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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미니][도깨비] 김은숙 - 시놉시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3.18|조회수17,620 목록 댓글 5

[도깨비] 김은숙 - 시놉시스









tvN 드라마 기획안

도깨비로소이다(가제)



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





1. 기획의도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프랑스 파리의 세익스피어 서점엔 이런 문구가 있다.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변장한 천사일수도 있으니’
가족의 얼굴로 친구의 얼굴로 당신 곁에 있겠지만, 
혹여 낯선 이의 얼굴을 보았다면 친절히 대하라.
그는 당신의 수호신, 도깨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로소이다(가제)>는,
운명과 저주 그 어디쯤에서 만난 도깨비와 저승사자, 그리고 도깨비의 어린 인간 신부가 

이승을 떠나는 망자들을 배웅하는 신비롭고 슬픈, 이상하고 아름다운 일상 이야기다.



2. 등장인물
도깨비 (본명 김신金信. 939세로 추정)
그의 이름은 복선이었고 스포일러였다. 백성들은 그를 신神이라고 불렀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채 푸르게 안광을 빛내며 적들을 베는 그는 문자 그대로의 무신武神이었다. 

덕분에 숱한 전쟁에도 백성들은 두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평화로운 밤이 계속될수록 백성들은 김신이 왕인 꿈을 꾸었다. 

그는 적의 칼날은 정확하게 보았지만 자신을 향한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은 보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죽었다.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午時. 영웅으로 살다 역적으로 죽어가며 바라본 하늘은 시리도록 맑았다. 
천상의 존재는 상인지 벌인지 모를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생을 주었고, 

그로부터 939년 동안 김신은 도깨비로 살았다. 심장에 검을 꽂은 채로. 죽었던 순간의 고통을 오롯이 안은 채로. 

그가 신경쇄약, 조울증, 불면증을 앓는 건 당연했다.
변한 건 없다. 천 년이 지나도 왕은 무능했고, 하늘은 여전히 시리도록 맑았고, 

도깨비가 되고 난 후에도 인간을 지키는 몹쓸 버릇은 고칠 수 없었다. 

인간들은 모르지만 900년 동안 그는 인간들의 수호신이었다.
불멸의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건 함께 살고 있는 저승사자뿐이었고, 그게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그 위로가 이 엉망인 동거를 이어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금욕주의자에 채식주의자인 저승사자와는 달리 미인과 돼지고기와 술은 많을수록 좋다가 인생 지론이다. 

절개는 장군이었을 때 충분히 지켰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였다. 그래서 쉬울 줄 알았다. 

큰 키에 타고난 품위, 어딘가 초월한 데서 오는 나른하고 섹시한 눈빛을 가졌고 

무엇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시간과 돈이 넘치도록 많으니까. 

하지만 그가 만난 어떤 여자도 검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도깨비신부라고 소개하는 열아홉 살 소녀 은탁과 맞닥뜨렸다. 

아직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 고딩 신부라니. 
그에게 은탁은 고통에서 벗어나 소멸할 수 있는 도구였다. 

달리 말하면 은탁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기였다. 

죽고 싶게 외로운 날은 탁의 환심을 샀다가 아직 죽긴 일러 싶은 날은 멀리 했다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 했다. 

무無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이 정도면 견딜 만한 아픔 같기도 했다. 

그런 김신을 보며 탁은 환하게 웃었고 김신은 소멸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늘어갔다. 

불시착한 감정에 발이 걸려 넘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탁의 웃음에 신은 몇 번이나 어딘가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다. 

돌아서 한 번 더 보려는 것이 불멸의 삶인가, 너의 얼굴인가. 

아, 너의 얼굴인 것 같다.


은탁 (고등학생. 19세)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3 수험생, 이고 싶지만 그녀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엄마는 그녀가 9살 때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그녀가 잉태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엄마와 태어나지도 않은 그녀 곁을 떠났다. 

하지만 엄마와 아홉 해를 살았으니 살아온 인생의 반절이나 행복했으면 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열아홉 살이다. 
탁은 다른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였다. 

이웃집 강아지가 죽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죽은 존재의 혼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친구들은 그런 탁을 이상한 아이라고 수군댔고, 때문에 늘 외톨이였다.
엄마를 잃은 밤, 갑자기 들이닥친 이모 가족을 따라 이사를 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못된 이모와 이모를 꼭 닮은 이모 자식들의 모진 구박을 견디며 지낸 지 꼬박 십년. 

탁은 깨달았다. 신은 없구나. 누구도 탁의 안부를 묻지 않는 날들이었다. 

온갖 불행 소스를 다 때려 넣은 잡탕 같은 이 인생이 어이가 없는 와중에, 김신을 만났다. 

처음엔 늘 그렇듯 귀신인 줄 알았더니 도깨비란다. 그리고 탁은 그의 신부가 될 운명이란다. 

귀신 보는 팔자로도 충분한데 도깨비 신부라니. 

근데 잠깐. 운명이라고? 운명.. 참으로 로맨틱한 단어였다. 무엇보다 전래동화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촛불을 끄면 항상 신이 나타났다. 미스터리 호러 가난물이었던 인생에 갑자기 판타지라는 이상한 장르가 끼었다. 

어느 문이든 신이 열면 꿈과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놀이동산으로 탈바꿈했다.
호기심에 불러냈던 게 습관이 되고, 안 보면 보고 싶고, 

김신을 기다리는 일은 아직 오지 않은 좋은 미래를 기다리는 것처럼 설렜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성가실 때도 있지만, 가슴에 검이 꽂힌 채로 살면 그렇게 되겠거니 싶어 봐주기로 한다. 

근데 그 검을 나보고 뽑아달란다. 그 말이 꼭 끝내자는 말처럼 아프다.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다는데 이번 생은 몇 번째 생일까. 가능하다면 첫 번째 생이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그리고 마지막에도 당신을 만날 수 있도록.
 

저승사자 (본명 왕여王黎. 30대 후반으로 추정)
죽는다는 건 무엇입니까. 제자가 묻자, 삶의 도리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안단 말이냐. 공자가 대답 했다. 

왕여도 자주 받는 질문이었다. 그때 공자를 알았으면 대신 대답을 알려줬을 거다. 

죽는다는 건, 나랑 선약이 생기는 거라고.
왕여는 저승사자다. 죽음에서 눈을 떠보니 이미 저승사자였다. 

누구나 여를 보면 놀란다. 처음엔 잘생겨서, 그 다음엔 내가 죽었구나 싶어서.
창백한 얼굴에 검은 입술은 옛날 얘기다. 검은 두루마기도 슬림핏 수트로 바뀐 지 오래다. 

저승 명부 대신 GQ를 읽고 북유럽 디자인을 선호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마중 나오면서까지 저렇게 섹시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저승사자가 되고 나선 날을 세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가 세어나가는 것은 무수한 망자들의 혼뿐. 

그는 세월의 흐름을 망자의 첫마디에서 느끼곤 했다. 

과거에는 그렇게는 못 간다 많이들 울고 떼를 쓰더니 요즘은 빨리 가자 재촉하는 이가 늘었다. 

어떤 이들은 기회를 줘도 생을 뒤도 돌아보기 싫어했다. 덕분에 일은 편해졌다.
도깨비인 김신과 함께 살면서 하루에 열두 번씩 바뀌는 신의 변덕에 인내심이 한계를 느낄 때마다, 

전생에 뭔 큰 죄를 짓긴 지었구나 싶지만 

전생에 무엇이었는지, 인간이긴 했는지, 어떻게 저승사자가 됐는지 전혀 모른다. 

주어진 직업 외엔 온통 괄호 안에 든 모호한 태생은 여를 엄격하게 만들었다. 

어중간한 건 질색이었다. 색은 희거나 검거나, 날씨는 덥거나 춥거나, 살거나 죽거나 무엇이든 명확한 게 좋았다. 

동정이나 상상력이 필요한 일은 여의 취향이 아니었다. 

인간사에 일어나는 것 중 여를 자극하는 건 막장 드라마뿐이었다. 예측 불가함에서 오는 자극은 중독적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한 여자에 현기증을 느꼈다. 처음 보는 게 분명한데 오래 그리워한 기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짝퉁 명품을 걸쳤는데도 빛이 났다. 써니라는 그녀의 이름처럼.
그 날부터 써니는 여의 취미가 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써니의 행동들에 드라마만큼 맹목적으로 끌렸다. 

써니의 예측 불가한 행동들은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고, 여의 서툰 행동들은 하나같이 오답이었다. 

이게 다 연애를 드라마로만 배운 탓이다. 

그때마다 써니가 웃는다. 여는 헷갈렸다. 이것은 신의 계획일까, 실수일까.  


써니 (본명 김선. 20대 후반 추정)
혈혈단신 천애고아다. 점쟁이가 그랬다. 망망대해 위에 띄워진 돛단배 같은 인생이네. 

써니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배에 잘생긴 남자랑 둘이 있어요?
철없이 사는 여자가 세상 살기 가장 편하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았다. 

남자의 외모는 내면으로 들어가는 창이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는 잡는 게 당연한 거고, 

진정한 사랑은 통장 잔고에서 느껴진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꽤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 경제력을 옷장과 신발장을 늘리는 데에 썼다. 

지갑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그녀의 미모에는 한계가 없었다. 

길거리에는 지갑이 걸어 다녔고 그녀는 그 지갑을 골라 들고 지불만 하면 되었다.
없을수록 있어 보여야 한단 강박에 화려하고 반짝이는 거라면 뭐든 가졌다. 

