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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2,312 목록 댓글 0

[비밀의 숲] 14











1. 은수 집/거실 – 낮


장 봐온 것 주렁주렁 들고 들어오는 은수모와 일재, 무겁고 힘들지만 행복해 뵌다.


은수母 : (식탁 위에 비닐봉지들 내려놓고) 고생했어요, 운 좋게 딱 만났네.

일재 : 고생은. (봉지에서 북어포 꺼내며) 은수가 또 강정 만들어 달래?

은수母 : 그거 먹고 싶다고 며칠 전부터 그러는 걸 귓등으로만 들었네. 자식이라고 하나 있는 걸.

일재 : 꼭 손 많이 가는 것만. (하면서도 불편한 다리 움직여 바가지 꺼낸다)

은수母 : 올해 우리가 운수가 좋은가 봐요, 당신 일도 풀리고. 아이고.. (장보느라 지친 몸 의자에 앉히며)

            인제 은수만 잘 되면 되는데.

일재 : (바가지에 물 받아 북어포를 물에 담근다) 걔야 잘 하잖아요.

은수母 : 짝을 만나야죠, 걔 좋은 짝만 지어주면 내 아무 여한이 없겠는데.

일재 : ... 짝은 무슨, 요즘 세상에.

은수母 : 어머나 아까운가보네? (웃는) 누가 딸바보 아니랄까봐?

일재 : 그런 말도 알아요?


서로 보고 웃는 노부부. 딸 얘기에 행복해서 웃는 은수母, 선한 그 미소 환해지는데,



2. 가영의 집/반지하방 – 밤


피 웅덩이에 머리를 누이고 싸늘하게 식은 은수 얼굴 C.U.

감식반, 마지막 사진 찍고 얼굴을 천으로 덮는다.

이 모습을 한쪽에서 지켜보던 시목, 시체에서 주변으로 시선 돌린다.

‘지문 채취 끝났어?’ ‘거기 혈흔 밟을라, 조심해!’ 등등, 가뜩이나 좁은 집안이 감식반과 경찰들로 북적이며 중구난방 정신없다.

문 밖 마루에선 윤과장, 넋이 나간 채로 장형사에게 목격 상황 진술하는 게 보인다.


윤과장 : 혹시 가영이가 여기 있나 해서 왔는데,


윤과장 말에 마루 쪽 윤과장을 보는 시목.

cut to. 마루


윤과장 : 근데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가는데.. 방주인이랑 마주 쳤는데, 계단에서,

            그 땐 누군지 몰랐으니까 그냥 가는데 아래서, 비명이 들려서 들어와 보니까..

장형사 : (듣는 것도 힘들다)


화장실 문 앞엔 여진이 서서 안을 살피고 있다. 좁다란 화장실에 감식반들이 들어차 있어서 안이 잘 안 보인다.

cut to. 방.

팀장, 지퍼 백에 장미문양 칼 넣는다.


팀장 : 범행 도구를 봐선 동일범 같은데..

시목 : (방바닥과 벽 아래쪽으로 많이 튄 핏자국 본다) ... 피해자 유류품은 없습니까?

팀장 : (너무 침착하게 묻자 잠시 쳐다보지만) 없네요, 가방도 전화랑도 다.


방 안으로 응급 대원 두 명 들어온다. 은수를 들것에 싣는다.

시목, 들것을 따라 나간다.

cut to. 마루로 나오는 들것과 시목.

바삐 움직이던 현장 사람들. 특히 윤과장, 여진, 장형사, 하던 일 멈추고 실려 나가는 은수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시목 : (여진에게) 영검사는 교통카드로 늘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카드 승하차 기록 조회해서 동선 체크해주세요.

여진 : 부검을 가게요?


응급대원들, 들것 들고 밖으로 나가면 시목도 곧바로 따라 나가면서,


시목 : 김가영씨 소재도 파악하셔야 됩니다. (여진이 더 말 붙일 새도 없이 나가버린다)

장형사 : 어떻게 저러지, 나도 속이 이런데..

팀장 : (나와서 보다) 동료 맞아? 단번에 피해자라고 부르는데?

여진 : ... (윤과장 보면)

윤과장 : (피를 묻히고 구겨져 앉은)



3. 동/계단 – 밤


박순경과 감식반 직원, 맨 아래 계단에 떨어진 혈흔 살피고 있다.

응급대원들, 들것 갖고 집에서 나오고 시목은 그 뒤를 따르는데,


박순경 : 혈흔 있으니까 밟지 마세요!

시목 : (들것 따라가며 보면)

박순경 : (감식반에게 묻는) 이건 물에 희석 됐네요, 씻고 나서 흘린 걸까요?

시목 : (잠시 계단 혈흔 돌아보지만 이내 응급대원들 따라간다)



4. 집 앞/골목 – 밤


시목, 응급차에 실리는 은수 시신 확인하고 근처에 주차된 자기 차에 탄다.

골목에선 덜덜 떨면서 우는 방주인 아가씨를 서형사가 달래고 있다.


서형사 : 울지 말고 말해보세요, 집에 들어올 때 뭐 본 거 있어요?



5. 길+시목 차 안 – 밤


응급차가 가는 앞만 보고 가는 시목, 표정은 변화 없는 거 같지만...

시목 차의 바퀴, 차선을 점점 넘어간다. 뒤에서 빵! 경적 울린다.

시목 차량, 사이드 미러가 점등되고 비프음 울리면서 원래 차선으로 돌아온다.

그때서야 차선 넘을 뻔한 걸 깨닫는 시목, 심호흡하고 간다.



6. 가영의 집/화장실+마루+방 – 밤


감식반1, 카메라에 혈흔 감식 렌즈 씌우면, 화장실 타일과 바닥이 푸른 형광색으로 빛나면서

세면대와 바닥에 하얀빛 나는 자국들이 흐르듯이 나타난다. 벽에 튄 자국도 있고.

감식반1의 시야(푸른 형광빛)로 화장실 밖으로 나가보는데,

은수가 쓰러졌던 바닥에는 하얀 빛이 큰 점처럼 번져 있고, 현관문 쪽에는 점 형태로 하나씩 뚝 뚝 떨어져 있다.

‘아까 계단 쪽에도 있다던데’ 팀장의 말에 문을 열고 나가보면,



7. 동/계단 – 밤


아주 희미한 하얀빛들이 미약하나마 아래쪽 계단 두어 개에서 빛나다가, 몇 계단 위로 올라가면 완전히 종적을 감춘다.

감식반1, 카메라에서 눈을 떼면 다시 원래 색으로 돌아오는 주변.

감식반, 입구 쪽부터 혈흔 촬영하기 시작하고 이를 보는 팀장과 여진.


여진 : (신경 곤두선 것 잔뜩 누르고) 좀 이상하지 않아요?

팀장 : 되게 급했나봐 이번엔. 아니면 (하는데)


반지하방에서 윤과장 나온다. 계단 난간 잡고 천천히 올라간다.


팀장 : (난간에 손댄 윤과장 흘기는) 거 그만 좀 만져요!

장형사 : (뒤에서 나와 하지 말라고 팀장을 팔꿈치로 찌르는) 왜 그러세요, 가뜩이나 충격 받은 사람.

여진 : 과장님 바래다드릴까요?

윤과장 : 아뇨. ..죄송합니다. (난간에서 손 떼고 간다)

팀장 : 아주 충신들 났네. 니들은 이상하지도 않냐? 검찰에서 일한단 사람이 시신에 손을 대고?

장형사 : 얼마나 놀랬겠어요, 팀장님은 내가 죽어 누웠음 안 그러겠어요?

팀장 : (마땅찮아 보면)

장형사 : 김가영이 갈만한 델 찾다가 여기 생각이 났대요, 없는 거 같아서 가려다가 방주인을 만났는데,

            근데 방주인이 집에 들어가고 바로 비명 소리가 나서 들어왔대요. 방주인 진술하고도 일치해요.

여진 : (아무래도 윤과장이 마음에 쓰여 올라가본다)

팀장 : ...현장 다 망쳐놓고 지랄이야, 씨. (상황이 답답하다) 아 이 죽일 놈 어떻게 잡지..



8. 동/입구 – 밤


충격 받은 윤과장, 골목길로 사라져가는.

빌라에서 나온 여진, 안타까운 마음에 윤과장 뒤를 길게 본다.



