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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화이트 크리스마스] 04 - 마주 세운 거울에서는 악마가 튀어나온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12.21|조회수976 목록 댓글 0

[화이트 크리스마스] 04 - 마주 세운 거울에서는 악마가 튀어나온다

 

 

 

 

 

 

 

 

 

 

S#1. 프롤로그 (전회 요약)

 

-산속의 고등학교.

-아이들을 태운 10여대의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가 지나간 운동장. 학교, 길. 산에 눈이 쏟아진다.

 

(이재규) : 강원도 산속의 입시 명문고, 8일 동안의 겨울 방학이 시작 됐다. 폭설로 고립된 학교에 남은 일곱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테이블위에 놓인 일곱장의 검은편지와 일곱명의 아이들.

-교사 기숙사. 윤종일 선생님이 책상서랍에서 검은 편지를 꺼낸다.

 

(최치훈) : 체육선생님도 편지를 받은거야.

(이재규) : 그들은 모두 같은 편지를 받았다.

 

-조영재가 김진수를 향해 물감 풍선을 던지고

-윤수가 김진수를 향해 밀걸레를 휘두르고,

-선생님이 약병을 숨기고

-은성이가 자살을 시도하고.

-양강모가 은성이 사진을 프린트한다.

 

(유은성) : 그러니까 우리 모두 순백의 피해자는 아니란 얘기지.

(이재규) : 우리는 한입씩 깨물어 누군가를 살해했다.

 

-학생수첩. 수줍게 웃고 있는 김진수의 사진.

 

(박무열) : 우리가 받은 건 편지가 아니야. 유서였어. 그것도 1년전 거.

 

-모니터...인터넷을 연결할수 없다는 창

-보안실...세대의 컴퓨터중 한대가 꺼져있다. / 컴퓨터 쿨러에 끼워져있는 종이뭉치.

 

(박무열) : 컴퓨터가 고장났어.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박무열과 이재규, 필요이상 긴 복도를 이재규가 돌아본다.

 

(박무열) : 선생님이 안보여.

 

-비명같은 피리소리.

-중앙정원에 아이들이 모여든다.

-유은성이 천천히 돌아본다.

 

유은성 : 저기...

 

-중앙정원 가로등이 켜지면 마치 조명을 받은 것처럼 눈속에 파묻힌 선생님의 시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재규) : 사소한 악의는 눈덩이처럼 스스로 몸체를 불려 우리를 덮쳤다. 그리고,..

 

-빈 운동장...아이들의 절박한 사정은 나몰라라 펑펑 눈이온다. 무중력의 생물처럼 눈이 천천히 흩날린다. (f.o)

 

 

S#2. 타이틀

 

어둠속에서...

 

(이재규)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동안의 기록이다.

 

---제 4회 ‘마주 세운 거울에서는 악마가 튀어나온다----

 

 

S#3. 양강모의 방 (저녁)

 

빈방. 날카로운 피리소리가 들린다. 책상위에 인공 와우가 놓여 있다.

자막 ‘28일 오후 5시 58분’

물소리가 나고 잠시 후 화장실에서 양강모가 나온다. 수건으로 얼굴과 손의 물기를 닦아낸다.

와우의 밧데리를 확인하고, 전원을 켜고 귀에 거는 순간, 피리 소리가 끝난다.

 

 

S#4. 중앙정원 (밤)

 

선생님의 시체... 아이들은 모두 움직이지 못한다.

그때. ‘이히힛’ 울음소리도 아니고 웃음소리도 아닌 비명소리! 윤수의 이상한 비명소리가 박무열을 깨운다.

박무열이 선생님의 시체쪽으로 다가간다. 선생님의 코 부근에 손을 가져간다. 호흡이 없다.

예상은 했지만 그 싸늘함에 박무열은 뻗었던 손을 주먹쥔다.

 

조영재 : 죽은거야?

 

돌아서던 박무열의 발에 뭔가 밟혀 쇳소리가 난다. 눈 속에서 박무열이 집어든건 ‘칼!!’ 칼 끝에 피가 묻어있다.

조영재가 외면한다. 박무열이 자기도 모르게 낮게 신음한다.

이 순간 평소의 이성을 갖고 있는 건 최치훈뿐이다.

 

최치훈 : 다시 놓는 게 좋을 거야.

박무열 : (최치훈을 본다) ...?

최치훈 : 나중에 현장검증이나 지문조회같은 걸 할테니까.

 

박무열이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칼을 내려놓는다.

최치훈이 돌아서자, 아이들이 중앙정원을 빠져 나간다.

조영재는 시체가 쫓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경계하며 뒷걸음질친다.

모두를 내보내고 박무열이 다시 한번 선생님을 돌아본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하얗게 보이는 건 분명히 선생님 시체다.

 

 

S#5. 복도 (밤)

 

여섯명의 아이들이 복도를 걸어온다. 긴 복도에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아이들은 충격으로 멍한 상태다.

 

이재규 : 정말 죽은 걸까?

박무열 : ....

최치훈 : 눈이 내린 건 오늘 새벽. 선생님이 죽은 건, 그 전이라고 봐야겠지.

            쿨러가 작동을 멈추고 컴퓨터가 다운된 시간을 계산해보면, 컴퓨터를 고장 낸 것도 대충 그 시간 일거야.

            누군가 어젯밤 12시부터 새벽 사이에 선생님을 죽이고, 동시에 외부와의 통신을 끊어놨어.

이재규 :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 왜...? 누가...?

조영재 : 양찍사.... (어쩐지 찍사라고 부르는 게 무섭다)....양강모!

 

복도는 길고, 불빛은 한정되어 있다. 창문마다 어둠에 잠겨있고, 저 멀리 식당안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마치 그곳만은 안전한 것처럼, 조영재가 빛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걸음을 재촉한다.

 

 

S#6. 식당앞 (밤)

 

쫓기는 사람이 안식처에 들 듯 조영재가 서둘러 식당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멈춰선다. 뒤따라오던 아이들이 조영재에게 막힌다.

뒤에서 밀린 조영재가 식당으로 한걸음 들어선다.

 

이재규 : (식당 안을 들여다보며) 왜?

 

하다가 멈칫한다.

500명을 수용할수 있는 거대한 식당. 양강모가 조리실 안에 서 있다. 양강모가 들고 있는 칼이 불빛에 반짝인다.

 

양강모 : (아무렇지 않게, 그러나 주의하며) 다들 어디 갔었어?

 

 

S#7. 산길 (밤)

 

멀리 산 아래, 뜨문 뜨문, 자동차 불빛이 지나간다. 그러나 그곳으로 가는 길은 눈사태로 완전히 막혔다.

어둠속 저 아래에 뭔가 빛나는 것이 흔들린다. 그것은 강미르 손목에 매달린 손전등.

꺽어진 나무둥치에 강미르가 걸려있다.

강미르는 반쯤 눈에 파묻힌 채 기절해 있다. 다행히 눈사태의 가장자리에 걸려 그 정도로 끝난 것이다.

숨소리. 뭔가 마찰하는 소리. 누군가 몸에 밧줄을 걸고 강미르에게 다가온다.

산악장비를 갖춰 입었기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익숙하고, 재빠른 솜씨...

강미르옆에 도착한 ‘누군가’가 눈을 파서 강미르의 호흡을 확보한 다음 목에 손을 댄다. 살아있다.

누군가가 눈을 파내기 시작한다. ‘우우우우웅...’ 눈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산 위를 힐끗 바라보고는 일에 속도를 낸다. 두 번째 눈사태가 일어날까봐 두려운 것이다.

 

 

S#8. 식당 (밤)

 

그대로 정지한 조영재를 지나 박무열이 제일 앞에 선다. 아이들이 문앞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꼴이 됐다.

아이들을 쓱 훑더니. 양강모가 평소처럼 너스레를 떤다. 그러나 그 눈은 아이들을 빈틈없이 살핀다.

 

양강모 : 공포영환줄 알았잖아. 먹을 건 차려져 있는데 아무도 없고. 라디오는 혼자 떠들고...

 

양강모가 말할때마다 아이들의 시선이 식탁과 벽에 걸린 라디오를 쫓는다.

라디오에서는 폭설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단전 단수. 도로폐쇄.폭설로 인한 사망. 고립지역 증가’

양강모가 칼로 양파를 썬다. 아이들은 꼼짝없이 서서 양강모의 칼질을 지켜본다.

양강모가 슬쩍 아이들을 보며 덮밥위에 양파를 얹고 계란을 깨서 얹은 다음 전자 렌지에 넣는다.

그사이 조영재가 두리번거리며 무기가 될만한걸 찾는다. 구석에 주석으로 된 긴 조각상이 있다.

그러나 조영재는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양강모 : (최대한 농담처럼) 니들 이상하다. 얼굴이 왜 그래? 귀신이라도 봤어?

 

윤수가 다시한번 ‘이히힛’ 하는 소리를 낸다.

전자렌지 돌아가는 소리. 양강모의 손에 들린 칼.