뭐든지 빛나는 게 좋아서 이름도 선에서 써니로 바꿨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생은 빛을 잃고 빚만 늘어갔다. 

카드내역서가 이상해서 암만 살펴봐도 다 내가 쓴 게 맞고, 

가게는 월세도 안 나오고, 알바생 월급은 밀리고, 알바생의 어린 나이에도 밀렸다. 

누군가의 첫사랑이 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웠던 써니의 나이 곧 서른이었다.
갖고 싶은 반지를 발견했을 때, 왕여를 처음 만났다. 

왕여는 그녀에게 양보하지 않은 최초의 남자였다. 첫눈에 반했다고 넘겨짚기엔 너무, 슬픈 눈이었다. 

시계며 차림새만 대충 훑어도 연봉 1억에 딱 봐도 연애 못해본 모태솔로. 

마지막 배팅 기회라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 남자, 만날수록 이상하다. 

두문불출하기 일쑤고 직업, 나이, 과거사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는다.   

알지 못하니 궁금해지고, 원하지 않으니 주게 된다. 여의 과거를 모르니 자꾸 여와의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처음엔 그저 잘생긴 호구로 생각했는데, 그 슬펐던 눈이 자꾸 눈에 밟힌다. 동정은 특기가 아닌데도.     


유덕화 (20대 중후반 추정)
금수저 물고 태어났단 말도 부족하다.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유씨 집안을 모르면 금 유통이 안 된단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굴지 기업의 종손이다. 

가훈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 대부터 부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네이버에 회사 이름만 치면 집안 내력이며 출생의 비밀까지 다 알 수 있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13대 째 도깨비를 모시는 가신 집안이라는 것. 

취직은 안 하고 사업구상만 하는 노총각 삼촌인 줄 알았던 김신이 도깨비란다. 

더 얼척이 없는 건 다음 대엔 내가 모셔야 한단다. 

한양 변두리 금은방으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다 김신의 방망이 덕이란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도 대대로 모셔온 도깨비님의 행복만을 바라셨다. 
흔한 재벌3세처럼 덕화는 반항을 택했다. 완벽한 인생의 한 부분 정도는 그렇게 소비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치열하게 디스패치를 장식하고 사고뭉치로 아무리 유명해져도 61년생 유덕화를 이길 수 없는 건 비극이었다. 

왜 하필 1992년에 김신이 유덕화에 꽂혀가지고. 
사람은 아프면 성장이라도 하지 도깨비는 저렇게 아픈데도 영원히 홀로 멈춰있다. 

그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을 때, 덕화는 도깨비가 거쳤을 수많은 이별들을 떠올렸다. 

손만 많이 가는 형인 줄 알았더니 마음도 많이 가네. 

그날 결심했다. 기부는 익명으로, 선행은 묵묵하게, 위로는 무심하게, 보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신을 만난 걸 보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가 단골 멘트지만 그는 모른다. 

그의 전생이 그가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은탁 이모 (40대 후반)
천성이 착한 언니와는 달리 욕심 많고 그릇 작은 전형적인 소인배. 

부모님의 자랑이던 언니가 미혼모가 되었단 소식에 내심 기뻤다. 

미혼모가 된 언니가 어느 날 밤 홀연히 사라졌단 소식엔 더 기뻐했다. 

이렇다 할 직업 없이 부모의 재산도 날려먹고 남편의 재산까지 탕진했다. 언니의 부고를 들은 건 그때였다. 
언니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대성통곡을 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조의금’이었으며,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생명보험’이었다.
밖에서 보기엔 죽은 언니의 자식을 거두며 사는 착한 여자지만 불쌍한 척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도 탈 여자다. 

제 자식도 손찌검에 욕지거리가 예사인 여잔데 은탁에게는 어떻게 했을지 불을 보듯 뻔하다.
탁이 명의의 통장만 챙기면 보모 노릇도 끝인데 도깨비장난도 아니고 

멀쩡히 가방에 들어있던 통장이 은행만 가면 자꾸 없어진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탁이 법적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3. 줄거리

유럽의 이국적인 거리. 쨍하니 햇살 부서진다.
최고급 슈트, 최고급 수제화, 하지만 절뚝절뚝 지팡이 짚고 걷는 한 남자, 도깨비다. 

도깨비, 왼쪽 다리 절며 길가 매점에서 샌드위치 하나 산다. 옆의 한 남자, 복권 사고 있다.

도깨비 (보지도 않고) 사지마. 안 맞아. (스타킹 집어 건네며) 이거. (간다)
남자 ?? (도깨비 뒷모습 보는데)

그때, 남자 옆으로 뛰어가던 한 여자 높은 힐 탓에 넘어진다. 여자의 스타킹 엉망이 된다.

남자 (손에 스타킹 든 채) !!! 
저승사자 (NA)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고급 주택가.
샌드위치 든 채 어느 고급 주택 문 앞에 서 있는 도깨비. 문 뚫어져라 보는데 

한 소년 가방 둘러멘 채 허둥지둥 문 열고 계단 내려오다 도깨비와 쿵 부딪힌다. 

소년의 얼굴에 구타의 흔적 역력하다. 소년 놀라 보면,

도깨비 옳은 생각이 아니야. 돌아가.
 (테라스의 화분 하나 첫째 계단 가운데로 옮겨 놓으며) 가서 때리지 말라고 말해.
소년 ..당신 뭐야. 무슨 개소리야..!
도깨비 그럼 그렇게 욕을 할 거야. 그래도 또박또박 말해. 때리지 말라고. 이건 도시락.
 (샌드위치 내민다) 얘기 끝나면 학교 가. 시험이잖아.
소년 ??
도깨비 지금 집을 나가면 지금보다 더 못한 삶을 살게 돼.
소년 누구.. 세요?
도깨비 누구든 제발 도와달라며. 기도 열심히 해놓고 왜 이래. 
소년 (!!!) 내 기도를.. 들었다구요?
도깨비 가서 말해. 한 번만 더 때리면 공금횡령 한 사실 회사에 다 불어버린다고.
 금발 머리 비서와의 사이도 모르는 척 하겠다고. 입양했으면 당신은 내 아빠라고.
 그러니 널 잘 키우라고.
소년 ..못 해요. 힘으로 못 이겨요.
도깨비 그래서 갈비뼈 부러뜨려 줬잖아.

무슨 소린가 싶은데, 문 벌컥 열리고 험악한 얼굴의 백인 남자 소년 향해 고함치며 나오다 

화분에 걸려 계단 아래로 우당탕 구른다. 윽- 갈비뼈 부러져 가슴께 잡고 고통스러워한다.

소년 !!! (놀라 도깨비 보면)
도깨비 수학 17번 문제 답은 2번 아니고 3번이야.
 그거 하나 틀리길래. 이게 내가 주는 진짜 선물. 
 그럼 이만. 난 참석할 장례식이 있어서. (가는)

소년, 도깨비의 뒷모습 보는데 그 위로,
 
저승사자 (NA)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유럽의 어느 묘지. 
초록 잔디 위에 고풍스런 묘비들 사이, 누군가의 묘비 앞에 서 있는 도깨비의 뒷모습 보인다.
도깨비, 들고 있던 꽃다발 묘비 앞에 가만히 내려놓고 돌아서 묘지 떠난다. 그 순간,
스산한 바람 묘지의 나무들 마구 흔들고, 맑은 하늘에 번개 치더니 먹구름 가득 몰려온다.
도깨비에게 가려졌던 묘비 속 영정 사진 보이는데, 방금 떠난 도깨비의 얼굴이다!!
묘지 뒤로한 채 선글라스 끼고 먹구름 속을 걸어 나오는 남자의 모습 위로,

저승사자 (NA) 그는.. 물이고 불이고 비고 바람이며, 빛이자 어둠이다.
 그리고 한 때, 인간이었다..

천 년 전 한 나라에 용맹한 장군이 있었다. 

왕은 어리고 간신은 활개치고 백성은 굶주리고 적은 자주 변방을 침범했다. 

장군은 수백 수천의 적을 무찔러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고 백성을 돌보았다. 

백성들은 그런 장군을 사랑했고 어린 왕은 그런 장군을 두려워했고 간신은 어린 왕의 두려움에 세치 혀를 속삭였다. 

간신 그자의 승전보가 백성을 현혹하고 그자의 권세가 거듭 왕실을 조롱하니 엄히 다스리시옵소서.
 
간신의 말에 질투에 눈 먼 어린 왕은 장군을 역모로 몰아 집안을 멸하라 명했다.

장군 나의 주군이 그럴 리 없다. 왕을 뵙겠다.

장군은 궁으로 향했다. 왕은 궁으로 오는 길목마다 장군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세워 놓았다. 
제일 먼저 끌려 나온 건 한 여인이었다. 

여인 ..저는 괜찮습니다. 혹여 이게 마지막이면, 이게 제 운명인 겁니다..
 그러니 가십시오.. 멈추지 말고 왕께 가세요 장군..

마지막 순간까지 기품을 잃지 않는 여인. 

여인의 눈물 맺힌 얼굴을 뒤로하고 왕을 향해 핏빛 걸음을 옮기는 장군. 

그 순간, 여인의 몸에 날아와 박히는 화살. 여인의 비단 옷과 손가락의 옥반지가 피로 물든다. 

여인은 다름 아닌 왕의 정인이자, 왕비였다..!! 여인과 장군은 무슨 사이인 걸까..

장군을 이기겠다고 자신의 정인까지 무참히 베어 버리는 왕을 향해 가는 핏자국 가득한 장군의 걸음마다 

백성들이, 노비들이, 부하들이 처참히 죽어 나간다.
하.. 결국 핏자국뿐인 걸음을 멈추고 가장 아끼던 부하의 칼을 맞아주는 장군인데..!!  

