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터널] 김희숙
1. 프롤로그
서울시 야경이 넓게 펼쳐져 보이다가..강남구의 야경이 보이고, 다시 동네 거리가 보이다가 어느 오피스텔 건물이 보인다.
오피스텔 5층 창문으로 다가가면 약간 열려있는 창문. 그 창문으로 카메라 쑥 들어가면..
2. 오피스텔 거실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과 쓰러져 있는 사람의 실루엣,
손가락에 감긴 목걸이. (십자가 목걸이-뒤에 이니셜 J), 깨진 모래시계, 찢어진 대본
그 옆에 우뚝 서 있는 키티 슬리퍼를 신은 남자의 발. 손에 들려진 피투성이 칼. 바닥에 만 원권 지폐 몇 장.
3. 거리 (밤)
택시 운전사 하품을 하며 택시를 운전하고 가는데, 갑자기 빈 택시 앞으로 뛰어드는 준성.
택시, 놀라서 끼익 서면, 준성,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으며 멍한 눈으로 그대로 서있기만 하고,
택시 운전사, 열 받은 표정으로 마구 소리 지르다가, 안전벨트를 풀고.. 밖으로 나가 준성에게 다가가는데,
준성, ‘미안하다’를 외치며 택시운전자를 밀어버린다. 비명을 지르며 구르는 운전사.
택시가 뒤로 급하게 후진을 했다가 거칠게 속력을 낸다.
거리를 비틀거리며 차들을 마구 추월하면서 달리는 준성의 택시.
E)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4. 도로
음주운전 검문을 하고 있는 경찰과, 늘어서 있는 차들.
그 때 지연의 차가..천천히 오다가..차창 밖으로 목을 빼고 보면..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과 바리게이트가 보인다. (겨울 풍경)
조수석에 제법 큰 핸드백(안에 선물 상자가 보인다) 코트가 보인다.
낭패한 표정의 지연, 손으로 입김을 불어 냄새를 맡고는 인상을 찌푸린다.
지연, 백밀러를 보며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차를 휙 돌린다.
그 때 경찰이 마구 봉을 흔들며 멈추라는 신호. 지연, 엑셀을 밟는다.
5. 톨게이트 부근 도로, 톨게이트에서 나오는 영호의 차
영호 : (E) 이형사님, 자꾸 왜 그러세요?
6. 차 안 (밤)
영호,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영호 : 아 글쎄...강준성 단독범행이라니까요. 연쇄살인에 무슨 공범입니까?
이형사 : (e) 첫 번째 살인에는 그렇게 어설프다가 두 번째부터는 전문가 수준이었다구.
영호 : 범죄수법도 갈수록 진화하는 거 아시잖아요.
이형사 : (e) 아니야,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 김기잔 명색이 연쇄살인 전문기잔데 그런 거 못 느꼈어?
아무튼 수사방향을 다시 잡아 봐야겠어.
영호 : 하여간 이형사님은 못 말립니다. 어쨌든 저 날아가고 있습니다. 서에 가서 뵙죠.
전화를 끊고 표정 굳어지는 영호, 영호, 엑셀을 더 밟는다.
시계를 보면 11시 59분 33초. 속도 150에 육박.
7. 터널 앞 / 안
카메라, 터널로 빠르게 다가가 그 입구로 쑥 들어간다. 빠르게 스치는 터널의 노란 불빛들.
그 위로 타이틀 “in 터널” 뜬다.
8. 터널 안
오렌지 색 조명이 흐릿하게 번져있는 위로 여전히 빠른 속력으로 달려오는 지연의 차. (중앙선 침범 중이다)
그 때, 맞은편에서 빠른 속력으로 비틀거리며 달려오는 택시,
놀란 지연 클락션을 빵빵 울리며 급히 방향을 틀려는데 미처 다 틀지 못하고, 택시와 지연의 차가 부딪힌다. 쿵!
(지연 차의 연료통이 나갔다) 줄줄 새는 기름..
지연, 목을 잡고 일어나 불안한 얼굴로 뒤를 막 돌아보다 경찰차가 안 보이자 문을 박차고 나가 택시로 다가가는데,
(지연은 코트는 조수석에 벗어 놓은 채 얇은 반팔 스웨터를 입고 있다)
택시 안에서 쓰러져 있는 준성. (모자를 쓰고 있다)
지연, 얼른 문을 열고 준성을 흔들며, “이봐요! 이봐요! 정신 차려요!” 하면
준성,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뜨더니 인기척에 몸이 굳어지고 흠칫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지연의 얼굴을 보는 순간...준성의 눈이 커지고..
준성, 뚫어지게 지연의 얼굴을 보다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경련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기절한다.
지연, 이봐요! 이봐요! 흔들어 보지만, 축 늘어진 준성.
지연, 준성을 보다가 터널 쪽을 두리번거리며 갈등을 하다 자기 차로 돌아가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하는데, 전화가 먹통이다.
지연, “아씨, 뭐야. 급해 죽겠는데” 하면서 다시 전화. 여전히 먹통.
에이 모르겠다 하며 지연, 자신의 차를 타고 시동을 거는데 안 걸린다. 난감한 얼굴인데..
그 때 또 차 한 대가 달려온다. (영호의 차)
영호의 차, 사고 난 두 차 때문에 앞으로 갈 수가 없자 급정거를 한다.
영호, 답답한 표정으로 차 문을 열고 나와 보고,
지연, 자기 차 시동을 계속 걸고 있다가 안 되자 운전대를 확 때리는데,
영호, 지연의 차로 다가와 유리를 탕탕 치면..지연, 차 유리를 내리고.
영호 : (지연의 얼굴 안 본 채) 차 좀 얼른 뺍시다.
지연 : 시동이 안 걸려요. (차에서 내리는)
영호 : (난감한 얼굴로 준성의 택시로 다가가면 준성 기절해있다)
지연 : 곧 깨어날 거예요. 많이 다친 것 같진 않아요.
영호, 짜증스럽게 지연을 돌아보다가 깜짝 놀란다. 지연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떨치고 핸드폰을 누르는데 먹통.
지연 : (차에서 내리며) 아저씨 핸드폰도 안 돼요? 그럼 어떡하지?
영호 : (두리번두리번 하다가 터널 벽의 긴급전화에 시선)
8. 동, <시간경과>
영호 : (E) 네, 여기 제4 터널인데요. 교통사고가 났어요. 부상자가 있으니까 빨리 와주세요. 네. 기다립니다.
지연, 차에 기대서서 영호를 보고 있다가 영호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계속 시도하면서 걸어오자,
지연 : (영호에게 다가와) 얼마나 걸린대요?
영호 : (지연을 빤히 보다가 그럴 리가 없다 마음 다잡고) 술 마셨어요?
지연 : (화들짝) 나 잘못한 거 없어요! 저쪽이 받았다구요!
영호 : (시선이 지연의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있는 것으로 옮겨가면)
지연 : (영호의 시선을 보다가 자기 차를 보고 기겁, 얼른 자기 차로 가며) 이젠 시동 걸릴래나? (운전석으로 가다 영호를 보면)
영호 : (지연의 차 앞에 서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지연 : 지금 뭐해요?
영호 : 현장사진 찍습니다.
지연 : (짜증) 아저씨가 무슨 상관인데요!
영호 : (대답 없이 준성 택시의 사진만 찍다가 준성의 택시로 가 슬쩍 안을 확인하면, 택시 운전사 면허증의 사진이 60대 노인이다.
영호, 기절한 준성을 살펴보다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앞으로 가 택시 번호판 번호를 수첩에 적는다)
지연 : (아니꼽다) 자기가 경찰이야 뭐야, 별꼴이야 진짜.
그 때 차 앞 유리 사이로 운전석에서 정신을 차린 준성 보인다. (얼굴은 안보이는)
영호, 준성에게 다가가..
영호 : 정신 들어요? 어디 아픈 데는요? (지연을 돌아보며) 물 있어요?
지연 : (물을 가져와 영호에게 준다)
영호 : (물병 주며) 마셔요.
준성 : (고개를 돌린 채 손만 뻗는) 고, 고맙습니다. (고개 돌린 채 물 마신다-얼굴을 들키지 않으려는 의도)
영호 : (그런 준성을 보며 의아하다, 준성의 옷에 핏자국으로 시선을 주며) 어디 크게 다친 거 아닙니까?
준성 : !! 아뇨. 좀 긁힌 것 뿐 이에요. 괜찮아요. (옷의 핏자국을 숨기는) (준성, 물마시고 정신 차리자 불안하게 누군가를 찾으며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지연을 발견하고 크게 놀란, 시선이 지연에게 고정된다)
지연 : (손부채질을 하다가 그런 준성을 흘낏 보고 시선 돌린다)
준성 : (지연을 보며 사색이 된 채 덜덜 떨고만 있다)
영호 : (택시를 살피고는) 택시는 폐차해야 되겠네요. (메모지에다 뭔가를 적는다. 메모지를 주며) 내 번홉니다.
혹시 목격자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지연 :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예요?
