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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결대본

[SBS][시티홀]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6.29|조회수1,728 목록 댓글 0

[시티홀] 01

 

 

 

 

 

 

 

 

 

 

S#1. 무진시 전경. 낮.

 

초록빛 싹들이 움튼 밭과 꽃을 피운 나뭇가지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3월의 봄 풍경 사이로 정장차림의 한 남자, 천천히 걷고 있다. 조국이다.

그 위로 안내방송 얹힌다.

 

이장 E : 아. 아. 알쿼드래요. 잠시 후, 6시부터 마을회관에서 이장선거가 있을 예정이오니 천강리 주민께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시기 바라것습니다. 싸게 지녁 해 묵고 시간 꼭 맞차가 나옵시데이. 다시 한번 말씀드리것습니다....

 

 

S#2. 천강리 마을회관 앞. 낮.

 

벽시계 6시 땡. 양복 빼입은 이장 후보들, 청년회장 안내 받으며 마을회관 문 여는데, 헉!! 텅 비다시피 한...

김치전 부치던 동네 아낙 셋과 전 먹던 여자, 놀라 본다. 미래다.

그 위로 <모든 정치는 다수의 무관심에 기초하고 있다. - 제임스 레스턴> 자막 뜬다.

 

이장 : 이 뭐꼬. 이래가 선거가 되것나. 뭐하노. 퍼뜩 방송 둬 번 더 해라마.

 

 

S#3. 어느 텃밭. 낮.

 

밭이랑 매고 있는 동네 아낙들. 그 위로 안내방송 흐른다. 그런 텃밭 옆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조국 보이고...

 

청년회 E : 천강리 주민 여러분. 아따 억수로 실망입니다. 이래 참여가 저조해가꼬 일 해묵겠습니까.

               꼭 투표 안한 사람들이 누가 되가 마을 꼴이 이 모냥이니 저 모냥이니 씨부린다 아입니까.

               민주적으로다가 퍼뜩 마을회관으로 나오이소.

아낙1 : 뭔 흥에 투표를 해. 후보래봐야 매양 민석이 아버지캉 이장님캉 니 잘났네 내 잘났네 지지고 볶더마는.

아낙2 : 방금 뭐라캤어예? 민석이 아부지요? 그 냥반 요새 젊은 년이랑 바람나서 은행에 땅 잽히가 새살림 채렸다 카던데?

           엄청시리 잘해놓고 산대요.

권자 : 그게 사실이면 얼른 가서 이장님한테 한 표 거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닉1 : 성님 말이 맞네예. 지 집구석도 단도리 못 허는 인간이 뭔 이장을 한다꼬.

아낙2 : 좋심니더. 퍼뜩 가입시더.

 

달려가는 아낙들 위로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 프랭클린 P. 애덤스> 자막 뜨고...

 

 

S#4. 천강리 마을 회관. 밤.

 

제법 모인 사람들. 한쪽에선 김치전 지지고 볶고 사랑방 분위기고 단상에선 후보자들 연설 한창이고

꼬맹이들 과자봉지 들고 뛰어다니고 청년회들 조용히 시키랴 진행 하랴 난리고... 두 후보의 연설 끝나자

 

청년회장 : 자자. 주목! 거 쫌 그만 좀 묵고 여 좀 보소.

미래 : (컥! 찔려서 보면)

청년회장 : 지금꺼정 두 후보 연설 잘 들었지요? 그럼 인자부터 누가 우리 마을을 이끌어갈지

               민주주의로다가 거수로 정하것습니다.

미래 : (어라?) 저, 저기요. 선거는 원래, 보통 평등 직접 비밀로,

청년회 : 누가 몰라서 안합니까. 여 종이가 어딨어요. 펜도 없고.

노인 : 뭔 종이고. 걍 손들고 해라마. 귀찮구로- 쯔.

미래 : (쫌 무안한...)

청년회 : 자자 그럼, 내는 때려죽여도 1번 후보다, 카는 분들은 손 번쩍 들어보이소.

 

사람들 손들고. 청년회장 숫자 세고 그 위로

<현대는 초민주주의 시대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우려할만한 사실이다. - 오르데카> 자막 뜨고...

 

청년회 : 자 그럼, 1번이 뭔 소리고 2번이 백배 훌륭허다, 손 들어보이소.

 

손들고 숫자 세고.

미래 살금 돌아앉아 전 먹고.

 

청년회 : 보자... (숫자 암산으로 더하더니...) 이 뭐꼬. (신경질) 손 안든 사람 누군교. 한 명 있으요.

            내 깜빡 허고 손 안 들었다, 손들어 보소.

사람들 : (웅성... 누구냐. 얼른 들어라... 하는데)

권자 : 니 손들었나? 가쓰나 니 안 들었재! (E) 여깄어예. 야가 안 들었심더.

미래 : (헉!!!)

 

사람들 시선 모두 미래에게 쏠린... 당황스런 미래의 얼굴 위로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를 위해 예비 되어 있다. - 단테> 자막 뜨고.

미래, 아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사람들 보는데....

 

청년회장 : 몇 번인교. 1번이면 동점이고 2번이면 당선이네? 아따 중요하네.

미래 : (난감하고...)

민석父 : (헛기침) 험... 미래 니도 알지마는... 작년 가알게 느그집 고구마 캘 때 그때 허리가 삐끗하디만...

            요새도 한번씩 아프고 글타.

미래 : (!!)

이장님 : 생색 내자치믄.. 석달 열흘 안 모지라것냐만은.. 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여.

미래 : (역시...)

이장님 : 다만 뭐시냐... 너 시청 드갈즉에 연대보증 서 준 거 있쟈?

            요새도 그것만 생각하믄 뭐... 자다가도 자랑시럽고.. 좋고... 그랴.

미래 : (컥!!)

사람들 : (호기심 가득한 시선 미래에게 쏠려있고... )

미래NA :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정치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까....

 

 

S#5. <회상> 들길. 낮.

 

어린 미래, 엄마 아빠 손잡고 환한 햇살 속 들길 걷고 있다. 엄마 아빠는 목소리만.

 

엄마E : 우리 미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지?

아빠E : 아빠가 좋지?

어린 미래 : (이런 젠장.... 걸음 멈추고 엄마 아빠 번갈아 보다...) 꼭 정해야 해? 엄만 밥해주고 아빤 밥줄인데?

 

미래 손 한 쪽씩 잡고 앞뒤로 흔들던 엄마 아빠의 손 허공에서 멈칫!! 하는.

 

 

S#6. <회상> 무진시청 시장부속실. 낮.

 

갓 입사한 미래 책상 정리하고 있고 맹해라 옷 입으며

 

해라 :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로 하죠.

미래 : (모니터 살짝 돌리며) 칼칼하고 좋죠.

실장 E : 안 질려? 된장찌개 어때.

미래 : (언제 그랬냐는 듯) 된장찌개 어떠세요?

해라 : (이런 씨!)

부실 : (시장실에서 나오며) 날도 꾸물한데 칼국수나 먹을까?

실장 : (동시에) 아, 저희도 방금 칼국수 얘기하던 참인데, 가시죠 시장님.

해라 : (동시에) 칼국수 좋아요. (나가며 E) 나 칼국수 진짜 좋아하는 거 알죠.

미래 : (동시에) 칼국수래 어뜩해. (나가며 E) 전 칼국수집 차릴 뻔 했잖아요. 너무 좋아해서.

 

텅 빈 부속실 미래 모니터 보면 먹음직스런 돈가스 사진으로 가득하고...

 

 

S#7. 천강리 마을회관. 밤.

 

텅 빈 마을 회관... 미래, 접시랑, 과자봉지 치우는. 그러다 멀쩡한 과자 발견하고 “아싸리!”.

그러다, 손 놓고 화이트보드 보면, 1번 24표 2번 25표 기권 1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인.

그 위로 <기권은 중립이 아니다. 암묵적 동조다 - 무명씨> 자막 뜨고...

열린 문으로 그 모습 무심히 보고 있는 누군가... 조국이다...

 

 

S#8. 무진(霧晉)시청 전경. 다른 날 낮.

 

국장 삼총사 뭔가 떠들며 걸어가는... 그 옆으로 자전거 타고 들어가며 “안녕 하세요” 하는 미래도 보이고...

 

미래 NA : 반민주적이고 비정치적인 내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김치찌개냐 된장찌개냐의 선택은 늘 너무 어렵다...

