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타방송대본

[비밀의 숲]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1,655 목록 댓글 0

[비밀의 숲] 12











1. 무성의 집/마당 – 낮


조용한 마당. 서늘했던 겨울 느낌이 아직 있지만 여기저기 가지엔 새순 돋는다.

대문 열린다. 여진과 시목이 들어온다.


경완 : (현관에서 신발 끌며 나온다)

여진 : (반쯤 손 올리며 익숙한 인사)

경완 : (여진에겐 낯익은, 시목에겐 어색한 인사)

시목 : (짧은 눈인사 후 지하실로 돌려지는 시선)


낡은 지하실 문. 무겁게 닫혔다.



2. 동/지하실 - 낮


낮인데도 어둡고 음습한 지하실.

시목과 여진 들어온다. 두 사람, 어둠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위를 쭉 돌아보는.


여진 : (찬 기운에 팔 문지르게 되는) 써늘해..

시목 : (바닥에 손 대보는) 축축하고.

여진 : 현장점검 때 뭘 놓쳤나?...


갑자기 불 탁 켜진다. 입구에 경완이가 불 켜버렸다.

갑작스런 빛에 설핏 찡그리는 시목, 둘러보면 여기저기 버려진 살림살이들.


경완 : (들어온다. 지하실을 새삼 둘러보는데)

시목 : 집에 올라가서 시끄러운 음악 좀 틀어볼래요. 핸드폰으로.

경완 : 음악이요? (시목 보다가.. 돌아서 나간다)

여진 : (지하실 바닥을 보며) 여기 어디쯤 있었을까요, 가영이가..

시목 : (같이 보는데)

E 쿵쿵. (위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


시목, 여진, 천장 올려다본다.

시목, 그러다 시선 내리면,


Insert> - 밤낮 구분 안 되는 어두운 지하실.

의식 없는 가영이 입엔 재갈, 눈도 가려졌고 손발 묶여 쓰러졌다. 그 위로 쿵쿵 울리는 음악소리.


시목 : ...


소리E> (대문 벨 울린다. 위에서 나던 음악 끊어진다)

여진 : 어머님 벌써 오셨나? 이건 모르시는 게 난데.

팀장E : 계십니까?

여진 : 어어? (나가는)


혼자 남은 시목, 쌓인 물건들이며 주변을 쭉 훑는다.

그 뒤로 마당에서 들리는 대문 여는 소리, 여진이 팀장님? 하는 소리.

시목, 팀장 소리에 잠깐 돌아왔다 고개 돌리다가 멈춘다. 뭔가에 고정된 시선.



3. 동/마당 - 낮


팀장, 문 열어준 게 여진이라 당황스럽다.


여진 : 웬일이세요?

팀장 : (여진 뒤로 마당 중간에 굳은 얼굴로 선 경완 보지만) 넌??



4. 동/지하실 - 낮


팀장 : (여진과 들어오는) 여기 납치돼 있던 거 같다고? 지하실 다 훑었었는데 암 것도 안 나왔었.. (시목 보는)


지하실 한가운데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머리를 거의 바닥에 닿게 기울인 시목, 문 쪽을 주시하고 있다.


팀장 : (저 자세는 뭔가.. 같이 머리 기울이는데)

여진 : (이젠 별로 이상해하지 않는) 왜요?

시목 : (허리 펴고) 거기요. (입구 쪽에 쌓인, 버려진 살림살이 가리키는)


여진 보면, 살림살이 중간에 한 장씩 뜯어 쓰는 일력이 삐져나와 있는데, 숫자 7이 제일 윗장에 선명하다.

(문 쪽이 아닌 벽을 향해 삐져나온 일력)


여진 : 어 7!

팀장 : (일력 봤지만 뭔지 모르는) 왜? 뭐?

여진 : 거기 쓰러져있을 때 봤나?

시목 : (다시 머리를 바닥으로 기울이지만) 여기선 안 보이는데요. (일어난다)

팀장 : 뭐가?

여진 : (문으로 드나들 때 봤을까? 싶어 문을 들락날락 하며 일력 보는) 가영이가 공, 칠이라고 했어요. 범인에 대해서 물으니까.

팀장 : 공칠? 숫자? 이거 7? 공은 어딨어? (둘러보다) 그런 게 있음 진작말했어야지! (바로 전화 꺼내 단톡방에 올리는)

여진 : 저희도 어젯밤에 알았어요. 문에서도 일부러 봐야나 보이네? (지하실 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보지만) 이래도 안 보이고..


갸웃하는 여진, 무릎 짚으며 일어나려다 주춤!... 도로 앉는다. 휴대폰에 플래쉬 켜서 계단 턱을 비춰보는.


팀장 : 왜 뭐 있어?

시목 : (옆에 와서 들여다보면)


계단 턱 부분에 아래가 선명하고 위가 흐려지는 긁힌 자국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 줄 나 있다.

여진, 긁힌 자국을 만져보는.


여진 : 뭐에 긁혔지.. 아래서 위로 끈 자국인데..

시목 : 쇠가 달린 걸로.. (긁힌 자국 난 계단 위에 올라선다. 뭔가 무거운걸 계단 아래에서 위로 잡아끄는 시늉)

         쇠장식? 바퀴 달린 가방?

팀장 : 바퀴? 저런 거요? (버려진 살림살이들 사이에서 아줌마들이 마트에 끌고 다니는 바퀴 2개짜리 녹슨 카트 가리키는)

여진 : (카트 봤다 긁힌 자국 본다) 이건 자국이 세 갠데..

시목 : (계단 내려오며 핸드폰에 ‘바퀴 여섯 개 가방’ 입력하고 이미지 검색한다) 이 정도로 긁히려면 무게도 꽤 됐겠네요.


Insert> - 휴대폰 화면. 포털 사이트 이미지 창에 바퀴 6개짜리 커다란 이민가방사진이 쭉 뜬다.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가방들.


여진 : (일어나 시목의 휴대폰 같이 들여다보다) 이민가방?


시목과 여진, 둘 다 뒤돌아보는 곳은, S#2. insert에서 가영이 손발 묶여 있던 그 자리다. 하지만 가영은 없고 이번엔,


Insert> - 지하실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이민 가방. 천으로 된 가방 표면이 안에들은 것(사람)에 닿아 울퉁불퉁하다.


시목 : (긁힌 자국 있는 계단 본다)


Insert> - 밤. 계단 아래 둔 커다란 이민가방 C.U.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

이민가방이 들리는데, 무게 때문에 바퀴부분 쇠가 시멘트 계단을 긁는 소리난다.

가방이 들려지고 난 다음 계단 턱엔 세 줄짜리 자국이 생겼다.


여진E : 밤이라도 사람을 그냥 끌고 다닐 순 없으니까...

여진 : 가방에 넣어서 옮겼겠구나..

팀장 : 아니 이게 그때 께 아닐 수도 있잖아요, 감식반이랑 다 봤는데?

시목 : 사건 조서엔 지하실에 대한 내용은 반 페이지도 안 됐습니다.

팀장 : 그땐 워낙 (궁시렁) 위가 난리도 아녀서, 여기 들어온 것만 알았음 자세히 봤을 것을..

시목 : ...

팀장 : 근데 이상하네요? 가방에 넣든 아니든 왜 여기다 하루를 뒀을까?

시목 : 조서에 이집을 들락대던 중학생들이 그날따라 일찍 왔다고 쓰셨죠?

팀장 : 여 위에 난장판 쳐놓은 양아치들이요? 에, 그랬죠,


Insert> - 밤. 마당. 집안에 불이 켜졌고 희미하지만 쿵쿵 음악소리, 애들 소리 난다.

화면 - 마당에 선 사람이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 시선, 집을 바라보다 지하실 문으로 이동한다.


팀장E : 김가영이 납치된 날이 양아치 놈 중에 한 놈 생일이라 그날 이 집서 파티를 했다고 했거든요.

           딴 날은 보통 자정 다 돼서 뭉쳤는데 그날만 두어 시간 빨리 왔다고요.

팀장 : 살인난 집서 파티는, 겁대가리를 상실해도 유분수지.

시목 : 범인이 김가영을 납치해서 왔을 땐 이미 위에 애들이 있었겠죠.


Insert> - 밤. 마당. 음악 소리 울리는 집을 바라보던 시선이 지하실로 가느라 화면 흔들린다.


팀장E : 그럼 집안은 벌써 양아치들이 홰를 치고 있으니까 범인이 일단 지하실에 여자앨 갖다 놓고 담날 끌고 올라가서

경완E : 찔렀나요.


어느 새 문가에 선 경완, 들어온다. 팀장 근처론 가지 않는다.


경완 : 그런데 왜 여기서.. 안 하고요. 그런 장소론 여기가 더 날 텐데요.

