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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반짝반짝 빛나는] 박지숙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7.12|조회수727 목록 댓글 1

[반짝반짝 빛나는] 박지숙

 

 

 

 

 

 

 

 

 

1. 작업실

닫힌 커튼의 틈 사이로 비스듬히 빛이 들어오고 있는 작업실로
수연, 문을 닫고 문에 기대 잠시 서있다.
커튼 쪽으로 걸어가 걸어가 커튼을 열면, 터질듯 몰려들어오는 환한 빛.
수연, 창틀에 작은 병뚜껑을 내려 놓는다.

2. 인서트

빛을 받고 있는,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병뚜껑.

3. 작업실

수연(N)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작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화구와 그리다 만 그림들 위로 덮어놓았던 하얀 천을 당긴다. (O.L)
캔버스 몇 개를 치우고 안에 세워놓았던 이젤을 꺼낸다. (O.L)
파레트 등의 화구의 먼지를 후, 불어낸다. (O.L)
그림을 그린다.(O.L)
색을 칠한다.(O.L)

4.인서트/그림

수연이 그리고 있는 그림을 훑는 카메라.
푸른 회색 바탕에 검푸른 강, 안개, 어둠.
강의 건너편에 남자, 강의 이쪽편에 여자.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여자의 등 뒤 멀리, 물이 들어오지 않은 거무스름한 등대,
를 그리고 있는 수연의 붓.

수연(N)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5, 작업실

수연, 파렛트 위에 붓을 놓는다.
눈을 감는다. 깊은 숨을 내쉰다.

6. 그림/강가

수연의 그림. 실제장소(수연의 의식)로 변한다.

수연(N)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이리사와 야스오.

강의 이쪽편에 홀로 서있는 수연.
절망과 체념 뒤 희망과 작은 기대쯤이 섞인 시선으로 돌아본다.(C.U)

타이틀 '반짝반짝 빛나는'

7. 인서트(며칠 전)

수연의 맨발
(E) 수연의 거친 숨소리.

8. 모텔/발코니

발코니의 난간에 올라서있는 슬립차림의 수연이다. 심호흡.
바람에 옷과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휘날린다. 위태로워 보인다.

9. 인서트/수연의 시선

헐벗은 발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까마득한 바닥.

10. 모텔/발코니

뛰어내리기라도 할 듯, 한 발을 내밀락 말락하던 수연.
몸이 앞으로 쏠리자, 황급히 뒤로 물러나 내려온다.
두려움에 숨을 몰아쉰 수연, 코너에 쪼그리고 앉더니 서글프게 웃는다.
눈물이 고였다가 검은 마스카라와 함께 흐른다.

11. 화장실/거울(현재)

무표정한 얼굴로 제 얼굴을 보고 있는 수연.
변기의 물을 내린다.

12. 화장실

변기 뚜껑을 닫고 앉는 수연.
손에 든 테스터를 평평한 곳에 내려놓고 반응을 본다.

13. BAR/밤 (며칠 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수연. 살짝 취했다.
핸드폰을 두 개 꺼낸다.
둘 중 하나를 들어 1번을 누른다. 다른 핸드폰이 울린다.

14. 인서트/핸드폰 화면

♡재우오빠♡

15. BAR/밤

걸고 있는 전화기와 울리는 전화기를 양 손에 들고 있는 수연.
울리는 전화기를 받아 귀에 댄다. 잠시 후 끊는다.
두 전화기를 내려놓고 술을 마시는 수연.
건너에서 아까부터 수연을 보고 있는 사내.
수연, 울리던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재우모(E) 여보세요... 여보세요?

16. 재우집 주방
'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며 앞치마를 메고 과일의 앞, 뒤를 깍아 제기 위에 올려놓는,

재우모  여보세요...(한참 후) 수연이니? 수연이구나.
수연(N)  ...네.
재우모  ... 안올래?

17. BAR/밤

수연  ...네...

잠시 후 전화를 끊는다. 보고 있는 사내.

18. 모텔 안

비틀대는 수연을 부축해 들어오는 BAR에서 본 사내.
침대에 무방비 상태로 눕혀지는 수연.

19. 모텔 안/새벽

헝클어진 머리카락, 슬립차림의 수연. 숙취상태로 흐릿하게 눈을 뜬다.
고개를 돌리면, 옆자리 비어있다. 베개 위에 명함 하나.
유령처럼 일어나 앉는 수연, 멍하니 명함을 보다가 숨이 막히는지 숨을 몰아쉬며 슬립차림으로 발코니로 걸어나간다.

20. 화장실 안(현재)

수연, 명함을 무심히 잘게, 잘게 찢어 휴지통에 버린다.
테스터를 들어 줄이 하나임을 확인한 후, 역시 휴지통에 버린다.
쓰레기로 가득 찬 휴지통을 마치 제 모습을 보기라도 하듯 건조하고 찬 시선으로 본다.

현숙  (문을 벌컥 열고 들여다보며) 한 줄이지?
수연  어.

정장 차림의 현숙, 성큼성큼 들어와 세면대에 기대서서 수연을 본다.

현숙  (본다.)
수연  왜?
현숙  아니다. 말 안해도 알겠지.
수연  글쎄...?
현숙  지랄 좀 그만하라고.
수연  아... 그거야 알지.

물을 트는 수연, 급하게 수도 두 개를 다 틀어 욕조를 채운다.

현숙  어떻게 덥썩덥썩 아무 놈하고나 자냐, 응? 재주도 좋아~
수연  ...(차오르는 물을 본다.)
현숙  좋았어?
수연  ...(물을 잠근다.)
현숙  좋았냐구?