 

 

S#9. 무진시의회 본회의장 일각. 낮.

 

보글보글 끓고 있는 예쁜 주전자... 죽 늘어져 있는 종이컵에 일사분란하게 담기는 커피, 설탕, 프림. 혹은 홍자와 녹차.

마시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정확하게 양을 맞추는 누군가의 손, 미래다.

 

미래 NA : 특히나 무진시청의 숨겨진 재원인 나로서는...

 

 

S#10. 무진시의회 본회의장. 낮.

 

미래 쟁반에 차 들고 들어오면 소란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

참고인 최부실, 승리당 의원 4명, 정화당 2명 의장은 실천주권당 강태공이다.

 

정화1 : 왜 말이 안돼요! 뭐가 말이 안 돼. 피 같은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는데! 시장 재량 사업비 전액 삭감해야 합니다.

승리2 : 그런 억지가 어딨어요! 재량 사업빈 말 그대로 지자체장 재량껏 써라, 그거 아닙니까.

미래 : (이 난리통에 차를 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난감한데.... )

정화2 E : (버럭) 그러니까 어디다 재량껏 썼냔 말입니다!

주화 : 어우~ 최의원님. 요즘 보약 드세요? 보이스 너무 우렁차시다. 누군 뭐 소리 못 질러?

         (급 버럭) 대체 재량 사업비가 어쨌다구 난리에요!

미래 : (커피 놓으려다 헉!!)

정화2 : 작년 7월에 재량사업비 2억으로 유천동 개 공원사업 추진했어요 안 했어요! 근데 무진시 애견협회장이 누굽니까.

          정마담 아닙니까. (E) 그 미모에 정마담이 제 집 드나들 듯 시장실을 드나들었다는데 정마담이 로비한 게 아니고 뭡니까.

태공 : (묵묵히 그 꼬라지들 보고 있는...)

부실 : 오햅니다. 로비가 뭔지 모르고 살아온 올곧은 반평생입니다.

미래 : (살그머니 커피 놓고 빠지는)

정화1 E : 그래요? 그럼 작년 복날, 청풍산 모처에서 정마담과 은밀히 백숙을 뜯었다던데, 그건 어떻게 해명하실 겁니까.

              정마담한테 닭다리 받았어요 안 받았어요.

부실 : 닭다리가 뭔지 모르고 살아온 올곧은 반평생입니다. 개 공원은 무진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미래 : (또 살그머니 커피 내려놓는데)

정화1 E : 숙원사업? 이거 지금 정마담 게이트 한번 가자는 겁니까 뭡니까!

주화 : 정마담 게이트라뇨! 이건 집행부에 대한 지나친 의혹제기고 발목잡깁니다. 이래가지고 소신 있는 시정이 되겠습니까?

정화1 : 그렇게 소신 있는 분이 3000cc 관용차로 닭다리 뜯으러 갑니까? 그 차 기름값, 누구 돈입니까! 시민들이 낸 세금 아닙니까!

부실 : 세금인 거 알아서 주차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정화2 : 주차하러 간 차가 왜 정마담 룸싸롱 앞에 서 있어요! 그 차가 무슨 키틉니까?

미래 : (쿡- 웃는데)

정화2 E : 어, 신미래씨!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래 : (웃다 놀라) 네?

정화2 : 부속실 근무하니까 알거 아닙니까. 정마담이 시장실 들락거리는 거 봤어요 못 봤어요.

미래 : (헉!!!)

주화 : 왜 다그치세요. 신미래씨, 여기 시장님도 계시니까 못 봤으면 못 봤다! 편하게 얘기해요.

정화1 : 왜 유도심문 해요! 봤으면 봤다 소신 있게 얘길 해요.

미래 : 그게... 못 볼 때도 있고....

정화2 : 못 볼 때도 있다는 건 봤다는 거 아닙니까?

미래 : 봤다는 건 아닙니다.

주화 : 봤다는 게 아님 못 봤다는 거죠? 못 본 거 확실하죠?

미래 : 확실하진 않습니다.

정화2 : 확실하지 않음 본 거지. 그럼 본 거 맞죠.

미래 : 그래서 본 건 아닙니다.

주화 : 뭔 말이야 대체! 쫌 전엔 못 봤다면서요.

미래 : 쫌 전에 못 본 건 맞습니다.

정화1 : 아 거참. 이봐요 신미래씨! 봤어요 못 봤어요! 시장실만 들어갔다 나오면 정마담 립스틱이 번졌단 소리가 있어!

미래 : 그건 오햅니다. 소리 내실 분들은 아닙니다.

일동 : (헉!! 정적..... 그때, 탕! 의사봉 소리 나자 모두 강태공 보는)

태공 : 자 그럼 의견이 모아졌다고 보고 의장 직권으로 정화당 박진감의원이 발의한 시장재량사업비 삭감 조례안을

         (의사봉 들며) 상정합니다!

 

하고 탕! 내려치려는 순간, 안 돼-! 하며 몸을 던지는 승리당 의원들...

아수라장이 되는 시의회 느린 화면으로 보여 지고....

 

 

S#11. 무진시청 시장부속실. 낮.

 

주화 : 너 미쳤지? 미쳐 돌았지! 사업비 삭감 조례 통과 됐음 어쩔 뻔했어! 어쩔 뻔했어!

미래 : (죄지은 듯 서 있는...)

주화 : 너 시청밥 몇 년 째야. (E) 칠년이면 이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때도 됐잖아.

         정화당이야 지들도 일한다 티내느라 그러는 걸 거기 그렇게 홀라당 넘어가면 어떡해!

 

부속실장과 해라 고소한 얼굴로 자리 비켜주는.

 

주화 : 니가 이러니까 칠년 째 10급이지. 내 말 틀려?

미래 : (부속실장과 해라 완전히 나가는 거 확인하고) 저기요 의원님.

주화 : 어디서 감히 말을 짤러! 내 말 아직 안 끝났잖아!

미래 : 짤린 김에 그냥 끝내시죠? 욕을 처먹어도 내가 시장님한테 처먹고 싶거든요? 그러니까 너는 좀 닥치실래요?

주화 : 뭐야? 너 지금,

미래 : 난 지금 시의회 시의원님이랑 있거든요? 근데 넌 지금 누구랑 있는데요. 친구 신미래? 아님, 칠년 째 10급 공무원 신미래?

         안에서고 밖에서고 그냥 말 깔래? 그럼 나도 편한데.

주화 : 넌 편해도 난 안 편하지. 니가 말까면 짜증나지. 내가 너랑 신분이 같니?

미래 : 다르죠. 하늘과 땅차이죠. 그러니까 너는요, 나한테 지랄할 게 아니라 아까 회의장에서 그렇게 좀 지랄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서 말 같지도 않는 정책에 지랄하라고 시민들이 새벽밥 해먹고 읍내까지 나와 너를 뽑은 거거든요!

주화 : 내가 뭘 어쨌다고 이래 얘가?

미래 : 지가 뭘 어쨌는지도 모르는 의원님을 그래도 친구라고 덥썩 찍은 이 죄 많은 손모가질 분질러 버리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늘 처 드시는 카푸치노 대령 할라니까 들어가 보세요 시장님 기다리시는데.

주화 : 야 관둬! 니가 거기에 뭐 탈 줄 알고 내가 마셔!

미래 : 타 줄 때 처 드세요. 우유 듬뿍 넣어 드릴 테니까 제발 좀 크시고. 예?

주화 : (죽어라 노려보는데...)

 

 

S#12. 무진시청 시장실. 낮.

 

집무 데스크 벽면에 ‘정직만이 희망이다’ 액자 걸려있는.

주화 분 안 풀린 얼굴로 소파에 털썩 앉는.

 

부실 : 얘기 좀 해봤어요? 뭐랍니까.

주화 : 입이 열 박스래도 할 말 없다죠 뭐. 시장님과 시의회 나아가 무진시 발전에 누를 끼친 점, 백배 사죄드린다고

         눈물, 콧물 쏙 빼드라구요.

부실 : 하여간에 입만 살아가지구.

주화 : 입이라도 살았으니 전화라도 받죠. 안 그럼 어따 써요? 의논할 거 있으시다는 건 뭐예요?

 

(시간경과)

 

주화 : 그래요? 부의원님이 직접 그러세요?

