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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미니][보스를 지켜라] 권기영 - 시놉시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3.10.16|조회수1,336 목록 댓글 0

[보스를 지켜라] 권기영 - 시놉시스 

 

 

 

 

 

 

 


           SBS 수목 미니시리즈

           마지막 여비서 (가제)
                
 
 

                            기획  최문석
                            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
                            제작  에이스토리 

 


1. 드라마 개요

   ▸ 제   목     <마지막 여비서> 가제
   ▸ 형   식     70분물 16부작 SBS 수목 미니시리즈
   ▸ 장   르     로맨틱 코미디
   ▸ 극   본     권  기  영  <사랑에 미치다>  드라마시티 <벗이면 보인다> <나의 그녀이야기> <미친남자 강성만> 
   ▸ 연   출     손  정  현  <파리의 연인> <사랑에 미치다> <천사의 유혹> <조강지처클럽>
   ▸ 방   영     2011년 8월 초 방송 예정
    
2. 기획포인트

“보스를 모시는 비서” 에서 “비서를 모시는 보스”
관계의 역전에 역전을 하며 벌어지는
달콤 살벌 유쾌한 “밀땅 로코” 불량재벌 길들이기


▸ 비서실, 익숙하지만 낯선 그곳을 ‘제대로’ 들여다 보다.
     클린턴과의 스캔들로 유명한 르윈스키부터 잭웰치의 비밀병기라 불리는 배더우스키까지.
      허드렛일부터, 킹메이커 역할까지 해내는 비서들의 삶을 엿보다.

▸ 각양각색의 오월동주의 난.
     어제까진 적이었다가, 오늘은 동지로.. 내일은 또 적으로..
      필요에 의해 보스는 보스들대로 비서는 비서들대로 뭉쳤다 헤쳤다!
    
      스펙에 취업난에 살벌한 조직 생활에 울고 웃는
      이 땅의 청춘들을 향한 따스하고 유쾌한 위로!

 

3. 등장인물

차지헌 (남 30대 초반)

C그룹 경영전략 1팀 팀장 겸 본부장. C 그룹 오너 차회장의 아들.

재계 순위 10위권 내의 대기업 자제. 먹어주는 명함. 번듯한 외모와 빼어난 패션 감각이야 말하면 입 아프고, 여자들의 로망인 긴 손가락과 (얼핏 보면) 우수어린 눈빛으로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까지 해내는 그.
이쯤 되면 딸 가진 정재계 인사들에게 신랑감 1순위로 뽑힐 듯도 한데, 전혀!
겉만 최상품 속은 하자투성이 불량품으로 판명난지 오래다.
아버지 차회장이 바라는 아들상과 정확히 정반대 노선을 걷고 있는 그는, 제대로 놀고먹는 날라리 경영인이다. 온갖 이유로 지각, 조퇴, 결근을 골고루 하며 어쩌다 출근하면 미간 잔뜩 구긴 채 밀린 결재 서류 놓고 고뇌한다. 이번엔 무슨 핑계로 땡땡이를 친다..? 그렇게 지헌이 회사 업무에 관심이 있건 말건 회사는 쌩쌩 잘 돌아간다. 애초에 그의 결재 사인은 쇼에 불과한 것. 그의 사무실은 회사 경영과 거의 무관한, 외딴 섬과 같은 곳이다.
당연히 부친 차회장은 물론 임직원의 신망, 전혀 없다. 외모 지상주의 여직원 몇몇을 제외하곤. 그의 앞에선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면 업데이트 된 새 루머를 교환하느라 바쁜 직원들. 아이비리그도 울타리 둘러주고 들어갔다더라. 누구랑 스캔들이 어쨌더라. 아니, 게이라더라. 차회장이 이번에야말로 호적에서 파버린다더라. 당연히 언론 및 증권가 찌라시도 화려하게 장식한다. 경영, 경제, 인물난보단 사건 사고나 가쉽란이 그의 단골로, 주가 떨어뜨리는 일등공신이자 C 그룹 엑스맨.
처세술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똑같은 말도 참 밉게 하고, 좀 유들유들하면 좋으련만 빳빳하기 이를 때 없고, 뻑하면 똥고집에 똥폼에, 싫어하는 것, 가리는 것 투성 인지라 가는 곳마다 트러블만 일으키는 그. 당연히 그가 믿고 그를 믿는 심복 하나 없다. 못견디고 뛰쳐나간 비서가 수십명이네, 아니 지난달부로 백명을 찍었네, 오늘도 직원들은 수근댄다.
그는 이 모든 소문에 초연한 듯하다. 흥, 콧방귀 뀌는 시늉도 않는다. 그러나 그러는 ‘척’하는 것일 뿐, 실상 그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소문에 소머즈처럼 귀를 기울이고, 모든 말에 상처받고 속으로 울부짖는 소심한 영혼이다. 아니, 소심한 ‘어린’ 영혼이다.

여섯 살이던가, 아니 일곱 살이던가, 기억도 잘 안난다. 엄마가 집을 나가던 그 날, 그저 울고 또 울었던 기억만 난다. 이어진 아버지의 호통. 닥치지 않으면 너도 쫓아낼 거라고!
기억은 성장하면서 반복, 확대되어 새삼 새로운 상처가 됐다. 무서웠고 외로웠고 비겁했던 자신. 엄마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미치도록 싫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두려워하며 자란 지헌. 방금까지 알던 것도 부친의 앞에만 서면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와는 달리 잘난 형과 잘난 사촌 무원 덕에 더더욱 초라해진 그는, 자라는 내내 열등감과 싸워야만 했다. 사촌 무원과는 지금도 얼굴만 맞대면 서로를 긁어대는 앙숙이지만 형만은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그런데 형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펑크 낸 미팅을 대신하러 가던 길이었다. 형의 죽음은 그에게 부채의식으로 남아있다. 살아야할 사람이 죽고, 불필요한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자책. 아버지의 차가운 눈빛을 볼 때마다, 책망 받는 것만 같다. 왜 니가 살아남은 거냐고.
그 후부터였던 것 같다. 쓸모없는 놈답게 부러 대충대충 살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까칠하고 공격적인 것도, 두려워서다. 떠나버릴까 봐. 엄마처럼 형처럼 그리고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 나윤처럼...

여튼 그렇게 액스맨답게 철없이 지내던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난다. 그 여자와 얽힌 사건이 크게 비화되고, 아버지 차회장과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생각만 해도 이가 바득바득 갈린다. 그런데 그 여자, 노은설이 자신의 비서로 들어오다니!
확 잘라버릴까 했으나, 아니, 마음 바꿔먹고 쪼잔하게 복수를 감행한다. 한껏 괴롭히다 제 발로 나가게 해야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가 니가 진정한 악마의 본좌다, 자리를 내줄 정도로 은설을 괴롭히고 괴롭히는데.
이 여자, 독종이다. 버텨낸다. 하여 복수의 강도를 높인다. 헌데 또 버텨낸다.
문득 의아해진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기껏 이따위 월급 받겠다고, 파견직 비서 자리에 목숨을 거는 걸까. 왜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거지, 도대체 왜? 그렇게 물음표가 하나하나 늘어가며 그는 결국 은설에게 지고 만다. 아니, 져주고 만다.

그렇게 은설은 그의 진짜 비서가 되어갔다. 그런데 슬슬 이 여자, 간섭을 해대기 시작한다. 인생 뭐 있어? 설렁설렁인 그의 삶의 철학을 바꿔 놓으려한다, 감히. 보사부일체도 몰라, 이 여자야?!
모른다, 이 여자. 하여 보스인 지헌과 비서인 은설, 누가 보스이고 누가 비서인지 헷갈리게 연일 전쟁을 치르고, 그는 있는지도 몰랐던 삶에의 전투력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본인은 결코 인정하지 않지만, 잉여 인간 같던 그의 행보는 부친 차회장을 향한 외침이었는지도 모른다. 제발 나를 봐주세요, 아버지... 정신적 성장이 멈춰버린 소년의 간절한 그 외침이 은설을 통해 뒤늦게 비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설은 그의 119가 되어있다. 모닝콜부터 시작해서 아침을 빵으로 할까 밥으로 할까, 빨간 타이를 맬까 파란 타이를 맬까, 차 키가 오른쪽 주머니에 들었나 왼쪽 주머니에 들었나, 심지어 스토커 같은 여자들 정리까지, 뻑하면 호출해댄다. “노은설!”
그러다 문득 거슬려온다. 무원을 향한 은설의 미소가. 나를 때할 때와는 사뭇 다른 ‘저따위 여자 같은 웃음’이라니. 무원이 은설에게 캔콜라를 건네주면 질세라 1.5리터 콜라를 홱 던져주는데, 그에겐 도통 그런 미소를 지어줄 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의 질투가 어떤 감정인지도 채 깨닫기도 전에, 자신이 은설에게 얼마나 길들여졌는지도 깨닫기 전에, 나윤이 귀국하며 그를 어지럽힌다. 사랑을 버리고 자유를 찾아 떠났던 그녀가 훌쩍 들어와 다시 사랑하자 흔들어댄다.

그러나 그의 마음엔 이미 은설이 들어와 있다.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쉽사리 자신의 마음 혹은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또 드러내지 못하지만, 나윤과 무원이 흔들어댈수록, 은설과의 관계가 위태로워질수록 지헌의 마음은 점점 단단해져간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 물론 그렇다고 성깔이나 똥고집, 똥폼 등이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이것도 싫고 저것도 맘에 안든다며 까탈이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 어딘가에서부터 조금씩 변화하는 그. 이유는 단 하나. 세상 오로지 한 여자에게 인정받고 한 여자를 기쁘게 해주고픈 소망.
그렇게 지헌,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가는데.

노은설 (여 20대 후반)

지헌이 갈아치운 비서가 백명을 찍었다는 소문이 나돌 때, 믿거나 말거나 백번째 면접을 찍고 있는 여자가 있으니, 바로 노은설이다.
삼류대 출신. 취업비관 자살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내 얘기인 것만 같은 대표청년실업자. 한 때 ‘발산동 노전설’이라 불리던, 살짝 놀던(?) 여자. 여리여리한 외모 안에 단단한 골밀도와 깡다구, 무공을 감추고 있는 여자. 잠깐, 무공? 그러니까 영춘권, 태극권 뭐 이런..? 영화속 양자위, 장쯔이가 하던 그 무술..?!
맞다, 그 무공이다. 은설 나이 다섯 살 때이다.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패배자로 살던 홀아비 은설부, 노봉만이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다 때려 치고 산으로 들어가 버리겠다! 도무지 결단력, 추진력이라곤 없던 은설부가 이때만은 이상한 호기에 입산을 감행한 뒤, 어릴 때 꿈이었던 무공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칭(!) 무림고수인 부친 봉만 덕에 은설은 졸지에 무림 고수의 딸, 아니 본인이 무림고수가 되어간다.
몇 시간 거리의 읍내 학교를 걸어 다니며, 자연을 스승삼아 생존 전문가로 거듭나며, 아침저녁 아버지 노봉만과 무공과 도를 쌓으며 산 세월이 13년. 은설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독립을 결심한다.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겠다며, 세상 속에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겠다며, 은설은 아버지 노봉만과 한판 치열한 대련 후에 하산한다.
은설은 꿈에 부풀었다. 또래처럼 평범하게 친구들과 수다 떨고 연예인도 좋아해보며 마냥 달달할 줄만 알았던 평범한 생활.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시골 학교에 다니며 독학 수준으로 한 공부 정도로 서울 아이들을 따라가는 건 너무도 벅찬 일이었고, 시골에서 올라온 은설을 상대해주기엔 서울 아이들은 너무 세련되거나 공부에 너무 바빴다. 은설을 눈여겨 본 건 발산동 여짱 이명란. 고수를 알아본 명란과 의도치 않게 한판 붙고 그 후 서로 배짱이 맞아 절친이 되고 그 얼마 후, 학교 짱끼리 폭력사태에 가담한 명란을 구출하러 갔다가 본의 아니게 결코 다신 쓰지 않으려던 무공을 살짝 발휘, 그날로 발산동 노전설로 거듭나게 된다. 졸지에 노는 애가 되어버린 게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여고 일년을 보내고 간신히 삼류대학에 진학. 은설은 누구보다 평범하게 산다. 대한민국 청년의 평범함이란 뭔가. 남들처럼 스펙, 스펙, 스펙을 쌓아서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이다. 고학점, 토익토플, 잡다한 자격증들을 취득하기 위해 도서관에 코를 박고 있는 은설은 더 이상 무림고수가 아니라 삶에 찌든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생존을 위해 안해 본 알바가 없다. 편의점, 찜질방, 이삿짐 센터, 건물 청소, 가사 도우미, 나래이터 모델, 각종 판매, 놀이공원 알바, 방청객 알바, 배달, 애견 산책, 물류센터, 전화 상담... 끝도 없다. 이때의 노하우, 인맥들이 훗날 그녀만의 인적 네트워크가 된다. 이건 순전히 상상력 덕이다. 뻑하면 공상의 나래를 피며 힘든 현실도 낙천적으로 이겨내 주변을 유쾌하게 만드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해 역지사지가 특기인 그녀. 자연스레 측은지심 발동해 이 사람 저 사람 사정 봐주다 손해를 보곤 하지만 나중에 그 손해가 이자 붙어 큰 보답으로 돌아온다. 위기의 순간마다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자산들이다.

