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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화이트 크리스마스] 03 - 길 떠난 소년이 만나는 것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12.21|조회수1,165 목록 댓글 0

[화이트 크리스마스] 03 - 길 떠난 소년이 만나는 것

 

 

 

 

 

 

 

 

 

 

S#1. 프롤로그 (전회 소개)

 

-산속에 고립된 학교.

-10여대의 버스가 출발한다.

-텅빈 학교, 텅빈 운동장. 텅빈 복도, 텅빈 교실. 텅빈 식당.

 

(이재규) : 강원도 산속에 고립된 입시 명문고, 8일동안의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식당...와인잔을 부딪치는 선생님과 일곱명의 아이들.

-눈이 내린다/ 눈에 젖어 그로테스크해진 조각상.

 

(이재규) : 악의로 가득찬 편지를 받은 일곱명의 아이들

(소리) :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

 

-이재규가 달린다/조영재가 파란 물감이 든 풍선을 집어던진다/약에 취한 윤수가 난동을 부린다/은성이가 usb를 집어던진다/

박무열이 볼펜을 부러트린다/ 최치훈이 무심한 얼굴로 돌아선다/양강모가 테잎을 보고 있다./조영재가 양강모를 때린다/

 

(이재규) : 편지를 보낸 것은 누구인가?

(이재규) : 비참하게 물들여지고.

(이재규) : 구석괴물이라 불리우고.

(이재규) : 가망없는 희망을 조롱당하고.

(이재규) : 단 하나의 훈장마저 빼앗긴 자는 누구인가?

 

-벽에 기대앉은 윤수가 미끄러지듯 옆으로 쓰러진다.

-은성이가 눈밭에 쓰러져 있다. 하얀 눈위에 빨간 피

 

(윤수) : 빨리 기억해내는게 좋을거야.

(윤수) : 구석괴물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선생님이 보안실 카메라로 아이들을 관찰한다.

 

(양강모) : 선생님이 숙직이예요? 영어선생님 아니었어요?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는 선생님.

-화가 나서 테이블을 때리는 선생님.

 

(윤종일선생) : 니들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윤종일선생) : 니들은 내가 바보로 보이냐?

 

-선생님이 강미르를 엎어매친다/강미르를 징계방에 가둔다/유도훈련을 끝내고 숨을 헐떡이는 선생님. 땀이 뚝뚝 떨어진다.

-선생님이 책상에서 또하나의 검은 봉투를 꺼낸다. 검은 봉투가 두개다.

 

(이재규) : 눈으로 고립된 학교, 저마다 어둠을 숨긴 사람들, 그리고...

 

-눈이 펑펑 쏟아진다. 천천히 아름답게. (f.o)

 

 

S#2. 타이틀

 

암전속에서

 

(이재규)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 동안의 기록이다.

 

-타이틀 제 3회 ‘길 떠난 소년이 만나는 것’

 

 

S#3. 학교 전경 (아침)

 

이른 아침. 간밤의 눈은 그쳤다. 조용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겨울 아침이다.

자막 ‘12월 28일 오전 7시 47분’

 

 

S#4. 북관 복도 (아침)

 

박무열이 걸어오다가 창밖 은성이를 발견한다. 은성이는 설경을 구경하고 있다.

그때 작은 비명소리. 반대 쪽, 양강모가 막 미끄러졌다. 카메라를 보호하느라 손을 집지 않아서 엉덩이부터 떨어졌다.

카메라가 무사한걸 알고는 그제서야 머리를 눈위에 떨어트린다.

유은성이 무심코 돌아보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S#5. 북관앞 (아침)

 

박무열이 나온다.

 

박무열 : (조금 웃기기도 하다. 손을 내밀며) 괜찮냐? 엄청나게 떨어지던데...

양강모 : (일어나며) 내 엉덩이 좀 봐줘? 몽고반점이 다시 생겼을지도 몰라.

 

박무열 웃으며 돌아서다가 미끄러질 뻔 한다. 박무열이 겨우 균형을 잡자 양강모가 아깝다는 듯 주먹을 쥔다.

 

박무열 : 뭐가 이렇게 미끄러워?

양강모 : 어제 낮에 살짝 녹았다가 다시 얼었잖아. 그 위에 또 눈 오고... 날렵한 나니까 이 정도지. 의사아저씨는 팔 빠졌던데...

박무열 : 뭐?

양강모 : 어떻게 미끄러졌는지 팔을 아예 못 쓰더라구.

박무열 : (안으로 들어간다) ...?

양강모 : (엉덩이를 문지르며 따라 들어간다) 아우 내 엉덩이! 두쪽 다 무사한가 모르겠네.

 

 

S#6. 양호실 (아침)

 

남자가 왼쪽 팔꿈치를 잡고 움직여본다. 살짝 움직였을뿐인데도 고통스럽다.

박무열이 들어온다.

 

박무열 : (들어오면서) 다치쳤다면서요?

남자 : (아프고도 민망하다) 그러게 말이야. 팔을 묶어야 할 것 같은데...

박무열 : (서랍장에서 팔 보호대를 꺼내며) 병원 가봐야는 거 아니예요?

남자 : (박무열에게 팔을 맡기며) 지금 상황에서 병원 갈려면 헬기가 떠얄텐데 그 정돈 아닌거 같고...

 

박무열이 남자의 팔에 보호대를 감아 목에 건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는지 남자가 한숨을 쉬며 웃는다.

 

박무열 : 아침은요?

남자 : 나중에...

박무열 : (나가려다가) 혹시 선생님 보셨어요?

남자 : 아니, 어젯밤에 보고 못 봤는데...

 

 

S#7. 식당 (아침)

 

양강모. 조영재. 최치훈, 윤수. 이재규. 유은성이 각자 아침을 먹거나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윤수는 시리얼 접시에서 분홍색을 따로 골라내며 먹는다.

조영재는 어제의 발작 때문에 윤수가 신경 쓰인다.

 

박무열 : (들어오며) 선생님은?

이재규 : 안오셨는데...

박무열 : (혼잣말처럼) 아직 주무시나?

양강모 : (엉덩이를 문지르며 조리실로 들어간다) 미끄러져서 꼼짝못하는 거 아냐?

윤수 : (시리얼을 골라먹으며 중얼거린다) 구석괴물한테 잡아 먹혔거나...

조영재 : (미친놈 보듯 윤수를 마땅찮게 보고는) 선생...뭣 좀 알아냈을까?

유은성 : (비웃듯이) 걱정 돼?

조영재 : (곧바로) 너만큼은 아니야.

 

윤수가 분홍색 시리얼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조영재 : (윤수가 신경쓰인다) 아...저건 또 왜 저래? 돌아버리겠네. 개학까지 몇 밤 남았냐?

윤수 : (접시를 들고 싱크대 쪽으로 간다) 그때까지 살아 있을까.

조영재 : 어이 대천사. 밥먹을 땐 안때린다가 내 철학이거든. 협조 좀 하지.

윤수 : (대꾸없다)...

조영재 : 어젯밤엔 바닥을 기면서 징징 짜던게...

윤수 : (마치 안들리는 것처럼 반응없다)....

조영재 : 살려줘 엄마. 도와줘 이모!!

윤수 : (처음으로 조영재에게 시선을 준다) 뭐?

조영재 : (윤수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고) 왜? 삼촌. 작은아버지. 큰엄마 다 불러보시지?

윤수 : 내가 뭐라고 했다고?

조영재 : (그제서야 윤수를 똑바로 보며 어쩔거냐는 듯) 징징댔다구우. 선희이모 철수삼촌 불러가면서...

 

그 순간 윤수가 시리얼 그릇을 조영재에게 집어더지더니 테이블을 밟고 그대로 조영재에게 날라온다.

조영재는 그릇은 간신히 피했지만. 곧바로 날라온 윤수에게 부딪쳐 쓰러진다.

윤수가 조영재를 깔고 앉아 때린다. 워낙 뜻밖이라 이재규도 양강모도 움직이지 못한다.

조리실 안쪽에 있던 박무열이 먼저 뛰쳐나온다.

겨우 정신을 차린 조영재가 윤수를 밀어 버리고. 공세를 취하려할 때, 박무열과 이재규가 둘 사이에 끼어든다.

박무열이 조영재를 잡는다.

 

조영재 : (열받았다) 놔. 저새끼 저거. 확 죽여버릴 테니까. 안 놔?

박무열 : (조영재를 잡는다) 조영재!!

조영재 : 놔! 내가 맞을 땐 손놓고 있더니. 나 맞았거든. 저 미친새끼한테. 이거 놔!

 

양강모가 깨진 접시와 윤수를 번갈아본다. 좀 전까지 식물같던 윤수의 돌변이 ‘놀랍다’

윤수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박무열 : (윤수에게) 왜 그랬냐? 갑자기.

윤수 : (조영재를 쳐다보며) 저 새끼가 거짓말을 하잖아.

조영재 : (어이없다) 너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냐?

윤수 : (한글자씩) 조. 염. 병!

 

윤수가 박무열의 손을 뿌리치더니 식당을 빠져나간다. 박무열이 그 뒤를 따라가듯 복도까지 따라 나간다.

 

조영재 :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저새끼 저거....

 

 

S#8. 복도 (아침)

 

윤수가 느릿 느릿 복도를 빠져나간다.

