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08
1. 뒷산 산책로 + 일각 + 동네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땀범벅 되어서 뛰어 올라가는 그래. 운동 중이다.
여기 저기 흐트러진 돌바닥들을 밝고 올라가는 발걸음이 날렵하다.
사범(e) :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바둑판을 앞에 놓고 마주하고 있는 사범과 어린 그래.
사범 :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그래 : 네...
사범 :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동네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서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멀리 전경을 본다.
사범(e) :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그래 : (다시 후~~ 숨을 길게 뱉는다)
2. 호텔 커피숍 / 낮
우아한 음악이 흐르고 있는 호텔 커피숍이다.
잘 닦인 구두 위로 깔맞춤한 양말, 똑 떨어지는 정장 바지, 바지에 어울리는 세미 정장 윗옷 차림의 남자.
편안하게 기대 앉아 옆의 아무 풍경을 보고 있는 백기.
안나(e) : (다소곳 조곤조곤) 오늘 같은 주말에는 뭘 하세요?
백기, 앞을 보면 가냘픈 청순가련형 여자가 단아한 정장차림으로 앉아 있다.
백기 : 영화도 보고요, 책도 읽고.. 운동도 하구요.
안나 : 저는 손뜨개질.
백기 : 아.
안나 : 독립하셨다죠? 저도 스무 살까지 키워 주면 그걸로 부모님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백기 : (웃으며 커피 들면서) 그렇죠. (마시는데)
안나 : 언제까지 아빠한테 손 벌리겠어요. 그 나이 되면 오빠가 필요하지.
백기 :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 하다 여자를 보면)
안나 : (다소곳이) 대기업 다니시니까 어떠세요? 뭣보다 전세 자금 대출은 넉넉하겠네요. 큰 전셋집 얻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백기 : (멍하게 보면)
안나 : 안나는 결혼이 좀 빨리 하고 싶거든요. 안나는 맞벌이 딱 질색이에요. (고개 돌리며) 모냥 빠지게.
(다시 백기한테 고개 확 돌리며) 오빠도 그렇죠?
백기 : (멍~).....(e) 힐링.. 힐링이 필요해...
3. 극장 안, 매표소 & 라운지 / 낮
예술 영화 이름 대고 해당 포스터를 무심히 보는 백기. 표를 받아 돌아서서 가다가
매표소 다른 방향에서 오던 여자와 마주친다. 영이다. 편안한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 차림.
둘 다 어? 놀란.
백기 : 어떻게 여기서..
영이 : 집이 근처예요. 백기씨도요?
백기 : 아뇨, 전 지나는 길에..
영이 : (백기의 옷차림 보며) 어? 선 본 옷차림이네요?
백기 : (당황) 아.. 아니요. 친구 결혼 시.. 익...
영이 : (슥 보고 피식 웃으며) 아~ 친구 결혼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드셨나봐요.
백기 : (머쓱) 예... 신부가 엄청 별로더라구요. 친구회사 대출금 제도에 관심도 많고.. 결혼식은 호러였고.
영이 : (웃으며) 호러요? (웃는다)
백기 : (웃으며) 초중고대 13년을 뼈 빠지게 공부해서 대기업에 입사하니까 아주 보람차네요.
매주 친구 결혼식 자리가 안정적으로 지원 되요. 하하하.
영이 : (하하하)
백기 : 혼자 왔어요?
영이 : (표 한 장 보이며) 네. (웃는)
<화면전환>
매표소에서 표 두 장을 받아 돌아서는 백기 뒤 라운지 쪽에 앉아 있는 영이를 보고 웃으며 표 두 장을 까딱 흔들어 보인다.
4. 극장 앞 / 낮
극장 밖으로 나오는 영이 옆에 혼 빠진 얼굴로 나오는 다크 써클 백기.
영이 : 공포영화 못 보면 말을 하지 그랬어요? 오늘 호러 두 탕 뛰셨네요.
백기 : (넋 나가 있으면)
영이 : (웃으면서) 여기 시~뻘건 뼈다귀 선지 해장국 잘하는 집 있는데 갈래요?
백기 : (꾸벅하며, 쉰 목소리로) 내일 봐요.. (가면서 손 흔드는데)
영이 : (뒤에서 부르며) 백기씨!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더 해 줄까요?
백기 : (의아해서 보면)
영이 : (다가가 탁! 서서) 내일 월요일이예요. (홱 돌아간다.)
백기 : (어이없어 보다가 웃는다)
5. 거실 / 낮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상식. 소파 밑에는 아이들이 레고를 맞추며 놀고 있다.
상식 처, 청소기를 끌고 가서 소파 위를 막 청소한다.
상식, 아파서 피하다가 소파로 뚝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드르렁~
아이 셋이 각각 상식의 양 팔과 다리를 당기며 “아빠 일어나~”“놀아 주세요” 아우성이다.
상식, “그래~ 그래~” 하며 양쪽 팔로 암바를 걸고 다리도 암바를 걸어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계속 잔다.
아파서 울고 불고 몸부림치는 아이들, 상식 처, 다시 와서 상식의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치며!
상식처 : 안 일어나!! 일요일이라고 애들하고 한번 놀아 주는 법이 없어!
상식 : (무겁게 일어나며) 어휴~ 일요일인데 좀 쉬자아~
상식처 : (냉장고로 가서 열며) 쉬고 싶은 걸로 치면 나도 못잖다고요!
상식 : 아~ 요즘 몸이 이상해. 땅으로 빨리는 느낌이야.
상식처 : (양파즙을 들고 오며) 술한테 빨린 거겠지. (양파즙을 틱! 주며) 양파즙이라도 마셔.
애들 홍삼 한 번씩들 더 먹이고 당신 것도 해줄께.
상식 : 홍삼은 무슨.. (쭉쭉 마시며) 아.. 벌써 저녁이야? (한숨 쉬며) 아..내일 월요일이지... 정말 싫다. 싫어.
타이틀 <미생 8화> 뜬다.
6. 원인터 외경 / 낮
7. 15층 사무실 / 낮
유달리 커피를 많이 나르는 월요일 아침 풍경이다.
피곤한 듯 하품을 쩍 하면서 들어오는 동식, 강대리와 만난다. 같이 걸어가며.
강대리 : 피곤해 보여.
동식 : 그래? (목 돌리며) 요즘 좀 바빠서 그런가?
강대리 : 인력보충 좀 해달라고 해.
동식 : (웃으며 한숨 쉬듯) 응답 없는 메아리야.
두 사람 가면 뒤에 탕비실 방향에서 커피 들고 오던 그래, 자원팀에서 나오던 영이와 마주친다. 인사하고.
영이 : 희토류 건은.. 미안하게 됐어요.
그래 : 영이씨가 미안할 일이 아닌데요 뭐..
영이 : 오과장님.. 상심이 크시죠?
그래 : (웃으며) 네.. 그렇긴 한데.. 부장님이 큰 건을 하나 맡기시려나 봐요. 팍팍 밀어 주신대요.
8. 김부장실 / 낮
상식 : (놀란 얼굴로) 아랍 메카폰 건을 맡으라고요?
김부장 : 300만불짜리야. 아이티영업팀이 하다 홀딩한 거라 준비도 거의 됐어.
상식 : (별로 좋은 얼굴이 아닌 채) 이번에도 문충기 대표가 옵니까?
김부장 : 그럼 누가 오겠어?
상식 : (단호하게) 못 합니다.
김부장 : (인상 확 쓰고 보면서) 뭐?
상식 : 그 인간, 어떤 지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십시오.
김부장 : (어이 없는) 야, 회사에서 봉급 받는 놈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어?
회사에서 하라는 일이 다 할 수 있어야 하는 일 아닌가?!
상식 : (단호한) 어쨌든 전!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아버지는 되기 싫습니다!!
김부장 : 놀고 있네. 너 집에서 계속 쭉쭉 놀래?
상식 : 예! 계속 쭉~ 놀겠습니다! 차라리 사표 내죠!!
김부장 : 뭐? 사표?!! (노려보다가) 동식이 사고 건, 우리 부서 실적에서 깠잖아.
상식 : (고집 부리듯 입 꾹 다물고 있으면)
김부장 : 알았어! 이번 꺼 따면 인력 충원 해 줄게!
상식 : !!
9. 영업 3팀 / 낮
약간 놀란 얼굴로 보고 있는 동식.
동식 : 그래서 하신다고 하셨어요?
상식 : ...
동식 : (약간의 조바심으로) 안 하신다고 하셨어요?
상식 : ...
그래 : (의아하게 본다.)
동식 : (볼멘소리로) 아니... 딴 건 몰라도. 인력충원 해 준다면서요?
상식 : ...
그래 : (계속 의아하게 보다가)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동식 : 해야 되는 거지...
그래 : (일그러진 얼굴의 상식을 본다)
그래(e) : 근데.. 왜 고민을 하시는 거지..?
갑자기 일어나 휙 나가는 상식, '어후~' 하며 따라 나가는 동식.
그래, 어안이 벙벙해서 두 사람을 바라본다.
10. 옥상 / 낮
고민에 머리를 쑤신 듯 쑥부쟁이 머리가 되어 있는 상식, 담배를 물고 있다.
상식 :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범죄에 가담하는 게 말이 돼? 이건 백마진이나 횡령이랑 다를 게 없어.
동식 : 다른 거 같은데요.
상식 : (홱 노려 보며) 달라. 더 나빠!
동식 : (건성으로) 예~ 과장님이 더 나쁘다고 하면 나쁜 거겠죠. 어쨌든, 결론은요? 한다고 하셨어요? 안 한다고 하셨어요?
상식 : (울컥) 치사한 김부장!
/김부장 : 계속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똥고집 부리겠단 거지? 알았어! 앞으로 영업본부에서 펑크 난 거 채워야 되는 할당,
다 3팀에 몰아 줄 테니까, 그거나 메꾸면서 살아! 큰 건은 줘도 못 먹겠단 거니까
앞으로 짜잘하고 위험하고 더러운 것만 해!
동식 : (놀란) 에에?!! 아니 그런 어거지가 어딨어요?!!
11. 영업 3팀 / 낮
그래, 아이티 영업팀 직원이 들고 온 서류 상자를 받아들며 고맙다고 하고 책상 위에 턱 놓는다.
맨 위에 있는 업체 리스트를 들어 훑어 본다.
그때, 구겨진 얼굴로 들어오는 상식과 뒤이어 다급한 얼굴로 들어 오는 동식.
그래 : 과장님, 아이티 영업팀에서 메카폰 건 관련자료 넘어왔습니다. 근데 업체 리스트까지 다 돼 있던데요?
