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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늪] 도현정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6.09.30|조회수1,207 목록 댓글 0
[늪]

 

 

 

 

 

 

 

 

 


1. 올림픽 대로 (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밤. 차가 꽤 밀리고 있다.

핸드폰 소리 들린다. (전화 건 쪽에게 들리는 벨소리)


 

2. 차 안(밤)

 

벨소리 멈추고, 메시지를 남기라는 안내소리와 신호음.


윤서            진이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먼저 퇴근해서 진이 데려다 놓기로 한 거 까먹었어?

                   나 지금 놀이방으로 가고 있으니까, 이거 듣는대로 연락해.


윤서, 신경질적으로 핸즈프리에 연결된 핸드폰 버튼을 누르고, 카세트 테입을 기우려다 라디오를 켠다.

(옆의 시계는 9시 30분 쯤)


 

3. 도로 + 차 안(밤)

 

정체가 회복되고, 달리기 시작하는 차들.

윤서, 초조하게 운전한다.


라디오(소리)    촉촉한 가을비가 내리는 지금, 가을의 운치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지요?                 

                       운전하시는 분들은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스럽겠지만,


 

4. 호텔 로비 (밤)

 

라디오(소리)    글쎄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분들은 이 비가 고맙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호텔 입구로 들어서는 준영의 차. 내려서 키를 맡기고 로비에 들어서는 준영.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5. 호텔 밖 (밤)

 

빗줄기가 창을 치고 있다.

혼자 방 안을 서성거리다 창 밖을 내다 보는 여자(채원)의 실루엣 뒷모습.


라디오(소리)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아름다운 밀회를 꿈꾸게 되는 이 밤,

                       이 음악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의 *** 입니다.


채원 설레임으로 서성거린다(TV 보는, 거울 보는).

벨소리 들리고 문을 열어주는 채원. 준영 들어온다.

채원과 준영, 서로 엉켜 키스한다.


 

6. 올림픽 대로 진출입 도로 (밤)

 

윤서, 급하게 운전하고 있다.


 

7. 호텔방 안 (밤)

 

서로 애무하는 준영과 채원.

타이틀 ‘’ 뜬다.


 

8. 아파트 단지 전경(다음날)


 

9. 윤서네 집 주방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윤서.

잠시 후, 준영이 들어와 식탁에 앉아 신문을 펴든다.

윤서, 힐끗 준영을 보지만 모른척 하고 국의 간을 본다.


준영            (신문에 시선을 둔 채) 진이 언제까지 놀이방에 맡길거야?

윤서            (토라진 듯 무뚝뚝한) 입주할 사람 찾는거 쉽지 않아.

준영            당신이 너무 까다로운 거 아냐? ... 그냥 웬만한 사람이면...

윤서            (O.L 날카로워진) 애 맡기는 일인데 아무나 할 수 있어?


준영, 윤서의 날카로운 음성에 고개 들어 윤서를 보는데

국을 뜨던 윤서의 손이 미끄러지면서 국을 엎고 만다.

뜨거운 국이 윤서의 손에 쏟아진다. 고통 때문에 당황한 채 손을 터는 윤서.

이때, 부드럽게 윤서의 손을 잡아 끄는 준영.

수돗물을 틀어 윤서의 손을 대준다. 윤서, 준영을 본다.


준영            (윤서의 손에 시선 둔 채 담담하게) 화 아직 안 풀렸어.


윤서, 말없이 준영을 보다가 손을 빼내며 돌아서려는데

준영, 윤서의 손을 다시 끌어 수돗물에 대준다.


준영            좀 봐주라. 사무실 독립한 지 얼마 안됐잖아.

                   도면만 보던 놈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러 다녀야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윤서            (약간 풀어진) 자기 자식도 까먹을 만큼? 그 정신으로 무슨 사업을 해?


윤서, 다시 국을 푼다.


윤서            어쩌다 한번 있는 모임인데, 당신이 하루쯤 도와줄 수 있잖아.

                   우리 아빠, 남은 재산 탈탈 털어서 병원 개업시켜 주셨어. (식탁에 국을 놓으며)

                   아빠가 힘들게 차려주신 병원, 나 정말 잘하고 싶어.

준영            미안하다...

윤서            (아직도 가시가 남은) 미안한 거 정말로 알긴 하는거야, 당신?

준영            그만 풀어...


윤서, 삐죽거리며 준영을 가볍게 흘기다가 거실 쪽을 보게 된다.


윤서            (놀라) 어머! 진이야!


 

10. 동, 거실

 

오디오 앞에서 버튼을 누르며 장난치던 진이.

윤서가 재빨리 진이(2-3세)를 안아 올린다.


윤서            안돼, 안돼. 어부아, 어부. (주방을 향해) 여보! 유리문 달린 오디오장 빨리 사야겠다!

                  우리 진이 때문에 이거 얼마 못가겠어!


아이를 안고 주방으로 향하는 윤서


 

11. 어린이 영어학원 앞 도로

 

수업이 끝났는지 학원을 나오는 아이들, 학원 차를 타기 위해 분주하다.

아이들 틈으로 나오는 채원. 세련되고 단정한 모습이다.

이때 빵빵 울리는 차.

채원, 그쪽을 보고 방긋 웃으며 차로 다가간다.


 

12. 학원 앞/ 차 안

 

차에 올라탄 채원.


윤서            (코를 킁킁대며) 향수 바꿨네.

채원            응! 어때?

윤서            좋아. 너한테 어울린다. (앞 차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여긴 왜 이렇게 맨날 복잡하니?


이때, 윤서의 차에 쿵 하고 부딪히는 원장.

원장 부인이 그런 원장을 끌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윤서, 무슨 일인가 하고 차창을 내린다.


부인            글쎄, 어디서 누굴 만나는 건지 확실히 대면 될거 아니야?

원장            내가 그걸 왜 일일이 말해? 에이... 씨... 망신스럽게.


원장, 부인을 뿌리치고 가려 하면 부인 억척스럽게 원장을 잡아 끈다.


부인            글쎄 누굴 만나냐니까? 왜 말 못해, 왜 말 못하냐구?


윤서, 창을 올린다.

원장 부인과 원장의 실랑이가 창을 통해 계속 보인다.

채원, 재밌다는 표정이다.


채원            우리 원장이랑 마누라..., 퇴근 시간마다 저래. 코미디지?

윤서            ... (채원을 본다)

채원            우리 원장도 대단해, 저런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연애 사업을 벌이는 거 보면!

윤서            (기가 막혀) 참... 나? 너 여기서 이상한 물 들겠다.

채원            재미있는데...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냐.


결국 원장은 원장 부인에게 반강제로 끌려 차에 올라탄다.

쓴 웃음을 짓는 윤서, 앞 차가 나가자 차를 출발시킨다.



13. 명품매장

 

바바리를 입고 거울을 보는 윤서.


점원            어깨랑 허리에서 떨어지는 선이 아주 예쁘게 나왔어요.

