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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09 - 먼 곳에서의 하룻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8.31|조회수2,436 목록 댓글 0

[연애 말고 결혼] 09











S#1. 민박집 마당 D


장미, 기태, 세아, 여름, 훈동, 현희 여섯 사람, 평상에 둘러앉아 술 마시는 모습 스틸.

미묘하게 오가는 표정과 눈빛들.. 한 사람씩 차례로 비추며.


장미Na : 지금부터 우리는 먼 곳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우리 여섯 명 모두

             누군가와 키스를 하게 됩니다. 한 사람과, 혹은 두 사람과.. 도합 다섯 번의 키스가 오가게 되죠.

             한여름 휴가지에선 흔히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9회. 먼 곳에서의 하룻밤”



S#3. 드레스샵 밖 D


장미, 웨딩드레스를 걷어 올리고 훈동의 자동차에 올라타 버린다.

장미를 싣고 붕! 떠나버리는 차.


나소녀 : (기막혀서) 주장미!!!

신봉향 : ...?

기태 : (묘한 기분으로 서있는) ......!


장미를 싣고 멀어지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태.

멀어지는 차를 보다가 황당한 얼굴로 돌아서는 나소녀, 기태를 본다.


나소녀 : 공서방.. 우리 장미가 대체 왜 저러는지.. (기태 옆에 세아 보고 멈칫) ...?

세아 : 주장미씨 어머니 되시나 봐요..?

나소녀 : 그런데.. 그쪽은...? (엄마의 촉 발동! 세아를 경계하며 아래위로 훑으면)

기태 : (머뭇) 아 저..

세아 : 강세아라고 합니다. 기태하고는.. (친구라고 말하려는데)

신봉향 : 제가 소개하죠. (다가와서) 기태하고 결혼하려던 사이예요.

나소녀 : (얼굴 싹 식고) 뭐, 뭐라구요...?

기태 : 어머니...!

신봉향 : 여기서 내가 웨딩드레스도 골라줬었죠. 결국 입지는 못했지만요.

세아 : ...

나소녀 : 이게 다 무슨 소리야...! 공서방!! 사실인가??

기태 : (주저하고)

나소녀 : 사실이냐고!!

기태 : 예..

나소녀 : (기막혀) 허...!!

신봉향 : 두 사람 사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들으시면 더 불쾌하실 것 같아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부디 우리 아이의 흠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나소녀 : 아니 뭐! 그래요! 요즘 세상에 파혼은 흠도 아니죠, 이혼도 아니고.. 그런데! 두 사람이 아직도 붙어 다니는 건

            이해 못 하겠네요! 더구나! 이 아가씨한테 입혔던 드레스를 우리 장미한테 입히려고 그러셨어요...??

신봉향 : 똑같은 드레스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그 점은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나소녀 : (흥!) 그 동안 장미가 왜 결혼을 망설였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네요! 오죽하면 애가 웨딩드레스 입다 설움이 북받쳐서...!!

기태 : (죄송한 마음에 아무 말 못하고)

나소녀 : 공서방! 아니 공기태씨! 나 이 결혼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 (휙 가버리고)

신봉향 : (입가에 짧게 스치는 미소.. 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세아 : 저 때문에.. 죄송해서 어쩌죠?

신봉향 : (조용히) 아니에요. 내가 미안하지..

기태 : (무거운 마음) ...



S#4. 달리는 훈동 자동차 D


기태에게서 걸려오는 전화. 거절해버리는 장미.


장미 : (가라앉은 목소리)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여름 : 도망치기로 했잖아. 아주 멀리.

장미 : ...?



S#5. 기태 자동차 / 봉 위켄드 앞 D


기태 : (운전하며 장미에게 전화 걸지만 받지 않는다. 어두운 얼굴)

세아 : 이번엔 정말 도와주고 싶었던 건데..

기태 : ... (말없이 운전하고)

세아 : 그런데 좀 이상하다. 어차피 깨질 결혼이고, 깨져야 하는 결혼 아니야?

기태 : ...

세아 : 너 너무 심각한데?

기태 : ... (애써 감정 지우고 무표정한 얼굴 만들더니)


봉 위켄드 앞에 차를 세우고.


기태 : 미안한데 못 데려다 주겠다. 택시 타고 가라. (차에서 내리고)

세아 : (흠..)



S#6. 봉 위켄드 D


기태 : (안으로 들어오며) 주장미는?

훈동 : ? 장미를 왜 나한테서 찾아?

기태 : 분명히 니 차였는데..

훈동 : 내 차? 내 차 한여름이 가져갔는데? 세차하느라?

기태 : ......! (한여름...! 역시 그랬구나...!! 홱 돌아서서 나가면)

훈동 : (따라가며) 뭐야? 뭔데??



S#7. 봉 위켄드 밖 / 훈동 자동차 안 D


밖으로 나오는 기태, 여름에게 전화 걸면.


훈동 : (쪼르르 따라 나와서) 한여름이 내 차에 주장미 태웠어?

기태 : (핸드폰에 대고) 한여름 너 어디야!

훈동 : 납치한 거야???

기태 : 조용히 좀!

여름 : (훈동 자동차 운전하며) 우리 바다가요!

기태 : (낯빛 싹 변하고) 뭐...? 어딜 가...?

훈동 : (핸드폰에 귀 바짝 대고)

여름E : 바다요!

훈동 : 바다??? (핸드폰 뺏고) 야!!! 한여름!!!! 너 내 차 끌고 어딜 간다고???

기태 : (핸드폰 도로 뺏고) 주장미 바꿔.

장미 : (여름 핸드폰 뺏고) 나야.

기태 : 주장미...! (뭐라고 말하려는데)

장미 : (자르고) 미안한데, 당분간은 나 찾지 마라. 니네 어머니가 한번만 더 내 이름 부르면,

         진짜 나 무슨 험한 짓을 해버릴지 모르겠거든! 나도 내가 무섭거든! (뚝)

기태 : (끊어진 전화 들고) ......!


황급히 차에 올라타는 기태.


훈동 : 어디 가! (얼른 그 옆에 타고) 나도 가!

기태 : 니가 왜. 내려.

훈동 : 내 차 찾으러 가야지!! (안전벨트 매고)

세아 : (유유히 뒷좌석에 올라탄다)

기태 : ?? (멈칫) 넌 또 왜.. 아직 안 갔어?

세아 : (장난스럽게 빙긋 웃으며) 마침 잘됐잖아. 나도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기태 : (허...!)



S#8. 해변도로 D


해변을 달리는 자동차.

바람에 마구 나부끼는 면사포, 어느 순간 확 날아가 버리고.. 해방감 느끼는 장미 모습.



S#9. 바닷가 D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로 바닷가에 앉아있는 장미와 여름.

사람들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


장미 :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온 신부 같네. (피식 웃으며) 사랑의 도피행각..

여름 : 뭐가 그렇게 힘들었어?

장미 :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여러 가지.. 엄마도 그렇고..

여름 : (보면)

장미 : 나야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는데.. 우리 엄마 그 자기 주장 강한 사람이 사돈 될 사람 눈치만 살피면서 네네네 호호호..

         속상하더라고. 무시당하는데 무시당하는 줄도 모르고..

여름 : 또또.. 또 쓸데없이 진심이 돼버린 거지? 가짜 결혼에.

장미 : 그러게! 이 빌어먹을 사기극에 너어무 감정몰입을 해버린 거지!!

         (툭툭 털고 일어나며) 그만 돌아가자. 드레스 돌려줘야지. 비싼 걸 텐데..

여름 : 괜찮아. 기태형이 물어주겠지. 돈 많잖아.

기태E : 내 돈이거든!!

장미여름 : ?! (홱 돌아보면)


팔짱끼고 삐딱하게 서있는 기태.


기태 : 남의 돈으로 물어줘라 마라 생색이야!

장미여름 : (헉!)

훈동 : (기태 뒤로 프레임인, 눈 부라리며) 남의 차로 멀리도 왔다 니들!

장미여름 : (헉!!)

세아 : (그 뒤로 프레임인, 바다를 바라보며) 태닝하기 딱 좋은 날이네!

장미여름 : (헉!!!!)

장미 : 여긴 어떻게...! (흠칫!! 손에 든 스마트폰!!!) 너 또...! 나 위치 추적한 거야??

기태 : (대답대신 씩 웃고)

장미 : 내가 이 놈의 스마트폰을...!!! (스마트폰 치켜들고) 확 그냥!!!!


