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이래] 강은경 - 시놉시스
2014, 가족관계 회복 프로젝트.
가족끼리 왜이래
"나눌수록 가득 채워지는 그 행복의 황금률을 찾아서!"
극본 강은경.
제작 삼화 네트웍스
장르 가족 성장 드라마. (70분 * 주말연속극)
작품의도
가족은 치유다.
가족은 웃음이고 눈물이다.
그래서 가족은 감동이다.
나를 제대로 살게 하는 것도 가족이고,
내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도 가족이다.
나를 누구보다 힘들게 하는것도 가족이고,
나한테 누구보다 상처가 되는 존재 역시 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쁜 순간, 가장 슬픈 순간, 가장 힘든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또한 가족이다.
세상에서 가장 징하고도 질긴 나의 운명, 바로 나의 가족들!
그렇게 늘 습관처럼 내 옆에 있는 존재들이기에
고마움도 당연하게 넘겨버리고, 미안함도 대충 지나가버린다.
가족이라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희생과 배려들,
가족이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 받았던 상처들,
그걸 알면서도 차마 전하지 못했던 말..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가족끼리라, 가족이라서,
더더욱 서로에게 인색했던 말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 드라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바보 차순봉씨가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내면서 벌어지는 가족 성장드라마다.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또는 인색하게 넘어갔던
그 숱한 고마움과 미안함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그 세마디 말속에 나눌수록 더욱 가득해지는 행복의 비밀을 담아본다.
<가족끼리 왜이래 인물관계도>
<캐릭터 & 스토리>
; 차순봉씨와 차씨 삼남매
차순봉 (63세, 남) 아버지. 30년째 두부집을 운영중. 자식바보.
솔직히 나라고 꿈이 없었겠나?
나도 아버지가 되기 전엔 한 남자였고 패기어린 청춘이었단 말이다.
통금시간 넘겨가며 고고춤 추다가 파출소에 붙잡혀도 들어가봤고,
장발로 멋부리고 댕기다 두발단속도 당해봤고,
늬들 아이돌그룹 쫓아댕기듯 나 역시 쎄시봉 노래를 듣기 위해
정동부터 명동까지 바짓자락 휘젓고 다니며.. 나도 그런짓 다 해봤다.
허나 배고픈 나라에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고
새벽종이 울릴 때 새아침을 맞이해야했던 청춘이기도 했다.
청운의 꿈보다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
등 따순 집한칸 마련해 마누라와 자식새끼들 삼시 세끼 굶기지 않는것이
가장으로서의 가장 큰 의무이자 덕목이었다.
그렇게 가장의 책임에 충실했고, 그런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선고가 떨어졌다. 위암 말기란다.
근면 성실을 빼면 시체요, 책임감 빼면 속빈 강정인 그,
젊었을땐 꽤 과묵하단 소릴 들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잔소리도 많아지고 하고픈 말도 많아진다.
그 나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절약정신과 근검정신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고,
나라에서 실행하는 모든 법질서와 공공캠페인을 사명처럼 지키신다.
쥐잡아라 하면 만사 제쳐두고 사방팔방 쥐약을 쳤고,
전기 아껴써라 하면 만사 제쳐두고 집안의 모든 플러그를 다 뽑았으며
물 아껴써라 하면 세수한 물로 발닦고 걸레 빨고 변기물까지 내렸다.
유일하게 그가 지키지 못한 캠페인이 바로 둘만 낳아 잘키우자였다.
그 놈에 술 때문에 글쎄 늦둥이 막내가 태어나고 말았던 것.
결국 그 바람에 아내는 지병을 얻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래도 혼자 몸으로 빠듯한 형편에 자식 셋 대학까지 다 가르쳤고,
이제 각자 즤들 길 찾아 취직만 하면 만고 땡! 만세를 부르자 했다.
그랬는데 이게 웬걸?
첫째놈은 나이가 벌써 서른 일곱인데 시집갈 생각을 안하지,
둘째놈은 의대 6년에 인턴에 전문의까지 십년넘게 뼈꼴빠져라 뒷바라지
해줬더니 홀라당 남의 집 데릴 사위로 들어가버리겠단다.
그나마 정이 많은게 셋째 막내놈인데 이 놈은 툭! 하면 욱! 해서
여기저기 뻥뻥 사고를 치고 다니며 애비 심장 떨어지게 만든다.
육십이 넘어서까지 여전한 삼남매의 뒤치다꺼리에
노부의 어깨는 점점 무겁기만 한데...
그런데 정작 자식놈들은 항상 아버지와 집안에 불만이 많다.
다른 집처럼 조기유학을 보내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펙이 있는 집안도 아니고, 물려줄 재산이 많은것도 아니고,
남들 부모에 비하면 자식들한테 별로 해준것도 없다는 둘째놈 말에
내가 정말 이것밖에 안되는 아버지인가 싶어
자식들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그였다.
그랬던 그가 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보호자를 데리고 좀 더 정확한 정밀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 한 채 병원을 나선 순봉씨,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세명의 자식들에게 연락을 하는데..
즤들 필요할땐 득달같이 달려오던 놈들이
정작 아버지가 필요하다니까 죄다 바쁘다며 이핑계 저핑계로 꽁무니를
뺀다. 즈이 놈들 어렸을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밤중도 불사하고,
머리에 쫌만 열나도 들춰업고 병원으로 뛰곤 했었는데...
내심 자식들에게 섭섭하고 괘씸하고 참으로 복잡한 심경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나 홀로 독립을 외치던 큰녀석 강심이가
십년넘게 모아둔 돈을 몽땅 사기당해 날리고,
데릴사위로 들어가 이쪽과 연 끊고 살겠다던 둘째놈이
난데없이 이혼을 하겠다고 짐 싸들고 집에 돌아왔다.
마음 잡았나 싶었던 셋째놈까지 덜컥 또 사고를 치고 아버지를
찾아와 손을 내미는데.. 그런 세 녀석을 보면서 한심해지는 순봉씨,
돈 없다! 늬들 일 이제 늬들이 알아서 해! 호통을 쳤더니만
허! 둘째 놈이 나서서 한다는 말싸가지 좀 보라지,
돈이 없으면 자기들 몫의 유산을 미리 떼어달란다?
하필이면 그 날은 제 어미 제삿날이었다.
그래, 내 생일 잊어먹는건 그렇다치자, 지 에미 제삿날까지 까맣게
잊고 사는 놈들이 돈 내놓으란 소린 어찌 저리 당당하단 말인가?
이제 보니 내가 사람을 키운게 아니라 돈 괴물을 키워냈구나.
그래, 내 죄다, 에미 없이 자란다고 오냐오냐 무조건 감싸고 편들어주며
버릇없이 키운 내 잘못이 크다! 자책하던 순봉씨는
몇날 며칠 절치부심하던 끝에 조용히, 그리고 단호한 결단을 내린다.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내기로 결심한것!!!
그 "불효소송"의 주요골자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들어간 학비며 주거비 및 생활비는 물론
그 외 여러 명목으로 아버지로부터 뜯어간 돈을 되갚으라는 내용이었다.
순봉씨의 이와 같은 불효청구소송에 차씨 집안은 발칵 뒤집히는데!
과연 순봉씨는 정말로 자식들한테 그 돈을 돌려받고 싶은걸까?
아니면, 또 다른 깊은 속뜻이 있는것일까?
그렇게 파란만장 순봉씨의 이유있는 "불효소송"은 시작된다.
차강심 (37세, 여) 차씨집안 장녀. 대오그룹 비서실장. 깡 빼면 시체.
결혼계획? 절대 없다,
남자계획? 역시 없다,
사랑계획? 노 땡큐다.
13년전 뼈아픈 실연의 상처 후 차강심의 낭만시계도 멈춰버렸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만고의 진리!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고 피무치게 학습한 그녀,
지금은 절대적 실리주의와 극강의 혼자주의로 중무장한채
15년째 대오그룹의 비서직을 수행해오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중.
그런 그녀 인생에 모질게 태클을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 바로 문태주,
세상에 둘도 없이 재수없고 깐족거리고 까칠한 그 남자를 만나면서
그녀 인생 두 번째 사랑이 지옥처럼 스멀스멀 시작되는데..
쿨하고, 당당하고, 거침없고, 솔직하며,
나름 매사에 공정하고 객관적이려고 노력한다. (어디까지 노력이다)
집안형편 때문에 전문대를 졸업한후 일찌감치 취업전선에 뛰어든 그녀,
스물 넷, 사랑의 열병을 지독히 치른후 남자라는 종족들과는
감정적 담을 쌓은채 주구장창 일에만 매진, 지금은 대오그룹에서
비서퀸으로 불리우며 수많은 비서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13년의 내공이 말해주듯 아무리 일이 복잡하게 엉키고 꼬여도
그녀만 나타났다 하면 일사천리로 해결이 된다.
똑부러지고, 깔끔하고, 정리정돈의 달인에 걸어다니는 스케줄러인 그녀,
그런 그녀가 집에만 오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녀의 방은 아무데나 벗어놓은 옷들과 스타킹들로 너저분,
어쩌다 하루 집에서 쉬는 날은 세수도 안하고 양치도 안한채 지저분,
니꺼 내꺼 없고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집안일에 무심한
말 그대로 두 얼굴의 차강심이 되어버린다.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혼자가 되신 아버지에,
밑으로는 지가 세상의 중심인줄 아는 이기적 남동생 한놈과
하는것마다 안풀리는 열정만 가득한 꼴통 남동생 하나,
거기에 얹혀 살고 있는 고모와 고모의 기러기 사위까지...
대책없이 뒤엉켜 엎치락 덮치락 정신없이 살고 있는 이 집 사람들!
집이 갖는 긍정적 의미중 하나가 휴식의 공간이란 점인데,
어떻게 이 놈에 집구석은 눈돌리는데마다 온통 열받는것 투성이다.
눈만 마주치면 왜 시집을 안가냐는 어른들의 재촉에
난 독신주의자라구!!! 외치는것도 이젠 더 이상 짜증 나서 못하겠고,
툭하면 들러붙는 사촌동생 부부의 닭살 행각도 더 이상 짜증 나서
못봐주겠다. 프라이버시라고는 존재하지도 존중되지도 않는
이 복잡다다한 집 자체가 그녀에겐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일일이 매번 성질대로 들이 받을수도 없는 노릇.
방법은 오직 독립! 그것만이 진리요 살 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그녀,
이제 곧 주택 청약의 꿈만 이뤄지면 그 땐 결연히 독립을 선언하고
이 집을 나가주리라! 차씨 집안과 아듀, 사요나라 한뒤 나 홀로
노블레스하고 럭셔리한 독신 라이프를 맘껏 즐겨주리라!
그렇게 혼자만의 부푼꿈에 빠져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작스런 인사이동 소식이 전해진다.
상무이사 비서실로 전격 발령이 나버린 것이다!
상무이사 문태주, 대오그룹 서열 2위...
실력있고 능력은 있는데 인품은 완전 개싸가지라고 소문 난 개폭탄!
그의 밑에서 일주일 이상을 버틴 비서가 없을만큼
안하무인격 독설과 파쇼적 마인드로 악명 높은 인간이다.
그렇게 교체된 비서만 스무명이 넘을 정도.
이를 지켜보던 문회장이 결국 그 특단의 조처로
대오그룹의 비서퀸 차강심을 문태주밑으로 전격 발령 내버린것.
내가 왜? 어째서 그런 개폭탄밑으로 가야해? 기가 막혔던 차강심,
그래도 회장님의 특명이라는 소리에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그래,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데 어쩌겠어. 가서 실력발휘 한번 해주지 뭐
그렇게 자신있게 문태주의 사무실로 향하는데 오! 마이 갓!
첫날 첫 미팅부터 아주 오부지게 개망신을 당하면서
15년동안 꼿꼿이 지켜왔던 그녀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개박살나버린다.
만만치 않은 놈! 역시 서열 2위는 괜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울트라급 업무처리 능력은 물론, 갖고 있는 정보력과 인맥 또한
초수퍼 메이저급이다.
게다가 어찌나 똑똑하고 박학다식하신지 일단 한번 입을 열면
지구 반대편에서 우주끝까지 훑어가며 잘난척을 해야 끝이 났고,
그의 말에 한마디라도 토를 달던가 말대꾸라도 하면
백마디 말로 되받아쳐 상대를 너덜너덜 초토화 시켜버린다.
일에서 만큼은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다 자부하던 강심 역시
문태주의 독설앞에 처참히 부서지고 쪼그라드는데...
하지만! 비서생활 15년 내공을 우습게 보지 말라!
문태주로부터 사사건건 깨지고 무시당하고 쥐약 취급을 받을수록
강심의 오기와 근성은 점점 더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악으로 깡으로 이 악물고 버티고 학습하고, 파악하고, 템포를 익혔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문태주의 패턴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독설을 맞받아치고, 그의 요구사항보다 반템포 앞서가기 시작했다.
어떠냐 문태주! 이게 바로 비서의 정석이다! 의기양양해지는데,
정작 문태주 입에서 툭 던져진 한마디 말은,
"이제 좀 쓸만해졌군!" 이었다.
기가 막혔다. 코피 쏟아가며 하루에 두시간씩 쪽잠을 자가면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비서업무를 수행해줬더니 고작 뭐? 쓸만해?
