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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2,020 목록 댓글 0

[비밀의 숲] 08











1. 무성의 집/외경 – 밤


어둠에 휩싸인 집, 마당.



2. 동/작은방 – 밤


동재 : 내가 아냐! 전부 다 차장 짓이야!


시목, 여진, 말없다.


동재 : 내 말 믿어야 돼, 난 알아!

시목 : ... 깡통 폰 내주면서 물에 던지라고 시켰다고요? 검사장이? 이게 진짜다, 몰래 현장에 심어놔라, 시켰단 겁니까?

동재 : 야, 난들 좋아서 그랬겠냐?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내 심정은 오죽했겠냐고? 답답해 죽을 뻔했어, 나도!

시목 : 증거가 뭡니까. 검사장이 범인이란.

동재 : 보면 몰라? 우리 사이에 증거가 필요해? 황검사, 시목아, 우리 남자답게! 한 번만 솔직해지자,

         언제까지 물증이란 명분에 사로잡혀서 우리 직관을 배반해야 하냐? 솔직히 너도 마음속으론 단정했잖아? 그찮아?

여진 : 후려치기 오지네.

동재 : 뭐?

여진 : 증거 없이 후려치기, 오지십니다?

동재 :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니가 박경완이랑 여자애가 뭔 사이니 그딴 소리만 안 했어도 이렇게 안 됐어!

여진 : 햐.. 듣는 내 귀가 다 부끄럽네. 됐고, 남자다운 거 좋아하시나본데 남자답게 갑시다?

동재 : 놔!

여진 : 작작 좀 해요!! 강진섭 하나로 모자라?! 여기서 안 걸렸음 어떻게 할거였는데요!

         박경완이 꼼짝없이 감옥 갔겠지! 질투에 눈 뒤집혀서 지 애비 죽이고 여자까지 찌른 미친놈으로!

         꼭 살을 찔러야만 살인잔가? 우리가 안 잡았으면 당신 박경완이 인생을 죽였어!

동재 : (귀까지 시뻘게지지만 대꾸 못하는데)

소리E> (현관문 소리)

김경사E : 서검사님!

여진/시목 : (돌아보는)

팀장E : 저 불 켜진 방인가? (들어오는데 여진 보고) 어 너, (시목 보고) 어? 무슨 (하다 여진 손에 들린 수갑 봤다) 뭔 상황이야??



3. 동/마당 - 밤


여진과 시목이 동재를 양 옆에서 둘러싸고 먼저 나오고, 팀장과 김경사가 그 뒤에 나온다.


김경사 : (멈추는, 낮게) 이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죽게 생겼잖아요.

팀장 : (역시 몹시 난처한) 일단 서장님한테 말해보고. (가는)

김경사 : (여진 노려본다) 오나가나 저 기집애 때문에...



4. 동/대문 앞 - 밤


동재 : (시목 차 앞좌석에 태워진다. 수갑은 안 찼다)

시목 : (운전석으로 가는)

여진 : 혼자 괜찮겠어요?

시목 : (끄덕. 여진 손에 들린 손수건에 싼 가영 핸드폰 가리키는) 부탁해요.

여진 : 바로 맡겨요.


시목과 여진, 팀장 쪽에 간단히 목례하고 차에 오른다.

두 사람 차가 잇달아 출발하면, 여유롭게 인사하는 척 하던 팀장과 김경사, 서둘러 차에 오른다.



5. 시목의 차 안 - 밤


동재 : ..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검사장은 금방 알아차릴 거야.

시목 : (운전만 하는)

동재 : 그러곤 날 죽이겠지. 박사장한테 했듯이, 여자애한테 했듯이. 나만 없애면 비리로 얼룩진 차장 이창준을 기억하는 사람은

         싸그리 사라지고 출생부터 고결한 검사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까.

시목 : 그렇겠네요.

동재 : (이 새끼!..) 그래서 내가 무리해서라도 박경완을 범인으로 만든 거야. 어떡해든 쫑내려고.

         검사장도 사람인데 범인 잡히면 끝내지 않겠어? 더 이상의 살인을 막으려고 했다고, 난.

시목 : 네.

동재 : 너 나 시골에 어머니 계시는 거 알지? 우리 어머니 평생 나만 보고 사셨어, 나 어떻게 되면 당신 목숨 부지하실 분이 아냐!

         이렇게 하자, 너 범인 잡고 싶잖아, 나랑 하자, 같이 잡자, 오늘 건 다 끝난 다음에 징계든 뭐든 달게 받을 테니까

         검사장한테만 비밀로 하자. 제발!

시목 : 보고하면 검사장께서 서검사님을 해치는군요.

동재 : 그래! 그니까 그 뭐냐, 여경한테도 니가 말해서

시목 : 검사장이 진범이란 게 확연해지겠군요. 서검사님마저 당하면. 희생양이 돼주시죠.

동재 : !

시목 : 진범 검거를 위해 목숨 바치시죠. 검사님이 박경완을 희생양으로 삼았듯 저는 검사님을 삼겠습니다.

동재 : ..새끼야!! (콱 잡는데)


시목, 멱살 잡힌 상태로 그냥 앞만 보고 간다.

동재, 상대가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잡은 상태로 아무 변화 없자 더 열 받는.

동재가 밀치듯 놓는데도 잡혀서 옷 뭉친 데를 쓱 문지르고 운전만 하는 시목.

동재, 무시당한 게 더 기분 나쁘다. 눈빛엔 살기가 돌지만 더는 어쩌지 못한다.



6. 용산서/서장실 – 밤


고개 못 드는 팀장과 김경사.


서장 : 아닌 밤중에 이게 뭔 개소리야.



7. 서부지검/검사장실 – 밤


동재 : 연락 오면 받아서 여잘 불러내려고 했죠, 그래야 성과가 있으니까 그때 다 보고 드리려고 했고요 검사장님,

         납치된 걸 알았으면 제가 전활 주워왔겠습니까, 근데 일은 터졌지, 제가 생각해도 이건 충분히 오해 사겠다 싶지,

         말씀드릴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예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방금 전엔 진짜 현장 점검 차 간 거지

         절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죽을 맛인 동재와 시목, 창준 앞에 섰다.


창준 : (시목 보면)

시목 : 용산서에서 출동한 건 피해자 핸드폰을 박경완이 현장에 숨겼다고 부부장이 직접 제보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본 건 핸드폰 지문을 지우고 침대 안에 넣는 장면이었고요.

동재 : 현장 사진 찍으려는 걸 얘가 오해해서

창준 : (O.L) 나한테 뭐라 하고 갔어, 자신 있다며, 뭐든 뚫을 수 있다며, 그래서 투스타까지 불러다 줬는데

         대대적으로 병영비리를 신랄하게 까대신 장본인께서 경찰 다 보는 데서 살인범을 조작 탄생 시키려다

         현장에서 검거되셨다고?

동재 : (입이 바싹)

창준 : 난 그걸 내 입으로 발표해야 하고. 그래? 내가 검사장이 되자마자 우리 애들이 또 증거조작을 해냈어요, 그래?

동재 : 검사자 (까지 하는데)


창준, 순식간에 화분을 잡아채 동재 머리통을 향해 날린다.

기겁하는 동재, 가까스로 빗나간 화분, 벽에 맞고 산산조각 난다.


창준 : ... .. 누구누구 알아.



8. 용산서/서장실 - 밤


서장 : 지금이 쌍팔년도야?! 왜 사람은 치고 그래!

김경사 : 꼭 자백을 받아내라고 하셔서...

팀장 : (툭 치는)

김경사 : (입 다무는)

서장 : (김경사 빗떠보다) 얼마 남았어.

팀장 : 구속 안 되면 하루 남았습니다. 내일 밤까진 풀어줘야 돼서..

서장 : (골치 아픈) 얼마나 더 필요해.

팀장 : 한 이주면 없어질 겁니다. 그냥 멍든 정도니까요, 네.

서장 : 사람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들어 그래!! .. ... (나가란 턱짓)

팀장/김경사 : (얼른들 나가는)

서장 : (핸드폰 꺼내들고 좀 서성인다) 이 새낀 지가 더 아쉬우면서...(결국 이창준 누른다. 내키지 않는 얼굴)



9. 서부지검/검사장실 – 밤


서장F : (전화) 야, 니네 애들 엇박자에 자꾸 우리 애들까지 놀아나게 할래?

