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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결대본

[미생] 0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5.07|조회수941 목록 댓글 0

[미생] 07











1. 휴게실 / 낮


열 받아 영이 앞으로 서류들을 거칠게 확 던지는 하대리.

날아간 서류들이 맞은편에 서 있는 영이의 얼굴을 날카롭게 스치고 떨어진다. 종이에 얼굴이 베이면서 핏줄이 쓱 그어진다.


그래 : !!!!!!

영이 : 그건 검토하다보니 나온 의견일 뿐입니다. 이미 보고된 시점에서 많이 지나버려서 수정이 필요하고,

         자료는 보강이 되어야 하다는 뜻으로.

하대리 : (버럭 치고 나오며) 그게 그 말이잖아? 되지도 않을 보고서란 뜻이잖아?

영이 : 제 말씀은 그게 아니고,

하대리 : (히스테릭하게 버럭!) 에이씨! 그 입 좀 다물지 못해!! (하며 손에 든 파일을 들어 올린다)

그래 : (놀란 그래, 확 들어가려는데)

상식(off) : 어이 하대리! 정과장이 찾네?


그래, 멈칫 돌아보면 어느새 온 상식, 그래는 본 체도 않고 휴게실로 휙 들어간다.

하대리와 영이, 멈칫해서 상식을 본다. 못 마땅한 얼굴로 휙 가는 하대리.

서류를 줍기 시작하는 영이와 그래.


상식 : 쓰레기통도 아니고 말야. 치우는 놈 따로 버리는 놈 따로.


궁시렁대며 줍다가 마지막 종이를 그래와 함께 잡게 된다.

그래, 자기도 모르게 종이를 당기는데, 상식도 역시 자기도 모르게 힘을 준다.


그래 : 제가 먼저 주웠습니다.

상식 : 엉?


그래, 눈에 힘을 주며 종이를 당기는데 상식도 계속 힘을 준다.

그때 종이를 쑥 빼는 영이.


영이 : 제 겁니다.


머쓱하게 영이를 보는 그래와 상식.



2. 탕비실 밖 / 낮


탕비실에서 나오는 세 사람. 영이, 꾸벅 인사하고 앞서 간다.

그래, 영이 뒷모습 시선 너머로 자원팀에서 정과장과 하대리가 얘기하는 걸 보면서 걸어간다.

영이가 들어오자 티껍게 보는 하대리가 보인다.



3. 영업 3팀 / 낮


회의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

상식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미간을 모으고 있다.


그래(e) : 영업3팀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

동식 : 재무팀의 판단은 중국 희토류 건입니다.

상식 : (A등급 표시된 부분 보며) 나도 눈 있어, 보여.

그래(e) :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A등급 안을 포함, B,C등급의 사업들도 최종적으로 다시 검토한다.

상식 : ... (B등급 표시 문서 가리키며) 이란 원유 수입 건 이거, 정말 안 될까? 자꾸 머리에 남는데?

동식 : 과장님... 이번엔 확실한 사업 위주로 보시는 게...

그래(e) : 마음 편하게 A등급 아이템을 하면 좋겠지만, 오과장님은 B등급의 한 아이템에 못내 미련이 남아 있으신 것 같다.

동식 : 지금 이란 쪽 정세가 안 좋잖아요. 미국은 이미 이란 원유에 금수조치를 내렸고, EU도 심상치 않아요.

         언제 금수조치 내릴지 모르잖아요.

상식 : (고민 깊이 서류 보며) 아는데..

그래 : (상식을 본다) ..

상식 : 무리긴 한데 밀어 붙이고 싶다. 감이지만 뭔가 오거든.

동식 : (낮은 한숨) 아..


그래, 상식의 손을 본다. 그 손 안에서 잘그락거리는 바둑알이 보이는 듯 하다.


그래(e) : 소매 속에 숨긴 바둑알.

상식 : (혼잣말하듯) 이 판에 있다 보면 보이는 감이 있거든.

그래(e) : 타짜들이 손 안에 패 한 장을 감추듯, 내기 바둑꾼들 중엔 소매 안에 상대의 바둑돌을 감추는 경우가 있다.

동식 : ...그럼 리스크 관리팀에 올리죠. 최종 체크하면 되잖아요.

상식 : (자료 추리며) 오케이! 자료 준비해. 부장님은 내가 설득 하지.


상기된 얼굴로 자료를 보고 추리고 있는 상식 위로.


그래(e) : 오과장님이 회사를 상대로 속임수를 쓰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꼼수를 비롯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한

             꾼의 감이 출동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왜 그것이 나 같은 신입에게 보이냐면, 그 신중한 사람이,


그래, 그런 상식을 떨떠름하게 보는 동식을 보며.


그래(e) : 데이터를 고려치 않아 언짢아진 김 대리님의 표정을 못 읽고 있어서다.


그런 각각의 세 사람에서. 타이틀 <미생>



4. 김부장실 / 낮


떨떠름하게 상식을 보고 있는 김부장.


김부장 : 중국 건이 더 안정적인 거 아닌가?

상식 : 그렇긴 하지만, 이 이란 건이 더 수익률이 높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원유는 확보해 두면 화학이나 다른 사업팀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김부장 : (마뜩찮게) 재무팀이나 리스크팀에 승인은 받을 수 있는 거야? 요즘 같은 시국에 리스크가 너무 커. 크다고.

상식 : 승인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떨떠름하게 상식을 보는 김부장 위로.


동식(e) : 과장님이 저러 실 때가 아닌데..



5. 통로 + <영업3팀+2팀> / 낮


그래, 동식. 영업3팀 쪽을 향해 걸어 오며.


동식 : 이란 쪽 정세도 문제지만, 중국 희토류 건은 부장님이 제안한 건이야. 밀고 계신 거지.

그래 : 과장님도 알고 계십니까?

동식 : 아시지.

그래 : 근데... 왜?

동식 : 하기 쉬운 일은 꼭 자기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어렵고 위험한 아이템에 집착 하는 경향이 있어.

         피를 끓게 하나봐.

그래 : 승부에 집착... 하시는군요.


영업3팀을 보면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고과장과 업무에 대해 얘기중인 상식.


동식 : (상식 보며) 이젠 그런 정서는 좀 털어버려야 하는데 말야.. 과장님 연배에 아직 과장 달고 있는 사람 별로 없어.

         (한숨 쉬며) 고과 관리를 너무 안 하셔. 지금은 실적이 분명한 일을 해서 결과를 남겨야 하는데 말야. 승진하셔야 한다구.

그래 : (상식을 본다)

동식 : (한숨) 우리가 잘하자. 어쩔 수 없어. 하시겠다는데... 못 하면 또 술 먹고 사고 치신다.


고과장과 열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상식의 모습.



6. 자원팀 / 낮


영이에게 보류된 기획서를 내미는 하대리.


영이 : (당황해서) 보류된 건이요?

하대리 : 우리 팀에선 통과된 건데 재무팀에서 깠네. 까고 까고 또 깠네.

영이 : (말없이 넘겨보려고 하면)

하대리 : 이거! 재무팀 승인 받아서 되게 만들어 봐.

영이 : (놀란) 네? ...

하대리 : (비웃) 혹시 알아? 잘~ 하면 다음 분기 영업계획서에 넣어줄지?

영이 : (난감한 얼굴로 보류 기획서를 내려다본다)...

유대리(e) : 혼자서 열라 삽질 하겠네요.



7. 탕비실 / 낮


유대리는 파쇄를 하고 하대리는 복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대리 : 재무팀에서 절대 승인 안 해줘. 분기마다 수정해서 올렸는데. 씨알도 안 먹혔잖아. 재무팀을 어떻게 설득할 거야.


그래, 복사물 들고 들어오다가 두 사람을 보고 멈칫한다.

인사하면 그래를 흘깃 보는 두 사람, 여전히 안 좋은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복사 기다리며 엉거주춤 서 있는 그래.


유대리 : (신경도 안 쓰고) 근데요. 만에 하나 해오면 누구 사업이 되는 거예요.

하대리 : 사업은 무슨. 야! 그럼 너랑 나는 접시물에 코 박고 죽어야 돼 임마!

유대리 : (머쓱) 근데 재무팀에서 넘어온 의견서는 왜 안 주셨어요?

하대리 : 지가 뺑이 쳐 알아내야지! 왜 줘? (들으라는 듯) 정 모르면 들고 오과장한테 또 튀어 가겠지 뭐.

            (감정 안 좋은 얼굴로 그래를 흘깃 본다)

그래 : ....



8. 탕비실 밖 + 복도 / 낮


그래, 나오면서 자원팀을 돌아본다. 고민스러운 얼굴로 기획서를 보고 있는 영이가 보인다.

입구에서 들어오던 상식, 그러고 서 있는 그래를 보다 그 시선 끝의 영이도 본다.


상식 : 망부석도 아니고 말야.

그래 : (깜짝! 돌아보면)

상식 : (걸으며) 괜히 어설프게 보은 하려고 하지 마라. 그것도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야.

         능력 없는 놈이 도와준다고 설치는 것만큼 민폐도 없어. (휙 가며) 철강팀 자료 곧 넘겨라.

그래 : (따라가며) 네. 저.. 근데 과장님. 사업 기획안은 재무팀에서 처리 안 해주면 가망이 없는 건가요?

상식 : 없지. (한숨 쉬며) 재무팀 넘기가 녹록치 않아요~

         재무팀 실무선 다 통과 해도 재무부장한테서 걸려 반려 되는 건이 반이야.



9. 중간정원 / 낮


서류를 들고 다급히 걸어오는 석율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상식(e) : 재무부장이 엄청나게 깐깐하고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이거든.


잘 빠진 여자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혹해서 따라가는 석율.


상식(e) : 평소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


또각또각 걸어가는 뒷모습에 완전히 사로잡힌 듯 걸어가는 석율 얼굴을 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빨라질수록 석율의 심장 뛰는 속도도 쿵쿵쿵 빨라진다. 그 위로 상식의 얘기 계속.