                   색상도 그렇고 사모님한테 아주 잘 어울리시는데요.


윤서, 마음에 드는 듯 이리저리 옷을 살피다가 조언을 구하듯 채원 쪽을 본다.

채원, 매장 한 켠에 있는 스카프를 만지작거리며 얼굴에 대 보다가 윤서의 시선을 알아챈다.

스카프를 놓고 윤서에게 다가간다.


채원            (윤서의 옷을 이리저리 살피며) 음..., 소매 길이도 적당하고...

                   야 사이즈가 맞춘 것처럼 딱이다, 언니.

윤서            (만족한 듯 웃으며 옷을 벗어 점원에게 내민다.) 이걸로 주세요.

점원            네.


점원, 포장하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가고, 윤서, 채원이 만지던 스카프를 골라 든다.

채원, 그런 윤서를 보다가 다른 쪽으로 가려는데 윤서가 스카프를 채원의 목에 걸어준다.


윤서            잘 어울린다.

채원            ...

윤서            언니가 동생한테 해 주는 거야. 아무 말 하지 마.

 

윤서, 정성어린 손길로 채원에게 스카프를 예쁘게 둘러 준다.

그런 윤서를 보는 채원.


 

14. 고급 회전 초밥집

 

식사를 하는 채원과 윤서. 윤서, 채원의 먹는 모습을 보다가.


윤서            밥은 해 먹어? 혼자 있다고 끼니 거르는 건 아니지?

채원            왜, 굶고 다닐까봐 걱정돼?

윤서            그래. 전에는 밥 먹으러도 뻔질나게 오더니, 요즘은 발길도 뚝 끊고...

채원            ...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윤서            (채원의 안색 살피며)... 너 혹시 연애하니?

채원            (미소)

윤서            정말인가 보네. 어떤 사람이야?

채원            말하긴 좀 그래..., 그냥 심심풀이지 뭐.

윤서            얘는, 스물 일곱이나 된 애가 그런 말을 해? 너 심심풀이 연애할 나이 지났어.

채원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손짓하며) 여기요! 물 좀 주세요. (윤서를 보고 부드럽게 웃는다.)

                   어차피 천년만년 좋아지낼 순 없잖아. 언니, 난 있지, 결혼하는 사람들 보면 참 용기있다

                   싶어. 남녀 사이 사랑이라는 게 어차피 깨지기 쉬운 건데 그걸 결혼이라는 제도로

                   꽁꽁 묶어서 사는거, 난 너무 답답해서 못할 거 같애! 차라리 심심풀이 연애가 낫지.

윤서            결혼이라는 게 꼭 남녀사이 사랑으로만 이루어진건 줄 알아? 서로 함께 소중한 가정을

                   이루는 거랑 남녀가 좋아서 함께 사는 건 달라.

채원            그래서 함께 소중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언니의 결혼 생활은 아주 행복한가 보지?

윤서            ... !


채원, 무의식적으로 비어있는 물잔을 들어 마시려다 빈 잔임을 안다.

윤서, 자신의 물을 채원에게 준다.

채원, 약간 불안정한 태도로 윤서가 준 잔을 들고 마시는데,

이때 팔찌가 미끄러지면서 팔목의 흉터가 보인다. (자실 기도 흔적)

그 흉터를 힐끗 보는 윤서, 순간 안쓰러움이 스친다.


윤서            미국에서 너희 엄마, 며칠 전 전화하셨어. 걱정 많으시더라.

채원            ...

윤서            연락 좀 자주 드리지...

채원            엄만 아직도 날 사춘기 소녀로 알아... 엄마랑 몇마디 하다 보면 내가 정말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채원, 음식을 먹는다.

안쓰러운 눈길로 채원을 보는 윤서.


 

15. 윤서의 아파트 안방(밤)

 

TV 켜져 있고 침대에서 건축 잡지를 보고 있는 준영. 침대 머리맡에 건축 모형이 있다.

윤서, 화장대 앞에서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윤서            세미나 기간동안 진이 채원이한테 부탁했어, 괜찮지?

준영            ...

윤서            당신 일 때문에 계속 늦을테고... 부탁할 사람이 채원이밖에 없더라. 며칠 안되니까 뭐,

                   별로 부담스럽지 않을 거 같고...

준영            난 괜찮아.

윤서            채원이 걔, 요즘 연애하나 봐.

준영            !

윤서            당신이 봐도 채원이, 처음 한국 왔을 때보다 많이 좋아진 거 같지?

준영            ... 내가 어떻게 알어... 자주 보지도 못했는데...

윤서            걔네 부모님 이혼하고, 미국 가서 엄마랑 의붓 아버지 밑에서 살면서 애가 많이 힘들었나봐.

                  여기서 아이들 가르치면서 마음 잡고 있는 거 보니까 괜히 내가 다 뿌듯한 거 있지?

                  동생이 없어서 그런지, 난 꼭 걔가 내 친동생 같아. (화장대 위의 향수병을 보고)

                  웬 향수야? 남자거네?

준영            어, 거래처 사람이 준거야.


윤서, 일어나서 불을 끄고 준영 옆에 눕는다.

 

윤서            (준영의 냄새를 맡으며) 어디 봐, 킁킁, 음..., 괜찮은데.

                   우우, 우리 신랑 너무 멋쟁이 되면 안되는데... !


준영, 스탠드 불을 끄고 돌아눕는다.

윤서, 약간 망설이다가 돌아누운 준영의 어깨를 살며시 안는다. 준영, 별 반응 없다.

준영의 허리로 손이 내려가다가 바지 주머니에서 손이 멈춘다.


윤서            왜 핸드폰을 여기다 둬?

준영            (무심한) 응? 거기 있었나?

윤서            빼놓고 자.

준영            (핸드폰을 빼지 않고 몸을 더 웅크리며 윤서의 팔을 뺀다.) 자자, 피곤하다...


윤서, 준영의 등을 잠시 바라보다가 바로 눕는다.

윤서의 얼굴에 약간 의아한 듯한 의심...


 

16. 인천 국제 공항(다른 날)

 

작은 짐가방을 끌고 걸어가는 윤서.

출국 수속대로 향한다.


 

17. 세미나 호텔 로비

 

몇 ‘성형외과 정기 세미나(영문)’ 플랭카드와 안내문 보이고

몇몇 일행들과 가슴에 명찰을 단 채 로비로 나오는 윤서.

사람들과 담소하던 혜영이 윤서를 발견한다.

 

혜영            (반가운) 윤서야!

윤서            (반가운) 어머, 혜영아!


 

18. 윤서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채원이 내린다.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다.

아파트 벨을 누른다.


 

19. 세미나 호텔 로비

 

윤서와 혜영, 마주 서서 이야기한다.


혜영            세미나니 뭐니, 이런 거 지루해서 딱 질색인데 그래도 덕분에 너를 다 만난다, 얘.

윤서            숙희는 안왔어?

혜영            걔 요즘 정신 없잖아.

윤서            왜, 무슨 일 있어?

