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살인자] 서미애
1. 거리. (늦은 밤)
인적은 없고 자동차만이 오가는 도심의 거리.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함께 쓰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와 남자
그들 앞에 서는 택시. 남자, 문을 열어 여자를 태운다.
문이 닫히고 여자, 창 너머로 손을 흔들면 출발하는 택시
택시 지나가면 전면에 보이는 학원. 막 끝났는지 학생들 쏟아져 나오고
그 아이들 틈에서 나오는 하린과 친구.
현관 앞에서 쏟아지는 비에 난감해 하다가 책가방으로 머리를 가리며
뛰어가는 하린과 친구
2. 재구의 집. 거실
아담한 빌라 거실. 어둡다. 소파에 쪼그리고 잠든 재구.
내려치는 천둥.. 번개..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재구
고개를 흔들어 정신 차리는 재구, 빗소리에 창밖을 본다.
갑자기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는 재구
주방 의자에 걸어둔 검은 후드잠바를 걸치고 현관에서 신발 신는다.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집 나서는 재구
3. 주택가 골목길
가로등 불빛 밖 누군가 어둠속에 서있다. (어깨아래만 보이는 정도)
잠바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슬쩍 빼면 잭나이프가 보이고
골목입구, 비를 피해 가방으로 머리 가리고 뛰어오는 여자(씬1의)
인기척 느끼자 잭나이프 꺼내 칼날을 세우는 검은 잠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어둠속으로 완전히 숨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로등 불빛을 지나 어둠속으로 걸어오는 여자
순간 여자의 입을 막으며 벽으로 밀어 부치는 검은 잠바.
놀란 여자, 눈이 커지고
번뜩이는 칼날 허공을 가르면
충격으로 굳어지는 여자의 얼굴.
몇 번 허공을 가르는 손놀림에 고통스럽게 스르르 주저앉는 여자
천천히 가로등 불빛 아래로 쓰러진다
바닥에 쓰러진 여자의 눈앞으로 살인자의 구두가 서있다, 지나가고
여자,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멀어지는 검은 잠바를 쳐다보면
그 위에 더욱 거세게 쏟아지는 비..
타이틀 - 반가운 살인자
비오는 골목을 뛰어가는 남자, 모퉁이를 돌아서면
뛰어오던 하린, 부딪치면서 놀라 소리를 지른다.
하린: 아악-
재구: 하린아.
하린: 아, 아빠.. 놀랬잖아.
재구: (얼른 우산 펴서 씌워주며) 그렇게 앞을 가리고 오니까 부딪치지.
전화하지?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구?
하린: (얼른 재구 우산 속으로 들어가 팔짱 끼는)전화 안해도 이렇게 왔잖아?
재구: 야, 비 다 맞겠다. 얼른 니 우산 써.
하린: 싫어, 아빠랑 같이 쓰고 갈래.
재구, 하는 수 없이 하린을 감싸 안고 걸어간다.
재구와 함께 가는 게 즐겁기만 한 하린
4. 골목길. 사건현장 (이른 아침)
웅성거리고 있는 사람들.
수사선 안쪽에서 현장 사진을 찍고 있는 이형사
강형사, 사체 주변을 살펴본다.
이형사: 역시 없죠? 이 놈 지능범이예요. 하필 비오는 날을 골라 범행하는 것도
다 증거 없앨려고 그런거라니까요.
강형사: (시선은 주변을 살피며)그럼 왜 하필 목요일인데?
이형사: 그거야.. 그날이 비번인가 부죠.
강형사: (허리 펴고 일어나며)틀렸어. 어쩌다 보니 그런거야
이형사: (약간 어이 없는)예? 아니 벌써 몇 번짼데..
강형사: 정확히 목요일이 언제부터야 수요일밤 11시 59분에서 땡!
일분 지나면 목요일이야 아님 수요일이야?
이형사: 그거야..그것도 그러네.
강형사: 처음 한두 번은 우연이었겠지. 그걸 목요일의 연쇄살인이니 뭐니 하면서
신문이다 방송이다 떠들어 대니까 범인도 목요일을 의식하게 된거구.
이형사: (그런가? 갸우뚱)
그 때 피해자 가족들 전경의 안내로 사체를 확인하고는, 통곡을 한다...
웅성웅성하는 구경꾼들...
강형사: (주변 사람들 보며) 아, 그만 들 돌아가세요. 뭔 좋은 구경이라고
그렇게들 봐요?
강형사, 손으로 사람들 ?으며 골목길 입구를 쳐다본다. 뭔가 발견한 듯
다가가는 강형사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올리는 강형사. 반으로 조각난 하트 모양의 핸드폰 줄
찬찬히 보는 강형사의 번뜩이는 눈.
5. 재구의 집. 거실
서둘러 식탁에 아침 차리는 은정
소파에 누워 잠든 재구가 못마땅한 듯 노려보다 소리 지르는
은정: 하린아- 얼른 나와. 엄마 늦었어.
그 소리에 부스스 소파에서 일어나 앉는 재구
교복차림의 하린, 가방 들고 자기 방에서 나오는데
은정: 도대체 몇 번을 불러야 되니? 니가 어린애야? 중학생이 됐으면 이젠 알아서
좀 척척 해야지.
하린: (자리에 앉으며)..알았어. 그만 좀 해.
은정: (안방으로 가 핸드백 들고 나가는)도무지 애나 어른이나 보탬이 안돼..
하린: 엄만 안 먹어요?
은정: 늦었어.
나가려다가 하품하고 있는 재구에게 다가오는 은정
재구 앞에 명함 건네는 은정
재구, 졸린 듯 눈 비비며 쳐다보면
은정: 가봐, 장담은 못하지만 일단 면접은 보게 해준다고 했어.
재구: (물끄러미 명함보는)....
은정: 전화해서 내 얘기 하면 약속시간 잡아줄꺼야. 뭐해, 안 받어?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꺼야? 뭐래도 다시 시작해야 할 꺼 아냐?
(보다가 지갑에서 지폐 몇 장 꺼내 같이 주는)하린 아빠, 나 늦었어.
재구, 하는 수 없이 받는다
못마땅한 듯 보며 나가는 은정
하린, 재구의 눈치 보며 밥 먹는다.
재구, 습관처럼 리모콘으로 텔레비전 켜놓고 식탁 쪽으로 걸어간다.
식탁위에 명함 던져놓고 물 따라 마시는 재구
형사들이 수사하는 현장 모습 보이고
뉴스앵커: 비 오는 목요일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어제 밤 11시경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인이 칼에 찔려 숨졌 습니다.
화면에 동네 모습이 비치자 놀라는 하린
재구, 의아해서 화면과 하린 얼굴 번갈아 본다.
재구: 왜?
뉴스앵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발생지점이 주택가의 막다른 골목인 점과 비교적 통행량 이 있는 시간에도 대담하게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현장과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이거나 주위를 배회하는 불량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중입니 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 배경처럼 깔리며
하린: 저기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재구: (그제야 화면 보고)그러네..어제 밤이면.. 우리랑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
하린: (몸서리치며)으.. 아빠-
재구: (놀라 굳은 얼굴로)하린아, 너 뒤-
하린: 아악-
재구 쪽으로 도망쳐 와 보고 그제야 장난인줄 알고 재구 때리는 하린
하린: 아빠, 미워
재구: 자식, 겁 많은 건 여전하네. 아빠가 같이 있는데 뭐가 무서워?
하린: 몰라, 나 밥 언치면 아빠 책임이야.
재구: 알았어. 화 풀어. 그러니까 어제처럼 늦었을 때는 집에 전화하란 말이야 알았어?
하린: 치, 난 어쩌다 한번이잖아. 맨날 엄마가 늦지.
식탁위에 놓여있는 명함 쳐다보는 재구.
6. 경찰서
비닐 봉투 안에 든 증거물을 쳐다보고 있는 강형사
재구의 핸드폰에 매달려 있던 하트 반쪽이다.
하트를 뒤집어 보면 뒤쪽에는 ‘정.신’이라고 세로로 적혀있다
옆에 와 앉는 이형사
이형사: (강형사 손에 들린 거 보고) 그건 뭐예요?
강형사: 사건 현장에 떨어져 있던 물건이야.
이형사: 예? 증거품이잖아요? 지문은?
강형사: (고개 저으며)이게 사건과 관련이 있는거라면 증거품이겠지만..
이형사: 무슨 소리예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봐야죠. 어디 봐요. (이리저리 살피며)정신?
정신통일 뭐 그런건가?
