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말고 결혼] 10
S#1. 공씨네 거실 D
비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장미. 냉정한 얼굴로 마주 앉은 신봉향.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며 눈싸움하는 두 여자.
장미 : 이게 정말.. 어머니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신봉향 : 물론이지.
장미 : (똑바로 보며) 정말 소중하세요...?
신봉향 : 그래. 그러니 너도 소중하게 여겨다오.
묵직한 수석을 턱! 집어 드는 장미, 살기 넘치는 눈빛.. 머리 위로 있는 힘껏 치켜드는 수석!!
신봉향 : (커다랗게 뜨는 눈) .......!
점순미정 : (겁에 질려서 헉...!!!!)
기태 : 주장미.......!!!
두 손으로 무언가를 힘껏 쾅...!!!! 내리찍는 장미 모습에서.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10회.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들키지 말아야 할 것”
S#3. 백화점 명품매장 D
매니저 : 우리가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반듯한 자세로 나란히 서있는 장미와 현희. 오픈 전 아침 조회 중이다.
매니저 : 그게 뭘까? 대답해 볼래요?
장미 : (머릿속으로 뭔가 떠올리며 ‘심란한’ 얼굴이 되고)
현희 : (머릿속으로 뭔가 떠올리며 ‘설레는’ 얼굴이 되면)
S#4. 숲길 일각 (flashback) N
장미에게 기습키스하는 기태.
눈 똥그랗게 뜨고 놀라는 장미. 이내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감기는 눈..
이훈동E : (멀리서 들리는 소리) 야! 같이 가...!!
소리에 화들짝!!! 기태에게서 떨어지는 장미. 그대로 얼음처럼 굳는다. 이게 뭐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숲길 저쪽에서 나타나는 여름.
헉!!!! 여름의 기색을 조마조마 살피는 장미. 봤나...???
여름 : (태연하게) 다녀왔어. 견인차 아직 안 왔어?
장미 : (벌떡 일어나) 어! 여름아! (허둥대며) 어, 저기, 이훈동은?
여름 : (뒤쪽을 가리키면)
훈동 : (저만치에서 헉헉거리며 흐느적흐느적) 자다가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기태 : (이훈동 저 자식...!)
장미 : (아무것도 못 봤나...? 힐끗 여름의 눈치를 살피고)
기태 : (그런 장미를 보고)
여름 :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사장님! 빨리 와요!! 현희씨 기다려요!!!
S#5. 사찰 N
땀 송글송글 맺힌 채 다들 열심히 108배하는 사이에서 눈에 띄게 꾀부리는 현희. 허리도 쑤시고 무릎도 아프고 죽을 맛이다.
스님과 눈 마주치면 얼른 허리 숙이고 절하는 시늉하는데.
훈동 : 현희야..
현희 : ! (돌아보더니, 휙 도망쳐버리고)
훈동 : (머뭇머뭇 뒤를 돌아보면)
저만치 뒤에서 장미, 기태, 여름, 못 도망가게 딱 버티고 서있다. 힝..
S#6. 사찰 방 N
후다닥 방으로 피하는 현희, 뒤이어 훈동이 따라 들어온다.
현희 : (벽 쪽을 향해 앉으면)
훈동 :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삐질삐질) 저기.. 현희야.. 그러니까.. 음...
현희 : (돌아앉은 채) 그냥 가세요.
훈동 : 어.. 그래.. 니가 정 그렇다면.. (나야 고맙지.. 얼른 일어나려는데)
현희 : (툭) 나한테는 선물이거든.
훈동 :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
현희 : 이 선물이..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일까 봐..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고 싶은 재앙일까 봐..
그럴 바에는 조용히 나만 알자.. 하늘이 준 선물.. 소중히 간직하자..
훈동 : (진지해지는 얼굴)
현희 : (눈가에 고이는 눈물) 짧은 순간의 침묵도.. 난 너무 슬플 것 같거든...
훈동 :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 입술 꾹 깨물고)
현희 : 가세요.. 보내줄게요.. 오빠한테 아무 피해.. 안 가게 할게요..
훈동 : (와르르 무너지는 마음...! 현희를 등 뒤에서 와락 끌어안아버린다)
현희 : ......!
훈동 : (연민과 고마움.. 복잡한 감정으로) 어쩌려고...! 하필 나 같은 놈한테...!
현희 : 오빠.....! (닭똥 같은 눈물 뚝뚝 떨어지고)
훈동 : (벅찬 마음.. 찔끔 눈물까지 나고) 현희야아....!!
서로를 와락 부둥켜안는 두 사람.
현희 : (훌쩍이며) 사실은.. 나도 혼자 뭘 어떻게 할지.. 너무 무서웠어요..
훈동 : (가녀린 그녀를 꼭 껴안아주며) 걱정 마.. 내가 지켜줄게.
믿음직한 모습으로 현희를 다독이는 훈동.. 그런데 어째 점점 분위기가 야릇하게 흘러간다.
훈동의 손이 더듬더듬 내려오더니 현희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데..
쿵!!! 열리는 방문. 붉으락푸르락 버티고 서있는 스님.
훈동 : (헉!!!)
현희 : (꺅!!!)
스님 : (손가락으로 두 사람 가리키며 나가라고 손짓)
S#7. 백화점 명품매장 D
장미 : (한숨 푹...!)
현희 : (웃음 킥킥!)
매니저 : (매서운 눈빛으로) 조회 시간에 딴 생각해요?
장미현희 : (화들짝 정신 차리면)
매니저 : 휴가 때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자유지만 출근한 이상 일에만 집중해줘요!
고객들 앞에서 우리는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에요.
사적인 일이나 감정은 절대 들키지 말라고! 알겠어요?
장미현희 : (바짝 긴장하고) 네 매니저님!
조회 끝나고 각자 자리로 흩어져 오픈 준비.
장미 표정관리 안 되고 계속 심란한 얼굴로 진열대 닦는데 핸드폰에 기태 전화 온다.
멈칫.. 거절해버리는 장미.
장미 : (핸드폰 치우고 걸레질하며 중얼중얼) 생각하지 말자...! 잊어버리자...!
현희 : (얼굴 슥 들이밀고) 뭘요?
장미 : (흠칫) 어? 그냥 좀 피곤해서.. (말 돌리는) 현희 넌? 괜찮아? 입덧은?
현희 : (밝은 얼굴) 아직 안 해요. (가볍게) 걱정 마요. 나 곧 그만두니까.
장미 : ?? 그만둬?
현희 : (설레는) 결혼준비하려면 정신없을 거 아니에요.
장미 : 결혼...? 벌써 거기까지 얘기가 된 거야?
현희 : 배 나오기 전에 잽싸게 해치워야죠. 오빠가 어머니께 말씀드린댔어.
장미 : (걱정되는) 그게.. 그렇게 쉽진 않을 텐데.. 그 어머니를 내가 좀 알거든..
S#8. 훈동 집 앞 D
훈동이 팬티 바람으로 대문 밖에 내동댕이쳐진다. 등 뒤에서 쾅! 닫히는 대문.
훈동 : (대문에 매달려서) 아 엄마!!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이건 진짜 아니지!!!!
흘끗대며 지나가는 행인들.
훈동 : (몸 잔뜩 움츠리고 처절하게) 엄마!!! 엄마아!!!!!!!!
S#9. 백화점 입구 D
성큼성큼 백화점으로 들어서는 훈동모. 심상치 않은 무시무시한 포스..
S#10. 백화점 명품매장 D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훈동모.
현희 : (누군지 꿈에도 모른 채 상냥하게)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훈동모 : (현희의 명찰을 흘끗 보더니) 너니?
현희 : 네...?
훈동모 : (무시무시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장미 : (훈동모 보고 헉!!! 황급히 현희 앞을 막아선다)
훈동모 : 어머나? 이건 또 누구야? 여기서 보니까 더 반갑네?
장미 : 저기요 어머니, 여기선 좀..
훈동모 : (호통) 감히 누구더러 어머니야!!!
장미현희 : (움찔)
소란에 달려오는 매니저.
매니저 : 고객님? 무슨 일이신지..
훈동모 : 그쪽이 여기 샵마스터?
매니저 : 네. 저희 직원들이 무슨 실수라도...?
훈동모 : 실수? 실수라는 건 의도치 않게!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잘못이 실수지!
계획적으로 저지른 잘못은 실수라고 하는 게 아니지!!
매니저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훈동모 : 하나는 우리 아들 목숨까지 위협하던 스토커에, 하나는 아주 계획적으로 우리 아들을 자빠뜨려선.. (큼!)