9. 국과수/복도 – 밤


복도 의자에 등을 굽히고 앉은 시목. 무거운 침묵 흐르는 복도에 부검실 열리는 소리.


부검의E : 준비 됐습니다.

시목 : ... (일어나는. 부검실로 간다)



10. 동/부검실 – 밤


하얀 천으로 가려진 은수의 시신, 딱딱한 부검대에 올려져있다.


부검의 : (장갑 끼며 오면서) 동료분이셨다면서 괜찮으시겠어요?

시목 : 시작하시죠.

부검의 : 예. (하얀 천 드는)



11. 동/화장실 – 밤


세면대에서 떨어지는 물.

시목, 물 잠근다. 고개 들다가 거울 속 자신을 본다.

젖은 손을 그대로 들고 섰다가... 종이 뽑아 손 닦고 종이를 던지듯 버리고 나간다.



12. 동/복도 - 밤


화장실에서 나오는 시목, 형광등 불빛마저 생기 없는 복도를 따라 나오는데 마치 전류 흐르는 소리처럼 지잉, 시작되는 소리.

시목, 멈춘다. 또 다시 이명의 습격이다. 소리 커진다.

귀를,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하는 시목, 속수무책이다.


시목E : 안 돼..


하지만 더 커지는 소리, 철조각으로 긁는 소리에다 치과 기계 소리 같은 게 뒤섞여 관자놀이를 쪼갤 듯 울려댄다.


시목E : (바닥에 내려앉는) 지금은.. 제발...


시목, 바닥에 주저앉는다. 차가운 복도 바닥에서 홀로 아파하는 시목.

복도 끝에서 그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그 모습 위로 울린다.



13. 용산경찰서/수사본부 – 밤


팀장, 여진, 장형사 등 형사들, 중앙 테이블에 각종 자료 펼쳐놓고 둘러섰다.


팀장 : 현장 상황.

장형사 : 최초 발견자는 김가영이 살던 방에 새로 세든 방주인이고, 발견 당시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로 보이고요.


Insert> - 반지하방.

은수가 쓰러졌고 불 켜지면서 방주인 들어오다 은수 보고 비명 지르며 튀어나가는 것이 은수 너머로 보인다.


장형사 : 피해자는 복부와 목을 칼에 찔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후두부에 타박상이 있습니다.

            (사건현장의 벽 사진을 테이블에 놓으며)


Flashback> - 사건현장에 피가 튄 벽. 복부, 목, 찔린 자리.


팀장 : 후두부 상처는 김가영하고 비슷한데,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킨 상태에서 찔렀나?

장형사 : 후두부 함몰 정도로 봐서 찔릴 때 의식은 없었을 거 같습니다. 의식이 있어서 반항을 했다면

            피가 더 다양한 형태로 튀었을 거고요. 이건 (은수 현장에 있던 칼 사진 든다)


Flashback> - 영은수 사건현장에 칼. 박무성 옆에 칼. 김가영 때 욕조 안의 칼.


장형사 : 앞선 박무성 살인사건, 김가영 상해사건과 동일한 문양의 식칼입니다.

팀장 : 연쇄성은?

장형사 : 흉기에 일관성, 그리고 장소 선택이요. 김가영을 먼저 죽은 박무성집에 뒀고,

            이번 영은수 검사도 직전 피해자인 김가영 집에서..

여진 : 그치만 먼젓번들하고 뒤처리가 너무 달라요. 피가 사방으로 지저분하게 튀었고

         화장실에서도 피해자 혈흔이 다수 검출됐어요.


Flashback> - 혈흔 감식 렌즈로 본 현장 화장실.

푸른 형광색 타일, 세면대에하얗게 빛나는 자국들.


여진 : 화장실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혈흔은 물이랑 섞였어요. 범인이 화장실에서 몸에 묻은 피를 씻고 나가다 흘린 거겠죠.

서형사 : 화장실 수건엔 혈흔이 안 나왔거든요? 그니까 핏자국을 물로 씻고서 수건은 안 썼다면 몸에서 물이 떨어질 순 있었겠죠.

여진 : 연쇄로 하기엔 이번은 너무.. 다르지 않나요?

팀장 : ... 부검은?

여진 : (부검지 보며) 머리에 타박상은 결정적 사망원인은 아닌 걸로 보이고 그 외 반항 흔적 없고요.

         사인은 경동맥 절단에 의한 과다출혈, 사망시간은 부검시간 기점으로 네다섯 시간 전으로 추정됩니다.

서형사 : 그럼 5시에서 7시쯤요?

여진 : 예.


문 열리는 소리. 모두 돌아보면 박순경, 복사한 서류 갖고 들어온다.


박순경 : 피해자 교통카드 조회 결괍니다. (중앙 테이블에 놓는) 계속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했습니다.

팀장 : (복사 서류 보며) 특이사항은 사건 당일하고 그 전날뿐이네. 나머지는 다 지검에서 집, 집에서 지검만 왔다갔다.

여진 : 사건 하루 전날 동선은 황시목 검사 집에서 저희 집으로 왔다가 귀가한 겁니다.

         지검에서 황검사 집까진 걸어서 이동했을 거고요.

팀장 : 피해자가 왜 황검사 네도 갔다가 너네 집에도 갔다가 했는데?

여진 : 영검사는 그날 황검사한테 우편물을 가져다주러 갔었고, 그날 저희집에서 특임팀 회식을 해서 제가 불렀어요.

         그보다 여기서 주목할 건 (화이트보드로 가서 편의점 cctv에서 뽑은 우실장 사진 붙인다)

장형사 : (옥탑방에서 모일 때 은수 생각이 나는)


Flashback> - 12회 S#51.

장형사가 대문 앞에서 만났던 은수.

은수 손에 술 봉지를 들어주려던 장형사, 괜찮다고 하던 은수.


장형사 : (속이 아리다)

여진 : 그날 영은수 검사는 황시목 검사 집에 몰래 침입했던 (사진 가리키며) 이 자를 목격했습니다.

팀장 : 누구야 저게?

여진 :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에 이 남자가 영검사를 해친 범인이라면

         어쩜 영검사가 자기 얼굴을 봤다고 오해할 수도 있겠죠.

팀장 : 검사 집에는 왜 침입을 해? 뭘 훔쳤나?

장형사 : 훔친 건 없었어요. 일종의 경고죠. (목 긋는 모션)

여진 : 무기 수입을 막은 게 황검사거든요.

모두 : (응? 뭔 소리야? 등 술렁이는)

팀장 : 그럼 그 일을 특임에서 했다는 거야?

여진 : 네.

서형사 : 그럼 한조나 더반 그룹, 아니면 뭐 국방부에서 경고했다는 거예요?

팀장 : 입 조심해, (다른 형사들에게도) 함부로 추측들 하지 마. (박순경이 가져온 복사본 보며) 사건 당일 마지막 동선에,

         택시기록이 있네. 오후 4시 47분에 행당동에서 하차. 이게 마지막.

박순경 : 행당동이 피해자 집입니다.

서형사 : 집 근처서 사고 당하고 유기됐나?

여진 : 집 근처에서 납치된 거겠죠.

모두 : (잠깐의 정적)

팀장 : 현직 검사가 살해됐어. 모방이든 연쇄든 이 파장이 어떨진 내가 설명 안 해도 알지들?... 동트기 전에 뭐든 가져와!

모두 : 옛! (서류 챙기거나 급히 나가거나, 검거를 위해 흩어진다)



14. 서부지검/은수 검사실 – 밤


문 열리면 복도 불빛이 긴 그림자와 함께 검사실 안으로 스며든다.

주인 잃은 썰렁한 검사실.

여진이 불 켠다. 남다른 눈길로 돌아보는. 그 뒤로 팀장과 박순경 들어온다.

cut to. 샅샅이 조사하는 형사들. 박순경, 은수 컴퓨터 보고 있고.

팀장, 여진 서류들 들쳐보고 있으면 노크소리 들린다. 고개 드는 경찰들.

열린 문에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선 원철, 집에서 연락받고 와 사복 차림이다.

팀장, 얼른 자세 바로하고 꾸벅 인사한다. 여진도 바로 서고.

누구지? 쳐다보던 박순경도 팀장 동작에 벌떡 일어난다.


원철 : 수고들 많으십니다.

팀장 : 검사장님 되시자마자 이런 일을 겪으셔서...

원철 :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그럼. (목례하고 여진에게) 잠깐만요.

