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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2,174 목록 댓글 0

[비밀의 숲] 13











1. 여진의 옥탑방/옥상 – 밤


실무관, 계장, 정본, 장형사 모여 셀카 찍고 있다.


실무관 : (시목 쪽 보고) 같이 찍어요!

시목 : 괜찮습니다.

여진 : (시목 잡고 가는) 사진 찍는다고 얼굴 안 닳아요.

시목 : (됐다고 하려는데)


여진과 은수, 시목을 밀어서 실무관 쪽으로 간다.

그들 뒤로, 집에서 나온 윤과장, 문 바로 옆 의자에 걸쳐놨던 재킷부터 입는 게 보인다.


계장 : 과장님 얼른요!

윤과장 : ... (사람들에게 가면)


평상 앞에 옹기종기 모인 특임팀 사람들. 실무관, 셀카봉으로 하나 둘 셋! 찍는다.

시목 바로 옆에서 사진 찍으며 환히 웃는 은수.

다른 이들도 다들 밝게 웃는데 무덤덤한 시목, 입은 억지로 웃으려는데 눈은 슬퍼 보이는 윤과장.

사진 들여다보며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 얼굴 얘기만 한다.

시목, 난간으로 가 기댄다. 야경을 담담히 바라보는데,

시목과 여진을 번갈아 보는 장형사, 말할 게 있는 기색이다.


계장 : 술이 남았네, 우리 할아부지가 밥은 남겨도 술은 남기는 거 아니랬어.

윤과장 : (손으로 잔 막는) 술이 약해서.

계장 : 뭔 해병대 출신이 술을 못해요?

은수 : (윤과장 본다)

정본 : 해병대 아니라 특수부대라고 하지 않았나?

윤과장 : 아닙니다..

계장 : 아님 말고요. 그럼 같은 방위 출신끼리 한 잔? (정본과 건배)

정본 : 전 공익이라니까요!


사람들에게서 떨어진 장형사, 조용히 시목 옆으로 와 선다.


장형사 : (야경 바라보다...) 저 봤어요 영상.

시목 : (보는)

장형사 : 리조트 cctv요. 서장님이랑 가영이랑 찍힌 거. (몸 돌려 난간 등진다. 앞에 있는 여진에게도 고백하듯)

            서장님한테 그거 카피해드렸어요.

여진 : 이게 무슨 소리에요? 그걸 어떻게?

장형사 : .. 경위님 컴퓨터에서요. 죄송합니다.

여진 : 내 컴퓨털 몰래 뒤졌다고요?.. 이게 지금 죄송하다고 될 일 (열 받는) 아...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 찍힌 이 느낌.. 장형사한테서 등 돌리는)


다른 이들 모두 이쪽 주목한다. 조용해졌다.


장형사 : ..원본을 지워달란 것도 아니고 아무도 피해 안 볼 거라길래.. 솔직히 저 그렇게 생각했어요.

            서장님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고 여자 문제로 꼭 이렇게까지 한순간에 무너져야 되나..

여진 : 여자 문제로? 장형사님도 그거예요? 남자가 한 번 그럴 수도 있지?

정본 : 그게 아니라 장형사님이 마음이 여려서

여진 : (쳐다보자)

정본 : (작아지는) 그랬겠죠...

시목 : 그쪽으로 써먹은 건가..

장형사 : 네?

시목 : ...


Flashback> - 10회 S#66. 뚜껑이 대충 얹혀진 상자에 시선이 가는 시목.

자연스레 몸을 움직여 상자와 시목 사이를 가리던 창준.


장형사 : 죄송합니다. 검사님이나 경위님이나 이걸로 절 징계하신데도 할 말 없어요. 근데 저 꼭 알아야겠는 게 있어요.

여진 : (보면)

장형사 : 서장님이 범인일 수 있나요? 내가 살인범을 도와준 거예요?

시목 : .. 김가영이 관계를 미끼로 협박한 사람은 서장이 맞을 겁니다.

실무관 : 저를 가영이로 알고 끌고 갈 때요, 너가 달란 돈 다 줄게, 서장이 그 말은 했어요.

            근데 말투라든가... 누굴 죽일 사람으로는..

계장 : 본인이 더 막 벌벌 떨었다면서요? 도와달라고 막 빌고?

장형사 : 아니죠, 그럼? 서장님은 0,7 뭐 그런 거 하곤 상관없는 거 맞죠?

은수 : 0, 7이요? 그게 뭔데요?

여진 : 가영이가 말한 거요, 납치될 때 본 건지 범인하고 관계된 건지,

은수 : 숫자를 봤다고요? 0, 7을?

정본 : 그게 뭐려나, 진짜?

계장 : 좀 기다리면 본인이 말해주지 않을까요? 그것도 생각해낸 거 보면 인제 곧 범인도 생각나겠죠, 시간문제네.

윤과장 : ..시간문제네요.. (은수를 곁눈으로 보면)

은수 : (생각에 잠기긴 했는데 윤과장을 딱히 보진 않는다)


시목, 말없이 장형사 보다가 다시 난간 밖으로 시선 돌린다.

밤하늘 아래, 조명들로 번쩍이는 야경 끝없이 펼쳐진.



2. 길거리 – 밤


여진의 집 근처, 다들 인사 나누고 헤어지는 분위기. 여진도 배웅 나왔다.

덕분에 재미있었다, 혼자 치워야 돼서 어떡하냐, 또 놀러와라 등의 인사 나누고.


계장 : 정본씨는 나랑 택시 타고 가면 되고, 영검사님은요?

여진 : 황검사님이 데려다 주면 되겠네요, 술도 안 마셨는데.

시목 : (은수 본다) 그래.

은수 : 감사합니다.

여진 : (장형사한텐 아직 부루퉁한. 쓱 쳐다보고 만다)

장형사 : (알고 미안한, 계면쩍은)


손 흔들고 또 보자 인사하고 가는 사람들. 좀 바라보다 집으로 향하는 여진.



3. 시목 차 안 – 밤


두 사람 함께 타고 가는데 어색한 침묵 흐른다.


은수 : (그러다 생각난 듯) 아참 중앙지검에서 바로 그 집으로 가신 거예요?

시목 : 음.

은수 : 내가 잘못 들었나? 선배 방에 우편물이 너무 쌓여서 아까 선배 댁에 들렀었거든요. 근데 누가 집 문을 여는 거 같았는데?

시목 : 우리 집에 누가 들어갔다고?

은수 : 그렇다기보단,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어서 확실하진 않은데,

         근데 내려오니까 어떤 남자가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쓰고 있어서.. 그것도 좀 이상하고..

시목 : 그 남자가 어떻게 했는데?

은수 : 어떻게 한 건 아니고요, 그냥.. 갔어요. 잘못 들었나?...

시목 : (지하철 입구 보고) 지하철 타면 되지?

은수 : 여기서요? (내심 집까지 가고 싶지만) 저기서 내려주세요 그럼. (가방에서 교통카드 꺼내며 벨트 푼다. 내릴 준비)

시목 : (차선을 넘겨다보느라 은수가 카드 꺼낼 때 힐끗 보는. 차 세우면)

은수 : 안녕히 가세요.

시목 : 음. (바로 출발한다)

은수 : (잠깐 보다 총총,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



4. 시목의 아파트/외경 – 밤



5. 동/아파트 복도 – 밤


승강기에서 내린 시목, 현관으로 와 은수가 놓고 간 종이백 집고 들어간다.



6. 동/거실 – 밤


띠리릭. 현관문 열리고 시목 들어오면서 현관 센서등 켜진다.

신발 벗고 어두운 거실로 들어와 부엌 식탁에 백을 놓은 시목, 우편물 꺼내 훑으면서 안방으로 가 문을 열고 한 발 들이는 순간,

천장에 목을 매달고 흔들리는 양복 차림의 형상! 시체처럼 몸뚱이가 축 늘어져 있다!

시목, 즉시 안방 불 켜면, 사람이 아니라 옷걸이에 걸어서 셔츠에 넥타이, 재킷, 바지까지 사람처럼 만들어놓은 시목의 양복이다.

난도질당한 양복.. 넥타이를 옷걸이에 묶어 천장에 매달아 놨다. 밟고 올라간 듯한 의자는 그 밑에 쓰러져 있고.

시목, 뒤를 살피지만 집안에 다른 인기척은 없다.