간신 죄인을 꿇려라!
부하 (흐흑..) 용서 하십시오.. (장군의 왼쪽 다리를 베어 꿇린다)
장군 (한쪽 다리 휘청. 겨우 검에 의지에 버티며 왕을 원망스럽게 보는데..!!)
간신 죄인의 눈빛이 형형하니 어심이 어지럽다. 반드시 참하라!!
부하 ..부디.. 용서하십시오..!! (단칼에 베는..!!)

장군, 뜨거운 피 토한다.. 

장군 그대도 그대를.. 용서해라. ..그대의 잘못이 아니다.

천천히 쓰러지는 장군.. 눈도 못 감고 그저 하늘만 올려다본다.. 백성들의 통곡소리 들려오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 왕(16)의 화려한 옷자락..

왕 아무도 반역죄인의 시신을 수습하지 말라.
 들판에 버려두어 날짐승과 들짐승의 먹이로 두라.

땅에 깊이 꽂힌 장군의 검이 웅- 웅- 울고 있다.
검에서 떨어진 붉은 피가 흰 들꽃잎을 적시고 있다.. 
흰 꽃잎 사이로, 온 몸이 피 범벅인 채 죽어가고 있는 한 장군의 핏빛 눈동자 보인다..
들판에 버려진 피투성이 장군.
마지막 남은 장군의 시종도, 백성들도 그저 기도하며 울 뿐 아무도 장군을 돕지 못한다.
“천지신명님 옥황상제님 제발 우리 장군님을 살려주세요.”
하지만 모든 것이 허망하기만 한 장군이다. 죽어가던 사랑하는 얼굴들이, 피투성이 얼굴들이 심장을 찢어 놓는다.

장군 ..그 누구에게도 빌지 마라. ..신 따위, 없다..

장군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붉은 피가 검으로 흘러간다.. 천천히 눈을 감는 장군..
웅- 웅- 더 사납게 우는 장군의 검이고..

밤엔 들개가, 낮엔 까마귀가 장군의 시신을 탐했다. 

들판에 버려진 장군의 시신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더니 꽃씨 하나가 날아와 뿌리를 내렸다. 

들판은 어느 새 메밀꽃밭으로 변했다. 밤엔 반딧불들만이 장군의 죽은 자리를 맴돌았다. 

더는 아무도 장군을 기억하는 백성이 없었다. 

오직 십년을 매년 빠짐없이 찾아오는 시종(40대)만이 홀로 돌탑을 쌓아 장군을 기릴 뿐이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시종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오직 장군의 검만 30년의 세월을 그 자리에 묵묵히 꽂혀 장군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흰 나비 한 마리 팔랑 팔랑 돌탑 위에 내려앉는다.   

신 너는 목숨을 바쳐 백성을 구했으나 백성은 널 잊었구나. 너는 잊혀졌다.
장군 전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내 백성은 그저 질투하는 신을 가졌을 뿐.
 인간의 선함은 변하지 않습니다.
신 인간은 선하지 않다. 욕심은 끝이 없고 희생은 당연하고 은혜는 바로 잊고
 사랑은 빨리 식는다. 인간은 변한다. 때문에 너는 잊혀진 것이다.
장군 전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신에게 조롱당할 뿐. 내기 할까요?
신 신과 내기라..

그때, 초로의 한 노인(70대) 손자의 손을 잡고 돌탑으로 온다. 매년 찾아오던 시종이다. 시종의 병색 완연하다. 
 
시종 소인 ..몇 해 앓았습니다. 너무 늦게 와 송구합니다 나으리.
 (마지막 숨처럼) 절 올리거라.
손자 (돌탑에 절 올린다)
시종 전 이제 갈 모양입니다.. 이제부턴 이 아이가 장군을 모실 것입니다.
신 그대가 이겼다.

돌탑의 흰 나비 사뿐 날아와 검 손잡이에 사뿐 내려앉더니,

신 너의 백성들의 염원이 널 살리는구나. 허나 너의 검에 수천이 목숨을 잃었다.
 너에겐 적이었으나 그 또한 나의 피조물.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존재로 불멸을
 살아라. 벌이자 상이고 상이자 벌이다.

다음 순간, 이내 웅웅 검이 울고 이글거리는 불덩이로, 

불덩이는 점점 더 거대해져 돌탑 향해 날아가 그대로 돌탑 위에서 아래로 박힌다. 

돌탑의 돌들 사방으로 날아가고, 검은 흙에 박혀 있는 장군의 검 보인다. 

이내, 검은 흙, 사람의 형태로, 점점 예전의 장군의 모습으로, 완벽히 장군이 죽던 피투성이 모습으로! 

다만 다른 것은 가슴에 검을 꽂고 있다는 것이다.

신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너는 무로 돌아가 평온하리라.

장군, 검 꽂은 채 이글거리는 불덩이의 모습으로 몸 일으키는데..!! 도깨비였다..!!

시종 나으리..!!
도깨비 다녀 올 곳이 있다. 금방 다녀오마.

도깨비는 궁으로 갔다. 삼십년 전 못 디딘 걸음을 마침내 딛었으나, 삼십년 세월은 많은 것을 변화 시켰다. 

어린 왕은 병들어 죽고 간신은 또 다른 왕의 귀에 속삭이고 있었다.
간신의 목을 부러뜨리고 시종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도깨비를 맞는 건 거적때기에 둘둘 말린 시종의 초라한 시신이다. 어린 손자만이 그 앞을 지키고 있다.

도깨비 !!!

손자, 할아버지에게 절하고 나더니 도깨비에게 큰 절 올린다.

손자 이제 제가 모시겠습니다.
도깨비 (울컥 눈물 나고, 웃으며) 그리해 주겠느냐.

들판에 돌탑 하나가 더 생겨났다. 
시종의 장례를 치르고 어린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절뚝절뚝 들판을 걸어가는 도깨비의 뒷모습..

손자 제게 의지하셔도 됩니다.
도깨비 그러하냐. (미소 지으며 손자의 어깨에 손 올린다)

도깨비는 그렇게 그 작은 어깨에 의지해 길을 떠나는데..

벽란도에서 아랍 상인들의 상선에 오른 도깨비와 손자.
외국인들 틈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둘의 모습은 눈에 띈다. 

여러 낮과 밤이 흐른다. 파도는 잔잔하고 별빛은 쏟아질 듯 아름다웠으나 물은 부족하고 양식은 점점 줄어들었다. 

외국인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저녁을 먹는 중이다. 

손자, 그 모습 보며 꿀꺽 침 삼킨다. 도깨비, 보따리에서 주먹밥 꺼내 내밀면,

손자 전 괜찮으니 나으리 드십시오.
도깨비 나 혼자 말이냐.
손자 육지까지 열흘입니다. 둘이 먹으면 못 버팁니다. 
도깨비 그래서 니가 굶겠단 말이냐.
손자 정 배고프면 전 한 끼 정도 빌어먹으면 됩니다. 
도깨비 널 빌어먹게 하려고 데려 왔는 줄 아느냐. 날 믿어라.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난 더 큰 사람일지도 모르니.

도깨비, 주변 맴도는 반딧불들 모아 손자의 옆에 등불 모양으로 놓아주자,

손자 와.. (박수친다)

도깨비, 아이의 손에 주먹밥 들려주면, 아이는 아이다. 잠깐 망설이다 허겁지겁 먹는데, 그 순간!
손자의 목덜미 낚아채는 거친 손. 아랍 상인이다. 상인, 손자의 목덜미 잡아 대롱대롱 높이 들더니,

상인 그 보따리를 좀 봐도 될까? 배 무게를 좀 줄여야 해서 말이야.
도깨비 아이를 내려놓아라. 
상인 보따리 먼저 내놔.
 안 그럼 얜 물고기 밥으로 줄 거야. (배 난간 밖으로 손자를 대롱거린다)
도깨비 (눈빛 사나와지며) 여기서 멈추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상인 니들 목숨은 내 손에 달렸어. 이렇게.

하더니 손자를 휙- 바다로 던져 버리는 상인. 다른 상인들 낄낄거리고.

도깨비 (분노에, 눈에 핏발 서며) 인간이 짐승만도 못하면 어찌되는 줄 아느냐. 
 분노한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내, 도깨비의 몸 푸른 불꽃으로 이글거린다.
검은 먹구름 하늘 뒤덮고 바람 휘몰아쳐 돛대 우지끈 부러져나간다.
낄낄거리던 상인들 혼비백산 “도.. 도깨비다!” 비명 질러대는데, 순식간에 수직으로 기우는 배.
물속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상인들. 반 이상 처박히고 반은 겨우 배 여기저기 매달려 살려달라며 울부짖는데, 

도깨비, 수직으로 기우는 배를 저벅 저벅 걸어 내려가며 바다 향해 손 뻗으면,
거대한 물기둥 생겨나 도깨비의 손으로 날아와 거대한 도깨비 방망이로!

상인들 살려주세요. 목숨만은 제발..!!
도깨비 늦었다.

도깨비, 거대한 방망이 내리쳐 배를 두 동강 내버리는데!! 
잠시 후, 아이(시종의 손자) 안은 장군 물속에서 솟아오르더니 휙- 푸른 불꽃으로 사라지고..

청명한 하늘, 붉은 단풍 숲, 웅장한 성당, 집집마다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
1100년 경, 캐나다 퀘백의 가을 풍경 아름답게 펼쳐지고..