 

최치훈 : (식당 중앙으로 걸어 간다. 양강모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뭐 비슷한걸 보긴 했어.

양강모 : 그래? 뭔데?

조영재 : (주석으로 된 조각상을 계속해서 흘깃거린다) ...

최치훈 : ....

 

그때 전자렌지에서 들리는 종료음.

 

양강모 : (아이들을 경계하면서 전자렌지에서 덮밥을 꺼낸다) 뭔지 모르지만 단체관람이었나 봐. 얼굴색이 죄다 똑같다.

 

양강모가 덮밥을 들고 조리실에서 나오자, 아이들이 길을 터주듯 한곳으로 피한다.

 

박무열 : 갖고 갈 거야?

양강모 : 응, 여기서 먹으면 체할 것 같거든... (대놓고 아이들을 경계한다)

박무열 : 그 칼 말이야. (양강모 손에 든 칼을 본다)

양강모 : (그제서야 칼을 발견한 듯 웃는다) 아...

 

그러나 양강모는 곧바로 칼을 내려놓지 않는다. 아이들도 양강모도 긴장으로 터질 것 같다.

양강모는 문 앞까지 간 뒤, 문을 연 다음 가까운 식탁위에 칼을 내려 놓는다.

최치훈이 유리알같은 눈으로 양강모를 쳐다본다.

 

양강모 : (문 앞에 서서 박무열을 슬쩍본다) 할 얘기가 있었는데...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담에 보자.

 

양강모가 밖으로 나가자 아이들의 긴장이 일시에 무너진다.

 

조영재 : (가까운 의자에 털썩 앉으며) 무시무시한 새끼...저 새끼....

박무열 :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눈으로 문쪽을 가리킨다) ...!

 

 

S#9. 식당앞 (밤)

 

양강모가 문 옆에 서 있다. 안은 조용하다. 더 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자, 양강모가 자리를 뜬다.

양강모 역시 아이들의 이상을 눈치챘다.

 

 

S#10. 식당 (밤)

 

박무열이 복도쪽을 확인하는 동안 아이들이 식탁에 둘러 앉는다. 모두들 얼이 빠져 할말을 잃었다.

들리는건 라디오에서 나오는 신나는 팝송....그마저도 뚝 끊긴다.

박무열이 라디오를 끄고, 자리에 앉는다.

최치훈. 박무열은 생각에 잠겨서... 나머지는 충격 때문에 조용하다.

조영재 다리 떠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영재 : 이래도 양강모가 아니야? (박무열에게) 신중? 얼어죽을 신중.... 신중해서 결과가 이거냐?

최치훈 : (자리에서 일어난다)...

박무열 : (흘깃 최치훈을 쳐다본다)...

조영재 : 칼 들고 설치는 거 봤지? 귀신 봤냐구? 시체 봤다. 미친 새끼야. (조르듯) 어떡할 거야. 박무열?

박무열 : (그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어떡했으면 좋겠는데?

조영재 : (당연하다) 선빵 필승...!!! 양강모는 살인자야. 선생님을 죽였어. 우릴 다 죽일거야. 선빵 밖에 없어.

이재규 : (아직도 멍하다) 정말, 양강모가 그런 걸까?

조영재 : 띨빡한 놈. 1.2번 중에 하나가 정답인데 1번이 아니면 당연히 2번이지. 선생님. 양강모, 둘 중의 하나잖아.

            하나가 죽었는데 그럼 누구겠냐?

유은성 : (힘없이) 죽고 나니까 님자를 붙여주네. 내내 선생이더니...

 

선생님 이야기에 아이들이 다시 조용해진다. 최치훈은 그 사이 밥솥에서 밥을 푸고 있다.

 

박무열 : (조금 어이없다) 밥 먹을라구?

최치훈 : (오히려) 안 먹을 거야?

윤수 : (박수친다) 어얼 멋쟁이.

최치훈 : (밥을 먹으면서) 오늘 밤은 길어질 것 같은데 에너지가 필요할거야. 다들 먹어 두는 게 좋을걸.

 

그러나 밥을 먹는 사람은 없다.

 

 

S#11. 산길 (밤)

 

기절한 강미르의 몸이 위로 끌려 올라간다. 나무를 지지대 삼아, 누군가 강미르의 몸을 밧줄에 묶어 길 위로 올리고 있다.

산악 장비를 써서 그다지 힘겨워보이지는 않는다. 마침내 강미르의 몸이 길 위에 올라온다.

‘누군가’가 강미르의 몸에서 밧줄을 풀르고, 장비를 수습한다. 강미르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누군가가 강미르를 질질 끌고 산사태가 벌어진 곳에서 멀어진다.

 

 

S#12. 양호실 (밤)

 

남자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힘겨운 숨소리!

은성이가 남자귀에 체온계를 꽃는다. 박무열은 서랍을 뒤지고 있다.

삑소리...유은성이 체온계를 확인한다.

 

유은성 : 40도!

박무열 : (돌아본다) 41도가 넘으면 뇌손상이 온다 그랬는데... 해열제는?

유은성 : 넘기질 못해.

박무열 : 가루로 만들어서 물에 타서 먹여봐. (뭔가를 찾아 건넨다) 그리고 이거! (의료용 칼이다) 갖고 있어.

유은성 : (칼을 받아든다, 칼끝의 날카로움을 가늠해보면서) 찌를 수 있을까?

박무열 : ....

유은성 : 양강모가 나타나면 있는 힘껏.... 너는 찌를 수 있어?

박무열 : (스스로를 다잡듯) ...하게 되면 해야지.

 

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유은성이 칼을 주머니에 넣는다.

조영재. 이재규, 윤수가 들어온다. 야구방망이. 나무 막대기. 목검, 쇠파이프...무기가 될만한 것을 한 아름 들고 있다.

안쪽 화장실에서 최치훈이 나온다. 모두 모였다.

 

조영재 : (쇠파이프를 잡아 손에 맞나 쥐어본다) 골라잡아.

 

윤수가 맨 먼저 목검을 잡아 무사처럼 허리춤에 끼웠다가 빼는 동작을 반복한다. 장난치는 아이 같다.

박무열은 망설이다가 야구방망이를 잡고, 이재규는 쇠파이프를 들었다가 나무 막대기로 갈아 잡는다.

최치훈은 아무것도 잡지 않는다. 조영재가 쳐다본다.

 

최치훈 : 네 명이면 충분하잖아. 난 여기 있을게.

조영재 : (최치훈을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박무열 : (야구방망이 쥔 손에 힘을 준다. 딱히 은성이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만) 갔다 올게.

 

박무열. 조영재. 이재규, 윤수 순으로 양호실을 나간다.

그들이 나가자, 최치훈이 뭔가를 그린다. 학교 도면이다. 동관, 서관, 남관, 북관을 그린후에 시계탑을 그린다.

동관 밑에 x표를 한다.

남자는 고통스런 숨소리를 낸다. 유은성이 적당한 도구로 해열제를 빻기 시작한다.

 

 

S#13. 기숙사방 (밤)

 

불꺼진 방.

양강모가 문 옆 벽에 기대 서 있다. 어둠 속에서 양강모의 눈이 짐승처럼 하얗다. 손에 든 송곳에 힘을 준다.

 

 

S#14. 남자 기숙사 4층 복도 (밤)

 

조영재가 쇠파이프로 공기를 가른다. 슝. 슝...날카로운 소리.

박무열은 조영재의 오버가 마음에 걸린다. 나무 막대기를 든 이재규는 잔뜩 긴장해 있다.

박무열이 뒤따라오는 윤수를 본다.

흥분 때문에 조증 상태가 된 윤수가 목검을 들고 사무라이 포즈를 잡으며 따라온다. 폼은 멋지지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양강모의 방 문 앞에 선다. 조영재가 문을 열려는 순간, 박무열이 조영재 어깨를 잡는다.

 

박무열 : (작은소리로) 잊지 마, 우리 목표는 양강모를 붙잡는 거야. 죽이는 게 아니라.

조영재 : 그새끼 하는거 봐서.

박무열 : (단호히) 조영재!!

조영재 : (대든다) 이 상황에서도 휴머니즘이냐? 네 옆구리에 칼날 들어와도 그 정신이 유지될까?

            (곧바로 문을 두드린다) 양강모! 면회 왔다.

윤수 : (검도의 기본 자세를 취한다)...

조영재 : (다시 문을 두드리며) 양찍사! 들어간다.

 

조영재가 문을 발로 차려고 뒤로 몸을 빼는데. 박무열이 손잡이를 돌린다. 문이 열린다.

 

 

S#15. 양강모의 방 (밤)

 

문이 열린다. 방안은 불이 꺼져있다.

복도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조명으로 방안의 실루엣이 보인다. 책상앞에 앉아있는 양강모의 뒷모습!!

 

박무열 : (조심스럽게) 양강모...!!

 

조영재가 쇠파이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큰소리는 쳤지만, 막상 들어오니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친다.

박무열이 벽을 더듬어 불을 켠다. 의자에 앉은 양강모의 뒷모습, 학교 체육복 모자를 쓰고 있다.

