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말고 결혼] 04
S#1. 공씨네 거실 N
한쪽에 차려져 있는 제사상. 우아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기태의 멱살을 휘어잡는 장미. 거실에 있던 어른들 놀라서 달려와 장미를 억지로 떼어놓으면,
그러자 이번엔 황태포로 기태의 머리를 마구 내리치는 장미.
기태 : (머리 감싸고) 아!! 아!!!
장미 : 내가 누구 때문에 하루 종일 개고생 했는데!!!
이리 떠밀고 저리 밀리는 난리법석 속에 기태 제사상 위로 넘어지고
사과 밤 대추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탕국 쏟아지고 산적 엎어진다.
삐딱하게 놓여있는 고인의 사진에서.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4회. 누구를 위하여 전은 부치나.”
S#3. 기태 집 현관 밖 N
기태를 부축하고 나오는 장미. (기태, 반바지에 티 대충 걸치고) 자막 “D-4”
기태 : 괜찮다니까.. (저항해보지만 몸에 힘이 없고)
장미 : 너 안 괜찮아! 병원 가! (기태 팔을 자기 어깨에 감아 부축하고)
장미, 억지로 기태 끌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그 안에서 내리는 세아.
장미/기태 !! : (보면)
세아 : 무슨.. 일이야..?
기태 : 아무것도..
장미 : (OL)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어요!
세아 : (놀라서) 넘어졌어? 어디 다쳤는데?
기태 : 아무데도..
장미 : (OL) 머리를 다친 거 같아요!
세아 : 머리?
기태 : 내가?
장미 :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멈칫, 머뭇)
flashback insert> 3부 기태 집 화장실
장미에게 힘껏 매달려 끌어안던 기태.
현재>
슬쩍 서로 시선을 피하는 장미와 기태, 괜히 머쓱해지는 두 사람.
장미 : 정신적으로 공황이 온 건지.. 암튼 정상 아니에요!
세아 : ...? (보더니) 일단 병원으로 가자. 타. (엘리베이터 문 열고)
기태 : 됐어, 나 의사야.. (힘겹게 버티는데)
장미 : (억지로 기태 밀어 넣으며) 친구분도 의사잖아. 의사가 가자는데 가야지!
S#4. 달리는 세아 자동차 N
운전하는 세아, 룸미러로 흘끗.. 뒷좌석을 보는 시선.
뒷좌석에서 기태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는 장미.
장미 : 열이 좀 있는 거 같은데?
기태 : (미간 찡그리며) 조용히 좀. 머리 아파.
장미 : 그치? 머리지? 어디 부딪혔어? 뒤통수야 앞통수야? (혹 난 데 없나 기태 머리 이리저리 만져보고 살펴보는데)
기태 : (뿌리치고 끄응.. 눈을 감는다)
장미 : 어지러워? 그래 어지러우면 눈 감고 있어.
세아 : ... (자꾸 룸미러로 가는 시선)
S#5. 병원 응급실 N (노점순이 왔던 병원 응급실)
침상에 앉아있는 기태. 그 옆에 서있는 장미와 세아.
의사 : 화장실 문이 고장 나서 갇혀계셨다는 거죠? 어디 다치신 데는 없구요?
기태 : 네.
장미 : 근데 왜 말 안 했어?
기태 : 괜찮다고 했잖아, 몇 번이나.
장미 : (긁적) 꼭 다 죽어가는 얼굴이었는데..
응급실로 밀려들어오는 피투성이 환자.
간호사 : 선생님! TA환자예요!
의사 : (황급히 달려가면)
기태 : (쪽팔리게.. 쯧! 링거 뽑으려는데)
세아 : 다 맞고 가. 꼬박 48시간을 아무 것도 못 먹고 갇혀있었는데. 장미씨 아니었으면 너 그대로 영영 못 나왔을 수도 있어.
나도 장미씨가 말해줘서 왔던 거고.
기태 : 아주 동네방네 소문 다 내고.. 갈래! (다시 링거 뽑으려는데)
장미 : (말리며) 잠깐만, 가족들 보고 가지. 도착하실 때 다 됐는데.
기태 : (헉!) 어떻게 알고?
장미 : (미안한 얼굴로) 아까 할머님께 전화드렸거든. 난 또 크게 다친 줄 알고..
세아 : 가족들도 알고 지내는..?
장미 : (긁적) 아 그게..
기태 : 양쪽 집에 다 인사드렸거든.
세아 : ...!
기태 : (툭) 그만 가봐야지?
장미 : 입 풀린 거 보니까 진짜 괜찮나 보네. 알았다! 간다! (가려는데)
기태 : (장미 손목 턱 잡더니) 넌 있고. (세아에게) 미안했다. 고마웠고. 늦었는데 그만 들어가.
세아 :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
장미 : (왜 이래?)
세아 : 안 그래도 피곤해서 좀 쉬고 싶었는데. 먼저 들어갈게 그럼. (장미에게 쿨하게 웃어 보이며) 기태 잘 부탁해요. (간다)
S#6. 병원 응급실 밖 N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또각또각 걸어 나오는 세아,
flashback insert>
장미의 손을 턱! 잡던 기태. “넌 있고” “양쪽 집에 다 인사드렸거든.”
현재>
차에 타고 문을 쿵! 닫는 세아. 쿨한 얼굴에 슬그머니 드리워지는 ‘감정’의 그림자..
세아 차 출발하면 엇갈려 들어오는 공미정의 차, 끼익! 급정거하고.
공미정, 신봉향, 노점순, 우르르 내려 응급실로 허둥지둥 달린다.
S#7. 응급실 N
장미 : (눈 가늘게 뜨고 보며) 유치하게.. 질투 유발 작전?
기태 : 그런 거 아냐. 어머니가 보시면 괜히 골치 아파져서.
장미 : 좋아하실 거 같은데 왜.
기태 : 그러니까 문제지.
장미 : 아아..
그때, 안으로 들이닥치는 노점순, 신봉향, 공미정.
노점순 : 기태야!!
공미정 : 어디 다친 거야? (기태 팔 다리 온몸 더듬더듬) 어디 봐, 어디 봐!!
기태 : 아 좀! 고모!
신봉향 : (장미 보더니) 참.. 여러 번 놀래키네요.
공미정 : 그러게, 희한하게 병원 응급실에서 자꾸 보네? 이래서 집안에 사람이 잘 들어와야 된다 그러나 봐? 그죠 언니?
장미 : 죄송합니다. (꾸벅하고) 근데 저 아직 그쪽집안 사람 아닌데.. (배식)
공미정 : 뭐, 뭐야?
장미 : (기태에게) 집안 분들 오셨으니까 난 갈게. 가보겠습니다. (꾸벅하는데)
기태 : (장미 손목 턱 잡고) 가지 마. 나랑 있어. (가족들에게) 저 장미랑 있을 테니까 돌아들 가세요.
신봉향 : ...!
장미 : (얘 또 왜 이래?)
공미정 : 얘, 너.. 우리 너 걱정돼서 온 거야. 자다 깨서 혼비백산 정신없이!
기태 : 글쎄 하나도 도움 안 된다구요. 절대안정 하래요.
노점순 : 자초지종이라도 좀 알자. 어디가 얼마나 안 좋은 건데?
기태 : 심각해요. 저도 이게 무슨 증센지 모르겠는데, 장미를 안 보면 심장이 멎을 것 같아요.
장미랑 있어야 숨이 쉬어지구요. 심폐기능이상인지 정신이상인지 자세한 건 검사해봐야 알아요.
노점순 : (픽.. 웃고) 말짱하단 뜻이구먼.
공미정 : (어이없고) 이건 정신이상이지 엄만.
신봉향 : (기막히고)
장미 : 화장실 문이 고장 나서 그 안에 꼼짝 못 하고 갇혀있었더라구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노점순 : 저런, 그런 일이..
기태 : 진짜로 장미 아니었음 저 그 안에서 굶어죽었을지도 몰라요. (장미의 손을 끌어다 두 손으로 꼬옥 감싸쥐면)
노점순 : (맞잡은 기태와 장미 손 위에 손 포개며) 고맙다. 생명의 은인이구나.
신봉향 : ... (부글부글) 가세요 어머님. (노점순 모시고 가고)
공미정 : (장미를 아래위 슥 훑고 가면)
장미 : (기태 머리에 세게 딱!!!! 꿀밤)
기태 : 아!! 왜!!!
장미 : 나 좀 그만 이용해 먹어 어??
S#8. 달리는 공미정 자동차 안 N
노점순 : (뒷좌석에서) 그러게 왜 앞뒤상황 듣지도 않고 다짜고짜 사람 몰아세워.
공미정 : (운전하며) 당연히 또 그 여자가 사고친 줄 알았지. 엄마 술 먹여 떡실신시킨 전적이 있으니까.
노점순 : 그 날 푹 자고나서 나 얼굴 피는 거 봐라. 팽팽하니 윤기가 돌잖니.
신봉향 : (옆에서 조용히) 부종이에요 어머님. 붓기 빠지게 호박죽 끓여드릴게요.
노점순 : (끄응.. 흘겨보더니) 니 판단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더구나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 되겠니?
