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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연속][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구현숙 - 시놉시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9.25|조회수3,496 목록 댓글 1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구현숙 - 시놉시스











    월계수양복점 신사들 (가제)
  



        “제대로 된 수트는 남자의 갑옷이다. - 영화 <킹스맨> 中에서”
   










  작의
   
    며칠 전 조간신문 사회면에 ‘갈 곳 잃은 대한민국 남성들’ 이라는 헤드      라인 아래, 구겨진 양복을 입은 중년남성의 뒷모습이 한 면을 장식했다.
    한쪽 어깨를 힘없이 축 늘어뜨리고, 건널목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년남성의 뒷모습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힘겹고 한없이
    초라해보였다. 
   
    2016년, 대한민국 남자들은 괴롭다! 
    심각한 구직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구조조정, 조기명퇴, 기러기
    아빠, 황혼이혼까지...청년과 노년을 막론하고 잔뜩 주눅 들어 어깨를
    움츠린 채 찬바람 부는 세상을 눈물 나게 참아내고 있다.

    조간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단초가 된 이 드라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남자들의 사랑과 성공 그리고 가족과의 이야기를, 남성의
    상징이자 전유물인 <양복>과 연결해서 풀어가고자 한다.
    양복은 시대마다 달라져가는 남성상의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1917년에 창업,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맞춤양복점인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으로 제각기 사연을 가진 네 남자가 모여들고,
    저마다 다이내믹하고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펼친다.
    마치 런던의 대표 맞춤복 거리인 새빌로우에 위치한 양복점이 영화
    <킹스맨>의 비밀 첩보요원들의 아지트였던 것처럼, 이 드라마의 주인공      들도 그들의 일터이자 꿈과 희망의 장소인 <월계수 양복점>에서
    우정과 사랑, 성공을 가꿔나가고, 더불어 이웃과 가족 간의 정을 나누게      된다. 
   
    팍팍하고 고달픈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네 남자의 삶,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는 위로와 공감, 용기와 격려를
    주리라 믿는다.

    또한 이 드라마는 이 시대 움츠러든 남성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이자
    그들의 책임감과 피땀 어린 노력에 대한 ‘오마주’로서의 의미이며,
    승리의 월계관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라는 헌사(獻詞)이기도 하다.


    기획 포인트

       1) 바느질하는 남자들
        런던의 중심가 리전트 스트리트의 ‘새빌로우’ 못지않게, 한때는
        서울에도 광교, 종로, 소공로 등지에 맞춤양복점 간판이
        줄지어 걸리고, 젊은이들이 양복 제작기술을 배우기 위해 각지에서
        몰려들어 맞춤양복점 종사자 수가 30만 명에 달하는 호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 중반 대기업이 생산하는 기성양복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대량화, 계량화, 속도 지상주의 패러다임에 밀려 맞춤
        양복은 설 자리를 잃었고, 도심 재개발에 밀려 맞춤 양복점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갔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효자동에
        위치한 <월계수양복점>은 고고하게 명맥을 이어왔고, 대한민국
        에서 가장 오래된 맞춤양복점으로 기록 되어 ‘서울의 미래유산’
        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유구한 역사와 전통, 가치를 자랑하는 <월계수양복점>이
        대한민국 양복 명장 1호인 이만술옹의 가출과 동시에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각각 저마다 사연을 가진 네 명의 남자들이
        위기를 맞은 <월계수 양복점>에 입성하게 되고, 시련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결국 폐업의 기로에 섰던           <월계수양복점>을 정상 괘도로 올려놓게 된다.
        그리고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맞춤양복 산업을 부활
        시키면서, 낙오자나 실패자로 낙인 찍혔던 네 남자의 절망적인 인생          에도 햇살이 비추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네 남자들의 눈물과 우정, 성공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삶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것이며,
        더불어 매회 마다 선보이는 다양하고 품격 있는 스타일의 양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동시에 색다르고
        새로운 흥미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아울러 이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 장인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2) 위기의 남자들   
        연령, 학벌, 살아온 과거, 성격, 취향 등등... 공통점이 전혀 없는
        네 남자가 모였다.
        닮은 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들에게 공통분모가 있다면,
        단 하나! 2016년 현재 그들 인생의 최대 위기가 닥쳤다는 점이다!

        위기의 남자 No.1 이동진.
        완벽한 외모와 화려한 스펙을 가진 그는 <월계수 양복점>의
        외동아들이자 국내 굴지의 패션회사 ‘미도어패럴’의 맏사위이며
        부사장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동진이 <미도어패럴>의 후계자가 될 거라는 사실은 회사 내에서는
        물론이고 재계에서도 불문율처럼 여겨졌지만, 창업주인 장인의
        돌연사와 함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내팽개쳐지고 동시에 부인과도 이혼 위기에 처한다. 

        위기의 남자 No.2 강태양.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7포 세대 취준생 강태양은 온갖 아르바이
        트를 전전하지만 결국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년 가까이 자신의 청춘을 다
        바치며 사귄 여자친구에게서 이별 통보까지 받는다.

        위기의 남자 No.3 배삼도.  
        젊은 시절 <월계수 양복점>에서 재단을 배워 이만술 옹의
        수제자를 자처한 삼도는 10년 전, 대전 은행동에 양복점을 열었지만
        지지부진, 악화일로를 걷다가 결국 폐업했다. 지금은 저승사자 보다          무섭고 쌈닭보다 사나운 부인의 감시 하에 ‘선녀통닭’에서 생닭을           손질하고, 기름솥 앞에서 손질된 닭이나 튀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나에게 바늘과 골무를 달라’고 하루에도 열두 번 넘게 외치지만,
        부인에게서 돌아오는 건 갖은 구박과 난무하는 매타작뿐이다.

        마지막 위기의 남자, 양태평.
        한때 잘 나가는 포크가수였지만 삼십 년 전, 권력자 사모님과의
        부적절한 스캔들로 도미(渡美), 한인 타운 남성복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국적, 인종, 나이를 불문하고 로맨스를 즐겼다고 
        뻐기는 독신 카사노바. 그러던 어느 날, 매장에서 벌어진 사소한
        싸움을 말리다가 억울하게 폭행죄를 뒤집어쓰면서 하루아침에
        영주권 박탈과 함께 한국으로 강제 출국을 당하게 된다.

        일생일대 절체절명의 위기에 선 네 남자, 그들은 과연 어떻게
        시련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까?


       3) 네 명의 여자들, 가족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네 남자의 파란만장 고군분투기를 그리지만
        결국은 희망과 사랑이라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위기의 빠진 네 남자의 곁을 지키는 네 여자들의 가슴 절절하고
        안타까운 순애보와 때로는 박장대소 코믹한 사랑이야기는 일주일
        동안 삶의 무게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설렘, 기대와
        위로가 될 것이다. 
        시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오뚝이 나연실,
        사랑과 호사를 원 없이 누리고 자란 철부지 말괄량이 민효원,
        남편을 파리만큼도 취급하지 않는 드세고 우악스런 중년아줌마
        복선녀, 코스모스 같은 외모에 백치미를 겸비한 현실감각 제로의
        대책 없는 로맨티스트 이동숙
        이들 네 명의 남자와 네 명의 여자가 이뤄내는 환상적인 케미는
        다채로운 변주 속에서 달달하고 상큼한 로맨스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2035년 대한민국은 셋에 하나 꼴로 1인 가구로 변모할 거라는
        예측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 가족이란 개념은 혈연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해야 할 때가 왔다.
        비록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진한 정과 사랑을 나누는 <월계수
        양복점> 식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쟁사회의 외로움에 지치고
        가족 간의 따뜻한 정에 주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며
        새로운 형태의 가족 탄생을 통해 정서적 충족감을 선사하고자 한다.