동식 : 어, 그럼 당장 업체들에 전화해서 생산 현황 묻고, 모델 확인하고 브로셔 요청해놔.
(상식 의식하며 오버해서) 잘못하다간 우리 개털 되게 생겼어!
그래 : 네?
상식, 상자를 확 노려봤다가 자기 자리로 확 가 앉는다. 구겨진 얼굴로 고민하는.
상식 : (중얼중얼) 김부장 그 인간, 정말 밀어 붙일 것 같은데.. 방법을 찾아야 돼 방법을.. 딴 소리 못하고 포기하게 하는 방법...
그래, 상식을 의아하게 쳐다보는데 갑자기 상식이 벌떡 일어난다. 깜짝!!
상식 : 야! 동식! 진행비! 우리 진행비 얼마 안 남았지?!
동식 : 네?
12. 김부장실 / 낮
김부장 : (심드렁하게) 뭐? 진행비가 모자라?
상식 : (비장하게) 예! 정말 하고 싶어도 진행비가 없어서 못하겠네요!
김부장 : (느긋하게) 그래? 그럴 줄 알고 준비 했어. (지갑에서 법인 카드 꺼내 내밀며) 내 꺼 써 내 꺼.
부족하면 간이영수증 끊어와! 다 처리 해 줄 테니까!
상식 : (멈칫!)
13. 영업 3팀 / 낮
다크 써클 내려와서 앉아 있는 상식을 보는 동식과 그래.
그래(e) : 이상한 일이었다. 일이라면 가리지 않는 오과장님이.. 이번 일은 왜 이렇게 하기 싫어하시는 걸까?
동식 : (상식을 본 채 한숨 쉬며) 과장님 캐릭터가 남달라서 그래. 캐릭터가.
그래 : 네?
동식 : 문충기 대표는 중동 지역에서 큰 유통회사를 운영하는데 꽤 큰 거래처야. 타 팀에서도 몇 번 함께 사업을 했고.
그래 : 중요한 파트너군요. 근데 왜 과장님은...
동식 : 문대표가 좀 유별나서 다들 꺼리긴 해. 우리 회사로선 좀 계륵 같은 존재지.
아이티 영업팀에서 실적 손해 감수하면서까지 옳타구나! 왜 넘겼겠어?
그래 : (의아한) 까다롭나요?
동식 : (한숨) 아니... 뭐가 됐든 일을 되도록만 하면 되는 건데 (깊은 한숨) 우리 과장님 캐릭터, 본인 말로는 신념에 딱 걸리네.
그래 : (어리둥절 의아) 신~념이요? 무슨 신념..
상식 :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그래! 우리 아프자!
그래/동식 : (놀라 보며) 네?? / 에?
14. 옥상 / 낮
뜨거운 햇빛이 내리꽂히고 있는 아래.. 뚜껑을 연 우유 3개를 두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우유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상식, 그래, 동식.
그래 : 말씀하신대로 유통기한 확실히 지난 우유로 사왔습니다.
상식 : (비장하게 우유를 보고 끄덕이며) 응.
그래 : 말씀하신대로 세 시간 동안 햇볕 아래에 두고 푹 익혔습니다.
상식 : 좋아.
동식 : 근데 이거 뭐하실 거예요?
상식 : (비장하게) 마셔!
그래/동식 : 네? / !!!
상식 : 식중독 환자들한테 그런 일은 못 시키겠지.
동식 : (울상) 과장니~임..
상식 : 마시자! (우유를 노려 보고 있다)
동식 : 어후... 이걸 어떻게 마셔요?
상식 : 마셔 마셔야 돼~~ (그러나 못 마시고 있다)
그래 턱 집어 들고, 남자답게 꿀떡꿀떡 마신다. 경악하는 동식!
상식, 자기 우유를 확 낚아채듯 들더니 꿀떡꿀떡 마신다.
동식, ‘에이씨!!’ 하고 우유를 탁 들고는 눈 꼭 감고 꿀떡꿀떡.
뜨거운 햇빛 아래 우유를 꿀떡꿀떡 마시는 세 사람.
15. 화장실 칸 안 <분할>
화장실 세 칸, 심각한 얼굴로 쪼르르 앉아 있는 세 사람. 상반신만.
동식 : 아무 신호도 안 오는데요.
그래 : 저두 안 옵니다.
상식 : (초조한) 너 임마 유통기한 지난 거 확실해?
그래 : 네. 확실합니다.
동식 : 과장님 장도 멀쩡하세요?
상식 : 이 빌어먹을 유산균. (화풀이 하듯) 야! 너네 내일 아침부터 당장 유산균 음료 다 끊어!!
16. 영업 3팀 / 낮
다크 서클이 좀 더 진해진 채 절망에 빠져 앉아 있는 상식.
동식, 일한다. 그래는 서류를 보며 메카폰의 기종을 추리다가 상식을 돌아 본다.
그래(e) : 신념이라고 했다. 신념. 대체.. 일이 전부인 직장인에게.. 일에 반하는 신념이란 무엇인가?
아니, 그런 게 있기는 한 건가?
상식 책상 위에 전화기가 울린다. 팔을 뻗는데 안 닿는다.
만사가 귀찮은 상식, 긴 자를 들어 그대로 스피커 폰을 꾹 누른다.
상식 : 네~ 영업3팀 오상식입니다.
차마담(e) : 안녕하세요. 저는 장원에 차마담입니다.
화들짝 놀라서 전화기를 쳐다보는 세 사람.
차마담(e) : 신사동에 새로 오픈한 가게예요. 인사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저희 장원은,
상식 : (o.l 얼른 수화기 들어) 남의 회사에 이게 무슨 짓이요?!
상식, 전화 확 끊는데 핸드폰 울린다. 동식의 책상 위 전화도 울린다.
여자2(e) : 안녕하세요. 오상식과장님, 방배동에 확장 오픈한 <첫만남>이예요.
상식(o.l) : (울컥해서) 필요 없어요!! (확 끊어버리는데)
동식 : 네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끊고) 서초동 럭셔리 라운지에 이상배 이사라는 데요, 찾아주면 20% DC 해준다고,
상식(o.l) : 야!
동식 : 소문 다 난 모양이네요, 지난 번 IT 영업팀 할 때도요, 전화만 오십통이,
미쉘장(o.l/e) : 실례합니다.
보면, 우아하고 세련된 비즈니스 룩에 남다른 포스의 40대 커리어 우먼이 서 있다.
그 뒤로 역시 검은 색 비즈니스 룩을 걸친 여비서가 007 가방을 들고 서 있다.
미쉘 장, 또각또각 우아하게 걸어가서 상식의 앞에 서서 정중하게 인사한다.
미쉘장 : (품위 있는 커리어우먼처럼) 오상식 과장님이시죠?
상식 : (일어나며) 네, 맞습니다만.
미쉘장 : (명함을 건네며) 파트너스 코퍼레이션의 미쉘 장입니다. (거침없이) 영업3팀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상식, 명함을 보면,
상식 : 아.. 네, 근데 무슨...,
미쉘장 : 민실장.
007가방을 탁, 여는 민실장. 브로셔를 꺼내 착,착,착, 세사람에게 준다.
브로셔에는 여러 고급스러운 룸의 전경과 각 레벨별 파티테이블이 소개되어 있고
진귀한 주종, 고급스러운 술병과 술잔, 각종 놀이소품(?) 등이 즐비하다.
미쉘장(o.l) : 이번에 아랍 알 라비 유통의 문충기 대표와 비즈니스 하신다지요? 작년에 영업1팀이 진행한 사업에서
문 대표님 접대, 바로 저희가 맡아서 계약 성공에 일조했습니다. 수많은 전화 받으셨겠지만 그런 것들 다 무시하세요.
저희 <파트너스 코퍼레이션>이 오과장님의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동식 : (입이 쩍 벌어지면서 상식을 본다)
상식 : (상황 판단이 안 되는 듯 미쉘을 보고만 있다)
미쉘장 : 민실장. (손을 착 내밀면)
민비서 : (아이패드를 탁 준다)
미쉘장 : 접대 아이템도 따로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이패드를 탁탁 짚고 넘겨 주며) 물쇼, 비쇼, 불쇼, 버터플라이쇼는 물론,
각종 하드코어부터 노멀한 것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죠.
리무진 픽업 서비스 부터 VIP가 원하는 그 어떤, 서비스도 끝까지, 만족스럽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나간 듯 넋을 놓은 상식의 얼굴에서 즙이 빠지는 것 같다.
그래, 멍~한 상태로 상식과 마담을 번갈아 본다.
미쉘장 : (쐐기를 박듯 은근하게) 물론, 2차도 확실히 보장합니다.
상식, 몸을 부르르 떨다가 고과장을 홱! 본다. 고과장, 순진하게 일하고 있다.
17. 중앙 정원 / 낮
고과장 : 못 하겠다. 동기야.
상식 : (다시 설득하는) 야, 고과장아,
고과장(o.l) : (얼른) 우리 황대리가 신신당부를 했다.
상식 : 황대리가? 뭘?
고과장 : (한숨) 혹시 너한테서 메카폰 건 떠안아 오면 지가 사표 낸단다.
상식 : 뭐?!!
고과장 : 걔가 너 만큼이나 그런 쪽으로는 융통성이 없잖아.
상식 : 야! 그 자식 돈 거 아냐? 어?! 직장인이 그깟 일로 사표 낸단 소리가 그렇게 쉽게 나와?!
회사에서 하라면 해야지, 어떻게 일을 가려가면서 해?!!
고과장 : 반사.
상식 : 난 과장이잖아! 과장. 걘 대리고! 엉?!
고과장 : 난 동기 너 오과장도 중요한데, 우리 황대리가 더 중요한 거 같기도 해. 미안하다 동기야. (휙휙 간다)
상식 : (허!! 어이 없이 보며) 저 자식, 말로만 동기 동기.
고과장 : (멈춰 서서 돌아보며) 근데 동기야. 니가 이번에 눈 한번 딱 감아라 응?
동식이 불쌍하지도 않냐? 요즘 아주 얼굴이 누~렇게 떠서 병든 닭 같더라.
상식 : (인상 쓰며) 뭐?
고과장 : 부장님이 인력충원 약속했다면서?
18. 영업3팀 / 낮
동식 : 문충기가 술 접대에 더티 진상으로 노는 것도 노는 건데, 과장님이 절대 안 맡으려는 이유는..
그 인간이 꼭~ 2차 접대를 원해서야..
