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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조금 야한 우리 연애] 박은영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7.12|조회수2,340 목록 댓글 0

[조금 야한 우리 연애] 박은영

 

 

 

 

 

 

 

 

 

S#1. 서울 MBS 편집실

완성도 높고 긴장감 넘치는 취재 영상.
화면 스킵해 보고 있는 동찬. 옆에 병만이 얄밉게 껌 씹으며 앉았다.

동찬  (신경질적인) 당최 건질 게 없어. 이 정도 팩트로 무슨 탐사보도야.
병만  이만하면 됐지. 야, 진석이형이었음 이걸로 4주짜리 특집도 뽑았겠다.
동찬  (화면 넘겨 보다, 발끈) 형이 이 기획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   
  저런 닳고 닳은 그림 내보낼라고
  내가 6개월 동안 개고생한 줄 알아요?
병만  (보다) 너, 지수 결혼 때매 이러냐?
동찬  (돌아보며) 뭐?

울리는 휴대폰 진동소리. 주머니에서 전화 꺼내 받는 동찬.
 
동찬  어, 지수야. 

S#2. 서울 MBS 자료실

동찬, 지수에게 음악CD를 골라 주고 있다.

동찬  (CD 몇 개를 지수에게 건네주며) 여행사에 얘기는 다 해 놨는데
  혹시 가서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 해. 아무 때나.
  그 자식 여자 문제 아직도 해결 안 났음, 것도 얘기해, 아무 때나.  
지수  (웃고) 고마워요, 선배.
동찬  가구는 다 들어갔어?
지수  응. 침대만 들어오면.
동찬  신혼부부는 라텍스침대라더라.
  스프링 나갈 일도 없고, 뛰어도 괜찮고 레슬링해도 안 꺼진대.
  너희 라텍스냐?  
지수  (웃는)

다시 자료 칸으로 들어가 CD 찾는 동찬.

지수  오빠... 한 번도 나... 좋아한 적 없어요?
동찬  넌... 넌, 니가 꽤 괜찮고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난 적당히 볼륨도 있고 섹시하면서 키 작은 애들 좋아해.
  너처럼 허여멀건 해서 비실거리는 애들 말고.
  적당히 (가슴 볼륨 손으로) 나도 취향이란 게 있잖니.    
지수  (피식 웃고)
동찬    성격 별로야, 너. 툭하면 질질 짜고, 착해 빠져선,
  지 남자 간수 못 하는 것도 팔푼이지 싶고.
  넌 비지찌개랑 연포탕, 그게 맛있니?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걸 줄창 먹자고.
  너 예술영화 보러 다니는 것도 같잖았어.
  영화 보러 갔다 숨 막혀 죽잔 것도 아니고, 난 액션...

지수 어느새 다가와 서있고

지수  아님, 그냥 아닌 거지. 나 싫은 이유가 왜 이렇게 많아요.
동찬  (보고 선)
지수  못났다.
동찬  (말 못하고)

지수 가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 있는 동찬.

S#3. 서울 MBS 편집실

아무 일 없는 듯 들어와 작업하고 있는 동찬. 그 옆에 깐죽이며 앉은 병만.
  
병만  이 벙어리 삼룡이 같은 자식아.
  나도향 선생이 널 보고 소설을 썼어야 되는 건데.
  삼룡이는 핸디캡이라도 있지. 지는 왜 말을 못 해?
  말 안 하면 쿨이냐, 인생 멋있냐? 괜한데 화풀이는.
  적당이 좋은 그림 써서 음악 잘 깔면 괜찮겠구만...

동찬, 화 못 삭이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다

동찬  (뒤돌아보며) 형한테 저널리즘이라는 게 뭐야?
  형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방송 날로 먹는다 소릴 듣는 거예요.
  좀 진지해질 수 없어요? 우리 언론인이야아! (문 쾅 닫고 나가는)
병만  (어이없어, 껌만 씹는)

S#4. 예식홀

소란한 식장. 동찬이 사회자석에 서 있다.

동찬  ... 신부 입장.

결혼행진곡에 맞춰 지수가 걸어 들어온다.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의 지수, 신랑이 넘겨받는다. 박수치는 동찬.
동찬의 눈빛이 아련하다.

동찬  (잠시 멍해, 늦은 타이밍으로) 네, 다음은 주례 선생님의...

S#5. 예식홀 일각
 
병만. 동찬, 흰 장갑 벗으며 병만에게 다가온다.

동찬  아직 안 먹었어요?
병만  (한심해 보는)
동찬  (꽃 장식 빼며) 내려가요.
병만  여기서 먹게?
동찬  그럼.
병만  갈비탕 못 먹어 환장했냐?
동찬  (보는)

S#6.  갈비탕 집 / 낮

식당으로 들어오는 동찬과 병만. 남희(검은 옷 입은)와 나란히 이어진 테이블에 앉는 두 사람.
남희 옆쪽으로 앉는 동찬.

병만  (앉으며) 뭐 먹을래?
동찬  갈비탕 집에서 뭘 먹어. 
병만  여기 특으로 2개요. (싱긋하며) 소주도 한 병 주세요.

바로 국물과 소주 내 주는 서빙 아줌마.

남희  (옆에서 울며 통화 중인) 지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내가 지한테 한 게 얼만데, 같이 보낸 세월이 얼만데? 어떻게 나를...
동찬  (눈만 옆으로 굴려서 슬쩍 보는데)

남희, 먹음직스러운 갈비탕 위로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병만  널린 게 여자다, 너.
동찬  누가 뭐래. 
병만  (남희 쪽 눈짓하며 입 모양으로) 예뻐, 인마. 
동찬  (핀잔하듯) 됐어요.

옛 추억 회상하듯 픽픽 웃음 흘리는 남희

남희  착했는데...
  (금세 돌변해, 갈비탕 퍽퍽 퍼먹으며) 착하긴 개뿔.
  내가 이 자식 죽여 버릴 거야. 찢어죽이고... 말려 죽이고...
  (뼈에 붙은 살 뜯어 먹으며) 뜯어 먹고 볶아 먹고.
  평생, 영원히, 지옥에서 살게 해 줄 거야.
  (숟가락 뒤 꼭지로 테이블 찍는)
동찬  (자조하듯 피식하는)
남희(off)  잊을 거야, 잊는다니까, 다 잊는다, 내가.

종업원 아줌마가 갈비탕을 병만의 테이블에 놓는다. 

병만  (받으며) 잊어어. 먹고 확 지워버려, 응?   
동찬  주세요. 제가 받을게요. (하며 아줌마에게 직접 탕 전해 받는데)
남희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나쁜 놈!

남희가 벌떡 일어나는 통에 자기 가랑이에 갈비탕을 엎은 동찬.
참사가 일어났다!

병만  (놀라 보는)
아줌마도 (말문 막히고)

S#6-1 갈비탕집 외경 (인서트)

동찬(E)  아아아악~~~!!!! (메아리치는)

S#7. 동네 의원 진료실

할아버지 의사, 뭔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심각한 얼굴의 의사와 무표정한 간호사.

의사  아... 이렇게 심한 건, 15년 만에 처음인데.
  이렇게까지 완전히 홀라당 발라당 된 건 진짜 오랜만이지?
간호사  (고개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동찬  (고통스럽지만, 머쓱하고 불안해) 일단 응급처치만 해주세요.
  좀 있다, 큰 병원 갈 거거든요.
의사  하... 그래요? 그러시다면, 뭐.
  (걱정스레) 근데... 이게 가는 동안에
  (검지 까딱하며) 완전히 죽을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 몰라.
동찬  (놀라) 네...?
간호사  저희 선생님은 이 방면에서 독보적인 분이십니다.
의사  뭐... 고자가 화타를 만나도 저 싫다면 그만이니까.
  못 믿으시겠다면, 그렇게 사셔야지 뭐, 펴엉생.
동찬  (어떻게 하지, 싶고)
의사  (돌아서며) 대충 얼음찜질해서 보내요.
간호사  네, 선생님.
동찬  (절박하게) 서, 선생님!
의사  (보면)
동찬  그냥... 치료해주세요.
의사  간다매?
동찬  (간절한 눈빛) 아뇨, 아뇨, 아뇨...
의사  (못 이기는 척, 만지기 시작하는) 그럼, 어디이...   
동찬  (신음소리 내는) 으으, 음...
의사  말해둘 게 있는데,
동찬  (절박해 보면)
의사  좀 아퍼어.
    
S#8. 동네 의원 대기실

낡은 병원 풍경. 내부에 걸린 판넬에는 종합병원 진료 과목들이 다 적혀 있다.
1인 종합병원 느낌. 긴 의자에 어색하게 나란히 앉아 있는 남희와 병만.

남희  (마스카라 번진 채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병만  네.
남희  (보며) 쌍꺼풀 수술하셨죠?
병만  (황당하지만) 아닌데요.
남희  (고개 숙여 보다) 에... 맞는데요. 여기가 찐한 게.
병만  아니거든요!
남희  (보다가) 눈썹이 찔러서?
  엄마가 밖에 나가서 그렇게 얘기하라 그러죠?
병만  (기막혀 보는)
남희  (나지막한 한숨 뱉어내며) 아저씨, 그거 아세요?
  쌍꺼풀 없는 남자 바람기 없단 말, 완전 뻥인 거.

이때, 벨 울리는 남희의 휴대폰.

남희  (듣고) 촬영?

‘촬영’ 소리에 고개 삐죽이 내밀고 남희 보는 병만. 

