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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유행가가 되리 ①] 노희경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1.19|조회수1,054 목록 댓글 1

[유행가가 되리 ①] 노희경

 

 

 

 

 

 

 

씬 1 수근의 집, 거실, 밤.
어두운 실내, 달빛만 들어오는, 카메라 거실을 지나, 수근의 방으로 들어가는, 수근의 조금은 거친(?) 숨소리 들려오는,

씬 2 수근의 침실 + 화장실.
침실 바닥에 널려진 옷가지들(수근의 숨소리 들려오는), 카메라, 옷가지들을 지나 침대시트위로 올라오면, 갑자기 숙영, 이불을 팍 들추며 일어나며,

숙 영 : (조금 짜증스레) 왜 이렇게 끙끙대, 짜증나게! 아주 귀가 시끄러죽겠네.
수 근 : (이불 벗기고, 일어나며, 조금 민망하고, 당황스런) 내, 내가 뭘..
숙 영 : 으이, 진짜, 쯧.(하고, 옷가지들 걸치며)
수 근 : 오, 옷을 왜 입어?
숙 영 : 그만해. 되지도 않는 걸, 힘만 빠지게..낮에 김치 담그느라 힘들어 죽 겠 다는 사람을 굳이굳이.. 성격도 별나.. 참 사람 괴롭히는 것도 가지 가지 고..으이..(하며, 침실과 연결된 화장실로 가서 문 열고 볼일보는)
수 근 : (답답한) 내가..한 알 더 ..먹어볼까?
숙 영 : (볼일만 보며, 덤덤하게) 12시가 넘어가는데 무슨..그만 자요.
수 근 : (참담한, 옷을 주섬주섬 입는)
숙 영 : (종이 손에 둘둘 말며) 참 나 낼 진영이랑, 소희랑 쇼핑 가서 늦어 요, 당 신 저녁 먹고 들어와.
수 근 : (버럭, 화나는) 뭔 누무 쇼핑을 날이면 날마다 가냐?
숙 영 : (황당한, 수근쪽 보며) 왜 소릴 질러? 그리고 내가 언제 날이면 날마 다  쇼핑을 가. 일년에 두어번 세일할 때 밖에 더 가?
수 근 : (화나는 맘 누르는) 여편네들이 쓸데없이 우르르우르르 몰려다니면 서 돈 이나 쓰고 ... 대체 뭐하는 짓이야 들. 배지가 불렀지 들. (하고, 바깥으로  나가는)
숙 영 : (나가는 수근 보다가, 짜증스레) 지겨...으이..

씬 3 거실.
수근, 답답하고 덤덤한 얼굴로 티브이 채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 는, 그러다 침실 쪽 보고, 볼륨을 한껏 올리는, 그러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싶어, 그냥 꺼버리고 방으로 가는,
씬 4 침실.
숙영, 자는,
수근, 자는 숙영 보고 서서 씩씩대는,

수 근 : 자냐? ...
숙 영 : ...
수 근 : 사람 속 뒤집어놓고 ..잠이 오나..
숙 영 : ...
수 근 : (화장실로 가려다, 숙영 다시 돌아보고, 이불을 냅다 걷어버리는)
숙 영 : (추운지 잠결에 몸을 웅크리고, 자는)
수 근 : (화를 참으며, 이불을 돌돌돌 말아서 한쪽에 내려놓고, 머리맡 테이 블에  놓은 알약을 들고, 화장실로 가는)
숙 영 : (웅크리고, 자고)

씬 5 화장실 안.
인서트 - 변기 안.
알약 변기물 위에 떨어지고 이내 물에 휩쓸려 사라져 내려가는.
수근, 물에 휩쓸려 내려가는 알약을 보며, 착잡한.
변기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아 생각이 많다. 사는 게 뭔가 싶다.
그런 수근의 얼굴에서, F. O.

씬 6 도로, 달리는 수근의 차 전경, 낮.

씬 7 차안.
기사, 운전하고 있고,
수근, 뒷좌석에 앉아 창가를 보며, 씩씩대며 혼잣말로 궁시렁대고 있 다.
기사, 룸밀러로 수근을 조금은 이상하게 보고, 왜 저런가 싶은.

수 근 : (숙영을 생각하며, 작게 궁시렁 대는) 지가 무슨 멋부릴 데가 그렇게 많아 서 뻑하면 백화점을 들락거려? 남편이 말이야, 낼모레면 퇴임인 데 지가 생 각이 있으면, 지금 백화점을 갈 때야. 한푼이 새로운 판 에...못된 여편네  같으니...어젯밤도..사람 민망하게..못되쳐먹은 여편 네.... 그러니까 내가  딴 여자들한테 눈이 돌아가지. 우리 어머니 깐깐해서 소름 돋는다드니, 지 는? 지는 더한 거 지는 모르지..염병할 놈의 여편네. 생전가도 사근사근한  데라곤 눈 씻고 찾아볼래도 없고...
기 사 : (룸밀러로 수근 눈치보는) ....
수 근 : (기사 못보고, 여전히 창가만 보며) 대체 내가 지한테 뭘 그렇게 잘 못했 어.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허구헌 날 나한테 찬바람 돌 듯 쌩쌩이 야, 이 나이 먹도록 지 멕여살릴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불평 한마디 않 고 밖에 나가 돈 벌어다 줬음 됐지, 뭘 더 바래...내가 힘없어졌다고 웃기 고 있어, 진짜로...

씬 8 백화점.
진영, 혼자서 이리저리 옷 구경을 하고 있고, 카메라 다른 한쪽으로 가면 숙영과 소희 옷을 보며 수다를 떠는,
소 희 : (옷 고르는 숙영 보며, 신이 난) 야, 야, 그거 오리지날은 정말 구하 기  힘들다든데, 대체 니 남편은 그걸 어디서 구했다니.
숙 영 : (옷만 보며) 직원이 줬대.
소 희 : 야, 그 직원 쓸만하다 야. 걔 승진시키라 그래.
숙 영 : (옷만 보며) 낼모레면 자기두 짤리는데, 누굴 승진시켜...
소 희 : 그런가? 그건 그렇고.. 그래서, 니 남편 어제 그거 먹고.. 둘이.. 그랬  냐?
숙 영 : (다른 옷 보며, 무심하게) 살 닿는 것도 소름 돋는 마당에, 내가 미 쳤나 요...

어느새 진영 옆으로 와서, 옷 보며 무심히 말하는,

진 영 : 너두 에지간히 해라.
숙 영 : (진영 보면)
진 영 : (숙영 보며) 넌 니 남편 한때 바람 핀 거 빌미 삼아 언제까지 그렇 게 볶 을거니? 벌써 몇 년째야, 사오년은 족히 흘렀지, 아마. 너 그러 지 말어.  니 남편 한때 바람핀 걸로 너한테 당할 만큼 당했어.
숙 영 : 우리 남편이 나한테 뭘 당해?
진 영 : (숙영 보면) ?
소 희 : (두 사람 번갈아 보다가 얼버무리려, 옷 들며 숙영에게) 야, 나 이 옷 어 떠니? 어울리니?
숙 영 : (진영 보며, 냉정하게) 말해봐, 우리 남편이 나한테 뭘 당해?
진 영 : (따뜻하게? 웃고, 옷 보며) 니가 알면서 뭘 물어?
숙 영 : 그래, 나는 알지, 근데 (강조) 너는 모르지.
진 영 : (보면) ?
숙 영 : 내가 니 부부사이 일 안다고 한 적 있니?
진 영 : ...
소 희 : (달래듯) 숙영아..
숙 영 : 나는 그런 주제넘은 소리안해. 왜, 당사자가 아니니까, 그래서 모르 니까.
진 영 : (편하게 웃음 띤 채, 타이르듯) 내가 주제 넘는단 얘기니?
숙 영 : 알아듣네.
진 영 : ?!
숙 영 : (소희에게) 나 먼저 갈게. 애들 집에 들러야 하거든. (하고, 가는)
소 희 : 숙영아!
숙 영 : (그냥 가고)
진 영 : (숙영을 아이 보듯 보고 웃으며, 옷 보며) 저 나이 먹어서, 아직도 지 남 편이 지 껀 줄 아니...남편이 내 꺼면 어떻고 애들 꺼면 어떻고, 또 딴 여 자한테 잠깐 좀 빌려주면 어때. 젊어서야 서운해도 다 늙어 빠져서 그게 뭐  대수라고. 이 세상 남자들 중에 지남편만 바람을 핀 것도 아니고, 애 같기 는.... 언제 늙니, 쟤는.
소 희 : (진영 보며, 조금 짜증스런) 너는 맨날 바른 얘기만 하는데, 어째 난 니  얘기가 듣기 싫으까.
진 영 : (소희 보는) ?