그래 : 2차라면?
동식 : 그거.
그래 : 아..
동식 : 물론 범법 행윈데, 아직도 그런 걸 원하는 바이어들이 꽤 있어요오~
우리 과장님은 법이 아니라도, 신념 때문에 절~대 안하신다니까...
그래 : (의아한) 신념... 그러니까 그 신념이란 게 뭐..
동식 : 몰라 뭐, 여러 가지 말씀하셨는데 인권이 어쩌구 인간의 존엄성이 어쩌구 잘 정리는 안 되는데,
아무튼 2차 접대를 안 하겠다는 게 신념인 거지.
그래 :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표정으로) 일 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긴가요?
동식 : 어? 어.. 뭐 그렇지. 답답해 죽겠어. 조직원이 신념이 어딨냐? 까라면 까는 거지.
이거면 이번 분기 우리 팀 실적 한 방에 채우는데 말이지..
그래 : ....
19. 중앙 정원 / 낮
구겨진 얼굴로 마른 담배를 후~ 피고 있는 상식. 일각에서 천 샘플을 안은 석율이 오다 본다.
석율 : 어?! (씩씩하게) 안녕하십니까?! 오과장님!
상식 : (흘깃 본다) 어. (다시 담배 피는데)
석율 : (다가가서) 과장님, 뭐가 고민이세요? 1차로 끝내세요.
상식 : 뭐?
석율 : 술 멕인다. 꽐라 만든다. 계약서 도장 찍는다. 끝! 쉽잖아요. 1차에서 혼을 쏙 빼 놓으세요.
상식 : (어이없이 보면)
석율 : 메카폰 건 때문에 골치 아프신 거잖아요. 전 모르는 게 없다니까요.
상식 : (어이 없이 웃는다)
석율 : 제가 또 그쪽 방면으로 씽크탱크라 더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한숨) 요즘 저도 하도 일에 치여서..
(넘어보며) 어?! 장백기씨!
상식, 보면 백기 오다가 인사한다. 상식, '어' 하며 백기를 본다. 백기도 상식을 봤다가 다시 인사하고 간다.
석율 : 우리 장백기씨도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방법이. 저러다.. 딴 생각하는 거 아닌지.
상식 : (멀어지는 백기의 뒷모습을 보는) ...
20. 철강팀 / 낮
백기 들어오다가 강대리 자리 보면 자신이 수정한 액셀 파일이 책상 위에 있다.
가서 파일 열어보면 다시 수정을 요하는 부분들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메모.
입이 꽉 다물어 지는 백기. 탁 놓고 자리로 돌아 갔다가 다시 돌아와 파일을 확 들고 자기 자리로 간다.
컴퓨터를 켜고 굳은 얼굴로 해당 원본 파일을 불러 연다. 무섭게 굳은 얼굴로 말없이 수정을 하는 백기..
-7화, 32 씬
강대리 : 다른 회사서 일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나가도 좋습니다.
백기, 수정이 다 끝나고 출력 버튼을 탁 누르고 파일철을 탁 덮는다. 그때 문자 온다. 확인하면,
안나(e) : 안나 집에서는 백기씨가 마음에 든다고 하세요. 안나도 백기씨가 맘에 들어요.
종합상사는 바쁘다고 하던데 일 열심히 하세요. (이모티콘)
백기,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엎어두는데 또 띠링~ 하며 문자 오는 소리.
백기 : 진짜 이 여자가! (다시 핸드폰을 확! 들어 문자 확인하는데)
<문자> 헤드헌팅 전문 회사 써치 앤 브레인 이지현 대리입니다.
현재 이직이나 구직에 대한 생각이 있으시다면 좋은 회사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백기 : (자조적으로 픽 웃으며) 타이밍 죽이네. (핸드폰을 탁! 놓는다)
21. 자원팀 / 낮
일하는 분위기의 자원팀.
정과장, 들어와서 영이와 하대리를 번갈아 보고는 하대리를 부른다.
정과장 : 야! 하대리 잠깐 보자.
하대리 : 네. (나간다)
정과장, 일하고 있는 영이를 다시 한번 봤다가 하대리와 간다.
22. 휴게실 / 낮
정과장 : 탄소배출권 건, 재무팀 승인 떨어졌어.
하대리 : (인상이 써지는)
정과장 : (눈치 슬쩍 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누구 사업으로 할까?
하대리 : ....
정과장 : 니 껄로 해.
하대리 : (보면)
정과장 : 원 기획은 너잖아. 안영이 걘 거기다가 러시아 산림만 얹었다고.
하대리 : 그렇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안영이가 때렸잖아요.
정과장 : 그러니까 같이 해.
하대리 : 네?!! 싫어요. 그냥 걔더러 하라고 하십쇼.
정과장 : 야! 그게 말이 돼?! 걔가 아무리 똑똑해도 신입이야! 걔 혼자 못해!
하대리 : 걔랑 같이 일 못한다구요!!
정과장 : 야 이 자식아! 난 뭐 안영이 일 주고 싶어 이러는 줄 알아?! 그거 되기만 하면 큰 건이야! 팀을 생각하라고!
하대리, 굳은 얼굴로 정과장 바라본다.
23. 자원팀 / 낮
정과장 앞에 서 있는 영이, 얼굴 밝다.
영이 : 재무팀 통과가 됐어요?
정과장 : 어. (불분명한 발음으로) 수고 많았어. 하대리가 담당할 거니깐 넌 서포트 잘해.
영이 : 네.
정과장 : 검사 기관 선정부터 해서 하대리한테 넘겨.
영이 : 네.
하대리 : (굳은 얼로 들어오는데)
영이 : (웃으며) 선배님.
하대리(o.l) : 나 좀 보자. (나간다)
영이 : (머뭇, 보다가 나간다)
24. 중간 정원 / 낮
하대리 : 니가 못한다고 해.
영이 : 네?
하대리 : 뭘 모른 척 되물어? 내가 너랑 일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어?
영이 : ... (하다가) 제가 서포트 잘하겠습니다.
하대리 : (열이 확 치솟는다) 야! 무슨 말인지 몰라? 서포트를 잘해줘? 끝까지 잘난 척을 하겠다는 거냐?!!
영이 : 선배님.
서류 들고 오던 석율이 그러고 있는 하대리와 영이를 본다.
하대리 : 니가 못한다고 해. 니 말대로 그렇게 자원팀 일원이라면 분란 만들지 말고 니 선에서 정리해. (확 간다)
영이 : ....
석율 : (고개를 절래절래 하며 보는)
25. 영업3팀 / 낮
상식, 여전히 구겨진 얼굴로 들어오는데.
그래는 서류 확인 작업을 하고 있고 동식은 컴퓨터 작업하던 중이었던 듯 그대로 꾸벅 졸고 있다. 쳐다보는 상식.
고과장(e) : 동식이 불쌍하지도 않냐? 요즘 아주 얼굴이 누~렇게 떠서 병든 닭 같더라.
상식 : ...
그때, 동식 자리에 울리는 전화, 깜짝 놀라 깨면서 전화 받는 동식.
동식 : 네! 원인터 영업3팀 김동식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사이) 아~ 그거 관세율 바뀌었어요.
관세율 변동은 키타(KITA) 홈페이지에서 입력 조회 하면 되는데... 아, 처음이시니까 제가 확인해서 곧 연락드릴께요.
끊고 얼른 졸던 눈을 비비고 무역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동식을 보는 상식.
고과장(e) : 부장님이 인력충원 약속했다면서?
상식 : (심란한 얼굴로 동식을 본다)
그래 : (서류 갖고 동식에게 가서 보이며) 대리님, 한서실업에 수출 실적 증명서 발급 받아 첨부하라고 하면 되겠죠?
동식 : (하다 말고 서류 검토하며) 응 그리고,
상식(o.l) : 야, 김대리.
동식 : 네, 과장님.
상식 : 하자.
동식/그래 : 네?/(본다)
상식 : 하자! 해! 해! 하자구!
동식/그래 : (꿈벅꿈벅) 네?
상식 : 1차에서 끝장 본다! 장그래! 한석율 좀 오라구 해!
그래 : 네?
26. 소회의실 / 낮
이동 화이트보드에 적힌 제목 <메카폰 문충기 대표 접대 전략> 아래로 문충기 사진까지 붙어있고,
그 밑으로는 대작했다가 무너진 각 팀 과장, 대리들이 적혀 있다. 인물별로 술의 도수와 종류, 각자의 주량, 치사량 등등 정보도.
동식과 그래, 보드판 양 옆으로 서서 펜으로 긋고 그리고 적고 하면서 상식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전쟁에 나가는 이들처럼 진지하고 비장한 분위기의 영업3팀.
그래 : 따라서 종합해 보건데, 문충기 대표의 계약서 사인이 이루어진 시점은 100 퍼센트, 2차 접대 이후 입니다.
상식 : (사령관처럼) 1차에서 사인한 적이 단 한번도 없나?
그래 : 없습니다.
상식 : (꿀꺽 마른침을 삼기고 다시) 좋아. 그럼 1차에서 문충기 대표가 취했다면 사인할 수 있는 확률은?
동식 : 꽐라가 됐을 겨우 그의 성격 중 호기로움과 화통함과 허세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차에서 꽐라가 되고 적당히 기분만 맞춰 준다면 계약서에 사인할 가능성은 77%입니다.
상식 : 오케이!
동식 : 그러나 문제는 문대표가 좀처럼 맛이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식 : 주량이 얼마래?
그래 : (다이어리 넘겨보며) 40도짜리 양주를 1.5시간 안에 3병은 먹어야 맛이 간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상식 : (사령관처럼 미간을 모으고 듣는다)
동식 : 따라서 접대 현장에서 문대표가 2차 진출에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 (본다)
상식 : 계속해.
동식 : 제로 퍼센트입니다.
상식 : (미간에 힘이 확! 입이 꾹! 양 손을 깍지 껴 턱을 받치고 두 사람 보며) 어떡하든 1차에서 반드시 사인을 받아 내야 한다.
절대 우리가 먼저 취하 면 안 돼! (그래에게) 한석율은 언제 온대?!
그래 : (시계 보고) 이제 곧 올 때가,
그때 석율이 문을 열고 쑥 들어온다.
석율 :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처리가 길어졌습니다!
상식 : (씩 웃는)
27. 통로 + 소회의실 / 낮
영이, 프린트물 들고 걸어가는데 전화 온다. 보면 발신자 <...>
굳어지는 얼굴로 전화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탕비실 쪽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보인다.
다시 통로로 나오면서 전화를 받는다.