부실 : 예에. 6개월 후면 국회의원 선건데, 세상에 우리 부정한의원님이 포스터 찍을 돈이 없어 재선 출마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건 무진시로서도 엄청난 손해 아입니까. 그래서 토킹 어바웃 쫌 하자꼬 한 겁니다. 뭐 좋은 수 없을까요?

주화 : 보자... 봄도 되고 나들이 철이기도 하니까... 보도블럭 좀 교체 할까요? 산뜻하게?

부실 : 허허- 그건 그동안 많이 했잖아요. 티가 너무 나.

주화 : 그른가? 그럼 북대천에 다리 하나 놓죠. 뭐.

부실 : 어허! 민의원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북대천에 지금 다리가 몇 갭니까. 내 다리 당신 다리 거 뭐냐 도의원 그 냥반도 하나.

         거기가 지금 다리 땜에 물 구경을 못해. 다들 복개천인 줄 알어 거기가...

주화 : (감탄) 세상에. 우리가 일을 그렇게 많이 했구나. 그럼 고생한 김에 용도변경 몇 건 하면 되겠네요.

         마금동 쪽에 왜 절대 농지 많잖아요. 그거 몽땅 다 대지로 바꿔주죠 뭐.

부실 : 아, 거긴 우리 사돈댁 근처라...

주화 : 왜요. 사돈어른이 깐깐하세요?

부실 : 예. 워낙 깐깐하셔서 이미 재작년에 대지로 몽땅 다...

주화 : 으그. 어쩜 이렇게 사돈 간에 의가 좋으실까. 그럼 보자. 무슨 방법이 있나... 아! (손가락 딱!!) 미모. 미모를 이용 하세요.

부실 : 에? 미모...요?

 

 

S#13. 양품점. 다른 날 낮.

 

선화에게 드레스 골라주는 주화.

 

주화 : 드레스 너무 고급스러워도 재수 없어. 이거 괜찮다. 무심한 듯 야시시한게.

선화 : 구리게 밴댕이아가씨가 뭐야. 오렌지나 체리아가씨 같은 거 하면 안 돼?

주화 : (이런 무식한...) 1등하기 싫어?

선화 : 혹시 떨어지면 타이틀이라도 뽀대 나야지. 근데, 정말 내가 무조건 1등이야?

주화 : (대주던 드레스 확 치우며) 얘가 왜 이래? 너 나 몰라? 양지보다 음지, 앞거래 보단 뒷거래, 딱 질색인 거 정정당당!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까 넌 그냥 쫄지 말고 패만 내. (선화 옷 앞섶 확 당겨 들여다보고) 뭐 했니? 놀 때 손 좀 보지!

 

 

S#14. 무진시청 문화관광국. 낮.

 

사무실 벽에 ‘제 1회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 포스터 시안 턱! 붙는.

포스터에 문구만 쓰였고 가운데 모델사진 자리는 빈.

 

직원1 : (포스터 붙이며) 갑자기 이런건 왜 하고 난리야. 일단 포맷만 보세요.

정도 : 괜찮은 거 같은데? 모델은 아직이야?

양계장 : 오디션 보는 중입니다. 이렇게 후진 애들 밖에 없어?

 

양계장 카메라 들고 직원들과 머리 맞대고 둘러서서 무언가 열심인.

마른 애, 꼬부라진 애, 뚱뚱한 애 등등 밴댕이 일렬로 줄 세워놓고 고르는 중인.

 

양계장 : 얘 누가 뽑았어. 입 너무 튀어나왔다. 얜 왜 이렇게 각질이 심해. 탱탱하고 섹쉬한 애들로 좀 못 까냐?

정도 : 행사 예산 누가 짜고 있지?

부미 : 저요. 물미역 아가씨 더덕 아가씨 그 외 몇 개 자료 받아 봤는데 일단 합숙은 기본이고, 장소는 수련원이나 호텔이 많구요.

         행사 프로그램은 아이디어 회의 하실거죠.

정도 : 해야지. 서류접수는 언제부터지?

부미 : 월요일요.

 

 

S#15. 무진시청 복도. 다른 날 낮.

 

부미와 미래 양 쪽에서 책상 들고 옮기고 있는.

 

미래 : 부미야아- 이번 딱 한번만. 음? 딱 한번마안-

부미 : (책상 턱 내려놓으며) 아, 진짜! 밴댕인가 방댕인가 땜에 오줌 쌀 시간도 없구만. 그 놈에 딱 한번이 벌써 몇 번째야!

         접때 미영 엄마, 신신라사, 번영슈퍼,

미래 : 알지. 근데 경희랑 단둘이 사신단 말이야. 경희 겨우 여덟 살이구. 아! 민지도 여덟 살이지. 둘이 친굴지도 몰라.

         너 니 딸 친구 할머니한테 이럴 거야?

부미 : 생판 얼굴도 모르는 양반이 왜 갑자기 내 딸 친구 할머니로 둔갑하는데에-. 들어. (책상 들고 다시 옮기는)

미래 : (따라들며) 할머니네 집 앞에 도로공사를 하는데 방치된 철근에 걸려 넘어지셨대.

         그런 사곤 정황만 잘 납득시키면 보상받을 수도 있다며.

부미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년아. 나 관광국이야 민원실 아니라. 민원실에 직접 얘기 해.

미래 : 해봤지. 근데 말빨이 먹혀야 말이지.

부미 : 니가 안 먹히면 나라고 먹히냐?

미래 : 넌 먹히지. 넌 9급이구... 난 10급이잖아. 넌 동기들도 많구. 다른 직원들은 날 그냥.... 커피 타는 애로 생각한단 말이야...

부미 : (걸음 멈추고 미래 보고) 언년이 그래. 누구야 그년.

미래 : 해줄 꺼구나?

부미 : 어휴 내 팔자야. 진단서 끊고 언제 어느 도로에서 그랬는지 정확히 알아 오든가! (가는)

미래 : 어.. 그래... 근데 이건 들어야지. (두고 간 책상 낑낑 들며) 친구야. 정부미-

 

 

S#16. 무진시청 앞마당. 낮

 

옥상에서 툭- 떨어지는 대형 현수막. 왕관 쓰고 띠 두른 밴댕이, 이쁘게 웃고 있는. “제 1회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 쓰인.

그 앞에 책상 놓고 접수 받고 있는 부미와 미래. 양쪽으로 후보들 줄 길게 서 있고...

 

미래 : (신청서 보며) 봉남이 어머님? 최근에 찍은 따님 사진 없으세요?

아낙1 : 최근 사진은 안디야. 살이 엄청 뿔었어. 그놈이 젤루다 이쁘게 나온 겅께. (신청서 미래 가슴 속으로 쑥 밀어 넣으며)

           이걸루 접수혀. (가는)

미래 : (헉...) 다음 분...

정민 : 유경험자 특별혜택은 없나요? 저 전에 살던 동네서 제 7회 미더덕아가씨 본선까지 진출했었는데.

미래 : 제 8회 미더덕 아가씨에 문의 하세요. 다음 분.

부미 : (신청서 보면 송혜교 사진. 신청자 올려다보고) 본인 사진 붙이셔야죠.

후보2 : (코에 거즈 붙은) 금방 똑같아지죠. 코 했으니까 눈이랑 턱만 하면 되는데.

부미 : (어이없고) 송혜교씨가 알면 잡혀가요 이사람아. 다시 써와요. 다음 분!

선화 : (신청서 봉투 거만하게 들고) 여기가 지금 밴댕이 아가씨 접수처 맞아요? 물 왜 이렇게 구려?

         제 서륜 (옆에 여자 보며) dog랑 cow랑 섞지 마시구요 따로 구분해 주세요. (가는)

미래 : 놀구 있네. 울프 같이 생긴 게. 다음부운-

 

빠른 화면으로 수십 명의 후보들 접수 하는.

맨 마지막으로 뚱녀 책상에 서류와 신문지에 싼 고구마 올려놓는.

 

뚱녀 : 그이가 하두 나가보래서요. (신문지에 싼 찐 고구마 펼치며) 잘 부탁합니다. (가는)

부미 : 네 가세요. 어휴 끝났다. (하며 맥 빠진 듯 책상에 퍽- 엎드리는)

미래 E : 와우와우와우 (고구마 입에 가득물고 부미 툭툭) 야, 먹어봐. 끝내준다.

부미 : 너나 먹어. (순간 욱-) 주화 이 미친년은 무슨 아가씨 대회를 하라고. 너 그년 찍었지.

