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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13 - 기대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8.31|조회수1,174 목록 댓글 0

[연애 말고 결혼] 13











S#1. 공원 N


장미, 기태를 향해 뭐라고 바락바락 악을 쓰며 덤빈다.

당하고 있던 기태도 마침내 폭발해서 뭐라고 바락바락 악을 쓴다.

무슨 말인지 들리진 않지만 폭언에 악담에 막말을 쏟아 붓는 것 같다.

겁에 질린 얼굴로 주춤.. 주춤.. 뒷걸음치던 장미, 결국 홱 돌아서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그런 장미를 악착같이 쫓아가 뒷덜미를 채는 기태.

지금까지의 아웅다웅 다투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거칠고 살벌한 싸움의 현장에서.



S#2.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13회. 기대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S#3. 한강 일각 D


장미, 반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정신없이 비탈길을 내려간다. 그대로 한강에 뛰어들 기세..

그때 물속에서 울리던 벨소리 뚝 끊겨버리고.

한강에 뛰어들기 직전 멈추는 장미,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다.


장미 : ......

여름 : (장미 눈앞에 손으로 휘휘)

장미 : (멍했던 눈에 초점이 돌아와서) 어? 니가 왜 여기..

여름 : 사장님한테 초대받았지. 넌 왜 여기 이러고 있어?

장미 : 나...? 누구 좀 보내주느라.. 이번에야말로 쿨하게 보내주려고 그랬는데.. (픽 웃고) 또 혼자 진상 떨었다..

여름 : 진상 다 떨었으면 그만 가자!

장미 : 어딜?

여름 : 다른 사람 행복하라고 박수 쳐줬으니까, 이제 우리 행복 찾자고.

장미 : ...?



S#4. 선상 레스토랑 앞 D


하객들 박수 받으며 웨딩카에 올라타는 훈동현희.


훈동 : 고맙습니다!!! 잘 살게요!!! 여러분 사랑해요!!!!

현희 : (행복해 입이 귀에 걸린) 다녀올게요!!!


풍선 휘날리며 떠나는 훈동현희.

달려오는 기태, 두리번거리며 하객들 속에서 장미를 찾지만 보이지 않고..

배웅하는 하객들 삼삼오오 흩어지고..

기태, 장미에게 다시 한 번 전화 걸지만,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는.


기태 : (핸드폰 끊는다. 장미를 놓쳤다는 허탈함..)



S#5. 가게 앞 D


조용한 주택가 후미진 골목. 작고 허름한 가게.


장미 : (어리둥절한 얼굴로) 여긴 왜..

여름 : (장미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며) 일단 한번 봐.



S#6. 가게 D


오랫동안 닫힌 상태라 먼지는 좀 쌓였지만 아기자기한 내부.


장미 : (썰렁한 얼굴로 안을 둘러보면)

여름 : 어때? 죽이지?

장미 : 뭐가...?

여름 : 내가 셰프할게. 니가 매니저 해.

장미 : 뭐...?

여름 : 동업하자. 니가 준 5백만 원은 투자금으로 받을게.

장미 : 5백만 원으로 어떻게 가게를 얻어..

여름 : 다른데서 또 투자받은 게 있거든.

장미 : 어디서?

여름 : 있어. 아직은 비밀이야.

장미 : 너 누구한테 사기친 거야?

여름 : 사기라니! 내 필살 요리 열두 가지를 선보이고 실력으로 따낸 투자야!

장미 : (걱정되는) 야.. 세상 그렇게 안 만만해, 공짜가 어딨다고. 그리고 여긴 목도 좀 그렇고.. 넌 대체 뭘 믿고..

여름 : (자르고) 너 믿고.

장미 : (잉?) 나?

여름 : 나 너 때문에 꿈꾸게 됐거든. 그러니까 책임져.

장미 : (본다)

여름 : (보면)

장미 : 말했잖아. 난 꿈에서 깨어났다고.

여름 : 주장미.. (뭐라고 말하려는데)

장미 : (자르고) 어쨌든 니 꿈을 찾았다니까 다행이다. 축하해. 넌 분명히 잘 할 거야. (격려의 미소 지어보이고 돌아선다)

여름 : ...



S#7. 거리 D


혼자 걷는 장미.


장미Na : 사람들이 왜 쿨한 사랑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S#8. 핸드폰 대리점 D


새 핸드폰을 사는 장미.

insert> 5부. 기태가 핸드폰 내밀던 모습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떨쳐낸다.


장미Na :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



S#9. 핸드폰 대리점 밖 D


밖으로 나오는 장미, 담담하게 혼자 걷는 모습.


장미Na : 혼자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혼자서라도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S#10. 로드샵 몽타쥬 D


면접 보러 온 장미, 옷매무새 바로 잡고 반듯하게 인사하는 위로.


장미Na : 꿈에서 깨어나니 눈앞에 현실이 보인다.

장미 : 주장미라고 합니다. (이력서 내밀면)

점장1 : (이력서 보며) 나이가 좀.. 있으시네요.

장미 : (끙..)


화면 바뀌면 다른 매장에서 면접 중인 장미.


장미 : (씩씩하게) 나이는 좀 있지만 그만큼 경력도 좀 있습니다!

점장2 : (이력서 돌려주며) 이전 직장에서 고객이랑 머리채잡고 몸싸움하다 짤렸다면서요?

장미 : (끙..)


화면 바뀌면 또 다른 매장에서 면접 중인 장미.


장미 : (비굴하게) 좀 불미스러운 일은 있었지만 그것도 나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할 겁니다!

점장3 : 마인드가 긍정적인 건 좋은데.. 그런데..

장미 : (그런데?)

점장3 : 사람은 잘 안 변하거든. (이력서 돌려주며) 미안해요.

장미 : ...

장미Na : 사랑에 목매느라 미뤄두었던 숱한 삶의 숙제들이



S#11. 강한병원 로비 D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는 나소녀. 눈앞이 캄캄해 아무 정신없는 얼굴 위로.


장미Na :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몰려와 뒤통수를 친다.

나소녀 : ......



S#12.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기태 : (무기력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있고)

진상녀 : (전형적인 성형중독, 깡마르고 신경질적인, 티나게 명품으로 휘감아 오히려 싼티 나는)

            기껏 비싼 돈 주고 수술했는데 주위에서 예뻐졌다는 말 한 마디 해주는 사람도 하나도 없고

            티도 하나도 안 나고 짜증나.. (쉴 새 없이 종알종알 떠드는데)

기태 : (기태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심드렁한 얼굴로 멍..)

진상녀 : 이봐요!

기태 : (그제야 진상녀를 쳐다보면)

진상녀 : 재수술해달라구요! 자연스러운 거 말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했다구요!!

기태 : 보니까 다른 병원에서도 이미 몇 차례 수술을 받으신 거 같은데, 눈은 기능상으로 예민하고 살이 얇아서..

진상녀 : (자르고) 됐으니까 그냥 해줘요. 내 눈 내가 고치겠다는데.

기태 : (꾹 참으며) 수술에 쓸 수 있는 조직이 많이 안 남았어요. 계속 칼을 대면 최악의 경우 눈이 안 감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진상녀 : (무시하고) 그게 실력이죠. 실력 좋으시잖아요. 하는 김에 코도 다시 해줘요. 요즘은 실리콘 말고 그게 트렌드라던데,

            그 뭐지? 무슨 자가..

기태 : (한숨 섞인) 자가조직이식술이요.

진상녀 : 아 그거요! 실리콘 빼고 자가.. 그걸로 다시 해주세요!

기태 : (참자..) 아직 수술 부위가 단단한데 2년 정도 지나서 수술 부위가 좀 안정되면..