준성 : (떨리는 손으로 메모지를 받는다, 손등에 핏자국)
영호 : (그 핏자국을 놓치지 않고 보는)
지연 : 사람 이상하게 만들고 있어.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문득 터널을 보면 텅 빈 터널) 이상하네. 왜 차가 안 다니지?
영호 : (그 말에 터널을 보면, 정말 차가 안 다닌다. 이상한)
텅 빈 터널이 쭉 뻗어있고 늘어선 불빛만 반짝인다.
9. 동 <시간 경과>
지연은 자기 차를 살피고 있고, 준성은 택시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고,
영호는 차에 기대 핸드폰을 들어 안테나를 찾는데, 도무지 걸리지 않는 핸드폰.
짜증 난 얼굴로 핸드폰을 접다가 핸드폰의 시간에 눈이 머문다. 0:00:00에 멈춘 시계.
영호, 왠지 불안하다.
지연 : (차를 살펴보며) 악..여기 찌그러진 것 좀 봐. 돈 수억 들겠네.... (준성을 흘겨보며) 이거 어떡할 거예요?
(하다 영호를 보고 움찔, 영호, 못 들은 척 핸드폰만 만지고 있는) 아무튼 쌍방 과실이니까 각자 알아서 하자구요. 오케이?
준성 : (움츠려드는)
영호 : (지연을 볼 때마다 조금씩 움찔 한다) 지금 몇 시나 됐어요?
지연 : (차 시계를 보니 0:00:00) 어? 뭐야? 시계도 고장난 거야?
영호 : !! (뭔가 이상한, 긴급전화로 다가가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119죠? 아까 제4 터널에서 전화한 사람인데요.
왜 아직도 안 오는 겁니까?
직원 : (F) 당신 지금 장난해? 무슨 사고가 나? 멀쩡한 터널을 허위신고 하면 안 되지!
영호 : ...그게 무슨 말이세요? 터널이 멀쩡하다뇨? 지금 터널에서 사고가 났다니까요!
지연, 준성 : ? (보는)
직원 : (F) 아 글쎄, 터널은 지금 차만 잘 다닌다니까!! 당신 한 번만 더 장난 전화하면..추적해서 잡아넣을 거야! 알았어!
(뚝 끊기는)
영호 : 여보세요! 여보세요!! (기가 막혀..전화를 끊는다)
지연 : 멀쩡하다구?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영호 :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뚜뚜뚜..소리만 나는, 수화기를 놓는데 잘못 놔서 수화기가 밑으로 떨어진다.
대롱대롱 흔들리는 수화기)
지연 : 이봐요, 무슨 일이에요?
영호 :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뒤돌아 차로 가며) 일단 나가봅시다. 내 차에 타요. (차에 탄다)
지연, 자기 차 안에서 핸드백을 챙겨 차에 탄다.
준성, 망설이다가 택시에서 내려 영호의 차에 타고,
9. 차 안
무심코 룸미러를 보다가 뒷좌석 준성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는 영호.
룸미러를 통해 준성의 얼굴을 보고 크게 놀란다. 설마...하는 표정.
그 때 준성, 룸미러를 통해 영호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숙인다.
지연, 조수석에서 왜 안 가냐는 듯 영호를 보면, 영호, 차를 출발한다.
10. 터널 안 몽타쥬
/영호의 차가 계속 가는 모습. 그러나 가도 가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지연의 기막힌 얼굴과, 영호의 불안한 얼굴. 뒷좌석의 준성,
/텅 빈 도로가 죽 이어져있는 터널을 영호의 차만 가고 있다. 점점 지쳐 가는 세 사람.
11. 터널 안
아무리 가도 택시와 지연의 차는 안 보이고, 그 때 영호의 눈에 긴급전화기가 보인다.
(수화기가 아래로 떨어져 매달려있는, 아까 영호가 걸었던 전화기다)
곧 스르르 멈추는 영호의 차. 영호, 숨이 막히다는 듯 차에서 내린다.
따라 내리는 지연. 준성..
지연 : 아저씨 왜 그래요?
영호 : (주위를 둘러보는) 여기....아까 우리가 있던 곳이에요.
지연 : !! 네? (차가 있던 곳을 보며) 아니야. 차가 없잖아요.
영호 : (기막혀서 아무 생각 안 나는)
지연 : 아저씨, 진짜 여기 맞아요? 그럼 내 차는 어디로 갔는데? (둘러보며) 내 차 어딨어!
준성 : !! (놀라서 택시가 있던 곳을 보는)
지연 : (정말 불안한, 영호에게 다가오며) 아까 아저씨가 사진 찍었잖아요.
영호 :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찾는다, 사진을 찾다 말고, 보며) 안 찍혔나 봐요.
지연, 준성 : !!
지연 : (공포에 질린, 영호의 핸드폰을 뺏어서 보며) 아니야, 분명히 찍혔어. 아저씨가 사진 찍는 거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구요.
(마구 사진을 찾다가 멈칫 뭔가 뚫어지게 보며 혼잣말처럼) 뭐지?
영호 : ? (보면)
영호와 이형사가 찍은 사진 위에 2007/7/26이라고 적혀져 있다.
(영호, 웃고 있고, 이형사 담담한 표정으로 영호를 보고 있다)
지연 : 아저씨 핸드폰 시계, 이상해요. (사진 찾으며) 2007년이 뭐야.
영호 : 2007년이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준성 : ? (놀라 보는)
지연 : (어이없는) 아저씨. 지금 농담할 때 아니거든요.
영호 : 그럼 올해가 2007년이 아니면 몇 년돕니까?
지연 : (짜증나는 듯 보다가) 2005년이요! 됐어요?
준성 : !! (놀라 보는)
영호 : (놀라서 보다가) 뭐라구요?
지연 : (두 사람이 모두 놀라자 지연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왜들 이래요?
영호 : ....술이 아직 덜 깼습니까? 올해가 2005년이라니 무슨...
지연 :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카드 명세서를 내 보이는) 봐요. 아까 크리스마스이브 기분 낸다고 나이트에서
내가 직접 긁었네요.
영호 : (경악한다. 지연과 카드명세서를 번갈아 보다가, 주머니에서 톨게이트 영수증을 보여주며) 여기로 들어오기 직전에
톨게이트에서 끊은 겁니다.
지연 : (2007년임을 확인하고 기막힌 얼굴로 영호의 얇은 옷을 보다가)
지연과 영호 동시에 준성을 돌아보면,
준성 : 어젠...2006년 4월 1일이었는데....
지연과 영호, 얼굴이 하얘지는...준성, 선 채로 지연과 영호를 본다.
순간 정적. 멍하게 보는 세 사람...서로 말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붕~ 하는 소리와 함께 저 쪽에서 트럭이 달려오는 모습.
영호와 지연 준성, 놀라 얼른 가장자리로 피한다.
영호, 구조를 요청하려는 듯 갑자기 튀어나와 멈추라는 듯 손을 흔드는데, 트럭이 빠른 속도로 영호에게 달려오는 모습.
지연, 악~~ 소리 지르고, 영호, 놀라 피하면서 구른다.
트럭이 영호의 차를 통과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 그러나 보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트럭. 어두운 터널만.
세 사람, 서로 말이 없이 공포에 휩싸인다.
지연 : (멍한 얼굴로) 나만 본 거 아니죠? (긍정으로 다들 지연을 보면, 지연, 터널 안을 둘러보면서 부들부들 떨면서..공포에 질린)
여기 뭐야?
준성 : (거의 정신없는, 혼이 나간 듯한)
영호 : (겁에 질린 얼굴로 정신없는)
지연 : (멍한 눈으로 보다가..혼잣말처럼) 여기 터널 아닌가 봐.
세 사람, 터널을 보면...텅 빈 터널 내부가 기괴하게 보인다. 순간 똑같은 공포심을 느끼는 세 사람.
준성 : (털썩 주저앉는다,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영호 : (혼란스럽다)
지연 : (공포에 질려) 우리 이상한 데 들어왔어요? 그럼 우리 못 나가요?
영호, 준성 : (정신없다)
지연 : (충격으로 정신이 없다) 말도 안 돼....말도 안 돼....(하다가 입을 막고 터널 벽으로 달려간다. 욱..욱..구토를 하는 지연)
엄마.. 나 어떡해. 나 어떡해. 어떡해.
준성 : 헉... (가슴을 부둥켜 잡고 바닥에 엎드린다)
영호 :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성과 지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12. 동 <시간 경과>
각자 따로 앉아있는 세 사람의 멍한 얼굴이 차례로 보이다가..
영호 : 그러니까..당신은 2005년, 당신은 2006년, 난 2007년에서 여기로 들어왔다는 겁니까?
(어이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지연 : (울음이 터질 듯한, 참는다)
준성 : (멍한 얼굴)
영호 : (심호흡) 핸드폰은 먹통이구, 시계는 멈췄구.. (준성을 보며) 당신 시계는 어때요?
준성 : (멍한)
지연 : (툭 치면서) 시계 좀 봐봐요.