프랑스의 식민지답게 하이힐에 드레스 차림의 금발 숙녀들, 연미복 차림의 신사들을 지나,
담쟁이로 둘러싸인 어느 고풍스러운 건물 창가로 가면,
촛불 밝혀진 테이블에 도란도란 마주 앉은 도깨비와 손자.
도깨비와 손자는 그렇게 캐나다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손자 애폴.
도깨비 애폴.
손자 버네너.
도깨비 버네너.
손자 잘하셨습니다.
도깨비 (미소) 그러하냐.
손자 엄청 어려운 걸 이리 빨리 배우시는 걸 보니 나으리는 큰 사람이 분명합니다.
도깨비 (미소) 그러하냐.

밤은 깊어 손자는 물러가고 혼자 남은 도깨비. 
일렁이는 촛불에 공허하게 앉아 있는 도깨비의 모습이 더없이 쓸쓸하다. 
먼 이국의 땅.. 도깨비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사랑하는 이들의 죽어가던 얼굴..  
도깨비의 눈에 눈물 차오르더니 이내 툭.. 툭.. 떨어진다..
도깨비의 쓸쓸하고 긴 울음인데.. 

그렇게 세월은 흘러 1997년.
인천공항 위로, 갑자기 구름 몰려들며 투둑 투둑 빗방울 떨어진다.
묘비 앞에 서 있던 말끔한 슈트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도깨비.

시종11 (초로의 노인) 그간 편안하셨습니까 나으리.
도깨비 그대도 편안하였느냐.

시종11의 뒤에 다섯 살 꼬마 빼꼼 고개 내밀고 보고 있다. 덕화다.

시종11 사업도 잘 되고 편안합니다 나으리. (덕화에게) 인사 올리거라. 손주 놈입니다.
덕화 누구예요?
시종11 이노옴.
도깨비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아들이었다가 손자가 될 사람이다.
덕화 그게 뭐야. 무슨 삼촌이 빈손으로 와. 
시종11 이노오옴!

덕화와 도깨비의 첫 만남은 그랬다. 
 
빌딩 숲 사이, 공원인가 싶게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 보인다. 

하지만 그곳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사유지다. 

굳게 잠겨 있던 철문이 삐걱 열리고 도깨비와 시종11, 덕화 함께 들어선다.

시종11 25년 전 그대롭니다. 가구도 쓰시던 그대롭니다.

보면, 뾰족한 첨탑에 아치형 창문들, 벽을 타고 오른 담쟁이 넝쿨, 

마치 유럽의 고성 같은 이 건물은 오래 전에 버려진 예식장이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을 개조해 예식장으로 쓰이던 것을 

시종 집안에서 60년 전에 사들여 도깨비가 한국에 머물 때 거처로 쓰고 있다.

아치형 창문, 높은 천장, 천장에 빼곡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샹들리에에 가득 들어 찬 햇살,
침대 하나, 의자 두 개, 테이블 하나, 텅 비어서 공허하기까지 한 공간이 도깨비는 퍽 마음에 든다.
햇살에 비친 도깨비의 긴 그림자. 고려 대장군의 관복, 심장부터 등까지 관통한 거대한 검.
심장을 관통한 검만이 그가 도깨비임을 증명하는데..

푸른 들판에 꽂혀 있는 검 하나.. 검에서 떨어진 붉은 피가 흰 들꽃잎을 적시고 있다.. 
흰 꽃잎 사이로, 온몸에 화살이 박힌 채 죽어가고 있는 한 장군의 핏빛 눈동자 보인다..
장군의 몸에서 새어 나오는 붉은 피가 검으로 흘러간다..
웅웅 슬프게 우는 검.. 이내 푸른 불꽃으로..

노파 (E) 사람의 손때가 묻은 물건에 염원이 깃들면.. 도깨비가 된단다..
  신의 뜻에 따라 도깨비로 화한 장군의 검은 죽은 주인의 몸에 날아가 박혔지.

푸른 불꽃으로 변한 검 휙- 날아가 장군의 몸에 박히는데..

보면, 푸성귀 다듬는 노파와 노파 앞에 쪼그려 앉아 노파의 이야기 재밌게 듣고 있는 여자다.

노파 그렇게 검이 주인을 다시 살린 거지. 
여자 재밌어요. 또 해주세요.
노파 재밌는 얘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살어. 더 없어. 가 어여.
여자 히히. 많이 파세요. (하고 일어서는 여자 손목 확 잡는 노파! 놀라 보면!!)
노파 생사가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마음 약한 어느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여자 ??!!....

서울의 한 고층 빌딩의 옥상.
이상하게 옥상에만 구름 가득 끼어있다. 마치 고산 허리에 걸린 신선의 구름 같다.
구름 속엔 더 이상하게도 반딧불들 별처럼 반짝이며 날아다닌다.
반딧불들 사이로 아슬아슬 한 난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맥주 마시는 한 남자, 도깨비다.
너무나 많이 변한 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인적 드문 거리, 흰 눈 소복이 쌓여있고 그때, 쌓인 눈을 밟으며 건널목을 건너는 한 여자.
그 순간, 신호 무시하고 달려오던 차 한 대, 속력을 줄이지 못해 눈길에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쾅!!!
여자를 들이받는다. 흰 눈 위에 뿌려지는 여자의 붉은 피..
생과 사의 기로에서 점점 가빠지는 여자의 숨소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 

도깨비에겐 여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와 괴로운 숨소리 생생히 보이고 들리지만 

그 모습을 그저 눈도 깜짝 않고 지켜볼 뿐이다. 한갓지게 맥주나 넘기면서..
다시 들리는 여자의 간절한 기도 소리..
‘신이 있다면 제발.. 아무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순간, 끙.. 도깨비 이내 건물 아래로 날개를 접은 새처럼 몸을 날리더니 

다음 순간, 도깨비의 몸이 어느새 거대한 불덩이로 변하더니 쏜살같이 날아와 죽어가는 여자의 앞에 내려앉는다!!

여자 누구..세요?
도깨비 아무나다.
여자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도깨비 글쎄.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여자 살려주세요 제발.. 

안간힘을 다해 복부 감싸는 여자의 마지막 숨소리.. 도깨비, 죽어가는 여자를 내려다보더니

도깨비 내가 그대를 살리면 그댄 내게 무엇을 줄 텐가.
여자 ..뭐든..
도깨비 그럼 그대 뱃속에 그 아이를 다오. 그 아일 갖겠다. 내 신부로.
여자 !!!

도깨비, 죽어가는 여자의 몸에 숨을 불어넣어준다. 

그 순간 여자의 뱃속 아이의 목엔 반짝! 황금빛 낙인찍히는데..!!
 
“악!” 악몽에서 깨는 듯 비명 지르며 죽어가던 여자, 병원에서 번쩍! 눈을 뜬다.
몸이 말짱하다.

여자 저.. 안 죽었어요?
간호사 무슨 말씀이세요?
여자 아이는, 제 아이는.
간호사 건강합니다. 축하드려요. 따님이세요.
여자 (!!) 딸.. 이요?

그 순간, ‘저 여자 도깨비 신부를 가졌어.’‘저 여자 뱃속에 도깨비 신부가 있어.’
여자의 귀에만 들리는 음산한 목소리들.. 보면, 병실 문에 가득 달라붙은 죽은 자들의 모습!!!
여자, 병원을 도망쳐 나가는데..

세월은 흘러, 도깨비 신부 은탁(9)은 아홉 살이 되었다. 
은탁과 엄마는 도망쳐서 살고 있었다. 
엄마 옆에 누워 이야기 듣고 있는 은탁. 엄마, 병색이 완연하다.

은탁 도깨비? 정말 도깨비 봤어? 어떻게 생겼어? 뿔 있어? 방망이도 있어? 금 나왔어?
은탁모 금보다 더한 게 나왔지...
은탁 그게 뭔데?
은탁모 두 사람의 목숨.. 
은탁 우와!!
은탁모 미안해 우리 딸.. 생일 파티 같이 못 할 거 같은데 어쩌지?
은탁 왜? 어디 가?
은탁모 음. 엄마 이제 가야해..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
은탁 그게 무슨 소리야? 어? 잠깐만. 밖에 누가 불러.
은탁모 !!!

은탁, 문 열면, 문 앞의 한 낯선 남자와 마주친다. 저승사자다...
은탁의 목 뒤의 낙인 반짝 빛난다.

은탁 !!!! (하지만 안 보이는 척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어? 아무도 없네?
저승사자 (갸웃..) 꼬마야.
은탁 (계속 쌩 까며) 바람 소리였나 봐.
저승사자 넌 내가 보인다. 근데 어째서 넌 이미 죽었어야 할 아이가,  
은탁 (안 들리는 척) 잘못 들었어. 아무도 없어. (문 쾅! 닫는)
저승사자 !!!

은탁, 엄마에게 돌아오는데, 누워 있던 엄마 서 있다. 
 
은탁 ..엄..마?
은탁모 (아는 척 말라고 강하게 눈짓!!)
은탁 !!!
은탁모 (은탁 옆 천천히 스쳐 지나가면)
은탁 엄..마!!
은탁모 (우뚝 멈춰 서면..)
은탁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 걱정하지 말고 가. 환한 곳으로 가.
은탁모 (울며, 돌아보지 않고)
은탁 (울며, 역시 돌아보지 않고 숨 멎어 누워 있는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면.. 그래서
 나 만나면 꼭 아는 척 해야 돼. 암호 정하자, 다시 태어나도 알 수 있도록.
 꼭 우리 강아지 불러줘. 알았지?
저승사자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다.
 씨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 억울해 말아라. 그대는 이번 생이 세 번째 생이었다.
은탁모 좋네요.. 가요. (앞서간다)

저승사자 계속 갸웃 하며 은탁 돌아보더니, 엄마와 떠난다.

