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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2006][포카라] 안형란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1.19|조회수397 목록 댓글 1

[포카라] 안형란

 

 

 

 

 

 

 

 

 

 

S#1. 몽타주 (정신요양원/ D)

 

트럭에 실린 쌀과 야채더미들을 식당 안으로 실어 나르는 현태와 트럭기사.

현태, 무거워 휘청휘청 하면서도 싱글벙글이다.

현태를 말리는 식당 아줌마 '지금 치료시간 아냐?' 아랑곳없는 현태.

 

환자 하나를 목욕시키고 있는 현태. 머리에 거품을 잔뜩 내고 있다.

그 사이 현태 이를 닦아주는 환자.

현태 치약 거품 탁 뱉더니 샤워기로 머리를 행궈준다. '시원하죠?' 자기가 더 기분 좋은 현태.

현태, 목욕탕 앞을 지나쳐 가는 나윤 보고 멈춘다.

 

대형 쓰레기 자루 몇 개를 메고 뛰다시피 소각장으로 가던 현태, 벤치에 앉아 뜨개질하고 있는 나윤 본다.

심장이 멎을 듯 지켜보던 현태 쪽으로 빨간색 실 뭉텅이 또르르 굴러간다.

현태, 쓰레기 봉투 팽개치고 슬라이딩해서 잡은 실 뭉텅이를 되감아 수줍은 듯 나윤에게 건넨다.

현태를 똑바로 응시하는 나윤.

수줍은 현태, 쓰레기봉투 주워 가며 나윤, 흘깃흘깃 본다.

 

 

S#2. 간호사실 앞

 

남자줄, 여자줄, 한 줄로 쭉 늘어선 환자들 손에 간호사가 죽 약을 놓고 가면

약을 제대로 먹는지 보호사들(젊고 건장한 남자)이 확인한다.

현태, 뜨개질하고 있는 나윤을 못 박힌 듯 보고 있다.

약을 꿀꺽 삼키고 보호사에게 입 속을 보여주는 현태.

 

간호사 : 다음은 영화감상 시간이에요. 시청각실로 모이세요.

 

다들 뿔뿔이 흩어진다.

입 속에 숨겨두었던 약을 몰래 주머니에 넣는 나윤과 눈이 딱 마주친 현태.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윤, 현태를 향해 생긋 웃어 보이고는 시청각실 방향이 아닌 병실 쪽으로 간다. 놀라 지켜보는 현태.

 

 

S#3. 입원실 복도 (D)

 

나윤을 따라가는 현태.

나윤, 현태의 기척을 느끼는지 자리에 멈추면 열려있는 입원실 안으로 얼른 몸을 숨기는 현태.

현태, 다시 나와보면 나윤은 사라지고 없다.

후다닥 뛰어와 두리번거리던 현태, 눈앞에 있는 나윤의 방, 침을 꼴깍 삼킨 긴장된 표정으로 연다.

 

 

S#4. 나윤의 입원실 (D)

 

조심스럽게 문 열리고 들어오는 현태. 신기한 듯 방안을 둘러본다.

침대와 옷장, 책상 등이 밝은 색 커튼과 조화를 이룬 예쁜 방이다.

벽면에는 패션잡지에서 오려낸 사진과 나윤이 디자인한 그림들이 장식돼 있다.

달력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현태. 20일, 붉은 색 동그라미에 외출이라고 써놓았다.

밖에서 나는 인기척소리에 당황한 현태, 얼른 침대 밑에 숨는다.

안으로 들어온 나윤,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쓰고 있다.

침대 밑에서 불안하게 눈을 굴리고 있는 현태. 갑자기 침대 밑으로 쑥 들어오는 나윤과 눈 마주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나윤 : (담담한) 여기서 뭐해?

현태 : (눈만 떼굴떼굴)

 

침대에 앉아 패션잡지 보고 있는 나윤.

침대 밑에서 쭈삣쭈삣 기어 나오는 현태.

 

나윤 : (잡지에 시선 둔 채)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현태 : (기어 나오다 충격에 빠진 얼굴로 엉거주춤 앉는)

나윤 : (뜬금 없이) 내가 머리 만져주는 걸 좋아해 그 사람.

현태 : ...............

나윤 : (즐거운 상상을 하는 듯)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얼굴이야.

현태 : (얼굴이 굳는다)

나윤 : 엄지하고 검지로 이렇게 콧등을 누를 땐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거야. 그럴 땐 그냥 조용히 놔둬야돼.

         화를 잘 내진 않는데 한 번 화나면 정말 무섭거든.

현태 : 외출할 때마다 .......... 그 사람 만나는 거에요?

나윤 : (고개 끄덕)

현태 : (슬프다)

나윤 : (현태 빤히 보는) 모잔 왜 써?

현태 : (수줍은 듯 고개를 약간 떨구는데)

나윤 : (모자를 휙 벗긴다)

현태 : (당황해서 수술자국이 있는 머리를 쓱 만진다)

나윤 : (다가가 수술자국 만져본다)

 

고개 숙인 현태의 눈앞에 나윤의 가슴이 있다. 당황한 현태, 시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현태를 안쓰러운 듯 바라보는 나윤, '아파?'

나윤의 얼굴이, 숨결이, 점점 가까이 느껴질수록 떨림 때문에 숨쉬기가 점점 곤란해지는 현태. 부자연스럽게 고개 젓는다.

이 때 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보호사.

현태, 그 때서야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캑캑거린다.

 

보호사 : (험상궂은 얼굴로) 두 사람 다 밖으로! 얼른!

 

 

S#5. 원장실 (D)

 

결재 서류에 사인하고 있는 원장. 갑자기 문 벌컥 열리며 현태 들어온다.

 

현태 : 원장님 저 (손을 싹싹 빌며) 외출금지만........ 그것만 아니면 다른 건 다할께요.

원장 : (사람 좋은 얼굴로) 다른 거 뭐?

현태 : 뭐든지 다요.

원장 : 안 그래도 궂은 일은 도맡아하고 있으니 그건 벌도 아닐테고.....

현태 : (불안한)

원장 : 현태야.

현태 : (원장 본다)

원장 : 너 왜 자꾸 나윤이 방 기웃거리는 거야?

현태 : (고개 푹 숙인다)

원장 : 뭐 기억나는 거 있니? 뭔가 떠오른다든지......

현태 : (고개 들다가, 뭔가 생각난 것처럼 눈 크게 뜬다)

원장 : (기대감에 차서 현태 본다) 현태야.

 

한 곳에 고정돼 있는 현태 시선 따라가면, 창 밖으로 양팔을 벌린 채 고개 뒤로 젖히고 있는 나윤 보인다.

실망하는 원장.

 

원장 : 이번 한 번 만이다. 앞으로 또 문제 일으키면 그 땐 진짜 혼나.

현태 : (마음이 놓이는) 네! (후다닥 달려나간다)

 

 

S#6. 요양원 마당 (D)

 

건물 담벼락 밑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나윤, 낮잠 자는 고양이처럼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안에서 후다닥 달려나온 현태, 두리번 나윤을 찾는다.

나윤을 발견한 현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멈칫한다.

얼마쯤 떨어져,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는 현태, 나윤 살핀다.

나윤 근처에도 종이비행기 몇 개 떨어져 있다.

좀처럼 눈 뜰 생각을 않는 나윤에게 망설이며 다가가는 현태.

 

현태 : 뭐 해요?

나윤 : (눈감은 채) 빨래 말려, 햇빛에.

현태 : ???

나윤 : (벌떡 일어나 기지개 펴고는 현태 본다) 내 마음. 햇볕을 실컷 쪼이고 나면 우울한 기분도 다 날라가.

         (활짝 웃으며) 뽀송뽀송 해져 이렇게.

현태 : (부끄러운 듯 시선 외면하는)

 

 

S#7. 화장실 (D)

 

현태 심각한 얼굴로 거울 보다가 느닷없이 씩 웃는다.