창준 : (전화 중) 알아, 인정해. 그러니까 털자고. (듣다가) 일주일?

시목 : ...

창준 : 무슨 명분으로, 왜? (듣는) 흠... (시목과 동재 보는) 구속 진행하고 일주일 후에 기소유예다.

동재 : 네.

시목 : (핸드폰에까지 대답하는 동재 보는)

서장F : 근데 걔 핸드폰 국과수 갔다? 넌 꿀릴 거 없지?

창준 : (손으로 나가라는 신호) 없어.


동재와 시목, 둘 다 목례하는데, 창준, 손가락 튕긴다. 시목은 남으라는 신호.

동재, 당황해서 시목 보는. 애원의 눈빛이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먼저 나간다.



10. 동/복도 – 밤


동재, 복도로 나온다. 사무실 위치가 바뀌어서 이젠 엿들을 수도 없다.


동재 : (발 구르는) 왜 옆에 빈 방도 안 둬!



11. 동/검사장실 – 밤


창준 : (전화 중) 그러니까 너희 쪽도. 그래 단속 잘해. (끊고 시목에게) 박경완이 명령에 따랐다 해도 알리바이 조작은 기소감이야.

         단, 군대란 특수상황인 거 고려해서 이주 후에 기소유예 시키는 걸로 영은수한테 처리하게 해.

시목 : 김가영이 납치된 당일 박경완 알리바이 나왔습니다. 사단장 부인하고

창준 : 기소유예.

시목 : ...예.

창준 : 서동재는 소속 부장 통해서 징계할 거니까 업무 정지 시키고.

         그 방 할당량은 전부 재분배하되 정시에 출근해서 자리 지키라고 해.

시목 : 네.

창준 : 서동재가 김가영 전화 가지고 있다는 것만 즉시 나한테만 알렸어도 이런 일 없었잖아!

시목 : 죄송합니다. 벨소리만으론 저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창준 : 확신이 없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겠지. 어떻게 알았어, 피해자 핸드폰, 물엔 던진 게 가짜란 건.

시목 : 핸드폰이 두 대 이상인 사람은 세 대, 네 대일 수도 있으니까요.


Flashback> - 7부. S#58. 서부지검/시목의 집무실 - 아침

동재가 나오는 tv 뉴스속보를 보는 시목,

시목, 화면 속 동재가 손에 든 핸드폰을 뚫어져라 본다.


시목E : 자기 방까지 뒤져가며 의심하고 있단 걸 안 이상 서검사도 쉽게 진짜 핸드폰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 짐작했습니다.


Flashback> - 6부. S#13. 시목이 동재 벨소리를 확인하려 전화 걸었을 때, 걸그룹 노래 울리는 핸드폰.

뉴스 속보 속 핸드폰과 다른 색깔이다.


창준 : ...그래도 서검산 범인이 아니란 뜻인가. 내 눈에서 벗어나려고 피해자 핸드폰까지 동원했다는 건,

시목 : 알고 계셨습니까. 서검사가 검사장님을 의심한다는 걸.

창준 : (코웃음) 남을 의심한단 건 적어도 본인은 범인이 아니란 ..아니지, 연막일 수 있지.

         날 의심한다고 해서 자길 향한 의혹을 없애겠다는.

시목 : 지금 서검사가 범인일지 아닐지 헷갈려하시는 것과 마찬가지죠. 검사장님 스스로는 범인이 아니라고 암시하시는 거니까.

창준 : 남들은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넌 입 한 번 놀릴 때마다 만 냥 빚을 지는구나.

시목 : 죄송합니다.

창준 : 정말 죄송한가? 마음으로?

시목 : .. 마음으로, 라고 물으시네요.

창준 : 그래서.

시목 : 진심으로, 라고 묻죠. 대부분.

창준 : (보는..)

윤과장E : 폭력성 자체에서 기인한 폭력이 아니라 유년 시절 황검사 뇌에 이상이 있었답니다.

              제거 수술로 인해서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는 부분에 부작용이 발생한 거 같고요.

시목 : (같이 보는..)

창준 : (서서 재킷 입는) 서동재가 정말 주운 건지 찌르고 뺏은 건지 알아내.

시목 : 만에 하나 서검사에게 무슨 변고가 생길 지도 지켜보겠습니다.

창준 : (멈추고 쳐다보는)

시목 : 내일 뵙겠습니다. (목례. 나간다)

창준 : (기가 막히다. 코웃음)



12. 용산서/유치장 - 밤


여진, 1,2호 유치장을 지나 3호 유치장 앞에 서는데 찾는 얼굴이 없다. 의아하다.



13. 동/복도 - 밤


경찰서 이곳저곳 들여다보는 여진.



14. 동/강력반 - 밤


팀장과 김경사가 경완 데리고 밥 먹이고 있다.


팀장 : (경완 먹는 거 쳐다보다) 검사란 사람이 보는 눈도 없지, 얘가 어딜 봐서 사람을 둘씩이나 찌르게 생겼대..

경완 : (눈만 들어 쳐다보는)

김경사 : 팀장님이 봐도 아니죠? 너 진짜 아니지?

경완 : 아녜요, 저 정말 아무 짓 안 했어요.

팀장 : 알았어, 알았어. 먹어. 금방 풀려날 거야.

김경사 : 에휴, 그냥 혐의 없음으로 해서 송치나 시켜야겠다. 근데 그 검사 승질이 드러워서..

팀장 : 그러게, 지난번에도 일주일이면 끝날 거 괜히 변호사 불러서 검사 신경 거스르는 바람에, 쯧쯧.

김경사 : 돈이나 많았나요? 변호사비 땜에 가족들은 빚져, 지는 미운털 박혀서

여진 : (언제 왔는지 불쑥 나타난다. 아무렇지 않게) 식사하시네요?

팀장 : (깜짝) 뭐래, 폰은 살릴 수 있대?

여진 : 삭제한 것도 다 나올 거라고요. (경완 보면)

경완 : (내리깐 눈이 파르르 떨리는)

김경사 : (경계하는, 팀장에 눈짓하면)

팀장 : (일어나 여진 데리고 자연스레 문가로 가는) 문자 봤지? 오늘 그거, 일단 우리는 입 닫아주는 걸로.

여진 : 예.

팀장 : 근데, 황검사가 뭐하는지 정보 공유하라고 했잖아, 오늘 뭐야, 김가영이 핸드폰 나온 걸 알았으면 나한텐 말을 했었어야지.

여진 : 알았음 당연히 보고했죠, 다짜고짜 현장에서 보재서 간 거예요, 저도.

팀장 : 너도 몰랐다고?

여진 : 방금도 보세요, 비밀로 해달란 거. 자기들도 쪽 팔린 건 아는 거죠.

팀장 : ... 앞으론 작은 거라도 빠짐없이 보고해.

여진 : 옙, 팀장님! 퇴근하겠습니다! (그 길로 나가는)



15. 동/유치장 - 밤


경완 : (다시 유치장에 오는데)

여진 : (어느새 나타나 자연스레 경완 잡는. 호송경찰에게) 내가.

호송경찰 : (경완 건네주고 가면)

여진 : (경완 데리고 가며) 가영이랑 말도 안 해봤다며, 폰에 사진은 왜 있었고 왜 삭제했어요, 왜 거짓말 했어.

경완 : ..조사받는다고 해서 괜히 의심받을까 봐, 몰래 찍은 거라서요.

여진 : 도촬했어요? 왜? 짝사랑했나?

경완 : 내 친구들도 걔 도촬한 애 많아요, 진짜 그냥 지나가다 찍은 거예요.

여진 : 그랬음 말을 해야지, 모를 줄 알았어!

경완 : ..죄송합니다.. (고개 푹 숙이는데)

여진 : (고개 숙인 경완 뒷목 밑으로 푸르스름한 멍이 엿보인다)


주변 보는 여진, 유치장이 아닌 다른 쪽으로 경완 데려간다.



16. 동/복도 - 밤


계단 뛰어올라오는 여진, 강력반으로 내쳐가는데, 누군가 뒤에서 잡는다.

여진 돌아보면, 시목이다.