       4) 그리고 아날로그, 복고의 상징 <월계수양복점>   
        장기침체, 고용 없는 성장과 취업난, 심화하는 양극화, 실업자
        급증... 현실의 삶이 고달플수록 복고(復古)의 바람이 불곤 한다.
        현재가 어려울수록, 미래가 막막할수록 과거의 기억과 향수에서
        위안을 찾으며 회귀하려는 경향이 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류에 발맞춰 ‘수제 맞춤양복점’ 이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
        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선택했다. 이 양복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아날로그적 사랑과 우정, 배신과 성공, 절망과 희망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로 향수와 공감을 일으키고자 한다.
   
        또한 수제 맞춤양복점에서 탄생하는 품격 있고 멋진 스타일의
        다양한 비스포크(bespoke) 수트를 보여줌으로써, 스토리의 재미
        뿐만 아니라 장인들이 손끝에서 빚어지는 예술품 못지않은
        다양한 양복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자 한다.
        이것은 다른 드라마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개성적 면모로서 디지털
        시대가 놓친 핸드메이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다.



    등장인물 
 
      이동진 (34세, 월계수양복점의 외동아들이자 미도어패럴 부사장) 
        - 포멀한 느낌에 격식을 엄격히 지키는,
          정중한 유러피언 스타일 수트가 어울리는 남자.

      이 시대 마지막 ‘개천에서 나온 용’.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경영학과를 마치고, 토종 MBA를 거쳐
      외국계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 출세가도를 달리던 중에
      ‘미도어패럴’의 컨설팅을 맡게 된다.
      회사의 경영 분석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CEO인 민대길 회장의 눈에
      띄어, 마침내 미도어패럴의 맏사위로 신분상승 하게 되었다.
      화려함, 사치, 오만, 열폭의 화신인 해외유학파 아내 민효주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지만, 그녀의 극 시건방 솔직 발랄함과
      거칠 것 없이 당당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고 결혼 결심을 굳혔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신분상승의 마지막
      사다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존심 크게 구기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굽힐 건 굽히고, 맞춰줄 건 맞춰주면서 결혼에
      골인했다.

      명석한 두뇌에 귀족적인 비주얼, 이지적인 차가운 눈빛, 폐부를
      찌르는 돌직구 스타일의 어투, 쉽게 곁을 안주는 단정한 성격에,
      목숨만큼 자존심이 중요하며, 늘 긴장하고, 매사에 완벽을 추구한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까칠하고 인간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속내가 깊은 사람이다.
      끝없는 자기절제와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노력이 변변찮은
      배경의 평범한 남자가 젊은 나이에 한 그룹의 부사장이 되는 성공
      신화를 이뤄낸 바탕이다.
      하지만 누군가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라고 묻는다면,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할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라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월계수 양복점>은 어려서부터 그의 놀이터였다.
      또래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동진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복점에서 조각 원단을 가지고 놀았고, 직물
      냄새와 초크 냄새를 맡고, 서걱서걱 가위질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누가 뭐래도 뼛속 깊이 ‘테일러 장인의 DNA'가 각인되어 있다.
      아버지 이만술옹은 외아들 동진에게 양복점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아내인 최곡지 여사의 끈질긴 반대와 더불어 동진 자신도 가난하고
      초라하게 늙어가는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의도적으로 양복점을 멀리 하고, 공부에
      매진해서, 아버지가 헛된 기대를 갖지 않도록 다른 길을 걸었다.

      미리 만들어진 패턴을 이용하지 않고 고객의 치수를 직접 재어 몸을
      따라 재단해서, 입는 사람에게 완벽하게 맞는 비스포크 양복은
      절반은 예술이고 절반은 과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진에게 아버지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자 과학자였다. 또한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아버지를 마음 속 깊이
      존경한다. 그러나 자신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며 자신 속의 재능을 외면해온 것이다.
     
      남성복에 대해 본능적 이해가 있는 동진이 남성 기성복 전문회사인
      미도어패럴의 컨설팅을 맡게 된 것은 운명이었다.
      제조공정 효율화와 자재관리 시스템 개혁 방안을 제시한 보고서는
      민회장의 눈에 들었고, 젊어서부터 이만술옹을 잘 알고 있던 민회장은        동진을 맏사위로 일찌감치 점찍고 회사의 미래를 맡기고자 했다.
      재벌가의 딸로 남부러울 것 없이 제멋대로 살아온 부인 효주는
      말끝마다 “격이 다르다!”며 시댁 식구들을 우습게 여겼고, 당연히
      고부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둘 중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는
      동진은 양쪽에서 날아오는 비난과 원망의 화살을 고스란히 받았다.
 
      또한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하지 않는다는 처가살이! 게다가 본처와
      후처 사이에 낳은 자식들의 질시와 암투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처가살이는 심신을 지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장인인 민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경영권 승계 약속은
      동진에게 모든 걸 감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평소 치매를 앓고 있던 장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 뒤 장모와 처남의 반격이 시작된다.
      주주총회 결의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한직으로 발령이 난 동진에게
      아내 효주는 무능력한 남편을 만나서 돌아가신 부모와 자신의
      자존심이 구겨졌다면서 이혼을 요구하고, 동진은 경영권과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처가 식구들 사이에서 모멸감과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 이만술옹의 가출은 동진을
      패닉 상태에 빠지게 만들고, 삶의 지표를 수정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그토록 부정하며 애써 외면했던 <월계수 양복점>에
      돌아와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며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나연실 (28세, 월계수양복점 2층 공방의 기술자)
      월계수 양복점 2층 공방에서 바느질 하며, 기표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기표를 만난 건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이었다. 부산 진시장에서
      원단 가게를 크게 운영하던 부친의 사업이 악화일로를 겪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지인에게 보증을 잘못 서서 가게와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고, 하루아침에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급성간염으로 세상을 뜨고, 모든 게
      자신 탓이라고 자책하던 아빠는 술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다
      결국 뺑소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이 모든 게 몇 달 동안 일어난 일이고, 빚은 고스란히 연실에게 상속        되어서 어린 나이에 수억 원의 채무자가 되어버렸다.
      그 때 기표를 만났다. 사채업자 똘마니로 일하던 기표는 처음 본
      연실에게 온갖 험한 말과 욕을 하며 겁을 주었다. 겁에 질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졸업하면 취직해서 돈을 갚을 테니 제발 좀 그만
      찾아오라는 연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기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문지방이 닳도록 연실을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료가 없어 마지막 한 학기를 남기고 자퇴해야 할 
      처지에 놓인 연실 대신 기표가 수업료와 급식비를 내주었다.
      수업료를 왜 내줬냐고 묻는 연실에게 기표는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취직이 될 거 아냐? 취직해야 빚도 갚고!” 라며 변명하듯 대답했다.  
      기표 덕분에 고교는 졸업했지만, 채무 상환에 시달리는 연실에게
      취직은 언감생심 아르바이트 자리 얻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려 유흥업소에서 일할 위기에 놓이는데...         기표가 자신의 신장을 떼내 불법 매매를 해서 연실의 빚을 대신
      갚아주었다.  
      나한테 왜 이런 친절을 베푸냐는 연실의 물음에 기표는 “살면서 두고        두고 갚어! 대신 법정 이자율만 받을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장을 떼고 난 뒤, 건강이 안좋아진 기표는 몇 번씩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갖은 고생을 했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연실은 미안함 때문인지 고마움 때문인지... 절절한 기표의 구애를
      받아들여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과 동시에 주먹세계와는이별하겠다고 약속한 기표는 미도어패          럴의 차남인 효상과 손을 잡는다. 매형인 동진을 제치고 대표이사가
      되고 싶던 효상은 주주들을 매수하기 위해서 큰돈이 필요하던 차에
      기표를 소개받게 됐고, 기표로 하여금 오래된 재고상품들을 라벨갈이        해서 백화점과 아울렛, 홈쇼핑에 유통시키게 했다. 
      뒤늦게 사실이 발각되고, 기표는 결혼식을 올리는 도중에 형사들에게
      체포당하고, 연실은 첫날밤도 못치루고 소박 아닌 소박을 맞은,
      비련의 여인이 된다.

