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05
1. 원인터 외경 / 낮
상식(e) : 야 이 자식아!!!
2. 15층 사무실 + 영업3팀 / 낮
화장실 방향으로 급히 걸어가는 직원1,2의 흘끔 흘끔 시선을 따라.
상식(e) : 이걸 일이라고 했어?!
영업3팀의 상황으로 다가간다. 상식에게 혼나고 있는 그래.
상식 : 관련 자료를 따로 다 넘기더라도 한 눈에 알아보게 요약하라고.
근데 이게 뭐야? 계약서에, 품의서에, 현황까지 아이템마다 보고서 순서들이 다 다르잖아! (파일 확! 내민다.)
그래 : 다시 만들어 오겠습니다. (꾸벅하고 돌아서면)
상식 : (뒤통수에 대고) 자원팀에 보낼 인수인계 건이야! 인수인계는 재차 연락오지 않게 만드는 게 기본이라고!
'네!' 하고 얼른 자리로 가서 급하게 일하는 그래.
그래(na) : 다행스럽게도... 나만 변한 게 없었다.
3. 섬유팀 / 낮
그래(na) : 입사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석율, 무기력하게 의자에 무너지듯 앉아있다.
그래(na) : 현장을 떠난 한석율은 아직 사무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복사 하고 있는 석율, 복사 용지가 턱! 걸린다.
석율, ‘크헉!’ 살기를 띈 얼굴로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 복사기를 노려본다.
석율 : (부르르 떨다가 겨우 표정 풀고 걸린 종이 빼면서) 자.. 잘 참았어.. 하마터면 부숴버릴 뻔... 했다... 휴~
그러다가 다시 털컥! 걸리는 용지. 석율 얼굴 다시 살벌해 진다.
4. 철강팀 / 낮
자존심 상한 얼굴로 앉아 있는 백기.
강대리(off) : 네.. 결국 바 크기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백기 뒤로 강대리 바쁘게 파일을 보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통화중이다.
강대리 : 펜딩 있는 회사는 못 준다고 오늘 답이 왔습니다. (하면서 벌떡 일어나 캐비닛에서 자료 꺼내오고,
돌아와 컴퓨터 확인하고) 아.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저도 며칠 더 지켜보겠습니다.
백기, 흘끔 강대리를 돌아보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고 일을 하는 강대리.
그래(na) : 장백기는 선임의 블루투스 헤드셋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었고
프린터에 뭔가 출력이 되어 나오고, 백기, 가지러 가는데, 강대리가 먼저다.
프린터 물을 낚아 챈 후 블루투스 전화기 툭 누르고 통화.
강대리 : 아~ 네. 지사장님, 아르헨티나 더우시죠? 하하.. 환율변동이야 보험으로 처리 가능한 범위 아닙니까?
다시, 자리에 굴욕적으로 앉는 백기,
뒤로 들리는 강대리의 타자 소리, 백기, 더욱 고개를 떨어뜨린다.
5. 자원팀 / 낮
회의대화하고 있는 정과장, 하대리, 유대리, 실무직여사원 수진.
포장 도시락을 들고 급히 들어오는 영이.
그래(na) : 안영이는... 배달의 기수가 되었다.
각자의 앞에 세팅하는 영이와 수진.
유대리 : 안영이씨 나 젓가락 빠졌는데?
영이 : (듣지 못하고 열심히 도시락 나눠주고 있으면)
하대리 : (버럭) 어이! 저기 젓가락!
영이, 돌아보면, 하대리, 건성으로 턱짓, 유대리 가리킨다.
영이, 유대리에게 젓가락 주고 선배들이 먹는 걸 보며 겨우 자리에 앉으면,
정과장 : (쩝쩝거리고 먹으며) 안영이는 이 안건 어떻게 생각해?
영이 : 네? 아... 우유니 리튬은 그 매장량이나 퀄리티로 세계 최고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자원팀도 도전해 볼만,
정과장(o.l) : (무시하고 대리들에게) 이토추 상사도 물 먹은 판에 무리하게 끼는 거지?
영이 : (당황해서 보면)
그래(na) : 두 달 전, 인턴 신분으로도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그녀는
하대리 : 차라리 알래스카로 눈을 돌리는 게 더 가능성이 있다니까요.
유대리 : 그러게. 사실 알래스카도 늦은 감이 있죠.
하대리 : 에헤이~ 김치 떨어졌네. 영이씨. 식당에 전화 좀 해. 더 갖다 달라고.
영이 : 네?
남자들 : (일제히 영이를 빤히 본다)
그래(na) : 이유를 알 수 없는 선배들의 냉대를 묵묵히 견뎌 내고 있었다.
유리벽 밖, 통로를 지나가는 그래, 문득 안을 본다. 영이와 눈이 마주 친다.
서로 쳐다 보는 두 사람. 타이틀 <미생>
6. 원 인터 밖, 정문 앞 / 낮
원 인터 앞 출근 풍경.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던 그래, 영이를 만난다.
희미한 웃음으로 서로 목례하는 그래와 영이.
그때 석율, 확 다가와서 어깨동무를 하고는.
석율 : 친구! 일찍 출근 했네.
그래 : (어깨에 올린 손 탁! 치우며) 누가 친굽니까?
석율 : 에헤~! 말 놓아도 된다니깐? 친구끼리 1살 차이야 뭐. (영이에게 예의 바르게) 영이씨, 안녕하세요?
영이 : (웃으며 목례하고 앞서 간다)
석율 : 이봐, 친구.
그래 : 친구 아니거든요? (그냥 앞서 가버린다)
석율 : (멈춰 서서) 에? 지금 튕기는 거야? 남잔데?!! (영이 휙 보며) 그죠?
영이 : (웃고는 앞서 간다)
석율 : (옆에 지나가는 모과장을 보고 친근하게) 안녕하십니까? 대리님! (또 옆에 보고 꾸벅) 아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7. 로비 + 엘리베이터 앞 / 낮
로비로 들어오는 그래, 앞서 가는 상식을 본다. 얼른 가며 뒤에서.
그래 :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상식 : (흘깃 돌아 보다가 갑자기 반색한다)
그래 : (뭔가 당황스럽지만 좋은데)
상식 : (손을 착 들며) 아! 안영이씨!!
그래 : (멈칫, 돌아보면)
영이 : (그래 뒤에서 상식에게 인사하고 다가간다)
상식 : 아침부터 우리 안영이씨를 보니까 오늘 하루가 안녕할 것 같군.
영이 : (웃는)
그래 : (뭔가 꿍해지는...)
선차장 : (바쁜 걸음으로 오며) 좋은 아침입니다.
상식 : 어? 선차장! 좋은 아침? 오늘은 좀 늦었네?
선차장 : 어? 늦었나요?
상식 : 아니~ 평상시보다 늦었다고. 항상 30분 일찍 왔잖아?
선차장 : 어린이집에 애 맡기고 오느라고요. 남편이 아침부터 일이라네요. 안녕하세요, 장그래씨? 안영이씨?
그래/영이 : (꾸벅) 안녕하십니까?
상식 : (영이에게) 알지? 영업1팀 선차장, 원 인터 에이스! 안영이 오기 전까지.
선차장 : (어이없어 빤히 보다가 피식 한다.)
상식 : (술술) 최근 3년간 남자후배들이 꼽은 가장 술 마시고 싶은 여선배 1위! 참고로 난 꼴찌.
대리들이 꼽은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 1위! 참고로 이것도 난 꼴찌. 내 입사 동기! 근데 차장. 난 과장.
그래/선차장 : (당황) / (풋! 웃는)
상식 : 아, 선차장이 오늘 OJT 담당이지? (그래에게) 무역특공대 중에서도 강단 있기로 소문난 워킹우먼이야. 존경받은 분이라고.
(선차장에게) 아주 확 개조 좀 시켜서 보내 줘.
선차장 : (웃는)
8. 탕비실 쪽 통로 + 문 앞 / 낮
탕비실로 걸어가는 그래, 문득 고개를 돌리는데,
철강팀 안, 통화를 하며 정신없이 바쁜 강대리 뒤로, 백기,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탕비실 앞에서 다시 돌아보고는 탕비실 안으로 들어가는 그래.
9. 영업 3팀 / 낮
그래, 커피 두 잔 들고 오며 철강팀 쪽을 돌아 본다.
상식 : 장그래, 중국에 보내기로 한 서류 갖고 와봐.
그래 : (얼른 커피 주고 서류 챙겨 후다닥 상식의 자리로 가 내밀며) 말씀하신 BL과 인보이스. 그리고,
상식(o.l) : 선적 시점이 언제지?
그래 : (조금 당황하며 품에서 수첩 꺼내본다.) 그러니까 다음달 15일,
상식(o.l) : 선적 시점 못 맞추면 패널티가 뭐야.
그래 : (수첩 찾는 중)
상식 : 메모하는 거 좋은데. 진행하는 계약 건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할 거 아냐!
바이어 앞에서도 수첩 꺼내서 그렇게 찾아 볼 거야?
그래 : 아닙니다.
상식 : 앞으로 나랑 동식이한테 출력해주는 계약서 하나당, 에이포 한 장에
그 계약이 뭘 어디로 보내고 언제 선적하는지 요약정리해서 제출해.
그래 : 알겠습니다.
상식 : 참, 트루크매니스탄 자원팀 인수인계 건 넘겼어?
그래 : (당당하게) 네, 어제 넘겼습니다.
상식 : (못 마땅) 저렇게 해맑게 말할 때가 제일 의심스러워.
10. 마부장 실 / 낮
몇 개의 결재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마부장 앞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정과장.
마부장 : (사인하며 위압적으로) 크리스사 결제 조건은?
정과장 : (잔뜩 경직된 자세로 얼른) D/A 결젭니다.
마부장 : (결재란에 끄적이며) 조슈아 그 새끼 사고 친 건?
정과장 : 수보공사에 사정해서 보상한도 받아 냈습니다.
마부장 : 음.. (끄덕이며) 미얀마 건은?
정과장 : 컨소시엄 쪽으로 구상 중입니다.
마부장 : 음.. (끄덕이며 영업3팀에서 넘긴 파일을 넘긴다) 트루크매니스탄 건이지. (보다가 찡그리며) 이건 왜 스위치 비엘이야?
정과장 : 네? (보고 당황하는)
마부장 : 영업3팀에서 정식 비엘 안 넘어 왔어?
정과장 : (당황해서) 아, 그게
마부장 : (갑자기 책상을 탕! 치며) 내 이럴 줄 알았어!! 오상식 이 자식! 잘 걸렸다.
정과장 : 네?
마부장 : 이 자식 이거, 업체명, 판매자 구매자 정보 하나도 없는 스위치 비엘을 쓴 이유가 뭐겠어?