이거 은근히 차강심의 자존심에 불을 붙인다. 오냐 그래!
내 기필코 네 놈의 그 오만방자한 입에서
고맙다는 소리를 "꼭" 듣고야 말리라!
네 두 눈에서 나 차강심을 찬양하는 눈빛을 "꼭" 보고야 말리라!!!
그러면서 강심은 밤낮없이 피치를 올리며 열을 가하는데...
그런데 어? 이거 뭔가 좀 이상하다?
언제부턴가 그의 까칠한 소리를 듣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그의 핀잔어린 소리를 듣지 못하면 뒤가 허전해온다.
업무 수행을 마칠때마다 마치 강아지처럼 그의 반응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허걱! 뒷골이 띵해져온다.
언젠가... 분명... 과거에도 이런적이 있었다!
13년전 사랑에 빠져 앞뒤 분간 못하고 허부적거리던 그 때의 증상과
아주 아주 흡사했던것! 이럴수가! 설마...!
천하의 차강심이 천하의 못된 남자 문태주한테 다른 감정이 생긴거야?
게다가 최악인건 상대가 바로 그녀의 직장 상사라는거!
이건 실격이다! 비서퀸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사표를 쓰든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을 요청하든 해야한다. 그런데...
이성과는 달리 심장은 계속 문태주를 향해 제멋대로 두근거렸고,
그의 수많은 여성편력에 혼자 상처받기 시작했다.
아, 증말 미춰버리겠다!
그렇게 걷잡을수 없는 짝사랑의 지옥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차강심,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 문태주와의 묘한 밀당이 시작되고.
그 둘의 주종관계는 점점 정신을 차릴수 없는 정국으로 치달아가는데..
그럴즈음, 그녀앞에 두 건의 사건이 터져버린다.
하나는 갖고 있는 적금을 탈탈 털어붓고, 2억 대출까지 끼고 산
그녀의 아파트가 부동산 사기에 걸려 하루아침에 날아가버리게 생긴것!
모든걸 다 날릴 마당인데 하필이면 그 때 아버지로부터
뜬금없는 소송장까지 날아온다! 이름하여, "불효청구소송!!"
"아버지 가족끼리 왜 이래요? 나두 꺼내놓으면 할 말 많아요!
모의고사 전국 백등안에 들던 내가 아버지 폐 안끼칠라고 4년제 포기하 고 전문대 들어가! 일찌감치 취직해! 거기다 강재 학비 없을때
적금 깨서 학비까지 내준적도 있었잖아! 그런 나한테 왜 이래요?"
그렇게 아버지의 난데없는 뒷통수에 거품물고 넘어갈 판인데,
그. 런. 데.
거기다 뒷목 잡고 넘어갈 놈까지 눈앞에 불쑥 나타난다.
바로 아버지의 소송을 맡은 그 놈, 그 인간이.. 바로 변우탁라니!
13년전 그녀의 순정을 산산조각낸 바로 그 첫사랑이
아버지의 변호인이 되어 그녀앞에 나타나다니!!! 정말 돌! 겠! 다!
무늬는 내공 15년차 비서퀸,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어리숙한 스물네살의 차강심!
폭풍처럼 다가온 두 번째 사랑과 아버지의 소송대리인이 되어 돌아온
아픈 첫사랑 중 과연 그녀는 어느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아버지의 불효청구 소송속에 담긴 가족의 의미를 깨달을수는 있을까?
차강재 (32세, 남) 차씨집안 둘째이자 장남. 위암전문의. 출세는 내 운명.
솔직히 나는 내 가족이 마음에 안든다.
가족들은 그를 집안의 대들보, 차씨집안의 희망이라 부르지만
정작 강재 본인은 그 말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집안의 구세주같은거 되고 싶었던 적도 없고, 될 마음도 없다.
그저 이 끈끈하고 텁텁한 가족이라는 이름의 혈맹집단을 벗어나고
싶을뿐.. 그래서 결혼을 선택했다. 사랑같은거, 가족의 정같은거
강요하지 않는.. 그저 조건만 있는 쿨한 결혼을 말이다.
의학 공부외에 다른 일에 취미가 없다.
타인(가족포함)의 일에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아버지가 그 힘들게 두부를 팔아 자기 뒷바라지 해준건 고맙지만,
그걸로 온가족이 싸잡아 생색을 낼때마다 거북하고 불편하다.
내가 잘된건 오로지 내 노력과 내 최선으로 된 것이다.
남들 잠잘 때 공부하고, 남들 실컷 놀구 먹을 때 공부해가면서
그렇게 내가 이뤄낸 것들인데 왜 그들이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
물론 아버지의 노고를 모르는 그런 인정머리 없는 놈은 아니다.
하지만 고모, 누나, 동생까지 마치 나 하나를 위해 희생한것처럼
들이대며 저렴한 생색을 낼때마다 피곤하고 부담스럽다.
잘 나가는 자식한테 빨대 꽂고 어떻게든 빌붙어 뭐라도 쪽쪽 빨아보겠다
는 그런 거지 근성, 아무리 가족이래도 참아줄수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바로 그 때 효진이가 결혼하자고 제안해왔다.
사랑같은거 바라지 않는단다.
자기와 결혼해 내 남편이라는 타이틀만 갖고 있어달라,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을수 있도록 능력있는 의사만 되어달라,
그럼 다른건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 가 그녀의 조건이었다.
병원 원장 자리는 강재의 최종목표고 꿈이었다.
효진과 결혼한다는건 그 꿈을 향해 가는 직행티켓을 얻는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이 부담스러운 차씨집안을 벗어날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재보고 생각할 것도 없이 효진과의 결혼에 동의했다.
그리고 4년 넘게 사귀어온 여자친구에게 쿨하게 이별을 고한뒤
가족들에게도 마치 남얘기하듯 자신의 결혼을 통보한다.
"나, 효진이네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갑니다.
병원장의 사위로 들어가는건 맞는데
그렇다고 우리 차씨집안에 떨어질 떡고물 같은건 없습니다.
저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세요. 제가 이러는게 영 섭섭하시다면..
저와의 연을 끊으셔도 전 상관없습니다!" 라고 말이다.
차씨집안의 기대주이자 희망이었던 장남의 일방적인 통보!
데릴사위라니! 게다가.. 연을 끊어도 상관없다니!
강재의 충격적인 말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한 아버지를 보면서
아주 잠시 잠깐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그렇게 아버지 마음에 대못 박고 결혼식을 올리는데..
그런데..
아무래도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여버린것 같다.
뭔 놈의 가족 모임이 이렇게 많은건지,
일주일에 한번은 꼭 가족이 다같이 모여 저녁을 먹어야하고,
뭔놈에 일가 친척들이 그리 많은지 가야하는 생일 파티와 결혼식등등
격주 단위로 집안 경조사가 줄을 잇는다.
게다가 처음엔 살림밖에 할줄 아는게 없다던 장모께서는
또 어찌나 사사건건 딸 사위 결혼생활에 간섭하는지..
냉장고에 먹는거서부터 시작해 집안의 가구며 식기는 물론,
강재가 입는 옷 브랜드며, 심지어 세탁소업체까지 다 지정을 해준다.
알고보니 아내 효진은 모든걸 엄마와 상의해야하는 <마마걸>이었고,
그녀의 어머니 허양금은 자식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참견하고 따라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헬리콥터 맘>이었던것!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더 헤어날 수 없는 가족의 굴레에 갇혀버린 강재,
그러던 차에 효진으로부터 아이를 갖자는 얘길 듣게 되는데...
순간 강재는 난생처음 공포를 느끼게 된다.
뭐? 내가.. 아버지가 된다구? 그리고 그 순간 깨닫게 된다.
사실 자기는 남편이 될 준비도 안되어있을뿐더러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준비도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걸 말이다.
장모까지 본격적으로 나서서 아이를 낳으라고 압박을 가해오면서
강재는 효진과 사소하게 말다툼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결국 그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한채 한집에서 별거를 시작한다.
처음엔 짐 싸들고 병원으로 나간채 별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권원장의 시선도 그렇고, 병원내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이
부담스러웠던 두 사람은 결국 한집 별거를 선택하기로 한다.
각자 서로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되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금슬좋은 부부의 역할을 유지하자고 말이다.
그렇게 강재와 효진은 말 그대로 "쇼윈도부부"의 생활을 시작하는데..
말이 그렇지 이중생활을 유지한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기 위한 부부생활이 서로에게 피로와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할무렵, 그 두사람 앞에 난데없이 사내아이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자기가 차강재의 아들이라고 밝히는데! 맙소사!
안그래도 아이를 낳네 마네 하는 일로 부부 사이 갈등이 깊어진 판에
난데없는 여덟살짜리 아들이라니!
게다가 그 일이 병원내에 소문이 퍼지고 권원장의 귀에까지 들어가면서
강재의 입지는 그야말로 풍전등화, 고립무원의 지경에 이르는데.
처가댁으로부터의 무언의 압박, 효진과의 불화,
게다가 어디서 듣보잡 아들의 등장으로 인한 멘붕까지 휘몰아치면서,
강재는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채 효진과의 이혼을 결심한다.
의사로서의 명예도, 병원에서의 지위도,
남들 눈에 완벽해보였던 가정까지 모든걸 잃게 된 강재.
그 맨 밑바닥에 떨어진 그 순간 그의 앞으로 소송장 하나가 날아오는데,
바로 아버지로부터 날아온 불효청구소송이었다!
"나 지금 불행한거 안보이십니까?
불난 아들 인생에 기름 콸콸 붓고.. 행복하세요 아버지?
안그래도 돌아버리겠는데 아버지까지 왜 이래요?
가족끼리 왜 이러시냐구요 진짜!!!"
그렇게 아버지한테 소리소리 질러댔는데.. 그렇게 할 소리 못할소리로
아버지 가슴에 상처를 줬는데.. 그랬는데.. 아버지가 위암 말기란다.
말두 안돼! 내가 의산데.. 내가.. 위암 전문읜데.. 그걸 몰랐다니!
내가 이러고도 아들이야...? 내가.. 이러고도 의사야?
언제나 자신의 성공과 자신의 입장만 중요하던 본투 싸가지 차강재,
인생에 바닥에 떨어져서야 비로소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족이 보이기 시작한다.
과연 차강재 그는.. 의사로서, 가장으로서, 그리고 아들로서,
실패의 위기에 놓인 자신의 인생을 다시 복구할수 있을까?
그리고 상처난 아버지의 마음을 치유할수 있을까?
차달봉 (26세, 남) 차씨집안 막내아들, 현재 구직중. 욱질은 나의 힘.
아버지 쫌만 기다려, 내가 돈 많이 벌어 호강시켜드릴께!
하지만 그는 현재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청년백수다.
열정은 앞서나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그의 능력은 너무나 미비하다.
스펙과 연줄, 돈의 힘이 난무하는 세상에 대고,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사람이 먼저잖아!!!"
라고 외치는 순수 열혈 청년,
긍정과 열정, 선한것에 대한 신념 하나로 세상과 맞서고 싶은데
그러나 현실속에서의 그는 좌절의 연속이고 실패의 아이콘일뿐이다.
더 이상 떨어질 바닥도 없이 밑바닥으로 떨어져버렸던 바로 그 때..
거기서 너를 만났다. 강서울.. 너를...
혈기는 왕성하나 치밀한 계획은 없고,
정의앞에서 물불 가리지 않지만 언제나 강약조절을 못해 화를 부르고,
상남자다움에 집착하는 바람에 툭하면 욱하는 성격이지만,
기본적으로 인정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착한 심성을 지녔다.
남을 위해선 앞장서지만 정작 자신의 일에는 서툴다.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마음을 쉽게 드러내는건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애정표현이라든가 스킨쉽같은거? 완전 젬병이다
강심이 강재랑 달리 자기만 돌림자를 안쓴 이름이라
혹시 내가 주워온 아들인가 생각했던때가 있다.
아무리 주워왔어도 그렇지 달봉이가 뭐야? 내심 불만이었는데
엄마(달자씨), 아버지(순봉씨) 그렇게 두분 이름에서 한자씩 따와 지은
의미있는 이름이란걸 안 뒤로는 단 한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잘난 누님과 잘난 형님을 둔 덕분에 언제나 아버지한테 삼순위였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힘들때 아버지 마음 알아주고, 아버지 마음 풀어주는건
언제나 막내 달봉의 일이다.
내심 잘난 누나와 잘난 형한테 묘한 자격지심, 피해의식같은게 있다.
"두고봐! 지금은 내가 가장 못나가지만, 언젠간 기필코!
잘난 누님과 형님보다 훨씬 더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보란듯이 아버지 호강시켜드릴테니까!" 항상 마음은 그렇지만,
그러나 현실에서의 그는 힘도 없고, 돈도 없고, 취업도 안되는 백수다.
어렸을땐 아버지처럼 두부장인이 되는게 꿈이었다.
눈만 뜨면 아버지를 따라 두부가게에 나가 아버지한테 두부 만드는법을
배웠는데, 그러나 그 때마다 아버지는 절대로 아버지처럼 살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했었다. 그래서 두부장인의 꿈을 접었다.