둘이서 작정하고 공모를 했더라고!!
매니저 : (차분하게) 사적인 일로 기분이 상하신 것 같은데요..
훈동모 : 이게 어째서 사적인 일이야!! 직원교육을 대체 어떻게 했길래 여기서 일하는 것들이 죄 꽃뱀이냐고!!
니들 여기서 일하는 것도 다 하이클래스랑 어떻게든 엮이고 싶어서잖아!! 내 말 틀려??
장미 : 네! 완전 틀리셨습니다!!
매니저 : (장미를 막아서며)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장미 : 매니저님! 저희 잘못한 거 없습니다!
매니저 : 두 사람 때문에 다른 고객님들께 방해가 되고 있어요.
장미 : (돌아보면)
무슨 일인가? 흥미진진 이쪽을 힐끗거리는 사람들.
현희 : (울먹)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울면서 휙 뛰어간다)
매니저 : (정중히 조아리며) 저희 직원들 때문에 언짢으셨다면 부디 마음 푸세요.
훈동모 : (흥!) 그쪽 봐서 오늘은 이만 돌아가죠! 직원단속 똑똑히 해요!! (휙 가면)
매니저 :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장미 : 죄송합니다 매니저님..
매니저 : 사적인 일 끌어들이지 말라고 주의 준 게 언젠데..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요. 두 번짼 나도 안 봐줘요.
장미 :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 꾹 누르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매니저 : (작게 한숨 섞어서) 현희씨한테 가 봐요.
장미 :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면)
S#11. 백화점 직원화장실 D
거울 앞에서 훌쩍이며 휴지로 눈물 닦아내는 현희.
장미 : (화장품 파우치 건네며) 이거 써.
현희 : 고마워요.. (화장 고치기 시작하고)
장미 : 진짜 너무하잖아.. 직장까지 찾아와 난리치는 것도 황당한데,
단지 백화점 직원이라는 이유로 왜 우리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빌어야 하냐구...!!
현희 : (담담하게) 이 자리에 서있는 한 우린 사람이 아니고 상품이니까.
장미 : (보면)
현희 : 언닌 그런 생각 안 해요? 난 백화점에 하루 종일 서있으면 내가 핸드백이 된 것 같던데..
(서글픈 얼굴로) 그래서 되도록 빨리 뜨고 싶어요.
장미 : ...
현희 : 제일 예쁜 신상품일 때.. 내가 가장 비싼 값일 때 팔리고 싶어요. 시즌 놓치고 아울렛으로 밀려나기 전에..
장미 : (안쓰러운) 현희야...
현희 : (애써 밝게 웃어 보이며) 나 괜찮아요 언니. 이 정도도 예상 못했을까봐?
생각보다 싱겁던데 뭐, 뺨이라도 맞을 줄 알았는데. (볼에 퍼프 톡톡톡)
장미 : (짠한 마음으로 보면)
S#12. 커피숍 D
훈동모 : (찻잔 거칠게 내려놓으며) 뺨이라도 한 대 날려주는 건데!!
마주 앉아 커피 마시는 신봉향과 훈동모.
신봉향 : (미소로 달래며) 잘 참으셨어요.
훈동모 : 장민지 백합인지 하는 짓이 터무니없이 맹랑하잖아요. 우리 훈동이 스토킹하다 안 되니까
바로 옆에 친구 기태로 갈아타더니만, 우리 훈동이한텐 지 친구를 엮어놓다니! 무슨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신봉향 : (점잖게) 유구무언이지요. 친구 여자 가로채고, 사귀던 여자의 친구한테 집적거린 것도 우리 아들들이니까.
훈동모 : (속 터져) 그래서!! 신여사님은 정말 기태랑 주장미 결혼시킬 거예요??
신봉향 : 일단 결혼을 진행시켜보세요.
훈동모 : 뭐라구요?
신봉향 : 딸들이 감춘 욕망은 대개 그 엄마한테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더군요.
결혼의 목적이 순수한 사랑인지..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지.
훈동모 : (눈을 빛내며 끄덕끄덕) 맞아요.. 그렇죠..
S#13. 봉 위켄드 D
현희 : (놀라서 눈 똥그랗게 뜨고) 상견례??
훈동 : (현희 옆에 앉아 의기양양) 그래 상견례! 내가 뭐랬어! 오빠만 믿으랬지?
현희 : (너무 쉽게 떨어진 결혼허락에 얼떨떨) 허락하신 거예요..?
장미 : (맞은편에 앉은) 잘됐다! 그래도 현희 널 보고 나서 마음이 좀 움직이셨나 보다. 축하해!
훈동 : 상견례 언제 할까? 울 엄만 최대한 빨리 하재.
현희 : (곤란한 표정으로 미묘하게 뭔가 머뭇거리며) 어쩌지? 당장은 좀.. 부모님이 크루즈 여행 중이셔서..
몇 달 뒤에나 돌아오실 거예요.
장미 : 크루즈..?
훈동 : 아 그래? (의외로 좀 사나? 슬쩍) 부모님.. 무슨 일 하시는데?
현희 : 그냥 작게 사업하세요. 패션관련 무역회사..
훈동 : (티나게 슬쩍 밝아지는) 그렇구나..
장미 : 나도 처음 듣는 얘기네..? 부모님 얘기 한 번도 한 적 없었잖아.
현희 : 워낙 독립적으로 커서.. 결혼도 내 일이니까 내가 알아서 하라고 하실 분들이에요.
상견례는 생략해요. 우리 엄마 아빠는 결혼식 때 보면 되지 뭐.
훈동 : 그래..? (그래도 되나 싶어서 갸웃) 그래도 인사는..
현희 : (얼른 말 돌리는) 오빠, 우리 명품이가 배고프대요.
훈동 :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호들갑) 뭐? 우리 명품이가 배가 고파??
마침 음식을 가져오는 여름,
여름 : (현희 앞에 음식 놔주며) 주문하신 명품 파스타 나왔습니다.
장미 : (썰렁) 아기 태명이 명품...??
훈동 : (현희 손에 포크 쥐어주며) 자, 많이 먹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응?
현희 : 살찌면 웨딩드레스 핏 안 예쁠 텐데.. (한입 먹고 두입 먹고 계속 먹는)
장미 : (피식 웃고)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일어나면)
여름 : 벌써 가려고?
장미 : 어. 눈꼴 시려서.
때마침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는 기태.
기태와 마주치자마자 홱!!! 돌아서는 장미. 앉았던 자리에 도로 턱! 앉는다.
현희 : 간다면서요.
장미 : (흐..) 좀 이따 가려구...
기태 : 여기들 모여 있었네? (장미 옆에 와서 앉으면)
장미 : (흠칫! 벌떡!!! 일어나면서) 아 그냥 가야겠다!
훈동 : 뭐하는 거야 정신 사납게 앉았다 일어났다..
여름 : (쟁반 들고 저쪽으로 가며) 가지 말고 좀 기다려. 나 일 금방 끝나.
장미 : 어? 어어.. (어쩌지? 기태 힐끗 보고)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 (기태를 피해 후다닥 도망쳐 나가는 장미)
기태, 픽 웃고.. 왜 저래? 갸웃거리는 훈동과 현희.
저쪽에서 테이블 치우는 여름, 도망치는 장미를 한번 흘끗 보는 시선.
S#14. 봉 위켄드 밖 D
한쪽에 서서 여름을 기다리는 장미. 괜히 발로 툭툭 땅을 찬다.
기태 : 그러다 다 들키겠다.
장미 : (목소리에 흠칫!!! 돌아보고) 뭐, 뭘!
기태 : 차라리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지 그래. 우리 키스했다!
장미 : (헉!!! 황급히 손바닥으로 기태 입을 틀어막는다)
기태 : (읍!)
장미 : (누구 본 사람 없나? 홱! 홱! 고개 돌려 확인하더니 기태를 끌고 가고)
기태 : (입 틀어 막힌 채 끌려가며 읍! 읍!!)
S#15. 봉 위켄드 안 D
현희 : (턱 괴고) 저 두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요?
훈동 : ? (현희가 바라보는 쪽 보면)
창밖으로 장미가 기태를 끌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장미가 기태의 목에 팔을 걸어 매달리듯 바짝 밀착한 뒷모습..
현희 : 사기 치는 거라면서 너무 붙어 다니고.. 붙어 다니다 정든 거 아니에요?
훈동 : 하긴, 둘이 막 기태 혼자 사는 집에도 드나들던데.. 기태 쟤가 절대 누굴 집에 들이고 그러는 애가 아니거든.
현희 : 남녀가 단둘이 한집에??
