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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결대본

[미생] 0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4.22|조회수1,146 목록 댓글 0

[미생] 03











1. 그래의 방 / 밤


어두운 방안 속... 눈을 뜨고 손을 펼쳐 보고 있는 그래..

잠시 후 울리는 알람. 6시. 탁! 끄는 그래.



2. 몽타쥬 / 이른 아침


대문을 열고 출근 차림의 그래가 나온다. 몇 걸음 나서다가 어둑한 골목길을 쳐다보는 그래.


그래(e) : 언제나 그랬다.


그래, 대문을 돌아보면 문이 열리면서 배낭을 맨 열여덟 살의 그래가 나온다.


그래(e) :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기원에 가는 길에도


열여덟의 그래가 지금의 그래에게 걸어와 나란히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후드티를 뒤집어 쓴 지친 그래가 걸어온다. 보는 그래.


그래(e) :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후드 티 그래가 지금의 그래 옆을 지나가면서 스르르 사라진다. 옆의 열여덟 그래도 스르르 사라진다.

그래, 골목 끝을 보면 아롱지듯 움직이는 사람의 실루엣이 가물가물하다.


그래(e) : 아무리 빨리 이 새벽을 맞아도


걸어가면서 사람의 실루엣이 점점 확실해진다. 빗자루 질을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그래(e) : 어김없이 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걸어가는 그래 옆으로 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지나가고 신문 배달 소년도 뛰어간다.


그래(e) : 남들이 아직 꿈속을 헤맬 거라 생각했지만


골목 밖으로 나서는 그래,


그래(e) :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나보다 빠르다.


출근 인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풍경이 쫙 펼쳐져 있다.



3. 원인터 외경 / 아침



4. 원인터 로비 / 아침


씩씩한 걸음걸이로 거침없이 휙휙 걸어들어 오는 그래.

뒤에서 오던 영이, 그래를 봤다. 멈춰 서서 보다가 따라 가며 부른다.


영이 : 장그래씨.

그래 : (못 듣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탄다)

영이 : (발걸음 빨라지면서) 장그래씨!


그래, 못 듣고 닫히려는 엘리베이터에 훌렁 탄다. 닫혀 버리는 엘레베이터.

영이, 멈추고 '후'....



5. 섬유2팀 / 이른 아침


전화를 하며 이런저런 서류들을 가방 속에 넣고 있는 석율.


석율 : 네! 부장님. 말씀하신 서류들 다 챙겼고요,


16층 입구로 들어 온 그래, 두리번거리다가 석율을 발견하고 똑바로 걸어간다.


석율 “네! 이따 뵙겠습니다!”하고 전화 끊는데 그 앞에 가서 서는 그래.

석율, 힐끔 쳐다보곤 예의 자뻑 거만을 떨며.


석률 : 아, 장그래씨. 난 오늘 다시 현장 내려갑니다. 장그래씨는 좋은 기회 잃,

그래(o.l) : 합시다.

석률 : (엉? 하듯 본다)

그래 : 합시다. 파트너.

석율 : (엉? 하듯 보는)


타이틀 <미생 3화>



6. 옥상 / 낮


옥상 저 멀리를 보고 있는 석율. 석율은 가방을 들고 있다.

뒤에서 팔짱 낀 채 벽에 기대 그런 석율을 보고 있는 그래.


석율 : (무게 잡고 저 멀리 보며) 마음이 바뀐 이유는요?

그래 : 바뀐 것 없습니다. 결정을 미뤘을 뿐이죠.

석율 : (띵! 씰룩) ..그래요, 되묻죠. (돌아서서) 왜 나인 겁니까?

그래 : 한석율씨가 가진 경험과 능력이 우리 피티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석율 : (당연하단 표정 후 피식 웃고) 장그래씨, 삶이 뭐라고 생각해요?

그래 : (뭐..?)

석율 : 거창한 질문 같아요? 간단해요.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바로 삶이고 인생이 되는 거예요.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결국은 그게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 : (조금 어두워지는 얼굴)

석율 : (손목시계를 본다) 우리가 옥상에 올라 온지 5분이 지났군요.

그래 : ....?

석율 : 잊지 마십시오. 이 5분이, 오늘 이 옥상에서의 5분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최고의 5분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게 잡고 그래를 본다)

상현(e) : 개벽이?!



7. 탕비실 안 휴게실 / 낮


놀란 얼굴로 인턴2를 보고 있는 상현과 인턴2,3 그리고 백기.


상현 : 와우! 오지랖 설레발 그 개진상 개벽이요?

인턴2 : (끄덕끄덕)

인턴3 : 허세 쩌는 원조폭탄 그 개벽이 말이죠?

인턴2 : (끄덕 끄덕)

상현 : 단발머리 변태 그 개벽이요?

인턴2 : 그렇다니까요.

백기 : (커피 마시며 피식)

인턴2 : 근데 말이죠.

일동 : (보면)

인턴2 : 개벽이 개벽이 해서 개벽인 줄은 알겠는데.. 왜 한석율씨를 개벽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상현 : (푸핫! 웃음 터지며) 그야 개벽이 짓을 하니까요.


<# 7-1. f.c// 원인터 회사 일각>

일각, 벽에 붙어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는 석율.


상현(e) : 매일 한 시간씩 빨리 출근하는 게


지나가는 여자들을 관찰하고 있다.


상현(e) : 출근하는 여직원들 구경하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빼꼼 내민 석율의 얼굴이 개벽이로 뿅! 그 위로 인턴들의 웃음소리 “푸하하하하하하!!!!”


상현 : (비웃는) 폭탄이 폭탄을 안았으니까, 핵폭탄이네!

백기 : (일어나 컵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누가 먼저 터질지



8. 옥상 / 아침


휘잉~ 발끝에 날리는 바람을 밟고 서서 마주 보고 있는 그래와 석율.


백기(e) : (재밌다는 듯) 궁금하네요.



9. 엘리베이터 앞 / 아침


엘리베이터 열리고 이어서 그래가 내리고 돌아본다.


그래 : 아이템 선정부터 해야겠군요.

석율 : (버튼 잡으며) 전적으로 장그래씨한테 맡길게요. 진행과정만 메일로 공유 해 주세요.

그래 : (의아) 아이템을 제 맘대로 정하란 건가요?

석율 : 아, 물론 민주적인 합의 과정은 필요하겠죠. 저도 할 건 하구요.


사무실 안에서 지나가던 백기가 둘을 본다.


석율 : 장그래씨, 난 척 보고 알았죠. 당신한텐 안목이 있어요.

그래 : (보면)

석율 : (씩 웃으며 버튼을 놓는다. 스르르 문이 닫히려는데 다시 잡고) PT도 장그래씨 마음대로 만드세요.

         얼마든지 본인이 돋보일 수 있게요. (버튼을 놓으면서 이상한 자뻑 제스처를 취하는 동안 서서히 닫히는 문)

         (자신만만하게) 잘 해 봅시다. 당신의 안목을 믿습니다. (닫힌다)


피식 웃으며 갈 길 가는 백기.

닫힌 문을 보고 서 있는 그래.


석율(e) : 당신의 안목을 믿습니다.


별로 공감하지 않는 표정의 그래.



10. 안영이 자리 / 낮


영이, 탁상 달력을 보고 있다. <피티 팀구성 제출>에 동그라미 쳐진 오늘 날짜.

영이, 핸드폰에서 그래 찾아 누르려는데 백기 다가오며.


백기 : 팀 짰어요? 오늘까지예요.

영이 : 아.. 아직요. (저 너머에서 그래가 들어와 가는 게 보인다)

백기 : 아직요? 남은 사람이 얼마 없을 텐데요.. (영이의 시선을 따라 본다. 장그래가 보인다)

         장그래씨도 팀 짰다던데. 한석율씨하고요.

영이 : (깜짝) 네?

상현(e) : 영이씨~! 헤이~! 안영이! (건들건들 와서) 빨리 제출합시다.

영이 : (당황해서 본다) 아.. 난,

상현 : 난이고 넌이고 당신하고 나밖에 안 남았어.


영이, 당황해서 백기를 보면 백기도 조금 당황해서 상현을 본다.


백기 : 이상현씨,

상현(o.l) : (건들건들) 내 뭐랬어~ 안영이씨 하곤 아무도 안 한다고 했잖아~ 나나 되니까 감당하는 거야아~

               그럼, 제출해요~ (건들건들 간다)

영이 : (말문 막힌 얼굴로 보는데)

백기 : 저.. 영이씨..

영이 : (보면)

백기 : 힘내세요...

영이 : (황당~)



11. 15층 사무실 / 낮


그래, 책상 위 물건들을 반듯반듯하게 놓고 있는데 상식과 동식이 출근한다.


그래 : (벌떡 일어나) 안녕하십니까?

동식 : 어, 일찍 왔네?

상식 : (앉아 컴퓨터 켜며) 동식아, 어제 베트남 npk 건, 컨테이너 관련 메일 넣는다고 했으니까 확인해봐.

동식 : 네. (컴퓨터 켜며) 근데 어제 과장님 쓸데없이 박력 터지대요?

         (업무 포털에 로그인하며 흉내 내며) 에이씨! 해줘! 해달라고! 합시다! 안 해주면 (하다가) 어? 이거 뭐야?

상식 : (자기 컴퓨터 보며) 뭐야 이거?

상식/동식 : (그래를 돌아본다)

그래 : (파쇄지 모아들고 조용히 일어나며) 사내 시스템 계정 생긴 기념으로 한번 보내 봤습니다. 그럼.