여진 : (나간다)



15. 동/복도 – 밤


여진 : (복도로 나오면)

원철 : 황시목 검사 못 봤어요?

여진 : 현장에서 부검실로 바로 갔는데요.

원철 : 부검 끝난 게 언젠데 왜 전화를 안 받지?

여진 : 제가 지금 해보겠습니다. (핸드폰 꺼내 전화 거는)

원철 : (시목 검사실로 가 문 당겨보지만 잠겨있다. 여진 돌아보는데)

여진 : (통화 연결음만 계속 되는)

원철 : (안 받아요? 의미로 묻듯이 고개 흔들어 보이는)

여진 : (끄고) 안 받는데요.

원철 : (이상하네...) 알았어요. (간다)

여진 : ... (은수 검사실 안에 얼굴만 디밀고) 저 부검실 좀 갔다 올게요!


팀장, 뭐? 고개 들면 여진 이미 없다.



16. 종합병원/응급실 입구 – 밤


어수선한 응급실. 침상에 시목이 누웠는데, 여진이 뛰어 들어와 시목을 찾다가 침상 발견하고 다가온다.

여진, 밀랍인형처럼 누운 시목 모습에 가슴이 철렁한다.


여진 : 이런 모습은 제발 그만 봤으면... (응급실 둘러보다 의사에게 간다)

의사E : 뇌섬엽 수술 병력이 있던데 모르셨어요?



17. 동/응급실 내 진찰코너 - 밤


보드에 꽂힌 시목의 뇌 CT 필름 보는 의사와 여진.


여진 : 뇌섬엽이요?

의사 : 감정을 활성화시키는 부윈데 쉽게 말하면 사람을 사람답게 보이게 하는 데죠.

         뭘 원하게 된다거나 뭐가 좋고 싫고 이런 걸 관장하니까.

여진 : 그래서 뇌섬엽을 어떻게 한 건데요?

의사 : 일정 부분을 제거한 거 같은데 아마 통증 때문이었을 거예요.

         뇌섬엽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외부자극을 못 견디는 경우가 있거든요.

여진 : 그럼 지금 쓰러진 건 혹시 재발이나..

의사 : 아뇨. 그건 아니고 뇌섬엽 제거술은 음.. 사람이 매사 감동이 없어 뵈거나 성격변화 같은 정서적 후유증이 나타나요.

         반대급부로 통증에 눌렸던 뇌섬엽이 제대로 활성화되면서 인지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질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경우도 일종의 후유증 같은데 최근에 무슨 극심한 스트레스 받은 거 있어요?

여진 : ...



18. 동/응급실 – 밤


잠든 시목을 내려다보는 여진.


의사E : 사람이 감정이 없을 순 없죠, 다만 표출이 안 되니까 자기도 모르게 계속 안에 쌓이기만 하다가

           이런 식으로 한 번씩 터지는 거죠.

여진 : (안쓰럽고 안타까운.. 시트 잘 덮어주고 자리 뜬다. 간호사에게) 이분 깨어나시면 연락 좀 꼭 주세요. (돌아보며 자리 뜨는)


홀로 남은 시목. 점점 깊어가는 밤.



19. 주차장/동재 차 안 – 아침


동재, 말을 잃은 채 앉았다. 뒤로 기대는 동재, 가슴이 먹먹해 눈 감아버린다.


Flashback> - 8회 S#38. 가영의 집 인근 모퉁이 길에서

동재에게 목이 졸렸던 은수가 기침하고 괴로워하자 괜찮아? 묻던 동재.


동재 : 바보 같은 게.. (미안하고 후회되고 괴로운... 이 와중에 문자 온다)

비서E : 수석님께서 찾으십니다.

동재 : ... (문자 보면서 떠올리는 생각은..)


Flashback> - 12회 S#22. 창준 사진을 가영에게 보여주던 은수. 그 위로,


시목E : 전에 모시던 분을 살인범으로 의심하셨죠. 그분을 다시 모시게 됐는데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동재 : (결의에 차는 표정..) 이젠 궁금한 게 문제가 아니지. (차에서 내린다)



20. 서부지검/윤과장 사무실 – 낮


책상에 웅크리고 뭔가 쓰는 윤과장, 볼펜 내려놓고 쓴 것을 봉투에 넣는다.

봉투 윗부분 접고 뒤집으면 겉면에 쓰인 글자 - ‘사직서’.



21. 시목의 검사실 (시목의 꿈)


좀 약해졌지만 아직 이명 울린다.

검사실 벽에 원랜 없던 뻐꾸기 시계가 뻐꾹! 하면서 카메라 앞까지 튀어 나오는데,

뒤틀리고 눈도 이상하게 붙은 공포스런 뻐꾸기다.

어린 아이의 비명이 울리고 피아노 소리가 쿵쾅대더니 돌연 장소가 바뀌어 가영의 반지하방이다.

여기 어린 시목(프롤로그의 나이)이 있다. 마루 한가운데 마스크로 얼굴 가린 환자복 차림의 여자가 휠체어에 놓여있다.

어린 시목, 떨면서도 여자의 마스크 벗겨보면 피 흘리는 은수가 고개 푹 떨어뜨린다.

어린 시목, 비명 지른다. 비명이 커졌다 점차 작아짐에 따라 이명도 사그라들면서...



22. 병원/응급실 - 낮


...시목, 눈 뜬다. C.U. 아직 어지러운데.. 곧 병원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누운 채 고개 돌리면 주위의 침상들. 병원 응급실 풍경. ... ..

상체 일으킨다. 본인 상태를 보면 연결된 링거 줄, 구겨져버린 셔츠.

일어나려 다리를 침상 아래로 내리는데 잠시 눈앞이 어질하다. 하지만 일어선다.

링거줄 떼버리고 침상 머리에 걸쳐놓은 재킷 잡아채 응급실 나간다.



23. 시목의 아파트/거실 - 낮


주인 없이 하룻밤이 지난 거실.

시목 들어선다. 육신은 피곤하고 헝클어졌는데 정신의 신경줄은 올올이 곤두선 상태.



24. 동/안방 - 낮


시목, 안방 들어서면서 넥타이부터 풀어 던져버린다. 구겨져버린 셔츠도 풀면서 장롱 열고 새 재킷에 손 뻗는데,

그 밑에 언제부턴가 쌓여있던 스웨터.

스웨터에 시선이 떨어진 시목, 재킷을 향해 뻗은 손 내려지고...

스웨터 꺼내면 개어놓은 게 풀리면서 은수가 늘려놓은 한쪽 팔이 툭 떨어진다.

장롱 안엔 새 스웨터가 한 번도 손길 못 받은 증표처럼 여전히 태그를 달고 있고.

(은수가 시목에게 선물했던 음악 - 김광진 ‘편지’가 가사 있는 노래로 흐른다. *더 좋은 음악으로 선곡하셨으면 그걸로 해주세요)

시목, 은수가 돌려준 스웨터를 멍하니 잡고 섰는데 눈앞이 부예진다. 눈물이 맺히면서 시야가 흐려진 것.


Flashback> - 1회. 강진섭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를 내놓고 기뻐하던 은수를 냉정히돌아서던 시목.

Flashback> - 10회. 트럭에 올라탔던 은수를 붙잡고 큰소리 지르던 시목.


눈물이 올라오는 시목, 그대로 스웨터를 잡고 선...


Flashback> - 8회 S#40. 시목 앞에서, 동재에게 목 졸린 상처가 선명한 목을 마치 제 잘못인 양 가리던 은수.

Flashback> - 3회 S#2. 손님 없는 뒷골목 밤의 포장마차에 혼자 앉아있던 은수의 옆모습. 그리고 그걸 그냥 지나가버리던 시목.

Flashback> - 여진의 옥탑방에서 시목을 보며 마지막으로 환히 웃던 은수.


스웨터를 잡은 손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

눈물이 익숙지 않아 숨을 몰아쉬듯 토해내는 시목. 그렇게 그대로 선...



25. 서부지검 건물 입구 앞/계단 – 낮


십여 명의 검사들이 대화 한 마디 없이 높다란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선두 열에 있는 원철의 얼굴엔 분통함이 가득하다.



26. 장례식장/외경 – 낮


살해된 젊은 검사. 거기다 이젠 오명을 씻은 前장관의 유일혈육이자 3번째 희생자다.

엄숙함을 넘어 보이지 않는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다.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쟁쟁한 법조인 조문객들의 따가운 시선에,

카메라 든 기자들, 평소와는 다르게 들었던 카메라를 스르르 내리기도...