재미도 없는 공부에 매달려 겨우 전문대 턱걸이 졸업한뒤
잘나가는 대기업서부터 중소기업까지 종목 불문, 분야 불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사원서를 냈건만, 내는 족족 고배를 마시는중.
이제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할수 있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리어카 포장마차라도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대출까지 받아
일을 벌였는데 그마저도 실패, 결국 또 아버지의 돈을 가져다
그 대출을 갚아야하는 민폐아들로 전락해버렸다.
나는.. 정말 이것밖에 안되는 놈인가?
그렇게 자신의 청춘에 점점 자신이 없어져갈 무렵, 그녀가 나타났다.
12년전 첫사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작정 상경했다는,
진격의 무댓보녀, 이름하여 강서울!
12년전 약속한대로 달봉과 결혼하기 위해 찾아왔단다.
약속이라니? 내가 언제 너랑 결혼약속을 했다구 그래?
하는 순간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었던 12년전 일이 떠오르는데!
그러니까 달봉이가 중1때,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던적이 있었다.
절친 윤은호와 곤충채집 한다고 무리를 벗어났다가 산에서 길을 잃고
계곡에서 그만 미끄러져 물에 빠졌었다.
그 때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난 한 소녀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그녀가 바로 강서울이었던것!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무엇이든 좋으니 소원 하나만 얘기하라고 했더니
글쎄 대뜸 하는 말, "너랑 결혼하고 싶어!" 였다.
그들의 나이 불과 14세였고 결혼같은건 상상조차 할수 없는 중딩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다짜고짜 두 눈망울을 반짝이며 결혼하자고 우겼다.
"좋아! 결혼하자! 대신 지금은 어리니까 이다음에..
우리가 어른 돼서 다시 만나면, 그 때 결혼하자!
12년뒤 오늘 다시 만나는거야, 서울 남산타워앞에서. 어때?"
물론, 어디까지나 장난이었고, 거짓말이었다.
그랬는데 정말로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이렇게 날 찾아오다니!
무엇보다 난감하고 당혹스러운건,
그 때 그녀가 물속에서 구해낸 소년은 달봉이 아니라
그 당시 달봉과 함께 길을 잃었던 그의 절친 윤은호였다는거!
(결혼하자고 들이대던 서울이에게 장난기가 발동한 윤은호가
자기 이름 대신 달봉의 이름을 대고 빠져나왔던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서울이는 지금 눈앞에 있는 달봉이가
그 때 물에서 구해낸 소년이라 12년동안 굳게 믿고 있었고,
약속대로 결혼을 하자고 찾아오기까지 한것이다.
허! 이 여자 감당안되네! 어쩔수 없다! 이럴때 삼십육계뿐이다!
그리고는 정말 미친듯이 도망쳐버리는데 헐!!! 놀라 자빠지겠다!
왜 그 여자가 내 집에 와 있는거야?
(경찰서에 같이 연루됐을때 그가 대던 주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강서울 그녀, 달봉이네 집에 들어와 하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순봉씨한테 아버님! 하고 큰절을 올리지 않나,
형님, 시아주버님! 해가면서 그 오글거리는 호칭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며 달봉이네 집 식구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린다.
속사정 알지 못하는 가족들은 지 앞가림도 못하는 막내가
또 사고를 쳤다며 달봉만 나무라고 잡들이를 해대는데...
아니야! 12년전 니가 구해준건 내가 아니라 윤은호 그 자식이라구!!!
소리쳐 진실을 얘기해주고 싶지만,
그 때마다 이상하게 상황이 꼬이면서 진실을 얘기할 기회를 놓치는데..
결국 진실을 말할 기회를 놓친채 달봉은 서울과의 약혼을
기정사실화할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서울은 넉살좋게 그대로 달봉의 집에 눌러앉아버린다.
아! 인생 정말 피곤하게 꼬인다.
어서 빨리 강서울 저 여자를 시골로 내려보내자!
할수 있는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해 그녀를 내보내려하는데, 그런데.
강서울.. 그녀의 정체가 알면 알수록 수상하다.
솔직히 시골 깡촌 출신이라 은근 무시했는데
그런데 사서삼경인지 삼강오륜인지 공자 맹자는 물론이고,
영어회화부터 일본어 중국어까지 술술 구사하는게 아닌가?
한때 모대학 교수였던 외할아버지로부터 배우거나 독학한거란다.
게다가 어찌나 아는게 많고 지혜로운지,
위기와 고비때마가 달봉에게 슬기로운 대처법을 알려줘 모면하게 한다.
결정적으로 달봉이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건,
그녀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편을 들어주었던 사건이 생기면서였다.
아버지한테조차 누나 형 다음으로 세 번째였던 그가
그녀에게 첫 번째가 되었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달봉이를 형편없는 놈 취급할 때 조차 그녀는
그의 옆에 있어주었고,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달봉은 서울에게 마음을 주게 되었고, 길들여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좀 더 괜찮은 남자, 좀 더 떳떳하고 의지해도 좋은
그런 든든한 남자가 되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12년전의 진실을 점점 더 말할수 없게 된다.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장난으로 거짓말을 한것도 찔렸고,
그 거짓말을 12년동안 철썩같이 믿어온 그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죽을때까지 묻어두자!
내가 말 안하면 어떻게 알겠어!
서울이가 어떻게 윤은호 그 자식을 만나겠냐구, 안그래? 그랬는데..
헐! 만나버렸다!
진짜로 윤은호 그 자식을 만나버린것이다!
서울이가 일하게 된 한식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를 구한다기에
그녀를 따라 갔더니, 글쎄 거기 사장이 바로 윤은호였던것.
(그 때까지 은호와 서울이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
대체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냔 말이냐!!
12년전 서울이가 목숨을 구해준 윤은호를,
하필 이런 꼴 (사장과 알바생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쪽팔린건 둘째치고 혹여 서울이가 진실을 알게 될까봐 좌불안석이 되는
달봉이..
내가 거짓말 한걸 알게 되면 서울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날 미워하게 될까? 이대로 은호한테 가버릴까?
서울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돼버린 달봉은 이대로 그녀를 잃게될까봐
초조한 마음으로 눈치보듯 주방일을 시작하는데,
그런데...
하다 보니 의외로 주방일이 달봉의 적성에 맞는다.
워낙에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의 두부만드는 일을 도왔던 손이었다.
자연히 음식 다루는 일에 익숙했고,
아버지의 눈빛만 봐도 뭐가 필요한지 읽어내던 구력으로
주방장의 마음을 읽어내 제비처럼 움직이면서 신임을 얻기 시작한것.
일을 하면 할수록 재미도 점점 붙었고 열정도 생겼다.
처음으로 무언가 잘 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근데 왜 하필 그게 윤은호의 레스토랑이란 말이냐!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다 싶은데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만다.
윤은호가 서울이의 존재를 눈치채버린것.
그러면서 서울이와 달봉, 그리고 윤은호의 삼각관계는
바야흐로 폭풍전야와도 같은 상황에 접어들게 되는데...!
바로 그 때 달봉앞으로 한장의 소송장이 날아온다.
아버지로부터 날아온 불효청구 소송장이었는데 고등학교 졸업이후
들어간 모든 돈을 되갚으라는 청천벽력같은 내용이었다.
"맙소사!!! 아부지! 나 이제 접시 닦기 시작한지 한달밖에 안됐어요!
그런데 1억이 넘는 돈을 갚으라니.. 아버지 우리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왜 이래요 진짜! 제발 고정하세요! 아부지, 예?"
;삼남매의 그 남자, 그 여자들.
강서울 (24세, 여) 상경소녀. 진격의 긍정체.
일편단심 민들레의 표본이자 사랑밖에 난 몰라의 아이콘!
12년전 목숨을 구해줬던 꽃미남 소년과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 위해 무작정 서울에 상경한다.
그러나, 다시 재회한 그 꽃소년은 하는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이
빈둥대는 청년백수가 되어있었다.
그가 바로 차달봉이다.
솔직히 상상했던것만큼 멋진 남자가 되어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실망만 하고 있을순 없다! 이럴수록 내조를 잘해줘야지!
걱정마 서방님! 내가 서방님을 꼭 최고의 남자로 만들어보일테니까!
나만 믿어!
넉살좋고 시원시원하고 인심좋고 유쾌하다.
속엣말 거침없이 내뱉는 돌직구 스타일에
옳은건 옳다, 틀린건 틀리다고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고,
인지상정에 어긋난 꼴 절대 못보는 정의구현형 인간.
좋고 싫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스타일.
깍쟁이 서울사람들의 눈칫밥에 곤혹스러운 일도 겪게 되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는 꿋꿋한 기상과
어떤 힘든 상황이 닥쳐도 좋은쪽으로 해석하는 절대긍정녀!
싹싹하고 부지런하고 근면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한번 고(GO)는 영원한 고(GO)!
일단 시작한 일은 끝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저돌적 마인드에
자신이 무척 예쁘다고 믿는 자뻑정신까지 탑재된 무소불위의 그녀!!
12년전 천방지축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그녀가 우연히 물에 빠진
꽃미남 소년을 구해주게 되었고 그 소년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둘 다 너무 어렸기에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나자 굳게 약속한 두 사람은
12년 뒤 월드컵 개막식 날 남산타워앞에서 재회하기로 하는데..
그 꽃미남 소년이 바로 차달봉이라 했다.
차달봉, 그 이름 석자를 가슴에 품은채 스물 다섯이 된 강서울,
드디어 2014년 월드컵 개막식 당일 서울 남산타워를 향해
무작정 상경하는데..
하지만 거기엔 그녀를 기다리는 소년은 없었다.
밤이 깊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그 소년은.. 오지 않았다.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갈데는 없고, 이대로 잊혀지는걸까 서글퍼지는데
그 때 웬 거지같은 놈 하나와 더럽게 상황이 꼬여버린다.
면접에 떨어졌다며 만취한채 울고 불고 개주접을 떨다가
폭력배들한테 죽도록 얻어터지더니 옆에 있던 강서울까지 말려들어
싸잡아 경찰서에 잡혀가는데, 글쎄 그의 이름이 차달봉이란다.
순간 그녀는 자기 귀를 의심한다.
말도 안돼, 이런 묵사발 개차반같은 그가
지난 12년동안 그토록 오매불망 그리던 그녀의 서방님이라니!
꽃미남 소년의 그 조각같던 섬세한 얼굴에 반해,
물기 뚝뚝 떨어뜨리며 바라보던 그 깊은 눈빛에 반해,
세련되고 자상한 그 서울 말투에 그냥 홀딱 반해
무작정 그와 가시버시 하고 싶어 결혼을 약속했던 그 소년이
이렇게 말도 안되게 모냥빠지는 루저가 돼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그 실망스러운 모습에 좀처럼 충격이 가시지 않는데... 그래서 12년전의
약속같은거 싹싹 지우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버릴까도 했는데..
그래도 한번 연분을 맺은 이상 그럴수는 없는 일.
지금은 잠시 길을 잃고 방황중이지만 그러나 곧 정신차리겠지,
그래! 내가 내조를 잘해서 어떻게든 정신차리게 해주자!
그렇게 여필종부 부창부수를 외치며 달봉의 곁에 남기로 결심,
그러려면 우선, 시댁과 친해져야한다.
해서 달봉이 집에 눌러살기로 하는데, 집안 분위기가 또 가관이다.
싸움거리도 안되는 아주 짜잘하고 말도 안되는 소소한 문제로
서로에게 궁극의 유치함과 치사함을 들이밀며 싸워대는건 기본,
평생 어머니 없이 홀로 자식들을 키워낸 아버지는 언제나 뒷전이다.
산골깡촌 출신에 검정고시로 고졸학력을 따긴 했지만 매일밤마다
외할아버지와 함께 삼강오륜과 사서삼경을 공부하던 그녀였다.
뿐만 아니라 그 산골에서도 5대 일간지를 매일같이 읽으며
할아버지와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경제와 정치에 대해 토론하던
그녀였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부모자식간의 법도가 그런게 아닌데
이 집은 뭔가 좀 잘못돼있는거 같다.
그래! 이왕 어차피 차씨 집안에 뼈를 묻기로 한 몸,
이 한몸 불살라 차씨 집안의 기강과 분위기를 바로 잡아보자!!!
그러면서 그녀의 차씨 집안 고군분투기는 시작되고.
하지만, 시댁살이 어디 그리 맘먹은대로 쉽게 풀리더냐?
첫째 큰시누이는 무슨 말을 해도 씨도 안먹히지,
강재 시아주버님은 아예 말을 붙이기도 힘들게 찬바람 쌩쌩이지...
툭하면 사고나 뻥뻥 저지르고 다니는 우리 서방님 차달봉은
도대체 언제 철이 들지 그 날이 까마득하기만 하지..
그런 와중에 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아버지 차순봉씨다. 평생을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분,
지금도 여전히 자식밖에 모르는 그 분이 참 좋았다.
나한테도 아버지가 있다면 저런분이었겠지? 혼자 상상하며
삼남매에게 지쳐가는 순봉씨의 마음의 벗이 되어준다.
한편, 서울은 서방님 사람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동분서주 한다.
달봉은 다 좋은데 인내와 지구력이 부족하다.
빈둥빈둥 노느니 주방에서 시간제 알바라도 하라며 데리고 간곳이
바로 그녀가 얼마전 취직한 한식 레스토랑이었다.