팀장 : 그것도 그거지만 왜 납치한 당일에 안 해치웠을까요? 양아치놈들이야 어차피 밑에서 전쟁이 나도 몰랐을 거고

         꼭 집안에다 묶어야 되면 쫌 기다렸다 새벽에 그놈들 간 담에 끌고 올라갔음 됐을 것을 뭘 굳이 담날까지 기다렸을까?

시목 : 그러면 김가영이 죽으니까요.

팀장 : 그게 뭔 소리래요, 죽으라고 찔러놓고?

경완 : (이해가 안 가서 여진 보는) 무슨..

여진 : 지하실에서 해쳤다간 가영이가 한참 후에 사람들 눈에 띌 수 있어,

         운 좋게 하루나 이틀 안에 발견된다 해도 과다출혈로 사망한 뒤겠지.

경완 : (여전히 이해 안 가는)

시목 : 납치 당일에 찔러도 역시 사망입니다. 다음날 밤에나 발견된 테니까.

팀장 : .. 양아치들 간 다음에 찌르면 다음 날 밤에야 그놈들이 볼 테니까 그동안 내내 피를 흘려서 또 사망. 거참..

경완 : 그니까 살려주려고 그랬다고요?

여진 : 음.

경완 : 근데 왜요? 우리 아빠한텐 왜 그랬대요?


분노 섞인 경완 목소리에 모두 경완을 본다.


경완 : 걘 살려주고 왜 우리 아빤 죽였대요? 왜요!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눈물이 날 것 같다. 들키기 싫어 뛰쳐나간다)

여진 : (따라 나가는)

팀장 : (따라 나가는데)

시목 : 팀장님.

팀장 : 네?

시목 : 그애들이 파티하면서 들은 음악, 알아봐주시죠.

팀장 : 음악은 왜요?

시목 : 김가영한테 들려주면 기억이 더 빨리 살아날 겁니다.

팀장 : 어후 애가 놀랄 텐데?.. 뭐, 그럽시다.. (나가며) 근데 진짜루 왜 그렇게 살려주려고 했나?

시목 : ...



5. 동/마루 – 낮


팀장, 조심스레 들어선다. 소파에 앉아 얘기하던 경완과 여진, 팀장 쳐다본다.


팀장 : (그들 곁으로 꾸물꾸물 간다)

여진 : 팀장님 근데 여기 왜 오신 거예요?

팀장 : (우물쭈물하다) 경완이한테 좀....

경완 : (아직 팀장에 대한 두려움, 미움이 남아 고개 돌려버린다)

팀장 : 저기 경완아.. (무릎 꿇는다)

경완 : !

여진 : 팀장님!

팀장 : ..지금 널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건 서동재랑 김경사야. 둘이서 짜고 언론에 흘렸어.

         믿을진 모르지만 너한테 그러고.. 경찰로서 아니 사람으로서 내가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정말 미안하다.

경완 : (보지 않는...)

시목 : (들어온다. 팀장 꿇어앉은 것 보고 멈춘다)

팀장 : 그날 내가 김경살 말렸어야 했는데.. 폭력은 아니라고...

경완 : (김경사와 구분 짓는 팀장을 황당한 얼굴이 돼서 쳐다보고)

여진 : (황당해하는 표정이 눈에 보이는)

팀장 : 니 입장에선 때린 놈이나 보고 있던 놈이나 그게 그거겠지마는.. 내가 진짜 할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

경완 :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팀장 : 경완아..

여진 : 팀장님 지금은 그만 가시는 게 좋겠네요. (안방으로 가는)

팀장 : (기운 없이 자리 뜨는.. 푹 고개 숙인 채 시목을 스쳐서 나간다)

시목 : .. (열린 안방문 사이로 보이는 여진과 경완 보면)

여진 : 진짜니? 팀장님은 너한테 안 그랬어?



6. 동/안방 – 낮


경완 : 됐어요.

여진 : 그렇단 거야 아니란 거야?

경완 : 우리 아빤 칼 맞아죽었어요, 나 몇 대 맞은 게 뭐가 대수에요.

여진 : 그 얘기가 왜 나와, 니 잘못도 아닌데.

경완 : 난 아빠가 싫었어요, 이해가 안 갔어요, 왜 그러고 사는지.

         죽었다는 말 들었을 땐 (울컥) 죽는 것도 미웠어요, 왜 그런 식으로, (눈물 참으려 하지만)

         딱 하루만 아빠랑 얘기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소리 지르고 나한테 욕해도.. 좋으니까 딱 한 번만...

여진 : (다독인다. 이렇게 달래주는 것밖엔...)



7. 동/마루 – 낮


마루 창가에 그날의 범인처럼 서서 밖을 보는 시목.


경완E : 인젠 안 미워한다고, 아빠가 없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다고.. 혼자 그렇게.. 끝이 너무... 불쌍해요...


시목, 무성이 죽어있던 곳을 돌아본다. 이젠 흔적도 거의 없는.

시선 거두는데, 박무성과 경완, 父子가 함께 찍은 사진 보인다.

나란히 서서 웃는 두 사람. 그 위로 퍼지는 경완의 울음....



8. 동/마당 - 낮


마당으로 내려서는 시목. 빨개진 눈으로 계단 위 현관 앞에 선 여진.


여진 : (바닥을 신발코로 찍으며) ...사실 나도 첨엔 경완이 의심했어요.

시목 : (보면)

여진 : 지 아버지 장례식에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핸드폰만 만져대는 게...

시목 : 박무성은 채권자들 때문에 입을 옷도 못 챙겨 나왔다고 했죠.

여진 : 그게 왜요?

시목 : 그런데도 경완이 방엔 책이며 옷이며 웬만한 건 다 갖춰져 있었어요.

         아버지랑 안 맞아서 전부터 할머니한테 와서 많이 살았을 겁니다.

여진 : ... (끄덕인다) 그것도 모르고 애를 무작정 의심부터 했으니..

시목 : 몰랐으니까요. 전 한남동 갑니다.

여진 : 난 어머님 오시면 좀 뵙고 갈게요.

시목 : (끄덕인다. 대문으로 나가는)



9. 동/대문 앞 - 낮


시목, 차에 탄다. 그대로 잠시 앉은... 그러다 휴대폰에서 사진 하나 찾아서 보는데,

지금 나이 대의 시목과 시목을 닮은 한 초로의 남자 사진이다. 사진 배경은 미국.

시목은 뻣뻣이 섰고 초로의 남자는 시목 어깨에 손 올렸지만 어색해 뵌다.

시목, 초로의 남자 얼굴을 확대해서 보지만 별 감흥이 전해지진 않고...

그래도 액정이 꺼져 사진이 안 보이는데도 잠깐 더 쥐고 있다가 내려놓는다.


시목 : (안전벨트 메는데 전화 온다. 정본이다. 받는) 응.

정본F : 야 시목아 여기 마츠야마라는 데, 중공업 계열은 완전 군수업첸데?

시목 : 군수업체? 무기 만든다고?

정본F : 얼마 전에 유럽에서 되게 큰 무기박람회가 있었는데 거기도 나갔어?

시목 : (시계 보는) 더 알아보고 나오는 대로 전화 줘. (끊고 출발한다)



10. 수석비서실/참모실 – 낮


우실장, 문 앞에서 꼼짝 안 하고 동재와 비서, 각자 제 할 일 하는데,

우실장, 안에서 나오는 소릴 들었는지 문 연다. 과연 창준과 윤범이 금방 나온다.

일어나 인사하는 비서와 동재. 창준과 윤범, 우실장은 밖으로 나간다.


동재 : (기지개 켜는) 우리도 식사해야지? 아차 찻잔. 먼저 가요.

         (수석비서실로 트레이 들고 들어가는. 일부러 문 열어놓고 들어간다)

비서 : (넘겨보지만 지갑 들고 나가는)



11. 수석비서실 – 낮


비서 나가는 것 확인한 동재, 서둘러 소파 밑에 손을 넣는다.


동재 : (생각보다 깊이 들어갔다. 더듬더듬 깊이 손 넣는)

창준E : (벼락같은) 뭐야!

동재 : !!

창준 : (열린 문가에 섰다. 무서운 눈으로 다가오는)

동재 : 스푼이요! 아까 떨어뜨려서, (일어선다. 그새 정신 차린) 죄송합니다. 나가신 다음에 줍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공실일 때 들어왔습니다.

창준 : 들어.

동재 : 예?

창준 : (소파 가리키는)

동재 : ..예!


바닥에 트레이 내려놓고 소파를 그야말로 밀고 드는 동재. 마침내 바닥 드러나는데 아무 것도 없다.


동재 : 없네? 스푼이 어디로 굴러갔지?