영이 : 예, 저예요. (통화할 데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소회의실을 본다)
28. 소회의실 / 낮
보드판 앞에 매직 펜을 든 석율이 있고 나머지는 앉아서 석율을 보고 있다.
석율 : 일단은 자리 배치가 중요합니다. (쓱쓱 그리며) 문대표가 상석, 과장님이 그 옆에, 김대리님이 반대편,
장그래가 대리님 옆에 앉을 겁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린다. 홱 쳐다 보는 4인방, 당황한 영이.
영이 : 아, 죄송합니다. (닫으려는데)
석율 : 아!! 안영이씨, 안 바쁘면 잠깐만 들어 와 봐.
영이 : (약간 머뭇거리다가 전화에 대고) 이따 통화해요. (끊고 들어간다)
석율 : 잠깐 앉아 봐. 문충기 역이야.
영이 : (어리둥절해서 앉으면)
석율 : 과장님이 1차 술을 따르면 문대표가 마십니다. 대리님이 이어서 따르세요.
문대표가 마시는 동안 과장님은 전화 받는 척 하면서 나가세요. 그러면 어수선한 틈에 장그래가 술을 또 따라.
상식 : 그러니깐, 우리가 한잔 마실 때 그 놈은 석 잔을 마시는 거군.
석율 :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수는 없습니다. (쓱쓱 그리며 속사포처럼) 양주는 처음부터 두병을 준비하세요.
한 병은 레알 양주, 다른 한 병에는 홍차가 들어있죠.
#-1. 실험테이블/ f.c / 인서트
똑같은 양주병을 양손에 나눠들고 씨익 웃는 조교 석율. 옆에는 문충기 차림의 영이가 서 있다.
석율(e) : 문대표가 여러분에게 양주를 따라 준 후, 그래가 그 인간한테 술을 따라 주는 사이 김대리님은 홍차 든 잔들과 바꿔치기!
석율, 현란한 솜씨로 잔을 바꿔치기 하는데, 실수로 잔이 헤딱 뒤집어 진다.
문충기 영이, 석율을 홱 본다.
석율 : 또한, 물수건과 발 밑에는 술을 버리는 휴지통이 필숩니다.
상식 : 물수건?
#-2. 실험 테이블/ f.c / 인서트
석율(e) : 입을 닦는 척 하며 마신 술을 뱉는 데 씁니다.
입에 머금은 술을 물수건에 뱉는 석율. 그러나 물수건에서 뚝뚝뚝 물이 떨어진다.
당황하는 석율을 쯧쯧하며 쳐다보는 문충기 영이, 그 위로.
영이(e) : 물수건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술을 뱉어 낼 수도 없고, 흡수되기 전에 뱉어 버리면 범람이라는 못 볼꼴을 보게 됩니다.
문충기 영이, 비웃으면서 석율의 손에서 물수건을 탁 치우고 같은 모양의 마른 수건을 탁 올린다.
영이(e) : 물수건 트릭의 위력은 흡수력에 달렸습니다.
일동 : (놀란 얼굴로 영이를 보고 있다)
영이 : 따라서 물수건과 같은 종류의 마른 수건들을 많이 준비해 두세요.
일동 : (멍~하게 영이를 보고 있다)
영이 : 주머니 안에 빈 술잔 서너 개는 필숩니다. 마신 척 바꿔치기에 씁니다. 무조건 취한 척 하고, 자리가 로테이션 되도록
서로 30분에 한 번씩 전화 걸어 주시는 거 잊지 마시구요. 폭탄주의 위력은 보통 술의 일곱 배가량이죠.
몇 잔 만들 줄 알면 분위기도 확 살고 훨씬 더 좋아해요.
일동 : (놀라서 끔벅끔벅)
상식 : (신나서) 봐봐, 이제 알겠지? 내가 계속 안영이가 왔어야 했다고 한 이유.
그래 : (쿨럭...)
석율 : (재빨리) 저는 충성주, 레인보우주, 골프주, 카푸치노주, 폭포주 등 40여 개의 폭탄주를 마스터 했습니다!!
상식 : 좋아. 장그래, 한석률한테 폭탄주 만드는 법 좀 배워와. (동식과 나가면)
석율 : (영이에게 확 와서) 안영이씨, 대체 정체가 대체 뭐야?
그래 : (끔벅끔벅)
영이 : (말없이 미소)
29. 중앙정원 / 낮
영이 : (의아한) 신념이요?? (웃는다)
그래 : (의아한) 왜 웃어요?
영이 :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 되고 낡은 시계를 본 느낌이라서요.
그래 : 네?
영이 : 그 말이요. 신념.
그래 : .....
영이 : (그래 표정 보고 당황해서) 아 아뇨, 비웃는 게 아니라..
그래 : 네.
영이 : 요즘엔요, 대학에서도 교수님들이 강의 중에 사회 정의 얘기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는 시대라서요..
그래 : .....
영이 : 그러고 보면 과장님의 시절은 그 말이 밥 먹었니? 처럼 흔한 말이었겠죠. 오과장님은 아직 낭만적이시네요. (미소)
그래 : (웃으며) 아니면 영혼 없는 일개미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거나..
영이 : (그래를 보는)
30. 정원 옥상 / 낮
마른 담배 피는 상식과 동식..
동식 : 그런데요... 과장님.. 정말 2차는 준비하지 않으실 거예요?
상식 : (초조한 듯 담배만 뻑뻑 피는 듯...)
동식 : 과장님, 만일
상식(o.l) : 안 돼. 혀를 깨물고 죽어도 2차는... 못 간다. (담배를 다시 넣으며) 문충기 관련한 자료는 다 찾아와.
영수증 한 장까지 싹 긁어와. 이눔시키 어떡하든 1차에서 계약하게 만들 거야.
31. 몽타쥬 / 낮
#-1. 전투적인 자세로 컴퓨터에 문충기를 검색하는 상식.
#-2. 계약서, 회사 재무제표, 대주주 단체 관련 서류, 잡지, 경제신문 등 자료를 열렬하게 보는 상식.
#-3. 유리창 밖으로 날이 저문다.
32. 철강팀 / 저녁
퇴근 준비하는 백기, 외근에서 돌아온 강대리가 자리로 가며.
강대리 : 업체 리스트 수정한 파일 주세요.
백기 : (말없이 갖다 주고 돌아서려는데)
강대리 : 수정사항 있으면 바로 말할 테니까 잠깐 서 있어요.
백기, 얼굴 확 굳고.. 강대리, 쓱쓱 넘겨본다.
강대리 : 응. 잘했네. 더 손댈 거 없을 거 같아요.
백기 : (일그러지는 얼굴을 애써 감추며 돌아서려는데)
강대리 : 이것도 해 놔요. (파일 준다)
백기 : (돌아서서 본다. 파일 받아 열어 보려는데)
강대리 : 계약 관련 서류들인데, 추려서 오타 체크하고, 입력된 거 잘못 된 거 없는 지 확인하고
내일 오전에 우편 보낼 수 있게 준비해줘요.
확 굳어지는 얼굴로 보는 백기를 못 본 듯 다시 돌아 앉아 일을 하는 강대리.
백기, 갑자기 파일을 다인(실무직 여직원)에게 가서 세게 탁! 놓는다. 깜짝 놀라서 보는 다인.
백기 : 들었죠? 내일 오전까지 해 놓으셔야겠네요.
실무여직 : (당황해서 보며) 네?
강대리 : 장백기씨! 지금 뭐하는 겁니까?
백기 : (강대리를 똑바로 보고) 저는 사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 정산해주고, 표 만들고, 업체 리스트 만들고 오타체크하려고
이 회사에 들어 온 게 아닙니다. 이런 일은 인턴 때 충분히 했고, 지금은 실무직 사원이 할 일이라고 아는데요.
강대리 : (강하고 차가운 얼굴로 본다)
탕비실에서 나오다가 그런 백기 보고 멈칫 서는 영이.
백기 : 다른 팀 신입들, 어떻게 일하는지 안 보이십니까? 벌써 다들 다음 분기 영업계획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심지어 장... (말 삼키고) 대리님은 제가 왜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십니까?
강대리 : 장백기씨는 우리 팀에서 지금까지 아무 것도 배운 게 없습니까?
백기 : 제가 지금까지 배운 건 참을성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배울 때가 아니라 써먹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방 들고 나가다 영이를 보지만 그냥 휙 간다)
다인 : (강대리 눈치를 보는데)
강대리 : 그 파일 장백기씨 책상에 다시 갖다 놓으세요.
냉정하게 자기 자리에 앉아서 다시 일을 하는 강대리.
33. 15층 엘리베이터 앞 / 낮
백기, 먼저 나와서 엘리베이터 하향 버튼을 누른다. 가방 들고 뒤따라 온 영이.
영이 : 장백기씨.
백기 : 위로 필요 없습니다.
백기, 열린 엘리베이터 탄다. 닫힘 눌러 닫히는 문.
영이, 쳐다보는데..
상식(off) : 장백기씨는 왜 저렇게 화가 났어?
영이 : (돌아 보고 인사한다)
상식 : (하향 버튼 누르며) 퇴근인가?
영이 : 네.
상식 : 저녁 먹고 갈 껀데 같이 해. A등급 한우 먹자. (앙심 품고 가슴 탕탕 치며) 이 안에 부장 카드 있다.
영이 : (웃으며) 장그래씨는요?
34. 로비 안 / 낮
들어오던 그래, 화난 얼굴로 나오는 백기와 만난다.
그래 : 아, 퇴근이에요?
백기 : (차가운 얼굴로 그래를 보다가) 네. (차갑게 간다)
그래 : .... (멀어지는 백기의 뒷모습을 돌아본다)
동식(off) : 저 봐, 굶을까봐 허겁지겁 오잖아.
돌아보면 상식, 영이, 동식, 다가오고 있다.
웃으며 다가오던 영이가 갑자기 얼굴이 확 굳으며 멈춰 선다.
그래, 의아하게 보는데 옆에서 가던 남자의 놀란 혼잣말.
우현 : 안영이...
그래, 돌아보면, 놀란 얼굴로 영이를 보고 있는 우현.
동식 : 어? 안영이씨! 뭐해? 빨리 와!
영이 : 저.. 전 머.. 먼저 가보겠습니다. (확 돌아서서 다급히 간다)
동식 : 어? 안영이씨!!
우현, 옆을 확 지나서 돌아 보지도 않고 그대로 나가 버리는 영이, 그런 영이를 따라 돌아서는 우현.
상식, 우현을 보고 약간 의아한 표정이다.