씬 9 백화점, 주차장 + 차안.
숙영, 자신의 차(낡은 외제차) 쪽으로 걸어가며 어이없단 듯 웃으며 혼잣말 궁시렁대는,

숙 영 : 어이없어, 어이없어, 참내 어이없어. 기막히고 어이없어. 지남편은 바 람  안피고 지밖에 모른다고.....남일에,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지.. (그 말을  반복하며, 차로 가 문열고, 타 시동 걸며, 기운없이) 어우... 미친년. (하 고, 차 타고 가는)

씬 10 수근의 회사 화장실 바깥 복도, 낮.
직원1(젊은 남자)이 랩을 작게 그러나 신나는 느낌으로 부르며 볼 일 보고,
수근, 그 옆에서 볼 일을 보며 옆에서 볼 일을 보고 있는 직원1의 아랫도리를 표나지 않게 힐끔거리고 제 아랫도리를 보는,
그때, 수근 눈을 돌려 다시 직원1을 보다가, 두 사람 눈 마주치는,

직원1 : (작게 어색하게 웃으며) 왜 그렇게 (고개 짓으로 제 아랫도리를 가 리키 며) 보세요..민망..하게.
수 근 : (담담하게, 아랫도리의 지퍼 올리며) 안봤어.
직원1 : (어색하게 웃으며) 보셨...잖아요.
수 근 : 안봤으니까 안봤다 그러지, 보고도 내가 안봤다 그럼..그럼 내가 거 짓말  하냐? 자식이..(하고, 세면대로 가서 손 닦는)
직원1 : (지퍼 올리고, 수근의 옆으로 와서 손 닦으며, 웃음 띤 얼굴로 편하 게)  국장님, 언제 퇴임식 하세요. 이번달 말인가요?
수 근 : (언짢은, 직원1 노려보며) 알면서 왜 묻냐? 사람 염장지를라고 묻냐?
직원1 : (수근 보고, 아차 싶은, 묵묵히 손만 닦는)
수 근 : (거울만 보고, 머리 만지며) 흰머리가 왜 이렇게 생겨..뽑아두 뽑아두 악 랄하게 에으..

씬 11 시명의 아파트 앞, 저녁.
숙영, 출입구에서 나오고, 뒤따라 선미 나오며 말하는,
선 미 : (숙영의 팔을 잡고 따라나오며) 어머니 이렇게 오셔서 저녁도 안드 시고  그냥 가시는 법이 어딧어요, 들어가서 진지 드시고 가세요, 네?
숙 영 : (손사래치며, 자기 차로 가며) 괜찮어, 들어가, 어서 추워.
선 미 : (미안한, 떼쓰듯) 어머니..
숙 영 : 괜찮다고 했잖어. 난 너 없을 때 잠깐 김치나 갖다 둘라고 온거지, 밥 먹 을라고 온 거 아냐.
선 미 : 그래두..
숙 영 : 내가 너 이렇게 일찍 퇴근한 줄 알았음 나 니네 집 들어가지도 않았 다.  김치 까짓것 경비실에 맡기지. 너두 알잖어. 나 쿨한 거. 가족은 한달에 한 번 이상 보는 거 아냐. 그게 서로 편해. 그러니까, 긴 말 말고 들어가. 시 명이 연수원에도 가본다며, 어서.
선 미 : 번번히 죄송해서..
숙 영 : 죄송, 죄송, 너 그 누무 죄송 소리 좀 하지 말어. 그냥 고마운 맘 만 가 져. 죄송하단 건 부담스럽단 건데, 가족끼리 부담스러우면 쓰 니?
선 미 : (작게 웃으며) 알겠습니다, 조심해 가세요, 그럼.
숙 영 : (웃으며) 그래, 갈게. (하고, 차 타는, 차안에서 시동 걸고, 가는)

선미, 편안한 웃음으로 가는 숙영 보며 손 흔들고,
숙영, 운전하며 룸밀러로 선미 보며, 얼굴 굳어서 궁시렁대는,

숙 영 : 며느리라고 하나 있는게 미련곰탱이 같아가지고, 시에미가 안들어간 다고 해도 지가 며느리면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해야지, 내가 안들 어 가겠다고  그랬다고 낼름 그러세요..어으, 하나 같이 어떻게 그렇 게 맘에 드는 인간 이 없냐, 내 주위엔.

그때, 핸즈프리에 꽂힌 핸드폰벨소리 들리는,

인써트 - 핸드폰의 메시지창.
<왕짜증>이라고 써있다.

숙 영 : (떨떠름한 얼굴로, 핸드폰 켜는) 왜요?

씬 12 수근의 회사, 수근의 자리.
수근의 자리는 파테이션 돼있고, 그 앞쪽으로 직원들 여럿 앉아있는 자리가 보인다.
수근, 통화하는,

수 근 : 몇 시에 들어오냐?

씬 13 숙영의 달리는 차안.
숙 영 : (짜증스런) 늦는다고 했잖아요.

씬 14 수근의 자리.
수 근 : 얼마나?

씬 15 차안.
숙 영 : 많--이.

씬 16 수근의 자리.
수 근 : 얼마나 많이?

씬 17 차안.
숙 영 : 디게 많이. (사이) 용건 없음 끊어요. (하고, 전화 끊고) 같이 있음 잘해 주지도 않으면서 내가 바깥에만 나오면 뭔 누무 전화질은 그렇 게 해대는 지. 암튼 사람 편하게 댕기는 꼴을 못봐, 별나, 진짜 별나.

그때, 다시 수근의 전화가 오는,

숙 영 : 병이다, 병. 또또 발동 걸렸네, 이제부터 열통화는 하겠지.. 그래 너 는  해라, 난 안받으면 그뿐이다...(하고 전화받지 않는)

씬 18 수근의 자리.
수근, 신호음 가는 전화기를 들고 있다가, 내려놓고, 다시 숙영에게 전화하고 안받자, 답답해하며 다시 핸드폰하는, 잠시후,
기 사 : (E) 네, 국장님.
수 근 : 차 대기 시켜라.
기 사 : (E) 저.. 국장님..제가 오늘 아침에 말씀 드렸는데, 잊으셨나...보네요.
수 근 : 뭘 잊어?
기 사 : (E) 오늘 저희 어머니 칠순이라 제가 오늘은 상무님 못 모신다고..말 씀드 렸었는데..
수 근 : (아차 싶다) 그래, 그래. 내 깜박했다, 알았어, 잔치 잘하고, 그래, 그 래  끊어. (하고, 전화 끊고, 답답한데)

그때, 직원1 서류 가져와 결재란 보이면,

수 근 : (서류보고, 싸인하며, 직원1 안보고) 너 저녁에 뭐하냐?
직원1 : (생각하더니) 별일 없는데요.
수 근 : 그래, 그럼 나랑..
직원1 : (순간 생각난 듯) 아차, 약속이 있었다. (보며) 어쩌죠?
수 근 : (김 샌 표정이다, 참고) 어쩌긴..됐다. (하고, 서류 주면)
직원1 : (서류 받으며, 주변 눈치보며, 작게) 참 전번날 제가 드린 거 써보셨 어 요? 그거요..
수 근 : (책상 위를 치우며) 아니, 아직.
직원1 : (신난 표정이다) 에이, 써보시지.. 우리마누라 제가 그거 쓴 날 반쯤 죽었 잖아요. (혀를 쑥빼고, 고갤 옆으로 해서 죽은 표정짓는) 이렇게.
수 근 : (떨떠름하게 보며) 넌 니 마누라 반쯤 죽여놓고 그렇게 신나냐? 너, 변태 냐? (하고, 일어나 옷 입는)
직원1 : (눈치보며) 가보겠습니다. (하고, 가고)

수근, 옷 입다가 주위 돌아보며,

수 근 : (호탕하게) 오늘 나랑 밥 먹을 사람!