혜영            너 몰라? 걔네 신랑, 문제 일으켰잖아.

윤서            ?

혜영            같은 병원 간호사랑. 꼴에 얼굴값 하는 건지.

윤서            그래서?

혜영            뻔하지, 뭐. 남편 무릎 꿇고 싹싹 빌고, 그 간호사는 나가고..., 다시는 바람 안 핀다는

                   각서 쓰고... 그렇게 일단락은 됐는데, 한번 상한 가슴 금방 회복 되겠니?

                   애들도 있는데 가정 깨는거 쉬운 일도 아니고..., 많이 힘든가 보더라.

윤서            성훈씨 그렇게 안 봤는데....., 꽤 진중한 사람이잖아.

혜영            기집애, 순진하긴. 야, 까놓고 이야기해서 한 두 번 바람 안피는 남자가 어디 있니?

                   조금이라도 남편 행동 이상해 졌다 싶으면 당장 그것부터 의심해 봐야 해.

                   (장난조로) 너 그 대단한 신랑 배 준영도 마찬가지고!

윤서            (웃으며) 얘는 또 무슨 소리야?

혜영            후훗... 농담... ! 넌 어때? 진이도 많이 컸겠다?

윤서            응, 이제 아장아장 걸어다녀... 조금씩 말도 하려고...


함께 담소하는 혜영과 윤서.


 

20. 윤서네 현관/ 거실

 

현관에서부터 거실 바닥, 소파 등에 어지럽게 널려진 옷가지들.


 

21. 동, 안방

 

침대 위에서 뒹굴며 장난치는 채원과 준영의 모습.


 

22. 아파트 단지(다른 날)

 

택시가 서고, 윤서가 여행 가방을 들고 내린다.

 

(E)     초인종 소리


 

23. 윤서의 아파트 앞 현관

 

문이 열리면 앞치마를 입고 환하게 웃는 채원.

윤서, 순간 놀란다.


채원            뭘 그러고 있어? 빨리 들어와.


윤서의 팔을 잡아 끄는 채원.


 

24. 윤서의 아파트 주방

 

윤서 식탁 의자에 앉아 있다.

식탁에 반찬들이 세팅되어 있고, 채원은 가스렌지에서 해물탕을 푸짐하게 끓이고 있다.

진이를 안고 서 있는 준영


준영            채원이 처제가 당신 대접한다고 며칠 전부터 벼르더라구.

채원            (찌개를 가져다 놓으며 윤서에게) 그동안 외국음식에 물렸을 것 같아서

                   얼큰하고 시원한 걸로 준비했어, 괜찮지?

윤서            (웃으며) 그래, 고맙다...

채원            (준영에게) 진이 주고 앉으세요. (진이를 어르며 준영에게 건네 받는다.)


진이를 안은 채 준영의 옆자리에 앉는 채원. (마치 한 가족처럼)

채원, 준영이 국물을 떠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본다.

 

채원            너무 싱겁지 않으세요?

준영            아니, 딱 좋아. 시원하다.

채원            언니는?

윤서            응, 괜찮아.

채원            (칭찬에 기쁜) 소금 더 안치길 잘했다.


채원을 향해 웃던 준영의 시선이 윤서와 마주친다.

순간 어색해지는 준영,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밥을 먹는다.

이때, 핸드폰 메시지 수신음이 들린다.

준영,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으려는데 채원이 좀 더 빠르다.


채원            분명히 또 광고 메시지다.


채원, 거리낌없이 자연스레 준영의 핸드폰을 열어본다.

윤서 채원을 본다.

준영, 난감하다.


채원            (킥킥대며) 역시 맞네. 신용대출, 통화만 누르면 즉시...

준영            (애써 자연스레 핸드폰을 뺏어서 옆에 놓으며 윤서에게) 먹어.

채원            (윤서 보며) 으으~ 저런 거 자꾸 오는 것도 스트레스야! 왜 규제를 안하나 몰라.

윤서            ......


채원, 천진한 얼굴로 아이를 어르고 있고,

윤서, 천천히 밥을 떠먹는다.


 

25. 동 안방 (밤)

 

불 꺼진 방. 등을 돌린 채 잠들어 있는 준영.

윤서, 준영의 뒷모습을 보다가 일어나 화장대 위의 향수병을 들어 본다.

침대에 다가가 돌아누운 준영의 등을 바라보는 윤서. 준영의 호주머니에 핸드폰이 있는 것을 확인한다.

침대에 누운 윤서, 무슨 냄새를 맡은 듯 시트에 코를 대어 본다.

치미는 의혹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윤서. 방을 나간다.


 

26. 거실 (밤)

 

불 꺼진 거실.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 있던 윤서.

오디오를 켜고 테입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조용한 음악이 나오고,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듯 눈을 감는 윤서.

이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진이의 옹알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테잎에 잘못 녹음이 된 것)

깜짝 놀랐다가 아이의 음성을 듣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윤서. 진이의 소리가 귀엽다.


채원(소리)      진이야, 또 이거 만지네. 하지 말라니까. 이놈이야, 이놈!


채원의 목소리에 움찔 놀라는 윤서.

준영에게 속삭이는 채원.


준영(소리)      그냥 내버려 둬... 이리 와.

채원(소리)      애 앞에서 왜 이래? 오늘은 안돼.., 위험하다고 했잖아.

준영(소리)      아무래도 수술할까 봐. 언제라도 마음놓고 좀 안아보게.

채원(소리)      언니가 싫어하지 않을까?

준영(소리)      집사람도 아이 더 낳을 생각 없는데, 뭐.

채원(소리)      후후훗! 아이, 그만해. 진이 보는 것 좀 봐. 내가 엄만지 이몬지

                      쟤 지금 되게 헷갈리나 보다, 후후훗!


심한 충격에 굳어버린 윤서.


 

27. 병원 원장실(다른 날)

 

멍하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윤서.

잠시 후 간호사가 뺨 한쪽을 반창고로 붙인 젊은 여자 환자를 안내해 들어온다.

윤서, 그들이 들어온 것도 모르는 듯 여전히 멍하다.


간호사          (환자에게 의자 가리키며) 이 쪽에 앉으세요. (윤서 책상 위에 차트 놓으며) 

                    어제 흉터 제거 수술하신 분이요.

윤서              ......


 

간호사, 윤서를 힐끗 보고 입구 쪽으로 간다.

윤서, 여전히 딴 생각이다.


간호사          (조심스레) 선생님... 선생님.

윤서             ...(겨우 정신 든 듯) 어? 어... 안녕하세요?


윤서, 환자에게 인사하고, 반사적으로 차트를 든다.

차트를 들여다보는 윤서.


 

28. 윤서의 아파트 거실

 

진이는 바닥에서 놀고 있고, 윤서와 준영,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다.

윤서는 멍하니 넋이 나간 얼굴이다.

이때, 준영의 츄리닝 바지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진동하자 전화를 받는 준영.

