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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02 - 널리 이롭게 하는 친절, 어장관리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8.31|조회수1,687 목록 댓글 0

[연애 말고 결혼] 02











S#1. 공씨네 주방 D


아침부터 음식 장만이 한창인 신봉향, 두부 썰고 파 썰고 분주한 와중에도 움직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정하다.


노점순 : (잠옷 차림으로 나와, 의아한 얼굴로) 오늘 무슨 날이냐?

신봉향 : 네, 손님이 올 수도 있구요.

노점순 : 올 수도 있고?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신봉향 : 손님이 안 오면, 목돈이 생길 수도 있구요. (조용히 웃어 보이며) 둘 중 어느 쪽이든, 좋은 날이잖아요.

노점순 : (그제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채고) 아아,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먼?



S#2. 부동산 D


소파에 앉아 핸드폰 들고 통화하는 공미정.


공미정 : 나 지금 부동산이다. 신봉향 여사 대리인으로 전세 계약서 쓰러.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전세계약서와 위임장. 맞은편에 부동산 주인과 세입자 앉아있다. (1부에서 집 구경왔던 아줌마)


공미정 : 계약하기로 약속한 시간은 오전10시. 그때까지 안 나타나면 도장 찍으래.



S#3. 달리는 기태 자동차 D


운전하며 통화하는 기태. 초조한 얼굴. 마음이 급하다.


기태 : 가고 있어요. 가는 중이니까 좀만 기다려요 고모.



S#4. 공씨네 주방 D


신봉향 : (핸드폰 들고, 칼 같은 얼굴로 시계를 흘끗 보면, 10시 5분 전이다.) 10시 정각에 도장 찍어요 아가씨.



S#5. 부동산 D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 디지털시계. 10시까지 3분 남짓 남은 시계 보면서, 도장 들고 스탠바이하는 공미정.

부동산 주인과 세입자도 괜히 긴장된다. 침 꼴깍 삼키며 시계 보는데,



S#6. 공씨네 집 앞 D


끼익! 급정거하는 기태 자동차.


기태 : (허둥지둥 내려서) 서둘러요! 빨리빨리! (조수석 문 열어주며 재촉하면)


차에서 내려서는 여자 하이힐.



S#7. 부동산 D


10시 정각까지 10초 밖에 남지 않은 상황, 공미정 시계 뚫어져라 보는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헉! 불안하게 지켜보는 세입자와 부동산 주인.


공미정 : (얼른 전화 받고) 여보세요? (흘끗 세입자와 부동산 주인 보더니) 미안해서 어쩌죠?

            전세 계약은 없던 일로 해야겠는데요?

세입자 : (썰렁) ...!



S#8. 공씨네 거실 D


기태 : (먼저 안으로 들어서며) 저 왔어요.


기태 뒤에 서있는 누군가...!

공수환, 노점순이 호기심 설렘 기대로 가득한 눈빛으로 보는데, 일순 표정 변하는 두 사람.


공수환 : (이건...?)

노점순 : (뭐지...?)


주방에서 나오는 신봉향, 우아하고 차분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신봉향 : 어서 와요.


공수환, 노점순, 기태 세 사람이 차례로 비켜서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

핫팬츠에 화려한 탑을 차려입은, 클럽에서 놀다 나온 차림의 장미다.


장미 : (생긋 웃으며) 안녕하세요 어머님?

신봉향 : (차갑게 굳는 얼굴) ......!

기태 : (즐기는 눈빛으로 태연하게) 제가 만나는 여자예요.



S#9.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2회. 널리 이롭게 하는 친절, 어장관리”



S#10. 법원 앞 D


마주 선 기태와 장미. 그 위로 자막 “17시간 전”


장미 : (복잡한 머릿속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그러니까, 날 집에 초대해주셨던 어머니가,

         이훈동 어머니가 아니라 그쪽 어머니였다는 거죠?

기태 : 네.

장미 : 그쪽하고 나하고 만나는 사인 줄 아시고.

기태 : 네.

장미 : 그런데 그쪽하고 나하고 계속 만나는 사이인 척 해달라는 거예요?

기태 : 네.

장미 : 심지어 그쪽 집에 인사도 드리고?

기태 : 네.

장미 : ... (빤히 보더니) 내가 그렇게 결혼이 궁해보였어요?

기태 : 네?

장미 : 결혼하자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는 척 해달라니, 결혼에 환장해서 대충 흉내라도 내고 싶을 줄 알았나?

         그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뻔뻔하게..!

기태 : 내가 진짜 결혼하자면, 할 거예요?

장미 : 뭐야, 그럼 설마 이거 작업이에요? 그런 거면 진짜 됐구요.

         세상에 남자가 그쪽 하나 남았어도 그쪽은 좀, 아니 많이 곤란하거든.

기태 : 고마워요.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쪽이 꼭 필요한 거예요.

장미 : ?

기태 : 내가 그쪽을 집에 데려가는 이유는 절대 결혼하지 않기 위해서니까.

장미 : 나 여자 있다. 더 이상 맞선 안 보겠다. 뭐 그런 꼼수?

기태 : 바로 그거죠.

장미 : 결혼하기 싫음 싫다고 말을 하세요. 가족끼리 대화로 풀 문제 같은데.

기태 : 대화로 풀릴 일이었음 내가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경제적으로 압박을 좀 받고 있는데..

         그거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만 좀 도와줍시다.

장미 : 부모님 돈주머니에 빌붙긴 해야겠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긴 싫고,

         내가 왜 그런 비열한 작전을 도와줘야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기태 : 돈 줄게요. 시급 얼마 받아요? 우리 집에 가서 앉아있는 시간만큼 시급에 세 배, 아니 다섯 배 쳐줄게요.

장미 : (쯧쯧..) 억을 줘도 그쪽 같은 놈한테 나 안 팔아요. (가는데)

기태 : (따라오며) 그럼 뭐? 이훈동이랑 다시 잘해보고 싶어요? 내가 도와줄게!

장미 :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 겨우 정리했는데, 뭘 다시 시작하라고.

기태 : (따라오며) 얼굴 싹 고치고 새 인생 시작하든지. 나 성형외과 의산데.

장미 : (무시하고 간다)

기태 : 못 믿나? (어깨너머로 명함 들이밀며) 자, 봐요!

장미 : (명함 든 손 탁 쳐내고 계속 걷고)

기태 : (계속 졸졸 따라오며) 왜 여자들 실연당하고 많이들 오는데. 예뻐져서 복수한다고. 그쪽은 복수 안 해요? 내가 도와줄게!

장미 : (우뚝 멈추고, 홱 돌아보면)

기태 : (보고)

장미 : (차가운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더니) 너 나한테 왜이래?

기태 : 네..?

장미 : 따지고 보면 다 너 때문이거든? 니가 나타나면서부터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고! 내 모든 굴욕의 순간엔 니가 있었어!

         그 사람 집에서 그런 개망신을 당한 것도 이제 보니까 너 때문이었고!! 결국엔 스토킹 전과자까지 됐거든?

기태 : 백프로 내 책임은 아니죠. 장미씨가 진상만 좀 살살 부렸어도..

장미 : (허!) 니가 무슨 염치로 나한테 이러는 건데? 내가 만만해?? 좋게 말할 때 가라, 확 개진상 부리기 전에!!! (쌩 가버린다)

기태 : (쩝..)



S#11. 길 D


터벅터벅 걸어가는 장미,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라 걷는 기태.

쭉 걸어오던 장미 멈추면, 따라 걷던 기태도 걸음을 멈춘다.

장미가 다시 걷기 시작하면, 기태도 다시 따라 걷는다.

장미가 홱 돌아보면, 말없이 씩 웃어 보이는 기태.


장미 : (째려보며) 어디까지 따라올 건데?

기태 : 어디 가는데요?

장미 : (홱 돌아서서 다시 걷고)

기태 : (따라 걸으며) 밥 먹을래요? 맛있는 거 사줄게요.

장미 : (뒤도 안 돌아보고) 술 마실 거거든요?

기태 : 아직도 술이 마시고 싶어요? 또 경찰 출동시키려고?

장미 : (부글부글 끓는 얼굴. 무시한 채 성큼성큼 걷는다)



S#12. 번화가 일각 N


장미를 기다리고 서있는 현희, 화려한 미니드레스에 하이힐 신었다.


현희 : (장미 발견하고 손 흔드는) 언니!

장미 : 현희야! (멈칫) 너 힘 좀 줬다?

기태 : (장미 뒤에서 불쑥) 장미씨 친구? 미인이시네요.

현희 : 누구...?

장미 : 그냥 무시해. (데리고 가려는데)

기태 : (현희에게 명함 내밀며) 공기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명함 받아서 보는 현희, 멈칫...! 눈 똥그래진다.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 공기태”


장미 : 아 이 사람이 진짜! 그만 좀 하고 가지?

기태 : (무시하고 현희에게) 두 분이서 술약속 하신 거죠? 제가 사겠습니다.

현희 : 아 실은 우리 클럽가려구요.

장미 : 클럽? (안 내키는) 두부 사준다며. 두부김치에 막걸리나 먹지..

기태 : 막걸리가 뭡니까 우울하게. 기분 전환엔 클럽이 훨씬 낫죠.

현희 : 그죠? (쇼핑백 들어 보이며) 언니 옷도 챙겨왔어요.

장미 : 아니 난..

기태 : (주거니) 좋은 친구네요. 센스도 있고.

장미 : 이봐요..

현희 : (받거니) 같이 가실래요?

장미 : 현희야..

기태 : (옳거니) 저야 감사하죠.

현희 : (신나서) 언니! 우리 가요!

장미 : (폭발) 아 됐어! 싫다고! 내가 왜 저 놈이랑 클럽을 가!