여튼 그렇게 나름 성실한 대학생활을 보내며 그녀는 ‘먹고 사는 것의 숭고함’을 깨닫고 더더욱 취업에 열을 올리게 된다. 비록 학교는 딸리지만 능력도 딸리는 건 아니다! 자신감 갖고 도전하지만 결과는 늘 불합격. 어디는 스펙이 모자라서, 어디는 스펙이 넘쳐서. 그러나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그녀, 오늘도 평범하고 단아한 차림새와 산뜻한 미소로 면접에 나선다.
그리고 드디어 취직을 한다, 것도 무지무지 큰 빌딩에. 비록 파견직 비서지만 C 그룹 본부장 비서가 된 은설은 설레고 설렌다. 내가 보좌할 본부장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이 아니었다. 악마였다. 매일 아침 그녀는 지옥으로 출근했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겠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정직원이 되리라 결심한 그녀와 지헌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그뿐 아니다. 승지 댁 사촌 강아지에게도 길을 비킨다고, 비서실 권력은 철저히 상사의 권력을 따라갔다. 그렇잖아도 스펙으로 무시 받는데, 힘없는 상사 땜에 더 무시 받는다. 그 중에서도 차무원 본부장의 비서인 양하영이 가장 강력한 적. 살벌한 말배틀을 치르며 스물스물 끓어오르는 ‘무공의 피’를 애써 누르곤 하는 은설.
그뿐 아니다. 지헌부 차회장이 지헌을 제대로 보좌 못하면 잘라버리겠다고 호통을 치기까지.
삼중고에 허덕이던 은설에게 유일한 오아시스는 바로 차무원 본부장.
은설을 입사시켜준 장본인이기도 한 무원은 지헌과 달라도 한참 다른 ‘제대로 된 인간’ 아니 ‘제대로 된 남자’다. 무원이 자신에게 왜 그토록 친절한지 미처 모른 채, 그녀는 무원만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눈이 반짝반짝해지며 시원찮은 내숭을 떨곤 한다.

그렇게 자신을 믿어준 무원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무엇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은설은 결심한다. 차지헌 이 인간을 진정 사람답게 만들리라.
그날부로 차지헌 조련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그러다보니 그녀가 먼저 공부해야할 게 산더미다. 바야흐로 샐러던트로서의 나날이 시작된다.
하루에도 수십번 끓어오르는 살기를 누르며, 하루가 멀다 하고 주도권을 쥐었다 뺏겼다를 반복하며 지헌과 더불어 성장해가는 은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조금씩 지헌에게 정이 들어가며 때때로 이 인간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다. 꽁꽁 숨겨진 이 남자의 아픔과 여린 영혼을 가만가만 쓸어주고 싶다. 급기야 아주 가끔은 꽤 괜찮은 사람(어쩌면 남자)처럼 보일 때도 있다.
드디어 스트레스가 뇌를 갉아먹은 것일까 고민될 즈음 서나윤이란 여자가 등장하며 지헌을, 그녀(만!)의 보스를 흔들어놓는다.
동시에 은설의 마음도 철컹 흔들린다. 뭐지, 이 기분은?

차무원 (남 30대 초반)

C그룹 경영전략 2팀 팀장 겸 본부장.
지헌과 사촌관계. 현재 오너인 차회장의 형수이자 C그룹 계열사 사장인 신숙희의 외아들.
2팀 본부장이지만 실질적으로 지헌의 1팀까지 전담하는 그룹 내 컨트롤 타워.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편이라 처세에 뛰어나고 언제 어디서나 젠틀함을 잃지 않는 재계의 프린스.
지헌이 사건사고 스캔들로 가쉽난을 오르내릴 때, 무원은 세 세대를 책임질 가장 파워풀한 젊은 경영인으로 경제면을 장식한다.
평가가 좀 과장된 면은 있으나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모친 신숙희에 의해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그룹 입성 후 단기간에 꽤 괄목한 성과를 올리며 차회장 및 임직원의 신임을 얻어가는 중이다. 그 덕에 증권가엔 차기 C그룹 CEO는 지헌이 아니라 무원일 거라는 추측이 떠돌고 있다.
물론 본인의 목표 역시 그룹 총괄 경영권이다. 이런 무원의 야망은 모친 신숙희 사장에게서 물려받은 것. 원래 C 그룹 회장 자리는 차남 차회장이 아니라 장남이었던 무원 부친의 몫이었다. 그러나 형을 몰아내고 경영권을 차지한 차회장 탓에 무원의 아버지는 그룹의 변방을 떠돌다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암이었으나 신숙희와 무원은 무원부의 죽음이 차회장 탓이라 여긴다. 그 후, 차회장과의 담판 끝에 신숙희는 남편의 계열사를 자신이 직접 맡아 경영하고 있다. 평생을 분과 한으로 살다간 남편을 대신해 경영에 매진한 신숙희는 제법 능력 있는 여성 CEO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분이 풀리지 않는 신숙희는 남편의 못다 이룬 야망을 아들 무원을 통해 이루려한다. 자신의 계열사가 아닌 모그룹에 부득불 무원을 입성시킨 이유도 그 탓. 그리고 그런 모친의 바람대로 무원은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다.

지헌의 비서로 은설을 뽑은 건 유능한 인재를 지헌 옆에 두고 싶지 않아서였다. 거기에 다른 이유가 또 있다면 호기심이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캐릭터인 은설이 재밌기도 했고, 또 이렇게 절박한 여자를 뽑아주면 자신에게 100% 충성할 거란 계산도 있었다. 은설을 정보원으로 활용, 혹시 있을지 모를 지헌의 물밑 행보를 체크할 심산이다.
물론 지헌에게 그런 치밀한 면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모든 게 자신보다 한수, 아니 한참 아래라고 여기며 무시한다. 덕분에 지헌과 마주칠 때마다 유치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곤 한다. 얼핏 들으면 현학적으로 포장된 말들이 오가는 듯하나, 내용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딱 초딩 수준.
그런 가운데서도 지헌에 대한 경계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는 건 육감 때문. 설명할 순 없으나 그의 본능은 경고한다. 지헌을 끝까지 주시하라고. 하여 지헌의 의미 없는 행동들을 과대해석하고 각종 대안을 모색하는 헛짓을 하곤 한다. 이게 그의 약점.

이렇듯 경영권 쟁탈을 위해 나름 철저히 준비하는 무원. 신숙희의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으로 조용히 지분을 늘여가고, 주주와 임원진을 제 편으로 만들어간다.
동시에 P그룹 장녀인 나윤과의 정략결혼을 추진한다. 훗날을 위해 P그룹의 힘이 필요하기도 했고, 지헌의 것이라면 뭐든 갖고 싶던 무원에게 한 때 지헌의 여자였던 나윤은 더더욱 탐이 나는 존재였다.
한국을 떠난 나윤이 유학생활에 힘겨워할 때, 그 빈틈을 헤집고 들어가 짧지만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 후, 합의하에 없던 일로 하자며 쿨하게 헤어졌으나 그대로 물러설 생각, 당연히 없다. 단지 때를 기다리는 것.

그리고 때가 왔다. 나윤이 귀국하자 모친 신숙희와 나윤의 모친인 황관장은 무원과 나윤의 결혼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자꾸만 은설이 눈에 들어오며 혼란스러워진다. 옳지 않은 목적으로 가까이한 여자였는데, 어느새 은설만 만나면 방패 없이 웃고 있는 자신을 깨닫는다. 비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편히 쉬는 쉼터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은설...
놓치고 싶지 않다. 결혼은 나윤과, 사랑은 은설과 하고 싶다면... 내가 너무 나쁜 놈인 걸까.

서나윤 (여 20대 후반)

P그룹 장녀. 국제변호사. 귀국 후 신숙희의 주선 하에 C그룹 고문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아름다운 여자. 세상 모두를 사랑하고 세상 모두에게서 사랑받을 것만 같은 완벽한 여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고급스런 차림새와 태도. 태어난 순간, 첫울음조차 우아하게 터뜨렸을 것만 여자. 그러면서도 일견 소탈한, 재벌가 딸 같지 않은 그녀.
이 모든 건 그녀의 철저한 노력 탓이다. 그녀의 자연스러움, 꾸미지 않은 듯한 내츄럴한 멋조차, 노력의 소산이다. 소탈함 역시 그러하다. 그녀는 완벽 강박증 환자다. 완벽하게 자연스럽기 위해, 오늘도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만의 하나 치맛단이 살짝이라도 튿어지거나, 스타킹 한 올이라도 나간다면? 상대가 예상치 못한 언행으로 그녀를 치고 들어온다면? 예를 들어 노은설 같은 여자가.
나윤은 그 순간 와장창 무너져버린다. 세상 그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을 것만 같던 그녀는 사라지고, 당당하고 조용한 자신감도 사라진 채, 우왕좌왕 흔들리는 그녀. 그럴 때야 비로소 진짜 사람 같고 어쩌면 더 사랑스럽다는 걸 그녀 본인은 모르고 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모친 황관장을 빼다 닮은 것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세팅해도 늘 결점을 찾아내며 완벽에 완벽을 추구하는 모친에게 숨막혀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모친을 꼭 닮아가던 그녀. 그렇기에 더더욱 모친으로부터의 탈출을, 자유를 꿈꿔왔다.

지헌과의 관계는 아주 오래 됐다. 농담처럼 배냇 약혼 얘기가 오가던 사이이기도 하다. 성장한 후 서로를 남녀로 느끼면서도 너무나 길었던 우정이 짐이 되어 친구 이상, 연인 이하로 지내던 두 사람. 나윤은 그런 지헌이 섭섭했다. 지헌이 한발짝 먼저 다가서길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치기 어린 자존심이었다. 어렸구나 싶어 피식 웃음도 난다. 그리고 이해한다. 지헌이 다가서지 못했던 건, 마음과는 달리 괜한 존심에 지헌을 밀어내는 척하던 자신 때문이었다. 여자 마음에 둔했던 지헌은 그녀의 그런 밀땅 싸움을 알아채지 못했고, 혹여나 그녀가 영영 떠나버릴까 두려워해서였던 것임을. 자신을 향한 지헌의 사랑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는 것을.