목을 맨 양복을 바라보는 시목.... 핸드폰 꺼낸다.



7. 여진의 옥탑방/옥상 – 밤


윗도리에 팔 껴넣으며 집안에서 나오는 여진, 계단으로 뛰어간다.



8. 시목의 아파트/단지 마당 – 밤


장형사,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차 주차시키고 황급히 배낭 들고 내리면,

근처에 택시 하나 멈춘다. 거기서 여진도 내린다. 여진에게 가는 장형사.



9. 동/시목의 집 안 – 밤


시목이 현관문 열어주면 여진과 장형사 들어온다.


여진 : (시목부터 살피는) 괜찮아요?

시목 : 예.

장형사 : 이쪽이요? (곧장 안방으로 간다)


여진도 안방으로 가면 여전히 매달려 있는 시목의 너덜너덜한 양복.


여진 : 전화로 들은 거보다 훨씬 더..

장형사 : 기분 나쁘네.. (가까이서 보는) 보통 정성이 아닌데?...

여진 : (걱정 돼서 시목 한 번 더 살피는) 다른 덴요? (안방 밖을 돌아보는)

시목 : 여기 빼곤 (고개 흔드는)

장형사 : (배낭에서 전자기기 탐색 장비 꺼낸다) 그래도 확인해야죠, 요즘 변태새끼들이 하도 많아서.

            (양복 다시 보는) 근데 이건 (하다 입 다문다)

여진 : (장형사에게서 장비 받고) 도청장치 같은 건 내가 볼 게요.

장형사 : 네. (카메라 꺼낸다)


장형사, 매달린 양복 사진 찍더니 장갑 끼고 방 밖으로 나가 의자를 가져온다.

탐색 장비로 안방 곳곳 훑던 여진, 붙박이장에서 시목에게 그려준 그림들 발견하고.

그림을 본 여진, 시목 돌아보면,

시목, 장갑 낀 장형사가 (쓰러진 의자 아닌)방 밖에서 가져온 의자에 올라가 조심스럽게 양복 내리는 걸 지켜보고 있다.



10. 동/시목의 집안 곳곳 – 밤


장형사, 쓰러진 의자에서 지문과 족적 채취 작업하고 여진, 집안 곳곳을 탐색 장비로 훑는데 전화 온다.


여진 : (받는) 네.

시목F : cctv 찾았습니다.

여진 : 지금 갈게요. (끊고) 장형사님!



11. 동/방재실 – 밤


<공동 현관 cctv 영상> - 주민들 왔다 갔다 하는 영상 빠르게 플레이되다가,

검은색 장우산을 쓴 남자가 나타나자 정상 속도로 플레이된다.

계단 통로로 나온 우산 쓴 남자, 유유히 밖으로 빠져 나간다.

영상을 들여다보고 있는 여진, 장형사, 시목.


장형사 : 얼굴만 가렸지 완전 대놓고 다니네? 뭐 이런 싸이코 같은 놈이..


Flashback> - 13회. S#3. 시목의 차 안. 밤

은수E : 어떤 남자가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쓰고 있어서..


시목 : ...

장형사 : 특별히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경고 같은 건가..

여진 : 옛날 영화에서 본 그 얘기 같네요.

시목 : 무슨 영화요?

여진 : 어떤 장군이었나, 왕이 장군을 죽이려고 하니까 왕이 잠든 새에 장군이 와서 왕에 머리카락만 싹둑 잘라가요.

         그 담부턴 왕이 오금이 저려서 장군을 무서워하게 됐어요.

장형사 : 둘 중 하난데.. 검사님이 감옥 보낸 놈이 앙심 품은 거 아님 특임.

            전과자면 이렇게 대놓고 하진 않을 거 같고.. 특임 때문이면 다른 사람들도 위험한 거 아닌가요?..

시목 : (화면에 멈춰진 우산 쓴 남자 본다)

여진 : (관리인에게) 여기 단지 안에 감시카메라 전부 복사해 가겠습니다.



12. 동/단지 안 – 밤


세 사람, 함께 걸어온다.


장형사 :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었는데 사람 일 참 알 수가 없네...

여진 : 땅으로 꺼진 게 아닌 이상 근처 어디서든 찍힌 게 있을 거예요. 내가 반드시 찾아낼게요.

시목 : 부탁드립니다. (자기 동 앞에 온)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가려는데)

여진 : 혼자 괜찮겠어요?

시목 : 또 오진 않겠죠. (목례하고 아파트 동으로 들어가는)

장형사 : 께름칙해서 잠이 오나 저 집에서?.. (차 쪽으로 가는데)

여진 : (반대로 가는)

장형사 : 경위님 타요. 태워다 드릴게.

여진 : (뒷모습 보이고 가면서 제 뒤통수 감싸 가린다)

장형사 : 진짜 다신 뒤통수 안 쳐요, 인제! 네?.. 에?!

여진 : (말 대신 가는 채로 크게 손 흔든다)


그녀 뒤로 장형사, 한숨 쉬며 머리 긁는다. 제 차 타고 떠나고.

가던 여진, 아무래도 시목이 신경 쓰여 아파트 올려보게 되는.



13. 동/안방 – 밤


시목, 침대에 걸터앉아 옷이 묶였던 곳 바라본다. 그러다 일어나서 그 밑을 거니는.


시목 : 왜 머리카락만 잘라갔어, 목을 치지. ..목을 치는 건 네 수법이 아냐?

E (현관 벨소리)



14. 동/현관 + 거실 – 밤


시목, 문 열고 섰다. 테이크아웃 컵을 내민 여진, 다른 손엔 자기 커피도 들었다.


여진 : 캐모마일이 잠이 잘 온대요,

시목 : ... (받으면)

여진 :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자요. (가려는데)

시목 : 잠깐 들어오세요.

여진 : ... (들어오며 시목 외엔 없는 집인데도) 실례하겠습니다.


시목, 소파 가리켜 보이고 끝에 앉으면 여진도 끄트머리에 털썩 앉는다.


여진 : (안방 쪽 보며) 살인범 짓이라고 하기엔..

시목 : 수법이 많이 다르죠, 목격자도 안 남겼을 테고.

여진 : 목격자가 있어요??

시목 : 영은수 검사요. 아파트에 왔다가 우연히. 얼굴까진 못 봤겠지만.

여진 : 살인범이 아니면 그놈들뿐인데. 한조. 더반 그룹도 있긴 하지만요.

시목 : 날 오금 저리게 하고 싶었나보죠.

여진 : ... 검사님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죠?

시목 : 알았으면 회식 대신 집에 있었겠죠.

여진 : 그거 말고 특임 해체요.

시목 : (여진 본다)

여진 : 성문한테 정보 찔러준 게 검사님이란 거 이창준 쪽에서 어떡해든 알아냈을 거고 그럼 그 불똥이 어디로 튈 진 뻔하잖아요.

시목 : 그렇다고 묻어둘 순 없었어요. 세금 10조가 들어간 사업인데 사기치는 건 막아야 했고

         이왕 그럴 거, 우리도 얻는 게 있어야죠.

여진 : 그래서 성문에 가져가서 뭘 얻었는데요?

시목 : 제보자 정보랑 바꿨습니다.

여진 : 알아냈어요? 누군데요?

시목 : (휴대폰 켜서 문자 보내며) 여학생이 지나가던 사람한테서 부탁받고 보낸 거래요, 학생 신상 갔습니다.

여진 : (문자 확인) 내가 이 학생 만나서 몽타주 따올게요. 부탁한 사람.

시목 : 몽타쥬 프로그램 가져가세요.

여진 : 내가 똑같이 그릴 수 있어요.

시목 : 프로그램 꼭 가져가세요.

여진 : (살짝 흘기는) 이거 말고 더 있어요?

시목 : 제보자는 3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입니다. 이창준과 박무성의 관계를 알고,

         십여 년 전에 한조와 성문 사이에 혼담이 오갔다는 사실,

         그때 혼담이 깨진 걸로 성문사장이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

여진 : 되게 쪼잔하네? 10년도 넘은 일로 아직도 그런다고요, 성문사장이?

시목 : 겉보기엔 전혀 안 그래요, 자존심 때문에 여기저기 티를 내고 다녔을 거 같지도 않고.

여진 : 그런데 누군간 눈치 챈 거잖아요?