상식(e) :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십중팔구 깨져서 나와.


거의 다가간 석율,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 위로 손을 내밀어 가볍게 건드리며.


석율 : 저기요..

상식(e) : 근데.. 이상하게 나는 그 분의 그런 일처리가 엄청,


멈춰 서서 천천히 돌아보는 여자 위로.


상식(e) : 섹시해!!


동시에 하회탈 같은 김선주 부장의 얼굴,

그리고 동시에 "헉!!!" 하는 석율 벼락 소리가 나며 머릿 속도 벼락을 맞은 것 같이 쩍 갈라지는 고통을 느낀다.


김선주부장 : (웃는 얼굴로 나즉하고 나른하게) 응~ 누구?

석율 : (후들후들) 아.. 아뇨.

석율(e) : (패닉) 오.. 오래된 하회탈이 하나.. 있더라구요.



10. 섬유팀 / 낮


일 하고 있는 성대리 뒤에 앉아서 쇼크 상태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석율.


석율 : 너무 큰 괴리감이 준 순간적인 공황과 쇼크? 여기 여기 벼락을 맞아 머리가 쩍! 갈라지는 고통?

         그런 상태거든요, 지금 제가.

성대리 : (돌아서서 석율 손에 서류 한 무더기 주며) 재무부장님 봤구나.

석율 : (무심결에 받아 들며) 재.. 재무부장님이요?

성대리 : 응, 하회탈이라며? (또 서류 한 무더기 얹으며) 괜찮은 분이야. 합리적이고, (또 한 무더기 얹으며)

            신입들 의견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음.. 한마디로 열린 사람이지! 우리 한석율씨처럼. (또 얹는다)

석율 : (멍~) 아..

성대리 : (일어나며) 그거 처리 좀 부탁해. (휙 나간다)

석율 : (그제서야 손에 잔뜩 든 서류 보며) 어....



11. 철강팀 / 낮


'워딩이랑 넘버 확인 제대로 했지?' '비엘드래프트온 거 어디 갔어.' '아니아니 그건 업체로 보내야지. 바이어한테 연락하고.'

주변의 일하는 소음 속에서 여전히 아무 일도 못 얻고 책을 보며 앉아 있는 백기.

여전히 바쁘게 전화 통화 하며 일하는 강대리의 통화 소리도 들린다.


강대리(e) : 네. 부장님. 네고 들어갔는데 하자가 있어서 서류 수정 중이에요. 네.


백기, 강대리의 소음과 주변의 바쁘게 일하는 소음을 애써 무시하며 눈을 감지만 점점 더 크게 들리는 소음들.. 그때.


그래(off) : 강대리님.


눈을 뜨는 백기, 돌아보면 서류 들고 강대리에게 인사하고 있는 그래.

백기와 눈이 마주치는 그래. 가볍게 목례한다.


그래 : 요청하신 서륩니다. 그리고 김대리님이 이태리향 500톤 선적서류 네고 들어갔는지 여쭤보셨어요.

강대리 : 고마워요. 네고는 내일 쯤 돼야겠네요. 아, 인보이스패킹 준비되면 김대리님 보고 전화한통 해달라 전해줘요.

            그래씨가 연락해주던지.

그래 : 네 알겠습니다. (꾸벅하고 가면)


끓어오르는 백기,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일어난다.


백기 : 대리님, 저희 팀은 영업계획서 작업 안 합니까?

강대리 : 진행 중이니까 장백기씨는 걱정하지 말아요.

백기 : 제가 왜 걱정하지 말아야 합니까? 저도 철강팀입니다.

강대리 : (그제서야 본다)

백기 :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강대리 : (가만히 보다가) 장백기씨는 꽤나 일 크게 만드는 스타일이군요. 주목받고 싶어하는 스타일이거나.

백기 : (울컥) 대리님.

강대리 : 왜 이러는 거냐? 이게 대답이 됐으면 좋겠군요. 나는 아직 장백기씨가 충분히 교육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백기 : (구겨지며) 네?


강대리, 옆에 있는 서류파일철들을 뒤져서 하나를 찾는다. 포스트잇에 뭔가 써서 파일철 안에 붙인 후 준다.


강대리 : 그래도 하겠다고 하니까 이거 해 와요.

백기 : (보면)

강대리 : 내가 지금, 업무를 준 겁니다. (서류 들고 나간다)


백기, 나가는 강대리를 보다가 자리로 가서 앉는다. 파일을 보다가 천천히 넘겨보는 순간, 표정 일그러진다.

업체 리스트 쭉 있고 그 위에 붙은 포스트 잇 <엑셀로 표 만들어 놓으세요>

파일을 확! 덮어 버리는 백기, 분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돌아서다가 서류를 들고 복도를 지나가는 영이와 눈이 마주친다.

보는 두 사람..



12. 중간 정원 / 낮


백기, 영이 나란히.


백기 : (영이의 상처 난 얼굴 보면서) 얼굴은 왜 그래요?

영이 : (못 들은 척) 자원팀 있을 때 혹시 이거 본 적 있어요? (서류를 내민다)

백기 : (보고) 탄소배출권 아이템이네요? 보류된 건인데?

영이 : 네. 다음분기 영업계획서에 들어갈 건으로 해보라시는데, 왜 보류 됐는지 알 수가 없어서요.

백기 : (영이를 보다가) 그래서, 하겠다고 했어요? 통과시키겠다고?

영이 : (본다)

백기 : 자원팀 분들이 영이씨한테 듣고 싶었던 말은 그게 아닐텐데요..?

영이 : (본다)

백기 : 그냥 져 줘요. 죄송합니다. 못하겠습니다. 도와주세요. 하세요.

영이 : (본다)

백기 : (시선 받다가 졌다는 듯 한숨 푹~) 제가 알기론 그때 실무팀 의견은 통과했는데 재무부장님이 부정적이셨대요.

영이 : 재무부장님이요..?

백기 : 가장 빠른 답을 얻으려면 재무부장님을 찾아가야겠죠.

영이 : (난감하다)..

백기 : 만나기 쉽지 않을 거예요. 보류 이유 알고 싶단 걸로 면담 신청 해봤자 실무팀과 얘기하라고 하실 겁니다.

         지난 번에도 그러셨어요.

영이 : 네?

백기 : (웃으며) 인턴 때 저도 한번 다른 보류 건으로 시도해 본 적 있거든요.

영이 : (힘 없이 웃으며) 아...

백기 : 그냥 져주세요.


영이, 대답 없이 하늘을 본다... 먹구름이 낀 하늘이다.


영이 : 비가 올 거 같네요...

백기 : (보며) 그렇네..

영이 : 지나가는 비 일 거 같아요.

백기 : (하늘을 보다가.. 그대로 문득) 끝나고 술 한잔 할까요?

영이 : (본다)

백기 : (영이를 휙 보며) 상사 뒷담화 타임.

영이 : (픽 웃는)



13. 영업3팀 / 낮


바쁜 영업3팀 분위기. 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 : (통화하는) 리스크 팀이죠? 네.. 서류 확인 하셨습니까? 이란 쪽 상황은 저희 주재원이 주시하고 있습니다.

상식 : (다가 와서) 장그래, 아까 말한 자료 어디다 뒀어?

그래 : (통화하며 얼른 자료를 찾아 건네고) 네, 미팅은 그날 3시.. 알겠습니다.

         (끊는데 전화가 오고) 원 인터 영업 3팀 장그랩니다. 네. 서류 준비 다 됐 습니다. 오과장님 검토 끝나면 결재 올리겠습니다.

         (다시 전화 걸며) 아.. 네.. 원유 처리 방법 이메일 부탁드린 거 (이메일 확인하며) 아, 네 왔네요. 네 감사합니다.

         (끊으면 다시 울리는 전화, 받으며) 네, 원인터,

석율(e) : (느끼한) 비도 오는데, 퇴근하고 술 한 잔 할까?


그래, 멈칫, 뒤 돌아보면, 석율, 전화 들고 씩 웃으며 밖에 서 있다.


그래 : (찡그리며) 바쁩니다. (전화 끊으면)

석율 : (들어오며 상식에게 인사하고 동식에게 구령) 태성!

동식 : (창피한)

석율 : (그래에게) 원래 이런 날엔 술 마시면서 상사한테 받은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 하는데,

         참 너나 나나 그런 쪽으로는 풀 스트레스가 없네. (동식에게 넉살좋게) 안 그렇습니까? 선배님?!

그래 : 가십시오.

석율 : (상식에게 넉살좋게) 과장님, 동기들끼리 술 한 잔 안 해 보고 어디 진정한 상사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상식 : (흘깃 본다)

석율 : (동식에게) 안 그렇습니까? 선배님?

그래 : 가십시오!

동식 : (일하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상식 : 장그래, 오늘 대강 마무리 하고 가서 한잔 해. 그 친구 말이 맞아.

그래 : 아닙니다.

석율 : (그새 전화 중) 장백기씨, 오늘 끝나고 동기들끼리 한잔 꺽읍시다!

그래 : (당황해서 보면)



14. 술집 안 /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석율과 그래,


석율 : 거 참, 제일 술 마시고 싶은 두 사람이 까내네. 아직 참을 만 한가보지?


궁시렁대며 앉을 자리를 찾아 죽~ 가다가 갑자기 홱! 돌아 선다.


석율 : (심드렁하게) 나갑시다.

그래 : (의아) 왜요?

석율 : 역시 여긴 여자랑 같이 와야 돼. 딱 봐! 맨 스퇄이 아니잖아.

그래 : (피곤한) 한석율씨.


석율, 벌써 문 쪽으로 갔다. 그래, 어쩔 수 없이 따라 가고.

석율, 문을 휙 여는데 밖에서 같이 문을 열려던 백기, 그 뒤에 영이. 깜짝 놀라는 네 사람.


석율 : (백기와 영이를 번갈아 보며) 뭐야? 뭐야? 뭐야? 술 안 마신다면서?