      반 년 전, 세 들어 살던 집주인 서산댁의 소개로 월계수 양복점에
      취직이 됐고, 이젠 밥값 정도는 하는 손바느질장이가 됐다.

      장난치고 애교부리고 흥이 많던 천성이 세상사에 치여서 많이 퇴색
      됐지만, 여전히 환하고, 순박하고, 순수하고, 귀엽고, 착하고 참하다.          어떤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늘 긍정적이고, 주눅 드는 법 없이
      밝다. 부산이 알아주는 깡패에 건달이었던 기표를 순한 양으로 만들
      정도로 깡다구도 있고,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어떡하든 실행하고 마는
      집요함도 있다. 거기에 성실과 의리를 겸비하고 있으며, 가건 없어도
      사람 도리는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사랑엔 서투르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탓인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둔감하고, 디테일에
      약해 사랑과 고마움, 사랑과 연민의 차이를 구별할 줄 몰랐고, 
      그런 맥락에서 기표와의 결혼도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동진을
      만난 후, 비로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된다. 
      <월계수 양복점>의 주인인 만술과 안주인 곡지 곁에서 친자식처럼
      그들을 잘 보살펴 드리고, 가깝게 지낸다. 만술의 자상함과 곡지의
      살가움은 부모의 정에 굶주려 있던 연실에게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만술의 딸인 동숙과는 친자매처럼 사이좋게 지낸다.
      연실에게 양복점 식구들은 제2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술이 기습적으로 가출을 감행하고, 폐업의 기로에
      섰던 양복점에 주인집 아들인 동진이 나타난다.
      평소 주인집 식구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이었다.
      세상이 알아주는 수재에 준수한 외모, 재벌가 사위답게 몸에 밴
      품격... 과연 주인집 식구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할 만한
      남자였다.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눈길 한 번 받을 수 없고, 손길 한번
      닿을 수 없는, 너무나 멀고 높은 곳에 있을 것만 같던, 꿈속에서나
      볼 수 있던 남자... 연실은 동진에게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가혹하고 냉혹했다.
      동진과 사이를 뒤늦게 알게 된 주인집 식구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어떻게 감히 내 아들, 내 동생을 탐낼 수  있냐며
      연실을 천하의 못된 년으로 몰아세웠고,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기표는
      동진과의 관계를 눈치채고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두 사람을 떼어내려
      한다.

      과연 연실은 동진과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또한 <월계수 양복점>의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강태양 (28세)
       - 윈저공을 비롯해 영국 최고의 신사들이 즐겨 입었던, 
         새빌로우 스타일의 수트가 어울리는 남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비운의 7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꿈, 희망 포기) 세대, 연실의 고향 친구. 
      고교 성적은 좋았으나 어려운 형편에 장학금이 필요해서 대학을 낮춰        진학했다. 학점과 토익, 스피킹 모두 높은 점수이건만 졸업한지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취준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명
      장미족 (화려한 취업 스펙을 가졌지만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
 
      새벽에는 꽃도매 시장, 낮에는 퀵 배달 서비스, 저녁에는 편의점,
      주말에는 경마장에서 마굿간 청소, 때때로 매혈과 신약 임상시험
      알바까지...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억척스럽게 살지만
      불행하게도 그나마 얼마 남지 않는 학자금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이기적인 기럭지에 탄력 있는 몸매, 영화배우를 뺨치는 완벽한 외모도
      매력적이지만 다정다감하고, 따뜻하며, 솔직하고, 선한 인품이 더더욱
      매력적이다.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가 시골에서 마늘과 양파,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효도를 하기는커녕 죽기 전에 손자 한번
      안아보는 게 꿈이라는 어머니의 소원도 들어드리지 못하는 불효자가
      되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 학자금 대출금도
      갚고, 어머니의 마디 박힌 거친 손가락에 금반지라도 끼워 드릴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대학 1학년 때 만나 줄곧 사귀던 여자 친구 연지에게서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는다. 둘 중 먼저 취직하는 사람이 나머지 한 사람이
      취직할 때까지 뒷바라지하기로 약속했고, 아나운서가 꿈인 연지를
      위해 힘에 부칠 정도의 학원비에 면접 의상 구입비며 메이크업 비용        까지... 태양은 온갖 알바를 섭렵하면서 뒷바라지를 했건만 방송국에
      아나운서로 입사하자 연지는 변하기 시작했고, 미래가 안 보이는
      태양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한다.
      올해 안으로는 어떻게 하든 취직할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다독이는 태양에게 연지는 담담한 목소리로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대답한다.
      결혼식을 올린다니? 나도 모르는 결혼식을 어떻게 올리냐는 태양의
      물음에 연지는 석 달 전부터 교제한 남자가 있고, 프러포즈를 받았
      다고 대답한다.
      “석 달? 고작 석 달 사귄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태양에게 “그깟 시간이 뭐가 중요한데? 난 너랑 만나는
       동안 돈 걱정, 취업 걱정 밖에 한 기억이 없어! 지긋지긋해!”
      라며 차갑게 대답했다. 
      배신감과 모멸감에 괴로워하던 태양은 받은 대로 갚아주겠다는 모진
      맘을 먹고, 연지의 결혼식장을 찾아가보지만 결국 발길을 돌리고
      만다. 진정한 복수는 결혼식장에 가서 행패를 놓는 게 아니라 성공해
      연지 스스로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거라고 다짐한다.
      막연히 대기업에 취직해서 안정적인 중산층이 되는 게 생의 목표는
      아니다! 평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 내 인생을 걸 가치가 있는 일을
      찾아야한다!! 그러다가 <월계수 양복점>에 입성을 하고, 또 다른
      세 명의 신사를 만나 친형제보다 더 끈끈한 싸나이들의 우정을
      배우며 가꿔나간다.
    