스마트폰 확 치켜들고 바다로 뛰어가는 장미, 그대로 핸드폰 바닷물에 집어던져 버릴 기세.

여름, 어어어! 참아 참아!! 말리는데

장미, 드레스 자락 밟고 넘어지고 구르고..



S#10. 민박집 마당 D


소박하지만 정갈한 민박집. 마당 한쪽에 걸려있는 웨딩드레스.



S#11. 민박집 밖 D


차에 어디 흠집이라도 났을까봐 이리저리 살피는 훈동.


여름 : 살살 탔어요.

훈동 : (여름 뒤통수 퍽! 치며) 야 이 자식아!

여름 : 아!!!

훈동 : 너 내가 경고했지! 주장미 건들지 말라고!! (또 뒤통수 퍽!!!)

여름 : (뒤통수 벅벅) 아 아파요!!!!

훈동 : 니 뒤통수만 아파? 내 친구 기태는! 도망간 약혼녀 잡겠다고 어?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가슴이 얼마나 새까맣게 타들어갔겠냐고 어?? (또 퍽!!!!)

여름 : (뒤통수 감싸고) 아 진짜! 사장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훈동 : 내가 뭘 몰라! 뭘! (뒤통수 때리려는데)

여름 : (후다닥 피하고) 형!!! (기태를 부르면)


저만치 방관하는 태도로 서있는 기태.


여름 : 사장님한테 말 좀 해줘요 쫌!!!

기태 :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뭘?

여름 : 와 진짜 이러시기예요??

기태 : (민박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며) 넌 좀 당해도 돼.

훈동 : (뒤통수 퍽!)

여름 : 아!!!!!!



S#12. 민박집 마당 D


방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는 장미. 민박집에서 빌린 티셔츠와 몸빼 차림.


기태 : 주인아주머니 옷이 딱 잘 어울리네.

장미 : (흥...! 뾰로통한 얼굴로) 왜 왔어?

기태 : 그럼 안 와? 결혼할 여자가 딴 놈이랑 달아났는데?

장미 : (째려보며)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해! 이 놈의 사기극.. (하는데)

기태 : 조용히! 밖에 이훈동 있어. 걔 입 싸. 어머니들끼리 바로 통하고. 알지?

장미 : 그러게 왜 줄줄이 달고 여기까지 쫓아온 거냐고!

기태 : ... (그걸 몰라서 묻나? 시선 딴 데 보면서 무뚝뚝하게 툭) 걱정돼서.

장미 : (날 걱정했다고...? 조금 누그러들지만 여전히 뾰로통) 고양이 쥐 생각..

기태 : 어머니는 뭐라셔? 전화는 드렸어?

장미 : 우리 엄마..? 아니.. 왜?

기태 : 결혼 다시 생각해보시겠대. 세아랑 파혼했던 것도 다 아셨거든..

장미 : ...!


민박집 안으로 들어서는 세아.


세아 : 미안해요.

장미 : (보면)

세아 : 의도한 건 아닌데 나 때문에 일이 좀 커졌어요.

장미 : (썰렁해져서 기태 쳐다보더니) 그럼 그렇지...! 니가 내 걱정을 해?

         니 비혼을 위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까 봐 그게 걱정돼서 온 거지.

기태 : 그게 아니라 니네 어머니 마음 상하셨을까봐..

장미 : 울 엄마가 맘 상해서 결혼 접어버리면 신여사님의 승리니까! 안 그래?

기태 : (부정할 수 없는) 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세아 : 멀리까지 와서 그런 재미없는 얘긴 그만 하지. 태닝이나 할까 하는데, 주장미씨도 같이 갈래요?

         (수영복, 여벌옷, 세면도구 등이 든 봉투 들어 보이며) 필요한 건 내가 사왔어요.

장미 : 됐어요. 난 갈 테니까 두 분이서 몸을 굽든지 튀기든지.. (휙 가버리고)



S#13. 민박집 밖 D


장미 : (밖으로 나와서 여름에게) 가자.

여름 : (훈동을 피해 멀찍이 서 있다가 얼른 따라나서는데)

훈동 : (여전히 차를 살피고 있다가 여름 뒷덜미 채며) 가긴 어딜!

기태 : (나와서) 타고 갈 차는 있어?

장미 : 버스타고 갈 거야.

기태 : 돈은 있고?

장미 : (급하게 도망쳐 나오느라 핸드폰밖에 없다.. 여름을 쳐다보면)

여름 : (나도 돈 없는데.. 미안한 표정으로 씩 웃으면)

세아 : 이왕 바다까지 왔는데 좀 놀다 가요. (장미 팔짱끼고 끌고 가고)

장미 : 아니요 난.. (끌려가며) 아니 잠깐만요...!



S#14. 바닷가 D


수영복 차림으로 여유롭게 태닝을 즐기는 세아. 그 옆에 몸빼 차림으로 썰렁하게 앉아있는 장미.

두 여자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


세아 :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 나 두 사람이랑 같은 편이에요.

장미 : 글쎄요.. 난 비밀을 지키려는 쪽이고, 세아씬 발설하려는 쪽 아니었어요..?

세아 : 난 그냥.. 기태한테 선물 하나만 받으면 돼요.

장미 : 선물...?

세아 : 진짜 작은 선물인데.. 안 주고 버티네요. (알쏭달쏭 웃어 보이면)

장미 : ......? (보다가) 세아씨도.. 많이 힘들었겠어요.

세아 : (보면)

장미 : 공기태랑 결혼하는 거요.. 겪어보니까 알겠어요. 중간에 접을 만 해요.

세아 : (쿨하게) 별로. 딱히 힘들었던 기억은 없는데?

장미 : (썰렁) 네...?

세아 : 뭐 자라온 환경이나 경험치가 너무 다르면 문제가 되겠죠.

장미 : (머쓱하고 썰렁한 기분) 거 참.. 같은 편이라면서요. 여자들끼리는 남 씹으면서 친해지는 건데 그 맛을 모르시네..


장미 옆으로 와 앉는 기태.


기태 : 누구 씹었어?

장미 : 누구겠냐?


씩 웃는 기태, 기태도 웃옷 벗고 모래에 드러누워 태닝한다.


장미 : (태평하게 태닝하는 세아와 기태를 기막혀 쳐다보더니) 대체 이 황당한 조합은 뭐야...? 내가 왜 여기 껴있어야 되냐고...!

기태 : ... (눈 감고 대꾸 없다)

장미 : 세아씨한테 무슨 선물 주기로 했다며?

기태 : (흠칫 눈 뜨고) 뭐...?

장미 : 뭔지 몰라도 얼른 줘버리지 그래?

기태 : (살짝 당황)

세아 : (피식 웃고)

장미 : ?? 왜, 많이 비싼 거야? 돈도 많이 벌면서 쫌스럽게..

기태 : (헛기침 흠! 도로 눈 감으면)


이쪽으로 오는 여름.


여름 : 날씨 죽인다! (웃옷을 확 벗어던지면)

장미 : (움찔) ......!!!

기태 : (슬쩍 뜬 눈으로 여름의 근육질 몸매를 흘끗 의식하고) ......!!!

장미 : (흐으..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흐뭇한 미소)

기태 : (그런 장미 보고 흥! 슬그머니 벗었던 옷 주섬주섬 도로 주워 입고)


누워있던 세아 엎드린 자세로 바꾸더니.


세아 : 기태야, 나 오일 좀 발라줘. (오일 내밀면)

기태 : (장미 보란 듯 오일 받아들고) 그러지 뭐. (세아 등에 오일 바르고)

장미 : (두 사람 의식하며 흥...! 하는데)

여름 : 분위기 좋은데 우린 빠져주자. (장미 손잡고)

장미 : (보란 듯) 그래! 그러자! 우리도 어디 가서 분위기 좀 잡자!

기태 : (흥! 애써 태연하게 오일 바르며) 가긴 어딜 가. 보는 눈도 있는데.

훈동 : (튜브 들고 이쪽으로 걸어오며) 한여름 스톱! 딱 서!!

여름 : (장미 손잡고 데려가다가 멈칫!)

훈동 : 또 주장미 빼돌리려고?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장미 : (돌겠네...!)

세아 : (픽 웃고) 멀리 가지도 못할 거.. 그냥 놀기나 하지.

여름 : 그러죠 뭐! 주장미! 놀자! (장미를 번쩍 안아들면)

장미 : (헉!!!) 뭐, 뭐야!

기태 : (저 자식이...!)

세아 : (어쭈?)