안으로 사람 들어오면 딴청 피웠다가 다시 거울 보는 현태. 씩 웃어보고, 두 손가락으로 콧등도 잡아본다.

갑자기 들이닥친 잉글리쉬맨,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현태를 꽉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해!' 외친다.

현태, 십년 감수했다.

 

 

S#8. 요양원 로비 (D)

 

외출 준비를 하고 나온 나윤, 몰라보게 환하고 예쁘다. 밝은 표정으로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S#9. 원장실 (D)

 

원장하고 마주앉아 있는 현태, 마음이 급해 엉덩이가 들썩들썩한다.

 

원장 : 미리미리 얘기해야지, 갑자기 외출 날짜 바꿔달라고 또 그럼 안돼.

현태 : (자리에서 일어날 기세다) 네.

원장 : 다녀와 그럼. 시간 꼭 지켜서 들어오고. 조심...... (하는데)

현태 : (벌떡 일어나 꾸벅) 다녀오겠습니다. (정신 없이 뛰어나간다)

 

 

S#10. 거리 (D)

 

버스에서 내린 나윤, 죽 늘어선 상점의 쇼윈도에 시선을 주기도 하면서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현태.

나윤, 파란 불이 깜빡깜빡 거리는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넌다.

나윤을 놓칠 새라 긴장한 현태도 횡단보도로 뛰어드는데 이미 신호는 적색등으로 바뀌었다.

긴장으로 바짝 굳어 오도 가도 못하는 현태.

끽, 현태 앞에서 급정거하는 차들. 공포에 질린 현태를 피해가며 요란한 경적소리 울리는 차들.

가까스로 횡단보도에서 빠져나온 현태, 호흡 가라앉힌다. 나윤은 멀어진다.

 

 

S#11. 대학가 (D)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 등 예쁜 상점들이 밀집돼 있는 곳을 지나 어딘가로 가는 나윤.

거리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대학가 특유의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거리 풍경이 나윤을 스치듯 흘러간다.

나윤을 따라가고 있는 현태, 어쩐지 낯이 익은 거리인 듯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 때 현태를 칠 듯 휙 지나치는 연인을 태운 오토바이.

소스라치게 놀라 굳은 듯 서있는 현태의 머리 속으로 방금 전 연인을 태운 오토바이가 희미한 영상으로 스쳐지나간다.

 

 

S#12. 동 부근 카페 앞 (D)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나윤을 잔뜩 긴장해서 보고 있는 현태.

나윤이 들어간 카페 창가 쪽으로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저 남자가 나윤이 말한 사람인가, 현태 숨죽여 보고 있는데 남자를 지나쳐 뒷자리에 앉는 나윤. 현태 어리둥절하다.

차를 시켜놓고 앉아있는 나윤, 마치 상대가 앞에 앉아있는 것처럼 뭔가 얘기를 한다.

나윤이 정말 미친게 아닐까, 충격에 빠진 현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나윤의 앞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다.

 

 

S#13. 카페 안 (D)

 

나윤 앞에 조심스럽게 앉아보는 현태. 한참만에 나윤이 현태를 바라본다.

뚫어지게 보는 나윤의 시선에 긴장하는 현태. 그러나 나윤의 시선은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깊은 눈을 하고 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나윤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현태.

 

 

S#14. 요양원 간호사실 앞 (D)

 

환자들이 죽 늘어서 약을 받고 있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나윤을 현태가 심각한 얼굴로 본다.

약을 먹고 밖으로 나가던 현태, 웅성대는 소리에 돌아본다. 나윤이 보호사와 실강이를 벌이고 있다.

 

보호사 : 약 숨긴 거 내놔요.

나윤 : (고개를 절레절레) 먹었어요.

 

참다 못한 보호사가 나윤의 주머니 속을 뒤지면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반항하는 나윤.

놀란 현태가 순식간에 달려가 나윤에게서 보호사를 떼놓으려 몸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나윤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현태에 의해 투두둑 떨어져 나가는 나윤의 환자복 단추.

나윤이 환자복 안에 입고 있는 하얀 면티에 현태와 나윤이 함께 찍은 사진이 프린트 돼있다.

나윤의 가슴에 박힌 한 장의 사진을 충격 속에 보고 있던 현태, 깨질 듯 아픈 머리를 감싸쥐며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다.

그런 현태를 놀란 얼굴로 보고 있는 나윤.

 

 

S#15. 대학가 (N/ 과거, 대학시절)

 

화려한 네온사인을 밝힌 밤거리 골목 고목을 누비고 다니는 나윤(21)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이 디스플레이 돼있는 보세가게와 노점을 둘러본다.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것, 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노란 알전구 밑에서 메모하기도 한다.

서둘러 가던 나윤, 쇼윈도 거울 속으로 돌아와 거울 한 번 보고 다시 어딘가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S#16. 동 부근 모터사이클 매장 앞 (N)

 

바쁘게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현태(21), 이미 봐두었던 헬멧을 사들고 나오며 좋아라 본다.

신나게 다시 어딘가로 뛰어가는 현태.

 

 

S#17. 부근 카페 (N)

 

창가에 앉아 나윤을 기다리는 현태. 뿌듯한 듯 헬멧을 만져보고 있는데 휴대폰벨소리 울린다.

'나윤'이라는 이름 뜨면 슬며시 웃는.

 

현태 : 어, 나윤아.

나윤 : (F) 미안해서 어떡하지. 나 못갈 거 같애.

현태 : 왜? 무슨 일 있어?

나윤 : (F) 지금 거래처가고 있거든. 급한 일 생겼어.

현태 : (실망하는) 미리 말하지. 태워다 줬을텐데.

나윤 : (F) 다왔는데 뭐. 어, 정말 다 왔다. (서둘러) 끊는다.

 

전화 끊는 현태, 손님들로 꽉 찬 카페 안에 잠시 멍하게 혼자 앉아 있다.

낮은 한숨쉬는 현태, 일어나려고 헬맷 챙기는데 그 앞으로 쑥 내밀어지는 케이크. 촛불 3개가 켜있다.

나윤이 생글생글 웃고 있다.

 

나윤 : 속았지? 우리 만난지 3년 됐다.

현태 : (나윤이 너무 반갑고 감동스러운) 너 이리와! (헬멧 놓고, 포옹이라 도 할 듯 달려들지만 그러진 못하고

         헤드락을 걸어 머리를 콩콩 때린다)

나윤 : (케이크를 들고 어쩔 줄 모른다) 아, 케익! 케익! (빠져 나오며) 진짜로 나 되게 보고 싶었구나.

현태 : (갑자기 표정 굳는다)

나윤 : (표정 굳는) 아 참, 이런 얘기 안 하기로 했지?

 

촛불을 끄는 현태와 나윤. 어쩐지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나윤의 기분 살피던 현태, 나윤에게 새로 산 헬멧 씌워주며 뿌듯하게 본다.

 

나윤 : 어디서 났어? 샀어?

현태 : 회사에서 하나 들구 나왔어.

나윤 : (현태 머리 쓰다듬으며) 잘했어. 얼마나 힘들게 하는 아르바이튼데.

현태 : 디자인 공모 어떻게 됐어?

나윤 : (활짝 웃다가 피, 인상 쓰는) 떨어졌지 뭐. 고졸이라고 무시하나.

현태 : 인재도 몰라보구, 관둬 그딴 거.

나윤 : (생긋 웃으며) 그 디자인으로 나 옷 만들고 있다. 기대해. (현태 잡 아 끌며) 가자!

현태 : (나윤에게 끌려가며) 어, 어!

 

 

S#18. 한강다리 또는 올림픽대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N)

 

달려오는 현태의 오토바이. 뒤에는 헬멧 쓴 나윤이 타고 있다.

현태, 오토바이 세우는데 폴짝 뛰어내린 나윤, 헬멧을 벗고 가파른 언덕을 뛰어올라 간다.

나윤을 따라 뛰는 현태.