박무열이 문앞에 서서 그 뒷 모습을 바라본다. 윤수의 갑작스런 공격성이 의아하다.

 

(조영재) : (앞씬에 이어) 완전히 미친 새끼야. 정신이 널뛰기를 하잖아. 짤랐어도 몇 번 짤랐어야 하는 건데.

               아침부터 약이나 쳐 먹고.

 

최치훈이 복도로 나온다.

 

최치훈 : (단순한 호기심으로) 저게 약 먹은 상태야?

박무열 : 아니. 약은 내가 다 버렸어. 게다가 약 먹은 거랑은 좀 틀려.

최치훈 : (박무열을 보며) 약 먹었을 때를 구분할 수 있어?

박무열 : (왜 이런 걸 물어볼까 쳐다보며) 어. 대충은...

최치훈 : (잠깐 생각하다가) 그럼 딴 사람도 알지 않았을까?

박무열 : 딴 사람 누구?

최치훈 : 선생님! 수학 여행때 윤수가 약 먹고 발작했다며? 선생님들도 봤을 거 아니야.

박무열 : (그 생각은 못했다. 최치훈을 본다)...

최치훈 : (복도를 빠져나간다. 그는 슬슬 이 사건에 관심이 생기는 중이다)...

 

 

S#9. 교무실 (아침)

 

노크소리...

 

(이재규) : 선생님!!

 

이재규가 문을 열고 안을 둘러본다. 교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S#10. 교사 기숙사 복도 (아침)

 

빈 복도에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

 

 

S#11. 교사기숙사 계단앞 (아침)

 

쇠창살로 5층 기숙사 입구. 박무열이 호출음이 끊기고도 안의 반응을 좀더 기다리다가 돌아선다.

 

 

S#12. 남관 1층 보안실 입구 앞 (낮)

 

박무열이 지하로 내려가는 문 앞에서 보안실 호출 버튼을 누른다.

계단에서 이재규가 내려온다.

 

박무열 : (이재규를 본다) ...?

이재규 : 없어.

박무열 : 어디 가신 거야?

이재규 : (고개를 흔들며 실제보다 길어 보이는 복도를 본다) 우리 학교가 이렇게 넓었나? 강미르도 안보이던데...

박무열 : 아. 걔는 집에 간다 그랬어. 아침 일찍.

이재규 : (창밖을 보며) 그럴 순 없어.

박무열 : 뭐?

이재규 : 운동장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데?

 

박무열이 창밖을 본다. 말 그대로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운동장.

 

(이재규) : 선생님도 강미르도 이 안에 있어.

 

 

S#13. 징계방 (낮)

 

강미르가 볼펜심을 ‘ㄴ’자로 만들어서 수평이 되도록 문틈으로 밀어 넣는다.

다 들어갔다 싶을때 세워서 잡아 당기지만, 문이 무거워서 다시 평평해질뿐이다.

‘으아악’ 신경질을 부리는 강미르. 걷어차고 소리지르고, 난동을 부리다가 기운이 빠진다.

난장판이 된 실내. ‘愼獨’이라고 써 있는 두루마리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옆에 ‘너나 잘해’라는 낙서도 보인다.

배고프다.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찌그러진 우유곽. 그 안에 고여 있는 우유 한방울을 입안에 떨어트리다가 cc카메라를 본다.

 

 

S#14. 강미르의 방 (낮)

 

박무열과 이재규가 들어온다. 강미르의 외투가 침대 위에 놓여있다.

이재규가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이 잠깐 생각하다가 강미르의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이재규 : 뭐하는 거야?

 

박무열이 자판을 두드려 cc카메라를 불러낸 다음 이재규를 본다.

 

이재규 : (놀란다) 이게 뭐야?

박무열 : (cc카메라를 여기저기 서칭하면서) 역시 위험한 녀석이지?

이재규 : (놀라서 말을 못하다가) 아...!! 넌 언제 알았어?

박무열 : 어제. (자판을 두드리며) 자동으로 걸어놓으면... 누가 움직이는데만 볼 수 있어.

 

노트북속의 화면...

-최치훈이 홍보실로 들어간다.

-양호실...소파의 남자가 책을 읽다가 힘들어한다.

-서관로비...은성이가 계단을 올라간다.

-편집실...양강모가 들어온다.

낯선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박무열이 버튼을 눌러 화면을 고정한다.

 

이재규 : 여기가 어디야?

 

징계방이다. 징계방의 강미르가 카메라를 향해 옷을 흔들고 있다.

 

 

S#15. 징계방-징계방 관찰실 (낮)

 

강미르가 옷을 흔들고 있다. 카메라가 그의 행동을 포착하느라 빨간 불빛을 반짝인다.

징계방 관찰실에는 모니터가 있다. 모니터속의 강미르는 봐주는 사람없이 퍼포먼스를 하는 것 같다.

생쑈를 하다가 지친 강미르가 침대에 주저앉는다.

그때, 문이 열리고 박무열과 이재규가 뛰어 들어온다. 둘다 숨을 헐떡인다.

 

강미르 : (살았다!) 어이. 박무열!! (이재규를 보며) 똘마니!! 반갑다!!

박무열 : (숨을 고른다) ...너 왜 여기 있어?

이재규 : (징계방이 처음이라 둘러본다)...

강미르 : 내가 아냐? 보자마자 엎어 매치더니 여기로 배달됐어.

박무열 : 선생님이?

강미르 : 어... (웃도리를 걷어 보인다. 등이 시퍼렇게 멍 들었다) 이것봐, 나니까 이 정도지? 각종 골절에 탈구에 심장 터질 뻔

            했거든. OECD국가에서 이런 인권탄압이 일어난다는 현실!! 개탄스럽지? 그러니까 이 문 살짝만 밀어줘.

박무열 : (강미르를 믿지 않는다) 우리가 선생님을 모르냐? 솔직히 말해봐. 뭔짓을 한거야?

강미르 : 아아아아무짓도 안했거든요. 선생한테 물어봐. 그전에 이 문부터 어떻게...

박무열 : (말을 끊는다) 선생님이 안보여.

강미르 : (그게 뭐) 밖에 나간 거 아니야?

박무열 : 이 눈 속에? 

강미르 : 무식해서 힘은 좋잖아.

이재규 : 나간 발자국이 없어.

강미르 : 에?

박무열 : 말해봐. 어젯밤에 무슨 짓을 한거야?

강미르 : 난 맹세코 아무 짓도.... (하다가 생각났다) 어이. 난 아무 짓도 안햇는데 말이야. 선생은 뭔가 하는 거 같더라구.

            그게 뭔지 궁금하지 않아? (씨익 웃으며 문을 가리킨다)...

 

박무열이 강미르를 응시하다가 밖으로 나간다. 이재규가 박무열을 따라간다.

 

강미르 : (소리지른다) 야. 그냥 가면 어떡해? 박무열. 친구야! 뭐 먹을거라도 던져 주든가? 어젯밤에 빵 하나 먹고 이제까지...

 

그러나 문이 닫힌다.

 

강미르 : (침대에 앉으면서 하던 말을 중얼거리는) ...공복이다. 굶겨 죽일 생각이냐?

 

가로로 긴 유리창. 어젯밤에 강미르가 낸 손가락 자국이 지저분하다.

 

 

S#16. 강미르의 방 (낮)

 

노트북 CC카메라...교무실화면. 선생님이 어딘가에 전화를 하다가 밖으로 나간다. 그것뿐 녹화된 장면이 없다.

 

이재규 : (노트북에 시선을 둔채) 강미르가 거짓말한거야? 엎어매치는 장면이 없잖아.

박무열 : (생각한다) ...이상해.

이재규 : (본다) ...?

박무열 : cc카메라는 움직임이 있을때만 녹화가 되잖아.

이재규 : ...?

박무열 : 선생님은 11시 2분에 교무실에서 나갔어. (이재규를 본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간거지? 사라졌어.

            (일어나면서) 아니면 누군가 녹화된걸 삭제했거나.

이재규 : (따라나가며) 누가?

 

 

S#17. 기숙사 복도 (낮)

 

최치훈이 걸어온다.

 

최치훈 : (박무열 문을 노크하며) 박무열!

 

그때 반대쪽 문이 열리면서 박무열과 이재규가 나온다.

 

최치훈 : (방문 옆 이름표를 보고 이상하긴 하지만) 할 얘기가 있는데...

박무열 : (먼저 이동하며) 나도 할 애기가 있어.

 

박무열과 이재규가 먼저 복도를 빠져나가고 최치훈이 그 뒤를 따라간다.

 

 

S#18. 동관로비 (낮)

 

박무열. 최치훈. 이재규가 내려온다.

박무열은 강미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며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남관에서 건너오던 조영재가 그들을 발견하고, 뭔가 싶어 따라붙는다.

 

 

S#19. 징계방 -징계방 관찰실 (낮)

 

강미르가 유리창에 묻은 손가락 자국을 보고 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이재규, 박무열, 최치훈이 우르르 들어온다.

다시 문이 열리자 반색하던 강미르가 최치훈을 보고 아무도 모르게 ‘쯧’하고 혀를 찬다.

최치훈은 강미르를 확인하고 나가버린다.

 

강미르 : (어이없다) 야!!