거기 레스토랑 사장님은 달봉이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였다.
이름 윤은호. 한때 무슨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여덟명이나 되는 멤버중 한명이었던 그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 (어딘가 우수어린 눈빛이 꽤나 눈에 익긴 하지만..)
솔직히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그의 어머니가 그 유명한 앵커,
백설희라는 사실을 알고 호감도가 급상승한게 사실이다.
훌륭한 어머니 만나 저렇게 고생없이 사는 윤은호가 부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에겐 달봉 서방님이 언제나 최고다.
부모한테 받은거 없이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려는 달봉서방님이
그녀눈에는 훨씬 더 빛나보였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 달봉서방님과 사장님이 서로 아는 눈치다.
알고 보니 중학교때 단짝이었다는데 어떤 사건으로 의가 났단다.
대체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어도 달봉은 대답이 없고,
그 때부터 윤은호 사장님은 서울에게 묘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12년전의 거짓말...
그 때의 짓궂은 장난으로 뒤바뀐 이름, 그리고...
12년동안 오매불망 그리던 서방님은 차달봉이 아닌 윤은호라는 사실!
무엇보다 서울에게 상처를 준건 지금껏 달봉이 그 사실을 숨긴채
그녀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거.
솔직히 서울이도 12년전의 약속이 꼭 이뤄질거라 백프로 믿진 않았다.
그저 산골이 답답했고, 어디든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원래 서울은 태어날때부터 천식증세가 너무 심했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가 모든걸 버리고 어린 손녀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던것.
살면서 천식증세는 호전되었지만, 그래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급한 상황이 되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는 혹시라도 모를 재발 때문에 계속 산골에 머물렀고
서울이는 이런 산골이 그저 답답하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던 차에, 12년전 약속을 핑계삼아 달봉이를 찾아 상경했는데,
달봉을 만나고 그의 가족을 만나면서 역시 올라오길 잘했다 싶었다.
달봉이는 그녀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으며
그의 가족들도 알아갈수록 훨씬 정이 많고 좋은 분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 된다고 생각하니 세상을 다 가진것 같았다.
그런데 그 모든게 다 장난이고 거짓말이었다니.
상처받은 서울이의 마음은 어쩔줄을 모르고...
새삼 운명처럼 재회하게 된 은호로부터 진심어린 구애를 받게 되지만,
이미 달봉에게 향한 마음을 돌리지 못한채 갈등한다.
12년전의 첫사랑 윤은호에게 갈수도 없고
12년뒤 사랑하게 되어버린 달봉에게 갈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강서울은 결국 시골로 돌아갈 결심을 하는데.
그 때! 우연히 접하게 된 비보, 순봉씨의 위암말기 소식!
순봉씨는 자기 자식들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고...
강서울은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 순봉씨의 공모자가 되어
차씨 삼남매를 향한 순봉씨의 불효청구소송을 돕게 되는데.
문태주 (37세, 남) 대오그룹 2인자. 까칠한 결벽주의.
나는 잘났다. 나는 대단하다. 고로 나는 군림할 자격이 있다!
그런 내가 티꺼우면 나보다 잘나면 된다.
창의력 없고 자기 개발없이 시스템속에 안주하는 인간들,
그러면서 즤들 먹고 살 권리만 주장하는 인간들 완전 경멸한다.
성공하고 싶으면 치열하게 경쟁해서 가져가라.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고, 쟁취의 역사다.
받은만큼 돌려준다! 그게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그랬던 그에게 받은것보다 더 많이 주고 싶은 여자가 나타났다.
바로 차강심 그녀다.
똑똑하고 잘났다. 그 사실을 본인 또한 너무나 잘알고 있고,
남들앞에서 당당하게 잘난척 하면서 살고 있다.
겸손, 배려, 피곤해서 못한다. 돌려말하는거 짜증나서 못한다.
까놓고 말하자면 남성 우월주의에 능력 지상주의자다.
여성상위보다 남성상위를 훨씬 더 좋아하고,
능력편차에 따라 차별대우하는걸 당연하다 생각한다.
집요하리만치 깐깐하고 쪼잔하고 정확하며, 인정사정 안봐주는 성격.
말로 사람을 죽일수 있을만큼 비정한 독설가다.
사람이란 어떤 상황도 좋게 해석하려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독하고 쎄게 얘길 해줘야 제대로 현실을 직시할수 있다고 믿는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누구든, 언제든
내 뒤통수를 칠 준비가 되어있는 잠재적 경쟁자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독신인 그는 의외로 자유 연애주의자기도 하다.
여자를 좋아하지만 오래 좋아하진 못한다. 길게 만나야 세 번이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만나, 두 번째에 벌써 상대 완전 정복,
세 번째에 이미 지루함을 느껴 결국 이별통보,
그런 패턴으로 스쳐지나간 여자만 몇 트럭인지 모른다.
그래도 좋다고 달려드는 여자들 보면 돈과 지위가 좋긴한가보다.
그녀들은 그의 돈을 누리고, 그는 그녀들의 미모를 즐기고,
서로 지저분한 감정 없이 그 때 그 때 편하게 즐기고 쿨하게 헤어진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의 아버지, 문대오 회장이다.
사실 그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건 그가 대학을 들어간 뒤였다.
평소 지병이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뒤늦게
아버지라는 사람이 찾아왔는데, 그가 바로 대오그룹 문회장이었다.
왜 이제야 찾아온거냐고 묻자, 아버지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늬 엄마가 원하지 않아서였다고...
사랑없는 결혼에 지친 그의 어머니가 자길 버렸고,
그 뒤로 문회장은 쭉 혼자였노라고 말이다.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었다며 그 가난속에서 자길 키운 어머니나,
그렇다고 한번도 아들을 찾아오지 않은 아버지나..
솔직히 두 분 다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한가지 진리는 얻었다.
사랑없는 결혼은 결국 비극으로 끝날수밖에 없다는것을.
사랑없는 결혼따위 할게 아니며 그 사이에서 자식같은건 더더구나
낳을게 아니라고 말이다.
(강심이 스물네살에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문태주는 이 때 결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장례식을 끝낸뒤 문회장은 태주에게 담담히 말했다.
나는 혈연을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능력만 따진다,
니가 내 아들로 돌아오는건 환영하지만 회사는 니 실력으로 올라오거라.
그 말에 태주는 쿨하게 알았다고 대답한뒤
진짜 자신의 힘으로 대오그룹에 최고 성적으로 입사,
그 뒤로 십년동안 계속 승승장구하며 지금의 상무 자리까지 올라왔다.
능력을 보여달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능력으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 십년의 세월 동안 단 한번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았다.
언제나 호칭은 회장님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엔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있었고,
그 사이엔 언제나 묘한 긴장감과 어색함이 흘렀다.
그러던 차에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일간지 일면에 아버지 문대오가 재혼을 한다는 기사가 터져버린것!
상대는 한때 9시 앵커로 이름을 날리던 아나운서 백설희였다.
(그녀한텐 전남편의 아들까지 딸려 있었다)
어째서, 왜, 어머니가 떠난 뒤에도 한눈 팔지 않고 살아온 아버지가
칠십을 앞둔 나이에 갑자기 왜 재혼을 결심한것일까?
묘한 배신감에 휩싸인 태주는 그 화풀이를 비서실에 쏟아부었고,
그렇게 스물 한번째 비서가 퇴출당하고 만다.
그리고 스물두번째 비서, 그녀가 나타났다.
15년 내공의 대오그룹의 비서퀸, 차강심 그녀가!
확실히 그녀는 포스부터 이전의 비서들과는 남달랐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할 문태주가 아니었다.
면담 5분만에 그녀의 머리끝서부터 발끝까지 까뒤집듯,
그녀의 체면과 자존심을 완전 묵사발을 만들어버렸다.
실력좋은 부하직원일수록 그 삭을 죽여놔야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법,
첫판부터 깨부숴놨으니 다루기 좀 편하겠지 했는데,
어라? 이것봐라? 이 여자, 깡이 장난이 아니다.
문태주가 하는 말에 단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를 한다.
뿐만 아니라 문태주가 정해놓은 스케줄을 임의대로 조정해서
그 스케줄대로 태주를 움직이게 한다.
15년 내공의 비서퀸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구나! 재밌는데?
그러면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피튀기는 신경전!
부하직원을 손에 쥐느냐, 아니면 그녀 손에 쥐어잡히느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기싸움을 하는데.
그런데 그녀,
자길 상대로 그렇게 기죽지 않고 자기 할말 똑부러지게 다 하는
그 여자가 의외로 사생활에서는 구멍투성이다?
회사내에서는 그보다 더 완벽할수 없는 그녀가
회사밖에서 비서라는 직함을 뗀 순간 이보다 더 맹할수 없을만큼
허둥거리고 버벅거리는 모습을 목격하는데..
점점 재밌네.. 게다가 쫌 사랑스럽네, 이 여자?
그러면서 점점 그 여자에게 상사와 부하직원 이상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대학교 들어갈때까진 어머니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아버지의 기준에 맞춰 지금의 괴물이 된 그,
그런데 왠지 차강심과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묘하게 무장해제가 된다.
이 여자.. 뭐지? 이 여자를 볼때마다 안심되는 이 기분은 뭐지?
설마 이게 사랑.... 이라는건가?
사람을 믿지 못하는데 과연 사랑을 믿을수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차강심 그녀가 마음 깊은곳까지 들어오는걸
막을수 없어 번뇌하던 문태주는,
결국 그녀와 결혼이란걸 해보기로 결심하는데..
"죄송하지만 상무님, 저는 사랑같은거 다시 안합니다.
사랑을 못믿는게 아니라.. 남자가 하는 사랑을 안믿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사랑 건너뛰고 결혼부터 합시다!"
그렇게 호기롭게 그녀의 마음을 두드리는데...
그런데 이건 또 뭐지?
그녀옆에 웬 괴상한 괴짜같은 놈이 하나 달라붙었다.
알고 보니 22년전 그녀를 독신주의자로 만들어버린 첫사랑이란다.
게다가 결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순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그녀의 가족들까지 그의 인생앞으로 훅! 다가오는데..
그녀의 첫사랑과 경쟁하는것도 버거운데 말많고 탈많은 가족까지,
문회장으로 인해 생긴 법적인 가족도 버거운데
결혼과 함께 생긴 또 하나의 가족(처가)을 과연 감당해낼수 있을까?
윤은호 (26세, 남) 백설희의 아들. 달봉과 한때 친구. 시니컬한 낙천주의.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먼저 아냐? 라고 외치는 달봉에게
"그래, 사람이 먼저지. 돈많은 사람, 스펙 쩌는 사람, 빽있는 사람."
그렇게 생각부터 모든게 달봉의 반대쪽에 서 있는 그,
태어나 보니 엄마가 대한민국 최고의 뉴스앵커 백설희였고
윤은호라는 이름 석자보다 백설희의 아들로 불리워질때가 더 많았다.
특별히 하고 싶은것도 없고, 특별히 꿈꾸는것도 없다.
어차피 엄마가 다 이뤄놓은 인생위에 숟가락 하나 얹어가는 주제에
내 희망사항이나 꿈이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
엄마 명성에 먹칠하지 않을만큼 착실한척 살아주면서,
엄마의 명성에 걸맞는 아들 역할을 잘 수행하면 그걸로 된거지.
그랬는데 엄마..
여자만큼은 엄마 뜻대로 해줄수 없을거 같은데 어쩌지?
항상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 친절한 매너와 위트를 가진 스윗가이.
인생 뭐 있어? 대충 즐길거 즐기며 편하게 살자주의다.
기쓰고 용쓰고 무언가를 하려는 노력 자체를 별로 해본적이 없다.
그래도 엄마쪽 머리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별 노력 없이 엄마가 원하는 좋은 대학, 엄마가 원하는 정치학과 들어가
경영학까지 복수전공까지 마쳤고, 이제 남은건 엄마가 원하는
대충 뻔한집 여자 만나, 대충 뻔한 가족 이루고, 대충 뻔하게 행복한척
그렇게 사는것만 남았다.
물론 그 전까지는 자유롭게 맘껏 하고 싶은거 다 해볼 생각이다.
한때 엄마 월드에 반항하던 시절도 있긴 했다. 그 때 집을 나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도 곧 싫증났다. (원래 싫증을 잘 내는 스타일)
결국 백기를 들고 엄마곁으로 돌아와 예전의 그 엄친아 모습으로,
지금은 꽤 괜찮은 한식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중.
(그를 좋아하는 아줌마팬들로 레스토랑은 언제나 예약이 넘쳐났으며
SNS 팔로워들만 해도 이만명 이상 되는 인기를 구가중이다)
암튼, 그렇게 모든게 부족함 없이 인생 이 정도면 괜찮다 싶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엄마가 재혼을 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상대는 대오그룹의 문대오 회장이란다!
대체 이게 뭔 날벼락 떨어지는 소린지 도무지 은호는 이해할수 없는데,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은 널 위해서라고 했다.
날 위해서...? 설마 엄마 지금 나더러 대오그룹 후계자라도 되라는거야?
그래서 문회장과 재혼을 하겠다는거야?
순간 은호는 등골이 서늘해져온다.