S#13. 클럽 바 자리 N


결국 클럽에 끌려온 장미, 바 자리에 턱 괴고 앉아있다. 현희가 가져온 핫팬츠에 야시시한 탑 차려입고 화장도 짙어져 있다.

입 잔뜩 튀어나온 뚱한 얼굴로 칵테일을 들이키는 장미. 저만치 신나게 춤추는 현희 보인다.


장미 : (살짝 풀어진 눈.. 빈 칵테일 잔 내려놓으면)

기태 : (옆으로 와서 바텐더에게) 여기, 한 잔 더 주세요.

장미 : 이런다고 내가 그 웃기지도 않은 사기극에 동참할 것 같아?

         넌 날 전과자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내 두부김치까지 뺏어갔어!

기태 : ... (툭) 미안해요.

장미 : (멈칫, 보면)

기태 : 그쪽을 조금 오해하기도 했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준 것 같아서..

장미 : (뜻밖의 진심어린 사과에 조금 움직이는 마음. 아주 나쁜 놈은 아니네..?)

기태 : 근데 나도 그쪽한테 만만치 않게 당했거든? 주스 맞고 맥주병 맞고. 그러니까 이쯤에서 대충 퉁치고 화해합시다.

장미 : (그럼 그렇지.. 흥...! 자리에서 일어나면)

기태 : 어디 가요? (따라 일어나는데)

장미 : 아 그만 따라와요, 화장실 가요 화장실!! (살짝 비틀대며 가고)



S#14. 클럽 여자화장실 N


장미 세면대에서 손 씻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현희.


현희 : (클러치에서 립스틱 꺼내 바르며) 성형외과 닥터는 어디서 낚았대?

장미 : 그런 거 아냐.. 이훈동 그 자식 친구야.

현희 : ??? (보더니) 언니 스토커 만든 놈 친구? 근데 왜 언니한테?

장미 : 내 말이. 이게 뭐하는 건가 싶다.. 그만 집에 갈래.

현희 : (장미 손 붙잡으며) 가긴 어딜 가요, 언닌 이게 문제라니까!

장미 : ?

현희 : 저 남자 아니어도 여기 플랜비가 널렸잖아요. 내가 왜 클럽 오자 그랬겠어요.

         남자 하나 틀어졌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니라고! 언닌 너무 무겁다고! 좀 가볍게 즐기라고!

장미 : (뚱한) 뭐, 원나잇이라도 하라고?

현희 : 힐링하라는 거죠, 힐링! (장미 손 잡아끌면)



S#15. 클럽 N


쾅쾅 울리는 음악. 화려한 조명 속에서 춤추는 현희와 장미.

현희는 적당히 리듬만 타면서 남자들과 부비부비를 즐기는데 장미는 열심히 춤만 춘다.

그러다 낯선 남자가 다가와 부비부비 시도하자 흠칫 떨어지는 장미. 저만치로 자리 옮겨 혼자 춤춘다.


현희 : 아 저 언니 진짜...! (장미 따라가려다 멈칫) ?


현희를 가로막으며 부비부비 시도하는 남자, 꽤 멀끔한 훈남이다.

현희, 적당히 튕기는 척 하다가 슬그머니 받아주면.


친구1 : 몇 분이서 오셨어요?

현희 : 둘이요. 나랑.. 진짜 예쁜 언니랑.

친구1 : 우리도 둘인데. 나하고.. (뒤쪽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돈 많은 친구하고.


훈남이 가리키는 곳, 열심히 춤추고 있는 훈동...!

현희, 훈동을 쓱 스캔하더니.


현희 : 잘됐다. 우리 언니 요즘 외로움 타는데!


저만치, 혼자 춤추는 장미, 술과 음악에 취해 정신줄 놓고 춤추는데

사람들 헤치며 그쪽으로 다가오는 현희,


현희 : 언니! 언니!!

장미 : ?

현희 : 내가 하나 물어왔어요! 자기네 룸에서 한 잔 하자네?

장미 : (떨떠름한데)


사람들을 헤치고 이쪽으로 오는 친구1과 훈동.


친구1 : (훈동 귓가에) 외롭다나 뭐라나. 잘 구슬리면 침대까지 직행할 기세야.

훈동 : (피식 웃는)


점점 가까워지는 훈동과 장미, 마침내 정면으로 쿵!!! 맞닥뜨리고.


장미 : !!!!!!

훈동 : !!!!!! (하얗게 질려서) 주장미...!

현희 : ???

친구1 : 아는 사이..?

훈동 : 너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장미 : (분하고 억울하고) 내가 뭐, 내가 너 때문에 온 줄 알아?

훈동 : 그럼 이게 우연이라고? 아무 남자랑 원나잇하려고 했는데 그게 나였다? (한숨) 널 어쩌면 좋냐...

장미 : (열 받고 기막히고) 뭐? 원나잇? 너 여자 꼬셔 원나잇하려 그랬냐? 나는 오늘 너 때문에 전과자가 됐는데??

현희 : 언니, 설마 이 사람이...?

훈동 : (친구1에게) 내가 말한.. 그 여자.

친구1 : (헉!) 그 스토커??? 대박!!!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현희 : 이 자식이었어요? 언니 스토커 만든 게???

친구1 : 다른 여자까지 앞세워서.. 와! 계획적이네!

현희 : 누가 누굴 앞세워! 니가 먼저 나 꼬셨잖아!!


더 흥분해 소리지르는 두 사람 때문에 주위 이목 집중 된다.

무슨 일이지?? 스토커?? 수군대며 원을 만들어 구경하기 시작하고.


훈동 : 솔직히 말 해봐. 여기 왜 온 거야?

현희 : 못 들었어요? 장미언니 오늘 전과자 됐다고! 이런 날 맨정신으로 어떻게 넘겨? 다 그쪽 때문이잖아!

훈동 : 역시, 목적은 나였구나?

현희 : 아니, 내 말은.. (하는데)

장미 : (현희 앞으로 나서며) 왜? 나 같은 건 클럽에 좀 오면 안 돼? 니가 놀면 쿨한 거고 내가 놀면 범죄냐??

         우연히 마주치기만 해도 범죄냐고!!!

훈동 : (장미의 퍼런 서슬에 깨갱)

친구1 : 훈동아 어떡할까? 경찰 부를까??

현희 : 아직 판결문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뭐???


일촉즉발의 상황에 사람들 헤치며 나타나는 기태.


기태 : (장미 어깨에 척 팔을 걸치며) 여깄었네, 한참 찾았잖아요!

장미 : ...!

훈동 : 공기태...?

기태 : (그제야 훈동을 발견한 척) 어? 훈동이 너 언제 왔어?

훈동 : 넌.. 왜.... (장미 옆에...?)

기태 : 아아, 맞다, 너한테 얘기 안 했나?

훈동 : 어...?

기태 : 나 장미씨 만나는 거.

훈동 : 어......???

사람들 : (점점 더 흥미진진해져서, 술렁술렁)

장미 : (더 이상 못 견디겠다...! 휙 뛰쳐나가고)

기태 : 자세한 얘긴 나중에 하자, 친구야. (장미 따라 나가고)

훈동 : ...... (멍하니 보고)

현희 : (재밌다는 듯 픽 웃는다)



S#16. 클럽 밖 N


밖으로 나오는 장미,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기태 : (따라 나와서) 그냥 가요? 혼자 바보 되고 말려고?

장미 : ... (흘끗 돌아보더니) 왜 나 도와줬어요? 그쪽은.. 이훈동 친구잖아..

기태 :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죠. 복수하게 해줄게요.

장미 : ......? (보면)

기태 : 그 녀석을 진심으로 만들어 줄게요. 그 녀석이 진심이 되는 순간, 장미씨가 쿨하게 차버려요. 똑같이 되갚아주라고.

장미 : ... (본다. 보더니) 내가.. 그럴 수 있을까요..?

기태 : (보면)

장미 : (눈물 그렁해서) 이런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쿨해질 수 있을까요...?

기태 : ... (툭) 나만 따라오면.

장미 : (흔들리는 눈빛으로 본다)

기태 : (똑바로 보면)



S#17. 해장국집 N


해장국 먹는 장미. 그 위로 자막 “5시간 전”


기태 : (맞은편에 앉아, 슬슬 초조해져서) 가는 거죠?

장미 : 아무리 그래도 집에 인사까지 드리는 건 좀...

기태 : 나 사랑해요?

장미 : (어처구니없는) 네에?

기태 :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집에 잘 보일 필요 없잖아요. 그냥 편하게 그쪽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돼요!!

장미 : 일단 술부터 좀 깨구요. (해장국 푹푹 퍼먹으면)



S#18. 거리 (새벽)


문 닫은 상점들 앞을 헤매는 장미 위로 자막 “3시간 전”


기태 : 아 그냥 가도 된다니까!

장미 : 에이 아무리 사기치는 거라도 어떻게 남의 집에 빈손으로 가요..



S#19. 주차장 D


자동차에 장미를 태우는 기태. “1시간 전”


장미 : (차에 타려다 말고) 잠깐만, 나 옷이라도 좀 갈아입구요..

기태 : (장미를 밀어 넣으며) 지금 딱 좋아요!!!



S#20. 공씨네 거실 D


클럽에서 놀다 나온 차림 그대로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


장미 : (생긋 웃으며) 안녕하세요 어머님?

신봉향 : (차갑게 굳는 얼굴) ......!

기태 : (즐기는 눈빛으로 태연하게) 제가 만나는 여자예요.

신봉향 : ... (침착해지려 애쓰며) 좀 놀랍구나. 이른 시간인데..

