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말고 결혼] 05
S#1. 봉 위켄드 밖 N
기태 : 주장미!
장미 : (멈칫.. 보면)
기태 : (가까이 다가오는데)
장미 : (엉거주춤 뒷걸음질치며) 오지 마.
기태 : 괜찮아...? (한 걸음 다가오면)
장미 : (물러나며) 가까이 오지 마!!
기태 : (심상치 않은 느낌에) 주장미..
장미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기태 : 그래.. 내가 미안하다.. (다가오는데)
장미 : (황급히) 가!!! 저리 가라고!!!
기태 : 왜 그래...?
장미 : (눈물 그렁그렁 금방이라도 울음 터질 것 같은) 가...! 제발 가아...!
장미의 등뒤에서 기태를 향해 거세게 휙 불어오는 바람. 거친 바람 속에 마주 서있는 두 사람 모습에서.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5회. 오직 너에게만 할 수 있는 말”
S#3. 봉 위켄드 (아침)
태풍전야처럼 고요한 레스토랑. 자막 “태풍상륙 하루 전”
출입문 밖에서 덜그럭 덜그럭 자물쇠 여는 누군가.
여름 : (소리에 눈 반짝 뜬다) ...!
소파 자리에 누워 세상모르고 잠들어있는 장미.
여름, 잽싸게 다가가 장미 가볍게 건드려 깨우지만, 끄응.. 돌아누울 뿐.
가게 문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훈동...! 아슬아슬하게 소파 뒤쪽으로 몸을 숨기는 여름.
훈동 : (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칫) !
누군가 소파에 누워있는 걸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간다. 누구지? 저 익숙한 뒷모습.. 설마...!
끄응.. 다시 이쪽으로 돌아눕는 장미.
훈동 : 장미......?!
장미 : (살며시 눈을 뜨더니, 헉!!! 소스라쳐 벌떡 일어나면)
훈동 : 니가 어떻게 여기..
장미 : 그러게, 내가 왜.. (당황해 주위 둘러보면, 소파 뒤쪽에 숨은 여름과 눈이 마주치고)
여름 : (쉿! 말하지 말아달라는 표정)
장미 : (어쩌지...?)
훈동 : (장미의 손을 덥석 잡고) 안 그래도 걱정했어.
장미 : 뭐, 뭘?
훈동 : 기태 어머니 깐깐하신 분인 거 나도 아니까.. 나한텐 얘기해도 돼. 나 보려고 밤새 기다린 거잖아.
장미 : 우선 손은 좀 놓고.. (훈동 손 떼어놓는데)
훈동 : (와락! 장미를 끌어안아 버린다)
장미 : (어머머!! 놀라서 뿌리치려는데)
살금살금 기어나오는 여름, 장미에게 잠깐만 그러고 있어줘! 표정.
훈동 : 괜찮아.. 이렇게 돌아왔으니까 됐어.. 이제 내가 지켜줄게...!
장미 : (끄응..)
장미가 훈동을 붙잡아두고 있는 사이 여름 후다닥 주방으로 피하고,
여름이 무사히 피한 걸 확인한 장미, 훈동에게서 떨어지려는데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훈동모, 그리고 신봉향...!
신봉향 : ...! (서늘한 시선으로 장미를 쳐다보고)
훈동모 : (장미를 알아보고) 너...?
장미 : !!! (화들짝 훈동을 있는 힘껏 밀쳐내고)
훈동 : (엄마야! 휘청 뒤로 꽈당 넘어진다)
훈동모 : 어머머 세상에! 저 미친 스토커가!! (기함해서 훈동에게 달려가면)
신봉향 : (착 가라앉은 목소리) 훈동이를 스토킹했다는 여자가 그럼...?
훈동모 : (훈동을 부축해 일으키며) 그래요! 이 년.. (헛기침 큼!) 이 여자야!
장미 : (아... 어쩌지...??)
훈동모 : (장미에게 바짝 다가서며) 우리 훈동이한테 또 무슨 해코지 하려고! 어?
훈동 : (막아서며) 그런 거 아니에요 엄마, 오해예요!
훈동모 : 무슨 오해? 집이며 가게며 찾아와 들쑤셨던 거 이 여자가 분명한데!
맥주병 들고 행패 부려서 경찰 출동했던 게 엊그젠데!!
신봉향 : (장미를 빤히 쳐다보며) 엊그제라니.. 꽤 최근 일인가 보네요?
훈동모 : 법원에서 스토커 전과 단 게 불과 이삼 주 전이에요!
신봉향 : (다 알겠다는 듯, 조용히 서늘한 미소) 그렇군요.
장미 : (끙.. 다 들켰다..)
훈동 : 그땐 내가 잘못한 거였어요, 내가 장미한테 그러면 안 됐다구요.
훈동모 : 이럴 게 아니라 경찰부터 불러야겠다. (핸드폰 꺼내드는데)
훈동 : (핸드폰 뺏으며 버럭) 아 엄마!!
훈동모 : (얘가 엄마한테 소리를 질러? 놀라서 보면)
훈동 : 저 장미 사랑해요...!!
장미 : (헐...)
훈동모 : (이 무슨 황당한 소리) 뭐? 너 벌써 잊었어? 이 여자가 어떻게 했는지?
훈동 : 아니요, 어떻게 잊어요. (감성 폭발) 장미가 나한테 줬던 마음.. 내가 장미한테 줬던 상처.. 저 죽어도 못 잊어요...!
그래서 힘들어요...!!
훈동모 : (기막혀) 어머머...! (장미더러) 너 우리 훈동이한테 무슨 짓 한 거야??
훈동 : 아 엄마! 엄마가 이러면 나 더 힘들어져요.
훈동모 : 얘가 진짜 왜 이래? 창피하게!
확인하고 싶은 건 다 확인한 신봉향, 승자의 여유로운 얼굴. 모든 걸 이해하는 듯한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신봉향 : 그런 말씀 마세요. 사랑이 창피한 건 아니니까.
(하더니 순간 미소 싹 가시고) 정말 부끄러운 건 거짓말이죠. 안 그래요 주장미씨?
훈동/모 : (거짓말?)
여름 : (insert> 주방 쪽에서 귀 쫑긋 세우고)
장미 : (전부 털어놓고 사과드리자 싶은) 죄송합니다..
기태 : 니가 뭘 잘못했다고!
일제히 돌아보면, 어느새 안에 들어와 있는 기태.
기태 : (뚜벅뚜벅 다가와 훈동모에게 꾸벅) 죄송합니다. 훈동이 힘들게 만든 사람 저예요. 제가 장미한테 마음을 뺏기는 바람에..
신봉향 : (서늘하게 노려보며) 장난 그만둬.
기태 : 저 지금 진지해요. (훈동모에게) 죄송하지만 저 장미랑 결혼합니다.
훈동모 : (혼란스러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신봉향에게) 그게 정말이에요??
장미 : 저기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는데)
신봉향 : (낮게 가라앉은 목소로 자르는) 가자. 남부끄럽구나. (나가고)
기태 : (따라가며) 왜요, 사랑은 창피한 거 아니라면서요?
장미 : (머리 벅벅 긁으며 따라가고)
훈동모 : 뭐가 어떻게 된 거니?
훈동 : (참담) 보신 대로예요. 엄마 아들.. 친구한테 여자 뺏기게 생겼다구요...!
훈동모 : (황당)
S#4.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안으로 들어오는 신봉향, 뒤따라 들어오는 장미를 위해 기태가 문을 잡아주는데.
신봉향 : 거긴 그만 가보세요.
장미 : 예..?
기태 : 사람한테 거기라뇨.
신봉향 : 더 볼 일 없는 사람이잖니. 연극은 끝났다.
기태 :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신봉향 : 말도 안 되는 여자 내세워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보자. 너 그런 거잖아.
기태 : 잘못 아신 거예요.
신봉향 : 처음엔 잘못 알았지. 니가 만나는 여잔 줄 알고 집에 초대까지 했으니..
(장미 보며) 대체 정체가 뭔가 궁금했는데, 훈동이 스토커였군요.
장미 : (머쓱한 얼굴로 꾸벅) 죄송합니다.
기태 : 장미한텐 상처예요. 괜히 건드려서 더 아프게 하지 마세요. 말씀드렸죠, 저 주장미 아니면 결혼 안 한다구.
장미 : 뭐...?
신봉향 : 친구 여자, 아니 친구한테 들러붙었던 스토커하고 결혼을? 니가?
장미 : 그러게요..
기태 : (OL) 그러게요, 저도 제가 신기해요. 이런 게 사랑인가 봐요.
장미 : 장난해..?
신봉향 : (OL) 장난 그만해! 할아버님 제삿날 온 집안을 쑥대밭 만들고.. 공씨집안 삼대독자 종손이라는 녀석이 이게 할 짓이야?
장미 : 제 말이요!
기태 : 그럼 공씨집안 삼대독자 총각귀신 될까요? 우리 결혼 반대하시면 저 평생 혼자 삽니다!!
장미 : 공기태씨..
신봉향 : 끝까지 잡아떼겠다?
장미 : 저기요..
신봉향 : (동시에) 좀 빠져요!
기태 : (동시에) 가만있어!
장미 : (헐...)
기태 : 그만 인정하시죠. 어머닌 절 못 믿는 게 아니에요, 장미가 싫으신 거지.
신봉향 : (서늘하게 노려보며) 만약 거짓말이라는 근거가 분명히 드러난다면?
내가 정해주는 여자하고 군말 없이 결혼하는 거다. 알았니?