‘이준영입니다. 아, 그래.., 어.. 아니..’ 슬쩍 윤서의 눈치를 보며 방 안으로 들어가는 준영.

윤서, 준영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리모콘을 누른다.

무의식적으로 계속 리모콘을 누르는 윤서. 차례로 계속 변하는 TV 화면들.

누르는 속도 점점 빨라진다. 이때, 윤서 쪽으로 와서 윤서의 다리를 붙드는 진이.


 

29. 화원 전경 (다른 날)

 

화원 앞에 멈추는 윤서의 차. 윤서가 내린다.


 

30. 화원

 

화원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윤서. 드디어 꽃나무를 정리하고 있는 박회장(아버지)을 찾는다.

박회장에게 다가가는 윤서. 험한 일 하는 늙은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윤서             사람 사서 하지 왜 이런 일을 직접 하세요?

박회장          (돌아보고) 왔냐? (하던 일 계쏙) 이서방이랑 진이는 어쩌고 혼자냐?

윤서             그냥, 아빠 보고 싶어서..., 왜요, 혼자 오면 안돼?

박회장          (윤서를 본다)


 

31. 비닐 하우스 안

 

난로에 끓인 물로 녹차를 우려내는 박회장.

윤서, 의자에 앉아 찻잔을 만지며 하우스 안을 둘러 본다.


윤서             오랜만에 여기서 차 마시니까 참 좋다...

박회장          ... (무심하게) 뭔 일이냐?

윤서             일은요, 몸은 어떠세요?

박회장          나야, 뭐 그냥 저냥 하지.

윤서             아버지 연세도 있는데..., 전에 한 번 쓰러지신 후로 예전같지 않으시잖아요.

                    그만 화원 정리하고 나랑 같이 살아요.

박회장          글쎄, 그 얘기는 그만 하라니까. 난 여기가 좋아.

윤서             피붙이가 나 하난데..., 어떻게 그렇게 매정해요? 아빠 딸이랑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아요?

박회장          엎어지면 코 닿는게 서울이야.

윤서              세상이 끝난다 해도 난 오직 우리 아빠만 믿고 의지할 텐데..., 아빤 아닌가 봐?

박회장          늙어서까지 딸년 뒤치다꺼리 하라구? 딸년 힘든 의사공부 시키고, 개인 병원까지

                    내주었으면 애비 책임 다한 거 아니냐. 기댈 일 있으면 이서방한테나 가서 해.

                    애비는 이제 일 없다. (화분 쪽으로 간다.)

윤서             ...


화초를 매만지는 박회장.

윤서, 그런 박회장의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본다.


박회장          안가냐? 애 엄마가 그러고 있어도 돼?

윤서              아빠...


박회장, 화원으로 나간다.

화원의 꽃나무들을 매만지고 있는 박회장을 먼발치로 보는 윤서.


 

32. 도로 + 차 안

 

운전하고 있는 윤서. 흐느끼며 울고 있다.

눈물을 닦으며 운전하던 윤서, 커브길을 도는 순간 중앙선을 넘은 트럭이 마주온다.

깜짝 놀라 핸들을 틀어 갓길에 주차하는 윤서, 핸들에 엎어져 큰 소리로 통곡한다.


 

33. 윤서의 아파트 거실 (낮)

 

설거지를 하고, 부엌 구석구석을 닦는 윤서.

목욕탕에서 빨래감을 모아 놓고 손빨래를 한다.


 

34. 윤서의 아파트 거실 (밤)

 

준영은 진이와 놀아주고 있다.

윤서는 구석구석 열심히 닦고 있다. 생각을 모두 잊으려는 듯 완전히 몰두한 모습이다.


준영            무슨 날이야, 왜 그렇게 열심이야?


묵묵히 청소하는 윤서, 문득 준영이 진이를 어르고 있는 모습을 본다.


윤서            진이 예뻐?

준영            어떻게 이 놈을 안 이뻐해?

윤서            소중해?

준영            당신 왜 그래? 당연히 소중하지.

윤서            (다시 바닥을 닦으며) 소중하면..., 그렇게 소중한 거 지킬거야?

준영            ...

윤서            (준영을 보고) 지킬거냐구?

준영            새삼 왜 그래? 당연히 지키지... 당신 무슨 일 있어?


윤서, 말 없이 다시 바닥을 닦는다.

준서, 그런 윤서를 살펴본다.


 

35. 안방 (밤)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윤서. 준영은 바로 누워 있다.


준영            지금 맡는 리조트 설계, 사무실 독립하고 처음 맡은 일이잖아.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일 욕심내다 보니까 당신이나 집안 일에 소홀한 게 좀 있었을 거야... 미안하다, 윤서야.

                  앞으로 잘 할게. (윤서의 어깨를 안는다)

윤서            (어깨를 웅크리며 눈을 감는다.) 자...


걱정스럽고 불안한 준영.


 

36. 호텔방 안 (다른 날 낮)

 

스타킹을 신고 있는 채원.


준영            우리 다음 주에는 못 볼 것 같은데...

채원            (피식) 그게 무슨 소리야?

준영            진이 엄마가 좀 이상해져서 그래.

채원            내가 장담하는데 우리 둘이 벌거벗고 뒹구는거 보기 전에 박윤서는 절대 몰라.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사랑받고 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해 끼칠 수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하거든. 윤서 언니는 바로 그런 타입이야. 언닌 몰라.

준영            어쨌든 당분간 만나는 횟수도 줄이고...,

채원            (준영의 무릎 위에 앉으며) 정말 나 안보고도 참을 수 있어?


준영의 목과 귀 애무하는 채원,

준영, 뿌리치기 힘들다.


채원            거봐..., 못 할 거면서...!


열렬하게 키스하는 준영과 채원.


 

37. 병원 원장실

 

윤서, 환자의 턱을 만지며 살피고 해골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윤서            이를 꽉 깨물고 있는 버릇 있으시죠? ...여기 근육이 발달되면서 턱이 각져 보이는 거거든요.

                   이런 경우는 굳이 뼈를 깎아낼 필요 없이 근육을 위축시키는 주사로 턱선을 부드럽게...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윤서            (환자에게) 잠시만요, (전화받으며) 박윤섭니다..... (놀라) 뭐라구요?....,어디죠?


 

38. 병원 지하 주차장

 

거칠게 들어서는 윤서의 차.

윤서, 급히 차를 세우고 내린다.


 

39. 병원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윤서, 사람들을 헤치고 급한 걸음으로 병실로 향한다.


 

40. 병실

 

병실 안에 들어선 윤서.

호흡기를 단 채 누워 있는 박회장을 보고, 울컥 울음이 솟는다.


 

41. 병실 앞 복도 스테이션

 

담당 의사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윤서와 준영


의사            닥터니까 잘 아실겁니다.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지면 노인 분들 혈관 계통에 이상이 생길 수

                   있죠. 게다가 지병도 있으시고..., 일단 고비는 넘겼는데, 앞으로 당분간 가족들이 좀 힘드실

                   겁니다. 어떻게..., 간병인을 두셔야 겠죠?