기태 : 밤새 설득했거든요. 제발 우리 집에 같이 좀 가달라고.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데려왔죠.

노점순 : 밤새.. 같이 있었냐...?

장미 : (머쓱해서 흐으 웃으며) 이렇게 불쑥.. 죄송합니다.

         (들고 있던 자양강장제 음료수 상자 건네며) 문 연 가게가 편의점 밖에 없더라구요.

신봉향 : ... (자양강장제 음료를 빤히 보면)

공수환 : (신봉향 대신 받아들며 젠틀하게) 고마워요. 일단 좀 앉아요.

장미 : 네.


가족들 소파에 앉고, 장미도 소파에 가 앉는데 훤히 드러나는 맨다리.

공수환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시선 가는데, 신봉향이 날카롭게 찌릿!

공수환 헛기침하며 시선 어디 둘지 몰라 허둥대면.


신봉향 : (장미에게 무릎 담요 건네며) 여기.

장미 : 아 감사합니다.

신봉향 : (탁자 위에 놓인 찻주전자 들고 차 따르는데)

장미 : (살짝 주저하면서 담요 덮는) 따뜻하면 술 확 오를 텐데..

신봉향 : (차 따르다 삐끗.. 차 흘리고)

노점순 : (그런 신봉향을 흘끗 보더니) 아가씨가 술을 좀 하는가 보네...?

장미 : 아 네, 저희 부모님이 술집 하세요.

가족들 : (일제히 장미를 향하는 시선) !

기태 : (기태 역시 몰랐던 사실이다. 장미를 흘끗 보면)

장미 : (전혀 개의치 않고) 지난번엔 기다리시게 하고 못 왔어요. 죄송해요.

신봉향 : (장미에게 차를 건네며) 선뜻 오기 어려웠을 거 이해해요. 아직 두 사람 사이에 확신이 서지 않은 거겠죠?

            (그러길 바라는 마음인데)

장미 :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실은 저희 정식으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됐거든요.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신봉향 : (살짝 안심한다. 찻잔을 나누고, 자기도 찻잔을 드는데)

장미 : 그러니까 저희.. 그냥 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신봉향 : ? (멈칫, 보면)

장미 : 이렇게 가족들 앞에 불려와 허락받는 거, 왜 그래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평생 누구랑 살아갈지, 뭐 부모님이 대신 선택 해주실 수도 있죠.

         하지만 결국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하는 건 저희들 당사자잖아요.

신봉향 : (툭.. 찻잔 내려놓고)

기태 : (잘한다!)

노점순 : 그러니까, 터치하지 말아 달라...?

장미 : (예쁘게 또박또박) 저희 실컷 사랑하고 맘껏 싸우기도 하고, 그래도 같이 있고 싶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다시 정식으로 허락받을게요. 죄송하지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차 호로록 마시며) 아.. 따뜻해.. 속이 확 풀리네요..!

신봉향 :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꾹 누르고) 그래도 기태가 나고 자란 이 집이 어떤 집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기태 삼대독자 종손이에요. 옛것만 고집하는 고리타분한 집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선은 확실히 지켜요. 지금까지 살았던 대로 못 살게 될 확률이 아주 커요.

            두 사람 사이 확신하는데 참고하도록 해요.


차분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하는 신봉향, 나름의 필살기를 날린 건데 어디선가 커허어어헝헝...! 코고는 소리.

신봉향, 공수환, 노점순, 기태, 차례로 홱 장미를 돌아보면, 입 헤에- 벌리고 곯아떨어져 버린 장미.


노점순 : (이건...?)

신봉향 : (대체....!)

공수환 : (뭐지....?)

기태 : (풉!!!! 터지는 웃음을 틀어막는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막혀 말도 안 나오는 신봉향..

소파에 폭 파묻혀 곤히 잠들어버린 장미에서.



S#21. 공씨네 집 앞 D


기태와 장미를 배웅하는 가족들.


장미 : (머쓱해서 꾸벅)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자버렸네요.

공수환 : 편히 쉬었으면 됐어요. 우리 집을 편하게 생각해준 것 같아 고마워요.

신봉향 : (불편한 심기. 공수환을 흘끗 쳐다보면)

공미정 : 재밌는 구경을 놓쳐서, 아니, 얘기 많이 못해서 아쉬워요.

장미 : 네 고모님, 저두 아쉬워요.

노점순 : (일부러 신봉향 더 긁는) 아 또 오면 되지. 같이 막걸리나 한 잔 하게.

장미 : 좋죠. 저 파전 진짜 기차게 부치거든요. 비 오는 날 한번 찾아뵐게요.

신봉향 : (평정심을 유지하려 무지 애쓰며) 그럼, 조심히 가요.

장미 : 실례 많았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하고 차에 타면)

기태 : 가보겠습니다. (차에 타고)


기태 자동차 떠나고,


신봉향 : ...... (서늘한 시선에서)



S#22. 달리는 기태 자동차 안 D


장미 : 다들 좋은 분들이시네요. 속이는 게 죄송해서 혼났어.

기태 : 거짓말이 아주 술술 나오시던데요 뭐.

장미 : 평소 생각한 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뿐이거든요? 상대가 공기태라는 것만 빼고.

         근데 큰일이네? 첫인상부터 서로 너무 편해져 버린 것 같은데.. 이러다 진짜 결혼하라고 밀어붙이면 어떡하죠??

기태 :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우리 어머니를 몰라서 그래.

장미 : 난 어머니가 제일 걱정되던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찌나 친절하신지..

기태 : (픽 웃더니) 그 친절이 배려가 아니에요. 조련이지.

장미 : 조련...?



S#23. 공씨네 거실 D


장미가 사온 자양강장제 음료 따서 마시는 노점순.


신봉향 : 어머니?

노점순 : (흠칫! 도둑질하다 들킨 아이 같은 표정)

신봉향 : 주세요. 카페인 많이 들었어요.

노점순 : 가끔씩은 괜찮은데..

신봉향 : (친절하게) 밤에 또 못 주무세요. 시원한 매실차 드릴게요.

노점순 : (끙..)

신봉향 : (음료 치우고 주방으로 가는데)

노점순 : (툭) 나는 찬성이다.

신봉향 : ? (돌아보면)

노점순 : 주장미라는 아이 말이야. 에미는 보나마나 반대일 거고, 에비 생각은?

공수환 : (저만치 소파에서 신문 읽다가) 제 생각이 중요한가요. 저야 늘 아내 생각을 존중하고 따르는 사람이잖아요.

신봉향 : (차분한 말투지만 뼈있는) 아무 관심도 상관도 없는 거 아니구요?

공미정 : 오빤 맘에 드시는 것 같던데? (툭) 그 여자 오빠 타입이잖아.

신봉향 : (조용히 미정을 바라본다. 표정 없이 보기만 하는데 서늘한 눈빛)

공미정 : (오싹! 얼른 신봉향 편드는) 나는 반대! 나보다 예쁜 것들은 무조건 반대!

공수환 : (흠.. 낮게 헛기침하더니, 신문 접어들고 서재로 들어가 버린다)

노점순 : 어쨌거나 그 아이 덕분에 기태가 집에 왔잖니. 그것도 3년 만에. 여자를 데려온 건 난생 처음이고.

            지켜봐 달라고 하니까 좀 지켜보자고.

신봉향 : ...

노점순 : 왜 대답이 없어?

신봉향 : 어차피 그 아인.. 우리 허락 같은 거 필요 없다잖아요. (주방으로 가고)

공미정 : 엄만 정말 찬성이에요? 나이 잡숫더니 많이 관대해지셨어?

노점순 : 다른 거 다 빼고, 일단 재밌잖니. 에미를 저렇게 흔들어 놓다니. (피식)



S#24. 공씨네 주방 D


냉장고에서 매실차를 꺼내다 말고 생각에 잠기는 신봉향,


신봉향 : 아무래도 이상해... 내가 공기태를 몰라?



S#25. 기태 자동차 안 / 봉위켄드/병원 건물 앞 D


기태 : 당장은 절대 자기 손으로 내치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건 더더욱 아니고.

장미 : 애매하네..

기태 : 애매하게 걸쳐놓고 득 볼 거 다 보다가, 결국은 상대가 지쳐서 떨어지게 만들죠.

         본인 손엔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는 거. 그게 우리 어머니가 사람을 다루는 방법이에요.

         한 마디로 어장관리.

장미 : 어장관리...? 그거 연애할 때나 하는 거 아니에요?

기태 : 연애도 결국 인간관계니까. 어머니께 한 수 배우시라고.


봉위켄드/병원 건물 앞에 차를 세우는 기태.


기태 : 내려요.

장미 : (어? 이훈동 레스토랑이잖아!) 여긴 왜요?

기태 : 복수해야죠.



S#26.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기태 : (펜으로 슥슥 선 그으며 디자인하는)

장미 : (얼굴 여기저기 찍찍 그어진 선.. 썰렁하게 앉았다가) 뭐하는 거예요?

기태 : 남잔 시각적인 변화에 민감하거든. (장미 몸 스스럼없이 훑으며) 가슴은 적당히 볼륨감 있으니까

         물방울 말고 라운드로 200cc, (시선 쭉 내려가서) 허벅지 지방 흡입, (팔뚝살 살짝 꼬집으며) 팔 보톡스로 라인 잡고..

장미 : (탁 쳐내며) 아 치워요!



S#27. 백화점 여성복 매장 D


장미 : (옷 고르며) 하루 종일 꾸미고 일하니까 꾸미는 게 피곤할 뿐이지, 맘만 먹으면 나도 얼마든지 꾸미거든요.

         (골라든 옷 들고 피팅룸 들어가고)


피팅룸 열리면,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쉬하게 변신한 장미. 짠!