그렇게 어렸던 그때, 집안끼리 정략결혼 얘기가 슬슬 흘러나오자 오기가 발동했다. 이런 식의 불확실함을 견딜 수 없었고, 부모가 정해준 삶에 반발이 치솟았다. 뒤늦게 사춘기를 앓듯 자유에의 갈망으로 그녀는 폭탄선언을 한다.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살겠다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떠나던 날, 공항 출국장 앞에서 깨달았다. 어쩌면 이 모든 ‘쇼’는 지헌이 자신을 극적으로 잡아주길, 하여 그들의 관계가 급발전하길 바래서였는지도 모른다는 걸. 한마디로 그녀는 지헌을 시험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헌은 오지 않았다. 서럽고 괘씸했다. 한참 나중에야 지헌이 자신에게 달려오느라 중요한 비즈니스 테이블에 불참했고, 그런 지헌을 감싸주기 위해 대신 미팅 장소로 달려가던 지헌의 형이 사고를 당했음을, 그 소식을 들은 지헌은 발걸음을 돌려 죽어가던 형에게 달려갔었던 것임을 알게 됐다.

유학 생활은 힘들었다. 집안에선 원조를 끊어버렸다. 가난은 낭만이 아니라는 경고조차 낭만으로 여겼던 그녀는 생존의 공포를 깨닫게 된다. 자괴감과 외로움에 지쳤던 그때, 우연처럼 무원을 만난다. 무원과 짧지만 깊은 관계를 가졌던 건 외로워서였고 연락조차 없는 지헌에 대한 묘한 분노 때문이었다. 이내 서로 쿨하게 이런 일쯤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기자 합의하고 무원을 배웅하고 돌아서며, 짧은 외출 같던  반항을 접기로 한다. 그 후 집안의 원조로 남은 유학기간을 우아하게 보내고 국제변호사 타이틀을 달고 귀국한 그녀. 애초에 자신의 집안일(P그룹)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로펌 변호사 생활을 할 예정이었으나 신숙희의 제안으로 C그룹의 법무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마음 같아선 귀국하자마자 지헌에게 달려가고 싶었던 그녀가 주춤했던 건 혹시 지헌이 먼저 연락해주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또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지헌을 찾아갔다. 마치 어제 만났다 헤어진 친구를 만나듯 완벽한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채. 그러나 지헌은 냉랭했다. 워낙에 표현에 서툰 지헌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지독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지독해졌다. 지헌을 무원과 비교하며 잔인하게 찔러댔다.
나윤은 지헌을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 그 즈음 무원모 신숙희와 자신의 모친 황관장이 무원과 나윤의 정략 결혼을 추진 중이란 걸 알게 됐기 때문. 이미 차기 후계자에서 밀려났다는 지헌에 대한 업계의 평가. 간사하게도 몇 년 전만 해도 지헌과의 정략을 얘기하던 엄마가 이젠 그의 사촌인 무원과의 결혼을 추진한다. 나윤은 이 모든 게 참 웃기다. 저런 대접을 받는 지헌에게 화도 났다. 그래서 지헌을 몰아세웠다.

그런데 무원에 대한 이 감정은 또 뭐지? 지헌에 대한 감정이 아련한 그리움이라면, 무원을 향한 이 위태롭게 날선 감정은 뭘까? 케임브리지에서의 그 며칠이 남긴 찌꺼기인가? 그렇게 나윤은 지헌과 무헌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어장관리를 한다.
은설, 그런 나윤에게 엄지를 치켜든다. 진정한 어장관리 종결자라며.
나윤, 그런 은설을 디스하고 끌어낸다. 조기축구 선수가 왜 월드컵 경기장에서 뛰어? 그렇게 은설을 방출해내며 어머, 스스로에게 놀란다. 사람을 결코 조건 따위로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자부하던 그녀였기에. 그러나 이건 시작이다. 그녀의 놀라움은 끝이 없다. 질투가, 상한 자존심이 얼마나 무섭게 자신을 바꿔 가는지..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그녀에게 당황하고 만다.

양하영 (여 30대 초반)

차무원 본부장의 수석 비서. 명문대 출신의 진정한 사친서(사장님 친구 비서. 비서계의 엄친아란 뜻)로 모든 비서들의 적이자 로망. 그야말로 진짜 프로.
일어, 영어 기본에 중국어와 불어도 가벼운 생활언어 정도는 가능하다. 그럼에도 안주하지 않고 새벽마다 언어를 공부하고 경영 전반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업데이트를 한다.
자신의 일과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차를 끓이는 것과 같은 하찮은 일도 마다않고 프로처럼 해낸다. 무원에게 있어 비밀병기 같은 존재.
그녀의 롤 모델은 로잔 배더우스키와 (잭 웰치 길들이기의 저자로 잭 웰치의 비밀병기라 불리우는 비서)와 전성희 비서(현 대성의 수석비서. 명품비서라 불린다).
가방엔 노트북, 다이어리, USB, 명함 케이스, 메모 패드, 필기구, 인주, 경조사 봉투 10매, 미니어처 향수, 휴대용 로션, 핸드크림, 식염수, 구강청결제, 여행용 티슈, 물티슈, 일회용 반창고, 비상약, 라이터, 반짇고리, 무원과 자신의 여권, 휴대폰 충전기, 화장도구, 음주보조제, 미니 우산, 검은색 넥타이, 손수건, 치약, 칫솔 등등이 상시 구비되어 있다.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정리해 다니는지 은설은 신기해한다. 하영이 꼭 메어리 포핀스 같다.
그런 은설을 하영은 대놓고 경멸한다. 비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이런 인간 때문에 비서가 그저 비서실의 꽃이란 소리를 들으며 하대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원 앞에선 늘 철저히 친절한 하영. 그러나 은설 앞에선 가차 없는 독설가.
결국 꿈틀한 은설도 지지 않는 말빨로 부딪치고,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총칼없는 전쟁이다. 그러나 점차 하영의 능력을 인정하며 그런 하영을 닮고자 노력하는 은설. 아예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하영을 귀찮게 한다.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은설을 보며, 엉엉 울고 난 뒤에도 손님이 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서로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은설을 보며, 조금씩 달라지는 은설의 보스 지헌을 보며, 하영도 은설을 인정해 간다. 하여 자신의 노하우와 신념을 살짝 전해줄까 하는데, 무원과 가까이 지내는 은설을 보곤 이내 시베리아 벌판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하영에게 있어 유일한 약점이 바로 무원을 향한 감정. 프로답게 감추고 있지만, 그런 사감 자체가 프로로서의 실격인 거 같아 괴로워한다.
훗날 무원이 큰 어려움에 처하며 추락할 때, 끝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자기희생을 한다.

주희재 (남 30대 초반)

S대 경영학과 출신의 엘리트 청년 실업자.
은설과 명란의 옆집에 사는 연하 꽃돌이.
최고 학점, 훌륭한 스펙을 골고루 갖췄으나 면접 공포증 탓에 번번이 최종합격에서 떨어지곤 한다. 그렇다고 원하지 않는 곳에 취직할 마음은 없다. 프리터 생활로 생계를 유지하며 계속 취업 도전 중.
가끔 정치인들이 대학생들이여 대기업 말고 중소기업으로 가라! 할 때 코웃음 친다. 당신 자식들부터 솔선수범하라고 하지?
낯선 이들에겐 시니컬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겐 제법 애교도 부리는, 은설에겐 쓰담쓰담 해주고픈 귀여운 연하남.
은설이 지헌과 함께 공부를 시작할 때 실질적 스승이 되어준다. 그가 알고 있는 경영, 경제 전반에 관한 방대한 지식으로 은설이 SOS를 칠 때마다 은설의 위키피디아 역할을 해낸다. 지헌이 직접 SOS를 치면? 무시해버린다. 은설이 지헌의 참모라면 희재는 은설의 참모.
은설과 지헌 덕에 C그룹에 취직하나 결국 스스로 회사를 나온다. 조직 생활을 경험해 보고나서야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꿈을 찾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명란의 짝사랑을 받고 있으나 모른다. 알게 된 후에도 모른 척 한다. 모르고 싶다, 끝까지. 훗날, 지헌의 후원 하에 창업을 하고, 한국의 마크 주커버그를 꿈꾼다.

이명란 (남 20대 후반)

소싯적 발산, 화곡, 신월동을 주름잡던, 강서구 여자 짱.
고 2때 상경한 은설과 제대로 붙은 뒤 친구 먹고, 은설을 아주 잠시 놀던 세계로 인도했던 장본인. 현재는 여자 프로레슬러를 지향하는 꿈 많은 처녀.
딱 봐도 힘 좋네, 맷집 좋겠네, 그런 외모. 실제로도 힘 좋고 맷집도 좋지만, 좋아하는 남자 앞에선 수줍은 보통 처녀다. 그 수줍음을 숨기려고 괜히 까칠, 도도, 삐딱하게 구는 그녀는 진정한 차도녀이자 까도녀.
여자 프로레슬링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은 한국에서 레슬링만으로 사는 건 힘들기에 은설을 따라 취업전쟁에 뛰어들지만 실패만 한다. 대놓고 면전에서 외모 차별하고 놀려먹는 면접관들에게 그런 늬들 얼굴은 다 왜 그 모양이냐! 대추 같이 생긴 것들이! 한바탕 깽판 치며 나선 뒤 더 이상 면접 따위 보지 않는다.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라 생각한다. 차라리 법을 바꾸던가. 대통령도 얼굴로 뽑으란 말이다.
그런 명란에게 예뻐서 미안해하는 은설을 보며 가끔 해머링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은설을 사랑하는 진정한 친구다.
현재는 알바를 전전하며 열심히 운동한다. 힘겹지만 꿈이 있기에 즐겁다.
은설이 지헌의 비서가 된 뒤 힘겨워하는 걸 보며, 이 놈 자식 걸리기만 해봐라, 단단히 마음먹는다. 진짜 지헌을 보게 됐을 때 두 말 않고 번쩍 들어 매다 꼽고 친절하게 프로레슬링 기술들을 체험시켜 준다.
훗날, 레슬러의 꿈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차회장 (남 50대 후반)

지헌부. C그룹 회장.
조폭회장이란 별명답게 다혈질이다. 언제 어떤 불똥이 튈지 몰라 임직원들은 그의 앞에만 서면 식은땀 줄줄이다. 아, 지헌이 함께 있으면 안심된다. 자신들에게 올 불똥까지 다 지헌에게로 향함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맘에 안들면 차 세워! 꺼져! 헬기를 타고 가다가도 헬기 세워! 꺼져! 외쳐댄다. 역시 단골 대상은 지헌이다.
그렇게 지헌을 못잡아먹어 안달이지만 사실 지헌을 사랑 않는 건 아니다. 세상 그 어떤 아비가 제 아들이 미울까. 세상 뜬 큰아들과 조카 무원과는 다르게 속여린 지헌의 성품을 알고 있었기에 단단히 단련시킨다는 게 이렇게 그릇된 애정으로 발전하고 만 것. 지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도 모른 채 자신의 뜻만큼 해내지 못하는 지헌만 보면 화가 치솟곤 한다. 장남의 사고 후 더욱 심해졌다. 앞으로 자신의 뒤를 이을 유일한 아들이기에 더욱 채찍질을 해댄다.
그런 그에게도 천적이 있으니 차회장의 모친 송여사. 지헌이 차회장 앞에서 그러듯 송여사 앞에만 서면 꼼짝 못하고 벌벌 긴다.
살아오면서 그의 가장 큰 상처 중의 하나는 지헌모와의 이별.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유일한 여자가 바로 그녀였다. 그 이후 재혼은 안한 채 재계의 바람돌, 마성의 중년돌로 거듭난다. 다양한 연령대의 미모의 여성들과 사랑 없는 스캔들을 뿌리는 왕성한 정력가. 어쩌면 상처를 이런 식으로 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아버지이자 역시 옳지 않은 기업인이다.