S#9. 동네 의원 진료실 안

남희, 살짝 문 열고 안 들여다본다. 동찬, 위는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인데
아랫도리엔 텐트처럼 포장을 쳐 둔 상태. 그 밑으로 양말 신은 맨다리가 빠져 나와 있다.

간호사  (시술하며) 그대로 계세요. 한번 움직이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나가는)
남희  (간호사에게 고개 까딱하고 들어오는) 괜찮으세요?
동찬  어, 어딜 들어와요? 
남희  어떠신지 살짝만 볼게요. 지금 제가 내려가 봐야 돼서요.
  그래도 목숨에 지장 있고 그런 건 아니죠오? (휴대폰 꺼내는)
동찬  뭐, 뭐하는 거예요?
남희  (마스카라 뭉개진 얼굴로, 나름 해맑게)
  그냥... 사진 몇 장만 찍을라구요.
동찬  (그 모습 괴기스럽고) 당장 안 나가요? 뭐하는 짓이에요!
남희  아니... 우리 아버지가요.
  사고가 나면, 증거 사진은 꼭 남겨야 된다고 그러셨거든요.
  왜 접촉사고도 그렇잖아요.
  증거 없으면요, 나중에 완전 덤터기 쓰고. 자, 살짝만 찍어요.

포장 걷고 휴대폰 카메라 들이대는 남희.

동찬  이 보세요! 당신 미쳤어? (하는데)
남희  (열어젖힌, 참혹한 장면 본 듯 놀라 입 벌리고)
동찬  당신 사이코지? 미친년이지?
남희  (울먹거리며) 아, 아저씨... 어떡해요.
  (눈물 쏟아지는) 설마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건 아니죠?
동찬  나가! 나가라고! 
남희  어우... 아저씨, 미안해요. 어우... 어떡해. 하필이면 거기가.
동찬  야! (버럭 하면)
남희  (도망치듯 뛰어나가는) 

남희, 뛰어 나가는데 동찬의 하체를 가린 미니 커튼이 가방에 걸려 맥없이 쭉 딸려간다.
동찬, 잡아보려 하지만 늦었다. 가녀린 철골만 남은 채 아래가 무방비 상태가 된 동찬. (모자이크) 

동찬  (커튼 집으려 애써 보는데, 안 되고)

이 때 준비실에서 처치도구 들고 진료실로 건너온 노의사와 간호사, 동찬의 상황 이상스레 본다.
동찬, 천장만 보며 한숨 쉴 뿐.

S#10. 동네 의원 대기실

남희 황급히 병만에게 인사하고 뛰쳐나가고
병만, 혼자 앉아 ‘뻥이요’를 봉지 째 먹고 있다.
이때 진료실에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비명. 놀라 과자 쏟는 병만.

동찬(E)  아아아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병원에 걸린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 드립니다’ 낡은 포스터,
그 옆에 걸린 바닷가 풍경 담은 달력에서.
자막. ‘2주 뒤’.
 
S#11. 동네 의원 동찬 입원실

침대에 걸터앉아 키위 속 얄밉게 파먹고 있는 팀장.

팀장  엽산이 여자들한테 좋은 건줄 알았는데, 남자들한테도 그렇게 좋다네.
  키위에 엽산이 많이 들었다잖아. 시금치랑.

동찬, 환자복 입었다 뿐 안경 끼고 노트북 펼쳐 놓은 등, 일하는 모드다.

동찬  근데... 웬일이세요?
팀장  응. 문병이지 뭐.
동찬  내일 퇴원하면 볼 텐데.
팀장  뭐 하나... (TV 켜며) 어유, 좋은 거 하네.

‘정겨운 내 고향’ 타이틀 뜬다.

동찬  (수상쩍어 보는데)
팀장  근데, 동찬아... (남 얘기하듯) 너 지방 발령 날 거야...
동찬  (기막혀, 안경 벗고)
팀장  난들 어떡하냐. 누구 하난 보내야 되는데.
  열손가락 깨물어서... 응? 내 맘이 딱 그랬잖니. 
동찬  잠시 자릴 비웠다고...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팀장  길어야 6개월이야. 내가 너를 모른 척하겠냐?
동찬  (기막혀 보는)
팀장  휴가 갔다, 생각하고 쉬면서 죽이는 특종 준비해서 컴백하는 거야.
  어때, 멋있지?
동찬  팀장님. 아니, 형. 내가 거기 가서 뭘 해요?
팀장  (TV 보며) 어, 저기 나오네.
  ‘정겨운 내 고향’ 이라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서울방송도 해, 야.
동찬  저보고 정겨운 내 고향을 하라고요?
팀장  야, 재밌어. 얼마나 재밌다고. 나도 옛날에 해봤잖니.
  (볼륨 키우며) 와, 오늘은 현지 생방이네. 얼마나 좋아.
  활력 넘치지, 긴장감 있지. 
동찬  (기막힌데)

# TV 속에 등장하는 정겨운 내 고향. 리포터는 남희다.

남희  (활기차게) 네에, 저는 지금 주문진항 어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동해는 게가 풍년인데요, 이곳에 오시면
  이렇게 싱싱하고 속이 꽉 찬 꽃게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밝은 미소 지으며 상인들과 이야기하는 남희.

S#12. 포구 현장 / 낮

TV에서 연결되는 그림. (혹은 in TV)

남희  (게 들어 올리며) 어머! 너무 싱싱해요.
상인  마카 간장 게장 만들면 밥도둑이 따로 없사.
남희  (수족관의 광어 가리키며) 이건 자연산 광어에요?
상인  우리 아바이가 바다가 가 낚아왔잖소. 많이 잡솨 보우와.
남희  (광어 들어 올리는)
상인  그... 힘이 다른 데에, 힘이 빡세와... (걱정스레)
남희  자연산 광어가 이렇게 큽니다, 여러분. 어머, 힘 좋은 거 봐.

심하게 퍼덕거리던 광어에 휘청거리다, 급기야 남희의 얼굴을 강타한다.
그대로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남희. 바닥에 뻗었다.

S#13. 동네 의원 동찬 입원실 

TV, 남희 넘어진 곳 보고 서 있는 상인의 망연자실한 표정에서,
잠시 정적. 무거운 얼굴로 앉아 있는 동찬과 팀장.

팀장   술... 사줄까?
동찬  (입 꾹 다문)
  
S#14. 해안도로, 마을 초입, 동찬 차 안  / 낮

깡촌 마을 분위기.
동찬의 차 라디오에서 지방 방송국 프로그램이 흘러나온다.

남진행자(E)  오늘의 검색어 순위 볼까요? 오늘도 광어녀가 6위에 있네요.
여진행자 벌써 일주일 째, 상위에 랭크 돼 있는데요.
  방송사고 때문에 많이 속상하실 것 같지만,
  그래도 유명해 지셨으니까 좋은 점도 있겠어요. 호호...
  
S#15. 시내일각, 동찬 차 안  / 낮

지나가는 아줌마 앞에서 멈춰 길 묻는 동찬
우스꽝스럽고 순박한 손짓으로 설명해 주는 아줌마.
 
S#16. 방송국, 동찬 차 / 낮

방송국으로 들어가는 동찬 차

S#17. 방송국 회의실

소규모 대학 동아리 룸 정도의 회의실.
석구, 철수, 리포터 미나, 기대에 찬 얼굴로 누군가에게 시선을 주고 있다.
보면 그 가운데 한심하다는 듯, 삐딱하고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동찬.

동찬  (시선 느끼며) 이게 다 모인 건가요?
철수  네, 앵커 2분은 따로 만나실 거고.
  오늘은 현장팀만요. 리포터가 아직 한 명 더 있는데... 왜 안 와?
미나  (바짝 얼굴 들이밀며) 결혼하셨어요?
동찬  (슬쩍 물러서며) 아뇨.
미나  (내심 좋아, 헤헤거리고)

어색한 공기 흐르는 회의실. 모든 게 마뜩찮고 불편한 동찬. 

동찬  (일어나며) 올 사람도 더 있는 것 같은데,
  각자 취향대로 커피나 한잔 씩 하고 10분 뒤에 다시 모이죠?
  (나가는)

동찬 나가자, 황당하고 싸한 회의실 분위기.

미나  (동찬 나간 쪽 보며) 뭐야 이 분위기?
철수  (석구 보고) 각자 취향대로 커피나 한 잔?
  원래 스타일이 저런가, 개인플레이 하잔 건가?
석구  (바짓단 툭툭 털며) 니들하고 오래 볼 일 없다~ 이거지. 

미나, 철수 석구 보면, 

석구  난 금방 서울 컴백할 거니까, 이 동네 정붙일 일 없다, 관심 꺼라.
  그거 아이겠나?
철수  (어... 그런가, 하는) 
미나  (앙칼지게) 재수 없어!

S#18. 방송국 내 커피 자판기 앞 + 방송국 인근 현금인출기 앞 / 낮

자판기에 동전 넣는 동찬. 이때 울리는 전화벨.

동찬  (받는) 여보세요.
남희(F)  저, 모남흰데요.
동찬  아아... (삐딱하게) 무슨 일로...?

#현금 인출기 앞, 난감한 표정으로 전화 받는 남희.

남희  병원비 287만원이요. 혹시 할부 안 될까요?

인출가능액 ‘285000원’ 인서트

전화기 귀에 댄 채, 커피 꺼내는 동찬.

동찬  (헛웃음 나는) 몇 개월이나요?

# 인출기 앞

남희   글쎄... 한 (머릿속으로 생각하다) 12개월, 쯤?
동찬  (가당찮고) 에?
남희  (얼른) 9, 9개월이요!