여름 : (얼굴 쑥 들이밀고 끼어들며) 모르셨구나, 나 기태형이랑 같이 사는 거.
현희 : (멈칫)
훈동 : 뭐?? 같이 살아...???
여름 : 잘 때도 꼭 끌어안고 같이 자는 사인데. (싱긋) 저 퇴근해요. (나가고)
훈동 : (썰렁한 얼굴로) 그럼.. 기태가 죽어도 결혼 안 하는 게.....!!!
현희 : 장미언니랑 한여름이랑 만나는 줄 알았는데...?
훈동 : 왜, 그것도 사기극일 수 있지! 연막작전!
현희 : 오...!! 그거 말 되네?
S#16.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장미 : (기태 끌고 들어와서 문 닫고) 너 왜 이래??
기태 : 너야말로 왜 이래? 내 입으로 내 맘대로 말도 못하게 하고.
장미 : 니 입!!! (발끈했다가 끙.. 삭히고) 그 놈의 입이 문제라고......!!
기태 : (피식) 혹시 내 입술만 봐도 설레? 가슴 뛰고? 그래서 나 피하는 거야?
장미 : 무슨!! (발끈하려다가 끙.. 삭히고) 그래.. 솔직히 나 너 피했어. 난 나를 알거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쿨하게.. 난 그런 거 못하거든. 너랑 마주치면 난.. 그 얘길.. 꺼낼 수밖에 없거든.
기태 : (보면)
장미 : (긴장한 얼굴로 머뭇거리며) 혹시.. 너..
기태 : (덩달아 살짝 긴장하지만 내색 않고 보면)
장미 : (도저히 못 물어보겠다! 눈 질끈 감아버리더니) 너 나 좋아해???
기태 : (그런 장미가 귀여워서 쿡! 웃는다)
장미 : (질끈 감았던 눈 슬며시 뜨고) 웃었어?
기태 : 그럼 울까?
장미 : (긴장 풀리며) 다행이다...!! 난 또.. 니가 나한테 진지해진 걸까봐..
기태 : (슬쩍 썰렁해져서 본다.. 안 진지해서 다행이라고...?)
장미 : 좀 혼란스러웠거든.. 우리 사이는 뭘까.. 분명히 연기였는데.. 결국엔 혼자 있기 위해서 잠시만 같이 있는 건데..
게다가 나한텐 한여름이 있는데... 미안하지만 너한테 선을 그어야 하나...
기태 : (자존심..) 누가 누구한테 선을 그어? 여태 선 넘지 말래도 주구장창 선 넘어온 게 누군데!
장미 : (멋쩍어서 긁적) 그치? 니가 날 좋아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
기태 : ...
장미 : (아직 궁금한 게 남은) 근데.. 그럼.. (힐끗) 그 키스는 뭐였어...?
기태 : (심통) 니가 하도 종알종알 시끄러워서 입 좀 닥치게 하려고 그랬다!
장미 : (기막혀 허!) 뭐?? 그렇다고 그런 걸 막 그렇게 함부로...!
기태 : (심술) 왜? 그렇게 좋았어? 진짠지 가짠지 헷갈릴 만큼?
장미 : (발끈) 아니거든! 키스도 더럽게 못하면서!!
기태 : (발끈) 뭐??
장미 : 암튼!! 그 키스도 아무 의미 없는 거지??
기태 : (시선 피하며 무뚝뚝한 얼굴로) 없지 그럼!
장미 : 그래! 그 날은 좀 이상한 날이었잖아! 갑작스런 여행에! 술도 한 잔씩 했고! 다리도 다쳤고! 현희도 없어졌고!
밤새 산길을 헤매고 돌아다니느라 몸도 완전 녹초였고! 판단력이 흐려져서 잠깐 삐끗 사고난 거야! 그치?
기태 : 그래, 아주 처참한 사고였지!
장미 : 그럼 이제 지워버리는 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어?
기태 : 난 벌써 잊어버렸거든? 니가 쓸데없이 자꾸 상기시키고 있잖아.
장미 : 다른 사람들한테 절대 들키지 마.
기태 : 너만 조심하면 돼! 흥!
문 벌컥 열어젖히는 장미. 문 앞에 여름이 서있다!
장미 : (화들짝!!!) 엄마야!!!!!!
여름 : (픽 웃으며) 뭘 그렇게 놀라?
기태 : (힐끗) 왜 왔냐?
여름 : 주장미 찾으러요.
장미 : (당황)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여름 : 난 다 알거든. (얼굴 바짝 들이대고 낮은 목소리로) 니가 어디서 뭘 하든.
장미 : (괜히 죄 지은 것 같은 기분. 눈치 살피며.. 들었나...?)
여름 : (아무것도 못 들은 듯 태연한 얼굴로) 가자. (장미 데리고 가면)
기태 : ... (복잡미묘 씁쓸한 얼굴이었다가.. 확 성질!!) 뭐...? 더럽게 못해...??
S#17. 커피숍 D
어색한 분위기 속에 마주 앉은 신봉향과 나소녀.
나소녀 : (목이 타 물 홀짝 마시고) 지난번엔 제가 실례를 좀 했습니다.
신봉향 : (우아한 미소) 파혼이라는 게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서 큰 흠일 수 있으니까요.
따님을 주실 수 없다면 저로선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요.
나소녀 : 아니, 그땐 너무 놀라고 욱한 마음에..
신봉향 : 기태가 결혼할 뻔했던 여자와 여전히 각별한데, 당연히 화나시죠.
나소녀 : (끙.. 열 누르고) 전 공서방을 믿어요. 장미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신봉향 : 글쎄요,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두 번째는 더 잘해줘야지, 모자람 없이 베풀어야지.. 그렇게 최선을 다했었는데..
저도 이제 좀 자신이 없네요.
나소녀E : (살짝 당황하는 얼굴 위로) 이게 뭐야.. 어쩌다 전세가 역전된 거야...?
신봉향 : (태연한 얼굴로 커피 마시고)
나소녀 : (별 수 없이 숙이는) 제가 참.. 잘못 생각했어요.. 사부인께 죄다 맡겨놓고 나 몰라라.. 그래선 안 되는 거였는데.
(슬쩍 반격) 결혼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건 말이 안 되죠.
신봉향 : (짐짓 미소) 어째, 제가 독단적이라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나소녀 : (단호하게) 지금부터는 저희도 딸 가진 부모로서 해야 할 도리, ‘제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사부인도 우리 장미, ‘제대로’ 대접해 주세요.
신봉향 : 댁에 사정을 고려해서 나름 배려한 건데.. 오히려 섭섭하셨나 봅니다.
나소녀 : (울컥! 자존심!!) 일단! 저희 쪽에서 날부터 잡겠습니다!
신봉향 : (갸웃) 날을 그쪽에서 잡으시게요?
나소녀 : 택일은 보통 신부 쪽에서 하는 게 관례라고 하던데, 모르셨나 봐요?
신봉향 : (흔들림 없이 미소 지으며) 신부측에서 여러 날을 받아오시면 신랑측에서 그 중 적당한 날을 고르는 게
‘제대로’ 된 관례라고 알고 있는데요.
나소녀 : 네 뭐.. 그럼 그러시든지요..
신봉향 : (끝까지 우아한 미소) 그럼 앞으로는 ‘제대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소녀E : (끝까지 당한 기분) 뭐지..? 왜 자꾸 말리는 것 같지...??
S#18. 거리 D
나란히 걸어오는 장미와 여름. 그 옆을 빠른 속도로 휙 지나가는 자전거. 찌릉찌릉!
여름 : 조심! (장미 허리를 껴안듯 끌어당긴다)
장미 : ...!
순간 어색해지는 장미.. 얼른 떨어지려는데 한 팔로 장미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놔주지 않는 여름.
여름 : (장미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장미 : (살짝 당황) 왜, 왜..
여름 : 키스하고 싶어서.
장미 : (움찔!) 지금.. 여기서...?
여름 : 왜? 안 돼?
장미 : (왠지 모르게 어색한 기분.. 어쩌지...? 눈알 굴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여름의 입술.. 장미의 입술에 닿기 직전, 요란하게 울리는 장미 핸드폰 벨.
장미 : (화들짝!!! 떨어져서 과하게 반응하는) 어머!!! 전화가 왔네?? 왜 하필 이럴 때 전화가 왔을까?? 아이 참 누구야 진짜..
(허둥대며 가방 뒤적뒤적)
여름 : (허둥대는 장미 모습 보면)
장미 : (핸드폰 꺼내보면, 기태 전화다) 공기태네..? (힐끗.. 받으려는데)
여름 : (핸드폰 탁! 낚아채더니 자기가 전화 받는) 네 형.