뒷구녕으로 뭐 해먹겠단 의도 아냐?! (쾌 잡았다!) 너 당장 전화 해봐.
정과장 : (당황) 네...?
마부장 : 얼른!!
정과장 : (다급히) 네! (떠듬는 손으로 얼른 전화를 건다) 오과장님? 트루크매니스탄 건 말예요.
(마부장 눈치 보고) 왜 스.. 스위치 비엘 넣었어요?!!
11. 영업3팀 / 낮
상식 : (찡그리며) 뭐?
정과장(e) : 정식 비엘은 어쨌어요? 네? 미안하다고 하면 답니까?!
상식 : 야, 정과장
정과장(e) : 뭐요? 신입이 했어?
상식 : 야!
12. 마부장실 / 낮
정과장 : 신입 교육 잘 시키고 다신 그러지 마세요!! (끊는다)
마부장 : (쳐다 본다) 뭐래?
13. 영업3팀 / 낮
상식 어이없는 얼굴로 끊긴 전화를 쳐다보고 있다가 화난 얼굴로 다시 건다.
14. 마부장실 / 낮
정과장 : 네, 잘못했다고 합니 (전화 온다. 받는) 여보세요.
상식(e) : 내가 갈까 니가 올래?
정과장 : (멈칫... 자기도 모르게 마부장을 본다)
상식(e) : 내가 가? 너 지금 마부장이랑 같이 있지?
정과장 : (표정)
15. 영업3팀 / 낮
화난 얼굴로 앉아 있는 상식. 들어오는 정과장을 보며 일어나 다가간다.
동식과 그래, 정과장을 보고 인사하는데.
상식 : 너 뭐하는 거야? 지금.
정과장 : (머뭇머뭇) 아니 왜 스위치 비엘은 넣어서..
그래, 동식, 정과장을 쳐다 본다.
상식 : 정식 비엘 내가 두 달 전에 줬잖아.
정과장 : (!! 급 당황해서 자신 없게 오리발) 우.. 우린 받은 기억이 없는데..
상식 : 야, 내가 너를 모르냐? 마부장을 모르냐? 응? 애들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아?
정과장 : (당황해서 확) 뭐.. 뭐요? (그래와 동식이 자신을 보는 걸 본다)
상식 : 응? 아무리 마부장이 무서워도 그렇지 과장이나 돼서 책임 있게 말도 못하고,
그 자리는 고스톱 쳐서 올라 갔어? 왜 그래 사람이?
정과장 : (울컥!) 책임 있게 말해야 될 때 안 한 사람이 누군데?!!
상식 : (보면) 뭐?
정과장 : (어이없단 듯) 난 그냥 혼자 쪽팔리고 끝나지, 누구처럼 장례는 안 치뤘죠!
동식 : (당황해서) 정과장님!
동시에 정과장의 멱살을 와락 움켜 잡는 상식. 깜짝 놀라는 그래와 동식. 정과장도 놀랐다.
상식, 정과장을 노려 보는 눈빛이 변해있다.
상식 : 너 지금 뭐라 했어?!
동식 : 과장님! (말린다) 놓으세요!
정과장 : (버럭) 뭐야? 이거! 안 놔?!!
백기, 선차장을 비롯한 이목들이 영업3팀에 쏠린다.
흥분한 상식, 살기 띤 눈으로 정과장을 노려보는데.
정과장 : 왜? 치려구? (들이대며) 쳐! 쳐!
동식 : 과장님~! 놓으세요!!
정과장 : (들이대며) 쳐어~!!! 장례 한번 더 치루죠!!
동식 : 과장님!!!
상식, 멱살 쥔 손을 확 밀어 버린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의자에 머리를 쿵! 박는 정과장.
이목들, 놀라서 술렁거리고, 그래와 동식도 당황했다.
일그러진 얼굴로 정과장을 노려보고 있는 상식.
김부장(off) : 오과장!!!
모두 보면 화난 얼굴로 부장실 밖에 서 있는 김부장.
16. 김부장실 / 낮
김부장 : 너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사람을 왜 때려?
상식 : (분노가 서린 얼굴로 굳어 있을 뿐이다.)
김부장 : 비엘이 빠졌다면 차근차근 확인을 해서 해결을 해야 할 거 아냐?!
상식 : (안 듣고 있는 듯 분노에만 빠진 얼굴)
김부장 : 애야? 말보다 주먹이,
상식 : (홱 돌아서 나간다)
김부장 : 임마! 오상식!! 야!
17. 김부장실 앞 + 복도
상식, 굳은 얼굴로 거칠게 걸어간다. 사람들, 흘끗 흘끗 상식을 본다.
18. 정원 / 낮
동식, 답답한 얼굴로 마른 담배를 피면서 휴~ 한숨을 연거푸 내쉰다.
그래 : 죄송합니다.
동식 : 그래씨가 죄송할 건 없고... (고민스럽게) 투르크메니스탄 건이면 두 달 전이잖아?
내가 출장 갈 때 분명히 과장님한테 BL 드리고 갔는데,
그래 : ....
동식 : (갸웃) 꼼꼼하신 분이 까먹고 안 넘기셨을 리는 없을 텐데..
(다시 한숨 쉬고) 아~ 정과장님은 왜 옛날 일은 꺼내셔서..
그래 : (보는)....
19. 영업 3팀 / 낮
상식,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만 있다가 열쇠로 맨 아래 열쇠 구멍이 있는 서랍을 열면,
텅 비어있는 서랍 안에 오래된 사직서가 놓여 있다. 그리고 떠오르는 기억.
최부장(최전무)(e) : 누가 죽어?
/패닉 상태로 서 있는 상식을 올려다 보고 있는 전무.
상식 : 이은지씨요! 이은지씨가 죽었답니다!!
최부장 : (벌떡 일어나 다그치며) 어떻게 죽었어? 자살이야? 유서는? 회사에 문제 되는 말은 없었어?
무슨 헛소리 써 둔 거 없지? 내 얘기 있었어?
상식 : (그런 전무를 보며 분노로 눈빛이...)
다시 그때의 분노를 떠 올리는 상식, 서랍을 쾅! 닫아 버린다.
20. 자원팀 / 낮
시뻘겋게 흥분한 상태로 테이블을 쾅! 내려치는 마부장.
마부장 : 혼자 꼿꼿한 척 하더니. 불리하니까 주먹질이야? 지가 뭘 잘한 게 있다고 사람을 쳐? 스위치 BL이나 끼워 넣는 새끼가!
정과장, 열 받은 얼굴로 뒷통수를 문지르며 서 있다.
하대리, 불안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서 있다. 영이도 말 없이 서 있다.
마부장 : 비엘은?
정과장 : 줬다고 오리발이죠.
마부장 : (일그러지며) 그런 새끼는 망신을 당해 봐야 정신을 차려! (들어간다)
하대리 : (정과장에게 속삭이듯) 비엘, 어떡해요오~?
정과장 : 뭘 어떡해?! 몰라! 오과장 이 인간! 이판사판이야!
영이, 두 사람의 기색을 의아하게 보는데 마부장실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마부장(e) : 김부장!! 정말 이러기야!!
일동 : (각자의 표정으로 본다)
21. 마부장실 / 낮
열 받은 마부장 앞에 곤욕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는 김부장.
김부장 : (어르는) 아.. 그러니까. 오과장이 진짜 줬을 수도 있잖아. 확실하지도 않은데 팀까지 쳐 들어와서. 신입 앞에서 모욕을,
마부장(o.l) :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 비엘 안 준 걸로 뭐 우리가 크게 문제 삼겠단 게 아니었다구!
그냥 물어나 보란 거였는데! 사람을 쳐?!! 그것도 다 보는데 물건처럼 내동댕이쳤어!
오 과장 그 새끼가 우리 자원팀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랬겠냐구!
김부장 : 그러니까 내가 미안하다잖아.
마부장 : 당신이 왜 미안해? 친 놈이 와서 사과하라고 해! 정과장한테 와서 정식으로, 공손하게!
김부장 : 알았어. 알았어.
마부장 : 그리고 사내 인트라넷에 사과문 올리라 그래.
김부장 : !! 마부장, 그건 아니지...그건 오과장 망신 주겠다는 의도 밖에 안 돼.
마부장 : (막무가내로) 그 인간은 망신을 당해 봐야 돼. 그 인간 때문에 내가 작년에 ...
(버럭) 하여튼 사과문 안올리면 정식으로 문제 삼을 거야.
김부장 : (무거운 얼굴로 한숨 푹 내쉰다)
22. 김부장실 / 낮
김부장 앞에 서 있는 상식.
김부장 : 어떻게 할 꺼야?
상식 : 에라 뽕이라고 전해주십시오.
김부장 : 오과장!!
상식 : (꾸벅하고 나간다)
김부장 :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 쉬며 의자에 털썩 앉는다)
23. 소회의실 문 앞 통로 / 낮
착잡한 얼굴로 걸어오는 그래. 맞은 편에서 오는 영이, 서로 봤다.
문 앞에 서서 복잡한 심경으로 서로 어색하게 인사한다.
그래 : 정과장님 괜찮으세요..?
영이 : 네, 다치신 덴 없는 것 같아요.
그래 : 비엘이 없으면 진행에 차질이 있는 건가요?
영이 : 그렇진 않아요.
그래 : 오과장님은 틀림없이 넘겼다고 하시는데요..
영이 : .....
그래 : .....
영이 : 제가 찾아 볼 수는 없어요. 장그래씨.
그래 : 아.. 네. 알고 있습니다.
석율(off) : 에헤~!! 두 사람, 뭐가 그렇게 심각해요? OJT 하기 싫어서?
보면, 건들건들 다가온 석율, 또 그래의 어깨에 손을 척 올리며.
석율 : 오늘 15층 화끈했다며?
그래 : (찡그리며 손을 털어낸다)
24. 소회의실 / 낮
문 열고 들어오는 세 사람.
이미 와서 유인물 보고 있던 백기가 영이를 보고 아는 척 한다.
석율 : 아~ 장백기씨 벌써 왔네요?
그래, 영이 각각 앉으면 석율, 그래 옆에 냉큼 앉는다.
백기 : (영이에게) 팀 분위기 괜찮아요?
영이 : 네.
석율 : (그래에게) 아~ 친구, 오과장님 샌님으로 봤는데 완전 내 과대?!
그래 : (무시..)
석율 : 지난 번에 옥상에서 과장님 비하 한 말은 내, 사과하지.
그래 : (무시...)
석율 : 근데 말야 친구, 오과장님이 빡칠 만하더라. 사연이 있었어.
그래 : (그제야 석율을 홱 본다)
백기/영이 : (석율을 본다)
석율 : 우리 성대리님이 그러시는데 오과장님 과거가 아주,
그때 문이 열리며 선차장, 파일을 들고 들어온다.