각각의 표정으로 우현을 보는 상식과 그래.
35. 원인터 앞 거리 / 밤
뒤를 돌아보면서 빠른 걸음으로 가는 영이.
잠시 후 원인터 밖으로 나오는 그래와 상식과 동식. 그래, 멀어지는 영이를 본다.
36. 버스 정류장 / 밤
아직 진정되지 않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영이...
/우현 : 안영이.
놀란 얼굴로 영이를 보고 있는 우현.
영이, 약간 괴로운 듯 미간이 조여진다. 그래가 다가온 줄도 모른다.
그래 : 영이씨.
영이 : (깜짝 놀라 보며) 어? 장그래씨.
그래 : (옆에 앉는다)
영이 : (조금 당황해서) 저녁.. 먹으러 안 갔어요?
그래 : 과장님이 담에 먹자시네요.
영이 : 아.. 네.. 아! 미안해요. 혹시 나 때문에,
그래(o.l) : 혹시나 그렇게 물으면 아니라고 하시라는데요..
영이 : .....
그래 : (웃으며) 사모님 전화 오셨어요.
그때 버스가 오자 일어나는 영이.
영이 : 먼저 갈 께요. 내일 봐요. (인사하고 탄다)
그래, 영이 간 자리에 놓여 있는 서류봉투가 눈에 들어 온다.
37. 버스 안 / 밤
앉는 영이, 출발하려던 버스가 멈춘다.
문 열리고 죄송하다며 다급히 타는 그래. 영이를 보고 다가와서 서류봉투를 내민다.
놀라 보는 영이.
영이 : 아.. 이런 (당황한) 고마워요. (버스 돌아보며) 미안해요. 어쩌죠..
그래 : 괜찮아요.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면 되죠.
영이, 어색하게 웃다가 다시 창 밖을 본다... 그대로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영이.
38. 지하 주차장 / f.c // 1년 전 / (밤 혹은 낮)
화가 나 파르르~ 해진 얼굴로 어떤 차를 향해서 걸어 가는 영이.
차 안의 우현, 다가오고 있는 영이를 보고 내린다.
영이 : 왜 그러셨어요?! 왜 저한테 한마디 묻지도 않고 그러셨어요?!!!
우현 : (본다)
영이 : 그렇게 해주시면 제가 고마워라도 할 줄 아셨어요? 평생 은인이라고 생각할 줄 아셨습니까?!!
우현 : 니가 그런 일로 흔들리는 게 싫었다.
영이 : 흔들려요?! 누가 그래요?! 그 사람이 그럽니까? 돈을 주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진다고요?!
우현 : (차분하게) 안영이,
영이(o.l) : 집어 치워요! (눈물이 흐른다) 팀장님은 위선자예요. 제가 얼마나 비참해질지 알면서 하신 일이에요.
이 상황을 즐기고 계신 거, 다 보입니다!!
우현 : (화난)안영이!!
영이 : (흥분한 채 노려 보다가 뒤로 확 돌아 걸어 간다)
우현 : 안영이!!
우현을 뒤로 두고 더 이상 울지 않으려고 빨개진 눈으로 이를 꽉 물며 걷는 영이.
39. 버스 안 / 현재 (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는 영이, 흐를까봐 얼른 닦는다.
영이를 보는 그래... 그래를 까맣게 잊고 있는 영이다.
멍하니 창 밖을 보며 눈물을 닦고 있는 영이와 그런 영이를 보고 있는 그래가 창에 비친다.
40. 도로 / 밤
도로를 달리는 버스.
41. 버스 안 / 밤
여전히 멍하게 밖을 보고 있는 영이, 전화가 온다. 보면 또 <...>
울리는 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영이, 차가운 얼굴로 받는다.
영이 : ... 네. (말없이 듣다가) 이제 제발 그만 하세요. 아버지.
전화를 꺼버리는 영이.. 그러다가 !! 문득 생각나, 옆을 확 보면 없는 그래. 두리번거리는데 버스 안에 없다.
42. 거리 / 밤
걸어가는 그래. 문자 온다. 영이.
영이 : 미안해요. 언제 내렸어요? 인사도 못했네.
그래 : (웃으며 문자 보내는 e) 잘 가요. 내일 봅시다.
살짝 한숨을 쉬고 걸어가는 그래.
43. 원인터 외경 / 아침
44. 철강팀 / 아침
출근하는 백기, 빈 철강팀을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선다.
책상 위에 놓인 어제의 그 파일철을 본 백기, 기가 막힌다.
참는 얼굴로, 양복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고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수정을 하려다가, 울컥! 파일을 덮어 확 집어 던진다.
/백기 : 다른 신입들 일하는 거 안보이십니까? 다른 신입들은 영업계획서에 이름 다 올리는데, 심지어 장(다물고)
/강대리 : 장백기씨는 우리 팀에 와서 배운 게 하나도 없습니까?.
어금니를 깨무는 백기. 헤드헌터의 문자를 다시 열어 뚫어지게 본다.
<헤드헌팅 전문회사 써치앤브레인의 이지현 대리입니다. 관심 있으실 회사가 있어서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백기, 단호한 표정으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45. 영업 3팀 / 낮
계약서, 도장, 간장약들과 술 안 취하는 약 등을 가방에 넣는 그래.
동식 : (급히 들어오며) 과장님 아직도 안 오셨어?
그래 : 아직이요.
동식 : 말도 없이 어디 가신거야~? 시간 다 됐는데..
그래 : (통로 쪽으로 보고) 아! 오십니다.
상식 : (허겁지겁 들어온다)
동식 : 과장님, 준비 다 됐습니다.
상식 : 약 갖고 와.
그래, 준비 돼 있던 물 담긴 컵 세 개와 그 옆에 약들을 담은 쟁반을 착 갖고 온다.
모두 입에 약을 털어 넣고 물을 꿀꺽! 마신다.
상식 : (비장한 얼굴로) 가자.
46. 술집 / 밤
세 사람 들어서면, 반갑게 맞는 미쉘장과 여비서.
마담 : 어서 오세요. 문대표님은 리무진으로 모시는 중입니다. 곧 도착 하실 겁니다. 저희 애들은 두 시간 전부터 올 스텐바입니다.
동식 : 좋습니다. 꼭 해냅시다.
마담 : (끄덕하는데)
민실장 : 오셨습니다.
세 사람, 돌아보면 문이 천천히 열린다.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는 그래.
그래(e) : 드디어 그가 왔다...
코끼리처럼 크고 묵직한 몸집의 남자가 천천히 들어온다.
한발씩 내딛을 때마다 쿵쿵쿵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내공이 느껴진다.
문충기를 보는 상식. 천적을 만난 듯한 긴장감 속에 미소를 짓는다.
그런 상식을 보는 그래.
그래(e) : 신념이란 말이 조롱거리가 된 시대에,
상식 : 반갑습니다. 문 대표님. (명함 주며) 원 인터내셔널 영업3팀 과장 오상식입니다.
문충기 : (느긋하게 받으며)안녕하시오.
그래(e) : 오과장님에게 그 케케묵은 단어를 꺼내들게 한 남자.
동식 : (명함 주며) 김동식 대리입니다.
그래 : (명함 주며) 사원 장그래입니다.
문충기 : (셋을 보며 여유 있게 웃는다)
속 마음을 감추고 문충기를 보는 상식, 그래, 동식과 여유 있게 시선을 받는 문충기.
그래(e) : 과연, 오과장님은 자신의 생각대로 신념을 지켜낼 수 있을까?
문충기(노래e) : “♬ 찬찬찬!“
47. 룸 안 / 낮
문충기(노래) : “♬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쓸쓸히~ 창 밖을 보니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밤 새워 내리~ 는 빗무~~울”
노래를 뽑고 있는 문충기. 많이 놀아본 가락으로 훌륭한 노래 솜씨다.
그래(e) : 승부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옆에서 탬버린 치며 장단 맞춰 미친 듯이 놀아 주고 있는 상식과 동식과 그래.
동식은 넥타이 머리에 매고 소화기를 들고 노래를 따라 하고 있고,
상식은 양 바짓단을 양말 속에 넣어 고쟁이를 만들어 접대유희 하고 있다. 그래는 알아서.
그 와중에 화채그릇에 담긴 폭탄주를 그릇째 들어 꿀꺽꿀꺽 마시는 문충기.
그래(e) : 영업3팀 술 접대 역사 이래 가장 주도면밀했던 계획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희대의 술고래 앞에서 시작도 못하고 무력화 됐다.
#-1 / 술을 돌리고 전화를 받는 척하며 일어나려는 상식을 불러 앉히는 문충기
#-2 / 술을 물수건에 뱉으려는데 빤히 쳐다보고 있는 문충기 때문에 꿀꺽 삼키는.
#-3 / 밑에 뱉으려고 구부리는데 저만치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쓰레기통들
노래 부르는 문충기와 장단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세 사람과 아가씨들.
문충기(노래) : “♬ 다가선 나를 향해 웃음을 던지면서 술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그래(e) : 속성으로 배운 폭탄주 제조는 실전에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고
#-4/ 폭탄주 만들던 그래는 실수를 연발하고,
#-5/ 문충기, 보란 듯이 다양한 폭탄주들을 만들어 세 사람에게 돌린다.
와인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양주를 채우고, 그리고 그 위에 와인 몇 방울을 떨어뜨리며 박수를 유도하고.
잔을 쌓아 놓고 머리를 쾅! 박는 문충기, 그러고도 끄떡없다.
문충기가 주는 폭탄주를 다 받아 마시고 완전히 취한 동식.
그래(e) : 어느 게 홍찬지 어느 게 양준지 구분도 안 되는 지경의 김대리님도,
노래하는 문충기 옆에서 취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춤추고 술 마시고 기분 맞춰 주느라 몸부림치고 있는 상식...
그런 상식의 몸부림을 보고 있는 그래...
그래(e) :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1차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 내고야 말겠다며 몸부림치는 오과장님도, 나도,
문충기(노래) : “♬♬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그래(e) : 시계가 새벽4시를 가리킬 무렵 깨달았다.
문충기(노래) : “♬♬ 쓸쓸히~ 창 밖을 보니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그래(e) : 우리는 완전히 패배했다는 걸...
문충기(노래) : “♬♬ 밤 새워 내리~는 빗무~~울”
문충기, 마지막 구절 “무울~~!!”하며 요란한 제스처를 치는 통에
테이블 위에 펼쳐 둔 계약서와 펜이 휙~! 날아가 구석에 쳐 박힌다.