기태 : (밀리지 않고 여유 있게 마주보면)
신봉향 : (장미에게 얼음 같은 시선 한번 꽂아주고 간다)
장미 : 뭐하는 짓이야? 다 들킨 걸 왜 우겨?
기태 : 쉿! (신봉향이 듣지 않는지 바깥을 확인하고) 못 들었어? 들키면 어머니가 찍어 붙여주는 여자랑 결혼해야 된다고.
장미 : 어젯밤에 다 끝내기로 했잖아!!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기태 : 평생 혼자 살 확실한 명분을 얻을 때까지!
장미 : 뭔 소리래..?
기태 : 어제 가족들 다 있는데서 선언했어, 주장미 반대하면 나 평생 혼자 산다고. 그러니까 니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
첫째도 진상! 둘째도 진상!
장미 : (허...! 울화 치미는) 너 진짜 나한테 왜 이래??
기태 : 그러게 왜 꼬리를 밟혀. 이 아침에 훈동이 레스토랑엔 왜 있었는데?
장미 : (멈칫, 한 풀 꺾여서) 어 그거.. 그건.. (얼버무리면)
기태 : 옷도 어제 입었던 그대로고...? (수상한데?)
S#5. 봉 위켄드 D
훈동 : 나한테 도와달라고 손 내민 거예요. 내가 그 손 잡아줘야 돼요. 그러니까 엄마가 나 좀 도와주세요!
훈동모 : (컵에 냉수 따라 벌컥벌컥 마시다가, 기막혀 돌아보며) 뭐어?
훈동 : 엄만 기태 어머니랑 다르잖아요. 내 말은 뭐든 들어주시잖아요.
훈동모 : 그래, 나 너 노는 거 터치한 적 없어. 놀아봐야 여자를 알고 여자를 알아야 제대로 된 짝을 찾을 수 있으니까!
근데, 놀아도 너무 논 거지? 보통의 정상적인 여자는 심심해 성이 안 차?
훈동 : 장미 좋은 여자예요. 이러다 진짜 기태한테 장미 뺏겨도 괜찮으시겠어요?
기태네 어머니가 핸드백이라도 사면 바로 똑같은 거 따라 사시면서?
훈동모 : (건드려선 안 되는 자존심!) 뭐? 내가 언제! 내가 언제!! (부글부글 끓는다) 아우우 속상해서 증말!! (씩씩거리며 나가면)
훈동 : 아 엄마아.. (쪼르르 쫓아 나가고)
S#6. 봉 위켄드 주방 D
주방에 몸을 숨긴 채 바깥 동태를 살피던 여름, 낮게 한숨 쉬는데.
엄셰프 : (뒤쪽 직원 통로를 통해 들어오며) 일찍 나왔다?
여름 : (화들짝!)
엄셰프 : (주방 둘러보다 멈칫, 표정 싸해지면서) 너 내 주방 건드렸냐?
여름 : (어떻게 알았지? 깨끗하게 뒷정리했는데.. 살짝 당황해서) 제가요? 아뇨?
엄셰프 : 새꺄! 솔직히 불어! (험악한 얼굴 풀고 씩 웃으며) 청소를 했으면 했다! 생색내도 된다구 이 기특한 새꺄!
여름 : (아.. 하하..)
S#7. 달리는 기태 자동차 안 D
기태 : (운전하면서, 굳은 얼굴) 한여름이랑 있었다고? 밤새??
장미 : (그 옆에서 귀찮은 투로) 응..
기태 : 너 설마 했어?
장미 : 뭐어??
기태 : (다그쳐 묻는) 했어 안 했어!
장미 : 무슨 소리하는 거야, 술 먹고 뻗었다니까!
기태 : 말 했냐고 우리 관계!
장미 : 아.. (머쓱) 아마 안 했을 거야. (힐끔) 했던 것도 같고..
기태 :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은 얼굴. 길가에 끼익! 차를 세우더니) 내려.
장미 : 백화점까지 데려다 준다더니 치사하게.. 나 지각해!
들은 체 만 체 먼저 내리는 기태, 길가 핸드폰 대리점으로 들어간다.
장미 : ?
S#8. 핸드폰 대리점 D
기태 : (최신형 스마트폰을 내밀면)
장미 : (뚱하게 보며) 내가 이걸 왜 받아?
기태 : 앞으로 언제 어디서든 나랑 밀착해 있도록 해. 24시간 실시간 위치추적할 거야. 필요한 어플은 내가 깔았어.
장미 :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왜 그래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기태 : 진짜 몰라? 우리 관계 절대 들키면 안 된다고, 이제 돌이킬 수 없다니까!
장미 : 니 사정이고. (돌아서려는데)
기태 : (장미 손에 핸드폰 억지로 쥐어주며) 필요한 건 내가 다 지원해줄게. 또 뭐? 돈 필요해? 얼마 줄까?
장미 : ... (빤히 보더니) 나 때문에 핸드폰 망가져서 미안하다. 해봐.
기태 : 뭐?
장미 : 미안하면 미안하다, 하는 거야. 돈지랄로 대충 때우려고 하지 말고. (스마트폰 도로 턱! 돌려주고 돌아서는데)
기태 : 한여름한테 전화 안 해도 돼?
장미 : (멈칫)
기태 : 남녀가 밤새 같이 있었는데 그 다음날 한쪽이 연락두절.. 괜찮겠어?
장미 : (끙..)
S#9. 백화점 옥상 D
기태가 사준 최신형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는 장미.
CG로 날아오는 여름의 깜찍한 미니미. SNS메시지.
여름 : (CG) 아깐 미안. 나 때문에 곤란했지?
장미 : (핸드폰 두드리며) 넌 괜찮아? 이훈동한테 안 걸렸어?
여름 : (CG) 덕분에. 고마우니까 맛있는 거 살게. 언제 볼래?
장미 : (헤에 웃으며) 퇴근하고.. (하는데)
여름의 미니미를 뻥 차서 밀어내며 나타나는 기태의 미니미.
기태 : (CG) 퇴근하면 나랑 만나.
장미 : (입술 삐죽) 지금 막 약속 잡는 중인데?
기태 : (CG) 한여름은 당분간 만나지 마라.
장미 : 싫어.
기태 : (CG) 너 진짜 협조 안 해?
장미 : 안 해.
기태 : (CG) 어쩌냐? 나한테 인질이 있는데?
장미 : (갸웃.. 인질??)
S#10. 공기태 성형외과 시술실 D
누워있는 나소녀의 코와 팔자주름에 간호사1이 마취 크림을 발라준다.
그 옆에서 필러 제품을 준비하는 간호사2 (제품 노출 전체 화면 4/1)
간호사1 : (마취크림 다 바르고) 30분 뒤에 시술 들어가겠습니다.
나소녀 : (잔뜩 들뜨고 설레는) 이렇게 마취크림 바르면 많이 안 아픈가?
기태 : (핸드폰 들여다보다가 돌아서서) 하나도 안 아프니까 걱정 마세요. 연예인처럼 예뻐지셔야죠.
나소녀 : 젊은애들이 하도 필러 필러 그래서 그게 어떤 건가 너무 궁금했거든. 우리 공서방 덕에 드디어 맞아보네!
내가 괜히 민폐 끼치는 건 아니지?
기태 : 가족끼리 민폐는요. 당연히 해드려야죠, (넉살 좋게 씩 웃으며) 장모님.
S#11. 아이스크림 가게 N
장미 : (똥 씹은 얼굴로 입 퉁퉁 부어서) 엄마 때문에 못 살아 증말..
기태 : (아이스크림 두 개 들고 와서 하나 내밀고)
장미 : 안 먹어.
기태 : 들고만 있어. (억지로 아이스크림 쥐어주더니 장미 옆에 바짝 붙는다)
장미 : (흠칫 떨어지며) 뭐야.
기태 : 가만있어봐. (장미 볼에 얼굴 바짝 붙이더니 핸드폰 셀카 찰칵!) 좀 웃지?
장미 : 뭐해?
기태 : (장미 입술에 아이스크림 살짝 묻히고 또 찰칵!)
장미 : (입에 아이스크림 묻힌 채 버럭) 뭐하냐고!!
기태 : (SNS에 장미와 찍은 셀카 올리며) 연인 인증.
장미 : (으이구! 인간아! 기태 볼에도 퍽! 아이스크림 묻혀버린다)
기태 : 아 진짜...!
장미 : (큭 웃으면)
기태 : (장미가 웃는 찰나에 얼른 찰칵!)
S#12. 몽타쥬 N
그렇게 시작된 SNS 인증용 위장 데이트.
주스 하나에 빨대 두 개 꽂아 얼굴 맞대고 쪼르륵 마시는 장미와 기태. 셀카 찰칵! 찍으면 바로 떨어지는 두 사람.
애써 썩소를 지으며 억지로 기태에게 장단 맞춰주는 장미.
장미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기태. 꽃 들고 셀카 찰칵! 찍고 나서 바로 떨어지는 두 사람.
슬쩍 꽃향기를 맡아보는 장미.. 연극이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극장에 팝콘과 콜라 들고 다정하게 앉아있는 장미와 기태. 셀카 찰칵! 찍는데 두 사람 미소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셀카 찍고 나선 바로 떨어지지만, 영화 시작하면 영화에 몰두한 두 사람.
팝콘통 속에서 손 얽히고, 콜라도 번갈아 마시며 낄낄댄다.
바에 앉아서 칵테일 짠! 부딪히는 장미와 기태. 셀카 찰칵!
