이야... 그래서 했어. ***************** 연우, 강하게 도리질하다 연우 (엄마곁으로 다가와) 그... 그러지마! 엄마..... 아무리 나 싫다고... 그... 그런 거짓말... 나 안 믿어. 난 엄마 닮았다는데... 엄마랑 같아서 서로 밀어내는 것 뿐이랬어... (붙잡아 흔들며) 엄마.... 사실대로 말해. 그냥... 사는게 힘들어서 그랬다고... 돈 못버는 아버지가 미워서... 아니, 아버지가 약 먹게 물 떠다준 게 미워서 그랬다고 해... 그것 때문이지? 나, 지금 속상하라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제발 엄마.... 제발 그렇다고 말해....! 엄마, 외면한 채 고개 돌리고. S#56. 옥상. 밤. 바람을 맞으며 화난 얼굴로 먼 곳을 응시하며 서 있는 연우. 아버지 (E)근데 우리 연운 누굴 닮아 이렇게 이쁠까? 연우 (E, 당연스레)그야... 아빠 닮았지... 아버지 (E)아냐... 넌 엄말 닮았어. 니 엄마... 니 엄마를 꼭 빼닮았어... 연우 (E)치... 나 안 해. 엄만 무섭게 생겼단 말야! 아버지의 말 계속 에코우 되면서 (엄말 닮았어....) 연우,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다 분노에 찬 얼굴로 바뀌고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악물지만 역부족이다.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싹싹 지우지만, 분노와 이해, 연민으로 감정이 설키는... 연우 아아악! S#57. 연우 방. 밤 연수 생각에 잠겨있다. S#58. 병실 생각에 잠겨있는 엄마. S#59. 연우 방 흐느끼는 연수 S#60. 몽타주. 고통에 몸부림치는 엄마의 팔을 주무르며 달래는 연우. 서로 시선을 피한채 엄마의 식사시중을 드는 연우. 한 모금 넘기고 이내 도리질 하는 엄마. 계속 들이미는 연우. 마지못해 더 뜨지만 먹자마자 다시 토하는 엄마. 안스런 얼굴로 닦아주는 연우. 새벽시장에서 전복을 고르는 연우. 조리책을 보며 전복죽을 끓이는 연우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치료실로 가는 연우. 보조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는 연우. 그 모습을 안쓰럽게 보는 엄마, 통증에 이불로 입을 막고 돌아눕는다. S#61. 복도 창가. 엄마, 휠체어에 타고. 연우 밀고 가는데 엄마, 해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해바라기하듯 창밖을 바라본다. 연우, 멈추어 같이 창밖을 보면 S#62. 한강 고수부지 일각. (혹은 병원 뜰 일각) 한켠에 차 세워져 있고. 엄마, 숄을 걸치고, 휠ㅊ어에 앉아 햇살을 맞고 있다. 연우, 그 옆에 앉아서 잔디를 손으로 뽑고. 엄마 (고개 돌려 연우를 보고) 애써 나왔는데 왜 자꾸 뜯어 괴롭혀. 무슨 할 말 있어? 연우 .... 엄마 너 할 말 있으면 삐죽대고 그랬잖아... 기운없어, 어서 말해. 연우 (여전히 잔디를 뽑으며)엄마... 나.... 많이 미웠우? 엄마 (연우를 보며)자식, 낳은 정으로 키우는 줄 알아?.... 내 젖가슴은 온통 니차지였었어. 연우 (그제야 엄말보면).... 엄마 옴지락 거리는 손으로 내 젖을 꽉잡고 놓칠 않았어. 눈 맞혀주면 먹다가도 웃어주고. 연희는 내 젖이 안 맞아 고생했는데 넌 젖살이 뽀얗게 올랐지. 그래서 날 많이 닮았나? 엄마가 언제 여자였던 적 있냐구?.... 너 젖먹일 때 뿐이었을까... 그래, 니 아버지도 날 여자로 안 느껴 그랬나 보다.... 연우, 엄마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면. 엄마, 담담하게 멀리 하늘을 물들어놓은 노을에 시선 던지고. 노을 속 두 모녀의 실루엣 S#63. 병실 안 욕실. 