말이 끊긴다. 일동 자세 가다듬고, 그래도 아쉽지만 자세 잡고 선차장 본다.
선차장 : 반갑습니다. 오늘 신입사원 직무 교육 담당하는 영업 1팀 선지영 차장입니다.
제가 미리 보내 놓은 메일을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탁자 위에 놓은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선차장, 얼른 수신거부를 누른다.
선차장 : 보내드린 자료는 저희 영업 1팀이 그 동안 거래 했던 회사들에서 왔던 피드백 자료로..
하는데, 다시 찌잉 울리는 선차장의 핸드폰, 문자다.
선차장, 이어가며 슬쩍 핸드폰 눌러 확인하는데, 문자 메시지.
남편e. <오늘 상가 집 가야해. 당신이 소미 놀이방에 가서 데리고 와줘>
선차장, 미간이 확 찌푸려진다.
선차장 : (계속 이어가며) 우리 영업 1팀이 그리고 원 인터가 얼마나 사후 관리와 계약 개선에 힘쓰고 있는지
증명하는 자료입니다. (신경 쓰여 핸드폰, 다시 보고 다시 보고 하면서) 자.. 그럼, 문서에 의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각자 메일로 받은 자료를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 유인물을 보다가 고민스럽게 석율을 돌아본다.
25. 소회의실 밖 / 낮
회의실에서 나오는 영이, 백기 그리고 그 뒤에 석율,
그 뒤로, 그래, 급하게 석율을 따라 나와 뭐라고 말을 걸려고 하는데.
석율 : (백기 어깨를 톡톡 치고는) 그런 걸 배추 숨죽이기라고 해요.
백기 : (돌아 보며 의아한) 네?
영이 : (뭔 소린가 싶어 보면)
석율 : 선배가 아무 일도 안 주죠? 초반에 기강을 잡으려는 술수 중에 하나예요.
백기 : (얼굴 파리해지고 울컥해서 석율을 본다.)
석율 : 우리 성대리님이 그러더라구요. 아! 그래도 난 백기씨가 그걸 당할 줄은 몰랐네.
(백기 어깨 툭툭 두드리며, 병 주고 약 주고) 그게 다 백기씨가 너무 잘나서 그런 거니까 기죽지 말아요.
백기 : (참고 있다)
석율 : (영이 보며) 영이씨는 좀 낫네.. 적어도 일은 있잖아요. (다 안다는 듯) 자원팀 적응하기 힘들죠?
그 팀이 여자랑 친해지는 법을 몰라서 그렇다네요. 우리 성대리님이. (피식) 난 우리 성대리님이 너무 찾아서 탈이고. 하하.
영이 : (전화 온다. 받으면)
하대리(e) : (버럭) 야! 안영이! OJT 끝났지? 당장 뛰어 와!!
영이 : 네. (전화 끊고) 저 먼저 가볼게요. (돌아서 간다.)
석율도 전화 온다. 핸드폰 화면을 백기의 눈앞에 보여주면, <내 사수> 적혀 있다.
석율 : 봐봐요.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된다니깐. (전화 받으며 자리 떠난다.)
덩그러니 남은 그래와 백기, 두 사람, 할 말이 없다. 서로 어색하게 걸어간다.
26. 자원팀 / 낮
굳은 얼굴로 서 있는 영이를 깨고 있는 하대리.
하대리 : 미팅메모 정리 따윈 같잖아서 못 하겠디? 아니, 나랑 한 미팅이 같잖았어?
영이 : 급하단 말씀이 없으셔서 사업계획서 먼저 처리하고 드리려고 했습니다.
재무팀에서 연락이 와서 오늘 중으로 넘겨야 예산 처리가 된다고 해서요.
하대리 : 그럼 밤을 새서라도 해야 될 거 아냐? 업체선정회의 들어가는데 어쩔거야?
영이 : (고개를 조금 떨구고 듣고 있다) ...
하대리 : 아효.. 이래서 내가 여자랑 일이 안 된다는 거야!
영이 : ....
하대리 : 희생정신도 없고 말이야. 뭘 기대해 뭘!
영이 : ....
하대리 : 뭐가 이렇게 뻣뻣해? 죄송하다고 안 해?!
영이 : 죄송합니다.
하대리 : 가 봐! 꼴 보기 싫다!
영이 : (꾸벅 하고 돌아 선다)
27. 통로 / 낮
얼굴이 흙빛이 되어 걸어가는 영이, 당당하게 걸으려고 노력하는데 눈이 점점 붉어진다.
28. 화장실 / 낮
영이, 붉어진 눈시울로 세면대 앞에 서는 영이. 물을 틀어 손으로 눈을 식히는데
선차장, 가방을 어깨에 맨 채 전화 통화를 하며 들어온다.
선차장 : (약간 톤이 높은) 가기 전에 당신이 데리고 와서 맡기고 가면 되잖아.
(잠깐 듣다가) 몰라. 어머님께 부탁드리든 말든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영이, 당황해서 아예 세수를 한다. 영이 보고 통화 계속하는 선차장.
선차장 : 서로 한 약속이잖아. 당신만 일해? 나 오늘 중요한 바이어 미팅이야. 일주일 전에 당신이 또 이래서
오늘로 미룬 그 미팅이라구! 두 번 번복을 어떻게 하니? (들으며 답답) 나 지금 외근 나가니깐 일단 끊어.
(전화 끊고 가방을 열며 영이에게) 별 모습을 다 보이네요.
영이 : (종이 타월 꺼내 닦으며) 아닙니다.
선차장 : (보고) 무슨 일 있어요? 눈이 빨가네?
영이 : (당황해서) 아.. 아닙니다. (하면서 살짝 고개를 외면한다.)
선차장, 가방에서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는데, 소미의 그림이 딸려 나온다. 툭 떨어진 그림 영이 발밑으로 떨어진다.
영이, 그림을 주워서 보는데,
선차장 : (의아) 어?! ... 아!
- 어린이집 앞
하선생 : (그림 내밀며) 이거 어제 소미가 그린 건데 안 가져갔네요.
선차장 : 아~ 네. (다급히 받아 확인도 안하고 급하게 가방에 넣고 돌아선다)
영이, 그림 준다. 선차장 받아 보면 <소파에 누워 있는 남편과 얼굴 없는 선차장>
영이 : 애기가 그린 건가 봐요. 그런데.. 얼굴이 없네요.
선차장 : (보며 의아한) 그리다 말았나 보네..? (그림 보면서 웃는다)
29. 영업 3팀 / 낮
그래의 모니터 안, 주간 보고 파일을 급하게 타다닥 치다가 슬쩍 돌아보면, 일에 몰두한 듯한 상식.
그래, 다시 ‘콜롬비아 콘도 수출 건’하고 쳤다가 쓱쓱 지우고, ‘콘돔 수출 건’하고 고쳐 쓰다가 다시 상식을 돌아 본다.
상식 : 왜 자꾸 흘끔거려!!
그래 : (깜짝) 네?!
상식 : (고개 확 들며) 왜 자꾸 기분 나쁘게 흘끔거리냐구!!
그래 : 아.. 아닙니다. (얼른 타이핑한다)
상식 : (인상 쓰고 다시 일에 집중한다)
그래 : .... (핸드폰을 본다. 석율에게 문자 넣는다) <자리에 있어요? 잠깐 올라가도 돼요?>
30. 섬유 1팀 / 낮
살짝 후회하는 듯 망설이는 얼굴의 석율 앞에 서 있는 그래.
석율 : 그게... 아깐 내가 말하다 그냥 나온 건데.. 사실 이게 니가 들어서 유쾌한 이야긴 아니야. (의자 주며) 앉아.
그래 : (막 앉으려고 하는데)
석율 : (못 참고 툭!) 과장님 때문에 사람이 죽었대.
그래 : (앉으려다가 순간 얼어붙어 석율을 본다)
31. 영업3팀 / 낮
빈 영업3팀에서 혼자 일에 열중하고 있던 상식.. 일손을 멈춘다.. 잠시 책상 앞에 가족 사진을 물끄러미 본다....
32. 섬유 1팀 (30씬의 연결) / 낮
그래 : (버럭!)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석율 : 한 7,8년 쯤 전에 부하직원이 일처리를 잘 못했는데, 그게 오과장님 책임도 좀 있었나봐.
근데 걔가 사표 낼 때 오과장님이 모른 척 했다는 거지.
그래 : ......
석율 : 그 친구는 회사 그만 두고 공사장 근처에서 모친이랑 작은 함바집을 했대. 근데...
(눈치 보며) 그... 배달을 하다가 사고로 그만 죽었다잖아.
그래 : !!
석율 : 그러니까... 첨부터 오과장님이 책임을 졌으면 애가 그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다.. 뭐 그렇게 찧고 빻고들 하는 거지.
그래 : ... 오과장님은 책임을 회피하실 분이 아닙니다.
석율 : (착잡)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거든. 잘리는데 별 수 있어?
그래 :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33. 통로 / 낮
그래, 도저히 모르겠는, 복잡한 얼굴로 걸어오는데,
통로 끝, 영업 3팀, 상식, 어두운 얼굴로 창밖을 응시하며 서 있다.
이때, 파티션 아래서 상식을 흘끗 거리는 다른 팀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 온다.
그래, 착잡하게 상식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서 있다.
파티션 아래 사람들 몇몇은 모여서 상식을 흘끗거리며 비웃기도 하고, 흥분해서 이야기를 하며 숙덕거리고 있다.
석율(e) : 걔가 사표 낼 때 모른 척 했나봐.
그래(e) : 오과장님은 책임을 회피하실 분은 아닙니다.
석율(e) : (착잡)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거든. 잘리는데 별 수 있어?
그래, 착잡하게 상식을 보다가 걸음을 멈춘다. "후...." 돌아서서 탕비실 쪽으로 가는 그래.
34. 탕비실 안 + 휴게실 / 낮
들어 온 그래, 물을 마시는데 휴게실 쪽에서 들려 오는 소리.
직원1(e) : 찬우대리, 그래도 오상식 과장이 BL을 빠트릴 사람은 아니잖아.
그래 : (멈칫한다)..
직원2(e) : 아무리 일 잘하면 뭐해. 그런 계약직 신입 받으면 무슨 수가 있어?
그래 : !!....
그래, 조용히 휴게실 쪽으로 향한다. 들어가지는 않고 벽에 기대 듣는..
직원1 : 맞네. 그 신입은 BL이 뭔지 스위치가 뭔지 아나 몰라.
직원2 : 전무한테 찍히고 영업3팀 뭐.. 사실 끈 떨어진 연 같은 팀이잖아. 제일 구석 자리에, 제일 적은 인원으로 일당백하면서.
그러니깐 신입도 그런 애가 간 거지.