27. 동/분향소 – 낮


은수의 영정 앞에서 여진, 실무관, 계장, 장형사, 정본 조문하고 있다.

특임팀원들, 상주와 맞절하는데 은수母는 울고 넋 나간 일재는 반응이 없다.

cut to. 일재의 시선으로 본, 흔들리는 화면.

수없이 오가는 제자들, 옛 동료들, 은수의 지인 등등의 조문객이 향을 꽂고 헌화를 하는 모든 움직임이

한낮 바람처럼 멍하게 느껴진다.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걸어봤자 윙윙거릴 뿐 들리지도 않고 대꾸할 마음도 없는.

그렇게 어지러운 풍경에서 국화로 치장한 틈바구니 속 은수의 사진에 멈추는 시선.

그 사진 위로 멀리서 부르는 것처럼 아득히, 일재가 ‘은수야...’ 부르는 소리 울린다.



28. 동/입구 인근 – 낮


벽 같은데 나란히 기대서 캔 음료 마시는 정본과 장형사.


정본 : 윤과장님은 언제 오시려나.. 연락도 안 되고.

장형사 : (지나다니는 조문객들 보며) 회사 사람들이랑 오겠죠.

정본 : .... ..이런 일도 자주 겪으면.. 무뎌지고 그래요?

장형사 : ..그런 줄 알았네요. 나도 내가 그렇게 된 줄 알았어요.

정본 : ...

장형사 : 사실 김형도 그렇고 나도 영검사 잘은 모르잖아요. 근데 그저께먼 해도 우리 다 같이 있었는데, 술 마시면서

            근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것도 우리가 쫓던 놈, 못 잡은 놈한테.. 부모들은 왜 저렇게 비쩍 꼬른 거야, 젠장..

정본 : 범인 잡아도 이 상처는 못 지우겠죠?...


착잡한 두 사람, 이젠 말없이 음료수만 마시는데 각종 차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보면, 그 안에서 원철을 포함한 서부지검 검사들이 대거 내린다.



29. 동/분향소 – 낮


원철이 대표로 향 피우면 뒤에서 동시에 절하는 검사들.

지팡이에 의지해 서 있는 일재나, 반 실신 상태의 은수母에겐 이들도 무의미하다.

조문 마친 원철, 지팡이 짚은 일재가 맞절 못하도록 먼저 잡고 그냥 계시라 한 뒤, 서있는 일재 앞에 엎드려 절한다.



30. 동/복도 – 밤


원철, 오랜만에 조우한 선후배 검사들과 간단히 인사하고 악수 나누는데,

복도 끝에서 시목이 온다.

매스컴에 올랐던 시목을 알아보는 몇몇 웅성대지만,

검은 양복, 검은 넥타이의 시목, 주위 아무 것도 듣지도 보지도 않는다.


원철 : 어딨었냐.

시목 : (목례만 할 뿐. 분향소로 들어간다)

원철 : (마음 짐작하기에 뭐라 않는다. 검사들 이끌고 자리 뜨려는데)

일재E : 내가 우리 은수 지켜달라고 했지!!!!


복도에 있던 사람들 놀란다. 원철, 분향소로 얼른 들어가는.

시목이 왔다고 알아보던 특임팀 사람들과 여진도 놀란다.



31. 동/분향소 – 낮


영정 앞엔 가지도 못한 시목. 일재, 시목의 옷을 쥐어뜯듯 잡았다.


일재 : 지켜달라고 했잖아, (울부짖는)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원철 : (일재 말리며) 장관님.

시목 : (일재가 잡아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그 때 분향소 밖에서 조문객들이 동요하는 울렁임이 들려온다.

복도에 있던 사람들, 반으로 갈라지며 누군가에게 길을 터주는.

시목 뒤를 본 일재의 손도 파르르 떨린다. 시목, 일재 시선 따라 뒤를 보면 창준이다. 그 뒤엔 동재가 따르고 있다.

창준, 신발 벗고 분향소로 오르는 순간, 일재,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지팡이로 창준을 내리치는데,

뒤에 있던 동재가 번개처럼 창준 앞으로 나와 몸으로 막는다. 대신 얻어맞은.

동재, 짧은 신음과 함께 강타당한 어깨 감싸 쥐지만 참는다.


일재 : (죽일 듯 창준 쏘아보는) 니 놈이 여길, 감히 여길 와!!

창준 : (깔아보듯 일재 보는)

일재 : 나가!

원철 : (일재를 말리듯 부축하는, 어쩔 수 없이) 수석님, 지금은 좀...

창준 : (내가 왜? 하듯이 영정 쪽으로 발 내미는데)

일재 : 니가 죽였어, 니가 내 딸 죽였어!

시목 : ..진실을 밝힐 기회, 증거까지 있었는데


일재, 시목 쪽으로 몸 돌린다. 창준도 원철도 시목 보는데,


시목 : 내 가족 위한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숨으셨잖습니까.

원철 : (놀라) 황시목 닥쳐!

시목 :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라던 장관님 가르침은 본인조차 설득시키지 못했는데 왜 남 탓만 하십니까.

         (창준을 아주 잠깐 보는) 장관님이 숨죽여 지낸다고 팔짱끼고 방관할 인간들이 아니란 걸 정말 모르셨나요?

         지킨다는 핑계로 두려움 뒤에 숨은 게 아니십니까?

원철 : 조용히 해!

은수母 : 그만, 그만 해요...


원철, 지척거리는 일재를 보필하고 시목을 을러보는데,

주위의 시선과 반응 아랑곳없이 은수 영정으로 가는 시목, 그대로 영정 앞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창준은 시목이 버티고 있으니 올라가서 조문을 하기도 이대로 퇴장하기도 애매한데,


동재 : 수석님, 지금은 일단 돌아가시죠.

창준 : ... (분향소 밖으로 나가버린다)


올 때처럼 창준이 사람들을 가르고 나가자, 은수 영정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시목이 인사조차 없이 분향소를 나가버린다.

한 차례 폭풍이 일고 지나간 분향소. 기력이 다한 일재, 주저앉는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여진, 시목이 간 쪽으로 간다.



32. 창준의 차 안 - 낮


창준, 이마에 핏줄이 불거져서 뒷좌석에 파묻혔고 옆에 동재는 되도록 가만있는데..


창준 : 다신 나서지 마.

동재 : 죄송합니다, 수석님.

창준 : 니 어깨는 쇠로 만들었어? 다신 그러지 마.


동재, 놀라 창준 보지만 창준, 다른 곳만 응시하는.



33. 용산경찰서/수사본부 - 낮


사건 자료가 펼쳐진 중앙 테이블 앞에 선 시목, cctv 사진 보고 있다.

아파트 입구 수위실 cctv에 찍힌 은수, 가방 메고 집에 들어가는 중이라 뒷모습이다.


여진E : 어제 오후 4시 48분이에요.


시목 뒤에 와 선 여진. 시목, 돌아보지 않는다.


여진 : 영은수 검산 어제 오후 4시 06분에서 서부지검 앞에서 택시를 타서,

         (지도 가리키면, 서부지검 앞에 X 표시 돼 있고 4:06이라 갈겨썼다) 4시 47분 집 앞에서

         (다음 지도-행당동아파트 앞에 X 표시. 4:47이라썼고 그 일대가 크게 동그라미 쳐져있다) 내렸어요.

         4시 48분에집으로 들어가는 게 찍혔고 (시목이 보고 있는 사진) 다시 나온 건

         (이번엔 은수가 아파트에서 나오면서 찍힌 사진을 시목에게 주는) 4시 55분, 집에 들어간 지 7분 후에 나왔어요.

시목 : ...


Flashback> - 13회. S#61. 발신자 ‘영은수’가 뜬 시목의 전화 액정. C.U

그 위로 흐르는 소리. (액정의 시간 4시 53분이다)


은수E : 선배님 지금 시간 되세요? 잠깐 뵀으면 해서

여진 :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검사님 방에서 영검사한테 그 남자 사진 보여줬던 그때가, 마지막..

         우리랑 헤어지고 바로 집으로 갔어요.

시목 : ...