엄마, 머리에 쓴 두건을 벗어보면 빠져 있는 머리. 빈약한 머리나마 정리하고 다시 두건을 쓴다. 이를 닦으려 팔을 들기가 고통스러운... 쭈그려 앉아 고개를 숙이고 이를 닦는다.(뒷모습으로) S#64. 병실. 엄마, 욕실에서 나와 침대로 올라가다 달력에 시선주는. 달력 가까이 가서 손으로 짚어본다. S#65. 안방. 제사상 차려져 있고, 연우, 엄마가 시키는 데로 음식을 갖다 놓는다. 주발에 담은 밥 그릇을 놓으면, 엄마, 또 하나의 주발을 연우에게 내민다. 연우 (놀라 받아들며)아버지 제사라며.... 엄마 (모른척)잠자코 시키는 데로 해. 자식이면서 엄마건 빼는게 말이 돼? 나 죽어도 그래라. 이제부턴 니가 이렇게 해야 해. 잘 봐둬. 연우 .....!(엄마를 바라보면) 엄마 한날이라 번거롭지 않아 다행이네... (모른척 다른 음식을 상 위에 놓고.) 연우, 울음 삼키고... 밥그릇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수저를 꽂는다. 엄마 시간됐다. 향 피워라. 연우, 향을 피워 꽂고. 엄마, 술을 따라 주며 엄마 어서 절해.... 첫 인사 아니냐... 연우, 애써 울음을 참으며 주저주저 하며 엄마를 보면 엄마, 말없이 고개를 숙여 시선을 외면하고. 연우, 입술을 깨물며 절을 올리면. 엄마 이젠 매년 손 붙잡고 둘이 함께 오구려. 다음 부턴 연우가 불러 모실거유... 집 바뀌었다고 헤매지 말구 잘 찾아와요. 그리고... 연우, 좋은 사람 만나게 위에서 잘 점지해 주슈. 연우, 고개도 못 들고 그대로 숙이고. 엄마 마지막으로... 내 부탁도 들어줘요. 그냥... 편하게, 애 고생시키지 말구 자다가 그 길로 가게 해줘요. 그 뿐이우. 연우, 그대로 엎드려 소리 죽여 우는. S#66. 동 장소. 밤. 불 꺼져 있고. 엄마와 연우, 함께 누워있는. 엄마 으으으... 고통에 어쩔 줄 몰라하는, 돌아눕고, 등을 구부리고.. 몸을 뒤척이는 연우 (잠에서 깨며)어... 엄마! 많이 아퍼?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안 아프게 해 줄게... 불을 키고, 의료가방에서 몰핀을 꺼내 주사한다. 엄마, 고통에 겨워하고. 연우, 주사를 빼고, 몸을 안아 주무르며 연우 됐어, 됐어 엄마. 조금만 참아. 이젠 괜찮아질거야. 엄마 (도리질)으으으....으으으... 연우 엄마.... 제발....! S#67. 안방/ 마루 엄마, 안방문 열고 기어 나오며 화장실로 향하는. 연우, 뒤따라 나와 화장실로가 세숫대야를 가지고 오는. 엄마, 구토하고... 가슴을 뜯으며 고통에 몸부림... 연우, 수건으로 엄마의 임가를 닦으며 엄마를 안으면 엄마, 귀찮은 듯 뿌리치고. 저만치 온 몸을 작게작게 오므리기만... 연우, 다시 다가가 안으며 주무르면, 엄마, 또 뿌리쳐 저만치 몸을 웅크리는. 연우, 속수무책 벽에 기대 울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S#68. 달리는 구급차. 아침. S#69. 응급실 복도. 이동침대에 산소호흡기를 쓰고 실려가는 엄마. 연우, 다급한 얼굴로 쫓아가는. S#70. 응급실 연우, 엄마의 몸을 붙잡고 연우 간호사! 간호사! 몰핀 빨리, 빨리! 혁, 함께 달려오고. 간호사2, 달려와 몰핀을 주사하면. 엄마, 조금씩 뒤척이던 몸을 진정시킨다. 연우 미리 약국에서 몇 개 더 타오면 안돼요? 간호사2 규정상 그럴 수.... 연우 남는 건 수간호사한테 돌려줄께요... 간호사2, 난처한 듯 혁을 바라보면 혁 내가 사인할께요. 간호사2 (망설이다)....정 그러시다면... 정확히 서류에 기재해 주시고 꼭 반납해 주세요. 연우 그럴께요, 고마워요. 혁, 사인해서 간호사2 주고. S#71. 로비 전화박스. 연우, 떨리는 손을 진정하며 단추를 누르고. 연우 여...여보세요? 언니? 언제 올 수 있어? (사이)상황이 급하단 말야! 지금으로선 하루도 보장 못 해! 연희 (E)형부가... 출장중이야... 