신숙희 (여 50대 후반)

C그룹 계열사인 C호텔 사장. 차회장의 형수.
야심 많고 그만큼의 능력도 가진 여자.
동생 차회장에게 경영권을 뺏기고 변방으로 밀려난 남편 탓에 늘 이를 악물고 살아왔다. 남편이 세상을 뜬 후, 남편의 계열사를 물려받고 아들 무원을 그룹 총괄 CEO로 만들기 위해 남몰래 고군분투한다. 목적을 이루는 그날까지 결코 야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주의, 또 주의하지만 저도 모르게 차회장만 만나면 우아하고 예의바른 말투 속에 감춰진 살기를 드러내고 만다. 하여 차회장과 신숙희의 대사는 늘 예의바르게 살벌하다.
진한 화장, 과장된 헤어스타일. 화려하고 독특한 패션이 트레이드 마크.
나윤의 모친 황관장과는 사립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여고, 대학 동창 사이.
필요에 의해 세상천지 없는 베푸가 됐다가 필요 없으면 쌩까는 철저히 비즈니스적 우정을 나눈다. 요즘은 베푸 모드다. P그룹 장년인 나윤과 무원을 이어주기 위함인데.

송여사 (여 70대 초반)

차회장의 모친이자 지헌과 무원의 조모.
선대회장과 함께 지금의 C그룹을 만들어낸 장본인. 현재도 꽤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그룹의 고문이지만 회사 일에 관여 안한지 꽤 됐다.
단내 나게 힘들었던 젊은 시절이 문득문득 그리운 건 늙는다는 증거일까.
가난을 몸소 체험하고 이겨냈기에 올바른 기업정신을 갖고 있다.
차회장에겐 불같은 어머니, 지헌에겐 따스한 할머니였는데 제 형의 사고 이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제 안으로만 침잠해가는 지헌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성격 불같은 차회장도 야심으로 똘똘 뭉친 숙희와 무원도 못나게 구는 지헌도 하나같이 마음에 안든다. 새삼 자식농사가 가장 중요한 사업임을 깨닫고 특단의 결심을 한다.

노봉만 (남 50대 초반)

은설부. 자칭 무림고수.
사회부적응자로 세상에 염증을 느낀 뒤 입산.
어릴 때부터 유일하게 좋아했던 무공을 연마하고 도를 닦으며 산생활 중.
은설을 세상과 격리시키는 게 마음에 걸렸으나, 중요한 건 어디서건 몸과 마음의 수련이라 생각하고 은설을 강인하게 키운다.
이들 부녀의 대화는 웃기지도 않은 선문답(아주 가끔 촌철살인 같은 말도 주고받지만), 아니면 몸의 대화, 즉 무공 대련이다.
은설이 하산해 세상을 나간 뒤, 자나깨나 은설 걱정인 걸 보면 아직도 득도의 길은 요원한 듯해 번뇌한다. 내심 은설은 자신처럼 세상에서 패배자가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은설이 가끔 세상사에 지쳐 찾아오면 한판 대련으로 은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은설을 상대하기 영 벅차다. 어느 날인가, 살기 충천해 왔기에 그 살기를 나에게 풀거라, 했더니 차지헌 이 쉐끼! 하며 살벌하게 덤벼드는데 내 딸이지만 무서웠다. 그 후에도 간간히 살기 만땅해 찾아와 봉만을 후달리게 한다. 도대체 이 차지헌이란 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해 죽겠고, 아아 내가 늙었구나, 서글퍼지기도 한다.

박상무 (남 50대 후반)

C그룹 상무 겸 비서실장으로 차회장의 오른 팔 같은 존재.
지헌에게도 무원에게도 제 2의 아버지 같은 존재. 가족이나 진배없다.
인자하고 따스한,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지헌은 차회장보다 박상무를 더 아버지처럼 여긴다.
그러나 그런 그도 욕심 앞에선 어쩔 수 없는지 훗날, 지헌의 뒷통수를 치며 숙희와 손을 잡게 되는데.

황관장 (여 50대 후반)

나윤의 엄마. P그룹 회장 사모님. P그룹 부설 갤러리 관장.
속물근성을 고급스런 명품으로 가리고 사는 여자. 일상조차 명품 그림처럼 우아하고 완벽하길 바라는 여자.
외동딸 나윤이 아무리 완벽하게 꾸며도 늘 뭔가를 지적해내 나윤이 마더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한다.
지헌이 그룹 내 변방으로 밀려나자 실세로 떠오른 무원을 사윗감으로 찍고, 친구인 숙희와 함께 정략결혼을 추진한다.

차예빈 (여 8세)

8살. 차회장이 밖에서 낳아온 딸. 지헌의 배다른 여동생.
은밀한 소문에 의하면 모 여배우가 낳은 딸이라더라. 그 여배우는 차회장에게 섬을 받았다더라, 하는데 맞다. 사실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론 예빈의 존재는 철저히 가려져있다. 혹여 언론이라도 타 예빈이 상처받을까 걱정한 지헌의 단속 때문.
비정상적 환경 탓인지 눈치 백단, 연기력 백단으로 부모에게 받을 애정을 지헌에게 갈구한다. 지헌도 예빈 앞에서만은 무르고 헐렁한 최고의 오빠. 한마디로 지헌은 ‘여동생 바보’다.
오빠의 비서인 은설을 제 비서처럼 부리며 괴롭힌다. 따박따박 어찌나 말대답을 잘하는지 은설의 혈압을 제대로 상승시키지만 나중엔 은설과 우정(?)을 나누기도. 누가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냐 물으면 은설이라 대답한다.

지헌모 (여 50대 중반)

집나갔던 지헌의 모친.
현재 요양원에 입원 중으로 원인불명의 이유로 30년전 기억으로 돌아간 채, 행복한 기억만 끊임없이 반복하며 살고 있다.
가끔 최회장 몰래 지헌이 찾아오나 아들조차 몰라본다. 그리고 늘 한 남자의 얘기를 한다. 그 남자와 걷던 길, 그 남자와 처음 손을 잡았던 일, 그 남자와 먹었던 음식. 너무도 행복한 미소로 그 남자와의 추억을 얘기하는 모친을 보며 지헌은 더더욱 아버지를 원망했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이렇게 아버지만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런데 어느 날인가(극 중후반) 처음으로 지헌모가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지헌모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남자의 이름은 아버지 차회장이 아니었다. 다른 남자였다.
그제야 지헌은 알게 된다. 배신을 했던 건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였음을.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이 결정되기 전에 지헌모는 이미 깊이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부모의 뜻을 꺾지 못하고 지헌부와의 결혼을 하고. 그런 지헌모를 차회장은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지헌모는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차회장과 크게 다투고 집을 나가기에 이르렀다. 결국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사랑을 택했던 것.
뒤늦게야 감춰졌던 진실을 알게 된 지헌에겐 새삼 또 다른 충격이자 상처로 다가오는데.

장과장 (남 30대 후반)

C그룹 해외사업부 과장으로 은설과 친하게 지낸다.
집안에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닥쳐오고, 여동생의 병이 악화되자 저지르지 말아야할 짓을 저지르고 만다.
회사이름으로 고액의 선물환 대출을 받아 사라진 것.
그로 인해 은설에게 시련을 주게 되는데.

 


그 외

박상무의 비서.
지헌의 수행비서.
무원의 수행비서.
차회장의 수행비서.
각각 회사내 비서실 사람들.
건물 청소 아줌마.
경비 아저씨.
그 외 다른 직원 여러분들 등등.

 

 

 

 

 

 

 

 

 

 

 

 

 


4. 줄거리


후미진 위치에 자리한 음침한 건물에 **캐피탈이란 상호가 붙어있다.
그 앞에 서있는 은설의 촉이 경고한다. 불길해.
그러나 은설, 애써 불길한 촉을 밀어낸다. 삼류대학 무시하고 차별하는 세상에 분노하는 내가, 건물 외관 따위로 회사 차별해선 안돼지. 오늘은 대망의 첫취업, 첫출근 날이 아닌가. 
조폭 같은 사장과 직원들을 본 순간 촉이 또 신호를 보낸다. 역시 수상해.
그런 은설의 불안과 의심을 눈치 챈 걸까. 사장은 자신이 누구보다 건실한 사업자라고 주장한다. 은설, 속아 넘어간다. 아니, 속아 넘어가려 애쓴다.
그날 밤. 신입사원 환영식이 열리는데 장소는 강남의 고급 룸싸롱. 역시 수상하다. 그 찜찜함 달래려 연예인급 이쁜 언니들이 따라주는 술을 드링킹하던 은설에게 수순처럼 껄떡대며 성추행을 하는 사장. 아아, 이럴 수가. 그 동안 왕년의 노전설을 잠재우고 평범하고 조신하게, 동시에 죽어라 알바하며 엉덩이에 땀띠 나게 스펙 쌓으며 살아온 세월이 몇 년이던가. 기껏 이따위 꼴을 당하려고 그 세월을 감내한 건 아니란 말이다!
화장실에 간 사장을 따라나섰다. 사과하면 용서해줘야지. 그러나 반성을 모르는 인간이었고 은설, 가볍게 사장의 무릎을 꿇린 뒤 사장의 넥타이를 화장실 문고리에 두겹 8자 매듭법으로 사정없이 묶어버린다.
나 노은설, 아무리 찬밥 쉰밥 못가릴 처지라지만, 이건 쉬다 못해 썩어빠졌잖아!! 캐피탈? 자빠졌다! 늬들 보이스피싱인지 뭔지 그거지?!
그렇게 유유히 경찰에 신고전화 날려주고 가는데.