시목 : 현재로선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세 명입니다.

여진 : 조건도 셋, 사람도 셋, 누군데요 셋?

시목 : 이윤범, 이창준, 이연재.

여진 : 네? 그 사람들이 왜 제보를 해요? 자기 몸에 칼 꽂긴데?

시목 : (역시 이 부분이 납득 안 되는) ..

여진 : 제보자가 진범이라면서요? (생각하는) 그 셋이 다 동기를 갖고 있긴 한데.. 이윤범도 자기 딸 내외가 걸린 일이니까,

         근데 그 사람들은 가영일 애써 살려줄 인물들이 아니잖아요?

시목 : .... (차 마신다)


여진과 시목, 제보자에 대한 생각에 각각 빠져 있다가,


여진 : 늦었네. (일어나는) 꿈자리 뒤숭숭하면 전화해요.

시목 : (일어나는) 꿈 잘 안 꿉니다.

여진 : 이럴 땐 그런 것도 괜찮네요, 갑니다.


여진 가면 혼자 남은 시목, 거실 불 끄는데 그러고도 잠시 가만 있는다.


여진E : 10년도 넘은 일로 아직도 그런다고요, 성문사장이?

시목 : 혼담 당사자면서 이창준하고 가까운 사람. ..아직 셋뿐이다.

여진E : 그 사람들이 왜 제보를 해요? 자기 몸에 칼 꽂긴데?

시목 : ...


그대로 서서 생각하던 시목, 안방으로 간다.

환했던 안방도 잠시 후 불이 툭 꺼진다. 어둠에 휩싸이는 실내.



15. 은수의 집/은수 방 – 밤


편한 옷차림에 씻느라 머리에 둘렀던 수건 빼며 들어오는 은수, 얼굴은 이미 생각에 깊이 빠져 아무 데나 스르르 앉는다.


Flashback> - 여진의 집 주방.

주스에 젖은 윤과장 어깨 키친타월로 닦는 은수. 젖은 옷 아래로 확실하게 보이는 문신 자국, D T.


여진E : 가영이가 말한 거요, 납치될 때 본 건지 범인하고 관계된 건지,

은수 : ..말이 안 되잖아..


은수, 아무래도 이상하다. 노트에 손 뻗어 빈 페이지 펼친다. 연필통에서 볼펜들 사이 꽂힌 연필을 집어드는 은수...



16. 수석 비서관실/참모실 – 아침


제일 먼저 출근한 동재, 자리에 가방 놓고 창문 블라인드 올리면 햇살 들어온다.

동재, 여유롭게 업무 파일 읽으면서 라디오 켜는데,


라디오E : 지난 밤 전 국민을 들썩이게 했던 한조그룹과 마츠야마그룹의 무기 수입 스캔들에 대해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동재, 읽던 파일 제쳐두고 라디오 볼륨 키운다.



17. 한남동/거실 – 아침


소파에 앉은 윤범, 창준, TV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 자료화면으로 L기업 로고와 마츠야마 기업 사진 나오고, 훈련하는 대한민국 육군 영상 나온다.


앵커E : 정부는 L디펜스 사로부터의 레이더 방어 시스템 도입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으며


윤범, 철회 소식에 이마에 핏줄 선다. tv 꺼버린다.

창준, 말없이 윤범 기색 살피는데.


윤범 : (화 억누르며) 뭐해? 초상났어? 가 식사 해.

창준 : 어떻게 하실 겁니까.

윤범 : 고개 한 번 숙여주면 돼. 뭐 대수라고.


그러나 일어나 안방으로 가는 윤범의 뒷모습이 노엽다.


창준 : (전화한다) ... 총장님 접니다. 도대체 몇 번을 전화하게 하는 겁니까.

윤범 : (멈춰서 쳐다본다)

창준 : 고작 부장들에서 막힌 걸 변명이라고 해요? 물을 막아서 안 되면 물을 터주면 되잖습니까, 물길 내주세요, 흘러가게 하라고!

윤범 : ...

창준 : 지금 불러다 말씀하세요.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는 사람입니다. (바로 끊는. 일어나 윤범에게 가는) 아버님 식사하시죠.

윤범 : (밥 먹을 맛 아닌)

창준 : 가시죠, 하루를 기운차게 시작하셔야죠. (공손히 데려가는)



18. 중앙지검/특임 사무실 – 아침


마찬가지로 TV를 통해 뉴스 보도를 보고 있던 특임 팀원들.

자료화면 - 레이더 돌아가는 장면.


앵커E : 현 사태에 대해 육군본부와 중앙지검 수사부가 공조하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것을 약속했습니다.

계장 : 그렇지, 그래야지.

정본 : 와 이런 일이 다 있네, 막으면 막아지는구나..

여진 : (말없이 시목에게 하이파이브 하자고 손 내밀면)

시목 : (여진 손 보다가 가볍게 치는데)

실무관 : 저거 우리 아니에요??


시목과 여진, TV 보면,

- 특임팀 사진과 함께 ‘유종의 미 거둔 특임’이란 제목이 떴다.


여진 : 유종의 미?



19. 대검찰청/총장실 앞 - 아침


3부장, ‘검찰총장실’ 푯말 보면서 심란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다.


앵커E : 다음 뉴스입니다. 김우균 용산서장을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시켰던 특임 수사팀이

           수사 종료 전날까지 서부지검 1부장 공준식 검사의 뇌물 수수 혐의를 추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3부장, 시계가 정확히 10시가 되자 일어난다. 크게 호흡 한 번.. 총장실로 들어간다.



20. 중앙지검/특임사무실 – 아침


모두 그 자리에 굳어 TV 보는 특임팀 사람들.


앵커E : 수사 효율을 위해 경찰서장은 청문감사실로 이관하고, 공준식 검사는 해당 중앙수사부로 인계해

           조사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검경을 모두 심판했다는 평을 들은 이번 특임은

           앞으로도 공정하고 투명했던 특임팀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장형사 : 아니 뭐 이렇게 해산을 시켜?

계장 : 이것들이 웃으면서 따귀를 날리네?

시목 : (팔짱 낀 채 TV 보다 돌아선다) ... ..



21. 수석 비서관실/참모실 – 아침


동재 : (통화 중) 그러니까 황프로 다시 올 거 아녜요, 이걸로 수사종결인지 지금까지 나온 건 다 털겠다고 하는지.

         (사이) 그러니까 그걸 계장이알아내라고! (끊는) 아 이거 나까진 구속시킨다고 하면 어떡하지?



22. 대검찰청/총장실 앞 – 아침


총장실 문 열리고 3부장 나온다.

고민 가득한 얼굴로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총장실 쳐다보는 3부장, 헛웃음만 짓는다. 자리 뜬다.



23. 한조그룹/브리핑룸 – 낮


기자회견장으로 꾸며져 있는 브리핑 룸.

윤범과 임직원들이 입장한다. 윤범, 너무나 침통해 보인다. 카메라 셔터 세례.

단상 앞에 죄인처럼 선 윤범, 무조건 고개부터 푹 숙인다. 다시 한 번 카메라 셔터음 소리 쏟아지고.

고개 드는 윤범, 사과문을 읽기 시작한다.


윤범 : 먼저,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된 점 너무나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기업인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맹세코, 유크레인 공화국의 L디펜스사가

         마츠야마 기업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저희 한조는 국방부로부터 L기업의 중개를 부탁받았고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계약을 성사시키고자 했습니다만, 일본 기업과 관련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계약을 파기하는 방향으로 선회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심려 끼쳐드린 점은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하여 한조그룹을 대표해서 제가, 국민 여러분에게 사죄드립니다, 송구합니다.


윤범, 단상 앞으로 나오더니 90도로 숙인다. 윤범의 뒤에 도열했던 임직원들 역시 90도로 절한다.

카메라 세례가 끝날 때까지 일어날 기미가 없는 윤범.



24. 중앙지검/특임사무실 복도 – 낮


중앙지검 직원 셋, 특임 사무실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서로 눈치 보다가 결국 한 명이 마지못해 사무실 문 노크하는.


정본 : (문 열고 얼굴만 내민다) 네?..



25. 동/특임 사무실 – 낮


시목을 비롯한 팀원들, 각각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짐 싸고 있다.


정본 : (문 닫고 들어온다)

계장 : 누구에요?