찍고 나서도 떨어지지 않고 머리를 맞댄 두 사람.. “나 너무 못 나왔다. 다시 찍어!” “원래 그렇게 생겼어!”
처음엔 굳어있던 장미와 기태 이제 완전히 환하게 웃는다.
셀카 인증이 목적이었던 위장 데이트가 어느새 ‘진짜’가 된 모습.
S#13. 공씨네 거실 N
신봉향에게 핸드폰 보여주는 공미정. SNS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기태와 장미의 셀카들..
공미정 : 가관이에요. 아주 쇼를 해!
신봉향 : (승리를 예감하는 표정)
노점순 : (고개 들이밀고 같이 보더니) 그만 의심해. 얘들 진짜다.
신봉향 : 가짜예요. (조용히 핸드폰 치우며) 이렇게 유치하고 경망스러운 사진을 보란 듯이 전시하다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태가요?
노점순 : 그러니까 진짜라는 거다. 기태 이렇게 웃는 거.. 어릴 때 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구나.
공미정 : 그건 또 그러네.. (신봉향 눈치 힐끔)
신봉향 : (서늘) ...
S#14. 봉 위켄드 N
영업 마감 중인 레스토랑. 직원들 청소하고..
그 한쪽에서 대걸레 들고 핸드폰으로 기태와 장미의 셀카들 보는 여름.
flashback insert> 4부
여름 : 기태형님한테 진심이 됐다는 뜻?
장미 : 아니이, 공기태랑은 그런 사이 아니야.
여름 :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이 여잔? (장미에게 메시지 보내면)
S#15. 장미 집 대문 앞 N
집앞으로 나란히 걸어오는 기태와 장미. 장미 손에 장미꽃 들려있다.
장미 핸드폰에서 띠링 메시지.
여름E : 어제 거기서 기다린다.
기태 : (흘끗 훔쳐보려는데)
장미 : (얼른 핸드폰 치우고) 그만 가봐.
기태 : 들어가는 거 보고.
장미 : 연인 인증 그만하지? (주위 둘러보며) 고모도 안 계신 거 같은데?
기태 : (대문 열어주며) 들어가.
장미 : (끙.. 안으로 들어가다가 멈칫) 꽃 고맙다. (툭 던지고 들어가면)
기태 : (피식.. 웃고) 늦었으니까 엉뚱한 데 새지 말고 발 닦고 자라, 어?
S#16. 장미 집 안방 N
화장대 거울 앞에 딱 달라붙어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나소녀. 핸드폰 벨 울린다.
나소녀 : (거울 속에 자기 모습에 시선 고정한 채 핸드폰 들고) 여보세요.
남편 잘못 만나서 쪼그라진 팔자 사위 잘 만나 쫙쫙 피는 중인데, 왜?
S#17. 호프집 N
주방에서 어깨에 핸드폰 끼고 치킨 튀기는 주경표.
주경표 : 말 참 예쁘게 한다. 내가 이래서 이 여편네랑 말을 안 섞었던 건데..
손님1E : (홀 쪽에서 재촉하는 소리) 아저씨! 오백 두 잔 더 주세요!
손님2E : 여기 치킨 왜 안 나와요?
주경표 : (땀 뻘뻘) 네, 네, 갑니다! (핸드폰에 대고) 됐고, 빨리 가게 나와! 바빠!
S#18. 장미 집 안방 N
나소녀 : 입만 열면 잔소리.. 나야말로 말 섞기 싫거든요? 끊어! (전화 끊으면)
장미 : (안으로 들어오며) 엄마!
나소녀 : (반기며) 어 우리 딸 왔어?
장미 : (기막힌) 가게도 안 나가셨어?
나소녀 : 닭 몇 마리 튀겨봤자.. 공서방은 주사 한 방에 얼마를 버는데! 하루쯤 쉬어도 돼.
(다시 거울 속의 자기 모습과 사랑에 빠지는)
장미 : (끙..)
S#19. 장미 방 N
창가 유리 물병에 꽂아놓은 장미꽃 한 송이..
물끄러미 보는 장미.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 그러다 흠칫! 제정신 돌아온다.
후다닥 일어나 옷장을 뒤지는 장미, 모자와 마스크를 찾아낸다.
S#20. 봉 위켄드 N
여름 : (문 열다가 멈칫) 누구세요?
모자와 마스크 뒤집어쓴 장미 주위 살피며 잽싸게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여름 : 혹시 강도세요?
장미 : (모자 마스크 벗고 머쓱해서 헤.. 웃으며) 누가 보면 또 일 커질까봐.. (불안한) 우리 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갈까?
여름 : (픽 웃고) 뭐 하던 중이라, 뒷정리 좀 하고.
S#21. 기태 집 침실 N
침대에 누워 장미와 찍은 셀카들 쭉 넘겨보는 기태.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 그러다 흠칫! 제정신 돌아온다.
애써 냉정한 얼굴 되찾고 위치추적 어플로 장미 위치를 확인하는데,
지도 위 봉 위켄드에 장미 얼굴 사진 아이콘이 뿅 뜬다. (CG)
기태 : !!!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면)
S#22. 봉 위켄드 주방 N
냄비에서 부글부글 끓는 해물스튜.
장미 : (안으로 들어오며) 음 냄새 좋다. (냄비로 다가가는데)
여름 : (아무렇지도 않게) 먹으려고 만든 거 아냐. 버릴 거야.
장미 : 버려? 왜?
여름 : 어차피 먹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기태형님이랑 맛있는 거 잔뜩 먹던데?
장미 : (멈칫) 너도.. 사진 봤어?
여름 : 누구 연락 기다리느라 눈 빠지게 핸드폰만 쳐다봤거든. 그러다 봤지.
장미 : 미안.. 사실은 공기태가..
그때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
장미 : (화들짝 놀라 전화 받는) 여, 여보세요?
기태E : 어디야.
장미 : (여름 눈치 힐끔 보더니 돌아서서 작게) 집..
기태E : 한여름이랑 있는 거 다 알거든?
장미 : (뜨끔! 어떻게 알았지?)
S#23. 기태 집 침실 N
기태 : (핸드폰 들고) 거기서 당장 나와!
장미E : 너 이거 사생활 침해야!
기태 : 한여름 그 새끼 믿지 마! 위험하다고! (전화 뚝 끊기고) 여보세요? (부글부글) 아 주장미...!
S#24. 봉 위켄드 주방 N
스마트폰 전원을 꺼버리는 장미.
여름 : 핸드폰 샀어?
장미 : 아니, 공기태가..
여름 : 와 비싼 핸드폰도 사주는 사이구나? 돈 때문에 만나는 사이?
장미 : 사람을 뭘로 보고.. 이딴 거 하나도 안 고맙거든? 6년 넘게 쓴 핸드폰을 설거지통에 빠뜨리는 바람에..
여름 : 요즘 세상에 핸드폰을 6년이나?
장미 : 지지리 궁상이라 물건을 쉽게 못 버려. 폴더폰 접고 펼 때 딸깍거리는 느낌, 손으로 버튼 꾹꾹 누르는 느낌이 좋았는데..
여름 : ... (보더니 툭) 그럼 기태형님은 왜 좋아?
장미 : 어..?
여름 : 돈 아니라며? 돈 말고 뭔가 있는 거야?
장미 : ... (머뭇거리다가 문득)
기태E : 한여름 그 새끼 믿지 마!
장미 : 근데 너, 뭘 그렇게 자꾸 물어? 특히 나하고 공기태 사이..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건데? (의심스러운 얼굴로) 혹시 너..
여름 : (장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알고 싶어서.
장미 : ...!
여름 : (해맑은 얼굴로) 그럼 안 돼?
장미 : ... (살짝 설레지만 애써 침착하게) 넌.. 어떤 사람인데? 나도 널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여름 : (본다)
장미 : (보면)
여름 : (싱긋 웃으며 회피하는) 난 신비주의가 컨셉이라.
여름, 스튜가 끓고 있는 냄비 불을 끈다. 냄비 들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해 그대로 쏟아 부으려는데.
장미 : (얼른 막아서며) 진짜 버려?
여름 : 오늘 지나면 다 폐기할 식재료들이라 재미삼아 만든 거야.
장미 : (냄비 빼앗고) 줘! (수저로 국물 맛보더니) 괜찮은데? 아니, 죽이는데?
여름 : (수저 빼앗고) 배탈 나. (수저로 새우머리 건져서 보여주며) 봐! 새우도 몸통은 없고 머리만 있지?
장미 : (수저 도로 뺏고) 새우머리가 육수 내기 딱이지.
냄비 끌어안고 본격적으로 건더기까지 푹푹 퍼먹기 시작하는 장미. 뜨거워서 헉헉거리고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그 모습 바라보면서 기분이 좀 이상해지는 여름.. 누가 내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 준 적이 있었나..?
여름 : ... (장미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살짝 넋 놓고 쳐다보는데)
장미 : (계속 맛있게 먹으면서 담담한 말투로) 널 좀 알 것 같다.
여름 : ? (보면)
장미 : 너도 실은 나처럼 쉽게 못 버리는 거지? 버려지는 것들이 안타깝고..
여름 : ... (괜히 머쓱해져서) 뭐래? 오글거리게.. 버리려고 만든 거라니까?
장미 : (먹던 걸 멈추고) 버려질까봐.. 먼저 버린 거 아니고?
여름 : 뭔 소리야.
장미 : (다시 먹기 시작하며) 난 그렇거든.. 버려지는 게 진짜 싫고 무섭거든..