준성 : (놀라 정신 차리고 시계 본다) 멈췄어요.. (손목을 내밀어 보여준다)
인서트 / 아날로그시계의 시침, 분침, 초침이 정확히 일치된 채 12에 멈춘 시계.
시계를 본 세 사람 기막힌 얼굴로 한동안 정적...
영호 : ..혹시..12시에 우리가 여기로 들어온 거 아닐까요?
인서트 / 차안의 시계가 11시 59분 32초를 가리키던 모습.
지연 : 맞아요. 내가 들어올 때..그 시간이었어요. 12시..
준성 : (긍정의 의미로 작게 끄덕이는)
지연 : 그럼 아까 그 차는 뭐예요?
영호 : .......
준성 : .......
지연 : (울컥) 어떡해...우리 못 나가면 어떡해.... (흐느끼는) 나 다음주부터 촬영인데..
(점점 흐느낌이 커지며) 4년 만에 간신히 따낸 고정인데..... (울먹이는) 그게 어떻게 얻은 배역인데..
영호 : ! 실례지만 이름이....
지연 : (눈물 닦으며) 나요? 한지연이요. 나 알아요?
영호 : (빤히 보았다가 시선 돌리며) 아뇨..그냥.. (맞구나...)
지연 : 아저씨는 뭐 하는 사람인데요?
영호 : 00일보 기잡니다.
지연 :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영호 : (준성을 보며) 난 김영호라고 합니다.
준성 : (당황해서 시선 피하며) 김...김준호에요...
영호 : (비웃듯) 김준호..? (떠보듯) 요즘 택시기사 분들은 유니폼을 안 입어도 되나 봅니다? (보는)
준성 : 오..오늘 쉬는 날이에요..
영호 : 아, (보다가 숨을 크게 내쉬는) 일단 눈부터 좀 붙입시다. (하고 일어서나가면) 당신은 내 차안에서 자요.
지연 : 지금 이 상황에 잠이 와요?
준성 : (불안하게 보기만)
지연 : (갑자기 한기가 드는 지 몸을 웅크리고 팔을 감싸면) 으... 추워!
준성 : (망설이다가 자신의 점퍼를 벗어 지연에게 조심스럽게 내민다)
지연 : (점퍼를 보고) 나 입으라구요?
준성 : (못 보고 고개 끄덕이는)
지연 : 고마워요. (점퍼를 입는다, 그러다 호주머니에 뭐가 두둑하자 꺼내보면 만원권이 제법 많다, 지연 놀라 돈을 보며)
와,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요? 이게 다 얼마야?
준성 : (크게 놀라 돈을 뺏어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지연 : (기분 상한) 누가 뺏어가요? 기분 이상하게.. (확 일어나 차로 간다)
영호 :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12. 차 안
차 조수석에서 자고 있는 지연. 창쪽으로 고개가 쏠린 채 잠들어 있다. 준성의 점퍼를 덮고 있다.
그 때 차창으로 어른거리는 그림자. 보면, 영호다.
영호...본네트에 앉아 지연의 얼굴을 뚫어지게 본다.
13. 터널 안
지연, 차안에서 자고 있고, 준성도 벽 쪽에서 쪼그리고 자고 있다.
차 본네트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는 영호.
인서트 모니터 / 패스워드창이 떠있다.
플래쉬백 준성이 타고온 사고난 택시, 번호판. 60대 노인의 면허증. 준성이 애써서 지연의 시선을 피하던 모습.
준성 : (E) 어젠 2006년 4월 30일이었어.
영호, 패스워드를 길게 치고 곧 파일이 뜬다.
인서트 / 모니터에 택시 사진. 뒷모습과 번호판 사진. 60대 노인의 면허증.
-준성의 사진과 신상명세가 뜬다.
영호, 자고 있는 준성을 한 번 보고 수첩을 꺼내 아까 적어둔 준성의 택시번호판 메모와 대조하면,
그 번호판과 일치하는 수첩의 숫자.
영호, 표정이 서늘해지고, 차 안의 지연으로 시선. 다시 파일을 클릭하면.
인서트 / (동영상)-실제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으로.
2씬의 오피스텔 문 앞에 포토라인이 쳐져 있고,
카메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면 경찰들과 검시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이형사가 서 있고, 저만치 옆에 카메라를 든 영호의 모습이 보인다.
이형사 : (어깨를 툭치며) 언제 왔어?
영호 : 치정이죠?
이형사 : (보다가) 조사해봐야지.
영호 : 뻔한 치정사건 같은데요 뭐.
이형사 : 그래도 연예인이잖아. (어깨 툭치고 다시 현장으로)
거실 쪽으로 가면 흰 시트에 덮인 시체가 보이고, 하얀 금이 시체 주변주위로 그어져 있다.
잠시 후, 시트를 걷으면 거기에 나타나는 여자의 얼굴. 점점 여자의 얼굴로 다가가면, 눈을 뜬 채 죽어있는 지연의 얼굴이다.
한동안 그렇게 노트북에서 눈을 못 떼던 영호. 천천히 눈을 들어 다시 차안에서 자고 있는 지연을 뚫어지게 본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또 뭔가 복잡하다.
지연이가 차안에서 뒤척이는 모습.
영호, 준성에게 시선이 옮겨지고, 준성, 악몽을 꾸는 듯 몸을 움찔거린다.
14. 플래쉬 백
-술집. (나이트클럽 같은)
화려한 반짝이 옷차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나오는 지연. 자신의 차로 가다가
나이트클럽 앞을 지나가고 있는 준성(모자 착용)을 발견하고는 “아저씨, 대리운전? 빨리 왔네요. (키를 주는)”,
준성, 망설이다 키를 받는다.
-오피스텔 앞에 도착하는 지연의 차. 보면 운전석에 준성이 앉아있다. 지연을 돌아보며 “이 봐요.”
지연, 못 듣고 자고 있다.
-오피스텔 방문 앞까지 정신 못 차리는 지연을 부축하고 와서 난감해하는 준성.
문 앞에 지연을 앉혀놓고 핸드백을 뒤져 열쇠를 찾는데, 핸드백에 현금다발이 보인다. 순간 놀라는 준성.
-문을 열고 지연을 거실에 데려다 눕히는 준성. 거실 탁자에 먹다 만 과일접시가 있고, 그 옆에 과도가 보인다.
준성, 지갑에서 만 원 짜리 몇 장을 세서 들고 자는 지연을 향해 ‘대리운전비 가져갑니다.’ 하고 돌아서다가 문득 발을 멈춘다.
핸드백 속의 돈의 유혹이 너무 크다.
-준성, 떨리는 손으로 몸을 굽혀 핸드백을 드는데, 그 바람에 목에서 삐져나온 십자가 목걸이가 출렁거린다.
십자가 뒤에 이니셜 J, 바로 그 때 지연이 눈을 번쩍 뜬다.
15. 터널 안
준성, 악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숨을 가쁘게 쉬다가 옆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영호를 발견한다.
준성, 움찔하고 시선을 피하면..
영호 : 악몽 꿨어요?
준성 : (팔로 쓱 이마의 땀을 닦는)
영호 : 하긴,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악몽 꾸고도 남죠.
준성 : (시선 피하는)
영호 : 근데, 더 황당한 일이 있네. (지연을 보며 속삭이듯) 저기 저 여자말이에요...
준성 : (긴장하는)
영호 : 죽었어요. (준성을 살피는)
준성 : (경악, 영호를 멍하니 보기만) 네?
영호 : 저 여자...이미 죽은 여자라구요..
준성 : (덜덜 떨면서 아무 말 못하고 보기만)
영호 : 당신...2006년 4월 1일에 여길 들어왔다고 했죠? 그 날..저 여자가 죽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막힌 일이...
준성 :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마구 흔들며) ...아니에요. 죽을 리가 없어.. 거짓말이죠? 그쵸?
영호 : 확인시켜 줘요?
준성 : ! (고개를 흔들며) 아뇨...필요 없어요. (시선 피하면)
영호 : (노트북을 준성의 앞에 펼친다) 확인해요.
준성 : (고개 돌리며) 필요없다니까요!
영호 : 봐요!
준성 : (눈을 감는) 안 봐요. 안 본다구요!
영호 : (그런 준성을 지켜보다, 노트북을 두고 걸어나간다)
준성 : (어렵게 눈을 뜨면...보이는 노트북. 끝까지 외면하며 부들부들 떠는)
플래쉬 백 / 공포에 질린 지연의 표정. 지연..과도를 두 손으로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영호 : (한숨) 그날 저 여자 집 바로 근처에서 택시 한 대가 강탈됐는데.... 그 택시를 강탈한 놈이..바로 범인입니다.
준성 : (기겁을 해서 영호를 보면)
영호 : (모른 척) 수사혼선을 노리고 현장연출까지 할 만큼 치밀한 놈이죠. 택시를 강탈한 것도 아마 그걸 노린 걸 겁니다.
준성 : !! (자기도 모르게 미친 듯 고개를 흔들며) 아니야...아니야. 아니야!