백기/영이 : (당황)

그래 : (영이를 보는)...



15. 술집 외경 인서트 / 밤



16. 술집 안 / 밤


맥주잔에 소주 콸콸 따르고 숟가락으로 휘 저으며 척척 쏘맥 말고 있는 석율.

약간 어색하게 앉아 있는 세 사람.. 그래, 영이를 본다.

석율, 소맥을 한잔씩 척척 주고.


석율 : 안영이씨도 참, 그런 고민이 있음 나 한석율과 의논해야죠. 장백기씨도 지금 제 코가 석잔데 카운셀링이 가당키나해요?

백기 : (어이없는....)

석율 : 우리 백기씨 얼굴 좀 보세요. 얼마나 난처해? 거절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해 줄 말은 없고.

         사람 그렇게 곤란하게 하는 거 아냐.

백기 : (점점...)

영이 : (어색하게 백기를 본다)

그래 : 저라면.. 재무부장님을 일단 찾아가 볼 것 같아요.

백기/영이 : (본다)

백기 : (냉하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녜요. 회사엔 엄연히 절차라는 게 있으니까.

석율 : 그래 친구, 내 보기엔 엄청 어려운 분이야. (다시 쇼크가 떠오른 듯) 뒷 판과 앞 판이 완전 달라. 문제와 답이 다르다구!

         고차방정식도 이런 난해가 없어요!

일동 : (뭔 소린가 싶어 본다)

석율 : 근데 (갸웃) 우리 성선배님 말로는 괜찮은 분이라잖아. 합리적이고.. 열린 사람이라며. 신입 말도 잘 들어 준다며.

그래 : 오과장님도 그렇게 꽉 막힌 분은 아니라셨거든요.

백기 : 남의 일이라고 참 쉽게 말하네...

그래 : (백기를 본다. 약간 굳은 얼굴이다)

백기 : (술 마시면서) 이해합니다. 장그래씨 하고는 공유가 안 되는 얘길지도 모르니까.

일동 : (약간 긴장해서 본다)

백기 : (마시며) 절차란 건, 장그래씨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한 걸지도 모르죠. 일종의 약속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 약속을 믿고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거든요.

그래 : (보는) ...

백기 : 최소한, 약속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그래를 보고 싱긋 웃는다)


그래, 백기를 본다. 백기도 그래를 본다.. 긴장된 공기 흐르는데..


영이 : 해 보죠, 뭐.

일동 : (본다)

백기 : (조금 당황해서) 영이씨..

영이 : (웃으며) 해 볼께요. 신입 패기 쩐다고 예쁘게 봐주실지도 모르잖아요.

백기/그래 : (보면)

석율 : 오케이~!! 난 예쁘게 봐 준다에 한 표!



17. 김선주 부장실 / 낮


김선주부장 : 나가.

영이 : (당황) 네?


하회탈처럼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 김선주 부장 앞에 당황해서 서 있는 영이.


김선주 : 일하는 거 안 보여?

영이 : 아...죄송합니다.

김선부장 : 자원개발2팀 신입사원 안영이라고 했지?

영이 : 네.

김선주부장 : 대리 과장, 차장 건너뛰고 나한테 바로 와서 물어야 할 게 뭔지 모르겠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선임들만 욕 먹잖아. 그치?

영이 : 죄.. 죄송합니다.

김선주부장 : 나가.

영이 : (당황해서 보는)



18. 자원팀 / 낮


패배자의 모습으로 앉아 있는 영이. 문자 온다. 백기. <가지 말라니까>

영이 뒤에서 어이없이 보며 비웃듯 있는 하대리와 유대리.


유대리 : 거기가 어디라구.

하대리 : 고개 빳빳이 들고 또각또각 가더니만.

유대리 : (속닥) 근데 쟤 지금 우는 건 아니죠?

하대리 : 뭐? (갸웃하고 보는데)


갑자기 심호흡 하는 영이. 인트라넷 로그인 한 후 빠르게 타이핑 치는 영이의 손.

의아한 표정의 하대리와 유대리. 정과장도 빼꼼 돌아보며 둘에게 입모양으로.


정과장 : 뭐하냐?


영이, 메일 보내기 버튼을 탁! 누른다.



19. 김선주 부장실 / 낮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김선주 부장. 모니터에 메일 알림이 뜬다.

열어 보는 김선주, 묘한 표정...



20. 자원팀 / 낮


영이, 뭔가를 기다리듯 손가락으로 책상을 탁탁 치면서 앉아 있다.

그때 띠링~ 하며 영이의 모니터에 뜨는 사내 메신저. 김선주 부장 <내 방으로> 메시지 와있다.

살짝 미소 짓는 영이, 다시 기획안 챙겨 일어난다.

자원팀 3인방, 의아하게 영이를 보면.


영이 : 재무부장실 다녀오겠습니다.

정과장 : 뭐? (당황해서 하대리를 본다)

하대리 : (역시 당황한 얼굴로 영이를 보면)


꾸벅, 하고 고개 빳빳이 들고 유독 또각또각 걸어가는 영이.

남은 셋, ‘허!’하며 보는.



21. 김선주 부장실 / 낮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김선주부장 : 들어 와.


문이 열리고 영이, 들어 온다. 정중하게 인사한다.


김선주부장 : (예의 하회탈 얼굴로) 어서 와. 앉아.

영이 : (앉는다)

김선주부장 : 사과 메일 잘 받았어. 명문장이야. 잘못에 토 안다는 사람, 좋아.

영이 : 죄송합니다.

김선주부장 : (흥미롭게 보며) 탄소배출권 건을 한다고? 왜? 일 년 반 동안 우리 재무팀에서 계속 보류된 건인 거 알고 있지?

영이 : 알고 있습니다.

김선주부장 : 그런데 자원팀은 그 건을 신입한테 살리라고 준건가?

영이 : (대답 없고)

김선주부장 : 왜?

영이 : ...

김선주부장 : (보다가 파일 뭉치 내밀며) 탄소 배출권 건에 대한 재무팀 점검자료야.

영이 : (본다)

김선주부장 : 내일까지 왜 이 기획안을 반려했는지, 재무팀 입장에서 보고서 써서 제출해.

영이 : !!

김선주부장 : 회사의 일이 아이템의 긍정적 측면만 보고 추진할 순 없는 거야.

                  부정적 측면은 더 섬세하고 보수적으로 점검해야 하지. 자네 팀이 그렇게 가능성 있다고 판단한 아이템이

                  어떤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지 분석해.

영이 : (보면)

김선주부장 : 절차 무시하고 들이닥친 신입에겐 후한 제안 같은데...

영이 : 알겠습니다.

김선주부장 : 내일 아침, 출근하면 볼 수 있게.

영이 : 네.

김선주부장 : 재무팀 입장에서.

영이 : 재무팀 입장의 보고서와 그것까지 고려한 추가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김선주부장 : (보는)



22. 중간옥상 일각 / 낮


하대리, 정과장, 유대리. 손에 각각 커피 혹은 담배.


하대리 : 아~ 진짜, 재무부장님.

정과장 : 안영이 소문 들은 거지. 그 양반 어떤 사람인지 알지? 아마 자기 신입시절 떠올리며 즐거워하고 있을 껄?

유대리 : 근데 진짜 쟤 살려내면 어떡해요? 인턴 때도 섬유팀에서 2년 묵힌 거 살린 전과 있잖아요?

정과장 : (머리 벅벅) 그러니까 말야! 그걸 살리길 바래야 돼 실패하길 바래야 돼? 하대리 넌 어때?

하대리 : (인상 쓰는)



23. 철강팀 / 낮


굳은 얼굴로 시계를 보고 있는 백기. 백기 뒤로 강대리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

시계, 6시가 됐다. 백기. 굳은 얼굴로 가방을 싼다. 일어나 강대리에게 간다.


백기 : 퇴근해 보겠습니다.

강대리 : (보지도 않고 일하며) 그래요.


그런 강대리를 쳐다 보다가 확 돌아가는 백기.



24. 자원팀 앞 통로 / 낮


백기, 오다가 자원팀에서 나온 영이가 탕비실 쪽으로 가는 게 보인다.

따라 가는 백기, 탕비실 쪽 통로로 들어서서 뒤를 돌아보면,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그래가 보인다.

다문 입에 힘이 들어가는 백기.



25. 탕비실 / 낮


커피를 따르는 영이, 들어오는 백기.


백기 : 야근인 모양인데 커피예요? 밥을 먹어야지.

영이 : 아, 퇴근이에요?

백기 : (피식 웃으며) 쪽 팔리지만.

영이 : 오늘 재무부장님 실에서 당한 망신만 하겠어요?

백기 : 결국 해내는 거군요.

영이 : (웃으며) 아직 모르죠. 안 된 이유를 알아야 보고서 수정도 가능한데.. 솔직히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백기 : ....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준다. 후시딘이다) 어제 숙취해소제 사다가 같이 샀어요.

영이 : (의아하게 보며)

백기 : (상처 보며) 그깟 상처쯤 개의치 않아할 분이니까. 딱지 앉으면 손톱으로 긁어낼 분.

영이 : (웃으며 받는다) 고맙습니다.

백기 : 탄소배출권 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서요.

영이 : 백기씨가 도와 줄 문제가 아니에요.

백기 : 알죠. 아는데, 교통사고 목격자의 양심 같은 거죠. 안 도와주는 건 마지막 남은 나의 자존심이구요. (웃는)

영이 : (웃으며) 언제 적 드라마 대사예요?

백기 : (웃는)



26. 몽타쥬 / 밤


#-1. 자원팀. 거의 빈 사무실에서 영이, 서류를 넘겨보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2. 영업 3팀. 일하고 있는 그래.

#-3. 통로. 서류를 들고 다급히 지나가며 인사하는 그래와 영이.

#-4. 탕비실. 영이,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5. 화장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종이타월도 닦으며 거울을 보는 영이. 얼굴의 상처를 보다가 주머니에서 후시딘을 꺼낸다.