여진 : 4시 55분에 집에서 나온 뒤에 사라졌어요. 지금 이 일대(행당동 지도에 동그라미 쳐놓은 곳)를 탐문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그시간에 영검사가 왜 집에 왔는지 짐작도 못해요. 이날을 빼곤 근무시간에 집에 들른 적도 없고

         옥탑방에 왔을 때를 빼면 며칠 전후론 어디 다른 데 간 날도 없어요. 늘 집에서 검찰청만 오갔어요.

시목 : ...

여진 : 이번에 나온 칼은 현장에 원래 있던 게 아니라 새로 산 거예요. 범인이 흉기 산 델 찾고 있습니다.

시목 : (흉기 사진 보는)

여진 : 어떻게 생각해요, 같은 놈 짓 같아요?

시목 : (벽에 피가 튄 사진을 끌어서 보는) ... (고개 젓는다)

여진 : ..머린 괜찮아요?

시목 : (그 말에 여진 보는. 하지만 대답 없이 수사본부를 나간다)

여진 : 가영인 연락 됐어요, 가영엄마가 피신시킨 거였대요.


말없이 나가는 시목을 가게 놔두는 여진, 자료 추리는데 그러다 확 놔버린다.

그녀도 누구 못지않게 속상하고 괴롭다. 감정 가라앉히려고 노력한다.



34. 동/복도 - 낮


시목, 전화에서 최근 통화목록 연다. 병원에 있는 동안 3부장님, 한경위님, 계장님의 부재 중 통화 여러 통 밑에

어제 리스트에 영은수한테 전화 온 시간 4:53 C.U.


여진E : 4시 55분에 집에서 나온 뒤에 사라졌어요.


Flashback> - 13회. S#61. 시목의 검사실. 낮.

김가영 파일 찾으며 전화 받는 시목.


시목 : 왜. 급한 거야? 내가 다시 할게. (끊어버리는)


시목, 복도를 걸어간다...



35. 수석비서실/참모실 - 낮


비서 : (결재 판 문지르며 통화 중) 네, ...알겠습니다, 네..


창준과 동재가 갑자기 들어온다.

비서, 바로 전화 끊지만, 창준, 비서 쪽 보지도 않고 수석실로 바로 들어가 버린다.


비서 : (결재 판 들고 수석실로 가는데)

동재 : 지금 안 좋으셔. 내가 나중에 (하며 결재 판 가져가려 하는데)

비서 : (못 가져가게 치우는) 이건 안 돼요. (노크하고 들어가는)

동재 : ... 이건 안 돼요?



36. 한남동 집/서재 – 낮


창준 서재를 뒤지는 창준妻.


남자E : 사모님 자산을 조회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보유하고 계신 주식, 부동산, 미술품 전부요.

           세금 문제인 줄 알고 추적해봤는데 의뢰인이,


자기도 뭘 찾아야 하는지 몰라 멈추는 창준妻.


남자E : 부군이십니다. 이창준 수석이요.


창준妻, 당장 전화 걸려다 멈춘다. 서재를 나간다.



37. 한남동 집/2층 거실 – 낮


외투 걸치며 나가는 창준妻.



38. 서부지검/회의실 – 낮


회의테이블 끝에 시목이, 다른 끝엔 실무관이 앉았다.

같은 공간이지만 양 사이드가 어둠과 빛으로 절단된 듯, 햇빛 안 드는 어둠 속에 들어앉은 시목.

반면, 환한 햇빛에 허공에 떠도는 먼지도 보이는 창가 쪽에 앉은 실무관.


실무관 : 마지막으로 봤을 때 이상한 점이요? 이상한 거까진 아니지만 사실 그때, 검사님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영검사님이


Flashback> - 13회 S#48. 시목의 집무실 문 앞에 선 은수.

은수가 안 들어가고 집무실 문 앞에 서있자 뒤에 실무관이 고개 빼고 쳐다본다.

실무관 의식한 은수, 노크하고 들어간다.


실무관 : 문 앞에 잠깐 좀 서있었어요. ..안에서 하는 얘기를 듣는 것처럼.

시목 : !


Flashback> - 13회 S#46. 시목의 집무실에서 얘기하는 시목과 여진.

뭘 쥐고 있는데요 영장관이? 라고 여진이 말한 직후에 들어오는 은수.


여진E : 그 얘길 들었단 말이에요 그럼?


실무관이 앉았던 자리에 이번엔 여진이 앉았다.


여진 : (아 이런..) 그래서 집엘 갔나.. 그 시간에 갑자기 집엘 간 게 그럼 나때문인가? (마음에 걸려하다가...)

         우리 집에서 나랑 잠깐 둘이만 있긴 했지만 그때 영검사가 특별한 말을 했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요.

         영검사가 쥬스를 엎질러서 윤과장한테 좀 튀는 바람에 길게 얘기할틈도 없었고

         (그러다 다시 마음에 걸리는) 뭘 쥐고 있냐고 했으니 그걸 듣고 집에 갔다가 범인을 만난 거면... (생각만 해도 괴로운)

시목 : ... (다음 파일 집으면서 고개 들면)

방주인 : (여진 자리에 앉은) 알바 갔다 오는데..


Insert> - 가영의 반지하방이 있는 빌라 입구(낮).

방주인이 들어오는데 계단 아래서 문 두드리는 소리, 김가영씨 계십니까? 하는 소리 들린다.

방주인, 내려가진 않고 위에서 몰래 살피면 윤과장이 문 앞에 섰다.


방주인E : 날 찾는 것도 아니고, 굳이 대꾸할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그냥..


Insert> - 윤과장, 계단 올라오고 방주인은 우편물 꺼내는 척.

윤과장, 방주인 돌아보지만 그냥 스쳐 나가고 골목에서 전화 꺼내는 사이, 계단 내려가는 방주인.

그 직후, 계단 아래서 올라오는 여자 비명!


시목 : (맞은편의 사람 바라본다. 이번엔 윤과장이다)

윤과장 : (굳은 얼굴. 테이블에 떨군 시선) ..혹시나 해서 가봤어요, 제가 아는덴 거기뿐이라. 근데.. (깍지 끼는 손)


Insert> - 반지하방.

은수 시체 앞에 넘어지듯 내려앉은 윤과장, 바닥에 떨어진 장미문양 칼을 봤다가.. 믿기지 않는다.

은수를 흔들어본다. 영검사님.. 하는.


윤과장 : 믿어지지가 않아서... (담담히 말하려 해도 목소리 흔들린다)

            영검사 부모님... 딸 시신 못 보게 하세요. 보시면 남은 평생...


더 이상은 말을 않는 윤과장.

시목.... 파일 덮는다.



39. 용산경찰서/강력반 - 낮


여진, 장형사, 서형사 등 각각 자기 자리에서 전화하느라 시끄럽다.

혼자 조용한 박순경은 컴퓨터로 전과자 사진과 cctv 우실장 사진을 비교하고 있다.


여진 : (시끄러워 한쪽 귀 막고) 장미칼 여러 가진 거 아는데요. 지금 사진보낸 걸로 그쪽 사이트에

         이거 만든 회사가 있는지 봐달라고요. (사이) 아뇨, 제조사요, 제조사를 알려고요. 네. (끊는)

장형사 : (거의 동시에) 네 장미요, 일반 가정용 식칼. 아 만드신다고요?

서형사 : 손잡이는 그냥 검은색이인데요?

장형사 : 장미가 이렇게 크지 않은데요, 딱 이 디자인만 만드세요?

여진 : (다시 전화 건다) 예 수고하십니다, 아까 사진 보내드린 용산경찰선데요.. 예 맞습니까?!

         (찾았다는 의미로 손 쳐들고 손가락 튕기는)


형사들, 일제히 여진 본다.



40. 동/입구 - 낮


용산서에서 몰려나오는 형사들.


장형사 : 만에 하나 칼을 미리 준비한 거면 어쩌죠? 우리가 잡아놓은 바운더리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여진 : 그럼 바운더리를 넓혀야죠. 서울 바닥 다 뒤져야죠.



41. 은수네 집/아파트 인근 - 낮


아파트 주변 여기저기. 팀장, 경비아저씨와 주민들에게 은수 사진 보여주고 묻기를 반복한다.



42. 인근 찻길 - 낮


팀장의 탐문 수사는 여기서도 계속되는데, 여진이 차를 세우고 내린다.


팀장 : (얼른 여진에게 간다) 제조사 찾았다며?

여진 : 예, 근데 여기 아파트에서 사건현장까지 납품점만 백 군데가 넘어요.

         지금 다들 가게마다 들러서 요 며칠 사이에 칼 사간 사람 있는지보고 있어요.