장미 : ...!
기태E : 왜 니가 받아?
여름 : 장미가 지금 좀 정신이 없거든요. 나한테 정신 팔려서.
기태E : ...주장미 바꿔.
여름 : 나중에 통화하시죠.
기태E : 급한 일이야.
여름 : 그럼 저한테 말씀하시든지.
장미 : (두 남자의 신경전이 불편한)
여름 : ...! (멈칫) 결혼식 날을.. 잡아요...?? (장미를 홱 돌아보고)
장미 : !!! (보면)
S#19. 철학관 D
역술인 : (떨떠름한 얼굴로) 사주만 들고 오시지, 왜 굳이 같이 오셨을까?
나소녀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기태, 멋쩍은 얼굴로 배식..
나소녀 : (걱정되는) 왜요? 뭐가 많이 안 좋은가요...?
역술인 : (눈 착 내리깔고) 재,관이 득세를 하여 일주가 극히 신약하고 견겁이 강해 크게 복이 많지 않은 사주입니다.
나소녀 : (무슨 뜻이지...?)
역술인 : 이런 사람은 대인관계가 좋을 수가 없어요. 주위에 사람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 없겠어요.
저 혼자만 외로우면 다행인데, 옆에 있는 사람까지 외롭게 만드는 아주 고약한 사주예요.
기태 : (끙.. 괜히 면목 없어 나소녀 눈치 힐끗 보고)
나소녀 : (점점 썰렁하게 식어가는 표정) 저 그럼.. 우리 딸은..
드르륵! 문 열고 들어서는 장미.
장미 : 엄마!!
역술인 : 따님은 ‘식신생재’로 돈이 많은 사주이며 관성이 잘 자리하고 있고 사주중화가 좋아 근래에 보기 드문 복 있는 사줍니다.
장미 : 뭐라는 거야...??
나소녀 : (장미 손잡아 끌어다 기태 옆에 앉히며) 일단 좀 앉아봐.
역술인 : 남자분은 이 여자분 놓치면 후회할 것이며 또한 바보 소리를 듣겠습니다. 여자가 남자를 수렁에서 건져낼 궁합이에요.
벌써 여자 덕에 죽다 살아난 적 있죠?
기태 : ...!
flashback insert> 3부
화장실에 갇혀있던 기태를 구해주던 장미.. 화장실에서 끌어안던 두 사람.
장미 : (괜히 으쓱)
나소녀 : (불안한) 여자는요? 결혼하면 손해라는 말씀이세요?
역술인 : 뭐 크게 걱정은 마세요. 남녀궁합에서 제일 중요한 속궁합이 끝내주니까.
나소녀 : 속...? (헛기침 흠!)
기태 : (풉...!)
장미 : (움찔...!)
기태 : (장미 어깨에 팔 척 올리며 능청) 그럼요! 환상이죠! 찰떡궁합!
장미 : (팔꿈치로 기태 옆구리 퍽!)
기태 : (윽!!)
나소녀 : (피식..)
역술인 : 한 가지 조심할 점은, 서로 좀 솔직해져야 할 겁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걸 겁내지 마시고.
(무심하게 툭 던지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장미기태 : (서로 흘끗.. 눈빛을 마주친다)
S#20. 철학관 밖 D
밖으로 나오는 나소녀와 장미.
장미 : (나소녀에 붙어서) 결혼 다시 생각해 본다며 벌써 풀려서 날을 잡아요? 물러터진 줄 알아! 쉽게 본다고!
기태 : (장미와 나소녀 사이 끼어들어) 쿨하신 거지! 너그러우신 거고!
장미 : (이게..!) 손해 보는 장사라는데 뭘 서둘러? 결혼식 날짜라도 좀 늦추든지!
기태 : (나소녀 팔짱끼고) 저녁 뭐 드시겠어요?
나소녀 : 됐으니까 오붓하게 시간 보내. 둘이 그게 그렇게 좋다는데.
장미 : (화끈!) 아 엄마!!!
기태 : (꾸벅!) 감사합니다 장모님! 사랑합니다!!
나소녀 : (피식.. 웃으면서 손 흔들어 택시 잡고)
장미 : (기태 째려보면)
기태 : (내가 뭘? 어깨 으쓱)
S#21. 거리 (저녁) (*여름과 걸었던 거리)
장미, 앞서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기태, 주머니에 손 꽂고 어슬렁 뒤따라오는데.
장미 : (홱 돌아서더니) 더 이상 거짓말 못하겠어!
기태 : 왜 또.. 못 한다 못 한다 그러면서 여태 잘만 해왔으면서.
장미 : 원래 나는 속이고 숨기고 비밀 만드는 거 딱 질색인 사람이야! 너 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하면 안 되는 말도 자꾸 생기고!! 여름이한테도...!! (한숨) 좋아하는 사람한테 비밀이 있다는 거..
괜히 떳떳하지 못한 기분이 들어서.. 좀 불편해..
기태 : (좋아하는 사람...?)
장미 : 역술인 말 못 들었어? 우리 솔직해져야 한다잖아.
기태 : 완전 돌팔이던데 뭐. 니가 날 수렁에서 건져? 니가 수렁이라면 모를까!!
그때, 아까와 똑같이 옆으로 휙 지나가는 자전거 찌릉찌릉!!
이번엔 장미가 기태의 팔을 붙잡아 확 끌어당긴다. 슬로우로 서로 끌어안으며 밀착하는 두 사람.. 두근...!
여름에게선 급히 떨어지려했던 장미, 기태의 품에 안긴 채 두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길고 깊은 눈맞춤...!!!
자전거 지나가고 슬로우 풀리면, 앗 뜨거! 화들짝 떨어지는 두 사람, 서로 시선 피하며 분위기 어색해지고.
장미 : 봐.. 니 옆에 있으면.. 자꾸 뭔가.. 애매한 일들이 생기잖아..
기태 : ... (낮게 한숨) 알았으니까 시간을 좀 줘. 나도 방법을 생각해볼 테니까..
장미 :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기태 : 솔직한 게 능사는 아니야. 솔직하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것도 아니고..
S#22. 예식장 상담실 D (다른 날)
호화롭고 럭셔리한 상담실. 나소녀와 신봉향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나소녀 : 서로 좀 솔직해져야 한다길래,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들은 그대로 전해드리는 거예요.
한 마디로 남자가 훨씬 득보는 결혼이래요.
신봉향 : (무시하고) 홀 분위기는 마음에 드세요?
나소녀 : 네 뭐.. 식이야 뭐 언제 어디서 올리든 잘 살거래요. 우리 장미 덕으로.
신봉향 : (계속 무시하고 직원에게) 식사 메뉴 좀 보여주시겠어요?
상담직원 : 네 여기.. (메뉴 건네면)
신봉향 : (나소녀에게 보여주며) 여긴 프렌치 코스가 괜찮아요.
나소녀 : (보면)
읽어봐도 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호화 코스요리가 나열되어있는 메뉴, 쭉 훑어 내려가면 맨 아래 적혀있는 금액 145,000원!
나소녀 : (헉!!!) 아니, 5만원 봉투 들고 4인 가족이 우르르 오기라도 하면...!! (헛기침 큼!)
제 말은 손님들이 부담스러워하실 거라는 거죠.
신봉향 : 그래서 축의금을 아예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만. 어떠세요?
나소녀 : 네? 아니, 그래두.. 그 동안 뿌린 게 있는데.. 우리는 자식도 장미 하나고..
신봉향 : 저희도 기태 하난데.. 하나뿐인 자식 혼사에 쿠폰장사하기 민망해서요.
나소녀 : (기막혀!) 뭐라구요?? 아니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 미풍양속인데요...!
큰일 있을 때 십시일반 서로 돕고.. 그 뭐냐, 이웃간에 정도 확인하고...!!
신봉향 : 전 또, 물질로 마음을 전하는 풍속에 거부감이 있으신 줄 알고..
나소녀 : 제가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신봉향 : (미묘한 미소)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나소녀 : (그러니까 더 신경 쓰이는) 뭔데요? 괜찮으니까 말씀해 보세요!
신봉향 :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저 그게..
S#23. 백화점 돌침대 매장 D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카드를 내미는 손. 크게 한 방 얻어맞은 얼굴로 사인하는 나소녀..
신봉향 : (돌침대에 앉아서) 약속한 날 배달이 오지 않아서 알아보니까.. 글쎄 환불을 했더라구요.
그래서 괜히 사부인을 오해했지 뭐예요..