그래 : .....
35. 옥상 / 낮
옥상 구석에 선 그래, 빌딩 숲을 내려다보고 서 있다.
직원2(e) : 아무리 일 잘하면 뭐해. 그런 계약직 신입 받으면 무슨 수가 있어?
직원1(e) : 맞네. 그 신입은 BL이 뭔지 스위치가 뭔지 아나 몰라.
그래 : (후... 한숨)
36. 영업 3팀 / 낮
동식, 전화 통화를 하며 화를 내고 있다.
동식 : (참으려고 하지만 참아지지 않는 듯, 높은 목소리) 아니 과장님, 화학팀 정말 무대포네! 과장님한테 도와 달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PP 수입 건에서 손 떼라니요? (듣다가 버럭!) 그 업체 연결한다고 중국 일본 다 뒤진 거 몰라서 이래요?!
상식 : (책상 쾅! 내리치며) 줘! 줘 버려!
동식 : (멈추고 이내 너무 당황해서 버벅) 아.. 아니... 이.. 이거를...
상식 : (성큼 성큼 걸어와서 동식의 전화 확 뺏고) 가져가! (하고는 전화 거칠게 끊어 버린다.)
동식 : (답답해서 막 쏟아내는) 아니 과장님, 이걸 그냥 주면 어떡합니까? 이거 올해 우리 실적에 반영 되는 거라구요.
일은 우리가 다하고! 실적은 남 주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깁니까?
상식의 단호한 얼굴을 보며 속상해서 확 나가 버리는 동식.
상식, 착잡하게 보다가 따라 나간다.
37. 옥상 / 낮
동식, 화가 나서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면, 뒤따라 들어오는 상식.
그래, 깜짝 놀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숨는.
동식 : (울분에 차서) 사람들이 지들 멋대로 생각하고 떠드는데, 왜 제대로 한마디를 안 하십니까?
상식 : (담배 꺼내 물며) 그 사람들이 뭘 잘못 알고 있는데?
동식 : (답답한 듯 가슴을 치며) 부실업체랑 무리하게 계약한 건 전무님이잖아요.
다들 쉬쉬하지만 말도 안 되는 계약인거, 그 업체에 뒷말 많았던 거 다 아시잖아요.
전무님이 커미션도 받았다던데.. 은지씨가 그 일을 뒤집어썼던 거잖아요.
상식 : .... (담배 다시 집어 넣는다)
동식 : 은지씨 죽은 거는 과장님이랑 아무 상관없잖아요! 그러니깐 사실대로..
상식(o.l) : 내 잘못이건 전무 잘못이건 바뀌는 건 없어. 그때! 내가 책임을 못 진거..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않은 건 변하지 않는다고.
동식 : (답답한) 그런 상황에서 책임진다고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다들 과장님처럼 했을 겁니다.
상식 : 가자. 가. 인수인계회의 준비 해야지. (간다)
동식 : (한숨을 푹푹 내쉬며 따라간다)
그래 : (그제서야 나와 본다) ......
38. 탕비실 / 낮
상식, 물을 한 잔, 두 잔, 벌컥 들이킨다.
최부장 : 그래서.. (너무도 평온한 표정) 은지 아니면? 니가 책임질래?
상식 : (순간, 멈칫 눈빛 흔들린다.)
최부장 : 응? 니가 책임 질 꺼야?
상식 : (호흡이 가빠진다)
여전히 갈증이 가시지 않는 듯 답답한 얼굴로 다시 잔에 물을 받는데, 휴게실 안에서 선차장의 목소리 들린다.
선차장(e) : 놀이방 종일반은 아무리 많이 봐줘도 6시까지야. 양해도 한두 번이지. 염치도 없어?
(거의 울듯)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끊어요!
39. 휴게실 / 낮
상식, 물 들고 들어오면, 화나서 한숨 쉬고 있는 선차장.
상식 : 집에 무슨 일이 있나봐?
선차장 : 아, 네. 과장님은 괜찮으세요?
상식 :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면)
선차장 : 남편이 얘 데리러 가는 날인데 갑자기 상가 집에 가야 한다나? 오늘 저도 중요한 바이어 미팅이 있거든요..
이따가 친정에 다시 전화해 봐야겠어요. 인수인계 회의에서 봐요. (나간다)
상식 : (손짓으로 대답하고 물 마저 꿀꺽)
40. 탕비실 밖 / 낮
선차장, 급하게 걸어가는데, 갑자기 자원팀 쪽에서 쿠당탕 하는 소리 들리고,
웅성웅성 사람들이 목 빼고 자원팀 쪽을 보고 있는 것을 본다.
부산한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는 선차장.
41. 자원팀 / 낮
선차장, 얼른 오면 바닥에 쓰러진 수진의 모습 보인다. 마부장도 놀라 나와 있고 사람들, 몇몇 놀라서 웅성웅성 서 있다.
영이가 다급히 수진을 부축하는 모습이 보인다.
선차장, 급히 다가가는데 수진 꾸물꾸물 일어나려다가 다시 혼절한다.
선차장 : (파일을 내려 두고 부축하며) 뭐하고 있어요? 의무실로 가야지!
얼른 달려들어 부축하는 하대리.
42. 의무실 밖 / 낮
착잡한 얼굴로 나오는 선차장, 돌아 본다.
의무직원(e) : 임신 중인데 너무 무리했나봐요.
선차장 : (후....)
43. 자원팀 / 낮
마부장 : (찡그리며) 뭐? 임신?
하대리 : 네, 안정을 좀 취해야 한답니다.
정과장 : (유대리 보며) 너 알았어?
유대리 : 아뇨. 아무한테도 말 안한 모양인데요?
마부장 : (버럭!) 아니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 거야? (정과장에게) 애 둘이라고 하지 않았어?!
영이 : (마부장을 본다)
정과장 : 아, 네. 아.. 그것 참 어떡하려고 또 임신을 했어.. 아.. 참 이기적이다.
마부장 : 에이! (하며 자기 자리로 들어 간다)
하대리 : (투덜투덜) 또 휴직할 건가? 첫째 둘째 낳을 때도 우리가 얼마나 편의를 봐 줬는데...
유대리 : (한숨 쉬며) 언제 또 실무직 교육시켜 일을 시켜요. 둘째 때도 제가 수진씨 일까지 떠 안느라고 코피가 터졌는데...
정과장 : (한숨 쉬며) 다른 팀에 또 실무직 빌리러 다니게 생겼구만.
하대리 : (영이 보며 들으란 듯) 진짜 여자들 문제야!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남편에, 애기에 핑계도 많아.
그거 아니면 눈물 바람으로 해결할라 그러고 말이야.
정과장 : (영이를 흘깃 보고 자리로 가며) 그게 다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
선차장, 씁쓸하게 보고 있다가 영업 1팀으로 돌아간다.
영이, 그런 선차장을 보다가 자리로 돌아가는데, 선차장이 두고 간 파일을 본다.
44. 영업 1팀 안 / 낮
들고 간 파일을 책상에 앉아 있는 선차장의 앞에 내미는 영이.
선차장 : 아... 땡큐.
영이 : 수진씨 요즘 일주일 내내 야근에 새벽 출근이었어요. 왜 말을 안했을까요.
선차장 : (씁쓸하고) 말 못했을 꺼야. 셋째는 좀 무리긴 하지..
영이 : ....
선차장 : (착잡하게 파일을 보며) 세상 많이 좋아졌다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긴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어른들께도 죄인, 회사에서도 죄인, 애들한테는 말도 못하고..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씁쓸하게 웃으며) 일 계속하려면 결혼하지 마 안영이씬. 그게 속 편해.
영이 : (희미하게 웃는)
45. 영업3팀 / 낮
일을 하고 있는 상식.
그래 : (시계 보며) 대리님.. 회의 시간 다 됐습니다.
동식 : 어, 그래. (깝깝한 마음으로 상식을 슬쩍 본다)
그래 : (같이 상식을 본다)
동식 : (그래에게만 들리게) 안 가셨으면 좋겠네..
그래 : 네?
동식 : (일어나 상식을 보며) 과장님, 오늘 자원팀 인수인계건 합동회의는 안 들어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상식 : (홱 보며) 왜?!
동식 : 제가 내용 다 알고 있으니까 실수 없이 하고 올께요.
상식 : (인상 쓰며 본다)
46. 중회의실 / 낮
당당한 얼굴로 앉아 있는 상식. 그 위로 선차장 발언 소리 물리면서.
선차장 : 그럼 완료 보고는 각자 팀내에서 한 걸로 정해졌으니까 우리 팀 인도네시아 건은 우선 그쪽에서 연락 오는데로
보고서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인니 특성상. 답이 이삼일 걸리는 거 아시죠?
영업 3팀(상식, 동식, 그래) 영업1팀(선차장, 부하직원1인), 자원팀(마부장, 정과장, 하대리, 영이),
철강팀(강대리, 백기), 섬유팀(성대리, 석율)이 모여 회의 대열이다.
영업3팀과 자원팀간의 불화 분위기. 특히 상식을 보는 마부장의 눈이 곱지 않은 분위기.
상식 역시 무시하면서도 전혀 꿇리지 않는 분위기다.
회의는 마무리 단계다. 그래는 상식과 자원팀, 특히 마부장 간의 불화를 의식하면서도 녹음과 회의록 적기에 열중한다.
동식 역시 편치 않은 얼굴로 상식을 의식하며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선차장 : 자원팀에서 시일을 좀 주셨으면 좋겠네요. 2~3일 여유 주시는 걸로 생각하고 마무리 작업 들어가겠습니다.
정과장 : (서류 마지막으로 확인하며) 좋습니다. 다른 팀 쪽은 저희 쪽에서 데이터 정리 작업만 하면 되겠습니다.
강대리 : 우리 쪽에 계속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하대리가 신경을 좀 써 줘.
정과장 : (마부장에게) 부장님, 이제 마무리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일동 : (주섬주섬 챙기는데)
마부장 : 마무리를 어떻게 해! 비엘이 안 넘어 왔는데!
일동, 당황해서 멈칫한다. 인상을 확 쓰며 마부장을 확 보는 상식.
정과장 : (당황) 그건 따로 말씀을,
마부장 : (상식에게) 정말 안 넘길 꺼야?!
상식 : 이미 넘겼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마부장 : 대체 어느 업체랑 얼마나 뒷문을 튼 거야?! 얼마나 해먹었어?!
상식 : (확 보면)
선차장 : 부장님, 오과장이 그런 분은 아닌 거 아시잖습니까?
마부장 : (선차장을 휙 보며) 당신은 가만 있어! 낄 데 안 낄데 다 껴 여자가!
선차장 : 부장님!
일동, 당황해서 마부장을 본다. 특히 영이의 시선이 흔들린다.