영호 : !!
준성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정말 아니야... (패닉상태)
영호 : (싸늘하게 보다가) 역시...너였어.
준성 : (놀라 보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뒤로 물러난다)
그 때 E) 클락션 소리가 빵 울린다.
준성과 영호, 앉은 채로 놀라 돌아보면, 무서운 속도로 덤프 트럭이 달려오고 있는 모습.
준성, 벌떡 일어나 지연에게 가려고 하는데,
영호 이미 일어나 다급하게 지연이 자고 있는 차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문을 잠겨져있는 차.
영호, 다가오는 트럭을 보며 지연의 차를 마구 두드리면,
지연, 눈을 찡그리다가 벌떡 일어나 영호를 보다가 앞을 보고, 자기에게 달려오는 차를 발견하고 눈이 커진다.
지연, 공포에 질려 문손잡이를 자꾸 놓치면서도 안간힘을 다해 문을 열려고 하지만, 바로 앞까지 달려온 트럭.
영호, 차 문을 부술 듯 열려고 하는데, 거의 눈앞에까지 다가온 트럭. 미칠 것 같이 비명을 지르는 지연.
영호, 빠르게 몸을 피하고, 지연, 조수석으로 몸을 엎드리는데,
지연의 차를 덮치는 트럭. 빠앙~~~~~하는 소리와 함께 멀어진다.
순간 정적....
지연, 부들부들 떨면서 가까스로 눈을 뜨면...트럭은 사라지고 멀쩡한 지연. 놀라 달려오는 영호.
지연, 헉, 헉, 헉..심장을 짚으며 운전석 문을 간신히 열고 나오는데, 다리가 풀려 풀썩 무릎을 꿇는 자세로 주저앉는다.
영호, 지연을 부축하며 “괜찮아요?”하고 묻고, 지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술만 떨리는..
영호, 그런 지연을 안아준다. 영호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지연.
영호, 지연의 머리를 쓸어주다..준성을 흘낏 보면..
놀라 선 채로 노트북을 들고 있는 준성. 그러다 힘없이 앉아서 노트북을 보게된다. 곧 굳은 채 노트북만 뚫어지게 보는...
인서트 / 노트북에 “강남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연을 살해한 사람이라는 기사들.
지연의 웃는 사진이 실린. (지금의 옷을 입은 사진도 보인다)
지연의 오피스텔 cctv화면이 보인다. 보면, 모자를 쓴 준성이 지연을 부축하고 있는 모습.
준성의 신상명세서가 보이고, 현상수배 된 사진이 보인다.
준성, 충격과 혼란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다가...땅바닥에 털썩...
영호, 지연을 안고 준성을 관찰하듯 보면.. 준성, 거의 넋 나간 얼굴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간다.
16. 터널 안
텅 빈 터널 도로를 혼자 터덜터덜 걷고 있는 준성.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계속 중얼거리며 혼자 걷고 있다.
방향이 오락가락...그러다 보면, 터널 벽으로 걸어가고 있는..
준성 : 말도 안 돼....말도 안 돼....내가...연쇄살인범? 허..허...말도 안 돼... (계속 중얼거리는)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벽을 보며 허허 웃는 준성.
준성, 그렇게 옆으로 휑한 터널을 보다가.. 여전히 중얼거리는 준성. “거짓말이야..아니야... 이건 꿈이야.....말도 안 돼“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벽에 머리를 규칙적으로 찧는다.
그러다 멍하게 서 있는 준성.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17. 동 <시간 경과>
지연, 좀 괜찮아진 듯 물을 마시고 있다. 그 옆에서 수첩에 뭔가 열심히 계산하고 있는 영호.
준성, 슬그머니 걸어와 영호, 지연과 조금 떨어진 곳 구석에 앉는다.
지연 : 아저씨, 어디 갔다와요? 어디 아파요?
준성 : (고개 숙인체 벌벌 떨고 있는)
영호 : (준성을 흘낏 보고) 12시는 초침, 분침, 시침이 정확히 일치하는 시각... 하루에 딱 두 번.
지연 : ?
준성 : (고개 숙이고 듣고만 있는)
영호 : 아까 나타났던 차들. 시간차가 열 두 시간 정도 아닌가. 그러니까 12시간마다..여길 들어오는 통로가 생기는 거고,
지연 : 말도 안 돼.
영호 : 지금 상황은 말이 됩니까?
지연 : (그건 그렇다) 그러면 아까 그 차는 왜 보이기만 한 건데요?
영호 :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인서트 / 속도 계기판에 속도가 거의 150을 육박하는.
영호 : ! (지연을 보며) 아까 속도 몇 놓고 달렸어요?
지연 : 많이 밟긴 했는데.....한 150?
영호 : (준성을 보며) 당신은?
준성 : (영호를 보다가 놀라서) ..나두....그 정도...
영호 : 시간은 맞는데, 속도가 맞지 않았다
지연 : 그러니까 정각 12시와 속도 150 근처....이게 조건이라는 거예요?
영호 : (고개를 끄덕이는)
지연 : 그거 말 된다. (희망이 생긴 듯) 우리도 해봐요. 혹시 모르잖아요.
준성 : (복잡한)
영호 : (두리번거리며) 시간은 어떻게 재나?
지연 : 시간? ...아, 나 모래시계 있어요. 1시간짜리. 크리스마스 선물로 친구 주려고 샀거든요.
(핸드백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풀면 제법 큰 모래시계가 나온다, 모래시계를 좌우로 흔들며) 12번이면 되잖아요.
영호 : 그럼 한 번 해보죠.
지연 : 진짜 아저씨 말이 맞을까요?
영호 : 차를 기다려봅시다. (준성을 보면)
준성 : (불안에 떠는 눈, 손톱을 물어뜯는다. 그러다 준성을 보고 있던 영호와 시선 마주치자 얼른 고개 돌린다)
18. 몽타쥬
e) 차의 굉음과 함께 차 본네트 위의 모래시계를 세우는 지연. 얼굴에 희망이 보인다.
-곧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차의 굉음은 이미 사라지고... 정적만이 가득한 터널 안. 모래시계 클로즈 업.
-둘러앉아 선식을 먹는 세 사람. 한결 편해진 표정들이다.
-모래시계의 윗모래가 다 아래로 떨어지자 시계를 돌려 세우는 지연. 그리고 메모지에 正자 표시를 하나 표시한다.
-차 안에서 자고 있는 지연. 영호, 준성을 깨워 시계 체크 교대를 한다.
19. 터널 안
준성, 벽에 기대 영호를 힐끗거리고 있고...
차 안에서 대본의 속지를 찢어 뭔가를 쓰는 지연. 다 쓴 듯 종이를 접고 영호를 흘끔흘끔 보다가..
지연, 차에서 내려 어렵게 다가와 영호의 옆에 앉는다. 영호, 놀라 수첩을 덮고 보면,
지연 : (민망한 웃음) 뭘 그렇게 놀래요?
영호 :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지연 : (어렵게) 저기...기자님이시면...연예부 기자분도 좀 아시겠네요?
영호 : 왜요?
지연 : 아니...그냥...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잘 알고 지내면 좋잖아요. 나가면..제가 저녁 한 번 대접해도 되죠?
영호 : !! (싸늘하게) 생각해 보죠.
지연 : (연락처 적은 종이 양복 주머니에 슬쩍 찔러주며) 연락 주세요. (일어서서 가는) 저쪽에 잠깐 갔다 올게요.
(민망한) 화장실...(영호와 반대방향)
영호 : (경멸이 어린 시선으로 지연의 뒷모습을 보는)
준성 : (그런 두 사람을 저만치서 지켜보고 있다)
영호 : (그런 준성을 보는데)
지연 : (E) 여기 비상구 같은 게 있어요!!
준성, 영호 : (지연이 소리치는 곳을 보는)
20. <시간 경과>
영호, 비상구 쪽으로 가 아래를 살피더니,
영호 : 한 번 내려가 볼게요.
준성 : (보는)
지연 : 정말 문이 있을까요?
영호 : 가봐야죠. (노트북을 챙겨 든다, 자기 분신처럼 계속 들고 있었다)
준성 : (일어나 영호에게 다가가며) 같이 가요.
영호 : (보는)
지연 : 그럼 나도 같이 갈래요. 혼자 있기 무서워요.
영호 : 당신까지 가면 시계는 누가 체크합니까? 여기 있어요. 얼른 갔다 올 테니까. (준성을 보며) 갑시다. (내려간다)
지연 : 나 정말 무섭다니까요!
준성 : (포기하고 지연을 흘낏 보고 내려가는)
지연 : (일어나 계단 근처까지 와 서서 내려가는 두 사람을 본다)
준성 : (영호의 뒷통수를 불안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지연 : 빨리 와요! (터널을 돌아보면 텅 비어있는 터널이 너무 무섭다) 빨리 와요! 알았죠!
지연, 두리번거리다가 차로 들어가 시디 플레이어에 음악을 튼다. 본네트 위에 놓인 모래시계에서 계속 모래가 흐르고 있다.