      <월계수양복점>에서 재단 일을 배우던 태양은 한국맞춤양복기술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동진의 피팅 모델이 되어 무대에 서는데...
      마침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영화감독의 눈에 띄어 캐스팅 제안을
      받고 영화를 찍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또한 미도어패럴의 막내딸이자 동진의 처제 민효원과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된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 부족할 게 없이 자라 구김살이        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효원은 태양에게 급호감을 보이며 막무가내로
      대시를 해오고, 사랑 따윈 다시 안 한다고 결심했던 태양은 효원의
      맑고 순수한 모습에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꼬이고 꼬인
      운명은 태양을 한 번 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효원이 자신을 버리고 딴 남자와 결혼한 연지의 손아래 시누이라는         것이다!


      배삼도 (46세)
       - 편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실용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수트가
         어울리는 남자.

      전설의 재단사.
      이만술 옹의 수석 제자로 30여년 전 <월계수 양복점>에 재단 보조로
      입사,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 번씩이나 수상한, 대한민국
      최고의 재단기술을 가진 능력자.
      그러나 지금은 대전 중앙시장 한 복판에서 ‘선녀통닭’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과 함께 대전으로 내려가 야심차게 양복점을 개업했지만, 맞춤
      양복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결국은 폐업,
      아내 복선녀의 등쌀에 못 이겨서 통닭집을 개업했고,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누가 뭐래도 인물 하나는 끝내준다! 부인인 선녀도 달랑 인물 하나
      보고 삼도와 결혼했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이다!!
      이목구비 뚜렷하고, 식스팩에 말근육이 불끈불끈, 상남자 스타일이다. 
      인생 안 풀릴 때마다 술 마시고 푸쉬업을 하는 게 취미다. 추리닝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가도 아주머니들의 시선이 몰빵하는데,
      맘 잡고 수트라도 차려입는 날이면, 세대 불문 여심 저격!
      주변이 초토화된다.

      털털한 성격에 의협심이 강하고, 허허실실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을 툭툭 던지며 껄렁껄렁 별 생각 없어 보이지만 속이 깊다.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으며,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크고 작은 송사가 끊이지 않는다. 곧 죽어도 할 말은 다해야 하고,
      시시비비는 가려야 직성이 풀린다. 목소리 크고, 허풍과 허세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분파. 좌우명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이다.

      일상생활은 허점투성이지만 양복 재단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꼼꼼하고 깐깐하고 완벽을 추구한다. 스승 이만술옹의 장인정신을
      물려받았다고 자타공인.
      이만술옹은 삼도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고, 산 같은 버팀목        이었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재단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고아 삼도를
      만술과 부인 곡지는 친자식처럼 거둬주었고, 주인집 자식인 동진과
      동숙과는 친남매처럼 스스럼없이 가깝게 지냈다.
      그 은혜를 잊지 못해서 지금도 명절이나 만술의 생일에는 잊지 않고
      소고기 두어 근 끊어서 찾아가곤 했다.
      이만술 옹의 갑작스런 가출로 월계수 양복점이 폐업의 위기에
      처하자, 아내 선녀 몰래 야반도주하듯 상경해서, 양복점 문을 다시
      열고, 월계수양복점의 마스터 테일러로 일하며 동진에게 자신의 
      재단 기술을 전수해준다.

      남자 중에 상남자! 세상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삼도가 지구상
      에서 몸서리치도록 두려워하는 유일한 존재! 바로 아내 복선녀이다!
      거칠고 드세고 우악스럽기가 대한민국 아니 세계 최고이다!
      열다섯 살에 고아원에서 도망쳐 월계수 양복점에 취직해 잔심부름
      할 때, 통인시장에서 통닭집을 하던 장모가 어린 나이에 고생하는
      삼도를 안쓰럽게 여겨 가게로 불러들여 방금 튀긴 닭다리를 손에
      쥐어주곤 했었다. “가마솥에서 바싹 튀겨낸 닭다리의 맛이라니!!!”
      지금 생각해봐도 장모의 닭튀김 솜씨는 신의 경지였다!
      닭다리가 생각날 때마다 시장으로 쪼르르 달려가 통닭집 앞을 서성
      였고, 자연스럽게 ‘꼬꼬통닭’의 고명딸인 선녀와도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장모의 닭이 조금만 맛이 덜했더라도 저 쌈닭 같은 여편네를
      만날 일은 없었을 텐데...!” 할 수만 있다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다! 통닭집 주인이지만 결코 닭을 입에 대지는 않는다!!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살며 사람들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남편을
      생닭 잡듯 잡아대는 부인 복선녀! 지난 20년간 죽지 못해 살아왔다!
      배삼도 앞으로의 인생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이혼을 선포하는데, 아내가 이혼서류에 순순히
      도장을 찍어준다. 게다가 위자료라며 삼천만원이 들어있는 통장까지
      척하니 내민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는 삼도는 선녀의 맘이 돌아서기 전에 얼른
      예금통장을 잠바 안주머니에 집어넣는데, “그동안 쌈닭 같은 여편네랑
      사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여우같은 마누라 얻어서 재미나게 살아봐!”
      선녀의 말에, 저 여편네가 죽을 날을 받아놨나? 뭘 잘못 먹었나? 싶은
      삼도는 여우든 족제비든 알아서 고를 테니까 내 걱정은 말라며, 연신
      고맙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며칠 후,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가정법원으로 향하려는데 양복점
      사모님인 곡지에게서 뜻밖의 비보를 듣는다.
      멀쩡하던 아내 선녀가 동네 보건소에서 치매 판정을 받았단다!
      이게 웬 맨 하늘에 날벼락!!
      곡지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안 선녀가 삼도의
      행복을 빌어주며 이혼도장을 찍어주는 거란다. 
      가정법원 앞에서 넋이 반은 나가 멍하니 서있는 선녀를 보고는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리는 삼도는 그 날 밤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전화 한 통화 없이 바람을 맞히는 법이 어딨냐며, 법원에는 왜 안
      나왔냐고 버럭 화를 내는 선녀에게 “내가 니 머슴이냐, 종이냐? 
      어쩜 평생 내 목줄을 쥐고 있냐?”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삼도.

      우리 삼도가 달라졌어요!
      아내라면 치를 떨고 외면하기 일쑤였던 삼도가 세상에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가 되어서 치매에 걸린 아내 선녀를 돌본다. 
      싸나이의 사랑이 뭔지, 싸나이의 우정이 뭔지를 보여주는 싸나이 중의        진짜 싸나이다!


      양태평 (57세)
       - 기술과 기교의 매치, 세련된 감각과 섹시한 이탈리언 수트가
         어울리는 남자

      왕년에 잘 나갔던 비운의 포크송 가수.
      백혈병에 걸린 소녀와 총각 영어선생님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노래        했던 <스잔의 손수건>으로, 가요톱텐에서 연속 8주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 노래하는 음유시인.
      서울 시내는 물론 지방의 음악감상실을 강타하고, 전국 방방곡곡
      쇼 무대를 누비며 200회가 넘는 리사이틀을 할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고, 트윈폴리오의 뒤를 이을 포크계의 유망주였다.
      그러나 권력자 사모님과의 부적절한 스캔들로 매스컴의 뭇매를 맞고,        도망치듯 도미(渡美),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아무 준비 없이 시작된 이민생활은 고달팠다. 낮에는 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세탁소에서 세탁물 배달을 하고, 밤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며 입에 풀칠을 했다. 그 뒤로 청과물
      노점상, 여행사 가이드, 옷집 점원... 안 해본 일이 없다.
      마지막엔 한인 타운의 의류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성복 매장에 온 백인이 진상짓을 하며 종업원들을
      괴롭히고 싸움을 걸자 말린다는 것이 그만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억울하게 주범으로 몰려 폭행죄를 뒤집어쓰게 된다. 이 사건으로
      어렵게 획득한 영주권을 하루아침에 박탈당하고, 강제 출국 되어
      30여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연식은 있지만 눈에 띄는 호남형. 사려 깊은 미소와 고뇌하는 듯한
      눈빛, 날렵하고 섹시한 감각의 이탈리언 수트를 입고 무심한 듯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영문판 뉴스위크지... 지성과 품위를 갖춘
      노신사의 품격이 풍기지만 입을 여는 순간 깬다!
      외모는 조지클루니이지만 입만 열면 김흥국이다!