진상녀 : (자르고) 나더러 2년이나 이 꼴로 살라구? 고객이 만족 못하겠다는데 당연히 AS해줘야지!! 무슨 서비스가 이따위야??

기태 : (부글부글..)

진상녀 : 나 블로거야! 내 블로그 하루 방문자 수가 몇 명인지 알아? 내가 이 병원 문 닫게 만들어 줘?

기태 : (참다 못 해) 의사의 소견으로 봤을 때 환자분은 얼굴 말고 다른 부위를 뜯어고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성형외과가 말고 정신과에 좀 가보세요.

진상녀 : (뚜껑 열린) 뭐야???

기태 : (일어나 문 열어주며) 그만 가보시죠. 인터넷에 악플 쓰느라 바쁘실 텐데.

진상녀 : (얼굴 시뻘개져서 씩씩대며 가면)

기태 : (문 쿵! 닫고 후우.. 무거운 한숨)



S#13. 봉 위켄드 D


지친 얼굴로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헤어 염색부터 옷 스타일까지 싹 변신한 훈동이 기태를 반긴다.


훈동 : 어서 와!

기태 : (멈칫, 보면) 누구세요?

훈동 : (한 바퀴 빙그르) 어때? 우리 허니 작품인데.

기태 : (피식) 신혼여행을 다녀왔으면 형님한테 인사부터 와야지.

훈동 : (낮은 목소리) 미안. 결혼하자마자 꽉 잡혀 사느라 아주 죽을 맛..

현희 : (끼어드는) 무슨 맛이요 오빠?

훈동 : (얼른) 꿀맛! 완전 달달해! 너무 달콤해서 정신을 못 차리겠네?

기태 : (피식.. 테이블에 앉으며) 배고파. 빨리 되는 거 아무거나 좀 줘봐.

훈동 : 여기가 무슨 중국집인 줄 아나. (주방 쪽으로 가고)

현희 : (기태 맞은편에 앉아서) 여전히 잘 먹고 잘 사시네요? 장미 언닌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기태 : 그 지경이라뇨..?

현희 : 모르는 척 외면하는 거예요?

기태 : (머쓱) 외면하는 건 주장민데.. 전화번호도 바꾸고.. 다니던 직장도 정리하고..

현희 : 정리하긴 누가 정리해요. 그쪽 때문에 짤렸지.

기태 : (멈칫) 나.. 때문에..?

현희 : 백화점에서 그쪽 어머니 머리채 싸움에 휘말리는 바람에..

기태 : ...!

현희 :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 언니네 부모님 이혼소송 중인 건? 알아요?

기태 : ......!!

현희 : 와 너무하다 너무해.. 필요할 땐 짝 달라붙어서 단물 빨더니

         이젠 뭐 완전 무관심에 씹다 뱉은 껌 취급이네. (쌩하니 일어나고)

훈동 : (샐러드 들고 와 내밀며) 자 먹어.

현희 : (샐러드 탁 낚아채고) 주지 마요! 아까워!

훈동 : ??

기태 : ...



S#14. 장미 집 거실 D


나소녀 집 나갈 때 들고 나갔던 여행가방 한쪽에 놓였고 멀찍이 식탁에 앉아 잠자코 지켜보는 장미.


나소녀 : (진심으로 호소하는) 우리 그냥 소송 접고 좋게 합의하자. 내 인생 30년이나 낭비했어. 나한테 더 이상 낭비할 시간 없어.

주경표 : (등 돌리고 돌아앉은 채) 나는 필요 없고! 내 돈은 필요하고?

나소녀 : (담담하게) 그래. 나 돈이 꼭 필요해..

주경표 : ......!!!


머리끝까지 화난 주경표, 나소녀가 들고 나갔던 여행가방 뒤집어 탈탈 털고 자기 옷가지와 물건들을 마구 쑤셔 담는다.


장미 : 엄마가 돌아오니까 이번엔 아빠가 나가시게요? 참.. 어떻게 보면 이런 천생연분도 없는데..

주경표 : (여행가방 들고 휑하니 나가버리고)

나소녀 : (바닥 꺼지는 한숨)

장미 : (씁쓸) 평생을 돈 때문에 죽도록 싸우더니 헤어질 때도 돈 때문에 시원하게 갈라서지도 못하고..

         참 아름답다...! 훌륭하다 우리 부모님...!!

나소녀 : 넌 왜 이 시간에 집에 있어? 백화점은?

장미 : (우물쭈물)

나소녀 : (감 잡은) 너 설마..

장미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다른 직장 알아보고 있어요..

나소녀 : (끙..) 남편 복 없는 년이 자식 복이 있을 리가 있나.

장미 : (울컥) 알았어요! 그 놈의 돈!! 내가 왕창 벌어다 줄게!! 그럼 되지?? (씩씩거리며 나가고)

나소녀 : (설움에 깊은 한숨..)



S#15. 호프집 N


파리 날리는 호프집을 혼자 지키고 있는 장미, 한숨 푹! 냉장고로 가서 소주 한 병 꺼내 따려다가 멈칫..


장미 : (자제력 발휘) 아니야! 술도 끊어야지! 끊자!


소주 도로 냉장고에 넣는데, 소주병에서 손 안 떨어진다. 소주병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반복하는데..


기태E : 술을 끊으면 주장미가 아니지.

장미 : (멈칫.. 돌아보면) !

기태 : (멋쩍은 얼굴로 서서) 얘기 좀 하자.

장미 : (눈 끔뻑끔뻑 진짜 공기태야? 빤히 보면)

기태 : 뭐..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장미 : (얼른 정신 차리고 냉장고 쿵 닫고 냉정하게) 너랑 할 얘기 없는데.

기태 : 나 때문에 백화점에서 해고당했다며.

장미 : 됐어. 신경 쓸 거 없어.

기태 : 부모님 일도.. 들었다.

장미 :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기태 :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싶은데..

장미 : (그 말에 섭섭해서) 뭐...? 보상...?

기태 : 당연히 내 쪽에서 책임질 일을 책임지겠다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장미 : (매몰차게) 됐다고. 가라고. 장사 방해하지 말고.

기태 : 손님도 없는데 뭐. 그러지 말고 나랑 잠깐 좀 가자.

장미 : 손님이 없으면 기다려야지. 그래야 닭 한 마리라도 더 팔지. 하긴, 니가 파리 날리는 가게 지키는 주인 심정을 알겠어?

         사람들이 돈 싸들고 와서 줄 서는 너네 병원하고는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다른데..

기태 : 그럼 내가 팔아줄게. (지갑 꺼내서) 있는 거 다 줘.

장미 : 장난해?

기태 : 장난 아닌데? (진지하고)

장미 : (그래서 더 자존심 상하는) 내가 치킨이나 판다고 내 시간이 치킨 몇 마리 값으로밖에 안 보여?

         더 이상 너한테 내 귀한 시간 낭비하기 싫어!

기태 : 주장미, 나는 너 생각해서..

장미 : 내 생각해줄 거 없어. 겨우 너한테서 벗어나서 내 진짜 삶을 찾았으니까. (차갑게 밀어내는) 그만 가 줘.

기태 : ... (하는 수 없이 돌아서고)

장미 : (기태가 나가면 차갑게 굳어있던 얼굴 풀고 나직한 한숨) ...



S#16. 호프집 밖 N


호프집에서 나오다가 멈춰서는 기태, 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호프집 안 장미를 돌아보면, 테이블 박박 문질러 닦는 장미.

그 모습 바라보는 기태 시선에서.