은탁 (떠나는 엄마 돌아보지도 못하고..) 안녕.. 엄마 안녕..

그런 은탁의 얼굴 위로, “딸랑” 문 위에 달린 종소리 들려온다.

모락 김나는 따뜻한 차 한 잔 놓여있는 어느 테이블. 

보면, 차 한 잔 앞에 놓고 작고 고풍스런 찻집에 앉아 있는 도깨비다. 

이내 문 열리고 손님 들어온다. 보면, 은탁의 엄마다!!

은탁모 (!!!) 그때 그..!! 
도깨비 (??) 나를 아느냐.
은탁모 9년 전 눈 오던 밤.. (그러고 보니 여긴.. 찻집!)

누구의 인생에건 신은 세 번 머물다 간다. 

이 찻집은 망자가 저승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으로 신이 인간에게 머무는 그 세 번째 순간이기도 하다.
훗날 저승사자는 도깨비에게 왜 이 일을 하냐고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왜 이 일을 하냐고. 안 하면 어떻게 되냐고. 

괴팍하고 신경질적인 도깨비가 인간들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살펴주는 게 의아했던 것이다. 

도깨비의 대답은 간단했다. 

도깨비 이 일을 안 하면, 내가 안 멋있지.

도깨비는 망자들에게 내 준 찻잔이 식기 전에 

망자의 인생을 통틀어 돌아가고 싶은 딱 한 순간으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찻잔을 앞에 놓은 은탁모는 무언가를 떠올린다.
오래전처럼 또 노파의 푸성귀 같이 다듬고 있는 은탁모다. 병색 완연하다.

은탁모 오다가다 우리 은탁이 좀.. 들여다봐주세요.
노파 지랄한다. 니 딸년을 내가 왜.
은탁모 그냥 오다가다요. 배추 남으면 좀 주구. 시금치도 좀 주구..
노파 그러게 그때 같이 죽지 뭐 하러 더 살아가지고.
은탁모 치.. 못됐어. 
노파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 처음 가는 어느 찻집에 가거든 말이다.
 갔는데 거기서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되거든, 꼭 내기를 걸어 꼭.
은탁모 찻집.. 이요? 아는 얼굴 누구요?
노파 보면 알어. 명심해. (종이컵 다방커피 마시며) 이 커피 값이니까.

다시 은탁모와 도깨비.

은탁모 저 진짜 기억.. 안 나세요? (그럼 은탁이를 신부로 달라고 했던 것도?)
도깨비 ! (혹시 그때 그 술 취한 날..?) 혹여 내 입에서 술 냄새가 나더냐.
은탁모 ! (끄덕하면)
도깨비 (젠장..) 이제 다 기억이 난다.
은탁모 기억 안 나는 것 같은데.
도깨비 기억난다니까.
은탁모 기억 안나. (정색) 내기할래요?
도깨비 (으어..!!! 젠장..!!)

엄마의 장례를 치르고,
엄마와 있던 방에 혼자 남겨진 어린 은탁(9세). 엄마가 사다놓았던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인다. 

은탁 제 소원은.. 엄마가.. 천사들이랑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꼭 천국에 가셨으면 좋겠어요.

은탁, 소원 빌고 생일 케이크의 촛불 후- 끄려는 찰나, 문 벌컥 열린다. 놀라 보면,
푸성귀 노파 배추 한 단 들고 서 있다.

노파 먹어. 생일 선물.
은탁 와. 감사합니다.
노파 이사 가 낼 당장. 눈 마주쳤지? 저승사자랑?
은탁 어떻게 아세요?
노파 이사 가. 그래야 널 못 찾아.
은탁 이사 가면 못 찾아요?
노파 못 찾아. 그래서 집터가 중요한 거야. 낼 아침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찾아 올 거야.  

따라가. 고생은 하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넌. 
은탁 (??) 근데 이런 거 왜 알려주세요?
노파 이뻐서.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
은탁 ??

다음날, 은탁을 찾아온 한 가족.

이모 이모 봤지? 엄마 장례식 때. 

웃고 있지만 매서운 눈빛의 이모 뒤로, 사촌 남매 빼곡 고개 내미는데..

이모 통장은 어딨니? 엄마 통장. 엄마 보험금은 들어왔니? 
은탁 (!!) 남자 하나에 여자 둘..

그 시간, 은탁을 찾아왔던 주름진 노파는 시장통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백발에 꾸부정한 허리의 노파 점점 허리 펴지더니 

어느 순간, 새까만 머리에 꼿꼿하고 잘록한 허리, 빨간 립스틱, 슬리퍼는 어느새 빨간 하이힐로, 

섹시한 여자의 모습으로 또각또각 시장통 걸어가는 노파다..!! 

이 노파, 바로 삼신 할머니였던 것이다.

그 시간, 도깨비의 찻집 테이블엔, 은탁모 앞에 놓여졌던 찻잔에서 여전히 뜨거운 김 피어오른다.
보면, 은탁모의 찻잔 워머(촛불)로 식지 않게 데워지고 있고..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은탁모는 도깨비와의 내기에서 이겼을까?  

그 시간, 도깨비는 야구 연습장에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는데,

꼬마 (야구 방망이로 몸 풀며) 내기 할래요?

인간들에게 마법을 선사하는 도깨비지만 도깨비도 마법에 걸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내기’다.
처음 도깨비가 천상의 존재를 상대로 내기를 건 까닭에 “내기 할래?”는 항상 마법이 되어 도깨비를 ‘내기’에 가둔다. 

뒤끝 작렬인 신을 가진 탓이다.

도깨비 어이가 없네. 이봐 135센티짜리 김서방. 너 내가 방망이로만 산 올곧은,
 됐고 너 후회 하지 마!
 
그러나, 공 하나를 제대로 못 받아치고 꼬맹이에게 처 발리고 마는데..

도깨비 졌다. 소원이 뭐야.
꼬마 내 피아노 좀 없애줘요. 나 진짜 소질 없는데 울 엄마는 포기를 못해요.
 (멋지게 방망이 휘두르며) 난 야구 선수가 될 거거든요.
 
도깨비 내기의 벌칙으로 어느 바닷가에서 바닷물로 방망이 만들더니, “피아노 나와라 뚝딱” 해서 

꼬마의 집 피아노 바다 속으로 풍덩 집어 던진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피아노는 파도가 칠 때마다, 물고기들이 주둥이로 통통 칠 때마다 피아노 소리를 내는데..

도깨비의 예식장 집. 마당의 나무들은 더 울창해졌고 

외벽을 타고 오르던 담쟁이 넝쿨이 이젠 건물 꼭대기까지 뒤덮었다. 

그 사이 십년 세월이 또 흐른 것이다.

세월은 흘렀어도 그대로인 도깨비. 하지만 잔뜩 쫄아 누군가 눈치 보며 앉아 있다. 

앞에 서 있는 남자, 건장한 청년이 된 덕화(20대 후반)다. 

덕화 각 일간지 일면 기사 탁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보면, “폭설 속, 때 아닌 벚꽃과 목련 만개”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이상기온>” 등등 

헤드카피 아래 골목길 집집마다 만개한 벚꽃과 목련 사진 찍혀 있다.

덕화 이 겨울에, 것도 하룻밤 사이에 이따만 한 꽃이 막, 이 집 저 집 막, 울긋불긋 막,
도깨비 꽃.. 예뻐..
덕화 (확!) 아니 어떻게 맥주 반 캔에 매번 필름이 끊기십니까!
 구백 평생 안 마시던 술은 왜 늘그막에 배워가지고,
 금 나와라 뚝딱 안 하신 거 확실하십니까?
도깨비 (자신) 절대.
덕화 다른 일은 정말 없으셨죠?
도깨비 (손가락 깨물며 골똘) 어떤 여자랑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덕화 여자?! 진짜?! 누구?!
도깨비 여자 진짜 누구,는 세 마디가 다 반말이다? 그냥 편하게 형 동생 할까?
덕화 형 여자랑 뭐했는데.
도깨비 네 이노옴!
덕화 생각 안 나네 안 나. 아 어떡하실 거냐구요!
도깨비 내 술을 끊을 터이니,
덕화 목소리는 왜 까시는지?
도깨비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덕화 (띵)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도깨비다. ‘21세기 IT 강국에서 도깨비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덕화의 잔소리 이어지는데, 

도깨비 은근슬쩍 일어나 나간다.

덕화 어디 가십니까?
도깨비 해장..
덕화 (빡!)

식당에 앉아 해장국 먹는 도깨비와 덕화. 덕화의 잔소리는 계속 이어지지만 

도깨비는 식당에 켜져 있는 TV 속 10대 남자 아이돌에게서 눈을 못 뗀다.

덕화 (!) 뭐 보십니까?
도깨비 텔레비전.
덕화 (자기 어깨 토닥이며) 불쌍한 사람이야. 불쌍한 사람에게 화내는 거 아니야.
 (하는데 어디선가 청테이프 날아와 입에 턱! 빡! 테이프 떼고 보면)
도깨비 딱 저 나이 대였다.
덕화 누가요?
도깨비 나 죽인 놈. 왕의 환생. 환생 했으면 딱 저 나이야.
덕화 (헉!) 환생했어요?
도깨비 모른다. 
덕화 모르는데 왜 보세요?
도깨비 모르니까.
덕화 (또 자기에게) 불쌍한 사람이라고 했지! 