      타고난 언변이 청산유수라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과 더불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은근히 잘 삐치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하는 천진 유치함(?)도 겸비했다.
      본인은 인류애라고 우기지만 타고난 바람기가 작렬이라 환갑을 앞둔
      지금도 젊고 늘씬한 여자를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휘파람과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카사노바 기질이 다분하고 허풍과 자뻑이 작렬하는,
      색기 만발의 솔로 철부지 자유인.

      무일푼으로 도망치듯 한국 땅으로 돌아온 당일, 태평의 첫 스케줄은
      결혼식 축가 부르기!
      예전에 알고 지내던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겨우 따낸 알바자리였다.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목이 잠긴 태평이 날달걀을 다섯 개나
      빨아먹으면서 고국에서 소화한 첫 스케줄이었건만... 너무 오랫동안
      가요계를 떠나있어 감이 떨어진 탓이었을까?
      “이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않는 사람에게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가네 그대 아닌 사람에게로~ ”
      축가로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을 선곡한 태평은 하객들로부터       비난과 야유의 뭇매를 온 몸으로 맞아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결혼식장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형사를 피해
      신랑과 신부는 줄행랑을 쳤고, 축가비를 받으려고 악착같이 뒤를 쫓던
      태평은 삼도와 태양, 동진과 엮이게되고... 이런 저런 오해로 치고받고
      싸우는 와중에 분신처럼 아끼고 애지중지했던 기타를 삼도가 망가
      뜨려 두 동강이가 나고만다.

      기타 수리비를 보상받으려는 태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삼도
      에게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수리비를 요구했고, 결국 선녀 몰래 밤도망        해서 서울행 야간열차를 탄 삼도와 함께 자연스럽게 월계수양복점에
      입성하고, 만술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연예계에 복귀하려고 옛 인연을 발판으로 밤무대를 돌아다니며 PR을
      하고, 젊은이들만의 소통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인스타그램 계정도
      활발히 운영한다. 그 과정에서 월계수양복점의 수트를 입은 사진을
      올려 대중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환호를 받고, 남자들의 로망으로 우뚝
      선다. 본의 아니게 월계수양복점의 공식 모델이 된 태평은 온라인
      에서 <효자동의 닉 우스터> 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또한 그 와중에 <월계수양복점> 외동딸인 이혼녀 동숙과 눈이 맞아,
      불꽃같은 사랑을 불태운다. 그러나 가진 거라고 딸랑 두 쪽 밖에 없는        놈이랑 결혼해서 무슨 영화를 보겠냐며 예비 장모 곡지는 이판사판
      공사판으로 목숨 걸고 결혼을 반대한다. 동숙의 딸인 다정도 눈에
      불을 켜고 둘을 갈라놓는다.
      그러나 평생 찾아 헤매던 이상형을 이제야 찾았다!
      죽으면 죽었지 동숙을 포기할 수는 없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핍박과 설움의 나날을 보내던 중에 경찰서
      에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토지 사기단이 검거됐는데, 그 땅의
      주인이 태평이라는 것이다. 땅은 고사하고 방 한 칸도 없어 온갖
      설움과 수모를 당하며 사는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뭔가 착오가 있겠지 싶지만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간다. 형사가
      건네는 토지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거짓말처럼 소유주란에 양태평
      이름 석 자가 적혀 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더듬어보니, <스잔의 손수건>으로 한창 주가를 올릴 당시, 대전 유성        나이트클럽과 1년 전속계약을 하면서 클럽 사장이 자금 회전이 어렵        다며 출연료 모자란 것을 시골의 땅문서로 대신 건넸었다.
      그때는 몇 푼 안 되는 시골구석의 땅이라 신경 안 쓰고 잊고 지냈
      는데, 그 땅이 세종 신도시 건설로 가격이 폭등해 시가 수십억에 달한
      다는 것이다. 늙은 거지가 떼부자가 되는 순간이다!
      그 동안 세금이 체납되면서 공중에 뜬 땅인 것을 알고 사기단이 덥석
      문 덕분에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돈벼락을 맞은 태평은 <월계수 양복점>이 이탈리아 명품 회사와
      라이선스를 체결 공동 매장을 열고 콜라보 작업을 가능케 할
      자금을 투자하게 되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곡지는 지금까지
      와는 180도 다르게 귀한 사위 대접을 하는데...


      <월계수 양복점 사람들>

      이만술(70)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월계수양복점>을 오랜 세월 운영했다.
      70대 중반의 노구이지만 아무 불편 없이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다. 
      맞춤 양복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애정으로 해마다 맞춤 양복
      패션쇼에 작품을 출품했고, 소상공인기술경진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바늘귀에 실을 꽂는 돋보기 너머의 그의 눈빛은 언제나 반짝이고,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양복 한 벌 한 벌에 정성을
      다해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그의 양복은 보통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정도이다.
      <월계수양복점>의 모든 옷은 1인 1패턴으로 원단 선택부터 깃의
      모양까지 모두 손님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주는 철저한 비스포크
      방식을 따른다. 또한 만술은 고객에 대한 사소한 정보와 대화내용까지
      수기로 기록한 원장을 간직하고 있다. 한 벌의 양복을 맞추기
      위해 나누는 대화의 내용, 분위기, 상호 신뢰는 테일러의 손을 통해
      양복에 덧입혀진다고 믿기 때문에 고객과의 유대관계를 무척 중요
      하게 여긴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타고난 테일러다.
      선친께 물려받은 양복점이 자신의 대에서 끊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재벌가 사위가 된 아들 동진은 전혀 관심이 없고,
      제 앞가림도 못하는 딸 동숙은 애당초 글렀고...
      양복점을 맡아줄 마땅한 사람이 없을까? 하긴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기성양복이 널린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맞춤양복에 뛰어
      들려고 할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명절을 앞두고 양복을 맞추려고 온 사람들이 가게 앞으로 줄지어
      서던 진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그 많던 맞춤 양복점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늘 자신이 만든 양복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단정한
      모습이다. 따뜻하고 자애롭고 넉넉한 인품에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면접에 입고 갈 양복이 없어 고민하는 청년, 딸의 결혼식에           입을 마땅한 양복이 없는 가난한 아버지, 영정사진을 찍는 궁핍한 
      할아버지... 어려운 이웃들에게 만들어준 공짜 양복도 여러 벌이다. 
      또한 사려 깊고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남달라서, 동네 사람들이나
      공방 사람들도 무슨 고민이나 걱정거리가 생기면 양복점으로 뛰어와
      상담을 받는다.
      <월계수양복점>은 양복만 파는 곳이 아니라, 고민을 나누는 인생
      상담소이고, 마음의 병을 치유해주는 병원이며, 살아가는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머지않아 시력을 잃게될 거라는 통보를 받는다.
      평생을 가위와 바늘로 깁은 인생인데, 앞을 못보게 되다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회한과 후회가 밀려드는 만술은 식구들 몰래
      가출을 결심하고 감행한다. 
      지금까지는 내 식솔들을 먹여 살리느라 바느질을 했다면, 앞으로
      얼마 남지않은 시간은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바느질
      하리라!
      가족들에게 조만간 돌아오리라는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두고 만술은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는데...
      과연 만술은 어디로 자취를 감춘 것일까?
      언제쯤 가족들 곁으로 돌아올까?  
      최곡지 (69)
      만술의 妻, 동진과 동숙의 母, 월계수양복점의 안방마님.
      예쁘장하고 곱상한 얼굴에 자그마한 체구, 깐깐하고 꼬장꼬장하며
      고집이 세다. 그녀에게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그 박힌 털을
      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알뜰하고, 손끝이 야무져 효자동이 알아주는 살림꾼이며, 샘도 많고,
      수다스럽고, 약간 변덕스러운 편이다. 현실적이고 억척스런 살림꾼!