         (목례하고 조용히 나간다)


상식/동식, 어이없이 보다가 다시 모니터 화면 보면 두 사람 메일함에 제목 ‘안녕하십니까? 장그래입니다.’

상식/ 동식, 메일을 클릭해서 읽는다.


동식 : 안녕하십니까, 장그래입니다.

상식 : 과장님 덕분에 어제 생전 처음으로 양의 곱창을,

그래(e) : (o.l) 양의 곱창을 먹어봤습니다.



12. 통로 / 낮


만족한 얼굴로 파쇄지를 들고 걸어가는 그래.


그래(e) : 저는 원래 육식을 즐기지 않아 양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습니다만,

             어제는 양의 곱창이라는 특수 고기, 특수 부위를 먹으면서 이것이 바로 동료애의 시작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또한 과장님의 숨겨둔 진심을 알게 된 시간들이었습니다...


온화한 미소를 짓는 그래.



13. 영업3팀 / 낮


어이없는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상식.


상식 : 얘 뭐래는 거니? (동식 돌아보며) 양의 곱창...

그래(e) : 앞으로 영업3팀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장그래가

상식 : (삭제를 눌러 버린다) 아침부터 정신사납게시리. (다른 메일 체크하며) 근데, 곱창집에 쟤도 갔냐? 

동식 : 기억 안 나세요? 

상식 : 2차로 곱창집 간 건 기억이 나는데.. 쟤는 왜 갔어? 

동식 : (헐~) 그럼, 고과장님 만난 건 기억나세요? 

상식 : 고과장을 만났어?



14. 탕비실 / 낮 


웃으며 파쇄하고 있는 그래 위로. 


동식(e) : 고과장님하고 딱풀 갖고 싸운 거, 진짜 기억 안나세요? 

상식(e) : (기가 막힌) 얌마! 초딩이냐? 무슨 딱풀 갖고... 근데 진짜 고과장 만났어? 


‘아~진짜. 고과장님 실적 낸 거 땜에 과장님 엄청 삐뚤어지셨었다니깐요’ 

‘뭐? 내가 언제? 이 자식 사람 뭘로 보고. 담배나 피러가. 할 말도 있고" 

상식과 동식의 궁시렁궁시렁 나누는 말소리 위로 좋아라 미소 짓는 그래. 


그래(e) : 좋은 아침이다... 좋은 아침. 



15. 중앙 정원 / 낮 


'후~' 빈 담배를 피고 있는 상식 앞에서 조금 놀란 얼굴로 보고 있는 동식.


동식 : 에?.. 극세사...먼지떨이 (들고 있는 서류 다시보며) 지난 번에 전무님이 깐 건이잖아요?

상식 : (담배갑에 다시 답배 넣으며) 조건 바꿔서 다시 해보려구.

동식 : (골치 아픈) 이거 전무님이 하지 말라고 해서 깐 거 아녜요?

상식 : (화단에 풀 다듬으며) 그래서 조건 바꿔서 다시 해보겠단 거잖아.

동식 : 아~ 과장니~임! 그 얘기가 아니라 (아..씨) 왜 하필 전무님이 깐 걸, 그리고 이거 금액도 큰 거잖아요.

상식 : (계속 다듬으며) 야 임마! 그러니까 하겠단 거 아냐아~ (동식 보며) 짜친 거면 내가 다시 덤비겠어?!

동식 : 네.

상식 : (멈칫) ... 빠삭한 놈. (휘적휘적 가면)

동식 : (한숨 쉬며 서류를 다시 본다) 



16. 영업3팀 / 낮


그래, 회의 탁자를 정리하고 열심히 닦고 있다.

들어오던 상식, 그런 그래를 본다.


/그래 : 기회를 주실 수 있잖아요.

/상식 : 기회에도 자격이 있는 거다.

/그래 : 무슨 자격이요?


상식 : .....


그래의 옆을 말없이 지나간다. 그때 동식도 들어오며.


동식 : 장그래씨, 하던 일 끝나면 퀵 좀 불러줘. 오성실업 갈 거야.

그래 : 네! (다시 열심히 탁자를 닦는다)


상식, 자리에 앉아 탁자를 닦고 있는 그래를 다시 본다.


/상식 : (버럭) 나가라구! 이 새끼야!!

/상식 : 이제 분명히 알겠지? 너한테 기회도 안 주는 이유, 니가 자격 없는 이유!


상식 : .... (서류 펼쳐 조금 검토하다가) 장그래, 캐비넷에 3년 전 서류보관 박스 있거든.

         거기서 남해화학 비료 선적했던 거, COO 좀 찾아와.

그래 : 네? (멍 본다~)

상식 : 그리고오... (화일철 찾으며 자연스럽게) 그 해에 일본이랑 LED건 MOU 맺은 계약서도 거기 있을 거야. 그것도 찾아 와.

동식 : (의아하게 돌아보고)

그래 : (멍~) 어... (캐비닛 쪽을 봤다가 다시 멍~ 하다가)

상식 : (흘깃 보고) 뭐하고 있어?

동식 : (다시 제자리로 보며) 뭐 하고 있긴요. 외계어 번역하고 있겠죠.


상식, 한숨 쉬고는 마지못한 듯 탁자 위로 책을 툭 던진다. <무역용어사전>이다.


그래 : (들어서 본다) 무역..용어 사전..

상식 :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그래 : 네?

동식 : (돌아보면)

상식 : (서류 챙기며) 같은 건 바라지도 않으니까 있는 동안만큼은 장님 문고리 잡듯 더듬거리는 척이라도 하란 말이야.

         복장 터지니까. (서류 들고 나가 다가 다시 보고 위협적으로) 앞으론 되묻지 마. (휙 나간다)


서로 꿈벅 꿈벅 보는 그래와 동식.



17. 섬유3팀 - 영이 팀 / 낮


영이 : (통화) 네, 선박 위치 확인 부탁드리고요. 기상 상태가 안 좋다니까 입항까지 예상시간 뽑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으면 또 전화 온다) 아, 네 과장님. 법무팀 확인했구요. 문제 없습니다. 네.


목이 아파 주무르는데 문자가 온다. 발신인 <.....>

굳는 얼굴의 영이, 입술을 깨문다. 안 받고 보면 한참 후 울리다가 끊기고 문자 온다.

영이, 망설이다가 확인하면 <통화 어렵구나. 회사 앞에서 볼까?>


영이 : !!!!


다시 오는 전화, 영이 파르르한 얼굴로 있다가 받는다.


영이 : ....네, 저예요. (말 들으며 인상이 점점 파리해진다) ....네 듣고 있어요. 아뇨, 없어요. (벌떡 일어나며) 정말 왜 이러세요!


주변에서 힐끔 본다. 백기도 본다.

영이, 주변을 의식해 보다가 백기와 눈이 마주친다.

영이, 다시 앉으며 애써 침착하려는 소리로.


영이 : 싫어요. 오지 마세요. 싫다구요!


전화를 확 끊어 버린다. 북받치는 감정을 고르고 있는데 또 문자 온다.

핸드폰을 꽉 쥐는 영이, 확 확인하면 발신자 이상현 <아템 얘기 좀 합시다. 잠깐 봐요> 유치찬란한 이모티콘도 있다.


영이 : ....



18. 중앙 정원 / 낮


무역용어사전을 넘겨보고 있는 그래. 빼곡한 내용들. 몇 글자 읽다가 금방 몰입하는데.. 문자 온다.

보면 석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장그래씨에게 모든 걸 일임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뭐든 하세요>

또 문자 온다. 다시 보면 <왜냐구요? 난 이미 붙은 몸이라고 했잖습니까?ㅎㅎㅎ>

가볍게 한숨 쉬고 고개를 드는데 영이가 오고 있다.

쳐다보는 그래. 영이도 봤다.


영이 : (다가와서) 안녕하세요.

그래 : 네... 안녕하세요.

영이 : 한석율씨하고 파트너 짜셨다면서요.

그래 : (딱딱한) 네.

영이 : (웃으며) 전 차인 거네요.

그래 : (웃는 영이를 본다)

상현(off) : 헤이~ 안영이씨이~


파일철 하나 들고 건들건들 영이에게 다가온다. 그래를 흘깃 봤다가 영이에게.


상현 : 아이템 말야, 괜~히 이거 저거 쑤시지 말고 울 동아리 선배들한테 하나 받아서 하자구.

영이 : (찡그리며) 동아리 선배들이요?

상현 : 여기 서서 이럴 게 아니고, 휴게실로 갑시다. (손목을 덥석 잡고 끈다)

그래 : (멈칫하며 본다)

영이 : (손목을 확 뿌리치며) 이상현씨!!

상현 : 어? 아~ 미안 미안, 내가 워낙 여자 후배들하고 막 지내서,

         근데 너무 오버 아냐? 이럼 내가 무슨 추행이라도 한 거 같잖아아~

영이 : 이상현씨!

상현 : 이래서 사회 나오면 여자들 조심하랬는데.. 사람 우스워지는 거 눈 깜짝할 새야~. 휴게실로 와요.

         (고개 저으며 건들건들 간다)

영이 : (기가 막혀 보다가 그래를 보고 간다)

그래 : ....



19. 휴게실 / 낮


파일 철을 펴들고 기가 막힌 얼굴로 상현을 보고 있는 영이.


영이 : 자원선점 방법이요?

상현 : 울 24기 선배가 율산상사 갔는데, 이 아이템으로 수석입사를 했어. 뽀롱 안나아~ 이걸 살짝 변형해서,

영이(o.l) : 이상현씨!

상현 : 광자원공사 다니는 선배도 있고, 자료는 빵빵할 거야. 영이씨는 그냥 숟가락만 얹으면 돼요.