보다가 상처에 살짝 바른다.

#-6. 자원팀. 자료를 분석하고, 분석하고, 분석하고, 책상위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자료들. 무수하게 붙어 있는 포스트 잇들.

텅빈 화면을 보며 피곤해진 영이, 창 쪽으로 가서 창 밖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영업3팀 쪽을 돌아보는 영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그래.

영이, 핸드폰을 들어 그래에게 문자 <잠깐 안 쉴래요?>

그래 쪽 보면, 일 하다가 문자 확인하는 그래, 영이를 돌아본다. 손 살짝 들며 웃는 영이.



27. 중간 정원 / 밤


커피 들고 걸어 오는 영이와 그래.


그래 : 주제 넘게 제가 괜히 부추겨서 미안해요. 백기씨 말이 맞는 건데..

영이 : 오히려 잘 됐죠. 골을 넣으려면 일단 공을 차야 한다구요.

그래 : (웃는) 그렇다면 뭐.

영이 : 우리 둘 다 지금 보류아이템을 들고 끙끙대는 거네요.

그래 : 사실 김대리님은 과장님 말렸어요. 이미 위에서 결정 난 거니까.

영이 : 오과장님은 그걸 어떻게 뚫으시겠다는 걸까요?

그래 : 차장님, 부장님, 전부 찾아가서 끝까지 설득하시겠다는 거죠.

영이 : (본다)

그래 : 상대방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서, 무조건 일이 되게 만들려는 거. 그게 오과장님의 남다른 전력투구인 것 같아요.

영이 : (정색하고 그래를 가만히 본다)...

그래 : (당황) 왜.. 왜요?

영이 : 장그래씨 팀은 굉장히 좋은 팀이군요. (미소)



28. 자원팀 / 밤


자리로 돌아오는 영이, 너저분한 자리를 내려다 본다...


/그래 : (영이보고) 상대방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서. 무조건 일이 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그게 오과장님의 남다른 전력투구인 것 같아요.

영이 : 일이 되게 하는 거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펼쳐진 서류와 자료들을 착착 챙겨 밀어 두고 책상을 정리하는 영이, 가방을 챙기고 불을 끄고 나간다.



29. 원인터 외경 / 아침



30. 김선주 부장실 / 낮


영이 : 제가 경솔했습니다.

김선주부장 : 잘 안 돼?

영이 : 아예 모르겠습니다. 그럴듯하게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만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례했습니다. 다시 사과드립니다.

김선주부장 : 실망인데? 그래도 당신 정도면 그 시간을 들여 그런 허망한 결론만을 내릴 것 같지는 않은데..

영이 : 쓰지 못한 것과 별개로 느낀 지점은 있습니다.

김선주부장 : 그래?

영이 : 먼저, 같은 기획서라도 부서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겠다 라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있다’라는 영업부서의 말은 재무부서에게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고,

         마찬가지로 '긍정적 반응'이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걸로 읽힐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선주부장 : 또?

영이 : 사업 예산을 집행하는 재무팀의 메커니즘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제일 큰 소득입니다.

         내 머릿속의 피상적 매출 예상액이 재무팀에서 보다 더 타당한 근거를 안고 다시 설정되는 과정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사업과 ‘그래도’ 할 수 없는 사업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의 판단이 모두 등급화 된다는 것입니다.


INS. 각 기획안에 A등급, B등급, C등급, 보류, 반려 도장 찍히는.


영이 : 앞으로 제 기획안이 보류, 거부된다면 뭐가 잘못됐는가를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만족시키지 못했는가를 고민할 것 같습니다.

김선주부장 : 보고서보다 낫네.

영이 : ...

김선주부장 : 돌아가 봐, 벌은 생각해 볼게.

영이 : 네. (돌아선다.)

김선주부장(off) : 전공이 뭐지?

영이 : (돌아보며) 정치, 외교학과입니다.

김선주부장 : 그래, 어울려. 회계 공부는 따로 했나?

영이 : 하고 있습니다.

김선주부장 : 그래, 빨리 배워둬..

영이 : 네.

김선주부장 : 회계는 경영의 언어니까.

영이 : 감사합니다.


김선주 부장, 손을 홱홱 하면 영이, 꾸벅 인사하고 간다.


김선주부장 : (미소 보이며) 제법이란 말이지.



31. 자원팀 / 낮


자리에 돌아오는 영이, 모른 척 신경 쓰고 있는 하대리에게 다가간다.


하대리 : 뭐야? 할 말 있어?

영이 : 대리님 기획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대리 : (기가 막힌) 또 평가질이냐?

영이 : 재무팀도 우리 팀도. 양쪽 다 자기 입장에 충실한 보고서들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대리 : (험악하게 보는) 다른 문제? 뭐?

영이 : 되는 일로 만들려고 하지 않은 점입니다.

하대리 : ! ... 그게 무슨 말이야!! 어?!

영이 : 기획서만 올리셨죠?

하대리 : (어이 없이) 그럼, 뭐가 또 필요해?!

영이 : 이 정도 타당성 있는 기획이라면 지원부서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영업의 몫이구요.

하대리 : (험악해진) 뭐?! 설득..? 니가 뭘 안다구 나불대?!


영이, 멀리서 일하는 상식 모습 봤다가.


영이 : 실패에 대한 책임 부담 때문에 기획서를 충실히 쓰는 데만 만족하고 그 이상의 노력을 안 하는 건...

         사업 놀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하대리 : (분노) 뭐?!! 너 지금 뭐라 했어? 놀이?!!

영이 : ...

하대리 : (노려보며) 너 지금 니가 한 말에 책임질 수 있어?

영이 : ....

하대리 : 책임져라. 만일 못하면 내 사표 걸고 너 우리 팀에서 내보낼 거야.

영이 : ....



32. 철강팀 / 낮


포스트잇 떼었다 붙였다. 모니터 화면 계속 바뀌고. 바삐 일하는 강대리.


강대리 : (돌아보지도 않은 채) 백기씨, 엑셀정리 다 안됐습니까?


백기, 말없이 있다가 파일 찾아서 강대리 책상 위에 툭 올려두며.


백기 : 여깄습니다. (돌아가 자리 앉는다)


흘깃 쳐다 보던 강대리, 자료 훑어 보는 얼굴이 점점 차가와진다.


강대리 : 장백기씨 좀 봐요.

백기 : (일어나 간다) 문제 있습니까? 시키신 대로 정확히 만들었습니다. 데이터 추가도 완료 했구요.

강대리 : 이 듣도 보도 못한 양식은 뭡니까? 이 줄 간격하며 셀 속성. 신입교육 때 원인터 통일 양식 안 배웠어요?

백기 : (당황) 우선 대리님께서 데이터 확인 해주시면 양식은 후에 수정할 생각,

강대리(o.l) : (차갑게) 바빠 죽겠는데 뭐하자는 겁니까?

백기 : (확 굳은 얼굴로 보면)

강대리 : 누가 마음대로 그렇게 일 처리하래요. 장백기씨, 순서 모릅니까?

백기 : ...

강대리 : 데이터 확인? 그건 기본이예요. 지금 나더러 이거 갖고 틀린 그림 찾기 하라는 겁니까?

백기 : ...

강대리 : 그리고. 1차적으로 데이터 입력하고 그 후에 2차로 양식 수정하고.

            그런 순서는 대체 어느 회사에서 써먹는 프로세싱입니까?

            다른 회사서 일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나가도 좋습니다. (나간다)


백기..... 주먹이 쥐어질 정도로 분을 참는.



33. 거래처 회의실 / 낮


그래와 동식이 상대사 직원들과 미팅중이다. 서로 가벼운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그래(e) : 이란 건 관련 거래처 미팅. 저쪽 팀 오전 미팅이 길어져 늦게 시작한데다, 약간의 의견차가 있다.

             12시까지 들어가서 오과장님께 보고해야 하는 나와 12시에 바이어 만날 김대리님은 마음이 바쁘다.



34. 거래처 앞 도로 / 낮


동식과 건물을 나오고 있는 그래.


그래(e) : 정작 확인해야 할 사항들은 결국 눈으로 훑고 거래처를 나왔다.

동식 :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하며) .. 이란 상황이 문젠데.. 좋아지겠지?

그래 : .... 주변 상황이 바뀌면 서류 재검토해야 하는 거죠?

동식 : (보며) 왜? 바뀔 거 같아?

그래 : ....글쎄요...

동식 : (한숨 쉬며) 딜레마인 거 맞아. 낙관도 비관도 확실한 건 없지만 과장님은 이란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계시는 거 같아.. 그래도, 대안은 있으셔야 할 텐데... (택시 잡으며) 얼른 끝내고 들어갈게.



35. 영업3팀 사무실 / 낮


그래와 앉아 서류를 넘겨 보는 상식.


상식 : 다시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없는데... 됐겠지. 어차피 이전과 크게 달라진 조건은 없으니까.

그래 : ... 다시 확인해 보시죠. 찜찜하시다면.

상식 : 찜찜했어? 회의하면서.

그래 : 과장님께서 찜찜하시다면 확인해보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감이 좋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감이 흐리면 살펴보시는 게...

상식 : (보면)

그래 : (본다)

상식 : .... (시계보고 전화한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좀 더 체크해야할 사항이 있어서 보고를 미뤄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예 죄송합니다. 네.


<점프>

회의 테이블에 앉아 서류 체크하고 있는 상식과 그래.


상식 : 이상 없지? 바뀐 거 없지?

그래 : 네, 동일합니다. 바꾸기로 한 거 다 바꿨구요.

상식 : 후...

그래 : 죄송합니다. 괜한 말씀 드려 번거롭게 했습니다.

상식 : 됐어, 사업하면서 가장 위험한 게 뭔지 알아? 경주마가 되는 거야 앞만 보고 달리는. 그러다 박살난다고.

         적절한데서 잘 끊었어.

동식 : (급하게 들어오며) 과장님 아직 안 들어가셨네요?