훈동 : (황당) 야 너!

여름 : (장미를 안고 와아아!!! 소리 지르며 그대로 바다로 뛴다)

장미 : 잠깐만! 야!! 뭐하는 거야!!! 나 이럴 기분 아니거든!!! 옷도 이거밖에 없어!!! 내 옷도 아니구!!!!!! 안 돼!!!!!!!!!!!


비명 지르며 발버둥치는 장미.. 그대로 바다에 풍덩!

허우적대는 장미 물 먹고 콜록콜록! 머리도 엉망 화장도 다 녹아내리고 물에 젖은 몸빼는 다리에 휘감기고..


장미 : (으으으!!!) 너 죽었어!!! (달려들어 헤드락 걸고 물 먹이고)

기태 : (유치하다는 듯 코웃음) 놀고 있네.. (하지만 속으론 재밌어 보인다..)

훈동 : 저 새끼가.. 야!!!! (험악한 얼굴 풀고) 같이 놀자!!! (튜브 들고 뛰어가고)


장미와 여름이 노는데 끼어들었다가 제물이 되는 훈동. 튜브 뒤집히고 물세례 받고 물 먹고 켁켁대는 훈동.


훈동 : (콜록콜록!) 기태야! 나 좀 도와줘!!!

기태 : (내키지 않는 척) 아 애들도 아니고.. (못 이기는 척) 귀찮게 하네..!


티셔츠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드는 기태, 어느새 다 같이 깔깔대며 물놀이하는 모습.

(세아는 혼자 느긋하고 도도하게 태닝하며.. 귀여운 것들..)



S#15. 약국 앞 / 바닷가 D


어두운 얼굴로 약국 문을 나서는 현희.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는 얼굴.. 약국 앞에 우두커니 서있다.

망설이다 핸드폰 꺼내 장미에게 전화 건다.


현희 : 언니.. 지금 좀 볼 수 있어요...?

장미 : (물에 흠뻑 젖은 모습.. 핸드폰 들고) 지금? 지금은 좀..

현희 : 언니 결혼준비 하느라 바쁜 건 아는데.. 잠깐 얼굴이라도 보여줘요..

장미 : 그게 아니구.. 내가 좀 멀리 나와 있거든.

현희 : (시무룩) 너무한다.. 결혼도 하기 전부터 이렇게 멀어져버리면.. 결혼하고 나면 정말 나랑은 상대도 안 해주겠다..

장미 : 무슨 그런 말을..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걱정돼) 왜? 이훈동 때문이야?

현희 : 전화로는 좀..

장미 : (흘끗 훈동을 보면)


튜브에 몸을 싣고 태평하게 넘실거리는 훈동.


장미 : (그런 훈동이 얄밉다) 현희야, 그럼 니가 나 있는 데로 올래?

현희 : 언니 어딘데요? (멈칫) 어디라구...???



S#16. 공씨네 공미정 방 D


공미정 : (핸드폰 들고 눈 휘둥글) 뭐? 바다라고??? 너 제정신이야?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고! 할머니 잔뜩 뿔났어!



S#17. 공씨네 거실 D


무거운 분위기 속에 노점순, 신봉향, 공수환 소파에 앉았다.


노점순 : (노여운) 도대체 뭘 어쨌길래 벌써 결혼을 접자는 이야기가 나와!

신봉향 : (조용히) 저쪽 집에서 기태가 파혼했던 걸 문제 삼네요.

노점순 : 뭐야? 그럴 사람들 같진 않았는데..

신봉향 : 어쨌든 이렇게 해서 기태한텐 두 번의 파혼 전적이 생겼네요. 그래도 적어도 당신한텐 잘된 일이겠죠?

공수환 : 나한테요..?

노점순 : 그게 무슨 말이냐? 에비한테 잘 된 일이라니?

신봉향 : 이 사람 강세아씨한테 미련 있었어요. 정확히는 세아 아버지 인맥이 아쉬운 거지만.

공수환 : (머쓱) 아니 뭐.. 꼭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

노점순 : (혀 끌끌) 부모가 돼서 자식 결혼을 수단으로 생각해서야 되겠나?

공수환 : 그럼요, 당사자들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신봉향 :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 감정 누르고 서늘한 눈빛으로 보면)

공수환 : (짐짓 시선 피하고)

신봉향 : 그런데 어쩌죠? 당사자가 싫다는데.. 판을 엎은 게 실은 장미거든요.

노점순 : 장미가...?

신봉향 : 웨딩드레스 입어보는 도중에 갑자기.. 나도 친정 엄마도 다 보는 앞에서

            기태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차를 타고 달아나버렸어요.

노점순 : 다른 누군가? 그게 누군데...??

신봉향 : 모르죠. 정말로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나 보죠.

공미정 : (방에서 나와서) 누군지 알았어요. 주장미랑 같이 있는 사람.


세 사람, 일제히 돌아보면. 그 앞으로 쑥 핸드폰을 내미는 공미정.

일제히 헉!!! 하는 세 사람.

핸드폰 기태 SNS에 올라온 바닷가 사진. 머리카락은 물미역처럼 들러붙었고 녹아내린 화장에 몸빼 차림의 장미,

그리고 그 옆에서 장난스럽게 씩 웃고 있는 기태의 셀카 사진이다.


공수환 : (풉.. 웃으며) 그냥 휴가가 좀 필요했던 모양이네요.

노점순 : (흡족) 그럼 그렇지! 내 이상하다 했다! 쉽게 떨어질 두 사람이 아닌데!

공미정 : (눈치 살피며) 우리 신여사님, 너무 일찍 승리를 확신하신 것 같은데요?

신봉향 : (부글부글.. 이럴 리가 없는데...!)



S#18. 바닷가 D


고고하게 태닝하는 세아 옆에서 엉망이 된 몰골을 간신히 겨우 수습하는 장미.

그 옆에서 자꾸 얼굴을 들이밀며 셀카를 찍어대는 기태.


장미 : (밀쳐내며) 아까부터 뭘 그렇게 찍어!

기태 : (태연하게) 우리 잘 있는 거 보여드리려고.

장미 : (헉!) 뭐야, 너 설마.. 또 사진 올렸어? 이 몰골을??

기태 : 어른들이 얼마나 걱정하시겠어.

장미 : (부글부글...!) 공기태 너 진짜...! 여기까지 쫓아와서 그러고 싶어?

         대체 언제쯤이면 멈출래? 이 놈의 사기극은 도대체가 끝이 없냐고!!


회와 술 등 먹을거리 사들고 오는 여름과 훈동.


훈동 : 뭔 소리야? 사기극?

장미기태 : (동시에) 넌 몰라도 돼!

세아 : (피식)

여름 : 불쌍한 우리 사장님..

훈동 : ???



S#19. 호프집 D


손님 없이 파리 날리는 가게. 혼자 낮술 마시는 나소녀.


주경표 : (앞에 와 앉으며) 내가 뭐랬어. 세상에 공짜 없다고, 너무 서두는 게 이상하다고 그랬지?

나소녀 : ... (말없이 소주 쭉 마시고 치킨무 손으로 집어먹는다. 와작와작..)

주경표 : 그만 기분 풀어. 파혼 한번 했다고 그게 그렇게 걸려?

나소녀 : ... (와작와작)

주경표 : 상대가 부잣집 딸내미 같아서? 장미가 꿀려서 자존심 상했어?

나소녀 : ... (와작와작)

주경표 : 말하기 싫어? 문자로 하든지. (나소녀 손에 핸드폰 쥐어주는데)

나소녀 : (툭) 괜히 너무 세게 질렀나 봐...! (후회 가득한 한숨 후우...!!)

주경표 : (어이없어 픽 웃고) 으이그.. 의사 사위는 죽어도 포기 못하겠나 보지?

나소녀 : (속상한 마음에 분풀이 하듯 치킨무 와작와작!!)

주경표 : (픽 웃더니) 거 핸드폰 좀 들여다봐.

나소녀 : (퉁명스럽게) 왜.. (귀찮은 얼굴로 보더니 눈 휘둥글) ...!!!


바다에서 찍은 장미와 기태의 셀카 사진.


주경표 : 공서방이 보냈더라고.

나소녀 : 이 기집애.. 쌩하니 그러고 가버리더니.. 들어오기만 해봐 아주 그냥...!

주경표 : 어째 당분간 안 들어오길 바라는 뉘앙스네.