내가 잘 못 버리는 것도.. 니가 너무 쉽게 버리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 아닌가 싶어서.
얼굴에서 장난기 싹 가시는 여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속내를 들켜버린 기분이다.
해물스튜 열심히 먹는 장미를 빤히 바라보더니.
여름 : 뭘 안다고..
장미 : (열심히 먹으며) 그냥.. 맛을 보니까 알겠어..
여름 : (픽 웃고) 그래..? (장미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장미 : ? (고개 들면)
여름 : (바로 코앞에 와있는 여름의 얼굴) 나도 맛 좀 보자.
장미 : (흠칫!) 어...?
여름 : (빨갛게 스튜가 묻은 장미의 입술에 키스한다)
장미 : !!! (눈 똥그래져서 여름에게서 떨어지는데)
손으로 장미의 머리를 끌어당겨 계속 키스하는 여름.
장미 눈 스르르 감기고, 수저 쥔 손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챙그랑.. 떨어지는 수저.
S#25. 기태 집 밖 N
씩씩거리며 건물 밖으로 나오는 기태,
기태 : 이것들 아주 잡히기만 해봐!
성큼성큼 걸어 나오다가 뭔가 이상한 기분에 멈칫, 아래를 내려다보면 신발 짝짝이로 신었다.
기태 : (황당해서 픽 웃으며) 뭐하냐.. 바람난 마누라 잡으러 가냐...?
얼굴 위로 톡.. 톡..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
쯧.. 낮게 한숨 쉬며 돌아서는 기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간다.
S#26. 봉 위켄드 주방 N
키스하는 장미와 여름의 모습.. 창밖으로 토닥토닥 빗방울 떨어진다.
그 위로 자막 “태풍상륙 20시간 전”
S#27. 공씨네 전경 D
S#28. 공씨네 거실 D
노점순과 공미정, 바닥에 요가매트 펴고 반달자세 스트레칭하는데
가방 들고 안으로 들어서는 공수환.
공수환 :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공미정 : (자세 풀고 반기며) 어서 와요 오라버님.
노점순 : (자세 유지한 채 눈길도 안 주고) 밤새 집에도 못 오고 연구에 매진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가.
공수환 : (안으로 들어가면)
공미정 : 끔찍이 귀한 아드님께 요즘 좀 뚱해지셨네?
노점순 : (후우.. 호흡하며 반대쪽으로 스트레칭)
S#29. 공씨네 드레스룸 (안방?) D
강박증이 느껴질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된 옷걸이. 눈부시게 새하얀 셔츠들이 빳빳하게 다려져 각 잡혀 걸려있다.
그 한쪽에서 다림질하는 신봉향. 기막힌 솜씨로 셔츠에 주름을 잡는다.
다 다린 셔츠 걸어놓고, 남자 트렁크 팬티까지 다리기 시작한다.
공수환 : (안으로 들어오며 다정한 음성으로) 나 왔어요.
신봉향 : (다리미 내려놓고 가방을 받아든다)
공수환 : (옷 벗으며) 바로 또 나가봐야 해요.
신봉향 : (가방 열며) 알고 있어요.
가방에서 입고 난 셔츠와 속옷들을 꺼내 세탁물 바구니에 담고,
잘 다려놓은 셔츠와 속옷들을 칼같이 개어 가방에 채우기 시작한다.
공수환 : (입고 있던 옷도 벗어서 빨래 바구니에 담으며 슬쩍) 별 일 없겠죠?
신봉향 : (말없이 셔츠 개는) ...
공수환 : 대체 어떻게 안 거래요?
신봉향 : (묵묵히 속옷 개고) ...
공수환 : 내 쪽에선 무척 조심했는데.. 혹시 기태가 말한 걸까요?
신봉향 : (가방 꾸리는 데만 열중) ...
공수환 : 심히 염려가 되네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진중함이나 신중함 같은 건 좀 결여돼 보여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아니에요?
신봉향 : (끝까지 대꾸가 없다. 가방 탁! 닫으면)
S#30. 백화점 명품매장 D
고개 푹 숙이고 선반에 머리를 꽁꽁 찧는 장미.
장미 : (머리카락에 가려 얼굴 보이지 않고)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현희 : 언니 왜 그래요?
장미 : (고개 확 들고) 미쳤나봐아아아...! (얼굴 가득 헤벌쭉) 흐흐흐으..
현희 : (흠칫) 언니.. 괜찮아요?
장미 : (얼른 표정관리하고) 어 뭐, 괜찮아. (금세 또 헤벌레 벌어지는 입) 아니 안 괜찮아.. 나 진짜 어쩜 좋아아...!
현희 : 좋은 일 있었나 보네?
장미 : (현희 귀에 속닥속닥)
현희 : (깜짝) 키스??
장미 : 쉿!!!
현희 : 성형외과 원장은?
장미 : (갑자기 급 찡그려지는 얼굴) 아...!
현희 :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하기도 싫어진 거예요? 그럼 훈동오빤?
장미 : (배를 잡고) 아... 배가 좀..
현희 : 훈동오빠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신경성 복통이 오시고?
장미 :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종종 나가면)
현희 : 우리 훈동오빠 어떡하냐...! (말은 걱정하는데 얼굴은 잘됐다고 생긋)
S#31. 백화점 화장실 근처 D
배를 붙잡고 종종걸음으로 화장실을 향해 걸어오는 장미, 그 앞을 막아서는 누군가.. 신봉향이다!
장미 : (흠칫, 놀라서 보면)
신봉향 : 얘기 좀 해요.
장미 : 죄송하지만 제가 좀 급해서.. (비켜가려는데)
신봉향 : (가로막고) 잠깐이면 돼요.
장미 : (끙..)
S#32. 백화점 일각 D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근처 등,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있는 장소.
거리를 두고 조금 떨어져 앉아있는 신봉향과 장미.
장미 : (배가 아파서 불편한 표정)
신봉향 : 주장미씨도 이 상황이 많이 불편한 모양이죠?
장미 : (보면)
신봉향 : 그렇겠죠. 기태 그 녀석이야 목적이 분명하니 그렇다 치고,
주장미씬 대체 무슨 이유로 이 황당한 연극의 주연 배우를 맡은 거죠?
장미 : (어쩌지...? 솔직히 털어놓을 수도 없고, 딱 잡아떼기도 애매하고..)
신봉향 : 돈 받았어요?
장미 : 네...?
신봉향 : 너무 당연한 걸 물었나요?
장미 : (피식 웃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이나 잔뜩 뜯어낼 걸.. 공기태 그 새끼.. 아 죄송합니다.
(정정해서) 공기태씨하고 엮이는 거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보통 아니게 피곤하네요.
신봉향 : ... (열 꾹 누르고) 괜찮으니까 금액을 말해 봐요. 얼마를 받았든 그 보다 더 많이 줄게요. (핸드백에서 녹음기 꺼내고)
장미 : (웬 녹음기?)
신봉향 : 기태하고 관계는 전부 거짓이었다 한 마디만 해주면 돼요. (녹음기를 장미 입에 들이대면)
장미 : (피시식.. 웃어버린다)
신봉향 : (웃어? 서늘하게 보면)
장미 : 처음 댁에 찾아뵀을 땐 솔직히 좀 부러웠거든요? 우아하신 어머니, 점잖으신 아버지,
우리 엄마 아빠랑 참 다르구나 싶었어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근사하고 화목한 집이 실제로 존재하는구나 했구요.
근데 알면 알수록 그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네요.
신봉향 : 뭐, 뭐야...?
장미 : 엄마하고 아들이잖아요. 터놓고 대화로 풀 일을.. 이건 좀 아니잖아요.
신봉향 : (파르르 떨며 낮은 목소리) 입 다물어...!
장미 :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우리 집도 대화 끊긴지 오래라 남 일 같지 않고 좀 짠해서..
신봉향 : 짠해...? 니가 감히...!!
장미 : (헉! 또 때리려나?? 얼른 손으로 볼 감싸고 눈 질끈 감는다)
신봉향 : (기막혀 시선 돌리다가 멈칫!)
저만치에서 쇼핑백 주렁주렁 들고 걸어오는 정씨.
장미 : (왜 조용하지? 슬며시 샛눈을 떠서 보면)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신봉향.. 살짝 당황한 얼굴로 숨을 곳을 찾더니
의자 뒤나 정수기 뒤 등 협소한 장소에 몸을 구겨 넣는다.
장미 : (갸우뚱) 뭐.. 하세요...? (무슨 일이지?? 두리번거리다 멈칫) !
신봉향과 장미 바로 곁을 스쳐지나가는 정씨.
정씨 : (핸드폰 들고) 오빠! 나 오늘 백화점에서 좀 질렀는데.. 혼낼 거야?
아우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다 오빠 보여주려고 산 건데??
장미 : ......!!!
몸을 웅크린 신봉향.. 있는 힘을 다해 감정 누르며 입술 꼭 깨문다.
그런 신봉향을 짠하게 바라보는 장미..
정씨 경쾌한 걸음으로 저만치 멀어진다.
장미 : 나오셔도 돼요.
신봉향 : ... (참담하고 민망한.. 하지만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허리 편다)
장미 : (조심스럽게) 왜 숨으세요...?
신봉향 : (옷 툭툭 털며 아무 일 없었던 듯) 뭘 좀 떨어뜨려서 줍느라..
장미 : 숨을 사람은 저 사람.. 아닌가요...?
신봉향 : 누굴 말하는 건지. 난 아무도 못 봤는데.