내가 만나 보니 의외로 참해. 요즘 여자애들 같지 않게 전도 얌전히 부칠 줄 알고.
공미정 : 그래? 전 잘 부치는 거 우리 집에선 플러슨데?
신봉향 : 기태 삶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어야죠.
공미정 : 내 말이. 세상이 달라졌는데.
노점순 : 주장미 없인 못 살겠다잖아. 삶의 원동력, 그 이상의 보탬이 있어?
공미정 : 하긴, 기태가 저렇게 목매는데 덮어놓고 반대만 하면 우리랑 영 돌아설 수도..
(하다가 멈칫, 룸미러를 통해 신봉향과 눈이 마주친다. 입 꾹!)
노점순 : 여러 말 말고 불러다 좀 친해져봐.
신봉향 : (깍듯이) 네 어머님. 어머님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태도는 다소곳한데 눈빛은 서늘한 얼굴에서)
S#9. 장미 집 거실 D
단정하게 앉아있는 신봉향, 자막 “D-3”
신봉향 : (깍듯이) 지난번엔 제가 결례를 했습니다.
나소녀 : 아유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러지 마세요! 모르고 그러신 건데요 뭐!
신봉향 : 아들 녀석들은 좀처럼 속내를 털어놓지 않거든요. 따님하고는 속 깊은 대화도 잘 나누시죠?
나소녀 : 네 뭐, 항상 열린 마음으로 아이 말에 귀 기울어주려고 노력하거든요.
신봉향 : (참을성 있게 빙긋) 대단하십니다. 그럼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나소녀 : 무슨 부탁이요?
신봉향 : 다름이 아니라, 따님하고 우리 집안 사이에 거리를 좀 좁히고 싶어서요.
나소녀 : ? (보면)
S#10. 장미 집 대문 밖 (저녁)
저만치에서 자전거 타고 달려오는 장미, 멈칫.. 끼익! 선다.
대문에서 나소녀의 배웅을 받는 신봉향이 보인다. 뭐지? 왜 오신 거지??
신봉향 : 제가 너무 시대착오적인 부탁을 드린 건 아닌지..
나소녀 : 아유 아니에요! 저만 믿으세요!
장미 : (다가와서 꾸벅) 안녕하세요, (눈치 살피며) 무슨 일로..
신봉향 : (장미에게 말없이 빙긋 미소지어보이더니) 그럼 가보겠습니다. (밖에 서있던 공미정의 차에 타고)
나소녀 : (떠나는 자동차에 강아지 꼬리치듯 손 흔들며) 조심히 들어가세요, 사부인!
장미 : ... (조마조마) 뭔데? 또 왜 오신 건데?
나소녀 : (시계 보더니) 니 아빠 또 투덜거리겠다. 가게 가서 얘기하자.
장미 : ???
S#11. 호프집 주방, 홀 N
지글지글 튀겨지는 치킨.
장미 : (눈 휘둥그레) 제사???
나소녀 : (다 익은 치킨 건지며) 가서 좀 도와드려.
장미 : 남의 집 제사에 내가 왜!
나소녀 : 이 기회에 점수 좀 따라고. 나름 격식과 뼈대를 갖춘 집안이라는데 결혼 전에 미리 분위기 파악도 하고..
장미 : 엄마 맞아? 남의 집 엄마들은 딸내미 시집살이할까봐 난린데!
주경표 : (들여다보며) 그러게. 시집가면 평생 할 일인데, 결혼 전부터 굳이..
나소녀 : 허이구? 자기 마누라는 닥치는 대로 막 굴렸으면서 딸 고생하는 건 또 안타까우신가봐?
걱정 마셔! 1년에 몇 번 전 부치고 치우는 게 1년 365일 닭기름에 쩔어 사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치킨 기름 탁탁 털면)
장미 : (한숨 푹 쉬더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나 공기태랑 결혼 안 해요. 거짓말해서 죄송한데, 사실은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나소녀 : (접시에 치킨 담으며) 이제 아주 별 거짓말을 다 해! 대체 왜 그래? 왜 결혼을 안 하겠단 건데!!
장미 :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요!!
홀에서 술 마시던 무리, 혀 꼬부라진 소리로.
손님1 : 술 마시는데 시끄럽게.. 아가씨!! 그만 떠들고 와서 술 한 잔 따라봐!!
나소녀 : (눈에 불이 확!!) 저 새끼가...!!
주경표 : 가만있어. 내가.. (하는데)
나소녀, 주경표 세게 밀치고 성큼성큼 홀로 나가더니 갓 튀긴 뜨거운 치킨을 손님1과 그 일행을 향해 확 끼얹어버린다.
손님1 : 앗 뜨거! 뭐야!!!
나소녀 : 나가! 여자 끼고 술 처먹고 싶으면 돈 더 내고 비싼 술집 가라고!!
손님1 : 이 아줌마가!!! (의자 박차고 일어나 덤빌 듯 눈 부라리는데)
장미 : 엄마! (달려와 나소녀 감싸고)
주경표 : (달려와 억지로 굽신거리며) 죄송합니다. 얘가 우리 딸아이라.. 돈 안 받을 테니까 그만 들어가시죠.
손님1 : 아 재수 없게!! (침 퉤 뱉고 간다)
나소녀 : (열 뻗쳐서) 왜 돈을 안 받아? 왜 고개 숙여??
주경표 : 취한 놈 달래서 내쫓는 게 상책인 거 몰라?
나소녀 : 에비라는 게 그 모양으로 헐랭이니까 얘가 결혼에 부정적이지!
결혼 앞둔 처녀애 이딴 꼴이나 당하게 하고! 술장사 좀 때려치우자니까!!
주경표 : 그러게 왜 가게에 장미 달고 나와? 당신이 데려왔어!
나소녀 : 지금 누구 잘못인지가 중요해??
주경표 : 당신이 먼저 내탓했잖아! 언제나! 뭐든지! 다 내 탓이잖아!!
장미 : 아 좀.. (말리는데)
나소녀 : 됐어! 도장 찍자!
카운터 돈통에서 이혼서류 꺼내드는 나소녀.
장미 : 그게 아직도 거기 들어있어? (이혼서류 확 뺏으며) 나 대학만 들어가면 도장 찍는다, 찍는다 그러더니..
나소녀 :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 혼삿길 막을까봐 이 악물고 참았지!! (장미 손에서 이혼서류 도로 확 뺏어오며)
근데 너 결혼 안 한다며!! 지금 당장 찍어야지 뭘 더 참아!! (도장까지 찾아들고 인주 듬뿍 콱! 찍어서 서류에 들이미는데)
장미 : (버럭) 엄마!!!!
나소녀 : (더 버럭) 왜!!!!!!!
장미 : 아 가면 되잖아!
나소녀 : (급 누그러들어서 힐끔) 갈 거야?
장미 : (끙.. 돌겠네...!)
S#12.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기태 : (책상에서 차트 넘겨보며,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가야지 뭐.
장미 : (그 앞에 황당한 얼굴로 앉아서) 가라고?
자막 “D-2”
장미 : 너 되게 남 일처럼 말한다? 너네 집 제사야!
기태 : 그러게 왜 남의 집에 멋대로 들락날락거려 일 크게 만들어.
장미 : 외롭게 고독사할 뻔 한 걸 살려놨더니!
기태 : 누구 때문에 내가 죽을 뻔 했는데? 화장실문 고장낸 게 누구야?
장미 : 나 보자마자 아주 덥석 끌어안은 건 누구고!
기태 : (시침 뚝) 모르지. 그게 누군데? (괜히 차트 휙휙 넘기고)
장미 : 혹시.. (눈 가늘게 뜨고) 그때 나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생겼어? 그래서 제삿날 가라는 거야? 정말 나랑 결혼하고 싶어서??
기태 : 결혼 안 할 거니까 가라는 거야! 어머니도 결혼 안 시키려고 부른 거고.
장미 : 무슨 뜻이야?
기태 : 우리 집 며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린지 맛 좀 봐라 이거지. 당신 손에 피 안 묻히고 알아서 나가떨어지라고.
어머닌 그래도 주장미라는 함량미달 며느릿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서.
장미 : (골치 아파) 우리 그냥 다 불자.
기태 : 안 돼, 너무 늦었어. 뒷감당 어떻게 하라고.
장미 : 갈수록 거짓말만 더 불어나는데. 지금이라도 끝내자고.
기태 : 끝내더라도 어머니 손으로, 어머니가 우릴 갈라놓게 만들어야 돼. 이런 여자는 도저히 우리 집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 못 이기는 척 가짜 연애를 마무리 하는 거지.
장미 : (뚱하게) 왜 그래야 되는데?
기태 : 이렇게 된 이상 자존심 싸움이야. 순순히 져드릴 수 없거든. 누가 먼저 수건 던지고 나가떨어지는지 한번 보자고.
장미 : (어이없는) 모자간 자존심 싸움에 왜 내가 장단 맞춰야 되는지 모르겠네.
기태 : 마지막으로 부탁하자. 제삿날 세게 진상 한번만 부려줘.
