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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방송대본

[비밀의 숲] 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2,042 목록 댓글 0

[비밀의 숲] 05











1. 무성의 집/대문 앞 - 밤


요란한 사이렌 소리, 눈이 멀듯 한 카메라 조명. 이곳은 벌써, 아수라장이다.

골목 초입에 응급차는 사이렌 울리며 비키라고 방송하고, 정복경찰들은 길을 트려고 호루라기 불어대지만,

가뜩이나 좁은 골목에 방송 차량이 얽혀 제자리걸음이다.

대문 앞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자리싸움 벌인다. 무등, 사다리, 뭐든 타고 올라가 담 넘어 집안 찍는 대포 카메라들.

옆집 다세대 주택 담 위에도 진을 친 카메라가 이미 새카맣다.

골목 여기저기에 쭈그리고 노트북으로 기사 전송하는 기자들에, 불안해서 서성이는 동네 사람들.

택시기사도, 죽은 개 해피 주인도 겁에 질렸다.


기자4 : 뒤에 보이는 이곳이 바로 지난 1월 박모씨가 살해된 현장인데요! 방금 전 이곳에서 끔찍한 범행이 또 다시 벌어졌습니다!

기자5 : 현장을 목격한 한 학생이 SNS에 피해자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진 이 사건은,

           박모씨 죽음 뒤 빈집이 된 현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청소년들이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신고는커녕

           SNS에 사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누군가 ‘애들 나온다!’ 소리치자 화면, 그쪽으로 급히 이동.

얼굴에 죄다 점퍼를 뒤집어쓴 대여섯의 학생들이 서형사를 따라 줄줄이 나온다.

동네 사람들 뭐라 소리 지르고, 카메라는 달려오고, 그야말로 난리가 나는데,



2. 동/골목 – 밤


골목으로 오는 시목의 차. 사람과 차로 길이 엉켜 더는 갈 수 없다.

시목, 차에서 내리며 신분증 차는데, 시목 발견한 기자들이 달려든다. 휴대폰과 카메라가 화면에 마구 디밀어진다.


기자4 : 피해자가 먼젓번하고 관계있나요? 모방인가요?

기자5 : 검거를 장담했는데 또 희생자가 나온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자6 : 연쇈가요? 연쇄 맞죠!

시목 : (휴대폰 들이미는 기자들 묵묵히 헤치고 집으로 향한다)



3. 동/마루 - 밤


나뒹구는 술병, 컵라면 등 쓰레기로 엉망인 집안. 마루 한복판엔 집안에서 캠프파이어라도 했는지 커다란 불탄 자국까지.

여기에 경찰들(현장 훼손 방지용 덧신 신은)과 감식반이 뒤섞여 더 혼잡하다.

화장실 문 앞엔 강력반 형사들이 모여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는데,

유독 곤혹이 아닌 분노에 휩싸여 보이는 여진, 어느 새 뒤에 와 선 시목(역시 덧신 신은)에게 부딪힌다.

부딪혀도 반응 없는 시목. 그의 까만 눈동자에 반사되는, 사워기에 묶여 늘어진 민아.


김경사 : 죽겠네.. (장형사에게) 여자 유류품 찾아봐. 가방이든 뭐든. 집주인은 집이 이 꼴이 되도록 어디 박혀 있는 거야?

시목 : (민아에 시선 고정한 채) 저 차림에 옷가지 하나 떨어진 게 없는데요.

김경사 : (그제야 시목 본, 전혀 안 반가운) 네?

시목 : 가방이든 뭐든, 없어요,

김경사 : (속옷 차림 민아 흘끗 보는. 입 삐죽하지만 반박할 말 없다)

여진 : 집주인은 내가 알아요. (핸드폰 꺼내는데)


화장실 안에서 팍!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4. 동/화장실 - 밤


감식반, 민아 사진을 찍고 있다. <감식반이 찍는 사진 대로 잡히는 스틸 컷>

-엉겨붙은 머리칼. 군데군데 드러난 백지장 같은 얼굴, 재갈 물렸던 자국 짙은 입가.

-톱니처럼 군데군데 부러진 손톱과 묶인 자국이 검게 변한 손목.

감식반, 조심스레 몸을 기울여 손 묶은 끈 살피는데, 어디에나 흔한 노끈.

시목, 화장실 문가에 서서 이를 지켜보는데, 화장실 욕조 안에 또 다른 시목(상상. 반투명)나타난다.

상상의 시목, 완전 무장했다. 장갑, 머리카락을 감싼 모자, 족적방지용 덧신까지.

(감식반이 현장 조사를 하는 현실의 장면과 겹쳐서 보이는)

상상 속 시목, 축 쳐진 민아(반투명)를 욕조 샤워기에 묶는데, 절대 쉽지 않다.

한 손으론 민아 두 손을 고정시키고 한 손으론 끈 묶느라 힘을 들이는 상상 속 시목, 다 묶고 이제 칼 잡는다.

휘두르려는데, 현재의 시목, 피 한 방울 안 튄 욕조 바닥과 마루를 둘러본다.

상상 속 시목, 칼을 멈추고 욕조에서 나온다. 욕조 밖에 서서 안에 묶인 민아 찌른다.

휘두르는 게 아니라 칼을 민아 몸에 바짝 댄 뒤 힘을 가해 칼날을 밀어 넣는다. 피가 거의 튀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이제 완전히 끝내려 마지막으로 심장에 칼날을 대는데,

그 순간 갑자기 푸드덕!! 경기 일으키는 (현실의)민아.


감식반 : 악!!!


상상 속 시목, 거의 선만 남을 정도로 매우 흐려진다.



5. 동/마루 - 밤


온 집안에 울리는 비명. 다들 놀라 돌아보면 묶인 몸으로 경련하는 민아.


여진 : (가장 먼저 정신 차리고 화장실로 뛰어드는) 내려요!


그 소리에 정신 차린 사람들도 화장실로 몰려가는데,

문가에 시목, 사람들과 부딪히기 전에 빠르게 비켜나는데, 의문이 일어나는 얼굴.



6. 동/화장실 - 밤


민아, 엉겨 붙은 머리카락 사이로 번쩍 치켜뜬 눈.

다시 한 번 몸을 떨며 경기 일으킨다. 흡사 죽어가는 새의 마지막 같은 몸부림.

아직 얼어붙은 감식반을 밀어친 여진, 민아를 받치듯 안고 끈 풀려는데 안 풀린다.

뒤늦게 달라붙는 장형사와 감식반도 끈을 풀려 애쓴다.

장형사, 급한 마음에 욕이 절로 튀어나오고 감식반, 결국 커터로 끈을 끊어낸다.

그 바람에 엉망으로 뭉개지는 현장을 싸늘히 지켜보는 시목.

여진과 경찰들, 민아를 감싸 급히 화장실 밖으로 옮기고, 시목, 옆을 스치는 민아를 내려다볼 뿐인데.

그 때, 스쳐가는 민아 목에서 검은 점 모양의 상처 네 개를 순간적으로 포착한다. 두 개는 짙고 두 개는 좀 더 옅다.

화장실에서 마루로 옮겨지는 민아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모두와는 반대로 시목, 홀로 화장실로 들어선다.

뭉개진 현장을 돌아보다 고개 돌리면, 칼을 쥐고 욕조를 향해 선 상상 속 시목이 다시 반투명으로 짙어져 바로 옆에 섰다.


시목 : (상상 속 시목에게, 마음의 소리) 왜 완전히 끝내지 않았지? 이 수고를 치르고서? 왜 굳이 여기야? 얻어지는 게 뭔데?


상상 속 시목, 스르르 눈을 돌려 욕조 안을 본다.

현재의 시목, 그 시선 따라 욕조 안을 보면, 피 웅덩이 안에 떨어진, 욕조 안에 있어 밖에선 안 보이던 흉기, 장미문양 칼이다.

흉기를 꼼짝 않고 쳐다보던 현실의 시목, 제 손을 내려다본다. 그 사이 상상 속 시목, 이미 없어졌다.



7. 동/마루 - 밤


실려 나온 민아, 일단 마룻바닥에 눕혀졌는데,


김경사 : 내 말 들려요?! 이봐요! 범인 봤어요? 정신 차려!

민아 : (초점 없는 눈. 가누지 못해 스프링 인형처럼 흔들리는 목)

김경사 : (민아 얼굴 잡고) 범인!

여진 : (김경사 손 콱 잡아 치워버리는) 살려고 눈 뜬 거예요, 범인 잡아주려고가 아니라! (겉옷 확 벗는)


여진, 속옷 차림으로 널브러진 민아를 겉옷으로 덮어주는데,

그때,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 고개 툭 떨궈지는 민아. 정신 잃었다.


여진 : 앰뷸런스! 빨리요!


응급대원 달려 들어와 민아를 들것에 실어 옮기는데, 여진, 민아 덮은 천을 잡아당겨 죽은 사람처럼 얼굴까지 가린다.


여진 : 어디로 가요?

응급대원 : 남산 병원이요.


여진, 현관문 연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 터지는 카메라 빛이 집안까지 밀고 들어온다.