상식 : 그럼 다른 사람 끼지 못하게 따로 말씀하시던지요.
마부장 : (다시 상식을 확 보며) 뭐?! 너 사과는 왜 안 해? 사과문은 왜 안 올려?!
상식 : 사과할 일이 없으니까요.
마부장 : (어이 없어하며) 왜 사과할 일이 없어?! 사람을 그렇게 때려 놓고,
(비아냥) 아하~ 나이 먹어도 무책임한 건 변한 게 없군. 없어.
상식 : (확~!! 보며 인상 쓰며) 네!?
마부장 : 오리발 신 (하대리 흘끔 보면서) 요즘 애들 말로 뭐야 그거? 신 뭐?
하대리 : (소심하게) 신공이요.
마부장 : (상식에게) 그래, 오리발 신공이 아주 날로 업그레이드예요.
상식 : (확~!!) 부장님, 혹시 작년 일 때문에 저한테 이러시는 거 아니죠?
마부장 : (당황해서) 뭐? 자..작년 뭐?!
상식 : 여사우회에서 제기한 부장님 성희롱 문제요. 제가 증인 섰던 거 말입니다.
그래 포함 인턴들, 놀라서 마부장 보고, 나머지도 당황해서 보는데.
마부장 : (더더욱 당황해서) 야! 오상식!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리고 서.. 성희롱? 그게 왜 성희롱이야?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지! 내가 뭐, 그래서 만지길 했어? 들여다 보길 했어?!
(정과장 하대리한테 동의 구하듯) 숙일 때 마다 가릴 꺼면 뭐 하러 그런 옷 입고 왔냐? 그냥 다 보이게 둬!
그 말이 성희롱이야? 응? 성희롱이야?
정과장/하대리 : (도리도리)
마부장 : 반어법이잖아! 그런 거 입고 다니지 말란 뜻 아냐?!
정과장/하대리 : (끄덕끄덕)
선차장 : 내 놓고 다녀도 볼 만한 것도 없다고도 하셨잖아요.
마부장 : (울그락 불그락!) 그러니까 그 말이 성희롱이냐고!! 엉?!
선차장, 지참물 들고 휙 나가고 선차장의 부하직원1도 당황한 얼굴로 따라 나간다.
마부장 : 커피 좀 타오라는 것도 성추행이래요. 시집 못 간 거 걱정해 주는 것도 성추행이래요!
이 놈의 기 센 여자들 등쌀에 살 수가 없어! 야, 안영이. 니가 말해 봐 그게 성희롱이야? 성추행이야?!
영이 : .....
마부장 : 왜 말을 못 해?
영이 : 듣는 사람이 성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부장 : (벌떡 일어나며) 뭐라구?!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상식 : (벌떡 일어나 나간다)
마부장 : 얘기 안 끝났는데 어디가!
상식 : 사과문 쓰라면서요! 사과문 쓰러 갑니다!! (확! 나간다)
일동, 황당, 당황, 놀란 등등의 얼굴로 보고 당황한 동식도 꾸벅 인사하고 후다닥 간다.
그래도 얼른 따라 나간다.
47. 중회의실 밖 / 낮
앞서 가는 상식 뒤로 허겁지겁 나오는 동식과 그래.
동식 : 장그래씬 뒷정리 하고 와야지.
그래 : (멈칫) 네.
동식 : (휘적휘적 가는 상식을 보며) 미치겠다 정말.. (따라간다)
48. 중회의실 안 / 낮
그래, 들어오면 여전히 흥분해 있는 마부장.
마부장 : 사과문? 야, 정과장. 너 단어 하나하나 꼭꼭 씹어서 잘 봐. 저 새끼 또 분명히 앞 뒤 다른 말 할 꺼니까.
정과장 : (당황해서 말리며) 네네. 저, 이제 가시죠. 곧 업체 미팅 있습니다.
마부장 : (여전히 흥분해) 나쁜 놈의 자식.. (욕하면서 나간다)
정과장과 하대리도 나가면 휴~ 하며 한숨 내쉬는 성대리. 바짝 묻는 석율.
석율 : 마부장님이 진짜 성희롱으로 걸리셨어요?
성대리 : 여사우회에서 문제 제기해서 3개월 감봉 당하셨지.
석율 : 오과장님이 증인 서셨어요?
성대리 : 하여튼 오과장님도 알 수 없는 분이야. 그럴 땐 또 정의의 사도 같으면서
약한 애 밟고 거기 올라간 오과장님은 또 누구신지.
그래 : ......
강대리 : (챙기며) 그래도 일 하나는 잘 하시잖아. (백기에게) 마무리 짓고 와요. (간다)
성대리 : 같이 가 강대리~ (후다닥 따라 간다)
책상 위를 치우는 그래, 영이, 백기, 석율.
석율 : 정말 그 비엘은 어디 갔을까요? 오과장님 대단하시네요. 받은 사람이 없다는데 줬단 말로만 밀어붙이시는 거잖아요?
그래 : 주셨으니까 주셨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석율 : 근데 그게 어디 갔냐구~ 자원팀에서 있는 걸 없다고 우기는 건가..? 두 달 전이면.. 우리도 인턴 할 땐데.
백기 : (멈칫)...
석율 : (백기를 홱 보며) 아! 백기씨 자원팀 인턴이었죠? 그때 혹시 못 봤어요?
백기 : (눈빛이 흔들린다) 못 봤어요. (지참물 챙겨 휙 나간다)
그래 : (쳐다 본다)
49. 복도 일각 / 낮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백기.. 인상이 써지면서 더더욱 굳는 얼굴의 백기.
그래(off) : 장백기씨.
백기, 멈칫한다. 돌아보면 다가 와 서는 그래.
백기 : 무슨 일입니까?
그래 : 그 비엘 말예요. 정말 그때 못 봤습니까?
백기 : (당황하지만..) 아까 못 봤다고 말했잖습니까? 왜요?
그래 : ... 그때 자원팀 근무 하셨으니까 혹시 본 게 있나 싶어서요.
백기 : (똑바로 쳐다 보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자원팀 근무하면 다 봐야 되는 겁니까?
그런 장그래씨는 영업3팀 서류 다 파악했습니까?
그래 : .....
백기 : (날카롭게) 정 그럼 장그래씨가 가서 뒤져 보시죠. 괜히 나 끌어 들일 필요 없잖아요? (확 돌아 간다)
그래 : ......
50. 인근 일각 / 낮
화가 나 잔뜩 굳은 얼굴로 걸어오는 백기.
/회의 탁자에서 회의하는 정과장과 하대리와 유대리.
백기는 프린터를 하고 있다.
하대리 : (돌아보며) 장백기씨, 내 책상 위 파일철에 영업3팀에서 넘어온 비엘 있거든? 그것 좀 갖다 줘.
백기 : 네. (하대리 책상 위 파일철에서 비엘을 꺼낸다. 보는.)
거칠게 코너를 확 돌다가 멈칫한다. 영이가 서 있다.
놀라는 백기. 쳐다보던 영이...
영이 : 정말 못 봤어요?
백기 : (긴장해서 보는)
51. 정원 / 낮
백기 : (차갑게) 왜 그렇게 알려고 해요?
영이 : 못 봤어요?
백기 : (얕은 한숨 쉬며) 내가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는 게 나을 텐데요.
영이 : (당황해서 도전적으로) 무슨 소리예요?
백기 : (조금 보다가) 봤다고 하면 영업3팀에 알려 줄 꺼예요?
영이 : (당황해서 보면)
백기 : 지금 영이씨 상황을 생각해봐요. 그걸 밝히면 자원팀 사람들이 앞으로 당신한테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영이 : (당황)
백기 :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 되겠죠. 뭐하러 그래요?
영업3팀 편을 들어 준다고 오과장님이 당신 동앗줄이 되어 줄 분도 아닌데.
영이 : 장백기씨.
백기 : 이건 남의 일이에요. 안영이씨. 당신은 자원팀 팀원이고. 그게 정확한 현실 입니다. (돌아서서 간다)
영이 : (당황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
석율(e) : 오잉~~!!?!!!!!
52. 석율 자리 / 낮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석율, 눈이 휘둥그래져 있다.
석율 : 와~ 오과장님 진짜 남자다잉~!!!
53. 몽타쥬 / 낮
53-1. 놀라고 황당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동식과 그래.
동식,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가 울상으로 그래를 본다.
그래도 당황한 얼굴로 동식을 봤다가 다시 모니터를 본다.
<사과문>이라고 큼직하게 쓰여진 글자 밑에 글자.
그래 : (읽는다) 미. 안. 하. 다. 좀마니...
이어서 사과 하나가 정면으로 날아오는 움짤 혹은 플래시.
동식과 그래, 당혹스런 얼굴로 상식을 돌아 본다. 느긋한 얼굴과 폼으로 딴 짓하며 앉아 있는 상식.
53-2. 자원팀. 역시 기가 막히고 놀란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정과장과 하대리.
53-3. 마부장실. 뚜껑 열린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마부장.
마부장 : 이 또라이 새끼!!
53-4. 원인터 사무실 안. 각각 놀란 얼굴 혹은 웃음 터지는 얼굴, 기가 막힌 얼굴 등 각각의 반응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람들.
53-5. 엘리베이터 안. 핸드폰으로 사과문을 보고 있는 선차장. 한숨을 푸~욱 내쉰다.
54. 영업3팀 / 낮
동식 : (미치겠는) 과장님~ 진짜 왜 이러세요~
상식 : 뭐? 왜? 사과 달래서 사과 준 건데? 쌔~빨간 홍옥으로 주고 싶었는데 요즘엔 그 품종이 없더라.
동식 : 과장니~~임!!
마부장(off) : 야! 오상식!!
보면 15층 입구에서부터 씩씩거리며 오는 마부장과 얼굴이 하얗게 돼서 쫒아 오는 정과장.
15층 사람들 전부 쳐다 본다.
동식 : (울고 싶다) 아~~~ 미치겠네.
55. 자원팀 / 낮
캐비닛 자물쇠 번호를 맞춘 후 캐비넷을 여는 영이.
56. 영업3팀 / 낮
서 있는 상식 앞에 노발대발 마부장. 마부장 옆에 정과장과 하대리 안절부절.
마부장 뒤에 동식 안절부절 서 있고, 동식 옆에 그래...
마부장 : 야! 오상식이! 너 진짜 갈 데 까지 가보잔 거야?
상식 : 왜 자꾸 이러세요? 쓰라 하신 사과문 썼잖습니까?
마부장 : 너 이 새끼, 꼭 똥물을 뒤집어 써야 정신 차리겠냐?! 내가 사과문으로 마무리 짓겠단 거 아냐!
상식 : (뻔뻔하게) 아, 그러니까 그렇게 했잖습니까? 많이 미안하다고 엉? (정과장에게 툭) 미안해 좀마니.