      평생 양복쟁이 마누라로 살아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물론 한때는
      양복재단사가 웬만한 회사원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호시절도
      있었지만, 꿈같던 시절은 잠깐이고 늘 어렵고 궁핍한 살림살이였다.
      양복 재단사가 대통령보다 더 귀하고 좋은 직업이라 자부하는
      만술의 기를 꺾지 않으려고, 안채에 하숙생도 들이고, 김치도 만들어        내다팔며 갖은 고생을 다해 내조를 했다. 
      ‘곡지’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칠순의 나이에도 만술의 앞에서는 애교와
      어리광을 부리는 천생 여자다. 만술은 늘 ‘곡지씨!“라며 이름을 불러
      주고, 존대를 하며 여왕처럼 모셔,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그렇게 태산 같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가출을 감행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자식을 둘씩이나         낳고, 50년 가까이 한 이불을 덮고잔 마누라한테, 어떻게 일언반구
      없이 집을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처음에는 충격과 걱정으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처럼 아파서 식음을
      전폐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괘씸한 영감탱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를 쓰고 삼시세끼 다 찾아 먹기도 하고... 일가친척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객사나 당한 게 아닌가 걱정이 돼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갔다가 뽀얗게 토실토실 살이 오른 젊은 여자랑 눈이 맞아서
      새살림을 차렸다는 박수무당의 점괘를 듣고는 분에 겨워 펄펄 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냉탕온탕을 들락거리는 곡지는 남편 만술이
      어디에 숨어서 골탕을 먹이고 있는지 약이 오르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평생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남편이 가출한 것도 억울한데,
      자식들이 단체로 속을 썩인다. 재벌가 사위로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아들 동진이 이혼을 당하고 본가로 들어와 양복점을
      경영하겠다는 폭탄선언도 모자라, 2층 공방의 연실이랑 눈이 맞았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세상에 어디 여자가 없어서 근본 없는 애랑!
      게다가 딸 동숙도 내일이면 환갑인 사랑채 영감탱이랑 눈이 맞았단다.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세상에 어디 남자가 없어서 거렁뱅이 딴따라를!
      최곡지 여사는 꼭지가 돌아버리겠다!!!

      그런 와중에 그토록 보고팠던 만술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앞이
      보이지 않는단다. 망연자실한 곡지는 생살을 찢어내는 것 같은 아픔에
      괴로워하지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만술의 곁에서 눈동자가
      되어주며,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남편 만술과 함께 아름답게 늙어가는 노부부의 삶이 어떤 것인지,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다.


      이동숙 (44)
      월계수양복점의 맏딸, 동진의 누나, 다정 엄마.
      처녀시절 별명이 컴퓨터 미인일 정도로 완벽한 이목구비와 시원하게
      쭉 뻗은 팔다리에 볼륨감 넘치는 몸매!
      어디 한구석 의술의 힘을 빌리지 않은 100% 자연산 미녀지만,
      2016년 미녀 기준으로 보면 약간 촌스럽고 시대에 떨어진다.    
 
      완벽한 마스크와 바디를 가진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심하게 뇌가 순수하고, 투명하다!
      맹한 눈빛에 분위기에 안 어울리는 말을 툭툭 잘도 내뱉는다. 
      누가 웃긴 농담이라도 하면 남들 다 웃고 5초쯤 시간이 흐른 후에
      배를 잡고 박장대소 한다. 그래서 여고시절 별명이 ‘5초 뒤’였다.  

      첫 남편과는 결혼식 올린 지 1년 만에 남편의 외도로 이혼, 마음을
      달래려 산에 다니다 만난 두 번째 남편은 겨울 등반을 하다
      갑작스런 폭설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미인박명 아니 미인박복의 전형적인 예다.
      딸 다정은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 볼 거 안 볼 거 다 봤는데도, 천성
      때문인지 여전히 뇌순녀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맘 같은 줄 알고 앞뒤 계산 할 줄도 모르고
      남의 말 잘 믿으며, 세상물정 전혀 모르는, 맹하리 만큼 순수하고
      솔직하다. 푼수기, 백치미가 작렬이며 뭔가에 꽂히면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또라이 기질도 있다.
      심각하고 복잡한 건 딱 질색인 단순 순정파.
      진정한 사랑 하나면 목숨을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 지상주의자, 대책 없는 로맨티스트.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산다! 

      둘째 남편이 사고로 죽은 뒤, 친정으로 돌아온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동숙은 바느질을 배우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월계수        양복점> 옆에서 <동숙의 방>이라는 조그마한 만화방을 개업했다.
      워낙에 남자들한테 어필하는 마스크와 몸매니까, 남성들이 주고객인
      만화방을 개업하면 문전성시를 이룰 거라는 나름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 달 벌어 그 달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하지만 네 평 남짓한 만화방은 친정부모의 잔소리로 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고, 원 없이 남자구경을 할 수 있는 만남의 장
      이기도 하다.    
      늘 곱게 화장하고 머리 손질을 하고, 우아한 원피스를 차려 입고
      만화방 카운터를 지키는 동숙, 언젠가는 만화방 문을 열고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할 거라고 믿는다!

      연실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온 태평을 보고는 기절하게 놀란다.
      시간이 흘러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간간히 보였지만 분명 양태평이         맞다! 한국의 밥딜런, 포크계의 음유시인!
      태평의 유일한 히트곡인 <스잔의 손수건>은 동숙이 사춘기 시절
      좋아했던 애창곡이었고, 태평의 브로마이드와 책받침을 손수 만들어
      가지고 다니곤 했다.
      그런 태평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태평에게 꽂힌 동숙은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태평에게 빠져든다.
      그런데 엄마인 곡지와 딸인 다정이 목숨 걸고 방해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엄마와 딸을 버리는 비정한 여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운명의 갈림길에 선 동숙은 괴롭다! 