직원들, 모두 수근 보면.

수 근 : (의기양양) 내가 쏜다. 그것도 크게!

직원들, 서로 눈치보는.

수 근 : (맘 상하는) 됐다, 자식들아. (하고, 나가는)
직원들, 서로 눈치보고 떨떠름한.

씬 19 작은 일식당, 전경, 밤.
창너머로, 수근 초라하게 앉아, 고개 숙이고 나무젓가락을 벗겨내고 나무젓가락의 까칠한 부분을 뜯어내는 조금은 초라한 모습 보이는.

씬 20 식당 안.
수근, 앉아있고,
여종업원, 수근의 자리로 알탕 정도의 음식을 들고 와서 놓으며,

종업원: 어떻게 국장님 혼자 오셨어요? 직원들하고 같이 오시지.
국 장 : (어색한 웃음 지으며)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요.
종업원: 에이, 혼자서 쓸쓸하시게.
국 장 : 쓸쓸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나요.
종업원: (웃으며) 말씀도... 꼭 시처럼 하시구, 멋지시게. 많이 드세요. (하고, 가 는)
국 장 : (가는 종업원보고, 떨떠름하게 웃고, 몇 수저 뜨는데)

그때, 수근의 부하직원들 한패거리 들어오는,

직원1 : (젊은 부장에게) 무슨 말씀이세요. 회사에 소문 쫙 났는데, 차기국장 은  부장님이라고..
부 장 : (자리 찾으며) 루머야, 루머.
직원1 : (큰소리로) 루머는 무슨 루머. 소문이 좍.. (그 순간 국밥 떠 넣던 수 근 과 눈이 마주치는, 얼결에) 구, 국장님.
수 근 : (어색한 웃음 지으며) 밥.. 먹으러 왔냐?
직원들: (난감한)
부 장 : (수근의 자리로 가며) 아니, 왜 혼자서 저녁을 드세요?
수 근 : (쪽팔리고, 난감하다) 어..그게..(윙크하며) 늙은 마누라 밥하기 힘 든데,  하루 편히 쉬게 해줄까도 싶어 가지고, 그래서...
부 장 : (진심으로, 시원시원하게) 정말 애처가십니다. 존경합니다, 국장님.
수 근 : (직원들에게) 니들 차기 국장님 잘 모셔라.
직원들: (눈치보는)
부 장 : (좋은) 차기국장이라뇨. 무슨 그런 말씀을..
수 근 : (너그럽게) 괜찮아, 나 때문에 쉬쉬하는거 다 알아. 근데 나 정말 그 거  신경 안쓴다. 우리회사 진짜 자네 같은 젊은 피가 필요해. 나 같 은 중늙은 이들 그만해야돼. 떠날 때를 알아야, 남자지. 대신, 잘해라.
부 장 : 고맙습니다.
수 근 : (일어나며)
직원1 : (눈치보며) 더 드시지.
수 근 : 많이 먹었다. (부장에게, 너그럽게) 내가 많이는 못내고 (손가락 다섯 개  펴며) 이 정도만 카드로 긁어놓고 갈테니까, 애들 많이 먹여. 윗 사람 될라 면 돈 쓸 줄 알아야 한다.
부 장 : 염치없지만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 그럼 저흰 자리 잡습니다. (직원 들에게) 자리들 잡지. (하고, 가는)
직원들, 누구는 기쁘게, 누구는 눈치보며 수근에게 인사하고 가는.

수 근 : (방으로 들어가는, 직원들 보며, 어이없어 작게 궁시렁) 빈말이었는 데...
 저 자식이.. (하고, 돌아서서, 주인에게, 울화가 치밀어, 큰 소리) 여기,  계산!

씬 21 식당 앞, 거리.
수근, 신경질적으로 식당 문 열고 나와서(바바리에 두손 꼽고) 거리로 성큼성큼 씩씩대고 걸어가며 분노에 차서 궁시렁대는.

수 근 : 나쁜 놈들, 지들끼리 꿍짝이 맞아 놀아나고, 내가 곧 그만 둔다 이거  지...내가 힘있을 땐 온갖 아양 다 부리며 국장님국장님 입안에 혀처 럼 놀 던 것들이...싸가지 없는 개새끼들, 버르장머리 쓰레기통에 짱박아 놓은 놈 의 새끼들, (자리에 멈춰 서서, 식당쪽 보며, 소리치는) 야, 자식아, 니들 은 안늙을 줄 아냐! 야, 이 나쁜 놈들아, 니들도 늙어, 자식들아! 세월은  공평한 거야, 나만 나이 먹지 않아, 자식들아!

길 가던 사람들, 수근을 이상한 사람 보듯 보는,

수 근 : (눈가 그렁해 소리치는) 나도 한땐 잘나갔어 자식들아, 나도 한때는 젊었 었어, 자식들아, 아냐? 이 똥물에 튀길 자식들아! 아냐? 이 똥물 에 말아먹 을 자식들아!

수근, 속상해 씩씩대다가 돌아서서 가는, 울고 싶다.

씬 22 여명의 스튜디오건물(스튜디오와 살림집이 한 건물에 배치된), 전경.

여 명 : (E, 힘이 있는) 야, 야, 야, 그거 너무 가식적이잖아, 우리 다 아는 사 이 에 왜 그래?

씬 23 스튜디오 안.
숙영, 한쪽에 서서 여명을 기특한 듯 작게 웃음 띤 채 보고 있고,
여명, 사진을 찍고 있고,
남자모델, 청바지에 남방을 입고 갖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

여 명 : (모델에게, 계속 말하며 사진 찍는) 아니야, 아니야, 넌 섹시 안돼. 그냥  있어, 고개만 돌려, 고개만. 눈에 힘주지 마라, 그래, 그래. 좋 아, 좋아,  이제 바닥에 누워.

모델, 바닥에 누우면,
숙영, 한쪽에서 구경하려 목을 빼고,
여명, 서서 누운 모델을 사진 찍는,

여 명 : (사진 찍으며, 말하는) 렌즈 보지마, 렌즈. 또 입 움직인다. 입은 가 만있 고. 그래, 그래, 그래, 연기하지말고... 그래, 그거야. 좋아, 좋아, 됐어.  (하고, 사진기 내리는, 스텝들에게) 고생 많았어, 정리! (일어나 는 모델에 게) 낼 오후 2시에 다시 시작이다.
모 델 : 네. (하고, 가고)

스텝들, 분주히 움직이면,
숙영, 여명에게로 가려는데,
남자, 목소리 들리는,

남 자 : 여명아!
숙영, 여명: (동시에 소리난 쪽 돌아보는)

씬 24 여명의 침실.
숙영, 방문을 열고 들어와 주위에 널려있는 옷가지들을 한쪽으로 옮 겨놓다가 책상 앞에 있는 담배갑과 지저분한 재떨이를 보는, 숙영, 조 금은 짜증나게 그걸 보다가, 창가로 가서 한쪽에 앉으려다가, 건물 아 래서 싸우는 남자와 여명 보는,

인써트 - 여명과 남자.
여명, 화나가서 얘기하고 있고, 남자 무언가 설명을 열심히 하는, 모 습이다.
숙 영 : 진욱이랑 또 싸우나...