나소녀 : (지른 김에 에라 모르겠다! 확 지르는) 또 필요하신 거 말씀하세요. 제대로 하기로 했으니까 제대로 준비하죠 뭐!
신봉향 : (손사래 치며 사양하는) 현물예단은 이 정도로 간소하게 하시죠.
나소녀E : (멈칫) 현물예단‘은’...?
나소녀 : (헛기침 흠! 슬며시 눈치보며) 그럼.. 현금예단은...? 얼마나...??
신봉향 : (예의바르고 상냥하게) 마음이 허락하시는 선에서 준비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양하고 싶어도 사부인께서 ‘제대로’ 하길 원하시니까..
나소녀 : 아 네.. 그럼 알아서 준비하죠.. (이 악물고 썩소) 제대로...!!
S#24. 호프집 D
대걸레로 바닥청소를 하는 주경표.
나소녀 : (이쪽으로 고개 들이밀고) 여보?
주경표 : (쳐다도 안 보고 묵묵히 걸레질)
나소녀 : (저쪽으로 고개 들이밀고) 여보?
주경표 : (홱 저만치 자리 옮겨가서 걸레질)
나소녀 : (쪼르르 쫓아가며) 아 여보오.. 말 좀 해봐 좀.
주경표 : (확 돌아서서) 말 같아야 대꾸를 하지!! 딸 시집보내자고 가게를 내놔??
나소녀 : 그럼 어떡해.. 알아보니까 그 정도 집이면 큰 거 한 장은 써야 한다는데..
주경표 : 2백만 원 넘는 돌침대를 다섯 개나 쐈는데! 무슨 천만원씩이나 또 줘!!
나소녀 : (미안한 얼굴로) 천만원이 아니라..
주경표 : 아냐..? (헉!!!) 어.. 어.. (억....! 입 떡 벌리고 소리도 안 나오는)
나소녀 : 대신 다른 혼수 안 하잖아. 남들은 열쇠 세 개도 들려 보내는데!
주경표 : (후우.. 한숨 쉬더니 큰 맘 먹고) 좋아 그럼...!! 집 담보로 대출 받자!
나소녀 : (히..) 안 그래도 은행에 신청하고 오는 길이야.
주경표 : 뭐? 근데 가게는 또 왜?
나소녀 : 모자라.. 특급호텔에서 식 올리는 것도 큰 거 한 장은 있어야겠더라고..
주경표 : 뭐....? (어이없어서 허허.. 웃으며) 집이고 가게고 다 거덜내자고...?
나소녀 : (헤헤.. 따라 웃으면)
주경표 : (실실 웃으며) 솔직히 말해 봐. 가게도 벌써 내놨지?
나소녀 : (웃으며) 어머? 말을 안 섞고 살았더니, 이제 굳이 말 안 해도 다 아네?
주경표 : (하하하!!!!)
나소녀 : (호호호!!!!)
주경표 : (순간 웃음 지우고) 이 여편네를 확!!!
S#25. 호프집 밖 D
와장창 박살나는 소리. 문 밖으로 우당탕탕 내팽개쳐지는 의자.
S#26. 장미 집 주방 N
혼자 앉아서 김치 놓고 소주 홀짝거리는 나소녀, 소주병 집어 소주를 따르려는데,
소주병을 붙잡는 손.. 장미다.
장미 : 가게 난장판 됐더라?
나소녀 : (피식..) 오랜만에 부부가 같이 몸 좀 풀었지.
장미 : (한숨) 엄마 제정신이에요? 집이랑 가게를 왜 내놔!
나소녀 : 집이랑 가게 아니라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너 그 여자한테 절대 안 꿀리게 할 거야.
장미 : 그 여자...? (멈칫.. 강세아..?)
나소녀, 장미 앞에 턱! 여성잡지책 펼쳐 보인다. (3년 전 과월호 여성지)
“결혼의 완성” 타이틀 노점순, 공수환, 신봉향, 공미정, 기태, 그리고 세아가 함께 찍힌 사진.
럭셔리하고 기품이 넘치는 로열패밀리 같은 근사한 가족사진이다.
기태 옆에 서있는 세아.. 기태의 가족들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
다음 페이지에는 신봉향에게 반지를 끼워주는 공수환의 사진이 실렸다.
S#27. 공씨네 거실 (3년 전) D
앞씬의 사진 속 인물들 스틸 풀리면서, 환호와 박수 속에 공수환이 신봉향의 손에 반지를 끼워준다.
화려한 핑크색 다이아몬드 반지가 번쩍! 빛난다.
공수환 : (세상에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해줘요!
신봉향 : (세상을 다 가진 듯) 고마워요 여보! 나 정말 행복해요!
세아 : (감동) 이렇게 이상적인 결혼이 현실에 존재한다니...!
기태 : (세아의 어깨를 다정히 감싸며) 우리도 두 분처럼 살자, 음?
신봉향 : 이 반지는 우리 며느리한테 물려줘야겠구나.
세아 : (감격) 이렇게 소중한 반지를 저에게...! 감사합니다 어머니...!!
요란하게 이어지는 셔터소리, 번쩍번쩍 터지는 스트로보..
그 속에서 과장된 모습으로 하하 호호 웃는 공씨 패밀리와 세아.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족의 판타지.
(*나소녀와 장미의 시각으로 보는 잡지 속 공씨 패밀리와 세아의 모습)
S#28. 장미 집 주방 N
장미 살짝 썰렁한 얼굴로 잡지 들여다보는데.
나소녀 : 그 반지, 이제 니가 물려받는 거야.
장미 : 엄마, 나 이 결혼.. (하는데)
나소녀 : (자르고) 제발 그런 결혼을 하라고! (낮게) 나처럼 살지 말고..
장미 : 엄마...
나소녀 : 엄마 걱정은 하지 마. 어차피 니 아빠랑 결혼한 순간 이번 생은 글렀으니까.
장미 : 그래도 한땐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
나소녀 : 사랑만 했으면 좋았을 걸.. 그럼 최소한 사랑은 남았지.. (소주 홀짝)
장미 : ...
나소녀 : 내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거.. 나한테 없어서 너한테도 못 준 거..
(눈물에 목이 매여) 너라도 한번 가져봐, 마음껏 누려봐..! 엄마 소원이야..
장미 : (먹먹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소녀 : (눈물 훔치고) 핑크다이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물려받으라고! 알았지?
장미 : ......
S#29.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책상 위에 툭.. 올려놓는 여성잡지.
기태 : (멈칫 표정 굳는) ...!
장미 : 엄마가 이 반지 물려받으래.
기태 : ...
장미 : (털썩 앉으며) 이놈의 가짜 결혼이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아니! 진짜 결혼이라도 그렇지! 우리 엄마 나 때문에 이러는 거.. 더 못 보겠어...!
기태 : (말없이 일어나 창가로 간다)
장미 : 집 담보로 대출 받고 가게 내놓고! 글쎄 내가 환불한 돌침대도 다시 결제하고!
이 반지 때문에 우리 집 기둥뿌리 뽑겠다니까? 이제 어떡해?
기태 : ... (창밖을 향해 선 채 툭) 달라고 해.
장미 : 어..?
기태 : (돌아서서) 그 반지 달라고 하라고.
장미 : (어이없어 피식) 야.. 누가 진짜 갖고 싶대? 내 말은..
기태 : 그 반지 너 안 주시면, 결혼 반대하는 걸로 알겠다고.. 그렇게 말하라고.
장미 : 아아.. (끄덕거리다가.. 갸웃) 근데, 그랬다가 진짜 주시면?
기태 : (차가운 얼굴로) 안 주실 거야.
장미 : (웃으며) 아니 그래도 혹시..
기태 : (섭섭할 정도로 싸늘하게 딱 잘라) 안 준다고. 절대.
장미 : (순간 썰렁해져서) 그래..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 어머니가 결혼 반대하시면 너도 나도 해방이잖아...!
좋아!! 그러자!! 굿 아이디어네!! (당장에 핸드폰 꺼내들고)
S#30. 공씨네 드레스룸 D
눈부시게 하얀 셔츠들과 속옷들. 한 손으로 다림질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 든 신봉향.
신봉향 : (멈칫.. 멈추는 다리미) 뭘.. 달라고...?
장미E : 핑크다이아 반지요!
S#31.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장미 : (핸드폰 들고) 어머니께 특별한 반지를 물려받으면 진정한 공씨 집안 며느리로서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
더 기쁘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기태 쳐다보며) 다른 예물 다 필요 없구요! 전 그거 하나면 됩니다!!
기태 : ...
장미 : (전화기 너머에서 아무 말 없자) 어머니? 듣고 계세요?