옷을 입은 채, 저벅저벅 욕조 안으로 들어가는 수연.

현숙  야!

첨벙, 소리가 나게 욕조에 주저 앉는다. 물이 차올라 수연의 몸을 가린다.
현숙  지금 뭐하는 건지 물어봐도 되니?
수연  ...설거지.
현숙  ...
수연  더러워서 살 수가 없네...
현숙  (본다.)
수연  (보고는) 지겨워.
현숙  뭐가?
수연  니 그런 눈.
현숙  이년아! 니 궁상이 더 지겨워. 어떻게 하는 짓마다...

수연, 더는 듣기 싫다는 듯, 물 속으로 잠수해버린다.

현숙  야.

수연, 조용하기만 하다.

21. 물속/수연의 시선

욕조 밖의 현숙의 얼굴이 보인다.

현숙  야, 수연아. 야!

22. 화장실

푸하, 소리와 함께 물속에서 나오는 수연.

현숙  (수건을 얼굴에 던지며) 하여간 방법도 가지가지네.
수연  ...
현숙  지겹지도 않냐? 니가 인제 허리띠로 목을 매봐라, 내가 눈 하나 깜짝하나.
수연  ...
현숙  (나가며) 아고 질려. 이 놈의 죽네 사네 얘기.
수연  ...
현숙(E) 냉장고는 텅 비워놓고 순 술병뿐이야. 미친년. 너 그러다 진짜 죽어.
수연  ...

23. 인서트

드럼세탁기 안, 돌아가는 빨래들.

24. 작업실


둔중해 보이는 거친 질감의 목재들로 된 가구 몇 개와 구석에 쌓인 캔버스들과 화구, 침대 옆으로 컴퓨터와 펜 마우스. 작업실 한 쪽으로 주방시설과 세탁기가 놓여있다.
샤워가운 차림으로 세탁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빨래를 보고 있는 수연.
책상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맥주 깡통을 따서 먹으며 수연을 보던

현숙  내일... 손님 올거야.
수연  손님?

25. 작업실/다음날

수연, 문을 연다.
문 밖에 서있는 진원.
마주보는 둘.

현숙(E) 진원선배 귀국했어.
수연  (본다.)
진원  오랜만이다.
수연  ...(신음처럼) 응.
진원  들어가두 돼?

이미 들어가는 진원을 보며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는,

수연(E)  왜?

26. 작업실/24씬 연결

수연  여기, 왜 가르쳐 줬는데?
현숙  무슨 질문이 그래? 왜 귀국했는지는 안궁금하고?
수연  그건 나랑 상관없으니까.
현숙  물어보니까, (내려서며) 물어보니까 가르쳐 준거야.
수연  왜 물어봤대?
현숙  내가 아니? 니가 직접 물어보세요.
수연  ...
현숙  귀국한지 좀 됐어. 니 소식 물어본지도 좀 됐고, 여기서 일 잡았나봐.
수연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본다.)

현숙, 화분에 물을 붓는다.

수연  걔 좀 가져가, 내다 버리거나.
현숙  싫어. 이 핑계로라도 맨날 드나들어야지. 사나흘 지난 니 송장 치우기 싫다.
수연  (본다.)
진원(E)  뭐 그렇게 무섭게 봐.

27. 작업실/25씬 연결

조심스런 눈으로 수연의 작업실을 대충 둘러보는 진원을 보다가

수연  왠일이에요?
진원  ...
수연  ?
진원  ... 어제 본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수연  ?
진원  삼년만이야. 나 삼년만에 왔다구.
수연  그랬나? 세월빠르네.
진원  그러니? 난 되게 길게 느껴지던데.

수연, 여기저기 둘러보는 진원이 불편하다.

수연  저 지금 나가봐야 되거든요.
진원  ...(먼지 쌓인 구석을 보고) 요즘 작품안하니?
수연  ...
진원  작품 좀 주라. 전시회 들어가거든.
수연  없어요, 안해요.
진원  (컴퓨터 앞을 보며) 삽화한다고 듣긴 했어. 현숙이 한테.
수연  (그걸 아는 것도 불쾌하다. 일부러 외출준비하는)
진원  ... 오랫동안 하고 싶어했던 일이잖아. (쌓인 캔버스 쪽을 보며) 재우랑... 같이 준비
      하던 것들도 있고...
수연  (막으며) 그런 거 없어요.
진원  ...
수연  하고 싶은 일 따위 없다구요. 지금 하는 일도 충분히 벅차.
진원  바로 거절하지 말고, 좀 생각해줄래? 며칠 있다 다시 올게.
수연  아뇨, 이렇게 불쑥 오지 마세요.
진원  (끄덕끄덕) 그럼 전화할게.
수연  (짜증,당혹) 선배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였어?
진원  아니,(고개저으며 본다.) 아니라는 거 니가 잘 알잖아?

고개돌리는 수연.

28.강가(수연의 꿈)

수연의 그림과 같은 곳. 폭이 넓은 강의 너머도, 이 쪽도, 짙푸른 어둠뿐이다.
강너머 점점 멀어지고 있는 재우의 등.
재우의 등너머,

수연  (입만 벙긋벙긋) 오빠. 나는. 오빠. 오빠아.

필사적으로 절박하게 재우를 불러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통곡하는 수연,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수연  나도 데려가. 오빠, 오빠.

돌을 주워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운다.

수연  박재우, 이 나쁜놈아. 나는 어떡하라구, 이 나쁜자식아.