씬 25 여명의 침실.
숙영, 차를 끓이고 있는데, 여명 들어와 책상 위의 서류들을 정리하 는,

숙 영 : 넌 뭐하는 애야?
여 명 : (굳은 얼굴로 서류 정리하는)
숙 영 : 너 담배 언제부터 폈어?
여 명 : (작게 한숨쉬고, 책상 위의 담배를 서랍에 넣는)
숙 영 : 기집애가 혼자 산다고 나가서는 너 이따위로 살라고,
여 명 : 그만해요. (하고, 숙영 보는)
숙 영 : 뭘 그만해, 딸년이 담배를 보루로 피는데 어떻게 에미가 되가지고 그걸 보 고 말을 안해? 그리고 무슨 술병이 이렇게 바닥에 돌아다니 니? 힘들게 일 해서 그 돈으로 전부 술 사먹어, 너? 집안 곳곳에 담 배냄새, 술 냄새, 설 거지는 산처럼 쌓아놓고,
여 명 : (숙영 보며, 담담하게) 담배 안필게. 술도 안마시고. 설거지도 잘할 게.
숙 영 : ?
여 명 : 근데 엄마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 전부 믿겨?
숙 영 : (뭔 소린가 싶다) ...
여 명 : (자기 책상 위에 걸터앉아, 속상한, 사납지 않은) 내 나이 서른이 넘 었 어. 내가 엄마가 하라 그럼 하고, 말라 그럼 말고, 그럴 거 같아? 아니. 엄 마가 잔소리하면 할수록 난 ‘오케이, 알았어’하고 그냥 피할 뿐이야.
숙 영 : 너....
여 명 : (말꼬리 자르며) 그냥..건강 생각해라.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나 알아 들 어. 만약 엄마가 그렇게만 말했음, 나 미안해서라도 좀 조심할거 같애. 근 데, 기집애가 어쩌구저쩌구...
숙 영 : (부르는) 야, 여명..
여 명 : (말꼬리 자르며) 내가 골이 비어서 술 마시는게 아니야. 어쩔 땐 기분이  좋아서, 어쩔 땐 속이 상해서...(속상한, 숙영 보며) 엄마는 니 들 나이에  뭐 힘들게 있냐하겠지만, 나는 힘들어.
숙 영 : (여명 속상해 가만 보다가, 자리에 앉으며, 말꼬리돌리며) 니 올케는 암만 해도 곰탱인가 부드라.
여 명 : (속상해서 듣기 싫은, 숙영 안보는) ......
숙 영 : (차 마시고, 창가 보며) 내가 그렇게 번번이 지 집에 들어가 밥 먹고 싶어 하는 거 알면서..한번도 밥 먹으라 소릴 안해. 아니다, 하긴 했는 데, 빈말 이지 뭐. 두어번하고 거둬들이는 거 보면.
여 명 : (창가 보며, 안보고) 그렇게 생각하면 편해?
숙 영 : (보면) ?
여 명 : (보고) 엄마가 그 집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렇다고 솔직히 말하면 되잖어.  왜 거기선 아닌척하고 꼭 뒷말을 해, 엄만.
숙 영 : (서운하게 보다가, 말꼬리 돌리는) 니 아버진 요즘 부쩍 잔소리도 심 하고  짜증은 또 왜 그렇게 내는지, 시명이 놈은 이제 일주일에 전화 한번도 안 해, (여명 보며) 참 너 진영이 아줌마 알지?
여 명 : (숙영 안보고)
숙 영 : (자꾸 처량해지는, 창가 보며) 그 아줌마가 또 내 속 뒤집었다. 나는 진짜  걔만 보면 왜 그렇게 속이 뒤집어지는지, 꼴 같지 않아서는.. (여명 보며)  글세 나보고 남편 엔간히 잡으래. 야, 너두 알다시피 내 가 니 아버지 잡는  사람이니? 이 나이 먹도록 물 떠달라면 물 떠줘, 이부자리 깔라면 깔아줘,  뭐 먹고 싶다면 끼니마다 갖다대,
여 명 : (답답하게 숙영 보는)
숙 영 : 그것뿐이니..(하고, 여명에게 제가 마시던 찻잔 주며) 집안대소사는 여적  내 차지고,
여 명 : (차 마시는)
숙 영 : 이제는 슬쩍슬쩍 가계부까지 본다. 그냥 보면 좀 그래도 낫지, 슬쩍 슬쩍  ..쫌팽이 소린 듣기 싫어서, 안그런 척 하면서 의심이나 하고. 어이고 진짜  치사스러워서. (하다가, 여명을 보는데)
여 명 : (딴 생각하는)
숙 영 : 듣기.. 싫어?
여 명 : (안보고) 말해요.
숙 영 : 나는 말하고 너는 딴 생각하고?
여 명 : (보면)
숙 영 : (맘 아픈, 작게 숨쉬고, 안보고, 일어나며) 갈래. 파김치 갖다놨으니 까  먹고.
여 명 : (미안한) 좀 더 있다 가.
숙 영 :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진욱이랑은 잘 지내?
여 명 : (외면하는) ...
숙 영 : 엄마가 묻는 말엔 대답도 않으면서, 더 있다가라고..입에 침이나 바 르고  그런 소리해라. (하고, 나가는)
여 명 : (가는 엄마 보고, 전화하는, 잠시후, 담담하게) 진욱아, 나야. 아까 는.. (심호흡하며) 나 옹졸해. 그래서 그 여자 만나는 거... 싫어...이해 해?  (서글프게 웃고) 땡큐. 엄마 없어, 가셨어. 엄마?..화나긴.. 그냥 가셨 어...와서 자구 갈래?

씬 26 수근의 거실, 밤.
숙영, 잠옷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클래식연주회를 보고 과일 먹는, 멍 한 표정이다.
그때, 수근 세수한 얼굴로 오며 말하는,

수 근 : 화장실 물 빠지는데 머리카락 좀 어떻게 해봐라. 무슨 수세미 박아 논 것  마냥 머리카락이 한줌이야.
숙 영 : (티이브만 보며) 알았어요, 치울게요.
수 근 : (발톱깎기로 발톱 깎는) 맨날 말로만 치우지, 말로만. 내가 대체 몇 번을  말해. 샤워하고 나면 물이 안빠지잖아. 사람말을 말이야, 귓등 으로도 안듣 고 말이야, 뭐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숙 영 : (티브이만 열심히 보며, 과일 먹으며) 이제부터 내가 거실 욕실 쓸게 요,  그럼 됐죠.
수 근 : 거실 욕실 쓰면 거기도 보일러 돌려야 되잖어! 뭐한다고 여기저기 보일러 를 돌리냐?
숙 영 : (보며) 그러면 어쩌라구?
수 근 : 에이...(하고, 리모콘으로 가요프로그램 트는)
숙 영 : (황당하게, 수근 보는)
수 근 : (다시 발톱만 깎으며) 여명이 진욱이 자식이랑 언제 결혼한대?
숙 영 : (클래식프로 틀며) 몰라요.
수 근 : 동생은 결혼을 해서 애를 낳네마네 하는데, 돈 벌면 뭐할꺼야, 기집 애가  결혼을 해야지. 기껏 키워놨드니 이혼한 놈이랑, 꼴뵈기 싫어. (하고, 가요 프로 틀고, 다시 발톱 깎는)
숙 영 : (클래식프로 틀고, 듣는)
수 근 : 뭐야?
숙 영 : 보지도 않잖어, 당신은?
수 근 : 귀로 듣잖어.
숙 영 : 귀로 들을라면 라디오 들어. 오디올 켜든지.
수 근 : 다시 못틀어!
숙 영 : (가만 보다가, 다시 가요프로 틀고, 일어나서 가는)
수 근 : 어디 가?

씬 27 안방.
숙영, 궁시렁대며 들어오는,
숙 영 : 암튼 내 맘대로 뭐 하나 하는 꼴을 못보지, 꼴을 못봐. (하고는, 침대 에  누워, 티브이 틀어, 클래식 프로 보는)

화면, 아래위 반으로 나눠지며, 가요프로 클래식프로 재미없게 보는 수근(소파에 누워, 코 후비며, 자신이 한심스런)과 숙영(침대 옆으로 누워, 지루한) 보여지는, 그런 두 사람 모습에서 F. O.

씬 28 수근의 집 전경, 낮.
거친 자동차의 엔진소리.
숙 영 : (E) 이 차가 왜이래?