거리를 둔 채 대치한 아이들.

 

박무열 : 양강모, 돌아서!

 

양강모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영재 : (박무열에게 작은 소리로) 저 자식 손에 뭐 들고 있지?

박무열 : 돌아서, 양강모!! 셋 샌다. 하나.

조영재 : (쇠파이프를 움켜쥔다)..

박무열 : 둘

 

윤수가 두 손으로 칼을 잡은채 닌자처럼 벽에 기대 옆으로 이동하는데....

박무열이 야구 방망이로 의자 등받이를 밀며 셋을 새려는 순간. 불이 꺼진다.

조영재가 비명인지 기합인지 알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양강모의 머리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쇠파이프에 맞은 뭔가가 날라간다.

 

박무열 : (소리친다) 멈춰 조영재!!

 

그 순간 불이 들어온다. 의자에 놓여있던 것은 체육복을 입고 있는 베개였다. 베개는 터졌고, 아직도 베갯솜이 날라 다닌다.

 

윤수 : (스위치에 손을 댄 채 비장하게) 미안하네 동지. 내 등짝이 그만....

 

윤수가 옆으로 이동하다가 등으로 불을 끈 것이다.

조영재. 너무 흥분했던게 민망해서 오히려 화를 낸다.

 

조영재 : (쇠파이프를 윤수 목에 대며) 죽는다.

윤수 : (계속 장난치는) 용서하게, 동지..

 

이재규가 아직도 날리고 있는 베갯솜을 멍하니 바라본다.

박무열이 조영재를 노려본다.

 

조영재 : (신경질적으로) 뭐? (어깨로 박무열을 밀며 밖으로 나간다)

 

 

S#16. 기숙사 복도 (밤)

 

조영재, 윤수, 이재규, 박무열이 복도를 빠져나간다.

 

조영재 : (가장 앞서 걸으며) 양찍사. 숨었다 이거지... (쇠파이프로 벽을 깡깡 두드리다가 돌아서 빈 복도를 향해 소리친다)

            꼭 꼭 숨어라. 양찍사. 들키면 작살난다. 어?

이재규 : (눈으로 조영재를 가리키며) 괜찮을까?

박무열 : (조용히 한숨을 쉰다)...

윤수 : (실실 웃으며) 겁먹어서 그래. 원래 겁쟁이가 난폭하잖아.

이재규 : (윤수를 돌아본다. 정상이 아니긴 이녀석도 마찬가지다)...

 

박무열을 마지막으로 복도가 조용해진다..

양강모 방, 맞은편, 방문이 살짝 열리고, 양강모가 고개를 내민다. 양강모 역시 심각해졌다.

 

 

S#17. 산길 (밤)

 

강미르가 눈을 뜬다. 우선 밤하늘의 별이 보인다. 머리가 아프다. 어깨도 결린다. 얼굴을 만져본다. 피가 묻어나온다. 긁혔나보다.

강미르가 일어나 앉는다. 자기몸을 덮고 있는 침낭을 본다. 이건 뭘까? 주위를 둘러본다.

누군가가 텐트를 치고 있다. 텐트를 완성한 누군가가 돌아서다가 강미르와 눈이 마주친다.

앉아있는 강미르 눈에 ‘누군가’는 실제보다 더 커 보인다.

 

강미르 : (뭐라고 얘기할까 하다가) ......안녕하세요.

 

 

S#18. 양호실 (밤)

 

학교 도면과 시계탑.

2010년 3월 1일 완공, 교문 2010년 3월 1일 완공.

김진수 2009년 12월 24일 자살 기도. 2월 13일 사망이란 숫자가 적혀있다.

최치훈이 생각에 빠져 있다. 의자를 뒤로 젖혀 까닥거리면서...

유은성이 가루약을 물에 개서 남자에게 먹인다.

의식이 없는 남자는 제대로 넘기지 못한다. 절반은 흘러내리는데도 유은성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약을 먹인다.

말소리...발자국 소리...

최치훈이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 것과 동시에 노트북을 든 박무열을 따라 이재규, 조영재. 윤수가 들어온다.

 

조영재 : ...진짜 못된 놈들이네. 지들끼리만 알고... (하다가 최치훈을 보면서) 미친 미르가 cc카메라 해킹하고 있었댄다.

            그걸 알면서도 (박무열과 이재규를 가리키며) 이놈들은 지들끼리만 즐겼고.

이재규 : 즐 긴 거 없다니까.

조영재 : 시끄러!!

유은성 : (전원을 연결하는 박무열에게) 인터넷이 안되는데도 해킹이 돼?

박무열 : 보안 컴퓨터가 작동 되면 되는 건가 봐,

최치훈 : 양강모는...?

박무열 : 놓쳤어.

조영재 : (노트북 앞에 앉으며) 걱정마. 이제 곧 박살낼거야.

최치훈 : (조영재가 들고 있는 쇠파이프가 눈에 거슬린다) ... 나는 실험실에 가 있을게.

박무열 : 왜?

최치훈 : 구조신호탄을 만들려구. 요즘 계속해서 헬기가 날라다니잖아. 걸어서 나가는 것보다 그쪽이 빠를거야.

            (남자를 보며) 환자도 있구.

박무열 : 재료는?

최치훈 : 대충 다 있어. (나가려는데)

조영재 : 안 무섭냐? 양강모가 칼 들고 돌아다니는데...?

최치훈 : 현재상황에선 네가 젤 위험해 보여.

조영재 : (못알아듣는다) 뭐래는 거야?

박무열 : (나가려는 최치훈에게) 혼자는 위험해.

최치훈 : 그럼...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이재규를 보며) 같이 갈래?

이재규 : (자기를 지목해서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어...

 

이재규가 나무 막대기를 든다. 조영재는 박무열 옆에 앉아 카메라화면을 본다.

 

조영재 : (감탄한다) 강미르, 역시 미친놈이었어.

 

 

S#19. 식당 (밤)

 

식당입구에선 이재규가 긴장한채 복도를 살피는 동안 최치훈이 조리실에서 ‘베이킹 파우다’를 들고 나온다.

이재규는 최치훈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최치훈이 밖으로 나가자 따라나간다.

 

 

S#20. 양호실 (밤)

 

노트북 모니터...비품실로 들어가는 최치훈과 이재규가 보인다.

화면이 바뀐다. 기숙사 방. 양강모가 서성거리고 있다.

 

조영재 : 걸렸다!!

박무열 : 기숙산데...

조영재 : 누구방이야?

박무열 : (자판을 두드린다) 409호.

조영재 : 내방이잖아.

 

조영재. 윤수가 달려나간다.

박무열이 한숨을 쉬며 그들을 따라나가다가 유은성과 눈이 마주친다.

유은성은 남자의 목뒤, 겨드랑이 사이에 얼음주머니를 넣고 있다.

 

박무열 : (나가면서) 문 잠그고 있어.

 

유은성이 닫힌 문을 본다.

 

 

S#21. 4층 복도 (밤)

 

조영재. 윤수. 박무열이 계단을 올라온다. 맨먼저 달려온 조영재는 일단 아이들을 기다린다.

조심스럽게 409호 자기 방을 향해 나가는데. 갑자기 문이 열린다. 조영재가 깜짝 놀란다. 양강모도 놀라긴 마찬가지다.

양강모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조영재가 쇠파이프를 휘두른다. 양강모가 가까스로 피하면서 도망간다.

추격전. 윤수는 소리를 지르며 쫒아간다. 박무열도 그들 뒤를 쫓는다.

 

 

S#22. 계단 (밤)

 

양강모가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두개씩. 세 개씩...

조영재. 박무열. 윤수가 쫒아내려온다. 다급하다.

 

 

S#23. 생물실 (밤)

 

점점 다가오는 문 여닫는 소리. 발자국 소리.

마침내 생물실 문이 벌컥 열리고, 조영재 등이 안을 둘러보고 나간다.

캐비넷과 캐비넷 사이 어둠속에 숨은 양강모, 복도에서 조영재가 휘두르는 쇠파이프 소리를 듣는다.

숨소리 없이 가슴만 크게 헐떡거린다.

 

(조영재) : 그지같은 학교. 드럽게 넓네.

 

잠시후 발소리가 멀어지고 조용해진다. 아이들이 가고도 한참을 양강모는 숨은 곳에서 나오지 않는다.

 

 

S#24. 텐트안 (밤)

 

강미르가 다리를 약간 절며 들어온다. 뒤따라 ‘누군가’가 들어온다.

텐트천장에는 ‘휴대용등불’이 걸려있다.

‘누군가’가 모자와 겉옷을 벗는다.

 

누군가 : 다리 이쪽으로 해봐.

 

여자 목소리? 모자와 마스크를 벗은 ‘누군가’는 여자다. 까맣고 긴 머리가 밖으로 나온다.

전혀 예상 밖이라 강미르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여자 : (강미르의 다리를 직접 끌어다가 신발을 벗기고 움직여본다)...