장미 :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기태 : ... (잠깐 생각하더니 진지하게)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돼.
장미 : (이 자식이...!)
S#13. 봉 위켄드/성형외과 건물 밖 (저녁)
기태 : (밖으로 나오며)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쉴 거야. 따라올 생각하지 마.
장미 : 안 그래도 약속 있어.
기태 : 누구랑?
여름 : (끼어들며) 저랑요.
기태 : (보면)
여름 : (싱긋)
장미 : 간다. (여름과 함께 가고)
기태 : ... (나란히 가는 장미와 여름 뒷모습을 뚱하게 쳐다보는데서)
S#14. 냉면집 (저녁)
장미 : (앉아서 주문하는데) 물냉면 둘이요.
기태 : (장미 옆자리에 앉으며) 회냉면도 하나 주세요.
장미 : (흠칫) 뭐야? 왜 왔어?
기태 : 내 여자가 다른 남자랑 단둘이 냉면 먹으러 가는데 그럼 가만둬?
장미 : (얘 또 왜이래?)
기태 : 아 여름씨는 잘 모르나? 장미 내 여잔 거?
여름 : 얼마 전까지 우리 사장님 여자였던 건 알죠. 기태형님이 사장님이랑 친구라는 것도 알고.
기태 : 내가 사랑 앞에선 의리 없는 놈인 건 몰랐구나?
여름 : 그럼 내가 장미 만나는 것도 이해해주시겠다, 쿨하게.
기태 : (이 녀석이?) 해보자고?
여름 : 어우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제가 어떻게 형님한테 돼요. 저보다 돈도 훨 많고, 나이도 훠얼씬 많으신데.
기태 : (빠직!) 넌 여자가 많고?
여름 : (밀리지 않고 싱긋) 주장미 같은 여잔 없죠.
장미 : (보다 못해) 이봐요들..!
점원 : 냉면 나왔습니다.
장미와 여름 앞에 물냉면, 기태 앞에 회냉면 놓인다.
기태, 딴에는 다정하게 보인다고 장미 냉면에 가위 들이미는데.
장미 : (가위 밀치며) 난 안 잘라.
여름 : 나도. 취향도 나랑 더 잘 맞네?
기태 : (흥! 자기 회냉면 싹둑! 싹둑! 자르고)
여름 : 냉면은 역시 물냉면인데. (장미 보고) 그치?
기태 : 우린 많은 걸 공유하는 사이거든. (보란 듯이 장미의 물냉면을 가져다 국물 쭉 마시는데)
여름 : (아무렇지도 않게 툭) 둘이 잤어요?
기태 : (쿨럭!!! 냉면국물 뿜고)
여름 : 안 잤구나?
기태 : (티슈로 닦으며) 잤으면!
장미 : 아 진짜! 둘 다 그만해!
여름 : 잤어도 상관없구요. (태연하게 냉면 후루룩 후루룩)
기태 : (흥!)
S#15. 냉면집 밖 (저녁)
장미 : (기태 끌고 나와서) 뭐하는 거야 너?
기태 : 너야말로 뭐하는데? 정말 쟤랑 사귀기라도 하려고?
장미 : 걱정 마. 니 말대로 안 서두르고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야. 신중하게!
기태 : 주장미가 아무리 신중해봤자.. 너 한여름 상대 안 돼.
장미 : (입 삐쭉) 무슨 상관?
기태 : 무슨 상관이라니, 다른 남자 끼고 돌아다니다가 우리 어머니한테 들키기라도 해 봐!
장미 : 어차피 조만간 다 마무리될 거..
기태 : 그러니까 확실히 마무리 지은 다음에! 다른 남자랑 연애하고 싶으면 우리 집 제사상부터 뒤집어엎으라고.
여름, 냉면 집에서 나오고.
기태 : (얼른 입 다물고 힐끗 여름 눈치 보면)
여름 : (계산서 내밀며) 계산이요 형님.
기태 : (썰렁하게 장미 보면)
장미 : (왜 날 봐? 얼른 돈 내라는 표정)
기태 : (쳇.. 여름한테서 계산서 탁 낚아채서 냉면집 안으로 들어가고)
여름 : (기다렸다는 듯이 장미 손 덥석 잡고) 가자!
장미 : 어?
여름, 장미 손을 확 잡아끌며 뛰고, 장미도 얼결에 따라 뛴다.
기태, 안에서 계산하고 뒤늦게 나오면 이미 인파속으로 사라진 두 사람.
기태 : 이것들이...! (핸드폰 꺼내들고)
S#16. 냉면집 근처 일각 (저녁)
손잡고 달려오는 여름과 장미. 장미 핸드폰에 문자메시지 도착하고.
장미 : (멈춰 서서 핸드폰 확인해보면)
기태E : 고모가 언제 어디서 지켜볼지 몰라. 들키지 마!
여름 : (옆에서 장미 핸드폰 들여다보려는데)
장미 : (핸드폰 얼른 치우고)
장미, 주위를 슥 둘러보면 번화가에 북적이는 사람들.. 왠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장미와 여름을 흘끗거리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공미정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장미 : 우리 좀 조용한 데로 갈래?
여름 : (씩 웃으며) 으슥한 데 좋아하는구나?
S#17. 한강 N
캔맥주 따서 장미에게 건네는 여름. 두 사람 잔디밭에 앉았다.
근처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지나다니고
장미, 맥주 홀짝.. 괜히 시선이 신경 쓰여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름 : (같이 두리번거리며) 혹시 쫓기는 중이야?
장미 : 누가 자꾸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여름 : 나랑 있으려면 익숙해져야 돼. 내가 좀 사람 시선을 끌거든.
장미 : (그제야 좀 긴장 풀려서 피식.. 웃으면)
여름 : 기태형 신경 쓰여?
장미 : 어? 어어, 뭐..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맥주 꿀꺽)
여름 : 둘이 진짜 사귀어?
장미 : (훅 날아오는 돌직구에 시선 피하며) 흐.. 글쎄에...
그때, 저만치에서 헤드라이트 끄고 조용히 다가오는 자동차 한 대.
장미, 이상한 기분에 계속 시선 주면, 멈춰 서는 자동차.
수상하다! 누구지...? 장미 좀 더 자세히 자동차 안을 들여다보려고 고개 쭉 빼자 자동차 헤드라이트 확 켜진다.
장미 : ...! (후다닥 캔맥주로 얼굴 가리고 일어나 황급히 피하면)
여름 : 어디가? (따라가고)
S#18. 한강 근처 일각 N
다리 밑, 숲길 등 인적 없고 외진 곳. 다리 기둥, 혹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기는 장미.
여름 : (덩달아 옆에 숨어서) 왜 숨는데?
장미 : 그러게.. 나도 내가 왜 숨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장미 숨었던 곳에서 벗어나다가 멈칫, 얼음처럼 얼어붙는 얼굴.
저만치 으슥한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남녀. 여자의 얼굴은 스카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고, 남자, 공수환이다...!
장미 : (뜨헉!!!!) 숨어!!! (얼른 도로 숨으면서, 여름의 뒷덜미를 확 잡아당기고)
여름 : (장미 옆에 바짝 붙어 숨어서) 뭐야? 뭔데?
장미 : (죽었다! 쿵쾅쿵쾅 뛰는 가슴)
여름 : 아는 사람이야?
장미 : (조마조마 눈만 빼꼼 내밀고 보며) 어머니...!
그 순간, 바람이 확 불며 여자의 스카프가 펄럭.. 날아가고 드러난 여자의 얼굴.. 신봉향이 아니다...!
장미 : ......!
공수환, 날아간 스카프를 따라 허둥지둥 뒤뚱뒤뚱 달리고, 정씨(50대 여) 행복한 얼굴로 깔깔대며 웃는다.
여름 : 어머니라고? 누구 어머니?
장미 : (멍하니) 아니야..
여름 : ??
간신히 스카프 주워온 공수환, 정씨 목에 걸어주며 이마에 입을 맞춘다.
장미 : (충격) 어머니가... 아니야......!!
저만치 반대쪽으로 다정하게 걸어가는 공수환과 정씨. 서로에게 푹 빠져 장미가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 채 멀어진다.
여름 : 누구냐고. 같이 좀 재밌자, 어?
장미 : .... (멍하니 서 있다가) 그만 가자..
여름 : 벌써?
장미 : 어 미안.. 갈게..
여름 : 데려다 줄게.
장미 : (딱 잘라 거절) 아니야. 혼자 갈래.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듯 가버린다)
여름 : ... (입맛 쩝)
S#19. 한강 N
조금 전 있던 자리로 혼자 털레털레 걸어오는 여름.
장미를 향해 헤드라이트를 비췄던 수상한 자동차, 아직 그대로 서있다.
스르르 내려가는 창문. 운전석에 세아가 앉아있다.
여름 : ?! (보면)
세아 : 타요.
여름 : (뭐지?)
S#20. 세아 자동차 안 N
세아 : 주장미씨하고 꽤 가까워 보이던데, 어떤 사이에요?
여름 : 주장미,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왜케 다들 관심이 많대?
세아 : (픽 웃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내가 관심 있는 건 공기태예요.