마부장 : (혈압) 좀마니.. 이 새끼 지금 나 놀려?!! (한 손으로 멱살을 확 잡으며 때리려고 팔을 뒤로 휙 빼는데
팔꿈치가 뒤에서 말리려고 달려드는 동식의 얼굴을 살짝 스치는가 싶다.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부여잡고 수그리는 동식)
모두 놀라 동식을 본다. 당황한 마부장.
동식 : (수그린 채 엄청 괴로운) 아아~~ 아아~~
마부장 : (당황) 뭐.. 뭐야?
그래 : (얼른 동식을 잡으며) 괜찮으십니까? 빡! 소리가 엄청 컸지 말입니다!
정과장 : (동식을 잡으며 당황해서) 마..맞았어?
상식 : (오버해서) 뭡니까?! 지금 제 부하 아구창 날리신 겁니까?!!!
마부장 : (엄청 당황해서 자기 팔꿈치 문지르며) 야! 맞긴 뭘 맞아?!
동식 : (더 오버해서 아프다고 하고)
상식 : (잡고 보며) 뼈는 어때? 괜찮겠어? 부러지거나 금간 거 같진 않고?
마부장/정과장 : (당황하고)
동식 : (얼굴을 잡은 채 일어나며) 괜찮아요.
정과장 : 정말 괜찮아?
동식 : (괴로와하며) 네. (상식에게) 잠깐 병원 좀 다녀 와도 되죠?
상식 : 응. 응 갔다 와. 엑스레이만 찍지 말고 씨티, 엠알아이 찍자면 다 찍어. 피도 뽑고! 뇌가 흔들렸으면 후유증도 크단 말야!
마부장/정과장 : (당황하고)
동식 : 네. 근데 괜찮을 것 같아요. (마부장에게) 걱정 마시고 가세요 부장님.
마부장 : 응? (정과장을 본다)
정과장 : (얼른 마부장을 데리고 나가며) 그..그래, 가시죠 부장님. (동식에게) 무슨 일 있음 말해줘. (후다닥 간다)
동식, 마부장과 정과장, 하대리가 저만치 가자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로 가서 서류 들고.
동식 : 재무팀 좀 다녀 올께요.
상식 : (자리로 가며) 응. 장그래, 물 한잔만 갖다 줘.
그래 : 네.
각자 할 일들 위해 흩어지는 분위기.
57. 자원팀 / 낮
한 파일을 펼쳐서 서류 사이에 문제의 비엘을 보고 있는 영이, 잔뜩 굳은 얼굴.
지나가다가 그런 영이를 보고 멈춰 서는 백기.
영이, 마부장 일동이 오는 기척에 얼른 캐비넷 안에 넣고 딴 서류 찾는 척한다.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는 마부장과 난감한 얼굴로 같이 오며.
마부장 : 망할 놈들, 이제 자해공갈단 흉내까지 내? 저것들은 조폭이야! 이제 절대 영업3팀 하고 업무 협조 하지마!
영이 : (보는)
정과장 : 부장님, 이제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게 어떨까요? 오과장도 이번에 깨닫는 게 많았을테니까요.
마부장 : (열 받아 부장실로 들어가면)
하대리 : (영이에게) 영이씨, 커피 좀 갖다 줘.
영이 : 네. (간다)
하대리 : (영이 나가는 거 보고 정과장에게) 어떡해요? 일이 점점 커지잖아요.
정과장 : (미치겠는)
하대리 : 아, 그러니까 결재할 때 왜 첨부터 제대로 말씀은 안하셔셔어~ 깜빡 잊고 빠뜨렸다고 솔직히 말씀하시지이~!
정과장 : (속닥) 야, 임마! 간만에 부장님한테 욕 안 먹고 넘어가고 있는데 그 소리가 얼른 나오냐?
게다가 오과장 쾌 잡았다고 흥분하시는데 어떻게 초를 뿌려어~!!
하대리 : 아, 어떡해요~? 파쇄할까요? 에?
정과장 : (미치겠는)
58. 영업3팀 / 낮
가족사진을 보며 앉아 있는 상식... 일어나 나가며.
상식 : 김대리가 찾으면 담배 피러 갔다고 해.
그래 : (일어나며) 네.
다시 앉는 그래.. 가고 있는 상식을 보고 있다가 문득 투르크매니스탄 목록 파일철을 꺼내 펼친다.
생각에 잠겨 죽~ 보던 그래..
직원2(e) : 아무리 일 잘하면 뭐해. 그런 계약직 신입 받으면 무슨 수가 있어?
직원1(e) : 맞네. 그 신입은 BL이 뭔지 스위치가 뭔지 아나 몰라.
그래 : (파일철을 덮고 나간다.)
59. 정원 / 낮
정원으로 들어서는 그래, 멀리 담배를 꺼내 무는 상식이 보인다. 다가가면
마른 담배를 빨다가 성에 안 찬 듯 인상을 쓰며 담배를 빼고 보는 상식.
그래 : 과장님..
상식 : (희딱 보고 인상 쓰며) 왜 나왔어? 일 안 하고.
그래 : 뭐 좀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상식 : 불 있냐?
그래 : (당황) 아뇨.
상식 : (찡그리며 빈 담배를 다시 갑에 넣으며) 사내놈이 담배 한 대 필 줄도 모르고, 내가 너 만할 땐 하루에 3갑씩 폈어.
그리고 넌 자세가 안됐어 임마. 접대용으로라도 라이터를 들고 다녀야지.
그래 : 죄송합니다.
상식 : 뭐가 궁금한데?
그래 : 그 비엘 말이에요.. 과장님이 주셨는데 제가 목록에서 빠뜨렸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상식 : (어이없이) 뭐?
그래 : 그래서... 혹시 절 감싸 주시려고 하시는 건 (상식의 표정이 점점 썩은 사과처럼 찌그러지는 걸 보며) 아니겠죠. 네네.
상식 : (어이 없이 보며) 들어가서 일이나 해.
그래 : 네. (꾸벅하고)
상식 : (어이없이 보는)
60. 통로 / 낮
생각에 감겨 걸어 오는 그래, 뒤에서 동식이 부른다.
동식 : 장그래씨!
그래 : (돌아보며) 다녀오셨어요?
동식 : (서류 주며) 이거 2부씩 복사해서 철 좀 만들어 놔.
그래 : 네. (탕비실 쪽으로 가려다가) 저, 대리님.
동식 : (보면)
그래 : 보통 수치가 끝난 비엘은 얼마나 보관합니까?
동식 : 어~ 중요 계약과 관련된 건 5년, 사내 보고용으로 만든 건 3년인데.. (확 보며 투박스럽게) 왜? 찾게?
그래 : (당황) 찾아 볼까요?
동식 : (버럭) 찾긴 뭘 찾아~?! 남의 팀 뒤지겠다고?! 꿈도 꾸지마! 그게 가능하면 내가 했지?!!
그래 : 죄송합니다. (간다)
뒤에서 오다가 들은 오과장이다. 미간을 찌푸리고 그래를 보며 동식에게 다가와.
상식 : 쟤 지금 뭐라는 거냐?
동식 : (그래 쪽 보며) 설마 몰래 자원팀 뒤지거나 그런 짓 하는 건 아니겠죠?
상식 :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겠지. (저벅저벅 가다가 다시 그래가 간 탕비실 쪽을 돌아본다)
61. 영업3팀 / 낮
들어 와서 책상 위에서 서류철을 들고 선차장 쪽을 본다. 부하직원들과 얘기하고 있는 선차장이 보인다.
서류를 들고 나가는 상식.
62. 영업1팀 / 낮
부하직원과 서서 얘기하고 있는 선차장.
부하직원1 : (난감한) 오늘 또요? 지난 주에도 한번 미룬 회읜데...
상식 : (서류 들고 들어오는)
선차장 : (한숨) 아는 데에.. 3시간만 미루자고 해봐. 미안해.
부하직원1 : (난감) 알겠습니다. (상식 보고 목례하고 나간다)
상식 : (서류 주며) 사인 좀 해 줘. 애 데리러 가게? 친정 쪽이 잘 안됐어?
선차장 : (받아서 보며) 네. 얼른 가서 시댁에 맡겨 두고 와야겠어요.
상식 : 나도 남자지만, 참... 이런 경우 남자들은 여자의 양보를 좀 더 쉽게 생각해.
여자가 차장 정도 직급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피상적으로 밖에 생각을 못하거든.
선차장 : (싸인하며 한숨) 그러게요.
상식 : 우리 와이프도 그게 힘들어 직장 그만 둔 거고.
선차장 : (서류철 주며) 애들이 셋이나 되시잖아요.
상식 : (나가면서 중얼거리듯) 안 그랬음 내가 그만 두는 건데..
선차장 : (본다)
63. 영업1팀 밖 / 낮
영업1팀에서 나오던 상식, 멈칫 선다. 자원팀 쪽을 찡그리고 본다.
복사한 서류들을 들고 그래가 자원팀 쪽 통로를 슬쩍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상식 : 저 자식, 저기서 뭐하는 거야?!
64. 자원팀 근처 / 낮
일어나서 서류를 챙기다가 그래를 보는 영이. 그래도 영이와 눈이 마주친다.
어색하게 꾸벅하는 두 사람.
내심 당황한 영이지만 그래의 인사를 받는다. 지나가다 그들을 쳐다보는 백기.
그래, 다시 영이에게 꾸벅하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65. 통로 / 낮
조금 굳은 얼굴로 서류를 들고 걸어 가는 영이.
뒤에서 역시 경직된 얼굴로 걸어 오던 백기가 영이 옆으로 온다.
백기 : 잘했어요.
영이 : (보면)
백기 : 말 안한 거요.
그대로 앞서 가는 백기.
영이는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백기를 본다. 굳은 얼굴의 영이.
66. 영업3팀 안 / 낮
상식, 복사한 서류들을 들고 들어오는 그래를 보는.
상식 : 장그래! 너 왜 자원팀에서 어슬렁거려?!! 비엘 찾으러 갔어?!!
그래 : 네?!! 아, 아닙니다.
상식 : 그럼 왜 갔어? 안영이 만나러 갔어? 안영이한테 물어 봤어?
그래 : 아닙니다.
상식 : 그것도 안 물어 보고 뭐했어?
그래 : (깜짝) 네?.... 물어 볼까요?
상식 : (버럭!) 물어 보긴 뭘 물어 봐! 누가 너한테 거기서 얼쩡거리래? 그렇게 할 일이 없어?
그래 : 죄송합니다.
상식 : (꼴보기 싫다) 후~ (고개 돌리다가 영업1팀에 선차장이 보인다)
(다시 그래를 확 보며) 그래, 너 그렇게 할 일 없으면 오늘 출장 좀 가!