상식 : 타이밍 좋네. 느낌 좋을 때 가자. (전화하고) 부장님 미팅 잡아 줘요. 네.. (전화 끊고) 가자!


가뿐한 분위기로 나서는 세 사람.

전화가 울린다. 돌아와 급하게 당겨서 받는 그래.


그래 : 네 영업 3팀입니다. (조금 듣는) ...!! (막 나가고 있는 상식 쪽을 확! 돌아보며 다급히) 과장님!


상식과 동식, 멈추고 돌아보면.


그래 : 이란 주재원인데요.. EU가 금수조치를 내렸답니다!

상식/동식 : !!!

동식 : (상식을 보며) 과장님...

상식 : ...



36. 소회의실 / 낮


김부장 : 이란 원유 금수 조치, EU 합세 쯤은 오과장도 예측 했겠지.

상식 : 예.

김부장 : 그럼 이 사태가 장기화 될 거란 것도?

상식 : 예.

김부장 : (본다. 파일 덮으며) 그럼 얘긴 끝났군. 이 건은 접어.

그래 : (상식을 본다)

상식 :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동식 : (당황해서 상식을 본다)

김부장 : (누르고) 어떻게? 금수조치 장기화에 따른 공급 리스크가 불을 보듯 뻔한데?

            리스크 확대 불가피란 걸 알고도, 할 수 있다고?

리스크팀차장 : 오과장,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되는 상황이 아냐. 이란 원유를 들여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상식 : 터키를 통하면 됩니다.

일동 : (멈칫한다)

김부장 : 어디?

상식 : 터키는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오랜 우방에 EU 회원국도 아닙니다.

         게다가 이란에서 절대적인 양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서 금수조치에 동참이 쉽지 않습니다.

동식 : (표정이 확 갠다) !

그래 : (뭐가 뭔지.. 하듯 보는)

상식 : 터키의 업체를 통해 우회 수입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터키에는 저희와 오래 거래했던 업체가 확보되어 있는 상태구요.

동식 : (재빨리) 규젤 말씀입니다.

상식 : 이란과도 라인이 많은 곳입니다. 중간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이란 측에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김부장 : 터키라... (떨떠름하게 상식을 본다) 리스크팀 생각엔 어때?

리스크팀과장 : 좋은데요?

리스크팀차장 : 네, 부장님 저도 좋은 것 같습니다. 터키라면 저희 인프라가 꽤 됩니다.

김부장 : ....


리스크팀 차장과 과장, 고개를 맞대고 속삭이며 끄덕거린다.

동식, 설핏 미소. 그러나 여전히 말 없는 김부장.. 그런 김부장을 보는 동식.



37. 고기집 안 / 밤


상식의 '건배!' 소리와 함께 가득 채워진 세 개의 소주잔이 부딪힌다.

쭈우욱 소주 들이키는 상식, 그래, 동식.


상식 : 전무님 승인만 기다리면 돼. 절차만 남은 거야. 수고들 했어!


그래, 웃는데. 동식만 표정이 무겁다.


상식 : (동식 보고) 왜 그래?

동식 : 예? 제가 왜요?

상식 : 찝찝한 표정인데?

동식 : 아... 아녜요.

상식 : 뭐야, 말해봐.

동식 : .... 부장님은 괜찮으실까요?

상식 : ....

동식 : 중국 건, 엄청 힘 주셨던 건이잖아요.


순간, 정적이 흐르는데... 주인이 머릿고기를 한 접시 가져 온다.


그래 : 안 시켰는데요.

상식 : 내가 시켰어.


상식, 머릿고기 접시 옆에 상식, 담배를 놓는다. 동식, 그런 상식을 보다가 그 옆에 소주를 따라 놓는다.

그래, 지갑을 꺼내 2만원을 머릿고기 접시 밑에 밀어 넣는다.

동식이 ‘응?’ 하며 보면 상식, 그래의 돈 밑에 돈을 더 꽂은 후 오래된 노트와 이란관련 자료뭉치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바로 아래에 쓰레기통을 끌어다 놓는다. 마지막으로 자료뭉치 위에 휴대폰을 올려 두며.


상식 : 쓰레기가 될지 좋은 자료가 될지 곧 결정 나겠지.

동식 : (마른 침을 꿀꺽)

그래 : (손때 묻은 자료뭉치를 본다)


이때 삐리리리! 정적을 깨는 오과장의 폰 벨소리. 김부련 부장.

한동안 보는 상식, 천천히 전화기를 귀에 가져간다.


상식 : 네....

그래/동식 : (긴장해서 본다)

김부련부장(e) : 중국 건으로 추진해.

상식 : .....



38. 고기집 외경 인서트 / 밤



39. 고기집 안 / 밤


끊긴 전화 바라보며 고개 숙인 상식. 동식과 그래, 말없다.

정지화면 같은 침묵을 깨고 이란관련 자료뭉치를 턱 집어 드는 상식. 쓰레기통에 자료뭉치를 버리려는데,

동식의 손이 턱! 서류뭉치를 잡는다.


동식 : (그래에게 자료뭉치 건네며) 잘 챙겨. 우리 팀 재산이다.

그래 : 네.

상식 : (넋 빠져있는)

동식 : 자.. 일어나시죠. 과장님. (일어나는데)

상식 : 가긴 어딜 가. 괴기 먹고 가야지.

동식/그래 : (확 보며) 네?

상식 : (불판에 불을 탁! 키고) 기획은 원래 헛방이 70%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지금까진 워밍업.

         예고편만 보고 극장 나갈 꺼야?

동식 : (당황) 과장님..

상식(o.l) : (탁 보며) 불판 달았다. 불판 달았어.

동식/그래 : (본다)

상식 : 불판이 달았으면 고기를 꾸워 줘야지. 고기부위만 바뀐 거라고.

         (밖에 대고) 사장님! 여기 머리고기 내 가시고 한우 줘요! 한우!

동식 : (철퍽 앉으며) 좋아요! A등급 아이템이니까 우리도 A등급 고기 먹죠! 사장님! 특A등급 한우로!

상식 : (휘둥그레) 야! 임마! 그건 너무하잖아! 쾌 잡았다고 껍데기까지 벳겨 먹을라들면 안 되는 거야 자식아!

동식 : 장그래! 넌 뭐 먹고 싶어?!

그래 : (양반 다리로 털썩 앉으며) 양곱창은 안되나요?!


상식, 어이없이 보고 동식 크게 웃는다. 그래도 웃고.



40. 상식 집 / 밤


취한 상식, 냉장고 문 열고 보리차를 병째 벌컥벌컥 마신다.


상식처 : (확 뺏어 들고) 병째...! 오늘은 또 뭔 핑계로 마셨대?

상식 : 아, 조오타~

상식처 : (애들 방 쪽 보며 손가락으로 쉿!) 혼자만 아주 기분이 째지지?

상식 : 그래! 기분 좋아서 마셨다! 왜 마시면 안 되냐? 내가 이제 특A등급 한우를 구울 거거든!!! 으하하하. (웃는)


물병 빼앗아 들이키다가 뺨이며 앞자락에 줄줄 흘리는 상식. 그걸 또 손으로 얼굴에다 북북 문지른다.

그 뺨을 아내 뺨에 문지르는 상식. 싫다고 난리치는 상식처.

그런 처의 얼굴을 잡고 뽀뽀하려고 들이대는 상식.. 난리통이다.


그래(e) : 과장님은 어떠셨을까?



41. 그래집 방 / 밤


책상에 앉아 자료 뭉치를 보고 있는 그래. 상식의 기획안, 깨알 같은 메모들.


그래(e) : 손수 모아놓으신 신문기사들과 깨알같은 메모들...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전하는 뉴스를 가위로 오리며 장롱 속에서 기보뭉치 꺼내 와서 그 옆에 놓고 보는 그래.

F.C/ 일일이 기보 기사 가위로 오리며 메모를 적는 어린 그래.


그래(e) :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을까?



42. 원인터 외경 / 낮



43. 영업 3팀 / 낮


바쁘게 움직이는 영업 3팀. 상식,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그래(e) : 오과장님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음날 바로 새로운 일에 착수하셨다.

상식 : (전화 끊으며) 동식아 중국 측 사정이랑 국제정세 다시 체크 했지?

동식 : (프린트 걸면서) 네.

그래 : (오과장의 자료 뭉치를 작은 상자에 담아 책상 밑에 둔다)

그래(e) : 내 자리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 생겼다.

상식 : (그래 보며) 원 경제 연구소에서 발행되는 리포트들 모두 취합했어?

그래 : (프린트된 서류를 착착 추리고 있다.) 네.

그래(e) : 내 상자 안이 채워질수록, 그만큼 나도 배우게 되겠지.

상식 : 자, 그럼 모여 보자!!



44. 소회의실 / 낮


자료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의 영업3팀.


상식 : 갑갑해졌는데.

동식 : 처음 기획 때 보다 중국 사정이 너무 달라졌어요.

그래 : (멀뚱멀뚱 보고 있으면)

동식 : (그래 표정 보며) 최근에 중국이 수출업체 쿼터제한 폭을 늘려 버렸어.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이렇게 되면 수입이 힘들어.

그래 : 다른 나라는 왜 개발 안하나요.

동식 : 희토류 채굴은 환경 파괴가 엄청나거든, 중국이 쿼터제를 두는 것도 그 때문이야.

상식 : 오늘 연구소 리포트 보면 당분간 엎드려 있으란 소린데...

동식 : 부장님은 아침에도 진행사항 체크하고 가셨어요. 밀어붙이실 것 같던데요.

상식 : 그러라 하시면 총 맞으러 가야지.

동식 : 저도 같이 가죠. 이건 딜레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상식 : 혼자 갈게. 속 말씀 내보일 때 듣는 귀가 많으면 불편하셔.



45. 김부장실 / 낮


김부장 : 야, 오과장, 동원할 수 있는 거 다 해봐. 내가 백업해 준다니까.