여진, 그 빛이 민아에게 떨어지는 걸 최대한 막으며 민아와 함께 나가면,



8. 동/대문 앞 길 - 밤


민아가 실려 나오자 사방 카메라에서 불이 난다. ‘죽었나요?!’ ‘어느 병원이에요?!’ 질문이 난무하는데,

기자들 제지하던 경찰과 부딪힌 응급대원, 들것을 놓칠 뻔한다.

다른 대원이 민아 감싸며 조심해! 외치자, 누군가 ‘살았나봐!’ 소리친다. 이어지는 ‘여자 살았대!’ 외침.

여진, 낭패다. 들것이 응급차에 실리면 전화 걸면서 급히 제 차로 달려간다.

이에 뒤질세라 부리나케 차에 오르는 기자들.



9. 여진의 차 안 – 밤


여진 : (안전벨트하며 전화) 여자 살았어요! 남산병원이요! 기자들 쫙 깔려서 범인도 금방 알 거예요, 지원 보내주세요 지금!


사이렌 울린다. 복잡한 골목을 빠져나가는 응급차.

여진도 전화 집어던지고 출발한다.



10. 길 - 밤


새벽길을 달리는 응급차. 여진, 속도 올려 응급차를 호위하듯 달린다.

그 뒤 누구 하나 뒤질세라 쫓아오는 방송차량들.



11. 무성의 집/마루 – 밤


감식반은 장미문양 칼을 증거 봉투에 넣고 있는데,

시목, 부엌 본다. 박무성 사건 직후 설거지통에 들어있던 장미문양 칼이 없다.


장형사 : (소리 안 들어가게 가리고) 서장님이요,

김경사 : (작게) 아씨, 아직 암 것도 모르는데 자꾸 전화질이야.

시목 : 이름 권민아. 나이 25세, 추정이라고 보고하세요.

김경사 : 누가, 피해자가요? 아는 사람이에요?!

시목 : 사람은 모르고 집은 압니다.

김경사 : 에에?



12. 길+경찰차 안 – 밤


무성 집에서 나오는 김경사와 시목, 기자들 물리치며 차에 탄다.

차문 닫으려던 시목, 문득 돌아본다. 사람들 사이로 얼핏 정본을 본 것 같은데?

하지만 카메라 플래시가 시목 얼굴에 대놓고 터지자 문 닫는다.


김경사 : (바로 출발) 어떻게 사람은 모르는데 집은 압니까?

시목 : 성매매특별단속에 걸렸던 단란주점 종업원이에요.

김경사 : 술집여자라고요?

시목 : 어젯밤 룸살롱 단속 중에 다시 걸렸고, 거주지를 알아냈을 땐 이미 도주한 뒤였습니다. (잠깐) 이젠 그제 밤이네요. 

김경사 : 술집여자가 왜 저 집에서 나와요? 

시목 : 저도 그게 알고 싶습니다. 뭘 의미하는 건지. 

김경사 : (짐작도 안 가는..) 범인을 봤을 텐데, 꼭 살아야 되는데!



13. 병원/응급실 - 밤 


수혈 팩이 급히 연결되고, 칼에 찔린 곳 살피고, 바이탈 연결하는 분주한 손길들. 


의사2 : 흉관 삽입합니다! 

의사1 : 되면 바로 옮겨! 6팩 더 가져와요. 수액도! (여진에게) 쇼크 왔나요? 

여진 : 예 왔어요! 

의사2 : 됐어요! 


소리 떨어지자마자 급히 옮겨지는 침대. 


여진 : (쫓아가며) 살 수 있겠죠? 

의사1 : (가며) 저혈액성 쇼크에요. 저산소증에 저혈압까지. 

여진 : 살 수 있죠?! 



14. 동/복도 – 밤 


의사1 : 폐가 찔리면서 출혈과 공기 유출이 돼서 쫌만 늦었어도 위험했어요. 

여진 : 연쇄살인범을 봤어요, 유일한 목격자에요, 꼭 살려주세요, 선생님. 

의사1 : 최선을 다해야죠, 목격자든 아니든. (수술실로 들어간다) 

여진 : .. .. 목격자든 아니든, (수술실 문 닫힌다. 마음의 소리) 살아. 그런 놈한테 지지 마, 무서웠잖아, 끔찍했잖아, 

         그딴 걸 이 세상 마지막 기억으로 가져가지 마, 살아!... 


그녀 뒤, 복도 끝에 나타나는 동재, 수술실 쪽으로 점점 다가온다. 여진 뒤까지 거의 다 왔는데, 뒤에서 나는 발소리. 


팀장 : 한경위! 


팀장과 박순경 달려온다. 

동재, 경위 소리에 여진 보지만 그대로 지나쳐 복도 모퉁이 꺾어 사라진다. 


팀장 : 어떻게 됐어? 

여진 : 수술 들어갔어요, 의사도 장담 못하겠나 봐요. 


cut to. 모퉁이를 끼고 돌자마자 멈추는 동재, 벽에 몸을 붙이고 엿듣는다. 


팀장E : 신원 나왔어, 검사가 여자 집을 안대서 지금 김경사랑 가고 있어. 

여진E : 에? 황시목 검사 말씀이세요?! 

동재 : (뭐?!) 

여진E : 황 검사가 어떻게 여자 집을 알아요?! 


cut to. 수술실 앞 


팀장 : 지검에서 전부터 성매매로 쫓던 여자래. 

여진 : (그럴 리가...) 박순경 여기 맡아줘! (뛰어가는) 절대 눈 떼지 마! 

팀장 : 한경위, 한여진!



15. 동/정문 앞 – 밤 


여진이 병원에서 나와 뛰어가면, 그 뒤로 나오는 동재, 전화 걸려다.. 그만둔다. 얼굴이 흙빛이다. 



16. 한남동 집/서재 - 밤 


불도 안 켜고 노트북 앞에 앉은 창준, 모니터 빛 반사된 안색이 파랗다. 

모니터에 SNS 화면이 떴는데, 욕조에 묶인 민아 사진이다.

‘아 ㅆㅂ 개놀람’이란 제목 아래, ‘ㄷㄷ뭐임?’ ‘존트 무서’ 등, 멘트가 끝이 없다. 

사진 보는 창준. 어두운 데서 찍힌 데다 머리카락에 덮여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Insert> - 머리 쓸어 올리는 아름다운 여자. 돌아보며 웃는 그녀, 민아다. 


창준 : (이젠 아름다움을 잃고 시체처럼 변한 얼굴을 보는...) 

창준妻 : 여보?.. (들어오는) 또 무슨 

창준 : (즉시 노트북 닫고) 아냐. (아내 안는) 또 아냐, 아무 일 아냐.. 

         (아내를 안은 손, 목소리는 낮고 부드럽지만 불안에 잠식된 눈동자...) 



17. 민아의 집/마루+부엌 - 밤 


괴괴한 집안. 매우 조용한데 갑자기 현관문 흔들린다. 문 잡아당기는 소리. 

곧 조용해지고 잠시 후, 화장실 창문 열리는 소리. 어젯밤 시목이 했던 것처럼 김경사가 화장실 쪽창을 열고 낑낑 들어온다. 

김경사, 불부터 켜면, 시목도 어렵사리 쪽창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경사 : (황당) 내가 금방 현관 열어줄 텐데 뭘 검사님까지 걸루 들어옵니까? 

시목 : ... 그러네요. 

김경사 : (한심해하는 표정 스친다. 마루로 나가고) 

시목 : (쪽창 일별한다. 마루로 나가는) 



18. 동/방 - 밤 


불 켜진다. 김경사 들어와 살피면 어지러운 화장대, 삐뚤빼뚤 서랍, 헝클어진 옷가지. 

모두 어젯밤 시목이 본 그대로인데, 


김경사 : 몸싸움이 있었나? 범인이 뒤졌나? 

시목 : (옷장에 손대는) 

김경사 : 만지지 말아요! 납치현장인지도 몰라요! (당장 전화하는) 

시목 : ... (화장대 보며) 텀블러, 향수, (큰 브러시에서 막힌) 붓?.. 

김경사 : (전화) 난데! 감식반 좀 이리 보내. 그니까 거기 끝나면! 

시목 : .. (소매로 손 감싸서 옷장 연다) 

김경사 : 검사님 여기 주소가 


열린 옷장에 떡하니 나타난 교복. 


김경사 : (전화 내려지는...) 룸살롱이라면서요? 


긍정의 침묵을 보이는 시목. 시목 봤다가 다시 교복 보는 김경사. 



19. 동/집 앞 골목 – 밤 


아깐 없던 경찰차가 와 있고 반 지하 계단에 이젠 폴리스라인도 쳐졌다. 

차에서 내리는 여진, 다세대 건물로 들어간다. 



20. 동/마루 – 밤 


여진, 활짝 열어놓은 현관으로 들어오면, 화장실에 장형사가, 방에는 김경사가 있다. 집이 작아 양쪽이 다 보인다. 