강형사: (뺏으며)하트에다 정신통일이라고 쓰는 사람도 있냐?
반쪽 하트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강형사
7. 빌딩 앞
어깨에 기운 빼고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재구.
은정이 준 명함을 꺼내 보다 씁쓸하게 웃는 재구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한 듯 멍하니 서있는 재구
8. 한강 고수부지
이력서를 접어서 종이 비행기를 만드는 재구.
종이 비행기 날아가 길가에 떨어지면 그 종이를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 자전거
재구, 보다가 일어나 종이 줍는다.
어느새 구겨지고 흙투성이가 된 종이비행기.
물끄러미 보다가 휴지통에 던져 넣고 돌아서다
잔뜩 옷을 껴입고 웅크리고 자고 있는 노숙자를 발견하는 재구.
9. 공원 (회상)
바닥에 박스를 깔고 신문 덮고 자고 있는 재구.
나이 든 환경미화원, 주변 청소를 하다 재구를 빗자루로 툭툭 치며 깨운다.
신문 열면 덥수룩한 수염에 더럽고 구겨진 허름한 노숙자의 모습이다.
미화원: 이봐 일어나, 아, 그만 일어 나라구! 젊은 사람이 뭐 할 짓이 없어서 이렇게 살어?
죙일 잠만 자고, 그렇게 게을러 터져서 어디 밥이라도 얻어먹겠어?
재구: (여전히 잠결)하린아‥ 하린아‥
미화원: (기막힌 듯 보다 빗자루로 탁 친다)꿈 깨, 이 사람아. 그렇게 못잊는 여자가 있으면 만나러 가든지. 아 얼른 안 일어나?
미화원의 성화에 신문이며 박스 챙겨 일어나는 재구
걷다가 문득 손으로 눈밑을 닦아본다. 잠결에 눈물까지 흘린 모양이다.
미화원: 어이, 이거 자네 꺼 아냐?
돌아보면 미화원이 핸드폰을 주워들고 내밀고 있다.
인사하고 받는 재구. 핸드폰에 붙여진 스티커 사진 하린이다.
10. 학교근처 거리(회상)
하린과 영주 하교길이다. 먼 발치에서 보는 재구
하린과 영주가 가는 모습을 멀찌기 보며 따라가던 재구
하린과 영주가 학교에 뭔가를 놓고 온듯 다시 돌아서 가면
얼른 고개를 돌리고 휴지를 줍는 척하는 재구.
재구의 옆을 지나는 하린과 영주.
영주는 겁먹은 표정으로 하린을 잡아끌며 얼른 지나려 하고
하린, 무심코 지나다 아무래도 이상한지 돌아본다.
영주: (인상 찡그리고 보며) 야, 뭐해. 빨리 가.
재구, 더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한참 뒤 고개를 돌려 저만치 가는 하린을 본다.
11. 공중전화박스(회상)
주머니에서 몇 개 남은 동전 꺼내 전화하는
하린(소리):여보세요?
재구: ....
하린(소리):여보세요? ‥아빠? 아빠지? 아빠‥ (한참 기다리는)
재구: (더이상 말 못하고 끊으려 하면)....
하린: 아빠‥말하기 싫음 안해도 돼. 내가 말할게. 나 아빠랑 얘기하고 싶었단 말야.
재구: (울컥하는)...
하린: 우리 이사했어. 알고 있어? 혹시 아빠가 집 못 찾는 거 아닌가 해서..
재구: (입술을 깨물고 간신히 참는)‥
하린: (소리)아픈 덴 없어? 어디서 지내는거야? 설마 아빠두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처럼 거리에서 자고 그러는 건 아니지? 나 중학교 갔어. 교복도 샀는데..아빠, 나 안 보 고 싶어? 집에 안와? 난 아빠 보고 싶은데..많이 보고 싶은데..
재구, 더 못 참고 그대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하늘을 보며 간신히 눈물 참는 재구
핸드폰에 있는 하린의 사진 만져보는 재구.
12. 버스 정류장 (밤. 회상)
근처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재구.
버스가 오면 쳐다보지만 은정은 내리지 않는다.
그러다 저 앞에 서는 승용차 발견한다. 조수석에 은정이 앉아있다.
재구, 차에서 내리는 은정 발견하고 운전석을 보면 남자가 손을 흔든다.
웃으며 손 흔드는 은정을 묵묵히 보다
버스 광고판 뒤로 한발 물러나 몸 숨기는 재구
13. 빌라 앞 (밤. 회상)
퇴근해 집으로 가던 은정, 문득 돌아보고 담벼락 뒤에 숨은 재구를 알아본다.
굳어져 보다가 재구에게 다가오는
은정: (묵묵히 보는)‥
재구: (보다가 시선 피하는)‥
은정: (몰골보고 가방에서 돈 꺼내 주는)큰 길 나가다 보면 목욕탕 있어.
재구: (미안한)여보‥
은정: 그꼴로 하린이 볼꺼야? (뭐라 하려다 참고) 거기 가있어. 당신, 갈아입을 옷 가져다 줄게.
재구: 미안해, 이런 꼴로‥
은정: (싸늘하게 식어서)차라리 죽어 버리지.
재구: (보는)‥!!
은정: 왜? 너무해? 빚쟁이에 사채업자들까지, 머리 뜯겨가며 당신이 저지른 일 혼자 감당 했어. 하린이랑 나, 어떻게 되든 팽개치고 나간 건 당신이야!
재구: (고개 숙이는)‥그래 ‥죽으려고 했어. 죽을 맘으로‥ 죽지 못해서‥ 미안해.
은정: 그렇게 독하게 맘 먹었으면 죽어버리지 그랬어.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 그래놓고 이제 와서 무슨 낯으로 기어 들어와?
재구: (보다가 외면하는)‥‥
은정: 뭘 기대했는데? 울면서 맨발로 반기기라도 할 줄 알았어? 당신이 하린이와 나, 버 린 순간 나도 당신 버렸어.
재구, 은정을 쳐다보면 몸 돌려 빌라로 들어가는 은정
재구, 문득 손을 내려다보면 은정이 건네준 돈을 들려있다.
자신이 한심한듯 씁쓸하게 웃는 재구
14. 거실 (현재)
재구 하린과 함께, 할 일 없이 TV 뉴스 보고 있다.
(시민들 인터뷰) 무섭죠...밤에 혼자 다니기...(인터뷰) 경찰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이렇게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등등
기자: 연이은 살인사건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한편, 다른 지역에서는 모방범죄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는 가운데....
TV 뉴스에는 수사 상황 보도되고 있고, 은정 들어와 한심한듯 재구 쳐다보고, 안방으로 들어가며.
은정: 하린이 너, 방에 들어가 공부해...하여튼 애 한테도 도움이 안되요 정말...
15. 안방
방안으로 들어온 은정 침대에 가방 던져놓고, 시계며 귀걸이 풀어 화장대 위에 올려놓다가 구겨진 지폐 놓인 것 발견한다. 거실로 시선 돌아가는 은정
16. 거실
은정 TV 꺼버리고, 소파에 누워 있는 재구에게 다가와
은정: 일어나, 나랑 얘기 좀 해.
재구: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앉는)늦었어. 내일 얘기 해.
은정: (지폐 흔들며)당신 이거 뭐야? 알량한 자존심이야? 마누라한테 돈 타 쓰는거 자존 심 상하면, 하루라도 빨리 직장을 잡든지 해야 할꺼 아냐?
재구: 피곤해, 나중에 얘기해
은정: 피곤해? 당신이 피곤할게 뭐 있어? 집에 들어온 지가 벌써 두 달이야...
그 두 달 동안 뒹굴거린 거 말고 한게 뭐야?
재구: (은정을 외면하고 눈감는)...
은정: 도대체 직장 잡을 맘이 있기는 한거야? 오늘 거기 가선 도대체 뭐라고 한거야?
뭐라고 했길래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재구: 인사치레로 한 소릴 가지고 헛걸음하게 만든 게 누군데?
은정: (보는)‥뭐?
재구: 알아서 할테니까 제발 좀 내버려둬.
은정: (기가 막힌 듯 쳐다보다)알아서 하는 게 이 모양이야? 허구헌 날, 잔소리 듣는 거 지겹지도 않아? 이젠 정신차리고 뭐라도 해야할꺼 아냐? 누구 미치는 꼴 보고 싶 어?
재구: (소파에 기대 눈 감으며) 지쳤다구. 그래서 잠시 쉬는 거라고 생각해
은정: 지쳐? 피곤해? 2년 동안 쉬었으면 됐지, 얼마나 더? 난 뭐 안 피곤한 줄 알아? 도 대체 당신,
하린(소리):엄마-
그제야 돌아보면 어느새 문 열고 보고 있는 하린.