엄마가 자기를 두고 그리는 그림의 스케일이 생각보다 너무 컸다.
자기는 그럴 그릇도 되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한식 레스토랑.., 딱 이 정도가 내 그릇이다.
하지만 엄마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백설희는 기어코 문회장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피 한방울 안섞인 법적인 아버지와 형님이 생겨버렸다.
(이런 섞어찌개 짬뽕같은 걸 가족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지만)
도대체 왜!! 이런 복잡한 관계의 가족을 만든건지...
점점 엄마의 결정이 마음에 안들기 시작할 무렵, 그녀를 만난다.
엄마 재혼문제로 머리가 복잡해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됐던 모양이다.
그런 생면부지의 자기를 도와주었던 그녀,
말투도 촌스럽고 하는 짓도 영락 없는 촌닭인데
그런데 하는 짓이 참 생뚱맞고 귀엽다.
안그래도 뻔하디 뻔한 도시 여자들한테 싫증이 나려던 중인데
재밌는게 나타났네? 당분간 좀 데리고 놀아볼까?
해서 홀서빙으로 그녀를 취직시켜 주었더랬다.
그랬더니 한사람만 더 취직시켜 줄수 없겠냐고 한다.
당돌할만큼 뻔뻔한데 그 뻔뻔함조차 귀여웠다. 결국 그러마 했고
그래서 그녀가 주방 보조 알바로 데려온게 바로 차달봉 그 자식이다.
한때는 죽고 못살 정도로 서로 마음이 통하던 절친 차달봉,
지금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열이 받는 놈, 차달봉.
사립학교로 전학한 뒤로 두 번 다시 볼일 없을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 놈이 은호의 관심대상인 강서울의 손에 이끌려 나타난것이다.
뭐냐 차달봉? 그러니까 우린 좋아하는 여자 취향도 비슷했던거냐?
그런데 알고보니 뭐? 그 강서울이 12년전 날 구해준 그 여자애라구?
장난처럼 했던 말을 진짜로 믿고 상경했다니..
도저히 은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런데 더 이해할수 없는건 차달봉 그 녀석의 태도였다.
마땅히 그 때 일은 장난이었다고 사실을 밝힌뒤 강서울을 시골로
내려보냈어야 했다. 그런데 왜 그녀를 옆에 두고 있는거지?
설마.. 차달봉 너 저 촌닭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거냐?
순간 은호는 묘하게 심사가 뒤틀렸다.
그러니까 뭐야, 주인공은 난데 나 빼고 두 조연들끼리 꿍짝꿍짝
정분이 났다? 미안하지만 내가 또 그 꼴을 그냥 두고볼수만은 없지.
12년전 장난을 시작한것도 나니까 마무리도 내가 하는게 인지상정이지.
그래서 강서울에게 12년전 니가 구해준 그 꽃미남 소년이 사실은
차달봉이 아니라 바로 나, 윤은호라고 진실을 폭로해버리는데...
그러면 쌤통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상처받은 서울이의 눈빛을 보면서 뭔가 잘못된걸 느낀다.
차달봉 그 자식을 상처주려고 진실을 폭로해버린건데
그런데 12년동안 철썩같이 믿었던 사랑이 장난이라는걸 알게 된 순간
실망하는 그녀의 눈빛이라니...
순간 부끄러웠다. 창피하고.. 미안했다.
그녀의 진심의 무게와 크기가 얼만큼인지 뒤늦게 알아버린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마음같은건 없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랑같은것도 없어, 라고 굳게 믿었는데
변하지 않는 마음과 사랑을 가진 여자가 진짜로 있었다니..
아, 어떡하지? 자꾸만 강서울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피한방울 안섞인 문태주와 법적 형제가 되고,
게다가 두 번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차달봉을 만나고,
또 게다가 촌닭 강서울과의 재회를 겪으면서
그 동안 장난처럼 살아왔던 윤은호의 인생이 조금씩 진지해져간다.
권효진 (30세, 여) 권기찬 원장의 딸. 강재의 짝. 자뻑 마마걸.
나는 엄마처럼 사는게 꿈이랍니다.
매일 아침 가족을 위해 유기농 식재료들로 맛있는 밥을 짓고,
잡지책에서 금방 오려낸것처럼 예쁘게 집을 꾸미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해 쿠키를 굽고..
그렇게 누가 봐도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을 꾸미고 싶어요.
그런 가정의 안주인이 되려면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는 당신을 추천하셨고, 그래서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that's it!
예쁘고 우아하고 엘레강스하며, 머리끝서부터 발끝까지 교양이 흐른다.
미국의 50년대 복고풍 옷을 주로 즐겨입고,
구두를 신을땐 가방을 맞추든 옷색깔을 맞추든 꼭 깔맞춤을 해야
패션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말씨도 곱고, 하는 행동도 곱고, 생각도 참 곱다.
태어나 지금까지 험한꼴 한번 겪어본적 없고 감당하기 힘든 일도 없이
아주 곱고 무난하고 평화스럽게 살아온 그녀,
그래서 그녀에겐 언제나 세상이 참 아름답기만 하다.
이제껏 누굴 미워해본적도 없고, 미움을 받아본적도 없다.
(사실 그녀는 학창시절 내내 친구들한테 왕따를 당해왔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자기의 처지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불쌍한 친구들로 보였을뿐,
어떤 상황이든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다분하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지.. 라고 말했던 마리앙뚜와네트와 사촌지간쯤
먹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만큼 현실감 제로인 그녀,
결혼 역시 아버지가 정해준 배필과 하는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재와 다짜고짜 맞선을 보던 날도
별 거부감이 없이 강재와의 결혼을 기정사실화해버린다.
강재씨는 일이 너무 바빠 가정일을 잘 돌보지 못할수도 있다고 했다.
괜찮아요, 우리 아버지도 언제나 바빴어요.
강재씨는 여자한테 살갑게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도 했다.
괜찮아요, 우리 아버지도 무뚝뚝하시거든요.
강재씨는 사랑같은거 바라지 말라고 했다.
괜찮아요, 우리 아버지도 엄마한테 그러셨어요.
당신이 능력있는 의사로 이름을 날릴수만 있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도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는걸요,
그렇게 그이와 마음이 잘 통했고, 그래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꿈에 그리던 신혼생활이 시작됐는데..
그런데 이상했다. 강재와의 결혼생활은 그녀가 생각했던것만큼
달콤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참아야하고 감수해야할 일들만 많아졌다.
매일밤 늦게 들어오는 강재한테 화가 나기 시작했고,
자기한테 소홀한 강재한테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매사에 무심한 강재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결혼은 생각보다 고상하지도 품격있지도 않았다.
별 사소한것에서 상처받고, 치사해지고 유치해진다.
나에게 이런 고상하지 못한 감정들이 있었다니..
효진은 그런 자신 때문에 점점 더 의기소침해져가는데,
그 때 그녀에게 끼어든 사람이 바로 엄마, 허양금이다.
원래 효진은 자신의 모든걸 엄마와 상의하는 습관이 있었다.
결혼하고서도 그 습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는데
강재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것부터 부부의 잠자리 생활까지
시시콜콜 엄마에게 상세히 얘기하고 상의하고 있었던 것.
사위와 딸의 관계가 원만치 않음을 눈치챈 허양금은
일단 아이부터 만들라고 코치하고, 그 말대로 효진은 용기내어
강재에게 들이대보지만 "가족끼리 왜이래?" 하며 등을 돌려버린다.
너무나 자존심 상하고 상처받는 효진...
엄마가 끼어들면 끼어들수록 강재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데,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강재씨의 여덟살 난 아들이 나타났다!
옴마야 나 어떡해! 나 이 결혼 계속해야하는거예요?
결국 그 일로 강재는 권원장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효진은 엄마 허양금 손에 이끌려 친정으로 오게 된다.
그런데.. 효진은 친정집이 전혀 편하지가 않았다.
결혼하기전엔 세상 그보다 더 아늑하고 좋은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결혼전에는 그렇게 완벽해보였던 엄마와 아빠의 결혼생활이
사실은 전혀 완벽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는것을..
겉으로는 서로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며 평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위태롭게 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것을..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는 너무나 깊고 높은 벽이 있다는것을..
엄마 혼자 행복한척 완벽한척 위장한채 자기 최면을 걸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이제는 결혼한 효진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것이다.
충격이었다. 왜냐면 그 두분의 모습에서 강재와 자신을 보았던것이다.
이건 아니다. 엄마가 불쌍했지만.. 그러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면 여길 떠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엄마로부터 완벽독립을 선언한 효진은
그길로 친정집을 나와 강재가 있는 시댁으로 향한다.
그리고 강재에게 처음으로 엄마와 상의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사실은 처음부터 강재씨를 좋아했다고, 아무래도 사랑인것 같다고..!
나.. 그래도 괜찮겠냐고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는데!
너무나 풍족하고 너무나 많은걸 갖고 있어서 알지 못했다.
가족끼리 부족한건 마음으로 채워야하고,
빈 자리는 사랑으로 채워야한다는것을..
있는 집 외동딸로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살아온 효진은 뒤늦게
차씨 집안의 시댁살이를 시작하며 강재의 가족과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물론 서로 살아온 환경이 너무나 달라 때로는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부대끼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사랑이란, 그리고 부부란, 그리고 가족이란.
동화처럼 머리로만 그린다고 이뤄지는게 아니라는걸,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그리고 현실적인 헌신,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필요하다는것을 말이다.
;그리고 차씨 집안 사람들
차순금 (60세, 여) 차순봉의 여동생, 애들 고모. 직설순금.
서방 일찍 보내놓고 저 어린거 등에 업은채 오갈데 없는 이 몸,
건사해주신 오빠께 너무나 감사하지, 암. 그런 감사한 마음으로
엄마 없는 가엾은 조카들 내 자식처럼 거둬주고 키워줬는데..
근데 이 놈들은 그런 고모한테 고마운 마음이 하나 없다.
아무리 내가 얹혀사는 신세라도 그렇지, 내가 즤들 밥해 멕이고,
빨래해 입힌것만 십수년 세월인데 아직도 객식구 취급이다. 고얀것들.
그래도 든든한 사위와 딸을 위안삼아 고개 들고 당당히 사는데,
오마나! 이게 뭔 하늘 깨지는 소리냐? 내 딸년이 도박에 빠졌다구???!!!
참견장이다. 집안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어야 하고,
집안 식구들 모두의 일에 다 간섭해야 속이 풀린다.
일단 접수된 비밀은 어떤 식으로든 일파만파 퍼지게 하는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는 그녀, 그래도 절대 악의는 없다.
먹는걸 좋아해 음식솜씨 또한 야무지게 좋다.
모양새는 오라버니 집에 얹혀사는 꼴이지만, 내심 이 집은 나 없었으면
벌써 볼장 다 봤을거라는 그녀만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어느 순간부턴가 얹혀사는 고마움보다 오히려 자기 때문에 오빠 식구가
이마만큼 사는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딸년 대학 등록금까지 모두 오빠 손에서 가져다 대야했지만,
그러나 충분한 노동력으로 보상하고 있다고 기죽을거 없다고
언제나 딸내미한테 당당하게 얘기하곤 한다.
그 딸내미가 대학 3년때부터 장학금을 타길래
뭐라도 한자락 할줄 알았다. 그랬는데 이 년이 졸업을 앞두고
그만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내 딸년 장래길 막은 사위놈이 처음엔 그렇게 야속하고 밉더니만,
그래도 내 딸이라면 금이야 옥이야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에,
게다가 점점 불러오는 배 때문에 결국 둘의 결혼을 허락했다.
배불러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년 모습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때 생긴 아이가 지금은 눈에 넣어도 안아플 손녀 은별이다.
치킨을 팔아 마누라와 딸을 필리핀에 유학 보내놓고
기러기 아빠로 사는 사위 모습이 딱해,
그 사위까지 오빠네 집에 들여 같이 산지도 어언 이년째,
하루가 멀다하고 자식 때문에 속을 썩는 오라버니와 달리
마누라한테 싹싹하고 장모한테 살가운 우리 사위가 최고다 그랬는데,
필리핀에 있어야 할 딸년이 동네 찜질방에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대체 이게 무슨소린가 하여 진상을 파헤쳐보니,
이 망할년이 필리핀에서 딸 공부 시키랬더니 도박에 빠져 보내주는 돈
쪽쪽 다 빨리고, 가까스로 은별이만 기숙사에 넣은채
혼자만 도망쳐 나왔다는게 아닌가!
오마나, 세상에! 이 년이 미쳐도 아주 상미쳤구나!
서서방이 죽어라 밤낮으로 닭다리 튀겨 벌어들인 생때같은 돈으로
그런 미친짓을 하다니, 아이구 사위 볼낯도 없고
더군다나 강심이 남매가 아는건 너무나 존심 상해 죽겠고,
정말 속이 터지다 못해 뒤집어져 죽겄다!
워째 이집 자식이나 저집 자식이나 멀쩡한 놈들이 없는것이냐!
대체 이 창피한꼴을 워쩌면 좋단 말이냐!!!! 어????
딸덕 사위덕에 이제나 저제나 손에 물 그만 묻히고 편히 살꼬 했더니만,
아이고 자식이 아니라 웬수다! 아이고 내 팔자! 아이고 오라버니!!!