장형사 : (변기 딛고 서서 화장실 쪽창에 지문 뜨다가) 왔어요? 여자는요? 

여진 : 수술 중. 박순경이 지키고 있어요. (방 본다) 감식반은 뭐하고요? 

김경사 : (족적 뜨고 있는) 후암동이 하두 개판이라 여기까지 못 오신답니다. 

            더럽게 많네, 납치현장인지도 모르고 황검사랑 잔뜩 밟아댔으니. 

여진 : (열린 옷장에 걸린 교복이 눈에 띈다. 착잡해지는..) 황검사는요? 

장형사 : 갔어요, 방금. 

김경사 : 아참! 야 검사 지문 받아놨지? 우리 둘 다 걸로 들어와서 창문에 우리 거 왕창 찍혔을 거야! 

장형사 : (일하던 손 멈춘다. 여진 돌아보는 표정이 뭐야? 라고 하고 있다) 

여진 : (역시 이상한) 왜 창문으로 들어왔는데요? 

김경사 : 왜는? 깨부수고 들어와요 그럼? 

여진 : 납치 현장이라면서요? 현관문 잠겨있었어요 그럼? 

장형사 : (김경사한테는 안 보이는 그 얼굴, 이미 짜증났다) 

여진 : 납치해가면서 친절하게 문 잠가놓고 가진 않았을 거 아녜요. 도어락도 아닌데 저절로 잠겼을 리도 없고. 

김경사 : (엇! 깨닫지만) 문은 눈에 띄니까 (창문 보지만 방범창이다. 출입불가) 

            어쨌거나 이 난리를 쳐놓은 건 뭔 위협을 느꼈다는 거 아녜요! 

여진 : ... (자리 뜬다. 나가면서 보면) 

장형사 : (입이 댓발 나와서 중얼중얼) 



21. 동/집 앞 골목 – 밤 


여진, 반지하 계단 올라와 골목으로 나와 선다. 전화 꺼내 황검사 누르려는데, 

멀지 않은 저 앞, 어두운 골목 끝에 내려앉은 형상이 보인다. 시목이다. 

cut to. 골목 끝. 

시목, 골목에 내려앉아 내려다보는 것, 깨진 손톱 조각이다. 

그 옆으로 와 내려앉는 여진도 네일아트가 남은 손톱 조각 본다. 민아 것과 같다. 


시목 : .. 로션이 없었어요. 

여진 : (보는) 

시목 : 화장대에 매일 쓰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짐을 싸서 제 발로 잠적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진 : (손톱 본다) 그런데 여기였군요. 몇 발짝도 못 나오고 여기서. 

시목 : 아들 방에 노트북이 없던 거처럼. 

여진 : 에? 

시목 : 범인이 박무성한테 협박당한 사람이라면 노트북부터 집어갔겠죠. 뇌물 증거 없애려고 온 집안을 뒤집어놨는데. 

여진 : 그거, 나도 첨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들 거란 걸 알아서 냅둔 거 아닐까요? 

         아들 방에 컴퓨터가 없더라고요. 요즘 애들 방엔 책은 없어도 그건 있잖아요. 

시목 : 나야말로 처음엔 그래서라고 생각했죠. (일어선다) 일부러 두고 간 거예요, 

         뇌물 따위 문제가 아니다, 범인 메시지였는데, 거기서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여진 : (일어서) 범인은 아들 방에 한참 숨어 있었으니까 박무성이 노트북을 들고 나가는 걸 봤다면요? 

         그날이 tv 때문에 심심한 날이었으니까 노트북 가져간 것도 그날이라서, 

         아님 살인을 하고 나서 제일 먼저 노트북부터 뒤졌는데 딱 봐도 이집 애 거다, 알았다면? 

시목 : 개가 크던가요? 범인이 죽여서 묻은 개가 큰 개였어요? 

여진 : ... (작은 크기를 손으로 만들어 보이는) 땅 파고 묻고 하느니 그냥 품고 나오는 게 빨랐겠죠. 그건 확실히 일부러 한 거예요,

         근데 그게 이 여자랑 뭔 상관이죠? 범인 잡겠다고 직을 걸고 맹세한 사람이 엄한 여자 쫓을 정신이 어딨다고 

         그냥 성매매로 걸린 여자라고 하면 아 예 그럴지 알았어요? 내가 장님입니까? 경찰이 물로 보여요? 

         박무성은 권력의 스폰서였다, 돈, 여자, 안 가렸다, 그 여자잖아요? 

시목 : 그 여잡니다, 그래서 쫓았어요, 그런데 또 내가 오기 직전에 당했어요, 박무성처럼 간발의 차로. 왜? 

여진 : ..내가 만약 검사님 오기 바로 직전에 계속 사람을 해친다면.. 원한이 있어서? 뒤집어씌우려고? 

시목 : ... 


Flashback> - 2회. 

박무성이 죽던 당시를 재연한 뒤, 통에 장미 칼을 꽂는 시목. 칼에서 손을 떼면 손잡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의 지문. 

Flashback> - 6회. 

욕조 안에 떨어져있던 장미 문양 칼. 


여진 : 혹시! 

시목 : (보면) 

여진 : 여자랑 얽혔어요? 검사님도 스폰, 그걸로? 범인이 만약에 여자를 사랑한 남자다, 그럼 

       검사님한테 원한 있을 수 있잖아요? 박무성한텐 말할 거 없고. 

시목 : (민아 교복 사진 꺼내서 준다) 통신사 기록엔 93년생으로 돼있습니다. 

       이런(교복 사진)걸 좋아하는 남자들도 있으니까 93이 맞을 수도 있죠. 

여진 : 근데 접대의상이 아니라면, 교복 주인이 맞다면, 

시목 :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었겠죠, 어떤 남자들한텐. 

여진 : 근데 아니잖아요? 입 막고 싶었음 조용히 처리해야지, 이건 동네방네 광고를 못 해서 안달이잖아요? 왜 하필 거기다? 

시목 : 조용히 처리할 생각 없다는 메시지. 

여진 : 그놈에 메시지 젠장, 아 닥치고 잡읍시다! 나 이 새끼 낯짝이 어떤지 되게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니까. 

       이건 (교복 사진) 내가 알아볼게요. 


여진, 다시 앉아 손톱 사진 찍는다. 골목도 찍고 수첩에 기록한다. 그러면서 보면, 

시목, 구부정한 등을 보이며 자리를 뜨고 있다. 


여진 : 저기요, 메시지를 보낼 땐 받는 사람도 있잖아요! 

시목 : (여진에겐 안 들리지만) 그게 왜 난데. 뭘 원하는데. 

여진 : .. (전화하는) 납치 현장 찾았습니다! 



22. 용산서/수사본부 - 아침 


수사본부가 꾸려지고 있다. 순경들, 관련 서류와 컴퓨터 등을 책상마다 놓고 화이트보드에 사진을 붙이고. 

민아 뿐 아니라 박무성 관련 사진도 망라되는 그 위로, 


앵커E : 무서운 10대의 끝을 모르는 일탈도 큰 충격입니다만, 몇 달째 미궁에 빠진 사건 현장에 

         외부인이 맘대로 드나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찰의 관리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23. 병원/중환자실 – 아침 


수술 마친 민아가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바로 옆에서 따라가는 박순경. 


앵커E : 계속되는 희생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전 없는 사태에 경찰은 과연 검거의 의지가 있는가,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24. 용산서/과학수사실 - 아침 


고깃덩어리에 대고 전자충격기를 실험하는 감식반, 민아 목에 상처 사진과 비교한다. 


앵커E : 언제쯤 변죽만 울리는 뒷북 수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될까요. 



25. 동/조사실 – 아침 


장형사, 무성母에게 민아 사진 내보인다. 충격 속에 고개 젓는 무성母. 


앵커E : 언제쯤 눈만 뜨면 밤새 누군가 죽어나간 인재공화국에서 탈출할까요. 

         이상으로 뉴스특보를 마칩니다. 국민여러분 부디 평안한 하루 되십쇼. 



26. 동/강력반 – 아침 


현장에서 줄줄이 끌려온 학생들 중 여학생 하나, 서형사에게 조사받는다. 


서형사 : 니들이지? 여자 납치했다가 수습 못하게 되니까 연쇄인 척 꾸몄지? 

여학생 : 아니거든요? 

서형사 : 너는 아냐? 그럼 누가 주도했는데? 딴 애들 다 지금 방마다 들어가 있어, 

          걔들이 불기 전에 니가 먼저 불어야 그나마 선처 받아. 

여학생 : 우리가 안 죽였다니까요? 그랬으면 미쳤다고 짤을 올려요? 

서형사 : 그거 핑계 삼으려고 선수쳤잖아! 어디서 역으로 대가릴 굴려! 

여학생 : 치, 아저씨, 나 열네 살 안 돼서 벌 안 받거든요? 

서형사 : 이게 뚫린 입이라고, 주워들으려면 제대로 주워들어, 형사법은 피해도 가정법은 못 피해! 

          이마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이따위로 굴러먹어서 뭐가 되려고! 