나소녀 : (흥.. 입술 삐쭉거리지만 좋아서 비식비식 새어나오는 웃음)



S#20. 민박집 마당 D


장미 : 이제 그만 집에 가자, 어?


평상에 둘러앉아 회에 낮술을 마시고 있는 다섯 사람.

내가 지금 이 사람들이랑 뭐하고 있는 건가 싶어 썰렁한 장미 얼굴.

(숏팬츠에 슬리브리스 등 세아가 사온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훈동 : (소주잔 들어 보이고) 술 먹고 운전하라고? (마시면)

장미 : 숙소라도 따로 잡든가!

기태 : 이런 성수기에 방 구하기 쉬운 줄 알아?

장미 : 그럼? 다 같이 여기서 자겠다고? (기막혀서 허!) 다들 이 상황이 안 이상해? 나만 이상한 거야?

훈동 : 니가 날 버리고 기태랑 결혼하는 상황부터가 이상하지. 기태랑 결혼하겠다더니 한여름이랑 바다로 튄 상황은 더 이상하고.

         앞에 상황들이 너무 쎄게 이상해서 지금은 뭐가 이상한지 잘 모르겠다.

장미 : (울화 치밀어서) 야 그건...!

세아 : (장미에게 술 따라주며) 술이나 마셔요. 서울에서 우리가 이렇게 둘러앉아 술 마실 일 있겠어요?

장미 : (에라 모르겠다.. 세아가 따라주는 술 꿀떡 마시고) 우리 게임해요!

여름 : 좋다! 무슨 게임?

장미 : 진실게임!!

기태 : (보면) ...?!


폭탄주 찰지게 말아서 턱! 내려놓는 장미. 빈 맥주병 평상 위에 눕혀 휘리릭!

맥주병 주둥이가 기태를 향하면,


기태 : 유치하게 무슨 진실게임.. (하는데)

여름 : (OL) 세아 누나랑 사귈 때 진도 어디까지 나갔었어요?

기태 : (움찔!)

세아 : (피식)

장미 : (관심 없는 척 내심 관심가지면)

기태 : (장미 힐끗 보더니 폭탄주 쭉!)


휘리릭 도는 맥주병 이번엔 여름을 가리키고.


기태 : (잘 걸렸다!) 여자 몇 명이나 울려봤냐?

여름 : (하나 둘 셋.. 손가락 셈 해보다가 멈칫.. 장미 눈치 보면)

장미 : (썰렁)

여름 : 내가 울리긴 누굴 울려요.. (하더니 폭탄주 쭉!)


휘리릭 도는 맥주병 세아를 가리키고.


훈동 : 강세아, 너도 가슴에 진심으로 누군가를 담아본 적 있어?

세아 : (쿨하게) 공기태 손길이 내 가슴에 담겨있지.

장미 : (멈칫)

남자들 : (쿨럭!)

세아 :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기태 작품이거든. 내 가슴.

장미 : 아.. (썰렁)


맥주병 뚫어져라 노려보는 장미. 이번엔 나한테 걸려라! 나! 나! 나!

장미 앞에 멈추는가 싶더니 스르륵 훈동 앞에 멈추는 맥주병.


훈동 : 오케이! 자! 물어봐! 뭐든지! 내가 아주 투명하게 다 대답해줄게!

일동 : (침묵...)

장미 : 어떡하지? 너한테 궁금한 게 없네?

훈동 : 허! 야! 잠깐!


가차 없이 맥주병 돌려버리는 장미. 맥주병 드디어 장미 앞에 멈추면.


세아 : 내가 질문해도 되죠? 주장미씨.. 기태 진짜 좋아해요?

기태 : (괜히 살짝 기대감 생겨서 보면)

장미 : (이 말이 하고 싶었다!) 아니요! 공기태는 진짜 결혼할 사이가 아닙니다!!!

기태 : 주장미...!

훈동 : 뭔 소리야 그게??

장미 : 공기태 결혼하기 싫어서 집안 어른들 포기시키려고 나랑 쇼한 거야.

여름 : 와! 내 속이 다 시원하네! (장미 옆으로 자리 옮겨 앉으며) 저 이제 장미 옆에 앉아도 돼죠?

기태 : (쳇..)

훈동 : 잠깐만! (소주 쭉 마시고 탁! 내려놓고) 그러니까! 공기태 너!

         결혼 안 하려고 주장미랑 결혼하는 척 사기친 거란 말이야???

기태 : (별 수 없이) 어.

훈동 : 와....!!!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병신같이 친구한테 여자 뺏겼다고 어? 내가 밤마다 얼마나 이불을 걷어찼는지 알아?

         잠도 못 자고 꼬박 지새운 밤들이 얼마나 길었는지 아냐고!!

기태 : 마시자. (잔 들고)

훈동 : 너나 마셔!!! (씩씩거리며) 내가 얼마나 힘들게 장미에 대한 마음을 접었는데! 얼마나 큰 결심으로 기태 너한테 보냈는데!!


네 사람 훈동만 빼고 자기들끼리 건배하고 술 마시면.


훈동 : (원망 가득) 나만 빼고 니들 다 알고 있었구나? 니가 그러고도 친구야?

         어떻게 나만 모르게 해? 어떻게 나만 쏙 빼고!! 나 외롭다고오...!!!


그 때, 안으로 들어서는 현희. 캐리어 끌고.


현희 : 나도 몰랐어요.

일동 : ! (보면)

훈동 : (멈칫) 어...? 현희씨가.. 여긴 어떻게...!

장미 : 내가 불렀어. 너 외롭지 말라고.

훈동 : (헐...!)

현희 : 언니, 정말이에요? 결혼한다는 거 다 거짓말이었어요?

장미 : (미안해서 흐..) 너한텐 몇 번이나 말하려고 했는데.. 번번이 상황이 좀..

현희 : 왜요.. 내가 알면 소문이라도 낼까봐?

장미 :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훈동 : 그러게! 내가 아무리 입이 가벼워도 할 말 안 할 말은 가리거든!

현희 : (섭섭한) 언닌 날 그렇게 밖에 생각 안 했구나.. 난 언니 보려구.. 언니랑 얘기가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장미 : (미안하다고 말하려는데)

훈동 : 내 말이! 내가 누구 때문에 이 먼데까지 온 건데!! (현희한테 술잔 내밀고) 한 잔 해요! 절친한테 뒤통수 맞은 사람끼리!!

현희 : (조금 머뭇거리며 술잔 받아들면)

훈동 : 마셔요 마셔!! (현희와 챙! 잔 부딪히고 쭉 마시고 또 따르려는데)

현희 : (술잔 입에 댔다가 내려놓고, 얼른 훈동 잔 채워주며) 내가 줄게요.

세아 : (거 참 시끄럽네, 뭐 별 일이라고.. 하는 얼굴로 조용히 회 먹고)

여름 : (화장실 가는 척 일어나 나가면서, 장미에게 나오라고 눈짓한다)

장미 : (눈치 살피면서 슬쩍 일어나고)

기태 : (그런 두 사람을 놓치지 않고 보면)



S#21. 바닷가 D


인적 드문 한적한 장소. 나란히 바위에 앉아있는 장미와 여름.


장미 : 어쩌다 다 같이 우르르.. 진짜 웃기다.

여름 : 다 같이 우르르는 여기까지만 하자.

장미 : ...? (보면)

여름 : (가볍게 싱글거리며) 지금부턴.. 우리 둘만 있자.

장미 : 어...? (그 말은.. 오늘 밤 둘이 같이 있자는...? 살짝 뻘쭘해지는데)

기태E : (멀리서 부르는 소리) 주장미...!!!


헉!!! 마주보는 장미와 여름, 후다닥 바위 밑으로 몸을 숨긴다.

잠시 후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태. 뭐야.. 어디 간 거야...? 이쪽에도 없는 거야...?

장미와 여름이 숨은 곳에 점점 가까워온다. 두 사람 들키기 일보 직전,


세아 : 공기태.

기태 : (멈칫, 돌아보면)

세아 : 혼자 뭐해?

기태 : (괜히 머쓱) 바람 좀 쐬려고..

세아 : 주장미 한여름 찾으러 나온 거 아니고?

기태 : (끙..)

세아 : 왜 그렇게 두 사람 신경 쓰는데? 더 이상 보는 눈도 없잖아.

기태 : (말문 막히고)

세아 : 진짜 너 좀 이상하다. 혼자 집에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공기태씨께서.. 예정에도 없던 여행을, 그것도 이렇게 여럿이...?