정상에 도착한 두 사람, 숨 가라앉히며 마주 웃는다.

퇴근길, 수은등 아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가는 차의 행렬 보인다.

 

나윤 : (손등으로 땀 닦으며) 여기 오면 시원해서 좋아. 땀도 금방 식구.

현태 : (픽 웃는) 안 뛰었으면 땀도 안 나잖아. 그럼 식힐 필요도 없구.

나윤 : (얼굴 굳는) 안 뛰면 이렇게 시원한 기분 모르잖아. 그래서 넌 땀날까봐 무서워서 안 뛰니? 아예 시작도 안 해?

         상처 받을까봐 누구 좋아하지도 못하겠다.

현태 : 화났어?

나윤 : (물끄러미 차의 행렬 본다)

현태 : (똑같이 본다)

나윤 : ........... 어딜 저렇게들 가는 거지?

현태 : (희미하게 웃으며) 집에. 가족들이 기다릴 거야.

나윤 : (아니지? 하는 느낌으로) 집에 가고 싶어?

현태 : (희미하게 웃는) 아니.

나윤 : (쓸쓸함을 털어 버리려는 듯 활짝 소리친다) 야! 달려봐! 그렇게 밖에 못해! 빨리 집에 가버려!

현태 : (대책 없다는 표정 지으며 머리 민다)

나윤 : (헤 웃는다)

 

 

S#19. 호텔 스카이라운지 복도 (D/ 고교시절)

 

스카이라운지 전면 창, 나윤(18) 유리창에 이마를 박고 밖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저만큼 뚝 떨어진 곳에는 현태(18)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현태를 힐끔 보던 나윤, 다가오는 엄마를 발견하고 무슨 생각에선지 성큼성큼 현태에게 간다.

다가오는 나윤을 한 번 보고는 무심히 시선 돌리는 현태.

 

나윤 : (현태를 부른다) 얘.

현태 : (의아한 눈으로 본다)

나윤 : 너 구두끈 풀렸어.

현태 : (고개를 숙이는데)

나윤 : (기습적으로 현태 볼에 입맞추며 보란듯이 엄마 본다)

현태 : (놀라는)

나윤모 : (기절하듯 놀란다) 너 뭐하는 거야! 얘가 미쳤어!

나윤 : (생긋 웃으며) 얘가 맘에 들어서.

나윤모 : (할 말을 잃었다)

나윤 : 어차피 결혼할건데 이런 자리 필요 없는 거 아냐? 아저씨한테 잘 먹었다고 전해 줘. (휙 간다)

현태 : (뭐 이런 애가 있나 하는 표정으로 나윤 본다)

 

 

S#20. 고등학교 앞 버스정류장 (D)

 

버스 도착하면 나윤을 비롯해 교복을 입은 학생들 우르르 내린다.

다른 학생들은 바삐 학교로 가는데 나윤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그 자리에 서있다.

곧이어 또 다른 버스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는 현태에게 다가가는.

 

나윤 : 너 나 좋아해?

현태 : (무표정하게 본다)

나윤 : 왜 가만있었어?

현태 : 니 각본대로 당해줬으면 된거 아냐?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게 니 목적이란 거 알아. 나도 많이 해봤거든.

나윤 : (속을 들킨게 민망하다) 니가 뭘 알아.

현태 : 내가 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말해. 말로 해도 알아들으니까. (간다)

 

가는 현태를 쏘아보는 나윤, 무참하다.

 

 

S#21. 2-3반 나윤의 교실 (D)

 

쉬는 시간. 현태, 소설책 읽고 있다.

창가에 걸터앉아 패션잡지를 보고 있던 나윤, 현태 본다. 소설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현태.

나윤, 패션잡지로 시선 돌리면 나윤의 의식하고 있었던 듯 나윤 보는 현태.

교실로 들어오던 지혜와 짝꿍. 지혜는 선물꾸러미를 현태에게 전해달라며 떠밀고 짝꿍은 또 지혜를 떠밀며 옥신각신 한다.

속상한 듯 선물을 주머니에 도로 넣는 지혜.

패션잡지를 보고 있는 나윤 곁을 지나는 지혜와 짝꿍.

 

지혜 : (무심결에 나윤이 보고 있는 잡지를 휙 가로채 짝꿍 보여준다) 이거야, 이거. 내가 사고 싶다는 게.

짝꿍 : (장난스럽게 지혜 몸 훑어 내리며) 이게 소화가 될까?

지혜 : 이, 씨. (나윤에게) 좀 보구 줄게.

나윤 : 나 지금 보구 있는데?

지혜 : (아니꼽다) 그러니까 니가 따야. 너 영동에서두 따였다며? 그 학교 다니는 애가 그러더라.

나윤 : (생긋 웃으며) 알았으면 가봐.

현태 : (나윤 본다)

지혜 : 이게, 전학 왔다고 봐줄려고 했드니. (잡지 북 찢는다)

나윤 : (눈 하나 까딱 안하고 뜯긴 잡지면 스카치 테이프로 붙인다)

지혜 : (어이가 없는)

 

잡지를 가방에 넣고 일어나던 나윤, 지혜가 건 발에 넘어진다. 그 바람에 쏟아진 가방에서 남자용 양말 몇 켤레 나온다.

 

지혜 : 너 원조하니? 웬 남자 양말?

현태 : (놀라서 나윤 본다)

 

양말을 뺏어 가방에 넣고 밖으로 나가는 나윤. 현태, 나윤 보고있다.

현태 시선을 느낀 지혜, 더 기막혀 한다.

 

지혜 : 쟤 또라이 아냐?

 

 

S#22. 고등학교 운동장 (D)

 

체육시간. 운동장 한 쪽으로 같은 재단 유치원 셔틀버스 주차된 게 보인다.

운동장을 돌고 있는 2-3반 아이들. 나윤은 보이지 않는다.

뛰고 있던 현태, 운동화 끈이 풀어지는 바람에 멈춘다.

체육 교사를 의식해 셔틀버스 쪽으로 들어가는 현태, 버스 뒤편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나윤 발견하고 멈칫한다.

 

현태 : 여기서 뭐해?

나윤 : 숨차서. 운동장 다섯바퀴 도는 거 너무 힘들어. 여기가 니 아지트니?

현태 : 아니 그냥.

나윤 : 앉아 있으니까 편하고 좋다.

현태 : (가려고 하면)

나윤 : 강현태. 너 그거 알어?

현태 : (나윤 본다)

 

 

S#23. 지하철 역 (D/ 대학시절)

 

후다닥 뛰어올라오는 나윤. 운동화 끈이 풀린 현태, 뒤쳐져 온다.

숨을 가다듬으며 현태를 지켜보는 나윤.

 

나윤 : 강현태. 너 그거 알어?

현태 : (뭐? 하는 얼굴로 보면)

나윤 : (활짝 웃으며) 보여줄게 있어. 빨리 와! (하고는 돌아서는데)

 

나윤의 휴대폰 울린다. 휴대폰 액정에 뜨는 '엄마' 나윤, 보고 있다.

뛰어 올라와 나윤 보는 현태.

 

나윤 : (전화 받는다) 어. 엄마.

현태 : (나윤 지켜본다)

나윤모 : (F) 뭐가 그렇게 바쁘다구 집에도 안내려오구 전화두 꼭 이렇게 엄마가 해야돼?

나윤 : ...............

나윤모 : 엄마 안보구 싶어? 엄만 보고 싶은데. 한 번 가보고 싶어도 아버지 땜에 그렇다.

나윤 : 난 됐어. 아저씨나 챙겨줘.

나윤모 : (F) 또 아저씨야. 엄마 아버지 결혼 기념일엔 올거지? 우리가 새 식구 된 날 아니니.

            그 날을 엄마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너두 알지?

나윤 : (더 듣고 싶지 않다) 엄마. 나 그만하고 전화 끊을래. 바쁘거든?

 

전화 끊는 나윤. 현태에게 억지로 웃어 보인다.