윤서            낮에만요..., 오후에는 제가 돌봐드리겠어요.

의사            환자들 진료하고..., 좀 무리일텐데요.

윤서            아니요. 아버지 같은 환자..., 밤이 더 위험하잖아요. 제가 있어야 맘이 놓일거 같아요.


 

42. 동, 복도

 

나란히 걸어가는 준영과 윤서.


준영            너무 힘들지 않겠어?

윤서            노인네 혼자 나무 농사짓는 것보다 더 힘들까.

준영            며칠 있다 나랑 교대하자.

윤서            진이 부탁해... 믿어도 되지?

준영            지난 번 같은 일은 없을거야. 짐 챙겨다 줄까?

윤서            시간날 때 내가 할께. 가, 그럼.

준영            저기 윤서야...

윤서            (돌아보면)

준영            아니야..., 수고해.

윤서            ....


돌아서 가는 윤서, 준영, 착잡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43. 윤서의 아파트

 

설거지를 하는 준영, 부엌 이곳 저곳을 닦는다.

거실에서 놀고 있는 진이를 안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준영.


 

44. 안방

 

침대 위에서 진이에게 우유를 먹이며 어르는 준영.


 

45. 병실

 

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는 윤서. 얼굴과 손, 목 등을 정성스레 닦아 준다.


 

46. 안방

 

어느 새 잠이 든 진이. 우유 병을 치우고, 진이를 편하게 눕히는 준영.

한참 진이를 바라보다가 준영과 윤서의 연애시절 사진을 본다.


 

47. 병실 (다른 날)

 

박회장의 식사 시중을 해주는 윤서.


윤서             많이 좋아졌어요, 아빠.

박회장          애 엄마가 이렇게 오래 집 비워도 돼?

윤서             신경쓰지 마세요.

박회장          이서방하곤 아무 문제 없는 거냐?

윤서             그냥 좀 다퉜어요. 부부싸움이란 게 맨날 그렇지 뭐... 별일 아니예요.

박회장          ......

윤서             보시는 대로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48. 병원 내 휴게실

 

몇몇 환자와 보호자들 음식을 나눠 먹으며 TV 보고 있다.

종이 커피 마시며 마주 앉아 있는 윤서와 준영


준영            당신 얼굴 많이 상했다.

윤서            ..., 진이는 괜찮아?

준영            아무래도 엄마 손길만 하겠어? 아버님, 많이 좋아지셨더라.

윤서            응...,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땐 아니야.

준영            며칠 좀 쉬어. 저녁에 내가 있을게.

윤서            아니야..

준영            그렇게 해..., 진이도 당신 찾어. 우리 딸 생각도 좀 해라.

윤서            ...

준영            그리고... 아버님 쾌차하시면..., 아무리 고집 피우셔도 이번엔 꼭 모신다고 하자.

윤서            !!

준영            집에 갈 준비해.


 

49. 아파트 단지

 

윤서의 차 들어와 선다.

윤서, 차에서 내려 뒷좌석 베이비 시트에 앉아 있는 진이를 안고 아파트로 향한다.

 


50. 윤서의 아파트 거실

 

빨래를 걷어내고 개는 윤서. 이때, 초인종 소리.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면 채원이 있다.


채원            언니야, 어떻게 연락 한번 없냐?

윤서            ...

채원            어, 들어오란 말도 안하네. 문전 박대 하는 거야?


윤서, 말없이 돌아서서 거실쪽으로 향하고, 채원도 뒤따라 들어온다.


채원            아저씨 쓰러지셨단 말 듣고 깜짝 놀랐어. 병문안 가려고 했는데...

윤서            안오길 잘 했어. 아빠, 그런 모습 남한테 보이기 싫어하셔.


윤서가 개던 빨래를 함께 개는 채원.


채원            그래도 걱정되더라. 어렸을 때 언니 집에 놀러가면 나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윤서            (채원이 남편의 속옷을 집어들자 빼앗으며) 근데..., 무슨 일이니?

채원            (기분 상한) 섭섭하다..., 내가 언제 무슨 일 있어서 왔어?

윤서            그럼 좀 가줄래? 며칠동안 쉬지를 못해서.

채원            언니 요즘 나한테 하는 거, 좀 이상해진 거 알아?

윤서            피곤하다고 했잖아.

채원            부족한 거 하나도 없는 사람이 너무 그렇게 안간힘 쓰지 마.

                   아무것도 없는 내가 보기엔 너무 억척스러워 보여.

윤서            뭐? 너 그게 무슨 뜻이니?

채원            무슨 뜻은..., 똑똑한 언니가 그런 말도 못 알아들어?

윤서            (상대하기 싫은 듯) 피곤하다, 가라.

채원            (화가 난, 따지듯) 언니 왜 이래? 나한테 뭐 화나는 일 있어?

윤서            (채원을 본다) 가라고 했지! 여기 내 집이야. 나 오랜만에 집에 와서 쉬고 싶은데,

                   그것까지 방해받아야겠니? 빨리 나가줘!

채원            허! 좀 심한거 아냐., 내가 이 집에 있는게 그렇게 기분 나빠?

윤서            가!


채원, 불쾌한 듯 벌떡 일어나 가다가 현관에서 윤서를 돌아본다.

조용히 감정을 억누르는 윤서.



51. 동, 안방

 

아이와 함께 샤워를 하고 들어오는 윤서. 아이의 몸을 닦아주고, 분을 발라준다.

자기 얼굴에 스킨을 바르는 윤서.


 

52. 채원의 오피스텔 (밤)

 

부분조명이 되어 있는 어두운 실내.

채원, 반쯤 남아 있는 위스키 병을 잔에 따른다.

철철 넘치는 잔.

그 옆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른한 자세로 누워 있다.

생각이 바뀐 듯 잔을 놓고 일어서는 채원.

목이 타는 듯 초조하게 목을 어루만지며 서성이다가 주방 쪽 냉장고로 가서 물병을 꺼낸다.

냉장고 문을 열어둔 채로 그대로 그 앞에 주저앉아 물을 쏟아내듯 벌컥벌컥 마시는 채원.

물이 철철 넘쳐 채원 목과 가슴으로 흘러 내린다.

고양이가 움직이자 문득 정신이 든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채원의 눈빛.


 

53. 병실 (밤)

 

보조 침대에 쪼그리고 누워 있는 준영. 주머니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준영            여보세요? ..., 어.. 어어..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준영


 

54. 병원 복도 (밤)

 

준영            안된다니까 왜 이래? ........., 자리 비울 수 없어..... 뭐? 이 근처라구?


 

55. 다른 호텔 방 (밤)

 

전화를 하고 있는 채원


채원            우리 요즘 너무 뜸했잖아. 그래도 괜찮아?

준영(f)         다음에 보자, 오늘은...

채원             나...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내 성질에 미쳐버릴지도 몰라.


 

56. 병원 복도 (밤)

 

준영             채.. 채원아...