여진 : (의외지만, 계속 가며) 나중에

시목 : (안 놓는) 먼저요.

여진 : 내가 지금 일이 있단 말에요!

시목 : 나도 그 일입니다.


시목, 주변 둘러보더니 회의실 문 열어본다. 비었다. 들어간다.

여진, 쳐다보는. 그러다 들어간다.



17. 동/회의실 – 밤


여진 : (들어오자마자)

시목 : 2주만 있으면 풀려나요.

여진 : !

시목 : 들이받지 말아요.

여진 : ...

시목 : 서장이 직접 입 다물어 달라 요청했어요. 경위님이 이번에까지 들이받으면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될 거고

         그럼 복잡해집니다.

여진 : 그러니까, 사건에 도움 되는 건 들이받아도 되고

         아무것도 아닌 애하나 때문에 또 새로운 수사관 찾기 세상 귀찮다 이겁니까?

시목 : 대체할 사람이 없단 거죠. 귀찮은 건 별도고.

여진 : (핸드폰에서 뭔가 찾아 시목에게 준다)


시목 보면, 등에 든 피멍 사진. 경완 상처를 찍은 사진이다.

다음, 그 다음도 무릎 뒤나 팔 사이, 안 보이는 곳에 피멍이 들었다.


여진 : 얘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지 할머니한테만 말하지 말래요.

시목 : ....

여진 : 난 당한 사람도 당한 사람이지만 내가 매일 보는 동료들이, 내 옆에 저 완전 보통사람들이 이러는 게,

         더 안 돼요 이게, 받아들이는 게. 그 사람들이라고 죄다 처음부터 악마고 잔인해서 저러겠어요?

         하다 보니까, 되니까 하는 거예요, 눈 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대면 바꿀 수 있다고요.

시목 : ..이주 후에 무사방면이냐, 장기간의 구금이냐. 경위님이 선택하세요.

여진 : 무슨 뜻이에요?

시목 : 인권문제가 불거졌다고 즉시 방면하면 죄도 없이 구금했단 걸 스스로 입증하는 꼴이죠,

         눈 안 감고 침묵 안 하면 우리 검사장은 오히려 몇 달이고 처박아둘 겁니다. 선택하세요.

여진 : ... ...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받았을까요.

         난 타협할 수 없어요. 난 타협 안 합니다.

시목 : 박경완이 유력하진 않아도 검증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여진 : 그건 내가 끝까지 수사할 거예요.

시목 : 그러니까 인권문제는 전문가한테 맡기죠? (전화한다)

여진 : 전문가?

시목 : (전화) 너 법률사무소 명함 남은 거 아직 있지? 내일 남부구치소로 가줄래? (여진) 몇 시쯤 이송될까요?

여진 : 영장 나오자마자요. 아침 일찍 치우려고 할 거예요,

시목 : 아침 일찍. 되도록 빨리. (사이) 영장은 벌써 나왔어.

여진 : !...



18. 남부 구치소/외경 - 아침


미결수들 잔뜩 실은 버스가 구치소로 들어간다.



19. 동/대기실 - 아침


면회 양식 기입하는 손, 정본이다.



20. 동/마당 - 아침


한쪽 손목에 채운 수갑으로 줄줄이 연결된 미결수 중에 핏기 없는 경완도 있다.

버스에서 내린 미결수 행렬, 건물로 들여보내진다.



21. 동/복도 - 아침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복도 의자에서 조붓이 기다리는 정본.



22. 동/검신실 - 아침


방금 전보다 더 창백해진 경완.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모든 미결수들이 속옷까지 탈의하고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

마지막 저항의 의지마저 꺾인 경완, 속옷 벗고 시키는 대로 검사대에 맨발로 선다.


교도관1 : 용변 보는 자세로 쪼그려. 다리 벌리고.

경완 : (쪼그려 앉는다. 차라리 눈 꼭 감는다)



23. 동/면회실 - 아침


정본 : (기다리고 있으면)

경완 : (미결수 복장으로 이끌려 들어온다. 불안한데 얼떨떨하기까지)

정본 : 박경완씨? (아크릴판에 명함 댄다) 김정본입니다. 좀 어떠세요?

경완 : .. 할머니가 보내셨나요?

정본 : 어, 예, 뭐. (앉으려는데)

경완 : 전... .. 변호사 없어도 돼요. 가주세요..

정본 : .. 보시다시피 (명함 가리키는) 전 변호사가 아니라서, (앉으며) 아이고 꽤 쌀쌀하네요, 그쵸? (웃는)

경완 : ...



24. 서부지검/동재의 검사실 - 낮


뒤숭숭하다. 검찰청 직원들이 일감을 전부 빼내 가고 있다.



25. 동/동재의 집무실 – 낮


소파에 대치하고 앉은 시목과 동재.


시목 : 사건 전에 피해 여성을 알았습니까?

동재 : ...

시목 : 알았습니까?

동재 : 질문 수준이 왜 이래, 뭐 본 게 있으십니까, 물어야지?

시목 : 뭘 보셨습니까?

동재 : 콜뛰기가 뭐라고 제보했더라? 미친놈한테 여자 집을 일러준 게 9시쯤이라고 했던가?

시목 : 그래서요.

동재 : 9시에 역삼동 출발이면 갈월동엔 30분은 넘어 왔겠지? 난 널 족히 20분은 앞질렀어.

시목 : 조금만 더 빨랐으면 아예 납치현장을 목격했을 텐데요.

동재 :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째려보는)

시목 : 핸드폰은 어떻게 습득하셨죠.

동재 : 주웠다고, 그냥 줍지도 못해!

시목 : 원래 땅에 떨어진 건 무조건 줍고 보나요? 아니면 바닥에 뒹구는 것만 봐도 누구 건지 알 정도로 친밀했습니까.

동재 : (손이 꿈틀, 한 대 치고 싶다) ...



26. 가영의 집 앞/모퉁이 골목 (동재의 회상) – 밤


가영의 반지하방 건물이 건너다보이는 모퉁이에 차를 세워놓은 동재.


동재E : 벌써 튄 거 같긴 했지만 어쨌든 다시 올지도 모르니까.


운전석에서 고개 빼고 건물 감시하던 동재, 문득 뭘 봤는지 어? 하더니 내린다.

그의 발이 디뎌지는 곳에 형광색 동물 모양 커버를 씌운 핸드폰이 떨어져있다.


동재E : 얼마나 급하게 내뺐는지 알겠더라고. 지키고 있어봤자 소용없겠구나, 생각도 들고.


동재, 핸드폰 집어서 도로 차에 탄다. 시동 켜고 가버린다.


동재E : 틀림없이 지 꺼 찾으려고 할 테니까 오면 받으려고 했어.

시목E : 왜 그렇게 꼭 만나려고 하셨죠? 검사장님 명령이라?



27. 서부지검/동재의 집무실(현재) - 낮


동재 : 난 걜 지켜주려고 한 사람이야. 내가 왜 여자애 집을 찾아내고도 검사장한테 비밀로 했겠니?

시목 : 지켜주려고 술집까지 가서 그 난리를 쳐요?

동재 : 처음엔 여자앨 찾으라고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어,

         고런 걸 디밀어 놓고 박사장이 걔 사실 미성년자다, 너 이젠 뭐 됐다, 그 짓거리 하는 걸 나도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박사장이 죽었어, 내가 뭔 생각이 들었겠니? 나더러 두 번째 제물을 갖다 바치란 건가?

시목 : 그래서 갖다 바치기로 했습니까?

동재 : 경고 해주려고 했어! 꼭꼭 숨으라고! 노리는 거 뻔히 아는데 냅둬? 근데 밤이 지나고 해가 중천에 떠도 깜깜무소식인 거야.

         요즘 애들 폰 없인 1분도 못 사는데. 감이 오더라. 아 흘린 게 아니구나. 당했구나. 아니나 다를까!

시목 : 핸드폰이 어떻게 떨어져 있었습니까?

동재 : 뭐가 어떻게야? 고개 쳐들고 서있겠어? 그냥 길에 있었어.

시목 : 김가영 납치 및 상해, 했습니까, 서동재 검사님?

동재 : 사람 돌겠네, 그럼 내가 박사장도 죽였게? 야 나 한 번만 말한다, 잘 들어, 박사장 덕에 2차 맛 본 사람들, 있어.