         (똑바로 보며) 뭐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

기태 : (시선 피하면)

세아 : 진실게임이야. 대답해 봐.

여름 : (장미를 흘끗 보면)

장미 : (자기 얘긴지 전혀 모르는 얼굴)

기태 : (슬쩍 피하며) 이상한 건 너 아니야? 여기까지 따라올 이유, 없잖아.

세아 : 이유가 왜 없어?

기태 : (보면)

세아 : (기태를 향해 천천히 다가서며) 내 진실은 너도 알잖아.

기태 : (보면)

세아 : (바짝 다가서서) 가까운 데 펜션을 하나 잡아놨어.

장미 : (펜션...?)

세아 : 협박하고 강요하는 건 그만둘게. 대신 부탁할게.

기태 : (보더니) 너.. 진심이야...?

세아 : (진심과 확신이 담긴 눈빛) 그래 진심이야. 나, 아이가 갖고 싶어.

장미 : ...! (아이...? 혼란스러운 장미 얼굴 위로)

세아E : (8부 실내수영장) 좀 전에 씻으러 들어갔어요.

세아E : 난 그냥.. 기태한테 작은 선물 하나만 받으면 돼요.

장미 : 선물이라는 게 그럼...?!

여름 : (손바닥으로 장미 입을 막고)

기태 : (멈칫)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세아 : 못 들었어.

기태 : 잠깐만 분명히.. (소리가 난 쪽으로 가보려는데)

세아 : (기태를 확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키스해버린다)

기태 : !!!


갑자기 조용해졌네...? 여름의 손을 떼어내고 빼꼼 고개 내밀어보는 장미. 키스하는 기태와 세아를 본다.


장미 : !!!


여름도 그 옆으로 고개를 내민다. 키스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장미를 돌아보면,


장미E : (묘한 기분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기분이 왜 이러지...?

여름 : (장미를 본다. 흔들리는 장미의 눈빛을 감지한다..)

장미E : (여름의 시선도 못 느낀 채 기태와 세아에게 시선 고정하고) 이 빌어먹을 사기극에.. 또 너무 감정몰입해 버린 건가......?


장미,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한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허둥지둥 자리를 피하려다 바위에 발이 미끄러지고 꺅! 외마디 비명.


기태 : ...!

세아 : ...?


소리에 입술을 떼고 돌아보는 기태와 세아. 바위에 넘어져 엎어져있는 장미.


기태 : ...!!!

여름 : (황급히 상처 살피며) 괜찮아...??

장미 : (아프고 쪽팔리고 당황스럽고) 아....!


무릎에 깊게 찢어진 상처. 피가 흐른다.


기태 : (서둘러 다가와서) 비켜. (여름을 젖히고 상처를 살펴보는)

장미 : (뻘쭘해서 기태의 눈을 피하고) 미안.. 방해하려던 건 아닌데...

기태 : 봉합해야겠다.

장미 : 됐어, 반창고 붙이면 돼.. 신경 쓰지 말고 둘이 볼일 봐.. (흐.. 웃는데)

세아 : (다가와서) 말 들어요. 예쁜 다리 흉 져.

기태 : 근처에 갈만한 데가 있어. 일어나봐. (장미 일으키면)

여름 : (그 앞에 등 대고) 업혀.

기태 : (힐끗 보더니 장미 부축하며) 걸을 수 있지?

장미 : 어.. (걸음 딛는데 아파서 자기도 모르게) 아...!!

여름 : 업히라니까. (장미 덥석 업고)

기태 : (쳇..)

장미 : (민망..)

세아 : (픽 웃고) 거기 가는 거지?

기태 : 어. 거기.

장미 : ...?



S#22. 보건소 앞 D


작은 어촌마을의 보건소. 굳게 닫힌 문에 ‘왕진 중’이라는 안내문 붙었다.


기태 : (문 쿵쿵 두드리며) 계십니까!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 대답 없고)


장미를 등에 업고 서있는 여름. 장미 무릎 상처에서 지혈되지 않고 배어나오는 피.


여름 : 좀 멀더라도 응급실로 가죠.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는데,


고은엄마 : (저만치에서) 공선생님...??

기태 : (보면)


포대기로 아이를 등에 업은 애엄마, 기태를 알아보고 반가워서.


고은엄마 : (쪼르르 다가오며) 공선생님 맞네!!!

기태 : (알아보고 반가워서) 고은이 어머니?

고은엄마 : (세아도 알아보고) 어머나 세상에! 두 분이 같이 오셨네요!!

세아 : (반가운) 안녕하셨어요? 고은이는 잘 크죠?

고은엄마 : 덕분에요! (등에 업은 아이 보여주며) 맨 밖에 나가자고 보채서 죽겠어요.

               (등에 업혀 잠들어있는 네 살 여자아이, 인중에 약간의 흉터 남아있다)

장미여름 : ....??



S#23. 보건소 (3년 전) D


“구순구개열 어린이 무료수술” 안내문 붙어있는 보건소.

3년 전, 의료봉사를 나온 기태와 세아가 환자들을 맞이해 상담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모집 및 상담만. 실제 수술은 병원으로 이동해서 합니다.)

더운 날씨에 아기 꽁꽁 싸맨 채 불안한 얼굴로 머뭇거리는 고은엄마.


세아 : 좀 봐도 될까요? (겉싸개를 들추려는데)

고은엄마 : (과한 반응으로 겉싸개를 꽉 싸매는데)

기태 : (따뜻하고 담담한 말투로) 괜찮습니다. 엄마 잘못.. 아니에요.

고은엄마 : (그 말에 순간 울컥...!)

세아 : (아기를 받아 안으며) 아기가 정말 예쁘네요.

고은엄마 :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흑! 터지는 울음)



S#24. 보건소 앞 D


고은엄마 : 수술할 형편도 안 되고.. 남들이 임신 중에 대체 뭘 어쨌길래 애가 언청이냐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서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거든요.. 선생님 말씀이 어찌나 위로가 되든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 글썽)

장미 : ... (화려하게만 보였던 기태와 세아.. 왠지 좀 달라 보이는 두 사람.)

고은엄마 : (눈물 훔치고) 그런데 어쩐 일로...?

세아 : 휴가차 왔는데 일행이 좀 다쳐서요.

고은엄마 : 아유 진작 말씀하시지! (화분 밑에서 열쇠 꺼낸다. 짠!)



S#25. 보건소 안 D


고은엄마 : 소장님껜 전화 드려놨어요. 두 분 오셨다니까 약품이든 뭐든 맘껏 써도 좋다고 하셨어요.

기태 : 감사합니다.


신속하게 약품과 봉합실, 바늘 등을 찾아 준비하는 기태와 세아.

장미 상처를 소독하고 꼼꼼하게 봉합하는 기태. 세아가 옆에서 실을 잘라주며 거든다.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


장미 : (상처가 쓰리고 아프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기분도 왠지 좀 묘한데)

고은엄마 : 두 분 진짜 천생연분 같아요. 애는 아직 없으세요?

기태 : (봉합하던 손길 멈칫)

고은엄마 : 3년 전에 결혼할 사이라고.. 결혼은 하셨죠?

기태 : 저.. (결혼 안 했다고 말하려는데)

고은엄마 : 선남선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빨리 하나 낳으세요!

세아 : (태연하게 웃어 보이며) 안 그래도 노력 중이에요.

장미 : (썰렁..)

여름 : (재밌네?)

기태 : 저기.. (하는데)

고은엄마 : 참 내 정신 좀 봐! 애 아빠가 기다리겠네. (열쇠 한쪽에 두며) 열쇠 여기 두고 갈게요. 화분 밑에 넣어두시면 돼요.

기태 : 그런데요.. (하는데)

고은엄마 :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기태 : (끙..)

고은엄마 : (자기 할 말 다 하고나더니) 뭐 하실 말씀이라도?

기태 : (가볍게 한숨 섞인 미소 짓더니) 고은이 더 크면 코의 변형을 바로잡는 수술이 필요할 테니까 병원으로 오세요.

         입술 흉터도 최소화해야죠.

고은엄마 : (연신 허리를 숙이며) 아이고 감사합니다! 우리 모녀의 은인이세요!

기태 : (머쓱) 별말씀을요.

장미 : (왠지 그런 기태가 새삼 낯설다) ...



S#26. 남자 화장실 D


나란히 소변을 보는 기태와 여름. 여름은 별생각 없는데 흘끗흘끗 여름을 의식하는 기태.


여름 : (띄워주는) 오오 형! 의외로 좀.. 오오...!