은정, 입 다물고 외면한다.
은정: 나만 나쁜 년 만들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은정
하린, 안스러운 얼굴로 재구를 바라본다.
재구, 다시 쓰러지듯 소파에 눕는다.
하린, 그런 재구를 보다 방으로 들어간다
그제야 다시 눈 뜨는 재구
재구(Na):아내는 모른다. 집으로 돌아온 그 순간부터 내가 얼마나 살아보려고 발버둥 쳤는 지.
17. 몽타쥬
주방. 식탁에 앉아 여러장의 이력서에 사진 붙이는 재구
사무실. 선배를 찾아가 인사하는 재구
난감한 표정 짓는 선배보고 짐작한 듯 굳어지는 재구
거리. 축 처진 어깨로 빌딩에서 나오는 재구
공사장. 인부가 지게에 벽돌을 올려주면 지고 가는 재구
힘에 겨운지 겨우 걸음 옮기다, 헛디뎌 비틀거리는 재구
그 바람에 등에 진 벽돌이 무너지고, 근처에서 일하던 인부들 짜증스럽게 쳐다보고
일어나 굽실거리며 다시 벽돌 들면 아예 상대도 안하는 인부들
긴 한숨과 함께 부서진 벽돌 하나씩 치우는 재구
그 화면들 위에
재구(Na):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한 번 나를 밀어낸 세상에 내가 설 땅 같은 건 없었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나는 점점 세상과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 들 었다. 언제부턴가 집 밖을 나가는 게 무서워졌다.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 었다.
18. 빌라 앞
재활용 쓰레기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재구, 우편함에서 우편물들 꺼낸다.
19. 안방
우편물 들고 와 화장대위에 내려놓는 재구
나가려다가 눈에 띈 우편물 하나 들어 본다.
잠시 생각하는 표정, 그러다 화장대 서랍을 열어본다.
여기저기 뒤지다 뭔가 찾아낸다. 정재구의 이름으로 된 생명보험 증서
그 옆에 놓여있는 핸드폰 줄. 하트의 반쪽 뒷면에 ‘재구, 은정’이 세로로 적혀있다
핸드폰 줄 꺼내보는 재구
20. 패밀리 레스토랑 (회상)
재구와 은정 사이좋게 케익의 불을 끄고
어린 하린, 재구와 은정에게 선물을 내민다.
선물을 풀어보면 하트의 한쪽씩 들어있다.
하린: (박수치며) 아빠 엄마 결혼 10년 축하합니다. 뒤에 이름도 새겼어. 봐요.
재구와 은정, 웃으며 하트를 맞춰본다.
재구와 은정, 각각 자기 핸드폰에 줄을 매단다.
하린을 향해 흔들어 보이고 만족스럽게 웃는 하린
21. 안방 (현재)
재구, 핸드폰 줄 보다가 자신의 핸드폰에서 조각이 빠져 끈만 남은 것 보며
재구: 어디서 잃어 버린거야?
22. 골목길 (씬 4의 사건현장. 낮)
이미 치워진 사건현장. 어렴풋이 남아있는 핏자국만이 그곳이 사건현장임을 알린다.
강형사와 이형사 근처 집에서 나오고 있다.
이형사: 천둥번개에 빗소리까지 요란했으니, 무슨 소리를 들었겠어요?
강형사: ....
이형사: 이제 그만 가죠? 목격자도 없는거 같은데...
강형사: 모든 건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몰라? 범인을 잡고 싶으면 여기가 출발점이야.
이형사: 압니다 알아요. 범인은 사건현장에 반드시 돌아온다. 맞죠?
강형사: 골목입구에 슈퍼가 있던데, 거기 가서 알아봐. 오다가 마실것도 좀 사오고 말이야.
이형사: 예
그곳에 서서 골목 입구 쪽을 쳐다보고 있는 강형사, 고개 돌려 주택가쪽을 보고
골목입구로 가는 이형사와 엇갈려 뭔가를 잃어버린 듯 주위를 살피며 걸어오는 재구
주택들을 보며 담장을 살피던 강형사, 고개 돌리다 다가온 재구와 눈이 마주친다.
강형사와 눈이 마주친 재구,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다.
걸어가다 강형사의 시선이 의식되는지 돌아보는 재구
강형사와 눈길이 마주치자, 얼른 피하고 잰걸음으로 골목길을 벗어나는 재구
의아해서 쳐다보는 강형사 왠지 신경이 쓰이는 듯 눈치다.
23. 빌딩 로비 커피숍
보험회사 빌딩 로비에 있는 커피?
재구와 마주앉아있는 인섭, 재구의 몰골을 쭉 훑어보고 실망한 표정이다.
재구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표정 바꾸는 인섭
인섭: 난 너 죽은 줄 알았다 임마, 연락 좀 하고 살지..그동안 어떻게 지낸거야?
재구: 보다시피. 너희 회사에 일할만한 자리 없을까?
인섭: 야, 자기 사업하던 사람이 월급쟁이 생활 어떻게 할려구?
재구: 괜찮아, 뭐든 할 수 있어.
인섭: (괜히 시계 보며)근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냐? 지금 근무시간이라서 오래 자리를 못 비우거든..
재구: (그제야 보험증서 꺼내고)저기 이거‥
인섭: 어, 이거 왜?
재구: 니가 좀 알아봐줬으면 하는게 있어서..
인섭: ..?
24. 슈퍼 앞
탐문수사중인 강형사, 수첩을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슈퍼에서 나온다.
슈퍼앞 의자에 앉아 음료수 마시는 강형사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재구
고개 돌려 재구를 보는 강형사. 그의 얼굴이 기억나는 듯
이윽고 라면과 아이스바 사들고 가는 재구
슈퍼주인이 빗자루를 들고 나온다. 앞 쓸기 시작하면
강형사: 저 사람, 이 동네 사람 이예요?
슈퍼주인: 동네 사니까 저러고 다니죠. 젊은 사람이 뭐라도 좀 하면 좀 좋아?
강형사: 백수예요?
슈퍼주인: 사업 하던 거 부도나고 몇 년은 나가서 노숙자로 지냈다나봐요.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아직도 저러구 놀기만 하네. (비질하며 혼잣말처럼)저것두 서방이라고 거두고 살라니, 마누라 속이 터지지. 바람나도 뭐라고 욕할 수도 없다니까.
강형사: 바람이요?
슈퍼주인:(그제야 멈짓 하지만)어머,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그냥 못들은 척하세 요. 워낙 동네사람들이 오가다 보니까 이꼴 저꼴 보는게 많네요.
강형사: 그럼 부부사이도 별로 안좋겠군요?
슈퍼주인: 사실 좋을 때나 부부지, 정 떨어지면 남보다 못한 게 부부 아니유? 정은 남자가 부도내고 사라졌을 때 이미 떨어진 거 같은데, ?
멀어지는 재구, 보다가 일어나는 강형사
25. 빌라 앞
한손에는 라면 든 비닐봉투 들고 아이스 바를 물고 걸어가는 재구.
멀찌기 떨어져서 뒤따라오는 형사.
하교하던 하린이 재구를 발견하고 달려가 팔짱을 낀다.
나란히 빌라로 들어가는 재구와 하린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형사
들어가면 계단 창문 통해 들어가는 호실 보고 우편함에 가보는 형사
강형사: (우편물확인하고)어, 난데, 신원조회 하나만 해줘-
26. 거실
탁자위에 젠가 쌓아놓고 하나씩 나무 조각을 빼는 하린과 재구
하린: 아빠 나 학원 가지 말까?
재구: 왜?
하린: 늦게 끝나잖아. 무섭단 말야.
재구: 핑계는, 아빠가 맨날 데리러 가면 되잖아‥
하린: 치, (다시 게임에 열중하며) 아빠, 범인은 왜 비오는 날 목요일만 골라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재구: (생각하는)글쎄‥
하린: 비오면 난 나가기도 싫든데..
재구: ‥
하린: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재구, 혼자 생각에 빠져 무심히 나무조각 빼다 탑이 무너진다.
하린: 아빠-
재구: (그제야 깨닫고)어, 미안.
다시 나무조각 모아 탑을 쌓는 재구, 하린 그러다 멈추고 생각에 빠지는 재구
하린: (재구 눈앞에 손 흔들어보는)진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재구: 어?
하린: 아빠, 이상하다? 뭐야, 계속?