장미 : (봤지? 자신만만 표정 지어 보이는데)

기태 : (고개 설레설레) 여자 말고 남자한테 어필해야죠.


피팅룸 열리면, 이번엔 섹시하게 변신한 장미. 짠!


기태 : (고개 설레설레) 뭐라도 하나 낚으려고 들이대지 말고. 좀 은근하게 떡밥을 뿌리라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직접 고른 옷을 내밀고)


피팅룸 열리면, 단아하고 세련된 차림의 장미. 짠!


기태 : (만족하는 얼굴로 카드 꺼내며) 계산해 주세요.

장미 : (황급히 막으며) 싫어요. 내가 왜 그쪽한테 옷을 얻어 입어요, 됐어요.


그때, 저만치에서 걸어오던 현희, 장미와 기태를 발견하고.


현희 : (멈칫) 어...? 언니??

기태 : (장미 귓가에 대고 작게) 주위 사람들한테도 나랑 만나는 걸로 해둬요. 우리 어머니 치밀하신 분이라.

장미 : 어? 그럼 복수는 어떻게 하구?

기태 : 복수를 위해서 더 그래야죠. 내가 그쪽 값어치 올려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말하면서 직원에게 카드 내민다)


현희, 기태가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 눈 휘둥글!


장미 : (괜히 죄 지은 사람처럼) 어어 현희야..

현희 : (뒤통수 맞은 얼굴로) 이 언니.. 알고 보니 고수였어...?



S#28. 봉 위켄드 D


문이 열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 기태가 골라준 옷 입고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도 세련되게 변신.

여유로운 표정 몸짓에서 고수다운 분위기가 풍긴다.


여름 : (장미를 알아보고 멈칫) 어?

장미 : (여름 무시한 채 훈동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기태E : 고수는 절대 상대를 가리지 않죠.

장미 : (얼른 여름에게 부드러운 미소 지어보이면)

여름 : 또.. 오셨네요?

장미 : 자몽주스 주세요. (다시 한 번 눈웃음 날리는 위로)

기태E : 남자면 무조건 어장에 담고 볼 것.

여름 : (주방에 주문 넣고) 근데, 되게 예뻐지셨네요.

장미 : (그 말에 헤에.. 입 벌어지는 위로)

기태E : 상대의 떡밥에 현혹되지 말고!

장미 : (화들짝 정신 차리고) 네 뭐, 스타일에 변화를 좀 줘봤어요.

         그쪽도 스타일을 좀 바꿔보시는 게 어때요? 신체조건이 아주 좋으신데..

기태E : 친절의 떡밥을 아낌없이 뿌릴 것.

여름 : 그럼 언제 한번 저 옷 좀 골라줄래요? 백화점에서 일하신다면서요.

장미 : (옷을 골라달라고? 살짝 멈칫하는데)

기태E : 어장관리의 핵심 용어! 언제 한번.

장미 : (쿨하게 웃으며) 그래요 그럼, 연락해요.. (명함 건네며) 언제 한번.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훈동, 안으로 들어오는데 여름이 묘령의 여인에게 명함을 건네받는 모습 목격한다.

변신한 장미의 뒷모습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저 뒷모습 예쁜 여자는 누구..??


여름 : (주스 건네며) 음료 나왔습니다. 이건 제가 살게요.

장미 : (주스 받아들고 생긋 웃는 위로)

기태E : 포인트는, 남을 위한 친절이 아니라 나를 위한 친절이어야 한다는 거.

훈동 : (장미 뒤에서 느끼한 목소리로) 아니요, 제가 사죠.

장미 : (훈동 목소리에 멈칫) !

훈동 : (장미 옆으로 오며) 제가 여기 사장이거든요. 제가 아는 여자분하고 많이 닮으셨..

         (하면서 장미 얼굴 보더니 기함!!!) 주장미!!!!!!

여름 : (킥 웃고)

훈동 : (바짝 얼어서) 또 뭐!! 또 왜!!

장미 : (태연하게 주스 들어 보이며) 주스 마시러. (쿨하게 툭 뱉고 가고)



S#29. 봉 위켄드 밖 D


장미 : (주스 들고 밖으로 나오면)

훈동 : (겁에 질린 얼굴로 쫓아 나와서) 주스 한잔 마시러 여기까지 왔다고??

장미 : (걸어가며) 설마 주스 한잔 마시러 여기까지 왔겠니?

훈동 : (그럼 그렇지!) 그치? 맞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장미, 밖에 서있던 기태 자동차에 올라탄다.


훈동 : ......? (보면)

기태 : (차 안에서 훈동에게 손들어 일별하고 출발한다)

훈동 : ......! (저 두 사람 진짜 만나...? 뒤통수 얻어맞은 멍한 얼굴)



S#30. 달리는 기태 자동차 안 D


장미 : (신나서) 이훈동 표정 봤죠! 아니 글쎄 알바생까지 나한테 넘어오려 그러더라구요! 나 의외로 타고 났나 봐!

기태 : (심드렁한 얼굴로 운전하며) 오버하지 마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까.

         (장미가 사온 자몽주스를 쪽 빨더니) 저녁 뭐 먹을래요?

장미 : 됐어요. 조 앞에 지하철역에서 내려줘요.

기태 :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연인이니까 파스타가 좋겠네.

장미 : ? 이건 누굴 위한 친절이래?

기태 : 착각하지 말고. 뒤에 고모가 따라와요.

장미 : ? (돌아보려는데)

기태 : 돌아보지 마요.

장미 : (얼음! 앞만 보고) 아니 무슨, 가족끼리 미행도 해요?

기태 : 워낙 가족애가 넘치는 집안이라.



S#31. 공미정 자동차 안 D


스카프 머리에 두르고 운전하는 공미정. 앞서 달리는 기태 자동차가 깜빡이 켜면, 따라서 차선을 바꾼다.



S#32. 이탈리안 레스토랑 N


마주 앉아 파스타 먹는 기태와 장미.


장미 : (흘끗 유리창 쪽을 보면)


창밖으로 자동차에 숨어서 이쪽을 염탐하는 공미정이 보인다.


장미 : 배고프시겠다. 그냥 같이 드시자고 하지?

기태 : 고개 돌려요. 지금 그쪽이랑 나랑은 서로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 세상에 둘만 있는 상태라고. 나 봐요.

장미 : 참 로맨틱한 말을 진짜 안 로맨틱한 얼굴로 하네.

기태 : (대꾸도 없이 파스타 먹으면)

장미 : 그런 얼굴 하고 있다가 다 들통 나겠다. 안 되겠다, 와인이나 마셔요.


화면 바뀌면, 여자 직원이 와인 코르크 따는데, 작고 가녀린 여직원 힘겹게 낑낑거린다.


장미 : (얼른) 주세요, 주세요, 제가 할게요.

여직원 : (민망해서) 아닙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장미 : 제가 술병 따는 느낌을 좋아해서 그래요. 괜찮으니까 가서 일 보세요.

여직원 : 아 예.. 죄송합니다.. (와인병 건네고 가면)

장미 : (씩씩하게 코르크 열고, 잔에 와인 따른다)

기태 : (잠자코 보다가) 보니까, 사람들한테 친절해야한다는 강박이 좀 있으시네.

장미 : 그냥 내 손으로 하는 게 편하고 익숙한 것뿐이에요.


와인 잔 가볍게 부딪히고.


기태 :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에 목매는 거겠지. (와인 마시고)

장미 : (와인 마시고)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그쪽한텐 참 별 거 아니고 오히려 성가신 모양인데,

         그거 때문에 죽어라 발버둥치는 사람도 있어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엄친아는 절대 이해 못 하시겠지만.

기태 : (씁쓸) 화목해 보이는 집에도 나름의 사정은 있죠.

장미 : 배가 부른 거지. 가족들이 신경쓰고 챙겨주면 감사해야지, 그걸 무슨 나를 위한 친절이니 남을 위한 친절이니 따지고,

         친절하면 나도 좋고 너도 좋고 그게 함께 살아가는 거지! (와인 마시고)

기태 : 사람들한테 주로 이용당하지? 인정과 사랑이 아니라. 뻔하지..

장미 : (흥!) 지금은 나도 목적이 있어서 너한테 이용당해주지만! 이훈동한테 복수만 하면 그날로 끝이야!

         니 태도, 니 말투, 니 연애, 다 별로야!

기태 : 술만 들어가면 반말이네. 이 여자랑은 웬만하면 술을 섞는 게 아닌데.

장미 : 암튼! 어머니께 잘해요. 어머니도 인정과 사랑이 고픈 거니까..

기태 : (낮게 한숨) ...



S#33. 장미 집 앞 N


집 앞에 데려다 주고 차 문까지 열어주는 기태.


기태 : 주말에 시간 좀 내요. (파티 초대장 건네면)

장미 : ? (초대장 보며) 자선파티...?

기태 : 친구가 주최하는 자선파틴데, 사람 많은데 가서 우리 사이 소문 좀 내게요. 그럼 어머니도 믿으시겠죠.

장미 : (피식..) 웃기다. 다신 남자랑 데이트 못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하게 되네. 어쨌든.. 고마워요.

기태 : (무뚝뚝하게 자르는) 고맙지 마요. 백프로 나를 위한 친절이니까.

장미 : (치..)

기태 : (이 악물고 억지 미소 띈 채 복화술로 재촉하는) 빨리 들어가요.

장미 : (염탐하는 시선 의식하며 다정하게 손 흔들고 집으로 들어가면)


저만치, 으슥한 곳에 차를 세우고 앉아있는 공미정.


공미정 : (핸드폰 들고) 네 언니.. 확인했어요. (잠복 중인 형사의 눈빛에서)



S#34. 백화점 전경 D



S#35. 백화점 주차장 D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는 훈동. 망설인다.