창준 : ... (책상으로 간다. 명함을 꽤 집어서 명함지갑에 채우는)


동재, 소파를 제자리로 하는데 본 체도 않고 다시 나가는 창준.

동재, 트레이 들고 따라 나간다.



12. 동/참모실 – 낮


창준 나가는 뒤로 인사하는 동재, 문 닫자마자 숨 토한다.

트레이 뒤집어서 보면, 트레이 뒤에 딱 붙여서 엄지손가락만으로 놓치지 않았던 핸드폰.

십년감수한 동재, 의자에 털썩 앉는데... 핸드폰에 눈이 가는. 궁금하다.


동재 : 재벌은 무슨 얘길 하려나?.. (핸드폰에 이어폰 꽂아 녹음 들으면)

윤범E : 이 친구가 왜 여기 와 있어?

동재E : 아 저 그게,


좀 감은 멀어도 깨끗하게 들린다. 동재, 그렇지, 하다가 어??


동재 : 뭐야?? (조금 더 뒤로 돌려 들어보는데)

소리E : (클래식 음악 밑으로 들릴 듯 말 듯 창준과 윤범의 대화가 묻혔다)

동재 : (낭패다! 볼륨 최고치로 다시 듣지만) 뭐라는 거야..크레인? ..홍콩?



13. 창준의 차안 – 낮


창준, 차 뒷좌석에서 서류 본다.


윤범E : 홍콩 통해서 대대적으로 투자할 거야. 신용도 올려놓고 주가 부풀린 다음 바로 투자금 회수하면

           아무리 튼튼한 은행도 흔들리게 돼 있어. 그때 매각하면 자산 규모만 7조야.

           자넨 금감원장 만나는 자리에 앉아만 있으면 돼.


횡단보도 신호에 서는 차. 창준, 고개 드는데 창밖에 리어카가 눈에 들어온다.

고물 리어카 가득 폐지 실은 할아버지, 길 건너려 인도에서 찻길로 내려오는데 할아버지는 너무 마르고 폐지는 가득이라 버겁다.

행인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창준 : (리어카에 층층이 쌓인 폐지, 신문지 보는..) 저게 다 얼마 같아.

기사 : 어떤 거 말씀이신지?..

창준 : 요즘 애들 커피 한 잔 값도 안 돼.

기사 : (뭔지 모르지만) 예에..

창준 : ... (손에 쥔 서류 보는)

윤범E : 자산 규모만 7조야. 7조.

창준 : ..7조. (서류 굳게 잡는다. 집중해서 읽는)



14. 용산서/강력팀 사무실 – 낮


장형사 : (자리에 앉아 괜히 조서만 관심 없는 눈으로 넘겨보고 있는데)

서형사 : (지나가다) 너 왜 여깄냐?

장형사 : 내 자리 내가 있겠다는 왜! 에이. (보던 조서 덮는)

서형사 : (왜 저래.. 그냥 간다)

장형사 : (카톡 소리 울리자 핸드폰 보는데)


특임팀 단체 채팅 방에 실무관이 메시지와 함께 사진까지 올렸다.

액정> -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사진. 실무관을 중심으로 특임팀원들 셀카 찍은. 그 밑에 달린 메시지들.


실무관E : 저 오늘부터 출근이에요, 언제 와요?

정본E : 낼은 볼 수 있죠? 형님이 빵 사줄께!

계장E : 언능 와요! 와서 내 일 쫌 가즈가!

장형사 : (피식 웃는다)



15. 한남동 집/1층 거실 – 낮


테이블 위에 놓인 고급 찻잔. 창준妻와 시목, 천천히 차 마신다.


창준妻 : (찻잔 내려놓을 때 아주 잠깐 딸깍하는 소리. 하지만 표정 여유롭다)

시목 : 전에 두 분이 처음 어떻게 만나셨는지 들은 적 있습니다.

창준妻 : (예상 못한 얘기) 우리 그이랑 나요?

시목 : 사모님이 먼저 좋아하셨다고요, 검사장님이 그때 좀 취하셨을 때라

창준妻 : 취중진담 맞아요, 내가 먼저였어요.

시목 : 십여 년을 함께 산 부부란 어떤 걸까요. 전 상상이 안 가서요.

창준妻 : 수법을 바꿨나? 그 여자경찰이 빙빙 돌리래요?

시목 : 늦은 밤에 김가영 양이 누워있는 병원으로 달려가셔야 했던 사모님 마음도 저는 모릅니다.

창준妻 : ...

시목 : 중환자실에서 마주친 분과 약속했나요, 우리 서로 안 본 걸로 하자.

창준妻 : (경멸의 코웃음) 난 딜이란 거 자체가 필요 없는 사람인데.

시목 : 그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창준妻 : 갔어야 뭘 알지.

시목 : 어쩔 수 없네요. (일어선다) 사모님을 용의자로 소환하겠습니다.

창준妻 : 또 시작이야?!

시목 : 4월 7일 22시 경 사모님을 중환자실에서 본 목격자가 분명하고,

         김가영양이 호흡기가 벗겨진 채로 질식증상을 보인 그 자리에 환자와 의료진 외에는 사모님뿐이었습니다.

         소환장 기다리시죠. (나가려는데)

창준妻 : 어떤 앤지 낯짝 한 번 보려던 거였어! 그게 뭐가 잘못인데! 아무도 모를 걸 바보 같은 인간 하나 땜에 내가 왜!

시목 : (기다리면)

창준妻 : ... 김우균. 땀범벅이 돼선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어요. 그럴 거 거긴 왜 와서, 어차피 끝내지도 못할 인간이!

시목 : 용산서장 김우균. 왜 땀범벅이 됐고 뭘 끝내지 못했습니까.

창준妻 : 나도 다 본 건 아녜요, 커튼이 가려져 있어서.. 여자애 얼굴을 누르는거 같았는데,

            혼자 허옇게 질려선 중간에 도망쳐버렸어, 그게 다에요.

시목 : 감사합니다. (현관으로 가는)

창준妻 : 그이한텐 안 돼요.

시목 : 참고하죠. (나가는)

창준妻 : (노려보다 입술 깨문다. 이걸 어떻게 할지..)



16. 한남동 집 대문 앞 + 시목 차안 – 낮


대문에서 나온 시목, 차에 올라탄다. 시동 켜지며 나오는 라디오 뉴스. 차 출발한다.


앵커E : ...다음은 국방부 소식입니다. 국방부는 유크레인 공화국의 L디펜스사에서 제작한 탐지 레이더 시스템을 수입하기로

           최종 발표했습니다. 한조그룹과 더반그룹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통해 중개된 이번 수입은 올 한해 국방예산의 20%....



17. 중앙지검/복도 – 밤


시목, 승강기에서 내려서 오는데 문자 온다. 동재다. 보면.


동재E : 홍콩. 크레인!

시목 : ?... (전화한다)

동재F : (받자마자) 내가 너 도와준다고 했지? 녹음 땄어, 내가 수석님하고 이회장 밀담.

시목 : 홍콩, 크레인이요?

동재F : 홍콩에서 크레인을 수입한다고. 구중궁궐 5자회담이 이거였네.

시목 : 국방부가 낄 자리는요, 크레인 수입에.

동재F : 군부대에 납품하겠단 거지. 대대적으로.

시목 : 마츠야마는요?



18. 수석비서실/참모실 – 밤


아무도 없는 참모실에서 왔다 갔다 하며 전화하는 동재.


동재 : 마츠야마가 홍콩에 공장이 있는 거지.

시목F : 중장비는 한조에서도 만드는데 왜 수입하죠?

동재 : 그럼 차는 왜 수입하고 옷은 왜 들여와? 우리나라에 없어서?

시목F : 지금 이 말씀만 사실이죠?

동재 : 싫음 마. 도청 방지까지 해놓고 둘이 나눈 밀담인데, 니가 싫담 어쩔 수 없지. (더 뭐라 하기 전에 끊는) 씨도 안 먹히네..


동재, 녹취에 쓰였던 핸드폰에 눈길 준다. 본인도 갸웃한다.



19. 중앙지검/복도 – 밤


전화 끊고 다시 가려던 시목, 멈춘다. 뭔가 떠오른 얼굴이다.


앵커E : ..유크레인 공화국의 L디펜스사에서 제작한..

동재E : 크레인!

앵커E : 레이더 시스템을 수입하기로...

동재E : 크레인 수입!

앵커E : 국방부는 유크레인 공화국의

동재E : 국방장관. 한조랑 국방장관이야.

시목 : ... ..유크레인. 마츠야마까지 5자 회담...



20. 중앙지검/특임사무실 – 밤


시목, 파일 펼쳐놓고는 있지만 머릿속엔 방금 들은 얘기가 맴돈다. 생각에 잠긴...


시목 : (마음의 소리) 한조와 더반이 중개, 국방부가 유럽에서 사오는 무기..