재구: 니가 한 얘기 생각하고 있었지.
하린: 정말? 그럼 대답해봐 아빤 뭐라고 생각해? 범인이 왜 비오는 목요일만 사건을 저 지르는거야?
재구: (보다가 고개 젖는) 모르겠는데‥
하린: 치이- 뭐야, 그러니까 그냥 한번 생각해보라고
재구: 혹시‥
하린: 혹시?
재구: 범인은 목요일만 되면‥
하린: (기대에 찬 얼굴로)‥목요일만 되면
재구: 늑대인간이 되는거 아닐까? 보름달 뜨면 이빨이 쓩- 털이 북실 북실‥끄아앙
하린: 아빠- 만화 그만 좀 봐.
낄낄 웃는 재구 그러다 생각에 잠긴다.
27. 버스정류장앞 (밤)
재구, 은정을 기다리며 버스를 보고 있다. 버스 사람들을 내려주고 지나쳐 가고,
재구 무심코 차길을 보는데, 조금 떨어져 승용차 달려와 서고,
승용차 안의 은정, 운전자와 무슨 말을 하고 내린다...승용차는 지나쳐 가고, 은정 집으로 가려는데 서있던 재구와 마주치고,
은정: 뭐?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지금...남편 노릇이라도 해보겠다는 거야...뭐야...
재구: ...
은정: 바람난 여편네 아닐까 의심하는거지 지금...
재구: ...
은정: 바람이라도 났으면 좋겠다...무능한 남편두 남편이라고 믿고 사느니...
재구: ...
은정: 괜한 오해하지 말어...거래처 사람이야...뭐해 안들어가구...
은정 앞장서 집으로 향하고, 재구는 무심히 승용차가 간 방향 쳐다본다...
28. 주방
말없이 무표정하게 식사하는 세 사람.
재구, 고개 들어 은정과 하린을 쳐다보다 식탁 밑으로 하린의 발을 툭 쳐보지만
하린은 발을 피하고 여전히 굳은 얼굴이다.
은정, 가방에서 핸드폰 울리자 확인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재구: 왜 그래?
하린: 뭐가?
재구: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구. 엄마 잘못한 거 없어.
하린: ...그래도 아빠한테 큰소리 치는 거 싫어.
재구: 하린아
전화 끝내고 안방에서 나오는 은정
은정: 소곤거리지마 기분 안 좋아.
하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은정: (태연히 앉으며)뭐야? 밥 안먹어?
하린: 다 먹었어요
은정: ‥‥
하린, 밥이 그대로 남은 그릇 남겨놓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은정, 아무 일 없다는 듯 식사하고
재구, 묵묵히 그런 은정 본다.
* * *(시간경과)
설거지 끝내는 은정. 음식 쓰레기 모아서 들고 나간다.
딩동~ 탁자위에 놓인 은정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욕실에서 나오던 재구, 무심코 보다 확인하는
인서트)핸드폰- 당신 정리될 때까지 기다릴게. 내일 만나.
재구, 무표정하게 핸드폰 다시 내려놓는다.
아무일도 없는 듯 소파에 와서 앉는 재구
(F.O)
29. 빌라 앞 골목
빌라를 쳐다보며 아이스 바를 빨고 있는 강형사.
빌라 쪽으로 걸어오는 하린.
강형사, 걸어오는 하린을 쳐다본다. 이름표에 눈길주면 정하린이라 적혀있다.
하린, 강형사의 시선을 느끼고 의아한 듯 쳐다본다.
강형사: 아저씨랑 얘기 좀 할까?
하린: 수상한 사람이랑은 얘기 안해요.
강형사: (기가 막힌 듯 쳐다보다)..그렇게 보이니? 아저씨 형사야.
하린: (못믿겠다는 듯 쳐다보면)...
강형사, 억울한 듯 아이스바 입에 물고 여기저기 주머니 뒤져 경찰 뺏지 보여주는데
그때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하트 반쪽
하린이 주워 보다가 의아해서 강형사를 쳐다본다.
하린: 이거..
강형사: 왜? 아는거야?
하린: 우리 아빠껀데..
강형사: 그래? 길에서 주은거야. 잘됐네 주인 찾아주게 돼서..
하린: 근데 무슨 얘기하실려구요?
강형사: 응?
하린; 뭐 얘기할게 있다구 했잖아요?
강형사; 아, 요즘 근처에서 무서운 사건 일어난 거 알지?
하린: (고개 끄덕이는)...
강형사: 그러니까 조심해서 다니라고. 혼자 다니지 말고,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고 알았어?
하린: 네. ...가봐도 되요?
강형사: 어, 가봐 가봐..
하린, 이상한지 고개 꺄우뚱하며 빌라로 들어간다.
강형사, 드디어! 하는 표정으로 빌라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본다.
30. 주방
식탁위에 신문을 펼쳐놓고 가위로 오리고 있는 재구
하나씩 정성스레 스크랩을 하고 있다. 그 옆에 서울지도도 펴있고
방에서 나와 물 따라 마시며 자리에 앉는 하린
하린: 뭐해?
재구: 응? 그냥‥
하린: 그거 살인사건 기사잖아?
재구: 어‥
하린: 아빠 이상하다. 형사도 아니구, 아빠가 이런 걸 왜 만들어?
재구: 형사만 잡으란 법 있냐?
하린: 정말? 정말 아빠가 잡을려구?
재구: 현상금이 꽤 될 껄?
하린: (기가 막혀 보는)아빠-
재구: 농담이야 농담. 너 궁금해 했잖아, 왜 비오는 목요일인지. 그리고 어떤 놈인지 알아 야 우리 딸 조심 시킬 거 아냐?
하린: 난 또, 놀랬잖아‥ 참, 나 아까 형사 만났다.
재구: 그래?
하린: 조심하라구. 혼자 다니지 말구. 참, (하트 내밀며)이거. 잃어버렸지?
재구; 어? 이거 어디서 찾았어? 영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하린: (지도 보며)이 점은 뭐야?
재구: 응, 사건이 일어났던 곳
재구, 서울 지도를 펴놓고 또 한곳에 붉은 표시를 한다.
하린, 같이 쳐다보며
신림, 신대방, 고척동, 대림등 붉은 점 몇 개가 모여 있다.
그 점들을 하나씩 이어보는 재구. 차츰 얼굴에 웃음끼가 사라진다.
생각에 잠기는 재구
인섭(Na)이거 다 생명보험이네. 니가 죽으면 제수씨 앞으로 6억이 나오게 되지. 그런데 왜
세 개 다 생명보험이냐? 딸 교육보험이나, 암보험 같은 걸로 나눠서 들지?
생각에서 잠겨있던 재구, 문득 정신 차리고 보면
손에 든 붉은 싸인펜이 지도위 한 곳을 누르고 있다.
31. 거리 (밤)
비가 내리고 있는 거리. 우산을 쓰고 지나는 사람들
누군가 걸어가고 있는 발
32. 학원 앞
강의 끝났는지 학생들 한꺼번에 나오고 있다.
다른 학생들 우산 쓰고 가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데려가고.
영주와 나오던 하린, 난감한 듯 하늘을 본다.
하린: 아직도 안그쳤네?
영주: 이럴 줄 알았음 엄마 말 들을 껄..(하다가 생각난 듯)오늘, 목요일 아냐?
하린: (갑자기 겁나는)‥야, 왜 그래? 괜히 겁나게..
영주: 안되겠다. (핸드폰 전화하는) 엄마, 어디야? 나 지금 비와서 못가고 있어. 어? 그럼 어떻해?.. 알았어..(전화 끊고 한숨)
하린: 왜? 못 오신데?
영주: 막내이모 애기 낳는데, 거기 계시데. 할 수 없지 뭐. 학원선생님한테 우산 빌려보라 고 하시는데?
하린: 그래, 가보자.
하린과 영주, 다시 학원으로 올려가려는데
재구: 하린아-
하린: (거리를 돌아보다 표정이 밝아져 손을 흔든다.)아빠-
재구가 우산을 들고 하린에게 다가오고 있다.
영주를 쳐다보는 하린
영주: 가봐, 난 선생님한테 우산 빌려서 갈게.
하린: 그래, 그럼 내일 봐 안녕-
영주: 그래, 잘가
하린에게 우산 씌워주는 재구를 보고 인사하는 영주.
재구, 인사 받다가 영주 알아보고 시선 피하는.
학원으로 올라가다가 하린과 가는 재구 돌아보며 고개 갸우뚱하는 영주
영주: 어디서 본거 같은데..