영이 : (파일철을 탁 접고 내밀며) 싫어요. 숟가락 얹는 거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삭은 밥엔 도저히 못 올리겠어요. 구려서.

상현 : 아~ 나 참. 좀 쉽게 갈 건 쉽게 갑시다. 빡빡하긴. (일어나 건들건들 간다)


영이, 피곤한 듯 ‘후~’ ‘하며 얼굴을 잡고 숙인다.


영이 : .....


탁탁탁탁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 들린다.

고개 들지 않고 있는 영이. 영이 앞에서 멈춰서는 발자국 소리.

영이, 고개 숙인 채 힘없는 소리로.


영이 : 그건 싫다니까요..

백기(off) : 왜 이러고 있어요?

영이 : (본다)

백기 : (테이크아웃 커피 건네며 앞에 앉는다) 어디 아파요?

영이 : 아.. 아녜요. (일어나 가려는데)

백기 : (팔을 잡으며) 앉아 좀 쉬어요. 보니까 하루 종일 혼자 정신없대요.

영이 : (팔을 빼며) 괜찮아요. (가려는데)

백기 : (다시 잡으며) 아~ 거 사람 참.

영이 : (본다)

백기 : 내 말이 아니고 그쪽 과장님 분부예요. (커피잔을 슥 돌려두며) 1층 카페에서 만났어요.

         (커피잔을 보라고 톡톡 치며) 종일 부려 먹고 4000원짜리 커피로 퉁치시려나봐요.


영이, 커피잔 보면 유치한 그림과 함께 <영이씨 미안. 좀 쉬어 ㅜ.ㅜ>

영이, 피식 웃으며 앉는다.


백기 : 2차 피티 개인과제 주제는 시험 전날 밤에 알려준다네요. 잔업이라도 남아있음 죽음이겠어요.

영이 : .....

백기 : 장그래씬 어쩌고 있나 모르겠네요.

영이 : (말없이 커피를 마신다)

백기 : 한석율씨는 알겠는데, 장그래씨가 한석율씨를 선택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자고 했는데 말이죠.

영이 : (의아) 많은 사람.. 들이요?

백기 : 몰랐어요? 아마 장그래씨랑 하면 돋보일 거라고 생각들 했나봐요. (웃으며 영이를 보며) 장그래씨를 이용하려는 거죠.

영이 : .....



20. 탕비실 밖 / 낮


나와서 걸어오는 영이, 영업3팀에 앉아 일하고 있는 그래를 본다....


영이 : (중얼) 나도 똑같은 사람으로 본 거네.


가볍게 한숨 쉬고 자기 자리로 간다.



21. 몽타쥬 / 밤


#21-1. 일하고 있는 그래

#21-2. 집에서 밤새 아이템 찾는 그래

#21-3. 한석율에게 <장그래씨, 더 분발하세요~ 파이팅입니다~>

#21-4. 건들건들 손 흔들고 가는 이상현 때문에 속상한 영이

#21-5. 오과장 앞에서 무역용어사전 시험보고 있는 그래

#21-6. 엘리베이터 앞, 타고 내리는 영이와 그래.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고 가는.

#21-7. 해가 뜨고 지고 바쁜 도심 빌딩 숲 풍경



22. 영업3팀 / 낮


동식, <00 극세사 먼지털이 수출의 건> 서류 보면서.


동식 : 이제 울산공장에 오더만 넣으면 될 거 같아요. 부장님 용케 결재 내 주셨네요. 전무님이 뭐라 안하셨나?

상식 : (커피 마지막 꿀꺽 마시고) 끝까지 실수 없이 진행해. 흠 잡히지 않게.

동식 : 지난번에 다 준비 됐던 거라 별 무리 없어요. 시간이 좀 바튼 것만 빼면요.

상식 : 아, 그리고 장그래, 베트남 건 배 정보 받은 거 확인해봐. 로딩 디스 차징 레이트하고, 뎀데스....

         아, 뎀데스는 용어 사전에 없지? 우리끼리 쓰는 현장 용언데,

그래 : 압니다. 디머리지 디스패치 말씀 하시는 거 아닙니까? 배가 선적이나 하역하지 못해서 정박할 때 내는 돈.

상식/동식 : (놀라 본다)

그래 : 복사 좀 하고 와서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상식 : 으..응. 그래, 가봐. (그래 가면 동식을 홱 보며) 니가 가르쳐 줬어?

동식 : 아뇨. (놀란 호기심) 장그래 혹시 천재 아녜요? 용어사전도 사흘 만에 다 외워 왔지.

         그 와중에 피티 아이템 준비하는 거 보세요. 뭘 알고나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상식 : 그게 중요한 거야. 뭘 알고나 하는 거야?

동식 : 과장님은 장그래가 붙었음 좋겠어요? 떨어졌음 좋겠어요?

상식 : (정색하고) 솔직히 말해?

동식 : (당황) 아니 뭘 그렇게까지 또 비장하게,

상식(o.l) : 솔직히 떨어졌으면 좋겠어.

동식 : 네? (본다)

상식 : .....



23. 탕비실 / 낮


복사기 앞에서 복사하다 말고 <다시> 라고 쓰여진 석율의 문자 메시지를 보고 있는 그래...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문자를 보낸다. <이번엔 또 무슨 이유죠?> 바로 답문 온다. < 섹시하지 않아요>

황당한 표정의 그래... 다시 문자 오는 소리. 보면 또 석율이다. 터치해 보면

가슴이 파인 티셔츠에 쫙 붙는 스키니를 입어 몸매가 드러나는 글래머 여자가 걸어가고 있는 사진과 함께

<섹시한 걸로 다시> 라는 문자다.

기가 막힌 그래, 그 위로 찰칵 찰칵 사진 찍는 소리.



24. 서울 시내 거리 / 낮


찰칵, 찰칵, 찰칵. 사진기 안에 담기는 섹시한 차림의 거리 여자들 룰루랄라한 얼굴로 지나가는 여자들.

사진을 찍고 있는 석율 한껏 멋을 냈지만 촌스럽기 짝이 없는 사복 패션 차림이다.

전화 온다. 방해 받아 조금 짜증나며 본다. 그래다. 답답한.


석율 : 아~센스 (받으며) 장그래씨. (사이) 안 되는 이유요? 문자 못 받았어요?

그래(e) :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석율 : 못 알아들으시는구나~ (웃으며) 요즘 말들이 다 그래요. (걸어가며) 섹시하단 말이 성적인 매력을 표현하는 단어로만

         쓰이진 않거든요, 뭔가 뭔가 (설명이 어려워 손목을 막 돌리며) 아~ 그 뭐냐, 뭔가 막 엣지 있는,

         아~ 이 말도 못 알아들으실 거고, 거 참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야 호흡이 척척 맞는단 소릴 들을 텐데 말이죠.



25. 탕비실 / 낮


그래 : (욱! 하는데)

석율(e) : 장그래씨가 좀 고지식한 편이죠? 그럼 이런 급변하는 문화코드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있긴 할 거예요.

그래 : 지금 그 소리가 아니잖습니까?!!



26. 시내 거리 / 낮


석율 : (어리둥~) 네? 아니에요? 그럼 뭐가 문제예요? (듣는 듯) 아~ 그거.

         (각 잡고) 장그래씨, 그 아이템으론 택도 없어요. 아시겠어요? 갖가지 입상 경력이 있는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래(o.l)(e) : 제 맘대로 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27. 탕비실 + 시내거리 일각 / 낮 / 화면 분할


석율 : (멈춰 서서 정색) 공유한다고 했죠. 제가 할 일은 한다고도 했고요.

그래 : 한석율씨가 다시 하라면 무턱대고 해야 합니까?

석율 : 장그래씨, 전 회사의 생리에 밝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경험적으로 가까운 사람이구요.

         누가 누구의 말을 들어야겠습니까?

그래 : (어금니에 힘이 들어간다)

석율 : 내가 장그래씨보다 잘났단 얘길 하는 게 아닙니다. 정확한 조언으로 도움을 드리고 있는 겁니다.

그래 : (누르고) 그럼... 어떤 아이템이어야 하죠?

석율 : 본인이 찾으세요.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그리고, 섹시한 걸로.

그래 : (화르륵~!!)

석율 : 아, 그리고 나 지금 서울 출장 왔어요. 필요하면 들어갈까요?

그래 : (꾹...) 아니, 됐습니다.

석율 : 그래요, 준비되면 다시 연락 주세요. (전화 끊는다)



28. 탕비실 / 낮


그래, 벌개 진 얼굴로 전화기를 노려보다가 ‘후~ ’ 참고 전화기를 내리는데 띵~ 문자 온다.

확인하면 석율의 문자다. <섹시하지 않다=넘넘넘 평범하다>에 유치한 이모티콘까지.

기가 막힌 그래.


그래 : 진짜 이 인간이!!



29. 휴게실 / 낮


파일을 보고 있는 백기, 픽 비웃음을 물며.


백기 : 저 쪽 폭탄이 먼저 터졌군.


탕비실 쪽에서 화난 얼굴 그대로 확 들어오던 그래, 멈칫한다.

당황하는 그래.


백기 : 아, 안녕하세요? 장그래씨.

그래 : (굳은) 네.

백기 : (파일 보며) 잘 돼가요?

그래 : .... 쉽지 않네요.

백기 : (파일 보며) 네. 그렇죠?

그래 : (쳐다 보는데)


휴게실 쪽 문이 열리며 파일 들고 들어오는 종민.