간신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돌아서는 신봉향, 도도하게 걸으려 애쓰는 그 뒷모습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장미. 신봉향이 진심으로 불쌍하다..
S#33. 백화점 출구 D
밖으로 나오는 신봉향, 분하고 자존심상해 견딜 수 없다. 하필 주장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다니...!
심상치 않게 불어오는 바람이 신봉향의 머리칼을 마구 휘날린다.
펄럭이는 트렌치코트를 여미며 걸어가는 신봉향. 그 위로 자막 “태풍상륙 11시간 전”
S#34. 공기태 성형외과 D
헝클어뜨린 머리칼 휘날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신봉향.
코디 : 어서 오세요. (살갑게 인사하는데)
신봉향 :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찬바람 쌩쌩) 공원장은?
코디 : (매서운 기운에 움찔) 수술 들어가셨는데..
마침 수술을 마치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기태, 장갑 벗는다. 간호사1 따라 나와 뒤에서 수술복 가운 매듭 풀어준다.
코디 : 아 끝나셨나 봐요.
기태 : (이마에 맺힌 땀 닦다가 멈칫, 신봉향 보면)
코디 : 차 준비해 드릴까요?
신봉향 : 됐어요. 조용히 얘기 좀 할게요. (앞장서 원장실로 가고)
기태 : (또 한바탕 하시겠군 쯧..)
S#35.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신봉향 : (낮은 목소리로) 그 아이가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된 거니!
기태 : (의자 내주며) 좀 앉으세요.
신봉향 : (꼿꼿이 선 채) 니 아버지 총장 선출이 코앞이야. ‘그 일’이 세상에 드러나면 모든 걸 망쳐놓을 거다.
기태 : 웬일로 아버지 외도를 입에 담으시네요? 절대 금기어였잖아요.
신봉향 : (‘외도’라는 말에 움찔..)
기태 : 왜요? 외도.. 라는 말까진 거북하세요?
신봉향 : 설마.. 니가 그 아이한테 말했니?
기태 : (대답하고 싶지 않은) ...
신봉향 : (노려보며) 내 숨통을 조이려고...?
기태 : ... (낮게 한숨 쉬고) 아니요. 제가 숨 좀 쉬려고요.
신봉향 : (보면)
기태 : 그 사람한텐 나도 모르게 뭐든 털어놓게 돼요. 한 사람쯤은 있어도 되잖아요. 편하게 내 얘기 할 사람.
신봉향 : 편해? (픽 코웃음) 그 편안함이 널 바닥으로 주저앉혀도?
기태 : (보면)
신봉향 : 너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나 니 경쟁상대한테 니 약점 털어놓을 수 있어? 없지.
너보다 한참 저 밑에, 결코 널 위협하지 않을 사람이니 만만해서 편한 거잖아.
그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너도 똑같이 낮은 곳으로 주저앉는 거야. 불편해야 발전이 있는 거다. 알았니?
기태 : 지금 그 말씀, 장미 반대하시는 거예요? 그럼 저 평생 혼자 살아요?
신봉향 : 조금만 기다려. 니들이 가짜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곧 확보할 테니까. (헝클어진 머리 홱 휘날리며 문 쿵 닫고 나가면)
기태 : (땀에 전 수술복 툭 벗어던진다)
S#36. 봉 위켄드 주방 D
잔뜩 폼 잡고 요리하는 엄셰프, 그 옆에서 기웃거리는 여름.
엄셰프 : 뭐야? 자꾸 알짱거릴래?
여름 : 저기 형.. (머뭇) 내 요리 좀 먹어봐 줄래요?
엄셰프 : 뭐?
여름 : (한쪽에 뒀던 해물스튜 꺼내와서) 그냥 한번 만들어봤는데 괜찮은지..
엄셰프 : (띠껍게 본다)
여름 : (슬쩍 애교) 아 형, 맛 한번만 봐줘요.
엄셰프 : (수저로 쬐끔 찍어 성의 없이 맛을 본다)
여름 : (조마조마 눈치 살피는데)
엄셰프 : 근데 너 내 주방 썼냐?
여름 : (뜨끔) 아뇨, 집에서 만들어 온 거예요.
엄셰프 : (수저 툭 내려놓고 거만하게) 니네 집에서나 먹어 새꺄!
여름 : (실망) 별로예요?
엄셰프 : 비켜! 바빠! (여름을 밀어내고)
여름 : (그럼 그렇지.. 시무룩해진 얼굴로 주방을 나가면)
엄셰프 : (여름이 나간 걸 힐끗 확인하곤 얼른 다시 스튜를 먹어본다) 뭐야 저 새끼..
(한입 가득 먹고) 대체 뭘 넣은 거야?? (또 먹고)
S#37. 미용실 샴푸실 D
얼굴에 수건 얹고 누워서 머리 감는 훈동모.
flashback insert>
훈동 : 이러다 진짜 기태한테 장미 뺏겨도 괜찮으시겠어요? 기태네 어머니가 핸드백이라도 사면 바로 똑같은 거 따라 사시면서?
훈동모 : (얼굴에 얹었던 수건을 확! 벗으며) 생각할수록 열 받네! 나더러 따라쟁이라는 거야?
스텝 : (놀라서) 네...?
훈동모 : 물이 좀 뜨겁네요. (헛기침 큼!)
S#38. 미용실 D
신봉향 가운을 입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훈동모 가운 입고, 머리에 수건 말고 샴푸실에서 나온다.
훈동모 : (신봉향 쪽을 보고 눈 휘둥그레져서 호들갑) 어머나!! 이게 누구야??
신봉향 : (왜 또 오버야?) 오늘따라 유난히 반겨주네요?
신봉향을 휙 지나쳐 쪼르르 달려가는 훈동모, 입구 쪽에서 안으로 들어서는 세아의 손을 덥석 잡는다.
신봉향 : (세아...?!)
훈동모 : 안 그래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보네요? 강세아씨 맞죠?
세아 : (훈동모 보며 갸웃) 누구신지..
훈동모 : (살짝 머쓱) 아 훈동이 엄마예요, 우리 훈동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거든.
세아 : 아,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갸웃) 훈동인 별로 어울릴 기회가 없었는데..
신봉향 : (조용히 끼어드는) 우리 기태 통해서 알음알음 어울렸겠죠.
세아 : ! (신봉향을 알아보고 멈칫..)
신봉향 : 세아씨는.. 우리 기태하고 각별했으니까.
세아 : (조용히 미소로 인사하며) 안녕하셨어요?
신봉향 : (점잖게 미소로 받으며) 참 오랜만이에요.
훈동모 : (끙.. 불쾌함 애써 감추며 어떻게든 세아와 친해보려는) 이 미용실 다녀요? 한 번도 못 봤는데.
세아 : 처음 와봤어요. 다니던 샵 원장이 출산휴가를 갔거든요.
훈동모 : 어머나 이거 인연이네. 우리 와인모임에 나와요. 마침 오늘 저녁에 모임 있는데.
(신봉향에게) 신여사님, 세아씨 초대하는 거 괜찮죠?
신봉향 : (점잖게) 글쎄요, 나이든 사람들 모임이 별 재미있겠어요?
훈동모 : 왜요, 좋은 분들 한 자리서 만날 기횐데.. 부장검사 사모님도 계시고, 최고그룹 부사장 사모님도 계시고..
신봉향 : 남편의 사회적 지위를 뽐내거나 이용하려는 정치적 모임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아요.
그저 조촐히 와인과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요.
훈동모 : (띠껍게 보더니) 신여사님이 왜 그렇게 이 모임에 공을 들이시는데요?
공교수님 학교 재단이사장 사모님이 핵심 멤버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
신봉향 : (헛기침 흠!) 암튼 내키지 않는 자리에 끌려나와 벌 설 필요는 없어요.
(슬쩍 덧붙이는) 나중에 나랑 따로 한번 보든지.. (하는데)
훈동모 : (그렇겐 안 되지!) 그럼 오늘 모임 우리 훈동이 레스토랑에서 해요!
훈동이가 있으면 세아씨도 한결 편할 거 아냐. 안 그래요 신여사님?
신봉향 : (무슨 의도야..?)
세아 : (두 사람의 신경전을 흥미롭게 관망하더니 가볍게 웃고) 그렇게까지 말씀해주시니까.. 그럼 참석하겠습니다.
훈동모 : 얼른 우리 훈동이 준비시켜야겠네? (핸드폰 꺼내며 거울 앞 의자에 앉고)
스텝 : (신봉향과 세아에게) 두 분 샴푸실로 모실게요.
신봉향과 세아 나란히 샴푸실로 들어가면.
훈동모 : (거울 앞에 앉아서 흥!) 그래봤자지, 정작 기태 본인은 우리 훈동이가 씹다 뱉은 껌딱지에 목매고 있는데..
누가 진짜 따라쟁인지 모르겠네!
원장 : (다가와서) 오늘은 어떤 스타일 원하세요?
훈동모 : 오늘은 좀 우아한 컨셉으로. 여기는 좀 봉긋하게 여기는 자연스럽게 웨이브로.. (설명하는데)
원장 : 아아 신여사님처럼 말이죠?
훈동모 : (발끈) 아니요!!
S#39. 사우나 D
반나체로 수건 덮고 널브러져 자고 있는 훈동.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아 귀에 대면.
훈동 : (졸린 목소리로) 네 엄마.. (사이) 오늘 가게 출근 안 했어요.. (버럭! 소리에 귀가 따갑고) 손에 일이 안 잡혀서요..