훈동 : 내가 여기 왜 왔냐...? (도로 차에 탔다가, 다시 내려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다가 또 머뭇)



S#36. 백화점 명품매장 D


흰 장갑 끼고 진열대 정리하는 장미,


현희 : 언니 (했다가 얼른) 아니 선배님, 손님 오셨어요.

장미 : ? (돌아서면) !


장미 앞에 서있는 여름.


장미 : (놀라서) 어...? 여긴 어떻게...?

여름 : (장미 명함 들어 보이며) 같이 쇼핑하기로 했잖아요.

장미 : 아니 그건 그냥.. (곤란한) 그냥....

여름 : 그냥 뭐요? 그냥 찔러본 말이었는데 내가 와버린 건가? 부담스러워요?

장미 :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어.. 그게..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 (하는데)


저만치 매장 밖에서 이쪽을 기웃거리는 훈동 보인다.


장미 : !

훈동 : (장미와 함께 있는 여름을 보고 멈칫) !

여름 : 뭐 그럼 그냥 가고. (가려는데)

장미 : (얼른 여름을 붙잡으며) 잠깐! (현희에게) 현희씨, 한 시간만 봐줄래?

현희 : (이 언니 진짜 제법이네?) 오케이. 다녀오세요 선배님.

장미 : 가요.


장미, 여름과 함께 매장을 나서면, 훈동, 후다닥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장미 : (훈동 보란 듯이 여름에게 팔짱까지 끼고 가면)

훈동 : (매장 밖, 빼꼼 눈만 내밀고) 뭐야.. 공기태에다.. 한여름까지...?


멀어지는 장미와 여름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는 훈동. 그의 어깨를 톡톡톡 치는 손.


훈동 : (화들짝)

현희 : 또 보네요? (생긋)

훈동 : ...! (보면)



S#37. 백화점 남성의류 매장 D


피팅룸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는 여름.

장미, 처음엔 멀찍이 떨어져 선 채 적당히 관망만 하다가, 점점 그녀의 열정에 시동 걸린다.

이 정도로 옷빨 잘 사는 남자도 흔치 않은데 제대로 옷 입혀보고 싶은 욕심.

옷걸이 양손에 두 개 세 개씩 들고 피팅룸 앞에서 대기하고,

여름이 옷 입고 나오면 재킷 들고 있다가 뒤에서 입혀주고, 옷깃 정리해주고, 단추 채워주고,

매칭할 아이템 가지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매장 직원보다 더 열심히 서비스하는 장미 모습들 몽타쥬.

마침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 변신한 여름, 짠! 거울 앞에 선다.

거울 뒤에 선 장미, 뿌듯해서 활짝 웃는다.


여름 : (그런 장미가 재밌다) 너무 열심히 하는데? 자기 일처럼?

장미 : (그제야 멈칫, 내가 너무 오버했나?) 아 뭐..

기태E : 포인트는, 남을 위한 친절이 아니라 나를 위한 친절이어야 한다는 거.

장미 : 내가 재밌어서 한 거예요. 인형놀이 하는 기분으로.

여름 : 그럼.. 내가 인형 해드렸으니까, 계산 좀 해줄래요?

장미 : (멈칫) 네......?

기태E : 사람들한테 주로 이용당하지? 인정과 사랑이 아니라.

장미 : (뒤통수 얻어맞은 얼굴로 서있는데)

여름 : (피식) 싫음 말고. (지갑에서 카드 꺼내 직원에게 내민다) 일시불이요.

장미 : (뭐지 이 남자...?)



S#38. 백화점 명품매장 D


훈동 : (지갑 하나 골라들고) 이 지갑 스무 개 정도 살 수 있을까요?

현희 : (갸웃) 같은 제품으로 그렇게 많이요?

훈동 : 친구가 하는 자선파티에 기부하려구요.

현희 : 아 네.. 생각보다 좋은 분이시네요.

훈동 : 예...?

현희 : 장미 언니한테 얘기 듣고는 진짜 최악의 찌질인 줄 알았거든요.

훈동 : 예...??

현희 : 많이 사랑한 만큼 미움도 컸던 거겠죠. (하더니 툭) 언니가 왜 그렇게 깊이 빠졌었는지 알 것도 같네요.

훈동 : (머쓱) 아 뭐..

현희 : (생긋 웃더니) 주문하신 상품은 늦지 않게 택배로 보내드릴게요.

훈동 : 아 네..



S#39. 봉 위켄드 D


혼자 앉아서 차 마시며 책 읽는 세아. 세아 앞에 신용카드 내미는 손. 여름이다.


세아 : 괜찮은 걸로 샀어요?

여름 : 네. 덕분에. (씩 웃더니) 근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예요?

세아 : (카드 집어넣으며) 내가 주최하는 파티는 최고의 수질이어야 하니까.

훈동 : (안으로 들어오며) 어? 세아 왔구나? (세아 맞은편에 와서 앉으며) 요즘 자주 오네? 나 보러?

세아 : 이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름에게) 그럼 주말에 봐요. (가면)

훈동 : ???

여름 :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는데)

훈동 : (여름을 툭 치고) 주말에 보자니? 세아가 너도 파티에 초대했어?

여름 : 옷까지 사주면서 오라고 사정하는데 안 갈 수가 있어야죠.

훈동 : 옷을 사줬다고...?

여름 : (세아가 마시던 찻잔 치우는데)

훈동 : (울컥 열 받아서) 너, 너 인마! 장미한테도 작업 걸더라??

여름 : 제가요? 그 분이 먼저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요?

훈동 : 걔가 원래 그렇게 아무한테나 친절해서.. 걔는 그게 문제야!!

여름 : 근데 두 분 헤어진 거 아니었어요?

훈동 : (머쓱) 헤어졌지.. 헤어졌는데..!

여름 : 파티에 같이 가자 그럴까? (툭 던지고, 찻잔 들고 주방으로 가면)

훈동 : ...!!! (불안초조한 시선에서)



S#40. 도로 / 세아 자동차 D


시원하게 달리는 컨버터블 스포츠카.


세아 : (운전하며 통화하는) 파티 같이 가자. 니가 꼭 와줘야 하거든.



S#41.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기태 : (핸드폰 들고 통화하다가 멈칫) 내가 왜?

세아E : 가보면 알아. 암튼 사회성 떨어지는 공기태, 또 집에 가 잠이나 잔다 그럴까봐 내가 직접 모셔가려고. 거의 다 왔어.

기태 : ... (잠깐 머뭇) 어쩌지, 나 같이 갈 사람 있는데.



S#42. 달리는 세아 자동차 D


세아 : ...! (설마 여자...?)

기태E : 암튼 꼭 참석할 테니까 걱정 말고. 파티에서 보자. (전화 끊기고)

세아 : (살짝 혼란스러운 얼굴) ......



S#43. 봉 위켄드/병원 건물 앞 D


기태가 사준 옷을 입고 걸어오는 장미, 파티에 갈 차비를 하고 가게를 나서는 훈동,

건물 앞에서 딱 마주치는 두 사람.


훈동 : ...!

장미 : (얼른 쿨한 얼굴 표정 만들면)

훈동 : (조심스럽게) 저기.. 얘기 좀 할래?

장미 : 무슨 얘기?

훈동 : 사과.. 하고 싶어서.

장미 : ...! (멈칫, 보면)

훈동 : 미안하다.. 진심으로.

장미 : !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이던가.. 쿨한 표정 순식간에 무너지는데)

훈동 : 나랑 어디 좀 갈래...? 같이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그때 건물에서 나오는 기태.


기태 : 미안하다. 장미씨 나랑 선약 있어.

훈동 : ! (보면)

기태 : 가요 장미씨! (장미를 차에 태우고)

장미 : 잠깐만요 얘기 좀 들어보고.. (하는데)

기태 : (차 문 쿵! 닫아버린다)


insert> 저만치 뒤쪽에 와 서는 세아의 자동차. 기태가 차에 여자를 태우는 모습을 보는 세아.


훈동 : 잠깐...! 장미야...!!


서둘러 출발하는 기태 자동차.

훈동 닭 쫓던 개 표정으로 망연자실 서있는데 그 앞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오는 미끈한 스포츠카.


세아 : 가자.

훈동 : ??? (눈 휘둥글 놀라서 보면)

세아 : 안 가?

훈동 : (이게 웬 떡?? 허겁지겁 올라타면)



S#44. 달리는 기태 자동차 D


장미 평소답지 않게 시무룩하게 앉아있고.


장미 : 진심 같았단 말이에요..

기태 : 겨우 미안하다 한 마디에 덥석 낚이나? 어장관리 중인 거 잊었어요?

장미 : 영혼 없이 어장관리 하니까 괜히 영혼 없는 남자까지 꼬이고..

기태 : 영혼 없는 남자? 누구?

장미 : 이훈동네 가게 알바생이요. 백화점까지 찾아온 거 있죠.

기태 : (갸웃) 한여름...?

장미 : 암튼 어장관리 내 스타일 아닌 거 같아요. 빨리 고기를 낚든지 해야지.

기태 : 조급하게 굴지 마요. 떡밥만 배 터지게 주워 먹는 수가 있으니까.

장미 : (무슨 뜻?)

기태 : 저쪽도 어장관리 중일 수 있다고. 끝까지 긴장 풀지 말라고. 진심 같은 거 절대 들키지 말고.

장미 : (씁쓸한 얼굴로 정면 응시하는) ...



S#45. 달리는 세아 자동차 D


운전하는 세아, 멈칫.. 훈동을 돌아보며.


세아 : 지난번 너네 가게에서 그 맥주병...?