나두 내일 동서랑 병원가야 할 판인데... 어쩌니... 어떻게, 조금만 더 연장할 수 없대니.....? 연우 의사가 하느님이야?! 죽을 만큼 아픈게 어떤건지나 알어! 끊고 돌아서지만, 결심 못하고 괴로운. S#72. 병실복도. 엄마, 이동침대에 누워 병실로 옮겨지고. 연우, 엄마의 곁을 따라 가는데. 간호사2, 마주치자. 연우, 간호사2에게 다가서고. 간호사2 (주저하며 몰핀 2병을 건네며)정말 이래도 괜찮은지 모르겠어요.... 연우 문제 안 생기게 할께요. 고마워요. (뒤돌아 간다) S#73. 병실. 멀리서 조금씩 우르릉 거리는 천둥소리 낮게 들리고. 엄마, 고비를 넘긴 듯 누워 잠들어 있고. 연우, 지치고 넋이 나간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면. 야위고, 핼쓱한 몸. 여기저기 물든 피멍과 주사자국, 약물들. 연우, 가만히 엄마의 손을 쓰다듬으며 연우 엄마... 지금은 안 돼... 이러고 가면 난 어떡해... 내가 갚을 기횐 줘야지.... 이러지마... 이런 법은 없어... 엄마 (깨나는).... 여...연우야... 연우 응, 엄마. 나 여기 있어. 연우 여기 있어. 엄마 (일으켜 세워 달래서 앉고)이제 그만 날 내버려둬. 이대로... 가게 해줘... 연우 안돼! 안돼. 그럴 수 없어. 그런 소리 하지마. 엄마 (고개를 천천히 흔들고)날... 날 위해서... (울며)아파..... 너무 .... 아파....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 연우야... 나... 편히 죽고 싶어... 연우 어... 엄마....! 엄마 이제 그만 아프고 싶어... 몰핀으로 연명하느니... 그냥 죽게 해줘... 한번만... 한번만 내 부탁 들어 줘... 연우 난..... 난 어떡해!... 이제 겨우 엄마 딸처럼 하는데... 엄마, 한번만 더 참자. 한 번만 날 좀 생각해서... 딱 한번만... 엄마 제발, 니가 날 좀 봐줘. 엄말 위해서... 니 엄마라면 어쩌겠니... 내가 니 친엄마라면... 연우 ......! S#74. 복도 창가. 밤. 창밖의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불빛들 간간이 깜박이고. 연우, 밖에 시선 둔 채 울음을 삼키며 갈등하는. **인써트. (씬 67)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엄마. 속수무책 바라만 보고 있는 연우의 모습 (씬 73)울며 하소연하는 엄마의 얼굴 *********** 혁 (E, 씬 46)의미가 있을까? 엄마 (E)제발, 엄말 위해서... 니 엄마라면 어쩌겠니... 내가 니 친엄마라면... 연우, 두 눈을 질끈 감고 터지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다가 마음을 굳힌 듯 눈을 뜬다. 이를 질끈 악물고. 심호흡으로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복도 스테이션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는 연우. 바라보면 비어있는 스테이션. S#75. 복도 스테이션. 시계 새벽 3시 47분을 가리키고. 연우, 주위를 살피고, 천천히 다가가 서랍을 뒤진다. 연우, 어느 한 서랍 열면, 주사기 나오고..... 연우, 얼른 꺼내 주머니에 숨기는. S#76. 병실. (AVANT TITLE 과 같은) 연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침대 위 램프만 켜있어, 전체적으로 온화하지만 어두운.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고. 이따금씩 우르릉 거리는 천둥소리 들린다. 카메라 병상을 보면, 병색이 완연하고 지친 엄마, 눈을 감은 채 누워 있다. 엄마의 땀에 배어있는 얼굴. 간간이 고통으로 찡그리며 신음이 새나오고. 