씬 29 수근의 집, 주차장안.
수근(운전석)과 숙영(조수석), 차안에 앉아있는,

수 근 : (안보고, 시동을 걸며) 내가 아냐.
숙 영 :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알어? 당신 차를.
수 근 : (보며, 화난) 말을 해두, 내 차라서 나만 탔냐? 당신이 더 많이 타잖 어!
숙 영 : 당신은 남자잖어.
수 근 : 남자면 차에 대해서 다 아냐?
숙 영 : (어이없는) ?
수 근 : 그러니까 내 말을 왜 안들어.
숙 영 : (보는)
수 근 : (보며) 내가 우리나라 차 사자고 몇 번을 말했어. 허영이 허파까지 차서 는...남들 눈이 뭐 그리 대수야. 어떻게 우리나라 중형차가 낫지, 고물중고  외제차가 나. 차 살 때 내 말만 들었더라도 지금 같은 일 이 왜 있어?!
숙 영 : 나만 허영 있어, 당신은? 이 차 당신이 골랐어. 이 차 사놓고 당신 뭐랬 어, 역시 외제가 뽀다구난다고..
수 근 : 조용히 못해!
숙 영 : (어이없단 듯, 한숨쉬고, 전화 거는)
수 근 : 어디다 전화야?
숙 영 : (심호흡하고) 콜 불러요.
수 근 : 그 누무 콜은..
숙 영 : (해도 너무 한다 싶어서, 원망스레 수근을 째려보는)

씬 30 레스토랑 안.
진영, 종열, 소희내외, 문 쪽에서 오는 수근과 숙영을 보고,
소회와 소희남편은 사이가 좋아 보이는,

소 희 : (숙영에게) 왜 이렇게 늦었어?
수 근 : (사람 좋게 웃으며) 어이구, 죄송합니다.
소희남편: 말로만. (하고, 수근과 악수하는)
수 근 : 별안간 차가 고장이 나서 택시 타느라 그랬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종열 과 악수하며) 얼굴 좋네.
종 열 : 넌 잘 지냈냐?
수 근 : 그럼, 근데 (종열과 악수하고, 앉으며) 넌 피곤해 보인다.
소 희 : (샘나는) 돈을 갈쿠리로 긁느라 피곤하시대요. 지난달 강남에 드디어 빌딩 까지 사셨대요.
진 영 : (고급스레 보이게 옷을 입고, 장식도 했다, 담담하게) 빌딩은...그냥 4 층 짜리 건물이야.
소 희 : 그게 어디니? 강남에.
수 근 : (자리에 앉으며, 종열에게 웃으며) 좋겠다..직장 관두고 임대업에 뛰 어들 더니..발군의 실력을 보이누만, 좋겠다 야.
종 열 : (무뚝뚝하게) 좋기는.
숙 영 : (자리에 앉으며, 떨떠름하고 재미없는)
진 영 : (담담하게 물 마시고)

시간경과.
식사들 하는,
수근, 소희에게 호의가 잔뜩 느껴지게 말하는,

수 근 : (소희의 남편 가리키며) 이놈이 맘은 안그런데, 욱하는 게 문젠 문젠 데.. 그래도 다른 속은 안썩이지 않습니까? 제가 친구라서가 아니라 이 놈, 진국 인데는 있잖어요.
소희남편: (웃으며) 너 밖에 없다.
소 희 : 정국장님이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욱도 정도껏해야지, 뻑하면 주먹 이 얼 굴위로 왔다갔다...
수 근 : 쯔즛...(소희남편에게) 너 그 버릇 아직도냐? 임마, 너 나이가 몇인 데... 이런이런....
소희남편: 전후사정 들어보면 너도 그렇게 말 못한다. 이 여자가, 먼저,
진 영 : (너그럽게 웃으며) 전후사정이 있어도 주먹은...그렇죠.
수 근 : (진영 보며, 웃으며) 그죠, 진영씨?
진 영 : 그럼요. 전후사정 있어도 그거는 아니죠..
수 근 : 근데 진영씨 오늘 그옷 진짜 이쁘네. 소피아 같으시네. 로렌 아시죠, 소피 아 로렌. 정말 이쁘시네. 우리 마누라도 진영씨 입은 거 같은 거 하나 사줬 음 좋겠네. 참 이쁘네.
숙 영 : (수근 보며, 맘속E) 미쳤나..왜 저렇게 실실대.
수 근 : (웃음띤 채, 호의적으로) 당신 어때 진영씨 옷 맘에 들면 내가 하나 사줄 게, 말해봐.
숙 영 : (어색하게 웃으며) 식사나 그냥 하셔요. (맘속E) 이 말 많은 쫌팽아.
수 근 : (웃으며, 호의적으로, 가식적으로) 식사는 나중에 해도 되잖아, 말해 봐,  사줘, 말어?
숙 영 : (어색하게) 빈말이 심하네. 사줄 것도 아니면서..
수 근 : (순간적으로, 화나는) 내가 무슨 빈말을 한.. (하다가, 소희와 눈마주 치 고, 어색하게 웃으며) 드..드세요. (하고, 식사하며, 숙영보며 속상 한 작 게 혼잣말) 먹다 콱 체라.
종 열 : (식사하다가 물마시고, 물잔이 비자 말없이 물잔을 진영앞에 놓으며) 물!
진 영 : (웨이터에게) 여기 물 좀 주세요.
수 근 : (조금은 짜증스레, 종열에게) 니 물은 니가 알아서 좀 시켜라, 자식 아.
숙 영 : (식사만 하며) 자기나 잘하세요.
수 근 : (불 같이 숙영 쏘아보는)

씬 31 레스토랑 밖.
소희와 소희남편은 차를 타고 있고, 수근, 숙영, 진영, 종열 서서 인사 하는,
소희남편: 담달에는 우리집에서 모이자.

소 희 : 그래요, 우리집에서 모여.
수 근 : (웃음 띤 채) 좋지. 간만에 모여서 화투도 치고.
소희남편: 판 돈 많이 가져와라.
수 근 : 오냐.
소 희 : (숙영, 진영에게) 담에 또 봐.
숙영, 진영 : 어, 잘 가, (소희남편에게) 잘 가세요.
소 희 : (멀리 떨어진 종열에게) 또 뵈요!

종열,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인사하고,
소희내외의 차 가는,

수 근 : (종열에게) 우리도 가자. 택시 탈 거지?
진 영 : (너그럽게 웃음띤 채) 우리집 이가 소박하잖아요, 버스 탈려고 해요.
종 열 : 가자.

종열 앞서 가고, 진영 따라가고,
숙영, 가고, 수근 그 뒤를 가는데,
네 사람 각자 걸어가는, 그 모습이 쓸쓸하다.

씬 32 정류장 + 택시안.
버스정류장과 택시 정류장이 같이 있는,
종열, 진영 버스 정류장 쪽에서 덤덤하게 서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수근과 숙영이 서있다.
수근, 의미 없이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고
그때, 택시 오면,
수근, ‘여기1’하며 손 흔들어 택시 잡고, 뒷문 열고 타려다가 숙영에게 말하는,

수 근 : 뭐해, 타.
숙 영 : (진영 쪽 의식하며) 모범 탈래.
수 근 : 모범적으로 살지도 않으면서 모범은 드럽게 좋아하지. 어서 타. 모 범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숙 영 : (외면하는, 진영 쪽 많이 의식되는, 괜히 발로 땅을 긁으며) 안 타.

택시 안의 택시 기사,

택 시 : 타요, 안타요?
수 근 : 잠시만요. (하고, 숙영쪽 보며) 정말 안타?
숙 영 : (제 하던 행동만 하는) ...
택 시 : 아저씨!
수 근 : (화나는) 고집불통 여편네. 어디 니 맘대로 해봐. (하고, 택시 타고 가는)

택시 안에서 수근 ‘갑시다’하고 기사에게 말하는,
가는 택시 보며, 숙영 눈가 그렁해지고 모멸감 느끼고 속상한, 그렇게 차를 보는.
카메라,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면,
종열, 앞만 보고 있고,
진영, 숙영(뒷모습)을 보며 혼잣말하는,

진 영 : 무슨 일이래..(숙영 부르는) 숙영아!
숙 영 : (돌아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아직..안갔니?
진 영 : 왜 둘이 같이 안가?
숙 영 : 어...그게 그이 회사에 급하게 일이 있다네...그래서..
진 영 : 야, 니 앞에 택시 왔다, 타고 가.
숙 영 : 우리집 남자가 일반말고 모범 타고 가래..편하고 안전하게.. 우리집 남자  별스럽게 내 걱정이 많잖니.
진 영 : (부러운) 그렇구나.

그때, 버스 오고,

종 열 : (진영보지 않고) 가자. (하고, 버스로 가는)
진 영 : 네. 그럼..숙영아 잘 가. (하고, 버스로 가는)
숙 영 : (가는 두사람 보며, 핸드폰 번호 누르고..속상한) 콜 좀 부르려고 하 는데 요...