팀장 : 성동구에서 용산구까지니 오죽 많겠어.


하루 종일 밖에서 뺑뺑이 도느라 입이 바짝 마른 팀장, 생수 마신다.

여진, 그 모습 애증을 담아서 보다가 팀장 손에서 은수 사진을 말없이 가져간다.

사람들에게 은수 본 적 있냐고 묻기 시작하고, 팀장도 다시 시작하는데,

그들 옆으로 지나가는 택시 한 대. 안에는 일재가 탔다. 서로 못 보고 스치는 일재와 형사들.



43. 수석비서관실 – 낮


전화를 만지작대는 창준, 노크소리에 좀 서둘러 전화를 넣는다.


동재 : (들어와 책상으로 와서) 나가실 시간입니다. 차 대기해뒀습니다.

창준 : 음. (일어나는)


동재, 옷걸이에서 창준이 걸어놓은 재킷 가져와 들고 선다. 재킷 입는 창준.

그 사이 동재, S#35에서 비서가 갖고 들어간 결재 판이 책상에 있는 게 보이는데,


비서E : (열어놓은 문 밖에서 들리는) 사모님?


창준과 동재, 동시에 문을 보는데 창준妻가 벌써 들어온다.

창준妻, 매끈한 얼굴이지만 자기 남편만 쳐다보며 한가운데로 와 선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동재, 창준妻에게 목례만 하고 재빨리 나간다. 문 닫는.



44. 동/참모실 – 낮


동재, 문을 꼭 닫는 척 하면서 마지막까지 귀 기울이면 안에서 들리는 소리.


창준妻E : 당신 이혼 준비해?

동재 : (비서가 의심하지 않게 문에서 물러난다)



45. 수석비서실 – 낮


창준 : ...

창준妻 : 나랑 이혼하고 얼마 가져갈 수 있나 따져보는 중이야?

창준 : .... (아내에게 온다. 어깨를 잡지만)

창준妻 : (간단히 쳐내는. 목소리 높지 않고 낭랑하지만) 여자애 깨어났다니까 다른 마음 생기니? 바로 움직이네?

창준 : ...

창준妻 : 말해. 나한테 뭐가 미안한지.

창준 : ... 미안해.

창준妻 : !.. 그러니까, 뭐가.

창준 : 연재야, 다른 사람은 없어.

창준妻 : 나 질투해서 이러는 거 아냐, 우리가 남들처럼 사네 못 사네 하면서 헤어질 사람들은 아니잖아?

            서로 추잡한 꼴은 보이지 말아야지.

창준 : 다른 여자는 한 명도 없었어.

창준妻 : (말은 강하게 했지만 흔들린다. 믿어야 할까 아닐까) 근데 왜 미안해!

창준 : (깊게 보는 눈에 고통이 들었다) 그때 당신이 오지 말았어야 했어.

창준妻 : (무슨..)

창준 : 당신 오빠 재판. 당신이 날 처음 봤을 때. 아니면 내가 한조회장님 말을 들을 걸. 회장님 시키는 대로 망나니든 뭐든

         재벌아들을 순순히 놔줬으면, 당신한테 나도 그저 시시한 사람으로 끝났을 텐데.

창준妻 : 처음부터 잘못됐단 거야, 우리가?

창준 : (가만히 쳐다본다)

창준妻 : 왜 그래, 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야?

창준 : ... 늦겠다.

창준妻 : (쳐다보는...)

창준 : 아버님 만나야 돼. 늦으면 어떠신지 알잖아. 집에서 얘기하자. (나간다. 문을 잡고 쳐다보는)

창준妻 : (아직 듣고 싶은 말이 산더미지만... 나간다)



46. 동/참모실 – 낮


창준은 앞만 보고 나가고, 연재는 남편을 보면서 나간다.

비서, 연재를 따라 나간다.

문가에서 인사하는 동재, 잠시 그대로 섰다가 날렵하게 수석실로 들어간다.



47. 수석비서관실 – 낮


동재, 곧장 책상으로 가 결제판 여는데 한눈에 들어오는 항공사 로고. C.U


동재 : 비행기표?

창준妻E : 당신 이혼 준비해?

동재 : ! (내용 확인하려는데)


비서, 풀이 죽어 참모실로 돌아온다. 결제 판 덮고 책상 정리 정돈하는 척 하는 동재.



48. 호텔/스위트룸 – 낮


윤범 혼자 앉아 서류 검토하고 있고, 비서1이 도청 검색기로 방안을 샅샅이 훑는다.

노크소리와 함께 창준 들어온다.


창준 : (윤범에게 인사하는데)

비서1 : 실례합니다. (도청검색기로 창준의 몸 위 아래로 훑는)

창준 : (끝나면 앉는) 우실장이 안 보이네요?

윤범 : 출장 보냈어.

창준 : .. (가볍게) 출장도 갑니까?

윤범 : 우실장한테 볼 일 있어?

창준 : 아닙니다. 다른 분들은요?

윤범 : 올 거야. (보던 서류 주는) 저축은행에 투자 시작했어. 내일이면 시장에 소문 돌 거야,

         홍콩에 외국펀드에서 하는 투자로 해놨으니까 은행 주가 오르기만 기다리면 돼.

창준 : 투자금은 언제 빼실 겁니까?

윤범 : 최대한 단기간으로 가야지. 정신들 못 차릴 때 매각해 버려야 돼.

창준 : 외국 자본에 팔린다고 하면 나중에 또 앓는 소리들 안 할까요. 지난번에도

윤범 : (손을 들어 더 이상의 소리 막는) 비즈니스는 내가 할 테니까 자네는 얼굴만 보여줘.

창준 : 예. 저, 화장실 좀. (가는)

윤범 : (순간 뭔가 살짝 불편해 보이는데)

비서1 : (다가와) 올라왔답니다. (문으로 가는)


잠시 후, 비서1이 문 열면 금감원장과 W저축은행장 들어온다.

두 사람, 문가에서부터 윤범에게 거의 90도로 인사.


윤범 : (이제야 일어나지만 다가가 친근하게 손도 잡고) 잘 오셨습니다.


금감원장과 은행장, 인사 마치고 고개 드는데 창준이 나타나자 흠칫한다.


금감원장 : 수석님까지 계신 줄은..

창준 : (웃고) 좋은 모임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윤범 : (창준 가리키는) 뫼시는 분들도 이쪽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하며 자연스럽게 비서1에게 손짓)

금감원장 : 아 그러십니까? (하는데)

비서1 : 실례합니다.


창준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금감원장과 은행장 몸을 비서1이 기기로 훑는다.

두 사람, 좀 어색해도 순순히 점검 받는다. 검색마친 비서1, 인사하고 물러난다.


은행장 :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명함 주는) W저축은행장 최홍기입니다.

창준 : (받고 가볍게 보기만 하는)

윤범 : 앉읍시다. (창준에게) 금감원장은 뵀나?

창준 : 예, 취임하고 자리 한 번 했습니다.

윤범 : 음. 우리 은행장님, 간담 키우셔야 될 겁니다. 이제 곧 부실은행이다, 인수합병이 코앞이다,

         언론에서 판 깔아줄 건데 놀라지 마셔야죠.

은행장 : 예 말씀대로 해야죠.

윤범 : 은행이 흔들릴 때 JR홀딩스가 구세주처럼 등장해서 마지못해 인수하는 그림으로 갈 거니까

         금감원장님은 그때 눈만 감고 계시면 됩니다.

금감원장 : (눈 질끈 감고) 이렇게요?


윤범에 이어 창준까지 웃자 그제야 마음 놓고 웃기 시작하는 은행장과 금감원장.



49. 은수 집/거실 – 낮


시목이 들어온다. 곧장 안방으로 간다.



50. 동/안방 – 낮


시목, 들어오면 장롱 서랍 열어놓은 채 거의 초죽음이 돼서 앉은 일재.


시목 : 없어졌다는 게 뭡니까. (앉아서 장롱 보지만 알 수 없는)

일재 : ... 가져갔어, 그놈들이. 창준이가, 이윤범이.

시목 : 언제요.

일재 : .. (고개 젓는) 정신이 없어서 아깐, 근데 장례식장에서 자네 얘기듣고 다시 와서 보니까 (장롱 보는) 어제만도 있었는데.

시목 : (기다리는)

일재 : 이윤범이 탈세 증거. 지 자식들한테 십 년 넘게 주식으로 돌리게하고 불법 증여한 거.