여학생 : 아저씨 이마에 피 마르면 사람 죽어요. 

서형사 : (너무 열 받아 한 대 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김경사 : (뒤에서 나타나 인정사정없이 여학생 손 낚아챈다) 

여학생 : 아! 

김경사 : 시끄러!! 


무서운 얼굴의 김경사, 여학생 손에 루미놀 뿌리는데 반응 없다. 

시선 교환하는 서형사와 김경사. 

소리E> 현관 벨소리. 



27. 아파트/복도 – 아침 


현관에 얼굴만 내민 중년여성과 문 앞에 선 여진. 


여진 : (경찰 신분증 보여주고) 권민아씨 어머님 되세요? 

중년여성 : (벌써 불안한) 민아 없는데 왜요?.. 

여진 : 저, 따님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중년여성 : 예? (확 열고 나오는) 병원, 병원이요? 일본에 있는 애가 왜요! 

여진 : 일본이요? (민아 방에서 가져온 민아 사진 내미는) 아닙니까? 

중년여성 : (가슴 쓸어내리는!) 뭐야, 아녜요 우리 딸!.. 

여진 : !... 


cut to. 빠르게 계단 내려가는 여진. 그 뒤로 중년여성이 놀란 마음에 흘긴다. 



28. 용산서/수사본부 – 아침 


팀장 : (화이트보드에서 학생들 사진 떼어내는데) 

동재E : 아닌가요? 


언제 왔는지 들어와 다가오는 동재, 가볍게 목례. 


팀장 : (목례) 혈흔이 안 나와서요, 이 자식들이면 차라리 가뿐한데. 

동재 : 결국 연쇄로 가는 건가?.. (전자충격기 상처 사진 본다. 6만 볼트라고 갈겨썼다) 6만 볼트? 소지 허가가 필요한 거네요? 

팀장 : 그쪽도 지금 뒤지는 중인데 (전화 온다) 잠시 만요. (받는) 응, ..아냐? 권민아는 누군데 그럼? 

       ..아씨, 벌써 발표 다 나갔는데, 알았어. (끊으려다) 단체방에 올려! (끊는다) 

동재 : 여자 신원이 틀렸나요? 

팀장 : 아니 방 계약이랑 통신사도 다 이 주민번호로 했는데 아니라네요? 

동재 : 바로 그겁니다. (화이트보드 민아 사진 보며) 저희가 이 여자한테 주목했던 이유가. 

       (경찰이 찍어온 민아 교복 사진 두드린다) 미성년자한테 위조 주민증을 공급하는 놈들과의 연계성. 

       그런데 이렇게 얽히는 바람에 나도 지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 아 병원엔 지금 누가? 

팀장 : 순경 한 명을 배치했습니다. 한 명이어도 절대 눈 안 뗍니다. 

동재 : ..손이 항상, 모자라니까요... 



29. 서부지검/구내식당 – 낮 


밥, 반찬이 소복이 쌓인 식판 내려놓고 자리에 앉는 시목, 충혈된 눈 비빈다.


시목 : (크게 한 술 뜨려는데 전화 온다. 받으면)

은수F : 어디 계세요? 긴급회의요, 지금 부장님실.

시목 : 지금? ...알았어. (끊는다. 앞에 밥 보지만 일어나 자리 뜬다)


한 입 넣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남은 밥, 국.



30. 서부지검/형사3부 부장실 – 낮


동재를 제외한 3부 소속 검사들, 회의에 착석 중이다.


3부장 : 시국이 하 수상하여 할 게 많아요, 빨리 시작하지.

은수 : 서검사님 아직 안 오셨는데요.

3부장 : 용산서 들러올 거야.

은수 : 오늘 새벽 후암동 거, 서검사님한테 갔나요? (시목 본다)

시목 : (역시 금시초문) 어떤 기준입니까?

3부장 : 어떤 기준? 사건 배분에 기준을 들먹이는 건 어떤 기준이냐?

           다들 똑똑히 들어! 이번 건은 친한 기자고 뭐고 없어, 아예 자물쇠들 채워.

           범인 쉐끼가 우릴 아주 엿 먹이자고 작정한 마당에 더 이상 구설수 만들지 말라고, 알아들었어?

검사들 : 예!

3부장 : 황시목.

시목 : 예 부장님.

3부장 : 강진섭이 유가족 소송 결정했어. 국가, 교도소, 우리 상대로. 형사보상금이랑 손해배상 청구니까

           직접 공방 벌일 일은 없다 해도 내 탓이오 하고 조신하게 있어. 또 TV 뛰쳐나갈 거야?

시목 : 아뇨.

3부장 : 대답은 넙죽넙죽. (소리 나게 서류 넘기면)


눈치 보며 서류 넘기는 검사들.

은수, 시목 살피지만 시목, 메모할 뿐.



31. 동/복도 – 낮


회의 끝나고 나오는 검사들. 시목도 나오는데,


은수 : (옆에 와 걷는) 부녀자 상해치사는 원래 서검사님 담당이죠,

         사건도 커졌으니 평검사보단 부부장으로 격을 올린 거 아닐까요?

시목 : ...

은수 : 누가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갔는지, 누가 가장 사건을 꿰뚫고 있는지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시목 : 위로든 비꼬기든 상관없지만,

은수 : 상처에 소금 뿌리기는 먼저 상처를 입어야 가능하죠. 타격, 안 받으시잖아요?

시목 : ...

은수 : 정말 조신하게 계실 건가 봐요? (목례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시목 :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다.. 방향 튼다. 승강기로 간다) 



32. 동/6층 복도 – 낮


6층에 서는 승강기. 시목 내린다. 차장실로 가는데, 차장실로 막 들어가는 동재 뒷모습.

시목, 걸음 멈춘다. 



33. 서부지검/차장실 – 낮


동재 : 저쪽에서도 권민아가 권민아가 아니란 걸 알게 됐습니다.

창준 : (쳐다보기만)

동재 : (흔들리는 눈빛)

창준 : 왜,

동재 : 예?

창준 : 왜 어제였을까. 지금껏 잠잠하다 네가 여자를 쫓은 바로 당일 밤, 하필 그때 새로운 피가 흘려진 걸까.

동재 :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창준 : ...

동재 : 제가, 절 의심하시는 건가요 지금?

창준 : 혼자 너무 갔어.

동재 : (입 다물지만 가슴이 들썩대는)

창준 : 뒤는 깨끗했나.

동재 : .. 깨끗한 줄 알았습니다.

창준 : (신경질적인 주름이 확 잡히는)

동재 : 황시목이요. 경찰한테 권민아 정보를 넘긴 게 황시목입니다.

창준 : !

동재 : 그놈이 절 미행하다가 권민아까지 쫓아간 겁니다, 차장님, 이상하지 않으세요?

         박사장도 황시목 앞에서 죽었고 이번도요, 이건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차장님!

창준 : 황시목이 널 미행했는데 정작 너는 못 알아낸 집을 걔는 알아냈다고? 어떻게? 넌 룸살롱까지만이었는데?

동재 : (말 막힌)

창준 : ... (일어난다. 창가로 간다)


창준, 동재에게 등을 보이고 섰는데 그 아래 미들창, 열려 있다.

화면, 열린 미들창 너머 벽을 타고 옆방을 보여주면, 



34. 동/회의실 - 낮


차장실 바로 옆에 붙은 회의실. 미들창을 열어놓은 시목이 창가에 기대섰다.


동재E : 전 왜 지금이냐 보단, 왜 여자를 겨냥했는지가 이상합니다.

시목 : ...

동재E : 박사장 일이 터졌을 때야 워낙 얽힌 사람이 많으니 그 중 하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은, 여자는, 이건 마치 차장님께서 곤란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선

창준E : (O.L) 그 애 별명이 뭔지 잊었나?

시목 : ?



35. 서부지검/차장실 – 낮


창준 : 박사장이 걜 뭐라고 불렀는지 잊었냔 말야. 박사장 때와 다를 바가 없다고!

동재 : 그렇,죠.

창준 : (밉살스럽게 보지만 다시 창밖으로 고개 돌리는)

동재 : ... 왜 거기다 매달아놨을까요.

창준 : 어째서 끝장을 보지 않았을까.

동재 : 그렇게 빨리 발견될지 몰랐겠죠. 설마 살인현장을 아지트로 들락대는 애들이 있을 줄 상상이나 하겠어요?

         걔들 아녔음 과다출혈로 벌써 죽었을 텐데.

창준 : 그래 아지트였어. 레귤러란 뜻이지. 한두 번 드나든 게 아닌, 1차 때도 현장을 철저히 이용해먹은 범인이 모를 리가 없는.

동재 : ... 동일범이 아니거나,

창준 : (가볍게 콧방귀 끼는데)

동재 : 더 큰 벌을 내리고 싶었거나, (공손한 말투와 달리 창준 쏘아본다) 깨어나도 인간 구실 못하도록.. 그걸 바랐을지도요.

창준 : ... ... (책상으로 와 일 펼친다)

동재 : (기다리다 더 말없자 목례한다)


동재, 나가기 직전 창준 쏘아본다. 시선 느낀 창준이 고개 드는 동시에 나가는 동재.