      복선녀 (42) 
      월계수양복점의 마스터 테일러인 삼도의 부인.
      대전 중앙시장 근처에서 통닭집을 운영 중이다.
      이름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외모와 성격의 소유자. 훤칠하게 생긴
      삼도와는 정반대로 우락부락 남상(男像)에 지나가던 사람도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만큼 촌스럽다. 그러나 시원시원한 성격에
      경우도 바르고, 셈도 정확하며 책임감도 강하다. 뭣보다 힘이 장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자린고비에 생활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자나 깨나 돈돈돈... 노래를 하는 선녀에게 남편 삼도는 돈독이 오른
      여편네라며 몸서리를 치지만, 노후에 봉양할 자식이 있나, 모아둔 
      재산이 있나? 선녀는 믿을 건 돈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사양길에 접어든 맞춤양복점을 장인정신 운운하며 고집하는
      남편 삼도가 답답하고 한심해보였다. “장인정신은 개뿔! 지 마누라
      속곳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주제에 배때지 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어, 칫!”
      도살장에 끌려가는 황소처럼 싫다고 날뛰는 삼도의 멱살을 잡아끌고,
      대전 중앙시장에 ‘선녀통닭’을 오픈했다. 
      훤칠한 인물에 강렬한 눈빛, 서글서글한 성격에 말근육의 소유자인
      삼도는 금세 중앙시장의 명물이 되었고, 삼도를 보기 위해 찾아온
      여편네들이 통닭가게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상가번영회에서는 중앙시장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삼도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지만,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 것처럼 불안한
      선녀는 장사 하랴, 삼도를 감시하랴... 24시간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삼도가 옷가지만 달랑 챙겨들고 야간열차를 타고
      튀었다.
      수소문 끝에 겨우 찾아가보니 <월계수양복점>에서 재단일을 한다며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갖은 폼을 다 잡고 있다. 당장 대전으로
      내려가자며 멱살을 잡아끄는 선녀에게 삼도는 재단일을 못하게 하면
      이혼을 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그래 배삼도! 개가 똥을 끊지,
      니가 양복일을 끊겠냐?”
      시장통에서 여펀네들한테 손이 탈까봐 늘 전전긍긍 조마조마했던
      선녀는 이참에 잘 됐다! 미련 없이 통닭집을 정리하고 상경해서
      <월계수양복점> 안채에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드세고 우락부락한 성격답지 않게 음식솜씨도 좋고, 인정도 많아서
      양복점 식구들과 가족처럼 잘 지낸다. 특히 곡지를 친정엄마처럼
      잘 따르고 모든 일을 상의한다.

      처음에 <월계수양복점>으로 이사했을 때, 주인집 딸인 동숙이 눈에
      거슬렸다. 자신과는 180도 다른 예쁜 외모에 백치미가 뚝뚝 떨어지는
      동숙을 남편 삼도가 챙겨주는 꼴이 수상하다 싶어 두 사람 사이를
      오해하기도 했지만, 어수룩하고 맹한 주인집 딸이 건넌방 늙은이
      태평과 눈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쾌재를 부른다.
 
      남편 삼도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게 없어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한다. 남편은 이혼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선녀는 이혼해줄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왜냐고? 삼도를 죽도록 사랑하니까!

      그러던 어느 날 치매 진단을 받고, 삼도의 행복을 위해서 이혼을
      결심한다. 좋아서 기뻐 날뛸 거라고 생각했던 삼도는 눈물 콧물을
      짜며 죽을 때까지 선녀 곁에 있겠다며,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자기만
      믿으란다. “야 배삼도, 너 영화 찍냐, 지금?”
      허구한 날 못생기고 촌스럽다고 구박하더니만 언제부터 그렇게 날
      생각해줬다고 영화 주인공 흉내야, 싶은 선녀는 아직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닌데도 일부러 중증치매인 척 연극을 하며 삼도를
      골탕 먹이고 갖은 애를 먹인다. 얼마 안가 지쳐서 자신을 떠날 거라고
      예상했는데 삼도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묵묵히 선녀의 곁을 지킨다. 
      “배삼도, 이 인간!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하려고 드네!” 선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홍기표 (35)
      한때 해운대 일대 유흥가를 장악하던 ‘자갈치파’의 똘마니 출신.
      유흥업소, 성인오락실, 주류도매업, 사채업 등등 조직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투입돼서 주먹을 쓰고 다녔다.
      결혼을 앞둔 연실과도 자갈치파의 똘마니 노릇을 하다 처음 만나게
      됐고, 그녀의 순수하고 가녀린 모습에 반했다.
      아버지의 빚을 갚지 못한 연실이 유흥업소로 보내질 상황에 처하자
      자신의 신장을 팔아서 연실의 빚을 깔끔하게 해결해주고, 
      기표의 순애보에 감동을 받은 연실은 기표와 결심까지 한다.
    
      한때는 남부러울 것 없이 잘나가는 조직의 일원이었지만 검찰의
      소탕작전으로 조직은 와해되고, 개인적으로 벌인 일은 다 말아먹은 후        서울로 상경했다.
 
      열일곱에 정비사 자격증을 따고 카센터에서 일하다 우연히 패싸움에
      휘말려 교도소에서 2년 썩었다. 출소 후 같은 방에 수감됐던 형들과
      연락이 닿으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에 들어가게 됐다.
      주먹이 세고, 성격이 불같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고,
      매사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자격지심이 심해 누군가 자기를 무시
      한다는 생각이 들면 이성을 잃고 포악을 떤다. 언젠가 한 방 터뜨려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날 거라고, 한탕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태생이 나쁜 인간은 아니다. 
      본심은 착하고, 여리며, 속정도 깊고, 부지런해서 동네에서 힘들고
      궂은 일이 생기면 아무 불평 없이 처리한다. 또한 나이 드신 분들
      에게는 깍듯하게 90도 인사를 하며 어른대접을 하고,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연실과의 결혼식날, 새로 시작한 비즈니스가 잘못 돼서 구속되고,
      교도소 신세를 지게된다. 
      몇 달 후, 출소해보니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연실과 양복점 사장 아들인 동진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다.
      비록 결혼식을 끝까지 마치지는 못했지만 이미 혼인서약을 마쳤으니
      부부나 마찬가지라고 억지를 쓰며, 연실을 놓아주지 않는다.
 
      헤어지자고 애원하는 연실에게 막무가내로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동진의 전처인 효주와 힘을 합쳐서 동진의 사업에 초를 치고,               온갖 악행으로 앞길을 막아보려 하지만 오히려 동진과 연실을 묶어
      주는 계기만 제공하는 꼴이 된다.
      결국 드라마 후반에 연실과 동진의 행복을 빌어주고 떠나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김다정(22)
      동숙의 딸.
      미용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강남의 유명 헤어숍에서
      스텝으로 일하고 있다.
      쾌활하고, 씩씩하고, 보이시하며, 엄마와 딸이 바꿔됐다고 남들이 말할        정도로 어른스러우며, 엄마 동숙을 챙긴다.
 
      얼마 전부터 태양을 짝사랑 하는 중이다. 그러나 태양이 손톱만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고민 중이다.
      후에 헤어숍의 단골손님으로, 자신이 샴푸를 전담해주는 효원과
      태양이 썸을 타는 것을 알고는 괴로워하다 효원에게 정정당당하게
      대결하자고 결투를 신청한다.
      또한 곡지와 죽이 맞아 엄마 동숙과 태평의 재혼을 목숨 걸고 반대
      한다.   


      기표모 (64)
      남편을 일찍 여의고 물질로 생계를 이어가며, 외아들인 기표를
      키웠다. 기표가 교도소 신세를 짓게 되자 연실이 아들을 버리고 도망
      갈까봐, 감시의 목적으로 기습상경, 연실의 집에 더부살이한다.
      성격이 불같고, 경우가 없으며, 정식 며느리도 아닌 연실에게
      시집살이를 제대로 시킨다.
 