현태의 끈 풀린 운동화 보는 나윤, 끈 매주는 척 하다가 나머지 한 쪽 끈도 풀어 놓고 도망간다.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 현태.

 

나윤 : 빨랑 와!

 

나윤을 따라 뛰는 현태.

 

 

S#24. 대학 도서관 입구 (D)

 

들이닥치는 나윤과 현태.

출입이 통제돼 있는 입구 앞에서 난감한 표정 짓는 현태. 바코드를 찍으며 통과하는 학생들 본다.

현태, 나윤에게 학생증 내미는데 나윤, 학생증은 거들 떠도 안보고 폴짝 뛰어넘어 들어간다.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던 현태, 정말 대책 안 선다는 표정으로 바코드 찍고 들어간다.

 

 

S#25. 동 자료실 (D)

 

히말라야 사진집을 현태에게 보여주고 있는 나윤.

눈부시게 빛나는 설산의 히말라야산맥과 안나푸르나 봉, 설산에 폭 쌓인 포카라 마을 사진들.

 

나윤 : (신나서) 여기가 포카라야. 네팔에서도 히말라야 경관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래.

현태 : (사진 집을 뒤적거리며 보는) 포카라? 포카린 들어봤는데.

나윤 : (꿈꾸듯) 가보고 싶어.

현태 : (나윤 본다)

나윤 : 이 거대한 산 속에 이런 동네가 있는 거야. 눈만 뜨면 산이 보이고 몇발짝만 걸어가면 이런 호수가 있어. 너무 좋겠지?

         그냥 여기 꽁꽁 숨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현태 : (책을 꽝 덮는다)

나윤 : (왜?)

현태 : (아무렇지 않은 듯 씩 웃는다)

나윤 : 여기 가면 나같은 애도 꼭 품어서 살게 해줄 거 같애.

현태 : (나윤의 손잡는다)

나윤 : (손목의 상처 드러난다) 왜?

현태 : (나윤의 상처 쓰다듬는) ........ 진짜 갈 거 같애서.

 

밖으로 나가는 현태를 보는 그늘진 나윤의 얼굴.

 

 

S#26. 대학교 행정실 (D)

 

현태, 휴학계 낸다. 휴학계 처리하던 직원 의아한 듯 현태 본다.

 

직원 : 경영학과 04학번 강현태 학생 맞죠?

현태 : 네.

직원 : 이번 학기 등록돼있는데요.

현태 : ???

 

짐작 가는 바가 있는 현태, 휴대폰에 나윤의 이름 띄운다. 전화하려다 그만두고 밖으로 나간다.

 

 

S#27. 재수학원 앞 (D)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현태.

 

여자(E) : 한나윤 학생이요? 다음 분기엔 수강 신청 안 돼있는데요.

 

생각할수록 화가 나 미치겠는 현태, 인상 찌푸리며 콧등을 꽉 누른다.

현태, 발걸음을 옮긴다.

 

 

S#28. 웨딩 숍 앞 (D)

 

걸어오는 현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쇼윈도 안의 나윤 본다. 나윤,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드레스 정리하고 있다. 화를 삭이며 서성거리고 있는 현태를 발견한 나윤, 화들짝 반가운 표정 짓다가 심상치 않은 현태 모습에 찔끔한다. 긴장한 채 밖으로 나오는 나윤. 나윤 (애교스럽게 웃으며 현태 눈치 보는) 나보고 싶어서 왔어? 현태 어떻게 된 거야. 나윤 (현태 눈치 보며) 화..났어? 현태 (골치 아픈 듯 콧등을 누른다) 나윤 알았어, 나 조용히 하고 있을께. 현태 내 등록금 대주느라고 학원 등록 안 했니? 나윤 (애교스럽게 웃으며) 될 성 부른 떡잎에 투자하는 거야. 현태 (나윤 쏘아본다) 나윤 ............ 현태 (꾹꾹 눌러 참으며) 대학 안 갈 거야? 나윤 엄마한테 빚지기 싫어. 경제적인 독립이 안되면 심리적인 독립도 안되는 거 아냐? 그래서 너두 밤낮으로 아르바이트 하는거잖아. 현태 알면서 나한텐 왜 이렇게 심한 부담을 주냐. 나윤 (현태 눈치 보며, 헤 웃는) 평생 옆에 두고 부려먹을려고. S#29 거리 + 버스 정류장 (D) 화가 나서 성큼성큼 가는 현태를 뒤 따라 뛰어오는 나윤. 나윤 (현태 막아선다) 현태 (나윤 본다) 나윤 내가 니 등록금 좀 내 준게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현태 너는 왜 니 인생은 생각 안 하니. 나윤 어차피 대학 안 갈 건데 너 하나라도 편하게 공부하면 좋잖아. 현태 왜 대학을 안가! 일하면서 학원 다니면서 진은 다 빼놓고 왜 안가! 나윤 ................ 현태 (화가 나서 펄쩍펄쩍 뛰겠다) 내가 등록을 하든 말든 그게 너한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오늘만 살고 죽을 거야! 나윤 ................ 현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니 인생에서 사라지는 게 맞는 거 같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가는) 나윤 (울컥해서) 현태야. 현태 (가는) 나윤 (소리친다) 그래. 제발 부탁이야. 내 눈에서 좀 사라져줘. 내 머리 속에서 좀 나가줘 제발. 현태 (멈추는) 나윤 널 몰랐을 땐 그냥 심심했지, 이렇게 불안하고 이렇게 외롭진 않았어. 현태 (가슴이 답답한) 그러니까 너 살 궁릴 하라구 이 바보야! 사는 것 만이라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 왜 그렇게 자꾸 어렵게 만들어. 나윤 그렇게 살길 바랬다면 너랑 이렇게 되지도 않았어. 현태 어떻게 됐는데? 우리가 무슨 사이야? (냉정하게) 지나가는 감정이야. 목숨걸지마. 나윤 (원망스러운 눈으로 현태 본다) 날 좋아하긴 해? 현태 ............... 아니. 나윤 (억지로 웃으며) 상관없어. 내가 좋아하니까. 현태,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떠난다. 고개를 떨구 서있는 나윤, 길가의 돌멩이 툭툭 건드린다. S#30 웨딩숍 앞 (N) 며칠 후. 비가 내린다. 쇼윈도로, 실내 정리하고 바쁘게 나오는 나윤 보인다. 밖으로 나오는 나윤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누군가. 나윤, 멈칫해서 보면 승우다. 나윤 현태는? 승우 학원 애들 보충 수업 있다구 좀 늦는대. 나윤 (현태 힘들겠다) 그래? 승우 타. 나윤을 태우고 출발하는 현태의 차.

 

 

S#31. 보습 학원 교무실 (N)

 