         그치만 비용 대주는 정도였지 직접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그러는 건 부장급도 안 해줬다구.

         물론 우리 회사 말고 다른 데도 있겠지. 그치만 내가 그날 밤 걜 찾았다고 보고한 사람은


동재, 손가락 한 개 편다. 단 한 명이란 뜻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시목, 손가락이 가리키는 위를 보는.



28. 동/검사장실 - 낮


창준, 서류에 결제해서 준다. 은수가 받는다.


동재E : 검사장뿐이야. 그런데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은수, 목례하고 검사장실 나간다.



29. 동/동재의 집무실 – 낮


동재 : 왜 암매장이 아니라 공개처형을 택했냔 거야.

시목 : ....

동재 : 너도 조심해. 여자애 꼴 안 나려면 검사장한테 작작 들이대라고.

시목 : 왜 그랬습니까.

동재 : 내가 안 그랬다니까!

시목 : 왜 박무성을 끌고 들어와서 동료들을 물들였습니까?

동재 : 내가 물들였어? 지들이 와서 물들었지!


시목, 조금의 반성도 동재를 바라보는데 노크 소리. 은수, 들어온다.


은수 : (목례) 협조 부탁드립니다. 부부장님 차 키 좀 주시겠습니까?

동재 : 얜 또 뭐야?

시목 : (역시 들은 바 없는데)

은수 : (창준이 결제해준 서류 펼쳐놓는다) 지금부터 훼손 가능한 물증은 제가 수거하겠습니다. 두 분 다 용의자시라고요.

동재 : (시목 본다. 대놓고 비웃는)

시목 : ...



30. 동/지하주차장 – 낮


은수, 동재 차에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떼어낸다.



31. 동/은수의 집무실 - 낮


메모리카드가 연결된 태블릿. 그러나 멈춰진 영상.

은수, 뭔가 일이 뜻대로 안 풀리는 듯. 고민한다. 영상 다시 재생시킨다.



32. 가영의 집 앞 - 밤 (블랙박스 영상)


<동재의 차에서 찍힌 블랙박스 영상>

김가영 집 앞에 서는 화면. 가영의 빌라가 있는 골목 보인다.

문 열리는 소리. 사람 내리느라 약간 기우는 차체. 곧 차 앞으로 해서 빌라로 들어가는 동재 보인다.


은수E : 9시 14분. 서검사가 갈월동 김가영 집에 도착했고요,


동재, 빌라에서 나와 다시 차에 타느라 화면에서 사라진다. 차에 타는 소리와 움직임.


은수E : 김가영이 집에 없단 걸 확인하고 바로 자리를 옮겼어요.


빌라 바로 앞에서 골목 모퉁이로 자리를 옮기는 영상. (가영 집을 감시하는 상황)

그런데 곧 문 열리는 소리, 잠깐 조용하지만 동재 다시 타는 듯 쿨렁 흔들린다.


은수E : 핸드폰 주운 거겠죠.



33. 동/시목의 집무실 - 저녁 무렵


은수와 시목, 함께 태블릿 들여다본다. 블랙박스 영상은 이제 골목을 떠나고 있다.


은수 : 전부 서검사 주장하고 일치해요, 근데, 서검사가 검사장님한테 사건 전 7시 47분에 전화를 걸은 내역이 나왔어요.

시목 : 그래서.

은수 : 김가영 찾았단 소릴 그때 보고 받은 거면 검사장이 공범을 움직일 시간으로 충분하잖아요?

시목 : 이걸 날 보여주면 안 돼. 훼손 가능한 자료를 나한테서 지키란 게 검사장 뜻이잖아.

은수 : 뜻 같은 게 무슨 상관이에요.

시목 : ..내가 널 믿어도 될까. 내 오른팔이 돼줄 수 있어?

은수 : (뜻밖의 말이지만 바로) 물론입니다 선배님!

시목 : 너 따위가 내 오른팔 자릴 넘봐? 그깟 오른팔 잘라내고 말지.

은수 : 뭐!... 뭐 하잔 거예요. 지금?

시목 : 어때.

은수 : 어떻긴 뭐가 어때요!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시목 : 넌 겨우 1분 만에 배신당했지만 서동재는 10년이야. 10년을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온 수족이었어.

은수 : ...

시목 : 검사장이 공범을 움직일 시간이 충분했다고? 서동재만큼 충분했을까?

은수 : 그래서

시목 : 서동재가 범인이야. 공범을 사주했어.

은수 : 갑자기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시목 : 드디어 검사장한테 대입해선 절대 안 풀리던 퍼즐이 해결됐어.

은수 : .. 왜, 여잘 완전히 끝내지도, 심심산골에 파묻지도 않았느냐, 하는?..

시목 : 서동재도 당연히 복수하고 싶었겠지. 그래서 떠오른 거야. 검사장 치부를 공개하자. 것도 아주 쇼킹하게.

은수 : 서검사가 범인라고요? 그게 결론이에요?..

시목 : 왜? 사건 해결이 안 기뻐?

은수 : ...

시목 : 혹시 뭔가 다른 걸 알고 있나? 우릴 미행한 날 뭘 본 거야?

은수 : 미행이라뇨?

시목 : 로비 cctv에 니가 쫓아온 거 다 찍혔어. 김가영 찾으러 가던 날.

은수 : (황당해서 생각하다) 난 검사님이 어딜 급히 가시길래, 그냥 거기까지뿐이에요, 미행은 말도 안 돼요.

시목 : cctv는 다른 얘길 하고 있던데.

은수 : 잘못 보신 거라니까요!

시목 : 안타깝네. 끝까지 쫓지 그랬어. 현장을 목격할 수도 있었는데. 하다못해 서검사 공범과 스친다든가.

은수 : 그랬음 진작에 말씀드리지 제가 왜 입 다물고.. 있었겠..어요..


황당해하던 은수, 뭔가 떠오른 듯, 생각에 빠지는..

시목, 눈치 못 챈 척 영상 다시 본다.



34. 동/시목의 검사실 - 저녁 무렵


딴 생각에 빠져 직원들 인사 받는 둥 마는 둥 하는 은수, 나가고 나면,


시목 : (집무실에서 나와 계장에게) 계장님 우리 증거보관실에 무기될 만한 거 있을까요?

계장 : 에에?

실무관 : 무기요??


cut to. 보자기에 싼 걸 쓰윽 건네는 계장.


계장 : 진짜로 쓰시면 진짜 클 납니다, 진짜 진짜 겁만 주셔야 돼요?

시목 : 예. (들고 집무실로 들어간다)

실무관 : 뭐에요, 뭔데요?

계장 : 쉿, 알면 다쳐요.



35. 동/지하주차장 - 밤


여러모로 머리 지끈대는 동재, 차에 탄다. 퇴근길. 시동 켜려는데 은수에게 문자 온다.

귀찮은 얼굴로 읽다가 깜짝 놀라는 동재.

문자 - ‘검사님이 여자 죽이려던 거 알아요. 그날 로비 cctv 확인하세요’



36. 동/관리실 - 밤


5부 S#46에서 시목이 봤던 로비 cctv 장면을 동재가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시목이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동재, 시목 순으로 보이고 마지막으로 은수가 나온다.

은수가 사라지는 것까지 본 동재, 뛰어나간다.

관리실직원, 의아해서 화면 보는. 이게 뭐가 있나?..



37. 동/복도 - 밤


동재 : (전화하며 허둥지둥 가는) 너 어디야, 일단 보면서 얘기해, 응?!

은수F : 내가 따라붙은 건 몰랐죠? 근데 나 똑똑히 봤어요. 검사님은 곧장 여기로 와서 핸드폰부터 챙겼어요.

           공범한테 들었죠? 전활 흘렸단 소릴 듣고 일부러 왔죠? 우연히 떨어진 걸 봤단 거 거짓말이야!

동재 : 이게 왜 자꾸 헛소리야, 야 너 어디냐고!


뚝 끊기는 전화. 동재, 곧장 다시 하는데 안 받는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건지 이해가 안 되는 동재, 그러다 문득,


은수E : 검사님은 곧장 여기로 와서 핸드폰부터 챙겼어요.