# 커피 자판기 앞

동찬, 전화 받는 중에도 자기 앉을 의자 먼지를 턴다.

동찬  (잠시 생각하는 척) 안 되겠는데요.

S#19. 방송국 건물 안 + 커피 자판기 앞 / 낮

# 전화하며 방송국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희.

# 커피 자판기 앞 벤치에 앉아, 유유자적 통화중인 동찬.
 
남희  그럼, 6개월이라도요. 아저씨, 오죽하면 제가 이러겠어요.
동찬  증거 사진 찍자던 배포는 다 어디 갔어요?
  정신적인 피해보상, 위자료는 거기 넣지도 않았어요.

왜 그랬을까 싶어 눈 질끈 감는 남희.

동찬  좋아요, 4개월.

# 커피 자판기 근처까지 온 남희.

# 여전히 여유자적 커피 마시는 중인 동찬. 

남희  6개월! (손까지 모으고) 제발 부탁드릴게요.
  당분간 돈 들어올 데도 없어서 그래요.
동찬  (얄밉게) 무이자 3개월로 할까요, 깔끔하게? 
남희  아, 알았어요! 4개월. 4개월 안에 갚으면 되잖아요. (끊는)

남희, 동찬 있는 커피 자판기 앞까지 왔다. 

동찬  (벌써부터 남희 쪽 주시하고 있는)
남희  (중얼거리는) 생긴 대로 논단 말 딱 맞네. 쪼잔하긴.
  암튼, 사이즈가 요만하니까.
  이건 태양초도 아니고 청양고추네, 청양고추. 
     
남희, 자판기 옆면 조준하고 능숙하게 엉덩이로 툭 치면, 공짜 커피가 떨어진다.
커피 자판기 앞에 앉아 그런 남희 기막혀 지켜보는 동찬.

남희  가난하고 없는 사람, 형편 좀 봐주지... 거. 내가 일부러 그랬나. 
  따지고 보면 지가 엎은 거지. 안 그래?

남희, 자연스레 동찬 옆에 앉아 커피 마시는데, 순간 다 뿜어내고 바닥에 넘어진다.
귀신 본 것처럼 놀라는 남희.

동찬  청양고추우~?
남희  (넘어진 채) 돈 받으러 여기까지 왔어요, 아저씨?

S#20. 방송국 회의실

남희, 구석에 앉아 있는데 동찬 얼굴도 못 보겠고, 가시방석이다. 
사람들 하나하나 소개하는 석구. 

석구  여긴 리포터 미나 씨.
  리포터는 리포턴데 아직 정식으로 방송 탄 적은 없고.
  쉽게 말하면 우리 인턴이죠, 인턴.
미나  (웃음기로 인사 하는) 잘 부탁드려요.
석구  그리고 우리 리포터 모남희 씨? 모남희 씨 뭐해? PD님이랑 인사.
  (인사하라는 손짓)
남희  (어정쩡하게 서서 고개 숙이려는데)
동찬  (OL) 됐고, 회의하죠.   
남희  (눈치 보며 앉는)
철수  당장, 내일 지역 스케치가 있는데요.
  리포터는 늘 하던 대로... 모남희 씨가. 
동찬  (OL) 바꾸죠.

놀라 보는 석구, 철수, 미나. 가장 황당한 남희.

석구  (기막히지만, 웃음기로) 아니, 누구...?
동찬  (미나 보고) 이번에 데뷔해 보는 거 어때요? 
남희  (놀라 보는)
미나  저요?
석구  미나 씨는 경험도 없고, 좀 더 트레이닝을...
  (웃음기로) 개~고생해예...
동찬  (프로그램 구성안 보며) 처음 없는 사람 어디 있나요.
  다 하면서 배우는 거죠. 준비하세요.
철수  그럼, 아침 정보 프로그램은... 계속 남희 누나가 하는 걸로.
동찬(off)  미나 씨로 가죠.
철수  (놀라 보는)
미나  (감격해) 감독님.,. 저 진짜 충성할게요. (인사하는)
동찬  분위기 좀 바꿔보자고요, (남희 들으라는 듯) 아침인데, 산뜻하게.
  지방 방송이라고 우중충하게 갈 필요는 없잖아요.
남희  (기막혀) 우중충?
동찬  (표정 변화 없고) 지역 스케치 내용이 뭐죠?

S#21. 방송국 로비 일각

동찬, 먼저 나가고 그 뒤를 따라 가는 남희.
둘 사이의 분위기 묘하게 감지하며, 관람하듯이 나와 보는 석구, 철수, 미나.
2층에서 1층 로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다.

철수  PD 형님, 남희 누나한테 왜 저런대요? 
석구  글쎄, 나도 그게 미스테리다카이. 뭔가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미나  뭔 냄새, 감독님? (킁킁대는) 

동찬 뒤에서 졸래졸래 강아지처럼 따라가는 남희.

남희  저기요.
동찬  (대꾸 않고 가는)
남희  아저씨, 아니 PD님, 감독니임...
동찬  (못 들은 척, 귀만 파며 가는)
남희  (옆에 붙어, 저자세로) 그날 일은 제가 너무 미안한데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죠. 사람 목숨 줄인데, 그렇게 쉽게 자르면...
  어떡해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잖아요.
  전 빽없고, 힘없고, 매니저도 없는데, 그죠?
  (애교까지 섞어) 이러지 마세요, 감독니임.    
동찬  좋은 방송을 위해서 한 결정이에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산데, 이러지 말죠. (매몰차게 가는) 
남희(OFF)  야, 청양!
동찬  (멈추는)

위에서 일행들 보고 있고.

석구  뭐라카노?
미나  청양?

불쾌해서 뒤돌아보는 동찬.

동찬  나 부른 겁니까, 지금?
남희  그 프로, 기획할 때부터 내가 아이디어 낸 거예요.
  반응도 좋았고 장수프로로 자리도 잡았고.
  그러니까, 적어도 아침 현장 리포트는 제가 하게 해 주세요. 
동찬  (보다) PD 바뀐단 말 나올 때,
  리포터 교체될 거란 생각 안 해봤어요?
  여자 리포터가 1년 반이나 한 프로그램을 했으면, 오래 한 거예요.
남희  내가 일을 해야 그쪽 돈도 빨리 갚을 거 아니에요.
동찬  내가 왜 그것까지 신경 써줘야 되는데요?
남희  그냥 좀 해주면 안 돼요?
동찬  안 되죠. 
남희  왜 그렇게 쪼잔해요? 
동찬    누가 쪼잔...
  (입에 올리기도 껄끄럽지만) 나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 때는... 아무튼 지금은 아니니까 그렇게 부르지도 말고.
  잘 됐네, 어차피 다시 볼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오래 근무하셨으니까, 나가는 문은 알죠? 
남희  (욱하는) 치사하고 쪼잔하고 드러워서 관둔다, 내가.
  근데... 그쪽 청량 맞거든요!
  그 날 내 눈으로 (어딘가 가리키며) 똑똑히 봤거든요! 
동찬  (당황스럽고) 이... 이 여자가!
남희  물주고 정성스럽게 키워 보세요. 태양초가 될지 또 누가 알아요.
동찬  (당황해 주변 살피며) 여기... 미친 여자 있어요...
남희  진짜 (손가락) 요만해! 
 
위에서 보고 있던 일행들. 일제히 입 떡 벌린 세 사람.

미나  와... 사람 겉으로 봐선 몰라, 그죠?
철수  그럼, 남희 누나랑 PD 형님이랑.
석구  봐뿟따잖아...

S#22. 지방 도시 풍경, 인써트 / 낮

S#23. 거리, 현장 / 낮

스태프들 조명 장비 들고, 서 있고, 철수는 부산하게 바쁘다.
카메라 앞에 있는 미나.

미나  요즘 날씨가 참 좋죠? 이런 날씨에는... 허브, 율무... 차를...
동찬  컷. 다시.

미나의 코디가 달려와 얼굴에 분첩을 찍어 준다. 다시 들어가는 미나.

미나  여기 날씨가 참 좋죠?
  이럴 때는 로즈마리랑 율무차를... 먹으면 좋은데.
  (울먹이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동찬  (난감하고) 컷.
석구  미나 씨, 아침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 멘트 하날 못 따나?
  어려운 말도 아니고,
  날씨 참 좋지예.
  이런 날은 로즈마리 잎으로 차를 끓여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꺼.
  다른 허브 차들과 구수한 율무차도 소개해 드릴게예.
  나도 다 외웠다카이. 
미나  (울먹이며) 감독님... 나 못 하겠어요. 안 외워져.
  입도 안 떨어지고, 혓바닥이 꼬이는 걸 어떡해.
  감독님, 일주일 뒤에 다시 찍으면 안 돼요?
  그때까진 다 외울 것 같은데.
석구  와... 돌아삐겠네. 
미나  (주저앉아서 울며) 몰라, 몰라... 못 하겠단 말이야.

매니저 달려와 옷 입혀 주고 달래는.

동찬  (기막혀 보다) 좀 쉬죠.
 
S#24. 동장소 부근 / 낮

동찬, 바닥에 앉아 은박지로 만 김밥 펴서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먹고 있다.
물 대신 바나나 우유 정도 놓고 같이 마시고 있다.
동찬 옆으로 앉는 석구. 호일 바나나 껍질처럼 벗겨내며 능숙하게 김밥 먹는다.