S#17. 공기태 성형외과 로비 D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코디 : (전화 들고 쩔쩔매며) 아니요, 저희 원장님 절대 그런 분 아니십니다. 아마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멈칫) 네..? 수술예약 취소하신다구요.. 저기 그러지 마시고.. (전화 뚝 끊겼다)


출근하는 기태 안으로 들어오면.


코디 : 원장님! 큰일 났어요!

기태 : ?

코디 : 지난번에 무리하게 재수술 요구했던 환자분이요..

기태 : 아 그 성형중독?

코디 : 인터넷에 우리 병원 험담을 올리는 바람에요.. 환자들 전화로 사실이냐고 따지고.. 줄줄이 예약취소하고..

기태 : (살짝 긴장하면)



S#18.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기태.

CG 진상녀 얼굴 뿅 튀어나오며.


진상녀 : 지가 의사랍시고 어찌나 거만하고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르는지!

기태 : (갸웃) 거만한 건 맞는데 잘난 척은 아니지. 잘난 거지.

진상녀 :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사람이 여자 마음도 몰라주고!

기태 : (잠깐 생각하더니 끄덕끄덕 수긍하며) 맞는 말이고.

진상녀 : 세상 지 혼자 사는 새끼 같더라!

기태 : ... (순간 좀 슬픈 눈이 되더니 툭) 뭐 대충 다 맞는 말이네...!!


노트북 탁! 덮으면, 그 앞에 서있는 코디.


코디 : 어쩌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글 내려달라고 할까요?

기태 :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침착하게) 그러지 말고 좀 두고 보죠. 인터넷 뜬소문 뭐 얼마나 가겠어요?



S#19. 공씨네 안방 D


공미정 : (신봉향에게 핸드폰으로 인터넷 게시글들 보여주며) 난리도 아니에요. 공기태 성형외과 딱 치면

            수술 망쳐놓고 배째는 병원이라고 줄줄이 악플이고, 공기태 연관 검색어가 폭언에 악담에 막말에..

신봉향 : (차가운 얼굴로 동요 없이 보고)

공미정 : 기태 얘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전혀 아무런 대응도 안 하고 있고.. 이러다 병원 문 닫겠어요.

            (눈치 힐끗) 우리가 좀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좀 알아볼까요?

신봉향 : (냉정하게) 그냥 놔두세요.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하겠죠.

공미정 : (쩝..)



S#20. 공기태 성형외과 로비 D


신경 안 쓰는 척 했지만 걱정돼서 와 보는 신봉향, 환자는 하나도 없고 직원들 무기력한 얼굴로 힘 빠진 모습.


코디 : (꾸벅) 오셨어요..

신봉향 : (서늘한 얼굴로 병원을 둘러보며) 어떻게 된 거예요? 홍보실장은 뭐하고?

코디 : (송구한 얼굴로) 원장선생님이 아무 대응도 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저희도 답답해요 사모님..

신봉향 : 공원장 지금 어딨어요? 원장실에? (들어가려는데)

코디 : 아니요, 나가셨어요..

신봉향 : (이 녀석 뭐하고 돌아다니는 거지?)



S#21. 호프집 밖 D


호프집 건너편에 차를 세워두고 앉아있는 기태, 몰래 장미를 지켜보고 있다.



S#22. 호프집 D


윙윙 파리 날리는 호프집. 전기파리채 들고 파리 때려잡는 장미.


장미 : (파리 빠직! 터지면) 아유 잔인해! (또 빠직!) 아유 잔인해!! (또 빠지직!)



S#23. 호프집 밖 D


기태 : (그런 장미 보며 피식.. 웃는)

장미E : 하긴, 니가 파리 날리는 가게 지키는 주인 심정을 알겠어?

기태 : ... (잠깐 뭔가 생각하더니, 핸드폰 꺼내들면)



S#24. 호프집 D


전화벨 울리고.


장미 : (파리채 휘두르다 말고 전화 받는) 네 주가네입니다. 후라이드.. 네? 몇 마리요? (눈 번쩍!!!) 열 마리요??

         (사이) 아, 아니요, 됩니다, 돼요! 네! 네! 금방 해다 드릴게요!! (전화 내려놓고)


신나서 닭 튀기는 장미. 모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



S#25. 공원 D


자전거에 치킨 열 박스 싣고 비닐봉지에 콜라와 무 담아 주렁주렁 매달고 조심조심 달려오는 장미, 자전거 세우고.


장미 : (두리번거리며) 치킨 시키신 분!!!


벤치에서 음악 듣고 있던 젊은 남자가 손을 흔든다.


남자1 : 여기요!


벤치에 치킨 열 박스 쌓아놓고 돈 받는 장미.


장미 :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돌아서서 돈 세보는 장미, 치킨 10마리 값 15만원.


장미 : 앗싸 15만원!! 사랑 따위 개나 줘라! 돈이 최고다!


신나서 자전거 타고 멀어지는 장미.

장미 멀어지면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기태가 나온다.


기태 : 고맙습니다.

남자1 : 근데 왜 직접 안 받으시고..

기태 : (스스로도 어이없어 피식.. 이게 뭐하는 짓이냐..) 사정이 좀.. (치킨 세 박스 건네며) 이것 좀 가져가서 드세요.



S#26. 기태 집 거실 D


TV 앞에 앉아서 캔맥주와 함께 먹음직스럽게 치킨 뜯는 기태. 혼자만의 치맥힐링타임.

다 뜯은 닭뼈 휙 쓰레기통으로 던지면 골인! 또 휙 던지고, 던지고, 던지고, 골인! 골인! 골인! (JUMP)

쓰레기통에 또 휙! 닭뼈 날아오는데 노골 팅! 튕겨져 바닥에 떨어진 닭뼈. 깔끔쟁이 기태가 치우지도 않고 내버려둔다.

며칠째 집에서 뒹굴뒹굴 치킨만 뜯었는지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모습.


기태 : (소파에 널브러져서) 주장미는 뭐하고 있나...? (핸드폰 들면)



S#27. 호프집 D


장미 : (전화 들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아 네! 후라이드 열 마리요?



S#28. 공원 D


벤치에 앉아있는 남자1에게 치킨 배달하는 장미.

장미, 땀 뻘뻘 흘리며 치킨 열 박스 내려놓으면.


남자1 : (시원한 음료수 건네며) 이것 좀 드시래요.

장미 : 네?

남자1 : (얼른) 아, 아니, 드세요!

장미 : 진짜 더웠는데 고맙습니다! (꿀꺽꿀꺽 시원하게 마시고)


몸을 숨긴 채 장미를 훔쳐보는 기태, 장미 음료수 시원하게 원샷하고 활짝 웃으면 기태도 따라서 빙긋 웃는다.



S#29. 몽타쥬 D


공기태 성형외과 병원, 힘 빠져있는 코디와 간호사들에게 치킨 세 박스 나눠주는 기태 “자, 치킨들 먹고 힘냅시다!!”

봉 위켄드, 훈동에게 치킨 세 박스 턱! 안겨주는 기태. “맛있게 먹어라!”

공씨네 대문 밖, 노점순 코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치킨 세 박스. “어머니 몰래 드세요. 들키면 다 버리실 테니까.”



S#30. 노점순 방 N


노점순과 공미정 이마를 맞대고 마주 앉아 몰래 치킨 먹는.


노점순 : (치킨 뜯으며) 기태 그 녀석 아직도 장미를 못 잊는 모양이다.

공미정 : 뭘 보고? 내 안테나에는 둘이 만나는 낌새가 전혀 안 잡히는데?

노점순 : (치킨 박스 가리키며) 주가네가 누구네겠냐. 주장미네 아니겠냐.

공미정 : 이게 장미네 치킨이라고?