노영설 (34세, 여) 차순금씨 무남독녀. 실리주의적 잔머리 여왕.
나도 여자야! 엄마이기도 하지만 여자이기도 하다구!!!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는 필리핀에서 애 학교 보내고 나면 나 혼자
얼마나 외로운지 알아? 차라리 내가 돈벌어 보낼게 당신이 가!
똑똑하고 야무지고, 계산 빠르고 손해나는짓 절대 안하는 깍쟁이.
엄마 차순금과 떠는 수다의 품격과 속도가 아주 비슷하다.
남의 일에 (특히 외삼촌네 강심과 강재 일에) 관심이 많고,
남의 일인데도 기승부터 전결까지 전부를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것까지
아주 제 엄마를 쏙 빼닮았다.
한때는 불문학과에서 이름을 날리며 외무고시를 준비중이었는데
복학생 오빠와 눈이 맞아 임신까지 하는 바람에 꿈을 접고 결혼했다.
(실은 그렇게 공부에 취미가 있었던건 아니었다.
엄마의 성화 때문에 외무고시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패스할 자신은
없었던 그녀, 임신 때문에 자연스럽게 포기하는척 했던것)
결혼한 뒤 남편과 보험외판을 같이 하면서 모은 돈으로 치킨집을 장만,
꽤 쏠쏠하게 돈을 모아가며 재미나게 살고 있었다.
문제는 조기 유학열풍이었다. 개나 소나 다 조기유학을 떠나는 마당에
하나뿐인 딸내미 은별이만 뒤쳐질까봐 부랴부랴 준비한 유학길.
비용때문에 미국이나 호주는 꿈도 못꾸고,
필리핀 사립학교에 보내 영어조기교육을 시킨지 어언 2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아이 공부만 시키고 앉아있기에 자신의 처지가 너무 외로웠다.
그래서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볍게 시작한 도박이었는데
결국 1억 8천이라는 돈을 빚지고 말았다.
정말 눈앞이 캄캄하고 앞길이 막막하기만 한데,
그 보다 남편이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일지... 걱정이 태산같기만 하다.
과연 남편은 이혼하자 그럴까? 아니면 날 용서해줄까?
서중백 (37세, 남) 영설의 남편, 치킨집 사장님. 허허실실맨.
가족의 평화를 위해 줏대를 버렸다.
인간의 완성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허나 그 사랑을 지키기까지 너무나 많은 인내와 고통을 감수해야한다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아내를 사랑한다. 하지만 버거운 여자다.
장모님을 좋아한다. 하지만 버거운 어른이다.
딸을 미치도록 사랑한다. 하지만 버거운 아이다.
나는 과연 이 가정을 끝까지 지켜낼수 있을까?
다정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완전한 사랑을 믿는 로맨틱 가이.
절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편나누기를 하지 않는다.
가족들끼리 분쟁이 일어나도 언제나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며
자신은 평화주의자임을 내세우는 그,
누군가와 적대적 관계가 되는것도 싫고 또 누군가 자기를 미워하는것도
절대 참지 못한다. 이른바, 좋은사람 콤플렉스?
비록 지금은 닭다리를 튀기고 있지만, 썸데이, 언젠가는
오버 더 레인보우, 무지개 너머 저쪽에 기다리고 있을 행복을
손에 넣을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장래유망한 여대생 영설을 자빠뜨린 죄를 이렇게 기꺼이 치루면서
장모, 아내, 딸내미 세 여자를 상대로 잘 버티며 살고 있지만
그래도 때로는 중과부적을 느낄때가 종종 있다.
장모님은 그가 상대하기에 호불호가 너무 분명하고,
그가 감당하기에 힘든 수위의 말들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경향이 있다.
그의 아내는 남들보다 뒤처지는걸 죽도록 싫어했고,
언제나 그가 감당하기 힘든 높은 수준의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의 딸은 언제나 남들과 아버지를 비교한다.
이미 말빨에서부터 감당이 안되는... 참으로 총명하고 영특한 딸이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먹을수록 점점 더 세 여자 앞에서
위축되고 점점 목소리 내기가 힘들어지는데..
그래도 다행이라면 집사람이 딸아이를 데리고 조기유학을 떠나준거였다.
물론, 그 학비와 체류비를 대느라 똥줄 타지만 그래도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게 되어 내심 안심중이었는데,
장모님이 억지로 그를 차씨집안에 들이시고 만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본게 언젠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매일매일 차씨집안 사람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지만,
그러나 집안 사람 어느 누구도 그가 그런 중압감에 시달리는지
알아채지 못한다. 언제나 그는 웃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더 이상 웃지 못하게 된게 바로 아내의 도박빚 액수를
들었을때였다. 말도 안돼...! 1억 8천이라니...!
하나님! 과연 내가 이 여자들을 감당해낼수 있겠습니까?
감당해야만 하는 여자들이 맞는겁니까?
그렇게 중백씨 일생 일대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문태주와 윤은호의 父 와 母
문대오 (63세, 남) 대오그룹 회장. 문태주의 父. 알고보면 순정남.
자식이라고 특별대우같은거 없다.
지 능력껏, 지 밥그릇만큼 대우받고 사는거야.
그래야 세상이 공평해지지. 누군 태어날때부터 금수저 물고 태어났나?
사람은 다 똑같다. 지 그릇만큼 살다 가는거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는다.
노력한만큼 댓가를 얻고, 시간을 투자한만큼 결실을 맺는거라고.
자기 인생 꼬이는걸 세상탓 남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이
제일 딱하고 한심하다.
잘 풀리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 안풀리는 사람을 봐도 그렇고
그 원인과 이유는 바로 본인 스스로에게 있다는걸 어찌 모를까.
미래의 나를 알고 싶다면 지금 내가 어찌 사는지를 보라는
성철 스님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 지론은 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랑없는 결혼으로 3년동안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었다.
한창 회사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시절이어서 가정에 충실치 못했다.
툭하면 빚쟁이들이 찾아와 집을 한번씩 뒤집어놓고 가던 시절,
결국 아내는 견디지 못한채 돌 지난 아들을 들춰업고 그를 떠났다.
두어번 찾아가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했지만 아내는 완강했다.
빚독촉 때문에 못살고 나온게 아니라고 했다.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사는 남자, 참아줄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아내와 아들을 멀리서 바라볼수밖에 없던 문회장은
아내가 죽었다는 비보를 전해들은뒤에서야 비로소 아들과 마주할수
있게 되었다.
아들은.. 생각보다 문회장을 닮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지금 자기 실력으로 지금 대오그룹의 2인자 자리까지
올라왔다.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표현에 서툰 그는 마음으로만 그렇게 흐뭇해할뿐이다)
이제 저만하면 됐다. 이제 저 녀석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나.
지금부터는 나를 위한 인생을 살자, 이제 그래도 되겠지?
그리고는 그녀에게 38년만에 다시 청혼을 했다.
젊은 시절, 그가 아직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에 만나
불같이 사랑했던 여자 백설희.
하지만 백설희는 사랑보다는 안정을 원했고
그래서 훨씬 더 능력있고 부자인 다른 남자를 만나 그와 결혼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편과의 불화설이 떠돌던 중..
결혼 8년만에 아들이 생겼지만, 무슨 이유인지 곧 이혼하고 말았다.
그 뒤로 다시 방송에 복귀한 그녀는 혼자 몸으로
아들을 키우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왔던것.
7년전 우연히 모임에서 그녀와 재회한 후 그녀에 대한 사랑이 여전함을
깨닫게 된 문회장은 태주가 상무로 승진한 그 날,
백설희에게 청혼을 한것이다.
하지만 그 둘의 재혼이란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여생을 설희와 함께 가족으로 살고 싶었던
그는 태주와 은호를 친가족처럼 만들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데..
그러면서 새삼 뼛속깊이 느끼게 된다.
가족경영이 회사경영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것을... 말이다.
백설희 (56세, 여) 전직 뉴스앵커, 현재 방송인으로 활동중. 알고보면 공주병.
나, 아직 여자야.
왕년에 잘나가던 백설희 아직 안죽었어!
요즘 젊은것들 이리저리 째고 뜯어고쳐서 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개성도 없고, 매력도 없는 얼굴이 그게 얼굴이야?
그것보단 주름이 있어도 자연스럽고 우아한 내 얼굴이 훨씬 나아!
여전히 시청자들은 내 표정과 내 목소리에 울고 웃는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러나 언제 무대의 중심에서 물러나게 될지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그녀다.
겉으로 보이는 그녀는 당당하고, 여유있고, 매너좋고, 품위가 있다.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일줄 알고, 공감해주는 눈빛과 목소리를 갖고있고
상대방이 기분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을 적어도 열두가지 이상은
갖고 있는 프로중에 프로.
그러나 실제의 그녀는 까탈스럽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일중독에다
단 한순간도 스스로를 가만두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나오는 프로가 타프로에게 조금이라도 시청률이 뒤지면
잠을 못잘정도로 승부근성이 강하다. 기필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프로를 이슈화 시키고 시청률 경쟁에서도 이겨야 잠이 온다.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죽어가는 프로그램도 그녀가 반짝 게스트로 떴다하면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는 효과를 거두다 보니,
방송국 사람들도 그녀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무시못하는 편,
한참 9시 뉴스 앵커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
그녀의 결혼소식은 그녀를 흠모하던 뭇남자들을 심난하게 했고,
그녀의 이혼소식은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낳게 했다.
그래도 혼자 꿋꿋이 아들을 키워내면서 주위사람들로부터
현명한 여자의 표상으로까지 자리잡기 시작했다.
다행이 하나뿐인 아들 은호가 제법 엄마가 원하는대로 잘 자라주었다.
소위 요즘 말하는 엄친아로 상위 대학 나와
특별히 속썩이는 일도 없고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만큼 빠지지 않는
훈남으로 아주 잘 커주었던것.
하지만 훈남이기만 한 아들이 그녀에겐 언제나 2% 아쉬웠다.
자기 아들이 조금만 더 야망도 있고, 자기 개발을 위해 열정적이었으면
좋겠는데, 은호는 언제나 현실안주형 인간이었던것.
지금까지는 그녀의 후광아래 편하게 살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사람의 일이란 알수가 없는 것.
더구나 세월앞에 장사 없다고 그녀 역시 나이가 들면서
매일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젊은 여자 방송인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조금씩조금씩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그녀만이 느끼는 조바심과 불안은 이루말할수 없이 커져갈 즈음,
문대오 회장으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혼발표.
상대가 대오그룹의 문대오 회장이라는게 세간에 알려지면서,
그녀는 순식간에 다시 한번 모든 화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리즈시절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데.
왜 사람들은 내 나이에 하는 사랑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해?
우리 나이에 하는 사랑이 진짜일수도 있는거잖아.
살만큼 살았고, 겪을만큼 겪었고...
그래서 선택한 사랑인데 존중받을 자격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 결혼을 인기몰이나 정략이라고 말하지마.
나는 정말로 사랑이니까.
;강재의 장인 장모
권기찬 (50대 후반, 남) 암전문 병원 원장. 효진의 父. 매사 진지, 심각남.
수술실에서 암과 마주할 때가 가장 속 편하다.
가장이란 이름을 달고 가족들속에 있을때 가장 불편하고 어색하다.
(암은 그의 전문분야지만 가족은 그의 비전공분야다)
최선을 다할수록 항상 아내와 어긋나기만 한다.
의견을 말하면 권위적이라 불평, 말수를 줄이면 무심하다고 불평,
어렵다. 답도 없고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은퇴를 생각해야할 나이가 된 그, 가족에게 돌아가야할 날이
머지 않았는데 그에게 가족은 여전히 너무 먼 존재들일뿐.
누가 가족과 가까워지는 해법책은 안만드나? 베스트셀러가 될텐데..
실제로 병원일 외에 별로 아는것도 없고 관심도 없다.
유일한 취미가 골프 정도? 좋아서 친다기보다 병원 원장으로 있다보니
필요에 의해서 갖게 된 취미다.
그래도 현모양처 만나, 집안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하나뿐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 효진이도
정말로 참하고 곱게 잘 자라주었다.
그에게 고민이 생긴건 딸아이가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부터였다.
좋은 집안과 사돈을 맺자니 내 딸이 감당할 시집살이가 걱정이고,
그렇다고 아무놈한테나 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온게 강재였다.
능력도 있고, 출세에 대한 열정도 있어보였다.
게다가 병원내에서 그의 평판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건 집안이 아주아주 평범하다는거다.
출세를 볼모삼아 데릴사위로 데려오기 딱 적합한 인물이었던것.
해서, 다짜고짜 그를 불러 딸과 맞선을 보게 했다.
그리고 순조롭게 결혼을 하나 싶었는데...
그런데 뭐? 난데없이 여덟살 먹은 아들이 나타나? 이 자식이 죽을라구!
고매하고 학식깊고 인품 좋은 권원장 꼭지가 확 도는데,
사실 그가 갖고 있는 고매하고 학식깊고 인품좋은 이미지는
전문의 이후로 다년간 연습과 노력으로 다져진 이미지였다.
실제의 그는 쪼잔하고 유치하고 지기 싫어하고,
누군가 내 권위에 도전하거나 건드리는걸 참지 못하는 권위주의자다.