씬 33 달리는 버스 안.
종열과 진영 타는,
종열, 앞서서 타고, 한자리 남은 빈자리에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냥 타 는,
진영, 몸을 가누기 힘들게 휘청대며 한쪽 바에 몸을 힘들게 기대고 지갑을 여는데,

종 열 : (무뚝뚝하게) 돈 내지 말어.
진 영 : (종열 보며) ?
종 열 : 카드 내. 백원이라도 싸잖어. 돈 백원 알길 우습게 알고..쯧..(하며, 창가  보는)
진 영 : (잔뜩 주눅든 채, 종열 보며) 네. 그럴게요. (하고, 기사에게) 두사람 이 요. (하고, 카드 찍고 카드 다시 가방에 넣고, 종열 앞에 비틀거리 며 간신 히 서는, 조심스레) 여보...가방 좀..
종 열 : (이미 어느새 눈감은) ...
진 영 : (순간 속이 상하고, 맘이 아픈, 내 팔자야 하는 심정으로) 날이 추운 데,  감기 드시겠네. (하며, 종열의 옷 여며주고, 바깥을 구경하며 가 는, 멀멀 한 표정이다)

씬 34 달리는 수근의 택시 안.
수근, 화를 삭히지 못해 씩씩 숨을 고르며 창가를 보는, 그러다 초조 하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

기 사 : 손님, 금연인데요.
수 근 : 알아요, 입에 물고만 있을 겁니다. (하고, 바깥 보다가 핸드폰 꺼내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주머니에 넣고, 다시 잠시 있다가) 염병..(하 고, 핸드폰  꺼내 전화하는, 신호음가고)
숙 영 : (E) 왜요?
수 근 : (화나는 맘 참고) ..대체..지금..어..디냐?
숙 영 : (E) 정류장.
수 근 : (답답한) 아직도..냐?

그때, 전화 끊기고,

수 근 : 여보세요? 여보..여보..(핸드폰 접고, 아우!하며 크게 심호흡하고, 잠 시 후 기사에게) 기사님 미안하지만, 좀 되돌아갑시다.
기 사 : (룸밀러 보며) 네?
수 근 : 내가 돈 좀 더 드릴테니...아까 왔던 대로 되돌아갑시다. 부탁합니다. (하고, 창가 보는, 화나고, 착잡하고)

씬 35 택시정류장.
숙영,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추운지 몸을 응크리고 땅바닥만 보고 있다. 멀멀한, 아무 느낌없는 표정이다(그러나 차분한). 수근이 탄 택시 와서 서는, 숙영 그것 모른 채 땅바닥만 보고있는,
수근, 차에서 내려 그런 숙영을 속상하게 보며,

수 근 : 고만하고..차 타.
숙 영 : (그 소리에 수근을 올려다보는, 멀멀한, 아무 느낌없는 표정이다, 그 러다  수근의 뒤를 보고(모범택시가 온 것) 그리고 가서 타는)
수 근 : (황당한, 가는 숙영에게) 뭐하냐?

숙영, 어느새 모범을 타고 가는,

수 근 : 야! 시명아!

차 이미 떠나는.

수 근 : 야, 이 염병할 놈의 여편네야!

씬 36 달리는 숙영이 탄 모범택시 전경.
핸드폰 벨소리 들리는.

씬 37 모범택시 안.

숙 영 : (핸드폰 열면)
수 근 : (E) 뒤 봐.
숙 영 : (차의 백밀러로 보면, 수근이 택시 조수석에 탄 거 보이는)

씬 38 수근이 찬 택시 안.
수 근 : (화난) 너 대체 왜 그러냐? 남자가 말이야, 성질나는 거 간신히 죽이 고.. 거기까지 다시 갔으면 ...져주는 척이라도 해야할 거 아냐!
기 사 : (수근이 무서운)
수 근 : 너 언제까지 이럴래? 사람 피말려 죽일래, 너? 내가 너한테 뭘 그렇 게 잘 못했냐? 대체 뭘 그렇게 잘못해서 평생 날 이렇게 들들 볶냐?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이 여자야!

씬 39 모범택시 안.
숙 영 : (짐짓 태연하게) 콜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콜이 와서 탄거야, 나는.

씬 40 수근의 택시 안.
수 근 : 그깟 콜이 대수냐? 니 남편 기분보다 콜부른 게 대수야!

씬 41 모범택시 안.
숙 영 : 모범 타고 싶었어. 그것 뿐야.

씬 42 수근의 택시 안.
수 근 : 끝까지 모범이지, 끝까지! 대체 뭐그렇게 잘나서 번번이 모범아니면 안되 냐? 내가 낼모레면 모가지 짤려나가지만, 우리나라 최고로 잘 나가는 광고 회사 국장인 나도 되도록이면 일반택시 타.

씬 43 모범택시 안.
숙 영 : (기운없이, 핸드폰을 귀에서 떼내 바닥에 내려놓고, 창가를 서글프게 보 며) ....
수 근 : (버럭, E) 나도 그러는데, 말해봐봐, 암것도 아닌 당신이 뭐가 그렇게 잘 나서 모범 아니면 안되냐! 이 여자야, 너 말이야, 세상 이렇게 살 면 안된 다, 니가 말이야, 남편 알길 이따위로 우습게 아니까, 내가 밖에서도 되는  일이 없어! 대체 내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냐, 어!
 구구절절한 수근의 말(말해봐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구, 하는 소 리  반복해 들리는)이 나오는데 그 위로 숙영의 혼잣말 입혀지는,
숙 영 : (창가보며, 기운없이 혼잣말) 잘못한게 없다구..4년전 젊은 여자랑 그 렇 게 뜨겁게 바람이 나 놓고도 잘못한게 없다구...(눈가 붉어지며) 어 이없 다, 참. 그것도 모르게나 하면 내가 젤 싫어하는 진영이한테 들 켜놓고. 그 래, 나 허영덩어리다. 짠돌이남편이랑 사는 진영이 앞에서 그래, 나 누가  뭐래도 모범 타고 싶었다. (핸드폰 보며, 작게) 그게 그렇게 잘못한거니,  이 인간아?

씬 44 수근의 택시 안.
수 근 : (어우!하고 크게 한숨쉬고, 이번엔 달래듯) 너도, 아니 당신도 알겠지 만,  야, 나이들면 부부밖에 더 있냐...내가 지난날 실수한 거는.. 미안 하다고  말을 안한 것도 아니고...미안하다고..했었잖아! (한숨쉬고) 시 명아, 나는  말이다. (얼굴 한손으로 가리고, 속상한) 그때 정말 외로 웠고...

DIS.
숙영의 얼굴 겹쳐지면, 숙영 여전히 혼잣말하는.
숙 영 : (창가 보며) 지랄...외로워서 그랬다고...나는 그럼...신나서, 신나서 너  만 보고 살았냐, 말이 되야 말을 하지, 내가...

씬 45 수근의 택시 안.
수 근 : (속상하고, 맘아픈, 달래듯, 열심히 전화에 대고 말하는) 오숙영, 너 내말  듣냐? 야.. 나 낼모레면 퇴임이다... 힘들다, 나도. 너는 그거 모 르지, 사 회에서 밀려나는 남자마음. 그래 모를거다. 나도 너처럼 치 마입은 여자면  좋겠다. 아냐, 내 이런 맘.

씬 46 모범택시 안.
바닥에 있는 숙영의 핸드폰(수근의 말 들리는) 보이고, 카메라, 창가 보는 숙영에게로 가면 숙영 중얼중얼 혼잣말.

숙 영 : (울먹이며) 지어머니 십년 병수발하고, 돌아가신담에 기껏 나한테 준 선물 이... 젊은 년하고 바람핀거야..어이없어, 정말. 그리고 뭐? 세상남자 절반 이 하는 짓이라고, 엔간히 하고 입닥치라구. 내어머니 도 아니고 지어머니  죽어라 병수발했는데.. 그때.. 내 맘 니가 아니.. 개..새끼야..(창가 보는,  눈물 흐르는 손등으로 아이처럼 눈물 닦으며, 제 자신이 처량한)

카메라, 숙영의 핸드폰으로 가면,

수 근 : (E, 가라앉은) 야, 시명아, 너 내말 듣냐? 내말 들어? (혼잣말) 이상 하 네..너..혹시 지금 내말 안듣지?
숙 영 : (눈물 흐르는, 핸드폰 보며) 짖어라, 너는..(하고, 다시 창가 보는)

씬 47 수근의 택시 안.
수 근 : (울고싶을 만큼 울화가 치미는) 이게.. 너 지금 핸드폰 지난번처럼 또 바 닥에 놨지! 너 내말 안듣지! 이 여자야! 야! 에우...(하며, 화나 전화 끊고  등받이에 기대고, 서글프게 창가 보는, 울고 싶다) 사는게 이게 뭐냐...염 병..