여진 : (일하다) 한남동 간 거 어떻게 됐어요?

시목 : (마음의 소리) 일본 회사가 낄 데가 없는데 왜.

여진 : 검사님?

시목 : (여진 보지만. 마음의 소리) 그 큰 계약을 앞두고 이윤범은 왜,

         유럽회사 사람이 아니라 일본군수업체와 국방장관을 한 자리에

여진 : 뭐 고민 있어요?

시목 : 불렀을까요?

여진 : 네?

시목 : (생각하고)

팀원들 : ? (쳐다보는)



21. 동네병원/2층 복도 – 밤


동재, 꽃과 과일바구니 들고 오는데 앞에 은수가 가고 있다. 어? 하는 동재.


은수 : (병실 이름표, 안에 있는 사람 등 확인하며 가고 있는데)

동재 : (옆에 오는) 뭐 해?

은수 : (놀라는)

동재 : 자주 보네?

은수 : (놀라움은 지우고) 검사님은 웬일이세요?

동재 : 보시다시피. (과일 들어 보인다) 넌 누가 아파?

은수 : (대답 대신, 과일바구니로 손 뻗는) 제가 들게요. 몇 호실 가세요?

동재 : 됐어, 내 짐 내가 들어.

은수 : 남자후배한텐 시키시잖아요? 저도 할 수 있어요.

동재 : 니가 들고 튈까봐 그런다. 병문안 오면서 쥬스 한 병 안 사오냐?

은수 : (빈 손을 뒤로 돌리는)

동재 : 생각도 못 했지? 머릿속이 온통 딴 생각이라서?

은수 : (시치미) 무슨 생각이요?

동재 : (웃는) 어차피 서로 아닌 척 하긴 늦은 거 아닌가. 우리 둘 다 같은 사람 보러 온 거 같은데.

은수 : (굳어서 선)

동재 : 걱정 마. 가서 안 일러.

은수 : ... 검사님하고 전 목적이 다르잖아요.

동재 : (보는) .. 다르지. 넌 이창준이란 사람이 범인인지 묻고 싶어서 왔고

은수 : 검사님은 아니란 걸 알고 싶어서 왔죠? 그쪽 라인이니까?

동재 : 많이 컸네?

은수 : 죄송합니다..

동재 : 확인해보자!


동재, 꽃 든 손으로 병실 가리킨다. 노크하고 바로 들어간다.

은수가 보면, 환자 이름은 안 붙은 병실. 은수도 들어간다.



22. 동/2인실 – 밤


가영母, 긴장해서 일어선다. 동재와 은수, 들어선다.

실무관과 교대해서 환자복 입고 있는 경찰(여자), 두 사람 제지하려고 하는데.


동재 : (청와대 직원증 보여준다)

경찰 : ?!

동재 : (가영母에게 과일바구니부터 안기며) 고생 많으십니다. 진작 찾아뵀어야 했는데.

         (가영 보며) 좀 어떤가 안부 차 들렀습니다.

가영母 : (의심스런 눈으로 두 사람 보는) 누구신지?

동재 : 따님 사건 맡았던 검삽니다. 지금은 청와대로 갔지만요.

가영母 : 에? (청와대 말에 놀라 은수도 보는데)

은수 : (깍듯이 인사) 서부지검 영은수 검사입니다. 황시목 검사님 동료요.

가영母 : (그제야 안심하는) 아, 네에.

동재 : (미소) 어머님껜 청와대보다 황검사가 잘 통하네요. 예, 그러셔야죠. 잘 하시고 계십니다.

가영母 : (동재의 환한 미소에 마음이 좀 풀리는 듯)

은수 : (미리 사진 꺼내 쥐고) 따님께 사진 한 장만 보여드려도 될까요?

가영母 : ..예..

은수 : 김가영씨, 잠깐 여기 좀 봐주실래요? (프린트해온 사진 내미는)

가영 : (보긴 보는데...)

가영母 : (누군가 해서 같이 사진 보면, 창준 사진이다)

은수 : 이 사람 본 적 있어요? 알겠어요?

동재 : (가영을 들여다보느라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데)

가영 : (사진 바로 옆에서 내려다보는 동재에게로 서서히 옮겨지는 시선..)


Flashback> - 4회 S#34. 택시 안 가영(당시 민아), 유흥가에서 도망쳐 급하게 탄 택시에서 돌아보면 동재가 쫓아오는 게 보인다.

cut to. 4회. S#40. 집 앞 골목 모자에 운동화 차림 가영, 급히 가는데, 작지만 축축한 숨소리도 들리는 듯 하고.

가영도 뭔가 느꼈는지 돌연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는 골목. 그리고, 검은 장갑 낀 손이 가영 입을 콱 틀어막던 그 순간!


가영 : .. 으...으으윽! (이불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비명 지르는)

가영母 : 가영아! 가영아, 왜 이래? 여기요!! (밖을 향해 소리친다)

경찰 : (뛰어나가며) 선생님!!!


은수와 동재, 당황해서 물러난다. 서로 쳐다보는.

곧 의사와 간호사 몰려들어오고 동재와 은수는 더 밀려나게 된다.



23. 동/복도 – 밤


복도 의자에 혼자 앉은 은수, 심각하게 생각에 잠겼다가 창준 사진 다시 꺼내본다.


Flashback> - 방금 전. 은수 손에 들린 사진. 이불 속에서 비명 지르던 가영.


동재 오는 기척에 사진 넣는 은수 앞에 내밀어지는 캔음료.

캔음료 내밀고 선 동재, 은수가 받으면 옆에 앉는다. 음료만 마시는 것 같지만 실은 은수를 옆 눈으로 살피는 동재...


Flashback> - 방금 전. 가영의 눈동자가 사진에서 동재에게로 옮겨진다.

가까이 들여다보던 동재와 눈 마주치자 시작된 가영의 비명.


동재 : (은수도 느꼈을까 싶은... 툭 던지는) 너 다신 그러지 마.

은수 : 네?

동재 : 수석님은 이젠 너 같은 피라미는 스치기만 해도 다치는 존재야. 나한테 했듯이 그러면 진짜 일 치르는 수가 있어.

은수 : 검사님께 하듯이요?

동재 : 기억도 못해? 내가 진짜 범인이면 어쩌려고 그랬니? 내가 니 목 조른 날, 나 그날 한숨도 못 잤어,

         내가 진짜 빡쳐서 널 어떻게 했으면 어쩔 뻔 했어? 내 소중한 인생은 뭐가 되고?

은수 : .. 그땐 죄송했어요.

동재 : 사과 듣잔 게 아니잖아. 나도 연수원 나왔어, S대 출신들만큼은 아녀도 나도 영일재 교수님한테 배웠어.

         너 잘 됐음 하는 마음 나한테도 있다고.

은수 :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몰랐는데.

동재 : 내가 원래 겉으로 티내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은수 : 에에?

동재 : 슷! (장난으로 치는 시늉)

은수 : (살짝 웃는)

동재 : .. 황시목인 뭐래? 공식 브리핑까지 했으면 그 다음에 뭔 얘기가 있을 거 아냐? 뭐가 또 밝혀졌다든가.

         너랑 얘기 잘 하잖아?

은수 : 요즘 얼굴도 잘 못 봬서요.

동재 : 으응... (훌쩍 일어난다) 가자. 난 청와대 물 먹는 몸이라 바쁘시거든.

은수 : (같이 일어나며) 혹시 그래서 노하우도 가르쳐 주시고 그런 거예요?

동재 : 응?

은수 : 저 잘 됐음 하는 그런 마음으로요?

동재 : 어, 어어..

은수 : 이제야 알았네요. 못 뵙게 된 다음에야.

동재 : 못 뵙긴, 나 뼛속까지 검사야, 반드시 돌아가서 검사장까지 해먹을 거니까 넌 내 밑에서 뺑이 칠 각오나 해.

은수 : 네.


함께 가는 동재, 은수.



24. 동/2인실 – 밤


이제 많이 진정된 가영. 그 옆에서 겨우 안심한 가영母, 그런데 갸웃한다.


Flashback> - 방금 전 은수가 보여준 창준 사진.

Flashback> - 11회. S#39. 시목이 보여준 창준 사진.


가영母 : 같은 사람인데, 왜 방금 전만 놀랬지?... (가영 보는)



25. 성문일보/사옥 – 낮


사옥 상층부에 붙은 성문일보 로고와 기업 명.



26. 성문일보/사장실 – 낮


소파에 앉은 성문일보 사장과 시목. 사장이 상석이다.


사장 : (시목 명함을 손가락에 끼고 돌리며) 한창 바쁘신 분이시네요?

시목 : 덕분입니다.

사장 : 그쵸, 우리가 터뜨려서 특임도 됐으니까. 그래 어쩐 일로요?