21. 비상구 길목
음악 소리가 더욱 커지고, 비상구로 내려가는 영호와 준성.
영호, 뒤돌아보다 자신을 보고 있는 준성과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외면하고 다시 걸어가는데, (계속 걸으면서 대화)
준성 : 노트북에서 본 거... 그거 진짜 아니죠?
영호 : (보는)
준성 : (기막힌 웃음) 거기서 내가... (입에 담기 싫다) 말도 안 돼..
영호 : 니가 본 그대로야.
준성 : (돌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구! (호소하듯) 내가 왜? 내가 왜 그런 끔찍한 짓을 해요?
영호 : 믿든 안 믿든 니 자유야. 하지만 이미 사건은 일어났고 (서늘하게 보는) 난 널 일년 반을 쫓았어. 이렇게 만나다니....
준성 : 나한텐 아직 닥치지도 않은 날들이에요. 절대 믿을 수 없어.
영호 : 니가 저 여자 집에 간 날.. 그 날도 저 여자한테 아직 닥치지 않은 날이야. (보는)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건 아니잖아?
준성 : !! (절망적인)....
영호 : 돈이 필요했어?
준성 : (고개 숙이는) .....엄마가 아파요. 수술을 안 하면..죽어. 근데..난... (울컥) 그래서..그 때 잠시 돌았었어요.
(울음을 참는) 하지만 연쇄살인은 아니야, 아픈 엄마를 놔두고 내가 그럴 리가 없다구요.
영호 : (뚫어지게 보는) 그래..연쇄살인이란 거..아무나 하는 거 아니지. 어렸을 때..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던지..아니면 사회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던지...아니면.. (날카로워진) 뒷골목 술집을 뒹구는 엄마한테 그나마 버림받았던지...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거든. (보며) 근데, 넌..너무 평범해서 말이지. 하긴..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까. (가는)
준성 : (말 못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보기만)
그 때 앞에 비상구 문이 보인다. 긴장한 영호와 준성.
22. 터널 안
차문을 열어놓고 비상구 쪽 바닥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대본을 읽고 있던 지연.
갑자기 음악이 끊기자 순간 두려움으로 소름이 확 돋는다.
지연, 벌떡 일어나 시디플레이어를 보며,
지연 : 갑자기 왜 이래? (어떻게 만지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는데)
시디테이블이 에러가 잠시 난 듯 밖으로 쑥 하고 빠져나온다.
지연,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시디테이블을 밀어 넣는다. 곧 다시 음악이 나오자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쉬는 지연.
그러다 눈을 들어 터널을 보면 텅 비어있는 터널이 마치 무덤 같다.
그 때 희미하게 끼익...하는 소리가 밑에서 들리고,
순간 소스라치게 공포를 느끼는 지연, 자신도 모르게 비상구 계단으로 내려간다.
23. 터널 안
끼익 소리와 함께 비상구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 드러나는 곳은 터널 관리 사무소. 사람은 없고 벽에 cctv나 기계들로 가득하다.
놀라는 영호와 준성.
cctv에는 영호의 차가 서 있는 것이 보이고 지연은 보이지 않는다. 본네트에 모래시계와 메모지가 작게 보인다.
다른 쪽 cctv화면들이 즐비하다. 다 사람만 보이지 않는 공간들. 기괴하다.
영호 : 참 나....있을 건 다 있네.
준성 : (돌아보는)
그러다 두 사람 문을 발견하고 그 문으로 다가간다. 긴장한 두 사람.
손잡이를 돌리면 돌아가는 손잡이. 영호, 긴장한 얼굴로 문을 여는데, 나타나는 건 벽이다.
실망과 안도가 복잡한 준성.
영호, 손으로 벽을 밀어보고, 만져보고 하지만 둔탁한 벽.
영호, 화가 나서 발로 벽을 퍽 찬다. 그러다 준성과 시선이 마주치면... 준성, 시선 돌린다.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하는 두 사람.
인서트 / cctv화면. 지연이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관리사무소쪽으로 오는 지연. (영호와 준성은 보지 못하고 있다)
준성 : (E) 이유가 뭐죠?
영호 : (보면)
준성 : 당신만 아는 사실을 구태여 나한테 얘기해 주는 이유 말이에요. 내가 어떻게 나올 줄 알고?
영호 : (피식) 유비무환. 어떤 일이든 유비무환이 좋잖아?
준성 : 무슨 뜻이에요?
영호 : 말 그대로야. 미리 준비를 하자는 거지. 너도 나도.
준성 : (무슨 뜻인가 보다가) 어쨌든 저 여자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요.
영호 : (뒤돌아보면)
준성 : 제발 말하지 말아 줘요. 부탁이야..
영호 : (출구가 없자 조금 화가 난 상태라 더 조소하는 듯) 지금 모른다고 뭐가 달라져? 알고 죽으나...모르고 죽으나...
죽는 건 똑같잖아.
준성 : ...지금은 살아 있잖아...
영호 : 니 눈앞에서 살아서 움직이니까 실감이 안 돼?
준성 : (애원하듯) 지금은 안 죽었잖아. 저렇게 살아 있잖아!
영호 : 넌 그렇게 생각하고 싶겠지만, 똑똑히 들어. 저 여자 한지연은 2006년 4월 1일에 분명히 죽었어. 그것도..
지연 : (E) 지금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놀라 보면, 뒤에 지연이 서 있다. 준성과 영호, 놀라 당황하면,
지연 : 내가 죽어? 무슨 소리에요?
준성 : (시선 피하는)
영호 : (지연을 보는)
지연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하고 있어?
영호 : (결심한 듯) 그래, 당신은 이미 죽었어.
준성 : (눈을 감아버리는)
지연 : 뭐라구요? (기막힌 지연의 얼굴에서)
24. 몽타쥬
-현장 다큐 화면처럼.
1.기자 : (지연 오피스텔,폴리스라인,그림) 연예인 한모씨가 어젯밤 논현동 자택에서 피살된 채 발견됐습니다.
피살된 한씨는 외모와 연기력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탤랜트입니다.
2. 기자 : (폴리스라인-강남 오피스텔,야외촬영시) 이번에도 살인범은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노렸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연기자 한지연씨 살해사건과 비슷한 정황들을 포착하고 유력한 용의자 강모씨의 행방을 쫓는데
경찰력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3. 기자 :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이 또 발생해 20대 젊은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 강모씨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경찰은 여전히 속수무책입니다.
4. 뉴스라인(세트, 생전 지연의 연기모습,인터뷰화면 등) 앵커+ 김영호 :
최근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20대 미혼여성을 노렸고 또 범행과정에서 과도와 같이 비교적 작은 흉기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첫 번째 희생자였던 한지연씨도 미혼여성인데요. 드라마를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더욱더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한지연씨의 장례식장 장면이 나오는데요..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화면이 그대로 정지된다. (지연이 멈췄다)
25. 관리사무소 안
숨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지연, 모니터만 뚫어지게 보는.
준성, 고개를 숙인 채 귀를 막고 있고, (같은 흉기라는 걸 못 들었다)
영호, 착잡한 얼굴로..지연을 보고 있다.
지연 : (모니터를 보며) 이거..내 사진인데...
영호 : (외면하는)
준성 : (부들부들 떤다)
지연 : (노트북만 보며) ....울고 있던 사람..우리 엄만데..내 장례식이 치러졌다는 말이야? (어이없는)
영호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준성 : (주먹으로 입을 막고 흐느끼는)
지연 : (어이없어 웃으며) .....그러니까 내가 죽었다구?
준성 : (쿵...., 눈을 감는다)
영호 : (고개 돌리는)
지연 : (어이없어 웃으며 준성을 보는) 내가 죽었대요! 진짜 어이없죠?
준성 : (외면하는)
지연 : (철렁, 자신을 외면하는 영호를 돌려세우며) 아저씨, 말 좀 해봐요. 이게 다 뭐예요?
내가 정말 연쇄살인범한테 살해당한 게 맞아요?
영호 : .......
지연 : (정말..어이없는, 픽 웃는) ..아저씨 지금 나 놀리는 거죠? 둘이 짜고 나 놀리는 거죠? 그쵸?
준성 : (고개를 돌리면)
지연 : (철렁) 뭐야, 당신도 아는 얘기야? (순식간에 공포가 밀려온다) 말도 안 돼. (정말인가....절망과 두려움이 밀려오고,
멍하니 서서) 정말로...내가 죽었다구? 그럼...나 죽는 거 봤어? (영호를 보며) 아저씨가 봤어? 말 좀 해 봐요!
(버럭) 나 죽는 거 봤냐구!
영호 : (외면하는)
준성 : (감정을 주체를 못하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지연 : (그런 두 사람을 절망으로 보다가 혼잣말처럼) 거봐..아무도 못 봤잖아...나 죽는 거..아무도 못 봤잖아...