석구  덥네예. 제가 개고생한다캤지예.
동찬  (그냥 먹기만)
석구  남희가, 때를 못 만나가 촌에서 저래 됐지마는.
  여 리포터로는 가만한 아가 없어예. 내일 서울 방송 녹화도 있는데.
동찬  (뭔 얘긴가 싶어 보면)
석구  둘 사이가 우예된 사인지는 몰라도 데려와야 안 되겠습니꺼.
동찬  (먹다,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세요, 다 책임질 테니까. 

철수, 헉헉거리며 달려온다. 동찬, 석구 의아해 보는데.

철수  (숨차서) 날랐... 미나... 미나 씨 도망갔어요.
  못 하겠다고, 매니저랑 차도 없고, 전화도 꺼놨는데요.
동찬  (벌떡 일어나, 가는)
석구  (가는 것 보고, 먹으며, 빙그레) 책임진다캤다, 니.

S#25. 방송국 회의실

죽 횡대로 서 있는 리포터 후보들. 5명 한눈에도 너무 아니올시다다.
철수, 대열 어색하게 정리하고 있다.

철수  여기 조금 들어가시고요. 자꾸 앞으로 나오지 마시고요.
  안경은 좀 벗으세요. 껌도 뱉으셔야죠... 감독님, 준비 됐는데요.
동찬  (맥 풀린 것처럼 의자에 반쯤 기대, 보기만)

S#26. 방송국 옥상 / 낮

통화중인 동찬.  

동찬  너희 리포터 좀 쓰자. 아니 그런.. 톱 말고.
  혹시 너희도 인턴 같은 거 있니? ... 없어?
기정(F)  지금 뭐 하시는데요?
동찬  (아무렇지 않은 척) 어, 나... 지방방송국에 잠깐 와 있어.
  ‘정겨운 내 고향’이라고 한 달에 서너 번은 서울 생방송도 하고.
기정(F)  (어이없다는 듯) 그쪽 일은 안 하죠, 우리.   
동찬  그래?  
기정(F)  근데 (헛웃음) MBS 보도제작국 기대주가 어쩌다 그 지경이 됐냐?
동찬  (자기도 기막혀 웃고) 그렇게 됐다. 서울 가면, 술 한 잔 살게.
기정(F)  됐어요, 그 주제에 무슨. 내가 살 테니까 한번 와요.
동찬  (기분 상하는데)
기정(F)  전화 먼저 주고. 멀리서 왔다 헛걸음 하면 형 꼴이 우습잖아.
동찬  (씁쓸한데)
기정(F)  (기막혀 웃으며) 그래도 다닌다아, 형은?

전화 끊고 옥상 난간에다 허리 접어 보는 동찬.
그 상태로, 안주머니에서 구깃구깃한 봉투 꺼낸다. 사직서다. 보며 쓴 웃음 나는 동찬.  

S#27. 포구 어시장 / 낮

선글라스에 마스크 끼고 시장에서 생선 팔고 있는 남희.

남희  (아줌마처럼 위장하고 사투리까지 쓰는) 아즈마, 이거 봐봐요.
  이거 사가지 가와, 팔딱팔딱 떼요.
  이거를 안 사가지 가면 후회가 많을 티요. 고기가 팔딱팔딱 떼요.  
아줌마  (변장한 남희 보며)
  순정이 그 기집애 또 니한테 여 맡기고 놀러 갔나.
남희  (표준어로) 네.
아줌마  (마스크 보고) 니는 낯짠배기를 어데가서 몽지리 다체서 왔나?
남희  (마스크 고쳐 쓰며) 나 연예인이잖아요. 준연예인. 가려야지.
아줌마  (덤덤하게) 으응... 니가 연예인이면, 갈치도 용이지, 뭐.  
남희  아줌마!
아줌마  연예인 아니라, 유명인 아니나?
  광어에 낯짠배기를 빡시게 맞았장가...  
남희  그 얘길 왜 또 꺼내?  
아줌마  장사 싹수도 영 그른 것 같은데...
  팔기는 팔았나 몰라, 아가 영 똑똑챈이 생기 갖고. (가는) 
동찬  (다 듣고, 봤고) 이거 어떻게 해요?
남희  (반갑게) 네에~
  (하는데 보면 아는 사람이고 얼른, 마스크 땡겨 쓰는)
  오늘은 물이 좀... 안 좋은데. 내일 오세요, 내일.
동찬  아줌마, 그렇게 팔아서 언제 내 돈 다 갚을 거예요?
남희  진짜... (눈치 챘다 싶고, 마스크 내리고) 뭐 하러 왔어요, 여긴?
동찬  생선 가게에, 생선 사러 오지.
남희  (손 내저으며) 안 팔아요.
동찬  그럼... 돈 내놔요.
남희  (기막혀) 와...
동찬  밥이나 먹죠.

S#28. 포구 / 밤

쇠로 된 드럼통 화로 위에서 라면이 끓고 있다. 빨갛게 익어가는 대개가 들어 있는 양은냄비.
평상에 앉아 냄비 사이에 두고 먹는 두 사람.

동찬  (나무젓가락으로 한 젓가락 입에 넣다, 도로 뱉어내는) 으... 뜨거.

남희, 냄비 뚜껑 동찬에게 내민다. 동찬, 받고.

남희  그거 써요.
동찬  (받쳐서 먹는)

동찬, 배가 고팠는지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도 먹는다.
게도 연신 빨아대며 먹는 동찬.

남희  (좀 안 됐고) 뭘 하느라, 여태 밥도 못 찾아 먹었어요.
동찬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남희  이 아저씨, 웃겨. 그게 왜 나 때문이에요?
동찬  (게 껍질 빨며) 말을 맙시다. 내가 왜 이 촌동네까지 오게 됐는지.
  김치 없어요? 신김치 있으면 맛있겠는데.
남희  (어이없어) 회임하셨어요?

# 옆 평상에서 김치를 얻는 남희.

# 남희, 김치통 뚜껑 열고, 젓가락으로 김치 한 조각 동찬 라면에 얹어 준다.

남희  신김치는 없대요.
  신김치 좋아하면 나중에 우리 집에 와요. 한통 줄게요. 
동찬  (그런 행동들, 의외고)
남희  (젓가락에 묻은 양념 빨아 먹으며) 음, 이것도 맛있네.
동찬  (보고) 남자한테 자기 집에 오란 얘길, 원래 그렇게 쉽게 해요?
남희  에..?
동찬  (전환하는) 우리 인턴 도망갔어요, 멘트 외우기 싫다고.
  코디랑 매니저랑 다 사라지고, 전화기도 먹통이구. 
남희  (보는)
동찬  내일 나오면, 받은 돈에서 5% 까줄게요.
남희  (보다) 치사하게... 협상하러 와서 고작 5%가 뭐예요? 20%는 돼야지. 
동찬  완전... 날강도네. 10%.
남희  15%.
동찬  (마지못해) ... 콜. 
남희  (고개 숙이고 웃기 시작하는)
동찬  (라면 먹다, 보는) 웃겨요?
남희  (계속 웃는)
동찬  (따라 웃는)

바닷가, 같이 웃는 두 사람. F.O.

S#29. 거리 / 낮 F.I.

거리 걸으며 리포팅하고 있는 남희.
반사판 받쳐 들고 있는 철수. 카메라 잡은 석구. 동찬, 커다란 헤드폰 끼고 있다. 

남희  벌써부터 초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데요.
  이런 환절기에는 로즈마리 잎으로 차를 끓여보는 건 어떠세요.
  로즈마리는 집중력을 강화시키고,
  노화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차 한 잔으로 상쾌하고 건강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동찬  컷. (잠시 생각하다) 오케이.
철수  (박수치며) 수고하셨습니다.
석구  (동찬 보고) 개안치예.
남희  (동찬 뒤에서, 기대감으로 듣는)
동찬  뭐, 세련된 맛은 없네요. (일어나는데)
남희  (섭섭하고)
석구  아무래도 여가, 촌이라카이.
동찬  그래도, 느낌은 나쁘진 않아요. (가는)  
남희  (빙긋 웃는)
 
S#30. 현장 리포트 몽타주 / 낮

# 바닷가 소개하는 남희.

남희  아직 바다는 차지만,
  이곳에 오시면 늦은 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들과
  이곳에만 있는 특별한 맛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이어지는 남희의 멘트, 묵음으로. 남희의 리포팅 지켜보는 동찬.

# 동찬, 석구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철수도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

# 이번엔 음식점 소개하는 남희.

사람들 식탁에 같이 앉아 세상에서 처음 보는 음식 보는 것 같은 표정 짓고, 같이 먹기도 한다.
남자 손님 옆에 앉아서도 넙죽넙죽 막걸리도 받아 마시는 남희.

# 동찬, 그런 남희의 모습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 봉고차 안에 곯아 떨어져 있는 스탭들.

동찬, 남희가 자기 어깨에 고개 떨구면 툭 밀쳐낸다.

# 논길에서 중인 스텝.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얼른 장비를 챙기는 등 부산하다.

# 창고 처마 밑에서 비 피하고 있는 스탭. 수건으로 비 닦고 동찬에게 건네는 남희. 헛물켜는 석구. 그러나 자기 손수건 꺼내 닦는 동찬.

# 거리에서 사람들과 인터뷰 하는 남희. 인터뷰 안 하겠다는 사람 쫓아가다 넘어지는 남희.
동찬과 스탭들, 걱정 돼 벌떡 일어나 보는데, 넘어져도 금방 털고 일어나 웃으며 인터뷰하는 남희. 

# 그 모습 보는 동찬

S#31. 선술집 혹은 촌스러운 맥주집 / 밤

회식하는 정겨운 내 고장 팀. 간만의 회식이라 들뜬 분위기.
그 와중에 고개 숙이고 벌 서는 것처럼 앉아 있는 미나.
석구, 능숙한 솜씨로 폭탄주를 만들어 낸다. 잔이 돌아가자, 건배를 외치는 석구.