시목 : 서부지검 뇌물의혹 제보자, 알고 계시죠?

사장 : 메시지를 던졌으면 그걸 밝히셔야지 왜 메신저에 목매시나?

         특임검사까지 고발자 색출에만 혈안이면 어쩝니까?

시목 : 타겟이 서부지검이었습니까 한조였습니까.

         스폰서 설이 보도되면 지검을 넘어서 한조에도 파장이 미친단 걸 분명 아셨을 텐데요.

사장 : 세게 나오시는 거 보니까 뭘 쥐셨는데? 뭔지 펴봅시다?

시목 : 먼저 질문에 답해주시죠. 어째서 별 내용도 없이 달랑 뇌물의혹만 담긴 제보를 바로 터뜨리셨죠?

사장 : .... (웃는) 개인적인 이유라 우리 검사님 김샐 수도 있는데.

시목 : 공적인 거였다면 여기 오기 전에 알아냈습니다.

사장 : (웃지 않는) 재미있는 분이네. ... .. .. 한조그룹에 딸 하나 있죠?

시목 : 이연재 님. 수석비서관 배우자 되시죠.

사장 : 그게 아니지, 내 사람 될 여자였죠, 연재는.

시목 : 벌써 10년도 훨씬 전에 헤어진 여자 때문이라고요?

사장 : 한조에 사위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몰라요? 근본도 없는 놈이 연재만 안 채갔어도

         성문 본사가 내 거였다고, 이런 계열사가 아니라!

시목 : 그걸 아는 사람은요?

사장 : .. 가족들이야 사귀는 거 알았고

시목 : 아니요, 제보자는 사장님이 그 옛날 일에 아직도 분통 터뜨린단 걸 아는 사람입니다.

         아니까 일부러 성문을 골라 제보한 겁니다.

사장 : ... 제보 편지 보낸 사람, 여고생입디다.

시목 : 여고생이요?

사장 : 걔 말이 길에서 누가 10만원을 주면서 부탁했다고. 편지를 우리 신문사에 보내달라고.

         편지 한 통이니 테러는 아니겠다 싶었다나.

시목 : 돈 쥐어준 사람은요?

사장 : 아저씨란 거 밖에 기억 못해요. 그런데.. 분통이란 표현은 그렇지만, 내 부모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누가 알아서?...

시목 : 여고생 신원이 필요합니다.

사장 : 공짜로 너무 많이 바라시네. 뭘 쥐고 계신데 세게 나오시나? 뭐 우리 약점 찾아냈어요?

시목 : 국방부에서 무기 수입을 발표했습니다.

사장 : ?.. 그랬죠?

시목 : 제조사로 알려진 엘디펜스란 회사하고 일본 군수업체인 마츠야마의 관계를 파헤쳐보시죠.

사장 : 거기서 일본이 왜 나옵니까?

시목 : 진짜 무기를 만든 게 어딘지 궁금해지실 겁니다.

사장 : !... (시목 명함 챙겨 일어나 자리로 가며) 여고생 신원은 보내드리죠.

시목 : (일어나 나간다)

사장 : 아시겠지만 아까 혼담 얘긴 머릿속에서 지워주시고! (시목 나가면 바로 인터폰 누른다) 데스크 전부.



27. 동/복도 – 낮


시목 오는데, 중년기자들 몰려간다. 시목은 그냥 오고, 기자들이 그를 에둘러 간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제보자는 세 가지를 모두 알아야 돼, 이창준과 박무성의 관계, 오래 전 깨져버린 성문과 한조의 혼담,

         무엇보다 성문사장의 해묵은 앙심까지. 이걸 다 알 수 있는 사람은....


시목, 걸음 멈춘다. 손가락 하나, 둘, 셋까지 꼽는다. 접은 제 손가락을 보는데 혼돈이 오는...



28. 성문일보 인쇄소 – 낮


이윤범과 더반 조회장, 마츠야마 사진으로 1면이 장식되는 신문들.

<10조 국방비, 일본 방위사업체로>, <무기중개상으로 전락한 국내 굴지 그룹들>



29. 수석검사실/참모실 – 낮


<원산지 속여 판 무기, 알고 보니 일본산?> 헤드라인의 성문일보를 쥐고 읽는 동재,

기사 내용에 놀라는 게 아니라 매우 곤혹스러운 얼굴.



30. 용산서/강력팀 사무실 – 낮


여럿 형사들 TV 앞에 모여 있다.

한조 그룹과 마츠야마 스캔들 다루는 화면. 채널 상단에 tv성문 로고.


패널 : 터지면 없어지는 수류탄도 아니고 레이더 시스템이란 말이죠, 완전 컴퓨터로 조종하는 건데

         이게 일본 거면 거기다 뭘 심어놓을 줄 알고요?

장형사 : (들어오며 보는데)

서형사 : 왜 자꾸 일루 와, 특임서 짤렸어? 못생겨서 싫대?

장형사 : (서형사 얼굴 손으로 훑는) 이 얼굴로 그 말하고 싶냐? (tv 보는)



31. 중앙지검/특임 사무실 – 낮


특임팀도 경찰서와 같은 성문TV 본다.


페널 : 유크레인 공화국 기업으로 알려졌던 L기업이 마츠야마사의 자회사로 판명난 이상,

         인제 포커스는 한조와 더반 그룹 그리고 국방부가 이 사실을 알고서도 제조업체를 위조하고 공모했느냐 이거죠, 인제.

TV : (‘60초 후 계속됩니다.’ 자막 나오고 광고 나온다)

정본 : (tv 끄는) 우리가 조사했던 내용이랑 비슷한데? (실무관 보고) 그쵸?

실무관 : (끄덕이면서 시목 보는)

시목 : (업무에만 집중하는)

계장 : (노트북 앞에서) 야, 인터넷 반응이 장난 아닌데요?

정본 : (계장 노트북에 얼굴 기울이는) 어유 무슨 쌍욕을 이렇게..

계장 : 매국 기업이네, 국방장관 목을 쳐라, 이게 나라냐? 이 정도면 한조나 더반도 꽤 타격이 크겠는데요?

정본 : 시목아 니가 성문에다 정보 준거야?

시목 : 음.

모두 : (시선, 시목에게 쏠리고)

정본 : 왜? 우리가 터뜨려도 되잖아. 특임 이름으로.

시목 : 유럽에 작은 나라에, 처음 듣는 회사에 정체를 우리가 밝힐 때쯤엔 벌써 수입 끝났어. 후폭풍도 상당할 테고.

윤과장 : 그쵸 성문이니까 대놓고 한조에 칼 든 거지, 우리였음 단칼에 끝이죠.

여진 : 근데 성문사장이 검사님 제보를 입 다물어 줄까요? 수석 쪽에서 성문 꼬투리 잡는 것 정돈 누워서 떡먹길 텐데?

시목 : (여진 보지만 답을 않는)

여진 : (느낌이 좋지가 않다)



32. 한조그룹/회장실 – 낮


핸드폰 들고 선 윤범. 심기 불편하고 격양된 얼굴이다.


윤범 : 문화재 반환으로 포장해놔서 마츠아먀 이미지 최곱니다, 의원들이 쌍수 들고 환영했다니까요?

         금방 잠잠해진다고요 여론은. 한두 번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국제적 신용도가 달린 문제에요.

         다 된 밥에 장관님 숟가락 얹게 해드렸으면 떠먹을 것이지 혼자 몸 사릴 겁니까!

         (감정 가라앉히고) 알겠습니다, 회의하시죠. 다시 통화합시다. (끊는)


윤범, 마음 같아선 핸드폰이라도 집어 던지고 싶지만 꾹 참고 다시 앉는.


윤범 : (미간에 주름 잔뜩 선) 어떤 쌔끼가..



33. 수석비서실 – 낮


성문일보 사장 한껏 여유롭게 앉았고 팔짱낀 창준, 천천히 거닌다.

한동안 서로 말 없는 두 사람, 기싸움 한다.


창준 : 어느 거부터 말씀드릴까요, 사장님 취향이 여가수 쪽이시더란 것부터 할까요,

         방송사가 부동산 장살 꽤 잘 하더란 얘기가 더 흥미로울까요.

사장 : 난 수석이 그런 쪽에 관심 있다는 게 더 흥미로운데요? (안주머니에서 툭 뽑아 놓는 것, 시목의 명함이다)

창준 : (보는) 지체 없으시네요?

사장 : 화제 될 만큼 됐는데? 그냥 알려달라고 해도 됐을 걸 번잡스럽게.

창준 : ... 배웅은 서로 생략하죠.