그래 : 네?
상식 : (내선번호 하나 꾹 누른다) 응. 선차장.
67. 영업1팀 / 낮
난감하고 당혹한 얼굴의 선차장 앞에 덩그라니 서 있는 그래.
선차장 : 아... 이건 아닌데..
그래 : 괜찮습니다.
선차장 : (난감한) 아니에요. 부하직원을 사적인 일에 동원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내선 번호 누르고) 오과장님, 장그래씨,
상식(o.l/e) : 됐어. 괜찮아. 그 놈, 사무실에 계속 있다간 어설픈 사고 칠 거 같아 그래. 여기서 더 쪽 팔리면 안된단 말야.
선차장 : (난감하게 전화 끊고 그래를 보다가 할 수 없단 듯 메모지에 어린이집 주소를 적어서 주며)
오과장님 오늘 진짜 막가파시네요. 고마워요.
그래 : (받으며 웃는다)
선차장 : 장그래씨는 오늘 오과장님 보고 실망하지 않았어요?
그래 : 아뇨..
선차장 : 그럼 화났나? 무서웠나?
그래 : 아뇨....
선차장 :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그래 : 당황했어요.
선차장 : 갑자기 저렇게 다른 사람처럼 구니까?
그래 : 그것 때문이 아니구요.. 외로와 보여서요.
선차장 : (본다)
그래 : 오과장님 같은 분이 외로울 거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거든요.
선차장 : (웃으며) 오과장님 옛날 얘기 들은 거군요?
그래 : ... 네.
선차장 : (웃으며) 이 회사 사람들 전부 오과장님을 비난하는 거 아녜요.
그때 나라도 그 상황이었음 그렇게 했을 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오과장님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나도 그렇죠. 김동식 대리도 그렇죠. 그러니까 외롭진 않으실 꺼예요.
그래 : ......
68. 로비 / 낮
가방 들고 나오는 그래. 로비에서 들어오는 영이를 만난다. 서로 인사하고.
영이 : (가방 든 거 보고) 외근이에요?
그래 : 아.. 네. (살짝 웃으며) 선차장님 애기 때문에 출장 가요.
영이 : 네?...아! (웃으며) 좋은 일 하시네요. 그럼 내일 봬요. (인사하고 간다)
그래 : (인사하고 엇갈려 가는데)
영이 : (가다가 멈춘다... 돌아서서) 장그래씨.
그래 : (돌아보는)
영이 : 저... 오과장님... 괜찮으세요?
그래 : (의아해서 본다) ...?? 네.
69. 커피숍 / 낮
커피를 두고 영이와 마주 앉아 있는 그래. 영이와 처음 커피숍에 있는 게 너무나 어색하다.
그래 : 자원팀 분들이 오과장님께 좀 너그러우셨음 좋을 뻔 했어요.
영이 : ..... 오과장님 좋은 분이에요.
그래 : 네. 좋은 분이죠.
영이 : 예전에 있었던 일을 꺼낸 건 저희 과장님의 실수가 맞아요.
그래 : (본다)
영이 : 누구에게나 다신 꺼내 놓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있단 걸 존중해줘야 하는 데 말이죠.
저는 오과장님이 그렇게 화를 내시는 거 이해합니다.
그래 : 과장님은 지금 화가 나 계신 게 아니에요.
영이 : (보면)
그래 : 자학하고 계신 거 같아요.
영이 : (본다)
그래 : 대부분의 잘못된 선택은 후회로 남다가 잊혀지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니까요.
어떤 것들은 아주 끈질기게 앙갚음을 하잖아요. 잊혀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돌이켜지지도 않고.
영이 : ....
그래 : 잘은 모르겠지만... 오과장님도... 그때 했어야 하는 선택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같은 거요.
영이 : (보는)....
그래 : 사람들은 과장님이 이해받지 못해서 화를 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과장님은 지금 자학하고 있는 거예요.
전 그런 오과장님이 외로와 보입니다.
영이 : ....
70. 엘리베이터 안 / 낮
엘리베이터 안의 영이.
그래(e) : 대부분의 잘못된 선택은 후회로 남다가 잊혀지지만 다 그런 건 아니니까요.
어떤 것들은 아주 끈질기게 앙갚음을 하잖아요. 잊혀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돌이켜지지도 않고.
엘리베이터 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영이....
71. 어린이집 앞 / 낮
어린이집 문이 열린다.
그래 : (꾸벅하며) 소미 데리러 왔습니다.
원장 : 네, 소미 어머님께 연락 받았어요. (돌아보며) 소미야~ 집에 가자.
우르르~ 나와서 그래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들. 당황해서 보는 그래.
원장 : 종일반 아이들이에요. 곧 어머니들이 오실 거예요.
아이1 : 엄마 안 와요?
원장 : 곧 와요. 들어가자.
그래 : .....
원장 : (움직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들어 가자고 재촉하는데)
그래 : 이 아이들, 저랑 함께 밖에 놀이터에서 놀면 안 될까요?
원장 : (난처해서) 아.. 저희가 보호자격으로 함께 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곧 퇴근 하시고 전 일을 해야 해서요.
그래, 아이들을 보면 그래를 쳐다 보는 아이들..
하선생(off) : 제가 같이 있을께요.
돌아보면 가방 매고 나오던 하선생.
하선생 : 집에 좀 늦게 가죠 뭐. (그래를 보고 웃는다)
72. 어린이집 놀이터 / 낮
소미를 포함한 아이들과 놀고 있는 그래와 하선생.
중간 중간 아이 엄마들이 와서 애들을 데려간다.
벤치에 잠시 앉는 그래.. 소미가 놀고 있는 걸 보는 그래... 소미를 보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얼굴...
73. 15층 사무실 안 / 저녁
거의 퇴근 후 분위기의 빈 사무실.
74. 자원팀 / 저녁
무거운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는 영이... 그러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영업3팀을 본다.
창 밖을 보고 서 있는 상식의 뒷모습...
영이 : ......
그때, 뭔가 떨어지는 소리, 보면 옆 통로에서 책과 파일과 자료들을 잔뜩 안고 가던 선차장이 떨어 뜨렸다.
얼른 일어나는 영이.
75. 통로 / 저녁
얼른 떨어진 자료를 주워주는 영이.
선차장 : 아, 고마와요.
영이 : 다른 직원분들은 안 계시나봐요?
선차장 : 응. 바이어 회의라. 모시러 갔어.
영이 : (들고 일어나며) 제가 들어다 드릴께요.
선차장 : (웃으며) 고마워요.
76. 회의실 안 / 낮
책상 위에 자료를 내리는 두 사람, 선차장은 각 자리로 자료들을 정리해 분배하고 영이는 한쪽에 모아 놓은 음료를 배분한다.
선차장 : 자원팀 좀 힘들죠?
영이 : (웃는)
선차장 : 거기가 예전부터 여자들이 좀 버티기 힘든 팀이었어요. 시대착오적으로 남녀차별을 하죠?
영이 : (씁쓸하게 웃는)
선차장 : (힘 내라고) 그래도 엘리트들만 보내는 데예요.
영이 : (웃는)
선차장 : 영이씨는 꽤 잘 버티는 것 같아요? 내색하지 않고.
영이 : ... 실은 쉽진 않아요.
선차장 : (조금 가볍게 받으면서) 그렇죠.
음료수를 놓던 영이가 멈춘다. 음료수를 놓고 있는 선차장을 본다... 보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연다.
영이 : 차장님.. 뭐 좀 여쭤 볼께요.
선차장 : 그래요.
영이 : 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하는 게 옳은 일인데 망설이고 있어요.
선차장 : (음료수를 놓으면서) 왜요?
영이 : 그렇게 해버리고 나면 더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거 같아서요.
선차장 : (하던 일을 멈추고 영이를 빤히 보다가) 자원팀 일이에요?
영이 : (대답 못한다)
선차장 : 옳은 일을 모른 척 하면 좀 버티기 쉬워지나?
영이 : 적어도 비난은 피할 수 있거든요. 여자라서 그렇게 했다는..
선차장 : 여자라서?
영이 : 예를 들어.. 여자라서 의리가 없어 그렇다던가요..
선차장 : (다시 음료수를 놓으면서) 뭔지 모르겠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남녀 문제가 있나요?
기껏해야, 양심 문제 정도 있으려나..?
영이 : ....
선차장 : (보고 웃으며) 양심 문제도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과 알기 때문에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다시 음료수를 놓고 있는 선차장을 보는 영이...
77. 어린이 집 놀이터 / 저녁
놀이터로 다가 오는 영이... 그래가 잠든 소미를 업고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잠시 보고 서 있는 영이, 부른다.
영이 : 장그래씨.
그래 : (본다. 놀란)
78. 나무 밑 벤치 / 저녁
그래의 양복을 깔고 자고 있는 소미 옆에서 굳은 얼굴로 영이를 보고 있는 그래.
영이 : 미안해요. 지금 말해 줘서.
그래 : .....
영이 : 그 비엘을 들고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내 손으로 찾아서 전해 주는 것 까진 할 수 없었어요.
어쨌든 나는 자원팀 사람이니까요.
그래 : 네.
영이 : 제일 아래 칸 네 번째 파일상자 안에 있어요. (종이주며) 캐비넷 번호예요.
그래 : .... (받는다)
영이 : 소미는 제가 볼께요.
그래 : ... (일어난다. 영이에게 숙이며) 고맙습니다. (간다)
쳐다 보던 영이, 소미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번 정리해주면서 그래 쪽을 보는데.
옆에서 오는 하선생.
하선생 : 어? 누구세요?
영이 : (놀라서 보면)
하선생 : 아, 소미 선생님이에요.
영이 : 아, 원인터 직원입니다. 장그래씨 대신 소미를 맡았어요.
하선생 : 아... (조금 아쉽게) 장그래씨는 일이 생겼나보죠?
영이 : 네. 회사에 일이 있어서요.
하선생 : (아쉽게 그래 간 쪽을 봤다가) 아...
영이 : .....
하선생 : 근데요, 혹시 두 분 사귀세요?
영이 : (당황) 네..? 아뇨.
하선생 : (안심) 아, 그럼 장그래씨 전화번호 좀 알려 주세요.
영이 : 네?
79. 자원팀 / 밤
번호를 맞춰 캐비넷을 여는 그래. 영이가 가르쳐 준 위치의 파일철을 찾는다.
꺼내서 열어 보는데 한 장씩 아무리 뒤져도 해당 비엘이 없다.
그래(e) : 분명히 이 파일 안에 있다고 그랬는데..
당황한 그래, 다시 앞에서부터 급히, 꼼꼼히 보는데.
정과장(off) : 거기 누구야?
그래 : !!!!
확 돌아 보면 경계심에 차서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던 정과장, 알아 본다.