노점순 : 그 소심한 녀석이 박력 있게 못 다가가고 근처만 맴맴 맴도는 거지.

공미정 : 어머.. 그럼 그 녀석 주장미 신경 쓰느라 병원 일은 뒷전인 거야?


열린 문틈 사이로 조용히 듣고 있는 신봉향.


신봉향 : ...... (돌아서고)



S#31. 장미 집 거실 N


장미 : (녹초가 되어 들어오는) 다녀왔습니다!


아무런 대답 없이 조용한 집. 열린 문틈으로 안방을 들여다보면 벽쪽으로 돌아누워있는 나소녀.



S#32. 장미 집 안방 N


장미 : (들어와 화장대에 돈봉투 올려놓고) 오늘 번 돈이에요. (나가면)

나소녀 : (돌아누운 채 서글퍼 주르르.. 흐르는 눈물 한 방울)



S#33. 장미 방 N


졸린 눈 비벼가며 열심히 인터넷 구직사이트 뒤지는 장미.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현희 전화.


장미 : (반갑게 받는) 어 현희야!

현희E : 언니 나 심심해요. 우리 가게 놀러 와요.

장미 : 나 바빠. 돈 버느라.

현희E : 나 안 보고 싶어요? 신혼여행 갔다 와서 한 번도 못 봤잖아.

장미 : 그럼 다른 데서 보든가. 괜히 공기태 마주칠까봐 좀 그래..

현희E : 공기태 요즘 병원 안 나오는데?

장미 : (멈칫) 안 나와?



S#34. 커피숍 D


장미 : 그게 무슨 소리야? 공기태 병원이 왜?

현희 : 병원 조만간 망할 것 같던데? 환자한테 대놓고 폭언을 했다나?

장미 : (뜻밖의 소식에 멍하니 굳어버리는) 공기태가...?

현희 : 병원 손님 끊기면서 레스토랑 매상도 확 떨어졌어요.

장미 : (멍..)

현희 : 한여름 그만 두는 바람에 단골로 오던 여자 손님들도 확 떨어지고.

장미 : (멍..)

현희 : 결혼하면 돈 걱정 안 하고 살 줄 알았는데 레스토랑이 적자라 어머니께 생활비 손 벌려야 되고..

         백화점에서 하던 감정노동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장미 : (멍..)

현희 : 언니? 내 말 들어요?

장미 : 공기태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아...?

현희 : (픽 웃고) 그렇게 걱정되면 인터넷에 검색 한번 해봐요.



S#35. 가게 D


간단한 인테리어 공사 중인 가게 안. 핸드폰으로 진상녀 블로그 들여다보는 여름.


여름 : 어? 이 형 왜 이래?



S#36. 호프집 D


기태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장미,


장미 : 아 공기태 왜 그러지...? (마음 다잡으며) 아냐! 됐어! 신경 꺼!


냉장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거침없이 소주 꺼내고.


장미 : (막 뚜껑 따려다가 멈칫) 참자....! (소주 제자리에 냉장고 문 쿵!)



S#37. 거리 D


치킨집 전단지 붙이는 장미, 기태 걱정으로 마음은 딴 데 가 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핸드폰 꺼내들고 기태에게 전화하려는데.


장미 : (막 통화 버튼 누르려다가 멈칫) 참자...!! (핸드폰 집어넣고)



S#38. 기태 집 현관 앞 D


어느새 기태 집 현관 앞에 서있는 장미.


장미 : (막 초인종 누르려다 멈칫.. 부들부들 떠는 손끝...!!) 차.. 차... 참자......!!!!!! (한계치의 자제력으로 돌아서고)



S#39. 기태 집 건물 밖 D


떨어지지 않는 걸음 터벅터벅 옮기는 장미,


여름 : 어? 주장미?

장미 : (멈칫, 보면)

여름 : 기태 형 보러 온 거야?

장미 : ...

여름 : 만났어?

장미 : ...

여름 : (걱정되는) 어쩌다 그랬대? 잘 나가던 양반이?

장미 : (자제력 뚝 끊어지며) 도저히 안 되겠다! 이건 참고 넘어갈 일이 아니야!!

여름 : ?

장미 : 술 한 잔 하자!

여름 : (잉?)



S#40. 포장마차 N


장미 : (소주 원샷!) 아 좋다!!!

여름 : (피식) 꽤 굶었나 봐? (소주 따라주려고 손 뻗는데)

장미 : (벌써 자기가 덥석 집어 콸콸 따르며 자괴감에) 술 끊을라 그랬는데...

여름 : 이렇게 좋은 걸 왜 참아?

장미 : 참아야 또 얻는 게 있으니까. (원샷!)

여름 : 그게 뭔데?

장미 : (자기 잔에 자작하며) 나 자신. 나는 나를 찾는 중이거든.

여름 : (빤히 보더니) 참 희한해.

장미 : 뭐가?

여름 : 너 거기 있잖아. 어디서 뭘 더 찾겠다는 거야?

장미 : 그 동안 나한텐 나는 없고 남만 있었거든. 나한텐 홀로서기가 필요해.

여름 : 홀로서기는 왜 하는데?

장미 : 더 이상 진상 캐릭터로 살 수 없잖아. 다른 사람한테 기대기 싫어.

여름 : 왜 기대면 안 되는데?

장미 : 자꾸 말꼬리 잡을래? 한번 기대면 자꾸 기대하게 되고..

여름 : 좀 기대하면 안 돼? 아무런 기대도 없이 무슨 재미로 살아?

장미 : ...! (말문 막혀서 보면)

여름 : (조용히 미소) 넌 진상피울 때가 더 예뻤어. 지금 좀 못생겨진 거 알아?

장미 : (피식..)

여름 : 우리가 기태형 좀 도와줄까?

장미 : (관심 없는 척 하지만 솔깃한 걸 숨길 수 없고) 어떻게...?

여름 : (그런 장미가 귀여워서 피식) 기태형 모르게.

장미 : (상체 여름을 향해 기울이며 더 솔깃) 모르게 어떻게??

여름 : (피식)



S#41. 기태 집 거실 N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치킨.. 일어나 거울에 몸매 비춰보며.


기태 : 배가 좀 나왔나...? 뭐 귀엽네.. 에라 모르겠다..


벌렁 드러눕는 기태.


기태 :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름) 주장미...!


딩동 초인종 소리. 기태, 용수철처럼 벌떡 튕겨져 일어난다.


기태 : 주장미...?


허둥지둥 먹다 남긴 치킨이며 찌그러진 맥주캔 안 보이게 쑤셔박고 현관으로 달려가다가 끽!

거울 앞으로 방향 바꿔 머리 슥슥 빗어 넘기고 눈꼽 떼고 옷도 갈아입고

그러는 와중에 계속 딩동딩동 이어지는 초인종.



S#42. 기태 집 현관 밖 N


기태, 잔뜩 부푼 얼굴로 문을 여는데.


세아 : (화난 얼굴로) 살아있네?

기태 : (얼굴 싹 식고) !!!

세아 : 좀 들어가자. (밀고 들어가면)



S#43. 기태 집 거실 N


세아 : (안으로 들어오며) 너 뭐하고 있는 거야? 기껏 가라고 보내줬더니..

기태 : (한숨) 왔으니까 좀 앉아..

세아 : (선 채로) 일단 명예훼손으로 고소부터 해!

기태 : (소파에 털썩) 보니까 틀린 말 없던데 뭐.

세아 : 만나서 합의를 보든지!

기태 : (절레절레) 나더러 그 정신병자 면상을 또 보라고?

세아 : 그래, 니 말대로 그 여자 성형중독으로 정신과 진단 받은 적도 있더라. (서류봉투 툭 건네고) 반박할 근거가 될 거야.