그 근처 룸. 지헌이 미간 빠직한 채, 앉아있다. 회사 땡땡이를 심하게 쳐주다 부친 차회장의 불호령에 마지못해 참석한 미팅 자리. 그리곤 부득불 끌려온 2차.
이렇게 단체로 어울려 술 몇잔 들이키곤 학연지연 들먹이며 어떻게든 끈 만들고 이내 형님입네 동생입네 하는 자리 딱 질색인데다, 내가 왜 이 시간까지 업무연장을 하고 있어야하지? 출근도 잘 안하는 나 차지헌이?
기어이 까칠한 입담으로 흥겹던 분위기 시원하게 깨주곤 나가버리는 지헌.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비서에게 당장 차 대기시키라며 괜한 화풀이를 하며 가는데, 그런 지헌을 밀치듯 거칠게 지나가는 한 여자. 어어? 스마트폰 떨어뜨리며 휘청하는 지헌. 이런, 가오 상하게! 근데 그 여자, 사과도 않고 가버린다. 이봐요! 은설을 불러 세워 몰지각한 행동을 꾸짖어주는데. 은설의 눈에 눈물이 그렁 맺힌다. 아니, 내가 무슨 심한 말을 했다구? 동정 작전으로 치고 나오는 건가? 아니면 재벌 2세인 내 정체를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잔가? 그 짧은 순간, 오만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자뻑에 빠지는 지헌.
그러나 실상 은설의 눈물은 분노의 눈물이다. 지지리 운도 없는 자신이 불쌍해서, 드디어 취직했다고 기뻐했던 게 분하고 억울해서 맺힌 피눈물이다.
그 시각 화장실에선 직원이 사장의 넥타이를 풀려고 용쓰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묶은 거야?! 나머지 직원들은 은설을 쫓아 달려간다.
우르르 달려오는 어깨들을 보며 지헌은 이것들은 또 뭔가 싶은데.
상황 파악한 은설은 남자들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다. 얼핏 보기엔 은설은 움직이지 않는데, 남자들이 헛손질 헛발질만 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은설이라도 한꺼번에 달려드는 남자들을 당하긴 쉽지 않고, 잠시 갈등한다. 하산할 때 아버지와 약속했다. 속세에선 함부로 무공을 발휘하지 않기로. 하지만 이건 비상상황이다. 녹슨 무공 살짝 끄집어내 남자들을 상대하는 은설.
그 사이에 낀 지헌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당황하면서도 이리저리 잘도 피한다. 반사 신경은 제법이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여잔 정체가 뭔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잘못 날린 은설의 팔꿈치가 지헌의 안면에 정통으로 꽂히는데! 이 여자가?!
그러나 은설, 미안해요, 연약한 여자 구했다 쳐요, 복받을 거예요!
뭐, 연약한 여자?! 그렇게 은설은 가고 황당한 지헌은 남는데.
너 뭐야?! 한패야?! 자신에게 달려드는 어깨들을 보며 지헌, 하아 피곤한 한숨을 내뱉는다.

오늘 차회장은 기분 꽤 괜찮다. **도 경제인 협회에서 트로피를 하나 받아온 참. 흥, 하며 받았지만 상이란 게 기분 나쁘진 않다. 자다 문득 깨서 트로피를 들여다보는데 지헌이 들어온다.
지헌의 얼굴을 보고 놀란 차회장만큼 지헌도 놀란다. 꼰대가 왜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가! 버럭버럭 왜 그 꼴이 됐냐고 자초지종을 말하라는 차회장. 아, 이 코는 스스롤 연약하다고 주장하는 무식하고 미친 여자에게 맞았습니다. 차마 그렇게 말할 순 없어 지헌은 살짝 각색을 한다. 위험에 빠진 여자를 자발적으로 구해주다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아오는 트로피. 지헌, 능숙하게 피한다. 뻑하면 집히는 대로 집어던지는 차회장 덕에 뭐 날아오는 거 피하는 거 하난 자신 있다. 그런데 아까 그 여자의 팔꿈치는 왜 못피했을까.
차회장이 다그친다. 또 여자 사고 친 거야?!
지헌, 억울하다. ‘또’라니. 그저 이상하게도 여자 운이 나빠 커피 한잔만 마셔도 스토커처럼 들러붙는, 정신건강 불건전한 여자들만 걸리는 게 내 잘못은 아니지.
또 재떨이가 날아온다. 역시 능숙히 피한다. 여잘 구할려면 구하고만 말지, 맞긴 왜 맞아?! 뻑하면 지헌을 윽박지르고 집어던지고 것도 부족하면 발차기를 날리는 차회장이지만, 감히 내 아들을 나 아닌 다른 놈들이 건드리는 건 도저히 용납 못한다. 기업가의 탈을 쓰고 있지만 조폭 정신 그득한 차회장, 결국 지헌을 팬 그 놈들을 찾아내 복수를 감행한다. 물론 입단속 철저히 시킨 건 당연지사. 차회장은 안다. 힘으로 안되는 건 없다는 걸. 힘은 곧 돈이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그 동안 지헌에게 쌓이고 쌓였던 지헌의 비서(남, 30대 중반), 친구와 만나 삼겹살에 소주를 주고받으며 지헌에서 시작해 차회장으로 끝난 룸싸롱 사건을 떠들어댄다. 부록으로 지헌의 뒷담화도 제대로 까준다. 그 놈 쉐끼는 인간이 돼야 돼! 호기롭게 외치는 비서의 옆 테이블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남자의 직업은 기자. 삼겹살 먹다 우연히 들어온 이 특종을 놓칠 리 없다. 다음 날, 차회장과 지헌 부자는 아깐 니가 1등 지금은 내가 1등,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사이좋게 주고받는다. 사건은 검찰조사로 이어지며 이 사건은 그 주의 핫이슈가 된다. 지헌, 이가 갈린다. 이게 다 그 여자 때문인데!
아, 당연지사 남비서는 짤린다. 역시 당연지사 지헌의 비서자리는 공석이 되는데.

그 시각, 무원 역시 플래쉬 세례를 받고 있다. 어느 대학 강연장.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경영인으로 선정돼 특강을 하고 있는 중이다. 실력 뿐 아니라 얼굴, 몸매, 패션, 매너, 유머감각,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엄친아 중의 엄친아인 무원.
한 네티즌이 포털 지식인에 질문한다. 사촌 형제인데 차지헌, 차무원 두 사람은 왜 그렇게 다를까요?
무원은 C그룹의 빛이고 지헌은 그림자였다.

급작스런 발병을 핑계로 병원에 입원한 채 재판을 받은 차회장.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사회봉사를 명받는다. 이런 죽일 것들, 기업 운영해서 일자리 만들어주는 것만도 사회봉사 아니야?! 무슨 봉살 더 하라는 거야?!
그렇게 차회장이 분노할 때 지헌은 장기 비즈니스 출장을 만들어 해외로 튀어버린다. 자칫 차회장 눈에 뛰었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차회장은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뒤로한 채 양로원 등지에서 치매 노인의 발을 닦아주고 똥귀저기를 빨며 (분통의) 눈물을 흘린다. 언론은 차회장의 참회의 눈물을 기사화한다.

은설도 차회장 사건을 기사로 보긴 봤다. 그러나 그게 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곤 상상도 못하는 그녀. 일전의 취업 사태는 훌훌 털고 다시금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파견전문 업체에서 온 메일. C 그룹 비서 모집. C 그룹 같은 데서 날 채용해줄리 없지만 일단 무조건 이력서는 접수하자는 주의이기에 응시했는데 덜컥 합격, 면접 보러 오란다.
올 초 정규 채용 시즌에 특정 대학만 선호한다는 언론의 비판 기사를 막지 못한 탓에 잠시 넷상에서 C 그룹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었던 게 은설에게 기회로 작용한 것. 한껏 비서다운 차림으로 면접장에 간 은설은 대기실에 대기 중인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훔쳐보고 기함한다. 미국 명문대 MBA 출신이 수두룩하다. 서울대, 카이스트가 평범해 보일 정도. 아무리 당당한 은설이라도 슬그머니 이력서를 감추고 만다.
면접장에서도 분위기는 확실하다. 은설에겐 아예 질문이 오질 않는다. 익숙한 면접관의 저 눈빛들. 니가 감히 여긴 왜?
그 동안의 면접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춤 쳐봐라, 노래해봐라, 특기란에 영춘권을 적었다가 해보래서 스커트 입은 채 킥도 날렸었다. 그러지말고 나랑 연애 안해볼래? 개기름 좔좔 흐르던 면접관에게 이런 말 같잖은 질문도 들어봤다. 개기름이라도 닦고 물어봤으면 덜 서러웠을 텐데. 이렇듯 투명인간처럼 앉아있는 면접도 물론 수두룩했었다.
저기요, 왜 저한텐 질문 안하세요? 어차피 붙을 확률 단자리. 은설은 그 동안 쌓이고 쌓인 말들을 면접관들에게 토해낸다. 편견, 선입견, 차별, 수능만능주의에 스펙 강권하는 세상! 이 땅의 청춘들을 벼랑 끝으로 이 더러운 세상! 이게 옳습니까?!
벙쪄서 은설을 바라보는 면접관 중에 무원이 있다. 일개 비서 면접에 들어온 건, 차회장에게 지헌의 일에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또 지헌의 비서를 제 손으로 뽑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지루해 죽을 뻔했는데 흐음 좀 재밌어졌군. 아마 여기 온 무수한 사람 중 저 여자가 가장 절박할 것이다. 저런 스펙으로 이런 자린 언감생심일테니까. 그렇게 유심히 은설을 보는 무원.

C그룹 합격소식에 은설은 버럭 소리 지른다. 말이 돼?! 미친 거야, 이 사람들?!
혹시 동명이인일까? 그래도 놓칠 수 없다. 또 다른 노은설씨, 미안해요.
그렇게 합격증을 들고 OJT를 갔는데, 또 다른 노은설씨가 아닌, 나 발산동 노은설이 합격했단다. 더불어 소문이 파다하다. 차무원 본부장이 직접 은설을 선택했다는.
무원의 예상대로 은설이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온다. 은설을 향해 짓는 무원의 따스한 미소는 천상의 빛만 같다. 그날부로 무원은 은설에게 하느님과 동격인 차느님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 감정은 자연스레 짝사랑으로 흐른다. 정확히는 TV 속 연예인을 좋아하듯 동경에 가까운 감정이지만.

여튼 정식 출근 전까지 비서에 대해 열공하는 은설. 서점에 쪼그려 앉아 비서관련 책들을 독파하고. 청소알바 할 때 맺었던 인맥을 활용, 비서 양성 학원 건물 청소를 하며 도강을 한다. 그러면서 점점 커지는 포부. 아아, 비서란 게 이렇게 멋진 직업이었구나. 비서하다 사장까지 된 사람도 수두룩하구나. CEO를 키우는 2인자라. 비서는 참모였어, 따지고 보면 그 유명한 제갈공명도 비서였던 것이다. 사극 속 그 멋지던 호위무사들도 비서였던 것이다. 나두 그런 멋진 참모가 되자 결심하다가 아니 아예 사장을 목표로 할까? 그래, 목표는 클수록 좋다. 사장이 못되면 비서실장이라도 되겠지. 부풀어 오르는 상상 속에서 은설은 행복하기만 한데.

무원은 차회장에게 은설의 프로필을 보고한다. 그동안 다른 건 몰라도 지헌의 비서만은 체크해왔던 차회장은 은설의 이력서를 보고 어이가 없다. 이따위 기집앨 뽑았단 거야?! 호통 치는 차회장을 설득하는 무원. 지금껏 난다 긴다 하는 각 나라 박사부터 최고 대학 출신들, 경제, 경영, 법학, 비서학, 온갖 전공 다 써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어쩌면 이런 색다른 시도가 필요할지 모른단 무원의 말에 차회장은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한다. 사실 차회장은 너무 바쁘다. 아무리 빨아대도 노친네들은 지치지 않고 새 똥귀저길 내놓는다. 도대체 지헌이 이 놈은 어디로 튄 거야?! 노친네 똥귀저기라도 그 놈 얼굴에 내던져야 속이 시원할텐데!

드디어 정식 첫출근 날. 무식하기에 용감해서 배포만 큰 은설은 언젠가 사장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러니 일단은 파견직에서 정직원으로 승격되자 결심하며 씩씩하게 출근한다.
출근 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비서실. 선배님들을 향해 깍듯이 인사하는 은설을 맞는 건 따스한 선배들의 격려가 아닌 냉랭한 조소. 영문도 모른 채 더 환하게 웃어보지만 여전히 적대적인 반응들. 뭔가 잘못된 걸 직감한 은설은 비서들을 쭉 훑어본다. 적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해야할 것은 그들의 머리가 누구인가 간파해내는 것. 한눈에 알겠다, 저 여자군. 바로 무원의 비서인 양하영. 예상대로 하영은 포스와 말빨로 은설을 잘근잘근 짓밟는다. 은설의 헤어, 옷차림, 태도, 하나하나 짚어가며. 울컥하지만 참는다. 새겨듣자 다짐한다. 그러나 하영이 인격모독성 발언까지 내뱉자 더는 참지 못하고, 그러나 웃는 얼굴은 유지한 채, 맞받아치는 은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기싸움.