정과장 : 어? 너... 여기서 뭐해?! (하다가 열린 캐비넷을 보고 당황한다. 그래의 손에 든 파일철을 본다.
사색이 되며 살벌해진 얼굴로 파일을 확 뺏어서 확 인한다. 비엘이 없다. 이상하다.. 당황하지만 금방 수습한 후
그래의 멱살을 잡으며) 너 이 자식! 남의 팀 캐비넷을 허락 없이 뒤져?!!
너 이 새끼 비엘 찾으러 온 거지?! 오과장이 시켰지?!
그래 : 아닙니다.
정과장 : (아랑곳) 그 인간이 그렇지~ 그럼. 니 사수한테 배운 게 도둑질이냐?
그래 : (손을 딱 뿌리치고) 여기 비엘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정과장 : (당황! 더 오바하며) 무슨 개 헛소리야?! 야! 오상식이 그 새끼 어디 갔어?! 쫄따구 도둑질 시켜 놓고 퇴근한데디?
그 인간은 내가 평생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꺼야! 어디 갔어?! 당장 오라구 해!
(상식에게 전화하며) 응?! 빽도 없는 인간이 어디서 그지 같은 낙하산 새끼 하나 데리고 와서 도둑질이나 시키고 말이야!
정과장의 전화기에서 신호가 가는데, 가까운 옆에서 울리는 전화.
둘이 멈칫해서 보면 오과장이 울리고 있는 전화기를 들고 있다.
툭 통화 터치하고 받는 상식.
상식 : 그래, 빽도 없는 새끼 여기 왔다.
정과장, 그대로 얼음이 돼서 보면 상식, 전화 끊고 저벅저벅 다가 와서 그래의 멱살을 잡은 정과장의 손을 탁 친다.
정과장 : (당황, 그러나 기세 몰아) 야! 오상식! 이게 무슨 짓이야?! 내가 입사 선배라고 꼬박꼬박 예예 붙여주니까,
상식 : (눈 앞에 비엘을 딱 내놓는다)
정과장 : (기겁을 한다!!)
상식 : 새파란 신입 앞에서 당할래? 아니면 옥상으로 갈래?
80. 옥상 / 밤
땀을 뻘뻘 흘리는 듯한 얼굴의 정과장 앞에 비엘을 내놓고 있는 상식.
정과장 : (이미 기세가 꺽였지만) 이.. 이게 우리한테서 나온 건지 오과장네서 나온 건지 어.. 어떻게 알아요.
상식 : 모르지. 근데 너랑 나랑은 알지.
정과장 : (당황!) 그.. 그게 무슨 허..헛소리,
상식(o.l) : 그런데!
정과장 : (깜짝 놀라서 보면)
상식 : 이게 자원팀에 있단 걸 아는 사람이 있어!
정과장 : !!!! (당황) 누.. 누가?
상식 : (차갑게) 너 이 새끼, 또 한번 은지 얘기하면 그땐 정말 가만 안 둘 꺼야. 그리고, 또 한번 영업3팀 엿먹이면 죽여버릴꺼야.
정과장 : 네.
상식 : (비엘을 가슴팍에 딱 안기면서) 마부장한텐 니가 찾았다고 말해.
정과장 : (울상으로) 오과장님~
상식 : 사과문 올려.
정과장 : (헉!! 황급히) 상식이 혀~엉~
상식 : (돌아서서 가면서) 나처럼 올리면 죽는다.
81. 영업 3팀 안 / 밤
어두운 통로를 저벅저벅 걸어 들어 오는 상식. 그래가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멈춰서는 상식..... 다시 걸어가면 상식이 오는 걸 보고 일어나는 그래.
상식, 말없이 그래를 지나 자기 자리로 가서 창 쪽을 향해 있는 의자에 털썩 앉는다.
말없이 창 밖을 보고 있는 상식..... 선 채로 그런 상식을 보고 있는 그래.
잠시 그러고 있는 두 사람, 적막이 흐르는 공기...
잠시 후.. 그래가 입을 연다.
그래 : 죄송합니다.
상식 : ....
또 잠시 두 사람 사이의 적막.... 그러다가. 상식이 입을 연다.
상식 : 술 한잔 할래?
그래 : .....
82. 술집 안 / 밤
말없이 술을 마시는 두 사람.
그래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고 자신의 빈 잔에도 따르는 상식.. 또 다시 서로의 잔을 들어 마시는 상식과 그래.
83. 술집 밖 / 밤
술 집 안에는 서로 잔에 따라 주며 술을 마시는 상식과 그래의 모습이 유리 안으로 보인다.
취한 직장인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앞을 지나가고, 혹은 안 취한 사람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지나간다.
그래(e) : 근데요 과장님.. 뭐하나 여쭤 봐도 됩니까?
상식(e) : 안돼.
그래(e) : 자원팀 캐비넷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상식(e) : 누가 알려 줬어.
그래(e) : 누..가요?
상식(e) : 몰라도 돼! 짜샤!
84. 몽타쥬 / 밤
#84-1. 소미를 재우고
#84-2. 빨래를 걷고 개고
#84-3. 설거지 하고
#84-4. 방을 치우고 하는 선차장
85. 선차장의 거실 / 밤
지친 얼굴로 소파에 앉아 가방을 열어 태블릿 피씨를 꺼내는 선차장.
소미의 그림이 딸려 나온다. 다시 그림을 보면서 갸웃 하는.
선차장 : 진짜 내 얼굴은 왜 안 그린 거야?
현관문 문 열리는 소리 난다. 일어나 나가 맞는 선차장.
선차장 : 왜 이렇게 늦어?
남편 : 미안. 소미는?
선차장 : 자.
남편 : (선차장 손에 든 그림 들어 보고 웃으며) 소미가 그린 거야?
선차장 : 응. 근데 내 얼굴은 안 그렸어. 달걀 귀신 같아. (웃는)
남편 : (그림 보며) 난 할 말 없다. 맨날 자는구나. (방으로 간다)
선차장 : (따라 가며) 내일 골프가지. 옷이랑 챙겨놨어.
남편 : 저녁까지 자리 이어질 것 같아.
선차장(e) : 내가 일찍 들어올게. 내일은.
남편(e) : 나도 끝나는 대로 들어 올게.
86. 선차장 집 외경 / 밤
선차장(e) : 답이 없다 답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는 건데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어.
남편(e) : 소미가 좀 더 크면 나아질 꺼야.
87. 몽타쥬 / 밤
어두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영이, 손에는 그래의 양복 윗옷.
빈 자원팀을 돌아보는 영이, 영업3팀으로 쪽으로 간다.
그때 15층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는 누군가... 무거운 얼굴의 백기다.
영이, 그래의 옷을 의자에 걸어 둔다. 무거운 얼굴로 쳐다보는 백기.
영이, 돌아 나오면서 통로에 서 있는 백기를 본다. 서로 쳐다 보는...
의자 위에 그래의 양복... 저무는 15층 사무실.
88. 어린이집 마당 / 낮
통화를 하면서 어린이집으로 소미를 데려다주는 선차장.
선차장 : (전화) 네네. 그렇죠... 맞습니다. 10시 이전까지 제가 들고 갈 겁니다.
저희 직원들이 정리해 놨습니다. 그건 저희가 준비할께요.
어린이집 초인종을 누르는 선차장, 하선생 나오는 동안 내내 전화.
하선생 : 소미 왔구나~ 엄마한테 인사하자.
소미가 배꼽인사를 준비중인데 대강 꾸벅 받고 돌아서는 선차장.
선차장 : (전화) 네..... 네..... 그렇죠. 아... 그건 문제가 안 될 겁니다.
배꼽에 손을 올린 채 서 있는 소미. 그대로 가는 선차장의 뒷모습.
선차장 : 저희가 오더를 내리는 입장이니. 그렇게 처리하면 (멈칫하는 선차장)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그대로 서 있는 선차장.
배꼽에 손을 올린 채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소미가 유리창에 비쳐 보인다.
선차장 : 다..다시 전화 드릴께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천천히 돌아보는 선차장)
소미가 그대로 보고 있다.
선차장(e) : 매일 이렇게 보고 있었구나. 엄마 뒷모습을...
하선생 : 소미야~ 엄마한테 인사할까?
소미 : (배꼽 인사하며) 안녕히 다녀오떼여~
소미에게 또각또각 걸어 오는 선차장. 무릎을 꿇고 소미와 눈높이를 맞춘다.
그대로 배꼽인사를 하는 선차장.
선차장 : 잘 다녀오겠습니다.
소미 : 헤헤헤헤~ (웃는)
울음을 참느라 떨리는 얼굴의 선차장... 소미를 와락 껴안는다. 눈물이 맺힌다.
선차장(e) : 다시는... 널 미루지 않을게!
아이를 떼고 다시 보는 선차장.
선차장 : 소미야.
소미 : 응.
선차장 : 오늘... 엄마 그려줄래?
소미 : 알아떠. 이쁘게 그릴게!!
89. 상식아파트 외경 / 낮
상식(e) : 여보오~!! 양말 어딨다구?!
90. 상식의 집 안 / 낮
충혈된 눈과 헝클어진 머리로 방에서 양복 윗옷을 다급히 들고 나오는 상식.
상식처 : 그러니까 술 좀 적당히 마시고 오지.
아이셋 : (조르르~ 서서) 아빠 안녕히 다녀 오세요.
상식 : (흐뭇하게 애들 머리통을 슥슥 다 만져 주며) 그래~ 공부들 열심히 하고!
아이셋 : 아빠도 일 열심히 하세요오~!
상식, 으하하하~ 웃으며 현관문을 확 여는데 30센티 정도 열리고 더 안 열린다.
상식 : 어? 뭐야? (꾹꾹 밀며) 왜 안 열려? (문 밖으로 상체를 숙 내미는데) !!!!!!!!!
문 밖에서 문에 기대 자고 있는 그래!
상식 : (눈을 비비며 껌벅 거리고 다시 본다) 저 놈 왜 저기 있어?
상식처 : 뭐예요? (보다가) 어머?!!! 저 사람..!
상식, 처를 본다. 아이들 조르르~ 와서 밑으로 차례로 밖을 내다 본다.
상식처 : 어제 꽐라 된 당신 데려다 주고 갔는데.. 어머나~!! 취해서 못 갔나 부다~
상식 : (찡그리며) 뭐?
문을 확 밀고 나간다. 결에 놀라 눈을 뜨는 그래.
상식, 그 앞에 서며.
상식 : 야! 장그래! 이 자식!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제서야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꾸벅한다.
그래 : 과장님, 나오셨습니까?
상식 : ???
깔깔깔 웃는 아이들, 어이없이 보는 상식. 얼떨떨한 그래.
아이들의 웃음 속에 그렇게 상식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