창준,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관자놀이 누른다.



36. 동/회의실 – 낮


문 열렸다 닫히는 소리, 희미하게 들린다. 더 이상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다.


시목 : ...

창준E : 왜 어제였을까. 지금껏 잠잠하다 하필 그때 새로운 피가 흘려진 걸까.

시목 : 내가 올 걸 알았을까, 어떻게.

창준E : 뒤는 깨끗했나.

시목 : (마음의 소리) 깨끗했을까.. 날 따라온 건가? 내가 이끌었나?..


회의실 어두워진다. 주변이 네온사인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룸살롱이 있는 유흥가 골목으로 바뀌는 회의실.



37. 유흥가 골목 – 밤 (시목의 상상)


이틀 전, 시목이 동재를 쫓아왔을 때의 상황. 룸살롱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지켜보는 과거의 시목.

현재의 시목이 길 중간에 서서 이를 바라보고 있다.

저 앞에 전화 받으며 오는 민아가 나타나고 곧, 룸살롱에서 튀어나오는 동재.

과거의 시목이 동재를 칠 뻔 하며 달려 나가는 것까지 현재의 시목, 다 지켜본다.



38. 길 – 밤 (시목의 상상)


시목 : (콜운전사의 목을 움켜쥔) 주소, 전화번호.

콜운전사 : 어,억!

현재의 시목 : (과거의 시목 뒤에 귀신처럼 서서 다 보고 있는)

시목 : 주소, 번호.

콜운전사 : 갈월동 수월 초등학교, 뒤, 재원 빌라요.


여기까지 들은 현재의 시목, 쓱 사라진다.

과거의 시목이 콜운전사에게 전화번호까지 받아낼 때, 이미 차를 몰고 그 옆을 스치는 현재의 시목.



39. 민아의 집/앞 골목 – 밤 (시목의 상상)


민아 손톱이 발견된 모퉁이 위치에서 민아네 빌라를 보는 시점의 화면.

민아가 가방을 메고 허둥지둥 집에서 나오는 것 보인다.

이쪽으로 오는 민아에 맞춰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시선의 주인공은, 전자충격기를 손에 쥔 현재의 시목이다.

마침내 민아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들어서고, 현재의 시목이 전자충격기를 쳐드는 순간,


시목E : 아니야. 아냐.



40. 유흥가 골목/시목의 차안 – 밤 (시목의 회상)


다시, 룸살롱에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지켜보던 때의 시목.

전화하며 다가오던 민아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도망치며 택시로 뛰어든다.

이때 시목 차 안의 시계가 포커스 아웃돼 보이는데, 유리창 상황 흐려지고 시계에 초점 맞춰지면, 8시 16분이다.



41. 길/차 안 – 밤 (시목의 회상)


시목, 차로 오고 있다. 저 뒤로는 시목에게서 풀려난 콜운전사가 얼른 자기 차에 올라 내빼는 것 보인다.

차에 탄 시목, 민아 번호가 적힌 명함을 놓고 시동 걸면 켜지는 시계, 9시 2분이다.


시목E : 46분.



42. 민아의 집/방 – 밤 (시목의 상상)


민아, 허둥지둥 짐 싼다. 화장대에서 당장 필요한 것만 쓸어 담는 바람에 쓰러지는 텀블러, 향수 등.

옷도 옷장에서 마구 꺼내 쑤셔 넣는다. 낮에 김경사와 함께 봤던 것과 같은 상태로 엉망이 되는 방안.


시목E : 나를 미행해서 집을 알아냈다면 범인은 여자보다 약 40분, 필연적으로 뒤쳐진다.

           여자가 도망치는데 40분이나 걸렸을까. 서동재가 쫓아오는 걸 보고도 40분을 집에서 지체했을까.


민아, 바로 방을 뛰쳐나간다.



43. 민아의 집/앞 골목 – 밤 (시목의 상상)


민아가 집을 떠나는 것을 골목에서 지켜보는 현재의 시목.

시목을 지나치는 민아, 하지만 몇 미터도 못 가 습격당한다.


시목E : 10m도 안 떨어졌어. 먼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40분을 뒤쳐져선 불가능해. 내가 아니라 다른 루트를 통한 거야.

현재의 시목 : (골목에서 지켜보면서 질문한다) 여자와 범인이 아는 사이라면?

                   여자가 도움을 청해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한 거라면?

시목E : 여자가 범인한테 속아 만날 약속까지 할 사이라면 전자충격기를 쓰지 않아.

           언제 누가 목격할지 모를 골목에서. 먼저 차에 태워 떠났겠지.



44. 동/회의실 – 낮 (현재)


시목 : (마음의 소리) 미리 알고 있었어. 서동재에게 쫓긴 여자가 어디로 갈지. 어디 사는지 알고 진을 치고 있었어. ...하지만,


시목, 문으로 가 소리 없이 열면 복도에 아무도 없다. 빠져나가는 시목.



45. 동/복도 – 낮


시목, 미끄러지듯 가며 차장검사실을 일별한다.


시목 : (마음의 소리) 하지만 우리가 여자를 찾아낸 것도 알고 있었어, 놈은 여자가 우리 눈에 띄길 기다렸던 거야.

         그리곤 무대에 올렸어. 직전의 살인 현장이란 무대에. 어떻게 우리가 찾은 걸 알았을까?


시목, 승강기에 오른다. 내려가는 승강기 숫자.


관리실직원E : 이틀 전이요?



46. 동/관리실 – 낮


관리실직원 : (화면 틀며) 이틀 전.. 저녁이면 이건데. (시간대 찾는다)


모니터에 로비를 찍은 cctv 화면 나온다.


시목 : (마음의 소리) 내부인. 여자 주변에 서부지검 사람이 나타난 걸 알았던 건 범인도 관련이 있기 때문.

         24시간 여자 주변을 맴돌다 우릴 본 게 아니라 서부지검 사람이거나, 관련이 있는 자.

관리실직원 : (그 시간대 찾았는데, 화면에 사람이 거의 없다) 왜 이렇게 한산하지?

                  원랜, 아 이틀 전 이때면 차장님께서 강당에서 연설했던 때네요, 왜 꼭 퇴근시간에 저러냐고 (입 막는. 눈치 보는데)


시목, 어차피 듣지도 않는다.

화면에 동재 나타났다. 홀을 가로지른다. 그 뒤에 동재 뒤를 밟는 시목도 등장한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서동재, 그 방의 수사관, 보고받았을 차장. 그리고 나. 이 건물 안에서 이 넷이 알고 있


화면에 은수가 나타난다. 시목을 따라나가진 않지만 지켜보는 게 역력하다.

그러다 다른 곳으로 급히 가는 은수, 화면에서 사라진다.


시목 : ... 다섯.



47. 교복공장 – 낮


옷걸이에 끝도 없이 매달린 갖가지 교복. 천 먼지가 날리고 재봉 소리 시끄러운 속에 여진이 직원에게 교복 사진 보여준다.


직원 : 아, 이거요. 이거 양강고등학교 교복이었어요. 작년부터 바뀌어서 인젠 안 나오는 디자인인데 왜 찾으세요?

여진 : (찾았다!) 양강고등학교요?



48. 양강 고등학교/정문 앞 – 낮


차에서 내리는 여진, 철문 열고 들어간다.



49. 동/운동장 – 낮


여진, 운동장 가로질러 가는데, 쉬는 시간이라 아이들이 많다. 째그락대며 뛰어가는 아이들.

흔한 광경이지만 이를 보는 여진, 쓰린 얼굴이 된다.


여진 : 너도 저랬어야 했는데.. (건물로 들어가고)

소리E> : (수업시간 알리는 종)



50. 동/복도 – 낮


복도에 선 여진. 수업 중이던 담임이 교실에서 나온다.

창문 안 교실 아이들, 호기심에 여진을 쳐다본다.


여진 :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이 학생(민아 사진) 담임이셨다고요.

담임 : 어머 가영이, 얘 어디서 찾으셨어요? 지금 어딨어요?

여진 : 가출했었나요, 가영이가?

담임 : 신고도 했는데? 그래서 오신 거 아녜요?

여진 : 오늘 새벽에 후암동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담임 : !!!

여진 : 언제 가출했나요? 그때 몇 살이었죠?

담임 : (얼얼..) 후암동이면 뉴스에, 그 경완이네서 그랬다는 그, 그거예요?

여진 : 경완이요? 경완이가 누 (하다)


Flashback> -1부 S#51. 무성 장례식 때 떨떠름한 얼굴로 전화나 들여다보던 경완.


여진 :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은데, 톡 울린다) 잠시만요. (문자 보면, 수사본부 단체방에 올라온 장형사 톡이다)

장형사E : 박무성 작년 말까지 권민아 계좌로 매달 4~5백씩 송금.

여진 : (담임 보며) 권민아, 아니 김가영, 몇 년생입니까.

담임 : 작년에 고3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작년 애들이.. 98이죠?

여진 : .. ..예.