다시 학원으로 들어가는 영주
33. 거리
하린, 재구 나란히 걸어간다. 보고 흐뭇하게 웃는 재구
하린: 다행이다. 완전 젖을 거 각오했는데.
재구: 핸드폰 하나 있어야지 안되겠다.
하린: 이렇게 텔레파시 통하는데 뭐.
재구: 자식, 얼른 가자 감기 들겠다.
하린과 재구 다정하게 우산 쓰고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그들 뒤에 우산을 쓴 남자. 강형사가 그들을 지켜본다.
34. 빌라 앞 골목
빌라에서 조금 떨어진 곳.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강 형사가 자동차 안에서 빌라를 주시하며 잠복근무중이다.
전화벨 소리
강형사: (휴대폰 받는)어, 왜?
이형사: (소리)비오는거 안보이세요?
강형사: 보고 있어.
이형사: (소리)그럼, 오늘 비상인거 아실텐데 어디 계세요?
강형사: 나도 수사중이야.
이형사: (소리)예? 뭔가 잡은거죠?
강형사: 그냥 순찰중이야. 나중에 전화하자구.
전화 끊고 불 켜진 빌라를 쳐다보는 강형사.
유리창으로 빗물이 흘러내리고 그 너머로 빌라를 보던 강형사, 하품을 하더니 팔짱을 끼고 좌석에 깊숙이 몸을 묻는다.
35. 거실
멍하니 앉아 텔레비전 보고 있는 재구
욕실에서 수건으로 머리 털며 나오는 은정
은정: 우산 없이 나간 거 뻔히 알면서..
멍하니 보던 텔레비전 끄는 재구. 창밖으로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유리창을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재구
일어나 잠바 들고 나가는 재구
은정: 어디가, 이 시간에? 어디가냐구?!
재구: …바람 쐬러. (문 닫는)
은정: 돌겠어 진짜. 한마디도 듣기 싫다 이거지.
36. 빌라 앞
비가 쏟아지고 있다.
재구, 후드잠바를 입고 비를 맞은 채 걸어가고 있다. 강형사의 자동차 옆을 지나는 재구
강 형사는 어느새 좌석을 뒤로 하고 자고 있다.
* * * (시간경과)
백 밀러에 한두방울 떨어지다 비. 어느새 그친 것이다.
전화벨 소리에 깨는 강형사.
일어나면 어느새 어스름한 새벽이다.
강형사: (졸린 눈으로 핸드폰 찾아 여는)여보세요.
이형사: (소리)비상입니다. 사건이예요.
강형사: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나 앉는)어디야
37. 주택가 근처 어린이 놀이터. (이른 아침)
미끄럼틀 주위에 서있는 경찰들과 이형사.
달려오는 강형사. 이형사와 눈이 마주치자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침통해져서 이형사 곁으로 다가오는 강형사, 시선이 땅으로 가면
흰 천에 덮힌 시체.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이다.
강형사, 천천히 천을 들추면 잠든 듯 눈감은 영주의 얼굴.
강형사, 충격인 듯 일어난 질끈 눈을 감는다.
강형사: 사망시간은?
이형사: 정확한건 부검을 해봐야겠지만 대강 어제밤 11시에서 새벽 사이같습니다.
강형사: 이번에도..
이형사: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비오는 날을 고른 것도 그렇고, 범행방법도 같은 걸로 봐서.. 그놈 짓 입니다.
강형사: (참담한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미치겠군.. 망할 자식…
이형사: 뭔가 집히는 게 있는거죠? 그렇죠? 어제밤 어디 계셨어요?강형사: …
이형사: 혹시 미행하신 거 아니예요? 그럼 뭘 기다려요? 잡자구요.
강형사: 증거가 없어. 기다려야 돼.
이형사: 비 때문에 증거구 뭐구 다 쓸려가 버린다구요. 일단 잡구 봅시다 예?
강형사: (이형사 멱살잡고)누구보다 잡고 싶은 게 나야 알겠어? 쥐구멍 하나도 없을 때 잡 아야, 진짜 잡는거야. 그때까진…지켜보는거야. 이젠 안놓쳐.
38. 재구의 집 거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컵. 놀라 얼어붙은 하린.
재구, 하린의 시선을 따라 가면 텔레비전에서 뉴스중이다.
앵커의 한쪽으로 파인 화면에 모자이크한 영주의 얼굴이 보인다.
하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뉴스앵커:어제밤 희생된 피해자는 모여중에 재학중인 김모양으로 밝혀졌습니다. 김모양은 어제밤 10시 30분경 학원에서 나온 후 집으로 가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 니다. 경찰은 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구,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끊다.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눈물 흘리는 하린
재구, 걱정스럽게 하린을 보다가 안아준다.
39. 영주 장례식장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고 절을 하며 우는 하린.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재구
뒤에서 보다가 천천히 재구 곁으로 다가오는 강형사.
강형사: (경찰수첩 보여주고)정재구씨?
재구: (강형사 보는)...아 예..
강형사: 나 서부경찰서 강형사요. (노려보는)
재구: (보다가 시선 피하는)..무슨 용건이시죠?
강형사: (다 알고있다는 듯)동네에서 수상한 사람 못봤어요?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면서 늦 은 밤이 되면 돌아다니고, 특히 비오는 밤을 좋아하는 놈인데.
재구: 글쎄요..저는 잘..
강형사: 나쁜 자식, 어떻게 딸 같은 아이를…
재구: (왜 이러나 싶어 보는)...
강형사: 어제밤 11시부터 2시 사이 어디 있었어?
재구: (불쾌한 듯 보는)지금 날 범인이라고 생각하는겁니까?
강형사: 그건 당신이 잘 알겠지.
재구, 기가 막힌듯 보다가 그대로 하린에게 가버린다
하린을 부축해서 가는 재구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가는 강형사
강형사: (혼잣말) 이젠 어디든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런 줄 알아.
하린을 안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는 재구.
하린, 뒤를 돌아보다 강형사 서있는 거 보고 의아해서 재구 번갈아 본다.
40. 빌라 앞 골목 (밤)
퇴근해서 돌아오는 은정, 그 앞을 가로막는 강형사
강형사: 신은정씨죠?
은정: (경계하는)누구시죠?
강형사: 서부경찰서 강형삽니다. 어제밤 남편 정재구씨가 외출하지 않았나요?
은정: 네? 그건 왜?
강형사: 몇시에 돌아왔습니까?
은정: (순간 냉정 찾고) 전 몰라요. 정 궁금하면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 보세요.
그대로 빌라로 들어가는 은정
41. 거실
집안으로 들어오는 은정
소파에 앉아있는 재구.
은정: 하린인?
재구: 지 방에 있어.
은정: 얜 엄마가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아? (방으로 가려하면)
재구; 그냥 두지? 저녁 내내 울다가 겨우 잠들었어.
은정: 당신(재구에게 뭔가 말하려다 참는)...
재구: (쳐다보면)...
은정: 아냐, 됐어. 무슨 일인지 알고 싶지 않아. 다만.. 나까지 골치 아프게 만들지만 마.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는 은정. 멍하니 앉아있는 재구
(f.o)
42. 거리 (늦은 밤)
비가 내리는 거리. 검은 후드 잠바위에 우의를 입고 걸어가고 있는 남자
문득 후드를 벗고 고개 들어 그대로 얼굴에 비 맞는 남자, 재구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재구
그러다 또 어디론가 걷는다.
재구를 뒤를 멀찌기 떨어져 미행하고 있는 강형사
43. 골목길
거리에서 걸어오는 재구, 뒤에서 미행하는 강형사의 인기척을 느낀다...
의식하고 다른 골목으로 접어드는 재구. 강형사 서둘러 쫓아가고...
재구...골목을 빠져나갈 즈음, 뛰기 시작한다...강형사 그 모습을 보고
뒤쫓아 뛰기 시작하고, 재구 다른 코너로 접어든다...강형사 서둘러 뛰어가고
큰 골목으로 접어드는 강형사, 좌우를 살펴 보지만 재구는 사라지고 없다...
강형사, 점봇대에 괜히 화풀이를 하고,
44. 다른 골목길
재구 코너를 돌아, 뒤를 살핀다...강형사를 따돌린 듯 하여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다시 돌아서 골목 코너를 도는데 걸어오는 남자와 어깨가 부딪친다
몸을 휘청이며 짧게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재구.
재구와 눈이 마주친 남자,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간다.
남자 쪽을 돌아보며 골목길을 돌아서는 재구.
한발 두발 걷다가 문득 팔을 들어본다.