기태 : 환자 진료기록은 비밀이야.

세아 : 누가 진료기록까지 올리래? 인터넷 속성 몰라? 이 여자 정신병자라더라! 그냥 그렇다더라!

         근거 없이 떠들어대는 글에는 근거 없이 대응하는 거야.

기태 : 그렇게까지 해야 돼?

세아 : 단순히 글만 삭제한다고 이미 각인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지워져? 차라리 강하게 받아쳐서 이슈를 만드는 게 낫다고.

기태 : (심드렁)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세아 : (답답한) 공기태! 너야말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거니?

기태 : 걱정 마. 내 정신이 지금처럼 평온했던 적이 없으니까.

세아 : 뭐?

기태 :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이렇게 생산적인 건지 몰랐다.

세아 : (보면)

기태 : 더 열심히.. 더 특별하게.. 더 완벽하게.. 더더더...! 더 안 가고 도중에 멈추면 나도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막상 멈춰보니까 아무 것도 아니네. 여자들 더 예쁘게 소리 안 들으니까 오히려 좀 살겠어.

         (피식) 이래서 사람이 잡은 거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나 봐.

세아 : ... (속상해서 물끄러미 보다가) 겁나서 못 잡는 거 아니고?

기태 : (보면)

세아 : 잡았는데도 안 잡히면 쪽팔릴까봐?

기태 : ...

세아 : (한숨) 암튼.. 내가 그 여자 한번 만나볼게.

기태 : (정색) 그러지 마. 니 도움 안 받아.

세아 : 괜찮아. 나는 더 쪽팔릴 것도 없거든. (나간다)

기태 : ...



S#44. 디저트카페 D


여름, 핸드폰 속 진상녀의 셀카 사진과 카페 배경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름 : 봐! 여기 맞지?

장미 : 어떻게 알았어?

여름 : 이 여자 블로그에 하루 일과가 다 있어. 요즘은 여기 자주 온대.

장미 : (휘 둘러보며) 오늘은 안 보이는데?

여름 : 일단 좀 먹으면서 기다려 보자. (메뉴 펼치고)


화면 바뀌면, 예쁘고 달콤한 디저트들. 맛있게 먹는 두 사람.


장미 : 근데, 만나서 어쩔 거야?

여름 : 일단 만나서 생각해 보지 뭐.

장미 : 뭐야 그게? 무대책이야?

여름 : 걱정 마. 내가 여자 마음 움직이는 데 소질이 좀 있거든.

장미 : (치..) 이래도 되나 모르겠다..

여름 : (태연한 얼굴로 디저트 먹으며) 왜? 뭐가?

장미 : 어.. 솔직히 좀.. (머뭇) 너한테 미안한 생각도 좀 들고..

여름 : 너만 기태형 좋아하는 줄 알아? 나도 기태형 무지하게 좋아하거든?

장미 : (헤..)

여름 : 그래도 정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나랑 동업하든지.

장미 : (멈칫) 또 그 얘기야? 안 한다니까.

여름 : 하자.

장미 : 혼자 해.

여름 : 같이 하자.

장미 : 못 해.

여름 : 그냥 좀 하자.

장미 : (경고) 그만 해라아.

여름 : 알았어. (숨 한 번 쉬고) 그래도 하자.

장미 : (어이없어 허!) 장난 그만 해.

여름 : (진지하게) 니가 필요해.

장미 : (멈칫)

여름 : 다른 거 기대하는 거 아니야. 비즈니스 차원에서 기대고 싶은 거지.

장미 : (살짝 흔들리지만) 정말...?

여름 : 어. 다른 흑심 없어.

장미 : (힐끗) 없어?

여름 : 없어.

장미 : 진짜 없어?

여름 : (갸웃) 있나...?

장미 : (째려보며) 안 해!

여름 : (장난스럽게 웃으며) 없어, 없어, 진짜 없어!

장미 : 됐어. 그만 갈래. 그 여자도 안 오잖아. (일어나는데)

여름 : (붙잡아 앉히며) 잠깐만! 왔어!

장미 : (멈칫, 보면)


저만치 테이블에 자리 잡는 진상녀...!


장미 : (막상 마주치자 긴장되는) 진짜 왔다...!

여름 : 내가 뭐랬어.

장미 : 가보자.


장미, 여름과 함께 비장한 얼굴로 진상녀 쪽으로 다가가는데 그때 진상녀 앞에 와 앉는 세아...!

비장하게 다가가던 걸음 끽! 급정거하는 장미.


장미 : 어...?

여름 : 강세아...?


장미와 여름, 엉거주춤 도로 앉으면,

세아, 장미와 여름을 보지 못한 채 직원에게 주문하는.


세아 : 커피 주세요.

진상녀 : (팔짱 끼고 삐딱하게 세아 보고)

세아 : 공원장은 그쪽 선처할 생각이에요.

진상녀 : (콧방귀) 누가 누굴 선처해? 내가 입은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건데요?

세아 : (돈봉투 내밀고) 바라는 게 이거죠?

진상녀 : 허! 내가 꼴랑 돈 몇 푼 받자고 그런 줄 알아요? 난 다른 사람이 같은 병원에서 피해 입을까봐, 응?

            돕고 싶은 마음에 쓴 글이라고!

세아 : (차분하게) 그럼 고소장 보낼까요?

진상녀 : (우물쭈물)


두 사람 지켜보는 장미와 여름.


장미 : (슬쩍 좀 씁쓸해져서) 괜히 우리까지 나설 필요 없었네..

여름 : 그러게. 확실히 너보단 강세아가 똑부러지긴 하지.

장미 : (썰렁하게 쳐다보면)

여름 : (헤.. 웃고)

장미 : 가자. (일어나고)


다시 세아 쪽으로 화면 넘어와서.


진상녀 : 근데 그쪽은 뭐야? 변호사라도 돼요?

세아 : 아니요. 나도 성형외과 전문의예요. (진상녀 얼굴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반복된 수술로 얼굴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네요.

         미용 성형은 포기하고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재건 성형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진상녀 : ...! (손으로 더듬더듬 자기 얼굴 만져보고)

세아 : 그쪽 얼굴 보니까 공원장이 왜 침묵으로 일관했는지 알 것 같아요. 차마 대응하기 미안할 정도로 딱해요.

진상녀 : 뭐? 내가 불쌍해?

세아 : 아니요. 그쪽 얼굴이 불쌍하죠.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 많았네.

진상녀 : 허! 니가 뭘 알아? 이쁜 것들이 뭘 알아!!

세아 : (당당하고 태연하게) 나도 성형미인이에요.

진상녀 : (멈칫)

세아 : 미묘한 차이는 있죠. 나는 나를 사랑해서 고쳤지만, 그쪽은 그쪽을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으니까 고쳤겠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고치고 또 고치고 결국 누구 얼굴도 아닌 얼굴로 살게 된 거지.

진상녀 : (컴플렉스를 정면으로 찔린.. 울컥!! 뺨 때리려고 손 치켜드는데)

세아 : (턱 잡고 낮은 목소리로 서늘하게) 인터넷 댓글에 겨우 얻는 위안이 얼마나 갈까?

         내가 너 성형중독 괴물이라고 댓글 달아줘?

진상녀 : 이 년이 진짜!!!!!


진상녀, 세아에게 붙잡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커피를 집어 세아에게 쫙!

카페를 나서려던 장미와 여름, 소리에 돌아보면,


세아 : !!!!!!

진상녀 : (돈봉투 집어던지며)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어디 끝까지 한번 가봅시다!!

            니들이 나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다! 다 까발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


장미와 여름 놀라서 달려오고, 진상녀 홱 돌아서서 나간다.