상식 : 백업으로 커버가 될 거 같지가 않습니다. 국제 정세가..

김부장 : 어려우니까 사업이지! 그런 변수 없는 무역이 어딨어?

상식 : ....

김부장 : 야, 이란 건 때는 국제 정세 무시하고 밀어 부쳤잖아. 이건 왜 머뭇거려?!

상식 : ....

김부장 : 이거 내 이름으로 보고된 거 알지? 너 엄살 부리면 안 되는 거야! 니 거 깠다고 장난치면 안 되는 거라고.



46. 옥상 / 낮


마른 담배를 무는 오과장.


김부장(e) : 니 거 깠다고 장난치면 안 되는 거라고.


후우우~ 하고 입김을 내뱉는다. 담배를 다시 담배 갑에 톡! 넣는.



47. 소회의실 / 낮


상식 : 진행한다.

동식 : 과장님, 아직은...

상식 : 진행하자.

그래 : (프린트 물 내밀며) 대리님, 리포트 올라온 것들입니다.

동식 : (리포트 보면서) 이것 봐요, 과장님. 죄다 슈퍼 사이클 끝내고 내수 위주로 돌아섰다고 말하잖아요. 상황 안 좋습니다.

상식 : 돼야 하는 일이야. 내일 바로 중국 쪽 연락 넣어서 미팅 잡아. 그쪽이 오든 우리가 가든.

동식 : 과장님, 재점검하죠. 연구소 리포트도 계속 들어오니..

상식 : 부장님이 추진하던 아이템이야. 해야 돼. 하길 바라시고,

동식 :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요.

상식 : 그래, 달라졌지. 시간이 많이 흘러 버렸어. 내가 보류 아이템을 다시 꺼내 드는 바람에 말이야.

동식 : (당황해서 보면)

상식 : 부장님 실적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그 안전한 아이템의 진행을 늦춘 건 나고,

         그 때문에 외부환경이 바뀌어 상황이 안 좋아진 책임 또한 나야.

동식 : 우리 팀 책임이죠.

상식 : 이거 해결 못하면 부장님 힘들어 지신다. 해야 돼.

동식 :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상식 : 중국 측과 계속 연락해서 추이를 살펴. 연구소 리포트와 중국 현지 제보들 다 조합해.

동식 : 알겠습니다.

상식 : 장그래는 제안서를 토대로 달라진 부분 정리해서 보고서 작성해줘. (돌아보며) 가만 있어봐, 쟤한테 맡겨도 되나?


상식, 동식을 쓱 돌아보면 동식, 슬그머니 일어나서 나간다.



48. 영업 3팀 / 낮


열심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그래.. 잠시 멈칫한다.


동식 : 과장님 연배에 아직 과장 달고 있는 사람 별로 없어. (한숨 쉬며) 고과 관리를 너무 안 하셔.

         지금은 실적이 분명한 일을 해서 결과를 남겨야 하는데 말야. 승진하셔야 한다구.

동식 : 우리가 잘하자.

그래(e) : (후 한숨 내 쉬고) 물론이다. 이제는 마땅히 한 명의 몫을 해내야 한다.

김부장(off) : 자네 혼자인가?


놀라 보면 다가오는 김부장.


그래 : (일어나며) 아. 부장님.

김부장 : 다들 외근 나간 건가?

그래 : 예, 모두 방금 나가셨습니다.


김부장, 상식의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본다.

그래, 슬쩍 보면 점점 심각한 얼굴이 되어 보고 있는 김부장.


김부장 : 오과장 들어오면 나 좀 보자고 해.

그래 : 예...



49. 회의실 / 낮


김부장 : 야, 아까 당신 이야기보다 훨씬 위험하잖아. 지금 중국 쪽 전부 재설정 들어가서 조정하고 있는 거 몰라?

상식 : 지금 보완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김부장 : 이거 처음에 기획안 만들 때, 내가 주의점 많이 이야기 했을 텐데.

상식 : 그때, 세 개 아이템 중 부장님께서 선택하신 아이템입니다.

김부장 : (버럭) 그 말이 아니고!! 당신이 끌고 온 아이템 중 가장 안정적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내가 한번 해보자 한 거 아냐?

상식 : (당황) 지금 진행 중인 중국 건은 부장님께서 아이디어 주신...

김부장 : 아이디어지! 아이디어! 아이디어가 보고서야. 기획서야, 제안서야?

상식 : 잘할 수 있습니다. 부장님. 부장님께 피해 안 가게..

김부장 : (버럭!) 이 친구가 사람을 뭘로 만들고 있어?

상식 : 죄송합니다.

김부장 : 어쨌거나 오과장 아이템 잘 추진해봐. 바로바로 보고하고, 그리고 보고서에 있는 내 아이디어란 부분 지워버려.

            무슨 보고서에 그런 자질구레한 것 까지 넣어?

상식 : 그럼 중국 쪽 백업은...

김부장 : 당신들은 선 없어? 백업은 무슨. 회사가 백업이지. 뭘 또 찾아?


돌아서 있는 부장을 쳐다 보는 상식....


상식 : 잘 알겠습니다.



50. 영업2팀 앞 통로 / 낮


무거운 얼굴로 걸어 오는 상식, 영업 2팀에서 급히 나오던 고과장과 마주친다.


상식 : 어, 어디가?

고과장 : 부장님 호출! 갑자기 지금 시작한 사업자료 좀 보자시네.

상식 : !... 왜?

고과장 : 빤하지 뭐~ 지가 먹겠다는 거지. 지난번 보고회 때, 우리 사업 슬쩍 운 한 번 뗀 거 가지고 유세 부리려는 게지.

            근데, 3팀 기획안 형편없다고 대놓고 말씀하시던데, 잘 좀 해~

상식 : 뭐라고?

고과장 : (아주 자신 있게) 자기가 시키는 방향과 자주 엇나간다고. 잘 맞춰드려~ 일에 꽂히면 주변 안 보는 습관 좀 고치란 말야.

            상사들 눈앞에서 알짱거리기도 하고. 어디 미안해서 승진하겠냐?


저벅저벅 걸어가는 고과장을 보는 상식...



51. 영업 3팀 / 낮


창 밖을 보고 서 있는 상식, 그런 상식을 보고 있는 그래.

그때, 동식 다급히 들어온다.


동식 : 과장님! 얘기 들었는데,

상식(o.l) : 바로 나가! 이거 꼭 돼야 한다. (창밖을 보며) 우리만 죽게 생겼다.

               가격 생각하지 말고, 희토류 수출 쿼터 갖고 있는 업체 다 알아봐. 장그래, 같이 가!

그래 : 예!



52. 몽타쥬 / 낮


#-1. 업체1

업체인1 : 억지로 하시려면 할 수야 있지만, 쿼터 갖고 있는 업체마다 부르는 값이 다 달라요.


#-2. 업체2 외경

업체인2(e) : 괜히 독박 쓰실 수 있어요. 저희도 사업 아이템 바꾸려구요.


#-3.업체3 외경

업체인3(e) : 비쿼터요? 큰일 나요~ 밀수잖아요. 그런 미끼 던지는 양아치들을 대기업에서 만날 사람들은 아니죠.



53. 업체 밖 / 낮


무거운 얼굴로 걸어 나오는 동식과 그래.


동식 : 공식 수출보다 밀수출이 60%나 많다니..

그래 : 밀수 하지 않는 한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려운 건가 봐요.

동식 : 기다리는 게 약이지만 우리 팀 사정이 그럴 순 없고, (한숨 푹~)

그래 : 저.. 부장님은 어떤 분이세요?

동식 : 부장님? 음.. 그냥 딱 샐러리맨이지. 아무리 좋은 의미 갖다 붙여봤자 말이야. 그것에 최적화되신 분이야.

         눈치 빠르고, 판단 빠르고, 말 빠르고, 행동 빠르고. (그래를 흘깃 봤다가) 직장인이 승진하고 월급 빼면 뭐 있나?

그래 : 대리님도 승진과 월급이 전부라고 생각하세요?

동식 : 아직까지. 그것 말고 다른 걸 찾지 못해서. 일단 과장님부터 아니, 우리 팀부터 살리고 보자.



54. 자원팀+통로 / 낮


컴퓨터로 탄소배출권 기획안 수정에 여념이 없는 영이 아무래도 잘 안 풀리는 얼굴이다가 한숨 쉬고 일어나 나간다.

마침 영업3팀에서 나오던 갑갑한 얼굴의 상식이 밖으로 나가는 영이를 본다.



55. 엘리베이터 앞 / 낮


사무실에서 급히 나오는 영이. 마침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하대리가 내린다.

멈칫하는 영이, 짜증난다는 듯 쯧! 하며 외면하는 하대리에게 꾸벅한다.

담배를 꺼내 들며 사무실에서 나오는 상식.

영이와 하대리, 서로 지나치려다가 같은 방향으로 피한다. 짜증나는 얼굴의 하대리에게 죄송하다며 한쪽으로 피하는 영이.


하대리 : (지나가며 내뱉는다) 재수 없게.


그대로 확 굳은 얼굴로 멈춰 서 있는 영이.

쳐다 보는 상식... 영이, 주먹을 쥐며 참는 얼굴이다.

하대리, 상식을 보고 꾸벅 인사하며 지나가려고 다가간다.

참는 듯 하던 영이가 하대리 쪽으로 확 돌아서는데,

상식이 옆을 지나가는 하대리에게 발을 슥 내민다. 발에 걸려 쿠당탕! 걸려 넘어지는 하대리!!

깜짝 놀라는 영이!! 상식을 확! 보면


상식 : 아이고! 잘 좀 보고 다니지. 보기완 다르게 하체가 부실하구만. 남자는 하첸데 말야..

         (중얼중얼하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온다)


하대리, 아파 죽고 놀란 얼굴로 상식을 보는 영이..



56. 중간 옥상 / 낮


커피 들고 와서 상식에게 내미는 영이.


영이 : (발 보며) 발은 괜찮으세요?