정본 : 정리하게 방 좀 빼달라네요.

장형사 : 야박하네. 발표나기 기다리고 있었나? (하다) 알고 있었나?

실무관 : (짐 다 싼) 인제 진짜 이별이네요?...


시목, 화이트보드 뒤집는다. 그 뒤에 붙어있던 사건 인물 관계도를 처음 보는 사람들, 저런 게 있었어? 하며 보는데

사진 떼고 내용 지우는 시목, 보드를 다시 돌려놓는다.

시목, 떼어낸 사진들까지 넣으면 이제 짐 다 챙겼다. 팀원들 얼굴 한 번씩 보면, 팀원들도 시목을 바라보게 된다.


시목 : 짧은 기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팀원들 향해 90도 인사)


팀원들, 얼결에 90도 절 받고 어, 하는 사이 허리 핀 시목, 짐 들고 나간다.

계장과 실무관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인사 나누면서 나가고, 그 뒤로 윤과장과 정본, 인사하면서 캐리어 끌고 나간다.

마지막으로 장형사와 여진도 나가는데, 여진, 문 닫기 전에 다시 한 번 특임 사무실 바라본다.


장형사 : 가요 경위님.

여진 : 네... (문 닫고 간다)



26. 동/주차장 - 아침


시목, 차에 짐 싣는다. 조금 떨어진 데 계장과 실무관도 트렁크에 짐 싣는 것 보인다.

시목, 차에 타려다 건물 돌아본다. 계장과 실무관도 시목 시선 느끼고 돌아보는데,

정본, 여진, 차례로 짐 들고 나오다 시목 등의 시선 느끼고 건물 돌아본다.

짧지만 소명을 가지고 함께 했던 곳. 잠시 보던 이들, 각자의 길로 헤어진다.



27. 용산서/외경 - 낮



28. 용산서/강력팀 - 낮


여진과 장형사 들어온다. 사무실 끝자락에 있는 3팀 자리로 가는데, 업무 보던 형사들의 시선 모두 여진과 장형사에게 쏠린다.

‘수고 했다’ ‘잘 왔다’ 같은 위로나 격려의 말 일체 없고, 마치 낯선 이들을 보는 듯한 시선들..

3팀 자리에 있던 서형사나 박순경 정도만이 여진과 장형사를 아는 척 한다.


박순경 : (꾸벅 인사하고 짐 받는)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진 :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고추장, 얼굴 좋아졌다? (짐 푸는데)

장형사 : 어? 아예 비운 거예요?

여진 : (그 소리에 돌아보면 김경사 자리 완전히 깨끗이 비워져있다)

서형사 : (대답 대신 공고 게시판 달린 벽을 가리킨다)


공고 게시판에 붙은 공고, <공고 - 피의자에게 가혹 행위를 한 책임을 물어 강력3팀 김수찬 경사를 파면 조치한다.

2017년 4월 27일. 용산경찰서 서장 대행 권혁기>


장형사 :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아직 결론 안 났잖아?

박순경 : 팀장님이 인트라넷에 사죄문을 올리셔갖고, 본인이 김경살 말렸어야 했는데 못 그랬다,

            피해자한테 사죄는 했지만 너무나 큰 죄를 저질렀다고 양심선언을 하셨어요.

서형사 : 양심선언인지 폭탄 돌리긴지.

장형사 : 아니 그래도 바로 파면을 시켜? 감찰 붙은 것도 아닌데?

서형사 : 지금 우리 코가 석자잖아, 위에서 빨리 치운 거 같어.

여진 : ..


Flashback> - 12회. S#5. 무성 집 마루에서 경완에게 무릎 꿇던 팀장.


여진 : 그게 다 이러려고..

장형사 : (한숨이...) 기러기 생활도 끝이네 이젠.

서형사 : 그게 걱정이야. 애를 괜히 외국으로 보낸 게 아닌 거 같던데. 과잉행동 장애랬나, 암튼 문제가 좀 있는 모양이더라고.

여진 : (짐 풀던 손 느려진다. 텅 빈 김경사 책상 다시 보니 더 속상하다) 그래서 팀장님은?

박순경 : 3개월 감봉 처분이요.

여진 : (헛웃음 나오는데 전화 울린다. 발신자 보더니 얼른 받는) 다 받았어? (사이) 지금 가! (뛰어나가는)

장형사 : 어디 가요?!



29. 교통계/모니터실 – 낮


여진, 들어오면서부터 윗도리 벗어 던져놓고 수첩 펼친다.


여진 : 4월 25일 밤 9시 38분. (모니터 보는) 단지 내 영상부터 보자.


오퍼레이터, 시간대 입력하자 여러 대 모니터에 일제히 뜨는 아파트 단지 내 영상.

<영상> 시목의 아파트 공동현관 앞, 주차장, 공원 옆, 지하주차장, 정문 앞 등등이 펼쳐진다.

공동현관 영상에 모습 나타나는 은수, 아파트에서 나오고 있다.

여진, 상체 기울여 자세히 본다.

<영상> 전화하는 은수 옆으로 우산 쓴 남자(우실장. 이하 모두 우산 썼다. 하체만 보인다) 지나간다.

돌아보는 은수, 하늘 향해 손 뻗어보는 모습.

여진, 우실장 나타나는 곳마다 테이블에 펼쳐놓은 아파트 단지도에 X 표시한다.

<영상> - 우실장, 주차장 길 걸어가면 다음, 공원 카메라에 잡힌다. 곧 사라진다.


여진 : 정문.


<영상> - 정문 뜨면 잠시 후 나타난 우실장, 정문으로 나간다.


여진 : (걸음걸이 유심히 보다가) 관제시스템 연결 됐지?

오퍼레이터 : 네. (기기 조작하면)


전체 모니터, 아파트 주변 도로 영상으로 일제히 바뀐다.

<영상> 아파트 앞 도로. 우실장, 차분히 걸어가는 뒷모습. 그런데 곧 없어진다.

영상은 인근 도로 화면으로 구석구석으로 계속 바뀐다. 우실장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여진 : (손만 뻗어 의자 끌어다 앉는, 눈은 계속 바뀌는 수많은 화면을 주시) 어디 갔어...



30. 서부지검/형사부 복도 – 낮


시목, 윤과장, 계장, 실무관, 함께 들어간다. 인사하고 지나가는 검찰 직원들.

은수가 맞은편에서 오는데 생각에 잠겨있느라 이들이 오는 것도 모른다.


실무관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은수 : 어, 컴백하셨네요. (시목 보는데)


시목 뒤에 약간 겹치게 선 윤과장, 스르르 고개 든다.

은수의 눈동자, 시목에서 윤과장으로 옮겨진다.

두 사람, 아무렇지 않게 눈인사 교환하지만 은수의 커다란 눈동자가 흔들리며 금방 딴 데를 향한다.

이를 느끼는 윤과장.

은수,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간다.


계장 : 왜 저러시지?

시목 : (그냥 가는데)


시목 일행을 지나친 은수,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나서 윤과장을 돌아보는데, 이때 윤과장도 돌아본다.

놀란 은수, 급히 제 방으로 들어간다.


시목 : (계장에게 짐 맡긴다) 부장님 뵙고 올게요.

윤과장 : 저도 이쪽으로. (인사하고 간다)

실무관 : 예, 가세요.


시목, 3부장실로 가고 실무관과 계장은 시목 방으로 들어간다.

모두 사라지면 윤과장, 은수 간 쪽 다시 돌아본다..



31. 동/3부장실 – 낮


들어오는 시목, 인사하고 3부장은 자리에 앉아서 본다.


3부장 : 왔냐.

시목 : 죄송합니다. 힘을 실어 주셨는데 지키지 못했습니다.

3부장 : 니가 죄송할 건 아니지. 내가 사과 받을 것도 못 되고. (어딘가 거북해 보이는 듯. 시선을 살짝 피하는 듯도 하고)

          김우균 서장은 청문감사실에서 재조사하기로 했어, 알지?

시목 : 예, 어떻게 처리될 거 같으세요?

3부장 : 글쎄, 그쪽들도 다 한식구라서.. 접대 받은 거야 기정사실이고 관건은 그래서 여자애를 찌르라고 언놈한테 시켰는지,

           박무성도 같은 이유로 처치한 건지 그걸 봐야하는데 감사실에서 과연 거기까지 갈 것이냐..