여름 : 기태형님?
세아 : 기태하고 주장미씨.. 양쪽 집에 인사도 드렸다고 하더라구요.
여름 : (잉?) 그럴 리가..
세아 : 내 느낌도 그래요. 기태가 진심일 리 없으니까.
여름 : (장난스럽게 실실) 내 느낌은 반댄데? 기태형님은 오히려 진심 같던데?
세아 : (멈칫, 보면)
여름 : 기태 형님 혼자 안달내고 주장미는 영 시큰둥한 느낌? 뭐 거야 내가 옆에서 매력발산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세아 : (픽 웃고) 둘이 정말 무슨 사인지 알아봐 줄래요? 느낌 말고 팩트.
여름 : (뚱하게) 내가 왜요?
세아 : 어차피 여름씬 지금 주장미씨랑 서로 알아가는 중 아니에요? 이렇게 하면 일석이조잖아요.
(핸드백에서 돈봉투 꺼내 내밀면)
여름 : 주장미랑 맛있는 거 먹어야겠네!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냉큼 받는다)
S#21. 버스 N
흔들리는 버스에 멍하니 앉아있는 장미.
flashback insert>
정씨의 이마에 입 맞추던 공수환.
장미 : 어떡하냐.. 공기태...
S#22. 기태 집 거실 N
화장실 문에 새로 달려있는 문고리. 잘 열리나 괜히 열었다 닫았다 해보는 기태.
기태 : 하필이면 한여름이냐.. 하여간 남자 보는 눈이 없어...
서로를 걱정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23. 백화점 전경 D
S#24. 백화점 명품매장 D
단정한 자세로 서있는 장미. 딴생각으로 얼굴은 멍하다. 자막 “D-1”
장미 : 말해...? 말아...? (중얼거리며 고민하는데)
현희 : (옆으로 와서) 무슨 고민?
장미 : 어어.. 아무것도 아냐.
현희 : 섭섭하다.. 우리 뭐든 다 얘기했었는데. 훈동 오빠 때문이죠? (서글픈) 역시 여자들의 우정은 얄팍한 거구나.
장미 : 무슨.. 그런 거 아니야.
현희 : 난 다 언니 위해서 그런 건데..
장미 : 으응.. 알지.
현희 : 안 믿네? 정말인데. 훈동오빠한테 물어봐요. (하고 옆으로 비켜서면)
현희 뒤쪽에 서있는 훈동.
장미 : ...! (보면)
현희 : (배식) 둘이 얘기 좀 하고 와요.
장미 : 현희 너 무슨 생각으로..
현희 : 언니가 훈동오빠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이 남자 저 남자 너무 막.. 그러다 더 크게 상처받을까봐..
장미 : (기막혀) 뭐? 이 남자 저 남자?
현희 : 공기태예요 한여름이에요? 아님 훈동오빠예요?
장미 : (끙..)
훈동 : (촉촉한 눈빛으로 느끼하게) 이제 말해도 돼 장미야. 니 진심.
장미 : 내가 왜 너한테 진심을 말해야 되는데?
훈동 : 어...? (현희 눈치 보면)
현희 : (꽃다발 주라고 눈짓)
훈동 : (등 뒤에 감추고 있던 꽃다발을 얼른 내밀며) 내가 진심이 됐거든.
장미 : (꽃다발 받지 않고 뚱하게 쳐다보더니) 알았다. 나도 말해줄게.
공기태, 한여름, 이훈동, 셋 중에 진짜 아닌 사람이 하나 있어. 바로 이훈동 너야.
훈동 : 어...? (살짝 당황) 장미야, 밀당놀이 그만하고..
장미 : 너야말로 그만해. 다시 말해줘?
훈동 : (황급히) 아니야! 말하지 마! 안 해도 돼!
장미 : (어이없어 시선 돌리다가, 멈칫)
저만치 이쪽으로 다가오는 신봉향이 보인다.
장미 : ...!
훈동 : 말이 얼마나 공허한 건데. 앞으로 내가 행동으로 보여줄게. (하는데)
장미 : (훈동의 손을 확 채더니 피팅룸으로 끌고 간다)
훈동 : (얼떨결에 끌려가며) 그치, 바로 이런 행동...!
장미 : (훈동을 피팅룸에 밀어 넣으면)
훈동 : 근데 너무 빠른데.. 여기선 좀.. 장미야, 진심이야...?
장미 : (피팅룸 문을 쾅! 닫아버리고)
훈동 : (피팅룸 안> 코앞에서 닫힌 문.. 썰렁해져서) 진심... 이냐...?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신봉향.
장미 : (후다닥 영업용 깍듯한 태도로)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신봉향 : 일하는 데 불쑥, 미안해요.
장미 : (이제야 신봉향을 알아본 척) 어머! 어쩐 일이세요?
신봉향 : 상에 올릴 고기랑 과일 좀 사려고.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장미 : 네...? (곤란한데)
피팅룸 문 열리고 고개를 내미는 훈동.
장미 : (헉!)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신봉향을 데리고 종종종 가면)
현희 : (누구지?? 호기심으로 쳐다보면)
훈동 : (피팅룸에서 나와서, 충격 받은 얼굴) 어머니...?
현희 : 어머니? (보면)
S#25. 백화점 식품매장 D
앞서 걸으며 과일을 고르는 신봉향.
그 뒤에서 장바구니 카트 끌며 뒤따르는 장미. 신봉향의 뒷모습을 측은한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본다.
flashback insert>
바람에 스카프 날아가며 드러나던 정씨의 얼굴.
신봉향 : 내 말 못 들었어요?
장미 : (퍼뜩) 네?
신봉향 : 밤 깎아본 적 있냐고 물었는데.
장미 : 군밤은 까먹어 봤는데.
신봉향 : 집에서 제사를 안 지내나?
장미 : 네. 어릴 때 시골에서 차례지내는 건 봤는데.. 밤은 남자들이 깎던데요.
신봉향 : 우리 집 부엌은 여자만의 공간이에요.
장미 : 에이 힘들면 서로 돕는 거지 여자 남자가 어딨어요.
신봉향 : 힘들지 않으니까. 오히려 행복이죠.
장미 : (썰렁) 네...?
신봉향 : (밤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피며) 내가 조금만 더 수고하고 움직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편하게, 배불리,
좋은 음식을 먹는데. (밤 한 자루 카트에 담고) 여자의 특권이자 행복을 왜 남자하고 나누죠?
장미 : ... (공수환의 외도는 까맣게 모르고 계시네.. 신봉향이 짠하고)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신봉향과 장미를 지켜보는 훈동. 기태 어머니하고 저렇게 다정하게 장을 보다니...!
장미에게 건네지 못한 꽃다발 손에 든 채, 복잡한 심정으로 서있는데.
시선을 느낀 장미, 훈동 쪽을 보고 화들짝!
장미 : (왜 쫓아온 거야...!)
신봉향 : ? (장미 이상한 낌새 알아채고, 장미 시선 따라가 보면)
훈동 : (코너 뒤로 몸을 숨기고)
신봉향 : (촉이 빠른 그녀, 갸웃하더니 훈동이 있는 쪽으로 간다.)
장미 : (황급히) 고기 아직 안 사셨는데, 저쪽이에요 정육코너!
신봉향 : (무시하고 훈동 쪽으로 간다)
신봉향 점점 훈동이 있는 쪽으로 가까워져 온다. 장미 조마조마 종종거리며 그 뒤를 따른다.
신봉향, 마침내 훈동이 숨어있는 코너 쪽으로 돌아서면, 훈동은 없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꽃다발...!
신봉향 : ...
장미 : (눈치 살피며) 왜요 어머니...?
신봉향 :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아서. (걸음 옮기고)
장미 : (휴.. 혼자 몰래 안도의 한숨)
S#26. 백화점 주차장 D
공미정 차 트렁크에 짐을 실어주는 장미.
신봉향 : 고마워요. 차라도 한 잔 하면 좋겠는데 들어가 할 일이 많아서.
산적거리 재놓고, 엿기름 걸러 식혜물 내리고, 탕국물 우리고..
장미 : 힘드시겠어요.. (측은하게 보는데)
신봉향 : 밤새도록 밤도 깎아야 하죠. 내일은 앉아서 밤 깎을 여유가 없거든.
장미 : (자기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신봉향 : (덥석 무는) 어머나 세상에, 이런 것까지 부탁해도 되나 모르겠네..
(그러면서 트렁크에 실었던 짐에서 밤자루 꺼내 내민다)
장미 : (밤자루 받아들고)
신봉향 : (차에 타면서) 내일 일찍 올 수 있죠?
장미 : 네.. 뭐..
공미정 : (운전석에서 고개 내밀고) 내일이 너무너무 기대되네! (출발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떠나는 차를 배웅하는 장미. 손에 들고 있는 밤자루를 썰렁하게 내려다본다. 내가 왜 이걸 들고 있지?
S#27. 백화점 명품매장 D
장미 : (밤자루 들고 매장으로 돌아오면)
매니저 : (우아 고상한 톤) 주장미씨, 근무 시간에 자릴 비우면 곤란하죠?