사장 : 어렵게 올라오셨는데 모시는 분 남은 임기가 짧아서 어쩝니까? (일어난다)

창준 : 손님 머무시는 동안 접대에 최선 다하면 되는 거지요. 재벌들께선 그러신다면서요? 대통령도 한때 손님이다.

사장 : 백년손님께서도 오래 계시다보니 주인인줄 아시나봅니다? (인사하고 바로 나간다)

창준 : ... (손 안에서 시목의 명함이 구겨진다. 그 느낌에 명함 보는)


열린 문에 노크하는 비서. 창준이 쳐다보며 들어와 찻잔 치운다.


창준 : (책상으로 가는데)

윤범E : 30년 철통같던 나한테서 샜겠어? 자네 주변에 쥐새끼가 있어.

창준 : (..비서 보는) 서동재 사무관은.

비서 : 별관 갔습니다.

창준 : 다른 사람한텐 말하지 말고 내일 유크레인에서 손님이 오니까 트리플호텔에 예약해줘요. 서보좌관한테도 함구.

비서 : 예.

창준 : 서사무관 오면 들여보내고.

비서 : 예. (찻잔 챙겨 나간다. 문 닫는)

창준 : (윤범에게 전화) 찾았습니다. (시목 명함 보는) 예 장인어른 짐작이 맞으십니다. 어떻게 할까요?

         (사이) 알겠습니다. (끊는데)

동재 : (노크하고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태블릿에 메모할 준비)

창준 : ...내일 유크레인에서 손님이 오니까 명동 호텔에 예약해.

동재 : 예!

창준 : 양사무관은 몰라도 돼. 다른 사람도.

동재 : 네. (목례하고 나가는)

창준 : (나가는 것 보는)


Flashback> - 12회. S#11. 수석비서실, 소파 밑에 손 넣고 더듬던 동재.


창준 : ... (전화 한다) 총장 바꿔.



34. 한조그룹/회장실 - 낮


곰곰이 생각하는 윤범. 우실장 들어와 윤범 옆에 일정거리 두고 두 손 모아 선다.


윤범 : ... 요즘 애들은 겁이 없어? (고개 틀어 우실장 올려다보자)

우실장 : (목례. 뭐든 말하시란 동작)



35. 중앙지검/특임사무실 - 낮


윤과장 : (시목에게 노트북 보여주며) 단순히 밥하고 술 얻어먹은 사람들도 소환해야 하나요?

            단순히란 표현은 좀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 다 소환하면 지검이 남아나질 않을 텐데요?

시목 : 대가성을 중점으로 보죠. 받은 만큼 해줬는지.

윤과장 : 근데 그 대가성이란 게 참 입증하기가... 예 알겠습니다.


윤과장과 시목 제외한 특임팀 사람들, 서로 눈으로 신호 주고받더니. 윤과장이 자리로 오자,


정본 : 밥 먹고 합시다!

계장 : 또 뭘 시켜 먹나? 맨날?...

모두 : (여진을 본다. 어서 말하란 눈짓)

여진 : 우리 회식 합시다! 한 번도 못 했는데.

실무관 : 찬성!

시목 : (노트북에서 시선 드는)

여진 : 비리 검사도 체포했고

계장 : 비리 경찰도 체포했고

정본 : 비리 기업도 체...제보했고!

실무관 : 옳소!

모두 : (기대 가득한 눈으로 시목 보면)

시목 : (한 사람 한 사람 보다가 파일 잡는다)

모두 : (실망)

시목 : (파일 쌓아서 정리한다. 일어난다. 재킷 집는)

모두 : (쳐다보는데)

시목 : 회식 안 갑니까?


모두 좋아한다. 주섬주섬 짐 챙겨 나가느라 어수선하다.


계장 : 우리 뭐하는 사람들이냐면 뭐라 그러지?

여진 : 빵공장서 빵 만들다 왔어요! 그럼 되죠?

모두 : (웃는다)

시목 : (한발 내딛는 순간 진동 울린다. 받는) 예.


모두, 문으로 몰려가는데,


시목 : 예, 총장님.

모두 : ? (돌아보는)

시목 : .... ... 예. (마침내 전화 끊는다)

계장 : 총장님이 왜요?..

시목 : ...

모두 :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진다. 조용해지는...)

시목 : 사무실 지키세요. 아무도 들이지 말고.

여진 : 무슨 일이에요? 총장이 뭐라고 했는데요?

시목 : .. 본청은 금일 현 시간부로 특임 검사팀 해체와

         특임에서 진행됐던 수사 자료들을 모두 중수부로 이관할 것을 명하는 바입니다.

일동 : !!

시목 : 기다리세요. (바로 나간다)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 여진이 가장 먼저 문으로 가 도어락을 강제잠금으로 바꾼다.


계장 : 바리케이드라도 칠까요?..


서로 쳐다만 보는 사람들.



36. 대검찰청/1층 로비 – 낮


시목이 들어와 곧장 검색대 통과한다.



37. 동/검찰총장실 – 낮


검찰총장, 무겁게 앉았다. 곧 닥칠 폭풍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노크소리와 동시에 들어오는 시목.


총장 : ..... (일어선다)

시목 : (깊이 목례하지만 허리 펴자마자) 이유가 무엇입니까.

총장 : 할 만큼 했어.

시목 : 더 해야 합니다. 안 끝났습니다.

총장 : 끝내.

시목 : 누구 명령입니까.

총장 : 건방진 소리. 내 명령, 내 판단이야.

시목 :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 선봉에서 기준이 돼주는 사람

총장 : (O.L) 조용히 해!

시목 : 그게 우리 본 모습이란 걸 보여주라던 분은 어디 가셨습니까?

총장 : 동료 잡고 경찰서장까지 잡아넣었음 됐지 전부 벌집 만들 셈이야?

         서부지검에서도 반발하고 있어, 본인 소속에서도 그 모양인데 조직 전첸 어떻겠어? 어디서 항명이야!

시목 : 지검 반발이 문제라면


그때 노크소리. 한 번, 두 번, 묵직하고도 명징하게 울린다.

총장과 시목, 모두 문을 돌아보게 되는데, 총장실 문 열린다.

열리는 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부장검사들, 3부장을 선두로 한 서부지검 부장검사들이다.

총장실로 들어와 서는 부장검사들. 시목과 총장 사이에 횡으로 선다.

부장검사들을 쳐다보다 마지막으로 3부장에게 시선 돌리는 시목.

시목에겐 눈길도 안 주고 총장을 바라보는 3부장, 그를 보는 총장.

정말 총장 말대로 서부지검에서도 특임 해체에 동조하는 건가 싶은데,


3부장 : 감히 부탁드립니다. 특임 해체, 철회해 주십쇼.

부장검사일동 : 철회해주십쇼.

총장 : !... 단체로 몰려와서 날 겁박하겠단 건가. 난 우리 존재를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사람이야.

3부장 : 저희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를 지켜주십쇼, 총장님. 죽은 듯이 숨만 쉰다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총장 : 실력행사해서 될 일이 아냐.

2부장 : 이건 자긍심의 문젭니다, 굴복하셔선 안 됩니다, 총장님.

총장 : 누구한테 굴복한단 거야! 이건 내 판단이야, 내 결단이라고!

3부장 : 대한민국 검찰은 총장님의 것도 저희 검사들의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나, 어느 한 개인의 것이 되어선 절대 안 되고요.

총장 : ..

시목 : 20일입니다, 저희가 확보한 수사 시간만 지키게 해주십시오.

총장 : (선뜻 대답 못하는)

3부장 : 언제부터 저희가 수사기간을 구걸하게 됐습니까, 총장님?

총장 : ... (어깨에서 힘 빠지는 게 보인다)



38. 중앙지검/특임 사무실 – 밤


실무관, 머리만 문 밖에 내밀고 밖을 살피다 문 걸어 잠근다.


실무관 : (자리로 오며)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데요?

계장 : 아무도 모르나 봐요, 우리 해체된지?

여진 : 소리 소문 없이 처리되는 게 제일 무서운 건데?

정본 : 우리가 무슨 장기 말도 아니고, 지들 맘대로 이랬다 저랬다!..

계장 : 아무래도 한조를 건드려서 그런 거 같은데..

정본 : 터뜨린 건 성문인데요?

윤과장 : 정보 출처 알아내는 정도야 한조한테 일도 아니겠죠.

계장 : 중요한 임무 맡겨놓고 이러면 대부분 끝이 안 좋던데..

실무관 :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윤과장 : 내몰리거나.. ...


모두, 마음 무거워진다. 조용...



39. 대검찰청/복도 - 밤


총장실에서 나오는 부장검사들과 시목.


시목 : 감사합니다. 부장님. (부장들에게 인사)

3부장 : 너 이뻐서 그런 거 아냐, 하늘을 우러러 쪽 팔릴까봐 그랬지.