S#32. 공씨네 드레스룸 D
다리미 밑에서 연기가 오른다. 신봉향, 퍼뜩! 다리미 떼고.
신봉향 : (애써 침착하게) 전화로 할 얘긴 아닌 것 같은데.. 주말에 집으로 와요.
전화 끊고 보면, 다리미 자국이 나버린 공수환의 셔츠.
신봉향 : (서늘한 시선에서) ......
S#33.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장미 : (전화 탁 끊고) 주말에 집으로 오래. 됐지?
기태 : (무표정) ...
장미 : 이제야 슬슬 끝이 보이네! 속이 다 시원하다! 만세다! (휙 가버리면)
기태 : (무거운 마음..)
S#34. 술집 N
장미 : (볼 발그레 술 올라서) 다이아반지가 뭐라고...! 진짜 받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진짜 결혼할 것도 아니고!
(턱 괴고) 근데 기분이 왜 이러지...?
현희 : (오렌지 쥬스 쪽쪽 빨며) 공기태가 진짜 좋아졌네.
장미 : 에이! 떽!!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현희 : 아님 진짜 결혼이 하고 싶어진 거든지.
장미 : 결혼이야 하고 싶지! 단!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랑!!
현희 : 공기태 조건이 너무 빵빵하니까 흔들릴 만 하죠!
장미 : 아무리 그래도 조건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든다고...? 막.. 이상하게 가슴에 막 바람이 부는 것 같고... 막...! 암튼 묘해...!!
현희 : 공기태가 진짜 좋아진 거 맞네!!
장미 : 아니라니까!! 공기태는 이제 끝이야! 마지막 작전만 성공하면...!
현희 : ... (보더니 툭) 마지막이라서 그런 거 아니에요?
장미 : ...? (보면)
현희 : 다시는 공기태를 못 볼지도 모르니까..
장미 : (내가 그랬나...? 멍했다가 황급히 부정) ...아니야!!! 나한텐 한여름이 있는데.. 겨우 키스 한번 했다고 뭐.. (헙! 입 막고)
현희 : 키스??? 언니 공기태랑 키스도 했어요???
장미 : 사고였어! 부딪혀선 안 되는 부위가 어쩌다 그냥 잠깐 살짝 닿아버린 사고!
현희 : (픽 웃으며) 훈동오빠랑 나랑 완전 헛다리짚었네...!
장미 : (헛다리?)
S#35. 와인바 N
훈동 : (기태에게 와인을 따라주며) 나한텐 얘기해도 돼. 난 다 아니까.
기태 : (착잡한 얼굴로 앉아 있다가) 니가 뭘 알아?
훈동 : 좋아해선 안 될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거잖아.
기태 : (멈칫..) 무슨 소리야.. (발뺌하는데)
훈동 :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지? 코앞에서 몰랐을까봐?
기태 : (흔들리는 눈빛)
훈동 : 나 니 베프야! 척 하면 딱! 내가 두 사람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되냐?
기태 : (낮게 한숨) 모르는 척 하는 게 도와주는 거야.. 들키기 싫다.
훈동 : 뭐야.. 심지어 짝사랑인 거야...??
기태 : ... (와인 마시고)
훈동 : (혀 끌끌..) 마셔, 마셔.. 그 동안 얼마나 외롭고 괴로웠을까.. 쯧쯧쯧..
S#36. 기태 집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기태, 술에 취해서 살짝 비틀.. 셔츠 단추 풀며 침실로 가다가 멈칫,
소파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장미...!
기태 : 뭐야.. 이 여자...!
장미 앞에 쪼그려 앉는 기태, 입 반 쯤 벌리고 잠든 장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을 뻗어서 장미를 만지고 싶지만.. 장미의 볼에 닿을 듯 말 듯..
장미 : (살며시 눈 뜨고)
기태 : (멈칫.. 얼른 손 거두면) ...!
장미 : (반쯤 감긴 눈으로) 왜...?
기태 : (당황) 뭐, 뭐가...
장미 : 왜 난 안 돼....?
기태 : 무슨.. 말이야...?
장미 : (몸을 일으켜 앉는다. 물끄러미 보며) 반지.. 왜 난 받을 수 없는데...?
S#37. 기태 집 밖 N
세아 : 왜 난 아니었어...?
진지했던 표정 확 풀고.. 한숨 푹 쉬며..
세아 : 하.. 너무 없어 보여.. (이번엔 도도하게) 넌, 나 아니면 안 돼...! (다시 한숨) 하아.. 무슨 말을 해도 없어 보여...
flashback insert> 9부 펜션
세아, “주장미.. 때문이야...?” 물으면 아무 대답 못하던 기태..
세아 : 벌써 충분히 구차했어...! (이건 아니다! 마음 다잡고 휙 돌아서는데)
여름 : (그 바로 앞에 서서) 여기서 뭐하세요?
세아 : (흠칫!!! 보면)
여름 : (픽 웃는)
S#38. 기태 집 거실 N
장미 : 우리 엄마.. 가진 거 탈탈 털어서 전부 내놓겠다는데.. 난 그 조그만 반지 하나도.. 받을 수 없는 거야...?
기태 : 주장미.. 너 취했어..
장미 : 대답해 봐. 그 대단하신 반지님은 왜 나의 누추한 손가락에 어울리지 않는 거냐구.. 어?
강세아 정도는 돼야 소화할 수 있는 거야...?
기태 : 그런 거 아니야. 사정이 좀 있어.
장미 : 무슨 사정인데?
기태 : (갑갑하다.. 피하듯 일어나서 베란다로 나가버린다)
S#39. 기태 집 베란다 N
난간에 기대 선 기태. 장미도 살짝 비틀 거리며 따라 나온다.
장미 : 알아.. 지금 내가 얼마나 이상한지.. 근데.. 아무리 이상해도 너한테 그 답을 들어야만 할 것 같더라고..
기태 : ...
장미 : 어쩌면.. 내가 아무리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할 수 없었던.. 아주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기태 : ...
장미 : 너도 내가 결혼은 절대 안 될 여자라 선택했잖아.. 그러니까 알 거 아냐.. 왜 난 안 될까..? 돈 없어서? 집안이 별로라?
아니면... (눈물 핑 돌며) 그냥.. 나라서...?
기태 : (본다)
장미 : (보면)
기태 : (담담하게) 그 반지가.. 어머니 반지가 아니라서.
장미 : ...?
S#40. 쥬얼리샵 (3년 전) D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는 반지케이스. 그 옆에서 공수환이 카드를 쓰고 있다. 정성껏 꾹꾹 눌러쓰는 모습.
기태와 세아 팔짱 끼고 안으로 들어온다.
기태 : (멈칫) 아버지?
공수환 : (흠칫! 당황해서 돌아보며) 어.. 어쩐 일이냐..
기태 : 저희 결혼반지 보러.. (공수환 앞에 놓인 반지케이스와 카드 보면)
세아 : 어머니 선물인가 봐요. 꼭 결혼반지 같아요..
공수환 : 뭐.. 두 번째 프러포즈라고 해두죠.. (짐짓 미소로 모면하듯) 그럼.
(반지케이스 챙겨 황급히 가버리다가 툭.. 카드 떨어뜨린다)
기태 : (카드 집어 들고) 아버지! (부르는데)
공수환 : (도망치듯 가버린다)
기태 : ...?
왜 저렇게 급하게 가셔? 무심코 카드 펼쳐보더니 멈칫.. 카드 앞에 적혀있는 “J에게”
기태 : (J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게 뭐지..? 멍하니 서있는데)
세아 : 왜? (들여다 보려하고)
기태 : (카드 얼른 재킷 주머니에 넣는다)
S#41. 공씨네 거실 (3년 전) D
잡지 인터뷰 촬영 중인 모습.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신봉향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는 가족들..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로열패밀리의 모습.
에디터 : 강세아씨도 같이 찍으셔야죠.
세아 : 아니에요 아직 식도 올리기 전인데..
신봉향 : 이리 와요. 우리 가족이잖아요.
세아 : 네 그럼.. (기태 옆에 가 서고)
기태 : (생각에 잠겨 굳어있는 표정)
3년 전 여성지 속에 찍혀있던 가족사진.. 찰칵!!
세아 : 두 번째 프러포즈도 사진으로 남기시면 좋을 것 같은데.
기태 : (멈칫..)
공수환 : ...!
신봉향 : 두 번째.. 프러포즈?
세아 : 아.. 깜짝 이벤트였나 봐요? (공수환을 보면)
공수환 : (땀 삐질) 저 그게..