시목 : ...

일재 : 제대로 걷었으면 2천억이야, 세금만.

시목 : 3년 전에 모함 당하신 거 이것 때문입니까?

일재 : 자네가 어제 왔다 가고서도 봤어, 자네한테 달라는 말 듣고 열어봤을때도 있었어.

시목 : 그 이후에 댁을 비우신 적은요, 가족 모두가.

일재 : ... 어제 낮에만 잠깐.

시목 : 4시 40분 경에요?

일재 : (끄덕이다가 멍해지는) 경찰이, 은수가 그 시간에 집에 들렀다고..

시목 : 모든 비우신 시간에 cctv에 출입이 찍힌 건 영검사뿐입니다.

일재 : (그럼...) 우리 은수가..

시목 : 가져갔을 겁니다.

일재 : 그래서, 그걸 갖고 있어서 놈들이.. 그거 때문에?..

시목 : ...

일재 : 내가.. 내가 내 딸을 죽였어..

시목 : .. 저 때문입니다. (일어나 나가는)

일재 : (쳐다보지만 이젠 물을 힘조차 없는)



51. 동/거실 – 낮


안방과 은수 방 사이 좁은 쪽마루에서 여진에게 전화하는 시목.


Flashback> - 13회. S#46. 시목의 집무실.

여진과 얘기 중인 시목.


시목 : 장관은 이윤범한테 위협이 될 걸 손에 쥐고도 3년을 앉아만 있었어요.

실무관E : 영검사님이 문 앞에 잠깐 좀 서있었어요. 안에서 하는 얘기를 듣는 것처럼.


Flashback> - 은수가 아파트를 나서던 cctv사진. 어깨에 멘 커다란 가방.


시목 : (전화) 한경위님, 도난 신고요.



52. 찻길 – 낮


여진 : (통화 중. 시목 얘기 듣다가) 팀장님!!



53. 은수 집/거실 – 낮


시목, 전화 끊는다. 문 열린 은수 방을 본다.



54. 동/은수 방 – 낮


방에 들어오는 시목, 천천히 은수의 소지품들 훑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 없이 대부분 은수 나이 또래의 옷가지와 물품들인데,

시목, 책상에 책 정도 건드려보다가... 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은수의 외투 주머니 속부터 책상 서랍, 책장, 침대 안이며 화장대까지

단순히 살펴보는 수준을 넘어 무언가라도 꼭 발견하겠다는 심정으로 샅샅이 뒤진다.


일재 : (안방에서 나오다 들여다본) 뭘 찾는 거야? .. 뭘 찾냐고!

시목 :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찾는)

일재 : 경찰이 벌써 다 뒤졌어. ..그만해!


시목, 그대로 멈춘다. 일재, 망연히 섰는데 현관벨 소리.


시목 : 경찰입니다.

일재 : (시목을 보지만... 나가는)

시목 : (일재가 나가자 다시 찾는다. 이번엔 책상 위에 것들을 살피는데)


시목이 책, 노트 등 펼치다가 손이 멈춰진다. 노트 한 권에 시선 가는 시목.

노트 페이지를 손으로 찢은 흔적이 남았고 다음 장에 펜에 꾹꾹 눌린 자국이 있다.

밖에선 문 여는 소리, 팀장과 여진이 들어와 뭐 없어졌냐, 어디냐 묻는 소리 나는데,

의자에 앉는 시목, 스탠드 켜서 노트 비추면 필기구에 눌린 음각 자국이 보인다.

연필통에 꽂힌 연필을 꺼내 눌린 자국 위에 칠을 하는 시목.



55. 동/거실 – 낮


팀장, 일재 따라서 안방으로 들어가고 여진도 들어가려는데, 은수 방 책상에 앉은 시목 보인다.

여진, 안방 대신 은수 방으로 들어간다.



56. 동/은수 방 – 낮


여진, 어질러진 은수 방 안으로 들어오면 시목이 열심히 노트를 칠하고 있다.

여진, 들여다보면 노트에 점점 형태를 드러내는 D T. 언뜻 보면 숫자 0,7로 보이기도 하지만 뭔가 미묘하게 다른..


여진 : 이거!.. 공 칠...

시목 : (대답 없이 노트만 보는)

여진 : (노트 가져가서 본다) 이거 한 번에 그린 거 아녜요, 이렇게 비슷한 선들이 반복되는 건 여러 번 고쳐가면서 그린 거예요.

시목 : ...


Insert> - 은수의 손, 노트에 0, 7(최대한 문신 모양과 가깝게)을 연필로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시목, 돌연 휴지통을 뒤엎는다. 휴지 같은 건 헤치고 집어 드는 건 지우개가루인데, 가루가 적지 않다.

이를 본 여진, 노트를 앞 페이지까지 빨리 넘겨본다.


여진 : 앞엔 다 볼펜이에요, 찢어간 데만 일부러 연필로 지우면서 그렸어요.

시목 : .. 원하는 형태가 있으니까.

여진 : 원하는 모양을 만들려고.. 그냥 상상해서 그린 게 아니라 뭔가를.. 봤단 얘기네요, 자기가 봤던 게 있으니까

         그 모양을 그리려고 계속지우고 한 거죠.. 근데 이게 숫자 맞나요? 왜 이렇게 생겼지?

팀장E : 한경위!

여진 : (소리 나는 데 보지만) 영검사가 어디서 봤을까요? 어떻게?

팀장E : 한경위!

여진 : 네! (일단 노트 놓고 나간다)

시목 : ... ...



57. 동/거실 – 낮


팀장, 베란다에 방범창 흔들고 있고 일재가 보고 있다.

여진이 나오면,


팀장 : 나가서 아파트 화단에서 곧장 복도로 점프해서 들어올 수 있는지 봐. 도난 추정 시각에 찍힌 건 따님뿐이니까

         도둑이 입구에 수위실 통과 안하고 들어오려면 여 베란다 창문 아니면 곧장 복도로 뛰어드는 거 밖에 없어.

여진 : 예. (밖으로 나간다)



58. 동/1층 복도 – 낮


여진, 복도 창문 살핀다. 뭔가를 매거나 할 데도 없다. 복도 따라 나가는.



59. 동/화단 – 낮


아파트에서 나와 화단에 나와 선 여진, 위를 보면 도저히 그냥 올라갈 높이가 아니다.


여진 : 맨몸으론 절대 못 올라가겠는데.. 뭐 묶을 데도 없었고..



60. 동/은수 방 - 낮


생각 중인 시목.


여진E : 집에 들어간 지 7분 후에 나왔어요.

시목 : (마음의 소리. 노트 그림 본다) 7분 동안 그릴 수 있었을까.


Flashback> - 13회. S#3. 시목 차에서 내려 지하철로 총총 가던 은수.


여진E : 영검사가 어디서 봤을까요? 어떻게?

시목 : (마음의 소리) 집, 검찰청, 내 집, 옥탑방..

은수E : 옷은 비슷한데, 얼굴은 못 봤지만 이 우산 맞는 거 같아요.


Flashback> - 편의점 cctv에 찍힌 우실장 사진. 우산 C.U하면 아무 글씨 없다.


시목 : (마음의 소리) 우산.. (고개 젓는) 어디서 (하다 고개 젓는. 소리 내서) 어떻게 봤을까.

여진E : 옥탑방에 왔을 때를 빼면 며칠 전후론 어디 다른 데 간 날도 없어요. 늘 집에서 검찰청만 오갔어요.

시목 : (마음의 소리) 전혀 겹치지 않는데...


Flashback> - 13회. S#1. 여진의 옥탑방. 밤


은수 : 0, 7이요? 그게 뭔데요?

여진 : 가영이가 말한 거요, 납치될 때 본 건지 범인하고 관계된 건지,

은수 : 숫자를 봤다고요? 0, 7을?

시목 : (노트 보는) 0,7...


노트에 나타난 문양, 0,7로 볼 수도 있지만 완전히 숫자 같지도 않다.


시목 : 0..7..

여진E : 근데 이게 숫자 맞나요? 왜 이렇게 생겼지?

시목 : .. ... ... T. D T.


Flashback> - 12회. S#52. 여진 옥탑방.

뒤늦게 나타난 장형사가 계단 뒤에다 대고 ‘얼른 오세요.’ 하면 계단 올라와 모습 드러내던 은수.