 

잠시후 다시 문이 열리더니 이번엔 조영재가 나타난다.

강미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조영재가 얼른 문들 닫고 나가버린다.

 

강미르 : 이것들이 진짜...구경만 하고 가냐?

 

 

S#20. 홍보관 (낮)

 

박무열과 이재규. 최치훈이 들어온다.

 

최치훈 : 선생님이 강미르를 징계방에 가두고 사라졌다?

박무열 : 그 직전에 내가 편지에 대해 애기했고.

최치훈 : (재밌는데 싶다)...

박무열 : 보여 줄 거라는 게 뭐야?

최치훈 : (테이블 위의 홍보책을 박무열에게 건넨다) 이거..

박무열 : 이건 전에 확인했어. (동의를 구하듯 이재규를 본다)

이재규 : (고개를 끄덕인다)...

최치훈 : 학생 말고 교사쪽.

박무열 : (교사란을 펼친다)....

최치훈 : 교사 채용 기준을 봐. (박무열이 들고 있는 책의 한 부분을 펼치면 윤종일선생의 사진과 경력이 나와 있다)

            우리 학교는 교사 월급이 센 대신 채용기준이 엄격해. 현장 경력 5년 이상, 외국어 사용 가능. 대부분이 박사학위...

            그런데 체육 선생님은 어디에도 해당 안돼.

박무열 : 예체능이라 그런 거 아냐? 미술선생님만 해도 대학졸업하고 금방 왔댔잖아.

최치훈 : 미술이랑 음악은 임시 교사야. 체육선생은 정교사. 그것도 작년 하반기부터...

박무열 : (책 속, 체육 선생님의 사람 좋은 얼굴을 들여다본다)..

최치훈 : 다시 말하면, 수학여행이 끝나고 얼마후에 자격미달인 체육 선생이 정교사가 된 거야. 추천인이 누군지 알아?

박무열 : ...?

최치훈 : 윤영섭!

박무열 : 그게 누군데?

 

 

S#21. 홍보관 밖 로비 (낮)

 

문 옆에 기대서 대화를 엿듣던 조영재가 벽에 붙은 사진을 본다.

‘시계탑 준공식’사진이다. 교장선생님과 50대의 남자가 컷팅하는 장면. 그아래 윤영섭이란 이름이 보인다.

 

(최치훈) : 학교 후원회장이자 윤수의 아버지.

 

 

S#22. 천장 구조물 위 (낮)

 

천장 구조물 위에 누은 윤수가 헤드폰을 낀채 축 늘어져서 창밖을 보고 있다. 따뜻한 햇빛.

눈 녹은 물이 뚝뚝 떨어진다.

 

(박무열) : 윤수 아빠?

 

 

S#23. 휴게실 (낮)

 

최치훈 : 가정해볼까? 체육선생은 수학여행때 윤수가 약을 먹었다는 걸 알았다!

이재규 : (생각났다) 수학여행때 윤수를 데리고 귀국한 사람이 체육선생님이라고 했는데....

최치훈 : 선생님을 찾아야 돼.

박무열 : 다 찾아봤어.

최치훈 : (일어난다) 한군데 남았잖아.

박무열 : ...?

최치훈 : 교사 기숙사.

 

(인서트)

문밖, 조영재가 놀란다.

 

박무열 : 거긴 학생 출입금지야.

최치훈 : 변명하면 돼.

박무열 : (멈춰서 최치훈을 본다. 이 자식은 뭘까?)...

최치훈 : (박무열 앞을 지나가며) 나 혼자 가도 상관없어.

 

최치훈이 밖으로 나간다. 박무열과 이재규가 그 뒤를 따라간다.

 

 

S#24. 양호실 (낮)

 

남자가 한 손으로 진통제를 꺼내느라 애를 쓰고 있다. 두알을 꺼낸다. 그걸로는 모자란 듯 한알을 더 꺼내더니 물없이 씹어먹는다.

팔의 고통이 점점 심해진다. 남자가 비스듬하게 세워놓은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는다.

양호실 창문 너머 복도. 최치훈, 박무열. 이재규가 지나가고, 잠시후 조영재가 뒤따라간다.

 

 

S#25. 5층 교사 기숙사 입구 (낮)

 

복도입구를 막고 있는 쇠창살 문.

최치훈 박무열. 이재규가 계단을 올라온다. 학생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CC카메라도 보인다.

 

박무열 : (최치훈을 보며) 가능 한거야?

최치훈 : (방전 장갑을 끼며) 이론상은 그래. 2만 6천볼트 이상의 전압을 흘리면 도어록의 cpu가 오작동을 유도한다.

            (전기 충격기 버튼을 누르려다가) 좀 떨어지는 게 좋을걸.

 

박무열과 이재규가 한발 물러선다. 그들은 긴장했다.

전기 충격기를 갖다대자 짧고 날카로운 경고음! 이재규가 움찔한다.

최치훈이 뭔가를 누르자 경고음이 사라진다. 문이 열리고 최치훈이 망설임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박무열이 작게 심호흡을 하고, 따라 들어간다.

모두가 안으로 들어가고, 조영재가 계단을 올라온다.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안을 들여다 볼려고 고개를 쭉 뺀다.

손톱을 잘근 잘근 씹는다. 호기심과 두려움속에서...

 

 

S#26. 교사 기숙사 거실 (낮)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들어온다. 잔뜩 긴장했던 이재규가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 한다.

거실을 가운데 두고 네 개의 방문.

 

박무열 : 어떤 게 체육 선생님 방이지?

 

최치훈이 가까운 쪽부터 방문을 차례로 열어본다. 두 번째 열었을 때 벽에 붙어있는 ‘유도하는 사진’을 확인한다.

최치훈이 그 방으로 들어간다. 박무열과 이재규도 따라 들어간다.

 

 

S#27. 선생님 방 (낮)

 

침대. 책상...그리고 빌트인 가구. 눈에 띄는 장식품이라고는, 유도사진과, 아령뿐이다. 방안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다.

최치훈이 책상 달력을 넘겨 본다. 별다른 체크 사항은 없다.

최치훈이 책상서랍을 연다. ‘검은 봉투’가 있다.

 

박무열 : 어제 내가 준거야.

 

그 순간.

 

(조영재) : 그럼 이건?

 

조영재가 거실 테이블 위. 책 밑에 반쯤 빠져나와있는 검은 봉투를 꺼낸다. 두개의 검은 편지봉투.

 

최치훈 : 선생님도 편지를 받은 거야.

박무열 : ‘너는 네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최치훈 : 네가 어제 윤수와 편지에 대해 말했을때, 선생님은 기억이 난거야.

            수학여행때 윤수랑 같이 있던 얘가 누군지, 구석괴물이 누군지...

박무열 : (사건을 꿰맞춘다) 그걸 확인하러 어딘가에 전화를 했다. 그걸 강미르가 봤다... 그래서 강미르를 가뒀다...

            (어쩐지 두려워서 한숨을 쉰다)

최치훈 : (편지봉투를 톡톡 두드리며 씨익 미소 짓는다)...

박무열 : (이 상황에서 웃는 최치훈이 뜻박이다) 왜웃냐?

최치훈 : 재밌어서.

박무열 : 재밌어? 이 상황이?

최치훈 : (밖으로 나가며) 어. 넌 재미없냐?

 

박무열은 최치훈의 뒷모습을 본다. 자신의 기준으로는 저 녀석을 이해할수 없다.

이재규가 그런 박무열을 슬쩍보다가 따라 나간다.

 

 

S#28. 징계방-징계방관찰실 (낮)

 

강미르가 심각한 얼굴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강미르 : (평소의 장난끼 많은 얼굴로) 뭐야? 이번엔 단체관광이냐? (최치훈을 슬쩍 본다) 이럴 거면 돈내고 봐.

박무열 : 어젯밤에 체육선생님이 어딘가에 전화하고 있었지?

강미르 : 어.

박무열 : 어디에?

강미르 : 글쎄...

 

강미르가 침대에 앉아 무릎위에 팔꿈치를 대고 깍지 낀 두손 위에 턱을 괸다.

 

강미르 : ...어쨌거나 중요한 전화였던 건 분명해. 안부전화 걸기엔 너무 늦은데다가...

            (집중시키려는 듯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낮은 소리로) 그리고 또...

 

아이들이 모두 강미르의 말에 집중한다.

 

강미르 : (앞으로 구부렸던 몸을 갑자기 뒤로 젖히더니) 이 장면 어디서 본거 같지 않냐?

박무열 : (어리둥절하다) 뭐?

강미르 : (깍지낀 두손에 얼굴에 대며) 잘 생각해봐,

조영재 : 양들의 침묵!

강미르 : 포인트!!

박무열 : (어이없다) 넌 지금 이 상황에서...

강미르 : (헤헤 웃으며) 이래야 쪼는 맛이 생기지. 어제 체육선생이 전화할 때 옆에 (씨익 웃는다)... 학생 기록부가 펼쳐져 있었어.

박무열 : 봤어?

 

강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유리창의 손가락 얼룩을 슬쩍 본다.

 

이재규 : 확실해?

강미르 : (고개를 끄덕인다)...

조영재 : (거의 동시에) 우리 중에 있어?

강미르 : (웃는다)...