(벌떡 일어나며) 네...??
S#40. 봉 위켄드/병원 건물 앞 D
퇴근해서 건물 밖으로 나오는 기태, 이제야 허둥지둥 출근하는 훈동과 마주친다.
훈동 : 야 기태야!
기태 : (보면)
훈동 : 오늘 우리 레스토랑에서 어머니들 와인모임 하신댄다.
기태 : (그래서 뭐? 하는 표정으로 보면)
훈동 : 세아도 온대!
기태 : 뭐?
훈동 : 우리한테서 어떻게든 장미 떼놓으려고.. 어쩌냐.
기태 : 우리가 아니라 나지. (툭 뱉고 가면)
훈동 : 저런 싸가지.. 야!! 난 그래도 페어플레이하려고 정보도 줬는데!!
S#41. 백화점 명품매장 D
장미 : (아랫배를 끌어안고 낑낑 통증 참으며 서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저기.. 매니저님, 저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 좀 가봐야 될 것 같은데..
매니저 : (엄격하게) 자기 관리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난 거 잊었어요?
장미 : 죄송합니다.. (꾸벅)
매니저 : 어서 가 봐요.
장미 : 감사합니다.. (매장 나서는데)
핸드폰 울린다. 기태다.
장미 : (성가신 얼굴로 받고) 여보세요.
기태E : 어디야?
장미 : (밀려드는 나쁜 예감에 거짓말) 어 백화점. 오늘 야근해야 돼.
기태 : (바로 옆에서) 거짓말.
장미 : (흠칫!) 뭐야 너!
기태 : (그 손을 덥석 잡더니) 같이 좀 가자.
장미 : 또 어딜!
기태 : (억지로 끌고 나가며) 급해! 가면서!
장미 : 야아! (아랫배 붙잡고) 나도 급해!! (질질 끌려가면)
S#42. 봉 위켄드 주방 N
엄셰프 : (아랫배가 살살 아픈) 아 왜 이러지..
빈 그릇 잔뜩 들고 주방으로 들어오는 여름, 설거지통에 그릇 담다가 멈칫.. 해물스튜가 들어있던 냄비가 텅 비어있다.
여름 : 어? 형, 이거.. 다 드셨어요?
엄셰프 : (힐끔) 아니? 버렸는데?
여름 : (구겨진 자존심) ......
엄셰프 : (시치미 뚝 떼고 냉장고에서 식재료 꺼낸다. 통 열면, 김치가 들어있다) 어우 냄새! 이것 좀 버려라!
flashback insert> 3부 공원.
장미가 여름에게 선물한 김치통이다.
여름 : 가끔 김치 찾는 손님들 있는데..
엄셰프 : 무식하게 정통 유럽식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찾냐고.
(김치통 여름에게 턱 안겨주며) 버려!! (주방 나가면서) 난 화장실 좀.
김치통 쓰레기통에 쏟아버리려는 여름, 멈칫한다.
장미E : 너도 실은 나처럼 쉽게 못 버리는 거지? 버려지는 것들이 안타깝고..
S#43. 과거 여름의 집 마당 - 회상 (insert) N
팬에 지글지글 김치전 부쳐지는 모습. 7세 정도 어린 여름이 침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리고 있다.
완성된 김치전을 받아들고 허겁지겁 먹는 여름.
그런 여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여자 손.. 얼굴은 보이지 않는 그 여자, 조용히 일어나 여행가방 들고 집을 나간다.
김치전에 정신을 팔렸던 여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두리번거린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리번거리는데서.
장미E : 버려질까봐.. 먼저 버린 거 아니고?
S#44. 봉 위켄드 주방 N
여름 : ... (멍하니 김치 보는 위로)
장미E : 내가 잘 못 버리는 것도.. 니가 너무 쉽게 버리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 아닌가 싶어서.
끝내 김치 버리지 못하고 툭.. 내려놓는 여름.
S#45. 봉 위켄드 앞 N
장미 : (딱 버티고 서서) 싫어!
기태 : 부탁 좀 하자, 어?
장미 : 이훈동네 가게란 말은 안 했잖아..
기태 : 뭐 어때서. 한밤중에도 겁 없이 막 들락거리면서.
장미 : (헛기침 흠!) 암튼 싫어. 절대 싫어. 너도 어머니 좀 그만 괴롭혀.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신봉향, 장미와 기태를 보고 멈칫...!
장미 :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글쎄 백화점에서.. (하는데)
신봉향 : 그만!!!
장미 : (멈칫)
신봉향 : (성큼성큼 다가와) 참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 사람이네요.
장미 : (뻘쭘) ...
신봉향 : (기태에게) 너 여기가 어디라고 이 여자를 데려와!
기태 : 어머니께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죠. 장미 소개하려구요.
신봉향 : 오늘은 안 돼!
기태 : 어? 지금 장미 반대하시는 거예요?
신봉향 :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열 꾹 누르며) 철없이 장난칠 자리 아니야.
니 아버지 학교 이사장 사모님 계신데서 가벼운 입이라도 잘못 놀리면..
그때, 세단에서 내려서는 이사장 사모님(사모1), 소탈하고 푸근한 스타일.
사모1 : 신여사님? 왜 나와 계세요?
신봉향 : (당황 급 표정관리하며) 어머나 사모님...!
사모1 : (다가와서) 공원장 오랜만이네요.
기태 : 안녕하십니까. (꾸벅 인사하고) 이쪽은.. (장미 소개하려는데)
신봉향 : (얼른) 들어가세요 사모님. 날이 궂어요. (사모1과 황급히 안으로)
기태 : 봤지? 절호의 찬스야.
장미 : 뭐?
기태 : 저 안에서 넌 존재 자체가 폭탄이라고. 이런 폭탄을 옆에 뒀다가는 패가망신하겠다, 차라리 혼자 살아라!
이 말 한 마디만 떨어지게 해줘.
장미 : (부글부글) 너 진짜...! (하는데 훅 밀려오는 아랫배 통증...!) 아..
기태 : 진짜 마지막! 딱 한 번만!
장미 : (아랫배 붙잡고) 화장실 좀 들렀다 가야겠다..
기태 : 어 그래, 들어가, 들어가! (장미 떠밀며 안으로 들어가고)
쏴아아! 쏟아지기 시작하는 굵은 빗줄기. 거세게 쏟아지는 빗줄기 위로 자막 “태풍상륙 2시간 전”
S#46. 봉 위켄드 N
장미 : (화장실로 가려는데)
기태 : (장미 손을 꼭 붙잡고 끌고 간다)
장미 : (끌려가며) 야 잠깐..!
사모1을 중심으로 3명의 사모님들과 훈동모, 신봉향이 앉은 테이블. 훈동도 훈동모 옆에 앉았다.
기태 : (장미 손 잡고 성큼성큼 다가와) 실례합니다.
신봉향 : (기어코...!)
훈동모 : 기태도 왔구나? (살짝 썰렁해져서 장미를 보면)
기태 :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제가 결혼할 사람입니다.
훈동 : ...! (울컥하지만 나서진 못하고)
장미 : (끙.. 어색하게 웃으며 꾸벅) 주장미라고 합니다.
사모1 : 아 그랬군요. 안 그래도 저 미인은 누군가 했죠. (상냥하게) 어서 앉아요.
장미 : 아니요, 인사만 드리고 바로 가려구요.
신봉향 : 오래된 모임에 낯선 사람이 섞이면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해지니까요.
세아 : (또각또각 다가오며) 그럼 저도 돌아갈까요?
신봉향 : (멈칫, 보면)
세아 : (와인 들고 생긋) 와인 준비해 오느라 좀 늦었습니다.
장미 : (강세아도 오는 거였어...?)
신봉향 : (급 풀어지는 표정) 어서 와요. (소개하는) 여긴 강세아씨.
사모1 : (알아보며) 아, 강한병원 이사장님댁 따님? 전에 자선행사에서 봤죠 우리. 앉아요 앉아,
(장미에게도) 두 사람도 얼른 앉고. 그냥 가면 섭섭해요.
기태 : (장미에게 의자를 빼주고)
장미 : (어쩔 수 없이 일단 앉으면)
기태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세아와 장미가 앉게 된.
장미 앞에 놓인 물잔에 물을 따라주는 여름.
장미 : ...! (왠지 민망해서 보면)
여름 : (아무도 모르게 슬쩍 장미와 아이콘택트)
장미 : (짧은 순간 눈만 스쳐도 울렁이는 가슴..!)
훈동모 : 재밌네요. 공원장 전여친과 현여친을 양쪽에 끼고 앉다니.. 호호호..
신봉향 : (불편한 심기)
사모1 : 네...? 그게 무슨...
세아 : (쿨하게 웃으며) 기태랑 저 한 때 뜨거웠거든요. 지금은 쿨한 친구사이니까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모1 : (세아와 장미를 번갈아 보며) 그런 사연이...?
훈동모 : 더 재밌는 건 뭔지 아세요?
사모1 : ? (보면)
훈동모 : 여기 공원장 현여친 주장미씨는 글쎄 우리 훈동이가 최근에 정리한 여자랍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원장이 집어다 재활용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호호호..
훈동 : (훈동모 옆에서) 아 엄마..!
사모님들 : (아.. 하하.. 어색한 웃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애매한 분위기)
여름 : (물잔들 차례로 채우며 슬쩍 장미를 보면)
장미 : (여름의 시선에 왠지 더 부끄러워진다.. 훅.. 몰려오는 아랫배 복통)
기태 : (흘끗 신봉향을 쳐다본다. 그만 백기 드시죠 어머니? 하는 표정)
신봉향 : (끓어오르는 열을 초인적 인내심으로 누르고) 그런데 음식은 아직인가요?