동재 : 여기?.. (득달같이 가는)



38. 가영의 집 인근/모퉁이 길 - 밤


은수, 뒤돌아선 모습.

차 소리 들린다. 내리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동재 : (뒤에 와 서는) 놀라지도 않네.

은수 : (돌아선다. 똑바로 보는 눈빛이 새파랗다)

동재 : (너무 싸한 반응에 당황) 야 영은수, 니가 그날 여기서 뭘 봤는진 모르겠는데

은수 : 그딴 건 관심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검사장이에요.

동재 : 뭐?

은수 : 검사장한테 뒤집어씌워요.

동재 :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은수 : 갑자기 아녜요, 내가 이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전문이시잖아요? 남한테 뒤집어씌우는 거. 범인 만드는 거.

동재 : (장난 아니란 게 느껴지는)

은수 : 황선배도 검사님 의심해요. 내 말대로 안 하면 검사님이 범인 맞다고 할 거예요!

         범인은 검사장이었어야 했는데 왜 쓸데없이 끼어들어서!

동재 : 야! (입 막으며 주변 살피는데)

은수 : (막은 손등을 손톱으로 콱 찍는)

동재 : 아! 이게 미쳤나.. (하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너냐?

은수 : 검사장한테 덮어씌워요, 장인이란 인간까지. 무슨 수를 써서든!

동재 : 그런 담엔? 이 나라 사형 안 시켜, 감옥 안에서도 시퍼렇게 보복할 인간들이야.

         돈 있는 것들은 쇠파이프로 사람을 패도 멀쩡한데 감옥이나 제대로 갈 거 같아? 너나 나나 다 죽어!

은수 : 죽으면 죽는 거지.

동재 : 난 아냐! 난 자식새끼도 있고 나밖에 없는 어머니도 있다고!

은수 : 아들이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보단 죽는 게 어머니한테도 낫죠?

동재 : !!

은수 : 할 수 없네. 검사님이랑 공범이랑 다 봤다고 할 거예요!


은수 가려는데, 거칠게 잡는 동재. 후드득! 뜯겨나가는 은수의 셔츠 단추.

은수, 있는 힘 다해 가방 휘둘러 동재를 후려친다.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당한 동재, 순식간에 눈 뒤집혀 은수를 잡아챈다. 거친 몸싸움!


은수 : 놔! 놔! (아픔이 아니라 사람들 들으라는 비명 지르자)

동재 : (은수 입 막는)

은수 : (콱 깨문다)


비명 지른 동재, 이성 잃는다. 도망치는 은수를 잡아 인정사정없이 목 조른다.

정말 실신하게 생긴 은수, 눈이 파르르 떨리고 저항하던 사지에 힘이 빠지는데,

동재, 은수 팔이 툭 떨어지자 본인이 더 펄쩍 놀라며 손 뗀다.


동재 : 야.. 영은수, 영은수!

은수 : (기침하고 괴로워하는데)

동재 : (십년감수!) 죽은 줄 알았잖아!

은수 : (눈물 콧물 흘리는 와중에도 동재 본다)

동재 : 그니까 왜 헷소릴 해서 사람 뒤집어놔! .. ...괜찮아?

은수 : (겨우 잦아드는 기침 사이로) 정말 아닌 거죠?

동재 : ??

은수 : 안 죽였죠?

동재 : .. 안 죽였어!

은수 : 됐어요, 아님 됐어요. (비틀대면서도 서둘러간다) 그럴 줄 알았어요!

동재 : ?? .. .. 야!! 너 황시목이랑 짰니!

은수 : 아뇨! (저 멀리 가는)

동재 : (황당...)



39. 시목의 아파트/거실 - 밤


어두운 아파트. 현관문 열리는 소리.

시목 들어온다. 잠시 가만 앉았으면...

현관벨 울린다. 인터폰 화면에 은수 얼굴 떴다. (뜯어진 셔츠는 꼭 잡아 여민)


시목 : (현관으로 가 문 여는)

은수 : (꼴은 엉망이지만 해냈다는 자신감에 찬) 서검사 아녜요, 제가 직접 확인했어요, 누구 죽일 사람 아녜요.

시목 : (집안으로 몸을 돌리는데)

은수 : (따라 들어오진 않고 문만 잡고서) 직접 봤으면 무슨 말인지 알 텐데!

         서검사가 범인이면 검사님 앞에 저 지금 서있지도 못한다고요. 틀리셨어요, 이번은. 내일 전부 말씀 드릴게요!

         (문 닫고 사라진다)

시목 : ... (소파로 오는데)


다시 울리는 현관벨. 시목, 인터폰 켜면,


은수F : ... 옷 좀 빌려주실래요. 이러고 가면 엄마가 폭풍 질문을 할 거라.

시목 : 흉악범 취조하다 맞았다고 해.

은수F : .. (목례 꾸벅하고 인터폰에서 사라진다)

시목 : (인터폰 끈다)



40. 동/복도 - 밤


문 흘기는 은수. 엄한 승강기 버튼을 꾹 눌러 화풀이.


은수 : 왜 이렇게 안 내려와... 에잇!


뒤로 현관문 열리는 소리. 시목이 나와 터틀넥 스웨터 내민다.


은수 : 감사합니다!

시목 : (은수 목에 선명하게 붉은 손자국 본다)

은수 : (가리게 되는...)

시목 : (문 닫고 들어간다)


은수, 옷은 받았는데 받고 보니 복도에서 갈아입을 수도 없고.. 다시 현관문 쳐다보지만 망설이는..



41. 동/아파트 외경 - 밤


은수E : (현관벨 소리에 이어) 죄송한데요..



42. 동/거실 - 밤


시목, 묵묵히 앉아있으면 잠시 후, 안방에서 스웨터로 갈아입은 은수가 나온다.


은수 : (옷이 큰데도 어색해서 헛소리) 제가 아무거나 소화 참 잘 해요?

시목 : ...

은수 : ... (90도 인사) 내일 돌려드리겠습니다. (총총, 현관으로 가는데)

시목 : 덫이란 걸 중간에 눈치 챘을 수 있어. 그래서 멈췄을 수도.

은수 : 아녜요! 제가 직접 서검사 협박하고 공갈쳤어요. 진범이었다면 중간에 뭘 눈치 채고 어쩌고 멈출 상황이 아녔다고요.

         성격 아시잖아요, 사람을 둘이나 엽기적으로 해치고 잡히게 생겼는데, 이성 잃고 어떡해든 입 막겠단 생각뿐이었을 거예요.

시목 :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냉철한 사람일 수도.

은수 : 그랬으면 이렇게(목 상처) 됐겠어요? 전자충격기 한 방 먹이고 김가영처럼 끌고 가면 끝났을 걸?

시목 : (물끄러미 보다) 만약 서동재가, 내가 네 뒤에 있다고 생각했다면?

은수 : 차라리 뒤에 있지 그랬어요? 직접 봤으면 선배도 딴말 안 할 텐데. 서검사 확실히 범인 아녜요.

시목 : ...

은수 : 사실은 선배도 흔들리죠? 서검사가 범인이란 100% 확신 내 덕분에 내려가고 있죠?

시목 : (답 안 하자)

은수 : (방긋 웃는다) 동의하시는 거죠? 내일 봬요!

시목 : ...


은수, 현관으로 가 신발 신으며 고개 드는데, 소파에 고요히 앉은 시목의 옆모습...


은수 : .. 늘 이래요?

시목 : (고개 드는)

은수 : 음악도 안 들어요?

시목 : ...

은수 : ... (나간다)


현관 센서등 꺼진다.



43. 한강 둔치 – 밤


마포대교 불빛을 뒤로 한 시목, 러닝 중이다. 고르지만 가쁜 숨소리.


Insert 1> - 가영의 집 인근/모퉁이 길. 밤 (시목의 회상)

S#38 상황이 유리창 너머 보인다. 화면 상부에 자동차 창문 프레임이 조금 걸쳐졌다.

(인근에 세운 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은수와 동재를 보는 사람의 시각이다)

창밖에선 동재와 은수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은수E : 진범이었다면 중간에 뭘 눈치 채고 어쩌고 멈출 상황이 아녔다고요.