백기 : (반갑게) 아, 종민씨, 우리 둘이 자료가 겹치네요. (일어나며) 나가서 얘기 해요. 찬바람 좀 쐬죠. (나간다)


종민도 나가고 혼자 남은 그래... 굳어진 얼굴.



30. 회사 앞 거리 / 밤


가방을 들고 퇴근하는 그래. 여기 저기 취한 회사원들의 풍경. 고개를 들어 맞은 편 큰 빌딩의 불빛들을 본다.


그래 : .....


/보자기에 기보들을 싸는 그래. 옆에는 묶어 둔 기보들.


동기1 : 정말 그만 두려고?

그래 : ....

동기2 : 지금까지 해 온 게 있는데... 너 한번 하면 끝장 보는 놈이잖아. 한번만 더 해봐.

동기1 : 그래 임마, 우리도 입단했는데.. 넌 우리보다 잘했잖아.

그래 : (빙긋 웃는)

동기1 :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그래 : (두 사람을 본다)



31. 그래의 방 / 밤


책들과 자료 문서들을 잔뜩 쌓아 놓고 아이템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그래.

조금 열리는 문, 문 틈으로 보는 그래모..



32. 그래의 방 / 밤


문을 닫고 돌아서는 그래모.


그래모 : 뭘 저렇게 잔뜩 어질러 놓고.. (가려다가 다시 돌아보며) 주말 내내 잠도 안 자고 뭣하는 짓이야?



33. 원인터 외경 / 낮



34. 영업3팀 / 낮


점심시간 빈 사무실 분위기.

밥 먹고 들어오는 상식과 동식 분위기. 의자에 뒤로 기대 자고 있는 그래를 보고 '허!' 하며 다가온다.


동식 : 깨울까요?

상식 : 둬.


나간다. 동식도 따른다.



35. 통로 / 낮


동식 : 피티 시험 아이템이 잔뜩이더라구요.

상식 : 혼자 준비하는 거야? 파트너가 누구라고?

동식 : 울산 공장 내려간 친구 있잖아요? 한석율이라고.

상식 : 아~ 그 뺀질이?

동식 : 그 친구 요령이 좀 좋습니까? 장그래가 아마 일을 잔뜩 떠맡은 모양이에요.

상식 : 요령만 있는 놈하고 요령도 없는 놈하고 만난 거군.

동식 : (웃으며) 그렇게 되네요.

상식 : .... (돌아보며 걸어간다)



36. 영업3팀 안 / 낮


계속 자고 있는 그래. 꿈을 꾼다.



37. 그래의 꿈 속 / 낮


바둑판 위에 조용조용 놓여지는 흑백 바둑돌들.


그래(e) : 나의 영웅들...


어린 그래가 바둑을 두고 있다. 어린 그래의 손을 잡고 바둑돌을 놓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래(e) : 조남철.


남자, 뒷모습 바뀐다. 여전히 어린 그래의 손을 잡고 바둑을 둔다.


그래(e) : 조훈현.


계속 다른 사람들로 바뀐다. 그래도 청소년 그래로 바뀌어 있다. 그래의 손을 잡고 바둑을 두는 건 여전하다.

청소년 그래 옆으로 죽~ 사람들이 겹쳐 늘어져 있다. (원작처럼 효과)


그래(e) : 이창호와 유창혁. 천재 이세돌. 조지훈, 세고에 겐사쿠.


사람들이 흐려진다.


그래(e) : 많은 나의 영웅들이... 사라져간다. 가지마... 가지마요... 제가 잘할게요... 가지마요..



38. 영업3팀 안 / 낮


그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가 인근에서 멈춘다. 영업3팀 밖에서 그래를 쳐다보고 있는 영이, 양 손에는 서류 잔뜩. (창고 방향->)

조용히 눈을 뜨는 그래. 영이, 얼른 간다.

영이가 본 줄 모르는 그래, 눈을 뜬 채 1씬처럼 손을 들어 올려 본다.


그래(e) :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같은 꿈을 꿔. 바보 같은 놈...


떨쳐버리듯 후~ 하고 컴퓨터로 간다. 메일 수신확인을 하는 그래. 석율, 아직 안 열어 봤다.


그래 : (인상 쓰는) 진짜!! (전화 한다.)



39. 울산 대포집 밖 / 낮


울리는 전화를 들고 나오는 석율, 받는다.


석율 : 네, 장그래 씨.



40. 중앙정원 + 울산 대포집 밖 / 분할화면 / 낮


그래 : 아이템 보냈다는 문자 못 받았어요?

석율 : 아~ 예, 받았습니다. 바빠서 아직 못 읽었어요.

그래 : 바빠도 좀 체크해 주세요. 아이템을 빨리 정해야 나머지 준비도 하죠.

석율 : (서둘러 끊으려는) 아~ 알았어요~ 알았다니깐요!! (확 끊으며) 더럽게 보채네. (대포집 안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41. 울산 대포집 안 / 낮


돼지고기 수육에 한잔 하는 나이든 공장 사람 셋에게 설레발치며 다가가는 석율.


석율 : 죄송합니다~ 원인터에서 자꾸 전화가 와서요. (수육 집어 주며) 자자~ 돈 걱정일랑 마시고 오늘 목에 기름칠 좀 하세요.

공장직원1 : 젊은 사람이 목에 기름칠 하는 것도 알아? 암튼 물건이야.

공장직원2 : 이걸 멕이구선 내일은 뭘 또 더 가르쳐 달랠라구, 미스타 한!

석율 : 아들 뻘이구만 말씀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석율아~ 해보세요.

직원들 : 하하하하.

석율 : 드세요 드세요! (술 따르며) 석율이가 한잔 올립니다~



42. 탕비실 / 낮


들고 온 서류를 복사하고 있는 영이.


/자고 있는 그래, 눈물이 고여 있는.


그래 : 가지마... 가지 마요... 내가 잘 할께요.


영이 : .... (전화 온다. 확인하며 받는다) 네, 이상현씨.

상현(o.l) : 아! 영이씨! 나 지금 동아리 선배가 자료 준다고 해서 나가봐야겠네.

               우리 저녁에 미팅하기로 한 건 내일로 미룹시다. 내가 자료 빵빵하게 받아 올께!! (툭 끊는다)

영이 : (한숨 푹~ 쉬며) 니 마음대로 하세요.


영이, 복사지 챙겨서 안고 나가려는데 그래 들어온다. 마주치는 두 사람.

영이 '아..' 하며 비켜서는데 그래도 동시에 비켜선다. 머쓱한 그래, 반대로 비켜서는데 영이도 동시에 또.

머쓱하게 웃는 영이와 그래.

영이, 한 쪽으로 비켜서면 그래 머쓱하게 꾸벅하고 지나가는데.


영이 : 저, 장그래씨.

그래 : (보면)



43. 휴게실 / 낮


커피 마시는 두 사람.

그래, 영이 앞에 잔뜩 복사된 서류들을 쳐다 본다.


영이 : (커피 마시고 웃으며) 피티 준비한다고 봐주지는 않네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분위기에요. 그 팀도 그래요?


그래, 무심한 상식과 동식을 떠올린다.


그래 : (고개를 숙이며 옅게 웃으며) 네.

영이 : (옅게 한숨 쉬며) 솔직히 파트너 때문에도 힘들고요.

그래 : 네?

영이 : (웃으며) 지난 번에 보셨잖아요. 막무가내인 거.

그래 : 아...

영이 : 누구와 파트너가 되건 내 몫의 역할만 분명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대화가 되는 사람하고 했으면 했거든요.

그래 : (보는)

영이 : (웃으며) 그냥,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장그래씨가 알고 있는 그런 나쁜 의미로 같이 하자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래 : 미안,

영이(o.l) : 아뇨. 그만두세요.

그래 : (당황해서 보면)

영이 : 사과는 합격하면, 그때 해주세요.

그래 : ..... (웃는다)

영이 : (웃는다)


그때 들어오는 백기. 멈칫, 둘을 본다. 자기도 모르게 미간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백기 : (아무렇지 않은 듯 다가오며) 뭐예요?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영이/그래 : (본다)

영이 : (웃으며) 네.

백기 : (웃는 영이에 심사가 편치 않다. 그래 보며) 장그래씬 여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영업 3팀에 일 생긴 거 같던데?

그래 : 네?!



44. 영업3팀 / 밤


상식은 흥분한 어조로 통화하고 있고, 동식은 심상찮은 분위기로 서 있다.


상식 : 물론 우리가 잘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 쪽도 초반에 잠깐 구두 계약 상황에서 했던 얘긴데 (듣고)

         하지만 (저쪽에서 말을 하는 듯 듣고 있다가 후...) 네, 네 알겠습니다. 일단 해결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네네.

         (전화 끊고 씩씩..)

동식 : 과장님..

상식 : (버럭) 넌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해!!!

동식 : (숙이는) 죄송합니다.

그래 : (급히 들어 온다)

상식 : 확인, 또 확인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동식 : (숙인 채) 죄송합니다....

상식 : 후.... 아니지. 아니다. 그걸 검토해서 결재한 건 나니까 내 책임이지.

동식 : 아닙니다. 제가,

상식 : 실수라곤 도통 모르던 놈이 어쩌다 그랬어? 중국 딜레이건으로 정신 없었던 거 알아.

         근데 여러 번 얘기했잖아. 너 나 둘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당백이어야 한다고!

동식 : 죄송... 합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 서 있던 그래 영업2팀에서 막 나가고 있는 석호를 본다.

눈치 보며 나가는 그래.



45. 통로 / 밤


걸어가는 석호를 다급히 쫒아가는 그래.