근데 왜 내가 죽었대. 왜! (노트북을 보더니...울컥 거칠게 벽으로 가서 노트북으로 마구 벽을 때리면서) 거짓말, 이거 다
거짓말이야! 이딴 걸 어떻게 믿어! 오늘 처음 본 당신 말을 어떻게 믿어! 그럼, 지금 있는 난 뭔데? 이렇게 살아있는 난 뭔데!
(더욱 흥분하는) 난 안 믿어! 어떻게 믿어!
노트북도 박살이 나고, 지연의 손에도 피가 난다. 정신없이 발로 노트북을 밟는 지연. 제정신이 아니다.
준성 : (절규하듯) 실수였어...실수였어..그냥 돈만 훔치려고 했을 뿐이야.. 정말 죽일 마음은 없었어. 당신이 칼만 들지 않았어도...
(절박하게) 믿어줘. 정말이야. 정말이라구!
지연 : (기가 막혀서 보다가..) 뭐라구?
인서트 /
-터널에서 부딪혔을 때 준성이 지연을 보고 놀라 기절하던 장면.
-준성이 지연만 보면 움찔 움찔 하던 장면.
-준성의 옷에 묻은 피.
-준성의 점퍼에서 나왔던 돈들.
지연 : (기막힌)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나 오늘 너 첨 봐... 난 널 모른다구. 근데 니가 날 죽였다는 거야? 왜?
준성 : (고개 흔들며) 아니야...안 죽였어! 그냥..그냥... (격하게 흐느낀다) 우리 엄마가 병원에 입원만 안 했어두...
아니...당신 지갑을 내가 보지만 않았어두...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지연 : (멍하니 보기만)
지연, 그렇게 흐느끼는 준성을 보다가 갑자기 표정이 변하며 성큼 다가와 다짜고짜 준성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지연 : 왜 울어? 니가 아니라 내가 죽었다며! 니가 날 죽였다며! 미안해? 잘못했어? 말이면 다니? 사람 죽여 놓고 미안하다구?
그럼 너도 죽어. 너도 죽으라구!!! 이 자식아!!
지연, 울부짖으며 준성을 마구 때리자 참고 있던 준성, 울컥. 준성, 지연의 팔을 잡고, 지연 놓으라고 발버둥치면,
준성 : 당신만 황당한 거 아니야, 내가 일년 만에 사람을 네 명이나 죽였대. (고개를 저으며) 나도 믿을 수 없어. 아니 안 믿어.
당신 지금 이렇게 내 눈앞에 살아 있잖아.
지연 : 그럼 내가 본 건 뭔데? 저 사람이 한 말은 뭔데? 저 사람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거야!!
그 때 영호, 무심히 cctv를 보다가 자신의 차 본네트 위의 모래시계를 보고..문득 생각나는.
영호 : (놀라 보는) 이런, 시간 재는 걸 잊고 있었어. (달려 나가는)
지연, 준성, 놀라서 뒤따라 달려 나가는.
25-1. 비상구통로
영호, 지연, 준성 차례로 빠져나가는.
26. 터널 안
영호, 제일 먼저 달려 나오는데, 이미 저만치서 빵 빵, 클락션을 울리며 달려오는 승합차.
영호, 시동을 걸기도 전에 차가 사라져 버린다. 영호, 화가 잔뜩 나서 운전대를 친다.
나중에서야 나오는 지연과 영호. 메아리가 사라진 후..한동안 정적...가쁜 숨소리들만 들리다가..
영호, 열 받은 얼굴로 차에서 내려서 모래시계를 땅바닥에 뒤집어 놓으며...
영호 : (준성에게 주먹을 날린 후 멱살을 잡고)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더니 왜 니가 불고 난리야!! 니 죄책감 덜자고
나까지 이 고생을 해야 되!! (멱살을 놓고 밀친 후 돌아서서 화를 주체할 수 없는 듯 터널 벽을 주먹으로 마구 쾅쾅 친다)
이제 또 열 두 시간을 기다려야 돼! 이게 뭐야! 니들 때문에 나까지 이게 뭐야! (영호, 숨을 헐떡이며 싸늘하게 두 사람을
보며) 니들끼리 서로 죽이든 살리든.. (버럭) 여길 나가서 하란 말야! 그러니까 죽은 듯 있어. 알았어!!
서슬 퍼런 영호를 보며 놀라는 지연과 준성. 준성, 복잡한 눈빛으로 영호를 본다.
27. <시간 경과>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세 사람. 다들 축 늘어진 채다. 그런 영호를 흘낏 흘낏 보는 준성.
지연, 거의 넋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혼자 울었다..웃었다..하고 있는.
준성,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며시..바닥에 떨어진 자기의 점퍼를 주워 툭툭 털고는 똘똘똘 말아 굵은 끈처럼 만든다.
그리고 손에 감아쥔다.
영호, 모른 채 수첩에 적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준성, 그런 영호를 빤히 본다.
지연 : 우리...정말 나갈 수 있을까?
영호, 준성 : .....
지연 : 나가도....꼭 2005년으로 나가야 하는데....
영호, 준성 : (무슨 소린가 보는)
지연 : 2006년에 내가 죽었다며. 2005년으로 가면, 그러면 나 살 수 있잖아. 어떻게든 안 죽을 수 있잖아. (울컥)
준성 : (보는)
영호 : 만약 그럴 수 있다면...당신들한텐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겠어. 그런데 그런 방법이 있을까?
지연 : (저 사람한텐 이게 재밌나? 하는 반감)
준성 : (그런 영호를 물끄러미 본다 손에 점퍼를 쥔다)
준성, 뒷짐을 쥐고 천천히 영호에게 다가간다.
영호, 자기에게 다가오는 그림자를 느끼고 얼굴을 들어보면,
준성, 영호의 팔을 갑자기 뒤로 확 젖히고 비명을 지르는 영호.
지연, 놀라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는..
준성, 영호와 격투 끝에 영호의 다른 손도 뒤로 돌려 그 옷으로 묶는다.
지연, 다가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소리만 지르다가 달려들려고 하면,
준성 : (지연을 향해) 다치기 싫으면 거기 그대로 있어!
지연 : (놀라 굳은 듯 서 있고)
영호 : 뭐 하는 짓이야!! 이거 안 놔? (바둥거리는)
준성 : (옷으로 영호의 손을 꽁꽁 묶고 일어나 영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다, 그리고 티셔츠를 또 벗어 러닝만 입은 채
그 티셔츠로 영호의 발도 묶는다)
영호 : (코피가 흐르고 준성을 노려보며) 도대체 왜 이래.
준성 : 가만히 생각해보니까...당신은 같이 나가면 안 되겠어.
영호 : 뭐?
준성 : (영호의 주머니를 뒤지며) 당신이랑 손잡고 나가면 난 바로 감옥으로 직행이잖아.
그럴 순 없어.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다구. (차키를 찾는)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영호 : (싸늘하게 보기만) 니 맘대로 될 것 같아?
준성 : (일어서서 영호를 보다가 발로 찬다, 푹 쓰러지는 영호)
쓰러진 영호, 코피를 흘리며 노려보면, 준성, 완강히 거부하며 비명을 지르는 지연을 끌고 차에 태운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준성. 지연, 공포에 질려 소리만 지르는 지연.
준성 차를 운전해서 간다.
영호, 떠나는 차를 보고 발버둥을 치며 마구 소리를 지른다.
28. 차 안
거칠게 차를 운전하고 가는 준성. 지연, 옆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핸들을 잡고 돌리는 바람에 비틀거리는 차.
준성, 차를 끽 세운다.
준성 : 미쳤어?
지연 : 너야 말로 미쳤어? 도대체 왜 이래? 그 기자는 어쩌구!!
준성 : (시선 피하며) 그 사람 말을 어떻게 믿어.
지연 : (기막힌) 뭐?
준성 : 그냥..우리 둘이 가. (보며) 우리 둘만 가자구!
지연 : 내가 왜 너랑 같이 가?
준성 : 어차피 확률은 반반이야. (보며) 그래서 넌 되고, 그 놈은 안돼.
지연 : 뭐?
준성 : (앞만 보는) 재수 좋게 2005년으로 가면 너랑 나... 둘 다 사는거구
지연 : !! (기막힌) 재수 없게 다른 곳으로 가면... 너만 사는 거구?
준성 : (지연을 못 보는)
지연 : 너 지금까지 그 생각했니? (기막혀 보기만) 너 정말
지연,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가 마구 달린다. 준성도 놀라 얼른 문을 열고 나가 지연을 뒤쫓는다.
29. 터널 안
영호, 앉아서 매듭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써서 손을 버둥거리고 있다. 점점 헐거워지는 매듭.
영호, 드디어 손의 매듭을 다 풀고, 발의 매듭도 푼다.
벌떡 일어나 둘러보다가 텅 비어있는 터널을 보며 암담한 듯..풀썩 주저앉는다.
그러다 바닥에 떨어진 준성의 옷을 노려보다가...그 옷들을 주먹으로 꽉 쥐고 코피를 훔친 후,
준성이 몰고 간 차가 간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다가 점점 빨라지는 걸음, 영호, 마구 달린다.