채원(f)         내가 병원으로 갈까? 아저씨도 나보면 반가워하실텐데...

준영             너 왜 이래, 정말?

채원(f)         비밀 지키고 싶은 거지? 그럼 나..., 밀쳐내지 마!


이때 지나가던 간호사, 준영이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간호사          병원 내에서 휴대폰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준영             (간호사에게) 아..., 예.. 죄송합니다..... (채원에게) 어디야?


 

57. 병실 (밤)

 

박회장의 상태를 살펴보고, 윗도리를 입는 준영


 

58. 다른 호텔 방(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채원.

곧 벨소리 들리고, 문을 열자 준영이 들어온다.

채원, 준영을 미친 듯 안으며 격렬하게 애무한다.

처음에 망설이던 준영도 채원을 포옹하며 입을 맞춘다.


 

59. 윤서의 안방 (밤)

 

아이와 함께 깊이 잠든 윤서


 

60. 병실 (밤)

 

잠시 뒤척이다가 잠이 깬 박회장, 주위를 둘러본다.


 

61. 몽타쥬 (밤)

 

-호텔방> 채원, 급한 손길로 옷 단추를 열어 옷을 벗어 던진다. 채원 준영의 옷을 벗기고 혁대를 푼다.

-병원> 박회장, 몸을 조심스레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온다. 링거병을 쥔 채 벽을 의지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박회장.

-윤서의 안방> 좋지 않은 꿈을 꾸는 듯 뒤척이는 윤서

-병실 복도> 텅 빈 복도를 벽을 짚으며 겨우 걸어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박회장

-호텔방> 뒤엉켜 있는 준영과 채원. 준영의 어깨죽지를 꼭 쥐고 있는 채원의 손.

-병원 화장실> 일을 보기 위해 이리 저리 움직이려 하는 박회장,

-호텔방> 어깨죽지를 꼭 쥔 채원의 손, 천천히 힘을 주어 내려가면

  준영의 어깨죽지에 선명하게 찍히는 손톱자국

-병원 화장실> 현기증이 나는 듯 휘청거리는 박회장. 타일 바닥을 헛딛으면서 미끄러지며 쓰러진다.

-윤서의 안방> 악몽에 시달리듯 심하게 몸을 뒤척이는 윤서. 요란스런 전화벨 소리에 놀라 깬다.


 

62. 도로 / 차 안 (밤)

 

복받쳐 오르는 걱정과 슬픔에 흥분이 된 윤서. 거칠게 차를 몰고 있다.


간호사(f)       박수환 환자 보호자 되시죠? 할아버지가 위독하세요! 지금 빨리 오세요!

윤서(f)           제 남편은요, 남편은 거기 없어요?


 

63. 병원 앞 (밤)

 

차에서 나와 급히 병원으로 들어가는 윤서


 

64. 병실 (밤)

 

박회장의 시트를 덮는 의사의 손길.

곧, 윤서 들어선다. 난감한 듯 윤서를 보는 의사.


의사            조금 전 운명하셨습니다.

윤서            ......

의사            넘어지시면서 뇌를 다치셨는데 병중이신데다가 발견당시 이미...,

                   더 이상 손 쓸 수 없었습니다. 꼭 보호자를 동반하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윤서, 의사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박회장에게 다가간다.

시트를 벗기는 윤서. 박회장의 평안한 얼굴을 쓰다듬는다.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억누르는 윤서.


 

65. 동 복도 (밤)

 

어두운 복도

힘없이 걸어오는 윤서. 벤치에 앉는다.

소리죽여 흐느끼는 윤서의 모습, 오래도록 보여진다.


 

66. 동 병실 (아침)

 

검은 상복을 입은 채 침대 한켠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윤서.

준영이 어쩔 줄 몰라하며 서 있다.


준영            정말 할 말이 없다..., 갑자기 클라이언트가 조경 디자이너랑 자리를 만드는 바람에...

                   거절할 수 없어서 그냥 얼굴만 비추려고 갔었어..., 당신도 알잖아. 그런 자리라는게....

윤서            (O.L.) 옷 갈아입어.


윤서, 준영에게 준비한 검은 양복과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를 내민다.

준영, 미안한 듯 윤서를 보다가 옷을 벗는다.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윤서


윤서            아빠..., 정말 좋아지고 있었는데..., 누워서 대소변 받아내지 않고,

                   내 도움 받아 화장실 가게 되었을 때..., 참 좋아하셨는데...,


무심코 준영 쪽을 보는 윤서. 얼굴이 약간 굳는다.

웃통을 벗고 막 새 셔츠를 입으려는 준영의 어깨죽지에 선명히 그어진 채원의 손톱자국.

윤서, 준영쪽으로 가까이 간다. 준영의 어깨죽지 상처에 가만히 손을 대는 윤서.


윤서            (터져 나오는 분노를 억누르며) 당신..., 용서하기 힘들 거 같다!


 

67. 영안실

 

윤서. 영정 한 켠에 앉아 있고,

준영은 조문객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이때 들어서는 채원. 윤서, 영정에 꽃을 올리는 채원을 보며 표정이 흔들린다.

윤서 쪽으로 다가오는 채원.


채원            언니..., 많이 힘들지?

윤서            ......

채원            너무 괴로워하지 마. 어차피 건강도 안좋으셨고...,

                   조금 일찍 편한 곳으로 가신 거라고 생각해.


윤서, 치미는 것을 억누르고 채원을 외면한다.

준영, 불편한 듯 시선을 떨군다.

채원, 다른 한 쪽으로 가서 다시 준영을 돌아본다.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준영에게 악수를 하고, 윤서와 목례를 한다.

채원과 준영의 시선이 스친다.

순간, 채원이 준영에게 아는 척 하듯 설핏 들뜬 미소를 짓는다.

신경 쓰이는 듯 시선을 돌리는 준영.


 

68. 윤서의 병원

 

출근한 듯 들어서는 윤서. 머리에는 상제핀을 꽂고 있다.


간호사          선생님, 오셨어요?

윤서             음..


원장실로 들어가는 윤서.


 

69. 원장실

 

윤서가 들어오자마자 뒤따라 들어오는 간호사.


간호사          우편물이에요, 선생님.


책상 위에 우편물을 놓는 간호사. 작은 소포 꾸러미와 몇 통의 청구서...

윤서, 간호사가 나가자 소포를 꺼내 본다. 냉정한 표정으로 그 안의 내용물을 보는 윤서.

준영과 채원의 사진, 학원장과 내연녀의 정사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이때, 핸드폰 울린다.


윤서            네... 지금 보고 있어요... 네. 괜찮아요... 네. 오늘 중으로 입금 시키죠.


 

70. 윤서의 서재 (밤)

 

컴퓨터에 올려진 위 사진들. 윤서, 사진을 조작하고 있다.

채원과 학원장의 사진으로...

그럴 듯하게 완성되는 채원과 학원장의 정사장면.

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준영이 문을 연다.

재빨리 다른 파일을 여는 윤서.