그래 : 석호씨! 김석호씨!

석호 : (돌아보면)

그래 : 우리 팀, 무슨 일인지 혹시 알아요?

석호 : (걱정스러운) 아.. 난리 났었어요. 김대리님이 진행하던 극세사 먼지털이 수출 건이요,

         이제 와서 바이어 쪽에서 한 – EU FTA 조건에 맞춰 달라고 했대요.

그래 : (의아하게 보면)

석호 : 그럼 원산지 증명서 다 첨부해야 하거든요.

그래 : 어....

석호 : 구두 계약 때 잠깐 나왔던 얘긴데, 김대리님이 듣고도 놓치셨나봐요.

         한 – EU FTA 정식 발효가 내년이니까 크게 고려하지 않으신거죠. 바이어 쪽에선 녹취가 돼 있다고 나오니까..

그래 : 어... 근데... (영업 3팀 보며) 제가 알기론 그거, 선적 다 끝나서 내일 새벽에 배 뜨는데..

석호 : 그러니까요, 근데 막무가낸가봐요. 원산지 증명서 첨부해서 계약된 날짜 안에 인도 안 되면 계약 무효화한다고..


그래, 영업3팀을 돌아본다. 상식과 동식..


석호(off) : 언제 울산 공장까지 가서 원산지 증명서를 만들어요. 배 뜰 텐데.



46. 영업3팀 / 밤


방법을 강구하며 서성이고 있는 상식, 동식은 침통하게 있다.

그래, 다시 들어오는데.


상식 : 선적 캔슬하고 다시 부킹해서 나가면 계약 날짜까지 보낼 수는 있나?

동식 : 다시 부킹이요? 하지만 배가,

상식 : 쾌속선 있잖아.

동식 : 삼일 안에 원산지증명서 완료하고, 운이 좋아 쾌속선도 찾을 수 있다면..

상식 : 좋아, 당장 쾌속선 먼저 찾아.

동식 : 하지만 과장님, 그렇게 되면 비용 초과가,

상식 : (버럭!) 지금 그게 문제야!? (상식 자리 전화벨 울린다. 받으면)

김부장(e) : 들어 와.



47. 김부장 자리 / 밤


화난 얼굴의 김부장.


김부장 : 쾌속선?

상식 : 네, 무슨 일이 있어도 3일안에 원산지 증명서 완료하겠습니다.

김부장 : 쾌속으로 보내는 비용에, 3일간 창고 보관료에, 부킹 캔슬 차지까지, 비용은 어쩔 꺼야?

상식 : (입술을 깨물었다가) 일단은 계약무효를 막는 게 가장 급선무입니다. 향후 신뢰관계도 있고.

김부장 : 그걸 아는 사람이 일을 이 따위로 해!!

상식 : ....



48. 영업3팀 / 밤


상식, 들어오면 전화 끊으며 벌떡 일어나는 동식. 그래도 덩달아 일어난다.


상식 : 필요한 거 챙겨. 바로 내려가자. 배는 내려가면서 찾고.

동식 : 네. (다급히 짐 챙기고) 컨테이너는 일단 창고 보관 조치 해 뒀습니다.

상식 : (이것저것 챙기며) 지금 가면 몇 시 열차 탈 수 있지?

그래 : 저... 제일 빠른 게 한 시간 뒤라, 일단 예약해뒀습니다만.

상식/동식 : (멈칫하고 그래를 본다)

상식 : (가방 들며) 가자. (나서는데)

그래 : 과장님, 저는 여기서 뭘 할까,

상식(o.l) : 니가 하긴 뭘 해? 그냥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해. (동식에게) 가!


멀어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그래, 한숨을 내쉬고는 핸드폰을 본다. 감감 무소식..


그래 : 하던 일을 할 수가 있어야죠.. 이 인간 때문에..



49. 울산 대포집 안 / 밤


부어라 마셔라 요란 떨고 있는 석율, 절반은 취해서 아저씨들 앞에서 별별 재롱을 다 떨고 있다.



50. 울산공장 외경 / 낮



51. 울산공장 사무실2 안 / 낮


오과장, 동식, 공장부장, 서류를 잔뜩 놓고 넘기면서 보고 있다.


공장부장 : 그게 참... 원단이 부족해서 반은 중국산, 반은 국내산에 손잡이는 인도네시아. 고리는 대만산이에요.

동식/상식 : (낭패...)

동식 : (상식에게) 그럼 각각 만들어야 해요.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지는데요..

상식 : (공장장에게) 중국 쪽 서류는 준비돼 있어요?

공장부장 : 수입할 때 서류야 창고 어디 있겠죠. 찾아봐야 돼요.

동식 : (서류 넘겨보다가 안 되겠다) 이거 아무래도 염료공장으로 직접 가야 원산지를 알 수 있겠어요.

         가서 서류 완료하고 팩스 보내겠습니다.

상식 : 그래. 쾌속선은 어떻게 됐지?

동식 : 황대리가 섭외 중이에요. 곧 연락 올 겁니다.

상식 : 수입자 정보는 놓고 가.

동식 : 그거 오과장님 책상 위에.. 뒀는데?

상식 : 어? (아차 싶다)

동식 : 장그래한테 팩스 넣으라고 할께요.

상식 : 아냐, 여기도 일이 많아졌으니까 갖고 내려오라고 해.



52. 영업3팀 안 / 낮


심란한 그래, 다시 메일을 확인한다. 아직도 읽음 표시가 안 되어 있다.


그래 : 이 자식이!!


전화를 거는 그래. 한참 울리는데 안 받는 석율.

폭발 일보 지경이 되는 그래, 전화를 확 끊어 버리고 문자를 보낸다. <이봐요 한석율씨!! 아이템 보냈으니 확인하세요!!>

전송 누르면 전화가 온다. 그래, 멈칫 하고 보면 <김동식 대리님>



53. 울산 공장 외경 / 낮


서류를 들고 다급히 들어서는 그래, 문득 걸음을 멈춘다.


그래 : 아...!! (공장을 다시 올려다본다) 한석율이 여기 있다고 했지..!!


인상이 확 써지는 그래, 다급히 공장 안으로 들어가 사무동 쪽으로 급히 가면

그 뒤에서 작은 기계가 든 수레를 밀고 가로 질러 가는 석율.



54. 울산 공장 사무실2 안 / 낮


상식, 분주하게 서류를 보고 있는데 다급히 들어오는 그래.


그래 : 과장님!

상식 : 줘봐. (꺼내보고) 됐어. 너 창고 가서 (울리는 핸드폰, 보고 받는다) 쾌속선 됐대?

동식(e) : 네! 섭외 됐답니다! 원산지 증명서만 시간 내에 맞추면 되겠어요.

상식 : 알았다. (전화 끊고 그래에게) 창고 가서 자료 좀 찾아봐. 최근 3년치 원단 관련 서류면 다 챙겨와.

그래 : 네. (나간다)



55. 울산 공장 창고 안 / 낮


원단이 두루마리 형태로 다양하게 꽂혀 있는 선반 옆 캐비닛, 그래가 서류를 찾아 빠르게 움직인다.

연도별로 정돈된 자료박스 안에서 ‘원단’이라는 라벨만 보이면 착착 올려 쌓는다.

다 쌓고 들려다 말고 핸드폰 꺼낸다. 메일에서 수신 확인한다. 역시 안 읽음으로 되어 있다.

‘후...’ 기가 막힌 그래. 양손으로 받쳐서 겨우 들고 나간다.



56. 울산 공장 마당 / 낮


자료를 잔뜩 들고 다급히 사무실로 가던 그래, 멈칫 선다.

저만치에 지나가는 석율을 발견한다. 일그러지는 그래.

여자 뒤를 졸졸 따라가는 석율이 여자의 엉덩이를 유심히 보고 있다.

‘뭐하는 거야?’ 싶어 의아하게 보는 그래.

그때 여자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스~윽 내밀며 따라가는 석율.


그래 : !! 저 또라이 자식. (막 소리 지르려는데)


석율, 기어이 여자의 엉덩이를 쓰윽 만진다. 비명을 지르며 돌아보는 여자,

놀란 석율도 손을 내민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여자를 쳐다보는데, 쫘~악! 날아오는 귀싸대기!


그래 : !!!!

여자 : 이 변태 새끼!

석율 : (아파 죽겠다) 아.. 그.. 그게 아니고

여자 : (노려보다가 확 돌아서서 가려는데)

석율 : 저.. 저기요.

여자 : (홱 돌아보면)

석율 : 기왕 맞았으니까 한번만 더 만져 보면 안돼요?

여자 : (허!! 짝! 한 쪽 뺨도 마저 올려 부치고 확확 간다)

석율 : (너무너무 아프다 눈물이 찔끔찔끔 나는데 누군가 앞에 선다. 보고) 어?!!

그래 : (한심한) 당신이 말하던 현장이란 게, 현장에서 변태 짓 하는 겁니까?



57. 울산 공장 식당 / 낮


양 뺨이 벌겋게 부어 올라 있는 석율, 각얼음을 수건에 부어 싸서 얼굴에 댄다.


석율 : 피부가 애기 피부처럼 약하지 뭐예요.

그래 : (화난) 대체 아이템은 왜 확인 안하는 겁니까?

석율 : 지금 보러 가는 중이었어요. 근데 진짜 여긴 웬일이에요?

그래 : 세 개 보냈습니다. 빨리 확인해 주세요.

석율 : 뭐요? 세 개? (어이없다가 가르치듯) 이봐요. 장그래씨, 난 예전 인턴 실습했던 회사에서

         아이템 하나당 20페이지씩 꽉꽉 눌러썼어요.