기태 : (어깨 으쓱! 내가 좀!)

여름 :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잔 줄 알았는데 제법 베풀 줄도 아시고?

기태 : (아 그 얘기였구나... 머쓱해져서 헛기침 흠!)


볼일 끝내고 나란히 손 씻는 두 남자.


여름 : 근데 아무리 베푸는 게 좋아도 '그거'까지 막 베풀고 나누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기태 : ?

여름 : 아이 말이에요.

기태 : (끙..) 뭔 상관이야.

여름 : 모른 척 할 수가 있어야죠. 잘하면 나 같은 인간이 하나 더 생기는 건데.

기태 : 너 같은...? (멈칫, 보면)


flashback insert> 7부 기태 집 거실,

여름, “아버지는 처음부터 없고. 어머니는 도망갔고.”


여름 : 나야 뭐 가진 거 없고 가벼운 몸이니까 가볍게 산다고 치고. 가진 거 많아서 지킬 것도 많은 사람이

         혼자 애 낳고 키우는 거 생각처럼 가볍지만은 않을 텐데. 사람들 시선도 더 많이 받을 거고.

기태 : ...



S#27. 보건소 D


세아 : 결혼을 한 부부만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데 모두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거 나는 폭력이라고 봐요.


장미, 눈 끔뻑거리며 가만히 듣는다. (무릎엔 드레싱까지 마친)


세아 : 내 방식대로 혼자 살겠다고 하면 날더러 이기적이라고들 하는데..

         하지만 사람이 정말 이기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언젠지 알아요?

장미 : (모르겠다는 얼굴로 멀뚱히 보면)

세아 : 결혼할 때요. 가족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서 내 마누라 내 남편 내 자식 밖에 모르고..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아이를 가두고 싶지 않아요. 나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넓은 세상에서 자라게 할 거예요.

장미 :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솔직히 이해는 잘 안 되네요..

세아 :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이해 못 하는 게 당연해요. 이런 날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건.. 기태 한 사람 뿐일 거예요.

장미 : (묘한 느낌.. 물끄러미) 그러게요.. 두 사람.. 알고 보니 많이 닮았네요...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기태와 여름.


기태 : 무슨 얘기 중?

세아 : 상담 좀 해주고 있었어. 장미씨가 성형 생각이 있대서.

장미 : (잉?) 내가?

기태 : (흥미로운) 그래서, 뭐라고 말해줬는데?

세아 : 전반적인 콧대는 낮지 않으니까 tip만 좀 손보면 좋겠다고. (*nasal tip : 코끝)

기태 : 그래도 자연스러운 라인을 위해선 dorsum augmentation도 해야겠지.

         (*dorsum augmentation : 비배부성형. 콧대를 올리는 것을 뜻함)

세아 : tip plasty는 뭘로 하면 될까? (*tip plasty : 코끝 성형술)

기태 : (장미 코 만지며) skin이 충분하고, 올려야 되는 양은 얼마 안 되니까 septal cartilage나 concha cartilage를 이용하면

         될 것 같은데.. (*skin : 피부 / septal cartilage : 비중격 연골 / concha cartilage : 이개 연골. 귀 연골)

장미 : ...... (외계어 같은 전문용어 난무하는 틈바구니에서 썰렁한 얼굴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기분은 되게 나쁘거든...???

여름 : (웃고)

장미 : (웃을 수 없는) ...

세아 : (기태에게) 가서 차 좀 가져올래?

기태 : (귀찮은) 차는 왜.

세아 : 여름씨 힘들까봐. 주장미씨 업고 숙소까지 가려면.

여름 : 난 괜찮은데? (장미한테 등 들이밀며 업을 준비하는데)

기태 : (얼른) 있어 봐. 가져올게. (나서면)

장미 : 나 걸을 수 있는데..

세아 : (기태 간 걸 확인하고) 두 사람, 둘만 있고 싶죠?

장미 : 네...?

세아 : 내가 도와줄게요.

여름 : (보고)

장미 : (보면)



S#28. 민박집 마당 D


훈동 : (눈 풀리고 혀 꼬부라져서) 아아.. 이제야 다 알겠다...! 주장미...! 나한테 복수하려고 기태랑 손잡은 거였구나...! 맞지...?

현희 : (멀쩡한 모습으로 그런 훈동을 구경하듯 쳐다보고)

훈동 : 그래.. 퍼즐이 딱딱 들어맞기 시작했어...! 나만 바라보던 니가.. 왜 갑자기 이 남자 저 남자 걸쳐댄 건지...!

         내가 현희랑 잔 거 알고 왜 그렇게 화를 낸 건지...! 다 나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어.......!!

현희 :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 ......

훈동 : 주장미... 넌.. 나 아니면 안 되는 거지..? 너한텐 나밖에 없는 거지...?

현희 : (딱하다는 듯) 지금 오빠 옆엔 나밖에 없거든요?

훈동 : 어...? (눈도 똑바로 못 뜨고 보면)

현희 : 눈 좀 똑바로 떠봐요. 지금 여기 우리 둘뿐이라구.

훈동 : (살짝 정신 돌아와서) 어??? 다 어디 갔어??? (고개 홱홱)

현희 : (픽 웃으며) 이 오빠를 어쩌면 좋아..



S#29. 민박집 방 D


만취한 훈동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오는 현희.


훈동 : (휘청거리며 현희에게 엉겨 붙는데)

현희 : (차분하게) 오빠 잠깐만. 나 할 말 있어.

훈동 : 어 알아.. 니 마음 다 안다고.. (현희를 끌어안는데)

현희 : (단호하게 밀어내며) 얘기 좀 해요.

훈동 : (슬쩍 김새서)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우리는 무슨 사이냐, 오빠한테 나는 뭐냐.. 안 들어도 뻔하지..

         왜 그렇게 말로 관계를 규정짓고 싶어해? 우리는 함께 있고..! 멀리 떠나왔고...!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고...!!

현희 :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오빠!

훈동 : 알았어 알았어.. (귀찮은 듯 벌렁 드러누워서) 얘기해봐. 들어줄 테니까.

현희 : 앉아서 진지하게 좀 들어요.

훈동 : (바닥에 머리대자마자 쿨쿨 곯아떨어져버리고)

현희 : (씨이...!)



S#30. 보건소 앞 D


보건소 앞에 차를 세우는 기태. 세아 혼자 서있다.


기태 : (내려서 두리번) 왜 혼자 있어?

세아 : (빙긋 웃으며) 두 사람은 갔어.

기태 : ...!



S#31. 펜션 D


고급스럽고 깨끗한 펜션.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와 여름.


여름 : 오 좋다...! (신나서 둘러보고)

장미 : (왠지 좀 껄끄러운 얼굴.. 이래도 되는 건가...?)


장미 핸드폰 벨 울린다.


장미 : (보면)



S#32. 보건소 앞 D


기태 : (장미에게 전화 걸지만 연결되지 않고)

세아 : 좀 내버려두지 그래. 모처럼 여행에 그냥 보내기 아까운 밤이잖아. 곁에는 한여름 같은 남자도 있고..

기태 : (그 말에 더 화르르 불붙는 질투심) 한여름 같은 남자라 문젠 거야!

세아 : 웬 오지랖이야? 이렇게 남 일에 오버하는 캐릭터 아니었는데..

기태 : (애써 아닌 척) 주장미가 하도 엉성해서.. 자원봉사 차원에서 어? 친오빠 같은 마음으로!


기태, 핸드폰 위치추적 어플 열면, 지도 위 펜션에 뿅 뜨는 장미 사진!


기태 : (이것들이...! 차에 타고)

세아 : (그러지 말라니까.. 따라 타면)



S#33. 펜션 밖 N


끽! 서는 기태 자동차.


기태 : (내려서서 두리번거리며 어디로 갈지 우왕좌왕하는데)

세아 : (방향 이끌며) 이쪽이야.

기태 : (어떻게 알지?)

세아 : (어쩔 수 없이 포기한다는 듯) 실은 내가 잡아둔 펜션을 양보했거든.



S#34. 펜션 안 N


문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기태 : 주장미!


아무 대답 없다. 이리저리 장미와 여름을 찾지만, 어디에도 없는 두 사람.


기태 : ...?


기태 핸드폰으로 장미에게 전화 걸면, 펜션 어딘가에서 울리는 벨소리. 얼른 그쪽으로 가보면,



S#35. 펜션 침실 N


어둑한 침실. 침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장미 핸드폰.