훈동모 : 아들?
훈동 : 네 금방 준비됩니다. (주방 쪽으로 가는데)
장미,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훈동 : 한여름, 니가 주방 좀 가봐.
여름 : 네.
훈동 : (화장실로 가면)
S#47. 봉 위켄드 주방 N
여름 : 어디 갔어? (텅 빈 주방 두리번거리는데)
엄셰프 : (아랫배 끌어안고 주방으로 들어온다)
여름 : 음식 준비 하나도 안 됐네요?
엄셰프 : (욱해서) 이 새끼! 너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해물스튜 다 먹었다 말도 못하고)
아오 배야 아오 배야... (얼굴 노래져서 도로 화장실로)
여름 : 내가 뭘 어쨌다고?
S#48. 봉 위켄드 화장실 앞 N
종종거리며 화장실로 가는 장미.
훈동 : (따라와 붙잡는) 장미야...!
장미 : (화들짝 돌아보면)
훈동 : 미안하다. 우리 엄마 때문에.. 속상하지?
장미 : (마음 급한) 됐으니까 가!
훈동 : 널 지켜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너무 초라하다..
장미 : 알았으니까 가라고! (훈동을 밀어내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S#49. 봉 위켄드 여자화장실 안 N
장미 발 동동 구르며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후다닥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엄셰프.
장미 : (흠칫) 여기 여자화장실인데요...?
엄셰프 : 남자화장실이 막혀서요! (후다닥 칸막이 안으로 들어간다)
장미 : (헐...!)
엄셰프 : (안에서) 죄송한데 밖에서 좀 기다려 주세요.. 소리랑 냄새가 좀..
장미 : (헐...!!! 어쩔 수 없이 자리로 돌아가는)
S#50. 봉 위켄드 주방 N
여름 :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는 엄셰프를 기다리고 있는데)
훈동 : (들여다보며) 뭐하고 있어? 일단 준비 된 거 아무거나 좀 내와!
여름 : 아 저 사장님..
훈동 : 빨리!!! (가버린다)
어쩌지? 돌아보는 여름의 눈에 들어오는 김치통.
flashback insert> 3부
치즈 그라탕에 김치를 먹던 장미 모습. “우와! 완전 환상 궁합!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어!”
여름 : ... (잠깐 생각하더니 에라 모르겠다!)
서걱서걱 썰리는 김치, 밀가루 섞어 반죽하는 모습, 치이.. 지글지글 부쳐지는 김치전.
그 위에 네 종류의 치즈를 뿌리고 오븐에 집어넣는다.
거칠지만 거침없고 빠른 솜씨.. 요리에 몰입해 열중하는 여름의 모습.
S#51. 봉 위켄드 N
먹음직스럽게 완성된 요리를 테이블에 서빙하는 여름.
훈동모 : (보자마자 표정 굳는) 이게 뭐지...?
여름 : 콰트로치즈 김치전입니다.
신봉향 : (갸웃) 김치 냄새가 와인의 향을 가려버릴 텐데..
사모2 : 젊은 사람들 타겟으로 하는 레스토랑이라 퓨전요리를 내는가 보네.
사모3 : 퓨전요리는 애들 장난 같아서 난 좀..
훈동모 : (얼굴 화끈) 아들, 어떻게 된 거니?
훈동 : (당황) 이상하네, 엄셰프는 정통 유럽 스타일인데..
제일 당황하는 건 여름이다. 믿었던 장미마저 똥 씹은 얼굴로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다.
아랫배 통증 때문에 점점 얼굴 일그러지는 장미, 조용히 화장실로 간다.
그 모습 오해하고 썰렁해지는 여름.. 장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요리한 건데...
S#52. 봉 위켄드 주방 N
한쪽에 쟁반 툭 팽개치는 여름. 남아있는 김치를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쏟아버린다.
여름 : 그딴 소린 왜 해서.. (피식 웃는) 괜히 스타일만 구겼네.
처음으로 모처럼 진지했던 여름의 얼굴 위에 다시 가면이 씌워진다. 진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가볍고 장난기어린 가면.
S#53. 봉 위켄드 여자화장실 N
엉거주춤 다리를 꼰 장미, 똑똑똑! 똑똑똑! 칸막이 문을 애타게 두드린다.
장미 : 저기요! 언제까지 거기 계실 거예요? 네?
엄셰프 : (칸막이 안에서 괴로운 표정) 저도 진짜 멈추고 싶은데 멈출 수가...!!
S#54. 봉 위켄드 N
모두들 냉랭한 얼굴로 음식에 손도 대지 않는데.
사모1 : (혼자만 조용히 먹어보더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맛이!
훈동모 : 죄송해요 사모님..
훈동 : 얼른 치우겠습니다. 다른 음식도 준비됐으니까.. (하는데)
사모1 : 맛있어요!!!
일제히 : (보면)
사모1 : 비 오는 날 김치전이 딱이죠. 자극적인 김치를 네 가지 치즈로 부드럽게 감싸서
와인이랑도 제법 잘 어울려요. 드셔들 보세요.
사모2 : (사모1의 눈치를 보더니 먹어보고) 어머나 정말! 의외로 괜찮네요?
사모들 : (질세라 너도 나도 먹어보며 끄덕끄덕.. 감탄한다)
세아 : 저도 괜찮은데요? 식감도 좋고.
훈동 : (휴..)
훈동모 : (급 화색) 아유.. 감각 있고 센스 있는 분들은 뭔가 다르네!
기태 : (두리번 장미를 찾는 표정..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네.. 도망갔나?)
S#55. 봉 위켄드 화장실 앞 N
화장실에서 나오는 장미, 다른 화장실을 찾아 가려는데
여름이 장미 손을 확 끌어당겨 한쪽 구석으로 데려간다.
장미 : ! (보면)
여름 : (얼굴 바짝 다가와 빤히 본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실실.. 웃는 얼굴)
장미 : (살짝 당황) 뭐, 뭐하는 거야?
여름 : 넌 뭐하는데?
장미 : 어...?
여름 : 왜 저 아줌마들 틈에 껴서 쥐죽은 듯 내숭 떨고 있냐고.
장미 : 나중에 얘기하자.. (비켜서 화장실 들어가려는데)
여름 : (막아서며 장난스럽게) 피하는 거야? 아줌마들 볼까봐?
장미 : 그게 아니라, 지금은 좀..
여름 : 얼굴이 두 개야? 어젯밤엔 먹지 말래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더니, 오늘은 아주 숙녀처럼 조신하게 깨작깨작.
장미 : (끙.. 내 속사정도 모르고..) 내가 몸이 좀..
여름 : 당연히 몸이 축나지. 밤엔 나랑 키스하고, 낮엔 의사 약혼녀가 되시고?
장미 : 니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
여름 : (웃는 얼굴로 가볍게) 돈?
장미 : ... (본다)
여름 : ... (보면)
장미 : ... (툭) 공기태하고 나.. 다 연극이야.
그때 마침 화장실로 오던 세아, 멈칫.. 한쪽에 몸을 숨긴다.
장미 : 사정이 있어서, 다 말하면 너무 길고.. 짧게 말하면 공기태가 결혼하기 싫어서 사기 치는 거야.
세아 : (허...! 그런 거였어...?)
여름 : 그럼 넌? 왜 그 사기극에 동참하는데?
장미 : 그것도 무지 길어. 어쨌든 둘이 같이 시작한 일이야. 나한테도 책임 있어.
여름 : 잘 모르겠는데..
장미 : (답답하고 급한 마음) 왜 몰라.. (돌직구 훅!) 나 니가 좋아...!!!
느닷없이 날아든 돌직구에 움찔하는 여름.
장미 :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다 말할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여름 : ...... (이게 뭐지? 멍한 얼굴)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세아, 조용히 자리로 돌아간다.
S#56. 봉 위켄드 N
자리로 돌아와 앉는 세아.
기태 : 화장실에서 주장미 못 봤어?
세아 : 귀여운 놈.. (픽 웃는다)
기태 : ...?
자리로 돌아오는 장미.
장미 :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기태 : 벌써 가게?
사모1 : 그러게요, 와인 한 잔 같이 못 했는데.
훈동모 : 예의가 아닌 거 같은데.. 신여사님 체면이 뭐가 되나?
신봉향 : (끙.. 이 여편네가..)
장미 : (어쩔 수 없이) 그럼.. 딱 한 잔만 하겠습니다. (앉으면)
훈동모 : 그럼 우리 세아씨가 준비해온 와인을 한번 열어 볼까?
세아가 가져온 와인병을 오픈하는 훈동. 코르크 마개 하나 따는데 엄청 폼 잡고 느릿느릿..
장미, 아랫배 붙들고 조바심 나는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빨리 좀..
멀리서 울려오는 쿠르르릉... 천둥소리.
훈동 : (돌아가며 잔에 아주 조금씩 따라준다.)
장미 : (얼른 마시고 일어나려고 따라주자마자 훌떡! 마셔버리는데)
훈동 : 테이스팅 한번 해보세요.
신봉향 : 아직 어린 와인이라 디켄팅을 하는 게 낫겠는데요?
컷 바뀌면, 디켄더에 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와인을 따르는 신봉향.
신봉향 : 세디먼트(침전물)를 제거하고 와인의 섬세한 향을 살리려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기울여야죠.