여진E : 영검사가 쥬스를 엎질러서 윤과장한테 좀 튀는 바람에 길게 얘기할 틈도 없었고


Insert> - 12회. 옥탑방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 옥상에 있고 은수와 여진이 둘이서만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시목이 무심히 본다.


여진E : 우리 집에서 나랑 잠깐 둘이만 있긴 했지만 그때 영검사가 특별한 말을 했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요.


시목, 전화 꺼낸다. 사진 파일에서 13회 S#1. 옥탑방에서 다 같이 찍은 사진 연다.

시목이 보는 시선에 따라 사진 속 여진, 장형사, 계장, 실무관, 윤과장, 정본이 차례로 클로즈업 되는데

윤과장에서 도로 돌아와 멈춘다.


계장E : 뭔 해병대 출신이 술을 못해요?

정본E : 해병대 아니라 특수부대라고 하지 않았나?

여진 : (들어와 시목에게 온다) 도둑이 딴 데로 들어온 거 같진 않아요.

시목 : ... 윤과장.

여진 : 뭐라고요?

시목 : (일어나는) 윤과장 찾아야 돼요. (나가는)

여진 : 네? (쫓아나가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 윤과장을 왜요!



61. 길 – 낮


장형사, 수퍼에서 뛰어나와 차에 올라탄다. 사이렌 켜고 급히 출발.



62. 다른 길 + 차안 – 낮


박순경과 서형사도 사이렌 울리며 달린다.



63. 다른 길 + 차안 – 낮


여진이 운전하고 팀장, 사이렌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르며 전화한다.


팀장 : 지금 당장 위치 추적해!



64. 영종대교 – 낮


위에서 바라본 영종대교, 윤과장의 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65. 윤과장 차 안 – 낮


윤과장, 시간 확인한다. 눈빛이 단단하다. 운전대를 꽉 잡은 손.


시목E : 영검사는 그젯밤 옥탑방에서 0,7에 대해 처음 들었고 어젯밤 살해됐어요.

           그 하루 사이에 자기 방 책상에 앉아서 0,7을 그릴 시간은, 그젯밤 옥탑방에서 돌아온 후 뿐입니다.

           어제 죽기 직전 낮에 집에 들렀을 땐 7분의 시간만 있었으니까.



66. 시목 차 안 – 낮


시목, 운전하면서 블루투스로 통화 중인. 앞에 여진 차량 보인다.


여진E : 영종대교에요, 공항으로 가나 봐요!

시목 : (속력 올리는)

시목E : 그젯밤 옥탑방에서 영검사는 곧장 집으로 갔어요. 김가영씨가 0,7을 지하실에서 봤거나 어디 끌려가다 봤다면,

           가영씨와 동선이 전혀겹치지 않는 영검사는 0,7을 볼 수가 없습니다.



67. 여진 차 안 – 낮


여진, 이리저리 차선 바꿔가며 빨리 달린다. 옆에 팀장, 손잡이 꽉 잡는다.


시목E : 특정 장소에서 본 게 아니라면 사람입니다. 사람한테서 본 겁니다. 김가영처럼 영검사도, 살인범을 본 겁니다.



68. 한조그룹/회장실 – 낮


윤범 : (통화 중) 들어갔어? 이륙만 하면 되겠네. (사이) 내 따로 연락할때까지 앞으로 전화하지 마. (끊는) .... ....

시목E : 어떻게 사람한테서 숫자를 봤을까요, 옷? 소지품?

           숫자 아니라 무엇이든 어떻게 사람 몸에 그려져 있을까요... 문신입니다.



69. 인천 공항/입구 – 낮


급히 와 서는 여진 차와 시목의 차. 그 뒤로 장형사 차도 들어오고 있다.

공항 건물로 달려가는 시목과 형사들.



70. 동/1층 – 낮


공항 내부로 들어온 형사들.

여진과 장형사는 출국장 쪽으로, 시목, 데스크 쪽으로, 팀장은 주변 살피며 화장실 쪽으로 뛰어간다.

서형사와 박순경도 뛰어 들어오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진다.


시목E : 0,7에 대해 처음 듣고 나서 집에 와서 문신을 그리기까지 영검사가 만난 사람들은 옥탑방에서 뿐이에요.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중에 살인범이 있습니다.



71. 동/CCTV실 – 낮


공항 전체를 비추는 수많은 CCTV. 한손엔 검사신분증, 다른 손엔 휴대폰을 든 시목.

전체 직원들에게 휴대폰을 들어서 옥탑방에서 단체로 찍은 사진 중 윤과장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준다.

직원들, 바삐 움직이기 시작.


시목E : 나랑 같이 있을 때 영검사가 문신을 봤다면 나 역시 못 봤을리 없습니다.

           그날 옥탑방에서 내가 없을 때 영검사와 따로 있었던 사람은 전부 셋. 한여진 경위, 장건 형사, 윤세원 과장.



72. 동/1층 - 낮


공항직원에게 여권 보여주며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남자(윤과장과 뒷모습이 비슷한).

여진, 재빨리 남자 어깨 돌려 세우지만 다른 사람이다. 여진 사과하고 다른 사람들 살핀다.


시목E : 한경위와 장형사는 문신이 있을 수가 없죠. 문신이 있으면 경찰공무원 자격이 박탈되니까.

           영검사가 본 사람은,


cut to. 다른 출국장.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걷는 윤과장, 모자 눌러썼다.


시목E : 윤과장입니다.


윤과장, 누군가와 부딪히는. 박순경이다.


박순경 : 죄송합니다.. (하고 보는데 뭔가 수상한)

윤과장 : (가는)

박순경 : 저기요!


윤과장, 박순경의 부름에도 무시하고 오히려 빠른 걸음으로 걷자,


박순경 : 저기요!

윤과장 : (뛰기 시작한다)

박순경 : 찾았어요! (호루라기 부는)


cut to. 다른 데 있던 팀장, 호루라기 소리 듣는다. 그쪽으로 뛴다.

cut to. 주변에 있던 경찰들, 전부 뛰어가는 윤과장 쫒기 시작한다.



73. 동/CCTV실 – 낮


시목의 눈에 cctv 속 경찰들 뛰는 게 보이고, 그 앞에 모자 쓴 윤과장이 2층으로 내달리는 것 보인다.

시목, 전화하며 달려 나간다.



74. 동/1층 - 낮


뛰면서 전화 받는 여진, 2층! 소리 지르며 에스컬레이터로 달린다.



75. 동/2층


이미 2층에 있던 장형사도 소리 들렀다. 마구 주변 살피는데 2층으로 뛰어올라온 윤과장 보인다.

장형사,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윤과장 쫒다가 드디어 옷깃을 잡는데,

윤과장 그 결대로 재킷을 벗어 장형사 얼굴에 덮어 버리고 그 상태로 밀어버린다.

장형사, 안내판과 부딪히면서 나뒹굴고, 재킷을 집어 던져버리고 앞을 보지만 이미 저 앞에 뛰는 윤과장.

윤과장, 전속력으로 뛰는데 느닷없이 옆에서 몸으로 부딪혀오는 여진.

두 사람 다 나가떨어지지만 둘 다 동작이 빠르다.

윤과장, 재빨리 일어서고 그 순간, 여진, 윤과장을 덮친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여진.

형사들이 쫓아오는 소리에 윤과장, 여진을 바닥에 깔은 다음 주먹 쳐들고, 여진 눈앞에 윤과장의 주먹이 커다란데.


윤과장 : (주먹을 뻗지 못하는)

여진 : (바닥에 깔린 채 그런 윤과장을 보는데)

윤과장 : (여진을 내려다보는 눈이 너무 슬프다...)


그때 윤과장을 덮치는 형사들. 결국 잡히는 윤과장.

그리고 그의 셔츠를 뒤에서 확 잡아당기는 손, 달려온 시목이다.

단추가 뜯어져 나가고 윤과장 어깨에(러닝셔츠 안 입은) 선명히 드러나는 문신, U D T.

범인을 잡은 이 순간에도 윤과장이 범인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 장형사, 여진.

이제 반항도 하지 않고 조용히 숨만 몰아쉬는 윤과장. 역시 숨 몰아쉬며 그런 윤과장을 보는 시목.

주위 사람들 모두 멈춰서 이들을 바라보고... 범인을 잡고도 그대로 멈춰선 형사들, 시목.

이들 모두를 멀리선 본 모습에서 엔딩.

<14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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