29. 작업실/아침

이어폰을 꼽고 잔뜩 웅크린 채 자던 수연, 한 방울 눈물을 흘리며 한숨을 쉬다가 잠이 깬다. 주섬주섬 얼굴을 닦는다. 눈물이 자꾸 난다. 자꾸 닦아도, 닦아도.
일어나 앉았다가 그냥 울어버린다.
소리도 못내고 한참을 꺽꺽 운다.(O.L)
화분에 물을 주는 수연.(O.L)
화장을 하고 있는 수연.(O.L)
옷을 차려입는 수연.(O.L)

30. 도로/몽타주

사람들 사이로 걷는 수연.

31. 출판사/몽타주

삽화들을 놓고 회의하고 있는 수연, 설명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간간히 웃기도 한다.

32. 패스트푸드점 밖/몽타주/밤

밖에서 보면, 창가에 혼자 앉아 햄버거를 꾸역꾸역 먹는 수연.
옆자리에 누가 오면 가방을 치우주고, 입도 닦아가며 홀로 그저, 먹는다.

수연(E) 여보세요.

33. 편의점

맥주 캔 몇 개를 품에 들고 전화를 받는

수연  어, 선배. 밥은 먹었구 그냥 술이나 한 잔하죠.

수연, 전활르 끊고 맥주 캔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34. 오뎅바

BAR의 귀퉁이 ㄱ자에 앉아있는 진원과 수연.

진원  니 그림 참 좋아했는데...
수연  ...
진원  다시, 시작할거지?
수연  (고개 젓는다.)
진원  ...
수연  (한숨처럼) 뭘 만들 수가 없어.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으니까.
진원  ...
수연  못도와 준다구요. 못해요.
진원  그래.
수연  (술만 마신다.)
진원  (숨 한 번 쉬고) 솔직하게 말할게.
수연  ...
진원  핑계야.
수연  ?
진원  궁금해서, 보고싶어서 안되겠드라.
수연  ...
진원  그래서 적당한 핑계를 찾다가 생각해낸게 고작... 그래, 그러니까 일 얘기는 없던 걸        로 하자.
수연  ...

(시간경과)

화장실에 다녀오는 진원.
오다가 말고, 조금 떨어져서 물끄러미 수연을 본다.
수연, 컵에 담긴 빨대의 끊을 손가락으로 막고 빨대를 꺼낸다.
손가락을 펴면 바닥을로 흐르는 빨대 속의 물.
수연, 검지와 중지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물 속으로 들어간다.
보고 있는 진원.

35. 도로

전봇대에 이마를 기대로 선 수연과 난처한 진원.

진원  (도로 쪽을 보며) 어 보여, 유턴하면 되겠다.

길건너, 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고 유턴하는 현숙의 차.
전봇대에 기대 주정하듯 노래하는 수연.

수연  (빛과 소금-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이렇게~ 우리 멀리 있지만 그대의 모습 느낄 수 있어.
      저 밤하늘에 우연히 그대의 모습이 내 마음을 적시고 멀리 사라져...

수연을 보고 있는 진원.
유턴해 서는 현숙의 차. 현숙, 다급히 내린다.

진원  미안하다.
현숙  괜찮아요.(수연에게) 야. 으이그 내가 못 산다 너땜에.
수연  (전봇대를 안을 손을 풀어 현숙을 안으며) 왔어? 히히.

현숙, 수연을 부축한다.
진원, 거들려고 하면

수연  (주정) 야! 너, 나한테 손대지마.
진원  ...
현숙  (민망하고 난처하다.)
수연  (주정) 너, 나한테 오지마. 한 발자국도 오지마. 절루 가!
진원  ...
현숙  야, 시끄러. 이게 아무한테나 술주정이야 이제.
수연  (또 노래) 그대와 함께 있을 땐 난 알 수 없었지.
      현숙아 불러봐. (노래) 난 알 수 없었지, 내 삶의 의미를...
현숙  시끄러!

진원이 문을 열면 현숙, 차 안으로 수연을 밀어 넣고 문을 닫는다.
문이 닫히도록 노래하는 수연.

36. 작업실

현숙, 수연의 구두를 벗기고
진원, 이불을 덮어준다.
현숙, 진우너 마주보고 서글픈 미소를 주고 받는다.

진원  바래다준대도 싫다, 택시잡아 준대도 싫다... 전엔 잘 마셨던 것 같은데.
현숙  늙어서 그렇죠 뭐. (주방 쪽으로 가며) 뭐 마실래요?
진원  (걱정스럽게 수연을 보며) ... 아니.
현숙  괜찮을 거에요.
진원  (주방 쪽으로 오며) 응,
현숙  오래가죠?
진원  (수연을 본다.) 응 오래...가네.
현숙  (본다.)
진원  왜?
현숙  선배두 오래가네.
진원  (웃으며 끄덕끄덕) 시간으로도 안되는 게 있더라.
현숙  ...
진원  누굴 잊는다는 거, 그거 잘 안되는 거, 누구보다 잘 아니까 (수연보며) 그래서 어떻게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현숙  ...
진원  갈게, 잘 좀 부탁한다.
현숙  저두 부탁할게요.
진원  응?
현숙  좀 지켜봐주세요, 수연이. 죽겠어요, 쟤땜에...
진원  (자기에게 하듯 끄덕끄덕 여러번) 그래.

37. 작업실/아침

TV소리 요란하다. 수연, 베개로 귀를 막고 침대 속에서 뒤척인다.

수연  좀 줄여.

소리 줄어든다. 수연, 베개를 바로 베고 다시 눈을 감는다.
보스락 보스락 쩝쩝대는 소리.
벌떡 일어나는

수연  아 쫌.