Insert 2> - 은수를 거칠게 잡는 동재, 몸싸움 시작되는 순간,

화면 안에 (시목의)손이 들어온다. 옆에 풀어둔 보자기 위에 놓인 권총 쥔다. (밖을 살피면서도 동시에 손을 움직여 총을 쥔 상황)

차문 여는 소리 나고 차에서 내리느라 시점이 흔들리는데,


은수E : 전자충격기 한 방 먹이고 김가영처럼 끌고 가면 끝났을 걸?


Insert 3>- 놀란 동재가 영은수! 괜찮아? 하고 은수는 켁켁대고 있다.

총 내리는 (시목의)손이 화면 아래에 보인다.


시목, 호흡 가빠지지만 속력 줄이지 않고 계속 달린다.


시목E : 영은수는 서동재가 아니란 걸 강조했지만, 검사장 일가가 범인이어야한단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스스로 드러냈다.

           제 목숨을 담보로 던질 수 있다면 남에 목숨의 가치는 얼마였을까,

           서동재가 범인이 아니란 확률과 영은수가 용의자일 확률, 어느 쪽이 더 높아진 걸까.


톡 알림음. 시목, 달리면서 보면,


은수E : 옷값이에요.


시목, 첨부 파일 클릭하면 음악 흐른다. (음악 김광진의 편지 연주곡으로)

멈추는 시목, 음악 나오는 핸드폰을 처음 보는 이물질처럼 쳐다보며 가만 들고 섰다.



44. 은수의 집/베란다 - 밤


이어폰으로 듣는 편지 노래 허밍하며 방금 빤 스웨터를 건조대에 너는 은수. 나름 잘 펴서 널고 들어가는데,



45. 한강둔치 - 밤


여전히 흐르는 음악. 하지만 뚝 끊는 시목. 다시 달린다.



46. 은수의 집/베란다 - 밤


스웨터 한쪽 팔이 아래로 쑥 미끄러진다. 물이 똑똑 떨어진다.



47. 국과수/복도 - 낮


장형사 : (커다란 봉투 끼고 전화하는) 김가영이 핸드폰 데이터 나왔는데 뭔 지 셀카만 백 개 천 개래요? 쓸 게 없어?



48. 골프연습장/입구 - 낮


여진 : (연습장에서 나오며 전화 받는) 셀칼 찍으려면 남자들이랑 좀 찍지.

장형사F : 남자들이 미쳤어요? 뭔 발목을 잡히려고?

여진 : 통화목록은 나왔어요? 어, 전화 들어온다. 쫌 있다 다시 할게요. (끊고 발신자 보더니 받는) 어 고추장, 왜?



49. 무성의 집 앞/길 - 낮


여진의 차가 박순경이 지키고 있는 대문 앞에 선다.


박순경 : 오래 걸리셨네요? 어디 멀리 계셨어요?

여진 : 응. (안을 가리키며 묻듯이 보는)

박순경 : 네. 아까 아까부터요, 안 된다고 하기도 애매해서 경위님한테..

여진 : 잘 했어. (어깨 두드려주는 동시에 들어간다)



50. 동/마루 - 낮


커다란 쓰레기봉투 너덧 개에 가득 찬 쓰레기. 몰라보게 깨끗해진 집안.

창문턱을 걸레질하는 무성母. 나무 창틀 중간에 담배자국이 났다.

무성母, 그 자국 가만 가만 만져본다. 아들 온기는 사라진 지 오래, 먹먹한데..


여진E : 어머님.

무성母 : (갑자기 불렀건만 놀라지도 않는다. 더 늙고 반응 느려졌다)

여진 : (옆에 와서 앉는) .. 손주 보시고 여기로 오신 거예요?

무성母 : 나오면 여서 살아야죠, 나오죠?

여진 : 예, 그럼요. 지금도 경완이 알리바이 확인하고 왔어요. 며칠 만 더요.

무성母 : (느리게 끄덕. 다시 걸레질)

여진 : (눈이 화장실로 향하게 되는) 순경 들어와 있으라고 할까요?

무성母 : (걸레질 하며 작은 손사래만. 이젠 무서운 것도 없어 보인다)

여진 : ...저, 그, 경완이 나오면요..

무성母 : (경완이 소리엔 쳐다보는)

여진 : (입만 벙긋대다 벌떡 일어선다) 저거 내가면 되죠?

무성母 : 내가,

여진 : (쓰레기봉투 두 개 번쩍 들고나가며) 힘든 거 밖에 순경 시키세요. 제 꼬붕이니까 맘대로 시켜도 돼요. (나간다)

         이따 집에서 봬요!

무성母 : (손사래 같은 손 인사. 이것도 느려졌다)



51. 동/마당 - 낮


여진 : 미치겠네, 당한 거까지 알면 진짜 돌아가실 텐데.

박순경E : ..때린 거요?


여진, 놀라 보면, 바깥 대문 기둥에 기대선 박순경이 엄한 신발코만 땅에 박고 있다.



52. 동/대문 - 낮


여진 : (나와서 대문 옆에 쓰레기봉투 내려놓는다. 먼저 묻지 않는)

박순경 : (고개 못 드는) 죄송해요. 못 막았어요.

여진 : 너도 있었니.

박순경 : (고개 젓는) 짐작으로..

여진 : ... 철완로봇 좋아해?

박순경 : 철완로봇?.. 아 만화요? 들어는 봤어요.

여진 : 들어는 봐? 그 전설의 레전드를 들어만 봐? (흥분하다 이게 아니지) 암튼 철완로봇 아빠가 한 말이 있어.

박순경 : 철완이 아빠도 있어요? 로보트라면서요?

여진 : 그거 그린 사람, 데즈카 오사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만화가는 무엇을 그려도 좋다, 단 하나만 빼고. 사람의 기본인권을 해치는 것. 그런 말을 했다고.

박순경 : ...

여진 : 만환데, 그냥 그림일 뿐인 만화도 지켜주려고 애쓰는 걸 우리가 흔들어선 안 돼. 경찰공무원 존심이 있는데.

박순경 : ..다음부턴, 지금부터 쫀심 단단히 붙들겠습니다!

여진 : (웃는) 집주인이 곧 다시 들어와 사신다니까 그때까지만 수고!

박순경 : 예! (경례!)



53. 여진의 차 안 - 낮


차에 오른 여진, 얼굴 어두워진다. 핸드폰에 남은 경완의 피멍 사진 다시 찾아본다.

여진, 무성母가 있을 집을 쳐다보다가 경찰수첩 펼쳐 적는다. ‘어머님 실은 경완이가’까지 적다 도저히 못한다.

수첩 던지고 핸들에 머리 박는다.



54. 서부지검/형사3부장실 - 낮


은수 : (3부장 앞에 결재 서류 펼쳐서 놓는다)

3부장 : 박경완이는 기소유예... 서동재는 결론 났나?

은수 : 단순 의욕과잉으로 보입니다. 다른 의도는 없었고요.

3부장 : 순전히 공명심에서 한 일이라.. 사단장만 고래 등 터졌네. 그쪽은 어떻게 됐대?

은수 : 육본에서 조사한단 얘기만 들리고 뒷얘기는 아직이네요?

3부장 : 거기도 자기들끼리 입 맞추느라 바쁜가보네. (사인해서 준다)

은수 : (받아 인사하고 나간다)

3부장 : 남 얘기 할 거 있나, 우리도 서동재 쉬쉬해주는데.


핸드폰 울린다. 3부장 받으려는데, 유선 전화도 거의 동시에 울린다.

컴퓨터 메신저도 바로 울리고, 문은 누군가 급히 노크한다.

응?? 하는 3부장.



55. 동/복도 - 낮


은수, 3부장실에서 나와 제 방으로 가는데, 핸드폰 들여다보는 시목이 화장실에서 뛰어나오다시피 한다.

은수가 인사하지만 그대로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는 시목.

시목뿐만 아니다. 다른 이들도 심각하게 핸드폰 보거나 전화 중이다.

은수, 핸드폰 꺼내 인터넷 클릭한다.



56. 홍대/길거리 - 낮


‘마포구 청소년 범죄 예방 캠페인’ 띠를 두른 사람들이 팸플릿 나눠준다. 받자마자 버리는 게 더 많아 거리만 지저분하다.