기태 : (자르고) 아버지, 저 좀. (공수환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고)
에디터 : (솔깃해서) 깜짝 이벤트라니, 무슨 이벤트요?
세아 : 여기 오기 전에 결혼반지 보러 갔다가 우연히 아버님을 만났거든요.
신봉향 : (보면)
S#42. 공씨네 안방 (3년 전) D
기태 : (공수환에게 카드를 내민다)
공수환 : ! (보면)
기태 : (무겁게 입 여는) 제이가.. 어머니는 아닌 것 같은데요..
공수환 : (시선피하며 흐음.. 헛기침)
역시 다른 여자가 있구나...!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
기태 : 어쩌시려고.. 대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신봉향 : (반쯤 열려있던 문으로 들어오며) 조용히 해.
기태 : (돌아보면)
신봉향 : (문 닫고, 침착한 얼굴로 조용히) 밖에서 듣겠다.
기태 : 네...? (멈칫..) 어머니... 알고 계셨어요...?
신봉향 : (얼음처럼 차갑게) 얼굴이 그게 뭐니. 표정관리 해라. 감정 숨겨.
기태 : (붉어지는 눈가) 지금.. 사람들한테 들킬까봐.. 그게.. 걱정이세요...?
공수환 : (미안한 마음에) 기태야.. (하는데)
신봉향 : (공수환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반지, 어디 있어요?
공수환 : 여보..
신봉향 : (낮은 목소리로 카리스마) 어딨냐구.
공수환 : (끙.. 주머니에서 반지케이스 꺼내면)
신봉향 : 나한테 끼워줘요.
기태 : ......!!!
S#43. 공씨네 거실 (3년 전) D
카메라 앞에서 신봉향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공수환.. 행복한 척 미소 짓는 신봉향.. 그녀의 완벽한 연기..
저만치 떨어진 구석에 돌처럼 굳어 서있는 기태, 감정을 누르고 지우려고 이를 악무는 모습..
신봉향이 꾸며낸 완벽한 결혼의 껍데기를 텅 빈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
S#44. 기태 집 베란다 N
장미 : 어떻게 그 여자 반지를.. 세상 사람들이 다 보는 잡지에..
기태 : (담담하게) 세상 사람들이 다 보니까..
장미 : (보면)
기태 : 들키면 안 되니까.. 감정 같은 거.. 진심 같은 거...
장미 : ... (마음 아파서 보더니.. 가만히 기태의 손을 잡아준다)
기태 : ...! (보면)
장미 : 나한텐.. 들켜도 괜찮아... 난.. 가짜니까..
기태 : (붉어지는 눈가) ......!
장미 : (따뜻하게 눈 맞추며 말없는 위로를 해주고)
기태 : (흔들리는 눈빛으로 장미와 눈을 맞춘다)
S#45. 기태 집 거실 N
거실에 서있는 세아와 여름...!
장미에게 위로 받는 기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세아.. 생각지도 못했던 기태의 아픔을 알게 된 충격..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위로 받는 기태를 보는 슬픔..
세아 : (낮게) 그런 거였구나..
소리에 이쪽을 돌아보는 장미와 기태.
장미기태 : ...!
세아 : (슬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서서 나간다)
장미 : 여름아... (다가서는데)
여름 : 나한텐 들키지 말지.
장미 : (멈칫..)
여름 : (씁쓸하게 피식..) 애써 모르는 척 하는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좀 들키지 말지.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장미 : (가버리는 여름을 멍하니 보고) ...
기태 : (그런 장미를 본다) ...
남겨진 장미와 기태.. 우두커니 선 모습에서.
S#46. 길가 D
설레고 긴장되는 얼굴로 서있는 현희. 단정하면서도 최대한 있어보이게 열심히 꾸민 모습.
그 앞으로 훈동모의 차가 와서 선다.
훈동 : (운전석에서 내려서) 현희야!
훈동모 : (뒷좌석에서 창문 내리고, 서늘한 얼굴로 내다보면)
현희 : (다소곳이 꾸벅) 안녕하세요 어머니.
훈동 : (앞좌석 문 열어주고 현희 태우면서) 엄마가 맛있는 거 사주신대!
S#47. 갈비집 앞 / 훈동모 차 D
훈동모 차 와서 서고.
훈동 : (잽싸게 내려서 현희가 타고 있는 앞좌석 문 열어주고)
훈동모 : (뒷좌석에서 허! 저 놈의 자식...!!)
현희 : (선뜻 내리지 않고 주춤..) 여긴..
훈동모 : 부모님이 해외 나가계셔서 챙겨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지낸다고 들었다. 몸도 그런데 영양보충 좀 해야지.
현희 : (당황해서) 저기.. 어머니..
훈동모 : (자기 손으로 문 확! 열고 내리며) 내려라.
훈동 : 우리 명품이, 명품 한우 먹겠네? (현희에게 손 내밀며) 자, 내려.
현희 : (훈동 손에 이끌려 내린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S#48. 갈비집 D
안으로 들어서는 훈동모와 훈동. 그 뒤로 주춤거리며 들어서는 현희 어쩔 줄 모르고 두리번거리면,
저만치 테이블 옆에 서서 손님들의 고기를 굽는 아줌마 직원(현희모).
현희 : (황급히 고개 돌리며 손으로 얼굴 가리고)
훈동 : 왜 그래?
현희 : 아무래도 고기 냄새가 좀.. 입덧 때문에.. (훈동모에게) 일부러 데려와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냥 다음에..
훈동 : 입덧 안 했었잖아.. (큰 목소리) 시작된 거야? 심해?? 많이 괴로워???
훈동 목소리에 이쪽을 돌아보는 현희모.
현희모 : 얼라? 이게 누구여?
현희 : ...!
현희모 : (고기 굽던 손을 놓고 이쪽으로 쪼르르) 현희 니가 여기 웬일이여?
현희 : (얼어붙어 사색이 되고)
훈동 : ?
훈동모 : (모르는 척) 아는 분이니?
현희 : (아무 말 못하는데)
사장 : (현희모가 고기 굽던 테이블에서) 아줌마! 여기 고기 다 타잖아요!
현희모 : 아 사장님이 고거 잠깐 못 뒤집어 준대유? 우리 딸이 와서 그류!
훈동 : 딸...? (어리둥절 현희와 현희모를 번갈아 보면)
훈동모 : (시침 뚝 떼고 기막힌 얼굴로) 이게 어떻게 된 거니? 부모님이 크루즈 여행에서 벌써 돌아오신 거니?
설마 그새 전업도 하시고?
현희모 : 이게 뭔 소리여.. 누구신디..
훈동모 : (홱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훈동 :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가 현희모에게 꾸벅 인사하더니 후다닥 나간다)
현희 : 엄마 미안, 나중에 얘기해.. (나가면)
현희모 : ......?
S#49. 갈비집 밖 D
찬바람 쌩 부는 얼굴로 성큼성큼 나오는 훈동모.
현희 : (따라 나와서) 저기 어머니..
훈동모 : (우뚝 멈춰서 홱 돌아보면) 뭐, 나한테 더 들킬 게 남아있니?
현희 : 정말 죄송합니다.. 저한테 실망하실까봐.. 저도 모르게 그만..
훈동모 : 니가 오해할까봐 말해주는 건데, 내가 실망한 건 니 어머니가 고기집 종업원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너한테 정말 실망한 건..
현희 : (보면)
훈동모 : 니가 니 부모를 부끄러워했다는 점이야, 알겠니?
현희 : ...!
갈비집에서 고개를 내밀고 엉거주춤 내다보는 현희모.
현희 : (엄마를 보는 시선) ......
훈동모 성큼성큼 차로 가서 시동 걸고
엄마와 현희 가운데 서서 이쪽 저쪽 번갈아 보며 어찌할 바 모르는 훈동.
훈동모 : 이훈동! 빨리 안 와??
현희 : (차마 붙잡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바라본다.. 오빠...!)
훈동 : (흔들리는 눈동자) 저기.. 미안.. 전화할게..
현희를 남겨두고 가버리는 훈동모와 훈동..
현희모 : (현희에게 다가와서) 현희 너...
현희 : (순간 욱...! 올라오는 헛구역질)
현희모 : (놀라서) 너 괜찮여?
현희 : 냄새.. (욱...!!!)
현희모 : (냄새? 자기 몸에서 나는 고기 냄새를 킁킁하다가 멈칫..) 설마 너......!
현희 : (왈칵...!! 쏟아지는 눈물) 미안해 엄마...
현희모 : 현희야...! (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냄새 때문에 뒤로 주춤..)