학원 선생들 다 퇴근한 불 꺼진 실내. 학원 밖 네온사인 불빛이 실내를 희미하게 비춘다. 현태, 책상에 엎드려 물끄러미 비 오는 창가 쪽 바라본다. 그늘진 현태 얼굴. S#32 레스토랑 (N) 고급스런 실내. 창 밖으로 비가 온다. 창가에 앉은 나윤과 승우. 나윤 (메뉴판 보며) 비싼 거 시켜야지. 승우 (웃으며) 시켜. 나윤 응. 현태 오면. 승우 현태 못 온다고 아까 전화왔다 참. 학원 일이 바쁜게 있나봐. 우리 둘이 재밌게 놀라구 하던데? 나윤 (기막힌)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승우 지금 얘기하잖아. 나윤 (마음이 상한) 나한테 관심 있어? 승우 (흥미롭다는) 바로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네. 그렇다면? 나윤 그래서 현태한테 빠지라구 했니? 승우 뭐가 문제야? 니네 둘 그냥 친구라며? 현태가 분명 얘기했다. 나윤 (충격 받은) 승우 (나윤의 표정 보며 심각해진다) 짝사랑이라도... 하는 거야? 나윤 (비웃으며) 사랑? 맘대로 상상해. 그렇지만 알아둬. 그렇게 협소하고 한계가 많은 단어에 구속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거. 벌떡 일어나 가는 나윤. S#33 나윤의 원룸 골목 (N) 비를 쫄딱 맞으며 골목을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 현태다. 나윤이 집에 들어왔을까,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걸어오던 현태, 불 켜진 나윤의 창 바라본다. 창가에 나윤이 왔다갔다하는 거 보이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발길을 돌리는 현태. 잠시 후, 건물 안에서 달려나오는 나윤, 저만치 골목을 내려가는 현태를 향해 뛴다. 달려가 현태의 등에 머리를 기대는 나윤. 돌아보는 현태. 비 맞은 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나윤 겁쟁이. 현태 바보. 나윤 비겁해. 현태 대책 없어. 나윤 너 때문이야. 현태 오빠라구 불러. 나윤 (픽 웃으며) 니가 처음으로 내 손 잡아줬을 때 그 때 결정했어. 그냥 대책 없어지기로. S#34 고등학교 운동장 (D/ 고교시절) 실내화를 신은 나윤, 도시락을 들고 교문 쪽으로 간다. 운동장으로 나오다 나윤을 본 현태, 나윤을 따라간다. S#35 고등학교 교문 앞 교문을 나온 나윤,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음료수 두 개를 들고 나온다. 길 건너편에서 숨죽여 나윤을 지켜보고 있는 현태. 나윤, 어딘 가로 향하는데 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나윤부, 시침 뚝 떼고 나윤을 몰래 뒤따라간다. 길 건너편에 충격 받은 얼굴로 서있던 현태, 쏜살같이 길을 건너 두 사람 따라간다. S#36 동 부근 (D) 골목으로 들어가는 나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한 나윤부, 놓칠 새라 골목으로 막 들어서는데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키는 나윤. 나윤부, 십년 감수했다. 깔깔 웃는 나윤. 나윤 성공했다. 맨날 나만 당하란 법 있어? 몸을 숨긴 채 두 사람 지켜보고 있는 현태, 머리 속이 온통 뒤죽 박죽 혼란스럽다. 다시 보면 어딘 가로 사라지고 없는 나윤, 나윤부. 튀어나와 두리번거리는 불안한 표정의 현태, 휴대폰에 나윤의 이름 띄운다. 전화하려다 그만 둔다. S#37 공사장 (D) 바닥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나윤과 나윤부. 공사하고 있는 건물을 오르내리는 인부들 모습 보인다. 나윤부 앞으로 도시락 펼쳐 놔주는 나윤. 나윤부, 희미하게 웃는다. 나윤 (밥 떠서 내밀며) 아, 해. 나윤부 싫어, 여기 밥집 아줌마가 보면 오해해. 나윤 (피, 웃는다/ 얼른 양말을 꺼내준다) 나윤부 또 샀어? 이거말고 다음엔 레파토릴 좀 바꿔줘. 나윤 그러게 누가 구멍난 양말 신구 다니래? 자꾸 양말만 눈에 보이잖아. 나윤부 (나윤 실내화 보며) 신발 팔았어? 아빠 양말 사주느라구? 나윤 (픽 웃는다) 나윤, 시선 돌리며 딴청한다. 그런 나윤 안쓰럽게 보는 나윤부. 나윤부 아빠한테 하는 거 반만이라도 친구들한테 인심 좀 쓰지? 얼마나 궁하면 남 신던 신발을 다 가져가. 나윤 (뜨개질하며) 싫어. 평생 왕따로 살거야. 아빠만 있음 돼. 나윤부 아빠가 맨날 너랑만 노냐? 결혼두 해야지, 사업도 다시 시작해야지, 바뻐. 나윤 다 해. 다 하구 난, 시간 날 때 놀아줘 지금처럼. 됐어? 나윤부 (웃는다) 행복한 듯 아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나윤. 나윤 손을 꼭 쥐고 있는 나윤부의 쓸쓸한 표정. 나윤 편의점 같은 데서 일하면 안 돼? 요샌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하든데? (아빠 손본다) 나윤부 아빠 여기서 일하는 거 싫어? 나윤 위험하잖아. 이런 일 해보지두 않았으면서. S#38 나윤의 집 앞 (D) 등교 길. 나윤, 대문을 열고 나온다. 뒤이어 나윤이 나온 집에서 나오는 현태, 나윤을 지나쳐 간다. 그런 현태를 잠시 멈춰 서서 보던 나윤, 현태를 따라 걷는다. S#39 도로 (D) 달리는 버스 안. 나윤 앞에 현태가 앉아있다. 창 밖으로 빗방울 떨어지는 거 보인다. 현태, 뒷자리에 앉은 나윤을 의식하고 있다. 창 밖을 보며 좋아하는 나윤 (혼자말로) 좋다. 나윤, 창을 열어 손으로 비를 받는데, 누군가에 의해 창문 닫힌다. 그러면 그런대로 앞자리에 팔걸이를 한 채 창 밖을 보는 나윤. 현태 목덜미에 나윤의 팔이 살짝 닿아있다. 어색하게 있는 현태. S#40 학교 음악실 (D) 아이들 웅성웅성 앉아있는 가운데 음악 선생 들어온다. 음악선생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오늘 국어 선생님 못나오신 거, 얘기 다 들었지? 아이들 네. 현태, 반 아이들 속에서 나윤을 찾는데 나윤이 없다. 걱정스러운 현태, 음악선생이 피아노 반주를 하는 사이 몰래 빠져나간다. S#41 나윤의 교실 (D) 나윤, 창턱에 걸터앉아 비 그친 창 밖보고 있다. 노래를 낮게 흥얼 거리는 나윤. 교실로 들어오던 현태, 멈칫 나윤을 본다. 갑자기 돌아본 나윤과 눈 마주치면 당황한 현태 수업 시간 바꼈어. 나윤 (창턱에서 내려오며) 그런거 같드라. 현태 (혼자 있는 나윤이 속상한) 여기 있다간 들킬지도 몰라. 나윤 (보는) 교실 밖으로 슬리퍼 끌리는 소리 들린다. 책상 밑으로 나윤을 끌고 들어가는 현태. 교감이 각 교실 시찰을 하고 있는 중이다. 숨죽이고 있는 현태와 달리 나윤은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나윤의 입을 틀어막는 현태. S#42 운동장 (D) 아무도 없는 텅빈 운동장. 셔틀버스 앞으로 현태를 끌고 가는 나윤. 닫혀있는 셔틀버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윤. 현태 이 문이 열릴거라고 생각해 본적 없는데. 나윤 넌 이 문을 꼭 열어야 될 필요가 없었으니까. 현태 (나윤의 외로움을 알 것 같다) 나윤 그렇게 다 안다는 표정 하지마. 널 자꾸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잖아. 현태 난 벌써 니 편 아닌가? 