장미 : (달려와 닦아주며) 괜찮아요??

세아 : ! (멈칫) 두 사람..

여름 : 뜨거운 커피죠? 덴 거 아니에요?

세아 : 괜찮아요, 그보다 저 여자 좀 잡아줘요..!

장미 : (여름에게) 한여름, 넌 세아씨랑 좀 있어줘! (달려 나가고)

여름 : (직원에게) 여기 얼음주머니 좀 주세요!!



S#45. 카페 밖 D


밖으로 뛰어나오는 장미, 저만치에서 차에 올라타는 진상녀.


장미 : 잠깐만요!!! (뛰어가는데)


그대로 출발해버리는 진상녀.

장미, 한쪽에 세워뒀던 자전거에 올라타 추격하고.



S#46. 거리 D


미친 듯이 페달 밟는 장미, 전속력으로 진상녀의 뒤를 쫓는다.


장미 : 거기!!!!! 좀 서 봐요!!!!! 기다려요!!!!!!!!!!!!


마침내 신호에 걸려 멈춰서는 진상녀 차.

겨우 따라잡는 장미. 자전거 팽개치고 조수석 문 벌컥 열고 다짜고짜 올라탄다.


장미 : (숨 씩씩 몰아쉬며) 아 좀... (헉헉) 서보라니까.. (헉헉) 죽는 줄 알았네!!


고개 돌려 진상녀 보면, 녹아내린 화장품과 눈물로 온통 범벅이 되어있는 진상녀 얼굴. 핸들 부여잡고 끅끅대며 울고 있다.


장미 : ...!

진상녀 : 보지 마...! (끅!) 내 얼굴.. (끅끅) 보지 마...!!!

장미 : (안쓰러운 마음.. 휴지를 건네고)

진상녀 : (끅끅) 넌 또 뭐야...!!

장미 : ... (툭) 술이나 한 잔 할래요?



S#47. 호프집 D


얼떨결에 따라와 버린 진상녀,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썰렁한 얼굴로 눈알 굴리며 앉았고.


장미 : (그 앞에 소주에 치킨 가져와서 생긋) 내가 요즘 돈이 좀 궁해서.

진상녀 : 아무래도 그냥 가는 게.. (일어나는데)

장미 : (붙잡으며) 어어 맛이라도 보고 가요! (치킨 건네는데)

진상녀 : (뭐야 이 여잔? 흥.. 외면하고)

장미 : 그럼 술? (술잔 건네고)

진상녀 : (내키지 않는 얼굴로 보고)

장미 : (헤.. 웃는 얼굴로 권하고)

진상녀 : (마지못해 받으면)

장미 : (잔 채워 건배하고 꿀떡!)

진상녀 : (마시면)

장미 : (또 채워준다)



S#48. 공씨네 안방 / 공기태 성형외과 D


신봉향, 굳은 얼굴로 진상녀의 블로그 사진을 본다.


신봉향 : (핸드폰 들어 전화 걸고) 공원장 있어요?

코디 : (성형외과 쪽 화면) 아 사모님.. 원장님 직원들 유급휴가 주고 병원에 잘 나오지도 않으세요.

         가끔 들러서 치킨만 잔뜩 주고 가시구요.

신봉향 : 치킨...?


flashback insert>

치킨 먹는 노점순과 공미정.


노점순 : (치킨 뜯으며) 기태 그 녀석 아직도 장미를 못 잊는 모양이다.

공미정 : 어머.. 그럼 그 녀석 주장미 신경 쓰느라 병원 일은 뒷전인 거야?


신봉향 : (낮게 한숨) 알았어요. (전화 끊고 일어나면)



S#49. 호프집 D


알딸딸 술 오른 두 여자.


장미 : 에이! 공기태가 잘못했네!!

진상녀 : 그치? 내 말 맞지?

장미 : 그냥 지금도 충분히 예쁘세요! 한 마디면 될 걸!

진상녀 : 그러니까!!

장미 : 그 인간이 원래 그렇게 듣기 좋은 소리를 안 해주는 놈이에요.

         오히려 상대방 아픈 구석을 콕 집어 마구마구 후벼파는 놈이지.

진상녀 : 근데 그쪽은 왜 그딴 놈 변명을 해주는 건데?

장미 : 그러게.. (피식) 실은 나도 지금 남 걱정해주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내 살 길도 막막해 죽겠는데

         자꾸 그 인간이 눈에 밟혀서 도저히 내버려둘 수가 없네.. 참 손 많이 가는 남자야...

진상녀 : (물끄러미) 그 남자.. 사랑하는구나...?

장미 : ... (술 홀짝..)

진상녀 : 너도 참 깝깝하게 됐다.. 그런 놈을.. (술 따라주고)

장미 : 나 봐서 공기태 한번만 봐주라.

진상녀 : 니가 이런다고 그 놈이 니 맘 알아줄 것 같아?

장미 : (헤 웃으며) 그 놈이 알면 또 진상 떤다 그러겠지.

진상녀 : 너 딱 나 같은 진상과구나?

장미 : (피식) 딱 들켰네? 어떻게 알았냐?

진상녀 : 진상 떨어본 사람만 아는 외로움이 있어.. 평생 남한테 진상 한번 안 떨고 쿨하고 깔끔하게 산 사람은

            절대 모르는 외로움.. 그게 너한테도 보여.

장미 : (씁쓸한 얼굴로 헤..)

진상녀 : 어쩐지 아까 그 이쁜 년보다는 너랑 좀 말이 통하더라.. (술잔 내밀고)

장미 : (웃으며 술잔 짠! 부딪히고)



S#50. 호프집 밖 D


택시에서 내리는 신봉향, 장미와 함께 있는 진상녀를 보고 멈칫...!


신봉향 : ....!



S#51. 호프집 D


장미 : 암튼 공기태! 툭하면 막말에 잘난 척 하더니 쌤통이다! 아우 꼬시다!

진상녀 : (피식)

장미 : 그 놈도 한 번 호되게 당해봐야 돼! 그래야 다른 사람 심정도 좀 알지! (잔에 콸콸 술 따르며) 자! 마셔! 마셔!

진상녀 : ? (장미 어깨너머 입구쪽을 보면)

장미 : (진상녀 시선을 따라 돌아보면)


입구에 굳은 얼굴로 서있는 신봉향...!


신봉향 : 니가 벌인 짓이었니...?

장미 : ......!

신봉향 : (홱 돌아서고)



S#52. 호프집 밖 D


밖으로 나오는 신봉향.


장미 : (따라 나와서) 저기...!

신봉향 : 내가 잘못했구나.

장미 : (보면)

신봉향 : 니 어머니까지 불러다 수치심을 준 건 내가 좀 지나쳤다.. 하지만 그것도 너한테 내가 기대한 게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었다..

장미 : (죄송한 마음) ...

신봉향 : 그 말을 하려고 여기 왔는데.. 기태 마음 정리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나는 그래도 너한테 인간적인 마음을 기대하고 왔는데.. 넌 복수를 꾸미고 있었구나...?

장미 : (멈칫) 복수요...? 제가요...?

신봉향 : 그게 아니면 돈이니?

장미 : 네...?

신봉향 : 돈이라도 좀 쥐어주고 정리했어야 하는데.. 니 바닥이 여기까진 줄은 미처 몰랐다.

장미 : (가슴에 화살이 날아와 박힌 느낌으로 보면)

신봉향 : (싸늘하게 돌아서고)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올라타고 쌩하니 가버리는 신봉향.

억울하고 아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는 장미..


flashback insert>

5부 8씬 기태 “돈 필요해? 얼마 줄까?”