창준과 창준妻 앞뒤로 걸으며 캠페인 벌이는데, 비서, 창준에게 다가와 낮게 뭐라 한다.

창준,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떨어진 곳에서도 그걸 놓치지 않는 창준妻.



57. 동/인근 찻길 - 낮


창준, 기사 딸린 차에 창준妻를 태워 보낸다.

妻가 떠나자마자 울리는 창준 핸드폰. 비서가 관용차 몰고 온다.



58. 차 안 - 낮


창준妻 : (뒤에 창준이 전화 받으며 차에 오르는 것 돌아보면서 문자 보낸다) 아빤 또 저이 잡는 거야...

            (전화 거는데 통화 중. 바로 다른 번호로 전화) ..회장님요. (사이) 누구랑요? (사이) 몰라요?

            그럼 난 아 그러세요, 끊어요? 누구랑 통화냐고! (... 대답에 찡그린다) 회장님 바꿔요. (사이) 말 여러 번하게 하네?



59. 관용차 안 - 낮


창준 : (통화하다가) 장인어른? (하는데 끊긴다) ... (문자 와서 보는데)

창준妻E : 아버지가 뭐라 해도 당신 네 네만 해요,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

창준 : (문자 읽다... 핸드폰 내린다. 고개 들면)


저 앞 전광판에 커다랗게 뜬 서부지검 청사 건물 화면.



60. 신촌로터리 - 낮


전광판, 지검 건물 화면 밑에 자막 - ‘속보> 서부지검 스폰서 비리 제보’

화면, 무성 집으로 바뀌며 자막도 바뀐다. - ‘‘故人 박씨, 검찰 스폰서로 밝혀져’

그 옆 지하철에서 나오는 사람들도, 버스 정류장에서도, 핸드폰 보는 시민들.

횡단도보 신호 기다리는 행인들, 전광판 바라본다.


행인1 : 그래서 받아먹고 죽였단 거야? 아무리 썩어도 어떻게 그래?

행인2 : 저러면서 지들이 누굴 심판해?


이들 앞을 지나가는 창준의 차.



61. 서부지검/6층 복도 - 낮


각 부의 부장들, 굳은 얼굴로 열을 지어 온다. 맨 끝엔 윤과장도 보인다.



62. 동/검사장실 - 낮


검사장실을 가득 메운 부장들, 그들 앞에 선 창준.

이 와중에도 여기저기 진동 울리는 부장들 핸드폰, 끄느라 바쁘다.


창준 : 제보자.

1부장 : 아직 모릅니다. 신문사에 프린트된 편지로 왔답니다.

3부장 :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고전적 방법을 썼습니다.

창준 : 발송된 우체국.

윤과장 : 수사관 보냈습니다.


창준 핸드폰도 울린다. 발신자 보더니 핸드폰을 앞에 들어 보이는 창준.


창준 : 전 검사장님이시다. (하지만 전원 채로 꺼버린다)

부장들 : (모두 따라서 전원 끈다)

창준 : 부원들 단속은 따로 이르지 않겠습니다. 이 중에, 고인과 함께 혹은 고인을 통해 출입한 곳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협조 요청하세요. 애들 보내지 말고 여러분 선에서 직접 요청하되, 전화 통환 녹취될 수 있으니 삼갑니다.

         루머에 부화뇌동해서 입 놀리면 장사는 물론 인생 조지게 될 거란 걸 확실히 알게 하세요.

부장들 : 네.

창준 : 오늘부로 회식 없어요. 외부 취식도 금합니다. 인근 술집, 밥집마다 손님으로 위장한 기자들이 깔릴 건데,

         여기 걸려서 가십거리를 제공하는 직원은 전 청사를 뒤져서라도 찍어낼 겁니다.

         청소부, 용역직원들, 검사실 출입 금지시켜요. 이 일은 조용히, 지나갈 겁니다.

부장들 : 네 검사장님!



63. 대검찰청/외경 - 낮



64. 동/검찰총장실 앞 - 낮


창준, 검찰총장실 문 앞에 선다. 의관정제하고 문 여는데 아주 찰나지만 멈칫한다.

윤범이 벌써 와 앉았다. 창준, 들어간다.



65. 동/총장실 - 낮


창준 : (문 안에 발 딛자마자 90도 인사하는) 죄송합니다, 총장님.

윤범 : (총장보다도 먼저 말하는) 어째 일만 터졌다 하면 서부지검이야, 총장님 귀에 딱지 앉겠어, 이 사람아.

창준 : 두 분의 영예에 누를 끼쳐드렸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윤범 :  죄송합니다, 총장님. 제 사람이 누를 끼쳤네요.

총장 : 회장님까지 왜 이러십니까.

윤범 : 이 사람 봐주지 마세요, 일벌백계 당한들 할 말 없어요.

총장 : (윤범 때문에 불편하지만 대놓고 뭐라 하진 못하고..) 사실인가?

창준 : 결단코 아닙니다.

총장 : 뇌물 바치다 죽었단 사람은?

창준 : 본 적 없습니다.

총장 : 대책은?

창준 : 정면돌파 해야죠. 감출 것도 두려울 것도 없으니까요.

윤범 : 그래, 역량을 발휘해봐, 여론은 어차피 파도타기야, 빠지면 위험하지만 잘 넘기면 흔적도 안 남아.

창준 : 예, 회장님.

윤범 : 조직에 누가 되지 않게 개처럼 말처럼 달리겠답니다, 총장님.

총장 : (주객전도 돼버린 상황에 심기 불편한)

윤범 : (알면서도 나 몰라라)



66. 동/지하주차장 - 낮


윤범과 창준의 기사 2명과 우실장이, 윤범 차에 결계를 치듯 지키고 있다.

윤범 차에 나란히 앉은 창준과 윤범.



67. 동/윤범의 차안 - 낮


윤범 : 어느 쥐새끼 같은 놈이. 근데 왜 하필 제보를 해도 성문일보야?

창준 : 내용이 이상합니다.

윤범 : 별 거 없더만?

창준 : 예, 완전 뭉뚱그렸습니다. 스폰서 소리만 했지 알맹이가 없어요.

         그런데도 하고 많은 신문사 중에 성문일보란 게 이상하지 않으세요?

윤범 : 내막은 꿰고 있되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창준 : 파란은 원하지만 조직 자체는 보호하고 싶은 인물이거나,

윤범 : 그런? (갸웃..)

창준 : 쥐고 있는 걸 한꺼번에 풀지 않았거나. 경고일 수 있죠. 장삿속일 수도 있고요.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한 남자, 별 생각 없이 윤범 차 근처로 오는데, 우실장을 비롯한 기사들이 막는다.

남자, 아래위로 훑긴 하지만 피해서 간다.


윤범 : ... 황시목이로 분칠시켜서 종결내겠단 건 어떻게 됐어.

창준 : 죄송합니다. 뒷조사까지 끝낸 상황에 갑자기 박사장 아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윤범 : 홀드해, 이 판국에 범인을 자살로 처리하면 음모론이라고 난리나.

창준 : 하지만 황검산 지금도 끊임없이 절 의심하고 있습니다.

윤범 : 슷, 이제 보니 지가 찍어내고 싶은 놈을 골랐구만? 비지니스를 핏대로 해?

         내 암만 봐도 그놈이 자네 머리 꼭대기야, 하긴 그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게 또 하나 있지.

창준 : (무슨 소린지 단박에 알고 기분 나쁜)

윤범 : 내가 생각할수록 진짜, 어딜 띡 전화해서 지 서방 내버려 두라고 소리 소릴 질러? 그거 승질도 증말 누굴 닮았는지.

창준 : 수정 엄마가 그랬습니까?..

윤범 : 또 쪼르르 가서 당신이 그랬냐 아버님이 그러더라 이르지 말고,

         내가 지 남편 구해주려고 총장 앞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선수 친 거 그거나 소상히 알려.

창준 :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범 : (장탄식) 제발 좀 잘 넘겨. 바람 잘 날 좀 있어보자.

창준 : 맡겨주십쇼.

윤범 : 신문쟁이들은 내 모아볼게. 술 몇 잔이면 제보자 얘기 안 나오겠어?

창준 : 예.



68. 서부지검/시목의 검사실 - 밤


모니터에 스폰서 관련 기사 창이 여러 개 떴다.