51. 병원/중환자실 – 낮


침상이 길게 이어진 중환자실 군데군데 커튼 쳐진 침상들이 있는데,

화면, 마치 누군가의 시선이 움직이는 것처럼 조금씩 흔들린다.

커튼이 쳐진 침상으로 다가가는 시점의 화면, 커튼 안으로 들어가면,

커튼 안 침상에 의식 없이 누운 가영... (이하, 지문에 민아 이름 가영으로 통일).



52. 동/중환자실 밖 복도 – 낮


의사1 : 장기 손상은 막았지만 문제는 뇌 안에 출혈인데요, 머리를 심하게 찧었거나 폭행 때문인지 뇌에 피가 고였어요.

           지금 제거하려면 머리뼈를 열어야 해서 몸이 버틸 수가 없고 나중에 관만 연결해서 빼는 게 낫긴 한데..

박순경 : 낫긴 한데요?

의사1 : 최악의 경우엔.. 뇌가 제 기능을 못할 수도 있어요.

박순경 : .. 저기 그.. 다른 폭행은,

의사1 : 그건 없습니다, 다른 건.

박순경 : 아 감사합니다. (얼른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53. 병원/중환자실 – 낮


박순경, 가영 침상으로 오는데, 커튼 안에 사람 그림자 어른댄다. 놀라 커튼 확 치면,


간호사 : 어멋!

박순경 : 아 죄송합니다.

간호사 : (샐쭉, 돌아서다 눈 커진다)


혈관주사 병에 꽂혀있어야 할 호스가 안 보인다.

간호사, 뒤에 박순경 눈치 보며 얼른 호스 찾아 혈관주사 병에 꽂는다.

박순경, 눈치 못 챈다. 얼른 마무리하고 커튼 밖으로 나오는 간호사.


간호사 : 저게 왜 빠져있지? 클 날 뻔 했네 또! (하다 수간호사가 쳐다보자 시치미 떼고 가는데)


면회용 마스크 쓸 정신도 없어 대충 입만 가린 가영母를 여진이 데려온다.

가영에게 달려간 가영母, 가슴이 턱 막혀 아무 말도 못한다.

박순경과 여진, 이럴 땐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54. 용산서/조사실 – 낮


△△룸살롱 마담, 조사 받는 중. 커다란 색안경 꼈다.


마담 : 몰랐어요, 지 93이라고 민증까지 보여줬는데 미성년잔지 알았겠어요?

김경사 :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야.

마담 : 3일 전이요, 일할 때.

김경사 : 어제 그젠 왜 안 나왔어.

마담 : 검사가 그 난리를 치는데 오겠어요? 그날 애들 반은 안 왔어요.

김경사 : 난리쳐서 집 가르쳐줬어? 다른 사람 또 누구한테 흘렸어?

마담 : 글쎄, 내가 민아 집을 몰라요, 모르는데 어떻게 흘려요? 설사 안다한들 상식적으로 걔들 집을 왜 알려주겠어요,

         밖에서 따로 만나면 우리 매출만 떨어지는데?

김경사 : 알지? (박무성 사진)

마담 : 첨 봐요.

김경사 : (색안경 잡아당겨 벗긴다) 맨 눈깔로 봐!

마담 : (눈이 울어서 부었다) 모른다니깐요! 첨 봐요!

김경사 : (책상 위 종이와 펜을 치며) 권민아가 전에 있던 업소 전부 다 써.

마담 : 온 지 며칠 밖에 안 된 애라

김경사 : 슷!

마담 : (흘기는. 억지로 쓰기 시작)

김경사 : (쓰느라 고개 숙인 마담 가슴께를 흘끔 흘끔)



55. 동/수사본부 – 낮


텅 빈 본부에 전화만 혼자 울린다.


김경사 : (들어오며) 전화 좀 받! (아무도 없자 전화 받는다) 네 용산섭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숨소리만 훅훅 들린다.


김경사 : (촉이 이상한) 괜찮으니까 말씀하세요, 어디시죠?


전화 뚝 끊긴다.


김경사 : (끊지만 찜찜한데)

서형사 : (서류 한 장 들고 뛰어 들어온다) 경사님 큰일 났어요.

김경사 : 또 누구 죽었어?!

서형사 : (서류 펼쳐놓는) 흉기에서 뭐가 나왔는지 좀 보세요.

김경사 : (읽다 뜨악한) 뭐 잘못 된 거 아냐?

서형사 : 경사님이 지문 받아왔잖아요, 확실해요.


그때 다시 울리는 전화.


김경사 : 쉿! (전화 받는다) 여보세요...


역시 숨소리만.


김경사 : 괜찮습니다, 뭐든 말씀하세요, 비밀 보장해드리니까.. (귀 기울이면)

콜운전사F : ..제가.. 범인을 봤나 봐요..

김경사 : !

서형사 : 뭐예요?

김경사 : (쉿! 녹음버튼 누른다) 범인을 보셨다고요. 계속 말씀하세요..

서형사 : !!



56. 서부지검/차장실 – 낮


서장F : (전화) 야 창준아 어떡하냐, 방금 회장님한테 전화 왔는데,

창준 : (통화 중) 너한테 직접? 근데 뭘 어떡해?

서장F : 후암동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시길래 얼결에 말해버렸다? 용의자 하나 특정 못했다곤 할 수 없잖아.

창준 : 뭘 말했는데?

서장F : 나도 방금 보고를 들어서, 너한테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창준 : 뭔데 뜸을 들여? ..뭐? ..뭐가 어째?!



57.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은수 : 이걸 다요?


커다란 보자기에 싼 사건 서류, 웬만한 아이 키는 돼 보이는데,


시목 : 기록실에 갖다 줘.

실무관 : (일어나며) 제가

시목 : (앉으라는 단호한 눈길)

실무관 : (엉거주춤, 도로 앉는)


이상하지만 대놓고 싫다할 순 없는 은수, 어쩔 수 없이 옮기는데, 아무리 낑낑 대도 안 들어진다.

자세 바꿔 잡아끌지만 끄는 것도 버겁다.

시목, 은수를 관찰한다. 그녀의 가는 팔, 가는 다리, 힘들어 붉어진 뺨에 가닿는 시선.

은수, 시선 느껴진다. 왜 훑는 걸까? 불편하고 불안하다.


시목 : 됐어. (더 이상 보지 않고 일 한다)

은수 : (서류가 목적이 아니란 걸 눈치 챈) 뭐하신 거예요?..


쾅! 소리. 문을 걷어차다시피 하며 눈빛 이글이글하는 창준이 폭풍처럼 들어온다.

은수, 실무관, 놀라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데,


시목 : 오셨습니까.

창준 : (붉으락푸르락... 시목을 겨눠보는)

은수 : (눈치 빠르게 나간다)

실무관 : 저는 우체국에 (우편 들고 서둘러 나가는)


거침없이 집무실로 들어가는 창준, 시목이 뒤따르면 문 쾅 닫는다.



58. 동/복도 – 낮


실무관 : 맨날 살얼음판이야.. (문 꼭 닫아걸고 간다)


그녀가 가면 다시 오는 은수, 복도에 보는 눈 없는 것 확인하고 문에 귀 대지만, 하나도 안 들린다. 짜증난다.



59. 동/시목의 집무실 – 낮


창준 : 칼 니가 휘둘렀니? 니가 여자 찔렀어?

시목 : 아닙니다.

창준 : 범행흉기에서 현직 검사 지문이 나온 건 어떻게 해명할 건데!

시목 : 만졌습니다.

창준 : (갑자기 엄청 짜증난 얼굴이 되더니 상관이 아닌 사적인 톤으로) 너 나 날개 다는 거 막으려고 뒤로 동맹 맺었니?

시목 : ..저랑 동맹을 원하는 상대를 본 적 없습니다만,

창준 : 누구 앞이라고 말장난이야! 흉기엔 니 지문에다 희생자 집엔 니 흔적 천진데!

         것도 모자라서 니가 범인이라고 지목한 증인까지 나왔어!

         TV에 상판은 왜 디밀어서, 우리 지검이 너 땜에 바람 잘 날이 없어!

시목 : 모든 증거가 완벽히 저네요. 왜 절 의심하지 않으시죠?

창준 : 이게 진짜

시목 : 한때 싸이코라 불렸던 데다 증거까지 완벽한데.

창준 : (믿지 않으면서도 설마, 하는 미묘한 변화가 이는데)

시목 : 조금도 의심 않으시는 이유, 진범을 알아서 일까요?

창준 : 이 새끼가!

시목 : 권민아, 차장님입니까.

창준 : !.. .. .. 사람이, 아무리 막장에 몰려도, 똥오줌은 구분해야지.

시목 : 작년 10월, 박무성은 차장님께 미성년자를 보냈습니다.

         청탁을 들어주지 않자 폭로하겠다고 차장님을 협박했습니다. 그러다 영원히 침묵 당했죠.

         그리고 오늘 그 미성년자가 발견 됐습니다. 차장님께서 그토록 찾으시던 여자가 죽음 직전에야. 모두 우연입니까?