장미 : 죄송합니다.. 근데요 매니저님, 죄송한 김에 내일 하루 월차 좀..
매니저 : 결혼 앞두고 그만둘 생각이라면 미리 말해주면 좋겠는데.
장미 : 네..?
매니저 : 예비 시어머니께서 다녀가셨다면서요?
장미 : ...! (현희 보면)
현희 : (배식) 훈동오빠가 말해줬지. 성형외과 원장 어머니라면서.
매니저 : 의사 사모님 되면 우리 매장에 자주 들러줄 거죠?
장미 : 그런 거 아닌데..
매니저 : 아니긴, 벌써 예물 보러 다니면서.. 어디 좀 봐요. (장미 손에 들려있는 자루 뺏어서 들여다보더니, 잉?) 웬.. 밤?
장미 : (나도 내가 왜 밤을 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흐으.. 어색하게 웃으면)
매니저 : (밤자루 돌려주며) 오늘은 야근 좀 합시다.
이번 주엔 신상이 빨리 입고 돼서 VMD 오기 전에 우리가 제품 디스플레이를 해둬야 하거든. (생긋)
(*VMD (visual merchandiser) :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종)
장미 : (끙..)
S#28. 백화점 명품매장 N
본사에서 내려온 디스플레이 사진과 매장 배치를 확인하는 매니저.
제품 하나 하나 포장 벗겨내 조심스럽게 매장에 배치하는 장미와 현희.
높은 선반들 닦아내고, 마네킹 팔을 뽑았다 꽂았다.. 흠집이라도 날 새라 제품들 조심조심 옮긴다.
긴장으로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
마지막으로 핸드백 모셔 놓고 허리를 펴는 장미. 아이고 허리야.. 으드득!
S#29. 백화점 밖 N
직원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 장미. 어깨도 뭉치고 허리도 쑤시고.. 피곤한 모습.
손에 들린 밤 자루를 내려다본다. 이걸 언제 다 까? 한숨 푹.
S#30. 기태 집 침실 N
침대에서 책 읽는 기태. 현관에서 삑삑삑삑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기태 : ...!
S#31. 기태 집 거실 N
기태 : (잠옷 차림으로 나와 불을 켜면)
장미 : (아무 거리낌 없이 안으로 들어오며) 비밀번호 안 바꿨네?
기태 : (허.. 어이없어) 초인종 누를 줄 몰라?
장미 : 눌렀으면? 문 열어줬을 거야?
기태 : 안 열어줄 거 알면서 왜 와?
장미 : 들여다봐주면 고맙게 생각해야지. 너 또 화장실 같은데서 미끄러져 뒤통수라도 깨져봐, 어쩔 거야?
기태 : 아 왜 왔냐고!
장미 : (식탁 위에 턱! 밤자루 올리면)
기태 : 뭐야 그게.
장미 : 어머니 백화점에 장보러 오셨었어. 이건 내일까지 숙제. (자루 뒤집어 탈탈 털면, 와르르 쏟아지는 밤)
기태 : (헉!)
장미 : 같이 까자.
기태 : 어머니가 까란다고 넙죽 까?
장미 : 내가 깐다고 했어.
기태 : 어머니 수에 걸려 넘어간 거겠지. 벌써 시작된 거라고. 모르겠어?
장미 : (싱크대에서 작은 칼 두 자루 가져와서 하나 건네며) 아 몰라. 받아.
기태 : 혼자 해.
장미 : 니네 할아버지 잡수실 밤이거든?
기태 : 그러게 왜 남의 집 제사상에 밤을 놔라 마라..
장미 : (칼 들고 살벌한 표정) 우리 쇼한 거라고 다 불까?
기태 : (끙..)
시간 경과>
거실 바닥에 신문지 펴고 쪼그리고 앉은 장미와 기태. 낑낑대며 열심히 밤을 깎는다. 제법 수북하게 쌓인 껍질.
기태 : (속껍질 듬성듬성 남은 밤을 깎은 밤 위에 툭 올려놓으면)
장미 : (기태 손에 도로 밤 쥐어주며) 잘 좀 해.
기태 : (툴툴) 해봤어야지.
장미 : 자랑이다. 삼십 평생 어머니가 까주는 밤만 낼름낼름 받아먹은 게.
기태 : 이해를 못하겠네. 진상 부리라니까. 왜 쓸데없이 열심인데?
장미 : 그냥.. 좀.. 알고 보니까 좀 안쓰러운 생각도 들고..
기태 : 누가? 어머니가?
장미 : 가족들 생각 많이 하시고.. 많이 애쓰는데.. 가족들은 안 알아주잖아.
기태 : 같이 안 살아봐서 그래.
장미 : ... (낮게 한숨) 같이 살아서 더 모르는 거야..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있지, 내가 지금부터 무슨 말을 할 거거든?
들으면 상처받을 수 있어.. 아니 상처받을 거야 당연히.
기태 : 뭔데.
장미 :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니가 알아야 할 거 같아서.
기태 : ...? (보면)
장미 : 힘들면 나랑 얘기하면 돼.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봐서 아니까..
우리 엄마 아빠 부부싸움 하는 사이에서 등도 어려 번 터져봤고..
기태 : ...! (보더니)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장미 : 놀라지 마. (조심스럽게) 그쪽 아버지한테 다른 여자.. (하는데)
기태 : (무섭게 싸늘해져서) 입 닫아.
장미 : 어...?
기태 : 뭘 안다고 지껄여.
장미 : 아니, 내가 본 게 있어서..
기태 : 관심 끄라고.
장미 : (썰렁) 혹시.. 알고 있었어...?
기태 : (깎던 밤 내려놓고 일어나 냉장고에서 생수 꺼내고)
장미 : 근데 왜 가만있어?
기태 : (생수 따라 마시고)
장미 : 모르는 척 덮는다고 될 문제야? 어머니 아시기 전에 정리하든지 해야지.
니가 정 나서기 애매하면 내가 대신 아버지 만나서 담판을..
기태 : (컵 탁! 내려놓고) 니가 뭔데.
장미 : 내가 뭐냐니.. 난... (머뭇)
기태 : 우리 집 일에 끼어들지 마. (깎은 밤을 담아놓은 볼을 발로 툭 차버리며)
이깟 밤 좀 깎는다고 진짜 우리 집 사람 된 줄 알아?
장미 : (바닥에 우르르 쏟아진 밤...!) 야..! 난 너 생각해서..
기태 : 누가 내 생각하래? 니가 나랑 엮이는 것도 내일로 끝이야. 잊었어?
장미 : (열 받고 섭섭하고) 그래! 알았다! 잘난 너네 집 일에 주제도 모르고 끼어들어서 아주 대단히 죄송하다!!!
화나서 문 쾅! 닫고 가버리는 장미.
기태 : ......
기태, 바닥에 쏟아진 밤을 주워 담다가 욱 치밀어 오르는 감정. 밤이 담긴 볼을 도로 툭 팽개친다.. 기분 더럽다.
S#32. 기태 집 밖 N
장미 :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기껏 걱정해주니까! 바보 같은 놈!
(그러다 멈칫..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기태를 향한 연민..) 진짜 바보 같은 놈.. 그걸..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한숨 후..)
(그러다 도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됐어! 나도 너랑 더 엮이기 싫거든!
내일 아주 제대로 진상 부려서 확실히 끝내준다 내가!!
S#33. 공씨네 마당 N
조용히 마당을 산책하는 신봉향.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다.
flashback insert>
백화점 식품매장 얼핏 보이던 훈동의 모습. 쓰레기통에 버려진 꽃다발.
flashback insert> 3부
나소녀, “이 놈이 그 레스토랑 사장이니??”
신봉향 : 레스토랑 사장이라...
공미정 : (나와서) 언니, 안 자고 뭐해요?
신봉향 : 큰 일이 코앞이라.. 내일 할 일들 머릿속으로 정리해보고 있어요.
공미정 : (철없이 키득) 우리 아버지 제삿날이 주장미 제삿날 되는 거 아녜요?
신봉향 : ...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미소)
S#34. 장미 방 (아침)
피곤한 모습으로 침대에 엎어져 곯아떨어져있는 장미. 자막 “D-day"
나소녀 : (장미 엉덩이 찰싹! 때려 깨우는) 주장미! 일어나!
장미 : 으으 졸려.. (못 일어나고 꿈틀거리는데)
나소녀 : (억지로 일으켜 앉히고, 옷장에서 옷 꺼내 하나씩 대보며) 너무 파졌고! (휙 던지고) 이건 너무 노티나고! (휙 던지고)
(옷장 뒤지며) 백화점에서 일하는 애가 변변찮은 옷 한 벌이 없니!
장미 : (눈도 못 뜨고 앉아서) 어젯밤에 옷 골라놨어요.
나소녀 : 그래? 어딨는데?
장미 : (좀비처럼 부스스 일어나며) 입고 있잖아.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
나소녀 : 뭐어??
S#35. 장미 집 대문 밖 (아침)
잘 때 입었던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털레털레 나오는 장미.
나소녀 : (득달같이 따라 나와) 미쳤어?? 정말 그러고 가려고??