훈동 : 무슨 생각인지 둘이 그렇게 붙어 다니더라고.. 내가 본 것만 세 번째야.

세아 : (그럴 리 없는데.. 하는 표정)

훈동 : 그들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하라 그러고. (슬쩍) 니 옆엔 내가 있어줄게.

세아 : ... (조용히 생각하는 얼굴)



S#46. 호텔 야외풀 D


푸르게 일렁이는 야외풀. 풀 사이드를 따라 세팅된 테이블과 한쪽에 야트막한 간이무대.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와 기태.


장미 : (두리번거리며) 아니 자선파티라면서, 무슨 자선파티가 이렇게 화려해?

세아 : (툭 끼어드는) 다 같이 행복해지자는 거죠.


화려하게 차려입은 파티 호스트 세아, 그리고 그 옆에 딱 붙어서있는 훈동...!

장미와 기태, 훈동을 보고 멈칫...!


세아 : 도움 받는 사람은 물론이고, 돕는 쪽도 기왕이면 즐겁게. 좋잖아요.

장미 : (세아가 눈이 부신데)

기태 : (장미에게 세아 소개하는) 여긴 내 친구, 오늘 파티 호스트.

세아 : (손 내밀며) 강세아예요.

장미 : (악수하며 꾸벅) 주장미라고 합니다.

기태 : 여긴.. (장미를 소개하려는데)

세아 : (자르고) 난 장미씨 알지. 훈동이랑... (미묘한 말줄임표)

장미 : (얼굴 굳어지며) 아 뭐..

장미E : 나랑 같이 가고 싶다는 데가 여기였어...?

기태 : (훈동 보며) 여기서 볼 줄 몰랐다?

훈동 : (으쓱) 어 세아가 같이 오자 그래서. (깐족) 왜, 혹시 내가 세아 옆에 있는 게 껄끄럽고 그런 거 아니지?

         과거에 연연하는 캐릭터 아니잖아 너.

장미 : (과거??)

기태 :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지. (장미 어깨에 쓱 팔 두르면)

훈동 : ...! (두 남자 사이 은근한 신경전 오가고)

장미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분위기 살피는데)

세아 : 참, 기태야 최교수님 오셨어, 인사 드려. 이 남자 좀 잠깐 빌릴게요. (장미에게 미소로 양해 구하고, 기태 끌고 가버리고)

기태 : (어쩔 수 없이 끌려가며) 금방 올게요.

훈동 : (세아 뒤를 쪼르르 따라가면)

장미 : (혼자 남겨져 뻘쭘..)

손님1 : (장미 옆에서 대화하는 목소리) 강한병원 이사장 따님이 여는 자선파티라고 아주..

           서울시내 의사선생님들 쫙 다 집합하셨네...!


사람들에 섞여 인사하는 세아.. 그 옆에 찰싹 달라붙은 훈동..

강한 병원 이사장 따님이라고...? 썰렁하게 바라보는 장미.

그 때, 파티장이 술렁이며 여자들 시선이 한 곳을 향한다.

세아가 사준 (장미가 골라준) 수트를 빼입고 나타난 근사한 여름...!


장미 : 어...? (보면)

여름 : (장미를 향해 쓱 손을 든다)

장미 : (왠지 살짝 반가운 마음에 같이 손 드는데)

여름 : (장미를 지나쳐 세아에게 향한다)

세아 : (반기며) 여름씨! 어서 와요!

장미 : ...!


여름을 사람들에게 소개시키는 세아,


장미 : (허탈하고 씁쓸하고) 뭐야.. 저 녀석도.. 결국 목적은 따로 있었네...?


와글와글 몰려든 물고기들, 그 어장의 중심에서 환히 빛나는 세아.

양쪽에 기태와 여름을 끼고 있는 모습. 그 주변에 훈동도 얼쩡댄다.

대화에 끼지 못하고 초조하게 주변을 맴돌던 훈동, 핸드폰 울린다.


훈동 : (반갑게 받는) 여보세요?



S#47. 호텔 야외풀 입구 일각 D


커다란 쇼핑백 들고 서있는 현희, 훈동에게 쇼핑백 건네며.


현희 : 주문하신 상품 재고확보가 늦어져서요, 제가 직접 가져왔습니다.

훈동 : (받아들고)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겠어요.

현희 : 네. 밥도 못 먹었어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저 배고파요.

훈동 : 아.. 그럼.. 들어가서 뭐라도 좀 드실래요...?

현희 : (환해지며) 정말요?



S#48. 호텔 야외풀 D


현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훈동,


훈동 : 잠깐 여기 있어요. 선물 전해주고 올게요.

현희 : (생긋) 네. 좋은 선물 되십쇼 고객님.


훈동, 쇼핑백 들고 의기양양 세아에게 다가간다.


훈동 : 세아야, 내가 뭘 좀 가져왔는데. 별 건 아니구..

세아 : ?

훈동 : (쇼핑백 건넨다)

세아 : (받아서 보더니) 이게 뭐야? 지갑은 왜?

훈동 : 경매 이벤트 한다면서, 좋은 일 하는데 힘 좀 보태고 싶어서. (으쓱으쓱)

세아 : 아... 그런 경매가 아닌데...

훈동 : 응? 그럼 무슨 경맨데?

세아 : (의미심장한 미소) 곧 알게 될 거야. (쇼핑백 돌려주며) 이건 고맙지만 마음만 받을게. (저쪽으로 가버린다)

훈동 : (끙... 무안하고 난처한 얼굴로 저만치 서있는 현희를 돌아보면)

현희 : ......?



S#49. 호텔 야외풀, 다른 일각 D


뷔페 음식 세팅된 기다란 테이블.


장미 : 먹기나 하자. 먹는 게 남는 거다! (빈 접시 들고 음식 담으려는데)

여름 : (장미가 막 집으려는 집게를 탁! 낚아채 음식 담고)

장미 : (보더니) 멋지네요. 누가 골라준 옷인지.

여름 : 누구한테나 그렇게 친절하다면서요?

장미 : (다른 음식 담으려는데)

여름 : (또 집게 탁! 낚아채 음식 담으며) 난 또 나한테 관심 있는 줄 알고.

장미 : 그쪽도 나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었잖아요? (곱게 째려보고, 다른 음식 담으려는데)

여름 : (그것마저 탁! 낚아채 담으며) 그쪽도 남의 진심 함부로 판단하네요?

         기태 형님한테는 주스까지 쏟아 부으면서 난리를 치더니?

장미 : (슬슬 열 받아서) 뭐하는 거예요? (빈 접시 탁 내려놓자)

여름 : (음식 담은 접시를 장미에게 불쑥 건네고)

장미 : ? (얼결에 접시 받아들면)

여름 : 재미없어져서 그래요. 그쪽이 사장이랑 똑같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게.

장미 : ...!

여자1 : (다가와서) 여름씨, 저쪽에 자리맡아 놨어요. 얼른 와요.

여름 : 네 누나! (쪼르르 가고)

장미 : ... (썰렁)


장미, 여름이 건네준 음식 접시를 들고 서있다 돌아서는데 저만치 사람들 사이로 훈동이 보인다.

여자와 함께 있는데, 사람들에 가려져 여자 쪽은 보이지 않는다.

여자가 또 있어...? 저 여잔 또 뭐야...? 고개 빼고 보는데,

그 여자에게 명품 로고 선명히 찍힌 커다란 쇼핑백을 건네는 훈동...!


장미 : ......!



S#50. 호텔 야외풀 D


훈동 : (현희에게 쇼핑백 돌려주며) 일부러 여기까지 와줬는데.. 미안하네요.

현희 : 괜찮습니다. 환불 해드려야죠.. (툭) 실은 오고 싶어서 왔어요.

훈동 : 네...? (보면)

현희 : 장미 언니도 와있죠? 성형외과 의사랑 온다 그랬는데?

훈동 : ... (썰렁) 아아.. 장미 만나러..?

현희 : 에이 아니죠, 장미 언니야 맨날 보는데요 뭐.

훈동 : 네...?

현희 : (알쏭달쏭한 미소지으며 그윽한 눈빛을 흘리고)


저만치서 사람들을 헤치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장미, 쇼핑백을 건네받은 여자의 정체를 확인하려는데,

그 때, 저만치, 풀사이드에 만든 야트막한 간이 무대에 사회자 올라선다.


사회자 : (마이크 들고) 지금부터 오늘의 메인이벤트 ‘돈보다 남자’ 시작하겠습니다! 꽃? 아닙니다, 돈! 맞습니다!

            쉽게 말해 데이트 경매인데요, 여러분께서 입찰해주신 돈은 전액 어려운 형편의 환아들을 돕는데 쓰일 테니까,

            데이트를 기부해주실 우리 훈남 여러분들! 올라와 주세요! 자원하셔도 좋구요, 물주 여성분들의 추천도 받습니다!


이벤트가 시작되면서 사람들 우르르 무대 쪽으로 이동하고, 무리의 이동에 휩쓸려 방향을 잃는 장미.


장미 : 아 잠깐만요, 좀 지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저쪽으로 가야 해서.. 에고 죄송합니다! 제가 발을 밟았네요..!

         (훈동과 현희 있는 쪽을 보는데, 두 사람 사라지고 없다. 결국 여자 얼굴 확인 못했다..)



S#51. 호텔 야외풀, 간이 무대 (D → N)


이벤트로 한창 술렁대는 파티장, 남자를 무대에 세우려는 여자들, 괜히 빼는 남자들 줄다리기하는데,

기태, 세아에게 손 붙잡혀 질질 끌려오며.


기태 : (쪽팔려 도망가고 싶은) 꼭 와야 한다는 게, 이거 때문이었냐?