TV를 보며 뭔가 먹고 있던

현숙  아, 진짜.
수연  아 왜 출근안하고 여기서 진쳐!
현숙  ... 빨간 날인데?
수연  아 좀 꺼, 좀 나가서 먹어.

그냥 모른 척하곤 오히려 볼륨을 올리는 현숙.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티던 수연, 기어이 베개를 집어던진다.
뒤통수에 베개를 맞은 현숙, 수연에게 달려들며

현숙  이게 정말!

(시간경과)

나란히 침대에 앉아 멍하니 TV를 보며 주섬주섬 먹고 있는 둘.

38. 인서트

TV 화면, 타이타닉 후반부,
물에 떠있는 로즈와 잭.

39. 작업실

현숙, 무심을 가장해 리모콘을 다른 채널로 돌리며

현숙  볼게 없어. 순~ 한거 또 하고 또하고, 백회 특집이냐?
수연  (무심히 먹으며) 맛없어.
현숙  사다줘도 지랄이야.
수연  근데 쟤는 왜 저 혼자 살았대?
현숙  뭐?
수연  아까 걔 말야, 왜 큰 나무에 지 혼자 올라가서, 지 혼자 살았대?
현숙  둘이 타면 둘 다 가라앉잖아.
수연  그렇게 사랑하면 자기도 타지 말아야지.
현숙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둘 중 하나라도 살아야할 거 아냐?
수연  왜?
현숙  ...
수연  ...
현숙  쟤들 꿈이 있었잖냐.
수연  ...개뿔.
현숙  ... 그러니까 말이야. 자긴 죽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하고
      싶었던 거 꼭 이뤘으면 하는 꿈.
수연  (본다.)
현숙  왜?
수연  집어쳐. (계속 먹는다.)
현숙  ...(보다가 벌컥,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이) 근데
수연  ?
현숙  진원선배랑 무슨 얘기했어?
수연  그냥...
현숙  어때?
수연  뭐가?
현숙  진원선배.
수연  ...(무슨 소리하고 싶냐는 얼굴로 본다.)
현숙  뭐 그니까 선배는 그동안 쭈욱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쭈욱 그냥 너한테만 계속
      마음이.
수연  (노려본다.)
현숙  있는 것 같으니
수연  그래서?
현숙  그렇다고.
수연  ...

40. 재우모 가게

인사동 어디쯤의 작은 다기를 파는 가게.
볕이 드는 창 쪽으로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는 수연과 재우모.

재우모  내년부턴 제사같은 거 안할려구.
수연  ... 그러다 잊어버리면 어떡하시려구요?
재우모  (보다가) 어떻게 잊니. (가슴) 여기 콱 얹혀있는데.
수연  ...
재우모  재우아버지가 걱정이 많아. 나땜에.
수연  ...
재우모  (웃으며) 그래서 잊은척 해줄려구.
수연  ...
재우모  너두 얼른 좋은 사람만나야지...
수연  피~
재우모  왜?
수연  재미없어요, 그런 말.
재우모  그치. 못 들은걸루해.
수연  난요, 그냥 맘가는대루 할래요. 아프면 아프고, 눈물나면 울고, 보고 싶어서 너무 미        우면 욕도 하고, 그냥 계속 그래버릴래요.
재우모  ...
수연  사람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쿨해졌는지 몰라요. 인색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는 거        그거, 다 사기잖아요.
재우모  (천천히 일어나며) 나라고 따라 죽고 싶을 때가 없었겠니? 내가 왜 살아야 하느냐          고 하루에 골백번도 더 나한테 물었따. 근데,
수연  ...
재우모  얘 봐.
수연  (본다.)
재우모  (들꽃 따위에 물을 주며) 얘는 지가 꽃인지 알까? 사람들이 지 이뻐하라고 필까?
        아니거든. 그냥, 산 것 뿐이거든. 근데 그게 나한테 기쁨을 줘.
수연  ...
재우모  내 존재 자체로 적어도 한 두사람은 기뻐할테니까... 살아야겠더라, 열심히.
수연  ...
재우모  핑계가 너무 거창한가?
수연  (미소)
재우모  지난번 재우 기일날, 진원이가 왔었어. 3년 좀 넘었지...
수연  ...
재우모  재우보내고 바로 유학간다고 할 때 서운하면서도 다행스럽더라.
수연  ...
재우모  내 새끼 살았으면 저렇게 병풍처럼 훤칠하겠구나. 질투가 났어. 진원이 볼 때마다          내 새끼 그리우면 어쩌나해서... 유학간다고 할 때 잘가라고 했다.
수연  ...
재우모  내 새끼죽었다고 (미소) 내내 마음두고 있던 너한테 냉큼 달려들까봐 겁도 났었고.
수연  ...
재우모  근데 내내 후회했다. 진원이도 재우보내고 나만큼, 너만큼 힘들었을텐데... 그렇게          차게 보낸게 참 마음에 걸렸어. 죽은 녀석이야 어쩔 수 없다해도, 산 녀석을 맘속          에서 죽인 마음이랄까.
수연  ...
재우모  사내자식이니까 숨어서 울었겠지. 우리처럼 대놓고 울고불고 다 못하고.
수연  ...
재우모  (수연을 보고, 살짝 미소)
수연  ...