창준 : ...

시목 : 제게 팩트를 주십시오.

창준 : 아무 일 없었어.

시목 : ...

창준 : 아무 일도 없었어. 누구처럼 취향 의심받을 정도로 내가 결벽증이라 서가 아니라 박사장은 그때 이미 망조였어.

         거기까지 쫓아왔는데 문전박대하면 시끄러워질까봐 열어줬더니 박사장이 아니라 여자였어.


Insert> - 한성설악리조트 10층 창준의 방.

창준, 옷 갈아입는데 노크소리. 바로 인상 구겨지는 창준, 누군지 알겠다. 무시할까 하다 문으로 간다.

여는데, 문 밖에 선 김가영. 처음 아닌 듯 친숙하게 웃는다.

가영 들어오고, 미간에 주름잡고 어찌할까 잠시 생각하는 창준.


창준 : 그 얼굴 보고 누가 어린앨 거라고 상상이나 해? 넘어갈 뻔도 했지. 그치만 내보냈어.

         왜? 함정이란 걸 알았으니까. 진창길로 빠질 걸 알았으니까! 니가 혼자 잘난 맛에 사는 건 아는데 황시목, 난 너보다 위야.

시목 : 박무성 죽음으로 수입원이 끊긴 권민아가 차장님을 다이렉트로 협박 했겠죠.

         여자가 터뜨리면 아무리 남자가 결백을 주장해도 세상은 안 믿어줄 거라고.

창준 : 박사장은 그 앨 벨이라고 불렀어.

시목 : .. 라 벨 팜므, 아름다운 여인입니까?

창준 : (비웃음) 누르면 나온다고, 부르면 불러지는 초인종이라고. 박사장이 그 벨을 과연 날 위해서만 울렸을까?

시목 : ...

창준 : 우린 검사야. 뇌물을 받기도 하고 접대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 전관예우도 바라고 사건 밀어주기도 해.

         죽도록 책만 파다 갑자기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고 물불 못 가리고 날뛰기도 하지만 우린 검사야.

         법을 수호하려고 이 자리에 왔어. 정의를 지키려고.

         나는 믿음이 있어. 이 건물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믿음. 수호자와 범죄자, 법복과 수인복,

         우린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단죄 내려야 할 부류들과는 다르다는 믿음! 아무리 느슨해져도 타인을 해치지 않는단 믿음!

         그런데 나더러 뭐가 어쩌고 어째!

시목 : 답이 아닙니다.


시목, 휘청한다. 창준이 후려쳤다.


창준 : (파르르..) 안.죽.였.어.

시목 : 실례 범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창준 : (더 이상 밉살스러울 수가 없는데)

김경사E : (검사실 누군가에게) 검사님 계십니까?

시목 : (문을 보는데)

김경사E : 뭐야?

창준 : 네 차례야.

시목 : .. (문 열면)


이미 검사실에 들어와 있는 김경사.



60.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시목 : (집무실에서 나와) 무슨 일이십니까.

김경사 : 내가 할 말이네요, 대체 무슨, 어이구 차장님! (꾸벅!)


시목 뒤로 나오는 창준, 인사 받고는 문가(집무실)에 기댄다. 지켜보겠단 무언의 표명.

김경사, 창준 배석이 불편하다. 방금 전 시목만 봤을 때완 달리 공손하게 변한다.


김경사 : (창준이 불편한)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수사에 필요할 거라서요.

            황검사님, 어젯밤 11시에서 한 시경에 어디 계셨습니까?

시목 : (자기 책상 가리킨다)

김경사 : 직원들도 있었겠죠?

시목 : 퇴근 후였습니다.

김경사 : 혼자셨다고요? 어쩌나? 우리도 이런 경운 처음이라

시목 : (O.L) 열흘 전에, 권민아씨 살인미수 흉기를 맨 손으로 만졌습니다.

김경사 : (말 끊어먹자 기분 나쁘지만 일부러 숭글숭글) 어쩌시다가?

시목 : 강진섭 진술이 사실일 수 있을지 현장에서 사건 당시를 재현했어요, 진짜 흉기 대신 부엌에 남아있던 같은 종류의 칼로.

김경사 : 증명이 가능할까요? 검사님 주장 외에?

시목 : 흉기에서 역시 범인 지문은 안 나왔나요.

김경사 : 예 검사님 꺼만 (하다 웃는) 그런 식으로 훅 들어오시니까 꼭 검사님 지문은 범인 거랑 별개다, 뭐 그런 말로 들리네요?

            저희도 말이죠, 여기까지 왔을 땐 여간 곤란한 게 아니어서,

            지문 뿐이 아니라 황검사님이 범인이라고 제보한 사람도 있습니다.

시목 : 불법 콜 운전자 말씀이죠?

창준 : ?

김경사 : !

시목 : 권민아씨 소재지, 콜 운전자한테서 알아냈습니다.

창준 : (한심해서, 혼잣말) 서동재...

김경사 : 전 검사님 아닌 줄 알았죠? 제보자 말이, 엄청 폭력적이었다던데요?

            자긴 아가씨들한테 의리 지킬라고 절대 안 갈쳐줄라 했는데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고요.

            아 물론 안 믿었죠, 무덤도 핑계가 있는 마당이니

시목 : 콜기사 입장에서 보면 하필 집을 알려준 날 변고가 났으니 그 남자가 당연히 범인 같겠죠.

         하지만 그 다음은 피해자 집으로 안내할 때 드린 말씀과 같습니다. 집은 알아냈지만 여잔 이미 떠난 후였다고.

창준 : 안내? 피해자 파악에 우리 쪽 도움이 있었단 건가? 서장은 언급 없던데?

김경사 : (우물쭈물)

창준 : 본인들 공으로 돌렸어. 뭐, 있는 일이지. (아예 팔짱 낀다. 계속해, 라고 말하는 듯)

김경사 : ..그래서 저도 생각이란 걸 했죠, 검사님이 켕기는 게 있다면 우릴 거기 데려갔겠느냐,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드는 겁니다? 못 만났단 게 사실이 아니라면? 실은 어젯밤 여자를 쫓아 집안까지 들어갔다면?

            집안 곳곳에 남았을 본인 흔적을 어쩌면 좋겠느냐.. (손가락 튕긴다) 다시 한 번 가는 거죠, 경찰을 대동하고.

            (시목이 했던 것처럼 가구 만지는 시늉)

창준 : ... (시목 본다)

김경사 : 지문 검출, 목격자 제보,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인물. 검사님께선 이런 용의자를 만나신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시목 : 제가 드릴 설명은 다 드렸습니다.

김경사 : 얼마 전에도 누가 죽어도 자긴 아니라 했죠. 근데 어떻게 하셨더라?

시목 : 구속기소했습니다.

계장E : 여기서들 뭐 하세요?


그 소리에 문을 보는 세 남자. 김경사가 들어올 때 반쯤 열린 문으로 들린 소리다.


창준 : (문 쪽으로 가며) 더 확실한 카드를 가져와. 내 사람 데려가려면!


창준, 그 즉시 문을 확 열면, 문 밖에서 엿듣다 깜짝 놀라는 사람들.

동료검사가 살인 혐의로 추궁 받는 초유의 사태에 귀 기울이던 동재와 은수는 물론,

같이 엿듣던 3부장에 실무관까지, 갑자기 창준이 나타나자 놀란다. 그 맨 뒤엔 지금 막 와서 영문 모르는 계장.

무서운 눈으로 을러메는 창준, 나간다.


김경사 : 지문보다 확실한 게 있을라나? (의미심장하게 시목 보며 씨익, 웃는)



61. 동/형사부 복도 – 낮


밖에 모였던 사람들 창준이 나오자 일제히 인사. 창준, 동재를 강하게 일별하고 가버린다.

그 뒤로 김경사가 나와서 가면, 사람들 얼굴에 호기심과 괘씸함이 혼재된다.


3부장 : (김경사 가는 뒷모습 보는) 여기가 어디라고...



62. 동/승강기 안 – 낮


김경사 : (승강기에 올라 닫힘 버튼 치는) 개가 처웃을 소리 하고 자빠졌네,

            지들한테 걸렸으면 두 번도 안 보고 빵에 처넣을 것들이.


다시 열리는 문. 동재가 바로 앞에 섰다.

김경사 흠칫하는데,


동재 : (올라타더니) 예, 바로 처넣었겠죠.

김경사 : 아니 제 말씀은

동재 : (닫힘 버튼 누른다) 그러니까 아주 확실해야 할 겁니다.

김경사 : !.. ..당연하죠.



63.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실무관, 말론 못 하고 계장에게 필담으로 방금 전 일을 알려주느라 바쁘다.

시목, 일은 안 하고 허공을 향한 눈길.


실무관 : (작게) 어떡해요, 충격 받으셨나봐.

계장 : 쉿! (걱정돼서 쳐다보는)

시목 : (언뜻 보면 넋 놓은 것처럼도 보인다. 허공 보면서 생각...)