비서실에서의 기싸움만으로도 피곤한데 은설의 피곤을 더한 건 회사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소문. 은설이 백한번째 비서란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어야 몇 개월을 못넘기고 지헌에게 짤리거나 차회장에게 짤리거나, 그도 아니면 정신적 고문을 더는 못견디겠다며 자발적 퇴사를 한단다.
은설, 두려워진다. 아니, 나는 버티리라. 결코 백두번째 비서 따윈 존재치 않도록 하리라! 내가 그의 마지막 비서가 되리라!!!
의기충천하여 보스를 기다리나 그녀의 보스는 출근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빈 책상을 닦고 화병의 꽃을 갈며 기다리고 기다리는 며칠이 지나고, 저도 모르게 깜빡 졸고 있는데 문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꾸뻑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차본부장님을 모시게 된 노은설입니다!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미소로 고개를 드는데 어랏? 저 남자?
지헌, 역시 이 여자?!! 연.약.한 여자를 구해줬더니 이렇게 복을 받는군. 지헌의 회심의 미소. 은설의 촉이 경고한다. 각오해, 단단히!

방으로 들어온 지헌,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정강이 통증도 사라져버린다.
오분 전의 일이다. 귀국 후 가능한 차회장과 마주치지 않으려 갖은 애를 쓰던 지헌, 그만 로비에서 딱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차회장은 최측근 수행비서까지 물리치고 지헌과 단둘이 엘리베이터 올랐고 예상대로 지헌의 정강이를 차댔다. 한곳만 집중적으로 차다니, 비겁한 노친네.
은설과 재회한 순간, 그 찰나의 순간 또 경우의 수를 떠올린 지헌. 이 자리에서 짤라버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괜한 말 나올 일은 안만드는 게 좋지. 제 발로 관두게 하면 된다. 그 전에 충분한 복수는 필수. 지헌이 그렇게 복수 아이디어를 짜는 동안 은설 역시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할까 고민한다. 그러니까 언론을 도배하던 그 룸싸롱 사태의 주역이 나였단 얘긴 거잖아. 한숨만 내쉬던 은설은 도무지 자기 사과를 들은 척도 않는 지헌에게 자필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거의 반성문에 가까운 편지. 과거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더 충성하겠다는 눈물 어린 호소. 귀엽게 이모티콘도 넣고 이쁜 꽃그림도 그려놓곤 두 손 공손히 편지를 바치는 은설.
지헌, 어이없다. 이건 또 무슨 짓이란 말인가! 괜히 은설을 찔러댄다. 양심과 머리라는 게 있으면 벌써 사죄하고 책상 비워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도 저도 안통하자 은설, 버팅긴다. 3개월 계약했으니 그 전엔 결코 못나간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노동법 조항까지 들먹이는 은설.

그날 이후, 일대 전쟁이 벌어진다. 자르려는 자와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겠다며 버텨내는 자.
은설에게 보스와 악마는 이음동의어, 회사와 지옥 역시 이음동의어가 된다.
지헌의 복수는 유치하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사포로 도저히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지시하고. 기껏 해오면, 내가 언제 이런 걸 시켰지? 무시한다. 해리포터 미발간 원고를 구해오라던 미란다는 차라리 귀여워 보일 정도의 불가능한 주문도 쉬지 않고 해댄다. 온갖 무거운 짐을 낑낑 들고 지헌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다 한밤중에야 퇴근해 잠들려하면 어김없이 핸드폰 벨이 울려대고.
영문도 모른 채 각종 장소에서 대기하고 또 대기하고 또 대기하는 건 약과.
들러붙는 여자들 정리하다 물세례를 받기도 하고.
급한 일이야! 휴일 호출에 머리의 샴푸도 못헹구고 달려가면 이 넥타이가 낫나? 저 넥타이가 낫나?
식성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요구한 음식을 공수해오면 익힌 당근 싫어! 통마늘 싫어!
출장갈 땐 자기가 늦어놓고, 비행기 이륙 막아!
하루에도 수십번 변덕을 부리는 미친 날씨 같은 지헌을 상대하며 하루에도 수십번 살의가 치솟지만 은설, 중얼중얼 스스로를 다스린다. 난 무공과 이별했다. 난 결코 살생 따윈 하지 않는다.
왜 ‘우리 보스가 달라졌어요’ 그런 프로그램은 없는 걸까.
그러면서 은설은 지헌의 말안되는 지시들을 어떻게든 말되게 해결해내려 애쓴다. 지헌이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알고 있기에 오기와 깡다구로 버티며 알바 인맥과 노하우를 한껏 활용하며.

물론 실수도 많이 한다.
지헌, 차(자동차) 준비해. 은설, 커피를 타간다.
지헌, 카피(복사) 해와. 은설, 또 커피를 타간다.
지헌, (돈 건네며) 신권으로 바꿔와. 은설, 식권 오십만원 어치를 사간다.
그럴 때마다 깨지고 깨지는 은설, 억울하다.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휙 던지듯 다다닥 말을 내뱉곤 결코 리바이벌을 하지 않는 지헌의 잘못도 있는 것 아닌가.
골프장 부킹이 잘못돼 직접 골프장으로 달려가 직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기도 하고, 기껏 조사해 선정한 골프장 주변 맛집엘 갔더니 식당 부부가 식칼 들고 살벌한 부부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여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그러나 정신 바짝 차리고 똑같은 실수는 두 번 않는 은설.
그렇게 은설의 실수가 점점 줄어들자 지헌은 왠지 재미없어지는데.

지옥 같은 회사에서 은설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어주는 건 다른 아닌 무원.
마주칠 때마다 음료수 하나라도 건네고 가끔 밥때 놓친 은설에게 밥을 공수해주기도 한다. 은설은 무원에게 점점 반해간다. 그렇다고 무원과 어떻게 해볼 헛꿈을 꾸는 건 아니다. 단지 혼자 좋아할 뿐. 능력 있고 잘생기고 친절하기까지 한 남자를 안좋아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렇게 은설의 신뢰를 얻어가며 무원은 지헌의 행보를 떠보지만, 비서의 철칙이 무거운 입이라는 것 정도는 아는 은설은 쉽사리 정보를 흘리지 않는다. 지헌이 아무리 미워도 지킬 건 지킨다. 사실 흘리고 싶어도 흘릴 정보도 없다. 도무지 행보라곤 없는 인간이기에.
어쨌든 무원과 은설은 점점 가까워지고 은설에게 무원은 회사 내 비밀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무원 역시 은설과의 시간이 유쾌하다. 비록 목적 때문에 가진 시간들이지만,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캐릭터인 은설이 꽤 재밌고 신선한데.

신선함이 부족해! 지헌은 아이디어 고갈을 절감한다. 괴롭힘 당하는 쪽만 괴로운 게 아니다. 매일매일 오늘은 어떻게 괴롭히나 아이디어 짜내는 것도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서 의아한 지헌. 오늘 관둘까, 내일 관둘까? 그런데 은설은 버티고 또 버틴다. 그러면서 마음에 일기 시작한 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 그렇게 어느새 지헌은 은설에게 왠지 모를 미안함을 갖기 시작하고 그런 자신에게 당황하는데.
마침 그 날, 오늘만은 일찍 퇴근 시켜달라고 부탁하는 은설. 흥, 내가 왜? 지헌은 그렇게 은설의 부탁을 거절하는데.
그 날은 다름 아닌 은설모의 기일이었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안 지헌. 미안함에 사과하려하지만 워낙에 재주가 없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설픈 사과를 하는데 냉랭한 은설. 그런 은설의 태도에 지헌도 마음에 없이 까칠하게 굴고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다.
모친의 기일도 제대로 못지키며 은설은 처음으로 회의가 들었다. 이런 대접 받으며 견뎌낼 가치가 있는 일일까? 은설은 마음을 정리한다. 관두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다시 찾아내자.
그렇게 결심한 날, 우연히 비서실에서 지헌의 험담을 듣게 된다. 그냥 지나치려 했다. 아니, 가담해서 그들이 모르는 면까지도 까발리려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놈의 일말의 의리가, 도 닦던 시절부터 옛날 잠시 놀던 시절까지 의리 하나는 끝내줬던 은설의 본능이 발동해버린다. 동시에 노은설이 아닌 노전설이 되살아난다. 어차피 관둘 회사, 두려울 것 없다. 일명 ‘깡패 눈빛’과 단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로 그들을 제압해버리는 은설. 그 동안 한껏 은설을 괴롭히던 여비서 둘은 어머머, 놀라며 무릎 꿇고 만다.
우연히 지헌이 그 광경을 본다. 으음 역시 보통 여자가 아니었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내심 감동한다. 흥, 자기 보스 비서가 감싸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하면서도 또 감동한다.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감싸주는 기분을 느껴본지가 언제이던가. 그리고 그 동안 수발처럼 자신을 보필하던 은설 덕에 편안했던 것도 사실. 이쯤에서 통 크게 용서해주고 진짜 비서로 받아들여?! 그렇게 통 큰(?) 자신의 결정에 뿌듯해하는데, 은설이 퇴근 후 어딘가 갈 곳이 있다고 통보한다.
은설이 지헌을 데리고 간 곳은 명란이 운동하는 레슬링 연습장. 어차피 관둘 거, 그 동안 쌓인 한도 풀고 정신 교육도 좀 시켜줄 심산이었던 은설.
그러나 은설이 손봐주기도 전에, 도대체 이런 곳엔 왜! 지헌이 궁금해 하기도 전에 명란이 지헌을 번쩍 들어 매다 꼽는다. 그 동안 지헌 땜에 한층 늙어버린 은설을 보며 내 언젠가 그 자식 손봐주리라 결심했었던 명란.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댁은 도대체 누구지? 비틀비틀 일어선 지헌이 채 묻기도 전에 명란, 클로스라인으로 지헌을 자빠뜨린다. 또 일어나면 드롭킥을 날린다. 명란은 비겁하게 쓴 기술 또 쓰진 않는다. 골고루 하나씩 모든 기술을 선사한다. 나까지 나설 필욘 없겠군, 지켜보는 은설. 어머 명란아 그만하지 그러니? 말만 그렇게 어머머, 하며 은설은 이 아름다운 상황을 한껏 즐긴다.

그렇게 명란과의 상황이 종료된 후, 지헌은 불같이 화를 낸다. 저 여자, 정체가 뭐야? 범죄자 아니야? 변호사 불러! 은설은 그렇게 땡깡 부리는 지헌의 얼굴에 사표 던질 타이밍만 계산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온다. 내일 회의에 의전비서로 참석할 거니까 그렇게 알어!
이게 무슨 소리지? 황당한 은설에게 한마디 더 던진다. 내일 회의 안건이 놀이공원 마이너스 성장 타개 방안이니까 아이디어도 좀 생각해보든가!
레슬링 후유증으로 인한 신음을 삼키며 돌아서 가는 지헌을 보며 은설은 그저 멍하다. 지금껏 별의별 일을 다 시켰지만 업무 관련 일은 시키지 않았다. 오로지 몸종으로만 부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무슨 뜻이지? 저 인간이 나를... 비서로 받아들기로 했다는 건가? 드디어 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한다는 소린가?
멍한 은설의 얼굴에 웃음이 피기 시작한다. 급기야 입 틀어막은 채 환호하며 방방 뛴다. 내가 이겼다! 드디어 저 인간한테 인정받았다! 그렇게 은설은 사표를 찢어 하늘로 날려버리는데.