그래(e) : 과장님의 가슴에도 밤 새워 빗물이 주루룩 주루룩 내릴 것이라는 걸.
48. 호텔 밖 / 밤
문충기(노래)(e) : “♬♬ 밤 새워어~~ 내리~느~은 빗무~~울...”
비틀거리는 문충기를 미모의 여자와 함께 부축해 서 있는 그래, 몰골 말이 아니고.
완전히 지친 상식, 취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옆에 서 있다. 동식은 완전히 취해서 한쪽 구석에서 토하고 있다.
상식 : (취한 채 꼬여서) 오~올라가시면 됩니다.
문충기 : (혀 꼬인 그러나 만족스런) 그래.. 역시 오과장 센스가 좋아~ (가려는데)
상식 : (꼬여서) 자~암깐마~안요.
계약서를 동그랗게 말아 문충기의 양복에 넣고는 구십 도로 꾸벅 인사한다.
상식 : (고개 숙인 채) 꼭 부탁드립니다아~
문충기 : (혀 꼬부라진 소리로) 걱정 마, 걱정 마아~~ (취해서 히죽히죽 웃으며 여자의 부축을 받은 채 손을 휘저으며 간다)
한참 뒤 고개를 드는 상식, 널 부러져 있는 동식에게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그래도 따라간다.
상식, 동식을 일으키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상식 : 수고했다. 동식아. (지갑에서 몇 만원을 꺼내서 그래에게 주면서) 동식이 보내고 빨리 들어가. 한 두 시간이라도 눈 붙이게.
그래 : (정신 차리려고 애쓰며) 과장님은요..?
상식, ‘응~’ 하고 손 흔들며 비틀비틀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먹먹하게 바라보는 그래, 어깨를 떨어뜨린 채 걸어가는 상식의 바지 한 쪽 구석이 양말 안으로 말려들어 간 채다.
우스꽝스럽고 짠하다.
그래(e) : 과장님은 실패했지만... (호텔을 돌아보며) 우리 영업3팀은... 살았다.
아주 천천히 페이드 아웃 되면서 상식만 보이다가 완전히 아웃 블랙. 잠시 후 그 위로.
동식(e) : (중얼거리듯) 살기는 개뿔~ 망했다.. 망했어.
49. 호텔 외경. / 아침 / f.i
충기(e) : (알 수 없는 뭉개지는 비명소리) 으어어어어~~!!!
그래(e) : (깜짝 놀라서) 네?!!
50. 영업3팀 / 아침
2시간 밖에 못 자고 나온 동식과 그래의 처참한 몰골.
동식 : (멍~한 얼굴로 그래 보며) 망했다고...
그래 : (너무 놀라 보며) 아.. 아니, 어떻게 그.. 그런 일이..
동식 : (한숨 푹~~~)
51. 호텔 안 / 아침
침대 위의 문충기, 넋 나간 얼굴로 옆에 누운 날씬한 중년의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여전히 중년 여자다.
충기, 주변을 보면 두 사람의 옷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데.
여자(off) : (나른한 소리로) 깼어요?
충기 : (놀란 얼굴로 다시 확 본다)
여자 : (자다 깬 얼굴로 누운 채 보며) 놀랐어요?
충기 : (멍해서 보다가 꿀꺽 삼키고 겨우 소리 내) 다.. 당신이 여길 어떻게..
여자 : (방긋 웃는다)
상식(e) : 내가 보냈어.
52. 영업 3팀 / 낮
입구에 서 있는 상식을 보고 있는 놀란 얼굴의 그래.
상식,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로 가서 가방을 놓고 옷을 벗는다.
동식 : (한숨 쉰다) 과장님...
상식 : 자식아, 그럼 내가 뭐 그 놈 원하는 대로 호락호락 해줄줄 알았어?
그래 :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어떻게 와이프를..
상식 : (썩소 날리며 앉아 뻐기며) 자료, 모든 건 자료 속에 있어. 응? 앉으나 서나 자료 조사. 자료 속에 왕도 있는 법이야.
전투적인 자세로 자료를 보는 상식. 넘기는 자료들이 빠르게 바뀐다.
문충기가 사인한 계약서, 최근 무가지 경제지에 난 문충기 인터뷰 기사.
문충기가 모레 입국 한다는 소식과 함께 부인과 동행이라는 기사가 있다.
상식(e) : 최근에 무가지 경제지에 실린 문충기 기사에 마누라랑 같이 입국한다는 얘기가 있었지.
20주년 결혼기념일을 한국에서 보내게 돼서 기쁘다며 애처가 흉낼 내더군.
무심코 기념일을 보는데 우리 접대날이랑 똑같은 거야.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지.
동식 : 에?
상식 : 신성한 결혼기념일 날 그런 짓을 하겠단 거 아냐? 그 놈이!
동식 : (아아아아아아~~~ 한숨만)
상식 : 근데, 거꾸로 피가 솟으면서 아이디어도 솟았어. 동식이 니가 말한 2차 대비 방법이 말야!
동식 : (한숨) 과장님, 제가 언제 2차 대비라고 했습니까? 2차 준비라고 했죠.
상식 : 난 그 놈의 불쌍한 와이프에게 잊지 못할 결혼기념일을 선물하기로 했어.
동식 : 그리고, 과장님의 그 (힘주어) 신.념.도 지키고요?
- #1. 문충기의 아내를 만나는 상식, 뭔가를 열심히 얘기하는 상식. 의아한 듯 상식을 쳐다보는 문충기의 아내.
상식(e) : 접대 날 그녀를 만나 우리가 마련한 작은 선물 계획에 대해서 말해줬지.
동식 : (체념) 과장님의 계획이겠죠.
상식 : 이후엔 니들이 아는 것처럼 모든 게 퍼펙트하게 들어 맞았지.
동식 : 퍼펙트하게 망한 거라구요.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세요. 부인 접대 받고 싶은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래 : 그러니까 과장님은 계약을 버리고 신념을 선택하셨군요.
상식 :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표정으로 그래를 보는데)
동식 : (울컥) 부장님께 대체 뭐라고 하실 건데요오~!!!!
53. 김부장실 / 낮
거칠게 허공으로 던져 흩어지는 서류 종이들. 몇 개는 상식의 얼굴에 퍽 맞는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김부장이 성난 코뿔소처럼 쿠릉쿠릉 거리고 있다.
김부장 : 야, 이 미친 놈아!! 너 제정신이야?!!
상식 : (남의 얘기 듣듯 서 있는)
김부장 : (끓어오르는 화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야, 오상식. 너 그렇게 하려면 나가 죽어!
줘도 못 먹는 새끼! 니가 무슨 (말을 잇기도 싫다) 후~~!!!!
상식 : (쩝...)
김부장 : 너! 내가 영업본부에 있는 한, 영업3팀 인력 충원은 꿈도 꾸지마 새꺄!
그리고 말했지? 펑크 난 본부 실적, 3팀에서 다 메꿔!! 다! 몽땅!! 전부!
상식 : (큼....)
54. 헬기 옥상 / 낮
옥상 문을 열고 나오는 상식, 손에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이 들렸다.
이글거리는 햇빛이 쏟아진다. ‘후~’넥타이를 헐겁게 풀고 난간 쪽으로 걸어간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멀리 풍경을 본다. 후우~ 하며 웃는 상식.
상식 : (다시 땀을 닦으며) 아~ 덥다!
바닥에 털썩 앉는다. 캔 맥주를 딴다. 거품이 뽀골 올라온다.
꿀꺽꿀꺽 마시는데 전화 온다. 받으면.
막내아들(e) : 아빠~
상식 : (받으며) 응~ 우리 막둥이, 미래의 상사맨!
막내아들(e) : 아빠, 오늘은 일찍 들어오시는 거예요?
<이하 화면 분할>
상식 : 그렇치~!!
막내아들 : 그럼 양념통닭 사오세요.
상식 : 양념만? 후라이드는?
막내아들 : 그럼 후라이드 사오세요.
상식 : 후라이드만? 양념은?
막내아들 : (고민 중인듯...) 그럼 반반 사오세요.
상식 : 그럼 반반치킨 두 마리 사갈까?
막내아들 : (뭔가 계산이 안 맞는 듯 고민스럽게 눈알을 굴리다가) 그럼 양념 한 마리, 후라이드 한 마리 사오시면 되잖아요.
상식 : (짐짓) 아~!! 그렇지!!
막내아들 : 아빠 바보!!
상식 : 떼끼! 이놈! 아빠한테 바보가 뭐야?!
막내아들 : 아빠 사랑해요. 아빠 안농! (냉큼 끊는다)
상식 : 응? 허허허허~ 허허허허~ (웃으며 맥주를 마시는데, 땀은 계속 난다. 수건으로 닦으며) 왜 이렇게 땀이나?
(담배를 꺼내 물고는 몇 번 빨아 보는 시늉을 하는데 시덥지 않다) 휴~ 왜 이렇게 맥이 빠져?
맥주를 든 채 그대로 맥없이 앉아 있는 상식... 잠시 후 상식의 고개 천천히 떨어진다.
이내, 입에 물고 있던 담배 툭! 바닥에 떨어지고 맥주 캔도 손에서 뚝 떨어진다. 맥주가 줄줄 쏟아진다.
고개 숙인 상식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잠시 후, 툭 툭 코에서 코피가 흘려 바닥에 떨어진다.
문자 오는 소리가 들린다. 상식, 문득 눈을 뜨면서 코를 슥 닦으면 손등에 묻어나는 코피.
놀라서 ‘어? 피?’하고 손수건으로 닦으며 문자 확인해 보면,
<아빠, 한 마리는 반반 치킨 한 마리는 양념치킨으로 사오세요 - 1번 아들>
상식 : (힘 없이 허허허허 웃으며 코피를 닦는데)
그래 : (옥상 들어오며) 어? 과장님! 여기 계셨어요? (다가오며) 전화를 안 받 (상식 코 밑에 피를 본다) 어?!! 코피 흘리셨어요?
상식 : 어? 어. (대수롭지 않게 닦으며 바닥에 피도 발로 슥슥 닦는다)
그래 : 괜찮으세요?
상식 : (대수롭지 않게) 괜찮아. 몇 분 정도 눈 감았다가 떴더니 피를 다 보네?
그래 : 조셨어요?
상식 : 졸았는지 졸도를 했는지. 요새 무리했더니 혈압이 올랐나. (가면서) 동식이한텐 떠들지 마. 그 자식 잔소리 시끄럽다.
바닥에 떨어져 흐르는 맥주 캔을 보는 그래.