세아 : 좋은 일 좀 하자, 어?

기태 : 그냥 내가 기부금 낼게, 그럼 되잖아. (무대 계단에 서서 버티는데)


꺅 꺅 여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로 모셔지는 남자, 여름이다.


기태 : (여름을 보고) 여름씨도 재물이었구나?

여름 : (기태 향해 싱긋)

세아 : (기태를 힘껏 무대로 밀고) 비싼 값에 팔려주라!


기태, 어쩔 수 없다는 듯 여름 옆에 나란히 서고

세아, 기태와 여름을 무대에 세워놓고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는데,


훈동 : 세아야, 나도 좀 도와줄까?

세아 : 어? (머뭇) 생각해준 건 고마운데.. 괜찮겠어?

훈동 : 당연히 내가 도와야지. 경매가 이런 건 줄 알았음 좀 꾸미고 오는 건데.

세아 : (피식 웃고) 뭐, 그럼, 그러든지.


대부분 남자들 못 이기는 척 등 떠밀려 세워지는 와중에 훈동만 자진해서 무대로 올라가면,


사회자 : (훈동을 구석에 세우며) 네! 좋습니다! 이분까지만 받겠습니다!


한쪽에 자리 잡는 장미, 나란히 선 기태와 여름, 그리고 훈동을 본다.


사회자 : 자! 돈보다 남자! 기본 십만원으로 시작합니다.

            (평범하게 생긴 남자1을 가운데 세우고) 첫 번째 상품, 본인 스펙은요?

남자1 : 아 예, 나이는 서른 넷, 마취과 전문의구요,

여자들 : (어디선가 손 올라오며) 20만원!

사회자 : 데이트 옵션 사항은 없으시구요?

남자1 : 아, 예, 영화 보여드리겠습니다. (머쓱하게 흐흐)

사회자 : 영화 약하네요. 30만원 없으시죠? 20만원 낙찰!


남자들 차례로 앞으로 나선다. 빠르게 몽타쥬 느낌으로 탁탁 넘어가는.


사회자 : 다정다감한 연하의 소아과 닥터, 어머님들의 입찰이 뜨겁습니다!

            / (20만원! 30만원! 입찰하는 여자들 모습) (젊은 남자 얼굴 위로) 50만원 낙찰!

            / 이 상품은 피부과 개원의! 옵션으로 레이져 한번 쏴주신답니다! (60만원! 70만원! 경쟁적으로 입찰하는 여자들)

            (피부 반질반질 남자 얼굴 위로) 80만원 낙찰!

            / 피부과에 맞서는 치과의사! 옵션으로 스케일링에 미백까지! (새하얀 치아를 반짝이는 남자 얼굴 위로) 90만원 낙찰!

            (못생긴 남자 얼굴) 20만원 낙찰! / (잘생긴 남자 얼굴) 70만원 낙찰!


남자들이 차례로 팔려나가고, 무대 위 남자들 줄어든다.

점점 다가오는 기태와 여름, 그리고 훈동의 차례..

각기 다른 표정으로 지켜보는 장미, 세아, 현희..

마침내 무대 위에 남은 세 남자. (D → N)


사회자 : 이번엔 두 상품을 한꺼번에 만나보시는 순서! 가격비교 서비스!!


사회자, 기태와 여름을 나란히 앞에 세운다.


여름 : (느긋하게 싱글거리며 앞으로 나서고)

기태 : (왜 하필 이 녀석과...!)

장미 : ...! (두 사람을 보면)

사회자 : 스펙과 옵션 부탁드립니다. (기태에게 마이크 대주면)

기태 : 성형외과 의삽니다.

사회자 : 여기 의사 아닌 사람 있나요?

기태 : (끙..)

사회자 : 비교 상품 스펙 보시죠. (여름에게 마이크 대주면)

여름 : 별 거 없고, 그냥 취미로 요리 좀 합니다. (해맑게 싱긋 웃으면)


싱그러운 여름의 미소만으로 꺅 꺅 소리지르며 쓰러지는 여자들! 20! 30! 50! 70만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입찰.

여자1, 손들더니 “100만원!”


사회자 : 이 외모에 요리까지! 이에 맞서는 성형외과 의사선생님은?

기태 : (여름을 흘끗 보더니) 요리, 잘 먹습니다!


여자들 웃으며 입찰한다. 30만원! 50만원!

부유해 보이는 부인, 보석반지 주렁주렁 달린 통통한 손들고 “100만원!”


사회자 : 후끈 달아오르는 이 분위기 그대로! 장기자랑 배틀 들어가겠습니다!

기태 : (허걱!!! 웬 장기자랑??)

사회자 : 춤? 노래? 어떤걸로?

여름 : 춤으로 가죠 형님.

기태 : 너 해. (단호하게) 난 안 해.

사회자 : 좋습니다! 음악 주세요!


음악 흘러나오고, 여름, 슬슬 리듬타기 시작하더니 멋지게 그루브!

꺅꺅 쓰러지는 여자들. 입찰 경쟁 불붙는다. 150! 200! 300! 여자1, 마침내 “500!!!” 외치면,


사회자 : 오늘의 최고갑니다! 오백에 낙찰!!!!!

세아 : (투자한 보람이 있다. 흐뭇하게 미소)

기태 : (여름이 비싼 값에 팔리자 은근히 솟구치는 승부욕)

장미 : (와.. 다들 돈 많구나..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하고)

사회자 : 그럼 우리 성형외과 의사선생님, 100만원까지 나왔는데, 더 없으십니까?


아무도 입찰하지 않는 가운데, 입찰이 유력해진 부유한 부인, 흐뭇한 엄마미소로 기태를 바라보고.


기태 : (뜨악!!! 안돼!!! 제발.. 절박한 눈빛으로 장미를 보는데)

장미 : (내가 그런 돈이 어딨어? 미안하다는 듯 베식)

사회자 : 자, 그럼 100만원에 낙.. (찰하려는데)

기태 : 잠깐!


절대 춤추지 않을 것 같던 기태, 진지한 얼굴로 춤추기 시작한다. 영 뻣뻣하고 엉성한데, 너무 열심 열심 흔드니까 귀여운.

여자들 웃으며 입찰하기 시작한다. 150, 200, 250, 300, 올라가고

부유하게 생긴 부인, 포기를 모르고 오동통한 손 집요하게 드는데

한쪽에서 조용히 보고만 있던 세아, 스윽 손을 들어 올리더니.


세아 : 천.

일동 : (헉!!!!)

장미 : !!!

훈동 : !!!

기태 : (추던 춤 삐그덕.. 멈춤 동작으로) ......!!!

사회자 : 천만원...!!! 최고가 경신입니다!!! 천만원 낙찰!!!!!!


기태와 여름, 박수와 환호 속에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사회자 : 자, 이제 모든 상품 완판되었구요.. (하는데)

훈동 : 아.. 저.. (구석에서 존재감 없다가 엉거주춤 앞으로 나서면)

사회자 : ? (언제부터 거기 있었냐는 듯) 아, 재고가 하나 남았네요? 죄송합니다. 스펙과 옵션은요?

훈동 : 아.. 전.. 브런치 레스토랑 합니다. 여자분들 브런치 좋아하시죠?

사회자 : 에이 바로 앞에 천만원이 나왔는데.. 브런치 천만원어치 먹을 수도 없고..

훈동 : (삐질.. 세아 눈치 보고)

장미 : (여자들 죄 잠잠한데 조용히 혼자 손든다)

사회자 : 네! 얼마? (장미를 손으로 가리키면)

장미 : (싸늘하게) 십...... 팔! 만원이요.


폭소 터지는 좌중.


기태/여름 : (동시에 풉!!! 역시 재밌는 여자라니까..)

사회자 : 십, 팔만원! 애매한 액수가 나왔습니다. 십, 팔만원! 다른 분은요?

일동 : (다들 별 관심 없이 파장분위기)

사회자 : 없으십니까? 그럼 십, 팔만원에 낙.. (하는데)

훈동 : 잠깐만요! 저는 뭐 장기자랑 같은 거 안 시켜요?

사회자 : 왜요? 십 팔만원 부른 여성분한테 팔리면 안 되는 무슨 사연이라도..?

장미 : (서늘한 눈빛으로 훈동을 노려보면)

훈동 :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구요, 저도 좀 비싼 값에.. 좋은 일 좀 해보려구.. 노래도 할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는데..

사회자 : 그거 다 앞에서 한 거고.. 마지막으로 멋지게 대미를 장식하셔야 하는데 이건 뭐 돈도 안 되고, 재미도 없고..

일동 : (웃고)

장미 : (혼자만 웃지 않고 무표정)

사회자 : 정 그러시면, 시원하게 입수 한번 하시죠! 물주여러분들 입수 원하세요?

여자들 : (꺅! 환호하고)

훈동 : (당황)

사회자 : 입수하면 비싼 값에 사주실 거죠?

여자들 : (네!!!)

사회자 : (박수치며 유도하는) 빠져라! 빠져라! 빠져라!!

일동 : (박수치며) 빠져라! 빠져라!! 빠져라!!!

훈동 : ... (끙... 고민하다가) 잠깐만요!

사회자 : 네! 뛰시겠습니까?

훈동 : 그럼 전, 그녀를 위해 뛰겠습니다!

일동 : (오오오!! 환호와 박수)

사회자 : 그녀가 누구죠?

훈동 : (세아, 장미, 그리고 저쪽 끝에 서있는 현희 쪽에도 흘끗 시선 주고) 그녀는 아마 알 겁니다. 그녀가 저의 그녀라는 걸.

