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과 시퀀스]
드라마는 발단-전개-절정-결말로 구성된다.
이 4단계가 적절한 분량과 적당한 위치에 배분되고, 각 단계가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면 잘 된 구성이고
그렇지않으면 구성이 산만한 것이다.
드라마구성의 기본단위는 씬과 시퀀스다.
* 시퀀스(Sequence)
일반적으로 60분 단막은 최소한 7개에서 12개 정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에피소드가 많아지면 그만큼 드라마는 풍성해진다.
그러나, 에피소드의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의 내용이다.
에피소드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그 내용이 재미없다면 드라마를 지루하게만 할 뿐이다.
각 에피소드는 여러 개의 씬으로 구성된 시퀸스를 포함하는 스토리다.
여기서 우선 에피소드와 시퀀스의 모호한 개념부터 정립하고 넘어가자
창작에 크게 지장은 없으나 에피소드와 시퀀스를 같은 뜻으로 혼돈하는 경우가 많다.
두 단어를 사전적의미로 보자면
시퀀스 - 상호연관적인 일정량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작품의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영화의 부정확한 구조단위
episode - 삽화, 사건. 여러 개의 씬이 모인 각 시퀀스가 포함하는 단편적인 스토리.
따라서, 씬이 모여 시퀀스가 되고, 시퀀스가 모여 에피소드가 되고
에피소드가 모여 하나의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각 시퀀스는 작은 시퀀스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하나의 시퀀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저녁밥을 먹는데 강도가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온 가족이 협력해 강도를 잡았다."
각각 다른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이니 두 개의 작은 시퀀스라고 할 수 있고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하겠다.
구성은 흔히 상자짓기에 비유되기도 한다.
드라마 한 편을 하나의 큰 상자로 보고 그 속에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있는 작은 상자,
각 에피소드 안에 시퀀스, 시퀀스 안에 가장 작은 상자 씬이 들어가게 된다.
만약 드라마가 시퀀스별로 정확하게 나누어질 수 있다면 아주 잘 된 구성으로 본다.
시퀀스가 큰 상자고 그 속에 작은 상자에 해당되는 씬이 들어가게 되므로
씬을 결정하기전에 시퀀스를 구상하는 것이 순서다.
시퀀스의 단위는 시간이고, 시퀀스의 개념은 위기다.
각 시퀀스에 담긴 위기가 응축되서 절정 시퀸스에서 폭발하는 것이다.
발단부터 결말까지 하나의 시퀀스가 끝날 때는 다음 시퀀스를 궁금케하는 위기요소가 있어야한다.
"한 편의 드라마란 인간의 행동을 통해 하나의 문제를 제시하고 절정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절정은 테마의 폭발- 완전연소가 이루어지는 단계다.
테마를 향한 전진이 각 시퀀스마다 이어져야만 절정에서의 완전연소를 기대할 수 있다.
* 단계별 작법
1. 발단부 (prologue)
발단부는 드라마의 대략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방향을 제시하고 복선을 깔아주는 단계다.
발단부의 적절한 분량은 일반적으로 전체 분량의 4분의 1정도로 본다.
60분 단막에선 드라마가 시작된 후 15분 정도까지가 발단부에 해당된다.
하지만, 15분동안 이 드라마의 소재는 이런 것이고 앞으로 이렇게 드라마를 전개할 것이라는
설명을 길게 늘어놓았다간 십중팔구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발단부중에서 첫 도입부 5분안에 드라마의 승부를 내야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주인공을 발단부에서 환경, 제도, 인간, 사상...
무엇인가와 대립, 충돌을 시켜야만 한다.
치밀한 구성이 되려면 발단부에서 제시된 문제를 어떻게 절정에서
해결할건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2. 전개부 (crisis)
초보작가들 대부분이 발단은 쉬운데 전개부터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한 경험을 갖고있을 것이다.
작가나 관객이 지루해지기 쉬운 단계가 전개부다.
드라마 구성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전개는 정상을 향해 산을 올라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계속 밋밋한 언덕길만 있다면 얼마나 지루한 등산이 될 것인가.
꽃도 있고, 계곡도 있고, 폭포도 있고, 다람쥐도 지나가고, 대처능력만 있다면 산적을 만나도 좋다.
능선만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산행이 되지않겠는가.
무슨 짓을 하면서 산을 오르든 목표가 정상에 오르는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정상에 도달하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흥미진진한 전개에 필수조건은 갈등이다.
드라마의 본질은 갈등과 서스펜스다.
주인공의 뜻과 반대되는 존재가 없다면 드라마는 성립되지않는다.
* 갈등의 종류
1. 자신과의 싸움. -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자신 안에 있는 두 가지 성격을 대립시키는 기법.
2. 사회와의 대립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제도등에 맞서 싸우는 기법.