한줄기 피가 배어나오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걷다가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선다.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아줌마.
놀라는 재구, 그제야 남자의 정체를 깨닫는다.
남자가 간 쪽으로 달려가는 재구
45. 거리
달리는 남자의 구두 그 뒤로 뛰어가는 재구
남자, 골목으로 뛰어들어가고 재구, 그 뒤로 골목으로 꺽어져 들어간다.
46. 다른 골목길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 골목
이미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재구 낭패한듯 다시 주위를 둘러보면
골목입구 자동차 옆에 숨어있던 남자 어느새 달려가 모퉁이로 사라진다.
?아가는 재구
47. 빌라앞 골목 강형사 차안
강형사 골목 여기저기를 살피며 씩씩거린다...
강형사: 이 자식, 도대체 어디로 내뺀거야.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받고)
이형사(E): 강형사님! 어디 계세요? 또 터졌어요...
강형사: 뭐라구! 어디야...문래동...알았어, 금방 갈게...(전화 끊으며) 이런 씨...
강형사 시동 걸고 출발하고, 차 떠난 뒤 한쪽 팔을 움켜쥐고 주위를 살피며 빌라 건물로 들어가는 재구
48. 욕실
급하게 문 열고 들어오는 재구
세면대에 물 틀어놓고 잠바 벗는다.
한쪽 팔에 흐르는 피를 물로 닦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면 어느새 하린이 서서 쳐다보고 있다.
재구: 하‥ 하린아‥
하린: (보는)‥
재구: (얼른 손 뒤로 감추며)왜 안자고 나왔어? 벌써 깬거야?
하린: 아빠는?
재구: 나? 어‥잠이 안와서 ‥약수터, 그래 약수터 갔다 왔어.
하린: (가만히 보는)..
재구: 왜? 아, 화장실 쓸려구? 그래. 금방 하고 나갈게.
그제야 문 닫는 하린
얼른 수건 찾아 팔 닦으며 상처 보는 재구
49. 주방
하린 식탁에 앉고 재구도 자리에 앉는데
은정 안방에서 나와 급하게 나간다.
재구: 아침은?
은정: 늦었어요. 식사하고 당신이 대충 치워요. 퇴근하고 와서 내가 할테니까.
재구: 다녀와. 하린아?
하린: (마지못해)다녀오세요
하지만 이미 은정은 듣지 못하고 나간 상태다.
재구, 하린의 눈치를 보며 숟가락 든다.
묵묵히 밥 먹는 하린. 왠지 어색한 침묵
하린: (고개 숙인채) 그만 봐, 나 하린이 맞아.
재구: 어?
하린: 왜 아까부터 자꾸 내 눈치를 보냐구?
재구: 눈치는..내가 무슨 눈치를 봤다고 그래?
하린, 다시 묵묵히 식사하면 아무래도 불편한지 안절부절하는 재구
그러다 리모콘 찾아 텔레비전 켜는 재구
뉴스 나오고 있다.
앵커: 목격자에 따르면 범인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중년 남성으로 보통키에 모자 가 달린 검정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경찰은 목격자의 진술에 초점을 맞 춰 용의선상을 좁혀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재구
하린: ‥아빠?
재구: 응? (얼른 리모콘으로 텔레비전 끄며)이런거 보지 말자 응? 왜? 뭐‥물 주까?
하린: (보다가)아니야. 됐어.
일어나 밥그릇 싱크대에 넣고 돌아서다 한쪽 의자에 걸린 재구의 잠바를 본다.
젖어있는 잠바 쳐다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하린
재구, 어쩔 줄 몰라 쳐다본다.
50. 빌라 앞
교복입고 나오는 하린, 그러다 문득 빌라 쪽을 돌아본다.
고개 돌려 거리로 걸어가는 하린.
강형사가 세워둔 차로 걸어가다 하린과 마주친다.
하린, 강형사를 빤히 쳐다본다.
하린: 범인, 잡았어요?
강형사: 아직..하지만 금방 잡을꺼다.
하린: (빌라쪽을 보다 강형사 보는)..저기..연락처 좀 주실래요?
강형사: (보다가 명함 꺼내 주는)…혹시라도 수상한 사람 보면 전화해 알았지?
명함받고 고개 끄덕이는 하린.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 하면
강형사: 참, 그리고
하린 :(돌아보면)
강형사: 너희 아빠 말이다, 뭐 때문인지 몰라도 밤늦게 다니지 마시라고 해. 위험하니까.
하린: 네.
강형사의 차 출발하고 무거운 얼굴로 보는 하린.
51. 빌딩 앞
재구, 누군가를 기다리듯 서있고 은정이 빌딩에서 나온다.
재구를 발견하고 다가오는 은정
재구: 일하는데 불러서 미안해.
은정: 괜찮아, 어차피 아직은 점심시간이니까. 무슨 일이야?
재구: 저‥ 부탁이 있어서
은정: ‥?
52. 용산 전자상가
가게마다 핸드폰을 꺼내놓고 전시중이다.
손님들을 부르는 도우미도 보이고.
재구, 지나면서 핸드폰들을 쳐다보다 맘에 드는 게 있는지 모델을 본다.
53. 고기집
인섭과 재구, 자리 잡고 앉는다. 재구, 옆에 쇼핑백 내려놓고
인섭: 아줌마, 우리 고기하고 술 좀 주세요. 그건 뭐냐?
재구: 어, 휴대폰‥
인섭: 그래, 하나 있어야지. 요즘 그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자기 폰 꺼내며) 번호 불 러봐.
재구: 아냐. 선물 할꺼야.
인섭: 선물? 누구 줄려구?
재구: 우리 딸.
인섭: 참, (안주머니에서 봉투 꺼내 주며) 자, 보험증서
재구; 고맙다
인섭: 제수씨가 섭섭해 하지 않겠냐? 다 하린이 앞으로 해놔서? 굳이 바꾸는 이유를 모 르겠다.
재구: 어차피 하린이 때문에 들었던 보험인데 뭐..
인섭: 하긴 누구앞으로 해놓으면 어떠냐. 그게 그거지..
재구: (핸드폰 상자 만지는)‥‥
54. 빌라 앞 골목길
핸드백 상자 들고 걸어가던 재구, 갑자기 걸음 멈추고 몸을 숨긴다.
슬쩍 고개 빼고 빌라 쪽 보면 검은 양복을 입은 덩치 몇 명이 서있다.
재구, 뒷걸음 치며 도망친다.
다른 쪽에서 오고 있는 은정 빌라로 걸어가면
은정을 가로막고 서는 양복의 덩치들
은정: 뭐예요?
덩치: 여기로 오면 우리가 모를줄 알았어? 남편 돌아왔다며? 그럼 재깍재깍 연락을 해야 지. 이러는 거 아니지?
은정: 남편 없어요.
덩치: 아줌마, 피차 피곤하게 이러지 말자구. 우리가 한두해 본 사이도 아니잖아?
정 어려우면 깍아 줄 수도 있으니까 꼭 연락하라구 해. 알았어?
덩치들 떠나가면 끔찍하다는 듯 치를 떠는 은정.
53. 포장마차 (늦은 밤)
혼자 술 마시고 있는 재구. 이미 많이 취했다.
재구: 아줌마 한 병 더요.
주인: 그만 하시지. 많이 마신거 같은데.. 그만 하고 집으로 들어가세요.
재구: 집이요? 집.. 못 들어가요. 나 잡으러 저승사자들이 와서 딱 버티고 있거든요. 그니 까 술 주세요 술
주인: 그렇게 술 찾다간 여기서 저승사자 만나요.
재구: 주세요. 술. 딱 한병만 마시고 갈겁니다.
어쩔수 없이 술 주는 주인
재구: 고맙습니다. (술 한잔 따라 마시고) 근데요, 그놈들 보다 더 무서운 게 누군지 아세 요? 우리 마누라요. 그래서 이젠 그 집에 갈 수가 없어요.
다시 한잔 따라 마시는 재구
54. 거리
혼자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재구
쇼핑백은 어디로 사라지고 핸드폰상자를 품에 꼭 안고 가고 있다.
속이 안 좋은지 도로 쪽으로 몸 숙이면
재구 앞에 다가와 서는 택시.
재구, 손으로 안탄다고 가라고 신호한다.
그대로 가는 자동차.
재구: 정신차려. 정신! 정재구.
다시 인도 쪽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재구.
55. 빌라 외경 (아침)
56. 안방
잠에서 깨어나는 재구. 어리둥절해서 보면 은정은 없다.