30. 터널 안
마구 달리는 지연, 얼마 못 가 준성에게 잡힌다. 발버둥치는 지연.
준성, 지연의 버둥거림에 얼굴도 맞고 하다가.. 지연을 벽에 밀어붙이고, 양손으로 지연의 양손목을 잡는다.
준성 : (버럭)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지연 : (노려보는) 그럼 누가 시켰니!
준성 : (충격 받은, 더 버럭) 그럼 어떡해, 그럼 날더러 어떡하란 말야!!
지연 : 그걸 나한테 왜 물어? 그냥 니 맘대로 해. 넌 어디로 가든 살아있는 거 확실하잖아. 하지만 난 아니야.
니가 좋아하는 확률로, 난 나가도 살 확률이 삼분의 일밖에 안돼. 그것도 너 때문에!! 이 살인자야!!
준성 : (부들부들 떨며 보는)
그 때 날카롭게 터널 안을 울리는 비상벨 소리.
놀라는 지연과 준성, 어디서 나는 소린지 몰라 당황하는데,
그 때 갑자기 준성과 지연에게 뿌려지는 소화기의 흰 가루.
비상벨이 요란하고, 하얀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지연의 비명소리와, 준성의 악! 소리가 들린다.
31. <시간 경과>
하얀 가루가 다 걷히자...흰 가루로 범벅이 된 준성이 준성의 옷으로 영호처럼 묶여서 바닥에 엎드려 있고,
지연, 그 옆에서..어쩔 줄 모르고 있으면.. 차 본네트에 앉아 숨을 몰아쉬고 있는 영호 보인다.
영호,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지 벌떡 일어나 준성에게 걸어와 마구 발로 찬다.
영호 : 나쁜 새끼. 니가 감히 날 조롱해? 니까짓 게 날 어떻게 해보겠다구? 어디 해 봐. 어디 해 보라구 이 새끼야!!
마지막 한방에 준성의 오른팔이 다치는... 악! 소리.
보다못한 지연, 몸으로 준성을 막으며,
지연 : 이제 그만 해요. (영호가 무섭다)
영호 : (기막힌) 뭐?
지연 : 당신한테 돌아가려고 했어. 저 사람도 잠깐 돌았던 것뿐이야.
영호 : (싸늘해지며) 너 이 놈이 어떤 놈인지 몰라서 그래? 그 새 둘이 정분이라도 난 건가?
지연 : ?
영호 : (지연의 앞에 앉아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역시 당신은 모든 게 참 쉽네. 너무 쉬워..나가면 둘이서 살림이라도 차리겠어.
지연 : (모멸감이 어린 눈으로 노려보며) 아저씨, 왜 이래. 나한테 왜 이래?
영호 : (지연을 보다가 정신이 든 듯 준성에게 다가가) 그러니까...내가 무서워서..날 버리고 갈 생각을 하셨다?
준성 : (고개 숙이고) 미..미안해..
영호 : (노려보며) 미안하다는 말..그것도 습관이야.
준성 : ....
영호 : 차라리 니가 연쇄살인범이 아니라고 날 설득해보지 그랬어. 널 믿어달라고 나한테 애원할 수도 있었잖아.
준성 : !! (놀라보면)
지연 : (보면)
영호 : 그랬다면 널 믿어줄 수도 있었는데....
준성 : 그..그럼...믿어 주는 거야?
영호 : (보는, 싸늘한)
준성 : 대답해. 내가 연쇄살인범이 아니란 걸 믿어주는 거야?
영호 : 염치가 없군. 니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해 봐.
준성 : (절망으로 보는) 제발, 날 믿어 줘. 제발....난 아니야, 정말 아니야..
지연 : (뭔가 느낌이 혼란스럽다)
영호 : (보다가) 좋아. 한 번 믿어주지.
준성 : 그, 그럼...나가면 날 도와줄 거야? 당신 기자잖아. 충분히 날 도와줄 수 있잖아!
영호 : (야릇한 미소로 보는)
지연 : (정색) 정말 이 사람 데려갈 거야?
영호 : (보는) 왜? 그러면 안 돼?
지연 : 지금 장난해? 이 사람이 날 죽였다며!! 아저씨가 그랬잖아! 아저씨가 다 보여줬잖아! 그런데 어떻게....
영호 : (보는)
지연 : (준성을 노려보며) 아무튼 난 이 사람하고는 같이 안 가. 이 사람은 여기 두고 가.
영호 : (싸늘한) 그런 건 내가 결정해.
지연 : !! (보면)
영호 : (의미심장하게 준성을 보며) 난 이 사람을 꼭 데려가야 해. 그게 싫으면 니가 남든가.
준성 : (영호의 느낌이 묘한)
지연, 그런 영호를 보다가 땅바닥의 모래시계로 시선. 지연, 얼른 모래시계를 들고 영호에게 보이면서...
지연 : (모래시계를 들고 보이며) 이 사람 데려가면 이거 부셔버릴거야. 이 시계가 없다면 당신도 여길 못 나갈 걸?
영호 : (노려보는)
지연 : (노려보는)
영호 : (보다가 피식) 왜 내가 부셔줄까?
지연 : !!
영호 : 베토벤 좋아하나? 9번 합창교향곡. 51년도 바이로이트 실황은 74분. 합창소리가 이 터널에 9번 울려퍼지면 11시간 6분.
10번째 54분이 되면 12시간쯤 되지 않을까?
지연 : !!!!
영호 : (미소)
지연,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표정으로...영호를 노려보고, 영호, 준성을 일으켜 세우는데....
그 때 영호의 목에서 빛나는 목걸이가 출렁인다. 보면, 십자가 목걸이. 그 반지에 시선이 고정되는 준성.
영호의 움직임에 따라 목걸이가 출렁이면서 뒷면에 이니셜 J가 언뜻 보이는.
준성, 크게 놀라서 영호를 본다.
영호, 모른 채 준성을 뒷좌석에 밀어 넣고 문을 닫는다.
32. 차 안
지연의 손에 있는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고 있다. (거의 다 떨어진)
말없이 앉아있는 영호와 준성. 조수석의 지연. 긴장감이 흐른다.
영호, 시디를 트는, 정적 속에..음악이 흐르고...
영호 : (두 사람을 보면서) 두 사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나 해. 나도 행운을 빌어줄 테니까.
지연, 준성 : (그런 영호를 보는)
출발하는 영호의 차.
세 사람의 시야 앞으로 터널이 쭉 뻗어있고, 그 터널을 달리는 영호의 차. 점점 빨라지는 속도.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차. 오렌지 색 불빛들이 빠르게 스치면서..그 위로..
E) 여러 대의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들만. 부웅~~ 울리는 소음들이 점점 커져가면서,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며 화면으로 달려드는 차. (영호의 차가 아니다)
보면, 터널에서 나오는 차들의 행렬. 카메라 점점 멀어지면서 일상적인 도로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점점 하늘로 올라가는 카메라. 진공상태 같은 느낌의 하늘.
영호 : (E) 그게 다 강준성 그 놈이 노린 거예요.
33. 경찰서 안 (2007)
이형사의 책상 앞에 풀어진 자세로 앉아 수첩을 꺼내 끄적이고 있는 영호.
영호 : 지금껏 그놈이 경찰을 가지고 놀았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수사하겠다뇨. 말려들지 마세요.
이형사 : 아니야, 너무 성급하게 연쇄살인으로 밀어붙였던 것 같아서 찜찜하다구. 내 생각엔 분명히 공범이 있거나 아니면....
별개의 다른 사건일 수도 있어. 근데 자네는 왜 재수사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발끈해?
영호 : (당황) 제가 언제요? 괜히 할 말 없으시니깐.
이형사 : 얼굴은 또 왜 그 모양이야? 누구랑 싸웠어?
영호 : (얼굴을 만지며) 얼굴이요?...(수첩을 덮고 일어나며)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나가는)
영호, 나가다 초조한 표정으로 잠깐 멈췄다 나간다.
34. 굴다리 (터널이미지)
노숙자들 무리가 자고 있는 곳.
강준성의 기사가 실린 신문지를 덮고 자고 있는 준성, 누군가 건드리면 곧 부스스 일어난다.
습관처럼 사방을 경계한 뒤 덮고 있던 신문을 다시 읽는 준성의 얼굴에 절망이 가득하다.
35. 거리
초췌한 몰골로 거리를 쏘다니는 준성. 거리엔 여전히 연쇄살인범 강준성에 대한 신문들로 넘쳐난다.
신호등 밑에 선 준성.
매점 주인이 그런 준성을 흘낏거린다. 보면, 매점 뒷부분에 현상 몽타쥬가 보이는데, 준성의 사진이 보인다.
준성, 느낌이 이상해서 얼굴을 들다가 매점 주인과 눈이 마주친다.
얼른 시선 피하는 주인, 준성, 눈치 채고 허겁지겁 그 자리를 도망친다.