미래 : 어? 모, 몰라.. (괜히 신문 보는 척) 어? BB네? 이냥반 진짜 훈훈하지 않냐?

부미 : BB? 너 혹시 요즘 재취자리 알아보냐?

미래 : 이씨! 야 9급이 어떻게 빅 브라더도 몰라? 2009년 가장 영향력 있는 재야인사 1위를? 연속극만 보지 말고 뉴스도 좀 봐.

         니가 이렇게 소양이 부족하니 아줌마 소릴 듣지.

부미 : 허- 잘난 척 할 꺼 하나 찾았지 또.

미래 : (냉큼 잘난척) BB가 누구냐면 현 대통령을 제 손으로 만든 인물인데,

         국무총리 자리도 마다하고 ‘2인자가 되느니 차라리 신화가 되겠다’란 명언을 남기고

 

 

S#17. 산림욕장 산책로. 낮.

 

미래 E : 대통령 취임식 날 홀연히 정계를 은퇴, 진짜 신화가 된 냥반이야. 근사하지.

            정계에선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오로지 책과 애견 두 마리만을 곁에 둔 채 은둔 중이래.

 

조용한 두 사람의 발걸음. BB와 조국이다.

천천히 산림욕장을 걷고 있는 조국과 BB. 조국의 옆으로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 달려간다.

조국, 조심스럽게 BB의 얼굴 보면, BB 앞만 보고 걷기만 할 뿐이고...

그때 뒤에서 차 소리 들리는. BB와 조국 걸음 멈추고 돌아보면, 저만치에 관용차들 와 멎는.

멎는 순서대로 비서관들 일사분란하게 뒷좌석 문 열면, 금뱃지 단 인사들 주욱 선 채 BB 향해 정중히 인사하는.

 

조국 : (좀 놀라는데,)

BB : (아무 동요 없이 다시 뒤돌아 걸으며...) 네 도청 관할 중에 무진이라고 있더구나.

조국 : (무진을?) ...네.

BB : 어떤 곳인가.

조국 : 인구 십삼만의 작은 십니다. 이렇다 할 특색이 없습니다.

BB : 또.

조국 : (!!! 더 자세히?) 대표적인 승리당 표밭입니다. 후보자 공약보단 습관적으로 지역정당에 표를 던지는 곳이다 보니

         정치적 낙후가 경제발전도 정체시킨 표본도십니다.

BB : 딱 집 짓고 살기 좋은 곳이구나. 니가 좀 내려가야겠다. 무진으로.

조국 : (헉!!! 당황스럽고)

BB : 왜. 싫어?

조국 : (깍듯하게 숙이며) 재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BB : 왜.

조국 : 설명 드린 것 보다 더 형편없는 곳입니다. 내려가도 할 일이 없을 겁니다.

BB : 할 일 없는데 가랄까.

조국 : 정치에 관심자체가 없고 투표율도 낮아 고인 물 같은 곳입니다.

BB : 큰 인물은 원래 그런 곳에서 나야 하는 게다. 그래야 전설이 되거든.

조국 : !!!

BB : (떠 보듯) 내려가기 싫은 진짜 이유가 뭘꼬?

조국 : ....

BB : 니가 나한테 뭘 숨겨 득 볼 게 있니?

조국 : (!!!) ... 거기서.... 났습니다...

BB : 그래? (잠시 눈빛 흔들리는...) 니가 난 곳이.... 게였구나....

조국 : ......아실 줄 알았습니다.

BB : (건조한...) 어째서?

조국 : ... 죄송합니다.

BB : 내려가기 싫다는 건... 그립지 않은 고향이다... 그 말이냐?

조국 : .....

BB : 다시 물을까.

조국 : ....거길 내려가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운이라도 떼 주시면,

BB : 운이라도 떼면. 좋으면 가고 싫으면 안 갈 테냐?

조국 : !!!

BB : 어째 못 본 새 돌대가리가 됐어. (서늘) 내가 지금 네 허락을 구하는 것 같니?

조국 : !!!

 

BB 굳은 채 서 있는 조국 남겨둔 채 멀어지는....

조국, 그런 BB의 등 오래오래 보고 서 있고.... 그런 조국의 등 뒤로 한 무리의 사내들 서 있고....

 

 

S#18. 무양도청 전경. 다음날 낮.

 

차에서 내려 잠시 생각 정리하고 도청 안으로 들어가는 조국.

 

유한 E : 뭐 어딜 내려가?

 

 

S#19. 무양도청 도지사실. 낮.

 

유한의 책상 앞에 서 있는 조국.

 

유한 : 최부실이 차기 목표가 도지사 출마랜다, 시 행정 전반이 2년 후에 있을 도지사 선거에 맞춰져 있다,

         그러니 좀 내려가라고 내려가라고 할 때 자네 뭐랬어. 행정감사나 하자며.

조국 : 생각이 짧았습니다. 행정감사 해서 꼬투리 몇 개 잡아봐야 괜히 지사님 이미지만 나빠지실 겁니다.

         무진은 중앙당에서도 손 못 쓰는 승리당 표밭입니다. 호랑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한 : 호랑이? 누가 호랑이야! 최부실이 따윌 어따가 견줘. 그런 생각이면 갈 거 없어.

         중앙으로 올라는 가도 시로는 못 내려가는 사람이잖아 자네.

조국 :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유한 : 아, 아니 뭐 또 그렇게까지... 맘 잘 먹었어. 가. 가서 꼬투리가 아니라 상투를 확 틀어잡아.

         그냥 이참에 도비를 확 끊어버릴까부다. 진짜 그래나 볼까?

조국 : 아뇨. 더 주셔야죠. 청사이전 건으로 도비 신청했던데 제가 그 도비 들고 내려가겠습니다. 부시장으로.

유한 : 뭐? 부시장?

 

 

S#20. 무진시청 시장실. 다른 날 낮.

 

수화기 붙잡고 벌떡 일어나는 부실.

 

부실 :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니 지금 부시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이) 무, 물론 도비 지원해주신 건 감사하죠.

         허나, 저도 시정 책임자로서 인사계획이라는 것이 있고,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사님!

         이게 콱 그냥! 아, 끊으면 끊는다 왜 말을 못 해! (수화기 집어 던지고) 어디까지 했지?

 

보면, 부실 책상 앞에 서 있는 정도.

 

정도 : 아가씨대회 추경예산안..

부실 : 아, 그랬지. (서류 보다) 뭐야. 1억?

정도 : 다른 시 행사들도 보통 그 규몹니다. 그 외 발생하는 비용은 기업 협찬으로,

부실 : (O.L)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국장은 참 해맑아 사람이?

정도 : !!!

부실 : 누가 협찬한대요? 한다고 해도 그래. 시 행사에 자꾸 기업들 협찬 받아 좋을 거 뭐 있어요.

         (서류 던지며) 사서 고생하지 말고 추경예산 넉넉히 신청해요.

정도 : 예산에 맞춰 집행하면,

부실 : (O.L) 집행하다 모자르면. 이국장이 집 팔고 땅 팔 거야?

정도 : !!!

부실 : 우리 지금 유치원 재롱잔치 합니까? 관광국장이란 사람이 이렇게 창의력이 없으니

         공무원들이 꽉 막혔단 소릴 듣는 거 아닙니까!

정도 : 하지만 제 생각엔,

부실 : 아 거참 평소엔 꿀 먹은 벙어리다가 뭐 좀 시킬라면 말이 많나 몰라? 대행사 선정은 골 아프게 알아볼 거 없이

         (명함 주며) 여기 연락하고.

정도 : (명함 집어 들고 보면, ‘축제 전문 <잔치 컴퍼니> 대표 최비실. ...부실 보면)

부실 : 왜. 괜찮아요 거기. 잘 해.

정도 : (더 말해 뭐하나 싶고) 알겠습니다. (참담하게 돌아서는데...)

부실 : 아! 이국장이 행시 몇 기지? 혹시 동기 중에 도청에 4급 서기관 있어요?

         도지사 말로는 뭐 사시도 패스하고 행시도 패스한 젊은 놈이라는데.

정도 : (!!!) .... 조국... 말씀이십니까?

부실 : 어. 맞어. 그 놈이야. 뭐 아는 거 있어?

정도 : (!!!) 조국이 부시장으로 온다는 겁니까?