그래 : (보면)

석율 : 하나에 최소 사나흘이에요. 근데 일주일 만에 3개? 이게 그렇게 만만해요?

그래 : .... 확인해주세요.

석율 : 아.. 나 진짜 이 분.. 이봐요 장그래씨,

그래(o.l) : 부족한 점이 있다면, 다시 만들겠습니다.

석율 : (후...)



58. 울산공장 사무실1 / 밤


노트북을 확! 여는 석율.


석율 : 아~ 진짜,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가 고생이다. 이 자식아. 양으로 승부? 어림 없어 이 자식아.

         (파일 열면 각각 42쪽, 40쪽, 53쪽. 헉, 기가 막힌) 40, 50.. 기가 막히는구만. 아이템 기획서가 독후감이야 연애편지야?


어이없는 표정으로 마우스 움직여 기획서를 보는 석율. 정말 같잖다는 표정인데.

공장 부장 들어온다.


공장부장 : 에이! 사람들이 말야. 정신 바짝 차리고 일 하잖고.

석율 : (돌아보며) 네?



59. 공장 사무실2 안 / 밤


서류를 열심히 검토하고 있는 상식과 그래.

어깨가 뻐근한 상식, 목을 돌리고 주무르는데 그걸 본 그래, 일어나며.


그래 : 좀 주물러 드릴까요?

상식 : (위협적으로 바로) 하지마아?

그래 : (바로 앉으며) 네.

상식 : (불만스럽게 흘깃 보며) 아주 이상해! 쯧..

그래 : (모른 척 일하는)

상식 : (다시 일하며) 피티 준비는 잘 돼 가는 거냐?

그래 : 네? (꿈벅꿈벅 쳐다 볼 뿐 대답 없는....)

상식 : (보며) 왜?

그래 : 아.. 아니.. 한 번도 물어 보신 적이 없으셔서.. (감격에 겨워 꿀꺽 하고 일어나며) 아, 저의 피티는,

상식(o.l) : 됐어!

그래 : (바로 앉으며) 네.


그때 삑삑 팩스가 들어오고 있다. 그래, 얼른 가서 팩스 받아다 준다.

동시에 상식 폰으로 전화 온다. 상식, 서류 보며 전화 받으며.


상식 : 들어 왔어. 수고했다. 이제 여기서 원산지확인서 받아서 포워딩 업체에 보내면 돼.

동식(e) : 염료 수입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전 바로 서울로 가서 나머지 준비하겠습니다.

상식 : 서울 가서 보자. (끊고)

그래 : (조심스럽게) 잘 된 건가요?

상식 : (흘깃) 그래.

그래 : 네.

상식 : (찌푸리며 확!) 너 진짜!


그래, 씩 웃는데 문자 온다. 보면 석율. <좀 봅시다>


그래 : (씰룩해서 핸드폰 넣고) 저.. 과장님, 하나 여쭤볼 게 있는데요.

상식 : (일만 하는)

그래 : 과장님은 사기 당해 본 적 있으십니까?

오과장 : 뭐?

그래 : 도움은 안 되고 걸리적거리고 사기는 떨어뜨리고,

상식(o.l) : 니 얘기 하는 거야?

그래 : (꾸벅 하고 가려는데)

상식 : 니 파트너 말야. 한석율? 내 보기엔 그 친구는 성취동기가 분명한 부류야.

그래 : (보면)

상식 : 니가 실력이 없으면 그걸 이용해 자기를 돋보이려고 할 거고, 실력이 좋아도 그걸 이용해 자기를 돋보이려고 할 거고.

그래 : 네.

상식 :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은 토네이도 같아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피해를 주지.

그래 : ....

상식 : 하지만 그 중심은 고요하잖아. 중심을 차지해.

그래 : ....



60. 공장 옥상 / 밤


옥상으로 들어오는 그래, 저만치 각 잡고 서 있는 석율이 보인다.


그래 : ..... (다가간다) 보셨어요?

석율 : (흘깃 보고) 영업3팀 사고 쳐서 왔다면서요? 오과장님하고.

그래 : .... 아이템은 어때요?

석율 : 흠.. 회사일 안하고 이것만 했어요? 분량이 이건 뭐~

그래 : 어떤가요?

석율 : 뭐....

그래 : 다시?

석율 : ...음. 두 번째 아이템으로 하죠.

그래 : 확실합니까?

석율 : (거만해져서) 그래요. 좋습니다. 어~ 다만,

그래(o.l) : 그럼 됐군요.

석율 : (띵) 네?

그래 : (똑바로 보며) 아이템 선정은 함께 했습니다. 경험 많은 한석율씨가 저와 함께했다는 이유로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죠.

         이 아이템에 동의하셨으니 됐습니다.

석율 : 네?

그래 : 이제 PT 디테일은 제가 만듭니다. 제게 유리하도록.

석율 : 어..

그래(o.l) : 과정은 공유하지만 지시는 받지 않겠습니다. 약속대로.

석율 : (멍~)

그래(e) : 바둑은 기본적으로 싸움이고 전쟁이다.

그래 : 그리고,

석율 : (보면)

그래(e) : 다가오면 물러서기도 하고 상생을 도모하기도 하지만

그래 : (한 발 나선다)

그래(e) :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세계다.

그래 : 너 몇 살이냐?

석율 : 네?


쫄아서 멍~하게 그래를 보고 있는 석율과 그런 석율을 보고 있는 그래 위로.


그래(e) : 그 세계에서 10년을 넘게 살았었다. 패잔병이지만, 승부사로 길러진 사람이다. 선수를 넘기지 않는 선수다.



61. 공장 사무실 안 / 낮


프린트 되는 서류 ‘원산지증명서’ 라고 적혀 있다.

증명서를 들고 다시 포워딩 업체에 팩스를 보내는 그래. 동식과 열심히 통화하는 상식.


그래(e) : 영업 3팀의 일은 잘 마무리 됐다. 시간 안에 원산지 증명서도 완료해 포워딩 업체, 아, 포워딩 업체란

             수출입 물품의 운송을 대행해 주는 업체다... 라고 무역용어사전에 나와 있다. 그 포워딩 업체에도 보냈고,


#61-1 인서트

항구에 떠 있는 배.


그래(e) : 울산 앞바다에 배도 무사히 띄웠다.


뿌아앙~~~~ 우렁차게 울리는 뱃고동 소리!


그래(e) : 그리고 며칠 뒤



62. 원인터 로비 / 낮


서류 들고 들어오던 그래, 문득 멈춰 선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석율, 그래를 돌아보곤 뚜벅뚜벅 가서 선다.


그래(e) : 그가 왔다.


인상 쓰며 보는 그래 눈 앞에 서류 두 장을 척척 내민다. 각각 석율과 그래의 주민번호가 적힌 인적서류.

주민번호 밑에 빨간 색 굵은 사인펜으로 밑줄 좍 그어져 있다. 석율이 1살 많다.

썩소를 날리며 그래를 쳐다 보는 석율, 석율을 보는 그래 표정 위로.


상식(e) : (흥분한) 징계위원회요?!!



63. 김부장 방 / 낮


김부장 : 그러게,

상식(o.l) : 추가 비용 좀 발생했다고 징계위원회요? 대체 왜 이러십니까?

김부장 : 그러게,

상식(o.l) : 그런 일마다 징계위원회까지 열리면 대체 몇이나 성합니까? (흥분한) 일단 위원회 열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적어도 감봉에, 웬만하면 좌천인데. 창창한 대리한테 빨간 줄을 꼭 그어야겠습니까?!!

김부장 : (버럭!) 그러게 왜 전무님이 깐 아이템을 들이 밀어!

상식 : (멈칫!) 전무님... 뜻이란 의밉니까?

김부장 : 전무님도 나름 당신 판단이 있어 깐 건데, 그걸 너무 잘난 당신이 지적질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다시 들이밀었을 땐 괄호치고 목숨 걸었습니다! 괄호 닫고 한 거 아냐?!!

상식 : (기가 막힌) 부장님!

김부장 : (더 크게 버럭!) 그랬으면 애초 일을 제대로 했어야지! 왜 빌미를 드려!!



64. 김부장 실 밖 / 낮


깜짝 놀라 쳐다보는 사람들.

잠시 후 김부장 실에서 거칠게 나오는 상식 사람들의 시선이 상식에게로 향한다.


김부장(e) : 징계위원회를 열지 말지 아직 검토 중이라니까, 그렇게 알고 기다려. 나도 좀 알아 볼테니까.


흥분한 얼굴로 넥타이 풀면서 걸어가는 상식.



65. 영업3팀 / 낮


흥분한 얼굴로 들어오는 상식을 보고 일어나는 동식과 그래.


동식 : 과장님...

상식 : 일 안하고 뭐해?! (자리 앉으며) 장그래! 넌 TC 따는 법 다 익혔으면 모기장 건 TC 좀 따.

그래 : 네.

동식 : 과장님.

상식 : (동식 보고) 일해.

동식 : 징계, 감수하겠습니다.

상식 : (확 보며) 감수하지 않음 어쩔 건데?!!

동식 : (숙이는)

그래 : .....

상식 : (후... 벌컥 일어나 나간다)



66. 옥상 / 낮


양 손으로 난간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식....


상식 : 후.... (전화기를 꺼내 전화 한다)

여자(e) : 인사팀입니다.

상식 : 조부장님 자리 계십니까?