           근데 말야, 네 방 직원 진술만 읽어봐도 사람 죽일 배짱은 아니잖아?

시목 : 살인범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살인미수는 몰라도.

3부장 : 살인미수는 또 뭐야?

시목 : 목격자가 있습니다.

3부장 : 누구?

시목 : 이창준 수석 부인이요. 이연재 씨.

3부장 : 뭐?.. (일어나는) 야 거까진 가지 말자.

시목 : 서장은 이연재씨를 언급 안 하던가요? cctv에서 봤을 텐데.

3부장 : 전혀.

시목 : 그 입장에서야 그날 일을 아예 없는 걸로 해야 하니까 그렇겠죠. 조서 다시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3부장 : (막고 싶은 손짓) 지금 정도로도 충분해. 잡아넣을 수 있어.

시목 : (3부장을 새삼 쳐다보는) ..다시 올리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3부장 : (골치 아프게 됐다. 찌푸리는)



32. 동/부장실 앞 – 낮


시목 나온다. 잠시 3부장실을 쳐다보는.. 간다.



33. 교통계/모니터실 – 낮


꼼짝도 않고 앉아서 화면 보는 여진, 오퍼레이터마저 지쳐갈 무렵,

다른 화면에 다시 나타나는 우실장!

여진, 몸을 바짝 당긴다. 우실장, 사라지지만 곧 인근 골목에서 다시 모습 드러낸다.


여진 : (지도 가리키며) 이 큰길로 보자.


<영상> 대각선으로 멀리 찍힌 우실장 모습. 화상도 떨어진다. 택시 잡고 있다.

택시 한 대 와서 서면 우실장, 몸 기울여 택시에 올라타고 우산 접는다.


여진 : 멀어. 근처 다른 카메라는?


오퍼레이터, 기기 조작하면 버스정류장, 사거리 교차로 등등 화면 뜬다. 그러나 어디에도 우실장과 택시는 없다.


여진 : (고개 젓는) ...아까 그거 확대 해봐.


오퍼레이터, 우실장이 택시 타던 영상 최대한 확대하지만 화면이 깨지기만 할 뿐 더는 잘 안 보인다.


여진 : 원래 배율로 해서 인쇄해줘.

오퍼레이터 : 옛.



34. 동/시목 검사실 – 낮


계장 : (리스트 파일 들고 집무실 가다 멈춘다. 고민스런, 혼잣말) 하지말까?

         (자리로 돌아오는. 하지만 생각하더니 다시 집무실로 총총 가는데) 아니지, 특임도 끝났는데 뭘 또 싱숭생숭하시게...

         (다시 돌아오는)

실무관 : (커피 마시며 일하면서) 뭔데 그러세요?

계장 : 이거.. 어떡할까요, 박무성이 브로커 노릇 한 업체들인데.

실무관 : 브로커 짓을 많이 했어요?

계장 : 말도 말아요, 이 중에 버스회사 하나는 쇠고랑 차야 마땅한 걸 박무성이 살려놨어, 증차도 불법에 노선 연장도 불법,

         그러고서 지 식구들 임원자리에 앉혀놓고 국고 보조금 나눠먹기 한 건 또 몇 억인 회산데.

실무관 : 그걸 어떻게 살렸는데요?

계장 : 박무성이 버스 사장한테서 돈 받고 담당공무원이랑 연결시켜줘서 계속 버스 굴리게 해줬죠.

실무관 : 아주 안 해먹은 게 없네 그 인간.

계장 : 근데 박무성 하나 뒤진 거뿐인데 팔수록 다 이 모양이니

         이건 박무성이 나쁜 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이 수준인가 싶기도 하고.


시목 검사실로 들어온다. 계장과 실무관 ‘오셨어요’ 등 인사하면,


시목 : 네. (집무실로)

계장 : 그래도 건별로 확인하라고 하신 거니까 (파일 들고 집무실로 가는데)

시목 : (도로 나와서 나간다)

계장 : 나가세요?

시목 : 네. (나간다)

계장 : ... (풀 죽어 책상으로 오면)

실무관 : (계장 파일 뺏어 파일 보관함에 팍 넣어버리곤 손 턴다) 특임이 괜히 쫑났겠어요?

            검사님한테나 우리한테나 더 파서 좋을 거 없어요.

계장 : (빈 손 내려다보다가 그래! 고개 끄덕끄덕)



35. 은수네 아파트 외경 – 낮



36. 은수네 집/거실 – 낮


시목, 현관에 섰다. 안방에서 다리를 좀 끌면서 나오는 일재.


시목 : (인사한다)

일재 : 왜 거 서서 그래. 들어와 앉아.

시목 : (들어오면)

일재 : 안사람이 나가서, 뭘 줄게 없나.. (부엌 쪽으로 몸 돌리는)

시목 : 괜찮습니다. (이미 소파에 와 서서)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앉으시죠.

일재 : ... (앉으며) 이창준이 속이 많이 쓰리겠어, 자기가 봐둔 물건에 발등을 찍혔으니.

시목 : (따라 앉는) 무슨 말씀이신지.

일재 : 전에 창준이가 그런 얘길 한 적 있어. 물건이 하나 나온 거 같은데 중간에 꺾일지 어떨지 지켜봐야겠다고.

         여당 당원명부였던가, 그게? 수원에서 유출돼서 문제가 됐던 게.

시목 : ...

일재 : 위에선 그냥 덮으려는 걸 갓 부임해온 새파란 신출내기가 명부 유출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대드니

         자네 부장이 뒷목 잡을 수밖에. (시목 보고) 그래 자네 얘기야. 막 수습딱지 뗐을 때지 아마?

시목 : 예, 제가 처음 배치됐던 수원지검에서였습니다.

일재 : 자기 밑에서 수습 떼고 나간 황시목이가 첫 부임지에서 부장이랑 맞장 뜬 걸 알고 창준이가 나한테 그랬지.

         중간에 변절만 안 하면 황시목이 그노마, 기대 걸어볼 만 하다고.

시목 : ...

일재 : 근데 그 후배한테 발목을 잡혔네? 무기 수입 막은 거 자네지?

시목 : 아셨습니까?

일재 : (웃는) 성문일보 사장은 여전히 그 모양인가 봐, 덥석 문 거 보면.

시목 : (일재 본다) 성문 사장하고 한조 관계를 알고 계셨군요..

일재 : (회상이라도 하듯) 그놈이 창준일 얼마나 괴롭혔는데.

시목 : (일재 살피는 눈길...)

일재 : 날 찾아온 이유는? 설마 감사 인사라도 들으려고?

시목 : 장관님께서 알고 계신 거, 이젠 제게 주십시오.

일재 : !

시목 : 이윤범이 장관님을 친 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이윤범을 두렵게 했습니까?

일재 :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시목 : 제가 하겠습니다. 주시죠.

일재 : (갈등과 울화가 동시에 일렁이는 내면) ...평생 소명이라고 생각한 일 때문에 가족을 힘들게 했어,

         내 식구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어. 일이고 소명이고 다 사라진 지금까지도.

시목 : 법관에게 정의란 영원한 짝사랑이다, 궁극의 이데아이다, 장관님 아니 교수님께서 연수원 첫날 첫 시간에 하신 말씀입니다.

         그 가르침을 따르게 해주십쇼.

일재 : 정의가 뭘까?

시목 : ....

일재 : 나한테 있어서 정의란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이야. 이 정도 살아보니까 그 이상의 정의는 없더라고.

         (일어난다) 병원 갈 시간이 돼서.

시목 : (따라 일어나며) 다시 오겠습니다.

일재 : (돌아보지 않고) 돌아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37. 동/안방 – 낮


시목E : 다시 오겠습니다. (나가는 소리 들린다)

일재 : (갈등된다. 장롱 서랍을 보는...)



38. 마포구/대로변 – 낮


손에 사진 한 장 든 여진. S#33에 택시 타는 우실장이 멀리서 잡힌 그 사진이다.

사진 들어서 주변과 비교하면, 사진 속 바로 그 장소에 와 있는 여진.

사방 살피던 여진, 편의점에 주목한다. 편의점 안에서 바깥 진열대 향해 달린 cctv.



39. 편의점 – 낮


모니터 들여다보는 여진.

<영상> 우산 쓴 우실장 뒷모습 보이며 섰고 옆에 곧 와서 서는 택시.