강미르 : ...뭐하는 사람이예요? 군인?

여자 : 아니.

강미르 : 간첩?

 

내내 무표정하던 여자가 예비 동작없이 활짝 웃는다. 무표정할 때의 여자는 냉담하다 싶은데 웃으니 어린애 같다.

여자의 급격한 변화에 강미르가 멍해서 쳐다본다.

여자가 가방에서 ‘찜질팩’을 꺼내 강미르 다리에 붙인다.

 

 

S#25. 실험실 (밤)

 

최치훈이 전선의 피복을 벗겨 원하는 곳에 감는다. 능숙하고 재빠르다.

이재규가 복도를 살피면서 최치훈을 가끔 쳐다본다. 최치훈이 만드는건 얼핏 리모콘을 닮았다.

 

최치훈 : (이재규에게) 거기... 접착 테잎.

이재규 : (접착테잎을 던져 준다) 이게 구조신호탄이야?

최치훈 : (테잎을 감으면서) 설마...그 전에 필요한 게 있어서... (완성한다)

이재규 : 뭔데?

최치훈 : 전기 충격기... (버튼을 눌러본다 지지직 소리) 너무 쎄면 곤란하거든.

이재규 : 어디다 쓸려구?

최치훈 : 너한테.

이재규 : ...?

최치훈 : (이재규를 똑바로 쳐다보며 평소와 같은 말투로) 편지 왜 보냈냐?

 

이재규가 무슨 소리냐는 듯 최치훈을 본다. 그러나 최치훈은 확신하는 얼굴이다.

이재규의 얼굴이 서서히 굳는다.

 

 

S#26. 양호실 (밤)

 

남자가 고통스러워한다. 열 때문에 입술이 타서 갈라졌다.

은성이가 얼음주머니를 갈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연다. 얼음칸이 비어있다.

그때 무의식상태의 남자 몸이 출렁이더니 좀 전에 먹은 약을 토해낸다.

은성이가 남자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 기도가 막히는 걸 막고, 토한걸 닦아낸다.

남자의 상태는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S#27. 북관 복도 (밤)

 

목적지를 아는 조영재는 곧바로 복도를 달려온다.

조영재는 앞문으로, 박무열과 윤수가 뒷문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유리창이 깨지고 양강모가 뛰쳐나온다.

 

 

S#28. 학교 전경 (밤)

 

밖에서 본 북관 복도. 양강모가 쫓긴다.

귀곡성같은 바람 소리가 학교를 쓸고 지나간다.

 

 

S#29. 실험실 (밤)

 

전기 충격기를 든 최치훈과 이재규가 눈싸움을 하듯 서로를 말없이 보고 있다.

마침내 이재규가 시선을 돌린다.

 

이재규 : (할 수 없다) 어떻게 알았어?

최치훈 : 모든 증거가 너를 가르키니까....

이재규 : 예를 들어...?

최치훈 : 편지를 보낸 사람은 김진수가 쓴 글을 약간 고쳤어. 자기의 죄가 들어가는 부분과, 이상하다고 생각한 구절.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와 시계탑 아래 서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이재규 : ...?

최치훈 : 원래는 아마 이랬을 거야.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와 교문 앞에 서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안 그래?

이재규 : ...

 

 

S#30. 교문앞 (밤)

 

남관 때문에 동관이 보이지 않는다. 남관에 차례로 자동센서 불이 들어오고, 그 빛 속에서 양강모가 쫓기고 있다.

 

(최치훈) : 지금 교문에선, 동관이 안보여. 근데 김진수는 동관에서 떨어져 죽었구... 넌 이상하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시계탑 아래 서면’으로 고친거구.

 

카메라가 왼쪽으로 돈다. 시계탑 자리...그곳에선 동관이 보인다.

 

(최치훈) : 하지만 김진수가 죽었을 때는 교문이 지금보다 더 왼쪽에 있었어.

              지금 교문하고 시계탑은 김진수가 죽은 직후에 생긴거구...

 

교문 준공기념일 ‘2010년 3월 1일’

 

 

S#31. 실험실 (밤)

 

최치훈 : 그걸 모르는 건 2학년때 전학온 너 뿐이구..

 

이재규, 딴생각을 하듯 창밖을 보다가 최치훈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재규 : (담담하고 어쩐지 당당해진 것 같다) 맞아. 처음 김진수의 일기를... 아 원래 그 편지는 유서도 아니고 일기였어.

             마지막 일기... 그 일기를 봤을 때부터 이상했거든. 김진수는 분명 동관에서 떨어졌는데, 교문 앞에서는 남관 밖에

             안보이고... 그냥 놔둘걸. (변명하듯 슬쩍 웃으며) 나름 이과라서 그런게 되게 신경 쓰이더라구.

최치훈 : 너 이과냐?

이재규 : 같은 반이잖아.

최치훈 : (미안한 기색없이) 그랬나.

이재규 : (피식 웃으며 책상에 걸터앉는다. 손에 쥔 나무막대기를 내려다보며) 수신고입학!! 우리 엄마 초 장기 프로젝트였어.

            (손가락을 헤면서) 초등학교 3.4.5.6,중학교 1.2.3 합계 7년. 근데도 시험에 떨어졌구. 우리 엄만 밥도 안 먹고 울고...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최치훈 : ...

이재규 : 엄마는 재수하라 그랬는데 아빠가 우겨서 일반고에 들어갔어. 믿지 않겠지만, 나 거기서 우등생 소리 들었다.

            시험 보고나면 애들이 나한테 몰려오고, 답 맞춰보고... (씁쓸하게 웃는다)...

 

 

S#32. 계단아래 (밤)

 

양강모가 들어와 몸을 숨긴다. 숨을 헐떡인다.

 

(이재규) : 근데 여기 오고부터 난 존재감 제로가 되버렸어. 사방은 괴물 같은 놈들 뿐이고. 애들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혹시 내가 유령인가 싶을 정도로...

 

양강모는 의문한다. 어떻게 자기 있는 곳을 찾아내는 걸까?

멀리 조영재. 윤수, 박무열이 다시 양호실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S#33. 실험실 (밤)

 

cc카메라가 비추는 방안. 이재규가 나무막대기로 바닥을 뚝뚝 두드린다.

 

이재규 : 친구? 우정? 그런 게 이 학교에 있을까?

최치훈 : (감정 없이 쳐다볼 뿐)...

이재규 : 뭐 어딜 가나 마찬가지겠지만.......근데 그때 보게 된거야.

 

 

S#34. 이재규의 방 (밤-과거)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이재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데 샤프심이 떨어진다.

책상서랍을 연다. 서랍 바닥의 샤프심을 주을려고 손가락에 힘을 주는데, 바닥이 들린다. 이중 바닥인 것이다.

그 안에 김진수의 일기장이 들어 있다.

 

(이재규) : 나보다 먼저 이방을 사용했던 애가 숨겨놓은 일기장. 김진수....내가 전학 올 수 있도록 죽어준 아이.

 

이재규가 일기장을 펼친다.

 

 

S#34. 실험실 (밤)

 

이재규 : (김진수를 비웃듯) 주눅 들고, 적응 못하고, 하루 종일 누구하고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말 걸 사람도 없고. 구질구질하고 청승맞은 일기... 그런데 그 고통이 실감나더라구.

            내가 당한것처럼. 마치 빙의된 것처럼. (최치훈을 똑바로 본다. 툭툭 내뱉듯) 근데 니들은 김진수가 있는지 없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더라.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어. 니들한테...그 아이의 고통을... 내 고통을.. 알겠냐?

최치훈 : (이재규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흔든다 진심이다) 아니...

이재규 : (정직하게 웃는다) 뭐 기대도 안했다. 넌 1년 동안 같은 교실에 있었던 애 얼굴도 모르는 놈이니까...

최치훈 : (진심이다) 그게 나쁜 거냐?

이재규 : (어쩐지 다 쓸데없다고 느껴진다) ......모르겠다 나도. 그치만 선생님을 죽인 건 내가 아니야. 컴퓨터도 내가 안 그랬어.

 

최치훈이 전기 충격기를 내려놓고, 비료와 베이킹 파우다를 실험대에 올려놓는다.

 

최치훈 : 알아. 넌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

이재규 : ...?

최치훈 : 어제밤 내내 박무열하고 같이 있었다며? 박무열한테 확인했어. 거기 가위 좀 줘.

이재규 : (가위를 건넨다) 뭐할려구?

최치훈 : 구조탄!

 

최치훈이 가위로 비료푸대 봉투를 자른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이재규 : 선생님...누가 죽였을까?

최치훈 : (비료를 쏟으며) 양강모가 편지랑 관련이 없다면, 누구나 범인일수 있어.

이재규 : (최치훈을 도와주며) 내가 편지 보냈다는거, 애들한테 말 안할거야?

최치훈 : 말해도 되겠냐?

이재규 : ...

 

최치훈이 창문너머를 본다.

조영재. 윤수, 박무열이 보인다. 특히 조영재의 살기어린 모습은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최치훈 : 곧바로 널 사냥할려고 들텐데...