장미 : 퍼질러 앉아서 전 부칠 건데. 편한 게 최고지.
나소녀 : 얘! 아무리 그래도 집안 어른들 처음 뵙는 자린데!! (붙잡는데)
장미 : (아랑곳 않고 뿌리치고 가며) 소처럼 일하는 며느리 컨셉이에요.
나소녀 : (걱정되는) 암튼 잘하고 와! 파이팅 우리 딸!!
주경표 : (뒤늦게 내다보며) 기어코 보내는구만.
나소녀 : (흥! 새침하게 안으로 쏙 들어가고)
주경표 : (털레털레 걸어가는 장미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보는데서)
S#36. 공씨네 거실 D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들어서는 장미.
신봉향 : ... (썰렁한 표정으로 아래위 슥 훑으면)
장미 : (태연하게 둘러보며)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아직 아무도 안 오셨나 봐요?
신봉향 : 손님들은 저녁때나 되어야 오시죠.
장미 : 할머님이랑 고모님은..?
신봉향 : (부엌으로 들어가며) 마사지 받으러 가셨어요.
장미 : (따라가고)
S#37. 공씨네 주방 D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식재료와 일거리들.
장미 : (눈 휘둥그레져서 둘러보며) 이 많은 일을.. 혼자 다...??
신봉향 : 그래도 오늘은 돕는 손이 늘어 한결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부탁한 건...? (장미의 빈손을 보면)
장미 : (멈칫) 아 밤이요..? 공기태씨가 가지고 올 거예요.
신봉향 : (갸웃) 기태가?
장미 : 실은 어젯밤에 같이 깠거든요.
신봉향 : 아니...! (굳어서) 병원 출근할 사람한테 밤 껍질을 깎게 했단 말이에요?
장미 : 저도 어제 늦게까지 야근해서요..
신봉향 : 섬세한 수술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손을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장미 : 아 거기까진 생각 못했어요. 근데 되게 못 깎더라구요. 그 솜씨로 턱은 어떻게 깎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웃어 보이는데)
신봉향 : (무표정하게 보더니) 내 불찰이에요. 내가 너무 과한 부탁을 했어요.
장미 : (뻘쭘) 그런 건 아닌데..
신봉향 : 어차피 늘 혼자 해왔던 일이에요. 오히려 혼자가 편하죠. (동그랑땡 반죽 빚기 시작하며) 앉아서 쉬어요.
장미 : (미안한 마음에) 아니에요 주세요, (동그랑땡 반죽 뺏어서) 제가 할게요.
S#38. 스파 D
나란히 엎드려서 마사지 받는 노점순과 공미정.
공미정 : 왔을까?
노점순 : 왔겠지.
공미정 : 엉망진창 난장판을 해놓겠지?
노점순 : 에미는 그걸 노렸겠지.
공미정 : (벌떡 일어나며) 얼른 들어가요. 재밌는 구경거리 다 놓치겠네.
노점순 : 가봤자 별 재미없을 거다. 의외로 전 꽤나 부친다니까.. (느긋하게) 에구구.. 시원하다아..
S#39. 공씨네 마당 D
장미 : (땀범벅이 되어) 아 더워...
땡볕에서 뜨거운 후라이팬 끌어안고 전을 부치는 장미. 동그랑땡, 동태전, 고추전, 호박전, 표고버섯전, 꼬지산적 등등..
장미 : (열심히 전 부치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뭐지...? 나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지...??
(억울해져서 뒤집개 툭 내려놓고 핸드폰 꺼내드는)
S#40. 봉 위켄드 D
안으로 들어오면서 전화 받는 기태.
기태 : 여보세요.
장미E : 어디야!
여름 : (기태 반기며) 뭐 드려요?
기태 : 청포도 에이드. 얼음 많이.
S#41. 공씨네 마당 D
장미 : (핸드폰 귀에 대고) 뭐야! 난 땀 뻘뻘 흘리면서 니네 집 제사상에 올릴 전 부치는데,
너는 한가롭게 청포도 에이드나.. 그것도 얼음 많이?? 시원하냐? 시원해??
S#42. 봉 위켄드 D
기태 : (여름을 피해 이만치 걸어오며 낮은 목소리로) 대충 해. 다 태우든지 뭉개서 죽을 만들든지.
장미 : (공씨네 마당)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음식 갖고 장난을 쳐.. 넌 왜 안 와?
기태 : 진료 끝나야 가지.
장미 : (공씨네 마당) 나는 욕 얻어먹고 월차 냈거든? 결혼이라는 거 말도 안 되게 불공평한 거구나.
기태 : 진짜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뭐가 그렇게 억울해.
장미 : (공씨네 마당) 진짜 결혼할 거면 차라리 안 억울하지!
기태 : 목소리 낮춰 어머니 듣는다.
장미 : (공씨네 마당) 암튼 빨리 와. 올 때 밤 꼭 챙겨오구!
여름 : (음료 들고 다가오자)
기태 : (여름 흘끗 보고) 끊는다.
여름 : 여기요. (건네면)
기태 : 고마워. (음료 들고 나가려는데)
훈동 : (그 앞을 막아서고)
기태 : ? (보면)
훈동 : (잔뜩 감정 잡고) 장미.. 아프게 하지 마라.
기태 : 알았다. (쿨하게 뱉고 가려는데)
훈동 : (잉?) 야 너! (붙잡고)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미안하지도 않아? 내가 먼저였잖아!
친구야, 니가 내 친구면 좀 물러나주라, 어?
기태 : (미안한 얼굴로) 어떡하냐.. 우리 어머니가 장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
장미 지금 우리 집에서 할아버지 제사상까지 차리고 있다.
여름 : (근처에서 얼쩡거리다가 멈칫) ...!
훈동 : 그럴 리가.. (믿을 수 없는) 너.. 비혼주의잖아...! 결혼.. 하려고??
기태 : (대답 대신 훈동 어깨 한번 툭 쳐주고 간다)
훈동 : (씨이.. 기태 등에 대고) 야! 너 돈 내고 마셔!!
S#43. 공씨네 마당 D
넓적한 소쿠리 세 개 가득 부쳐놓은 각양각색 전들.
장미, 몸 쭉쭉 펴며 스트레칭하는데 대문 열리고 들어서는 노점순과 공미정.
그 뒤로 세 고모들, 각자 심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으며 차례로 등장한다.
카리스마 여장부 스타일의 고모1(60대 여, 큰누님) 딱딱하고 깐깐한 교사 스타일의 고모2(60대 여, 둘째누님)
화려한 미녀 스타일의 고모3(50대 후반 여, 공수환의 셋째누님)
민망한 자세로 스트레칭하던 장미, 후다닥 일어나서 꾸벅 인사한다.
고모1 : (장미의 차림새를 탐탁지 않게 훑으면) 올해부터 도우미 쓰기로 했어?
공미정 : 어우 언니는, 기태 여자친구예요.
고모2 : 여자친구??
고모3 : 기태가???
노점순 : 얘기는 천천히, 일단 들어들 가.
고모들 :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장미를 샅샅이 훑으며 안으로 들어가고)
장미 : (머쓱..)
노점순 : (장미의 손을 잡아주며) 힘들지?
장미 : 뭐, 이제 좀 살겠네요. 고모님들 오셨으니까. (뭣 모르고 해맑게 웃는데)
S#44. 공씨네 거실 D
장미가 부친 전에 한과, 떡 등 한 상 가득 차려졌다.
노점순을 중심으로 수다꽃을 피우는 고모들. 깔깔깔 폭소 터지는 고모들.
S#45. 공씨네 주방 D
거실에서 흘러들어오는 왁자지껄 웃음소리. 싱크대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설거지거리.
장미 : (설거지하면서, 거실 쪽을 썰렁하게 돌아보며) 좀 그러네요.
신봉향 : (그 옆에서 조용히 나물 무치고)
장미 : 앉아서 전만 드시고..
공미정 : (거실에서 큰 소리로) 언니!! 우리 식혜 좀 줘요!!
신봉향 : 전만 드시진 않죠. (냉장고에서 식혜 꺼내서 거실로 가고)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고모1E : 전이 다 식었네. 좀 데워줘.
고모2E : 굴전은 안 했어? 새우튀김은?
고모3E : 저녁은 언제 먹어?
장미 : (혼잣말) 이건 뭐.. 진짜 진상은 따로 있네. 어디 이래서 진상 피우겠냐고.
툴툴거리며 냄비 박박 문질러 닦는 장미. 앞치마에 넣어둔 핸드폰 울린다. 꺼내보면 여름이다.
장미 : (거실 쪽 힐끔 눈치 살피면서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여보세요.
S#46. 봉 위켄드 주방 D
여름 : (핸드폰 들고) 내가 진짜 으슥한 데 알아놨어.
장미E : 미안한데 나중에 전화할게.
여름 : 와 진짜 너무한다. 엊그제도 그냥 가버리고.
장미E : 좀 바빠서 그래.
여름 : (정말 기태네 집에 있는지 떠보는) 지금 어딘데?