나윤 (생긋 웃는) 나윤, 의자에 앉으며 현태 보고 옆에 앉으라고 옆자리를 탁탁친다. 어색하게 옆에 앉는 현태. 말 없이 앉아있는 나윤과 현태, 서로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현태 누구야? 저 번에 만난 사람? 교문 앞에서. 나윤 (웃으며) 남자친구. 현태 (질투심을 감추며) 좀 늙었더라. 나윤 (픽 웃는다) 그래두 정신 연령은 나랑 비슷해 우리 아빠. 현태 (안심이 되는지 픽 웃는) 나윤 (따라 웃다가 미안한 표정이 되는) 넌 엄마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미안해. (현태 머리 쓰다듬으며) 대신 이렇게 해줄게 내가. 현태 (피하며) 하지마. 나윤 (안쓰러운 듯 현태 머리 쓰다듬는다) 현태 (얌전히 있는) 나윤이 현태의 어깨에, 현태가 나윤의 머리를 베고 잠들어 있다 운동장 쪽으로 쏟아져 나오는 2-3 아이들. 그 중에 지혜도 보인다. 아이들 중에 누군가 셔틀버스에 있는 현태와 나윤 발견한다. 지혜와 몇몇 아이들 우르르 버스 안으로 들어와 기막힌 듯 두 사람 본다. 잠에서 깬 현태와 나윤, 소스라치게 놀란다. S#43 웨딩숍 (N/ 대학시절) 나윤, 여기 저기 벗어놓은 드레스를 정리해서 걸고 있다. 늘어놓은 소품들 챙기던 사장이 나윤의 스케치북 열어본다. 미니스커트에서 이브닝드레스 느낌으로 디자인된 것까지 각양각색 파격적인 웨딩드레가 디자인돼있다. 업무 마치고 개인 작업하는 나윤. 인도풍의 독특한 라인과 문양이 들어간 드레스 만들고 있다. 사장 첫 작품 잘돼가? 그나저나 그게 무슨 웨딩드레스냐? 너무 심한 파격 아냐? 나윤 레이스에 비드에 하얀색에 티아라..... 그런거 안 입으면 나라에서 결혼 허락 안 해주는 것처럼 너무 똑같잖아요. 사장 그래서, 반항하냐? 나윤 (헤 웃는) 네팔 옷 보구 착안한거에요. 이쁘죠? 사장 하여간 독특한 애야. 나윤 (바느질 정리하며) 다 했다! S#44 현태의 기숙사 앞 (N) 트렌치 코트를 꼭 여미고 불 켜져 있는 현태의 방 올려다보는 나윤. 현태 방 창에 작은 돌맹이를 힘껏 던진다. 곧이어 창 문 열리며 나타나는 현태. 나윤, 손 흔들면 후다닥 창에서 사라지는 현태, 총알같이 튀어나온다. 나윤 그래도 금방 알아챘네. 현태 전활하지. 나윤 그냥. 내 발이 전화보다 더 빨리 여기로 왔어.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서. 현태 (뭔데 하는 얼굴로 보면) 나윤 (갑자기 코트를 확 열어 보인다) 어때? 현태 (나윤이 입은 웨딩드레스를 감탄하듯 본다) 나윤 내 웨딩드레스 첫 작품이야. 현태 (웃는) 정말 너답다. 나윤 (마냥 기쁘다) 이뻐? 현태 응. (나윤의 코트 여며주며) 축하해 첫 작품. (농담인 듯 진담인듯) 결혼식 올리러 어디 사원 같은 데라도 가야될 거 같다. (자기 차림새 보며) 옷차림이 이래서. 나윤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왜? 이 옷이랑 잘 어울리는데. 둘 다 파격이잖아. 현태 (말도 안 된다는 듯 나윤의 머리 손가락으로 민다) 나윤 (섭섭한 마음) S#45 동 호수가 (N) 달빛 아래 걷고 있는 현태와 나윤. 나윤의 마음을 짐작하는 현태 (호수를 보며) 여길 포카라라고 하자. 포카라가 호수라는 뜻이라며? 우리 지금 포카라에 온거야. 나윤 (생긋 웃는다) 그럼 무거운 짐도 다 벗어버리고 왔겠네? 현태 (큰소리) 그럼! 나윤 (장난스럽게) 그럼 결혼할래? 여긴 포카란데 뭐. 현태 (버럭) 너 포카라에 누구 아는 사람 있어? 포카라가 니네 동네 이름이야? 뭐 믿구 자꾸 까불어. 나윤 왜 화를 내. 현태 (자꾸 화가 난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호수 둘레에 쳐진 낮은 울타리 위로 올라간 나윤, 평균대 선수처럼 팔을 좌우로 흔들흔들 균형을 잡는 다. 잘 못하면 호수로 빠질 것 같은데도 재밌다는 표정이다. 골치 아픈 현태, 󰡒내려와󰡓 하는데도 나윤, 아랑곳없다. 흔들흔들 위태로운 나윤을 현태가 붙잡는데 현태 손잡을 듯 하다 손놓고 호수로 빠지는 나윤. 소스라치게 놀라는 현태. 온 몸이 다 젖은 채 떠는 나윤에게 옷 덮어주며 꼭 감싸는 현태 마음 복잡하다. 현태 (속상한) 거봐, 포카라 춥지. 나윤 (떨면서 고개 끄덕끄덕한다) S#46 기숙사 현태의 방 (N - D) 나윤의 웨딩드레스, 코트가 이층 침대 끝에 걸려있고 나윤, 현태 신발이 창 밑에 세워져 있다. 현태 옷으로 갈아입은 나윤, 계속 몸을 떤다. 어쩌질 못하고 보고 있던 현태 잠깐만 있어. (밖으로 나간다) 나윤, 침대 안으로 들어가는데 하얀 시트에 까맣게 글씨가 써있다. 이게 뭐지? 하는 눈으로 보던 나윤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얀 시트가 까맣게 되도록 온통 나윤의 이름과 나윤에 대한 생각을 적어놓은 글들. 󰡐나윤, 나윤, 한나윤, 보고 싶다, 나윤이를 사랑하지 않게 해주세요󰡐 눈물을 꼭 눌러 참으며 시트에 이불을 덮어두는 나윤. 현태,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온다. 물을 마시는 나윤. 현태, 드라이어기로 나윤의 머리 말려준다. 현태 제발 부탁이다. 위험한 짓 좀 하지마. 나윤 ................ 한기가 가시지 않는 나윤을 이불로 폭 싸주는 현태. 그 바람에 글씨로 까맣게 된 시트가 드러난다. 당황한 현태, 불을 끄며 현태 자라. 침대 양끝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현태와 나윤. 나윤, 현태에게 입맞춤하며 󰡒우정의 키스야󰡓한다. 현태, 자기도 모르게 나윤에게 입을 맞춘다. 현태, 나윤을 꼭 끌어안는다. 나윤의 뺨에 흐르는 눈물 을 닦아주는 현태의 뺨에도 눈물이 흐른다. 서로를 꼭 끌어안는 현태와 나윤. S#47 나윤의 교실 (D/ 고교시절) 점심 시간. 나윤의 자리 비어있다. 뭔가 큰 일이 난 듯 뛰어 들어 오는 현태, 나윤을 찾아 다시 급하게 뛰어나간다. S#48 운동장 (D) 셔틀버스 안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는 나윤. 뛰어들어오는 현태 (숨을 헐떡인다) 나윤 (의아한 듯 보는) 현태야. 현태 (안타까운 눈으로 나윤 보는) S#49 병원 영안실 (D) 나윤부의 영정사진 보인다. 상복을 입은 나윤모, 넋이 나간 듯 앉아있고 처연한 표정의 나윤 눈에선 눈물이 뚝, 뚝 흐른다. 나윤 모녀의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현태부와 현태. 대표로 조문 온 지혜와 반 아이들 몇, 현태와 나윤 번갈아 보며 수근거린다. 󰡒둘이 남매래󰡓 󰡒둘이 사귀잖아?󰡓 등등의 반응. S#50 장지 (D) 나윤부 하관식을 하고 있다. 울고있는 나윤모 옆을 현태부가 지키고 있다. 땅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나윤,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삼키기 위해 주먹을 꽉 깨문다. 그래도 비어져 나오는 울음. 안타까운 눈으로 나윤을 지켜보던 현태, 나윤의 손을 꼭 잡아준다. 나윤의 울음소리 조금씩 밖으로 새어져 나온다. S#51 나윤의 집 앞 버스정류장 (N) 등교 길의 현태와 나윤, 버스를 타기 위해 열심히 뛴다. 나윤, 뛰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난다. 먼저 뛰어가 버스를 잡는 현태, 사람들 버스에 타는 사이 도착하는 나윤. 현태 먼저 가. 나윤 응. 현태 (뒤쪽으로 물러나면) 나윤 (현태 보며) 좋아해. 현태 (잘 듣지 못한다) ? 