준영            뭐해? 안자?

윤서            학회에 낼 보고서 때문에..., 중요한 거야.

준영            좀 쉬면서 해. 몸 상하겠다. (돌아서려는데)

윤서            여보...

준영            응?

윤서            당신 수술하고 싶다고 했지?

준영            수술?

윤서            당신이랑 잠자리 할 때마다 신경쓰는 거 나도 싫어서.

준영            ...알았어. 병원에 가볼께.

윤서            간단한 건데 내가 하지 뭐.

준영            ?

윤서            이번 주말에 시간 내서 나와. 진료 끝난 다음에 하면 되니까.

준영            나중에 또 아이가 갖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윤서            다시 풀기만 하면 되는데 뭐... 걱정하지마.


준영, 가볍게 고개 끄덕이고 나간다.

생각에 잠기는 윤서.


 

71. 윤서의 병원 수술실 (다른 날)

 

수술복을 입은 윤서.

차가운 눈길로 정렬된 수술기구들을 보고 있는 윤서 저편으로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준영이 보인다.

윤서, 준영에게 마취제를 주사한다.


 

72. 영어학원 입구

 

우체부로부터 우편물을 받는 여직원.


 

73. 학원 원장실

 

장부를 뒤적이고 있는 원장 부인.

여직원이 들어와 우편물을 책상 위에 놓고 나간다.

우편물들을 확인하다가 자신 앞으로 온 우편물을 발견하는 원장부인.

그 우편물을 뜯어 보는 원장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한 장 한 장 책상 위에 떨어지는 사진들.

학원장과 채원의 정사 장면들이다.


 

74. 윤서의 병원 수술실

 

윤서, 준영을 수술하고 있다.

준영, 초조하고 불안한 얼굴이다.


준영            기분이 이상해. 표본실의 청개구리라도 된 거 같아.

윤서            수술대 위에 있으면 누구나 그래.

준영            .... 생각보다....., 좀 오래 걸린다.

윤서            다 됐어.... 거의 끝나가.


윤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수술하고 있다.

준영,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이 점점 커진다.


 

75. 영어학원

 

아이들에게 영어 수업을 하고 있는 채원.

이때,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 학원장 부인.


채원            무슨 일이세요?


다짜고짜 채원의 머리채를 쥐어 잡는 학원장 부인


부인            이 더러운 년, 그 주둥아리로 어디서 애들을 가르쳐.

채원            왜 이래요, 왜 이래?


채원을 질질 끌고 나가는 학원장 부인


 

76. 도로/ 윤서의 차 안

 

윤서가 운전하고 있고 준영은 조수석에 앉아 있다.


윤서            얼마동안 불편하겠지만, 금방 괜찮아질거야.

준영            어쨌든 기분은 좀 아니야.

윤서            오랜만에 채원이 불러서 식사나 같이 할까?

준영            ......


 

77. 영어학원 앞

 

사람들이 모여 있고 시끌벅적 하다.


부인            내, 이년, 어디서 남의 서방을 넘봐! 이 주리를 틀어 죽일 년!


윤서의 차 선다.


 

78. 윤서의 차 안

 

윤서 창을 내린다. 학원장 부인에게 쥐어 뜯기고 있는 채원의 모습이 언뜻 보인다.

준영을 힐끗 바라보는 윤서. 준영, 긴장되어 있다.


 

79. 영어 학원 앞

 

채원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난 아니예요. 아니야!

부인            증거가 있는데 나불거려? 이년아, 젊은 것이 어디 꼬리 칠 때 없어 중늙은이를 꿰차려

                   들어?! 천하에 때려 죽일 년! 이년이 어디서 애들을 가르친다고 주둥아릴 나불댄대!


땅바닥에 엎어져 학원장 부인에게 짓밟히고 있는 채원.

주변 사람들(대부분 아이들의 엄마), 부인의 기세에 감히 어쩌지를 못하고,

쯧쯔 거리며 자기네끼리 쑥덕거린다.

채원, 고개를 들다가 윤서의 차를 발견한다.

차 안의 윤서와 준영과 눈이 마주치는 채원


 

80. 윤서의 차 안

 

채원의 시선을 외면하고 창을 올리는 윤서.


윤서            그만 두라고 그렇게 말렸는데..., 결국 꼬리가 잡혔네.


불안한 얼굴로 윤서를 돌아보는 준영.

윤서, 차를 몰고 떠난다.


 

81. 영어 학원 앞

 

학원장 부인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천천히 지나가는 윤서의 차를 보는 채원.


 

82. 윤서의 거실 (밤)

 

TV를 보고 있는 윤서. 준영,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거실로 들어온다.


윤서            채원이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어.

                  내가 그 원장 마누라였으면 남편 걸 잘라버리고 싶었을거야.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다시 베란다에 들어가 담뱃불을 붙이는 준영.


윤서            뭐가 그렇게 초조해? 수술한 게 그렇게 걱정돼?

준영            아니야...

윤서            내가 뭐 어떻게 했을까봐? 후훗..., 하긴 그렇다. 자기가 나한테 와서 수술 하는 거

                   본 사람도 없고..., 병원 기록도 없는데, 나만 시치미 떼면 완전 범죄가 되는 거 아냐.

준영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윤서            왜 그래? 그냥 농담한건데...

준영            농담이 지나치잖아!

윤서            (TV를 끄며) 당신 뭐 찔리는 거 있어?

준영            !

윤서            (안방으로 향하며) 우린 부부야. 나도 같은 피해자가 되는데, 내가 그럴 리 없잖아.


안방으로 들어가는 윤서.

그런 윤서를 보며 불안한 준영.


 

83. 동, 안방 (밤)

 

화장대 서랍을 열어 숨겨 두었던 카세트 테입을 꺼내는 윤서.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핸드백 속에 넣는다.

 

(E)초인종 소리


 

84. 채원 오피스텔 외경

 

오피스텔로 들어서는 윤서.


 

85. 채원의 오피스텔 (다음 날)

 

늦은 오후의 햇볕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약간 어수선한 실내 한켠에 널부러져 있는 채원.

헝클어진 머리에 여기저기 다친 상처가 있는, 꼴이 꽤 말이 아니다.

잠시 후, 들어서는 윤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다.


윤서            이게 무슨 꼴이니? 문도 다 열어놓고.

채원            ......

윤서            학원에도 안나갔다며?


부엌 쪽으로 가서 음료수를 컵에 따르는 윤서. 채원에게 다가와 컵을 내민다.


윤서            마셔. 정신 좀 나게.


넋이 나간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는 채원.


채원            언니 짓인거 다 알어!

윤서            ?

채원            그 고고한 손으로는 무지막지한 여편네들이나 하는 짓을 도저히 못하시겠다.

                   그래서 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쓴거야?

윤서            그보단 그 여자가 나보다 힘이 더 셀거 같았어. 내가 했으면, 그만한 상처가 날 수있겠니?

                   억울하진 않지? 당할만한 짓을 한 건 사실이니까.