41. 공원/그늘/벤치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수연과 진원

수연  지난번엔 미안해요.
진원  다 기억나?
수연  대충...
진원  뭐, 영화같은 거 보러갈까?
수연  아니.
진원  왜?
수연  그냥 싫어. 남의 얘기 듣는거, 보는 거.
진원  ...그럼 뭐하지?
수연  ...
진원  (인라인타는 사람들을 보며) 저거라도 탈까?
수연  ...아뇨, 못타요.
진원  (일어나며) 처음부터 잘 타는 사람있나. 내가 가르쳐 줄게.
수연  타봤어요.
진원  ?
수연  재우오빠랑. 그래서 못타는 거 아는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 안타기로 했어요.
진원  ... 나랑 한 번만 더 해보자.
수연  ... 아뇨.
진원  ...
수연  (미안한지 보고) 선배 타고 싶음 타세요.
진원  (보다가) 또, 나 혼자?(쓸쓸히 웃는다.)
수연  (외면)
진원  음료수, 사다줄게.

진원, 움직이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간다.
환한 양지로 나간 진원, 하얀니트를 입어서 더 눈부시다.
수연, 눈이 가물가물 한지 눈을 깜빡인다.
사람들에게 가려지는 진원.

인라인을 타던 작은 여자아이 하나 수연의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에게 밀려 넘어진 아이,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라도 찾듯 두리번댄다.
보고있던 수연, 아이를 따라 눈이 그렁그렁 해진다.
진원, 음료수를 놓고 아이를 일으킨다. 무릎을 털어준다.
뒤로 돌려 가볍게 밀어준다.
보고 있던 수연, 급히 일어나더니 공원을 빠져나간다.

진원, 음료수를 들고 사람들 틈에서 나와보면 수연이 없다.
두리번거리는 진원, 급히 빠져나가는 수연의 뒷모습을 본다.
진원, 그저 서있다.

42. 커피숍

현숙  (물을 내밀며) 그래서 선배를 두고 그냥 도망쳤어?
수연  (끄덕)
현숙  왜, 겁나?
수연  ...
현숙  넘어지는게 겁나?
수연  아니, 누가 일으켜주는 게.
현숙  겁나?
수연  싫어.
현숙  왜 싫어?
수연  ...
현숙  니가 못 일어나니까, 일으켜주는 거 아냐.
수연  내가? 왜?
현숙  뭐가 왜?
수연  왜 일어나야 되는데?
현숙  뭐?
수연  내가 왜 일어나야 되냐구, 일어나는게 맞아?
현숙  ...그만 할 때 됐잖아.
수연  뭘?
현숙  (주변을 보며) 왜 날 세워?
수연  말해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현숙  관두자.
수연  뭘 관둬. 말해봐, 내가 뭘 그만해야 되는데?
현숙  그럼 언제까지 그러고 살건데?
수연  내가 뭘 어떻게 사는데?
현숙  너 지금 왜 화내는 알아? 내 말이 맞으니까 화내는 거야.
수연  니 말이 뭐가 맞냐구. 그러니까 니 말이 뭔데?
현숙  몰라서 물어? 너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잖아. 이제 좀 그만하라구. 3년 넘었어, 이제        그만 죽은 사람은 잊고 좀 제대로 살자고.
수연  ...
현숙  미안하다. 돌려 말할 줄 몰라서.
수연  다들 무슨 결심이라도 한거야? 왜들 갑자기 유통기한 다되가는 통조림 보듯 하는거        야? 왜 내가 괜찮아져야 하는건데, 괜찮은 게 뭔데? 공식적인 기간이 3년인거니?
      사람하나... 보내고 나면 3년동안만 힘들어하고 허둥지둥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는게        맞는 거였어? 아니면 그거 못하면 처치곤란이라고 도장 꽝 박혀서, 이 사람 저사람         나서서 대신 일으켜주는 게 맞아?
현숙  보기 힘들어서 그래.
수연  안보면 돼.
현숙  ...
수연  쉽지?
현숙  수연아.

수연, 나가버린다.

43. BAR/씬 9의 BAR

술을 마시고 있는 수연, 들어오는 진원을 보다가 조금 더 뒤에 들어오는 씬 11의 사내와 눈이 마주친다.
사내, 수연을 알아보고 묘한 표정을 짓는다. 진원이 수연 쪽으로 가자, 경멸의 시선을 보내는 사내.

진원  먼저 시작했어?
수연  (마시고) 지난번엔...
진원  ...괜찮아.
수연  (취했다.) 난 안 괜찮아요. 선배 괜찮은 건 나하고 상관없고.
진원  ...
수연  (술 마시며) 뭐 하나 물어볼게.
진원  ...
수연  왜 왔어요? 왜 돌아왔어요?
진원  ...
수연  말해봐. 아, 내가 맞춰볼까? 골키퍼가 없어졌딴 말야. 그렇다고 낼름 골 넣기는 남보        기 그렇고 의리상, 도리상, 한 3년쯤 있다가 오면 너도 나도 쌍수를 들어 새 골키퍼        를 환영할거다, 뭐 이런 건가?
진원  (상처를 그대로 흡수하는 표정이다.)
수연  아닌가? 아님 말고요.

사내, 수연의 어깨를 은근히 잡으며

사내  연락 할 줄 알았는데?
수연  ...

사내, 수연의 어깨에서 팔 쪽으로 스윽 손을 내린다.
묘한 눈빛으로 진원을 보고, 나가는 사내.