머리가 아픈지 인상 쓰는 재구
그러다 생각난 듯 주위를 살피지만 휴대폰 상자가 보이지 않는다.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재구
57. 거실
소파의 담요 개고 있는 은정
방에서 나오는 재구, 두리번거리다 탁자 한쪽에 놓인 휴대폰상자 보고 안심한다.
재구: 하린인?
은정: 학교 갔어.
재구: 당신은?
은정: 괜찮아, 좀 늦을꺼라고 얘기했어.
재구: 내가‥ 지난밤에 실수 많이 했나?
은정: (주방으로 가며) 아니, 그냥 내 방에 와서 쓰러지길래 내가 나와 잔거 뿐이야.
재구: ‥‥
은정: 앉아. 해장국 끓였어.
재구, 식탁에 가 앉는다.
은정, 재구 앞에 국그릇 놓아주고 맞은 편에 앉는다.
은정: 습관은‥ 무서운거야. 뭐 해야겠단 생각도 없이 아침 준비를 하는데도, 당신 술마 신 다음이라고 해장국을 끓이고 있드라.
재구: (한 입 먹는)‥‥
은정: 솔직히 말할게. 나 싫어. 다시 당신이랑 살 자신 없어. 난 안방에서, 당신은 거실에 서 계속 이렇게 살 수 없잖아
재구: ‥‥
국 먹다 수저 내려놓는 재구
은정: 일자리든 뭐든 알아봐. 그동안은 있어도 좋아. 어디든 갈 곳이 생기면 그땐 정리하 자. ‥‥뭐라고 말 좀 해봐,
재구: ‥해장국, ‥고마워. 그리고 당신 솔직하니까..나도 한가지 물어볼게.
은정: (보는)...?
재구: 나 돌아왔을 때, 죽어버리라고 했던 말.. 진심이야?
은정: 어제 사채업자들 왔어. 이런 생활 진짜 지긋지긋해.
재구: ....
은정: 진심이냐구? 그래, 진심이야. 죽어버려. 안그럼 내가 미처 죽어 버릴 거 같으니까.
복잡한 심정으로 재구를 쳐다보다 외면하는 은정.
58. 주택가 놀이터
놀이터 한편 벤치에 앉아있는 재구,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는 재구
재구(Na): 아내와 하린을 버린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내와 하린이 상처 받는 게
두려웠다. 내가 남아있었다면 아내는 사채업자들에게 더 오래 시달렸을테고,
그런 상황을 만든 나를 원망하며 매일 치를 떨었을 것이다.
걸어오는 하린을 발견하고 일어나는 재구
얼른 하린에게 달려간다.
재구: 하린아
하린: (재구를 보는)‥아빠?
재구: 오늘 아빠랑 데이트 할까?
하린: 데이트?
재구, 씨익 웃으며 하린의 목을 팔로 감싸고 끌고 간다.
59. 몽타쥬
- 거리. 노점상에서 모자를 골라 하린에게 씌워주는 재구
거울을 보는 하린. 그런 하린을 보는 재구의 따뜻한 눈.
- 떡볶이를 먹는 하린과 재구
하린, 재구에게 먹여주고. 맛있게 먹는 재구.
- 옷가게 앞. 쇼윈도우를 보고있는 하린.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하린을 바라보는 재구.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가득한 표정이다.
쇼윈도우 유리 위로 얼핏 재구의 얼굴을 보는 하린. 어둡던 얼굴을 애써 바꾸고 돌아선다.
- 매장 스티커사진 찍는 재구와 하린.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강형사.
60. 빌라 앞 골목
불안한 표정으로 골목 살피며 걷는 재구
그 옆의 하린, 그런 재구를 의식하고
하린: 왜?
재구: 어?‥아냐 아무것도..들어가자
하린, 뭔가 불안해져서 재구를 보다가 들어간다.
61. 거실
전화 받고 있는 재구
재구: 여보세요? 어, 인섭이구나.
인섭; (소리)너 이거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니까 그냥 흘려 들어라.
재구: ‥ 무슨 얘긴데?
인섭: (소리)너‥ 설마 보험금 때문에 엉뚱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재구: 엉뚱한 생각이라니?
인섭: (소리)왜, 보험금 노리고 그런 수 있잖아?
재구: 야, 그 보험금 얼마나 된다고.. 죽기는 누가 죽어? 자식, 말을 해도..
인섭: (그제야 안심한 듯)그지? 아니 요즘 하도 세상이 희안하게 돌아가니까 말이야. 보 험 들어놓고 가끔 그런 일이 있거든. 갑자기 찾아와서 수혜자를 바뀌겠다고 하고, 너 분위기가 좀 그랬다 임마. 그럼 끊는다 나중에 한번 보자.
재구: 그래.
전화 끊는 재구
하린의 방 눈치를 보고 한숨을 후 내쉰다.
62. 주방
저녁 식사중인 하린과 재구. 하린, 아까와 달리 말이 없다.
하린 눈치 보다가 한쪽에 놓아둔 상자 꺼내 건네주는 재구
하린, 어리둥절해서 재구를 본다.
재구: 뭐해? 열어봐.
하린, 상자를 열어본다. 핸드폰 꺼내는‥
재구: 어때? 맘에 들어? 이게 제일 잘 나가는 디자인이래.
번호는 아빠가 맘대로 골랐다. 여기다 아까 찍은 스티커 사진도 붙였어 어때?
재구, 기대에 찬 얼굴로 하린의 반응을 기다리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는 하린
재구: 왜? 맘에 안 들어? 다른 걸로 바꿀까?
하린: ‥‥
재구: 하린아?
하린: ‥어디서 났어?
재구: (의외라 당황하는)‥
하린: 돈이 어디서 생긴거야?
재구: 야, 임마 아빠 그 정도 돈은 있어. 그냥 고맙습니다 하고 받어.
하린: (팽개치며)거짓말 하지마 누가 모를줄 알아?
재구: (놀라 보는)‥하린아?
벌떡 일어나는 하린,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다.
하린의 팔을 잡는 재구
재구: 하린아? 왜 그래?
하린: 놔, 놓란 말이야. 싫어. ‥아빠가 그런, 그런 무서운 ‥사람인줄 몰랐어.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 닫아 버리는 하린.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다가 충격으로 굳어지는 재구.
그제야 깨닫고 놀라는 재구
63. 거실 (밤)
은정이 하린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소파에 앉아있는 재구
은정: 하린아, 너 정말 이럴꺼야? 왜 그러는지 말을 해야 알꺼 아냐?
좋아, 니 맘대로 해봐 어디. (재구에게 오는)도대체 무슨 일이야?
한번도 저런 적 없었어.
재구: (묵묵히 있는)‥‥
* * * (시간경과)
어두운 거실
혼자 우두커니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재구. 벽시계소리만 점점 커진다.
재구(Na):지금은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비오는 목요일 밤이 되면 왜 집을 나가는지
하린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오는 목요일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다시 살인범과 마주친다면 내 목적도, 하린이의 오해도 모두 풀리겠지.
장식장 위에 놓인 달력을 보는 재구
그의 시선따라 목요일이 몇 번 지나고
베란다에 놓인 화분위로 마른 번개가 친다.
그 소리에 창밖을 쳐다보는 재구
64. 하린의 방 (밤)
번개에 놀라 일어나는 하린
창밖을 보다 얼른 밖으로 나간다.
65. 거실
나와보는 하린. 그러나 재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점점 불안해지는 하린, 안방문도 열어보고
걱정이 커지는 하린, 안되겠는지 방으로 들어가 명함을 가지고 나온다.
하린:(전화하는)...여보세요? 강형사님 이시죠? 아저씨, 저 하린인데요..우리 아빠 좀 찾아주 세요.
66. 빌라앞 강형사차안
전화받고 있는 강형사
강형사: 뭐야? 너희 아빠 또 나갔어?
하린: (소리)아빠 빨리 찾아야 되요, 어서요 아저씨. 빨리 찾아주세요.
67. 거리 (늦은 밤)
심상치 않은 번개가 치고.. 묵묵히 걷고 있는 재구
불꺼진 가게들, 이따금 지나는 자동차의 불빛들
도시의 밤풍경을 지나는 재구
그러다 문득 팔을 들어보는 재구. 상처 흔적만 남았다.
흉터를 만져보는 재구
재구(Na):살인자를 만난 그날, 다시는 밤거리를 걷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누군가 눈앞에서 죽었다. 처음으로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도망만 치던 내게는 죽을 용기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재구
68. 다른 거리
문래동 뒤편. 철재상 거리
가게앞 여기저기 방치된 철재들
고개 숙인 채 걸어가던 재구 문득 고개를 들면 주변은 조용하기만 하다.