박무열 : 누군데?

강미르 : (큭큭 소리내 웃는다)...

최치훈 : (평소와 다름없다) 원하는 게 뭐야?

강미르 : (역시하는 얼굴로 최치훈을 보며 문을 가리킨다) ...

조영재 : (즉각적으로) 안돼!

강미르 : (고개를 흔들며 쯧쯧쯧 혀를 찬다) 영재야. 조영재...말하기 전에 생각을 해야지.

박무열 : (강미르에게) 일단 네가 본 이름을 알려줘. 그럼 문을 열어줄게.

강미르 : (느긋하게) 내가 바보로 보이나 봐?

박무열 : ...

강미르 : (침대에 누워버린다) 뭐. 맘대로 해. 단, 기억이란 시간과 함께 흐려지는 거라서, 난 그 이름을 잊어버릴지도 몰라.

 

 

S#29. 유은성의 방 (낮)

 

은성이가 인터넷을 연결한다. ‘연결할수 없다’는 창이 뜬다. 다시 시도하지만 마찬가지다.

이상하다? 유은성이 창밖을 본다.

 

 

S#30. 징계방 관찰실 (낮)

 

징계방으로부터 떨어져서 아이들이 회의중이다.

 

조영재 : 선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박무열 : 안 나타나면?

조영재 : (즉각적으로) 개학하면 다른 선생이라도 오겠지.

박무열 : 그때까지 기다리자구?

조영재 : 어쨌거나 안돼. 저새낄 풀어주는 건 절대 안돼... 생각해봐, 저자식도 편지랑 얽혀있는지 누가 알아?

            저 자식이 공범인지 누가 아냐구?

이재규 : (박무열을 본다)...

조영재 : (자기 생각에 빠졌다) 그럼 저자식한테 선생을 해칠 동기가 생기는 거구.

            어쨋거나 마지막에 본 사람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거든.

박무열 : 선생님은 유도 유단자야. 강미르한테 당할리가 없어.

조영재 : (즉각적으로) 뒤통수를 내려치면 유단자가 아니라 효도르도 안돼.

박무열 : 그렇다고 해도 우린 네명이잖아.

조영재 : 너 자 자식 싸우는 거 봤어? 저새기 한번 빡돌면, 그냥 악마거든. 우리 네명? 40명이 있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최치훈 : (내내 지켜보다가) 다수결로 하자.

박무열 : ...?

최치훈 : 무식하긴 해도 같은 얘기 반복하는 것 보단 낫겠지. 문 열어주는 거에 찬성.

 

최치훈이 손을 든다. 박무열도 손을 든다.

조영재가 이재규를 바라본다. 강력한 염원을 담아서..

 

(인서트)

징계방 관심없는척 침대에 누워있던 강미르가 슬쩍 쳐다본다. 이재규가 손을 든다.

 

조영재 : 야아!

 

박무열이 문쪽으로 다가간다.

 

조영재 : 잠깐만. 딴 애들 의견도 물어봐야지. 천사랑. 찍사 있잖아. 유은성도 있고.

최치훈 : 포기해.

박무열 : (문에 손을 댄다)...

조영재 :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다 죽었다....

최치훈 : (조영재의 반응이 흥미롭다)...

 

강미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박무열이 강미르의 눈을 응시하면서 문을 열어준다.

강미르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밖으로 나온다.

 

박무열 : 네가 본 이름이 뭐야?

 

강미르가 아이들 하나하나를 쳐다보며 걸어가다가 갑자기 조영재를 향해 ‘왕’하고 놀래킨다.

조영재가 뒷걸음질치다가 벽에 부딪친다.

강미르가 킬킬대면서 밖으로 나간다. 그 뒤를 박무열과 최치훈이 따라나간다.

 

박무열 : 강미르!! 약속했잖아.

강미르 : (그저 나갈뿐)...

조영재 :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약속...? 미친미르한테 그 딴 걸 바라냐?

 

이재규가 조영재를 슬쩍 보며 밖으로 나간다.

 

 

S#31. 동관 로비 (낮)

 

강미르가 올라온다. 그뒤를 박무열이 쫓아온다.

 

박무열 : 강미르!! (팔을 잡는다) 네가 본 이름이 누군데?

강미르 : (간단히) 못봤어.

박무열 : (화가난다) 뭐?

강미르 : (팔을 뿌리치며) 열 식히고 따라와,

 

강미르가 남관으로 향한다. 박무열이 따라간다.

 

 

S#32. 교무실 (낮)

 

박무열이 들어왔을때, 강미르는 캐비넷에서 학생기록부를 꺼내고 있다.

이재규, 최치훈에 이어 조영재가 들어온다. 조영재는 강미르 가까이 가지 않는다.

강미르가 학생 기록부를 한 장 한 장 넘긴다.

 

박무열 : 뭘 찾는 거야?

조영재 : (이재규옆에 붙어 작은 소리로) 박무열, 저 답답한 새끼. 믿을 놈을 믿어야지. 괜히 미친미르야.

박무열 :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뭐라고 하려는 순간)...

강미르 : (학생기록부를 가리키면서) 얘야.

 

박무열이 수첩을 본다. 평범하게 생긴 사진과 주소, 이력이 나와 있다. ‘김진수’

모두들 고개를 들이밀고 본다. 조영재마저도...

 

박무열 : 확실해?

 

강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페이지 위쪽을 가리킨다. 기름때가 묻은 지문!!

 

강미르 : 어젯밤에 내가 크림빵을 먹고 있었거든. (나가며서) 거래는 끝났지?

박무열 : 어쩔 건데?

강미르 : 집에 가야지. 선생 나타나기 전에.

최치훈 : (그사이 학생기록부를 보면서) 김진수...? 1학년 1반. 나랑 같은 반이었네.

박무열 : 기억 나?

최치훈 : 전혀.

강미르 : (막 나가려다가 최치훈의 말을 듣고 피식 웃는다) 역시 최치훈!!

최치훈 : (돌아본다)...

강미르 : 혹시라도 죽지 마라.

최치훈 : (못들었다) 뭐?

강미르 : (나간다)...

조영재 : (그사이 김진수의 사진을 보며 기억을 되살린다) 아...

박무열 : (돌아본다)...

조영재 : 변태진수.

박무열 : (그도 기억났다) 게이라고 소문났던...

이재규 : (박무열을 본다) ...?

박무열 : (설명하듯) 남자애를 덮쳤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 남자애가.......윤수였나?

 

 

S#33. 천장구조물 (낮)

 

윤수가 천장구조물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 mp3의 음악을 선택한다.

그 밑을 가방을 메고 스키를 든 강미르가 지나간다.

 

 

S#34. 교무실 (낮)

 

박무열은 학생기록부를 보고 있다.

 

박무열 : 올 1월 달에 휴학했는데.

최치훈 : 1월 몇일?

박무열 : 3일.

최치훈 : 방학끝나자마자 휴학? (아무데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조영재 : (그사이) 변태진수가 아팠어?

박무열 : (조영재를 쳐다본다)....그 별명도 네가 붙인 거냐?

조영재 : (변명하듯) 다들 그렇게 불렀잖아.

최치훈 :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재규 : 뭐 찾어?

최치훈 : 작년 겨울 방학 일지...

박무열 : (최치훈을 슬쩍보고는 다시 학생 기록부를 본다)...

최치훈 : 선생님이 작년 겨울방학때는 두명 남았다고 그랬잖아. 누군지 알아? 서동진, 김진수! (다른 파일을 끌어다 연다)...

조영재 : 김진수?

최치훈 : 일지 비고란에 보면 작년 12월 25일 새벽 3시 32분. 119 구급차가 학교에 왔다는 기록이 있어.

조영재 : 왜 왔는지는 안 나왔어?

최치훈 : 응...

박무열 : (자기도 모르게) 아...

 

모두들 박무열을 본다.

 

박무열 : (학생기록부를 가리키며) 1월 29일. 김진수 사망!

 

순간 창밖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두둑 떨어진다.

 

박무열 : ‘8일동안의 방학이 끝나고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오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자기가 죽겠다는 거였어.

조영재 :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박무열 : 우리가 받은 건 편지가 아니야. 유서였던 거지. 그것도 작년 거.

조영재 : (다시 한번 김진수의 앳된 사진을 본다) ...그럼 누가?

 

학생기록부...교우관계도가 눈에 들어온다. ‘양강모’의 이름!!!

 

 

S#35. 편집실 (낮)

 

양강모가 사진을 프린트하고 있다. 은성이가 자살하던 순간의 연사 사진이 연거푸 프린트되어 나온다.

프린트기의 파란 빛이 양강모 얼굴을 몇 번이고 쓸고 지나간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양강모 얼굴은 무섭다.

 

 

S#36. 교무실 (낮)

 

조영재는 흥분했다. ‘가장 친한 친구. 양강모’

 

조영재 : 친구의 죽음에 대한 복수...딱 떨어지네.

박무열 : 작년에 일어난 일을 왜 이제서?

조영재 : (할말이 없다)...

최치훈 :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듯) 학교가 빌 때까지 기다린 거라면?

조영재 : (냉큼) 그렇지.

박무열 : 왜 학교나 부모님한테 알리지 않았을까?

조영재 : (할말 없다)...