부실 : 그렇대. 부시장 인사권이야 원래 도청에 있는 거니까 뭐라 그럴 수도 없고 참. 혹시 개인적으로 아나?

         어때요. 뭐 내가 참고할 만한 거 아무거나.

 

정도, 대답 없이 부실 보는데...

 

 

S#21. 무진시청 복도. 다른 날 낮.

 

여직원 둘 서류 들고 걸으며 속닥.

 

여직원1 : 완전 잘생겼대. 키도 크고 돈도 많고 귀티가 줄줄 흐른대.

여직원2 : 승진도 완전 빠르다. 30대 후반에 부시장이면 40대 후반엔 청와대 입성 아냐?

 

 

S#22. 무양도청 사무실. 낮

 

여직원3 E : 도의원들도 입 떡 벌린 천재관료래잖아.

여직원4 E : 오바마랑도 엄청 친하대. 미국에서 취임식 초대장도 왔었대.

 

조국 화려한 초대장 봉투 여는. 보면, ‘귀하를 핫! 핫! 핫! 파티에 초대합니다. - USA 나이트. 7번 웨이터 오바마 -’

 

 

S#23. 갤러리 안. 낮.

 

‘르네상스 전’ 팜플렛 들고 어떤 그림 감상하는 듯한 곳에 집중하고 있는 조국.

 

해라 E : 예술에도 조예가 그렇게 깊대요. 그래서 별명이 ‘르네상스 맨’이래요.

 

카메라 뒤로 빠지면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 뒷모습 감상하고 있는 조국.

여자 옆으로 옮겨가면 시선 여자 따라 옮기며 오호~ 하는 표정의 조국이고...

 

 

S#24. 무진시청 시장부속실. 낮.

 

미래와 해라. 미래 복사하고 있는.

 

해라 : 어쩜 별명도 귀티가 나?

미래 : 귀티요? 더티지. 딱 들어도 단골 룸살롱 이름이구만. 그러니 마누라가 도망갔죠.

해라 : 미래씬 왜 그렇게 매사 삐딱해? 도망을 갔는지 이혼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미래 : 난 모르는 게 이상하네. 해라씨 같으면 그렇게 완벽하고 기럭지 길고 멋있어 죽겠는 르네상스 맨하구 헤어지고 싶어요?

         그것도 자식 두고?

해라 : 아뇨?

미래 : 봐요! 근데 얜 뭐야. 마누라가 갔잖아 애고 뭐고 다 버리고. 뭐겠어요? 얼굴값 한 거지.

         뭐 어쨌든, 돌싱도 싱글은 싱글이니까. 잘 해봐요. 원래 천재들이 상대의 모자람에 끌리긴 하죠.

해라 : 허- 그거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에요?

미래 : (뜨끔) 에유, 제 귀는 뭐 노나요? (일 하는 척 하다) 근데 그 맨-은 언제 온대요?

 

 

S#25. 무진시청 앞 주차장. 낮.

 

차 두 대 끽- 끽- 나란히 주차 하는. 동시에 문 열리고 각각의 차에서 내리는 두 남자, 조국과 수인이다.

조국과 수인, 시청 올려다보는데....

 

 

S#26. 무진시청 시장부속실. 낮.

 

부속실장과 마주 서 있는 조국과 수인. 시선 팽팽한...

 

부속 실장 : 시장님께선 결재 중이십니다.

조국 : (여유롭게 웃으며) 기다리겠습니다.

 

 

S#27. 무진시청 시장실. 낮.

 

부실 : (발가락 주무르며 신문 보다 문 쪽 보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흥! (팩 돌아앉아 지역신문(새무진) 와락 넘기는.....)

 

 

S#28. 무진시청 시장부속실. 낮.

 

발그레한 얼굴로 커피 내려놓은 미래. 감지 않은 머리 자꾸 신경 쓰이고...

 

미래 : 드세요.

조국 : (마시는) 맛있네요. 향도 좋고. 비결이 뭐에요?

미래 : (돌아서다) 예? 아... 전 그냥 공직에 충실했을 뿐인데... 어머 어뜨케. 입에 맞으시나보다.

조국 : (괜히 말 걸었다 싶고...) ......

미래 : 뜨거우니까 조심해서...호호 불어서... (좋아 어쩔 줄 모르다 살짝..) 리필도 돼요.

조국 : (컥... 보면)

미래 : 실장님두요. 리필 돼요.

수인 : 네에...

 

두 남자 웃음 겨우 참고....

그때 미래 핸드폰 진동 오는. 깜짝 놀라 액정 보면, “삼삼 카드사” 뜨는.

아 씨... 미래 얼른 폴더 확 열었다 닫아 끊는...

 

(시간경과)

빈 커피 잔에 조르륵 따라지는 커피...

미래 커피 따르며 눈치 보면 조국과 수인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부속실장 비웃음 흘리고...

 

수인 : (더는 못 참고) 시장님께선 아직도 결재 중이시란 거죠?

실장 : 네. 밀린 결재가 많으셔서요.

수인 : 그렇게 밀리도록 뭐 하셨어요. 미리미리 좀 챙겨 드리시지.

실장 : 뭐요?

조국 : (하지 말라는 듯 수인 팔 잡으며) 최시장님께서 낯을 가리시는 모양이다. 다시 오죠.

실장 : (혼자 말처럼) 그러시든가.

조국 : 그렇더라도 인산 드려야 예의겠죠?

 

하더니 실장 헉!! 말릴 틈도 없이 시장실 문 노크함과 동시에 벌컥 여는.

실장 헉!!

 

부실 : (반갑게) 그 자식 갔 (어? 와 동시에 헉!!! 굳는)

조국 : (살짝 미소 띠고) 그 자식 아직 안 갔습니다. (정중하게 인사) 처음 뵙겠습니다. 조국입니다. 답답하셨죠. 갇혀계시느라.

         저 가니까 이제 나오세요. 결재 끝나시면 언제든 불러 주시구요. 그럼.

 

하고 수인과 나가는 조국.

미래, 오호~ 하는 표정이고 부실 너무 놀라 입만 떡 벌리고 있고,

부속실장 “시장님 그게...” 하며 시장실로 들어가는데 와장창- 집기 부서지는 소리 들리자,

미래와 해라 늘 그랬던 듯 엠피쓰리 이어폰 끼는. 미래 아주 행복한 얼굴 되는...

 

미래 : (이어폰 빼더니) 키, 얼굴, 목소리, 매너,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죠.

해라 : (이어폰 빼고) 뭔 소리에요?

미래 : 부시자앙- 아니 어쩜 사람이 소문보다 완벽해?

해라 : 허- 언젠 얼굴값이 어쩌구래매요.

미래 : 사소한 말도 귀담아 들으시는구나. 되게 장점이다. 근데요 아까 리필 돼요, 할 때 나 좀 귀엽지 않았어요?

해라 : (헉!!)

 

 

S#29. 무진시청 복도. + 부시장실 앞. 낮.

 

조국과 수인 나란히 걷는...

 

조국 : 최시장님, 첫인상치곤 꽤 상큼하지?

수인 : 숨길게 많나 보죠. 사장의 비리를 캐려면 경리 아가씨와 친해지고 시장의 비리를 캐려면 부속실 여직원과 친해져야 하는데,

         둘 다 너무 꽝인데요?

조국 : 왜, 난 걔 괜찮던데? “리필 돼요.” 그게 보통사람이 얼마나 하기 힘든 말이야.

수인 : 머리 안 감았다에 십만 원 걸어요.

조국 : 이틀 안 감았다에 십 오만원 건다. 여기가 내 방인가?

 

 

S#30. 무진시청 부시장실. 낮.

 

파일박스 정리하는 예산. 그때 문 열고 들어오는 조국과 수인. 예산 곱지 않게 보면,

 

조국 : 죄송합니다. 계신 줄 몰랐습니다.

예산 : 남에 방에 들어오면서 계신 줄을 몰랐다?

조국 :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천천히 정리하세요. (하고 돌아서려하면)

예산 : 나도 빨리 꺼지고 싶으니 그냥 합시다. (파일 박스 가리키며) 이쪽은 조례․규칙 관련, 이쪽은 사회단체 보조금 관련, 이건,

조국 : 됐습니다. 찬찬히 보겠습니다.

예산 : (기분 상하고.. 거칠게 서류 챙기는) 이건 내 개인자료니 가져갑니다.

수인 : 가져가시는 서류가 더 궁금한데요. 왠지 특별할 거 같아서요.