S#47. 공씨네 주방 D
장미 : 어디긴.. 뭐, 백화점이지..
공미정 : (주방 들여다보며) 장미씨! 과일 좀 먹자!
장미 : 네 고모, 아니 고객님!
공미정 : ?
S#48. 공씨네 거실 D
공미정 : (주방에서 나오다가 갸우뚱) 왜 나더러 고객님이래? 누구랑 통화하길래..?
뭔가 수상하다! 촉이 서는 공미정, 살금살금 주방 쪽을 염탐한다.
S#49. 공씨네 주방 D
장미 : 밤늦게나 끝날 거야..
여름E : 늦어도 돼.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레스토랑으로 와.
장미 : 레스토랑으로 오라구??
선반이나 냉장고 등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장미를 훔쳐보는 공미정.
공미정 : (레스토랑...?)
그때 타이밍 절묘하게 나타난 기태, 장미를 염탐하고 있는 공미정을 발견하고.
기태 : (일부러 큰 목소리 내는) 주장미!!!
공미정 : (흠칫)
장미 : (화들짝!!!) 엄마 깜짝이야!!! (기절할 듯 놀라 핸드폰 놓쳐버리고)
장미 손을 떠난 핸드폰 그대로 설거지통에 퐁당 빠져버린다.
장미 : (헉!!!!)
기태 : (이제야 발견한 척) 어? 고모 여기 계셨네요?
공미정 : (어색하게 웃으며) 어어.. 일찍 왔다? (슬그머니 가고)
장미 : (설거지통에서 황급히 핸드폰 건져 확인해 보며) 내 핸드폰...!
기태 : 조심 좀 하지. 이 집에 보는 눈이 몇 개고 듣는 귀가 몇 갠데..
장미 : (충격으로 멍한) 내 핸드폰 죽었다구..
기태 : 구닥다리 폴더폰 쓸 만큼 썼어.
장미 : 그래.. 너처럼 사람 이용해 먹는 놈한텐 그냥 쓰고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나한텐 소중한 물건이란 말이야...!
기태 : (조금 미안해져서) 고리타분하긴..
장미 :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그 와중에도 챙길 건 챙기는) 밤 챙겨왔어?
기태 : (밤 내밀며) 니 본분이나 잘 챙겨. 일 하러 온 거 아니잖아! 뭐하고 있어?
장미 : (밤 받아들고) 나도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기태 : (참 알다가도 모를 여자네..)
S#50. 공씨네 전경 N
S#51. 공씨네 거실 N
신봉향의 성격이 드러나는, 깔끔하고 완벽하게 차려진 제사상. 예쁘게 깎은 밤도 소담하게 쌓였다.
나란히 절하는 공수환과 기태. 그 뒤쪽으로 노점순과 고모들 쭉 서있고,
한쪽 구석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정쩡하게 서있는 장미, 점잖게 예를 갖춘 공수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flashback insert>
바람에 날아간 스카프를 따라 뒤뚱뒤뚱 뛰던 공수환.
장미 : ... (착잡한 얼굴에서)
시간 경과>
큰 상에 둘러앉아 음복하는 가족들.
기름을 뒤집어쓰고 녹초가 된 장미, 입맛도 없어 깨작거리는데.
기태 : (옆에서 툭 치고, 눈짓 주며 속삭이는) 진상...!
장미 : (대꾸할 기운도 없고)
공수환 : 많이 들어요. 전 부치느라 수고했다죠? (따뜻하게 챙겨주는데)
장미 : 네 뭐.. (공수환을 대하기 불편하고)
기태 : 종일 기름 냄새 맡아서 거북한가 봐요. 아버지 장미 음복주 한잔 주세요.
고모1 : 술??
공수환 : 어 그래, 받아요. (장미에게 청주 따라주면)
장미 : ... (기태 흘끗 본다)
기태 : (얼른 마시라고 눈짓)
장미 : (에라 모르겠다! 쭉 원샷하고) 캬하 살겠다! 한 잔 더 주세요! (잔 척 내밀고)
공수환 : (응? 허허 웃으며 따라주고)
장미 : (또 쭉 원샷) 한 잔 더요!
고모들 : (어머머.. 세상에..)
신봉향 : ... (애써 태연한 척)
공수환 : 많이 힘들었나 보네.. (또 따라주면)
장미 : (또 쭉 마시고) 네!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너무들 하신 거 아닙니까?
기태 : (잘한다! 혼자 몰래 웃는데)
장미 : 잘나신 삼대독자 종손께선 다 저녁 때 어슬렁어슬렁 나타나시고!
기태 : (머쓱) 난 밤 깎았잖아..
공미정 : 어머! 기태 니가 밤을 왜 깎아?
장미 : 한가롭게 마사지나 받으시고! 마사지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공미정 : (얼굴 화끈) 목욕재계한 거야! 목욕재계!
장미 : 고모님들은 죄 앉아서 수다만 떠시고!
고모1 : 어머머! 혈육지간에 오랜만에 모여서 기분 좋게 대화 좀 한 걸..
장미 : 피 한 방울 안 섞인 어머니하고 저는 몸이 너덜너덜해지게 일하구요!
노점순 : 얘야.. (달래보려는데)
장미 : 할머님도 모르는 척 묵인하시고! 좋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입니다!
신봉향 : ... (눈 착 내리깔고 표정 없이 듣기만 한다)
공수환 : (흠! 헛기침)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장미 : 제일 나쁜 건 아버님이세요!!
공수환 : (보면)
장미 : 어머니는 가족들 위해서, 아버님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헌신하시는데, 아버님은 뭐 하셨어요?
공수환 : (머쓱) 나는.. 지방을 썼는데..
장미 : (OL) 지방인지 뭔지 붓글씨 예술 하신 거 말구요! 이 말도 안 되게 크고 대단한 집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한테 죄다 떠맡겨놓고! 아버님은 이 집 밖에서 뭘 하셨냐구요!
공수환 : 무슨 말인지..
장미 : 제가 다 겪어봐서 알거든요, 부모 사이에 금이 가면 자식 마음은 산산조각 박살나거든요..!
고모1 : 이건 또 무슨?
공수환 : (당황하고)
장미 : 제가 다 봤어요..
신봉향 : (낮은 목소리) 그만! (강한 카리스마로) 나 좀 봐요. (부엌으로 가고)
장미 : (끙.. 따라가면)
고모1 : 설마.. 공교수, 부부 사이에 뭐 문제 있어?
공수환 : 문제는 무슨.. 그런 거 없어요! 절대! (불쾌한 얼굴로 서재로 가버리고)
노점순 : (공미정과 불편한 시선을 주고받고)
고모1 : 기태 너 뭐 아는 거 있니?
기태 : 장미씨네 부모님 얘기예요. 두 분 사이가 좀.. 많이 안 좋으시거든요. (일어나 주방으로 가면)
S#52. 공씨네 부엌 N
신봉향 : 아무리 경우가 없어도, 이게 무슨 황당한 행동이죠?
장미 : 어머니가 너무 안쓰러워서요. 저라도 도와드리려구요.
신봉향 : 내가 겨우 동정 받을 사람으로 보여요?
장미 : 어머니가 모르셔서 그래요..
신봉향 : (폭풍 같이 치미는 감정을 꾹 누르고) 나 바보 아니에요. 이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다 내 손바닥 안이에요.
장미 : 아니요, 모르세요. 알고도 이러고 사시는 거면 진짜 바보게요?
신봉향 : (찰싹! 장미 뺨을 때리고)
장미 : (헉.. 보면)
신봉향 : 입 다물어! 니가 뭘 알든, 절대 입 밖에 내지 마...!!
장미 : ... (보더니) 어머니도.. 알고 계세요...?
신봉향 : 전 좀 부쳤다고 우리 집 일에 함부로 끼어들어도 되는 줄 알아?
주방 밖에서 지켜보던 기태, 멈칫한다.
flashback insert>
기태, “이깟 밤 좀 깎는다고 진짜 우리 집 사람 된 줄 알아?”
장미 : 네, 제가 또 엄청난 착각을 했네요. 전 제가 이 집 사람 된 줄 알았어요. 하도 이 집 사람처럼 절 부려먹으시길래요.
저 같은 건, 이 집 사람으로서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건데. 그죠?
신봉향 : (보면)
장미 : 네 맞습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니처럼 살 수 있겠어요? 전 부치고 설거지하고 그딴 건 얼마든지 해도!
아닌 걸 아니라고 말도 못하고, 저 그러곤 못 살거든요. 진심이 아닌 걸 진심인 척.. 그런 건 진짜 못하겠거든요!!
주방 밖으로 나가다가 그 앞에 서있던 기태와 마주친다.
기태 : ... (보면)
장미 : (그대로 지나쳐 가고)
S#53. 공씨네 거실 N
고모1 : 어쩐지 첫인상부터 석연치 않더라. 정서가 불안정해.
고모2 : 그러엄, 부모가 불안하면 그 불안이 고스란히 아이한테 전해지지..
고모3 : 부모는 뭐하는 사람들인데?
공미정 : 술집한대요.
고모3 : 어머머, 그러니 어른 앞에서 술을 그렇게.. 그 피가 어디로 가?