5부 24씬 여름 “돈 때문에 만나는 사이?”

5부 32씬 신봉향 “돈 받았어요?”


장미 : 그렇구나.. 공기태 옆에 있는 나는..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구나... (혼자 서있는 모습에서)



S#53. 기태 집 거실 N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기태.


세아E : 겁나서 못 잡는 거 아니고?

기태 : ......


조용히 들어와 그 꼴을 바라보는 신봉향.


신봉향 : 한심한 놈..

기태 : (멈칫.. 돌아보면)

신봉향 : 너 바라는 대로 혼자 살랬잖아. 이렇게 살고 싶었던 거니? 이러려고 온 집안을 뒤집어놨어?

기태 : ...

신봉향 : 참 꼴좋다. 니 덫에 니가 걸려 넘어졌구나.

기태 : 그러게요.. (자조적인 얼굴로 피식) 어머니 골탕 먹이려고 끌어들인 여자한테 오히려 제가 빠져서 정신 못 차리고..

신봉향 : (치미는 분노 간신히 누르며) 그만 털어버려. 너도 주장미한테 속은 거야.

기태 : ...?

신봉향 : 다 주장미가 꾸민 일이야. 니 병원 험담해서 문 닫게 만든 여자, 그 뒤에 주장미가 있다고.

기태 : 장미가요...?

신봉향 : 둘이 얼굴 맞대고 작당하고 있는 거, 내 눈으로 확인하고 오는 길이다.

기태 : ......! (충격 받은 얼굴)

신봉향 : 합의금을 받아서 나누기로 한 모양이지. 아니면 너 이렇게 약해진 틈을 타서 더 크게 한몫 챙기려는 거든지.

기태 : (충격으로 멍하고) ......


멍하던 기태,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일어나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신봉향 : 어디 가려고! 내가 정리할 테니까 넌 나서지 마.

기태 : (신봉향 말 들리지 않는다)

신봉향 : 공기태...!

기태 :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밖으로)



S#54. 호프집 밖 N


진상녀 차 뒷좌석에 만취한 진상녀를 태우는 장미와 여름.

완전히 뻗어버린 진상녀.. 간신히 차에 밀어 넣고.


여름 : 이 분 집에 모셔다 드리기만 하면 미션 성공인 거지?

장미 : (힘없이 끄덕)

여름 : 이 여잔 맛이 갔는데 넌 왜케 멀쩡해?

장미 : ...

여름 : 뭐 술 확 깨는 일이라도 있었던 얼굴이네?

장미 : ...

여름 : (운전석 올라타며) 암튼 술 하면 주장미, 주장미 하면 술이다. (창문 밖으로 장난스럽게 툭 던지는) 우리 술장사 할까?

장미 : (툭 받는) 그거 돈 될까?

여름 : (멈칫) 어?

장미 : 하자.

여름 : (눈 휘둥글) 정말?

장미 : 어.

여름 : 진짜??

장미 : (건조한 얼굴로) 그래.. 우리 돈 벌자. 많이 벌자..

여름 : (신나서) 오케이!!!

진상녀 : (주정) 아 시끄러...!

장미 : 출발해.

여름 : 알았어! 약속했다! 맘 변하면 안 된다!! (출발하고)

장미 : ......



S#55. 달리는 기태 자동차 N


화난 얼굴로 운전하는 기태.



S#56. 호프집 밖 N


호프집 앞에 차를 세우는 기태.

가게 불이 꺼져있다. 내려서 보면, 문에 붙어있는 “임시휴업” 쪽지.


기태 : ...! (어디 갔지? 돌아보면)



S#57. 공원 N


장미 : 여기 계시네요.


벤치에 앉아서 음악 듣던 남자1, 이어폰 빼고 고개 들면.


장미 : 못 만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에요.

남자1 : (어색하게) 아, 아.. 네..

장미 : (치킨 세 박스 포장한 걸 내밀며) 이거 서비스예요.

남자1 : 네...?

장미 : 저희 가게 사정상 당분간 문을 닫을 것 같아서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저한테 진짜 큰 힘이 됐어요.

남자1 : (난처한 얼굴로 긁적) 아.. 이거.. 어쩌지? 말하지 말랬는데..

장미 : 네?

남자1 : 사실은 치킨 열 마리 그거 내가 주문한 게 아니거든요.

장미 : 네...?



S#58. 호프집 밖, 기태 차 안 N


기태 : (훈동에게 전화 걸고) 어 이훈동. 현희씨한테 주장미 전화번호 좀 물어봐줘.



S#59. 공원 N


남자1 없고, 혼자 벤치에 앉아있는 장미. 핸드폰 벨 울리면.


장미 : (전화 받는) 네..

기태E : 지금 어디야!

장미 : (화난 얼굴) 너 사람 가지고 노는 거 여전하구나...!



S#60. 호프집 밖, 기태 차 안 N


기태 : 너 여기저기 사고치고 다니는 것도 여전하고! 잔말 말고 어딘지나 말해!

         (사이) 지금 갈 테니까!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출발하고)



S#61. 공원 N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기태,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던 장미 일어나고 마주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기태 : 어머니 말이 사실이야?

장미 : 다 듣고 왔으면서 뭘 물어?

기태 :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너!

장미 : 무슨 생각이었는지 말하면? 믿어줄 거야? 가진 거 없는 여자가 많이 가진 남자를 위한다면

         그건 절대 순수한 마음 아니잖아! 딴 속셈 있는 거잖아!

기태 : (멈칫)


flashback insert> 1부

“그쪽이 훈동이 돈 보고 결혼하고 싶은 것처럼 훈동이도 그쪽 얼굴 몸매 보고 만난 거라고!”

기태에게 자몽주스 끼얹던 장미. “난 사랑이었어...!”


장미 : 처음부터 너도 나 안 믿었어..

기태 : 니가 하도 바보 같이 구니까...!

장미 : 그래 너 잘났어! 너무너무 잘났지! 나는 니 옆에 있기엔 한참 모자라고!!

기태 : 다른 사람한테 가라고 나 밀어낸 거 너야!!

장미 : 됐고, 다시는 치킨 같은 거 시키지 마라! 동정받기 싫으니까!

기태 : (버럭) 너야말로 남의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

장미 : (멈칫.. 보면)

기태 : 너랑 나 연극 다 끝났잖아!! 그 고생을 하고 간신히 다 정리했잖아!! 나한테서 매몰차게 돌아섰으면

         신경 끄고 니 갈 길 갈 것이지!!! 왜 또 끼어들어서 어머니께 그런 오해나 받냐고!!!!!!

장미 : ...! (오해? 눈물 그렁해져서 본다. 날 믿어준 거야....?)

기태 : 정신 차려 이 여자야! 나 때문에 직장까지 짤리고! 부모님은 이혼소송 중인데! 니가 지금 이럴 때야?

         그 동안 나 때문에 겪은 굴욕에 수모, 다 잊었어? 그걸로 모자라?

장미 : 공기태..

기태 : 얼마나 더 나 때문에 상처 받으려고!! 나 때문에 얼마나 더 울려고!! 너만 등신이면 됐지 왜 나까지 등신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 때문에 그 꼴 당하는 걸 언제까지 더 봐야 하냐고!!!!!!

장미 : .......!

기태 : (버럭) 내가 널 좋아한다고 이 답답한 여자야!!!!!!!!!!!!!!


멍한 얼굴로 주춤.. 뒷걸음질 치는 장미, 갑자기 홱 돌아서더니 휘적휘적 도망가기 시작한다.


기태 : (잉???) 주장미! 어디 가!


도망가는 장미 쫓아가 뒷덜미를 붙잡는 기태.


기태 : 뭐야 너.. 왜 도망가...!