상식 : 응? (짐짓) 내 발이 왜?

영이 : (픽 웃는다)

상식 : 그러기에 우리 팀 오라니깐 왜 말은 안 들어서 개고생이야.

영이 : (웃는다)

상식 : 탄소배출권, 그거 좋지. 근데 국내 사업으론 맞추기 힘들지?

영이 : 네. 아무리 꿰어 맞춰 봐도 재무팀 통과할 만한 수익구조가 안 나오네요.

상식 : (끄덕이다가 툭) 근데 러시아어는 언제 배웠어? 꽤 하는 모양이던데?

영이 : 대학 때요. 교환학생으로 1년 다녀왔어요.

상식 : 아~ 나도 주재원으로 2년 있었어. (주절주절) 그때 러시아어 많이 배웠는데. 어릴 때부터 러시아를 좋아했거든.

         러시아 영화 중에 백야라고 있거든? 화이트 나잇. 캬~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알아? 러시아 무용수.

영이 : (꿈벅꿈벅 본다)

상식 : 내가 중딩 때 그 러시아 영화 보고 감동 받아서 꼭 러시아에 가보겠다고. 러시아 키로프 극장 알아?

         거기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블라지미르 븨쏘 츠키 모르지? 캬~!! 진짜 멋진 러시아 혁명가수 있어. 야생마.

         (노래 부른다) 브돌 아브리바, 뽀낟 쁘라빠스츄, 빠 싸모무 끄라유/ 야 까녜이 스바이 흐 나가이까유 스티가유, 빠고냐유-

         캬~ 러시아 영화는 비장미가 있어.

영이 : 미국 영화로 알고 있는데요....

상식 : (멈칫) 어? 미국이야? 러시아가 아니고? (씩 웃으며) 내가 너무 막 갖다 붙였나?

영이 : (웃다가) 과장님은 희토류 쿼터제한 때문에 막히셨다면서요?

상식 : 응. 망할. 중국이 그새 변덕을 부릴 줄 누가 알았나. 내가 부모님 집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는 나란데 낌새도 못 느꼈다니까.

영이 :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있잖아요.

상식 : (한숨 쉬다가) 그러게 말이야... (하다가 영이를 본다)

영이 : ?

상식 : 등잔 밑이 어두워?... 그럼 이만. (후다닥 다급히 간다)

영이 : (피식 웃다가) ... !!! 갖다 붙여? (역시 다급히 내려간다)



57. 자원팀 / 낮


다급히 컴퓨터 앞에 앉는 영이. 탄소 배출권 기획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씩 웃는다.


영이 : (혼잣말로) 고맙습니다. 과장님.



58. 영업3팀 / 낮


컴퓨터에서 검색어 <희토류>를 넣어서 기사 검색을 탁! 클릭하는 상식.


상식 : (혼잣말로) 등잔 밑이 어둡다...



59. 통로 / 낮


김부장, 들뜬 고과장과 얘기하면서 영업2팀 쪽으로 오다가 영업3팀 자리에서 모니터 보고 있는 상식을 본다.

검지로 입술을 쓸고 있는 상식의 번득이는 표정을 감지한 김부련부장.


김부장 : (큰소리로) 오과장 뭐 있어?


상식에게로 걸음을 옮기는 김부장을 쳐다보면서 자기자리로 가는 고과장.



60. 영업 3팀 + 영업 2팀 / 낮


일어서는 상식 옆으로 다가서는 김부장.


상식 : 네. 뉴스가 있습니다.

김부장 : 뭔데?

고과장 : (신경 쓰여 보고 있고)

상식 : 희토류 말입니다.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한국 광물 자원 공사가 북한과 희토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답니다.

김부장 : 뭐?!

상식 : 총 매장량 6천만톤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본격화 되면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김부장 : ....(어깨 툭 치며) 기획실에 연락해서 미팅 잡아. 영업3팀 전부 참석하고.

고과장 : (띵! 보는. 커지는 불안감)

김부장 : (영업2팀으로 걸음 돌리며) 한 시간 후에 미팅 시작하자구.

상식 : 예!

고과장 : (다급한 얼굴로 김부장과 상식을 바라본다)



61. 영업 2팀 / 낮


김부장, 영업2팀으로 다가서면,


고과장 : (다가오면서) 저.. 부장님 이거 진행은

김부장 : (갈등하며) 음... (상식을 돌아본다.)


김부장을 보고 있는 상식.


김부장 : (고과장을 보고) 일단 하고 있어. 영업 3팀 아이템 체크 끝나면 부를 게.

고과장 : (당황해서) 저희 아이템으로 전무님께 보고 들어가시는 거 아닌가요?

김부장 : 누가 영업 2팀 아이템으로 보고한다고 했어? 영업 3팀 아이템은 내 기획에서 출발한 거잖아.

고과장 : ....!



 62. 계단 / 낮


기획실 송용춘 차장과 만난 고과장.


고과장 : 차장님, 저희 부장님 갑자기 마음이 바뀌셨어요.

송차장 : 아.. 그 양반 참. 그냥 밀어 주시지.

고과장 : 그러니까. 미치겠네요.

송차장 : 요식 행위야.. 영업2팀의 아이템도 보고되는 거야.

고과장 : 제가 지금 우리 팀 꺼 보고 안 될까봐 이러는 거 아니잖아요.

            부장님이 밀어주는 아이템이어야 한다구요, (다급) 부장님 좀 움직여 주세요.



63. 회의실 가는 통로 / 낮


상식, 동식, 그래, 저벅저벅 걸어가는 세 사람.


그래(e) : 이런 본격적인 미팅은 처음이다.



64. 회의실 / 낮 / (각 #1,2 인서트들은 효과로 나머지와 함께 분할로 처리)


회의실 분위기 위로.

그래, 각각의 발언자를 봐가며 노트북으로 기록하고 있다.


#-1.

기획팀1 : 북측과는 그저 흑연공단 운영협의 때문에 만났달 뿐, 공식 인정은 않고 있습니다.


<인서트1/ 해당 연구서와 부처 간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모습>


그래(e) : 연구소와 정부 관할부처와 공사의 핫라인을 연결하고 바로 체크 후 내용을 검토한다.


#-2.

기획팀2 : 경색 국면이긴 하지만 접촉은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


<인서트2/ 서로 딜이 오가면서 악수하는 장면>


그래(e) : 기획실에선 회사 연관 인맥을 동원, 최신 정보를 받는다.


#-3.

김부장 : 그렇겠지. 지금 경협카드 쓸 분위기가 아니잖아.

상식 : 정치적 타이밍을 보겠지요.

그래(e) : 그렇게 수집된 정보는 오과장님과 부장님의 안목으로 질서가 잡히고 흐름이 정리된다.


#-4.

기획팀1 : 희토류 관련주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기획팀2 : 북한과 희토류 개발을 할것이다라는 확신은 시장이 공유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인서트3/ 기록하고 있는 그래>


그래(e) : 당연히 회의의 모든 내용은 기록되고 그것은 내 몫이다.


#-5.

김부장 : 3팀은 오전, 오후 매일 경과보고서 올려. 이만 끝내지.

상식 : 네.


김부장 일어나고 정리하는 사람들.



65. 회의실 밖 / 낮


나오는 김부장에게 다가오는 송차장.


송차장 : 부장님.

김부장 : 어, 송차장.

상식 : (나오며 인사) 아, 차장님.

차장 : 어.

김부장 : (송차장에게) 무슨 일인가?


목례하고 가는 상식, 동식과 그래도 따라가는데.


차장 : 저녁에 시간 좀 내실 수 있으신가요?


동식, 김부장과 송차장을 돌아본다.


김부장 : 할 이야기라도 있는 거야?

차장 : 식사 같이 하시죠.

김부장 : 그럴까? 두 시간 정도는 괜찮으니까.


동식, 바라보고 있다.


상식(e) : 신경 쓰지 마.



66. 영업3팀 + 영업2팀 / 낮


동식 : 부장님 우리 아이템으로 완전히 마음 굳히셨는데, 다시 자기네 껄로 돌리겠다는 거잖아요.

         연말 승진 생각하시나 본데.. 뭘로 보나 이번엔 과장님 타이밍이잖아요. 너무 하시네 진짜.

상식 : (연구소 리포트 주며) 이거나 정리해. 쓸데없는 일 신경 쓰지 말고.

         장그래, 회의록 빨리 정리해서 나한테 보내주고.

그래 : 예.


고과장의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소리.


고과장 : 이거 정리하라는데 얼마가 걸리는 거야? 늘어놓지 말고 알기 쉽게 키워드로 정리하라고!

            아니, 왜 일들을 이렇게 처리해~?


그래, 파티션 너머 영업 2팀을 바라본다.


그래(e) : 영업 2팀 고 과장님의 외침은 절절했다.

/동식 : 직장인이 승진하고 월급 빼면 뭐 있냐?

고과장 : 이건 빼! 되는 보고서! 응? 이거 넣으면 되겠냐? 생각 좀 하자고!

그래(e) : 뭐 하나 쉬운 일상이 없다.



67. 철강팀 / 밤


백기, 엑셀 줄맞춤 수정 마무리해서 강대리 자리에 딱 놓는다. 돌아서려고 하는데 보이는 분기 영업계획서.

한 장씩 들춰보는 백기, 점점 놀라는 표정. 쑥 와서 보는 석율.


석율 : 오~ 강대리님 실력 장난 아닌데!

백기 : (깜짝, 돌아 보면)

석율 : (감탄하며 서류 보면서) 이건 재무팀에서 깔래야 깔 수가 없겠네. 퍼펙트~ 완벽해!

         뭐 물론 우리 성대리님은 다른 쪽으로다가 인품이 훤칠하시지만.

백기 : (당혹감. 석율을 못마땅하게 보면)

석율 : 왜? 술 한 잔 할래요?



68. 자원팀 / 밤


모니터 앞의 영이, <러시아 산림건과 연계한 탄소배출권> 기획서를 마무리 한다. 출력을 클릭.