석구  자, 기동찬 감독님과, 우리 정겨운 내 고향 팀을 위하여!
일동  위하여!
동찬  (잔 입에만 대는)
석구  감독님, 우리 미나 씨가 하면 또 잘 한다카이.
  안 그렇나, 미나 씨? (눈짓하는)
미나  (고개도 못 들고) 죄송해요, 감독님. 다시는 안 그럴게요.
동찬  (착잡해 보는)
석구  (미나 토닥이며) 개안타, 개안타. 그럴 수도 있는 기지.
  어쨌거나 도 잘 끝냈고, 자~ 오늘 끝까지 가보자. 철수야, 뭐하노?
철수  (얼른 폭탄주 만들어 주며) 여기요.
석구  건배, 건배~!
철수   (서서 잔 부딪히고)
남희  (오징어 입에 물고, 마른안주 찢다가) 건배~! (벌컥벌컥 마시는)
석구  감독님도 한잔 하셔야지예, 응?
동찬  에. (잔 부딪히고, 남희 보면)
남희  (마시다, 문득 동찬 보는)
동찬  (시선 돌리고)

# 시간경과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 미나, 동찬 옆에 고개 가까이 대고 앉았다.
미나가 부담스러운 동찬.

미나  (완전히 취해서 풀린) 나 감독님 사랑했어요.
동찬  (기막혀 웃고) 아아...  
미나  근데 날 왜 그렇게 미워해. 
동찬  ...
미나  감독님, 감독님도 남희 언니가 좋죠? 왜 다들 남희 언니만 좋아해?
  PD들은 진짜 왜 그러니? 
동찬  (무슨 얘긴가 보면)
미나  우리 사랑이 우스워요? 나는 (자기 가슴 치며) 차암 여기가 아프다.
동찬  (이 분위기 괴롭고)
철수  에이, 미나 씨. 이제, 집에 가자, 가자! (미나 일으키는)

# 테이블에 기괴한 모습으로 뻗어 있는 석구, 취해 엉망인 미나 처리에 골몰하는 철수.
뒤로 취해 벽에 기댄 남희도 있다. 그냥 일어나려는 동찬.

철수  (동찬에게) 형님, 술 안 드셨죠?
동찬  (보는) 

S#32. 달리는 동찬 차 안 / 밤  

운전 중인 동찬, 조수석에는 술 취해 잠든 남희 있다.
남희 고개가 자꾸 동찬 쪽으로 기울어진다. 게다가 허벅지까지 말려 올라가 있는 치마.

동찬  참 대책 없다.   

동찬, 남희의 다리 깨에 자꾸 눈이 간다. 아까 넘어진 것 때문에 피가 굳어 붙어 있는 무릎.
스타킹도 찢어졌고 꽤 상처가 커 보이는데.
동찬, 룸미러 내리면 거울 사이에 끼워져 있는 대형 밴드. 꺼낼까 하다, 말고.

동찬  (룸미러 다시 올리며, 관두자) 에이...

S#33. 남희집 앞, 동찬의 차 안 / 밤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동찬. 보면, 남희의 다리를 물티슈로 닦아내고 밴드 붙이는 중이다.
자기가 아픈 것처럼 인상 쓰는. 스르르 눈 뜨는 남희, 동찬 빤히 본다.

동찬  (당황해 뱉어내는) 마침, 밴드가 있어서.
  딴 덴 안 만졌어요, 무릎만 만졌지.
  봐, 나 안전벨트도 그냥 하고 있잖아요.
남희  (무릎에 붙은 밴드 보고, 동찬 보는)
동찬  (민망한데)

창 밖 보고 아무 말 없이 내리는 남희.
동찬, 괜한 짓 했다 싶어 한숨 쉬는데, 갑자기 뒷문 유리창을 턱 짚는 손바닥이 보인다.
그리고 희미한 구토 소리.

동찬  아, 저 여자가, 진짜!
  (안전띠도 잘 안 풀어지고) 뭐, 저런 게 다 있어!

이때, 조수석 문이 벌컥 열린다.

남희  (입 쓱 훔치며, 뇌쇄적으로 보는)
동찬  (긴장해) 왜, 왜... 남의, 남의 차에다...
남희  김치...
동찬  (보면)
남희  김치 가져가요. (휘청 쓰러지는)

S#34. 남희 집 앞 / 밤

거의 시체 수준인 남희 부축해 옮기는 동찬.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죽을 지경이다. 중간 중간 ‘악!’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

# 남희 현관문 앞. 도어 락이다.
남희를 구석에 앉혀 두고, 숨 고르는 동찬. 이미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동찬  이봐요, 비밀번호... 비밀번호 뭐예요?
남희  (눈 감은 채로) 영!
동찬  (도어락 누르는) 영.
남희  일.
동찬  일.
남희  (푹 꺾어진 채, 잠꼬대하듯) 일일일일.

동찬, 설마? 1, 1, 1, 1 따라 누르면 어이없게도 열리는 문. 남희 보고, 졌다 싶은 동찬. 

S#35. 남희 집 남희방 / 밤

남희 침대에 메다 눕히는 동찬. 너무 힘 빠져 그대로 자기도 잠시 침대 옆에 누워 있는 동찬.

동찬  후우...

일어나려는데, 남희가 동찬의 손가락 하나를 아이처럼 꽉 쥐고 있다.
빼보려는데, 잘 안 빠지고. 어린아이처럼 잠든 남희, 예뻐 보인다.
잠시 그대로 두고 보는 동찬. 그러다 남희의 손가락 하나하나 펴서 자기 손 빼낸다.
남희에게 이불 덮어주다, 머리카락 만지는 동찬.
흐트러진 여자에게 잠시 키스해볼까 하는, 잠깐 수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긴 한숨 쉬며 숨 고르고, 자조적으로 웃는 동찬. 

S#36. 남희 집 거실 / 밤, 아침

동찬, 단추 몇 개 풀고 피곤한 듯 의자에 풀썩 앉는다. 피곤해 고개 뒤로 젖혀본다.
DIS. 아침.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무겁게 눈뜨는 동찬. 어젯밤 그대로 잠들었다.

남희  깼어요?
동찬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고)

오프숄더에 풍성한 티셔츠 한 장만 걸친 듯한, 남희. 좀 야한 차림이다. 
비닐장갑 끼고 김치 옮겨 담고 있는 남희.

남희  묵은진데... 2년 된 게 젤 맛있대요.
  (자랑하듯) 이게 2년 된 거. 아무나 안 주는 거예요.
  (김치 통 보자기로 싸는) 
동찬  (당황해 벌떡 일어나) 저, 저기 우리 혹시 어제...
  (자기 옷 보고) 그건 아닌 것 같고.
  내가 이렇게 아무데서나 자고 그러지 않는데. 
남희  그럴 수도 있죠, 뭐. 밥 먹고 갈래요?
동찬  (민망한 것 감추려, 버럭 하는)
  내가, 어제, 내가 그 쪽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차...
  (끔찍한 기억 떠오르는) 왜 그래요, 나한테?
남희  어제 내가 너무 취했죠? 미안해요. 대신, 이거.
동찬  (황당한데)
남희  신김치 좋아한다면서요. (맑게 웃는)

흰 목과 어깨가 드러난 옷차림. 환한 미소. 그런 남희가 왠지 특별하게 보이는 동찬.

동찬  (옷 챙기며, 경황없는) 가, 가볼게요.
남희  (문 앞에서 김치통 들려주는)
동찬  (마지못해 받고)

S#37. 남희 집 밖 / 아침

정신없이 나가는 동찬. 집 안에서 동찬 지켜보는 남희.

남희  다음에 또 놀러 오세요. 그땐 잘 해줄게요. (손 흔드는)

의심스런 눈으로 동찬과 남희 번갈아 보는 할아버지.
차에 키 꽂는데, 키 꽂다 김치통 떨어뜨리고 김치통 줍다 키 떨어뜨리는 동찬.

S#38. 촬영 현장 / 낮

동찬, 안 보는 척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지만, 온통 남희 쪽에 신경 가 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남희.

석구  아이고, 맨날 사먹는 밥 지겨워죽겠다카이.
  기러기 아빠로 사는 게 이래 심란한기라.
철수  서울 기러기가 무슨 기러기에요. 다, 해외로 내보내는 마당인데.
  싼 기러기다, 그거. 참새, 참새
남희  (석구에게, 동찬 의식하며) 저희 집 김치 좀 드릴까요? 맛있는데.
동찬  (기분 좀 상하는)
철수  나도, 나도. 누나. 언제 갈까요? 오늘 갈까? 오늘 밤에?
남희  그래, 그럼. 
동찬  (괜히) 저... 모남희 씨. 오늘, 의상 너무 노티난다고 생각 안 해요?
  가뜩이나 연식 있으신 분이, 신경 좀 쓰셔야죠.
  젊은 애들 입어서 세련된 거랑 본인이 입어서 후덕해 보이는 거랑
  다른 거잖아요. 산뜻한 방송을 위해서 긴장 좀 하죠, 우리. (가는)
철수  (놀라, 눈치 보고) 왜, 저래...?
남희  (웃는) 
동찬  (스스로, 생각해도 유치하고)

S#39. 동찬 숙소 + 서울 MBS / 밤

간이침대 하나와 테이블 정도 놓인 임시 숙소다. 침대에 누워, 비비적거리는 동찬.