2부장 : (돌아선다. 나가면서) 옷 벗으라고 할까봐 어찌나 쫄리던지.

3부장 : 그러니까 이런 건 검사장이 나서야 되는데.


부장들, ‘우리 검사장 누가 올까?’ ‘왜 인선이 늦어지지?’ 등의 얘기 나누며 가면,

시목, 전화 꺼낸다. ‘검사장’에게 전화하는데 없는 번호라는 안내 나온다.


시목 : (곧바로 ‘서동재검사’에게 전화. 나가며) 수석님께 말씀 전해주세요.



40. 수석비서실/참모실 – 밤


전화 쥔 동재... ... 수석실 문 쳐다본다. 어떻게 할까 하다, 문으로 간다. 노크.


동재 : 수석님?



41. 서부지방법원/법정 - 밤


모두 떠난 한밤의 법정. 불이 환하다.

창준, 방청석 사이 통로를 따라 뒤에서부터 앞으로 온다. 한 발 한 발 울리는 발소리.

방청석을 지나고 피고석을 지나 재판관석 바로 앞에 멈추는 창준, 몸 돌린다.

재판관이 법정을 바라보는 것처럼 법정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소리E> (문 열리는 소리. 창준 뒤에서 들린다)

창준, 고개 돌리면 법관이 드나드는 문이 열렸고 여기 시목이 섰다.

두 사람의 시선 부딪힌다. 아직 아무 말 없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팔짱 끼는 창준, 몸을 시목 쪽으로 돌리면 시목, 법정으로 들어선다.

창준에게 오는 게 아니라 검사석으로 향하더니 검사석 앞에 선다.


시목 : (인사하지 않는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먼 길 오시느라.

창준 : 너도 수고 많았다고.

시목 : 저야 늘 여기 있었는데요, 이창준 수석비서관님의 현역 검사 시절을 처음 본 곳도 그러고 보니 바로 여기네요.

창준 : 황시목이도 나이 드나봐? 옛날 얘길 하는 걸 보니.

시목 :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었습니다. 검찰은 볼 것도 없이 정부 편이다, 누구나 이미 결론내린 재판에서

         완전히 반대의 행보를 보이셨죠. 제가 어떤 검사가 돼야 할지, 이정표를 세운 날이기도 합니다.

창준 : 이정표가 나를 따라서 세워졌다는 걸로 들려?

시목 : 네.

창준 : 권력이 좋긴 좋네? 황시목이 입에서 가시를 다 빼내고. 아첨이 술술 나와?

시목 : 수석님을 향해서 다시 세웠습니다.

창준 : ....

시목 : 3년 전엔 무엇이 두려워서 아버지처럼 따르던 분을 끝장내셨을까요. 이번엔 또 뭐가 겁이 나서 저희를 종결시키셨나요.

창준 : 겁이라니, 내가 널 왜 특임에 보냈는데? 자꾸 걸리적대서. 이번에도 그래. 걸리적대서.

시목 : 제가 가는 방향이 맞단 뜻으로 새기겠습니다. 걸리적댔단 건.

창준 : 그래서, 날 향해서 다시 세웠다고 말해주려고 이리 오라 했니?

         다음엔 너하고 나, 여기서 정식으로 본다고? 검사와 피고로?

시목 : 그건 수석님만 알죠, 제가 쫓는 끝에 계신지 아닌지.

창준 : 넌 못 해. 넌 나를 여기 세울 수 없어, 죽어도.

시목 : 고백하신 건가요, 끝에 계시다고.

창준 : 내 생전에, 니 앞에 내가 피고로 서는 일은 없어.

시목 : 더 노력하겠습니다.

창준 : (문으로 간다) 법복도 걸치고 오지 그랬어? 폼났을 텐데. (나간다)


창준이 나가자 돌아서는 시목, 검사석을 바라본다. 팔을 벌려 책상 끝을 꽉 잡아본다.

다짐하듯 잠시 그렇게 섰던 시목, 몸을 펴고 걸음 뗀다. 들어왔던 곳으로 나간다.



42. 중앙지검/특임실 – 밤


계장 : 어떻게 된 거야, 답답해 죽겄네?

정본 : 우리 만약 진짜 해체면 한경위님 괜찮겠어요?

여진 : 왜요?

정본 : 당장 내일부터 경찰서 복귀잖아요. 서장님 직접 체포한 게 엊그젠데.


그 말에 모두 여진 본다. 아 많이 곤란하겠구나, 하는 면면들.

굳은 얼굴의 여진도 말을 않는다.


계장 : 장형사가 기가 막히게 튀었네. 짱구가 좋은가 봐요?

여진 : 튄 거 아닙니다. 쉽게 말하지 마세요.

계장 : (여진의 정색에 민망해지는데)


문 덜컹거린다. 모두 깜짝 놀라고 여진과 윤과장은 여차하면 막을 태세 취하는데,

시목 들어온다. ‘어떻게 됐어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 ‘해체해요?’ 질문 쏟아진다.


시목 : (물끄러미 보는)

모두 : (안 좋은 소식인가...)

시목 : 해체 안 합니다.

정본 : 야 깜짝 놀랐잖아, 또 백수 된 줄 알고!

윤과장 : 그럼 아까부터 본인 백수될 거 걱정한 거예요?

실무관 : 그러게, 난 또?

계장 : 자자, 이런 날 가만있음 안 되죠, 아까 하려던 거 합시다!

시목 : 오늘은 곤란합니다. 해체명령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여진 : 하긴 그런 날 먹고 노는 거 누가 보기라도 하면..

모두 : (수긍은 다들 하는데 실망...)

여진 : ... 남들 절대 안 보는 데서 하면 되죠?

시목 : ?

실무관 : 그런 데가 있어요?

여진 : 가든파튀!



43. 시목의 아파트/외경 – 밤



44. 동/복도 – 밤


쪽지에 ‘세금 경정청구 이번 주까지래요, 꼭 제출하세요.’ 라고 적는 은수.

현관 앞에 놓은 우편물 담은 백에 쪽지 넣고 돌아선다.



45. 동/승강기 안 – 밤


승강기 타는 은수. 1층 누르고 제일 안쪽에 선다. 승강기 문 거의 닫히는데, 현관문 열리는 기척. 분명 시목 집 쪽이다.

어? 열림 버튼에 손 뻗는 은수. 하지만 늦었다, 내려가는 승강기.


은수 : 잘못 들었나.. ..



46. 동/공동현관 앞 – 밤


아파트에서 나오는 은수, 아무래도 이상하다. 시목에게 전화한다. 신호음만 가고 받지 않는다.

은수, 천천히 현관 앞 계단 내려간다.



47. 여진의 옥탑방/옥상 – 밤


불판은 지글지글, 평상엔 고기, 쌈채소 한 가득 깔려 있는.

계장, 고기 올리고 실무관, 나무젓가락 늘어놓고 있다.

여진, 집 안에서 가져나온 반찬들 놓기 시작하는데. 평상에 놓인 시목 재킷 위에 핸드폰 울린다.

실무관이 보면 발신자 ‘영은수 검사’다.


실무관 : (집 쪽에다 대고) 검사님! 영검사님이요!

여진 : 영검사요? 그때 울고 나간?

정본 : 아 그 탕웨이 닮은 분? 시목이랑 그렇고 그런?

여진 : 에에?

정본 : 닮았잖아요?

여진 : 아니 그거 말고!



48. 시목의 아파트/공동현관 앞 - 밤


은수, 안 받자 전화 끊는데 그녀 뒤로 공동현관에서 우산 쓴 남자(우실장)가 나온다.

은수, 그냥 갈까? 하다가 다시 한 번 거는. 신호음 가는 전화를 귀에 대고서 사람 나오는 기척에 돌아보는데,

우산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남자, 은수가 쳐다보자 방향을 바꿔 등을 보이며 간다.


은수 : (자기도 모르게 하늘 향해 손 벌려보는데 비 안 온다) ?

여진F : 여보세요?

은수 : ? 황시목 검사님 핸드폰 아닌가요?


그 소리에 우산 쓰고 걸어가던 남자 멈춘다. 스윽 은수 돌아본다.

은수도 이를 느끼고 돌아보자 남자, 다시 간다.



49. 여진의 옥탑방/마루 – 밤


화장실에서 나오는 시목. 만화책 가득한 책장과 곳곳에 붙인 만화 포스터 등 짧게 훑다가 바로 나가는.



50. 동/옥상 – 밤


시목 핸드폰 내려놓는 여진. 평상에 사람들, 시목이 나오자 아무 일 없던 양 한다.

cut to. 고기 많이 익었다. 다들 둘러앉거나 서서 바로 불판에서 집어먹거나 하는데,


계장 : 아니 근데 젤 중요한 게 읎네, 이러면 괴기가 안 넘어가지 이게.