(강재는 지금 딸을 볼모삼아 내 권위에 도전하는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놈을 사위로 갖고 있느니, 차라리 이혼녀 딸이 더 낫겠다.
이혼녀라고 해도 얼마든지 더 괜찮은 놈 만나 새출발할수 있으니까,
그랬는데 역시 품안의 자식이라 했던가?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애비보다, 몇 개월 같이 산 강재가 더 좋다고
아버지와 엄마를 배신하고 그 놈한테 뛰쳐나가버린다.
안된다. 이대로 딸을 뺏길순 없다!
하여 강재와 효진이를 떨어뜨려 놓기 위한 선전포고가 시작되는데!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행복한것처럼 보였던 아내와의 부부생활에도 풍파가 밀어닥친다.
그제서야 뒤늦게 깨닫는다.
지금껏 아빠라는 또는 남편이라는 직함만 갖고 역할놀이만 했지
진정으로 가족의 한사람으로 살아온적이 별로 없다는것을...
허양금 (50대 중반) 효진의 母. 완벽을 꿈꾸는 헬리콥터 맘.
엄마 말대로 해! 엄마 말 들어서 손해날거 없어,
엄마가 하라는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 알겠니?
내 손이 닿지 않으면 우리집은 암것도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그러니 참견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것.
몸이 좀 고단한건 참을수 있지만
이 집안에서 나 모르는 일이 생기는 건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소사들을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 해야 속이 풀리고, 관리감독해야 직성이 풀린다.
일단 겉으로는 더 없이 인심좋고, 후덕하고 마음 좋은 현모양처.
누구나 다 내 어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인자하고 아름답고 교양이 흐르는 분이다.
요리솜씨 훌륭하고, 집안 구석구석 먼지 한톨 없이 반짝빤짝하다.
그녀의 깔끔함과 정갈함을 웬만한 가사 도우미는 따라오지 못할정도.
돌직구 날리는건 교양없고 상식없는 짓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우아하게 돌려말하면 모든 사람이 다 알아듣는다고 생각한다.
언중유골의 결정체.
유한듯 보이지만 자기만의 아집이 강하고
두루뭉술해 보이지만 자기만의 강박증이 있다.
가화만사성의 가장 기본은 바로 가정주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관한 일만큼은 자기만의 원칙, 자기만의 주장,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어 남편도 딸도 다 그 의견에 따라주어야만 한다.
솔직히 남편이 점지한 강재가 처음부터 맘에 들었던건 아니다.
아까운 내 딸을 주기에 흠결도 너무 많고,
특히나 그의 집안사가 별로 마음에 안든다.
엄마의 사랑을 모르고 큰 아이는 틀림없이 어딘가 삐뚤어져 있거나
심하게 왜곡된 가족관을 갖고 있을 확률이 너무 높으니까.
그래서 분가를 안시키고 싶었는데, 극성스런 장모 소리 들을까봐
일단 집에서 5분거리에 있는 빌라를 한 채 얻어주었다.
언제든 오가며 딸사위 사는 모습을 챙겨주지 않으면 (간섭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올것 같았다. 그렇게 딸 사위 집을 자기 집 드나들듯
불쑥불쑥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며 효진과 강재사이에서
감놔라 대추놔라를 시작하는데...
(그녀 입장에서는 혼신을 다해 뒷바라지를 해줬는데)
그러면서 점점 불편해진 강재는 점점 더 예민해지기 시작하고,
그 스트레스가 효진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점점 더 말수도 적어지고, 점점 더 까칠해지고, 냉랭해져간다.
그런 강재의 모습이 양금씨의 눈에 계속 거슬리기만 하고,
그래도 어쩌겠나? 닦달을 할수도 없고...
딸 가진 죄인이라고, 구슬리고 타일러야지.
그러면서 어여 빨리 애부터 가지라고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뭐라구? 애가 있어? 그것도 여덟살이나 먹은 사내아이가?
이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뒷골 잡고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더구나 그 일이 병원에 소문이 나면서 도무지 얼굴 창피해 고개를
들고 다닐수가 없을 지경이 되는데..
(사실 이 순간 딸의 불행보다 자신의 창피함이 더 먼저였다)
결국 부화가 끓어오르다 못해 효진을 다짜고짜 집으로 끌고와버리는데
그런 양금씨에게 효진이 처음으로 반기를 든다!
엄마! 이 상황이 나보다 더 힘들어요? 내가 당사잔데 왜 내 생각이
어떤지 물어보지 않구 그렇게 엄마 맘대로 해요?
나.. 어른이예요, 나도 생각이란걸 할수 있구 판단이란거 할수 있어요!
순간 양금씨는 입이 딱 벌어져 말을 하지 못한다.
그 착하디 착한 딸이 웬 못된 놈을 만나 저렇게 변했구나.
이제 엄마한테까지 대드는 못된 딸이 됐구나...
그 충격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는데.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자기 자식은 자기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뜻대로, 원하는 방향대로 자식을 조종하던 헬리콥터 맘 허양금,
겉으로는 완벽한 가정의 주부로 누가 봐도 행복한 가족을 꾸린것 같지만
사실 남편은 언제나 병원일로 바빴고 그녀의 마음은 외로웠다.
결국 남편한테서 채우지 못한 사랑이 딸에게 집착이라는 형태로
옮겨졌고 자식을 자기 뜻대로 간섭하고 조종하면서
자신의 불만과 욕구를 대리충족해 왔던 허양금의 엄마 인생이,
그렇게 효진의 봉기로 대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 모든게 다 강재탓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어떻게든 두 사람을
이혼시키려고 하는데, 그런데 내 딸년이 바보다.
이젠 시댁집구석까지 들어가 강재가족한테까지 잘보이려고 기를 쓴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정말 거품물고 뒤로 넘어가겠다.
그러면서 교양과 우아로 포장됐던 그녀의 진짜 실체가 드러나면서
권원장과의 관계까지 위기에 처하는데....
자식에게 집착하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세뇌시켰던 엄마의 최후..
그 끝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또 한남자>
변우탁 (40세, 남) 변호사. 똘기 충만한 유쾌남.
케세라세라,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되는대로 둥글둥글 이러구러 살아가는 괴짜변호사.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어차피 마지막 가는길 다 똑같은데
가릴게 뭐 있고, 사릴게 뭐 있나?
먹고 싶은거 먹고, 피울거 피우고, 마실거 마시고
가고 싶은데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하고 싶은거 다 하다가
너무 길게 살것도 없이 어느 날 그냥 조용하게, 깨끗이 죽자!
그렇게 인생을 허비하고 낭비하듯 되는대로 살아가던 그가,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차순봉을 만나고 그의 불효소송을 맡으면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
걸걸하고 걸쭉한 성격에 남자답고 호쾌하다.
욕심도 별로 없고, 남은 인생에 별 미련도 집착도 없다.
시장 사람들의 법률자문을 거의 헐값에 맡아 해주며 먹고 사는 그는
불의를 보면 대충 얼버무려 무마하는게 미덕이라 생각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냥 똥밟았다 허허 웃고 지나가주는게 통큰 남자라
생각한다. 웬만한 일로는 화같은거 절대 안낸다.
그저 허허실실, 보고도 못본척, 눙치고 어르고 넘어가는게 특기다.
알고 보면 세상에 진짜 나쁜놈 없고,
사연 듣고 보면 세상에 딱하지 않은 인간 어딨겠나?
좋은 놈 나쁜 놈, 니편 내편 가를거 뭐 있어?
인간 사는거 다 거기서 거기, 맘 편할대로 사는게 제일 아니겠나?
그런 그에게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한때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고 끗발 좋은 로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손대는 사건마다 승소하고 합병하는 회사마다 불같이 돈이 따라오고,
그렇게 뭘 해도 다 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월만즉휴(月滿卽虧), 달도 차면 기울어진다고 했던가.
그렇게 성공가도만 달리던 그는 점점 안하무인에 독불장군이 되어갔다.
결국..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바람까지 피우게 됐고
그 일을 알게 된 아내는 그와 이혼한뒤 아이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그 때만 해도 이혼이 무슨 훈장인양 더 많은 여자들이 그를 따랐고
우탁 역시 이혼 뒤 일이년동안 홀가분한 기분으로 살았다. 하지만..
사실 그는 보이지 않게 천천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집은 언제나 텅 비어있었고, 돌아갈 가족도 없었다.
헛헛한 마음을 술과 여자들로 채우다가 그러다 결국 손대지 말아야할
약물에까지 손을 대면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승소율은 현저히 떨어지고, 올바른 판단능력도 사라졌다.
아내와 아이가 없어진 순간 그가 열심히 살아야하는 목적도 사라졌고
그를 지탱해주던 이유와 의지도 전부 다 사라져버렸다.
큰사건 제대로 한방 터뜨린뒤 로펌에서 쫓겨난 우탁은
그 뒤로 몇몇 변호사 사무실을 전전긍긍하지만 그의 방탕한 생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아무도 그를 찾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인생의 벼랑끝에서 그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러나 죽는것도 쉽지 않았다. 미수로 그친채 살아난 그는
그 뒤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국선변호사부터 시작해
지금은 재래시장 상인들의 법률자문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
돈 없는 사람한텐 돈대신 현물로 받기도 한다.
국밥집한테는 한달치 매일 아침식사권을 받는다든가,
미용실에는 다섯 번 무료 컷트권같은거..
공짜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탁에게 그런 현물과 쿠폰들이 때로는
돈 이상의 기쁨과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시장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던 그에게 어느 날 손두부집 사장인
차순봉씨가 찾아온다. 자식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을 하겠다고 했다.
처음엔, 자식들한테 뭘 이런걸 다 하냐며 차순봉씨를 말렸지만
그러나.. 점점 차순봉씨의 진짜 속뜻을 알게 되면서 그 소송사건을
맡게 되었고, 순봉씨의 대리인이 되어 그의 자식들을 상대하는데..
그런데 그 집에 그녀가 있었다. 차강심..
고시생 시설 조건없이 뒷바라지 해줬던 그녀를 버리고 돈많고 빽좋은
여자를 만나 군화발 거꾸로 신으면서 처절하게 배신했었던 그녀가
그 때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채 독신주의가 되었단다..
그녀를 다시 만난 순간 우탁의 심장이 십년만에 다시 두근거렸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을것 같았던 빈껍데기 인생이었는데,
그런데 그녀를 다시 만나면서 한번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한번 더.. 괜찮은 인생을 꿈꿔보고 싶어졌다.
과연, 그는.. 강심과 다시 한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수 있을까?
잃었던 꿈을 다시 되찾을수 있을까?
< 이야기의 시작은...>
12년전 물에 빠진 소년의 목숨을 구해준 강서울이
나중에 어른 돼서 결혼하자고 손가락 걸었던 그 소년과의 장난같은 약속 을 철썩같이 믿고 무작정 상경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강서울은 어릴때부터 부모없이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아이다.
아버지라고 불러본적도. 엄마라고 불러본적도 없다.
언니나 오빠가 있어본적도 없다.
그런 그녀에게 한가지 꿈이 있다면 바로 듬직한 남자 만나
알콩달콩 부부의 연을 맺고 자식들 줄줄이 나아
최소 농구팀에서 최고 야구팀 정도 만들어 복작복작거리며 사는거다.
그 꿈을 이루고자 무작정 서울에 상경한 강서울은,
소원대로 첫사랑 달봉을 만나고, 그의 식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차씨 집안 이야기속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그리고 채워가는 이야기들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가족이다.
이 드라마의 서사도 가족이다.
이 드라마에는 전지전능을 꿈꾸는 부모가 나온다.
자식이라면 입에 넣었던것까지 빼서 물려주는 희생적인 부모도 나온다.
자식한테 무조건적으로 오냐오냐만 해주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매니저처럼 자식의 인생을 관리감독하는 부모도 있다.
자신의 특정한 경험을 보편화해서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정해버린뒤
무조건 자기처럼 살라고 강요하거나,
또는 자기같은 인생을 살지 말라고 강요한다.
그 부모들한테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자식을 잘 모른다는것이다.
또 이 드라마에는 철딱서니 없는 자식들이 나온다.
사회적 능력은 월등하지만 인간미가 부족한 자식도 나오고,
전문적인 지식은 풍부한데 삶의 지혜가 부족한 자식도 나온다.
부모의 간섭없이는 자기 혼자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회적 미숙아들도 있는가 하면
부모가 이뤄놓은 성공에 얹혀가는 자식도 있고,
대체 부모가 해준게 뭐가 있냐며 껌취급하는 자식도 있다.
그 자식들한테 공통점이 있다면,
부모한테 무엇인가를, 그것도 항상 무조건적으로 바란다는것이다.
부모란 무조건적으로 자식한테 퍼주는 사람,
부모의 재산은 당연히 내것이고,
능력없고 물려줄 재산도 없는 부모는 부모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세상.
어쩌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것일까?
한때는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우고,
하늘과 부모와 스승과 임금이 동급으로 위함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는 부모로서의 품격과 엄격함, 자애로움과 지혜가 있었고,
자식은 자식대로 온유와 순종, 그리고 공경의 정서가 있었다.
부모는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였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명확해서 아무리 자식이라도 잘못하면
엄격히 훈육하고 그 길을 바로잡아주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는 자식이 상전이다.