기태 : (장미는 없고 핸드폰만......?)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기태 등 뒤에서 쿵 닫히는 문.

안으로 들어서는 세아.


기태 : ......! (보더니) 너 설마...!

세아 : (조용히 미소)



S#36. 방파제 N


나란히 앉아있는 장미와 여름.


장미 : (왠지 심란해서 시무룩한 얼굴) 잘 한 짓인지 모르겠다..

여름 : (그런 장미의 감정을 읽고) 왜, 두 사람 같이 둔 게 후회돼?

장미 : 그런 건 아니구.. (씁쓸한 말투) 두 사람.. 난 촌스러워서 도저히 이해 못하겠지만.. 둘만 아는 세상이 있나 봐..

         내가 짐작했던 모습.. 그게 다는 아닌가 봐..

여름 : 남녀관계는 제삼자가 판단할 게 아니잖아.

장미 : 강세아랑 같이 있는 공기태는.. 내가 알던 공기태가 아닌 것 같아. (묘한 기분으로) 뭔가.. 새삼 좀 낯설었어..

여름 : (보면)

장미 : 어떤 게.. 진짜 공기태일까...?

여름 : (물끄러미 보다가 툭) 넌 어떤 게 진짜야?

장미 : (보면)

여름 : 아까부터 기태형 얘기만 하고.. 아직도 가짜 결혼에 감정몰입 중인 거야?

장미 : (머쓱) 내가.. 그랬어...?

여름 : (얼굴에서 장난기 지우고) 너한테 진짜는 누구야?

장미 : 어...? (쑥스러워 헤.. 웃으며) 어.. 그야.. (작은 목소리로) 너...?

여름 : (장미 눈 똑바로 들여다보며) 진짜 나야...?

장미 : (자기도 모르게 살짝 흔들리는 눈빛)

여름 : (장미에게 다가가 키스한다)

장미 : ...!

여름 :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키스..)

장미 : (떨리는 마음으로 살며시 눈을 감으면)



S#37. 펜션 침실 N


기태에게 다가서는 세아.


기태 : 야 너..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데)

세아 : (천천히 다가오며) 여행지에서의 하룻밤.. 별 일 아니잖아.. 누구나 한번쯤 겪는 작은 사고 같은 거..

         아무 것도 달라지는 건 없어.. 돌아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면 돼..

기태 : 잠깐만..


뒤로 물러서던 기태, 침대에 다리가 걸리며 털썩.. 침대에 앉는다.


기태 : 너 진짜 왜 이래... 아이가 갖고 싶은 거면.. 굳이 나 아니어도 되잖아...

세아 :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 지우고 물끄러미) 너 바보야?

기태 : (보면)

세아 : 왜 꼭 너여야 하는지.. 정말 몰라...?

기태 : ......! (보면)



S#38. 방파제 N


장미에게 키스하는 여름. 처음엔 조심스럽고 부드럽던 키스가 점점 깊어지고..

여름, 팔을 뻗어 장미의 허리를 끌어당겨 껴안는데, 순간 자기도 모르게 여름을 확 밀쳐내고 떨어지는 장미.


여름 : ...!

장미 : !!! (내가 왜 그랬지??? 자기가 더 놀라서 헉...! 멈춤자세)

여름 : (조용히 보면)

장미 : (무안할 여름에게 미안해서) 어.. 어어.. 저기.. (허둥대다가) 현희!!! 현희가 걱정돼서. 이훈동이랑 둘이 있잖아..

여름 : 둘이 붙여주려고 부른 거 아냐?

장미 : 아무리 그래도.. 밤에 둘만 두는 건 위험해..

여름 : ... (감정지우고 평소의 쿨하게 웃는 얼굴로) 알았어. 그만 가자.


일어나 앞장서서 걸어가는 여름.

그 뒤를 따르는 장미.. 스스로도 혼란스럽다. 내가 왜 이러지...??



S#39. 펜션 침실 N


기태 :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세아를 올려다보며) 강세아.. 너...

세아 : (기태의 목에 팔을 감고 키스하려는데)


요란하게 울리는 장미 핸드폰 벨.

소리에 멈칫.. 떨어지는 두 사람. 발신자 “현희” 뜬다.



S#40. 민박집 방 N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현희. 전화를 받지 않는 장미. 신호음만 계속되고..

무거운 마음으로 옆을 돌아보면, 대자로 뻗어 태평하게 코골며 잠들어있는 훈동.

그런 훈동을 빤히 쳐다보던 현희, 가방에서 약국 봉지를 꺼낸다.

약국 봉지에서 임신테스트기 나온다.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



S#41. 펜션 침실 N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울리는 장미 핸드폰..

기태, 전화 받아보려는데, 세아, 핸드폰 뺏어 전원 꺼버린다. 툭.. 침대 위로 던져지는 핸드폰.

블라우스 단추 풀기 시작하는데, 쿨한 세아답지 않게 가늘게 떨리는 손.. 기태를 좋아하는 마음.. 그녀 역시 긴장하고 있다.

그런 세아를 보는 기태, 단추 푸는 세아의 손을 가만히 붙잡는다.

그러지 마.. 그만하자.. 눈빛으로 말하며 조용히 세아를 바라본다.


세아 : ... (그녀의 자존심으로는 차마 하기 힘든 말) 주장미.. 때문이야...?

기태 :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말없이 장미 핸드폰 챙겨들고 펜션을 나간다)

세아 : .......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있는 세아.

살면서 좀처럼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해 본 적 없는 그녀.. 자존심 상하고 창피하고.. 가슴이 무너질 듯 아프다.



S#42. 민박집 마당 N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와 여름.


장미 : 현희야.. (부르는데 대답 없고)



S#43. 민박집 방 N


장미 : (조심스럽게 문 빼꼼 열고 들여다보며) 현희야...?


현희는 없고 훈동 혼자 대자로 누워 자고 있다.


여름 : (같이 들여다보며) 화장실 간 거 아냐?



S#44. 민박집 화장실 N


화장실을 들여다보는 장미, 아무도 없네? 돌아서려다 멈칫!

뭔가를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 세면대에 놓여있는 임신테스트기.. 두 줄이다...!!


장미 : !!!!!!!!!!



S#45. 민박집 마당 N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여름 : (평상에 앉아 있다가) 어? 벌써 왔어요? 금방 끝났네? (장난스레 웃으면)

기태 : (뚱하게) 그러는 넌? 왜 혼자야? 신통찮아서 소박맞았나?


화장실에서 나오는 장미, 하얗게 질려서 당황한 얼굴.


장미 : (떨리는 목소리) 혹시.. 현희 못 봤어...?

기태 : 왜? 여기 없어?

장미 : 아무데도 안 보여... 이훈동 혼자 뻗어서 자고 있고...


당황하는 장미 모습에 무슨 일이 생긴 걸 직감한 기태, 장미 손에 들려있는 임신테스트기 보고 멈칫...!!!


기태 : 그거.. 현희씨 거야...?

장미 : ! (테스트기 등 뒤로 감추고) 아, 아니야..

기태 : (눈치 빠른) 설마... 이훈동...??!!

장미 : (울먹) 어떡해...!

기태 : (아 이훈동 그 새끼...!) 참, 현희씨한테서 전화 왔었는데.. (핸드폰 주면)

장미 : (핸드폰 건네받아 전원 켜고 메시지 확인하더니, 얼굴 하얘져서) !!!!

기태여름 : (같이 보고) !

현희E :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돌아갈 곳도 없어요. 여기서도 모두에게 방해만 되는 것 같고..

           미안해요. 나 찾지 말아요.

장미 : 그 몸으로 이 밤에 혼자 어딜 간 거야..? (현희에게 전화 걸면)


민박집 마루에서 울리는 벨소리. 현희의 핸드폰이 마루에 놓여있다.


장미 : (당황) 핸드폰도 두고 갔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태 : (침착하게) 괜찮아. 별 일 없을 거야. 일단 훈동이부터 깨워서..

여름 : (장미 데리고 휙 나가버리며) 일단 근처부터 찾아보자!

기태 : (저것들이...!)



S#46. 바닷가 마을 N


현희를 찾아 헤매는 장미와 여름.


장미 : (여기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현희야...! 현희야...!!



S#47. 민박집 마당 N


마루에 놓인 현희 핸드폰 집어 드는 기태.


기태 : 핸드폰도 막 흘리고.. (무심코 들여다보는데, 잠금 없이 그냥 열린다) 어? 잠금도 풀려있고?