예산 : (허- 이게 진짜!!!) 특별하면. 어쩔 건데.

수인 : (여유) 놓고 가실까 봐요. 챙겨 드리는 겁니다.

예산 : (수인 무섭게 보다 후- 하고 조국 보며) 이유나 좀 압시다. 내가 왜 영문도 모르고 쫓겨나야 하는 거요. 왜 온 거요 여긴.

조국 : ....저도 아직 모릅니다. 혹시 알게 되면... 또 뵙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수인 :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에 조국 보는)

예산 : 그래 그럽시다. (좀 서늘..) 또 봅시다 우리. (상자 들고 나가려다) 행시 몇 기요?

조국 : 42깁니다.

예산 : ...빠르긴 빠르네... 빠르다고 뭐 다 좋기만 하겠소? (나가는)

조국 : (나가는 뒷모습에 깍듯하게 인사하고 사무실 눈으로 훑으며) 액자는 죄다 바꿔야겠다.

수인 : (소파에 걸터앉아 빤히 보는)

조국 : 왜.

수인 : 저도 궁금해서요. 왜 오신 겁니까. 이런 촌구석에.

조국 : 들었잖아. 나도 아직 몰라. 왜 왔는지. 오긴 왔는데 뭘 해야 할지. 그렇다고 놀 순 없으니 여기저기 들쑤셔 보자.

         사고 칠 거 있음 더 좋고. 니가 바쁘겠다.

수인 : (빤히 보는)

조국 : 너한텐 미안하다. 중앙부처가 아닌 이런 촌구석으로 불러서. 후회되면 언제든 얘기해.

수인 : 맨날 저만 남자지.

조국 : (피식) 시장님은 뵀다치고, 다음은 국장들인가?

 

 

S#31. 무진시청 일각. 낮.

 

국장 삼총사 종이컵 들고 모여서 있는.

문국장 유리에 비친 자기모습에 도취되어 있고, 지국장 팔짱끼고 과묵한, 변국장 제일 어린...

 

변국장 : 진짜에요. 다음 대권 주자의 사생아란 썰이 있다니까? 미혼모 자식인 건 확실하구.

지국장 : 영화 찍냐? 왜 자꾸 뭣도 아닌 놈을 부풀려. (귀 후비며) 아, 귀 더럽혔네.

문국장 : (유리에 비춰보며 머리 이리 만지고 저리 만지며) 아니야아. 뭔가 소설틱한 데가 있긴 있어. 30대 후반에 부시장이라...

            너무 초고속이잖아.

변국장 : 그죠. 있다니까?

지국장 : 있긴 개뿔! 암튼 니들, 내 허락 없인 부시장실 올라 가지마.

변국장 : 그래도 인산 가야.....

지국장 : 왜 가 거길. 아쉬운 놈이 숙이게 돼 있어.

변국장 : 그러니까 우리가.... 아쉬운 놈..들?

지국장 : (눈 부릅뜨면)

문국장 : 그러지 말고 정마담네로 불러 한잔 하는 건 어때? 아흥~ 에이스 새로 왔대.

지국장 : 근본도 모르는 놈하고 겸상하리? 초장에 버릇 제대로 잡을 거니까 내 허락 없인 불러도 절대 가지마. 알았어?

 

 

S#32. 무진시청 사무실. 낮.

 

사무실로 들어오던 국장들 헉! 놀라는. 지국장 책상 앞에 서 있는 남자, 조국이다. 옆에 수인.

조국 천천히 돌아서면 당황하는 국장들..

국장들 등 뒤로 서류 들고 들어오던 주화, 뭐지?

 

조국 : 바쁘신 것 같아 직접 내려왔습니다. 부시장으로 새로 부임한 조국입니다.

주화 : (아하- 부시장.... 흥미롭게 보면)

변국장 : (낼름 악수 청하며) 주민생활지원국장 변덕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지국장 : (험악하게 째려보는)

변국장 : (손 얼른 놓는....)

조국 : (지국장 흘깃 보고 문국장에게 악수 청하며) 모르는 게 많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문국장 : (악수 하며) 건설교통국장 문설줍니다. 듣던 대로 미남이시네요.

조국 E : (하하 웃고) 과찬이십니다.

지국장 : (이것들이. 에이 그럼 나도 하고 손 내밀며) 기획예산국장 지방세, (하는데)

조국 : (무시하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아직 점심 전이라서요. (가버리는)

지국장 : 허- 쟤 나 피하는 거 봤지. 내 소문 벌써 들었구만.

변국장/문국장 : (헉!!)

 

 

S#33. 무진시청 국장실 앞 복도. 낮.

 

조국과 수인 국장실 나와 걷는데,

 

주화 E : 점심 저랑 하시는 건 어떠세요?

조국/수인 : (!!! 돌아보면)

주화 : (미소 지으며) 꽤 괜찮은 한정식집을 알거든요.

수인 : (작게) 시의회 민주화 의원입니다.

주화 : 정보 빠르시다. (손 내밀며) 민주홥니다. 부시장님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조국 : 명성이랄 거 까진 못 되고 제가 소문이 좀 많다더군요.

주화 : 저랑 같으시네요.

 

조국과 주화의 시선 오가는데...

 

 

S#34. 무진시청 시장실. 낮.

 

부실 : 뭐야? 민의원이 부시장과 밥을 먹어?

실장 : 네. 둘이 나가는데 하하호호 아주 깨가 쏟아지더랍니다.

부실 : 아니 민의원은 대체!

 

하는데 노크 소리와 동시에 주화 들어오는.

부실 삐져서 신문 확- 펼치며 돌아앉는.

 

주화 : 왜요. 아- 부시장이랑 밥 먹은 거 땜에? 설마 삐지신 거예요?

부실 : (신문 보며) 언제 봤다고 하하호호. (신문 와락 구기며) 아니, 내가 도지사가 돼야 민의원도 도의원 꿈이라도

         꿔보는 거 아닙니까?

주화 : 꿈은 뭐 공짜로 꿔요? 적을 알아야 대비를 하죠. 도지사가 걜 왜 내려 보냈겠어요. 수가 뻔히 보이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한 수 앞서가면 되지?

부실 : 앞서... 가요? (눈 반짝) 뭐 뾰족한 수라도 있습니까?

주화 : 찔려 죽을걸요? 밴댕이 아가씨건, 걔한테 맡기세요. 모든 결잰 부시장 전결로.

부실 : 예에? 아니 왜 그걸 그 놈한테 맡겨요! 혹시라도 부정한의원 선거자금 만드는 거,

주화 : 그러니까 맡겨야죠.

부실 : 그러니 못 맡기죠. 미치지 않고서야 고양이한테 생선을 왜 맡겨요.

주화 : 시장님은 부시장이 고양이로 보이세요? 난 호랑이로 보이던데?

부실 : (!!!)

주화 : 완벽하게 감출 수 없을 땐 완벽하게 다 까야 하는 거 모르세요? 쿨하게? 그깟 3억 챙기는 거? 알아도 눈도 깜짝 안 할 걸요?

         지가 그거 건들면 우린 이틀이면 새로 부임한 부시장 13억 설도 만들 텐데?

부실 : !!!

주화 : 천재관료니 어쩌구 해봐야 여기선 객지 나온 어린놈의 쉐키에요. 촌구석 정치가 얼마나 염치없고 터무니없는지

         본인도 잘 알 거구. 천재라니까.

부실 : 역시 민의원이십니다. 보자... 일이 이렇게 되면 이국장 역할이 아주 중요해지는데...

주화 : (순간 표정 굳는...) ....그이 아시잖아요. 걱정 안하셔도 될 거예요... (표정 안 좋고...)

 

 

S#35. 무진시청 문화관광국. 밤.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서 ‘밴댕이 아가씨’ 관련 서류를 뒤적이는 정도.

 

미래 E : 짜잔! 야식배달왔습니다-!

정도 : (고개 들면 미래고.. 웃으며) 야식 안 시켰는데요?

미래 : (죽 풀어놓으며) 끼니 거르면 빨리 늙거든요? 국장님 드실거라니까 영실언니가 전복 곱빼기로 넣어 주드라구요.

         부미 퇴근했어요? 국장님은 야근하시는데?

정도 : 아가씨건 때문에요. 처음 해보는 거라 나머지 공부가 많네요.