연우의 떨리는 손, 엄마의 이마께로 뻗다가 주저하며 오므린다. 연우, 망설여지고... 맘을 다잡으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본다. 시계의 초침소리 크게 울리고. 연우의 심장소리 점점 빨라진다. 엄마, 고통에 겨워 등 돌려 몸을 구부린다. 연우, 마음을 다잡는듯 심호흡 내쉬고. 엄마의 팔에 꽂혀있는 링겔주사관을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매만지며 따라간다. 주머니에서 주사기 빠져나오고. 주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 연우, 한 손으로 주사관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덜덜 떨면서 주사기를 갖다댄다. 차마 꽂지 못하는 주사기. 이내, 팔을 내리고. 연우, 괴로움으로 고개를 떨군다. 연우의 시선에, 링겔주사기를 꽂은 메마르고, 피부염증에 걸린 엄마의 팔이 보이고. 엄마, 몸을 뒤척이며 고개를 돌리다 연우를 발견한다. 순간, 눈이 마주치는 두 모녀. 엄마, 연우를 보다가 시선을 내리면 주사기를 들고 덜덜 떠는 연우의 손이 보이고. 엄마, 다시 연우를 바라보면 연우, 이를 앙다문채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바라본다. 엄마, 이내 연우의 마음을 읽은양 가만히 손을 내민다. 연우, 주저주저하다 엄마의 손을 맞잡으면 힘껏 쥐는 엄마. 엄마, 손을 풀고 이내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는다. 연우, 심호흡을 하고 다시 주사관을 바라보다 주사기를 관에 꽂는다. 연우, 두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문다. 넣어지는 주사액. 창문을 때리는 천둥소리. 콰광! 연우, 스르르 주저앉아 엄마를 올려보면,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전도의 그래프. 주저앉은채 울음을 참으며 노려보듯 그래프를 주시하는 연우. 제멋대로 들쭉날쭉 그려지는 그래프의 선들... 그때, 병실 문 벌컥 열리고, 상태 체크하러 들어오던 간호사 2, 그 모습에 놀란 얼굴로 보면. 연우, 놀라 쳐다보다 얼른 주사기를 뒤로 감춘다. 간호사2, 의심의 눈초리로 다가와 엄마를 살펴보면. 연우, 간호사2를 밀치고 엄마를 덮쳐 감싸안으며 연우 안돼! 안돼, 더 이상은 안돼...... 그냥 둬, 제발.... 내버려두란 말이야! 간호사2, 연우를 떠밀지만 역부족인. 심전도를 바라보자,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전도. 간호사2, ‘도와줘요’ 소리치며 계속 연우를 떼어내려하는데. 연우, 막무가내 엄마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심전도, 이내 수평선을 그으며 삐 소리내고. 연우, 그제서야 힘을 빼고 멍하니 바라본다. 이어 소리듣고 달려온 간호사 3,4들에 의해 떼내지고, 의사와 간호사2, 응급처치를 하려하자 연우, 붙잡힌 상태에서 의료진에게 달려들 듯 몸부림치며 소리. 연우 엄마... 엄마...! 다음엔 내 딸로 태어나. 내가 못 해준거 다 갚을 수 있게. 꼭 그렇게 만나.... 그래 절대... 나, 용서하지마! 연우,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얼굴에서 스톱 모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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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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