 

최치훈이 장갑을 찾아 낀다.

 

 

S#35. 교실 (밤)

 

조영재가 쇠파이프로 교탁을 후려치며 분풀이 한다. 교탁에 상처가 난다.

박무열은 짜증이 난다. 난폭해진 조영재도 이 상황도.

 

조영재 : (열낸다) 똑바로 본거야? 확실히 여기로 들어갔어?

윤수 : 같이 봤잖아.

조영재 : 미치겠네. (나가면서) 충전해서 들고 다니던가 해야지.

 

조영재 등이 나가고. 상처가 난 교탁 밑 웅크리고 있는 양강모가 그제서야 보인다.

양강모가 중얼거린다. ‘본다’...?

양강모의 시선이 교실 천장의 cc카메라로 향한다.

 

 

S#36. 텐트안 (밤)

 

강미르의 얼굴에 밴드가 붙어있다. 강미르는 발목에 붙인 ‘찜질팩’을 주무르며 여자를 본다.

여자가 김이 오르는 스텐레스 컵안의 뭔가를 젓고 있다.

공간이 좁아서 강미르와 여자는 거의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마주 앉았다.

 

여자 : (계속 저으면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리고 또...암벽등반은 지금도 하고 있고, 복싱은 3년정도 했고, 제일 재밌는 건

         검도? 막대기만 있으면 남자랑도 일대일로 싸울 수 있거든. 아참 펜싱도 했었다. 근데 그건 별로더라. 나랑 안맞아.

강미르 : 꽃꽂이나. 뜨개질 같은 건 안배우고 싶었어요?

여자 : 아... 나 그거래. 일부러 위험에 빠져서 아드레날린이 분비 되야만 안심 되는.... 뭐래더라...람보도 그거라는데...

         무슨 무슨 증후군..? (생각하느라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강미르 : (이름 따위야 어떻든) 그래서 이 눈 속에 혼자 온 거예요. 암벽등반할라구?

여자 : (정정해준다) 빙벽등반!

 

여자가 보온병에서 뜨거운 물을 따른 다음, 다시 저어 그 절반을 다른 컵에 담아 강미르에게 건넨다.

 

여자 : 자!

 

여자가 먼저 마시고, 강미르도 따라마신다. 맛있다.

여자가 윗입술에 묻은 하얀거품을 아랫입술로 핥아먹는다. 그걸 지켜보던 강미르, 무안해진다.

 

여자 : (강미르의 심정을 전혀 눈치 못챈다) 너네 학교에 대해 말해봐.

강미르 : 학교요?

여자 : 마을 쪽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막혔어. 게다가 한번 눈사태가 나면 2차. 3차 계속되기 쉽거든.

         너네 학교로 가는 수밖에 없어.

강미르 : (이해했다) 아...

 

 

S#37. 양호실 (밤)

 

노트북이 충전되고 있다. 충전되는 정도가 보인다. 40퍼센트쯤 충전됐다.

조영재는 계속해서 쇠파이프로 바닥을 긁는다.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박무열은 남자의 체온을 재고 있다. 41도.

 

유은성 : (마침내 조영재에게) 그 소리 좀 어떻게 안돼.

조영재 : (유은성을 흘깃 볼뿐, 멈추지 않는다)...

유은성 : (비웃으며) 너 참 솔직하다. 잠시도 손발을 가만 못 있겠지? 무서워 죽겠지?.

조영재 : (유은성을 노려보며) 양강모 무정한 새끼.

유은성 : (대꾸하지 않는다)...

조영재 : (그러거나 말거나) 죽고 싶어서 손목 그어대는 사람도 있는데... 선생님 말고 네 배나 푹 찔러줬으면 좋았을걸. 그치?

유은성 : (조영재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인다) 양강모가 그러는데 다음은 너라든데.

 

조영재가 ‘캉’하고 쇠파이프를 바닥에 내리찧는다.

 

유은성 : (전혀 겁 안먹는다) 어머 손 안아퍼.

조영재 : 그렇게 죽고 싶어서 나불대는 거라면 아쉬운대로 나라도 좀 도와줄게.

유은성 : (지지않는다) 고마워라. 네 갸륵한 마음, 다잉 메셋지로 남겨놀게. 피묻은 손가락으로 ‘조염병’

박무열 : (버럭) 둘다 그만 좀 해!!

조영재 : 이 지지배가 먼저 시작했거든.

유은성 : 난 내방으로 갈랜다.

박무열 : (잡는다) 유은성!!

 

모두들 긴장 때문에 터질 것 같다.

그때 남자가 눈을 뜬다. 남자의 입이 달싹거린다.

 

박무열 : (남자를 흔들며) 아저씨! 아저씨!

 

남자는 눈을 떴지만 눈앞의 것을 보는 것 같지 않다. 멀리, 아주 먼 곳을 보는 것 같다. 혹은 다른 시간을 보는 것 같다.

아마도 남자는 굉장히 슬픈 걸 보고있나 보다.

 

남자 : (무의식적으로) 비가 오면 곤란해...빨래를 걷어야는데...이웃집 빨간 지붕에선 수탉 바람개비가 빙글 빙글...

         빨랫줄에 하얀 빨래가....엄마는 낮잠을 자... 낮잠을 너무 길게 자...

유은성 : (놀라서 박무열을 본다)...

조영재 : 미치겠네.

남자 : (고개가 뒤로 넘어갈 듯 끄덕거려진다) ...비가 오면 안되는데...비가오면 안되는데..

 

남자가 다시 정신을 잃는다.

 

박무열 : (결심했다) 식당에서 얼음 가져와, 있는대로 전부 다. 없으면 고드름이라도 따와. 오는 길에 최치훈이랑 이재규도 불러와.

 

조영재가 뭔가 물어보려고 하지만, 박무열은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찬물을 튼다.

 

 

S#38. 실험실 (밤)

 

최치훈과 이재규가 구조신호탄을 만든다. 최치훈이 긴 통에다가 반죽한 것을 집어 넣는다. 이재규가 그걸 도와준다.

그때 문이 열리고, 양강모가 들어온다. 양강모는 송곳을 들고 있다.

이재규가 기대세워놓은 나무 막대기를 집으려고 하는 순간, 양강모가 걷어찬다.

테이블위에 있는 거라고는 짧게 자른 플라스틱 통. 비료푸대. 숟가락...

이재규가 멀리 떨어진 가위를 본다.

 

양강모 : 움직이지 마.

 

양강모가 눈은 두사람에게 고정한 채 카메라 위에 자석을 올려놓는다.

 

이재규 : 양강모!

양강모 : (한숨 돌리고는...억울하다) 왜 이러는 거냐?

최치훈 : ....

양강모 : 다 미친 거 아냐? 조염병은 내 머리를 향해 풀 스윙을 하고, 조염병은 그렇다 치자. 박무열까지....왜 그러는데?

            내가 유은성 사진 찍어서? 그게 죽을 죄야?

최치훈 : (감정없는 얼굴로 양강모를 응시한다)...

 

이재규가 최치훈을 본다.

 

 

S#39. 중앙정원 (밤)

 

가로등 아래 선생님의 시체....얼굴의 일부분이 눈 밖으로 드러나 있다.

 

(양강모) : 죽었어?

 

 

S#40. 실험실 (밤)

 

양강모가 충격받았다.

이재규는 최치훈을 슬쩍 바라보고, 최치훈은 냉정한 눈으로 양강모를 응시하고 있다.

 

양강모 : (충격에 빠져서) 아................... (마침내 충격에서 깨어난다) 내가 죽였다고? 무슨 수로? 선생님은 유도국가대표였어.

최치훈 : 어쨌든 죽었어. 우리 중에 누군가가 죽였지.

양강모 : 말도 안돼.

 

양강모가 불안해진다.

그때 발소리.... 양강모가 재빨리 자세를 낮추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린다. 조영재와 윤수가 문앞에 나타난다.

 

조영재 : (양강모를 못봤다) 박무열이 오랜다.

 

조영재와 최치훈의 사이를 막고선 테이블, 그 아래에 양강모가 숨어있다.

이재규가 자기도 모르게 양강모쪽을 슬쩍본다.

 

최치훈 : (감정없이) 왜?

조영재 : 의사가 헛소리 하고 아주 난리다. 미치겠다.

최치훈 : 좀 있다 갈게.

 

조영재가 뜻없이 이재규를 슬쩍 보고는 나간다.

이재규가 ‘나와도 된다’고 양강모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양강모 : (탁자밑에서 나온다) ...내가 언제든 저놈 손에 죽지 싶다.

이재규 : 어떡할거야?

양강모 : (복도를 살피면서) 별수 있냐? 죽이겠다고 덤비는데, 같은 각오로 나가야지.

최치훈 : 방법이 있어.

양강모 : (최치훈을 본다)...

최치훈 : 네가 진짜 범인이든 아니든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방법.

 

양강모와 이재규가 최치훈을 본다.