나윤 너 좋아한다구. 나윤의 고백을 날리듯 순간 버스 정류장으로 훅 불어닥치는 바람. 나윤이 탄 버스는 떠나고 남아있는 현태, 얼어붙은 듯 서있다. S#52 나윤의 교실 (D) 나윤과 현태 얘기를 하고 있는 지혜와 아이들. 지혜 짝꿍은 옆에서 연필을 깍고 있다. 교실에 들어서다 아이들 얘기 듣는 나윤. 짝꿍 둘이 진짜 남매야? 지혜 걔네 둘 진짜 또라이들 아니니? 학생1 엄마 아빠가 재혼했으면 친남맨 아니네. 지혜 그래두 남맨 남매지, 불결해. 지혜 앞으로 다가가는 나윤. 곧이어 현태 들어온다. 지혜 (나윤을 쏘아본다) 나윤 (터질 것 같은) 그만해. 지혜 (코웃음치는) 벌써 얘기 다 했는데 어쩌니. 현태하구 너하구 남매라구. 니네는 남매끼리도 사귀니? 현태 !!! 나윤 (연필 깎던 칼로 제 팔목을 확 그어버린다) 하얀 공책 위로 뚝뚝 떨어지는 피. 하얗게 질리는 지혜와 친구들. 나윤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다. 정신 없이 달려와 나윤의 팔을 붙드는 현태. 제 교복 셔츠를 찢어 나윤의 팔에 묶는다. 흰 셔츠 금새 붉게 물든다. 화가 치밀어 부들부들 떨리는 현태, 의자로 유리창을 박살내고 돌아서 무섭게 지혜를 본다. 현태 또 얘기하구 다녀. 그 땐 가만 안 있을 거야. 놀라서 보고 있던 나윤, 아픈 듯 눈을 감는다. 나윤을 끌고 나가는 현태. S#53 기숙사 현태의 방 (D/ 대학시절) 죽은 듯 잠들어 있는 나윤. 창 밖으로 비 내리는 소리 들린다. 창 문 활짝 열고 손바닥으로 비 받으며 좋아하는 나윤. 나윤 비 온다, 현태야! 비 와! 침대에서 후다닥 내려온 현태 얼굴도 활짝 환해진다. 마주보며 웃던 두 사람, 쑥스러운 듯 시선 외면한다. 문 두드리는 소리. 깜짝 놀란 두 사람 숨죽이고 있다. 승우(E) 현태야! 현태야! 안에 없어! (하는데) 문 쑥 열리며 반동으로 승우 튀어 들어온다. 똑같이 놀라는 세사람. 나윤, 후다닥 짐 챙겨 밖으로 나간다. 승우 (놀란/ 기막히다) 뭐야? 그냥 친구끼리는 남녀간에 잠도 같이 자나? 현태 (휙 승우 보는) 승우 (화 난) 나윤이가 왜 여기 있냐구 새꺄! 현태 (안간힘 쓰며 참고 있다) 볼 일 없으면 나가라. 승우 어쭈. 둘이 진짜 잤나보네. 현태 (폭발할 것 같은) 승우 이럴거면서 사람은 왜 병신을 만들어, 어!!! 깔끔은 혼자 다 떨면서 내숭은 새끼... 하는데 승우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현태. 꺼져! 승우도 현태에게 주먹을 뻗는다. 현태, 그동안 쌓아놓았던 슬픔을 토해내듯 미친 듯 주먹을 휘두른다. 또 그 만큼 얻어맞는 현태. 잠시 후. 침대 끝에 걸터앉아있는 현태의 눈에 나윤의 구두 들어온다. 정신 없이 구두를 들고뛰는 현태. S#54 동 캠퍼스 (D) 비를 쫄딱 맞은 채 맨발로 벤치에 앉아있는 나윤. 현태, 구두를 들고 정신 없이 뛰어온다. 나윤의 발을 얼른 제 품 속에 넣는 현태. 나윤 (현태 보지도 않고) 현태 (화가 나 미치겠다) 나윤 (피나고 부은 현태 얼굴보고 놀라는) 현태야. (얼굴 만진다) 현태 (고개 숙여 피한다) 괜찮아. 나윤 (눈물이 글썽하다) 현태 (나윤 발에 신발 신겨준다) S#55 나윤의 집 원룸 (D) 벽면에 붙은 히말라야 대형 사진 보인다. 나윤, 끙끙 앓고 있다. 옆에는 비 맞은 옷 벗어놓았다. 나윤 옆에서 병간호하고 있는 현태, 어떻게 해줄 방법도 없이 그저 꼼짝 않고 나윤을 지키고 있다. 새근새근 잠든 나윤. 현태, 히말라야사진 보고 있다. 잠에서 깬 나윤의 눈에 웅크린 채 잠들어있는 현태 보인다. 현태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나윤. 화들짝 잠에서 깬 현태, 벌떡 일어난다. 현태 괜찮아? 나윤 (고개 끄덕) 응. (현태 얼굴 보며 큭 웃는다) 현태 (활짝 웃으며) 웃는 거 보니까 살았다. (나윤의 손잡으며) 가자. 나윤 (어딜?) 현태 포카라. S#56 공항 주변도로 (D) 헬멧을 쓴 나윤과 현태, 한 곳을 보며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이어 거대한 소음과 함께 비행기 이륙하는 거 보인다. 동시에 오토바이를 출발시키는 현태. 비행기가 날아가는 곳을 향해 이리 저리 골목과 도로를 누비는 현태. 󰡒이쪽으로󰡓 󰡒저쪽이야󰡓를 외치며 재미있어하는 나윤. 현태, 잔뜩 몰입해서 정신 없이 쫓아다닌다. 골목으로 갑자기 급커브를 돌던 오토바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곤두박질친다. 저만큼 나가떨어진 나윤과 현태. 현태, 정신 없이 달려와 보면 나윤,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현태 심각한 표정으로 오토바이 쪽으로 간다. 불안하게 보는 나윤. 나윤 왜 그래, 현태야. 현태 포카라엔 아무래도 못 가겠다. 나윤 ............. 현태 이 번 가족 모임엔, 가자. 나윤 (싸늘하게) 갈려면 너 혼자 가. (돌아서 간다) 화 난 얼굴로 그 자리 그대로 서있던 현태, 거칠게 오토바이를 출발시킨다. 나윤을 지나쳐 가는 현태의 고독한 눈빛. 나윤, 못 박힌 듯 멀어지는 현태 본다. S#57 기차역 (D) 다른 날. 역 안으로 들어서는 나윤과 현태. 두 사람 다 말이 없다. 사진을 옷이나 컵 등에 프린트해주는 포토 아트 점을 지난다. 나윤, 연인들의 사진이 박힌 물건들 물끄러미 본다. 시무룩한 나윤 보는 현태. 현태 (나윤 잡아끌며) 사진 찍자. 나윤 사진 찍는 거 싫다며? 현태 (씩 웃으며) 심장에 한 방 남기지 뭐. 나윤 (불안하게 현태 본다) 다신 안 볼 사람처럼 왜 그래? 현태 안 보긴 왜 안 봐. (나윤을 안심시키듯 활짝 웃으며 끌어당긴다) 현태와 나윤 사진 찍는다. 카메라를 향해 생긋 웃는 나윤. 곧이어 하얀 면 티에 프린트되어 나오는 두 사람 사진. S#58 기차역 플랫폼 (D)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나윤과 현태.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두 사람. 나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깨어난다. 긴장한 채 있는 현태 기분 풀어주려고 장난치 듯 툭 건드리는 나윤. 현태 하지마. 나윤 (아랑곳없이 현태 건드리며 툭툭 장난친다) 현태 (나윤 머리 민다) 하지 말라니까. 나윤, 자꾸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멀리 기차 들어오는 거 바라 보는 나윤과 현태. 기차 점점 다가오는데 나윤, 현태의 손 꼭 잡는 다. 슬며시 손 빼는 현태, 시선 외면하고 딴 데 본다. 그런 현태를 한참 바라보던 나윤, 플랫폼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 레일 위로 떨어질 듯 위태롭게 서있는 나윤, 곧 떨어질 듯 눈을 감고 팔을 벌 린다. 기차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데 레일위로 나윤의 몸 서서히 중심 이동한다. 그 순간 나윤을 본 현태, 황급히 나윤을 끌어당긴다. 정차하는 기차. 현태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났다) 너 뭐하는 거야! 어! 나윤 (희미하게 웃으며) 니가 나 볼 줄 알았어. 현태 (멍하다) 나윤 (슬픈 듯 고개 떨구는) 이런다고 우리가 가족이 될 순 없는 거잖아. 기차에 올라타는 나윤. 굳은 듯 그 자리에 서있는 현태. S#59 춘천 집 앞 골목 (D) 집을 향해 천천히 걷는 나윤과 현태. 어느덧 집 앞에 도착한 현태, 나윤 본다. 