다음 날 회의. 의전 수석비서는 양하영이고 은설은 서브로 참여한다. 프로페셔널한 양하영 비서의 보조를 맞추며 때때로 작은 실수도 하지만 제법 그럴 듯 하영을 흉내 내는 은설. 그렇게 설레고 뿌듯한 기분도 잠시, 지헌에게 가해지는 무차별 공격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차회장에게 깨지고 신숙희 사장의 노골적 공격을 받는 지헌. 반대로 무원은 능수능란 회의를 주도해간다. 나란히 서있는 하영의 고개는 자부심으로 올라가고 은설의 고개는 점점 수그러든다. 아, 이래서 상사의 지위가 곧 비서의 지위구나, 절감하는 은설. 비서의 기쁨은 내 보스의 성공이구나, 또 절감하는 은설.
그리고 느낀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상처받은 지헌의 내면을.
회의를 마친 지헌은 은설 보기가 쪽팔리다. 그렇게까지 공격을 받을 줄은 몰랐던 지헌. 분명 은설이 고소해하며 조롱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 은설은 지헌이 아닌 지헌을 공격한 이들을 욕하며 분개해한다. 간만에 뚜껑 제대로 열리네, 본부장님은 안열받아요?! 지들은 뭐 복안 있어?! 없잖아. 우리, 죽이는 복안으로 제대로 복수해요! 그런 은설을 지헌은 말없이 본다. 본인은 미처 몰랐으나, 어쩌면 이때부터 지헌은 변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그러니까 이 여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차회장은 다음 회의까지 복안 마련을 안해오면 잘라버리겠다고 지헌에게 엄포를 놨다. 그러건 말건 지헌은 신경 안쓴다. 애초에 경영권 다툼이니 하는 따위에 별 관심 없던 그다. 그런 그가 이렇게 책상에 앉아 복안 마련에 애쓰는 건, 시키지도 않는 파이팅을 연발하며 수시로 커피며 건강음료를 갖다 주고 어깨를 주물러주네 스트레칭을 시켜주네 하는 은설 때문이다. 얼결에 기세에 밀려버렸다. 이제 와, 이딴 거 관심 없어! 나가기엔 왠지 쪽팔리고.. 그렇다고 복안이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리 박차고 일어나는 지헌을 따라붙는 은설. 현장 가는 거예요? 지헌이 아니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훌륭한 생각이라며 따라나서는 은설. 이런, 또 기세에 밀렸다. 그렇게 두 사람,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은설은 아이처럼 방방 뜬다. 그러건 말건 짐짓 그럴듯한 업무용 얼굴로 놀이공원을 관찰하는 지헌. 은설은 아이스크림이며 음료수를 빨며 지헌을 졸졸 쫓다가 대기줄 짧은 기구를 볼 때마다 이것 좀 들고 있어요, 쪼로로 달려가 버린다. 아니 이 여자가! 당신 지금 착각했나본데 내가 당신 비서가 아니라 당신이 내 비서야! 그러나 꼼짝없이 기구 앞에서 은설을 기다리고 설 수밖에 없는 지헌. 그렇게 노는 건지 시찰인지 모를 시간을 보내며 은설은 아련한 미소로 아빠와의 사연을 풀어낸다. 산생활을 하다 몇 년만에 아빠와 서울 나들이 온 김에 딱 한번 와봤던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 비싸 딱 두 개만 골라 탔어야 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웠다. 그런 은설의 추억담을 듣는 지헌. 괜히 귀찮다느니 방해가 되니 어설픈 핑계를 대며 은설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은설을 보내고 혼자 놀이공원 구석구석을 살피는 지헌. 가는 곳마다 은설이 보인다. 바이킹에서 손 번쩍 들고, 롤러코스터를 타며 꺅꺅 소리 지르고 범퍼카를 타며 초딩생과 기싸움을 벌이고. 어이없으면서도 피식 작게나마 웃음 나던 지헌에게 뭔가 떠오르는 영감이 떠오를 듯 하는데.
어느 덧, 폐장시간이 됐는데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는 손님이 보인다. 나중에 분실물 접수하면 연락하겠다는 직원, 그러나 꼭 찾아야한다는 손님. 이에 은설이 나서서 함께 손님의 물건을 찾아주겠다고 한다. 그 넓은 놀이공원을 뒤지고 또 뒤져 결국 물건을 찾고 마는 손님. 은설은 제 일처럼 기뻐하고 손님들은 끝까지 함께 고생한 은설에게 고마워하는데.

그렇게 놀이공원에서의 하루가 끝나고 다시 회사 업무로 복귀한 두 사람. 은설은 뭔가 떠오른 아이디어가 없냐, 내 아이디어는 이렇다 끊임없이 물어보지만 지헌은 대꾸조차 않는다. 은설은 지헌이 제대로 하고는 있나 내심 불안하다. 지헌이 잘리면 당연히 자신도 잘리는 게 아닐까?
차회장이 직접 시원하게 대답해준다.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차회장은 은설에게 상사 보좌 하나 제대로 못하나?! 호통을 치고 가며 비서실장 박상무에게 지헌이놈 짤라버릴 때 저것도 같이 짤라버려! 명령한다. 철렁한 은설은 지헌에게 호소한다. 제발 좀 잘해서 나 짤리는 일 없게 해달라고, 제발 양하영 비서처럼 고개 좀 빳빳이 들게 해달라고. 순간 지헌의 얼굴이 굳는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남과의 비교다. 특히 무원과의 비교다.
당장 꺼지라는 지헌의 호통에 물러나며 은설은 왜 또 저러나 싶다가 이내 이해한다. 아, 저게 바로 저 남자, 내 보스의 약점이구나.

그러는 사이 무원은 승승장구한다. 경쟁업체와 줄다리기하던 최고급 명품 독점 유통권을 따내 플래그쉽 스토어를 열고. 호텔 면세점 브랜드 선점 싸움에서도 이긴다. 경쟁사들보다 뒤늦게 출범시킨 온라인 커머스 사업도 룰파괴 전략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한다. 명실공히 C그룹의 최전방 컨트롤 타워임을 입증해가는 무원.
연일 화려하게 언론도 장식한다. 무원의 언플 전략은 이렇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돼, 귀족적 이미지를 잃지 않는, 필요하다면 파파라치에도 기꺼이 등장하는 해외 유명 경영인들을 벤치마킹해 단순 경영인을 넘어 셀러브리티로 거듭나는 것. 이를 바탕으로 대중의 호감도와 지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는 모두 비서인 하영의 기획이다. TPO에 맞추되 조금씩 파격을 주는 패션부터 매스컴 노출의 시기와 방법, 각종 강연 및 브리핑의 초안, 보도 문구, 트위터나 블로그 관리까지 전담하며 하영은 진정한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해낸다.

끝간 데 없이 잘나가는 무원과 하영을 보며 은설이 부러워하는 동안, 지헌은 조용히 기획안을 작성한다. 그 날 지헌의 눈에 들어온 꼬맹이들의 모습. 대기줄에 서있는 그 잠시에도 닌텐도를 해대던.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 들고 오락을 하곤했다. 무원은 C그룹 놀이공원의 경쟁상대는 타사 놀이공원이 아니라 바로 컴퓨터와 게임임을 절감한다. 이를 이겨낼 방법은... 감동과 스토리텔링이다. 그 어떤 미아도 분실물도 존재하지 않는, 1:1 맞춤 감동 서비스와 은설의 추억처럼 스토리가 있는 곳으로 리포지셔닝한다. 광고 컨셉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추억을 주지 않습니다. 추억은 함께한 사람이 줍니다, 식의. 첫사랑의 아픔이 있는 연인의 스토리, 우정을 다룬 스토리, 가족을 소재로 한 생의 첫 놀이공원, 손주를 데려온 할아버지의 생의 마지막 놀이공원 등등. 그렇게 ‘추억’이란 테마 하에 스토리가 이어지는 감성광고로 사람들을 컴퓨터와 게임으로부터 끌어내겠다는 전략.

차회장은 지헌의 기획을 보고 놀란다. 무원과 신숙희의 놀람은 말할 바 없다.
그러나 워낙에 칭찬에 인색하고 감정표현 서툰 차회장은 칭찬 한마디 없다. 지헌,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럼 그렇지, 쓸 데 없는 에너지 낭비만 했다며 자조하는데 차회장이 버럭 놀이공원 홍보팀장에게 지헌의 기획서를 던진다. 머리에 든 게 뇌야, 똥이야! 저딴 망나니도 생각하는 걸 왜 못해! 당장 이대로 진행해!
그런 차회장을 보며 은설은 너무한다 싶다. 그러나 지헌은 안다. 저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첫 칭찬임을. 그런데 그래서 그게 뭐? 아무렇지 않은 척 굴지만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단 생각에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그래놓고도 차회장은 회의실을 나가며 또 윽박이다. 우쭐하지 말라며 두고 보겠다며, 은설을 향해서도 잊지 않고 윽박이다. 이번엔 안짤랐지만 다음엔 확 짜르겠단 차회장.

은설이 차지헌 보좌? 어쩌면 조련? 프로젝트에 돌입한 건 차회장의 엄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차회장의 말 중에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말.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떨리는 말. “당장 이대로 진행해!” 내 보스의 기획이 구체적 무언가로 가시화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그날 이후로 복도를 걸어 다닐 때마다 절로 고개가 빳빳이 섰다. 처음으로 보좌의 기쁨을 맛 본 은설. 그런데 차지헌 이 인간은 그 날 이후로 또 허랑방탕 옛날로 돌아가 버렸다. 도대체가 의욕이란 게 없단 말인가? 차회장이 내린 숙제 같은 차기 프로젝트를 고민해야하는데 허구헌날 시간만 죽이고 있다.
은설, 지헌을 달래도 보고 설득도 해보고 부추겨도 보는데 지헌은 귀찮아만 한다. 감정에의 호소를 한다. 비서실 서열 꽁찌라고. 부장 비서들까지도 무시한다고. 보스와 비서는 결혼한 사이에요. 형편없는 남편 지위 땜에 나까지 피 본다는 은설. 이 여자가, 내가 왜 댁의 남편이야?!
이번엔 약점을 건드린다. 부러 무원과 지헌을 비교하고 비교하는 은설.
협박도 한다. 그때 레슬러 친구, 불러요?
급기야 살짜쿵 힘을 발휘해 한창 목하 유흥 중인 지헌을 끌고 오기도 한다.
그리곤 지헌의 친구들인 재계의 날라리들을 불러내 친절하게 협박한다. 지헌의 친구들 역시 다들 한다하는 집안 자식들에 안하무인지라 무서울 게 없는 놈들이었는데, 왠지 은설만은 무섭다. 다음날부터 갑자기 술 대신 차를 마시며 경제에 대해 논하자는 놈, 혹은 아예 연락이 두절된 놈들 탓에 지헌은 의아하다.
은설, 몸소 실천도 한다. 나부터 공부하자! 하다가 막히면 무원에게 물어보지만,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무원의 현란한 설명을 은설은 도통 못알아먹겠다. 차라리, 독학하고 말지, 은설은 이런저런 경영, 경제 상식들을 공부해 지헌에게 읊어대며 교육한다. 그때마다 지헌은 틀린 곳을 지적해준다. 모멘탐이 아니고 모멘텀이야! 미시하고 거시가 거꾸로 됐잖아! 그건 이미 한물간 어젠단 거 몰라!
대체로 맞지만 때때로 지헌도 틀린 지식으로 은설을 구박하며 한껏 잘난 척 일장 강의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우연히 지나가던 무원, 웃음을 참다가 현기증이 일곤 한다. 지헌이 때때로 틀린다는 걸 모르는 은설은 그저 지헌이 이해불가다. 이렇게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사는 거지?
보이지 않게 지헌을 보좌하기도 한다. 지헌에게 결재 받으러 온 임직원들에게 지헌의 기분 상태를 미리 알려줘 적절한 타이밍을 찾게 하고, 때때로 기분 나빠서 돌아서는 직원의 마음을 풀어주는 등 사내 평판도 관리한다.
은설이 그러건 말건 신경도 안쓰는 듯 보이는 지헌. 그러나 사실 은설의 그런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실수를 한 은설, 복도에서 영업부장에게 깨진다. 그때 지헌의 험담을 하다 은설에게 당했던 부장 비서는 고소해하고. 그때 지헌이 다가온다.
누가 허락했습니까? 내 비서, 까도 내가 깝니다. 앞으론 미리 보고 하고 내 결재 받고 까라고 일갈하곤 은설을 홱 끌고 가는 지헌. 함부로 아무한테나 까이지 말고 앞으론 나한테만 까이라며 은설에게도 성질부리곤 방으로 홱 들어가 버린다. 은설, 궁시렁댄다. 지는 앞으로도 계속 날 까겠단 소리잖아. 그러면서도 배시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지헌에게 오늘자 신문 스크랩을 내려놓으면서도 은설은 또 배시시 웃음이 난다. 지헌, 그런 은설의 웃음에 그 기분 나쁜 웃음은 뭐지? 타박하면서도 괜히 뻘쭘해 평상시엔 잘 보지도 않던 스크랩 자료를 뒤적이는데.
나윤의 기사가 있다. ‘P그룹 서**회장 장녀 서나윤, 기업법무 변호사로 재계 입성’ 정도의 기사.
갑자기 굳은 지헌의 얼굴을 보고 은설은 의아하다. 나가봐,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낮은 지헌의 목소리도 마음에 걸려오는데.