 

 

S#41. 식당 (밤)

 

윤수가 냉동칸의 얼음을 꺼내 커다란 통에 담는다. 조영재가 망을 본다.

 

 

S#42. 북관앞 (밤)

 

조영재와 윤수가 긴 막대기로 처마에 달린 고드름을 훑는다. 고드름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윤수가 고드름을 주워 통에 담는다. 손이 시려워서 가끔 무릎 뒤에 넣고 녹이면서...

 

 

S#43. 양호실 (밤)

 

조영재가 얼음과 고드름이 든 양동이를 건네자 박무열이 욕조속에 쏟아붓는다.

최치훈과 이재규가 들어온다. 박무열의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박무열 : (그 역시 겁이 난다. 남자를 보며) 들어서 욕조에 넣는 거야.

조영재 : (놀란다) 미쳤냐? 심장마비 걸리면?

이재규 : (동시에) 위험해.

박무열 : 전에 아버지한테 들은 적 있어. 해열제를 못 먹는 상황에서 그렇게 했다고...

조영재 : 니네 아빤 의사니까...

박무열 : (자기 결정에 확신이 없는 터라서 그 역시 불안하다. 그래서 화가 난다) 그럼 어떡하면 되는데? 그냥 두 손 놓고 기다려?

 

아이들, 입을 다문다. 어쨌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남자는 이제 숨쉬는 것마저 희미하다.

 

최치훈 : (소매를 걷으면서) 할거면 빨리 하자.

 

남자 아이들이 침대를 에워싼다. 박무열이 ‘하나둘, 셋’을 외치자 남자의 몸이 침대 시트채 들린다.

아이들이 남자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욕조안에 남자를 넣고, 박무열이 심장쪽을 맛사지한다.

 

박무열 : (누구에게랄 것도 업이) 3분되면 알려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시계로 향한다.

박무열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남자의 가슴을 문지른다. 남자는 떨지도 않는다. 그저 축 늘어져 있을 뿐이다.

은성이는 그 사이 새 시트를 깔고, 수건을 잔뜩 준비해 놓는다.

이재규가 시계를 본다. 시계가 참 더디게 간다.

 

 

S#44. 어딘가 (밤)

 

어딘가에 있는 양강모, 눈을 내리깐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이재규) : 3분!!

 

 

S#45. 양호실 (밤)

 

남자 아이들이 시트채 남자를 끄집어내 침대로 옮긴다. 모두 물에 젖는다.

박무열이 은성이에게 수건을 받아 남자의 몸을 닦기 시작한다. 이재규, 최치훈, 윤수도 박무열을 따라한다.

조영재는 이 상황에 책임지고 싶지 않다. 조금 떨어져서 그들을 지켜본다.

남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다.

엉망이 된 바닥. 젖은 수건들, 물에 젖은 아이들.

아이들이 지쳐 물러서는데도 박무열은 마치 기도하는 심정으로 남자의 몸을 수건으로 맛사지한다. 박무열은 필사적이다.

그런 박무열을 은성이가 조금은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팔을 잡는다. 박무열이 그제서야 멈춘다.

유은성이 남자의 귀에 체온계를 꽂는다.

그 짧은 순간, 남자는 여전히 의식이 없고, 아이들은 긴장 때문에 숨을 헐떡이고, 아이들의 옷소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삑삑소리. 유은성이 체온계를 뺀다. 온도를 확인하고 박무열을 본다.

 

조영재 : (체온계를 확인하고) 41.5도. 뭐야 더 올랐잖아?

박무열 : (숨소리마저 희미한 남자를 바라본다. 자신의 방법이 틀린걸까?)...

조영재 : (불안하다) 잘난척은 혼자 다하면서 쓸데 없는 짓만 하고...

박무열 : (폭발한다)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

조영재 : (마주 소리친다) 어떻게? 어떻게 책임질건데? (비아냥댄다) 네말 들어서 된게 뭐가 있냐?

            양찍사만 해도 진작에 잡았으면 이고생 안하잖아.

 

박무열이 주먹을 움켜쥔다. 그때,

 

최치훈 : (그때야 생각났다는 듯 평소 목소리로) 아. 양강모 찾았어.

 

모두의 시선이 최치훈에게 쏠린다.

 

 

S#46. 징계방 관찰실-징계방 (밤)

 

발소리가 선행한다. 조영재. 윤수. 박무열이 들어온다.

징계방안, 침대위에 걸터 앉은 양강모가 고개를 든다.

조영재가 양강모를 확인하고 ‘스읍’하고 위험적으로 숨을 들이쉰다. 조영재가 쇠파이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조영재 : 어떻게 된 거야? 자수한거냐? 양찍사.

양강모 : 미친개 피하는 게 자수냐?

조영재 : (감탄한다) 어얼!!

양강모 : 솔직히 말해서, 우리 일곱명중에 살인범이 있다면, 그건 너 아냐? 네가 범죄유형에 제일 가깝잖아.

            폭력적이고. 비열하고, 저질이고.

조영재 : (좁은 창문 안으로 방안을 구석 구석 들여다보며) 뭘 믿고 뻗대는 거야?

양강모 : (아무것도 없다는 듯 빈 손을 들어 보인다) 생물은 진화한다고? 개소리... 마녀사냥꾼하고 너하고 다른 게 뭐냐?

 

조영재가 욱해서 징계방 문을 민다.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징계방. 징계방 문 안쪽에 스톱퍼가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양강모는 갇힌 것과 동시에 안전하다.

양강모가 당황한 조영재를 보면서 깔깔 웃는다.

-징계방 관찰실 조영재가 쇠파이프로 유리창을 후려친다. 그러나 보안 유리는 둔중하게 흔들릴뿐 깨지지 않는다.

양강모의 웃음소리가 더 커진다.

조영재가 양강모를 노려보다가 밖으로 나가버린다.

 

박무열 : (어쩐지 허탈하다) 최치훈... 생각이냐?

양강모 : (웃음을 멈추고 박무열을 똑바로 본다) 박무열! 너한테는 정말 실망했다.

박무열 : (패배감을 느낀다)....

 

박무열과 양강모가 서로를 노려본다. 박무열이 먼저 시선을 외면한다.

 

 

S#47. 양호실 (밤)

 

최치훈과 이재규가 양호실을 치우고 있다.

 

조영재 : (들어오며서) 최치훈! 너 뭐야?

최치훈 : ...?

조영재 : 그 자식을 가둔 거야. 보호한거야?

최치훈 : 네가 생각한 범인은 갇혔어. 넌 안전해. 그럼 된 거 아냐?

조영재 : 뭐?

최치훈 : 뭐가 불만인데? 양강모 머리를 한방 까주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서 그래?

 

조영재 할말이 없어서 화가 난다. 쇠파이프로 벽을 ‘깡’소리가 나게 때리고 나가버린다.

조영재와 엇갈려 박무열이 들어온다.

최치훈과 이재규가 젖은 수건을 들고 나가는 동안 박무열은 의자에 앉아 자기 손을 바라보고 있다.

이재규가 슬쩍 박무열을 본다.

 

 

S#48. 조영재의 방 (밤)

 

조영재가 쇠파이프를 벽에 기대놓고 젖은 옷을 갈아입는데, 쇠파이프가 쓰러진다.

조영재, 좀전까지 쇠파이프를 쥐고 있던 오른손을 바라본다. 광기가 지나간 후의 허탈함과 두려움이 몰려온다.

 

 

S#49. 이재규의 방 (밤)

 

이재규가 들어와 책상앞에 앉는다. 책상서랍을 열고, 서랍바닥을 들어올린다. 그 안에서 김진수의 일기장이 나온다.

이재규가 일기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S#50. 학교전경 (밤)

 

산속, 눈과 어둠에 갇힌 학교. 완벽한 어둠속 학교에서 나오는 불빛은 거짓말 같다.

 

 

S#51. 양호실 (밤)

 

아까와 똑같은 자세, 의자에 앉아 자기 두손을 내려다보고 있던 박무열이 문소리에 고개를 든다. 이재규가 들어온다.

 

이재규 : 옷 갈아입어.

박무열 : 응.... (그러나 여전히 자기 손을 바라본다)

이재규 : 감기 걸려.

박무열 : (뜬금없이) 난 내가... 좀더 괜찮은 놈인줄 알았다.

이재규 : ...

박무열 : (일어난다)...

 

 

S#52. 동관로비 (밤)

 

북관에서 박무열이 건너온다.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지하로 내려간다.

 

 

S#53. 징계방 (밤)

 

침대에 누워있던 양강모가 문소리에 고개를 든다. 박무열이 들어온다.

양강모, 할말 있으면 하라는 듯 쳐다본다.

박무열. 잠깐 서 있다가 그냥 나가려한다.

 

양강모 : 박무열!

박무열 : ...?

양강모 : 부탁 좀 하자.

박무열 : ...?

양강모 : 내가 찍은 사진...은성이한테 보여줘.

박무열 : 봤어. 너도 그 자리 있었잖아.

양강모 : 그렇게 말고, 제대로...선입견 갖지 말고...

박무열 : ...