현희 : (구역질하면서 펑펑 쏟아지는 눈물) 미안.. 정말 미안해..
현희모, 자기 몸에서 나는 고기냄새를 맡으며 딸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어쩔 줄 모르고..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으로 엉엉 우는 현희. 그 위로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S#50. 달리는 기태 자동차 D
추적추적 비 내리는 차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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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텐.. 들켜도 괜찮아... 난.. 가짜니까..” 기태 손을 잡아주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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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애써 모르는 척 하는 사람 성의를 봐서라도.. 좀 들키지 말지.”
장미E : (마음 굳게 먹는 얼굴 위로) 그래.. 더 이상은 위험해.. 끝내자!
(침울한 얼굴 위로) 근데.. 왜 이렇게 심란하지...? (옆을 돌아보면)
기태 : (역시 심란한 얼굴로 앞만 보고 운전하고)
현희E : 다시는 공기태를 못 볼지도 모르니까..
장미 : ......
S#51. 공씨네 대문 앞 D
차에서 내리는 기태. 우산을 받쳐 들고 조수석 문을 열어주면,
장미 : (내려서서, 애써 담담하게) 이 집에 오는 것도 오늘로 끝이다.
기태 : (착잡함을 애써 감추며) 마지막이니까 실수 없이.. 마음껏 진상 부려.
장미 : (피식.. 웃더니) 그렇게 할 거야. 너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슬쩍 덧붙이는) 그리고.. 한여름을 위해서도..
기태 : ...
좁은 우산 속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 애써 아닌 척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S#52. 공씨네 거실 D
마음 단단히 먹고 비장한 얼굴로 앉은 장미.
신봉향, 수반에 올려놓은 수석 먼지를 닦고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다.
기태, 담담한 얼굴로 앉았고, 노점순과 공미정 힐끗힐끗 눈치만 살피고,
말없이 수석만 손질하는 신봉향.. 침묵 속에 흐르는 긴장감.
노점순 : (힐끗 두 여자의 눈치를 살피며) 그래.. 그.. 핑크다이아를 받고 싶다고...?
장미 : (반듯하게) 네. 꼭 받고 싶습니다.
신봉향 : 다이아 반지가 여자들의 오랜 로망이라는 건 나도 알지만.. 너무나 당당히 노골적으로 요구를 해서.. 좀 당황스럽더구나.
장미 : (밀리지 않고) 확신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제가 정말 이 결혼을 할 수 있는지. 어머니께서 절 며느리로 인정해주시는지.
신봉향 : 확신하는데 왜 꼭 그 반지가 필요하지?
기태 : (태연하게) 어머니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아주 소중한 반지니까요.
신봉향 : (흔들림 없이) 줄 수 없다면?
장미 : 절 반대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신봉향 : (기태의 의중을 꿰뚫는 듯 날카롭게 쳐다보면)
기태 : (무표정으로 신봉향을 마주보고) ...
S#53. 공수환 차 안 D
한강 등 인적 없는 주차장에 서있는 자동차 안.
정씨 : 오빠 난.. 그 분이 너무 걱정돼요..
정씨의 손가락에 끼워진 핑크다이아반지..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공수환.
S#54. 공씨네 거실 D
장미 : 역시.. 어머니께선 진심으로 절 받아들이신 게 아닌 것.. (하는데)
신봉향, 테이블 위에 툭.. 올려놓는 반지케이스.
장미 : ...!
신봉향 : 열어 봐라.
장미, 반지케이스 열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핑크다이아반지...!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놀라는 장미와 기태.
눈치만 보던 노점순과 공미정도 헉...! 뭐지...??
장미 : (어쩌지...? 기태를 돌아보면)
기태 :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말없이 반지만 쳐다보고)
장미 :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신봉향을 보면)
신봉향 : 됐니? (일어나려는데)
장미 : 잠시만요...!!!
신봉향 : (보면)
장미 : 이게 정말.. 어머니께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신봉향 : (미세한 흔들림.. 티내지 않고) 물론이지.
장미 : (똑바로 보며) 정말 소중하세요...?
신봉향 : (감정을 누른 채) 그래. 그러니 너도 소중하게 여겨다오.
신봉향이 손질하던 묵직한 수석을 턱!!! 집어 드는 장미, 머리 위로 있는 힘껏 치켜들더니 그대로 다이아반지를 쾅!!!! 내리친다.
기태 : 주장미...!!!
일동 헉!!!! 해서 보면, 박살나버린 핑크다이아.. 모조품이었다...!!
장미 : 가짜였네요..
신봉향 : (당황한 기색 감추지 못하고)
장미 : 이제 확실히 알겠네요.. 어머니께서 절 생각하시는 마음.. 이렇게까지 반대하시는데 제가 물러서야죠.
대신 기태씨 그만 놔주세요.. 다른 사람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결혼..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신봉향 : (서늘하게 기태 보며) 기태 니가 말해줬니?
기태 : 어떤 거요? 그 반지가 다른 사람 거라는 거요? 아니면 어머니가 어떻게 세상 사람들을 속여 왔는지요?
신봉향 : (치미는 분노를 누르고) 다 알면서.. 그 반지를 요구한 의도가 뭐야?
날 모욕하고 싶었니...? 내가 꺾어지는 걸 보고 싶었어...??
장미 : (조용히) 솔직한 어머니 속마음을 듣고 싶었습니다.
신봉향 : 뭐야?
장미 : 어머니 결혼은.. 잡지 속 사진과는 많이 다르다고..
신봉향 : 입 다물어! 니가 뭘 알아!!
장미 : (굴하지 않고 신봉향 바라보며) 사실은 너무너무 아프고 힘드셨다고...!!!
신봉향 : (멈칫.. 보면)
장미 : 기태씨한텐 절대 그런 결혼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그렇게 기태씨 결혼에.. 완벽한 결혼에 집착하시는 거라고...!!
신봉향 :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그녀의 마음) .....!
기태 :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어머니의 마음..) .....!
장미 : (눈물 핑..) 어머니께서 얼마나 기태씨 행복을 바라는지 저 알아요.. 근데요.. 정말 기태씨가 행복해지려면..
어머니부터 행복해지셔야 해요.. (눈물 뚝뚝..) 모조품으로 눈속임하는 가짜 행복 말고.. 진짜 행복이요.
노점순 : 장미야..
장미 : 죄송합니다 할머니, 그런데요.. 기태씨 혼자 있게 만든 거 어머니세요...! (울면서 나가고)
신봉향 : (쿵...!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왈칵 붉어지는 눈가)
먹먹해져 아무 말도 못하는 공씨네 사람들..
말없이 신봉향에게 시선 주는 기태, 신봉향과 눈이 마주치자 일어나 장미를 따라 나가고..
신봉향, 있는 힘껏 감정을 누른 채 방으로 들어간다.
S#55. 공씨네 안방 D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터져 나오는 슬픔을 누르려고 이를 악무는 신봉향. 하지만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입을 틀어막고 소리죽여 흐느낀다.
기태Na : 너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S#56. 공씨네 밖 D
비가 그쳐있다. 대문 밖에 서서 혼자 울고 있는 장미..
기태 : (안에서 나와서) 주장미..
장미 : (얼른 눈물 닦고, 헤.. 웃는) 어땠어? 내 마지막 혼신의 진상연기..?
기태 : (웃을 수 없는) ...
장미 :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해. 멀뚱히 보지만 말고.
기태 : (그저 바라만 보고) ...
기태Na : 고맙다고 하면.. 그 말이 마지막이 될까봐..
장미 :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 (기태에게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
기태 : (마음에 부는 바람.. 손잡지 못한 채 장미를 바라보고)
장미 : ......? (내민 손이 머쓱한데)
기태 : (팔을 뻗어 장미를 끌어안는다)
장미 : ......!
기태 : (보내고 싶지 않다..)
장미 : (마지막 인사구나... 기태 품에 안긴 채) 너도 이제 니 속에 있는 것 좀 꺼내놓고 살아. 내가 옆에 있어주진.. 못하겠지만..
기태Na : (장미를 품에 안고 먹먹한 얼굴) 이렇게라도 니 옆에 있고 싶었다..
장미 : 드디어 우리의 파란만장했던 결혼 사기극이 막을 내리는구나...!
두 사람 끌어안은 모습 길게 주다가..
노점순E : 뭐라고...?
헉!!!! 화들짝 떨어지는 장미와 기태.
노점순 : (대문 앞에 서서) 지금 뭐라 그랬니...? 결혼.. 사기극......???
장미기태 : !!!!
홱! 고개 돌려 서로를 마주보는 기태와 장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