고모2 : 집안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네.
고모1 : 우리 기태는 이상적인 부모 밑에서 사랑 받고 큰 앤데, 부모가 싸우는 것만 보고 자란 애가 제대로 결혼생활은 하겠어?
사랑도 받아봐야 할 줄 아는 법이거든.
주방에서 나오던 장미, 고모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다 들어버린다.
장미 : ... (주먹 꾹 쥐고 부들부들 떨며) 너.. 우리 엄마 아빠 얘기 했어...?
나 하나로 부족해서.. 우리 부모님까지 끌어들여 욕 먹여...??
기태 : (미안한 마음에) 저기..
장미 : 하다하다 이제 남의 상처까지 이용해 먹냐구... (감정 북받쳐 버럭!!!) 이 나쁜 새끼야!!!
기태의 멱살을 휘어잡는 장미. 거실에 있던 어른들 놀라서 달려와 장미를 억지로 떼어놓으면,
그러자 이번엔 황태포로 기태의 머리를 마구 내리치는 장미.
기태 : (머리 감싸고) 아!! 아!!!
장미 : 내가 누구 때문에 하루 종일 개고생 했는데!!!
이리 떠밀고 저리 밀리는 난리법석 속에 기태 제사상 위로 넘어지고
사과 밤 대추가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탕국 쏟아지고 산적 엎어진다.
신봉향 : (버럭)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신봉향의 호통에 겨우 상황 진정되면,
장미 : (너덜너덜해진 황태포 툭.. 던지고, 기태에게) 이제 됐지?
제 맡은 바 임무는 다 한 거 같으니까,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버린다)
S#54. 공씨네 집 밖 근처 N
장미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걷고.
기태 : (음식 양념 얼룩진 차림으로 따라와서) 데려다 줄게.
장미 : (대꾸도 않고 성큼성큼)
기태 : 잠깐 있어. 차 꺼내 올 테니까.
장미 : 끝내기로 했고! 끝내줬잖아! 나한테 뭘 더 바래!! (가버린다)
기태 : 주장미...!!
불러보지만, 돌아보지 않는 장미.
기태 : ......
S#55. 공씨네 거실 N
기태 : (안으로 들어오는데)
고모2 : 올케!! 대체 저런 걸 왜 받아들인 거야??
고모3 : 아무리 기태 결혼이 급해도 그렇지!
고모1 : 저런 여자랑 결혼시키느니 차라리 혼자 살게 하는 게 낫겠어!!
기태 : ... (왠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서 버럭) 그만들 하세요!!
고모들 : (돌아보면)
기태 : (가족들을 스윽 둘러보더니, 진중한 표정으로 선언하는) 저 주장미 아니면 결혼 안 합니다!!
반대하시면 평생 혼자 살 테니까 그렇게들 아세요!!
신봉향 : (굳어서) 이 녀석이...!
고모들 : (황당해서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있고)
기태 : (난장판으로 어지럽혀진 거실 바닥과 상을 묵묵히 치우기 시작한다)
공미정 : 정상 아냐. 쟤 응급실 다시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고모1 : 아버지 기제사에 이게 무슨.. 엄마! 가만 계실 거예요??
노점순 : ...... (입 꾹 다물고 조용히 생각하는 위로)
장미E : 할머님도 모르는 척 묵인하시고! 좋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입니다!
삐딱하게 놓인 할아버지 사진을 보며 픽.. 웃어버리는 노점순.
노점순 : 니네 아버지 생전에도 좀만 수틀리면 밥상 뒤집어엎었는데 뭐. (사진 보며) 쌤통이우 영감.
신봉향 : (가슴에서 천불이 이는) ......
S#56. 택시 N
녹초가 되어 힘없이 앉아있는 장미. 망가져 먹통이 된 핸드폰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여름E : 늦어도 돼. 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레스토랑으로 와.
장미 : 죄송하지만, 차 좀 돌려주시겠어요?
S#57. 봉 위켄드 밖 N
영업이 끝난 레스토랑. 닫힌 문 앞에 서있는 장미.
장미 : ... (너무 늦었구나.. 돌아서려는데)
거짓말처럼 열리는 문. 여름이 싱긋 웃으며 서있다.
장미 : 여태.. 나 기다린 거야...? 전화도 안 됐을 텐데..
여름 :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장미 : (괜히 훅.. 터지는 눈물..)
여름 : ...! (보면)
S#58. 공씨네 마당 N
신봉향 : (돌아보며)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공미정 : 아무래도 촉이 좀. 소곤소곤하다 화들짝 하는 게.. 뭔가 있는 거 같아요.
신봉향 : ... (핸드폰 꺼내 어디론가 전화 걸고) 밤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급하게 물어볼 게 있어서.
혹시.. 훈동이 최근에 만나는 여자 있어?
훈동모E : 스토커는 하나 있었지.
신봉향 : 스토커....? 혹시 이름이..
훈동모E : 기억 안 나. 백합인지 목련인지 촌스러운 이름이었는데.
신봉향 : 얼굴은 봤고?
훈동모E : 봤지. 그 얼굴을 어떻게 잊어. 근데 왜?
신봉향 : 만나서 얘기해요. 아침 일찍 브런치 어때?
훈동모E : 그래 그럼. 훈동이 가게에서 봐요.
신봉향 : ... (시선에서)
S#59. 봉 위켄드 주방 N
팬을 흔들며 간단한 스파게티를 만드는 여름.
그 옆쪽으로 조리대 앞에 의자 놓고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장미, 화이트와인 병째 입에 대고 병나발 꿀꺽꿀꺽.. 마신다.
여름 : 잠깐 빌려줘. (와인 뺏어서 팬에 뿌리면 확 치솟는 불길..)
장미 : 근데 이래도 돼...? 이훈동이 알면..
여름 : (와인 병 돌려주며) 안 들키면 되지.
장미 : ... (또 병나발 꿀꺽꿀꺽)
여름 : (완성된 파스타 가져다주며) 자, 먹어 봐.
장미 : (조금 먹어보더니, 눈 휘둥글! 전투적으로 꾸역꾸역 먹고)
여름 : (턱 괴고 보다가) 기태형님네서 많이 힘들었어?
장미 : (입에 가득 물고 멈칫) 어떻게 알아?
여름 : (대답 대신) 그렇게까지 결혼이 하고 싶어?
장미 : ... (와인 꿀꺽꿀꺽 삼키고) 결혼하려고 간 거 아니었어.
여름 : 그럼?
장미 : (와인 꿀꺽) 원래는 진상이 목적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진심이 됐어.
여름 : 진심?
장미 : 근데 내 진심이.. 진상이더라고.. 최악의 진상...!
여름 : ... (무슨 소리야? 갸웃) 기태형님한테 진심이 됐다는 뜻?
장미 : 아니이, 공기태랑은 그런 사이 아니야.
여름 : 아니야?
장미 : 사실은... 난.. 공기태가...
여름 :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장미 : 너무너무.. 너무너무... 너무너무우.....
여름 : (귀 쫑긋)
장미 : 걱정이 돼...!
여름 : (잉...?)
장미 : (그대로 풀썩 엎드려 곯아떨어져 버린다)
여름 : 주장미...? (툭툭 건드는데)
장미 : (쌕쌕.. 곤히 잠든)
여름 : ... (픽 웃고) 난 니가 더 걱정된다...!
S#60. 기태 집 침실 N
침대에 누워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는 기태.
flashback insert>
장미 : 네 맞습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니처럼 살 수 있겠어요? 진심이 아닌 걸 진심인 척.. 저 그런 건 진짜 못하겠거든요!!
기태 : .....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모습에서)
S#61. 공씨네 집 앞 (아침)
단정하게 차려입고 외출 준비를 마친 신봉향, 택시에 올라탄다.
S#62. 달리는 택시 안 (아침)
신봉향 : (핸드폰 들고) 지금 가고 있어요.
S#63. 훈동 집 앞 (아침)
대문 앞에 세워져있는 고급 세단.
훈동모 : (핸드폰 들고 차에 올라타며) 나도 이제 출발해요.
S#64. 달리는 기태 자동차 안 (아침)
기태 : (운전하며 통화하는) 훈동이 어머닐 만나신다구요? 언제, 어디서요??
S#65. 공씨네 마당 (아침)
공미정 : (핸드폰 들고) 지금, 훈동이네 가게에서. (덧붙이는) 정보료 따블이다.
S#66. 봉 위켄드 (아침)
태풍전야처럼 고요한 레스토랑.
구석 소파 자리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장미...! 조금 떨어진 곳에 의자를 쪼르르 붙여놓고 자고 있는 여름...!!
S#67. 기태 자동차 안 (아침)
기태 : (장미에게 전화 거는데 연결 되지 않는다) 아 맞다 핸드폰 망가졌지...!
S#68. 봉 위켄드 (아침)
출입문 밖에서 덜그럭.. 덜그럭... 자물쇠 여는 소리가 들린다.
문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누군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입 헤 벌리고 잠든 장미 얼굴...!
(insert> 기태 자동차 안) ‘어쩌지??’ 초조한 기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