양강모 :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걸로 날 사냥한 죄, 퉁 쳐줄 테니까.

 

박무열이 양강모를 응시한다. 양강모의 의도를 모르겠다.

 

 

S#54. 유은성의 방 (밤)

 

은성이 갈아입은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으려는데 뭔가 떨어진다. 박무열이 건네준 칼이다.

유은성이 칼을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인터폰이 울린다. 유은성이 호출 버튼을 누른다.

 

(박무열) : 나야.

 

 

S#55. 서관 로비 (밤)

 

유은성이 문을 열어주자 남관에서 박무열이 건너온다.

 

유은성 : 이 시간에 여학생 기숙사... 벌점이 몇 갠 줄 알아?

박무열 : (씁쓸하다) 지금까지 벌점 모으면 그대로 퇴학일텐데....

유은성 : (박무열의 기죽은 모습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런 것 신경쓰지 않을려고 한다) 왜?

박무열 : (앨범을 내민다) 이거...

유은성 : (날카로워진다) ...?

박무열 : 한번만 봐줘.

유은성 : 봤잖아.

박무열 : 제대로 봐줘.

유은성 : (박무열의 의도를 모르겠다, 그를 노려본다)...

박무열 : 부탁이야.

 

유은성이 앨범을 채간다. 소파에 앉아 앨범을 넘긴다. 거의 노려보는 수준이다.

그동안 박무열은 창가로 간다. 창밖의 어둠을 바라본다.

 

 

S#56. 서관밖 (밤)

 

박무열이 바라보는 어둠. 어둠 역시 박무열을 바라본다.

 

 

S#57. 서관로비 (밤)

 

‘흑’ 흐느끼는 소리. 박무열이 돌아본다. 유은성은 고개를 숙인채 그저 앨범을 넘긴다. ‘잘못 들은 걸까?’

1학년때의 사진들. 사진속 은성이는 웃고 있어도. 화를 내도. 무표정이어도 빛이 난다.

후두둑, 앨범 비닐 위에 눈물이 떨어진다. 고개를 숙인 은성이 등이 출렁인다.

 

박무열 : (놀랐다) 유은성!

 

은성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트린다. 참을려고 해도 눈물이 자꾸만 쏟아진다.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끝내 소리내 운다.

 

박무열 : (어쩔줄 모른다) .... 미안해. 그만 봐, 내가 잘못했어.

 

박무열이 앨범을 뺏으려고 하자, 은성이가 뺏기지 않을려고 힘을 준다.

 

박무열 : 유은성!?

 

 

S#58. 징계방 (밤)

 

양강모가 옆으로 누워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S#59. 서관로비 (밤)

 

은성이가 심호흡을 한다.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운 뒤라서 코끝이 빨갛다.

복도끝. 박무열이 정수기에서 물을 떠온다.

 

박무열 : (물을 건네며) 괜찮아?

유은성 : (고개를 끄덕인다)...

박무열 : 울 정도로 기분 나빴어?

유은성 : (감정을 터트린뒤라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아니....그냥 이때는 행복했구나 싶어서...아무것도 모르고 잘도 웃었구나...

            다시는 이렇게 못 웃겠지 싶어서. (눈물이 다시 고인다)...

박무열 : (은성이를 본다)...

유은성 : (일어난다.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고맙다고. (박무열을 본다) 양강모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유은성이 들어가고 박무열은 테이블에 놓인 앨범을 바라본다.

 

 

S#60. 양호실 (밤)

 

남자가 땀을 흘리고 있다. 이재규가 남자의 땀을 닦는다. 남자는 더 나빠진 걸까?

박무열이 들어온다.

 

이재규 : 어떡하지? 땀이 장난 아니야.

박무열 : (체온계를 남자의 귀에 꽂으며) 열이 날 때 땀이 나는 건 좋은 거야.

 

그러고보면 남자의 숨소리가 안정적이다.

삑삑소리...39.5도, 해냈다!! 박무열과 이재규가 하이파이브를 한다.

 

 

S#61. 텐트 (밤)

 

휴대용 불빛이 켜져 있다.

침낭을 펼쳐 요처럼 깔고, 강미르와 여자 두 사람이 누워있다. 거의 얼굴이 맞 다을 정도다.

여자의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강미르는 잠이 오지 않는다. 잠든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의 긴 속눈썹, 붉은 입술.

강미르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여자의 모자에 달린 깃털이 파르르 떨린다. 강미르가 얼른 입을 가린다. (f.o)

 

 

S#62. 학교 전경 (아침)

 

길고 긴 밤이 지났다. 해가 떠오른다.

 

 

S#63. 조영재의 방 (아침)

 

자고 있는 조영재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져있다. 애처로울 정도다.

 

조영재 : (웅얼 웅얼 잠꼬대한다) 그게 아니라...엄마 엄마. 내가 아니야. 엄마...

 

조영재가 자기 소리에 눈을 뜬다. (*소리지르며 깨어나는게 아닙니다. 그냥 문득 눈을 뜨는 겁니다)

여기가 어딜까? 한참 동안 정신이 들지 않는다. 잠시후 자기방인걸 알고 안도한다.

 

 

S#64. 양호실 (아침)

 

이재규가 노트북으로 cc카메라를 보고 있다. 29일 새벽 03시 16분 북관 로비화면이다. 실제로는 북관 로비를 찍은거지만.

유리창 너머 중앙 정원의 모습이 일부분 보인다. 선생님이 지나가고, 곧 이어 누군가의 뒷모습이 얼핏 보인다.

이재규가 좀더 가까이 화면을 응시한다. 그러나 어둡고, 흑백인데다가 유리창 밖이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도 카메라 밖으로 나갔다가 갑자기 두명이 한덩어리가 되어 들어오더니 누군가의 발이 공중에서부터 떨어진다.

 

이재규 : (손으로 발의 동선을 그려보며 혼잣말하는) 엎어매치기?

 

떨어진 발 위로 선생님이 덮치듯 다가갔다가 그대로 쓰러진다. 밑에서 누가 민 것처럼 선생님이 옆으로 굴른다.

화면안으로 들어온 선생님의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S#65. 중앙정원 (밤)

 

앞씬과 같이 선생님의 팔이 떨어져 있다. 카메라 조금 옆을 보면, 눈속에 묻힌 선생님의 시체!!

 

 

S#66. 양호실 (아침)

 

이재규가 밑에서 찌르고 옆으로 밀어내는 걸 재연해본다.

그때 긴 한숨과 함께 남자가 깨어난다. 남자가 일어나 앉는다. 심하게 아팠다가 나은 사람 특유의 투명한 느낌이 난다.

 

이재규 : (노트북을 접으며) 괜찮으세요?

남자 : (웃는다) 응. 힘은 하나도 없는데 기분은 아주 좋아.

이재규 : 와, 어젠 진짜.... 먹을 것 좀 가져올게요.

남자 : (밖으로 나가는 이재규를 바라본다)...

 

 

S#67. 식당 (아침)

 

박무열이 죽을 끓이고 있다. 식당 아줌마가 두고 간 레시피를 가끔 확인한다.

죽은 거의 완성단계다. 토스터에서 빵이 튀어 오른다.

이재규가 들어온다.

 

이재규 : 의사아저씨 일어났어.

박무열 : 죽도 거의 다 됐어.

이재규 : (박무열에게서 주걱을 받아 죽을 저으며) 선생님 말이야, 밑에서 찔렸나봐.

박무열 :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며 이재규를 본다)...

이재규 : 범인 옷에 피가 묻었을지도 몰라.

 

 

S#68. 징계방 (아침)

 

징계방의 양강모가 토스트를 먹는다. 박무열이 양강모의 옷소매를 쳐다본다. 깨끗하다.

 

양강모 : (농담하는) 어젯밤엔 누구 죽은 사람 없어?

박무열 : 좋아. 네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어. 원한다면 문 열어줄게.

양강모 : 아니 됐어. 노땡큐!

 

박무열이 수납창을 통해 앨범을 안으로 밀어 넣는다.

 

박무열 : 이거 돌려 줄게.... (망설이다가) 고맙대....

양강모 : ...?

박무열 : 은성이가 그렇게 전해달래.

양강모 : (실실대던 양강모의 얼굴이 진지해진다)...

박무열 : 그거 나도 다시 봤거든.

양강모 : (토스트를 먹으며 박무열을 본다) ...?

박무열 : 사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느낌이 .... 굉장히 좋아하고 있구나. 사진을 찍은 사람이 사진 속 인물을...

양강모 : ...

박무열 : 왜 고백 안 했냐?

양강모 : ...?

박무열 : 1년 넘게 지켜봤으면서...고백할 타이밍이 있었을 거 아냐?

양강모 : ...

박무열 : 나랑 헤어지고, 몇 명 대시한 것 같던데...

양강모 : (말없이 앨범을 펼친다) 은성이는 언제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좋은 사진이 나와, 화를 내도, 짜증 내도. 무표정일 때도,

 

 

S#69. 서관 로비 (아침)

 

은성이가 내려온다. 안보려고 하지만. 자꾸만 중앙정원이 신경 쓰인다.