55. 자원팀 / 낮
영이가 메일로 받은 시황 자료를 보면서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고 표시를 한다.
들어오던 하대리, 지나치다가 영이의 모니터 화면을 본다. 울컥! 화가 뻗는!
하대리 : 야, 안영이.
영이 : (일어나며) 네.
하대리 : (열 받은) 니가 왜 EU-ETS 거래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어? (*EU-ETS:유럽 탄소배출권)
영이 : (당황한)
하대리 : (화가 나서 확) 너 진짜!!
56. 옥상 정원 / 낮
화난 하대리 앞에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고 서 있는 영이,
하대리 :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선배 말이 말 같지가 않아? 엉?!!
영이 : ...
정원 쪽으로 오던 석율, 둘을 봤지만 싸한 분위기에 다가가지 못하고 선다.
하대리 : 내가 빠지라고 했지?! 이제 대놓고 개기는 거야? 니꺼라 이거야? 권리 있다 이거야?!!
영이 : 그게 아닙니다 선배님.
하대리 : 도저히 손 못 떼겠으면! 그래, 가져 가! 나? 안해도 돼! 빌어먹을 니 그 잘난 이름,
센터에 보란 듯이 박아서 성공해 보라구! (열 받아서 옆에 있는 풀을 발로 확 차면서 돌아서 간다)
영이, 그대로 숙이고 서 있다...
석율, 조금 쳐다보다가... 한숨 쉬고 다가오며.
석율 : 쫄지 마요.
영이 : (보고) 아, 한석율씨.
석율 : (진지하게) 저 못난 사람들, 왜 저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구.
영이 : (보는)
석율 : 남자들 참 찌질하죠. 잘난 여자 앞에 서면 더 찌질해지나봐.
영이 : (희미하게 웃는다)
석율 : (진지하게) 당신 잘못한 거 없으니까 당당하라구. 인턴 때 2년 묵은 아이템 해낼 때, 당신이 얼마나 전사 같았는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잖아. 그 때의 안영이로 돌아가요. 쫄지 말고 당당하게. 세게. 그게 안영이 다운거지.
영이 : (석율을 가만히 본다)
57. 자원팀 앞 통로 + 자원팀 / 낮
15층 안으로 들어 온 영이, 자원팀을 본다. 앉아 있는 하대리가 보인다.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성큼성큼 걸어 하대리 뒤에 선다. 하대리 돌아 본다. 인상 확 쓰며,
하대리 : 뭐야?
영이 : 선배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대리 : (눈에 힘이 들어간다)
영이 : 말씀대로, 업무에서 빠지겠습니다.
하대리 : !! (약간 당황하는 얼굴로 보는)
영이 : (꾸벅하고 나간다)
58. 철강팀 / 밤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백기. 모니터에는 거의 완성된 이력서,
맨 마지막 한 칸, 경력사항 란에 <원인터내셔널 자원팀 인턴> 밑에서 깜박이고 있는 커서를 보고 있는.
백기 헤드헌터(e) : 그 회사 이력서는 오늘 자정까지 넣어주시면 됩니다.
백기 : .....
강대리(off) : 장백기씨.
본능적으로 노트북을 덮으며 돌아보면 통로 쪽에 서있는 강대리.
약간 긴장한 얼굴로 강대리를 쳐다 보는 백기..
강대리 : (책상 쪽으로 가며) 아까 검토 해달란 서류는 아직 멀었습니까?
백기 : .... 곧 마무리해서 내일 보실 수 있도록 해 놓겠습니다.
대답 없이 가방을 챙기는 강대리... 백기도 몸을 돌려 그대로 가만히 있는데..
강대리가 갑자기 챙기던 가방을 그냥 두고 돌아선다.
강대리 : 장백기씨, (덮은 백기의 노트북을 본다) 나가겠단 생각이라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백기 : !! (일어나 돌아서서 본다)
강대리 : 철강은 보수적인 사업입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한 가지 아이템이 조금씩 사업시장에 맞게 변형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원은 당장의 화려한 언변이나 포장에 능한 사람보다 멀리까지 묵직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백기 : (울컥) 그래서, 지금까지 제게 그 기본기를 가르치신 거란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강대리 : (본다)
백기 : 그렇다면 저는 더더욱 잘못된 대우를 받았군요. 말씀하신 그 기본은 학교, 인턴, 신입교육 때 충분히 다졌습니다.
강대리 : (차분하게 본다)
백기 :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본다) 제게 기본을 가르친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그냥 저를 싫어하시는 거라고 생각 되는데요.
강대리 : (쳐다 보다가 가방을 든다) 내일 봅시다. (가 버린다)
백기 : (그대로 서 있다가 확 따라 나간다)
59. 15층 엘리베이터 앞 / 밤
강대리, 하향버튼을 누르는데 백기 확 나오며.
백기 : 오늘은 들어야겠습니다!! 대체, 제가 왜 그렇게 싫은 겁니까?!
강대리 : (보다가) 장백기씨, 이건 누가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 당신을 판단할 만큼,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구요.
백기 : 그럼 도대체 뭡니까?
강대리 : 팀에 배치 받고 장백기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기억하지 못합니까?
백기 : (약간 당황해서 생각하는)
/백기 : (자신감에 차서) 대리님! 제가 철강팀에서 수익을 낼만 한 아이템을 개발 해 봤습니다!!
/강대리 : (말없이 백기를 본다)
백기 : 사업아이템 보고서를 제출 한 것 말입니까?!
강대리 : 교육에는 배운 걸 확인하는 시간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철강팀과 관련해 신입인 장백기씨가 읽어야 할 파일은 산더미입니다.
그러나 장백기씨는 오자마자 사업보고서부터 들이밀었습니다. 철강팀 아이템 관련 파일들을 읽기도 전에 말이죠.
백기 : !
강대리 :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해지는 법이죠.
백기 : (모욕적이다. 흥분한) 강대리님이 생각하는 기본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면, 왜 처음부터 말씀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강대리 : 잘못된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줬습니다. 다른 팀에선 어떤지 몰라도, 그게, 내 방법입니다.
백기 : 기회요? 오타체크하고 양식 만들고 실무직 업무가 기횝니까?
더 배워야 하는 건 업무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강대리 : (차갑게 본다) ..... 아직도 멀었네.
열린 엘리베이터에 타는 강대리, 닫힘을 누르고 백기 눈앞에서 닫히는 문.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백기, 거칠게 확 돌아서 들어간다.
60. 철강팀 / 밤
분노에 찬 얼굴로 급히 들어오는 백기, 모니터 다시 켜고 이력서에 <원인터내셔널 철강팀 입사> 라고 마저 채운 후
주저 없이 메일의 샌드를 탁! 누른다. 그대로 모니터를 노려 보고 있는 백기.
61. 엘리베이터 앞 / 밤
굳은 얼굴로 나오는 백기, 마침 엘리베이터 열리고 영이 내린다.
영이 : 퇴근이에요?
백기 : (쳐다 보다가) 네.
영이 : 그럼. (꾸벅하고 가려다가) 장백기씨 조언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백기 : 네?
영이 : 백기씨 말대로 제가 지기로 했어요. 강한 창을 이기는 방법은, 방패도 더 강한 창도 아닌 것 같더라구요.
백기 : ...( 자조적으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며) 안영이씬 안영이씨 방법을, 전 제 방법을 찾은 거군요.
영이 : (의아하게 본다)
62. 원인터 외경 / 낮
63. 영업 3팀 / 낮
초췌한 얼굴의 상식,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는 얼굴로 양파즙 쫍쫍 빨고 있는 상식.
동식이 파일 뭉치 들고 상식의 자리로 온다. 테이블에 파일 놓는 동식.
동식 : 양파즙 말고 홍삼 같은 걸 드셔야 하는 거 아녜요?
상식 : 애들 홍삼 다 먹이고 담달에 사준데. (쓰레기통에 버린다)
동식 : (걱정) 근데, 땀은 왜 이렇게 흘리세요. 이상해요. 병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상식 : (손수건으로 닦으며) 더워 그래. 잠깐 쉬자. (의자 뒤로 고개 젖힌다)
그래, 상식을 보면 여전히 땀을 비오는 듯 흘린다. 얼굴도 창백하다.
갑자기 몸을 일으키는 상식. 순간 휘청. 고개 휘 저으며 정신 차리고.
상식 : 안되겠다. 나 잠깐 밖에 좀 나갔다 올게. 연락 오는 거 있으면 받아놔.
나가는 상식을 걱정스런 눈으로 동식과 그래.
64. 원인터 로비 밖 / 낮
좀 지친 얼굴로 나오는 상식,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이 힘들어서 손으로 막으며 해를 본다. 조금 빙글빙글.
상식 : 아~ 왜 이러지..
비틀비틀 걸어간다. 멀어지는 상식 뒤로 통화 소리, 타자치는 소리, 프린트 출력되는 소리, 업무하는 소리 등등이 깔리고.
65. 영업3팀 / 낮
상식의 빈자리가 보인다.
고과장(off) : 오과장은 대체 어딜 가서 아직 안 오는 거야?!
영업3팀으로 들어오는 고과장.
동식 : (조금 걱정스러운) 아까 어지러우셔서 잠깐 바람 쐬러 나가셨는데.. 전화도 안 받으시고 그러네요.
고과장 : 어지러워? (찌푸리며) 요즘 무리한다 싶더니만. (나가려다가 멈춰 선다) 어지럽기만 하대? 뭐 다른 증상은 없대?
동식 : 다른 증상 뭐요?
고과장 : 40대가 위험한 거거든. 친구 놈 중에 딱 오과장 같이 일만 하고 건강 안 챙기다가 젊은 나이에 풍이 온 친구가 있어.
동식 : 에이~!! 과장님도. 40대에 무슨 풍이에요.
고과장 : 현장 나갔다가 혈압으로 쓰러져서 아예 간 놈도 있다구요~
그래 : !!
동식 : 과장님도 참..
그래 : 저.. 과장님 어제 잠깐 졸도 하셨었어요. 코피도 흘리시고.
동식/고과장 : (그래를 확 본다) 뭐?
동식 : 그걸 왜 이제 말해!!
66. 거리 횡단 보도 앞 / 낮
다급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그래와 동식. 가게도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그래는 계속해서 전화하고 있다.
횡단보도 앞, 휙휙 요란하고 기분 나쁜 소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
동식 : 아직도 안 받으셔?
그래 : (초조한) 네, 신호는 계속 가는데..
동식 : 진짜 어디 쓰러져 계신 거 아냐?!!
그래 : 전화 계속 걸어 보겠습니다.