그때, 신호등에 걸려 차서고,
기사, 수근의 눈치를 보며 라디오를 켜는.
김조한의 무정부르스 나오는, 신호등 바뀌고 택시 가고,

씬 48 모범택시 안.
숙영, 창가 보며, 눈가 그렁해 서글픈,
수근과 숙영의 모습 교차되면서 F. O.

씬 49 숙영의 집 앞, 아침.
수근과 숙영, 나오는,
기사, 두사람 보고 차문을 여는,

숙 영 : (느낌 없이) 조심해 다녀와요.
수 근 : (느낌 없이) 오늘 새벽에 확인해보니까 차 시동은 걸리더라, 끌고가 서 정 비소에 맡겨.
숙 영 : 네.

수근, 차 타고, 차 가고.
숙영, 가는 차보다 집으로 들어가는.

씬 50 종열의 아파트, 거실 안.
평수는 크지만, 가구라곤 달랑 티브이와 카펫하나 깔려있는게 전부다.
진영, 평상복에 애완견을 안고 먹이를 먹이며 전화하고 있다.

진 영 : 무슨 말이야, 곗돈을 은행으로 부치라니? 그 날 안 만나? (사이) 만 나자,  야.

씬 51 차 정비소.
숙영, 차에서 나오며 조금 짜증스레 전화를 하고 있는,

숙 영 : 뭘 또 만나, 엊그제 만났으면 됐지..담달에 또 볼 거 아냐? (사이) 밥 은  나중에 내가 사면 되고...넌 무슨 밥 못얻어서 환장했냐? 돈두 많 은게..  알았어, 나갈게. 끊어. (하고, 전화 끊으며) 만나기만 하면 날 못잡아먹어  으르렁대면서 왜 그렇게 만나자고 난리야. (하고, 정비소 사무실 들어가면)

씬 52 사무실 안.
숙영, 문 열고 ‘최사장님’하며 무심히 들어서는,
그때, 웃통을 벗고 한쪽에서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던 선우, 그 소 리에 숙영 쪽을 돌아보는,
숙영, 선우를 보는 순간 굳은 듯 멈추고,
선우, 그런 숙영을 무심히 보는,

씬 53 종열의 집안.
진영, 전화기 보며, 떨떠름한, 혼잣말하는,

진 영 : 몇마디 더 하고 끊지, 성질두...(하고, 애완견보며) 왜 안먹어, 더 먹  지...엄마가 입에 넣줄까? 그러까? (하다가, 다시 전화들고, 소희한테 전화 하는, 잠시후) 소희니? (사이, 어색한 웃음) 아, 아줌마시구나..안 주인은 요? ...네..알았어요..제가 나중에 다시 하죠, 뭐. 아니에요, 바쁜 일. 네,  네. (하고, 전화 끊고, 풀죽은, 그러다 한쪽에 걸린 딸내미와 부부사진 보 고는, 맘이 안좋 은, 다시 전화기 보고 버튼을 누르는, 신 호음 가다가 영 어로 부재중메시지 들리는)
그때, 종열(약수터 갔다온 느낌) 들어서며,

종 열 : (버럭) 또냐!?
진 영 : (놀라, 애완견을 팽개치듯 놓치고, 전화기도 놓치는)
종 열 : (어이없게 보며) 그 누무 전화질은... 밥 차려.
진 영 : (전화기 바로 놓으며, 허둥지둥) 네.

씬 54 종열의 집, 주방 + 현관앞.
종열, 신문을 보며 김치에 생선 한가지 놓고, 밥을 먹는,
진영, 그런 종열 보며 뭔가 말할게 있는 듯 머뭇대며,

종 열 : (신문보며) 경기는 언제나 나질라는지...작년두 올해두 맨날 경기가 침체 면 대체 언제 경기가 호황이야? (신문 다른 면 펴고) 에우..이건 또 뭐냐?  또 뇌물이네..아주 이제는 신문 보기가 겁나네..(고개젖고) 꽃은 언제 필려 고 날은 스산하고...(하고, 신문 한쪽에 놓고, 밥 먹다 가 진영 보며) 똥  말인 강아지처럼 왜 그렇게 얼굴이 굳었어? 할 말 있어?
진 영 : (어렵게 보고 있는)
종 열 : 할말 없음 집이나 치고. (하고, 밥 먹는)
진 영 : 미숙이가 몸이 영 안좋은가 봐요.
종 열 : 엊그제 전화할 때 물어왔는데, 괜찮대, 걱정말어.
진 영 : 애 보랴 일 다니랴, 안좋을 건데...
종 열 : 나이가 서른이야, 지 일은 지 알아서 하겠지.
진 영 : 공부하기도 벅찰 건데..내가 가서 애기 좀 봐주면 좋겠는데..
종 열 : (보고) 재작년에 갔었잖아! 미국이 뭐 옆집이냐? 뻑하면 가게!
진 영 : (눈치보며) 애 낳고 안가봤잖아요.
종 열 : 여름에 들어온대잖어!
진 영 : (서운한, 화나는) 와야 오는 거지, 공부하는 애들이 돈이 어딧어서 나와.
종 열 : 그러게 박사까지 누가 하래!
진 영 : (물 마시고) 가는 비행기표만 어떻게 해줘요. 나머진 내 알아서 할 게.
종 열 : 당신 가면, 내 밥은!
진 영 : (그 말에 어이없지만, 참고) 밥, ...밥이야..(답답한, 달래듯) 아줌마 좀  부르면 되지.
종 열 : (눈 부라리며) 멀쩡한 여편넬 놔두고 왜 아줌말 불러! 말도 안되는 소릴하 고... (하고, 밥 먹는)
진 영 : 전번 날, 미숙이가 울드라구...말은 안해도 내가 왔으면 싶은 가봐. 보내 줘요.
종 열 : (일어나며) 치워.
진 영 : (화나, 울 것 같다) 그렇게 돈 벌어 뭐해요. 죽을 때 싸가지도 못할 거.
종 열 : 왜 이렇게 말이 많냐? 오늘!
진 영 : 보내줘요. 애 울던 생각에 잠이 안와.
종 열 : 사지육신이 편하니까 잠이 안오지, 힘들어봐, 왜 잠이 안와. (하고, 방으 로 가는)
진 영 : (따라가며) 보내줘요.

씬 55 안방.
종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진영, 따라 들어오며,
진 영 : 보내줘요, 네. 미숙이가 에지간해서 힘들다 소리안하는 애잖어요. 보 내줘 요.
종 열 : (옷 입으며) 어따, 그 여자 시끄럽게 말많네, 거. (하고, 나가려하면)
진 영 : (종열의 등뒤에 대고) 안보내줄거면, 이혼해요.
종 열 : (보는)
진 영 : (울 것 같은 맘 참으며) 내가 ..어디 가서 파출부를 해서 먹고살아도 도,  내가 이것보단 잘살 거 같애, 어떻게 사람이 그러냐, 돈이 그렇 게 중해요,  애가 아프다잖어.
종 열 : 너 좀 전에 이혼하자 그랬냐?
진 영 : 그래요, 이혼해요.
종 열 : 분명히 이혼하잔 말 니가 니 입으로 먼저 했다? 좋아, (버럭) 대신 빈손으 로 나가!
진 영 : (종열을 원망스레 가만 보는)
종 열 : 말이면 단 줄 아냐?..내가 이혼하자 그러면 무서워할거 같냐? 나를 뭘로  보고..
진영 : (순간, 장문 열고, 마구 옷가지를 챙기는)
종 열 : 뭐하냐?
진 영 : (말없이, 눈가 붉어져, 옷가질 마구 챙기는)
종 열 : (같잖게 보며) 쇼하고 있네..쳇. (하고, 나가는)
진 영 : (묵묵히 이 앙다물고 옷가지를 챙기는)

씬 56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종열, 버튼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
그때, 뭔가 이상해 제 집 쪽을 보면,
진영, 가방 들고 나와 종열 아랑곳없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종 열 : (이상한, 진영 보며) 뭐하는 거야?
진 영 : (말없이 엘리베이터 층수만 보다가, 문 열리면 타서는, 그냥 문 닫는)
종 열 : (얼결에 놀라) 어, 어! 어!
엘리베이터 문 닫히고,
종 열 : (엘리베이터 문 두드리며) 미숙아!