진원  (수연에게) 알아?
수연  ...(술을 단숨에 들이마신 후, 내뱉듯) 한 번 잤어.
진원  ...
수연  뭘 그렇게 봐? 가끔 그래.
진원  ...
수연  (자조) 나 이런 년이야.
진원  ...
수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요?
진원  뭔데?
수연  해피엔딩. 그래서 그들을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다 개뻥이야. (고개 숙이고) 아,         지겨워. 사는게.
진원  (복잡하게 본다.)
수연  로미오도 살아있었으면 바람피웠을 걸.
진원  제발... 그러지마라.
수연  뭘?
진원  너 그만 할퀴라고.
수연  웃기네. 진짜. 지가 뭘 안다고.
진원  ...
수연  너...나 동정하지, 내가 불쌍하지, 가엾지?
진원  (본다.)
수연  너 뭐야, 너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너도 나랑 자고 싶어? 한 번 할래? 한 번 대         줘? 그럼 꺼질래?
진원  (죽겠다.) 후...(한숨) 다했니?
수연  ...
진원  다해, 다해라. 지금 다 생각 안나거든 생각 날 때마다 나한테 전화해.
수연  (잔을 소리나게 탁 내려놓고 일어서며) 꺼져.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마. 당신 갈 길루 가라구. (비틀대며 나간다.)

진원, 눈을 감는다.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깊게 한숨.

44. 간이 야구장/밤

깡, 깡 소리와 함꼐 공을 치는 진원.

45. 도로/밤

지치고 취해, 휘적휘적 걷는 수연.

46. 간이 야구장/밤

몇 번이나 동전을 넣어 땀이 흥건하도록 지치도록 공을 쳐대는 진원.
이윽고 주저 앉는다. 땀이 뚝뚝 아래로 떨어진다.

진원  (고개를 푹 숙이고) 재우야 임마, 산사람은 좀 살자.

공, 허망한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 계속 튕겨져 나온다.

47. 버스정류장/밤

버스가 끊긴 정류장 의자 끝에 앉아있는 수연, 중얼거리고 있다.

수연  왜 오빠가 뭐든지 다 해줬어? 왜 영원히 있어줄 것 처럼 그랬어? 그랬음 가질 말던        가. 야, 박재우. 내가 너 보고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내가 너 못 잊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나쁜 새끼야. 정말... 못 살겠어. 힘들어 죽겠다고.

맞은편, 천천히 걷는 진원을 보는 수연.

수연  이게 뭐니, 이 꼴이 뭐니...

48. 도로

자켓을 옆구리에 아무렇게나 끼고 걷는

진원  (멍하니 중얼) 내가 더 먼저 좋아했는데, 가로채갔으면 자식아... 영원히 행복하게 해        줬어야지.

49. 건널목

신호등 앞에 선다. 문득, 길 건너편 정류장에 앉아 저를 보는 수연을 본다.

진원  (수연을 보며 중얼) 이 나쁜 자식아, 저게 뭐니... 저꼴이 뭐니...

50. 버스정류장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연. 천천히 건널목으로 걸어간다.

51. 인서트/신호등

파란불이 된다.

52. 건널목

진원, 건너려고 하다가 멈춘다.

53. 건널목/맞은편

오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젓는 수연.

54.  건널목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진원.

55. 인서트/먼 거리

8차선 도로에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사람.
천천히, 한 발씩 내밀어 길을 건너는 수연. 기다리고 서있는 진원.

55. 건널목

수연, 길을 다 건너며

진원  이렇게 기다리면 되니?
수연  ...
진원  이렇게 기다리면 올래?
수연  ...
진원  (절망)
수연  나랑...
진원  ?
수연  여행... 갈래요?
진원  ...(서글프게 끄덕) 그래.

57. 작업실

수연, 작업실을 깨긋이 정리한다.
가구들에 흰 천을 씌운다.
창가에 있는 화분을 본다.

58. 커피숍

수연  (화분을 테이블에 놓으며) 짠!
현숙  ...
수연  화 많이 났어?
현숙  이건 왜 갖고 왔어?
수연  부탁하려구.
현숙  (본다.)
수연  ... 며칠만.
현숙  어디가게?

수연, 현숙의 옆자리에 앉는다.

현숙  아, 절루 가. 징그럽게.

수연, 현숙의 품을 파고들어 끌어안는다.

현숙  왜 이래에?
수연  ...

59. 재우방

재우의 침대에 앉아있는 수연.
재우모, 음료 쟁반을 들고 들어와 수연 곁에 앉는다.
수연, 재우모와 제틈으로 재우의 휴대폰을 놓는다.
재우모, 휴대폰을 보고 수연을 본다.

수연  이제 돌려드리려구요.
재우모  다른 사람 생기면 준다더니.
수연  ...
재우모  (웃으며) 진원이니?
수연  (긍정도 부정도 못한다.)
재우며  (웃는다.) 세상에 내가 왜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
수연  ...
재우모  이제야 재우가 편히 잠들겠다. 내가 그래서 웃는가봐
수연  ...

재우모, 눈물이 그렁그렁해 웃으며 수연의 머리칼을 쓸어준다.
수연, 찡그리며 억지로 웃는다.

(시간경과)

재우모 없다.
수연, 재우의 책상을, 침대를, 장롱을,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손으로 쓸어본다.
책상 위, 창가, 재우와 수연이 함께 찍은 사진들.
수연, 사만히 반지를 빼서 창가에 올려 놓는다.

수연, 숨을 한 번 쉬고 돌아서려다가 어딘가에 시선이 닿는다.
재우의 액자중 하나를 손에 드는 수연.

60. 사진/바닷가

재우와 수연,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다.
바지주머니에 양 손을 넣은 진원.
멋쩍고 서글프게 웃으며 재우의 옆에 서서, 재우와 함께 있어 행복한 수연을 보고 있다.

61. 재우 방.

사진을 보고 있는 수연.

62. 바닷가.

사진 속의 바닷가에 나란히 선 수연과 진원.
수연, 진원을 두고 걷는다. 조금 뒤에서 따라 걷는 진원.
수연, 간간히 멈춰 서 조개껍데기를 줍는다.