그때 옆 테이블에서 딱! 숟가락 내려놓는 남자. 도깨비와 덕화 쫄아서 보면,

여자 헤어지자 우리. (발딱 일어나 나간다)

남자, 급히 쫓아 나가 여자 잡아 세우고 대화중이다.
도깨비 그런 남자의 얼굴 찬찬히 보더니, 연인들에게 후- 반딧불 날려 보낸다.

덕화 뭐 하십니까?
도깨비 마법.
덕화 그니까요!

휙 날아가서 연인 주변에 마법 같이 반짝이는 반딧불들.

여자 이거 뭐야..? 
남자 몰라. 뭐지?
여자 모르겠는데.. 되게 마법 같다..

환하게 웃는 연인들. 연인들 옆을 덤덤한 얼굴로 스쳐 지나가는 도깨비와 덕화.

덕화 왜 도와주십니까? 
도깨비 사내의 전생을 안다. 저 자가 놓쳐서는 안 되는 여자다.
덕화 전생이 뭔데요? 뭐 착한 일이라도 했습니까?
도깨비 가난한 소작농을 등쳐먹은 지주보다 더 나쁜 마름이었다.
덕화 (?) 근데 왜 도와주십니까?
도깨비 악처만큼 큰 벌은 없으니까. 허영심 많고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다.
 무엇보다 명이 길다. 저 자의 남은 생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
덕화 헐..!

도깨비는 그렇게 종종 인간들에게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세월은 흘러 은탁은 19살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모와 사촌들의 구박은 더 심해졌다.
이모가 엄마의 보험금이 입금 된 통장을 들고 은행만 가면 이상하게 자꾸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모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대체 왜 은행만 가면 가방에 들어있던 통장이
 없어지냐고! 통장 어쨌어!

은탁이 곧 성인이 될 테고 그럼 이모는 그 돈을 쓸 수 없다.
은탁 주변을 떠도는 귀신들이 은탁을 보호해주고 있는 것인데...

바닷가에 홀로 앉아 있는 은탁. 무릎엔 작은 케이크 상자 놓여 있다.
홀로 케이크에 불 밝히는 은탁.

은탁 편의점 알바 꼭 붙게 해주시고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주시고 멋진
 남자친구도 꼭 생기게 해주세요.

그 시간 도깨비는 메밀밭에 있었다. 흰 메밀꽃 끝도 없이 피어있다. 

도깨비, 메밀꽃 한 다발 꺾어 손에 드는데, 

‘편의점 알바 꼭 붙게 해주시고 이모네 식구 좀 어떻게 해주시고 멋진 남자친구도 꼭 생기게 해주세요.’ 

하는 목소리 들린다. 

뭐지? 누구 목소리지?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는데,   

그 순간 은탁, 눈 꼭 감고 후- 생일 케이크 촛불 불면, 
메밀꽃 다발 든 도깨비, 푸른 불꽃으로 변하더니 휘리릭- 사라진다!!!
촛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은탁 천천히 눈 뜨는데, 자신을 덮친 거대한 그림자.
놀라 고개 한껏 꺾어 돌아보면, 한 남자 딱 서 있다. 저승사자다!!!
은탁, 저승사자와 눈 딱 마주쳤지만 못 본 척 시선 얼른 돌리는데, 

저승사자 ..역시 넌 내가 보이는구나. 10년 전에도 지금도.
은탁 !!! (들켰다..) 으 좀 춥네? (안 보이는 척 일단 벌떡 일어나는데)
저승사자 소용없어. 보이는 거 다 알아.
은탁 (빽) 나도 들킨 거 다 알거든요?
저승사자 이사 갔더라? 덕분에 찾는데 십년 걸렸어.
은탁 그럼 찾지 말든가! 
저승사자 (은탁의 반응에 흥미롭게 보면)
은탁 나 죽어요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인데? (목소린 크게 내도 두려움에 눈물은 나고..)
저승사자 넌 이미 19년 전에 명을 다했어야 할 아이다.
은탁 그게 뭐!! 나 같으면 대견하겠네! (사자 원망스럽게 보면)
저승사자 그런데 넌.. 어찌해서 그런 수호신을 가진 것이냐.
은탁 (짜증나) 아 뭐래.

보면, 은탁의 옆에, 거대한 도깨비 뙁!! 버티고 서 있는데!! 

도깨비 가까이 오지 마라. 
저승사자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마라.
도깨비 (한 걸음 나서며) 하면 어쩔 건데.
저승사자 이 아인 이미 19년 전에,

우르릉 쾅!! 마른하늘에 천둥과 번개 친다!!
   
도깨비 (저승사자에게만 들리게) 도깨비가 화를 낼 땐 흘려듣지 말아라 사자.
저승사자 !!!

팽팽한 두 남자의 시선.

저승사자  (은탁에게) 우린 또 보게 될 거다. (도깨비에게) 그대도. (일갈하고 가면)

손에 꽃을 든 도깨비와 은탁 마주 서 있다.  

은탁 누구.. 세요?
도깨비 넌 누군데.
은탁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먼저 밝히는 거죠.
도깨비 니가 불렀어. 날 불러 낸 게 정말 너야?
은탁 내가 무슨 수로? 내가 불러 낸 게 아니라 그냥 내 눈에 보이는 거예요.
 아저씨 귀신이잖아요. 사실 나 귀신을 보거든요.
도깨비 나 귀신 아니야.
은탁 맞는데?
도깨비 아니야. 생각해. 니가 불렀어. 어떻게. 혹시 너 무당이야?
은탁 무당이고 싶네요. 어디로 이사 가야 저승사자가 못 찾는지.
 근데 그 꽃은 뭐예요? 줘 봐요. 아저씨랑은 안 어울려요.
도깨비 첨 듣는 소리야.
은탁 줘도 돼요. 나 오늘 생일이거든요. 아주 우울한 생일.
도깨비 ! (잠깐 망설이다 건네면)
은탁 (꽃 받고) 난 주로 생일 날 풀을 받아요. 아홉 살 땐 배추 받았거든요.
 (말갛게 도깨비 보면)
도깨비 (얘 뭐지? 보는데)

그때, 도깨비와 은탁 사이 날아다니던 반딧불들, 은탁의 머리에 예쁜 화관이 되어 머물고..
목을 다 꺾어야 올려다 보이는 남자,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여자아이...
그렇게 939살의 도깨비와 19살의 은탁은 서로를 바라보는데..

은탁 근데 진짜 내 수호신이에요? 아까 저승사자가..
도깨비 난 그런 모양인데 넌 뭘까.
은탁 진짜..요? 대박! 귀신 보고 산 십 수 년을 이렇게 보상 받나요?
 (눈 반짝) 진짜 내 수호신이에요?
도깨비 그 눈빛은 또 뭘까.
은탁 초면에 좀 실례긴 한데, 혹시 한 오백 정도 융통 안 될까요?
 아님 이번 주 로또 번호라도.  
도깨비 돈 얘긴 없었잖아.
은탁 네?
도깨비 편의점 알바 이모네 식구 남자친구 세 가지였잖아.
은탁 대박! 내 기도 들었어요? (냉큼) 아 그럼 이모네 식구는 빼요.
도깨비 (보면)
은탁 까짓 거 편의점 알바도.
도깨비 (보면)
은탁 왜요? (눈 말똥)
도깨비 이모네 식구 없으니까 편의점 알바 열심히 해. 붙었어.

하더니 도깨비, 푸른 불꽃으로 변해 훅- 사라진다.

은탁 저기요, 잠깐만, 와 진짜 뭐 저런, 와 치사하게.. 인사도 없이.

은탁, 꽃 든 채 혼자 남아 오래오래 서 있는데..

다음날, 도깨비의 예식장 집. 딩동!! 손님이 찾아온다.
도깨비, 근 60년 동안 초인종을 누르는 손님은 처음이라 잔뜩 긴장한 채 손짓으로 문고리 열면, 

딱 서 있는 저승사자!

둘다 (서로 똥 씹은 얼굴인데)
저승사자 구면인 거 같은데.
도깨비 그런 면이 있네.
저승사자 환영받진 못한 거네? (의자에 앉으려는데)
도깨비 (의자 손짓으로 슥 밀어 치우며) 내가 좀 내성적이라. 특히 저승사자에게.
저승사자 도깨비와 한 팀으로 얽히는 게 나도 달갑진 않아.
도깨비 오지 말지 그랬어 그럼. 여긴 차사들만 거쳐 가는 곳인데.
 전에 봤을 땐 분명 사자였고.
저승사자 강등. 누구 때문에 영혼을 놓쳐서.
도깨비 안됐네.
저승사자 안된 얼굴이 아닌데.
도깨비 들켰네? 내가 좀 가식적이라. 특히 저승사자에게.

끙.. 도깨비 노려보는 저승사자고.. 

저승사자 그 여자애. 십년이나 찾아 다녔어. 무슨 사인데 방해하는 거야.
도깨비 방해가 아니라 보호야. 무슨 사인지 몰라서. 감히 날 불러냈는데.
저승사자 단지 호기심 때문에 사자의 일을 방해했단 얘기야?
도깨비 바로 그 얘기야. 천년 가까이 살면서 제일 궁금한 아이라.
 도깨비의 호기심을 우습게보지 않길 바래 은근슬쩍 사자인 척 하는 차사.
 
그렇게 둘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 됐는데..