정본 : 그쵸? 나도 아까부터 칼칼하더라, 내려가서 사올게요.

여진 : (잡아 앉히는) 기둘려 봐요.

실무관 : 배달 시켰어요?



51. 동/대문 앞 – 밤


양 손에 술이 잔뜩 든 봉투 든 장형사, 들어가진 않고 망설인다. 위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 간간히 들리고.

장형사, 올라가고는 싶은데 쑥스럽고.


장형사 : 에이 침 뱉고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인기척. 장형사, 골목 보면 역시 술을 든 은수가 다가오다 장형사 보고 멈춘다.


장형사 : (어디서 봤는데?) 어 그때..

은수 : 에?

장형사 : (봉투 때문에 손은 못 쓰고 위에로 턱짓) 검사님도 저기요?

은수 : ..특임팀 분이세요?

장형사 : 예. 주세요. (은수 손에 봉투 받으려하지만)

은수 : 괜찮아요, 지금도 무거우신데.


위에서 뭐가 좋은지 와하하! 하는 소리. 정본이 웃음소리가 제일 크다.


장형사 : 으이그 김정본이지 저거, 가시죠!


동지가 생긴 장형사, 호기롭게 집으로 들어가고 은수도 혼자보다 낫다. 들어간다.



52. 동/옥상 – 밤


장형사 : (술 봉투 번쩍 들고) 저희 왔습니다!

팀원들 : (어? 해서 보는)

정본 : 이야! (얼른 가서 봉투 받으며) 술이다, 술!

장형사 : 사람이 왔는데, (뒤에 대고) 얼른 오세요.

은수 : (올라와) 안녕하세요.

시목 : (보는)


사람들, 은수 반기고 어서 앉으라 하고.


장형사 : 아니 같이 왔구만!

계장 : (장형사님에게) 절루 좀 가요, 여기 앉으세요 영검사님.

은수 : 감사합니다. (시목 옆에 앉는) 저 불청객 아니죠?

시목 : 집주인은 따로 있는데 나한테 왜.

여진 : 거, 남의 손님한테 까칠하게 굴 거예요?

장형사 : 이 사람들 정말 성차별 쩌네, 나 갑니다?

윤과장 : 이리 와서 고기나 구워요.

장형사 : 괜히 왔어 씨.

윤과장 : (집게로 고기 한 점 집어 장형사 입에 넣어준다)

장형사 : 음 목살!

계장 : 거 비싼 항정살을 사왔더니 목살이래? 다시 먹어봐요!

장형사 : (집게 뺏어서 여러 점 입에 넣느라 대답 대신 오케이 표시)

정본 : 자자, 술이 왔습니다, 돌리고 돌리고.


술 나누는 사람들. 시목도 받아만 놓는다.


여진 : 거국적으로 한 잔씩 합시다! 건배!

모두 : (건배! 하고 마시려는데)

장형사 : 잠깐! (물 컵으로 바꿔들고) 제가 요즘 한약을 먹느라,

모두 : (에이, 뭐야, 둘째 가지려고? 등등의 놀림)

장형사 : 그땐 죄송했습니다! (꾸벅 사과. 물 컵 들어 올리며) 건배!

모두 : 건배!



53. 동/마루 – 밤


싱크대 위에 주스 담긴 컵들과 과일들. 여진, 은수, 둘이 씻고 깎는다.


은수 : 깎는 건 제가 할게요.

여진 : 안 그래도 되는데.

은수 : (칼 이미 잡은) 이거 쓸게요.

여진 : (과일 씻으며 은수 살피다가) 저기 혹시요..

은수 : 네?

여진 : 황검사랑.. 아녜요! (씻던 딸기 쑥 베어 먹는) 아 맛있다.

은수 : 감사합니다.

여진 : 뭐가요?

은수 : (과일 깎으며) 오늘 불러주신 거요.

여진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여자, 서로 보며 웃는데 윤과장(재킷 벗고 셔츠 차림) 들어온다.


윤과장 : 화장실 좀,

여진 : 저기요.

윤과장 : 예. (들어가고)

여진 : (과일 들고 나가며) 주스 잔만 들고 나와요.

은수 : 네. (하면서 여진이 갖고나가는 접시 보는데 포크 없다. 여진 나가면) 포크 없나?....


은수, 남에 살림이지만 서랍 열어보는. 뒤에선 윤과장이 화장실에서 나와 이리 오는데,

은수, 포크 챙기다가 하나 떨어뜨린다.


윤과장 : (주워주고)

은수 : 감사합니다. (받아 쟁반에 올린다)

윤과장 : (바닥에 딸기 하나 떨어진 게 또 보인다. 다시 몸 숙이는데)


주스 들고 돌아서는 은수, 허리숙인 윤과장에 걸리며 윤과장 어깨에 주스 와락 쏟아지고 만다.


은수 : 어머! (쟁반 싱크대에 얼른 놓고 키친타월 뜯어서 등 닦아준다) 어떡해, 죄송해요 진짜.

윤과장 : 아이, 서운한 거 있으면 말로 (하다 말 멈추는)

은수 : (말 멈춘 것 모르고) 어떡해 셔츠 다 젖었네.


은수, 윤과장 오른쪽 어깨 닦아주는데, 젖은 윤과장 셔츠가 러닝(팔 없는)에 달라붙으면서 그림인지 뭔지 검은 게 보인다.


은수 : 뭐예요 이거? 문신이에요?

윤과장 : (일어나 은수 손에서 키친타월 가져간다)

여진 : (문 열고) 아직 안 (하다) 어머 (주스 쏟은 거 보고 얼른 들어오는)

은수 : (어쩔 줄 몰라 닦으며) 죄송해요, 과장님도 죄송해요.


여진, 행주 꺼내 닦으며 윤과장 올려보지만, 윤과장 앞머리와 어깨가 조금 젖었어도

많이 젖은 데는 등 뒤라 윤과장의 앞만 보는 여진 눈엔 괜찮아 보인다.


여진 : (그냥 시선 거두는) 놔두세요, 제가 치우게요.


서로 놔둬라, 미안하다 하며 두 여자가 치우는 사이, 윤과장, 화장실로 들어간다.

두 여자는 바닥 치우고 과일 줍느라 신경 안 쓴다.



54. 동/화장실 – 밤


윤과장, 수돗물로 수건 적셔 어느 정도 짠다.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거울에 왼손에 수건 쥐고 오른쪽 어깨 닦는데, 그러다 멈추는 손.

오른쪽 어깨를 거울 쪽으로 돌리면, 젖은 셔츠가 달라붙은 탓에 어깨에 검은 문양이 거울에 비친다.

윤과장, 자기 어깨를 보다가 몸 바로 한다.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

윤과장 셔츠 벗으면, 팔 없는 러닝셔츠 차림.


윤과장 : (거울 속 자기 모습 보는...)


카메라, 윤과장의 등 뒤로 돌아간다.

윤과장 등 C.U. 왼쪽 어깨에서부터 천천히 돌아가는 화면, 오른쪽 어깨에서 멈추면,

오른쪽 어깨에 드러나는 문신 - U D T. (*UDT는 펜흘림 체로 인쇄 부탁드립니다)

앞에 U는 완전히 러닝에 가려지고 D의 윗쪽 일부와 T만 드러나 있다. 마치 숫자 0, 7처럼 보이는 D T...


Flashback> - 11회 S#39. 동네병원/2인실 - 밤

가영 : ... 공.. 칠...

여진 : 공, 칠?.. 공칠이요? 숫자?


윤과장, 등 돌려서 오른쪽 어깨 거울에 비친다. 0.7처럼 보이는 문신 확인한다.

거울 속 자기 모습을 마치 다른 사람 인 양 보다가, 셔츠 입는다. 단추 하나하나 잠근다.

화장실 문 열고 마루로 발을 내민다.



55. 동/마루 – 밤


마루를 가로질러 현관으로 가는 윤과장,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

쏟았던 과일 등은 깨끗이 치워졌고 여진과 은수도 없다.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 웃음소리.

윤과장, 현관 앞에 선다. 앞을 보면 열린 문으로 보이는 사람들.

시목, 은수, 여진이 얘기 중이다. 은수와 여진은 웃는데 시목은 여전하다.

윤과장, 그 자리에서 시목 한 번 보고, 여진에게 시선 옮기다.. 마지막으로 은수를 보는데...


은수E : 뭐예요 이거? 문신이에요?

윤과장 : ....


시선 느끼고 이쪽 보는 시목, 여진, 은수.

여진, 어서 나오라, 웃으면서 손 흔든다. 은수도 웃는 얼굴인데.

윤과장,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현관으로 나가는 윤과장. 그의 뒤로 현관문이 닫히고 문에 가려 사라지는 사람들. 엔딩.

<12회 끝>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