우실장, 택시 타면서 우산 접는다. 이때 턱선에서 뺨 정도까지 살짝 얼굴 보이는데, 곧 올라타서 차 안으로 사라진다.

뒷문 닫힐 때 희미하게 보이는 택시회사 이름.



40. 택시회사 - 낮


여진, 택시회사에서 나와 자기 차에 탄다. 택시 회사 빠져나가는 그 위로..


기사E : 기억나요, 비도 안 오는데 뭔 우산인가, 별 미친놈 다 보겠네 했는데.



41. 골목 – 낮


기사E : 신창역 다음 골목에 내려줬던 거 같은데..


골목으로 들어서는 여진 눈앞에 먼지 날리는 공터가 나타난다. 아직 건물을 세우기 전인 공터에 차량이 여러 대 주차돼 있다.

손 허리에 대고 ‘여기였겠네’ 생각으로 바라보는 여진. 둘러보면 어디에도 cctv 없다.



42. 한조그룹/회장실 – 낮


윤범, 일하는 중. 핸드폰 울려 받는다.


윤범 : (기운차게) 수석께서 친히 전화를 다 주시고 왜?



43. 수석비서실 – 낮


전화 중인 창준, 생각보다 활기 있는 윤범 목소리에 순간 당황하는데.


창준 : ...괜찮으십니까?



44. 한조/회장실 – 낮


윤범 : (쿨하게) 사업하다보면 더 한 손해도 있는 거지. 간 쓸개 다 빼놓고하는 게 그게 장사야.

         정치하는 인사들 조변석개야 어제 오늘인가? 자넨 신경 쓰지 말고 국정관리나 잘 하라고. (끊는다)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이던 윤범, 인터폰 누른다. 바로 들어오는 우실장.


우실장 : 예 회장님.

윤범 : W저축은행 송대표 좀 보자고 해. 한성일보랑 같이.

우실장 : 예, 회장님.

윤범 : 작전에 필요한 인물도 하나 수배하고. 박무성이 같은 거 말고.

우실장 :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윤범 : 왜?

우실장 : 황시목 검사가 영일재를 만난 것 같습니다.

윤범 : ...자네 경고가 안 먹힐 때도 있네?

우실장 :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윤범 : 아냐.. 영일재가 아무리 잠자코 숨만 쉬겠다고 맹세했어도 옆에서 황시목이 같은 게 자꾸 들쑤시면

         헛바람 드는 게 인지상정이야. 더 놔두면 안 되겠어. 분명 집안에 뒀을 테니 가서 가져와.

우실장 : 예. (바로 인사하고 나간다)

윤범 : (생각할수록 괘씸한..) 물길 터줘서 될 쌔끼가 아니네...



45. 서부지검/시목 검사실 - 낮


계장 : 저 외근 나갑니다. (문으로 가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문에 고개 드미는 여진.


여진 : 안녕하세요. (들어온다. 서류 봉투 든)

계장 : 한경위님!

실무관 : 어머!!!

여진 : (쑥스러운) 누가 보면 이산가족인 줄 알겠네. 어제 보고 또 보는데.

계장 : (울상) 그러게요, 어제 보고 오늘 보는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을까요?

실무관 : 맨날 얼굴 맞대고 있다 헤어지니까 허전해요.

여진 : 저도요. 방금 전에도 하마터면 중앙지검으로 갈 뻔했다니까요.

계장/실무관 : (웃는)

시목 : (뒤에 들어오며) 왔어요?

여진 : 네. (서류 봉투 들어 보이는)

시목 : (집무실로 가면)

계장 : 말씀하고 가세요 그럼 전, (나가는 길이란 손짓)

여진 : 네! (계장, 실무관에 웃어 보이고 따라 들어간다)



46. 동/시목 집무실 – 오후


테이블에 놓인 우실장 사진 두 장 들여다보는 시목.

한 장은 우산 접고 택시 타기 직전의 모습, 다른 한 장은 그걸 줌인 해서 옆모습을 확대한 사진인데 희미해서 알아보기 힘들다.

(13회 S#39. 편의점 cctv에 찍힌 택시 타는 모습)

시목이 사진 보는 동안 여진은 시목 집무실의 화이트보드 본다.

중앙지검 특임사무실 화이트보드에서 떼온 사진이 여기에 옮겨졌다. (사진만 뭉쳐서 놔둔 상태. 관계도는 다시 그리지 않았다)


시목 : (전화) ...영은수, 지금 내 방으로 올래? (끊고) 전 모르는 사람이네요.

여진 : (서류봉투에서 다른 사진 꺼낸다) 이 사람은요? (몽타주 내미는)

시목 : 여고생 만났습니까? (모자에 안경, 마스크 쓴 몽타주 보는..)

여진 : 얼굴을 가렸단 것만 기억하지 다른 건 하나도 모르겠대요. 이윤범이나 이창준 사진을 보여줬다 해도 기억 못할 눈치였어요.

         이연재야 여자니까 그건 구분하겠지만.

시목 : 제보자 후보가 한 명 더 늘었습니다.

여진 : 누구요?

시목 : 영일재 장관이요. 성문과 한조에 관계, 성문사장이 느끼고 있는 열등감, 다 꿰고 있던데요.

여진 : 조건은.. 제일 맞네요, 제보자일 가능성? 김가영일 일부러 살려뒀다는 가설도 맞죠. 영 장관이라면 개인적 원한은 없으니까.

시목 : (듣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여진 : 방법도 딱이잖아요? 이윤범 쪽을 직접 쳤다간 또 3년 전처럼 될 수있으니까 박무성을 죽여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담에 제보하면.. 특임으로 제일 혜택 본 사람도 영장관이네?

시목 : ..실행력, 결단력.

여진 : (보면)

시목 : 다른 조건은 다 맞지만 그 면에서 너무나 안 맞아요. 살인이란 게 보통의 결심으로 될까요?

         그분은 이론가입니다. 행동하질 않아요, 영장관은 이윤범한테 위협이 될 걸 손에 쥐고도 3년을 앉아만 있었어요.

여진 : 뭘 쥐고 있는데요 영장관이?


노크소리. 은수 들어온다.

얼른 입 다문 여진, 인사한다. 은수도 인사.


시목 : 앉아. (우실장 사진 밀어준다) 어제 우리 집에서 봤단 사람, 기억나?

은수 : (보는...)


Flashback> - 시목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봤던 우산에 얼굴이 완전히 가려진 남자.


은수 : 옷은 비슷한데, 얼굴은 못 봤지만 이 우산 맞는 거 같아요. 맞아요, 이 우산.

         (옆모습 희미한 사진을 뚫어져라 보는) 근데 왜요? 이 사람 진짜 선배 집에서 나온 거 맞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시목 : 아니 아무 일도. (여진에게) 이 사진 파일 지금 저한테 보내주세요.

여진 : (시목 쳐다보지만 아무 말 안하고 휴대폰에서 사진 전송해준다)

시목 : (은수에게) 됐어. 수고했어.

은수 : 무슨 일이 있었으니까 이렇게까지 찾아낸 거잖아요? cctv 같은데?

시목 : 아무 일 없었어. 수상한 사람 같아서 알아본 거뿐이야. 가봐. (방금 여진이 보낸 파일 도착한다. 열어서 확인하는)

은수 : ... (여진 힐끗) 왜 저한텐 아무 얘기 안 해주세요?

시목 : 할 얘기 없으니까.

은수 : ... (일어난다. 여진에게) 또 봬요. (두 사람에게 목례, 나간다)

시목 : (문자 보내느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여진 : 왜 그래요?

시목 : 뭘요.



47.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집무실에서 나오는 은수, 일하던 실무관이 고개 들면 까딱 목례하고 나간다.


실무관 : (유선 전화 울려 받는다) 네, 황시목 검사실입니다. .. 에?!



48. 동/복도 - 낮


시목 방에서 나온 은수, 복도를 어느 정도 가다 멈춰서 돌아본다.


Insert> -방금 전 시목의 집무실로 들어갈 때의 상황.

검사실로 들어온 은수, 집무실 문 노크하려는데 문 안에서 들리는 소리.


시목E : 영장관은 이윤범한테 위협이 될 걸 손에 쥐고도 3년을 앉아만 있었어요.

은수 : ?!