최치훈 : 교장선생님도 알고 있었다면? 후원회장이 얽혀있고, 자격미달 임시교사가 정교사가 됐어.

조영재 : (마치 자기 의견인것처럼 박무열을 보며) ..그래서 양찍사는 직접적인 복수를 선택한거야.

박무열 : (그런걸까?)....

최치훈 : 근데 양강모는 왜 편지를 보낸거지? 우리한테 뭘 바라는 걸까?

조영재 : ...

박무열 : ‘너희땜에 누군가 죽었다’! 이걸 알리고 싶은 거 아닐까?

조영재 :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박무열 : 그리고 우리 반응을 지켜보는 거야.

조영재 : 일일이 카메라로 찍어가면서...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 일어서며) 결론났네.

박무열 : 그치만 뭔가 이상해.

최치훈 : 응.

조영재 : (답답하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건데? 그냥 가서 물어 봐. 몇 대 쥐어패면 정답이 술술 나올텐데.

최치훈 : (마침내 조영재를 보면서) 넌 양강모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조영재 : 뭐?

최치훈 : 전에 강미르가 양강모 카메라 부수는 걸 본적 있어. 그때 양강모가 강미르한테 대들었거든. 그 다음에 엄청 맞았지만.

            어쨋거나 조영재 넌 강미르 눈도 못보잖아.

조영재 : (허세부리듯 픽 웃는다) ....내가?

최치훈 : (나간다)...

박무열 : 어디 가?

최치훈 : 잠깐 생각 좀 할려고.

조영재 : (박무열과 이재규에게 변명하듯) 최치훈 저새끼 되게 웃긴다. 내가 양찍사보다 밑이라는거야?

박무열 : (대꾸없이 밖으로 나간다)...

이재규 : (따라나간다)..

조영재 : (여전히 중얼대며 따라나간다) 저 새끼 공부 좀 한다고 냅뒀더니 개념이 없어.... 교육적으로 몇 대 확 쥐어팰까?

 

 

S#37. 운동장 (낮)

 

스키를 맨 강미르가 학교를 빠져나간다.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시계탑의 시계가 11시를 지나고 있다. 강미르가 교문 밖으로 사라진다.

 

 

S#38. 강미르의 방 (낮)

 

박무열과 이재규가 강미르의 노트북으로 cc카메라를 본다. 박무열이 화면을 바꿔가며 양강모를 찾는다.

서관...유은성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다.

 

박무열 : (자조적으로) 강미르가 한 짓이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화면...동관 밖으로 나가는 최치훈이 보인다.

 

이재규 : 최치훈은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박무열 : (신경질적으로) 내가 어떻게 아냐?

이재규 : ...?

박무열 : 미안.... (다른 화면을 뒤지면서 씁쓸해진다) 최치훈을 보고 있으면 강미르 심정도 이해가 가.

 

 

S#39. 시계탑아래 (낮)

 

은성이가 쓰러져있던 자리에도 눈이 쌓였다.

최치훈이 시계탑 아래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동관의 한쪽 벽면이 보이고, 운동장. 교문이 보인다.

‘이곳에 서면 보인다는 죽어있는 누군가’를 생각해본다.

시계탑 경사문에 쌓여 있던 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다.

‘기증자, 윤영섭...기공일 2010년 3월 4일’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S#40. 북관로비 (낮)

 

양강모가 자판기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입구 문을 열고 커피를 꺼내려는 순간. 조영재가 먼저 집어든다.

 

조영재 : 고맙다.

양강모 : (어이없어 쳐다본다)...

조영재 :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눈 곱게 떠라. 친구 사이에...

양강모 : (다시 돈을 집어넣으며) 너와 내가 친구였어? 아 그랬나....

            (작은소리로) 부탁인데 딴애들한테는 비밀로 해줘. 쪽팔리거든.

조영재 : (재밌다는 듯 픽픽 웃는다) 친구...좋은 말이지. 친구!! 그래서 말인데 양찍사! 너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냐?

양강모 : (조영재를 본다)...

조영재 : (양강모에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예를 들면, 그 놈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그놈이 맞고 들어오면, 내가 대신 때려 주고 싶고, 그가 죽으면 복수하고싶을 정도로...

(박무열) : 조영재!!

조영재 : (돌아본다)...

 

동관에서 박무열이 걸어온다. 뛰어 오느라 숨이 가쁜 걸 간신히 숨긴다.

조영재. 양강모 어깨에서 손을 뗀다.

 

박무열 : 잠깐 할말이 있는데...

조영재 : (양강모를 한번 보고는 박무열 쪽으로 간다)

 

박무열이 조영재를 데리고 가는 걸 양강모가 쳐다본다. ‘저들은 뭔가 이상하다’

 

 

S#41. 동관로비 (낮)

 

박무열과 조영재가 건너온다.

 

박무열 :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잖아.

조영재 : (기분 상했다) 언제까지? 저놈이 늙어죽을 때까지?

박무열 : 지금 얘기해서 뭘 어쩌자는건데? 양강모가 김진수랑 친하다는거 말고 딴거 뭐 있어?

조영재 : 밍기적대다가 일 생기면 그땐 네가 책임져라. 어? (가버린다)...

 

 

S#42. 편집실 (낮)

 

양강모가 들어온다. 잠깐 생각하다가 테잎과 참고자료사이에 아무렇게나 섞여있던 ‘앨범 두권’을 뺀다.

cc카메라가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S#43. 강미르의 방 (낮)

 

cc카메라 화면을 이재규가 지켜보고 있다.

양강모가 앨범 두권을 서가 맨위에 올려놓는다. 서가는 천장까지 닿아서 천장과 서가사이에 끼우듯 넣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다.

박무열이 들어온다. 이재규가 박무열을 손짓한다. 양강모가 의자에서 막 내려오고 있다.

 

 

S#44. 산길 (낮)

 

언덕을 올라온 강미르가 바닥에 주저앉아 스키를 신는다.

잠시후, 언덕을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강미르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S#45. 편집실 (낮)

 

박무열이 의자를 밟고 올라가 서가와 천장사이에서 앨범을 꺼낸다. 이재규가 망을 보고 있다.

앨범 첫장을 펼치자 은성이가 자살 시도했던 사진이 보인다. 그 뒤로 계속되는 은성이의 사진. 사진. 사진....

 

 

S#46. 양호실 (낮)

 

양강모가 창문 너머 유은성을 지켜본다.

은성이가 남자에게 물을 갖다주고 귀에 꽃았던 체온계를 꺼낸다. 남자의 여이 심각하다.

문소리에 유은성이 돌아본다.

 

유은성 : 양강모!!

 

좀전에 양강모가 서있던 자리는 비어있다. 카메라가 옆으로 움직이면 문을 열고 양강모가 들어온다.

 

 

S#47.복도 (낮)

 

양강모가 올라온다. 양강모가 빈 복도를 무심코 돌아보고 박무열 방을 노크한다.

 

 

S#48.박무열의 방 (낮)

 

문을 여는 양강모.

 

양강모 : 은성이가 너 찾던데...

박무열 : 들어와. 할 얘기가 있어.

 

그때 등 뒤로 문이 닫힌다. 조영재가 문을 닫고 그 앞에 선다. 문 반대쪽에는 이재규가 서 있다.

 

양강모 : (너스레를 떨면서) 어쩐지 내가 갖힌거 같다?

박무열 : 누가 편지를 썼는지 알아냈어.

양강모 : 진짜? 누구?

박무열 : 김진수.

양강모 : (표정이 굳는다) ...

박무열 : 별명은 변태진수. 기억나?

양강모 : ...

조영재 : 기억 못할 리가 없잖아 가장 친한 친구. 절친인데...

양강모 : (아직은 여유가 있다) 누가 그래? 걔가 내 친구라구.

조영재 : 김진수가! 이미 고백했어. 너에 대한 뜨거운 우정을 교우 관계도에다가..

양강모 : (뜻밖이다) 웃기지 마?

조영재 : 법정증거 1호야. 학생 기록부에 나와 있어. 시간날 때 확인해봐.

양강모 : ...?

조영재 : 사건의 정황은 이래. 내성적인 김진수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햇어.

            게다가 몇몇 친구의 별 악의없는 장난에 상처를 입었지.

이재규 : (조영재를 흘깃 본다)...

조영재 : 그때마다 가장 친한 친구, 유일한 친구인 양찍사 너한테 고민 상담을 햇을거구...

양강모 : (어느새 싸늘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깐 채 듣는다)...

조영재 : 너는 최선을 다해 위로했지만, 보람도 없이 그만! (장난스럽게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김진수는 죽고 말았어.

양강모 : (동요한다) 뭐?

조영재 : 왜 이래? 다 알고 있었으며서..

양강모 : (박무열을 향해) 김진수가 죽었어?

박무열 : (고개를 끄덕인다)....

 

 

S#49. 양호실 복도 (낮)

 

우당탕소리... 은성이가 양호실로 들어간다.

남자가 어지러운 듯 침대를 잡고 서 있다. 물을 마시려던 중인 듯 컵이 떨어져 있다.

 

유은성 : (들어가며) 괜찮아요?

 

 

S#50. 박무열의 방 (낮)

 

양강모가 의자에 앉는다.

 

조영재 : 충격받은 연기는 그쯤하면 됐고, 이제 그만 자백하시지.