사모1 : 신여사님 디켄팅 솜씨는 여전히 좋네.
사모들 : (박수치는데)
장미 혼자만 아랫배 잡고 죽을상. 아 제발 빨리 좀...!
점점 가까워지는 천둥소리 쿠르르르릉...!!
잔에 와인 따르는데 또 한오백년 느릿느릿... 쿠르릉!
와인의 향을 음미하며 우아하게 감상평 줄줄이 이어지고.. 쿠크르릉!!!
잔 들고 건배하는데 또 사모님들 말씀 한참 늘어지고... 쿠르르릉!!!!!!!
마치 물속에 빠져있는 것처럼 모든 사물들 흐릿하게 뭉개져 슬로우...
있는 힘을 다해 참고 있는 장미,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식은 땀..
장미 : (마침내 건배가 끝나고 단숨에 꿀떡! 마셔버리고) 잘 마셨습니다.
기태 : 많이 고팠구나? (또 한 잔 따라주며) 더 마셔, 음식도 좀 먹어보구.
훈동모 : 그래요, 콰트로치즈 김치전이라고 이런 요리 평소에 접하기 힘들 텐데.
장미 : 아 네.. (피자처럼 잘라놓은 한 조각을 덥석 집어 급히 입에 쑤셔넣는다)
포크와 나이프로 우아하게 썰어먹던 사모님들, 썰렁하게 보는데..
사모1 : (웃으며) 아유 복스럽게도 먹네! 그렇지! 그렇게 먹어야 맛이 나지!
기태 : (드디어 시작됐구나.. 이제 슬슬 재밌어지겠는데요 어머니? 하는 표정)
신봉향 : (흥.. 잘게 자른 김치전 입에 넣더니 얼른 와인으로 입 헹군다)
사모1 : 요리에 일가견 있는 우리 신여사님은? 입에 안 맞으세요?
신봉향 : (냅킨으로 입 닦으며) 역시 남들보다 한 발자국 앞서가시는 분이라, 전 도무지 사모님을 따라갈 수가 없네요.
사모1 : (짐짓 웃으며 농담처럼) 미묘하네요,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신봉향 : (최대한 겸손한 얼굴로) 사모님의 오픈마인드를 본받고 싶다는 뜻입니다.
훈동모 : (고깝게 보더니) 왜요, 신여사님이야말로 한없이 넓은 오픈마인드죠. 전과자도 며느릿감으로 품어주시는 분인데.
장미 : ...!!! (쿠르르르릉!!!! 천둥소리)
사모들 : ??? (찬물 끼얹은 분위기)
훈동 : 엄마아..!
훈동모 : 어쩌나,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와 버렸네.. 미안해요.
사모1 : 전과자라니 그게 무슨...?
장미 : (안 돼.. 이제 한계야.. 더 이상 못 버텨!! 의자 박차고 벌떡 일어나더니)
네! 저 전과잡니다!! 5만원 벌금형 받은 스토킹 전과자요!!! 제 소개 다 했고!
(입에 있던 치즈김치전 꿀꺽 삼키고) 다 먹었고! (와인 단숨에 원샷!) 다 마셨고! 그만 실례하겠습니다!!!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가는 장미.
기태 : 주장미...! (따라 나가고)
훈동 : (따라가려는데)
훈동모 : (훈동의 손을 꾹 잡는다)
훈동 :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괴롭게 보고만 있는)
사모들 : (어머머! 세상에! 술렁술렁..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
신봉향 : 죄송합니다.. (밖으로 나간다)
세아 : (흠..)
S#57. 봉 위켄드 밖 N
거세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위로 자막 “태풍상륙!”
터져 나오려는 아랫배를 붙잡고 종종종 뛰어나오는 장미, 화장실.. 화장실.. 화장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발 동동 거리는데 우르르 쾅쾅!!! 천둥번개!
그 소리에 너무 화들짝 놀라버린 장미, 간신히 붙잡고 있던 끈을 순간 놓쳐버리고 그만 바지에 대형사고를 저질러 버리고 만다...!
장미 : !!!!!!!!!!!!!!!!!!!!!
기태 : 주장미!
장미 : (멈칫.. 보면)
기태 : (가까이 다가오는데)
장미 : (엉거주춤 뒷걸음질치며) 오지 마.
기태 : 괜찮아...? (한 걸음 다가오면)
장미 : (물러나며) 가까이 오지 마!!
기태 : (심상치 않은 느낌에) 주장미..
장미 :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기태 : 그래.. 내가 미안하다.. (다가오는데)
장미 : (황급히) 가!!! 저리 가라고!!!
기태 : 왜 그래...?
장미 : (눈물 그렁그렁 금방이라도 울음 터질 것 같은) 가...! 제발 가아...!
장미의 등뒤에서 기태를 향해 거세게 휙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실려 오는 야릇한 냄새...!!!
기태 : ...? (멈칫) 너 설마......?
장미 : (얼굴 하얘져서 버럭) 아무 말도 하지 마!!
두 사람 어쩔 줄 모르고 서있는데,
기태를 지나쳐 장미에게 성큼 다가가는 신봉향. 입고 있던 트렌치코트를 벗어 장미의 몸을 확 감싸준다.
장미 : ...! (이 분이 갑자기 왜 이러셔...?)
신봉향 : (기태에게) 넌 따라오지 마. (얼른 장미를 데리고 건물로 피신시킨다)
기태 : ......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는데)
세아 : (레스토랑에서 나와서) 이런 걸 노린 거니? 참 유치하다 너.
기태 : (멈칫, 돌아본다. 설마 뭘 아는 거야?)
세아 : (미묘한 표정으로 생긋)
S#58. 공기태 성형외과 N
화장실에서 간호사 바지로 갈아입고 나오는 장미.
장미 : ... (민망해서 고개 푹 숙이고) 감사합니다.. 죄송하구요..
신봉향 : (무표정 조용히) 피차 비밀 한 가지씩 나눠가진 셈 치죠. 그러니까 그쪽도 쓸데없는 소문내는 일 없도록 해줘요.
장미 : ... (고개 들고) 바지에 싼 똥 같은 거죠...?
신봉향 : (보면)
장미 : 내 의지와 상관없이 터져 버린 일.. 무섭고.. 부끄럽고.. 너무 아파서.. 차마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거죠...?
신봉향 : ......! (순간 흔들리는 눈빛.. 정곡을 찔렸다. 감추려고 애쓰며) 정말이지 너란 앤..
(기막혀 픽..)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니?
장미 : 걱정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신봉향 : ..... (끝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서 문 열면)
문 앞에 서있는 기태.
신봉향 : 따라오지 말라니까. (쯧쯧.. 팔불출 같은 놈.. 가면)
기태 : (장미 눈치 보며) 둘이 무슨 얘기 했어?
장미 : (물끄러미 보더니) 이제 그만 하자.
기태 : (보면)
장미 : 나 한여름한테 고백했어. 좋아한다고.
기태 : ......!
S#59. 봉 위켄드 밖 N
신봉향 : ... (왠지 한 대 맞은 기분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데)
훈동모, 사모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가에 세워진 세단에 올라타려는 사모1.
신봉향 : (얼른 표정관리하고 다가와서) 들어가시게요?
사모1 : 아 신여사님! 오늘 아주 새로운 모습을 봤습니다.
신봉향 : (얼굴 화끈) 정말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사모1 : 아니요, 비로소 좀 마음이 놓였어요.
신봉향 : ?
사모1 : 솔직히 신여사님 화장실도 안 가게 생겼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꼭 뒤에 뭔가를 감춘 것 같아 무섭거든.
신봉향 : 예...?
사모1 : 며느리도 꼭 본인처럼 로봇 같은 여자를 데려다 삼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나 사람다운 사람이잖아요.
신봉향 : 예에...??
사모1 : 어떤 사정과 사연이 있었든..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할 줄도 아시고.. 어쨌든 정말 다시 봤어요.
(신봉향과 악수하고 차에 탄다)
신봉향 : ... (썰렁)
S#60. 호텔 바 N
비를 맞았는지 촉촉하게 젖은 채 바에 앉아 술 마시는 훈동.
현희 : (다가와서) 오빠! (멈칫) 무슨 일이에요? 비 맞았어요?
훈동 : 미안.. 갑자기 불러내서.. 현희씨한텐.. 뭐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현희 : ...! (보면)
S#61. 봉 위켄드/병원 건물 앞 N
장미 : (걸어 나오며) 한여름한텐 뭐든 말할 수 있을 것 같거든..
기태 : 그래서, 우리 관계까지 다 말했다고?
장미 : 이제 제대로 사귈 건데 비밀이 있으면 안 되잖아. 더 이상 니 비혼을 위해서 내 연애를 희생시킬 수 없어!
기태 : (흥!) 그럼 바지에 똥 싼 건? 그것도 말할 거냐?
장미 : (헉!) 야!!! (주먹 확 치켜들고) 그냥 살짝 묻은 거거든?
기태 : (쪼르르 도망가며) 내가 말해줘?
장미 : 너어!!! (주먹 치켜들고 따라가고)
앞서 도망치던 기태 우뚝.. 멈춘다. 뭔가 발견한 눈빛..
장미 : ...? (멈춰 서서 기태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세아가 여름에게 돈봉투를 건네고 있다...!
세아 : 기태가 무슨 꿍꿍인지 이제 시원하게 알았네. (돈 봉투 내밀며) 수고했어요.
장미 : ......!!! (표정 싹 식고)
기태 : (그런 장미 보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