도깨비, “금 나와라 뚝딱!” 방망이 휘두르면,  
다음날, ‘한국은행에서 금괴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뉴스 나오고

저승사자 옛날 생각하고 막 금 나와라 뚝딱 좀 하지 말지? 
 이거 이제 고유번호 다 있어서 어디 내다 팔지도 못하는데?
도깨비 신경 꺼. 오랜 습관이야.
 
도깨비, 손끝으로 멋지게 촛불 켜면,

저승사자 그냥 전기 키지? 초 값이 더 나올 듯 싶은데.
 (테이프 날아와 입에 턱!)
도깨비 촛불은 너무 밝지도 않고 가끔 흔들리지. 촛불은 연약하기 때문에 예쁜 거야. 
저승사자 혹시 김은숙 드라마 봐?

어디선가 나무 막대 두 개 날아와 십자가 모양으로 저승사자 앞에 둥둥.
빡! 휙- 날려 치우면, 이번엔 마늘 타래 둥둥.
 
흰색을 좋아하는 저승사자. 시트고 뭐고 다 흰색인데 잘 때 머리끝까지 덮고... 죽은 사람처럼..

도깨비 (식겁해서) 뭐야!!!
저승사자 난 이렇게 자야 편해. 흰색은 너무 검지도 않고 빨리 때가 타지.
 흰색은 연약하기 때문에 예쁜 거야.

다음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저승사자.
보면, 저승사자의 흰 시트들 죄다 공주풍 꽃무늬 시트로 다 바뀌어 있고.

저승사자 도깨비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다음날, 잠에서 깬 도깨비 경악을 금치 못한다. 
보면, 침대 가장자리 따라 말 피로 선 그어져 있어 하루 종일 침대에 갇혀 있고.

도깨비 저승사자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저승사자, 망자 인도하려가려고 페도라 쓰려는데, 헉!!!
검은 페도라에 귀부인처럼 흰 레이스 장식 막 되어 있고.

저승사자 도깨비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 살아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저승사자가 인간과 몸이 닿으면 그 인간의 전생을 알게 되기 때문에 

인간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한다는 걸 알게 된 도깨비, 

저승사자를 텔레비전 앞에 앉히더니 아이돌 나오는 프로그램 보여주며,   

도깨비 쟤야?
저승사자 뭐가?
도깨비 나 죽인 왕의 환생. 잘 좀 봐. 전생이 뭐였는지 안다며.
저승사자 몸이 닿으면 안다고. 보기만 해선 몰라.
덕화 (!!) 몸이 닿으면 진짜 전생을 알아요?

덕화, 쓰윽 저승사자 몸에 손대려는데, 휙- 사라져서 저쪽에서 나타나며

저승사자 왜 꼭 남자로 환생했을 거라고만 생각해?
도깨비 !!!

그때 걸 그룹 나오자,

도깨비 쟤야?
저승사자 봐선 모른다니까.
도깨비 쟤라고 해. 나 용서할 준비가 된 거 같아.
덕화 천년의 분노는요..?
도깨비 다 사정이 있었겠지.
저승사자 ;;;;

이 사건으로 덕화는 호시탐탐 저승사자의 몸을 만지려고 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도깨비 뭐해?
저승사자 독서. 여기 니 사진 나왔어.

보여주면 전래동화다. 털북숭이에 못생긴 도깨비 삽화 그려져 있다.

저승사자 너 빗자루로 변했어?
도깨비 ..몇 번..
저승사자 밤에 길가는 행인이랑 씨름하고?
도깨비 ..가끔.. (정색) 혹부리 영감은 나 아니야. 억울해.
저승사자 근데 성형했냐?
도깨비 (빡!)

덕화 뉴스 보는데, “성북동 지역에 때 아닌 폭우가 쏟아져..”
덕화, 아놔..! 상황 알겠고.. 

도깨비가 우울한 날엔 방안 가득 계속 구름 끼고 번개치고. 

저승사자는 습해서 미치겠고 제습기가 두 개에서 네 개로 네 개에서 여덟 개로, 더는 못 참고!

저승사자 구름 좀 치우지?
도깨비 싫어.
저승사자 이유 정도는 얘기하고 이러지?
도깨비 싫어. 

도깨비는 은탁이 보고 싶은 것이다..

덕화 딱! 여자 생각하는 얼굴인데..
도깨비 (헉! 놀라) 내가 뭐! 뭐가! 어디가!
덕화 헐 대박.. 진짠가 봐. 이뻐요?
저승사자 열아홉 살이야.
덕화 헐 대박!! 이뻐요? 
도깨비 나 걔 생각 하는 거 아니야!
저승사자 저승사자의 예지력을 우습게보지 않길 바래 여자 생각하는 도깨비.

은탁의 책상 위, 도깨비가 준 메밀꽃이 바스라질 정도로 말랐다..
은탁은 도깨비를 만난 일이 꿈이었는지 생시였는지 알 수가 없다. 대체 그 아저씬 뭐였을까..
거짓말처럼 정말 이모네 식구는 사라졌고 은탁은 알바에 붙어 바빠졌다.

은탁이 알바 하는 편의점 앞 쓰레기통,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 불타는데,
은탁 급한 김에 생수 붓고 그래도 안 꺼진 작은 불씨 입으로 후- 불어 끄는데,
뙁! 눈앞에 나타나는 도깨비.

은탁 으허헉! 깜짝이야. 어! 어떻게 또 나타났어요?
도깨비 거봐. 니가 부른 거야.
은탁 제가요?!! 어떻게요?
도깨비 내가 더 궁금한 얼굴론 안 보이니? 너 대체 누구야.
은탁 그죠. 나 대체 뭐죠? 헐! 요정인가? 팅커벨?

또 화르륵 불꽃으로 사라지는 도깨비.

은탁 (띵!)

은탁, 대체 내가 어떻게 부르는 거지? 생각하다가 설마 촛불이나 성냥불을 끄면 되는 건가 싶어서,
성당에서 미사 다 보고 모두 나가면 촛불 후- 부는데, 다시 도깨비 뙁! 

은탁 어떻게 부르는지 알았어요!!
도깨비 그래도 여기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은탁 ???

십자가의 예수님과 성모님 도깨비 내려다보고 있고..

은탁 무서워요? 되게 좋으신 분들인데.
도깨비 아부 하지 마.
은탁 아멘.
 
그 이후, 은탁 아무 때나 도깨비 막 불러낸다.
도깨비, 샤워하다가도, “불 켜지 마 불 켜지 마!!!!!!!! 으악!!!” 

그때 아무 거나 확 끌어와서 밑에 가리고.. 수건이나 식탁보 웃긴 무늬였음 좋겠다. (여자 몸매 무늬라든지)

은탁 우와! 우와!
도깨비 뭐가 우와야 안 보이는데!
은탁 꼭 봐야 아나요 ㅎㅎ
도깨비 야!!

뭔가를 먹다가도 뙁,

은탁 오~ 비싼 거 먹어. 돈 많나봐. 근데 오백을 그렇게 안 해준다.
도깨비 (끙..)

자다가 잠옷 바람으로 베개 끌어안고도 소환되고, 참다못해,

도깨비 그냥 전활 해 전화! 핸드폰 있잖아!! 약속 하고 만나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은탁 오백 해줄 거예요?
도깨비 (끙..)

은탁 야외 영화관에서 공포 영화 보다가 화면 속 촛불 보이자 혹시나 싶어 후~ 했는데
옆자리에 도깨비 뙁~ 

은탁 헐! 이건 안 될 줄 알았는데.
도깨비 안 될 줄 알았는데 왜 해. (와 동시에) 으허헉!! (화면 보다 눈 감는) 깜짝이야.
 너 왜 이런 걸 봐!
은탁 무슨 수호신이 공포영활 무서워해요.
도깨비 무서운 게 아니라 싫은 거야. 안 예쁘잖아!

하더니, 스크린 향해 손짓 하면, 스크린 속 화면에 예쁜 벚꽃 잎들 마구 흩날린다.
내용은 공포영환데 벚꽃 잎은 마구 흩날리고..

은탁 아 웃겨. 미쳤나봐.
도깨비 예쁘잖아.
관객들 뭐야? 이벤튼가? (좋아하고)

한편 저승사자는 시장에 갔다가 한 노인이 파는 옥가락지 하나를 발견하고 이유도 모르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자기도 모르게 옥가락지 향해 손 뻗는데, 먼저 가락지를 낚아채는 화려한 손. 

보면, 온 몸에 명품을 휘감은 한 여자, 써니(본명 김선. 20대 후)다. 

저승사자,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숨이 멎을 듯 하고 눈물이 고인다. 

대체 왜 모르는 여자의 모습에 눈물이 나는 걸까..

써니 (?) 왜 이래? 내가 먼저 집었잖아요. 그렇다고 뭘 울어?
저승사자 (그저 바라만 보는데)
써니 (그런 저승사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는데, 잘 차려입었다. 무엇보다, 잘생겼다..!!)
 양보해 줘요?
저승사자 (끄덕 하면)
써니 공짜론 안 되죠. 그쪽 전화번호 주면.
저승사자 없는데 그런 거.
써니 핸드폰 없어요?!!
저승사자 그쪽 전화번호 줘요. 번호 적어서 (좌판 일각 가리키며) 놔요. 여기. 반지랑.
써니 (얘 뭐냐??) 일단 통성명부터 하죠. 내 이름은 알아야 전활 할 거 아니에요.
 반가워요. 써니예요.
저승사자 선희요?
써니 (띵..) 그게 좋으면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예명이라 뭐든 상관없으니까.

둘은 그렇게 만났는데..