몇몇 간판과 커피자판기에만 불이 들어 와있다.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찾는 재구. 그러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나온다.
핸드폰을 보는 재구
69. 빌라 거실 (오후. 회상)
하린, 방에서 핸드폰 들고 나온다.
재구 앞에 던지듯 내려놓는 하린
재구: 야, 그거 선물이야. 선물을 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는 하린.
씁쓸하게 핸드폰 쳐다보는 재구
70. 거리 (씬 68의)
핸드폰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자판기에 동전 넣는 재구
종이컵 꺼내는데, 택시가 와서 선다.
돌아보면 운전석에서 내리는 호철
손안에 동전을 짤랑거리며 자판기 쪽으로 걸어온다.
자판기에 동전 넣으며 커피마시는 재구를 힐끗 보는 호철
호철: 후덥지근한 게 비라도 올 꺼 같죠?
재구: (묵묵히 커피 마시는)‥‥
호철: (뽑아 한입 먹으며)‥이젠 완전히 여름이네.
재구, 대답 않고 다 마신 종이컵 휴지통에 넣고 가려하면
호철: 시체를 본 건 그 날이 첨인가?
재구, 그제야 놀라 고개를 휙 돌려 호철을 본다.
(인서트- 스치듯 재구와 부딪치고 사라지던 호철의 모습)
굳은 얼굴로 호철을 보는 재구
하지만 호철은 입가에 미소를 담은 채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재구: 다‥당신이지? 어떻게‥?
호철: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그날 당신 뒤를 따라 집까지 갔었거든.
재구: (충격받은)‥날 죽이려고?
호철: 그럴 생각이었지. 내 얼굴을 아는 유일한 목격자니까.
재구: 그런데 왜‥?
호철: 글쎄, 호기심이 생겼다고 할까? 그날 이후 내 몽타주가 전국에 쫙 깔릴꺼라고 생각 했거든. 그런데 너무 조용한거야. 왜 경찰서에 가지 않았는지 궁금해지더군.
재구: ‥‥
호철: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비오는 목요일 밤마다 또 외출을 하더군. 그래서 당신에게 흥미가 생겼지. 설마 날 따라 목요일의 살인자가 될 생각인가?
재구, 호철을 보다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재구의 웃음이 거슬리는지 인상을 구기는 호철
호철: 왜 웃지? 뭐가 우스운거야?
재구: 신문에서, 뉴스에서 계속 떠들어주니까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 지? 난 한 번도 살인같은 거 생각해본 적 없어. 너같은 놈 뒤를 이을 생각은 더더 욱 없구 말이야.
호철, 눈은 재구를 노려보며, 들고 있던 종이컵 내던지고 주머니로 손이 간다.
번개치는 소리. 번쩍이는 하늘
71. 빌라앞 골목길
우산을 쓰고 빌라로 향하는 은정. 반대편 골목에서 흠뻑 비에 젖어 뛰어오는 하린을 발견한다.
은정: (놀라)‥하‥ 하린아..
하린: (울먹이며)엄마‥ 아빠가 없어. 아무리 찾아봐도 아빠가 없어.
은정: (영문도 모르고 하린을 안아준다.) 뭐 사러 갔겠지...들어가자. 응?
뿌리치는 하린
하린: (흐느끼는)아빠 찾아야 돼. 안그럼 죽어. 아빠 죽는단 말이야.
은정: (뭔가 이상한)하린아?
72. 거리
천둥번개 울리고 그 빛에 번쩍이는 칼
재구, 무심해진 얼굴로 다가오는 호철을 쳐다본다.
재구에게 다가와 벽에 밀어 넣고 배를 찌르는 호철
재구, 아픔인지 충격인지 얼굴이 굳어지다가 다시 씁쓸한 웃음이 새나온다.
호철, 재구의 얼굴 보고 다시 칼로 찌른다.
호철: 뭐가 우스운거지? 뭐가, 너도 날 우습게 보는거야? 니가 뭘 알어, 날 얼마나
안다고‥
호철이 뒤로 물러나면 배를 움켜쥔 재구, 벽에 기대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벽에 기댄 재구의 몸 위로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한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 빗줄기에 섞여 흘러간다.
거친 숨을 내쉬며 그 모습을 보는 재구
호철: 말해, 뭐가 우스워?
재구: ‥ 걱정했어. 널 어디 가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날 기다리고 있을꺼라곤 생각도 못했지.
호철: 날 기다렸다고? 왜?
재구: (뭐라 말하려 하지만)‥‥
자꾸만 눈이 감기는 재구, 그때 핸드폰 벨소리 울린다.
재구, 힘이 빠지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지만 휴대폰을 빼내지 못한다.
몇 번이나 미끄러지다 겨우 핸드폰을 꺼내 폴더 연다.
재구의 핸드폰을 뺏는 호철. 핸드폰에 붙은 사진을 보다가 열고 귀에 대본다.
재구의 손이 허공을 뻗어 휴대폰을 잡으려 하지만 힘없이 툭 떨어진다.
하린(소리):아빠? 아빠야?
호철, 듣다가 재구의 귀에 대준다.
하린: 아빠, 지금 어디야? 그러지 마. 나 아빠가 무슨 짓 하려는건지 다 알아. 아빠 죽으 려고 그러지? 보험금 때문에 그런거잖아.
재구: (감기는 눈 간신히 뜨며)하‥ 하린‥(하지만 목소리 나오지 않고)
눈감고 휴대폰에서 들리는 하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재구
하린(소리):다 들었어. 나 그런거 필요 없어. 그런 보험금 따윈 필요 없어. 난 아빠만 있으 면 돼. 돈 없어도, 길에서 자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한테 좋은 아빠니까.
아빠 내말 듣고 있어? (흐느끼는) 죽지마. 죽으면 안돼. 집에 있는 게 싫으면
나가 살아. 보고 싶으면 내가 만나러 갈게. 아빠 듣고 있어? 듣고 있는거지?
딴 생각 안하는거다. 약속해. 응? 뭐라고 말 좀 해봐. 아빠? 아빠‥
하린의 말에 웃다 우는 재구
뭐라 말하고 싶지만 기운이 없다. 재구의 눈에 흘러내리는 눈물
호철이 재구의 귀에 대어주던 핸드폰을 떼고 폴더를 닫는다.
비가 쏟아지는 거리를 바라보는 재구
재구(Na):작별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이런 아빠여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끝내 사랑한다는 말도‥미안하다는 말도 못하는구나. 하린아‥ 미안해.
뭐라 입을 떼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재구.
핸드폰에 묻은 지문 닦고 재구의 몸 위로 던지는 호철
돌아서 가려다 재구를 돌아보는 호철
할말이 있는 듯 뭐라고 입을 여는 재구.
호철, 재구의 얼굴에 다가가며
호철: 뭐?
재구: (입만 벙긋거리는)‥
호철: 뭐라구?
재구: (있는 힘을 다해, 하지만 겨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반가웠어‥ ‥살인자.
재구의 말 알아들은 호철, 왠지 충격을 받은 얼굴이다.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 되어 천천히 일어나는 호철.
재구를 보다가 택시로 걸어가는 호철.
택시가 떠나고 혼자 남겨진 재구. 그 위로 내리는 비‥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남아있는 재구, 천천히 눈을 감으면
재구의 시야처럼 천천히 닫히는 화면. 빗소리 더 커지고..
73. 거리
싸이렌 소리와 함께 천천히 화면이 밝아오면서
달려오는 경찰차들
맨 앞 강형사의 자동차, 긴장된 표정의 강형사..옆에서 그런 강형사를 보는 이형사..
스크롤 하나씩 올라가면서
현장에 도착하는 경찰차들
강형사, 현장에 내려 재구에게 달려간다.
빗속에 쓰러져 있는 재구
참담한 심정으로 보는 강형사.
그때 벨이 울린다. 망설이다 재구의 몸위에 떨어진 핸드폰을 집어드는 강형사
핸드폰에 붙은 재구와 하린의 사진 보는 강형사
쉽게 핸드폰을 열지 못하다 어쩔수 없이 받는..
하린:(소리)여보세요? 아빠 아빠? 대답해봐 응 아빠?
강형사:…미안하다…아빠는…
강형사, 뭐라고 하린에게 이야기하고
경찰들 분주하게 초동수사하는 모습
점점 부감으로 잡히면서
------ 끝 --------
2006[1].10.28_드라마시티_-_반가운_살인자.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