현태 먼저 들어가. 나윤 (뭔가 결심한 듯 현태를 잡아끌며) 같이 들어가. S#60 나윤의 집 식탁 (N) 식탁 차려져 있고 현태부와 나윤모, 현태, 나윤 앉아 있다. 긴장하고 있는 현태 나윤과 달리 들떠있는 현태부와 현태모. 나윤모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에 모인 거 처음이다, 그치? 이렇게 다 모이니 까 얼마나 좋아. 좀 자주자주 내려오구들 그래라. 현태부 (좋아서/ 식탁 둘러보며) 나윤이 좋아하는 것 좀 많이 했어? 나윤이 많이 먹어라. 나윤 (고개 숙인 채) 네. 현태 .............. 나윤모 (현태, 나윤 눈치 슬쩍 보며) 현태야, 나윤이 사는 덴 가끔 가보니? 현태 (긴장한) 나윤 (현태 한 번 보고) 우린..... 자주 만나, 엄마. 나윤모 (당황하는) 그래. 현태 고맙구나. 우리 나윤이 친동생처럼 잘 돌봐주구. 현태 (터질 것처럼 긴장된 얼굴) 나윤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현태 본다) 현태부 그래, 현태라고 불러도 좋고 나를 아저씨라고 불러도 좋다. 이렇게 얼굴 보여줬으면 됐지. 나윤 (식탁보를 손에 꼭 쥐는) 현태 (그런 나윤 긴장 속에서 본다) 현태부 늘그막에 딸 본 덕 내가 톡톡히 본다. 오늘이 나한텐 제일 기쁜 날이야, 고맙다 나윤아. 나윤 (눈물이 고인다) 저도 고마워요, 아저씨. 현태 만나게 해주셔서요. 현태 !!! (나윤 휙 본다) 현태부 나윤모 (놀라는) 나윤 (눈가가 젖는다) 더 이상 거짓말 못하겠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더는 못하겠어요. 용서해주세요, 현태를 좋아해요. 현태 (심장이 멎을 듯) 나윤아. 현태부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나윤과 현태 본다) 나윤모 (자리에서 일어나며 휘청한다) 나윤아. (가까스로 정신 가다듬으며) 얘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너 얼른 들어가. 나윤 (눈물이 글썽해서) 엄마도 알고 있잖아. 이렇게 묻어둬서 되는 일 아니야. 나윤모 (발작적으로 감정 폭발해서 나윤 뺨 때린다) 그만 해, 그만 해! 너 미쳤어! 현태/현태부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본다) 나윤 (흐르는 눈물) 미안해 엄마, 미안해. 엄마 힘들게 하려고 이러는 거 아냐, 내가 엄마한테 이러면 안 된다구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얼마나 많이 날 괴롭혔는데. 근데 그게 안 돼, 나도 이제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너무 힘들어. 나윤모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나윤 본다) 나윤 아무도 옆에 없다는 게 그렇게 힘든 건지 아빠 돌아가실 때까진 몰랐어. 엄마, 나한테서 현태 뺏어 가지마. 현태 (굳은 듯 서있는 눈에 눈물이 고인다) 현태부 (충격 속에 서있다) 나윤모 (휘청하는 느낌) 나가, 가서 다신 오지마. 뛰쳐나가는 나윤. 굳어버린 듯 멈춰있는 나윤모와 현태부. 현태, 정신 없이 나윤을 따라 나간다. S#61 동 부근 횡단보도 (D) 나윤을 정신 없이 쫓아가는 현태. 나윤, 신호도 보지 않고 무작정 횡단보도로 뛰어든다. 달려오는 차들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경적을 울린다. 󰡒나윤아󰡓 미친 듯 계속해서 나윤을 부르는 현태. 나윤, 중앙선쯤 서있다. 현태 나윤아. 거기 서! 거기 있어, 제발! 내가 갈게! 현태, 정신 없이 적신호인 횡단 보도로 뛰어드는데 퍽! 하는 소리. 소리와 동시에 서있던 현태 모습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돌아보는 나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흥건하게 피를 쏟으며 쓰러져 있는 현태 본다. 나윤 눈에 눈물이 흐른다. S#62 요양원 입원 실 (D) 현태, 링거를 꽂고 누워있다. 현태를 보고 있는 현태부와 원장. 현태부 사진을 보고 발작을 일으켰다면 뭔가 기억이 났다는 말 아니야? 원장 기억을 되살릴만한 파장이 있었던 건 틀림없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기억이 돌아온 건 아냐. 현태부 나윤인 좀 어때? 원장 나윤이도 아직..... 우울증은 많이 좋아졌어. 나윤이야말로 많이 좋아 지고 있는 거 같애. 사고나고 1년이 지나면 좀 어렵다고 보지만 아직 1년 안 됐으니까 더 두고 보자구. 열려있는 입원실 문 앞에 서있는 나윤, 현태를 생각하는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 S#63 동 마당 (D) 휘이 휘파람소리와 함께 화면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종이비행기. 건물 담벼락 밑에 나란히 앉은 나윤의 손에 들린 종이비행기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현태. 나윤 이 거 지금 어디 가는지 알아? 현태 몰라요. 나윤 ............. 포카라. 기억 안나, 포카라? 현태 (기억이 날 것 같은 표정으로) 포카라? 포카린 들어봤는데. 나윤 (소스라치게 놀라는) INSERT 씬25. 현태 (사진 집을 뒤적거리며 보는) 포카라? 포카린 들어봤는데. 나윤 (기대감으로 현태 보는데) 현태 (수줍게 웃으며) 미안해요, 재미없죠? 농담인데. 나윤 (역시 아니구나, 하는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는) 현태 (갸우뚱) 포카라? (나윤 보며 미소짓는다) 나윤 (마주 보며 따뜻하게 웃어 보인다) S#64 씬10의 거리 (D) 나윤, 횡단보도를 건넌다. 바짝 긴장해서 나윤을 따라 오는 현태. 나윤, 횡단보도를 건너 길을 걷는데, 꼼짝없이 차들 속에 갇혀있는 현태. 나윤, 뒤를 돌아본다. 안타까운 얼굴로 현태가 차들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나윤. S#65 씬12의 카페 (D) 차를 시켜놓고 혼자 말하고 있는 나윤을 충격 속에서 보고 있는 현태. 카페 안의 나윤, 심상한 눈빛으로 현태 한 번 본다. 나윤 (현태 보던 시선 돌리는) 현태야, 기억 안나니? 난 기억나기 시작 했는데..... S#66 씬4의 입원실 (D) 침대 밑에 현태가 숨어있고 나윤 뭔가 적고 있다. 나윤(E) 너무 힘들면 기억 안 해도 돼. 내가 기억하면 되니까. 우리 그냥 이렇게 같이 있으면 되는 거잖아. 현태야, 여기가 우리의 포카라야. 침대 밑으로 불쑥 들어가는 나윤, 현태와 눈 마주치고 활짝 웃는다.

 

 

 

 

 

 

 

 

 

 

 

 

 

 

 

 

 

 

 

 

 

 

 

 

 

 

 

 

 

첨부파일 포카라 - 안형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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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4.11.14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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