미래 : 근데 이거 좀 수상하지 않아요? 시의회는 덮어놓고 통과해 주고.

         아니 시의회라는 게 최소한 집행부에 대한 견제는 해줘야지, 이건 아주 시장부속실이라니까요.

정도 : .... 시정에 관심이 많나 봐요.

미래 : 부속실 있다 보면 이런저런 거 주워들으니까요. 시청밥 7년이 다 눈칫밥이거든요. 갑니다.

 

정도 나가는 미래 뒷모습 오래오래 보는데...

 

 

S#36. 아지트. 밤.

 

미래와 부미 술 마시고 있는.

 

미래 : 으이그... 복에 겨운 년... 난 주화가 진짜 얄밉거든? 근데 이국장님 생각하면 잘 살았음 좋겠어. 이국장님 참 좋은데...

부미 : 관심 꺼. 너 남자 너무 챙겨. 특히 남에 남자.

미래 : 그 냥반이 나 챙기니까. 이국장님은 말이다... 커피나 타는 나를, 서류나 카피하는 나를, 온갖 잔일은 다 하면서

         늘 할 일 없는 애란 소리 듣는 나를... 유일하게 격려해주는 사람이다? 근데 그런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부미 : 또 병 도졌네.

미래 : 이번엔 진짜야. 너 내 커피철학 알지. 사람들은 커피를 통해 마주 앉은 사람과 혹은 마주 앉은 세상과

         말 걸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근데 그 남자가 나한테 말을 걸었어. ‘맛있네요. 향도 좋고. 비결이 뭐예요?’

부미 : 니년이 또 뭐 무안하게 했구만?

미래 : 야! (급반전) 어떻게 알았어?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아 나 왜 그러지? 자주 그래? 아 진짜 곱게 늙고 싶은데...

부미 : 진짜 캐릭터 있는 년일세... 하긴... 니가 멀쩡한 년이면 저 싫다고 딴 년한테 간 새끼 빚 대신 갚고 있겠냐?

미래 : (!!! 심장 쿵-)

부미 : 요샌 카드사에서 전화 안와? 다 갚았어?

미래 : (원망스럽게 보면)

부미 : 왜. 뭐! 그렇게 당하고도 그 새끼 욕 하니까 싫냐?

미래 : ....어 싫어.... 욕 많이 먹고 오래 살까 겁난다. 갈게. 내일 알바 있어. 피자 한판만 싸줘-

부미 : (그런 미래 안쓰럽게 보는데....)

 

 

S#37. 거리 + 신신라사 앞. 밤.

 

피자 들고 쓸쓸한 얼굴로 밤거리 걸어가는 미래.

신신라사 아줌마 막 문 닫던 중이다. 미래 보고 인사하고. 미래, 쓸쓸한 표정 지우며 반갑게 웃는...

아줌마, 마침 잘 됐다는 듯 옷 수선한 거 맡기고.. 오케이 하며 웃으며 가는 미래고.

 

 

S#38. 번영슈퍼. 밤.

 

수선한 옷 건네주고 나가려는데 고맙다며 우유 주는 아줌마. 미래 웃으며 우유 받아 나오는.

 

 

S#39. 경희 집 앞. 밤.

 

하꼬방 같은 집 낮은 담장에 가만히 놓이는 피자와 우유.

 

미래 : (문 쪽 보고) 경희야 피자 먹어. 할머니는 우유 드시구요. 밤에 비온대요-! 시래기 걷어놓고 주무세요-! (하고 가는)

 

잠시 후 경희 할머니 나와 보면 미래는 없고 담장에 피자와 우유 놓여있는.

 

경희할머니 : (가슴 따뜻해지고...) 매실 담근 거 있어. 담에 와 가져가.

미래 E : 네-!

 

 

S#40. 조국의 집 앞. 다음날 낮.

 

벽지 가득 실린 트럭 끽- 멎는. 작업복 차림의 미래와 한량(부미남편) 내리는.

 

미래 : (하품하며 내리다) 뭐야! 얘기하고 틀리잖아요. 방 세 개 이상이면 하루 일당인 거 알죠?

한량 : 알죠. 빨리만 끝내줘요.

미래 : (목에 두른 수건 머리에 쓰며) 일당만 쎄게 주면 초고속이지 뭐.

한량 : 에이. 딴 사람은 몰라도 미래씬 특별히 챙기죠. 와이프 친군데.

미래 : (벽지 한 롤 번쩍 들며) 어제부로 그 와이프랑 인연 끊었습니다. (들어가는)

 

 

S#41. 조국의 집 거실. 낮.

 

화려한 실크 벽지 척! 척! 척 발리는. 능숙한 붓질. 막걸리도 한잔하고. 다시 척척척 발리는.

 

미래 : (사다리 위에서) 뭔 놈의 벽지가 위화감을 줘? (2층에다 대고) 이거 실크죠. 비싸요? 남는 거 나 가져가도 되나?

         (하며 고개 돌리다) 엄마야!

조국 : (고개 까딱하고 둘러보는.... 막걸리 병 김치 통 눈에 거슬리고.... 미래 보면)

한량E : (2층에서) 돈 미리 다 받았어요. 가져가 막가져가.

미래 : (조용히 하라고 손짓. 머릿수건 벗으며) 아, 안녕하세요. (머리 매만지는) 이렇게 또 뵙고... 그르네요.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귀여운 척) 알고자하면 알 수 있는 사람인데.

조국 : ...네. 그 부속실... 근데 여긴...

미래 : 아, 저요?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깐, (뭔 소리냐 입 막 때리고. 배시시...) 버릇이 참.....

         경제도 어렵고 해서... 알바에요 주말에만. 근데 여긴...

조국 : 집주인이에요.

미래 : 아.. 네? (호들갑) 어머! 진짜요? 그러시구나. 되게 좋은 집 집주인이시다. 제 꿈이 원래 이렇게 좋은 집 집주인,

         어! 어! (중심 못 잡고 조국 서 있는 쪽으로 넘어지는데) 저 좀!

조국 : 어! (하다 미래 잡는 다는 게 그만!!! 두 손으로 가슴 쪽 떠받친!!!)

미래 : (헉!!! 눈 동그랗게 뜨고 보면)

조국 : (헉!! 본인도 놀라 그대로 손 놓으면)

미래 : (그대로 쿵- 완전 민망한 꼴로 떨어져 누운)

조국 : (돌겠네...) 괜찮아요?

미래 : (쪽팔려 죽겠고. 벌떡 일어나며) 아니, 거기서 손을 치우면! 이왕 잡은 김에 그냥 뒤로 밀면 내가 안 넘어지고 안 쪽팔리고,

         이게 그렇잖아요. 어차피 결관 똑 같은데. 아우, 진짜!

조국 : (어이없고) 혹시, 머릴 다친 거예요?

미래 : (이런 씨. 일부러 풀 튀게 붓 막 휘두르며) 일해야 되거든요? 좀 비키실래요?

조국 : (풀 묻을까 물러나는. 맘에 안 드는) 페인트는 왜 안와. (페인트 명함 꺼내 전화 거는)

미래 : (풀칠하다 핸드폰 받는) 여보세요.

조국 : 거기 무지개 페인트... (하다 홱 돌아보면)

미래 : 네 맞습... (헉!! 조국 보면)

조국 : 나 지금 페인트 가게에 걸었는데.

미래 : (핸드폰 끊으며) 동네가 참 좁죠. (급 비장) 열심히 할게요.

 

조국 어이없어 죽겠고.....

 

 

S#42. 조국 집 마당. 다음날 낮.

 

미래 사다리 놓고 건물 벽(오렌지)에 페인트칠하는. 나무 담장(무지개 색) 칠하는 그네(핑크) 칠하는. 야외 테이블(초록) 등등.

마지막으로 개집 지붕 칠하다 ‘조국 바보. 똥개’ 낙서 하는데 그림자 드리우는.

미래 헉!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붓으로 낙서 스윽- 지으며 아무 일 없는 듯 일어서며.

 

미래 : 오셨어요. 오후에 오신다구....

조국 : (미래가 지운 낙서에 눈길 줬다 미래 보며) 사는 게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미래 : 그르니까요... 거의 끝났는데. 어떠세요? 맘에 드세요?

조국 : 전체적으로 좀... 일관성이 없네요?

미래 : 맘에 안 드세요?

조국 : 화이트로 다시 칠해줄 순 있는 거죠?

미래 : 보다 보면 정 들어요.