장미 : (무표정)

세아 : (피식.. 웃는)

현희 : (조용히 미소)

기태 : (혼잣말) 어장 속에 피라미 한 마리 안 놓치겠다는 거냐..? (피식)

사회자 : 애매하네요. 뭐 좋습니다! 그럼 과연 이분의 그녀가 십팔만원일지, 아니면 십팔만원보다는 돈이 좀 더 있는 분일지!

            기대해 보면서 카운트 들어가겠습니다! 셋!!!

일동 : (사회자를 따라 다 같이 카운트하는) 세엣...!

훈동 : (후우.. 심호흡)

일동 : 두울...!!

훈동 : (눈 질끈 감고)

일동 : 하나아...!!!

훈동 : (있는 힘껏 허공으로 점프!!!)


마음은 수영선수처럼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뛰어들고 싶었는데 현실은 수면에 철퍼덕!!! 배치기 해버리는 훈동.


사회자 : (월드컵에서 공이 골대 맞고 튕긴 듯한 리액션) 아!!! 진짜 아프겠어요!!!


좌중 폭소 터진다. 장미만 웃지 못한다.

코로 입으로 잔뜩 물 먹고 정신 못 차리고 허우적대는 훈동, 콜록.. 콜록..! 우에엑..! 꾸에엑....! 괴롭다.

아픈 배 문지르며, 겨우 중심 잡고 서면.


사회자 : 자! 그럼 이 분의 짠한 입수에 마음이 동한 여성분들 입찰 해주세요!!!


여자들 웃기만 할 뿐 아무도 입찰하지 않는다.

현희도 사람들 속에 숨어 상황만 살피고, 장미는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훈동, 세아에게 불쌍한 눈빛으로 어필해 보지만

세아, 흥미롭게 관망하다가 훈동과 눈이 마주치자 슬쩍 회피해버린다.


사회자 : (안타까운) 아...! 아무도 없으신가요? 정말 한 분도 안 계십니까??

훈동 : (점점 굳어지는 얼굴. 추워서 바들바들 떨기까지 하는데)

사회자 : 이렇게 된 이상, 돈보다 남자, 돈은 포기하구요, 돈보다 재미로 가죠!

            지금 물에 뛰어드는 여자분 계시면 공짜로 드립니다!

일동 : (일제히 터지는 폭소와 환호)

사회자 : 다 잡은 물고기, 그냥 들어가서 낚기만 하면 돼요! 거저 드려요!!


갈수록 더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고 물에 젖어 바들바들 떠는 훈동, 점점 비참해지는데

그 때, 성큼성큼 앞으로 나서는 장미, 기태가 말릴 새도 없이 물로 뛰어 들어가 훈동에게 다가간다.


사회자 : 어? 드디어 한 분 나타나셨는데요.. 저 분은.. 십팔만원...??

기태 :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다니!) 아 왜....!

여름 : (이제 좀 저 여자답네.. 씩 웃고)

장미 : (훈동의 손을 잡으면)

일동 : (오오오...!)

훈동 : (이빨 딱딱 부딪히며 감동) 장미야...!

장미 : (화난 얼굴) 나가자. (훈동의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끌어내면)

사회자 : 나.. 낙찰...!!!


재밌는 쇼가 끝나버려 아쉬운 구경꾼들, 살짝 김 샌 얼굴로 박수쳐주고 풀 밖으로 나오는 훈동과 장미.

장미 역시 쫄딱 젖은 몰골. 구두 한 짝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세아 : (왠지 조금 미안한 기분)

기태 : (장미가 조금 더 좋아진다)

여름 : (역시 재밌는 여자..)



S#52. 실내 일각 N


홀딱 젖은 채 덜덜 떠는 훈동.


장미 : (수건 훈동 머리에 툭 얹어주면)

훈동 : 고맙다 장미야.. 니가 그렇게까지 해줄 줄은...

장미 : (훈동을 빤히 보더니) 진심 아니었지?

훈동 : 어...? 그게 무슨..

장미 : 여전히 너, 나한테 하나도 안 미안하지?

훈동 : (보더니) 설마.. 내가 다시 시작하자는 건 줄 알고.. 그거 기대한 거야..?

장미 : (발끈) 미쳤니? 내가 왜 너랑 다시 시작해!

훈동 : 역시 안 되는 건가? 너랑은 쿨하게 친구로 지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장미 : 친구...? 넌 그게 돼...?

훈동 : 나도 안 될 줄 알았는데, 너랑은 될 것도 같더라.. 몰랐는데 의외로 쿨하더라구. 기태랑 여름이한테 하는 거 보니까...

장미 : ... (할 말을 잃고)

훈동 : 사람 사이 좋은 관계라는 거 꼭 사귀는 게 전부는 아니잖아. 사귀다 헤어졌다고 꼭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낼 필요 있어?

         서로 적당히 거리 유지하면서, 오늘처럼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좋잖아.

장미 : (허.. 헛웃음)

훈동 : 암튼 고마웠어. 너한테 내가 낙찰됐으니까.. 언제 한번..

장미 : (딱 잘라) 아니. 다시는 보지 말자.

훈동 : 어...?

장미 : 친구도 하지 말자.

훈동 : 어.. 왜...?

장미 : 그래도 한 때는 나, 너한테 진심이었으니까.

훈동 : ...!

장미 : 너한테 진심이었던 내가.. 자꾸 부끄러워지니까. (돌아서 가버린다)

훈동 : ......! (가슴에 뭔가 쿵.. 떨어진 기분)



S#53. 호텔 야외풀 N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평화롭게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장미 : (쫄딱 젖은 채 안에서 나오면)

기태 : (문밖에 기다리고 서 있다)

장미 : 복수.. 안 할래요.

기태 : ... (보더니) 집에 데려다 줄게요.

장미 : 미안하지만, 거래도 없던 걸로 해요..

기태 : 있어 봐요. 가운이라도 얻어 올 테니까. (가면)


장미, 씁쓸한 얼굴로 그냥 돌아서 간다. 한쪽에만 구두 신고 절뚝절뚝..

나머지 한쪽 구두도 벗어버리고 맨발로 차박차박 걸어가는데.


여름 : 주장미!

장미 :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면)

여름 : (잃어버린 구두 한짝 들고 달려온다)

장미 : !

여름 : (그대로 장미 앞에 무릎 꿇고 앉는다)

장미 : !!!

여름 : (장미의 맨발을 자기 무릎에 올리고, 구두를 신겨준다)

장미 : !!!!!!!

장미Na : 그 친절이 누구를 위한 것이든, 어장관리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저만치, 가운을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기태. 멈칫, 함께 있는 장미와 여름을 발견한다.


여름 : (양쪽 구두 다 신겨주고 고개 들어 장미를 바라보면)

장미 : (하필 그 중요한 순간에 배에서 꼬르르르르륵!) ...!!

여름 : (피식 웃더니) 밥 먹자.

장미 : 어...? 언제...?

여름 : (일어나 똑바로 눈 마주보며, 맑은 눈빛으로) 지금.

장미 : ......! (마구 뛰는 가슴. 흔들리는 눈빛)


멀찍이 기태, 살짝 썰렁한 기분으로 시선 주는데,


세아 : 데이트 언제 할래?

기태 : (돌아보더니)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세아 : 아픈 아이들 위해서 기부한 거야. 다른 뜻은 없어.

기태 : 내가 뭘 어떻게 해줘야 천만원 값어치를 하지?

세아 : 밥이나 사. 그거면 충분해.

기태 : 그래 뭐.. 그럼 언제 한번.. (하는데)

세아 : 지금 가자.

기태 : (보면)



S#54. 실내 일각 N


훈동 : ...... (처음으로 진지해진 얼굴.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데)

현희 : 괜찮아요?

훈동 : (멈칫, 보면)

현희 : 나가서 밥이나 먹을래요?

훈동 : 지금요...?

현희 : 네, 지금요. (생긋 웃는 얼굴 위로)

장미Na : 우리들 중 누구도 비겁하지 않았다.



S#55. 호텔 야외풀 N


여름, 장미에게 재킷 벗어 걸쳐주고 데리고 나간다. 장미, 살짝 설레는 얼굴 위로.


장미Na : 짧은 순간이라도,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 때, 로맨틱한 흐름을 뚝 끊는, 심상치 않은 핸드폰 벨소리. 장미와 기태의 핸드폰이 동시에 요란하게 울린다.


장미 : (왠지 불길한 기분으로) 여보세요? (멈칫) 네....? 누가 와요...??


장미, 기태 쪽을 홱 돌아보면, 기태도 핸드폰 들고 서있다.


기태 : (굳은 얼굴) 네....? 어딜 가요...?


기태, 장미 쪽을 홱 돌아본다.



S#56. 공씨네 거실 N


공미정 : (핸드폰 들고, 소파에 누워서) 이번 건은 고급 정보니까 좀 더 쳐줘. 신여사님이 절대 발설하지 말라 그랬단 말이야.



S#57. 장미 집 주방 N


나소녀 : (핸드폰 들고, 낮은 목소리로) 넌 어떻게 이런 얘기를 안 할 수 있어?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암튼, 얼른 집에 들어와. 지금! (전화 끊고)



S#58. 장미 집 거실 N


주방에서 나오는 나소녀. 쟁반에 주스를 받쳐 들고 나온다.

소파에 앉아있는 손님, 신봉향이다...! 쿵....!


나소녀 : (신봉향 앞에 주스 놔주며) 대접해드릴 게 아무것도 없네요.

신봉향 : 실례인 줄 알면서 이렇게 갑자기.. 정말 죄송합니다.



S#59. 호텔 야외풀 N


여름 옆에 서있는 장미, 세아 옆에 서있는 기태, 서로를 마주 본다.


장미 : ......! (이제 어떡하지...?)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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