은수가 안 들어가고 문 앞에 서있자 뒤에 실무관이 고개 빼고 쳐다본다.


여진E : 뭘 쥐고 있는데요 영장관이?

은수 : (실무관이 의식되는. 노크하고 들어간다)


은수, 얼굴이 심각해진다. 잠시 생각하다 얼른 간다.



49. 동/시목의 집무실 - 낮


시목 : 한조 쪽 사람이 맞다면 서동재 검사가 봤을 수도 있어요, 파일 보냈으니까 얘기가 있겠죠.

여진 : 영검사님한테 좀 잘 해줘요, 쫌.

시목 : 잘해줍니다?

여진 : (얼씨구?)

실무관 : (노크하고 들어온다) 죄송한데요, 검사님 올라가 보셔야겠는데요?

시목 : 어딜요?

실무관 : 방금 저희 지검 검사장님 발표났대요.

시목 : .. (일어선다)

여진 : (사진 챙겨 일어선다) 가봐요, 얼른.


두 사람, 함께 나간다.



50. 동/승강기 복도 - 낮


시목 방에서 나오는 여진과 시목, 승강기로 온다.


여진 : 오늘 인사이동이 많네.

시목 : 정본이한테 문자 받았습니다. 그쪽 팀장님 얘기.

여진 : (무겁게) 네에. (승강기 올라가는 방향과 내려가는 방향 둘 다 누르는)

시목 : (여진 얼굴 어두워진 것 보고 더 이상 말 않는)


내려가는 승강기가 먼저 온다. 여진, 손 들어보이고 타고 가볍게 목례하는 시목.

여진이 사라지면 곧 시목의 승강기가 온다. 시목, 탄다.



51. 동/승강기 안 - 낮


시목 : (6층 누르는데 전화 온다. 동재다. 받는) 사진 보셨습니까?



52. 수석비서실/참모실 – 낮


문 열어 복도에 사람 없는 것 확인하는 동재. 뒤에 수석실 문도 열렸다. 아무도 없다.


동재 : 그런 걸 띡 보내면 어떡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몰라?

시목F : 아는 사람인가요?

동재 : 몰라. 그보다 (소리 낮춰) 수석님이 눈치 챈 거 같아.

시목F : 뭘요?

동재 : 내가 너랑, (잠깐 생각) 은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거. 날 시험하더라고. 양비서랑 나한테 이중으로 말을 흘려서

         뭐가 새나 보려고 한 거 같아. 니가 너무 대놓고 마츠야마를 터뜨리니까 그렇지, 그거 니가 한 거지?



53. 서부지검/6층 복도 – 낮


승강기에서 내리는 시목. 전화 받으며 복도 따라온다.


동재F : 근데 이 사진은 뭐야? 이 남잔 왜?

시목 : 저희 집에 침입한 사람입니다.

동재F : 너 있을 때? 직접 봤어??


시목, 전화 받으며 가는데 그 뒤 화장실에서 윤과장이 나온다.


시목 : 전 그때 없어서 못 봤고 영은수가 봤습니다.

윤과장 : (시목 보는)

시목 : 영은수가 뒤에서 목격했는데 (하다 인기척 느끼고 돌아보는데)

동재F : 나중에! (뚝 끊기는 전화)

시목 : (전화 내리고, 목례)

윤과장 : 검사장실이요?

시목 : 예. (가는)

윤과장 : (함께 가는)



54. 수석비서실/참모실 – 낮


양비서 들어왔다. 침착하게 자리에 앉는 동재, 하지만 방금 시목이 보낸 사진 본다.


동재 : (사진이 뺨 정도만 나온 옆모습이고 화질이 안 좋은) 이게 누군데...



55. 서부지검/검사장 비서실 – 낮


시목과 윤과장, 들어서면 축하리본 달린 난 화분이 벌써 여러 개 도착했다.

화분 정리하던 비서 인사 받으며 검사실로 향하는 두 사람.

검사장실 문 열린 안으로 이미 부장검사들 와 있는 것 보인다.



56. 동/검사장실 – 낮


시목과 윤과장, 책상 앞으로 가며 검사장 책상 자리에 선 3부장.


시목 : 축하드립니다, 검사장님.

3부장 : 고맙다.

윤과장 : 축하드립니다.

3부장 : (웃으며 악수)


시목, 이미 바뀐 명패 - <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강원철> 본다.

(3부장님 검사장 되셨으니 이하 지문의 호칭은 성함 ‘원철’로 바꾸겠습니다)


원철 : (명패 보는 것 알고) 죽이지?

시목 : ..오늘은 뭐든 기습이네요, 아침부터.

원철 : 기습이라고 다 졸속은 아냐. 니 명패도 오고 있어. (책상에서 나오는)

시목 : 제 게요?

원철 : 부장들끼리 서로 인사하지. (시목 옆에 서서) 서부지검 형사 제3부, 황시목 신임 부장입니다.


부장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 시목 자신도 원철 쳐다본다.


원철 : (아무렇지 않게 먼저 악수하며) 축하해, 황부장.

윤과장 :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자) 축하드립니다, 부장님.


윤과장이 인사하자 다른 부장들도 앞으로 오지만 인사하는 눈들이 우호적이지 않다.


원철 : 이 정도 훈훈했음 됐지? 일합시다. (윤과장, 시목에게) 둘은 남고.

시목/윤과장 : 네.



57. 동/검사장실 복도 – 낮


검사장실에서 나와서 가는 2,4,5부장들.


2부장 : 위는 차장 건너뛰고 바로 검사장, 아랜 부부장 건너뛰고 바로 부장, 뭘 죄다 건너뛰어?

5부장 : 아까 좀 말씀하시죠, 족보가 너무 꼬였잖습니까.

4부장 : 일하는 데 족보가 어딨어, 자기 거나 열심히 하면 되지.


4부장은 그냥 가는데, 2,5부장은 가면서 옆에 있는 차장실을 눈여겨본다.


5부장 : 근데 이렇게 되면 차장자린 우리 셋 중에 하나네요?

2부장 : 셋 중에 하나라니? 우리가 너하고 몇 기수 차인데?


5부장, 왜 안 되냔 식으로 으쓱하고 2부장, 쌍심지 켜고 4부장, 먼저 가버린다.



58. 동/검사장실 – 낮


원철 : 둘 다 수고 많았어. 남에 지검 셋방살이 끝내고 집에 왔다 생각해.

윤과장/시목 : 예.

원철 : (윤과장에게) 니 자리 딴 사람 앉아 있어서 놀랬지?

시목 : (윤과장 보는)

윤과장 : 예, 좀.

원철 : 넌 수사과로 옮기자. 수사과가 나랑 더 직통이잖아, 사건과보다.

윤과장 : 예...

원철 : 좋지? 됐지 그럼? (시목 잠깐 보더니 윤과장에게 됐다는 눈짓)

윤과장 : (목례하는데)

시목 : (전화 온다) 실례합니다. (받는) 예 경위님. (사이) 병원이 왜요?

윤과장 : (나가려다 돌아보는)

여진F : 기자 하나가 병실까지 들어왔대요. 가영엄마가 어떡하냐는데

           전 지금 서장 일로 감사실 호출이 와서요, 장형사도. 검사님 바빠요?

시목 : 저도 지금은 좀 (원철 보는)

원철 : 왜?

윤과장 : 김가영이요? 제가 갈까요?

여진F : 기자는 하나만 알아도 다 아는 건데, 알았어요 내가 어떻게 해볼게요.

시목 : 잠깐만요, 윤과장님 가실 겁니다.

윤과장 : (끄덕인다)

시목 : 예 연락드리죠. (끊는) 김가영 피해자 병실에 기자가 들어왔답니다.

윤과장 : 가서 상황 보고 옮기든가 할게요. (얼른 나가는) 전화할게요!

원철 : 지금껏 막은 게 용타. (일어나 파일 들고 소파로 오며) 생판 모르는 사람도 어디서 뭐 먹었는지 아는 세상에. 와.



59. 동/검사장실 복도 – 낮


윤과장, 걸음은 빨리 하는데 눈동자에 생동감이 별로 없다. 좀 처져 보이기도 하고.