조국 : (화 꾹 참고 웃으며) 하얗게 다시 칠하는 거 어려운 거예요?

미래 : 그건 아니지만... (하다 갑자기 배 아픈) 아... (하필 이때... 억지로 웃다) 아...

조국 : (의아하게 보면)

미래 : 죄송해요. 잠시 실례 좀... (하며 현관으로 종종 걸음으로 가 문 여는데 잠긴) 열쇠 좀...

조국 : (미간 찌푸리면)

미래 : 부숩니다.

조국 : (돌겠고. 저벅저벅 걸어가 열쇠로 문 열어주면)

미래 : (조국 밀치며 냅다 튀어 들어가고)

조국 : (또 어이없고...)

 

(시간경과)

미래 식은땀 닦으며 나오면 조국 들어가려 하는. 미래 헉!! 문 막아서는.

 

조국 : (왜 이래요? 하는 표정으로 보면)

미래 : 혹시 화장실 쓰실 거면... 안 쓰시는 게.... 감당 안 되실 거예요.

조국 : !??

미래 : 변기가 오래 됐나 봐요. 물이 잘... 죄송해요. 저지를 수밖에 없었어요.

조국 : (미치겠고. 화 꾹 참고 핸드폰 꺼내 114 꾹꾹 누르는.) 네. 변기 파는 곳 아무데나 대주세요. (미래 보는)

미래 : 아까 화이트라 그르셨죠. 저만 믿으세요. (하고 페인트 통 있는 데로 가다 눈치 보면)

조국 : (번호 꾹꾹 누르다 멈추고) 혹시 이 전화도 그리 갑니까?

미래 : 아뇨. 변기 쪽은 제가 아직....

조국 : 네. 변기 바꾸려구요. (사이) 막혔답니다. 악취도 심하고. 아뇨 그냥 통째로 바꿔주세요. 새 걸루 싹. 네.

미래 : (쪽팔려 죽겠고....)

 

(시간경과- 해질녘)

흰색으로 다 바꿔칠 한. 제법 멋진 정원이고.... 미래 마지막 담장 칠하고 일어서면,

 

조국 : (시계보고) 수고 많았어요. (그대로 가려하면)

미래 : 저기... 저도 이거 정리만 하면 가거든요?

조국 : 네. 조심히 가요. (차문 잡으면)

미래 : 자, 잠시만요. 저 태워주실라고 기다리신 거 아니셨어요?

조국 : 그렇게 생각했어요?

미래 : 아니에요? 그럼 아까 가지 왜 안가고 기다리셨어요?

조국 : 글쎄요. (미소) 상상 해봐요. (붕- 가는)

미래 : (띵-) 뭐지? 아 또 상상하라면 너무 깊이 가는데. 뭐지? 이거 왠지 달콤한데.

         혹시, 나 또 얼굴 값 한 거 아냐? 아, 했네 했어.

 

 

S#43. 조국 차안 + 거리. 밤.

 

조국 : (운전하며 통화중인) 열쇨 주고 올 수도 없는데 내가 그냥 오면 그 여자가 내 집 정원에 뭘 또 얼마나 눌지!

         (하다) 아 말도 하기 싫다. (사이) 그래? 최시장이?

 

 

S#44. 무진시청 시장실 앞 복도. 낮.

 

미래 복도 걸어오면 부미 ‘유산균 음료’ 한 통 들고 기다리는.

 

미래 : (심술) 왜. 나 바뻐.

부미 : 누군 노냐? (음료 주는) 내가 한번만 더 그놈 얘기하면 정부미 아니고 일반미다. 됐냐?

미래 : (눈 흘기면서도 받아 통 째 마시는)

부미 : 세순 한 거야? 머린 그게.... 감지 못하면 빗기라도 하든가.

미래 : 야. 나 한때 무진시 남자 절반은 울리고 다녔던 신미래야. 곡소리 났었잖아 동네방네.

부미 : 유산균 널뛰는 소리 한다. 너 땜에 운 놈이 몇이나 돼. 다 니년이 처울었지.

미래 : 누가 그래. 누가 내가 다 처우는 거, (급반전) 어머 안녕하세요-

 

부미 뭐야? 하고 보면, 저만치서 조국 걸어오는.

 

조국 : 드디어 시장님 결재가 끝나신 모양이에요. 계시죠?

미래 : 그럼요. 들어가 보세요.

조국 : (목례하고 가면)

부미 : (미래 흉내) “어머 안녕하세요-” (같은 톤) 목소리가 왜 그따위세요-

미래 : 내가 뭘? 근데 좀 속보이지 않냐? 아니, 그냥 지나가도 될 걸 말은 왜 걸어? 시장님이 불렀으니까 왔겠지

         꼭 그걸 나한테 물어 봐야 해? 아- 난 왜 자꾸 남자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기나 몰라....

부미 : (어이없고. 핸드폰 오고) 말은 니가 먼저 걸었거든? (받으며) 네 정부밉니다.

미래 : 야! 저쪽부터 계속 나 보고 오면서 눈으로 먼저 말 거니까 내가, (핸드폰 오는)

부미 : (꺼지라는 손 짓, 계속 통화) 아 네 안녕하세요 피디님. 네.

미래 : (핸드폰 보고 망설이다) 안녕하세요. 삼삼카드사엔 고객이 저밖에 없나봐요.

부미 : 네. 30초짜리 스팟광고요. 영상은 준비 중입니다.

미래 : 죄송해요. 꼭 갚을... 네? 보호자요? 아니 제가 낼모레 사십인데 무슨 보호잘...

         네? 어딜 찾아가요? 안돼요. 죽어도 안돼요 울엄마 쓰러져요 아저씨.

부미 : 네. 아무래도 1회다 보니 상금이 많나 봐요. 이천만원 맞습니다.

미래 : 제발 한번만, (하다 눈 커져 부미 보고 수화기 막고) 뭐 얼마? 이천?!!!

부미 : (쉿, 조용하라는 손짓, 계속 통화) 네. 상금 이천만원이라고 줄광고 먼저 나가구요.

미래 : (!!!) 저기요, 제가 조만간 돈이 생길 것 같거든요? 딱 보름 후. 전화 드릴게요. (끊고)

         이천? 확실해? 밴댕이아가씨가 무슨 독립투사도 아니고 뭔 상금을 이천이나 줘.

부미 : 네 들어가세요. (끊고) 아, 시끄러.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내가 주냐?

미래 : 내 말이 그 말 아냐! 니가 주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미리 얘기 좀 하지! (가는)

부미 : 왜 저래?

 

 

S#45. 무진시청 시장실. 낮.

 

조국 부실 책상 앞에 선.

 

부실 : (밴댕이 기획안 툭 던지며) 우리 부시장님 새로 오셨는데 화사한 일 좀 하셔야지.

조국 : (!!! 기획안 보는... 허- 이런...)

미래 : (그때 커피 들고 들어오는....)

부실 E : 우리 시 중점사업이니 만큼, 우리 부시장님이 총괄을 좀 하시지 뭐. 내가 청사 이전이다, 간담회다, 정신이 없어요 아주.

미래 : (커피를 어디다 놔야 할지... 조국이 부실 책상 앞에 서 있는지라...)

조국 : 죄송하지만, 제가 아직은 업무 파악 중이라서요.

부실 : 업무 파악 중이면 다른 업문 안 봐요? (벌떡 일어서며) 도에선 일 그렇게 하나?

조국 : 시에선 일 이렇게 하십니까? 저 아직 부임한지 일주일도 안 됐습니다.

부실 : 그래서 지금 이 업무를 못 맡겠다, 그 말입니까?

조국 : 반드시 제가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다시 생각해보시면 분명 다른 적임자가 있을 겁니다.

부실 : 적임자 누구. 시청 사람을 나보다 더 잘 알아요?

조국 E : 정 맡기고 싶으시면 대횔 미루시든가요. 내년으로.

            시민체육관이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는 놈이 이 큰 대횔 어떻게 맡겠습니까.

미래 : (헉!! 내년? 그럼 내 돈 이천은!!! 끼어들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데)

조국 : (아이디카드 당겨 보며) 안 그래요 신미래씨?

미래 : (헉!! 자기도 모르게) 무슨 말 갖지도 않은 소릴! 미루시면 안 되죠! 그냥 맡으세요!

 

헉!! 입 떡 벌리는 조국의 얼굴에서... 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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