양강모 : 뭘?

조영재 : (검은 편지를 꺼낸다) 친구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노라고.

양강모 : (맨얼굴을 드러내듯) 조영재! 넌 친구에 대해 뭔가 한참 잘못 알고 있는데...

            친구란 건 말이야.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벗을 말하거든. 대등하게! 동정이나 연민없이!

조영재 : 헛소리는 거기까지...

양강모 : (말을 끊는다) 김진수 교우관계도 봤다면서? 내 것도 한번 뒤져보지 그래. 가장 싫어하는 놈으로 누굴 지목했나?

이재규 : ...?

양강모 : 아. 물론 (조영재를 보면서) 너도 유력 후보긴 했어. 아주 강력한.

이재규 : (놀랐다) 김진수를 싫어했어?

박무열 : (말 없던 이재규가 입을 열자 그를 흘깃 본다)....

양강모 : 당연하지. 지금까지 김진수만큼 날 깍듯이 장애인으로 대접한 놈은 없었거든.

박무열 : ...?

 

 

S#51. 화장실 수돗가 (낮-과거)

 

여름이다. 양강모가 와우를 떼서 주머니에 넣고 세수를 한다.

그 모습을 김진수가 바라본다. 동정과 연민을 가득 품고서...

세수를 마친 양강모가 와우를 걸자. 김진수가 뭐라고 말한다.

 

(양강모) : 힘들지? 힘내! 넌 참 대단하다.

 

 

S#52. 박무열의 방 (낮)

 

양강모 : (비웃는다) 흥... 그때마다 내 귀에는 ‘넌 장애 1등급이지. 귀머거리 힘내’ 그렇게 들렸거든. 더 최악은 김진수 그 자식이

            날 보면서 우월감을 느꼈다는 거야. 뭐 다들 그랬다는 건 알아. 그래도 김진수만큼 노골적인 놈은 처음이었거든.

조영재 : 냉정한 양찍사. 아무리 그래도 죽은 애한테 좀 심하지 않냐?

양강모 : 차라리 병신이라고 말하면서 쥐어패는 네가 (조영재를 보면서) 더 나았어.

            (엄지와 검지를 벌리면서) 뭐 그래봤자 요 정도지만.

이재규 : (어쩐지 화가 난듯하다) 그런데 왜 붙어 다녔어?

양강모 : 그자식이 날 쫒아다녔으니까...내가 꺼지라고 말하기 전까지...

조영재 : 우리한텐 또 다른 증거가 잇거든. (의기양양해진다) 법정 증거 2호.

 

이재규가 앨범을 책상 위에 놓는다. 양강모가 당황한다.

 

조영재 : (앨범을 넘기면서) 우리 엄마도 내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진 않았거든. 김진수가 은성이 스토킹했다며?

            어머나! 친구끼리 취미가 똑같네. 취미가 같으면 우정이 싹트지. 안그래? 둘이 손잡고 스토킹한 거야?

            변태진수. 변태찍사.... 브라보!!

양강모 : (굴욕감을 느낀다)...

조영재 : 자 고백해봐, 그리고 뒷마무리를 하자구. 깔끔하게.

양강모 : (또박 또박) 김진수는 내 친구가 아니고, 이 사진은 편지랑 아무 상관 없어.

조영재 : 나는 이래서 인권이 싫어. 증거가 갖춰졌는데도 이딴 식이잖아. (박무열에게) 몇 대 때릴게 응? 때려도 되지?

양강모 : (조영재를 노려보면서) 은성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 용의자 선상에 오른다면 내 오른쪽에 네 자리도 있거든.

            은성이 사진 찍을때 자주, 그것도 아아주 자주 네가 보이던데... 조염병!

 

조영재가 양강모에게 달려든다. 그때.

 

(유은성) : 뭐하는 거야?

 

유은성이 문앞에 서 있다. 박무열이 몸으로 앨범을 가린다.

 

유은성 : (하나 하나 보다가 박무열에게) 내가 보잔다는 말 못 들었어?

양강모 : (두손을 들며 결백하다는 듯) 난 전했다.

유은성 : (양강모를 슬쩍보고는 박무열에게) 의사 아저씨가 열이 심해. 좀 전에 39도가 넘었어.

            게다가 아까부터 인터넷이랑 전화가 안돼.

이재규 : (창밖을 본다) 눈 때문인가? 단전 단수됐다고 라디오에서 그랬잖아.

양강모 : (아이들 모르게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져서 창밖을 본다)...

조영재 : (너스레 떤다) 헤헤 뭐야? 우리 고립된거야?

양강모 : (조영재와 눈이 마주치자 표정을 바꾸면서) 열이 41도가 넘으면 여러 가지 뇌기능이 망가지거든.

             내가 왜 청각장애가 된 줄 알아? 우리엄마가 날 임신했을 때 심한 열감기에 걸렸었거든.

 

박무열이 잠깐 생각하다가 밖으로 나간다. 아이들이 따라나간다.

 

 

S#53. 복도-계단 (낮)

 

양강모가 멀어지는 아이들을 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박무열과 이재규가 앞서가고 유은성, 조영재가 뒤따라온다.

 

박무열 : (이재규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고빠르게) 양강모가 뭐하는지 지켜봐.

 

이재규가 화장실에 가는척 뒤처진다.

 

 

S#54. 양호실 (낮)

 

남자는 침대에 누워있다. 문소리에 돌아본다.

박무열과 조영재, 유은성이 들어온다. 조영재는 소파에 가 앉는다.

 

박무열 : (남자에게 다가가며) 해열제 먹었어요?

남자 : (눈도 채 못뜬상태에서) 두시간 전에..

 

박무열이 냉동실에서 얼음주머니를 꺼낸다.

 

 

S#55. 강미르의 방 (낮)

 

노트북, 이재규가 cc카메라를 보고 있다. 양강모가 1층 보안실 앞에 서더니 좌우를 둘러본다.

이재규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며 양강모의 행동을 주시한다.

 

 

S#56. 1층복도 보안실 입구 (낮)

 

주위를 경계하며 보안실 디지털 도어락 뚜껑을 연다. 건전지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거꾸로 집어넣는다.

하나하나모두...파란 불빛이 흔들리다가 사라진다. 도어락이 순간적으로 에러를 일으키면서 문이 열린다.

양강모가 보안실 안으로 들어간다.

 

 

S#57. 양호실 (낮)

 

박무열이 얼음주머니를 남자의 목뒤와 겨드랑이 사이에 넣는다.

박무열이 시선을 느끼고 창밖을 본다. 이재규가 눈짓한다.

 

박무열 : (나가면서) 1분쯤 있다가 얼음주머니 빼.

유은성 : (쳐다본다)...

조영재 : 어디 가는데?

박무열 : 도서관, 필요한 책이 있을거야.

 

박무열이 나간다. 조영재는 양강모를 그냥 두는 거에 조바심이 날뿐, 별 의심없이 소파에 앉아있다.

유은성은 복도쪽 이재규와 함께 사라지는 박무열을 보며 ‘뭔가 있구나’ 눈치챈다.

 

 

S#58. 남관 1층복도-보안실 입구 (낮)

 

동관에서 박무열과 이재규가 넘어온다.

 

박무열 : 보안실? 어떻게 들어갔는데?

이재규 : 건전지를 거꾸로 끼더라구.

박무열 : (문을 열어본다. 열린다. 어처구니없다) 최첨단도 별거 아니구나. (계단을 내려다본다) 들어가서 뭐했어?

이재규 : 보안실엔 cc카메라가 없어.

박무열 : 얼마나 있다가 나왔는데?

이재규 : 금방. 10초?

박무열 : (심호흡을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S#59. 보안실 (낮)

 

어둠 속. 거대한 컴퓨터가 세대. 두 대의 컴퓨터에선 불빛이 쉴새없이 명멸하는데, 한대는 꺼져 있다.

문앞에 선 박무열과 이재규가 작동되지 않는 컴퓨터를 보고 있다.

 

박무열 : (작동되는 두 대의 거대한 컴퓨터를 보면서) 다른 두 대는 멀쩡한데...

            (작동되지 않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재부팅을 시도한다) 통신 컴퓨터만 다운됐다?

 

컴퓨터는 전원이 들어오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등뒤에서 이재규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박무열이 돌아본다.

이재규가 숨쉬기가 곤란한지, 터틀넥의 목부분을 잡아 늘린다.

 

박무열 : (자판을 두드려 본다, 전혀 반응없다) 최치훈 어딨냐?

 

이재규가 숨을 몰아쉰다.

 

 

S#60. 양호실 (안/낮)

 

유은성이 얼음주머니를 빼낸다. 복도, 이재규가 어디론가 가는게 보인다.

은성이와 단둘이 있게 된 조영재는 어쩐지 불안해 보인다. 그는 애써 창밖을 보고 있다.

유은성이 조영재를 흘깃 본다. 두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조영재 : (문득) 무섭냐?

유은성 : ...?

조영재 : 우리 고립됐잖아. 고립된 산속, 남자 여섯에 여자 하나. 선생은 사라지고...

유은성 : (픽 웃는다) 왜 덮칠려구?

조영재 : 하긴 죽을려던 애한테 그 정도는 껌인가? 아직도 죽고 싶냐? 또 그럴거야?