여자(e) : 외근 중이세요. 어디시라고

상식(o.l) : 영업3팀 오상식이에요. 조부장님 핸드폰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주머니에서 얼른 펜 꺼내 손바닥에) 010 – 9837에 (적으며) 네. (끊고 다시 전화하는데 바로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 후....눈을 감고 답답한 숨을 내쉬며 전화 끊는다)



67. 원인터 로비 / 낮


작업한 pt용 ppt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걸어오는 그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석율을 본다.

다가가면 석율도 보고 아는 척 하고.


석율 : 그 쪽 팀 김대리님인가? 징계위원회 회부된다면서요?

그래(e) : (보며) 정말이지, 모르는 게 없는 놈이다.

석율 : 모르는 거 없죠? 정보력이 곧 경쟁력이거든요.

그래(e) : (당황) 때려 맞추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놈이다.

석율 : 때려 맞춘 거 아닌데.. (그래 옆으로 슥 얼굴을 들이밀며) 독심술 좀 하거든요. 특히 여자 마음은 훤히 알죠.

그래(e) : 이.. 미.친.놈...



68. 휴게실 / 낮


석율, 빨간 펜 들고 그래의 ppt 자료 넘겨가며.


석율 : 문화와 무역, 좋아요. (무시 투로 펜으로 휙 그으며) 타이틀은 바꾸면 되고,

그래 : 어떤 문화권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필요한 것도 다를 텐데,

석율(o.l) : (안 듣고) 아! 그리고 여기 ‘문화에 갇힌’이 무슨 뜻이죠?

그래 : 그건 쓰다 보니,

석율(o.l) : (피식) 장그래씨, 혹시 우리 피티를 글짓기 대회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

               이런 멋만 부린 의미불명 문장은 마이너스 요소예요.

그래 : (당황)

석율 : 음.. 그래도 굳이 해석을 하자면.. (어린애 취급하듯) 예를 들어 더운 나라 여자들은 화장을 좋아할까요~?

         아! 당연히 싫어할 꺼야! 그래서 더운 나라엔 화장품이 안 팔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문화에 갇힌 사고방식이란 거죠?

그래 : (보기만)

석율 : (혼자 유레카! 흥분해서) 그럼 이런 거예요. PP섬유라는 게 있습니다.

         염색성이 나쁘고 내후성 내열성에 문제가 있어서 일반 의류 소재로는 안 좋죠. 그럼 이 섬유는 버릴까요?

그래 : (황당한)

석율 : (깔무시) 생각을 좀 해봐요. 생각을.


<화면 전환>

석율, 앉아 있는 그래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다가 뒤돌아서며.


석율 : 생각 좀 해봤어요?

그래 : 네, 그러니까,

석율(o.l) : 자아~ 이 섬유는 자체 항균기능에 열전도도가 낮아요. 그럼 어떤 현상?

그래 : 그게..

석율 : 따뜻하잖아요. 그리고 수분을 흡수하지 않아요. 그럼 어떤 현상?

그래 : (당황)

석율 : 건조가 빠르겠죠? 장그래씨!? 집중!

그래 : (열 받는다) 그럼 추운나라에 팔면 되겠죠! 하지만 염색성과 내열성에 문제가 있다면,

석율(o.l) : 후훗, 이게 장그래씨한테 내가 필요한 이윱니다. 현장의 힘. 나라면, 겨울이 긴 나라에 내복으로 팔 겁니다.

그래 : !!

석율 : 추위라는 문화 환경에 ‘갇힌 ’사람들에게 말이죠. 이게 내가 읽어낸, 그러나 장그래씬 아무 생각 없이 쓴,

         문화에 갇히다의 확장입니다. 어때요? 나만 믿고 따라 오면 되겠죠?

그래 : (하.... 할 말을 잃고 보기만 할 밖에..)



69. 옥상 / 낮


일각, 극심한 스트레스로 머리를 감싸 안고 앉아 한숨을 내 쉬고 있는 그래.


석율 : 나라면, 겨울이 긴 나라에 내복으로 팔 겁니다.

그래(e) : 거기까지 미처 생각 못했어.

석율(e) : 후훗, 이게 장그래씨한테 내가 필요한 이윱니다. 현장의 힘.

그래 : .....


그때, 옥상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상식의 목소리.


상식(e) :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래 : 어...? (나가려는데)

상식(e) : 김대리 일 잘하는 친굽니다. 조부장님도 아시잖습니까?

그래 : (!! 깜짝 놀라 몸을 더 숨기는)

상식(e) : 그리고 이번 일은 제 책임이 더 큽니다.

그래 : ....

상식 : 이 정도 실수는... (사이, 어두워지는 얼굴) 알겠습니다..

         (다시) 그래도 애 좀 써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장님. 네. 네. (끊는)

그래 : .....


상식, '후...' 깊게 내쉬는 한숨, 주머니에서 담배를 찾아 무는데 고과장 온다.


상식 : 어떻게 됐어?

고과장 : 그나마 말빨이 되는 게 권상문데 지금 러시아 갔댄다.

상식 : (찡그리는)

고과장 : 오과장아, 그러지 말고.. (눈치 보며) 전무 한번 찾아가.

상식 : (벌컥!!) 뭐?!!

그래 : (깜짝!!!)

고과장 : (성질 난) 뭐가 뭐가 뭐야?! 왜 지름길 알면서 돌아가?! 징계위원회, 전무 말 한마디면 없던 일 될 수 있는 거 잘 알잖아!

상식 : (인상 확 쓴 얼굴로 보며) 야! 고과장!

그래 : (긴장하고 듣는)

고과장 : 전무하고, 그래, 두 사람 묵은 감정 아는데, 이번만은 자존심 접어 둬라.

그래(e) : (의아하게 보며) 전무님하고..?

고과장 : 아이 그래! 냅 둬! 가지마! 그깟 거 뭐, 동식이 징계 먹어봤자 감봉 몇 개월, 심해 봐야 공장 좌천,

            어쨌거나 고과 악영향으로 승진 빠지는 거, 그거 밖에 더 돼?! 그래. 니 자존심이 중요하지 그깟 부하 사정이 중요하냐?

상식 : (씩씩 보는)

고과장 : 니가 할 수 있는데 안한 거, 그건 나만 알고 있음 되니까!

상식 : (노려 보는)

고과장 : (뒷골 잡으며 중얼중얼하며 나간다) 내가 왜 남 팀 일에 끼어서, 아 뒷골..

상식 : (씩씩 보며 서 있는)


그래, 조용히 쳐다보면 나간 고과장 쪽을 노려 보며 서 있는 상식.. 잠시 후 나가는 상식..



70. 엘리베이터 안 / 낮


굳은 얼굴로 있는 상식.. 엘리베이터 안 층별 안내판에서 <본부장실>을 쳐다본다.

/ f.o / f.i



71. 원인터 외경 / 낮


동식(e) : 장그래씨, 과장님 00에서 아직 안 오셨나?



72. 영업3팀 / 낮


가방에 서류를 챙기고 있는 동식.


그래 : (일어나며) 곧 들어오신대요.

동식 : 응. (나가며) 나 코트라 좀 갔다 올게.

그래 : 네.


석율, 오면서 가는 동식과 인사하고.


석율 : 피티 자료 제출하러 갑시다. 접수처 열렸던데.

그래 : (본다)



73. 원인터 밖 / 낮


오는 상식, 로비 문에서 나와 다급히 가는 동식을 본다.


상식 : ....



74. 접수처 복도 / 낮


접수처에 서류를 내미는 그래. 옆에 석율.


그래 : 장그래 한석율 좁니다. (사인한다)

석율 : (사인하며) 드디어 내일이네요.


그래,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석율도 '흥!' 보듯 가는데

로비 문으로 들어오는 상식. 그래를 봤다.



75. 엘리베이터 앞 / 낮


기다리며 서 있는 그래와 석율.


석율 : 아, 그리고 장그래씨. 생각해보니까 피티 마무리는 좀 더 섹시하게 끝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질문으로 끌내는 걸로 수정하죠.

그래 : (찡그리며) 네?


그래, 보는데 상식 두 사람 뒤에 와서 조금 거리를 두고 선다.


석율 : 응? 아~ 또 못 알아듣는 표정이다. 섹시하단 건 모다? (그래 답 기다리지 않고) 평범하지 않다는 거다.

         말했었죠? 남들 다 하는 확정적인 확신말고 의미심장한 질문으로 끝나는 게 좋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그래 : (굳은 얼굴로 본다)

상식 : (본다)

그래 : 하지만 면접이란 결국 그 사람의 생각을 알아보는 건데,

석율(o.l) :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잖아요~

               그 질문 자체가 그 사람의 생각까지 유추할 수 있는 질문이어야 한다는 뜻이죠. 아~ 답답하네.

그래 : ....

상식 : (편치 않은 얼굴로 본다)

석율 : 어떤 질문으로 끝낼 지 생각해 봅시다. 질문의 품격이란 책 좀 참고 해 봐요.

그래 : .... 그러죠.

석율 : (비웃는 듯 한 표정으로) 책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면 묻고요.

그래 : (보다가) 그러죠.

석율 : 음.. 그래도 모르겠으면

상식(off) : 장그래!!


그래, 석율 깜짝 놀라서 뒤에 상식. 얼른 인사하는 그래와 석율.


그래 : 과장님, 다녀 오셨습니까?

상식 : 오후 미팅 보고서 정리 아직 안 넘어 왔던데?!

그래 : (당황) 곧 마무리짓겠습니다.

상식 : (버럭) 곧? 피티 준비로 업무 소홀하면 안 된다고 몇 번 말했어?!

그래 : 죄송합니다.