36. 영호의 아파트 안
컴퓨터를 켜고, 냉장고로 가서...과일을 꺼낸다. 깎아져서 조각조각 썰어져 있는 사과 하나에 과도가 콕 찍힌다. (2씬의 과도)
보면, 영호, 칼로 사과를 찍어 먹으며 컴퓨터를 보다가 연필을 들고, 수첩을 펼치는 보는 영호. 수첩을 넘기다... 뭔가를 발견한다.
수첩 안에 지연이 준 대본을 찢은 종이에 적힌 메모가 보인다.
영호,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갸우뚱거리는.
영호, 지연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버린다.
37. 여관 안
벽에 기대 술을 마시고 있는 준성.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다.
방바닥엔 소주병이 즐비하고..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던 준성.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낸다. 보면 영호가 준 메모지다. (1년이 지나 색이 약간 바랜)
준성. 그 쪽지를 물끄러미 보더니 술을 계속 마신다.
38. 영호의 아파트 안
-샤워중인 영호.
-거실에 핸드폰 불이 들어온다.
준성 : (e) 김영호기자님? 나 강준성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내 기사를 누구보다 먼저 보도하니까 내가 누군지 잘 알겠지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당신 이름하고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내 주머니에 있드라구요. 그게 왜, 어떻게 나한테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요, 왠지 버리기가 싫었어요. 아마 오늘을 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웃는)
-영호, 샤워를 끝마치고 거울을 보며 수건으로 머리를 닦는다. 거울 안에 비치는 영호의 얼굴.
준성 : (e) 근데 내가 왜 전화를 했냐구요? (쓰게 웃는) 그냥...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누가 좀 들어줬으면 하는 말이 있어서요.
그러니까 김기자님이 좀 들어 주세요~~(울음을 참는) 김기자님, 난...아닙니다. 난 연쇄살인범이 아니에요. 정말 아닙니다.
믿어주세요. 제발 당신만이라도 믿어주세요..난 정말 연쇄살인범이 아닙니다....(울음 섞인) (e)
39. 여관 안
준성..바닥에 누워 서서히 눈을 감는다.
신문지 위에 떨어져 있는 면도칼로 피가 번진다. 완전히 면도칼을 덮는 피.
40. 영호의 아파트 거실
영호, 핸드폰을 듣고 있다가 놀란 표정으로 핸드폰을 끊는다.
영호 : (놀란) 강준성? (뭔가 이상한, 전화를 하는) 여보세요. (놀란) 여관이요? 위치가 어디죠?
41. 42씬의 여관 <시간 경과>
플래쉬가 팡 터지며.. 경찰들과 감식반이 방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준성의 시체를 뒤지던 감식반.. 준성의 손을 보고..뭔가 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보면 종이가 접혀있는데...
힘을 써서 억지로 펼쳐보면.., 영호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다.
42. 신문사
영호, 곰곰이 생각에 빠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로 걸어오는데, 그 앞을 막는 이형사.
영호 : 이형사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이형사 : (보다가) 김기자, 경찰서로 좀 같이 가야겠어.
43. 경찰서 취조실 (시간 경과)
영호, 이형사에게 취조를 받고 있다. 탁자 앞에 준성의 사진이 놓여있다.
영호 : (사진을 탁 치며) 정말 모르는 사이라구요. 내가 연쇄살인범하고 어떻게 알겠어요!
이형사 : 근데, 강준성이 왜 자네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어?
영호 : 몰라요. 정말 몰라요. 나도 궁금하다니까요!
이형사 : (보다가 메모 사진을 보여주며) 필적감정 결과...당신 글씨로 판명났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영호 : (멍하니 보는, 자기 글씨체다, 당혹....어이없는..이게 무슨 일인가) 그럴리가....말도 안 돼요.
난 그 사람 만난 적도 없다구요!
이형사 : 이봐. 김기자. 우리 좋게 좋게 하자구. 어?
영호 : (당황하는) 그래요 난 기잡니다. 거짓말 할 이유가 없잖아요. 이형사님, 난 정말 모르는 일이예요..
이형사 : (의심의 눈으로 보다가) 강준성이 정말 자살했다고 생각해?
영호 : 무슨 뜻입니까? (기막혀 보다가) 지금...절 의심하는 겁니까?
이형사 : 핸드폰 보니까 자네랑 강준성, 서로 전화까지 오갔던데? 근데 강준성이가 있는 여관을 알면서도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잠시 사이, 갑자기) 자네가 강준성 죽였지!
영호 : !! 아닙니다! 내가 갔을 땐 이미 죽어있었어요! (아차, 당황하는)
형사 : (보다가) 모르는 사이라면서 여관엔 왜 갔어?
영호 : 그건...
이형사 : 김기자, 생각해보면 자네는 지나치게 강준성이 범행에 대해 정보가 많았어.
영호 : 이형사님. 무슨 말을 하시고 싶은 겁니까?
이형사 : 둘이 공범이지?
당황하고 놀란 영호. 충격에 휩싸여..그렇게 멍하니..있는데..
이형사 : 강준성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한 거지!
영호, 갑자기 공포에 질린 얼굴로 벌떡 일어나며..소리 지른다.
영호 : 아닙니다! 절대 아니라구요!!
그 때 어떤 형사가 다급하게 들어와,
형사2 : 김형사님, 김영호 집 쓰레기통에서 이게 발견됐습니다.
형사 : 뭔데? (받아서 보면)
인서트 / 지연이 적은 메모 “지여니 전화번호~ ,011-%%%-***, 기자님, 꼭 연락 주세요. 기다릴게요.”
형사2 : 확인해 보니까...연쇄살인 첫 번째 희생자 한지연 전화번호던데요.
이형사 : (놀라 영호를 보면)
형사2 : 그리고 (비닐에 들어있는 2씬의 과도)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모양이 흡사합니다.
이형사 : (받아 들고 영호를 보며) 김기자.
영호 : (놀라 보는)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니야.. (절규하듯) 난 아니야!!
영호가 발악하며 버둥거리는 모습에서 암전.
44. 지연의 오피스텔 거실
1씬과 연결 터널 안의 모래시계, 대본이 바닥에 흩어져 있고, 바닥에 피 묻은 칼이 떨어져 있고,
바닥에 흥건한 핏자국과 쓰러져 있는 지연의 실루엣,
그 옆에 우뚝 서 있는 키티 슬리퍼를 신은 남자의 발. 피 묻은 칼을 드는 남자의 손. 지연의 손가락에 감긴 목걸이가 보인다.
그 십자가 목걸이를 집는 영호. 주머니에 넣는다.
쓰러져 있는 지연이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잡고 일어난다.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함께 손을 보면...피가 범벅인...
지연...부들부들 떨다가...문득 옆을 보면...
어둠 속에 서 있는 키티 슬리퍼를 신은 남자. 카메라 서서히 올라가 보면 피에 묻은 칼을 유심히 보고 있는 영호다.
지연, 놀라 소리도 못 지르고..뒤로 주춤주춤 물러가는....
지연 : 당...당...당신은....당신이 왜...
영호, 차갑게 노려보며....
영호 : 나 말고도..널 노리는 사람이 있었던 거야? (화난 표정) (칼을 유심히 살피다) 어떤 놈이 감히...어떤 놈이 감히!!
(지연을 노려보며) 그러게...그렇게 함부로 남자를 끌어들이면 안 돼지. (지연에게 점점 다가가는)
지연 : 살...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영호 : (싸늘한 눈으로 약간 비웃음을 지으며) 난 너 같은 애들이 정말 싫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가장 손쉽게 사는 여자들이
제일 싫다구.
지연 : (얼굴이 하얘지며...공포에 질리는) 살...살...려...
화면에 핏물이 튀면서...쓰러진 지연. (동영상의 사진 포즈)
피가 흐르고...그 모습을 바라보던 영호. 천천히 고개를 들고,
45. 터널 외경
일그러진 영호의 얼굴이 터널의 라이트와 합성되며 긴 터널의 모습이 끝없이 이어진다.
46. 에필로그 (2006년)
-출입증을 끊고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는 영호.
그 때 방송국에서 나오던 지연과 부딪힌다. 청초한 모습. 대본이 떨어진다. (대본 한 귀퉁이가 찢어져있는)
그런 지연에게 넋이 나가는 영호.
-가라오케 영호, 지연이 노래 부르는 가라오케에 와 앉는다. (cf미팅) 지연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때 지나가던 광고주 김기자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한다. 기자라는 말에 시선이 가는 지연.
잠시 후, 지연이 교태스러운 얼굴로 영호에게 다가온다. 영호, 당황해서 보고만 있는데,
지연, 영호의 옆자리에 앉아,
지연 : 기자님이시라면서요?
영호 : (당황)
지연 : (영호의 팔짱을 끼며) 저기...기자님이시면...연예부 기자도 아시겠네요?
영호 : 왜요?
지연 : 아니...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요. 제가 언제 저녁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은데...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영호의 손에 쥐어준다)
영호 : (지연을 경멸스럽게 보는, 상처받았다)
지연의 활짝 웃는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