        

최근 검색어 확인해보면 ‘템플스테이’ ‘00사’ 최근 통화내역 확인해보면 ‘00사’


기태 : (픽 웃고) 찾지 말라더니.. 이건 뭐 흘려도 너무 흘렸네...!



S#48. 바닷가 선착장 N


작은 어선들. 일을 나가려고 준비하는 어부들.


여름 : 혼자 다니는 젊은 여자 못 보셨습니까?

어부들 : (고개 젓고)

장미 : (조급한 마음) 저쪽으로 가보자!

여름 : (현희도 걱정되지만 다친 다리로 무리하는 장미도 걱정되고)


그 앞으로 와 서는 기태 차.


기태 : 타! 현희씨 어디 갔는지 알았어!

장미 : (눈 휘둥글) 정말? 어떻게?

기태 : 머리를 썼지. (여름 힐끗) 무식하게 발로 뛰는 게 아니라.

장미 : 지금 어디 있는데??



S#49. 사찰 법당 N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으로 바른 자세로 조용히 참선하는 사람들.

그 속에 섞여 가부좌 틀고 앉은 현희, 살짝 좀이 쑤셔서 살며시 눈뜨면

엄한 눈빛으로 주의 주는 스님. 깨갱! 질끈 눈 감으면.



S#50. 시골길 N


산길을 달리는 기태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는 길.

갈레길 앞에 서는 차.


여름 : (앞좌석의 장미 기태 사이로 얼굴 들이밀며) 여기 아까 왔던 길 같은데?

기태 : (자존심에 길 잃었다고 말 못하고 시침 뚝)

장미 : 뭐야, 너 길 잃은 거야?

기태 : (머쓱) 아까는 오른쪽으로 갔었지?

여름 : 아뇨, 왼쪽이었어요!

기태 : 분명히 오른쪽이었어. 확실해. (고집스럽게 왼쪽으로 꺾고)



S#51. 산길 N


점점 우거진 숲길로 들어가는 자동차.


여름 : 이런데 절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기태 : (애써 태연하게 운전하며) 산속 깊이 고즈넉한 산사가 얼마나 많은데..


점점 좁아지는 산길. 결국 길이 끊겨버리고.


장미 : 길 없잖아!

기태 : (젠장.. 차 돌리는데)


좁은 공간에서 힘겹게 후진하다가 뒷바퀴 진흙에 푹 빠지고. 헉...!


여름 : 빠졌다!

기태 : 걱정 마! 나갈 수 있어! (엑셀 꾹 밟는데 바퀴 헛돌고)

여름 : (한숨) 오늘 안에 가겠나..

기태 : (발끈) 자꾸 옆에서 정신 사납게 굴래?

장미 : 둘 다 시끄러워! 지금 이러고 있을 때야? (문 확 열고 내리면)

여름 : (따라 내려서) 넌 타. 내가 밀게.

장미 : 같이 밀자.

기태 : (나란히 차 미는 두 사람 힐끗.. 흥..)


여름과 장미가 뒤에서 차를 미는데 요란한 소리 내며 헛도는 바퀴..

차는 꿈쩍도 않고 진흙만 잔뜩 뒤집어쓰는 장미.. 으으으...!!!


여름 : 괜찮아?

기태 : (내려서 머쓱) 안 되겠다. 견인차 부르자. (핸드폰으로 전화 걸고)

장미 : (불안초조) 빨리 현희한테 가야 되는데...!!

여름 : 걱정 마. 안전하게 잘 있을 거야.


장미를 따뜻하게 진정시켜주며 장미 몸에 묻은 진흙도 털어주는 여름.

저만치 서서 견인차 부르며 그런 두 사람을 흘끗 보는 기태.


기태 : (전화 끊고 와서) 한 시간쯤 걸린다니까 한여름 너 민박집 가서 훈동이 좀 데려와.

여름 : 제가요?

기태 : 현희씨가 우리 기다리겠냐? 이훈동 없이 우리끼리 가봤자라고.

여름 : (장미 힐끗 보더니) 알았어요.. (장미에게) 쉬고 있어. 금방 올게.

장미 : 고마워 여름아.. 부탁해.

여름 : (뛰어가고)

장미 :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기태 : (장미 옆으로 와 나란히 앉는데)

장미 : (냉랭한 얼굴로 옆으로 옮겨 앉는다)

기태 : ? (썰렁)



S#52. 민박집 방 N


여름 : (훈동을 흔들어 깨우며) 사장님! 사장님!! 일어나 봐요!! 예??

훈동 : (정신 못 차리고) 어, 듣고 있어.. 다 듣고 있으니까 얘기해..

여름 : (겨드랑이에 손 넣어 억지로 일으키며) 아 쫌!! 일어나라고 쫌!!!!

훈동 : 으응 알았어 알았어.. (일어나더니 그대로 여름에게 쭈우욱!! 입 맞춘다)

여름 : (헉!!!!) 아 씨!!!!!! (화들짝 떨어져서 입 닦고)

훈동 : (비식 웃더니 도로 픽 쓰러져 잠들어버린다)

여름 : (씨이!!!)



S#53. 민박집 마당 N


풍덩!!! 찬물이 가득 담긴 고무물통에 던져지는 훈동.


훈동 : (화들짝 깨서 어푸어푸!!) 뭐야, 뭐야...!!!

여름 : (씩 웃으며) 가시죠!

훈동 : 어딜...?



S#54. 산길 일각 N


여름 쌩쌩한 모습으로 앞서서 성큼성큼 걷고 훈동 헉헉거리며 흐느적흐느적 뒤따른다.


훈동 : 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모르겠네! 현희는 왜 혼자 절에 간 것이며! 왜 내가 꼭 현희를 만나야만 하는 것이며!

여름 :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요?

훈동 : 무슨 얘기?

여름 : 직접 들어요. (저만치 앞서나가며) 빨리 와요!!!

훈동 : (멈칫.. 불길한 예감 엄습.. 설마...?)



S#55. 산길 N


기태 : (힐끗 장미 눈치 보더니) 피곤해 보인다. 차에 들어가서 눈 좀 붙여.

장미 : (냉랭한 얼굴로 대꾸도 않고)

기태 : (다가와 앉으며) 상처 좀 보자.

장미 : (다리 치우며 냉랭하게) 됐어! 건들지 마!

기태 : 왜 나한테 짜증이야? 그래도 같이 고생하는 사람한테.

장미 :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내가 현희 전화만 받았어도 현희 안 사라졌어!!

기태 : 펜션에다 핸드폰 갖다놓은 거 너야!

장미 : 위치추적 그거 다 너한테 배운 거야! 얼마나 너한테 당했으면!

기태 : (흥!) 얼마나 남자랑 자고 싶었으면!

장미 : 뭐어?? (열 확 뻗쳐서) 그래!! 자고 싶었다!! 남자에 환장해서 바로 옆에 있는 현희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몰랐다!!!

기태 : (보면)

장미 : (미안함과 자괴감에) 현희는 나한테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러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눈물 그렁해져서) 혹시 현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는 날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기태 : (미안해지고)

장미 : 원래 내 오지랖이면 벌써 알아채고도 남았을 텐데.. 내가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어.

         안 그래도 현희 걔, 내가 결혼 준비하느라 자기한테 소홀한 거 같다고 섭섭해 했어..

         진짜 결혼도 아닌데 난 뭘 그렇게 미친년처럼 열중했던 거지...?

기태 : ...

장미 : 사람이 가상현실에 너무 몰두하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데 내가 그런가 봐. 솔직히 너무 혼란스러워..

기태 : (무슨 소리지...?)

장미 : (혼란스러운) 널 신경 쓰느라 현희도 놓치고.. 심지어 한여름이랑 있는데도.. 니 생각이 났어...!!

기태 : ......!

장미 : 니가 뭐라구.. 넌 가짠데...! 너 때문에 진짜는 다 놓쳐버리고...!! (기태를 홱 돌아보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구!!!

기태 : (그대로 훅...! 기습키스 해버린다)

장미 : .......!!! (눈 똥그랗게 뜨고)

장미Na : 우리가 너무 멀리 와버린 걸까요...?


풀벌레 우는 숲.. 키스하는 두 사람.


장미Na : 돌아가면 모두 없던 일이 될까요...?


저만치 숲길에 우뚝 얼어붙어 서있는 여름, 장미와 기태를 바라본다.

세 사람의 모습에서.


장미Na : 돌아갈 순.. 있을까요...?























첨부파일 연애 말고 결혼 9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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