# 플래시백.
남희의 침대 위, 손가락 빼는 장면 떠올리는 동찬. 키스할까, 망설였던 그때.
동찬, 잊으려는 듯 고개 흔든다.

동찬  (누워서 전화 받는) 어떻긴, 그렇지.

# 서울 MBS

병만  지수랑은 연락해?
동찬  통화했어. 잘 산다며.
병만  침대 라텍스로 바꿨다더라. 거기서 레슬링하라 그랬냐? 이런 미친놈.
동찬  형... (일어나는데, 머리 잔디인형처럼 하늘로 뻗쳐 가관인)
  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식이 김치 아닌가?
병만  김치? 그렇지... 우리나라 여자들. 
동찬  그걸 아무한테나 주나? 아무 남자한테나? 
병만  그건 아니지...
동찬  그렇지?
병만  너네 고향김치 특집 하냐? 그런 거 하면, 이리로도 좀 보내,
  너만 먹지 말고. 넌 보면, 애가 잔정이 없어어...
동찬  (뭔가 생각하는)

S#40. 남희 집 앞, 동찬 차 안 / 낮

남희 집 앞에 차 대놓고 있는 동찬. 전화 건다. 

동찬  촬영 컨셉이 바뀐 게 있어서 그러는데, 잠깐 나오죠. 
  옷이야 뭐, 편한 거 아무거나... 좀 예쁜 걸로 입고 나오든가.

차 안에서 기다리는 동찬. 포니테일 머리에 발랄한 청바지 차림의 남희가 집에서 나온다.
동찬에게 손 흔드는 남희. 자기도 모르게 따라 손 올리다 곧 내리는 동찬.

S#41. 나무 숲길 / 낮

자전거 끌어다 남희 앞에 놓는 동찬.
남희, 앞에 놓인 자전거가 조금 곤혹스럽다.

남희  나, 못 타는데.
동찬  그러니까, 배울라고 왔죠.
남희  왜 하필 자전거예요?
동찬  그냥... 그림이 좋잖아요.

남희, 그제야 그 곳 자세히 보고 감탄한다.
짙은 나무사이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살, 아름다운 길이다. 

남희  어떻게 이런 델 알았어요? 여기 사는 나도 잘 모르는 덴데.
동찬  그냥, 알았어요. (자전거 주며, 웃는) / (E) 인터넷 5시간 뒤졌습니다.

자전거 앞에서 쩔쩔 매고 있는 남희.
뒤에서 잡아주는 동찬.

남희  놓으면 안 돼요. 진짜 놓으면 안 돼요.
동찬  안 놔요.
남희  그냥 세발자전거 타면 안 돼요?
동찬  엉덩이 반쪽도 못 걸칠 걸요.
  여태까지 자전거도 안 배우고 뭐 했어요?
남희  (낑낑거리며) 아버지가 자전거 타다가 돌아가셨어요,
  트럭이랑 사고 나서. 
동찬  (멈추고 보는)
남희  난 어렸을 때 일이라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엄만 아닌가 봐요.
  아무도 나한테 자전거를 안 사주더라고요.
  배우라 그러는 사람도 없고.
  (배시시 웃으며) 그래서, 자전거 타보란 사람, 감독님이 처음이에요.
동찬  별게 다... 처음이네.
남희  (중심 잡으려 애쓰는데)
동찬  주변에... 김치 주는 남자 많아요?
남희  네. 
동찬  (맘 상하는)
남희  근데, 묵은지는 처음 꺼낸 거예요. 아저씨 주려고.
동찬  (기분 좋은 콧바람 나는) 
남희  어! 된다! 된다!

동찬, 손 놓으면 남희 폐달 굴리며 멀리까지 달려간다.
그늘도 없이 맑게 웃으며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져 있는 남희.
그런 남희를 보며 설레는 동찬.
 
 남희  (넘어질 듯) 어어어...!

거꾸러지듯 처박힌 남희의 자전거.
놀라 달려가는 동찬. 남희, 눈을 감은 채 쓰러져 있다. 옆엔 빈 바퀴 굴리고 있는 자전거.

동찬  남희 씨! (흔드는) 모남희! (안듯이 목을 편안히 해주는)
남희  (미동도 없는)
동찬  (남희 가슴에 살짝 손 대보는, 안심하고)
남희  (눈 스르르 뜨는)
동찬  괜찮아요?
남희  (동찬 올려다보는) 
동찬  놀랐잖아요.
남희  (왠지 모를 안도감에 눈감는) 죽는 줄 알았네.

동찬, 남희 머리카락 쓸어주다 자기도 모르게 살짝 키스한다.

남희  지금 나한테 뽀뽀했죠?
동찬  (민망해) 아, 아닌데요.
남희  했잖아요.
동찬  오다가다 스친 건데요. (일어나 가려는)
남희  (동찬 놓지 않는)

남희, 동찬의 목에 팔을 감고 키스한다. 이내 키스하는 두 사람. 

S#42. 나무 숲길 / 낮

석구, 철수 등 스태프들이 나와 현장을 준비하고 있다. 
남희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예쁘게 잡힌다. 그걸 모니터로 보는 동찬.
남희가 너무 예쁜 동찬. 커트를 외치지 않는다.
이상해서 동찬 쪽 보는 석구.

철수  (속삭이듯) 감독님... 컷 안 하세요.
동찬  (그제야, 뒤늦게) 컷.

S#43. 남희 집 남희방, 거실 / 아침

옷장에 있는 옷 홱홱 바닥에 던지며, 마음에 드는 옷 찾는 남희
방은 난장판이다. 남희, 드디어 마음에 드는 옷 발견하고 거울에 비쳐본다.

S#44. 동찬 숙소 / 아침

군대 관물대처럼 반듯하게 정리해둔 옷장. 옷은 몇 벌 없지만, 신중하게 의상 고르는 동찬.
파스텔 톤의 니트 골라 거울에 대보는 동찬.

S#45. 촬영 현장 / 낮

미리 와서 메이크업 하고 있는 남희.
남희, 동찬 보자 과감하게 브이를 그린다. 누가 봤을까 싶어 얼른 주위 둘러보는 동찬.
동찬, 머리 만지는 척하며 소심하게 브이도 화답한다. 깔깔거리고 웃는 남희.
웃다가, 철수가 스크립트 들이대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진지하게 구는 동찬.
슛 들어가기 전, 준비하면서 커다란 알사탕을 물고 있는 남희.
슛 들어가자, 큰 알사탕이 동찬의 입에 있다. 둘만의 눈빛 주고받는 두 사람.

미나  (석구에게) 둘이 이상하지 않아요?
석구  (머리 톡 때리며) 또 까분다카이!
미나  아! (머리 만지며) 진짜 이상하단 말이야.

S#46. 거리 / 낮

아이스크림 먹으며, 거리 걷는 두 사람.
남희, 옆에 있는 우는 아이에게 막대사탕을 준다. 아이 번쩍 안아 드는 남희.
앞서 가고 있는 동찬. 

남희  (장난치는) 여보오! 같이 가아.
동찬  (당황스러워 주변 둘러보지만, 싫지 않은)

아이 내려놓고 동찬에게 달려가는 남희.  

남희  여보오! (동찬 팔짱 끼는)
동찬  (좋은) 

진짜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두 사람.

S#47. 달리는 동찬차 안 / 밤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남희.
동찬, 운전하면서도 그런 남희가 신경 쓰인다.

남희  그때 내가 너무 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동찬  네?
남희  많이 아팠죠?
동찬  아... 그거, 괜찮아요. 이제.
남희  아니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숨 쉬는)
동찬  아, 괜찮아요 진짜. 다 나았어요.
남희  너무 미안해요. (눈 내리까는) 사람을 그 지경을 만들고..
  청양이라는 둥, 태양초로 키워보라는 둥. 진짜 그런 말은 하지 말 걸. 
동찬  다 지난 건데, 잊자구요. 나 진짜 괜찮거든요.
남희  정말, 괜찮은 거예요? 지금은 다 나은 거예요?
동찬  진짜,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거들먹) 난, 파프리카거든요.
남희  네?
동찬  파프리카... 
남희  (! 민망해 고개 못 들고, 창문 쪽 보는)
동찬  (실수다 싶고, 이런 말을 왜 했을까, 죽고 싶은)

두 사람 탄 자동차, 도로를 달리다 괜히 한번 덜컹한다.   

S#48. 방송국 회의실 / 낮

책상 위에 볼펜만 딱딱거리고 앉아 있다가 남희 들어오자 얼른 고개 숙이는 동찬.
쳐다보지도 못 하겠다. 남희, 어색해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

미나  (그런 둘 보며) 뭐야... 아닌가? 아닌 거야?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

철수  (브리핑 하는) 이번 주 전국 방송 ‘정겨운 내 고향’은 아침에만 여는,
  아침식당 ‘곰치국집’ 소개가 있고요.
  현장 리포트는 (프린트물 보다) ‘피망농장 체험’인데요...

푹, 웃기 시작하는 동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푹하고 웃는 남희.
두 사람,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나머지 사람들 영문 모르고.

S#49. 거리, 동찬 차 안 / 낮

동찬, 차 안에 꽃다발을 놓고 콧노래라도 나올 듯 신나 있다.
웬일로 막히는 도로. 동찬, 라디오를 켜면, 교통 안내 방송이 나온다.