63. 민박집(MT촌같은)

바다가 보이는 텅 빈 마당, 평상에 소주와 과자 등을 차려놓고

진원  이러니까 진짜 옛날 생각난다. 학생 때는 정말 십원짜리 하나까지 털어서 소주사고         그랬잖아.
수연  ...
진원  (잔을 채워준다.) 자. 넌 그때부터 낮술 잘 마셨고.
수연  ...(마신다.)
진원  야(둘러보며) 여긴, 정말 그대로다. 근데 주인할머니가 안보이네?
수연  돌아가셨데. 지난달에. 방구뿡뿡끼던 할머니.
진원  ...그래, 그 할머니... 그랬구나. 가셨구나.
수연  왜 같이 안왔냐구, 그래서 같이 왔다고, 재우오빠 뿌리러 왔다구 했더니 양 손을 이        렇게 들어서 (만지며) 내 볼을 막 만졌어. 근데 그 순간 수세미처럼 거칠어보이던 손        이 참 부드럽다는 생각만 들더라.
진원  (저도 모르게 수연의 한 쪽 볼에 손을 살짝 댔다가 내린다.)
수연  ...

64. 인서트

뽀끌뽀글 끊고 있는 찌개. 졸아간다.

65. 평상위

평상에 즐비한 술병, 찌개를 보고 있는 진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수연. 바다 쪽으로 돌아눕는다.

진원  많이, 보고싶어?
수연  아니.
진원  많이, 생각나?
수연  그냥 그래.
진원  (취해서) 난 보고싶어, 많이 생각나.
수연  ... 난 그냥 내 일부같아. 손이 보고싶거나, 발이 생각나진 않잖아. (피식 웃는다.)
진원  (따라 웃는다.)
수연  그래서 좀비처럼 사나봐. 몸의 일부가 죽어버려서.
진원  야, 너 내가 이거 보여줄까?
수연  (부스스 일어나 앉으며) 뭔데?

주머니에서 병뚜껑을 하나 꺼낸다.

진원  나 군대 갈 때, 재우자식이 부대 앞까지 왔거든. 그때까지만 해도 그 자식, 나밖에         없었는데.
수연  ...

진원 병뚜껑 뒤를 누른다.

66. 인서트

불이 반짝반짝 들어오는 병뚜껑.

67. 평상 위

진원  이쁘지? 호프집 알바할 때 재우가 가슴에 달고 다니던 거래. 이거 내밀면서 무슨 일        있으면 꼭 누르래. 지가 달려온다구. 하하, 말이 돼?
수연  ...
진원  남들은 팬티 속에, 신발 속에 여자 친구 사진 숨겨 놓는데 난 이거 하나 감춰놓고 있        었어.
수연  ...
진원  훈련받을 때, 정말 지독했거든. 정신과 육체가 다 아스라지는 느낌. 그때 딱 한 번         눌러봤다.
수연  (본다.)
진원  새끼, 지가 오긴 어딜 와? 구라쟁이.
수연  (피식)
진원  재우보내고 뉴욕으로 도망가서 나 정말 엉망진창으로 살았다? 비겁하지, 아무도 몰래        나 그랬다?
수연  ...
진원  근데 있잖아, (은밀하게) 어느날 갑자기
수연  (본다.)
진원  이게, 저절로 켜졌어. 정말이야. 그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누        가 날 부르고 있었어.
수연  ...
진원  나 그래서 왔어. 이게 날 불러서.
수연  ...
진원  이거, 너 줄게.

수연의 손바닥에 놓이는 병뚜껑.

68. 방 안/밤

잔뜩 취해서 노려보고 있는 둘.

진원  원!
수연  ...
진원  원!
수연  (먼저 작게) 원카드.
진원  원카!(낭패)

마지막 카드를 내려놓는 수연, 웃는다.

진원  (본다.)
수연  왜?
진원  웃네.
수연  어?
진원  아냐, 또 하자, 또 져줄게.
수연  ...

(시간경과)

문 쪽에 누운 수연. 문 쪽을 보고 누워있다.
벽 쪽에 누운 진원. 잠든 듯.
수연, 파도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재우(E)  비가 올라 그러나?
수연(E)  어?
재우(E)  야! 너 벨트도 안메고 출발했어?

69. 차 안/회상

수연, 겁에 질려 운전하고 있다.

수연  어?
재우  벨트메야지.
수연  머? 아 몰라 몰라!
재우  임마. 기본도 모르구 운전하면 어떻해?
수연  아휴~ 알았어. 담부턴 꼭 멜테니까 말 좀 시키지마!
재우  으이그~ 내가 운전할까?
수연  오빠가 자꾸 해주니까 안 늘잖아.

재우, 웃으며 수연에게 손을 뻗다가 안되겠는지 제 벨트를 푸르고 수연 너머로 손을 뻗어 수연의 벨트를 채운다.

수연  (재우를 보고 웃는다.)

70. 차안/수연의 시선/꿈

빗소리에 퍼뜩 눈을 뜨면, 창 밖으로 보이는 재우.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운전석의 수연, 피투성이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얼굴만 닻니듯.
창 밖, 창을 뚫고 밖으로 나간 재우의 몸 보인다.

수연  오빠. 오빠. 재우오빠.

71. 방 안

자면서 흐느끼는 수연.

수연  오빠 미안해...

울면서 자던 수연, 퍼뜩 잠이 깬다. 일어나 앉는다.
문득 옆자리는 본다.
평온히 잠들어 있는 단아한 진원의 얼굴.
수연, 다리를 모으고 앉아 한참을 본다.
이 사람을 어쩌나...하는 얼굴이다.
미안함과 고마움, 안타까움...