< 이하 간략 라인 >

귀국한 나윤은 신숙희의 제안에 C 그룹 법무 변호사로 들어온다. 예전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지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지헌과 가까이 하려함인데.
그런 나윤의 뜻과 상관없이 신숙희와 황관장은 무원과 나윤의 정략결혼을 추진하고.
지헌과 나윤의 관계에 심상찮은 사연이 있었음을 직감한 은설은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사이가 신경 쓰인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차지헌 조련 프로젝트는 진행된다. 전과는 달리, 투덜대면서도 못이기는 척 협조해주는 지헌을 보며 은설은 지헌의 이런 변화가 나윤 때문인 것처럼만 느껴진다. 나윤이 지헌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그건 은설의 오해. 지헌의 변화는 은설 때문이었다. 은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신의 허물을 덮어주고 자신의 성공과 실패에 환호하고 아파하고 끝까지 나 차지헌을 포기하지 않은 여자. 설사 그게 자신이 잘릴까 봐 한 행동이더라도 상관없다. 지헌 역시 은설이 잘리지 않길 은설 이상으로 바라게 됐으니까.
내 비서 노은설 하나만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귀찮은 은설의 간섭을 받아주는 지헌. 물론 때때로 후회는 인다. 이 여자 조련 방식, 문제 참 많다. 지나치게 가열차고 무식하고 때때론 참 쓸모없기도 하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서로 같은 생각을 품었으되 서로의 생각을 오해한 채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길들여져 가는데.
그렇게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보며, 나윤은 은설이 만만찮은 상대임을 깨달아간다.
무원 역시 미묘한 지헌의 변화를 불길하게 받아들이며, 나윤과 딜을 한다. 은설을 지헌과 떼어놓기로 하는데. 조건은 나윤이 무원의 경영권 확보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 이미 은설에게 마음이 흐르고 있던 무원에겐 손해 없는 협상이었다.
그날부터 지헌과 은설의 사이를 갈라놓을만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지헌은 쉽게 오해하지 않는다. 여전히 은설을 구박하지만, 어느새 지헌은 은설을 깊이 신뢰하고 있는 것.
그러다 자신의 조모 송여사와 은설이 그동안 지헌 모르게 접촉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며 지헌은 놀란다. 사실 은설은 비서로 입사하자마자 송여사와 만남을 가져왔다. 지헌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라던 송여사. 그러나 고민 끝에 은설은 그 제안을 거절했었다.
송여사는 처음엔 은설이 괘씸했으나 조금씩 변하는 지헌을 보며, 또 비서로서의 함구를 성실히 지키는 은설을 보며 내심 흡족하기도 했다. 하여 별 용건 없이도 은설을 불러내고 그때마다 은설은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로 송여사의 안심을 시키는 차원에서 지헌에 대해 얘기해줬고 때때론 무원에 대해 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송여사는 즐겁게 들어왔던 것.
이 사실을 지헌에게 보고하지 못한 건 송여사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결코 지헌에겐 자신과의 만남을 얘기하지 말라고. 혹여라도 지헌이 송여사의 간섭을 오해할까 취한 조치였는데 그게 더 큰 화를 부르게 됐다.
송여사도 은설도 지헌의 오해를 풀려고 하지만 지헌은 듣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만나서 내 얘길 해온 거냐, 아니냐, 그것만 묻는다. 얘기를 한 건 맞지만.. 지헌은 은설의 대답을 더 듣지 않는다.
그 기회를 무원은 놓치지 않는다. 그 동안 은설이 무원과 가깝게 지낸 것 역시 그런 연유 때문이었던 것처럼, 지헌을 오해하게 만든다. 더불어 한껏 더 은설과의 친밀함을 부각시키는데. 거기다 지헌이 철저히 보호하던 예빈의 존재가 언론에 폭로되며, 은설이 의심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무원.
그 동안 프로젝트 유출 건 등,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은설을 믿었던 지헌은 믿었던 만큼 크게 다가오는 배신감과 무원과 은설의 사이를 향한 질투 등으로 괴롭고.
그런 지헌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한 은설.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 이런 정도의 신뢰도 없다니.
은설의 악재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은설과 가깝게 지내던 장과장이 회사 명의로 은행에서 고액의 선물환을 불법 대출해 사라진다. 지헌이 관리하던 무역대출용 인감을 장과장에게 내준 장본인이 바로 은설이었다. 장과장이 정교히 위조한 서류만 보고 이미 윗선 승인이 끝난 일이라 생각해 인감을 내줬던 거였으나 은설은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 결국 회사를 떠나는 은설. 지헌은 그런 은설을 외면해 버리고 만다.
은설의 자리를 채운 새 비서. 은설에 비해 모든 면에서 훌륭한 스펙과 경력을 갖고 있는 미모의 비서이나 지헌은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은설을 찾는다. 이미 은설은 그의 삶 깊숙이 들어온 것. 나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은설이 떠난 지헌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데.
퇴사한 은설은 지헌이 부러 차갑게 내민 추천서도 무시한 채, 재취업도 미룬 채 직접 씩씩하게 장과장을 찾아 헤맨다. 더 이상 은설 따위 신경 쓰지 않으려던 지헌, 결국 보이지 않게 은설을 도와주며 남몰래 은설을 지켜본다. 지헌이 보이지 않게 도움이 되는 것과는 반대로 무원은 드러나게 은설을 도와주고.
그러던 어느 날, 지헌이 생모를 몰래 만나고 있었음을 알게 된 차회장과 지헌, 처음으로 부자간의 심각한 싸움으로 하게 되고. 최악의 기분으로 모친을 만나러 간 지헌은 모친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남자가 차회장이 아닌 다른 남자였음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다. 그 동안 오해해왔던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그러나 그 미안함을 표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지헌과의 싸움 뒤에 쓰러져버린 차회장. 그렇게 또 지헌의 회한은 한꺼풀 더 늘어나는데.
그 소식을 들은 은설은 저도 모르게 지헌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은설보다 먼저 도착한 나윤을 보며 결국 돌아서고 만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타이밍이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두 사람. 차회장이 쓰러진 걸 기회 삼아 신숙희와 무원은 그 동안 물밑 작업을 해왔던 경영권 쟁탈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결국 쿠데타에 성공한다. 억지로 말 안되는 명분을 만들어 지헌도 변방 쓰러져가는 계열사로 내몬다.
지헌은 그들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애초에 경영욕심 없던 그였지만, 부친 차회장이 결코 옳은 오너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부친이 누워있는 사이에 저따위 짓거릴 벌인 고모와 무원을 용서할 순 없기에 훗날을 기약하며 부러 조용히 물러선 것.
그리고 얼마 후, 나윤과 무원 사이의 빅딜을 알게 되고 은설을 보호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데.
하여, 지헌은 이제라도 잘못된 걸 바로잡기로 한다. 계열사에 첫발을 디딘 지헌의 첫작업은 은설 모시기였다. 다시 나의 비서가 되어달라는 지헌을 황당하게 보는 은설. 지헌의 위기 소식을 들으며 마음 안좋았던 그녀지만, 다시 비서가 될 마음은 없다. 신뢰가 깨진 보스완 일할 수 없다고 거절하는 은설. 사실 거절의 가장 큰 이유는 나윤 때문이었다. 함께하는 두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기 싫은 은설.
그러나 지헌은 은설이 알바를 하는 곳까지 찾아다니며 삼고초려에 삼고초려를 한다. 그래도 꿈쩍 않는 은설을 설득하기 위해 명란을 찾아가 힘이 되어달라고 한다.
명란, 나를 이기면 도와줄게. 진심이 아니라 명백한 거절의 뜻을 밝히기 위해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지헌, 정말 링 위로 올라온다. 웬만한 남자보다 좋은 체격에 뛰어난 선수이기까지 한 명란을 지헌이 당할 리 없다. 그런데 당하고 또 당해도 지헌은 또 다시 링 위로 오른다. 옛날 은설이 지헌에게 그랬던 것처럼.
급기야 명란이 피곤해진다. 귀찮아 돌아가시겠다. 그리고 지헌을 인정한다.
진짜 널 필요로 하는 거 같아. 명란의 말에 은설은 흔들린다. 아니 이미 진작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더 버텨야지. 내가 당한 거에 비하면 이 정돈 새 발의 피야. 그렇게 지헌을 살짝 더 괴롭히고서야 지헌의 비서로 재취업한 은설.
이젠 관계의 역전이다. 은설의 첫 출근 날 지헌은 직원들에게 은설을 소개한다.
“이 여자, 제가 모시는 비섭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쓰러져가는 계열사에서 다시금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주 주말 지헌은 은설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밖에서 좀 보지.
은설은 당연히 데이트라곤 생각 못하고 왜 저리 폼을 잡나 의아하다.
나름 철저히 데이트를 준비한 지헌. 그런데 자꾸만 삑사리가 나며 뜻대로 되질 않는다. 데이트가 데이트인 줄도 모른 채 은설은 유쾌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지헌과 나윤의 약혼 발표 기사.
뒤이어 이어지는 나윤의 총공격. 동시에 그룹에서의 새 자리를 확고히 한 무원도 본격적으로 은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하고 지헌의 계열사 회생 작업에도 자꾸만 태클을 걸어오는데.
그렇게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장애물은 늘어만 가지만 지금까지처럼 달콤살벌한 전쟁을 벌이며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두 사람.
과연 지헌과 은설은 죽어가는 계열사를 살리고 원래의 자리를 되찾게 될까?
또한 나윤과 무원의 방해 가운데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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