라디오(E)  MBS 교통정보입니다.
  ***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
  교통이 잠시 정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서해안고속도로 금천 IC 부근이 정체되고 있고요...
동찬  (교통상황 상관없이 기분 좋은)

S#50. 남희 집 앞 / 낮

동찬 앞에 문 여는데, 보면 젖은 머리에 반라로 나온 철수다.

동찬  (당황스러운)
철수  어, 감독님. 여긴 웬일이세요?
동찬  (할 말 잃은)

S#51. 남희 집 거실

어색하게 앉아 있는 동찬과 철수.
동찬, 들고 온 꽃다발이 무안하다. 철수, 눈치가 빤한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철수  누나가... 올 때가 됐는데, 안 오네요.
동찬  올 때 되면 오겠지, 뭐.
철수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집에 못 들어갔거든요.
  집수리를 해서 잘 데도 마땅치 않고.
동찬  (보는) 어...

문소리 들리고. 장 봐서 들어오는 남희.

남희  (동찬 보고) 벌써 왔어요? 시장 봐왔는데, (철수 보고) 밥해 먹자.
동찬  (씁쓸한데)

# 시간경과

소박하지만 나름 짜임새 있는 상차림이다. 

철수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우와! 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네.
남희  많이 먹어.
동찬  (남희 째려보는)  
남희  (눈치 보다, 이내 눈웃음 짓는)
철수  (허겁지겁 먹는)
동찬  (그런 철수가 자꾸 걸리는) 집엔 언제 가려고?
철수  오늘까지는 누나 집에 빌붙으라고 그러는데, 왜 그러세요?
동찬  이런 거, 우스운 거야... 여자랑 남자랑 한집에서...
  (한숨 쉬고) 집수리 빨리 끝나야겠네.
철수  (주눅 들어) 예...  
남희  (동찬 앞 접시에 얹어 주며) 잡채 좀 드셔 보세요.
동찬  (먹다) 짜다... (젓가락 내려놓는) 
남희  (보는)

# 결국 철수의 배웅 받으며, 남희 집을 나오는 동찬.

철수  안녕히 가세요. 또 놀러 오세요.
 
철수가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얄미운 동찬.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에서 불이 끓는다. 

S#52. 남희 집 앞 / 낮

철수의 작업용 차가 놓여 있다. 그 앞으로 다가가서는 동찬.

S#53. 포장마차 + 서울 MBS / 밤

혼자 간단한 안주에 소주 먹는 동찬. 전화 하고 있다. 약간의 술주정 섞이는.

동찬  형, 무슨 소식 없어? 아직도 무슨 연락 없어?
  언제까지 날 이 시골구석에 처박아 둘 거래?
  이제, 나 좀 데려가라 그래라, 쫌!
병만  뭔 일 있어?
동찬  (웃음기로) 형, 원래 내가 쿨한 스타일이었나?
병만  야, 기동찬 하면 쿨이지. 쿨가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소리 안 하는, 독한 놈.
동찬  이 동네, 되게 이상한 것 같아. 사람을 영 후지게 만드네.
  (스스로도 기막혀 웃는)

S#54. 남희 집 앞 / 아침

남희 집에서 나오는 철수. 차 손잡이 잡으면, 엄청난 양의 껌이 묻어난다.
주변 두리번거리는 철수.

S#55. 방송국 회의실 / 낮 

‘정겨운 내 고향’ 팀 모인 회의실.  

철수  (브리핑하며) 이번에 가는 아침식당이란 곳은요.
  손님 대부분이 밤에 조업하는 어부들인데,
  선원들 아침 속풀이로 곰치국 장사를 시작한 게 소문이 나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에요.
동찬  (째려보고) 취재상 어려운 점은?
남희  (동찬 눈치 보는)
철수  (영문 모르고 눈치 보면서)
  뭐, 선원들이 손님이니까 좀 거칠 수도 있고 한데,
  워낙 단골들이고 양해를 해놨으니까, 큰 문젠 없을 거예요.
석구  (동찬과 철수 남희 번갈아 보는)
동찬  (철수 노려보다) 끝났나? 집수리.
철수  (뻐꿈뻐꿈) 예...
동찬  (보는)
 
S#56. 아침식당 앞 / 새벽

식당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겉돌고 있는 촬영팀.
뒤늦게 와 상황 살피는 동찬.

철수  오늘 촬영 어려울 것 같은데요.
동찬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오늘 저녁에 방송 내보낼 건데.
철수  여기 분위기가 안 좋아서요.
  오늘 배 타고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좀 살벌한데요.
  멀리서 온 객지 손님들도 분위기 때문에 다 빠져나갔고. 어떡하죠?
동찬  (잠시 고민하다, 들어가는)

S#57. 아침식당 안

동찬, 들어가면 거나하게 취한 시커먼 사내들이 말술을 마시고 있다.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듯 표정이 어둡다. 미리 들어가 상황 보고 있는 남희.

동찬  (남희 신경 쓰여) 나가 있어요.
남희  같이 있을 게요.
동찬  나가요.
남희   (나가려는데)
선장  (동찬에게) 그 쪽이 PD슈?
  이거 어떡해, 우리가 오늘 기분이 무지 안 좋아서 미안하게 됐시다.
동찬  선생님, 오늘 생방송으로 이 곳을 소개하기로 약속이 돼 있는데,
  조금만 협조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선장  (보다, 웃고) 당신들은 여기가... 낭만이고 추억인지 모르겠지만,
  우리한텐 생활이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 짝이 양보하쇼.
동찬  선생님,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사례를 원하시면 드리겠습니다.
선장  (껄껄 웃고) 얼마나 줄 수 있소? 그거 한 1억 됩니까?

일행들 사이에서도 웃음 섞여 나오는.

동찬  (안 되겠다 싶고, 돌아 나오려는데)
선장  그럼, 아가씨 노래 한 자락 들읍시다.

일행들, 허허 웃다, “거 괜찮네”,
“노래 잘만 뽑으면, 난 인터뷰 할 거야” “노래만 좋으면, 난 2번도 한다”
뭐 이런 취기 어린 얘기가 오간다.

선장  노래 한 자락 하면, 우리도 인터뷰 하지.
남희  (동찬 보는데)
동찬  (남희 데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남희, 동찬 뿌리치고 어느새 소주병을 마이크 삼아 앞에 나섰다. 
그리고 트로트 간드러지게 부르기 시작한다. ‘후애-육혈포강도단 OST’ (정도)
환호하며 박수치는 선원들, 휘파람까지 불어 댄다.
환호에 응하며 감정 살려내는 남희. 너무 싫고 화가 나는 동찬.

# 시간 경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곰치국이 테이블로 옮겨지고, 원만하게 인터뷰 진행되는 현장.
남희, 선원들 옆에 앉아 곰치국을 사발 째 들이키고 술도 주는 대로 받아 마신다.
동찬, 어쩔 수 없이 하지만, 기분은 최악이다.  

S#58. 달리는 동찬 차 안 / 낮

동찬,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옆에 앉아 눈치 보는 남희.

S#59. 해안 도로 어디 / 낮

동찬의 차가 브레이크 음을 내며 멈춘다.
밖으로 내리는 동찬. 남희도 밖으로 나온다.

동찬  대체 왜 그래요? 방송 그까짓 게 뭐라고 그렇게 웃고, 노래하고,
  돌리는 술까지 다 받아먹어요?
남희  (보기만)
동찬  왜 이렇게 쉽게 굴어요?
  그 사람들이 남희 씨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남희  아저씬, 노래방에서 노래 안 해요?
동찬  (기막혀) 노래방이랑 이게 같아요?
남희  원래 방송도 그런 거잖아요. 지친 사람들 위로하고 토닥여 주는 거?
  저 사람들, 오늘 바다에 나갔다 어구들 몽땅 털렸대요. 해적들한테. 
  바다에 던져 놓은 거, 1억 5천이 고스란히 날아갔다는데.
동찬  (몰랐고)
남희  앞으로 식구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까,
  당장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할까 눈앞이 캄캄한 사람들인데,
  그 비위 하나 못 맞춰요? 진짜, 이기적이다.
동찬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내가 그 사람들 위로하자고 홀딱 벗고 춤춰요?
남희  난 이래서 서울 사람들이 싫어.
  여기가 사람 사는 데가 아니라고 생각하죠?
  어차피 나는 돌아갈 테니까, 잠깐 여행 왔다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지.
동찬  (울컥해) 좀 헤픈 거 알죠? 박애주의자야, 뭐야?
  철수를 그렇게 꼭 재워줘야 돼요? 여자 혼자 사는 집에서?
  진짜, 이 여자가 겁도 없어.
  남자들이 다 나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남희  (기막혀 보다) 의처증에 도끼병까지 있어요? 자기만 잘난 줄 알아!
동찬  차라리 날 재워 주지, 왜 철수를 재워요? 안 그래요?
  이건 뭐가 많이 잘못됐다고 생각 안 해요?
남희  누구를 재우고 말고는 내가 결정해요.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예요?
동찬  그러니까 당신이 헤프다 소릴 듣잖아!!!
남희  너는 그렇게 고결하니?
  너는 한 번도 안 헤퍼봤어? 그럼 그게 잘못된 거야?
  누가 사랑을 고따위로 자기 꺼 다 움켜쥐고 한대니, 싸가지 없게!
  헤퍼야, 사랑이야! 이 바보천치야. 

남희, 도로로 걸어 나간다.

동찬  (열 받아, 차 타고 가 버리는)

도로에 혼자 남은 남희.