창준E : 나는 믿음이 있어. 수호자와 범죄자, 법복과 수인복,

           우리가 단죄 내려야 할 부류들과는 다르다는 믿음! 타인을 해치지 않는단 믿음!

시목 : (일어나 집무실로 들어간다)


계장과 실무관은 저거 보라고, 오죽하면 일도 손에 안 잡히겠냐고 난리 났다.



64. 동/집무실 - 낮


시목 : (한성설악 리조트 검색해 전화한다) 수고하십니다. 서울서부지검 황시목 검사입니다. cctv 보관 기간이 얼마나 되죠?

         (듣다가) 대외적으론 그렇지만 백업이나 컴퓨터 내부용이 따로 있죠?

         (컴퓨터 파일 뒤진다, 모니터에 협조요청 공문 양식 뜬다) .. 작년 10월 27일 오후 2시, 10층 서쪽 복도 거면 됩니다.

         예, 작년이요. 꼭 좀 찾아봐 주세요. 공문 지금 보내드립니다.



65. 한남동 집/1층 거실 – 밤


창준, 서둘러 들어온다. 창준妻가 현관에서 맞아준다.

윤범이 소파에 앉았다.


창준 : 다녀왔습니다. (찻잔 두 개 본다. 방금까지 창준妻와 윤범, 마주 앉아 얘기한 형상)

윤범 : 늦네? 이러다 나라에서 내 딸 열녀문 세워준다고 오겠어.

창준妻 : 그러기로 말하면 엄마 거부터 세웠게요? (탁자에 찻잔 치운다)

윤범 : 니 남편만 감싸. 나까지 까지 말고. (다이닝 룸으로 가는) 배고파!

창준妻 : (창준에게) 손 씻고 와요. (몸 돌리는데)

창준 : (살짝 잡는) 부녀간에 내 흉 봤지? 좋아?

창준妻 : 피, 우리 할 얘기가 당신 밖에 없을까? (짐짓 웃고 주방으로 간다)

창준 : .. (안방으로 간다)



66. 동/다이닝룸 – 밤


주방과 반 정도 분리된 다이닝룸. 식탁에 앉으면 주방이 어느 정도는 보인다.

창준이 자리에 와 앉으면 창준妻, 주방에서 직접 전골 가져온다. 아줌마는 없다.


윤범 : (창준 앉자마자) 기막힌 놈 하나 나왔대?

창준 : 예?

윤범 : 친구끼리 얘기 안 해? 분칠할 배우, 지 발로 무대 올랐던대?

창준妻 : (전골 나눠서 담아주는)

창준 : (아내가 의식되지만) 황시목 말씀이십니까?

윤범 : 첨에 서장한테 들었을 땐 내 하도 기가 막혀서, 또 얼마나 시끄러울까 말야,

         그런데, 운 때가 맞아도 이렇게 절묘하게 맞을 수가 없어.

창준妻 : (주방으로 가 다른 음식 준비)

윤범 : 내가 잡겠소 TV 나와서 공표한 바로 그 인간이 범인이라니. 충격파가 하도 커서 다른 이슈는 다 묻힐 거야.

창준 : 황검사가... 범인으로 밝혀지면 전부 놀라 나자빠지긴 하겠죠. 박사장 때도 현장에 있었고 이번에도

윤범 : 그러니까! 희생자가 나올 때마다 항상 그놈이야, 조작 소리가 나오도록 강진섭일 무리해서 구속한 것도

         다 지가 싼 걸 덮기 위해서였다, 불즈아이!

창준 : 하지만, (주방의 아내가 의식된다)

창준妻 : (분명 다 들릴 텐데 전혀 흔들림 없는)

윤범 : (왜?)

창준 : (더 낮게) 여자가 나온 형태가 범상치 않습니다.

윤범 : (무의식중에 주방 흘끗) 흠.. 나도 그게..

창준 : 박무성을 죽인 자가 여자도 해쳤다면 단순한 연쇄가 아닙니다. 분명한 의도가 있어요, 살인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황시목이든 누구든 범인으로 만들었다가 3번째, 4번째 희생이 이어지면 오히려

윤범 : (O.L) 우린 박가 놈하고만 자르면 돼. 3번째 4번째 더 나오라고 해. 그놈하고만 연관 없음 되는 거야.

         설마 그 집구석에서 또 뭐가 나오겠어? 설사 나온다쳐. 모방범죄란 말이 왜 있어? 죽이고 싶은 인간 죽여 놓고

         혐의 피하려고 그 집에 또 갖다놨다고 하면 돼. 잔걱정에 발목 잡히면 끝이 없어. 대검도 아냐 특수부도 아냐,

         내동 형사부에 처박혔으면 행동력이라도 있어야지, 내가 말한 게 언젠데 여태 그 걱정만 한 게야?

창준 : 죄송합니다.

윤범 : 박가 놈이 뭐하다 죽었는지 새어나가는 건 시간문제야. 움직여.

창준 : 알겠습니다.

창준妻 : (말 끝나자마자 다른 음식 가져 온다) 아이참, 딱 알맞게 데워놨더니.

윤범 : 알았어, 먹자고.

창준妻 : (자리 앉으며) 아빠, 이이 한 번 결정하면 빨라요.


창준, 멈칫 아내 본다. 창준妻, 눈을 착 깔고 앉아 수저 든다.

윤범, 딸 보는 눈은 은근하지만 멈칫한 창준은 비록 찰나지만 한심하게 본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식사 시작하는 세 사람.



67. 용산서/수사본부 – 밤


여진, 수사본부로 들어서는데 형사들이 잔뜩 모였다. 그런데도 쥐 죽은 듯이 조용.

앞에는 팀장, 김경사, 동재도 머리 맞대고 섰다.

모두 침묵을 지킨 채 귀 기울이는 것, 콜운전자 제보 녹음이다.


콜운전사F : 막 날 죽이겠다고 지랄하고 목을 졸라서 진짜 할 수 없이 가르쳐는 줬는데 그놈 차번호를 적어놨거든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는데, 그 미친놈이 범인이에요.

여진 : ! (바짝 듣는)


세 남자, 여진 보지만 녹음에 집중한다.


김경사F : (녹음 속 목소리) 그래서 권민아씨한테 알렸어요? 위험한 남자가 니 집으로 가고 있다, 피해라, 경고했어요?

콜운전사F : 그랬다간 내가 입 털었단 게 들통 나게요? 그럼 어느 년이 내 차를 타겠어요?

김경사F : 차요?

콜운전사F : (희미하게 헉, 하는 소리. 뚝 끊는다)

팀장 : (녹음 끄는) 다시 들어도 나쁜 새끼네, 전화 한 통만 해줬어도 됐을 걸, 지 밥줄 끊어질까봐 혼자 사는 여자앨 내깔겨둬?

여진 : 차 번호 적어놨으면 나왔겠네요? 누굽니까, 이 미친놈?

팀장 : (일순 동재 봤다가) 황시목 검사.

여진 : 네에?!

김경사 : 진짜 손 놓고 있어야 돼요? 이게 지금 같은 식구 운운할 사항이에요?

형사들 : (대체로 김경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팀장 : 서장님이 있어보라시잖아.

여진 : 황검사는.. 룸살롱에서부터 집을 역추적했다고 이미 말했잖아요?

김경사 : 거짓말이에요. 자기 입으론 집만 알아냈다고 했지만 그게 아녜요.

            분명히 그날 밤에 여잘 만났고 그래서 우릴 데려간 거예요. 사방에 자기 흔적이니까, 흔적 겹치게 하려고.

여진 : 그걸 (하다 문득) 로션이 없었어..

동재 : ? (여진 보는)

시목E : 로션이 없었어요.


Flashback> – S#21. 민아 집 앞 골목에서 깨진 손톱을 내려다보던 시목.

시목 : 화장대에 매일 쓰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짐을 싸서 제 발로 잠적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진 : (마음의 소리) 여자가 발견당하기 전에 집을 봤어. 화장대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어.

         사는 데만 알아낸 게 아냐. 집 안까지 들어간 거야. (화이트보드에 가영 사진 보는) 둘이 원래.. 알던 사이야?



68.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밤


직원들 퇴근하고 시목 혼자 일하는데 노크소리. 대답도 전에 은수가 들어온다.


시목 : (쳐다보기만)

은수 : .... 예, 저에요. 박무성, 제가 만났어요. 죽기 전날 밤. 나 혼자 한 일이에요.

시목 : ....



69. 용산서/수사본부 – 밤


화이트보드에 가영 사진. 이를 보는 여진.


여진 : (마음의 소리) 둘이 만약 얽혔다면, 접대를 받았다면,


Flashback> – S#21. 민아 집 앞 골목 – 밤

시목 :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었겠죠, 어떤 남자들한텐.


동재가 유심히 보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빠진 여진, 믿을 수 없으면서도,


여진 : (마음의 소리) 설마, 자기 얘기였던 거야?...


-의혹이 고개를 쳐드는 여진, 그녀 뒤엔 곁눈으로 살피는 동재. 여기에,

-은수를 바라보는 시목, 그 앞에 선 은수, 네 사람에서 엔딩.

<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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