유은성 : 봐서... (하다가 조영재를 빤히 쳐다보면서) 왜? 이왕 죽을거면 너랑 한번 하고 죽을까?

조영재 : (어이없다는 듯 눈길을 돌리지만 귀가 빨개졌다)...

유은성 :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가끔 귀엽단 말이야. 조영재.

조영재 : 놀고 있네.

유은성 : 너 아직도 내가 좋냐?

조영재 : (어이없다) 아직도오? 거기서 아직도가 왜 나와?

유은성 : 조영재. 너도 알고 보면 착한 애로 태어났을지도 몰라. 네가 이모양 이꼴이 된데도 이유가 있겠지.

 

남관 복도. 이재규가 최치훈과 함께 다시 지나간다.

 

유은성 : (그모습을 지켜보면서) 하지만 난 영원히 그 이유를 모를테고, 넌 나에게 그냥 영원히 조염병인거야.

            (돌아서 조영재를 본다)

조영재 : (유은성을 보며) 뭔말이 하고 싶은 건데?

유은성 : (밖으로 나가면서) 그게 너와 나의 비극이라고, 모든 인간사의 비극이지.

 

조영재가 ‘미친’이라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마음을 들켜버린 소년의 얼굴’이다.

 

 

S#61. 보안실 (낮)

 

최치훈이 자판을 두드리며, 빠르게 사라지는 모니터의 글을 주르륵 훓는다.

 

박무열 : 초기단계에서 넘어가질 않아. 과부하에 걸린 걸까?

최치훈 : 통신 컴퓨터만?

 

최치훈이 컴퓨터 본체의 뒤쪽을 연다.

 

(유은성) : 흥미 만빵인야.

박무열 : (돌아본다)...

유은성 : (문앞에 서 있다) 전국 최고의 수재랑 학교 최고의 모범생이 보안실을 점거했다. 굉장해!!

박무열 : 어떻게 알고 왔어?

유은성 : ‘뭔가 일이 있어요’란 냄새를 폴폴 풍겼잖아. 무슨 일이야?

박무열 : 전화랑 인터넷이 안되는거, 눈 때문이 아니야. 컴퓨터가 고장났어.

(최치훈) : ‘고장냈어’가 더 정확하겠는데.

 

최치훈이 너덜거리는 종이 뭉치를 들고 컴퓨터 뒤에서 일어난다.

 

최치훈 : 쿨러에 이게 끼어져 있어. 자연발생하는 일은 아니니까 누군가 끼워논 거겠지.

 

박무열과 이재규, 유은성이 컴퓨터 뒤쪽으로 온다. 컴퓨터 뒤쪽이 새카맣게 그을음이 묻어 있다.

 

박무열 : 고칠수 있어?

최치훈 : (고개를 흔든다) 메인보드랑 그래픽 카드, cpu까지 망가졌어.

 

아이들 얼굴이 심각해졌다. 답답함을 느꼈는지 이재규가 다시한번 터틀넥의 목 부분을 잡아당긴다.

 

 

S#62. 양강모의 방 (낮)

 

양강모가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다. 뭔가를 생각할 때의 버릇이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처럼, 갈등하면서 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최치훈) : 양강모?

 

 

S#63. 북관로비 (낮)

 

최치훈, 박무열. 이재규, 유은성. 조영재. 윤수까지 다 모였다.

조영재는 흥분해있고. 윤수는 자기세계에 빠져 남의 일처럼 느낀다.

 

최치훈 : 전화가 안된건 오늘 아침부터라며, 양강모가 보안실에 들어간건 좀전이구.

조영재 : 확인하러 간 거겠지.

최치훈 : 전화가 안된다는 걸 아는데 뭘 더 확인해?

조영재 : 어쨌거나 양강모 짓이야. 김진수의 절친에다가 유은성의 스토커에다가 결국 보안실까지...그 자식 말고 누가 더 있어?

유은성 : 한사람.

조영재 : ...?

최치훈 : 선생님?

유은성 : 편지에서 말하는 우리 죄라고 해봐야 별거 아니야. 고작해야 꽤씸죄 정도. 하지만 선생님은 달라.

            이 사실이 알려지면 짤리는 건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수 있어.

최치훈 : 그래서?

유은성 : 네가 선생님이라면 어떡할래?

박무열 : (유은성을 본다)...

유은성 : 흔한 일이잖아. 작은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큰 거짓말, 작은 죄를 없애기 위해 더 큰 죄.

 

아이들 조용하다. 은성이의 말이 충분히 가능한 일 같아서 두렵다.

 

 

S#64. 산길 (저녁)

 

해가 저물고 있다. 강미르가 바닥에 앉아 초코파이와 우유를 먹고 있다.

산을 깍아만든 길, 해가 서산에 걸렸다. 햇빛이 산아래 뭔가에 부딪쳐 반짝인다. 눈에 반쯤 파묻힌 자동차 유리다.

강미르는 그 사실을 모른다. 갑작스런 산새 소리가 괴기롭다.

 

 

S#65. 북관로비 (저녁)

 

조영재 : (벌떡 일어나며) 나가자!

 

아이들 조영재를 본다.

 

조영재 : 다같이 밖으로 나가자구. 선생이든 양찍사든 상관없어. 간단하잖아.

유은성 : 의사 아저씨는?

박무열 : (유은성을 본다)...

유은성 : 아저씨는 지금 못나가.

 

 

S#66. 양호실 (저녁)

 

침대에 누은 남자가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다. 숨 소리가 괴롭다.

 

(조영재) : 우리가 여기 있어봤자...

 

 

S#67. 북관로비 (저녁)

 

조영재 : ..뭘 할 수 있는데? 빨리 나가서 119 보내주는 쪽이 훨씬 나을걸. 안그래? (아이들을 둘러본다)

최치훈 : 난 안 나가.

조영재 : (최치훈을 본다)...

최치훈 : 37번 국도가 뚫렸다고 해도, 거기까지 다섯시간 이상 걸려. 곧 해가 질텐데 체감온도가 몇도까지 내려갈까?

            두 시간 안에 저체온증이 올거야.

조영재 : 미친놈하고 밤새는 것 보단 낫거든. 대천사 너는?

윤수 : (긴장감 없이) 난 오래 걷는 거 싫어.

조영재 : 어쭈... (은성이와 눈이 마주친다)

유은성 : 남자랑 단둘이 밤길을 걸을 순 없어. 엄마가 싫어할거야. 미안.

조영재 : (의자에 다시 앉으면서) 다들 미쳤구나.

박무열 : (정리한다) 내일 아침까지만 참어. 아저씨 열 내리면 아침 일찍 학교를 떠나면 돼. 오늘밤은 모여서 다 같이 보내자.

최치훈 : (일어난다) 작년 방학숙직이 물리였지?

박무열 : 어디가?

최치훈 : 찾을게 있어서.

박무열 : 누구랑 같이 가.

이재규 : (일어선다) 내가 갈게.

유은성 : (박무열에게) 양강모가 찍었다는 사진. 어딨어?

박무열 : 내방에...

유은성 : (일어선다)...

박무열 : (따라나가며 조영재와 윤수에게) 양호실에 먼저 가 있어.

 

 

S#69. 박무열의 방 (저녁)

 

밖에서 소리가 먼저 들린다.

 

(박무열) : 안 보는게 좋을텐데....

(유은성) : 왜? 엄청 야한 사진이라도 찍혔어?

 

곧바로 문이 열리고, 박무열과 유은성이 들어온다.

 

박무열 : (책상 위 앨범표지에 손을 얹고) 진짜 볼거야?

유은성 : (박무열의 손을 치우면서) 내 사진이잖아.

 

박무열이 비켜선다. 유은성이 가벼운 마음으로 앨범을 넘긴다.

가장 최근,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 자신이 자살을 시도한 사진이 몇장. 그렇게 유은성의 사진이 계속된다.

페이지 가득찬 자신의 사진은 멀미가 날 정도다. 휙휙 넘긴다.

 

유은성 : (픽 웃으면서) 정말 알 수 없는 짐승들이야. 열여덟살의 소년이란 것들은.

             이 사진으로 뭐했대? 마스터베이션이라도 한거야? 웃겨.

 

말은 그렇게 하지만, 볼수록 역겨움이 느껴진다..

앨범 페이지가 찢어져라 휙휙 넘기다가 결국은 앨범을 집어던지고, 다음 앨범에서는 사진을 빼내 찢어버린다.

 

유은성 : 미친새끼...죽여버릴라... 진짜...누구 맘대로.

박무열 : (은성이 손을 잡는다) 나중에 내가 없애버릴게. 응?

유은성 : (침대에 주저앉는다)...

 

박무열이 방바닥에 떨어진 앨범을 주으려고 고개를 숙인다. 그때, 맞은편 침대밑에 숨어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박무열이 후다닥 뒤로 물러서며 은성이 손을 잡아 자기 뒤에 숨긴다.

침대밑에서 양강모가 나온다. 유은성이 자기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지른다.

 

양강모 : 잠깐만. 내말 좀 들어봐,

 

양강모가 진정하라는 듯 팔을 흔드는데. 소매에서 송곳이 떨어진다.

박무열과 유은성의 시선이 모두 송곳에 꽃힌다.