S#60. 동찬 숙소 + 서울 MBS / 밤

동찬, 반팔 러닝셔츠 정도의 추레한 차림으로 혼자 컵라면 먹고 있다. 
예전 남희와 먹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라면에, 남희가 준 김치 열어 놓고 먹고 있다. 
전화벨 울리고, 급하게 받는 동찬.

동찬  여보세요! (실망한) 어, 형... 
병만  기다리는 전화 있었어?
동찬  아니... 뭐.
병만  야, 너 조만간 컴백할 것 같다. 그쪽 방송국 매각 결정이 났대.
  그나마 다행히 너 하나 살린 모양이야.
동찬  그래...?
병만  언제 서울 갈 수 있는 거냐고, 난리더니. 뭐냐, 이 반응은? 왜 그래?
동찬  아니야.
병만  너, 혹시 거기 여자 있냐?
동찬  무슨...
병만  니 까탈스런 성격에 거기서 무슨 연애를 하겠냐만은,
  노파심에 얘기하는데,
  거기서 생긴 문제는 거기서 싹 정리하고 오는 거야.
  괜히 양쪽 다 상처받고 다들 끝이 안 좋더라고. 알지?
동찬  그런 거 없어. (마음 무거운)

S#61. 방송국 편집실

거나하게 취한 채로 몽롱해서 화면 들여다보고 있는 동찬.
남희를 찍은 화면들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무 숲길의 자전거 타는 남희까지.
소년처럼 설레는 동찬. 그 화면을 계속 돌려 본다. F.O.

S#62. 남희 집 앞 / 밤

차마 벨 누르지 못하고 주변 어슬렁거리는 동찬.
문자 보내는 동찬. ‘미안... 합니다’
그러나 답신이 없다. ‘사랑...’ 쓰다 지우는 동찬. 

S#63. 방송국 자판기 앞 / 밤

까칠한 동찬, 문자 확인하지만 여전히 답문 없다.
남희처럼 자판기 옆을 엉덩이로 쳐보는 동찬. 여러 번 해 봐도 영 나올 생각을 않는 커피.
포기하고 동전을 넣는 동찬. 입이 쓰다.

S#64. 방송국 옥상 / 낮

두툼한 봉투 들고 서 있는 동찬. 그 앞에 서 있는 석구. 

석구  여기 계약직들 사정 뻔해예.
  나 같은 계약직 촬영이, 서울서 자식 키우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나.
  서울선 애 급식이 당장 끊겼대지, 살던 월세집도 쫓겨날 판이래지.
  그래 남희가 급한 돈을 대준 모양인데,
  (웃음기로) 그게 기감독 줄 돈인 줄은 몰랐으예.
동찬  (보는)
석구  지 앞가림도 못 하는 기, 헤프기는.  
동찬  (헤프다 소리 걸리는)
석구  어쨌든, 받으이소. 남희한테 줬다간,
  또 어느 새는 바가지에 헛짓할지 몰라서 바로 들고 왔으니께네. 
동찬  (다시 봉투 건네는) 받아 두세요.
석구  왜 이랍니까. 남희 돈이라카이.
  (다시 동찬 주머니에 넣으려 애쓰는데)
동찬  그 돈, 받은 걸로 할게요. 이건 제가 최감독님 드리는 거예요.
석구  (보면)
동찬  방송국 매각된대요.
석구  (놀라 보면)
동찬  당분간 실업자로 지내게 되실 거예요. 그러니까 생활비에 보태세요.
  제가 드리는 퇴직금이에요. (보다, 가는)
석구  (눈만 껌뻑거리는)
 
S#65. 방송국 앞 / 밤

동찬, 밖으로 나오면 앞에 서 있는 남희.
동찬, 다가가 말없이 남희 손잡는다.
 
남희  밥 먹으러 가요.  
동찬  (고개 끄덕이는)
남희  꽃도 보러 가자, 서울 케이블카도 타고 싶어, 설악산도 가보고 싶고.
동찬  또?
남희  우리 집. 
동찬  (손 꼭 잡는)

손잡고 가는 두 사람 앞에 나타나는 지수.

지수  선배.
동찬  어.
남희  (고개 까딱, 인사하며 동찬 손 빼는)
동찬  (그런 남희 봤고, 의아한데)
지수  오랜만이에요.
남희  (동찬에게) 가 볼게요.
동찬  (돌아보는데, 벌써 가는)
지수  뭐, 시원한 것 좀 사줘요.
동찬  (보는)

S#66. 커피숍 / 밤

지수,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 벌컥벌컥 들이킨다. 
의아해 보는 동찬.

지수  아유, 이제 좀 시원하다. (보고) 이혼했어요, 나. 
동찬  (보는)
지수  이것까지 말하니까 진짜 시원하네.
동찬  (놀라 보는)
지수  괜한 욕심이었나 봐, 우리 신혼집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어요.
  라텍스 침대는 써보지도 못 했어. 
동찬  왜?
지수  (웃고) 청개구리 나라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게요?
  (성대모사하며) 나는 적당히 볼륨 있고 섹시하고 키 작은 애가 좋아.
  너같이 허여멀건 하고 비실거리는 애 말고.   
동찬  (짠해 보는)
지수  왜 말이 없어.
동찬  좋아했어, 너.  
지수  (보는) 과거형이네. 신경질 나게. (웃고)
동찬  (고개 떨구는)
지수  모남희 씨를 내가 어떻게 알까, 선배?
동찬  (보고) 무슨... 말이야?
지수  무슨 악연일까 몰라. 나랑 엮인 두 남자가 한 여자랑 엮여 있네.
동찬  (충격이고)
지수  그 사람이랑 바람피우고 살림 차렸던 사람이 모남희 씨에요.
  그래도... 좋아요, 그 여자가? 좋아할 수 있어요, 그 여자를?
동찬  (멍한데)

S#67. 남희 집 남희방 / 밤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모로 누워 있는 남희.
시간 경과. 그 옆에 데칼코마니처럼 모로 누운 동찬이 있다.
남희, 눈 뜨면 동찬이 마주 보고 있다.

남희  우리... 설악산은 못 가겠다. 그죠?
동찬  (보는)
남희  케이블카는 꼭 타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 타봤거든요.
동찬  (보는)
남희  나, 나쁜 년이에요. 그 사람 결혼식까지 갔었어요.
동찬  난... 난, 결혼식 사회도 봤어요.

서로 거리 두고 마주보는 두 사람. F.O.

S#68. 지방 MBS 앞 / 낮

시간경과. 문 앞에 ‘폐쇄’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S#69. 서울 MBS 전경 / 낮 (인써트)

S#70. 서울 MBS 녹음실

다큐에 성우의 내레이션을 입히는 작업하고 있는 동찬. 그 옆에 예전과 다를 것 없는 병만 앉았다.
버릇대로, 연필을 딱딱딱 바닥에 부딪히는 동찬. 
아직 내레이션을 입히지 않은 <동행>의 영상이 돌아가고 있다.
그 영상만으로도 벌써 눈가가 촉촉해진 동찬. 병만, 그런 동찬 낯설게 본다. 

동찬  여기, 끊어 가자. (시계 보는)

S#71. 방송국 근처 커피숍

말갛게 웃고 앉아 있는 정장 차림의 여자와 마주보고 앉은 동찬.
한눈에도 선보는 분위기다.

여자  아버지는 2급 공무원이세요. 그래서 엄하신 편이셨구요.
동찬  (진심으로 귀담아 듣는) 네.
여자  PD시면 많이 바쁘시겠어요.
동찬  네. 뭐.
여자  PD 월급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죠?
  아파트는 몇 평정도 예상하세요?
  죄송해요. 제가 돌려 말하는 법을 잘 몰라요. 
동찬  아닙니다. 오히려 솔직하고 좋으시네요.
  음... (생각하는) 글쎄요. 융자 받고 하면, 뭐... (머리 긁적이는)

S#72. 달리는 동찬 차 안 / 낮

운전 중인 동찬.

병만(F)  너 또 차였다며?
  너 분명히 어디 한 군데 모자라다고 다들 수군수군해.
  겉은 멀쩡하게 생겨서는.  
동찬  암튼, 소문 진짜 빨라. 지들 앞가림이나 하라 그래,
  한번 갔다 오거나 당장 때려치고 싶어 하는 것들이 태반이면서,
  누구한테 훈계야, 훈계가.
병만(F)  어디? 또 지방 가?
동찬  응.
  
라디오 켜면, 교통 정보 프로그램이 흘러나온다. 왠지 익숙한 음성이다. 볼륨 높이는 동찬.

S#73. 나무 숲길

멀리서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 모습 애틋하게 보는 동찬. 

동찬  어이! (손 흔드는)
남희  (멀리서) 어이!
동찬  (손나팔하고) 차였어!
남희  차였어? 
동찬  바보야!
남희  바보야!
동찬  (보다) 여보오!

남희, 대꾸 않고 웃으며, 빙글빙글 자전거로 돌기만 하는.

에필로그

S#1. 포구 어시장

심하게 퍼덕거리던 광어에 휘청거리다, 급기야 얼굴을 강타당한 남희.
그대로 화면 밖으로 사라져 바닥에 뻗었다.

S#2. 병실

팀장과 함께 그 장면 지켜보던 동찬, 암울해져 있다.

팀장  술... 사줄까?

이때, 다시 벌떡 일어나 진행하는 남희.

남희  (머리도 엉망인데) 주문진항에 오시면, 꼭 자연산 광어를 드세요.
  보셨죠? 스테미너 짱입니다! (엄지 들어 보이는)

고개 숙이고 큭큭거리다 이내 웃음 터진 동찬.  

동찬  형. 기왕 보낼 거면, 나 저리로 보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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