<점프>

영이, 프린터에서 마지막 장이 출력되면 자리로 갖고 와 보다가 스템플러 찍고 책상 위에 두고 나간다.

나가는 영이 뒷모습을 보며 하대리 들어온다. 하대리 눈에 띈 영이 책상 위 <러시아 산림건과 연계한 탄소배출권> 기획서.

하대리, 불량한 태도로 한 장 휙 넘겨보다가 점점 정자세로 본다.


하대리 : ...... (한숨 푹) 진짜 얘, 골 패는 애네!


들어오던 정과장과 유대리, 하대리 본다.


정과장 : (와서) 뭐야, 얼굴이 왜 그래?

하대리 : ...

정과장 : 안영이 뭐 또 어쨌어?

하대리 : (한숨 쉬며 기획안 주면서) 다음 분기 영업 계획서에 추가해야겠어요. 에이 짜증나!!

정과장 : 어? 뭔데? (후루룩 보고 둥그레져서) 뭐야? 국내 탄소배출권을 러시아 산림 건에 갖다 붙였어? 이게 가능해?

하대리 : (짜증) 아, 뭐, 대강 읽어보니까 가능하네요.

정과장 : (넘겨서 본다) 이거~ 괜찮은데?! 재무팀 통과 하겠는데?

하대리 : 그러니까요. 에이! 독한 녀..(차마 욕을 완성 못하고)

유대리 : 아... 나 진짜 이제 알겠네. 섬유3팀 조대리가요 쟤 무섭다고 그랬잖아요. 아, 나도 쟤 좀 무섭다. 아 진짜 시르다. 그쵸!

하대리 : (머리 벅벅 긁으면서) 아, 몰라! (나가고)


정과장, 영이 기획서를 자기 자리 영업계획서 파일 철안에 반쯤 밀어넣고.


정과장 : 가자. 회식 늦겠다. (나간다)


들어오는 영이를 흘깃 보며 휙 가는 정과장.


유대리 : (툭) 식당 어딘지 알지? (휙 간다)


영이, 자리로 가서 정리하려다가 기획서가 없어진 걸 안다.

두리번거리다가 정과장 책상 위에 영업계획서 파일 철안에 반쯤 삐져나와 있는 자신의 기획서를 발견한다.

다가가서 파일 철을 열어보고 살짝 미소 지으며 닫는다.


그래(off) : 잘 됐어요?

영이 : (돌아본다. 그래 보며) 그런 것 같네요. (미소)

그래 : (미소로 보는)



69. 식당 안 / 밤


김부장 앞에 펼쳐진 고과장의 파일철들.


김부장 : 그래, 좋아. 좋다구. 완성된 아이템이야. 가면 돼. 내 말은 이건 확정이라 생각하자 이거지.

            오과장 사업 만드는 중이잖아. 힘 실어 주자고.

고과장 : 부장님, 아직 신경써주실 게 많습니다. 확정이라뇨.

송차장 : 이거 부장님 사업으로 밀어주시죠.

김부장 : 허.. 참.

고과장 : 부장니~임.

김부장(e) : 오과장 불러.



70. 식당 룸 밖 + 안 / 밤


쪼르르 놓인 신발을 바라보는 상식, 동식, 그래.


동식 : 왜 하필 고 과장님 있는 식당에서...

상식 : (흠~ 숨을 가다듬으며) 부장님. (문을 쓱 열면)

김부장 : 어~ 왔어.


상식, 고과장, 서로를 바라본다.


고과장 : (머쓱하게) 뭐야? 팀이 다 왔어?


상식, 테이블 위에 놓인 파일을 본다.

고과장, 시선을 느끼며 자신들의 파일을 등 뒤로 쓱 숨긴다.



71. 식당 안 / 밤


김부장 : 자 일단 한잔씩들 해.

상식 : 예.


상식, 고과장, 고개를 돌려 술을 한잔씩 마신다.

문 쪽에 자리 잡은 그래 옆에 놓여 있는 희토류 파일 철.

마시고 잔을 놓으면서 서로 말이 없는 사람들.. 잠시 후 침묵을 깨고 김부장이 입을 연다.


김부장 : 우리 쉽게 가자. 2팀 거 먼저 밀어 줄게 그리고 3팀 거..

고과장 : (기쁜) 네, 감사합니다.

상식 : 네.

그래 : (당황)

동식 : .....

김부장 : 사이즈 키운다. 당장 대북정책 기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해야 하니까.

            그 사이에 잘 준비해서 크게 가자고. 원래 자원은 깨작깨작 젓가락질 하는 거 아냐.

상식 : 예 알겠습니다.

김부장 : 불만 없지?

상식 : 예.

고과장 : 예.

김부장(e) : 자, 건배하자고!

다들 : 예!


이때, 문이 드르륵 열리고, 전무.


김부장 : (놀라서) 전무님! 아니, 전무님 어쩐 일이십니까?

전무 : 자원개발팀들 회식 나왔거든.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리길래 긴가민가하면서 열어봤지. (씨익 웃는다.)

김부장 : 저녁 먹던... 중이었습니다.

전무 : 저녁을 아주 요란하게 먹는구만. (앞에 파일을 보고) 희토류?

김부장 : (긴장한 채 보며) 네.

전무 : 자원팀이 할 걸 왜 영업 3팀이 만지고 있어? 이건 자원팀 아이템이잖아.

상식 : (굳은 얼굴로 긴장해서 보면)

전무 : (뒤에 마부장 보고) 마부장, 지난번에 한번 희토류 얘기하지 않았어?

마부장 : 네? ..아!! 네!! (상식을 슥 보며) 안 그래도 제대로 보고서 올리려고 준비하던 참입니다.

상식일동 : !!

영이 : (당황해서 상식을 보는)

전무 : 그래, 자원은 자원팀에서 해야지. (김부장에게) 겹쳐서 하나로 가는 게 어때?

김부장 : 네...

전무 : (일어나고) 전문가들 두고 왜 고생들 해? 3팀에 어울리는 일 찾으라고. 계산하고 갈 테니 천천히 먹고 가. (간다)


방 안의 모든 사람들, 선 채로 인사하고.

마부장, 정과장, 하대리, 유대리, 그리고 안영이. 전무의 뒤를 따라나간다.

나가면서 그래와 눈이 마주치는 영이..

착잡한 마음으로 고개를 드는 상식, 동식, 그리고 그래.

김부장, 어둡게 고개를 든다.


상식 : (뒤에서) 부장님 앉으시죠.

김부장 : 밥 먹고 가라. (고과장을 돌아보면) 고과장 가지.


다들, 빠지고 조용한 식당 안... 누구도 말이 없는데..


상식 : (앉으며) 먹자. 배고프다. (음식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한다)


동식과 그래도 말 없이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쩝쩝, 우적우적.. 침묵 속에서 음식 먹는데 몰두하는 세 사람.


그래(e) :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먹기 시작했다. 어떤 허기인가가 우릴 덮쳐 뭐라도 채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갑자기 숟가락을 딱 놓고 맥주잔에 소주를 따르는 상식.. 벌컥벌컥 마신다.

그런 상식을 보는 그래..


그래(e) : 왜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알게 된 하루, 그리고.. 아무 것도.. 위로조차도 할 수 없는 신입이라.. 죄송합니다.


조용히 술을 따르는 동식. 그래 잔에도 따라 준다.

술을 마시는 동식, 그래도 마시고..



72. 몽타쥬 / 밤


#-1. 먹자 골목. 소리 지르고, 토하고 하는 사람들. 비틀비틀 가다가 쓰러지는 직장인의 모습들.

#-2. 술집 밖. 간이 탁자 술 마시는 백기와 석율. 완전 취해 엎어진 백기.

#-3. 버스 정류 장 앞 혹은 도로 옆 거리. 취해서 비틀 거리며 걸어오는 상식. DIS.

#-4. 집 근처 거리. 취해서 아무도 없는 비틀비틀 거리며 걷는 상식. DIS.



73. 상식 집 앞 / 밤


문 앞에서 취해서 서 있는 상식, 벨을 누르려다가.


상식 : (혀 꼬인) 디지게 혼날 텐데.


비밀번호, 누르면 손가락 삑사리나면서 오류! 삑!! 누르면 오류 삑!!을 반복한다.


상식 : 우씨! 이 마눌님이 비번을 바꿨나아~?


가물가물한 눈으로 또 비번을 누르는데 삑~! ‘우씨~!’ 하며 다시.

문이 벌컥 열리고 자다 나온 듯한 상식 처, 화가 잔뜩 난!


아내 : (소리 죽여 버럭) 지금 몇 시야?!



74. 집 안 / 밤


상식, 우다닥 거실을 가로질러 달려가 화장실로 직행한다.



75. 화장실 / 밤


또깍, 불을 켜며 변기로 달려 간 상식, 변기를 잡고 머리를 박고 욱욱 토하다가 손을 휘적휘적 거리며.


상식 : 불은 왜 껐어? 불 켜! 불!


기가 막힌 상식 처, 가서 상식을 당겨 뒤로 확 앉히며.


상식처 : 불 켰다! 밝냐? 밝아? 도대체 왜 맨날 술이야?!

상식 : (흐릿한 시선으로 아내를 보며) 엉?

상식처 : 어떻게 회사만 갔다하면 술이야아~ 술 좀 안마시고 다닐 수 없냐구우~!!

상식 : 응. 없다.

상식처 : 왜 없어?!

상식 : (까뒤집어진 눈으로 아내를 휙 보며) 맛있으니까!

상식처 : (찌푸리며) 뭐?!!

상식 : (끄윽~ 트림 한 번 내뱉고) 니가, 술 맛을, 아냐?! (풀린 눈으로 카메라 정면 보고) 당신들이 술 맛을 알아? 아냐구?!


상식 처, 못 살겠단 얼굴로 확 나가며 불을 탁! 끄면

취해서 카메라를 보고 있는 상식의 얼굴에서 탁! 암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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