의자에 푹 기대 이를 보는 시목, 동시에 안 보고 있기도 하다. 전화 집어 꾹 누른다.


여진F : 전화할 정신이 다 있네요? 거기 사람들 다 엎어진 줄 알았더니.

시목 : 범인 나왔습니다.

여진F : 에에?!



69. 마포서 옆 골목/포장마차 - 밤


시목, 손님 없는 포장마차에서 혼자 우동 먹고 있는데, 끼익 서는 차 소리, 다다다 달려오는 발소리.


여진 : (앉기도 전에) 누구에요!

시목 : (우동 그릇 가리키는. 나 먹고 있다)

여진 : (못 먹게 젓가락 쥔 손 잡는) 누구에요 얼른!

시목 : (상관없이 꼭꼭 씹고) 거북아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내밀지 않으면

여진 : 구워삶아 먹으리? 뭐하는 거예요?

시목 : 드디어 머리가 나왔습니다.

여진 : !.... (잠깐, 하듯 손으로 막고) 저희 소주 한 병이랑 우동

시목 : 라면 먹어요.

여진 : ? 말고 라면이요! (우동 국물 먹어보더니 윽!) 물도 주세요!

시목 : (우동 마저 먹는다)

주인 : (물과 소주 가져온다)

여진 : 감사합니다. (묻지도 않고 물을 우동에 붓는다) 고혈압에 걸려도 몸통 나오는 건 보고 죽어야죠.

시목 : ... (국물 떠먹어보는. 흠, 나쁘지 않다. 조금 더 붓는다)

여진 : (소주 따르다 쳐다보는데)

시목 : (고개 젓는)

여진 : (우동그릇에 건배하고 원샷) 스.. 오늘 머리가 나온 건 제보자뿐인데.

시목 : (끄덕인다) 처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을 거예요. 박무성이 죽고 바로 스폰서였단 게 폭로되지 않아서

         화가 났을지도 모르죠. 김가영을 그런 식으로 처리한 게 이제야 납득이 됩니다.

여진 : 핸드폰도. 암만 생각해도 머리카락 한 올 안 남긴 놈이 실수로 흘리고 갔을 리가 없어요.

시목 : 서검사 말이 사실이라면 버젓이 보이게 떨어져 있었다니까.

여진 : 마치 여기가 납치현장이다, 알려주는 것처럼.

주인 : (라면 놓는다) 맛있게 드세요.

여진 : 네. (국물 먹더니) ... (물 붓는다) 성문일보에 아는 사람 없어요?

시목 : 연줄 동원해봤는데 자기들도 오리무중이래요.

여진 : 내일 가봐야겠네. 아참 내일 경완이 나와요, 아침에.

시목 : (관심 없는)

여진 : (먹다가 느려지는) 아직 어머님한테 말씀 못 드렸어요. 경완이 상태..

시목 : 뉴스 보시겠죠.

여진 : (라면 그릇 위로 흘기는)

시목 : (태연히, 왜?)

여진 : ... 혹시 제보했어요?

시목 : (꼭꼭 씹으며 노여워도 않고) 제보자가 범인이라고 했는데.

여진 : (소주 따라서 들고) 맞으면 맞다고 여기서 말해줘요.

시목 : 아닙니다.

여진 : 위하여. (원샷)

시목 : 내가 사실을 말하는지 어떻게 알고 믿어요?

여진 : 누가 믿는대요? 나 안 믿어요? (지켜보겠단 뜻으로 손가락 두 개로 제 눈 가리켰다 시목 가리켜 보이더니

         후루룩 라면 먹는데)

시목 : (먹는 걸 구경하듯 지켜보다 자기도 모르게 입 꼬리 살짝 올라간다)

여진 : (고개 들다 보고) 어! 웃었다, 방금 웃었죠? 그죠?

시목 : 내가요?

여진 : 웃으니까 이쁘네! (그림 그려주려고 얼른 수첩 집는데)

시목 : 선물 필요 없습니다.

여진 : (실망.. 수첩 놓고 다시 젓가락 집으며) 답이 나오면 나올수록 스폰을 받은 쪽이 아니라

         스폰 때문에 피해를 본 쪽이란 뜻인데. 검찰한테든 박무성한테든, 원한을 품은 쪽.

시목 : ...


쳐다보는 두 사람. 그러다 머리 닿을 듯 숙이고 각자 먹는다.

손님 없는 포장마차 주인은 하품하고.



70. 시목의 집/안방 - 아침


이불 젖혀져 있고 시목은 없는데, 톡 온다. 액정에 뜨는 내용은, <정본 - 시작한다>

화장실에서 들리는 물소리, 면도 소리. 다시 톡 온다. <정본 - 불똥 튈 수도 있어>



71. 남부구치소 - 아침


경완 나온다. 기다리던 정본과 무성母에게 온다.

기뻐하는 무성母 너머로 시선 교환하는 정본과 경완..


앵커E : 한 시민운동가가 현직 경찰관들이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가혹행위를 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72. 용산 경찰서/정문 앞 - 아침


정문 앞에 선 기자, 마이크 잡고 대기 중이다.


앵커E : 현장에 나와 있는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 예, 저는 지금 용산경찰서에 나와 있습니다. 살인 혐의로 검거됐던 피의자 박모씨가

         용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73. 서부지검/검사장실 - 아침


TV 화면, 앵커와 기자 양분됐다.


앵커 : 피의자가 고문당한 증거사진이 공개됐다고 하죠?

기자 : 그렇습니다. 시민운동가 출신 김정본씨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취조 과정에서 박모씨가 당한 가혹행위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화면, 고문으로 생긴 피멍 사진(여진이 찍은 것)으로 바뀐다.

창준, 깍지 낀 양손을 모으고 보도에 집중한다.


기자E : 박모씨는 경찰이 자백을 강요하면서 폭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화면에 나타나는 앵커와 기자.


앵커 : 그런데 이를 주장한 박모씨가 바로 얼마 전, 군 장성이 근무시간에 골프친 걸 은폐하려고 근무일지를 위조했던

         바로 그 사건 관련자라고요? 그때 입건된 고 박무성씨의 아들이라고 하던데요?

기자 : 그렇습니다. 고 박무성씨가 생전에 서부지검 검사들을 접대했다는 제보가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용산서에서 고인의 아들에게 존속 살해와 술집 종업원 살인미수에 대한 자백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나온 겁니다.

앵커 : 박모씨를 담당한 지검이 어딥니까?

기자 : 바로 서부지검입니다.


화면, 서부지검 건물로 바뀐다. 창준, 눈 감는다.



74. 용산서/강력반 - 아침


TV는 전부 꺼졌다. 팀장과 김경사는 자리에 없고, 여진을 비롯한 형사들 서성이지만 서로 눈치만 본다.

유선 전화들은 모두 수화기가 내려져 있다.



75. 서부지검/검사장실 - 아침


책상에 머리 감싸고 눈 감은 창준. 그 옆엔 비서가 숨만 쉬며 대기 중이다.


창준 : ...강당에 4급 이상 전부 모이라고 해.



76. 동/강당 - 아침


속속 모여드는 검사들. 부장을 선두로 부부장, 평검사 순으로 약속이나 한 듯 줄 맞춰 들어온다.

그래도 좀 어수선한데 들어서는 순간 일거에 입 다문다.

무대 위에 창준이 연단에 한쪽 팔을 걸친 자세로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모두 들어오면 은수가 문 닫는다. 잠시의 침묵. 기침 소리 하나 없다.

창준, 걸친 팔 내린다.


창준 : .. 본청은 금일 10시를 기해, 검사의 범죄 혐의와 비리에 대해 외부의 개입 없이 철저 수사하고자,

         직급에 상관없이 지검 전체를 대상으로 수사할 특임검사를 도입한다.

         독립성 보장을 위하여 최종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특임검사에는,


각 부 부장들, 긴장하는데,


창준 : 특임검사는... .. 3부 검찰관, 황시목이다.


저도 모르게 낮게 어, 하는 소리들. 모두의 시선이 시목에게 쏠린다.

부장들도, 윤과장도, 은수도, 동재도, 그리고 창준도,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표정 변화도, 미동도 없이, 우뚝 선 시목에서 엔딩.

<8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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