 

(양강모) : 그냥 그 순간을 즐겨서일거야. 슬프면 슬픈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S#70. 징계방 (아침)

 

양강모 : 나처럼 늘 뭔가를 의식하는게 아니라...

박무열 : ...

양강모 : (어떤 사진을 가리킨다)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야.

 

사진속 은성이가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다.

양강모가 포켓에서 사진을 꺼낸다. 사진 뒤에 또 하나의 사진이 숨어 있다.

그 사진 속에는, 같은 날, 같은 시간의 은성이가 있다. 다만 활짝 웃고 있는 은성이 옆에 박무열이 있다.

즉 은성이는 박무열을 보며 웃는 것이다. 박무열은 하늘을 보느라 눈을 가늘게 뜬 옆모습이다.

 

양강모 : 은성이한테 왜 고백 안했냐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은성이는 너랑 같이 있는 은성이였으니까.....

 

 

S#71. 북관 복도 (아침)

 

죽그릇을 든 이재규가 양호실로 가다가 최치훈과 마주친다. 최치훈이 죽그릇을 흘깃 본다.

 

최치훈 : 의사는?

이재규 : 35도. 구조탄은 다 만들었어?

최치훈 : 어...좀 있다 해볼 거야.

 

 

S#72. 동관 로비 (아침)

 

계단에서 올라온 박무열이 북관으로 가려다가 중앙정원에 서 있는 유은성을 본다.

유은성은 조금씩 선생님에게 다가가고 있다.

 

 

S#73. 중앙정원 (아침)

 

유은성이 선생님을 보고 있다. 겁에 질려 인상을 쓰면서도 계속해서...

 

(박무열) : 유은성!!

유은성 : (돌아본다)...

박무열 : (다가간다) 뭐해?

유은성 : 왜 빼놨을까?

박무열 : ...?

유은성 : 칼 말이야. (찌르는 시늉한다) 보통 찌르고 나서 그냥 두잖아. 영화 같은데서 보면.

            칼을 빼내는 건 흉기를 숨기고 싶어서야. 근데 왜 빼서 옆에 놨을까?

박무열 : (선생님을 본다)...

 

 

S#74. 양호실 (아침)

 

이재규가 들어왔을 때. 남자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노력중이다. 왼쪽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이재규가 죽그릇을 적당한데 놓고 도와준다.

이재규가 남자의 옷을 내려주다가 오른쪽 어깨부터 등쪽으로 난 피멍을 본다. 이렇게 심한 상처가 있는 줄은 몰랐다.

이재규가 인상 쓰는 걸 보고...

 

남자 : 그렇게 심해?

이재규 : (긍정한다) 예 좀...

 

남자가 억지로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려하지만 안된다. 이재규가 팔 보호대를 찾아 걸어준다.

 

이재규 : ... 좀 있으면 외부와 연락이 될 테니까 좀만 참으세요.

남자 :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선 끊어졌다면서...?

이재규 : (죽그릇을 남자앞에 놓아주며) 구조탄이란걸 만들었거든요.

남자 :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 맛있는 냄새!!

 

 

S#75. 식당 (아침)

 

최치훈이 빵을 먹으면서 서랍을 뒤지고 있다. 성냥이 보인다. 그러나 성냥개비가 없다.

다시 뒤지다가 벽에 걸린 식당에서 쓰는 점화용 기구를 발견한다. 눌러보니 불이 들어온다.

라디오에선 ‘춘천 여고생 살인사건이 연쇄 살인사건의 하나로 최종 확인됐으며, 범인은 아직 도주중’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S#76. 양호실 (아침)

 

이재규가 양호실에서 나가고 남자는 계속 죽을 먹는다.

죽 그릇을 모두 비운 뒤에 남자가 소파에서 일어난다. 앓고 난 뒤라 조금 어지럽다.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 수납장을 열고 수건뒤에서 뭔가를 꺼낸다. cut to

 

 

S#77. 복도 (아침)

 

이재규가 걸어온다.

 

(인서트) 남자의 등에 난 피멍자국.

 

이재규가 갸우뚱한다.

 

(인서트) 강미르가 보여주던 어깨의 멍자국.

 

(강미르) : 보자마자 엎어매치더니 여기로 배달됐어.

 

-이재규가 식당문을 열다가 멈춰선다. 이재규가 왔던 길을 뒤돌아간다. 나중엔 뛰기 시작한다.

 

 

S#78. 북관 복도 (아침)

 

왼팔을 보호대에 고정시킨채 남자가 양호실에서 나온다. 천천히 벽을 잡고 걷다가 어지러운듯 벽을 잡고 기대선다.

쇠파이프를 든 조영재가 사방을 경계하며 오다가, 잠깐 쉬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조영재 : 괜찮아요? 어젯밤에 죽는 줄 알았잖아요.

남자 : (희미하게 웃는다) 나도 죽는 줄 알았어.

조영재 : 열이 41.5도까지 갔거든요. 41도만 넘어도 뇌가 고장난다는대....

            아저씬 운이 억세게 좋은가 봐요. 교통사고 났는데도 멀쩡하고.

남자 : 응. 내가 생각해도 그런 거 같아.

조영재 : 어디 가세요?

남자 : 아...그냥 운동 삼아...

조영재 : (스쳐 지나가면서) 무리하지 마세요. 다시 아프면 곤란하니까...

 

남자가 동관으로 넘어간다.

 

 

S#79. 중앙정원 (아침)

 

유은성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지켜본다.

박무열이 선생님 배위의 눈을 치우고 옷을 위로 올린다. 피가 얼어서 딱닥해진 옷이 꺽어지면서 올라간다.

박무열이 숨을 몰아쉰다. 엔딩음악이 시작된다.

 

(이재규)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S#80. 동관 계단 (아침)

 

남자가 계단을 올라간다.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진다.

남자가 난간을 잡고 잠시 쉰 뒤.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재규) : 어째서 모든 우연이 정해진 것처럼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갔는가를...

               그리하여 이 일을 맨처음 시작한 사람마저도 통제할수 없게 되버렸는지를..

 

 

S#81. 양호실 (아침)

 

조영재가 들어온다. 노트북을 가져가려는데 마우스가 떨어진다. 마우스를 집으려는데, 침대 밑에 뭔가가 있다. 뭘까?

조영재가 침대 밑에서 옷을 꺼낸다. 하얀 와이셔츠. 소매에 묻은 검붉은 피!!

 

(이재규) : 두개의 거울을 마주 세웠기 때문이다.

 

 

S#82. 계단-옥상 입구 (아침)

 

남자가 땀을 흘린다. 아직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만큼 체력이 회복된 게 아니다.

숨을 고르며 위를 올려다본다. 멀리, 열린 옥상 문이 보인다.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처럼...

 

(이재규) : 어둠은 어둠을 비춰 또다른 어둠을 만들어내고 마주선 거울에선 괴물이 튀어나온다.

 

 

S#83. 중앙정원 (아침)

 

박무열이 선생님 배의 상처를 확인한다. 이건 칼에 찔린 자국이 아니다.

그순간, 선생님 배위에 그림자가 생긴다. 박무열이 뒤를 돌아본다. 유은성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재규) : 그리하여 통제되지 않는 전혀 다른 어둠이 생긴 것이다.

박무열 : 칼 자국이 아니야.

유은성 : 그럼?

 

 

S#84. 동관 옥상 (아침)

 

눈위에 여섯 개쯤 신호탄이 꽃혀있다. 최치훈이 ‘점화기’를 들고 하늘을 본다. 좋은 날씨다.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린다. 최치훈이 점화기에 버튼을 누르자 파란 불꽃이 생겨난다.

점화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남자) : 그거 내려놔!

 

최치훈이 고개를 든다. 총이 먼저 보인다. 남자가 숨을 헐떡이면서 옥상 문 앞에 서 있다.

헬기 소리가 점점 커지고, 하늘 한쪽에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훈은 한손에 불이 켜진 점화기를, 한손엔 구조신호탄을 들고 있다.

 

남자 : (총을 똑바로 겨누면서) 보다시피 지금 내 체력이 엉망이야. 몸이 힘드니까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어.

         한번만 더 얘기할거야. 그거 내려놔!!

 

최치훈이 점화기 버튼에서 손을 뗀다. 불꽃이 사라진다.

그 순간 그들 머리 위,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이재규) : 그것은 도플갱어! 얼굴을 마주치면 죽고 만다는 또 다른 나를 만난 것이다.

 

음악이 뚝 끊긴다.

 

 

S#85. 산길 (아침)

 

텐트안에서 여자와 강미르가 나온다. 저멀리 그들 앞을 막고 선 거대한 눈더미. 그리고 산길 아래 국도를 여자가 잠시 쳐다본다.

 

강미르 : (학교쪽을 요란하게 가리키며) 자, 그럼 따뜻한 목욕물과 커피가 기다리는 파라다이스로!!

 

여자가 활짝 웃으며 강미르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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