석율 : (딴 짓~)

상식 : (석율을 흘깃 본다)



76. 영업3팀 안 / 낮


들어와 양복 윗옷을 벗어 옷걸이에 거는 상식,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는 그래 쳐다 보는 상식.


상식 : 니가 무시당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긴 한데, 그렇다고 맥 없이 네네 하고 있어?

그래 : (멈춘다. 무슨 말인가 싶어 그대로 있다가 상식을 돌아 본다)

상식 : (와이셔츠 소매를 걷으며) 속이 없는 거야? 의지가 없는 거야? (앉는다)

그래 : .... 아까 들으신거군요...

상식 : (말없이 일 준비만)

그래 : 토네이도의 중심에 들어가라고 하셨잖아요. 중심은 고요하다면서요?

상식 : (본다)

그래 : 어중간하게 옆에 있다간 피해를 입으니까 멀리 떨어지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안으로 들어가라는 뜻, 아닙니까?

상식 : (본다)

그래 : 화도 났고 얄미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저한텐 한석율씨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단 거, 인정할 수밖에 없단 걸 깨달았어요.

         자존심과 오기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차이란 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상식 : (본다)

그래 : 부끄럽지만... 일단은..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상식 : (본다)


다시 일을 하는 그래. 그런 그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상식.



77. 16층 엘리베이터 앞 / 낮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상식. 잔뜩 경직된 얼굴이다.

마음을 다잡듯 서서 쉼 호흡을 한 후 16층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78. 전무실 앞 비서실 / 낮


굳은 얼굴로 전무실을 향해 다가가는 상식.

뒤 쪽 16층 입구에서 들어와 쳐다보는 그래.

전무실로 거의 다가간 상식. 비서실 앞에 선다. 더더욱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전무실을 쳐다 보는데....


비서 : 과장님. 전무님 안 계시는데요.

상식 : (흠칫 보면)

비서 : 방금 그룹 본사 회의 가셨습니다.

상식 : (낭패) ... 언제쯤 들어 오실까요?

비서 : 한 세 시간 쯤 걸리실 꺼라고 하셨습니다.

상식 : ... 알겠습니다. (돌아서서 가다가 다시 돌아 보며) 저..

비서 : 네

상식 : 돌아오시면..

비서 : 네.

상식 : ....



79. 16층 앞 / 낮


상식, 16층에서 나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석율, 인사한다.


석율 : (꾸벅하며) 안녕하십니까?

상식 : (웃으며) 응, 수고! (슥 간다)


석율도 꾸벅하고 상식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슥 발을 거는 상식. 요란하게 넘어지는 석율!


상식 : (깜짝 놀라며) 괜찮나?!

석율 : (아파서 정신없이 겅중 겅중)

상식 : 잘 좀 보고 다니지. 보기완 다르게 하체가 부실하구만. 남자는 하첸데 말야.. (중얼중얼하며 간다)

석율 : (아픈데 잡고 황당해서 보는)



80. 영업3팀 안 / 저녁


일하고 있는 상식, 문득 시계를 본다. 아직 00시.

상식, 착잡한 얼굴을 돌리다가 그래를 본다.

영수증들을 딱풀로 붙이고 있던 그래가 일어나서 동식의 책상 서랍을 열고 영수증 뭉치를 꺼낸다.

그런 그래를 쳐다보고 있는 상식...

앉아서 다시 영수증을 붙이고 있는 그래, 한 장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상식 : 장그래.

그래 : (돌아 보며) 네, 과장님.

상식 : (멀뚱~ 보고 있다가) 하나 흘렀네.

그래 : (바닥 보면서) 아, 네,


주워서 다시 붙이고 있는 그래를 쳐다보는 상식...


상식 : 소리 내서 연습해 봤어?

그래 : (돌아보며) 네?

상식 : (일하는 척하면서) 발표 때처럼 소리 내서 해보라고. 눈으로만 읽을 때랑 다르니까. 긴장하면 호흡이 지 멋대로 거든.

그래 : (멍~)

상식 : 멀리 있는 사람까지 생각해서 소릴 더 크게 내면 숨이 많이 딸려.

그래 : (표정이 점점...)

상식 : 마이크 있다고 안심하지 말고, 그게 더 힘들어. 스피커로 자기 긴장한 숨소리까지 들어봐. 더 긴장하지.


그래, 상식을 보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상식.



81. 탕비실 / 저녁


붙인 영수증들을 복사 하고 있는 그래...


상식(e) : 스피커로 자기 긴장한 숨소리까지 들어봐. 더 긴장하지. 시간도 재보면 더 좋고.


빙그레 웃는 그래.



82. 석율의 팀 / 저녁


긴장한 얼굴로 피티 자료를 외우고 있는 석율 눈을 감고 외우다가 틀리자 찡그리며 또 외우고, 또 외우고.. 잔뜩 예민해져 있다.

마지막 문장까지 겨우 외우고 쫑! 싱긋 웃는데 문자. 보면, 그래 <옥상에서 좀 봅시다>


석율 : (찡그리며) 왜 오라 가라야?



83. 영업3팀 / 저녁


전화기를 쳐다보며 앉아 있는 상식, 시계를 보고 내선전화를 건다.


전무비서(e) : 전무실입니다.

상식 : 영업3팀 오과장입니다. 전무님 들어오셨습니까?

전무비서(e) : 네, 오셨다가 막 퇴근하셨습니다.

상식 : !!.... 제가 뵙고 싶단 말씀 전달하셨습니까?

전무비서(e) : 네, 전달했습니다.

상식 : (확 굳은) .... 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까?

전무비서(e) : 네, 없으셨습니다.

상식 : ....(전화를 확 끊는다) ....



84. 옥상 / 밤


석율, 올라 오면 밖을 보고 서 있는 그래. 잠시 기분 나쁜 얼굴로 보다가 손 넣고 건들건들 다가간다.


석율 : (틱!) 무슨 일이에요?

그래 : (돌아선다) PT 내용을 소리 내서 연습해 보는 게 어때요? 녹음도 하고 시간도 재고.

석율 : 에? (어이 없이 허!) 왜요?

그래 : 우리 과장님 조언이에요. 큰 도움이 된다십니다.

석율 : (어이없이 웃고는) 됐어요. 난 또 뭐라고. (돌아서는데)

그래 : 피티 준비 디테일은 나한테 일임했잖아요. 이것도 디테일이에요.

석율 : (열 받아 확 돌아서며) 발표는 내가 하기로 한 거 잊었어요!

그래 : (본다)



85. 영업3팀 / 밤


화나고 굳은 얼굴로 동식의 자리 보며 앉아 있던 상식.

탁탁탁..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탁탁탁 치며 갈등하는 듯한 상식 급기야 확 일어나 급히 나간다.



86. 옥상 / 밤


그래 : 해 봅시다. 발표 10분,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하니 길이 확인이라도 하죠.

석율 : 그래서? 길이 안 맞으면 원고 손대게? 그렇게 못 해요.

         원고대로 이미 외웠다고요. 지금 와서 고치면 암기가 다 엉켜 버릴 거예요!

그래 : 이미 파일 제출해서 슬라이드 수정도 못해요!

석율 : 야!! 발표 니가 안한다고 멋대로 말하지마!

그래 : (노려보는) 말조심 합시다. 문제점 미리 발견하면 다행 아닙니까? 우리 과장님이,

석율(o.l) : 과장님? 자기 부하한테 책임 전가하고 있는 그 오과장님?

그래 : (!!!) 뭐라구요?!!

석율 : 그 딴 일로 왜 징계를 먹어? 영업3팀 끗발이 그거 밖에 안 되니까 그런 거란 거! 그게 당신네 그 오과장님 때문이란거!

         여기 사람들은 다 알거든?

그래 : (불끈) 당신 말 다했어?!

석율 : 남의 공장에 와서 일도 못하게 먼지 묵은 종이나 뒤적이고. 그게 현장을 아는 사람이면 할 짓이야?

         난, 현장 모르는 사람 상사로 안쳐!! (날아드는 그래의 주먹에 나가떨어진다)

그래 : (주먹 쥐고, 분노로) 말조심하랬지. 니가 내 상사에 대해 뭘 알아?

석율 : (입 닦고) 아 씨, 피...! (한 대 날리며) 너나 나나 인턴이야 새끼야!

그래 : (맞고 휘청 e) 아씨...

석율 : 뭐가 상사야? 취직이라도 했어?

그래 : 말 놓지 마!! (친다)

석율 : 말 까지마! 임마! (친다)


계속 치고 받던 두 사람, 잠시 쉬는데 문자 오는 소리, 그래에게도 문자 오는 소리.

석율, 씨~ 하는 얼굴로 문자 확인한다. 노려 보던 그래도 문자 확인한다.


석율 : 아~~씨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래를 확 본다)


굳은 얼굴로 문자를 보고 있는 그래,

< 2차 개인 pt 과제 - 팀별 과제 파트너에게 물건을 판다면 어떤 물품이고 그 이 유는 무엇인가? / 원 인터내셔널 인력관리팀>

그래, 석율을 본다. 일그러진 얼굴로 그래를 보고 있는 석율.


그래(e) : 세상에서 제일 팔기 싫은 놈한테



87. 원인터 앞 / 밤


다급히 뛰어 나오는 상식. 호흡이 가쁘다.

마침 지하 주차장에서 전무의 차가 나와 상식의 앞으로 쉭~ 지나간다.

검게 선팅 된 차 안에 앉아 있는 전무를 쳐다보는 상식 위로.


그래(e) : 팔라고?



88. 옥상 / 밤


문자를 보던 얼굴을 들어 서로를 쳐다 보고 있는 그래와 석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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