씬 57 아파트 1층.
진영,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이 앙다물고 걸어가는.

씬 58 정비소마당.
선우, 진영의 차 밑에 들어가,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그때, 사무실에서 사장 나오고, 창가로 보면 숙영, 차를 마시며, 조심 스레 선우 쪽을 건너다 보고 있는,
사장, 일하는 선우에게 묻는,

사 장 : 어떠냐?
선 우 : (차에서 나오는데, 온통 땀이다, 손등으로 땀 닦는) 시간이 많이 걸 릴 거  같네요.

사무실의 숙영, 그런 선우 보려고 일어나는,

사 장 : 그래. (하고, 사무실 쪽 보면)
숙 영 : (순간적으로 앉는)

씬 59 사무실 안.
숙 영 : (가슴이 뛴다, 깊게 심호흡하는, 긴장한)

씬 60 정비소 앞, 밤.
선우, 서있는,
사장, 숙영 말하는,

사 장 : 사모님 죄송합니다.
숙 영 : 아니에요, 송사장.
사 장 : 부품이 있는 줄 알았는데, 괜히 오늘 된다고 기다리시라고 해갖고.. 늦게 까지 죄송합니다.
숙 영 : 그럴 수도 있죠, 뭐.
사 장 : 양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은 우리 이선우씨 차 타시고 그냥 들 어가 시고, 낼 부품가게 들러 알아본 연후에 댁으로 연락드리겠습니 다.
숙 영 : 시간은 늦어도 되니까, 확실하게만 고쳐줘요.
사 장 : 네. (선우에게) 사모님 댁까지 잘 모셔라.
선 우 : 네. (차 문 열고, 숙영에게) 타세요.
숙 영 : 네. (하고, 뒷좌석에 타는)

선우, 앞에 타고, 차 출발하고, 사장 가는 차보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씬 61 달리는 차안.
선우, 백밀러 보며 운전해가고,
숙영, 룸밀러 보며 선우를 보는,
숙 영 : (E) 그림 같이 생겼네...(하고, 창가 보다가, 다시 선우 보며, E) 이름 도  참 멋지지....선우..

씬 62 고급 바.
종열, 소희남편, 수근 앉아서 술을 마시는.

소희남편: (종열 보며) 정말 그 한마디했다고 진영씨가 집을 나갔어?
종 열 : (굳은 얼굴로 술잔 비우는)
수 근 : (술잔만 보며) 니가 잘못했어, 자식아.

종열, 소희남편, 수근을 보면,

수 근 : (종열 보며) 강남에 빌딩까지 있으면서, 뻑하면 돈, 돈, 왜 그러고 사 냐?
소희남편: 종열이가 뭐 그돈 모아, 지만 좋을라고 그러냐, 나중에 늙으면 진 영씨 랑 같이 쓸라 그러지.
수 근 : 언제 쓰는데, 더 늙어서? 지금보다 더 늙으면, 그 돈을 어떻게 쓰냐, 임 마. 병원에 누워서 쓰냐?
종 열 : 나 간다. (하고, 가는)
소희남편: 종열아!
수 근 : 냅둬.
소희남편: (수근보며) 야, 자식아...왜그러냐, 친구들끼리 위로는 못해줄망정.
수 근 : 지금 위로는 쟤가 아니라, 내가 받아야 된다. 자식이..말이야..젊어선 안 그러드니, 늙어가면서 돈밖에 몰라. 너두 알겠지만 우리 인생에 돈 이 전부 냐?

그때, 써니 목소리 들리는,

써 니 : 아니죠.
수근, 소희남편 : (소리난 쪽 보는)

수근, 옆에 써니 혼자 앉아 술 마시는,
수 근 : ? (기분 나쁜)
써 니 : (술병 들어, 수근에게) 같이 한잔 하실래요?
수 근 : (빤히 덤덤하게 보는)
써 니 : (술병 들어, 눈짓으로 안해요하고 묻는)
수 근 : 난 그런 사람 아니요. (하고, 술 마시는)
써 니 : (수근이 귀엽다는 듯 웃으며) 그렇게 보여요. (하고, 술 마시는)
수 근 : (그 말에 써니 보는, 뭔가 다르네 하는 느낌이다)
써 니 : (일어나 지갑에서 카드 내며, 바텐더에게) 제 술 킵해주시고요, 이쪽 분  것도 같이 계산해주세요.
수 근 : ?
소희남편: (웃으며) 그럴 필요 없는데...
써 니 : (카드 받고, 수근에게) 안녕히 가세요. (하고, 나가는)
수 근 : 뭐야...(하고, 술 마시려다가, 무심히 옆을 보면, 써니의 스카프 놓여 있 는)
소희남편: 오우, 미끼!
수 근 : (소희남편 보는)
소희남편: 니가 갖다줘라. (하고, 웃으며 술 마시는)
수 근 : 에이..(하며, 스카프 가지고 나가는)

씬 63 바 앞.
수근, 스카프 들고 나와 두리번거리면,
써니, 대리운전자가 가져온 자기의 차에 타려하는,

수 근 : 이봐요!
써 니 : (차 타려다, 수근 보는) ?
수 근 : (담담하게, 스카프 내미는)
써 니 : 그거 대신 명함 주시면 안되요?
수 근 : ...
써 니 : 싫으시면 말구요. (하고, 그냥 차 타고, 문 닫는)
수 근 : (차문 노크하며, 스카프를 들어 보이는, 가져가라는 뜻)
써 니 : (고개 젖고, 웃으며, 기사에게 가요하고, 가는)
수 근 : (가는 써니의 차보며, 난감한) 왜 저래...

씬 64 수근의 거실.
텔레비전, 켜있는,
수근, 소파에 누워있고,
숙영, 소파 밑에 앉아있는,
텔레비전은 의미없이 켜있고, 두사람 다 각자 생각에 빠져있다.
수근의 얼굴위로 써니 웃으며 차타고 떠나던 모습 플래시백되는,

수 근 : (E) 무슨 뜻일까..그 웃음이...
카메라, 숙영 쪽으로 오면,
숙영, 생각 많은.
숙 영 : (E) 우리 둘이 첨에 정비소에서 만났다..그건 좀 그래...느낌이 별로 야.  어디가 좋을까, 버스정류장이 좋을 거 같애. 그래, 버스정류장이 야.

씬 65 환상, 버스정류장.
벤치에 숙영, 앉아있는,
숙영의 허무한 표정위로,

숙 영 : (E) 그날 나는 인생이 재미없는 맘 아픈 그런 모습으로 앉아있는 거야. 그 지, 그렇게..(사이) 그런 날은..눈이 오면 좋을까.

앉아있는 숙영의 모습위로, 눈이 휘날리는,

숙 영 : (E) 아니다. 눈 별로야.
눈 멈추는,
숙 영 : (E) 비가 좋겠어.
앉아있는 숙영의 모습 위로 비가 내리는,
숙 영 : (E) 그때, 걔가 말을 시키는 거지.
선 우 : 좀 앉아도 되요.
환상속의 숙영, 눈물 그렁하게 소리난 쪽으로 고개 돌리면,
선우, 보이는,
선우, 눈물 그렁해 옆에 앉는,
숙 영 : (E) 그래, 그래, 그렇게 맘 아프고 상처받은 두 사람이 비오는 날 운 명처 럼 만나는 거야.

숙영과 선우의 환상, 수근과 숙영(입가에 미소 띤)의 현실이 아래위로 나눠지며 엔딩.

 

 

 

 

 

 

 

 

 

 

 

 

 

 

 

 

 

 

 

 

 

 

 

 

 

 

 

 

 

 

 

 

 

 

첨부파일 kbs `05 창사특집_유행가가 되리_노희경.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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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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