3. 자연과의 갈등 -주로 헐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쓰는 갈등이다.
지진, 허리케인, 홍수, 식인상어등을 상대로 싸우는 인간을 그린다.
4. 등장인물간의 갈등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법.
*전개의 기술.
1. 주인공의 행동을 발전시키고, 좌절시킨다.
2. 행동의 발전이 여의치 않을 때는 건너 편 강가에서 배를 띄운다
주인공의 일관된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낭떠러지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온다.
이야기가 끊어지고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을 때, 다른 곳에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기술이다.
스토리의 방향은 당연히 정상을 향해 몰아간다.
3. 위기와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클라이맥스가 오기 전에 갈등이 사라지고 위기가 사라지면 얼마나 맥이 빠지겠는가.
전개부에서의 해결은 금물이다.
4. 완급을 조절한다.
때론 빠른 속도로 과감하게, 때론 잔잔하게 몰고가는 강약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60분 단막의 3분의 2까지를 전개부의 적당한 시간으로 보는 견해도
있긴 하나 전개부에 해당되는 시퀀스 분량에 특별한 규칙이나 정답은 없다.
다만, 클라이맥스 직전의 시퀀스가 짧고 가장 위기감이 증폭되는 것이 바람직한 구성으로 본다.
3. 절정 (climax)
절정은 구성의 핵심이다.
발단, 전개를 거치면서 일관된 목표는 클라이맥스로 가는 것이다.
절정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발단부에서 제시한 문제의 답이 나와야 한다.
따라서, 절정에 해당되는 시퀀스는 간결하고 확실하게 단숨에 매듭을 짓듯 써야한다.
절정에서 완전연소에 실패한 드라마는 비록 다른 요소가 훌륭하다해도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4. 결말 (epilogue)
절정에서 폭발한 후 정서적인 정리단계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는 이 결말부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아예 결말 없이 클라이맥스에서 끝을 맺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결말을 지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작가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은 관객의 시각에서 결정되야 마땅할 것이다.
* 씬(scene)
연출자의 최소단위가 cut 이라면 scene은 작가의 최소단위다.
씬(Scene)의 사전적 의미는 "영화를 구성하는 단위 중의 하나로서
동일장소, 동일시간내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액션이나 대사, 일반적으로 쇼트와 시퀀스의 중간 길이에 해당하며
통계적으로는 영화 한 작품(90분)의 경우 약 120개 내외의 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 되있다.
그러나, 씬의 개수라는 건 무의미한 통계일 뿐이다.
60분 단막에서도 씬이 100개가 넘을 수도 있고 200개를 넘는 영화도 얼마든지 있다.
시퀀스의 단위가 시간이라면 씬의 단위는 장소다.
시나리오가 씬 단위로 구성되는 이유는 촬영 때문이다.
촬영은 시퀀스 순이 아니라 씬 단위로 이루어진다.
동일장소에서 여러 번 사건이 전개될 경우, 5번,10번,30번씬을 한꺼번에 찍는다.
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또는 독특한 형식을 추구한 나머지 씬 넘버를 안 붙이거나
아예 장소조차 표기하지않는 작가도 있다.
극본은 제작을 전제로 하는 글임을 잊지않도록 하자.
1. 씬의 기능과 역할
- 스토리를 운반한다.
- 상황,배경을 알린다.
- 장소 이동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 등장인물의 인간관계, 심리묘사가 가능하다.
사건이 전개되는 데 따라 그저 편리한대로 나타나는 것이 씬이 아니라
그 곳이 아니면 안되는 장소를 선택해야만 한다.
씬이 단순히 장소를 알리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 씬 구성방법.
- 씬 하나하나가 길지않아야 템포가 빠르고 재미도 있다.
- 무차별폭격식의 씬 설정은 하지말자. (앞 씬과 뒷 씬에 대한 계산없이 나열식으로 씬을 설정한 결과다)
- 물 흐르듯이 유연하게 구성한다.
- 첫 번째 씬은 대사로 시작하지 말 것.
몇 개의 씬이 모여 하나의 시퀀스가 되는 게 일반적이나 구성상 필요하다면
한 씬이 하나의 시퀀스가 될 수도 있다.
* 팁- 삼각추 구성
예전의 모든 드라마는 삼각관계였다.
갑, 을, 병이 삼각형의 한 지점에 위치한 삼각구성은 권선징악 시대에는 충분한 구성법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삼각구성만으로는 관객의 높아지는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삼각추형태의 구성법이다.
평면의 삼각형이 입체적인 삼각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갑,을,병외에 정이란 인물이 또 한 지점을 차지하는 구성이다.
평면적인 인물관계를 삼각추 구성으로 하면 에피소드가 많아지고 드라마는 풍성해진다.
보태기 식의 구성이 아닌 곱하기식의 구성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