채원            (보면서) 이제 성이 차?

윤서            아니. 원장 마누라는 남편만 뺏겼지만, 난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까지 잃었는걸.

채원            !


 

86. 도로 / 준영의 차 안

 

운전하고 있는 준영.

라디오를 틀려다가 생각이 바뀐 듯, 끼워져 있던 테잎을 플레이시킨다.


 

87. 채원의 오피스텔

 

윤서            예전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말야..., 한 여자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길을 잃어버려.

                   마침 지나가던 버스가 있어서 타게 되는데, 그 여자 목적은 딱 하나였어.

                   어디든 전화가 있는 곳에 가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자. ..... 버스에서 내린 여자는

                   그곳 사람들한테 전화를 빌려 달라고 해. 그런데 이상한 건 아무도 여자에게 전화를

                   빌려주지 않는 거야. 빌려 주기는커녕 아주 친절하게 웃으면서 여자를 방에 가둬버려.

채원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야?

윤서            그 버스는 정신병자들을 태운 호송차였거든. 어쩌다 그 버스를 타고 정신병원으로 오게 된

                   여자는 전화에 대한 특이한 강박증을 가진 정신병자로 분류된 거야. 아무도 그 여자 말을

                   믿어 주지 않은 거지. 참 섬뜩하지 않니?

채원            ......


가만히 손을 채원의 얼굴에 갖다 대는 윤서.

채원, 얼굴을 돌리려 하는데, 부드럽게 채원의 얼굴을 쓰다듬는 듯...

순간, 채원의 얼굴에 선명하게 그어지는 핏자국. 윤서의 손가락 사이에 면도날이 있었다.


채원            무슨 짓이야!

윤서            얼마나..., 네 얼굴을 얼마나 이렇게 그어 버리고 싶었는지 몰라!

                   그런데..., 이상하다. 별로 속이 후련하지 않네!

채원            미... 미쳤어!

윤서            그건 내가 할 소리야. 네가 지금 마신 거, 그 안에 뭐가 있는 줄 알아?

채원            ......!

윤서            조금씩..., 흥분이 될 거야. 발작을 하겠지. 그거 너 전공이잖아. 난 전화를 할테고,

                   사람들이 오겠지. 네 팔목 자국을 보고, 미국에 있을 때 네 병력 기록을 보면,

                   그들이 뭐라고 판단할까?

채원            왜 이래, 나한테 왜 이래? 나가. 어서 나가!

윤서            내 눈 앞에서 내 남편한테 드러내놓고 꼬리를 쳐도..., 그래도 그냥 믿었어.


채원, 점점 흥분된다. 팔이 떨리고, 얼굴에 경련이 인다.


윤서            내 침대에 네 향수가 범벅이 되어 있어도, 말 못하는 내 아이 앞에서 둘이 무슨 짓을 했건...,

                   그냥 참았어. 참으려고 했어. 어떡하든, 내 가정을 지키려고....!

채원            나, 언니 가정 따윈 관심 없었어. 언니 자리 뺏을 생각도 없었다구!

윤서            가정 따위? 너, 가정 따위라고 했니?

채원            그냥 준영씨가 좋았어. 오래 지속할 생각도 없었고..., 난 그냥...

윤서            심심풀이...! 그래서..., 네 그 심심풀이로 내 아버지까지 죽인거야?

채원            왜, 왜 이래? 정말 제정신이 아니야!


윤서, 준비한 칼을 빼어든다.


채원            (뒤로 물러서며) 뭐... 뭐하려고 그래? 언니, 언니...


윤서, 예상과 달리 자신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다. 하얀 원피스로 배어 나오는 선명한 피.

비명을 지르는 채원. 점점 심한 흥분 상태가 된다.


윤서            이제 발작을 하다가 사람까지 해치는구나. 아무래도 넌 치료가 필요해!

채원            (울부짖는다.) 뭐하는거야? 대체 뭐하는 거야? 언니, 언니!

윤서            네가 아무리 바른 말해도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거야. 아무도 널 믿어 주지 않는 곳,

                  이제 그 곳에 가서 철저하게 네 진실이 배반당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 느껴봐.

                  거기가 어딘진 알고 있지?

채원            제발, 그만해, 이러지마. 으으윽!


구석으로 가며 패닉 상태가 되는 채원.


 

88. 도로 / 준영의 차 안

 

운전하고 있는 준영. 음악소리가 끊기며 진이의 옹알이 소리가 들린다.


멈칫하는 준영. 이어지는 준영과 채원의 대화소리 (씬 22의 녹음테이프 소리)

순간, 너무 놀라 신호대기 중인 앞차를 받아버린다.

(e) 앰뷸런스 소리


 

89. 채원의 오피스텔 앞 도로

 

경적을 울리며 단지로 들어오는 정신병원 앰뷸런스 차.


 

90. 채원의 오피스텔

 

팔과 다리 근처에 핏자국이 묻은 윤서. 하얀 원피스라 더욱 선명하다.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는 채원,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때 들어서는 보호사들


보호사          괜찮습니까

윤서             네... 난 괜찮아요.


저항하는 채원을 끌어내려는 보호사들.


채원            아니야, 아니야...! 저 여자가 나한테 약을 먹였어, 약을 먹였다구요! 난 약을 먹은 거야!


보호사들, 채원을 능숙하게 보호기구로 제압한다.


보호사          (윤서에게) 치료 받으셔야겠는데요,

윤서             내가 의사니까..., 알아서 할게요.... 저기, 저 애 조심해야 해요.

                    예전에 자살기도도 몇 번 했던 애예요.


울부짖는 채원을 끌고 나가는 보호사들.


채원            언니 나 아냐, 나 아니잖아!!


끌려나가는 순간 채원과 윤서의 시선이 마주친다.

윤서, 무표정한 얼굴이다.


 

91. 오피스텔 앞 / 구급차 안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채원, 정신이 나간 얼굴이다.

천천히 떠나는 구급차.

채원, 멍하니 있다.


 

92. 채원의 오피스텔 (낮-저녁)

 

바닥에 힘없이 넋놓고 앉아 있는 윤서.

나른한 듯 서성이며 윤서를 보는 고양이.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93. 윤서네 아파트 단지 앞 / 준영의 차 안 (저녁)

 

초조한 얼굴로 운전하는 준영.

단지 내로 들어선다.


 

94. 아파트 단지 안 (저녁)

 

단지에 들어선 준영의 차.

준영, 차를 주차시킨다. 차키를 뽑아 급히 나가려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난다.

깜짝 놀란 준영, 믿을 수 없다는 듯 앞 유리창을 본다.

윤서의 얼굴이 있다.

준영을 똑바로 보고 있는 윤서의 눈과 마주친다.

그 섬뜩함에 질려버리는 준영.

윤서의 눈에서 핏물이 천천히 흐른다.


-끝-


 

 

 

 

 

 

 

 

 

 

 

 

 

 

 

 

 

 

 

 

첨부파일 늪(도현정).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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