60. 동/검사장실 – 낮


원철 : (소파에 앉으며 테이블 위로 파일 툭 던져준다)

시목 : (와서 앉는. 펼쳐서 읽다 3부장 쳐다본다)

원철 : 10개월, 텍사스 트라비스카운티 지방검찰청으로 시작해서 한 달에 한 지역씩 10개 주야.

         각 연방검찰청, 연방수사국, 마약수사국을 돌게 될 거야. 각 지역 연수기는 매달 메일로 보내. 어마어마하지?

시목 : 왜 어마어마해야 하는데요?

원철 : 다 내려놔. 그냥 나가서 요건 갖춰 돌아와.

시목 : 무엇에 대한 요건을요?

원철 : 그냥 좀 넘어가는 게 없네. (하지만 똑바로 앉는) 총장이 나 검사장 시켜준다 했을 때 내가 뭔 생각이 들었게?..

         이 냥반 겁나 쫄았구나. 어젯밤엔 들이받았지 너넨 해체됐지, 총장실에서 날 오라는데 이번엔 진짜 모가지구나 했거든.

         그런데, (검사장 자리 가리키는) 저걸 준대.

시목 : 독이 든 성배를 잡으셨네요. 전 안 마시겠습니다.

원철 : 무슨 소리야 이게? 승진을 거부하겠단 거야?

시목 : 지금 상황엔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원철 : 싫다고 자리보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냐, 지금. 너 어차피 나가야 돼.

시목 : ..말미를 주시죠. 열흘이 필요합니다.

원철 : 왜 열흘이야?

시목 : 약속한 게 있어서요.

원철 : 무슨 약속.

시목 : 범인 잡기로 약속한 두 달에서 열흘 남았습니다.

원철 : 그걸 아직도, 야 그거 너나 기억하지.

시목 : 제가 기억하니까요. ..범인도 기억할 겁니다.

원찰 : ... 약속 지킬 수 있겠냐.

시목 : 지켜야죠. 열흘 후에 나가겠습니다.

원철 : .. 가. 가서 지켜.

시목 : (일어나 목례하고 나간다)

원철 : ... (왠지 바닥을 보게 되는)


원철, 검사장 자리로 간다. 그 자리를 잠시 막막히 보지만 책상 쓰다듬는 손길엔 애착이 있다.

의자에 다이빙하듯 앉아 보는데, 비서, A4 용지 상자 들고 들어오다 본다. 점잖은 척 하는 원철.



61. 동/시목의 검사실 – 낮


시목 : (들어오며) 실무관님 병원 ...


짐 꾸리느라 다 뒤집힌 방. 실무관과 계장. 이사 준비한다.


계장 : 아이고 우리 형사부장님 오시네!

실무관 : 축하드려요, 부장님!

시목 : 저희 방 안 옮깁니다.

계장 : 네? 3부장실로 가셔야죠?

시목 : 저 부장 아녜요. (여기저기 묶어놓은 보따리들) 푸세요.

계장 : 아니 저기, 게시판에 올라왔고

실무관 : (어리둥절)

시목 : (전화 온다) 예 과장님.

윤과장F : 저 지금 가면서 병원에 연락했는데요, 김가영씨가 없다는데요?

시목 : 없다뇨, 퇴원했어요?

윤과장F : 아뇨, 가영이 엄마가 전활 안 받아서 병원에다 체크해달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가영이 엄마랑 어떤 남자랑 같이 나가는 걸 봤답니다.

시목 : 어떤 남자요?

윤과장F : 그것까진 모르겠다네요, 어떡하죠? 혹시 가영이 어머니 집주소 아세요? 제가 거기로 가볼까요?

시목 : (이미 나갈 준비) 일단 병원으로 가세요. (끊고. 파일 찾는) 김가영 파일 어딨습니까?

실무관 : 그게,

계장 : 이게 어디로 들어갔나?

시목 : (여기저기 뒤지는데 전화 온다. 영은수다. 받지만 손은 파일 찾느라 바쁜, 하여 나오는 첫 마디가) 왜.

은수F : 선배님 지금 시간 되세요?

시목 : 급한 거야? (파일 찾았다. 빨리 넘겨 김가영 집 전화번호 확인하는)

은수F : 잠깐 뵀으면 해서

시목 : 내가 다시 할게. (끊고 바로 나간다) 저 늦습니다.

계장 : 네.. (시목 나간 뒤로) 무슨 일이래? 취소됐나?

실무관 : 뭐가 다 줬다 뺏어?....



62. 동/복도 – 낮


방금 본 가영네 번호 누르며 가는 시목, 안 받는다. 계속되는 신호음. 빨라지는 걸음.



63. 동/지하 주차장 - 낮


시목, 차에 타는데 문자 온다. 확인하면,


윤과장E : 병원 근처엔 없습니다. 갈 만한 데를 찾을게요.

시목 : (벨트 메고 바로 시동 켠다)



64. 가영母의 집 골목/대문 앞 – 낮


시목 : (대문 벨 누르다가 두드린다) 계십니까? 김가영씨 어머님 계세요? (담 넘어 집안을 들여다봐도 아무 움직임 없다)


시목, 다시 대문 두드리는데 여진에게 전화 온다.


시목 : (받는) 경위님 병원에서 어떤 남자가

여진F : (O.L) 검사님 저 지금.. 갈월동 가요.

시목 : (갈월동 소리 듣는 순간 예감 안 좋은) 갈월동이요?



65. 용산서/복도 – 낮


여진 앞에 가는 강력팀 형사들. 팀장, 장형사, 서형사, 박순경 모두 가는데 전부 말 없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여진 : (전화하느라 뒤에서 가는) 방금 변사체 신고가 들어왔어요.

시목F : 혹시 수월 초등학교 뒤입니까.

여진 : 예 재원빌라요. 가영이 살던 집.



66. 가영母의 집 골목/대문 앞 – 낮


여진F : 그 집에서 젊은 여자 시신이 발견됐데요.

시목 : ... ...



67. 가영의 집/다세대주택 앞 – 낮


경찰차 여러 대 와 있다. 빌라 입구엔 동네사람들 몇 명 몰려있다.

‘죽었나봐. 어떡해..’ ‘젊은 여자라며, 쯧쯧’ ‘이게 무슨 일이야...’ 혀를 차는 동네 사람들 뒤로 시목의 차가 와 선다.

시목 내려서 경찰들에게 신분증 보이며 안으로 들어가고..



68. 동/계단 – 낮


계단 내려가는 시목. 반지하방 문 열렸고 폴리스라인 쳐졌다. 안에 경찰들 보인다.

시목, 안으로 들어간다.



69. 동/마루 – 낮


시목 들어서면, 감식반이 벌써 와서 사진 찍고 현장 조사 중이다.

수첩 들고 있는 박순경 앞에서 놀라서 울고 있는 방주인.

마루 한구석엔 손이며 옷에 피가 많이 묻은 윤과장이 넋을 놓고 앉았다.

윤과장은 장형사가 달래고 있는데, 정작 장형사 본인도 얼굴이 흙빛이다.

시목, 윤과장을 보지만 방으로 시선 돌리면, 방에 모인 팀장과 여진, 방바닥에 여자 시신이 그들 사이로 얼핏 보인다.

이미 많이 진행됐는지 감식반이 카메라를 거두고 흰 천으로 시신의 몸을 덮고 있다.



70. 동/방 – 낮


시목 들어온다. 돌아보는 여진, 장형사보다 훨씬 충격 받은 얼굴이다.

시목, 시신을 보면 방바닥에 옆으로 누운 상태로 몸을 문 반대쪽으로 하고 있어 시목 쪽에선 아직 얼굴이 안 보이지만

검고 긴 머리의 여자라는 건 알 수 있다. 주위에 이미 피가 많이 고였다.

시목, 시신의 머리 쪽으로 삥 돌아 시신 얼굴이 향한 쪽으로 발길 옮기는데,

여진, 마치 말리려는 듯 손을 내밀지만 미약한.

시목이 아직 시신 쪽으로 완전히 돌아가기도 전에 눈에 띄는 건, 들어오면서 봤을 땐 시신에 가려져 안 보였던 장미문양 칼이다.

장미문양 칼이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 속에 들어있다.

흉기 사진을 찍은 감식반이 조심스레 들어 증거품으로 확보하는 걸 지켜보던 시목, 시체로 눈길을 돌리는데, 은수다.

그대로 멈춰서는 시목.

시체, 은수다.... .... ..

<13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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