양강모가 잽싸게 송곳을 집는다. 유은성이 숨을 멈춘다. 박무열이 몸으로 은성이 앞을 막는다.

 

박무열 : 양강모!!

양강모 : 오해 하지 마, 박무열. 너한테 할말이 있어서 온거야. 은성이랑 같이 오는 바람에 숨은거구.

박무열 : (송곳을 흘깃 보며) 그런 걸 들고서?

양강모 : 호신용이야.

박무열 : 누구로부터.

양강모 : 아까 눈 때문에 전화가 안된다고 햇잖아. 그건 말이 안돼.

박무열 : ...

양강모 : 창밖을 봐,

박무열 : (양강모를 경계하느라 보지 않는다)...

양강모 : (창밖을 보며) 전봇대나 전선이 보여? 없어.

 

 창밖. 전선이나 전봇대가 하나도 없는 거칠 것 없는 풍경이다.

 

양강모 : (박무열을 똑바로 본채 빠르게) 이부근 전선은 땅속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전화가 안되는 건 눈때문이 아니야.

            통신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다는거지.

박무열 : (여전히 경계하며) 그 얘길 왜 아까 안했어?

양강모 : 날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얘길 해. 그리고 확인해보고 싶었어.

박무열 : (양강모를 믿어야 할까)...

양강모 : 이 상황에서 컴퓨터가 저절로 고장 났다고 보는건 억지겠지.

            누군가 일부러 고장을 냈다면, 그 이상도 계획하고 있을거야. 조심하라고 경고하러 온거야.

 

양강모가 박무열을 경계하며 밖으로 나가려다가 찢어진 사진을 본다. 은성이에게 뭔가 이야기하려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박무열이 긴장을 풀며, 그때까지 잡고 있던 은성이 손을 놓아준다. 얼마나 꽉 잡고 있었는지 손자국이 나 있다.

박무열은 그것을 모른채 문을 살짝 열고 밖을 살핀다. 양강모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걸 본다.

그사이 은성이는 손목을 문지른다.

 

 

S#70. 유은성의 방 (저녁)

 

박무열이 먼저 들어와 방안을 확인한다. 화장실. 옷장. 침대밑. 커텐뒤.

유은성은 그런 박무열을 내려다본다. 조금은 슬픈 얼굴로...

 

박무열 : 괜찮겠어?

유은성 : (박무열이 돌아봤을땐 차가운 표정이 된다) 안 괜찮으면? 여기서 기다릴려구?

박무열 : 문 잘 잠그고...이따 데릴러 올테니까 기다려.

유은성 : (놀리듯) 이러다 반하겠다.

박무열 : (무시한다. 나가려다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이거.

유은성 : (받는다. 아주 작은 쇠로 만든 피리다)...

박무열 :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유은성 : (여전히 놀리듯) 이걸 불면 언제 어디든 달려 올거야?

박무열 : 문 잠궈.

유은성 : (등 뒤에 대고 진심을 담아 작은 소리로) 고마워.

박무열 : (못 들었다. 돌아본다) 뭐?

 

그러나 유은성은 문을 닫아버린다. 이렇게 밖에 반응 못하는 자신이 싫다고 생각한다.

 

 

S#71. 산길 (저녁)

 

강미르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완전히 지쳤다.

모퉁이를 도는 순간. 바로 산 아래 국도가 보인다. 전조등을 켠 차가 지나간다. 드디어 도착했다.

강미르가 혼자 낄낄 웃다가 기쁨에 찬 괴성을 지른다. 길게....

그의 머리 위 쌓인 눈에 가로로 미세한 금이 가고 있다.

 

 

S#72. 교무실 (저녁)

 

최치훈이 선생님 책상을 뒤지고 있다. 깨끗한 글씨로 메모되어 있는 책상달력이 얼핏 보인다.

이재규는 교무실에 들어온것도, 선생님 물건을 함부로 뒤지는 것도 불안하다.

최치훈이 책상서랍에서 차곡차곡 쌓인 달력을 발견한다.

 

최치훈 : (작년 달력을 꺼내 12월달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물리 선생은 달력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거든. 일기 대신.

 

이재규가 달력을 본다.

 

최치훈 : (읽는다) 12월 25일 새벽 한시 5분, 동관. 김진수 발견. (씨익 웃으며 이재규를 본다)...

이재규 : (이상황에서 웃는 최치훈이 어쩐지 오싹한다)...

최치훈 : (달력을 제자리에 놓으며) 편지 갖고 있어?

이재규 :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며) 어.

 

 

S#73. 몽타쥬

 

-복도...

복도로 나오는 최치훈과 이재규. 최치훈은 걸으면서 편지를 읽는다.

-양호실...

조영재가 불안한 얼굴로 복도쪽을 지켜보다가 이름이 불리는 순간 카메라를 본다.

 

(최치훈) : 김진수를 비참하게 물들인 건 조영재.

 

양호실...

윤수가 남의 일처럼 허공에 시선을 두다가 역시 카메라를 본다.

 

(최치훈) : 구석괴물로 만든 건 윤수.

 

-교사 기숙사...

유도하는 윤종일 선생의 사진.

 

(최치훈) : 아는 것을 침묵한건 선생님.

 

-유은성의 방...

욕실에서 나온 은성이가 카메라를 흘깃 본다.

 

(최치훈) : 가망없는 희망을 비웃은 건 유은성.

 

-기숙사 복도...

박무열이 담요를 갖고 나오다가 문득 카메라를 의식한다.

 

(최치훈) : 단하나를 빼앗아 목에 건건 박무열.

 

-양강모의 방...

찢어진 은성이 사진이 조각맞춰져 있다. 양강모가 문득 카메라를 본다.

 

(최치훈) : 김진수의 손을 잡았다가 놓은건 양강모.

 

-식당...

최치훈과 이재규가 식사준비를 한다.

 

최치훈 : 나는 눈앞의 김진수를 지워버렸고... (이재규를 본다) 너 전학 왔냐?

이재규 : 응? 응!

최치훈 : 김진수가 전학가서 빈 자리를 네가 차지한 건가.

이재규 : 아마도.

 

최치훈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식탁에 숟가락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그때. 길고 흐느끼는 것 같은 피리 소리... 엔딩음악이 선행한다.

 

 

S#74. 계단 (저녁)

 

담요를 갖고 내려오던 박무열이 피리소리를 듣는다. 순간 무슨 소린지 금방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곧 담요를 집어던지고 뛰기 시작한다.

 

(이재규) : 고백하건데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열 여덟살!

 

 

S#75. 중앙정원 (저녁)

 

은성이가 호르라기를 입에 문채 어딘가를 보고 있다. 은성이 표정은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 눈동자만 점점 커진다.

호루라기 소리는 마치 은성이 대신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은성이의 얼굴만을 비춘다.

 

(이재규) :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에 꿈꾸는 모험과 일탈에 대한 동경.

               허클베리핀이라던가 나누크가 겪는 모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을 벗어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S#76. 북관 복도 (저녁)

 

박무열이 뛰어나온다. 중앙정원에 선 은성이를 발견한다.

조영재. 최치훈, 윤수, 이재규가 속속 모여든다.

 

(이재규) : 모험을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를 지나던 우리에게

               이때까지의 일들은 두려움보다는 기대에 가까운 흥분으로 먼저 왔다.

 

 

S#77. 중앙정원 (밤)

 

유은성이 숨을 쉴때마다 호르라기가 간헐적인 비명을 질러댄다. 은성이 시선은 한곳에 꽃혀있다.

 

박무열 : (뛰어나와 은성이 어깨를 잡으며) 은성아!

(이재규) : 그러나 우리는 잊고 있었다.

유은성 : (돌아본다)...

(이재규) : 아무리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대도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위험하며,

유은성 : (박무열을 발견하고 눈동자가 모인다. 한곳을 가리키며) 저기...

(이재규) : 소년은 살기위해 잔혹해져야 한다는 것을...

 

은성이가 가리킨 곳...사람의 손이 눈 속에 파묻혀있다.

그 순간 중앙정원의 외벽에 달린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다.

은성이 머리위에서 시작한 불빛이 양쪽으로 번져가더니. 마지막으로 켜진 가로등!!

그때, 낮 동안 녹은 눈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툭 떨어지면 벽에 기댄채 눈속에 파묻혀있던 선생님의 얼굴이 나타난다.

마지막에 켜진 가로등이 마치 무대의 조명처럼 선생님의 죽은 얼굴을 비춘다.

 

(이재규) : 허클베리핀도. 나누크도 결국은 악마를 만난다.

 

음악이 뚝 끊긴다.

 

 

S#78. 산길 (밤)

 

강미르가 산 비탈길을 걷는다. 완전히 어두워졌다. 아래쪽은 절벽이고. 위쪽은 경사가 졌다.

강미르가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내 켠다. 딸깍! 그 순간 머리위 어딘가에서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난다.

손전등으로 위를 비추는 순간. 거대한 눈더미가 강미르를 쓸고 지나간다. 눈사태가 일어났다.

 

 

 

 

 

 

 

 

 

 

 

 

 

 

 

 

 

 

 

 

 

 

 

 

 

 

 

 

 

 

 

 

 

 

 

첨부파일 화이트_크리스마스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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