동식,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바뀌자마자 급하게 건너는데 차가 끼~익! 굉음을 내며 멈춰 선다.
깜짝 놀라는 그래! 불안한 표정으로 동식이 건너는 걸 본다.
삐빅,삐빅 소리와 4,3,2,1 카운트하며 붉은 색으로 바뀌는 신호등을 초조한 얼굴로 보는 그래.
/아버지의 영정 사진 앞에서 울고 있는 엄마와 앉아 있는 그래.
그래 : (초조한) 과장님.. 대체 어디 계신 겁니까...?
67. 영업 3팀 앞 통로 / 낮
걸어오던 김부장. 의아하게 본다. 마침 2팀에서 나오던 고과장에게.
김부장 : 3팀은 전부 어디 갔어?
고과장 : (걱정) 오과장 찾으러요. 잠깐 나갔다 온다던 사람이 아직 안 오네요.
김부장 : (기가 막혀 찌푸리며) 어디 가면 간다고 말을 해야지.
고과장 : 오과장이 요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몸 상태가 안 좋나 봐요.
김부장 : (멈칫) 안 좋아? 많이 안 좋아?
고과장 : 어젠 코피에 졸도까지 했다는데 지금도 어디 쓰러져 있는 건 아닌지,
김부장(o.) : (버럭) 이 사람아! 근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자네 팀도 내보내서 찾아봐!
고과장 : 네? 아! 네!! (후다닥 가면)
김부장 : (상식에게 전화 건다)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안 받는다. 걱정으로 화난) 왜 전화를 안 받아! (다시 걸면서 걸어간다)
68. 병원 / 낮
액정 화면에 김부장 뜨고 부우웅~ 진동을 하면서 울리고 있는 전화.
그 옆에 누워 있는 상식의 이마 보인다. 빨갛게 그슬린 지친 피부. 식은땀. 감은 눈. 축 쳐진 손가락.
그때 드르렁 드르렁 코고는 소리. 병원 침대다. 링거를 맞으며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드는 상식!
상식 : (벌떡 일어나며) 어이구, 이게 몇 시야? (핸드폰 보고) 전화는 또 왜 이렇 게 많이 왔어? 어라? 고과장에 부장님까지?
(전화 한다) 어,
동식(e. O.L) : (버럭) 과장니~~~임!!!!
상식 : (찡그리며 귀에서 핸드폰 떼는)
69. 김부장실 / 낮
김부장, 상식의 검진 결과서 보고 있는데 똑똑. 들어오는 상식을 보자 마자 와락 화를 낸다.
김부장 : 당신 뭐야? (검진 결과서를 들어 보이며) 예전 종합검진에서 재검 받으란 거, 왜 안 받아?
상식 : 아.. 그게,
김부장(o.l) : 이런 거 다 고과에 반영 되는 거 알잖아! 서류 채워지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 알아. 몰라?
상식 : (꾸벅) 죄송합니다.
김부장 : 이런 큰 조직의 일이라는 게 누구 한명의 땀방울로 되고 안 되는 시절이 아냐.
오히려 그렇게 되면 회사로선 더 위험해. 당신 아니어도 될 일은 돼야 한다고.
상식 : 네 알고 있습니다.
김부장 : 첫째가 지금 몇 살이야.
상식 : (당황) 첫째가... 음... 6학년...
김부장 : 나 당신 애들 돌잡이 다 본 사람이야. 솔직히 우리 업무 특성상 가정에 시간 더 할애하란 소린 못하겠어.
그런데 애비가 돼서 건강관리 안하는 건 인정 못해. 열심히 일한다는 거엔 당신 자신도 포함돼야 한다고.
상식 : ....
김부장 : (검사서 상식에게 주며) 재검 받고. 다음 사업은 중동 아이템으로 큰 거 찾아봐.
이번에는 내가 정말 확실하게 밀어 줄 테니까.
상식 : 네. 감사합니다 부장님.
김부장 : 이거 가져가! (책상 아래서 선물 상자 꺼내서 내민다) 말린 장언데 바이어 주려고 사둔 거야. 가서 챙겨 먹어.
상식 : ??!! (받으며) 감사합니다.
그때 울리는 김부장 책상 위의 전화.
김부장, 받으며.
김부장 : 네. 김부련입니다. (나가 보라고 손을 휘휘~)
상식 : (상식, 꾸벅하고 나가는데)
김부장 : 네? 아, 네....네?!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나가는 상식을 보는!!)
70. 영업 3팀 / 밤
장어를 들고 들어오는 상식을 본 동식과 그래, 벌떡 일어나며 동시에.
그래/동식 : 과장님!!
상식 : (손 저으며) 됐어. 알았어. 미안해.
그래 : 과장님...
동식 : 아~ 진짜!! 식겁했잖아요~ (장어 보며) 그건 뭐에요? 부장님이 주셨어요?
상식 : 응. (자리에 앉으며) 말린 장언데 (상자 꼭 쥐곤) 좀 나눠줄까?
동식 : 그냥 다 드세요~ 드시기만 하세요오~ 넷째는 만들지 마세요오~
김부장(off) : (버럭) 야! 오상식!!!!
깜짝 놀라 보면 빠른 걸음으로 거침없이 다가오는 김부장.
장어를 책상 밑에 얼른 내려두고 발로 스윽 안으로 밀어 넣는 상식.
김부장 : (버럭) 야! 너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상식 : 네? (당황하며 장어를 더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동식/그래 : (영문을 모르지만 긴장한 얼굴로 보는데)
김부장 : (좋아 죽는) 야~ 오상식이~ 싫다고 내숭 떨더니~ 영혼까지 다 갖다 바쳤구나?
뭘 어떻게 했길래 문대표가 계약을 2배나 하겠다는 거야?
동식/그래 : (깜짝 놀라) 에? (상식을 확 돌아본다)
상식 :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김부장 : 카드 아직 반납 안했지? 쇠고기 먹어! 쇠고기! (기분 좋아서 간다)
동식 : (믿기지 않은 듯 꿈벅꿈벅 상식을 보며) 지금.. 마누라 접대가.. 통했단 거예요? 문충식이 그렇게 로맨티스트였어요?
상식 : (역시 어리둥절하지만 뭔가 숨기는 듯한 태도로 큼하며) 그랬나보지 뭐. (장어 들며) 퇴근이나 하자!
동식 : 고기는요?
상식 : 안 돼~ 나 오늘 장어 먹어야 돼. (그래에게) 내 책상 위에 문가 놈 자료들 좀 추려서 치워두고 가. (휙 간다)
동식, 칫! 하며 따라 가고. 그래, 웃으며 상식의 책상 위에 널린 자료들 중 문충기 관련 자료들을 추린다.
재무제표, 결산 보고서, 주주 지분 대주주 단체 등의 자료들을 보던 그래, 문득 멈춘다.
자료의 이모저모와 단체의 실질적 소유주는 강미라. 문충기의 아내라는 연결 상황이 화살표 같은 걸로 표시되어 있고
상식의 글씨로 <결국 문충기의 아내가 회사의 실질적, 최종적 결정권자>라고 메모되어 있다.
메모를 빤히 보는 그래.
/그래 : 그러니까 과장님은 계약을 버리고 신념을 선택하셨군요.
기사 내용을 보고 있는 그래의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그래(e) : 그러니까 과장님은...사실은... 님도 보고 뽕도 따신 거군요..
하하하 웃기 시작하는 그래. 하하하하. 눈물이 날 정도로 정신없이 웃는 그래.
71. 원인터 앞 전경 / 낮 / 며칠 뒤
72. 사내 커피숍 / 낮
테이블에 놓여 있는 회사 팜플렛 및 백기 이력서 등 서류.
백기는 손에 서류를 들고 천천히 살피보고 있다. 헤드헌터와 함께다.
지현 : 실무면접은 건너뛰고 곧 바로 임원면접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 쪽 상무가 백기씨를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시나 봐요.
백기 : (과하지 않은 웃음, 계속 서류 본다)
지현 : 외국계 회사다 보니 수평적인 분위기에요. 잔업은 없는 편이구요. 업무량은 개인이 조율하는 분위기에요.
(아이패드 넘겨보며) 그리고... 아! 백기씨의 다양한 경력을 마음에 들어 하니까 부담 없이 얘기하시면 될 거에요.
백기 : (서류 테이블에 놓고는) 원하는 부서에 배치가 가능한가요?
지현 : (웃음) 아마도요.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73. 커피숍 밖 / 낮
이쑤시며 지나가는 상식, 동식, 그래.
그래, 커피숍 안에서 헤드헌터와 얘기 나누고 있는 백기가 보인다.
쳐다보며 가던 그래의 시선에, 일각에 서서 백기를 보고 있는 강대리가 시야에 들어 온다.
강대리의 굳은 얼굴을 보던 그래, 다시 백기를 본다.
상식(off) : (중얼거리듯) 저 친구, 성급하네..
그래 : (깜짝! 상식을 본다)
상식 : 중동 관련 새로운 아이템 찾아보자. 부장님이 팍팍 밀어 주신댔어.
동식 : 아니 밀어 주시기 전에 인력 충원 어떻게 되는 거예요.
상식 : 해 주실 거야. 곧 온대.
74. 15층 통로 / 낮
느릿느릿 통로를 걸어오는 한 남자.
75. 78씬 동 거리 / 낮
동식 : 누가 온대요?
상식 : 몰라.
76. 15층 통로 / 낮
남자의 걸어가는 뒷모습.
77. 현관 앞 / 낮
로비로 들어서는 세 사람.
동식 : 아~ 철강팀 강대리나 자원팀 하대리가 왔으면 좋겠는데..
상식 : 역시 빠릿빠릿하게 일하려면 아무래도 대리급이지?
동식 : 과장님은 누가 왔으면 좋겠어요?
상식 : 안영이. (그래를 싸~하게 보며) 애초에 안영이가 왔어야 했는데, 안영이가..
그래 : 저는,
상식 : 고!
열린 엘리베이터 팅! 타는 상식. 동식 웃으며 타고 그래도 탄다.
78. 영업 3팀 (낮)
웃으며 들어오는 세 사람. 동시에 멈칫한다.
상식의 책상 뒤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모습.
의아한 세 사람... 그리고 돌아서는 박과장.
상식, 동식 : !!
박과장 : (웃으며) 여~ 오과장님, 안녕하세요? 이제 한 팀이네.
상식 : (자기도 모르게 굳어지는 얼굴이다)
그래를 흘깃 보는 박과장 그런 박과장을 쳐다보는 그래에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