그 시간, 도깨비는 낡은 상자에서 족자(미인도) 하나를 꺼낸다. 

고려시대 여인의 그림이다. 낡아 바스라질 것 같은 종이. 

그런데 그림 속의 여인, 저승사자가 만난 바로 그 여자의 얼굴이다!!
도깨비, 그림 속 여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다.

여인 ..저는 괜찮습니다. 혹여 이게 마지막이면, 이게 제 운명인 겁니다..
 그러니 가십시오.. 멈추지 말고 왕께 가세요 장군..

먼 과거 속, 마지막 순간까지 기품을 잃지 않는 얼굴이 바로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이다. 둘은 무슨 사이였을까...

써니의 전화번호와 가락지를 받아 온 저승사자는 실의에 빠져 있다.
도깨비가 아무리 촛불을 밝혀도 어둠의 그림자 자꾸 드리워진다.

도깨비 아우 진짜 캄캄해 죽겠네. 
덕화 딱! 여자 생각하는 얼굴인데..
저승사자 (헉! 놀라) 내가 뭐! 뭐가! 어디가! (전화번호 툭 떨어뜨리며)
덕화 대박.. 진짠가 봐.. 와 두 냥반 아주 신났네. 이거 뭐지? 전설의 고향 로코 버전인가? 
도깨비 날 왜 껴. 걔 열아홉 살이라고!
덕화  오 이게 그 여자 전화번혼가 봐요.

도깨비 이미 손짓으로 저 멀리 수화기 들고 다이얼 누르는데..

저승사자 하지 마!
도깨비 안 걸 거면 왜 받아 와.
저승사자 인간처럼 보일려고!
써니 (F) 여보세요?
도깨비 인간처럼. 얼른.
저승사자 (죽여 버린다! 눈빛 쏘다가, 목소리 쫙 깔고) 여보세요?
도깨비/덕화 (웃겨 죽겠고)

저승사자 써니와 만날 약속을 잡는데, 

둘이 만나긴 그러니까 친구랑 나오겠다는 써니. 얼결에 덕화와 함께 나가게 되는데..

덕화 이뻐요? 

저승사자와 덕화, 써니와 써니 친구 만나러 나갔다. 최고급 차에, 최고급 시계에 구두에, 써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써니 (친구에게 소곤) 봤지? 좀 사는 것 같다 그랬잖아 내가.

써니는 호구처럼 보이는 저승사자에게 가방이나 몇 개 뜯어낼 생각인데, 덕화가 써니에게 제대로 반했다.
 
써니 직업이 뭐예요?
덕화 재벌3세요. 그래서 벌 받나 봐요. 당신이라는 벌. (명함 주며) 유덕화입니다.
써니 도른.. 그쪽은요?
저승사자 (!!) 전.. 일종의 서비스직인데.. 
친구 헐!!
써니 왜.

친구, 덕화가 준 명함으로 바로 인터넷 검색했는데 

‘△△ 주얼리’ 3세 경영 어쩌구 하면서 덕화 사진이 박힌 기사 주르르 뜬 것이다.

써니 (!!!) 진짜 재벌이었어요?

써니의 관심이 덕화에게 온통 쏠리자 어쩐지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저승사자.
그들이 앉은 테이블 주변 어둠이 가득해지는데..

써니 근데 여기 왠지 좀 어두워지지 않았어요?
덕화 (저승사자 째려보면)
저승사자 (덕화에게) 먼저 갈게.
덕화 그러세요.
저승사자 라고 해.
덕화 (최면 걸려 시키는 대로) 먼저 갈게요. (가는)
저승사자 (친구에게) 그쪽 분도.
친구 (역시 시키는 대로) 먼저 갈게. (가는)
써니 야. (빡쳐서 저승사자 보며) 뭐 어쨌길래 둘 다 가요? 쟤 저런 애 아닌데?
저승사자 반지 드릴게요.
써니 괜찮아요.
저승사자 먼저 집으셨잖아요.
써니 돈은 댁이 냈잖아요.
저승사자 가지세요. 
써니 가지세요!

그렇게 저승사자와 덕화와 써니의 삼각관계는 시작되었는데... 

그 시간, 캄캄한 바닷가에 별빛과 달빛만 가득하다.
도깨비와 은탁, 처음 만났던 바닷가에 앉아 있다.

은탁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대요.
 씨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을 쓰는 생.
도깨비 (!) 그건 또 어떻게 알아. 망자들에게만 알려주는 건데.
은탁 들었어요. 엄마 돌아가실 때. 그래서 너무 억울해. 난 1-1, 1-2야 자꾸.
 이놈의 인생 2로 안 넘어가..
도깨비 애도.
은탁 애한테.
도깨비 그럼.
은탁 많잖아요. 어깨 토닥, 머리 쓰담.
도깨비 니 손은.
은탁 내 손은 하도 알바해서 좀 쉬어야 하거든요. 됐어요.
 아.. 어디서 돈 벼락 좀 안 떨어지나?
도깨비 (!) 너 뭐 알고 하는 소린 아니지?
은탁 뭘요?
도깨비 됐다. 얼마.
은탁 푸하하. 아저씨 진짜 부자예요?
도깨비 엄청나지.
은탁 와 나 또 이렇게 허풍 떠는 귀신은 첨이네.
도깨비 거듭 얘기한다. 나 귀신 아니다. 
은탁 쉿, 조용히 해봐요. 방금. 피아노 소리. 들었어요? 
도깨비 (피아노 소리 들린다) 근데.
은탁 우리 엄마 여기 모셨거든요?
 근데 그날부터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신기하죠.
도깨비 ! (그러고 보니 여긴 ‘꼬마’의 피아노 던진 그 바닷가다) 
은탁 아무래도 엄마가 해주시는 것 같아요.
도깨비 니네 엄마 아냐. 내가 한 거야.
은탁 귀신이 무슨 수로? 그리고 이렇게 오래 이승 떠돌면 안 좋은데.  
도깨비 귀신 아니라니까.
은탁 맞잖아요. 내기 할래요?
도깨비 니가 졌어.
은탁 내가 이겼는데? 귀신 아니면 그럼 그건 뭔데요.
도깨비 뭐. 
은탁 심장에 꽂힌 그 검. 
도깨비 !!!
 
은탁의 눈엔, 도깨비의 본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도깨비 ..이게.. 보여?
은탁 (끄덕) 처음부터 보였는데.
도깨비 !!! (보면)
은탁 아니.. 내가 귀신을 하도 보다보니까 처음 봤을 때 그런 거 지적하는 건
 좀 예의가 아니지 않나? 그래서 모른 척 했죠 나는.

은탁 목 뒤에 낙인 반짝 빛난다. 보면, 도깨비 자신의 낙인이다!

도깨비 (!!!) 너 누구야.
은탁 (보다가) 도깨비 신부.
도깨비 !!
은탁 진짜예요. 이런 낙인을 갖고 태어났어요. (낙인 보여주며) 아저씬요?
도깨비 !!!
은탁 귀신은 아니라고 우기시고, 아저씬 진짜 뭔데요?
도깨비 (가만히 보는)
은탁 왜요?
도깨비 열아홉 살짜리 신부에게 내가 누구여야 할까 고민 중이야.
은탁 !!!
도깨비 내가 도깨비거든. 
은탁 !!!

물속. 예쁜 물고기들 피아노 주변 유영하며 주둥이로 팅팅 하면 소리 연주되고..
멀리서 피아노 소리 들려온다. 둘은 가만히 피아노 소리 듣는데...

도깨비 나타났어.
저승사자 뭐가?
도깨비 도깨비 신부. 내 검을 빼 줄. 나를 무로 돌아가게 해 줄.
저승사자 진짜야?
도깨비 내 낙인을 갖고 있어. 죽고 싶어 신부를 찾을 땐 아무도 검을 못 보더니
 겨우 세상에 정붙였는데 그 아이가 검을 봐.
저승사자 말만 해.
도깨비 (보면)
저승사자 내가 데려갈게. 한 명 정도야.
도깨비 그런 뜻으로 들렸어?
저승사자 어. 
도깨비 정확해. 드디어 우리에게 우정이 생겨 기뻐.
저승사자 (띵..)

그때, 초인종이 “딩동!” 울린다.
헉! 이번엔 누구지? 두 남자 긴장해서 문 열면, 은탁 딱 서 있다!!

도깨비 !!!
저승사자 !!!
도깨비 너 여기 어떻게 알았어.
은탁 귀신들한테 물어봤죠. 도깨비네 집 어디냐고. 서로 막 알려주던데?
 그래서 이사 왔어요. 저승사자가 나 못 찾게.
저승사자 ?!!
도깨비 (뜨악) 소개 안 해도 되는 사이 아니었나?
은탁 등잔 밑이 어둡다잖아요. (저승사자에게) 또 보자면서요.
저승사자 !!!
은탁 (도깨비에게) 오늘부터 내 등잔이에요.
 (저승사가 가리키며) 저 아저씨가 나 못 데려가게 지켜 주세요.
 난 도깨비 신부니까. 
도깨비 !!!
저승사자 !!!
그렇게 셋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첨부파일 도깨비 기획안(시놉).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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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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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로티플세린 | 작성시간 17.03.27 언제 봐도 또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_<
  • 작성자지은PD | 작성시간 17.04.03 너무너무감사합니다!! 다시보며 기분이 새록새록 행복합니다
  • 작성자마론까치 | 작성시간 17.05.08 감사합니다*^^*
  • 작성자lilychouchou | 작성시간 19.01.25 감사합니다. :)
  • 작성자티티 | 작성시간 20.09.0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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