오냐오냐를 하는 부모든, 일거수 일투족 관리감독하는 부모든
그들의 인생속엔 언제나 자식이 최우선이고, 세상의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 <기러기 부부> 라는 기형적 가족의 형태까지 생겼다.
그들은 가족이기 보다는 기능인들에 가깝다.
아빠는 돈벌어 대는 기능인,
엄마는 아이 뒷바라지 해대는 기능인,
아이는 공부해서 성공해야만 하는 기능인,
게다가 저출산의 시대가 되면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넘치고 과하게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자기밖에 모르고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들이 되어간다.
또 부모로부터 성공하는 법만 배우고 자란 아이들은
학력뿐만 아니라 결혼까지도 자신의 커리어고 스펙의 연장선상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그 결혼이 행복할리 없고,
그 결혼으로 생긴 부부생활 또한 행복할수 없는것은 자명한 일,
3쌍에 1쌍꼴로 이혼가정이 급증하는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게다가 요즘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남의 눈을 의식한 부부들이
이혼까지는 못가고, 남들 보는데서만 의좋은 부부 역할을 하되
집에서는 각자 남처럼 살고 있는 이른바 <쇼윈도 부부> 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도리를 배우지 못하고 목적만 배우는 자식들,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결과에만 연연하는 자식들,
즈이들 귀한것만 알았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식들..
그 자식들이 어느 순간 게임머니 때문에 부모들에게 칼부림을 하고
유산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천륜을 어기는 범죄까지
서슴지 않게 된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세상속에 그런 괴물아이들이 늘어가는데도
내 아이만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무조건 감싸고 도는 부모들의 이기심,
그건 사랑도 뭣도 아닌 자식에 대한 만행이고 테러다.
하여, 이 드라마에서는 <불효소송> 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통해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제 1 장, 자식은 상전, 부모는 봉>
자식이 아이였을땐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가 되고,
그 자식이 어른이 되면 아버지는 세상의 뒷전이 되어버린다.
아빠 이건 뭐야? 아빠 이건 왜 이래? 묻고 또 묻던 어린 자식에게
싫은 내색없이 입이 닳도록 대답해주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어른이 된 자식에게 묻는다.
- 너 요즘 회사에서 맡은 일이 뭐냐?
- 아버진 몰라도 돼요.
- 너 요즘 만나는 사람 있냐?
- 아버진 몰라도 돼요...
아이에게 처음 글자를 알려주고 쓰는법을 가르쳐주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또 어른인 된 자식에게 묻는다.
- 문자 메시지는 어떻게 보내는거냐?
- 문자 하지 말고 그냥 전화하세요.
그렇게 말한 자식은.. 그러나 전화하면 잘 받지도 않는다.
각자 직장이 생기고, 그 직장에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되면서
한집에 살면서도 점점 얼굴 볼 시간은 줄어들고,
어떤때는 하루에 한번 얼굴 보기도 힘들만큼 각자 생활이 바빠졌다.
그런데도 우리의 아버지 차순봉씨는 오늘도 자식 생각뿐이다.
자식들만 잘 될수 있다면.. 자식들만 행복하다면..
소원대로 첫째딸은 대기업 회장님 비서로,
둘째 놈은 병원 전문의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는중이다.
이제 막내놈만 취직하면 세상에 걱정 없겠다 싶었는데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어느 날 갑자기 시골처녀 하나가 아버님! 하며 집으로 밀고 들어온다.
그 시골처녀 왈, 막내아들 차달봉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란다.
허! 이것 참! 취직도 변변히 못한 백수 녀석이 여자부터 만들어오다니!
(막내놈은 그런게 아니라며 극구 잡아떼지만,
그러나 뭔가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한 속내가 있는걸 보면,
이 녀석 틀림없이 사고를 저지르긴 저지른 모양이다)
서울에 연고지도 없이 무작정 올라온 처자를 내쫓을수도 없고,
그래서 일단 당분간은 집안에 들여놓기로 하는데,
처음엔 참 되바라지다 싶었던 그 아이, 그런데 볼수록 진국이다.
부지런하고, 싹싹하고, 무엇보다 생각이 참 바른 아이였다.
우려했던것보다는 그래도 괜찮은 아이구나 싶어 일단 안심하는데..
이번엔 둘째 녀석이 강력한 2호 태풍을 몰고 온다.
병원장네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겠다고 폭탄선언을 한것.
한놈은 갑작스레 며느릿감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더니,
또 한놈은 아예 처갓집 데릴사위로 나가 살겠단다.
데릴사위로 나가 살겠단 말에 서운한것도 서운한거지만,
그보다 걱정이 앞선다.
내가 둘째 놈 성격 까칠한걸 아는데 저렇게 온실속 화초처럼 자란
아이가 과연 내 아들 성격 맞춰 살아줄수 있을까?
하지만 둘째의 결심을 막을수는 없어보인다.
그렇게 차씨 집안은 순식간에 두 아들 모두 짝을 이루게 되는데,
그런데 정작 시집가야할 첫째딸 강심이는 오늘도 즈이 직장 상사땜에
새벽부터 회사에 불려나간다. 쟤는 어쩌려고 저러나!
제발 시집 좀 가라고 사정사정해도 요지부동인 첫째놈,
데릴사위로 덜컥 나가버리겠다고 선언한 둘째놈,
지 앞가림도 못하면서 지 마누라부터 집에 들인 막내놈..
아..!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인데 참 내 맘대로 안된다!
순봉씨의 노력으로 어찌어찌 유지되어오던 차씨집안의 평화는
그렇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제 2 장, 가족이 남이냐?>
그런 공익광고가 있었다.
밖에서는 다정한 김부장, 집에서는 아내 시장 바구니도 안들어주고,
밖에서는 잘 웃는 엄마, 집에서는 짜증만 부리며 청소기를 돌리고,
밖에서는 상냥한 딸내미, 집에서는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앉았고,
밖에서는 잘 떠드는 아들이 집에서는 이어폰 낀채 게임만 하고 앉았고.
그 위로 "밖에서 보여주는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주세요.."
라는 멘트가 흐른다.
때로는 가족이라서 남보다 멀거나, 못한 존재가 될 때가 있다.
너무 가깝고 익숙해서 기본적인 예의조차 생략되버릴때가 많고,
남들한텐 절대 하지 못할 말들도 가족한테는 서슴없이 할때가 많다.
그게 서로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
각자의 일과 각자의 성공과 각자의 욕심들이
가족보다 더 소중하고 우선 순위가 되면서 어느 새 가족들은
점점 더 남보다 못한 거추장스런 존재가 되어가기 시작한다.
결혼을 앞두고, 상대 집안과의 빈부격차가 현실적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둘째놈은 둘째대로 이것뿐인 아버지와 가족이 초라해 미치겠고,
막내는 막내대로 그런 형때문에 서럽고 화가 난다.
아버지는 중간에서 그저 양쪽 자식한테 미안할뿐이다.
격차가 나는 집안과 집안끼리의 충돌,
그러면서 생기는 가족들간의 갈등이 펼쳐지고.
어찌어찌 위태위태 부여잡고 있던 형제애도 아슬아슬 금이 가려한다.
강재와 달봉뿐만 아니라 강심도 아래 두 남동생에게 쌓인게 많다.
가족이라서, 가족이기 때문에 묻어두었던
서로에 대한 상처와 섭섭함들이 하나 둘 불거져 나오기 시작하고.
그렇게 차씨집안 형제들은 얼굴만 부딪히면 싸우기 바쁘다.
그래도 집에서는 아웅다웅하는 녀석들이 밖에 나가서는
각자 자기 몫을 해내는것처럼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밖에서 그러는것처럼 집에서도 잘하면 좀 좋을까?
밖에서 남들한테 하는것처럼 그 반만 즈이 형제들한테 하면 좀 좋을까?
어차피 형제라는게 각자 짝만나 결혼하고,
남의 성 가진 사람들이 끼기 시작하면 남남이 된다더라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니 얘들아?
그렇게 순봉씨 시름은 깊어져가는데
<제 3 장, 가족끼리 왜 이래!>
인생은 실패위에 더 견고한 성공을 이룬다고 했던가?
삼남매들은 각자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저만 잘났다고 똑똑해서 한 선택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하고,
저만 행복하겠다고 버린 상처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식들은 여전히 정신 못차린채 이 모든게 돈이 없어서,
또는 능력이 없어서, 집안이 후져서라고..
계속해서 자기가 아닌 남탓, 가족탓만 하고 있다.
강심이가 보스한테 사적인 감정이 생기면서 직장생활에 위기를 맞이하고
가족들 몰래 매입한 아파트가 부동산 사기라는게 밝혀지면서
15년 직장 생활로 모아둔 돈을 몽땅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출 2억까지 빚을 지게 된 상황.
그녀의 빛나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하게 되고,
강재는 강재대로 장모살이에 견디지 못해 아내와 별거에 들어간다.
(처음엔 한집 별거를 했다가, 결국 오피스텔을 얻어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아! 보증금이 모자란다!)
결혼도 스펙이라며 조건따져 데릴사위로 들어간 강재가
결국 그 결혼에 지쳐 도망치려 하고 있다.
막내는 막내대로 다니던 레스토랑 사장과 대판 붙었다가
주방의 기기를 부서뜨리는 사고를 쳐버렸단다.
(그 주방 기계값이 자그마치 삼천만원이라니 언제 철들래 이 놈아!)
그렇게 차씨 삼남매 모두 각자의 위기에 처한 순간
그들의 마지막 보루는 결국 순봉씨 뿐이었고,
다른 형제들 모르게 각자 순봉씨를 찾아와 손을 내민다.
제 아버지 생일날도 모르고, 제 어머니 제삿날도 지나치던 놈들이
각자 지들이 급해지니까 아버지앞에 찾아온다.
철딱서니 없고, 자신의 인생하나 제대로 건사 못하고,
자신이 가진 행복이 뭔지도 모른채 오로지 저만 잘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자식들을 보면서 순봉씨는 결연한 결심을 한다.
마지막으로 자식들 버릇은 제대로 고쳐놓고 죽자고.
그리고 순봉씨의 불효소송이 시작된다.
아버지의 난데없는 불효소송에 놀라서 갈팡질팡하는 자식들,
난생처음 보는 단호한 아버지의 모습에 삼남매는 당황하고,
금번의 사태해결을 위해 그렇게 눈만 마주치면 싸워대던 삼남매들이
극적으로 대동단결하지만,
<제 4 장, 자식이 뭐길래, 부모가 뭐길래!>
하지만 순봉씨의 소송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아버지의 불효소송이 사실은 자식들에게 제대로 살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무언의 가르침이라는걸 삼남매는 눈치채지 못한채
결국 순봉씨와 대립각을 세우기에 이르고.
그러던 중 순봉씨에게 항상 모진 말을 서슴지 않던 둘째놈 강재가
아버지의 위암말기 사실을 알게 된다.
평생, 아니 영원히 자기들 옆에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존재할줄 알았던 그 아버지가... 앞으로 삼개월을 넘기지 못할거라는
사실에 가장 모나게 굴었던 아들이 결국 아버지앞에서 오열하고...
그러면서 아버지가 자식들을 상대로 시작한 소송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하는데..
<제 5 장, 그래도 가족뿐이다!>
가족은 위기가 닥쳤을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강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아직 순봉씨의 위암사실을 모른채로
아버지와 대립하고 갈등하던 중,
각각의 인생에 가장 큰 위기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위기를 가족의 이름으로 하나 둘 헤쳐나가면서
조금씩 아버지가 그들을 상대로 벌인 소송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자고로 사람이 진짜 철이 들려면 세가지를 겪어야 한다드라.
그 중 하나가 결혼이요,
그 중 하나가 아이를 낳는것이요,
그 중 하나가 부모의 장례식이라지.
그 과정을 삼남매들이 하나씩 겪으면서
아버지의 존재, 가족의 존재에 대해 새삼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우리 인생에 가장 가치 있는건 결국 그래도 가족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순간 차씨가족들 모두가 아버지의 시한부 삶을 알게 되는데..
<제 6 장, 행복한 이별, 행복한 장례식> 까지...
부모를 가진 자식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별,
또한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이별.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인생의 마지막 선물,
바로 아버지의 행복한 죽음...
"내가 그래도 참 잘 살았어, 내가 그래도 자식복은 있었어.."
그렇게 감사함으로 전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
그리고 아버지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전하는 자식들의 마지막 말.
"아버지 사랑해요, 일찍 말하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그렇게 가족안에 삶과 죽음이 있고, 우리의 인생이 있음을...
또한 죽음도 인생의 한 과정임을 자식들에게 선물하는 아버지.
그래서 슬픈 장례식이 아니라 아버지를 추억하는 행복한 장례식으로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부부로부터 출발해 부모와 자식으로,
또 그 자식의 자식으로 이어지는 <가족> 이라는 이름의 운명공동체.
가족으로 만나 그 안에서 온갖 희로애락을 다 겪고,
마지막 부모의 죽음으로 가족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까지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도 성장하고, 성장통을 겪는다는걸 그리고 싶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가족에게 묻고 싶은,
대체 가족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나눌수록 가득채워질수 있는 행복이란 결국..
가족안에서 나누는 사랑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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