수연, 진원의 품으로 들어간다.
진원, 잠이 깨서 본다.
수연, 진원의 품을 파고 든다.
진원, 영문을 몰라 수연을 안아준다.

수연  ...선배.
진원  ...응.
수연  선배 심장이 터질려구 그래...
진원  ...(서글프다.)

수연의 눈물이 진원의 가슴에 닿는다.
따라 흐르는 울음을 간신히 참는 진원.
수연, 진원의 품속에서 아이처럼 운다.

72. 바닷가/새벽

서있는 수연.

(E) 전화벨소리

73. 방 안/아침

벨소리에 깬 진원, 전화받으며

진원  여보세요.
현숙(E) 선배
진원  어 현숙아.
현숙(E)  선배 혹시 수연이랑 같이 있어요?

진원, 퍼뜩 옆을 본다. 비어있는 옆자리.

74. 작업실

정리된 작업실 안에 화분을 들고 서있는

현숙  수연이 작업실인데요, 수연이가 안보여서요. 메모도 없구...
      뭐가 좀 이상해서요. (하얀 천이 씌워진 가구들을 본다.) 혹시 같이 있어요?

75. 방 안

벌떡 일어나는 진원, 급히 나간다.

76. 인서트

수연의 발.
물이 밀려왔다가 나갔다가 한다.
한걸음씩 들어가는 수연의 발.

77. 민박집

자켓을 입고 급히 나가는 진원.

78. 바닷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수연. 종아리를 넘긴 물.
수연, 바닥에 앉는다. 물, 어깨에서 찰랑걸린다.
멀리, 진원이 나타나는 순간.
뒤로 눕는 수연.

진원, 수연을 못봤다. 미친듯이 달린다.
수연과 조금 떨어진 곳.
문득 눈에 들어오는

79. 인서트

병뚜껑

80. 바닷가

진원, 오열한다.

진원  안돼. 안돼. 안... 재우야.

첨벙첨벙 물 속으로 들어가 보지만 아무도 없다.

81. 수연의 무의식/28씬과 같은 곳

폭이 넓은 강의 너머도, 이쪽도, 짙푸른 어둠뿐이다.
강 너머, 점점 멀어지고 있는 재우의 등.

수연  오빠.

재우, 그제야 돌아본다. 수연을 보고 웃는다.

수연  오빠 내말 들려?
재우  (끄덕)

수연, 강을 저벅저벅 걸어 들어간다.
가까워지지 않는다.

재우  수연아.
수연  (가까워지지 않자 두려움에) 오빠.
재우  (고개를 젓는다.)
수연  (의아하다.) 오빠.
재우  돌아가.
수연  오빠..?
재우  수연아.
수연  이러지마 제발.(계속 걸어본다.)
재우  내가 어디있니?
수연  응?
재우  잘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니? (주변을 보며) 여기가, 어디니?
수연  ...
재우  이제, 나 놔줘.
수연  왜...
재우  잊었어? 우리 꿈.
수연  ...
재우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들, 기억해?
수연  오빠가 없잖아. 나혼자 어떡해.
재우  미안해. 너만 두고 와서...
수연  ...
재우  내가 여기 있어서 니 가슴이 자꾸 아픈거야. 이제 그만 나 보내줘. 돌아가 수연아.
수연  오빠...
재우  여기가, (주변을 서글프게 보며) 환해지면 좋겠어.

수연, 고개를 돌려 뒤, 어둠 속을 한 번 본다.
캄캄한 어둠뿐이다. 두려운 얼굴의 수연.

수연  못가. 나 살기싫어. 살 수가 없어. 너무 깜깜하단 말야. 아무 것도 안보인단 말야.
재우  (수연의 뒤를 보며 웃으며) 보여.

수연, 재우를 따라 다시 고래를 돌리면, 어둠 속에서 작은 빛 하나가 반짝이기 시작한다.
수연, 빛을 보고 서있다가 재우를 본다.
빛, 점점 커진다. 희미해지는 재우.

수연  오빠.
재우  (끄덕)
수연  오빠.
재우  (웃어준다.) 안녕.
수연  ... 오빠.

재우, 희미해지더니 사라져 버린다.

수연  (눈을 감고) 안녕, 잘가.

W.O

82. 바닷가

물 속에서 끌려 나오는 수연.
진원, 엉엉 울면서 수연을 부르고 있따.
제 옷을 벗어 수연을 감싸고 몸을 주무른다.
약간의 물을 토하며 눈을 뜨는 수연.

진원  고맙다. 재우야.

수연을 안고 우는 진원.
수연, 정신이 드는데 수연의 눈에 들어오는 모래 위의 병뚜껑.
반짝이고 있다.

83. 작업실/씬1의 후반부

문을 나서는 진원. 수연을 보고 살짝 웃는다.
망설이듯 손을 들어 전화하라는 동작.
수연, 얼핏 따라 웃어준다. 망설이다가 끄덕.
진원, 가면 수연 문을 닫고 문에 기대 잠시 서있다.

84. 엔딩/씬5+연결

수연(N)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그림을 한 번 보더니, 붓을 도로 집어든다.
파레트에서 흰색과 노란색 물감을 섞어 붓에 묻힌다.
등대에 붓이 닿는다. 등대에 빛이 들어온다.

수연(N)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이었다.
        이리사와 야스오.

카메라 점점 멀어지면 그림이 액자가 되어, 벽에 걸려있다.
그림 앞을 지나다니며 감상하는 사람들.
그림 가까이 가면 제목 '반짝반짝 빛나는'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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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성공현 | 작성시간 13.08.11 감사합니다 잘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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