      서산댁 (57)
      <월계수양복점> 2층 공방에서 바느질을 한다.
      연실과 기표가 월세 사는 집의 주인.
      말도 많고, 정도 많고,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줌마. 별명은 효자동 스피커.
     <미도어패럴 사람들> 

      한은숙(57)
      치매를 앓고 있다 사망한 미도어패럴 민회장의 후처.
      처녀 적 <월계수양복점>에서 근무하다 거래처인 미도원단(미도
      어패럴의 전신) 사장인 민대길 회장과 눈이 맞았다. 그 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 하늘이 도왔는지 병든 민회장의 본처가 서둘러
      하늘나라로 떠나자,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고 아들 효상과 딸 효원을
      낳았다.
     
      단아하고 품위 있는 외모,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를 강박처럼 입꼬리에
      달고 살지만, 누구보다 차갑고 얼어붙은 심장의 소유자로 야망의 화신        이다. 필요하면 언제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맘에 없는
      미소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민회장이 사위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걸
      알아차리고, 미국에 있는 아들 효상을 불러들여, 민회장의 죽음 직전
      어수선한 틈을 노려 효상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려는 오래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고문 변호사를 회유하고 평소 뒤를 봐주던 이사들을 
      동원해 이사회에서 맏사위 대신 아들 효상을 사장으로 승진시킨다.   
      평생을 세컨드라는 자의식에 시달리며,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의
      눈길에도 상처를 받고 살던 지난날들을 보상받는 길은, 아들 효상을
      미도어패럴 그룹의 대표이사로 만드는 길뿐이라고, 30년 가까이
      속으로 칼을 갈았다. 그리고 그 칼을 휘둘러 본처의 딸과 사위를
      단번에 젖힌다.

      사돈지간인 곡지와는 하늘이 내린 악연이다. 
      처녀적 월계수양복점에서 일할 때, 곡지의 남동생과 사귀고 결혼
      까지 약속했건만 결국은 민회장의 재력에 넘어가 곡지의 남동생
      그러니까 동진의 외삼촌을 배신했다. 실연의 아픔에 괴로워하던
      곡지의 남동생은 결국 세상을 등졌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곡지는 은숙에게 동생을 잡아먹은 천하의 못된 년이라며 욕을 해댔다.
      비록 본인이 직접 낳은 딸은 아니지만 효주가 동진과 결혼을
      한다고 할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리고 싶었지만 나설 수 없는 처지였다.

       어찌어찌해서 사돈이라는 얼개로 엮이기는 했지만 곡지와는 불구
       대천 원수사이로 사사건건 충돌한다.
       게다가 곡지의 손녀딸인 다정과 자신의 딸인 효원이 태양을 가운데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자, 결국 곡지와 은숙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져 삼각관계의 당사자들보다 더 심각하고 살벌하게 신경전을
       벌인다. 


      민효주 (33)
      동진의 아내, 미도 어패럴의 맏딸.
      미모와 부를 갖춘 특권층이라는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 자유분방하고 직선적이며, 급하고 불같은 성격이다.
      사사건건 후처인 은숙과의 신경질적 샅바 싸움이 살벌하고 무섭다.
      
      대학 시절, 재벌 3세들과 염문을 하도 많이 뿌리고 다녀서 웬만한
      재벌가에서는 며느리로 들이길 꺼려해 결혼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차에 민회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동진과  결혼했다.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인 동진의 조건이 전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아버지가 워낙에 신임하는 사람이니까 경영권 승계는 문제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감행했다.
      그러나 민회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하고 동진이 여우같은 은숙의
      계략에 말려 경영권을 빼앗겨 한직으로 내쳐지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며 이혼을 감행한다.
 
      하지만 동진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돼 동진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지가        되는 존재였는지를 깨닫고 다시 합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평소 개무시했던 시댁 식구들을 찾아가 자존심을 버리고 도와달라고
      부탁과 아부를 하고, 동진에게는 예전과는 180도 다르게 살갑고
      다정한 조강지처 모습을 보여주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나중에 동진이 양복점 공방에서 일하는 볼품없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자존심 상하고 약이 오른 효주는 동진과 연실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온갖 훼방을 놓는데... 
       민효원 (24)
       미도어패럴의 둘째딸, 효주의 배다른 동생. 현재는 미도어패럴
       디자이너로 재직 중.
       살갑고 구김살 없는 성격에 철없는 행동을 하는 말괄량이.
       엄마인 은숙과는 달리 언니 효주를 좋아하며, 늘 미안해한다.
       후처의 자식이라는 사실에 열등감이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엄마에게는 착한 딸, 언니 오빠에게는 착한 동생이 되려고 애쓴다.
      
       결핍이라고는 전혀 모르고 자란 효원에게 사랑이 다가온다.
       다름 아닌 올케의 전 남친 강태양.
       포커페이스가 도통 안 되는 효원은 태양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가지만
       태양은 요지부동. 얘가 왜 이러나? 시큰둥하며 효원을 무시한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좌우명 삼아
       열 번, 스무 번 도끼를 휘둘러 결국 사랑의 상처로 차갑게 식었던
       태양의 마음을 녹인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얼마 뒤 우연한 계기에 태양과 올케인 연지가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민효상 (29)  
       미도 어패럴의 외아들, 연지의 남편.
       미국 보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팬실베니아 와튼 스쿨 MBA과정을
       마친 재원.
       엄마 은숙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아 야망과 성취욕이 크고 욕심이
       많다. 엄마가 자신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에게 뭔가를 이뤄내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늘
       무겁다.
       엄마의 치밀한 준비와 도움으로 미도어패럴의 사장에 오르고,
       주주들의 지지를 얻고자 그룹 확장 정책을 펴 페스트 패션(SPA)과
       아웃도어 의류 산업에 패기만만하게 진출하지만, 결국 경험 부족과
       과욕으로 미도어패럴을 유동성 위기에 몰아넣는다. 
      

       최연지 (28)      
       미도 어패럴의 며느리.
       취준생으로 고생하다 애인 태양의 희생적 지원으로 천신만고
       끝에 방송국 아나운서로 입사, 모임에서 우연히 합석한 재벌 2세
       효상의 눈에 들어 만난 지, 석 달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
       가난이 지긋지긋했고 불확실한 미래가 무서웠다.
       그래서 10년 가까이 사귄 태양에게 모질게 이별을 고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거머쥐었다. 

       결혼 후,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은숙과 만만찮은 손위 시누이에 눌려         힘들지만, 무엇보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우월의식과 마초 기질이 가득
       한 남편 효상의 비위를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 과제다.
       하루하루가 살얼음 위를 걷는 듯 위태위태하다.
       결혼한 뒤로 단 하루 맘 편히 발 뻗고 잠을 자본 기억이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부러워할 삶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사람의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야한다!!
       힘겹지만 시집살이를 견뎌보는데... 막내 시누이인 효원이 사귀는
       남자라면서 태양을 소개시켜 준다.
       옛 남자친구가 시누이의 남편이 되다니... 모든 게 꼬여만 간다!
     

























첨부파일 월계수_시놉_수정.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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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는바다로간다 | 작성시간 17.12.22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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