장미 : (겁에 질린 얼굴로) 나 니 옆에 있기 싫어....!!

기태 : (멈칫, 보면)

장미 : 니 옆에 있으면 내가 자꾸 싫어진단 말이야.. 아무리 가진 거 없어도 내 스스로가 창피했던 적은 없어..

         근데 니 앞에선 내가 자꾸 창피하고.. 날 창피해하는 내가 너무 싫어...!

기태 : ... (보더니) 누군 안 그런 줄 알아? 나도 마찬가지야!

장미 : (너도...?)

기태 : 나는 한 번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 적 없는 놈이야. 근데 너 때문에 내가 자꾸 흔들려.

         너 때문에 내가 자꾸 싫어진다구! 그래도!! (똑바로 보며) 그래도 너랑 같이 있고 싶어.

장미 : (눈물 그렁한 눈으로 보고)

기태 : (보면)

장미 : (울먹) 안 되는데.. 다 끝났는데...

기태 : (픽 웃고) 가짜연애는 끝났어. 지금부터 진짜로 하자.

장미 : .......!!!


장미를 와락 끌어안는 기태. 장미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장미의 입술에 뜨겁게 키스하는 기태.



S#62. 기태 집 밖 N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어오는 기태와 장미. 닿을 듯 말 듯 긴장감 속에 스치는 두 사람의 손,


기태 : 어떻게 한번을 안 와?

장미 : 니가 한번이라도 웃는 얼굴로 반겨줬어?

기태 : 그렇게 오지 말래도 오더니!

장미 : (힐끔) 나 기다렸나 보네?

기태 : 뭐 별로.

장미 : (툭) 실은 한번 왔었어.

기태 : 진짜?

장미 : 문 바로 앞에서 초인종까지 누를 뻔 했지.

기태 : (피식) 하여간 이 여자 나한테서 벗어나질 못하네.

장미 : 너야말로, 문밖에 발자국 소리만 나도 난 줄 알고 달려나간 거 아냐?

기태 : (피식..)

장미 : (피시식..)


손가락 살며시 포개지더니, 스르르 깍지 끼는 두 손.

서로를 힐끗 보는 두 사람. 피시식.. 쑥스러운 미소. 손깍지 낀 채 안으로 들어가면.



S#63. 기태 집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다가 헉! 놀라는 장미.

닭뼈와 찌그러진 맥주캔들.. 물건들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거실.


장미 : 깔끔쟁이 공기태씨께서 이게 다 뭐야!!

기태 : (집이 엉망인 걸 미처 생각 못했다. 당황해서) 야!! 보지 마!! 잠깐 나가 있어!! (손바닥으로 장미 눈 가리는데)

장미 : (뿌리치고 피식) 이거 완전 나한테 푹 빠졌었네? 아주 정신 못 차리고 바닥까지 무너졌었구나 너?

기태 : (헛기침 흠!) 아니 내가 좀 바빠서..

장미 : (기태 몸에서 나는 냄새 킁킁!) 너 씻지도 않았어?

기태 : (얼른 몸 사리며 장미에게서 떨어지며) 많이 바빴거든..

장미 : (피식.. 웃고) 얼른 씻기부터 해.

기태 : (힐끔) 씻으라고?

장미 : 어.

기태 : (쑥스) 지금...?

장미 : 그래! 지금 당장! (기태를 화장실로 밀어 넣으면)



S#64. 기태 집 화장실 N


장미에게 떠밀려 들어오는 기태.


장미 : 구석구석 박박 닦아! (문 쿵 닫으면)

기태 : (혼자 괜히 발그레..) 구석구석...?


후다닥 옷 벗고 샤워 시작하는 기태. 신나서 정말 구석구석 열심히 박박 닦는 모습.

타올 두르고 거울 앞에 서서 스킨 로션 바르고 향수도 칙칙 머리도 만진다.

이렇게 만졌다가 저렇게 만졌다가.. 어떻게 해도 다 맘에 안 들고.. 점점 산으로 가는 헤어스타일..


장미E : (문 밖에서) 공기태! 다 씻었어?

기태 : (화들짝) 어어!! 금방 나가!! (피식) 재촉하기는..



S#65. 기태 집 거실 N


가운 차림으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기태. 결국 평소 외출할 때 헤어스타일로 올린 머리.


기태 : (쑥스러운 얼굴로 나와 서면)

장미 : (한쪽에서 청소기 끌고 나오다가 멈칫) 머리가 왜 그래? 너 어디 가?

기태 : 어..? 아.. 이건..

장미 : 어디 갈 생각 하지 마! 그 동안 미뤄둔 일이 산더민데! 밤새도 모자라!

기태 : (발그레..)

장미 : 내 말 못 들었어? 빨리 안 움직여?

기태 : 알았다. (성큼성큼 장미에게 다가와 그대로 키스하려는데)

장미 : 야 너 뭐해! (확 뿌리치면)

기태 : (입술 쭉 내민 채 응?)

장미 : (피식) 너 무슨 응큼한 생각을 한 거야? (청소기 턱 안겨주며) 빨리 옷 입고 청소기부터 돌리라고!!

기태 : (뻘쭘) 어...?

장미 : 빨리빨리! 움직여! (주방으로 가서 쌓여있는 설거지 시작하고)

기태 : (잔뜩 들떴던 기분 쭈우우욱... 가라앉고)


아랫입술 쭉 내밀고 퉁퉁 부은 얼굴로 청소기 돌리는 기태. (옷 입고)

눈은 계속 장미를 힐끔거린다. 그래도 같이 있으니까 좋다..


기태 : (청소기 밀며 다가가서) 발 좀 치워봐.

장미 : (이리 비켜주고 저리 비켜주고)

기태 : (장미 주위만 맴맴 돌고)

장미 : (설거지 멈추고 홱 돌아보며) 왜 자꾸 여기서만 맴돌아!

기태 : 희한하게 니 주변이 제일 지저분해.

장미 : (픽 웃고 밀어내며) 가서 침실도 밀어! 2층에도 먼지 쌓였더라!

기태 : (피..)


장미 바쁘게 움직이며 설거지 하고 여기저기 걸레로 박박 닦는 모습.

장미, 쓰레기봉투 야무지게 꽉 묵고 돌아서면, 장미 손길로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반짝반짝 기태 집.


장미 : (손 탁탁! 털며) 이래야 공기태 집이지!

기태 : 그럼 이제 우리.. (슬며시 어깨에 팔 두르면서) 좀 쉴까?

장미 : 그래. 좀 앉자.

기태 : (신나서) 뭐 마실 거 줄까? 와인?

장미 : 좋아. 맨정신엔 나도 좀 쑥스럽다..


장미, 머리 샤랄라 넘기며 소파로 가면 기태, 빛의 속도로 와인과 와인잔 두 개 챙겨서 소파로 후다닥!

설레는 마음으로 코르크마개에 스크류 열심히 박는데.


장미 : (슬쩍 긴장하며) 나.. 시작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기태 : (와인 오픈하는 데만 열중하며 대충) 어, 말해.

장미 : 너 웃으면 안 돼. 나 진지하니까.

기태 : (코르크마개와 씨름하며) 나도 진지해.

장미 : 있지..

기태 : (코르크마개 끄응..)

장미 : 우리..

기태 : (끄으응!)

장미 : (숨 한번 후.. 쉬고)

기태 : (마게 뽕!!! 따면)

장미 : 쿨한 사이 어때??

기태 : (멈칫) 뭐...?

장미 : (쿨하게 씩 웃으며) 우리 연애만 하자. 결혼 말고.

기태 : ......!























첨부파일 연애 말고 결혼 13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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